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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우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에 등장하는 가문이다.


야코우 가문에 대해서.

법술을 계승하며 료우기의 먼 친척 같은 존재다.*2 산 하나를 오래 전부터 사유지로 가졌고 통째로 집으로 삼았다. 그 면적과 역사 덕에 그 자체가 일종의 소국의 국경 수준 결계가 되어 지도에 제대로 기재되어있지 않다.*3 과거에는 호족이었고 지금은 마피아가 되었다. 건물부터 사람들의 복장까지 모조리 검은 색이다.*4

■ 이들이 섬기는 신은 오오나무치(オオナムチ)다.*5

■ 관련 인물에 대해서.
→ 야코우 아키라는 야코우 가문이 전하는 간타이를 몸에 심어진 쿠로히츠다. 어깨까지 자른 머리카락을 가진 7살 언저리의 소녀다.*6 바이 뤄롱과 같이 도망다니며 일부러 성별을 알기 어렵게 꾸몄다.*7 본래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불운이 겹쳐 강제로 본가로 끌려가 간타이를 심어지게 됬는데 이는 아키라에게 있어 고통일 뿐이었고 자신을 아품의 고기주머니로 여기게 되었다. 그 와중에 그녀를 납치하겠다고 다가온 바이 뤄롱은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나 다름없었고 뤄롱에게 먹히거나 반대로 자신이 먹어버리고 싶어 했다.*8 뤄롱이 명목상으로는 납치인 아키라를 필사적으로 보호해준 건 도와달라는 아키라의 말을 들고 돕고 생각해서 한 것이다.*9
→ 야코우 아카네라는 50대 중반의 여성이 당주다.*10 아래의 두 사람은 아카네의 아들이다.*11
→ 겐마는 본래 야코우 유키노부의 형이었으나 가문에서 나와 토보리 가의 양자가 되어 가면 만들기를 생업으로 삼아 야코우에 가면을 공급해 주고 있다.*12 겐마가 만드는 노가쿠의 배우와 비슷한 목조 가면은 일종의 마술적인 의식 도구다. 음영 차이로 울거나 웃거나 화내는 것처럼 보이는 기묘한 가면이다. 사용인들이 다 착용하고 있으며 건물 내부의 벽에 백에 달하는 가면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전부 남자 가면이다.*13*14*15 가면들의 뒷쪽에는 사람의 피부가 달라붙어 있다. 본래 주인에게 벗겨진 피부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싱싱하다.*16 이는 평범한 인간권능을 받기 위한 형식으로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끼워맞춘 것이다. 그리고 에르고에게 삼켜진 을 제어하도록 넘겨 준 가문에서 내려져 온 가면을 겐마가 쓴 적이 있었는데 이것은 자신의 의사를 갖고 있어 진짜 쓴 자의 피부를 빼앗아간지라 겐마는 그 흔적을 다른 가면으로 가리고 있다.*17
→ 야코우 유키노부는 30대의 남자로 조직을 이끈다.*18 여섯 살 때 하늘을 걷는 비행을 해낸 터무니없는 천재라 본래 가문을 이어야 할 겐마 대신 차기 당주로 올려졌다.*19
그의 무시무시한 천재성은 일종의 선조회귀다. 하지만 천재성을 발휘하면 와이더닛이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평소 존재감을 지운다.*20

일본의 독자 마술은 옛 의 파편인 간타이(神體, 정식으론 신장주체(神臟鋳體))에 접속되어 있다. 현재는 총 여덟 개의 간타이가 남아 있으며 이들은 신대의 것이기에 현대에 와서 점점 힘을 잃으려 하고 간타이를 가진 각 마술 가문들은 그걸 막기 위한 특별한 보존법을 개발했다.*21
야코우 가문의 경우 쿠로히츠(黒櫃)란 보존법을 쓴다. 과거부터 다양한 마술이 인간의 안쪽에 흥미를 가졌는데 야코우는 소질 있는 자에게 신체를 이식한다. 이 이식된 인간을 쿠로히츠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히츠는 유체를 넣는 관을 의미한다. 그리고 일본에서 죽음의 이미지는 검정(쿠로)이다. 따라서 쿠로히츠는 신의 유체를 넣기 위한 이름이 된다.*22
간타이는 기이한 문신같은 각인으로 숨을 쉬며 맥동하는 다른 생명체로서 쿠로히츠에게 기생한다. 마술각인 마냥 신체의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적춣할 때는 의식용 칼로 피부 째로 뜯어낸다.*23*24

야코우 아키라는 다음 대 쿠로히츠다. 몸에 조금씩 간타이를 이식하는 도중이었는데 그 타이밍에 방황의 바다바이 뤄롱이 아키라를 납치했다.*25
→ 전대 쿠로히츠는 야코우 유키노부인데 위에서 말한 대로 천재였지만 간타이를 이식하고 십수 년 후 언젠가 따라오는 거부반응이 일어나 자기 대신 이식할 후계를 찾으러 나왔다가 어느 여자에게 한 눈에 반해 결혼했다. 아내는 신비에 관한 일절의 지식이 없어서 결혼한 이유를 몰랐다. 유키노부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 신비를 모르는 아내에게 그걸 설명할 수 없는 노릇이라 이혼한다는 타협점을 찾았다. 계속 같이 있었으면 아내가 야코우에게 살해당할 뻔 했다 한다.*26
→ 아키라에게는 언니 메이가 있었고 이혼할 때 메이는 유키노부가, 아키라는 유키노부의 아내가 대려갔다. 그래서 야코우는 언니인 메이에게 간타이를 이식하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메이가 급사해서 아키라를 급하게 불러 왔다.*27 아내는 이혼하고 대려 온 아키라의 주변에서 기괴한 현상이 일어나는 걸 못 견디고 육아 포기해서 실종된 상태라고 알려져 있으며 아키라는 영양실조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28 이는 거짓 정보로 유키노부의 아내는 아키라를 고치려고 기도사를 고용했으나 오히려 아키라의 영적 현상을 악화시켜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다 죽어버렸고 아키라는 죽은 기도사의 피를 뒤집어썼다. 그걸 본 아내는 미쳐서 정신병원에 보내졌다.*29

일본마술이 서양의 것과 순서가 달라 신대처럼 마술을 행사하는 것을 보여주는 케이스다. 이들은 공명을 다룬다. 무녀가 을 떠는 것으로 하늘, 귀신, 과 공명할 수 있다.*30
을 살아가는 모든 것에게 깃드는 정기(오드)로 규정하고 박수를 신을 부르는 행동으로 사용해 상대의 내측을 울리게 하는 걸로 폭살시킨다.*31
→ 일족 하나하나가 의 단말로 작용하며 여럿이 패스를 잇고 진공 풍압을 일으키는데 수십 미터의 지면이 도려내진다.*32 서양 마술로 치면 집단의 간이의식에 가까운데 간이의식에는 저렇게 즉효성으로 성립되는 집단마술은 거의 없다. 비슷한 것을 찾으면 성당교회 쪽이 특기다. 전원을 하나의 마술회로로 써서 즉각 행사된다. 간타이를 중심으로 하며 일족의 산 자체를 공방으로 쓰기에 산 밖에서는 쓸 수 없다. 그리고 지휘관이 필요하다.*33
→ 종이접기로 만든 이매를 풀어 전국시대부터 이어진 이매망랑을 구현한다.*34
→ 이들의 마술결계 안으로 한정되지만 결계가 지극히 관역이고 과거 결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술이 강대했기 때문에 지키는 데에 비할 바 없는 힘을 발휘한다.*35

■ 현대가 되어 대부분의 마술사 가계는 세간과 타협하지만 야코우는 지나칠 정도로 자기완결성을 내세워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평생 본거지인 오야마 속에서 내보내지 않는다.*36 본래 당주 후보에서 탈락한 겐마는 그 자리에 앉게 된 동생 유키노부의 보좌가 되어 산에서 못 나올 운명이었으나 유키노부가 자신이 쿠로히츠가 되고 당주도 해낼테니 형을 좋을 대로 하게 해달라고 해서 가문에서 나올 수 있게 됬다.*37 피를 짙게 하려고 근친혼을 반복해 왔는데 아키라의 약혼자로 가계도 상 백부인 겐마를 붙이려 했다.*38

료우기와 비슷한 퇴마의 기술이 전승된다.*39 야코우 유키노부는 500년 급 고도인 무라마사와 자기암시에 의한 변체를 사용한다. 강화를 쓴 그레이는 그 움직임을 볼 수 있었지만 도중의 과정이 생략된 듯한 칼날의 움직임에 당할 뻔 했다.*40 여기에 료우기와 달리 끊어지지 않고 전승해 온 마술이 합쳐지자 토오사카 린이 구사하는 간드보석 마술들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갔다.*41
야코우는 선조 때 부터 무라마사를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기준으로 무라마사가 신비성 이상으로 실전적인 칼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는 신비성 쪽이 우월해져 버렸다. 한편 야코우 유키노부의 검술은 4대 퇴마가문의 기술이 전해진 것으로 작중에선 그런 묘사가 안 나오지만 용어집에 따르면 거미를 연상시킨다 한다.*42

간타이 이식을 주도하는 당주는 마술회로가 대부분 타 버려 의식이 끝나면 사실상 일반인이 되 버린다.*43

■ 사실 야코우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간타이바이 뤄롱을 먹일 생각이었다. 뤄롱이 삼킨 과 야코우가 섬기는 신에게 공통점이 있어서 가능한 계획이었다.*44 반대로 말하면(뤄롱은 몰랐지만) 지즈는 내기에서 이길 경우 야코우의 오오나무치를 바이 뤄롱의 양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게 된다.*45 간타이의 거부 반응이 일어난 유키노부는 전신이 망가져 거의 썩어 있었다. 마술회로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24시간 내내 오드를 거절반응을 돌리는 데 쓰고 있었으나 그것도 한계라 마술회로가 썩어 1/4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남은 시간을 아키라를 구하러 온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과 싸우기 위해 오드를 전투용으로 돌린 결과 곧 죽을 상태가 되었다. 아카네가 의식을 서두른 건 오오나무치의 전설에 따라 바이 뤄롱간타이가 먹어치우는 걸로 유키노부를 치료할 생각이었다.*46 마술사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데 아들과 손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카네는 손녀를 희생해 아들을 살리는 길을 택했다.*47 하지만 유키노부는 딱히 딸을 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의 특별함을 버리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서 자신의 배를 가르는 걸로 의식을 중단시킨 다음 아키라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한다.*48 유키노부가 특별함을 받아들인 건 어릴 적 자신을 아득히 넘어서 특별한 료우기 시키를 본 게 계기로, 저런 자가 있다면 자신은 구원받은 거며 이런 자가 있다면 야코우를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했다. 헌데 후에 만난 료우기 시키고쿠토 미키야와 어울려 평범한 여성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걸 본 유키노부는 그 시키가 특별함을 그만둘 수 있다면 자신도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보통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일족과 가족은 특별을 버리기 위한 도구였다.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 되는 조건인데 당신은 남을 속이고 다녔다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말을 듣고 보통이란 그런 건가 한다.*49 사건이 끝난 후 유키노부는 오늘내일 하는 건 아니지만 남은 수명이 1~2년이 된다.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이에 참고할 마술각인의 거절반응에 대한 자료를 넘겨주기로 했다. 지즈가 절반 남긴 간타이도 되찾아 어느 정도의 연명은 가능해졌다. 그를 사모하는 야코우의 술자들이 협력한다.*50 덧붙여 야코우 유키노부가 본 료우기 시키는 직(織)의 인격이었다. 그래서 유키노부는 그 때 이야기를 할 때 료우기를 그녀라 하지 않고 고교생이라고만 불렀다.*51

■ 이들이 지닌 간타이의 직접계약 가능한 인수는 100명 정도이며 이 정도면 일본마술 세력 중에서 3번째 정도 규모다. 한편 바깥 세계에게서 가문을 은폐하려고 도박장을 생업으로 삼았는데 현대에 와서는 적 요소와 싸울 일이 없기에 도박장 관리가 메인이 되어버렸다.*52

간타이를 부리는 일본마술 조직은 좀처럼 의 이름을 꺼내지 않거나 조직만의 별명을 쓰려 하는데 이는 말로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마모되어가는 신비를 보존하려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4대 퇴마가문도 비슷한 수단을 사용했다.*53


작품 내에서의 행보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료우기 가문이 관리하는 축제거리 신사 근처 노숙자들의 텐트촌에서*54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일행이 근처를 들를 적 바이 뤄롱야코우 아키라는 노숙하고 있었다. 사노라는 40대 노숙자(앞니 세 개 빠짐, 베테랑 빚쟁이 노숙자다운 복장과 행동을 함, 자기 같은 부류는 세상을 사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짐, 대학원을 나왔지만 천성이 일하는 거과 거리가 멈.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다고 생각함) 에게 신세를 지다가 2세 일행이 료우기 미키야와 만나러 갔던 축제에 참가한다.*55 그 곳에서 야쿠자에게 갈굼당하는 사노를 구해 주고 빚도 갚아주고 아버지와 제회하게 해준 후 둘은 도망 생활을 이어 나간다.*56

한편 아오자키 토우코로드 엘멜로이 2세가 지닌 두 문제(본래는 그레이의 성장이 멈춰버린 것 뿐이었으나 추가된 맴버인 에르고의 기억 문제까지 합쳐서 두 가지 문제가 되어 버렸다)를 해결할 조언을 료우기 미키야를 통해 대신 전했는데*57 법술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야코우 가문의 야코우 아키라가 납치되었음을 알리고 그 아이와 접촉하면 2세의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한다*58 2세는 일본마술 조직과 교섭하고 싶은 참이기도 해서 그레이랑 같이 야코우 저택으로 찾아간다.*59 당주 야코우 아카네를 언제나처럼 해체하고*60 말을 들어보자 아키라를 납치한 자는 방황의 바다 소속임을 알려준다.*61 그래서 자기들이 섣부르게 붙잡았다간 방황의 바다와 논쟁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며 2세라면 원만히 해결해 주던가 보험이 되던가 해 줄 테니 의뢰했다고 한다.*62

한편 토오사카 린에르고가 아키하바라에서 야코우 소속의 검은 정장들이 야코우 아키라를 발견했다. 아키라는 돌아가는 걸 거부했고 정장들은 뼈 하나 두개 부러뜨린다고 아키라의 소질이 손상되지 않는다며 힘으로 제압하려 했다.*63 그런 상황에서 사노에게 돈을 다 줘버린지라 자금 확보하러 바텐더 일을 하던 바이 뤄롱이 돌아왔다. 정장들은 당주가 유괴범에게 되도록 위해를 가하지 말라 했다며 꺼지라 했으나 도리어 뤄롱의 압도적인 전투력에 전멸한다.*64 그리고 바이 뤄롱에르고에게 을 심은 자의 제자라 에르고를 붙잡으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래서 싸우게 된다.*65 몇 번 공방을 주고 받다가 에르고가 환수로 자신의 몸을 붙잡자 그 때를 노려 환익의 힘으로 아키라를 안고 날아 에르고까지 대리고 도주해 버린다.*66

에르고의 저항으로 3명은 아직 미완성인 43층 그랑 도쿄 ・노스 타워에 추락한다.*67 바이 뤄롱에르고와 자신이 친구라는 점을 어필하며(에르고가 노래하는 걸 좋아하거나 맨날 중요할 때 없어져서 찾으로 다녔다던가 에르고가 뤄롱을 루오라고 불렀다거나) 에르고가 품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을 따라오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에르고는 뤄롱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68 뤄롱이 야코우 아키라를 대리고 다니는 건 그녀가 을 되돌리는 것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 이 타이밍에 에르고의 굶주림이 강해졌다. 그의 눈에 두 사람은 진수성찬처럼 보였다. 자신의 팔을 물어뜯으며 충동을 견디려 했지만 실패했고*69 둘의 싸움이 벌어졌다. 환익에 상처를 입은 에르고가 제천대성의 팔을 뽑아든다.*70 무시키에게 사용했을 때와 달리 수신의 요람은 하늘도 바다도 분노의 붉은 색으로 가득했고 선행자는 불길을 뿜어내며 미쳐 날뛰곤 에르고의 의식을 삼켜 버린다.*71 폭주하는 신완에서 나온 갈고리 발톱은 마검, 성검에 뒤지지 않을 예리암과 신비를 갖추었다. 이를 상대로 뤄롱이 사상건문을 이용해 파워업한 환익으로 받아쳤고 둘 다 기절해 버렸다.*72

야코우 가문에서는 아키라가 발견되었으나 또 놓쳤다는 소식을 듣고 2세가 아키라를 찾을 만한 존재인지 시험해 보곤 만족해서 아키라를 찾아달라 한다. 2세는 하루 이틀 내에 답변하겠다 한다.*73
2세가 일본 독자 마술에 주목한 건 그들의 마술이 과의 접속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니 접속을 끊는 방법도 전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레이 안의 아서왕이나 에르고 안의 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식이 된다.*74
이러저러한 이유로 의뢰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2세 일행은 료우기 미키야의 연락을 받고 가람의 동에 들르게 된다.*75 2세는 일본에 도착해서 에르고에게 휴대폰을 상비하라 했고, 료우기 미키야에게 에르고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도쿄 부근에서 이상한 빛이 나타났다는 SNS를 보고 미키야는 에르고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걸 야코우 아키라가 받아서 일단 가람의 동에 아키라와 바이 뤄롱, 에르고를 옮긴 것이다.*76

에르고의 제작에 참여한 자들 중 방황의 바다가 마지막 순서를 받은 건 그들에게 에르고가 필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이 뤄롱의 정체는 에르고의 후계작이다. 그리고 방황해의 실험 목적은 협력자인 아틀라스원무시키와 일치하지 않으며 뭔가 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실험에 야코우 아키라간타이에르고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라 둘 다 얻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느낌이다. 굉장히 조잡한데 이는 행동이 이로정연할 수록 아틀라스원분할사고에 계획을 읽히기 때문에 정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77
뤄롱은 모든 정보를 불면 아틀라스원에게 파악당할 테니 모든 걸 밝히지 않고 에르고를 내놓으라 한다. 2세는 제자를 팔아넘기는 건 신념에 어긋난다며 거부했고 서로 싸움 직전까지 간다.*78 이 상황은 료우기 미키야가 뤄롱에게 가람의 동을 숙소로 넘겨주는 걸로 흐지부지된다.*79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언제나처럼 로드 엘멜로이 2세바이 뤄롱의 비밀을 해체했고, 동시에 야코우 아키라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야코우 아키라가 납치되기 몇 달 전, 바이 뤄롱의 스승인 지즈가 야코우를 방문했다. 아코우의 도박장에서 돈을 긁어담는 것을 보고 아카네가 직접 대접했다. 지즈는 아카네에게 머지 않아 자기 제자가 이 곳에 와서 곧 다음 대 쿠로히츠가 될 아키라를 납치하러 올 테니 그걸 막아내면 자기 제자를 맘대로 해도 좋고 못 막으면 자기네가 쿠로히츠를 맘대로 하겠다는 내기를 제안한다. 지즈의 내기에 대한 지론을 들은 아카네는 딱히 손해 볼 것 없기도 해서 이를 받아들였다.*80

아키라의 몸에서 나온 암흑의 늪에서 고래 같은 환수가 출몰해 아키라와 바이 뤄롱을 삼키려 했다.*81 에르고의 환수와 뤄롱의 환익이 힘을 합쳐 상승 효과를 발휘해 암흑의 공간을 해체하려 하나 이 술식의 핵은 아키라의 간타이라 해체하면 그 반동으로 아키라가 죽는지라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 하게 된다.*82 이를 일으킨 건 아직 2할의 간타이가 남아 있던 야코우 유키노부였다. 곧 암흑의 공간은 두 사람을 삼키고 작은 사이즈의 입방체로 압축되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야코우와 싸우기 보다 순응하기를 택했고 야코우들은 입방체를 회수해 간다.*83 그렇게 잡혀온 뤄롱은 지즈가 자신을 갖고 내기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입방체는 쿠로히츠의 술식을 쓴 것으로 뤄롱이 무턱대고 입방체를 부숴 아키라를 죽여버릴 것을 염려해 최대한 아끼던 수였다. 아무튼 잡힌 뤄롱은 자길 잡으면 맘대로 해도 좋다는 지즈의 내기같은 건 지킬 생각이 없으며 자신이 아키라를 빼돌린 건 도와달라는 말을 들고 돕고 생각해서 했다 하며 환익을 이용해 머지않아 자신이 이 입방체를 부수지 않고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걸 본 아카네는 의식을 서두른다.*84 사실 지즈는 뤄롱의 몸 속에 패스를 연결해 놓았고 내기에서 지면 그것이 종양처럼 내부를 좀먹어 영핵을 파내 무력화시키게 준비해 두었다. 그것이 발동하자 뤄롱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85 그리고 아카네의 명령에 따라 아키라가 뤄롱을 먹어치우려 했다.*86

위에서 언급한 대로 유키노부가 의식을 망치자 아카네는 방황의 바다와의 계약을 파기했다.*87 그리고 아키라는 유키노부가 좋을 대로 하라고 했지만 계속 참게 해 놓고서 이제 와서 좋을 대로 하라고 하자 뭘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족이 모여있을 적의 행복한 기억 조차 유키노부의 변덕 같은 것임을 알고 기댈 곳이 없어져 딱 하나 남은 마음의 안식처인 바이 뤄롱을 먹어버리기로 한다.*88 자신을 뜯어 먹는 아키라에게 뤄롱은 자신을 먹어서 만족할 수 있다면 먹으라 했고 그걸 들은 아카네가 정신을 차린다. 마침 아카네가 지즈와 한 계약을 파기한지라 영핵(심장)을 되찾아 입방체에서 나오는 데 성공한다.*89 그렇게 대강의 일이 마무리된 것 같았지만 많은 힘을 소모한 뤄롱이 식신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즈는 뤄롱이 식신충동이 올 경우 굶주림과 내기의 계약 사이에서 미쳐버릴 테니 굶주림을 우선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2세 일행과 싸우게 된다.*90*91 의 힘을 해방한 둘의 싸움은 호각이었지만 뤄롱은 용종의 노심이 있고 에르고는 마력을 추가로 보충할 수단이 없어 뤄롱 쪽의 승기로 기울었다.*92 그 때 그레이롱고미니아드의 본래 권능인 세계의 텍스쳐를 붙들어매는 걸 끌어내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를 발동하여 뤄롱의 노심을 붙들어매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93

그러자 지즈가 나타나서 2세 일행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유도해 왔다고 이야기한다.*94 자기가 직접 에르고와 만나는 건 계약 위반인데 예정대로 아틀라스원에르고를 회수해버리면 재미 없다며 이번 일을 꾸몄다 한다.*95 2세는 이 쯤에서 제거해 버리려고 했는데 야코우 아키라가 뤄롱에게 의지하는 것을 보고 기분 잡쳤다며 자기가 내기에서 이겼으나 아키라를 받아가는 대신 아키라에게 새겨진 간타이의 절반을 야코우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아키라에게 남은 절반의 간타이로 뤄롱의 식신충동을 억누르는 것으로 합의를 보자 한다. 2세는 료우기 미키야와 겐마와 약속했다며 아키라를 다치게 하지 말아달라 하고 뤄롱이 그걸 받아들였다. 다음에 만날 때 까지 뤄롱을 단련시킬 테니 그 쪽도 힘을 조율하라 한 후 공간전이해서 떠나버린다.*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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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終更新:2023年11月25日 10:43

*1 각주예시

*2 "미키야 씨는, 야코우는 료우기의 먼 친척 같은 것이다, 라고 하셨죠." "그래서, 유괴 사건의 해결을 도와달라고 부탁받았다, 라고도 말이지. 물론, 야코우가 마술 가계라면, 경찰에 통보하지 않는 건 평범한 일이지만." 신비의 은닉, 이라는 룰이 있다. 마술사인 자, 신비의 실재를, 일반에 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경찰을 개입시켰다간, 당연히 이 룰을 깨는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귀찮은 일은 집안에서 처리하거나, 시계탑 등의 상부 조직에 의뢰하는 것이 정례가 되어있으며, 비슷한 경위로 스승님에게 얘기가 들어온 적도 많았다. 엘멜로이 가의 막대한 빚 때문에, 이런 의뢰를 받는 것이, 당시의 스승님에게는 가장 벌이가 좋은 일이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 기슭에서 이어진 언덕길에 들어서, 다시 10분 정도 달렸을 무렵, 갑자기 거대한 건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새카만── 도료로 칠했나 싶을 정도로, 검은 저택이었다. "여기가, 야코우의 저택인가요?" 어제의, 미키야가 안내해준 산뜻한 저택과는, 비교도 안 된다. 참으로 투박한 대문도 그렇고, 언뜻 봐서는 끝이 어디인지도 모를 정도인 회반죽으로 된 벽도 그렇고, 자릿수가 다른 규모다. 산의 분위기와 혼연일체가 된 모습에, 압도당해버릴 듯 하다. "아니. 이건 그냥 입구다."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입구? 그게 무슨." "안쪽에 여러 건물이 있는 것이네. 이 산이, 통째로 야코우의 집이라는 말이지." 경악을 삼키고, 다시 건물을 바라본다. 확실히, 문 저편에는, 복수의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하나같이 상당히 옛날에 지어진 것은 분명하다. "덧붙이자면, 아까 전의 길부터 쭈욱 사유지였다는 모양이야. 그러니까, 이 나라의 지도에도 제대로 기재되어있지 않다는 모양이지. 과연, 이 면적과 역사 정도 되면, 이것도 어엿한 결계가 되겠지." 결계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스승님은 곧잘 말씀하신다. 흔히 말하는 마술적인 것. 반대로 과학적인 것. 인간의 심리에 호소한 것. 이 산의 경우에는, 역사나 법률을 방패삼은 결계가 될까. 아무튼 간에, ​저쪽​과 ​이쪽​을 구별해서, 타인의 왕래를 허용치 않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 규모가 되면, 거의 소국의 국경이 아닐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 "아마도, 야코우라는 조직은 호족의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겠지." "호족이라는 건, 지방의 유력자였던가요." 스승님이 끄덕이고, 운전하는 차가 문을 지나친다. 그 너머에도, 한참 길이 계속됐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산이라는 건 일종의 치외법권이라서 말이지. 그래서, 해적과 반대로 산적이라고 부르거나 하는 것이지. 일본의 경우에는, 근세에 이르러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영웅이 막부를 연 뒤에도, 산 안쪽에는 독자의 질서(룰)가 존재했지. 같은 일본이면서도, 일종의 산 안쪽은, 거의 다른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는 것이네." "그렇다면, 산 전체가 결계같은 것인가요." "물론, 그렇지. 불교(부디즘)에서도, 영산(お山) 같은 식으로 말할 정도라서 말이야. 산 뿐만 아니라, 국경도 문화도 언어도, 전부 결계의 구축요소가 되지. 우리들은 항상 뭔가를 단락 짓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자들이니까." 뭔가를 단락 지으면서, 살아간다. 그 말투는, 어째선지 자신에게 마술사의 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근원에 대해 떠오르게 했다. 스승님 같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현대의 온갖 것들은 근원에서 분기되어, 태어난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 분기란, 즉 뭔가를 구별하며 살아간다, 라는 이야기와 거의 동질인 것이 아닐까. 우리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근원 또한 단락 지어진 것이 아닐까. 참으로, 중대한 것에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착각일 지도 모른다고, 실마리를 풀어가며 생각하고 있는데, 겨우 새로운 건물이 보여왔다. 처음의 문과 마찬가지로, 칠흑의 건물이었다. "……철저하군." 이라며, 스승님이 중얼거리실 정도였다. 벽도, 문도, 기둥도, 지붕의 기와 한 장 한 장까지도, 끝없이 검다. 마치, 지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일어나, 그대로 저택으로 변한 듯 하다. 한여름의 눈부신 햇살도 어우러져, 너무나도 이질적인 구조물로 비친다. 대각선상에는, 세 개 정도 토장이 지어져 있었는데, 그마저도 전부 검었다. 약간 떨어진 장소에 자갈이 깔려있어, 몇 대인가 차가 세워져 있다. 자신과 스승님도 거기에서 내린다. 에어컨이 틀어져있던 차내에서 나오니, 윽, 하고 참을 수 없는 열과 습도가 밀어닥쳤다. 흙과 녹색의 냄새가 섞여있다. 산의 냄새다. 같은 산이라도, 언제나 어쩐지 한기가 달라붙는 듯한 웨일즈와는 다른, 이 나라의 냄새. 이 나라의 더위. 다시금, 제2의 문 앞에 선다. 노크도 초인종도 필요 없었다. 천천히 문이 열리고, 자신과 스승님은 뜻밖의 것을 보게 되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길 양쪽에 늘어서 있던 것이다. 헤어 스타일은 제각각이었지만, 전원이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한여름의 낮인데도, 마치 더위도 느끼지 않는 듯 하다. '……재패니즈 마피아.' 스승님이 말했던 것을 떠올린다. 료우기의 먼 친척이라면, 이 야코우도 그런 것일까. 스승님은 호족의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 아닐까 하셨지만, 그런 지방의 유력자가 이윽고 야쿠자가 되었던 걸지도 모른다. 이 나라에 대해서 자세하지는 않지만, 정부 기관에 흡수되지 않은 유력자가, 반체제적인 형태로 자기구축하는 것은 참으로 그럴싸하게 여겨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 "린 씨, 그 새로운 신님이라는 건." "물론, 그렇게 되겠지. 처음에 쿠치나와 이야기를 했잖아? 일본의 뱀 신앙은 오래됐고 폭 넓지만, 여기까지 확실하게 땅을 기는 뱀의 이미지라면 급격히 한정돼버려. 메이저한 건 넷 정도네. 사람 머리에 뱀 몸통이라고 전해지는 우가진(宇賀神), 중부 지방에 신앙이 폭넓은 미샤구지(ミシャグジ), 그 미샤구지와 연 깊은 무신 타케미나카타(タケミナカタ)." 거기서, 린은 말을 끊었다. 네 위의, 뱀신. 굳이 하나를 남긴 이유는, 자신도 알 수 있다. "그럼, 야코우의 신은." "오오나무치(オオナムチ)." 그 울림은 무시무시하게, 해 질 녘에 울려퍼졌다. "다른 이름으로 오오쿠니누시(大国主), 오오쿠로누시(大黒主), 야치호코노카미(八千矛神), 카쿠리요노오오카미(幽世大神),성질이 다른 곳에서는 마찬가지로 뱀신인 오오모노누시(大物主)와 동일시되곤 해. 아까 말한 이나바의 흰 토끼에서는, 다이코쿠 씨(ダイコクさん)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으려나. 아마츠카미(天津神)에게 쿠니유즈리(国譲り)를 행하고, 상세── 토코요(常夜)의 주인이 된 신. 응, 오오나무치라면 신앙은 틀림없이 남아있어. 야코우가 전하고 있는 건, 그 원류에 가까운 신이겠지." "알고 계셨나요." "8할 정도, 려나. 방금 말한 셋 중에서도, 상자나 밤에 관련이 깊다고 한다면, 오오나무치로 한정되는걸. 그래도 확신한 건, 이 산에 오고 나서. 알기 쉬운 이름이나 키워드는, 외부에서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미스 리드, 라는 경우도 있는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 어린 아이가, 텐트에서 얼굴을 내민 것이다. 7살이나 그 언저리일까.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자라있다. 졸린 듯이 눈꺼풀 주변을 비비고, 곧바로 주위를 뒤지기 시작한다. 엎드린 채로, 몇 번이고 얼굴을 흔들면서, 있을 터인 상대를 찾아내려고 한다. 오렌지색 텐트에서 기어나와, 다시 한 번 부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 "아키라 군이, 성별을 알기 어렵게 한 것도, 누구한테서 도망치고 있어서려나?" ​루오​의 표정은 변하지 않지만, 아키라의 시선이 한 순간 흔들렸다. "그런 거 말이야, 나, 의외로 민감하거든. 아, 그래도, 민감하니까, 이렇게 돼버린 걸까나. 둔감한 편이 좋았으려나아. 좋았던 거겠지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 아무리 외쳐봐도, 아무리 울부짖어도, 그들은 신님의 파편이라는 것을, 아키라의 몸에 파묻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을 거듭해도 익숙해지는 일은 없고, 필경, 인간의 몸이란 이만한 아픔이 담긴 고기주머니였던 것이라며, 기가 막힐 뿐이었다. 대체, 얼마나 거듭했던가. 도저히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이식과 이식 사이에, 산에서 내려보내졌을 때의 일이었다. 당시의 아키라는, 필사적으로 의식을 산만하게 했었다. 생각해보면, 더이상 자신은 아픔의 고기주머니일 뿐이다. 달리 어떤 시간이 있던, 어떤 생각을 하던, 그 아픔이 기다리고 있다면 의미는 제로다. 가치는 제로다. 살아가는 것은 그저 아픔의 연속이고, 그렇다고 해서, 죽을 수 있을 정도의 마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느닷없이, 그 무거움이 편해진 것이다. 쭈욱 자신을 짓눌러왔던 것이, 뭔가에 겁을 먹고, 떠나버린 듯 했다.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무게의 절반 정도가 없어져서, 너무 놀란 나머지 아키라는 굴러 떨어져버렸다. 그 때까지, 자신이 누워있는 것이, 침대라는 것조차도 의식하지 않았었다. "아……." 작게, 아키라는 신음했다. 땅을 기어서, 밖으로 나간다. 낡고, 넓은 집이었다. 주위에는, 거의 주택다운 주택이 없다. 아키라의 영적 장해가 주위에 피해를 주지 못하게, 야코우도 배려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 배려가 친지인 아키라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지만. 길고 가느다란 삼나무가, 잔뜩 자라있다. 그 틈새로, 달이 나와있다. 둥근 달이다. 새하얀 빛을 쬔 채로, 오야마의 사람들이 전부 쓰러져있다. 피는 나지 않았다. 아마 죽은 사람도 없었다, 고 생각하지만 모르겠다. 그 때의 아키라는, 중앙에 앉아있던 남자에게, 눈길을 빼앗겨 있었기 때문이다. "…………." 갈색 피부. 어두워도 알 수 있는, 나긋나긋하고 늠름한 육체. 청춘을 구가하는 듯한, 젊디젊은 옆모습이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휘잉, 하고 하얀 머리카락이 초여름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이상한 상황인데도, 그 입술 끄트머리가 즐거운 듯이 치켜올려져 있었다. 예쁘다, 라고 생각했다. 남자에게는, 처음 느낀 감상이었다. 너무나도 기쁜 듯이 달을 바라보고 있어서, 한동안 아키라도 그 옆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발랄한데도, 서글픈 곡이었다. 웃고 있는데도, 울고 있는 듯한 선율이었다. 지평선으로 가라앉는 달을 쫓아, 어디까지고 초원을 달려가는 말을, 아키라는 상상했다. 훅, 하고 구름 너머로 달이 숨었다. 그러자, 겨우 남자는 아키라를 돌아보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 유괴범이라서 말이야. 아니, 아직 실행하지 않았으니까, 유괴범 견습이 되려나?" 라느니, 웃기는 소리를 한 것이다. 달이 숨은 덕분에 눈치챘는데, 남자의 등에는 예쁜 날개가 자라나있었다. 아마도, 보통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아키라에게 덮여있던 무언가는, 그 날개에 겁을 먹은 걸지도 모른다, 하고 어쩐지 모르게 납득했다. 옛날, 유화인지 뭔지로 봤던 천사와 닮았다. 하지만, 천사도, 이 사람만큼 상냥하지는 않다. 그럴 것이, 이렇게 말해줬다. "어때, 시험 삼아 한번 납치당해보지 않을래?" 이상한 것을, 진심으로 묻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오야마의 사람의 동류라면, 이쪽에게 뭘 하고 싶냐는 건, 절대로 확인하지 않는데도. 그럼 좋아, 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를." 겨우, 목소리가 나왔다. 계속 말하지 않았던 것을, 그 때까지 잊고 있었다. 그럴 것이 그런 기능은 필요 없었다. 말하기 위해서 뭔가를 생각하면, 또 아픔으로 가득해져 버리지 않는가. 하지만. 그 사람은, 기다리고 있어줬다. 메인 목이 계속 굳은 채였는데도, 이렇게나 예쁜 사람이, 저렇게 서글픈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던 사람이 기다려주었다. 또 다시, 달이 나왔다. 곤란한 듯한, 상냥한 미소가, 마지막으로 등을 밀어주었다. "나를── 잡아가 줘(구해줘)." 그 말을 입에 담은 것은, 야코우 아키라로서도,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 ……그리고, 이렇게도 생각한 것이다. 두 번 다시, 헤어지고 싶지 않다. 두 번 다시, 떼어놓고 싶지 않다. 좀 더 작아져서, 뤄롱한테 먹힐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혹은. 뤄롱을, 먹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 "우리 손녀가, 어째서 그렇게 마음에 든 거지?" 딱 잘라서, 상자는 답한다. "도와줘, 라는 말을 들었거든." "그 뿐인가?" "그 뿐이야." 다시금 질문한 아카네에게, 뤄롱은 질린 듯이 답한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이, 눈에 보일 듯한 목소리였다. "도와달라는 말을 듣고, 내가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으니 신경을 쓰도록 하자, 라는 느낌으로 말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 것 따윈, 이 행성(별)에는 없잖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저택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기다려주십시오, 아카네 님." "아니, 못 기다리지. 일부러 와주셨는데, 이쪽이 안방에서 거드름 피우고 있을 수도 없잖나? 그 료우기가, 설마 시계탑과── 그것도 군주(로드)와 인맥을 만들 줄이야. 하하하, 시원찮아 보이는데 제법이잖나, 그 사위." 가면은 쓰지 않았다. 두르고 있는 것은, 상복처럼 보이는 검은 기모노였다. 요염한 광택이 나는 천은 비단일 것이다. 은색 띠 이외에는 무늬가 없어서, 저택과 마찬가지로 햇살을 빨아들이는 듯 했다. 5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부인이, 말리려고 하는 주위 사람들을 뿌리치며, 곧바로 이쪽으로 향해온 것이다. "당주님이십니다." 라면서, 야코우 유키노부는 눈을 내리깔았다. 스승님이 돌아보며, 한쪽 눈썹을 찡그린다. "당신이." "그래." 하고는, 부인은 눈을 반짝거렸다. 주름이 눈에 띄고, 머리카락은 반쯤 하얗게 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 깃든 경렬한 의지만은, 젊었을 적부터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야코우 아카네라고 하네. 로드 엘멜로이 2세── 아아, 아니지. 최근에는 약탈공 쪽이 잘 통한다던가?" 어딘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부인은 그렇게 말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 야코우 아카네의 아들, 야코우 유키노부. "수고하셨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 "야코우 유키노부를 알고 있지?" "……앗, 네." 약간 늦게,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코우 아카네의 아들. 쿠로히츠에 갇힌, 뤄롱과 아키라를 회수하러 온 상대였다. "나는, 그 녀석의 형에 해당하거든." 그 말에 에르고가 한 순간 경직되고, 2세는 침묵했다. "과연 군주(로드)는 놀라지 않는구만. 여기까지 올 정도니까, 당연히 알고 있었나." "시계탑의 정보망, 이라는 건 아니지만요." "흐응? 뭐어 야코우를 나온 것도 상당히 전이라서 말이지. 그 이래로, 양자가 된 토보리 일족의 성을 쓰고 있지. 지금 와서는 야코우 겐마였을 때보다, 토보리 겐마인 시기가 더 길 정도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 역사의 짜임새에 따라 만들어진, 따르지 않는 자들. 하지만. 자신과 스승님이 할 말을 잃은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돌아본 남자들의 얼굴은, ​전부 가면으로 덮여있던​ 것이다. 아마도 일본의 민족적인 물건이겠지. 이전에 스승님과 함께 런던에서 봤던 노가쿠의 배우가, 비슷한 가면을 썼다고 생각된다. 같은 표정일 텐데도, 약간의 음영 차이로, 울고 있는 것으로도 웃고 있는 것으로도 화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는, 기묘한 가면. 그런 가면을 쓴 검은 옷의 남자들이, 시계장치처럼 이쪽을 돌아보고,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윽!"   너무나도 비일상적인 광경에, 솔직히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 가면 쓴 남자들에게 이끌려, 자신과 스승님은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안쪽도, 참으로 까맸다. 기동도 벽도 밖에서 본 대로였고,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거인의 내장이 파고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향목을 태우고 있는지, 신기한 냄새가 차있는 것도, 그런 인상을 강하게 했다. 몸 안쪽까지, 침식되어가는 듯한 색과 향기. 앞뒤로 따라붙은 검은 양복의 가면도, 그것을 조장하는 듯하다. "다들, 계속 가면을 쓰시는 건가요……?" "하하, 그럴 리 없잖나!" 조심조심 물은 자신에게, 부인은 껄껄 웃었다. "이건 일종의 의식이야. 시계탑이라면, 좀 더 본격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일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지구의 뒤쪽에서는, 물도 흙도 공기도 달라. 당연히 마술도 다르지. 뭐, 우리들은 마술이라고는 그다지 부르지 않지만 말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 "…………윽!" 동요를 억누른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가면이 벽에 걸려있었던 것이다. 하나나 둘이 아니다. 수십, 어쩌면 백에 달하는 게 아닐까 싶은 가면들이, 새카만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전부 다 검은 양복들이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목조 가면이었다. "취미가 나쁜 것은 용서하게나. 뭐, 마술사라는 건, 어디에서나 악취미한 것이지만." 여기까지 데려온 가면 쓴 검은 양복들이 돌아가고, 아카네는 방 안쪽에 앉았다. 이쪽도, 앉으라고 재촉한다. "노멘(能面)……. 그것도 캇시키(喝食)나 이마와카(今若) 등, 남자 가면 뿐이군요." 스승님이, 벽을 보면서 말했다. "헤에, 알아보는 건가." "영국에서도 노가쿠의 공연이 있었던지라. 아름다운 극이었습니다." "그래, 시계탑의 군주(로드) 씩이나 되면, 일반 사회에서도 나름대로 마주치는 건가. 대부분이 조용히 뒤에 틀어박혀있는, 우리 나라하고는 엄청 다르군 그래." "신비는 은닉해야 한다, 라는 최우선 사항은 다르지 않겠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 이를 악물고 있는 아들에게 등을 돌리고, 아카네는 벽을 바라본다. 처음으로 떨기 시작한 얼굴을 떼어낸다. 손가락 안쪽에 기묘한 감각이 있었다. 가면 뒤에, 사람의 피부가 달라붙어있기 때문이라는걸, 아카네는 알고 있다. 본래 주인에게서 벗겨지고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것은 아직도 싱싱했다. 유키노부에게서 막 벗겨낸 피부를, 거기에 붙였다.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대로, 힘껏, 얼굴에 갖다댄 것이다. "아아!" 부인의 몸이 경련한다. 그럼에도 가면을 갖다댄 손가락만은 떼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몇번이고 부들부들 떠는 가면의 옆모습은, 홍소를 터뜨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등 뒤의 유키노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를 응시하고 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으로도, 열락으로도 들리는 목소리였다. 금세, 강렬한 냄새가 방에 진동했다. 녹슨 냄새였다. 아카네의 얼굴과 가면의 틈새에서, 대량의 피가 뚝뚝 흘러넘쳐, 검은 기모노에 퍼지고 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 "아직, 쓰지 마라." 라며, 제지했다. "내 얼굴이 이렇게 된 것도, 옛날에 장난으로, 그걸 써본 탓이야." 라며, 자신의 가면을 벗은 것이다. 오른쪽 위만 덮고 있던 그 가면의 밑이 드러나, 에르고가 경직됐다. 곧바로, 겐마가 가면을 되돌렸다. "이렇게, 피부를 거의 가져가서 말이야. 흔히 말하는 살에 달라붙는 가면이라는 건데, 그 녀석은 자신의 의사를 갖고 있어." 꿀꺽, 하고 에르고가 침을 삼킨다. 가면을 손에 든 채로, 묻는다. "야코우의, 다른 사람의 가면도 그런 건가요?" "아니, 그 녀석들 건 형식적인 거야.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일단 끼워맞춰주겠다, 정도지. 범인이 신님의 권능을 받는다면, 적어도 신님과 닮은 쪽이 편하잖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 모두들, 미동도 하지 않는 와중, 한 사람만이 걸어나왔다. 유일하게, 그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다. 오른손을 삼각건으로 고정하고, 붕대를 감은 남자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로드 엘멜로이.""미안하지만, 2세를 붙여주게. 내 어깨에는 무거운 이름이라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 말은 올곧고 정중하지만, 목소리의 바닥에 압력이 깃들어있다. 폭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인간 특유의 압력이다. 최근 수 년 동안, 자신도 그런 상대와 접촉하는 일이 늘어서, 독특한 기척을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연령은, 스승님과 같은 30대 전반 정도일까. 짧게 깎은 머리카락도, 꾹 다문 입술도, 정장 너머로도 명백히 보이는 굳건한 육체도 인상적이지만, 그 중 제일은 미간에 세겨진 자상 흉터겠지. 비스듬히 그어진 상처는 꽤 오래된 것인 듯 하여, 옅은 색으로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자네의 이름은?" "야코우 유키노부, 라고 합니다." 스승님이, 살며시 눈을 부릅 떴다. "야코우의 후계자가 직접 마중해주실 줄이야." "유감스럽지만, 그 평가는 옳지 않을 듯 합니다." "호오? 내가 들은 바로는, 최근 수 년 동안 사실상 당신이 야코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이런 말도 듣지 못하셨습니까.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사소한 일로, 후계자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깁스한 남자의 말은, 결코 비하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단순히, 정해진 사실을 담담히 털어놓는 말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 "그러니까, 유키노부는 예외였던 거야." "예외? 하지만, 지금 이야기대로라면, 야코우는 극히 엄격한 조직이잖아요. 아무리 차기 당주라고는 해도, 간단히 예외를 허용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너무 천재였으니까." 에르고의 질문에, 겐마는 명확한 정답으로 답했다. "수 세대는 커녕, 최근 수백 년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천재였던 거야. 순번으로 따지면, 내가 야코우를 이어받을 터였지만, 그런 게 태어나자마자 바로 철회될 정도로 말이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하늘을, 걸었다." "하늘?" "말 그대로의 의미야. 여섯 살인가 좀 안 됐던가 했을 무렵, 사뿐사뿐, 하늘을 걸어다닌 거야. 나중에 본인한테 물어봤더니, 순진하게 웃으면서,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엄청 재밌었다, 라고 한단 말이지. 댁의 나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쪽에서는 하늘을 나는 건 선인의 증거로서 존경받거든." 시계탑에서도, 그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가진 증언이었다. 마술은 거의 만능이다. 제한은 아무튼 많지만, 그 규모와 술식이 미치는 범위에서는 대부분의 일이 이루어진다. 그러한 마술에서도, 특히 제한이 성가신 게 비행이었다. 작은 돌을 띄우는 정도라면 간단한 것이지만, 자기 몸을 띄운다면, 어지간한 마술사라도 힘들다. 확실히 공중을 걸어다닐 정도가 되면, 시계탑에서의 사실상 최고위── 색위(브랜드) 정도의 실력이 요구되겠지. 일본과 서양은, 마술의 평가도 방식도 완전히 다르지만, 야코우 유키노부는 여섯 살 무렵에는 그만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는 것인가. 꿀꺽, 하고 2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에르고의 귀에 크게 울려퍼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 야코우 유키노부【인명】야코우 가의 기린아. 시대를 잘못 타고나버린 천재. 일종의 선조회귀이다. 2권에서 존재감이 희박했던 것은, 유키노부에게는 일상. 그 천재성을 발휘해버리면, 그의 와이더닛은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었다. - 타입문 에이스 VOL.15 동봉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용어집

*21 아카네가, 입을 연다. "일단, 우리들의 마술에 대해, 알고 있으려나." "야코우를 포함한 일본 독자의 마술은, ​신의 파편​에 접속되어 있다, 라는 것 말이군요." '──엣.' 한 순간, 반응이 늦어버렸다. 분명히 지금, 신의 파편, 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역에 따라, 마술의 논리가 다르다는 것은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도 과한 변화가 아닌가. 아니. 그래서, 일본에 온 것인가. 자신에게 잠들어있는, 아서왕(영웅)의 인자를 떼어내기 위한 방법. 에르고가 먹어치운, 신을 되돌리기 위한 방법. 일본의 마술이란, 그 두 가지와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동요를 눈치챘는지, 한 순간, 스승님의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나중에 설명하지.' 라고, 시선이 말했다. 부인은 살며시 미소를 깊게 만든다. 칠흑으로 만들어진 이 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한다. "우리들의 마술은 신을── 옛 신의 파편인 간타이(神體)를 기점으로 하고 있지. 정식으론 신장주체(神臟鋳體)라고 하네만." 신의 파편. 간타이. "하지만, 알고 있는 대로, 오래된 신비는 현대에서는 마모되지. 우리들은 진작에 시대에 뒤처진 패잔자니까 말이야. 남겨진 유산은, 아무리 귀중한 것이라도, 방치하면 썩어갈 뿐이지." 그렇다. 현대의 마술은, 신대와는 전혀 다르다. 신대의 마술은, 많은 이유로 인해, 현대에 적응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마술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흔들리지 않는 룰일 터였다. (중략) "그러니까, 우리들은 간타이가 특별한 방법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었지. 이 방법은 조직마다 다르지만 말이야. 일단, 일본(이 나라)에는 여덟 개의 간타이가 현존한다…… 까지는 시계탑에서도 알고 있겠지?" 하나씩, 야코우 아카네가 끈을 풀어간다. 서구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고유한 마술의 심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 "우리들의 경우, 쿠로히츠(黒櫃)라고 하지." "그 쿠로히츠라는 건, 인간 말입니까." 라며, 스승님이 끼어들었다. 아카네가 살짝 눈을 크게 뜨고, 스승님은 똑바로 대치한 채 계속했다. "생명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소우주(미크로 코스모스)입니다. 그렇기에, 현실인 대우주(매크로 코스모스)에서 오는 반동도, 생명의 안쪽에서는 일어나기 어렵죠." 그 이야기는, 시계탑의 강의에서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강화』가, 가장 간단한 마술 중 하나인 것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다양한 마술이, 인간의 안쪽에 흥미를 품어왔습니다. 매료되었다고 해도 되겠죠. 아즈텍의 신관은 산제물의 심장을 도려내서, 신에게 바칠 공물로 삼았습니다. 이집트에서는, 심장은 혼의 일부로 간주되어, 그 무게를 마아트의 깃털과 비교함으로써 죄의 무게를 판명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왔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주신 제우스가 아들인 자그레우스 신의 심장을 먹어치우고, 여자와 교접함으로써, 아들을 재탄생시켰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주절주절, 스승님이 늘어놓는 사례에, 자신은 숨을 멈췄다. 아들의 심장을 먹어치운다. 신을 먹어치우고 싶다는── 식신충동에 사로잡힌 에르고와, 너무나도 흡사하지 않은가. "너무 초보적이었으려나. 아니, 지식으로서는 일반적(포퓰러)인 부류지만, 그걸 엮어내는 건, 범상치 않은 통찰력의 산물이지. 여기선 역시 군주(로드)의 혜안을 칭찬할 수 밖에 없나. 특히 마지막 설화에 대해서는, 자네, 어디까지 알아보고 우리한테 찾아온 거지?" 라면서, 아카네가 머리를 긁는다. "그 말대로, 야코우의 보존 방법은 그거다. 소질 있는 자에게, 신체를 이식한다. 이 이식된 인간을 쿠로히츠라고 부른다는 거지. 군주(로드)에게는, 이 경우의 히츠(櫃)의 의미를 말할 것까지도 없겠지?" "유체를 넣는 관을, 이 나라에서는 카라히츠(屍櫃)라고도 부른다던가요. 또한, 이 나라에서의 죽음의 이미지는, 거의 검정(黒)으로 나타납니다.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쿠로케가레(黒穢れ), 쿠로후죠(黒不浄) 등으로 부른다던가." 거기서, 한 박자 쉬고나서,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즉, 쿠로히츠란, 신의 유체를 넣기 위한 이름이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겠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 절실한 한숨은, 지금의 환시를 반쯤 예기하고 있었다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이봐." 하고, 말을 걸었다. 곧바로 등 뒤의── 마찬가지로 검은 장지문이 열리고, 한 명의 남자가 무릎을 꿇은 채 나타났다. "아카네 님." 대기하고 있던 것은, 아들인 야코우 유키노부였다. 귀신 기와같은 얼굴에, 결의와 비슷한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행을 시작한다. 뒷일은 네게 맡기마." "알겠습니다." 유키노부가 끄덕인다. "나머지 간타이도 넘겨라." "네." 이번에도, 끄덕인다. 유키노부가 오른손의 삼각건을 풀고, 깁스 위에서 왼손으로 두들겼다. 간단히 깁스는 박살나고, 안쪽을 드러냈다. 그 피부 대부분이, 무참하게 벗겨져있던 것이다. 남은 부분에는, 기이한 문신같은 각인이 맥동하고 있었다. 비유가 아니다. 정말로, 각인은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유키노부 본인과는 다른 생명체로서, 남자의 피부에 기생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그렇게 말한 아카네의 손에, 단도가 쥐어져 있다. 이것도 의식을 위해 갖춰진 물건이었다. 아들의 손목을 쥐고, 그리 힘을 넣은 것 같지도 않게, 칼날을 휘둘렀다. 짧은 비명과, 살을 베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 야코우 아카네의 아들, 야코우 유키노부. "수고하셨습니다." 고개를 숙인 유키노부의, 오른손의 깁스를 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당신이, 전의 쿠로히츠였던 겁니까." "……예, 곧 있으면 역할을 끝낼 수 있을 참이었습니다." 라며, 유키노부가 긍정한다. 한 순간, 목에 쥐가 났다. 조금 전까지 야코우 아카네가 이야기했던 내용이 리프레인된다. 신을 보존하기 위한 관(그릇). "그럼, 그 깁스는." "서양마술의 마술각인에도 똑같은 게 일어나겠죠. 신체의 거부반응이라는 겁니다. 8할 정도 벗겨낸 지금도, 팔의 기능이 돌아오지 않은지라, 추태를 보였습니다." 마술사란, 가계째로 마술에 주박되는 것이다. 긴 역사를 가진, 우수한 가계일 수록, 꼼짝없이 묶이고 만다. 마술각인이란 그러한 주박의 상징이었다. 몇 대나, 몇십 대나, 선조가 하나씩 답습해온 연구의 성과가, 마술각인에는 기록되어 있다. 각인을 이어받은 자는, 이러한 기록과 성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대신에, 그 각인의 계보를 잇는 것이, 자신의 인생으로 뒤바뀌어버리는 것이었다. '……즉.' 야코우의 마술에 있어, 쿠로히츠란 비슷한 것이겠지. 비슷하다는 것은, 이 경우에는 똑같지는 않다는 의미다. 세세한 차이지만, 참으로 치명적이 되어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자신들에게 있어서일지, 아니면 그들에게 있어서일지. 스승님이 묻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 "후후, 기대대로야. 그리고 다음의 쿠로히츠는 아키라인 게야." 한 순간,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녀의 말을, 스승님도 몇 초에 걸쳐 음미하고 있었다. 카라히츠. 쿠로히츠. 신의 유체를 넣기 위한── 보존하기 위한 관. 가늘고, 길게, 스승님이 숨을 내쉬었다. "그 말인즉슨." "이야기한 대로지." 라고, 야코우 아카네의 머리가 끄덕거린다. 어딘가 황홀한 미소를, 그녀의 입술은 띄고 있었다. "아키라의 신체에는, 지금 조금씩 간타이를 이식하고 있는 도중이거든. 다음 여름 축제까지는 이식이 끝날 거라는 계산이지. 그래서, 방황해 발트안데르스는 그걸 노린게 아닐까 하고, 우리들은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방황해는,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조직 중 하나다. 그렇다면, 납치된 야코우 아키라가 신을 보존하는 쿠로히츠였다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일 리가 없다. 에르고가 방황해의 마술사와 함께 행방불명이 된 사건과도, 분명 연관되어 있을 테지. "어떤가?" 수 초의 간격을 두고, 야코우 아카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이 아키라를 되찾는 걸 도와주겠는가? 로드 엘멜로이 2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 "그러고나서 십수 년 정도 뒤인가. 그 녀석이 결혼했어." 겐마가 말을 계속 한다. "거의, 오야마를 나와본 적이 없던 그 녀석이지만, 간타이의 거부반응이 나오기 시작해서 말이야. 이건 술사로서의 재능과는 또 별개야. 치료를 위해 마을에 내려갔을 때, 한 눈에 반한 모양이야." 생각치도 못한 프레이즈에, 에르고가 어리둥절했다. "그 뒤로 수 년은, 그 녀석에게 있어 제일 행복한 시기였겠지. 아직도 억지가 통했거든. 오야마 근처에 작은 집을 만들고, 아내는 거기에 살게 하고, 야코우의 성가신 사정에서는 떼어놓고 말이야. 장녀인 메이도 태어나서, 쭈── 욱 우거지상이었던 유키노부의 얼굴이, 어렸을 때처럼 순진한 미소를 이따금 지을 수 있게 된 거야. 나도 가면을 납입할 때에는, 가끔 들렀지." 입술이 엷게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에게 있어, 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겐마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이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유키노부의, 간타이에 대한 거부반응은 서서히 심각해졌지."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이대로는 죽을 수도 있다고 해서, 어머니가 아이들한테 이식을 명했지. 하지만, 유키노부의 아내는 제대로 신비에 대해 알지 못하니까, 설명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설명해봤자, 자신을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으려는 저주를, 딸에게 이식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말이야. 한참 고민해서, 야코우에서도 압박을 받은 끝에, 아내와 이혼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아낸 거야. 아무튼 그 상태로 가다간, 아내를 살해당할 뻔 했으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 "아키라 양과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아키라는, 이혼한 아내의 아이입니다." 단적으로, 유키노부가 답했다. "자매였던 겁니다. 제가 언니인 메이를, 아내가 여동생인 아키라를 데려갔습니다." "마술사는 대부분 일자상전. 한쪽이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겁니까?" "예." 유키노부의 각진 턱이 끄덕여진다. "하지만, 메이가 급사해버려서, 아키라를 다시 데려오게 됐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 "찬성이고 뭐고. 애초에, 모친은 실종돼 있었습니다." 감정의 색을 섞지 않고, 야코우 유키노부가 말한다. "실종?" "아내는, 아키라를 육아 포기(네글렉트)했던 모양이라서요. 아아, 그녀는 애시당초 야코우 가가 신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단순히, 별난 종교 집안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 아이들의 주위에서 기괴한 현상이 계속 벌어지는 걸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이겠죠." "…………윽." 침을, 삼킨다. 일반적인 기술은 몰라도, 마술의 비오 부분은 일자상전이 기본이라고, 시계탑에서도 배웠다. 그러니까, 함께 자란 형제나 자매가 있더라도, 마술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들었다. 아마도, 일본에서도 이 기본 원리는 다름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 경우의 문제는. "아무래도 기도사(拝み屋)를 찾아간 모양입니다만, 야코우의 간타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소질은, 시정의 기도사가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연을 끊은 저희들에게 연락을 취하지도 못하고, 도망친 거겠죠. 부하가 발견했을 때의 아키라는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축제가 가까워질 때까지 이식을 하지 못한 것은, ​저것​의 건강이 이식 가능한 단계에 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윽, 당신은, 그렇게 될 거라고 알면서." 언젠가 파탄날 거라고, 알면서 방치한 건가. 대들려고 한 자신의 앞으로, 자연스럽게 스승님이 걸어나왔다. "아키라 양이, 방황해의 마술사에게 납치됐을 때의 상태는 어땠습니까." "당주님께 듣지 못하셨습니까." "당신에게 물어보는 게 빠르다, 라고 하셔서요." 이것은 정말이다. 아카네한테서, 그런 실무는 유키노부에게 일임하고 있으니까 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간타이의 이식은 본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라면서, 장정의 시선이, 자신들이 나온 저택으로 향했다. 저 안에, 마술사의 공방같은 장소도 존재하는 것이리라. "이식이 한번 끝날 때마다, 쿠로히츠가 되는 시술자는 하계로 돌려보내집니다. 이건 야코우의 산이 영기가 너무 강해서, 필요 이상의 동화가 진행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서양마술의 마술각인도, 비슷한 이유로, 제2차 성징이 끝날 때까지 분할해서 이식된다고 들었습니다만." "……대강은 그렇지요." 스승님이 인정한다. 그것을 근거로 했는지, 하얀 빛 아래에서, 천천히 유키노부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두번째 간타이 이식이 끝났을 때, 아키라는 납치됐습니다. 방황해의 바이 뤄롱은, 그 직전에 아키라와 접촉해서, 꼬드겼던 모양입니다. 납치됐을 때, 저희 부하도 뤄롱과 접촉해서, 교전했습니다. 방황해의 이름을 들은 것은 이 때입니다." "…………." 자신은,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정말로 납치된 것일까. 도망쳤다, 그런 것이 아닐까. 따끈따끈 피부를 그을리는 여름의 햇빛이, 전혀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위의 밑바닥부터 차가워지고, 목은 마르고, 손끝의 감각도 없어져버렸다. 1초라도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 "그래서, 아키라를 도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어졌어." "하지만…… 유키노부 씨가…… 아키라의 모친은 도망쳤다고……." 에르고도, 2세한테서 들었다. 야코우의 산에서 나오기 직전, 야코우 유키노부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아내는, 아키라를 육아 방기(네글렉트)했던 모양이라서요.』 ──『아무래도 기도사를 찾아간 모양입니다만, 야코우의 간타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소질은, 시정의 기도사가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연을 끊은 저희들에게 연락을 취하지도 못하고, 도망친 거겠죠.』 "……아아, 그 녀석한테서, 그렇게 들었나." 겐마의 입술이, 비뚤어졌다. "뭐,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겠지. 곤란하게도 거짓말은 아니야." "무슨 말인가요?" "그 녀석은, 너무 천재라서 몰랐던 거야." 겐마의 옆모습은, 너무나도 공허했다. "자신이라면 가능한 것이, 타인에게는 도저히 무리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지. 거의 오야마에서 내려가 본적도 없는 그 녀석한테, 그런 걸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은 없었어." "……그런 건가요." 이건, 2세가 중얼거렸다. 씁쓸하게, 못 견디겠다는 듯이 말한다. "​아키라 양에게는, 재능이 있었던 거군요​." "재능이……?" 에르고가 되묻고, 끄덕거린 겐마가 말을 이어받았다. "그래. 재능이란 축복이지만, 저주이기도 하지. 특히, 우리들 같은 생업에는 더욱 그렇지. 오야마에 있었으면 어머니의 교도로 제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고, 유키노부만큼 뛰어났다면, 자기 혼자서 어떻게든 됐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키라는 어느 쪽도 아니었지. 자신의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겁내고, 주위에 영적 현상을 일으켰다. ……아아, 적어도, 나한테라도 와줬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야." 작게, 겐마가 한숨을 쉬었다. "메이의 죽음으로 지금이라도 폭주할 것만 같았던 야코우의 내부를 어떻게든 통제하고, 유키노부는 아키라를 맞으러 갔지. 아내와 딸에게, 어떤 설명을 할 생각이었을지는, 지금 와서는 모르는 일이야. 이혼한 뒤로, 야코우가 참견하지 않도록, 일절 접촉을 끊었으니 말이지. ……결국, 그게 ​화​가 된 거야. 유키노부가 집 문을 열었을 때, 피비린내와 부패한 냄새를 맡은 모양이야. 당황해서 안으로 들어간 그 녀석의 앞에, 기도사가 피를 토하고 죽어있었어. 그 피를 뒤집어쓴 채로, 아키라는 넋을 놓고 있었다고 해. 기도사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그게 더 좋지 않았던 거겠지. 사체는 내장부터 썩어있었다는 모양이다. 아키라의 재능을 어중간하게 자극해서, 영적현상을 악화시켜버린 거겠지." 역력히, 그 정경이 떠올랐다. 토혈하고 죽은 기도사와, 그 피를 뒤집어쓴 자신의 딸. 그것은, 한 명의 부모가 정신의 균형을 잃기에 충분한 비극이 아닌가. 아니, 잃은 것은, 한 명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내 분은." "증발했다, 라는 게 됐어.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걸 유키노부가 발견해서, 내 지인이 하고 있는 정신병원에서 숨기게 했지." "…………." 겐마의 말에, 에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육아방기(네글렉트)란 거짓말은 아니다. 허나, 명확히 진실을 덮은 표현이었다. 딸의 주위에 빈번히 일어나는 영적 현상을 견디고,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기도사를 수배해서, 그 기도사도 눈 앞에서 참혹하게 죽었을 때, 모친은 마침내 견딜 수 없어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 ──무대는 이동한다. 하나는, 칠흑의 공간이었다. 암흑이라는 것은 아니다. 약간 어둡지만, 방의 사방에는 일본식 촛불이 켜져있다. 가느다란 연기가 올라가는 광원의, 가까운 곳에도 먼 곳에도, 완전히 같은 색밖에 보이지 않는다. 즉, 벽과 천장, 마루 전부가 검은 것이다. 거기다, 벽의 일면에, 무시무시한 가면이 걸려있다. 흔히 말하는 노멘이다. 엘멜로이 2세가 간파했듯이, 남자 가면 뿐이었다. 방 중앙에는, 한 명의 여자가 있었다. 야코우 아카네. 방과 동화된 듯한 새카만 기모노를 입고, 그녀는 가면이 걸어진 벽을 노려보고 있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호흡조차 극히 옅어서, 자칫하면 죽어있다고 착각해버릴 듯하다. "흔들라." 그 입술에서, 주구(呪句)가 흘러나왔다. 후루부(布留部), 라고도 쓴다. 의미는, 이렇다. 떨어라(흔들라). "흔들라, 흔들라." 계속해서, 아카네가 말한다. 떨어라. 떨어라. 영창하는 아카네의 몸도,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것은 공명을 취지로 삼은, 일본의 마술 중 하나였다. 고대부터 무녀는 혼을 떨어왔다. 그 떨림은 하늘에 통하고, 귀신에 통하고, 신에 통한다고 믿어져왔다. 설령 죽은 자라고 할지언정, 참지 못하고 일어나버릴 정도로. "일렁일렁, 흔들라." 부들부들, 가면이 떨린다. 처음엔, 수많은 가면 중 하나 뿐. 곧바로 그 주위가 가늘게 떨리고, 머잖아 가면 전부가 크게 떨렸다. 목제 가면과 벽이 스치며 나는 소리는, 마치 많은 가면들이 흐느끼는 듯하기도 했다. 그 소리에서, 올바르게 신의 의도를 듣는 것이야말로, 야코우의 무녀의 역할이었다. "궤의 주인이시여." 라고, 말을 건다. "……어째서, 날뛰시나이까? 아니, 두려워하시나이까?" 상냥한 목소리였다. 아이에게 묻는 어머니와도 비슷했다. 무녀란 결코 신의 신자가 아니다. 신과 대치하여, 형편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면, 어떤 태도라도 취할 수 있다. "무엇을, 보고 계시나이까?" 실처럼, 눈이 가늘어진다. 동시에, 숨을 가다듬는다. 훅…… 훅…… 훅…… 하는 규칙적인 리듬. 자신의 시계를 애매하게 만들고, 호흡으로써 신체에 새로운 율동을 형성한다. 가면들에서 발해지는 기운을, 그저 감수성만으로 수용하기 위함이었다. 자신의 의지를 마음 속의 상자에 집어넣고, 있는 그대로 가면들의 의사를 듣는다. 그녀의 안쪽에, 거울에 비친 듯한 두 개의 가면이 보였다. 마치, 같은 신이, 한 위 더 있는 듯한……. "아니……두 위 더……?" 미간에, 깊은 주름이 졌다. 곧바로 앞으로 몸을 숙이고, 검은 바닥에 손을 짚었다. 트랜스 상태가 두절된 것이다. 고작 수 분 정도의 빙의였지만, 얼마나 피로를 늘렸는지는, 그녀의 얼굴을 적신 땀의 양을 보면 알았다. "다음 축제까진 될 거라 생각했지만, 때에 맞출 수 없나. 축제 쪽을 서두를 수밖에 없겠군. 유감이지만, 시계탑의 군주(로드)도 의지할 순 없겠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 린의 형용은, 검은 옷 입은 자들의 술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박수란, 본래 맑은 소리로써 신을 부르는 행동이다. 이 경우의 신이란,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깃드는 정기(오드)의 별명이기도 하겠지. 그렇기에, 내측을 울리게 하는 행위는, 그대로 타인을 폭살시키는 술식으로 전용 가능한 것이라고, 린은 간파한 것이다. "시계탑의 서양마술이라면, 저런 술식 기능하지 않아. 아아, 그래서 일본 고유의 술식인 거네. 일본의 마술은 ​순서​가 다른걸. 규모는 현저히 감쇠되어 있어도, 차원으로 치면 신대와 동일. 우리들에게는 사기인 게, 이 나라에서의 당연. 분명, 그 반대도 그렇겠지만." (중략) 『신대의 마술이나, 신의 권능은, ​단순히 그렇게 되어있는 것이다​.』『현대의 마술같은 수순을 필요로 하지 않지. 자네의 환수는, 신의 권능에 가깝겠지.』 그렇게 될 지어다(아멘). 오래된 성구를, 에르고는 떠올린다. 빛이 있으라, 라고 신이 속삭이면, 거기에 빛이 생겨났다. 에르고에게는 제대로 된 이치는 알 수 없지만, 야코우는 신대처럼 마술을 행사한다. - 로드 엠레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 자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각이 아니라, 다른 오감도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 느꼈다. 그 카시와데(拍手) 하나로, 유키노부와 하시바미, 그리고 남은 야코우의 구성원들이, 금세 하나의 경로(패스)로 엮인 것이다. 마치, 전원이 하나의 마술회로처럼. "설마, 야코우는 그런 마술이라는 거야?!" 린이 외친 순간, 유키노부는 새로운 주구를 입에 담는다. 동시에, 남은 야코우의 구성원들은 손가락의 형태를 다시 짠다. 나중에 스승님께 들어서 알게 된 것인다, 그것들은 누보코노인(沼矛印)이라고 불리는 결인이었다. 똑같이 누보코노인을 무라마사의 자루에 대고, 유키노부는 외쳤다. "이이── 에야아!" 그저, 예감만을 따라서, 자신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엄청난 풍압이, 뒤에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진공상태를 메우려고, 맹렬한 기세로 공기가 유입된 것이었다. 무라마사의 칼날의 연장선에, 수십 미터 정도의 지면이, 푹 도려내졌다. 지면과 마찬가지로 수목이나 토리이도 절단되어, 지금 막 천천히 쓰러져서, 대량의 모래먼지를 흩뿌렸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거인이, 손도끼라도 휘두른 듯 했다. "린 씨, 이건──" "웅덩이 수준이 아니네. 사기잖아……!" 그녀도,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것처럼, 낮게 신음했다. "저 녀석들, 한 명 한 명이 신의 단말인 거야!" 규모가 다르다. 순서가 다르다. 신의 권능의, 마술에 의한 재현. 충격에서 다시 일어서는 것을, 유키노부는 기다리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 "그것도, 야코우 유키노부 자신보다, 마지막에 보여준── 다른 구성원들과 쓴 마술 쪽이 문제. 시계탑이라면 집단의 간이의식에 가깝지만, 저렇게 즉효성으로 성립되는 집단마술은 거의 없어. 오히려, 성당교회가 특기인 거네." 실제로, 자신도 같은 판단이었다. 유키노부는 무시무시하게 강한 마술사였지만, 에르고나 무시키 같은 영역 밖의 존재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상 가능한 범위의── 그렇기에, 등신대의 두려움이 오싹오싹 전해지는 타입이다. 하지만, 마지막 것은 기억에 없는 마술이었다. 전원을 하나의 마술회로로써 즉시 행사되는, 집단마술. "도쿄에서 저걸 보여주지 않은 건, 아마도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는 마술인 거겠지." "이 산, 인가요." "그래, 토지에 얽매인 마술. 공방 내측에서 하는 편이 강대한 마술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시계탑에서도 당연하지만, 야코우는 그게 좀 더 극단적인 모양이야. 간타이를 핵으로 삼아, 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천 년이나 들여서 하나의 산을 공방으로 만들어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끈질기게 신비를 겹쳐왔는지도 알 수 있어." 반쯤 질린 듯이, 린이 말한다. 그것으로, 이 산에 들어올 때부터 쭉 있었던 위화감도,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계탑의 마술사는 기본적으로는 일자상전이다. 이건 마술각인을 포기 나누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정에 의한 것이지만, 야코우의 마술은 간타이를 중심으로 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셰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통상의 공방보다 훨씬 넓게, 이 산 하나를 공방으로 삼는다는 기예가 가능해진 것인가. "그리고, 방금 같은 술식은, 지휘관이 필요할 거야. 야코우 유키노부라는 지휘관(컨덕터)이 있어야, 처음으로 성립되는 악단이라는 느낌이겠지." "지휘자와, 악단……." 그렇다면 야코우의 술식은, 하나의 교향곡 같은 것일까. 그 일격 일격이, 린이 아껴둔 것을 사용한 보석 마술과 대등한 위력을 지닌 데다가, 아마도 인수에 따라서 더욱 위력이 뛰어오른다. 그 만큼, 제어가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의 전력이 떨어진다는 기대는 할 수 없을 듯 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 개울이다. 원래, 여기의 산길은 숨겨진 듯한 개울을 따라서 있었다. 절벽 아래에도, 마찬가지로 개울이 흐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개울에서, 또다시, 검은 등롱이 흔들리고 있었다. 눈을 부릅 떠보니, 『강화』된 시각으로, 등롱에 적힌 문자가 읽혔다. 영(霊). 숙(宿). 동(動). 그렇게 적힌 등롱의 안쪽에서부터, 그림자가 날아온 것이다. 검은 종이로 접힌, 종이접기로 만든 새였다. "마치, 유원지네! 수를 바꾸고 물건을 바꾸고, 열심히 해주는걸!" 언덕길에 발을 딛고, 린이 새로운 마술을 준비한다. 하지만, 검은 접힌 종이들은, 자신들을 덮치지 않았다. 절벽에서 뛰어오른 종이접기로 만든 새들은, 그 마력으로써 다른 것을 여기시킨 것이다. 그것은, 벌레와 닮았다. 그것은, 아지랑이와 닮았다. 그것은, 장기와 닮았다. 그것은, 마술사처럼 영감을 가진 자 밖에,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가스 형상의 표면에, 기괴한 눈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윽!" "이매(魑魅)── 려나?" 린이 말했다. 치익, 치익, 하고 울고 있다. 키익, 키익, 하고 신음하고 있다. 거품이 떠오르듯이, 표면에 몇 번이고 입이 떠오르고, 삐걱대는 목소리를 낸다. 치익, 치익. 키익, 키익. 치익, 치익. 키익, 키익. 눈이나 입 뿐만이 아니다. 뿔과 비슷한 돌기나, 날개와 비슷한 기관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것에, 올바른 형태는 없다. 우위의 사람들의 상념이나 토지의 성질에 응해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양이라면, 같은 것으로 악마나 성령, 천사 등이라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도 진정한 그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모종의 에너지의 방향성을, 임시로 이름 붙였을 뿐이지만. 점점, 그것이 부풀어오른다. 운하(雲霞)를 보는 듯 했다. 아니면, 솟아오르는 메뚜기 떼와도 비슷하다. "익숙한 느낌이네. 어쩌면 전국시대 즈음부터 써온 수법인 거 아냐?" "무슨 말이에요?" "오오나무치의 별명은 카쿠리요노오오카미(幽世大神). 죽은 자의 나라이며, 땅 속이기도 한 유명계를 지배하는 신. 그러니까, 그가 지배하는 토지를 조금 자극하면, 얼마든지 장기가 솟아나지. 입구에서도 그랬듯이, 이물인 우리들은, 그들에 의해 구제될 거야……!" (중략) "이건──!" "……흔히 말하는 이매망량(魑魅魍魎)이겠지." 창백한 얼굴로, 업혀있던 2세가 말한다.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죽을 것 같은 안색이었다. "이매망량?" "일본에서는 말이지. 산의 괴이를 이매(魑魅), 강의 괴이를 망량(魍魎)이라고 하는 거네. 장기에서부터 태어나는, 형체 없는 괴물의 총칭. 과연, 우리들 같은 이물을 쫓아내는 데에는 안성맞춤이다. 옛 시대의 야코우는, 이렇게 독립을 유지했던 거겠지." "그럼, 그레이 씨 일행은." 초조함을 얼굴에 떠오르게 한 에르고에게, "……아니, 이건 괜찮네." 라며, 2세는 어딘가 비아냥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것이라면, 그레이는 전문가다. 시계탑에서도 나란히 설 자는 거의 없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 장소를 한정하지만, 그 결계는 지극히 광역이고, 과거 결계 내에서만 쓸 수 있던 술이 강대했기 때문에, 지키는 데에는 비할 바 없는 힘을 발휘한다. - 타입문 에이스 VOL.15 동봉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용어집

*36 "어느 쪽이고, 그 산에는 어울리지 않았구만. 메이 녀석은,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어 했어." 그 말에, 2세의 눈썹이 움직였다. "일본에는 의무교육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마술사라고 해도, 대부분의 가계는 그 정도로는 세간과 타협을 하는 법이지. 하지만, 야코우는 그것조차도 하지 않았어. 저기의 생활은 말이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전부가 오야마 속에서 성립되어 있는 거야. 이런 데에서, 어중간한 은거를 하고 있는 나랑은 수준이 다르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 "이쪽은, 그걸로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거야." 라고, 겐마가 말했다. "십수 년은 장남으로서 떠받들어졌으니, 미련이 없지도 않았지. 하지만, 자신의 분수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눈 앞에서 저런 걸 보여주면, 어중간한 욕심은 사라지지. 과거의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알 수 있게 돼서 말이야. 전부터 흥미는 있었지만, 가면을 만들고 싶어서 못 참게 된 거야. 하지만, 반대로, 어머니의 열기는 도를 넘어버렸지. 나는 동생의 보좌로서 절대로 산을 나가지 말라고 타일러졌어." "그렇다면, 어째서." "그 녀석이 감싸준 거야. 자신이 쿠로히츠가 되겠다, 당주도 훌륭히 해내보일테니, 형은 좋을 대로 하게 해달라고." "아……." 에르고가, 작게 숨을 쉬었다. 예외란, 그런 의미였던 건가. 본인의 억지가 허락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억지를 허락한다, 라는 의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 "아키라의 약혼자도 정해져 있어서 말이지." "약혼자?" "원래는, 내가 결혼할 거였어." "윽──!" 에르고가 숨을 멈췄다. "지금 이야기대로면, 당신은 야코우 아키라의 백부죠? 거기다 연령도." "그런 거 신경 쓰겠냐고. 현대에서 신님 같은 거랑 이어지려고 하는 녀석들이라고. 피를 짙게 하는 게 목적이니까, 뭐든 하지. 가계도를 조금 거슬러오르면, 조카딸과 백부는 커녕, 아버지와 딸, 할아버지와 손주 같은 것도 보일 정도야. 그래, 내가 성을 바꾼 것도 사정이 좋았겠지. 꼬치꼬치 캐고 들 상대가 적게 끝날 테니까." 쓴웃음을 지은 겐마가, 턱수염을 긁는다. 물론, 세계엔 이 정도의 근친혼이 용인되는 지역도 많다. 일본에서도 백 년 정도 전까지는 여기저기에서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지역과 시대의 엇물림은, 가슴에 쐐기처럼 박혀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 "료우기한테서 듣지 않은 겁니까. 그게 아니면, 이미 료우기는 잊었습니까." 라고, 유키노부가 말했다. "야코우에는 퇴마의 기술도 전해지고 있는 겁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 "……뭐야, 그거. 오백 년 급의 고도?" 햇빛을 쬔 서리와도 비슷하게,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가는 마술을 보면서, 린이 눈을 부릅 떴다. "이 산의 결계 째로 잘려나갈 만한 명검이잖아!" "그럴 걱정은 없습니다. 무라마사 중 한 자루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여기의 개울물로 갈아두었으니까요." 대치하는 유키노부의 표정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라마사. 이름만이라면, 자신도 들어본 적이 있는 칼이었다. 동시에, 자신도 손바닥의 떨림에, 경악하고 있었다. '……이, 건.' 사실 육체의 『강화』로 따지면, 타인에게 뒤지지 않을 자부가 있었다. 스승님과 함께 몇 번이고 트러블에 휘말렸지만, 인간 마술사 상대라면, 『강화』의 정도로 져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아니. 단순한 육체능력만이라면, 지금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키노부의 접근도 칼을 휘두르는 모습도, 확실히 시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도중의 과정이 생략된 듯이, 눈치 챈 순간 칼날이 목 근처 수 센티 앞까지 다가와 있던 것이다. 애드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이 목이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해서, 등근육에 오한이 퍼졌다. '……뭐가, 다르지?' "뇌의 차이야." 이쪽의 의문을 깨달았는지, 린이 속삭였다. "이 나라에서는 말이지, 모종의 검객은 뇌로 신체를 덧쓰는 거야. 본래, 살아남기 위해서 있는 신체의 만듦새를, 전투용으로 새로 만들어버려. 자기암시에 의한 변체, 라고 하면 되려나." 유키노부를 노려보면서, 린이 말한다. "본질적으로, ​마술은 싸움에 맞지 않아​. 그런 의도라면 군용병기라도 취급하는 편이 훨씬 효율 좋은걸. 그레이의 능력도, 그야 대단하지만, 인간과 싸우기 위한 게 아니잖아? 하지만, 그런 비효율적인 채로, 그럼에도 전투용으로 만들어내는 곳도 있는 거야. 저 녀석 건, ​그거​. 퇴마라는 건 그런 거야. 마술사를 포함해서, 마의 몰살을 위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세월동안 기술을 연마해온……." "공부를 좋아하는 모양이군. 여러모로 알고 계시는 것 같군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 "하늘을 가르고(天切る), 땅을 가르고(地切る), 팔방도 가른다(八方も切る)." 남자의 입술에서, 주구가 새어나왔다. 시계탑의 마술과는 다른 섭리. 다른 기반. 다른 신비. 목에, 수상한 것이 복받친다. 본래라면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니다. 적의 수를 읽을 수 없다면, 이쪽의 강점을 밀어붙이는 게 철칙이다. 그런데도, 유키노부의 이형의 자세에서 발해지는 무언가가, 자신도 린도 얽매고 있었다. 섣부르게 손을 댔다가는, 살은 고사하고 목숨까지 앗아가게 될 거라는 예감이 있었다. "하늘에 여덟 차이(八違), 땅에 열 문자(十の文字), 숨겨진 소리(秘音)." 독특한 율동(리듬)을, 목소리가 새긴다. 시계탑의 술리에 따르면, 5소절이나 6소절 정도가 될까. 물론, 일본의 술은 기초논리가 다를 테지만──. "하나도 십중(一も十々), 둘도 십중(二も十々), 셋도 십중(三も十々), 넷도 십중(四も十々), 다섯도 십중(五も十々), 여섯도 십중(六も十々), 딱 잘라내라(ふっ切って放つ), 깔끔하게(さんびらり)." 그렇게 생각한 순간, 유키노부가 도약했다. 믿기 어려운 속도로 이쪽으로 날아들어, 받아치려고 낫을 고쳐쥔 순간── 소실됐다. "그레이!" 소리친 것은, 쥔 사신의 낫(그림리퍼)이었다. 그 목소리에 이끌리는 채로, 조건반사적으로 낫을 끌어당긴다. 굉장한 충격이, 움켜쥔 손에 전해졌다. 몸이 떠오른다. 3미터나 날아가, 공중의 자신은 유키노부가 칼을 휘두르고 있던 것을 보았다. 저 일격이, 자신과 애드를 날려버린 것이었다. 추격으로, 칼날이 뒤집혔다. 공중에 떠오른 채인 자신으로서는, 이 이상의 대처가 불가능하다. 눈을 다시 뜬 찰나, "Anfang(세트)!" 린의 외침과 함께, 옆에서 간드의 흑탄이 유키노부에게로 쏘아졌다. 설마── 그 간드가, 칼날에 의해 잘려나갈 줄이야. "에……." 망연해하는 목소리를 남기고, 린은 그 이상의 마술을 짜낸다. 마술각인에 의한 간드가 아니라, 비장의 보석을 꺼내고 하는 영창이었다. "Elf(11번)! Die Säulen des Winters schließen dich ein(겨울 강의 감옥)!" 그것은, 유키노부의 사방의 하늘에, 이변을 일으켰다. 공기중의 수분이 빙결되어, 네 개의 얼음기둥이 떨어져 내려, 유키노부를 중심으로 한 감옥을 형성하듯이 서로의 사시를 얼음의 막으로 메운 것이다. 계속해서 휘둘러진 칼날이, 그 하나하나를 찢어발겨, 무로 되돌릴 줄이야.(중략) 다시, 유키노부는 이형의 자세를 취한다. 마지막까지 말을 계속하게 할 생각 따윈, 그에게는 없었다. 야쿠자라는 직업이 보기에, 마술사가 어딘가에 지니고 있을 만한 오만한 귀족성도, 연이 있을 리 없다. 추욱, 하고 그 몸이 미끄러지듯이 움직였다. "애드! 제1단계 응용 한정해제!" "히에에엑!" 반쯤 비명과 함께, 애드가 큰 방패로 변형한다. 이번에도 공격하는 순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요도를 큰 방패로 받아세워, 이번에야말로 자신도 멈춰섰다. 오백 년 급의 고도라고 하면, 현대의 마술의 대부분을 능가하겠지만, 애드는── 애드의 안에 숨겨진 신비는, 더욱 그 위를 달린다. 유키노부를 막아세움과 동시에, 린이 새로운 홍옥(루비)를 반짝거린다. 이 상황에서도, 그녀는 겁먹지 않고, 강하게 외쳤다. "Zehn(10번)!" "신화청명(神火清明)." 단축영창과 함께 린의 손끝에서 보석이 튀어오르는 것과, 유키노부가 중얼거린 것은 동시였다. 아니, 한 쪽만 이를 맞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동양에는 고치법(叩歯法)이라고 하는, 이를 맞댐으로써 성립되는 주법이 있다고, 스승님의 강의에서 들었던 것을 떠올린 것은, 좀 더 뒤의 이야기. 거창한 몸짓이 아니라, 이를 맞대는 것 하나만으로 행사되는, 극히 실전적인 마술. 홍옥(루비)에서 발해진 격한 불꽃을, 요도의 칼날이 찢어발긴다. "린 씨!" "Anfang(세트)!" 소녀의 손가락이 곧게 펴졌다. 머신건처럼 연사되는 간드의 폭풍. "신화청명(神火清明), 신수청명(神水淸明), 신풍청명(神風淸明)."그에 비해, 유키노부의 주구는, 아마도 술식을 나중에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그 발상 또한, 너무나도 실전적이다. 시계탑의 인간이 보면, 싸움에 너무 특화된 탓에, 위화감이 있을 정도로. 칼날이 향해지자, 보석도 간드도 무효화된다. 그야말로, 그것은 퇴마의 업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 또한 야코우 가가 무라마사를 쓰고 있던 것은, 원래는 신비성 이상으로 무라마사가 실전적인 칼이었기 때문이다. 선조로부터 세월이 지남에 따라, 실전성보다도 신비성 쪽이 우월해진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일지도 모른다. 또한, 거미를 연상시키는 그 이상한 검술은, 야코우가 아니라 4대 퇴마 가문의 기술이 전해진 것이라 한다. - 타입문 에이스 VOL.15 동봉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용어집

*43 "……끝났다." 의식의 도중인데도, 야코우 아카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린 순간, 메마른 목소리가 생겨났다. 쓰고 있던 가면에서다. 그것은 연속되고, 순식간에 이마에서 턱 끝까지 이르는 금이 되어, 둘로 갈라진 가면이 발 밑으로 떨어졌다. 뒤쪽에 붙여뒀을 터인 피부가, 없어져 있었다. 간타이는 흡수된 것이다. 날개의 뿌리로, 이미 보이지 않게 된 상자와 히모로기가── 그 내측에 봉인된 야코우 아키라가, 최후의 2할의 간타이를 먹어치운 것이다. 완전해진 간타이는, 더욱 그 다음으로 향하고 있다. "……후후후." 웃으며, 아카네가 팔을 들어올린다. 뼈에 직접 쇠꼬챙이가 꽂힌 듯한 아픔이 퍼졌다. "나는, 이로써, 끝났다. 더이상 야코우의 술사로서는 의미가 없겠지." 대부분의 마술회로가 타버린 것을, 그녀는 느꼈다. 서양마술과 다르다고는 하나, 일본의 신비에 종사하는 데에도 마술회로는 불가결하다. 일부는 신경째로 태워져서, 팔의 아픔도 그 작용이었다. 아마도, 이 아픔이 완전히 치유되는 일은 평생 없겠지. 그럼에도, 그녀는 만족스러웠다. "앞으론 유키노부. 네가 하는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 천공을 향해 우뚝 선 날개를, 달리는 에르고도 보았다. 젊은이의 환수와 마찬가지로, 모종의 영감이 있는 자에게밖에 보이지 않는 날개였다. 보이는 자가 보기엔, 그것만으로 무릎을 꿇고 싶어질 정도의, 굉장한 압력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그 날개가 좀먹히고 있었다. 이 산에 흘러넘친 장기와, 동질인 것이었다. 지금도 땅 밑을 기어다니고 있는 마력과 같은 것이, 거대한 날개의 뿌리부터 침투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건가?" 라고, 등에 업힌 2세가 신음한다. "바이 뤄롱을…… 먹어치울 생각으로?" "먹어치워?" 경사면을 달리면서, 에르고는 뤄롱의 말을 떠올렸다. ──『나도, 네가 먹고 싶어. 옛날에도 똑같은 소리를 했지만, 어차피 기억 못하겠지.』 신을 먹어치운다. 용을 먹어치운다. 그러한 현상이, 자신과 뤄롱 이외에도 있을 수 있다면?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고, 2세는 전제했다. "신화의 시대라면 몰라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간타이도 강렬한 마력 소스에 불과하지. 신이나 용을 먹어치운, 자네나 뤄롱은 역시 특별하다." "그럼, 어째서──" "원래부터 연이 있다면 별개다." "연?" "그래. 실제로, 신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말이지. 이 결과, 신대의 후에도, 몇몇 신은 살아있네. 우리들이 만들어내고 있네." 그 말투에, 에르고는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정확히는, 비슷한 말을 들었다. "……살아만 있다면, 신이라도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까." 작게, 중얼거렸다. 료우기 마나가, 저 사무소의 옥상에서 말한 것이다. 하지만, 그 대사는 생각치도 못한 효과를 불러왔다. (중략) 2세가, 작게 숨을 쉬었다. 그러고 나서, 지금도 계속해서 맥동하는 산을 바라본다. "아마도, 여기의 신도 그런 것 중 하나, 흔히 말하는 병주신(兵主神)이겠지." "뭔가요, 그건." "몇 가지 해석이 있지만, 이 경우,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무신을 말하네. 그렇지 않더라도, 야쿠자의 놀이패(테키야)에서는 중국의 신농을 걸어놓는 일이 많아. 그러니까 야코우 아카네와 만났을 때, 그 확인도 겸해서, 야쿠자의 이야기를 했었던 거지만 말이야." 야쿠자의 원류에 대해서, 당시의 2세는 이렇게 말했었다. ──『야쿠자에는 세 가지 원류가 있다, 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놀이패(테키야)가 파는 것은 극히 범위가 넓고, 약이나 매춘은 물론, 스모나 노가쿠의 흥행, 끝에는 저주나 기도도 팔았다, 는 기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에르고가 부재중이었을 때의 회화였지만, 그것은 2세가 탐색을 하고 있던 것이다. 야코우가 적으로 돌아설지 아군이 될 지도 모르는 타이밍에, 그런 행위에 나선 것은, 어떤 의미론 엘멜로이 2세한테 밴 습성이었을까. 하나라도 많이, 살아남기 위한 자료를 움켜잡는다, 라는 본능에서 나온 행위. "그럼, 여기의 신에 대해서, 선생님은 아시는 건가요." "오오나무치겠지." 떨어진 장소의, 린과 같은 결론을 냈다. "뱀의 신이며, 다른 이름을 오오쿠니누시라고도 하지. 이 나라의 신의 2대 파벌인 아마츠카미(天津神)와 쿠니츠카미(国津神)에 있어, 쿠니츠카미의 정점에 선 신성이다. 그리고 오오나무치와 계보가 같은 병주신, 중국 신화의 전신・치우는, 용에게 살해당했지. 이 용을 응룡. 즉 날개가 달린 용이라고 하네." 날개와, 용. 너무나도 의미심장한 부합에, 에르고가 눈을 부릅뜬다. "그럼, 뤄롱이 먹어치운 용은, 그──" "아니, 그렇게까지 간단하지 않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이라면, 나도 어젯밤 동안 도달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점도 많았거든." 2세의 미간의 주름이, 깊어진다. "허나, 응룡과 뤄롱이 먹어치운 용이 가까운 관계에 있음은 틀림 없네. 그렇기에, 이렇게 인과의 역전이 일어날 수 있지. 신대에서 살해당한 원한은, 간타이라는 파편이 되어서도, 대의식을 성립시키는 데 충분하다." "…………." 2세의 말은, 너무나도 긴 시간을 연상시켰다. 섣부른 상상조차 꺼려질 정도의 세월. 마술사란, 과거에 얽매이는 생물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신대에서 이어진 인연에, 모두가 묶여있다. 자신(에르고)도 마찬가지였다. "…………윽!" 꽉, 하고 이를 악물었다. 처음으로, 야코우 아키라를, 에르고는 진심으로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똑같잖아.' 라고, 생각한 것이다. 신을 먹어치우고, 기억이 포화되어, 식신충동에 시달리는── 그 모든 것을 아득한 과거에서 떠밀어진 에르고와, 야코우 아키라는 아무 차이도 없지 않은가. 그런 정동을 눈치챘는지, 2세는 유독 조용히 말했다. "방금 이스칸다르의 루트가, 아바도 자네와 뤄롱에 관계되어 있네. 자네들이 먹어치운 신과 용에." 야코우의 신. 뤄롱의 용. 에르고의 두 위 째의 신. 이것들의 사이에는, 아마도 숨겨진 관계가 있다고, 2세는 말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에르고는 고개를 들었다. 가로막은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 "야코우가 자네를 의식의 주체로 삼으려던 것과 마찬가지로, 방황해도 오오나무치를 자네의 양분으로 삼으려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구만. 그러니까 아키라를 납치하라고 한 거겠지. 진짜로, 음험한 짓이나 하고 자빠졌어, 그 망할 아버지." 어느 샌가, 아버지가 망할 아버지로 승격됐다. 이상하게 흘러넘치는 마력은 오오나무치를 역으로 먹어치웠으니까, 라는 것인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 "무슨 말이지?" 아카네가, 되묻는다. 처음으로 희생된 것은, 정말로 야코우 아키라였던 것인가. 그렇게, 미키야가 물은 것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지?" "순번 문제입니다." 라고, 미키야는 말했다. 야코우의 본당에 있으면서도, 그의 표정은 온화했다. 다만, 지금은 그 온화함에, 희미한 슬픔이 배어있었다.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는, 너무나도 당연하면서── 아카네가 있는 세계에서는 너무나도 희소한 반응. "간타이라는 마술적인 물건 때문에, 야코우 유키노부 씨께 거절반응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엘멜로이 2세가 전해준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 유키노부 씨의 신체가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면?" * "그, 건──" 하고, 에르고가 할 말을 잃었다. 돌아본 유키노부의, 정장 안쪽이었다. 정장은 물론, 몸체에 바짝 감겨있는 붕대도 찢어져, 피부가 드러나있다. 심각한 상태였다. 왼쪽 옆구리에서 흉부까지가 짓물렀고, 그 중심이 곪아있다. 지나치게 무너진 피부와 살의 경계가 애매해져서, 그냥 끔찍한 고깃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붉은 속에, 하얀 것이 툭툭 떠올라있는 것은 아무래도 구더기 같았다. 여태까지 냄새로 눈치채지 못한 것은, 간타이를 벗겨낸 오른손과 달리, 붕대의 안쪽에 어떤 술식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인가. 다소 떨어져있어도, 콧구멍 속을 자극할 정도의 썩은내였다. 살아있는 인간에게서 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취였다. "애시당초, 나의 신체는 못써먹게 되어있었으니까 말이야. 일부씩 이식했지만, 오른손이 제일 나은 부류였던 거지." 옅게, 유키노부가 웃는다. 그것으로, 에르고에게도 이유가 전해졌다. 아니, 애초에 젊은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오기 전에, 엘멜로이 2세에 의해, 가능성이 시사되기도 했다. 할 말을 잃은 것은, 그 피해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에 불과하다. "……간타이의 거절반응이군요." 겐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유키노부는 재능이 넘쳐흘렀지만, 유일하게 간타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질은 없었다고. 허나, 그 간타이를 재이식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들었을까. 처음에는 아키라의 언니인 메이에게 옮기려다가 실패했다고 하지만, 그 때까지 야코우 유키노부는, 어떠한 고통을 견디고 있던 것인가. "거절반응을 억누르는 데에, 쭉 정기(오드)를 소비하고 있었다." "쭉?" "하루 종일. 걸을 때에도 달릴 때에도, 잘 때에도 일어날 때에도. 말할 때에도 들을 때에도, 울 때에도 웃을 때에도. 당연한 듯이, 유키노부가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타이는 나의 골수를── 자네들이 말하는 마술회로를 빼앗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벗겨낸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기(오드)로 계속해서 보호하지 않으면, 마술회로가 점점 썩어가는 꼴이라서 말이지. 그 정기(오드)를 마술회로로 만들고 있으니까, 뭐, 폐가 4분의 1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 에르고가, 숨을 멈춘다. 린에게 들어서, 마술회로가 마술사들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신경의 안쪽에 잠재된, 신비에 빼놓을 수 없는 기관. 폐가 4분의 1이 되었다는 형용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마술사가 보기에는, 그것은 몇 년 동안 제대로 호흡을 허락받지 못했다, 라는 거나 다름 없는 사태겠지. 그런 상태로, 야코우 유키노부는 계속 살아왔던 것인가. 그리고, 오늘은──. "──당신은, 계속 상처입은 채로 싸웠던 건가요." "아니, 자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오히려 반대다." 라며, 유키노부는 고개를 젓는다. "오늘의 나는, 본래의 나 이상이다. 요 수 년 동안, 쭉 마술회로의 보호에 소비했던 정기(오드)를, 전부 의식과 싸움에 쓸 수 있다. 이렇게 몸이 가벼웠던 적은 없다." 모래가 달라붙은 무라마사의 칼날을, 피에 젖은 정장 소매로 닦는다. 그러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거겠지만." * "…………." 수 초, 아카네는 간격을 두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오른손을 몇 번이나 비볐다. 그러고나서, "……유키노부의 신체라면, 그 말대로다." 라고, 인정했다. "짐작대로, 간타이의 거절반응이 심각했다. 일정한 확률로 쿠로히츠에는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렇다곤 해도, 그 재능을 못본 척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야코우에게는 백 년에 한 명, 아니 천 년에 한 명 나오는 재능이다." 아카네의 말은, 신비에 종사하는 자 특유의 싸늘함을 띠고 있었다. 자식의 목숨이 아깝다, 가 아니다. 자식의 재능이 아깝다, 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방황해가 내깃거리를 가져온 거지. 방황해의 제자가, 우리의 쿠로히츠── 아키라를 납치한다. 납치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방황해가 아키라를 마음대로 한다. 실패한다면, 우리가 방황해의 제자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말이지." "엘멜로이 2세 씨한테서도 들었습니다만, 마술사의 조직 중 하나였던가요." "그래, 마술협회에서도 가장 고참. 그만큼 비밀도 한가득이라는 거지." 아키라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죽을 뻔한 유키노부를 치료한다── 라고 말하면 간단하지만, 저만큼 거부반응이 진행되면, 어설픈 일이 아니야. 거의 소생의 영역이지. 허나, 마침 야코우의 행은, 그런 것에도 뛰어나서 말이지. 아무튼 간타이의 근본이 된 것은, 몇 번이나 소생된 신이거든." "아키라 양은 흰 토끼가 싫었다, 라고 들었습니다." "이나바의 흰 토끼 이야기인가." 라며, 아카네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 말대로야. 의식으로서는 그 신화가 근본이지. 흰 토끼를 구한 오오나무치는 형제에게 질투를 사서, 빨갛게 달궈진 거암에 맞아죽었으니까." "형제에게 말인가요?" "그건 군주(로드)에게서 듣지 않은 건가? 그것참 어중간한 일처리구만." 한숨을 섞어가며, 아카네가 입술을 비틀었다. 여기에도, 혈족 살해의 신화가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야코우의 당주는 그 다음을 이야기한다. "죽은 오오나무치를 되살리기 위해, 오오나무치의 모친은 두 위의 조개의 여신을 데려왔지. 어떻게 했는지 알겠나? ​여신의 몸을 깎아서 약으로 쓴 거야​. 하하, 방황해의 제자는 용을 먹어치웠다느니 하는 이야기라서 말이지. 그렇다면 할 말은 없다 이거야. 남은 건 간타이를 갖춰서, 방황해의 제자를 제물로 쓰기만 하면, 깔끔하게 완성되잖나?" "…………." 겨우, 재료가 모였다. 애초에, 출발점이 달랐던 것이다. 야코우 아카네에게 있어, 아키라를 되찾는 것은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을 미끼로써, 방황해의 마인── 바이 뤄롱을 붙잡는 것이야말로, 그녀의 노림수였던 것이다. 간타이를 이식한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중간지점. 최종적으로, 야코우 유키노부를 치료하는 것이야말로, 어머니의 바람이었던 것인가. "──하지만, 유키노부 씨가 낫고 싶어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죠." 미키야의 말에, 아카네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 "어째서냐면, 본래, 마술사는 가족을 소중히 하기 때문이다." "……그건, 야코우의 경우에는 반대가 아닌가요. 스승님." "반대가 아니네. 즉 이 말은, 가족끼리 천칭에 올렸을 경우라면, 어느 한 쪽의 가족을 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는 말이잖나?" "앗……!"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스승님도 린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마술사는 제자나 가족에게 무르다고. 선조에게서부터 내려오는 신비를 이어받게 해야만 하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히 한다고. 그렇다면. 잃는 것이, 가족끼리라면? 만약에, 자식과 손자를 동시에 잃으려고 하고 있다면, 거기엔 우선순위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계승하는 족속이다." 스승님이 말한다. "계승하지 못하면, 무엇 하나 시작되지 않아. 근원에 도달하고 싶다는 우리들의 목적은, 도저히 한 세대만에 도착할 만한 것이 아니지. 일본의 술자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들은 근원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간타이를 유지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자손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면면히 이어져가는, 인간의 의지. 어떤 의미로는 축복이겠지. 어떤 의미로는 저주겠지. 스승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한다. "이 출발점을, 시계탑에서는 관위지정(그랜드 오더) 등으로 부르지만…… 그 순번이 한 번 어긋나면, 이렇게 되지." "……자식 살해." 라고, 자신은 중얼거렸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자식을 죽인다. 혹은, 자식을 구하기 위해, 손자를 죽인다.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전에, 스승님이 말했던 회화를 떠올린다. 신화의 시대부터 구전되어온, 자식 살해와 부모 살해. "그러니까, 이나바의 흰 토끼였던 거겠지." 그렇게 말한 스승님의 시선의 연장선── 돌계단 너머에서, 거대한 날개가 떨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 키멘을 쓴 채로, 유키노부는 웃었다. 흐릿한 목소리는, 상처입은 짐승이 신음하는 것처럼도 들렸다. "이나바의 흰 토끼에도 있지 않나. 악어상어에게 피부를 먹혀버린 흰 토끼는, 오오나무치의 지혜로써 회복했다. 그 ​이야기​를 따라하면, 나를 회복시킬 수도 있었다. 이만한 주체가 있으니까." 주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뤄롱. 청년의 신체도, 청년이 먹어치운 용도, 의식의 주체로서는 이 이상 없을 정도의 걸물이겠지. 제대로 썼다면, 야코우 유키노부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도 이루어졌겠지.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유키노부가 속삭인다. 그 때, 땅속에서, 기묘한 소리가 메아리친 것이다. "이건……." 이변에, 에르고는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발 밑에서, 뭔가가 점점 위로 밀려온다. 계속 발 밑으로 느끼고 있었던 진동이, 점점 그 격함을 늘려간다. 이미 경도의 지진이나 다름 없다. 영적인 감각이 예리한 자라면, 이것만으로 기절할 듯 했다. "태동이다." 라고, 유키노부가 말했다. "간타이가 갖춰져, 이만큼 부활(賦活)된 것은, 아마도 신화의 시대 이래 처음이겠지. 간타이와 깊게 이어진 이 산 자체가, 반응하고 있는 거다." 이 산이야말로 신인 것이라고, 2세도 몇 번인가 말했다. 오랜 세월의 신앙과 세월에 의해 확립된, 한정적이면서도, 극히 강력한 마술기반인 것이라고. 그러고나서, 유키노부가 복부를 만졌다. "이 날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말하더니, 무라마사의 날끝을 복부에 갖다댄다. "뭣──!" 주저하지 않고, 하얀 칼날로 옆구리를 찢은 것이다. 질질 흐르는 고름이, 그 손가락을 용서 없이 더럽힌다. 더러운 액체로 범벅이 되면서, 유키노부의 손이 발 밑의 뱀 중 한 마리를 잡았다. "네게 주마, 아키라. 네가 좋을 대로 해도 된다." 뱀을, 유키노부가 옆구리에 갖다댔다. 그 옆구리로, 뱀의 머리가 쑥 파고든 것이다. "윽──!" 에르고가 말릴 틈도 없었다. 고름진 상처에서 뼈의 틈새를 뚫고, 뱀이 신체의 안쪽으로 미끄러들어간다. 통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건, 유키노부의 피부가 움찔거릴 때마다, 키멘이 흘리는 신음소리를 들어도 명백했다. 머잖아, 같은 상처에서 뱀이 빠져나왔다. 입에, 살덩어리를 물고 있었다. 무슨 기관 같았다. 순식간에, 다른 뱀의 사이를 꿰뚫고, 날개의 뿌리로 기어간다. 날개의 일각이, 그것을 삼켰다. 다시, 날개가 떨렸다. 이미 7할 이상 검게 물들어있던 날개가, 경련하듯이 떨리자, 더 많은 깃털을 흩날리면서, 그 모습을 바꿔간다. "미안하다, 아키라." 라고, 유키노부가 말한다. "나는, 쭉 이러고 싶었단다." 참회로는 들리지 않았다. 단순한 표명. 그냥 확인. "치유는 필요 없다. 죽어도 상관 없다." 긴 시간에 걸쳐 그릇에 담긴 물방울을, 지금 흘려가듯이 "그저, 나는── *"딸을 귀여워해서, 저것이 의식을 망칠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 잠시, 미키야는 침묵했다. 본당에, 귀가 아파질 정도의 고요함이 가득 찼다. 야코우의 저택은, 완벽하게 외계와 떨어져있다. 미키야가 찾아올 때까지의 도로도 평화로워서, 바로 근처에서 마술사들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마, 그게 아닙니다." 라고, 미키야는 고개를 젓는다. "딸을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라면, 애시당초 야코우 아키라를 야코우에 맡기거나 하진 않았겠죠. 야코우 메이가 간타이의 거절반응으로 죽은 것은 사고였다고 쳐도, 아키라를 데려오면서까지 간타이를 이식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설령 당신의 명령이었다고 하더라도, 아키라와 함께 도망쳐버리면 끝날 일입니다. 생각하고 결단할 정도의 시간은 있었겠죠." 그런 와중에, 그의 말투는 고요하면서도 질질 끌지 않는다. 방과후의 교실처럼, 점심시간의 사무소처럼, 병원의 복도처럼, 또는 해 질 녘의 공원처럼, 만나는 사람들이 무심코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말 듯한 뭔가를 품고 있는 것이었다. "당신도, 야코우 유키노부가 그런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잖습니까." "…………." 이번에는, 아카네가 침묵할 차례였다. 그 말대로다. 아카네가 유키노부에게 의식을 맡긴 것은, 결국, 유키노부가 야코우 외에서는 살 수 없는 생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나, 어째서 그것을, 이 남자가 파악할 수 있지? 료우기 미키야라는 남자가, 단순한 이상주의나 터무니 없는 인도주의는 아닌 듯 하다는 것은, 이미 아카네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어떤 인생의 결과로, 이런 인격이 구축되는 것인가. 어떤 의미로는, 그녀가 접해온 어떠한 신비보다도, 이 남자는 알 수가 없었다. "만약에, 그가 의식을 망친다고 한다면,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딘가 멀리 공을 던지듯이, 미키야가 말한다. "그것은──" * "그것은, 나의 전문분야였다." 돌계단을 서둘러 오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안다. 알게 되어버린다. 와이더닛(어째서 했는가), 이다. 현대에서, 그럼에도 마술이나 신비에 고집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제각각의 동기를 배신할 수 없다. 과거의 수많은 마술사들의 동기를 간파해온, 스승님의 감정안이 발휘된다. "야코우 유키노부의 근간에 있는 것은──" 돌계단을 다 올랐다. 날개가 그 형태를 바꾸고 있는 옆에서, 키멘을 쓴 흰 정장의 남자── 아마도 야코우 유키노부와, 에르고가 서있었다. "──에르고 씨!" * 날개는, 더이상 날개가 아니었다. 히모로기에 휘감긴 채, 밤하늘에 머리를 치켜든, 거대한 뱀으로 변했다. 어두운 밤인데도 더욱 검은── 희미한 빛조차도 빨아들이는 듯한 검은 큰 뱀(오로치)였다. 기괴한 소리가 났다. 본래, 발성기관을 지니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방울뱀도, 꼬리를 스침으로서 소리를 내는 것에 불과하다. 허나, 그것은 외침이었다. 외침은, 강렬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픽, 픽, 트랜스 상태에 있었던 야코우의 술자들이 쓰러져간다. 그 눈과 귀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경로(패스)를 매고 있던 그들에게는, 인간의 신체로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이 역류되어, 그들의 마술회로를 태운 것이었다. "그래." 의식의 중심에 있던 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거면 된다 아키라. 네가 좋을 대로 해도 된다. 나는 쭉 그러고 싶었던 거다." 기쁜 듯이, 유키노부가 말했다. 키멘의 안쪽을 따라서, 그 턱에 피가 맺혔다. "그저, 나는──" 피가 흘러넘침과 동시에, 남자가 무릎을 꿇는다. 마침내 힘이 다한 것인가. 키멘에서 엿보인 목덜미는 오싹할 정도로 하얗다. 이름대로, 눈과 비슷한 색이었다.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라고, 속삭였다. 참으로 평범하고, 범용하며, 너무나도 절실하게 울려퍼지는 말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 돌계단을 다 오른 자신들 중에, 최초로 반응한 것은 린이었다. "뭐야 저거, 괴수잖아……." 망연자실히, 린이 큰 뱀(오로치)을 올려다본다. 방금 전의 외침은, 엄청난 마력 그 자체를 진동시켰다. 단, 그 마력이 술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경로(패스)를 맺지 않은 자신들은, 지근거리에서 오케스트라를 들은 정도였지만, 야코우의 술자들에게는 직접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충격이 있었겠지. 자신과 스승님은, 그 큰 뱀(오로치)의 발 밑에 눈길을 빼앗겼다. "에르고 씨!"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도, 이쪽을 돌아보았다. 바로 옆에, 유키노부가 쓰러져 있었다. 흰 정장이 찢어지고, 그 안쪽에서 무참하게 짓무른 피부가 드러나있다. 같은 자리의 베인 상처에서, 놀랄 정도의 피가 흘러넘쳤다. "야코우 유키노부." 바로 근처로, 스승님은 달려갔다. 키멘이, 희미하게 이쪽을 향했다. "……엘멜로이 2세인가." 쉰 목소리의 속삭임에, 희미하게 우는 소리가 섞였다. 스승님이 품에서 약초를 꺼내서, 지혈 마술을 건 것이다. 대단한 마술은 아니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는 듯 했다.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라고 말씀하셨죠." 라고, 스승님이 말을 걸었다. 그것은, 돌계단을 다 오르기 전, 스승님이 간파한 동기(와이더닛)이기도 했다. 거대한 날개가 큰 뱀(오로치)으로 변모한 것조차도, 지금의 두 사람에게는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쭉 존재감을 억눌러왔던 거겠죠. 주위에서 천재니 뭐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 어디까지나 모친을 당주로서 치켜세운 것도, 그게 이유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야코우의 후계자 같은 평가는 어울리지 않다, 라고 한 것도." 야코우의 저택에, 처음 왔을 때의 이야기다.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것 같은 사소한 일로, 야코우의 후계자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당시의 자신은 생각했다. 정해진 사실을 툭 던진 듯한 말투라고도, 생각됐다. 그것이, 오히려 유키노부의 원망이었다고 한다면?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야코우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것도, 천재라느니 하는 말을 들으며 많은 기대나 책임을 짊어지는 것도, 전부 그만둬버리고 싶다. 그런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그것이, 그의 동기(와이더닛)이었던 건가. 하지만, 어째서? 원망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다. 비슷한 바람을 품는 자는, 그 나름대로 있겠지. 하지만, 목숨까지 걸어버리는 것은 이상하다. 이 의식을 완수하지 않으면, 간타이의 거절반응에 의해, 야코우 유키노부는 죽어버린다고 하는데도. "저는." 하고, 스승님이 말했다. "저는, 당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스윽, 하고 키멘에 손을 댔다. 간단하게 벗겨졌다. 저 뱀이 나타난 단계에서, 키멘은 그 역할을 끝마친 것이겠지. 드러난 유키노부의 맨얼굴은, 고작 한나절만에 십 년이나 나이를 먹은 듯 했다. '……그게 아니면.' 반대인 걸지도 모른다, 라고도 자신은 생각했다. 본래의 야코우 유키노부는, 한참 이전부터 이랬던 걸지도 모른다. 철면피처럼 느껴진 것은, 그것을 계속해서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아, 이것만은 료우기 미키야도 알 수 없겠죠. 당신이 이렇게 한 이유는 알아도, 분명, ​이렇게 된 이유​만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전하지 않았던 겁니다." 어딘가 지친 듯이, 스승님이 웃는다. "저에게도, ​저건​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나름대로 견딜 수 있었던 건, 저 자신의 이유가 아니라 제자들이 있어줬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근성을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등골을 바짝 세울 수 있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당신에게, ​저건​ 극약 같은 것이었겠죠." "……잘 알고 있군." 하고, 유키노부는 쓴웃음을 짓는다. 자신은, 알 수 없다. 한 순간 두 사람에게만 통하는 암호인가 싶었지만, 그럴 리도 없다. 스승님은, 딱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료우기 미키야, 로군요." "에……." 하고, 자신은 탄식을 흘렸다. 어째서, 여기서 다시, 그 이름이 나오는 건가. "처음은, 벌써 십 년 이상 전의 정월이었다." 유키노부의 흐릿한 눈은, 과거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야코우의 술자는, 거의 산에 격리되어 있지만, 당주나 차기 당주 쯤 되면 속세와 어울리기도 하지. 그 날은 산을 내려갔었다. 거리를 걷고 있을 때에, 우연히 료우기의 당주와 만난 거지." "료우기의…… 당주……." 미키야의 아내였을 것이다. 이번 야코우의 사건에 미키야가 관여하는 것을 반대해서, 집을 나갔다는 여성(사람). "료우기의 당주는 한 번 만났을 뿐이었지만 인상적인 분이라서 말이지. 특히, 이쪽의 목숨의 밑바닥까지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동자는 잊을 수 없었다. 어쩌다 길에서 마주쳤으니 인사하려고 생각했더니, 그녀는 클래스메이트로 보이는 새까만 남자를 데리고 있었다." 십 년 전의 거리. 도쿄 근교의, 어딘가의 도로. 분명 특별한 것도 없는, 겨울의 도시부의 풍경. "……그 때의 료우기의 당주는, 전혀, 달랐던 거야." "달랐어……?" "나의 기억에 있는 그녀는, 아름다운 날붙이 같았지. 이런 사람이 있다면, 하고 나는 구원받은 거다. 나 따윈 전혀 대단하지 않아. 이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야코우를 이어받아도 좋다. 그런 식으로 생각했기에, 야코우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라고 유키노부는 말했다. "그 때의 료우기의 당주는…… 마치, 어디에나 있는 고등학생처럼 웃고 있었다." "그건." 말하려던 자신보다 먼저, 유키노부의 입술이 말했다. "너무나도, 양쪽 모두 즐거워보였지. 내가 예전에 봤던 기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지만, 대신에, 더 소중한 것을 얻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작게, 기침한다. 옆구리의 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무심코 나도, 한 눈에 반해보고 싶어졌을 정도로." "아…… 아……." 미키야의 아내와, 자신은 만난 적이 없다. 료우기 가의 당주라는 것 이외에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달랐다는 것이, 어쩐지 모르게 이해되어버린 것이다. 료우기 미키야라는 남자에게는, 그런 구심력이 있었다. 관위 마술사・아오자키 토우코와 만나고, 명백히 마술이나 신비에 얽힌 사건과 몇 번이나 조우했을 터인데, 그런데도,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밸런스를 잡고 있다. 신비의 심연에 끌려들어가버리는 일도 없이, 그저 당연하게 멈춰있다. 차갑다, 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화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존재방식은 너무나도 희소했다. 마치, 밤하늘 끝에서 빛나는, 손이 닿지 않는 별처럼. "겐마 씨한테서 들었습니다. 당신은 갑자기 한 눈에 반했다고 말하고서, 아내를 데려왔다고." 스승님의 말에, 자신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거기만 떼어놓으면, 정열적이라고도 생각했겠지. 하지만, 아마도, 실제로는 다른 것이다. 근본적으로 어긋나있다. "그것도, ​흉내​를 낸 겁니까?" 스승님의 말에, 유키노부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다음은 결혼할 때였다. 피로연은 아니었지만, 일단 인사는 했으니까 말이지. 역시나, 라고 생각했어. 잘못 볼 리도 없지. 그 때의 클래스메이트──료우기 미키야가 결혼 상대였다." 기쁜 듯이, 유키노부는 웃고 있었다. 이런 웃음을 짓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옆에 놓인 키멘과, 무심코 비교하게 된다. "나는, 그 부부를, 동경했다." 흉흉한 큰 뱀(오로치)이 내려보는 와중에, 상쾌할 정도인 목소리로 유키노부가 말했다.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어쩌면 좋을까 생각했다. 답은 단순했지. 특별을 그만두면 된다. 료우기의 당주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저런 식으로 그만둘 수 있다면, 자신도 똑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그것은 희극이었을까, 비극이었을까. 가장 마술의 재능이 넘쳐흐른 자가── 가장 연이 없는 『보통』을 동경했다, 라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이번의 사건의, 단서. "그러니까, 간타이의 거절반응에도 견딜 수 있었다. 어떤 아픔이라 해도, 저렇게 웃을 수 있다면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가끔은 웃었지." 모르겠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표정을 엄하게 한 린이, 이렇게 물었다. "그럼 선생님. 이 사람에게 있어 한 눈에 반한 상대나 아이들── 야코우 메이나 아키라는." "『특별』하지 않게 되기 위한 도구였던 거겠지." 스승님의 결론에, 자신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보통』이기는 커녕, 마술사의 윤리조차 아니다. 그런데도, 야코우 유키노부가 그렇게 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게 되고 싶어서 라는 것이다. 모순되어 있다. 배반하고 있다. 하지만, 납득되고 만다. 분명 스승님이 말한 대로라고, 이해되어 버린다. 여태껏 봐온 것 중에서도, 특히나 도착적인 동기(와이더닛)를, 받아들이게 된다. "꼭 책망받을 일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로 당신은 상냥한 아버지였겠죠. 실제로, 당신이 아이들과 있었던 시기를, 토보리 겐마는 행복해보였다고 표현했습니다. 본심이나 계기가 다소 독특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 누운 채인 야코우 유키노부의 눈동자가, 멍하니 스승님을 비춘다. "하지만, 당신은 속여버렸습니다." 라고, 스승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야코우도, 저희들도, 아내도, 딸도, 자신의 생각대로 하기 위해서 속여버렸습니다." "……그 말대로다." 라며, 유키노부가 인정했다. 아까 전에 싸웠을 때와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힘없는 얼굴이었다. "속일 수 밖에 없었다. 내게는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틀린 겁니다." 스승님이, 말한다. "제가 당신이라도, 같은 짓을 했겠죠. 속이는 편이 확실하고, 매우 믿음직하니까. 자신들이 있는 세계에 어울리는 방법이니까. 네, 시계탑이 군주(로드) 같은 게 됨으로써, 사기 같은 행위만 얼마나 능숙해졌는지 하는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를 약탈공이니 뭐니 부르는 자들은, 네가 그런 소리 하기냐고 항의하겠죠." 스승님의 입술에 비꼬는 듯한 그림자가 번진다. 과거에 되고 싶었던 모습과, 지금의 자신과, 얼마나 거리가 벌어져버린 것일까. 결코 발걸음을 멈춘 것은 아닌데도, 이르지 못한 꿈이 얼마나 있을까. "료우기 미키야가 『보통』인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 치명적일 정도로 『보통』으로 보여버린 건, 아마도 그 사람이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으니까…… 아무도 속이려고 하지 않으니까, 입니다." "…………." 유키노부는, 다시, 한동안 침묵했다. 미간에 새겨진 주름과 상처가 맞물려서, 평소보다 깊어졌다. 그러고나서, "……아아, 그런가." 라며, 숨을 내쉬었다. 무겁고, 괴로워보이고, 투명한 한숨이었다. 그런데도, 옆모습만이, 처음으로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를 풀어낸 어린아이 같았다. "……『보통』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나." 꿈을 꾸듯이, 눈을 감은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 "유키노부 씨는 어떤가요?" "거절반응이 심하다고 들었습니다. 수일을 다투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남은 수명은 힘들겠죠." 라고, 스승님이 답했다. 1년이나 2년, 그게 아니면 더 짧을까. 시계탑에서도, 마술각인을 두고, 비슷한 사건은 많은 것이다. 그 때마다 거듭되는 희비교차도, 마술사의 가계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한다. 신비에 관여하는 방식이 다른 일본에서도, 그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다만, 시계탑에서, 마술각인의 거절반응에 대한 자료를 준비시킬 예정입니다. 지즈에게서 회수한 간타이도 넘겼고, 아마도, 어느 정도의 연명은 가능하겠죠. 그를 사모하는 야코우의 술자들도, 최대한의 협력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런가요." 확실히, 술자들에게서 사모받는 분위기였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관계가 있다. 설령, 그 결과로 아내와 딸을 몰아넣게 됐다고 하더라도, 주위와의 관계 자체가 책망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 료우기 미키야【인명】아시는 대로, 『공의 경계』에서의, 또 한 명의 주인공. 제대로 된 인간이 보기에는, 이렇다할 것 없는 온화한 청년. 하지만, 사람의 길 밖을 가는 자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평범. 그 성질은 『모험』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되어, 야코우 유키노부로서는 그야말로 만나자마자 17분할 당한 정도의 타격을 입어버린 것이다. 또한, 매니아는 눈치챘을 지도 모르지만, 야코우 유키노부가 봐버린 것은 시키(織) 쪽이다. 유키노부도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눈치채고 있으며, 그 때의 료우기에 대해 「그녀」라고는 하지 않고, 「고교생」이라고만 하고 있다. - 타입문 에이스 VOL.15 동봉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용어집

*52 현존하는 신의 파편── 간타이를 가진, 일본의 마술세력. 간타이와 직접계약 가능한 인수는 얼추 100명 정도지만, 이래도 일본의 마술세력 중에서는 3번째 정도의 규모다. 신의 성질은, 이름대로 일본의 명계로 통하는 것. 야코우란 끝나지 않는 밤이라는 의미. 그 신에 경의를 담아,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화복 양복 불문하고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도박장과 관련성이 많고, 현대에서는, 「마」에게서 사람의 세상을 지킬 필요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오히려 도박장 관리가 메인이 되어있다. - 타입문 에이스 VOL.15 동봉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용어집

*53 또한, 일본의 조직에서, 좀처럼 신의 이름을 꺼내지 않거나, 또는 조직만의 별명을 쓰려고 하는 것은 「말로 하지 않는」 것으로 마모되어가는 신비를 보존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거의 4대 퇴마 가문도 같은 수단을 사용했다고 여겨진다. - 타입문 에이스 VOL.15 동봉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용어집

*54 텐트다. 여러 개의 더러워진 텐트가 서로 지탱하듯 무리지어, 여름의 공원 안에서, 일종의 치외법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던 것이다. 흔히 말하는, 노숙자들의 텐트촌이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구석에 있던 오렌지색 천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5 느닷없이, 쉰 목소리가 들렸다. "​루오​ 군. 아키라 군." "사노 씨." 청년이 돌아보자, 호리호리한 사십대 정도의 남자가 서있었다. "하하하, 일찍 일어나네." 이야기하자, 휴휴 하고 공기가 새어나오는 듯한 소리가 났다. 덥수룩한 수염 아래에, 앞니가 세 개 정도 빠져있는 것이다. 여름인데도 두꺼운 셔츠를 입고 있어서, 꽤 땀냄새가 난다. 머리에는 원형을 알 수 없게 된 워크 캡을 쓰고, 다리가 구부러진 안경을 쓰고 있다. 갈라진 입술을 오므리듯 웃으면서, 사노는 포장된 물건을 들어올렸다. "오늘은 진수성찬이야. 폐기된 햄버거를 몰래 받아왔어." "그거 굉장한데!" ​루오​도 환히 웃는다. 그러자, 아키라도 와 하고 점프했다. 곧바로, 근처의 넓은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은행나무 옆에서, 사노가 적당히 돌멩이 같은 걸 피해, 지면에 직접 앉는다. "저기 벤치에 앉아도 되지 않아?" "됐어, 구석이 좋거든." 변명하듯이, 사노가 소근소근 이야기한다. "우리들은 말이지, 세상을 사양하면서 살아가야 하니까 말이야." "그럴 리 없잖아." ​루오​가 답하자, 힘없이 사노는 웃었다. "응. 원래는 아니겠지. 하지만, 내가 견딜 수 없거든.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고 생각하기만 해도, 위가 욱신거리고, 눈앞이 어두워진단 말이야. 하하하, 옛날에는 눈앞이 어두워진다는 건 비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거, 정말로 된단 말이지." 사노가 머리를 긁으니, 비듬이 떨어졌다. 때가 낀 색이 되어있는 손가락을 보면서, 이야기한다. "벌써, 일주일이 됐으려나. 두 사람이 온지." "엿새네." 햄버거를 덥석 물면서, ​루오​가 말했다. "사노 씨가, 근처에서 배식해주는 장소같은 걸 가르쳐줘서 살았어." "우리들의 생명선이니까 말이지. 밥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어. 일이 잘 풀리면, 이렇게 땡잡기도 하고." 엉망이 된 가방에서, 낡은 맥주병을 꺼내면서, 사노가 히죽 웃었다. "사노 블렌드, 였던가." "응후후." 코에 걸린 느낌으로, 사노가 숨을 흘린다. 몇 방울씩, 병이나 캔의 바닥에 남은 술을 긁어모은 것이었다. 물론, 그런 방식에는 블렌드고 뭐고 없지만, 사노는 자신 나름대로 고집이 있다고, 늘 자랑했었다. 컵 따윈 없이, 바로 입술을 대고, 살짝 핥는다. "하지만 있지. 이런 생활은 오래 계속할 게 아니야.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말이야." 사노가, 심각한 체 하면서 말했다. 체라고 한 것은, 앞니가 빠진 얼굴이, 도무지 시리어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으니까 말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관공서에 가면, 나름 괜찮은 데를 소개해 줄 거야. 나 같은 건 어떻게도 안 되지만 말이야." "안 되는 건가." "몇 번이나 도망쳐왔으니까." 곤란한 듯이, 사노가 한손의 손등을 내려다본다. "사노, 미간이." 아키라의 지적에, 엇 하더니, 자신의 미간을 몇 번이고 어루만진다. 이마가 갈수록 검게 되지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말투를 보면, 인텔리라는 느낌이지, 사노 씨." 라고, ​루오​가 말한다. "하하. 대학원은 나왔는데 말이지……. 라고 해도, 모르려나. 다만, 아무래도 제대로 참는다는 게, 나한테는 불가능했던 모양이야. 사회라는 거에 나가면,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말이야." 차근차근, 사노가 말한다. 그리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아키라 군이, 성별을 알기 어렵게 한 것도, 누구한테서 도망치고 있어서려나?" ​루오​의 표정은 변하지 않지만, 아키라의 시선이 한 순간 흔들렸다. "그런 거 말이야, 나, 의외로 민감하거든. 아, 그래도, 민감하니까, 이렇게 돼버린 걸까나. 둔감한 편이 좋았으려나아. 좋았던 거겠지이." "뭐어, 여기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오래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느긋한 ​루오​의 말에, 사노가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지. 그게 좋은 거야. 너희들은 귀찮아하지도 않고 잘 씻고 옷도 빨고 있으니까. 충분히 다시 할 수 있어." 아키라가, 신음하며 눈썹을 찡그렸다. "귀찮은데." "그러니까 말이야. 정말로 귀찮아져버리기 전에, 나가는 게 좋은 거야." 사노가, 거기서 말을 끊었다. 살짝, 간격을 두고, "그러고 보니." 느닷없이 떠오른 듯이, 이렇게 말을 이은 것이다. "저기 신사에서, 오늘 밤부터 축제를 하는 모양이야. 응, 헤어지기 전에는, 좋을 지도 모르겠는걸." 너무나도 의도적이라, ​루오​의 한쪽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어, 그러니까, 혹시, 본제는 이거?" "그러니까, 함께 가지 않을래." 라며, 사노가 화두를 던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듯이, 하지만 그것을 억지로 떨쳐내는 말투로,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나도 제대로 옷은 빨아서 갈 거고, 한 번 쯤은, 분위기를 즐겨도 벌은 안 받겠지?" (중략) "돈이 있으면, 지금 할래?" "아, 안 돼." 라며, 사노는 당황해서 소녀의 손을 억눌렀다. "알겠니. 지갑 같은 걸 우리같은 상대 앞에서 꺼내면 안 돼." "농담." 쿡쿡 웃는 아키라에게, 사노가 얼굴을 찡그린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저기." 라며, ​루오​가 말을 꺼낸 것이다. "혹시, 신사 입구 근처에 있던 오코노미야키 가게 아저씨, 사노 씨의 아버지 아냐?" 그 순간, 사노는 경직됐다. 잠시 후, 소곤소곤 말했다. "……알아, 보겠어?" "광대뼈라던가 콧대같은 게 말이지. 유전이 드러나기 쉬운 곳인데, 쏙 빼닮았어." "볼 낯이 없어서 말이야." 말 그대로, 사노가 얼굴을 덮었다. 여기에 올 때 까지 공들여 씻었겠지만, 그럼에도 손의 주름에는 기름때가 묻어 있어서, 아까와는 반대로, 실제 나이보다 한참 늙어보였다. "이렇게 돼버렸는걸." 라며, 셔츠를 만진다. 제대로 빨긴 했지만, 셔츠의 소매는 꼴사납게 닳고, 단추는 짝짝이로 떨어져있다. 어렴풋한 쉰내도, 노점에서 충분히 떨어진 지금은 숨길 수 없다. 과거 사노가 가지고 있었고, 여태까지의 과정으로 상실해버린 것의 크기를,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 "어이, 너." 느닷없이, 불러세워졌다. 말보다도, 울림에 담긴 적의에, 아키라가 숨을 멈췄다. "사노지." 축제의 조명을 등지고, 세 명이, 나란히 서있다. 명백히, 행실이 좋지 않은 남자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어깨폭이 넓고, 두툼한 입술에 야비한 웃음을 띄우고 있다. 리더인 것 같은 가운데 남자가, 사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하하, 아버지의 생일이니까, 혹시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확,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사노!" 아키라의 외침에, "괜찮아." 라며, 사노가 제지했다. "안 좋은 곳에서, 돈을, 빌렸, 으니까." 울면서 우는 듯한 표정이, 일그러진다. 뺨에, 주먹이 꽂힌 것이다. 싫은 소리가 났다. 얻어맞은 사노가, 지면에 쓰러진다. 모처럼 새로 빤 셔츠가, 무참하게 흙으로 더러워졌다. 뇌까지 흔들렸는지, 사노는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얼굴을 누른 채 버둥거렸다. "형님, 얼굴은 그만두시는게. 최근의 경찰은 귀찮다고, 부두목도." "하, 이 녀석이 경찰한테 달려갈 것 같냐." "앗, 그건 그런가." 리더격인 남자에게, 똘마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도 걷어차기 시작했다. 옆으로 쓰러져있던 사노의 명치에, 발끝이 깊게 파고들었다. 구역질이 난 사노의 입에서 오액이 쏟아지자, 재주 좋게 남자들이 피한다. "아아, 시원하다. 료우기 놈들이 성가시게 구는거, 좆같았으니까." "덕분에, 실컷 손해봤으니까요." 언뜻 평온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남자들은 계속해서 발길질한다. 웃으면서, 사노를 공처럼 걷어찬다. "그만둬!" 매달리듯이, 한 남자의 조거 팬츠를, 아키라가 잡아당긴 것이다. "아앙?" 귀찮다는 듯이 눈썹을 찡그린 남자가 다리를 휘두르자, 소녀는 날아가버렸다. 가벼운 몸이, 한번 지면에서 튕겼다. "그, 그만……." 말하려던 사노도, 다시 걷어차인다. 감싼 팔도, 어깨도, 옆구리도, 가슴도, 허벅지도, 허리도, 하복부도, 엉덩이도, 등도, 상관 없이 걷어차였다. 그 발길질이, 도중에,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남자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냐, 이거." 내려다보니, 조거 팬츠의 종아리 부근에, 기묘한 것이 달라붙어 있었다. "……새끼줄?" 실제로, 그것은 새카만 새끼줄 그 자체였다. 길고 가늘고,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앙, 낡은 금줄이라도 떨어진 건가?" 또 한 명이 말하고, 표정을 바꿨다. 빙글, 빙글, 빙글, 남자의 다리에, 조금 전의 새끼줄이 휘감겨있던 것이다. 그 뿐인가, 휘감긴 부위에서, 엄청난 격통이 찾아와, 남자는 까무라쳤다. "아가가가가가가가!" 경련을 일으키며, 그대로 자빠진다. 쓰러져도, 아픔은 집요하게 계속됐다. 기절하지도 못하고, 남자의 입가에서 거품이 넘쳐흘렀다. 치이이익, 하고 조거 팬츠가 산 같은 것에 녹아내리자, 그 자리엔 남자의 피부와 살이 뒤섞이고 있었다. 당연히, 한 명으로 그치지 않았다. 사노를 에워싼 전원이, 똑같은 기화(奇禍)에 덮쳐진 것이다. "어, 어이! 뭐냐고 이거! 이상하잖아!" 비명 섞인 목소리가, 숲에 울려퍼진다. 물론, 이상하다. 새끼줄만이 아니다. 폭력 사태는 떠들썩한 소리에 묻혔다 하더라도, 남자들의 외침은 축제까지 충분히 닿았을 것이다. 설령, 폭력을 무서워했다 하더라도, 몇 명 정도는 호기롭게 다가오는 것이 보통이겠지. 마치, 이 일대가 이계로서 떼어내져버린 듯한. "싫어! 싫어싫어싫어!" 도망치려고 한 남자의 발목을, 새끼줄이 붙잡고, 지면에 쓰러뜨렸다. "그만둬!" 리더격의 절규가, 해일같은 새끼줄에 삼켜진다.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아……. 아……!" 사노가, 낮게 신음했다. 새끼줄이, 사노 쪽에도 다가온 것이다. 사노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자들은, 누구는 신체가 녹고, 누구는 목까지 새끼줄로 뒤덮이고, 더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게 되어있다. 자신도, 그 뒤를 따르는 건가. "오……. 오지 마……." 근처에 떨어져 있던 마른 가지를, 사노가 줍는다. 그런 것은 쓸모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어서서 도망치려고 해도, 진작에 허리가 빠져버린 것이다. "오지 마……!" 부웅, 하고 강하게 가지를 휘두른다. 손에서 쑥 빠져서, 밤의 어둠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검은 새끼줄이 사노에게로 다가온다. 사냥감을 발견한 뱀과도 비슷하게, 그 속도는 결코 느려지지 않는다. 돌연히, 멈췄다. 따뜻한 것을, 사노는 느꼈다. 둥실둥실, 무수한 무언가가, 자신을 둘러싸고 떠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깃털?" 이라며, 사노가 신음했다. 과연, 대답이 나온 것이다. "환익(환이)이라고, 부르는 거지만 말이야." ​루오​가 서있었다. 양손에, 오코노미야키가 들어간 종이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가장자리에서 약간 소스가 배어나와있다. 세 개 들고 있던 종이상자 중 하나만 돌 위에 두고 나서, ​루오​가 엄지를 할짝 핥았다. "축제가 끝난 뒤에, 신사 뒤에서 기다려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하하, 무심코 이야기에 몰두하게 돼서. 이건 서비스로 받았어." 떠들어대는 ​루오​의 등에서, 반투명한 날개가 자라나있는 듯이, 사노는 착각했다. 실제로, 아무리 눈을 부릅 떠봐도,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것은 날개라고 납득해버리고 있다. 그리고, 이 날개에 의해 검은 새끼줄은 막혀있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돼버려,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사노는 모른다. 그것이 환수라고 작명된, 어떤 젊은이(에르고)의 능력과 흡사하다는 것 따위. 청년이 쭈그리고 앉아,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미안 아키라. 기다리게 했지." "……​루오​." 쓰러져있던 아키라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주변에만, 새끼줄이 꿈틀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사노는 눈치챘다 혹은 그녀를 새끼줄이 지키려고 한 것처럼. "……늦어, 바보." "그러니까 사과하잖아. 오코노미야키는 나중에 먹자고." 살며시 소녀를 안아든다. 흐물흐물, 사노의 시계가 일그러진다. 간신히 유지하던 의식이, 한계를 넘은 것이다. "고마워, 사노 씨." 라면서, 고개를 숙인 ​루오​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목소리만은 들렸다. "바이 뤄롱(白若瓏)." "뤄……. 롱……?" 앵무새처럼 중얼거린 사노에게, 청년은 끄덕였다. "내 이름. 받아두세요. 되려 재앙을 부를 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쩌면 부적이 될 지도 몰라요." 상냥한 목소리다, 라고 생각했다. 상냥하고 슬픈 목소리다, 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보살펴주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뤄롱……. 아키라 군……!" 외침은, 목소리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기절해버린 것이다. 깨어난 병원에서, 그는 부친과 재회하게 된다. 빌린 돈을 갚을 수 있을 정도의 지폐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습격했던 야쿠자의 위쪽에서 두 번 다시 손을 대지 않겠다며 서류가 보내져온 것도, 나중에 부친에게서 들은 일이다. 남은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을 별난 청년과 소녀를, 사노는 때때로 매우 절실한 마음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 '……수상하게는, 보이지 않지만.' 앞서 가는 미키야를 다시 한 번 보았을 때, 그는 입을 열었다. "토우코 씨가, 네가 안고 있는 문제에 딱 좋을 거다, 라는 편지를 보내왔거든요." "문제?" 눈을 깜빡거린 자신보다 약간 뒤늦게, "우리들도, 아오자키 토우코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라고, 스승님이 말한다. "이전부터,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는데, 2주 전에 이거라면 힌트가 되지 않겠냐고, 편지를 보내왔지." 2주 전. 싱가포르에 오기 전이다. 즉, 스승님은 원래부터 일본에 올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앞서 걸으면서, 미키야가 묻는다. "어떤 과제인가요?" "일종의 해주, 라고 말하면 되려나." 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그것은, 자신의 안쪽에 깃든, 영웅의 인자를 벗겨내기 위한 술식이었다. 천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강사를 그만두면서라도, 스승님이 탐구하려고 했던 마술. 그리고, "지금이라면, 좀 더 알기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신을 되돌리는 방법, 이라고." 에르고가 스승님을 보았다. 젊은이가 먹어치웠다고 하는 세 위의 신. 그것을 되돌리지 못하면, 언젠가 에르고는 신이라는 절대적인 정보량에 압박당해, 인격과 기억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스승님은 단언했던 것이다. 기이하게도, 자신과 에르고에게 필요한 것은 같은 신비였다. "신님." 말하고 나서, 어쩐지 그리워하는 듯이, 미키야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산 위라서인지, 별빛은 참으로 밝았다. "그 사무소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했었어요. ……아아, 정말로, 토우코 씨랑 같은 마술사인 거군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8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했네." 라고 말하고, 스승님이 차를 마신다. "자네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에 대해서, 들려줬으면 하네. 아오자키 토우코의 편지에 따르면, 그 문제가, 우리들의 문제 해결에 관계되어 있는 건가?" "그 전에,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뭔가?" "마술사는 제자나 가족을 소중히 하는 족속이라고, 토우코 씨한테서 들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다. 마술사가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보다도 세계보다도, 근원이라는 무언가에 도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 세대만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마술사는 뒷세대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족이나 제자에게는 친밀해져 지켜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개념과는,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전제 하에, 미키야가 묻는다. "그렇다면, 가족에게서 떨어져버린 인간은,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행복 따윈, 사람마다 다른 것이잖나." 곧바로 스승님이 답했다. "누군가가 극한의 불행이라고 느끼는 환경을, 최고의 행복이라며 음미하는 자도 있지. 마술사가 아니더라도, 그건 보통이라고 생각하네만." "그렇네요." 라며, 미키야도 인정했다. "나라라던가 환경이라던가 가치관이라던가, 그런 약간의 차이로, 추구하는 게 완전히 달라져버려요. 누군가와 같은 것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누군가와 다른 것이야말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마음의 형태가 모두 다르니까, 행복의 형태도 모두 다른 거예요." 그 말은, 쿵 하고 가슴 깊숙히 빠진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직소 퍼즐 같은 것이다. 마음의 형태가 다르니까, 그것에 맞는 행복의 형태가 다르다. 각자가 모은 형태가, 어쩌다 꼭 들어맞았을 때에, 겨우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을 탐구하는 것이, 어쩌면 인생이라는 과정일 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미키야는 한 장의 사진을 꺼낸 것이다 마나와 비슷한 정도의, 어린아이가 찍힌 사진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짧게 자른 머리카락도 있어서, 성별은 판정할 수 없다. "이 아이는?" "야코우 아키라." 미키야의 말에, "야코우?" 하고, 린이 눈초리를 치켜올렸다. "야코우라니, 법술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야코우 얘기야?" 목소리에, 평소와 다른 성분이 섞여있었다. 약간의 긴장과, 고양이처럼 숨길 수 없는 호기심. 그 표정은, 아틀라스원의 라티오나 산령법정의 무시키와 대치했을 때와 동질이면서,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 아이를,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미키야는 잇는다. "…………."   스승님은 즉답하지 않았다. 린은, 스승님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에르고는, 흥미 깊은 듯이, 사진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자신은…… 그저, 서서히 고동치기 시작하는 심장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천천히, 스승님은 입을 열었다. "구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납치된 거예요."   꿈틀, 하고 스승님의 눈썹이 움직였다. 유괴 사건. 그 자체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지금 린의 말대로라면 야코우란 마술의 가계일 터이다. 거기에서 일어난 유괴 사건이란. 멀리서, 큰 북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축제의 양기와는 정반대인, 음울한 예감이 방에 자욱히 끼기 시작했다. "토우코 씨는, 이 아이와 접촉함으로써, 엘멜로이 2세 씨의 문제의 해결에 다가갈 수 있겠지,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9 "아무튼, 이제부터 야코우와 접촉하게 되겠지. 일본의 마술 조직과 교섭하고 싶은 참이기는 했네. 그 관위 인형사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는 기분은 들지만 말이야." 어깨를 으쓱거린 스승님이, 문득 물었다. (중략) 그러자, 린이 화제를 돌렸다. "그럼, 야코우의 저택에는 모여서 갈까요?" "……아니, 여기선 나와 그레이만 가지." 스승님이, 고개를 젓는다. "그 편이 입장이 덜 성가셔지니까 말이지. 린은 후유키의 관리자(세컨드 오너)이기도 하고, 에르고에 이르면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다. 여기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늘어나는 건 사양이야." "……음, 그건 그러네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0 흘깃, 하고 스승님의 시선이, 부인의 등 뒤로 던져진다. 안쪽에 위치한 단에는, 검은 천이 걸쳐진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형태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거울일까. "야쿠자에는 세 가지 원류가 있다, 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호오." "당시의 정부에게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천민, 비합법 도박장을 열었던 노름꾼, 대부분이 사찰에서 노점을 내거나 재주를 보이거나 했던 놀이패(的屋). 완전히 분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것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교류해온 것이야말로 야쿠자의 원류겠지요. 특히 마지막, 놀이패(테키야)가 파는 것은 극히 범위가 넓고, 약이나 매춘은 물론, 스모나 ​노가쿠​의 흥행, 끝에는 ​저주나 기도도 팔았다​, 라는 기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어디에서나 해체하고 있는 건가? 과연 약탈공." 질린 듯한 부인의 말투에, 스승님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릴 뿐이었다. 동시에, 자신은 심장이 매우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분석은 야쿠자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야코우라는 조직을 이야기한 것이다. 물론, 개개의 사정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대충 그 방향성은 다르지 않다, 그런 것일까. 축제를, 떠올렸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축제란 즉 주술적인 의례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운영하는 존재도 어쩔 수 없이 신비의 희미한 빛을 띤다. 눈을 가늘게 뜨고, 간격을 두고 나서, 스승님이 다시금 화두를 던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1 "일족 분이 납치됐다,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뭐어, 그 말대로지. 연이 있는 료우기의 사위가, 가끔씩 사람 찾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들어서 말이야. 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상담해봤다는 거지." 미키야에게 들은 것과, 거의 같은 이야기였다. "실례지만, 저희는 여기서는 외부인입니다. 사람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아, 그건 오산시켰나." 라며, 아카네가 살짝 쓴웃음을 짓는다. "료우기한테 부탁한 사람 찾기라는 건, 딱 좋은 연줄 얘기거든." "……무슨 말입니까?" "아이를 납치한 상대한테, 이국의 마술의 기척이 있었던 거지." 그 말에, 피부 위에서 미세한 번개가 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본의 마술조직은, 결속은 단단하지만 작아서 말이야. 시계탑에도, 대륙의 나선관에도 한참 못 미치지. 납치된 아이는 물론 뒤쫓고 있지만, 그 때 어디 사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았다간, 대처가 필요해지지 않겠나?" 참으로 정치적인 이야기였다. 시계탑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일은 늘었지만, 또 다른 감촉을 자신은 느끼고 있었다. 전부 다 검은, 이 방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무수한 가면들 때문일까. 그 하나하나에 의사가 깃들어,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시계탑에서도 수많은 음모와 의도가 얽히고 설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양상을 이루었지만, 이 장소(나라)에서는 의도 자체는 하나로 집약되고, 대신 음침한 분위기가 목을 조여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략) 스승님이, 눈을 감았다. 한번, 깊게 호흡하고나서, 천천히 눈을 뜨고, 묻는다. "하나 확인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이국의 마술사라는 것 뿐이라면, 저와 접촉할 정도로 경계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당신은 유괴한 마술사의 조직에 대해, 짐작 가는 게 있는 게 아닙니까." "하하. 당연히 물어보는군. 물론 그 말대로지." 그 이상 젠 체하지 않고, 야코우 아카네는 조직의 이름을 고했다. 자신과 스승님도, 알고 있는 이름을. "방황해 발트안데르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2 "……즉, 납치한 상대를 섣부르게 붙잡았다간, 그 상대의 조직과 논쟁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라는 말이군요?" "어이쿠, 이 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 과하게 직설적인 말투로군." 장난치듯이, 아카네의 입술이 비뚤어진다. "뭐어, 조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나라가 다르면 불도 공기도 다르지. 당연히 방식도 달라. 하지만, 우리들은 되도록 원만하게 하고 싶거든. 여차할 때의 보험도 원하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시계탑의 군주(로드)에게, 그걸 기대해도 나쁘진 않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3 소리도 없이 착지한 옥상에서, 그녀들은 뒷골목을 엿보았다. 쓰레기봉투가 대충 놓여있는 곳 근처에, 몇 개의 그림자가 멈춰 서있었다. 세 명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었다. 모두 다 선글라스를 끼고, 맨얼굴을 감추고 있다. 분위기를 봐도, 제대로 된 직업에 취직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 세 명이, 얼추 여덟 살이나 그쯤 되어보이는 어린아이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이쪽은, 애니메이션이 프린트된 T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일단 빗질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T셔츠에 그려진 캐릭터는 무참하게 더러워져, 원래 색도 알아볼 수 없게 되어있다. 『강화』된 린의 눈에는, 검은 정장들을 노려보면서, 꾹 하고 입술을 깨문 어린아이의 표정까지, 확실히 보였다. 수십 미터의 거리를 넘어, 검은 정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와주십시오, 아키라 님." '아키라 님──?!' 옥상의 에르고가, 경직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찾아달라고 의뢰받은 어린애의 이름이 아닌가. "린 씨──" 불렀을 때, "싫어!" 하고, 어린아이가 몸을 돌렸다. 하지만, 검은 정장들 사이를 뚫고 지나갈 수도 없다. 검은 정장 중 한명이, 아이의 손목을 꽉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가 검은 정장의 팔을 깨물려고 할 때, 부자연스럽게 쓰러졌다. 지면에 자빠진 것이다. "난폭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프게 해도 상관 없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뼈 하나나 두 개 쯤 부러뜨린다고 해서, 당신의 소질이 손상되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부디 그렇게 각오해주시길." 침착한 목소리는, 강철같은 차가움을 띠고 있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할 것이다, 라고 에르고는 느꼈다.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을 하고 있었을 때에도 비슷한 인종과 만난 적은 있었지만, 이국의 도회지에서도 그런 폭력과 마주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볍게 충격을 받기도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4 에르고가 앞에 나서려는 것을, 린이 제지했다. 거의 동시에, 뒷골목으로 키가 큰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이런이런. 역시 일 때문에 정착하고 있으니 바로 들키는군." 옥상에서는,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키가 크다. 복장을 보아하니, 바텐더 같다. 조끼를 어깨에 걸치고, 내려보듯이 세 명을 보고 있다. "너는." "겨우 일자리를 찾은 참이란 말이야. 저녁까지 준비를 못 마치면, 점장이 시끄럽거든. 뭐, 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걸 깜빡해서, 사노 씨한테 갖고 있던 현금을 죄다 넘겨버린 내가 나쁘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바텐더 풍의 청년이 머리를 긁는다. 그러면서도, 천천히 검은 정장들에게── 아니, 아이에게 다가간다. 조금도 주저가 없는 모습에 한순간 경직된 검은 정장들이, 곧바로 시선을 되돌렸다. "부두목." "……그래." 한번 끄덕이고나서, "멈춰라." 라고, 부두목이 명령했다. "아키라 님을 유괴한 마술사에 대해서는 들었다. 하지만, 우리 당주님께서는 되도록 위해를 가하지 말도록, 이라고 하셨다. 여기서 물러나면 눈감아주지." "그거 기쁜데. 타인의 배려가 몸에 스며드는걸." 느긋하게 말하면서, 하지만 청년은 멈추지 않는다. 아키라라고 불린 아이와 접촉하기 전에, 검은 정장 세 명이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은 위세 좋게 마주쳐서, 맑은 소리를 퍼뜨렸다. 카시와데(柏手). 단순한 소리의 파장이, 마술의 충격으로 변화하는 것을, 에르고는 느꼈다. 한순간, 청년의 등이 부풀어오른 것이다. 바람이 신체를 스치고 지나간 듯, 둥실 뜨더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사람을 보고 『마魔』라고 판단한 건가. 일본의 마술이라는 건 난폭한걸." "착각하지 마라." 라고, 검은 정장이 말했다. "방금 그건 경고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것은 야코우의 행(行)이다." "아아, 그러고보니 『마』의 술이라고 하지 않는 건가. 더이상 신앙은 하지 않더라도, 접속하고 있는 건 그거니까 말이지." (중략) 파악, 하고 지면을 박찬 것처럼 느껴졌다. 명백히 일반인의 범주에 그치지 않는── 에르고나, 『강화』된 린의 눈으로, 겨우 좇을 수 있는 움직임. 그럼에도, 스텝에서 이어진 스트레이트는, 손이 흐릿하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둔탁한 소리가, 세 번 났다. 턱을 얻어맞은 두 명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함께 쓰러졌다. 부두목이라고 불렸던 남자만은, 간신히 버텨냈다. 뒤로 크게 도약하고, 새로운 술식을 자아내기 위해, 중지와 검지가 검인(剣印)을 맺었다. "오, 대단한데." 바텐더 풍의 청년이, 슥 하고 셔츠 소매를 걷는다. 피부의 표면에, 뭔가가 각인되어 있는 것을 에르고는 보았다. 열쇠와 닮았다. 딱, 딱, 딱, 하고 잇소리를 세 번 내고나서, 그 각인을 어루만지자, "천지현종(天地玄宗), 만기본근(万気本根)."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각인 위로 미끄러뜨린 손가락 사이에서, 마술처럼 노란색 영부(霊符)가 나타난 것이다. 영부는 찰싹 하고 부두목의 손과 얼굴에 달라붙어, 몇 장이고 몇 장이고 겹쳐져, 노란색 미라처럼 그 몸이 속박당해버렸다. "급급여율령(急々如律令)……. 후. 아버지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게 제일 편해서 말이지." "사상마술……!" 청년의 마술을, 린이 간파했다. 대륙의 마술의 통칭이라는 것을, 에르고도 알고 있다. 자신을 습격했던 산령법정의 무시키가 쓴 폭풍 마술이, 그것에 해당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영부나, 열쇠같은 각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오히려.' 이쪽이, 일반적인 사상마술이라는 것일까. "​루오​!" "잘 참았구나, 너." 다가온 아이의 머리를, 청년이 슥슥 쓰다듬는다. "……딱히, ​루오​가 오지 않아도, 완전 멀쩡했거든!" "하하하, 그렇군. 쓸데없이 거들어버렸네요, 아키라 아가씨." 아키라라고 불린 아이── 소녀에게, 청년이 과장스럽게 인사한다. 그러고나서, "그래서, 이번에는 그쪽이군." 하고, 시선을 올렸다. 옥상의 이쪽과, 눈이 마주쳤다. 얼굴을 마주보고 나서, 체념한 린과 에르고가 뛰어내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5 "아까 말했듯이, 무시키 선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우리들, 방황해의 순서는 최후였으니까 말이야.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데서 만나는 건 상정 외였다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이야아." 쾌활하게, 뒷통수를 뤄롱이 두드린 것이다. "만나면 붙잡아라, 라고는 아버지한테 들었단 말이지, 이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6 "기다려!" 에르고가 외쳤다. 가장 어울린 기간이 긴 린조차도, 거의 들은 적 없는, 강한 목소리였다. 환수를 뻗어, 뤄롱의 몸체를 움켜쥔다. "좋은데. 그대로 잡고 있으라고." 뤄롱이 속삭이고, 아키라를 보다 강하게 끌어안자, 로켓같은 기세로, 세 사람은 뒷골목의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너무나도 굉장한 속도인 탓에, 『강화』된 린의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올려다보니, 창공에 떠오른 두 사람의 모습은, 빨리도 주먹 크기가 되어있다. "……뭐야, 저 사기. 서번트 급이잖아!" 망연해져 있던 것도, 수 초. 사람이 모이는 게 조금이라도 늦춰지도록, 주위에 사람 물리기 술식을 친다. 쓰러진 채인 야코우의 마술사들은 일단 무시. 정보는 원하지만, 이 이상 상황이 복잡화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조바심을 억누르면서, 린은 휴대단말을 꺼내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7 그러고나서 취한 움직임은, 제대로 사고하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늘릴 수 있는 만큼 환수를 늘린 것이다. 여섯 개의 환수 중, 네 개는 뤄롱을 붙잡은 채, 두 개는 건물의 옥상을 움켜쥐고, 힘껏 잡아당긴다. 엄청난 힘이, 환수에 걸렸다. 여태까지도, 다양한 공격에, 에르고의 환수는 버텨왔다. 뼈의 거인의 공격에도, 연금술사에 의한 참격에도, 혹은 린과의 특훈에서 있었던 마술에도. 하지만,시속 수백 킬로 수준의 고속으로 ​잡아당겨지는​ 건 어떨까. 찌직, 하고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에르고는 버텼다. 찌직, 찌직, 하고 소리가 연속된다. 등에서 퍼지는 처절한 고통을 버티면서, 가능한 한 모든 힘을 환수에 담는다. 갑자기, 비상이 둔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제법인데, 에르고." 무리하게, 뤄롱은 거스르지 않은 것이다. 빙글 하고 비상의 방향이 반회전되고, 간격이 벌어진 에르고의 몸이 위쪽으로 흔들렸다. 그럼에도 양쪽의 환수는 꽉 움켜쥔 채였다. 한결같이, 건물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그쪽의 환수만 놓는다. 건물을 쥔 쪽의 환수를 로프처럼 사용해, 휘익 하고 에르고가 스윙했다. 진자같은 요령으로, 벡터를 상승으로 변환한다. 정점에서 몸을 비틀고, 건물 옥상으로 추락했다. 빈 환수로 몸을 감싸긴 했지만, 충격은 내장까지 퍼졌다. 약간 뒤늦게, 환익을 펼친 뤄롱은, 같은 건물 옥상으로 활강해왔다. "괜찮아?" "……응, 깜짝 놀랐어." 속삭임을 들은 아키라가, 살며시 팔에서 내려온다. 소녀의 작은 몸에도 상응하는 가속도(G)가 걸렸을 터인데, 아무래도 뤄롱에게 안겨있는 동안에는, 현실같지 않은 법칙이 작용한 것 같다. "​루오​는, ​루오​인 거지?" "하? 무슨 소리야. 달리 누구로 보이는데." 올려다본 소녀의 물음에, 뤄롱이 눈썹을 꿈틀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에르고는 어쩐지 모르게 안심하고 말았다. 아직, 조금 전에 잡아당기다가 입은 대미지도 남아있는 채였지만, 이를 악물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고오오오, 하고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내려다보니, 서쪽에 넓은 초록색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공원은 아니다. 코쿄(皇居)라고 불리는, 이 나라의 상징이 계시는 곳이라는 건, 에르고도 알고 있다. 하지만, 공항에서 지도를 본 기억으로 떠올려보니, 아까 전의 스에히로쵸에서 수 킬로미터는 떨어져있었을 것이다. 고작 2, 30초 정도의 비상으로, 여기까지 옮겨진 것인가. 그랑 도쿄 ・노스 타워. 지상 43층. 높이는 이백 미터를 넘는, 치요다 구 최대를 지향하며 건설중인 빌딩이다. 아직 오픈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사는 거의 끝나서, 지금은 내부 인테리어를 마감하면서,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있는 단계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8 "너는, 나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야?" 다시 한 번, 같은 것을 에르고가 물었다. 뤄롱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입을 열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하나?" "아마도." 해적섬에서는, 자주 라나같은 아이들과 노래했었다. 무서울 때, 슬플 때, 기쁠 때. 노래만큼은 언제나 함께였다. "그럼, 그 점은 변함 없군. 옛날부터 자주 노래했었어, 너. 나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울리지 않았는데도 친우?" "어울려주면,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잖냐." 그건 그렇다. 뤄롱은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쉬고, 이마 부근을 눌렀다. "그렇달까, 너, 실종되는 버릇까지 옛날 그대로라고. 맨날 중요할 때에 없어져서, 내가 몇 번이나 찾으러 다녔다고 생각하냐고. 그 때마다 나무 위라던가 산의 동굴이라던가, 묘한 데에만 숨어있으니까, 내가 찾는 게 당연하게 돼버렸지." 어쩐지 부루퉁해진 듯이, 갈색 피부의 청년이 입술을 삐죽 내민다. 에르고가 모르는 기억. 포화된 정보. 하지만. "하지만, 루오라면, 바로 찾아내주니까." 그런 대답이 목에서 매끄럽게 나와버려서, 자신도 깜짝 놀랐다. "당신도, 루오라고 불렀어? 가까이에서 듣고 있던 아키라도, 눈을 깜빡거렸다. 다만, 무를 수도 없었다. 눈 앞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던 갈색의 얼굴이, 너무나도 기뻐보였기 때문이다. "조금은, 떠올랐냐?" "……모르겠어." 라면서, 고개를 젓는다. "나는, 자신의 이름이 에르고인지 어떤지조차, 자신이 없었으니까." "흔히 말하는 인명하고는 약간 다를지도 모르겠네. 우리들은 그렇게 불렀지만, 네 이름은 어떤 의미로는 실험명에 가깝지." "실험명?" 거기에, 뤄롱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굶주림은 어때​?" 라고, 물은 것이다. 에르고는, 경직되고 말았다. "때때로,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어지지. 잘 때에도, 식사하는 와중에도 관계 없이. 영문을 모르게 될 정도의 굶주림이지. 눈앞이 새카맣게 물들어서, 냄새가 잘 알 수 없어지고, 배의 바닥만이 불길에 휩싸인 듯한 감각이지. 고기를 먹든 과실을 먹든 채워지지 않아. 굳이 말하자면, 석류만은 나은 정도. 그럼에도, 용암에 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정도라서, 곧바로 더 심한 굶주림에 시달리지." 오싹오싹, 몸 안쪽이 더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초대면인── 적어도, 에르고한테는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은 상대가, 에르고에게 있어 가장 끔찍한 비밀을 알고 있다. 그 때의 어쩔 도리가 없는 초조함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지금 그대로라면, 너는 죽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너라는 인격이 짓눌리지. 엘멜로이 2세도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들었어." 기억포화는, 에르고의 숙명이라고. 그러니까, 살아남기 위해서, 젊은이는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자네의 신을 되돌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에르고의 신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엘멜로이 2세는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르고가 먹어치운, 나머지 두 위의 신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그리고, 지금. "와라, 에르고." 라며, 뤄롱이 권유한다. 참으로 진지한 말투였다.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그럼에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서글픔이 담겨 있었다. "너의 몸에 대해서, 우리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세하지. 현대마술과의 군주(로드)도 얕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생각하면 알 거다. 너에게 신을 먹인 것은 우리들이고, 엘멜로이 2세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있을 뿐이니까." "…………." 젊은이는, 침묵했다. 살며시 입술에 손을 댔다. 조금 전, 자연스럽게 "루오"라고 불러버린 감각이, 아직 거기에 남아있었다. 모르는 이름. 따뜻한 이름. 에르고라는 말 이외의 온갖 기억을 잃었던 자신이, 처음으로 되찾았을지도 모르는 과거. 갈색 피부의 청년은, 이쪽의 말을 차근히 기다리고 있다. 얼마든지 기다려줄 것이라고, 어째선지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쩌면, 옛날에도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조금 전 이야기한 것처럼, 몇 번이고 자신이 모습을 감추고, 이 청년이 근성 있게 찾아내줬던 걸지도 모른다. 애칭과 묶인 감정은, 너무나도 정체불명이라, 그의 가슴을 어지럽혔다. 잠시 후, 에르고는 입을 열었다. "전부 이야기해서 타협할 수 있다면, 아까 전의 너는 린에게 설명했겠지." 천천히, 잘 알아듣도록, 말한다. "즉, 린이나 선생님한테, 그리고 지금의 내게 알려지면 곤란한 게 있어." "너, 옛날부터 그런 감은 좋단 말이지." 작게, 쳇 하고 뤄롱이 혀를 쳤다. "그래도, 아까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니야. 네가 살아남고 싶다면, 우리들한테 붙어야 할 거다." "……에." 갑자기, 아키라가 숨을 삼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지랑이가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여름의 풍물시라고도 불리는 현상이었다. 온화하기 시작된 두 사람의 회화가 진행될 수록, 공기 중에 다른 성분이 섞여, 변질되어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9 "그 아이는, 어째서?" 라고, 에르고가 물었다. "선생님은, 내가 먹어치운 신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 그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공기의 변질은 진행되어간다. 아지랑이로 착각한 것은, 피부를 찌르는 긴장감에 의한 것이었다. 에르고도 뤄롱도,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살의나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서로 내포한 무언가는, 도저히 일반인의 그릇에 그치지 않고, 주위를 침식하고 있다. 그 괴리에 의한 긴장감을, 아키라의 감각이 아지랑이처럼 인식해버린 것이다. 그녀가 마술사였다면, 마력의 작용이라고 간파했겠지. 삐걱, 삐걱, 공기가 삐걱댄다. 삐걱, 삐걱. 삐걱, 삐걱. 삐걱댄다, 삐걱댄다. 비틀린다, 비틀린다. 흐물흐물, 풍경조차도 비틀어져간다. "그 아이는, 신을 되돌리는 것과 관계된 거 아니야?" "관계됐지." 태연하게, 뤄롱이 답한다.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숨길 만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까. 일그러짐은, 한계에 달했다. 본래, 마술식을 부여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마력이, 이 두 사람에 한해서는 기묘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현실을 변혁해간다. 한여름의 공기는 마치 극약을 투여한 듯이, 주변을 좀먹어갔다. "너도, 신을 먹어치운……." 말하려고 했을 때였다. 에르고의 신체가, 떨렸다. '먹고 싶어.' 그런 목소리가, 몸 속에서 메아리친 것이다. 의식의 색이, 덧칠된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장절한 욕구를 품은 목소리였다.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다. 부들부들 경련한다. 떨림은 근육이 아니라 내장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위도 폐도 간장도 심장도 전부 떨리고 있는 듯 했다. 위에서 목을 향해 작열의 감각이 관통하고, 몇 번이고 구역질을 했지만, 그저 대량의 타액이 넘쳐흐를 뿐이었다. "에르고?" "……안, 돼." "너, 설마." 찬란하게 빛난 눈동자는, 뤄롱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야코우 아키라를, 포착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녀에게로 날아가는 여섯 개의 환수. "칫!" 사이에 끼어든 뤄롱이, 아키라의 몸을 끌어안고, 옥상을 굴렀다. 환수가, 허공을 갈랐다. "뤄롱?" "미안해, 아키라." 소녀에게, 뤄롱이 사과한다. "이렇게 되기 전에, 데려가고 싶었던 건데 말이지……." 일어선 청년의 앞에서, 에르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손은 바닥에 짚은 채, 눈동자는 초점이 맞지 않았다. 순수한 표정은 무참하게 일그러져, 짐승처럼 이를 몇 번이고 부딪히고 있다. 입술 끄트머리에서는 하얀 거품이 흘러나오고 있다. 명백히, 조금 전까지의 그가 아니었다. '먹고 싶어.' 진홍빛 충동만이, 젊은이의 내부를 메워간다. 그것은, 재액같은. 그것은, 역병같은. 그것은, 지옥같은. 이전 그레이에게 품었던 것과, 같은 충동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아직 참을 수 있었다.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게 될 정도의 강렬한 욕망에 몸을 애태우기는 했지만, 즉시 환수로 덤벼들 정도는 아니었다. '먹고 싶어.' 이유는, 알 수 있다. 눈 앞에서 움직이는 상대가, 에르고에게는 더 이상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의식으로는, 이렇다. 진수성찬이, 둘이나 있다​. 그리고, 자신을 멈춰줄 인간은 아무도 없다. 2세도, 그레이도, 린도, 라나도.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부조리하게 얽매고 있었는지, 겨우 에르고는 깨달았다. "가악." 하다못해, 그 욕망을 억누르려고 했다. 자신의 팔을 깨문다. 피가, 흘러넘친다. 그 향기가, 달다. 그 혀가, 녹아내릴 것 같다. 그 모든 것에, 도연히 에르고의 정신(마음)은 취해버렸다. 이것을 위해서라면, 전부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버린 자신에게 절망하면서, 젊은이는 자신의 피를 탐했다. "에르고……. 씨……." 아키라가, 뤄롱의 소매를 꼭 쥔다. 아아, 그 모습은 마치 흡혈귀 같지 않은가. 전설에 남은 악귀의 모습. 조금 전까지 뤄롱과 마주보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는, 대립하고 있기는 했어도, 순박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인상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은 보다 무참했다. 쭙쭙,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났다. 피를 빨아들이는 소리였다. 그게 멈췄을 때, 눈동자가 데구르르 이쪽을 향했다. "아무리 네가 참을성이 강하더라도, 자신의 혈육만으로 끝날 리가 없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0 불쌍해하듯이, 뤄롱이 말한다. 그 등에, 환익이 다시금 펼쳐진다. 흘러내린 날개는 낙엽처럼 우아하게 보였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휙 하고 깃털이 방향을 바꾸어, 에르고에게로 돌진한다. 스친 어깻죽지가 한순간 늦게 크게 벌어졌다. 검술의 달인이 명검(業物)을 휘두르면, 베인 것은 잠시동안 눈치챌 수 없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그 설화에 필적하는 예리함이었다. 이번에는, 일제히 수십 장의 요우(妖羽)가 날아든다.  에르고의 등에서, 세 쌍 여섯 개의 환수가 영격했다. 격돌한 지점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흩어진다. 공중에 불가시의 파문이 수도 없이 퍼져, 불꽃과도 비슷하게 덧없이 사라져간다. 그 한 송이 한 송이에 담긴 마력량이, 정상적인 마술사라면 졸도할 정도의 영역에 달해있었다. 언뜻, 호각으로 보였다. 그 동안에도, 에르고의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욕망이 부풀어올라간다. '먹고 싶어.'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 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 이제는, 그 목소리야말로 에르고였다. 외침이야말로, 포효야말로, 욕망이야말로, 젊은이의 모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하려고 했을 때, 요우가 옆구리를 스쳤다. 엄청난 피가 흘러넘쳐, 격통과 함께 에르고가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아아아아앗!" 자기 몸을 끌어안은 젊은이에게, 남은 요우가 닥쳐들고── 갑자기, 열풍이 일어났다. "이봐 이봐 이봐." 마력을 품은 바람이, 뤄롱의 요우를 떨쳐낸 것이다. 그리고 바람의 중심지점에서, 여섯 개의 환수가, 에르고 본래의 팔과 겹쳐져간다. "너, 그건……." 뤄롱이, 숨을 삼킨다. 치켜올라간 에르고의 눈은, 화안금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입술이, 그 이름을 읊조린다. "신핵장전・제천대성." ──​장전/신이라는 이름의 탄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1 바다와, 닮아있다. 넓고, 멀고, 어디까지고 내다볼 수 있다. 거의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풍경의── 전부가 ​붉었다​. 위(하늘)도, 아래(바다)도, 단 한 색깔이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분노와 격정.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통째로 증발해버릴 듯한 붉은 해면에, 에르고는 서있었다. 파도 대신에, 화염의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거품 대신에, 불똥이 날린다. 그렇게 타오르는 바다에 솟아있는 기둥 위에서, 어느 사람 형상이 울부짖고 있었다. "……손행자."  하고, 에르고가 신음한다. 그 때, 자신을 온화하게 타일러주었던 원숭이 형상의 신은, 지금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본래의 모습이다,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손행자의 전설은 그렇지 않았던가. 천축으로 가는 여행의 최후에는 투전승불이 되었으나, 특히 삼장법사와 만날 때까지의 손행자── 손오공은, 천계 전체를 상대로 돌려도 물러나지 않을 정도의 대요마였다. "손행자!" 에르고의 외침조차,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포효에 맞춰, 불길이 더욱 맹렬해지고, 붉은 바다는 격하게 소용돌이친다. 에르고도 그 속에 삼켜졌다. 손쓸 도리 없는 작열에 혼까지 불태워져, 젊은이의 의식은 두절되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2 "아아…… 괴로운 거냐, 에르고." 뤄롱이 쓴웃음 짓는다. "먹어치우고 싶겠지." 살며시 아키라를 내려놓고, 뒤로 보낸다. "……​루오​." "됐으니까, 떨어져 있어." 에르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뤄롱이 말한다. "고옥."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숨결이, 에르고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짐승의 포효였다. 순백의 쌍완이, 눈 깜짝할 새에 흉흉한 진홍으로 물들어간다. 에르고의 안쪽의 세계에 응해서, 그 표상인 신완도, 변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네가 먹고 싶어. 옛날에도 똑같은 소리를 했지만, 어차피 기억 못하겠지." 털어놓는 뤄롱의 옆모습은, 어딘가 어리게 보였다. 똑같은 소리를 했다고 하는, 그 무렵의 연령일지도 몰랐다. 다시 한 번, 진홍의 신완이 치켜들어진다. 잡아당긴 활과 비슷했다. 극한까지 마력을 담아, 주먹이 단번에 쏘아진다. 분쇄되는 뤄롱의 모습을, 후퇴한 아키라는 떠올렸다. 인간은 커녕, 견고한 차량이나 건축물이라도 파괴할 정도의 위력이, 주먹에는 담겨있었다. 빙글, 하고 그 주먹이 옆으로 비껴간 것이다. 화경化勁, 이라 불리는 중국권법의 기술이었다. 팔괘장・엽저장화葉底藏華. 굉장한 속도의 주먹에, 뤄롱이 손등을 맞대고, 빙글 뒤집기만 했을 뿐인데, 그 벡터를 변환시킨 것이다. '역시, 공간 고정의 특성은 정지했나!' 생각하면서, 무릎을 뺐다. 가라앉는 중심 이동을 이용해서, 등 뒤로 돌아간 뤄롱이 작게 속삭인다. "사상건문, 접속." 술식의 구동과 동시에, 가볍게 비튼 오른발을, 지면에 붙인다. 발바닥에서 정강이, 정강이에서 허벅지, 허벅지에서 허리로 전달되는 힘을 증폭시켜갔다. 흔히 말하는 발경의 요령으로, 척수에 통하게 한 마력을 비틀고, 나선형으로 짜낸다. 건문에서 접속한 술식을 가동시키며, 팔괘장의 신체운용을 그대로 마술의 구성요소로서 이루었다. 노리는 것은, 신완의 핵. 거기에 술식을 때려박을 필요가 있었다. "긴급용으로, 아버지한테 넘겨받은 술식이라서 말이야. 어찌 돼도 원망 말라고!" 동시에, 반전한 에르고의 신완이, 주먹쥔 손을 벌렸다. 무시무시한 갈고리 발톱이, 다섯 손가락에서 늘어났다. 하나 하나가, 전설에 에름을 남긴 마검 성검에도 뒤지지 않을 예리함과 강대한 신비를 감추고 있다고, 뤄롱은 간파했다. 에르고와 동형인 자신의 목숨에도, 충분히 닿을 만한 무구라고. '물러설까보냐!' 팔괘장・대붕전시大鵬展翅. 호선을 그려 얽어매는 듯한 투로와 함께, 술식과, 그리고 환익에 깃든 힘을, 신완의 동일지점에 동시에 때려박는다. 환익과, 신완이 격돌했다. 지상에서 천공을 향해, 반대로 번개가 친 듯했다. 한 순간의 간격을 두고, 터무니없는 구풍과 충격이, 그랑 도쿄・노스 타워의 옥상을 휩쓴다. 옥상에 지어져 있던 호사스러운 우드 테라스도 그 위력에 유린되고, 두툼한 배 강도의 유리에 기하학적인 금이 갔다. "……​루오​!"   아키라가, 얼굴 앞에 손을 들면서 외친다. 신체가 떠오를 뻔할 정도의 폭풍이 멎었을 때, 두 사람은 쓰러져 있었다. 에르고의 신완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 뤄롱은, 옷의 오른쪽 소매가 찢어져, 반신이 피로 물들어있었다. "​루오​!" 뛰어온 아키라가 몸을 흔들어보아도, 뤄롱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에르고도 의식을 되찾을 기미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만한 소동을 일으켰으니, 곧 공사 중인 아래층에서, 누군가가 올 것이다. 자신을 찾고 있는 야코우의 구성원이 올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든 뤄롱을 옮겨보려고 해도, 소녀의 근력으로는 안아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툭, 하고 소리가 났다. 옆에 자빠진 에르고의 옷에서, 휴대단말이 낙하한 것이다. 아무래도, 수신에 의해 진동한 것이, 자켓 주머니에서 떨어진 계기가 된 모양이었다. 쭈뼛거리며, 아키라는 그 단말을 주워들었다. 발신 상대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으."   상처 입은 뤄롱이, 희미하게 신음소리를 낸다. 아키라로서는 처음으로 보는, 청년의 약한 모습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명백했다. "…………." 잠시 고민하고 나서, 소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3 "방황해의 마술사가, 어째서 당신들 야코우에게 개입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대한 질문이었다. 부인은 부드럽게 미소지은 채다. 이름대로 붉은 입술 끄트머리에, 손가락 두 개를 얹는다. 무심코 즐거운 듯 일그러지고 마는 것을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답해도, 되려나." 라고, 아카네가 물었다. "대답하면, 자네가 관여하게 될 것이야. 우리들의 마술의 근간에 대해 들려주는 거니까." "반대가 아닙니까." 라며, 스승님이 받아친 것이다. "일부러 사람을 중개해서 불러놓고서, 중핵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다니, 야코우의 명예에 흠집이 가는 게 아닙니까." 무심코, 스승님 쪽을 돌아보고 말았다. 화약고에 폭탄을 던지는 듯한 말이었다. 수 초 정도 지나자, 부인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다행이군! 미안하네 군주(로드). 겨우 소문의 약탈공과 만난 기분이야. 응, 그 정도가 아니면, 본고장의 마술사의 두령은 못 해먹을 테니까 말이지. 이쪽도 시계탑의 군주(로드)와 만나는 건 좀처럼 없는 기회라 실례했어. 시골 촌놈의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부디 용서해주게나." 겸손한 말투가, 어디까지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대답해도 되려나 하는 조금 전의 발언부터, 스승님을 시험한 것처럼 느껴졌다. (중략) "어떤가?" 수 초의 간격을 두고, 야코우 아카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이 아키라를 되찾는 걸 도와주겠는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중략) "감사합니다." 지극히 성실한 표정으로, 스승님이 고개를 숙였다. 이쪽도 조수석에 앉도록 채근받아, 차의 도어를 연다. 올라탄 순간, "로드 엘멜로이 2세." 차의 지붕에 두꺼운 손바닥을 얹으며, 장정이 불렀다. "어머니의── 아니, 당주님의 의뢰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답변은, 하루 이틀 내에." 짧게 말하고, 평소보다 난폭하게, 스승님은 차 문을 닫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4 "아까의 쿠로히츠가, 소제 안의 영웅(아서왕)이나, 에르고 씨의 신을 되돌릴 방법이었던 건가요?" "나의 상정으론 말이지. 일본의 마술이 신과의 접속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네. 그렇다면, 접속을 끊는 방법도 전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거지. 야코우 아카네의 앞에서 이래저래 떠들었던 것도, 그런 가설을 토대로, 이전부터 고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네. 설마, 이런 사건에 휘말릴 줄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지만." 핸들을 쥔 채, 스승님이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안에 있는 영웅(아서왕)이나, 에르고의 안쪽의 신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게 될까. 예를 들면, 새로운 쿠로히츠라는 야코우 아키라에게." "그건……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걸까요." "현 시점에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겠군. 유력한 후보지만, 자네나 에르고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시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일단 덧붙이자면, 야코우 아키라 건에서, 각별히 야코우가 무자비한 것도 아니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5 거기서, 차가 멈췄다. "스승님?" 4층 빌딩의 앞이었다. 아무래도 건설 도중에 관둔 모양이라, 5층 부분은 기둥 등의 기초 부분만 돌출되어있다. 주택지와 공장지대의 중간에 만들어진 빌딩은, 어쩐지 모르게 정밀한 신전을 연상시킨다. 그 때문인지, 주변에는 통행인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완전히, 숙박하고 있는 호텔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살짝 놀라고 말았다. "……가람과, 비슷하군." 하고, 차에서 내린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가람? 불교(부디즘)의 신전인가요." "그 정도는 강의를 기억하고 있었나. 원 뜻을 따지면, 신전보다는 승려의 거주지 쪽이 가깝지만 말이지. 승가람마(僧伽藍摩)를 줄여서 가람(伽藍)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 경우에는 보다 후기의, 사원 전체로서의 가람의 분위기네." 가람, 이라고 자신도 말해보았다. 종이 치는 듯한 울림은, 확실히 이 빌딩과 비슷했다.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모습 때문일까. 입구 근처에서, 아는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아, 선생님! 그레이!" "린 씨." 크게 손을 흔드는 토오사카 린의 옆에, 또 한명 머리카락이 긴 소녀가 있었다. 일곱, 여덟살 정도로 어리고, 그 얼굴은 아름답게 활짝 피는 꽃을 연상시킨다. 린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에서는 드문 푸른색 눈동자를 갖고 있는 것을, 낮의 햇살 아래에서 자신은 겨우 눈치챘다. "료우기…… 마나 양." "다행이다. 안 헤맸구나." 라며, 소녀가 입술을 벌린다. "여기는, 지도를 건네줘도 못 오는 사람이 많으니까." "훌륭한 결계였어. 나도 비슷한 방식을 쓰지만, 정교함으로는 발끝도 못 따라가겠군." 스승님의 말에, 자신은 돌아보았다. "결계, 라는 건 스승님이 아파트 근처에 편 것처럼 한 건가요." "그래. 마술 없이, 연이 옅은 인간을 멀어지게 하는 타입의 결계다. 최근에는 손질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한 효과를 유지하고 있군. ……내 것은 일주일에 한번은 점검하지 않으면, 도저히 못 버티지만 말이야." 마지막은 참으로 불만스러운 말투였다. 린이, 어라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도 신경 쓰였지만, 순수하게 마술 빼고 선생님보다 위, 라는 평가는 꽤 드무네요." "어쩔 수 없지. 이 손버릇을 보면, 누구의 작품인지는 알 수 있네. 적잖이 취미가 강한 주제에, 쓸데없이 너무 완벽하니 말이야. 게으른 건지 착실한 건지, 하나만 해줬으면 하지만, 트집잡을 만한 건 없지. 학생 시대의 스승인 로드 발뤼엘레타는 꽤나 교육이 즐거웠겠지." 거기서 한숨을 내쉬고, 스승님이 이렇게 말했다. "아오자키 토우코의 작품이다, 이건." "……부엑." 린의 목에서, 기묘한 목소리가 흘러넘쳤다. "아, 그래서 료우기 씨가 아오자키 토우코한테 소개받았다고." "네. 여기는 토우코 씨가 쓰시던 사무소니까요. 자, 들어와주세요. 파파가 기다리고 계세요." 끄덕이고 나서, 마나가 빌딩 입구로 재촉한 것이었다. / 4층이, 사무실이 되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원래는 사무소였던 것 같다, 라고 생각되는 구조였다. 벽도 바닥도 소재가 벗겨져서, 책상과 의자, 몇 개 정도 선반이 놓여있을 뿐. 어째선지 벽 쪽에는, 옛스러운 브라운관 TV가 대량으로 쌓여있어, 신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게 아오자키 토우코의 사무소인가……." 라며, 스승님이 숨을 삼킨다. "그건, 중요한 건가요." "현대의 마술사한테는 말이지. 어떤 의미로는, 전설적인 예술가의 아틀리에같은 거니까." 자신의 질문에, 린이 검지를 흔든다. "하지만, 그다지 마술품은 남지 않았었어. 팽개쳐진 위저 보드같은 게 있지만, 가공되기는 했어도, 엄청난 신비가 새겨진 건 아니야. 역사도 고작해야 백 수십년이나 그 쯤이었고. 공방으로 쓰던 건 따로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너, 먼저 뒤져본 거로군?" "서, 선생님이라도, 입장이 반대였으면 그랬을 거잖아요! 이건 그렇지, 귀중한 주체나 예장이 없어지지 않도록, 구해주자는 자비의 마음이라구요! 아뇨, 아오자키 토우코의 사무소라고 알았으면, 좀 더 철저하게, 먼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했겠지만요!" 딱 표면상의 체재만 가다듬고, 린이 말한다. 대시는 꽤나 엉망진창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그녀가 말하면, 어쩐지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인덕일지도 모른다. "토우코 씨가, 이 사무소를 내놓은지는 꽤 됐지만요." 하고, 방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미소를 지으며, 마나가 돌아본다. "코쿠토." "파파, 겠지." 가볍게 나무라며, 료우기 미키야는 이쪽에게 인사했다. 스승님이 다소 미련이 남은 듯이 사무소의 풍경에서 시선을 떼어내며 묻는다 "자네가, 이 사무소의 소유주인 건가?" "아뇨, 꽤 전에 토우코 씨가 내놓은 다음에, 몇 명 정도를 거쳐서, 어쩌다 지금의 소유주랑 아는 사이가 된 겁니다. 본인은, 산 게 아니라 세를 내고 있을 뿐이라면서, 가끔 놀러 오는 정도지만요. 오늘에 한해서는, 여기가 좋을 것 같아서." "오늘에 한해서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6 말하려던 때, 코가 움직이고 말았다. 뭔가를 볶고 있는,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층계참에서도 풍기고 있었는데, 창문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톡톡 튀는 소리와 굴간장인지 뭔지의 입맛을 돋우는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칸막이 너머다. 탁탁, 아마도 국자로 중화 냄비를 두드리는 음색. 무슨 리듬을 타고 있는지, 콧노래도 들렸다. '……에르고?' 한순간, 젊은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싱가포르의 아파트에서, 어쩐지 쓸쓸한 듯이 노래하던 에르고의 얼굴이 겹쳐진 것이다. 하지만, 그 울림은 명백히 다르다. 곧바로,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갈색 피부의 청년이, 큰 접시를 한손에 들고 나타난 것이다. "미키야 씨, 볶음밥 나왔다고." 밥알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잘게 썬 고추와 파가 섞여있다. 그리고 형식상 수준으로 말린 새우가 들어있는 정도인 극히 심플한 요리였지만, 그 겉모습과 냄새만으로, 이미 맛까지 보증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접시를 든 청년이, 스승님을 향해 입을 연 것이다. "오오, 댁이 소문의 로드 엘멜로이 2세인가!" "이 사람, 은……." 돌아본 자신에게, 린이 눈썹을 찡그린다. "어라, 선생님, 그레이한테 설명하지 않으셨나요." "하려고는 생각했지만, 약간 상황이 나빠서 말이지. 그리고, 설명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 여기서 하는 게 빠르겠다 싶어서." "……선생님, 가끔 그렇게 에너지 절약이랄까, 얼빠진 짓 하시죠." 린이, 시선을 피한다. 잠시 뒤, 체념한 듯이 손을 움직여, 이렇게 소개한 것이다. "이쪽은, 방황해의 바이 뤄롱 씨입니다." "하?" 무심코, 느닷없이 얼빠진 목소리가 나와버린 것은 용서해줬으면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황해에 속해있는 건 아버지고, 나는 그 제자라는 취급이지만 말이야." 작은 접시에 볶음밥을 나눠덜면서, 청년── 뤄롱이 말한다. 가정적인 움직임이, 매우 익숙한 느낌이기는 했다. 시계탑에도 가정적인 자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잘 어울리는 자는 모른다. 마지막에, 따로 가져온 바질 잎을 얹어서, 예쁘게 장식까지 마쳤다. "자, 다 됐다." "루오. 보리차도 따랐어." 쟁반에 인원 수만큼의 잔을 올리고, 일곱 살 정도의 소녀가 가져온다. "그래, 고마워(셰셰), 아키라." "아키라?" 그 소녀도, 본 적이 있었다. 료우기 미키야에게서 건네받은 사진에,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 이 소녀가 아니었던가. "야코우……아키라……." 아연히, 중얼거리고 말았다. 스승님을 보고 돌아선다. "어떻게 된, 건가요?" "야코우 아카네와 이야기하던 때, 따로 메일이 온 거네. 료우키 미키야에게서, 야코우 아키라와 바이 뤄롱을 확보했다, 라고. 다만, 야코우의 앞에서 바로 이야기할 수도 없었지. 저쪽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때의 스승님은 아키라와 뤄롱의 소재를 알면서, 야코우에게서 정보를 탐문하고 있던 건가. "야코우 쪽도, 우리들이 이미 야코우 아키라 양을 찾아냈다고까지 생각하진 못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은 상정해뒀겠지. 그래서, 조심스럽게, 되찾는 걸 도와줄 생각이 있느냐, 라고 확인했던 거다." "……그래서." 자신이 듣고 있던 스승님과 야코우 아카네의 회화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뒤에 도사리고 있던 것이다. 마술사 간의 회화가, 결코 말 그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그 이치는 이국에서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스승님의 말에 자신의 이름이 나온 것을 듣고, 아키라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다. 불안해보이는 그 표정에, "괜찮아." 하고, 마나가 바로 앞에서 대꾸했다. "이런 거, 파파는 절대로 잘 하는걸. 물론, 당신들이, 어떤 해결을 하고 싶은지에도 달려있겠지만." "……응." 작게, 아키라가 끄덕인다. 뜻밖의 주거니 받거니라고 생각됐지만, 나이가 가까우니까, 마음이 맞았던 걸지도 모른다. 살짝 간격을 두고, 료우기 미키야가 압을 연다. "인터넷의 게시판이나 SNS같은 걸 체크해봤더니, 그랑 도쿄 부근에서 이상한 빛을 봤다는 이야기가 있길래. 그래서, 에르고 씨한테 전화를 걸었던 거예요." 일본에 도착했을 때, 스승님은 에르고에게도 휴대단말을 지니게 했다. 전화 너머로는 예의 예장도 쓸 수 없기 때문에, 긴급 연락용으로서, 린과 에르고의 번호를 미키야에게 알려줬던 것이다. "전화를 받아준 게, 아키라 양이었던 거예요. 다행히, 그랑 도쿄에 출입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들과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많은 모양이군." "솔직히, 부림당하는 쪽이 많습니다." 스승님의 말에, 미키야가 옅게 웃는다. 농담이라기에는, 매우 실감이 담긴 대사였다. "그럼, 에르고 씨도." "이쪽이야." 라고, 린이 안내했다. 사무소에 인접한 방에, 침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의 침대에,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누워있던 것이다. "에르고 씨!" 눈에 띄는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겉보기로만 말하자면, 아마도 뤄롱 쪽이 훨씬 중상이겠지. "상처는 거의 없어. 극단적인 정기(오드)의 감소가 신경쓰였지만, 그쪽도 깜짝 놀랄 정도의 속도로 회복되고 있어. 남은 건 정신 문제네." "그쪽은 아직 한나절은 걸리겠지. 굶주림에 덮쳐진 데다가, 신완까지 기동했으니까 말이야." 뒤쪽에서, 뤄롱이 말한다. 신완. 싱가포르의 싸움에서 발동한 에르고의 비장의 패였다. 손행자의 권능을 품은 그 신완은, 분신이라고는 하나 산령법정의 무시키마저 격퇴해낸 것이다. "당신은……." "다행히, 이쪽은 튼튼해서 말이야.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라고 하는 게 정확한가." 붕대를 감은 오른손을 두드리며, "아야" 하고 울상을 짓는다. 그 정도로 그친 쪽이, 자신에게는 놀라웠다. 신완을 휘두른 에르고와 대치해서, 목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다름 없다. "…………" 듣고 싶은 것이, 무수히 있었다. 에르고에 대해. 방황해에 대해. 야코우 아키라에 대해. 애초에, 이 청년은 적인 것인가, 아군인 것인가. 뤄롱은 쾌활하게 웃으며, 볶음밥을 덜어 담은 작은 접시를 내밀었다. "뭐, 일단 밥을 먹어줘. 식어도 맛있긴 할테지만, 역시 따뜻할 때 먹는 게 제일이잖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7 "……그럼, 하나 괜찮겠나." 라며, 끼어든 스승님이, 검지를 들었다. "싱가포르 때부터, 의문이 있었지." "헤에, 뭐지?" "순서 말이네." 천천히, 스승님이 말한다. "에르고에게 손을 댈 순서는, 아트라스원, 산령법정의 무시키, 그리고 방황해로 정해져있던 모양이지. 두번째의 무시키는 그래도 알만 하지. 계속 아틀라스원을 감시한 것 같은 정황이 있고, 실제로 정화의 보물선에서 라티오가 실패하니 곧바로, 무시키가 찾아온 건, 뭔가 트집을 잡아서 가로챌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이겠지." 싱가포르에서의 사건을 떠올린다. 확실히, 무시키가 찾아온 타이밍은 형편이 너무 좋았다. 아틀라스원의 라티오로서도, 무시키에게 강탈당할 가능성은 고려하고 있었던 정황이 있다. "하지만, 세번째인 방황해가 수수께끼였다. 엄청난 장기간과 코스트를 들여놓고, 아무 수확도 얻을 수 없는 가능성이 너무 높지. 무시키처럼, 여차하면 빼앗으려 들 생각이었나 싶었지만,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고." 아마도, 스승님은 계속 그 결락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스승님의 실력이 걸맞다고는 유감스럽지만 말하기 어렵다. 대신에, 이 사람은 다른 마술사로서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세심함을 갖고 있다. 시계탑의 권모술수 따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에, 그 조심성만으로 뛰어넘어온 것이다. 분명, 통찰력이라기보다는, 소심함의 산물. 참으로 당당하게── 두려움을 삼키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방황해에 있어, 이미 에르고가 필수는 아니었다면 어떤가?" "선생님, 그건." 린이 돌아보았다. 자신도, 몇 초 뒤늦게 충격을 받았다. 어째서, 그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건가. "​에르고와 같은 실험을, 이미 방황해가 다시 한 번 했었다면​?" 엄하게 지적하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사무소에 울려퍼졌다. "자네는, 에르고와 비슷한 능력을 발휘한 모양이군, 에르고에게 신을 먹였을 때의 데이터를 방황해가 이용해서, 독자적으로 다시 한 번 만들어냈다고 해도,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 그렇다곤 해도, 새삼 에르고를 붙잡으려고 한 것을 보면, 에르고가 불필요해졌다는 건 아니겠지. 아마도, 자네는 방황해가 만든 대용품인 게 아닌가." "……대용." 욱씬, 가슴이 아팠다. 그럴 것이, 그러면, 너무나도 똑같다. 영웅(아서왕)의 대용품(스페어)으로서, 만들어진 자신과. "……이런이런. 선생이란 싫은 걸 눈치채는구만." 뤄롱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대충, 그 말대로다. 나는 에르고의 후계작이라는 거지. 중요한 실험이라면 스페어도 만들잖냐. 물론, 방황해의 실험 목적과, 다른 둘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야코우 아키라를 원한 것도── 간타이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 실험 때문인가." "그래. 그래서 아버지는, 혹시나 댁들이 살아남았다면, 이 나라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에르고랑 양쪽 모두 손에 넣으면 사정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았다…… 정도 아니겠어?" "되는 일 나름이라는 거야? 의외로 즉흥적이네." 린이,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제로, 미래시라고 할 만한 고속사고를 달성했던 아틀라스원과 비하면, 방황해의 방식은 조잡하게도 생각된다. 그런 고속사고를 전제로, 아틀라스원을 감시했던 무시키도, 대강이지만 최적해였던 것이겠지. 하지만, 스승님은 오히려 표정을 점점 음울하게 흐렸다. "일부로 알린게, 아닌가?" "오."   하고, 뤄롱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는다. 애초에, 노림수가 그렇다고 한다면?" "뭔가요 그거. 말하시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 선생님?" "에르고의 실험에는 아틀라스원의 육원도 얽혀있지. 그리고 아틀라스원, 산령법정, 방황해의 목적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싱가포르의 사건을 봐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방황해로서는, 행동이 이로정연할 수록, 아틀라스원의 고속사고와 병렬사고로 그 계획을 읽히게 되지." 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가련한 목이 살며시 움직이고, 그녀가 말한다. "즉, 계획을 읽히고 싶지 않다면──" "그렇지. 방황해가 아틀라스원을 제치려고 한다면, 가능한 한 손패를 엎고, 더미 정보를 늘릴 필요가 있지. ……즉, 지금의 뤄롱처럼, 정확한 정보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8 그걸 묻기 전에, "에르고를 넘겨라. 로드 엘멜로이 2세." 라고, 뤄롱이 협박한 것이다. "거기 내제자나 토오사카 린하고는 달라. 물론 시계탑의 학생들하고도 다르지. 에르고는 댁의 학생으로서는 가장 신참이고, 당신의 마술(사상)을 수용할 만한 상대도 아냐. 나한테 넘겨도, 아무 문제 없잖아? 에르고한테도, 옛 둥지로 돌아올 뿐인 이야기라고." "……자네는 에르고와 적대하던 게 아닌가?" "그건 에르고가 까먹어서 그런 거지. 떠올리면, 스스로 돌아오고 말고." "어떠려나. 아까도 말했을텐데. 애초에 자네의 아버님이라는 분은, 자네에게 전부 이야기하지 않았어. 이야기하면 아틀라스원이 깨닫겠지. 자네 자신도, 그걸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핵심에 다가가지 않게, 미묘하게 이야기를 돌리고 있어. 그것은, 이야기의 핵심에 이르렀다가는, 자네로서는 예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참으로, 기묘한 대치였다. 아까 전부터, 스승님은 눈 앞의 뤄롱과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단, 그를 통해 아버지라는 인물과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보이고 있다, 라는 강렬한 암시가 있었다. 아틀라스의 육원. 싱가포르에서 싸웠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그녀라면── 혹은 그녀의 일족이라면, 약간의 정보 누출로부터 방황해의 계획 전체를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이 기묘한 회화가 성립되고 있다. 스승님과 뤄롱이 주고받는 말에도, 그런 배려냐 견제가 몇 번이고 겹쳐져, 두통이 올 것 같았다. 비유하자면 몇 중이나 되는 블러프로 뒤덮인 포커 게임이다. 이 자리에는 없는 참가자까지 상정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패를 신중하게 찾고 있다. "굽혀주지 않는 건가, 엘멜로이 2세." 방긋 웃은 채로, 뤄롱의 시선이 예리함을 늘렸다. 맹수의 송곳니를 연상했다. 콘크리트가 벗겨진 사무소가, 갑자기 열대 정글로 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튀어나온 데스크 라이트는 울창하게 자란 고사리고, 틈새에서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하는 암살자(재규어)의 그것이었다. "스승의 명령은 절대라서 말이야. 에르고를 발견하면, 반드시 데려오라고 들었어." "나로서도, 이건 신념(폴리시)의 문제다. 자신의 학생을 파는 짓은 할 수 없다. 그게 고작 일주일간의 학생이라도 다름 없다. 설령 상대가 아틀라스원이든 방황해든, 아 그러십시오 하고 굽힐 정도였으면 군주(로드)를 이어받지 않았을 거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방황해(우리)한텐, 스승의 명령은 절대다." 타협할 수 없다, 라고 깨달았다. 이 청년은, 결코 사악하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과 타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지고 있는 기준이나 척도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절대라고 말한 순간의, 엄청난 살의가 그것을 표명하고 있었다. 주륵, 하고 쇄골 부근에 식은땀이 났다. 옆의 린도, 살며시 허리를 띄운 걸 알았다. 자신은 고정구(후크)의 애드에, 린은 품의 보석에, 몰래 손가락을 올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9 "그런데, 뤄롱은 여권같은 거 갖고 있어?" 참으로 평온한 목소리가, 끼어든 것이다. 전원이, 휙 하고 그쪽을 향했다. 료우기 미키야였다. "여권이 아니라도, 운전면허증이나 주민표라던가 신분증명서라면 뭐든 괜찮은데. 아, 딱히 정규가 아닌, 약간 안좋은 거라도 상관 없어." 긴장된 분위기에, 천사가 지나갔나 싶었다. 갑자기 회화가 두절됐을 때에 말하는, 프랑스의 속담이다. 아무튼, 너무나도 독도 약도 안 되는 말에, 다른 전원이 의표를 찔린 것은 정말이었다. 한번 좌우를 둘러보고나서, 뤄롱은 자켓 주머니를 뒤집었다. 아무 것도 안 들어있어, 라는 제스처다. "갖고 있을 것 같아 보이나." "아니. 그러니까, 노숙자 생활이니 했던 거겠지." 미키야가 말하고, 근처 책상의 서랍에서 낡은 금속 조각을 꺼냈다. 작은 방울이 달린 열쇠였다. 딸랑 하고 울린 그것을, 그가 뤄롱에게 건넨 것이다. "이 사무소의 여벌쇠. 옥상이 없는 데에서 자는 것보다, 어린애의 몸에는 편할 테니까." "하?" "신경 쓰던 점인데, 아키라가 자발적으로 너를 따르고 있다는 건 한눈에 알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한테 전화를 받았을 때, 집에 돌려보내달라고 말했을 테고 말이야." "…………." 자신들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야코우 가가, 그녀에게 어떤 취급을 했었는지, 막 들은 참이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마술사의 사정은 몰라. 야코우 가에서, 아키라를 데려와달라고 부탁받았지만, 그것도 솔직히 아무래도 좋아. ……이렇게 말하면, 그럼 왜 끼어든 거냐고,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곤란하다기보단, 수줍은 듯한 표정을 미키야는 보여줬다. 누구를, 떠올린 것일까. "다만, 지붕을 빌려주는 것 쯤은 할 수 있어. 오너한테는 벌써 얘기해뒀으니까, 전기랑 가스랑 물은 마음대로 써도 돼. 부엌 선반에는 보존식이 들어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게 많으니까 확인하렴." 뤄롱도, 그 제안에 할 말을 잃었다. 완전히 10초 정도, 침묵이 계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능력이 에르고와 호각이라면, 그 수 초 동안 백명이라도 죽일 수 있겠지. "……꽤나 사람 좋은 오너구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댁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쪽 세계에선 미사일 같은 거라고." "어린애를 숨기고, 회화가 통하는 미사일이라면, 아마 같은 소릴 할 거야." 마술사들의 모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주거니받거니였다. 아주 조금 전, 자신들은 치열한 전투에 들어가려고 했을 것이라, 그렇기에 김빠진 것같은 이 시간은, 거의 기적이었다. 어떠한 마술에도 묶이지 않는, 진짜 기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곤란하네……." 손바닥 위의 열쇠를 내려다보며, 뤄롱이 중얼거렸다. "이거 곤란한데. 이렇게 무거운 선물은 처음이야." 살며시 양손으로 덮고, 이마에 댔다. 기도하는 듯한 포즈였다. 소중히 주머니에 집어넣고, 옷 위로 어루만졌다.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지. 예스러운 말투로,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도,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고나서, 미키야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는…… 그 뭐냐……."   말이 막혀서, 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냈다. "피워도 되겠나?" "그러시죠." 시가 커터로 엽권 끄트머리를 잘라내고, 스승님은 성냥불을 붙였다. 어딘가 벌꿀같은 단 냄새와 함께, 사무소에 담배 연기가 감돈다. 그 연기를 잠시 보고 나서, 다시금 말했다. "우리들도, 이 사무소를 다툼에 휘말리게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약속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일단 노력한다는 거면 괜찮겠나." "충분합니다. 엘멜로이 씨." "거기엔, 경칭을 안 붙여도 되니 2세를 붙여줬으면 하네. 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엘멜로이 2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뤄롱은 에르고가 한 달도 못 버틸 거라는 걸 알려준다.((그러고나서, 뤄롱이 일어섰다. 똑바로 복도로 이어지는 문으로 향한다. 문고리에 손을 언젔을 때, "하나만, 말해두고 가지." 라고,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에르고, 저대로는 한 달도 못 갈거다." "윽……!" 자신 뿐만 아니라, 린도 경직됐다. 하지만, 예감은 있었던 것이다. 린과 함께 있는 동안, 에르고가 굶주림에 시달린 적은 없었을 터이다. 채워지지 않는 감각은 있었던 모양이지만, 발작적인 행동에 나선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무시키와의 싸움과, 뤄롱과의 싸움으로 두번째. 아니, 해적섬에서 무시키에게 죽을 뻔했을 때의 폭주도 더하면, 세번째가 될까. 오히려, 그 폭주야말로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이만큼 단기간에 굶주림에 사로잡히는 것은, 그의 증상── 식신충동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임이 분명하겠지. 부드럽게 닫힌 문소리를, 자신들은 그저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0 전언 철회. 이렇게 반성하지 않는 바보는, 그야말로 초짜라서 가능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안 돼. 당신은 단골도 아니고, 담보도 없잖나." "그건 담보 대신에 정보로. 야코우(그쪽)에는 분명 이익이 될 정보라고." 딱 수 초, 아카네는 생각했다. 적어도, 마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남자다. 정보가 엉터리였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20분 정도면 돌아올 돈이라면 별 차이 없다. "오카무라." 속삭이자, 장지문이 열리고, 상고 머리가 고개를 숙였다. 걱정이 됐는지, 깨졌을 터인 오카무라가 가까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한 번 더 남자의 미모를 보고 싶어졌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런 마성이, 이 남자의 용모에는 숨겨져 있었다. 알맹이가 어떻든 간에, 이만큼 아름다우면 충분. 차라리 다액의 빚을 지게 해서, 알고 지내는 흥행업자한테 밀어붙이는 편이 훨씬 돈이 될 지도 모른다고,아카네도 생각하기 시작할 정도였다. 손가에 현금이 놓이자,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는 히죽 웃었다. 한 장 한 장을 소중한 듯이 세면서, 만족스러운 듯이 끄덕이고, 이쪽을 바라본다. "그럼, 말하지. 방황해는 알고 있으려나?" 충격에, 아카네가 숨을 멈췄다. 그것은, 아무튼 서양권의 마술사에게 있어, 전설적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방황해 발트안데르스. 다른 이름은 원협회(原協会). 세 개의 마술협회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아직도 신대의 마술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고 하는, 수수께끼에 싸인 조직이었다. "후, 후." 하고,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웃었다. "다행이야 다행. 그런 거 모릅니다 라고 하면, 내가 바보같아지니까 말이지. 뭐어, 내가 그 방황해 중 한 사람이란 거지만." 다시 찾아오는 충격을 견디고, 아카네가 시선을 든다. 이 운 좋은 멍청이였다가, 생초짜라고 훤히 드러내는 어리석음을 피로하거나 하는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그 방황해 중 한 사람? "정보라는 건, 그거?" "아니, 이 다음이야. 야코우의 쿠로히츠, 슬슬 세대교체 시기인 거지?" 돈의 많고 적음 따윈, 한 순간에 뇌리에서 날아가버렸다. 고우리키를 맡는 이이지마에게서도 오카무라에게서도, 미모에 들뜬 분위기 따윈 사라져 있었다. 쿠로히츠란 야코우에게 있어 목숨이나 같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즉, 신의 그릇. 아득한 고대부터 이어져온 신의 파편── 간타이를 보존하기 위해 선택된, 영예로운 인간을 말함이었다. 이번 대의 쿠로히츠는 아카네의 아들이지만, 적성이 없어, 빨리 한도가 와버리고 만 탓에, 손주인 아키라에게 이식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보는 전부 대외비다. 쿠로히츠의 이름 정도는 새어나가 들은 자도 있겠지만, 세대교체 시기 따위는, 정식으로 축제를 맞이할 때 까지는 타인에게 알려져서는 안될 사항이었다. 게다가, 남자는 그 아름다운 입술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우리 제자가 말이지, 세대교체가 끝날 때까지, 쿠로히츠를 납치하러 갈 거야." 이이지마와 오카무라가 곧바로 덤벼들지 않았던 것을, 칭찬해야 하겠지.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는, 야코우에 대해 최대의 모욕이나 다름 없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그저 고요하게, 아카네가 물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유괴를 예고한다니, 아무런 메리트도 없지 않은가. 만약 협박할 셈이라면, 그야말로 전력을 다해서, 그 잘못을 일깨워줘야만 한다. 설령, 이 남자가 정말로 방황해의 강대한 마술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내기하고 싶거든." 천천히 술을 마시고 나서,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손가의 하리후다를 만진다. "댁들이 쿠로히츠를 지켜낸다면, 우리 제자를 마음대로 해도 좋아. 반대로, 우리 제자가 납치해낸다면, 댁들의 쿠로히츠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 라는 건 어떤가?" "……그 내기는 성립되지 않아. 납치한다면, 어차피 마음대로 할 수 있잖나."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마음대로 하고 싶으니까 유괴하는 것이겠지. "아니아니, 그건 틀렸고 말고. 마술에 몸담고 있다면 알지 않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말한다. "동서양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합의가 있느냐 없느냐로, 마술의 관계라는 건 완전히 달라지지.하물며, 야코우처럼 신과의 계약을 남겨둔 곳은 그렇지." 합의와, 마술. 남자의 대사는, 신비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흡혈귀의 전승에는 「타인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측에서 초대받아야만 한다」라고 되어 있다. 성서에도 자기 아이나 친족을 산제물로 바치는 이야기가 몇 개나 있으며, 각종 신화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는 일일이 셀 수도 없다. 공통적인 것은, 인간 따위가 미치지도 못할 강대한 신비조차도, 동의의 유무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 이라고 해도 좋다. 그 말을 진중히 음유하면서, 아카네가 묻는다. "그 제자도, 방황해인 건가?" "아니 달라. 하지만, 그쪽의 쿠로히츠에 비해도, 결코 못나지는 않을 테고 말고. 그럴 것이, 우리 제자는 용을 먹어치웠으니까 말이야." 자연스럽게,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입에 담았다. 현대에서는, 용의 존재 자체가 옛날 이야기다. 야코우처럼 간타이를 소지하고 있는 조직에서조차, 진정한 용종을 본 자 따윈 한 명도 없다. 설령, 수백년이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남자가 말하는 것은, 졸렬한 망상이나 장난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내기가 좋단 말이지." 술이 들어간 항아리를, 남자가 천천히 입술에 기울인다. "이것만큼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만둘 수 없어. 마술사같은 게 된 것도, 결국은 좀 더 재밌는 내기를 할 수 있다고, 라는 것 뿐이었으니까 말이지." 과장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만취해서 거슴츠레해진 호박색의 눈동자에, 아카네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내기같은 건 변변한 일도 아닌데 말이지. "그러니까, 좋은 거야. 변변한 게 아니니까 내기가 좋은 거야. 생명이라는 건 내버려두면 합리화하는 거니까."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한다. "생명이, 합리화해?" "그렇잖아? 진화라느니 퇴화라느니 하는 건, 그 중 최고지. 쓰지 않는 기관이나 능력은 점점 쇠퇴하는 한편, 쓰고 있는 기능은 점점 연마되어 가지. 뭐어, 물론 그게 옳은 거야.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었다고 해도, 쓰지 않는 것을 신주단지처럼 소중히 갖고 있어서는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야. 이 지구(별)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품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지. 가능하다면 팍팍 합리화 해가야 하지. 지금이라면 최적화라느니 하는 건가." 남자의 말에, 아카네가 눈을 가늘게 뜬다. 어떤 의미론, 그것은 마술사의 숙업이었다. 서양의 마술이던, 야코우의 행이던, 한 때 인간이 깎아낸 기능임은 틀림 없다. 어떻게 말을 지어내던 간에, 자신들은 과거에 매달린 망령같은 것이다. "후, 후." 하고, 남자는 또다시 웃었다. "하지만 말이지, 내기라는 행위는, 그 반대거든." 창 밖으로 보이는 달을, 남자가 바라본다. 산마루에서 들여다보고 있던 달이, 하늘 높이 올라 있었다. "합리도 계산도, 내기라는 행위의 끝에는 사라지지. 아아, 이겨도 져도 좋은 거야. 건 돈이 몇 배가 되던, 제로가 되던 마찬가지. 내기의 천칭에 올라간 단계에서, 그 녀석은 잃어도 좋은 게 된 거니까. 그렇게 당연한 가치를 잃었을 때, 처음으로 생명은 빛나는 거야. 몇만 년인지 몇억 년인지, 지구에 쌓아올려온 것을 내던졌을 때, 처음으로 의미가 생겨나는 거야." 위험한 무언가가, 호박색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었다.  단순히, 마술사라서는 아니다. 방황해라느니 하는 레테르도 관계 없다.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태생적으로 지닌── 기원이라고라도 해야 할 무언가가, 거기에는 새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야코우(우리)에게 내기에 끼라고? 이쪽의 쿠로히츠와, 그쪽의 제자로?" "댁들은 내기도 봉납 중 하나잖아? 내가 말하는 게 전부 거짓말이라도, 딱히 손해는 안 볼 거라고." 남자의 말대로이기는 했다. 어차피, 세대교체의 시기가 새어나갔다면 경비는 늘려야만 하고, 방황해 같은 이름이 튀어나온 이상, 이 남자에서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물며, 야코우가 도망쳤다느니 그렇게 선전당하면, 야쿠자로서의 체면도 깨질 수 밖에 없다. 잠시 생각하고, 아카네는 끄덕인다. "……좋지, 껴주겠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1 "선생님들은──" 하고, 물어보려던 때였다. 이상한 마력이, 사무소의 입구에서 부풀어올랐다. "뤄롱──?!" *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자신​과 스승님의 앞에서, 그 절규가 울려퍼졌다. 바이 뤄롱에게 업혀있던 소녀──야코우 아키라. 앳된 얼굴이, 갑자기 칠흑의 가면에 덮이고, 등에는 정체 모를 앞흑의 늪이 퍼진 것이다. 너무나도, 불길한 검정이었다. 아침놀의 색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어둠. 그리고, 그 어둠에서, 무언가가 파도쳤다. 마치, 밤의 바다에서 튀어오르는 인어처럼."선생님!" "그레이 씨, 무슨 일이!" 린과 에르고가, 사무소에서 뛰쳐나온다. 거의 동시에, "살려줘, ​루오​……!" 소녀의 절규에 호응하듯이, 암색이 뤄롱의 몸을 삼켜버렸다. 암색의 고래가, 청년의 오체를 먹어치우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업힌 소녀 자신도 포함해서, 모든 것이 암색의 공간에 접혀버린다. 뤄롱은 커녕 아키라의 체적보다도 적은, 말도 안 되는 압축에 끌려들어간다. 마치 극소의 블랙 홀이라도 생겨난 듯한 이상에, 누구 하나 움직임을 취할 수 없었다. 아니, 딱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스승님보다도, 린보다도, 자신보다도 빠르게, 달려온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뤄롱──!" 소리친 에르고의 옆모습에, 한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에.' 이런 표정을 짓는 젊은이였을까. 어리다기보단 정열. 무구하다기보단 예리. 수동보다는 적극성이 강한 옆모습. 고작 하룻밤만에, 수 년이나 경과해버린 듯 했다. 육체가 아니라, 정신의 시간. 그 등에서 꽃처럼 생겨난 환수가, 턱(아가리)를 닫기 직전이었던 암색의 공간에, 끼어들어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2 "에르…… 고…… 씨……?" 푸른 환수는, 암색의 공간을 먹어치웠다. 간신히 방울진 소녀의 목소리에 향해, 에르고가 남은 환수를 뻗는다. "​루오​!" 또다시, 소리친다. 본 적이 없는 표정. 들은 적이 없는 목소리. 자신이 모르는 에르고가, 거기에 있다. 모르지만, 역시 같은── 해적섬에서 만난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나와, 루오! 이런 건 떨쳐내버려!" 찌릿, 하는 소리가 났다. 암색의 공간에서부터였다. "하하……." 괴로운 듯하면서, 그럼에도 기쁜 듯한 웃음소리가, 어둠의 밑바닥에서부터 메아리친 것이다. "겨우, 본가락이 나왔잖아. 에르고." 접혀진 암색의 공간을 비집어 열듯이, 골목의 허공에서, 갈색 피부의 손이 생겨났다. "그렇지. 아버지에 비하면, 고작해야 ​이 정도​, 다." 갈색의 손이, 휙 하고 가로로 움직였다. 암색이 찢어진 내측에서부터, 뤄롱의 상반신이 엿보였다. 새하얀 머리카락 아래에서, 눈동자가 타오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입술이 당돌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야코우의 간섭이겠지만, 고작해야 이 정도의 마술로." 틈새에서, 반투명한 날개가 나타난다. 환익. 갈색 피부의 청년에게 주어진, 수많은 마술을 상회하는 신비. 암색의 내측에서부터 그 환익이 펼쳐져, 외측에서 뻗친 에르고의 환수와 닿는다. "에……!" 눈을 부릅뜬 것은, 자신만은 아니었다. 스승님도 린도, 숨을 멈추고 멈춰선 것이다. 환수도 환익도, 현대의 마술과는 격절된, 압도적인 신비다. 허나, 그 두 가지가── 적대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우려고 접촉했을 때, 상승(相乗)되는 마력이 샘솟은 것이다. 규모가 아니다. 단순한 출력도 아니다. 질의 문제다. 극히 작은, 허나 극히 무거운, 마술의 질량. 이쯤되면 폭발같은 그 위력이, 뤄롱과 아키라를 에워싼 암색을, 젖은 종이만큼 쉽게 잡아찢는다. 거의, 기적을 보는 듯 했다.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의 환수와, 은발의 청년의 환익이, 정체 모를 어둠을 점점 현실에서 박리해간다. 아침의 빛이 암색을 꿰뚫고, 흉흉한 술식을 무효화해간다. 저편에, 뤄롱이 업은 소녀의 모습이 보여왔다. 이대로 가면, 틀림없이 암색의 공간에서, 두 사람을 다시 끌어냈겠지. '하지만.' 경보가, 자신의 가슴에서 울렸다. "안, 돼요──!" 자신의 목소리에, 스승님이 소리친 것이다. "그만둬라!" 라며, 두 사람을 제지한다. "그 술식을 부수면, 야코우 아키라가 죽는다고!" 환익과 환수가, 동시에 멈췄다. 그 순간, 옅어지려던 암색이 그 기세를 되돌려, 뤄롱 일행을 압박해, 스승님은 벌레를 씹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술식의 핵이 되어있는 것은, 야코우 아키라에게 깃든 간타이다. 무리하게 해제하면, 매체가 된 그녀에게 부메랑 효과가 돌아오지. 일단 분명히, 인간이 견딜 수 있을 만한 아픔으론 그치지 않을 거다." "칫…… 잘 생각했구만."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3 "그렇지, 야코우." 앗, 하고 자신은 돌아봤다. 에르고도 마찬가지로 돌아서서, 자세를 잡았다. 어느 틈엔가, 자신들의 등 뒤에, 검은 정장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 자리의 누구에게도 기척을 느끼게 하지 않고, 그들은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그것은, 토지에 눌러붙은 그림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세 명, 있었다. 지금은 가면을 쓰고 있지 않다. 허나, 몸에 두른 마력을 보면, 어떠한 술자임은 분명하다. 그 중 한 명이, 눈에 익었다. 야코우 유키노부. 오른손을, 삼각건으로 감싼 장한이, 긴장을 강하게 한다. '……피, 냄새.' 다른 사실에, 자신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희미하지만, 장한의 오른손에서, 또 새로운 피 냄새가 난 것이다. ──『간타이의 거부반응이라는 겁니다. 8할 정도 벗겨낸 지금도, 팔의 기능이 돌아오지 않은지라, 추태를 보였습니다.』 8할 정도 벗겨냈다, 라고 그 때는 말했다. 즉, 오른손에 남아있던 간타이를 써서, 조금 전의 마술을 행사한 것인가. 야코우 유키노부가 입을 연다. "당주님의 말씀을 받들어, 너와 아키라를 회수하러 왔다." 회수라고 표현했다. 즉, 아키라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변은, 역시 야코우에 의한 것인 모양이다. 다시 암색에 갇혀가는 뤄롱이, 웃었다. "신의 관으로써 신을 봉한다, 라. 너무 바르게 해서 싫어지는구만. 하는 김에 그 애교 없는 표정 말고, 스마일로 맞이해주면, 좀 더 좋겠는데." "​루오​……." 등 뒤의 아키라가, 어색하게 신음했다. 그 소녀를 몸의 정면으로 내밀고, 뤄롱은 상냥하게 끌어안는다. "야코우의 당주한테, 햄버거랑 콜라를 준비하도록 말해둬." 윙크 한 번. 두 사람의 모습은, 그대로 어둠에 압축당했다. 그 후, 검은 큐브만이 남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뤄롱은 커녕, 자그마한 아키라의 신체조차 수납되지 못할, 손바닥 크기의 입방체였다. '……쿠로히츠.' 그 말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신을 위한 관. 야코우 아키라가 불린, 다른 이름. ​그것​은 즉 이런 것이었던 건가. 동시에, 또 한 가지를 생각했다. "어이쿠! 이건 완전 빼다박았는데!" 사고를 선수쳐서, 작은 목소리로 오른쪽 어깨의 고정구(후크)에서, 애드가 말한 것이다. "입방체는, 구체와 마찬가지로, 물리세계에서 완벽한 형태 중 하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신이라는 현상을 수납하는 데 있어, 이러한 형상이 선택된 것은 당연하겠지." 듣고 있던 스승님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시선이, 큐브를 주워든 야코우 유키노부와 맞았다.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만, 괜찮겠지요? 로드 엘멜로이 2세." 확인은 취했을 뿐, 안 된다고는 말하게 두지 않는 말투였다. 린은, 손바닥에 보석을 숨긴 채로, 검은 정장 일행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에르고는, 환수를 거둬들이지 않고, 살짝 발꿈치를 든 채였다. 양쪽 모두, 싸움에 끼어드는 것을 상정한 자세(스탠스)다. 이대로, 뤄롱과 아키라를 데리고 가게 냅둬도 되는 건가. 아니면, 야코우와 싸워서라도 되찾아야 하는 건가. "선생님, 저라면──!" 에르고가, 부른다. 방금 전까지 기적을 일으키려고 하던 젊은이는, 같은 정도의 분함을 배고 있었다. 그의 환수라면, 야코우를 쓰러뜨리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소제, 는.' 자신은 어쩌면 좋은 걸까.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응하지 못하고, 마음이 위축되버리고 말았다. 싸움이 벌어지면,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던 몸이, 어째서 이렇게도 결단을 두려워하고 마는 것인가. '……무서워하고 있어?' 그렇다. 무서운 것이다. 이국의 토지에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도 확실치 않다.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다양한 인간관계가 얽혀들고, 복수의 조직이 끈처럼 묶여버린 상태도. 무엇보다도. '……스승님이.' 섣부른 자신의 행동으로, 적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승님 쪽이다. 가뜩이나, 시계탑에서의 스승님이나 입장은 반석처럼 튼튼하다 하기 어렵다. 오히려, 항상 밸런스를 잡으면서 줄다리기를 하는 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여기다 외부의 적을 늘리면, 이번에야말로 파멸할 수 밖에 없다. "…………" 물론, 야코우 유키노부도 그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있을 터이다. 방황해를 포함한 마술협회와 다투게 된다면, 그들 또한 예상하지 않은 곤경에 처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미리 료우기 미키야를 거쳐, 스승님과 이야기해서, 야코우 아키라를 되찾도록 의뢰한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계약에는 이르지 않았다. 허나, 이러한 형식이나 준비가 얼마나 사람을 얽어매는지, 지금의 자신은 알고 있었다. 미리, 조금씩 상대의 행동을 제약해두는 듯한, 일종의 마술적인 수단. 그것 또한, 이 나라의 방식인 것일지도 몰랐다. 간격을 두고, 스승님이 길을 텄다. "좋네. 물론, 아키라 아가씨는 자네들의 보호 대상이지. 데려가게나." "……스, 승님." 제대로 말로 나오지 못하고, 목소리가 목구멍 안에서 사라진다. "감사합니다." 라며, 유키노부가 고개를 숙였다. "허나." 작게, 스승님이 서두를 놓았다. "모쪼록, 사투르누스의 철은 밟지 않도록 하시길". "…………." 이것에는, 유키노부는 답하지 않았다. 자신은 의미를 알지 못하고, 깜빡거릴 뿐이었다. 린의 숨이 막힌 것만은 지각하고 있었다. "돌아간다. 하시바미, 이즈마." 뒤의 두 사람에게, 그렇게 고했다. 큐브를 회수한 야코우 유키노부와 함께, 검은 정장들은 어스름한 길 저편으로 떠나간 것이다. 기척이 멀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돌아본 것은 린이었다. "최후의 충고는 제쳐두고, 야코우에 붙을 생각인가요. 교수님." 순수하게, 방침을 묻는 목소리였다. 스승님의 선택을 존중해서, 그럼에도 정말로 괜찮은 건가, 하고 확인하는 위치.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이쪽은, 훨씬 절박한 울림이었다. 마치 심장에 나이프가 꽂혀있는 듯한, 다급한 옆모습.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또, 처음으로 알았다. "저는, 루오 네를──" 말의 다음이, 나오지 않는다. 그야 그렇겠지. '그럴 것이, 에르고도 알고 있어.' 에르고를 죽게 두지 않으려고, 자신들은 여행을 해왔다. 기억포화라고 하는, 신을 먹어치운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신을 되돌리는 술식을 알기 위해서, 스승님이 얼마나 되는 위험과 맞서고 있는지, 젊은이는 알아버렸다. 그런 스승님에게 이 이상의 무리를 시킬 수 없다고, 이 젊은이라면 생각해버린다. 그런 상냥한 부분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괴로운 것이겠지. '……게다가.' 스승님의 선택은, 잘못되지 않은 것이다. 뤄롱과 야코우 아키라. 야코우 아카네와 야코우 유키노부. 뤄롱을 편들면, 아키라를 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허나, 에르고의 신을 되돌리는 술식을, 야코우에게서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자신들의 목적으로 따지면, 야코우 아카네에게 붙는 편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렇지 않더라도,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다른 조직을 적으로 돌리는 일은 피해야만 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4 "댁이, 야코우의 당주인가." "야코우 아카네다. 너의 스승님과는 내기를 한 몸이지." 검은 상자를 손에 든 채로, 아카네가 답했다. "'내기? 헤에, 몰랐는데." "몰랐다고?" "그 망할 아버지, 중요한 건 이야기를 안해서 말이지." 엘멜로이 2세가, 뤄롱에 대해서 같은 분석을 했었다. 방황해의 마술사는, 뤄롱에게 목적의 중핵을 개시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고. 마술사라면, 드문 일은 아니다. 제각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제일 우선으로, 제자에게 전할 필요가 없다면, 제대로 말하지 않는 자도 많다. 허나, 다른 조직의 중요인물을 납치한다는 등의 작전에, 그런 목적을 설명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 잠시 간격을 두고 나서, 아카네가 입을 열었다. "너를 붙잡을 수 있다면, 좋을 대로 해도 된다고 들었다. "어이어이. 아버지, 나를 관광 선물이나 그런 거랑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실은, 방황해 도장이 찍힌 취급 설명서도 넘겨받은 건 아니겠지." 농담 섞어가며, 상자 속의 뤄롱이 분개한다. 이 때에 이르러서도, 청년의 바닥은 판연치 않았다. 어디까지 장난이고, 어디까지 진지한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마치.' 하고, 아카네는 생각한다. 마치, 그 방황해의 마술사처럼. "붙잡혀 있는 게, 신경쓰이진 않는 건가?" "쿠로히츠의 술식이지 이거." 라고, 뤄롱이 말한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안 썼구만. 후딱 썼으면, 좀 더 빨리 아키라를 되찾았던 거 아닌가?" "경우에 따라서는, 이래도 부서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실제로, 유키노부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너는 봉인을 깰 뻔 했잖나?" 큐브를 앞에 두고, 아카네가 말한다. 주르륵,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다. 이야기가 가능할 정도로, 허나 그 쪽에서 봉인을 돌파하지 못할 정도로, 술식을 느슨히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야코우로서도, 이만큼 세세한 조정이 가능한 것은, 아카네와 유키노부 둘 뿐이겠지. "하지만, 너는 봉인을 깨기보다, 아키라의 무사를 우선시했다. 그런 행동으로 나설 거라고, 우리 애들의 보고를 듣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이유를 알 수 없군." 아카네가, 상자를 향해 계속 말한다. "우리 손녀가, 어째서 그렇게 마음에 든 거지?" 딱 잘라서, 상자는 답한다. "도와줘, 라는 말을 들었거든." "그 뿐인가?" "그 뿐이야." 다시금 질문한 아카네에게, 뤄롱은 질린 듯이 답한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이, 눈에 보일 듯한 목소리였다. "도와달라는 말을 듣고, 내가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으니 신경을 쓰도록 하자, 라는 느낌으로 말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 것 따윈, 이 행성(별)에는 없잖아." 말한 순간, 여자의 손바닥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상자의 틈새에서, 날개가 펼쳐진 것이다. 반투명한 환익은 품격있게, 상자의 틈새에서 표면을 쓰다듬듯이, 영역을 늘려간다. 숨을 멈춘 아카네가 멈출 틈도 없이, 그것은 상자를 모조리 채워간다. 7할 정도에서, 삐걱삐걱, 상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쳇, 아직 안 되나. 상자를 부수지 않고 술식만 해제, 라는 건 어렵구만." 후욱, 하고 환익이 사라졌다. 지금의 의미는, 명확하다. 아키라를 죽이지 않고, 쿠로히츠의 술식만을 해제할 방법을 뤄롱은 시험하고 있으며, 서서히 성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각오해두라고. 아무튼, 잡힌 건 나니까 말이지." 그걸 마지막으로, 상자에서 나는 목소리는 두절됐다. 그 뒤에는, 아카네가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수 초 정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손바닥 위의 상자를 보고 있었다. 한 번 숨을 쉬고 나서, 조용히 일어선다. 장지문을 열고,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은 정장들에게 선언했다. "바로 의식을 시작한다." "허나, 아카네 님의 몸은." 검은 정장의 항변도 무리는 아니다. 뤄롱을 봉한 대가로, 그녀는 큰 소모를 강요당했을 터이다. 쿠로히츠 자체를 조작하는 술식은, 사상마술로 따지면, 사상반의 특권영역의 조작에 가깝다. 규모로 비교하면 사상반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술자의 부담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허나, 야코우의 당주는, 일절 돌아보지 않고, 말한 것이다. "방황해의 제자, 이대로 얌전히 갇혀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라. 꾸물거리다간, 잡아먹히는 건 이쪽이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5 칠흑의 공간에서, 뤄롱은 천개를 올려다봤다. 아니, 위라는 기술이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상하라는 것은 사소한 개념일 뿐이기 때문이다. "……젠장." 참으로 드물게도, 그는 동요하고 있었다. 몸의 내측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뤄롱은 지각했다. 본인조차 알지 못하진 경로(패스)가, 연결되어 있던 것이다. 그것은 몸의 깊숙한 곳에서 자라고 있던 종양처럼, 그의 내측을 좀먹고 있었다. 아무리 뤄롱의 영적 방어가 철벽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영핵부터 퍼내버리면 저항할 방도가 없다. 구조로 따지면, 슈퍼 컴퓨터의 중핵에 파고든 백도어와도 비슷하겠지. 그것도, 그 권한이 뤄롱 본인보다도 상위에 설정되어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상대는, 세계에 한 명 밖에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내기, 라고 했었지." 낮게, 청년이 신음했다. "그럼 망할 아버지, 정말로 나를 팔아먹었구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6 아카네가 말한다. 쓴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 때, 방황해의 마술사(지즈)는, 정말로 내기를 한 것이다. ──『동서양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합의가 있느냐 없느냐로, 마술의 ​관계​라는 건 완전히 달라지지.』 그렇기에, 이러한 폭거가 이루어진다. 가면의 옆으로 엿보인 관자놀이에, 땀이 흘렀다. 그녀 또한, 아슬아슬했다. 지금이라도 파열할 것만 같은 마술회로를, 간신히 가면으로 억누르고 있다. 아니, 그러한 개념무장이나 술식보다도, 단순한 의지 쪽이 컸던 걸지도 모른다. 야코우의 당주로서 살아온 세월이야말로, 그녀의 심지를 받쳐주고 있다. "자신의 어둠을 떠올리거라, 아키라." 그리고 지금, 아카네가 속삭인다. 현현한 아키라(손녀딸)를 향해서. 침묵한 채인 유키노부(아들)를, 옆에 두고, 말한다. "──방황해의 마인을, 먹어치워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7 "유키노부가, 의식을 방기했다면……." 말하고 나서, 야코우 아카네는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나와 방황해의 계약(내기)은, 파기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8 심장의, 소리가 났다. 참으로 크고, 참으로 시끄러운 고동. 비트 하나 하나가, 그녀의 외침을 아득히 웃돈다. 이런 소리를 내는 심장은, 분명 그녀 자신보다 크겠지. 그런 건 질 나쁜 농담 같지만, 하지만 그녀가 처한 상황은, 언제나 나쁜 농담 같은 것이었다. "…………." 좋을 대로 해라, 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태까지 그녀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그저 참으라는 것 뿐이었다. 어떤 꼴을 당해도 견디라고밖에, 요구되지 않았다. 이제와서 좋을 대로 하라고 해도, 어떻게 하면 좋은 건가. 영문도 모른 채로, 아기처럼 외쳤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아픔도 괴로움도 견딜 수 없지만,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건, 더욱 견딜 수 없다. 상처 입더라도, 목을 졸려도 좋아. 하지만, 좋을 대로 하게 두지 말아줘. 폭풍 속처럼, 그녀의 의식이 흐트러진다. 온갖 기억 속에서, 그녀는 부정되고 있었다. 가족이 모여있었을 때의 행복한 기억조차, 유키노부(부친)의 변덕 같은 것이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건, 손발을 하나씩, 천천히 뽑히는 듯 했다. 그러는 새에, 눈치챘다. 딱 한 가지, 그렇지는 않은 추억이 있었다. ……그렇다. '루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야코우 아키라의 가슴은 달콤하게 욱신거렸다. '……루오……!' 당신을── 먹고 싶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9 청년은, 칠흑의 공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심장을 담아둬야 할 부분이, 뻥 뚫려 공동이 되어있다. 어떠한 생물이라도, 피를 순환시키는 기관 없이 생존할 수는 없다. 심장을 빼앗아둔다는 것은, 일부의 신화나 전설에서 보이듯이, 상대의 활동 전부를 봉하는 주적행위이다. 고대의 인간은, 뇌가 아니라 심장에야말로 지성이나 마음이 깃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년은 눈을 떴다. "……여어, 아키라." 뤄롱이, 이름을 부른다. 칠흑의 공간에, 낯익은 소녀가 떠올라 있었다. "​루오​──!" 소녀는, 허나 제정신은 아니었다. 그 송곳니를 크게 드러냈다. 뤄롱의 어깻죽지를, 물어뜯은 것이다. 살이, 찢어졌다. 피보라가 생겨나, 그녀의 얼굴 아래쪽 반쯤을 새빨갛게 물들여, 그야말로 귀녀처럼 물들였다. 그럼에도 질리지 않고, 삼키고 난 소녀는 더욱 깊게 물고 늘어진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뇌를 새빨갛게 물들인 것은, 추한 욕망 뿐이었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청년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아키라는 한결같이 탐욕스러웠다. 목 내외에 흐르는 피의 뜨거움에 빠졌다. 꿀꺽 삼킬 때마다, 겨우 구원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다 치명적인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스스로 상처입히고 있다는 것도. 동맥이 손상된 건지, 말 그대로 흘러넘치는 피에, 아키라는 취했다. "괜찮아." 그 머리에, 상냥하게 손이 놓인 것이다. "괜찮아, 아키라. 마음껏 먹어라. 마셔라. 괴롭잖아?" 그저 순수하게, 뤄롱이 뭇었다. "신의 음식이라는 건 말이지, 그런 것인 모양이라고." 에르고가 그랬듯이. 어깻죽지의 살을 긁어내듯이 물어뜯겼는데, 하지만 뤄롱의 웃음은 참으로 상냥했다. "내 살을 씹고, 피를 마셔서, 그걸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러면 되는 거야." 어깻죽지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소녀의 몸이 떨렸다. 신음소리가, 났다. 떨림은 천천히 커지고, 머잖아, 얼굴을 들었다. "……​루오​." 라고, 중얼거렸다. 피로 젖은 입가에,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루오​…… ​루오​…… ​루오​……." "늦어버렸구만." 소녀의 머리를 안은 채, 뤄롱이 윙크했다. "미안…… 해요…… 미안해요……! 나는……." "이봐 이봐, 식사 후에는 잘 먹었습니다 잖아?" 이 자리에서는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조크인데도, 피해자 본인이 말하니까, 아키라도 돌려줄 말이 없었다. 뤄롱이 목 근처에 손을 대자, 피는 뚝 멈췄다. 고개를 들었다. "오오나무치, 인가." 신의 이름을 속삭인다. 허공의 한 점을, 노려본다. "자, 계약은 끝났으려나?" 손을, 들었다. 그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 허나, 뤄롱의 눈동자는, 허공에 잠재된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내 심장을, 돌려주도록 하실까." 손바닥 너머에, 마력이 집중된다. 아무 질량도 없는 공간에, 자전이 흐른다. 주적인 차원에 균열이 퍼져, 몇 중으로 숨겨져 있었을 터인 것이 드러난다. 그것은, 보다 힘차게 고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을 맞아 환희하고 있었다. 뤄롱이 움켜쥔 그것은, 청년 자신의 심장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0 "미안한데, 그 녀석을 어디로 데려가주지 않겠어." 청년은, 희미하게 호흡을 흐트러뜨렸다. 여태껏 없는 일이었다. 의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먹어치우고 싶어지니까 말이야." 뤄롱의 눈이, 붉게 물들어있던 것이다. '식신충동──!' "평소라면 별 일 없을 테지만, 아무래도 약해져 있어서 말이야. 마력은 돌아왔지만, 신체에 입은 대미지는 그리 간단하게 되지 않는 모양이야. 뭐, 서로의 기분을 알았으니, 딱 좋을 지도 모르겠는데. 연애상담에서도,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고 난 다음이 스타트라고 하잖아?" 평소의 농담에, 고통이 번졌다. 이 청년이, 솔직히 약함을 폭로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이미 자신도 알고 있다. 그것을, 이렇게나 숨김 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라며,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소제들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던 건가요? 이 아이를 위해서?" "그거야말로 이판사판이지. 하지만 뭐, 와줬으니, 싸그리 정리해주라?" 턱을 치켜들고, "어디." 하고, 청년이 시선을 옮겼다. "먹을지 먹힐지 해보자고, 에르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1 "일단 물어보겠는데, 에르고와 아키라를 데려가는 것은, 자네의 스승의 명령이 아니었던가?" "그래, 스승의 명령은 절대야. 동시에, 이런 말도 들었지. ──네가 굶주렸을 경우에는 굶주림을 우선시해라. 그렇지 않으면, 굶주림과 계약 사이에서, 네가 미쳐버리니까 라고." 그만큼 식신충동은 절대적인 것이겠지. 적어도, 방황해의 마술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2 다시 한 번. 뤄롱의 노심이, 불타오른다. 호흡하는 것 만으로, 처절한 양의 마력이 정제된다. 사기니 뭐니 하는 수준이 아니다. 어지간한 마술사라면, 가볍게 수천 명은 말라붙을 만한 마력이, 그의 숨결 하나로 세계에서 퍼올려진 것이다. 그에 비해, 에르고는 뤄롱에게서 빼앗은 간타이를 다 써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3 "싱가포르에서도 봤지만,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는 저런 사용법도 가능했던 건가요." "아니, 저건,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의 본래의 권능이다. 손행자의 여의금고봉처럼, 세계를 붙들어매기 위한 보구로서의 힘이고 말고. 뮤토스라는 건 어울리는 이름이다. 저기서 구현화된 것은, 진짜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조차 아니고, 전설로 구가되어온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의 본질 그 자체니까." 뮤토스. 공상. 우화. 혹은, 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꿈인 이상, 설령 태조룡 튀폰의 능력이라고 해도 막을 수는 없다. 그런 성질을, 지금의 빛은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세계의 텍스처를 붙들어맨 빛은, 마찬가지로 뤄롱의 내측의 용도, 청년의 내측에 붙들어맨 것이다. 이 이상, 밖으로 흘러넘치지 않도록.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4 "용을 먹은 자와 신을 먹은 자를 붙여놓고, 설마 결과가 아가씨의 새치기일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상하지 않겠지." "망할 아버지." 뤄롱이, 말한다. "여어, 불초 제자. 너덜너덜하잖느냐." 구름의 위치가 변했다. 그것으로,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예쁘다.' 이런 상황인데도, 무심코 자리에 안 어울리는 감성을 느끼고 말았다. 등골이 얼어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였다 수만 년이나 된 빙하를 걷는, 외톨이 회색 늑대를 연상시켰다. "당신은." "방황해의 지즈, 라고 한다네?" 회색 늑대 같은 남자는 이름을 밝혔다. 순식간에, 자신들 사이에 긴장이 퍼졌다. 방황해. 지금까지 제자인 뤄롱의 이야기에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술사가, 마침내 자신들의 앞에 찾아온 것인가. "아아, 초대면은 아니라고? 자, 이거." 라며, 가면을 보여줬다. "그건──!"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에서 만난, 와양 배우의 가면이었다. 그 배우가 남긴 편지에 유도되어, 자신들은 린과 에르고 두 사람과 합류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이 긴 모험의 시작이 된 것이, 이 배우와 편지였다. 그 때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인지, 두터운 화장을 했어서인지, 얼굴을 잘 알 수 없었지만…… 설마, 그 때부터 방황해의 마술사와 만났었을 줄이야. "처음부터, 저희들을 해적섬으로 유도할 생각이었던 겁니까." 스승님이 말했다. 방황해에 대비되는, 시계탑의 군주(로드). 용을 먹어치운 남자에 대비되는, 신을 먹어치운 남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5 하지만, 지금 어느 쪽이 피폐한지는 명백하다. 이쪽은 비장의 패 중의 비장의 패까지 드러낸 상태고, 방황해의 마술사는 정체 이외엔 무엇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 "응, 후, 후. 뭐어 순번이 있어서 말이지. 내가 직접 에르고와 만나는 건 계약 위반이었던 게야. 이대로면, 최초인 아틀라스원이 에르고를 회수해서 끝이었잖나? 그게 나쁘지는 않지만, 자리가 들끓어오르지 않는다는 거지." 방황해의 마술사──지즈가 말하는 의미를, 자신들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스승님과 자신이 합류하지 않았다면, 그 해적섬에서 린과 에르고 두 사람만으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를 받아치게 됐겠지. 그 경우, 실제 싸움처럼, 무시키의 난입까지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곤 해도, 이쪽도 계산대로라고는 하기 어려워. 그렇달까 내기에 약하단 말이지 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6 뤄롱과 지즈가, 그런 대화를 한다. 그러고나서, 스승님을 힐끗 보았다. "확실히, 이 녀석은 여기서 처리해두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르겠구만." "윽!" 앞으로, 나선다. 승산도 뭣도 생각하지 않았다. 스승님을 해친다면, 그것만은 허락할 수 없다. 아무리 무모하고 무의미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하지만, "……​루오​." 그 속삭임에, 뤄롱이 돌아본 것이다. 아키라였다. 마력으로 뇌가 흔들린 모양이었지만, 뤄롱의 노심이 정지함으로써, 그 술식도 효력을 잃은 것일까. 그게 아니면, 일찍 회복해버린 것일까. 네 발로 기어서, 천천히 소녀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루오​…… 괜찮아…… 아픈 거 아냐……." 아직, 환상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소녀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어서, 정말로 꿈 속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 손이, 외각이 박리된 후의 바텐더 복의 가슴에 닿았다. "아키라……." "다행이다…… 심장…… 움직여……." 정말로 기쁜 듯이, 소녀가 웃었다. "아무 데도…… 가지 말아줘…… ​루오​." 가느다란, 하지만 들어넘길 수 없는 말. 자신의 보구 따위보다도, 그것은 훨씬 강력한, 용을 얽어매는 주문이었다. 아키라의 손이, 뤄롱의 가슴에서 미끄러져내린다. 당황해서, 뤄롱이 소녀를 끌어안았다. 다시 기절한 아키라를 안은 채로, 뤄롱은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달빛만이 비추고 있었다. "……쳇." 하고, 지즈가 혀를 찼다. "쳇, 쳇, 쳇. 기분이 잡쳤다." "지즈……?" 스승님이,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방황해의 마술사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러고, 야코우와의 내기에 이겨버렸으니까 말이지.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우리가 잡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내기에 이긴 뒤에, 상정 외의 물건까지 가져가는 건 재수가 없지. 우리들은 그런 걸 중요시하는 직업이잖아? 이긴 뒤에도 진 뒤에도, 봉(盆)은 깔끔히 해둬야지." 스윽, 하고 제자와 소녀의 근처로,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지." 라며, 미모의 마술사가 손을 움직였다. 지즈의 손가락이, 아키라의 등에 꽂힌 것이었다. "아키라 양?!" 외친 자신의 앞에서, 젤리에서 포크를 뽑듯이, 지즈의 손이 빠졌다. 옆으로 쓰러진다. 무언가가, 하늘을 날았다. 철퍽, 하고 스승님의 손 안으로 떨어진 ​그것​은, 검붉은 기관 같아서, 꿈틀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식된 간타이의 절반이다." "뭣──!" "고대의 심령수술 같은 거라서 말이지. 응후후, 감사하라고? 옛날에는 엄청난 술이 없었으면, 절대 안 했으니까 말이야?" 손을 뽑힌 아키라는, 잠든 채였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다. 하지만, 아키라 자신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그런 짓을 한 순간에 해치울 줄이야. "그것만 있으면, 일단은 야코우도 납득하겠지. 절반이라면, 우리 불초 제자의 식신총동도, 일단은 견딜 수 있을 거다. 조금 아깝지만, 확실히 이 나라에는 세 명이 1냥의 손해를 본다(三方一両損) 인가 하잖아. 전원 타협하는 데에는, 전원 조금씩 손해를 보는 게 좋다고." "아버지……." "모쪼록, 네 스승님께 감사해라. 성창의 그림자를 뽑는 것도, 그 나름대로 수고가 드니까 말이야." 툭, 하고 뤄롱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고나서, 시선을 움직여, "……에르고." 하고, 불렀다.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는 웅크린 채였다. "어떠냐? 두 위 째까지 자각한 모양이다만, 나에 대해서는 생각 났냐." "아뇨." 하고, 젊은이는,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알아요. 이것만은 알아요." 또, 에르고는 처음 보는 표정을 지었다. 해적섬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던 때의 붙임성도, 뤄롱에게 품은, 순수하고 치열한 투지와도 다른 표정. 확실히, 이렇게 고했다. "저는, 당신이 싫어요." 미움이었다. 그러자, 지즈의 입술이, 얼음꽃처럼 벌어진 것이다. "이상적인 대답이다. 좋은 스승이 붙은 모양이군." "제가, 뭘?" "최고의 일처리를 해주고 있다는 말이지. 자랑해도 좋다고, 현대의 마술사(메이거스)." "그렇다면, 약속해줬으면 합니다." 라고, 스승님이 말을 꺼냈다. "야코우 아키라를,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호오, 그걸 양보하지 못하는 못하는 건가." "료우기 미키야에게 의뢰받았습니다. 토보리 겐마에게 부탁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얄팍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보증 없이, 저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물러서지 않는다, 라고 스승님은 단언했다. 즐거운 듯한 지즈의 눈동자는, 답을 하지 않고, 스승님을 비추고 있다. 희미하게 스승님의 손끝이 떨고 있는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러자, "내가 약속하지." 라고, 뤄롱이 말한 것이다. "설령, 망할 아버지라고 해도, 털끝만한 상처도 입히게 두지 않을 거다." "응, 후, 후. 이거 반항기가 무서울 것 같군." 웃은 지즈가, 하늘을 우러러본다. 달이 질투하는 게 아닐까, 하고 기묘한 생각을 해버렸다. 달보다도 아름다운 남자가 거기에 있는 것을 발견해버려서. "알고 있겠지, 군주(로드). 여기는 중간지점(터닝 포인트)이다." 라고, 지즈는 속삭였다. 마치, 두 사람만의 비밀이라도 털어놓듯이. "네가, 에르고를 어떻게든 하겠다면, 세 위 째의 신도 있지. 그러기 위한 여행도 필요해. 그 동안, 나는 이 녀석을 쓸 만 하게 해두지. 너도 모쪼록 에르고와 제자들을 조정해둬라." "…………." 수 초 침묵하고 나서, 스승님은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제자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뻔하지." 즉시, 지즈는 대꾸했다. "무엇보다도 수고를 들인, 귀중한 자신의 도구라네." "……지즈……!" 스승님이 눈을 부릅뜬다. 그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 라고 외치는 듯 했다. "응, 후, 후. 사고방식의 차이라도 있었나?" 놀리듯이, 지즈가 비웃는다. 그리고,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 제자들.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지." 그대로, 방황해의 마술사가, 손가락을 빙글 하고 움직였다. 어떤, 인장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한 순간, 얼굴을 가렸다. 손을 내렸을 때, 지즈와 뤄롱 두 사람── 아니, 아키라를 포함한 세 사람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그 뒤에는, 그림자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사라졌다." "순간이동은, 현대에서는 마법의 영역이다만…… 방황해라면, 아직 마술의 범주겠지. 쓰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아." 스승님이, 망연자실히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