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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주예시
*2 코드・크림즌―――"진홍색 소집". 그 "붉은색"은 로마의 "붉은색". 마르스 신을 상징하는 로마 군인의 긍지의 색. ≪성배≫가 만들어낸 천년왕국. 그 평화를 짊어진 자들을 불러 임무를 완수하도록 명하는 사람들(플레부스)의 외침. 평화를 짊어진 자들은 그 의무를 다한다. "성흔(스티그마타)"의 마나츠루 치토세. 그리고 그녀의 서번트―――. ―――"성창"의 "루키우스・롱기누스"가, 이곳에 도착했다. 「미안. 전철이 늦어지는 바람에. 그래도 최대한 서둘러서 온 거야.」 경기장에 가볍게 내려선 치토세는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말했다. 루키우스가 기막혀하며 말했다. 「너를 안고 달려온 건 나지만 말야.」 「그렇긴 한데. 신주쿠에서 한바탕 움직인 직후였으니까. 휴식도 필요하잖아.」 가볍게 대꾸하면서 치토세가 ≪령주≫를 둔중하게 빛냈다. 구세계로부터 남아있는 진정한 ≪령주≫―――성흔(스티그마타)이라는 이명의 유래이기도 한, 4개의 ≪령주≫를. 그 빛을 인식한 주변의 서번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위협받은 야수들처럼, 혹은 지성을 잃은 전사로서의 본능이 검을 겨루기에 부족하지 않은 둘도 없는 적을 발견한 것처럼. 살아남은 시민들의 집단, 그리고 필사적으로 계속 저항한 정상적인 서번트들의 무리를 발견하자, 치토세는 멀리서도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고했다. 「이쪽으로 돌아오도록! 폭주한 서번트들은 전부 나와 루키우스가 상대할 테니까!」―――무시무시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현현시킨 방패를 갖추고 진홍색 창을 움켜쥔 병사가 그의 마스터와 등을 맞대고서 신속하게 적들을 물리쳐 나갔다. 성창을 휘두르며 싸우는 모습은 압도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 남자야말로 성배전쟁에서 이긴 승리자(챔피언). 루키우스・롱기누스―――예루살렘 언덕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깨달은 백인대장(켄투리오). 일곱 기의 영령 중 하나인 "랜서"로서 격전의 정점에 서고, 치토세의 손에 ≪성배≫를 가져다준 최우의 서번트니까. 이 마을에 차고 넘치는 서번트들은 다들 긍지높은 영령의 영혼을 모사하고 있지만, 그(루키우스)의 영광에 비교한다면 그저 어슴푸레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 치토세와 루키우스의 일방적인 토벌전에서 마지막으로 처치된 것은 한니발이었다. 그가 쓰러지는 모습을 코하루 자신도 그 눈으로 목격하고서, 그리고 그저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한니발이 창을 깊숙이 찔려 소멸한 장소에서 코하루가 무릎을 꿇고 어깨를 크게 떨어뜨렸다. 그 옆에서 요시츠네와 마스터 소녀가 서서 뭔가 말을 걸며 그녀를 위로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 랜서―――루키우스・롱기누스. 역사상의 성 롱기누스의 생애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 실존한 인물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성경・복음서의 외경(아포크리파)에 등장한 「롱기누스」라는 이름 자체가, 그가 가공의 인물이라고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라틴어로 창은 란케아, 그리스 어로는 론키. 즉 단지 「창」에 연관된 조역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고대 프랑스어로 창과 관련있는 랜슬롯의 이름이 성립된 사정과 비슷하다. 퍼스트 네임인 "루키우스" 역시 고대 로마에서는 흔하디 흔한 이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서번트로서 확실한 실체를 얻었다. 성배전쟁에서의 빛나는 승리를 손에 넣었다. 내가 본인에게 직접 듣거나 나중에 배운 지식으로 보충한 루키우스의 경력은 이렇다. 루키우스가 속해있던 로마 군대의 지휘관은 티베리우스 황제의 조카이자 병사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던 명장 게르마니쿠스. 그 명장은 게르만 부족의 지휘관 아르미니우스와 몇 번에 걸쳐 격돌하여 많은 희생을 치르며 간신히 로마의 위광을 보여주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 뒤 게르마니쿠스는 뜻하지 않게 중동에 파견된다. 루키우스는 장군의 수행원으로서 동행해서 게르마니쿠스가 원인 모를 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섬겼다고 한다. 그리고 유대 속주 총독 필라토가 거두어 일개 호위병이 된 루키우스는, 예루살렘의 골고다 언덕에서 "구세주"의 처형에 입회하게 되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 「이 상처를 남긴 건 여자 드루이드였다.」「켈트의 드루이드……? 그럼 드루위데스?」유연한 발놀림으로 창 대신 노를 휘두르면서 그는 말했다. 나처럼 쓸데없는 움직임으로 모래를 흩날리지도 않았다. 「겉모습은 젊고 아름다웠지만 나이를 알 수 없는 이단의 사제였다. 여자는 아르미니우스 직속의 부하면서도 게르만 족이 아닌 갈리아 인이었다. 히스파니아와 브리타니아를 돌아다니면서, 갈리아의 영웅 베르킨게토릭스 밑에서 그 가이우스・율리우스・카이사르의 군대와도 싸웠다고 큰소리를 쳤지. 용서할 수 없는 로마의 숙적이었다.」 「그게 정말이라면……백 살 가까운 노파?……치토세처럼…….」「못 들은 걸로 하지―――그 여자 드루이드는 현대로 말하자면 이중 스파이 행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이용할 작정이었지만……깊게 빠져버리고 말았지. 결국 여자는 처형당했지만, 그 직전에 이 상처를 남겼다. 단순한 작별 선물 대신 보낸 상처는 아니었지. 이 상처는 내 눈으로부터 빛을 빼앗는 저주의 인장(룬)이었다. 최전선 지휘를 맡아서 사전에 정보를 파악했던 게르만 군의 기습을 요격하려고 했던 때에, 나는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고 말았다. 전장은 대혼란에 빠졌지. 여자 드루이드는 훌륭하게 복수를 이룬 셈이다.」「의외네……여자 관련이었을 줄은……예전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뭐라고 대답했어?」「하핫. 그때의 넌 전부 자기 잘못이라고 꾸짖었지.」루키우스는 느긋하게 노를 내려 지면에 꽂았다. 오늘의 훈련은 여기까지 하겠다는 익숙한 신호였다. 열을 품어 땀투성이가 된 육체로부터 기분 좋게 전의가 빠져나간다.「패배하고 눈이 멀게 되어 군인으로서의 나는 죽었다. 그 전장에서 죽었어야 했다. 그 뒤에도 단지 게르마니쿠스 각하의 온정에 기대어 살아가고, 그 각하의 죽음도 막지 못했지.―――그리고 그 분과 만날 때까지, 나는 암흑 속을 기어다니는 시체와 다름없는 삶을 보냈다.」그것이, 맹인이 된 남자가 다시 세상의 빛을 되찾아 성 롱기누스가 될 때까지의 이야기였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 쓴웃음을 짓는 루키우스―――서번트 성 롱기누스. 성배전쟁의 절대적인 제왕. 그 왼쪽 뺨에는 십자가처럼 교차된 오래된 상처가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어렸을 때 흠칫흠칫거리면서 만져보게 해달라고 버릇없이 굴었던 기억이 있다. 어째서 치료하지 않는지, 아프지는 않는지―――그렇게 묻자 그는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남기고 있다, 이건 자신의 일부다, 라며 웃었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7 ―――얼음이 깨지는 듯한 금속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루키우스가 던진 성창은, 주홍빛 하늘 높이 튕겨나갔다. 소년의 눈 앞, 내가 도착하지 못한 장소에는 그가――― 갑옷을 벗은 느슨한 셔츠 차림의 갤러해드가 있었다. 그 손에 수평으로 높게 검을 치켜들고, 롱기누스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가로막고 있었다. 「이봐, "사신". 은잠비 앞에서 코하루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았던 답례 말인데, 이거면 될까?」 빙글빙글 하늘을 날아가던 창은 다시 한 번 갤러해드의 눈앞에 떨어져 내렸다. 땅에 닿기 직전에 그는 그것을 잡아채고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빠른 동작으로 롱기누스의 발밑으로 집어던졌다. 아연해하는 롱기누스에게 갤러해드가 표표하게 말했다. 「내 "이상한 띠의 검"은 딱히 대단한 힘은 없지만,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양치기였던 이스라엘의 왕의 물건이다. 수수하지만 이것도 성유물(레릭스) 중 하나인 셈이지.」「그렇군……다윗 왕의 검인가.」「그래. 롱기누스, 온갖 가호를 꿰뚫는 당신의 잘난 성창을 상대하더라도 이 정도 야유는 통하게 할 수 있지.」코웃음치면서 갤러해드는 검을 허리에 되돌렸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 「……이 섬은 일종의 안전지대라고 하지만, 어차피 치토세에게는 상관 없는 이야기잖아. 그 때는 보이저를 노렸으면서, 지금은 봐줄 생각인 거야? 굉장히 여유롭네. 얕보고 있는 거야? 나랑, 보이저를.」있는 힘껏 허세를 부리는 나에게, 그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상냥한 웃음을 띄웠다. 「흠……아직 도발이 서툴군. 뭔가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좀 더 날을 갈고 닦아서 찔러넣어야 할 거다.」 「…………큭……」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 훈련하는 동안, 그는 이런 추억을 이야기해주었다. 그가 아직 소년(푸기오)이었던 시절, 로마 교외에서 강도에게 습격당했다. 그는 용감하게도 단검을 손에 들고 혼자서 맞섰다. 간신히 강도는 물러났지만, 루키우스가 입힌 상처 때문에 강도는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어 거지 신세로 전락했다. 거리를 지나가며 그 거지를 볼 때마다 루키우스는 마음이 욱씬거렸다. 이윽고 전직 강도는 병으로 쓰러졌고, 그 때 간호를 받은 인연으로 로마의 신들에 대한 신앙을 버리고 당시 신자가 늘어나고 있었던 일신교에 귀의했다고 한다. 우연히도 루키우스보다 먼저 신도가 된 것이다. 전쟁터에서는 창을 든 한 명의 병사(켄투리오)로서 몇백 명이나 되는 적들(바바리안)을 죽였고, 거기다 부대를 지휘하는 백인대장으로서 지휘를 내려 몇천 명이나 되는 야만족의 목숨을 빼앗은 루키우스였지만, 강도에게 습격당했을 떄의 공포와, 처음으로 사람을 찔렀을 떄의 감촉만큼은 잊혀지지 않았다……그렇게 말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 「저기, 두 사람 모두―――오랜만에 얼굴을 마주보는 거잖나. 근황 이야기 정도는 나누는 게 어때?」입을 열고 끼어든 것은 양복 차림의 남성이었다. 더블 브레스트의 베스트에 차분한 진홍색 넥타이를 빈틈없이 조이고, 벗은 자켓을 개서 팔에 걸치고 있다. 홀연히 나타났으면서도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약간 떨어진 벽에 벽을 기대고 우리 두 사람을 온화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중략) 왼쪽 뺨에 크게 새겨진, 일그러진 십자 모양의 흉터가 좋든 싫든 눈에 들어왔다. 양복 차림은 꽤나 신선했지만, 그 미소는 옛날 그대로였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 달리던 중 다다른 모래사장에 그 남자가 있었다. 모래 위에 엎어놓은 보트 선체에 앉은 채 파도가 만드는 옅은 핑크색과 푸른색의 그라데이션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키우스―――」 곁에 치토세는 없었다. 루키우스 혼자였다. 「조……좋은 아침―――뭐야, 그 옷은.」「좋은 아침(보눔 디엠), 에리세―――이상한가? 나도 바캉스다운 차림을 해보고 싶었거든.」알로하 셔츠에 스포츠 샌들. 어제의 갤러해드보다도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리조트에서는 함께 소란피울 상대도 부족해서 말이지. 모처럼 갤러해드 경도 있으니까. 수영 승부라도 도전해볼까 하는데.」-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2 ―――"루키우스". 그는 치토세가 오랜 세월 데리고 있었던 서번트다. 내가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남성이자 동경하는 사람. 후지무라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아기 때부터 나를 알고 있는 오래된 사이 중 한 명. 그는 어리고 연약하던 나에게 몸을 지키는 방법을 철저하고 엄격하게 주입시켜준 스승이었다. 군인다운 견고한 철의 신념을 바탕으로, 쓰러져도 일어서서 마지막까지 버티도록 가르쳐주었다. 패배의 가치와 승리의 덧없음을 가르쳐줬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3 「그럼―――이건 기억하고 있을까?」온화한 말투와는 반대로, 그가 쥔 노 끝이 용서없이 휘둘려왔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나는 반격하기 위한 간격으로 들어가 모래 위에서 자세를 잡았다. 그대로 모의전이 시작되었다. 손에 든 물건은 창으로서는 너무 짧았지만, 실전은 최고의 무기를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과거의 일상적인 단련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이 죽은 뒤 《신주쿠》의 하나노조에서 살았던 몇 년 동안―――. 어렸을 때의 나는 루키우스가 휘두르는 연습용 목창에 숱하게 넘어지고, 찔려 날아갔다. 단검의 일격을 피하지 못해서 칼자루에 맞아 얼굴에 멍이 생기기도 하고, 도끼로 쇄골이 부러졌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부상을 입었을 때는 카렌이 치료해줬지만, 루키우스의 백병전 훈련을 막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복되는 학대에 나 자신은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루키우스나 치토세를 원망하지도 않고, 그저 지긋지긋한 아픔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그를 죽이라고 식욕을 속삭이는 악령들의 요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다시 무기를 쥐었다. 그 이상한 훈련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아직 살아있다. 악령들에게 더럽혀진 채 시들어가던 나를 내버리지 못했던 그의 친절 덕분에.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4 살아남기 위해서, 접근해오는 적을 해치운다―――. 그 인과의 응수가 전쟁시에는 평범한 일상이었다고 해도, 내 안의 무거운 짐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로……적이었던 걸까. 그는 희생자인 게 아니었을까. 그런 의문이 언제까지고 마음 속에 달라붙어 있었다.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나에게 다가와준 것은 인간도, AI도 아닌, 서번트인 루키우스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엄격하게 단련받은 호신의 기술, 폭력에 대처하는 스킬이 나 자신을 구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무기가 된 사실을 그는 물론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나를 꾸짖지도, 말로 위로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창을 들고, 태어난 집을 떠난 뒤로 한동안 격조했던 훈련을 다시 시켜줬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5 루키우스와 창을 휘두르면서 나는 시간을 잊고 몰두해버리고 말았다. 몇 년 만의 연습은 스스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헤아리기는커녕, 과거의 그가 얼마나 봐주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깨닫는 결과가 되었다. 전성기 영령의 기술과 역량을 인간이 정면으로 덤벼서 상대할 수 있을 리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야경"을 맡아왔다는 내 변명 정도의 긍지는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6 잠시 멍하니 있던 내 눈 앞에 어느새인가 보이저가 있었다. 나를 루키우스로부터 감싸려는 듯 의연하게 서 있었다. 「에리세에게, 다가오지 마.」 조용하지만 진지한 분노의 기색을 숨기지 않는 목소리로 보이저는 말했다. 「보이저? 괜찮아. 여기서는 괜찮아.」 「…………」 긴장으로 굳은 가느다란 어깨에 손을 올려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루키우스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았다. 대치하는 루키우스 역시, 하마터면 우스꽝스럽게 보이기조차 하는 소년의 적대심을 얕보는 낌새 없이 진지하게 마주보고 있었다. 코하루도 카린도 긴장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보이저……너……떨고 있구나……) 그 때, 루키우스의 창이 죽이려고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보이저 자신이었는데도. 나는 그리운 얼굴을 마주한 것만으로 벌써 마음 어딘가에서 그 끔찍한 행위를 용서해버리고 말았는데도…….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7 「그 때, 갤러해드가 말했지. 루키우스가 손대중 했었다고.」「그랬던가.」틀림없이 말했다. 보이저에게 던진 창의 일격을 갤러해드가 막아낼 거라고 예상했다고. 갤러해드라면……하고 그가 기대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갤러해드 경 역시 탐색의 여행에서 성창을 손에 넣었다는 전승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배를 포기한 얼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사정이 변했다. 「……이 섬은 일종의 안전지대라고 하지만, 어차피 치토세에게는 상관 없는 이야기잖아. 그 때는 보이저를 노렸으면서, 지금은 봐줄 생각인 거야? 굉장히 여유롭네. 얕보고 있는 거야? 나랑, 보이저를.」있는 힘껏 허세를 부리는 나에게, 그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상냥한 웃음을 띄웠다. 「흠……아직 도발이 서툴군. 뭔가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좀 더 날을 갈고 닦아서 찔러넣어야 할 거다.」「…………큭……」어쩔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아직 믿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루키우스를 적으로 돌리게 되었다니 마치 악몽 같았다. (하지만 령주가 쑤시고 있어……사령들도 술렁거리고 있고……) 어제 방파제에서도 그랬다. 그건 보이저의 공포가 나에게 전달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네 서번트, 보이저를 얕보는 건 아니다. 나는.」 그가 일어서며 말했다. 「―――다만, 그런 속임수 같은 기습으로 얻은 승리는 승리가 아니다. 나는 그게 불쾌했다. 꺼림칙한 기분으로 얻어낸 영광은 마음을 갉아먹는 독이 되어 계속 남아있을 뿐이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