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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타입문 에이스 VOL.15의 작품 관계도에서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의 흐름을 타다가 5차 성배전쟁이 크게 변질되어 동시다발적인 성배전쟁이 세계대전 규모로 발전한 후의 세계라 한다.*2


페이트 레퀴엠의 세계에 대해서

■ 과거 큰 전쟁이 있었고 그 전쟁이 끝나자 모든 인류는 심장에 성배를 지니게 되었다. 전쟁 이후 태어난 자는 선천적으로 성배를 지니며 전쟁 세대였던 구 인류는 전쟁이 끝난 직후 성배를 얻을 기회를 얻었다. 성배에 의해 노쇠, 유전자 열화, 병, 바이러스, 암 등의 생물학적 질환이 극복되었으며 정기적으로 충전되는 령주를 쓰면 사실상 불로불사나 마찬가지인 생리적 연령의 재구성을 하는 것 조차 가능하다. 성배에 의해 재편된 세계는 마을이 도시단위로 재구성되어서 이 재편된 도시군을 하나로 모아 모자이크시라 부른다.*3

■ 14년 전의 전쟁은 성배전쟁이라 불린다. 매우 발달한 인공지능 드론에 의한 전쟁으로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온갖 수단으로 싸운 결과 지구는 초토화되었다. 전후의 인류에게 있어 드론은 악마와 같다. 모자이크시 바깥에는 여전히 수명이 반영구적인 드론이 돌아다니고 있어 지옥과 같다. 모자이크시를 잇는 결계로 보호되는 선로를 달리는 열차 외의 이동수단으로 도시 밖으로 나오면 바로 드론에게 격추된다. 이는 의무교육으로 모두 배우나 전쟁을 안 겪은 신세대들은 안 믿는 경향이 있다.*4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각한지 모자이크시에는 어떤 비행수단도 없으며 날고 싶으면 서번트의 비행 능력을 빌리던가 해야 한다.*5
성배전쟁이라는 이름대로 이 세계는 주요 영맥의 결절점에 마법진이 설치되었고 이것의 부설행위로 기적을 이루어 승자에게 사용할 권한을 주는 전쟁이 대유행했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각국은 전란과 테러리즘을 눈가림 삼아 성배전쟁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거리낌없이 대규모 성배전쟁을 만들게 되어 크고 작은 차이가 있는 서른 개 이상의 성배전쟁이 병행되었다. 3차 세계대전이 무수히 많은 성배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배양 수단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건 이미 세계가 파국을 맞은 후였다. 후유키 시에서 일어났다는 성배전쟁은 손꼽히는 격전지였지였지만 의식의 규모는 다른 곳 보다 몇 단계 뒤떨어졌고 최종 승자가 불명인 상태로 의식이 성립되지 않아 모인 성배의 마력이 흩어졌다고 알려져 있다.*6
각지의 성배전쟁에 승리한 자들은 서로 싸워 자신들이 습득한 성배마력을 빼앗기를 반복했고 이 진흙탕 싸움은 마나즈루 치토세가 마지막 승리자가 된 것으로 끝났다. 치토세와 랜서(루키우스 롱기누스)가 획득한 지고의 성배성배의 존속과 분배를 빌어 지금의 모든 사람이 성배를 가진 세상을 만들었다. 지고의 성배가 심장이라면 개인이 가진 성배는 모세혈관 같은 것이다.*7

■ 재충전되는 령주를 전 인류가 소지하기에 이걸 이용한 마술 화가 생겨났다. 정통 마술사들 입장에서는 아마추어일 뿐이지만 그런 구세대의 사람은 얼마 없기에 주류가 되었다.*8 령주로 구현화한 마력의 방향성과 설정을 결정해 효과를 발휘하는 아이템 같은 것을 쓴다.*9 마스터의 소양에 따라 성능이 크게 변동하던 성배전쟁령주와 달리 마스터가 소양이 뛰어나도 령주를 소모한 후 도시의 성배령주를 복구해 주는 속도가 조금 빨라질 뿐 그리 대단한 메리트는 없다.*10 서번트에게 단독행동의 권한을 확대하는 데도 쓰인다.*11
아무튼 령주가 매우 유용하기에 범죄자들의 령주 사냥이 일어나고 있다. 보통 령주가 깃든 곳을 잘라내서 추출하고 죽여버린다. 수명을 극복한 이 세계에서 사람이 죽는 일은 대다수가 이런 범죄다.*12 작중 시점에서 령주를 빼앗기고 죽은 시체가 생전의 생활을 모방해서 움직이는 일이 일어났다.이들은 멀쩡한 듯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쓰러져 버리거나 령주를 쓰려고 하니 그게 깃들었었던 신체부위가 절단된 걸 주변 사람들이 보고 지적하게 만든다.*13

성배를 받고도 쓰지 않으며 서번트를 소환하지 않은 사람이 구 세대 중에 소수 있지만*14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번트를 소환했다.
→ 본래라면 전투병기로 쓰일 서번트들이 일상에 섞이게 되어서 본래 필요 없는 식사 같은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배려가 생겨났다. 일부 사람은 서번트가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생활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15
진명을 감추는 것은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되었다.*16
→ 식별 태그를 붙이거나 한다.*17
→ 기술의 발전 덕에 버서커 클래스의 말을 통역하는 예장 어플이 쓰인다. 대화를 할 때마다 셈플을 축적해서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해석한다. 상대와 대화가 통하고 있다면 정밀도가 높다.*18
마스터의 대부분이 마술회로마술각인 없이 성배의 힘으로 마력을 지원받아 서번트를 부리며 제공받은 마력의 양이 그저 존재하며 일상생활을 하는 정도이기에 대규모 전투나 보구진명개방 같은 걸 하면 마스터의 생명이 위험하다. 서번트를 이용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자기 생명을 깎아서라도 뭔가 해 보겠다는 의미다.*19
→ 일반적으로 서번트와 계약하면 자기 서번트의 특성을 어느 정도 지식으로 부여받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치로 정량화된 전력평가를 성배로부터 도입받는 경우도 있다.*20

■ 모자이크시의 각 도시에는 야경이라는 직책이 있다. 도시 뒷편에서 벌어지는 더러운 일을 처리한다. 모자이크시를 창설한 마나즈루 치토세를 보좌하던 에이전트들이 각 도시로 파견되는 식으로 형태를 갖추었다. 초기에는 야경이라는 정식 명칭이 없었다.*21 우츠미 에리세는 아키하바라의 야경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서번트를 사냥하는 일을 하는지라 사신이라 불리며 두려움을 산다. 얼굴이 어지간히 팔렸는지 신주쿠에서도 그녀를 알아보는 서번트들이 많아 사신이라며 재수없다고 수근거린다. 에리세는 이를 세례라고 칭한다.*22*23

■ 모자이크시 신주쿠에 대해서.
우츠미 에리세가 태어난 곳이며 사실상 모자이크시의 수도다. 다른 도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며 처음 도시가 만들어질 적 사람들의 소망을 성배가 받아들여 100년 전 쇼와 초기나 다이쇼 시대의 풍습이 복고되었다. 에리세는 이걸 알고 테마마크 같은 거라 받아들였다.*24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어른 전용 마을이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어른을 위한 번화가가 충실하다. 그 외에 백화점이나 박물관이나 레스토랑 등이 잔뜩 있다.*25
→ 신주쿠 중앙역은 다른 마을로 향하는 열차가 출발하는 허브 스테이션이다. 신주쿠를 그물처럼 감싸는 노면전차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26
→ 나뭇잎을 겹쳐놓은 것 같은 입체적인 구조다. 잎 한 장이 동네 하나를 이루도록 블럭 단위로 나뉘어져 있다. 커다란 동네는 한 블럭에 사방으로 수백 미터에서 1킬로미터 정도가 되며 작으면 사방 수십 미터다. 주소 표기나 행정상으로 대략 상,중,하의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27
서번트들이 목적을 갖고 행동하는 부류가 많아서 다른 도시보다 실체화한 서번트가 적다.*28
우츠미 에리세와 부모님, 마나즈루 치토세가 살았던 곳은 하나조노다.*29
→ 어른들을 위한 환락가가 있다. 언제나 어둑하고 네온 간판이 가득하며 아이가 갈 곳이 안 되는 번화가 자체다. 성배는 이런 깨끗하지 않은 거리가 모자이크시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30

■ 모자이크시 아키하바라구에 대해서.
→ 지구온난화에 의해 해수면이 크게 상승해 시가지 근처까지 바다에 잠겼다. 임해도시라 불린다.*31 덕분에 본래 아키하바라의 명물이던 전자제품과 오타쿠 문화는 자취를 감추었고 그 대신 인공 섬이 되어 버린 환경을 활용한 리조트와 각종 마술 물품을 다루는 장소가 되었다. 오타쿠 구역은 끈질기게 살아 있지만 거의 잊혀진지라 에리세는 구 세계의 종교 비슷한 걸로 여긴다.*32
→ 의무교육은 학력 평가를 통과하고 과외 강좌로 필수 단위를 따면 딱히 다닐 필요가 없다. 의무교육과 별개로 돌아가는, 평생학습을 목적으로 일반시민에게 공개된 교양강좌가 있다.*33*34
성배에 의해 재편되면서 본래 복합 빌딩이 모여 있던 장소가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폐건물 지대가 되었다. 그 중 메이드 카페 영업 하던 건물을 에리세가 입주해서 집으로 쓴다.*35
→ 과거 아키하바라 백화점이라 불리던 전자상가 밀집지역은 온갖 마술 용품을 다루는 마굴이 되었다. 입구 근처는 관광품 정도의 마술 도구를 팔며 깊숙히 들어가면 진짜 마술을 위한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나타난다. 캐스터 클래스 서번트가 장사하는 가계도 있다.*36
서번트의 전투능력을 스포츠로 쓰는 성배 토너먼트가 대인기를 끈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스케일을 확장시켜 본뜬 스타디움에서 도시관리자가 성배를 통해 관객석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서번트에게 보구를 쓸 정도의 지원을 해 주고 토너먼트 결투를 주선한다. 여기서 쓰러진다고 서번트가 소멸하는 건 아니지만 서번트나 그 마스터나 데미지를 입는 건 피할 수 없다.*37 콜로세움은 세계가 재구성되었을 때 이미 존재한 마을의 일부다. 여기서 참가자 서번트가 제공받는 마력은 관객들에게서 추출한 것이다.*38
→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시 무거운 패널티를 받는다. 그걸 감안하고서도 장사하는 정보상들이 많다.*39

■ 도시의 관리는 AI가 맡는다. 시민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성배를 위한 인간형 단말이자 휴먼 인터페이스다. 강령 마술과 최신 정보공학기술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지성체다.*40
→ 배경이 되는 모자이크시는 카렌이라는 AI가 담당한다. 본래 세계가 재구성된 직후에는 오리지널인 카렌 후지무라가 신주쿠를 담당했으며 이후 모종의 지향성을 부여해 성격에 약간 차이가 있는 복제품들을 만들고 이들에게 관리 권한을 이양한 후 아키하바라에 왔다. 카렌 후지무라는 우츠미 에리세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그녀의 악령을 제어하는 법과 이런 저런 것을 가르쳐 준 스승이자 제어에서 벗어난 서번트를 토벌하는 지령을 보내 주는 윗사람이기도 하다.*41
→ 작중 시점에서는 통제에서 벗어난 서번트성배에 간섭하려는 마술사가 보내는 서번트들이 계속 깽판치는지라 새로운 카렌 AI를 복제하여 보수하는 것 보다 마을이 망가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42 콜로세움 사건에서 부서진 카렌 후지무라는 에리세에게 성배를 추구하는 싸움을 소망하냐 물었고 이에 긍정하자 성배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최후의 의뢰로 후유키 시로 갈 것을 부탁하고 기능 정지했다.*43
→ 신주쿠의 담당자는 카렌 히무로다.*44 카렌 후지무라가 죽은 후에는 임시로 아키하바라도 관리하고 있다. 하카마 차림의 고전적인 여학생 같은 모습이며 담담하고 붙임성이 없지만 이 철저하게 냉담한 태도가 어떤 의미로는 인간적이라 평해진다. 기본적으로 신주구 번화가의 어느 다방을 경영하고 있으며 교섭이나 정보 수집용으로 사용한다.*45 서번트가 여급으로 일하며 역사상의 다방과 달리 여급들의 인권은 무시되지 않는다.*46 카렌 후지무라의 유품인 성해포를 물려받았으며 현재는 할 일이 많아져서 직접 다루지 못 한다는 이유로 신주쿠의 야경인 마키에게 양도했다. 스승의 유품을 받으려고 신주쿠로 찾아간 우츠미 에리세는 헛걸음한 것이 되었다.*47 카렌 후지무라가 정지하기 전 에리세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폐기한 걸 보고 후지무라가 그걸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고 싶어했다고 판단해 그 에리세를 고평가한다. 야경은 완전히 루리히메에게 넘기고 다방 일이나 하라고 한다.*48
→ 타마의 담당자는 카렌 고토다.*49

■ 통신에 대해서.
→ 도시의 성배는 도청이라도 하는지 성배전쟁이 모자이크시 바깥에서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자를 감지하면 해당 시민을 배제시켜 버린다.*50
→ 상위 통신권한을 보유한 자는 시민끼리의 통신을 방수하거나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관리 AI의 기능이며 AI에게 허가를 받은 야경도 쓸 수 있다.*51
→ 구 세대의 마술사처럼 평범하게 염화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 세대의 도청이나 전파차단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서로 마술회로를 깊게 접속하므로 한 쪽이 주술에 당하면 전염당할 가능성이 있다.*52

■ 종교는 비교적 평범하게 남아 있다. 아키라바라의 경우 본래 도시 경계선에 애매하게 위치해 있다가 모자이크시화 하면서 아키하바라에 자리잡은 유시마 신사가 에도 시대 느낌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영맥 관리지의 하나로 본래 이런 곳은 우츠미 에리세가 출입 불가능한 지역이기도 하다.*53

포리너(보이저)가 소환되고 은잠비가 성배 토너먼트에서 대참사를 일으킨 후로 서번트가 소멸한 주민이나 신생아들에게 서번트가 생기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서 사실상 새로운 서번트의 발생이 막히자 이를 포리너(에우클레이데스)캐스터(키르케)가 조사하고 있다.*54
이 소환 에러를 자력으로 해결하려고 위법 소환을 실행한 시민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이상자가 나왔다. 소환행위를 계기로 광범위하게 간섭하는 주술적 트랩(아누비스 신과 관계가 있는 이미우트)이 설치되어 있었다. 과도한 마력 투여에 의한 쇼크사, 개인의 성배의 기능부전, 위법 소환의 실패 후 충동적인 자살 등이 발생했다.*55

■ 아키하바라 인근의 외딴 섬(정확히는 남쪽 연안부에 돌출된 곶)에 보르지아 남매가 관리하는 세이프 하우스가 있다. 육로는 폐쇄되어 있으며 얕은 바다와 모래사장, 밀림 등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프리이빗 비치다. 전용 요트 외에 접근하는 것들을 자동 요격하며 모자이크시 밖 해양 드론 대책도 되어 있다.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이 어린애로 보이는 체재비가 든다.*56
마술적인 계약으로 방문자는 부전, 불살의 맹약을 맺는다. 마나즈루 치토세라면 모를까 보통 사람이 맹약을 위반할 일은 없다 한다.*57
별장 중에 바다의 집 아넨엘베가 있다. 목재로 된 옛날 민가를 개장한 작은 건물로 본래 음식점이었으나 그 부분은 영업하지 않는다.*58
출입은 신주쿠 서쪽 최하층 수로 요도바시 블록 지하의 오모카게바시라는 터미널항에서 배를 사용한다.*59

■ 의학 기술은 재생 치료까지 가능해졌다. 손발이 완전히 절단되어도 흉토 없이 복원 가능한 수준이다.*60 가벼운 감염병은 심장에 동화된 성배가 조기에 병소를 발견해서 치료하고 중증화가 예상되면 도시관리 AI에게 보고하고 치료해서 완치한다. 이는 성배에 의존하는 것이라 위법적 주물을 가까이에 두고 적극적으로 성배와의 연락기능을 방해하면 은혜를 받을 수 없다.*61

■ 모자이크시의 서번트 소환에 촉매는 필요 없고 단순히 상성이 좋은 자가 불린다. 억지로 촉매를 써서 소환 대상을 편향시키는 것은 가능하나 불법이다. 그럼에도 촉매를 취급하는 가게들은 대성황이다. 한편 라이덴프로스 가는 호문쿨루스를 사용해 그럭저럭 촉매로 소환할 서번트를 지정하는 기술을 만들어냈다. 코하루 F 라이덴프로스는 그 중에서도 어중간한 성공예다. 시행착오 끝에 갤러해드를 그의 검대를 준성유물 삼아 소환해냈다. 완전한 게 아닌지라 얼터 클래스로 부르는 것이 한계였다.*62

■ 모자이크시 바깥으로 나가면 성배의 도움은 완전히 끊어지고 서번트의 사역은 령주마력 공급만을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선례가 없어서 령주마력 공급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서번트가 어떤 행동을 할 지 알 수 없다.*63


등장인물

우츠미 에리세
주인공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을 참조할 것.

마나즈루 치토세
단일항목을 만들었으니 해당 페이지로 갈 것.

● 아하셰로스
그 죽지 않고 방황하는 유대인이다. 자신의 불사 능력을 농담거리로 사용하는 유쾌한 남자다.*64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서번트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 같이 쿤드리의 추격에서 도주하여 모자이크시를 떠났다. 이들을 호휘하는 임무을 수행했던 우츠미 에리세는 그에게 경외감을 갖고 좀 더 대화하고 싶었다 한다. 세상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지옥 같은 매일을 보내면서도 인생을 즐기라는 신조를 갖고 있다. 서번트인 선장과 주종이 아닌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내심으로는 에리세를 죽여버리고 모자이크시에서 더 머루르고 싶었으나 선장의 떠나고 싶다는 선택을 존중하여 얌전히 출항했다.*65 죽지를 않는지라 아무리 위험해도 긴장하는 기미가 조금도 없다.*66

코하루 F 라이덴프로스
호문쿨루스다. 해당 항목을 참조할 것.

카린
항목을 만들었으니 카린 항목으로 갈 것.

● 루리히메
유시마 신사를 관리하는 궁사의 딸인 아키하바라 고등학교의 학생으로 진명은 미나모토노 쿠로 요시츠네지만 그냥 우시와카마루서번트로 둔 성배 토너먼트의 실력자다. 명문고의 학생이면서 인맥과 발이 넓고 활달하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무녀복을 입고 기품이 생긴다. 우츠미 에리세가 맡던 아키하바라의 야경꾼 역을 대행으로 맡게 되었는데 그런 경험이 없어서 긴장감이 없고 학업에서 도망칠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우시와카마루는 개처럼 따르지만 주인의 안전을 지키는 분별력은 있다.*67*68

마키
신주쿠의 야경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을 참조할 것.


등장 서번트

포리너(보이저)
1권에서 우츠미 에리세서번트가 된 소년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을 참조할 것.

●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아하셰로스의 서번트다. 부스스한 흑발과 턱수염을 지닌 강건한 바다 사나이 그 자체인 남자다. 말수가 적지만 자신을 존중하는 마스터 아하셰로스와의 의사소통은 문제 없다. 선장인지라 서번트로서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전장이 바다여야 한다.*69
선장의 정체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전설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실존인물 헨드릭 판데르데컨으로 불린다. 한 번 상륙한 곳에서 다시 출항하면 그 곳으로 7년 동안 돌아갈 수 없다는 제약을 받고 있으며 상륙한 곳에서 신부맞이를 한다 한다.*70 7년에 1번 상륙이라는 제약의 대가로 어디에도 상륙할 수 있다. 강력한 결계로 지켜지는 아키하바라구에 문제 없이 상륙했다.*71
작은 보트 등에 타서 뱃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자신의 보구인 플라잉 더치맨을 소환한다. 떡갈나무로 만들어진 범선으로 3대의 마스트를 갖고 있다. 붉은 범포가 적을 찢어가르고 선장과 함께 유령선의 영혼이 된 선원들은 커틀라스를 들고 백병전을 벌인다.*72*73

라이더(쿤드리)
잠시 나와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줬다. 자세한 내용은 라이더(쿤드리) 항목을 참조할 것.

● 보르지아 남매
대주교로 권력을 휘두른 체사레 보르지아와 미모를 무기로 많은 남자들과 정략결혼을 한 루크레치아 보르지아가 각각 소년과 소녀의 모습으로 한 마스터서번트로 소환되었다. 서로 쌍둥이마냥 닮았으며 내면은 노회하고 권모술수에 능하다. 모자이크시에서 그들의 마스터가 호텔 오너로 있고 실질적인 경영은 남매가 하며 정보상을 하고 있다.*74
우츠미 에리세가 이용하는 정보상이기도 하며 전체적으로 보면 에리세가 이용당하는 경항이 크다. 그래서 속으로 경계한다거나 서로 상대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것을 공개하거나 한다. 작중에서는 마나즈루 치토세에게 뭔가 입막음을 당해서 에리세에게 숨기는 것이 있다고 나온다.*75

버서커(귀녀 코요)
카린의 서번트다. 자세한 내용은 버서커(귀녀 코요) 항목을 참조할 것.

갤러해드 얼터
코하루 F 라이덴프로스의 서번트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을 참조할 것.

● 한니발
전설적인 명장 한니발이다. 서번트로 소환되어도 그다지 싸울 일이 없는 이 세계에 소환되었지만 싸우고 싶어 했고*76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아키하바라에서 열리는 성배 토너먼트에서 팀의 지휘관을 맡고 있다.*77
털이 잔뜩 난 팔을 가진 장년의 남성으로 사람 좋고 말 잘하며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대해 준다.*78 전투복장으로 돌아가면 인상이 달라져 아무도 다가오지 못 하는 긴박한 분위기와 얼굴을 보여준다.*79
우츠미 에리세가 모자이크시의 뒷세계에서 유명한 사신임을 듣고 흥미를 가져 성배 토너먼트 팀 배틀의 매진된 티켓을 구해 줄테니 오라고 한다던가 에리세가 뒷세계 정보상들에게 떠도는 령주 사냥 사건에 대해서 알려 주자 보안 측에 이야기 해 주겠다거나 한다.*80
해전을 주제로 하는 첫 번째 콜로세움에서 은잠비의 첫 번째 타겟이 되어 엘 시드와 그 마스터를 죽이고 코끼리를 소환해 관중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다 롱기누스가 쓰러뜨려 소멸한다. 코끼리들은 잠시 은잠비의 탈 것이 되었는데 코로 몇 톤 짜리 기둥을 잡고 집어던지거나 파성추마냥 쓴다.*81*82

캐스터(키르케)
콜로세움의 첫 해전 스테이지에서 메인 해설자로 나온다.*83

라이더(에드워드 티치)
콜로세움의 첫 해전 스테이지에서 동군 해설 담당으로 나온다.*84

포리너(에우클레이데스)
특수한 서번트다. 자세한 내용을 해당 항목을 참조할 것.

● 마르쿠스 빕사니우스 아그리파
콜로세움의 첫 해전 스테이지에서 서군 해설 담당으로 나온다. 본래는 포리너(에우클레이데스)가 할 예정이었으나 경기 직전 갑자기 그만둬서 대타로 끌려왔다.*85

● 엘 시드
토너먼트에서 서군 대장 한니발의 부관으로 참전했으나 시작하기도 전에 칼빵 맞고 죽었다.*86

● 마츠우라당
토너먼트에서 동군 해적으로 참전했으나 은잠비에 의해 폭주해서 사람들을 베다 영령빙의한 코하루의 손에 죽는다.*87

미나모토노 쿠로 요시츠네
이름만 바꾼 동일인물이 있으므로 라이더(우시와카마루) 항목을 참조할 것.

랜서(루키우스 롱기누스)
단일 항목이 만들어졌으니 해당 항목을 참조할 것.

어벤저(루이 17세)
세계를 떠들석하게 만든 미치광이 살인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을 참조할 것.

바토리 5인방
어쩐지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나온 다섯 형태가 모두 소환되어 있으며 신주쿠에서 다섯 명의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서는 라이브하우스에서 멀쩡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88

● 은잠비
좀비 전승의 원전이 된 콩코 빌리족의 지고이다. 모든 생물의 어머니이자 여왕으로 죽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89 어린 소녀의 목소리를 내며 맨발에 흰 머리카락과 검은 피부를 지녔다. 보석 같은 적안을 가졌으며 하반신에는 금속성 장신구를 지니고 거대한 나이프처럼 생긴 기묘한 검을 지녔다. 클래스는 캐스터이며 본인은 요술사(소서러)라 불러달라 한다.*90
→ 아키하바라 모자이크시에서 최근 벌어진 특이한 령주 사냥의 범인이다. 사람을 죽이고 령주가 있는 부위를 절단한 후 자신의 몸으로 령주를 옮견다.*91 령주를 회수한 시체는 좀비처럼 일어나서 무언가를 덮치려 하는데 그리 강하지 않다.*92 이는 은잠비의 나이프의 효과다. 코하루 F 라이덴프로스는 나이프에 당하고도 갤러해드의 가호로 그나마 기능 일부가 살아남아 령주를 못 쓰게 되었지만 몸은 무사했다.*93
→ 무언가를 감염시켜 서번트를 좀비처럼 만들 수 있다. 감염된 서번트는 지성이 현격하게 저하되며 흉폭해져서 주변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한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저항할 의지를 보이지 않아 거리를 벌리고 영체차단 그물로 포획하면 안전해진다. 감염은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다. 접촉만 안 하면 감염될 일은 없다.*94*95 영령빙의를 한 코하루는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96*97 좀비화한 서번트는 은잠비의 의사로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하다.*98
→ 좀비 같은 걸 만드는 힘은 한 번이라도 죽음을 경험한 자는 은잠비의 아이가 된다는 전승에 의한 것이다. 서번트의 경우 한 번 죽어 놓고서 건망증 마냥 죽음을 잊어버린 상태로 치고 감염 같은 행위로 잊어버린 죽음을 불러일으켜 주는 원리다.*99
캐스터라고 납득하기 힘들 정도의 백병전 능력을 보유했다. 거대한 나이프 같은 기묘한 검으로 갤러해드와 영령빙의한 코하루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100
→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아 콜로세움을 좀비 천지로 만들었다. 받은 의뢰는 콜로세움의 성문을 막고 빠져나는 무리를 처리하는 것이었으며 이를 달성하면 좀비들을 이끌고 도시를 침공하려 했다.*101 그러다 정체불명의 소년 서번트에게 큰 흥미를 보였는데 정체를 모르겠으니 확인해 본다며 나이프로 찔렀다. 소년은 뱀이 아니면 무서울 것이 없다며 그 나이프를 부수었고 은잠비는 놀라며 퇴각했다.*102
→ 두르고 있는 영체의 유연한 표층 안쪽에 터무니없이 단단한 층이 있어서 이것이 영핵이 손상되는 걸 막는다. 그래서 영핵이 있는 곳에 마탄으로 구멍을 내도 안 죽는다. 그렇게 입은 상처는 빼앗은 령주를 먹어치우는 것으로 완전히 회복한다.*103
→ 어느 여성 서번트가 은잠비의 명령을 수행하다 우츠미 에리세에게 걸려서 도주하다 움직일 수 없게 된 상태가 된 것을 회수된다. 이 시점에서 박살난 좀비화 나이프는 수리중이라 갤러해드 얼터와 싸우다 도주했다.*104

● 검은 개
진명 불명의 개 형태의 서번트다. 은잠비에 뒤지지 않는 신성한 영기를 지녔다. 밤의 칠흑과 같은 검은색 털에 긴 귀를 가진 우아한 개로 오리엔트의 품격을 두르며 민족적인 드레스를 입은 천진난만한 분위기의 소녀와 같이 다닌다.*105
콜로세움에서 처음 시도된 해전 스테이지가 해수를 끌어올 때 관을 통해 섞여서 침입해 왔다. 은잠비가 깽판을 칠 적 검은 개는 인간들에게 경고한다는 의미로 카렌 후지무라를 부수었다.*106 카렌이 자기를 희생해서도 자신과 마주치지 못 하게 하려는 에리세에게 흥미를 갖고 기다리다 마주하더니 가 일그러지고 성배진흙으로 가득 차니 태양이 가라앉아 낮을 다시 만들어야 하니 하는 소리를 하더니 에리세가 자기들과 가까운 자라며 다시 마중한다면서 가 버린다. 치토세의 성정에 구속되지 않았다.*107 치토세는 사건이 터지기 전 부터 검은 개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들이 무슨 사건을 터뜨릴 지도 알고 있었으며 이 때 쓴 성정도 어진간해선 쓰지 않는 물건이었다. 정체불명의 소년이 검은 개가 자신을 불렀다고 하자 여유롭던 태도를 버리고 개에 대해 아는 소년을 처분하려 했다.*108
관계자가 전부 명계 계열인데다 검은 개라는 특징 때문에 아누비스 신이 아니냐고 작중에서 추측된다. 이들은 진명을 감출 생각이 없는지라 일부러 정체를 알려준 거 아니냐 한다.*109

어쌔신(마타 하리)
카렌 히무로가 경영하는 다방에서 여급으로 일하고 있다.*110

● 애니 오클레이
카렌 히무로가 경영하는 다방에서 여급으로 일하고 있다.*111

아스클레피오스
과거의 성배전쟁에서 소환되었으나 초기에 퇴장했다는 기록이 있다.*112

오르페우스
소환되었다는 기록은 없지만 아무튼 언급된다.*113

● 존 스노우
역학조사를 통해 전염병 예방을 막는 기술의 선구자다. 자기 일에 자의적인 간섭을 받는 일을 싫어해 모자이크시의 지배자 마나즈루 치토세에게 중립을 선언했다. 생전 평생 미혼이라서인지 여성에게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카린의 중계를 받아 우츠미 에리세가 의뢰를 받거나 도움을 받거나 하고 있다. 은잠비 사건이 터진 후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자 조사하고 있다.*114
마스터는 야무진 분위기의 단발 여성 간호사다. 존 스노우의 활동이 지나치게 정력적이라 주종이 역전 된 듯한 인상을 준다.*115

● 오토 릴리엔탈, 몽골피에 형제
단독으로 비행이 가능한 서번트의 하나로 언급된다.*116


줄거리

성배가 당연시되는 세계에서 성배를 지니지 못 한 우츠미 에리세는 위법 서번트를 제거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사신이라 불린다. 그렇게 어느 때처럼 AI의 의뢰를 수행하다 클래스가 불명확하고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 소년 서번트를 만나 임시 보호자로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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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출처

번역은 가능한 허락을 맡았습니다. 대강 2012년 즈음 마법사의 밤 이후의 작품은 허락을 맡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전의 번역은 역자분에게 연락이 가능한 경우는 다 받았습니다만 그것이 불가능한 글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쓰고 있습니다.
'왜 내 닉네임이 여기 있어!'라고 생각하시는(불쾌하신) 분은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세요. 시정하겠습니다.
혹시나 목록에 빠졌는데 원하시면 닉네임을 넣어드리겠습니다.

사실, 서비스 종료한 이글루스 블로그와 작동하지 않는 구 정갤시절 달갤 역자 리스트는 출처로서의 의미는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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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리웹 타입문 게시판(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family/3665/list?bbsId=G006&pageIndex=1&itemId=557)에서 퍼온 역자분들. 참고로 DC 달갤이랑 여기랑 둘 다 활동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경우 그냥 적당히 한 쪽에 적음. : 수히나님, 문자 친구님, 명란빵먹고싶다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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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외 이전하기 이전 오위키 사이트에서 작성에 손을 보태주신 수많은 분들.
最終更新:2023年08月08日 09:20

*1 각주예시

*2 이쪽은 작품군별로 세계를 정리한 것이다. 다른 세계간에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 기술하였기에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 레퀴엠은 스테이 나이트의 제5차 성배전쟁이 크게 변질되어 동시다발적인 성배전쟁이 세계대전 규모로 발전한 후의 세계 / - 타입문 에이스 vol.15 FATE 작품 세계 관계도

*3 ―――옛날, 커다란 전쟁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전쟁이 끝난 뒤, 세계는 평화로워졌다. 지금은 누구나 그 심장에 하나씩 자그마한 "성배"를 가지고 있다. "성배"는 스스로에게 부여된 "운명" 그 자체다. 그에 따라서 모든 사람이 운명으로 이어진 서번트를 소환할 수 있다. 서번트란 인간의 역사가 쌓아올린 정보 리소스다. 그 영혼은 "영령의 좌"라는 시공간을 초월한 장소에 놓여지며, 그 "좌"로부터 우리들의 세계에 다운로드되는 형태로 실체화한다. 세계의 모습 역시 전부 변화했다. 《성배》에 의해 마을은 도시단위로 재편성되어 새롭게 태어났다. 재편된 도시군들은 하나로 묶어서 "모자이크시"라고 불리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임해도시 《아키하바라》도 그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해수면이 크게 상승하면서 바다는 시가지 근처까지 바싹 다가왔다. 칸다 강이라는 명칭 역시 전쟁 전으로부터 남겨진 흔적일 뿐이고, 실제로는 바닷물이 흐르는 운하다. 마을은 《성배》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시민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성배》의 은혜를 받아가며 살아간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전후 태어난 카린같은 젊은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심장에 "성배"를 지니고 있고, 전쟁 전에 태어나 살아남은 시민들은 종전 직후에 마찬가지로 "성배"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성배"는 시민들에게 불사를 가져다주었다. 구세계의 주된 사망 원인―――노쇠, 유전자열화, 감염병, 바이러스, 악성종양이라는 생물학적 질환들은 모두 극복되었다. 《령주》를 소비하면 육체의 생리적 연령조차 재구성할 수 있다. 인류가 꿈꾸었던 궁극의 비원 중 하나인 "불로불사"가 마침내 달성되었다, 라는 이야기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 「―――14년 전에 일어난 전쟁……《성배전쟁》에 대해서는, 우리들은 학교의 의무교육으로 배우고 있어. 의무인 거야. 아무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말이지. 될 수 있으면 어린애들은 알게 하고 싶지 않다고 희망하는 가족들도 있어.」안색을 살피는 내 시선을 눈치채고, 보이저도 슬쩍 카린을 바라보았다. 카린은 시치미를 떼고서 팔꿈치를 괸 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큰 전쟁이, 있었던 거구나?」「……응. 있었어. 큰 전쟁이. 이 지구의 생물 전부를 말려들게 한, 역사상 최대규모의 전쟁이. 그 어떤 국가도, 소환된 영령들조차도 무사하지 못했던……그런 무서운 전쟁이. 그래서 우리들의 행성은 이런 꼴이 되어 버렸어. 보이저, 네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는 이미……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가짜 모습밖에 남지 않은 거야.」모자이크시의 중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그는 충격을 받고 멍하니 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이런 비통한 표정을 보여준 건 처음이었다. 「…………」방금 전의 들뜬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어딘가 나른한 듯한 카린은 씨익 하고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보이저의 머리를 손으로 쥐더니 마구잡이로 뒤헝클듯이 쓰다듬었다. 누나가 어린 남동생에게 변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저는 뚱하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당연하다. 나도 아직 그런 건 해본 적 없으니까. 「……고래들은?」그의 소박한 물음에는 잔혹한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고래들 대부분은 전쟁에 희생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드론 소탕에 휘말려서.」「드로온?」「그래, 드론. 하늘을 나는 무인병기. 스스로 전황을 판단해서 적을 공격하는 기계야. 저번 전쟁은 드론들의 전쟁이었으니까―――가장 전성기에는 병사 한 명당 1만기 이상의 드론이 있었다고 추측되고 있어. 미세한 곤충 사이즈부터 여객기만큼 큰 대형 드론까지, 반자율제어로 전쟁터를 난무했어. 하늘을 나는 드론만이 아니야. 지면을 굴착해서 지하시설로 침입하는 드론이나, 물 속을 헤엄치는 드론이나, 그 밖에도 이상할 정도로 많은 종류가 개발되었어. 잠수함에 자폭공격을 하기 위한 돌고래나 고래랑 쏙 닮게 위장한 드론도. 전쟁 중에는 방어를 위해 물고기 형태로 접근하는 건 정체가 뭐든 철저하게 반격했다고 하니까……」대형 해서포유류가 만일 아직 바다에 살아남아 있다면 그건 기적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우주시설이 있던 케이프・커내버럴은 가장 먼저 전쟁터가 되었다. 지금은 오염된 물로 가득한 크레이터 투성이의 황야다.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바다는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드로온은 말야, 기계인 거구나. 그럼, 나랑 닮았네.」 「그렇지 않아……!」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강한 어조였다. 보이저가 눈을 크게 뜨고, 카린마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닮았을 리 없어. 너는……전쟁이나 병기와 무관계한 건 아니지만, 드론이랑은 달라.」 카린이 나의 말을 이어받았다. 「……뭐, 그렇네. 보이저는 드론이랑은 다르지 않아? 드론은 말야, 악마같은 거니까. 최소한 우리들 신세대들에게는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공포의 대상인걸. 우리들의 모자이크시에서는 간신히 배제하는데 성공했지만. 전쟁 후 한동안은 끈질긴 드론들의 처리를 둘러싸고 희생된 사람들도 잔뜩 있었대.」 「……헤에……?」 눈썹을 찌푸리고서 달리는 열차 안를 두리번두리번 살펴보는 그를 보고 카린이 웃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열차는 얼핏 무척 무방비한 장소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 「이 선로 위는 괜찮아, 보이저. 모자이크시 사이를 연결하는 철도도 모자이크시의 결계 내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대로 보호받고 있으니까. ……하지만 모자이크시의 바깥은 지옥이야.」 도시기능을 최저한 유지하기 위한 단독 기능의 드론이라면 허용되는 경우도 소수지만 있었다.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장소의 오염을 계측한다든가, 이동공간이 엄밀하게 한정된 감시카메라라든가. 대부분은 조종자가 필요한 구세계의 무선조종기에 가까운 것들이지만. 마술로 대체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그렇게 한다. 당국에 등록되어 사람들의 눈에 닿는 기체는 시민감정을 배려해서 교묘하게 카모플라주되어 있다. 「지옥……이라―――그런 이야기, 옛날의 나는 전혀 안 믿었어. 에리세랑 어울리게 되면서 간신히 바깥에서 온 침입자라든가, 이향인의 야생 서번트를 알게 된 뒤로는 의심하지 않게 됐지만.」그렇다. 우리들 젊은 세대 중에 바깥의 참상을 실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일상 속에서 의식하는 일도 없다. 그 정도로 모자이크시는 평화로웠다. 「지금도 무수히 많은 드론이 황야에 숨어서 동면중이야. 수명은 반영구적. 만약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있으면 감지한 드론이 눈을 떠서 순식간에 격추시켜버려.」바다도 마찬가지다. 바다 위를 나아가는 배도 무사할 수 없다. 방황하는 네덜란드 배 "플라잉・더치맨"으로 출항한 헨드릭 선장과 그의 마스터, 아하셰로스. 그들은 그런 죽음의 위험과 항상 이웃하며 항해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서 여행을 떠났다. 그야말로 신과 바다의 악마에게 저주받은 두 사람이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 비틀거리는 비행을 보다못한 보이저에게 주도권을 넘겨 조종을 교대했다. 순식간에 매끄럽게 고도를 떨어뜨리며 현장에 접근하자, 드디어 거대 짐승이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상보다 훨씬 커……다른 개체인 거야!?」거동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빌딩 벽면에 달라붙어 높은 곳에서 관찰했다. 거대 짐승의 주위에는 자동소총을 손에 든 특수부대원이나 기동대원이 거리를 벌려 응전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통신에서 본 모습보다도 훨씬 거대했다. 중형 트럭과 특대 버스 차량 정도로 차이가 났다. 다만 아메미트의 움직임은 둔중해서, 긴급한 지원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 크기 때문에 절호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 관찰한 바로 비행할 수 있는 우리들의 어드벤티지는 컸다. 골동품 유인공격 헬리콥터라도 있었다면 효과적일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모자이크시에는 항공기도 공격성 드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 「―――후유키에는 진짜 "성배"가 있어.」테라스의 차양 아래, 눈부신 바다의 빛을 등지고 앉아있는 코하루. 역광으로 그늘진 그녀의 눈이 가볍게 가늘어졌다. 「그 "성배"가 아직 살아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는 거야, 코하루.」「……마치……성스러운 잔의 실물이 있는 듯한 말투네요? 성배전쟁 본래의 의의―――성배란 마방진의 부설행위, 즉 기적을 일으키는 "의식"을 가리키는 거죠. 세계 각지의 주요 영맥들의 결절점에 전략적으로 설치된, 기폭된 폭탄과도 같은 것들이에요. 신비존재로서 성배의 강림체가 유기물인지 무기물인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본체는 어디까지나 마방진이니까요―――. 전쟁 시기에는 크고 작은 것을 합해서 서른 개 이상의 성배전쟁들이 병행해서 임전상태였다고 확인되었습니다. 당초에는 각국에서 격화된 전란이나 테러리즘을 절호의 눈가림 수단으로 삼아 비밀리에 진행되었던 성배전쟁은, 이윽고 대규모로 거리낌없이 횡행하게 되었죠…….」라이덴프로스 가문에서 배웠을 지식을 코하루는 열띠게 말했다. 「응. 속았던 거야. 전 세계의 사람들은. 제3차 세계대전 자체가 무수히 많은 성배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배양 수단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이미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단계가 된 뒤였어.」 「네. 후유키는 그런 전쟁터 중 하나입니다. 손꼽히는 격전지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의식의 규모로는 다른 전쟁터들보다 몇 단계 뒤떨어졌을 터입니다. 가열했던 상태 때문에 최종 승자는 불명, 의식으로서 성립하지 못하고, 모인 성배의 마력도 흩어졌다……그렇게 알려져 있습다. 그런 곳으로 굳이 탐색하러 향하겠다는 건가요?」「맞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어.」나는 다시금 결의를 담아 끄덕였다. 뺨에 보이저의 올곧은 시선이 닿는 것을 느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 「저기 있잖아? 아직 잘 구별이 안 가서 그러는데.」 카린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우리들의 심장에 있는 성배는 뭐야? 일부러 찾으러 가지 않아도 이미 여기 있잖아?」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가슴에 올려진 오른손에는 막 피어나는 장미 봉오리와 닮은 령주가 떠오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나도 포함시킨 모양이지만, 정확하게는 카린이랑 코하루의 심장에 있는……이겠지. 내 경우는 아직 알 수 없으니까.) 코하루는 짜증내는 기색도 없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어딘가 자랑스러워 보이기조차 했다. 「저희들의 심장에 있는 성배는, 스티그마타……마나즈루 치토세와 성 롱기누스에 의해 획득된 지고의 성배의, 말단이자 단말 장치입니다. 최종승리자인 마나즈루 치토세는 원망기로서의 성배의 존속과 분배를 빌었으니까요……」「흐응, 그렇구나. 그래서 지금의 모자이크시가 있는 거구나. 단말이라. 그럼, 우리들의 성배는 심장이라기보다 모세혈관 같은 건가?」 「모세혈관……그렇네요. 그건 절묘한 비유군요. 모자이크시의 《성배》는 전부 마술로 접속된,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존재일 터입니다. 개인 수준에서 허용된 마력의 흐름이 굵은지 가는지의 차이로 요약할 수 있으니까요.」 코하루는 약간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각지에서 일어난 성배전쟁의 승리자들은 또 다른 전쟁터로, 한층 높은 곳을 향해 전전을 반복했습니다. 다른 승리자들이 획득한 성배와 그 마력을 서로 빼앗는 진흙탕 싸움 속에서, 스티그마타가 종지부를 찍었죠. 그야말로……토너먼트 같은 결착이었습니다.」「그럴 거면 처음부터 전쟁같은 건 시작하지 않는 게 나았어. 바보 같은 이야기야. 남겨진 건 늘어날 대로 늘어난 희생자들과 소모되서 황폐해진 세계 뿐인걸. 성배에 기원해서 얻은 것보다도 훨씬 많은 것들을 영원히 잃어버리고 말았어.」「그건 견해의 차이에요. 에리세 씨가 뭐라고 하든, 스티그마타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준 영웅입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 범용성 높은 ≪령주≫를 소유하며 마술과 관계를 가지게 된 시민들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독자적인 마술문화를 쌓아올리게 되었다. 정통적인 마술사들이 보면 실소하고 비웃고 무시해버릴 아마추어리즘이지만, ≪성배≫와 도시관리 AI 모두 그 존재를 허용하고 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 나이 어린 10대 여자애 우츠미 에리세가 그럭저럭 "사신"으로서 일할 수 있는 이유, 그 몇 할 정도는 이 마굴과도 같은 공간 덕분이다. 백화점의 지상 부분은 관광객 대상의 선물가게에 지나지 않는다. ≪아키하바라≫ 특유의 수상쩍음 만점인 부적이나 주술 도구, 방에 장식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인테리어 종류를 취급하고 있다. 이런 아이템들 중에는 소유자의 ≪령주≫를 소비해서 실제로 약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들도 있다. ≪령주≫가 구현화시킨 마력의 방향성과 성질을 결정해주는 자그마한 문 같은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란 소년과 함께 두리번거리던 카린도 곧 신경 쓰이는 물건을 발견하고 멈춰섰다. 「오옷, 이 귀엽 엽귀 인형 여기서 팔고 있었구나. 이거 말이지, 요즘 상급생들 반에서 유행하는 거야.」 「우와 기분나빠……뭐야 이건? 액땜해주는 계열?」 「몸에 달고 있으면 서번트의 꿈을 볼 수 있대. 인형에 따라서 꿈 종류가 다르다는 것 같아.」-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 과거의 ≪령주≫와 신세계의 ≪령주≫는 전혀 다른 존재다. 예전의 ≪성배전쟁≫에서는 ≪령주≫의 사용을 제약하는 「획수」가 설정되어 있었다. 보통 마스터가 부여받은 ≪령주≫는 3획이고 마술 사용은 한 획에 한 번 뿐. 즉 3회까지 사용하는 게 한계였다……고 한다. 무척 불편하다. 신세계의 ≪령주≫는 그 성질이 대폭 바뀌었다. 우선 ≪령주≫에 획수가 없다. 얼핏 보면 3획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더 세밀한 패턴들이 모여 있어서 마술로 소비된 마력량만큼 소실되는 범위가 조정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실된 ≪령주≫는 ≪성배≫로부터 마력공급을 받아서 며칠만에 회복된다. 시민 중에 원래부터 마술의 소양을 가진 사람일수록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또 ≪령주≫의 사용은 그 이름이 의미하는 대로 서번트의 능력을 보다 강화시키는 명령행위를 가리켰지만, 마스터와 서번트 사이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효율성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자 마스터 자신에게 마술을 부여하기 위한 마력원으로서의 역할을 지니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은 그 방면으로의 용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 듣자하니 한니발의 마스터는 시합에 대비해서 상대 팀 마스터와 한창 조건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들은 그 사이 휴식시간에 코하루가 안내한 찻집을 방문한 것이었다. 서번트의 단독행동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령주≫의 주된 사용법 중 하나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2 가게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면서 보르지아 남매로부터 제공받은 미디어 내용을 확인한다. 그 안에는 방금 전까지의 감상이 날아가버릴 정도의 뉴스가 기록되어 있었다. ―――"령주 사냥"이다.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 살인사건들이 이 모자이크시에서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다. 피해자는 신체 일부를 절단당해서 ≪령주≫를 빼앗기고 사망했다. 이 ≪아키하바라≫에서는 아직 보고가 없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일반시민 사망자들이 나오고 있다. 내가 임무를 통해 상대하는 뒷사회의 마술사들이 아니라. 병이나 자연사를 극복한 신세계에서 사망자란 거의 대부분이 살인범죄에 의한 희생자들이다. ≪성배≫의 가호가 있어도 피할 수 없는 사태가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3 이 사건들의 특이성으로 주목된 건 발견이 굉장히 늦다는 점이었다. 시체가 은폐된 의문사였다면 비교적 발견이 빨랐을 테다. 그럴 때를 위해서 도시관리 AI 카렌 시리즈가 있으니까. 하지만―――. ≪령주≫를 빼앗긴 피해자들은 그 뒤 며칠 동안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었다고 한다. (오른손의 ≪령주≫를 빼앗긴 희생자는 장갑을 껴서 다친 사실을 주변에 감추고 있었다……하지만 그 동안 ≪령주≫를 사용한 기록은 없다……) 동거인과의 대화, 대수롭지 않은 잡담을 나눈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 어떤 경우든 ≪령주≫가 발현된 부위를 다쳤다는 사실은 교묘하게, 혹은 굉장히 어설프게 은폐되었다. 사건으로서 인식된 타이밍은 길거리에서 갑자기 활동을 멈추고 기절한 경우. 혹은 일상 생활에서 ≪령주≫를 사용할 필요가 있어서 그걸 계기로 부상부위의 이변을 다른 시민들로부터 지적받은 직후, 인 경우도 있었다. (통각을 마비시키는 약물, 아니면 굉장히 강력한 최면……? 아니, 팔다리가 완전히 잘린 경우도 있어! 목이 크게 뜯겨나가고 멀쩡하다니 있을 수 없잖아……그렇다면……즉……?) 나는 전율했다. ≪령주≫를 빼앗긴 순간 혹은 그 전후에, 피해자들은 이미 사망했던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시체는 어째서인지 생전의 생활을 모방해서 움직였다. 들은 적도 없는 기이한 사건이다. 너무나도 당황해서 눈 앞의 식사가 목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서번트에 의한 살인, 혹은 마술사에 의한 살인.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있다. 희생자 발생으로부터 발견까지 시간차가 있다고 하면……. 그 말은 즉, 이 ≪아키하바라≫에도 이미 희생자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도저히 그냥 두고볼 수 없다. 마른침을 삼키면서, 나도 모르게 찻집 안을 둘러보았다. 장갑을 낀 여성이나 묘하게 두꺼운 옷을 입은 손님을 무심코 응시하고 말았다. 마침 한 손님의 손에 떠오른 령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 손님은 단순히 자신의 서번트와 교신하고 있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4 카린 본인 역시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점도 전쟁 후 태어난 신세대 특유의 감각인 듯하다. 그 때문에 나도 그녀의 가정환경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시부야≫ 지구에 위치한 집에, 형제가 있고, 같은 지구의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녀의 부모님은 다른 동세대 사람들처럼 후천적으로 "성배"를 얻은 인간이다. 하지만 "성배"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것을 사용하는 걸 일절 거부하고, ≪령주≫도 한 번도 기동한 적이 없다고 한다. 서번트도 소환되지 않은 채 사장되는 패턴이다. 숫자는 적지만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 철저함은 물론 딸인 카린을 대하는 방식이나 교육방침에도 영향을 줬을 게 틀림없다. 귀녀 코요라는, 한눈에 봐도 이질적인 서번트가 그녀의 집에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카린이 그다지 집에 머물지 않고 툭하면 나에게 찾아오는 것과도 무관계하지 않을 테다. 내가 스스로 독립해서 혼자 살면서 가족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5 소년에게도 딱히 먹인 게 아니라, 내가 허겁지겁 쓸어넣듯이 먹는 모습을 그가 흥미로워 하길래 조금 나눠준 거다. 본래 서번트에게 일반적인 식사는 불필요하지만, 전쟁 후 서번트라는 존재가 흔해진 뒤부터는 그들로 하여금 생활의 질도 항상되도록 배려하게 되었다. 완전히 인간과 똑같은 생활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의 모임도 있다. 서번트는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자연의 규격으로부터 벗어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인간의 제약을 받게끔 하다니, 그건 그것대로 계약주의 자기중심적인 주장이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것이 갖지 못한 자의 삐딱함이라고 한다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6 「그래서, 넌 어떤 서번트야?」「............?」소년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얼버무릴 셈일까? 하지만 연기나 꾸며낸 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서번트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분위기다. 이런 경우도 있는 건가. 「네 진명을 물어보는 거야. 별명 쪽이 유명하면 그걸 가르쳐줘도 괜찮지만.」 진명을 손쉽게 밝혀서는 안된다는 건 전쟁전에 만들어진 서번트들 사이의 방식이다. 지금은 완전히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되어있다. 서번트 자신에게도 모자이크시에서 살아가는 이상 타인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은 내력이라는 게 있을 테다. 주인을 갖지 않은 서번트라면 더더욱.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7 혼잡한 역 앞 광장에서 프란 소년을 놓치고 말았다. 스크린에 신경을 빼앗겨서 말싸움하고 있는 사이에 그는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식별 태그라는 건 어떻게 된 거야, 에리치.」 「으……사실은 아직 안 붙였어.」 「진짜냐 이 바보……―――」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8 ―――자백하자면 나는 귀녀 코요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아니었다. 나름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건, 내 앞머리에 장비해둔 예장 어플 덕분이다. 지금까지 그녀와 나눈 대화 샘플과 카린이 보충해준 내용들을 토대로 발음의 경향을 추측하고서 대략적인 의미를 예장이 제시해주고 있다. 실시간으로 수화를 해석해주면서 번역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코요의 경우는 분명하게 그녀 자신과 대화가 통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번역의 정밀도가 높다. 버서커 클래스에 흔히 따라다니곤 하는 문제 중 하나지만, 카린이 그걸 신경쓰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스터인 카린 자신에게도 코요의 의사가 말로 들리는 건 아니라고 한다. 전해지는 건 말 이전의 이미지 같은 거라고 한다. 그리고 이 어플, 문제의 프란 소년에 대해서는 전혀 통하지 않고 의미 모를 제시어들만 보여주는 바람에 결국 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9 다른 하나는 이 투기장에서 전사들이 발휘하는 이상할 정도로 강한 마력이었다. 특히 보구의 위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위협마저 느꼈다. 저 정도의 힘이 어째서 허락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자이크시의 시민들은 본래 의미의 소환자와는 다르다. 혈통으로 물려받은 유전적인 계승이나 수련에 의해 활성화된 ≪마술회로≫를 갖춘 마술사가 아니다. 물론 일자전승의 ≪마술각인≫도 가지고 있지 않다. 마술의 에너지인 마력도 ≪성배≫로부터 도시의 영맥을 경유해서 제공받고 있다. 서번트들도 그저 존재하며 일상생활을 보내는 것만이라면 불편한 점은 없다. 하지만 대규모의 마술을 행사하거나 세세한 조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대마력을 소비하는 보구를 발휘하는 것은 곤란하다. 무리하게 행사했다가는 마스터 본인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내가 임무를 통해 상대해온 건 대체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뭔가를 원해서 서번트를 사역하는, 규범을 벗어난 시민들이었다. 이 콜로세움에 모인 선수들의 마스터들이 다들 잠들어 있던 마술사로서의 재능을 경이로울 정도로 개화시킨 자들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보고 있는 영상 쪽이 감쪽같이 가공된 것일까. 그 진위를 확인하고 싶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0 노면전차를 타고 보트에서 나눈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코하루는 강하게 주장했다. 협력해서 행동한다면, 서로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한다고. 보이저에게 전투를 기대할 수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정말인지 그 말대로였다. 코하루의 제안은 단체전을 경험해본 선수다웠다. 기본적으로 비밀주의인 마술사로부터는 나올 수 없는 제안이었고, 나 자신도 개인 플레이에 너무 몸이 익숙해져 있었다 카린 역시 그녀 나름대로 대화를 나누며 신인류로서의 경험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정식 계약주(마스터)라면 자신의 서번트의 특성은 어느 정도 지식으로서 부여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치로 정량화된 전력평가도 《성배》로부터 도입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1 「―――마키는 모자이크시의 창설 당시부터 치토세를 보좌했던 에이전트입니다. 제가 도시관리 AI로서 실장되기보다도 이전의 일입니다.」「그렇게 예전부터 "야경"이 있었던 거야?」요컨대 나에게 있어 그녀, 마키는 선배라는 뜻이 된다……한층 더 알 수 없어졌다.「당시에는 야경이라는 명칭도 직종도 없었으니까, 프리랜서의 마술 사용자였네요.」「흐응. 그럼 보기보다 나이를 먹었겠네. 불로처리(므두셀라)로 회춘한 거구나. 꽤나 무리했다든가?」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2 근미래의 성배전쟁종결후의 일본. 모자이크시《아키하바라》에서 야경(나이트워치)의 임무를 맡은 14살 소녀. 서번트를 사냥하는 잔혹한 일을 하기 때문에 "사신"이라 불리며 타인에게 기피되며 공포를 사고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3 문제는 먼저 반개인실 자리로 안내받은 카린과 보이저였다. 메이드복과 닮은 화양절충식 에이프런 모습의 "여급"들이, 소파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금발의 소년을 둘러싸고 있었다. 서비스로 나온 파르페를 마이페이스로 우물우물 입으로 가져가는 보이저. 그런 그의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주는, 쓸데없이 거리감이 가까운 여급 아가씨들. 뭐랄까……엄청나게 애지중지되고 있었다. 어디선가, 사신, 하고 꺼림칙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못 들은 척 했다. (중략) 그래서 우리들은 역 앞 근처까지 돌아와 커다란 과일 가게 빌딩에 함께 들어선 후르츠바에 입장했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벌써부터 좋은 향기가 났다. 「후르츠 바아?」「모르는 거야, 너? 영어잖아? 앗, 혹시 일본식 영어인가? 아무튼 과일 디저트야.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간식만 먹고 있네……」 아니나 다를까 넓은 객실에는 여성들 뿐이었다. 남성 서번트들은 분위기를 읽고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어린애를 포함한 가족 일행도 있어서, 보이저를 동행한 우리들도 위화감은 없었다. 사실은 무척이나 거북한 공간인데다, 남국풍 과일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평온하고 온화한 장소가 아직 분명히 남아있다고 실감할 수 있는 점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기는 하지만……평소의 세례는 여전하네……) 내 얼굴을 알고 있는 듯한, 사정에 밝은 서번트들은 마스터에게 보이지 않게 노골적으로 혐오의 시선을 보내왔다. 재수없는 녀석이 나타났다, 이런 장소에 뭐하러 온 거지, 하고.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4 ―――《신주쿠》. 내가 태어난 마을. 내가 자란 마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살았던 마을. 열차는 내 고향으로 아무 일 없이 도착했다. 《아키하바라》에서 혼자 살기 시작한 이래 이 마을로 돌아온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나마도 "임무" 관련으로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경우들이다. 당연히 치토세가 있는 태어난 집으로는 찾아간 적이 없었다. 《신주쿠》는 모자이크시의 중심이자, 지금은 사실상의 수도다. 전쟁 전의 번영을 완전히 되찾을 정도로 발전되어 있고, 거주자 인구도 다른 도시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리조트라는 점이 장점인 《아키하바라》와는 활기의 질도 열량도 전혀 다르다. 다른 모자이크시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쇼와" 초기나 "다이쇼" 시대의 풍습을 대대적으로 복고시킨 점이다. 전쟁 후 《성배》가 상처입은 도시를 재구성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반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인지 과감하게도 일을 벌인 것이다. 시민들의 체감하는 그리움이나 향수는 날조된 회고 취미일 뿐이다. 무려 1세기다. 백 년이나 예전에 살던 모습을 대체 누가 체험해서 기억하고 있을까. 그것이 내가 자란 마을 《신주쿠》다. 사실을 알게 된 뒤 나는 그 기만을 무척 굴욕으로 느꼈고, 그 뒤로는 그저 무감정해졌다. 새나 고래가 모습을 감춘 바다처럼, 이 별이 자연을 잃어버린 뒤로는 모자이크시의 비정상이야말로 정상이고 지켜야 할 일상이 되고 말았다. 자신의 마음을 의지하는 장소인 소중한 고향이, 단순한 테마파크에 지나지 않았다니. 이런 건 어처구니 없는 유아퇴행이다. 사랑스럽게 여길 수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신주쿠》는, 거짓된 노스탤지어를 선택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5 「카린은 《신주쿠》에 자주 오는 편이야?」「흐아? 나? ……아니, 그다지 잘 안오는데. 《신주쿠》는 그야말로 어른 전용 마을이라는 느낌이잖아. 놀만한 곳도 별로 없고.」「글쎄……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하지만. 뭐 확실히 어른을 위한 번화가는 쓸데없이 충실하긴 하지. 그래도 봐, 박물관이라든가 백화점이라든가 잔뜩 있잖아. 그리고 레스토랑이라든가.」「레스토랑이라……그러고 보니 가족들이랑 식사하러 오곤 했네. 나카무라야에서 카레 먹었어.」「흐응?」「옛날 이야기야. 카레 같은 건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데. 어째서 일부러 왔던 걸까. 먹는 이야기 했더니 배고파졌네. 어디 들어가자. 오, 갓 구운 빵집 발견~」-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6 ―――아침의 신주쿠 역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대부분은 신주쿠에 직장이 있는 샐러리맨. 그리고 그들의 서번트들이다. 열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신문을 펼치거나, 역내 매점에서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도 있다. 다수의 사망자를 낸 참극으로부터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담담하게, 조용하게 일상을 회전시키고 있었다. 살짝 어처구니 없는 탄식을 내뱉는 내 옆에서 보이저는 앞에 펼쳐진 광경에 흥미진진하게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아키하바라》의 온화한 아침과는 전혀 다른 광경에 흥분한 모양이었다. 눈을 떼놓으면 무심코 어디로 가버릴 것 같았다. 「오늘은 산책하러 온 게 아니니까.」 「……그랬구나.」「그런 거에요.」(중략) 설명을 시작하면서, 빗 형태로 늘어선 정류역의 플랫폼을 뒤로 하고 위쪽 보행자용 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향했다. 전망이 좋지 않은 지하구획에서 멀어지자, 간신히 창문 너머로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지금 우리들이 있는 커다란 건물은 "신주쿠 중앙역". 그 구내야. 《아키하바라》나 《신주쿠》나 《타마》같은 다른 마을로 향하는 열차가 출발하는 허브 스테이션이야. 이 《신주쿠》를 그물처럼 감싸는 노면전차(트램)도 여기서 탈 수 있어.」다른 마을에서 온 듯한 시민들이 벽면에 게시된 노선도 앞에 모여 있었다. 그 노선도를 보이저는 힐끗 곁눈질했다. 아직도 떠들고 있는 카린을 달래면서 우리들은 역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부터 코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영체화하고서 바로 옆에 있을 테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7 「《신주쿠》 전체는 나뭇잎을 겹쳐놓은 것 같은 입체적인 구조인데, 대체로 잎 한 장이 동네 하나를 이루도록 블럭 단위로 나뉘어져 있어. 저기 봐, 벌써 앞에 보이지?」「……와……아」처음으로 눈 앞에 목격한 《신주쿠》의 길거리에 그는 완전히 감탄한 모습이었다. 역사에서 뛰쳐나오더니, 인접한 층의 난간까지 달려가서 뛰어들었다. 「우왓, 어이 보이저……아하하핫.」광장의 비둘기들이 놀라서 일제히 날아오르며 날개 끝으로 카린을 간지럽혔다. 나에게는 이미 눈에 익은 마을의 풍경이지만, 소환된지 얼마 안 된 구세계의 서번트에게는 전부 신선할 테다. 우뚝 멈춰서서 이리저리 시선을 향하는 그의 옆에 나도 나란히 섰다. 「커다란 동네라면 한 블럭에 사방으로 수백 미터에서 일 킬로미터는 돼. 작으면 사방 수십 미터 정도일지도. 주소 표기나 행정상으로는 대략 상, 중, 하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어.」「빌딩……간판……네온……무척, 커다란 마을이네. 거기다, 굉장히 높구나. 산호, 같아.」 「산호? ……아아, 바다 생물인 산호 말이야? 그런가……그럴지도 모르겠네.」산호같은 건 인공 해변에 설치되어 있는 가짜(이미테이션)밖에 모른다. 까칠까칠하고 올록볼록한 감촉이나 화려한 색체가 진짜와 똑같은지 어떤지도 나는 알지 못한다. 도시 가운데 층으로부터 느긋하게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던 하늘색 눈동자가 빙글 돌아서 다시 내 얼굴로 향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8 이 도시의 낮의 얼굴은 《아키하바라》에 비해 실체화한 서번트가 적다. 실체화해서 어슬렁어슬렁거리는 게 아니라, 서번트 본인도 목적을 갖고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의 직업을 서포트하는 역할로서 양복이나 오피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경우도 많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29 「저게 "하나조노"지? 에리세가, 태어난 장소구나.」「…………윽……」일부러 입에 올리지 않았던 동네의 이름이, 미소짓는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아마도 내가 그 장소를 의식하고 있던 것을 눈치챘다. 그것을 아주 잠깐 보고 기억한 《신주쿠》의 노선도와 대조해보고 알아맞춘 것이다. 「아름답네, 저기. 사람도 나무도, 잔뜩, 살아있어.」 「……응.」 내가 어색하게 끄덕이며 대답하자, 그는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미소지으며 킥킥거리고 웃었다. ―――그랬다. "하나조노"는 치토세와 함께 살았던 집이 있는 마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님도 그곳에 있었다. 이미 나에게는 긁어모은 잡동사니에 묻혀버린, 모래먼지 투성이의 자그마한 화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0 답장이 없는 히무로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은 마을의 환락가였다. 가부키자의 안쪽에 위치한, 네온 간판이 번쩍거리는 수상쩍은 골목이다. 예전부터 파악해둔 정보에 의하면 그 장소가 경험적으로 히무로와 조우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사전에 연락같은 걸 하면 도망가버릴 테니까. 직접 찾아가주겠어……!) 상층부에 위치한 동네의 구조체에 직사광선이 가려진 탓에, 아직 오전중인데도 주위는 완전히 어둑어둑해서 마치 저녁의 어스름 같은 분위기였다. 일부러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아마도 번화가로서는 이보다 어울리는 분위기도 없을 테다. 딱 기분 좋게 느슨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피로에 지친 어른들이 빨려들어오고 있었다. 임무 관련으로 어디든 잠입할 기회가 있었던 나도, 당당하게 들어가지 못하고 주저해버리는 곳이다. 특히 이번에는 카린도 함께인데다. 서번트라고는 해도 외관상 어린 보이저도 데리고 있었다. 환락가의 큰길에 선 호객꾼들은 우리들 같은 어린애들이 그들의 일터로 헤메들어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물론 교육에 나쁘다, 안전을 보증할 수 없다……같은 표면상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반 손님들에게 가족을 떠올리게 만드는 존재는 어른들의 놀이터에서는 기피받는 방해꾼이기 때문이다. 노면전차를 내리자마자 코에 닿는 담배 연초 냄새. 희미하고 달콤한 화장품 가루 향기. 샹송 가수의 나른한 노랫소리. 살짝 쓸쓸한 기타 음색. 취객들의 거친 건배 소리. 싸움하는 노성. 마작패가 뒤섞이는 소리. 복고풍 복장을 입든 입지 않았든, 우리들에게는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다. 실제로 어른들로부터 몇 번이나 불러세워져 난폭하게 쫓겨날 뻔 했다. 그렇지만 《신주쿠》 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대처법을 알고 있다. 호객꾼 상대라면 이 근처 유력자의 이름을 대서 입을 다물게 만든다든가, 참견스러운 일반 통행인 상대라면 동정을 살 법한 거짓말을 해서 회피한다든가. 하지만 청소년의 지도를 생업으로 하는 전문직 사람에게는 그런 눈속임은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도망칠 수밖에 없다. 도시관리 AI인 카렌의 지원이 있었을 때는 내가 《아키하바라》의 치안을 유지하는 야경이라는 걸 말하기만 해도 프리패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이상 그런 자유를 기대할 수 없었다. ……옛날의 나는 재구성된 《신주쿠》에 어째서 이런 혼란스럽고 지저분한 장소가 필요한지가 무척이나 의문이었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든 서번트를 죽이는 일에 손을 물들이고, 그들의 마스터가 집념을 불태운 욕망들과 접해보면서, 간신히 나는 이곳이 어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장소인지를 이해했다. 어째서 치토세가 이 전쟁 후의 신세계에 쇼와나 다이쇼 시대의 부도덕하고 수상쩍은 과거의 유물을 《성배》가 부활시키는 걸 허락했는지, 어렴풋하게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것은, 오로지 아름다운 것들뿐만은 아닌 것이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1 내가 살고 있는 임해도시 《아키하바라》도 그 중 하나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해수면이 크게 상승하면서 바다는 시가지 근처까지 바싹 다가왔다. 칸다 강이라는 명칭 역시 전쟁 전으로부터 남겨진 흔적일 뿐이고, 실제로는 바닷물이 흐르는 운하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2 「당연하지. ≪시부야≫에는 랜탈 레코드 가게 같은 것도 있으니까. 패션으로 플레이어 매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당신도 말야, 이런 길거리 연예인들만 모이는 역 앞 말고 ≪시부야≫에 가는 편이 낫지 않아?」 / 「아니, 말은 고맙지만 말야. 나는 ≪아키하바라≫ 쪽이 체질에 맞아서 말이지.」/ (어라……? 캐릭터 셔츠? 애니메이션 같은 여자애……?) / 그가 알로하 밑에 입고 있던 티셔츠의 그림에 눈이 향했다. / 그러고 보니 기타 케이스에도 비슷한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게다가 마스코트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 「저기……혹시……"오타쿠"인가요?」 / 「맞아맞아맞아.」 /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가 끄덕였다. / "오타쿠"란 구세계에 있던, 독특한 사상과 창조성과 소비문화를 지닌 사람들의 별명이다. 단순한 『취미』라고 잘라 말하기에는 일상적인 행동이나 생활 방식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이나 컸다. 한때는 전세계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파벌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정치적으로는 거의 무력했고, 오히려 그런 불우함을 즐기는 동안 쇠퇴하기 시작했다―――아니 아니, 이건 내 평가가 아니라 선생님에게 들었던 해설이다. 내 억측이지만 아마 일종의 종교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아키하바라≫는 "오타쿠"들에게 있어 일종의 "성지"였던 시기도 있었던 듯하다. 지금은 해변 리조트와 마술용품 백화점으로 변해버린 마을이지만, 여전히 그들 오타쿠들이 목적으로 하는 앤틱 굿즈 가게나 교류를 넓히는 만남의 장소들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다. / 「나는 쿠치메야. 보다시피 보잘것 없는 길거리 기타리스트. 너희는 ≪아키하바라≫에 자주 와? 좋아하는 애니송 있어? 원하면 쳐줄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경쾌한 프레이즈를 치기 시작한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3 입체적으로 겹겹이 접힌 《아키하바라》의 중심부. 번화가로부터 약간 떨어져 살그머니 놓여있는 구획. 자연공원에 인접해있는, 공공시설들이 모인 어느 빌딩의 한 층 전체에 내가 다니는 교실이 있다. 수업 시작 시간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나는 서둘러서 자리에 앉았다. 부채 모양으로 생긴 넓은 교실에 학생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의무교육을 받는 학교와는 다르다. 평생학습을 목적으로 일반시민에게 공개되어 있는 교양강좌다. 수강생들의 면면이나 연령도 제각각인데다 매번 빠짐없이 참석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즉 나는 상당한 괴짜라는 뜻이 된다. 그들은 어젯밤 일어났던 불사자들의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 사건이 뉴스에 오르는 일도 없다.-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4 「학교라는 건......공부하는 곳이야. 아이들을 같은 건물에 모아놓고서. 전쟁전까지는 적어도 그랬던 모양이야. 지금은 꽤나 바뀌어버렸지만.」「너는, 학교, 안 가?」「......에리세라고 했잖아. 나는 안 가도 돼. 학력평가는 통과했고, 과외강좌로 필수단위도 따고 있으니까. 건강검진같은 게 있는 등교일에는 얼굴도 내밀고 있고.」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5 나는 할머니 곁을 떠난 뒤로 줄곧 혼자서 살고 있었다. 《아키하바라》의 한구석에는 사람이 거의 오지 않는 과소지구가 있다. 이 일대는 전쟁전에는 임대 가게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복합 빌딩들이 모여있었지만, 《성배》에 의해 대규모로 재편된 이후 폐건물들로 변했다. 내가 사는 방도 그런 폐건물들 중 하나에 있었다. 빅토리아풍의 실내 장식에 원목 마룻바닥, 앤틱 인테리어도 그대로 남겨져 있다. 원래는 『메이드 카페』라는 수상쩍은 이름의 서비스 음식점이 있었던 듯하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구조는 아니지만, 침실도 욕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어서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하다. 작지만 베란다도 있다. 침실 창문에서는 주변 건물들 틈새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작고 긴 바다도 볼 수 있다. (중략) 처음 입주했을 때부터 욕실은 꽤나 멋들어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쪽은 프랑스풍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두 사람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넓었다. 욕실의 주역은 서양 영화에나 나올 법한, 주물제 세라믹으로 덮인 야트막한 욕조다. 참고로 침실도 비슷하게 귀여운 느낌이다. 내가 이 건물을 고른 이유이기도 하다. 복합 빌딩가의 찻집에 달린 옵션치고는 어울리지 않게 호화로워서, 오너에게 묘한 집착이라도 있었던 건지......혹은 수상쩍은 용도로 사용되는 걸 전제로 만들어졌는지. 아마도 후자일 테다. 딱히 나로서는 상관없다. 감사하게 사용하겠습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일이 생기다니.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6 한동안 카린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있었지만, 목적이었던 중화요리점에서 점심을 다 먹었을 무렵에는 완전히 원래 상태로 돌아와서 한층 더 시끄러워져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심각한 리액션으로 몰아붙이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대로 용건이 있는 장소를 향해 셋이서 발걸음을 옮긴다. ―――통칭 "아키하바라 백화점". 육교 아래에 무수히 많은 작은 삼정들이 밀집해서 들어선 마술용품 거리다. 그야말로 괴짜들 투성이인 가게 주인들의 말에 의하면 과거에는 전자부품들을 취급하는 장소였다는 듯하다. 아키하바라 백화점이라는 별명도 그 무렵 사람들의 은어에 지나지 않는다. 범용성 높은 ≪령주≫를 소유하며 마술과 관계를 가지게 된 시민들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독자적인 마술문화를 쌓아올리게 되었다. 정통적인 마술사들이 보면 실소하고 비웃고 무시해버릴 아마추어리즘이지만, ≪성배≫와 도시관리 AI 모두 그 존재를 허용하고 있다. 이 마을에 지니고 있던 매니악한 기질과도 상성이 좋았을 테다. 나도 가끔씩 이 장소를 대량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나이 어린 10대 여자애 우츠미 에리세가 그럭저럭 "사신"으로서 일할 수 있는 이유, 그 몇 할 정도는 이 마굴과도 같은 공간 덕분이다. 백화점의 지상 부분은 관광객 대상의 선물가게에 지나지 않는다. ≪아키하바라≫ 특유의 수상쩍음 만점인 부적이나 주술 도구, 방에 장식하면 그럴듯해 보이는 인테리어 종류를 취급하고 있다. 이런 아이템들 중에는 소유자의 ≪령주≫를 소비해서 실제로 약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들도 있다. ≪령주≫가 구현화시킨 마력의 방향성과 성질을 결정해주는 자그마한 문 같은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란 소년과 함께 두리번거리던 카린도 곧 신경 쓰이는 물건을 발견하고 멈춰섰다. 「오옷, 이 귀엽 엽귀 인형 여기서 팔고 있었구나. 이거 말이지, 요즘 상급생들 반에서 유행하는 거야.」 「우와 기분나빠……뭐야 이건? 액땜해주는 계열?」 「몸에 달고 있으면 서번트의 꿈을 볼 수 있대. 인형에 따라서 꿈 종류가 다르다는 것 같아.」「과연…….」그야말로 사기 같은 효과인데다 나하고는 애초부터 인연이 없는 물건이다. 카린이 별 악의 없이 말한 건 알고 있지만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어디보자, 하나 사줄게.」 「나한테? 필요 없다니까.」 「그러지 말고 자자.」 결국 꿈을 보는 인형은 프란 소년에게 떠맡겨졌다. 이윽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백화점 안쪽을 파고들자, 가게들의 양상이 변하며 손님들의 면면 중에도 수상한 부류가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절정은 마술사의 영령 ≪캐스터≫가 운영하는 가게다. 그들이 처음부터 작성한 도구들이나 기성품을 조달해서 튜닝한 주물들은 굉장한 고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지금 내 옆구리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는 영액도 그 중 하나다. 새끼손가락만한 병에 담긴 단 몇 방울의 수액이 한달 치 생활비와 맞먹는다. (주술 도구도 보충해둬야겠네. 하지만 오늘 온 건 그게 목적이 아니지……)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7 광장을 바라보는 빌딩 벽 스크린에서 유난히 커다란 음량과 함께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냥 광고, 라고 처음부터 무시하고 있었지만, 카린은 뭔가를 눈치챈 것처럼 영상을 날카롭게 눈으로 쫓았다.「―――――――――」스크린에서는 서번트들이 서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여러 방향에서 촬영된 영상들이 템포 좋게 편집되어 나온다. 보구가 개방되며 화려한 자막이 덧붙여진다. 회오리치는 보구의 여파가 관객석까지 밀어닥치자, 아슬아슬하게 장벽이 움직여서 막아낸다. 하마터면 휩쓸릴 뻔했던 관객들이 대흥분하며 경탄하고 환희한다. 드론 카메라가 날아오르자 복수의 서번트들이 뒤엉킨 전장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그것은 로마의 원형투기장, "콜로세움"을 정묘하게 본뜬 현역 스타디움이었다. 건축물로서의 스케일은 실물 유적보다도 아득히 장대했다. 「지금 그거! 봤어 봤어!?」「몰라.」「뭐? 에리치 설마 『성배 토너먼트』 모르는 거야?」 그런 말까지 들으면 아무리 나라도 울컥한다. 「……콜로세움에서 하는 쇼잖아. 나, 별로 흥미 없거든.」영상은 새로운 토너먼트 시리즈의 개최를 알리는 광고였다. 역 앞 광장에 있던 사람들도 멈춰서서 스크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럼 모처럼 『아키하바라』에 살면서 성배 토너먼트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거야?」「상관 없잖아 딱히. 저런 건 그냥 놀이니까. 짜고 치는 시합이잖아.」「뭐어? 이건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데―――가 아니라, 잠깐 봐봐.」「관심 없다니까.」「알았으니까, 어서!」「잠깐, 카린 너―――우에엑.」머리 양쪽을 손으로 눌린 채 강제로 스크린을 올려다보도록 들어올려졌다. 영상에는 과거 시합들의 클라이막스가 비춰지고 있었다. 보구에 유린되며 흩날리는 모래먼지 아래에서 낮고 맹렬하게 뛰어나오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 상상을 초월하는 각력은 틀림없는 서번트였다. 짙은 보라색 갑주로 몸을 감싼 여기사. 긴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공격해오는 적의 화살을 도약하며 피하고, 투기장에 세워진 돌기둥들 옆으로 몸을 숨긴다. 곧바로 덮쳐오는 참격. 기둥뿌리째로 산산조각나며 공중으로 떠오르는 돌기둥들 위에는, 여전히 건재한 여기사의 모습. 친절하게도 슬로 모션으로 그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다음 순간, 있는 힘껏 공격했던 적의 빈틈을 노리고 여기사는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휘둘러진 가느다란 도신이 마력의 빛을 뿜어내며 맹렬하게 공기를 가르고, 적 서번트를 깊숙히 찔렀다. 용서없이 숨통을 끊는 일격―――. 정확하게 척추가 분쇄된 상대는 더이상 실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입자 상태로 분해된다. (아프겠다……저건 좌로 돌아간 건 아니겠지만. 영기에도 흔적이 남는 부상을 입었을지도. 마스터도 무사하지는 않겠네.) ―――게임 오버. 최종 승리자의 이름이 찬연하게 자막으로 흘러나온다. 「토너먼트 승자, 서번트・세이버, "갤러해드". ―――마스터, "코하루・F・라이덴프로스".」 (코하루……? 엑……갤러해드!?) 터져나오는 관객들의 갈채와 투기장을 가득 메우는 축복의 꽃잎들. 성배를 본뜬 심볼 마크와 월계관을 합친 앰블럼이 빙글 돌더니, 영상은 시합 후의 인터뷰로 바뀌었다. 지친 기색도 없이 다부진 여기사가 질문들에 차례로 대답한다. 푸른 광택이 감도는 머리카락, 선명한 에메랄드색 눈동자. 「……앗…….」 그제서야 간신히 카린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챘다. 「저 여기사―――구인류사 강의에서 봤던, 그 아이랑 닮았어……?」 「그치? 그치?」 그래, 그 모자 쓴 아이다. 인터뷰에 대답하는 말투도, 정중한 태도도 굉장히 닮았다. 다만 외견상의 나이는 달랐다. 목소리도 약간 낮았다. 젊은 여기사였지만, 적어도 십대 후반 정도의 체격으로 보였다. 모자 쓴 그 아이와는 약 열 살 정도 차이가 났다. 「바로 그거야. 어쩐지 본 적 있는 것 같아서 신경쓰였단 말이야.」 뜻밖의 접점에 나 자신도 약간 흥미가 솟고 말았다. 「관계자……일까?」 「아니라니까. 저게 본인이라니까! 하루코라는 건 아마 가명이겠지. 성배 토너먼트의 유명 선수잖아. 몰래 숨어서 출석하고 있었던 거겠지.」 「어? 하지만―――」 영문을 모르고 혼란스러워하자, 기가 막히다는 듯 카린이 어깨를 두드렸다. 「에리치,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우리 남동생도 알고 있다고.」 「시끄러워. 왜 내가 그런 걸 자세히 알아야 하는데.」 「음, 그건 그렇네.」 그야 물론 기본적인 사항 정도는 알고 있다. 성배 토너먼트란, 요컨대 스포츠다. 선수 상호간에 준수하는 미리 정해진 규칙 내에서 경쟁하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유희. 강력한 무기를 휘두르며, 보구를 개방하는 행위조차 도시관리자를 통해서 ≪성배≫에게 승인받아 컨트롤된다. 즉 어둠 속에서 기어다니는 나에게는 가장 인연이 없는 세계의 이야기다. 「그렇긴 해도 갤러해드……? "원탁의 기사"가 현현한 거야? 이 ≪아키하바라≫에 있다고?」 믿을 수 없다. 전혀 믿기지 않는다. ―――"성배의 기사" 갤러해드. "호수의 기사" 랜슬롯을 아버지로 둔, 아서 왕의 원탁에 속한 기사들 중에서도 가장 고결하고 성스러운 기사. (게다가, 여자……였다고? 진짜로……?) 선생님에게서도 그 존재에 대해 들은 적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성배전쟁과도 인연이 깊은 원탁의 기사들은, 강한 마력을 지니며 도시의 기능에조차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성배의 기사"라면 더더욱. 「다른 마을에서 ≪아키하바라≫로 오는 사람 중에 성배 토너먼트 목적이 얼마나 많은데.」 「개최기간 중에 소란피우는 팬들 때문에 콜로세움 주변 치안이 엄청 나빠진다는 건 알고 있어. 이쪽한테는 무지 민폐라고.」-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8 빠른 발걸음으로 투기장 출구로 향하면서 조금 전 떠올렸던 생각을 정리했다. 요컨대―――성배 토너먼트에 출장하는 선수들은 관객으로부터 마력을 얻고 있다. 의사적인 마술사 수만 명으로부터 마력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생각했다. 이 투기장은 전쟁이 끝난 뒤 ≪아키하바라≫에 세워진 시설이 아니다. 세계가 재구성되었을 때 이미 이 마을에 존재했던 마을의 일부다. 너무나도 거대한 규모의 이물질인 이상, 아무런 의도도 없이 존재가 허락될 리는 없다. 고대 로마 시대에 콜로세움에서 행해진 검투사 시합은 신들에게 바치는 제사였다. (영령이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인간의 상념이 깃든 존재니까…….) 생전에 남긴 전설과 이름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고명한 영령일수록 커다란 힘을 모으는 것이 "서번트"다. 그 반대편에는 비극에 의해 "무고의 괴물"이라고 불리는 일그러진 특성을 지닌 서번트 역시 존재한다. (라이덴프로스 가문은 어디까지 파악했던 걸까……?) 이 콜로세움에 어느 정도의 마술적 시스템이 짜여져 있을지에 흥미가 생겼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39 「…………과연.」 수수한 조사이긴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실마리였다. 발로 뛰어다녀야 했을 귀중한 정보가 무척 손쉽게 손에 들어왔다. 위법적인 소환은 물론 범죄이지만,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역시 모자이크시에서는 무거운 패널티를 받는다. 그렇다고 그걸 주저해서는 정보상을 운영할 수도 없겠지만. 「……꽤 크게 선심을 쓰셨네요?」 「그야, 에리세한테는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그건 피차 마찬가지인데요.」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0 카렌・후지무라를 내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 이 강좌의 강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패션을 보고 배웠기 때문도 아니다. 선생님은 다양한 의미에서 인간이 아니다. 전후에 태어난 신인류와도 다르다. 선생님은 인공지능, AI다. 이 《아키하바라》를 통괄하고 있는 도시관리 AI. 시민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은 《성배》를 위한 인간형 단말, 휴먼 인터페이스다. 영령의 강령과 비슷한 소환마술과 최신 정보공학기술이 융합된, 이 도시에서 가장 가치있는 하이브리드 지성체. 그것이 카렌・후지무라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1 ―――그렇다면 적어도 치토세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해서 ≪신주쿠≫의 집에 틀어박힌 채 그다지 마을을 떠나는 일이 없는 치토세가 ≪아키하바라≫에 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심각한 이변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냥 선생님을 만나러 왔을 리도 없다. ≪아키하바라≫ 자체에 관련된 뭔가에 치토세가 주목하고 있어서, 카렌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아키하바라≫를 담당하는 카렌・후지무라는 세계가 재구성된 직후에는 ≪신주쿠≫를 담당하는 관리 AI였다. 나중에 하위 카렌 시리즈에게 관리권한을 이양하고서 자신은 ≪아키하바라≫로 거점을 옮겼다. 도시관리 AI 카렌 시리즈의 최상위에 위치하는 것이 내 선생님인 카렌・후지무라다. 다른 카렌들은 모종의 지향성을 부여받은 복제품이라는 듯하다. 그 탓인지 각각의 카렌 시리즈의 셩격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아니 전혀 다르다고 할까……무슨 메리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2 나는 그대로 ≪신주쿠≫의 집에 남아서 마술사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지금은 한없이 그 비슷한 흉내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마술사"라는 인종이 완벽할 정도로 이기적인 생명체라는 사실은 임무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다. 마을에 잠복해서 ≪성배≫를 향해 부당한 간섭을 시도하는 마술사들. 그들이 소유한 서번트들과 맞서 싸우면서, 그 냉정한 취급 방식을 똑똑히 지켜봐왔다. (중략) (뭔가 마을 뒤에서 움직이고 있어……? 이제와서 내 몸을 걱정해서……?) 걱정이라고는 해도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이득과 관련된 이기적인 의미지만. 치토세 자신의 목적은 잘 모르겠지만, 나를 카렌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도시관리 AI에게 걸리는 부담을 줄이려는 건 아닐까……. 복제를 늘려도 여전히 따라잡을 수 없다. 이 마을은 맹렬하게 삐걱거리고 있다. 모순과 위선이 겹쳐진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죽이지 않으면. 나쁜 서번트들을 좀 더, 좀 더 죽이지 않으면.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3 「성배전쟁은……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내 팔에 안긴 채 흐릿해진 눈빛으로 선생님은 말했다. 「에리세 양, 당신은 싸움을 소망하나요……그렇지 않으면…….」 ―――나는 바랐다. ≪성배≫를 추구하는 싸움에 이 몸을 던지기를. 그리고 끝낼 수 있기를. 그러자 선생님은 무척이나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이것에 최후의 의뢰군요. 그럼 에리세―――」 「후유키를―――찾아가세요.」-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4 목적지는 《아키하바라》 지구의 최북단―――통칭 "유시마 신사". 학업성취 기원으로 유명한 신사다. 정식 명칭은 유시마 천만궁. 학업에 천만궁이란 점에서 알 수 있듯 문인들의 신 "관공", 즉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시는 곳이지만, 이번에 방문하려는 목적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내 희망을 듣고, 유시마 신사를 방문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하네요……라고 조언해준 건 《신주쿠》의 도시관리 AI 카렌・히무로―――아니, 그냥 히무로라고 부르자―――였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5 「―――과연. 그러셨나요.」『여인좌회관』의 개인실에서 히무로가 끄덕였다. 담담하게. 화살깃 모양 하카마 차림의 고전적인 여학생 스타일. 붙임성 없는 무표정. 같은 얼굴, 같은 성대를 지닌 카렌 시리즈. 하지만 그 성격이나 말투는 전혀 달랐다. 선생님에게도 묘한 집착을 추구하는 인간미가 있었지만, 히무로의 철저하게 냉담한 태도 역시 어떤 의미로는 인간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걸 자신의 척도로 판단하는 인간의 나쁜 습관일 뿐, 《성배》의 인간형 단말(휴먼 인터페이스)인 그녀에게 있어서는 칭찬같은 게 아니다. 「그녀, 마키는 당신과 접촉하려던 의지는 없었던 모양이지만, 접촉해버린 이상 어쩔 수 없네요.」뒷세계와도 연관이 있는 야경 마키는, 내가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그보다……이 다방이 히무로가 직접 경영하는 점포였다니……. 고지식한 이미지였던 그녀의 인물상이 흔들렸다. 「…………히무로는 항상 이 가게에 있는 건 아니지?」 「네. 상근하는 건 아닙니다. 당점은 중요 인물과의 교섭의 장으로서, 혹은 합법적인 정보원으로서 유효활용하고 있습니다. 외부로 나갈 때는 매니저에게 업무를 일임하기도 합니다.」 「아 그래……」-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6 두 사람 다 오소독스한 후리소데 차림이지만, 역시나 무척 눈에 띄네…… 어느 쪽도 쇼 비지니스에 관련되었던 영령이니까, 접객업과도 상성이 좋은……걸까? 투기장에서 구경거리가 되는 영령들의 긍지와 자부심에 대한 갈등이 또다시 뇌리에 스쳤다. 하지만 이 가게는 역사상의 다방과는 다르다. 불안정한 박봉에, 자금획득을 위해 과잉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던 여급들의 불우한 처지까지는 재현되지 않았다. 손님들과 가게측의, 서로의 양해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수요과 공급이 교환되는 자리인 것이다. 그 가게를 관리하는 것이, 현재 나와 대면하고 있는 카렌・히무로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7 「―――네. "성해포"를 마키에게 양도한 건은, 제가 요청하고 치토세가 허가했습니다. 따라서 에리세, 당신의 희망으로 번복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그렇겠네.」「지난번 사건 이후 높아져가는 시민들의 불안지수를, 한시라도 빠르게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치안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운용이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이해는 했어.」이미 알고는 있었다. 카렌의 유품을 양보해달라니, 너무나도 뻔뻔스러운 부탁이라는 것은. 모처럼 대면할 수 있게 된 히무로에게 그냥 인사만 하고 돌아가는 것도 바보같았기 때문에 일단 요구해보기는 했지만, 어차피 무리한 이야기였다. 당신이 소유하게 되었다면 사용하게 해주지 않겠냐고.「사건 이후 증가한 도시관리업무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당신 스스로가 예장을 구사해서 직접 해결할만한 리소스는 없다, 라는 거겠지.」「그 말대로입니다, 에리세. 당신이 보낸 몇 개인가의 투서는, 다른 많은 시민들의 요망과 비교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했습니다.」우선도가 낮기 때문에 대응을 보류하고 있었습니다……라고? 틀림없이 거짓말이다. 그런 건 이런 다과 시간에 백그라운드로 콤마 몇 나노초만에 처리할 수 있으면서. 또다시 치토세가 뒤에서 조종한게 틀림없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8 「유감이군요.」아이스티가 담긴 유리잔을 손에 든 히무로가 툭하고 말했다. 「당신과 함께 "임무"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에리세.」「…………그거, 진심?」「카렌・후지무라는 당신을 무척 높이 사고 있었으니까요.」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흘리고 말았다.「선생님한테는 항상 꾸중만 들었어. 임무의 성과를 칭찬받은 적도 없었지. 항상 평가는 낙제점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급제점이었어.」「…………」히무로는 잠시 조용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 태도가 인위적인 인격의 연출에 지나지 않다고는 하지만, 인간보다 수억 배 빠른 사고속도로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사전에 설정되어 있었던 커널(카렌 시리즈) 소실에 따른 자동계승 수순에 있어서도, 카렌・후지무라의 당신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의 기억은 저희들의 공유영역에 남기지 않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누구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았던 거겠죠.」「…………」―――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꼴사나운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마키의 말이 가슴 깊숙한 곳에 쐐기가 되어 욱씬거렸다. (중략) 그 뒤 우리들은 예의 사건에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교환했다. 히무로 쪽에서는 당국의 조사 현황과 도시감시망의 해석 데이터에 대해서. 나는 평소 이용하던 정보상에게 얻은, 사건 후 뒷세계의 동향에 대해서. 예상했던 대로 조사에 진척은 거의 없었고, 범인의 발자취로 직접 이어질만한 것도 없었다. 헤어질 때 히무로는 말했다. 「찻집의 "여급" 일에 흥미가 있다면 아무쪼록 언제든지 오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노동기준법은.」 「이제와서 무슨 말씀을. 다름아닌 우츠미 에리세나 되시는 분이.」 히무로 나름의 유머였겠지만,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건 그만뒀으면 싶었다. 진심으로 받아들여버릴 것 같아서.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49 「했어. 《타마》의 도시관리 AI "카렌・고토"에게도 보고했고, 만일에 대비해서 《신주쿠》의 "카렌・히무로"에게도 했어. 무척 중대한 사건이니까. 모자이크시 전체에 일어나고 있는 이변이니까.」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0 혼잣말이 새어나왔다. 「전쟁은……아직 계속되고 있어…….」 나는 무심코 입을 막았다. 위험한 생각이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성배≫로부터 배제되고 만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1 「아, 안 된다구, 이런 건! 이렇게 괴로워 하잖아!」항의하는 카린은 스마트폰을 꺼내 재빨리 당국으로 통보하려 했다. 「―――칫.」 여성은 귀찮다는 듯 혀를 차더니, 비어있던 왼손 검지와 중지를 세워 작게 휘둘렀다. 「앗……! 뭐야 이게?」 스마트폰 화면을 본 카린이 깜짝 놀랐다. 콜 상태였던 긴급통보가 강제적으로 무효화되며 기본화면으로 돌아가버렸다. (『상위 통신권한』을 행사했어―――!?) 상위 통신권한을 보유한 사람은 시민끼리의 통신을 비밀리에 방수하거나, 혹은 차단할 수 있다. 나 자신도 서번트 사냥을 위한 조사의 일환으로 필요해져서 일시적으로 권한을 빌릴 기회가 있었다. 도시관리 AI의 허가를 받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즉 이건 단순한 치정싸움이나 폭력조직의 린치가 아니란 뜻이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2 「알았어, 코하루. 만의 하나를 대비해서 마술회로를 결선(링크)해둘게.」「……괜찮으신가요? 앗, 그리고 라이덴프로스 본가의 허가가 없으면 저와의 회선접속은 곤란할텐데―――」「추적이라든가 도청같은 건 못 하도록 보호(프로텍트)되고 있는 거지? 하지만 괜찮아, 치토세에게 인장은 받았으니까. 지금은 나도 권한이 있어.」마술회로를 사용하면 세이프 하우스처럼 전파통신이 차단된 지역에서도 연락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위해 깊은 접속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쪽이 주술에 오염당하게 되면 다른 한 쪽에게도 전염될 위험은 있다. 나도 과거에 함께 일한 동료와 기간한정으로 몇 번 나눴던 경험밖에 없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3 결심의 첫 단계는, 우선―――어느 인물에게 면회를 신청하는 것. 목적지는 《아키하바라》 지구의 최북단―――통칭 "유시마 신사". 학업성취 기원으로 유명한 신사다. 정식 명칭은 유시마 천만궁. 학업에 천만궁이란 점에서 알 수 있듯 문인들의 신 "관공", 즉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시는 곳이지만, 이번에 방문하려는 목적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내 희망을 듣고, 유시마 신사를 방문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하네요……라고 조언해준 건 《신주쿠》의 도시관리 AI 카렌・히무로―――아니, 그냥 히무로라고 부르자―――였다. 향하고 있는 장소는 전쟁 전에는 아키하바라가 아닌 인접한 구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이 《성배》에 의해 재구성된 뒤에는 아키하바라의 복단에 위치하는 영맥의 요충지로서 형편에 맞춰 거두어졌다. 성배 토너먼트 직전, 다른 영맥관리지와 마찬가지로 내가 출입하는 것이 금지된 장소들 중 한 곳이기도 했다. 경내 앞쪽에는 우에노온시 공원의 시노바즈 연못이 아닌, 버드나무 잎들이 산들거리는 해안선이 펼쳐져 있다. 과연, 이 경내만 통째로 타임슬립해서 에도시대의 옛 풍경으로 되돌아갔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새하얀 모래사장에 투명하고 푸른 바다는 아무리 봐도 남쪽 나라의 리조트 해수욕장에서나 볼 법한 경관이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4 「……요전날, 산부인과 의료관계자로부터 어떤 상담을 받았어. 최근 모자이크시에 탄생한 신생아들 중에 소환되어야 할 서번트가 어째서인지 현현하지 않는 사례가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그거, 내 경우잖아?」하고 끼여든 카린. 「지금은 모미가 있지만 말이지?」「……그렇군, 그럼 알고 있겠네. 모자이크시가 세워질 때부터, 일정 확률로 그런 증례는 확인되었어. 하지만, 최근 몇 주 사이에 급증한 거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통계학적으로는 이미 이상사태야. 게다가―――」나에게는 이 이야기가 향할 방향이 이미 보이고 있었다. 어째서냐면……야경 임무를 시작한 이래 줄곧, 다름아닌 나 자신이 당사자이기도 했으니까. 「서번트・로스로부터 회복한 사례가, 하나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어두운 얼굴을 한층 흐리게 했다. 「그 원인을 키르케와 규명하려고 했던 거야.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구나, 너희들은 그 장소에 있었던 거구나. 그 투기장에.」「에리세, 무슨 말이야? 알려줘.」보이저가 나를 재촉했다. 카린은 이미 진행중인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챈 듯,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서 골똘히 생각에 빠져 있었다. 모처럼 기분을 전환하러 왔는데, 이런 화제가 되어 버리다니.「……죄송해요. 이야기를 끊어서.」「잘 아는 모양이네. 괜찮아. 그(보이저)에게는 네가 설명해 줘.」「네―――알겠어, 보이저? "서번트・로스"라는 건 말 그대로 자신의 서번트를 잃은 거야. 콜로세움 사건에서는 서번트를 상실한 마스터가 많이 나왔어. 평소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의 서번트・로스가 발생한 거지.」「……그렇네. 잔뜩, 죽었어.」「응……하지만 말야, 이 모자이크시에 있으면, 서번트는 다시 소환할 수 있어. 예전이랑 동일한 서번트가 재소환되는 일은 거의 없어. 그렇긴 해도 서번트가 소환되는 거야. 재소환까지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야. 다음날인 사람도 있고, 1년 뒤였던 사람도 있어.」―――혹은 14년 뒤에, 간신히. 키르케가 뒤이어 설명했다. 「……그래서, 나도 직접 토너먼트의 연줄을 부탁해서 조사해봤는데 말이지? 어째선지 사건 후에 재소환된 케이스는 하나도 보고되지 않았어. 그들의 로스 상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거야.」「그건, 이상하네.」「응. 이상해.」하고 에우클레이데스. 「모수의 크기로 고려하면 거의 있을 수 없어. 신생아 건과 합쳐서 고려한다면, 이 상태는 즉―――어느 시기부터 이 모자이크시에는 서번트가 소환되지 않게 된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러워.」-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5 「마을 쪽은 어때?」휴가 중인 스티그마타에게 일부러 직접 보고할 정도의 일이다. 좋지 않은 사태인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코하루도 눈치챘을 테다.「……위법 소환을 실행한 시민들 중에 또다시 사망자가 나왔어. 스노우의 조사에 의하면 소환행위를 계기(트리거)로 광범위하게 간섭하는 주술적 트랩을 확인한 모양이야.」「…………트랩?」위법소환의 증가에 관해서는 히무로에게도 들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서번트・로스를 보충하려고 한 시민들이 그 당사자이자 피해자다. 의식 도중 과도한 마력의 투여에 의한 쇼크사. 개인의 "성배"의 기능부전. 그리고 위법 소환의 실패 후 충동적인 자살……. 발생 건수는 적지만, 콜로세움의 피해자 이외에도 확대되고 있는 점이 신경쓰였다. 이를테면 의술의 진보가 두드러진 이 마을에서는 통상적인 감염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장에 동화된 성배가 조기에 병소를 발견해서 경증이라면 치료한다. 중증화가 예상된다면 도시관리 AI에게 자동적으로 보고해서 치료를 받으면 완치한다. 하지만 환자 자신이 스스로를 해치는 건 별개다. 위법적인 주물을 가까이에 두고, 적극적으로 《성배》와의 연락기능을 방해한다면 어쩔 수 없이 건강을 해치게 된다. 마음 속으로는 무척 동요하고 있었지만, 간신히 냉정을 가장해서 치토세를 떠봤다. 「주술적 트랩―――혹시 목이 없는 동물을 거꾸로 매단 주물(페티시)이야?」「어라……거기까지 혼자서 조사했다니 놀랍네. 한 번 볼래? 그러니까…….」(적중했어! 그럼 역시―――) 단말 조작에 조금 시간이 걸리는 치토세를 도우면서 현장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진을 표시했다. 공물로 바쳐진 건 비둘기, 까마귀, 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들. 목이 잘리고 안쪽에는 충전물이 채워진 채 화분 위에 세워진 봉에 휘감기듯 매달려 있었다. 무척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이미우트"……」 그것이 주물의 일반적인 이름이었다. 독자적인 조사 결과 같은 게 아니다. 어림짐작이었다. 사용된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내 감이 맞았어. "이미우트"는 이집트에서 많이 발견된, 틀림없이 아누비스 신과 관계 있는 주물이야. 벽화에 그려진 걸 예전에 봤어.) 「박식하구나, 에리세.」「손에 잡히 대로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기억해둔 것 뿐이야. 아직 건망증을 걱정할 나이도 아니니까.」「……그래. 칭찬이었는걸?」야유는 효과가 없었다. 분위기를 타고서 그만 말이 지나쳤다. 치토세 입장에서는 적도 발견되지 않고 《성배》의 이상만 확대되면서, 타개책도 없는 채 골탕만 먹고 있는 상황이겠지. 아무리 유능한 인재가 모여 있어도 시민의 마음이 떠나버리면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런 그녀의 쓸쓸한 옆얼굴에 무심코 나는 마음이 느슨해지고 말았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6 ―――코하루・F・라이덴프로스. 이전에 교환했던 사적인 어드레스를 통해 이쪽의 근황을 전하면서 그녀의 용태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직까지도 답장이 없었다. 『이동한 곳은 《아키하바라》 인근의 외딴 섬이야.』 「……그건……세이프 하우스?」 『과연 에리세 군, 날카롭네.』 「자, 잠깐만요. 하지만 그건 당신들이 관리하고 있는 세이프 하우스 아닌가요? 그런 정보 누설을 라이덴프로스에게 들킨다면―――」『들어온 요망은 어디까지나 일반인 범위였으니까 말이지. 예의 챔피언인지 어떤지도 아직 추측으로 머무는 범위라고? 받는 대우로 짐작건대 이동된 건 특별히 중요한 인물은 아닌 모양이야. 확증이 없으니 이 정보는 서비스로 해줄게.』「……네?」그럴 리가 없다. 당연히 보르지아 남매는 이동된 인물을 파악하고 있다. 단지 언질을 남기지 않도록 교묘하게 말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거기서 에리세 쨩에게 제안이 있는데, 세이프 하우스의 정원에는 아직 여유가 있어. 잠깐 바캉스에 다녀오는 건 어때?』 「―――갈게요!」 잡담하고 있던 카린과 보이저가 내 강한 말투에 놀라 뒤돌아보았다.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엄중한 결계가 설치된 세이프 하우스는,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 따위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체재비가 든다. 예전에도 농담처럼 권유받은 적은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이 이용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코하루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그럼 날이 밝기 전 새벽, 지정한 장소로 보트를 타러 와줄래?』 / ―――다음날. 우리들은 세이프 하우스로 향하는 배 위에 있었다. 「뭐어, 그렇게 침울해하지 말라구 에리치. 날이면 날마다 갈 수 있는 휴양지가 아니잖아? 모처럼이니까 듬뿍 즐기면서―――아얏! 때리지 마!」 모터가 달린 고급 요트 선내에서 맥없이 고개를 숙인 내 머리를 툭툭 두드리던 카린에게 무심코 주먹이 나가고 말았다. 보이저는 보이저대로 뱃머리에 주저앉아 요트가 파도를 헤치며 범주하는 모습에 열중해 있었다. 마녀로부터 조언을 들은 타이밍이 우연이라고는 해도, 그야말로 출항하는 날이 되었다. 「놀러가는 게 아니라고 했잖아.」 「뭐야~그런 에리치야말로 수영복 가져왔잖아~?」「이건……교복은 덥기도 하고, 움직이기 쉬운 쪽이 편하니까.」 카린을 내버려두고 나 혼자 세이프 하우스를 방문하는 것은 물론 가능했다. ……가능했지만, 어쩌면 코하루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을 때의 카린이 무척이나 기뻐 보였던 바람에. 게다가 틀림없이 낙담해있을 코하루를 나 혼자서 위로해줄 수 있을지 어떨지도 불안했기 때문에, 무심코 보르지아 남매에게 2인분의 항해를 의뢰해버리고 말았다. 어마어마한 지출이었다. 대체 뭘 하는 걸까, 나는. /보르지아 남매는 "외딴 섬"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는 곶이었다. 《아키하바라》의 남쪽 연안부 돌출된 끝부분. 도달할 수 있는 육로는 폐쇄되어 있다. 마치 보석과도 같은 얕은 바다. 강한 햇빛에 반짝이는 하얀 모래사장. 남쪽 바다의 야생 식물들이 자라는 밀림. 전부 인공으로 만들어진 프라이빗 비치였다. 전용 요트 이외에 접근하는 것들은 무조건 공격당한다. 물론 해양 드론 대책도 빈틈없이 되어 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7 세이프 하우스는 부전, 불살의 장소다. 요트를 타기 전 나와 카린은 엄중한 부전협정의 맹약을 요구받았고, 마술적인 약식 계약을 맺었다. 모자이크시의 실권을 쥐고 있는 치토세에게 그 정도의 맹약이 어디까지 유효할지는 알 수 없지만, 고의로 그것을 깨는 일이 생긴다면 신용은 땅에 떨어질 테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8 「그럼 가볼까요? 안내해드릴게요. 이 앞 해변에 바다의 집 "아넨엘베"라는 숙박시설이 있습니다. 목재로 된 옛날 민가를 개장한 작은 건물이지만, 여러분들까지 충분히 느긋하게 쉴 수 있을 정도의 방은 남아 있어요.」「아넨엘베?」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년. 「원래는 음식점이었다는 모양이에요. 지금은 사람도 없고 영업도 하지 않고 있지만요. 하지만 식재료는 충분히 갖춰져 있고 불편한 점은 없어요. 그 밖에도 이용할 수 있는 별장은 몇 개쯤 더 있는 모양이지만……」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59 섬을 떠난 우리들은 또다시 《신주쿠》로 돌아왔다. 보트는 마을 서쪽의 최하층 수로, 요도바시 블록 지하에 착항했다. 통칭 "오모카게바시"라고 불리는, 배 운송을 위한 터미널항이다. 어두운 수면에 도시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들이 빽빽이 서 있었다. 철도 바로 아래의 항로를 운행하는, 다른 마을을 왕복하는 화물선이 몇 척이나 정박해 있었다. 우리들의 중요한 생명줄이다. 보트 이동 도중 결계가 옅은 장소를 통과할 때 조금 긴장했다. 우리들은 그 결계 바깥으로 가려고 하고 있는데도, 새삼스러운 이야기다. 그럼에도 미지의 장소에 대한 공포가 몸에 스며들어 있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0 「아얏! 아무튼 상처는 어때? 갤러해드가 없잖아. 소환은 잘 할 수 있는 거야?」 카린의 무례한 태도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나 역시 신경쓰였던 점들이라 카린만 나무랄 수도 없었다. 「………상처가 아닙니다. 부상이에요. 불명예스러운 제 오점입니다.」 코하루는 가운 밑으로 팔을 내밀어 환부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 행위 자체가 자신에게 부여한 도망칠 수 없는 벌이라도 되는 것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회복되었지만……) 부상당한 환부는 오른쪽 손목에서 손등에 걸쳐 반투명한 의료 패치로 덮혀 있었다. 설령 손발이 완전히 절단되버려도 흉터 없이 복원 가능한 현대 의술의 은혜에 의해 치료된, 얼핏 보기에는 문제 없이 회복된 상태 같았다. 코하루는 설명하면서 조용히 손가락을 움직여 보였다. 「―――굴근건과 신전근의 봉합처치는 양호했습니다. 아직은 동작에 위화감이 있지만, 곧 회복된다고 합니다. 서번트 소환 자체도 지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1 이를테면 의술의 진보가 두드러진 이 마을에서는 통상적인 감염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장에 동화된 성배가 조기에 병소를 발견해서 경증이라면 치료한다. 중증화가 예상된다면 도시관리 AI에게 자동적으로 보고해서 치료를 받으면 완치한다. 하지만 환자 자신이 스스로를 해치는 건 별개다. 위법적인 주물을 가까이에 두고, 적극적으로 《성배》와의 연락기능을 방해한다면 어쩔 수 없이 건강을 해치게 된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2 「죄송해요……에리세 씨.」옆으로 누워 있던 내 등에서 코하루가 속삭였다. 나보다도 더 이 낯선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던 그녀였다. 「부디 그 분을 원망하지 말아주세요.」「…………치토세를……?」「네. 스티그마타는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된다는 눈치였어요. 그래도 말할게요. 저는 에리세 씨가 알아주셨으면 하니까.」「…………그런 이유라면……들어볼게.」무심코 심술을 부려 화난 듯한 대답을 해버리고 만 것을 나는 후회했다. 희미하게 떨린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깊은 고민 끝에 털어놓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곧바로 눈치챘는데도. 「콜로세움 습격 사건 뒤, 라이덴프로스 가에 돌아간 저는 그곳에서 처분될 예정이었습니다.」「…………! 그건……!」숨을 삼키고 시트를 밀어젖힌 나는 코하루를 돌아보았다. 보이저 건너편에서 자고 있던 카린도 졸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처분……? ……뭐를?」 「뭐냐니…….」 처분이란―――"죽음"이다. 마술사의 혈연조직에서 그 외의 의미는 없다. 코하루는 마술사지만 인간은 아닌, 인공생명체인 호문쿨루스니까. 그런 무자비한 내막을 카린은 모르는 편이 나았다.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코하루는 담담하고 정중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과거의 실험체들과 마찬가지로, 실패작으로서 처리됩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재사용이 가능한 순수한 매질과 종자체(세미나)로까지 환원됩니다. 하지만……저의 매질은 이미 은잠비의 주술에 오염되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에 재사용되지 않고, 그냥 폐기되겠죠.」「………….」「자, 자, 잠깐 기다려 봐. 무슨 말이야. 못 따라가겠는데? 어이, 에리치? 다물고 있지 말고 뭔가 말해봐!」이야기의 불온한 분위기를 카린도 눈치챘다. 뭐라고 대답하면 될까. 당혹하면서도 마음 어딘가로는 코하루의 언동에 납득해버리고 있었다. 자신 안에서 생겨난 모순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말을 쥐어짜냈다. 「…………그래서……?」「제 후속 개체가 될 미각성 실험체(가이스터)는 이미 몇 체나 생성되어 준비되어 있습니다.」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했다. 아아, 싫다. 마술사 따위 정말로 싫다. 「그렇구나……그럼 촉매가 있는 거구나. 서번트 소환의 "촉매"가 되는 유물이―――」「네. 이것도 에리세 씨에게는 감춰둘 의미가 없겠네요. 라이덴프로스 가는 기사 갤러해드가 지니고 있던 "검대(소드벨트)"를 입수했습니다. 그 준성유물을 촉매로 삼아 강림 의식을 행해서, 시행착오를 거쳐 소환에 성공해서 안정시킨 것이 저입니다.」 「성스러운 기사의 검대를? 그건 굉장하네……하지만 실제로 소환된 건…….」「얼터였던 거죠. 저(마스터)라는 계약주의 그릇으로는 그것이 한계였던 거에요.」「…………원탁의 기사에 정말로 어울리는 마스터 같은 건, 그다지 없어.」모자이크시에는 시민 각각의 파트너를 소환하는데 있어서 촉매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성배》의 신탁 그대로, 가장 상성이 좋은 서번트가 짝지어진다. 그럼에도 "촉매"를 사용해 의식에 개입해서 소환 대상을 편향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표면상으로는 완전히 위법이지만, 현실에서는 촉매를 취급하는 가게들은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나는 그런 위법행위의 연장선상에서, 마을의 치안을 위협하는 범죄자가 된 마스터와 서번트를 몇 쌍이나 상대해왔다. 「그럼……라이덴프로스 가에서는 모자이크시의 《성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특수한 소환방법을 확립한 거네. "촉매"와 호문쿨루스를 조합해서, 소환할 서번트를 컨트롤하는 의식을 성립시킨 거야. 그렇지?」이렇게나 마음이 아파오고 있는데도, 카린으로부터 의아한 시선을 받고 있는데도, 나는 스스로의 호기심을 우선해버리고 있었다……. 「―――네. 지금은 지구상의 어느 영맥지(멘토르)보다도 효율이 좋다고, 저희 스승은 말씀하셨습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3 「……에리세 씨의 영장에 대해서는 저는 추측밖에 할 수 없지만, 그건 저희들도 무관계하지 않아요.」내 고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주면서, 코하루는 그렇게 대답했다. 우리들이란 건 카린을 의식한 말이었다. 코하루는 호문쿨루스이면서 동시에 심장에 성배를 지닌 신인류에도 속해 있다. 「무슨 뜻이야……?」「―――모자이크시의 영맥에서 멀어지면, 《성배》로부터 마력을 공급받는 것도 어려워지겠죠. 그건 즉―――」「……잠깐, 모미도 갤러해드도 현현할 수 없게 된다는 거야!?」앞질러 말한 카린의 통찰에 코하루는 수긍했다.「령주는 마력 풀로서 기능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다 써버리게 되면 서번트가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한동안 단독행동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면, 최악의 경우 마력을 요구해서 마스터에게 적의를 드러낼 수조차 있지 않을까요. 어제 라이덴프로스 가에 돌아간 건, 모자이크시 외부의 정보를 찾으면서 그런 제 추측이 올바른지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마스터 자신의 마력이 얼마나 의미를 가질지는 미지수, 구나.」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4 「우엑, 부둣가는 아직인가? 이러다간 심장이 터져서 죽겠는데!」한심하게 남자가 허덕거렸다. 「당신이 죽을 리가 없잖아! 오래 살았으면 뭔가 지혜라도 짜내보든가. 그나마도 없으면 잠자코 달려.」 「어이어이어이어이, 내가 입을 다물게 되면 그거야말로 극락왕생할 때라고. 해골바가지가 되서도 이빨은 실컷 딱딱거릴걸. 안 그래?」「그럼 턱을 아예 붙들어 매줄게. 철사로 둘둘 감아서!」대체 몇십 번째일까, 이 녀석의 불사자 조크는. 정말인지 열받는다. 어차피 잘게 다져져도 총탄을 쳐박혀도 죽지 못하는 주제에. 그런 것 치고는 한 눈에 봐도 나와 막상막하로 너덜너덜해지긴 했지만. 요즘 세상에 "불사" 따위 전혀 드문 게 아닌데도, 일부러 나에게 보란 듯이 그걸 과시한다. 성격 고약한 녀석같으니. 애초에 유대인 주제에 극락왕생은 뭐야?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5 「그럼 작별이야. 사랑스러운 사신 아가씨.」 그들은 벌써 보트에 올라타고 있었다. 잔교 끝에서 배웅하는 나를 향해 막무가내로 집어던져진 배밧줄을 받아들었다. 「나는 말이지, 차라리 널 죽여버리고 한동안 이 마을에 눌러앉아도 딱히 상관없었지만.」「……네, 알고 있습니다. "선장"이 떠나는 쪽을 선택했으니까. 당신은 그의 의사를 존중했을 뿐. 그렇죠, 아하셰로스……씨. 그 므두셀라와 노아보다도 오래 살아온, 인류 최장수명의 사람.」그는 대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옆에 앉은 "선장"이 잔교 기둥을 찔러 배의 방향을 바꿨다. 딱히 대화에 끼어들지도 않고, 양손으로 노를 고쳐쥐며 힘차게 젓기 시작했다. 「지나친 평가야. 너도 알고 있잖아? 신을 등지는 바람에 죽지 못하게 된 녀석들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고. 이런 세상이 된 뒤에도 여전히 괴물들이 여기저기에 남아있어. 게다가 이 모자이크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신세대인 너희들 역시 정말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저기, 어떻게 생각해 그 부분은?」잔교로부터 멀어지면서, 수면 위를 미끄러지면서, 부쩍부쩍 작아져가는 쪽배. 나는 굴욕감을 애써 평상심 밑에 집어넣고서 작별의 말을 고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하셰로스……전설의 ≪방황하는 유대인≫! 부디 당신이 안주할 땅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내 인사에 전설의 불사자는 꼴사납게 보트에 드러누운 채로 흐느적흐느적 손을 흔들었다. ―――나는 당신과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다. 당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을 알고 싶었다. 그가 되돌려준 것은 단지 조소였다. 그 옛날, "그 사람"에게 향했을 잔혹한 웃음. 「브아아아보, 안주할 땅 같은 게 있을까보냐! 어디로 가도 지옥, 지옥, 지옥뿐이라고. 정말인지……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우리들의 짧은 휴가를 방해한 너한테 답례따위 해줄 의리도 없지만, 나는 멋없는 건 세 끼 베이글보다도 질색이니까! 노인으로서 지혜를 하나 전수해주마!」 마침내 칸다 강의 흐름을 올라타고서 빠르게 멀어져가는 보트로부터 그가 소리쳤다. 「―――인생을 즐겨라! 그게 바로 멋지게 살아간다는 거잖아?」 얼마나 멋들어진 웃음인지. 마지막까지 그저 실없는 소리였다. 「…………그런 거, 무리야…….」 그런 조크는 듣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게 최고참 선배님으로부터의 고마운 잠언이라고 하더라도. 즐기려고 하다가 어처구나 없게 죽어버린 사람들을 나는 몇 명이나 알고 있다. 얼마나 아프더라도, 얼마나 괴롭더라도,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전혀 상관없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6 「그래, 그쪽. 그 수로로 내려가! 옆의 샛길이 부두까지 이어져 있어.」「이런이런, 외길이잖아. 마음에 안 드는데.」남자는 긴장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희미하게 물에 젖은 콘크리트 샛길. 조수의 방향은 썰물이었다. 즉 출항하기에는 딱 좋은 타이밍이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7 보이저가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향한 곳은 오른편의 바다였다. 돌아보자 합승식 수상버스로서 운행되고 있는 유람선이 해안의 작은 방파제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 해안은 배가 통과할 뿐이고 선착장은 없을 터였다. 그 때, 유람선의 지붕에서 승객 한 명이 뛰어내렸다. 수상버스는 곧바로 뱃머리를 돌려 원래의 코스로 되돌아갔다. 뛰어내린 것은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맨 여학생이었다. 흰 피부에 하얀색 블라우스가 푸른 바다에 선명하게 비쳐보였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색이 옅은 머리카락에, 키는 나보다도 조금 컸다. 얼굴은 어디선가 봤던 기분이 들었다. 「아키여고 교복이잖아.」 「……진짜네.」 카린이 말한 대로 소녀가 입고 있는 건 아키하바라 여학관 고등학교, 줄여서 『아키여고』의 하복이었다. 수상버스 쪽에 남아있던 똑같은 교복 차림의 친구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당연히 중학생인 우리들보다도 연상이라는 뜻이지만……. 소녀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신발과 양말을 벗더니, 멀리 돌아가는 방파제 통로로 향하는 대신 정박해있던 소형 보트의 갑판으로 건너뛰었다. 가뿐한 도약을 반복하며 몇 척이나 되는 보트 사이를 경쾌하게 점프했다. 소녀는 이내 우리들의 눈 앞에 있는 얕은 여울에 착지했다. 물보라에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육지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들을, 상대편도 눈치챘다. 모래사장에 선 채 약간 빨개진 얼굴로 눈을 찡긋거리며, 비밀이라는 듯 쉬잇, 하고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 댔다. 명문 아가씨 학교 교복에 어울리지 않게 개구쟁이 같은 행동을 했다는 자각은 일단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잘 다녀오셨습니다, 주군~~~~~~~~~~~~」 경내 안쪽에서 기운차게 맞이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전력 질주로 달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이번에는 확실히 본 기억이 있는 상대였다. 미나모토노 쿠로 요시츠네―――우시와카마루였다. (우시와카마루……그럴 것 같긴 했지만, 역시나 여성이었구나……) 오늘은 토너먼트전에서 봤던 용맹스러운 갑옷무사 모습과는 전혀 다른, 딱 봐도 아르바이트 중인 옷차림이었다. 가슴 에이프런에 삼각두건 모양의 머리띠로 긴 흑발을 올려묶고 있었다. 에이프런 아래는 거의 수영복에 가까운 가벼운 복장이라 각도에 따라서는 에이프런 말고 아무 것도 안 입은 듯이 보일 것만 같았다. 가슴에는 카린이 말한 『유시마 명물 아게만쥬』라는 로고와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경내에 있는 아게만쥬 가게 조리실에서 그대로 뛰쳐나온 듯했다. 우시와카마루가 문자 그대로 여학생을 향해 뛰어들었다. 마치 신나서 흥분한 대형견이 주인에게 달려들어 깔아뭉개는 것처럼. 「주군, 주군, 주군!」 「네 네, 주군이야 주군.」 그런데도 상대 여학생은 익숙한 듯이 적당히 받아넘기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틀림없는 우시와카마루의 마스터일 테다. 토너먼트에서 봤던 고풍스러운 기모노 차림과는 꽤나 인상이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눈치챈 듯한 카린과 얼굴을 마주보며 끄덕였다. 「아아아아~ 이 우시와카 혼자 집에 남겨두다니 너무하세요, 주군, 주구운―――」「아~정말 그만해애~더워어~! 냄새맡지 마앗~!」돌연 이얍, 하는 기합과 함께 깔려있던 여학생이 반대로 상대를 내동댕이치는 바람에 눈을 크게 떴다. 우시와카마루는 모래사장에 꽈당 하고 던져졌다. 훌륭한 솜씨였다. 여학생의 몸놀림은, 눈치채기 힘든 최소한의 움직임이었지만 합기도의 천지던지기였다. 아랑곳하지 않고 하핫 하고 유쾌하게 웃는 우시와카마루가 굴러간 곳에는, 사이 좋은 두 사람을 쭈그려 앉아서 관찰하고 있던 보이저가 있었다. 「어라? 누구신가 했더니 요전번의……」우시와카마루는 몸이 뒤집혀있던 자세에서 휙 하고 정좌하며 자세를 가다듬더니, 보이저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전에는 무척이나 신세를 졌습니다. 저와는 상성이 좋지 못한 상대라 완전히 맡겨버리게 되어 실로 면목 없습니다. 그대, 상처는 없으신지?」 「응. 괜찮아.」 보이저 역시 낯을 가리지 않고 우시와카마루에게 꾸벅 하고 인사를 되돌렸다. 두 사람은 투기장에서 서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건 무척 다행이군요! 그런데, 지난번과는 꽤나 기척이 달라진 모양입니다만.」「……그런가? 당신은, 오늘은 좋은 냄새가 나. 피 냄새가, 아니구나.」「후훗. 이건 저희 천만궁 명물의 향기에요. 갓 튀겼을 때가 또 각별합니다. 부디 한 번 드셔보시길. 저기, 주군? 루리히메님―――」우시와카마루가 이름을 부르며 뒤돌아봤다. 루리히메, 라고 불린 소녀가 새삼 보이저를 바라보았다. 「……앗, 아~! 콜로세움에 있던 남자애다! 그 극악무도한 서번트를 해치워준 애구나! 반짝반짝해서 눈에 띄니까 기억하고 있어. 와아,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 정말, 우리 샤나 군 혼자서는 다 상대할 수가 없어서, 하마터면 울 뻔 했다니까.」「확실히 궁지에 몰렸지만, 루리히메님은 씩씩하게 견뎌내셨습니다.」「으으, 고마워.」감격하는 그녀는 당장이라도 보이저를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직전에 멈추고서 공중에 양손을 뻗은 채로 견뎠다. 살짝 수상한 사람 느낌이다. 한층 눈을 반짝이며 그녀는 이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럼, 당신이 이 남자애의 마스터? 아니면 당신일까? 젊구나! 어라, 혹시 두 사람 다 중학생?」「나는 아니거든. 이쪽 이쪽.」 하고 카린이 나를 가리켰다. 「앗, 네. 보이저의 마스터는 저에요. 저기……사실은 저, 오늘은 간곡히 부탁드릴 게 있어서, 이 천만궁에―――」「흐음흐음? 우리 집에 볼일이 있구나? 공부 관련만 아니면 내가 해결해줘도 되는데?」「엣? 반대 아니야?」 라고 의아해하는 카린. 한층 더 질문 공세를 퍼부으려 하던 그녀의 소매를, 문득 우시와카마루가 잡아당겼다. 「―――주군, 아버님께서 저쪽에.」우리들이 다시금 경내를 올려다보자, 오오토리이 밑에 신관이 입는 하카마 차림의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앗, 아버지……벌써 돌아오셨구나……」소녀는 겸연쩍은 듯 흐트러진 스커트 자락을 가다듬고 모래를 털어냈다. 나타난 남성은 나를 눈치채자 단정한 자세로 인사했다. 우리들 역시 화들짝 놀라 자세를 바로하고 고개를 숙이며 답례했다. 보라색에 흰색 문양이 들어간 하카마. 이 유시마 천만궁을 총괄하는 궁사였다. 이 남성이야말로, 히무로에게 소개받아서 내가 면회를 부탁한 인물이었다. 이미 며칠 전 콜로세움에서 현장검증을 할 때 얼굴을 마주쳤기 때문에 상대 역시 나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그 궁사의 딸이 미나모토노 쿠로 요시츠네의 마스터, 성배 토너먼트에서 대인기인 선수일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8 그 이형의 모습에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는 루리히메는, 교복에서 홍백의 무녀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우아하고 조신해 보이는, 성배 토너먼트 때의 인상이 되돌아와 있었다. 「그렇구나, 《아키하바라》의 평화와 미래는 내 어깨에 달려 있는 거네?」 「저기, 몇 번이나 확인해서 죄송하지만, 굉장히 위험한 일이에요.」 「흠흠.」 사정을 털어놓고 상담하려고 했더니 그녀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사태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히려 이쪽이 당황하고 말았다. 「―――게다가 특정 상대로부터 원한을 사는 일도 빈번하게 있어요. 임무를 그만둔다고 해도 그런 위험성은 계속 따라다니는 거라서―――」 「응응. 정의의 아군은 괴로운 법이네.」 「…………그, 그런 게 아니고요.」 그녀 나름대로 성실하게 상대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알았지만, 어딘가 심각함이 전해지지 않았다. 슬슬 궁사의 진의를 짐작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설마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루리히메 씨는, 정의의 아군을 동경하시거나 하진 않나요?」 「응, 전혀. 하지만 한동안은 성배 토너먼트도 재개될 가망이 없잖아? 나도 할 일이 없어져서 한가하거든.」 「하아……그건, 그렇네요.」 카린이 힐끗힐끗 참견하고 싶은 눈치로 나를 바라보았다. 연상 상대로도 움츠러들지 않는 그녀치고는 얌전하게 대화를 듣고 있었다. 「저기 있잖아, 루리히메 씨? 아무리 아키여고라도 이번주는 계속 휴교였잖아? 일부러 학교에 뭐 하러 갔던 거야?」 확실히 카린이 말한 대로였다. 등교하지 않는 게 일상적인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응. 나, 일단은 학급 위원이라 이것저것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학생회에서도 도와달라고 부탁받기도 해서 아침부터 갔다 온 거야. 학생들의 안부 확인이라든가~, 정보망만 가지고는 연락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는 학교가 임시 피난소로 쓰였으니까 그 뒷정리를 도와준다든가. 집보기는 샤나 군―――우시와카 군한테 부탁해놓고.」 「헤에, 그런 귀찮은 일까지 하는 거야? 과연 고등학생이네.」「꼭 그렇지만도 않아. 오랜만에 학교에서 애들이랑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기뻤는걸.」(중략) 루리히메는 무녀복 소맷자락을 휙휙 흔들며 기합을 넣었다. 「자아, 나는 지금 엄청 의욕이 생겼어. 좋잖아? 야경(나이트워치)! 샤나 군은 어떻습니까!?」쓱 하고 그녀가 팔을 들어올리자마자, 만쥬 포장마차에서 미끄러지듯 우시와카마루가 뛰쳐나왔다. 「사정은 다 들었습니다! 전부 받아들이겠습니다! 오히려 주군이라면 틀림없이 승낙하실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그치~? 샤나 군도 실력을 발휘하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걸.」「하지만, 주군……? 주군은 무도의 소양은 있지만, 그쪽의 에리세 공과 같은 전문적인 마술의 지식은 없으시니 초보적인 일부터 시작하셔야만. 갑작스러운 건 무모하겠죠.」「으으. 그건 그렇네.」「이 우시와카, 어떤 때라도 주군의 칼이 되고 방패가 되어 몸을 지켜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 모자이크시에서는 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서번트들이 있으니까. 투기장의 모의전과는 무척이나 사정이 다를 겁니다.」「OK! 조심할게……엣, 아직 더 있어?」「네. 우려되는 사항을 덧붙이자면……요 근래 아버님의 간섭도 무척 엄격해지셨으니까, 학업으로부터 도망치는 구실로 삼으려는 건 아니신지……?」「쓰, 쓸데없는 말은 안 해도 되거든! 아무튼, 샤나 군에게도 기대하고 있어. 토너먼트 이상으로 말이야.」「물론. 이 제가 아니고서는 맡을 수 없고말고요. 주군은 어렸을 때부터 투쟁본능이 넘처나서 주체할 수 없으셨으니까.」이것저것 폭로되는 바람에 얼굴이 빨개진 루리히메와,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는 우시와카마루. 우시와카마루는 어쨌든 루리히메는 내심 불안해하지는 아닐까 생각했지만, 기우였을지도 모른다. 태평스러운 겉인상과 달리 꽤나 담이 큰 성격인 모양이다.-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69 「아무튼 서두르라니까!」 「―――알았다.」 다른 한 명의 남자가 끄덕였다. 길모퉁이에서 발이 미끄러진 파트너의 벨트를 요트에 달린 밧줄, 지브 시트마냥 대수롭지 않게 잡아당겨 되돌리면서. 「선착장까지 도착하기만 한다면, 우리들의 승리다.」 부스스한 검은 머리카락과 헝클어진 채로 내버려둔 턱수염에서는 드넓은 바다의 냄새가 났다. 이 마을에 있는 가짜 자연이 아니다. 그의 영혼에 새겨진 진짜 바닷바람과 햇빛의 냄새다. 「응. 기대할게, "선장".」「…………」 되돌아온 대답은 침묵. 이 남자와 그의 파트너 사이의 분위기 차이는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바다 사나이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내가 신용받지 못했을 뿐. 그림으로 그린 듯한 이 실질강건한 바다 사나이를 적으로 돌리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뻔했던 국면이 있었으니까. 그리고……움푹 들어간 눈두덩 안쪽에서 보였던 잿빛 눈동자가, 의외로 귀여웠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선장"이 본래 활약하는 영역은 바다다. 육지에서는 그의 힘이 전부 발휘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부둣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중이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0 「잘됐구만, 사신 아가씨. 덕분에 깔끔하게 우리들을 쫓아낼 수 있어서.」 「그렇네. 그 말대로야. 속이 다 후련하네.」 「그것 참, 사신답게 무자비하네. 이번에도 헨드릭의 신부맞이는 실패라. 7년 뒤 다음번 찬스를 기대해주세요, 라는데?」수다스러운 남자가 동료의 등을 힐끗 바라본다. 그 과묵한 뒷모습은 아주 약간 낙담한 것처럼 보였다. 7년. 7년 뒤. 약 2천5백일? 불사자의 감각으로는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7년 뒤란 터무니없이 멀리 떨어진, 컴컴한 구름 너머, 정말로 찾아올지 어떨지도 알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이름이다. 「그 일에 대해서는……뭐,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괜찮아, 이 녀석 기분은 나중에 제대로 풀어줄테니까. 그건 그렇고 기분 좋은 마을이었어. 꽤나 시끌벅적하고, 적당히 미쳐돌아가고, 딱 알맞게 우리를 무시해주고.」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1 「이번 건의 보호대상자―――≪방황하는 유대인≫, 불사자 아하셰로스 및 그 서번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헨드릭 판 데르 데켄 선장. 그 둘을 모자이크시 ≪아키하바라≫구에서 완전히 퇴거시켰어.」『그렇다면, 만일 다시 찾아온다고 해도 7년 뒤가 될까요?』「아마도. 다른 침략자들이었다면 몰라도 그들에 한해서는 그렇게 될 거야. 아하셰로스가 헨드릭 이외의 서번트와 계약하고 있는 듯한 낌새는 없었으니까.」"선장"의 유령선은 그야말로 특별하다. 모자이크시의 여러 지구들 중에서도 "임해도시"라고 불리는 ≪아키하바라≫는 그 이름 그대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 특징적인 지형은 무방비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더욱 강고한 결계로 둘러싸여 있다. 둘러싸듯 펼쳐져 있는 결계를 돌파해서 억지로 기항하려는 야만스러운 행위는, ≪성배≫가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장"에게 걸린 7년에 단 한 번만 상륙이 허락된다는 강력한 저주는, 뒤집어 말하자면 7년에 한 번은 어떤 장소에든 침입이 허락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들이 만일 침략하려는 의도를 품고 ≪아키하바라≫의 땅을 더럽힐 작정이었다면, 나 혼자서 대응하기는 지극히 곤란했을 테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2 부둣가에 도착해서 운 좋게 시정되어 있지 않은 배를 발견했다. 남자 둘이 올라타면 그걸로 만원인 비좁은 보트. 「이……이런 쪽배로 괜찮은 거야?」 「이거면 된다.」 그렇게 잘라 말하며 선장은 다른 요트에서 노를 두 자루 조달해왔다. 지금부터 머나먼 바다를 향해서 출발하려는데, 그럴 채비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어찌됐든 그들이 감상에 젖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건 분명했다. 나는 보트에 혹시라도 덫은 없는지 주의깊게 확인한 뒤, 주위를 둘러보며 추격자들의 기색을 살폈다. 한밤중의 칸다 강변. 잔잔한 수면 위에 네온 사인이 흐늘흐늘 반사되고 있었다. 부두 주변에는 인기척도, 수상 버스의 뱃그림자도 보이지 않아서 적어도 시민들이 휘말릴 염려는 없을 것 같았다. - 페이트 라퀴엠의 내용

*73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끼쳤다. 악귀들이 거리를 좁혀 이 장소에 도달했다. 오한이 들고 몇 초 늦게 들려오는 아스팔트를 긁어대는 발톱 소리. 무수히 많은 새된 울음소리. 부둣가의 그늘에서 마물들이 일제히 나타나 정박중인 배들의 갑판을 뛰어올랐다. 「아직도 이렇게나 남아있었어……!」 악귀들은 나에게는 더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첨벙첨벙 수면을 달리며 아하셰로스 일행을 쫓아가려고 했다. 비록 한마리 한마리는 힘이 약하다고 해도, 이만한 무리가 보트에 밀어닥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침몰해버릴 거다. 순식간에 궁지에 몰렸다는 사실에 긴장하면서, 나는 선두에 선 악귀들을 향해 비장의 수단인 ≪마탄≫을 조준하며 경고를 날렸다. 「"선장"!」 하지만 미처 경고하기도 전에 이미 그는 노를 아하셰로스에게 떠넘기고 불안정한 보트 위에서 일어섰다. 후욱 하고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JO-HO, JO-HOE! JO-HO-HOE!」 마치 긴 침묵으로부터 눈을 뜬 것처럼, 그가 외쳤다. 아니, 소리높여 노래했다. 두툼한 가슴팍에 걸맞는, 씩씩하고 깊게 울려퍼지는 성량. 그것은 뱃사람들의 노래. 진짜 바다를 누비던 남자들이 부르던 뱃노래였다. 그리고―――나는 목격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 위로 들어올린 아하셰로스의 가느다란 팔, 그 왼쪽 손등에 희미하게 빨갛게 빛나는 특징적인 문양이 떠오르는 순간을. 「출항한다, 헨드릭. 또 당분간 육지랑은 작별이라고?」 「HUI-SSA!」 마스터(계약자)로부터 서번트에게. 마술의 비의, ≪령주≫를 통해 명령된 지시에 "선장"이 재빠르게 응했다. 울려퍼진 손피리 소리가 부둣가의 구석구석까지 메아리쳤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농밀한 마술의 충격이 내 얼굴을 후려쳤다. 「닻을 올려라! 돛을 펼쳐라! 파수꾼을 세워라! 우리는 바다로 나간다! 거칠 것 없는 폭풍의 바다로!」잇달아 떨어진 "선장"의 부름소리에 물 밑에서 목소리들이 응한다. 「HUI!」 해골이 삐걱거리는 소리와도 비슷한, 무시무시한 웃음소리. 그리고 거듭해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HA!」「HA!」「HA!」「HA!」 「신부는 어디에 감춰뒀나, 선장?」「육지의 술을 내놔라! 목을 태울만한 독한 술(가이스트)은 어디 있지, 선장?」「HUI-SSA! HUI-SSA! HUI-SSA!」보트 아래에서 창백한 영혼들의 무리가 소용돌이친다. 그 한편에서, 마술의 발로에도 주춤하지 않고 수면 위를 달려 맹렬하게 거리를 좁히던 악귀들이 경계의 울음소리를 외치며 허둥거렸다. 붉은 천의 끝부분이 물속으로부터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그 천은 지금 막 보트에 손을 뻗으려 하던 악귀들을 문자 그대로 베어갈랐다. 물속에서 나타난 것은 진홍색으로 물든 범포였다. 보트를 밀어젖히며 검은 기둥이 아래에서 뻗어나왔다.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은 재빠르게 보트를 버리고 검은 기둥으로 건너뛰었다. 칸다 강의 수면이 넓게 부풀어오르고, 뒤이어 그 거대한 선체가 의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범선이다. 대항해시대의 대서양을 개척하며 누비던, 떡갈나무로 만들어진 범선. 뱃머리로부터 위협하듯 뻗어나온 장대. 완만하게 구부러진 중후한 선체. 요새처럼 주위를 위압하며 솟아오른 선미루. 밤하늘을 꿰뚫는 세 대의 마스트에 나부끼는 선혈로 물든 범포. 서번트 ≪방랑하는 네덜란드인≫이 소유한 궁극의 ≪보구≫. 「저것이 방황하는 네덜란드 배, 플라잉 더치맨……! 폭풍의 바다를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저주받은 유령선…….」 규격을 벗어난 마술이 현현하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한 나의 뺨이 찡하고 저려왔다. 전설에 전해진 그대로인 붉은 범포와 칠흑의 선체의 모습에 몸이 전율했다."선장"―――다시말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 운명을 함께하는, 영원히 안식이 주어지지 않는 유령선. 잔교로 밀어닥친 높은 파도에 발밑이 넘어질 뻔하면서도, 강력한 영기를 두르고 출현한 배의 위용으로부터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범포의 공격을 피했던 악귀들은 집요하게 선체에 달라붙으려 했다. 하지만 그 허가받지 않은 승선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영혼들은 뱃사람의 망령으로 모습을 바꾸며 차례차례 갑판에 내려서서 허리의 선도(커틀라스)를 뽑아들었다. 마치 유원지의 어트랙션처럼. 그들 또한 플라잉 더치맨 호의 저주에 얽매인 자들이다. 무시무시한 보구의 일부. 그 칼날에 자비 따위가 있을 리 없다. 「HA!」「HA!」「HUI---SSA!」「시시한 마물들이군. 대포를 쏠 필요도 없어!」「피를 좀 더 내놔라, 선장!」「HUI-SSA!」육지에서의 호된 고생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압도적인 우위에서 그 백병전은 결착이 지어졌다. 아하셰로스는 멀찍이 높은 곳에서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것이 마스터로서 올바른 태도이기는 해도 어쩐지 열받는다. 마지막으로 남은 그램린 한 마리를 "선장" 스스로가 노를 휘둘러서 한 방에 때려눕혔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둬라 선원들. 우리는 난바다로 향한다!」"선장"이 다시 한 번 출항의 신호를 날렸다. 그가 노로 가리킨 밤의 수평선에서는 벼락이 깜빡거리고 천둥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들이 이 마을에 처음 찾아왔을 때와 똑같다. 폭풍의 바다가 또다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득히 펼친 돛에 바람을 한껏 받으며 유령선이 나아간다. 작아지면서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드는 뱃그림자. 창백하게 일렁거리는 망령들의 노랫소리만이 남아 아무도 없는 부두에 울려퍼졌다. 「Der riss, Nicht, Ewigkeit――― Der riss, Nicht, Ewigkeit―――」 교실 라이브러리에서 들었던 그 문구를 나는 따라서 읊조렸다. 「"Der riss……Nicht……Ewigkeit" "마왕의 저주를 받은 돛이로다……심판의 날까지 찢어지지 않으리……".」 "선장"의 모습은 이미 여기서는 보이지 않았다. 선미루에 기대고 선 가느다란 사람 그림자 하나만이, 혼자 손 흔드는 것도 잊은 채 마지막까지 이 도시의 불빛을 되돌아보는 것 같았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4 ―――다음날. 나는 어느 "정보상"을 방문했다. 동행한 프란 소년도 이번에는 입점을 거부당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아담한 고급 호텔. 중후한 르네상스 양식의 로비 구석에, 두 사람의 콩세르주가 있다. 오빠인 "체사레". 여동생인 "루크레치아". "보르지아 남매"라고 불리는 2인조 서번트. 어린 외모에 노회한 정신이 깃든, 내가 가장 상대하기 서툰 타입. 두 명은 키도 얼굴도 쌍둥이처럼 쏙 닮았다. 아담하고 귀여운 천사와도 같이 무구하고 순수한 인상의 소년소녀. 나이든 호텔 오너가 그들의 마스터지만, 거의 이 남매가 경영을 도맡고 있다는 것은 공연한 사실이다. 두 사람 입장에서 경영은 여흥일 뿐이겠지. 생전에 체사레는 아버지인 로마 교황의 수족으로서, 또 본인 역시 대주교로서 교황청 내외에서 권력을 휘둘렀다. 루크레치아는 "여신"라고 불리기까지 한 미모를 무기로 정략결혼을 거듭했다. 이 남매와 관련된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의심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후세 사람들에게 특히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권모술수의 대명사로까지 알려진 보르지아 가문의 혈통, 권력에 대한 집착과 능수능란함은 모자이크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과거의 ≪성배전쟁≫의 전장으로부터 멀어져서 평화를 구가하게 된 신세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독무대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5 「어머, 에리세 쨩.」「안녕, 에리세 군.」대리석 카운터에 팔꿈치를 올려놓은 두 사람이 미소지으며 인사했다.「슬슬 올 때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어.」「그 데려온 애가 기르는 주인이 없다는 서번트지?」무례한 농담은 무시한다. 소년은 내 앤틱 고글이 마음에 들었는지 착용한 채로 외출했다. 남매는 나와 프란을 맞이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따른 쇼트 글라스를 권해왔다. 증류된 알콜에서 나는 톡 쏘는 향기가 감돌았다. 「……미성년이니까 사양합니다.」 말을 골라가며 진중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신 건네받은 주스에 손을 가져가려하는 프란 소년의 어깨를 잡고 뒤로 당긴다. 「뭔가 알고 계신가요?」 카운터 옆에 놓인 높은 의자 위에서 루크레치아가 천천히 다리를 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타깝지만. 도시정보망에 전달된 것 이상은.」 「하지만 대신 이걸……여기 있어.」체사레가 새끼손톱 크기의 저장 미디어를 카운터 위에서 내밀었다. 마술적인 자물쇠가 붙어있어서, 열쇠에 대응되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통하지 않고도 내용을 직접 읽을 수 있다. 때문에 해킹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다.「이건……?」 「그저께부터 수일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위법적인 소환을 행하려 했던 시민들의 리스트야. 특히 소환이 실패했거나 미수에 그친 자들을 추출해뒀어.」「…………과연.」 수수한 조사이긴 하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실마리였다. 발로 뛰어다녀야 했을 귀중한 정보가 무척 손쉽게 손에 들어왔다. 위법적인 소환은 물론 범죄이지만,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역시 모자이크시에서는 무거운 패널티를 받는다. 그렇다고 그걸 주저해서는 정보상을 운영할 수도 없겠지만. 「……꽤 크게 선심을 쓰셨네요?」 「그야, 에리세한테는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그건 피차 마찬가지인데요.」 이 남매에게 받은 정보의 대가로서 금전 이외에도 내가 알고 있는 이 마을의 언더그라운드에서의 비밀들을 일부러 흘린 적은 있었다. 내가 처리한 서번트가 그들에게 있어 귀찮은 존재였다고 판명된 케이스도 과거에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의 손 안에서 놀아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해진다. 기록 미디어를 향해 뻗을 뻔했던 손가락을 천천히 되돌렸다. 저건 굉장히 맛있을 것 같은 먹이지만, 아마도 독이 들었다. 「사실 오늘은 이 애 때문에 온 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치토세가 여기 왔죠? 아마도, 어젯밤 쯤에.」 남매의 반응은 무척 단조로웠다. 이 다음 내가 나올 태도를 살피고 있었다. 「―――카렌으로부터 의뢰를 받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분간 제 쪽 장사는 영업 중지에요. 당신들의 도움도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체사레는 카운터에 턱을 괴면서 나와 프란 소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장사……장사라……에리세 군. 너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고, 득을 본 사람도 아주 약간은 있어. 하지만―――」 루크레치아가 뒤이어 말했다. 「에리세? 당신 본인은 아무런 이득도 없었잖아? 이 기회에 잠시 바캉스를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혹시 여태까지 얽혔던 상대들이 보복해올게 걱정된다면 세이프 하우스를 소개해줄 수도 있어. 값은 조금 비싸게 받겠지만.」 「세이프하우스……인가요.」 나는 확신했다. 치토세는 여기에 찾아와서, 그들에게 협박 비슷한 압력을 넣었던 게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 배경을 그들은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다른 뭔가를 숨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쪽도 카드를 내보일 수밖에 없다. 나는 짐짓 한숨을 내쉬고서 말했다.「아키하바라 백화점의 성유물점 주인이 털어놨어요. 쿤드리가 위법 소환마술 재료를 조달했을 때, 어딘가의 정보상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 같네요…….」이건 어림짐작같은 게 아니라, 어제 카린과 헤어진 뒤 다시 그 가게를 찾아가서 얻은 정보였다.「최근 뒷사회에 유행하는 신형 영맥기생형 트랩이 있다는 것 같아서, 혹시 알고 계신다면 저도 대책을 세우고 싶은데……시뇨르・보르지아, 시뇨라・보르지아, 어떠신가요?」아주 약간, 오빠 쪽이 표정을 흐렸다. 도시관리 AI로부터 정규 의뢰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도시의 구조에 직접 간섭하려고 하는 무법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다면 즉석에서 행동에 나설 정도의 대의명분은 있다. 「후후후……못 당하겠는걸, 에리세 쨩한테는.」 오빠의 등에 단정치 못한 자세로 기대면서 루크레치아가 킥킥 웃었다.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 조금 전의 물건을 거둬가고, 새로운 기록 미디어를 내밀었다. 「…………!」 작은 놀라움과 불만의 기색이 체사레의 무표정에 스쳤다. 아무래도 여동생 쪽이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던 듯 했다. 「결코 NO라고 말하지 않는 게 우리들 콩세르주의 모토. 그렇지, 세사레?」 「……그렇지, 루크레치아. 그렇고 말고.」 살얼음 위를 밟는 듯한 위험한 생업을 계속하는 서번트. 정보상으로서 그들을 파멸시킬 수 있는 내 추궁을 피하기 위해서, 저쪽도 필요한 카드를 내보였다. ―――이걸로 용건은 모두 끝났다. 그대로 곧장 로비를 뒤로 했다. 이곳은 조용하고 아름답지만, 오래 머물 장소는 아니다. 독기에 물들어서 괴로워질 뿐이다. (3명의 반려와 8명의 아이들……어떤 기분이었을까…….)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남매. 특히 여동생 쪽에 대해서는 이런 상상이 들곤 한다. 역사상에서 정략결혼의 도구로 사용된 루크레치아가, 오빠 체사레나 아버지인 교황 알렉산데르 6세에 대해 사실은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까. 거미처럼 실을 뻗어서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던 건 아닐까 하고. 「또 봐, "사신" 씨.」「기다리고 있을게.」 카운터 안에서 작게 손을 흔들며 남매가 인사했다. 「안녕.」 프란 소년 역시 예의바르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6 카린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누가 얼마나 진지한지는 다른 사람이 멋대로 정하는 게 아니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평화로운 신세계의 환경에 익숙한 서번트들도 있다. 그런 한편 싸움의 세계에 몸을 던지고 인생을 바쳤던 영령들도 있다. 싸움은 더이상 필요 없는지, 또다시 피를 원하는지는 제각각이다. 한니발 장군은 후자였던 모양이다. 그건 바꿔 말하자면 그의 마스터에게 "성배"가 가리킨 운명이기도 했을 테다. 성배 토너먼트 출전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고양감과 명예를 얻으려고 하는 자들에게 열린 일시적인 전장이다. 그건 그것대로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7 붙임성 좋은 미소로 남성이 몸을 내밀었다. 「놀랍군. 코하루 군의 친구가 바로 그 "사신"이었다니.」「저, 저도 한니발 씨와 동석해서 영광입니다.」 초대면인 인물에게 "사신"이라고 불리는 바람에 당황했지만,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건 진심이었다. 그 상대가 "성배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선수라고 해도. 「한니발은 내가 소속한 팀의 지휘관입니다.」 코하루가 머뭇머뭇거리며 덧붙여 말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8 내 정면에서 코하루와 나란히 앉은 장년 남성은, 반팔 사파리 셔츠에 반바지라는, 그야말로 리조트다운 스타일이었다. 털로 뒤덮인 두터운 팔을 탁자 위에 묵직하게 올려놓고서 나와 프란 소년을 싱글벙글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중략) 「팀……그럼 다음 토너먼트는 팀 대결이 되는 건가요?」 한니발이 만족스러운 듯 팔짱을 꼈다. 「그래. 뭐니뭐니해도 신인 토너먼트의 우승자가 우리 군세에 참가해주니까 말이지. 이렇게 든든한 일도 없고말고!」 「한니발! 아, 아뇨……그렇지는……송구합니다.」 코하루는 얼굴이 빨개진 채 움츠리고 있었다. 천하의 명장 한니발에게 기대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나였더라도 당황할 테다. (이해해. 이해하고 말고……그런데 그런 표정도 짓는구나, 너. 조금 의외네…….) 「영감이랑 증손자로군. 간병이든 애보기든 둘다 사양이다.」 빈정거리는 말투의 갤러해드. 코하루가 그런 그녀의 서번트를 향해 얼굴을 찡그리며 혀를 내밀어보였다. 듣자하니 한니발의 마스터는 시합에 대비해서 상대 팀 마스터와 한창 조건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들은 그 사이 휴식시간에 코하루가 안내한 찻집을 방문한 것이었다. 서번트의 단독행동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령주≫의 주된 사용법 중 하나다. 동석자들로부터 한꺼번에 나온 정보량이 너무 많은 바람에 나는 당황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지. 나는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성배 토너먼트 같은 건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 「………….」 조심조심 성배의 기사를 곁눈질한다. 여전히 삐딱한 태도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문했던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플레이트에는 그다지 손을 대지 않고 붉은 와인만 마시고 있었다. 식욕이 왕성한 한니발과는 여기서도 대조적이었다. (중략) 신경쓰이는 점을 가슴 한켠에 접어두고, 그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한니발이 들려주는 일화들을 얌전히 경청했다. 그가 이끌던 군대가 전쟁터에서 경험한 꽤나 심각한 실패담들. 간간히 웃지 못할 농담도 섞여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귀를 기울이던 프란 소년이 문득 입을 열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79 『―――그럼 피글렛들, 이번에는 목을 반대편으로 돌리는 거야! 그래 그래 콧구멍은 서쪽! 꼬리는 동쪽으로! 슬슬 서군 쪽, 카르타고 연합의 전사들에게 눈을 돌려보자고! 자, 로마의 악몽이 이 콜로세움에 돌아왔다! 피레네를 넘고 알프스를 넘은 세 마리 전쟁 코끼리의 영혼은 지금도 함께한다! 천둥의 장군 "한니발"이 여기 있다!』 갤리선의 갑판에 팔짱을 끼고 선 한니발은 전통적인 전쟁 옷차림으로 몸을 감싸고 있어서, 찻집에서 봤던 리조트 스타일과는 전혀 인상이 달라져 있었다. 커다란 환성에도 찌푸린 얼굴을 조금도 무너뜨리지 않고, 아무도 다가오게 하지 못하는 긴박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0 「혹시 말이지, 괜찮다면 가르쳐줬으면 좋겠는데―――」 투기장에서 보여준 그 갑옷 차림의 여기사에 대해서. 어쩌면, 내 저주받은 체질과도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해설자가 말했던 네 "영령빙의(포제션)"라는 건―――」「……영령빙의(포제션)……인가요. 그건―――」주저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서번트를 힐끗 바라보았다. 「잠깐, 코하루 군. 기다리게. 에리세 군도.」온화하게 이쪽을 지켜보고 있던 한니발이 끼어들었다. 입 안에 아직 음식을 남긴 채 우물거리면서. 「―――그녀의 비장의 기술에 흥미가 있다면 직접 봐야만 하겠지. 우리들은 말하고 글쓰는 문관이 아니잖나? 치고받고 찔러대며 싸우는 자들이니까 말이지! 콜로세움에 오게나. 우리들이 싸우는 모습을 관전하러 오는 게 좋아. 다음 번 개최는 이제 곧이니까.」「엑, 그럼 에리세 씨를 초대한다고요? 하지만 관전 티켓은 벌써 매진이고……대기 번호도 다 찼다고―――」정공법으로 관전 티켓을 손에 넣는 방법은 없는 게 아닌가요―――라고 고지식하게 말하는 코하루에게 한니발은 파안대소하면서도, 뭐든지 뒷길이 있는 법이라고 타일렀다. 그리고 나는 코하루・F・라이덴프로스와 사적인 연락처를 교환하게 되었다. 초대 티켓을 입수하는 대로 수배해두겠다고, 코하로 본인도 당혹하면서 약속했다.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흘러가는 바람에 당황한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와서 시합 관전에 흥미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 (중략) 동료의 불화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한니발이 말했다. 「―――내 마스터가 부르는군. 슬슬 가봐야 하겠어.」 그렇게 고한 뒤, 그들은 변상비를 포함한 지불을 끝마치고 빠르게 가게를 뒤로 했다. (중략) 콜로세움으로 연결된 길 위에서 다행스럽게 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들을 불러세우고 숨을 헐떡이며 부탁을 꺼냈다. 「제가 "사신"이라고 불리는 걸 알고 있다면, 한 가지 충고를 들어주세요.」 부주의하게 주위에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는 이야기했다. 방금 얻었던 "령주 사냥"에 대한 정보를. 아직 도시정보망에서도 뉴스로 다뤄지지 않은 감춰진 사실들을. 모자이크시 각지에서 무차별로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 그 결과로 계약 서번트가 소실되어 희생되었다는 사실도. 「더 자세한 내용은……이 미디어에.」 「괜찮으신가요?」 미디어의 열쇠를 일시적으로 풀고 그 자리에서 코하루의 개인 부호로 바꿔놓았다. 코하루는 공손하게 손을 내밀어서 기록 미디어를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에리세 씨.」 「……응.」 충분히 설득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들은 내 말에 웃지 않고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줬다. 「이 마을에서는 아직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도……관객들에게 위험이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경비 쪽과도 협의해보지.」 「부탁드려요, 한니발 씨.」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1 그 직후―――중계 영상에 이변이 일어났다. 서군 카르타고 편의 기함을 비추면서 실황하던 마녀의 얼빠진 목소리가 통로에 울렸다. 나는 무심코 뒤돌아보았다. 선생님도 영상에 눈을 향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서군의 지휘관 한니발이 적진이 아직 멀리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리의 칼을 빼어들더니. 다음 순간, 동승하고 있던 부관 엘・시드의 배를 깊숙이 찔렀다. 「―――!」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경직한 시드에게 마스터가 낭패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피투성이의 검을 뽑아낸 한니발은 상대방이 항의하는 걸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한층 기세좋게 칼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시드와 마스터, 두 사람의 목이 배에서 굴러떨어져 가짜 바다에 가라앉았다. (중략) 「사치스럽구나. 이걸로는 부족한가. 그럼 내 아이들을 좀 더 불러볼까.」그녀의 말에 따라 통로 안쪽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슬 갑옷을 입은 거대한 코끼리였다. 대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을 짓눌렀는지, 네 다리는 전부 튀어나온 피로 젖어 있었다. 「기쁜가 보구나. 숲의 코끼리다. 인더스의 코끼리도 있어.」두 마리의 전투 코끼리였다. 로마 공화정을 유린했던 공포의 상징이다. 그들은 한니발을 따르는 일종의 서번트다. 그렇다면 한니발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끼리들이 적에게 복종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코끼리들의 출현에 코하루가 숨을 삼켰다. 그녀는 아마도 전쟁 코끼리들의 힘을 잘 알고 있을 테다. 검을 겨누면서 어깨 너머로 코하루는 나에게 속삭였다. 그녀의 마력이 고양되기 시작했다. (중략)「이 녀석은 말이지, 한니발의 숨통을 끊지 못하고 도망갔어. 그 뒤에 한니발은 계속 계속 인간들을 덮쳤지. 설마 책임감이라도 느낀 걸까.」-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2 적이 신호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코끼리들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입구에 세워져있던 돌기둥을 이마로 들이받아 무너뜨리고, 쓰러진 기둥을 두터운 코로 휘감아 쥐었다.「잠깐, 으, 앗.」몇 톤이나 나가는 돌기둥이 이쪽으로 날아왔다. 축 늘어진 코하루를 어깨에 들쳐매고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했다. 코끼리란 건 이렇게나 재주 좋게 움직일 수 있는 건가. 다른 한 마리의 코끼리가 한번 더 돌기둥을 휘감고 파성추처럼 돌진해왔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3 동시에 경기장의 메인 스크린에 그리스 풍의 하얀 튜닉을 입은 소녀(……여성?)이 크게 비추어졌다. 『기다렸지! 나의 귀여운 피글렛들!』 대음량의 인삿말이 콜로세움 전체에 울려퍼졌다. 『오늘은 성배 토너먼트 최초의 해전 스테이지를 선보이는 날이다. 그래, 바다(오케아노스)라고 하면 바로 나. 대마녀 "키르케"가 오늘 시합의 실황을 맡아야만 하지 않겠어!』고양된 기대감을 과시하듯이 관객들은 벌써부터 환성을 올리며 대답했다. 개중에는 실황자를 향해 천박한 야유를 날리는 자들도 있었다. 『오케이 오케이 사랑한다고! 자 그럼, 영광스러운 출장선수들을 소개하기 전에 오늘의 해설을 맡은 자들을 알려주도록 하지!』-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4 『동군 "오스만"편 해적들의 해설역은 이 남자다! ―――검은 수염 "에드워드・티치"!』 『이몸이외다―!』 엄청난 야유가 보내져왔지만, 팔을 치켜드는 검은 수염 본인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들 아는 모양이네! 그럼 다음으로 갈까!』『넘해!』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5 『서군 "카르타고" 연합의 해설역은 해군 장군 중의 으뜸! 이 남자가 없었다면 로마 제국 대신 클레오파트라가 지배하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되어 있었을 테다! ―――초대 로마 황제의 심복 "마르쿠스・빕사니우스・아그리파"!』(―――아그리파! 유명한 "악티움 해전"을 승리로 이끈 지휘관…….) 그도 마찬가지로 환호성에 답하려 하는가 싶었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실황 역할의 마녀에게 다가갔다. 『……이봐 이봐 잠깐만! 어느새 내가 해설역이 된 거냐? 어젯밤 갑자기 초대해줘서 와 봤더니 뭐냐 이건, 영문을 모르겠는데?』 『그게 말이지~사실은 알랙산드리아의 "에우클레이데스"한테 부탁했는데 직전에 갑자기 그만두겠다는 바람에 말야. 포리너들은 변덕스러워서 곤란하네에.』 『너 말이지……로마 군인인 나한테 하필이면 카르타고편 해설을 맡기는 거냐? 그리고 그림쟁이 서번트들! 내 얼굴 데생은 그만둬!』그야말로 고지식해 보이는 아그리파가 작은 마녀에게 애원당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해설역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각각의 채널에 맞춰서 좋아하는 팀의 해설을 즐기도록. 관전하는 도중에 출출해지면 큐케온을 먹으렴?』-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6 『그리고 부관은 카스티야의 불꽃의 검 "엘・시드"―――!』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7 (저 남자는……?) 바로 등 뒤에서 폭주하는 서번트가 뒤쫓아왔다. 가벼워 보이는 얇은 갑옷과 스모 선수처럼 풍체 좋은 체격은 전에 본 적이 있었다. 동군에 소속했던 해적 서번트 중 한 명이다. 중세 일본의 수군, 나가사키 마츠우라와 인연이 있는 마츠우라당의 총령이었을 테다. 단노우라 전투나 원나라와의 전쟁에도 참가했던, 일본 역사를 크게 좌우한 무사 집단의 우두머리다. 그야말로 빈틈없는 책략가다웠던 모습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빼들고 있는 칼은 시민들의 피로 젖어있었다. 마스터의 모습도 근처에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마무리를 지어주지 않으면……!) 보통 수단으로는 안 된다. 폭주하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그에게 마력이 결집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몸 여기저기에 뚫렸던 무수한 탄흔은 이미 막혀서 회복되고 있었다. 만약 이 자리에서 보구를 사용하기라도 한다면 무시무시한 피해가 발생할 테다. 전력을 다해 상대해야만 한다. (하지만……!) 등 뒤의 소년을 의식했다. 내 힘을 사용하면 주변의 서번트들까지 휘말리고 만다.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까? 「―――비켜주세요!」 머리 위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상층부의 통로를 달리며 서번트를 쫓아오던 한 명의 소녀가 난간을 뛰어넘어 도약하며 공중으로 몸을 던졌다. (코하루―――!?) 하얀 가운을 휘날리면서, 15 미터 이상의 낙차를 자유낙하한다. 자그마한 실루엣 뒤에 한순간 실체화한 갤러해드의 모습이 겹쳐졌다. 낙하하면서도 이런이런 하고 머리를 젓던 기사는 코하루의 허리에 팔을 두르며 끌어안았다. 그대로 재빠르게 회전하자, 낙하하던 두 사람의 몸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뛰어내렸던 두 사람은 한 명의 짙은 자주색 갑주를 입은 기사가 되어 바닥에 착지했다. 길거리 스크린에서 목격했던 그 날카로운 여기사가 되어서. (이것이―――영령빙의) 이런 형태로 그녀의 특기를 목격하게 될 줄이야. 태세를 갖출 틈도 없이 휘둘러진 커다란 검격을 코하루 역시 낮은 자세로 받아냈다. 「코하루……인거지!?」 「네!」 빙의 상태가 되서 성장한 코하루는 나보다도 키가 컸다. 허리에는 갤러해드와 마찬가지로 두 자루의 검을 매달고 있었다. 지금 빼들고 있는 것은 칼자루에 리본같은 천이 늘어진 특이한 장검이었다. 또 한 자루의 검은 아직 사용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에리세 씨, 그들은 영핵이 파괴될 때까지 멈추지 않아요……!」 「―――응. 그런 모양이야.」 「그러니까……저는 결심했어요.」 총령과 있는 힘껏 칼을 맞부딪치면서 코하루가 말했다. 「―――그저 갤러해드에게 명령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이 손으로 끝내주는 것이……그들에게 보내는 전별이라고―――」 쌍방 모두 양손으로 무기를 쥐고 아슬아슬하게 불꽃을 튀기며 칼날을 나눴다. 거리를 벌리기 위해 상대방의 자세가 무너진 틈을 놓치지 않고서 코하루가 매끄럽게 검을 휘둘렀다. 단순한 여력은 총령 쪽이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무리하게 달려든 순간, 코하루의 칼날이 소리없이 상대의 목 정중앙에 육박했다. 지직 하고 콘크리트 바닥에 균열이 생겨났다. 분노 그 자체가 형상으로 변한 듯한 모습의 총령이 덫에 옭아메인 짐승처럼 몸부림쳤다. 이윽고 그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져 나오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렇게 생각합니다.」코하루가 크게 호를 그리듯 칼을 휘둘러 도신에 묻은 피를 떨쳐냈다. 그리고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움찔움찔 쓰러진 채 경련하는 상대의 등에 검끝을 찔러넣었다. 칼을 두 번 휘두를 필요도 없이 그녀는 훌륭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뭍 위에서 칼로 맞서기에는 상대가 너무 나빴다. 총령의 영핵이 소멸하고서 피의 흔적마저 사라지기 시작한 그 자리에, 돌연 소년이 다가와 웅크리고 앉았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8 「……아, 그랬지. 미안. ―――응? 뭐지?」주위의 이변을 눈치챈 카린이 휙 하고 시선을 돌렸다.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불린 듯한 기분이 들어서 뒤돌아봤다. 역 앞 거리의 상점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주목을 끄는 목소리는 그쪽에서 들려왔다. 「에리~!」 「에리 쨩!」 「에리리~!」 「에리 님!」 「에리 아가씨!」(……뭣이라?) 귀에 들려오는 꺄악꺄악거리는 목소리들이 부르는 건 아무튼 에리 투성이, 다름아닌 나의 애칭이었다. 대체 무슨 일? 「에리, 라고 했네? 저 사람들, 친구야?」 「엣? 아닌……것 같긴 한데……」 「잠깐 가보자.」 축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연호하는 이름의 마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다가가봤더니, 그곳은 "의상 대여점"의 바로 앞이었다. 신장개업한지 아직 얼마 안 되는 점포다. 사람들이 몰려든 이유가 또 지난번의 움직이는 시체 소동 같은 게 아니라서 일단 안심했지만. 가게 앞에는 대충 서른 명 정도 되는 집단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시끌벅적한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은, 주변을 활짝 밝게 만드는 분위기를 발산하는 화려한 소녀들이었다. 선혈처럼 붉은 머리카락에 구부러진 두 개의 뿔을 가진 여성 서번트. 허리에는 파충류의 탄력적인 꼬리도 보였다. (뭐야, 그녀였구나―――) 특징적인 용모는 본 기억이 있었다. 진명 "바토리 에르제베트". 다른 이름은 엘리자베트・바토리. 그런 그녀가 한 장소에 다섯 명이나 모여 있었다. 이제 막 갈아입은 복고풍 의상으로 몸을 두른 채. 본래는 악녀의 대명사로 유명한 헝가리의 백작부인.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현현한 건 틀림없이 잔혹함과 순진함이 균형잡힌 최전성기의 모습으로서, 언제나 그렇듯 《성배》가 일그러진 지시를 내린 게 틀림없다. 「어때? 새끼 다람쥐, 새끼 돼지들? 이 TAISHO・MODERN이라는 거, 어울려?」 「좋아, 마음껏 찍도록 해.」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나를 찍으라고, 새끼 강아지!」 화살깃이나 동백 문양의 기모노에 감색 하카마. 《신주쿠》의 여성 시민들의 오소독스한 스타일 중 하나였다. 매력적인 포즈를 차례로 취하면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마음껏 찍게 내버려두고 있었다. 「하아……에리라는 건……엘리자베트의 에리였네. 헷갈리게시리.」보이저 역시 그녀들이 서번트라고 곧바로 눈치챘다. 「다들, 얼굴이 똑같네. 다섯 쌍둥이, 인걸까?」 「으응, 그녀들은 다섯 쌍둥이가 아니야. 동시에 여러 기가 소환된 동일 서번트야. 이렇게 한번에 같은 영기의 서번트를 본 건 나도 처음이지만.」「헤에. 그런 것도, 있구나.」어쩌면 각각의 클래스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충분히 드문 일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녀들의 마스터와, 엘리자베트의 열렬한 팬들이겠지. 의상 대여점은 모자이크시의 다른 마을에서 방문한 손님들을 위한 새로운 취향의 서비스인 모양이었다. 인간 손님들은 쇼와 초기나 다이쇼 시대의 실물 의상을 빌린다. 그리고 서번트 손님들은 전문 마술사가 작성한, 일시적인 효력을 갖는 영의를 극소 레이어로 피복시킨다. 아마도, 눈에 띄지 않는 손목이나 가슴께에 마력을 발하는 작은 보석을 가지고 있을 테다. 예전부터 《신주쿠》의 문화기준에 따른 평범한 의상 대여점은 있었지만, 서번트를 장사 상대로 포함시킨 점이 참신했다. 그것도 그럴게 영기에 대한 일종의 해킹 기술이다. 마술적으로도 꽤나 복잡한 기술이고, 오래 전부터 위법이었을 테지만, 이렇게나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있는 걸 보면 규제가 완화된 모양이다. 「그렇군 그렇군. 엘리제 오프 모임이었던 거네. 납득~.」 「카린도 알고 있어? 엘리자베트.」「응. 이따금씩 본 적도 있어. 엘리제 몇 명은 《시부야》 주민이니까. 라이브하우스 같은 곳에는 엄청 큰 간판에 단골로 나오고. 뭐, 나는 라이브에 한 번 가보고 질렸지만.」「그래? 꽤나 좋은 목소리라고 생각하는데……그럼 저기 둘러싼 사람들도 《시부야》에서 놀러온 사람들이네.」그러고 보니 코요도 「파충류와 커다란 뿔」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한편 저쪽은 용종속성, 이쪽의 귀녀는 거의 통째로 공룡속성이지만. 「그건 그렇고 에리코 양이여. 저 복고풍 양복 괜찮지 않아? 모던 걸이라고 하나? 엄청 귀엽잖아!? 아니 있지, 열차 내리고부터 내 옷차림만 왠지 붕 떠있는 거 아닌가? 하고 계속 생각했는데―――」「의상같은 거 안 빌릴 거니까. 그런 쓸데없는 딴짓은 안 할 거야.」나는 보이저의 손을 잡고 총총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카린의 호기심에 어울리고 있다가는 시간을 무한정 소비해버리게 된다. 「에에~!? 입게 해주라! 모던 걸, 모던 거~얼!」동시에 이동을 시작한 엘리자베트 모임에 휘말리는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우리들은 때마침 광장에 들어오고 있던 노면전차에 올라탔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89 「이런 이런 이런.」 여자의 몸에 깊은 일격이 새겨졌다. 어깨에서 유방에 걸쳐 비스듬하게 벌어진 상처 안쪽에 새하얀 살과 지방이 보였다. 「이건 좋구나. 무척 좋아. 소중한 머리통을 주마. ―――너는, 나 "은잠비"와 동질의 힘을 지녔구나.」 그 말은 나를 향한 노골적인 칭찬이었던 걸까. 여자는 스스로의 입으로 진명을 고랬다. "은잠비"―――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좀비 전승의 원전이 된 콩고 빌리족의 지고신. 모든 생물의 어머니이자 여왕. 「다시말해―――"죽음" 그 자체다.」-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0 옆에 있는 코하루의 분위기를 보고서 나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 역시 눈치채고 있는 모양이었다. 압도적인 마력을 지닌 존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거에요―――저 마술사(캐스터)!」물품들이 흐트러져 있는 작은 입장구에 오후의 태양빛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 그 아래에, 철퍽철퍽 맨발로 걸으며 흰 머리카락에 검은 피부를 지닌 서번트가 있었다. 마치 물건이 든 자루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한쪽 손으로 시민의 시체를 질질 끌고 있었다. 그것도 3인분이나. 틀림없이 명백한 적 서번트였다. 「마술사(캐스터)가 아니야. 요술사(소서러)다.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느릿느릿하고 끈적끈적한 동작. 목소리만큼은 애교있는 어린 소녀 같았다. 위쪽부터 아프리카적인 원색의 케이프를 빈틈없이 뒤집어쓰고, 하반신에는 금속성 장신구를 지니고 있었다. (중략) 일방적으로 떠들면서, 아마도 여자일 그 적은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또 한 명은……뭐야……너는, 뭐지?」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보석과도 같은 붉은 눈동자.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1 그 서번트가 기묘한 형태의 검을 휘둘러 쥐고 있던 시체의 팔을 잘라냈다. ≪령주≫를 절단한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너희들, 둘 다 재미있네.」절단 작업을 끝내고서, 바닥에 떨어진 팔들을 집어들면서 적은 이쪽을 바라보았다. "령주 사냥"……! 그 서번트는 몸 전체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빼앗은 령주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절단된 손목과 발목, 뽑힌 쇄골, 입을 꿰맨 잘린 머리. 그 중 새로운 것들에는 모지이크시의 시민들 특유의 ≪령주≫ 문양이 있었다. 「―――한 쪽은 인간이 아니네. 호문쿨루스구나. 꽤나 묵직한 영령이 들러붙어서 숨이 간당간당하네. 뭐 상관없지만. 령주는 받아갈게.」(……! 코하루……너…….)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2 그 등 뒤에서 팔이 잘린 시체들이 일어섰다. 주변을 둘러보자 한층 더 많은 시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출구로 쇄도했다가 무참하게도 탈출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망해였다. (……!) 교복을 입은 소녀의 시체를 보고서, 나는 움찔하고 몸이 굳었다. (……윽……카린은 아니구나……틀림없어. 저 여자가 연속살인사건의 실행범이야……!) 시체들이 이쪽을 바라보더니 기묘한 자세로 종종걸음치며 붙잡으려는 듯 팔을 뻗었다. 나는 프란 소년을 물러나게 했다. 앞으로 나온 코하루가 다가오는 시체들을 냉정하게 걷어차며 팔다리를 잘라 행동불능으로 만들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3 어두운 표정으로 코하루는 말을 중단했다. 「유감스럽지만 《령주》의 사용은 어려울 듯 합니다. 라이덴프로스 가문의 훈련실에서 실험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코하루는 의식을 집중해서 자신의 령주를 떠오르게 했다. 패치 아래에 가려져서 흐릿하게 보이는 그녀의 령주는, 산다화 꽃잎과 닮은 원형에 가까운 문양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점대칭을 이루는 패턴은, 반쪽이 불균형하게 결손되어있는 채였다. 「보시는 대로 령주의 자연회복도 거의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은잠비의 칼에 찔렸을 때, 저의 "마술회로"의 기능을 거의 빼앗긴 모양이에요.」「………………그럴 수가……」 말문이 막혔다. 나쁜 예감은 적중했다. 은잠비의 이형의 나이프는 "령주 사냥"에도 사용되었던 흉기였다. 물질화된 신화개념의 일부이기도 한 강렬한 저주의 집적체. 많은 서번트들을 미쳐버리게 만든 저주의 일격에 의해 마술회로 전체를 파괴당하고 지배당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기적이었다. 무언가의 가호가 작용한 것이다. (갤러해드가……빙의되어 있던 그가 코하루를 지켜준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던 나는 퍼뜩 떠올렸다.「그럼 "영령빙의"는? 갤러해드를 빙의시키는 코하루의 기술은……?」코하루는 옅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그것도 불가능합니다.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걸 견디고 있을 뿐이에요. 고농도의 마력이 흘러들어가는 영령빙의를 실행한다면, 혹사된 마술회로 자체가 붕괴할 거라고……그렇게 저희 스승은 말씀하셨습니다.」-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4 폭주하는 서번트들을 몇 번쯤 처리하는 사이에 그들의 특징을 파악하게 되었다. 경비 정보망에도 무력화하는데 성공한 경우의 보고가 담담하게 올라왔다. 전부 흉폭하긴 하지만 분명하게 저항하려는 의지를 지닌 서번트는 없었다. 전투 도중의 버서커 같은 격렬한 광화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거리를 벌리고 냉정하게 영체차단 그물로 포획하면 대처할 수 있다. "령주 사냥"과 관련해서 다른 지구에서 자주 보고되었던 움직이는 시체는 콜로세움 안에서는 아직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처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는 해도, 처리해야 할 상대의 숫자 역시 늘어나고 있었다. 한 곳에서 폭주가 발생하면 몇 분 뒤에는 그 주변에 세 건이 추가로 발생한다. 그야말로 접촉을 통해 폭주상태가 감염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경비원들이나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그 단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치―――부두교의 주술 "좀비" 같다고. (사령마술이(네크로멘서)라면 현실의 몸이 대상이겠지……영령의 영체를 좀비로 만들다니…….) 마스터의 지배권을 빼앗는 것이 목적이라면 보다 효율 좋은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서번트를 사역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수단의 난이도에 비해 현재의 상황은 너무나도 우직하다. (그저 "죽음"을 퍼뜨리고 싶어서……?) (중략) 아직 감염되지 않은 서번트들은 냉정하게 주변과 협조하며 마스터를 지키려 하고 있었지만, 궁지에 몰려 초조감에 사로잡힌 시민들 중에는 그 서번트에게 자신을 우선해서 구해달라고 하는 쓸데없는 행위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5 「―――아뇨. 제가 쫓고 있던 건 다른 사람입니다. 한 명의 마술사입니다.」「마술사……?」경기장 안쪽에서부터 그녀가 추적하고 있던 건 완전히 미지의 상대였다고 한다. 한니발과 그의 마스터, 그 밖에 유력한 서번트들을 동시에 계략에 빠뜨린 수완가다. 「감염된 대상의 지성은 현저하게 저하. 주변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성. 그리고 영체를 통한 접촉감염. 전혀 본 적이 없는 마술입니다. 시식귀……혹은 저급 "흡혈귀"의 아종일까요?」「으응, 있어. 이것과 비슷한, 그야말로 유명한 주술이. 다만…….」픽션이지만. 영화 세계의 이야기지만……. 본래는 시체를 노동력으로 사역했다는 수상쩍은 민간전승이 노예무역 시대를 거쳐 변화한 것이다. 「좀비? 부두교의 주술 말인가요.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겉모습은 어른스럽게 변했지만, 놀라는 모습은 원래의 코하루다운 분위기가 남아있었다. 「……엘・시드와 그 마스터가 사망한 뒤, 경기장에 난전이 일어나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엉망진창으로 뒤섞여버리는 바람에 서로 거리를 벌리기로 하고 흩어졌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한테도 만약 감염이 퍼졌다면 피해는 이 콜로세움만으로 끝나지 않겠죠. 한층 커다란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겁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6 갤러해드에게 빙의된 코하루는 인간과 서번트의 중간에 놓인 존재라고 한다.「영령빙의(포제션) 상태에서는 감염되는 걸 막을 수 있는 게 아닐까……?」「그럴 거라고 기대하고는 있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런데……에리세 씨의 팔에 묻은 피는 부상을 입은 게 아니죠?」-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7 「―――건방증이 심한 자들도 있지만 말이지. 잊어버렸던 죽음을 불러일으켜줬을 뿐이야. 메멘토모리, 라는 거다. 어디보자. 갤러해드는 아직 숨어있는 건가. 슬슬 여자애 꽁무니 뒤에서 나오는게 어때. 네가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봐주도록 하지.」―――아니. 실제로 어느 쪽이든 값싼 도발이다. 마지막까지 영령빙의(포제션)를 풀어서는 안된다. 코하루에게 눈짓하자 그녀도 말없이 끄덕였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8 「사치스럽구나. 이걸로는 부족한가. 그럼 내 아이들을 좀 더 불러볼까.」그녀의 말에 따라 통로 안쪽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슬 갑옷을 입은 거대한 코끼리였다. 대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을 짓눌렀는지, 네 다리는 전부 튀어나온 피로 젖어 있었다. 「기쁜가 보구나. 숲의 코끼리다. 인더스의 코끼리도 있어.」두 마리의 전투 코끼리였다. 로마 공화정을 유린했던 공포의 상징이다. 그들은 한니발을 따르는 일종의 서번트다. 그렇다면 한니발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끼리들이 적에게 복종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코끼리들의 출현에 코하루가 숨을 삼켰다. 그녀는 아마도 전쟁 코끼리들의 힘을 잘 알고 있을 테다. 검을 겨누면서 어깨 너머로 코하루는 나에게 속삭였다. 그녀의 마력이 고양되기 시작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99 코끼리를 타고 땅을 울리며 추격해온 은잠비의 목소리가 어슴푸레한 통로에 울려퍼졌다. 「이 요새를 기점으로 죽음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게 느껴지지?」……죽음의 영역? 나로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서번트와 계약한 사람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 번이라도 『죽음』을 경험한 자들은, 내 아이들이다. 나 은잠비의 귀여운 아이들이니까 말이야.」 터무니없이 황당한 말이 들려왔다. (한 번이라도 죽음을 경험한……!?) 엉터리 같은 말로 이쪽이 절망하도록 유도하려는 셈일까. 아니면 설마 서번트들이 전력을 다하지도 못한 채,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고전한 건 은잠비 신의 요술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 「―――건방증이 심한 자들도 있지만 말이지. 잊어버렸던 죽음을 불러일으켜줬을 뿐이야. 메멘토모리, 라는 거다. 어디보자. 갤러해드는 아직 숨어있는 건가. 슬슬 여자애 꽁무니 뒤에서 나오는게 어때. 네가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봐주도록 하지.」-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0 칫―――하고 적이 몸을 숙이고 있던 장소에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귀에 닿는 것보다도 빠르게, 여자는 코하루의 옆에 나타나 기묘한 검을 휘두르며 그녀의 몸을 날려버렸다. 코하루가 충돌한 경기장의 안쪽 벽이 마치 공업 해머를 휘두른 것처럼 분쇄되며 무너져내렸다. 그녀의 몸이 벽의 잔해에 파묻혀 사라졌다. 「역시 서번트는 자르기 힘드네. 오른손을 노렸는데 그걸 막아버렸어.」나는 즉석에서 "마탄"을 적에게 발사했다. 하지만―――. 잔해 속에서 튀어나온 코하루가 맹렬한 기세로 적에게 덤벼들었다. 적은 그 기묘한 검으로 코하루의 공격을 받아냈다. 충격파가 홀 전체를 저릿저릿하게 뒤흔들었다. 코하루는 조금 전의 수군 총령을 상대할 때보다도 고전하고 있었다. 적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구부정하게 앞으로 몸을 숙인 자세 그대로, 한쪽 팔로 칼을 휘두르며 코하루의 공격을 한층 강한 힘으로 튕겨냈다. ―――!」코하루의 두 팔이 위로 올라가버린 틈을 적은 놓치지 않고 또다시 그녀를 난잡하게 날려버렸다. (아앗……!) 직각으로 구부러진 벽의 모서리 부분에 강하게 몸을 부딪친 코하루가 피를 토했다. 「이 녀석은 말이지, 한니발의 숨통을 끊지 못하고 도망갔어. 그 뒤에 한니발은 계속 계속 인간들을 덮쳤지. 설마 책임감이라도 느낀 걸까.」이 여자는 정말로 마술사(캐스터)일까?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마력은 한층 더 강력해지고 있었다. (그녀 안의 갤러해드는 뭘 하고 있는 거야……!?) 본래의 상태가 아니라고는 해도, 원탁의 기사 갤러해드를 백병전으로 이렇게까지 압도하며 농락한다. 영령의 격에 걸맞는 상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도망치는 발만 빠른 새끼 사슴이 나를 향해서 올 줄은 말이지. 하하하―. 하하하―.」 신음하면서 몸을 일으키려 하는 코하루. 그 앞에 흐느적흐느적 다가간 여자는 쓰러져 있는 그녀의 오른팔을 밟고서 검을 휘둘러 바닥까지 깊숙이 찔렀다. 가까스로 절단되지는 않았다. 「아악―――!」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코하루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워버리듯이 여자가 조소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1 「―――내 아이들은 이 성곽의 반대편에 있다. 그쪽 출구는 전부 막아놨으니까. 살아남은 자들이 힘내서 농성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안쪽에도 내 아이들이 있단 말이지.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어. 이 요새도시의 서번트들은 다들 하나같이 허약하니까 말이야.」「……아직 피난하지 못한 시민들이 있는 거야?」「하하하―. 가족이 충분히 늘어나면 다음은 바깥으로 가볼까. 무척이나 재미있을 테지.」(도시 전체를 표적으로……! 그걸 위해서 이 투기장에서 한층 힘을 모으려는 거야……?) 저건―――아마도 "신령"이다. 어딘가의 신으로서 숭배받았던 존재가 서번트로 소환된 것이다. 하지만 ≪성배≫에 의해 소환되었다면 그 신격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진짜 신은 아니야……겁먹지 말자……!) (중략) 「그래서 말이지. 이쪽 성문으로 빠저나가는 무리는 소탕할 것. 그런 약속이거든. 그 가지는 귀찮지만 이렇게 하면 되겠지.」-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2 은잠비가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좌"로부터 보내진 미래의 영령……? 그런 것 같진 않네. 어쨌든 영령인 이상 죽었다는 거겠지? 내 나이프로 물어보도록 하지. ―――어디, 금의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아이야. 네 죽음의 형태를 풀어주마.」(……어쩌지……시간을 벌어야만……하지만…….) 지금은 소년이 은잠비의 흥미를 끄는 미끼가 되고 있지만, 만약 은잠비가 갤러해드에게 주목해서 좀비가 되는 감염을 전염시킨다면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계산보다도 먼저 팔다리가 움직여버리고 말았다. (중략) 「너희들은 이제 됐어. 다음은 그 남자애가 보고 싶다. 말린 머리통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귀엽구나.」 은잠비는 코끼리의 코 끝에 걸터앉더니, 웅크린 자세 그대로 코끼리의 등에 올라탔다. 「……응? 아니면, 뭔가 감추고 있는 걸까?」두 마리의 코끼리로부터 도망치려고 달려간 앞에는 움직이는 시체, 좀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략) 「……안 돼……!」 「꼴사납구나. 남자애 쪽이 훨씬 말귀가 좋을 것 같네.」 느긋하게 물구나무를 서고서, 손바닥으로 지면을 때려 몸을 띄운 은잠비가 두 발을 교차시키며 용수철처럼 나를 차서 날려보냈다. 「크악……아……!」 내던져진 몸이 모래바닥을 굴렀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숨을 쉴 수 없었다. 옆으로 맞닿은 지면으로부터 격렬한 진동이 전해져왔다. 경기장 반대편으로부터 폭발음이 뒤흔들었다. 싸우는 자들의 목소리와 벽이 무너지는 소리. 연사된 발포음. 노성과 비명. 카린이 외치는 목소리도 들린 것 같았다. 다양한 싸움의 소리가 지면으로부터 전해져왔다. 피로 굳어지고 격통으로 뒤집힌 안구를 손가락으로 되돌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시선 끝에서 은잠비가 나이프를 소년의 가슴에 찌르려 하고 있었다. ―――안 돼. 흙을 움켜쥐고 기어가면서 그를 향해 나아갔다. 이 세계에는 더럽힐 수 없는 것, 더럽혀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고. 설령 만능의 ≪성배≫라고 해도 결코 뒤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너……내가 무섭지 않은 모양이구나.」소년은 은잠비의 붉은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고, 그리고 말했다. 「당신은, 뱀이 아니야.」 가슴에 닿은 나이프의 칼날에 소년이 가만히 손을 가져갔다. 「그러면 나, 무섭지 않아.」 「…………뭐라고?」 은잠비는 의아해하며 나이프를 되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 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금이 갔어……!? 이녀석!」 기묘한 형태의 나이프가 소년의 손끝이 닿은 부분부터 흰색으로 빛나더니, 섬광과 함께 산산조각났다. 시야를 가로막은 빛과 열이 간신히 사라졌을 때는 소년 혼자만이 서 있었다. 힘을 다 써버린 것처럼 무릎이 꺾여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은잠비는……!?) 검은 피부의 여자는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주변의 기색을 탐지했다. 순간적으로 의사적인 물질상태를 해제하고 투명한 영체로 변화한 걸까? 여전히 계속해서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한 번의 위기가 지나가버린 것 같았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3 모자이크시의 서번트라면 영핵을 분쇄당해 곧바로 소멸되는, 악마 자미엘의 탄환. ―――탄환은 틀림없이 명중했다. 하지만……여자의 등쪽에서 영체에 침입한 탄두는, 그대로 몸을 관통해서 반대편 가슴을 뚫고 나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닥에 떨어졌다. 피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 대신 여자가 옷에 매달고 있던 쇄골 하나가 부슬부슬 가루가 되어 사라렸다. (중략) ―――닿지 않았다. 적 서번트의 영핵을 끌어내는데는 실패했다. "은잠비"가 두른 영체의 유연한 표층 안쪽에는 터무니없이 단단한 층이 잠들어 있었다. 마탄(프라이쉬츠)을 관통시켰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분명히 그 안에 있었다. 곤란한 듯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를 내려다보던 여자는 몇 개나 매달고 있던 손목 하나를 움켜잡더니, 위쪽으로 떡하고 벌린 입에 쑤셔넣고 잘근잘근 씹어먹기 시작했다. 아작, 아작, 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령주≫의 문양이 옅어지며 말라 비틀어져갔다. (령주를……먹고 있어……?) 그 틈을 타서 나는 상대가 뒷걸음친 장소로부터 코하루를 안아들고 잽싸게 물러났다. 간신히 소년이 있는 곳까지 물러나서 뒤돌아보자, 이미 적의 몸은 "도끼"에 베인 상처가 사라진데다 입고 있던 케이브까지 회복되어 있었다. 「―――꺼억. 너의 뼈는 잘 모르겠네, 마술 사용자. 뭐, 그 검은 가지는 파악했어. 불쌍하고 원통한 자들의 손톱이야. 썩 잘 어울리는구나.」말라 비틀어진 손목의 파편이 후드득 지면에 떨어졌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4 그러나, 또다시 돌연 내 눈 앞에 새로운 적이 끼어들어 진로를 막아섰다. 선명한 원색의 망토. 검은 피부에 붉은 눈동자를 지닌 나신의 여자가. 「여어, 계집아이들아.」중장비의 삽에 풀스윙으로 얻어맞은 듯한 강렬한 발차기였다. 간신히 받아내는 자세를 취했지만, 이미 팔은 저릿하게 감각이 없어졌다. 이 발차기를 코하루는 정통으로 맞았던 것이다. (코하루―――!)다행이도 벽면에 부딪치기 직전, 공중에 출현한 사복 차림의 갤러해드가 그녀를 받아냈다. 그대로 벽을 차서 두 사람은 착지했다. 「갤러해드 경……!」 「―――용서해라. 내 실수다. 기절했지만, 치명상은 아니다.」「아뇨,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제 실수에요…….」이 때만큼은 그가 실체화하고 있던 게 방심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쓸데없는 살의를 억누르고 있었다면 접근을 눈치챘을지도 모르니까. 그대로 그의 곁에 합류해서 새로운 적과 대치했다. 나타난 여자는 그 자리에서 빙글 몸을 돌리더니, 화사한 망토를 보란 듯이 드러냈다. 「역시 들켜버린 건가. 체엣, 속임수는 오래 가지 않는구나.」「……은잠비……!」다시 모습을 나타낸 신령 서번트는, 지면에 쓰러진 여자의 곁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우리들을 떨어뜨려놓기 위해, 일부러 거리를 벌리는 타격을 휘두른 것이다. 「이 은신의 주술은 제법인 물건이지만, 한 번 정체를 들켜버리면 무효가 되는 게 아쉬운 부분이네. 또 그 녀석에게 걸어달라고 하기는 귀찮구나.」쓰러진 여자가 힘없이 손끝을 은잠비에게 뻗었다. 「은잠비……쨩……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은잠비는 온화하게 웃으며, 피투성이가 된 동료 여자의 머리를 이리저리 쓰다듬었다. 「……어디 어디, 주술을 간파한 감이 좋은 녀석이 있겠지? 이건 살짝 아프게 만들어주지 않으면, 도망쳐도 쫓아와버리려나?」 「도망쳐……?」 이전에 우리들을 압도했던 적의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하하하. 내 나이프는 수리중이거든. 날이 빠진 게 심해서 새로 갈고 있단다. 그러니 오늘은 너희들이랑은 놀아줄 수 없어. 아쉽구나 아쉬워.」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5 「―――죽게 놔주는 게 좋다.」 내 곁으로 기척을 지니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장된 자들만이 변하지 않는 진실이 된다.」 아니, 기척은 있었다. 너무나도 가까이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 은잠비에 뒤지지 않는 신성한 영기가, 신기가, 경기장의 어둠 속을 채워갔다. (중략) "목소리"는 경사로 앞에 엎드린 한 마리의 개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어둠보다도 한층 더 어두운, 밤의 칠흑과도 같은 검은색 털에 긴 귀를 지닌 우아한 개였다. 농후한 오리엔트의 풍격을 두르고 있었다. 개 옆에는 한 명의 소녀가 서 있었다. 민족적인 드레스로 몸을 감싼 천진난만한 분위기의 소녀였다. 「다만……거기까지 그 여자가 저항하면서 만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던 자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말이지.」 「에리세 양……안 돼요……서둘러서…….」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6 ―――「죽음이란 건, 뭐야?」소년이 중얼거린 무서운 말을 듣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목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나는 우쭐거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의뢰한 대로 "임무"를 달성하면서, 나 혼자서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치토세가 만든 모래성의 무방비한 곳을 발견할 때마다 할머니는 옛날부터 서투른데다 생각이 얄팍하다고, 얕보는 것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도 선생님은 계속 싸우고 있었어. 나 따위가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무거운 일에 둘러싸여서. 쉬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스스로가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계속……!) 기울기 시작한 태양이 콜로세움 가장자리에 가려져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눕혔다. 객석 상층부에서 나는 본래라면 있을 리 없는, 모의 해전이 시작했을 때 필드를 채우고 있던 바닷물을 발견했다. 보구를 사용한 충격으로 튀어올랐다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양이었다. 주르륵 통로를 따라 미끄러지는 물줄기를 거슬러오르며 그 시작점으로 향했다. 대부분 물에 잠겨버린 관객석에는 늘어선 의자들 사이로 미처 도망치지 못한 관객의 시체들이 도랑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쌓여있었다. (그는, 프란은 대체 무엇을 본 걸까……검은 개라니……정말로 현실에서 본 거야?) 서번트를 죽이는 "사신". 마을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외부로부터의 침입자를 쫓아낸다. 때로는 죽이기도 한다. 감당할 수 없게 된 자들을 제거하는 건 사실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받아들일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이세요, 라고. ―――그들을 거절하지 말고, 친숙한 이웃으로서 맞이하세요, 라고. 그렇게 언제나 말했다. 실내 관객석 꼭대기에 놓인 경사로(슬로프)를 가장 위층까지 올라갔다. 그 경사로에 남겨진 부자연스러운 물웅덩이 위에, 그녀가 위쪽으로 누운 채 쓰러져 있었다.「―――선생님! 후지무라 선생님!」가까히 달려가서 흠뻑 젖은 몸을 안아 일으켰다. 선생님은 괴로운 듯 입에서 물을 토해냈다. 마치 조금 전까지 물 속에 빠져 있었던 것처럼. 「에리세 양…….」 나는 그녀의 몸 상태를 재빨리 관찰하며 숨을 삼켰다. 「정밀도가 떨어진 모양이군요……예측했던 가동정지 시각보다도 오래 버티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몸은 물에만 젖어있는 게 아니었다. 거의 손상이 없는 옷 아래에 몇 개나 되는 손가락 정도 크기의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들로부터 따뜻한 체액이, 인간형 단말 특유의 투명하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어렴풋한 지식과 기억을 필사적으로 동원해서 AI 구조법 순서를 짜맞췄다. 신속한 백업. 가사상태에 의한 데이터 붕괴 진행의 중단. 매개체가 되는 광학결정체의 적출과 다른 단말로의 이식. 아직 늦지 않았을 테다. 아직. 단지 하나 분명한 것은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성배에 접속된 AI를 죽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생명이 없는, 하나의 재현된 창조적인 상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아―――울지 마, 슬퍼하는 건 나중에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차갑게 식어가는 몸을 안아올려 아래층으로 옮기려 했을 때, 스윽 하고 저항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그녀가 몸에 두르고 있던 것을 눈치챘다. 한 단 정도 되는 붉게 염색된 아마직 천(리넨)이었다. 젖는 바람에 한층 더 피의 색깔에 가까운 칙칙한 색을 띄고 있었다. (중략) 「포르카 미세리아……」약해졌어도 여전히 날카롭게 가시돋힌 목소리로, 선생님이 악담을 내뱉었다.「닥치시죠, 잡종견……. 그들은 해수를 끌어올 때 섞여서 침입을……그런 신성한 관을 통해서……맹점이었어요…….」「우리들은 이제 이 요새를 떠난다. 인간들에게 경고는 충분히 끝마쳤다.」-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7 「다만……거기까지 그 여자가 저항하면서 만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던 자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말이지.」 「에리세 양……안 돼요……서둘러서…….」 도망치도록 재촉하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목소리로부터 기묘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바람에,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경직해버리고 말았다. 「낮이 밤을 쓰러뜨린다―――. 성을 남자가 만들고, 남성이 여자에게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좌는 일그러지고 성배는 기만의 진흙으로 가득찼다. 이제 곧 태양이 가라앉겠지. 낮을 다시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 가가가가각―――하고 정적을 깨뜨리며 굵은 철못이 그들을 꿰뚫었다. 나와 선생님의 뒤에 선 치토세가 양손의 ≪령주≫를 빛내고 있었다. 하지만―――『구속』의 성정은 그들의 본체를 붙잡지 못했다. 신체의 표면에 파문이 퍼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인간과 동물의 형태가 무너져내리며 본래의 물로 되돌아갔다. 낮고 흐릿한 목소리만이 남겨졌다. 「에리세. 너는 우리들 쪽에 가까운 자다. 또다시―――마중하러 가겠다―――.」불길한 침입자들이 사라지고 나는 그 자리에 남겨졌다. 빈사 상태인 선생님을 목격하고서도 치토세는 조금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에리세 양…….」 선생님은 나를 부르며 최후의 말을 남기려 했다. 때때로 물소리에 지워져버리는 그 목소리를, 나는 필사적으로 가슴 속에 간직했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8 「잠깐만.」앳된 목소리로 소년이 입을 열어 제지했다. 내가 아니라, 뜻밖의 상대를 향해서.「치토세. 당신에게, 말해야만 해.」「무슨 일이지?」「개가, 나를 불렀어. 검은색, 개.」또다시 개인가.시시한 이야기라고 흘려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전 다섯 기의 적 서번트에게 둘러싸였을 때조차 자신만만한 미소를 유지했던 치토세의 표정이 굳어졌다.「당신에게, 전해달라고 했어.」「……검은 개……그 개는, 뭐라고 했지?」「죽음이 맞이하러 왔다, 라고.」(중략) 죽음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은잠비는 그렇게 말했다. 죽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우리들 곁에 있었다. 다만 이 마을에서 죽음은 무대 위로부터 멀리 숨겨져 있었을 뿐이다. 때로는 우리들 자신의 손에 의해서. 도시관리 AI의 손에 의해서. 그리고 치토세의 하얀 손끝으로 눈이 가려져서. 「치토세―――」 나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검은 개 서번트, 치토세랑 아는 사이지?」 외견을 통해서 몇 가지 추측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서번트가 내 이름을 불렀고, 치토세와는 이전부터 아는 존재였다는 사실이었다. 「검은 개라는 말을 듣고서 놀랐지. 보자마자 전혀 주저하지 않고 성정을 사용했어. 그 녀석들을 알고 있었던 거야. 오늘 일어난 일을 치토세는 알고 있었던 거지?」 「…………」 치토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양복 차림으로 되돌아간 루키우스 역시 근심하는 기색을 미간에 새기며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말로 좋아하는 루키우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침묵이 짜증스러웠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09 「이 검은 개의 진명은 "아누비스 신"―――아닌가요?」영상을 가리키면서 코하루는 딱 잘라 단언했다. 「제가 아는 아누비스는, 이집트 신화의 명계를 다스리는 신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개의 모습을 한 신, 이라는 시점에서 후보는 좁혀집니다. 모자이크시에서의 현현은 알려지지 않았죠.」 「응, 그래. 나도 곧바로 그렇게 생각했어. 지금 시점에서는 아누비스 신이란 추측을 부정할만한 재료는 발견되지 않았어.」(역시 코하루를 만나러 오기 잘했어……) 개의 모습을 한 신. 혹은 검은 개의 머리를 지닌 신. 그것이 아누비스 신이다. 신의 사도로서 "신견"이나 "마견"을 포함하면 훨씬 후보가 늘어나지만, 내가 실제로 목격한 상대의 지적인 언동과는 그다지 맞물리지 않았다. 연상되는 범위에서는, 이를테면 개의 머리를 한 성인 크리스토포로스, 정복왕 이스칸달이 조우한 개 머리의 민족 큐노케팔로스, 원탁의 기사들이 퇴치한 개 머리의 아인……이들의 특징에는 검은 개는 해당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치토세는 이 적에 대해 알고 있었어……. 그렇다면 상대는 진명을 숨길 생각은 전혀 없이, 일부러 정체를 보여주려고 온 거야.)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0 예상했던 대로 여급들 중에는 인간만이 아니라 서번트도 있었다. (저 우아한 태도의 미인은 틀림없이……여자 스파이로 유명한 마타・하리다……! 스테이지에서 춤추는 모습을 본 적 있어. 영령으로서는 '초'가 붙을 정도로 유명인이야…….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1 그 옆에 라이플을 들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뒤숭숭한 흑발(브루넷)은……여자 총잡이인 애니・오클레이? 처음 봤어……가게의 경호원일까 아님 그런 분위기를 내는 연출일까. 설마 진짜 총은 아니겠지…….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2 「―――다만,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라서 말이지. 그 대신인지, 쑥쓰러운 걸 감추려는 건지, 그녀가 알고 있는 두 영웅의 일화를 가르쳐줬어. 어느 쪽도 모자이크시에는 서번트로서 미소환.」「두 명인가요……누굴까요? 섬에 틀어박혀 있던 키르케와 아는 사이인 인물은 한정되어 있을 것 같은데요.」코하루의 의문은 지당했다. 나 자신도 어리석게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둘 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르고노트의 용사야. 아이아이에 섬에 들린 용사 이아손 밑에서 아르고 호에 승선했던 승무원들. 한 명은 뱀주인자리의 아스클레피오스. 훗날 의신이라고 불릴 정도의 명의로, 죽은 자조차 소생시켰다는 규격외의 반신반인. 굳이 따지면 명계보다는 생사의 이치 쪽에 깊게 관련되었다고 할까.」조사해본 바로 이 아스클레피오스는 과거의 전쟁중에 소환된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전황을 좌우하는 높은 이용가치 때문에 적 진영에게 경계당해 조기에 퇴장해버리고 말았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3 「―――다만,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라서 말이지. 그 대신인지, 쑥쓰러운 걸 감추려는 건지, 그녀가 알고 있는 두 영웅의 일화를 가르쳐줬어. 어느 쪽도 모자이크시에는 서번트로서 미소환.」「두 명인가요……누굴까요? 섬에 틀어박혀 있던 키르케와 아는 사이인 인물은 한정되어 있을 것 같은데요.」(중략) 「그리고 또 한 명. 이름은 "오르페우스"라고 하는데―――」오르페우스―――슬픔의 고리로부터 빠져나오지 못한 음유시인.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4 「보고한 상대는……닥터・스노우?」「맞아. 정답.」―――서번트 "존・스노우". 그는 모자이크시의 도시위생부문 책임자다. 간호직인 마스터와 함께 의학적인 견지만이 아닌, 마술에 의한 오염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감시하고 있다. 19세기 초 영국의 의사로, 전염병 예방에 다대한 공헌을 했다. 그 유명한 빅토리아 여왕의 조산역을 맡은 적도 있다. 코흐나 파스퇴르, 키타자토 시바사부로 같은 의학계의 위인들과 비교하면 세계적인 지명도는 약간 낮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무척 신뢰할 수 있는, 신세를 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일에 자의적인 간섭을 받는 걸 싫어해서 치토세와도 거리를 두고 완전히 중립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만나게 된 계기는 카렌의 중개로 그에게서 비밀리에 의뢰를 받은 일이었다. 반대로 내 쪽에서 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 사건도 있었다. 「마술회선으로 영상도 연결했던 거 아니야? 그 모습을 보고 뭐라고 했어? 닥터・스노우는.」 「으음……유감이지만 완전히 무시당했네. 재미있어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과연. 평생 미혼이었던 스노우는 여성에게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확신이 또다시 깊어졌다. 뭐, 그건 어쨌든―――.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5 의료국의 존・스노우와도 연락을 해봤다. 아누비스 일당의 움직임은 없는지 정보를 기대했다. 통화에 응답한 건 그의 마스터 쪽이었고, 스노우 본인과는 결국 대화하지 못했다. 나와 이미 면식이 있는 마스터는 단발머리에 야무진 분위기의 여성 간호사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스노우는 무척 바빠서 사적인 용건은 철저하게 보류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미안한 듯 그녀는 머리를 숙였다. 닥터・스노우의 활동이 지나치게 정력적인 탓인지, 이 주종에게는 항상 입장이 역전된 듯한 인상을 받는다.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

*116 단독으로 비행능력을 지닌 서번트는 모자이크시에도 적게나마 존재했다. 추락왕(이라고 자칭하는) 오토・릴리엔탈이라든가, 열기구로 인류 최초의 유인비행을 해낸 몽골피에 형제가 그렇다. 그들의 비행형태는 적절한 기재만 준비한다면 일반시민에게도 실행 가능하다. 보구나 마력에 의한 강제적인 부유라면, 그 밖에도 많은 서번트나 마술사에게도 가능할테다. 효율적인지 아닌지는 둘째치더라도. - 페이트 레퀴엠의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