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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입문 백과 | 타입문 페이트 월희
  • 비블리오테케 바실레이오 - 왕의 서고

타입문 백과

비블리오테케 바실레이오 - 왕의 서고

最終更新:2024年03月28日 20:25

typemoonwik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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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과사전 컨셉 사이트는 그 쪽의 컨텐츠(데이터베이스) 만들 목적으로 여기 거 그대로 퍼 가지 말아 줘요. 제가 뭐 갑질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게 퍼 가면 의욕이 사라집니다. 그 외의 펌질은 출처가 여기라고 명기하시면 퍼 가셔도 됩니다. 사실 표기 안 하셔도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만 제 의욕이 사라집니다.


랭크 A+
종류 대군보구, 결계보구
레인지 0~30
최대포착 100명

비블리오테케 바실레이오(ビブリテーケ・バシレイオー, 왕의 서고(王の書庫))은 아쳐(프톨레마이오스)의 보구다.


비블리오테케 바실레이오의 능력

아쳐(프톨레마이오스)가 늙은 영기일 때 사용하는 보구다. 그가 제작에 관여갰다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아틀라스원과 협력해 만든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합일된 도서관을 소환한다. 포토닉 결정의 수목이 자라나 아군에게 분할사고와 고속사고를 부여해 일종의 미래시적 힘을 부여하고 도서관의 방위 기능을 사용해 적을 공격한다.(*2)

고유결계에 가깝지만 다른 대마술의 일종이다. 그 특성을 활용해 바깥과 공간을 일시적으로 분리해 밖의 간섭을 피할 수 있다. 이 도서관의 책은 빛으로 기억되어 있어 기본적으로 선반이 텅 비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프톨레마이오스가 마음 먹으면 평범한 종이책으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고의 실체화에는 마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된다.(*3)

프톨레마이오스의 스킬 예지에 대한 접촉은 왕의 서고에 접속해 거기 보존된 자신의 영기정보를 취득하고 변환하는 것으로 자신의 영기를 젊을 적과 늙을 적에서 자유롭게 교체하는 능력이다.(*4)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애드가 자신의 왕의 서고와 같은 기술을 사용한 거라 한다.(*5)
칼데아의 통신은 아틀라스원의 규격을 따르기에 같은 기술로 만들어진 왕의 서고의 기능을 사용하는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칼데아의 통신에 간섭하는 것이 가능하다.(*6)
아틀라스원의 모든 기술은 분할사고를 가져야 사용하는 필요조건을 만족하는데 그들의 기술이 들어간 이 도서관 역시 분할사고가 있어야 작동시킬 수 있다.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병렬사고로 분할사고를 대체해 도서관을 조작한다.(*7)

젊은 영기의 프톨레마이오스는 파로스 티스 알렉산드리아스 - 달은 모르는, 영원한 빛으로 보구가 바뀐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최종보구인 소테르 - 회신의 예지는 왕의 서고와 달은 모르는, 영원한 빛, 그리고 본인의 영기를 바쳐 3중 브로큰 판타즘을 일으키는 자폭보구다.(*8)

도서관의 정보는 왕의 재보와 유사한 이론으로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세계의 예지를 모아놓은 개념보구이기에 적당한 조건을 만족하면 그에 맞는 지식이 자동으로 늘어난다. 칼데아에 대한 조금의 지식을 듣곤 인리수복, 특이점을 공략하면서 일어난 일,칼데아의 시스템, 성배와 령주 등의 정보를 파악했다.(*9)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저장되어 있기에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그 데이터를 통해 블랙배럴의 효과를 이론만 가져와 열화 키파해 만든 탄환을 제공했다.(*10)
제작에 참가한 자들 중 방황의 바다 출신 마술사가 딱 한 명 있었다. 괴짜라 불리는 이 자는 도서관에 티폰의 조각을 기증했다. 그래서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티폰에 대해 잘 알며 서번트로서 티폰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취급된다.(*11)

내부 구조는 비슷한 장소만 잔뜩 있다.(*12)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에서 묘사되는 해저 대도서관

■ 입장하기 위해 아틀라스원의 잠수정(병기가 아닌 편리한 공유 도구(툴)로 정의되서 밖으로 공개 가능)을 사용한다. 이 잠수정은 폭 5M 전체 길이 8M에 거대한 딱정벌레 같은 형태를 하며 현대의 잠수정을 뛰어넘은 센서의 성능 덕에 함정 안쪽에서 해저가 또렸히 보인다.(*13)

■ 입구는 아틀라스원에서 유래한 일종의 홀로그래피로 위장되어 있다.(*14) 입구를 통과하면 수백 미터의 성벽으로 둘러쌓였고 왠만한 도시에 버금가는 규모에 첨탑과 해자 등의 구조물이 있는 대도서관 본체가 나온다. 잠수정의 진입로로 라이더(이스칸달)의 유리통 잠수정 에피소드를 연상시키는 원형 개패물(돔)이 있는데 이 곳은 바다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일종의 보이지 않는 역장에 의해 침수가 되지 않으며 산소가 있어 숨을 쉴 수 있다. 마력의 농도가 아주 높다.(*15)

■ 비밀주의에 보수주의인 외부와의 교류가 없다시피한 아틀라스원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요청에 응한 건 당시에는 시계탑 수준은 아니어도 아틀라스원이 국가권력과 협상한 시기였고 프톨레마이오스가 특별한 것도 있어 이런 일이 성립했었다.(*16)

■ 복도는 대리석 같이 생겼는데 소리가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이 나지 않는다. 온도 조절 기능이 있다.(*17)

■ 천장에 밤하늘처럼 바닷속 모습이 비춰지는 광장이 있는데 여러 층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학이나 시계탑의 강의실 같다. 강의장 또는 휴식처로 쓰였고 발굴을 하는 과정에서 발굴자들을 인식하면서 기능의 2할 정도가 복귀했다.​(*18) 2천년 간 방치되었음에도 바닥도 기둥도 흠집 하나 없다.(*19)

■ 4층 구조로 되어 있다. 1층은 외곽부, 2층은 도서관으로서으 본체, 3층은 열람이 금지된(에르고 같은 기밀 정보가 담긴) 금서고, 4층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관리동으로 서버룸 같은 것이다.(*20)

■ 2층부터는 보구 왕의 서고를 쓸 때 묘사되는 그 포토닉 결정으로 덮힌 공간이 되었다.(*21) 2층은 수정 기둥이 가득한 숲으로 묘사되며, 3층은 수정 기둥에 가지가 뻣어자가고 꽃 같은 게 핀 정글에 가깝다. 3층의 수정이 저런 건 각각이 독자적 사고력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성장도 하고 탈피도 한다. 이런 형태로 방어 기제를 갖추어 2층과 달리 정보 수집을 어렵게 한다. 생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건 곤충의 상변이에 가깝다 하며,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생물과 과학을 근접시킨 게 이런 현상을 발생시키는 게 아닌가 추정되었다.(*22)(*23) 3층의 수정은 기록 매체로서 기록을 흘려보내 침입자의 인식을 잠식하는 기록병기(메모리 웨폰)로 작용했다. 어느 수정의 꽃은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이스칸달과 같이 기병을 거느리고 이집트를 정복하는 기록을 보관하고 있었다가 침입자들에게 보여줬다.(*24)

■ 건축을 명령한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다양한 문화 복원에 열성적인 파라오라서인지 제작 양식이 세대가 크게 뒤섞여 있다. 2천년 이상의 차이가 나는 곳도 있다.(*25)

■ 이 곳에서는 일반적인 통신 수단을 쓸 수 없으며, 회중시계 처럼 생긴 전용 통신용 단말을 사용한다.(*26)

■ 작중에서 벌어진 발굴에 관한 입장에 대해서. 아틀라스원에 있어 개인의 연구는 남이 뭔 짓을 해도 볼 수 없지만 그것들이 엉키지 않게 하려는 목적으로 헤르메스에 저장되어 있다. 인간이 헤르메스의 데이터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 헤르메스의 데이터 중 일부가 해저 대도서관에 저장되어 있다. 이 대도서관에서 그 데이터를 찾아내는 건 유적의 발굴로 취급되어 확인할 수 있기에 대도서관에 백업된 내용 한정으로 개인의 연구를 백업해내는 수단으로 쓰인다. 유실물(로스트 넘버)'을 찾아내는 것이다.(*27)
→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는 선조에게 받은 에르고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다고 여겨서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를 원했고, 혹시나 해서 해저 대도서관의 데이터를 검색하자 에르고에 관한 데이터가 대도서관에 백업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그래서 그 데이터를 찾아내기 위해 발굴 작업에 합류했다. 라티오가 모르는 건 당시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연금술사가 무엇을 연구하고 있었는가이다.(*28)
→ 형제인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은 라티오와 별개로 발굴하고 있었다. 시계탑의 고고학과 아스테아의 로드라 발굴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와 협력했다. 카르마그리프는 이를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싶었기에 우연히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를 따라온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를 보고 들킨건가 하며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한다.(*29)

​■ 한편 이야기의 주요 화재인 파라오 살인사건은 이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한 것이다. 도서관의 조사의 전제는 시큐리티 키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기에 이게 실종되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키가 외부로 빠져나가면 모등 기능이 정지하는데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보아 아직 키는 대도서관에 존재하고 지금 머물고 있는 자들이 범인 후보가 되었다. 이 키의 정체는 이 해저 대도서관에 보관된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몸의 심장이다. 심장을 도난당했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다른 루트로 깨워주지 않았다면 도난 사실을 모르고 자고 있었을 거라 하며 움직일 수 없는 몸 대신으로 기계로 된 새 사역마로 행동한다. 이 사실은 라티오가 다른 아틀라스원의 마술사들에게도 비밀로 해 달라 한다.(*30)
새 형태의 사역마의 정확한 정체는 대도서관을 건설할 적 아틀라스원이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인격을 카피해서 만든 재현체, 백업 같은 개념이다. 아틀라스원의 추산으로는 99% 이상의 확률로 생전의 본인과 비슷한 발언을 할 거라 한다. 이 백업본은 데이터가 부족하다. 해저 대도서관의 구조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파악하고 있으며, 최심부의 자신의 본체의 심장이 도난당했다는 사실도 그 심장이 뽑혔다는 통신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이지 본체가 뭘 당했는지는 모른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진짜 몸이 보관된 곳은 도서관의 4층 최심부이며 아직 공동발굴단의 조사는 3층에 도달한 시점이었고 대도서관의 뒷출입구들은 전부 수몰되어 막혀 있다. 일종의 밀실 살인사건이 되었다.(*31)

■ 결국 사건부 때 처럼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와이더닛을 따지며 살인사건을 추리하게 되었다.(*32) 여차저차해서 2층에 진입한 일행은 앞을 가로막는 기계 파수꾼을 부순 후 2층에 고립된 자들과 합류했다. 이것으로 용의자는 전원 모였다. 모두 일곱 명으로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과 그녀의 아버지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와 조수인 티카 멜루아스테아 틀레막, 그리고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였다.(*33)

■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은 범인 색출 & 키 찾기와 별개로 대도서관 4층으로 진입해 관리동을 통해 키 없이 대도서관의 데이터를 열람해 발굴조사의 성과를 달성하자고 제안한다.(*34)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번 발굴작업은 아틀라스원의 계율을 깰 가능성이 있음에도 진행된다는 모순을 지적하며, 이 발굴이 아틀라스원에게 어디까지 허락받았는가와 발굴의 진짜 목적을 묻는다.​(*35) 로그는 2세가 마술사답지 않은 놈이라 하며 자신은 아틀라스원에서 선임 교관의 직위에 있었기에 그 권리를 이용해 정식 심사에서 이번 발굴이 부결되기 전에 연구를 달성할 생각이라 한다.(*36) 그리고 이번 사건이 배신자가 아니라 아틀라스원의 계율에 따라 발굴작업 자체를 어긋난 것으로 보고 정보가 세어나가는 걸 막으려 하는 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시된다.(*37)

■ 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르면 시큐리티 키는 관리부의 기능이므로 그 키만으로는 본인이 인식한 범위 내에서만 조작이 가능하다 한다.(*38) 그러자 2세는 평범하게 탐정처럼 사건을 해결하려 했다간 살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키의 조작 범위를 이용해 범인을 색출해보자 한다. 팀을 둘로 나눠 선행 팀에게는 후방 팀이 대기한다 속이곤 실제로는 후방 맴버는 따라간다. 범인이 키를 사용하면 그 작동범위를 보고 어느 팀에 범인이 있는가를 색출한다. 동시에 각 팀의 맴버는 적절하게 배치해서 서로를 감시하게 해 범인 색출과 견제를 동시에 하도록 구성했다.(*39)

■ 프톨레마이오스는 2세의 팀 구성을 보고 에우메네스가 생각난다 한다.(*40)

■ 이 곳에는 공동조사 이전에 먼저 두 차례 뭔가가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나는 과거 아틀라스원에서 경계시하던 도굴꾼 집단으로 굉장한 실력으로 지상의 유실물을 몇 개 탈취한 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남동생인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다.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과 같은 세대라는 이 남자는 독보적인 우등생이다.(한 세대 더 아래의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도 괴물로 묘사되는데 사이파는 시온에 비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다) 만약 사이파가 해저 대도서관에 먼저 왔다면 파라오의 밀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사이파일 가능성이 대두된다. 다만 사이파가 들렀을 가능성은 아주 높지만 그가 4층까지 시큐리티를 돌파했을지는 의문이였다.(*41)
​한편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에 관해서 이것 저것 관여되어 있었다. 대도서관 발굴에 참가한 것 부터가 사이파의 죽음의 진상을 알기 위해서였다. 콜드리스 가문의 후계자가 죽은 결과 라티오의 할아버지는 모든 걸 포기해 아버지 로그를 대리로 세워 가문을 맡기고 연구를 파고들 뿐인 톱니바퀴가 되었다. 새로운 후계자가 된 라티오는 동생이 조사하던 연구를 이어받았는데 이것이 에르고에 대한 조사였다.(*42)

■ 로드 엘멜로이 2세 역시 애초에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이 곳을 먼저 들렀다면 파라오 살인사건이 밀실이니 뭐니 하는 전제가 깨진다 하며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사이파와 아는 사이었던 가능성, 사이파가 익사가 아닌 살해당했으며 살인자가 파라오 살인사건의 범인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 등을 제시한다.(*43)

■ 건설용 뒷문 중 하나가 대규모 마술에 의해 모래바람이 거센 곳에 숨겨져 있다. 거리는 해저 대도서관에서 수십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공간 개변의 일종으로 영맥을 기점 삼아 공간을 왜곡해 놓아서 금방 갈 수 있다. 잊혀진 것을 신대 시절 뛰어난 기술을 가진 도굴꾼들이 재발굴했다 한다.(*44) 그 도굴꾼의 정체는 에델펠트 가의 선조이며 그 정보를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에게 판 것은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였다. 대가로 받은 건 아틀라스원의 정보라 한다.(*45)

■ 파수꾼들은 다종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수정과 파수꾼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46)

■ 3층의 수정 수해는 기어오르거나 내려가거나 틈새에 몸을 끼워 넣어야 하는 등 매우 아크로바틱해서 로드 엘멜로이 2세를 기준으로 돌아다니면 체력적으로 무리가 생긴다.(*47)

■ 3층에서 4층의 최심부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길이 발견되었는데 프톨레마이오스의 기억에는 없는 구역이라 한다(새 형태의 단말이 아닌 프톨레마이오스 본체라면 알 지도 모르겠다 한다).(*48) 대도서관과 독립된 계통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완전한 어둠에 쌓여 있는데 프톨레마이오스는 이를 죽어 있는 걸로 묘사하곤 숨을 불어넣어 주는데 신비한 벽화가 발광해서 빛을 비춘다. 싱가포르에서 에르고를 해저에서 떠올릴 때 그가 타고 있었던 용기가 있으며(*49)
이 비밀공간은 2세 일행이 오기 전 이미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가 들른 흔적이 있었다.(*50) 벽화에 따르면 그 용기 주변에 세 개의 직육면체 기둥이 있는데 아마 이는 간타이고 간타이를 통해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것 같다 한다. 그리고 벽화 구석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두 개의 기둥이 더 있었는데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이 비밀을 풀어낸 걸 확인하곤 자신도 할 수 있다며 본래 목적인 4층으로 향하는 것을 내팽겨치고 분석에 들어간다.(*51) 그 결과 네 번째 기둥은 이 실험을 멈추기 위한 신이 탑제된 것이고 신을 돌려드리기 위한 신으로 에르고에게서 신을 뽑아낼 수단이라는 걸 알아낸다.(*52) 더 나아가서 고대의 복장을 한 에르고의 홀로그램을 끌어오는데 프톨레마이오스가 보고 놀란다.(*53)

■ 일부 파수꾼은 임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엉망진창으로 이것 저것 부수고 다니는데 메뚜기가 공격적으로 변화하는 것 처럼 성질이 변질된 폭주(스탬피드)로 불린다.(*54) 라티오가 비밀공간의 해석에 집착해서 정면으로 여러 무리와 싸우게 되는데 제1단계 해제한 그레이와 탄겔만으로는 고전했다.(*55)

■ 긴 회랑의 중간에 있는 광장의 외주부는 희미한 빛이 바닷속의 모습을 비추는 게 최고급 리조트에 필적한다. 그리고 대리석 테이블이 잔뜩 있는데 2000년이 지났음에도 흠집 하나 안 보인다.(*56)

(여기까지가 4권 분량)



■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충격 받고 정말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냐 묻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 그 분을 몇 번이나 자기 대신 파라오로 군림시키고 싶었다 한다.(*57) 한편 프톨레마이오스가 어째서 자신이 그 분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하고 있었나 하자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에르고의 모습을 담은 데이터가 당대로 치면 컴퓨터 바이러스에 해당되는 수백 개의 방벽이 설치되어 보호되고 있었다 하는데 그러면 당시의 아틀라스원은 미래에 같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이 이 곳을 해킹할 것을 알고 대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은 이것에 당한 것이 아니냐 한다.(*58) 그레이와 탄겔이 파수꾼들을 부수고 막고 해도 계속 재생하는 가운데 도서관이 영상을 수신하기 시작했다.(*59)

■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도굴꾼 선조의 지혜와 현지 관찰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주변을 공격하며 재생하는 파수꾼들의 핵을 노려 부수는 것으로 재생을 무력화시켰다.(*60)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에게 들은 정보라며 토오사카 린이 싱가포르에서 해적질한 걸 갖고 골려먹는다.(*61) 아무튼 루비아는 도서관의 4층 최심부 속 관리부까지 거의 진입했으나 갑자기 파수꾼들이 폭주(스탬피드) 상태가 되어 폭주하자 퇴각했는데 4층 최심부의 문이 닫혀버렸다. 이 문은 여러 수정구가 서로 얽히며 경도를 높이는데 가진 보석을 몽땅 소비해도 길을 여는 건 무리고 수정수는 아틀라스원의 정보 집약체이니 부수면 도굴꾼으로서 어깝다 한다.(*62)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이 방어기능이 작동한 게 배신자로 불리는 누군가가 작동시킨 거 아니냐 한다.(*63) 그러자 루비아는 현지조사를 하던 중 마술 세계의 블랙 옥션에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연구 데이터가 돌아다닌다는 걸 들었다며 이게 해저 대도서관에 개입하기 위한 뒷코드가 아니냐 한다. 마술사 경매의 특성 상 그 데이터가 팔린 건 알지만 누가 사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64)

■ 에르고는 도서관 3층에 진입하자 마치 심장이 이 장소를 기억하고 있는 것 처럼 느낀다.(*65) 그리고 이 공간에서 친밀감을 느끼며 환수를 전개해 막혀버린 4층의 수정벽에 손을 대자 과거의 정보가 에르고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에르고가 들어가달라고 부탁하자 벽은 해체되었다.(*66) 이후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에게 이 곳에 대한 또 다른 추론이 있니 뭐니 하다 에르고에게만 이해되는 음성이 제1종 비닉 사항에 저축되는 존재가 감지되었다며 이 곳 저곳에 연결하다 금서고 묘소를 연결한다면서 그레이가 있는 곳을 영상으로 비춘다.(*67)

■ 무지개색 거품으로 비추기 시작한 영상이 보이자 파수꾼들이 작동을 멈춘다. 이 거품을 통해 영상을 전할 수 있어 갈라져 있던 두 일행이 연락을 취하게 된다.(*68) 이는 시공 거품(時空泡)이란 것으로 거품의 범위에 한정해서 물리적으로 두 시공간을 잇는다. 최신 과학의 관점은 새로운 마술의 실마리가 된다고 여기는 현대 마술에서도 이야기하는 초끈 이론의 일종인 막 우주(膜宇宙)를 한층 너머 구현한 것으로 본래 개념상으로라면 양자 사이즈여야 할 거품이 아틀라스원의 기술로 구현하면 제한적이지만 진동으로 깨뜨릴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지금의 아틀라스원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술이지만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를 만들던 신대 시절의 아틀라스원에서는 일상적으로 구현하는 물건으로 단순한 통신기기를 만드는 것보다 시공 거품을 만드는 게 더 간단했었다 한다.(*69)

■ 거품영상을 통해 얼굴을 비춘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너희들 중에 범인 있는거 확실하니까 기어나오라 한다.(*70)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가 거품의 성질을 사용해 멋대로 에르고를 납치해버리면서 사태가 틀어진다.(*71)

■ 반으로 갈린 후열 맴버 중에서도 외주부에서 대기하는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와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가 이야기를 하는데 라이네스는 로그에게 음모에 능숙하지 않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입장에서 이번 사태가 어떻게 느껴지냐 묻는다. 이에 로그는 자기들에게는 권력욕이 있고 속세와 단절되어 있기에 내부경쟁에 집착하는데 시계탑에서 벌이는 권력투쟁과는 거리가 있다 한다. 분할사고를 이용하는 자신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며 이 때문에 나쁜 음모를 벌이려 해도 그걸로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종적 이익과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비교하면 오래 끄는 음모는 효율이 나쁘다고 판단하게 된다 한다.(*72) 이걸 들은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는 자신의 음모력을 살려 애초에 로그가 사이파를 죽인 용의자들을 모으기 위해서 이 합동발굴조사단을 짠 게 아니냐 한다. 로그는 시계탑이란 그렇게 항상 생각하고 신경쓰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전장이냐 하면서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불러들일 만한 자라 한다.(*73)

■ 이슈타리오 형제가 포함된 파티는 몰큘페이스로 땅을 굴착하는 식으로 파수꾼들을 피해가다가 몰큘페이스의 재고가 부족해져서 잠시 쉬기로 하는데(*74) 이 때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가 급발진한다. 그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블랙 옥션으로 유출된 데이터를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구입했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고 고고학과의 로드가 직접 합동발굴조사단에 참가한 이상 그가 시큐리티 키를 빼돌린 범인일 거라 단정하곤 그를 조질 생각만 하고 있었다. 방해가 들어올 걸 대비해서 기회를 노리다 일행이 파티를 나누면서 귀찮은 자들이 사라지자 카르마그리프를 추궁한다. 애초에 파티를 나눌 때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쿼트의 의도를 짐작하고 카르마그리프와 같은 파티에 집어넣어줬다. 카르마그리프는 자신이 블랙 옥션에 참가한 것을 시인하지만 사이파의 데이터를 사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75) 쿼트가 이렇게까지 급발진한 건 그가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와 친구 사이라서 이랬다.(*76)

■ 그런 일측일발의 상황에서 에르고에 반응한 대도서관의 시공 거품이 떠오르자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쿼트에게 나쁜 일 안 할테니 진정하라 하곤 시공 거품에 자신의 지상예장을 작동시킨다. 평소 티카가 아타셰 케이스에 넣고 다니는 이 물건은 부정무이(否定無二, 제미니)라 하는데 여러 개의 랜즈와 유리관, 톱니바퀴와 튜브가 결합된 기묘산 생물을 연상케 하는 구식 기계다. 흑백 특촬 영화에서나 나올 모양이다. 기상이 고약해서 주인의 피를 주입시켜야 작동하는데 그 피가 튜브에 흐르며 맥박을 친다. 사용 전제 조건이 그 외에도 엄청 많아서 가능하면 쓰기 싫다 한다.(*77) 카르마그리프의 특기 마술인 변화와 마술 속성 지와 공을 살린 이 장비는 빨아들인 것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장비로, 이를 통해 모델과 촉매를 이용하고 마술 속성을 조합헤 결과적으로 빨아들인 비생물적인 것을 복제한다. 신대의 것을 복제하려면 같은 계통의 동등하고 귀중한 재료가 필요하며 신대 아틀라스원의 기술인 시공 거품조차 복제할 때는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서가 파편을 재료로 썼다. 투영의 초 상위 호환으로 마술 세계의 질서를 뒤집어 놓은 일종의 기적으로 불린다. 고고학에서 유용하며 복제 과정에서 해당 비생물의 분석도 가능하다.(*78) 그 조작법은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터치하는 느낌이며 조작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게임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것과 비슷하다.(*79)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카르마그리프를 알렉산드리아 해저 대도서관 조사단에 초대한 건 이 지상예장에 대해 알고 있어서였다.(*80)
아무튼 시공거품을 분석해 다른 파티의 상황과 정보를 취득한 카르마그리프는 이 사건을 알아낸 것 같다 한다.(*81)

■ 2세는 대충 에르고가 삼킨 신을 보고 이스칸달과 관련이 있을 것은 예상했지만 설마 다이렉트로 그의 아들인 건 뭐냐고 중얼거린다. 역사의 기록대로라면 에르고는 이스칸달이 죽은 후 태어난 왕자인데다 어머니는 동양인이라 그가 진짜 아들인지 의심하는 자들이 많았고 그 덕에 디아도코이 전쟁의 불씨가 되었을 터라 한다.(*82) 그 뒤 이스칸달의 핏줄을 증오하는 카산드로스에 의해 일곱 살에 유폐되는데 글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다 한다. 여기서 독자적인 해석이 들어가는데 지금 에르고를 보면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언어 학습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 유폐된 당시에도 그런 면모를 보이고 경계당해 금지당한 거 아니냐 한다.(*83)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스칸달을 신격화하고 그를 중심으로 그리스와 이집트를 통괄하는 신화를 재구성한 것을 언급하는데 그 신화를 마술기반으로 본다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대규모의 마술식을 집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거라 한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집트를 통제하기 위해 신화를 재구성한 게 아니라 그 시대기 신대니 이 작업으로 이스칸달을 진짜로 신으로 만들고 알렉산드로스 4세, 그러니까 에르고를 신의 혈통으로 만들려 한 게 아니냐 한다.(*84) 이스칸달의 실존은 확실하지만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실존은 불확실하고, 그게 그가 생전부터 모든 이야기에서 멀어진 상태라서 그렇다 하면 허와 실 사이의 절대적인 공백이 어떤 형태를 취할 거라 한다.(*85)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신화의 재구성을 왕이 대륙에 걸친 신화의 변용(후대의 역사를 바꿀 만한 문화의 초석화)이라 치면 그건 일개 마술사로선 할 수 없는 대의식, 방황의 바다와 산령법정, 아틀라스원의 마술사들을 통합한 인류의 세계와 신화 그 자체를 이용한 초발급의 대 의식 마술일 거라 한다.(*86) 그래서 그 의식마술이란게 에르고에게 세 개의 신을 삼키게 한 짓이었다 하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목적도 정체도 짐작이 불가능하다 한다. 정말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한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에르고가 제자인 건 바뀌지 않는다 맹세한다 한다.(*87)

■ 그래서 에르고를 어떻게 찾느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비밀구역을 발견한 게 애드라는 걸 눈치채고 애드가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들어간 것을 이용해 그 쪽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보다 더 오래된 에드의 연산능력을 활성화시킨 후 검색용 식과 방향성을 주입하자 정보 수집 능력이 발현하여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형태를 연산할 수 있게 된다. 즉 수정이 만발하여 던전이나 마찬가지가 된 해저 대도서관의 깨끗할 적 모습을 훤히 파악하는 지도가 된다. 이를 통해 에르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곳으로 향한다.(*88)

■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유해를 발견한 후 거기서 추출한 사이파의 두개골을 탄겔을 만드는 대 썼다. 그 두개골이 구성성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남이 보면 기분 나빠 할 지도 모르지만 라티오 입장에서는 연금술사로서 자신의 연구를 우선시한다는 점도 있고 사이파를 잊지 않기로 마음 먹은 것도 있어서 한 결정이었다. 그 결과 탄겔의 인격 모델의 핵은 사이파가 되었다. 사이파의 기억을 가진 건 아니다. 탄겔이 라티오를 누님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89)

■ 납치된 에르고는 거품을 통해 과거 기억을 보는데 대도서관 3층 금서고에서 그에게 신을 먹였다는 3인인 무시키, 지즈, 그리고 모르는 한 명이 보였다. 지즈가 한 명은 배신할 줄 알았다 하자 무시키가 주먹을 날리는데 지즈는 현대를 기준으로 텐 카운트인 마술 결계를 호흡하듯 만들어 받아낸다. 아무튼 셋은 일을 시작하는데 이름 불명의 아틀라스원의 마술사가 장소를 제공했고, 지즈는 마술식을 제공했고, 무시키는 그릇을 찾았다 한다. 그리고 비통해하는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의 시체로 보이는 것을 들어올리곤 자신의 젊은 군주 알렉산드로스 4세를 맡기는 장면에서 기억이 끊어진다.(*90)

■ 4층 관리부는 천장에 바다가 흐르고 하늘의 빛이 단절되었음에도 푸르게 빛났다.(*91) 수정 밀집도가 낮아진 대신 얼굴 없는 인간형 수정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마치 수정으로 만든 피라미드형 신전 같았다.(*92)

■ 정신을 차린 에르고는 자기가 루비아가 못 들어갔다는 4층의 관리부에 있는 걸 깨달았다. 그를 이 곳으로 전송시킨 프토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자신에겐 권한이 없지만 에르고에게는 이 곳으로 전송시킬 권한이 있어서 그걸 사용했다 한다.(*93) 프톨레마이오스가 아틀라스원과의 계약으로 대도서관을 만들 때의 기억이 모두 암호화되어 있다 하자 에르고는 기억을 잃은 자신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그가 갖고 있음을 알고 동질감을 느꼈다.(*94) 한편 프토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에르고가 이 대도서관에 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최우선적으로 4층의 최심부로 안내하란 기억(과거 아틀라스원의 계약조차 무시하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새긴 임무라 한다)이 있었다 하며, 그렇기에 대도서관을 보호하는 모든 장치를 에르고는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다.(*95) 한편 로드 엘멜로이 2세도 눈치챘겠지만 이 4층 관라부에는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해결할 수단과 방법을 아틀라스원에게도 숨겨진 곳에 준비해 두었다 한다.(*96)

■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도굴꾼들이 건설 시점에서 손을 써서 도굴꾼용 통로를 만드는 일이 있는 것 처럼(*97) 이 해저 대도서관에도 비슷한 흔적이 있고 그걸 자기 선조가 사용했을 거라 한다. 이 곳의 건설에 관여한 아틀라스원, 프톨레마이오스, 그리고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3인방 중 도굴꾼이 쓸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놨다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에르고를 납치한 꼴을 봐선 그걸 만든 자는 프톨레마이오스로 여겨졌다. 만든 이유가 불명인 상황에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에르고와의 에테라이트 통신을 잡아냈다.(*98)

■ 에르고는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양보할 수 없다는 게 느껴진다며 납치당했음에도 곤란함 이상의 감정은 안 가졌다. 시온은 에르고가 에테라이트로 구속해 고문해버린 자신에게도 그와 같은 판단을 하는 걸 보고 뇌에 뭐 이상이 있냐 하다가 일단 아무말 대잔치로 프톨레마이오스가 다음 행동을 하지 못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99)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중앙의 자신의 본체 시신이 안치된 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열곤 거기 가면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한다.(*100) 에르고는 기억을 찾고 싶은 욕망, 자신의 친우라 주장하는 바이 뤄롱에 대한 것을 알고 싶다는 욕망 등으로 그걸 승낙할 뻔 했지만 지금까지의 여행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는다는 건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과 같은 것임을 안다며 중단한다.(*101) 그 곳에 접촉하는 순간 지금의 자신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며 그 전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어째서 심장을 도난당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을 요청했다. 시온은 훌륭한 시간끌기라 칭찬하며 추리도 도와준다 하는데 에르고는 그런 의도는 아니였다 한다.(*102)

■ 한편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와 토오사카 린,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 쪽은 에테라이트에 연결된 에르고의 생체 데이터를 대도서관의 센서에 넣는 것으로 시큐리티를 몽땅 풀어버리고 에르고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이를 쓰면 대도서관의 모든 것을 열람할 수 있기에 시온은 그 유혹을 견디기 위해 적지 않은 정신력을 썼다)(*103)

■ 에르고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왜 죽임당했냐를 지적한다. 이에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죽음의 정체가 관에 함정이 설치되어서라면 에르고가 관을 접할 때 에르고도 죽을 가능성이 있으니 대화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곤 일반적인 범행동기라면 대도서관의 예지를 구하는 것일 거라 한다.(*104) 다음 대화 화재를 강구하던 에르고는 지금 이 상황이 이중의 밀실이 아니냐 한다. 4층이 밀실에 관이 봉인되어 있는데 관의 봉인만 풀려 있다면 밀실이 이중이 된다. 이중의 밀실은 마술사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인과 관계를 살피면, 범인이 밀실을 만들려 한 게 아니라 범인이 취한 수단이 우연히 밀실로 직결된 상황이며 이 이중 밀실이 수단의 노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범인이 굳이 그대로 둔 것에 의미가 있지 않냐 한다. 그리고 다들 시큐리티 키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확인하지 못 한 것인, 중앙의 관에 프톨레마이오스의 시체의 존재 유무가 지적된다. 그리고 관을 열지 않으면 시체의 존재유무를 알 수 없고 시큐리티 키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시체에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다는 걸 가정하면 삼중밀실이 될 지도 모른다 한다.(*105)
그런 말을 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지상예장으로 흩어진 일행들을 도청해 사건을 알아냈다는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 쪽 일행이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쪽 일행보다 먼저 4층 관리부에 도착했다.(*106)

■ 카르마그리프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를 숨겨놧을 줄은 몰랐다 하면서 자기 지상예장으로 시공 거품을 눌러 관리부의 좌표를 찾고 공간전이를 해 왔다 한다.(*107) 그리고 자기들은 도청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를 다 알고 있음을 알린다.(*108) 프톨레마이오스의 시신이 든 관을 열 때의 리스크가 걱정된다고 에르고가 솔직히 말하자 카르마그리프는 자신이 밀실살인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한다. 나름대로 프톨레마이오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카르마그리프는(*109) 로드 엘멜로이 2세처럼 추리를 시작하는데 2세의 왜 했는가(와이더닛)을 따라하면서 동시에 언제 했는가(웬더닛)을 추가하는데 시간개찬은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신비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한다. 동시에 자신은 지난 한달 간 2세의 행적을 조사했기에 이번 사건에 방황의 바다가 얽힌 것도 알고 있다. 에르고에 대한 게 시계탑의 다른 로드들에게 알려지면 봉인지정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한다. 카르마그리프는 신대 마술에 어두운 시계탑이 에르고를 얻어 봐야 발전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며 방관한다.(*110)

■ 카르마그리프가 추리를 하길(에르고는 항상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추리를 해 줬지만 이번엔 2세 전에 타인이 먼저 추리하는 걸 보고 두려움을느꼈다), 이번에 용의자로 몰린 자들 중 남들의 눈을 피해 파라오의 관을 공략할 기회를 가진 자는 없었으며 관에 누군가가 접근한 건 대도서관이 만들어진 2300년 전, 그리고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대도서관에 침입한 3년 전 중 하나의 시점일 겨라 한다. 즉 각 가능성이 있는 시간대에 각자 관에 손을 대며 무언가의 이유로 밀실 트릭을 하나씩 덧붙였고 그 결과 지금 시점에서 3중의 밀실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다.(*111)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4세가 말년에 유폐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건 그의 후견인 페르디카스를 프톨레마이오스와의 싸움에서 암살당했기 때문이라 한다. 즉 프톨레마이오스의 잘못이 있다는 이야기다.(*112) 그리고 다이도코이 전쟁 끝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시체를 손에 넣은 건 사적인 이유가 있어서일 거고 그게 3중 밀실화의 이유라 하는데 그 사적인 이유를 밝히기 직전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도 관리부에 도착해서 말이 끊긴다.(*113)

■ 2세 일행은 애드가 지도를 표시주기도 했고, 시큐리티가 다 풀려 있어서 쉽게 관리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2세는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도 에르고의 정체가 무엇이건 스승으로서 제자인 에르고를 내버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마치 2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2세가 에르고의 납치 건을 뒤로 미뤄두자 하자 태연하게 대답한다.(*114) 예정대로면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과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카르마그리프와 같이 도달했을 것이니 무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와중(*115)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쪽 일행이 뒤늦게 도착한다.(*116)
아스테아가 본래 엘멜로이의 소유였던 광석과를 차지한 건에 대해 이야가 나오다(*117) 그 와중에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카르마그리프를 대하는 말투와 태도가 평소와 달리 아주 시계탑의 마술사다운 말투(서로 거울 보듯 하며, 미안하지 않으면서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정도의 태도로 미안하다 하거나 어딘가 냉정하고 차갑게 얼어붙은 것 처럼 행동한다.)로 구는 게 보인다.(*118)
카르마그리프는 ​아스테아는 시계탑에서 가장 밖의 신비를 잘 안다고(예외는 학원장이 로드인 브리시산) 어필하며 에테라이트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안다 한다. 에테라이트로 자기 머릿 속에서 데이터를 카피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송해달라 한다. 처음에는 2세에게만 전할 예정이었지만 2세의 제자들도 해 달라 해서 다들 받는다.(*119)
한편 기억전송이 이루어지는 사이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마치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상대를 상처입힐 의사를 품고 해체할 때(화가 난 2세가 상대 입장에서 보면 일생을 바쳐 온 신비를 자르고 해부해 내장까지 드러나게 한 후 거기서 끝나지 않고 역사의 의미 하나 하나 갈가리 찢어 햇빛 아래 끌려 나온 흡혈귀처럼 만들어버림)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120)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의 재능인 투명체(透明体)에 대해 해체한다. 인간에게 정신적인 기초가 되는 건 기억이고, 기억이 흔들리면 어떤 정신력도 의미가 없지만 에테라이트의 사용자는 예외라 한다. 타인의 기억을 방향성으 가지면서 타인의 기억을 거부할 만큼 자아를 확립하지 않는 줄타기를 할 수 있는 위태로운 존재만이 에테라이트를 완전히 활용할 수 있으며 그 예시가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라 한다. 특별한 존재인 시온은 다른 엘트남이 에테라이트를 수단으로 쓰는 데 비해 에테라이트를 자신의 본질로 삼았으며 그렇기에 진정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존재라 한다. 윤곽만 있고 내용이 없는 자아, 비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만이 있는 인격,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어 있음에도 여기까지 다듬고 깎아낸 게 대단한 것으로 제피아 엘트남 아틀라시아이 시온을 앙녀로 삼은 건 그 본질을 사랑하기 때문이며 시온의 존재야말로 엘트남이 지향하는 극치다. 이 시기의 시온은 거기까지 생각한 적 없어 그 말에 혼란스러워 한다.(*121)

■ 토오사카 린이 그렇게 남을 해체하는 건 각오가 있어야 하는 행동이라 하자 카르마그리프는 쓸데없이 진지하게 사죄한다. 본인이 2세의 팬 같은 존재라면서 2세의 치부인 약탈공을 완벽히 재현(2세와 닮은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2세를 따라하는 것이다)하는 걸 보고 뭐 하는 사람이냐라고 생각들을 한다.(*122)

■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이번 사건의 추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3년 전 대도서관에 간 건 에르고의 실험에 관련된 이유이며, 대도서관에 복수의 모순된 명령이 심겨 있을 거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가 일부 기억을 인계 못 받은 건 아틀라스원의 비밀 정보를 감추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틀라스원 관련 기억을 지우는 것으로 그들의 검열을 피하는 목적도 있을 거라 한다. 세 가지 의도가 얽혀 있다 한다.(*123)
→ 세 의도란 프톨레마이오스,대도서관을 건설한 아틀라스원의 분파, 에르고의 실험을 한 세 마술사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금술을 거의 못 쓰지만 음모와 교섭이 특기이며, 아틀라스원의 분파는 연금술에 뛰어나지만 음모가 서툴렀고 세 마술사가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세 마술사는 두 방면에 모두 뛰어나지만 이 실험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싶었다.(*124)
→ 프톨레마이오스은 아틀라스원의 분파에게 자재를 제공할 태니 대도서관의 기술을 이용하게 해 달라 부탁했을 거라 한다. 이것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지만 에르고의 실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했을 거라 한다.(에르고의 실험 구획이 제3층에서 독립되어 있다는 것이 근거).(*125)
→ 순서대로 정리하면 프톨레마이오스와 아틀라스원의 분파가 협력해 해저 대도서관을 만들고, 세 마술사가 실험을 위해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이야기를 꺼냈을 텐데 세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서로를 신용하지 않았을 거라 한다. 이는 프톨레마이오스가 한창 다이도코이 전쟁 중이라는 이유와 세 마술사가 최종적으로 에르고를 차지할 생각이었다는 이유가 있다..(*126)
→ 프톨레마이오스는 에르고가 대도서관의 최심부인 자신의 관으로 초대하려 했으며 이건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 알렉산드로스 4세를 어떤 형태로든 부활시키려는 것이라 그랬을 거라 한다.(*127)
→ 하지만 세 마술사의 실험이 최종단계까지 진행되면 그 셋의 에르고 쟁탈전이 시작될테니 프톨레마이오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는 실험이 완성되기 전 아슬아슬하게 에르고가 부활한 시점에서 함정이 발동되게 준비했을 거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세 마술사, 또는 그 후예가 다시 3층의 비밀공간인 실험실에 나타났을 때라 한다.(*128) 그리고 3년 전 그 실험실에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도착해서 데이터를 얻었을 탠데 그 시점에 아직 에르고는 대도서관에 봉인되어 있었을 거라 한다.(*129)
→ 한편, 에르고가 삼킨 세 신은 모두 바다의 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 마술사가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눈독을 들인 건 이 곳에 에르고를 안치시키면 바다의 요소에 익숙해지면서 2000년에 걸쳐 조금씩 신을 소화시키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130)
→ 카르마그리프는 손오공이 영생의 비약을 먹은 후 얻은 후 49일간 벌 받은 건 마술적으로 보면 벌이 아닌 몸에 흡수시키는 과정이자 사상 마술의 연단술이라 하며 에르고가 먹은 신의 하나가 손오공임을 맞춘다.(*131) 그 49일이 불교의 종교적인 의미(개념적인 한 시대가 끝날 때 까지의 시간)가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 실험에 들어간 2000년의 시간은 신대의 마술이 끝난 시점부터 현대의 마술이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진짜로 한 시대가 끝날 때 까지의 시간)을 노린 거라 한다.(*132)
→ 이 때 그레이가 신이야말로 시간 그 자체라 하자 그걸 들은 카르마그리프가 이야기에서 탈선해 그레이에게 흥미를 보이며 아스테아에서 제대로 단련시켜 보고 싶다 하지만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거절당한다.(*133) 다시 추리로 돌아가서, 프톨레마이오스의 함정이란 실험실에 세 마술사의 후예가 도착했을 때 에르고를 태운 포드를 실험실에서 해저로 배출하는 것이라 한다. 파수군들이 폭주한 것은 에르고를 무사히 배출할 때 까지 새 마술사의 후예의 발목을 묶는 함정이었다 한다. 결과적으로 3년 전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에르고가 배출되며 그 과정에서 실험실에 바닷물이 들이닥쳤고 파수꾼들이 발을 묶으려까지 한 덕에 사이파는 익사했다 한다.(*134)
→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금술사가 아니기에 통상적으로는 파수꾼들을 폭주시킬 수 없는지라 시큐리티 키를 통해 서로 모순적 명령을 여러 개 보내 오류를 일으키는 법을 선택했다 한다. 오류를 일으키는 명령의 조합을 알아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만 그건 프톨레마이오스가 장수했으니 문제 없었다 한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 중 하나가 시큐리티 키를 도난당하는 것이었다 한다.(*135)
→ 2층에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침입하자 대도서관이 폐쇄된 것은 불필요한 인간의 출입을 막는 수단으로, 아틀라스원의 분파에 이야기해서 특별히 만든 부정 동작이라 한다. 아틀라스원의 절대 계율이 자기 연구 성과는 자신에게만 공개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시 연구 카피를 대량으로 보존하게 된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아틀라스원의 입장에서 보면 파괴도 불사해야 할 위험물일 가능성이 높다 하며, 현 시점에서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해저 대도서관이 회색지대이기 때문에 정식 심사가 이루어지기 전 탐사를 끝마치고 싶어했던 것 처럼 2000년 전 아틀라스원의 분파들도 본부가 이 곳을 위험시해 침입하는 것을 막고 싶다 생각했다 한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분파들에게 본부가 침입해 왔을 때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해 그랬다는 핑계를 대며 대도서관을 폐쇄시켜 버리라는 소리를 불어넣었고 그 기능이 실제로 구현된 결과가 파라오 살인사건 이중 밀실의 진실이라는 결론이다.(*136)
→ 한편 카르마그리프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신대의 사람임에도 파수꾼의 오류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기계적인 트릭(관리부와 연결을 끊고 추가적인 명령으로 부하를 일으킨다)을 생각해낸 것이 감탄스럽다 한다.(*137) 이에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아틀라스원의 분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시큐리티 키를 맡긴 시점에서 불공정 이용을 감지할 체크 기구 정도는 마련했을 것 같다고 반박하자, 카르마그리프는 그걸 감지하는 기구 역시 기계니 시큐리티 키가 뽑혔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 방금 감지는 단순 미스라 판단할 것이고, 기계 입장에서는 밀실에 의미가 없으니 무시했을 거라 한다.(*138)
→ 결론을 내리면 기계가 명령대로 수행한 의미 없는 행동(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한 이유, 파수꾼이 폭주한 이유, 이 현상을 감지 기계가 무시한 이유)이 지금 대도서관에 온 일행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착각된 것이다. 무의미라는 순수한 와이더닛에 의한 밀실이라고도 한다.(*139) 덤으로 프톨레마이오스가 사역마 새를 남긴 건 혹시라도 에르고가 2000년 후에도 살아나지 못 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 한다.(*140)

■ 추리가 끝나고,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시큐리티 키는 누가 흠쳐간 게 아니라 관 안에 있을 거라며 에르고에게 관에 잡촉하라 하는데 여기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추리에 태클을 건다.(*141)
→ 2세는 카르마그리프가 자기 흉내를 낸 것 치고는 와이더닛의 취급이 형편없다며 프톨레마이오스가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한다. 카르마그리프가 그건 뭐 대충 알렉산드로스 4세를 향한 속죄 정도려나 하며 뭐 어찌 되던 상관없다 하자 2세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은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닌 이스칸달 그 자체의 부활이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2세의 말에 긍정하며 생전의 자신은 4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도 그를 되살려낼 정도로 신경이 얇은 사람이 아니라 한다.(*142)
→ 2세는 일전에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와 이집트 신화를 포괄한 신화를 재구성해 마술식, 마술기반, 마술 계통을 거의 제로에서 새로 만드는 대위업이었었다는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비슷한 짓인 마술 계통 룬 마술의 마술기반을 부활시켜 버린 아오자키 토우코가 언급되는데 둘의 규모의 차이는 원자폭탄의 설계도를 만든 자와 실물을 만들어버린 국가 정도의 차이라 한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나 동등하고 두려울 뿐이다.)(*143) 카르마그리프의 와이더닛은 프톨레마이오스가 그 대위업을 달성한 목적이 단 한번의 마술식을 위해 구축했다는 것이라는 결론이 아니냐 한다. 카르마그리프는 이에 수긍하며 이스칸달은 그 대위업에 의해 신이 되었으니 신을 먹이는 실험에는 적합하지 않고 뚜렷한 개성을 가지지 않는 공백이자 재구성된 신화의 초점이 될 수 있는 에르고가 사용되었을 거라 한다.(*144) 실제로 막 깨어난 에르고는 무구하며 순수해 신화의 초점이자 공백(근원의 소용돌이나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의 투명체 재능과 비슷한 것)이라 할 만했고 이는 2세도 인정한다.(*145)
→ 하지만 이 추리대로라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세 마술사에게 파수꾼을 폭주시키는 계략을 꾸밀 필요 없이 전적으로 그들에게 협력해야 할 터였다. 2세는 자기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충분하면 다들 그 논리의 어긋남을 생각했을 것이라 하며, 세 마술사가 한 통속이 아니었을 거라 한다. 그리고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관리부로 들어오자 기다렸다 한다.(*146)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카르마그리프가 자신의 팬임을 자청해 온 것처럼 자신도 현대 마술과 접점이 많은 카르마그리프와 언젠가 마주칠 것을 대비해서 겁쟁이 수준으로 준비해 두었다 하는데, 블랙 옥션에 나도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뒷 코드를 낙찰받은 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였다.(*147) 언젠가 카르마그리프 대책용으로 쓸 수 있겠지 하고 시계탑 마술사의 마인드로 아틀라스원의 유실물 구입해 놓은 것이었다.(*148) 카르마그리프 본인도 비슷한 걸 우려하고 있었다 한다. 조를 편성할 때 라이네스를 외주부에서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과 같이 남겨 놓은 건 둘만 있을 때 그 부분을 터놓고 이야기하게 해 라이네스가 로그를 설득하기 쉽게 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었다. 아무래도 그레이는 그런 비밀을 숨기는 데 익숙치 않아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이네스가 뒷 코드의 기능을 사용해 4층 관리부와 관에 접근했을 때 까지 2세와 항상 통신하고 있었으며 뒷 코드로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전체 지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149) 이에 그레이는 이 정도로 흉계를 꾸몄으면 오히려 자신들이 범인 아닌가 한다.(*150)
→ 그렇게 라이네스가 뒷공작해서 얻은 건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의 증언이었다. 그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을 죽인 자를 찾기 위해 이번 합동발굴조사단을 꾸몄다. 한편 카르마그리프의 '사이파는 2000년 전의 함정에 걸려 죽었다'는 추리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세 마술사가 한통속이 아니며,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납치한 게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한 거 아니냐고 반박한다.(*151) 세 마술사 중 지즈와 무시키는 2000년이 지난 현대에도 살아 있지만 쿨드리스의 선조는 죽었고 후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남기지 않았다.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지킨 것이라 쳐도 허술했다. 이를 2세는 쿨드리스의 선조가 2000년 전부터 선수를 친 거 아니냐 한다. 다른 둘과 달리 쿨드리스의 선조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였기에 도서관을 제작한 아틀라스원의 분파와 같은 기술을 사용했고 다른 두 마술사와 달리 도서관의 제작에 사용된 기술에 능통했다. 즉, 시큐리티를 돌파해서 본래 프톨레마이오스가 들어 있다고 알려진 관에 다른 내용물을 넣어놓은 거 아니냐 한다.(*152)
→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 자기랑 자승자박 수준의 추측뿐인 추리 아니냐 따진다. 여기서 사용되는 것이 라이네스가 소지한 대도서관의 뒷 코드로, 이걸 아틀라스원 선임 교관이자 쿨드리스의 후예인 로그가 쓰면 파라오의 관에 어떤 함정이 숨어 있건 무시하고 따 버릴 수 있으니 지금 관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으로 2세의 추리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153)

■ 전원 2세의 관에 뒷 코드를 써 보자는 제안에 찬동했다.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문을 열려 하자 그 순간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뼈의 칼을 꺼내 아버지를 찌르려 한다. 월령수액과 로그의 뼈의 방패로 간신히 막았고, 그렇게 흑막이 밝혀졌다.(*154)
2세가 설명하길, 분할사고는 몸과 상당히 다른 IF의 자신도 허용한다. 즉 본래 자신은 뒤로 빠지고 IF의 자신을 내세워 다른 가능성의 자신이 사고의 메인에 서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저 알렉산드리다 대도서관 3층의 비밀 구역을 해킹하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아틀라스원의 사람이라면 할 리 없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155) 즉 당시 해킹하던 라티오의 인격은 분할사고로 만든 두 번째 인격이었고, 진짜 라티오는 그 뒤에 머물러 있었다. 진짜 라티오가 아닌 다른 분할사고의 인격이 몸을 조작했다.(*156) 3년 전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대도서관에 침입했을 때 라티오도 따라왔고, 그 곳에 에르고를 만든 세 마술사 중 하나인 그 시대의 쿨드리스가 남겨놓은 기록을 발견했다. 해독은 사이파가 했지만 그걸 머리로 받아들인 건 라티오였다. 문제는 그 기억이 너무 많아서 라티오의 인간성을 변질시켰다. 이런 현상을 막을 방법은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가진 자아가 비어 모든 걸 허용하는 투명체의 재능을 가지는 것 뿐이고, 결과적으로 그런 재능이 없는 라티오는 변질된 자신을 숨기기 위해 분할사고의 다른 인격을 만들어 뒤에 숨어버렸다.(다른 인격은 사고가 터지기 전 라티오의 인격에 가깝게 설정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가짜가 진짜 라티오고 가짜를 만든 진짜가 변질된 가짜 라티오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 3년 간 분할사고의 다른 인격에게 쭉 몸을 맡겨 왔는데 이는 변질된 자신이 몸을 조작하면 다른 아틀라스원의 지인들이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을 것이기 때문이다.(*157)

■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이라기 보다 기억을 주입받은 결과 2000년 전의 쿨드리스의 인격에 가까워진 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을 열어버린다. 그 안에는 시신이 아닌 검은 독기가 있었고, 그걸 에르고에게 먹이려 한다. 라티오가 범인임을 확인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바로 에테라이트로 라티오를 제압하려 했지만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에르고가 완성되는 쪽에 가치가 있다며 쌍은순호로 에테라이트를 얼려 막아버린다.(*158) 주인이 비전투계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쌍은순호는 수많은 속성의 화살을 쏘아내고, 빗나간 것은 마법진을 발생시킨 후 방향을 틀어 다시 표적을 노리는 등 쓸만함을 과시하며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노렸다. 린과 루비아가 이를 막아내고 카르마그리프와 대치한다.(*159)

​■ 한편 2세의 추리가 이어지길, 라티오의 의지를 잠식한 2000년 전의 쿨드리스가 이런 일을 벌인 건 에르고를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연산기능에 접속시켜 아틀라스원 연금술사들의 명제 '세계의 멸망을 회피할 방법'을 연산하려 한 것이었다. 세계를 구하려다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를 만들어버린 꼴을 잘 아는 쿨드리스는 두 가지 전제를 새웠다. 첫 번째는 구원의 수단이 병기로 이용되는 건 구원의 수단을 이해하는 자가 있기 때문이니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초고연산능력을 지닌 에르고와 대도서관이라는 존재를 이용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대도서관에 접속한 에르고는 버티지 못 하고 죽어버릴 테니 혹시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나더라도 에르고를 악용할 방법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었다.(*160)

​■ 2000년 전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와 당대의 쿨드리스는 서로를 속였고, 그 결과 3년 전 에르고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수중에 들어가지 못 하고 해저를 표류하게 되었다. 2000년 전의 쿨드리스는 거기까지 예상한 후 그럼 밖에서 깨어난 에르고가 다시 대도서관으로 올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 만회할 준비로 시큐리티 키를 이용한 함정과 관 안에 에르고를 작동시킬 장치를 숨길 구상을 했다.(*161)
이에 라티오는 에르고가 완성되어 자신이 소망을 이루면 시계탑에게도 좋은 일이니 2세에게 막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제안했다. 실제로 2세의 편이 아닌 진실을 안 자들은 저항을 포기하거나 라티오의 계획에 찬동했다.(*162) 하지만 2세는 그딴 게 제자를 포기할 이유는 안 된다며 거절한다.(*163) 탄겔은 복잡한 감정을 뒤로 하고 명령대로 2세를 짓이기려 하고 그레이가 막아선다.(*164)

■ 2세는 그 초연산기능을 발휘하는 데 들어갈 에너지를 어떻게 충당할 거냐 물었고, 라티오는 지하의 해저 화산 중 하나를 동력원으로 쓰기로 했다 한다. 이미 27분 뒤에 필요할 거라 예상하고 그 시점에 화산을 분화시키도록 설정해 두었다.(*165) 해저 대도서관이 아무리 신대 기술로 2000년 간 보존된 특주품이라 해도 해저화산이 터지면 박살나는게 당연하다는 듯 화산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관리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166)

■ 에르고는 검은 독기 속에서 에테라이트를 통해 바깥 상황을 전달받는다.(*167)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그 독기가 에르고를 대도서관과 연결하려 하는 것 같다 하며 이를 끊는 시도를 하려 하는데 에르고가 끊는 것의 역을 해야 한다고 한다. 시온이 이를 받아들이자 에르고가 고맙다 한다.(*168) 에르고는 자신이 누군가의 환생이 아닐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로 자신의 정체가 밝혀졌고,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런 자신의 과거를 '엿던 것'으로 지금의 에르고와 별개의 것으로 이야기해 준 것에 감명을 받았다.(*169)

■ 시온에게는 아무 것도 숨길 수 있기에 그녀가 있어서 다행이라 한다. 한편 시온은 에르고의 식신 충동이 더욱 성장했고 기억 포화도 더 진행되어 슬슬 포드에서 깨어난 후의 기억에 결핍이 생기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집트로 향하던 중 에르고가 수첩에 그림을 그린 건 기억을 잊어도 그림으로 그려 두면 생각해 낼 수 있어서였다.(*170)

■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자신이 투명체라는 추악함을 못 깨달은 상태로 남의 기억을 착취하는 충동을 억누르지 않는 자라고 자책하는데, 에르고는 그런 시온은 틀렸다 해도 여기까지 달려왔고, 달려온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며 시온은 강하다 한다. 그리고 자신도 시온처럼 무엇이 있어도 달릴 수 있는 자가 되고 싶다 한다.(*171)

■ 검은 독기가 에르고를 통해 멸망을 회피하는 연산을 시작하자 끔찍한 고통이 몰려왔다.(*172) 그리고 에르고의 환수를 통해 온갖 멸망의 가능성이 흘러들어온다. 아직 납득하지 않은 에르고는 자신이 연산기로 변해가는 것을 견딘다.(*173)

■ 지금 화산이 터져서 다 죽게 생겼는데 아직도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편을 드냐 따지는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에게(*174) 카르마그리프는 그녀들이 마술사에게 있어서 고고학의 이해가 부족하다 하는데 마술사의 고고학이란 단순히 수단으로써의 수집만 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마술사 쪽이 더 많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어 전달하는 거라 한다. 마술의 이념과 운용에 도움이 안 되면 일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이 근본에 있다.(*175)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이상한 거지 본래 시계탑의 로드란 자들은 그런 가치관의 화신들이다.(*176) 그렇다고 죽겠다는 건 아니고, 최대한 볼 수 있는 만큼 보고 도주한다 한다. 그리고 카르마그리프의 조수만이 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으며 흥미도 없어 치외법권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177) 린은 도저히 실력으로 이길 상대가 아님을 알기에 비기 돌고 도는 다섯 별을 꺼낸다.(*178)

■ 탄겔과 그레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의 싸움은 언뜻 보면 호각이지만 탄겔 쪽은 소모가 거의 없고 그레이네는 유효타 하나만 허용해도 치명상을 입는 구도가 된다.(*179) 탄겔은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집착하는데 그의 전투력이 어떻건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2세라 판단했다 한다.(*180) 한편 라티오... 의 몸을 한 2000년 전 신대의 쿨드리스는 에르고와 대도서관을 이용한 연산이 시작되었다 하며 자기도 2세가 최대 위협이라 판단하므로 죽인다 한다.(*181) 2세는 3분만 시간을 벌어달라 부탁한다.(*182) 두 사람은 점점 더 고전하는데 라티오가 숨기고 있던 메인 인격을 떠올리면서 파워업한 결과였다.(*183)

■ 2세는 보호만 받는 것에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184)
일단 어느 쪽의 편을 들 수 없이 제대로 사고도 못 하게 되어버린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 에르고와의 접속으로 바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침묵중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에게 향한다. 일단 시온에게 에테라이트로 자기 기억 속의 술식 하나를 빼 달라 한 후 프톨레마이오스에게 그걸 사용해 달라 한다.(*185)(*186)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은 하나라며 신을 묻겠다고 선언한다.(*187)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에 담긴 신을 이야기하는데, 그 관에 있던 것은 권능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세트와 큰 연관이 있다 한다. 2000년 전의 쿨드리스가 구해 온 간타이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으며 어느 인자가 발현할 지 알 수 없었지만 이 관에 담긴 신과 접촉하면 유리한 부분만 남길 수 있어 신경쓰지 않았다 한다.(*188) 즉 관에 담긴 신에게는 두 가지 권능이 필요한데 신을 절개하는 기능과 최종 연산기로서의 기능이다. 이걸 겸비하면서 세트와 인연이 있는 신은 숫자가 한정되는데(*189) 연산이라면 토트와 세샤트가 적임이지만 이들은 신의 기능을 절개하는 기능이 없다. 신의 기능의 절개는 이집트 식으로 말하면 제조 과정에서 다음 생을 위해 사체를 잘라내 만드는 미라에 가까운 권능이라 한다.(*190) 세트와 짝을 이루며, 과거에 왕이었고 현재 세트에게 왕권을 빼앗겼으며 미래에 최후의 왕신 호루스에게 넘겨주는 이 신은 다른 신화에서 나오는 삼위일체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고, 본래 생과 사 식물의 신이었지만 동생에게 죽임당하면서 신을 무로 돌리는 명계의 신도 되었다. 생명의 신이기도 하며, 최초로 미라가 된 신이고 하다.(*191) 그렇게 밝혀진 신의 정체는 오시리스였다.(*192)(*193)

■ 한편 2세가 다른 인물들에게 맡긴 건 서번트의 소환 의식이었다.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의 몰큘페이스가 바닥을 연산기로 만들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가 성유물로서 연산기 가운데 서고, 2세의 기억에서 서번트 소환의 술식을 읽어 온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주문을 외친다.(*194) 일반적인 시계탑 마술사가 사역마와 계약하는 술식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쓸 수 없는 것이지만 서번트 소환의 술식은 웨이버 벨벳이란 초짜가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마력만 유도할 수 있다면 아틀라스원의 사람도 호환되는 간단한 술식이었다.(*195)
그리고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신을 불러낼 수 있는 장소니 유사한 영령소환의 술식이 성립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해저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이라 영맥이 초 활성화됬기도 했다.(*196) 딱 하나 대성배와 제3마법이 없다는 문제는 검은 독기에 씌워져 신의 영역의 연산기로 변하던 중인 에르고를 대용으로 썼다. 사실 대용이라곤 하지만 대도서관과 신의 권능으로 모방한 힘은 후유키 시 성배전쟁의 원형이 된 그랜드 클래스의 결전술식에 가깝다 한다.(*197)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시온의 영창을 막으려 했지만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보석에 상승을 걸어 강화를 발동해 플라잉 니킥을 카르마그리프의 목에 명중시킨다.(*198)
이 연산을 진행하는 동안 에르고의 몸은 복원되며 손에 그 거대한 잔이 생겼다. 정체가 밝혀진 오시리스는 멸망을 회피하는 연산에 모든 힘을 써서 파편 정도의 힘 밖에 남지 않아 에르고가 삼킨 세 신을 분리해낼 능력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서번트 소환 의식에 필요한 연산 능력은 남아 있어 에르고가 손에 생긴 잔을 이용해 시온네와 오시리스를 연결시킨다.(*199) 그렇게 검은 독기, 오시리스는 사라졌고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제3재림의 모습을 한 아쳐(프톨레마이오스)가 소환된다. 에르고와 시온을 마스터라 부른다.(*200)

■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마지막까지 에르고를 다시 관에 돌려보내 연산을 다시 하려 했지만 서번트로 불린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해저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인 책을 갖고 있었고 이것으로 모든 것을 통제해 화산을 정지시킨다.(*201) 소환된 프톨레마이오스는 사역마의 자신의 기역을 인계받았고, 사역마의 자신이 궁금해하던 대도서관을 만든 진짜 의도가 '천재적인 언어의 재능을 가진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아무리 읽어도 책이 부족하지 않은 도서관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인 것을 알게 된다.(*202) 그의 시대는 잔혹함이 아주 당연했기에 빛을 볼 재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것에 더 강한 슬픔을 느꼈다. 아무튼 그는 에르고를 신을 먹어서 기억의 포화를 일으킨 시점에서 새로운 인간이 된 거나 마찬가지니 그를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닌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닌 자로 정의한다.(*203)

​■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왕의 군세에서 프톨레마이오스를 본 적이 있다 한다. 아무튼 프톨레마이오스는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폐관을 선고한다. 라티오가 그만두라며 덤벼들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보구로서의 왕의 서고를 전개한다. 발사된 빔은 2000년 전 신대의 쿨드리스니 뭐니 그런 건 의미없이 즉사할 위력이었지만 탄겔이 목숨 바쳐 라티오를 보호한다. 탄겔은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라티오를 용서해달라 부탁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기억을 갖고 있었음을 알리고 라티오에게 아버지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을 잘 부탁한다 하고 소멸한다.(*204) ​선대 쿨드리스의 의지는 주의나 이념에만 영향을 미쳤기에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동생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 본성을 자각해 폭주를 멈췄다.(*205)

■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또 누가 언제 찾아올 지, 아니면 그 전에 인류가 멸망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잠시의 폐관을 진행한다.(*206) 그러면서 에르고에게 책을 좋아하냐 묻는다. 에르고는 료우기 마나가 자신에게 동화책을 읽어 준 것을 이야기하며 자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고 프톨레마이오스는 다행이라며 웃는다.(*207)

■ 프톨레마이오스가 발굴자와 방문객들을 지상으로 되돌릴 시공 거품을 만드는 동안(*208)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럼 도대체 살인사건이 일어난 진짜 관은 어디 있었냐 묻는다. 이에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금 보이는 관은 대도서관 제조 당시 아틀라스원 본부에 변명 대응하기 위한 더미고 진짜는 바로 옆 바닥에 숨겨져 있다 한다. 이 과정에서 생긴 틈을 선대 쿨드리스가 노려 더미 관에 오시리스의 간타이를 넣었었다.(*209)

■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에르고에 대한 최저한의 정보가 기록된 수정을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넘겨준다. 그렇게 갈 사람은 가고 벌 받을 자는 벌 받는 걸로 끝나나 했는데(*210)
지금까지 분할사고로 메인 프레임을 숨겨두었다 3년 만에 개방한 대가로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던 인격에 기억 포화가 일어난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제어가 폭주해 관리부를 침식하기 시작했다.(*211) 그걸 억누르면서 라티오를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의견이 갈리려는 순간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더러 조금 전의 공방에서 조수인 티카를 전투에 참가시키지 않은 건 아스테아의 지상예장을 준비하도록 한 것이고,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는 거 아니까 어서 정리하라 한다.(*212) 카르마그리프는 이에 수긍하곤 지상예장을 작동시킨다. 사실 대도서관의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지상예장으로 피를 왕창 소모해서 방금 싸울 때의 전투력은 전력이 아니었다 한다.(*213)
이 지상예장은 모조를 바로 생산하는 게 아니라 상한은 있지만 어느 정도 생성하지 않고 보관하는 게 가능한데 물건에 따라서 재룔르 넣고 나서 생성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다. 조수인 타키가 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바로바로 하는 것이었다 한다.(*214)
그렇게 지금 키르마그리프가 뽑아낸 것은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남긴 뼈의 팔 형태의 엑조포름이었다. 자동 발동 자동 판단 기능이 담긴 이 팔이 폭주하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과 맞선다. 지상예장 안에 이런 게 저장되어 있었던 건 카르마그리프와 사이파가 친구였기 때문이다.(*215)
그리고 앞서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구입한 사이파의 뒷 코드를 경매에 내 놓은 건 카르마그리프였다. 돈이 급해서 카피한 것을 이것저것 옥션에 내놨는데 누가 사 갔는가를 조사하지 않은 걸 아쉬워한다.(*216)
한편 라티오와 사이파의 팔의 싸움은 라티오 쪽이 우세를 점했다. 이번에야말로 라티오의 생명을 끊어야 하나 싶은 상황에서 거의 빈사 상태의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무리해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이파가 죽은 후 자신은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외의 것을 모두 잊어버렸으며, 라티오에게 어떤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대화하려 한 적도 없고 그녀가 조종당했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 했다고 고백한다. 라티오는 폭주를 멈추고 아버지를 껴안는다.(*217)

■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이 알렉산드리아를 떠나게 되었는데 에르고는 수첩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자신의 정체를 안 건도 있고 해서 다시 얼굴의 느낌이 쓸쓸하게 바뀌었다.(*218)

■ 아틀라스원의 유적지에서 시계탑의 로드 끼리 싸운 것을 숨겨야 했기에 이틀 내내 교섭과 타협과 담합을 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거의 뻗기 직전이 되었고 왠지 같이 한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는 팔팔했다.(*219)

■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과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을 규칙 위반자로 체포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그들을 에테라이트로 묶어 놨다 한다.(*220) 시온은 어린 나이임에도 팔팔했다.(*221) 아틀라스원에의 보고는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이 먼저 하러 갔으며, 아마 앞으로 자신이 상대할 교관들은 이번 사건보다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가 폐관했다는게 더 쇼크로 느껴질 거라 한다. 앞서 말한 대도서관의 폐관이란 관측불능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대충 앞으로 100년 정도 아틀라스원이 시간을 들여도 찾을 수 없을 거라 한다.(*222)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에게 남은 선대 쿨드리스의 기억은 가능한 추출할 예정이지만 기억포화가 해결된 후 일어난 단편화 때문에 시간이 걸릴 거라 한다.(*223) 라티오의 상태는 많이 안 좋지만 아버지인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헌신적이라 희망은 보인다 한다. 그 연극광 놈도 본받았으면 한다고 한다(참고로 그레이를 기준으로 제피아가 시온의 의부라는 사실은 쉽게 매칭이 안 된다 한다).(*224)

■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이제 2세 일행과 만나지 못 할 거라 하지만 에르고는 언젠가 재회할 거라 한다. 시온은 그게 말이 되냐 하면서도 2세 일행을 절대 잊지 않겠다 한다.(*225)

■ 한 어그로 끌었던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보석 학과의 제자들인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에게 배웅받으며 배로 떠난다. 루비아한테 얻어맞은 목덜미가 아직도 아프다 하며 볼 거 다 봣고 할 일도 했으니 당분간은 얌전히 있겠다 한다.(*226)

■ 카르마그리프는 이번 일이 친구였던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한 의도는 일절 없었다 한다. 저 분위기는 마술사의 방식이라기 보다 카르마그리프 개인의 특성이라 한다. 이런 특성은 강사로서 사제들과 좋은 조합이 될 지도 모른다 한다.(*227) 아무튼 사이파는 꿈이 있어서 좋아했고,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라는 꿈을 볼 수 있었다는 게 굉장했다 한다. 아스테아의 고고학관에게는 이것이 유일무이한 가치라 한다.(*228)

■ 토오사카 린은 로드 엘멜로이 2세에 대해 생각하길, 2세는 마술사의 가치관을 지향하지만 거기에는 긍정과 자학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한다. 2세의 시선은 대부분의 가치관에 냉담함을 품는다. 이는 2세가 자신은 물론 타인과 적, 아군에게도 몇 걸음 거리를 둔 것이다. 공정하다면 공정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존재 방식인데 린은 그런 게 의외로 싫지 않다 한다.(*229)

■ 카르마그리프는 강사로서 루비아에게 보석에 상승 걸고 신체강화 했으니 마술사의 기본인 컨디션을 돌봐두라 한다. 이에 루비아는 신체관리는 당연한 의무라 한다.(*230)

■ 카르마그리프는 에르고에 대해선 시계탑에 찌르지 않는다 하며, 지금은 괜찮다 한다.(*231)

■ 다 끝나고 보니 에르고가 그 이스칸달의 아들인지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조금 뻘쭘해졌다. 사교적인 가면을 풀고 무방비한 민낯으로 에르고에게 이스칸달에 관한 기억이 다 돌아왔냐 묻는다. 그러자 에르고는 2세에게 이스칸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 한다. 2세는 재미없고 긴 이야기지만 해줄 수 있다 하며, 언젠가 에르고가 자신의 자의식을 확립할 수 있겠지만 에르고의 기억 포화로 시간이 많지 않은 게 발목을 잡는다 한다.(*232)

■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마지막 남은 뼈인 두개골로 탄겔을 만든 건 일단 첫 째는 그렇게 뼈를 사용하는 것으로 쿨드리스의 가전 특질 상 두개골에 남아 있을 라티오가 사이파를 사실상 방치해서 죽인 것이마 마찬가지라는 정보를 은폐하는 목적이었고(아틀라스원은 소녀인 시온 엘트남 아틀라시아를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 요원으로 쓸 정도로 경찰기구가 발달하지 않았고 운영 방식이 독립독보의 기품이 강하다) 다른 하나는 탄겔이란 이름의 의미가 '닿길 바란다'니 두 번째 이유는 굳이 말로 할 정도의 일이 아닌 그거 아니겠냐 한다.(*233)

■ 여전히 레즈비언스러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의 그레이를 향한 태도를 뒤로 하고(*234) 2세는 이번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면 다시 현대 마술의 강사로서 수업을 재개할 생각이라 하며, 당장은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로 가서 장소를 확보하고 아쳐(프톨레마이오스)가 넘긴 기록 수정을 에르고에게 읽게 하겠다 한다. 이번에 신을 절제하는 오시리스의 데이터를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추출해 데이터로 넘겨 주었기에 에르고의 신을 절제한다는 목표도 진전되었다.(*235)

■ 여기까지 와서 생각해보면 지즈가 말한 비옥한 초승달은 알렉산드리아를 말했다 치고, 바이 뤄롱이 에르고의 진짜 친구면 에르고의 정체인 알렉산드로스 4세가 살아 있던 시기의 인간이라는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냐 한다.(*236) 그 때 플랫 에스칼도스가 2세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온다. 그는 모나코에 있었는데 본래라면 에미야 시로와 반 펨의 선상연회에서 만나야 했지만 어쩌다 보니 자기가 지즈와 차를 마시고 있다 밝힌다.(*237)

(5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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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킬 거 축약

● 여기는 공신력이 없습니다.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각주도 객관성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습니다.
● 퍼 가실 거면 출처가 여기라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갑질할 입장은 아니므로 강요는 안 합니다만...... 그러시면 제 의욕이 상실됩니다.
● 정리글만 보고 떠들면 사견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여기만 보지 말고 먼저 원작을 감상해 주세요.

좋은 소식

달갤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9권까지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 9권까지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츄라이 츄라이.


자료륾 못 구해 반영을 못 한 것들. 정보투고 환영중. 번역 부탁드려요...

● 페이트 프로토타입 창은의 프래그먼츠 사운드 드라마
여기서 보강된 내용이 엄청 많다는데 일알못이라 반영 못하고 있음.
번역 츄라이 하기엔 청해가 좀 빡실거 같긴 한데..... 최근 연재 시작한 코믹스판에 기대해 봐야 하나.

● 페이트 로스트 에인헤랴르 극광의 아슬라우그
프롤로그 말고는 번역이 없어서 반영 불가.
더군다나 1권만 나오고 페이트 레퀴엠 수준으로 유기된거나 마찬가지라.... 이건 번역해달라고 부탁도 못 하겠다.


그 외 사유로 반영 못 하고 있는것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부분번역과 마테리얼 참조해서 쓴거라 빠진 게 많음.
특히 관위결의 편은 큰 틀만 있고 자세한 내용이 없는 수준.
이유는...... 정발판 텍스트 내용 하나하나 받아적기 귀찮음. 그런 받아쓰기 작업은 월희 리메이크나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로 충분하다고......
혹시 텍스트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한 정발 전자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럼 사서 반영해 봄.

● 페이트 엑스트라 코믹스 폭스 테일
연재속도가 느린 것도 있고 귀찮기도 해서 놔버린 상태.
최신 밈이 스즈카 매독썰이라니 좀 깼다.

● 프리즈마☆이리야
비정사인데다 연재속도 느리고 귀찮아서 놔버림.
최근전개에서 뽕차는 최종전이 진행중이긴 한데 그래도 귀찮은걸.

● DDD
뒷부분 번역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보는 사람이 있긴 함?

● 히무로의 천지
완결났는데 번역이 없다.

● 타입문 학원 치비츄키!
전부 정발됬지만 7권에서 연중 유기되었다길레 나도 유기.

● 꽃의 미야코
작품이 연중으로 유기당했으니 나도 유기.

● 파이어 걸
그 운석새끼가 완결낸 작품이고 뒷골목 사츠키 히로인 12궁편에서 누가 나왔다는 건 들었는데... 관심있는 사람이 있긴 함? 나무위키에 항목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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注釈

*1 각주예시

*2 『왕의 서고』랭크: A+. 종류: 결계/대군보구. 범위: 1~30. 최대포착: 100명. 비블리오테케 바실레오스. 그리스어로는 『ΒΙΒΛΙΟΘΗКΗ ΒΑΣΙΛΕΙΟΥ』 프톨레마이오스와 그 자식이 협력하여 만들어 냈다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소환한다. 단 이 보구로 소환되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당시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아틀라스원과 협력하여 만든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합일된 것이다. 소환의 돌과 동일한 포토닉 결정의 수목이 자라나 아틀라스원의 지혜를 아군 전원에게 부여하고 동시에 그 방위 기능을 사용하여 적을 공격한다. 아틀라스원의 지혜를 부여받은 자는 일시적으로 고속사고·분할사고 상태가 부여·증강된다. 이것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지닌 것과 동일한 미래시적 상태이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인게임 설명

*3 또 드레드노트가! >쫓아오고 있어! / 다 빈치 : 돌격해온다---! / 프톨레마이오스 : 아니. 이 정도 떨어지면 충분하다. 잘해줬다, 마스터. / 수정으로 된 책...! 그건 프톨레마이오스의.. / 프톨레마이오스 : 곁에 붙거라, 마스터, 떠돌이 서번트. / 역시..! >프톨레마이오스의 보구...! / 프톨레마이오스 : 자, 열려라, 예지의 문 / (드레드노트 돌격 중) / ??? : 뭐, 뭐지, 이 빛은! / 고르돌프 : 나, 나도 알고 있다고.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하면 아들과 더불어 수많은 건축물로 세계에 이름을 남긴 파라오. / 다 빈치 : 응, 예전의 내가 살아있던 시대에도 유명했어. 그 파라오는 세계 7대 불가사의에도 관련되어 있어! 그 중에서도 전세계의 예지를 모아두었다고 전해지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학당(무세이온)은--- / 마슈 : 계기의 마력수치, 계속 상승합니다! 신대의 진 에테르를 검출! --아니, 이 규격은, 칼데아와 같은---? / 프톨레마이오스 : 세계의 집적을 알도록 해라. 우리들의 앞날을 보도록 해라. 전지전능하지 않은 우리가, 전지전능한 것에 도전한다는, 아득한 역사를 그 혼에 새겨라. 『왕의 서고』(비블리오테케 바실레오우)---! / 여기는.. 성은, 어디에. / 프톨레마이오스 : 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내부다. 일시적인 것이지만, 그 성과 공간을 분리했다. 너희들의 말을 빌리자면, 고유결계와 비슷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 이라고 해야할까. / ??? : 도서관...? 그 쪽의 선반은 책들이 잔뜩 있지만 대부분의 선반은 텅 비어있는데. / 프톨레마이오스 : 있고 말고. 책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보이도록 해주지. / (손가락 튕기기) / ??? : 우왓, 뭐야 이거! 책이 공중에서 나타났어?! / 프톨레마이오스 : 도서관의 정보를, 책으로써 현재화시켰을 뿐이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는, 대부분의 서책이 빛으로써 기록되어있어서 말이지. ....그렇군. 수정의 빛 하나 하나가, 백만에서부터 수억 정도의 서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 : 백만이라고?! 그건 너무 갔지! 수상쩍은 떙중들의 설교도 아니고 말이야! / 중 분들과 인연이 있는건가요? 혹시 일본의 서번트? / ??? : 오우, 그렇고 말고. 근데, 너도 일본의 인간인가! 도리도 설명도 없이 이국의 땅에 불려졌지만, 도와준 사람이 같은 나라의 인간일 줄이야! 아아, 미안. 도와줬는데 인사가 늦어졌네. 내 이름은 스기타니 젠쥬보라고 한다. 보다시피, 별 거 없는 화승총(타네가시마)잡이야. / 프톨레마이오스 : 타네가시마라면, 그 현시대풍의 무기말인가? 테베 근처에서 사용되었던 바다의 불을 생각했네만. / 스기타니 젠쥬보 : 아아, 그래. 그렇긴 하지만 이런 도서관을 본 뒤에는, 현시대풍이고 뭐고, 철덩어리 완구 같지만 말이야. 그렇긴 해도, 뭐 이 녀석 덕분에 서번트란게 된 건 확실하지만 말이야. 그래서,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거야? / 프톨레마이오스 : 아아, 그렇군. 일단은 밖과 통신을 연결하지. / 통신이 되는 건가요! / 프톨레마이오스 : 칼데아의 통신은 몇번이고 봤으니까. 나의 도서관에서는... 아아, 이 시대(규격)로 잇도록 할까. 검색하라. 나의 관상(테오리아)로부터 적용. 해당 시대(규격) R1543982. 시행. / (수정음) / 다 빈치 : 마스터짱! / 마슈 : 마스터! 무사한가요! / 젠쥬보 : 우, 읏... / 무슨 일 있나요? / 젠쥬보 : 아니, 저, 아까전에는 필사적이었고, 이 도서관이 너무 격이 달라서 생각 못했었는데. 부끄럽게도 이 젠쥬보, 요술 같은 걸 보면, 소름이 멈추지 않아서 말이야..! / 다 빈치 : 음, 젠쥬보라면 스기타니 젠쥬보 말이야? 일본의 전국시대에 나타난 화승총을 쓴 저격암살자. 어라, 여성이었나--- / 마슈 : 영령이 되는 분들에게는 여러가지 패턴이 있으니까요... 실은 여성이었다, 또는 클래스로 인해 여성으로써 인식된다... 같은. / 다 빈치 : 그런가. 그건 그렇네! 그러고보면, 예전의 나도 생각해보면 거기에 해당됐던 거 같기도... / 젠쥬보 : 아니, 나는 남자야. 생전에 조금, 귀찮은 일에 휘말린 것 뿐이야. 생각해낸 거 만으로도 창자가 뒤집어질 정도야. 으으으, 네놈.. 지가... 크흠. 뭐, 내 일은 아무래도 좋아. 거기 프톨레마이오스라는 녀석에게 할 말이 있는 거 아니야? / 다 빈치 : 아아, 그렇지. 확실히 물어보고 싶은 건 잔뜩 있어. 그렇다기 보단 생겼어. 프톨레마이오스, 어떻게 이 통신을 연결하는게 가능한거야? / ....다 빈치쨩? 뭔가 이상한게 있어? / 프톨레마이오스 : 칼데아의 통신은 아틀라스원 규격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내 도서관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럴 것이 처음 건축할 떄부터 아틀라스원의 손이 닿아있으니까 말이다. / 고르돌프 : 잠깐잠깐! 아틀라스원은 마술협회의 하나라고! 이름 높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무슨 관계라는 거지? / 프톨레마이오스 : 그건 역사의 복잡한 짜임새라고 할 수 있겠지. 표면적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그 말대로, 규모와 질은 월등히 높았지만, 어디까지나 보통의 도서관이었다. 하지만 그 뒷면 ---내가 세운 또 하나의 대도서관은 약간 느낌이 다르다. 이쪽은 수많은 연금술사나 마술사들을 초대해, 당시의 신비에 대해서도 모으도록 했다. 내 보구로써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이 표면과 뒷면 양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 다 빈치 : 그런가. 아틀라스원의 본거지는 이집트였지. 심지어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한다면, 신왕조를 만든 파라오야. 아틀라스원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충분하지. / 프톨레마이오스 : 이해가 빨라서 좋군.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서책은 꼭 종이로 된 책의 형태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뭐, 당시의 파라오로써 신비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두어야할 필요가 있던거다. / 다 빈치 : 아아, 그렇겠지. 그도 그럴게, 너는 틀림 없는 승자니까. 정복왕 이스칸달의 사후, 새로운 왕의 자리를 둘러싸고 일어난 후계자(디아코도이) 전쟁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비극 속에서 죽었어. 하지만 그 중 너는 팔십살이 넘도록 파라오로 있었고, 그 다음 파라오도 지명한 후, 천수를 다했지. / 프톨레마이오스 : ....흠. 그건 내가 과거의 전우들을 희생시켜 살아남은, 빈틈없는 음모가라는 이야기인가? / 다 빈치 :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해, 프톨레마이오스. / 프톨레마이오스 : 아니, 그건 진실이다. 이스칸달과 함께 죽은 친구들이 후계자 전쟁 같은 걸 알게 된다면 격노하겠지. 격노한 후에, 그래도 용서할지 안할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야말로 죽어서도 용서하지 못한다는 녀석도 분명 있을거다. 나는 지나치게 잘 한걸지도 모른다고, 살아있을 때도 생각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 프톨레마이오스...? / 프톨레마이오스 :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드레드노트도 떠났겠지. 슬슬 보구를 해제하지. 마스터의 마력소모도 우습게 볼 수 없으니. / (수정음) / (거품소리) / 프톨레마이오스 : 흠, 문제 없어보이는군. 일단 성문에 돌아가서 쉬도록 할까. 사불상도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지.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4 🌕예지에 대한 접촉: EX. 자신의 보구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접속하여 보존된 자신의 영기정보를 취득하고 변환한다. 이로써 프톨레마이오스는 최적의 모습과 능력으로 적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인게임 설명

*5 이런, 그레이 공. 음, 그 말하는 상자는 호기심을 돋우는군. 어쩌면 나의 도서관과 같은 기술인가? 음, 갑자기 거리 두지 말고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나. - 페이트 그랜드 오더 프톨레마이오스 제3재림 파티에 그레이가 있을 경우 마이룸 대사

*6 다 빈치 : 아아, 그렇지. 확실히 물어보고 싶은 건 잔뜩 있어. 그렇다기 보단 생겼어. 프톨레마이오스, 어떻게 이 통신을 연결하는게 가능한거야? / ....다 빈치쨩? 뭔가 이상한게 있어? / 프톨레마이오스 : 칼데아의 통신은 아틀라스원 규격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내 도서관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럴 것이 처음 건축할 떄부터 아틀라스원의 손이 닿아있으니까 말이다. / 고르돌프 : 잠깐잠깐! 아틀라스원은 마술협회의 하나라고! 이름 높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무슨 관계라는 거지? / 프톨레마이오스 : 그건 역사의 복잡한 짜임새라고 할 수 있겠지. 표면적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그 말대로, 규모와 질은 월등히 높았지만, 어디까지나 보통의 도서관이었다. 하지만 그 뒷면 ---내가 세운 또 하나의 대도서관은 약간 느낌이 다르다. 이쪽은 수많은 연금술사나 마술사들을 초대해, 당시의 신비에 대해서도 모으도록 했다. 내 보구로써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이 표면과 뒷면 양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 다 빈치 : 그런가. 아틀라스원의 본거지는 이집트였지. 심지어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한다면, 신왕조를 만든 파라오야. 아틀라스원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충분하지. / 프톨레마이오스 : 이해가 빨라서 좋군.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서책은 꼭 종이로 된 책의 형태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뭐, 당시의 파라오로써 신비에 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두어야할 필요가 있던거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7 다 빈치 : 잠깐 괜찮을까, 프톨레마이오스. 예전부터 신경쓰였던 거지만... 혹시나 너, 분할사고가 가능한 거 아냐? / 분할사고? 시온이 그런 말 했었지? / 다 빈치 :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반드시 두가지를 갖출 것을 요구받아. 그게 고속사고와 분할사고야. 전자는 이름 그대로, 사고의 고속화. 후자는 복수의 사고를 분할해서 기동하는 것이 가능한 능력. 그건 단순한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아틀라스원의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야. 그 기계 독수리나 대도서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생전부터 네가 그런 능력을 가졌기 때문 아닐까? / 프톨레마이오스(밤) : 음, 그 말대로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좀 별난 재능이 있었지. 어렸을 적엔 다들 그렇다고 생각했었다만, 내 안에는 5명의 인격이 있었다. / 다섯명? / 프톨레마이오스(밤) : 가공의 인격이 아니다. 키워준 양친과 매우 친했던 자들의 인격이다. 누가 어떤 몸짓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그 모든 것을 완전히 모방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흉내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고 인식됐었다. 다만 진짜와 너무 똑같아 기분 나쁘다고들 했지. 하지만 그런 나의 재능을 나의 왕은 재밌어했다. 그런 희귀한 재능은 내 휘하에서 사용해야한다고 했지. 미에자 학사 근처의 언덕에서 이렇게 말했었지. - 페이티 그랜드 오더의 내용

*8 『회신(灰燼)의 예지』랭크: EX. 종류: 대사(対史)/대성보구. 범위: 1~99. 최대포착: 1000명. 소테르. 그리스어로는 『ΣΩТΗΡ』. 엄밀히는 제3보구가 아니라 『왕의 서고』와 『달은 모르는, 영원한 빛』의 이중융합보구이다. 『왕의 서고』에 잠든 아틀라스원의 정보를 『달은 모르는, 영원한 빛』으로 모두 마력의 빛으로 변환하고 방출하는 것. 프톨레마이오스의 몸속에서 결정의 수목이 휘감겨 그를 고정. 그 다음 빛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결정 렌즈를 여러 개 만들어 내서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서번트를 포문의 일부로 바꿔 버린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마지막에 불타 버렸다는 전승에서 태어난 그 빛은 인류사를 열량으로 바꾼, 그 비스트의 빛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다만 전제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보구의 사용은 『왕의 서고』의 접속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고 『달은 모르는, 영원한 빛』조차 파괴하여 나아가선 프톨레마이오스 자체의 영핵도 부수고 만다. 요컨대 [삼중의 부서진 환상: 트리플 브로큰 판타즘]이다. 소테르란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명이며 구세주, 구제자, 수호자라는 뜻. 전신전령으로 지켜 온 모든 예지를 불태워 버리는 그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구제가 나타난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캐릭터 설명

*9 프톨레마이오스 : 꽤나 수라장을 건너온 모양이군. 용사인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단언할 수 있다니. 인리소각을 수복하는 여행이었던가. (책 발광) / 다 빈치짱에게 물어본거야? / 프톨레마이오스 : 이전 칼데아와 통신이 연결됐을 때, 어느정도 정보를 취득했으니까 말이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거기에 맞춰서 업데이트된거다. / 그런 기능이! 꼭 어느 왕님의 창고 같네 / 프톨레마이오스 : 과연, 세계의 보물을 전부 모은 바빌론의 창고인가. 이론적으로는 비슷한 것이겠지. / 나의 대도서관은 과거 존재했던 또 하나의 대도서관이다. 그와 동시에 역사상의 대도서관과도 합일된, 세계의 예지를 두루 모아놓은 개념보구이기도 하지. 적당한 때를 만나게 된다면, 그에 맞는 지식이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거다. 후후, 내가 탐독한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네 이야기는 특히나 흥미 깊었다. 수많은 특이점에서 만난 무수한 영령들. 그 싸움, 인연, 헤어짐.... 이렇게나 장대한 여행을 해온 자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영웅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거다. 너를 서포트하고 있는 칼데아의 시스템이나, 령주나 성배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많았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0 젠쥬보 : 큭, 아프구만! 생전이었다면 이걸로 못 움직이게 됐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타게가시마를 한자루 더 준비해뒀다. / 프톨레마이오스 : 젊은 나에게 부탁받아서 말이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검색해보았다. 타네가시마는 요약하면 화약을 통해 쏘아낼 뿐인 기구 아닌가. 그렇다면 이런 탄환도 쏠 수 있겠지. / 젠쥬보 : 으으으으응? 뭐야 이, 불길해보이는 놈은? / 프톨레마이오스 : 블랙블릿, 이라고나 할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아틀라스원이 만들어낸 병기의 데이터가 남아있어서 말이다. 그 중에는 블랙배럴이라고 불린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병기도 있었다. 그녀석은 그 병기의 이론만 가져와 열화복제한 물건이다. 원래대로라면 열화라고 부르기에도 주제넘은 수준이지만, 서번트 한기를 없애는데는 충분하겠지. 한발 밖에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니 처음에는 평범하게 사격하고, 두발째에 보구를 쓰도록 해라. 타네가시마도 이 탄환용으로 따로 준비해두면 좋을 터. 마력으로 만든 물건이라면, 가능하겠지? / 젠쥬보 : 가능하긴 하겠지만... 처음에는 보구를 쓰지말라는 거? 암살이란 첫발에야말로 전력을 다해야하는건데. / 프톨레마이오스 : 두발째다. 아마도 아스테리오스는 한발로는 쓰러트리지 못할거다. 하지만 첫번째를 버텨내는 것으로, 이쪽의 수단을 파악했다고 생각하겠지. 실제로 그 단계에 이르면 네 사격에 대해서는 파악했을 거다. 하지만 그 두발째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 젠쥬보 : 다른 의미.... / 프톨레마이오스 : 그리고 또 한가지. 네가 쏴야 할 상대는...! / 젠쥬보 : ....자, 네 예측대로 흘러갈까? 프톨레마이오스! 이게 내 보구다! 『두 발로 쏘아 드리리라』! (보구 발동) / 테세우스 : 『험난한 숙명나선』--- / 아스테리오스 : !? / 해치웠나?! 이번에는?! / 아스테리오스 : 테세...우스...? / 테세우스 : 아스테리오스가 아니라...나를...저격...? 아니...그것보다...내보구가 간섭...하지 못했다. 대체 그 탄환은...?! / 아직 버티고 있어? / 프톨레마이오스 : 아니, 지금 건 치명상이다. 나의 블랙블릿은 확실히 영핵을 꿰뚫었다... 너를 쏜 이유는 단순하다. 너희들의 강함은 두명이 함께했을 때의 강함이다. 아스테리오스의 보구로 이쪽을 미궁에 가두고, 곧바로 테세우스의 보구로 도망가버리니니.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그저 미궁에서 아스테리오스를 쓰러트리면 됐을 일이다. 과거에 테세우스(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 첫발째는 아스테리오스를 노렸지만, 두발째는 너를 노리도록 말해두었다. 의표를 찌르는 것은 물론이고, 내구력이 더 떨어지며 동시에 성주이기도 한 네 쪽이 저격대상으로써 최적이었던거다. / 테세우스 : 이건...하하... 당했네...당했어...못쓰겠네 나는... 이아손이라면...알아차렸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런 의도...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 / 테세우스... / 프톨레마이오스 : 테세우스에게는 저승에 내려갔다는 설화도 있다만, 스스로를 부활시킬 수 있는 보구는 없을 터.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1 다 빈치 : 말하는 걸 보니... 서책을 통해서만 알고 있는 게 아닌 거 같네. / 프톨레마이오스(밤) : 그 말대로다. 생전의 나는 그 괴물의 파편을 본 적이 있다. / 괴물의 파편--- / 프톨레마이오스(밤) : 나의 보구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원형은 표면과 뒷면 두개가 존재한다고 이야기했었지. 뒷면에 해당하는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아틀라스원이나 다른 마술사들의 조력을 받아 만들어냈다. 그 중에는 방황해의 마술사도 있었다. / 고르돌프 : ....어, 그건 설마하니, 마술협회의 방황해 말인가? 그러니까 그, 원래 협회였던? / 칼데아가 방을 빌렸던? 문 건너편 쪽의? / 프톨레마이오스(밤) : 그 방황해다. 칼데아와 그런 관계를 가지고 있었나. 그 조직은 세계와 동떨어져있으니 말이지. 나와 교류했던 것은 한명의 괴짜 뿐이었다. 그 괴짜가 티폰의 조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 다 빈치 : 너의 보구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상상 이상으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네. / 프톨레마이오스(밤) : 두루두루 예지를 끌어모으려 한다면, 마술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가 있었던 것 뿐이다. / 프톨레마이오스(낮) : ......... 그래서 내가 소환된거군. 티폰과 인연이 있고, 이 특이점을 해결하기 위한 능력이 있다. 결과적으로 낮과 밤 양쪽에, 두개의 영기가 각각 소환됐다는 말이군.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2 프톨레마이오스(밤) : 마스터인가. 비슷한 장소만 잔뜩있는 대도서관이다. 찾아다니게 해서 미안하다. 아까 전엔 추한 꼴을 보였군. / 그렇지 않아 충격을 받는게 보통이야 / 프톨레마이오스(밤)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3 하지만 그런 대화는 요새의 복도를 지나 뒤편으로 나가기 전까지였다. 뒤편 해변에서 우리는 눈을 의심할 만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성채의 그늘에 가려진 해수면에 이상한 물체가 떠다니고 있었다. 물 위에 드러난 것은 3할 정도인데, 거대한 딱정벌레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수중에 잠겨 있는 부분까지 포함하면 폭이 5미터, 전체 길이가 8미터 정도 될까. "...............이것,은?" "아틀라스원의 잠항정입니다." "...............잠항,정?" 할 말을 잃었다. 반응도 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굳어 버렸다. 진지하게,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이 정도 크기면 숨기기가 어려워서 요새를 빌렸어요. 여기라면 만에 하나 발견되더라도 이것저것 핑계를 댈 수 있을 것 같아서." 스케일이 큰 건지 작은 건지. 마술이라기보다는 인류와 다른 길을 택한 이형의 과학. 같은 마술협회이면서도 시계탑과는 전혀 겹치지 않는 예지의 결정이 이곳에 있었다. 갑각을 씻어내는 파도를 바라보며 눈가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스승님이 물었다. "분명 아틀라스원에는 병기의 반출을 금한다, 같은 규율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들의 기준에서 보면, 이건 병기가 아닌 것 같아요. 편리한 공유 도구(툴) 정도라고 하더군요. 뭐, 애초에 외부의 문명 레벨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병기'로 간주하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요." "과연." 스승님도 그다지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계탑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아틀라스원은 상식이 어긋나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사상의 끝에서 이런 도구를 마련하게 된 것일까. "⋯⋯잠항정이라니, 설마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건가요?" "예에." 질문에 가볍게 카르마그리프는 긍정했다. 심각한 눈으로 바다와 잠수정을 번갈아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해저 유적⋯⋯." 라고 스승이 중얼거렸다. "발굴단이라고 하셨죠. 그렇다는 것은, 당신들은 알렉산드리아의 해저 유적에 도전하고 있다는 뜻이겠군요." "로드 엘멜로이 2세 상대로는 너무 노골적이었나 보군요." 미소를 짓는 카르마그리프에게 스승은 계속 이어갔다. "90년대에 알렉산드리아 해저에서 클레오파트라의 궁전이 발견된 이후, 일반 고고학에서도 해저 유적은 매우 주목받는 화두가 되었죠. 과거보다 해수면이 훨씬 높아진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많은 유적이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현대 과학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도, 아직." "예, 그렇죠. 우리의 영역에도 알렉산드리아 해저 유적은 닿아 있어요. 이번 합동 발굴단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사막의 나라에 올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해저에 잠수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 될 줄이야. 어쨌든 이 상황에서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린 씨와 에르고는⋯.' 일단 메일은 보냈지만, 아직 답장은 오지 않았다. 거대 갑충——아틀라스 잠항정의 상부가 열렸다. "자, 어서어서." "......들어가겠습니다, 스승님." 앞서간 카르마그리프에 이어 나 자신이 그 개구부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스승님도 마찬가지로 들어왔다. 해치가 닫히고, 갑충의 내부는 이내 기괴한 빛으로 가득 찼다. 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역시 불과 수 분 후, 갑충 모양의 잠항정은 어두운 바다 밑바닥으로 빠르게 가라앉아갔다. 신기하게도 잠 함정 안쪽에서는 해저가 또렷하게 보였다. 오가는 물고기와 해저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인다. 원래라면 태양 빛이 이 정도의 밝기로 비추지 않을 텐데 말이다. "주변 상황은 아틀라스원의 센서가 보완하고 있다고 해요." 카르마그리프가 설명한다. 아무래도 그가 조작하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잠항정은 자동적으로 해저를 이동하며 스스로 그 전모를 드러내고 있다. 현대 과학의 잠수정조차도 이렇게 생생하게 실시간으로 전방을 관찰하는 기술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해저 풍경을 바라보며 카르마그리프가 말을 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 어느덧 바다에, 진짜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상이 가까워져도 잠수정의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카르마그리프 씨?" "뭐, 지켜봐 주세요." 느긋한 눈가림(目隠れ) 군주(로드)의 말에 숨을 멈춘다. "앗⋯⋯, 에?" 충돌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대로 잠항정이 지면을 뚫고 지나간 것이다. "환술? 아니면 과학적인 홀로그래피인가?" 스승도 분간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것이 아틀라스원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도의 과학은 마술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류의 현상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 새롭게 펼쳐진 해저에는 거대한 유적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해저 유적⋯⋯!" 스승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의 물건이었다. 그것도 상상보다 훨씬 더 거대한. 얼핏 보기에도 웬만한 도시에 버금가는 규모가 아닌가 싶다. 뾰족하게 솟은 첨탑이 있고, 전체 둘레가 수백 미터는 될 것 같은 긴 성벽이 있고, 바닷속인데도 해자 같은 구조물들이 있었다. 그런 유적의 중앙으로 잠항정은 서서히 파고들었다. 유독 커다란 원형 개폐물(돔)이 존재했다. 그 원주 가까이 빨려 들어가자 불현듯 부유감이 느껴졌다. 희미한 진동과 함께 잠항정이 정지했다. 수초의 간격을 두고 해치가 열렸다. 순간 해수가 쏟아져 들어올까 봐 겁이 났지만, 그런 기색은 없었다. "미안하지만, 먼저 나가주겠어요?" 꺼림칙한 카르마그리프의 말에 나는 해치에 다가갔다. "――이곳은." 쭈뼛쭈뼛 해치 위에 얼굴을 내밀었다. 아무래도 호흡도 가능한 모양이다. 안심하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마력의 농도가 높다?' 눈을 떴다. 현대에도 장소에 따라 마력의 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짙은 곳은 드물다. 영지라고 불리는 땅이라도 이 반 정도만 되어도 좋은 편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멀미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주변 해저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인다. 마치 별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해저를 비추는 광장에는 희미한 빛이 가득하다. 보이지 않는 역장이나 무언가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듯, 저편에 가득 찬 해수는 한 방울도 새어 나오지 않는다. 아까 스승님이 이야기했던 이스칸달가 만든 유리통이 생각난다. 마치 이곳은 그 통이 수천 배는 더 커진 것 같다. 잠항정은 그 광장의 입구에 멈춰 서 있다. 놀라움을 참으며 나온 스승을 확실하게 호위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면서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대리석과 비슷한 바닥이지만 발바닥에 돌아오는 감각은 다르다고 호소한다. 광장 앞에는 신전 같은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내 키의 열 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원근감을 이상하게 만들 정도로 거대한 문이 서 있다. 그 문의 앞에, 인영이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 "뭐, 시계탑도 그렇죠? 시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와 나름의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당대의 아틀라스원은 지금보다 그것이 더 긴밀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비밀주의, 보수주의인 아틀라스원은 시계탑에 비해 국가권력과 협상했던 시기는 적었던 것 같지만, 그 시절은 특별했던 것 같네요." "⋯⋯그보다는 그 파라오가 특별했다." 라티오의 첨언에 스승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그러자 스승님이 이렇게 물었다. "그것은⋯⋯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입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 신전 같은 유적지――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한동안 복도를 직진했다. 걷고 있는 것은 자신과 라이네스, 스승님, 그리고 조금 앞서가는 라티오, 이렇게 네 명이다. 기묘한 복도에선, 대략 대리석으로 보이는데,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있어야 할 울림이 마치 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온도도 조절이 되는 모양인지, 지상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뻘뻘 흘리는 여름인데, 이 해저는 제법 따뜻하게 유지되고 있다. “ ⋯⋯⋯⋯. ”먼 옛날에도 지금의 우리들처럼 고대의 사람들이 걸어 다녔을까. 비닉 된 도서관이라는 것은, 그다지 인수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택된 사람들만을 위해 이토록 방대한 시설을 만들었다는 것일까. 예를 들어, 스승이 언급했던 기자의 피라미드처럼 말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 복도 끝에는 작은 아치형 광장이 있었다. 천장이 뚫린 상부를 올려다보면 밤하늘처럼 바닷속 모습이 비춰진다. 지상 부분은 호를 그리며 여러 층의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아마도 광장의 중앙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상정한 것 같았다. "⋯⋯⋯⋯마치 고대의 교실 같군." 나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대학의 강의실 같다. 시계탑의 교실도 이와 비슷한 풍경으로 스승이 칠판을 향해 분필을 휘두르는 모습을 자주 바라보곤 했었다. 라티오가 입을 열었다. "원래는 대도서관에 딸린 강의장, 혹은 휴식처로 쓰였다고 합니다. 기능의 2할 정도는 라티오 일행을 인식한 시점에 복귀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 "2천 년이 넘는 세월이 가볍게 지났을 텐데, 그런 인상은 없군." 스승이 중얼거린다. 회랑이다. 길게 뻗은 복도 양옆으로 원기둥이 늘어서 있다. 바닥도 기둥도 흠집 하나 없이, 지금 스승의 말처럼 지어진 지 2천 년이 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다만, 천장에는 하늘 대신 짙푸른 바다가 드리워져 있었다. "정말로, 어디까지나 계속될 것 같아요⋯⋯" 금방이라도 그 바다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착각에서 난 조금이라도 마음을 돌리고자 입을 열었다. "정말이다. 이 도서관 이외에 주변 시설도 있는 거니까 터무니없이 넓은 게 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 "도서관 자체는 네 층으로 나뉜다고 했었죠?" "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님의 손가락이 네 개가 올라갔다. "제1층이 외곽부.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곳이지." 검지 손가락이 꺾인다. "제2층이 도서관으로서의 본체. 당시 아틀라스 원과 프톨레마이오스가 수집하고 공개했던 정보의 집적지였던 것 같군." 중지가 꺾인다. "제3층이 금서고. 이 도서관에서도 열람이 금지된 지식의 장소. 원래 라티오가 찾고 있던—— 에르고에 관한 정보도, 있다면 이곳이겠지." 약지가 꺾인다. "그리고 제4층이 그 모든 것을 관장하는 관리동이라는 것이었어. 아틀라스 원의 감각으로 보자면, 이 경우의 관리동은 서버룸 같은 것일지도 몰라." "서버, 인가요." "뭐, 컴퓨터의 데이터 집적 부문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틀라스 원의 본질은 정보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연과 과학에 가까워지는 거다." 마지막 남은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며 스승이 고개를 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 구멍 안은 어둠이 아니었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제2층도 희미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거대한 육각기둥처럼 생긴 수정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아무래도 그 수정 하나하나가 열람 단말과 기록 장치를 겸하고 있는 듯했다. "⋯⋯⋯마치, 수정의 숲 같아요." 정말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이 수정 숲을, 과거의 연금술사들이 거닐었을까. 각각의 연구를 비밀에 부치는 그들은 이 수정에서 방대한 정보를 받아 서로를 의지하며 고독을 지켰을까. 세계를 지키기 위해, 탁월한 사고를 계속 쏟아 부었을까.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에 이르는 마치 설원 같은 고독.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 빽빽한 수정의 가지와 그 사각지대를 주의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제2층과는, 역시나 달랐다. 수정의 나무 같은 형태 자체는 변함없지만,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압력이 다르다. "본질적으로는 2층과 같은 정보 매체이겠지만, 아무래도 환경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비유하자면, 어떤 메뚜기가 개체군 밀도에 따라 상변이를 일으켜, 몸의 크기나 공격성까지 변화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상변이, 인가요." "곤충에 많이 있는 생태이지. 가문의 특성으로 보아 아틀라스 원의 기술은 생물과 과학을 근접시킨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어." 왠지 알겠다. 단순히 수정이 나무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 따른 생명과 유사한 것을 나는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 제2층이 수정의 숲이었다면, 제3층은 수정의 정글에 가까웠다. 수정 기둥이 수없이 늘어선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기둥에서 가지가 뻗어나가고, 꽃이 피어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뭇가지와 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돌출물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바닥에는 수정의 뿌리가 뻗어 나와 서로 수정이 서로 얽혀 초현실주의(Surrealism) 회화적인 양상을 띠고 있었다. 이런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숨결까지 수정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피부도, 손톱도, 머리카락도 수정으로 바뀌고, 결국은 혈관을 흐르는 액체마저도 수정으로 변하는 것일까. 그런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이었다. 탐사의 첫 단계로 잠입한 팀은, 네 명. 카르마그리프. 티카. 조제페. 쿼트. 그 중 조제페와 쿼트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서고, 카르마그리프와 티카 두 사람이 약간 뒤에서 걸어가고 있다. 발을 내딛는 순간, 작게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우와아, 이건 강렬하네요⋯⋯⋯!" 카르마그리프가 다리를 몇 번 들어 올려 찔리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바닥에 떨어진 수정 조각은 강도가 약한 것 같았다. 가죽 구두로 밟기만 해도 애처로울 정도로 잘게 부서진다. 그때마다 들려오는 작은 소리는, 마치 생명이 없는 그들의 항의처럼 들렸다. "기둥 하나하나가 기록매체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은데, 이쪽은 아무래도 원래의 형태에서 변질한 것 같네요. 아니, 어쩌면 이건 성장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걸까요." "아—— 독립성이 강하네요. 이건." 앞서가던 조제페가 말했다. "헤에, 독립성입니까. 어떻게, 그게 이런 식으로?" "요컨대, 중앙의 제어가 규정치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 금서고의 보안은 독자적인 사고와 대응이 허용된다는 얘기죠. 허용되고, 그게 필요하다면, 당연히 성장도 하겠지요." "호오호오호오. 즉, 금서고의 서가는, 각각이 사고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이상한 건 아니고 말고요. 현대 과학도 AI(인공지능) 정도는 만들고 있죠. 인격이 되면 어렵지만, 이 정도의 장치라면 충분히 하겠지요. ——아, 현명한 자여, 어찌하여 네가 무지한 식물보다 더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 끝을 연극처럼 노래하면서, 조제페는 통통한 배를 흔들었다. 큰 발을 내디딜 때마다 카르마그리프보다 두 배 정도로, 수정 조각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여기 떨어져 있는 수정조각도, 그런 대응의 결과, 본체의 책장에서 박리된 것. 요컨대 탈피한 후의 껍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최강은 자신이 아니어도 된다는 아틀라스 원다운 철저한 사양이군요. 금서고라고는 하지만, 책장 하나하나에 그런 능력을 심어 놓은 겁니까." 카르마그리프가 조금 전까지 몇 개 채취한 수정 조각을 흥미롭게 흘끗흘끗 쳐다본다. 머리카락에 가려져 눈은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그 열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럼, 이 꽃과 나뭇가지로 보이는 것도 책장의 방어 기제라는 건가요?" "그렇게 되지요. 2층에서는 어느 정도 장비가 있으면 정보 수집이 가능했지만, 이 부근의 수정으로는 어렵겠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 그대로 카르마그리프는 기병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화살을 날렸다. 기마의 굉음이, 얼굴을 두드렸다. 마침내, 기병들의 창이 카르마그리프와 티카를 잡아—— ——그 순간. 불현듯, 세계는 대도서관의 금서고로 돌아갔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수정에 침식된 이 공간 자체가, 잠깐 백일몽을 꾼 듯 했다. 아니. 단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 카르마그리프의 화살이다. 그 화살이 수정 기둥 중 하나——거기서 자란 꽃 한 송이를 관통하고 있었다. 마력으로 구축된 화살이 스르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작은 소리를 내며 수정의 꽃이 흩어졌다. "이 수정 기둥에서 흘러나온 기록이, 저희의 인식을 잠식하고 있었어요." 부서진 꽃을 내려다보며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과연, 기록매체만이 할 수 있는 공격이네. 당장 기록병기(메모리 웨폰)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것도 서가의 방어 본능에 의한 것이라면, 과거의 아틀라스 원이란 정말로 터무니없네요." 역시나 피곤한 것인지, 옆모습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조제페가 물었다. "그럼, 조금 전의 것은 어떤 기록일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기록이겠죠. 기병들의 모습을 보면 아마 그와 이스칸다르와 함께 이집트를 정복했을 때의 기록일 거예요. 싸우고 있던 상대는, 당시 이집트를 정복했던 페르시아 군이었겠죠." "하하하." 어딘가 태연하게, 조제페가 맞장구를 쳤다. " 이 앞은 각오를 단단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후우, 카르마그리프가 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린 앞에는, 수정의 정글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何も知らぬげに) 이어져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 긁적긁적 머리를 긁으며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이곳의 양식은 세대가 상당히 뒤섞여 있거든요. 봐요, 저기 근처의 스핑크스는 비교적 소박하고 제4왕조 시대의 고왕국 같은 느낌인데, 옆의 여신——아마 하트-호르(Hathor) 주변은 제18왕조 정도의 반짝이는 분위기가 나죠." 라며 벽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뭔가 복잡한 무늬와 짐승 같은 심볼이 그려져 있어 나에겐 같은 것으로만 보였지만, 전문가의 시선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흠. 이집트 미술 양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제18왕조라고 하면 소위 투탕카멘이나 투트메스 3세 시대였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시대와는 천 년 이상 차이가 납니다만." "네, 더 나아가 제4왕조부터라면 2천년 이상 차이가 나죠. 원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건축을 명령한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다양한 문화 복원에 열성적인 파라오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겠지만, 아틀라스 원의 영향도 궁금하네요. 우리 시계탑의 마술사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이러한 형식이 이집트에서 마술의 운용을 겸하고 있었는가 라는 것도⋯⋯." 카르마그리프와 스승이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 두 사람이 모이면 가뜩이나 난해한 마술과 고대의 강의가 몇 배로 복잡해지는 느낌이 든다. 왠지 몸 둘 바를 몰라 멍하니 벽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 말하려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카르마그리프가 회중시계 같은 무언가를 꺼내어 내려다보았다. "통신용의 단말입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는 일반적인 통신 수단을 쓸 수 없지만, 내부에서는 이것으로 통한다고 하더군요." 그 단말을 치우고 카르마그리프는 이쪽으로 향했다. "제2층으로의 굴착 작업이, 이제 곧 완료될 것 같다고 합니다(もうすぐ通貫しそうとのことです)."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도 그런 케이스다. 물론 이 정도 시설이라면 개인이 아니라 당시 아틀라스 원의 그룹의 행위이지만, 아틀라스 원에서도 완전히 잊힌 일이다." "뭐, 역사에 있어서는 늘 있는 일이죠. 시계탑이라 해도 있을 테니까. 아틀라스 원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이해가 빨라서 다행이다." 그렇게 말한 라티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원래 에르고에 대한 연구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존재한다고 주목받게 된 것도 이곳의 발굴이 이미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발굴 자체는 개인의 연구와 관련이 없으니 공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또다시 나도 이곳의 발굴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조제페들도 생각지도 못한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었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 말끝을 이어가려던 찰나 스승님이 말을 멈추고 시선을 끊는다. 그리고는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라티오를 바라보았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이지?" 라고 질문한다. 라티오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스승은 말을 이어간다. "자네와 우리는 에르고의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는데, 어째서 그것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발굴하는 일이 되어버렸지. 게다가 시계탑과 아틀라스 원의 합동 발굴조사라고?" "그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라티오도 생각합니다."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는 싫은 기색 없이 말했다. "엘멜로이 2세가 지적했듯이, 원래는 쿨드리스의 연구에 대해 라티오가 다시 조사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조사한다고?" "긍정합니다. 라티오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연구가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완전하지 않아? 이건 내가 먼저 입을 열고 말았다. 에르고의 신병을 탈취하기 위해 습격해 왔으니, 라티오는 이미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쿨드리스의 연구에 대해 라티오가 물려받은 것은 세 조직에 의해 신을 먹은 에르고가 이 타이밍에 깨어난다는 사실. 또한, 신을 먹은 에르고가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연산식에 관한 것이다." 라티오는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즉,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당시의 연금술사가 무엇을 연구하고 있었는지는 아틀라스 원의 계율에 따라 은닉사항으로 설정되어 있다. 아틀라스 원의 계율에 따르면, 자기 연구 성과는 자기 자신에게만 공개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 연구 성과는 자기에게만 공개한다. 라티오가 방금 말한 말이 뭔가 걸렸다. "⋯⋯그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라고 묻고 말았다. "뭐가 이상하지?" "그게, 모처럼 모였는데 연구성과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아틀라스 원이라면, 좀 더 효율을 중시하는 조직인 것 같았다. "⋯⋯⋯⋯." 라티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일 수도 있지만, 대답하지. 그건 아틀라스 원에 있어서, 개인으로서의 연구와 조직으로서의 연구가 구별되기 때문이다." "개인과 조직의 연구가, 달라?" "그렇다." 푸른 머리의 연금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는 항상 개인으로서의 연구 과제와 조직으로서의 연구 과제를 함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조직으로서의 연구 성과를 개인으로서의 연구에 활용하는 것은 자유로 되어있다." "저기, 그건⋯⋯." 순간, 의미를 몰라 혼란스러워졌다. 그런 나에게 라이네스가 말을 보탰다. "아, 방금 말한 것을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개인으로서의 지갑과 조직으로서의 지갑을 따로 한다는 거지. 조직의 지갑은 공유물이지만 개인의 지갑 속은 남에게 털어놓으면 안 된다고 하면 그렇게 이상하지 않겠지? 나 역시 엘멜로이의 재산과 개인으로서의 사적 재산은 구분하고 있으니까. 아니 글쎄, 의도적으로 엉망으로 하는 경우도 꽤 있지만." "⋯⋯아, 그거라면, 알겠어요. " 이 경우, 연구란 일종의 자산이기도 하다는 뜻이겠지. 왠지 아직은 잘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일단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위화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본 것인지,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는 말을 이어 나갔다. "라티오 적으로는, 과거의 연금술사가 무엇을 연구하려고 했는지는 에르고를 붙잡고 나서 추측해 볼 생각이었다. 수중에 자료가 있으면 비교적 쉽게 진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당신들과의 접촉으로 에르고의 확보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다른 방침을 세우게 되었다." 툭툭, 가볍게 바닥을 밟았다. "직접 당시 연구를 들여다보자는 생각이었다. 아틀라스 원에서는 개인의 연구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각각의 연구가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사영자연산장치 트라이헤르메스에 등록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에르고에 대한 연구는 당시 파라오와의 계약에 따라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카피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아, 그래서⋯⋯." 드디어 이야기가 돌아왔다. 스승님도 입을 꾹 다물고 작게 중얼거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 "그럼 다른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들은 무슨 일이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발굴은 조금 전의 조제페와 쿼트 측에 의해 따로 진행되고 있었다." 라티오가 대답했다. (중략) "원래 에르고에 대한 연구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존재한다고 주목받게 된 것도 이곳의 발굴이 이미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발굴 자체는 개인의 연구와 관련이 없으니 공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또다시 나도 이곳의 발굴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조제페들도 생각지도 못한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었지만." "전문가?" "이미 만난 적 있지? 당신이 아는 사람이다." "로드 멜루아스테아인가⋯⋯!" 스승님이 수긍한다. 시계탑에 있어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를 이끄는 군주라면 전문가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동시에 아틀라스 원 구성원도 알아채지 못하는 비밀을 파헤치려면 이만한 인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설령 군주인 내가 몰랐다는 것은 아틀라스 원 측은 그렇다 치더라도 멜루아스테아 측에서는 극비리에 진행했겠지. 아틀라스 원과의 공동 작업이라니, 시계탑의 다른 파벌에 들키지 않고 신비를 쌓아두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겠지.""하하하, 라티오에게 이끌려 내가 왔을 때,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좋은 표정을 했지! 도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거예요, 라고 부르짖는 모습이란. 이야, 타인의 절망과 비탄은 미용에 참 좋아!" 라이네스가 정말 사람 나쁜 표정을 짓는다. 이럴 때 그녀는 옹호할 수 없을 정도로 악질적이지만, 동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몇 년만 더 지나면 그녀의 마성에 매료된 남자들이 줄을 서지 않을까. 바라건대, 아직은 모르는 이들의 불행이 적기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 " 그렇군. 대충은 알겠다." 그렇게 말하며 스승은 다시 한번 라티오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드디어 핵심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군. 파라오의 살인사건이란 무슨 말인가?" 침묵이 흘렀다. 고대의 교실에서 그것은 만년빙처럼 굳어졌다. "발굴조사에 라티오가 합류한 후 문제가 생겼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떤 문제가?" "이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했다." "뭣..!" 스승의 표정이 변했다. 자신도 차가운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조사의 전제는 이 시큐리티 키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시큐리티 키만으로 모든 것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결이 끊긴 지금으로서는 조사 자체가 어려워졌어." "잠깐. 아까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추적자(트레이서)를 붙였다던가 말했지. 그건――" "로드 멜루아스테아도 도난의 용의자라는 얘기다. 물론 라티오도 예외는 아니다. 그 위에, 라티오들과의 연결은 끊어졌지만, 시큐리티 키는 아직 이 대도서관 내에 현존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기능이 단절되고 지금 이곳을 비추고 있는 빛도 사라졌을 테니까." 희미하게 떨어지는 빛에 라티오가 손을 내밀었다. "게다가 시큐리티 키와의 연결 단절로 인해 제2층에 발굴단원의 멤버 두 명이 남겨졌다. 라티오의 아버지와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조수다." "그건⋯⋯⋯⋯!" 무심코 나도 소리를 질러버렸다. 왜냐하면, 누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갇혀 있는 것이라면,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아닌가. 라티오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 그래서 시큐리티 키의 수색과는 별개로 대도서관의 2층에 침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쪽은 내일이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침입할 수 있는 건가요?" "2층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원래 이 도서관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2층까지는 거의 무조건 출입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니까." 왠지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난 적도 없는 상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해저에 갇힌 채로 죽는다던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중심인 제3층과 최심부인 제4층은 그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곳은 당시에도 엄격하게 격리되어 있던 금역이 된다. 현재 아틀라스 원의 장비로, 제4층에 도달하는 것은 극히 곤란." "⋯⋯⋯과연." 다시 한번 스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시큐리티 키의 도난에 맞춰 누군가가 살해당했다는 뜻인가?" "⋯⋯⋯⋯" 라티오가 라이네스를 쳐다보았다. "상당히 곤란한 말투를 썼군. 엘멜로이의 공주." "평소, 가장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을 궁리하는 편이라서 말이지. 뭐, 직업병 같은 거지. 무엇보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잖아?" 타인의 곤경에 유열을 느끼는 버릇은 상대가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라고 해도 변함없는 모양이다. 그런 라이네스의 말에 잠시 눈살을 찌푸린 뒤, "지금부터 이 뒤는, 타인에게는 언금을 부탁하지 ." 라티오가 스승에게 말문을 열었다. "그것은 다른 아틀라스 원의 일원에게도, 라는 뜻인가." "그렇다." "알겠다. 그보다는 다른 이들에게까지 에르고의 사정을 낱낱이 말할 수 없는 이상, 그 조건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그렇다면. " 라티오는 눈길을 돌린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구에게? 자신조차도 여기에 다른 인물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전 라티오는 뼈의 거인 탄겔이라는 사역마를 행사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것과 비슷한 것이 교실의 통로에서 활공해 온 것이다. 꼭두각시 장치로 된 새, 같은. 라티오의 어깨에 착지한 그것은 금속 날개와 동체를 지닌 새였다. "이런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두각시 새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자신은 깨달았다. "아무래도 본인(吾)도 말해도 되겠군." "당신은?" "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원격 조종(사에프[サァエフ]) 같은 건 아니야. 이 녀석이 지금의 내 신체야. 어차피 저장되어 있어야 할 몸에서 시큐리티 키를 빼앗겼기 때문에 이 대용품밖에 사용할 수 없었어. 정말 멍청한 이야기군, 그래." "⋯⋯⋯⋯'사에프'는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부르는 호칭이었지. 분명 숭고한 존재라던가 그러한 의미였을 텐데." 스승님이 말한다. 기계의 새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러니까, 이 몸이다. 시큐리티 키에 생전의 심장을 설정해 놓고 도난당한, 꽤 멍청한 관리자라고. 이 쿨드리스 가문의 후손이 다른 루트로 기동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잠만 자고 있을 뻔했어." 크게 탄식하는 새에게 스승의 옆모습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동안 스승은 다양한 강적과 시련 앞에서 심신을 혹독하게 다스려왔다.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버텨왔다. 하지만 이런 색채가 묻어나는 것은 처음 봤다. "그렇다면, 당신은⋯⋯. " "그렇지. 너희들의 이야기는 쿨드리스의 후예에게 들은 바 있어. 이스칸달의 애송이에게 속아 넘어간 녀석이 2천 년 후에 있다는 게 의외, 아니 통쾌한가?" 휙, 새가 고개를 흔들었다. "내 이름은 프톨레마이오스 1세." 고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들었던 이름이다. 이스칸달의 명을 받아 알렉산드리아를 지었다고 하는 파라오. "그리고 도난당한 것은 이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심장이지." 날개를 접어 자기 가슴에 맞대고, 꼭두각시 새는 이야기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 "응, 처음 만났을 땐 나도 어안이 벙벙했지." 라이네스가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아서 말이야. 엄밀히 말하면 당시 아틀라스 원에 의해 인격 부분을 카피 당한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라고나 할까. 뭐, 현대 과학으로도 앞으로 100년만 더 있으면 AI 정도로 개인의 인격을 충분히 모방할 수 있지 않겠어?" "하지만 라이네스, 인격의 모방과 영혼의 모방은 별개의 문제다." 스승님이 말했다. 마술사들이 영혼이라고 할 때, 그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영혼은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승의 강의에 따르면 인간의 요소는 육체, 정신, 영혼의 세 가지 요소로 분류된다. 마술사가 아닌 나로서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분류다. 그래도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사건을 접한 적이 있다. 아니, 내 육체 역시 이 개념과 매우 유사한 술식으로⋯⋯. "아틀라스 원의 추산으로는 일단 99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생전의 본인과 비슷한 발언을 할 거라고 하더라네. 뭐, 파라오로서 반쪽짜리 영혼에 대한 얘기는 접어두지. 그건 내가 책임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새가 즐겁게 금속 날개를 흔들었다. "일단은 프톨레마이오스를 자칭하고 프톨레마이오스의 기억을 가진 새라고 하면 되겠지. 어차피 진짜든 가짜든 별 차이가 없지 않은가?"수 초, 스승은 침묵을 지켰다. 심상치 않은 충격을 몸 안에 가라앉히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존재를, 다른 아틀라스 원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라, 고 말씀하셨죠." 스승이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나는 백업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새가 가슴을 치켜세웠다. "원래 시큐리티 키가 내장된 나의 진짜 몸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제4층 - 최심부에 존재하고 있었지. 발굴조사단은 그 녀석과 연결해 대도서관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훔쳐 간 거지. 원래대로라면 이 시점에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야 했지만, 그곳의 쿨드리스의 후예가 나를 기동시킨 덕에 현 상황을 유지하게 된 거지." "심장을 훔친 범인에게도 당신이라는 백업은 뜻밖이었다. 그렇기에 비밀로 하겠다고?" "그런 거다." 라티오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발굴조사단에 범인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또다시 프톨레마이오스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다."그녀의 말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발굴조사단에는 그녀의 육친도 있을 텐데, 그마저도 용의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스승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은 기계장치의 새를 향하고 있었다. "본래 당신의 본체는 최심부에 있다고 말씀하셨죠. 그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발굴 조사단도 아직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지 못했을 텐데요. 그런데 최심부에 있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본체에서 심장을 도난당했다는 것은." "아아, 이상하군." 새도 인정한다. 단절 직전, 본체에서 시큐리티 키가 뽑혔다는 통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뿐이다. 실제로 최심부에서 일어난 사건은 백업인 나로서는 알 수 없고, 당시 발굴조사단도 아직 제2층에서 제3층으로 막 조사에 착수한 참이었다. 최심부의 나에게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발굴조사단과 전혀 다른 인간이나 조직이 동시에 침입했을 가능성은?""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곳곳에 뒷문도 마련되어 있었으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나와 아틀라스 원이 주고받은 기밀의 덩어리이기도 하니까, 본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백업인 나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구조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상의 뒷문은 가라앉아 있을 거다." "⋯⋯해저에."너무도 설득력 있는 말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아틀라스의 잠항정을 이용해 우리들은 여기까지 잠수해 왔다. 물론 마술로도 비슷한 일은 할 수 있겠지만, 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즉, 이건. "⋯⋯밀실." 신음하듯 스승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파라오의 밀실 살인사건, 이라는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 큭큭큭(くっくっく), 하는 소리가 들렸다. 라이네스다. 어찌나 즐거워 보이는지, 일부러 어깨까지 떨면서 스승을 도발하고 있다. 분명, 내심 펄쩍펄쩍 뛰고 싶은 정도로 근질근질한듯했다. "오라비, 내가 말했던 그대로였지? 이건 파라오의 살인사건이라고." "⋯⋯아, 확실히 그렇게 되겠지. 과거 파라오들은 미라에서 미래를 보았다. 그들은 언젠가 자신들이 부활할 것이고, 그때엔 자신의 육체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그 점에서 심장을 빼앗는 것은, 제2의 생명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겠지." "오, 공부하고 있구나. 뭐, 내가 살던 시대에는 많이 희미해진 개념이긴 했지만 말이야." 감탄한 듯 새가 날갯짓한다. 빼앗긴 것은 본인의 심장일 텐데, 그 몸짓은 타인의 일처럼 느껴졌다. "어때, 오라비." 차라리 악마적인, 라이네스의 속삭임. "이런 사건은 특기지? 귀여운 의붓동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서주지 않겠어?" "웃기지 마. 그런 특성을 인정한 기억은 단 한 번도 없어." 스승님은 정면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날카롭지 못한 것은 그동안의 사건으로 인해 일종의 기정사실화되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 나 역시도 심하게 혼란스러웠다. 이번 사건은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왜냐면, 그래.’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시계탑과 아틀라스 원 합동 발굴조사단. 누가, 어떻게, 최심부의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을 훔친 걸까. 무엇을 위해(와이더닛)? 씁쓸히,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에르고에 대해 알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을 마치고, 이리 선언한 것이다. "이 사건,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이름으로 제가 맡겠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 동시에, "⋯⋯⋯이것으로 전원인가." 라고 스승님이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물론 그 의미를 알고 있다. 용의자가, 모두 모였다.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가 네 명. ——라티오. ——로그. ——쿼트. ——조제페. 시계탑의 마술사 세 명. ——카르마그리프. ——티카. ——물론, 라이네스도 예외는 아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 "시큐리티 키에 대해서도 들었다. 제2층에 고립된 동안 대략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과 상황은 일치한다. 카르마그리프와도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상황이라면, 우리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어 라이네스가 말했다. "범인이 시큐리티 키를 외부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겠지. 어쨌든 로드 멜루아스테아까지 추적자(트레이서)를 붙였을 정도니까. 만에 하나라도 그 위험은 피하고 싶은 것이지?" "예." 관리되지 않은 수염이 덥수룩한 로그의 턱이 흔들렸다. "그래서 최심부의 관리동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관리동으로 직접 들어가면 시큐리티 키가 없이도 대도서관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르겠지만 이번 발굴조사로서는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이 로그는 생각한다."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 "아틀라스 원은 이번 발굴조사로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까?" 그 질문에 거점 내 공기가 굳었다. 스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했다.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도 있을 것이고,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사실 그게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틀라스 원의 멤버 전원이 그런 것일 리는 없겠죠. 아틀라스 원은 조직이긴 하지만, 그 구성원은 시계탑보다 더 고립되어 있습니다. 옆의 연구실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시계탑의 보통이다만, 아틀라스 원에서는 그것이 의무에 가까워." 로드 멜루아스테아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 연구 성과는 자신에게만 공개한다. 그것이, 아틀라스 원에 있어 절대의 계율이라고.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의 연구 기록이 있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로드 멜루아스테아까지 끌어들여 발굴하려 하고 있다. 이건 모순이 아닙니까?" 찌릿, 하고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가지고 있던 위화감에, 지금의 스승님의 말로 접근한 것 같았다. 이어 스승님은 말했다. "이 발굴 조사는, 어디까지 아틀라스 원의 허가를 받은 것입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 로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폐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듯한, 깊은 한숨이었다. "마술사답지 않은 편이다." 로그가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사소한 이유에 신경을 쓰는지. 시계탑의 마술사라면 더욱이, 발밑의 어둠의 깊이를 들여다보면 더 괴로울 뿐일 게 아닌가? 까마귀가 자기 깃털이 까맣다는 걸 안다고 해서, 세계는 그 무엇 하나 바뀌지 않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승의 눈썹 사이 주름에 쓴맛이 스며들었다. 반투명한 막 너머, 늘어선 여러 개의 수정 기둥에 스승님의 모습이 다양한 각도로 비치고 있었다. 어느 스승님이든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이 방법밖에 잘할 수 없는 것 같아서요."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자나, 사람을 유난히 싫어하는 자 밖에, 갈 수 없는 길이다." 로그의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목소리가 조금이지만 부드러워졌다. "아틀라스 원에서 이 로그는 선임 교관의 위치에 있다. 그 권리를 이용해 이 유적을 조사하기 위한 잠항정과 다른 도구(툴)를 준비하는 것은 심사받지 않고도 가능했다." "⋯⋯정식 심사를 거치면, 허가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겁니까? "조금, 오해가 있다." 로그는 말했다. "아틀라스 원에서 결정적으로 금지된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연구의 공개다. 타인의 연구를 탐구하는 것은 반드시 금지된 것은 아니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슈타리오의 두 사람 역시 합류하지 않았겠지. 거기에, 아틀라스 원은 계율 위반에 대해 시계탑의 봉인 지정 집행자만큼의 집행 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지간히 눈에 띄는 경우, 다른 조직에도 지명 수배 공문(回状)을 보내지만, 그전까지는 유예가 있다." 로그의 입가에 거친 미소가 지어졌다. 비록 죄를 짓더라도 지켜야 할 신념을 가진 자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서두르는 거군요. 정식 심사에서 부결되기 전에 끝내려는 거죠." "해석은 맡기지. 하지만 이 로그에겐 달성해야 할 연구가 있다. 이슈타리오의 두 사람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 한순간, 딸——라티오 쪽으로 시선이 흔들렸다. 그녀는 에르고의 사건 때문에 이 발굴단에 급히 합류했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에서는 예외일지도 모른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범인은 배신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스승이 말한다. "오히려 범인은 아틀라스 원의 계율을 지키려고 하는 거죠. 그런 건 어떻습니까." "⋯⋯읏!" 가벼운 충격과 납득이 동시에 가슴을 두드렸다. 그렇다면 이치는 통한다. 범인이 배신자가 아니라 배신자인 로그들을 처치하려는 내부자(스파이)라고 한다면. "라티오도 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라티오가 입을 열었다. "라티오 일행의 연구는 혼자서 추구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라티오도 아버지의 연구를 모른다. 하지만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발굴이 성공한다면, 적지 않은 과거의 연구를 엿볼 수 있겠지." 로그와 비슷한 말투였다. 이 와중에도 확실히 친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필요하니까 라티오는 합류했다. 아틀라스 원에 있어, 이것이 완전히 금기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뉠 것이다. 그 의견 차이를 참지 못하고 방해 공작을 벌이는 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최악의 클로즈드 서클이군." 라고, 스승은 토해냈다. "만약 이것이 정말 동기(와이더닛)라면, 발굴조사단 전원에게 해당하는 거다." "어이, 오라비. 그 말투는 나도 의심하고 있군?" "당연하지." 라이네스의 가벼운 말에 스승님이 쏘아붙였다. 하지만 사실 그 말대로였다. 발굴 조사 자체가 아틀라스 원의 계율에 어긋난다면 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로드 멜루아스테아나 그 조수라고 한들, 다른 아틀라스 원으로부터 방해 의뢰를 받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 "아니, 다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하지만 시큐리티 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건 원래 관리부의 기능이니까. 시큐리티 키만으로는 본인이 인식한 범위 내에서만 조작할 수 있겠지." "⋯⋯⋯본인이 인식한 범위에 한해?" 앵무새처럼 말하고, 스승님이 미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 "어때, 오라비?" 라이네스가 말했다. "뭐어, 내 입장에서는 목숨을 노림 받지 않는 때가 더 레어 하지만, 이 상황이라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통째로 적으로 돌릴 수도 있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여기선 뭔가 오라비의 악랄한 지혜를 빌리고 싶은데." "빌리고 싶다던가 말하면서, 험담 하지 마라." 그렇게 대답하고는 스승이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낸다. "괜찮겠나?"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시가 커터로 끝부분을 잘라냈다. 성냥으로 살짝 태우듯 불을 붙였다. 달콤한 향이 퍼져나갔다. 지금에 와서는, 수많은 추억과 긴밀하게 연결된 향. 그 시가를 입에 물고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며 스승은 말을 꺼냈다. "이 상황에선, 단순한 범인 찾기로는 안 되겠어." 희미해지는 연기를 바라보며 속삭인다. "천천히 범인 찾기를 하다가는 이쪽이 살해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좀 더 적극적인 불쏘시개(炙り出し)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확실히, 탐정다운 얼굴이라고는 할 수 없군. 시계탑스러움이 묻어난다, 군주(로드)." 라티오의 지적에, "음." 라고 스승님이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슬쩍 뺨을 건드리는 것으로 보아 자각은 있는 모양이다. 사실 라이네스와 닮은 남매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당신이 오는 것을 승인한 것은 라티오다. 방법은 어떻든, 당신의 행동을 지원하지." "그건 고맙군." "뭘 하시려는 건가요, 스승님." 나도 다시 한번 물었다. 비눗방울 같은 거점 내부에서 스승은 천천히 시선을 돌리고. "로그 씨,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말을 꺼낸 것이다. (중략) 솔직히 나 자신은, 심하게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이런 연기는, 좀처럼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로그가 한 말은 거의 거짓말이었다. 처음 인원을 배정할 때부터 로그가 말했던 이유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로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범인 색출을 위해 팀 편성에 관여하게 해달라고] / ——생각은 수십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그 씨,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제안한 후 스승님은 로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범인 색출(炙り出し)을 위해 팀 편성에 관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팀 편성으로, 그런 게?" 로그가 되묻자 스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덮고 있는 반투명한 쉘터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우선 지금 이곳에 없는 발굴단원 로드 멜루아스테아와 그의 조수, 그리고 조제페와 쿼트에게 3층을 조사해 달라고 합니다." "멤버로는 부족함이 없는데, 그것만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중요한 것은 다음입니다. 로그 씨와 다른 멤버들은 제1층에서 대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로그 씨와 라이네스만 제1층에서 대기하게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저를 포함해 제3층에 잠입합니다." "뭐?" 로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나 자신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몇 초 동안 씹어보았지만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아 물어보았다. "저기, 스승님. 선행하는 팀에게 비밀로, 라는 뜻인가요?" "그런 뜻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스승님이 긍정한다. 그래도 모르겠다. 왜 그런 일을? 그러자 라티오가 입을 열었다. "시큐리티 키로 제3층에 덫을 놓아도 어디까지나 소지자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 인가?" "예. 시큐리티 키를 훔친 범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발굴 조사를 방해하려고 하는 것은 틀림없겠죠. 그렇다면 동시에 조사하는 팀 자체를 두 개로 나누면 범인은 한쪽만 방해할 수 있는 셈이 되겠군요.""아⋯⋯." 스승님의 설명에 겨우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밀로 하는 이유가 뭔가요, 스승님?" "범인이 대책을 세울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한 가지 더 있겠지, 군주(로드)" 로그가 말한다. "침묵하고 있다가 대책이 나온다면, 이 로그나 라티오가 범인일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다. '폭로(炙り出し)'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주는 정보를 조각조각 나눠서 범인이 누구든 움직이기 어렵게 만들고 싶은 거군." "죄송합니다." 스승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말한다. 그렇게나 설명을 듣고도 나는 10초 정도 더 걸렸다. '⋯⋯⋯즉, 범인 색출과 견제를 겸하고 있는 거야.‘ 하나하나 정보를 정리한다. 내 머리 회전이 느린 것이 이럴 때면 답답하다. 그리고 로그가 덧붙인다. "아까 이 로그와 라이네스만 남겨 달라고 했지? 그렇다면 이 로그와 라티오가 공범일 경우를 대비해 거기서도 분리해 두자는 셈이지. 과연, 잘 생각했군. 시계탑의 군주(로드)는 다들 그런가?" "단순히 제가 겁이 많은 것뿐입니다." 스승의 말에 라이네스가 킥킥거리며 웃는다. 그녀 입장에서는 스승님이 난색을 보이는 것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오라비, 나도 확인하고 싶은데, 나와 로그가 함께 대기하라는 것도 서로 감시하라는 뜻이겠지?" "그래. 남은 세 명——나, 그레이, 라티오로 제3층을 조사한다.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일 거야." "⋯⋯⋯그렇구나." 말하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멤버를 정리했다. 정식으로 3층을 조사하는 팀은 카르마그리프, 티카, 조제페, 쿼트. 비밀리에 3층을 조사하는 팀은 스승님, 나, 라티오. 1층에서 대기하는 팀은 로그, 라이네스. 아무도 고립시키지 않고, 시계탑이나 아틀라스 원 등의 파벌만으로 한 팀을 차지하는 것도 피하고 있다. 정말 정중하다고 할까, 말 그대로 겁먹은 정도다. 차라리 악랄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스승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분류였다. "음. 레이디, 뭔가 말했는데." "아니요. 스승님이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사실 조금은 기뻤다.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좀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소제는, 스승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문제없어요." "⋯⋯자네를 두고 가는 건(君をおいて出かけるなんて真似は), 할 수 없고말고." "네. 잘 기억해 주세요." 복잡한 표정을 짓는 스승님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다. 대체로 이런 기특한(殊勝な) 말을 해놓고 이 사람이 유사시 어떤 행동을 할지, 자신은 싫을 정도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 그리고, "⋯⋯너, 잘도 그런 생각을 하네." 어이없어하는 듯한 기계적인 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유일하게 싸우고 싶지 않았던 에우메네스가 생각나네." "에우메네스⋯." 분명 프톨레마이오스도 이스칸달의 신하였을 것이다. 이스칸달 사후, 서로를 죽였다는 후계자(디아도코이) 전쟁의 장군들. 당연히 프톨레마이오스와도 칼날을 겨뤘을 것이다. "어떤 분이었습니까?" "헤에, 너, 그런 게 신경 쓰이는 건가." 스승의 질문에 기계 새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 이상한 녀석이었지. 정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쉽게 사람을 버리기도 하고. 이스칸달에게는 붓으로만 섬긴다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막상 싸움이 벌어지면 패배를 모르는 녀석이었지. 하하하, 이스칸달 애송이가 돈에 쪼들려 다른 신하들에게 애원할(泣きついた) 때, 쌓아둔 사재를 숨긴 채 뻔뻔하게 모르는 척하고, 그런 일들도 있었지." 죽고 죽인 상대에 대해 말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친구와 공유했던, 조금의 악행마저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저와 로그 일행보다 더 일찍 왔을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틀림없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잊혀진 유실물(로스트 넘버)이 된 이래, 여기까지 온 건 저희가 처음일 거라 생각했는데요" "글쎄요. 제대로 된 기록은 아니지만, 정황상 두 명, 혹은 한 명과 한 조가 더 있었을지도 몰라요." 샤리샤리⋯⋯ 수정을 밟으며 조제페가 말한다. 네 사람이 가는 곳마다 조용히 파편이 부서져 나간다. "한 명과 한 조?" "⋯⋯⋯⋯한 조는 도굴꾼이다." 어쩔 수 없다, 그런 듯 쿼트가 대답했다. "무서울 정도의 실력을 갖춘 도굴꾼 집단이었는 듯 하다. 지상에 있던 유실물(로스트 넘버)을 몇 개 탈취해, 당시 아틀라스 원에서 주의를 당부하는 회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까지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알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사이파——라티오의 동생입니다." 조제페가 이어 말했다. "라티오 씨의." 카르마그리프가 흥미로워하며 이름을 말했다. "그러고 보니 라티오 씨는 엘멜로이 2세와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 같던데요." "글쎄요, 그쪽 관계는 제가 잘 모릅니다. 아틀라스 원에서도 라티오는 인간관계에 유난히 담백한 편이고요. 다만, 사이파는 제 세대에서는 독보적인 우등생이었죠. 한 세대 더 아래에는 시온이라는 괴물이 있는데, 혹시(ことによったら) 사이파는 그 괴물에 비견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모른다(ことによったら)?" "죽은 겁니다, 3년 전. 이 알렉산드리아의 바다에서." "⋯⋯그건 온건(穏やか)하지 않네요." 조제페의 대답에 카르마그리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수정 정글의 기온이 갑자기 몇 도나 내려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제페 씨가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네요. 3년 전에 죽은 사이파 씨가 정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침입할 수 있었다면, 여러 가지 전제가 무너진다. 예를 들어, 시큐리티 키가 있던 관리부가 밀실이었다, 같은 것도 달라지겠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라고 콰트가 지적했다. "로그가 이 발굴조사단을 조직한 이상, 아마도 사이파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까지 얼마나 침투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이 발굴조사단도 제법 고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사이파가 혼자서, 어디까지 탐색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사이파 쿨드리스 하이람이, 당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비밀에 가장 근접한 연금술사였던 것은 틀림없겠지?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말했듯이, 제4층의 관리부까지 접근했을지도 몰라. 항상, 그 녀석은 몇 발자국 앞서 있었으니." 조제페의 눈동자에, 누군가의 모습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3년 전 죽은,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그 기억을 쫓는 듯, 네 사람의 그림자가 나아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 "먼저 사과하고 싶다, 엘멜로이 2세." "무슨 말이지?" "라티오는, 사적 감정으로 이번 건에 관여했다." "사적 감정?" 걸어가면서, 스승이 되묻는다. "원래 쿨드리스의 후계자는 동생인 사이파였다. 하지만, 3년 전에 동생은 죽었다. 라티오가 이번 사건에 관여한 것은 그 진상을 알기 위해서다." "죽었다고?" "이 알렉산드리아의 바다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됐다." 스승님뿐만 아니라 내 관자놀이도 움찔거렸다. 어떻게 생각해도, 그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무표정으로, 라티오는 계속 말했다. "쿨드리스 가문의 후계자 사이파가 죽은 이후로, 라티오의 할아버지는 포기해버렸다. 외부에 관여할 의욕을 잃고, 아버지 로그를 대리로 세워 가문을 맡기고, 자신의 연구를 파고들 뿐인 톱니바퀴가 됐다." 라티오의 푸른 머리가 흔들렸다. 수정의 꽃과 나뭇가지에 그 머리카락이 비친다. 어느 쪽도,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닮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라티오는 새로운 후계자로 지명되어, 동생이 조사하던 연구를 이어받기로 했다. 아틀라스 원의 계율에 어긋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까지 듣고서, 스승이 파앗 고개를 들었다. "혹시, 원래 에르고에 대해 조사하고 있던 것은." "사이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 "사이파는, 옛이야기에 열광적인 성격이었다." 라티오는 말한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이스칸달의 설화를 잘 찾아봤지. 이곳의 시큐리티 키와의 연결 방법이나, 스페어——기계장치의 새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동 코드도 원래 사이파의 연구에서 찾아낸 것이다." "흠." 프톨레마이오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만나 보고 싶구먼." "나도, 한 가지 확인하고 싶다." 스승이 말을 건넸다. "로그 씨와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접촉한 것은 언제부터였습니까?" "아버지와? 라티오가 아는 바로는 이번 발굴 조사단이 조직된 이후의 일이지만." "틀림없이?" "⋯⋯⋯..아니." 라티오가 말을 흐렸다. "확실, 하지는 않다. 사이파의 일이 있던 후로, 라티오는 아틀라스 원을 떠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군. 그렇다면, 사이파가 로드 멜루아스테아를 만난 적은?" "사이파가?" 라티오의 한쪽 눈썹이 움직인다. 자신도 그 질문이 의외여서, 무심코 입을 열어 버렸다. "설마 스승님, 사이파 씨와 카르마그리프 씨가 아는 사이였다는 말인가요." "시계탑의 마술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모두 거짓말쟁이들이니까. 가능성은 모두 생각해 두고 싶다. 왜냐하면, 사이파의 연구를 쥐고 있는 자에게,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이 뽑힌 최심부는 밀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 "⋯⋯그렇겠지." 라티오도 인정했다. 합동 발굴조사단에 앞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도전했던 연금술사. 알렉산드리아 해에서 시체로 발견되기까지, 그는 대도서관의 비밀에 어디까지 접근했을까. 만약 사이파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면, 범인은 그의 연구를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번 최심부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을 훔친 범인도, 사이파를 죽인 범인과 동일 인물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 십여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강해져, 모래를 휘날리며 시야를 가렸다. "시온 씨, 여기서부터 선두는." "괜찮습니다." 짧게 시온이 대답했다. 그녀의 발걸음에 흔들림은 없다. 에르고보다 머리 두 개 정도 낮은 신장으로, 놀랍도록 빠른 발걸음으로 사막을 헤쳐 나간다. 모래바람이 거세다. 불과 몇 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발자국도 몇 초 만에 사라져 돌아갈 수조차 없다. 시각 대신 환수를 이용해 주변 상황을 탐색한다. 뱀이 가진 적외선 감지 기관인 피트 기관 같은 것이다. 대상이 열이든 소리든, 청년의 환수는 정밀한 감각기관으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깨달았다. "이건, 역시나⋯⋯." 에르고가 신음한다. 정상적인 모래폭풍이 아니다. 명백히, 어떠한 조작을 받은 것이다. 교묘하게 인간을 속이는 신비한 폭풍. 시계탑과 같은 마술에 의한 것인지, 에테라이트와 같은 아틀라스원의 기술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고도화되고 대규모의 작품인 것만은 분명했다. 입을 다물고 있어도 모래 먼지가 날아든다. 치아의 뒷면까지, 뽀드득뽀드득 모래투성이다. 대체 언제까지 그녀를 쫓아야 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갑자기 눈앞의 소녀가 멈춰 섰다. "이곳이군요. 협력자의 정보대로입니다." 시온이 중얼거렸다. 눈앞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되어 있고,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이 뚫려 있었다. "여기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뒷문입니다." "뒷문⋯⋯?" 말하는 즉시, 에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잠시만요. 알렉산드리아에서 이미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요. 대략 시온 씨 말로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해저에 있는 게——" "그렇기에, 뒷문입니다. 건설용으로 만들어진 통로에서, 아틀라스원과 같은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면, 공간을 왜곡시켰을 겁니다. 개인에 의한 공간 도약은 마법 일보 직전이지만, 본래 연결이 강한 영맥 위 등에서 거리를 속이는 건, 거기까지 어렵지 않습니다." 에르고가 이집트에 오기 전 탐독한 책 중 하나에 피라미드 등의 건설을 위해 만든 통로는 대부분 완공 시 막혀버렸다고 적혀 있었다. 그것은 당시부터 문제가 되었던 도굴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도 비슷한 장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건설용 터널이란 대체—— "당시, 이미 신대는 종언기였습니다만, 그 영광은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파라오의 신관단과 아틀라스원의 협력이 있었다면, 가능했다는 것이겠죠. 신비가 관여하지 않은 피라미드라고 해도, 수십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채석장에서 돌을 가져오는 정도의 일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시온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합동 발굴 조사단도, 이곳은 모르고 있었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정식 루트가 아닌, 후세의 도굴꾼이 재구축한 길이니까요." "도굴꾼이——?!" 갑자기 에르고의 목소리가 뒤집혔다. "그런 일이 가능한 건가요." "적어도, 당시의 도굴꾼들은 그런 기술이 있었던 거겠죠. 여기까지의 모래폭풍도 도굴꾼의 장치였을 테니까요. ⋯⋯도굴꾼의 더 이상의 도굴을 막기 위한 장치라니, 왠지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지만요." 확실히 그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의리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 인간성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동굴 내부는 바깥과 달리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벽이 희미하게 젖어 있다. 바짝 마른 사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시온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팔찌에 불이 켜졌다. "이제부터 내려갑니다. 발밑을 주의하세요."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45 " 하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아틀라스원과 협력했다 한들, 저 통로를 넘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죠." "⋯⋯설마." 린이 눈초리를 보냈다. "아까 그 통로, 시온에게 정보를 준 현지 협력자가⋯⋯!" "네에, 저(わたくし)인걸요." 가슴에 손을 얹고 금발의 마술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잠깐만. 어째서, 네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대해 알고 있는 거야." "모르시겠어요?" 루비아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곳의 도굴꾼——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예전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도전했던 고귀한 모험가가, 제 선조이기 때문이에요." "그런?!" 린뿐만 아니라 에르고와 시온도 눈을 크게 떴다. 확실히 조금 전의 길은 옛 시대의 도굴꾼이 재건한 길이라고 들었다.그렇다면 그 후손이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다 보니 맹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 그래도 듣고 보니 그렇네⋯. 너의 가문,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하이에나라고 불렸었던⋯⋯⋯." "사냥꾼이라고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라며, 루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 가문의 역사로 아틀라스원의 유실물(로스트 넘버)에도 손을 댔다는 것이다. " 하지만, 그런 만큼, 어째서 그런 정보를 판 거야." "제게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흥미는 있었지만, 합동 발굴조사단 같은 수상쩍은 일에 협력할 마음이 들지 않았거든요. 선조의 지혜도 있으니, 저 혼자서 조사하는 편이 더 현명하겠죠? 다만 선조들이 발굴한 지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아틀라스원의 도움도 필수적이었기에 정보 교환을 통해 손을 잡았죠." "즉, 시온에게서, 아틀라스원의 정보를 샀다?" 크흠, 시온이 어색한 표정으로 기침했다. "제, 제 개인 연구를 판매한 것도 아니고, 이것은 필요한 투자입니다. 본부에 보고해도 계산상으로는 아슬아슬한 지점에서 허가가 날 겁니다!" 도대체 무슨 계산을 한 거냐고 따져 묻고 싶은 것을 참으며, 린은 루비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 파수꾼의 형상에도 패턴이 있는 것 같았다. 처음 만난 사람 같은 파수꾼 표범의 몸에 뱀의 머리를 가진 파수꾼. 장어의 몸에 개의 머리를 가진 파수꾼. 독수리의 몸에 사자의 머리를 가진 파수꾼. 우리는 수정의 수해(樹海)에 몸을 숨기고 그들의 눈을 피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정과 파수꾼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 모양이군.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금방 발견되었을 거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 스승의 말에 끈적끈적한 피로가 묻어났다. 숨어서 이동하는 것은 어쨌든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게다가 도서관 내 이동이라고 하면 평면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수정 수해는 기어오르거나 내려가거나 틈새에 몸을 끼워 넣어야 하는 등 매우 아크로바틱했다. 자신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체력적인 면이나 이를 보강하는 마술적 능력에 문제가 있는 스승은 순식간에 한계에 다다랐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그럴 생각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 창백한 얼굴로 스승이 대답했다. 그리고, " 저기다." 라고, 애드가 재촉했다. 작은 언덕 같았다. 수정 나무들이 쌓여 실내이면서도 하나의 지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곳만이, 격리된 블록처럼 보였다. " 최심부로 향하는 통로인가?" "⋯⋯저건 아니야."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내게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메모리)과 이 금서고는 마치 달라져 있구먼. 저게 아니라는 건 알겠어." "하지만, 저쪽은." (중략) "그러면, 프톨레마이오스 씨는 이곳에 대한걸?"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이곳에 대해선 나도 몰라. 본체는 어떻든 간에, 백업의 나에게는 아틀라스원 관련 정보가 거의 암호화되어 있어서 손을 댈 수 없거든." 아마 사실일 거라고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이 새는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직감을 믿어도 괜찮은지 묻는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도서관 내부는 금서고를 포함해 온화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 구역은 완전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도 서늘하고, 시든(마른) 허브 같은 냄새가 났다. "죽어있구나."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무슨 의미입니까?" "이 방만이, 대도서관과 독립된 계통으로 구성된 모양이야. 뭐, 봐둬라. 지금 내가 숨을 불어넣어 줄 테니까." 기계로 만들어진 새가, 날개를 움직였다. 그러자 지휘자의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빛이 차례로 켜졌다.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벽화였다. 그 자체로 발광하는 신비한 벽화. 이집트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극단적인 측면에서의 데포르메도 아니고 사실적이지도 않은 독특한 화풍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스승님의 강의에서 배운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 그림과 비슷하다. 그 벽화의 중심에는 타원형의 구체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무언가의 그릇(器)처럼 보이는데." 스승님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러자, "알고 있다." 라고 라티오가 입을 열었다. "라티오는, 이것을 알고 있다. 에르고가 해저를 떠돌던 때의 용기다." "뭐――!" 뒤돌아보는 스승에게 라티오가 말을 이었다. "원래 라티오는 토오사카 린보다 더 빨리 에르고를 단독으로 회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라티오가 발견한 것은 해저에서 이미 내용물을 잃어버린 이 그릇뿐이었다." "잠깐, 그건 싱가포르 근해의 일이잖아. 설령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다고 해도 여기서 8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고대 이집트에는 나일강과 홍해를 잇는, 파라오의 운하도 있었다고 하지만⋯⋯." 거기까지 말하고 스승은 잠시 멈칫했다. "⋯⋯⋯아니, 그래. 파라오의 운하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아들 프톨레마이오스 2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었지." "아, 운하의 계획은 내가 세웠지." 기계로 만든 새가 뻔뻔하게 말한다. 나도 묻고(尋ねて) 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 "무슨 일이지?" "코드는 암호화되어 있지만, 앞서 읽은 흔적이 있다." 스승에게 대답하며 라티오는 더 중얼거렸다. "이 버릇은 알고 있어. 사이파의 것이다." "동생의?" "아아. 그러니까 안다. ⋯⋯쿨드리스다." 연금술사가 단언했다. "사이파가 이곳에 온 것은, 쿨드리스의 선조의 잃어버린 연구를 알기 위해서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산령법정의 무시키, 방황해의 지즈, 그리고 최후의 한 명인 건가" "그러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 긍정하며 라티오는 빙글빙글 돌아보았다. 방의 중앙을 가리킨다. 바닥의 직경 2미터 정도 되는 원주(円周)가 솟아올라 있었다. "벽화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실험이 이루어졌다. 아마도, 여기에 에르고가 들어 있는 포드가 놓여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포드만이 아니군." 스승은 다시 한번 벽화를 바라보았다. "중앙의 구체——라티오의 말을 믿는다면, 포드의 주변에 세 개의 기둥이 그려져 있어." 말대로라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구체로부터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검은색 무언가가 세 개 배치되어 있다. 칠흑의 기둥이라고도, 단순한 직육면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스승의 눈썹 사이에 주름이 생겼다. 몇 초의 침묵이 흐른 뒤 다시 입을 뗀다. "그렇다면⋯⋯ 이것은 신수神髄(간타이)다." 여기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일본 사건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 신의 파편. 아니, 그게 다가 아니다. 쿨드리스 가문과 신수神髄(간타이)라고 하면 여기서 진행되던 연구는 하나밖에 없다. "여기서, 에르고가 신을 먹었다——아니, 먹혔다." "⋯⋯!" 호흡이, 멈춰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이 장소 자체가 일종의 부화기(인큐베이터)로 보이지 않는가. 설마 여기까지 와서 에르고의 수수께끼가 얽히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왜 사이파씨를 쫓아다니다, 에르고의 일이?" "순서가 역이다." 스승님이 고개를 저었다. "사이파가 원래 쿨드리스의 연구를 쫓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 쿨드리스의 연구가 에르고에 관한 것이라면, 에르고의 수수께끼와 연결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잊었나? 우리도, 라티오도 에르고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거라고." 그 말대로다. 그저 이번 사건——파라오의 살인사건을 해결한 결과로, 에르고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순서를 건너뛰고 먼저 에르고의 수수께끼와 접촉한 탓에 가벼운 혼란을 일으켰다. "한가지, 괜찮은가." 프톨레마이오스가 입을 열었다. 금속 부리를 움직여 벽화 아래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그림은, 네 번째의 신수神髓(간타이)이 아닌가?" 중앙에 있는 세 개의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신체神髓(간타이)——그 훨씬 아래쪽, 또 하나의 검은색 작은 직방체가 그려져 있었다. "아니." 라티오가 부정했다. "다섯개다." 손가락이 움직인다. 반대편——벽화 위쪽에는 다섯 번째 칠흑이 그려져 있었다. 침묵이 실험실을 가득 채웠다. 무서운 시사 앞에서 누구도 섣불리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이건⋯⋯ 설마⋯⋯." 멍하니 서 있는 내 옆에서 스승은 작게 중얼거렸다. "아니, 에르고가 먹은 신은 세 개일 것이다. 역시나 그것은 뒤집히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이 두 개의 의미는⋯⋯?" 스승의 목소리도 끊겼다. 판단 재료가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의 예단이 얼마나 위험한지 스승도 자신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라티오는 어떻지? 다른 읽을 수 있는 것은 없었는가?" "유감이지만, 알 수 있는 것은 표층뿐. 여기서 에르고의 실험이 이루어졌다는 것뿐이다. 돌아가서 데이터를 검증하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라티오?" 스승이 다시 한번 불렀다. 라티오는 가만히 벽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숙적이라도 쳐다보는 듯한, 먹먹한(食い入らんばかり) 눈동자였다. "⋯⋯⋯사이파는 이걸 푼 것 같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라티오가 풀지 못할 리가 없지." "어이어이, 라티오 아가씨"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티오의 어깨에 두개골이 얹혀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라티오의 사역마, 탄겔의 일부였다. "여기서 무리하는 것은 라티오 아가씨답지 않잖아. 이번 사건, 우선은 최심부로 가는 길을 여는 게 우선이⋯⋯"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 건틀릿의 표면이 물결쳤다. 뼈로 만들어진 바구니 손이 그녀의 내면을 대변하듯 변형되어 간다. "엑조포름, 병렬 사고 3번, 4번, 5번과 동조. 동시에 고속 사고를 기동." 라티오의 입에서 나온 말과 함께 건틀릿이 옆으로 넓어졌다. 거기서 뻗어 나온 코드는 열 배나 늘어났다. 각각이 벽화에 닿아 미세한 진동음을 내기 시작했다.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 "그런가⋯⋯ 네 번째는 엘고에게 먹힌 신이 아냐⋯⋯"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이 실험⋯⋯ 을 멈추기 위한 신이다⋯⋯⋯⋯" ‘어?’ 의식이 끌려갔다. 지금 라티오가 뭐라고 했지? "⋯⋯에르고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신." 희미한 손가락의 움직임과 함께, 선명한 선율이 퍼져나갔다. "당시 아틀라스원은 에르고에게 먹이기 위해, 복수의 신을 후보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네 번째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녀는 망아(忘我)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하나, 분할 사고의 하나하나, 고속 사고의 한 방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벽화 분석에 쏟아지고 있었다. "신을 돌려드리기 위한 신이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에르고씨의, 신을 돌려드리기 위한 신⋯⋯’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목적이었다. 기억 포화에 빠져, 언젠가 인격을 잃게 될 것이라 예언된 에르고를 구하기 위한 수단.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이 여행의 시작——순진한 적발의 청년이 먹어 치운 신을 돌려보내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일본을 거쳐 이집트까지 왔다. 이후, 조금만 더 가면 그 방법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나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 아마도, 스승이 말한 것은 아주 초보적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라티오가 오인(見誤)하고 있던 것. 그리고 마술 자체보다, 인간의 쪽을 보는 스승에게는 언제나의 행위. "⋯⋯3번, 4번, 해제." 입술이, 흘러내렸다(こぼした).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꾸준히 말을 내뱉었다. "본체 모니터링 개시. ⋯⋯폴리모픽형 웜 37건, 메타모픽형 웜 79건, 검. 분할 사고 3번 동적 휴리스틱에 의한 제거, 분할 사고 4번의 패턴 매칭에 의한 제거 개시⋯ 종료." 연주가 되살아났다. 그것은 마치, 현이 끊어진 바이올린을, 그 자리에서 수리하면서 계속 연주하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돌연히, 방 한가운데에 환상이 생겼다. 홀로그램. 라티오가 이 방에서 끄집어낸 데이터가, 이것인가. "——어째, 서?" 나는 눈을 깜빡였다. 비록 옛 시대의 의상을 입고 있었지만, 그 환영은 내가 아는 적발의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에르고⋯⋯?" 아니,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까. 이 방이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방인 것이라면, 그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옷차림이 달라서 당황한 자신의 얼이 빠져 있을 뿐이었다(自分の間が抜けている). 하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또 한 명——아니, 또 한 체(一体)가 경직되어 있었다. "에르고⋯⋯ 라고?"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바닥을 기었다(床を這った).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4 "파수꾼들의 모습, 이상하지 않나요?"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있어야 할 파수꾼들이었다.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것도 그 법칙을 간파하고 처리해 왔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야, 티카?" "지금까지의 파수꾼은 어떤 경계망에 걸리지 않는 한 움직임이 패턴화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티카의 손가락이 안경 테두리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저기 있는 파수꾼들, 좀 아무래도 패턴에서 벗어난 것 같네요. 단순히 영역이 달라서 그런 걸까요?" "몰큘 페이스." 중얼거리며, 쿼트가 눈꺼풀을 쓰다듬는다. 이슈타리오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표층 변성 기구가 눈의 수정체를 변질시켜 시력을 조정한다. 일반적인 마술사의 '강화'를 훨씬 능가하는 관찰력으로, "확실히, 다르다" 고, 그는 긍정했다. "어떻게 다른가요?" "그들은 대도서관의 수호자겠지. 그렇다면 수정을 깨뜨리는 것은 사명과 정반대의 행동이다." 카르마그리프에게 쿼트가 대답했다. 엉망진창으로(デタラメに), 파수꾼들은 뛰어다니며 수정을 부수고 있었다. 이 금서고의 수호자들에게 있어선, 오히려 모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행동. 작게, 쿼트가 긴장된 목소리로 외쳤다. "폭주(스탬피드)⋯⋯! " /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파수꾼은 한두 마리가 아니다. 적게 잡아도 열댓 마리. 어쩌면 그 두 배는 될지도 모르는 파수꾼 무리. 이토록 거대한 존재(巨重)가 다가와도 눈치채지 못한 것은 역시 아틀라스원의 기술력 덕분일까.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켜야 할 수정마저도 베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다른 파수꾼들도 막으려 하지만, 결국 그 파수꾼들조차도 그 기세에 눌려 스스로 수정을 깨뜨리고 만다. "뭐지, 이건⋯⋯!" 스승님이 말씀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어떤 메뚜기가 개체군 밀도에 따라 상변이를 일으켜, 몸의 크기나 공격성까지 변화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그래, 메뚜기다. 온순한 곤충이 주변 집단 밀도에 따라 성질이 크게 변해, 때로는 한 나라의 농지를 마구잡이로 먹어 치우는 것처럼, 파수꾼들 역시 성질이 변질되어 모든 것을 미워해 마지않는 파괴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어째서?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젠장, 가만히 있으면 여기가 우리의 관이 될 거야⋯⋯⋯!" 말을 내뱉은 스승이 연금술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5 "라티오, 일단 이곳은 물러서서——" 뼈 건틀릿으로 벽화를 만진 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움직일 수 없어." "라티오 아가씨!" 어깨에 올라탄 두개골 탄겔도 말했다. 하지만, "라티오⋯⋯." 신음하며, 곧바로 외쳤다. "라티오는 사이파를 알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어!" 처음 보는, 감정을 드러낸 옆모습이었다. 그 눈빛에 스승은 작게 혀를 차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럼 시간을 번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뭔가 방법이 있나? 아까처럼 센서를 속이는 건 어떻지?" "중요한 라티오가 움직일 수 없잖나. 게다가 몇번이나 쓰지는 못한다고 말했거늘. 파수꾼의 AI가 금방 다시 쓰여져 대응한다. 저렇게 이상한 상태라면, 처음부터 당할 가능성도 높겠군." 프톨레마이오스의 대답에 나도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저기, 전에 라티오씨와 싸울 때는 배를 통째로 뼈로 감싸서 사역마를 대량으로 내보냈었는데, 같은 건 안 되는 건가요?" "그건, 무시키와 싸우는 것도 고려해서 한꺼번에 저축한 것을 쏟아 낸 거다. 다시 하려고 생각하면, 아무리 줄여도 몇 년은 걸려." 탕겔레가 대답했다. 린의 보석 같은 것이겠지. "대 무시키용이었다고, 하면 꼭 필요했던 건 틀림없군." 스승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산령법정의 선인인 무시키가 얼마나 큰 재앙이었는지는 우리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수년에 걸쳐, 라티오는 그녀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이다. 그 저축을 무위로 돌린 것도 무시키와 자신들이었으니, 더 이상 떠올릴 필요도 없다. 어쨌든 지금, 파수꾼들의 대책을 세우기에는 늦었다. 발소리가 드디어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뱃속까지 울려 퍼질 정도로 묵직한 울림. 구역 입구에 서서 나는 오른쪽 어깨의 고정구를 해제한다. "제1단계 제한 해제." 다가오는 파수꾼들 앞에서 사신의 낫(그림리퍼)을 전개했다. 결코 자신의 성능이 파수꾼들에게 뒤처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시키나 일본에서 싸웠던 바이뤄롱과 같은, 규격 외의 존재도 아니다. 하지만, ‘——수가 많아.’이쪽에서 한 번에 베어서 한 마리를 부순들, 나머지가 이 구획에 진입하면 스승님이라면 잠시도 버티지 못한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중략) "어이, 그레이!" "——읏!" 만약, 반응이 콤마 몇 초만 늦었어도 이쪽의 머리가 날아갔을 것이다. 사신의 낫(그림리퍼)이 내려친 것은 거대한 화살이었다. 파수꾼의 일원——켄타우로스처럼 거대한 활을 든 금속제의 인마가 쏜 것이다.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코뿔소나 소처럼 뿔이 난 파수꾼들이 한꺼번에 돌격해왔다. 벽화를 바라보고 있던 라티오가, 작은 두개골을 던져버렸다. "탄겔 기동!" 순식간에 그것은 거대화해, 두개골 아래의 골격도 되찾았다. 지난달 해적섬에서 에르고의 환수와도 팽팽하게 맞섰던 뼈의 거인으로. "읏차!" 폭주(스탬피드)의 선두로 뛰어나간다. 튀어나온 세 마리의 파수꾼을 뼈의 거인 탄겔이 한꺼번에 제압했다. 격한 곳 근처에서 삐걱삐걱 뼈가 울렸다. 근육이 없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견갑골, 쇄골, 상완골이 정교하게 맞물려 파수꾼들의 돌격을 막아내고 그들의 몸을 통째로 감싸 안은 것이다. 레슬링의, 베어허그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엘멜로이 교실의 호신술 수업에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세 마리의 괴물을 한꺼번에 베어허그로 묶어놓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뿐만 아니라, 더 이상한 소리가 났다. 까득(ぎちり). 기분 나쁜 소리였다. 파수꾼들이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쳤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까드득, 까득. 또 다시, 소리가 났다. 수수께끼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파수꾼의 신체가 발하는 소리였다. 까드득, 까드득. 까득. 까득! 천천히 금속이 부서지고, 일정 이상 구부러진 부분부터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면서 세 마리의 파수꾼이 뼈의 거인의 발밑으로 쓰러졌다. ‘⋯⋯얼마나.’ 이 얼마나, 압도적인 강력(剛力). 하지만 그 정도의 전과를 올린 탄겔은, 기뻐하기는커녕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오래 못 버틸 거야, 라티오 아가씨!" 그건 그렇다. 한 마리, 또 한 마리, 금속의 파수꾼이 찾아온다. 아무리 강인한(剛力) 뼈의 거인이라고, 해도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다.‘성창이라면⋯⋯!’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그 선택을 부정한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해저 도시다. 이 안에서 성창을 휘두르면 파수꾼은커녕 자신들도 바닷물에 깔려 죽고 말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 대도서관의 외주부는 몹시 고요했다. 긴 회랑의 중간에 있는 광장에서, 희미한 빛이 바닷속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이 도서관을 둘러싼 또 다른 유적이거나, 한가로이 바다를 헤엄치는 수많은 물고기였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지만, 이곳만 놓고 보면 최고급 리조트에 필적한다. 그리고, "라이네스님, 홍차를." 라며 찻잔을 내민 것은 수은 메이드 트림마우였다. 한 모금 마시고 혀 위를 굴리다가 어렴풋이 중얼거렸다. "오라비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좋지만, 그레이에게 위험한 작업을 맡긴다고 생각하니, 모처럼의 차도 충분히 즐기지 못할 만도 해." 눈앞에는 대리석 테이블이 놓여 있다. 가져온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외주부에 있던 것이다. 2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테이블에선 흠집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 스승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말로, 그가,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내가 잘못 볼 수 있겠는가!" 처음으로, 기계장치의 새가 감정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내(吾)가, 몇 번이나 이분을 맞이하려고 했는가! 얼마나 간절히, 나의 땅에서 파라오로서 군림하시길 바랐던가!"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도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파수꾼들이 폭주하여,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기계장치의 새도, 스승님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훨씬 더 중대한 일이 이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로드 ㅇ레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8 고작 내 목숨 따위, 이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하다. 스승님에게 있어서, 한때 인생을 바꾼 왕의 아들.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있어서, 한때 함께 세계를 제패하려 했던 주군의 의붓아들(継子). "그런데도⋯⋯ 어째서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나는 ⋯⋯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프톨레마이오스는 아틀라스원과의 계약이나 그와 관련된 사항의 기록은 암호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구획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통렬하게 기계로 가슴을 쳤을지도 모른다. "⋯⋯⋯이 데이터에는, 수백 개의 방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라티오가 말했다. 그녀의 팔에 피아노 건반 같은 물체가 펼쳐져 있었다. 조작골격 엑조포름에 의해 만들어진, 뼈의 악기다. 그 연주를 이용해, 그녀는 이 구획에 숨겨진 고대의 정보로부터 환상을 끌어낸 것이다. "라티오도 바로 인식할 수는 침입한 상대에게 몰래 침투하는, 은밀성의 웜이었다. 현대로 치면 컴퓨터 바이러스 같은 거지만, 당대 아틀라스원은 이미 그 정도 수준까지 완성되어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면⋯⋯⋯⋯" 무심코, 나도 말을 하고 말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조합은, 아무래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확실히 아틀라스 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또 다른 사실도 드러낸다. "같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해킹할 것이라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사람들은, 그리 생각했다는 건가요?" "⋯⋯⋯라티오도 그런 발상이 없었기 때문에 대처가 늦어졌다." 그녀의 단정한 얼굴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묻어났다. "강력한 프로텍트를 거는 것과 개입한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별개다. 그만큼, 이 데이터가 중요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중요. 하지만 그것은 누구에게 있어서인 것일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당시 아틀라스 원에? 아니면—— "사이파도, 이것에 당했다?" 툭, 그녀가 중얼거렸다. 3년 전, 알렉산드리아 해에서 죽었다는 라티오의 동생. "아직, 있어." 스승이 계속했다. "라티오. 이 벽화를 해독한 네가 말했지. 이곳을 만든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는 에르고에게 먹이기 위해 복수의 신의 후보를 준비해 두었다고. 그 네 번째는——즉, 신을 되돌려주는 신이라고." 자신들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즉, 여행의 목적으로서. 세 개의 신을 먹어 치우고 기억 포화를 일으킨 에르고를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9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무릎을 꿇지 않고 시선을 올렸다. 아직 파수꾼들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 게다가 쓰러뜨렸을 파수꾼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사태도 자신은 알아차리고 있었다. ‘재생⋯⋯ 하고 있어⋯⋯!’ 탄겔과 자신에 의해 쓰러진 파수꾼들은 시시각각 자기복구를 하고 있었다. 처참하게 금이 간 갑옷의 파손 부위가 빠르게 메워져 건너편이 보일 정도로 관통된 부분도 서서히 솟아올라 막혀가고 있었다. 아마도 핵을 결정적으로 깨뜨리지 않는 한 몇 번이고 되살아날 것이다. 두려울 정도의(恐るべきは), 고대 아틀라스원의 사역마. 현대 마술사의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성능도 당시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해일처럼 덮쳐온 지금,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 ‘성창이라면——?’ 예를 들어, 바이뤄롱의 용을 봉인했을 때의, 새로운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 그것이라면, 대항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창의 위력은, 나 자신에게도 미지수다. 또한, 한두 체를 쓰러뜨린다고 해서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수십 체, 라도――!" 망치를 쥔 손에 힘을 주었을 때였다. 배후에서, 날카로운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프톨레마이오스!" 구획 입구에서 날아온 새는 평소의 냉정함을 잊은 상태였다. 대신 그 작은 몸에 가득 찬 것은 엄청난 분노였다. 여러 장의 강판이 겹겹이 쌓인 날개를 펄럭이며 목구멍으로 분노를 토해낸다. "그 어떤 것도, 이 무덤을 훼손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 분노는 그대로 강렬한 빛이 되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쏟아졌다.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은 과잉 출력으로 데이터를 내던지는 기술――하지만 여러 번 쓸 수 있는 수법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그 자신이 아니었나. 그러나 파수꾼들이 움찔하는 순간, 또 다른 이상 사태가 발생했다. 【제1종 비닉 사항 대한 요청을 수신】그런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물리적인 것은, 아마도 아니다. 드물게 내가 듣게 되는, 영적인――혹은 영적인 영역에 도달할 정도의, 지극히 고도의 기술에 의한 음성. 【제1종 비닉 사항 요청 승인. 파수꾼 정지 요청. 아공간형 통신기구를 기동】 프톨레마이오스의 빛에 움찔하던 파수꾼들이, 이번에는 단순한 금속 덩어리가 된 듯 멈춰 섰다. 그리고 내가 돌아본 끝에서부터(振り返った先から), 그것들이 넘쳐흐르듯 뿜어져 나왔다. ‘——통신기구?’ 의심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품이었다. 무수한 거품이, 스승들이 있는 구획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수정의 언덕이 내뿜는 무지갯빛 거품. 그 거품들이 마치 의사가 있는 듯이 흐르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지독히도 환상적인 풍경이었지만, 결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읏!" 숨을 멈췄다. 거품 중 하나의 표면에 예상치 못한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0 "⋯⋯⋯그래서, 루비아. 당신이 선조의 정보로 이곳에 온 건 알겠는데." 상황을 지켜보던 토오사카 린이 입을 열었다. 예전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도굴했다는 마술사가 루비아의 조상이었다는 것이다. 린은 근처에 쓰러져 있는 파수꾼들의 잔해를 발로 밟으며 물었다. "왜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거지, 이거?" "핵을 부쉈기에." 루비아가 우아하게 웃는다. "그것도, 선조의 지혜인가." "덧붙여, 현지에서의 관찰에서 나온 것이군요. 아틀라스원은 사역마로 유명한걸요. 대책에 힘을 쏟는 게 당연하죠? 라고는 하지만, 당신들이 움직임을 멈추기 전까지는 공략할 방법이 없었는데요." "——확실히, 정보핵이 부서져 있습니다." 증언한 것은 근처에 웅크리고 있던 시온이었다. 어린 소녀의 손바닥과 잔해 사이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에테라이트의 실을 회수한 것이겠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로서, 유적을 지켜온 파수꾼들의 최후에 대해 생각하는 점이 있는 것인지, 소녀의 표정에는 옅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제가 확인해보니 이 파수꾼들은 완전히 정지해 있어요. 정보핵의 적재 패턴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 걸 찾아내는 게 이 녀석의 특기인 거야. 하이에나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1 "어머. 역시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을 이끌었던 분은, 언동이 다르네요." 루비아의 대답에 린이 눈을 크게 뜬다. "너, 너 그거 누구한테서 들었어!" "물론, 라이네스에게서. 아뇨 감탄한걸요. 너무 투박해서 흉내 낼 생각은 없지만, 정말 효과적인 수법이네요. 다음 시계탑의 발표는 해적과의 공동 작전에 관한 것이 어떨까요? 신비의 은닉 때문에 법정과에서 눈독을 들일지도 모르지만요." 루비아는 정보전에서 우위를 점한 자 특유의 자만을 담아 입술을 비틀었다. 얼굴을 붉힌 린이 무심코 마술 각인에 마력을 넣으려는 찰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2 "루비아젤리타 에델펠트, 저도 몇 가지 질문하고 싶어요." 라고 시온이 말을 건넸다. "부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제가 정보를 구입한 상대가 당신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군요. 그리고 저희가 도착하기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특히, 이 파수꾼들에 대해서." "폭주(스탬피드), 군요." 루비아가 짧게 말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일단 최심부까지는 잠입할 수 있었어요. 제 목적인 관리부까지, 한 걸음만 더 가면 되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거기까지 갔을 때, 갑자기 파수꾼들의 상태가 이상해져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죠. 이 부근의 보안이 파수꾼들과 동기화된 것인지, 철수와 동시에 최심부로 향하는 문도 닫혀 버렸어요." 루비아의 시선의 연장 선상엔, 수정 수목이 여러 겹으로 얽혀 있다. 이 수정수 한 그루 한 그루가 서가라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는 서가 자체가 길을 만들고 문이 되는 것이기도 했다. 그 표면을 만지며 루비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서가 하나하나가 바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본체. 그래서 경도도 상당하죠. 어떤 의미에서는 아까의 파수꾼보다 훨씬 더 견고할 정도로." 손을 떼고, 스륵, 검지손가락을 세웠다. 아까 린이 마술 각인에 마력을 돌려 발동시키려던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본래 형태 없는 저주가 물리적인 간섭력을 갖는 수준까지 압축된다. 간드. 그 검은 저주가 얽히고설킨 수정수 위로 풀려나면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흩어졌다. "보신 대로에요." 루비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특성상, 여러 개의 수정수가 서로 얽히면서 경도를 높이는 장치가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가져온 보석의 대부분을 쏟아부으면 한두 그루는 파괴할 수 있겠지만, 목적지까지는 도달할 수 없을 거예요." ⋯⋯ 애초에, 수정수 자체가 아틀라스원의 정보 집약체라는 점에서 그 파괴는 문화의 소멸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을, 마술사 특유의 진지함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도굴꾼의 욕심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3 "금서고로서의 방위 기능이군요." 시온이 수정수의 표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시 한번, 반짝이는 빛이 소녀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왔다. "에테라이트의 코드 입력도 받지 않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유실물(로스트 넘버)이 될 정도로 잠들어 있던 유적이 이토록 과도한 방위 능을 발동시키는 것은 역시 납득이 가지 않아요. 설령 당신이라는 침입자를 감지했다고 해서, 파수꾼들을 폭주시킨다면 지식을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도서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즉,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방위 기능을 발동시킨 게 아닐까요." 시온의 말에 두 여마술사는 작게 숨을 죽였다. "지금,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잠입해 있는 건 선생님들과——아까 말한 합동 발굴 조사단이네."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군요." 린이 말하자 루비아가 대답했다. 원래라면 우선 조직되지도 않았을 합동 발굴 조사단.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의 예지를 가져온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또 다른 의미가 부각된다. "여기 오기 직전, 시온이 말했잖아. 합동 발굴조사단의 아틀라스원에, 배신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렇기에 저도 여기 온 거니까요." 라고, 시온이 말했다. 처음부터, 린과 에르고를 공격하면서까지, 그녀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정보를 요구한 것은, 바로 그 배신자를 찾기 위함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4 한 호흡 즈음 생각하고선, 루비아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가 말씀드릴 것이, 한 가지 더 있어요. 정보를 사고팔 때, 시세를 고려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유사한 일이 없었는지 당연히 조사하고 있는데, 이번엔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마술 세계의 블랙 옥션에, 어떤 데이터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어요." "어떤 데이터? 뭐야 그게." 린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루비아는 "본래라면 정보료를 받고 싶은데요"라고 운을 뗀 뒤 말을 이어갔다. "사이파 쿨드리스 하이람의 연구 데이터입니다." "⋯⋯사이파? 그건, 3년 전에, 이 알렉산드리아의 바다에서 죽었다는 라티오의 동생의?" "어머, 당신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라티오와 싱가포르에서 싸웠다고 했죠. 저도 런던에서 정보를 교환할 기회를 얻어서요." ‘⋯⋯라티오’에르고도, 떠올렸다. 라티오 쿨드리스 하이람. 이 청년에게 신을 먹였다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의 후예다. 지금쯤 엘멜로이 2세와 함께 합동 발굴조사단으로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탐사하고 있었을 것이다. "원래 제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잠입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라티오와의 정보 교환의 결과였으니까요" "·····빼돌리려고 한 것뿐이잖아." "체면에 나쁜 언사네요(体裁の悪い物言い). 고대의 아틀라스 원이 방치한 것이라면, 제가 확보하더라도 누구도 불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잖아요?" 가슴을 편 루비아를 향해 린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됐으니까,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라고. 그 사이파의 연구 데이터가 대체 어떻다는 거야?" 몇 초간, 잠시 공백이 있었다. 시온을 힐끗 쳐다보더니 루비아는 이렇게 말했다. "방금 전에 에테라이트의 코드 입력, 이라고 말씀하셨죠. 사이파 쿨드리스 하이람의 연구 데이터에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개입하기 위한, 뒷 코드(裏コード)가 적혀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요." "뒷 코드⋯⋯" "어디까지나 블랙 옥션의 코멘트에,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라는 것뿐이긴 하지만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마술계의 블랙 옥션에서는 직설적인 코멘트를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비의 은닉이라는 측면도 있고, 판매자나 구매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때문에 잡동사니를 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쪽 커뮤니티의 방침이죠." 마술 세계의 옥션이라고 해도 천차만별이다. 이름만 경매일 뿐, 서로 의식에서 남는 물건을 융통하는 친근한 것도 있고, 현대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인 환상종의 신체 부위를 파는 것도 있다고 한다. 최고급의 옥션으로는, 마안을 취급하는 마안수집열차(레일 체펠린) 등이 유명하다. 루비아가 말한 것과 같은 블랙 옥션은, 마술사라도 일부의 자만이 참여할 수 있는, 극히 기밀에 속하는 것이다. 단순히 액면의 문제가 아니다. 그 내용에 따라, 마술사조차도 윤리적으로 눈살을 찌푸릴 만한 것, 때로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를 다루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가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신용과 가문 등의 브랜드가 요구된다. 극동 출신의 토오사카 린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뛰어들 수 없는 장르이며, 루비아젤리타 에델펠트에게 있어서는 걸음마보다 더 빨리 몸에 익힌 일이기도 했다. "루비아젤리타, 한 가지 더 묻고 싶습니다." 시온이 말했다. "무엇이든지." "그 연구 데이터엔 구매자가 있었습니까." "아무래도, 있었겠죠. 소문만 남았다는 것은, 누군가가 구입해서 블랙 옥션의 이력에서 말소됐다는 뜻이니까요." "누가 구매했는지는 짐작이 가나요." "아니요. 범위가 너무 넓어요. 거기의 극동의 시골 출신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틀라스의 육원이나 시계탑의 귀족 이상의 가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을 겁니다." ⋯⋯⋯⋯" 잠시 시온이 침묵했다. 사건에 또 하나의 기괴한 조건이 추가되었음을 모두가 느꼈다. 아틀라스원의 배신자에, 사이파의 연구 데이터——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개입할 수 있다는 뒷 코드.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혹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사건인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루비아는 자신의 손을 쓰다듬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5 ——아주 조금, 시간을 거슬러.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3층. (중략)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와는 완전히 다른 타입의 여성이었다. 다시 한번,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의 심장이, 이 장소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네. 이상한가요."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에르고가 대답한다. 가슴을 지그시 누른다.손바닥 안쪽에서, 지금도 심장은 강하게 뛰고 있다. 이 장소야말로, 너에게 있어 특별한 장소라는 것을. 청년의 주변에는 몇 체의 기계 장치 파수꾼들이 쓰러져 있었다. 수정의 수목이 우뚝 솟아, 여러 그루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하나하나가 희미한 불가사의한 빛을 내뿜으며 단순히 아름다울 뿐인 물건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3층. 금서고, 불리는 계층이라고 한다. 수정의 가지 아래에서, 루비아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6 "어쨌든 간에, 지금 저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 꼼짝없이 막힌 상황(立ち往生)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하는 거죠." 루비아가 쳐다본 것은 수정수가 얽혀 있는 벽이었다.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거의 막다른 골목에 가까웠다. 공간을 왜곡해 여기까지 온 길도, 이미 막혀 있었다. 가든지 돌아가든지 지금 이대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수정수째로 파괴한다면⋯⋯" 라고, 린이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제가 만져봐도, 괜찮을까요." 에르고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붉은 머리의 청년에게 집중되었다. "뭔가,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아마입니다만, 알 것 같다고 생각해요(分かると思うんです)." 청년의 등에서는 반투명한 팔이 나 있었다. 여섯. 동방의 흉포한 신격・아수라같은 그 위용에, 루비아는 눈을 부릅떴다. "그것도, 당신의 심장이 호소하고 있는 건가요?" "그럴지도 몰라요." 고개를 끄덕이며 에르고는 수정수가 얽혀 있는 벽 앞에 섰다. ‘⋯⋯⋯⋯뭘까.’ 루비아 일행의 이야기를 들으며 에르고는 자기 내부의 동요(さざなみ)를 생각했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대한, 기묘한 친밀감——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생각해보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오기 전, 이 공간으로 이어진 유적을 내려올 때부터 그 감각은 가슴을 두드렸다. 예를 들어, 황혼 무렵에 아이가 집으로 돌아갈 때와 같은. 예를 들어, 거리를 걷다가 맡게 된, 아무것도 아닌 저녁밥의 냄새와도 같은. "⋯⋯⋯⋯" 침묵한 채 에르고는 수정수에 환수를 뻗었다.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부드럽게 만졌을 뿐이다. 반투명한 피부에 몇 줄기의 빛이 흘렀다. 그것은 그의 환수(幻手)에 숨겨진 새로운 성능(힘)이었던 것일까. ‘——세트’ 신의 이름을 생각한다. 사구전신. 아틀라스원이 준비한 신의 유해는, 아마도, 한때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가슴을 울리는 생각은, 그 신에 의한 것일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수정수가 반응하는 듯이, 광점을 깜빡였다. 같은 정보가 에르고의 뇌에도 가득 찼다. "⋯⋯아아." 나지막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 이 수정은 서가였다. 연금술사도 아닌 에르고의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였지만, 그래도 청년은 이 도서관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한 단면을 보고 들었다. 이 도서관에, 많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이 거닐던 시절. 극히 일부만 선별된 고대 이집트의 현자와 신관(헴네첼)들이 대도서관의 위용에 감탄하며 각자의 지식을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었다. 먼 훗날까지 보존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갖가지 문화가 이 금서고에 봉인되었다. 기록된 것은 지식과 문화만이 아니었다. 2000년 이상 전의 대기. 아직 신대의 마력이 남아있던 시절의, 사막의 열풍. 에르고의 폐는 그 대기를 들이마셨고, 에르고의 피부는 그 열풍에 노출되었다. 아마도, 더 이상 아틀라스원의 본부에도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수많은 기록. 어째서일까. 어찌할 수도 없이, 따뜻한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이라는 의식도 없이 에르고의 입술이 움직였다. "들어가 주세요." 읊조린다. 수정수가, 움직였다. 마치, 붉은 머리의 청년에게 복종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대부분의 보석을 동원해 겨우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루비아가 평가했던 벽은, 마치 수천 년 만에 소중한 주인을 맞이하는 듯한 율의와 엄격함으로 천천히 길을 열어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7 "아까, 이 도서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좋다⋯⋯ 같은 말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본심이 없는 건 아니잖아? 선조의 정보가 있어도, 여기까지 파고들었다는 건, 네 나름대로 추론이 있을 것 같은데." "변함없이, 빈틈 없으셔라." 희미하게 루비아가 눈을 가늘게 뜬다. 이쪽은 적의——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정도의 압력과 잘도 알아차리셨군요, 라는 느낌의 감탄이 섞인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보 공유는 탐색하는 동안에도 괜찮은 게?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지금 비상사태인 것 같으니까요." "그래, 그 점은 동의할게." 고개를 끄덕인 린이 씩씩하게 앞으로 나갔다. 루비아가 뒤따랐고, 에르고와 시온도 눈짓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네 명의 탐험가들은 이형의 수정이 만든 길로 두려움 없이 침입해 들어갔던 것이다. 아니. 침입하려 했다. 그때, 모르는 목소리가 에르고의 귓전을 두드렸다. 【유전자 정보, 영자 정보, 98.797%의 정확도로 일치 확인】 "어." 아마도, 그것은 영어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일본어나 아랍어도 아니었고, 에르고가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접했던 그 어떤 언어와도 달랐다. 하지만 에르고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경고. 영자 정보에 복층화를 확인. 삼중 나선의 고도 정보체로 인정. 정보 밀도 측정 불능. 제1종 비닉 사항에 대한 저촉을 확인. 동항의 취급에 관리부의 지령을 요청——실패. 관리동 유제아스트라의 정지를 확인】‘관리동의 정지?’ 에르고의 눈썹이 올라갔다. 청년은 관리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영면하고 있어야 할 파라오의 시큐리티 키인 심장이 뽑혔다는 사건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은 직감했다. "에르고?" 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제1종 비닉 사항에 대한 검토. 관리부의 정지로부터 동항의 조치를 변경. 본 부문에서는 불가능하므로 금서고・묘소에의 접속을 요청】 그 순간, 주위의 수정수에 이상한 빛이 번쩍였다. 벽 근처에서 반투명한 구체가 순식간에 생겨났고, 그것은 하나에 그치지 않고, 에르고 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거품⋯⋯?" 무수한 거품들이 젊은이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크고 작은(大小さまざま), 무지갯빛으로 미세하게 변화하는 거품들이었다. 게다가 그 표면에는 뜻밖의 형상이 비치고 있었다. "누나!" 급히 다가간 에르고가, 그렇게 외쳤다. 거품 중 하나에, 그레이가 비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8 그리고, 거품의 발생과 함께 파수꾼들도 작동을 멈추었다. 마치 태엽(発条)이 끊어진 꼭두각시(카라쿠리) 인형 같았다. 곧바로 스승님도 거품을 향해 달려갔다. "에르고! 너, 이쪽의 목소리가 들리나!" "선생님." 그 모습에 에르고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렇게 스승님이 이렇게 기세 좋게 말을 건네는 것은. 어쩌면 청년에겐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어, 선생님, 문제라도 있나요." "너의 일이다! 아아 젠장, 대체 무엇부터 말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9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 같은 표정으로 무지개색 거품을 만지려는 순간, 뒤에서 뻗어 나온 하얀 손이 스승님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함부로 접촉하지 않는 편이 좋다." "라티오?" 뒤를 돌아보니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여러 방향에서 거품을 관찰하며, 이렇게 속삭였다. "라티오도 처음 보는 현상이지만, 아무래도 시공 거품(時空泡) 같다." "시공 거품? 어이, 그럼 설마, 원격 통신 같은 게 아닌 건가?" "그 말대로다. 거품의 범위에 한정되어 있지만, 물리적으로 이쪽 시공간이 연결된 거지. 원래 공간이란 거품 같은 거라고 들어본 적 없나. 아니면 막 우주(膜宇宙) 이론은?" "최신 과학의, 그 너머인가." 스승님이 으르렁거린다. 자신도 스승님의 강의에서 이름만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현대마술과에서는 최신 과학의 관점은 새로운 마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종 강의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있었다. "분명, 초끈 이론의 일종으로, 우주는 거의 무한한 수의 거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었지. 하지만 그 이론에서는 양자 레벨의 작은 거품이어야 하는데, 그것을 여기까지 크게 만들었다는 건가." "너희들이 생각하는, 개념상의 시공 거품과는 다르다. 과거 아틀라스원이 달성한 것은, 제한적이지만 그 진동으로 시공간을 깨뜨릴 수 있을 만큼의 물건이다. 옛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는, 매우 일상적으로 사용됐던 것 같다." 살펴보면 무지개색 거품은 주로 스승님들이 있던 구역에 모여 있다. 거품들의 내부에서 표면에 미세한 번개(稲妻)가 여러 번 달렸다. 그 번개가,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단순한 통신기기를 만드는 것보다 시공 거품을 이용해 공간을 비틀어 내는 편이, 당시 아틀라스원에게는 더 간단했겠지⋯⋯⋯⋯" 말하는 라티오 자신도, 어쩐지 그 말을 믿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신대(神代)의 마술은 현대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하지만, 비교적 영향이 적었을 아틀라스원에서도 같은 이치가 통하는 것일까. 한순간 침묵해 버린 자신과 스승님에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0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 같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죠. 이쪽에도 소개해야 할 상대가 한 명 더 있으니까요." 루비아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이웃한 거품에 새로운 인물이 비쳤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라고 합니다." 아틀라스원의 제복을 입은 어린 소녀였다. 아직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얼굴에, 당찬 보라색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제가 온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눈동자가, 라티오를 노려보고 있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아틀라스원의 동료(同輩)라는 뜻이 될 텐데, 그러한 친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연령차로 인한 사양 따위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세계에는 장유유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 이에 대해, 라티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당신이 온다면, 이유는 하나뿐. 아틀라스원의 계율을 어긴 자가 있기 때문이겠지. 아아, 라티오를 의심하고 있나." "당신만은 아닙니다." 시온이라고 밝힌 소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제가 계율 위반을 의심하는 것은 합동발굴조사단에 참가한 아틀라스원의 인간 모두입니다. 그쪽 시계탑의 군주(로드)에 대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내 소개는 필요 없는 모양이군." 시선이 머물자, 스승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 충분히 조사해 왔습니다. 엘멜로이 2세." 도전적인 눈빛으로 시온이 말했다. 보통 같으면 화를 낼 법도 한데, 스승님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시비를 걸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살을 찌르는 듯한 긴장감이 수정의 금서고에 가득 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1 하지만, 그 결말을 보는 일은 없었다. "젊은 주군(若君,자기가 섬기는 주군의 아들, 혹은 어린 주군)⋯⋯⋯⋯" 그런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기계장치 새의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조금 뒤였다. 금속 날개를 움직여 프톨레마이오스가 거품 근처로 착지했다. 에르고의 모습이 비친 거품이었다. 거품을 올려다보며 프톨레마이오스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파수꾼들이 정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지독히도 슬프고 가슴 아픈 것을 품은 정체였다. "당신은⋯ 아니, 당신께서는(あなた様は)⋯⋯" 그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몇 번이나 부리를 움직이며 참을 수 없이 몸을 떨었다. 오히려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에 인간으로서의 속정(俗情)이 없는 마술사들과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조용히 지켜봤을 뿐. 특히 스승님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고급 셔츠에 손을 대고 가슴팍부터 목덜미까지 몇 번이고 문지르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호흡조차 잊어버릴 것 같다는 듯이. "⋯⋯어떻게 된 일이죠, 그레이?" 다른 거품에 비친 루비아가 이쪽을 향해 속삭였다. 하지만 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제멋대로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정말로⋯⋯?’정말로,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일까? 목에,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いがらっぽいものが込み上げた). 설령 에르고가 대영웅의 아들이라고 해도, 무엇 하나도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으론, 좀처럼 양자의 인상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에게 있어 청년은 내버려 둘 수 없는――그야말로 남동생 같은 존재였다. 최근 누나라고 부르게 된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은 따뜻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진실이 밝혀진다면,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칠색 거품에 비친 에르고가, 조금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당신은?"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기계장치의 새는 고개를 숙였다. 힐끗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소개해라, 라는 뜻이겠지. 한숨을 내쉬며 스승님은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다. 최심부에서 잠들어 있었을 프톨레마이오스의 본체는, 이번 발굴 도중에 살해당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도 기능을 멈춰버렸다⋯⋯라는 일이지만, 이 부분은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하지." "하아, 프톨레마이오스? 본체가 발굴 도중에 살해당했다? 뭐야 그거, 선생님, 왜 자꾸만 까다로운 사건만 끌어들이는 거예요?" "너한텐 듣고 싶지 않아!" 린의 지적에, 스승님이 거의 비명처럼 소리를 지른다. 그런 두 사람을 뒤로하고 프톨레마이오스는 경건하게 날개를 접었다. "당신의 사정은 이미 들었습니다. 신을 먹었다는 것도, 지금까지의 여정에 대해서도. 괜찮으시다면 저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적어도 새의 진지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 맥박이 빨라진다. 에르고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것이 가져올 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두근거림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에, 스승님의 손을 잡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스승님은, 그저 한결같이 프톨레마이오스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요." 간청받은 에르고가 정중하게 물었다. 파라오의 재현체라는 설명을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머러스한 조형의 새를 상대하면서도, 이 청년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언제나, 이런 청년이었다. "거품에 손을 올려주시겠습니까." 새의 말에 에르고가 순순히 따랐다. 카메라 위에 손을 얹은 것처럼 청년의 손이 클로즈업됐다(アップになった). "그래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기계장치의 새가 거품의 정면에 서서 날개를 펼친다. 몸에서 날개에 걸쳐, 빛이 흘렀다. 그것은 시공 거품에 작용하기 위한 코드였을까. 다음 순간이었다. 규루리(ギュルリ), 하고 에르고 손의 영상이 일그러졌다. "엇——" 자신도, 라티오도, 거품 너머의 린과 루비아도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물론, 에르고 자신도. "젊은 주군, 부디 용서를!" 프톨레마이오스의 외침과 함께, 에르고가 거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곧바로, 프톨레마이오스 자신도 시공 거품 속으로 몸을 던졌다. 순간, 거품은 사라져 버렸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뛰어든 것만이 아니다. 주변에 무수히 많았던 거품이 하나둘씩 터지면서 사라졌다. 린과 루비아, 시온이 비치고 있던 거품도 당연히 터지면서 자신들은 다시 이 대도서관에 고립되었다. 처음에는 이 현상에 이어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수십 초가 지나도, 몇 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멈춰 선 채인 파수꾼들과 함께,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 어이어이.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라티오 아가씨" "⋯⋯⋯" 당황한 뼈의 거인 탄겔에게, 라티오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바보처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이건." "⋯⋯설마." 스승님이 신음한다. "설마, 에르고가⋯⋯" 어떻게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그래도 어떻게든 삼키려는 듯, 스승님의 절망적인 중얼거림이 대도서관의 허공에 흘렀다. 린이 본 광경은, 이러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시대로 거품에 손을 올리고 있던 에르고가, 갑작스레 거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기계장치의 새도 그 거품 속으로 뛰어들고, 거품이 사라져 버렸다. "엇―――" 그리고 다음 몇 초 만에, 거품이 모두 터지면서 사라졌다. II세쪽과 연결되어 있던 거품도 사라졌다. 수정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 정적을 깨뜨리듯, "에르고 씨는―――" 망연히 시온이 속삭였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인 소녀조차도 이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당해버렸어요." 단 한 사람만 반응이 달랐다. 이 자리에서 루비아만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깨닫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듯, 가슴 앞에 움켜쥔 손가락을 부르르 떨고 있다. "어째서, 제가 이 정도의 일에 대비하지 못한 거죠. 이런 일, 제 전장에서는 일상다반사인데도." 꾹, 이를 악무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그 의미는 분명하다. "설마, 에르고가⋯⋯" 린이 신음한다.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납치당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내뱉은 말은, 스승님이 같은 타이밍에 중얼거렸던 말과 똑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2 외주부는 변함없이 고요(静謐)했다. 관 건너편에는 옅은 빛에 비친 푸른 해저가 들여다보인다. 그리고 대리석과 비슷한 재질의 테이블에 두 인물이 마주 앉아 있었다. 한쪽은 금발 벽안에 아름다운, 시계탑 현대마술과의 차기 후계자였다. "제3층에 진입한 지 4시간. 슬슬 연락이 와도 좋을 때입니다만." 손에 든 디바이스를 들어 올리며 라이네스가 말했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통하는 연락용 단말이었다. 테이블 건너편에는, 건장한 장한이 같은 재질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로그 쿨드리스 하이람. 라티오의 아버지인 아틀라스원의 상급 교관이었다. (중략)"그럼, 하나 전의 이야기로 돌아가도 될까요." "무슨 일이지." "당신이 말씀하셨죠.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고. 그리고 저는 대답했습니다. 인상론이긴 하지만, 당신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음모에 능숙하지 않다고." "아아, 확실히 말했다.." "그렇다면, 저 또한, 당신의 소감을 듣고 싶어서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와 음모의 관계에 대해서." "⋯⋯과연." 로그가 건장한 팔을 교차했다(팔짱을 끼었다). 장한의 앞에는 향긋한 향을 풍기는 홍차가 놓여 있다. 한 모금 그것을 마시고, 음미하는 듯이 간격을 두고, 다시 입을 연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에게도 권력욕은 있고, 속세와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내부에서의 경쟁에 구애된다. 서로의 연구의 정체를 몰라도, 아틀라스원 내에서의 지위가 연구의 리소스를 좌우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정치나, 시계탑에서 벌어지는 음모와는 제법 다르겠지." 다르다고 로그도 인정했다. "고속 사고와 분할 사고를 통해, 시간의 밀도를 높여온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중요도가 더 높아졌다. 이건 우회(迂遠)하게 되기 쉬운 음모와는 상성이 나빠. 음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종적 이익과 그 음모의 과정에서 낭비한 리소스를, 항상 천칭에 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당신들에게 있어, 오래 끄는 음모는 효율이 나쁘다는 거군요. 뭐, 시계탑에서도 플랫쯤은 비슷한 말을 할 것 같긴 하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3 라이네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가성비라고 하면 현대적으로 느껴지지만, 결국 효율과 자원은 마술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지표다. 이 경우 코스트는 수작을 거는 쪽(仕掛ける側)의 정신적 부담도 포함된다. 요컨대, 시계탑에서 음모를 특기로 하는 타입은 타인을 속이는 것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세수나 양치질 같은 일상적 행위로 해내는 인간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처럼 무심코 즐겨버리는 인간도 역시 최적은 아니겠지만.’ 생각하며 찻잔을 기울인다. 비워진 컵에, 옆에서 손이 천천히 새로운 한 잔을 부었다. 수은제(水銀状)의 물체로 만들어진 메이드가,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엘멜로이 가문의 지상 예장인 월령수액(볼루먼・하이드라저럼)의 변화된 모습이었다. (중략) "로그 쿨드리스 하이람. 어째서, 당신은 이번에 합동발굴조사단을 초청한 겁니까?" "무슨 뜻이지." 변함없이 차분한 모습으로, 로그는 찻잔을 기울였다. 그의 목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라이네스가 말을 이었다. "아틀라스원과 시계탑의 합동발굴조사단. 확실히 이것은 센세이셔널합니다. 게다가 불러들인 마술사는 고고학과의 군주이기까지. 음, 이름 높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조사라면, 이 조합은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아요. 하지만, 아틀라스원만으로도 충분⋯⋯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조사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다른 마술협회와 협력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당신은 이 멤버를 모았다. 그것은 이 멤버를 모으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목적이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상한 말을 하는군. 모으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도 없겠지." "물론이죠. 그래서, 이 경우, 멤버를 모으는 것이, 또 다른 커다란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라이네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어⋯. 당신이 불러들인 합동 발굴단의 멤버가, 아들인 사이파를 살해한 용의자가 아니냐, 라던가." 로그의 눈동자에, 순간 위험한 빛이 스쳐 지나가는 듯 보였다. 이내 장한은 입꼬리가 일그러트렸다. "대담한 가설이군." "시계탑의 마술사는, 자신의 혈연과 제자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의외로 이런 동기가 성립합니다. 아틀라스원은 다릅니까?" 라이네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눈앞에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범인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표정에서는 그것을 경계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음모를 다루는 시계탑의 마술사로서 그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또 다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해저에 세워진 연금술사의 유적조차, 그녀의 존재 방식을 해치지 못한다고 외치듯 말이다. "⋯⋯⋯과연, 시계탑이라는 것은 모두 이런 것인가? 그렇게까지 항상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전장인 건가?" "어떨까요." 라며, 라이네스도 웃었다.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답지만, 확실히 독을 품고 있는 미소였다. 조금, 로그는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동시에, 자네도 후계자 중 한 명이라 그런지 군주라는 존재를 다소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군." "과소평가?" "아아." 로그가 말했다. "로드 멜루아스테아 카르마그리프는, 비록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내가 불러들일 만한 상대다⋯ 라는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4 땅이 흔들리는 소리가 그곳에도 울려 퍼졌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3층. 금서고. 수정의 수목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그중 한 그루의 뿌리가 부자연스럽게 움푹 패 있었다. 녹아내린 것이다, 라고 알 수 있는 자는 조금뿐이겠지. 그 바닥에서, "아니아니아니아니." 라고 묘하게 울림이 좋은 바리톤이 들렸다. "어떻게든 지나가 주었네요." 불쑥 상반신만 나온 뚱뚱한 얼굴이 좌우를 둘러보았다. 금세 몸을 움츠리고 이마의 땀을 닦은 이 뚱뚱한 남자——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과 또 다른 한 사람이 금서고의 바닥을 굴착해낸 것이다. 표층변성기구(몰큘페이스)라고 불리는 이능의 소행이다 그가 손을 댄 곳은 비록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자재(建材)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고열에 의해 녹아내린다. 단순히 열을 내뿜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를 좀먹지 않도록 지향성을 가지게 하거나, 열을 흡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능력을 이용해 파수꾼(가디언)들의 폭주를 지나가게 한 것이다. 지표의 구멍의 직경은 약 2미터지만, 내부는 조제페를 포함한 네 사람이 숨을 수 있을 만큼 넓다. "도움받았어요, 조제페 씨."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긴 머리카락에 눈까지 가려진, 기가 약해 보이는 남자였다. 그가 바로 로드 멜루아스테아——시계탑 고고학과의 군주(로드)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라고 해도, 믿어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저렇게 알기 쉬운 폭력에 대항하기에는, 카르마그리프님은 군주(로드)로서 마술의 능력이 부족하니까요." 신랄하게 말한 것은 아타셰 케이스를 든 안경 쓴 여성이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상대는 카르마그리프의 조수 티카였다. "그래도, 저 엘멜로이 2세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그만큼, 개성이 부족하죠." "고용주에 대해서, 후배에게 자리를 뺏긴 하위 호환(劣化互換)처럼 말하는 건 좀 그만둬주지 않겠어, 티카 군!" 카르마그리프가 항의하지만, 조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러워진 안경을 닦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제페는 자신이 만든 크레이터의 바닥에 앉았다. "일단, 저는 잠시 쉬고 싶은 참이네요. 모아둔 몰큘페이스도 7할이나 다 써버렸으니까요." "하하. 그럼 그사이에 친교를 나누는 건 어떨까요? 그다지 여러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카르마그리프가 부드럽게 웃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5 "그런가. 그럼 나도 한 가지 물어보고 싶었다." 마지막 한 명의 오색 머리가 입을 열었다.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 조제페와 같은 이슈타리오 가문의 연금술사였다. 화려하게 칠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카르마그리프를 노려보았다. "로드 멜루아스테아, 당신, 사이파의 뒷 코드를 가지고 있지 않나." 당황한 조제페가 동료(同輩) 연금술사를 돌아보았다. "어이어이어이어,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쿼트." "시치미 떼지 않아도 돼, 조제페." 쿼트가 냉정하게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같은 목적과 열정에 가슴이 뛰고 있다, 그렇게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겠지.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합동발굴조사단? 그런 게 제대로 성립할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 훨씬 꿈같은 이야기다." 적의를 숨기지 않는 대사에 카르마그리프의 머리카락에 감춰진 눈이 깜박이는 것 같았다. "어어어, 사이파 씨라는 건 앞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조사했던 연금술사죠? 근데, 조금 전에 당신은 사이파 씨가 혼자서 그런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물론 거짓말이다. 사이파가 우리 중에서도 한 수 위였어. 수년 앞서 있었다면 그만큼의 성과를 거뒀을 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지." "엉망진창이야, 어이⋯⋯." 조제페가 고개를 싸맸다. 갑작스러운 동료의 변모를, 그 역시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쿼트는 망설임 없이 말을 이어갔다. "누가 그랬는지, 그 녀석의 연구 결과물 중 일부가 블랙 마켓에 나온 흔적이 있어. 설마 시계탑의 군주(로드)가 그걸 놓칠 거라고 생각해?" "아—, 혹시 그것 때문에 카르마그리프님을 계속 관찰하던 건가요—?" 티카가 말했다. 안경을 고쳐 쓰고 어딘가 태평한 어조로 그녀는 물었다. "이곳의 탐색 중, 계속 카르마그리프님의 행동을 체크하고 계셨죠. 기억병기(메모리 웨폰)로 과거의 환영에 갇혔을 때도, 카르마그리프님이 어떻게 대처할지의 대해서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고—" "⋯⋯⋯" 감시하고 있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서로였다는 사실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는지 쿼트가 작게 혀를 찼다. "물론, 그렇다. 고고학과의 군주가 직접 합동발굴조사단에 참가했다면, 거기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그렇군요."카르마그리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거라면, 이전에도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이제 와서죠? 역시 로그 씨나 라이네스 씨가 있었기 때문인가요?" " 물론이다. 방해가 끼어드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뭐어, 그렇네요. 엘멜로이 2세도 비슷한 생각으로, 이 탐험의 그룹을 나눈 부분이 있지만⋯⋯. 그(彼), 내 안전 같은 건 신경 써주지 않은 거 아니려나아." 멍하니 말했다가, 항복하는 듯한 느낌으로 카르마그리프가 손을 들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사이파 씨의 뒷코드가 유출된 블랙 옥션에 참여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래도 고고학과의 군주니까요. 눈여겨볼 만한 옥션에는 참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건의 옥션은 뭐, 구할은 엉터리지만, 드물게 꽤 괜찮은 물건이 나오는 녀석이어서요."나약한 느낌으로, 군주(로드)가 말한다. "이거 참, 이게 유감스럽게도, 정말로 별다른 수확이 없어서요. 가뜩이나 궁핍하기 짝이 없는 재정으로는, 제대로 된 물건은 거의 손을 댈 수 없었고요." "그걸 믿으라고?" 쿼트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뜬다. - 로드 엘멜로이 2섿의 모험의 내용

*76 "어이 바보. 아직도 끌고 있는 거야?" 어떻게든 말리려고, 조제페가 매달리듯 말한다. 그런 뚱보에게 카르마그리프가 어리둥절(茫洋)하게 물었다. "쿼트 씨는, 그렇게나 사이파 씨와 교류가 있었나요?" "뭐, 그렇게까지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아니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에게 있어, 교우는 시간이 아니야. 서로가 연금술사라면, 더더욱이다." 쿼트가 단호하게 말했다. 카르마그리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건 말이 돼요(道理だ). 여러분의 고속 사고는 서로에게, 각자가 살아온 세월을 시뮬레이션해 주니까." 참으로, 신기한 교류였다. 마치 격투가가 단시간의 시합으로 대전 상대가 쌓아온 세월을 알게 되는 것처럼,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작은 행동과 말 한마디로 서로의 인격도 성질도 환경도 알아버린다. 그렇다면 그들은 순식간에 막역한 친구가 되거나, 혹은 결별이라는 결과에까지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카르마그리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7 "움직이지 마." 쿼트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서 끈적끈적한 땀 같은 것이 흘러내렸다. 액체를 받아낸 바닥이 슈우우,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조제페와 같은 몰큘페이스였다. 조제페가 고열에 능한 것처럼, 쿼트는 용해에 능해 둘이서 이 크레이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 소절(원 카운트)의 주문도 용납하지 않겠다. 내 질문에만 대답해." 급속도로 공기가 굳어졌다. 넘쳐나는 적의가, 가시처럼 주변 사람들을 찌르는 듯했다. 그때였다. 쿼트의 몰큘페이스에 의해 녹아내린 바닥의 구멍에서, 기묘한 물체가 솟아오른 것이다. 무지개색의 거품이었다. "어라라, 뭐죠 이건~"긴박한 상황도 잊은 채, 조수 티카가 거품을 올려다본다. 카르마그리프도 몇 번 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시공 거품이네요." "뭐――!" 지켜보던 조제페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도 처음 봤는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는 이런 것도 실용화되어 있었군요. 쿼트 씨의 몰큘페이스에 의해 오작동한 게 아닐까요." 거의 동시에 에르고에 의해 시공 거품이 발동된 것 등을, 카르마그리프가 알 리가 없다. 하지만 고고학과의 군주로서, 아틀라스원의 문명에 대해서도 눈썰미가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응, 그렇다면 여기서 사용할 수밖에 없겠네." 빙글빙글, 조수의 쪽으로 돌아섰다. "움직이지 마." "맹세컨대, 당신에게 나쁜 일은 하지 않아요." 그는 뒤돌아선 채로 말하고 나서 조수에게 확인했다. "그거, 괜찮을까, 티카." "좋지는 않지만, 카르마그리프 님이 말을 꺼내면, 떼쟁이 아이(駄々っ子)정도로 말을 듣지 않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아하하, 면목 없네." 웃는 카르마그리프에게, 티카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아타셰 케이스를 내밀었다. 바닥에 놓고 열자, 그 안에는 기이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여러 개의 렌즈와 유리관, 톱니바퀴와 여러 개의 튜브가 결합한, 마치 기묘한 생물을 연상케 하는 구식 기계였다. 아직 흑백이었던 시대의 특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물체. 일단은 싸울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손을 내린 쿼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지, 그건." "일단 멜루아스테아가 자랑하는 지상예장이예요." "뭐——" 시계탑을 지배하는 열둘의 군주. 그 군주를 배출하는 열두 가문은, 각각 가문을 상징하는 특별한 예장을 소지하고 있으며, 이를 지상예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아틀라스원의 쿼트조차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거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할 줄이야. 더군다나 마술예장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기계적인 외형이었다. 카르마그리프의 손가락이 잘 닦인 렌즈를 만지작거리며, 몇 개의 스위치를 툭툭 튕겨 올렸다. "응, 이거라면 전제조건은 충분. 예를 표할게, 티카." "예는 됐습니다. 그만큼 급료를 올려주세요." "보너스에 두 달 치를 올리면 어때." "타협하죠." 고개를 끄덕인 티카가 카르마그리프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한 손에 튜브를 들고,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끝을 군주의 팔꿈치 뒤쪽으로 찔러 넣었다. 즉시 투명한 튜브에 카르마그리프의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멈춰있던 예장이 기묘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튜브에 흐르는 피가, 예장 자체에 맥박치는 혈액이 된 것 같았다. "아니, 이 녀석은 기상이 고약해서요(寝覚めが悪いもんでして).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아요. 게다가, 사용 전 전제 조건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가급적 꼭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하고 싶었어요. 사실 제4층의 관리부까지 가서 사용하려고 했던 예장이니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8 "제 지상예장은, 비생물인 모든 것을, 하나 더 만들어냅니다. 물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닌 이상, 예를 들어 신대의 비보 등을 카피하려면, 최소한 동등하고 같은 계통의 귀중한 재료가 필요하겠지만요. 이번엔 조금 슬쩍한 서가의 파편을 사용했습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성능이었다. 시공 거품을 카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의미에서 이 시공 거품이, 과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흔한 현상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비슷한 개념으로 고도의 마술에는 '투영'이라는 기술이 존재한다. 이는 마력만으로 물체를 만들어내는——어떤 의미에서 무에서 유를 낳는 기술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모방할 수 있는 것은 겉모습뿐이며,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사라져 버린다. 지금, 카르마그리프의 눈앞에서 일어난 것은, 마술 세계의 질서(룰)를 뒤집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종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고고학에 있어서는, 제법 유용해요. 게다가, 복제할 때에도 약간의 이득이 있어서요. 상당한 만큼의 분석도 가능해지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9 "무언가 있나" "이 시공 거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통신에 쓰였던 것 같아서요. 그 통신 기록을 재생해 봤는데요, 이건——엘멜로이 2세의 제자인가요——" "엘멜로이 2세의?" "⋯⋯에에." 말하면서 카르마그리프는 새 시공 거품 앞에서, 손가락을 여러 번 움직였다. 마치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터치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가⋯⋯ 프톨레마이오스가 엘멜로이 2세의 제자를⋯⋯ 그렇다면, 역시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응, 조금 전 이야기대로라면 사이파는 이 대도서관에 잠입해서⋯⋯." 중얼중얼, 입술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 엘멜로이 2세가 봤다면, 게임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손놀림과 비슷하다고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0 "⋯⋯⋯그래서, 로그 상급 교관이 너를." "예에, 로그 씨는 이 지상예장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요. 그래서 저를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초대했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1 "무언가 있나" "이 시공 거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통신에 쓰였던 것 같아서요. 그 통신 기록을 재생해 봤는데요, 이건——엘멜로이 2세의 제자인가요——" "엘멜로이 2세의?" "⋯⋯에에." 말하면서 카르마그리프는 새 시공 거품 앞에서, 손가락을 여러 번 움직였다. 마치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터치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가⋯⋯ 프톨레마이오스가 엘멜로이 2세의 제자를⋯⋯ 그렇다면, 역시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응, 조금 전 이야기대로라면 사이파는 이 대도서관에 잠입해서⋯⋯." 중얼중얼, 입술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 엘멜로이 2세가 봤다면, 게임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손놀림과 비슷하다고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카르마그리프님?" 티카가 고개를 기울였다. 이윽고, "저, 이 사건을 알아낸 걸지도 몰라요." 평소처럼, 느긋한 목소리로, 카르마그리프는 그리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2 "아무튼 지금은 에르고의 일이지." 스승이 중얼거린다. 시선이, 정지한 채로 서 있는 파수꾼들에 돌아다녔다. 언제 움직일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은, 이 장소에서도 무척이나 스승님다운 행동이었다. "솔직히 이스칸달과 뭔가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제2의 신 세토도 그렇고, 에르고가 먹은 신은 그 녀석의 정복행과 너무 관련이 깊었으니까." 스승이 더듬더듬 말했다. 확실히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르고가 먹은 신의 정체를 파헤칠 때, 정복왕의 그림자가 몇 번이고 나타났다 사라졌다. 물론 정복왕 이스칸달이 세상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진행할수록 그 그림자는 짙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녀석의 아들 본인이라던가, 가능한 일인가." 수정의 금서고에 침묵이 흘렀다. 라티오도 탄겔도 할 말이 없자, 과감히 자신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알렉산드로스 4세는 어떤 분이신가요?" "전승은 극히 적다." 이스칸달에 관한 것이라면 조사할 수 있는 것은 다 조사했을 스승님의 말대로라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몇 안 되는 전설을 모은 총체라면, 비극의 왕자라고 할 수 있겠지." "비극?" "우선, 알렉산드로스 4세는 아버지 이스칸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어쨌든 이스칸달의 사후에 태어난 아이니까." "사후에, 뭐요?" "이스칸달의 아내가 임신하고 있던 아이였으니. 그렇기에 늘어선 군신들 앞에서, 알렉산드로스 4세의 지위는 안정적이지 못했다. 우선 정말 이스칸달의 아들이 맞는지 의심하는 자도 있었고, 그의 어머니가 동방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마케도니아의 왕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그 광경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앞에 두고, 한때 함께 싸웠던 이스칸달의 신하들이 서로 다투던 시대에 대해, 나는 알고 있다. 디아도코이 전쟁, 그 이름은 그렇게 불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3 "결국 알렉산드로스 4세는 여러 차례의 분열과 대립을 거쳐 이스칸달의 어머니——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조모인 올림피아스에 의해 옹립되었다. 그러나 그 후, 자신의 왕조를 세운 후계자(디아도코이) 중 한 명인 카산드로스에 의해 유폐 당하게 되었다.""알렉산드로스 4세는, 유폐되어 있었다⋯?" "아아. 조모인 올림피아스는 암살당했고, 알렉산드로스 4세는 겨우 일곱 살의 나이에 포로가 되는 수모를 겪었다. 후계자(디아드코이) 중에서도, 유폐한 카산드로스는, 그 왕가에 대해 강한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으니. 일설에 따르면, 그는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모든 문장을 멀리하고, 읽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 잠시 숨이 막혔다. 단순히, 자신이 어린 시절 도피처로 책을 선택했던 사람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책을 좋아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성질에 따르는 것이다. 일 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읽지 못하도록 멀리하게끔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강렬한 악의를 드러내고 있어, 썩은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소제에겐, 너무 괴로운 이야기로 들려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고대의 잔인한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라며. 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면 어떻지?" "이유?" 스승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방금 전의 역사에 대해,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로스 4세가 누구도 글을 가르치지 않았어도, 무엇이든 읽을 수 있는 언어의 천재였다고 한다면?" "⋯⋯아."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자신은, 그런 상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 중, 그 나라의 가이드북 몇 권만 읽으면 일상 회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는, 초인적인 언어 능력의 소유자를. "⋯⋯에르고." "그래, 우리가 알고 있는 에르고의 특징이지. 그것은 환수와도 먹은 신과도 관계없는, 에르고 본인의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자질을 보게 된 카산드로스는, 한때의 정복왕의 면모를 발견하고 견딜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지금 받은 충격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4 "엘멜로이 2세." 뒤에서 듣고 있던 라티오가 목소리를 높였다. "한 가지, 라티오도 물어봐도 괜찮을까." "무엇이지?" " 지금의 이야기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신화를 재구성한 것과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가정해서——가 신을 먹게 한 것 사이에는, 마술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거기에 대한 고찰은 없는가?" "⋯⋯그래, 그렇다. 네 말대로다. 연관성과 의미가 생기지." 스승이 중얼거린다. 눈썹 사이 주름이 깊어졌다. 곧이어 목구멍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인류사에 있어 가장 대규모로 신화를 재구성한 영웅 중 한 명이다. 가령 신화를 마술기반 중 하나로 본다면, 이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술식을 집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아아, 이스칸달이 두 신화에 걸쳐 있는 주신의 아들이라는 것이 단순한 강변일지라도, 신대 말기 이집트의 신관단을 실제로 이끌었다면 진실로 역사에 새겨질 여지가 있다." 스승의 말이 수정 수목 사이로 울려 퍼진다. "⋯⋯⋯아니, 설마." 그리고 그것은 계속되었다. "설마, 반대인가?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집트를 통제하기 위해 신화를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면? 아니, 애초의 목적이 이집트 통제를 위해서였다고 하더라도, 도중에 또 다른 용도가 덧붙여졌다면?" 스승의 하얀 손이 얼굴의 오른쪽 절반을 가렸다. 마치 현실을 보지 않으려는 듯했다. 아니면 어둠 속에 감춰진 무언가를 꿰뚫어 보려는 듯이. "현대와는 달라. 닥터 하트리스 때와는 다르다. 이미 쇠퇴기이긴 하지만 신대의 이야기다. 지하세계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정말 지하에 존재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현대에 누군가를 신으로 만들면 상징적・신앙적 의미밖에 없지만, 신대라면 아직은 정말 신으로 만들 수 있다. 지극히 물리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신이다. 이 상황에서 제한적으로라도 이스칸달을 신으로 삼았다면⋯ 왕의 혈통은 곧 신의 혈통이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5 신경증처럼, 빠른 말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긴 손가락이 스승 자신의 관자놀이를 기어간다. 바삭바삭, 손톱이 얕은 광대뼈 부근까지 긁어댔다. "엄밀히 말하면 그리스와 이집트만 있는 게 아니야. 페르시아권과 그 주변을 포함한 더 많은 신화의 습합이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4세는 마케도니아 왕가의 28대 왕(바실레우스), 이집트 32왕조의 신왕(파라오), 페르시아의 왕중왕(샤 한 샤)이었다. 이 위대한 칭호들은 그의 인생에 있어 거의 무의미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에는 절대적인 공백이 생긴다. 아니, 태어날 수밖에 없다. 정복왕 이스칸달에게는 확고한 실존이 있었고, 그것은 알렉산드로스 로망스를 아무리 덧씌워도 훼손되지 않았지만, 알렉산드로스 4세는 달랐을 것이다. 기억의 포화상태가 그러하듯 방대한 정보량은 하나의 인생을 밀어내 버린다. 더군다나 생전부터 모든 이야기에서 멀어진 상대라면⋯? 허와 실 사이의 절대적인 공백은 어떤 형태를 취하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6 가정에 이은 가정. 추론에 이은 추론. 어지럽게 스승의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스승의 내면에 구축된 정신의 궁전에서 벌어지는 일들.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단서도 없고, 추론할 수도 없었던 에르고의 과거를——에르고일지도 모르는 인간의 과거를 스승의 생각이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 달력 제작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하나의 국가사업으로서는 최대급의 시간 마술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륙에 걸친 신화의 변용을 통째로 이용한다면⋯⋯예를 들어 후대의 역사를 바꿀 만큼 문화의 초석이 되었다면 어떨까? 아아, 이것만큼은 마술사에겐 불가능해. 인세에 등을 돌린 마술사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왕의 일이다. 동시에, 이 정도면 성립할 수 있고, 방대한 시간도 필요하겠지. 방황해와 산령법정, 아틀라스원, 각 마술 조직의 울타리를 넘어 신대의 마술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보통의 스승이라면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런 노력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전율이 지금 스승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스승님?" "⋯⋯⋯이것⋯⋯⋯은⋯⋯." 겨우 짧은 말이 흘러나왔다. 끊어진 대사를 다시 말하듯 스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은⋯⋯⋯." 어렴풋한 무언가가 스승의 눈동자 속에서 형태를 갖춰간다. 단순한 추측에 불과했던 그 무언가가, 묘한 열기를 품어간다. "이것은⋯⋯ 인류의 세계와 신화 그 자체를 이용한, 초발급의 대의식 마술이다." 신음소리가 끊어졌다. 긴 강의를 마친 스승이 어깨를 으쓱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7 "목적도 정체도 모르겠다. 이런 건 만리장성의 재료를 보고 어쨌든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같은 말을 하는것 뿐이다. 그래도, 세 명의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있다. 신을 잡아먹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술식이 성립된 것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빼어난(優れた)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지만, 당신은 무엇을 만든 거지, 프톨레마이오스⋯!"외침은 너무도 처절한 울림을 담고 있었다. 인생을 걸고 쓴 논문이, 그런데도 여전히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 듯이. 라티오도, 탄겔도 당장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마도, 스승님의 호소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그 의미와 가치를 알지 못한다. 그저, 참을 수 없어 물었다. "그러면, 스승님." 왜냐면, 그렇겠지. 나에게 신경 쓰이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스승님은, 정말로,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스승님이 침묵했다. 한동안 수정 바닥을 바라보다가, 돌멩이를(ゴロリと石を吐く) 뱉어내듯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머리를 흔들었다. 내면에 담긴 복잡한 갈등까지 선명하게 전달될 정도로. "프톨레마이오스와 세 마술사가 한 모든 일을, 나는 도저히 해체할 수 없어. 아까 이야기한 것과 같다. 사용된 재료로 규모와 종류만 파악할 수 있을 뿐, 그 용도나 정체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 장소가 완전히 독립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중에서도 극비의 실험이었을 테다⋯⋯." 말을 이어간다. 그 호흡이 천천히 정돈되어 가는 것을 나는 느꼈다. 파도가 일렁이던 수면이 하나의 질서를 되찾아가는 것과 비슷했다. 마치 극점에 움직이지 않는 별을 발견한 여행자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군. 하나만큼은 맹세하지.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이든 아니든, 저 녀석은 내 제자다. 제자인 한, 어떤 과거가 있든,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든 변함없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은, 엘멜로이 교실의 선생님이니까요." 엘멜로이 교실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스승의 맹세에 지켜져 왔을까. 설령 시간 제한(모라토리움)이 있더라도, 무조건 아군이 되어주는 상대는 마술사 세계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기적이니까. 나 자신도, 그 기적에 도움을 받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8 "하지만, 어떻게 에르고한테 갈지⋯⋯" "방법이라면 있다." 짧게 단언한 것은 라티오였다. "단, 그레이, 너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이다." "소제에게요?" "아까 이 엑조포름을 전개할 때 깨달았다." 라티오의 팔에는 뼈 색의 건반이 붙어 있었다. 모드 어쿠스틱. 이 구획에 연결하여 과거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연구의 일부를 공개하게 한 것이 바로 그 건반이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상자는 아틀라스원과 인연이 있는 것이겠지." 연금술사의 시선은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있는 고정구(후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의도에 망설이면서 말했다. "애드⋯⋯." "괜찮다고. 그레이" 동의를 받고 고정장치에서 떼어내어 애드를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그 손바닥을 바라보며 라티오는 입을 열었다. "인격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다." "히히히! 나도 이렇게 지명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건 드물다고!" 애드가 평소처럼 웃었다. 그리고, "이 구역으로 안내한 건, 너였지." 라티오가 물었다. "그냥 뭔가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었을 뿐인데 말이지. 뭐, 확실히 아틀라스원과 나는 인연이 있는 모양이군." "만져봐도 괜찮나." "부디." 라티오의 손끝에서 하얀 무언가가 보였다. 뼈였다. 안쪽에서 뼈를 드러내면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은 쿨드리스 가문의 가전특질 덕분일 것이다. "아틀라스원의 본질은 정보다. 그래서 고도의 도구나 병기일수록 자연스레 정보를 수집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사람이든 기계든, 아틀라스원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에 내재된 본능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고 보니 스승님께서 강의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앞으로 10년으로, 많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그중에는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어째서 이런 것까지'라는 물건도 포함될 것이다.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회가 보다 원활한 진화를 추구하는 이상, 모든 행동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빨아들이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이야기였다. 마술은 과거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만, 현대 마술에서는 이러한 사회 상황에 따른 정보 밀도의 변화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는 말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아틀라스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 가공할 만한 연산 능력이군.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같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오래된 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획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능력 때문이겠지. ⋯⋯⋯조금만 손을 대보지." "우옷!" "애드." 순간, 손바닥에 있던 애드가 깜짝 놀라서 튕겨 나왔다. "아니아니, 그냥 툭툭 건드린 것뿐인데⋯⋯어이어이, 뭐야 이거. 시야가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이미 연산 능력도 정보 수집 능력도 충분했다. 그래서 라티오의 뼈에 내장되어 있던 검색용 식을 부여하여 방향성 보완했을 뿐이다. 지금의 애드라면 본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형태를 연산할 수 있을 거다." "⋯⋯⋯그렇구나, 확실히 그럴싸한 지도를 볼 수 있어. 이건 그건가. 수정수 금서고의 책장의 성장에도 버릇이 있어서 그런가." 애드가 중얼거린 것은 금서고가 이토록 수정수의 밀림이 된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게 된 금서고가 저마다의 판단으로 성장하면서 이곳은 미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그 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면, 자연히 미궁은 단순한 건물이 되는 이치다. "저쪽이군." 애드의 시선이 움직였다. 멈춰 선 파수꾼들의 잔해에 묻혀 있지만, 수정나무가 지그재그로 이어진 통로였다. "그럼 서두르지." 곧바로 그렇게 말한 것은 스승이었다. "괜찮으세요, 스승님." "⋯⋯문제없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세 걸음 만에, 가볍게 몸을 기울였다. "아아, 정말." 비틀거리는 스승님의 몸을 받쳐주면서 나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9 "저기, 걸으면서도 좋으니,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뭐지." "라티오 씨에게 있어서, 사이파 씨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잠시 당황한 듯 라티오의 은빛 눈썹이 흔들렸다. "무슨 의미지?" "죄송합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던 건 아니에요. 말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무시해 주세요. 단지⋯ 소제도, 최근 누나라고 불리기 시작해서⋯⋯" 에르고의 얼굴이 떠올랐다. 청년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났을 때, 어쩌면 이 관계는 이 굉장히 복잡한 맥락을 띠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일단 접어두고 싶다. 연금술사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사이파라면, 여기 있다." "어이. 그거 말해도 괜찮은 거야? 라티오 아가씨." 탄겔이 놀란 듯 뼈의 안와 부분을 움직였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ー" 이쪽과 라티오를 번갈아 쳐다보고 나서, "내 재료의 문제다." 탄겔이 통처럼 생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쿡쿡 찔렀다. "탄겔 씨는⋯ 분명 라티오 씨의 뼈로 만들어졌다고." 이전, 해적섬에서 싸웠을 때 말했었다. 뼈의 거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98%까지는 그렇지. 하지만 사역마라는 술식은 특별하거든. 아까 엘멜로이 2세도 사역마의 인격이 어떻다고 했잖아. 영혼의 근사도를 감안할 때, 인공지능의 품질은 술식이나 기술의 레벨보다 재료의 레벨에 따라 좌우되는 거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기계로 만들어지는 인공지능과는 전혀 다른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남은 2%의 의미가 더 궁금했다. 지금의 이야기의 흐름으로 볼 때, 그건······ "사이파 씨의 뼈가, 섞여 있는 건가요?" "3년 전, 알렉산드리아 바다에서 사이파의 사체가 발견되었을 때, 라티오는 이미 자신의 연구를 찾아냈었다." 라티오는 자신의 푸른 머리카락을 만지며 속삭였다. "사이파의 죽음의 이유를 조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라티오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로서 자신의 연구를 우선했다. 그 단계에서, 더 이상 동생의 죽음을 슬퍼할 자격 따위 없겠지.""그런 건——"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니다. 라티오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다." 확실하게, 그리 고했다. 분명, 그녀는 계속 그렇게 살아왔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아, 걸어온 거겠지. "그래서 라티오는 사이파를 잊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체에서 두개골을 받아서, 그것을 이용해 탄겔을 주조했다. 같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도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수 있는 소행이었겠지. 그렇지만 라티오에게는 필요한 일이었다. 그것뿐인 일이다, 블랙모어의 묘지기." 라티오가 말하자 탄겔이 거대한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디까지나 인격 모델의 핵이야. 나에게 사이로서의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 그러니까 라티오 아가씨는 누나 같은 게 아니라, 시끄러운 마스터라는 거지."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 격렬한 소리가 나면서 탄겔의 머리가 흔들렸다. 라티오의 손끝에서 뼈의 탄이 발사된 것 같았다. 스킨십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친 대화였지만, 나에게는, 공개된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중대했다. 동생의 두개골에 의해 움직이는 사역마. 어쩌면 그것은, 자신과 애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관계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그럴지도 모른다. 조금은 비슷하고, 조금은 다른 관계일 것이다. '⋯⋯라티오 씨.' 곧게 걸어가는 뒷모습에, 슬퍼지고 말았다. 처음으로 라티오라는 연금술사의 깊은 곳에 닿은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된 거다. "뭐어, 신경 쓰지 마, 그레이 아가씨." 갑자기 탄겔의 손바닥이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마치, 통나무에 부드럽게 부딪힌 듯한 신기한 감각이었지만, 의외로 세심한 거인의 배려가 느껴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0 영상이 끊기고 또 다른 기록이 들어왔다. 전혀 다른 곳이었다. 아마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내부일 것이다. 수정의 언덕 같은 곳이었다. '⋯⋯저기다' 제3층 금서고. 앞서 II세들이 이야기하던 뒤쪽의 공간이다. 그때는 극히 일부만 보였지만, 에르고는 언덕을 닮은 그 형상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청년이 받은 인상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그래, 연구실일까. 수정으로 만들어진 연구실. 이천 년이 넘게 경과한 지금과는 달리, 수정 기계와 수정 케이블, 용도조차 알 수 없는 수정으로 만든 물건들로 둘러싸인 그곳은 너무도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중앙 근처에는 세 명의 인물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세 명⋯⋯' 두 사람은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중 한 명은 하얀 불꽃 같은 여자였다. 유연한 손목에는, 매우 견고해 보이는 긴 쇠사슬이 매달려 있었다. '무시키⋯⋯' 잊지 않았다(忘れもしない). 싱가포르에서 에르고와 싸웠던 상대다. 스스로를 선인이라고 호언장담하며, 산령법정의 번외를 자처한 여인. 신을 잡아먹은 에르고를 마지막으로 자신이 잡아먹는다고 웃던 마술사. 재앙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형태를 가지면, 이 여자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 명은 달처럼 아름다운 남자였다. 회색 늑대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에 황금률 같은 균형이 느껴지는 육체. 대부분의 아름다움은 역사와 장소에 따라 그 형태가 크게 변하는 '유행'에 불과하지만, 이 남자의 그것만은 불변일 것이다 ⋯⋯.. 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의 모습을, 이 마술사는 갖추고 있었다. '지즈⋯⋯' 이쪽은 용을 먹은 남자・바이뤄롱의 스승이었다. 방황하는 바다 발트안데르스. 보존(게논)의 문에 속한 마술사. "음, 후, 후." 가장 먼저 웃은 것은 지즈였다. "설마, 전원이 정말 모일 거라곤. 이 중 한 명쯤은 배신해서, 함정에 빠뜨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네가 아니야, 지즈." 무시키가 가볍게 혀를 찼다. 딱딱한 소리가 울렸다. 무시키가 휘두른 백 핸드 블로우(裏拳)가 지즈의 눈앞에서 멈춘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먹의 속도도 그렇고, 그 주먹을 받아낸 결계의 위용에 에르고는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강도의 문제가 아니다. 지즈의 눈앞의 공간에만 지연과 정체의 '개념'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II세의 이야기로, 그것이 간이 의식(텐 카운트)——세계의 법칙 자체를 개찬하는, 마술에 있어서 극한의 영역이라는 것을, 청년은 알고 있었다. 신대의 마술사인 지즈에게 있어선, 현대 마술의 궁극이라 해도 호흡과도 같은 것이었을까. 에르고를 만들어낸 마술사들. 그렇다면, 최후의 한 명은⋯ '⋯아틀라스원의.' 라티오의 선조에 해당하는, 쿨드리스 가문의 연금술사일 것이다. 적어도 입고 있는 제복은 라티오나 시온과 비슷한 아틀라스원의 것이지만, 두건을 쓰고 있어 얼굴의 조형을 볼 수 없었다. "여기가, 우리의 기점이 된다." 세 번째 사람이 말했다. 구획의 중앙에, 세 개의 그릇이 놓여 있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아무래도 청동 항아리인 것 같았다. "내가 장소를 준비했다." 다시 세 번째 사람이 말했다. 그리고는, "나는 술식을 제공했다." 지즈가 말했다. "첩(妾, 아타시)은 그릇을 찾았다." 무시키가 말했다. 이것 역시 어떤 의식처럼 보였다. 그러고는 무시키가 뒤를 돌아보았다. 구획 입구의 어둠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의 청년이, 허공에 떠 있었다. 나신에 천만 걸친 모습이었다. 아마도, 10대 중반. 적발에, 키가 컸다. '죽어······있어······?' 이미 호흡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것보다, 강렬한 기시감에 청년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어째서, 그런⋯⋯' 자기 자신이다. 숨을 거둔 채 손을 늘어뜨린 청년은 분명 에르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청년을 안고 있는 것은, 조금 전의 노인이었다. 방금 전 본 기록에서는, 민중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던 대장부――하지만, 정말 그런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노인의 표정에는 비통함이 묻어났다. 건장한 체격은 변함없지만, 그 내면에서 넘쳐흐르던 무언가가 쑥 빠져나고 있었다. 그야말로⋯⋯심장이라도 빼앗긴 것처럼. 천천히 노인이 청년을 들어 올렸다. "젊은 주군(若君)을 맡긴다." 마치 구세주의 유해라도 대하는 듯한, 정중한 태도였다. "나의 군주, 알렉산드로스 4세를." 그때. '뚝'하고 영상이 끊어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1 "젊은 주군⋯⋯⋯" 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에르고는 자신이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을 뜨자, 바로 초점이 맞춰졌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특유――아니 어쩌면 아틀라스 원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는, 수정으로 된 건축자재가 눈에 들어왔다. 다만, 흔들리는 천장의 색은 바다의 푸른색이었다. 본래라면 하늘과 태양으로부터 단절된 해저는 거의 칠흑에 가까울 텐데, 이곳에서는 다른 원리가 작용하는 듯했다. 발밑도 투명하게 비쳐 비슷한 색을 반사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2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에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같은 수정의 방이지만 방금 전 에르고가 있던 3층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바닷속을 비추는 광경만이 아니었다. 제3층은 그야말로(さしずめ) 수정의 수해라 할 수 있는 밀집지대였지만, 이곳은 밀도가 낮아진 대신 인간형 수정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어느 것도 얼굴은 없다. '⋯⋯신전.' 그런 인상을, 에르고는 받았다. 수정의 도서관 안쪽에 세워진 수정의 신전. 에르고는 남미 정글 오지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피라미드형 신전을 떠올렸다. 정글을 수정으로, 푸른 하늘을 암흑 공간으로, 피라미드를 신전으로 바꾸면 바로 이곳의 풍경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저렇게 늘어선 무형의 신상들은 무슨 이름일까. 이집트의 신에 대해 최소한은 II세로부터 강의를 들었다. 에르고의 내면에 숨어 있는 두 번째 신——전신 세트를 알기 위해 에르고가 부탁한 것이었다. (중략) '······아니,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그런 게 아니야.'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청년은 시선을 낮춘다. " 이곳은 어디인가요. 프톨레마이오스 씨"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4층 관리부입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3 "⋯⋯⋯이번에야말로 현실일까." 상체를 들어 올리며 에르고는 어렴풋이 중얼거렸다. 기계장치의 새가 바로 옆에서 청년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신은⋯⋯"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합니다." 새가 날개를 접고 몸을 숙였다.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동작이지만, 귀인의 예의처럼 보인다. 이 새의 진지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기까지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을, 청년은 입에 올렸다. "⋯⋯⋯저를 납치한 건가요? 선생님과 린씨를 속여서?" "부디 용서를." 새가 사죄한다.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진다. 조금 전에 꿈에서 보았던 늙은 대장부와 이미지가 겹치다가도, 도무지 겹치지 않는다(重なりそうで、重なり切らない). (중략) " 이곳은 어디인가요. 프톨레마이오스 씨"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4층 관리부입니다." 즉, 루비아가 목표로 하고 있던 곳이 아닌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중심부. 아틀라스원조차도 금지한,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두뇌가 모여 있는 장소.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건가요?" "시공 거품을 통과할 때, 젊은 주군의 권한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재현체의 저로서는 직접 여기까지 올 만큼의 권한이 없지만, 젊은 주군이라면 가능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4 "당신께서 알렉산드로스 4세 그분이신지는, 저 역시 그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생전에 제가 했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틀라스원과의 계약에 따라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들 때의 기록은 모두 암호화되어 쉽게 손을 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조용히 말했다. 마치 피를 짜내는 듯한 말투였다. '⋯⋯⋯아.' 에르고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그것은 에르고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을 잃어, 한때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정체성에 흔들림이 있는 건가. 물론 잊어버린 내용이 별것 아닌 기억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 잊힌 기억이야말로 자신의 중심을 이룰 만큼의 무언가라고 느껴진다면 ⋯⋯ 그것은 지옥의 고통인 것이 아닐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5 "단지, 당신을 보았을 때 느낀 것입니다. 젊은 주군이 왔구나, 라고. 그리고,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었습니다." 새가 말했다. "젊은 주인이 이 대도서관에 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최우선으로 이 최심부로 안내하라고. 그렇기에, 이 대도서관을 보호하는 모든 장치가 오직 당신만은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건."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애초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가는 '통로'부터, 시온이 에르고를 데려온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번, 폭주한 파수꾼들에게 습격당했지만, 그것은 보호해야 할 서고마저 부숴버릴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서의 일이었다. "원래는 합동발굴조사단을 이 관리부로 초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임무는 과거 아틀라스원과의 계약조차 무시하고 생전의 제가 새긴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의 아틀라스원이나 시계탑의 인간들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생전으로부터의 사명의 이유가 불분명한 이상, 아틀라스원이나 시계탑과 반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합동발굴조사단을 빠져나가는 형태로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이곳으로 유인한 것은 배신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무익한 싸움을 피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6 "그럼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요." "이쪽으로." 새가 날갯짓한다. 신전처럼 높은 천장 위로 날아오르며 프톨레마이오스는 계속 말했다. "그 군주(로드)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 대도서관이라면 분명, 기억 포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에르고의 표정이 굳어졌다. 바로 그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그런 방법이⋯⋯!" "여기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신을 먹인 곳입니다. 그 정보의 대부분은 엄중하게 가려져 있지만, 이 관리부라면 접근할 수 있을 터. 그리고 생전의 제 기억은 암호화되어 있지만, 당시의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 신을 먹은 자가 신에게 먹히는 것 정도는 저도 생각했겠죠." 프톨레마이오스의 말은 에르고의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신을 먹었기에 그 정보량으로 인해 에르고라는 영혼이 잠식되어 가고 있다. 기억의 포화도 그렇고, 식신 충동으로 인해 그레이에게 해를 끼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에르고가 이 모험을 계속하는 최대의 동기는 더 이상 그레이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수단과 방법을 준비해 두었던 것입니다." 앞서가는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한다. 방의 바깥은, 넓은 통로였다. 양옆으로 방금 전과 같은 무표정한 신상들이 늘어서 있고, 그 중앙을 새가 날아갔다. "아틀라스원에게도 몇 겹으로 숨겨둔, 당신만의 수단과 길을. ⋯⋯물론, 그 길에 대해서는 도적들에게도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만.""도적들에게도⋯⋯?" 뒤따라가면서 에르고가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청년의 뇌리에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리시나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7 "도굴꾼용 통로?" 의아한 표정으로 린이 말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3층, 금서고이다. 갑자기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폭거로 에르고가 끌려간 지점이었다. "어디까지나 예의 이야기에요." 루비아의 대답이 수정수 사이로 울려 퍼졌다. "그렇군요. 고고학적으로 몇몇 피라미드에는 설계 당시부터 도굴용의 통로가 남겨져 있는 흔적이 있다 ⋯⋯⋯⋯라고 하면 이해가 가시나요?" "⋯⋯아아, 그런 거." 린이 납득한다. "즉, 피라미드 건축 당시부터 눈독을 들인 도굴꾼이 설계자를 포섭하고 있었다는 뜻이네. 피라미드를 만든 의뢰인 입장에서는 배신이지만, 도굴꾼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효율적인 수단도 없겠지. 아무리 견고한 열쇠도, 정교한 함정도 설계 단계부터 허점을 마련해 놓으면 어린아이도 뚫을 수 있는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8 "어쨌든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도 비슷한 흔적이 있었어요. 제 선조가 사용했던 길도 이 길이었군요." "설계 당시——혹은 비슷한 시기에 관여한 인간들의 의도, 인가." 린도 손끝에 남아있는 저주의 마력을 풀며 말했다. 루비아의 지적대로, 현시점에서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복수의 그룹이 관여하고 있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그리고 에르고를 만든 세 명의 마술사들. 그중에, 일부러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가는 통로를 남겨둔 이가 있다. "선생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은 와이더닛인데⋯⋯ 아마, 아까의 느낌으로 봐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숨은 통로를 만들었다라는 걸까." "당시의 수도 알렉산드리아의 해저를 아틀라스원에 제공한 것은 그 왕이었을 테고, 그런 장치도 가능하겠지요." 루비아도 인정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에르고를 납치한 이유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상황에서, 그녀들은 고립되었다. 아니. "——린, 루비아." 라고, 고립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린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바닥에 손을 대고 눈꺼풀을 감고 있었다. 무언가 만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 손과 바닥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틈이 있었다. 그 틈새에서 가끔 무언가가 반짝반짝 빛났다. 소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잡았습니다——!" 강하게 선언하고선, 곧바로 속삭이듯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9 아무래도 이쪽의 뇌를 읽은 모양이다. 보통 같았으면 소름 끼칠 법도 한데, 에르고는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시온이라면 결코 단순한 호기심으로 자신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자, 그런 기분도 전해졌는지, 시온이 다소 당황한 듯이 물었다. [당신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해 화나지 않는 건가요.] '곤란하긴 합니다만.' 화가 났냐고 물으면 또 곤란하다. 에르고로서는 이제 막 만난 상대이고, 배신당했다고 생각할 만큼 정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II세나 그레이가 슬퍼하고 있다면 싫다는 정도다. 반대로 말하면, 그 두 사람은 이미 에르고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이겠지. 게다가, '⋯⋯⋯프톨레마이오스 씨에겐,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어요.' 에르고에 대한 태도 하나하나가——설령 청년에게 한때의 알렉산드로스 4세를 덧씌워 보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확실한 존경과 따뜻함을 담고 있었다. 그렇다면 괜찮다. 청년에게, 이 순간 기계장치의 새의 행동을 믿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잠시 사념이 침묵한 후, 이렇게 물었다. [⋯⋯⋯저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에.' "당신, 혹시 제가 고문한 것, 벌써 잊어버린 건가요! 기억이 포화하기 전에 뇌가 정크가 된 거 아닌가요!" '그, 그건 그.' [⋯⋯이제 됐어요.] 기분이 상한 듯 시온은 대화를 중단했다. 고문을 한 쪽과 고문을 당한 쪽. 입장이 뒤바뀐 것 같은 대화였다. [린들과 함께 그쪽으로 급행합니다! 가능한 한, 프톨레마이오스와의 교류를 지연시켜 주세요!] '길게 하라고 해도⋯⋯'-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0 그렇게 대답했을 때, "이쪽입니다." 통로 끝에 거대한 문이 우뚝 솟아 있었다. 청년이 다가가자, 문은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고, 그 안쪽에서 나는 이질적인 소리를 에르고의 귀가 포착했다. 고오고오(ごおごお), 라며 거대한 괴물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칠흑의 공간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들어가자 깊은 곳에서 보랏빛 번개(자전紫電)이 터져 나왔다. 지지, 지직. 지직, 지지. 소리를 내고 있다. 고오, 고오. 지직, 지직. 고오, 고오. 지지, 지직. 건조한 소리가 혼효(混淆)한다. 습한 소리가 혼탁하다.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가 춤을 추듯, 미친 듯이 소리를 내며 자전(紫電)이 흩뿌려진다. 그림자와 빛이 서로 부딪치는 가운데 우주와 해저의 모든 것이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곧 눈이 익숙해졌다. 에르고의 시각은 마술사가 '강화'한 것을 훨씬 상회한다. 단순한 시력뿐만 아니라 암시에도 뛰어났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는 힘들지만, 이 정도의 빛만 있으면 문제없다. 소용돌이, 라고 청년은 보았다. 사각형 모양의 공간 안쪽에, 번개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자전이 몇중으로 이어져 서로 얽히고설키며 이차원의 생물처럼 맥동하고 있었다. 그 안쪽에는 사람 형상에 가까운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저건⋯⋯?!" 관이었다. 인간을 본뜬 복잡한 의장이 표면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이집트에 오기 전, 가이드북에서 읽었던 파라오의 관과 비슷했다. 그리고 관의 사방에서, 마치 견고한 쇠사슬처럼 금속 뿌리가 뻗어 있었다. 재질도 알 수 없는 뿌리였지만, 자전의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 관에서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라고, 상기했다. 이것이 진짜 뿌리라면, 관에 전달되는 것은 영양일 것이다. 그렇다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라면? ‘⋯⋯중심이다⋯⋯!’ 그런 인상을 에르고는 받았다. 이곳이야말로 모든 예지, 모든 정보가 전달되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중심부라고. 그렇다면 관 안에 잠들어 있는 것은—— ——[최심부에서 잠들어 있었을 프톨레마이오스의 본체는, 이번 발굴 도중에 살해당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도 기능을 멈춰버렸다는 일이지만.] 조금 전 II세의 말을 떠올리며 청년은 침을 삼켰다. 죽은 파라오를 다시 한번 죽였다는, 기묘한 살인 사건. "본래는 이곳에 제 시신이 잠들어 있어야 했을 겁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그 심장이야말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지배하는 시큐리티 키가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뽑혀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씨가, 심장을 뽑혔다⋯⋯." 그렇다면 이곳은 살인 현장이기도 하다. '밀실⋯⋯?' 이라고 말하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실 에르고들은 시공 거품에 의해, 공간을 뛰어넘어 이곳에 온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마술사나 연금술사라고 해도, 그런 방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프톨레마이오스가 한 것은 에르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자전 폭풍이 지키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범인은 어떻게 이 관리부에 들어와, 관 속에 잠들어 있는 파라오의, 시큐리티 키인 심장을 꺼낼 수 있었을까.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예지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곳에는 당신의 기억 포화를 피할 수 있는 수단도, 당신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단서도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1 프톨레마이오스가 촉구한 의미를 깨달은 에르고는 등 뒤에서 환수를 실체화한다. 반투명한 손은 푸른 번개를 받아 스스로 발광하는 듯했다. '나의, 기억이, 여기에――?' 천천히 손을 뻗으며 에르고는 생각한다. 초조하게(もどかしく) 찾아 헤매던 기억이 이번에야말로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일까. 자신이 알렉산드로스 4세일지도 모른다는, 바보 같은 의심도 해소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떠오른 것은, 그 바이뤄롱에 대한 것이었다. [에르고⋯⋯] 뇌리에 닿은 시온의 사념도 이 순간, 청년은 의식하지 못했다. 너의 친우다, 라고 말했던, 용을 먹은 청년. 그 청년의 기억도, 떠올릴 수 있을까, 라고. '알고 싶어⋯⋯!'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것보다 더 강하게, 그 욕망은 가슴을 두드렸다. [에르고――!] 시온의 사념이 강하게 울려 퍼진다. 그녀의 에테라이트라면 에르고의 행동을 직접 제어할 수도 있을 텐데,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그 기능은 사용하지 않았다. 반투명한 손이 뻗어나간다. 파라오를 보호하는 푸른 번개까지 겨우 50센티미터. '젊은 주군, 당신은⋯⋯!' 30 센티미터. '삑'하고 방전된 파편이 손끝에 튀었다. 여러 갈래의 붉은 불꽃으로 분열되어 암흑의 공간을 날아간다. 불길의 무리는 방의 천장을 향해 덧없는 호를 그리며 부딪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붉은 화톳불들이, 수천 년을 기다리던 주인을 드디어 맞이한 듯 사각형의 방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었다. "오오⋯⋯" 빛을 받은 프톨레마이오스가 탄성을 질렀다. 마치 돌연 해저에 생겨난 플라네타리움이었다. 그리고, 에르고의 환수가, 더욱 뻗는다. 20 센티미터. 10 센티미터. 5 센티미터—— ——손이 멈췄다. "젊은 주군?" "⋯⋯여행을 떠나기 전의 저였다면, 진작에 만졌을지도 몰라요." 에르고는 별빛 같은 불꽃 아래에서 환수를 영체화시키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설령 그것이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일이라 할지라도."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02 "그렇다면, 그만두시는 겁니까." "아니요." 프톨레마이오스의 질문에 에르고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요, 프톨레마이오스씨. 혹시라도 지금의 제가 사라져 버리기 전에요." "저와?" "네. 안 될까요?" 에르고는 빙긋이 웃으며 순수하게 웃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미소에 매료된 듯 멈추고선, "곤란하군요. 당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지니." 라고 푸념했다. 조금쯤은, 그 목소리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네. 하지만, 이것만큼은 지금이라도 이야기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프톨레마이오스 씨도 납득해주실 수 있을까 하고." "호오." 에르고는 자전 폭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째서, 이 관 속의 당신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나요." / "해주는군요——!" 달리던 중, 시온은 그만 작게 승리 포즈(ガッツポーズ)를 취해 버렸다. ((운동선수 등이) 불끈 쥔 주먹을 가슴에 대거나 머리 위로 치켜들거나 하며 기쁨이나 승리를 나타내는 포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수정 밀림 속을 세 사람이 함께 달리는 중이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지속할 수 없는 속도였다. 단거리 달리기의 주자가, 1킬로미터에 가까운 허들 경주를 전력 질주하는 것과 같다. 마술사는 '강화'를 통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는 인체의 한계를 넘은 효율화한 신체 운용을 통해 이를 가능케 하고 있었다. 나란히 달리고 있던 린이, 입을 열었다. "뭐야? 에르고의 일?" "아, 아니, 맞아요. 솔직히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능숙하게 시간 벌이를 해 주었어요. 추리라면 이쪽도 대화 내용을 유도 가능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들려오는 사념에, 소녀의 눈썹이 찡그려진다. "됐으니까 그대로 해주세요! 지금 전속력으로 그쪽으로 향하고 있으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3 라고, 시온은 대답한다. 조용히 통신만 보낼 수도 있었지만, 린과 루비아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데는 말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온 씨들도 최심부까지 올 수 있는 건가요?] 희미하게 놀라움을 담은 생각에 소녀는 희미하게 불평했다(鼻を膨らませる). "간단합니다. 애초에 당신이 있으면 대도서관의 시큐리티는 전부 뚫리겠죠. 그렇다면 에테라이트로 연결되어 있으니, 대도서관의 센서에 간섭해서 당신이 함께 있다는 생체 데이터를 흘려보내면 돼요." 일단 알고 나면 시큐리티를 돌파하는 것은 놀랍도록 간단했다. 에르고에게 주어진 권한은, 거의 최상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에테라이트를 이용해 '이것은 에르고가 요청하는 것입니다'라는 생체 데이터를 첨부하면, 금서고도 시큐리티도 마치 친절한 안내인처럼 길을 제시해준다. 시간만 있다면 이 거대한 도서관의 모든 것을 열람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 유혹을 견디기 위해, 적지 않은 정신력이 필요했을 정도다. "이대로라면 최심부까지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끌어주세요." 수정 밀림 너머에 있을 에르고를 향해 시온은 강하게 호소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4 "어째서, 이 관 속의 당신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나요." 그 물음에 대해. 과연 프톨레마이오스가 입을 여는 것은 조금 늦었다. "어째서 죽임을 당했나, 입니까? 누가 죽였는지도, 어떻게 죽였는가도 아니라?" "네." 프톨레마이오스의 대답에 에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물으실 것 같아서요." "신비에 대한 어프로치로는 옳을지도 모르겠군요." 기계장치의 새가 바닥에 내려앉아 천천히 호를 그리며 걷기 시작했다. 열 걸음 정도 걸었을 때, "그렇군요, 확실히 필요합니다." 라고 중얼거렸다. "예를 들어⋯⋯ 만약 관 안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면, 해방하는 순간 당신께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네." 다시 한번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 기계장치의 새라면 자신의 논리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저는 그 염려를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프톨레마이오스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예지를 구하는 것이겠지요. 이집트에 있어, 모든 분묘와 유적의 건축은 도굴꾼과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에도 그렇겠지만, 제 시대부터 도굴꾼은 끊이지 않았으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5 필사적으로, 지금까지 엘멜로이 2세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떠올려본다. 어떻게 연결하면 상대방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자신의 입술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이거, 아마, 이중의 밀실, 이라는 게 되는 거겠죠." "호오." 프톨레마이오스가 짧게 대답했다. "으으음, 그야 그렇죠⋯? 원래 제4층 자체가 밀실 상태였을 테니까. 그 위에 관 자체가 이렇게 봉인되어 있는 거죠. 그런데 그 관 안의 파라오만 죽었다고 한다면 밀실이 이중이 돼요." "⋯⋯⋯그렇군요, 확실히." 기계장치의 새가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오랜만에 재회한 제자의 상태(出来)를 확인하는 교사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밀실을 만들 의미라던가 없고. 신비와 관계없는 사건이라면, 불가능한 살인으로 만들어 범인이 추적을 피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온 사람들은 모두 마술사나 연금술사니까. 밀실에서 살인을 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이야기가 끝나 버려⋯⋯ 그래서⋯⋯" 말하면서 머리를 굴린다. 시온에게 맡겼으면 됐겠지만, 이것은 순수한 논리라기보다는 상대의 흥미를 계속 끌기 위한 협상술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미묘한 사정을 생각해, 에르고가 자신의 말을 직접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 "즉⋯ 범인에게는 밀실 살인의 쪽이 형편이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뿐인 게 아니냐는 말씀이군요." "아, 그, 그렇습니다." 라고 긍정했다. 과연, 이라고 다시 한번 기계장치의 새가 말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밀실 살인이라는 형식 자체에 이익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밀실은 단순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범인은 밀실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범인이 취한 수단이 우연히 밀실로 직결된 것이다, 라는게 됩니다." 참으로 기괴한 상황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내부에서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가 살해당했고, 그 이유에 대해 살해당한 파라오 자신이 직접 고찰하고 있다. 더구나 이야기하는 내용은 밀실 살인에 관한 것이다. 그레이나 2세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흠. 이것은 난문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금속 날개를 움직이며 속삭였다. "최심부는 확실히 봉인되어 있었다. 내 관을 지키는 자전 폭풍도 건재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왜 이중의 밀실을 남겨둔 채 내 심장을 빼내야만 했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수단의 노출로 이어질 수 있는 밀실을 그대로 둔 것엔 의미가 있는가." "거기에⋯⋯" 에르고가 끼어들었다. "시체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요." "시체?" 되묻는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에르고는 다시 물었다. "아직 그 관 안에 시체가 있는 건가요." 깜짝 놀란 기계장치의 새가 경직되었다. 심장이 뽑힌 것은 확실하지만, 남은 시체는 어떻게 된 것인가.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시큐리티 키로서의 심장뿐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시체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은, 이 관에서 심장이 없어졌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시체를 통째로 가져갔다고 해도, 심장이 도난당한 것으로 처리되는 건 아닌가요." "아니⋯ 연결이 끊어지기 직전에, 본체에서 시큐리티 키가 뽑혔다는 통신이 있었습니다. 제 몸에서 심장을 빼낸 것은 틀림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밀실은 삼중일지도 모릅니다." 쭈뼛쭈뼛 에르고가 지적하자, 프톨레마이오스는 관을 둘러싸고 있는 자전 폭풍을 돌아보았다. "파라오의 시체 자체가 심장을 가둔 밀실이라는 것이 되겠죠. 물론 그 관 안에 시체가 있고, 시체에 눈에 띄는 상처가 없는 경우의 이야기입니다만." 어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다. 관 속에 잠든 파라오는, 생전의 상태는 아닐 것이다. 미라나 그와 비슷한 상태라고 가정하면, 다시 보존된 내장을 꺼내는 것은 적어도 생전보다는 훨씬 간단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관을 열어야 한다. 에르고의 말대로 삼중 밀실이 성립되어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6 그때였다. "⋯⋯⋯마치 이중 슬릿 실험이나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네요." 문 쪽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르고가, 고개를 들었다. "시오—" [아뇨, 달라요! 저는 아직——] 시온의 사념과 동시에, 에르고는 에, 하고 작게 흘렸다. 문 옆에서 전갈자리의 심장(안타레스)을 닮은 붉은 불꽃이 비추고 있던 것은, 지금까지 기다리던 시온도, 엘멜로이 2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 안에 파라오의 시신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열어보기 전까지는 미확정이고, 어느 상태일 수도 있다. 이건 양자 역학의 문제이지만, 과학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마술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와닿는(ピンとくる) 상태네요." "당신들은——" 에르고가 신음했다. 그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그들의 정보를 에르고의 뇌 속으로 보내왔다. "아니아니아니아니, 정말로." 땀을 닦으며 숨을 몰아쉬는 통통한 남자의 이름은 조제페. "⋯⋯아무래도, 정말로 여기가 관리부같군." 가볍게 팔짱을 끼고 있는 오색으로 머리카락을 칠한 남자의 이름은 쿼트. 합동발굴조사단에 참가한 아틀라스원 이슈타리오 가문의 두 사람. "도착했어요, 카르마그리프님." 그 옆에는 두꺼운 안경을 쓴 시계탑의 조수 티카도 있었다. 그리고, "두 분과는 처음 뵙겠습니다, 이죠." 붉은 화톳불 아래에서, 최초의 남자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라고 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믜 모험의 내용

*107 에르고에게는 모두 처음 만나는 상대였다. 시계탑과 아틀라스원 합동발굴조사단이라는 것, 그 정도의 지식밖에 없다. 방금 전 시온이 이름과 간단한 프로필을 보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천천히 카르마그리프가 다가왔다. 에르고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엘멜로이 2세의 제자인 에르고 씨군요. 저와 그는 동료로, 일단 시계탑의 군주(로드) 중 한 명입니다." "군주(로드)⋯⋯!" 에테라이트가 없더라도 그 의미 정도는 에르고도 알 수 있었다. 빙긋 웃고선 시계탑의 마술사는 기계장치의 새를 향해 돌아섰다. "라티오 씨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가 있을 거라곤."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겠나." 기계장치의 까마귀(烏)가 어딘가 도전적인 어조로 말했다. 이에 카르마그리프는 미소에 씁쓸함을 머금었다. / "일단 합동발굴조사단의 멤버로서,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어떻게, 이곳까지 왔지." "시공 거품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시계탑의 마술사가?" "뭐어, 그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서요. 당신이 에르고 씨를 납치했을 때의 기록이 남아있어서, 그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젊은 주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도, 시공 거품의 데이터에서 읽어냈다고?" "뭐,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요." 카르마그리프는 애매하게 말을 얼버무렸다. 지상예장・부정무이(제미니)를 사용해 시공 거품을 늘려, 의사적으로 게이트를 만들었다는 것――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납치되었을 때의 기록을 이용해 이 좌표를 지정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8 "음, 카르마그리프님의 원활한 조사를 위해 미리 밝혀두지만, 저희는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수 티카가 두툼한 안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예를 들어, 에르고 씨가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일지도 모른다⋯⋯같은 것도요." "그건⋯⋯" 신음하는 에르고에게, 조제페와 쿼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저희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들지만." 두 연금술사가 각각 에르고와 프톨레마이오스를 관찰한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에게, 설화 상의 인물 알렉산드로스 4세라는 이름이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질까. 또한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와 함께 있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9 "흠." 방 안쪽에서 소용돌이치는 자전 폭풍을 바라보며 카르마그리프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안쪽에 흐릿하게 보이는 관을 응시하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이 관의 수수께끼를 풀고 있었군요. 파라오 밀실 살인 사건의." "프톨레마이오스 씨에게 이 관을 열어 보라고 들었습니다. 제겐 그럴 자격이 있다고. 하지만 이 안의 파라오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면 저도 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화하는 중이었어요." 에르고는 솔직하게 말한다. 이 카르마그리프라는 군주(로드)에 대해 어디까지 신용해도 좋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정보를 닫아둘 이유도 없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이곳까지 와서, 둘이서 추리극을 하고 있던 건가요." 자전 폭풍을 바라보던 카르마그리프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기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삼중의 밀실이라니, 제법 흥미를 돋우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제가 도착한 것이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에겐 안성맞춤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라." 프톨레마이오스가 작게 으르렁거렸다. "너는, 관 안쪽의 나로부터 심장을 빼낸 수수께끼를 알 수 있다고?" "아마도, 이지만요." 다소 자신 없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괜찮습니까, 프톨레마이오스." 다시 한번 기계장치의 까마귀를 바라본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탄식처럼 토해냈다. "때를 놓쳤다, 인가. 에우메네스를 웃어넘길 수 없군." "디아도코이 전쟁, 가비에네 전투의 일인가요. 직접 병력을 이끌고 거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에우메네스가, 추격을 주저하는 무장들을 설득하는 동안 날이 저물어 버려, 결국 그들의 배신으로 적군에게 신병이 인도된 고사를 떠올리신 건가요" "쓸데없는 지식을 잘 쌓아두고 있는 것 같구먼." "저도, 당신이 만들어낸 도서관의 후예입니다. 이 경우 역사 속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되겠지만요." 그 말속에는, 확실한 경의가 담겨 있었다. 시계탑의 군주(로드)가 옛 영웅에게 보내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의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0 "많은 후계자(디아도코이)들이 왕을 자처하게 된 것은, 그 전투 이후의 일이었죠." "하, 에우메네스는 누름돌 같은 것이었으니까. 이스칸달 애송이가 죽은 뒤에도 변함없이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건 그 녀석뿐이다. 그렇기에, 그 녀석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왕이라 칭할 수 없었던 거지." "당신도입니까, 프톨레마이오스." "글쎄다.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어." 거친 어조로 말하며, 프톨레마이오스는 카르마그리프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에게 혼자서 관을 열게 할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카르마그리프에게 맡기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괜찮겠지. 네 추리라는 걸, 들어주마." "그럼." 조용히 카르마그리프가 걸어간다. 자전 폭풍 바로 근처에서 발뒤꿈치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마치, 여러 번 밟아본 교단에서 이제부터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자세였다. "조금 고민했지만, 역시 여기서부터 시작하죠." 잘 울리는 목소리였다. 바로 옆에서 몰아치는 자전의 소리조차도 그의 대사를 가리는 것엔 이르지 못했다. "신비와 관련된 사건에서, 누가 했는가(후더닛), 어떻게 했는가(하우더닛)은 중요하지 않다고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말한다고 하죠. 하지만 어쩌면, 왜 했는가(와이더닛)은 예외일지도 모른다, 라고." "선생님의 말씀을." "하하, 저는 그의 팬 같은 거라서요." 라며 카르마그리프가 웃는다. 그리고, 지극히 온화한 표정 그대로, "그러면, 저는 한 가지를 덧붙이겠습니다. 언제 했는가(웬더닛) 역시 예외일 수 있다고." 관리부의 수정 바닥을 긁적거리며(にじり) 고고학과 군주(로드)는 선언한다. "왜냐하면,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시간 역행은 신비로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뭐어 신령이나 방황해가 얽혀 있는 이상 완전히 부정 가능한 건 아니지만, 거의 있을 수 없다고 해도 괜찮겠죠." "⋯⋯잠깐." 기계장치의 까마귀가, 거기서 제지했다. "너, 방황해의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거지." "아, 눈치챘나요? 역시나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카르마그리프가 대놓고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알고 있었어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엘멜로이 2세의 팬 같은 거라서요. 그가 최근 한 달 정도 관여한 사건에 대해, 순차적으로 보고 받고 있었어요." "엘멜로이 2세가 연루된 사건, 이라고?" "네. 즉, 신을 먹은 남자, 에 대해서네요." 깜짝 놀라 에르고가 뺨을 움찔했다. 설마 시계탑의 인간 중에, 이미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자가 있을 줄이야. 청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챘는지 카르마그리프는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아아, 안심해주세요. 군주(로드) 중에서는 아직 저만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다른 군주가 알게 된다면, 마음대로 당신을 봉인지정할지도 모르죠. 그건 그거대로 하나의 방법이지만, 솔직히 신대 마술에 대해 어두운 시계탑이 당신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다지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걸요." 카르마그리프는 미소를 지으며 친근하게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모두에게 시선을 돌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1 "일단 파라오 밀실 살인 사건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볼까요. 조금 전의 언제 했는가(웬더닛)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밀실의 장치는 이번의 발굴이 아니에요." 카르마그리프의 언동은,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고, 너무도 듣기 쉬웠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도 말했지만, 합동발굴조사단원의 저희는 서로를 감시하고 있었던 상황이니까요.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았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신뢰하고 맡기는 친구 사이곤 할 수 없죠. 전원의 눈을 피해 최심부의 파라오의 관에 공작하는 건 조금 어려워요. ――그렇게 하면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죠." 카르마그리프가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2300년 전에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시점, 그리고 3년 전에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사이파가 이 대도서관에 침입한 시점." 엄청나게 시간차가 있는 두 번이었다. "그래, 그래서 밀실인 건 아니지 않을까요." "그래서?" "범인이 굳이 밀실을 만들 의미도 이유도 없을 거예요. 우연히 밀실이 성립된 것일 뿐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석연치 않다. 이 관리부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은 우리가 합동 발굴조사에 착수했을 때였으니까요. 2300년 전, 3년 전, 그리고 지금. 세 가지 타이밍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요, 무의미하기 때문에 고찰의 계기가 되는 거죠. 이건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동등하게 사건의 이유다, 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동등하다 ⋯⋯?'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에르고는 몇 초간 침묵을 지킨다. 그러다 갓 형태를 갖춘 꽃을 바치듯 입을 열었다. "이 사건은 복수의 사건의 복합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정답입니다." '짝짝'하고 카르마그리프가 박수를 쳤다. "물론 정답이라는 뜻이 아니라 제가 생각한 추리에선 그렇다는 것이지만요. 응, 각각의 시대에, 각각의 의도로, 각각의 사람들이 설치했다. 결과로서, 단순했던 것이 이중, 삼중의 밀실이라는 겉보기만 복잡한 수수께끼를 구축하게 된 거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2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건가요." "그 이야기를 하려면 프톨레마이오스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일부터가 되겠네요." 머리카락에 감춰진 카르마그리프의 눈동자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희들의 일이라고 들이미는 것 같기도 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 "흔히, 비극의 왕자로 알려져 있죠. 그를 옹립한 이스칸달의 어머니——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조모에 해당하는 올림피아스가 패배한 후로는, 제대로 왕자로서 대접받는 일은 없었고. 호위병인 헤타이로이 중 한 명에게만 맡겨져, 계속 유폐되어 있었다고 해요. 향년은 겨우 14세. 지금 당신은 그보다 두세 살 더 많아 보이지만, 생전의 알렉산드로스 4세가 조숙했던 것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어요. 이스칸다르가 전해지는 것보다 체격이 더 컸다, 라는 것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천천히, 정신을 사로잡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프톨레마이오스도, 조제페나 쿼트 같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그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을 닮았어⋯⋯' 에르고는 가만히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어설픈 추리극과는 전혀 다른, 유창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화술. 그래서 더 두려웠다. 지금까지는 어떤 위험에 처하더라도 엘멜로이 2세가 신중하게 수수께끼를 풀고, 해체된 중심을 향해 에르고 일행은 그저 전력을 다해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수수께끼를 해체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의미로는, 알렉산드로스 4세가 이렇게 유폐된 것이, 프톨레마이오스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나요." "읏⋯⋯⋯⋯" 에르고의 목이 떨렸다. 기계장치의 새는 희미하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그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카르마그리프는 천장의 화톳불에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정복왕 이스칸달 사후, 가장 유력자로 여겨졌던 공신, 마케도니아 왕가의 고위 귀족이자 팔랑크스 부대를 가장 잘 다뤘다는 페르디카스는 후계자로 이스칸달의 아내가 임신한 아이 ——즉, 알렉산드로스 4세를 후계자로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정면으로 반대하여 디아도코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을 만든 것이, 바로 프톨레마이오스 1세인 거죠." "디아도코이 전쟁의 원인⋯⋯⋯ 하지만, 분명 애초에 정복왕 이스칸달이, 가장 강한 자가 계승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인 게." 에르고의 그럴듯한 의문에 프톨레마이오스의 딱딱한 목소리가 수정의 바닥을 쳤다. "자신이야말로 가장 강한 자라고 페르디카스가 말했다면, 반대할 수 있었던 자는 거의 없었겠지. 왕의 제일의 심복이었던 헤파이스티온은 이미 죽었고, 전투에서 세운 업적에 있어서, 그를 넘을 자가 없었다." "하지만 페르디카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카르마그리프가 계속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어디까지나 왕을 섬기는 장군답게 겸허하게 행동했죠. 알렉산드로스 4세를 옹립하고 섭정이 된 것을 생각하면, 야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노선을 택한 것뿐일지도 모르지만요." "전부겠지. 그런 녀석이다." "겸허하면서도 야심도 있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렇군요, 이건 싸움에 강하겠죠." 라고, 카르마그리프는 수긍했다. 그리고서, 이렇게 확인했다. "페르디카스에 맞서 당신이 주장한 것은 장군들의 합의제였죠." "이스칸달 애송이가 남긴 것처럼, 가장 강한 자가 통치하며, 가능한 한 피를 흘리지 않고 간다면 그렇게 되겠지." "네, 당신의 주장이 통했다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결국 페르디카스가 섭정이 되어,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정복왕 이스칸달이 남긴 유언대로 진행된 것이죠. 납득하지 못한 장군들은 반목하거나, 일시적인 동맹을 맺어, 최강을 요구하며 어쩔 수도 없이 맞붙었습니다." "⋯⋯⋯" 에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아마도, 그것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일 것이다. 그저, 한 번 세계를 정복할 만큼 큰 업적을 이룬 뒤라서, 더 끔찍하게, 더 슬프게 느껴질 뿐이다. 하물며, 그 당사자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면. "그리고, 페르디카스는 당신의 군대와 맞서는 중에, 암살당하고 말았죠."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이후, 디아도코이 전쟁은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후견인이었던 페르디카스를 잃은 알렉산드로스 4세는, 올림피아스 등을 시작으로 여러 명의 후계자(디아도코이)들의 곁을 전전하다, 최후엔 암피폴리스 요새에 유폐되었습니다. 이후론, 14살에 암살당할 때까지 역사에 언급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3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드로스 4세를 어떻게 생각했었을까요." 지금, 제4층 관리부에서는 시계탑의 군주(로드)만이 말을 이어갔다. "이스칸달의 유해를 강탈한 당신은, 마찬가지로 알렉산드로스 4세의 유해를 강탈했겠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달라요. 이스칸달의 유해를 독점하는 것은 프톨레마이오스에게는 왕권의 상징이지, 디아도코이 전쟁 중반부터 몰락한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술사가 아닌 당신에게는 신비의 동향(どうこう)도 그다지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만 알렉산드로스 4세의 유해를 강탈했다면, 공적인 이유가 아니라, 사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사적인 이유." 에르고가 속삭였다. 예를 들어, 그것은 청년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이 관리부의, 파라오의 관까지 데려온 것. "그러면, 저를 여기로 데려온 것은." 자전의 폭풍을 바라본다. 그 안쪽에는 지금도 관이 비쳐 보인다. 관과 연결된 금속 뿌리는, 지금도 맥박이 뛰는 듯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예지와 이 관은 지금도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거기서, 다시 한번, 문이 열렸다. "⋯⋯어이어이, 이건 무슨 상태야?" 뼈의 거인이 덩치에 어울리는 큰 목소리를 냈다. 땅딸막한 통나무를 조합한 듯한 허리뼈 뒤에서, 거인을 사역하는 푸른 머리의 연금술사――라티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예정과 다른 모양이다." "에, 카르마그리프 씨도." 라티오 옆에서 눈을 깜박이는 것은 회색 후드에 얼굴을 가린 소녀. 그리고, 그 소녀에게 어깨를 빌린 마술사만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떻게든⋯⋯시간에 맞았나 보군⋯⋯"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마술사의 재킷을 장식했다. "그 이야기는⋯⋯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합니다, 로드 멜루아스테아."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드디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최심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4 붉은 화톳불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방이었다. "괜찮다, 그레이." 그렇게 말하는 스승의 어깨에서 나는 살며시 손을 떼었다. 별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한번 방을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낯익은 적발이었다. "에르고!" "누나!" 빨간 머리의 청년이 나를 쳐다보며 얼굴을 찡긋하고 있었다. 너무 무방비한 웃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질 것 같았다. "어떻게 누나도 여기까지." "라티오 씨가 애드를 조정해 주셨어요. 여기로 가는 길을 알 수 있게끔. "잇히히히히! 고마워하라고!" 손바닥에 올려놓은 애드가 가슴을 펴듯이 가볍게 방방 뛴다. "뭐, 여기로 오는 문이 열려 있었던 건 너희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꽤나 고생했을 거야." 애드 말대로 4층으로 통하는 문은 열린 채로 남아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시공 거품으로 에르고를 불러들임으로써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겨우 숨을 고른 듯, 스승이 천천히 다가왔다. "에르고. 너는⋯⋯." 그것만 속삭이고선, 말을 잇지 못했다. 침묵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어떤 말보다 풍요로웠을 것이다. 스승에게는 너무 복잡하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에르고에게 강요할 수 없는 마음이 침묵 속에 부드럽게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 였겠지. "선생님." 에르고가 말을 꺼냈다. "프톨레마이오스 씨로부터 들었습니다. 내가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일지도 모른다고." "아아, 맞다. 로드 멜루아스테아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건 들렸다. 그러니까, 결론이 나기 전에, 네게 말해둘 필요가 있어." "무엇을요?" "부끄럽게도, 나도 그레이가 말해주기 전까지 거의 놓칠 뻔한 일이지만 말이야." 변명하듯 말끝을 흐리며, 스승이 한 호흡 간격을 둔다. "네가 그 녀석의 아들이든 아니든 넌 내 제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변하지 않아." 몇 번인가, 에르고가 눈을 깜빡였다.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청년이 시선을 떨어뜨려, 자신마저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음으로 스승은 프톨레마이오스를 향했다. "저희 제자를 납치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뒤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구먼." 기계장치 까마귀는 이 상황에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스승이 주위를 둘러본다. 먼저 방 안쪽에서 불어오는 자전 폭풍을 관찰하고, 그 안쪽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관에 초점을 맞춘다. 폭풍 근처에는 눈앞까지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남성이 서 있었다. "드디어 오셨습니까. 로드 엘멜로이 2세."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환영하는 듯 두 손을 벌리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5 "로드 멜루아스테아." 스승이 말했다. 이쪽은 양손을 느슨하게 내리고 카르마그리프의 머리카락에 감춰진 눈을 노려보았다. 두 군주(로드)는 마치 거울을 마주 보듯 마주 보고 있었다. 카르마그리프는 곤혹스러운 듯 입술을 찡그렸다. "꽤나 예정과는 달라져 버렸네요. 원래는 로그 씨와 라이네스 씨와 합류한 뒤 이 최심부로 진입할 계획이었는데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6 그리고 다시 한번. 이번에는 그들의 뒤에서 새로운 기척이 나타났다. 그 기척은 세 개였다. "시온." 에르고가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납치되기 직전, 시공 거품 속에서 대화를 나누던 세 사람이었다. ——시온. ——린. ——루비아. 세 명의 여성이 문 너머로부터 나타났다. "린 씨에, 루비아 씨도." 순간,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프톨레마이오스와 에르고, 카르마그리프와 조수 티카, 조제페와 쿼트⋯⋯ 이 사건에 관여한 대부분의 사람이 갑자기 한자리에 모이게 될 줄이야. 물론 각 그룹이 최심부를 목표하고 있었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납치한 탓에 결과적으로 모두의 진입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지만, 상황의 급격한 전환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시온 엘트남이라고."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쿼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7 이에 대해 세 여성 중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린이었다. "⋯⋯설마." 입을 쩍 벌리고 그녀는 카르마그리프 쪽을 바라보았다. 루비아가 그 말을 이어받았다.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두 분도, 카르마그리프 씨를 알고 계신가요?" 무심코 물으니 린은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알기만 할까, 그 사람, 광석과(키슈아)의 군주(로드)야!" "에."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가 아니냐고 말하려는 순간, 스승이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찌푸렸다. "멜루아스테아는 시계탑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학과를 담당하는 군주(로드)다." "두 개?" "예전에 엘멜로이가 광석과(키슈아)에서 폐해지고, 군주(로드)가 없는 현대 마술과를 떠맡게 되었을 때, 멜루아스테아 파는 보기 좋게 광석과(키슈아)의 후임이 됐다. 원래 스스로 운영하던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는 그대로인 채로." 그러고 보니, 과거에 한 번, 같은 말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시계탑의 학과는 모두 열둘이 아니라, 열둘+하나다. 반면 군주(로드)는 열두 명이니 한 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 여분의 자리를 엘멜로이로부터 손에 넣은 것이 멜루아스테아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지상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카르마그리프를 만났을 때 스승님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던 것은 단순히 군주를 만났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걸까. "아니, 뭐, 반쯤은 저와 관계없이. 케이네스 스승님이 돌아가신 여파로 귀족주의와 민주주의가 격돌한 결과지만요.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아닌 중립주의의 제가 떠맡게 된 것뿐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당신이 공작한 결과겠지요. 확실히 고고학과는 최약의 십 일과 등으로 불려왔지만, 아직도 그렇게 부르는 건 시계탑에 자주 들르지 않는 외부인뿐. 당신이 군주(로드)가 된 후 멜루아스테아가 얼마나 기세가 올랐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8 "로드 멜루아스테아." 스승이 말했다. 이쪽은 양손을 느슨하게 내리고 카르마그리프의 머리카락에 감춰진 눈을 노려보았다. 두 군주(로드)는 마치 거울을 마주 보듯 마주 보고 있었다. 카르마그리프는 곤혹스러운 듯 입술을 찡그렸다. "꽤나 예정과는 달라져 버렸네요. 원래는 로그 씨와 라이네스 씨와 합류한 뒤 이 최심부로 진입할 계획이었는데요." "순번이 뒤바뀌게 된 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마치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한 스승의 목소리였다. 서로, 뭐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정도의 태도다. 지극히 시계탑답다고도 한다. 조제페와 쿼트는 그런 두 사람과, 라티오와 탄겔의 콤비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중략) 스승의 말투는 어딘지 모르게 냉정했다. 이 사람이 누군가를 대면할 때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겁을 먹은 것도 아니고, 무리하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도 아닌, 차갑게 얼어붙은 겨울 숲처럼, 조용히 무언가가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칭찬하고 계신 건지 아닌 건지." 카르마그리프는 웃으며 턱에 손가락을 얹었다. "다소 모든 사람의 정보 격차가 크고 복잡한 상황이지만, 이 경우 손쉬운 건, 그렇네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9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시온을 쳐다보았다. "아까 쿼트 씨도 말씀하셨지만,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씨로 틀림없나요?" "군주(로드)정도 된다면, 저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요." 무뚝뚝한 태도로 대답하는 시온에게 카르마그리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소로 교관 자격을 취득한 연금술사로 유명하니까 말이죠. 그리고 엘트남 가문이라는 건, 당신은 에테라이트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대답할 필요가 있습니까." "아뇨, 굳이 무리하게는. ——그래서, 아마 에르고 군에게 에테라이트를 연결해서, 방금 저희 대화를 관찰하고 있었죠? 틀렸나요." 에르고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 발언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건가. "⋯⋯⋯⋯그렇군요." 시온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와서 부정할 필요도 없겠지요. 네, 저는 에르고의 뇌신경에 에테라이트를 연결해 당신들의 대화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아, 다행이다.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틀렸다면 좀 창피하니까요." 시선을 내리고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카르마그리프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 그렇다면, 에테라이트로 엘멜로이 2세에게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처음부터 이야기하는 것보다 빠르잖아요?" 가볍게 말하는 군주(로드)를 향해 시온은 보라색 눈을 희미하게 떴다. "당신은 그런 기능까지." "하하하. 그래도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의 군주(로드)잖아요. 본래 시계탑 밖의 신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저희입니다. ⋯⋯아니 뭐, 전승과(블리시산)는 제외지만, 저쪽은 원장 중재(肝入り)니까요⋯." 크흠, 카르마그리프가 대놓고 기침했다. 한동안 입술을 다물고 있던 아틀라스원의 소녀는 스승님에게 입을 열었다. "지금의 제안, 어떻게 하겠습니까? 엘멜로이 2세." 라고 물었다. "에테라이트의 사양 상, 우회해서 접속하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제가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주인 당신이 알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면, 이건 서로에게 불편하겠죠. 그래서 접속하기 전에, 미리 에테라이트의 정보를 가져오는 설정을 삭제하려고 합니다. 물론, 저를 신용하신다면 의 이야기입니다만." "하지." 즉시, 스승이 대답했다. "괜찮습니까? 에테라이트는 의료용의 의사 신경으로 개발된 기술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통상 인격에 기억을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전에 측정 불가능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요." "그렇다고 주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겠지." "그러시다면." 소녀가 끼고 있던 팔찌가 잠시 반짝였다. 휘청, 하고 스승이 현기증이 난 듯이 비틀거렸다. "스승님!" "괜찮아⋯ 과연, 이건 독특한 감각이군." 라고 말하며 이마를 짚었다. 몇 초간 심호흡하고 나서, "하지만, 이해했다. 그렇군, 로드 멜루아스테아, 당신은 그런 방식으로 밀실 살인 사건에 도전하려 했던 거군요." "부끄럽지만, 엘멜로이 2세의 방식을 빌렸습니다." 카르마그리프가 고개를 숙였다. 그 대화를 들었을 때, 나는 이미 시온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시온 씨, 지금 한 걸 소제에게도 부탁합니다." 라고 말했다. "스승님이 받아들인 것을, 소제가 겁먹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나도야." 린이 계속해서 이쪽 오른쪽에 줄을 서서 윙크했다. "선생님과 그레이가 마음대로 승낙해서, 사건 밖에(蚊帳の外) 있는 건 조금 억울하지 않아요?" "저도네요." 루비아는 내 왼쪽 어깨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움 속에 반석의 단단함이 숨겨져 있는, 보석 같은 미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넌 단순히, 군주(로드) 간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거 아냐." "똑같이 대답해 드릴게요.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고 싶지 않은 마술사란 없겠죠." 총알처럼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으르렁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언젠가의 시계탑의 교실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벌써 몇 년째 엘멜로이 교실의 명물(目玉)이 돼버린 두 사람의 다툼. 스승님의 조치로 함께 수업받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엘멜로이 교실의 새로운 핵탄두로 때로는 비품은커녕 교실 자체를 파괴하는 그녀들에게 나는 제멋대로 공감을 품고 있었다. 카우레스도, 이베트도, 플랫도, 그리고 이미 졸업한 스빈도 포함해서, 현대 마술과의 학생들은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면면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0 그때, 시계탑의 군주(로드)면서도 아틀라스원의 규율의 이유까지 꿰뚫어 본 것처럼,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다른 마술협회의 존재 방식, 그 이념과 방향성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 그가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합동 발굴 조사에 나선 것도 결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온은 카르마그리프의 말의 파도에 휩쓸린 듯 떨고 있었다. 망연히, 그러나 마치 혼의 소재를 잊어버린 듯, 정상적인 표정을 상실해버린 듯이. 알고 있다. 그 표정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스승에게 신비를 해체당한 마술사가 짓는, 전형적인 표정. 단순히 스승이 호기심에 입을 열어버렸을 때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고 했을 때의 그것이다. 정말 스승이 화가 났을 때. 상대 입장에서 보면, 일생을 바쳐온 신비가 정중하게 잘려 나가고, 해부되고, 부분(腑分)되고, 내장 하나하나가 드러나고, 그런데도 끝나지 않고 그 역사와 의미 하나하나까지 갈가리 찢겨 나갔을 때다. 햇빛 아래 끌려 나온 흡혈귀와도 닮아있는, 그 표정.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1 풍경이 녹아들어 카르마그리프의 말과 혼연일체가 되었다. 그래서 그 의미를 머리보다는 감각으로 그 의미를 파악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어쩌면 타인과 자신의 경계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있기에 갈등이 일어나지만, 그것이 없으면 자기 존재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음, 불특정 다수의 기억을 일체의 모순 없이 삼킬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상궤를 벗어나 있어요. 저희가 정신적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억에 일관성이 있어야지만 이죠. 만약 기억이 결여되어도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과도한 기억을 쏟아 부어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읏" 세상은 여전히 녹아내린 채로 있었지만, 그런데도 자신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카르마그리프가 말하는 사건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 포화. 에르고가 겪고 있는 현상 그대로가 아닌가. "이것은 정신력의 강약으로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정신력의 기초가 되는 것은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원래의 기억이 흔들려 버리면,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도 의미가 없어지죠. 그래서, 만약, 그런 것이 가능한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아틀라스원조차도 예외 중의 예외입니다. 타인의 기억을 빼앗는 방향성을 가지면서도 타인의 기억을 거부할 만큼 자아를 확립하지 않는——터무니없는 줄타기를 하는, 위태로운 존재만이 에테라이트의 완전한 활용이 허용되는 거겠죠." 천천히, 세상은 제 모습을 되찾아간다. 그런 도중, 말만이 날아든다. 내 몸에 생생한 실감이 스며들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린 시온이 깜짝 놀라 서 있는 모습이었다. "⋯⋯⋯⋯⋯로드 멜루아스테아. 그건." 어린 그녀는 신음하고 있었다. 벌레를 가지고 놀다(虫遊び), 처음으로 죄책감을 자각한 어린아이처럼. 사막을 횡단하며 극심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먹어 치운 고기가, 인간의 고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 전사처럼. "어라, 시온 씨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셨나요? 그야 그렇잖아요. 아틀라스원 안에서도 시온 엘트남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 불과 수년 만에 시계탑의 군주(로드)의 눈에 들기까지, 탁월한 업적을 쌓은 이유. 그건 저라도 생각해요. 모처럼 생각했으니 대답도 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겠죠. 음, 원래 엘트남 가문에게 있어 지식의 수탈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수단만으로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죠. 이것은 아틀라스원——이라기 보단 마술협회 전체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네요. 결코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전도(転倒) 되버린 것 같은 자(モノし)밖에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온 엘트남이라는 인물은 이상적이지 않았을까, 라고 저는 이전부터 생각했거든요. 엘트남 가에게는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 시온이라는 천재에게는 본질이 되어 버린 게 아닐까, 라고." 막힘없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너무나도 거침없었다. 거의 초대면일 텐데도, 설봉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용서도 없다. '⋯⋯⋯⋯아아.' 분명 생각하고 있었다, 라는 것은 사실이다. ——[자기가 이룩한 성과는 자기에게만 공개한다. 이것이 바로 아틀라스 원의 절대적이고 유일한 계율입니다. 아틀라스 원의 병기를 외부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계율도 결국은 이 파생에 불과합니다] ——[세계의 멸망을 회피하는 수단은, 세계를 멸망시키는 수단과 거의 동의하기 때문이지요] 그때, 시계탑의 군주(로드)면서도 아틀라스원의 규율의 이유까지 꿰뚫어 본 것처럼,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다른 마술협회의 존재 방식, 그 이념과 방향성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 그가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합동 발굴 조사에 나선 것도 결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온은 카르마그리프의 말의 파도에 휩쓸린 듯 떨고 있었다. 망연히, 그러나 마치 혼의 소재를 잊어버린 듯, 정상적인 표정을 상실해버린 듯이. 알고 있다. 그 표정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스승에게 신비를 해체당한 마술사가 짓는, 전형적인 표정. 단순히 스승이 호기심에 입을 열어버렸을 때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고 했을 때의 그것이다. 정말 스승이 화가 났을 때. 상대 입장에서 보면, 일생을 바쳐온 신비가 정중하게 잘려 나가고, 해부되고, 부분(腑分)되고, 내장 하나하나가 드러나고, 그런데도 끝나지 않고 그 역사와 의미 하나하나까지 갈가리 찢겨 나갔을 때다. 햇빛 아래 끌려 나온 흡혈귀와도 닮아있는, 그 표정. "시온 씨. 당신의 그것은, 예를 들어 윤곽만 있고 내용이 없는 자아예요. 비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만이 있는 것 같은 인격. 마술사로서의 이상. 연금술사로서의 지고.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어 있더라도, 잘도 여기까지 다듬고, 여기까지 깎아냈구나, 하고 제멋대로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흥미 있었어요. 비유하자면 투명체(透明体)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당신의 상태를, 아틀라스원이나 엘트남 가문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에에, 현재 아틀라스원의 원장은 당신을 양녀로 삼았다고 하던데, 역시 그 본질을 사랑했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당신의 존재 방식이야말로 엘트남이 지향하는 극지인 걸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2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곧장 린이 말했다. "지금 얘기는, 어떻게 해서든 필요한 건가요." "필요하지 않다면 안되나요." "저도 남의 일을 말하는 건 분수에 안 맞고(柄じゃな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싸워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각오가 있을 때의 일이죠. 지금, 선생님이 그런 각오로 말씀하시는 건지 묻고 있습니다." 자신은 시온이라는 소녀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카르마그리프의 대사가 안이하게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은 가부 없이 이해하고 있었다. 이래선, 도대체 어느 쪽이 약탈공인 건가. 분명 스승의 팬 같은 존재라고 말했던 것도 더 이상 이것이 자기 자신의 기억인지, 아니면 에테라이트가 부여한 다른 누군가의 기억인지 생각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이렇게까지 철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군요, 이건 실례했습니다. 시온 씨에게도 린 씨에게도." 카르마그리프가 몸을 숙여 사죄했다. 사죄 자체는 지극히 진지해 보이는 게, 또 섬뜩했다. 그리고는 스승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중략) 말투까지 스승님을 방불케 했다 카르마그리프라는 마술사는 어느 부분에서도(どこまでも) 스승님을 닮았다. 아니, 다르다. 닮은(상사相似) 게 아니라, 카르마그리프가 따라 하는 것이다. 본질에 의한 닮음이 아니라, 의도에 의한 닮음. 하지만, 그건 어째서?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의문은 공포와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3 "그럼, 로드 엘멜로이 2세." 라고 호소한다. "제 불찰로 불쾌하게 해드렸지만, 전원의 정보 공유는 끝난 것 같습니다. 당신의 추리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아뇨, 우선 당신의 추리를 끝까지 경청하게 해주시죠. 제 가설은 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시다면야." 싱긋 웃으며(にこやかに) 카르마그리프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전원을 시야에 담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번에 저는 언제 했는가(웬더닛)에 주목했습니다. 뭐, 엘멜로이 2세의 흉내 같은 거지만, 이건 용서해 주세요." 그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최심부에서 밀실의 장치와 관련된 것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건설 때와 3년 전 두 번이다, 라고 말했었죠. 건설 당시의 전제에 대해서는 말씀드렸으니, 이번에는 3년 전의 전제로 가보겠습니다. 이것도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사이파라는 연금술사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탐험하려고 했던 이유네요." 말투까지 스승님을 방불케 했다 카르마그리프라는 마술사는 어느 부분에서도(どこまでも) 스승님을 닮았다. 아니, 다르다. 닮은(상사相似) 게 아니라, 카르마그리프가 따라 하는 것이다. 본질에 의한 닮음이 아니라, 의도에 의한 닮음. 하지만, 그건 어째서?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의문은 공포와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다. "이것은 엘멜로이 2세의 제자―――에르고 씨와 관련된 고대의 실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실험에는 방황의 마술사, 산령법정의 선인,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참여했는데, 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란 바로 쿨드리스 가문의 선조인 셈이니까요." 에르고의 실험에 대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이것이 어떤 실험이었는지는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겠지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에르고 씨에게 신을 먹이는 실험이었다는 것은 이미 조제페 씨와 쿼트 씨에게도 말했습니다." "아직도 믿기 어렵지만요. 아니아니, 사실 미국 대통령은 이미 UFO와 제1종 접근조우를 했다, 같은 기분이에요" "확실히 들었다. 신대에 방황해와 산령법정까지 관여했다면, 아니진 않겠지." 저마다의 소감을 말한다. 그들에게는 지나가던 개가 웃는(寝耳に水)——차라리 황당무계하게 들리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솔직히, 자신이라 해도, 아직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한 달간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 시계탑에서 마술을 가까이에서 느껴온 나에게도, 너무나 상식 밖의 이벤트였다. "잠시 기다려줬으면 한다." 라티오가 끼어들었다. "사이파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도전한 이유는 그 말대로지만, 그 녀석이 이 관리부까지 손을 댈 수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도 최심부까지 접근하는 데는 상당한 무리를 거듭했다. 그런데 파라오의 관 내부까지 장치를 설치하는 건, 아무리 사이파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예에, 무리겠죠. 저도 사이파 씨가 관여했다고 말했지만, 사이파 씨가 가져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카르마그리프가 쉽게 인정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자체에 복수의 모순된 명령이 심겨 있었다면 어떨까요." "모순된 명령?" 그러자 카르마그리프는 기계장치의 까마귀에게 시선을 돌렸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의 행동에 대해, 재현체인 당신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아. 그렇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불쾌하다는 듯이 인정했다. "일부러 기억을 지운 이유는 아틀라스원에 대한 수비의무⋯⋯. 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니겠지, 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기술로 당신이 재현된 이상, 이곳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아틀라스 원에 의해 검열을 당할 것이기 때문에." 검열. 갑자기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스승의 눈썹 사이 주름이 점점 더 깊어졌다. 카르마그리프의 추론이 스승의 추론과 일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무슨 말씀이죠⋯⋯"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세 가지 의도가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연히, 카르마그리프는 그렇게 단언한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4 "세 가지의 의도라고." 라티오가 중얼거렸다. 이에 카르마그리프는 잠시 눈꺼풀을 감았다. "전부 알고 계실 거예요." 라고 속삭였다. 그는 세 손가락을 느긋하게 들어 올렸다. "하나는, 프톨레마이오스 1세. 하나는,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건설한 아틀라스 원의 분파. 하나는, 에르고의 실험을 했던 세 명의 마술사들입니다." 확실히 지금까지 들어본 인물들뿐이다. 쉬이 프톨레마이오스와 세 명의 마술사에게만 관심이 갔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분파에 대해서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끔 이야기하곤 했다. "이 세 가지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연금술은 거의 사용할 수 없지만, 음모와 교섭을 특기로 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원의 분파는 물론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지만, 성질상 음모에는 아마 서툴렀고, 세 마술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겠죠. 에르고의 실험을 한 세 마술사는 마술도 연금술도 초일류, 음모도 그 정도일 테지만, 이 실험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밀리에 진행하고 싶었을 겁니다." 문득 스승님이 자주 하는 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화면에서 스킬과 궁합이 표시되는 타입. 톨레마이오스 1세 : 연금술 × 음모 ◯ / 아틀라스원의 분파 : 연금술 ◯ 음모 × / 세 마술사 :연금술 ◯ 음모 ◯ / 이런 느낌이 될까. 얼핏 보면 세 마술사가 일방적으로 유리해 보이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것이 아틀라스원의 분파이고, 그 근처의 수도(首都)를 장악한 왕이 프톨레마이오스인 것을 감안하면 각각 강점이 있는 상태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5 "그래서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아틀라스원의 분파에게 이런 식으로 설명했을 거예요. 자재를 제공할 테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기술을 이용하게 해 달라고. 이건 거짓말이 아니죠. 하지만 에르고의 실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했을 겁니다. 이는 에르고의 실험 구획이 제3층에서도 완전히 독립되어 있었던 것으로부터 추측할 수 있습니다." "새의 프톨레마이오스 씨도, 그런 말을." "아아, 말했었지." 라티오가 기계장치의 새를 돌아본다. 그 구획을 발견했을 때, 프톨레마이오스는 이렇게 말했었다. ——[이 방만이, 대도서관과 독립된 계통으로 구성된 모양이야. 뭐, 봐둬라. 지금 내가 숨을 불어넣어 줄 테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6 "정리하자면, 상상할 수 있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아틀라스원의 분파와 협력하여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들었다. 그 후 세 명의 마술사들이 실험을 위해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이야기를 꺼낸 겁니다. 하지만, 세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신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프톨레마이오스에 이르러서는 등을 맞댄 전우 동지끼리 서로 죽이고 죽이는 디아도코이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으니까요." 카르마그리프의 서술은 매우 정돈되어 있다. 실제로,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만든 마술사들을 전폭적으로 신뢰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애초에 세 마술사 스스로가, 최종적으로 성공작인 에르고를 차지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7 "여기서 드디어 와이더닛이 질문받습니다. 네, 신을 먹이는 실험에 있어서, 세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말이죠."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동자에선, 그가 얼마나 큰 흉계를 꾸미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천장의 붉은 화톳불 비치며, 카르마그리프는 이쪽을 향해 물었다. "그럼 그레이 씨,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 그의 최종적인 진의가 아니라, 일단 그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그 정도면 충분해요." "에, 그건⋯⋯⋯" 입이 다물어진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 "그건⋯ 이번에 에르고 씨를 납치하라고, 재현체의 자신에게 지령을 내린 것이니까⋯⋯에르고 씨가 자신의 관에 오기를 바란 건가요?" "맞아요, 그건 확실하죠." 합격 마크를 하듯 카르마그리프가 검지와 엄지손가락으로 🌕자 모양을 만든다. "에르고 씨를 최심부로 유도하려고 했다. 게다가 그 실험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관으로 초대하려 했다. 즉, 세 명의 마술사들과도 무관한 행동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에르고 씨가 이렇게 돌아올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셈이죠. 즉, 신을 먹이는 실험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알렉산드로스 4세를 부활시키는 것이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 아니었을까요." 카르마그리프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다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신을 먹이는 실험을 통해 알렉산드로스 4세를 부활시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고 "어떤가요, 프톨레마이오스." 카르마그리프가 기계장치의 새를 바라본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겠구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8 "그렇다면, 신을 먹이는 실험이 최후까지 진행된다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 뒤는 세 마술사에 의한 에르고 씨의 쟁탈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르고의 쟁탈전이라는 말에 나는 작게 숨을 죽였다. "⋯⋯당신은, 그 이야기까지 알고 있었습니까." "하하하, 대충 상상이 가겠죠? 엘멜로이 2세는 충분히 눈에 띄게 움직여주셨으니까요." 당연하다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실제로 눈에 띄는 움직임은 틀림없었으니 이쪽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시계탑에서 흔히 있는 일이죠. 실험이 성공할 때까지는 모두 협력하지만, 일단 성공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전쟁. 의리도, 정도 없는 일이지만, 모두 마술사이기 때문에 그런 건 애초부터 없으니까요. 자,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무엇을 한 것일까요. 우선, 신을 잡아먹는 실험을 중간에 방해한다고 해도 80%, 아니 90%는 완성된 시점이 아니면 알렉산드로스 4세가 부활할 수 없습니다. 신을 먹은 에르고 씨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사자소생과는 다른 것 같지만, 어차피 한 번 죽은 것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리소스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는 필요한 만큼 실험이 진행된 단계에서 함정이 발동되도록 준비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세 명의 마술사, 혹은 그 후예가 다시 실험실에 나타났을 때라든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9 힐끗, 카르마그리프가 라티오를 쳐다보았다. "어떻습니까? 3년 전의 사이파 씨는 그 실험실까지 도달했던 게?" "⋯⋯그렇다." 라티오가 인정했다. 붉은 화톳불의 빛에 푸른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그 실험실의 데이터에는, 사이파가 읽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아, 역시나." 카르마그리프가 기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사이파 씨는 실험실의 데이터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때엔, 아마도,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에르고 씨도 아직 있었을 거예요." "아직, 에르고가 있다?" 앵무새처럼 말하면서 나는 그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그 구획에서 에르고가 신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을 먹은 후의 에르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계속 그곳에 있었던 것이라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0 "에르고 씨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생각했었는데요. 에르고 씨가 먹은 신은 바다의 신이라는 요소가 공통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가요, 엘멜로이 2세." "⋯⋯아아, 저도 확실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승이 대답한다. 만족스러운 듯 카르마그리프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해저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세 명의 마술사가 눈독을 들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죠. 바다의 요소에 익숙해지게 함으로써, 그가 먹은 신은 조금씩 소화되어 갔다. 비록 신의 파편이라지만, 한낱 인간이 먹어 치우려고 하는 것이죠. 2천 년 이상이 걸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것이 없죠." 시간의 스케일에 나는 압도당했다. 동시에 납득이 가기도 했다. 유구(悠久)한 바다와 영원(구원,久遠)한 시간. 한낱 인간이 신을 잡아먹는다고 하면, 그 정도는 필요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1 "손오공——손행자의 일화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손오공은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반도와 금단을 마음대로 먹었고, 그 결과 노자에 의해 49일 동안 팔괘로에 던져졌다. 이 이야기는 반도와 금단을 먹은 손행자에 대한 벌로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마술적으로 보면 그 의미가 다릅니다. 즉 그것은 사상마술에서의 연단술로, 불로불사인 신의 비약을, 몸에 체화(馴染)시키는 작업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사상마술. 무시키나 바이뤄롱이 다루는 마술이 바로 그것이 아니었나."그 행자가 걸어온 여정은 그대로 연단술의 비오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계통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마술에 있어서 신화는 기반 그 자체이기 때문이지요. 음, 에르고 씨가 먹은 신의 한 위는 손행자가 아닌가요?" "⋯⋯⋯⋯" 이번에, 스승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정보가 있었다고는 해도 에르고가 먹은 신을 이렇게 쉽게 간파할 줄이야.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32 "괘로의 49일에 비해, 이 실험은 이천년. 원래 팔괘로란 세계를 나타내는 괘가 모두 응집된 장소, 시공이 응축된 공간입니다. 49일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불교(부디즘)에서 49일 법회를 하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의 시간——인간의 영혼이 전생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성스러운 숫자인 7에 7을 곱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천 년이라는 것은 좀 더 비근한 개념으로 보인다. 즉 신대의 마술이 끝난 기원전부터, 현대의 마술의 끝인 현대까지를, 필요로 한 겁니다. 49일이 개념적인 [한 시대(세계)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이라면, 세 마술사는 정말로 [한 시대(세계)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을 사용한 것이겠죠."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33 정말로, 스승님이 강의하는 것 같다. 시대(세계)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 그 실험실에서, 스승님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기원전, 세 명의 마술사가 에르고에 갔던 것은 인류의 세계와 신화 그 자체를 이용한 초발급의 대의식 마술이었다고. 가마솥을 연상시켰다. 시간도, 시대도, 신님도, 모든 것이 하나의 가마솥에 끓여진다. 더 이상 구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혼연일체가 되어버린다. "마치, 신이야말로, 시간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이런, 당신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걸요." 카르마그리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엣." "엘멜로이 2세, 이 내제자 씨, 받으면 안 되나요?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에서 한 번 제대로 단련해 보고 싶은데요." "정중히 거절하지. 그녀는 내 생명줄이야." "아, 그, 저기." 갑작스러운 권유와 거절에 혼란스럽다. 그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견딜 수 없어 뒷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만다(後ろ手に自分の指を絡ませてしまう). 너무나도 너무하다. 너무 횡포하다. 어째서 이런 기습을 갑작스레 하는 걸까. 약탈공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저도 카르마그리프님께는 조금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어이쿠, 너무하네 티카!" 조수의 지적에 과장되게 화를 내던 카르마그리프는 시선을 다시 원래대로 돌렸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34 "자칫 탈선해 버렸지만, 아까의 이야기를 계속을. 라고는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아주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결국,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비교적 간단하게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왜냐면, 3년 전에 사이파 씨는 알렉산드리아 해에 익사했던거죠?" "⋯⋯아아." 라티오가 긍정한다. 그것을 확인한 후 카르마그리프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설치한 함정은 이렇습니다. 세 명의 마술사 또는 그 후예가 다시 실험실에 나타나면, 즉 실험이 충분히 진행되었다고 판단되는 단계에서, 에르고 씨를 태운 포드를 실험실에서 해저로 배출하는——그런 식이었겠죠." "에르고 씨를, 해저로 배출?" 그런 상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이해가 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익사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건⋯⋯. "네, 심해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조사하던 사이파 씨가 어째서 바다에서 발견됐는가. 답은 간단. 에르고 씨의 포드를 배출할 때, 사이파 씨의 몸이 휘말렸을 뿐이겠죠." "하지만,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잖아요? 물에 휩쓸린 정도로는." "아뇨, 물뿐만은 아닌걸요." 자신의 의문을, 루비아가 제지한다. "그때 갑자기 파수꾼들이 폭주(스탬피드)한 것은⋯⋯" "빙고! 거기예요, 미스 에델펠트!" 카르마그리프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그거예요. 분명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보호를 무시하고, 파수꾼들이 폭주하고 있었겠죠. 저것도 세 마술사에 대한,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의 함정이었다면 말이 되겠군요. 방황해와 산령법정의 선인의 전력을 생각하면, 죽이기까지 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발목이라도 잡아서 에르고 씨를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확실히, 앞뒤가 맞는다. 사이파가 익사한 이유에 더불어, 에르고를 태운 포드가 해저를 표류하고 있었다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파수꾼들이 폭주한 타이밍도 라티오가 실험실의 데이터를 강제로 해킹하려던 때였다. 게다가 사이퍼도 같은 데이터에 개입했다고 라티오는 말하지 않았나. 순간 등줄기에 차가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5 옆에서 에르고가 참다못한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이중의 밀실은 어떻게 된 건가요." "음, 에르고 씨는 재미있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죠. 파라오의 관에서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한 것은 이중, 아니면 삼중의 밀실이 아니냐고요. 그런 시점은 저한테는 없었어요. 너무 의미가 없어서, 그렇기 때문에 저도, 의미 없는 것이야말로 본질인 게 아닐까 하는 확신이 생겼어요." "의미 없는 것이, 본질?" "방금 말씀드린 것은 모두, 프톨레마이오스 씨의 장치입니다. 하지만,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금술사라는 것은 아니죠. 아마도 교섭을 통해 자신의 심장에 시큐리티 키를 설정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파수꾼을 폭주시키는 것은 정규 수단으로는 어렵겠죠. 그러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러한 함정을 설치한 걸까요." "정규가, 아니야." 이번에는 기계장치의 새가 작게 신음했다. "그런가, 오작동인가⋯⋯!" "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카르마그리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일이지만, 에러 체크는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게임의 디버그가 최후는 모두의 일(総当たり)이 되는 것과 같은 거죠. 레이싱 게임에서 특정 조작을 하면 이차원으로 뛰어들거나, 격투 게임에서 화면 가장자리에서 계속 점프하다 보면 몸이 박혀버리는 그런 부류라고 하면, 엘멜로이 2세는 이해하시겠죠." "⋯⋯⋯알고말고." 다소 냉정한(醒めた) 어조로 대답하는 스승에게, 카르마그리프는 계속 말했다. " 룰 중에서, 연금술사가 아닌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가장 효율적으로 함정을 설치하는 방법――그것이 에러였던 겁니다. 아마도 시큐리티 키가 서로 모순된 명령을 여러 개 보냈을 겁니다. 조합에 따라 파수꾼이나 대도서관의 일부 기능이 치명적인 에러를 일으키는. 이 패턴을 알아내기 위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상당한 시간을 보냈을 테지만, 뭐 어쨌든 그는 디아도코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천수를 다했을 정도니까요." "⋯⋯⋯즉, 시큐리티 키를 빼앗긴 것은, 에러를 일으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건가. 로드 멜루아스테아."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발견한 방법의 하나가 시큐리티 키를 도난당하는 것이었겠지요. 현대의 컴퓨터에서도, 정지나 기동의 순간을 노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6 이론은 알겠다. 하지만 어떻게? 카르마그리프의 말대로,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금술사가 아닌데도? "구체적인 수단은 로그 씨가 제2층에 침입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요." 카르마그리프의 말에 몇 초간 생각하다 답을 떠올렸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폐쇄⋯⋯" "예에, 이것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유실물(로스트 넘버)가 된 이후, 불필요한 인간을 들여놓지 않기 위한 상투적인 수단이었겠죠. 아마 아틀라스원 분파에 이야기해서 특별히 만들어 준 부정 동작이었을 거예요. 왜냐면, 아틀라스원 본부의 계율에 [자기 연구 성과는 자기 자신에게만 공개한다] 라고 되어 있으니, 당시 연구의 카피를 대량으로 등록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란, 어떻게 생각해도 위험물입니다. 아틀라스원 본부에 파괴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겠죠. 이 점은 로그 씨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나요." "앗." 무심결에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말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승님께도 질문을 받았다. ——[이 발굴 조사는, 어디까지 아틀라스 원의 허가를 받은 것입니까] 그 질문에 대해, 로그는 타인의 연구를 파헤치는 것이 반드시 금지되어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회색지대이기 때문에 정식 심사에서 부결되기 전에 끝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2300년 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설마⋯⋯!" 시온이 눈을 크게 뜨고 이렇게 흘렸다. "설마⋯⋯그 밀실은 변명이었다⋯⋯라는 건가요⋯⋯! "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아틀라스 원 분파에 불어넣은 것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요. 아틀라스 원 본부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침입해도,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해 폐쇄했다고 하면 빠져나갈 수 있겠죠. 그래, 이건 아주 교활한 방법이지만, 현대에도 충분히 통용됩니다. 라기보단 시계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제법 들리는 녀석이에요." 망연해져 버렸다. 자신들이 이토록 휘둘렸던 파라오의 심장 도난 사건이, 설마 2300년 전에 준비된 핑계였을 줄이야. 의미 없는 것이 본질이란 건, 말 그대로다. 핑계이기 때문에, 의미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터무니없이 큰 스케일과 자신의 바로 옆에서 일어날 법한 비근함이 뒤섞여 바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7 "그리고 다른 하나가 본심입니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방법으로 다른 트릭도 완성했습니다. 저는 신대에 태어난 프톨레마이오스가, 이런 기계적인 트릭을 생각해냈다는 것에 감탄하고 있어요." "기계적인 트릭?" 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취약한 분야였을지도 모른다. 카르마그리프가 쓰게 웃으며 수트의 어깨를 으쓱했다. "파수꾼의 폭주입니다. 실험실을 조사해보니 파수꾼들이 폭주하는 함정이었다, 라는 건 말했습니다. 그 실험실은 대도서관의 시스템과 완전히 독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몸속에 없는 내장을 만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본래라면 파수꾼들도 관리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야 하는데, 상황적으로 시큐리티 키를 도난당했다는 설정이 되어 있어 관리부와 연결이 안 돼요. 이런 상황에서 부하가 걸린다면, 파수꾼들도 치명적인 에러를 일으킬 것 같지 않나요?" "부하로 인한, 에러⋯⋯" 또 생각나는 게 있었다. 파수꾼들의 폭주에 대해 스승이 흘린 말이다. ——[어떤 종의 메뚜기가 개체군 밀도에 따라 상변이를 일으켜, 몸의 크기나 공격성까지 변화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어쩌면. 어쩌면 프톨레마이오스가 그런 오류를 생각하게 된 것은 메뚜기의 상변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아마도, 프톨레마이오스가 폭주에 대해 한 일은,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할 실험실의 데이터를 접했을 때, 금서고의 파수꾼들에게 그 정보를 흘려 에르고의 포드를 바다로 배출하는 것뿐이었을 겁니다. 그것만이라면 그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연금술사들에게도 들키지 않았을 겁니다." "⋯⋯⋯⋯" 이번의 추리는 이질적이다. 와이더닛에서 접근하는 것은 스승과 다르지 않지만, 여느 마술에 접할 때와는 전혀 다르다. 중심이 되는 것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이기 때문일까. 혹은 추리하고 있는 것이 카르마그리프이기 때문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8 "그리고, 그것만으로, 그는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짝짝'하고 고고학과의 군주(로드)가 박수를 쳤다. 마른 박수가 천장의 화톳불을 흔들었다. 단 한 사람의 박수가, 공간의 모든 것을 가득 채워버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다려주세요. 그런 건 이상하잖아요." 시온이 겨우 말을 꺼냈다. 앳된 옆모습은, 이제는 창백하고 핏기가 없어 보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연금술사도, 바보가 아니에요. 프톨레마이오스가 전횡을 일삼지 않도록 체크하는 정도의 기구는 만들 겁니다." 그건 그렇다. /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시큐리티 키를 맡긴 이상, 제대로 된 신경이 있다면, 그 체크 정도는 생각했겠지. 그렇지 않다면 아틀라스원의 예지가 모두 유출되어 버릴 테니까. "그렇네요. 하지만, 그 판단을 하는 것도 기계겠죠? 관리부의 시큐리티 키가 뽑혔다. 그 사이 파수꾼들이 폭주했다. 하지만 방금 전의 관리부에는 아무도 들어간 흔적이 없어요. 어쨌든, 밀실이니까요. 결국 시큐리티 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하면, 기계는 보통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읏⋯⋯" 시온이 침을 삼킨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그 말대롭니다. 기계이니까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단순한 미스라고 무시할 수밖에 없다. 인간처럼 밀실의 의미를 추구할 낭비가 없는 거예요. 그들에게는 밀실 따위는 의미가 없으니, 무시해버리는 것밖에 할 수 없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이ㅡ 모험의 내용

*139 "아⋯ 아⋯" 의미가 없다. 그 말이 찬바람처럼 온몸에 스며들었다. "여기에서도 의미의 없음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죠. 인간과 기계 양쪽에 모두 장치된 무의미함입니다. 무의미라는 와이더닛, 이라 불러도 좋아요." 양손을 벌리며 노래하듯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어째서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했나. 무의미한 변명을 위해. 어째서 파수꾼들은 폭주했나. 무의미해야 할 부하에 의해. 어째서 기계는 무시했나. 무의미한 밀실을 이해할 수 없기에." 한숨 돌린 후 군주(로드)가 결론을 내린다. "왜 밀실을 만들었는. 삼중의 무의미함을 만들기 위해." 밀실의 와이더닛이 완성된다. 변명을 위한 밀실. 파수꾼을 폭주시키기 위한 밀실. 최후에, 모든 것을 무시하게 만들기 위한 밀실. 어떤 의미에서 후더닛도 하우더닛도 상관없는, 순수한 와이더닛에 의한 밀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삼중의 밀실이 아니라 삼중의 무의미. 전원이 조용해졌다. 방 안쪽의 자전만이 괴물의 애처로운 울음소리처럼 소리 내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0 "일단 덧붙이자면, 프톨레마이오스에게도 오산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카르마그리프가 속삭였다. "에르고 씨가 배출되었을 때, 아직 완성되지 않았. 한 시대와 맞먹는 시간을 들인 실험이지만――아마도 그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았을 거예요. 생전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재현체에 지령을 내려둔 것도, 그런 경우를 위한 보험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로부터 3년간 에르고를 실은 포드는 세계 바다를 떠돌아다녔던 것일까. 해저를 표류하는 것으로부터, 에르고의 최후 조각은 묻힌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ㅐ 2세의 모험의 내용

*141 정중하게, 카르마그리프가 예를 표했다. "하하하, 이런 건 처음이라서요. 듣기 힘들었을 것 같네요. 어설픈 추리에 귀를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시큐리티 키는 지금 어디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루비아가 묻자 카르마그리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합동발굴조사단에 시큐리티 키를 훔쳐 간 범인 같은 건 없습니다. 라고 할까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일 거예요. 이건 일본의 교겐이라는 녀석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 즉, 그 관 안에는 아직 시큐리티 키가 있는 채겠죠." "⋯⋯범인 같은 건, 없다?" 망연히, 나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정말로? 정말로. 그런 것일까. 카르마그리프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어디선가, 그 추리에 납득할 수 없었다. "자, 에르고 씨, 부디." 카르마그리프가 자전의 폭풍을 가리켰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 바람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목적도, 저 안에 있겠지요. 이제 더 고민할 것도 없겠지요. ⋯⋯자." 목소리에 이끌리듯 에르고의 등 뒤로 환수가 실체화했다. 이를 처음 보는 조제페와 쿼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르마그리프도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자전 폭풍을 향해 다시 환수가 다가간다. "잠깐." 이라며, 그것을 날카로운 목소리가 제지했다. 적발의 청년을 보호하듯, 검고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슬슬, 제가 말해도 상관없겠죠. 로드 멜루아스테아." 스승님은 아주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2 두 마술사가 마주했다. 한쪽은 로드 멜루아스테아. 고고학과와 광석, 시계탑의 두 학과를 담당하는 군주(로드). 한쪽은, 로드 엘멜로이 2세. 현대 마술과를 이끌며, 이번 여정에서 신의 이름을 물어온 자신의 스승. 서로가, 마술사의 왕이라고 불러야 할 존재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일지도⋯⋯' 나는 묘한 감회를 느꼈다. 지금까지도 다른 군주(로드)와 대립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당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로드 엘멜로이 2세. 카르마그리프의 표정은, 그 대사처럼 수년 만에 친한 친구를 맞이한 것 같다는 것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화톳불의 붉은 빛과 자전의 푸른 빛이 반씩 그를 비추고 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동자는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두 종의 빛만이 카르마그리프라는 존재를 덧칠하고 있었다. 스승은 변함없는 음울함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우선, 근본에 파탄이 있다. 일부러 무시했겠지, 로드 멜루아스테아." "무슨 말씀이신가요?" "내 흉내를 낸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핵심의 와이더닛은 대답하지 않았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무시한 채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요, 뭐, 그건 어떻게 되든 괜찮으려나(なんとなくでもアリかな)라고 생각했거든요." 쑥스러운 듯 카르마그리프가 머리를 긁적였다. "적어도 알렉산드로스 4세를 되살리려고 한다, 라는 도중까지의 목적은 분명했던 거죠. 프톨레마이오스 때문에 알렉산드로스 4세가 죽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이상, 속죄라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 정도의 이유라면, 프톨레마이오스가 부활시키는 것은,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냐." 스승이 똑바로 말한다. "이스칸달 그 자체다. 무엇보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이스칸달의 시신을 손에 넣었으니까. 틀립니까,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뭐어, 순서상으론 그렇겠지. 이스칸달 애송이가 되살아났다면 디아도코이 전쟁 따위는 한순간에 끝났을 게다. 뭐, 내가 원했던 대로 된 것 같지는 않지만."기계장치의 새가 말했다. "그리고, 속죄는 아니다. 이 시대는 다른 것 같지만, 내 시대에선, 온갖 운명에 사람의 목숨이 휘둘리는 것은 당연했다. 생전의 나의 행동으로, 젊은 주군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살려내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신경이 얇을 리는 없지 않겠나.""이런, 이건 실점이네요." 카르마그리프가 솔직하게 사죄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이ㅡ 모험의 내용

*143 "로드 멜루아스테아." 다시 한번 스승이 말했다. "당신의 추리에는, 방금 말하지 않은, 진짜 프톨레마이오스의 와이더닛이 있는 게 아닌가?" "⋯⋯⋯음." 순간 곤란한 기색을 보이다, 카르마그리프는 입을 열었다. "사실은 있어요. 하지만, 조금 비약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서⋯" "그거야말로 새삼스럽군. 파라오의 밀실 살인사건의 트릭을, 2300년도 전의 희극(茶番)이라고 강변해놓고선 비약도 뭐도 아니겠지. 거기에, 지금까지의 추리를 들어보면 당신이 생각한 와이더닛은 짐작이 가. 프톨레마이오스가 무엇을 했는지가, 세 마술사가 신을 먹인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겹쳐보면 자연스럽게 답에 도달하게 된다." "오오." "신화의 재구성." 짧게 스승은 단언했다. 그 이야기는 이 최심부에 도달하기 전에도 했었다.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영웅이 한 일은, 즉 정복왕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한 신화의 재구성이라고.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칭송받던 이스칸달을, 그대로 아멘・라의 아들이기도 하다며 선전함으로써 그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 "신화의 재구성을 그대로 하나의 술식으로 만드는――그것은 즉, 저희 시계탑이 말하는 마술기반의 구축입니다. 카발라나 룬 마술과 같은, 완전히(まるまる) 하나의 마술 체계를 만들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당신이라면 잘 알고 있겠죠. 한 번 단절된 마술 기반인 룬 마술의 부흥과, 있을 수 없는 인형의 개발에 의해, 인형사 아오자키 토우코는 관위(그랜드)가 되는 것을 인정받았다. 이 경우는 부흥조차 아냐. 원형이 되는 그리스 신화와 이집트 신화가 있긴 하지만, 마술기반을 거의 제로부터 만들어낸 위업입니다." 스승의 말은 소리 없이 타오르는 불꽃과 같았다. 현대 마술에 있어서, 틀림없이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아오자키 토우코의 위업. 관위 인형사인 그녀가 거의 혼자서 이룩한 업적과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대국의 자산과 현자들을 결집하여 이루어낸 그것은 단순히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양쪽의 대단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것은, 원자폭탄의 설계도를 만든 학자와 실제로 만들어낸 국가 같은 것이겠지. 타인이 보기에는 어느 쪽도 동등하고, 그저 두려울 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4 "만약 그 정도의 위업을 마술 체계도 아니라, 단 한 가지, 단 한 번의 술식을 위해 구축했다면?" 말속에 감춰진 불꽃이 이번에는 뼛속까지 얼어붙는 냉기로 변한다. 신식(神喰らい). 에르고에게 주어진 술식의 의미가 해체되어 간다. "그건, 만리의 장성을 외적의 격퇴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 한 명의 미녀에게 바치기 위해 만들었다든가, 그런 류의 헛소리(ほら話)다. 하지만, 헛소리를 진지하게 형상화하는 것이야말로, 신비의 본령이라고도 부른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지 못하는 신비 따위 돼지 먹이로 던져주면 돼⋯ 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주장해 온 고집스러운(筋金入り) 마술사라면 몹시 기뻐하겠죠. 적어도,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당신은 이 추리 중에 생각했을 겁니다." "하하, 타인이 알아채면 역시 부끄럽군요. 맞습니다, 대체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카르마그리프가 인정한다. 목덜미를 부끄러운 듯이 문지르며 스승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렇다면 신을 먹은 것이 이스칸달이 아닌 이유도 분명해지겠죠? 정복왕 이스칸달은 이미 신이 되어 버렸죠. 그만큼의 개성이 이 별에 새겨져 있어요. 그리고 이스칸달의 유력한 후계자(디아도코이) 중에서는 역시 이스칸달을 기점으로 했을 뿐인 별개의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신화의 초점이 될 수 있지만, 하지만 뚜렷한 개성을 갖지 않는 공백이야말로 핵심입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5 카르마그리프의 대답에 나는 다른 감상을 품고 있었다. 아까 이 군주(로드)가 시온에게 했던 말과 지금의 발언은 굉장히 비슷하지 않았나. ——[시온 씨. 당신의 그것은, 예를 들어 윤곽만 있고 내용이 없는 자아예요. 비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만이 있는 것 같은 인격입니다] 이전에, 스승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마술의 근원은 본래라면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굳이 언어로 형용한다면「」이라고 할 수 있겠지, 라고. 그렇다면 해적섬에서 막 주워진 에르고 역시 그 조건에 걸맞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시온처럼 재능과 성품 때문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알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의 무구와 순수를, 당시의 에르고는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신을 먹는 자에게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었을까. "⋯⋯⋯" 에르고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더 이상, 적발의 청년은 그렇지 않다. 세계의 모든 것을 밝게 웃으며 받아들일 뿐 아니라, 화를 내고 슬퍼하고, 타인을 훈계하거나, 누군가를 누나라고 부르는 것에 집착하거나⋯⋯ 우리들이, 바꾸어 버렸다. 지금까지의 여행이, 청년을 성장시켜버렸다. "그래요, 초점입니다. 신화의 창조가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었다면, 거기에는 초점이 되는 공백의 인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세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다. 아무리 세 마술사가 신대에서도 드문 천재들이라 해도, 프톨레마이오스처럼 속세에 신화를 침투시킬 수 있는 수완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솔로몬 왕을 최후로, 마술사 자신이 왕이 되는 시대는 끝나버렸으니까요." "아아,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위대한 정복왕 이스칸달을 계승해야 할 공백에 알렉산드로스 4세라는 상대는 어울립니다. 이스칸달에게는 또 다른 아들이 있지만, 그의 세 왕위를 모두 물려받은 적이 있으면서, 하지만 그 물려받은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 알렉산드로스 4세였기 때문에.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영웅이 재구성한 신화는, 지금까지의 조건에 모두 부합합니다. 아마 세계사를 통틀어서도 이만큼의 위업을 이룬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스칸달이 세계사에서 유독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프레마이오스라는 문화 수집가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었을 정도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6 실험실에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스승님은, 사고만으로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즉, 여기까지의 추리에, 당시의 스승님도 도달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최후의 결론도 카르마그리프와 같은⋯⋯. "하지만, 이상하군요, 로드 멜루아스테아." 단 한 마디로, 스승이 잘라낸다. 다시, 공간에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뭐가 이상한가요? 엘멜로이 2세."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세 마술사에게 말없이 계략을 꾸밀 필요가 없어. 전적으로 협력하면 됩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파괴할 위험을 무릅쓰고 파수꾼을 폭주시킬 필요는 없겠죠""아⋯⋯" 확실히 논리(로직)으론 그렇게 된다. "당신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와이더닛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것은 그 핵심 부분을 말하면, 논리가 어긋나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겠죠. 하나하나의 행동만으로 추리를 진행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행동 지침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거슬러 가면 속이기 어려워. 제가 지적하지 않았어도,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당연히 눈치챘을 겁니다." "흐음. 그렇다면, 완전히 착각한 걸까요?" 아무렇지 않게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아뇨, 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 도난과 밀실이, 2300년 전부터 계획된 교겐(狂言)이라는 것도, 거기에 3년 전의 사이파가 연루되었으리라는 것도 같은 의견입니다." "이야, 이건 기쁘네요." "하지만, 그 뒤는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스승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있던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토오사카 린이나 루비아 같은 고위 마술사들도, 그리고 이 사건의 중심이라 해야 하는, 규격 외의 신을 먹은 에르고도, 지금만은 신비성에서 한참 뒤떨어지는 스승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러 이런 장치를 한 이상, 프톨레마이오스가 세 마술사를 은밀하게 배신한 것은 틀림없어. 문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세 마술사라도 딱히 한 통속(一枚岩)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세 마술사도?" 나도 모르게 반복하고 말았다. 카르마그리프가 한 추리를, 다시 스승이 정중히 풀어간다. 그때였다. 다시 한번 관리부의 문이 열린 것이다. "드디어, 와줬군." 스승이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나도 뒤를 돌아——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런 등장을 기대받는 건, 마안수집열차(레일 체펠린) 이후로 처음이군, 오라비." "⋯⋯⋯설마 여기서 전원과 만나게 될 줄이야." 두 사람의 그림자가 붉은 화톳불에 비쳤다. 아름다운 소녀와 그를 따르는 수은 메이드,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지친 듯한 장한이었다. "어째서⋯⋯" 나뿐만이 아니라, 처음으로 카르마그리프의 기색에 동요가 섞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외주부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을, 로그와 라이네스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7 관리부에 모인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원래 린과 시온을 제외한 멤버들은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합동 발굴 조사단으로 선발된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 관리부에서 전원이 얼굴을 맞댄 것은 무엇보다도 기뻐해야 할 일인데⋯ 누구의 표정에서도 그런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라이네스만이 즐거운 표정으로 스승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를 부르는 게 제법 늦지 않았나, 오라비." 오만하게 가슴을 치켜세운다. 유연한 사지에 붉고 푸른 빛이 흘러, 마치 빛의 나라에 사는 요정 같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본 것은 용서해주길 바란다. "⋯⋯⋯아버지." 라티오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장년의 연금술사——라티오와 사이파의 아버지인 로그 쿨드리스 하이람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반신반의했지만, 정말 여기가 관리부인 것 같군." "어떻게, 여기에?"카르마그리프가 물었다. "저는 시공 거품을 분석했습니다. 토오사카 씨 일행은 도굴꾼의 루트를 이용한 것 같고요. 엘멜로이 2세들도 실험실의 데이터 등을 통해,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외주부의 당신들이 바로 이곳에 올 만큼 금서고를 탐색하는 것이 쉬웠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제 팬이라고 했었죠, 로드 멜루아스테아." 카르마그리프를 바라보며 스승이 말했다. "하지만. 저도 이전부터 당신을 믿고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잠시 카르마그리프의 반응이 늦어졌다. "고고학과인 당신은, 다루는 범위가 넓다 보니 아무래도 현대 마술 학과와 접점이 많아진다. 그래서 언젠가 당신이 내 앞에 서게 될 때를 대비해서 내 나름의 준비를 해 두었지. 아아, 나는 어떻게 해도 마술 실력으로 당신에게 맞설 수는 없지만, 분명 겁쟁이라는 점에서만큼은 한 발짝 앞서고 있어." "응, 그러니까." 라고 라이네스가 덧붙인다. 같은 시계탑에 소속된 군주(로드)를 앞에 두고 그녀는 너무나도 매력적인——언제나처럼 짓궃은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블랙 옥션에서 사이파 쿨드리스 하이람의 유품인 뒷 코드를 낙찰받은 건 나야, 로드 멜루아스테아." "⋯⋯블랙 옥션?" 나에겐 처음 듣는 정보였다. 하지만, "아ー아ー아ー아ー, 여기 오기 전에 쿼트와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말했던 그것이군요! 사이파 녀석이 남긴 연구 성과가 블랙 옥션에 팔려나갔다고 하던!" 조제페가 동그란 손가락을 교차시키며 말했다. 내가 모르는 것뿐이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였나 보다. 카르마그리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몇 초간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8 "어째서⋯⋯ 그런 일을? 블랙 옥션이 있었던 건 벌써 일 년 정도 전이에요. 여러분들이 에르고 씨를 만나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아틀라스원과 관련된 경매에 참가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당신이 주목하고 있던 옥션이었다." 스승님이 말한다. "그것만으로, 우리가 뛰어들 만한 가치가 있었어. 옥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물건이, 아틀라스원의 유실물(로스트 넘버)이라고 생각한 코드였을 뿐." "⋯⋯하지만, 현대마술과 역시 결코 부유한 학과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런 걸 살 수 있는 예산은 어디서부터?""그 이유는 이미 말했다. 나는 이전부터 당신을 믿어왔다고. 로드 멜루아스테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베팅한다. 비록 지금은 의미가 없는 것일지라도, 필요하다면 준비해 놓는다. 그런 건, 시계탑에서 살아가는 이상 당연한 게 아닌가?" "뭐, 빚을 쌓아놓을 겸 해서 오라비를 꼬드긴 건 나고, 블랙 옥션의 정보를 알려준 건 멜빈이긴 하지만 말이야. 후후, 이런 곳에 도움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트림마우에 묻어두었던 데이터에서 찾아내는 데 고생했어." 너무도 시계탑다운 대화였다.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일에, 막대한 코스트를 들인다. 미래의 경쟁 상대를, 어쩌면 방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확실히 그 런던의 마굴은 그런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9 "대체로, 당신도 처음엔 그걸 예상하였던 것 아니야?" '⋯⋯⋯⋯아, 처음이란 건.' 그렇다. 그것 또한, 라이네스는 말했었다. ——[하하하, 라티오에게 이끌려 내가 왔을 때,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좋은 표정을 했지! 도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거예요, 라고 부르짖는 모습이란. 이야, 타인의 절망과 비탄은 미용에 참 좋아!] 확실히, 당시 카르마그리프의 우려는 적중했던 것이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에 대해서는 라이네스도 스승도 몰랐다. 하지만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행동에 대해서는 감지하고 있었고,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뒷 코드를 확보하고 있었다. 우연히, 서로 생각하는 부분이 어긋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틀라스원의 뒷 코드 따위는 시계탑의 마술사인 나로서는 사용할 방법이 없어서 말이야. 이번에 외주부에 둘만 있게 한 것은, 그 부분을 터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엔 나도 모르게 스승님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네에게 말하지 않은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레이디." 어색한 표정으로 스승님이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렇지만 자네는 이런 숨기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겠지. 방금 말한 것처럼 조 편성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지만, 한 가지 의미만 설명했다." 당시 스승님은 조 편성에 대해, 범인을 색출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사실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라이네스와 로그를 둘만 남겨두고 다른 합동발굴조사단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사이파의 뒷 코드에 대해 협력을 구하는 의미였다. "로그 씨를 설득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려서. 뭐, 이쪽도 혹시 로그 씨가 범인이라면, 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이래저래 우회적으로,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 아니, 너희들의 탐색이 급히 전개되다 보니, 이대로는 늦지 않을까 싶어 상당히 조바심이 났다고." "즉, 엘멜로이 2세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요?" "응. 금서고 안에서도 그 뒷 코드를 사용해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거든. 원래 최심부에 있던 파라오의 관과도 정규로 통신을 하고 있었으니까. 로그 씨의 협력만 얻는다면, 단숨에 정보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손가락을 흔들며 라이네스가 윙크했다. "이번의 경우, 앞서간 오라비로부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지도 정보도 일일이 받았으니까. 그거야 뭐 술술(スイスイと)올 수 있지. 다행히 파수꾼들도 모두 멈춰 있었으니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0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범인인 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원들은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지만, 흉계의 비율로 따지면 스승과 라이네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일을 저지른 셈이다. 적어도 탐정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부르기에는 성격이 너무 나쁘고, 불공평하기까지 하다. "스승님도, 라이네스 씨도 소제를 속인 건가요." "다음에, 벌충은 할게." 기특한(殊勝)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도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1 이에 카르마그리프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 뒷 코드로 달려와서, 대체 라이네스 씨는 뭘 하러 온 건가요." "이 타이밍에 달려온 사람이 할 일은 정해져 있겠지. 중요한 증언을 전하러 온 거야." "증언?" 이번엔 라이네스 옆에 있던 연금술사가 앞으로 나섰다. 합동발굴조사단장인 로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내가 합동발굴조사단을 꾸린 이유는 단순히 발굴을 진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3년 전 사이파를 죽 용의자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다." "⋯⋯어이쿠, 온건하진 않네요." 카르마그리프뿐만 아니라 조제페와 쿼트도 숨을 죽였다. 이 두 사람은 3년 전 사이파가 살해당하기 전부터의 지인——즉, 용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의미가 없어졌어요. 수수께끼는 풀린 참입니다. 사이파 씨가 죽은 것은 2300년 전의 함정에 휘말린 거죠." "음. 오라비의 통신에서 그 추리도 전해졌어요." 라이네스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 "뭐, 확실히." 카르마그리프도 인정한다. "그래서 에르고 씨에게 파라오의 관에 접촉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거든요. 관리부와 연결할 수 있다면, 데이터에서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엘멜로이 2세는 이견이 있는 것 같은데요. 세 마술사도 한통속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라고 하셨는데." "말했지." 스승이 자신의 말을 확인한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스승은 그대로 기계장치의 새를 바라보았다. "생전으로부터의 지시로 에르고를 납치했다고 말씀하셨죠." "⋯⋯그 말 대로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목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뭐?" 되묻는 기계장치의 새에게 스승이 말을 이었다.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무슨 소리지⋯⋯!" "이전부터,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2 스승님이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방황해의 지즈와 산령법정의 무시키는 실험 초기부터 현대까지 계속 살아있을 생각이었다." 세 명의 마술사 중 두 사람. 실제로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대치했던 두 사람이기도 하다. 2300년 전의 실험부터 현대까지 살아남았다는 믿기 어려운 존재. "하지만 쿨드리스는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 반면 후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남기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이 에르고에게 먹게 한 신체(간타이)의 상세마저 후손에게 남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틀라스원의 '자신의 연구를 자신 이외에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규율이 걸림돌이 되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허술해." "⋯⋯⋯" 나 자신도 조금 의아해하기는 했다. 그래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은 아틀라스원이란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고 제멋대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술사에게는 당장 이해하기 어려운 룰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도 마찬가지라면, 너무 많이 생각해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스승의 말은 그것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거꾸로가 아니었을까. 쿨드리스는 2300년 전부터 이미 선수를 두고 있었던 게 아닐까?" "무슨 말씀이신가요?" 카르마그리프의 물음에 스승의 하얀 검지가 옆으로 흘렀다. "저 관에 잠들어 있는 것이, 파라오가 아니라면?" "그럴 리가(馬鹿な!)!"기계장치의 새가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틀렸을 리가 없잖나!" "정보를 위장할 수는 있겠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여기까지 돌파하는 데도 같은 수법을 썼을 겁니다." "⋯⋯에에." 시온이 긍정했다. 이 최심부에 도달하기 위해 그녀는 에르고의 데이터를 위장했다. 자신과 같은 좌표에 에르고가 있다는 생체 데이터를 보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보안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에테라이트만의 전매특허는 아닐 것이다. 뛰어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면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에르고의 실험에 참여했을 정도인,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한해서, 세 마술사 중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만이 특별합니다." 스승이 말한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설치한 함정에 대해 세 마술사 중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그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아틀라스원의 분파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이 도난당했다는 것이 아틀라스원 본부를 위한 허구라면, 거기에 편승하는 것은 더더욱 간단하겠죠. 왜냐하면, 이런 허언을 설정한 이상, 정상 작동만큼의 보안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파수꾼들이 폭주한 것에서도 보입니다.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는 생전에 당신이 설치한 함정을 일부러 간과하고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 뒷면의 뒷면. 함정 속의 함정. 음모 속의 음모. 너무나도 긴 시간과 그 안에 숨겨진 공방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정도다. "⋯⋯⋯그러니까, 스승님은 그 관은 밀실이 아니라""그래. 오히려 깜짝 상자(잭 인 더 박스)가 아닌가, 라는 거다." 또 한 번의 반전이었다. 이중의 밀실에서 무의미한 허언으로, 그리고 무의미한 허언에서 깜짝 상자(잭 인 더 박스)로. 방 안쪽에서 소용돌이치는 자전 폭풍도, 그 폭풍에 비친 관도 변하지 않는데, 그 정체는 점점 변해간다. 마치 상자 안의 고양이가 죽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하는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3 카르마그리프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그냥 추측이죠, 엘멜로이 2세. 아무리 그래도 가설을 너무 많이 늘어놓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 말대롭니다. 아까 로드 멜루아스테어의 추리와 마찬가지로." "이런, 자승자박(意趣返し)일줄은." 고고학과의 군주가 곤란한 듯이 웃었다. 스승은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 당신이 말했듯이 관을 열면 알 수 있겠죠.""어떻게요? 함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 건 당신입니다만, 역시 에르고 씨에게 맡기실 건가요? 아니면 시온 씨인가요? 여기까지 온 건 아마 에르고 씨의 생체 데이터를 이용해서 온 거죠." 카르마그리프의 말에 시온이 몇 초간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생체 데이터를 통한 해킹은 어렵습니다. 이 관의 시큐리티는 다른 것보다 더 견고합니다. 에르고 씨도 아마 환수를 이용해 접촉을 시도했을 거예요. 저희가 처음 왔을 때의 폐쇄 상태도 그랬지만, 그 환수에 관해서는 제 에테라이트도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온 거지." 라이네스가 말했다. "사이파가 남긴 뒷 코드를, 아틀라스원의 선임 교관이자 쿨드리스의 후예인 로그 씨가 사용한다면, 파라오의 관에도 간섭할 수 있겠지. 그러면 에르고가 직접 만질 위험 없이 관을 개방할 수 있어. 게다가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시큐리티 키가 정말 남아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군." "그렇게 될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4 카르마그리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라이네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평할 사람은 없겠지, 라는 확인이었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원들 중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들에겐 이번 발굴의 목표 지점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에. "상관없어요." "관이란 건 꺼림칙(物騒)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보물상자를 열지 않을 수도 없으니." 루비아와 린도 각각 말했다. "저도 불만은 없습니다.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어긴 자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끝까지 봐야 할 것 같으니." 시온도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었음을 뒤늦게나마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부탁합니다, 선생님" 에르고가 똑바로 신청했다. 사태의 초점이 되는 붉은 머리의 청년은 여행이 시작될 때와는 달리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 스승이 로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会釈). "⋯⋯⋯알겠다. 해보지." 로그가 손을 들었다. 그 피부가 안에서부터 찢어지고, 뼈가 드러난다. 하얀 뼈가, 실험실에서 라티오가 형성한 것과 같은 피아노 같은 건반을 형성했다. 엑조포름——모드 어쿠스틱. 쿨드리스에게 그 건반은 코드 해독을 위한 형태였을 것이다. "읏⋯⋯⋯" "움직이지 마시길,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기계장치의 새가 희미하게 몸을 움찔하는 것에 대해 스승이 못을 박는다. 뼈로 만든 건반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라티오의 조율이 섬세하고 치밀하다면 로그의 조율은 장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암석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선율이 방 안을 가득 채우자, 안쪽에서 거세게 휘몰아치던 자전의 폭풍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안쪽의 파라오의 관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라오의 관⋯⋯" 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대체, 이것으로 누구의 계획이 달성되는 걸까. 2300 년의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자전 폭풍이 대부분 사라지고, 관의 표면이 드러난다. 고대 이집트의 관습인지, 독특하게 희화화된 인간이 표면에 그려져 있다. "열겠다⋯⋯" 뼈의 건반을 연주하며 통나무가 중얼거린다. 기기긱,하는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는데도, 관 뚜껑이 저절로 열린다. 천천히, 천천히, 그 안쪽이 공기에 노출되어 간다. 찰나, 내 뒤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놀라운 속도였다. 아니, 속도라기보다는 타이밍이었을까. 단 한 순간, 전원의 호흡이 멈추며, 겹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림자는 질주한 것이다. 분석에 집중하고 있던 로그의 등 뒤로, 일섬이 가로지른다. 아무리 빨라도, 이제는 막을 수 없는 완벽한 기습. 딱딱한 소리가 울렸다. 완전한 기습을,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막은 소리였다. 수은이었다. "설마 했는데, 이건." 중얼거리는 라이네스의 그림자에서 수은의 방패가 튀어나와 있었다. 월령수액(볼루먼・하이드라저럼), 즉 수은메이드 트림마우가 형상을 변화시켜, 주인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그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날아오는 순간, 방패가 되어 그를 보호했다. "⋯⋯아니." 라고, 그 방어를 그림자는 부정했다. "그래선, 부족해." 반대 방향에서 발생한 폭위가, 새롭게 로그를 덮친 것이다. "읏―――!" 순간적으로 뼈의 건반으로 막아냈지만, 그 압도적인 위력을 막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장한(壮漢) 연금술사의 몸이 가볍게 날아가 수정의 벽에 충돌한다. "로그 씨!"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다. 기습을 가한 상대가⋯⋯⋯ "⋯⋯당신." 벽에 부딪힌 로그에게 달려간 린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어째서, 당신이⋯⋯!" 뼈의 검을 꺼낸 자세 그대로, 라티오가 살짝 웃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엄청난(凄まじい) 미소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5 "그렇다면 이런 가정도 성립하지. 분할사고는, 몸과 상당히 다른 자신도 허용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자신?' 문득 상상해 버렸다. 만약, 아서왕을 닮지 않은 내가 허용된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하지만 스승님이 다시 물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라티오. 3년 전, 네가 죄를 지은 것은, 그렇게까지 달라졌기 때문인가?" 스승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스승님, 그건, 설마." "3년 전, 연금술사 사이파를 살해한 건 지금의 너겠지, 라티오." 그 지적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관리부의 공기가, 꿈틀거렸다(ざわりとうごめいた). 순간적으로, 뒷짐 지고 있던 스승님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알고 있다는 듯이, 린의 보석이 마력을 발산한다. 치료 마술로 로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최소한의 응급처치를 끝내기 위한 시간 벌이를 겸한 추리였다. 이를 눈치챘는지 라티오는 스승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언제부터 라티오를 의심했지?" 그 목소리만이,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처음 해적섬에 있을 때의 무기질적인 라티오의 모습 그대로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그 구획——실험실 때다." "기억에는 있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는 남아있지 않았을 텐데." "넌 내 조언으로 능력을 향상했다." 스승님의 말에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실험실에서 신을 먹이는 실험의 데이터를 빼내려다, 라티오는 큰 피해를 입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너무나 견고했고, 이에 접촉하려던 그녀는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지닌 연산 능력을 쥐어짜, 결국엔 쓰러질 뻔했다. 그 라티오가 스승의 말에 다시 일어나, 그 알렉산드로스 4세의 환상을 재생시킨 것이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그때의 내 조언은 어디까지나 초보적인——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면, 먼저 자기 점검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스승이 계속했다. "물론, 그런 조언을 한 것은, 그때 너의 모습에서 초보적인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선 모순되어있어. 그런 실수를 네가 저지를 리가 없는데, 내 충고로 인해 너는 정말 회복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너에게 위화감을 가지고 있었다." "스승님⋯⋯" 확실히 불합리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도한 상대방의 성과에까지 그런 위화감을 갖는 것은 오히려 신경증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56 "그래서⋯⋯⋯?" 라티오가 되묻는다. "그래서, 네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네 내면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동시에 대형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당연히 성능이 저하된다. 비슷한 무언가가, 당신 안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의 경우, 분할사고라면, 지금 말한 프로그램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까." 스승의 말에 라티오를 제외한 모두가 숨을 죽였다. 확실히 그 정보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해적섬의 사건에서도, 고속사고와 분할사고에 의한 미래시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사건의 진실과 관련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하하, 역시 엘멜로이 2세네." 카르마그리프가 박수를 친다. 몹시 공허한 소리가 관리부에 메아리쳤다. 순수한 칭찬이기에 더더욱, 이 경우엔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럼 스승님, 라티오 씨의 분할사고가⋯⋯본인을 장악했다는 건가요⋯⋯?" "⋯⋯⋯그건 오해다, 그레이. 내가 말한 것은 그런 게 아니야. 편의상 분할사고라고 말했지만, 그것으로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서브프레임이라면, 메인프레임에게 들키지 않고 계속 작동하긴 어렵겠지." 스승님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라티오가 바로, 메인의 라티오다." "인정하지." 라티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물을 연상시키는 푸른 머리카락이, 옆에 서 있는 탄겔의 갑옷을 간지럽혔다. "당신들을 만나기 전부터 라티오는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분할사고의 2번에 맡기고 있었다. 자기 자신은 분할사고의 2번으로 위장해서, 2번의 사고의 뒤에 머물러 있었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57 "아니, 지금의 그녀는 메인 프레임은 맞지만, 진짜 라티오, 라는 것도 조금 달라. 오히려 그녀가 말하는 분할사고의 2번——우리가 접한 라티오의 성격이 원래의 라티오에 더 가깝지 않겠나." 스승님은 이쪽의 짐작을 단숨에 바로잡는다. 시가의 연기가 미간의 깊은 주름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방금 전, 내가 신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방황해나 산령법정에 비해, 쿨드리스만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지. 하지만 아틀라스원에서는 엘트남의 에테라이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억과 인격 정보 자체를 다룰 수 있다. 그렇다면 에르고의 실험이 거의 완성되는 시점에 쿨드리스의 유지를 최신의 후계자에게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 왜냐하면 아틀라스원에는 [자기 연구는 자기 자신 외에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가문에 전승할 수 없어. 규칙을 무시하더라도, 최소한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대의 후계자에게만 전해지도록 하는 게 가능한 선일 거다." "필요한 인간에게만 전해지게 하는 건 시계탑의 마술사들도 자주 하는 일이죠. 여차하면 자신의 아이라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내 비전은 전수하지 않겠다, 정도는 하니까." 린이 희미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짚이는 게 있는 걸지도 모른다. 스승님은 라티오에게 말을 이었다. "3년 전, 사이파 씨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찾아왔을 때 당신은 이미 협력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그 실험실의 데이터를 접했을 때 후계자에게 쿨드리스의 의지가 전해졌을 것이다. 아마 코드를 해독했던 건 사이파였겠지만, 그 내용을 전달받은 건 너였던 게 아닌가." "⋯⋯⋯" 라티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상관없이, 스승의 말이 그녀를 찌른다. "과거의 쿨드리스를 만났을 때 현재의 라티오는 변질하였을 것이다.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말을 떠올려도 좋다. 시온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과도한 기억을 주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만약 기억이 결여되어 있어도 동일성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기억을 쏟아 부어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아⋯⋯! 그건," "그건 단순히 시온을 도발한 게 아니야. 그런 척하며 지금의 것을 확인하고 있었던 거다. 시온 엘트남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아무리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 해도, 과도한 기억의 주입으로 인해 인간성이 변질해버린다는 걸." 서로의 말 뒤에는 몇 개나 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체 어디까지가, 서로의 술수였을까. "그래서 분할사고가 성질이 다른 자신을 용납한다는 것은, 이 경우 메인의 변질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의미다. 원래의 라티오의 본질에는, 우리가 만난 라티오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지금까지 분할사고에 몸을 맡겨왔던 것도, 그런 자신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행동 패턴이 달라져 버린 자신이라면 아버지인 로그나,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틀라스원의 지인들이 눈치챘을 거다. 물론,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우리를 유도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긴 했겠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8 "가깝다. 멀다. 이제 와서 그것에 어떤 의미도 없겠지." 라티오가 웃는다. 그 보라색 눈동자가 흔들리며, "에르고." 라고 말하며 붉은 머리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아니,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이라고 부를까." 여기까지 와서 라티오는 청년의 정체를 말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자전의 폭풍이 가라앉은 안쪽, 파라오의 관을 만지며 그녀는 청년에게 선언한다. "이 내용물은, 너에게 먹일 것이다." "나에⋯⋯게⋯⋯?" 눈썹을 치켜세운 에르고가 눈을 크게 떴다. 관의 내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검은 독기가, 청년에게 쇄도한 것이다. "젊은 주군!" 비통한 목소리로, 기계장치의 새가 외쳤다. "자, 실험을 재개하자. 2300년, 성공 사례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쿨드리스 실험을." 에르고를 뒤덮은 검은 독기에 대해, 라티오가 관을 작동시키려 한다. 반짝, 하고 주위의 공기가 빛났다. 가느다란 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을 조종하는 것은 보라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어린 소녀였다. "시온인가!" "라티오 쿨드리스 하이람――아뇨, 너야말로, 라티오였던 것이야!" 차가운 목소리로 연금술사의 신동은 선언했다. "아틀라스원의 계율에 따라, 저는 당신을 구속합니다!" 소녀가 팔을 잡아당긴다. 그 에테라이트가 뇌신경까지 닿는다면 아무리 라티오라 할지라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주인만 속박한다면, 사역마인 탄겔도 자동으로 굴복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판단은 그야말로 최적이자 최선이었다. 그러나 직전, 또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엘트남의 가전 특질인 미크론 레벨의 실이, 모조리 얼어붙은 것이다. ​에테라이트를 얼어붙게 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았다. 수정의 바닥에, 짧은 화살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변도 '변화'하여 얼어붙어 있었다. 일종의 고등마술이라는 것을, 조금이지만 나름대로 시계탑의 수업을 듣는 나로서는 알 수 있었다. 고급 슈트의 소매에서 접힌 활이 튀어나와 화살을 쏘아낸 것이다. "쌍은순호(슛 더 문)⋯⋯" 스승이 중얼거린 것은, 그 예장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장의 주인도 명백했다. 단궁을 든 마술사는 날카로운 기색을 풍기며, 그 눈가를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었다. "카르마그리프 씨!"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째서―――!" "아니, 왜냐면 이쪽이 더 가치가 있잖아요?" 자못 당연하다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고고학의 군주(로드)로서, 나는 오래된 것에 최대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존재의의로 삼고 있어. 응, 내가 에르고 군의 정보를 시계탑에 흘리지 않은 건, 신대의 마술에 어두운 시계탑으론 에르고 군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니까지. 그렇다면 여기서 쿨드리스의 계획에 몸을 맡기는 것도 당연하지 않아? 그야, 엘멜로이 2세라도 살리지 못하는 에르고의 가치를, 고대의 쿨드리스라면 빛낼 수 있을 테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9 카르마그리프의 미소는 오히려 천진난만할 정도였다. 웃으면서 손가락이 움직였다. 마치 일류의 악사가 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선율의 대신, 수십의 화살이 난무한다. 그 화살 하나하나가 틀림없는 필살. 사신의 낫(그림리퍼)으로 받아내도, 그 날이 얼어붙었다. 아니, 어떤 화살은 얼어붙고, 어떤 화살은 불타오르고, 어떤 화살은 번개가 되어 자신의 팔까지 마비시켰다. "차차차차갑뜨거워워찌릿찌릿해애애!(つつつ冷た熱つつつ痺れるううううう!)" 애드가 비명을 질렀다. 무장화한 애드의 강도를, 더욱 능가하는 마시(魔矢)의 연타. 현대의 마술사가 주문도 없이 단 한 공정(싱글 액션)으로 만들어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위력이었다. '군주(로드)⋯⋯!' 그 의미를, 똑똑히 깨닫게 된다. 스승과 함께 수많은 사건을 경험했지만, 시계탑의 정식 군주(로드)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도, 카르마그리프는 전투 지향(戦闘向き)의 마술사는 아닐 것이다. 그 능력 역시, 어디까지나 호신용의 영역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위력. 전력으로 회피해도, 순식간에 궤도를 바꾸어 자기 유도(호밍)해 온다. 지그재그로 궤적을 바꾸는 화살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레이 씨!"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다시 한번 휘둘린 것이다. 얼어붙은 실을 파기하고, 새로운 에테라이트를 꺼낸 듯했지만, 손가락까지 괴롭힌 냉기 때문인지 처음만큼의 선명함(冴え)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도 이쪽을 겨냥한 화살을 날려버리고, 카르마그리프에게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먼저 발동했다. 배후의 벽에서, 새로운 마력이 솟구쳤다. 자신들이 피한 줄 알았던 화살이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술에 의한 화염과 얼음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조합해 마력을 통하게 하고 있었다. "무――!" "제법 손재주 좋죠? 저." 카르마그리프의 입꼬리가 얇게 올라간다. 군주(로드)가 날린 화살은, 그 자체가 새로운 마법원(魔法円)을 새기고 있었다. 사각에 있던 그 마법원에서, 일제히 마탄이 해방된다. 자신도, 시온도 아니었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스승님!" 무방비 상태인 슈트의 등을 향해 마탄의 무리가 이빨을 드러낸다. 그 전부가, 흑주(간드)의 탄환에 의해 날아갈 거라곤. "잠깐 선생님, 멍하니 있지 말아 주실래요." "이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자신의 역할과 전장을 제대로 파악해 주셨으면 해요." "⋯⋯⋯아니, 이건 면목 없군." 학생들의 비난에 스승은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었다. 맞춘 것도 아닐 테지만, 내딛는 발걸음마저 함께였다. 한 명은 검은 머리를 쓸어 올리고, 한 명은 긴 금발을 흰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며 고고학과의 군주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두 분은 그쪽인가요. 일단 겸임하고 있는 광석과(키슈아)의 학생이기도 하니까, 제 편을 해주지 않을까⋯⋯⋯적어도 공평하게 어느 쪽에도 편을 들지 않은 채로 있어 주지 않을까, 같은 달콤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요. 이러니까 저는 인망이 부족해요." "랄까, 카르마그리프님, 역시 이 트러블은 급료 외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니아니 티카, 시간 외 수당으로 봐주지 않을래요?" 시치미 떼는 카르마그리프에게 여유롭게 다가온 조수 티카가 아타셰케이스를 껴안고 옆으로 섰다. 그리고, "그레이와 시온은 에르고를 부탁해." "카르마그리프 선생님께, 이런 곳에서 지도받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두 숙녀는 넘치는 투지를 드러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 에델펠트가, 카르마그리프와 티카 두 사람과 대치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0 관리부의 공간은,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다. 천장은 높고, 마치 별자리처럼 붉은 화톳불이 켜져 있지만, 기껏해야 플라네타리움 시설 정도의 넓이일 것이다. 그 안에서 지금, 여러 운명이 교차하고 있었다. 라티오는 신중하게 관을 떠나지 않고 있었고, 뼈의 거인 탄겔 역시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괜찮나, 그레이?" 라이네스가 말을 건넸다. 갑작스러운 충격을, 그 울림이 완화해 주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스승님은?" "이쪽은 문제없어. 저쪽은 맡겨두는 수밖에 없으려나." 스승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린 일행을 바라보았다. 린과 루비아와 카르마그리프는 방의 입구 부근에 진을 치고 있었다. 라티오의 편을 들기로 결정한 카르마그리프가 합동발굴조사단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쪽으로 유도한 것 같았다. 영리한 전술이었다. 반면 이쪽은 방 안쪽에 안치된 파라오의 관을 향해 마주하게 되었다. "에르고 씨를, 놓아주세요." 관에서 흘러나온 검은 독기가 적발의 청년을 붙잡고 있었다. 유난히 짙은 연기 때문에 안쪽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도 미아기와 에르고가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일까. 시온은 그 독기 근처에 웅크리고 있다. 무언가 공작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현재로서는 성과가 없는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관 바로 옆에서 라티오가 말했다. 그녀 역시 검은 독기를 내뿜고 있는 상태로는 파라오의 관에서 떨어질 수 없는 듯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나마 전투가 멈춘 것 같다. 그녀로서는 가급적 주변의 파괴는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에르고와 그 관을 연결하는 것이 너의 목적이었기 때문인가?" 스승님이 묻는다. 힐끗, 청발의 연금술사는 스승을 쳐다보았다. "라티오(쿨드리스)가 이루고자 하는 것도 알 수 있겠지?" "얕보지 마라, 신대의 연금술사." 스승님이 날카롭게 되받아쳤다. "이 사건에서 가장 간단한 수수께끼가 그것이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아무리 변질하더라도 라티오라는 연금술사의 본질은 아틀라스원으로서 지극히 고지식했다. 그런 라티오가 친족의 피를 흘리면서까지 쫓는 쿨드리스의 와이더닛 같은 것, 하나밖에 없겠지. ——세계의 멸망을 회피할 수단을 위해, 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이 모두가 추구하는 끝. 초대 원장이 증명해 버린 멸망을 어떻게든 회피하려다, 모두가 절망의 끝에 무릎을 꿇었다. 확실히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궁극적일 것이다. "하지만 스승님, 그건."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카르마그리프도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멸망을 회피하는 수단이, 간단히 세상의 멸망을 초래하는 수단으로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였지. 아아, 그 말대로겠지.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지적은 옳다. 하지만 그것은 동등한 수준의 지성을 가진 자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에?" "행성의 충돌을 피하는 수단은, 행성을 지구에 충돌시키는 수단으로도 전환할 수 있어. 그 자체는 옳고말고. 단, 전환하는 상대는, 원래의 행성 충돌을 회피하는 수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겠지." "⋯⋯그건, 네, 그렇게 되겠죠."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즉시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누구도 전환할 수 없을 정도로 격절된 지성으로, 세계의 멸망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면 된다." 나는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대신 시온이 반응했다. "엘멜로이 2세! 그건 즉, 신을 먹은 에르고를 연산기로써 사용한다는 것인가!" "그래. 신이란 아직 인류가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의 지성이다. 그렇다면 그 권능으로 연산한다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정도로는 도저히 전환할 수 없는 수단을 만들 수 있겠지." "뭐⋯⋯⋯" 옆에서 듣고 있던 쿼트의 말문이 막혔다(絶句する). 조제페도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서야(鳩が豆鉄砲でも食らった), 겨우 대답했다. "어이어이, 엘멜로이 2세. 아무리 그래도 터무니없어. 아무리 유능한 연산기라도 풀어야 할 문제가 없어. 세계의 멸망 같은 애매한 문제론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여기는,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다." 지적을 스승이 일축한다. "당시 아틀라스원의 연구를 망라한,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지. 즉, 대도서관과 에르고를 연결하면 당시의 연금술사들이 등록한 연구에 대해, 종합적으로 멸망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연산할 수 있다. 이 행위는 아마도 에르고의 몸으론 견딜 수 없겠지만, 그 또한 쿨드리스의 바람일거다. 왜냐하면, 한번 에르고를 다 써버리면 멸망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해지니까." "아⋯⋯!" 신을 한 번에 다 써버린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쿨드리스의 목적(와이더닛)이었던 것일까. 충격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지럽게 변하는 상황을 따라갈 수 없어, 조제페와 쿼트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계장치의 새도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1 "내가, 젊은 주군을 관으로 데려온 것은,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했기 때문이라고 했지." "예." "⋯⋯⋯그 말은, 2300년 전부터, 내가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끔찍하다고도 생각되는 질문에, 스승은 한 호흡만 침묵을 지켰다. "정확히는 조금 다릅니다. 당신과 신대의 쿠르드족은 서로를 속였죠. 그 결과로서, 3년 전에 에르고는 라티오의 수중에 넘어가지 않고, 해저를 표류하게 된 겁니다. 동시에 신대의 쿨드리스는, 언젠가 에르고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실수가 있었더라도 만회할 수 있도록 해 둔걸 겁니다." 한 가지, 무언가 떠올랐다. 재현체의 프톨레마이오스를 기동시킨 것은 라티오였다. 왕의 재현체를 이용해서 대도서관의 중심부에 접근하는 것——자신이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관리부와 에르고를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있었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2 "그런 것이겠지, 라티오?" 라티오를 바라보며 스승이 물었다. 관을 쓰다듬으며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라티오(쿨드리스)의 기록에도 그렇게 되어있다, 아아, 그렇게까지 해체했다면, 엘멜로이 2세도 저항의 무의미함을 이해한 게 아닌가." "무의미함?" "라티오(쿨드리스)가 소망을 이루는 것이 같은 마술협회로서 시계탑에 있어도 옳을 텐데. 신설된 현대 마술과라 하더라도, 군주(로드)인 당신이 저항할 의미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실 카르마그리프도 같은 사고로 적으로 돌아섰는지도 모른다. 가치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마술사에게 있어, 연금술사에게 있어 분명한 가치가 있다. 실제로 조제페와 쿼트도 저항의 의사가 꺾인 것 같았다. 카르마그리프처럼 쉽사리 이쪽을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더는 라티오를 방해하기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스승님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3 "⋯⋯이전, 분할사고의 너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스승은 중얼거렸다. 시가를 끼고 있던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자색 연기가 나선형으로 흔들리며, 그 손가락 끝이 라티오를 향해 똑바로 향했다. "그 정도 일이, 어떻게 내 제자를 포기하는 이유가 되지?" 눈동자의 밑바닥에,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겁쟁이여도, 비굴해도, 자학적이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열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4 "잘 말했다, 엘멜로이 2세!" 외친 것은 뼈의 거인이었다. 탄겔이 장갑(装甲)을 두른다. 원래 견고했던 외골격의 위에, 더욱 두꺼운 뼈로 무장한다. 마치 현대의 복합장갑 같았다. 복수의 성질을 가진 장갑을 겹치는 것으로, 더 많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현대의 지혜를, 아틀라스원은 독자적인 방법으로 더욱 높이 끌어올린 것일까. "탄겔." "안 된다고, 라티오 아가씨." 제지하려는 라티오에게 탄겔은 이렇게 말한다. "이 선생은 절대 꺾이지 않아. 여기서 확실하게 처리해야 해." '쿵'하고 거체가 앞으로 기운다. 거대한 포신에 탄환이 장전되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렇다면 그 해방은 포탄인가. 충격파(소닉붐)까지 흩뿌리는 돌격(챠지)를 앞에 두고, 자신의 몸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탄겔의 어깨부터 건져 올리듯 손을 집어넣자, 뼈의 거인은 돌격의 기세 그대로, 아주 조금 빗겨나갔다. 파수꾼을 던져버렸을 때 흉내 냈던 린의 무술을, 다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파수꾼의 때처럼 벽에 부딪히게 할 수는 없었다. 빙글빙글 몸을 돌린 뼈의 거인은 그 발로 수정의 벽에 착지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력이 반전된 듯, 백 수십 킬로가 가볍게 넘을 거체는 벽에 붙어 있는 그대로였다. 탄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었구나, 회색 아가씨."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 된 것이다. 불과 몇 주 전, 자신과 에르고는 라티오와 탄겔에게 패배했다. 지금이라면 어떨까. 자신의 기술과 육체는, 아틀라스원의 기술의 정수인 이 거인을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좋은걸. 회색 아가씨." 왜인지, 거인의 목소리는 몹시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부럽구만. 너도, 에르고도." "탄겔 씨." 참을 수 없어서, 이름을 불러버렸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65 그리고, 스승이 라티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어야 할 게 남았다, 라티오." "호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완전히 가동시 에너지는 어디서 가져올 셈이지." "에너지?" "마술은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신비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야. 아무리 속여넘겨도, 등가교환이 한계다. 오히려 단 한 알의 금을 만들기 위해 그 만 배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낭비의 극치야말로 마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승님이 말하는 것은,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예외지만⋯⋯⋯⋯ 그것에도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에르고나 바이뤄롱이 강대한 권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토지에 강대한 영맥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마술 조직이라면 영맥 등을 사용하겠지. 하지만, 아틀라스원은 거의 마력을 사용하지 않아. 설령 신대의 것이라 해도, 그 원리는 동일할 것이다. 물론 현대 과학보다 훨씬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기술이 있으니, 도서관이나 파수꾼의 유지에는 문제가 없겠지. 하지만 2천 년의 시간을 거쳐 축적된 연금술사들의 연구에 전부 결론을 내려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규모의 항시적인 에너지원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거의 틀림없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연결되어 있는 자원이 있을 거다." "과연, 그에 짐작 가는 것이 있다고." "⋯⋯있다." 스승의 눈빛이, 그 색을 더욱 짙게 물들였다. "⋯⋯해저화산이다." 갑자기 이상한 단어가 나와서 당황했다. "스승님, 그것은⋯⋯⋯" "지중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해저화산이 여럿 있다. 이제부터, 라티오는 그 화산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최후의 연산을 이루려는 게 아닌가." "미안하지만, 착각이다." 라티오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몇 초 늦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바닥이 작게 흔들렸다. 작지만 길게 이어지는, 불길한 진동이었다. "방금 건――" "이제부터가 아니다. 이미 그 명령은 내렸다. 지금부터 27분 56초 후에, 알렉산드리아 해저의 화산이 분화한다." 마치 수식의 결론을 고하듯, 라티오는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6 알렉산드리아 해저에, 유적은 2천 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남아있었다. 신대의 아틀라스원의 기술은 그만큼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지상의 왕조가 몇 번이나 바뀌고, 한때 수도로 번영을 누렸던 알렉산드리아의 대부분이 바다에 가라앉아도 이미 해저에 있던 유적은 무엇 하나 옮길 것이 없었다. 시간의 흐름에 잊힌 듯,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빛도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미수(微睡)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 달랐다. 최초의 이변은 지극히 작았다. 거품이었다. 하나. 둘. 거품이, 떠오른다. 하나. 둘. 셋. 이윽고, 숫자가 늘어난다. 열, 스물, 백, 이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거품이 유적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조금 뒤늦게 진동이 일어났다. 작게나마 오래 지속되는, 불길한 진동이었다. 마치 유적의 모습을 한 괴물이, 2천 년의 시간을 거쳐 깨어난 듯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7 검은 독기 속에서도 에르고는 냉정했다. 청년의 시각으로도 연기의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환수를 뻗어도 안개의 바깥쪽에는 닿지 않았다. 독기에 휩쓸렸을 때를 생각하면 반경 2미터도 안 될 텐데, 아마도 독기의 안과 밖은 공간적으로 단절된 것 같다. 아무래도 시공 거품과 비슷한 성질인 것 같다고,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결된 것이 있었다. 그 연결고리에 의지해 청년은 마음으로 외쳤다. '시온 씨.' [네, 들립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청년을 구속하고 고문하기 위한 에테라이트였다. 그것이, 지금은 이렇게나 든든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단 한 가닥의 실이, 자신을 고무한다. 깊은 미궁에서 영웅(테세우스)을 구출해냈다는 아리아드네의 실과도 같았다. [엘멜로이 2세와 라티오의 이야기는 전해졌습니까.] '네.' 라고 긍정을 돌려준다.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외부의 상황도 순차적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라티오의 표변. 그 진실. 에르고가 파라오의 관을 열게 한 의미를, 지금의 청년은 알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8 [그 독기가, 당신을 격절하는 동시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당신을 연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온의 사념이 분석한 상황을 보고했다. 에르고의 감각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에 간섭해서 연결을 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건,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요.' 에르고는 부정했다. '방금의 해저 화산의 이야기를 보면, 여기서 제가 단순히 연결을 끊는 것은 상책이 아니에요. 저와 시온 씨가 해야 할 일은, 분명 그 역입니다.' [역?] 시온의 사념이 되묻고, 그 순간 대답도 전해지고 있었다. 이심전심이란 그야말로 지금을 뜻하는 것이겠지. [알겠습니다. 서포트하겠습니다.]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시온은 결단했다. '시온.' [뭔가요. 당분간 분할사고의 두 개를 분석에 돌릴 테니, 크게 잡담은 할 수 없어요. 당신도 고속 사고를 따라오는 것 같지만, 외계의 10분의 1 정도의 시간은 소비하니까요.] 다소 초조한 듯한 사념에, 에르고는 그만 미소 짓고 말았다. '고마워요.' [뭐, 뭐죠 그건.] 당황한 시온이, 역시나 금세 청년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9 전해지고 있다는 신뢰감과 함께 에르고는 중얼거렸다. '저는 어쩌면 제가 누군가의 환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요모츠헤구이(ヨモツへグイ)의 이야기를, 엘멜로이 2세로부터 처음 들었다. 황천의 나라에만 존재하는 음식(요모츠헤구이). 입에 넣으면 명계의 주민이 된다고 하는 그것과 신의 조각은 비슷한 것이 아니냐고, 2세는 처음부터 도달해 있었다. 결과로써, 소생 전의 인물은 상정 외였지만,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누구든 큰 차이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없을 셈이었다가 옳을까. '알렉산드로스 4세, 인가.' 이상해져 버린다. 그러면서, 묘한 납득감도 있었다. 이 육체의 이름. 이 얼굴과 손가락의 이름. 그렇게까지 엘멜로이 2세가 추구했던, 이스칸달로 연결되는 이름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이상하게도 에르고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는, 누구인 건가요] 그때, 에르고는 엘멜로이 2세에게 물었다. 그리고, 조금 전의 라티오가 마침내 대답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이라고 부를까] 였던 것. 거기까지 포함한 대답이, 에르고의 밑바닥에, 쿵 하고 자리를 잡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0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솔직하게 말했다. 시온의 대답은 조금 늦어졌다. [이번에는 무슨 의미인가요?] '그야, 어떻게 해도 숨길 수 없으니까'. 에르고의 대답에 시온의 사념에는 황당함과 슬픔이 반씩 섞인 듯한 색채가 묻어났다. [⋯⋯예를 들어, 그레이 씨를 먹고 싶은 것인가요.] '응.'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신 충동. [전보다 숨기는 데 더 능숙해졌을 뿐, 오히려 충동 자체는 더 강해졌네요.] 시온의 지적은 청년의 내면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바이 뤄롱도 같은 말을 했다. 또한 그녀는 에르고가 숨겨왔던 또 하나의 사실도 지적한다. [거기에, 슬슬 깨어난 후의 기억에도 결핍이 생기고 있을 거예요.] '역시, 알고 있네.' 에르고는 그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오래된 것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러면 해적섬에 있을 때의 일부터겠네요. 덕분에, 누나나 선생님께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어요. ⋯⋯선생님은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수첩에 그림을 그렸던 거네요] '잊어버려도, 생각해낼 수 있으니까.' 알렉산드리아로 오는 기차 안에서 에르고가 그렸던 그림의 이야기였다. 아직, 여행을 떠난 후의 기억에 대해서는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청년은 여행의 기억도 잃어버리고 만다. 기억 포화는, 이 아프고 괴로웠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여행을, 따라잡아 버리고 만다. 그러니, 그 전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1 [저는, 더 심합니다] '에?' [로드 멜루아스테아 지적은 그 말대롭니다. 완전히 옳은 겁니다. 저는 타인의 기억을 착취하는 투명체로, 그 추악함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착취하고 싶은 충동을 거스르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분명, 에테라이트의 역류겠지. 그 말이, 얼마나 그녀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았는지, 청년은 알았다. 이런 식으로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한계 이상의 기력을 발휘하는 것인지, 싫은 정도로 깨달아버린다. [⋯⋯⋯⋯⋯하지만, 시온은 강해.] 세련된 표현은,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분명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네가 착취해나가는 투명체라고 한다면, 분명히 이 고동의 수도 틀리지 않았을 테니까(きっとこの鼓動の数だって間違 えないだろうから). [강해?] '그야, 틀렸다 해도, 여기까지 달려왔잖아.' [그건, 방금 말했듯이, 자신의 추악함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계기가 무엇이든, 달려온 길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거야.'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嘘はつかない). 거짓은 말할 수 없다(嘘をつけない). 그렇기에, 시온도 조용히 들어주었다. '그렇게 하얗던 나는 이제 없지만, 얻은 것들로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이 여정에 나는 가슴을 펴야 해.' 만나온 사람들이, 싸워온 상대가, 이 마음에 깃들어 있다. 그것마저, 언젠가 잊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그야 그러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해. 나는 다른 누구에게 져도 상관없지만, 여기서 가슴을 펼 수 없는, 약한 나만큼은 질색이야.'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부끄러움조차, 드러내자.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비참함도, 숨기는 건 그만두자. '나는, 시온처럼, 그런데도 달릴 수 있는 나로 있고 싶어.' [⋯⋯당신은] 그 이상의, 사념의 교환은 없었다. 다만 잔잔한 따뜻함만이, 바닥에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2 '⋯⋯⋯⋯' 의식을, 잠입한다. 시온의 실을 정신으로 느껴가며, 독기 너머로 잠행한다. 파라오의 관에 숨어 있는 것을, 잡으려고 한다. 그때, "윽⋯⋯!" 에르고의 등 뒤에서 세 쌍 여섯 개의 환수가 끌려 나왔다. 청년의 의사가 아니었다. 독기 밑바닥에 잠들어 있는 무언가가 청년의 환수를—— 그 안에 잠들어 있는 권능(힘)을, 무리하게 흔들어 깨운 것이다. '이건⋯⋯' "에르고⋯⋯!" 연결되어 있어야 할 소녀가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시온!' 환수를 뻗어도 더 이상 닿지 않았다. 그 대신에 살이 벗겨졌다. 뼈에서 살이 뚝뚝 떨어져 나간 것이다. '으⋯⋯윽!'.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었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최후의 사서 중 하나였던 히파티아는, 굴 껍데기로 살아있는 채 살을 조금씩 뼈에서 긁어냈다고 하는데, 그에 버금가는 고통이 청년을 괴롭히고 있었다. 멸망을 회피하기 위한 연산이 시작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3 에르고는 어둠 속에서 계속 낙하하고 있었다. 낙하란 즉, 온몸의 살이 벗겨지는 공정이었다. 얼굴에 부딪히는 거센 바람, 팔다리에 가해지는 가혹한 압력이, 청년의 살을 조금씩 뼈에서 벗겨내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선혈이 거세게 쏟아지고, 신경이 울부짖으며, 내부의 뼈마저 깎여 나갔다. 아니. 에르고는 벗겨지고 있는 것이 자기 내면의 다른 무언가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영혼이라고 이름 붙여진 무언가. 그럴 때마다, 다른 것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유일, 아니 세 쌍 여섯 개(三対六本)만 무사한 에르고의 환수에서. 이전 엘멜로이 2세는 에르고의 환수의 특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센서인 점이라고, 갈파(喝破)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정확히 같은 현상이었다. 환수를 통해 무수한 계산과 무한한 수식이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하나하나를 에르고는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터무니없는 양의 연구가 쏟아져 들어올 뿐이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라는 예지의 결정이, 그런데도 해결하지 못한 한탄과 분노를, 에르고에게 쏟아붓는다. 그 모든 것이, 인류의 멸망과 직결되는 연구였다. 지표면이 빙하에 가라앉는 미래가 있었다. 지표면이 온난화로 불타버리는 미래가 있었다. 연쇄적인 화산 분화로 인해, 양쪽이 모두 일어나는 미래가 있었다. 거대한 운석의 격돌로 인해, 공룡의 전철을 밟는 미래가 있었다. 치차성 역병의 유행으로 인해, 누구나 목숨을 잃게 되는 미래가 있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모든 생물이 죽어가고(蝕まれ), 결국 인류도 뒤따르는 미래가 있었다. 핵병기와 생물병기의 남용으로 자멸하는 미래도, 인공지능과 나노기술의 폭주로 멸망하는 미래도, 지구 외 생명체에 의해 살육당하는 미래도, 은하계의 감마선 폭발로 전자기기의 인프라와 유전자에 치명적인 결손을 입히는 미래도 있었다. 아무런 원인도 없이, 그저 인류가 퇴화해 가는 미래도 있었다. 지금의 에르고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무수한 멸망이 있었다. '이런 멸망의 모든 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정말로, 그런 게 있는 건가. 생각하는 사이에도 에르고는 해체되어 간다. 신의 육체를 몇 조각으로 쪼개어 다른 무언가를 구축하는 작업. 단 한 번뿐인, 최종 연산기. 그런 것으로, 에르고를 재구축해 버린다. '⋯⋯젠장.' 저항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직, 에르고는 납득하지 않았다. 신을 먹은 것에 대해서도, 신의 굶주림을 품게 된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을, 겨우 얻었는데. 자신은, 그 누나와 그 선생님이 좋아서,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을, 겨우 알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때, 들렸다. 자신과 같은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 같은, 같은 정도로 분한 것 같은 목소리가. "——지금부터, 나는, 신을 묻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4 "무슨 생각인가요,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달리면서 린의 손가락이 연달아 간드를 쏜. 폭풍 같은 연사였다. 머신건 같은 간드와 함께 린의 주먹은 굵은 홍옥(루비)를 움켜쥐고 있었다. "지금 라티오의 이야기도 들으셨죠! 해저 화산이 분화한다던가,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의 군주(로드)가 간과해도 되는 건가요!" "라고 할까, 이 유적에 있는 저희도 무사할 수 없는걸요! 무슨 생각이시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5 "우선, 미스 토오사카는 마술사에게 있어서의 고고학의 이해가 아직 부족하네요." 유유히 착지하며, 카르마그리프는 말했다. 마치 강의의 도중인 것처럼, 군주는 숨을 고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있어 고고학은 단순히 수집만 하는 것이 아니니까. 물론 수단으로써 수집을 계속하고, 가능하다면 미래로도 보내지. 하지만, 그것은 미래의 마술사 쪽이 더 많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보존이나 수집 자체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지." 건실한 학자가 듣는다면, 졸도해도 이상하지 않다. 고고학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분명 마술사의 논리였다. 어떤 연구가 됐든 학문이 됐든, 기준은 어디까지나 마술에 있다. 마술의 이념과 운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일체의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이 근본에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6 그리고 카르마그리프 개인에게 있어서는—— '——그 가치를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군주(로드)라는 거네.' 라고, 린은 생각했다. 문자 그대로, 한 계파의 정점에 서기 때문에 가능한 이치.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그런 가치관의 화신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7 "미스 에델펠트에 관해서는, 지당해요. 그래서 끝까지 볼 수 있는 만큼 본 뒤에, 선생님은 도망갈 생각이에요." "저ー기, 카르마그리프님, 저는 슬슬 퇴근하고 싶은데요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수 티카가 호소한다. 그녀만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아타셰케이스를 확보하고 방의 입구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 무시무시한 전투의 한가운데서 홀로 흥미 없이, 어떤 의미에서는 치외법권 같은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8 "미안해.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어쨌든 우수한 학생이니까?" 쓴웃음을 지은 카르마그리프가, 흐르는 듯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쌍은순호(슛 더 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많은 은광. 이미 린과 루비아가 쏘아낸 간드와 마술을, 그 은빛은 굶주린 짐승처럼 먹어 치우고, 심지어는 그녀들의 방호마저도 스멀스멀 깎아내려 갔다. 린도 루비아도 보석 마술을 통해 충분한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군주(로드)가 쏘는 화살은 확실히 그 방호 마술의 약점을 꿰뚫고 있었다. "⋯⋯역시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실력으론 어떻게 해도 안 되네, 이거." "아뇨아뇨, 충분해요? 솔직히 저도 힘들거든요(厳しい)."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이쪽 논문에 한결같이 까다롭게 수정(리비전) 요구를 붙이시는 건, 항상 카르마그리프 선생님이 평가하실 때죠. ——하지만, 그 예장도 충분히 보여주셨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린은 체내의 마술회로를 돌렸다. 아끼는 것 없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딪혀도, 정면에서는 맞설 수 없는 상대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Anfang(세트)!" 다시, 외친다. 이번에는 그녀의 주위에 다섯 개의 보석이 반짝인다. 진짜 보석이 아닌 마력으로 만들어진 의사 보석. 파랑, 빨강, 노랑, 초록, 순백. 돈다. 돈다. 회전목마처럼, 만화경(칼레이도스코프)처럼, 유사 보석(빛)이 회전한다. 'Pseudo-Edelsteine(의사 보석). Fünf Sterne im Umlauf(돌고 도는 다섯 별)!" 드높이, 린은 자신의 마술의 이름을 불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9 "엘멜로이 2세――!" 탄겔의 형상이 순식간에 변해갔다. 그의 외골격은 근육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적절한 변형을 통해 그 기능을 몇 배로 높일 수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치타의 속도와 그리즐리의 강인함(剛力)을 겸비한 괴물. 아니, 동물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속도로 스승에게 돌진한다. "가까이 오지 마!" 끼어들 듯이 나는 사신의 낫(그림리퍼)를 휘둘렀다. 한 손으로, 탄겔이 쳐낸다. 놀랍게도 충분히 '강화'한 자기 육체와 사신의 낫(그림리퍼)조차도, 거인의 팔에 찰과상을 입힐 수 있을 뿐이었다. "크⋯⋯읏!" "오오오옷!" 낫을 붙잡은 채로 몸이 날아가 버린다. 일직선으로 스승님 방향으로. "트림마우!" 그 위쪽에서 라이네스의 지시에 따라 월령수액(볼루먼・하이드라저럼)이 날아왔다. 수은 메이드의 모습으로 주먹을 철퇴로 바꾸어 탄겔의 머리를 향해 휘두른다. 그것으로 겨우 멈췄다. 결코 동등한 소모(痛み分け)가 아니다. 저쪽은 거의 온전한 상태지만, 이쪽은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치명상을 입는다. 둘이서 줄타기를 반복해서, 겨우 행동을 제한하는 정도다. 함부로 움직이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스승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팔짱을 낀 채로,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0 나는 조심스럽게 낫을 다시 잡으며 물었다. "왜, 스승님께 집착하는 겁니까?" "어이어이, 그런 건 당연하잖아." 탄겔이 굵은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저 녀석이, 너희들의 요체(要)이기 때문이지." "읏——" "마술을 쓸 수 없든, 전력이 되지 못하든, 그런 건 무엇 하나도 상관없어. 라티오 아가씨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건 저 녀석이야." 두렵다. 진심으로 두렵다고 생각했다. 이 사역마의 말은, 완전히 옳다. 그리고, 새로운 목소리가, 사태의 또 다른 급변을 선언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1 "⋯⋯끝났다." 중얼거림과 함께 옆에서 뼈의 검이 꽂혔다. 한 움큼(一房)의 머리카락을 빼앗겼다. 눈치채는 데 0.2초만 늦었어도, 동맥이 절단되었을 것이다. "라티오!" 라이네스의 외침과 함께, 사고를 공유하는 트림마우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라티오의 뼈검이 호를 그리자, 트림마우의 몸은 붙들어 묶여,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고속사고. 해적섬의 전투에서, 여러 번 당했던 미래시에 의한 초월검기. "이미, 수많은 멸망을 회피하기 위한 연산은 시작됐다. 더는 라티오가 할 일은 없다. 그리고 라티오도, 최대의 위협은 엘멜로이 2세라고 생각한다." 탄겔 혼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둘! "오라비, 이건⋯⋯"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라이네스의 입에서, 작은 절망의 울림이 흘러나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2 그 말에 이끌리듯 스승님의 시선이 올라갔다. "삼 분, 버텨다오. 그레이. 라이네스." 결코, 자신이 넘치지는 않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충분했다. 이 사람이 부탁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이건 나중에 은혜를 입혀둘 거라고(恩に着せる), 오라비." 라이네스가 입술을 비틀며 속삭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가장 긴 삼 분이 시작되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3 '전보다 더——!' "무슨 일이야, 회색 아가씨!" 탄겔의 주먹의 난타는, 이제는 포탄의 난타와도 다름없었다. 일격 일격에 필살 이상의 무게가 담겨 있다. "애드!" "알았어!" 견디다 못해, 들고 있던 사신의 낫(그림 리퍼)을 파성추(배틀링 램)으로 변형시킨다. 이에 따라 탄겔의 갑옷도 변형되었다. 그때마다, 최적의 형태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 엑조포름의 본령이었을까. 이쪽이 양손 망치를 쥔 순간, 탄겔의 양손은 요새를 연상시키는 4중의 복합 장갑을 여기(励起)했다. 굉음이 울려 퍼졌다. 찰과상만 남기고 이쪽의 일격이 튕겨 나가는 소리였다. 완전히 '강화'된 자기 육체와 파성추(배틀링 램)으로도 역부족일(歯の立たぬ) 정도로, 탄겔의 갑옷은 압도적이었다. '그런——!' "끝나라, 그레이" 자세가 무너지는 것까지 예상했던 라티오의 뼈 검이, 이쪽의 머리를 향한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내 뒤쪽에서, 순간, 무언가가 움직였다. 뼈 검의 칼끝이 수정의 바닥을 파고들었다. 반짝이는 수정 파편이 흩뿌려지는 가운데, 선명한 은색의 유체가 재빨리 자신을 확보하며 바닥을 미끄러졌다. "라이네스." "오라비가 다치는 건 괜찮지만, 너는 안 되지." 내려다보는 라이네스가 황금의 꽃처럼 웃는다. 지금의 탈출은 물론 그녀가 조종한 트림마우의 소행이었다. "해적섬에서 싸웠을 때보다, 라티오도 탄겔도 성능이 올라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 라티오의 메인프레임인 이상, 당연히 서브프레임보다 성능은 더 상승했겠지. 사역마도 마찬가지다." 라티오 일행을 노려보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서늘한 눈빛은 몇 수 앞에서 우리들을 처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일까. 삼 분이라는 시간을, 이대로 견뎌낼 수 있을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4 제자들과 의붓동생에게 보호받으며, 엘멜로이 2세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극심한 굴욕감이 온몸을 달구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이 감각에 익숙해진 적이 없었다. 지키는 자와 지켜지는 자가 뒤바뀌어 버렸다. 아무리 마술사가 상식적인 윤리와는 거리가 먼 존재라지만, 이게 굴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진 패로밖에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엘멜로이 2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무리 후회하고 괴로워해도, 자신의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시키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5 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두 연금술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제페와 쿼트였다. "⋯⋯이건." "⋯⋯우리들은." 각각 신음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어느 쪽의 편을 들 수도 없었다. 라티오——지금은 라티오였던 것의 주장은, 지극히 옳은 것이다. 적어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기록되어 있는 만큼, 연금술사들의 고뇌는 구원받을 수 있다. 해저 화산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희미하게 전해지는 진동의, P파 파형으로 보아도 인근의 해저 화산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급격한 변화가 정상적인 자연 현상일 리가 없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할 수 없었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그들의 본령인 사고마저 빼앗긴 채 그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6 가장 먼저 다가간 것은, 웅크리고 있는 연금술사들이었다. "조제페 씨, 쿼트 씨" "하하, 하하하, 뭔가요, 군주(로드)." "⋯⋯너." 각각의 반응을, 연금술사들이 돌려준다. 갑자기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뿌리째 빼앗긴 예술가들 같았다. "고민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는 채겠죠. 저에게, 당신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속삭임에, 두 연금술사의 눈빛이 조금은 빛을 되찾는다. 다음으로 세상은 또 한 명의 어린 연금술사에게 말을 건넸다. "시온. 아직 에르고와 에테라이트로 연결되어 있나.""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쪽의 목소리도 들릴 거라 생각합니다만, 더 이상 제가 관리부에 간섭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한번 도전을⋯⋯" "아니, 그건 됐어." 라고, 2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대신에,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다. 내 기억에서, 어떤 술식을 빼주지 않겠나." 시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상관은 없습니다만. 조금 전의 에테라이트의 때와는 달리, 일방통행이 아니라면, 당신의 기억에서 더 여분의 것을 빼낼지도 모르는데요." "너를 믿을 수밖에 없겠지." 2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는 정해져 있었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기계장치의 새는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단락(쇼트)라도 일으켜서, 작동을 멈춘 것처럼도 보였다. "당신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군주(로드)." "뭐든 할 수 있다고, 그 녀석이라면 말하겠죠." 악연히, 새는 군주(로드)를 올려다보았다. 뛰어난 목소리로, 마치 울면서 웃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지. 그 녀석이라면 그렇게 말하겠지." 작게, 2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은 확실한 것이었다. "기억을 잃은 아픔에 대해, 저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알렉산드로스 4세를 왜 자신이 되살리려 했는가, 그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스럽겠죠. 하지만 지금이라면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와이더닛을.." "너⋯⋯" 잠시 기계장치의 새는 말을 멈췄다. "혹시, 내 동기도 짐작하고 있나." "상상일 뿐입니다. 당신이 납득하기에는 부족할 겁니다. 아마 당신에게 부탁하는 것은 그걸 위한 행위가 되겠죠." "좋다. 무엇을 하면 되겠나." "시온에게 들어주시죠. 제가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7 "시온에게 들어주시죠. 제가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니까." 걸어간다. 이번에는, 혼자서. 관리부 전체가 떨리는 격렬한 전투가 한창이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땅 밑에서——바다 밑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을, II세의 감각은 파악하고 있었다. 해저화산. 검은 독기를 향해, 소리쳤다. "듣고 있나, 에르고!" 이 얼마나 한심한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군주(로드) 따위, 의미가 있는가. 저기서 싸우고 있는 군주(로드)는, 자랑스러운 제자 두 명을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데.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럼에도,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인 거다. "——지금부터, 나는, 신을 묻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8 목을 천천히 조여오는 듯한 기분을 견디고 있는 중, 등 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선, 이번의 신은 너에게 먹힌 신이 아니야." 스승님의, 신을 묻는 말이었다. "파라오의 관 안에 있고, 너를 최종 연산기로 삼기 위해, 그 안에 계속 숨겨져 있던 신체(간타이)다. 이 기운을 포함해, 잠자는 신의 권능(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신은 너에게 먹힌 세 위의 신 중, 두 번째 위의 신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 그 사구전신도 아틀라스원——고대의 실험에 참여한 쿨드리스의 연금술사에 의해 공출된 것이니까." "읏⋯⋯.." 라티오의 표정에 순간 흔들림이 생겼다. / "무엇을 하려는 거지, 엘멜로이 2세." "안 돼요. 절대로 스승님께는 보내지 않습니다." 파성추에 마력을 흘려보내면서 자신은 선언했다. 신기했다. 예전에 라티오와 스승의 신에 대한 물음을 들었을 때는, 함께 무시키와 싸웠던 것이다. 그녀의 미래시를 통해, 선인의 폭력을 간신히 이겨냈다. 그 재앙의 화신 같은 여자에게서, 라티오의 연산만이 내 몸을 구해 주었다. 지금은 그 반대. 라티오의 미래시에, 우리들이 견뎌내야 한다. "이전의 정보에 따르면, 쿨드리스의 연금술사가 공출한 신체(간타이)는 복수의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인자가 발현될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뜻이다. 어째서냐면, 최종적으로 이 관에 도달하면 유리한 부분만 남길 수 있으니까. 그러한 신을 이 파라오의 관에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은!" 탄겔의 돌진(体当たり)에 맞춰 라티오의 뼈 검이 쭉 뻗었다. 십 미터 정도를,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스승의 목을 향해 달린다. 파성추로 그 검을 붙잡고, 탄겔의 돌진에 대비해, 발을 딛었다. 동시에 외쳤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9 카르마그리프는 결코 학생들을 얕보지 않았다. 린도 루비아도, 그 자질만 본다면 시계탑에서도 톱 클래스에 든다고, 몸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순간만 그 주의가 흐트러졌다. "즉, 파라오의 관에 잠든 신에는, 두 가지 권능이 필요하다." 엘멜로이 2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신을 절개하기 위한 기능. 다른 하나는 최종 연산기로서의 기능. 하나씩이라면 몰라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는 신은 그리 많지 않다. 두 번째 위의 신과 인연이 깊다면 더더욱 그렇다." "잠깐, 이 상황에서, 심신자(審神者, 사니와)를 맡는다고——" 동요는 찰나뿐. 말투는 장난스럽지만(言葉面こそふざけていても), 완벽한 구축과 함께 보석을 손가락에 끼워 넣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0 "연산이라고 하면 이집트에서는 지혜의 신 토트가 필두로 선다. 또는 그의 아내이자, 측량과 서기를 관장했던 세샤트도 조건을 충족하겠지. 그러나 어느 쪽도 신의 기능을 절개하는 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것은 미라에 가까운 권능이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기 위해 사체를 잘라냈다. 그들에게 사체란 다음 생을 위해 절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이것은 너의 '손'과 비슷하지. 의사가 인체를 자르는 것은 나이프를 든 손이고, 어린아이가 계산할 때도 손가락을 접는 것이니까⋯⋯" 엘멜로이 2세의 강의가 울려 퍼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1 그리고, 어둠 속에서 엘멜로이 2세의 말이 울려 퍼진다. "이 신은 전쟁의 신 세트와 짝을 이루는 신이자, 그에게 죽임을 당한 신이다. 과거의 왕이며, 현재는 세트에게 왕권을 빼앗긴 자, 그리고 미래에는 최후의 왕신인 호루스에게 넘겨주는 신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가지 측면을 가진 것으로, 이 세 위는 마술의 신 헤카테와도 비슷한 관계다. 혹은 동양의 아수라나, 후에 일신교의 해석으로 사용된 삼위일체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그 말 하나하나가 지금 내 마음에 스며든다. "그리고 생과 사의 신이다. 식물의 신이지만, 동생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신을 무로 돌리는 명계의 신이 되었다. 동시에 나일강의 물을 관장하며,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토트의 예지를 부여해 구원한 생명의 신이기도 하다. 쿨드리스가 세상의 멸망을 피하기 위한 연산기로 생각한 것도 적절하겠지. 더 나아가자면, 이 신은 최초로 미라가 된 신이기도 하다. 파라오의 관으로 위장해 잠들게 한 것도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서고가 수목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이 신의 영향일지도 모른다고, 청년은 어렴풋이 생각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2 새로운 연산이 성립되어 간다. 에르고의 육체가 복원되어 간다. 청년의 손에는 거대한 잔이 들려 있었다. "심신자(審神者)로서 엘멜로이 2세가 신의 이름을 소상(審らか)한다." 청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전신 세트를 자각했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에르고, 네가 접속한 신의 이름은——" "그만둬! 탄겔, 저걸 멈춰!" 소리를 지르며 라티오가 움직였다. 한계까지 효율화된 동작은 무술의 축지와 흡사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3 청년의 앞에, 그것은 서 있었다. 확실히, 낯이 익었다. 모래폭풍 속에서 만났던 신과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구전신 세트에게 죽임을 당한 신들 중, 가장 유명한 형제 신. 태양신 라의 왕권을 이어받아, 이집트 신화에서 오랫동안 주신의 자리에 있었던 존재. "오시리스⋯!" 명계의 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4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이유로, 린은 맹렬히 뒤를 돌아보았다. 주문이었다. "닫아라 (채워라)." 그녀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주문이 관리부에 메아리친 것이다. 조제페와 쿼트가 바닥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곳에서 수정이 변질하고 있었다. 혹은 열로, 혹은 용해로, 변질한 곳에 그들의 피부를 새로이 쏟아부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버린다. 피부야말로, 그들의 연산기였다. 평면형의 컴퓨터 같은 것이다. 그들이 만지는 것은 순식간에 연산기로 변화한다. 그리고 지금 만들어진 형상의 중심에는, 기계장치의 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되었다." 새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바로 옆에서, 시온이 이리 속삭였다.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반복할 때마다 다섯 번. 그저 채워지는 때를 파각(破却)하라." 빛이 분출한다. 천장의 붉은 화톳불을 누르며, 섬광의 선풍이 불어온다. 라이네스의 월령수액(볼루먼 하이드라저럼)과 싸우고 있던 라티오가, 눈을 크게 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5 "시온 엘트남, 그건!" "엘멜로이 2세로부터 술식을 빌렸습니다." 그것은,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아니다. 본래 연금술사인 시온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술식은 필요한 만큼의 마력만 유도할 수 있다면, 그녀 또한 다룰 수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제대로 된 암시조차 사용할 수 없었던 시절의 엘멜로이 2세——제4차 성배전쟁의 웨이버 벨벳조차도 사용할 수 있었던 술식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6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신을 불러낼 수 있는 장소라면, 유사한 술식이 성립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당신이 해저 화산을 여기(励起)시켰으니, 영맥 또한 이 이상 없을 레벨로 들뜨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이상 없을 촉매까지 둘이나 준비된 겁니다. 술식 자체는 즉흥이지만, 이 정도의 조건이 갖춰지면 성립하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7 두 가지의 촉매. 하나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다른 하나는, 아, 이건 틀림없이——기계장치의 새(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인. "하지만, 제3마법을 이용한 대성배의 모방만은 불가능⋯⋯" 말끝을 흐리던 라티오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런가! 너희들, 최종 연산기를 사용했군!" 암흑 속에서, 새로운 빛이 탄생하는 것을 에르고는 보았다. 수많은 빛의 알갱이들이 모여, 마치 성운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빛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지식이었고, 수식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년을 먹어 치우려던 무수한 수식들과는 달랐다. '⋯⋯그래, 이건 시온의.' 시온이 보낸 데이터에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검색한 결과였다. 빛 하나하나에서 작은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곧 큰 나무로 성장했다. 싱그러운 가지의 사이에 황금의 잔이 끼어 있었다. '⋯⋯아아, 이건.' 일시적인 것임을, 에르고는 알 수 있었다. 극동에서 벌어진 성배전쟁의 이야기는, 청년도 여러 번 들었다. 그 전쟁에서 소환된 서번트는, 지극히 특이한 존재다. 예외 중의 예외인 신비——제3마법의 기적으로만 성립된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신의 권능에 의한 연산으로 아주 일시적인 모방은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원형이 된 결전술식에 더 가깝다—— '⋯⋯이것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지혜?' 에르고는 알 수 없었다. 본인의 기억과, 도서관의 지혜는 더 이상 구분이 되지 않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8 "고한다." 시온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몸은 내 아래에, 내 명운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의지에 따라 이 뜻, 이 이치를 따른다면 응하라." 방대한 마력이 공급되고 있다. 방대한 연산이 힘을 보태고 있다. 본래, 수십 년에 한 번, 극동의 어느 대의식에서만 성립하는 초발급의 술식이, 지금, 이 순간에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출현한다. "맹세를 이곳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누르는 자." 거기까지 읊조렸을 때, 시온의 눈이 움직였다. 접근하지 못하도록 에테라이트의 결계를 쳐 놓았는데, 누군가 그 결계를 뚫고 들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로." 카르마그리프가 단궁을 당기고 있었다. 두려운 것은 군주(로드)의 혜안. 순식간에 린의 마술의 성질을 간파하고, 카운터를 당하지 않도록 여기까지 접근한 것이다. 더욱이, 돌고 도는 다섯 별이 발동할 수 없는 초지근거리(超至近距離)에서의 마술 사격. "아뇨, 선생님" 하지만, 또 한 사람이 가로막았다. 루비아도 역시 우회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돌고 도는 다섯 별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 움직이지 못한 린을 대신해, 그녀는 스승을 따라, 왼손에 두 개의 보석을 움켜쥐고 있었다. "Call grace(은혜여, 깨어나라!)!" 보석을 점화한다. "Call grace(은혜여, 깨어나라)! Squared(상승相乘)!" 더욱 보석을 점화한다. 금주로 여겨지는 상승으로 '강화'를 더욱 부스트한다. "무⋯⋯슨! 과연 카르마그리프조차, 숨을 헐떡였다. 초근거리 마술 사격에 대항하는, 초근거리 마술 타격. 한계를 넘어선 속도로, 교차법처럼(交差法気味に) 점프슈트를 입은 신체가 허공을 가른다. 마술의 화살에 금발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빼앗기면서, 너무도 강렬한 플라잉 니킥이 카르마그리프의 목에 작렬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9 새로운 연산이 성립되어 간다. 에르고의 육체가 복원되어 간다. 청년의 손에는 거대한 잔이 들려 있었다. "심신자(審神者)로서 엘멜로이 2세가 신의 이름을 소상(審らか)한다." 청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전신 세트를 자각했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에르고, 네가 접속한 신의 이름은——" "그만둬! 탄겔, 저걸 멈춰!" 소리를 지르며 라티오가 움직였다. 한계까지 효율화된 동작은 무술의 축지와 흡사하다. (중략)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칠천," 그리고 시온 역시 최후 주문을 외쳤다.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청년의 앞에, 그것은 서 있었다. 확실히, 낯이 익었다. 모래폭풍 속에서 만났던 신과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구전신 세트에게 죽임을 당한 신들 중, 가장 유명한 형제 신. 태양신 라의 왕권을 이어받아, 이집트 신화에서 오랫동안 주신의 자리에 있었던 존재. "오시리스⋯!" 명계의 신.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이 신은 에르고가 먹은 신이 아니라, 지금 연결되어 있을 뿐인 신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맥박치는 신과 달리, 말을 걸거나 할 수는 없다. 그저 그곳에 아직 존재할 뿐인 기능의 잔재다. 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만들기 위해 남겨진 권능의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이것뿐이라고.' 남은 파편만으로는 에르고가 먹어 치운 신의 세 위를 전부 되돌릴 수 없다. 쿨드리스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최종 연산기로서 청년을 조정하는 기능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산기로서의 기능을 이용할 수는 있다. 연결되어 있는 이상 유도할 수는 있다. 시온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수식을, 그 신에게로 인도할 수 있다. "맹세를 이곳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누르는 자." 에르고 역시, 그 주문을 외운다. 마력을 돌린다. 손에 든 잔에, 모든 마력을 쏟아붓는다.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칠천," 그리고 에르고 역시 마지막 주문을 외쳤다.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0 어둠을, 빛이 몰아냈다. 강렬한 섬광이, 역류했다. 물리적인 것이 아닌, 영적으로 감각 자체를 불태우는 거대한 마력(빛)이었다. 마력은 그대로 엮여 인간형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경계 기록대(고스트 라이너) ⋯⋯" 속삭인 것은 조제페였다. 그와 쿼트가 만들어낸 마법원 안에 새로운 형체가 생겨나고 있었다. 근골이 건장한, 백발에 흰 수염을 멋지게 기른 노인이었다. 늙음으로 인해 쇠약해지기는커녕, 하루하루 그 경험을 육체에 새겨 넣은 듯했다. 눈꺼풀을 감고 검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별과 같은 의장이 새겨진 외투를 입은 모습은 마치 밤하늘을 의복에 비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깨에는 기계장치의 새를 올려놓고 있었다. 주름투성이의 손이 조용히 들어 올려졌다. 남아있던 검은 기운이 그것만으로 사라지고, 적발의 청년이 나타났다. "에르고!" 시온이 달려왔다. "다녀왔어⋯ 시온." 미약하게, 에르고가 웃었다. 방금의 방대한 마력을 영맥에서 유도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의 권능(힘)을 휘둘렀을 때 이상으로, 청년은 쇠약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에게, "너희들이, 나의 마스터인가." 노인이 속삭였다. 천천히, 호박색 눈이 떠졌다. "내 이름은, 프톨레마이오스일지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1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싸우고 있던 라티오도 탄겔도, 린도 루비아도, 시온도, 조제페도, 쿼트도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아무래도, 잘 된 것 같군." 머리를 흔들며 스승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둬." 마른 목소리로, 라티오가 말했다.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에르고를 관에 돌려보내. 그래면 아직 연산을 계속할 수 있어." "아니요, 체크메이트입니다." 바닥을 구른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루비아의 최후의 일격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는지, 일어서기도 귀찮다는 듯이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건 이제 안 돼요. 끝난 겁니다, 쿨드리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가 뭔지 잊었습니까." 어느새 프톨레마이오스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그 페이지의 문자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속도로 바뀌어갔다. 마치 컴퓨터의 화면처럼. "지금, 나는,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하나가 되어 있다. 엄숙한 목소리로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그렇게 좌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참 신기한 기분이군." 이번에는 어깨에 얹힌 기계장치의 새의 것이었다. 두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금 동기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또한, 아틀라스원의 분할사고와 비슷한 존재 방식이었다. 책을 탁 닫았다. 관리부에 청량한 빛이 들어왔다. 투명해진 천장 너머로, 해저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량의 거품이 바닷속을 타고 올라오지만, 그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해저 화산은 휴면하도록 간섭했다. 이 단계라면 일단은 늦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나의 유지 시간도 줄어들지만, 상관없겠지." 그리고는 푸른 해저를 올려다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2 "그런가⋯⋯나의 동기는⋯⋯그런 것이었나⋯⋯" "프톨레마이오스 씨⋯⋯" 이쪽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엘멜로이 2세가 말한 대로였다. 이런 바보 같은 동기, 자신의 기억을 되찾지 않으면 납득할 수 없겠지." "스승님은, 어째서." "정해져 있지." 왜인지, 그때 스승님의 목소리는 너무도 부드러웠다.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누군가에게, 지금이라면 조금이라도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그런 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는 책으로부터 격리되었다. 하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로 언어에 재능이 뛰어났지." 슬프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왕자의,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재능. "⋯⋯그렇다면, 당신은, 그런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무리 책을 읽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도서관을 마련하고 싶었던겁니다. 그게 다였던 게 아닙니까?" "아⋯⋯" 웅크리고 있던 에르고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스승이 간파한 와이더닛. 그것은 얼마나 바보 같은 동기였을까. 바보 같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3 "당신은 우리보다 더 잔혹한 시대를 살아왔다. 아니, 우리 시대에도 잔혹한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당신의 시대는 잔혹함이 더욱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빛을 봐야 할 재능이 발휘되지 못한 것에 대해, 더 강한 슬픔을 느끼게 된 것이겠지.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이스칸달이 도달했어야 할 끝을 상상하며, 알렉산드로스 로망스를 이야기했던 것처럼." 알렉산드로스 로망스. 이곳에 오기 전에, 스승님과 카르마그리프가 이야기하던 것이 생각났다. 실제 역사와는 동떨어져 있을 정도로, 사랑받은 영웅의 이야기. 프톨레마이오스가 다시 한번 에르고를 내려다보았다. "당신의 재능을 아깝게 여겼다. 나는 이 세계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글과 기록을 수집했지만, 끝내 그 독자를 얻지 못했지." '⋯⋯아아.' 그것은 분명 프톨레마이오스이기에 느끼는 고뇌였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잘못으로, 그런 재능을 꺾어버렸다면, 그것은 비할 데 없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에르고가 시선을 들었다. "그러면, 저는 알렉산드로스 4세인가요." "아니. 죽어가는 젊은 주군에게, 나와 세 명의 마술사가 신을 먹였다. 하지만 기억의 포화에 따라, 그 자의식이 신도, 과거의 젊은 주군도 아닌——말하자면 다시 태어난 상태가 될 것은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의 당신은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닐 것이다(誰でもあり、誰でもない)."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니다⋯⋯" 따라 말하면서 에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에르고라는 이름은?" "그건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실험의 이름일 뿐. 소환에서 주어진 현대의 지식에 따라 말하자면, 프로젝트 에르고라고 불러야 할까." 프로젝트 에르고.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그 이름은 묘하게 귀에 익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4 그리고, "엘멜로이 2세." 스승님을 향해, 프톨레마이오스가 뒤를 돌아본다. 건장한 노인을 올려다보며 스승님도 견딜 수 없는(たまらない) 표정을 지었다. "당신의 전성기라면 보통 이때쯤이겠죠." "서번트의 나를 본 적이 있는 건가." "멀리서, 단 한 번만. 더 젊은 당신을." 스승은 마치 청춘을 떠올리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정복왕 이스칸달과 함께 달려갔던 제4차 성배전쟁의 때였을까. "그렇군, 그 애송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구나." 프톨레마이오스가 유쾌하게 웃었다. "내 인생에는, 두 번이나 빛날 때가 있었지." 노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푸른 바다 밑바닥에서, 추억이라는 거품을 내뿜듯이. "그러니, 이 미련은 끝내지." 다시 한번, 프톨레마이오스가 책을 펼친다. "지금부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폐관한다." "그만해!" 라티오가 달려들었다. 그 양손이 맞닿아, 손바닥에서 튀어나온 뼈가 서로 얽혀 거대한 뼈의 검이 되었다. 검이라기보다는 엉터리 뼈(出鱈目な骨)로 만든 오브제처럼 보였다. 온갖 부위의 뼈가 결합한, 흉측하고도 기괴한 이형의 대퇴모大槌矛(할버드).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 최대의 공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맞서는 노인의 우람한 손은, 팔꿈치 부근부터 거울처럼 변해갔다. 주위의 수정을 비추는 선명하게 연마된 경면. 그 거울 표면에서 마그마를 능가하는 열선이 뿜어져 나왔다. "——읏!" 그 위력은 라티오가 휘두른 대퇴모가, 순식간에 녹아내릴 정도였다. 서번트로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자신은 하나가 되었다고 프톨레마이오스는 말했다. 지금 발산한 빛의 특출난 위력은, 해저화산도 여기시키는 이 대도서관이 뒷받침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아무리 신대의 연금술사의 예지를 얻는다 해도, 라티오에게 막을 방법은 없다. 거울의 팔에 빛이 수렴한다. 이 대도서관을 이루는 수정에 저장된 정보(빛)가, 이 서번트에게 다뤄질 때, 처절한 공격 수단으로 변한다. "옛 동포를 계승한 자여, 나의 보구의 일단을 알고 떠나는 것을 허락하마." 늙은 왕이 말했다. "열려라, 예지의 문" 더 이상, 노왕을 직시하기도 어렵다. 마치, 옛 신명재판의 결과를 알리는 듯 그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왕의 서고>(비블리오테케 바실레이오)." 굉뢰의 울음소리가, 질주했다. 솟구쳐 오르는 마력이, 한순간에 해방된다. 자신이 빌리는 성창에 필적할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의 분류. 그러면서도 프톨레마이오스가 조종하는 빛은, 노왕이 겨냥한 범위 밖에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제어되고 있었다. 마침내 망막에 그림자가 비쳤을 때,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뼈의 거인이었다. 푸른 머리의 연금술사를 탄겔이 보호하고 있었다. 그토록 강인했던 외골격은 무참히 붕괴하여 있었다. 한쪽 팔은 완전히 타버려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웅크린 채로, 허벅지도, 어깨도, 옆구리도, 크게 결손되어 있었다. 등부터 가슴까지의 절반 이상은 반대편까지 보이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고, 타들어 간 부위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미안. 엘멜로이 2세." 등 너머로 거인이 속삭였다. "제멋대로인 말뿐이지만. 라티오 아가씨를 용서해 주지 않겠어." "탄⋯겔⋯⋯" 보호받은 연금술사만이 무사했다. 순간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모든 장갑을 사용해 그녀를 보호한 것은 틀림없었다. 스승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혹시, 당신은, 사이퍼로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어떨까나." "탄겔⋯⋯⋯" 라티오의 손이 떨렸다. 그 하얀 손가락이 탄겔의 뺨에 닿았다. 그곳도 뜨겁게 달아오른 채, 치익 소리를 내며 손가락 끝에 화상을 입혔지만, 지금의 라티오에겐 더 이상 신경 쓸 기능도 상실한 것 같았다. "탄⋯겔⋯⋯⋯!" "그런 얼굴 하지 마⋯⋯사역마가 하나 사라지는 것뿐이잖아⋯⋯" 거인이, 웃었다. 웃는 것처럼, 나에게는 보였다. "잘 자⋯⋯누나⋯⋯아버지께 잘 부탁해⋯⋯." 가슴팍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와 수정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탄겔의 핵이 된⋯⋯ 사이파의 두개골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5 처절한 싸움의 끝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라티오는, 계속 두개골을 껴안고 있었다. "엘멜로이 2세. 라티오는, 멸망을 피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생각했다. 동생이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후회도 없었다." "작은 중얼거림만이 수정 바닥을 기어갔다. "그런데 왜 라티오는 이렇게⋯⋯심장까지 찢어질 것 같은 거지." "너의 본질은 라티오다." 스승이 말했다. "쿨드리스의 지식에 의해 변질했어도, 본질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야. 쿨드리스의 지향성은 어디까지나 주의나 이념. 너라는 인간의 본질은, 동생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라티오라는 인간의 본질.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프톨레마이오스가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6 "가도 좋다. 폐관이 시작된 이상, 이곳은 오래 가지 못해." 방금 전과는 다른 진동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뒤흔들었다. 마치, 긴 꿈에서 깨어나는 듯한 진동이었다. "이 유적은 없어져 버리는 건가요." "그저, 잠시의 폐관이다." 노왕은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다시, 걸맞는 인간이 오면 다시 열리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고, 그보다 멸망의 쪽이 먼저 올지도 모르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7 계속 해저에서 잠들어 있었던 대도서관이, 다시 잠들뿐인 일. "젊은 주인." 프톨레마이오스가 돌아보았다. "한 가지만 묻고 싶다. ⋯⋯책은 좋아하십니까?" "⋯⋯⋯" 잠시 침묵을 지키다,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일본에서, 어떤 여자아이가 그림책을 읽어주었습니다." 노인의 표정에서, 아주 조금만, 주름이 옅어진 것 같았다. "그림책, 입니까." "네."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발의 청년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계속했다. "아마 전혀 드물지 않은 책입니다. 많은 서점에서 팔리고, 많은 사람이 읽고, 많은 사람의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다가, 머지않아 대부분 잊혀 가는, 그런 그림책입니다." 일본에서 초대받은 사무실이 떠올랐다. 그 신비한 소녀——료우기 마나와 에르고 사이에, 그런 교류가 있었던 것일까. "저는, 분명 그것으로 충분해요" "⋯⋯아아, 다행이다." 노왕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8 "자, 돌아갈 길을 준비하지." 바람결에 휘날리듯, 외투가 흔들렸다. 노인의 흰 손이 드러난다. 파라오의 관 바로 옆에서 무지개색의 거품이 생겨났다. 시공 거품이었다. 떼 지어 모여든 수많은 거품이,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은 새로운 '문'을 만드는 것을 보며 스승이 문득 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9 "그러고 보니, 결국, 진짜 파라오의 관은 어디에 있었던 겁니까." "이걸 말하는 건가." 프톨레마이오스가 흰 수염을 만지자 관 바로 옆의 바닥이 열렸다. 그곳에서, 또 하나의, 완전히 동일한 형태의 관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건⋯⋯⋯" "첫 번째 관은 로드 멜루아스테아와 당신이 간파했듯이 아틀라스원 본부에 대한 변명을 위한 더미다. 뭐, 이런 걸 준비해 두었으니 쿨드리스가 오시리스가 신체(간타이)를 넣어서, 이용할 수 있는 틈이 생긴 거지만." "과연." 스승이 목덜미를 긁적거렸다. 여행의 마지막에, 뭔가 생각지도 못한 유쾌한 것을 만나고 말았다고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0 이윽고, 시공 거품에서 전혀 다른 공간이 열렸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외주부에서 기다리는, 잠항정으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젊은 주군에 관해 묻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도 최저한의 것은 여기에 적어 두었다. 젊은 주군이라면 읽을 수 있겠지만, 너에게 전해주마." 노왕은, 수정을 스승에게 쥐여주었다. 안쪽에서 보라색 빛이 명멸하는 수정이었다. 그 수정을 손수건으로 깔끔하게 싸서 주머니에 넣은 후, 스승은 이쪽으로 돌아섰다. "그럼, 시온에게 라티오를 구속시키고, 로그들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1 그렇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웅크리고 있던 라티오의 등이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아틀라스원의 제복도, 매끄러운 피부도 순식간에 처참한 피투성이가 되었고, 거기서 고슴도치처럼 골침의 검산(骨棘の剣山)이 전방위를 향해 솟아오른 것이다. "스승님!" 순식간에 큰 방패로 바꾼 애드로 스승님을 보호한다. 힘껏 종을 치는 듯한 충격이, 몇 번이고 대방패를 때렸다. 게다가 골침의 발생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프랙탈 형태로 새로운 가시에서 또 다른 가시를 낳으며, 관리부를 단숨에 침식해 나갔다. "오오오오옷? 이건 뭐야!" "기억 포화다!" 애드의 비명에 스승이 대답한다. "서브프레임에 자아를 맡기는 것으로,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던 인격이, 메인 프레임으로 이행해, 전투 상황과 다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폭주하고 있다⋯⋯!" 즉, 에르고의 폭주와 같은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2 "그러면 제가!" 골침의 침식을 에르고의 환수가 맞받아친다. 여섯 개의 환수는 공격해 오는 골침을 차례로 꺾었지만, 그것마저도 곧 불안정해져 청년이 무릎을 꿇었다. 프톨레마이오스를 소환할 때의 절대적인 피로가, 에르고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린이든, 루비아든, 라이네스든, 골침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취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니야.' 대방패를 계속 치는 충격 속에서도 아니라고 부정한다. 라티오를 죽일 마음만 먹는다면, 금방 끝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거기까지 결단하지 않는다. 결국 목숨의 위기가 된다면, 순식간에 전환하겠지만⋯⋯ "그러면, 내가 묻어주지." "⋯⋯아니, 그건 기다려 주시죠. 프톨레마이오스." 스승이 제지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로드 멜루아스테아! 이렇게 될 줄은 알았겠지! 티카 씨를 전투에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대책을 세워서 부정무이(제미니)를 준비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3 그러자, 그렇게 큰 일격을 받고 쓰러져 있어야 할 카르마그리프가, 불쑥 일어서고 말았다. "이런, 들켰나요." "부정무이(제미니)?" 익숙하지 않은 이름에 묻자, 스승이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멜루아스테아의 지상예장이다. 동등 이상의 재료를 대가로, 믿을 수 없는 레벨로 신비에 관련된 물품이라도 모조해내지. 단, 상당한 양의 사용자의 혈액 필요로한다. 다소 정채가 부족했던 건, 꽤나 많은 양을 사용했기 때문일 거다." "뭐,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린과 루비아 두 사람을 상대로, 5분 이상 싸우고 있었는데도, 그것마저 전력(本調子)이 아니었단 말인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4 천천히 일어서서, 다가오는 뼈의 폭풍을 살짝 피하면서, 말했다. / "티카, 스탠바이." / "뭐, 카르마그리프 님이 괜찮으시다면야ー." 조수인 티카가 트렁크에 손가락을 걸었다. 파칭, 파칭 소리를 내며 잠금장치가 풀리는 것을 보며 카르마그리프는 말을 이어갔다. "부정무이(제미니)는 모조한 것을 바로 생성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서. 상한은 있지만, 몇 개는 생성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어요. 다만, 물건에 따라서는 재료를 넣고 나서 생성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티카 씨에겐 계속 그걸 해달라고 하고 있었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5 "Avra kedabra." 최후의 주문으로 트렁크의 뚜껑이 열린다. 그 안쪽에서 나타난 것은, 인체였다. 단, 뼈가 된 팔뿐인. "무, 슨⋯⋯" 스승이 신음한다. 그 정체를, 시온이 갈파(喝破)했다. "설마, 그건 쿨드리스의." "예, 사이파 쿠르드리스 하이람이 남긴 혼신의 엑조포름! 물론 자동 발동, 자동 판단 기능 포함의!" 팔의 뼈에서, 조금 전의 라티오를 재현하듯이, 무수한(おびただしい) 가시가 생겨났다. 라티오의 폭주하는 뼈를, 팔에서 생겨난 골침들이 요격해간다. 무수히 많은 골침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충돌하거나, 얽히면서 전위예술적인 형상을 만들어낸다. "어떻게, 이런 것을. ⋯⋯아니, 그래, 원래 사이파의 친구였기 때문인가!" 그 가능성은, 이전의 스승도 지적한 바 있다. ——[사이파 씨와 카르마그리프 씨가 아는 사이였다는 말인가요] ——[시계탑의 마술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모두 거짓말쟁이들이니까] 그때의 대화가, 어쩌면 진실일지도 몰랐다. "조직을 넘어서서, 나름대로 교류가 있었어요. 저희도 몰래 후원하는 대신, 사이파 씨로부터 몇 가지 발굴의 출토품이나, 본인의 술식을 제공받았습니다. 이 팔도 그 일환이었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6 "그러면, 사이파의 뒷 코드를 경매에 내놓은 건⋯⋯" "물론 저입니다. 그땐 돈이 급해서, 카피해 놓았던 것을 이것저것 팔았어요. 산 상대가 누구인지, 조금 조사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쓴웃음을 짓는 카르마그리프도, 정말 그렇다(むべなるかな). 카르마그리프가 옥션의 판매자로서 주목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스승과 라이네스를 끌어들여 뒷 코드를 사게 된 것이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7 두 개의 기점을 가진 뼈의 방출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천칭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전신을 바친 라티오와, 이제는 팔만이 남은 사이파의 차이였을까. 분명히 사이파의 골침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이 더 작아지고 있었다. "선생님, 이걸로 안 된다면⋯⋯" 린이 보석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의 보석 마술이라면, 뼈의 중심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라티오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애드가가 변형된 대방패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때, 또 다른 지점에서 튀어나온 것이, 라티오의 골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 번, 그것은 뼈였다. 장한의 팔의 피부를 찢으며, 무수한 골침이 생겨나고 있었다. "⋯⋯⋯로그 씨" "마음 놓고, 자고 있을 수도 없지." 아틀라스원의 상급 교관이, 어느새 일어서 있었다. 린의 치유 주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간신히 지혈에 성공한 정도였다. 자기 뼈를 무기로 삼는 쿨드리스의 가전특질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로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라티오⋯⋯⋯" 천천히, 가까이 다가간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서번트 프톨레마이오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 걸음씩, 확실히, 걸어간다. "⋯⋯라티오" 딸의 이름을 방어의 주문처럼 외치면서, 뼈의 폭풍에 다가간다. 모든 것을 막을 순 없어서, 뺨과 옆구리, 허벅지가 찢어져 붉은 피를 흘리게 했다. "이 로그는, 계속 너를 무시했구나." 로그의 몸의 절반 정도엔, 피부 바로 아래에서 생성된 뼈가 드러나고 있었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강철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 "사이파가 사라진 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이 로그는 다 잊어버렸어." 더 이상, 로그의 손은 골침을 만들지 않았다. 최소한의 급소를 보호하는 엑조포름만이 그를 지키는 전부다. "네가 쿨드리스의 이름을 짊어지고, 신을 먹은 자를 찾겠다고 한 의미도 돌아보지 않았다." 요란스럽게, 불꽃이 진다. 마치, 생명처럼 흩어진다. "너와 대화하려고 한 적도 없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도 없었다. 범인의 수천 배, 수만 배의 사고를 가지고서,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나태한 채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티오의 전신에서, 한층 강하고,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수의 골침이 생겨났다. "로그 씨!" 외침은 또 다른 소리에 묻혀버렸다. 장한의 몸을 관통하기 직전, 골침이 끊어진 것이다. "⋯⋯시온." 에르고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조종하는 에테라이트가, 거의(すんでで) 치명적인 골침만 잘라낸 것을 청년만은 알아챘던 모양이다. 딸을 안은 채로, 피투성이의 장한은 움직이지 않았다. 라티오 역시, 더 이상의 골침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아버지."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골침을 만들어낸 뺨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피투성이였고, 그 눈물이 피를 닦아냈다. "아버지⋯아버지⋯⋯!" 어린아이처럼 울부짖는 그녀를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8 종장 / 알렉산드리아의 마슬 역에서, 우리는 개찰구 근처에 서 있었다. 희미한 모래 내음이, 오전의 공기에 섞여 있다. 이 역에 도착했을 때는, 사막의 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에 감동했지만, 사람은 제멋대로라, 조금만 지나면 역시 사막의 나라구나⋯⋯⋯라고 느끼는 것이었다. 금속 벤치에 앉아 에르고는 수첩에 연필을 긋고 있었다. "또, 그림 그리는 건가요." "잊어버리기 전에 그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에르고는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최근 청년은, 이런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해적섬 때와도, 싱가포르에 있을 때와도, 일본에 있을 때와도, 또 다른 얼굴.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청년의 정체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내 쪽의 보는 눈이 달라진 것도 있겠지만, 결코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9 "스승님은, 몸은 이제 괜찮으세요?" "가능하면, 일주일은 이 도시에서 느긋하게 지내고 싶은 참인데." 눈 밑에 옅은 다크서클을 붙이고 스승님이 불평한다. 그 해저 도서관에서 탈출한 지 이틀이 지났다. 자신들은 피로를 풀기 위해 오로지 호텔 방에 쓰러져 있었지만, 스승님과 라이네스는 그 와중에도 수속이니 사전 교섭이니 해서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합의를 보긴 했지만, 아틀라스원 유적지에서 군주(로드)간에 서로 죽이려고 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대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한의 교섭이나 타협과 담합이 귀환 후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물론 스승님과 대조적으로, 함께 돌아온 라이네스는 유난히 기분이 좋아서 피부가 반들반들했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0 아직 점심 전이라 그런지, 개찰구에도 홈에도 사람의 그림자가 적다. 어딘가, 역도 멍하니 꾸벅꾸벅 잠에 취해 있는 것 같았다. 곧이어 시온이 홈에서 돌아왔다. 달칵달칵, 하고 규칙적인 발소리를 울리며 자신들 앞에서 시선을 든다. "라티오와 로그 두 사람을 기차에 태우고 왔습니다. 에테라이트 묶어둔 채라서, 사실상 구속 상태이지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1 어린 소녀의 말투에선, 피곤함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상대가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숨어들어, 그 정도의 전투를 벌였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나라고 해도, 이 세계에서는 어린 편이지만, 비교할 순 없을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2 옆에서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에테라이트에 묶었다는 건, 시온도 함께?" "물론. 우선은 둘을 데리고 아틀라스원 본부로의 보고네요. 먼저 조제페와 쿼트에게 향하게 했습니다만, 완고한 교관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냥 귀찮습니다. 사건보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폐관했다는 게 그들에게 더 쇼크일 테니까요." 흥, 하고 소녀가 비음을 냈다(鼻を鳴らす). 그런 행동이 이상하게도 귀엽게 비쳤다. 잠항정이 상승하자마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시온의 말에 따르면 그것이 바로 폐관이라고 한다. 그 대도서관이 본격적으로 자취를 감췄다면, 지금의 아틀라스원이 백 년을 들여도(百年がかりでも) 찾을 수 없을 거라고도. 해저의 어둠에서 나타난 대도서관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3 "라티오에게 남아있는 쿨드리스의 지식은 가능한 한 추출해 둘 겁니다. 그 기억포화의 이후로는, 단편화가 일어나고 있을 테니, 시간은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이ㅡ 모험의 내용

*224 "그건 고맙군." 스승이 솔직하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를 들을 일은 아닙니다. 단순히 방치해 두는 것이 더 번거로울 것 같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저는 여기까지라도, 여러분들의 여정은 마술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 같으니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시온의 지적에 스승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 "라티오는 많이 소모된 것 같았는데, 완쾌는 바랄 수 있을 것 같나?" "글쎄요. 다만, 로그는 충분히 헌신적이었고, 로그가 있는 한 안정되어 있었으니 희망은 있지 않을까요. 어딘가의 연극광도 본받길 바랄 정도예요." 누구의 얘기일까. 왠지 아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소녀와 부모 자식 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광경이,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5 "아무튼간에, 이걸로 작별입니다. 더 이상 만날 일은 없겠지만, 건강히." "시온 씨." 발걸음을 돌리려는 소녀의 어깨에 목소리가 걸렸다. 에르고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분명, 다시 만나요." 한동안 손을 바라보다가, 어린 소녀는 의아한 듯이 대답했다. "그런 약속, 어떻게 보증할 수 있나요? 더군다나 저나 당신 같은 인간이?" "아니, 그⋯⋯" 말끝을 흐리는 청년에게, 시온이 표정을 바꾼다. 아직 익숙지 않은――하지만, 빛나는 미소로. "그래도, 약속하죠. 저는 절대로 잊지 않으니까, 분명, 다시." 그렇게 말하며, 청년의 손을 강하게 잡아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6 파도치는 바닷가에, 여러 척의 배가 정박해 있었다. 멀리, 가까이,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밀려왔다가 돌아가고, 돌아갔다가 밀려오는 파도의 리듬. 지중해의 눈부신 바람에 곧게 뻗은 마스트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 알렉산드리아 항구의 한구석에서, 린과 루비아는 하얀 수트를 입은 남자를 마주하고 있었다. "설마, 자네들에게 배웅받을 줄은." "카르마그리프 선생님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감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와, 신용이 없네에, 나." "어떻게 해야,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며, 루비아가 자신의 금발 머리를 만졌다. "어이쿠, 누군가의 니킥에 맞은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데." 일부러 카르마그리프가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뭐, 일단은 얌전히 있을 생각이에요. 볼 건 봤고, 할 일은 했으니까요." 라고 가볍게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7 그런 강사에게, 린이 물었다. "사이파 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던가 생각하셨나요." "아뇨, 조금도." "그렇겠죠." 린이 한쪽 눈을 감았다. 어느 쪽이나 목숨을 걸고 싸웠을 텐데, 그런 분위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술사의 방식(流儀)이라기보다는 개인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사제로서는, 의외로 좋은 조합이었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8 "그래도 뭐어, 저는 그를 좋아했어요. 어쨌든 꿈이 있었으니까. 해저의 대도서관!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다시 한번 볼 기회가 있을지는 두고서, 이 정도의 꿈을 볼 수 있었다는 건 굉장해요!" "꿈, 인가요." "그래요. 저희 고고학과에 있어서는, 그것이야말로 유일무이한 가치죠." 시원하게(晴れ晴れ), 카르마그리프는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9 '⋯⋯아마, 거기가 다르겠지.' 문득, 린은 생각했다. 대의에 대해, II세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군주(로드)로서 엘멜로이 2세 역시 마술사의 가치관에 순교하는 자다. 하지만 거기에는 긍정과 자학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마술사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다. 엘멜로이 2세의 시선은, 대부분의 가치관에 대해, 어딘가 그런 냉담함을 가지고 있다. 명료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내세우는 카르마그리프에 비해, 2세의 그것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적에게도 아군에게도 몇 걸음 거리를 둔 것이다. 카르마그리프와도, 린과도 다른 가치관. 어떤 의미에서는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벌벌 떨면서(おっかなびっくり), 이도 저도 아닌 존재 방식이 의외로 싫지 않은 것 같다고, 불현듯 그런 생각을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0 "루비아도 보석 마술의 상승을 통한 '강화' 같은 터무니없는 짓을 했으니, 제대로 몸은 돌봐두세요. 그건 마술사의 기본이니까요. 여름휴가(서머 홀리데이) 후의 수업까지 낫지 않았으면 감점할 거예요? "물론이죠. 걱정 마시길. 컨디션 관리는 당연한 의무니까요." 그녀는 드레스의 스커트를 집어 들고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유적지 때와는 달리, 그녀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바다의 푸른빛을 비추는 듯한 선명한 드레스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1 그때 배의 사다리에서, 두꺼운 안경을 쓴 여성이 내려왔다. "카르마그리프님, 슬슬 출항인데요ー" 조수인 티카가 태양을 손으로 가리며 다가온 것이다. "네, 네. 그럼 작별이네요."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린이 다시 한번 상기하듯, 이름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은데요, 에르고에 대해서는 시계탑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을까요." 그 질문에, 고고학과의 군주(로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눈가를 가린 머리카락 사이로 무언가 터무니없는 것이 엿보이는 듯한 느낌이, 린에게 들었다. "지금은, 괜찮아, 미스 토오사카." 몹시 상냥한 목소리로, 마술사는 고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2 시온을 배웅한 후, 두 사람은 역의 대합실로 돌아왔다. "웃으셨네요, 시온 씨." "⋯⋯네." 기쁜 듯이, 에르고는 몇 번이나 손을 잡았다 폈다 했다. 그런 청년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가, "너의 정체는 알아냈지만, 그, 옛날의 기억을 되찾은 건 아니지?" 스승이 기침하며 말했다. 에르고는 시선만 돌려 물었다.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인가요." "⋯⋯음, 뭐어, 그렇지." 참으로 미적지근한 얼굴로, 스승님이 셔츠의 목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이 조금은 학생들의 모습과 겹쳤다. 사교적인 가면을 만들기 전의, 아직 무방비한 민낯. "⋯⋯⋯선생님" 에르고가 불렀다. "이번엔, 선생님이 만났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그 말에 넉넉히 3초는 입을 다물고선, 스승님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길어질 거다. 게다가 재미없지." "아버지가요?" "그럴 리가 없잖나!"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잘라 말했다. 단호하게 말하고 나서, 목이 메는 모습도 이 사람답다. 이제부터,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사자소생은 신비에 있어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프톨레마이오스도 지금의 에르고의 자의식은,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한 걸음씩 타협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다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3 문득 에르고가 물었다. "어째서, 라티오 씨는, 탄겔 씨를 만들기 위해, 사이파 씨의 두개골을 사용 한 걸까요." "하나는 증거인멸이겠지." 대합실 벤치의, 더러운 등받이를 스승님이 손으로 닦는다. "쿨드리스의 가전 특질상, 뼈에는 다양한 정보가 쌓여버린다. 사역마로 만든다는 변명을 댄다면, 자신이 동생을 살해했다는——혹은 방조했다는 정보를 들키지 않을 수 있겠지." 만약 아틀라스원에 경찰기구가 발달되어 있었다면, 쓸 수 없는 수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온 같은 사람이 거의 독자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면 아틀라스원의 운영은 독립독보의 기풍이 강하다.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사역마로 삼았다는 명분은 충분히 통용될 수 있었다. 아니면 두 번째 분할 사고——우리들이 알고 있는 라티오를 속이기 위한 방책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말로 할 정도의 일은 아니지만, 그 이름이 나타내는 게 아닐까. 무엇보다도 '닿길 바란다(탄겔)'라는 이름이니까." "닿길 바란다⋯⋯⋯" 언제부터 스승님은 그 이름의 의미를, 깨닫고 있었던 것일까. 사흘째 되살아난 구세주는 "나를 만지지 말라(Noli Me Tangere)"고 달려드는 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사역마의 이름은 그 반대다. 언젠가, 누군가가 닿아 주기를, 그녀는 생각했던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4 그때, 그림자가 나타났다. "드디어 찾았다고." "라이네스 씨." 역 입구에서, 금발의 아름다운 엘멜로이의 공주가 나타난 것이다. 이쪽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생긋 웃었다. "응, 그레이도 이틀 동안 잘 쉰 것 같아서 다행이군! 미용에는 수면이 중요하니까 말이야. 차의 상대론 제일인 그레이가 아니면 어딘지 아쉬우니." "그, 저기." "물론, 너와의 다과회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만? 흠, 나도 피부 관리를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으려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척하니까, 이쪽의 고동까지 이상해져 버린다. "너, 너무 놀리지는 말아 주세요!" "하하, 미안 미안." 웃는 라이네스를 최대한 노려본다. 어떻게 해도, 즐거워 보이는 그녀를 진심으로 말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잠시 후, 스승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사전 교섭은 끝난 건가, 라이네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5 "뭐, 어떻게든. 멜루아스테아랑 말을 맞출 필요가 있던 게 귀찮았지만, 다행히 아틀라스원은 일을 거칠게 만들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린과 루비아도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오라비는 일단 카이로로 돌아갈 생각이었나." "아아. 이집트의 수도로 돌아가는 게, 어디로 가더라도 좋을 테니까. 장소를 확보한 후, 에르고에게 이것도 읽게 하지 않으면." 스승이 중얼거렸다. 손에는 작은 수정이 놓여 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스승에게 건네준 단서였다. 한 번 훑어본 후 라이네스가 입을 열었다. "이 수정이 아틀라스의 서적 이란 건가. 여름휴가(서머 홀리데이)가 끝나면 수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나?" "⋯⋯⋯선처는 하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환경 속에서도 시계탑에서의 수업이 변함없이 이 사람의 중심에 있다는 것에, 무언가 안도감을 느낀 것이다. "어쨌든 큰 진전이다. 이번의 오시리스의 신체(간타이)는 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만드는 것으로만 조정되어 있었지만, 신을 절제하는 기능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지. 이 수정과 시온이 추출하는 데이터에 따라, 응용도 생각할 수 있을 거다. 에르고에게서 신을 절제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몰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6 강하게, 스승이 말했다. 반쯤은, 스스로에게 되뇌듯. 그러고선, "그리고, 한 가지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 라고 덧붙였다. 같은 것을 신경 쓰고 있었는지, 에르고가 묻는다. "방황해의 지즈인가요."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자, 라고 했었던 건 알렉산드리아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집트부터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까지 이어지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말하는 거라면 평측(平仄)이 맞으니까. ⋯⋯아니, 실제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단서를 얻은 것이니, 그런 유도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마술사라면 있을 법한 일이었다. 이전에도, 싱가포르에서 해적섬으로 유도할 때, 상당히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했었다. "바이 뤄롱에 대한 것도, 그렇죠." 에르고의 목소리가 역 바닥에 깔렸다. 스승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잃기 전의 친구다, 라고 말했었지. 그 말대로 받아들이면, 바이뤄롱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시대의 인간이 되지만, 어떨까." 정말로, 그런 의미인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뭐, 지나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겠지. 현시점에선 재료가 갖추어져 있다고도 생각지는 않아. 우선은 하나씩 착실하게 부숴 나가야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7 거기까지 말하고선, 문득 스승님이 재킷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품에서 휴대폰을 꺼낸 것이다. 통화 상태로 전환하자, "교수님—!" 멀리서도 들리는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플랫⋯⋯?"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최고참의 학생이었다. 보통 엘멜로이 교실에서는 졸업하든 중퇴 및 타 교실의 소개를 하든, 4년 정도면 졸업시키는데, 그만이 단위(학점)가 부족하고 다른 학과에서 기피하는 바람에 아직도 스승의 손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는 학생이, 그일지도 모르겠다. "뭐냐, 너. 지금은 모나코에 있다고 라이네스에게 들었는데." "맞아 맞아, 지역의 선상 연회(카사)에서 루비아 쨩의 댁의 집사 군과 만나야 했었는데요! 이번에 서브 퀘스트만 너무 많아서 메인 퀘스트에 도달하지 못했달까, 초판 특전과 호화판 특전, 통판 특전으로 책장이 꽉 찼달까!" 그러고 보니, 모나코는 알렉산드리아와 마찬가지로 지중해의 도시였다. 이 알렉산드리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바로 건너편에 있다. 아까 이야기했던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는 다르지만, 이 바다의 건너편에 평지가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기하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 하지만. 너무나도 가볍게, 자못 들뜬 목소리로 플랫은 이렇게 이어갔다. "그래서 지금 차를 마시고 있어요! 방황해의 지즈 씨와!"순간, 스승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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