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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입문 백과 | 타입문 페이트 월희
  • 로드 엘멜로이 2세

타입문 백과

로드 엘멜로이 2세

最終更新:2025年01月23日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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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형식적으로는 각주에 인용하는 번역을 타입문 측의 가이드라인(장문의 인용 금지. 단문의 인용은 허용)에 맞추고 있고 공의 경계나 페이트 제로 같이 정발된 작품은 정발되기 전 일본에서 정식 서적이 아닌 카피지, 동인지 형태로 나온 버전의 번역을 쓰고 있습니다만... 허울뿐인 주장인 건 사실이니 저작권을 가진 측에서 삭제 권고가 들어오면 지우겠습니다.
● 백과사전 컨셉 사이트는 그 쪽의 컨텐츠(데이터베이스) 만들 목적으로 여기 거 그대로 퍼 가지 말아 줘요. 제가 뭐 갑질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렇게 퍼 가면 의욕이 사라집니다. 그 외의 펌질은 출처가 여기라고 명기하시면 퍼 가셔도 됩니다. 사실 표기 안 하셔도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만 제 의욕이 사라집니다.


영문 표기 Load El-Melloi 2
성우 나미카와 다이스케

신장 & 체중 186cm & 68kg
생일 10월 3일
마술 계통 기초적인 강화나 해석, 메인 술식 특질은 해독
마술회로(질) E
마술회로(양) D
마술회로(편성) 정상
좋아하는 것 퍼즐 전반, 추리소설
싫어하는 것 꿈도 패기도 없는 자
결전의 날 그 바다에서 왕과 나란히 선다
출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마테리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웨이버 벨벳이 성장한 인물이다.
프로필도 별도로 달려 있는 것이 사실상 별개의 인물처럼 취급하고 있다.

※ 단어 뜻을 보면 lord가 맞을 것 같지만 어째서인지 캐릭터 마테리얼의 영문표기는 load다.
그리고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경우 제목은 lord고 인물 소개 페이지에서는 load라 적혀 있는 혼돈의 카오스다. 의도는 알 수 없다.


인물 설명

성장해서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 사후 몰락 직전이 된 로드 엘멜로이를 다시 부흥시킨 시계탑의 명물강사 웨이버 벨벳가 쓰는 이름. 본래 몰락한 엘멜로이의 정식 후계자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붙여 주었다. 그의 학생이 되어서 성공하지 못 한 마술사가 없어서, 그 학생들을 모으면 시계탑의 세력도가 바뀐다고까지 말해지나 본인에게 야망이 없어서 떠나보낸 학생과는 관계를 갖지 않는다.(*2)

기본적으로 강사 일은 물론이고 이외에도 뭔가 설명하는 걸 좋아한다. 개인 취미 삼아 상대가 이해하건 말건 막 떠들어대곤 한다. 강사로서 임하면 상대의 이해도를 측정하고 그에 맞춰 머리 나쁜 이라도 머릿속에 주입시켜 준다.(*3) 언제나 기분 안 좋은 얼굴을 하고 제자들에게 욕을 매일 해대나 그러면서 자기 고생을 자처해서라도 제자들을 무진장 잘 돌봐주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데레가 없는 츤데레라고 불린다.(*4)(*5) 설렁 가족이라 해도 자기 제자를 모욕하는 건 용인하지 않는다.(*6) 대체적으로 제자들이 능력은 좋지만 기인이 많아서 사리분별 있는 학생과 정적이 가득한 교실, 머리가 두부로 차 있지 않은 동료라던가를 바라고 있다. 싫어하는 타입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난폭하고 품위없고 꿈도 없고 패기도 없는 인간이다.(*7)

자신을 변화시켜 준 라이더(이스칸달)의 성유물인 망토 조각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8) 박리성 아드라의 방위 기능이 재능도 없는 2류가 노력해 봐야 보답받지 못한다고 본질을 후벼파는 저주로 정신 공격해 오자 자신은 정복왕에게 신하로 인정받은 것으로 더할 나위 없는 영애(보답)을 후불로 얻었고 2세가 된 현재는 명예에 어울리는 길을 걸어가는 것일 뿐이라며 확고한 결론으로(이 결론을 내는 데 10년 걸렸다) 쿨하게 무시하거나 한다.(*9) 캐스터(제갈공명 -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되었을 적에도 정복바보 외에는 섬길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선 긋고 시작했다.(*10)

유일한 취미는 일본제 비디오 게임이며 이는 라이더(이스칸달)의 영향이다.(*11) 아넨엘베의 하루에서는 2세가 마술협회 아키하바라 지부를 차렸다 하는데(*12)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에서는 만들고 싶다고 투덜거리면서 아직 못 만든 걸로 묘사된다.(*13) 아키하바라에 가면 성지 순회로 3일이 필요하다 하며 레어 아이템의 발굴과 교류 가능한 최저한의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는 데 일주일이 걸린다 한다. 토오사카 린이 에르고랑 아키하바라에 간다고 하자 아키하바라의 쇼핑은 놀이가 아니라고 투덜거린다.(*14)

허세 부리면서 4차 성배전쟁에 참가했다가 여러 모로 고생했기에 쓸데없는 허세 부리다 실패하는 건 젊었을 때 만으로 충분하다며 아주 정직하다. 그냥 대놓고 전투 능력이 있는 마술사들 사이에 자기를 내버려 두면 죽는 건 자기 뿐이라고 무력함을 어필한다.(*15) 마술사로서 재능 없다는 좌절감은 완전히 떨쳐내지 못 했는지 그런 주제가 나오면 억지로 빈정거리기도 하고(*16) 체념과 수용 사이에 머물러 있다. 누군가를 구해서 얻는 만족감, 즉 마술사로서 필요 없는 감정을 뇌의 오인이라 빈정거리면서도 그 오인이 인간이고 오해가 인간의 세계라 긍정하고 이를 행한다. 오해가 아닌 진실을 찾는 것이 마술사고 오해의 존재를 잊고서 터무니없는 진실, 소위 근원만 추구하는 자는 최악이라 칭한다.(*17) 그렇다고 근원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며 오히려 재능이 없어서 가는 걸 포기한 쪽이다.(*18)

후유키 시의 성배전쟁은 후에 그의 손에 의해 해체되니 별 의미는 없지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에서는 성배전쟁에 다시 참가해 라이더(이스칸달)과 재회하는 것을 노렸다.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와 맺은 노예 계약은 박살난 아치볼트 가문의 언류 마술각인을 수복하고 빚더미를 해결하는 것으로, 이를 완료하고 평범한 마술사로 돌아가 성배전쟁에 참가하려고 온갖 일을 했다.(*19) 심지어 아치볼트 가문의 저택을 놔 놓고 '집세가 아치볼트 가문의 빚 갚는 쪽으로 들어가잖아?' 라며 싸구려 아파트에 거주한다. 집세는 빚에 비하면 사막의 한 줌 모래 수준이지만 기분 문제이며 엘멜로이의 재산에 기대서 빚을 갚을 생각이 없다며 계속 한다.(*20) 그러다 하트리스와 만나게 되어 5차 성배전쟁에 참가할 생각을 접는다.

기본적으로 칭찬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로드가 되어 제자들에게 칭찬을 받게 되어서도 성가시게 여기고, 대등한 로드가 자신을 칭찬하면 진심으로 당황한다. 상대의 진심을 의심하거나 자기 비하로 자기 업적을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평가에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여긴다. 조롱당하는 것도 싫지만 칭찬을 받는 것에도 불안을 느낀다. 후회만 가득한 이 인생에서 적어도 아무도 없을 때만큼은 살짝 가슴을 펴고 싶은 것 뿐이라 말한다. 그레이는 자기도 조금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다 하며 2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한다.(*21)

약하고 겁쟁이이며 소심하고 자학적인 언동을 거듭하지만 작품이 전개될수록 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 처럼 대담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양면성이 그를 로드로 만들어 준다던가, 타인으로부터 약탈공이란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이게 한다던가 하는 것 같다 한다.(*22)(*23) 한편 위기에 몰렸을 때 보여주는 외적 면모는 거의 허세와 연기다. 전투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가를 꺼내서 뒷짐 지고 피우는데 자세히 보면 손 끝이 떨린다. 그 떨림을 숨기는 연기만 늘어나고 있다.(*24) 허세를 부리지 않을 때는 눈 앞의 상대를 믿는다는 의미다. 손에 넣지 못한 것을 언제까지나 쪼잔하게 계산한다. 평생 못 고칠 거고 침대에서 떠올라 이불킥 할 거라 한다.(*25)

마술사로서 대성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그게 불가능하다는 현실 사이에서 방황해 왔다. 매일 자신이 대마술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하며, 그렇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다 한다. 용기만 있으면 마술사로서 대성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2세 따위를 자칭하지 않았을 것이며, 자신이 2세랍시고 떠드는 건 성적표를 숨기는 아이와 같고 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무너졌을 지도 모른다 한다.(*26)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에서 여러 여행을 거친 시점에서는 그런 어리석은 모순을 포기하지 않는 각오를 다졌다 한다.(*27)


작품 내에서의 행보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
시계탑의 유망전도한 구제불능 플랫 에스칼도스의 담당이 되었다.(*28) 이를 계기로 엘멜로이에게 배달온 잭 더 리퍼의 이름이 새겨진 나이프를 플랫이 스노우필드로 가져가서 거짓된 성배전쟁의 버서커(잭 더 리퍼)의 소환 성유물로 사용하는 어이없는 일이 터졌다. 파르데우스 디오란도에게 당해서 허둥지둥 온 란갈에게 거짓된 성배전쟁의 이것저것을 예리하게 추리해 냈다.(*29) 그 와중에 플랫 에스칼도스가 거기 가서 마스터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빡쳐서 쓰러졌다.

만우절 단편은 여기서 끝이지만 정식 연재판에서는 속이 터지는 심정을 삼키고 플랫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고 수상하기 그저 없는 거짓된 성배전쟁에 대해 이런 저런 손을 써 보다가 바르토멜로이의 법정과에 구속당했다. 어떻게 해 보려는 와중에 코백 알카트라즈가 접근했다.(*30) 코백의 휴대폰을 사용해 시그마와 연락하여 필리아를 쓰러뜨릴 병기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이를 알려준 건 스노우필드로 건너간 제자들 중 졸업생이 아닌 현역생이 자가 몇 명 있다는 이유다.(*31)

■ 아넨엘베의 하루
맥켄지가를 방문하기 위해 일본에 들렀다, 마침 시간이 남아서 아넨엘베에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한다.

■ 페이트 아포크리파
이 세계는 4차 성배전쟁이 열리지 않았으나 본편과 마찬가지로 로드 엘멜로이 2세로 불리며 그 정도의 인물로 성장해 있다. 대성배 탈취 사건으로 생긴 아종의 성배전쟁에 10년 전 참가하여 같이 참가한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와 대립했었고, 자신이 소환한 이스칸달과 어울린 결과 성장하였다. 이 세계에서도 정복왕의 성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성배전쟁(아포크리파)의 성유물 담당은 브람 누아다레 소피아리라서 괜히 꺼냈다가 가문 간의 불화가 생길 가능성과, 정복을 좋아하는 정복왕이 성배대전을 계기로 진짜 세계정복을 시도하는 상황을 걱정했고, 무엇보다 아종의 성배전쟁이 난립하면서 이 성유물이 나돌아다니면 개나소나 정복왕을 소환하여 그의 인품을 더럽힐 것을 걱정하여 자신이 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었다. 아종의 성배전쟁 때문에 가치가 올라서 그 천쪼가리를 팔면 엘멜로이가 가진 빚의 7할을 갚을 수 있다. (*32)(*33) 로코 벨페반에게 의뢰를 받아, 브람 누아다레 소피아리와 함께 성배전쟁(아포크리파)을 위한 이런저런 것을 준비한다. 3권에서 천 조각을 보며 감상에 빠진 엘멜로이에게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찾아와서 수은 메이드가 정조교육에 유해한 발언을 한다며 따지러 왔다. 범인은 플랫 에스칼도스였다.(*34) 딱히 아종의 성배전쟁에 다시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는 없지만 여기서도 차금상환과 마술각인의 수복에 힘쓰고 있다.(*35)

■ 프리즈마☆이리야 시리즈
잠깐 나온다.
애니메이션 판에서는 이유는 불명이나 뭔가 성우라던가 같은 어른의 사정이 있는지 원작 만화에서 키슈아 젤렛치 슈바인오그가 나와서 하는 대사도 엘멜로이 2세가 맡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작품명이 작품명이니 만큼 주인공이다.
1권에서 박리성 아드라에서 벌어지는, 시계탑의 고위직들도 탐내는 '아드라의 유산'을 건 대회에 초대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박리성을 만든 게뤼온 애쉬본이 마술각인을 수복하는 수복사로서 유명한데 죽으면서 자신이 남긴 천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자에게 유산을 넘긴다는 유언을 남겼다.(*36)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맡고 있는 엘멜로이의 원류 마술각인은 모 마술사 킬러 씨의 기원탄에 박살나서 1할밖에 남지 않았기에 초대받은 엘멜로이는 각인을 수복할 겸 수수께끼를 풀 겸 해서 제자 그레이와 함께 박리성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 곳은 그라니드 애쉬본과 시계탑 법정과가 암약해서 만든 본격 마술사 처형 공간이었다. 두뇌를 살려 대단한 추리 능력을 발휘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마술각인이 없는 무능남이라는 게 행운으로 작용하여 히든 카드로 활약하거나 했다. 사건 종료 후 흑막인 아다시노 히시리가 근원의 소용돌이에 집착하는 마술사는 한심하다며 나랑 동류 아니냐고 떠 보았으나 다시 후유키 시의 성배전쟁에 참가하여 라이더(이스칸달)과 만날 생각 만만인 2세는 무시했다.
2권과 3권에서는 쌍모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4권과 5권에서는 금고에 보관해 두었던 라이더(이스칸달)의 성유물이 도난당한 상태에서 레일 체펠린에 초청받아 그 곳으로 가게 된다. 이 작품의 악역인 페이커(헤파이스티온)과 하트리스에 대해서 알게 된다. 이 시점에서 5차 성배전쟁에 참가하겠다는 소망을 접게 된다.
6권과 7권에서는 그레이의 고향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그 영모에서 그레이를 받아 온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후 다시 영묘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찾아가게 된다.
8권, 9권, 10권은 관위지정의 정체를 다루며 하트리스를 막게 된다. 하트리스의 목적은 이스칸달을 신령으로 소환하는 것이었다. 이스칸달이 그 위업을 칭송받아 올림포스 12신으로 선택받은 적도 있는 설화를 재현하려고 했다.(*37) 이는 성공했으나 신령 이스칸달을 소환될 때 마스터를 공유하게 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하나 있는 령주로(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과거 에델펠트 가문의 자매가 빼돌린 걸 줬다)(*38) 이스칸달에게 퇴거하라는 명령을 내려 무산되었다. 영령 이스칸달이라면 4차 성배전쟁에서 웨이버에게 소환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없겠지만 신령으로 소환되었기에 웨이버의 기억을 떠올렸고 그를 치하한다. 사라지기 직전 신령의 힘으로 고장난 그레이의 롱고미니아드를 봉인하는 상자를 수복해 준다.(*39)(*40)

■ 봄, 또 트위터를 시작했습니다
플랫 에스칼도스가 만든 '혼잣말이라던가를 자동으로 트위터에 투고하는 마술'에 걸려 있었다. 트위터 소통의 중심지라 할 수 있으며 다들 만우절 특유의 개그 시공에서 개그 하며 놀고 있는 와중에 홀로 캡슐 서번트와 임페리얼 로마라는 개념에 위화감을 느낀다.(*41) 불법 캡슐 서번트 사건을 조사하라고 일본으로 파견되어, 이거 저거 한 끝에 추론하길 이 세계는 위법 캡슐 서번트를 찍어낸 결과 좌의 영령에 위법 캡서버의 정보가 일정한도를 넘어 전해져서 세계의 경계가 비틀려 생겨난 곳임을 밝혀냈다. 말하자면 평행세계의 집합이며 그 중에서도 자신은 평행세계의 관찰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2세가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는 이 세상에 없다' 고 생각하는지라 미스터 K라는 이름으로 악당 짓을 하던 케이네스는 미스 K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존재 자체가 부정되어 사라져 간다. 2세는 플랫 에스칼도스의 도움을 받아 사라져 가는 케이네스의 존재를 신속하게 지워 고통에서 해방해 줬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누군지 조차 잊어버린 케이네스에게 2세는 과거의 앙금을 떨쳐냈는지 '당신은 미숙한 나와 싸워 준, 누구보다 긍지 높은 로드 엘멜로이 선생님이다' 라고 알려 줬다. 이에 케이네스는 '나는 긍지를 걸고 싸우다 죽은 사람인가... 하지만 2세라 불리는 너가 내 이름 만은 이어주고 있구나' 라며 만족하고 소멸한다.(*42) 덧붙여 이는 나스 키노코 시나리오이며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사건부의 산다 마코토가,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는 우로부치 겐이 맡았다. 특히 우로부치 쪽은 10년 지났으니 케이네스라는 인물에 대해 결판을 지어 보자 적극적으로 날뛰었다.(*43)

■ 페이트 그랜드 오더
뭔가 알 수 없는 사정에 의해 제갈공명의 매개체가 된다는 형태로 의사 서번트가 되었다 소환되었다. 진명은 캐스터(제갈공명 - 로드 엘멜로이 2세)이며(*44) 이는 엄밀히 말하면 2세도 아니고 제갈공명도 아니다. 둘의 힘이 뒤섞이면서 본래의 서번트가 아닌 힘을 발휘한다. 사고와 감정은 로드 엘멜로이 2세로 맞춰어져 있다. 제갈공명 말고도 이런 어떠한 이유로 서번트가 될 수 없는 영령이 인간의 몸을 그릇으로 현세에 소환된 경우가 몇 가지 확인되었다.(*45) 자세한 내용은 의사 서번트 항목과 캐스터(제갈공명 - 로드 엘멜로이 2세) 항목을 참조할 것.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싱가포르에 강의 일이 있어 찾아왔다가(*46) 자기 제자가 컨설턴트에게 잡혀 있다는 메모를 보았다.(*47) 그래서 컨설턴트의 본거지로 향했다. 컨설턴트의 정체는 2세의 제자가 된 토오사카 린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하계 휴가를 내고 여기서 해적들을 부리고 있었다. (*48) 작년부터 활동했으며 해적이라지만 해적질은 안 하고 해당 지역 바다에 가라앉은 정화의 침몰선을 찾기 위한 샐비지를 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었다. 린이 샐비지에 유용한 장소를 알려주면 해적들이 그 샐비지에 협력하는 관계다. 신비의 유출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인양하다 바르토멜로이의 법정과한테 걸리면 골치아픈데다 지역 상 시계탑이 아닌 나선관이 담당하는 동양의 사상마술 관련 물품이 나올 것이기에 누구에게도 말 안하고 낼름 먹고 튀려고 했다.(*49) 한편 린이 샐비지했다는 수수께끼의 청년 에르고를 본 2세는 몇 마디 나누더니 당분간 여기서 머무르기로 한다.(*50)
에르고를 찾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가 토오사카 린의 근거지까지 찾아와서 같이 있던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에르고를 내놓으라 하나 2세는 임시라지만 자기 학생을 파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51) 그렇게 대립하던 도중 무시키가 나타나서 에르고의 머리를 부섰다. 그러자 에르고의 등에서 빛의 날개같은 환수가 솟아올랐고 섬은 거대한 손바닥으로 짓누른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52)
아무튼 위기를 넘긴 일행은 먼저 라티오에게 선빵을 날리기로 했고 싱가포르의 룩스 카르타를 뒤져 은신처를 찾아낸 뒤 린이 육성한 해적들을 거느리고 침공한다.(*53) 라티오는 이에 대응하여 린이 찾던 정화의 보물선을 끌어올려 뼈 연금술로 보강한 문자 그대로 유령선을 만들어 반격해 왔다. 쓰러뜨릴 방법이 없어서 롱고미니아드를 날렸다. 이마저도 막아내지만 이 때 생긴 틈을 노린 2세와 린의 해킹이 먹혀 라티오를 제압했다.
라티오가 제압된 걸 본 무시키가 약조를 깨고 에르고를 먹어치우려 하면서 쿨드리스가 몰락해가고 있다고 도발했다.(*54) 잠시 라티오와 2세와 휴전을 하고 힘을 합쳐 싸웠다. 에르고의 신완에 무시키의 양신이 격파되자 언젠가 또 만나자면서 물러났다.(*55) 뼈 연금술이 해제되어 가라앉는 보물선을 본 린이 자기 보물이 수장된다며 급하게 수습한다.(*56)

에르고와 만난 지 일주일이 되었을 적 일행은 일본에 와 있었다.(*57) 여기서 아오자키 토우코의 소개로 료우기의 성을 쓰게 된 료우기 미키야와 만난다.(*58) 토우코의 의뢰는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지닌 두 문제(본래는 그레이의 성장이 멈춰버린 것 뿐이었으나 추가된 맴버인 에르고의 기억 문제까지 합쳐서 두 가지 문제가 되어 버렸다)를 해결할 조언을 대신 전해 달라는 것이었으며(*59) 일행을 만난 미키야는 가족에게서 떨어져나간 인간이 불행하냐는 질문을 하고 그건 그 사람이 추구하는 것에 따라 다르다는 답변을 듣더니 그거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며 법술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야코우 가문의 야코우 아키라가 납치되었음을 알리고 그 아이와 접촉하면 2세의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토우코가 이야기했다 밝힌다.(*60)
2세는 일본의 마술 조직과 교섭하고 싶은 참이기도 해서 그레이랑 같이 야코우 저택으로 찾아간다. 세컨드 오너인 토오사카 린과 정체를 설명할 수 없는 에르고는 도쿄 관광 간다.(*61) 찾아가서 당주 야코우 아카네를 언제나처럼 해체하고(*62) 말을 들어보자 아키라를 납치한 자는 방황의 바다 소속임을 알려준다.(*63) 그래서 자기들이 섣부르게 붙잡았다간 방황의 바다와 논쟁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며 2세라면 원만히 해결해 주던가 보험이 되던가 해 줄 테니 의뢰했다고 한다.(*64)
한편 아키하바라에서 야코우 가문의 마술사들과 야코우 아키라, 바이 뤄롱, 토오사카 린, 에르고가 충돌했고 결과적으로 야코우는 전멸하고 린을 제외한 셋은 행방불명된다. 이를 연락받은 야코우 가문은 2세가 아키라를 찾을 만한 존재인지 시험해 보곤 만족해서 아키라를 찾아달라 한다. 2세는 하루 이틀 내에 답변하겠다 한다.(*65)
2세가 일본 독자 마술에 주목한 건 그들의 마술이 신과의 접속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니 접속을 끊는 방법도 전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레이 안의 아서왕이나 에르고 안의 신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식이 된다.(*66)
이러저러한 이유로 의뢰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2세 일행은 료우기 미키야의 연락을 받고 가람의 동에 들르게 된다.(*67) 2세는 일본에 도착해서 에르고에게 휴대폰을 상비하라 했고, 료우기 미키야에게 에르고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도쿄 부근에서 이상한 빛이 나타났다는 SNS를 보고 미키야는 에르고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걸 야코우 아키라가 받아서 일단 가람의 동에 아키라와 바이 뤄롱, 에르고를 옮긴 것이다.(*68)
뤄롱은 모든 정보를 불면 아틀라스원에게 파악당할 테니 모든 걸 밝히지 않고 에르고를 내놓으라 한다. 2세는 제자를 팔아넘기는 건 신념에 어긋난다며 거부했고 서로 싸움 직전까지 간다.(*69) 이 상황은 료우기 미키야가 뤄롱에게 가람의 동을 숙소로 넘겨주는 걸로 흐지부지된다.(*70)
토오사카 린은 야코우 쪽에 붙어서 야코우 아키라를 바이 뤄롱에게 빼앗거나 뤄롱 쪽에 붙어서 에르고를 넘기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다 한다. 억지로라도 선택지를 늘리고 싶다며(*71) 하룻밤만에 배워서 바로 강해지는 방법이 없냐고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요청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2세는 방법이 있다며 가르쳐준다.(*72)
그리고 바이 뤄롱의 비밀을 해체했고, 동시에 야코우 아키라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키라의 몸에서 나온 암흑의 늪에서 고래 같은 환수가 출몰해 아키라와 바이 뤄롱을 삼킨다.(*73) 이를 일으킨 건 아직 2할의 간타이가 남아 있던 야코우 유키노부였다. 곧 암흑의 공간은 두 사람을 삼키고 작은 사이즈의 입방체로 압축되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야코우와 싸우기 보다 순응하기를 택했고 야코우들은 입방체를 회수해 간다.(*74) 이후 료우기 미키야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제 3의 선택지를 고르기로 하며 미키야에게 받은 의뢰대로 아키라를 구해넸다고 다짐한다.(*75)

사실 야코우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간타이에 바이 뤄롱을 먹일 생각이었다. 뤄롱이 삼킨 용과 야코우가 섬기는 신에게 공통점이 있어서 가능한 계획이었다.(*76) 반대로 말하면(뤄롱은 몰랐지만) 지즈는 내기에서 이길 경우 야코우의 오오나무치를 바이 뤄롱의 양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게 된다.(*77) 간타이의 거부 반응이 일어난 유키노부는 전신이 망가져 거의 썩어 있었다. 마술회로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24시간 내내 오드를 거절반응을 돌리는 데 쓰고 있었으나 그것도 한계라 마술회로가 썩어 1/4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남은 시간을 아키라를 구하러 온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과 싸우기 위해 오드를 전투용으로 돌린 결과 곧 죽을 상태가 되었다. 아카네가 의식을 서두른 건 오오나무치의 전설에 따라 바이 뤄롱을 간타이가 먹어치우는 걸로 유키노부를 치료할 생각이었다.(*78) 마술사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데 아들과 손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카네는 손녀를 희생해 아들을 살리는 길을 택했다.(*79) 하지만 유키노부는 딱히 딸을 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의 특별함을 버리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서 자신의 배를 가르는 걸로 의식을 중단시킨 다음 아키라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한다.(*80) 유키노부가 특별함을 받아들인 건 어릴 적 자신을 아득히 넘어서 특별한 료우기 시키를 본 게 계기로, 저런 자가 있다면 자신은 구원받은 거며 이런 자가 있다면 야코우를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했다. 헌데 후에 만난 료우기 시키는 고쿠토 미키야와 어울려 평범한 여성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걸 본 유키노부는 그 시키가 특별함을 그만둘 수 있다면 자신도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보통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일족과 가족은 특별을 버리기 위한 도구였다.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 되는 조건인데 당신은 남을 속이고 다녔다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말을 듣고 보통이란 그런 건가 한다.(*81)

유키노부가 의식을 망치자 아카네는 방황의 바다와의 계약을 파기했다.(*82) 그리고 아키라는 유키노부가 좋을 대로 하라고 했지만 계속 참게 해 놓고서 이제 와서 좋을 대로 하라고 하자 뭘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족이 모여있을 적의 행복한 기억 조차 유키노부의 변덕 같은 것임을 알고 기댈 곳이 없어져 딱 하나 남은 마음의 안식처인 바이 뤄롱을 먹어버리기로 한다.(*83) 자신을 뜯어 먹는 아키라에게 뤄롱은 자신을 먹어서 만족할 수 있다면 먹으라 했고 그걸 들은 아카네가 정신을 차린다. 마침 아카네가 지즈와 한 계약을 파기한지라 영핵(심장)을 되찾아 입방체에서 나오는 데 성공한다.(*84) 그렇게 대강의 일이 마무리된 것 같았지만 많은 힘을 소모한 뤄롱이 식신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즈는 뤄롱이 식신충동이 올 경우 굶주림과 내기의 계약 사이에서 미쳐버릴 테니 굶주림을 우선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2세 일행과 싸우게 된다.(*85)(*86)

신과 용의 힘을 해방한 둘의 싸움은 호각이었지만 뤄롱은 용종의 노심이 있고 에르고는 마력을 추가로 보충할 수단이 없어 뤄롱 쪽의 승기로 기울었다.(*87) 그 때 그레이가 롱고미니아드의 본래 권능인 세계의 텍스쳐를 붙들어매는 걸 끌어내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를 발동하여 뤄롱의 노심을 붙들어매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88)

그러자 지즈가 나타나서 2세 일행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유도해 왔다고 이야기한다.(*89) 자기가 직접 에르고와 만나는 건 계약 위반인데 예정대로 아틀라스원이 에르고를 회수해버리면 재미 없다며 이번 일을 꾸몄다 한다.(*90) 2세는 이 쯤에서 제거해 버리려고 했는데 야코우 아키라가 뤄롱에게 의지하는 것을 보고 기분 잡쳤다며 자기가 내기에서 이겼으나 아키라를 받아가는 대신 아키라에게 새겨진 간타이의 절반을 야코우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아키라에게 남은 절반의 간타이로 뤄롱의 식신충동을 억누르는 것으로 합의를 보자 한다. 2세는 료우기 미키야와 겐마와 약속했다며 아키라를 다치게 하지 말아달라 하고 뤄롱이 그걸 받아들였다. 다음에 만날 때 까지 뤄롱을 단련시킬 테니 그 쪽도 힘을 조율하라 한 후 공간전이해서 떠나버린다.(*91)

사태가 일단락되어 2세 일행은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을 만나러 이집트로 가기로 했는데 마침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 일행이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하다 이집트의 파라오 살인사건에 휘말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92) 구체적으로는 라이네스가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에게 이끌려 따라왔다 한다.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와 합류해 온 시계탑의 고고학과 아스테아의 로드라 발굴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이를 이를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싶었으나 라이네스가 있는 걸 보고 들킨건가 하며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한다.(*93) 한편 그 문제의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공동작업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합동 발굴단 맴버인 카르마그리프는 이집트에 에르고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과 마주쳤다.(*94) 파로스의 등대의 비공개 시설에서 잠수를 준비하는 아틀라스원의 잠장전으로 일행을 안내한다.(*95)(*96)

한편 이야기의 주요 화재인 파라오 살인사건은 이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한 것이다. 도서관의 조사의 전제는 시큐리티 키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기에 이게 실종되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키가 외부로 빠져나가면 모등 기능이 정지하는데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보아 아직 키는 대도서관에 존재하고 지금 머물고 있는 자들이 범인 후보가 되었다. 이 키의 정체는 이 해저 대도서관에 보관된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몸의 심장이다. 심장을 도난당했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다른 루트로 깨워주지 않았다면 도난 사실을 모르고 자고 있었을 거라 하며 움직일 수 없는 몸 대신으로 기계로 된 새 사역마로 행동한다. 이 사실은 라티오가 다른 아틀라스원의 마술사들에게도 비밀로 해 달라 한다.(*97)
새 형태의 사역마의 정확한 정체는 대도서관을 건설할 적 아틀라스원이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인격을 카피해서 만든 재현체, 백업 같은 개념이다. 아틀라스원의 추산으로는 99% 이상의 확률로 생전의 본인과 비슷한 발언을 할 거라 한다. 이 백업본은 데이터가 부족하다. 해저 대도서관의 구조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파악하고 있으며, 최심부의 자신의 본체의 심장이 도난당했다는 사실도 그 심장이 뽑혔다는 통신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이지 본체가 뭘 당했는지는 모른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진짜 몸이 보관된 곳은 도서관의 4층 최심부이며 아직 공동발굴단의 조사는 3층에 도달한 시점이었고 대도서관의 뒷출입구들은 전부 수몰되어 막혀 있다. 일종의 밀실 살인사건이 되었다.(*98)

결국 사건부 때 처럼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와이더닛을 따지며 살인사건을 추리하게 되었다.(*99) 여차저차해서 2층에 진입한 일행은 앞을 가로막는 기계 파수꾼을 부순 후 2층에 고립된 자들과 합류했다. 이것으로 용의자는 전원 모였다. 모두 일곱 명으로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과 그녀의 아버지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와 조수인 티카 멜루아스테아 틀레막, 그리고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였다.(*100)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은 범인 색출 & 키 찾기와 별개로 대도서관 4층으로 진입해 관리동을 통해 키 없이 대도서관의 데이터를 열람해 발굴조사의 성과를 달성하자고 제안한다.(*101)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번 발굴작업은 아틀라스원의 계율을 깰 가능성이 있음에도 진행된다는 모순을 지적하며, 이 발굴이 아틀라스원에게 어디까지 허락받았는가와 발굴의 진짜 목적을 묻는다.​(*102) 로그는 2세가 마술사답지 않은 놈이라 하며 자신은 아틀라스원에서 선임 교관의 직위에 있었기에 그 권리를 이용해 정식 심사에서 이번 발굴이 부결되기 전에 연구를 달성할 생각이라 한다.(*103) 그리고 이번 사건이 배신자가 아니라 아틀라스원의 계율에 따라 발굴작업 자체를 어긋난 것으로 보고 정보가 세어나가는 걸 막으려 하는 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시된다.(*104)
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르면 시큐리티 키는 관리부의 기능이므로 그 키만으로는 본인이 인식한 범위 내에서만 조작이 가능하다 한다.(*105) 그러자 2세는 평범하게 탐정처럼 사건을 해결하려 했다간 살해당할 가능성이 높으니 키의 조작 범위를 이용해 범인을 색출해보자 한다. 팀을 둘로 나눠 선행 팀에게는 후방 팀이 대기한다 속이곤 실제로는 후방 맴버는 따라간다. 범인이 키를 사용하면 그 작동범위를 보고 어느 팀에 범인이 있는가를 색출한다. 동시에 각 팀의 맴버는 적절하게 배치해서 서로를 감시하게 해 범인 색출과 견제를 동시에 하도록 구성했다.(*106)

이 곳에는 공동조사 이전에 먼저 두 차례 뭔가가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나는 과거 아틀라스원에서 경계시하던 도굴꾼 집단으로 굉장한 실력으로 지상의 유실물을 몇 개 탈취한 적이 있다. 다른 하나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남동생인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다.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과 같은 세대라는 이 남자는 독보적인 우등생이다.(한 세대 더 아래의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도 괴물로 묘사되는데 사이파는 시온에 비견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다) 만약 사이파가 해저 대도서관에 먼저 왔다면 파라오의 밀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사이파일 가능성이 대두된다. 다만 사이파가 들렀을 가능성은 아주 높지만 그가 4층까지 시큐리티를 돌파했을지는 의문이였다.(*107)
​한편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에 관해서 이것 저것 관여되어 있었다. 대도서관 발굴에 참가한 것 부터가 사이파의 죽음의 진상을 알기 위해서였다. 콜드리스 가문의 후계자가 죽은 결과 라티오의 할아버지는 모든 걸 포기해 아버지 로그를 대리로 세워 가문을 맡기고 연구를 파고들 뿐인 톱니바퀴가 되었다. 새로운 후계자가 된 라티오는 동생이 조사하던 연구를 이어받았는데 이것이 에르고에 대한 조사였다.(*108)
로드 엘멜로이 2세 역시 애초에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이 곳을 먼저 들렀다면 파라오 살인사건이 밀실이니 뭐니 하는 전제가 깨진다 하며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사이파와 아는 사이었던 가능성, 사이파가 익사가 아닌 살해당했으며 살인자가 파라오 살인사건의 범인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 등을 제시한다.(*109)

여하간 탐사는 계속되는데 대도서관 3층의 수정 수해는 기어오르거나 내려가거나 틈새에 몸을 끼워 넣어야 하는 등 매우 아크로바틱해서 체력이 부족해 고생한다.(*110) 그러다 3층에서 4층의 최심부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향하는 길이 발견되었는데 프톨레마이오스의 기억에는 없는 구역이라 한다(새 형태의 단말이 아닌 프톨레마이오스 본체라면 알 지도 모르겠다 한다).(*111) 대도서관과 독립된 계통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완전한 어둠에 쌓여 있는데 프톨레마이오스는 이를 죽어 있는 걸로 묘사하곤 숨을 불어넣어 주는데 신비한 벽화가 발광해서 빛을 비춘다. 싱가포르에서 에르고를 해저에서 떠올릴 때 그가 타고 있었던 용기가 있으며(*112) 이 비밀공간은 2세 일행이 오기 전 이미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가 들른 흔적이 있었다.(*113) 벽화에 따르면 그 용기 주변에 세 개의 직육면체 기둥이 있는데 아마 이는 간타이고 간타이를 통해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것 같다 한다. 그리고 벽화 구석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두 개의 기둥이 더 있었는데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이 비밀을 풀어낸 걸 확인하곤 자신도 할 수 있다며 본래 목적인 4층으로 향하는 것을 내팽겨치고 분석에 들어간다.(*114) 그 결과 네 번째 기둥은 이 실험을 멈추기 위한 신이 탑제된 것이고 신을 돌려드리기 위한 신으로 에르고에게서 신을 뽑아낼 수단이라는 걸 알아낸다.(*115) 더 나아가서 고대의 복장을 한 에르고의 홀로그램을 끌어오는데 프톨레마이오스가 보고 놀란다.(*116)
에르고를 라이더(이스칸달)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라 부르는 프톨레마이오스를 본 2세가 충격받고 진짜냐 묻는데 프톨레마이오스는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 그 분을 몇 번이나 자기 대신 파라오로 군림시키고 싶었다 한다.(*117) 한편 프톨레마이오스가 어째서 자신이 그 분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하고 있었나 하자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에르고의 모습을 담은 데이터가 당대로 치면 컴퓨터 바이러스에 해당되는 수백 개의 방벽이 설치되어 보호되고 있었다 하는데 그러면 당시의 아틀라스원은 미래에 같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이 이 곳을 해킹할 것을 알고 대비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은 이것에 당한 것이 아니냐 한다.(*118) 그레이와 탄겔이 파수꾼들을 부수고 막고 해도 계속 재생하는 가운데 도서관이 영상을 수신하기 시작했다.(*119)
무지개색 거품으로 비추기 시작한 영상이 보이자 파수꾼들이 작동을 멈춘다. 이 거품을 통해 영상을 전할 수 있어 갈라져 있던 두 일행이 연락을 취하게 된다.(*120) 이는 시공 거품(時空泡)이란 것으로 거품의 범위에 한정해서 물리적으로 두 시공간을 잇는다. 최신 과학의 관점은 새로운 마술의 실마리가 된다고 여기는 현대 마술에서도 이야기하는 초끈 이론의 일종인 막 우주(膜宇宙)를 한층 너머 구현한 것으로 본래 개념상으로라면 양자 사이즈여야 할 거품이 아틀라스원의 기술로 구현하면 제한적이지만 진동으로 깨뜨릴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지금의 아틀라스원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술이지만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를 만들던 신대 시절의 아틀라스원에서는 일상적으로 구현하는 물건으로 단순한 통신기기를 만드는 것보다 시공 거품을 만드는 게 더 간단했었다 한다.(*121)
거품영상을 통해 얼굴을 비춘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너희들 중에 범인 있는거 확실하니까 기어나오라 한다.(*122) 하지만 프톨레마이오스가 거품의 성질을 사용해 멋대로 에르고를 납치해버리면서 사태가 틀어진다.(*123)

2세는 대충 에르고가 삼킨 신을 보고 이스칸달과 관련이 있을 것은 예상했지만 설마 다이렉트로 그의 아들인 건 뭐냐고 중얼거린다. 역사의 기록대로라면 에르고는 이스칸달이 죽은 후 태어난 왕자인데다 어머니는 동양인이라 그가 진짜 아들인지 의심하는 자들이 많았고 그 덕에 디아도코이 전쟁의 불씨가 되었을 터라 한다.(*124) 그 뒤 이스칸달의 핏줄을 증오하는 카산드로스에 의해 일곱 살에 유폐되는데 글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다 한다. 여기서 독자적인 해석이 들어가는데 지금 에르고를 보면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언어 학습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 유폐된 당시에도 그런 면모를 보이고 경계당해 금지당한 거 아니냐 한다.(*125)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스칸달을 신격화하고 그를 중심으로 그리스와 이집트를 통괄하는 신화를 재구성한 것을 언급하는데 그 신화를 마술기반으로 본다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대규모의 마술식을 집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거라 한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집트를 통제하기 위해 신화를 재구성한 게 아니라 그 시대기 신대니 이 작업으로 이스칸달을 진짜로 신으로 만들고 알렉산드로스 4세, 그러니까 에르고를 신의 혈통으로 만들려 한 게 아니냐 한다.(*126) 이스칸달의 실존은 확실하지만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실존은 불확실하고, 그게 그가 생전부터 모든 이야기에서 멀어진 상태라서 그렇다 하면 허와 실 사이의 절대적인 공백이 어떤 형태를 취할 거라 한다.(*127)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신화의 재구성을 왕이 대륙에 걸친 신화의 변용(후대의 역사를 바꿀 만한 문화의 초석화)이라 치면 그건 일개 마술사로선 할 수 없는 대의식, 방황의 바다와 산령법정, 아틀라스원의 마술사들을 통합한 인류의 세계와 신화 그 자체를 이용한 초발급의 대 의식 마술일 거라 한다.(*128) 그래서 그 의식마술이란게 에르고에게 세 개의 신을 삼키게 한 짓이었다 하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목적도 정체도 짐작이 불가능하다 한다. 정말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한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에르고가 제자인 건 바뀌지 않는다 맹세한다 한다.(*129) 그래서 에르고를 어떻게 찾느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비밀구역을 발견한 게 애드라는 걸 눈치채고 애드가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들어간 것을 이용해 그 쪽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보다 더 오래된 에드의 연산능력을 활성화시킨 후 검색용 식과 방향성을 주입하자 정보 수집 능력이 발현하여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형태를 연산할 수 있게 된다. 즉 수정이 만발하여 던전이나 마찬가지가 된 해저 대도서관의 깨끗할 적 모습을 훤히 파악하는 지도가 된다. 이를 통해 에르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곳으로 향한다.(*130)

에르고는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시간을 끌어달라는 부탁을 받아들여 자신을 중앙으로 이끌려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왜 죽임당했냐를 지적한다. 이에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죽음의 정체가 관에 함정이 설치되어서라면 에르고가 관을 접할 때 에르고도 죽을 가능성이 있으니 대화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곤 이 대화를 이어 한다.(*131) 이거 삼중밀실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진행됬을 적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 쪽 일행이 가장 먼저 관리부에 도착한다.(*132) 카르마그리프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를 숨겨놧을 줄은 몰랐다 하면서 자기 지상예장으로 시공 거품을 눌러 관리부의 좌표를 찾고 공간전이를 해 왔다 한다.(*133) 그 다음으로 2세 일행이 관리부에 도착하는데 애드가 지도를 표시주기도 했고, 시큐리티가 다 풀려 있어서 쉽게 관리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2세는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도 에르고의 정체가 무엇이건 스승으로서 제자인 에르고를 내버리지 않겠다고 말한다.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마치 2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2세가 에르고의 납치 건을 뒤로 미뤄두자 하자 태연하게 대답한다.(*134) 가장 늦게 도착한 건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쪽 일행이다.(*135)

이번엔 2세가 아니라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추리를 하는데 2세의 왜 했는가(와이더닛)을 따라하면서 동시에 언제 했는가(웬더닛)을 추가하는데 시간개찬은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신비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한다. 동시에 자신은 지난 한달 간 2세의 행적을 조사했기에 이번 사건에 방황의 바다가 얽힌 것도 알고 있다. 에르고에 대한 게 시계탑의 다른 로드들에게 알려지면 봉인지정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한다. 카르마그리프는 신대 마술에 어두운 시계탑이 에르고를 얻어 봐야 발전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며 방관한다.(*136) 에르고는 항상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추리를 해 줬지만 이번엔 2세 전에 타인이 먼저 추리하는 걸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아무튼 추리가 이어지길, 이번에 용의자로 몰린 자들 중 남들의 눈을 피해 파라오의 관을 공략할 기회를 가진 자는 없었으며 관에 누군가가 접근한 건 대도서관이 만들어진 2300년 전, 그리고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대도서관에 침입한 3년 전 중 하나의 시점일 겨라 한다. 즉 각 가능성이 있는 시간대에 각자 관에 손을 대며 무언가의 이유로 밀실 트릭을 하나씩 덧붙였고 그 결과 지금 시점에서 3중의 밀실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다.(*137)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4세가 말년에 유폐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건 그의 후견인 페르디카스를 프톨레마이오스와의 싸움에서 암살당했기 때문이라 한다. 즉 프톨레마이오스의 잘못이 있다는 이야기다.(*138) 그리고 다이도코이 전쟁 끝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시체를 손에 넣은 건 사적인 이유가 있어서일 거고 그게 3중 밀실화의 이유라 한다.(*139)

잠시 주제에서 탈선한 카르마그리프가 에테라이트에 대해서 주절주절 하다 시온 엘트남 아틀라시아의 에테라이트로 자기 머릿 속에서 데이터를 카피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송해달라 한다. 처음에는 2세에게만 전할 예정이었지만 2세의 제자들도 해 달라 해서 다들 받는다.(*140) 그 과정에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에게 2세 식 공격적 약탈행위를 선보인 카르마그리프는 이번 살인사건의 추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3년 전 대도서관에 간 건 에르고의 실험에 관련된 이유이며, 대도서관에 복수의 모순된 명령이 심겨 있을 거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가 일부 기억을 인계 못 받은 건 아틀라스원의 비밀 정보를 감추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틀라스원 관련 기억을 지우는 것으로 그들의 검열을 피하는 목적도 있을 거라 한다. 세 가지 의도가 얽혀 있다 한다.(*141)
→ 세 의도란 프톨레마이오스,대도서관을 건설한 아틀라스원의 분파, 에르고의 실험을 한 세 마술사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금술을 거의 못 쓰지만 음모와 교섭이 특기이며, 아틀라스원의 분파는 연금술에 뛰어나지만 음모가 서툴렀고 세 마술사가 뭘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세 마술사는 두 방면에 모두 뛰어나지만 이 실험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싶었다.(*142)
→ 프톨레마이오스은 아틀라스원의 분파에게 자재를 제공할 태니 대도서관의 기술을 이용하게 해 달라 부탁했을 거라 한다. 이것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지만 에르고의 실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했을 거라 한다.(에르고의 실험 구획이 제3층에서 독립되어 있다는 것이 근거).(*143)
→ 순서대로 정리하면 프톨레마이오스와 아틀라스원의 분파가 협력해 해저 대도서관을 만들고, 세 마술사가 실험을 위해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이야기를 꺼냈을 텐데 세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서로를 신용하지 않았을 거라 한다. 이는 프톨레마이오스가 한창 다이도코이 전쟁 중이라는 이유와 세 마술사가 최종적으로 에르고를 차지할 생각이었다는 이유가 있다..(*144)
→ 프톨레마이오스는 에르고가 대도서관의 최심부인 자신의 관으로 초대하려 했으며 이건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 알렉산드로스 4세를 어떤 형태로든 부활시키려는 것이라 그랬을 거라 한다.(*145)
→ 하지만 세 마술사의 실험이 최종단계까지 진행되면 그 셋의 에르고 쟁탈전이 시작될테니 프톨레마이오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는 실험이 완성되기 전 아슬아슬하게 에르고가 부활한 시점에서 함정이 발동되게 준비했을 거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세 마술사, 또는 그 후예가 다시 3층의 비밀공간인 실험실에 나타났을 때라 한다.(*146) 그리고 3년 전 그 실험실에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도착해서 데이터를 얻었을 탠데 그 시점에 아직 에르고는 대도서관에 봉인되어 있었을 거라 한다.(*147)
→ 한편, 에르고가 삼킨 세 신은 모두 바다의 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세 마술사가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눈독을 들인 건 이 곳에 에르고를 안치시키면 바다의 요소에 익숙해지면서 2000년에 걸쳐 조금씩 신을 소화시키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148)
→ 카르마그리프는 손오공이 영생의 비약을 먹은 후 얻은 후 49일간 벌 받은 건 마술적으로 보면 벌이 아닌 몸에 흡수시키는 과정이자 사상 마술의 연단술이라 하며 에르고가 먹은 신의 하나가 손오공임을 맞춘다.(*149) 그 49일이 불교의 종교적인 의미(개념적인 한 시대가 끝날 때 까지의 시간)가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 실험에 들어간 2000년의 시간은 신대의 마술이 끝난 시점부터 현대의 마술이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진짜로 한 시대가 끝날 때 까지의 시간)을 노린 거라 한다.(*150)
→ 이 때 그레이가 신이야말로 시간 그 자체라 하자 그걸 들은 카르마그리프가 이야기에서 탈선해 그레이에게 흥미를 보이며 아스테아에서 제대로 단련시켜 보고 싶다 하지만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거절당한다.(*151) 다시 추리로 돌아가서, 프톨레마이오스의 함정이란 실험실에 세 마술사의 후예가 도착했을 때 에르고를 태운 포드를 실험실에서 해저로 배출하는 것이라 한다. 파수군들이 폭주한 것은 에르고를 무사히 배출할 때 까지 새 마술사의 후예의 발목을 묶는 함정이었다 한다. 결과적으로 3년 전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에르고가 배출되며 그 과정에서 실험실에 바닷물이 들이닥쳤고 파수꾼들이 발을 묶으려까지 한 덕에 사이파는 익사했다 한다.(*152)
→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금술사가 아니기에 통상적으로는 파수꾼들을 폭주시킬 수 없는지라 시큐리티 키를 통해 서로 모순적 명령을 여러 개 보내 오류를 일으키는 법을 선택했다 한다. 오류를 일으키는 명령의 조합을 알아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만 그건 프톨레마이오스가 장수했으니 문제 없었다 한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 중 하나가 시큐리티 키를 도난당하는 것이었다 한다.(*153)
→ 2층에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침입하자 대도서관이 폐쇄된 것은 불필요한 인간의 출입을 막는 수단으로, 아틀라스원의 분파에 이야기해서 특별히 만든 부정 동작이라 한다. 아틀라스원의 절대 계율이 자기 연구 성과는 자신에게만 공개할 것이라는 점에서 당시 연구 카피를 대량으로 보존하게 된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아틀라스원의 입장에서 보면 파괴도 불사해야 할 위험물일 가능성이 높다 하며, 현 시점에서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해저 대도서관이 회색지대이기 때문에 정식 심사가 이루어지기 전 탐사를 끝마치고 싶어했던 것 처럼 2000년 전 아틀라스원의 분파들도 본부가 이 곳을 위험시해 침입하는 것을 막고 싶다 생각했다 한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분파들에게 본부가 침입해 왔을 때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해 그랬다는 핑계를 대며 대도서관을 폐쇄시켜 버리라는 소리를 불어넣었고 그 기능이 실제로 구현된 결과가 파라오 살인사건 이중 밀실의 진실이라는 결론이다.(*154)
→ 한편 카르마그리프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신대의 사람임에도 파수꾼의 오류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기계적인 트릭(관리부와 연결을 끊고 추가적인 명령으로 부하를 일으킨다)을 생각해낸 것이 감탄스럽다 한다.(*155) 이에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아틀라스원의 분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시큐리티 키를 맡긴 시점에서 불공정 이용을 감지할 체크 기구 정도는 마련했을 것 같다고 반박하자, 카르마그리프는 그걸 감지하는 기구 역시 기계니 시큐리티 키가 뽑혔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 방금 감지는 단순 미스라 판단할 것이고, 기계 입장에서는 밀실에 의미가 없으니 무시했을 거라 한다.(*156)
→ 결론을 내리면 기계가 명령대로 수행한 의미 없는 행동(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한 이유, 파수꾼이 폭주한 이유, 이 현상을 감지 기계가 무시한 이유)이 지금 대도서관에 온 일행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착각된 것이다. 무의미라는 순수한 와이더닛에 의한 밀실이라고도 한다.(*157) 덤으로 프톨레마이오스가 사역마 새를 남긴 건 혹시라도 에르고가 2000년 후에도 살아나지 못 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 한다.(*158)

추리가 끝나고,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는 시큐리티 키는 누가 흠쳐간 게 아니라 관 안에 있을 거라며 에르고에게 관에 잡촉하라 하는데 여기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추리에 태클을 건다.(*159)
→ 2세는 카르마그리프가 자기 흉내를 낸 것 치고는 와이더닛의 취급이 형편없다며 프톨레마이오스가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한다. 카르마그리프가 그건 뭐 대충 알렉산드로스 4세를 향한 속죄 정도려나 하며 뭐 어찌 되던 상관없다 하자 2세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은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닌 이스칸달 그 자체의 부활이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2세의 말에 긍정하며 생전의 자신은 4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도 그를 되살려낼 정도로 신경이 얇은 사람이 아니라 한다.(*160)
→ 2세는 일전에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와 이집트 신화를 포괄한 신화를 재구성해 마술식, 마술기반, 마술 계통을 거의 제로에서 새로 만드는 대위업이었었다는 이야기를 다시 꺼내며(비슷한 짓인 마술 계통 룬 마술의 마술기반을 부활시켜 버린 아오자키 토우코가 언급되는데 둘의 규모의 차이는 원자폭탄의 설계도를 만든 자와 실물을 만들어버린 국가 정도의 차이라 한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나 동등하고 두려울 뿐이다.)(*161) 카르마그리프의 와이더닛은 프톨레마이오스가 그 대위업을 달성한 목적이 단 한번의 마술식을 위해 구축했다는 것이라는 결론이 아니냐 한다. 카르마그리프는 이에 수긍하며 이스칸달은 그 대위업에 의해 신이 되었으니 신을 먹이는 실험에는 적합하지 않고 뚜렷한 개성을 가지지 않는 공백이자 재구성된 신화의 초점이 될 수 있는 에르고가 사용되었을 거라 한다.(*162) 실제로 막 깨어난 에르고는 무구하며 순수해 신화의 초점이자 공백(근원의 소용돌이나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의 투명체 재능과 비슷한 것)이라 할 만했고 이는 2세도 인정한다.(*163)
→ 하지만 이 추리대로라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세 마술사에게 파수꾼을 폭주시키는 계략을 꾸밀 필요 없이 전적으로 그들에게 협력해야 할 터였다. 2세는 자기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충분하면 다들 그 논리의 어긋남을 생각했을 것이라 하며, 세 마술사가 한 통속이 아니었을 거라 한다. 그리고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관리부로 들어오자 기다렸다 한다.(*164)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카르마그리프가 자신의 팬임을 자청해 온 것처럼 자신도 현대 마술과 접점이 많은 카르마그리프와 언젠가 마주칠 것을 대비해서 겁쟁이 수준으로 준비해 두었다 하는데, 블랙 옥션에 나도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뒷 코드를 낙찰받은 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였다.(*165) 언젠가 카르마그리프 대책용으로 쓸 수 있겠지 하고 시계탑 마술사의 마인드로 아틀라스원의 유실물 구입해 놓은 것이었다.(*166) 카르마그리프 본인도 비슷한 걸 우려하고 있었다 한다. 조를 편성할 때 라이네스를 외주부에서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과 같이 남겨 놓은 건 둘만 있을 때 그 부분을 터놓고 이야기하게 해 라이네스가 로그를 설득하기 쉽게 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었다. 아무래도 그레이는 그런 비밀을 숨기는 데 익숙치 않아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이네스가 뒷 코드의 기능을 사용해 4층 관리부와 관에 접근했을 때 까지 2세와 항상 통신하고 있었으며 뒷 코드로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전체 지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167) 이에 그레이는 이 정도로 흉계를 꾸몄으면 오히려 자신들이 범인 아닌가 한다.(*168)
→ 그렇게 라이네스가 뒷공작해서 얻은 건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의 증언이었다. 그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을 죽인 자를 찾기 위해 이번 합동발굴조사단을 꾸몄다. 한편 카르마그리프의 '사이파는 2000년 전의 함정에 걸려 죽었다'는 추리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세 마술사가 한통속이 아니며,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납치한 게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한 거 아니냐고 반박한다.(*169) 세 마술사 중 지즈와 무시키는 2000년이 지난 현대에도 살아 있지만 쿨드리스의 선조는 죽었고 후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남기지 않았다.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지킨 것이라 쳐도 허술했다. 이를 2세는 쿨드리스의 선조가 2000년 전부터 선수를 친 거 아니냐 한다. 다른 둘과 달리 쿨드리스의 선조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였기에 도서관을 제작한 아틀라스원의 분파와 같은 기술을 사용했고 다른 두 마술사와 달리 도서관의 제작에 사용된 기술에 능통했다. 즉, 시큐리티를 돌파해서 본래 프톨레마이오스가 들어 있다고 알려진 관에 다른 내용물을 넣어놓은 거 아니냐 한다.(*170)
→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 자기랑 자승자박 수준의 추측뿐인 추리 아니냐 따진다. 여기서 사용되는 것이 라이네스가 소지한 대도서관의 뒷 코드로, 이걸 아틀라스원 선임 교관이자 쿨드리스의 후예인 로그가 쓰면 파라오의 관에 어떤 함정이 숨어 있건 무시하고 따 버릴 수 있으니 지금 관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으로 2세의 추리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171)

전원 2세의 관에 뒷 코드를 써 보자는 제안에 찬동했다.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문을 열려 하자 그 순간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뼈의 칼을 꺼내 아버지를 찌르려 한다. 월령수액과 로그의 뼈의 방패로 간신히 막았고, 그렇게 흑막이 밝혀졌다.(*172)
2세가 설명하길, 분할사고는 몸과 상당히 다른 IF의 자신도 허용한다. 즉 본래 자신은 뒤로 빠지고 IF의 자신을 내세워 다른 가능성의 자신이 사고의 메인에 서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저 알렉산드리다 대도서관 3층의 비밀 구역을 해킹하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아틀라스원의 사람이라면 할 리 없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173) 즉 당시 해킹하던 라티오의 인격은 분할사고로 만든 두 번째 인격이었고, 진짜 라티오는 그 뒤에 머물러 있었다. 진짜 라티오가 아닌 다른 분할사고의 인격이 몸을 조작했다.(*174) 3년 전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대도서관에 침입했을 때 라티오도 따라왔고, 그 곳에 에르고를 만든 세 마술사 중 하나인 그 시대의 쿨드리스가 남겨놓은 기록을 발견했다. 해독은 사이파가 했지만 그걸 머리로 받아들인 건 라티오였다. 문제는 그 기억이 너무 많아서 라티오의 인간성을 변질시켰다. 이런 현상을 막을 방법은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가진 자아가 비어 모든 걸 허용하는 투명체의 재능을 가지는 것 뿐이고, 결과적으로 그런 재능이 없는 라티오는 변질된 자신을 숨기기 위해 분할사고의 다른 인격을 만들어 뒤에 숨어버렸다.(다른 인격은 사고가 터지기 전 라티오의 인격에 가깝게 설정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가짜가 진짜 라티오고 가짜를 만든 진짜가 변질된 가짜 라티오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 3년 간 분할사고의 다른 인격에게 쭉 몸을 맡겨 왔는데 이는 변질된 자신이 몸을 조작하면 다른 아틀라스원의 지인들이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을 것이기 때문이다.(*175)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이라기 보다 기억을 주입받은 결과 2000년 전의 쿨드리스의 인격에 가까워진 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을 열어버린다. 그 안에는 시신이 아닌 검은 독기가 있었고, 그걸 에르고에게 먹이려 한다. 라티오가 범인임을 확인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바로 에테라이트로 라티오를 제압하려 했지만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에르고가 완성되는 쪽에 가치가 있다며 쌍은순호로 에테라이트를 얼려 막아버린다.(*176) 주인이 비전투계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쌍은순호는 수많은 속성의 화살을 쏘아내고, 빗나간 것은 마법진을 발생시킨 후 방향을 틀어 다시 표적을 노리는 등 쓸만함을 과시하며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노렸다. 린과 루비아가 이를 막아내고 카르마그리프와 대치한다.(*177)

​한편 2세의 추리가 이어지길, 라티오의 의지를 잠식한 2000년 전의 쿨드리스가 이런 일을 벌인 건 에르고를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연산기능에 접속시켜 아틀라스원 연금술사들의 명제 '세계의 멸망을 회피할 방법'을 연산하려 한 것이었다. 세계를 구하려다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를 만들어버린 꼴을 잘 아는 쿨드리스는 두 가지 전제를 새웠다. 첫 번째는 구원의 수단이 병기로 이용되는 건 구원의 수단을 이해하는 자가 있기 때문이니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초고연산능력을 지닌 에르고와 대도서관이라는 존재를 이용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대도서관에 접속한 에르고는 버티지 못 하고 죽어버릴 테니 혹시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나더라도 에르고를 악용할 방법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었다.(*178)

​2000년 전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와 당대의 쿨드리스는 서로를 속였고, 그 결과 3년 전 에르고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수중에 들어가지 못 하고 해저를 표류하게 되었다. 2000년 전의 쿨드리스는 거기까지 예상한 후 그럼 밖에서 깨어난 에르고가 다시 대도서관으로 올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 만회할 준비로 시큐리티 키를 이용한 함정과 관 안에 에르고를 작동시킬 장치를 숨길 구상을 했다.(*179)
이에 라티오는 에르고가 완성되어 자신이 소망을 이루면 시계탑에게도 좋은 일이니 2세에게 막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제안했다. 실제로 2세의 편이 아닌 진실을 안 자들은 저항을 포기하거나 라티오의 계획에 찬동했다.(*180) 하지만 2세는 그딴 게 제자를 포기할 이유는 안 된다며 거절한다.(*181) 탄겔은 복잡한 감정을 뒤로 하고 명령대로 2세를 짓이기려 하고 그레이가 막아선다.(*182)

2세는 그 초연산기능을 발휘하는 데 들어갈 에너지를 어떻게 충당할 거냐 물었고, 라티오는 지하의 해저 화산 중 하나를 동력원으로 쓰기로 했다 한다. 이미 27분 뒤에 필요할 거라 예상하고 그 시점에 화산을 분화시키도록 설정해 두었다.(*183) 해저 대도서관이 아무리 신대 기술로 2000년 간 보존된 특주품이라 해도 해저화산이 터지면 박살나는게 당연하다는 듯 화산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관리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184)

에르고는 검은 독기 속에서 에테라이트를 통해 바깥 상황을 전달받는다.(*185)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그 독기가 에르고를 대도서관과 연결하려 하는 것 같다 하며 이를 끊는 시도를 하려 하는데 에르고가 끊는 것의 역을 해야 한다고 한다. 시온이 이를 받아들이자 에르고가 고맙다 한다.(*186) 에르고는 자신이 누군가의 환생이 아닐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로 자신의 정체가 밝혀졌고,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런 자신의 과거를 '엿던 것'으로 지금의 에르고와 별개의 것으로 이야기해 준 것에 감명을 받았다.(*187)

쿨드리스에 찬성하는 자, 반대하는 자, 넋을 잃은 자 등이 섞인 현장은 난장판이 되는데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과 탄겔이 그레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와 싸운다. 이 싸움은 언뜻 보면 호각이지만 탄겔 쪽은 소모가 거의 없고 그레이네는 유효타 하나만 허용해도 치명상을 입는 구도가 된다.(*188) 탄겔은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집착하는데 그의 전투력이 어떻건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에게 가장 큰 장애물은 2세라 판단했다 한다.(*189) 한편 라티오... 의 몸을 한 2000년 전 신대의 쿨드리스는 에르고와 대도서관을 이용한 연산이 시작되었다 하며 자기도 2세가 최대 위협이라 판단하므로 죽인다 한다.(*190) 2세는 3분만 시간을 벌어달라 부탁한다.(*191) 두 사람은 점점 더 고전하는데 라티오가 숨기고 있던 메인 인격을 떠올리면서 파워업한 결과였다.(*192)

2세는 보호만 받는 것에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193)
일단 어느 쪽의 편을 들 수 없이 제대로 사고도 못 하게 되어버린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 에르고와의 접속으로 바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침묵중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에게 향한다. 일단 시온에게 에테라이트로 자기 기억 속의 술식 하나를 빼 달라 한 후 프톨레마이오스에게 그걸 사용해 달라 한다.(*194)(*195)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은 하나라며 신을 묻겠다고 선언한다.(*196)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에 담긴 신을 이야기하는데, 그 관에 있던 것은 권능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세트와 큰 연관이 있다 한다. 2000년 전의 쿨드리스가 구해 온 간타이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으며 어느 인자가 발현할 지 알 수 없었지만 이 관에 담긴 신과 접촉하면 유리한 부분만 남길 수 있어 신경쓰지 않았다 한다.(*197) 즉 관에 담긴 신에게는 두 가지 권능이 필요한데 신을 절개하는 기능과 최종 연산기로서의 기능이다. 이걸 겸비하면서 세트와 인연이 있는 신은 숫자가 한정되는데(*198) 연산이라면 토트와 세샤트가 적임이지만 이들은 신의 기능을 절개하는 기능이 없다. 신의 기능의 절개는 이집트 식으로 말하면 제조 과정에서 다음 생을 위해 사체를 잘라내 만드는 미라에 가까운 권능이라 한다.(*199) 세트와 짝을 이루며, 과거에 왕이었고 현재 세트에게 왕권을 빼앗겼으며 미래에 최후의 왕신 호루스에게 넘겨주는 이 신은 다른 신화에서 나오는 삼위일체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고, 본래 생과 사 식물의 신이었지만 동생에게 죽임당하면서 신을 무로 돌리는 명계의 신도 되었다. 생명의 신이기도 하며, 최초로 미라가 된 신이고 하다.(*200) 그렇게 밝혀진 신의 정체는 오시리스였다.(*201)(*202)

한편 2세가 다른 인물들에게 맡긴 건 서번트의 소환 의식이었다.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의 몰큘페이스가 바닥을 연산기로 만들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가 성유물로서 연산기 가운데 서고, 2세의 기억에서 서번트 소환의 술식을 읽어 온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주문을 외친다.(*203) 일반적인 시계탑 마술사가 사역마와 계약하는 술식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쓸 수 없는 것이지만 서번트 소환의 술식은 웨이버 벨벳이란 초짜가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마력만 유도할 수 있다면 아틀라스원의 사람도 호환되는 간단한 술식이었다.(*204)
그리고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신을 불러낼 수 있는 장소니 유사한 영령소환의 술식이 성립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해저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이라 영맥이 초 활성화됬기도 했다.(*205) 딱 하나 대성배와 제3마법이 없다는 문제는 검은 독기에 씌워져 신의 영역의 연산기로 변하던 중인 에르고를 대용으로 썼다. 사실 대용이라곤 하지만 대도서관과 신의 권능으로 모방한 힘은 후유키 시 성배전쟁의 원형이 된 그랜드 클래스의 결전술식에 가깝다 한다.(*206)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시온의 영창을 막으려 했지만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보석에 상승을 걸어 강화를 발동해 플라잉 니킥을 카르마그리프의 목에 명중시킨다.(*207)
이 연산을 진행하는 동안 에르고의 몸은 복원되며 손에 그 거대한 잔이 생겼다. 정체가 밝혀진 오시리스는 멸망을 회피하는 연산에 모든 힘을 써서 파편 정도의 힘 밖에 남지 않아 에르고가 삼킨 세 신을 분리해낼 능력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서번트 소환 의식에 필요한 연산 능력은 남아 있어 에르고가 손에 생긴 잔을 이용해 시온네와 오시리스를 연결시킨다.(*208) 그렇게 검은 독기, 오시리스는 사라졌고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제3재림의 모습을 한 아쳐(프톨레마이오스)가 소환된다. 에르고와 시온을 마스터라 부른다.(*209)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마지막까지 에르고를 다시 관에 돌려보내 연산을 다시 하려 했지만 서번트로 불린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해저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인 책을 갖고 있었고 이것으로 모든 것을 통제해 화산을 정지시킨다.(*210)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왕의 군세에서 프톨레마이오스를 본 적이 있다 한다. 아무튼 프톨레마이오스는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폐관을 선고한다. 라티오가 그만두라며 덤벼들지만 프톨레마이오스는 보구로서의 왕의 서고를 전개한다. 발사된 빔은 2000년 전 신대의 쿨드리스니 뭐니 그런 건 의미없이 즉사할 위력이었지만 탄겔이 목숨 바쳐 라티오를 보호한다. 탄겔은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라티오를 용서해달라 부탁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이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기억을 갖고 있었음을 알리고 라티오에게 아버지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을 잘 부탁한다 하고 소멸한다.(*211) ​선대 쿨드리스의 의지는 주의나 이념에만 영향을 미쳤기에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동생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 본성을 자각해 폭주를 멈췄다.(*212)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또 누가 언제 찾아올 지, 아니면 그 전에 인류가 멸망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잠시의 폐관을 진행한다.(*213) 프톨레마이오스가 발굴자와 방문객들을 지상으로 되돌릴 시공 거품을 만드는 동안(*214)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럼 도대체 살인사건이 일어난 진짜 관은 어디 있었냐 묻는다. 이에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금 보이는 관은 대도서관 제조 당시 아틀라스원 본부에 변명 대응하기 위한 더미고 진짜는 바로 옆 바닥에 숨겨져 있다 한다. 이 과정에서 생긴 틈을 선대 쿨드리스가 노려 더미 관에 오시리스의 간타이를 넣었었다.(*215)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에르고에 대한 최저한의 정보가 기록된 수정을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넘겨준다. 그렇게 갈 사람은 가고 벌 받을 자는 벌 받는 걸로 끝나나 했는데(*216)
지금까지 분할사고로 메인 프레임을 숨겨두었다 3년 만에 개방한 대가로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던 인격에 기억 포화가 일어난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제어가 폭주해 관리부를 침식하기 시작했다.(*217) 그걸 억누르면서 라티오를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의견이 갈리려는 순간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더러 조금 전의 공방에서 조수인 티카를 전투에 참가시키지 않은 건 아스테아의 지상예장을 준비하도록 한 것이고,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을 알고 있는 거 아니까 어서 정리하라 한다.(*218) 카르마그리프는 이에 수긍하곤 지상예장을 작동시킨다. 사실 대도서관의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지상예장으로 피를 왕창 소모해서 방금 싸울 때의 전투력은 전력이 아니었다 한다.(*219)
이 지상예장은 모조를 바로 생산하는 게 아니라 상한은 있지만 어느 정도 생성하지 않고 보관하는 게 가능한데 물건에 따라서 재룔르 넣고 나서 생성까지 시간이 걸린다 한다. 조수인 타키가 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바로바로 하는 것이었다 한다.(*220)
그렇게 지금 키르마그리프가 뽑아낸 것은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남긴 뼈의 팔 형태의 엑조포름이었다. 자동 발동 자동 판단 기능이 담긴 이 팔이 폭주하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과 맞선다. 지상예장 안에 이런 게 저장되어 있었던 건 카르마그리프와 사이파가 친구였기 때문이다.(*221)
그리고 앞서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구입한 사이파의 뒷 코드를 경매에 내 놓은 건 카르마그리프였다. 돈이 급해서 카피한 것을 이것저것 옥션에 내놨는데 누가 사 갔는가를 조사하지 않은 걸 아쉬워한다.(*222)
한편 라티오와 사이파의 팔의 싸움은 라티오 쪽이 우세를 점했다. 이번에야말로 라티오의 생명을 끊어야 하나 싶은 상황에서 거의 빈사 상태의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무리해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이파가 죽은 후 자신은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외의 것을 모두 잊어버렸으며, 라티오에게 어떤 관심도 가져주지 않고 대화하려 한 적도 없고 그녀가 조종당했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 했다고 고백한다. 라티오는 폭주를 멈추고 아버지를 껴안는다.(*223)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이 알렉산드리아를 떠나게 되었는데 에르고는 수첩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자신의 정체를 안 건도 있고 해서 다시 얼굴의 느낌이 쓸쓸하게 바뀌었다.(*224)
아틀라스원의 유적지에서 시계탑의 로드 끼리 싸운 것을 숨겨야 했기에 이틀 내내 교섭과 타협과 담합을 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거의 뻗기 직전이 되었고 왠지 같이 한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는 팔팔했다.(*225)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이제 2세 일행과 만나지 못 할 거라 하지만 에르고는 언젠가 재회할 거라 한다. 시온은 그게 말이 되냐 하면서도 2세 일행을 절대 잊지 않겠다 한다.(*226)

토오사카 린은 로드 엘멜로이 2세에 대해 생각하길, 2세는 마술사의 가치관을 지향하지만 거기에는 긍정과 자학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한다. 2세의 시선은 대부분의 가치관에 냉담함을 품는다. 이는 2세가 자신은 물론 타인과 적, 아군에게도 몇 걸음 거리를 둔 것이다. 공정하다면 공정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존재 방식인데 린은 그런 게 의외로 싫지 않다 한다.(*227)

다 끝나고 보니 에르고가 그 이스칸달의 아들인지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조금 뻘쭘해졌다. 사교적인 가면을 풀고 무방비한 민낯으로 에르고에게 이스칸달에 관한 기억이 다 돌아왔냐 묻는다. 그러자 에르고는 2세에게 이스칸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 한다. 2세는 재미없고 긴 이야기지만 해줄 수 있다 하며, 언젠가 에르고가 자신의 자의식을 확립할 수 있겠지만 에르고의 기억 포화로 시간이 많지 않은 게 발목을 잡는다 한다.(*228)

여전히 레즈비언스러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의 그레이를 향한 태도를 뒤로 하고(*229) 2세는 이번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면 다시 현대 마술의 강사로서 수업을 재개할 생각이라 하며, 당장은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로 가서 장소를 확보하고 아쳐(프톨레마이오스)가 넘긴 기록 수정을 에르고에게 읽게 하겠다 한다. 이번에 신을 절제하는 오시리스의 데이터를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추출해 데이터로 넘겨 주었기에 에르고의 신을 절제한다는 목표도 진전되었다.(*230)
여기까지 와서 생각해보면 지즈가 말한 비옥한 초승달은 알렉산드리아를 말했다 치고, 바이 뤄롱이 에르고의 진짜 친구면 에르고의 정체인 알렉산드로스 4세가 살아 있던 시기의 인간이라는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냐 한다.(*231) 그 때 플랫 에스칼도스가 2세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온다. 그는 모나코에 있었는데 본래라면 에미야 시로와 반 펨의 선상연회에서 만나야 했지만 어쩌다 보니 자기가 지즈와 차를 마시고 있다 밝힌다.(*232)

이집트 편에서 같이 있었던 토오사카 린,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는 이번 일로 뭔가 다투더니 할 일들이 생겨 헤어졌다.(*233) 그리고 알렉산드리아에서 연락해 온 플랫 에스칼도스, 그리고 그와 같이 있는 지즈를 마주한다.(*234) 둘은 반 펨의 배에서 만났다. 플랫은 마술사로서 지즈의 능력을 간파하고도 나사가 빠진 대응을 하고 지즈는 플랫과의 대화가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다.(*235)

지즈는 무시키라면 한 번 싸운 이상 죽을 때 까지 싸운다고 말하겠지만 자긴 방황의 바다 쪽 사람이라 시계탑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신비의 쇠퇴에 대해 우려한다며 귀중한 재능과 인재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로드 엘멜로이 2세 측과 일본에서 생긴 갈등을 싸움이 아닌 도박으로 해결해 보자 한다.(*236) 의식의 흐름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도박을 좋아하는 지즈가 2세랑 자화자찬하며 떠들다 도박하러 반 펨네 유람선에 온 거라 하는 지즈는(*237) 내기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반 펨과 도박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의 소원을 들어주고, 둘 다 질 경우 반 펨의 소원을 이루어주자 한다.(*238) 그리고 참가자는 자기 제자를 플레이어로 내보낼 수 있다 한다. 정체가 알려져서 신뢰가 무거워진 에르고가 자신을 써도 상관없다 하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 제안을 승낙한다.(*239)

플랫 에스칼도스가 지즈를 만난 건 반 펨 관련 이야기를 찾던 플랫의 해킹에 지즈가 편승해 온 것으로 처음부터 노렸다 한다. 신대의 마술사 답게 해킹의 천재 플랫 에스칼도스의 도주를 앞지르더니 자기도 마술 해킹에 조예가 있다고 밝혔다 한다. 그 뒤로 해킹 동료 같은 게 되서 마술식의 조합이나 마술기반과 앵커의 월령별 세팅이니 뭐니 떠들었다.(*240) 지즈가 접근해 도박을 제시한 이유는 처음부터 반 펨에게서 뭔가 받아내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라고 짐작되었다.(*241)

이야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와중 그럼 펨의 선상연회의 참가비인 100만 유로는 어쩔 거냐는 이야기가 나온다.(*242) 2세에게 그 정도의 돈은 없는지라 그걸 무담보로 빌려줄 만한 멜빈 웨인즈에게 연락한다. 하지만 저 쪽에 이미 지즈가 개입한 상태였고, 멜빈은 방황의 바다 쪽 뭔가 훌륭한 물건을 담보로 지즈에게 돈을 빌려준 후 이미 모나코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돈은 못 빌려준다 한다. 2세의 평으로는 저 놈은 자기보다 지즈에게 붙는 편이 더 재밌을 거라 생각해서 이런 것 같다 한다.(*243)
이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시체가 내일 아침 모나코 바다에 떠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는데 멜빈은 즐거워 보인다. 2세와 친해지느니 빨리 죽는 편이 낫니, 2세와 통화한 휴대폰이 자신에게 단 하나 남은 인간의 조각성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니 한다.(*244)
그러곤 지즈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랑 지즈의 예상대로 2세가 돈 빌려달라 전화해 온 걸 알린다. 앞으로 2세가 돈 빌리는 과정을 못 봐서 아쉽니 하던 와중(*245) 지즈는 자기 제자도 이번 연회에 참가할테니 2인분 돈을 내놓으라 한다. 참고로 그 제자는 후에 멜빈 웨인즈 본인으로 밝혀진다.(*246)

하루 종일 백만 유로를 마련하기 위해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분주하게 이것저것 했지만 약탈공이라는 별명대로 주변에서 경계심을 품어 당장 대출을 해 줄 사람이 없었다.(*247) 시계탑에서 음모를 꾸미는 과정에서 도청 등을 피하는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에게 연락이 안 닿는 건 둘째 치고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도 연락이 안 된다. 옆에 있는 플랫 에스칼도스의 비상금을 털려 까지 하는 비참한 꼴이 된다.(*248) 한편 공항에서 갈라졌던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모나코의 뒷면에서 활동 중인 마피아와 대치한다.(*249) 마피아들이 통신망을 장악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통신을 끊은 결과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선상연회 참가비를 구할 길이 사라졌다는 결과로 작용하기도 했다.(*250) 이들의 사정은 두 사람 항목을 참조할 것.

반 펨의 카지노선 중심 카지노에서 마주친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는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선상연회에 참가할 거냐 묻고 참가비가 없는 2세는 노코멘트한다.(*251) 그러더니 지난 선상연회에서 반 펨이 도전자에게 패배했다는 걸 알려준다.(*252) 앞선 3인이 이번 선상연회에 참가한 건 반 펨이 패배했으니 자기들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며 2세도 같은 생각을 했다.(*253)
그레이가 정체불명의 배멀미 비슷한 걸 일으켜서 이야기가 중단되자 플랫 에스칼도스는 그걸 핑계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참가비가 없다는 걸 숨기면서 이번 연회에 참가한다는 식으로 연막을 친다. 그리고 본인도 이번엔 이기고 싶다 선언한다.(*254)

돈을 찾아다니다 문득 알렉산드리아 해저 대도서관의 3층 실험실에서 다섯 기둥을 봤던 걸 떠올린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럼 에르고와 관련된 신은 총 다섯 개일 텐데 3번과 5번은 아직 짐작이 안 된다 한다. 플랫 에스칼도스는 굳이 3개의 신을 삼키게 하는 것 보다 한 사람에 하나씩 따로 먹이는 게 더 낫지 않냐 한다.(*255) 그러던 와중 반 펨의 여섯 자매와 딜러 쿠폴라가 로드 엘멜로이 2세와 플랫 에스칼도스를 반 펨에게 안내한다. 그 곳에는 먼저 반 펨이 부른 에르고와 그레이가 있었으며 반 펨은 플랫 에스칼도스에게 2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다.(*256) 한편 응접실에 도착하기 전 부터 해킹하던 플랫은 반 펨이 그레이와 에르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과 에미야 시로에 대한 것을 줏어들었다. 그가 시로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네 집사라 하자 그레이도 루비아가 떠들어대던 시로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낸다.(*257) 2세는 에미야 시로가 5차 성배전쟁의 우승자임을 알며 제대로 대화해본 건 한 번이지만 그 때 시로가 마술사로서 특이한 걸 느끼곤 시계탑이 좁겠다 생각했다 한다.(*258) 반 펨이 정식으로 언급하길 그가 지금 에미야 시로를 찾는 건 그가 선상연회에서 우승한 상금을 받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지노선 입장에서는 이긴 상대에게 상금을 주지 못 하면 평판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259) 선상연회의 우승상금은 정해져 있지 않고, 에미야 시로가 맡긴 돈 때문에 선상연회에 참가했지만 이겼을 때를 딱히 생각하지 않은지라 나중에 다시 온다 해 놓고 실종되었다 한다. 2세는 그럼 그가 납치된 게 아닌가 하며, 그에게서 정보를 캐낼 가능성 또는 그에게서 반 펨을 이기는 방법을 알아낼 가능성 등이 있을 거라 한다. 한편 반 펨은 시로가 무욕적으로 보였다며 누군가에게 상금을 받을 권리를 양도했을 지도 모른다 한다.(*260)
여기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자기가 에미야 시로를 찾아낼 테니 반 펨에게 계약료만 받겠다며 선상연회의 참가비 백만 유로를 내놓으라 한다. 반 펨은 자긴 손해 보는 거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썰을 풀며 백만 유로면 파격적으로 싸다며 이를 승낙한다.(*261)

2세가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반 펨에 의해 카지노선에서 묵을 방이 제공되었고,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가 침대 두 개가 떨어진 위치에 있는 한 방을 배정받았다. 여전히 도통 전화로 연락이 안 되는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에게 사역마로 메시지를 보내고, 그레이의 상태가 안 좋자 2세가 간만에 직접 요리를 하며 마술사와 요리에 대해 썰을 풀곤 이번 기회에 지즈도 타도하고 에르고와 그레이의 문제를 해결할 법을 반 펨에게서 뜯어내자 한다.(*262)

나선관의 예 스젠이 찾아와서 선상연회에서 한 팀 맺자고 요청하더니 생각해보라며 가 버린다.(*263) 그리고 선상연회의 참가자 주변인을 3명으로 한정한다며 일종의 방 탈출 게임이 시작된다. 다른 방에 묵고 있는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는 플랫이 만든 넥타이 핀 형 음성통화 마술예장으로 연락한다.(*264) 20분 짜리 모래시계가 나타났으며 2세에게 주어졌던 시계를 가진 악어가 그려진 참가장 카드가 2장으로 나뉘더니 두 번째 장에 험프티 덤프티가 그려져 있는 게 확인되었다.(*265)

20분 간 퀴즈 풀이가 시작되는데 이 퀴즈 풀이에 관심이 있는 자가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플랫네 방에서 36까지 숫자가 있는 룰렛이 발견된다.(*266)
→ 험프티 덤프티는 새뮤얼 아놀드의 오리지널판이며 4행시의 전반부만 적혀 있었다. 2세는 전반부만 적혀 있으니 후반부 가사가 힌트라 한다. 그 가사에 따르면 20명의 남자가 4번, 즉 80을 의미했다.(*267)
→ 룰렛의 룰 중에서 주변 네 숫자에 일괄적으로 거는 코너 베팅을 가정한 후 20개의 코너 배팅을 4개 모두 걸면 숫자는 16에서 24까지가 되어 그걸 토대로 룰렛을 조작하자 기계가 인식한다.(*268)
→ 타로 카드를 아르카나라 이름 붙인 폴 크리스천의 룰에 따르면 2세가 받은 첫 번째 카드에 그려진 악어를 0에 해당되는 바보 아르카나로 치환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전해지는 아르카나는 0~21이지만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판은 숫자가 적어 스무 개였다. 그걸 토대로 룰렛에 0과 20을 입력하자 기계가 인식한다. 한편 악어가 시계를 가진 건 타로의 카드 수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인생을 한 바퀴 도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269)
→ 유럽 전역에서 20을 하나의 단위로 삼는 건 흔하며,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있는 모나코 카지노선에서 쓰이는 프랑스어는 캐틀-뱅이란 방식으로 80을 20이 4개가 아닌 4개가 20개로 생가한다. 즉 원래 험프티 덤프티가 있던 곳은 4고 여행을 마치면 20으로 간다고 해석해 룰렛에 입력하자 장치가 완전히 작동했다.(*270)

정답을 맞추자 친절하게 지하로 가는 계단이 열린다. 따로 방에 묵는 다수의 인원이 협력할 가능성을 생각했다는 것이고, 각 객실마다 다른 수수께끼를 마련했을거란 점에서 반 펨의 열정이 느껴지는 가운데 일행은 계단으로 향한다.(*271)
가 보니 첫 퀴즈를 푼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먼저 온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2세네 다음에 온 예 스젠, 아젤 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반 펨이 패배했다며 얕보고 참가한 어중이떠중이들을 위해 문제를 어렵게 내서 1/3만 통과한 것 같다 한다. 이시리드가 반 펨의 패배 소식을 카지노에서 뿌린 건 어중이떠중이의 비율을 체크하기 위한 술수였다.(*272)
예상한 대로 문제는 참가자마다 각자 다른 것이 내려졌는데, 주문 제작 까지는 아니지만 각 참가자가 마술사로서 진심으로 고민하면 풀 수 있는 유형의 수수께끼가 엄선되었다 한다.(*273)
도대체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짐작도 안 되는 통로를 지나 배의 상층부에 위치한 선상연회가 열리는 VIP룸에 도착하자 지즈가 죽어 있었다.(*274)

도대체 방황의 바다의 마술사가 이렇게 맥없이 죽어 있나 당황하는 동안(*275) 여섯 딸과 함께 등장한(이 딸들은 인간이 아니라던가 반 펨이 만든 골렘이란 이야기가 나돔) 반 펨이(*276) 지즈가 온 몸의 마술회로가 엉망진창이 되어 마술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죽었다는 걸 밝힌다. 즉 자연사가 아닌 살해당한 것이다.(*277)

한편 지즈에게 돈을 대 줬다는 멜빈 웨인즈가 나타나 자기가 지난 반나절 동안 지즈의 제자가 되어 지금까지 시계탑에서 달성한 수십 년의 노력에 버금가는 성과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방황의 바다의 마술사가 외부에서 제자를 받는 일은 없지만 멜빈은 자신의 말을 증명한다며 즉석에서 신대의 마술을 사용한다. 신대의 법칙과 호환이 안 되는 현대인이 어떻게 신대의 마술을 쓰냐 하자 멜빈은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간단한 조언으로 제자들의 한계를 뛰언게 한 것처럼 자기도 한계를 넘었다 한다.(*278) 멜빈 웨인즈가 이렇게까지 한 건 로드 엘멜로이 2세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뿐이 되는 관계가 되고 싶어서였다 한다. 그리고 자신도 선상연회의 참가자임을 밝히곤, 선상연회를 배경으로 십수 년 간 갈망했던 2세와의 싸움을 선포한다.(*279)

반 펨은 첫 번째 게임이 끝났으니 내일 두 밴째 게임을 공지하겠다며 은근슬쩍 2세에게 에미야 시로를 빨리 찾아 오라는 독촉을 하곤 가 버린다.(*280) 다들 멜빈 웨인즈가 지즈의 죽음에 관련된 거 아니냐 하자 멜빈은 이 배의 진짜 이름이 사선 환희선인 시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필연 아니냐 한다.(*281)

방으로 돌아온 후 지즈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고찰하던 중(*282) 지즈의 상처가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의 시체에 남은 것과 같은 걸 파악해 지즈의 마술회로를 작살낸 탄환의 정체가 기원탄이며, 에미야 키리츠구 사후 유출된 것을 알게 된다.(*283) 에르고랑 플랫 에스칼도스가 카지노선 밖으로 나가고, 2세는 멜빈 웨인즈와의 관계에 대해서 토로하던 중 토오사카 린이 그간 연락이 안 되던 휴대폰으로 연락해 온다.(*284)

토오사카 린은 지금 모나코 마피아들이 기원탄을 손이 넣은 걸 알린다. 지즈를 죽이는 데 쓰인 것이 마피아들에게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285) 한편 옆에서 듣던 바이 뤄롱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으르렁거리고(*286)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2세에게 지난 번 에미야 시로가 참가한 선상연회는 자기 대리로 갔으며, 지금 행방불명임을 알리는데 어쩐지 불평하면서도 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287) 현 주요 쟁점을 정리하면 지즈의 죽음, 생전 지즈의 목적, 지즈의 제자가 된 멜빈 웨인즈, 지난 선상연회에서 승리한 에미야 시로의 행방이라는 4가지가 된다(덤으로 기원탄을 쓴다는 모나코 마피아의 수상함).(*288)

반 펨의 선상연회의 두 번재 게임이 시작되었다. 블랙잭에서 돈 좀 따고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던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멜빈 웨인즈가 찾아온다. 유달리 표정이 좋은 멜빈은 2세의 도박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곤 대결을 제안한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끼어들어서 블랙잭 룰의 3파전이 시작된다.(*289) 이제부터는 로드이자 강사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임한다 한다. 그 말대로 일부러 그리드를 걸어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를 먼저 500장을 넘기게 해 클리어하게 만든 후 웨이버 벨벳으로서 멜빈 웨인즈에게 질 수 없다며 1대1 결투를 신청한다. 멜빈도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다.(*290) 두 사람의 결투 내역에 대해서는 하단의 멜빈 웨인즈와의 관계 파트를 참조할 것. 아무튼 승부는 2세의 승리로 끝난다.(*291)

플랫 에스칼도스의 어머니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지즈의 대행으로 참가해 아젤을 꺾고 두 번째 게임을 클리어한 것이 알려졌다. 지즈의 제자, 또는 신과 계약한 자가 되어 있었다.(*292)
그녀는 2세에게 패배한 멜빈 웨인즈를 보고 지즈가 제자들에게 어떻게 행동할 지 방침을 정하지 않았으니 멜빈이 지즈를 배신해도 상관없니 하며 패배했으면 카사에서 떠나라 한다. 멜빈은 이의를 표시하지 않고 피를 노하며 나갔다.(*293) 한편 사선 환희선의 세 번째 게임이 준비되고 있었다.(*294)
멜빈 웨인즈와의 대결로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두고 전편의 정보를 다시 정리한다(도박에서 진 쪽은 이긴 쪽의 말을 따른다, 반 펨의 상품 중에 에르고와 그레이의 기억 포화와 나이 고정을 해결할 수 있는 술식이 존재하며 카사에서 이겨야만 얻을 수 있다).(*295)
그 와중 2세는 바이 뤄롱의 정체가 자그레우스라는 걸 추론으로 파악했다.(*296) 그레이는 페이커, 간타이, 알렉산더 대황이 모두 자그레우스와 연관된 걸 알고 이 여행이 별들의 움직임 처럼 정답 바로 옆을 맴돌아 온 필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297)

한편 모나코에서 에미야 키리츠구의 흔적을 찾기 위해 따로 행동하던 에르고와 에미야 시로는 과거 에미야 키리츠구가 사용했으며 지금은 저스트가 쓰는 비밀 공간을 발견한다. 둘은 저스트가 남긴 키리츠구의 테러리스트라 봐도 무방한 흉악한 행적을 보며 당황하다 저스트의 다음 목표가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 저스트가 수집한 자료에는 롱고미니아드조차 기록되어 있었다. 반 펨의 카사에 참가중인 두 사람에게 경고하려 했지만 통신이 닿지 않았다.(*298)

2세는 알레트 에스칼도스에게 왜 자식을 지키지 않고, 죽이려 하는가 묻는다. 이에 답하길 플랫은 대량 살상 병기에 자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므로 적절히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술사 다운 반응을 보인다. 마치 시계탑의 중진들처럼 내색을 전부 보이지 않고 여러 겹으로 진의를 숨기고 있었다. 그레이는 그래도 부모로서 플랫이 2세의 교실에서 성장한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299)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끼어들면서 본격적인 세 번째 게임의 장소로 안내된다.(*300)

세 번째 게임은 사선환희선의 특별실에서 이루어졌다.(*301) 반 펨이 바이 뤄롱과 겨루게 되면서 게임에 못 참가하나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시작 전 도착했다.(*302) 세 번째 게임의 장르는 매번 변경되는데 반 펨들의 딸들이 정한다. 반 펨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되지 않는다고 명예를 걸고 맹세한다.(*303)
그렇게 공개된 이번 회차의 세 번째 게임은 '투기장'이었다. 두 번재 게임에서 얻었던 코인 500개를 사용해서 공평히 승부하는데 한 승부 4라운드에 걸쳐 싸우는 동안 투기자 준 누가 어떻게 이길지를 걸었다. 승패를 맞추면 배율 2배, 판정승인가 KO승인를 맞추면 3배, 몇 라운드에서 이겼는를 맞추면 라운드 수에 따라(1라운드면 10배, 2라운드면 8화, 3라운드는 6배, 최종 라운드는 5배) 배율이 결정되는 식이었다. 영국에서 유행한 북메이커를 연상시켰다.(*304) 승부는 3회이며, 빨리 결착나지 않도록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서서히 늘려간다. 첫 번째 경기는 명당 200개, 두 번째는 명당 1000개, 세 번째는 무제한이다.(*305)
그리고 이 시합만의 특별 룰로 참가자들은 각자 마술회로를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루빅 큐브 같은 특수한 마술예장에 손을 대고 마력을 일으키면 기동한 만큼의 마술회로가 가능한 안전하게 마비되며 한 획당 코인 10개가 융통되고, 내기가 끝날 때 까지 마비 상태인 마술회로는 그대로 고정된 후 머지 않아 썩어 문드러지는 원리라 한다.(*306)
참고로 세 참가자들의 마술회로는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60개,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90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9개였다.(*307)
승리조건은 다른 사람들보다 코인을 많이 모으고 반 펨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으는 것이었다. 만약 그 1위한 자가 살해 등으로 사라지면 게임은 없었던 것이 되고 참가 비용은 반환되며 카사에서 살인을 한 자는 앞으로 참가 자격이 정지된다.(*308)
투기장이란 말 대로 고대 로마 풍 콜로세움이 준비되었고 이 특별실은 물론 사선환희선 전역에 홀로그램으로 출력되며 관객들도 내기에 참가할 수 있다. 싸우는 투기자는 프라이버시와 술식 은폐를 감안하여 개인을 특정하지 않도록 필터를 씌워 준다.(*309) 참가자에게 투기자의 정보는 최신 테블릿 피시로 전해진다.(*310) 가능한 불공평하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는데 예를 들어 마술회로가 빈약한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는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되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모든 회화는 염화만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311)

첫 시합의 투기자는 토오사카 린이었다.(*312) 시점이 몇 시간 전으로 돌아와서 반 펨과 바이 뤄롱은 서로 본래의 힘을 드러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반 펨은 지즈의 공방을 알려준다면 싸우지 않겠다 했지만 뤄롱은 아버지와의 계약이 절대라며 거절했다.(*313) 이에 토오사카 린이 끼어들어 이대로면 신비의 은닉이 박살나니 카사의 개최자 답게 내기로 결판을 지으라 한다. 바이 뤄롱은 내기는 신명 재판(오딜)에서 유래한 신성한 것이니 조건만 맞으면 아버지와의 계약을 없앨 수 있다 한다. 이에 반 펨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되, 말을 꺼낸 린 더러 책임을 지라 한다. 그래서 린이 카사의 세 번째 게임인 투기장에 투기자로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대전 상대는 키메라를 반 펨의 기술로 재현한 개체였다.(*314)(*315) 린과 키메라 모방품의 싸움은 키메라 항목을 참조하고, 린이 이기나 싶었지만 앞선 회피에서 키메라의 독에 중독된지라 마무리를 못 하고 쓰러져 린의 패배가 된다.(*316) 배팅의 결과는 린이 KO 패배할 것에 200개 건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600개로 돌려받았고, 린의 KO 승리에 100개를 건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100개 몰수당했고, 토오사카 린이라면 다른 참가자들이 선택하지 않을 수를 일부러 고를 것이라 판단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린이 1라운드에서 패배할 것에 100개를 걸어 1000개로 돌려받는다. 마지막으로 반 펨은 2세와 같은 판단을 했지만 200개를 걸었기에 2000개로 돌려받는다.(*317)

첫 시합이 끝나고 휴식시간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피로로 뻗어버렸다.(*318)
그러던 와중 막 사선환희선에 도착한 플랫 에스칼도스와 예 스젠이 찾아왔다. 에미야 시로와 에르고가 모나코에서 에미야 키리츠구의 흔적을 찾느라 둘만 왔다 하자 2세는 에르고의 반응에 흥미로워했다. 일단 플랫은 연회에 어머니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참가했으니 이제 완벽환 관계자라며 본격적으로 뭔가 일을 시키기로 한다.(*319) 예 스젠에게는 지즈의 제자가 될 때 무엇을 요구받았냐를 물었는데 그녀는 카사에 참가한다는 게 요구의 전부였다 말한다. 한편 에미야 시로에게 빠진 그녀는 고유결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가 그에게 송곳니를 드러낼 때 2세가 그의 편이 되 달라 요구했다. 2세는 그녀의 감정을 듣고는 로드가 아닌 개인으로서 요청을 받아들인다.(*320)

두 번째 시합은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와 반 펨의 기술로 재현한 와이번 모방품의 대결이었다. 이 시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와이번 항목을 참고하고, 아무튼 루비아는 화려하게 와이번을 묵사발냈다. 배팅의 결과는 루비아가 KO 승리할 것에 200개 건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몰수당했고, 루비아의 KO 승리에 300개를 건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900개로 돌려받았고, 이번엔 상식 선에서 배팅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루비아의 KO 승리에 400개를 걸어 1200개로 돌려받았다.마지막으로 반 펨은 2라운드에서 루비아의 KO 승리에 500개를 걸어서 몰수당한다.*(*321)
마지막으로 특별 게스트로 참가해 별도로 배팅한 바이 뤄롱은 마술회로 300개를 환전해 얻은 코인 3000개를 루비아의 KO 승리에 건 결과 9000개로 돌려받았다.(*322)

두 번째 휴식시간에 2세는 지금까지 모인 정보로 고찰을 한다. 그레이와의 대화로 마찬가지로 아름답다는 키워드를 통해 세계란에 의한 고유결계를 떠올렸다.(*323) 지즈는 모나코를 이용한 거대한 술식을 남겼다.(*324) 반 펨은 그저 취미의자 삶의 보람으로 사선환희선을 움직이고 있지만 그 항로는 영맥에 위치한다. 지즈의 술식은 선상연회 그 자체를 이용한 마술이다.(*325) 일반적으로 타인이 설치한 마술에 간섭하는 건 극히 어렵지만 선상연회는 그 자체가 마술이 아닌 마술적인 이벤트일 뿐이라 간섭이 가능했다. 그것도 아직 반 펨이 지금의 선상연회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에르고의 실험이 시작될 즈음부터 간섭을 준비해 왔다.(*326) 도박의 유래가 신명재판(오딜)임을 이용했는데 거기서 최대 효과를 내려면 지즈나 그 계약자가 이길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자그레우스를 이용해 선상연회에 참가할 만한 상대를 모조리 자신의 제자로 포섭했다. 이는 2라운드에 난입했던 바이 뤄롱도 해당되며, 결과적으로 마지막 3라운드에서 바이 뤄롱이나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이기면 지즈의 목적은 성립한다.(*327)
그럼 지금까지 번외인 줄 알았던 바이 뤄롱도 내기에서 꺾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절망적인 코인 차이지만 2세는 자신이 마술전에는 절망적이지만 도박이라면 어떻게든 해 본다며 도박은 이길지 질지가 아니라 할지 안 할지라 한다.(*328)
그 때 거점의 매핑에 적혀 있던 대로 저스트가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의 목숨을 노려 온다. 일전에 탈락한 아젤과 같은 모습으로 덤볐는데 생각보다 허무하게 그레이에게 격파당한다. 하지만 그건 저스트 본인이 아닌 인형이었고, 모습을 드러낸 진짜 저스트가 총으로 그레이를 쏴 버린다.(*329)
구체적으로는 2세를 쏘는 척 하면서 그레이를 톰슨 센터 암 컨텐더로 쏴 버린 건데, 본래라면 권총탄 따위로 쓰러질 그레이가 아니었지만 사용 탄환이 기원탄이었다. 이윽고 2세를 죽이기 위해 저스트가 톱을 전개한 순간 뒤늦게 에르고와 에미야 시로가 현장에 도착해 어떻게든 수습한다. 정신적인 충격에 빠진 2세의 마술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에르고는 자신이 그레이를 살필 테니 2세는 마지막 라운드로 향하도록 한다.(*330) 결국 죽어가는 표정으로 마지막 내기는 혼자 참가하게 되었다.(*331)

세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는데 투기자는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의 듀오고, 대전 상대는 모조 히드라였다.(*332) 2세는 그레이의 빈자리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배팅을 개시했다.(*333) 자세한 전투내역은 히드라 항목을 참조하도록 하고, 하여간 싸움은 처음으로 2라운드에 걸쳐 진행되는데 일방적으로 당하던 척 하던 둘은 사실 히드라의 독늪에 1라운드 때 부터 독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독은 1회전 때 토오사카 린이 중독당한 키메라의 마비독을 분석해서 재현한 것이었다. 이게 신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뱀과 술의 일화이기도 한 지라 히드라에게 그 독은 아주 잘 먹혔다. 마무리로 루비아가 미리 독늪에 잔뜩 빠뜨린 보석을 이용해 그물을 쳐서 마비된 히드라를 건져낸 후 완전히 혼수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승부가 났다.(*334)
3라운드 배팅의 결과는 마술회로 50개까지 걸어 투기자 듀오가 KO 승리할 것에 1200개 건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3600개로 돌려받았고, 히드라의 KO 승리에 1000개를 건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몰수당했고, 로드 엘멜로이 2세가 투기자 듀오가 최종 라운드에서 KO 승리할 것에 자신이 가진 2200개의 코인 중 2000개를 걸어 만 개로 돌려받았다.(*335)
그리고 두 번째 시합부터 특별 게스트로 참가한 바이 뤄롱은 모든 코인을 투기자의 KO승리에 걸었다. 총 13000개가 된 뤄롱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길 수 없어 끝나나 했으나 2세가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일단 이전 룰의 설명에서 3회전에는 걸 수 있는 코인이 무제한이라는 룰에서 사실 이 갬블이 복수의 갬블러가 동맹을 맺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고 2세는 자신의 코인을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에게 만 개 넘겼다. 참고로 반 펨도 그런 룰 못 들었어라는 반응이었는데 이건 평소의 선상연회가 반 펨과 도전자의 1대1 대전으로 이루어졌고 이런 복수 이상의 참가자기 있는 연회가 오랜만이라 개최자이면서 그의 딸들이 만든 룰을 전부 파악하고 있지 못 해서였다.(*336) 이시리드는 3라운드가 막 시작할 때 2세에게 염화로 이 거래를 제안받았고 그냥 해서는 자신이 이길 가능성은 0이기에 받았다 한다.(*337) 최종적으로 이시리드가 13100개로 13000개인 바이 뤄롱을 100개 차이로 앞섰다.(*338)
이를 지켜보는 지즈의 기억(그레이를 치료하던 에르고가 정신세계같은 곳에서 둘이 만난 후 지즈에 대해서 검색하자 튀어나온 존재. 선상연회를 VR 감상하듯 보는 중) 은 2세와 자신의 내기가 '반 펨에게 이긴 쪽에게 진 쪽이 따른다' 였기에 하여간 자기 제자인 바이 뤄롱이 반 펨보다 코인을 많이 얻었으니 자기가 이긴 것 아니냐 한다.(*339)
여기서 2세는 선상연회의 결착을 멈출 것을 요청하는데 그건 지즈의 살해자가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이라는 이유였다.(*340) 앞서 2세는 선상연회에서 살인을 저지른 자가 나온다면 승자가 없는 몰수 경기로 하자는 룰을 확인했는데 이는 자신이 연회 도중 살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기도 했지만 이렇게 자기가 못 이기는 상황에서 근본부터 뒤집어버릴 것도 상정했기 때문이다.(*341)
그 다음은 왜 이시리드가 범인이냔 것인데, 그 근거는 그가 2세의 제안에 따랐기 때문이다. 이시리드가 그냥 평범하게 선상연회에 참가한 거라면 굳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할 마술회로를 50개 씩이나 걸어 바이 뤄롱에게 도전하는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반 펨을 꺽기 위한 코인의 확보는 그냥 2세에게 전달받은 코인만으로도 문제가 없었다.(*342)
뒤이어 2세가 이시리드에게 반 펨의 비보로 노리는 게 뭐냐 묻자 대답하지 못 한다. 침묵이야말로 대답이었다.(*343)
그럼 물증을 대 보라고 이시리드가 요구하자 2세는 저스트의 인형이 아젤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걸 이야기한다. 애당초 모든 것을 꽁꽁 싸매고 주술사라면서 주술을 사용한 적도 없는 아젤은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었으며, 이시리드가 지즈를 죽이기 위한 수단인 저스트의 인형을 사선환희선에 들여보내기 위해 이시리드가 의 지부장으로서의 권한으로 날조한 자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즈가 저격당할 당시 이시리드와 아젤은 같이 있었고, 그렇게 아젤이 임무를 완수하자 그는 알레트 에스칼도스에게 의도적으로 패배해서 모습을 감추었다.(*344)
그럼 자신이 지즈를 죽인 동기를 대 보라 이시리드가 요구하자 2세는 이시리드의 목적이 선상연회를 이용한 지즈의 술식을 멈추고 싶은 거 아니냐 한다. 반 펨과 알레트 에스칼도스는 지즈의 술식의 정체를 몰랐기에 각자 의심과 흥미를 보였다.(*345)
이시리드는 지즈를 죽이면 술식이 멈출 거라 생각했지만 이 술식은 이전에 2세가 간파했을 때 언급한 대로 지즈가 죽어버려도 그 제자들이 선상연회의 참가자로 있을 경우 유지되었다. 그렇기에 지즈가 사망한 후 도주하지 않고 끝까지 선상연회에 남아 제자들을 상대로 이길 필요가 있었으며, 마술회로까지 걸어 바이 뤄롱을 이길 필요가 있었다 한다.(*346)
에르고의 예측으로는 2세는 아마 이시리드에게 동맹을 제의할 때 투기자의 한정 승리에 걸라 요구하면서 그걸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코인을 양보하지 않았을 거라 한다. 이 조건대로라면 이시리드가 뤄롱을 이기기 위해 걸어야 할 마술회로의 숫자는 최저 46개였고 그 숫자가 애매하니 딱 떨어지는 50개를 투자했다는 결론이 나온다.(*347)
마지막으로 이시리드가 저스트에게 2세를 죽이게 만들려 한 건 지즈와 개인적인 내기를 하고 있는 2세의 죽음이 지즈의 술식을 멈추기 위한 요소가 될 지 몰라 건 것이라 한다.(*348)
추리가 끝나자 그걸 정신세계에서 바라보던 지즈의 기억은 근본적으로 위상을 어긋나게 해 자신과 에르고, 그레이를 연회의 특별실에 실체화 시키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에게 왜 자신을 죽였냐 묻는다.(*349)
이시리드는 자신의 조상이 지즈임을 실토한다. 선상연회 2회전 블랙잭 대결에서 그는 자신의 조상이 떠돌이 여행자라 이야기했는데 그게 지즈였다. 그 당시 '여행자는 마술각인을 넘겨주지 않았다' 고 하는데 진실은 애초에 신대의 마술사인 지즈에게 마술각인이란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시리드는 그 여행자가 주변 토지 정리를 해 줬다 하는데 그 작업이 선상연회를 이용한 술식을 만드는 것이었다.(*350)
이시리드의 동기는 지즈가 어떤 목적도 주지 않고 마술사의 재능과 모나코라는 특별한 영지만 두고 떠나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모건 파르스라는 가문이 어쨌든 수백 년의 역사를 쌓은 시점에서 지즈가 다시 들렀다 하는데 당시 지즈는 이제 이 토지를 사용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내렸다. 모건 파르스가 협력하라는 말은 커녕 방해하지 마란 말 조차 없었다 한다. 마술사라는 인종이 2000년 간 목적 없이 살아왔다는 건 보통 사람 입장에서야 그게 무슨 살해 동기냐 할 지 몰라도 선조에게 있건 없건 상관없는 무가치적 존재라 선언받은 건 심적인 타격이 컸다 한다.(*351)
다만 이시리드 본인도 이게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라 인정했다. 모건 파르스는 대성했지만 그래도 신대의 마술사에게는 발끝도 못 미쳤다. 그는 개쩌는 선조에게 질투했고, 그 선조님이 2000년 이상 계획한 것을 전부 부수고 싶었다 한다.(*352) 하지만 정작 지즈를 죽여도 술식은 멀쩡했기에 선상연회의 승리자 권한으로 박살내고자 했고 그래서 2세의 트랩에 걸렸다.(*353)
지즈의 기억은 이걸 보고 자신이 현대의 마술사를 이해할 일은 없어도 인간의 심리는 신대에도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한다.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전에 절반까지만 고찰한 지즈의 진정한 목적을 해체해 보겠다 하며 지즈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354)

과거 이젤마 사건에서도 나왔듯 마술 세계에 있어 아름다움은 마술이 될 수 있으며,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운 지즈도 그에 속한다. 그리고 반 펨이 아무리 꼬드겨도 지즈의 신전의 위치를 말하지 않은 바이 뤄롱의 태도, 신대의 마술에서 신전이 가지는 중요도를 생각하면 지즈의 육체 그 자체가 신전이란 결론이 나온다.(*355) 본질이 없는 공상 부류에게 있어 무기 그 자체인 것이 아름다움이다. 그 공상과 극히 가까운 신비로 공상구현화와 고유결계가 있음을 말하며 여기까지 종합하면 지즈의 정체는 신대의 마술사이자 신전이며 동시에 고유결계가 된다.(*356) 본래 고유결계는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그걸 피하기 위해 모 흡혈귀 씨의 고유결계처럼 몸 속에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지즈의 경우에는 반대로 자신의 몸을 버리고 고유결계 자체를 육체로 만들었다 한다. 이렇게 된 건 기원탄에 맞았을 때 그것이 지즈라는 죽음을 끄집어내면서 그가 준비하고 있던 마술을 일시적으로 빼앗았기 때문이다.(*357)

2세는 지즈의 와이더닛을 절반만 알 것 같다 한다. 지즈가 담당한 방황의 바다의 문은 보존(게논)이니 보존된 신의 이용방법이 그들의 오의인 비닉신리가 되며 지즈가 에르고와 바이 뤄롱을 갖고 하려 한 짓은 그가 살았던 신대보다 더욱 고대로 세상을 되돌리려는 것 아니냐 한다. 이에 지즈는 확실히 절반만 맞다 하며 자신의 썰을 풀기 시작한다.(*358) 생명의 방향성적인 문제로서, 지즈는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도록 만들어진 것이 우리라 한다. 보다 강하고 현명하고 상냥하고 아름다운 곳을 지향할수록 인간은 원죄를 짓는다.(*359) 이걸 마술사적으로 접근할 경우 인간은 생명의 방향성이 발생한 단계에서 고정되었으며 애초에 선택지초차 없이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고 낭비하도록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으며 그 죄를 묻는 건 처음부터 무의미했다는 일종의 결정론을 이야기한다.(*360) 그렇기에 실패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창조한 부모이며 그 부모.... 별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합당하다 한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건 인간의 부모가 될 새로운 별을 만들려 한 것이다.(*361)

로드 엘멜로이 2세는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행성과 마술 세계에서 말하는 별은 다르니까 행성이 하나 늘어도 그 자체는 문제 없을 것이라 한다. 문제는 그 별을 만들 재료였다. 신이란 이야기의 주형이고 세계의 알이며 역사 그 자체이므로 행성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한다. 그래서 거기 써 먹으려고 에르고와 바이 뤄롱을 준비했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행성은 극히 작았기에 대충 지구의 지표의 1%인 모나코와 코트다쥐르를 써먹겠다 한다. 별을 만든다는 건 근원에 도달하는 것과 같은 대위업이고 그걸 그 정도 희생으로 이룰 수 있다면 시계탑의 마술사 적 마인드로는 남는 장사고 거절할 이유는 없을 거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인정한다. 하지만 에르고가 희생되기에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362)

이를 이루기 위해 모나코에서 벌인 일은 아직 완성된 술식이 아니었다. 고유결계란 한 번 완성되면 바꿀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는 자신이란 고유결계를 완성시키지 않고 2000년 넘게 계속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 중이었다. 자신의 영혼의 핵에 신념이라는 씨를 뿌리고 사상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고 동경이나 집념이란 물과 비료를 주고 가끔은 자신의 마음의 가지치기를 해 심상세계를 관리해 왔다. 지즈가 편안하고 인간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비인간적인 인상을 보인 건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고유결계는 이번 선상연회가 끝나는 오늘 완성된다 한다. 즉, 별을 만드는 고유결계다. 그가 마술적으로 아름다웠던 건 별이 아름답기에 그걸 만드는 고유결계로서 아름다웠던 것이다.(*363) 정체를 드러낸 지즈의 몸은 빛나며 블랙홀 마냥 폭풍을 빨아들이고 있었고, 2000년 분의 마력 출력으로 롱고미니아드 진명개방을 상쇄했다. 이 모습은 고유결계・유성체(固有結界・幼星体)로 정의된다.(*364)

지즈의 유성체로서의 능력은 지즈 항목을 참조하도록 하고, 좀 전에 지즈에게 포박되었던 에르고가 정신을 차리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그가 삼킨 마지막 신의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365) 앞선 두 신이 물과 바다에 관련된 손오공과 세트였으니 세 번째 신도 물에 관련되었을 거라 한다. 거기에 에르고의 정체가 알렉산드로스 4세임을 고려하면 들어맞는건 오케아노스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 또는 흐르는 물 그 자체다. 이스칸달 왕이 자신의 목표인 세상 끝의 바다에 붙인 이름이기도 했다.(*366) 밝혀내는 것 자체는 간단했지만, 그 정체가 문제였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처음 공개된 대로 타입문 세계관의 그리스 신들은 우주에서 찾아온 기계생명체들이었고, 그건 오케아노스도 다름 없어 하늘을 나는 배였다. 신대의 인간인 지즈는 그걸 지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현대의 인간인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기에 오케아노스란 신을 묻는 데 위화감을 느끼고 망설임을 품고 있었다. 한 가지 복선이 있었는데 바이 뤄롱과 에르고가 일본에서 싸울 적 뤄롱은 모든 것을 분자로 분해했던 와중진동(渦重振動)이란 걸 썼었다. 이것이 그리스 로봇들의 기술의 편린이였다.(*367)

에르고가 새로운 신을 얻으면 그게 곧 역전하는 키였기에 이번에도 기대했지만 오히려 오케아노스가 밝혀지자 그 힘은 지즈가 강탈해서 그의 고유결계 유생체를 다음 단계로 이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368)
진화한 유생체는 앞으로 자신이 만들 새로운 행성에 적용할 개념인 '정체'를 시전한다.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낭비라는 졸속을 인정하지 못 한다며 내건 이 힘은 반 펨의 제7마성조차 정지시켰다.(*369)
빛의 검사들이 기습을 준비하던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의 반격을 봉쇄했다. 롱고미니아드가 안 통하고 오케아노스를 밝혀냈음에도 의미가 없고 마지막 기습마저 실패해 모든 것이 끝나나 했다.(*370)

그 때 저스트와 에미야 시로가 난입했고 지금까지 서로 맛물리지 않고 헛돌아서 알 수 없었던 저스트의 수수께끼가 밝혀진다. 저스트는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의 아들이자, 지즈의 손자였다. 지즈가 맥없이 죽어버렸던 건 저격을 한 저스트가 지즈의 혈연이라 자동방어 술식이 작동을 안 한 것이었다. 투구로 가리고 있던 저스트의 얼굴은 투구가 박살나 드러나자 이시리드와 지즈의 특색이 보였다.(*371)
이시리드는 자신의 아들에게 암시를 걸어 마술사 킬러로 써 먹고 있었다.(*372) 그리고 저스트의 마술회로는 선조회귀를 일으켜 현대의 마술과 호환이 되지 않았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을 익힌 건 그 쪽은 마술회로를 쓰지 않는 신비를 다루기에 저스트에게 호환이 되리라 생각한 이시리드가 모나코 지부 특유의 다른 마술협회와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는 특성을 살려 습득시킨 것이다. 여기서 이시리드가 지즈를 증오하는 이유 한 가지가 더 밝혀지는데 아들인 저스트가 지즈의 특성을 선조회귀해 모건 파르스의 마술을 계승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373)
이시리드는 저스트에게 지즈를 죽이라 명령했지만 이 극한 상황에서 암시가 풀린 저스트는 오히려 이시리드를 쏴 버린다. 그는 지즈가 주장하는 새로운 행성을 창조해 죄 없는 인류를 만든다는 계획이 에미야 키리츠구의 공리주의적 사상으로 보면 옳다 한다.(*374) 그리고 지즈의 생명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일반적인 관점의 아름다움이란 지성체가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지 못 해 추구하는 쓰레기 같은 행위.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빛조차 닿지 않는 암흑. 모든 열기를 빼앗긴 우주공간을 추구한다면 전쟁 따위 안 일어남)도 긍정한다.(*375)
하지만 저스트는 자신이 잘못되었기에 구원받았으며, 지즈의 올바름은 탁상공론이라 한다. 자신은 성배전쟁을 조사하면서 에미야 키리츠구를 타락시키고 죽인 것이 에미야 시로라고 결론지었지만 그건 사실일지라도 진실과는 다를 지 모른다 한다. 진실은 살아있는 사람 수 만큼 있으며, 에미야 시로가 저런 인간이라는 것을 싫을 정도로 모았음에도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진실을 몰랐다 한다. 정의(저스트)라고 자칭하고 있었으면서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의 정의의 아군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며, 에미야 시로에게 에미야 키리츠구랑 약속했으면 당장 일어나 보라 한다. 이에 시로가 많이 익숙한 그 영창를 시작한다.(*376) 시로도 지즈의 사상이 에미야 키리츠구가 긍정할 것이며 틀리지 않았음을 알지만 키리츠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저스트의 외침에 응하기 위해 빈사상태가 된 몸의 연명기능을 컷하고 생명을 쥐어짜 영창을 시작했다.(*377)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는 시로의 영창을 막기 위해 빛의 검사들을 파견했고 나머지 일행이 전력으로 막아선다.(*378) 여하간 무한의 검제는 완성되었다.(*379)

흐룬팅을 브로큰 판타즘시켜 그 성질을 퍼뜨린 무한의 검제와 지즈의 유생체가 뿌리는 빛의 검사들 간의 전쟁이 시작된다.(*380) 이는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가 에르고가 분리되어 퇴화했기 때문으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그 힘이 복구되어 강도에서 무한의 검제를 눌러 압도할 것이기에 그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381)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왕을 물었다. 플랫 에스칼도스의 서포트로 마술회로에 새겨진 기억의 파편을 추출했다. 그렇게 에르고가 잊어버린 생전의 기억을 만들어낸다.(*382) 생전의 기억을 끌어낸 에르고는 과거의 자신이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임을 의심했으며, 자신이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디아도코이 전쟁이 벌어져 많은 사람이 죽은 게 아니냐 돌벽에 갇혀 독살당할 때 까지 자책했다 한다.(*383)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 고민은 모두 정당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에르고가 어떤 실패도 하지 않고 잘못이 없었음에도 에르고 본인까지 포함해 죽은 자들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물었다. 제대로 된 즉위도 못 하고 7년 간 돌벽에 갇혀 지내다 14살에 독살당한 아이가 그런 책임을 질 이유가 없었지만 에르고는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자 2세는 그 고민이 정당하기에 그가 왕으로 정당하다며 라이더(이스칸달)의 최후의자 최신의 신하로서 에르고를 알렉산드로스 4세로 인정한다. 에미야 시로가 단련해 줘서 완성된 가면은 그에 맞춰 하얗고 길고 가는 관으로 변했다. 그리고 2세가 미리 준비한 망토(2세가 간직한 성유물인 이스칸달의 망토조각과 같은 색과 디자인)가 장착되었다.(*384)
이렇게 생전의 기억을 되찾고 왕이 되겠다고 각오한 건 에르고의 강한 의지를 증명하지만 동시에 기억 포화를 더욱 진행시킨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2세는 그걸 알면서도 에르고를 믿고 작업을 해 준 것이고, 에르고 본인도 후회하지 않았다.(*385) 이를 이룬 에르고의 환수는 에미야 시로가 건네준 일곱자루의 검(스파타가 포함됨)를 들었고 아버지에게 이어받은 번개를 다루는 이능을 각성, 아득한 유린제패의 진명개방을 이루었다. 레일건과 같은 원리의 일곱 개의 참격과 함께 자신을 사출한다.(*386)

뒤이어, 이미 롱고미니아드를 사용해 연발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그레이는 무한의 검제에 박힌 칼리번을 보고 본능처럼 뽑아냈다.(*387) 조금 여유가 생긴 반 펨의 제7마성이 움직여 지즈의 유성체로 향할 공간을 마련해 주었고(*388) 그 틈을 파고든 에르고가 좀 전에는 지즈가 역이용해서 불발당한 오케아노스의 신핵장전을 시전한다. 다른 신들처럼 화력병기는 아니지만 타이밍 좋게 외계의 우주선으로서 지즈가 구사하는 우주와도 같은 암흑공간에 내성을 발휘해 영향을 무시하게 했다.(*389) 그리고, 에르고와 그레이가 같이 잡은 칼리번이 진명개방을 이루었다. 에르고에게 왕의 자격이 있었기에 그 힘은 최대를 발휘해 지즈가 모든 방어를 긁어모으게 했다.(*390) 서로의 길항으로 끝났기에 지즈는 자신의 승리를 예감했으나 에르고는 최후의 히든카드로 톰슨 센터 암 컨텐더를 들고 왔다. 기원탄이 지즈를 관통했다. 일전 지즈가 기원탄에 맞고도 지즈의 기억이니, 유생체니 뭐니로 멀쩡히 복귀한 건 모든 술식을 정지시켜 자신의 시체를 드러내게 하는 것으로 영향을 피했던 것이었다. 이번엔 진짜 전력을 발휘하고 있었기에 그러지 못 했고 그의 마술회로가 끊긴 직후 칼리번의 참격이 지즈의 몸통을 반으로 토막냈다. 그것으로 승부가 났다.(*391)

지즈는 왜 에르고가 자신의 계획에 찬성하지 않았는가 물었고, 에르고는 지즈가 옳을 지도 모르지만 자신들이 살아 있기에 틀리다 한다. 특별한 심상세계인 고유결계를 만들기 위해 2000 년 간 변하지 않았던 지즈는 마음이 고정되었기에 살아 있는 생명의 답(살아서 몇 백 몇 천 번 변해서 끝내 쓰러졌을 때의 좌표)을 얻을 수 없다 한다.(*392)
그러자 지즈는 다른 자는 몰라도 시계탑의 로드이면서 고작 한 나라와 제자를 구하기 위해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자신이 추구한 행성의 미래를 닫고,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인류 구원을 붕괴시키고, 마술 세계의 한 나라보다 귀중한 보물들을 파괴하고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부수는 것 밖에 못 한다며 저주나 받으라 한다.(*393)
그 순간 싸움에서 얌전히 있었던 바이 뤄롱이 지즈의 가슴을 꿰뚫었다. 처음 계약할 때 실패하면 목숨을 받는다는 내역이 있었다 한다. 지즈는 인간으로서 죽었고, 고유결계로서는 술식이 완성되지 않으면 언젠가 변질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이쯤되서 바이 뤄롱의 손에 끝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라 한다.(*394)
지즈는 에르고의 말을 긍정했다. 변하지 않는 건 살아가는 것을 멈추는 것이며, 늦지 않았다 생각했지만 2300년은 너무 길었다 한다. 한편 바이 뤄롱이 이식 수슬을 어쩌구 한 점에서 자신의 바보 제자가 여기서 스승을 넘었다 한다.(*395)
무시키만 무사하면 배가 아프다며 그녀의 본체가 히말라야에 있음을 밝히곤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막을 마지막 단서는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다섯 신 중 밝혀지지 않은 마지막 신일 거라 한다.(*396)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자신과 내기하지 않았어도 지즈가 똑같은 짓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자신을 끌여들었다 파멸한 것에 묻자 그럴 경우 방해하는 녀석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 반드시 더 나았을 거란 보장은 없고, 그런 짓은 내가도 안 한 체로 처음 부터 지는 것을 인정하는 꼴사나온 행위라고 실토한다.(*397)
반 펨이 폭풍의 결계를 해체시켜 주자 새하얀 달이 뜬 하늘이 보였다. 지즈 달이 밉다 하며 파우스트에 나온 시간이 멈추라는 구절을 노래처럼 중얼거리곤 추해져도 좋다 한다. 그 말과 함께 지즈는 100세의 노인 같은 모습이 된 후 검은 먼지로 부스러졌다.(*398) 다들 지친 와중 반 펨은 확실히 지즈는 너무 길었고, 아름다운 것은 세계 어디에나 있을 텐데라 평한다.(*399)
바이 뤄롱은 마지막 무대인 히말라야에서 다시 보자며 떠났다.(*400)

사태가 마무리되고 모나코를 떠나는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를 반 펨이 이번 선상연회가 몰수 경기가 된 게 미안해서 배웅하러 나왔다. 반 펨은 2세가 경애하는 부류이기도 하다. 2세는 반 펨의 진의에 대해서 추리한다. 그는 일방적으로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에게 이용당한 건 아니었다. 그의 선상연회는 마술 세계에서 일어나는 확률의 편향이 강렬했고 지즈를 결정적으로 박살낸 에미야 시로의 존재는 그 편향에 이끌린 것이다.(*401) 그게 가능했던 건 선상연회는 신명재판이란 의미에서 신에게 스스로를 들어내 살아있는 자에 대한 축복을 내렸기 때문이다.(*402) 그리고 확률의 편향이란 열역학 제2법칙의 마지막에 다가올 우주의 열적사를 회피할 유힐한 수단이며 선상연회를 약용한 지즈가 기획한 행성 창조가 웅대했던 건 반 펨이 기획하는 것과 닮아서 그랬다 한다. 하여간 밝혀지지 않은 엄청난 일을 하고 있지만 본인은 취미일 뿐이라 한다. 덤으로 취미이기 때문에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다 한다.(*403) 반 펨은 마지막으로 마술로 그레이와 2세의 얼굴이 그려진 오리지널 카드를 준 후 둘이 나아가는 길에 눈부시게 빛나는 별과 같은 행운이 있길 빌고 떠난다.(*404)

이제 남은 건 히말라야 뿐인데,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 곳을 안내할 아는 지인을 보여준다.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였다.(*405)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인도로 향해 바라나시의 카페에서 페페론치노와 마주한다. 그는 지금까지 2세 일행의 여행에 대해 쭉 듣는다.(2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세 마술사와 에르고의 비밀까지 알려준다) 어처구니 없어 하면서도 일단 납득은 해 준다.(*406)(*407) 그리고 이번 용건인 히말라야의 무시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리 많은 단서는 없지만 이걸 토대로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라면 2세가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한다.(*408)
페페론치노는 자신이 신변을 맡고 있는 소녀 아비다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고향 샤의 나라는 산령법정의 십관이 직접 만든 사상 마술의 결계가 시계탑의 눈마저 속이고 강고트리 빙하의 원류에 나라를 만들었다 한다. 즉 이 곳이 무시키와 관련있을 가능성이 극히 높았다.(*409) 아무튼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가 일행을 히말라야로 안내하는 조건은 아비다야를 그녀의 고향으로 대려다주는 것이었다. 페페론치노 본인이 가이드 역할도 해 준다 한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걸 승낙할 수 있다 하면서도 페페론치노는 생각할 수 있는 요소의 모든 것을 계산하는 타입이면서 굳이 자신들을 포섭한 이유를 묻는다. 2세 일행과 함께 하면 무시키랑 적대할 가능성이 있고, 2세네 전력은 모험을 통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무시키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인데 왜 굳이 자신들을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었다.(*410) 페페론치노가 이유를 말하길 아비다야가 몇 달도 못 사는 몸이라 다른 상대를 찾을 시간이 없다 한다.(*411) 이 결정이 2세네 여행의 마지막을 결정할 것이었는데, 고민 끝에 2세는 승낙한다.(*412) 준비, 훈련 끝에 등반의 초전문가 페페론치노도 목숨을 걸어야 할 등반을 하게 된다. 2세는 마술사면서 강화를 제대로 못 써 고산병으로 고생한다던가(*413) 1km 빙벽 등반에서는 그냥 밧줄에 묶여 끌어올려진다던가 팔자에도 없는 고생을 한 끝에 간신히 샤의 나라에 도착했다.(*414) 그 과정에서 아비다야가 왕녀고 샤의 나라의 왕 바르바드가 독살되었음을 알게 된다.

에르고가 여기까지 온 목적인 목적인 무시키의 실마리를 위해선 이 나라에서 산령법정과 접촉할 수 있는 군단장, 사제장, 재상(왕도 있지만 죽었으니 제외) 중 한 명과 접촉해야 하는데 이들이 아비다야까지 합쳐서 전원 왕을 죽인 용의자라서 난감한 상황이었다.(*415) 그런 수고를 들어주겠다는듯 병사들이 나타나 일행을 포위했다. 전원 마력의 흐름은 느껴지지 않지만 강화에 필적하는 신비를 두르고 짐승의 신체부위를 가졌다.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건 완전한 뱀의 머리를 가진 사제장 다르마스었다.(*416)
앞선 등산에서 아비다야와 바르바드의 사연을 들은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번엔 탐정 일 하기 싫다고 질색했지만, 다르마스가 노골적으로 유도한지라 어쨌든 탐정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다.(*417)
바르바드 왕이 죽지 않았다는 점(샤의 나라의 특별한 주술적 조치로 가사 상태로 안정시켰고 2년 간 식물인간에 가깝지만 살아 있었다 한다), 그래서 동생이었던 재상 자루자라가 왕이 되지 못 하고 독재적인 체제를 구축해 군의 9할을 장악하여 재상으로서 나라를 지배중이라는 점(*418), 왕의 조율로 재상, 군단장, 사제장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던 샤의 나라가 왕의 공백이 생긴 상태에서 왕의 모친 샹타가 재상이자 둘째 아들인 자루자라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밸런스가 막장이 되었고(*419) 아비다야가 여왕이 되어 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다르마스의 발언이 이어진다. 로드 엘멜로이 2세네 일행은 혁명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고(*420) 아비다야는 지금의 자신은 납득하고 싶을 뿐이며 권력다툼에 들어갈 생각이 없고 자루자라가 왕을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거절한다. 그러자 다르마스는 산령법정 중에서도 샤의 나라를 건국한 자가 몇십 년에 한 번 샤의 나라에 방문하는 성관밀의(그랜드 롤)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잠시 시계탑의 관위결위(그랜드 롤)과 이름이 똑같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오고, 다르마스는 신대의 마술을 온존한 산령법정의 사람이면 바르바드를 사자소생할 수도 있고 그걸 독살한 범인이 모를 리가 없기에 산령법정이 오기 전 바르바드의 목숨을 완전히 끊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모두 가정 뿐인 이야기지만 실제로 일어날 만 하고, 아비다야는 아버지가 죽는 걸 용납할 수 없고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은 산령법정이 관여되면 피할 수 없기에 이 제안을 피할 수 없다는 다르마스의 훌륭한 정치질이 성립했다.(*421)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가 자신들을 이 혁명에 휘말리게 한 것이 의도적임을 알고 화를 냈지만 산령법정과 만날 성관밀의(그랜드 롤)이 걸려버렸으니 피할 방법도 없어져서 결국 끌려들어가게 된다.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있었으면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라 탄식한다. 탐정으로서의 행보는 두 가지가 제시된다. 혁명을 긍정할 것인가, 혁명을 막기 위해 다르마스에게 대의명분을 줄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독살 사건에 탐정질 해야 함은 피할 수 없었다.(*422)
다르마스는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가 바르바드에게 선물로 줬던 트럼프 카드를 돌려주고 퇴장한다. 왕은 그걸 좋아했고 쓰러지기 전 날에도 했었다 한다.(*423) 이제 2세도 빠져나올 수 없음을 알고 뭐든 증거를 찾는데 페페론치노에게 돌려진 트럼프 카드 뭉치에는 클로버 킹이 빠져 있었다. 이게 다잉 메시지 아니냐 한다. 왕이 다잉 메시지를 남긴 대상은 인과에 따라 찾아올 산령법정의 마술사일 것이고, 트럼프 카드에 있어 클로버 킹은 알렉산더 대왕을 의미한다. 즉 이 이 다잉 메시지는, 이스칸달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산령법정의 선인을 향해서 보내진 것이다.(*424)


약탈공

2세는 마술 쓰는 모습을 본 것 만으로 유래와 변천 과정, 사용자의 본질까지 파악해 버리는 스카우터 비슷한 기예를 부린다. 아무튼 이런 특성 덕에 마술을 사랑하는 구도자이자 최고의 스승이 될 수 있으나 반대 쪽 면모를 보면 마술이라는 신비를 해체하고 규명하기에 신비의 천적, 마술의 파괴자라 할 수도 있다.(*425)

■ 시계탑에는 마술식의 특허 등록과 그에 따른 특허료가 있다.
→ 토오사카 토키오미는 마술을 간략화하는 마술식을 등록해서 특허료가 나오고 있으며(*426) 아오자키 토우코는 마술 앵커를 사용해 끌어당기는 식으로 비행하는 '어셈블리 어센션(통칭 토우코 트래블)'을 등록했다. (*427)
→ 시계탑에 마술식을 등록하고 특허료를 받아간다는 건 가문의 마술을 남들에게 공개해버리는 것과 같다. 이런 모순적인 일이 가능한 건 시계탑 지하 천문대와 전 세계에 걸친 시계탑의 지부에 설치된 특수한 마술예장이 특허가 등록된 마술식이 발동하면 어디서 그것을 사용했는지 감지해내기 때문이다.(*428) 각 지부에 배치된 한정 마술예장 관측구 룩스 카르타는 반경 수백km 내의 마력의 파장, 마술의 파형, 마술식의 흔적을 확인해낸다. 싱가포르처럼 시계탑 지부와 나선관이 공존하는 구역이면 이 예장을 사용하기 위해선 시계탑과 나선관 양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429) 당연하게도 이 기구는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자신이 특허를 딴 마술식이 싱가포르에서 무단 사용되고 있다고 엘멜로이 가에서 항의하도록 시켜서 이것의 사용권을 얻었다. 걸리면 그냥 사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계탑과 나선관 양 조직의 전쟁감이었다.(*430)
→ 그나마도 대부분의 마술사는 연구 내역을 은닉하는 데 정말 필사적이라 아무리 시계탑에서 보호해 준다 해도 믿질 않아 특허를 등록해 이권이나 돈을 구하는 케이스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는 가문의 비전을 조금의 편린만 보고 정체를 간단히 파악해 폭로하는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대부분의 마술사들 사이에서 기피되고 있다.(*431) 일반적으로는 각 가문의 교육법이나 비술을 까발려지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으로 이어지는 게 공통 인식이다.(*432) 그 마술을 간파하는 실력과 무심코 내뱉는 습관 덕에 약탈공이란 별명이 붙은 2세는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한 상황이다.(*433) 다른 가문에서 특허로 등록한 마술식을 해석해서 개선한 후 자기 이름으로 등록해 버리고 있다. 몇 번 보복 암살시도를 당하고도 멈추지 않아서 지금은 2세의 트레이드 마크 미슷한 것이 되었다.(*434)

■ 엄밀히 말하면 신비 자체보다는 그 뒤에 있는 마술사를 본다. 신비 그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어째서 그 신비가 존재하며 그 신비에 손을 대었는가를 파악하는 것으로, 마술의 해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을 감정하는 능력의 연장선이다. 그리고 신비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그 소유주의 의도에 끌려가거나 협력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분석하는 상대가 하트리스 같은 자라면 함부로 분석할 수 없게 된다.(*435)

■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특허의 약탈은 이베트 L. 레이먼의 마안대투사가 있다. 레일 체펠린에 달린 마안대투사를 개인의 힘으로 재현한다. 말 그대로 보석 눈깔에서 빔을 쏜다. 이베트의 재능을 파악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마안대투사를 그대로 재현하는 건 무리겠지만 같은 결과를 추구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다며 마안의 마력을 쥐어짜내는 방향으로 파고들라 했는데 그게 적중해서 진짜 쓴다. 사용한 마안이 타서 사용불능이 되는 건 똑같고, 엄청 아프고 연발은 못 쏜다 한다. 일단 이베트 본인은 자기가 이걸 쓰는 게 들키면 마안 옥션하고 집안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며 어디까지나 유사품이고 원본이랑 전혀 안 비슷하다고 주장... 하는데 사실 원본 마안대투사는 시계탑에 특허가 등록되지 않은 것이라 이걸 만드는 과정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평소 하던 약탈공 짓으로 이베트에게 특허를 등록하게 한 지라 실질적인 소유주는 이베트 쪽이 된다. 이걸 익힌 이베트는 2세가 언젠가 뒤에서 칼로 찔릴 것 같다 한다.(*436)

■ 2세가 상대를 상처입힐 의사를 품고 해체할 때의 행동을 상대 입장에서 보면 일생을 바쳐 온 신비를 자르고 해부해 내장까지 드러나게 한 후 거기서 끝나지 않고 역사의 의미 하나 하나 갈가리 찢어 햇빛 아래 끌려 나온 흡혈귀처럼 만들어버림)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작중에서 2세가 작정하고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엉뚱하게 2세의 팬을 자처하던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 2세를 의도적으로 흉내내면서 이 방법을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에게 행했다. 2세의 팬이라는 자가 이래서 뭐하는 놈인가 싶어한다.(*437)(*438)

■ 약탈공이라는 별명대로 주변에서 경계심을 품고 있다. 지즈와의 내기로 반 펨네 선상연회에 참가하기로 했을적 참가비인 백만 유로를 급하게 대출해 줄 사람이 없었다. 딱 한 명 있었던 멜빈 웨인즈는 지즈 편에 붙어서 불발되었다. 하루 종일 백만 유로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이것저것 했지만 글러먹었다.(*439) 옆에 있는 플랫 에스칼도스의 비상금을 털려 까지 하는 비참한 꼴이 된다.(*440)

■ 만약 2세에게 약탈한 마술을 스스로 사용할 정도의 마술사로서의 역량이 있었으면 시계탑은 와해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한다.(*441)

■ 마술 세계에 있어 복수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 경우 무관계하지 않다. 12군주(로드)와 3대 귀족을 비롯한 시계탑의 귀족(로드)이 같은 발음으로 불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며, 시계탑의 관위결의(그랜드 롤)과 샤의 나라의 성관밀의(그랜드 롤)의 발음이 같은 것도 뭔가 의미가 있다 한다. 이런 단어의 복층화는 어떤 의미로 마술사의 본능과 같은 것인데 신비가 그 본질을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힘을 잃어버리니 하나의 단어를 복수의 의미로 사용하거나 새로운 단어로 바꾸거나 해서 그 본질에서 멀어지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본능을 뛰어넘어 신이나 마술의 본질을 언어화해 버리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해체작업은 신비의 파괴이자, 마술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442)


약탈 외의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능력

마술 속성은 지(地)이며(*443) 마술사로서의 능력은 평범 그 자체다.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 曰, 마술사로서는 잘 해야 40점 정도구먼.(*444) 대신 연구자로서의 관찰력, 통찰력, 타인의 재능을 발견하여 단련시키는 부분은 따라올 자가 없다.(*445)(*446) 이론의 재해석 계통 분류 쪽으로 천재적이라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 사후 그의 미정리된 연구를 한 권의 마도서로 정리해냈다.(*447) 지식량도 로드의 자리를 짊어기에 걸맞다. 다만 격무 도중 읽을 수 있는 자료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지식으로 남을 압도하는 건 아니고 눈 앞의 사상이나 인물, 지식을 엮어내는 속도와 정밀도가 강점이다.(*448)(*449)

■ 마술회로의 숫자는 9개로, 보통 마술사가 20개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너무 적으며 본인은 이것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450)

■ 2세의 스승으로서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예로, 토오사카 린은 처음 엘멜로이 교실에 왔을 때 보석에 마술을 염색하는 가장 기초의 작업부터 폭풍 같은 지적과 개선을 받았는데 그 몇십 분 만에 토오사카의 보석 마술은 수십년의 진보를 이룩했다 한다. 이런 행위가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451)
한계는 있다. 보석 마술의 개선은 가능하지만 보석 마술이라는 체계 그 자체를 개혁하는 행위는 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에게 가르친 보석 마술과 융합의 비술은 로드 엘멜로이 2세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라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452) 강사로서의 2세는 이걸 보고 최대의 실의를 느끼며 이를 갈았다.(*453) 해당 마술의 효과에 대해서는 융합 항목을 참조할 것.

■ 구체적인 제자들의 묘사에 대해서.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세계에서 그의 제자는 죄다 10년 내에 시계탑의 전위 이상의 계위를 획득했고 몇 명은 그랜드 급이라 한다. 뛰어난 교사로서 제자를 잔뜩 양성한 건 좋지만, 그가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시계탑의 역사가 바뀔 정도로 능력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시 된다. 로드로서의 방침은 중용으로, 새로운 것과 옛 것을 가리지 않고 쓸모있는 것은 모두 존중한다. 한편 란갈 말로는 2세를 꿰뚫어보려 하면 역으로 꿰뚫어 봐 진다 한다.(*454)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에서는 제자의 절반 이상을 전위의 집안에 양자로 들이고 한 명을 색위로 끌어올렸다.(*455)
→ 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캐스터(제갈공명 - 로드 엘멜로이 2세)이 되었을 때 스킬 감식안 랭크 A를 달고 있다. 이는 제갈공명의 능력이 아니라, 정말 2세가 서번트 스킬 급으로 인간의 장래에 대한 유용성을 감식하는 관찰능력을 갖고 있다는 인증이다.(*456)
→ 본래 캐릭터 마테리얼에서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제자가 몽땅 그랜드 계위에 올랐다고 했으나(*457) 너무 오버했다고 판단했는지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 정식판에서 위와 같이 수정되었다. 후기에서 나리타 료고가 말하길 설정 감수해 주는 나스 키노코가 '제자 전원 왕관이라고? 그딴 설정 거짓말이야. 갈아 엎자!' 고 했다 한다.(*458)

■ 시계탑에서의 계위는 4계위 제위(祭位, 페스)다. 이는 위의 제자 관련 처럼 설정 변경이 이루어졌다.
→ 캐릭터 마테리얼에서 등장한 설정으로는 4계위가 성년이 된 마술사에게는 범용한 정도이며 20살에 제위에 도달하면 신동 취급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459)(*460)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에서 변경된 설정으로는 4계위가 단순한 마술사로서의 능력이 아닌 별도로 평가할 수 밖에 없는 특수한 기능이나 실적을 지닌 자에게 주어진다. 마술사로서의 실력이 색위라도 그 희소한 특성 덕에 여기 눌러앉힌 케이스도 있다. 절대적인 이능에 대한 외경이라 할 수 있다. 무시무시한 간파력을 자랑하는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여기 속했다.(*461)

■ 2류 마술사지만 기초와 표층적인 기술만은 뛰어나다. 다른 마술사들이 이제 와서 의지하면 신비에서 멀어진다고 기피하는 화학이 특기 분야다. 대다수의 마술사는 검시(檢屍)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마술적인 검시만 한다. 세포의 활력과 남아 있는 신경전류의 흐름 등을 진동으로 변환해 읽으며 마술이나 저주적 오염이 있는지 조사하는 건데 2세는 여기에 현대 화학을 응용한 검시법도 같이 쓴다. 명상과 수면관리를 사용하여 수 초도 걸리지 않아 잠들거나 한다.(*462)(*463) 고대든 현대든 인간이 만든 도구일 뿐이라며 현대문물인 컴퓨터라던가 다루는 데 거부감이 없다. 그래서 주변에서 존경을 못 받곤 한다.(*464)

■ 추리 능력이 초월적이다. 본래 마술이라는 초상현상을 쓰는 마술사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면 당연히 하우더닛(어떻게 했는가)를 추리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마술사는 마술에 내면까지 잠식되어 있기에 그에 관해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화이더닛(어째서 했는가)를 추리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 말대로 무시무시한 간파력을 발휘해 초상현상의 범죄를 보고 화이더닛을 완벽하게 간파해낸다.(*465)
→ 2세 본인은 사건의 추리를 할 때 대부분의 경우 추리가 아닌 고찰이라 하는데, 이는 2세가 여러 단서에서 단 하나의 사실을 밝혀내는 탐정이 아니라 신화나 전승에 새로운 해석을 더해 가는 학자에 가까워서다.(*466)
→ 지즈는 2세가 자력으로 자신의 이치를 추리해내자 그가 신대의 마술을 배울 경우 마술사로서 대성할 수 있다며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을 권유한다.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신대의 마술은 자신이 사랑하는 마술이 아니며 자신은 현대의 마술사로 근원을 추구하며 남겠다 한다.(*467)

■ 공격 마술은 간드조차 못 쓰고 그거보다 아래의 마탄을 쏘는 게 고작이다.(*468) 참고로 2세와 달리 마술사로서의 능력이 뛰어난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도 간드조차 못 써 겨우 마탄을 쓴다.(*469)

■ 남자는 머리카락에 마력을 축적해도 여자 만큼의 효과는 없다. 그래도 로드 엘멜로이 2세처럼 마술사로서 역량이 떨어지면 그거라도 감지덕지하게 쓴다.(*470) 자신의 머리카락을 촉매 삼아 원시 전지의 마술을 증폭시켜 피뢰침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헤카틱 휠의 벼락을 받아낸다. 직격이 아니라 어떻게든 버텼다.(*471)

■ 시그마가 지닌 시황제의 노궁을 캐스터(알렉상드르 뒤마)가 그랑 딕셔네르 드 퀴진로 개조해 만든 '이슈타르를 추락시키는 활'의 제작 이론은 2세가 짰는데 이슈타르는 천공을 관장하며 시황제의 노궁은 해신을 쏘아 죽인 일화가 있으니 바다라는 부분을 천공으로 개조(조응)하면 신을 떨어뜨리는 보구가 될 거라 한다. 중국과 수메르라는 전혀 통하지 않는 신화를 나비 마술로 노궁 자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걸로 번역을 하게 하고, 태양을 쏘아 떨어뜨린 예의 일화를 섞었다. 이슈타르가 관장하는 금성은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으로 사랑받았기에 황제의 위엄으로 악령을 쓰러뜨리는 방식을 취하는 걸로 연결시켰다.(*472) 이는 천공의 여주인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개념을 지닌 인과역전의 일격이다. 이는 스노우필드 현장이 아닌 시계탑에 구속된 상태에서 코백 알카트라즈의 도움으로 휴대폰으로 연락해 분석한 것으로 말 그대로 현장에 가지 않고 주어진 정보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같은 짓이었다. 그의 말에 따라 개조한 뒤마는 2세를 진심으로 상찬했다.(*473)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강점은 전술의 특이성(되는 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심사숙고, 숙고한 것 같으면서도 변덕성이 있고, 또는 대담하게, 또는 섬세하게 그 수가 자유자재로 변함)인데, 마술사나 신비에 푹 빠진 상대에게는 발상 밖에서 날아오는 마의 일격처럼 작용한다. 무력하고 겁 많아 보이는 사람이 조커를 내미는 것인데, 적으로 돌린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이성생물(에이리언)과 같은 정체불명의 존재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그걸 타파한 건 오랬동안 그를 관찰한 하트리스, 그리고 보자 마자 갬블러로서의 직감으로 알아차린 반 펨 정도다.(*474) 한편 언제나 불리한 상황에서 기지를 짜냈기에 오히려 대등한 전력의 싸움을 하게 되면 익숙하지 않고 불안해진다.(*475)

■ 2세의 운명력은 비범할 정도로 높은데, 토오사카 린은 이게 라이더(이스칸달)과 계약해서 영향받은 게 아니냐 한다.(*476)


2세가 교실을 인수한 후 엘멜로이 교실에 대해서

■ 개인이 지닌 마력량을 하천이나 바다로 비유하면 2세는 물웅덩이라 평가받는다.(*477) 제자들이 물웅덩이라고 스승을 야유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 물웅덩이가 들여다본 자를 비추고 조응시켜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물웅덩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자들에게 있어서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성가신 저주이기도 하다.(*478) 어떤 제자는 2세를 신앙하고 어떤 자는 진심으로 미워한다. 허나 그 중 태반은 2세를 좋은 스승으로 받아들인다. 잘못을 범하지 않거나 완전무결한 초인이나 성인군자가 아닌 3류이면서 1류의 번영을 모색하는 괴짜라 교실의 학생들에게 2세의 글러먹은 점을 말하라 질문하면 수많은 것이 지적된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지금아 자신이 있는 것은 좋건 나쁘건 2세라는 스승이 있기 때문이라 이해한다.(*479) 토오사카 린과 에르고의 입을 빌려 제자들의 평가를 보면 그는 딱히 선인이 아니며 하는 일만 보면 약탈공이라 불리는 게 당연한 악인 악당이다. 재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한다고 변명하지만 몇 할은 그 약탈공 짓을 즐길 거라 한다. 제멋대로에 방만하고 비굴하고 칠칠찮지만 확실히 일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려 하는 자로 남을 해체한 후에는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 준다 한다.(*480) 재능 넘치는 제자에게 마술사로서 질투를 품는데 그 재능이 자신에게 평생 닿을 수 없는 장소라고 받아들이지 않기에 저절로 본심이 새어나온다. 그래도 학생 앞에선 감추려고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감추지 못함에도 그 행동이 그를 교사로 만든다 한다.(*481)

■ 웨이버 벨벳이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되어 버린 경위와 이에 관한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와의 관계에 대해서.
→ 엘멜로이는 분파들이 배신하고 라이벌들은 물어 뜯어서 빚더미만 남았다. 그런 엘멜로이의 교실을 3류 강사 자격을 따 온 웨이버 벨벳이 맡았다. 시계탑의 일반적인 교수는 수업은 형식적이고 장래가 보장되는 좋은 가문의 후계자들을 조수로 삼아 키우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웨이버는 자기 능력이 부족하니 남의 힘을 빌리겠다며 권력 투쟁에서 탈락한 강사들을 엘멜로이 교실에 등단시키고 3년을 버텼다. 교실이 있는 파벌이면 영지의 관리권도 있어 이 3년을 버틴 건 기적이라 칭해진다. 아무튼 그에 흥미를 가진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일방적으로 납치해 왔다. 광석과를 빼앗기고 현대 마술 학과에 손을 뻗은 건 엘멜로이 입장에서 목을 따 버려도 할 말 없는 중죄다만 끌려 온 웨이버는 자신이 엘멜로이를 망하게 한 죄가 있고 뭐가 어떻건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선언한다. 이에 흥미를 느낀 라이네스가 '엘멜로이의 빚을 갚아라', '내가 적령기가 될 때 까지 엘멜로이의 로드 자리를 지켜라', '파손된 아치볼트의 원류각인을 복구해라', '내 개인강사가 되라' 라는 4자기 조건으로 살려 주고 로드 엘멜로이 2세 씨로 만들어 버렸다.(*482)
→ 자칭 타칭 모두 남을 갖고 놀길 좋아하는 성격인 라이네스가 2세에게 대하는 기본적인 행동 모토는 '너가 나한테 해 줄건 무한하게 있지만 난 너한테 해줄 게 전무하다'다. 그래서 멋대로 문을 따고 개인실에 난입해서 주물 숭배(페티시즘)냐고 놀리거나 한다. 당하는 2세가 성격 최악이라고 까면 기쁘다 한다.(*483)
→ 2세는 라이네스가 자신의 학생이라 선을 긋고 있기에 그녀가 2세의 권한으로 엘멜로이 교실의 학생들을 부려먹게 하지 않는다.(*484)
→ 2세가 정말 기적처럼 남은 수 개월 만에 엘멜로이의 빚을 청산하고 망가진 원류각인의 복구를 완료해서 5차 성배전쟁에 참가할 경우의 보험 삼아 라이네스는 자기와 아이를 만들자 한다. 2세의 인망과 권위가 상당하니 분가인 아치조르데에 정식 후계자는 아니더라도 2세의 아이가 생기면 난장판이 된 엘멜로이의 결속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발상으로, 그걸 들은 2세는 시계탑 법정과 놈들 같은 발상이라며 화냈다.(*485)
→ 2세와 교류하지 않고 그가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면 약탈공이라는 별명대로 대단한 음모가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는 차라리 그 악명이 퍼지는 쪽이 안전하다 생각하는지 2세가 그런 이미지를 가지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486)

■ 그레이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이것저것에 대해서. 고향의 사건을 계기로 그레이는 내제자가 되었으며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데 여러 모로 특이한 2세인지라 뭐라 말하기 미묘한 고생을 하고 있다. 본인은 묘지기로서 억제된 생활을 보내왔기에 고생은 커녕 느슨한 생활로 여기고 있다.(*487)
→ 2세는 시가의 관리를 직접 하고 싶어 해서 도움을 거부하지만 그러면서 잠에서 막 일어나면 제대로 된 의식 없이 멍한 상태로 눈 감고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초등학생 꼬맹이 같다며 생각하면서도 2세의 아침 복장 정리하느라 바쁘다.(*488)
→ 2세는 체력이 저질이고 근력도 눈물나게 형편없다. 그래서 지쳐서 추태를 보이면 이걸 탓해야 하냐고 고민하거나, 짜증 비슷한 것을 느낀다거나, 시치미 떼고 골리거나 한다.(*489)
→ 그릇이 작니 하고 속으로 열심히 까지만 고향에서 연장재에게 경의를 표하라는 교육을 받았기에 감정을 태도로 드러내는 건 참는다.(*490)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시점에서는 2세와 아치볼트의 사정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491)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었다.
→ ......라고 적어 놓으면 기분 나쁜 스승으로만 여기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호감을 품고 있다.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상을 품거나 2세 특유의 담배향이 나쁘지 않다 하거나(*492) 사지에서 한바탕 할 테니 물러나고 싶으면 홀로 물러나라 하자 자연스럽게 미소지으며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거나 한다.(*493) 2세가 다음 후유키 시의 5차 성배전쟁에 가려 하자 같이 가자 한다.(*494)
→ 내제자 일 외에는 자유로운데 처음 2개월 간은 뭘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임 투성이었다.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와 플랫 에스칼도스의 협력을 받아 겨우 엘멜로이 교실에 익숙해졌다. 시간이 흘러도 그저 지금처럼 있을 수 있기를 빈다.(*495)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시절에는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지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에서는 자기가 같이 여행하고 있는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종종 들려주는 귀중한 수업을 독차지한다는 기분이 들어 미안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다 한다.(*496)
→ 그레이가 기원탄에 당해서 잠시 리타이어 했을 때 2세는 시간이 멈추는 듯한 정신적인 충격에 빠져 마술식을 제대로 작동시키지조자 못 했다. 죽을 것 같은 얼굴이 된 걸 본 바이 뤄롱은 그레이가 없는 2세는 세컨드 없는 복서가 아니냐 한다.(*497) 이 경험을 통에 2세는 그레이가 있음으로서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실감했다. 여담으로 이 시점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수호도로서의 내제자 그레이 이야기는 시계탑이 아닌 모나코가 근거지인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소문을 들었다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한다(*498)
→ 그레이는 나름대로 담배에 흥미가 있지만, 자신과 2세의 담배 관계는 2세 옆에서 가끔 맡는 형태가 좋다 한다.(*499)
→ 그레이에게 있어서 무게 중심은 2세다. 덧없는 빛을 내지만 자신이 나아가야 할 곳처럼 느껴지는 별과 같아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한다.(*500)
→ 그레이는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스승의 망신이 되는 게 싫어 수업에서 들었던 것은 어떻게든 다 외워놓는다 한다.(*501)
→ 처음 묘지기의 마을에서 인연을 맺으면서 2세는 그레이가 세이버(아르토리아)의 형태가 된 얼굴을 싫어하고 그걸 같이 싫어하는 자를 찾는 걸 알았다. 마침 2세는 세이버(아르토리아)의 얼굴을 보면 4차 성배전쟁에서의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며 거부 반응이 오던 차라 그녀의 얼굴을 싷어하는 자로서 무조건 얼굴을 후드로 가리라 지시했다. 이건은 일종의 약속이 되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에서, 2세는 거부반응이 완화되엇지만 그레이의 얼굴을 보면 싫어하는 척을 해 주는 식으로 약속을 지킨다. 그레이도 과거만큼 자신의 얼굴에 대해 혐오하지 않게 되었다. 얼굴이 변한 대가로 얻은 힘으로 많은 이를 구했기에 희미한 감사함마저 느끼고 있다.(*502)

■ 제자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플랫 에스칼도스는 이 작품 저 작품 나와서 천연바보 짓으로 2세의 혈압을 올리고 있다.
→ 게임기 어카운트 명을 런던☆스타라 등록하고, 월령수액 메이드에게 이상한 지식을 주입하고, 뭐시기 카지노 흡혈귀의 카지노선에 올라타서 소동을 벌이거나 했다. 덕분에 2세는 일 터질 적 마다 혈압 올라 쓰러지곤 한다.(*503) 2세 입장에서는 매우 빡치게도 플랫은 진심으로 2세를 존경하고 있으며 매번 터뜨리는 일도 순수한 존경의 표현이다. 뭔가 일이 터지면 군더더기를 붙이고 이상한 별명을 붙여서 교수의 위장을 고문하는 짓도 자신이 왜곡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믿고 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에서 터진 사건들도 죄다 별명을 붙여 놨다.(*504)
→ 플랫은 한창 거짓된 성배전쟁이 화려하게 진행될 적 휴대폰을 샀다. 개통은 그 다음 날 이루어졌지만 전날부터 사진기 기능을 써서 오페라 하우스 폭발 사건이라거나 두 초인의 배틀이라던가 찍어 뒀다. 세이버(리처드 1세)의 연설은 인터뷰 하느라 까먹었다. 눈 마주치면 X 될 번쩍거리는 영령의 사진도 찍어 뒀는데 후에 이 사진을 전송받은 로드 엘멜로이 2세는 4차 성배전쟁 당시 잘 알던 그 양반의 사진을 보고 굳어버렸다. 이후 그 뭐시기 영령과는 관여하지 말라고 교수의 과제로서 못 박아 버렸다. 덤으로 메일 어드레스 말고 전화번호도 내 놓으라 닥달했다. (*505) 번호를 보내자 2시간 동안 설교해 줬다.(*506)
→ 플랫은 종종 마술사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인간적인 행동(적대 마스터가 곤경에 빠진 걸 보고 구하려 한다거나)을 할 때가 있는데 이는 같은 상황에 2세가 처하면 그렇게 행동할 거라 판단한 것이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3권에서 아트람 갈리암스타에 의해 죽을 뻔 했는데 당시 2세는 플랫을 구하기 위해 무엇보다 소중한 성유물인 라이더(이스칸달)의 망토 조각을 도박에 올렸다. 이를 계기로 에스칼도스의 마술사가 아닌 엘멜로이 교실의 플랫 에스킬도스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2세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2세와 교실을 배신하는 것이고 그것은 마술사로서의 목적을 잃는 것과 동등한 공포라 한다.(*507) 그걸 들은 버서커(잭 더 리퍼)는 플랫에게는 타고난 세계와의 어긋남이 있지만 스승의 삶의 태도에 존경을 갖고 살아간다면 그 어긋남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한다.(*508)

■ 그 외 제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 스빈 그라쉬에이트는 플랫 에스칼도스와 동기이며 둘이 엘멜로이 교실의 쌍벽 취급 받는다.(*509)(*510) 2세의 제자들이 다 그렇듯이 2세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인다. 2세 입장에서도 스빈은 처음부터 키워낸 존재이기에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 스빈이 10대에 전위가 된다는 위업을 이룩하자 평소 같으면 제자가 잘 나가면 우울하지만 이 때는 예외로 기분이 좋았다.(*511)
→ 런던으로 건너간 토오사카 린의 후견인이다. 일본은 싫어하지만 오타쿠 문화는 좋아하는 그에게 있어 그런 거와 연이 전혀 없는 린은 최악의 일본인이라 카더라.(*512) 한편 엘멜로이 2세의 육두문자에 진절머리를 내던 린은 반년 정도 지나서 그가 겉으로는 츤데레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실력주의, 염세주의, 정의의 사자 지향자임을 깨닫는다.(*513) 이후 후유키 시 성배전쟁 시스템을 뿌리부터 뽑아낼 때 협력하게 된다.(*514)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에서는 린이 제자를 도구로 보지 않는 등 마술사 답지 않은 2세가 마음에 든다 한다.(*515)
→ 박리성 아드라의 사건을 계기로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제자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2세가 마술 파괴자라며 최악의 비호감을 갖고 대했으나 박리성 아드라의 결계에 갇혔을 적 그의 여러 면모(재능 있는 자들에 대한 살의와 같은 질투, 자신처럼 마술사이면서 사람이 죽으면 슬퍼하며 애도함, 초월적인 강사이면서 동시에 자기 목숨을 사실상 루비아에게 맡기는 것을 주저 없이 함 등)를 보고 그가 단순한 마술 파괴자가 아님을 깨닿고 2세가 담당하는 현대 마술 학부로 들어가 그의 제자가 된다.(*516) 에델펠트도 지상에서 가장 우아한 하이에나라 불릴 정도의 마술적 무법자니 약탈공이란 별명이 붙어 버린 2세는 동족 정도 되는 거라 한다.(*517) 2세를 지도역(튜터)이라 부르면서 매도하곤 하는데 사람을 보는 눈 만큼은 일류라 인정한다.(*518)
→ 란갈이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제자를 언급할 적, 올록 시저문드와 관련된 베르나 시저문드, 로트웰 베르진스키와 관련된 로란드 베르잔스키, 진 람의 친척인 오르그 람, 펜텔 형제와 관련된 펜텔 자매, 핀드 볼 센베룬의 아들 회그람 볼 센베룬 등을 언급한다. 다들 시계탑의 색위나 전위를 받았다. (*519)
→ 카우레스 포르베지 위그드밀레니아는 성배전쟁(아포크리파)가 끝난 후 2세의 교실에 합류한다.(*520)
→ 핀드 볼 센베룬이 성배전쟁(아포크리파)에 참가했다가 시로 코토미네에게 당해 우스꽝스러운 꼴을 당한 걸 계기로 센베룬 가문은 쇠락해 갔다. 이를 어떻게 해 보려고 회그람 볼 센베룬이 2세의 교실에 합류해서 분투한다.(*521)
→ 에르고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사제관계를 구축했다. 둘은 공통분모가 있다.(*522) 여러 인물들이 에르고를 노렸지만 2세는 그런 위험은 치워두고 에르고가 삼킨 신들의 정체를 밝혀내고 어떻게든 신들을 돌려보내 에르고의 기억포화를 막기로 한다.(*523)

■ 로드로서 시계탑 12개 학부 중 하나인 현대 마술론의 학부장을 맡고 있다. 뉴에이지 최대의 출세자라 불린다.(*524)(*525) 이게 엄밀히 말하면 본래 엘멜로이의 소유인 광석과를 잃어버리고 현대 마술 학부 담당으로 좌천 당한 거나 마찬가지라 남들이 빈정거리기도 한다.(*526)(*527) 정작 2세는 하고 싶어서 로드를 하는 게 아니며 조금의 야심조차 없는 연구파 마술사에 가깝다.(*528) 보통 로드 엘멜로이라고 불리나 그에게 있어 엘멜로이의 이름은 과분하게 느껴져 뒤에 2세를 붙여주길 원한다.(*529) 그 외에 2세는 다른 학부에 조력자 형식으로 파견되어 강의를 하고 있는지라 그의 교실은 현대 마술 외의 학부에도 많은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530) 초창기에는 엘멜로이 교실이 현대 마술 학과 그 자체였지만 학과가 성장해 나름대로 인수가 갖추어져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시점에서는 그 학과에서 극히 일부인 15명 정도를 가르치는 소수정예 세미나가 되었다. 그 외에 청강생을 포함하면 수업은 50인 정도로 이루어진다.(*531)

■ 사건부에서 3년 지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에서는 현대 마술이나 엘멜로이 학파나 충분히 강사진을 육성했고 자기가 교단에 서는 의미가 희미해졌다며 강사에서 물러나 자신의 마술사로서의 길을 택할까 생각하고 있다.(*532) 이는 5차 성배전쟁에서 소환된 세이버(아르토리아)의 영향을 받은 그레이의 성장이 3년 간 멈춰버린 것을 보고 어떻게든 해결해 주고 싶어 강사 일마저 그만두고 거기에 집중하려고 한 것이다.(*533) 구체적으로는 아서왕이라는 과거의 영웅의 인자를 그레이에게서 벗겨내야 한다.(*534) 플랫 에스칼도스라는 바보를 제외하면 엘멜로이 교실은 원칙적으로 4년차에 졸업하기에 아슬아슬하게 교실 내에서 그레이의 성장 정체 문제는 큰 화두가 되지 않고 있다.(*535)
몇 년만 더 있으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대학을 졸업해 그녀가 엘멜로이의 로드 자리를 승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2세가 쌓아 온 공적 덕에 계속 2세가 로드를 했으면 한다는 여론이 큰 편이고 또한 그간 마술 해체를 하면서 원한 산 것이 많아 로드 자리에서 물러나는 즉시 암살 시도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한다.(*536)
한편 제자 중에서 색위와 전위를 배출한 결과 엘멜로이의 교실은 곤란해졌다. 다른 교실에서 이랬다면 환영받겠지만 신세대(뉴에이지)가 주류인 현대 마술 학과에서 이런 신동이 나오면 기존 시계탑의 권익자들에게 재액이나 다름 없다. 이 때문에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의 2세는 강사 업무와 교실의 학생 인수를 줄였다. 강사를 그만두려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537)
그 원인이 된 그레이는 괴로워했는데 이는 자신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절대 제자를 버리지 않는다는 맹세로 보호받아 온 것인데 자기 때문에 2세가 강사를 그만두면 그것 때문에 미래의 자신이 버림받을 것 같단 감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괴로움의 해답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다.(*538)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세계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제자들이 거짓된 성배전쟁에 개입했다. 대략 30명 정도 왔다.(*539)
→ 베르너 시저문드는 젊은 나이에 색위에 도달한 천재이자 귀족스러운 행동거지의 미청년이다. 나비 마술을 전승한다. 상대가 걸물인가를 판단하는 건 자신이나 선생님의 역할이라 한다.(*540)
→ 오르그 람은 친척인 진 람과 나란히 마술 세계에서 유명한 비블리오 마니아이며 차륜마술의 사용자다.(*541)
→ 라디아 펜텔과 나지카 펜텔의 둘로 구성된 펜텔 자매는 쌍둥이기에 가능한 특수한 마술을 교묘히 다룬다.(*542)
→ 페즈그람 볼 셈베른은 젊은 나이에 교편을 잡고 있다.(*543)
→ 롤란도 베르진스키는 수만 마리의 뱀 사역마를 잠복시켜 스승의 적을 몰아넣어 처분한다는 소문이 있다.(*544)
→ 메어리 릴 파고는 별의 바다를 마술로 가상전개하여 지구의 뒤쪽의 일조차 파악한다.(*545)
→ 스빈 그라쉬에이트, 이베트 L. 레이먼, 카우레스 포르베지,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 토오사카 린도 같이 왔다.(*546)
→ 스빈 그라쉬에이트와 롤란도 베르진스키가 짐승 사냥꾼 제무르푸스 가와 욱신각신하다 화해한 참이라 한다.(*547)
→ 2세의 제자들은 2세를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의 인맥으로 법정과 바르토멜로이에게 감금되어 나가지 못 하게 한 후(*548) 스노우필드까지 건너왔다.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가 만든 서번트의 패스를 나누는 비술을 사용해 령주 1획을 베르너 시저문드가 분산시켜 이베트 L. 레이먼을 제외한(한 명이라도 배신하면 다른 자의 마술회로에 간섭한 베르너가 반동으로 죽는지라 분위기 타면 배신하는 이베트는 뺐다.(*549) )모두의 마술회로의 침식시키는 것으로 30여 명 전원이 라이더(히폴리테)의 마스터로 취급받는다.(*550) 본래 마스터인 드리스 루센드라는 자길 쓰러뜨리면 이를 허락해주겠다 했고 그래서 토오사카 린과 결투를 하고 패배한 후 해 준다.(*551) 그 결과 마스터의 권리가 제자들에게 양도되었고 그녀는 최초에 령주가 깃든 자를 촉매로 삼으면 안정된다는 이유로 라이더(히폴리테)의 마스터의 말석으로 일당에 끼었다. 그녀에게 령주는 공유되지 않았다.(*552)
→ 이들은 이미 이 성배전쟁의 성배가 가짜임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 성배전쟁을 해체하러 온 거라 한다.(*553)
→ 이 세계의 시점에서 엘멜로이 교실은 졸업자가 15명 미만, 중퇴한 후 다른 학과에서 졸업한 자를 포함해도 50명 미만인인 소수파벌이다. 그들 전체가 전위나 색위가 된지라 수백 수천 명의 OB를 둔 다른 학과들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파벌 그 자체가 생물처럼 자라고 꿈틀거리고 만상을 포박한다.(*554) 그리고 이곳에 모인 자들은 성당교회의 한자 세르반테스가 이름을 알고 있는 마술세계의 유명인들이다. 이런 준 파벌 때문에 위험시되는 2세가 로드의 자리를 계속 맡을 수 있는 건 마술사로서는 조금 기묘한 인맥 덕이라 한다.(*555)(*556)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세계에서는 반 전체가 아오자키 토우코랑 한 번 다퉜다가 전원 죽을 뻔 했다 한다.(*557)

■ 플랫 에스칼도스가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에서 죽어버린 후 등장한 최대의 폭탄 티아 에스칼도스에 대해서. 스빈 그라쉬에이트는 이전부터 티아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다. 스빈에 따르면 감이 좋은 제자들은 몇 년 전부터 티아의 존재를 어렴풋이 눈치챘으며 자신은 냄새로 간파했었다 한다. 평소 플랫의 1인칭은 俺지만 종종 僕라고도 하는데 이 때 이상한 냄새가 강해져서 이거 이중인격이나 마술적으로 만든 페르소나 아닌가 했으며 이 때문에 스빈은 처음에는 플랫과 티아를 신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드 엘멜로이 2세는 플랫의 그런 비밀을 간파하고도 제자로 받아들여줬고 스승이 그랬으니 자기도 믿기로 했다 한다. 스빈은 이 대화를 통해 아직 플랫이 사라지지 않았고, 2세도 티아를 학생이라 생각할 거라 한다.(*558)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세계에서 2세의 제자들이 티아 에스칼도스를 상대로 연합 전투를 하는 걸 보면 연계를 중시하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 도와주는 자도 있고, 남의 특성을 멋대로 이용하는 자도 있고, 남의 마술을 자신의 것으로 기능시키기도 하며 주도권을 뺏으려 들기도 하는데 그 결과가 서로의 발목을 잡지 않고 상대에게 최선의 타격을 입힌다. 티아 에스칼도스가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복잡기괴하고 뒤를 읽을 수 없는 전법이다.(*559) 이들 중에 단순한 고위력 파괴 마술에 카운터를 먹을 수 있는 자가 몇 명 있다 한다.(*560)
한편 이들의 전법은 철저하게 티아가 대마술을 못 쓰도록 발을 묶으며 계속해서 철저하게 깎아낸다는 형태였는데 이게 딱 티아 에스칼도스의 최대 약점이라 점점 수세에 몰린다. 멘탈이 박살나서 이새끼들 지멋대로 하는 것도 정도가 있다며 화낸다.(*561) 이걸 들은 스빈 그라쉬에이트은 플랫 에스칼도스가 이 말을 들었다면 할리우드를 날려버리려고 한 녀석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다고 반박했을 거라 한다.(*562)

■ 2세의 철칙 중 하나는 한 번 제자로 받아들인 자는 4년 후 졸업할 때 까지 어떤 과거나 사정을 갖고 있어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술사의 세계에서 이렇게 무조건 아군이 되어주는 상대는 기적이라 봐도 무방하다. 2세가 버리지 않았기에 결과적으로 구원받은 제자가 꽤 있다.(*563)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졸업한 제자와는 관계를 끊는다. 이 부분은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에게 혼난 적이 있다. 잘 키운 학생을 사용해서 국면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는 건데 2세는 학생의 힘을 대등한 관계에서 빌릴 수는 있어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절대 없다.(*564)
한편 2세의 제자들은 모두 사이좋은 것도 아니고 2세를 향한 태도도 다들 제각각이지만 암묵적인 합의로 교실 밖에서 누군가가 2세를 죽이려 하면 그 자를 자신들의 적으로 규정한다. 이는 그들이 엘멜로이 교실에서 처음으로 제자리를 가질 수 있었고 자리는 스스로 지킨다는 의미다. 2세가 졸업한 제자와 선을 긋는 것 처럼 제자들도 졸업하면 서로 적이 될 지도 모르지만 제자인 동안은 서로를 지킨다. 이 학생으로 있는 4년 간의(플랫 에스칼도스를 빼면) 유예는 일명 약속된 절대의 시간이다.(*565)
한편 제자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 2세가 사고 친 제자를 수습한다는 이야기인데 그 전에 그 제자를 다른 제자들이 먼저 돕냐, 2세가 먼저 개입해서 다른 제자들과 때어놓냐의 2택의 싸움이 상설 이벤트로 벌어지곤 한다 한다.(*566)

■ 시계탑의 마술사라는 건 고독을 좋아하는 것이 페시브다. 하지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제자들은 보통 사람처럼 웃고 싸우고 떠든다.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그걸 보고 이것이 2세의 특별함이고 엘멜로이 교실에 마술에 있어서 최후의 시대인 21세기가 되어서야 시계탑에 폭풍을 몰고 온 이유가 아니냐 한다.(*567)

■ 에르고는 마술사가 아니지만 기간 한정 엘멜로이 교실의 학생이 되었다.(*568) 에르고는 아직 자신이 학생이란 자각이 옅으며 다른 교실의 학생들을 보면 동경심을 품는다.(*569)

■ 플랫 에스칼도스의 피셜로 엘멜로이 교실의 전통은 갑자기 결투, 프로레슬링 VS 팔극권, 한 달에 한 번 은둔해서 원격 저주 대결하기 같은 게 있다 한다.(*570)

■ 원로 급 설정 중 하나가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싸우면서 시계탑의 교실을 박살낸다는 것인데, 본래는 보석 학과의 교실을 박살낸다는 이미지였지만 그녀들이 현대 마술 학과도 수강하는 게 알려진 후 로드 엘멜로이 2세의 교실을 심심하면 박살내는 것으로 정립되었다. 이런 저런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언급되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에서 직접 설명하길, 그 시점에서 루비아가 교실을 파괴한 건 여섯 번이고 배상금은 납부했으며, 린이 교실을 파괴한 건 일곱 번이고 돈이 없어서 배상을 못 하다가 싱가포르에서 벌인 정화의 함선을 건져내는 해적 사업으로 때돈을 벌어 한번에 갚았다 한다.(*571)

■ 그레이는 2세와 같이 다니면서 종종 2세의 즉흥 수업을 듣는데,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시절에는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지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에서는 자기가 같이 여행하고 있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귀중한 수업을 독차지한다는 기분이 들어 미안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다 한다.(*572)

■ 지즈는 선생으로서 일류로, 그 재능은 한 마디 툭 던져주는 것으로 마술사를 진화시키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교육능력과 동등하다. 그 결과 현대의 마술사 멜빈 웨인즈, 예 스젠을 제자로 받아들이곤 반나절 만에 한정적이나마 신대의 마술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스승으로서의 스팩은 둘이 비슷하지만 지즈는 제자를 도구로 보고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제자를 소중히 한다는 차이가 있다.(*573) 사실 지즈의 강사로서의 면모는 그렇게 부각되지만 이치 상 지즈가 아무리 뛰어나도 신대의 마술을 현대의 마술사와 단독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건 사실 지즈의 제자로 위장해 있던 바이 뤄롱이 신대의 신 자그레우스였고 지즈의 중계로 두 제자가 자그레우스와 계약을 한 것이었다.(*574)

■ 일반적으로 마술의 교도란 교사가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지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과는 무관하다. 학생의 성격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을 바꾸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교실은 이단으로 여겨지고,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재를 잇달아 배출하는 결과가 되었다.(*575)

■ 바이 뤄롱은 아직 학생이면서 고위급 마술사인데다 실전에 익숙하고 근대병기까지 다룰 줄 아는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를 보고 대체 로드 엘멜로이 2세네 교실은 뭘 가르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576)

■ 엘멜로이 교실의 표어는 독립독보(獨立獨步)라 한다. 자신의 책임으로써 행동한다면 해적질을 해도 불평하지 않는다.(*577)

■ 라이더(히폴리테)는 마술사다운 자, 노골적으로 비 마술사적인 자 등 제각각의 감각과 자기주장이 강하며 통일성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음에도 하나의 생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2세네 제자들을 보고 아르고노츠를 떠올렸다.(*578)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에서 수업은 다른 강사들에게 맡기고 있지만 거의 매일 메일을 확인하고 몇 번이고 커리큘럼을 조정 중이라 제자들이 비명을 지른다 한다.(*579)

■ 2세의 강의는 초보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알기 쉽다. 근데 너무 알기 쉽다는 이유로 엘멜로이 교실은 시계탑의 항의를 받고 있다.(*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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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킬 거 축약

● 여기는 공신력이 없습니다.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각주도 객관성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습니다.
● 퍼 가실 거면 출처가 여기라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갑질할 입장은 아니므로 강요는 안 합니다만...... 그러시면 제 의욕이 상실됩니다.
● 정리글만 보고 떠들면 사견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여기만 보지 말고 먼저 원작을 감상해 주세요.

좋은 소식

달갤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9권까지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 9권까지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츄라이 츄라이.


자료륾 못 구해 반영을 못 한 것들. 정보투고 환영중. 번역 부탁드려요...

● 페이트 프로토타입 창은의 프래그먼츠 사운드 드라마
여기서 보강된 내용이 엄청 많다는데 일알못이라 반영 못하고 있음.
번역 츄라이 하기엔 청해가 좀 빡실거 같긴 한데..... 최근 연재 시작한 코믹스판에 기대해 봐야 하나.

● 페이트 로스트 에인헤랴르 극광의 아슬라우그
프롤로그 말고는 번역이 없어서 반영 불가.
더군다나 1권만 나오고 페이트 레퀴엠 수준으로 유기된거나 마찬가지라.... 이건 번역해달라고 부탁도 못 하겠다.


그 외 사유로 반영 못 하고 있는것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부분번역과 마테리얼 참조해서 쓴거라 빠진 게 많음.
특히 관위결의 편은 큰 틀만 있고 자세한 내용이 없는 수준.
이유는...... 정발판 텍스트 내용 하나하나 받아적기 귀찮음. 그런 받아쓰기 작업은 월희 리메이크나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로 충분하다고......
혹시 텍스트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한 정발 전자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럼 사서 반영해 봄.

● 페이트 엑스트라 코믹스 폭스 테일
연재속도가 느린 것도 있고 귀찮기도 해서 놔버린 상태.
최신 밈이 스즈카 매독썰이라니 좀 깼다.

● 프리즈마☆이리야
비정사인데다 연재속도 느리고 귀찮아서 놔버림.
최근전개에서 뽕차는 최종전이 진행중이긴 한데 그래도 귀찮은걸.

● DDD
뒷부분 번역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보는 사람이 있긴 함?

● 히무로의 천지
완결났는데 번역이 없다.

● 타입문 학원 치비츄키!
전부 정발됬지만 7권에서 연중 유기되었다길레 나도 유기.

● 꽃의 미야코
작품이 연중으로 유기당했으니 나도 유기.

● 파이어 걸
그 운석새끼가 완결낸 작품이고 뒷골목 사츠키 히로인 12궁편에서 누가 나왔다는 건 들었는데... 관심있는 사람이 있긴 함? 나무위키에 항목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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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9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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注釈

*1 각주예시

*2 시계탑 소속의 마술사. 프로페서 카리스마. 마스터 브이. 그레이트 빅 벤☆런던스타. 여학생들이 뽑은 시계탑 제 1의 '안기고 싶은 남자' ㅡ등등. 여러가지 이명을 가진 시계탑의 명물강사. 본인은 마술사로 성공하고 싶어하나 마술사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 없이 평균수준. 하지만, 강사로서의 실력은 대단해서, 타인의 깨어나지 않은 재능을 발견하여, 단련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시계탑 제일의 인물이다. 그의 학생이 되어 그랜드의 계위를 받지 못한 마술사는 없어서, 그의 학생들을 모으면 시계탑의 세력도가 바뀐다고까지도 말하나 본인에게 그런 야망은 없어서, "우스갯소리도 안되는구만. 여태 4계급에 멈춰있는 이 내가, 어째서 모르는 놈들의 뒷바라지를 해줘야 한다는거냐." 뭐, 이런 느낌으로 떠나보낸 학생들과는 관계도 갖지 않는 듯 하다. 아치볼트 가의 견습 마술사였던 시절의 그는 그림으로 그린 듯한 "자신이 천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나르시스트"였던 것 같지만, 십수년 전에 있던 어떤 사건을 계기로 마음을 고쳐 먹고, 이후 노력을 쏟아 부어온 결과 프로페서라고 불리게 된다. 타인을 프로듀스하는 것에 관해서는 당대 제일의 거물이지만, 엘멜로이 2세에게 있어서는 그런건 별로 상관없고, 본인은 마술사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강사로서 인기 많은 자신에게는 정말로 흥미가 없다고. ......도리어 그 사실에 열받아있기 때문에, 요 몇년은 인상 쓴 얼굴로 건물 안을 걷고 있다던가. 로드 엘멜로이 2세라는 것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그가 지닌 많은 이명들과 같이, 본의 아니게 물려받은 이름. 애초에는 런던에 있는 영주(Lord)의 하나,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 문파의 마술사 견습이었던 그는, 케이네스 경의 사후 몰락 직전이 된 엘멜로이 파(아치볼트 가문)의 부흥에 힘을 쏟았다. 그런 일이 있던 후, '아치볼트를 재건한 남자', '새로운 엘멜로이'로서 엘멜로이 2세라고 불리게 된다. 물론 엘멜로이의 정식 후계자는 따로 있다. 당시 어리고, 아치볼트에서 가장 낮은 위치였던 소녀이다. 그녀는 아치볼트 가를 재건한 공적과 "잘잘못을 가리자면 당신이 잘못한 거니까, 평생 나를 섬기도록" 라며 그에게 엘멜로이 2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아치볼트가에서 벗어나지 못 하게 했다. - 캐릭터 마테리얼 中, 로드 엘멜로이 2세 항목의 내용

*3 엉뚱한 화제 전환에, 무심코 눈을 깜박인다. 그러자, 스승님이 싱글싱글 웃는 걸 마주쳐버렸다. 시원스레 기분을 회복시킨 건, 아무래도 흥미의 범주에 히트해버린 모양이다.「20세기에는 무슨 일이던 간에 UFO와 연관시키는 일파가 있어서 말이야. 크리스트의 세례에서도 이집트의 벽화에서도, 닥치는대로 UFO가 발견됐다는 거야. 이렇다 할 의미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하늘을 나는 수레바퀴라는 건 여러가지로 로망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거겠지. 무엇보다, 그들중 일부는 히피들과 함께 환각성 마약을 했으니, 실제로 정신(마음)을 날려버린 거지만. ……어째서 싫증난 얼굴을 하고 있나?」 「아뇨, 스승님같은 사람이, 세계에도 많이 계시는구나 해서」「똑같이 취급하지 마. 때로 강행적인 추리는 필요하지만, 주관뿐인 누더기 따위로 마술은 자아낼 수 없어. 애초에, 이정도는 마술사 취향이 아니라, 일반 교양 문제다」아까는 적어도 마술사의 제자라면, 이라나 뭐라나 해놓고서 시원스레 전언을 철회하고, 콧방귀를 뀌는 스승님이었다. (중략) 그상태로, 무릎 위로 깍지를 끼우고는,「그럼, 다시 한번 강의를 시작하지」하고, 느긋히 말하기 시작했다.「우선, 네가 말한 것 같은, 주의 은혜를 전하는 사자 역의 천사. 그것도 틀리지 않았어. 더 정확하게는, 마술사로서 다룰 경우의 천사도, 근본적으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지. 주의 은혜를 내준다는 천사의 성.능.이야말로, 근세 이래―특히 근현대 마술사에게 있어서 천사를 재발명 할 계기가 된 거니까」똑같은 것 같은 설명같지만, 방금 그건 슬쩍 머리속으로 들어왔다. 차이의 이유는, 명확하다. 방금 전까지는 개인의 취미가 담긴 해설, 지금은 시계탑의 강사로서의 해설이었기 때문이다. 늘어져있던 표정조차도 일변해서, 테이블 너머에서 이쪽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다, ……그렇다. 스승님의, 마술사로서의 실력은 그리 대단치 않다. 이건 정말로 겸손이나 자중이라든가 과소평가가 아니라, 정말로 득도 해도 되지 않는 평범함 그 자체다. 적어도 시계탑의 중진이면서, 아직도 제 4계위에 멈춰있는 건 정말이지 전대미문이라, 요 2개월간 때만되면 주위에서 들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님의 평가는 결코 낮지 않다. 강사로서의 그가 쌓아온 실적에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것이 있는 모양이라, 그야말로 내제자로서 받아들여진 자신이, 수많은 학생들로부터 시비가 붙을 정도다. 그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니……하고, 솔직히 선망의 시선이 따갑다. 비유하자면, 복서와 세컨드. 애슬리트와 코치의 관계. 이상적인 폼을 머리속에 떠올리면서, 그것을 실행할 능력(스펙)이 없는 자신들에 대해, 스승님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마술사로서는 기이한 그 본연의 태도는 시계탑에 있어서, 수많은 이명으로써 표현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르길, 프로페서·카리스마. 이르길, 마스터·V 다른 몇개의 별명들은――조금 불명예스러운 어감을 가지고 있으니, 여기서는 비밀로 해두자. 어찌됐든, 나는 조금전 말에 대해 의문을 물어본다. (중략) 느긋하게, 이쪽의 이해도를 읽어가면서, 스승님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중략) 말하는 의미가 이해가지 않아서, 눈을 끔벅거려버린다. 그 표정이 이상했는지, 스승님은 큭큭 눈썹을 떨었다. 너무도 즐거워보이는 태도 떄문에, 덫에 빠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 Q : 웨이버가 예의 모인물로 자란 후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습니다만(십대 아치 볼트 당주와 플랫훈의 비쥬얼도 포함해서) 언젠가 이것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다룰 예정은 있는 것입니까? / A :이 미래는 모두 나리타 료우고씨의 마음에 따라서 달라지는거야! 그렇지만 희망적으로 관측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나. 덧붙여서 엘멜로이 2세는 완고한 인상에 전문가 취향의 외모입니다만, 언제나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기분이 안 좋다. 제자들에게 욕지거리를 하는 것은 그칠 일이 없지만, 무지막지하게 잘 돌봐주기 때문에 "데레할 때가 없는 츤데레"라고 말해진다. 한편 엘멜로이 교실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된 한 일본의 마술사(미니 스카트, 검은 머리, 빨간 옷)는 제자로 들어간지 반년만에 엘멜로이 2세의 욕지거리 지도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어라, 이 사람 츤데레가 아니라 단지 매우 고지식한 실력주의자에 염세주의로, 게다가 정의의 사람일 뿐 아니야? "라고 깨달았다던지. - 타입문 FES 팜플렛 일문일답의 내용

*5 「호오호오. 과연 고명하신 에델펠트. 어쩔 셈인 걸까?」「흥. 뭐가 어쨌든간에 보석마술이니. 성가신 건 광석학부에 봐달라고 하지. 거기에, 내 추천장도 부쳐두고. 그녀에게 그런 것이 필요한지 어떤지는 별개로 치겠지만」「이거 이거」감탄해야 할지 질려버려야 할지. 어쨌든간에 잘 보살펴 준다. 자신의 고생을 자처하는 것이, 클라이맥스에서의 보살핌이라고, 이 오라버니는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6 「이히히히. 그런 소리를 해봤자, 이녀석이 알 리가 없잖아?! 보통 머리가 나쁜게 아니니까!」돌연, 쾌활한 목소리가 솟아올랐다. 물론, 이 자리에는 자신과 스승님 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건 형체없는 제 3자의 목소리다. 자신도 스승님도 그 정체는 알고 있는지라, 새삼스래 어리둥절할 일도 없다. 겸사겸사 말하자면 상대를 해도 소용없다고 알고 있으니, 가능한 한 스마트하게 무시하면서, 소근소근 해명한다.「……제가[拙] 머리 나쁜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그런 문제가 아니야. 내 제자인 이상, 설령 가족이라 해도 눈앞에서 모욕하는 건 용인할 수 없어. 다시 한번 기억해 두도록 해」번뜩, 딱잘라 해치운다. 여기까지라며 돌변한 어조 때문인지, 제3의 목소리도 거기서 침묵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7 좋아하는 것? 그렇군.... 사리분별이 있는 학생, 정적이 가득한 교실, 머리가 두부로 차있지 않은 동료... 라고 해둘까 / 싫어하는 타입? 난폭한 남자, 품위없는 남자, 꿈도 없고 패기도 없는 남자. 여자라도 똑같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제갈공명 마이룸 대사

*8 몇 분 후──. 자기 방에 돌아온 엘메로이 II세는 어리석은 제자의 일을 떠올리면서, 방안 깊숙한 곳에 있는 책장에 눈을 돌린다. 물리적, 마술적, 이중으로 자물쇠가 채워진 책장 앞에 서서, 엘메로이 II세는 조심스럽게 그 자물쇠를 열고, 안에 있던 것을 손에 들었다. 그것은 특수한 보관케이스에 수납되어있던, 한 장의 천조각이었다. 겉보기에는 상당히 오래된 물건으로, 썩어문드러진 그 직물에 실용성 따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천조각이 평범한 누더기가 아님을 증명한다. 「다른 서번트를 거느리고, 세계정복이라니……」 아까 플랫의 농담을 떠올리며, 그는 눈썹을 찌푸린 채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설마 내 제자에게서 그런 바보 같은, 그리운 울림을 듣게 될 줄이야」 그리고 케이스 안의 천조각을 어딘지 모르게 향수에 젖은 눈동자로 바라보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9 『당신은, 줄곧 노력해왔겠죠』뇌에 직접, 사념이 숨어들어온다. 어느새인가, 안개 안쪽에 그림자가 서려있었다. 『하지만, 이젠 알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당신은 쫓아갈 수 없다는 걸』그림자가 말한다. 그림자가 웃는다. 청년이, 가슴을 억누른다. 그에게 있어서, 그것은 가장 정신(마음)의 무른 부분이었다. 다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고, 줄곧 포기해왔던 사정이었다. 『결국엔,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은 천재가 다져놓은 레일의 답사에 지나지 않아. 그 지식을 가지고 타인의 재능을 발아시키는 것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신 본인은 영구히 2류 그대로겠지. 빛나는 것은 당신 주위뿐. 당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날따윈 오지 않아』그것은 마치 후벼파는듯한『목소리』. 저주. 올바른 의미의 저주였다. 사람의 사고에 파고들어, 있어야할 모습을 뿌리부터 왜곡시켜버리는, 가장 원시적인 저주였다. 마술사가 아니더라도, 현대의 학사에서 기업에서도 혹은 남녀의 침실에서도 행해왔떤 가장 강한 저주였다. 이런 저주에 의해, 몇만몇억의 인간이 쓴맛을 보고, 목숨을 잃고, 왕조마저 붕괴되었다. 수많은 마술사들의 마술각인을 괴사시키는듯한――손쓸 수도 없이 그의 본질을 후벼파는 저주. 이윽고, 그는 입을 열어, 「……착각이다」 라고, 중얼거렸다. 『?』저주가, 흔들렸다. 있어야 할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청년이 다른 무언가로 변한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나.는.[僕] 벌써 충분한 영예를 입었거든」쩌적, 하고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세계 어딘가에서, 자신을 주박하고 있는 <노래>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결코 확실하게 닿지 않지만, 무척이나 아름답고, 덧없는 <노래>같다고 생각됐다. 「그 영예는 후불로 받은 거거든」 청년은 속삭인다. 아니,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습은 어려져 있었다. 아마도 10년전, 제4차 성배전쟁을 거쳤떤 그 때의 모습. 머리카락은 훨씬 짧고, 언제나 불쾌해보이는 옆얼굴마저 발랄한 느낌을 되살려, 안개 너머로 말을 건다.「그러니까, 나.는. 그 영예에 걸맞는 인물이 되어야해. 순서는 바뀌어버렸지만, 당신의 안목은 정확했다고 증명해야만 해」그.의 말은 지금도 고막에 새겨져 있다. 아니, 영혼에 각인되어 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당신이먀말로, 내 왕이야. 당신을 섬기겠어. 당신을 위해 모든 걸 다하겠어. 부디 나를 이끌어 줬으면 해. 같은 꿈을 보게 해줬으면 해』 얼마나 미숙하고, 얼마나 염치없는 말이었는지. 일찍이, 나는 그.와의 죽음을 소망했다. 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패왕. 당시의 세계 절반을 정복하고, 어쩌면 인류사상 가장 세계정복에 가까웠던 상대에게, 다른 부하들이 처했던 것과 같은 순사[殉死]를 소망했다. 그를 들은 패왕은 쾌활히 미소지었다. 하지만, 손에 쥐어진 건 명예로운 죽음이 아니었다. 대신, 그.는 사명을 부여해준 것이다. 「……살아라, 라고 말이야」다시금, 중얼거린다. 황금의 빛이, 청년의 내면에 깃들었다. 그것은 결코 잃어버리지 않을 맹세이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 빛이었다.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끝까지 살아남아, 구전하라고. 정말이지 제멋대로고 엉망진창이지만. 애초에 그녀석 때문에 죽을뻔 했는데도, 아슬아슬하게 그런걸 강요했어. 후의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정말이지 하루종일 불평을 늘어놓아도 부족했다고, 그 바보」 현재의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말한다. 일찍이 웨이버 벨벳이라고 자칭하던 소싯적과 결별을 고하고, 지금의 모습으로 돌아온 청년은 자랑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알고 있지」 아아, 물론 모순됐다.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인다 한들, 역시 빛나는 재능에는 시샘하고, 뛰어난[突出] 마술을 보면 분노의 불꽃이 몸을 태운다. 하이네 이스타리,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 젊은 천재들은 얼마나 가벼이 하늘에서 춤을 추던가. 화려한 꿈은 이 혼을 떨어지지 않지만――허나, 꿈은 꿈인 것이다. 꿈이라도 좋다, 라고도 지금의 자신은 생각하고 있다. 꿈이라도 좋다, 라고도 지금의 자신은 생각하고 있다. 「어떠냐. 행복한 인생이지. 그걸 너따위가 지도하니 답이 나오겠나」강하게 단언한다. 그리고, 「……뭐, 이 결론에 이르기 까지 10년 가까이 걸렸으니, 그렇게 큰소리는 못치지만 말이야」하고, 쓴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안개가, 무너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10 나는 그 정복바보 이외에 섬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너와는 좋은 관계가 되고 싶군.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제갈공명 마이룸 대사

*11 ———문득 텔레비전 구석에, 내버려둔 종이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그녀석, 그렇게나 기뻐하며 사들였으면서도 결국, 포장지를 뜯지조차 않았다. 웨이버는 봉투를 열고, 손도 대지 않은 채인 게임기와 소프트를 끄집어냈다. 일부러 콘트롤러를 하나 더 사두었다. 꼴사납게도 눈두덩이가 뜨거워졌지만, 어떻게든 참았다. 「……나는 말야, 이런 쓰잘데기 없는 완구를 가지고 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될 수 있는대로 새로운 것에 흥미를 가져보겠다고 마음을 굳힌 직후이기도 하다. 모처럼 이미 손에 들어온 것이라면, 손해볼 것도 없겠다, 우선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말로 재미있는 건가, 이거? 웨이버는 의아스럽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어쨌든 패키지의 내용물을 검토하고, 우선은 설명서에 나와있는 대로 텔레비전과 게임기 단자를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 페이트 제로의 에필로그의 내용

*12 관광객 : 그건 고맙군. 아 자네, 영수증을 부탁하지. 마술협회 아키하바라지부 회의비 명의로. / 카렌 : 마, 마술협회입니까? 저, 성함은? / 관광객 : 음? 아아. 그러고보니 통성명을 하지 않았었군. 그다지 특별한 이름도 아니지만… 나는 웨이버, 웨이버 벨벳트라고 하네. - 아넨엘베의 하루의 에필로그

*13 "같은 일본에 이런 세계도 있구나……. 선생님이, 여기에 시계탑의 지부가 있더라면, 하고 가끔씩 투덜거리실 만도 하네." "없는 건가요." "있으면, 그런 표정 안 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 "……나로서도,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는데……. 하지만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한 성지를 순회한다고 해도 사흘은 원해……. 우선순위가 높은 레어 아이템을 발굴해서, 그 다음에 교류 가능한 최저한의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한다면 일주일……. 제길, 아키하바라의 쇼핑은 놀이가 아니라고……." 투덜투덜 계속 진지하게 중얼거리는 모습은, 여태껏 본 적이 없을 정도다. 린이 남기고 간 상흔은, 그렇게나 심각한 모양이었다. 과연 엘멜로이 교실의 새로운 핵폭탄, 같은 생각을 새로이 하게 된다. 어떤 의미로, 이것은 마술 이상으로 강렬한 저주인 것은 아닐까. "그렇게 가보고 싶은 거리였던 건가요." "아니 그런 것은……. 물론, 여유만 있다면 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리프레시로서 말이지." 변명하듯이 말하면서, 스승님이 도로를 노려보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 「좋아. 뭐, 성의 세세한 부분은 나와 자네가 계속 조사해서 메꾸는 걸로 하지」「……저도 함께, 인가요?」「자네가 없으면 내 호위는 어쩔 셈인가. 말해두지만, 그 무리 중에서 어느 마술사와 싸우는 처지에 놓이더라도 죽는건 나 혼자다」 가슴을 펴고, 무력함을 어필한다. 확실히 이쪽의 전력 분석으로도 그렇게 되겠지만, 조금은 속여줬으면 한다. 얼굴에 그런 기색이 역력했는지,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고 실패하는 건 젊었을 때 만으로 충분하다」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젊었을 때. 그것은, 스승님에게 있어서 어느때일까. 청춘이라는 말은 나에게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스승님에게는 그런 시대가 있었던 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16 재능이라는 말이나 개념을 입에 담을 때, 스승님은 자주 빈정거리는 듯한 감정을 흘린다. 결코 닿지 않는――하지만, 언제나 밤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이라도 이야기 하는 듯한, 그런 열정적인 마음의 응어리가 점멸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17 가련한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나직이 말하는게 들려버렸지만, 흘려두도록 한다. 실제로, 나 자신이 그렇게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죽음과 함께해온 자신에게 있어서, 스승님의 행동은 너무도 감상적이다. 땅 위를 걷는 것과, 땅 밑에서 잠드는 것에, 큰 차이따윈 없으니까. 차이가 있다면, 잠들었음에도 걸어다니는 것.들. 뿐이다. 그래. 모르겠어요, 라고 스승님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스승님은 몰라도 돼, 라고 답해주셨어요」「몰라도 돼?」 「예」작게, 수긍한다. 「이르시길――이런건 미혹이야, 라고. 마도에 매진할 셈이라면, 이런 일에 붙들릴 시간은 없어. 학생 누구에게 묻는대도 그렇게 대답할테지. 애초에 내가 우수한 마술사라면, 이정도 상처는 간단히 낫게 해주는 것도 가능했을 거다. 언제나 때에 맞추질 못하고, 필요한 힘조차 없는게 나라는 사람이야」포기한듯 보이지만, 어딘가 그건 달랐다. 받아들이는듯 하지만, 역시 그것도 달랐다. 스승님 이라는 인격이 어떻게 구축된 건지, 자신은 모른다. 체념과 수용 사이의 무언가야말로, 스승님의 핵이 되있을 것은 틀림 없지만, 그 정체는 어떻게해도 추측할 수 없었다. 마술사로서, 그것은 확실히 최악일지도 모르지만. 인외 로서도, 그것은 확실히 논외일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무언가를 구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따윈, 뇌의 오인일 뿐이지. 누군가를 구하더라도 자신이 구원받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구했다고 생각해도 정말로 상대가 구원받았는지 어떤지 내가 알 바 아니야. 오해로 착각으로 엇갈림으로 잘못된 생각으로, 한결같은 해학의 반복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라고」오인이라고, 당시의 스승님은 단언했다. 자기만족조차 아닌――인체의 결함이라고.「그렇대도, 우리들은 그 오인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눈앞의 소녀가, 움찔하고 눈썹을 움직였다. 보석같은 연보랏빛 눈동자에는,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고 있다. 자신의 눈동자에도,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반사되고 있겠지. 하지만, 분명 거울로 각자가 인식하고 있는 모습과는, 역시 다를 터이다. 뇌의 규격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이상, 입력되는 정보가 동등하다 해도, 출력되는 인식은 일치하지 않는다.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색을 보고 있어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똑같은 느낌을 받을 거라고는 할 수 없다. 세상 일은 모두 그렇다. 마술에 한하지 않는다. 인외(괴물)에 한하지 않는다. 상식(보통)의 세계에서조차, 모두가 알고 있는 것. 오해와, 오인과, 엇갈림과, 착각으로 이어져있는 것이라고――. 「오인이야말로 우리들이지. 오해야말로 우리들의 세계고. 우리들이 접하는 것은 종다양한 사실이며, 단 하나의 진실이 아니야. 얼마나 많은 현자가 얼마나 많은 세월을 바치더라도 그곳에 도달하거나 하지 않아. 아니, 본래 마술사라는 건 그것을 거듭 거절하는 생물일지도 모르지만」자조하며, 당시 스승님은 입술을 추켜세웠다. 마술사가 추구한다는 『근원의 소용돌이』라던가 하는 목표와, 그 말이 반한다는 것에 간신히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동시에……이렇게까지 스승님의 말을 흉내내고서, 자신은 겨우 이 말을 상기했던 계기를 깨달았다.「그걸 잊고서, 터무니없이 진실만을 추구하고자 한다면――레이디, 그거야말로 정말로 최.악.이라고 떠올려두도록」그의 주장이 옳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것을 판단하기에는, 자신은 스승님과 너무 가깝고, 일상과도 마술사와도 거리가 멀다. 오인과 오해. 엇갈림과 착각. 그런 해학의 반복이, 자신들을 그 성에 붙들어 매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어야 했기에 있는 것 처럼, 자신들을 하나의 형체로서 가두어놓았다. 존재하지 않는 『눈』에 스스로를 마주하게 하듯이, 말도 안되는 우화와도 같이 본연의 모습을 누구나가 강제받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18 「마술사는 기만과 신비와의 댄스. 누구나가 근원따위는 다다를 수 없다고 알고 있어도 목표로 하고 있죠. 우리들만은 그런 바보같은 댄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틀렸으려나요?」「당신은 의지가 없으니 목표로 하지 않는다. 나는 재능이 없으니 목표로 할 수 없다. 구역질이 치밀 만큼은, 충분하게 달라」「결과는 같은데도요? 과정 쪽이 우선이라고 말할 정도로 센티멘털리스트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19 「만약의 이야기야. 이 조건을 잘 처리해내면, 오라버니[君]가 『어떻게 해서라도 극동으로 가고싶어』라던가 했던 거에도 때를 맞출 수 있지 않겠어? 예의 전쟁이란 거, 이제 시계탑은 인원 선발에 들어갔잖아? 오라버니가 입후보해서 비집고 들어가려면, 남은 시간은 얼마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20 「저기, 내 자랑스러운 오라버니. 이래봬도 나는 신경을 써주고 있는거야」「어떤 부분이 말이야」「예를 들면, 오라버니가 우리 저택이 아니라, 일부러 아파트에 살고싶다는 걸 용인하기도 하고 말이야. 애초에, 이곳은 엘멜로이 가[家]가 소유하는 아파트니까, 일부러 집세를 내고 살다니 허튼 짓에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반대야. 내 집세가 그대로 엘멜로이의 빚 상환에 쓰이는 거니까, 이 이상의 효율적인 일은 없지」 (중략) 「흠. 그 사고방식은 아름답지만, 사막에서 매월 한 줌 모래를 가져와서 사막을 없애려고 드는 것만큼 성과는 없지 않을까?」「기분 문제다. 어쨌든 엘멜로이의 재산에 기댈 생각은 없어」「재산에 기댈 셈은 없지만, 빚 만큼은 갚으려고 하는 것도, 꽤나 비뚤린 생각이라고 생각하는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21 "아니, 그⋯" 스승은 진심으로 당황하는 것 같았다. 본래 칭찬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학생들로부터 칭찬이 끊이지 않는데도, 성가시게 여기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迷惑がっている節は多分にある). 아마⋯ 그런 점에서 자신과 스승은 조금이지만 닮았다. 상대방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비하로 자신의 업적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평가에는 자신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조롱당하는 것도 싫지만, 칭찬을 받는 것에도 불안을 느끼고 만다. 그런 것은 지극히 이기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호소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스승님이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후회만 가득한 이 인생에서, 적어도 아무도 없을 때만큼은 살짝 가슴을 펴고 싶은 것뿐이야.」 분명, 그런 말이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그 심정이 이해가 되어서, 나는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멈춰 서게 된다(自分は思い出すたびに立ち尽くしてしまう).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해본다. 어쨌거나, 스승은 약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 "하지만, 애초에, 그 메모가 진실인지 어떤지도 모르는 거네. 대체로 마술사인 이상, 자신에게 떨어진 불똥은, 원래 자신이 쳐내야 하지." 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스승님의 말은, 평소의 총명함과── 의외일 정도의 냉철함에 뒷받침되고 있었다. 마술사인 자, 자신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라고.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 건가요?" "이건, 나를 노린 공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네, 레이디." 토해내듯이, 스승님이 말한다. "그렇다면, 내 책임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하지. 나의 잘못으로 학생을 휘말려들게 한 거라면, 그건 내 손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사정이기 때문이야. 설령, 그 메모가 덫일지도 모른다 해도." 그게 모순적이라고 생각되면서, 하지만 너무나도 스승님다웠다. 언뜻 보기에 약하고 겁쟁이, 자학적이라고도 생각되는 언동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때때로 놀랄 정도로 대담한 행동에 나서는 게, 이 사람이었으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 소심한 성격이지만 때로는 대담해진다. (("게다가 어차피 지즈에게 지면 끝이야. 그렇다면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배의 연회에서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게 좋겠지. 에고를 구하는 술식도, 너의 고정화를 깨는 술식도 반펨에게 이겨서 빼앗아 버리자." 약세인가 강세인가. 스승님의 생각은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매우 대담하다. 천사와 악마라는 비유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양면성이 이 사람을 시계탑의 군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타인으로부터 약탈공 등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 주머니에서 그 손가락이 시가를 꺼냈다. 이미 전투 상황이 된 이 장면에서, 그는 유유히 시가의 끝에 불을 붙이고 시가를 입에 물었다. 해저의 수정 도서관에, 특유의 달콤한 향이 흘러나온다. "⋯⋯⋯⋯" 자연스럽게 뒷짐을 질 때까지 그 손끝이 떨리는 것을 숨길 수 있었다는 것은 스승의 연기도 꽤나 능숙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 한바탕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고, 스승이 천장의 깜박거리는 전등을 바라본다. (……정말이지) 언제까지나, 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토록 치열한 싸움을 겪으면서, 손에 넣지 못한 것을, 언제까지나 쪼잔하게 계산하거나 한다. 능숙하게 전환하거나 하는 것은 평생 못 할 것이고, 몇 년이고 몇십 년이 지나서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침대 속에서 이를 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싫지 않았다. 사실, 그런 점을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 조금 기쁘기도 했다. 스승은 얼버무리거나 허세를 부리는 데만 능숙해졌지만, 그런 한심한 모습까지 없애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해 버릴 정도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 "우스꽝스럽지? 이 정도의 혈통과 영지에 축복받고서도, 모건 파르스의 2000년은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다. 당신이라면 그런 예를 몇 번이고 봐 왔겠지? 선조도 자신도 헛수고였다며 볼품없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마술사들을, 표본처럼 늘어놓아 왔기 때문에 약탈공이 된 게 아니야?" "알고 말고." 라고, 스승님이 대답했다. 너무나도 진지한 목소리에, 이시리드가 오히려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매일, 꿈을 꾼다." 조용히, 스승님이 말했다. "내가 대마술사가 되어 있다면, 같은 꿈 말이야. 부탁이니 비웃지 마." 비웃지 말라고 말하면서, 스승님의 입술은 자조하듯이 비틀어져 있었다.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덧없는 표정이었다. 이시리드도 대답을 잃고, 그저 스승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어. 그 용기만 있으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시계탑 강의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용기만 있으면 2세 따위라고 자칭하지 않고, 원래의 로드 엘멜로이를 자칭하거나, 빨리 여동생에게 이름을 물려줬을 텐데.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아이가 학교 시험을 부모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가방 안에 처박아 둔 채로 구겨질 때까지 방치하고 있는 것과 같아. 그리고, 마침내는 이상적인 자신과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게 돼." 한숨을 쉬고, 힘없이, 스승님이 속삭인다. "……이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내가 그랬다." "스승님……" 기억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의 일이다. 강사를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스승님의 이야기를. (……매일, 꿈을 꾼다) 그 정도로,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 따위,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알 수 없겠지. 본인으로서는 어리석다고 웃어넘기고 나서, 그래도 여전히 부정할 수 없는 자신에게, 재차 괴로워하는 것이겠지. 자신은, 안다. 제4차 성배전쟁에서, 미숙한 자신을 마주하고 나서 10여 년. 실제, 스승님은 위대한 마술사가 되는 것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는 것이다. 혹은. 진짜 용기가 있다면, 포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승님이 말하는 것처럼,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당연한 듯한 얼굴로 강사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편이) 아마, 그편이 행복하다. 손에 쥐어진 카드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알고 있다. 펨의 선연(카사) 같은 것을 경험한 지금에서는 더욱 그렇다. 스승님은 자신의 카드를 다시 보면서, 마술사의 길 따위는 포기해야 한다고, 잘난 듯한 얼굴로 말하는 것은 간단하고, 실제로 그 편이 성공할지도 모른다. 스승님이 안고 있는 괴로움은 녹아서, 영광의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 "분명,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스승님이 말한다. "좀 더 올바르고, 좀 더 현실적인, 좀 더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 어딘가에 있겠지. 올바른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자승자박으로 멋대로 인생을 괴롭게 하고 있다고 규탄받더라도, 돌려줄 말은 없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잠시 뜸을 두고, 스승님은 이시리드에게, 다시 한번 마주 보았다. "하지만, 그러니까, 모건 파르스의 2000년이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결코 비웃지 않아." "읏……" "나는, 당신을 비웃지 않아. 무시하지도 않아. 당신이 했던 것은 죄일지도 모르고, 나와 제자에게 위해를 가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라고 말하지 않아. 그것은 현실을 보지 못할 뿐이라고 조롱하는 자가 있다면, 같은 어리석은 자인 내가, 똑같이 비웃음을 당하겠지." 아마, 여행을 떠나, 스승님이 각오를 다진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어리석다는 것. 겁쟁이라는 것. 진정한 이상 따위, 누구라도 될 리가 없다. 아무리 이상에 가까워졌다고 해도, 이상 그 자체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재능에 혜택받지 못한 자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하지만, 이라고도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보답받기를 바란다. 구원받기를 바란다. 이 사람만의, 확실한 보상이 있기를, 자신은 생각해 버린다. 그야말로 제멋대로고 편애에 지나친 감정이라고 알고 있어도, 아무래도 자신은 그것을 바라고 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으 모험의 내용

*28 지중해를 거점으로 한 마술사의 가계 에스칼도스 가의 장남으로서 생을 받고, 과거에 유래 없는 마술회로와 그것을 제어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어쩌면 좋을까, 그는 마술은 어쨌건 간에 마술사에게 있어선 안 될 느긋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는 주목받는 신동으로서 다른 교수에게 사사 받고 있었지만, 많은 교수들은 머잖아 위통을 호소하는 결과가 되어, 최종적으로 『당신밖에 없다』라고 엘메로이 II세에게 맡겨진 처지가 된 것이다. 그로부터 수년. 그는 마술의 재능으로는 다른 학생들을 추월하여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교사로서는 흉내도 못 낼, 그 부분은 마스터V의 진면목을 생생히 드러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밖의 문제가 너무 겹겹이 쌓여있어서 아직 시계탑을 졸업할 수 없는 몸이었다. 본래라면 방치해도 상관없었을 것을 『어중간하게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라는 의리로 계속 담당해온 엘메로이 II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29 「그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당신의 견식을 묻고 싶습니다. 흑막인 녀석들의 목적은 뭐라고 생각합니까」「......현 단계에서는, 대부분이 추측으로 뒤덮인 사견에 지나지 않을텐데?」「부디」강력하게 고개를 흔드는 인형에게, 엘멜로이는 다시금 수 초 침묵한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의 견해로는, 이번 건에는 3개에서 4개의, 이질적인 의지를 가진 세력이 관련되어 있다. 최저한이라도, 정보를 비닉하려 하는 세력과, 정보를 넓게 공개하려 하는 세력이 보였다 안보였다하지만, .......그들의 세력이, 이질적인 이상을 품고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군」「확실히, 그들의 행동에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이 있습니다만....」「내가 생각하기에, 복수의 조직 중에서 몇 개에게 있어서, 성배의 현현은 목적이 아니라...... 통과점의 하나겠지. 어쩌면 성배가 아니라, 성배전쟁이라는 시스템 그 자체의 항상화와 양산을 시험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우리들을 도발하려 한 것은, 어쩌면 도시에 많은 마술사를 불러 들여, 그들에게 『성배전쟁』을 해석시키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고 말야」엘멜로이 2세의 추측에, 란갈을 고개를 흔든다.「바보같은..... 타인에게 제 3마법에 연관되는 기적을 해석시킨다니...... 하물며, 자신들이 시스템의 권리를 쥐고 있음에도 그런 짓을 한다고?」「확실히, 개인에 의한 근원에의 도달을 목표로 하는 마술사들에게 있어서는 있을 수 없지. 하지만, 마술사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세력이 섞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는......」말하다가, 엘멜로이 2세는 한 번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고나서 구술을 재개한다.「추측조차 할 수 없는, 감에 가까운 예감에 지나지 않지만..... 또 한가지」「또 한 가지?」「이것은 간단하게는 이해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미간에 약간 주름을 새겨가면서, 그래도 냉정하게 이야기를 계속한다.「성배전쟁을, 유희[게임]이나 구경거리[쇼]의 종류로 깎아내리려 하고 있는 무리가 있다」「그것은..... 바보같은. 무엇때문에」「이유는 알 수 없다. 단지, 바보같은 일임에는 틀림없겠지」엘멜로이 2세는, 눈을 감으면서 자신이 아는 성배전쟁에 관해서 언급했다.「과거에 참가했던 마스터나 영령 중에도, 성배전쟁 그 자체를 즐기는 향락적인 자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진심이었다. 목숨까지 걸며, 찰나의 시간을 던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성배전쟁을 부감해서 보는 입장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성배전쟁 그 자체를 능욕하려고 하고 있는 듯한 기운이 느껴져. 그것은, **그들**에게의 모욕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거기서 엘멜로이 2세는 흐읍 하고 숨을 멈추고, 자신이 주먹을 강하게 쥐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그런 자신에 대해서 혀를 찬 뒤에, 가볍게 눈을 뒤집으며 말했다.「......실례. 조금 감정적으로 되버린 듯 하다.」「신경 쓰지 말기를, 로드. 좋은 참고가 되었어」 「앞으로, 더욱 더 몇 가지 조각이 맞으면, 전모는 보일 터이다. 내가 무언가 행동을 일으킨다면, 그때부터가 되겠지」그리고, 그는 한 번만 더 자조적인 말을 덧붙였다.「.....움직인다고는 해도, 나 정도가 도움이 된다는 보증은 없지만 말이야」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30 시계탑 / "제길...... 역시 안 통하나......" 시계탑의 한 구획. 현대마술과의 준비실 안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몇번이나 휴대전화를 조작하면서 번민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까, 빌딩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외침 속에서, 갑자기 전화가 두절된 이래, 일절 플랫과의 연락이 취해지지 않게 되었다. "경찰서장 쪽에 연락을 넣어볼까......? 아니, 개인의 번호를 모르지...... 경찰서에 전화해서 연결된다고도 생각되지 않지만......" 책상에 양손을 짚고, 잠시 생각에 빠진 뒤, 그는 뭔가를 결의한 듯히 일어선다. "어쩔 수 없군...... 역시 여기서는...... 그악." 문을 연 순간, 그 몸이 튕기더니 방 안으로 밀려서 돌아왔다. 보니까, 입구에는 백사를 본뜬 결계가 강고히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집요하게 짜인 술식...... 아다시노의 결계인가! 법정과 놈...... 이렇게까지 하는건가!" 창문으로 밖을 보니, 법정과의 고르돌프 무지크가 부리는 호문쿨루스가 몇 명 지키고 서있어, 아무래도 완전히 로드 엘멜로이 2세를 연금할 셈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어쩌지...... 라이네스나 멜빈에게 연락을......" 그런 것을 생각하는 2세였지만── 문득, 생소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지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보통은 궐련의 예비를 넣어두는 상자지만, 그 안에서 뭔가 전자음이 울리는 듯 하다. "......?" 의아해하며 상자를 연 2세는, 안에 있던 것을 보고 짐짓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지, 이건......? 아까까지 이런 것은...... 어느 샌가 상자 안에 현현하여, 낡은 착신 멜로디를 울리고 있던 그것은── 유리(瑠璃)보다도 짙은 푸른색으로 뒤덮인, 한 대의 휴대전화였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31 "……어째서 그렇게까지, 우리들에게 협력해주는 거지? 시계탑에 돌아가는 이득은 뭐지?"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온 물음에, 2세는 답했다. 『신비의 비닉. 세계의 위기를 구한다. 영웅이 아닌 단순한 일개 마술사라 하더라도, 움직이는 데에는 충분한 안건이라 생각하지만…… 뭐어, 그런 숭고한 자기희생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지.』 "그렇다면, 어째서?" 『그 마을에 있는 게 졸업한 자들 뿐이라면, 스스로 길을 선택해 사지로 향했다는 소리지. 그것을 막을 권리도 없을 뿐더러, 도우러 갈 이유도 없네. 스스로 길을 선택하고, 그 결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했기에, 졸업의 증표를 준 거니까.』 두통이나 위통에 시달리고 있음을 전화 너머로도 알 수 있는 목소리로 말한 뒤, 그럼에도, 거짓 없는 말로 시그마에게 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역 학생…… 아직, 길을 내가 떠맡고 있는 이들이 몇 명 있지. 교사로서 간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시계탑에서의 입장이 나빠질 수 있는 안건이다. 시그마의 물음에, 2세는 진심으로 지친 듯한 목소리로── 그와 동시에, 일절 앙금도 망설임도 없이 단언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네.』 『아무리 문제아라 하더라도,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받아들인 학생이니 말이지.』 2세가 그렇게 단언하는 것과, 다른 수단을 써서 원격으로 나비 마술을 행사한 베르너 시저문드의 조력을 얻은 뒤마가 노궁의 『덧쓰기』를 끝낸 것은 거의 동시였다. "현장에 가지 않은 채로, 주어진 정보로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뒤마는 『보구』로서 승화된, 『천공의 여주인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개념을 가진』 인과가 역전된 노궁을 손에 쥐고, 휴대전화 너머에 있는 존재에게 진심으로 상찬한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32 ──그에 비해선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이름을 이어받은 누구 씨 같은 마술사가 빠짐없이 나와버렸군요. / 나스 : 이 세계에서 케이네스 선생님은 『Zero』보다 훨씬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웃음) / 히가시데 : 『Apocrypha』에선 세계 이곳저곳에서 소규모 성배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2세도 그러한 사건 중 하나에 얽혀들었다가 남자로서 크게 성장한 거예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면 케이네스 선생님은 역시 죽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 나스 : 역사의 수정력이란 거죠. 일어난 사건은 달라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은 있다는. 평행세계물의 정석이죠. / 히가시데 : 솔라우의 오빠도 등장시켰고, 그 부분은 팬서비스입니다. (웃음) - 타입문 에이스vol8 인터뷰의 내용

*33 로드·엘멜로이Ⅱ세. 그렇게 불리는 처지가 된 10년 전의 사건을 떠올린다. 싸움이 있었다. 영령을 소환해, 함께 싸웠다. 그 커다란 덩치에 무서워해, 시기해, 질타받아-----그리고, 마지막에 이별이 있었다. 찬장의 안쪽으로 눈을 돌린다. 물리적, 마술적으로 각각 열쇠를 잠근 찬장 안에는, 어느"천"이 수납되어 있다. 그 주홍의 천은 단순한 헝겊이지만------그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치를 가진다. 문득, 손에 들고 싶어져 열쇠를 열었다. 떡갈나무 케이스를 꺼내, 살며시 연다. 희미한 눌러붙은 자취가 있어, 닳아 떨어진 것 같은 주홍의 천. 그것을 본 것만으로, 10년전에 있었을 때의 커다란 남자가 뇌리에 되살아난다. 「뭐, 그 기분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교활한 녀석이라도 동심으로 돌아갈 때 정도는 있을테고. ……정말이지. 성배 전쟁이라는 의식에는, 그런 낭만이 너무 많아」 그걸 떠올리는 것만으로, 입가가 무심코 벌어져―. 「오오, 나의 오빠여. 당신에게 단순한 천을 보고 히죽거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취미가 있었다니. 어쩌면 주물 숭배(페티시즘)라는 취향일까? 이럴 수가, 실망했어」 엘멜로이가 굳어진다. 끼, 끼, 끼익, 하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뒤를 돌아본다. 응접용 의자에 앉아, 홍차를 탄 티컵을 손에 들고 있는 소녀가 거기에 있었다. 도자기 인형(비스크 돌)처럼 하얀 피부에, 순금의 실을 생각나게 하는 가늘고 곧은 머리카락. 그리고 거기까지의 덧없는 인상을 날려 버리는 것 같은, 강한 불꽃색의 눈동자는 흥미깊게 엘멜로이를 들여다 보고 있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 기품이 있어, 앉은 것만으로 우아함을 보이는 소녀였다. 나이는, 기껏해야 15정도겠지.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여성형의 마네킹을 본뜬 것 같은 수은 형태의 물체가, 메이드처럼 시중들고 있었다. 「레이디. 언제부터, 거기에,」「당신이 거기의 찬장의 열쇠를 책상에서 꺼내, 술식을 해제할 무렵부터일까」「열쇠는」「그녀가 열어주었어」 옆에 있는 메이드형 마술 예장, 월령 수액(보르멘·하이드라그람)이 엄지를 세웠다. 그녀의 손에 걸리면, 손가락을 하나 열쇠구멍에 넣는 것만으로 만능열쇠로 변화한다. 「소리는」「발소리따위, 마술로 얼마든지 지울 수 있을텐데. 기색을 알아차리다니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 후후후후후, 라고 소리없이 웃는 소녀에게 엘멜로이Ⅱ세는 크게 탄식했다. 그녀가 "아가씨". 한때 웨이버·벨벳이라는 이름이었던 남자에게 이름을 주어 묶어둔 아치볼트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라이네스·엘멜로이·아치조르테다. 케이스를 찬장에 집어넣어, 열쇠를 잠궜다. 나중에 술식의 해정용의 문구는 변경해 두는 것을 마음에 새긴다. 그리고 재차 의자에 앉아, 학생을 두렵게 하는 삼백안으로 소녀를 노려본다.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가는 건, 칭찬할 수 없는데」 라이네스는 침착한 얼굴로, 그 시선에 답한다. 「여동생이 오빠의 방에 들어가는 게, 어디가 이상한 거야?」「아치볼트 가문의 인간이 무단 침입으로 잡히다니, 악몽이나 다름없겠지!」「안심하게, 자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오빠 이외의 방에 무단으로 침입하자고는 생각하지 않아」 만면의 미소로 사과를 하기는 커녕, 당당히 범죄 예고를 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정도로 두통이 온다. 너에게 윤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할 교육 담당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걸까」「지금쯤은 지옥의 바닥이네. 내 교육자는 지상에서 지옥을 주뼛주뼛 훔쳐보고 있는 한창, 전력으로 당신에게 차여 날아간 거지?」「-----실례. 정정하지. 독학이라도, 너의 정조교육은 완벽하다. 그리고 숙녀다운 신중함을 몸에 익혀줘. 절실히. 주로 피해를 받는 나를 위해서」 소녀는 잠깐 생각하고는, 그야말로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무슨 일이야? 당신이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은 무한하게 있어도,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하는 일따위 무엇하나 없을텐데」「최악이야, 너!」「그렇게 소리치지마, 기쁘잖아. ----뭐어, 그것보다. 방금전에 보고 있던 그 천, 아마도 촉매겠지? 마술사로서는, 아무리 좋게봐도 40점인 당신이 성배 전쟁에 살아 남았으니까, 상당히 강력한 서번트일 터. 왜 그걸 성배 대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거야?」 엘멜로이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소녀는 가만히 그를 본다. 1분이 지나, 끈기에 졌는지 청년은 「그 말대로야」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네가 말하는 대로, 이 촉매로 소환할 수 있는 서번트는 틀림없이 강하겠지」 이것을 촉매로 소환하면, 아마 온갖 성배 전쟁 전부에서 가장 뛰어난 서번트를 소환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영웅들을 거느리는 위대한 정복왕----. 하지만, 고민한 끝에 엘멜로이Ⅱ세는 자신의 촉매를 숨겼다. 거기에는 몇개의 이유가 있다. 촉매 수집은 소피아리 가문의 장자 브람에게 일임되고 있어 거기에 괜히 손을 대면, 그에 대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으니까------그것이 첫번째 이유. 두번째는, 이 파천황이기 짝이 없는 영령이 과연 성배 대전이라는 사태에 어떻게 움직일까 불안했다, 라는 점이다. 살육전이라면 어쨌든, 7기에 의한 연합이다. 이 이상, 그의 취지에 어울리는 성배 전쟁이 일찌기 있었을까. "호오, 그건 실로 형편이 좋군. 어디, 상대의 7기도 평정해 본격적으로 세계를 향해 나가보지 않겠느냐!" 농담이 아니라, 정복왕이 세계를 지배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두려워했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다.「가문끼리의 관계와 서번트의 폭주가 걱정이었다. 그것이 이유?」「……물론. 바란 건 아니지만, 지금은 나도 한 학파의 톱이야. 성배 대전의 승패만에 신경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야. 그 뒷처리야말로 내 일이다. 성배를 얻든, 얻지 못하든, 그 후의 상황을 좋은 것으로 한다. 그게 귀족으로서의 행동이 아닌가?」「----당신은, 거짓말쟁이네. 여동생인 나에게 비밀은 좋지 않다고」 소녀의 말은, 스트레이트하게 남자의 가슴에 꽂혔다. 어째서, 라고 한번 더 소녀는 되묻는다. 그 눈동자는, 진정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불퇴전의 결의가 엿보인다. 항복을 하듯이, 엘멜로이2세는 양손을 들었다.「……알았어. 자백할게. 이유는 지극히 사적인 거다. ……한때 미숙했던 무렵의 나를, 벗이라고 불러준 인물이 있어. 그런 남자를 배신할 수 있는 만큼, 나는 약삭빠른 노인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야」만약 다른 누군가에게 엘멜로이Ⅱ세가 소환한 서번트가 알려졌다면, 성배 전쟁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 마술사들은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마술사의 손에서 손으로 계속해서 넘겨질 것이다. 그 정복왕은 그 강대한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만 오로지 소환을 반복한다. 거기에는 영령에 대한 존경따위 일절 없다. ……엘멜로이Ⅱ세는, 그런 미래는 사양이었다. 「요컨데 물러터진 애송이라는 말인가. 뭐야, 그런 누구라도 알고 있는 일을"너에게만 고백할게"라는 식으로 듣는 건 못참겠는데. 거기에 친절심으로 충고하자면, 한때가 아니라, 지금도 미숙, 한 건 아니야?」「한마디는 커녕 열마디 정도로 말이 많네 너는!」「흠, 그걸 잘 사용하면, 아치볼트 가문의 부채를 압축할 수 있을텐데」소녀는 푸념하듯이 중얼거린다. 아종 성배 전쟁이 판을 치는 지금, 이 촉매의 가치도 폭등하고 있다. 낮게 추측해도, 부채의 반. 상황에 따라서는 부채의 7할을 반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기억해둬 레이디. 벗을 팔아치울 만큼 곤궁에 처할 것 같으면, 냉큼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아」「……으. 자살해라, 라는 말이야?」「너무 단락적이야. 가문을 내던지고 제로부터 다시 시작해라, 라는 이야기야. ……뭐, 내가 그걸 하면 이 목이 달아나겠지만. 리셋과 리스타트의 차이야. 어찌되었든 자신의 긍지를 전당포에 낸다면, 마침내 이 가문(엘멜로이)은 끝이라는 거다」 엘멜로이2세는, 부루퉁한 얼굴로 그렇게 단언했다. 뭐, 그런데도 예외는 있다. 예를들어 자신의 제자가 성배 전쟁에 참가하게 되어, 서번트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빌려주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만―. - 페이트 아포크리파의 내용

*34 [ 뭘 하러 온 거냐 ....너는 ] [ 아아. 그랬지. 중요한 용건을 잊고 있었네 ] 방을 나서려 손잡이를 쥐던 소녀가 다시 몸을 돌린다. 그녀는 곁에 선 메이드를 지적하며 물었다. [ 이 아이에게 뭔가 이상한 것을 보여주지 않았어? ] 의미불명의 질문에 엘멜로이2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메이드 또한 흉내를 내듯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 이상한 거? 너의 변태성이 아니라? ] 소녀는 그의 말 후반부를 시원하게 무시하고는 [ 응. 정조교육에 극히 유해한 유쾌하며 악랄한 물건을 보여 주었다던가- ] [ 그런 걸 녀석에게 보여줘서 어쩌란 거야 ] [ 그렇지? 나는 나의 오라비를 믿고 있었어 ] 소녀는 안심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그 뒤를 쫓는 수은의 메이드가 살짝 엘멜로이 2세 쪽으로 몸을 돌려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기계를 연상시키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 아윌 비 백(I'll be back )] 문이 닫혔다. ...도대체 뭐였던 거냐 하고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 틈도 없이 노크 없이 다시 문이 열렸다. [ 교수! 아니 절대영역 매지션 선생님! 소문으로 듣자니 성배대전을 내버려 둔다는 게 정말입니까!? 엄청나게 재밌어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방금 지나간 수은 메이드랑 영화보기로 약속했으니까 쉬는 날을 알려 주세요! ] 뛰어들어 온 청년의 말에 머릿속이 하얗게 될 뻔하고- 청년의 얼굴을 확인하고 곧바로 상황을 이해. 납득.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부드럽게 말했다. [ 플랫. 상으로 과제의 양을 늘려 주마. 20 배면 될까? 물론 기한은 늘려 주지. 내일 오전 11시까지였던 것을 내일 오후 1시까지로 해 주마. 어때? 행복한가? ] [ 얼래? 저기... 교수? 화나셨...습니까? ] [ 아니. 전혀. 전혀. 전혀. 털끝만큼도 화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당장 시작해. 이 바보녀석아! ] [ 우와아아앙- 알겠습니다- ] 들어왔을 때처럼 폭풍처럼 사라져 가는 청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 피곤하군 ] 하고 엘멜로이 2세는 한숨을 쉬었다. - 페이트 아포크리파의 내용

*35 로드 엘멜로이 2세 [인명] 「Fate/Zero」에 등장했던 웨이버 벨벳. 그의 약 10년 뒤의 모습. 라이네스로부터, 반 강제적으로 엘멜로이 2세의 이름을 이어받아,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마술을 가르치며 차금상환이나 각인수복에 힘쓰고 있다. 그에 관해서는 「Character material」을 참조할 것. 「Fate/Apocrypha」세계에 있어서도, 역시 케이네스와 대립, 아종 성배전쟁에서 라이더, 이스칸달과 함께 싸움을 펼쳤다 ---- 라는 것이 되어있다. 본작 종료 후, 카우레스 포르베지 위그드밀레니아도 엘멜로이 2세의 교실에게 합류예정. - 아포크리파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36 "――천사의 이름을 묻겠다." "물음을 받고 대답하지 못한 자는 마땅히 천사가 벗겨지리." "나의 천사를 붙잡은 자를 유산의 상속자로 삼으리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37 하트리스에 의해 눈을 뜬 것도, 과연 그렇도다. 너무나도 위업투성이라서 역사상 올림포스 12신으로 선택받은 적도 있다...... 라는 설화에서, 하트리스의 계획이 시작한 것이었다. 본편 최후에 그레이가 들은 말이, 정말로 이스칸다르의 것이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손 안에 되살아난 상자만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진짜 「기적」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38 또한, 본편과는 특히 관계 없는 이야기라 기술하지 않았지만, 관위결의 라스트에서 쓰인 령주는, 본래 성배전쟁의 감독역인 성당교회에 맡겨둬야만 하는 것. 즉, 제3차 성배전쟁에 참가한 루비아의 선조는,그걸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속여서, 령주 1획을 본국에 갖고 돌아온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39 천천히, 오른손이 올라갔다.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최후의 1획이 붉게 빛난다. "령주를 갖고 명한다." "그만둬! 웨이버 벨벳!" 하트리스의 손도 올라갔다. 그도 령주를 쓰려한 것이겠지. 이쪽도 최후의 1획을 써서, 신령에게 뭔가 지령을 내리려던 것이 분명하다. 찰나, 그 손이 하늘에 춤췄다. 자신의 낫이 베어가른 것이다. 토막난 팔이, 피보라와 함께 허공을 날았다. "퇴거해라, 라이더!" 라이더, 라고 말했다. 현재의 신령 이스칸달이 아닌, 한때 스승님이 소환했을 때의 영기에. 하지만, 그 의미는 신령이 된 것에게, 제대로 닿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0 그 영묘,아르비온에서의 싸움. 신령이 사라지던 찰나, 호방뇌락한 웃음소리를 들은 느낌이 들었다. "그 꼬맹이(보즈), 잘도 내 카게무샤를 몰아붙였더군." 정말로 그런 목소리를 들었던건지는 모른다. 자신의 소망이 환청을 만든건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라면 새로 소환된 이스칸달은 스승님의 기억 같은 건 잊어버렸을 테지. 마술에 있어서는 무의식이 복잡하게 작용하니까 자신이 느낀 것이 정말로 영적인 대상인지, 아니면 뇌가 만들어낸 착각인지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스승님의 강의에서도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돌이켜보면, 그건 신령으로써의 성능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인지능력. 그렇기에 스승님에 대한걸 떠올릴 수 있었다. ㅡㅡ라는 것보단 새롭게 알아낸걸지도 모른다. 어찌됬건,이런 중요한 것을 무미건조하게 스승님한테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그럼 부하의 공적은 치하하지 않으면 안되긴 하지만... 지금의 짐은 존재하는 것 조차 불안정하군." "정말로, 아주 잠깐이나마 신령이 되었으니, 기적으로써 찬미하도록 하지. 뭐. 어차피 꼬맹이라면 이 방식의 소원밖엔 안 빌 테니까." 정말로 꿈이었던 건지, 아닌지 손바닥의 기적을 깨지기 쉬운 물건을 보는 듯이 응시하고 있었다. 뜨겁게 발광하던 사신의 낫(그림 리퍼)가 복잡하게 파츠를 짜맞춰 작은 상자로 되돌아갔다. 10년간 계속 멈추지 않고 입을 계속 움직이던 상자였다. 사랑을 털어놓고 얘기하지 못했던, 어머니 대신 자신을 지켜주던 상자였다. 자신을 지키고 기능을 정지했을 터인 그 상자였다. "그레이..." 스승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그 목소리끝이, 적지않은 충격으로 쉬어버린 것도 당연한 거겠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믿을 수 없었다. 더이상, 어찌하든 이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었으니까. "애드..." "으으응?" 졸리다는 듯이 상자의 눈이 눈꺼풀을 열었다. "뭐야,그레이냐? 난 졸리다고..." "애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가슴에 상자를 품었다. "애드! 애드...!" "뭐,뭐야 그레이! 이봐 흔들지 말라고! 그만해 어이!" 오래된 심장에 울린 친구의 목소리가 이 사건 최후의 ㅡㅡㅡ자신에게 있어서 최후의 축복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1 『본인이 현실에서 입으로 중얼거린 말』을 그대로 트위터에 투고해주는 마술인데, 일단 교수님으로 실험해보기로 한 거죠! 교수님, 놀라주려나! 그 영향으로 교수님과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들도 때때로 현실의 혼잣말 따위가 트윗에 섞여버릴지도 모르지만……. 뭐 사과하면 용서해주겠지! - 2015년 만우절 특집 트위터에서 플랫 曰

*42 2세 : 영령의 좌에는 평행세계의 정보도 수집된다. 문제는, 본질적으로는 정보도 질량이고 에너지라는 것이다. 위법 캡슐 서번트에 의해 무궤도로 모여든 정보가 일정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세계의 경계가 비틀려버렸다. 이것은 현대과학의 결론이지만, 동시에 그리스 철학의 결론이기도 하다. 결과로써, 엘멜로이 2세인 나와, 엘멜로이 1세인 선생님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가 가능해져 버린 것이다. / 플랫 :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더 많은 그야말로 수천 수만의 다양한 가능성이 모여있는 게 아닐까. 내가 알고 있는 시로 군은 적어도 변호사가 아니었고, 린 쨩도 내가 알고 있는 린과 뭔가 조금 다른 면이 있어 보였고... 조금 교수한테 전화해 보자. / 2세 : 그렇군. 플랫이 말한대로다. 거의 약간만이 다르다. 가설을 수정하도록 하지..... 여기는, 분명 만화경(카레이도스코프)인 것이다. 수많은 가능성의 조각과 거울이 모여져서, 누군가가 관측하는 것으로 성립되는 세계.... 하지만, 만화경이라면, 관점은 한 가지다. 누군가가 그 관점이었기에말로, 이 만화경이 성립된다.... 아아, 뭐냐. 그러면 어쩔 수 없다. 내가 선생님과 만나지 않은 탓이다. 내가 선생님과 만날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 케이네스: IR 프로덕션, RT아가씨..... 몇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응답이 없다. 지금에 있어서는 믿을 수 있는 인간은 그녀뿐인데.... 그녀는 나를 잊어버린 것인가? 그게 아니면 내가 그녀를 잊어버리고 만 것인가? .....안돼. 모든 것이 애매해져 간다. / 2세: 하지만, 너라면 그런 수책이나 생각은 없을 것이다. 플랫, 나를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인도해다오. 너라면 할 수 있다. 그래, 인식해준 것만으로 좋다. 나에게는 닿지 않는 별이지만, 너와 지금 이곳에서의 마술은 그런 것이겠지? / 케이네스: 나는 K.... 미스터 K, 하지만 ... 애초에 K라는 것 뭐냐? 캡슐서번트의 K인가? 아니, 그렇다면..... 애초에, 그러고보니..... 캡슐서번트라는 것은, 뭐지? / 플랫: 교수님............................. 만약 미스터 K..... 『저 사람』과 접속한다면.... 아니, 무엇이 일어날 것인지, 그걸 이해못할 교수님이 아니야. 교수님은 마술은 서툴지만, 절대로 ----- 이런 국면에서는, 슬플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니까 알겠습니다, 교수님. 트위터의 회선을 통해서, 두사람의 존재를--- 잇도록 하겠습니다. / 2세 : 아아, 선생님. 이런 뒷골목까지 오신겁니까. 4월이라고 해도 이런 곳에서는, 몸이 차가워진다고요 / 케이네스: 하하하, 이런 나에게, 지금에 있어서도 아직 불러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아마도, 자네는 나를 사라지게 할 자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아는 자이기도 하다. 그렇지? / 2세: 선생님..... 역시, 지금의 자신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겁니까? 좌에 있던 내가 눈치채버렸으니까, 선생님은 이 장소에서 튕겨나가고 있어. / 케이네스 : 그렇다면 가르쳐다오. 나는, 도대체 누구인 것인가? / 2세 : ......당연하지요 당신은 미숙한 나와 싸워준 선생님.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 누구보다도 긍지 높은, 로드 엘멜로이. / 케이네스: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아, 그런가. 한때 긍지와 목숨을 걸었고, 이미 그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것이, 나라는 것이구만 ....아니, 틀려. 내가 죽은 뒤, 아무래도 「이름」만은 남아있는 것 같군. 그렇지? 2세라던가 이름을 가진, 자네.... / 2세: ....이미, 선생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가 눈치채버렸으니까, 이 만화경은 부서져 사라진다. 평행세계는 다시금 누구도 모르는 쪽으로, 각각의 장소로 돌아간다. 안녕 선생님. - 2015년 만우절 특집 봄, 또 트위터를 시작핶습니다에서 캐릭터들의 트윗 내용

*43 2015/4/2 : 무대 뒤. (키노코) 피곤이 가시질 않소. 키노코입니다. 벌써 여러 번 겪는 4월 1일이 끝났습니다. 이번 소재는 이리 굴렀다 저리 굴렀다, 카타쉬 마을로 갈까 트위터로 갈까 고민한 끝에, 애니 Fate 2기 개시 전이니까......라는 이유로 Fate 메인의 축제 대소동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트위터이므로 허들은 위로 쭉쭉. 저번에 배운 사항은 살리고, 저지른 짓은 피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규모가 확대 일로를 걸은 것입니다. 미안하다. 에이프릴 기획에 뽑히고 만(불행한) TM 스태프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분들과 라이터분들께서 협력해주신 것, 여기서 감사드리겠습니다. 다들 이런 황당 기획에 참가해줘서 고마워! 해서. 일러스트레이터분은 그림을 보면 단박에 안쪽 사람을 알 수 있지만 텍스트 멤버들은 그리되지도 않습니다. 다들 이름 있는 작가면서도 "하루뿐이라면 어떻게든!"이라며 쾌히 승락해준 사랑스러운 맹추들....... 그 정체를 여기서 밝히겠다! 고라쿠 개그는 조금만 하라고 했었지? 하지만 스파르타쿠스 P가 최고여서 용서한다. 히가시데 유이치로. 왜 자기 돈으로 호텔에 묵고 그래, 바보인 거야? 하지만 마나카가 너무 귀여우니 용서한다. 사쿠라이 히카루. 이틀 전에 탈고한 직후인데 어떻게 "그럼 트위터 상에서 소설이라도 쓸게요."라고 웃는 얼굴로 말하면서 나보다 블본 진행한 거야? 초인이야? 나리타 료고. 고베 거주여서 하루뿐이던 회의에 오지 못하고, 전화상으로 "그런 이유로 끝은 엘멜로이가 마무리 지을 거니 부탁잘."이라고 폭탄을 스매시 패스당한 남자. 산다 마코토. 눈앞에 종종 걷고 있기에 포획, 사정을 얘기했더니 "좋아. 10년 만에 어느 인물에게 결판을 지어보도록 하자고."라고 입술을 핥은 악마. 우로부치 겐. 그리고 경험치 요놈 자식. 이상이 외부에서 온 라이터분들입니다. 누가 어느 캐릭터 담당이었는지는 이름을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싶으므로 구태여 답을 맞추어보지는...... 아니, 부치 씨만은 알기 어려우려나. 미스터 K와 솔라우쨩과 토키오미는 당연하다 치고, 그, 뭐냐. 실은 신지도 해줬거든...... 신바람 내며 하더라...... 이 쟁쟁한 멤버들이 당일, 타임 스케줄을 보면서도 저 하고 싶은 대로 날뛴 결과가 트윗량이옵니다. 흐름의 큰틀은 사전에 정하긴 했으나 역시 트위터는 살아있는 생물. 여러분이 주신 반응, 코멘트에 따라 캐릭터의 리액션도 변화하고, 마지막 시간은 노벨 게임으로는 재현 못할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열기와 서운함. 축제의 끝은 늘 안타깝죠....... 아, 하지만 JK 잔(EXP)은 나중에 반성실이다. 케이네스의 결말 때문에 숙연해져 있던 참에 폭탄 투하했겠다ㅋㅋㅋㅋ / "이제 그만두자." "지친다니까." "이거 근무시간 외 업무 맞죠?!" 등등, 이 기획 때마다 매양 생각하는 거지만, 이것도 기업 노력의 일환이라고 스태프끼리 서로 격려하면서 이번에도 어떻게 됐습니다. 노력....... 노력이 뭐지? / 꼬박 하루, 이런 골 때리는 축제에 참가해준 모니터 앞의 여러분. 기획에 찬동해 크리티컬한 일러스트를 주신 일러스트레이터 여러분. 기진맥진하면서도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게 하던 라이터진 여러분. 그리고 마루 밑에서 대들보를 만들고 유지해준 TM 스태프. 그걸 총괄해준 세이버 사랑하는 사장. 크게 벌인 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 협력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감사합니다. 내년 또 무언가 할 수 있으면 좋을 따름이지요. 추신. 라스트 파트의 오자는 용서하는 게 형월 트위터러의 교양이란다☆ - 2010년 4월 2일자 타케보우키 나스 키노코 코멘트

*44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본래 서번트에 도달할 그릇,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 성배전쟁에 있어서 특수한 사정에 의해, 중국의 영령인 제갈공명의 매개체가 되는 되는 것으로 소환을 성공했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서번트 설명의 내용

*45 제갈공명은 중국 삼국시대에 뛰어났던 정치인, 군인으로서 널리 알려져있으며, 약소국이었던 촉나라가 오랜시간에 걸쳐 대국이었던 위나라에 저항했던 것도, 그의 힘에 의했던 것이 크다고 알려져있다. 이 서번트는 엄밀히 말하자면 엘멜로이 2세도 아니고, 제갈공명도 아니다. 양자의 힘이 뒤섞이면서 본래의 서번트가 아닌 힘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사고와 감정은 매개체인 엘멜로이 2세에 맞춰져 있다. / 의사 서번트......어떠한 이유로 서번트가 될 수 없는 영령이, 인간의 몸을 그릇으로 하여 현세에 소환되어진 것. 로드 엘멜로이 2세이외에도 몇개의 의사 서번트가 확인되어지고 있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46 "강의는 어떠셨나요." / "의의 있기는 했네. 나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마술이 이 부근에는 많으니까 말이지." / 뜨거운 말레이풍 야키소바(미고랭)를, 플라스틱 포크로 입 안에 가득 넣으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센터 앞의 간판에도 실려있던, 싱가포르의 명물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 "조금 전의 배우는?!" "스승님……?" 좌우를 둘러본 스승님이,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증거로, 이를 악물고 그대로 앉은 것이다. "모란꽃의 줄기에, 이런 메모가 묶여있었네." "뭔가요?" / 미간에 깊게 주름을 만든 스승님의 손가를, 자신도 들여다본다. 런던에서는 그다지 볼 수 없는 느낌의 질 좋은 종이에, 섬세하게 영어가 적혀있었다. / 『그대의 지인한테서 온 메일은 페이크다. 한 가지 충고를 해주고 싶군.』 / "윽──!" / 침을 삼킨 것은, 이어지는 내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엘멜로이 2세, 그대의 학생이 말라카 해협의 해적에게 유괴되어 있다. 컨설턴트라는 이름을 조사하는 게 좋을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 부드러운 사람됨에 어쩐지 모르게 놀라면서도, 살짝 끄덕인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돌아보니, 겨우 일어선 스승님이, 트라우저에 붙은 모래를 털고 있는 참이었다. 심호흡을 거듭하고, 천천히 여성을 향해 선다. "린. 설마, 너." 거기까지 말하고, 침이 기관에 들어간 건지, 숨이 턱 막히더니, 다시 한 번 물었다. "네가, 컨설턴트인 건가──?!" "…………" 잠시, 여성은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래도, 곧 체념한 건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들면서, "네. 제가 여기 해적의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데요, 뭐 이상한가요?"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대꾸한 것이다. "어떻게 된 거냐!" "그런 거야 프라이빗이잖아요? 여러모로 있어서, 흐름에 따라 이렇게 됐다,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떤 흐름이 있으면, 해적의 컨설턴트가 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간신히 이 여성이 스승님의 학생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기, 혹시, 이쪽의 린 씨가 유괴되었다고…… 하던?" "유괴? 뭐야 그게?" 린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해적 소년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스승님은 머리를 누르면서, 말했다. "그런 메모를 건네받은 거다. 아무래도 엉터리였던 모양이지만. 아니, 나도 네 이름을 들었다면 놔뒀고말고! 그렇다고 할까, 너, 하계 휴가(서머 홀리데이)의 신청은 받았지만, 싱가포르나 말라카 해협에 간다는 소리는 전혀 못 들었다고!" "그렇게 말씀하셔도, 선생님. 엘멜로이 교실의 표어는 독립독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윽, 하고 스승님이 말문이 막혔다. 침입한 직후, 마술사라면 떨어진 불똥은 스스로 치워야 한다, 같은 소리를 말한 건 스승님 본인이다. 어떤 경위로 그녀가 해적의 컨설턴트가 됐는지는 일단 모른다 쳐도, 적어도 자신의 책임으로써 행동하고 있으니까, 불평은 못 하겠지. 어떤 의미로, 스승님의 교육을 바르게 실천했다는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 "즉, 자네는 작년부터 여기를 찾아오고 있었던 건가?" "샐비지가 주체니까요, 계획만 알려줘두면, 제가 계속 이 부근에 있을 필요는 없고요. 정기연락만이라면 전화로 할 수 있어요." 스승님의 앞에서, 도도하게 린이 설명한다. 마치, 우등생의 논문 같았다. 하기야, 어디의 우등생이 해적의 두목 같은 짓을 하겠냐, 싶은 일이긴 하지만. "……인터넷 쪽이 낫다, 고는 닥터 브누와한테서 들었지만." 슬쩍, 첨언했다. 그에 대해 스승님은, 천천히, 한 모금 더 엽권의 연기를 맛봤다. "과연, 샐비지인가. 그 소문은 우리들도 듣고 있었다. 컨설턴트가 소속되어 있는 해적은, 타인한테서 강탈하는 게 아니라, 샐비지가 주축이 되어있다고." 거기서 한 박자 두고, 자신의 학생을 바라보며, 스승님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다만, 내가 왔다고 해서, 컨설턴트가 쫄아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만." "윽……!" 한 순간, 린의 시선이 돌려졌다. "즉, 시계탑에는 알려지고 싶지 않은 짓도 아고 있다, 그런 느낌이려나." "아니 그래도, 신비의 은닉에는 위반하지 않았을 터라구요! 이 부근의 도민은 미신이 깊으니까, 제 마술도 그런 것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각종 미디어로부터는 단순한 샐비지 업체니까요! 다만, 싱가포르에 왔다는 시계탑의 마술사가 선생님이라고는 알지 못해서, 어쩌면…… 하고는 생각했지만요." "낙제점 아슬아슬, 그런 정도네만. 뭐어 법정과가 직접 파고들지 않는 한은, 변명이 되는 레벨인가." 이런이런, 하고 스승님이 한숨을 쉰다. "그래서, 목적은 뭐지?" "그, 살짝, 개인적으로 샐비지 해두고 싶은 게 있어서…… 여기의 해적하고 접촉한 것도, 그걸 위해선데요…… 그래서 뭐 돈 지불같은 것도 떠맡게 돼갖고." "해적을 삥땅치고 있다는 소린가?" "앗, 선생님, 오해하고 있죠. 어디까지나 Win-Win. 저와 해적들하고는 대등한 거래관계에요. 저는 샐비지에 유용할 법한 장소를 가르쳐 준다. 대신에 해적들은, 제가 부탁한 샐비지에도 협력한다는 것 뿐." 분연하게, 그녀가 주장한다. 실제로, 린이 가르쳐준 샐비지 장소가 유익했기에, 컨설턴트의 이름이 주변에 알려진 것이겠지. 신비의 은닉을 지침으로 삼는 시계탑의 마술사로서는, 꽤나 섣부른 짓으로도 생각되지만. (중략) "원래, 제가 샐비지하려고 하고 있던 건, 정화의 침몰선이었던 거에요." "정화?" 고개를 갸웃거린 자신에게, 스승님이 구조선을 띄웠다. "유럽이라면 중세 무렵, 가장 거대한 선단을, 가장 멀리까지 항해시켰다고 전해지는 중국의 영웅이네." 그건 중국사에 있어, 극히 중대한 의미를 가진 항해자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그럴 법 한게, 그가 지휘한 보물선의 전장(全長)은, 140미터 정도였다고 전해지고 있지. 함대 전체의 선원은 대충 2만 7천명. 그 직종도 의사부터 예술가까지 다방면에 걸치지. 뭐어, 거의 하나의 나라를 이동시킨 거나 다름 없다." 너무나도 지나친 스케일에, 현기증이 온다. 현대보다는 아득히 열등할 터인 항해 기술로, 어떻게 하면 수만이나 되는 사람들을 이동시킨 것일까. 스승님의 강의에서도, 아시에 오래 뿌리내린 대국의 역사를 이것저것 들은 바는 있지만, 서양의 감각으로써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때때로 튀어나온다. "그, 중국의 대선단이 싱가포르까지 왔던 건가요?"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해안까지 갔던 거네. 이 근처는 옛날부터 동서의 교류의 결절점이 되기 쉬웠던 곳이라 말이지. 예를 들면, 이 나라의 근간이 된 말라카 왕국의 개조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스칸다르의 피를 잇고 있다고도 전해지고 있지." 그 왕의 이름을 듣고, 한 순간, 자신은 숨을 멈췄다. 스승님도 희미하게 쓴웃음 짓는다. "뭐어, 저건 온 세계 어디의 역사에도 얼굴을 비추는 대민폐니까 말이지. 이야기를 되돌리면, 정화의 함대가 이 부근에 내항한 것은 역사서에도 남아있는 진실이네. 당시의 중국──명 제국의 황제가 파견한 대선단을, 조공을 위한 보물을 대량으로 싣고 있었을 터다. 기술이 올바르다면, 잘 하면 일확천금도 꿈이 아니겠지." "그렇죠!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말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희색이 가득한 표정으로, 린이 손뼉을 친다. 뭐라고 할까, 참으로 알기 쉽다. 너무나도 순수하게, 욕망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눈동자에 파운드나 달러의 심볼이 떠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다. "작년, 지인인 고물상 쪽에서, 별난 지도가 손에 들어와서. 이건 된다고, 눈치챘을 때에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거에요! 바다에 침몰선에 보물이라니, 이제 완벽한 플랜 아닌가요!" "일단 덧붙여두겠지만, 마술에 관련되는 물건이 나왔을 경우, 고확률로 사상마술에 관계되는 물건이다. 시계탑에 속하는 자네가, 멋대로 발굴해버리는 건, 상당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렇겠죠. 그러니까, 슬그머니 하려던 생각이었는데요……" "그런 의미가 아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 그 의미는 모르겠지만, 매우 진지하게 바라보는 스승님에게, 린이 말했다. "차라리 시계탑에 데리고 돌아가서, 에르고를 선생님의 학생으로 하면 되지 않나요?" 농담 반 섞인 말이었으니까, 그 반응은 그녀도 상상하지 않았겠지. 스승님도 자신도 표정을 굳히고, 동시에 린을 응시해버린 것이다. "왜 그래, 두 사람 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네." 자신도, 가슴이 먹먹한 기분이 들어버려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다. 대신에, 스승님은 다시금, "미스 토오사카." 하고, 이름을 불렀다. "당분간, 우리도 여기에 체재시켜줘도 상관 없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 슬쩍, 2세는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돌아봤다. "선…… 생님……"   에르고는, 아직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애초에, 아틀라스원이나 연금술사라는 단어부터 의미불명하겠지. 시계탑에 있어, 그 나름의 지위인 엘멜로이 2세조차도,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판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약하게 웃은 것이다. "선생님…… 저…… 는…… 괜찮으니까요……" "…………" 입술을 깨문 2세가, 선글라스를 벗고, 자켓의 품에서 엽권을 꺼내든다. 이미 끄트머리는 잘려있어서,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불꽃이 붙었다. 희미하게 그 손끝은 떨리고 있다. 떨림이 진정될 때까지, 천천히 연기를 맛보면서, 2세는 이런 말을 흘렸다. "……참으로, 유감이다." 『현명한 판단이다, 군주(로드).』 뼈의 거인이, 억양 없는 말투로 마술사를 칭찬한다. 그에 대해, 2세는 간발의 차로 합격점을 놓쳐버린 어린애처럼, 분한 듯한 말투로 내뱉은 것이다. "10분 정도만 더, 일찍 왔으면 됐을 거다. 아니면, 내가 아니라, 그에게 직접 따라가도록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거다. 그렇게 했으면, 개입할 여지 따윈 없었지. 자신에게 떨어진 불똥은 자신이 털어내라, 라고 말하기만 하면 끝났을 텐데." 『……그건 무슨 말이지, 로드 엘멜로이?』 "기간 한정이지만, 그는 내 학생이 됐네." 엽권의 연기를 바닷바람에 녹이면서, 2세는 뼈의 거인을 노려본다. "그리고, 나는 학생을 파는 짓은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건 간에." 『로드 엘멜로이!』 "미안하지만, 2세를 붙여주게. 내 어깨에는 너무 무거운 이름이라 말이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 『차앚았다.』아마도, 전원의 뇌리에 울린, 그 사념. 장난스럽고, 까불거리는 말투에, 그런데도 죽을 듯이 두렵다. "저…… 목소리……" 에르고가, 떨었다. 『하하, 아직 기억하고 있었나. 아니, 잊을 수 없었나?』라티오가, 사납게 고개를 처든다. "설마, 무시키……!" 그 이상은, 누구도 반응할 수 없었다. 스승님도, 자신도, 린도, 라티오와 탄겔조차도. 어떠한 마술이 행사된 건지조차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눈치챘을 때에는, 구속되어있던 에르고의 오른쪽 두부가, 모조리 소멸하고 있던 것이다. "에르, 고……" 자신이 걸려고 한 목소리도 덧없다. 젊은이의 콧마루에서 오른쪽 위의 부위가 전부 없어저, 퓨, 하고 분수같이 피가 넘쳐흘렀다. 아아, 거인 때와는 달리,파괴된 두개골이나 그 내용물까지도 보이고 만 것이다. 생존 따위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다. 뇌를 이만큼 잃고서, 살 수 있는 인간 따윈 없다. 다음 순간. 죽은 에르고의 등에서, 빛의 날개처럼 거대한 환수가 솟아올랐다. *  결과만을, 적어 남기자. 수 일 후, 싱가포르에서 남동쪽의 작은 섬에서 일어난, 어느 기화가 뉴스가 됐다. 기사를 건진 것이 3류 가십 신문이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머잖아 인터넷의 일부에서는 현대의 퉁구스라느니 그렇게 불리게 된다. 뉴스는, 이렇다. 섬의 해안이,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이 파괴됐다고. 정말 기묘하게도, 그 파괴흔은 거대한 사람의 손 모양이었다고 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 준비된 모터 보트는, 전부가 중형에, 일곱 척이었다. 자신과 스승님, 에르고 세 명은, 린이 조종하는 보트에 타있다. 다른 여섯 척은, 해적들의 것이다. 탄 인원의 대부분은, 에르고와 비슷한 정도의 연령. 18세 정도라고 생각된다. 하얀 파도를 박차고 나아가는 보트에 탄, 늠름한 옆얼굴. 이제 출신 같은 건 알 수 없을 정도로 그을린 피부가, 해적의 긍지인 걸지도 몰랐다. '린 씨가, 길러낸 해적들.' 그 얼굴에, 그녀의 듬직함이 옮겨간 것처럼도 보였다. 린에게 배운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을 방법을 가르쳤다는 그녀의 말에는, 일절의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해적들이 린에게 보내는 신뢰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알파 1. 린, 주위에 이상 없음." "브라보 1. 이쪽도 이상 없음." 설치된 무선에서, 차례차례 목소리가 닿는다. 알파, 브라보라는 것은, 잘못 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포네틱 코드겠지. 엘멜로이 교실에서는, 플랫이라던지가 좋아하는 전쟁 영화에서 자주 들어봤지만, 해적이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린은, 잠시 팔짱을 끼더니, 무선기의 버튼을 눌렀다. "아무튼, 최초의 계획대로 움직여줘. 상황이 알 수 없게 되면, 쏜살같이 도망칠 것. 이건 절대야." "알았어(아이 아이 서)!" 믿음직스럽게 수긍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싱가포르에서 꽤나 떨어져, 이미 말라카 해협의 입구까지 다가온 탓인지, 다른 배는 드문드문하게만 보이게 되었다. 항구를 나올 때엔 정말로 경찰에게 발견되지 않을지 오싹했지만, 이렇게 먼 바다까지 나와버리니, 반대로 육지가 그리워진다. 바로 뒤에서, 스승님이 지도를 펼쳤다. "룩스 카르타의 검색에서, 라티오의 거점으로 보인 곳은 둘." 바다의 바람에 주의하면서, 가느다란 손가락이 종이의 표면에 미끄러진다. "하나는 센토사 섬. 이쪽은 아까 알아봤지만 떠나서 흔적 뿐이다." 앞서 조사한 지점이다. 라티오가 숨어있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고, 진작에 물러난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은 바로 먼바다로 나와, 새로운 장소로 급행한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향하고 있는 좌표는 해상이네. 꽤나 길게, 이 지점에서 어떤 작업을 한 형적이 있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4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세 명의 마술사." 스승님이, 말한다. "네가, 두 명 째인가." "뭐어, 그야 말 안해도 알잖냐. 시계탑의 군주(로드)." 여자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에 대해, "아직, 라티오의 순서일 터입니다." 라면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얼굴을 들었다. 이쪽은 체내의 뼈를, 쐐기처럼 갑판에 꽂은 것으로, 버텨낸 듯 하다. 하얀 여자는, 응응 하고 두 번 끄덕였다. "그러니까 말야, 너는 끝났잖아? 조금이라도 수치를 안다면 여기서 물러나라. 그래, 이건 동정이라는 거다. 과거 한 번은 실력을 인정하고, 함께 연구한 동포의 자손이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이라니, 직시하고 싶지 않고 말야." "무시키." 그 이상 지껄이지 마라, 라는 라티오의 위압에, 무시키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아무리, 쿨드리스가 몰락해갈 뿐인 가계니까 그렇다 해도 말이지." "너…… 엇!" 라티오의 신체가, 튕기듯이 도약했다. 발에서 튀어나온 뼈를 이용한 도약이었다. 터무니없는 속도로 뻗은 뼈의 반동으로, 그녀의 신체를 날려보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5 "손을, 대지 말아주세요." "알고있고 말고. 이 배에 있는 동안에는 휴전이라는 계약이다. 바로 끝날 휴전이지만." 끄덕인 라티오의 뒤에서, 느릿느릿 작은 산같은 모습이 움직였다. 뼈의 거인── 탄겔이 겨우 마스트를 빼내고, 뽑힌 팔도 재생된 것이었다. "아ー 아ー, 심한 꼴을 당했구만." "쓸모없는 놈." "그건 너무한데. 라티오 아씨." "어깨를 대라." 개탄하는 거인이 쭈그려앉고, 그 어깨에 라티오가 탔다.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푸른 머리카락은, 뼈의 거인의 색조와 잘 어울렸다. "언젠가, 또 다시." 두 사람의 모습이, 갑판에서 등 너머로 쓰러진다. 눈 깜짝할 새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파도 사이로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 "그나저나 린, 이미 해적들은 재소집한건가." "네, 지금 연락했어요. 안전은 확인했고요, 저 라티오도 위협이 되지 않는 해적에게 손을 댈 법한 타입은 아니겠죠." "그런가. 그럼, 때가 맞겠군." "때가 맞아?" 고개를 갸웃거린 린에게, 스윽 하고 스승님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 유령선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지. ……과연, 휴전은 배에 있는 동안, 이라고 사족을 붙인 건 이래서인가. 아틀라스원답다고 하면 아틀라스원답군." 곧바로, 자신도 스승님의 손끝을 쫓았다. 유령선의 반쯤을 뒤덮고 있던 뼈가, 그 연장선에서 점차 축소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본래는 바다에 뜰만한 상태는 아니다. 농밀한 안개도 서서히 옅어져간다. 아마도, 양쪽 모두 그녀가 없으면 유지할 수 없는 것이었겠지. "뭣──!" 린의 표정 변화는 장절했다. "자, 잠깐! 잠깐 기다려! 아직 보물 찾지도 않았다고! 그럴게 정화의 배야! 그런 건, 전부 내 거인 게 당연하잖아!" 전속력으로, 배 안으로 달려간다. 배가 붕괴하고 있으니, 안쪽은 명백히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멈출 틈도 없었다. 망연해진 자신을 보면서, "후훗." 에르고가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이 젊은이가 웃는 것을 처음으로 본 기분이 들었다. "……하하." 이번에는 스승님이 따라 웃고, 그걸로 참을 수 없게 돼서, 마침내 자신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린의 비명과, 자신들의 조용한 웃음소리와, 머지않아 모여든 해적들의 보트의 엔진음이, 유령선의 붕괴에 겹쳐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 옆을 보다가, 갑자기 눈치 챘다. "에르고 씨, 키가 커졌나요? 머리카락도 자란 것 같은데." "아직, 그레이 씨하고 만난지 일주일 정도라구요." 쾌활하게, 젊은이가 웃는다. 그 말대로다. 하지만, 그런 짧은 기간 동안, 그는 잘못 볼 정도로 변한 느낌이 든다. 소지물은 커녕, 대부분의 기억까지 잃었던 젊은이는, 삶을 서두르듯이 새로운 자기를 확립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짧은 빨강 머리. 색소도 자아도 옅었던 회색의 눈동자는, 시계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반짝반짝 환희하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사람은 마음이 두근거린 횟수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자신도 조금 정도는 눈여겨봐야 할까 하고 생각한 참에, 바람이 날아온 축제 노점의 포장지가, 얼굴에 부딪히기 직전에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에르고의 등에 생겨난 투명한 손── 환수에 의한 것이다. (중략) 이 조합으로 어울린지, 아직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분명, 타인과 마음을 터놓는 속도로 말하자면, 자신은 틀림 없이 최악의 부류겠지. 그런데도, 아주 옛날부터 함께 한 듯한 착각에 덮쳐진 것이다. 생각해보면, 폭풍같은 시간이었다. 그 싱가포르에서, 해적의 컨설턴트를 맡고 있던 린과 만난 일부터 시작해, 신을 먹어치웠다는 에르고를 중심으로, 잡다한 사건이 발발한 것이다. 지금의 에르고를 만들어낸 세 명의 마술사 중,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 선인이라던가 하는 무시키까지, 자신들은 싸우게 되었다. 전부, 시계탑에서 신비에 익숙해진 자신에게조차, 황당무계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자칫 실수했다간, 일본에 오기 전에 목숨을 잃었겠지. 지금이라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어딘가, 자신은 이 여행을 즐겨버리고 있다. 이런 이국의 산중에서, 수많은 수수께끼를 품은 채로, 자칫하면 새로운 적에게 목숨을 노려질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무심코 안심해서, 입가에 미소를 금고 말 정도로. 마치 가슴 속의 앨범에, 평생 바랠 리 없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진을 모으는 것처럼.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8 조금 뒤늦게,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 하나에도, 의외로 성격이 묻어나온다. 예를 들면 건방진 발소리, 예를 들면 우아한 발소리, 예를 들면 신경질적인 발소리. 『강화』된 자신의 청각은, 자연스럽게 그런 뉘앙스를 듣고 분간해버린다. '……​보.통.​?' 여태껏 없었던 인상을, 받고 말았다. 너무나도 애매하고 대충스러운 감상에, 떠올린 자신이 깜짝 놀라고 만다. 하지만, 이 때 느낀 것은, 분명 그랬던 것이다. 멀리서, 또다시 큰 북을 치는 소리. 저녁놀의 언덕을 껑충껑충 걸어온 인영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참으로 평범한 남성이었다. 이 나라의 사람들의 연령은 알기 어렵지만, 아마 20대 후반 정도일까. 위도 아래도 검정 일색의 서양옷에, 역시 검은 테 안경을 끼고 있다. 더 말하자면, 왼쪽 머리카락을 길러 눈가를 덮고 있는 점은, 독특한 센스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축제의 손님들에게 파묻혔다간, 눈 깜짝할 새에 찾을 수 없게 되겠지. 나긋나긋한 체구도, 상냥해보이는 인상도 충분히 호감스러웠지만, 총합하면 범용이라는 형용으로 진정되어버린다. 그 신기한 모순에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니, "아오자키 토우코 씨께 소개받은, 료우기 미키야라고 합니다." 라고, 새까만 남성은 자기소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들에게 있어, 잊기 어려운 운명의 시작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9 '……수상하게는, 보이지 않지만.' 앞서 가는 미키야를 다시 한 번 보았을 때, 그는 입을 열었다. "토우코 씨가, 네가 안고 있는 문제에 딱 좋을 거다, 라는 편지를 보내왔거든요." "문제?" 눈을 깜빡거린 자신보다 약간 뒤늦게, "우리들도, 아오자키 토우코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라고, 스승님이 말한다. "이전부터,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는데, 2주 전에 이거라면 힌트가 되지 않겠냐고, 편지를 보내왔지." 2주 전. 싱가포르에 오기 전이다. 즉, 스승님은 원래부터 일본에 올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앞서 걸으면서, 미키야가 묻는다. "어떤 과제인가요?" "일종의 해주, 라고 말하면 되려나." 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그것은, 자신의 안쪽에 깃든, 영웅의 인자를 벗겨내기 위한 술식이었다. 천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강사를 그만두면서라도, 스승님이 탐구하려고 했던 마술. 그리고, "지금이라면, 좀 더 알기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신을 되돌리는 방법, 이라고." 에르고가 스승님을 보았다. 젊은이가 먹어치웠다고 하는 세 위의 신. 그것을 되돌리지 못하면, 언젠가 에르고는 신이라는 절대적인 정보량에 압박당해, 인격과 기억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스승님은 단언했던 것이다. 기이하게도, 자신과 에르고에게 필요한 것은 같은 신비였다. "신님." 말하고 나서, 어쩐지 그리워하는 듯이, 미키야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산 위라서인지, 별빛은 참으로 밝았다. "그 사무소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했었어요. ……아아, 정말로, 토우코 씨랑 같은 마술사인 거군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0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했네." 라고 말하고, 스승님이 차를 마신다. "자네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에 대해서, 들려줬으면 하네. 아오자키 토우코의 편지에 따르면, 그 문제가, 우리들의 문제 해결에 관계되어 있는 건가?" "그 전에,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뭔가?" "마술사는 제자나 가족을 소중히 하는 족속이라고, 토우코 씨한테서 들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다. 마술사가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보다도 세계보다도, 근원이라는 무언가에 도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 세대만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마술사는 뒷세대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족이나 제자에게는 친밀해져 지켜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개념과는,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전제 하에, 미키야가 묻는다. "그렇다면, 가족에게서 떨어져버린 인간은,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행복 따윈, 사람마다 다른 것이잖나." 곧바로 스승님이 답했다. "누군가가 극한의 불행이라고 느끼는 환경을, 최고의 행복이라며 음미하는 자도 있지. 마술사가 아니더라도, 그건 보통이라고 생각하네만." "그렇네요." 라며, 미키야도 인정했다. "나라라던가 환경이라던가 가치관이라던가, 그런 약간의 차이로, 추구하는 게 완전히 달라져버려요. 누군가와 같은 것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누군가와 다른 것이야말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마음의 형태가 모두 다르니까, 행복의 형태도 모두 다른 거예요." 그 말은, 쿵 하고 가슴 깊숙히 빠진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직소 퍼즐 같은 것이다. 마음의 형태가 다르니까, 그것에 맞는 행복의 형태가 다르다. 각자가 모은 형태가, 어쩌다 꼭 들어맞았을 때에, 겨우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을 탐구하는 것이, 어쩌면 인생이라는 과정일 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미키야는 한 장의 사진을 꺼낸 것이다 마나와 비슷한 정도의, 어린아이가 찍힌 사진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짧게 자른 머리카락도 있어서, 성별은 판정할 수 없다. "이 아이는?" "야코우 아키라." 미키야의 말에, "야코우?" 하고, 린이 눈초리를 치켜올렸다. "야코우라니, 법술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야코우 얘기야?" 목소리에, 평소와 다른 성분이 섞여있었다. 약간의 긴장과, 고양이처럼 숨길 수 없는 호기심. 그 표정은, 아틀라스원의 라티오나 산령법정의 무시키와 대치했을 때와 동질이면서,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 아이를,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미키야는 잇는다. "…………."   스승님은 즉답하지 않았다. 린은, 스승님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에르고는, 흥미 깊은 듯이, 사진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자신은…… 그저, 서서히 고동치기 시작하는 심장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천천히, 스승님은 입을 열었다. "구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납치된 거예요."   꿈틀, 하고 스승님의 눈썹이 움직였다. 유괴 사건. 그 자체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지금 린의 말대로라면 야코우란 마술의 가계일 터이다. 거기에서 일어난 유괴 사건이란. 멀리서, 큰 북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축제의 양기와는 정반대인, 음울한 예감이 방에 자욱히 끼기 시작했다. "토우코 씨는, 이 아이와 접촉함으로써, 엘멜로이 2세 씨의 문제의 해결에 다가갈 수 있겠지,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1 "아무튼, 이제부터 야코우와 접촉하게 되겠지. 일본의 마술 조직과 교섭하고 싶은 참이기는 했네. 그 관위 인형사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는 기분은 들지만 말이야." 어깨를 으쓱거린 스승님이, 문득 물었다. (중략) 그러자, 린이 화제를 돌렸다. "그럼, 야코우의 저택에는 모여서 갈까요?" "……아니, 여기선 나와 그레이만 가지." 스승님이, 고개를 젓는다. "그 편이 입장이 덜 성가셔지니까 말이지. 린은 후유키의 관리자(세컨드 오너)이기도 하고, 에르고에 이르면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다. 여기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늘어나는 건 사양이야." "……음, 그건 그러네요." 에르고의 정체는,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코우라는 조직과, 묘한 관련이 없다고도 단언할 수 없다. 이미 아틀라스원과 방황회의 구성원을 적으로 돌린 이상, 더 이상의 해프닝은 피하고 싶었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스승님이 정말로 성가신 사태에 휘말리기 쉽다는 것은, 자신도 최근 수 년 동안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린은 납득한 듯이 끄덕이면서, "그럼, 우리는 잠깐 외출할까." 하고, 에르고의 손을 잡은 것이다. "어쩔 생각이지?" 수하물을 작은 파우치에 모아넣은 그녀는, 몇 걸음 나아가더니, 돌아본다. "도쿄 관광이에요. 모처럼 왔으니까, 관광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어디 쯤을 예정하고 있을지는 들려주겠나. 연락은 휴대전화로 하면 되겠지만, 일단 위치관계는 파악해두고 싶네." "물론이에요. 일단은, 아버지가 친하게 지내셨던 고서점이 칸다 진보쵸에 있으니까, 그쪽을 찾아가볼까 하고요." "과연, 고서점은 지역과 밀착하고 있으니 말이지. 좋은 착안점이군." "그렇죠!" 한쪽 눈을 감고, 엘멜로이 교실의 수재가 문고리에 손을 댄다. 그리고 돌아보았다. 감쪽같이 덫에 걸린 쥐를 관찰하는 고양이같았다. "맞다. 그 다음에는 근처니까, 아키하바라에 가보려고 생각해요, ​교수님​." 결과는, 정말로 극적이었다.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스승님이 경직돼버린 것이다. 그녀가 씩씩하게 에르고와 나갈 때까지, 훌륭하게 굳은 채로── 그것은, 눈 앞에서 염원하던 장난감을 새치기당한 아이같은 표정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2 흘깃, 하고 스승님의 시선이, 부인의 등 뒤로 던져진다. 안쪽에 위치한 단에는, 검은 천이 걸쳐진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형태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거울일까. "야쿠자에는 세 가지 원류가 있다, 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호오." "당시의 정부에게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천민, 비합법 도박장을 열었던 노름꾼, 대부분이 사찰에서 노점을 내거나 재주를 보이거나 했던 놀이패(的屋). 완전히 분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것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교류해온 것이야말로 야쿠자의 원류겠지요. 특히 마지막, 놀이패(테키야)가 파는 것은 극히 범위가 넓고, 약이나 매춘은 물론, 스모나 ​노가쿠​의 흥행, 끝에는 ​저주나 기도도 팔았다​, 라는 기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어디에서나 해체하고 있는 건가? 과연 약탈공." 질린 듯한 부인의 말투에, 스승님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릴 뿐이었다. 동시에, 자신은 심장이 매우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분석은 야쿠자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야코우라는 조직을 이야기한 것이다. 물론, 개개의 사정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대충 그 방향성은 다르지 않다, 그런 것일까. 축제를, 떠올렸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축제란 즉 주술적인 의례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운영하는 존재도 어쩔 수 없이 신비의 희미한 빛을 띤다. 눈을 가늘게 뜨고, 간격을 두고 나서, 스승님이 다시금 화두를 던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3 "일족 분이 납치됐다,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뭐어, 그 말대로지. 연이 있는 료우기의 사위가, 가끔씩 사람 찾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들어서 말이야. 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상담해봤다는 거지." 미키야에게 들은 것과, 거의 같은 이야기였다. "실례지만, 저희는 여기서는 외부인입니다. 사람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아, 그건 오산시켰나." 라며, 아카네가 살짝 쓴웃음을 짓는다. "료우기한테 부탁한 사람 찾기라는 건, 딱 좋은 연줄 얘기거든." "……무슨 말입니까?" "아이를 납치한 상대한테, 이국의 마술의 기척이 있었던 거지." 그 말에, 피부 위에서 미세한 번개가 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본의 마술조직은, 결속은 단단하지만 작아서 말이야. 시계탑에도, 대륙의 나선관에도 한참 못 미치지. 납치된 아이는 물론 뒤쫓고 있지만, 그 때 어디 사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았다간, 대처가 필요해지지 않겠나?" 참으로 정치적인 이야기였다. 시계탑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일은 늘었지만, 또 다른 감촉을 자신은 느끼고 있었다. 전부 다 검은, 이 방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무수한 가면들 때문일까. 그 하나하나에 의사가 깃들어,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시계탑에서도 수많은 음모와 의도가 얽히고 설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양상을 이루었지만, 이 장소(나라)에서는 의도 자체는 하나로 집약되고, 대신 음침한 분위기가 목을 조여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략) 스승님이, 눈을 감았다. 한번, 깊게 호흡하고나서, 천천히 눈을 뜨고, 묻는다. "하나 확인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이국의 마술사라는 것 뿐이라면, 저와 접촉할 정도로 경계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당신은 유괴한 마술사의 조직에 대해, 짐작 가는 게 있는 게 아닙니까." "하하. 당연히 물어보는군. 물론 그 말대로지." 그 이상 젠 체하지 않고, 야코우 아카네는 조직의 이름을 고했다. 자신과 스승님도, 알고 있는 이름을. "방황해 발트안데르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4 "……즉, 납치한 상대를 섣부르게 붙잡았다간, 그 상대의 조직과 논쟁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라는 말이군요?" "어이쿠, 이 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 과하게 직설적인 말투로군." 장난치듯이, 아카네의 입술이 비뚤어진다. "뭐어, 조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나라가 다르면 불도 공기도 다르지. 당연히 방식도 달라. 하지만, 우리들은 되도록 원만하게 하고 싶거든. 여차할 때의 보험도 원하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시계탑의 군주(로드)에게, 그걸 기대해도 나쁘진 않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5 "방황해의 마술사가, 어째서 당신들 야코우에게 개입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대한 질문이었다. 부인은 부드럽게 미소지은 채다. 이름대로 붉은 입술 끄트머리에, 손가락 두 개를 얹는다. 무심코 즐거운 듯 일그러지고 마는 것을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답해도, 되려나." 라고, 아카네가 물었다. "대답하면, 자네가 관여하게 될 것이야. 우리들의 마술의 근간에 대해 들려주는 거니까." "반대가 아닙니까." 라며, 스승님이 받아친 것이다. "일부러 사람을 중개해서 불러놓고서, 중핵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다니, 야코우의 명예에 흠집이 가는 게 아닙니까." 무심코, 스승님 쪽을 돌아보고 말았다. 화약고에 폭탄을 던지는 듯한 말이었다. 수 초 정도 지나자, 부인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다행이군! 미안하네 군주(로드). 겨우 소문의 약탈공과 만난 기분이야. 응, 그 정도가 아니면, 본고장의 마술사의 두령은 못 해먹을 테니까 말이지. 이쪽도 시계탑의 군주(로드)와 만나는 건 좀처럼 없는 기회라 실례했어. 시골 촌놈의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부디 용서해주게나." 겸손한 말투가, 어디까지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대답해도 되려나 하는 조금 전의 발언부터, 스승님을 시험한 것처럼 느껴졌다. (중략) "어떤가?" 수 초의 간격을 두고, 야코우 아카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이 아키라를 되찾는 걸 도와주겠는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중략) "감사합니다." 지극히 성실한 표정으로, 스승님이 고개를 숙였다. 이쪽도 조수석에 앉도록 채근받아, 차의 도어를 연다. 올라탄 순간, "로드 엘멜로이 2세." 차의 지붕에 두꺼운 손바닥을 얹으며, 장정이 불렀다. "어머니의── 아니, 당주님의 의뢰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답변은, 하루 이틀 내에." 짧게 말하고, 평소보다 난폭하게, 스승님은 차 문을 닫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6 "아까의 쿠로히츠가, 소제 안의 영웅(아서왕)이나, 에르고 씨의 신을 되돌릴 방법이었던 건가요?" "나의 상정으론 말이지. 일본의 마술이 신과의 접속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네. 그렇다면, 접속을 끊는 방법도 전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거지. 야코우 아카네의 앞에서 이래저래 떠들었던 것도, 그런 가설을 토대로, 이전부터 고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네. 설마, 이런 사건에 휘말릴 줄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지만." 핸들을 쥔 채, 스승님이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안에 있는 영웅(아서왕)이나, 에르고의 안쪽의 신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게 될까. 예를 들면, 새로운 쿠로히츠라는 야코우 아키라에게." "그건……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걸까요." "현 시점에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겠군. 유력한 후보지만, 자네나 에르고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시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일단 덧붙이자면, 야코우 아키라 건에서, 각별히 야코우가 무자비한 것도 아니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7 거기서, 차가 멈췄다. "스승님?" 4층 빌딩의 앞이었다. 아무래도 건설 도중에 관둔 모양이라, 5층 부분은 기둥 등의 기초 부분만 돌출되어있다. 주택지와 공장지대의 중간에 만들어진 빌딩은, 어쩐지 모르게 정밀한 신전을 연상시킨다. 그 때문인지, 주변에는 통행인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완전히, 숙박하고 있는 호텔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살짝 놀라고 말았다. "……가람과, 비슷하군." 하고, 차에서 내린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가람? 불교(부디즘)의 신전인가요." "그 정도는 강의를 기억하고 있었나. 원 뜻을 따지면, 신전보다는 승려의 거주지 쪽이 가깝지만 말이지. 승가람마(僧伽藍摩)를 줄여서 가람(伽藍)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 경우에는 보다 후기의, 사원 전체로서의 가람의 분위기네." 가람, 이라고 자신도 말해보았다. 종이 치는 듯한 울림은, 확실히 이 빌딩과 비슷했다.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모습 때문일까. 입구 근처에서, 아는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아, 선생님! 그레이!" "린 씨." 크게 손을 흔드는 토오사카 린의 옆에, 또 한명 머리카락이 긴 소녀가 있었다. 일곱, 여덟살 정도로 어리고, 그 얼굴은 아름답게 활짝 피는 꽃을 연상시킨다. 린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에서는 드문 푸른색 눈동자를 갖고 있는 것을, 낮의 햇살 아래에서 자신은 겨우 눈치챘다. "료우기…… 마나 양." "다행이다. 안 헤맸구나." 라며, 소녀가 입술을 벌린다. "여기는, 지도를 건네줘도 못 오는 사람이 많으니까." "훌륭한 결계였어. 나도 비슷한 방식을 쓰지만, 정교함으로는 발끝도 못 따라가겠군." 스승님의 말에, 자신은 돌아보았다. "결계, 라는 건 스승님이 아파트 근처에 편 것처럼 한 건가요." "그래. 마술 없이, 연이 옅은 인간을 멀어지게 하는 타입의 결계다. 최근에는 손질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한 효과를 유지하고 있군. ……내 것은 일주일에 한번은 점검하지 않으면, 도저히 못 버티지만 말이야." 마지막은 참으로 불만스러운 말투였다. 린이, 어라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도 신경 쓰였지만, 순수하게 마술 빼고 선생님보다 위, 라는 평가는 꽤 드무네요." "어쩔 수 없지. 이 손버릇을 보면, 누구의 작품인지는 알 수 있네. 적잖이 취미가 강한 주제에, 쓸데없이 너무 완벽하니 말이야. 게으른 건지 착실한 건지, 하나만 해줬으면 하지만, 트집잡을 만한 건 없지. 학생 시대의 스승인 로드 발뤼엘레타는 꽤나 교육이 즐거웠겠지." 거기서 한숨을 내쉬고, 스승님이 이렇게 말했다. "아오자키 토우코의 작품이다, 이건." "……부엑." 린의 목에서, 기묘한 목소리가 흘러넘쳤다. "아, 그래서 료우기 씨가 아오자키 토우코한테 소개받았다고." "네. 여기는 토우코 씨가 쓰시던 사무소니까요. 자, 들어와주세요. 파파가 기다리고 계세요." 끄덕이고 나서, 마나가 빌딩 입구로 재촉한 것이었다. / 4층이, 사무실이 되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원래는 사무소였던 것 같다, 라고 생각되는 구조였다. 벽도 바닥도 소재가 벗겨져서, 책상과 의자, 몇 개 정도 선반이 놓여있을 뿐. 어째선지 벽 쪽에는, 옛스러운 브라운관 TV가 대량으로 쌓여있어, 신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게 아오자키 토우코의 사무소인가……." 라며, 스승님이 숨을 삼킨다. "그건, 중요한 건가요." "현대의 마술사한테는 말이지. 어떤 의미로는, 전설적인 예술가의 아틀리에같은 거니까." 자신의 질문에, 린이 검지를 흔든다. "하지만, 그다지 마술품은 남지 않았었어. 팽개쳐진 위저 보드같은 게 있지만, 가공되기는 했어도, 엄청난 신비가 새겨진 건 아니야. 역사도 고작해야 백 수십년이나 그 쯤이었고. 공방으로 쓰던 건 따로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너, 먼저 뒤져본 거로군?" "서, 선생님이라도, 입장이 반대였으면 그랬을 거잖아요! 이건 그렇지, 귀중한 주체나 예장이 없어지지 않도록, 구해주자는 자비의 마음이라구요! 아뇨, 아오자키 토우코의 사무소라고 알았으면, 좀 더 철저하게, 먼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했겠지만요!" 딱 표면상의 체재만 가다듬고, 린이 말한다. 대시는 꽤나 엉망진창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그녀가 말하면, 어쩐지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인덕일지도 모른다. "토우코 씨가, 이 사무소를 내놓은지는 꽤 됐지만요." 하고, 방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미소를 지으며, 마나가 돌아본다. "코쿠토." "파파, 겠지." 가볍게 나무라며, 료우기 미키야는 이쪽에게 인사했다. 스승님이 다소 미련이 남은 듯이 사무소의 풍경에서 시선을 떼어내며 묻는다 "자네가, 이 사무소의 소유주인 건가?" "아뇨, 꽤 전에 토우코 씨가 내놓은 다음에, 몇 명 정도를 거쳐서, 어쩌다 지금의 소유주랑 아는 사이가 된 겁니다. 본인은, 산 게 아니라 세를 내고 있을 뿐이라면서, 가끔 놀러 오는 정도지만요. 오늘에 한해서는, 여기가 좋을 것 같아서." "오늘에 한해서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8 말하려던 때, 코가 움직이고 말았다. 뭔가를 볶고 있는,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층계참에서도 풍기고 있었는데, 창문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톡톡 튀는 소리와 굴간장인지 뭔지의 입맛을 돋우는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칸막이 너머다. 탁탁, 아마도 국자로 중화 냄비를 두드리는 음색. 무슨 리듬을 타고 있는지, 콧노래도 들렸다. '……에르고?' 한순간, 젊은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싱가포르의 아파트에서, 어쩐지 쓸쓸한 듯이 노래하던 에르고의 얼굴이 겹쳐진 것이다. 하지만, 그 울림은 명백히 다르다. 곧바로,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갈색 피부의 청년이, 큰 접시를 한손에 들고 나타난 것이다. "미키야 씨, 볶음밥 나왔다고." 밥알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잘게 썬 고추와 파가 섞여있다. 그리고 형식상 수준으로 말린 새우가 들어있는 정도인 극히 심플한 요리였지만, 그 겉모습과 냄새만으로, 이미 맛까지 보증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접시를 든 청년이, 스승님을 향해 입을 연 것이다. "오오, 댁이 소문의 로드 엘멜로이 2세인가!" "이 사람, 은……." 돌아본 자신에게, 린이 눈썹을 찡그린다. "어라, 선생님, 그레이한테 설명하지 않으셨나요." "하려고는 생각했지만, 약간 상황이 나빠서 말이지. 그리고, 설명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 여기서 하는 게 빠르겠다 싶어서." "……선생님, 가끔 그렇게 에너지 절약이랄까, 얼빠진 짓 하시죠." 린이, 시선을 피한다. 잠시 뒤, 체념한 듯이 손을 움직여, 이렇게 소개한 것이다. "이쪽은, 방황해의 바이 뤄롱 씨입니다." "하?" 무심코, 느닷없이 얼빠진 목소리가 나와버린 것은 용서해줬으면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황해에 속해있는 건 아버지고, 나는 그 제자라는 취급이지만 말이야." 작은 접시에 볶음밥을 나눠덜면서, 청년── 뤄롱이 말한다. 가정적인 움직임이, 매우 익숙한 느낌이기는 했다. 시계탑에도 가정적인 자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잘 어울리는 자는 모른다. 마지막에, 따로 가져온 바질 잎을 얹어서, 예쁘게 장식까지 마쳤다. "자, 다 됐다." "루오. 보리차도 따랐어." 쟁반에 인원 수만큼의 잔을 올리고, 일곱 살 정도의 소녀가 가져온다. "그래, 고마워(셰셰), 아키라." "아키라?" 그 소녀도, 본 적이 있었다. 료우기 미키야에게서 건네받은 사진에,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 이 소녀가 아니었던가. "야코우……아키라……." 아연히, 중얼거리고 말았다. 스승님을 보고 돌아선다. "어떻게 된, 건가요?" "야코우 아카네와 이야기하던 때, 따로 메일이 온 거네. 료우키 미키야에게서, 야코우 아키라와 바이 뤄롱을 확보했다, 라고. 다만, 야코우의 앞에서 바로 이야기할 수도 없었지. 저쪽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때의 스승님은 아키라와 뤄롱의 소재를 알면서, 야코우에게서 정보를 탐문하고 있던 건가. "야코우 쪽도, 우리들이 이미 야코우 아키라 양을 찾아냈다고까지 생각하진 못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은 상정해뒀겠지. 그래서, 조심스럽게, 되찾는 걸 도와줄 생각이 있느냐, 라고 확인했던 거다." "……그래서." 자신이 듣고 있던 스승님과 야코우 아카네의 회화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뒤에 도사리고 있던 것이다. 마술사 간의 회화가, 결코 말 그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그 이치는 이국에서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스승님의 말에 자신의 이름이 나온 것을 듣고, 아키라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다. 불안해보이는 그 표정에, "괜찮아." 하고, 마나가 바로 앞에서 대꾸했다. "이런 거, 파파는 절대로 잘 하는걸. 물론, 당신들이, 어떤 해결을 하고 싶은지에도 달려있겠지만." "……응." 작게, 아키라가 끄덕인다. 뜻밖의 주거니 받거니라고 생각됐지만, 나이가 가까우니까, 마음이 맞았던 걸지도 모른다. 살짝 간격을 두고, 료우기 미키야가 압을 연다. "인터넷의 게시판이나 SNS같은 걸 체크해봤더니, 그랑 도쿄 부근에서 이상한 빛을 봤다는 이야기가 있길래. 그래서, 에르고 씨한테 전화를 걸었던 거예요." 일본에 도착했을 때, 스승님은 에르고에게도 휴대단말을 지니게 했다. 전화 너머로는 예의 예장도 쓸 수 없기 때문에, 긴급 연락용으로서, 린과 에르고의 번호를 미키야에게 알려줬던 것이다. "전화를 받아준 게, 아키라 양이었던 거예요. 다행히, 그랑 도쿄에 출입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들과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많은 모양이군." "솔직히, 부림당하는 쪽이 많습니다." 스승님의 말에, 미키야가 옅게 웃는다. 농담이라기에는, 매우 실감이 담긴 대사였다. "그럼, 에르고 씨도." "이쪽이야." 라고, 린이 안내했다. 사무소에 인접한 방에, 침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의 침대에,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누워있던 것이다. "에르고 씨!" 눈에 띄는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겉보기로만 말하자면, 아마도 뤄롱 쪽이 훨씬 중상이겠지. "상처는 거의 없어. 극단적인 정기(오드)의 감소가 신경쓰였지만, 그쪽도 깜짝 놀랄 정도의 속도로 회복되고 있어. 남은 건 정신 문제네." "그쪽은 아직 한나절은 걸리겠지. 굶주림에 덮쳐진 데다가, 신완까지 기동했으니까 말이야." 뒤쪽에서, 뤄롱이 말한다. 신완. 싱가포르의 싸움에서 발동한 에르고의 비장의 패였다. 손행자의 권능을 품은 그 신완은, 분신이라고는 하나 산령법정의 무시키마저 격퇴해낸 것이다. "당신은……." "다행히, 이쪽은 튼튼해서 말이야.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라고 하는 게 정확한가." 붕대를 감은 오른손을 두드리며, "아야" 하고 울상을 짓는다. 그 정도로 그친 쪽이, 자신에게는 놀라웠다. 신완을 휘두른 에르고와 대치해서, 목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다름 없다. "…………" 듣고 싶은 것이, 무수히 있었다. 에르고에 대해. 방황해에 대해. 야코우 아키라에 대해. 애초에, 이 청년은 적인 것인가, 아군인 것인가. 뤄롱은 쾌활하게 웃으며, 볶음밥을 덜어 담은 작은 접시를 내밀었다. "뭐, 일단 밥을 먹어줘. 식어도 맛있긴 할테지만, 역시 따뜻할 때 먹는 게 제일이잖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9 그걸 묻기 전에, "에르고를 넘겨라. 로드 엘멜로이 2세." 라고, 뤄롱이 협박한 것이다. "거기 내제자나 토오사카 린하고는 달라. 물론 시계탑의 학생들하고도 다르지. 에르고는 댁의 학생으로서는 가장 신참이고, 당신의 마술(사상)을 수용할 만한 상대도 아냐. 나한테 넘겨도, 아무 문제 없잖아? 에르고한테도, 옛 둥지로 돌아올 뿐인 이야기라고." "……자네는 에르고와 적대하던 게 아닌가?" "그건 에르고가 까먹어서 그런 거지. 떠올리면, 스스로 돌아오고 말고." "어떠려나. 아까도 말했을텐데. 애초에 자네의 아버님이라는 분은, 자네에게 전부 이야기하지 않았어. 이야기하면 아틀라스원이 깨닫겠지. 자네 자신도, 그걸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핵심에 다가가지 않게, 미묘하게 이야기를 돌리고 있어. 그것은, 이야기의 핵심에 이르렀다가는, 자네로서는 예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참으로, 기묘한 대치였다. 아까 전부터, 스승님은 눈 앞의 뤄롱과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단, 그를 통해 아버지라는 인물과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보이고 있다, 라는 강렬한 암시가 있었다. 아틀라스의 육원. 싱가포르에서 싸웠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그녀라면── 혹은 그녀의 일족이라면, 약간의 정보 누출로부터 방황해의 계획 전체를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이 기묘한 회화가 성립되고 있다. 스승님과 뤄롱이 주고받는 말에도, 그런 배려냐 견제가 몇 번이고 겹쳐져, 두통이 올 것 같았다. 비유하자면 몇 중이나 되는 블러프로 뒤덮인 포커 게임이다. 이 자리에는 없는 참가자까지 상정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패를 신중하게 찾고 있다. "굽혀주지 않는 건가, 엘멜로이 2세." 방긋 웃은 채로, 뤄롱의 시선이 예리함을 늘렸다. 맹수의 송곳니를 연상했다. 콘크리트가 벗겨진 사무소가, 갑자기 열대 정글로 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튀어나온 데스크 라이트는 울창하게 자란 고사리고, 틈새에서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하는 암살자(재규어)의 그것이었다. "스승의 명령은 절대라서 말이야. 에르고를 발견하면, 반드시 데려오라고 들었어." "나로서도, 이건 신념(폴리시)의 문제다. 자신의 학생을 파는 짓은 할 수 없다. 그게 고작 일주일간의 학생이라도 다름 없다. 설령 상대가 아틀라스원이든 방황해든, 아 그러십시오 하고 굽힐 정도였으면 군주(로드)를 이어받지 않았을 거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방황해(우리)한텐, 스승의 명령은 절대다." 타협할 수 없다, 라고 깨달았다. 이 청년은, 결코 사악하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과 타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지고 있는 기준이나 척도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절대라고 말한 순간의, 엄청난 살의가 그것을 표명하고 있었다. 주륵, 하고 쇄골 부근에 식은땀이 났다. 옆의 린도, 살며시 허리를 띄운 걸 알았다. 자신은 고정구(후크)의 애드에, 린은 품의 보석에, 몰래 손가락을 올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0 "그런데, 뤄롱은 여권같은 거 갖고 있어?" 참으로 평온한 목소리가, 끼어든 것이다. 전원이, 휙 하고 그쪽을 향했다. 료우기 미키야였다. "여권이 아니라도, 운전면허증이나 주민표라던가 신분증명서라면 뭐든 괜찮은데. 아, 딱히 정규가 아닌, 약간 안좋은 거라도 상관 없어." 긴장된 분위기에, 천사가 지나갔나 싶었다. 갑자기 회화가 두절됐을 때에 말하는, 프랑스의 속담이다. 아무튼, 너무나도 독도 약도 안 되는 말에, 다른 전원이 의표를 찔린 것은 정말이었다. 한번 좌우를 둘러보고나서, 뤄롱은 자켓 주머니를 뒤집었다. 아무 것도 안 들어있어, 라는 제스처다. "갖고 있을 것 같아 보이나." "아니. 그러니까, 노숙자 생활이니 했던 거겠지." 미키야가 말하고, 근처 책상의 서랍에서 낡은 금속 조각을 꺼냈다. 작은 방울이 달린 열쇠였다. 딸랑 하고 울린 그것을, 그가 뤄롱에게 건넨 것이다. "이 사무소의 여벌쇠. 옥상이 없는 데에서 자는 것보다, 어린애의 몸에는 편할 테니까." "하?" "신경 쓰던 점인데, 아키라가 자발적으로 너를 따르고 있다는 건 한눈에 알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한테 전화를 받았을 때, 집에 돌려보내달라고 말했을 테고 말이야." "…………." 자신들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야코우 가가, 그녀에게 어떤 취급을 했었는지, 막 들은 참이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마술사의 사정은 몰라. 야코우 가에서, 아키라를 데려와달라고 부탁받았지만, 그것도 솔직히 아무래도 좋아. ……이렇게 말하면, 그럼 왜 끼어든 거냐고,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곤란하다기보단, 수줍은 듯한 표정을 미키야는 보여줬다. 누구를, 떠올린 것일까. "다만, 지붕을 빌려주는 것 쯤은 할 수 있어. 오너한테는 벌써 얘기해뒀으니까, 전기랑 가스랑 물은 마음대로 써도 돼. 부엌 선반에는 보존식이 들어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게 많으니까 확인하렴." 뤄롱도, 그 제안에 할 말을 잃었다. 완전히 10초 정도, 침묵이 계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능력이 에르고와 호각이라면, 그 수 초 동안 백명이라도 죽일 수 있겠지. "……꽤나 사람 좋은 오너구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댁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쪽 세계에선 미사일 같은 거라고." "어린애를 숨기고, 회화가 통하는 미사일이라면, 아마 같은 소릴 할 거야." 마술사들의 모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주거니받거니였다. 아주 조금 전, 자신들은 치열한 전투에 들어가려고 했을 것이라, 그렇기에 김빠진 것같은 이 시간은, 거의 기적이었다. 어떠한 마술에도 묶이지 않는, 진짜 기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곤란하네……." 손바닥 위의 열쇠를 내려다보며, 뤄롱이 중얼거렸다. "이거 곤란한데. 이렇게 무거운 선물은 처음이야." 살며시 양손으로 덮고, 이마에 댔다. 기도하는 듯한 포즈였다. 소중히 주머니에 집어넣고, 옷 위로 어루만졌다.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지. 예스러운 말투로,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도,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고나서, 미키야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는…… 그 뭐냐……."   말이 막혀서, 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냈다. "피워도 되겠나?" "그러시죠." 시가 커터로 엽권 끄트머리를 잘라내고, 스승님은 성냥불을 붙였다. 어딘가 벌꿀같은 단 냄새와 함께, 사무소에 담배 연기가 감돈다. 그 연기를 잠시 보고 나서, 다시금 말했다. "우리들도, 이 사무소를 다툼에 휘말리게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약속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일단 노력한다는 거면 괜찮겠나." "충분합니다. 엘멜로이 씨." "거기엔, 경칭을 안 붙여도 되니 2세를 붙여줬으면 하네. 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엘멜로이 2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뤄롱은 에르고가 한 달도 못 버틸 거라는 걸 알려준다.((그러고나서, 뤄롱이 일어섰다. 똑바로 복도로 이어지는 문으로 향한다. 문고리에 손을 언젔을 때, "하나만, 말해두고 가지." 라고,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에르고, 저대로는 한 달도 못 갈거다." "윽……!" 자신 뿐만 아니라, 린도 경직됐다. 하지만, 예감은 있었던 것이다. 린과 함께 있는 동안, 에르고가 굶주림에 시달린 적은 없었을 터이다. 채워지지 않는 감각은 있었던 모양이지만, 발작적인 행동에 나선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무시키와의 싸움과, 뤄롱과의 싸움으로 두번째. 아니, 해적섬에서 무시키에게 죽을 뻔했을 때의 폭주도 더하면, 세번째가 될까. 오히려, 그 폭주야말로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이만큼 단기간에 굶주림에 사로잡히는 것은, 그의 증상── 식신충동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임이 분명하겠지. 부드럽게 닫힌 문소리를, 자신들은 그저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1 "그레이의 이야기도 들어봤는데도, 지금, 꽤 힘든 2택이죠."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 두 개를 세웠다. 먼저, 중지를 접는다. "하나는 야코우 쪽에 붙어서, 아키라를 뤄롱한테서 빼앗는 루트. 이쪽이라면 그레이나 에르고의 문제가 해결될 지도 몰라요. 단, 아키라 쨩이 어찌될 지는 모르죠. 아뇨, 이건 좀 거짓말이죠. 저도 선생님도 마술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으니까,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을 던져넣었다간 어떻게 될지, 대충 예상이 되는걸요." 살짝, 린은 싫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짐작가는 게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마술사를 이어받을 때를 떠올렸는지. 그게 아니면, 또 다른 것인지. 그러고나서, 검지를 접는다. "또 하나는 뤄롱 쪽에 붙어서, 에르고를 넘기는 루트. 이쪽이라면 아키라 쨩을 야코우에 넘기지 않고 끝나지만, 에르고는 아웃. 그레이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요. 뭐, 다시 뤄롱의 스승과 교섭하는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 상태를 보면 에르고에 대해서 양보해줄 가능성은 희박하죠." "현상 인식으로는 옳군." 하고, 2세는 끄덕였다. "다만, 자유롭지 않은 2택 중에 고르기보다는." "억지로 선택지를 늘리는 쪽을 추천한다, 겠죠?" 멋대로 말을 받고, 린이 가슴을 편다. "훌륭한 우등생의 해답이네만, 억지로 라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2 "그래서, 말인데요!" 힘껏, 몸을 내민다. "하룻밤만에 배워서 바로 강해지는 방법, 없나요." 어지간한 2세도, 아연히 학생을 바라본다. 검은 눈동자 속에서, 팔짱 낀 린은, 어쩜 이리 훌륭한 요구를 한 걸까, 라는 듯이 끄덕이고 있었다. "아, 빡센 리스크가 있는 건 빼고. 나중에 마술회로에 영향이 생기거나, 수명이 줄어들거나 하는 건 노 땡큐. 가능하면 밤샘도 미용적으로 봐줬으면 하고요, 금전적인 부담도 약간으로 부탁할 수 있을까요." "엄청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 건 알아요. 그래서, 있나요 없나요." "……어째서인가?"   이번에는, 간격을 두고 물었다. "지금의 토오사카 린(저)으로서는 부족해서예요." 또렷또렷하게, 린이 말했다. "산령법정의 무시키도 그랬지만요, 뤄롱도 에르고도, 마술사의 영역을 벗어났어요. 저는 좀 전의 2택에 전혀 만족하지 않았지만요, 새롭게 토오사카 린(저) 다운 선택지를 제시하려면, 걸맞은 힘도 필요하겠죠?" 극히 단순명료하게, 린이 주장한다. 적어도, 약자의 변명은 아니다. 설령 일시적으로 그 입장을 감수하더라도, 머지않아 역전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로 가득찬 말이었다. 그리고, 인간이란, 수천 년을 들여 그 의지를 달성해온 생물이었다. "하물며, 에르고의 남은 수명이 한 달이라면 더더욱, 인가." "유감이지만, 뻥이 아니잖아요 그거. 이럴 줄 알았으면, 실가의 창고에 있는 검이라도 모방(카피)시켜뒀으면 좋았을 텐데……." "모방(카피)?" "아뇨, 이쪽 얘기예요. 어떠세요, 선생님." "…………."   잠시동안, 2세는 침묵했다. 그리고, 체념한 듯이, 토해낸 것이다. "……실은, 있네." / 꼬박 십 분 후, 개요를 다 들은 린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 머리 이상한 거 아닌가요." "되도록 로우 리스크로 강해질 방법을 물어본 자네가, 그런 소릴 하는 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2세에게, 린은 한쪽 눈을 감는다. "뭔가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싱가포르 때도 그랬지만, 타인의 마술에 대해서, 조금 말도 안 될 정도로 고찰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솔직히, 사제 관계가 아니었으면 기분 나쁠 정도. 그렇달까, ​그거​, 효과는 있겠지만요, 인사 대신 살해당해도 불평 못 할 거라구요." "조금만 덜 직설적으로 말해줄 수 없겠나." "완곡함이라는 건, 브리티시의 미덕이었던가요? 완전 효율주의인 선생님이 말하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요." "딱히, 효율적인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나의 인생이, 비효율을 허락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을 뿐이지." 내키는 대로 말하는 학생에게, 2세가 한숨을 쉰다. 하는 김에, 한 개비 더, 종이로 만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할 때, 린이 근처의 성냥에 손을 뻗었다. 하얀 손가락이 켠 불꽃에 살며시 담배를 갖다대고, 입술로 물고 나서, 천천히 연기를 빨아들인다. "고맙네. 그럼, 수행을 시작해볼까. 개요는 이야기한 대로니까, 자네라면 한 시간 내에 학습할 수 있겠지. 나머지는 응용 문제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3 "선생님들은──" 하고, 물어보려던 때였다. 이상한 마력이, 사무소의 입구에서 부풀어올랐다. "뤄롱──?!" *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자신​과 스승님의 앞에서, 그 절규가 울려퍼졌다. 바이 뤄롱에게 업혀있던 소녀──야코우 아키라. 앳된 얼굴이, 갑자기 칠흑의 가면에 덮이고, 등에는 정체 모를 앞흑의 늪이 퍼진 것이다. 너무나도, 불길한 검정이었다. 아침놀의 색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어둠. 그리고, 그 어둠에서, 무언가가 파도쳤다. 마치, 밤의 바다에서 튀어오르는 인어처럼."선생님!" "그레이 씨, 무슨 일이!" 린과 에르고가, 사무소에서 뛰쳐나온다. 거의 동시에, "살려줘, ​루오​……!" 소녀의 절규에 호응하듯이, 암색이 뤄롱의 몸을 삼켜버렸다. 암색의 고래가, 청년의 오체를 먹어치우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업힌 소녀 자신도 포함해서, 모든 것이 암색의 공간에 접혀버린다. 뤄롱은 커녕 아키라의 체적보다도 적은, 말도 안 되는 압축에 끌려들어간다. 마치 극소의 블랙 홀이라도 생겨난 듯한 이상에, 누구 하나 움직임을 취할 수 없었다. 아니, 딱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스승님보다도, 린보다도, 자신보다도 빠르게, 달려온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뤄롱──!" 소리친 에르고의 옆모습에, 한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에.' 이런 표정을 짓는 젊은이였을까. 어리다기보단 정열. 무구하다기보단 예리. 수동보다는 적극성이 강한 옆모습. 고작 하룻밤만에, 수 년이나 경과해버린 듯 했다. 육체가 아니라, 정신의 시간. 그 등에서 꽃처럼 생겨난 환수가, 턱(아가리)를 닫기 직전이었던 암색의 공간에, 끼어들어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4 "그렇지, 야코우." 앗, 하고 자신은 돌아봤다. 에르고도 마찬가지로 돌아서서, 자세를 잡았다. 어느 틈엔가, 자신들의 등 뒤에, 검은 정장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 자리의 누구에게도 기척을 느끼게 하지 않고, 그들은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그것은, 토지에 눌러붙은 그림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세 명, 있었다. 지금은 가면을 쓰고 있지 않다. 허나, 몸에 두른 마력을 보면, 어떠한 술자임은 분명하다. 그 중 한 명이, 눈에 익었다. 야코우 유키노부. 오른손을, 삼각건으로 감싼 장한이, 긴장을 강하게 한다. '……피, 냄새.' 다른 사실에, 자신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희미하지만, 장한의 오른손에서, 또 새로운 피 냄새가 난 것이다. ──『간타이의 거부반응이라는 겁니다. 8할 정도 벗겨낸 지금도, 팔의 기능이 돌아오지 않은지라, 추태를 보였습니다.』 8할 정도 벗겨냈다, 라고 그 때는 말했다. 즉, 오른손에 남아있던 간타이를 써서, 조금 전의 마술을 행사한 것인가. 야코우 유키노부가 입을 연다. "당주님의 말씀을 받들어, 너와 아키라를 회수하러 왔다." 회수라고 표현했다. 즉, 아키라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변은, 역시 야코우에 의한 것인 모양이다. 다시 암색에 갇혀가는 뤄롱이, 웃었다. "신의 관으로써 신을 봉한다, 라. 너무 바르게 해서 싫어지는구만. 하는 김에 그 애교 없는 표정 말고, 스마일로 맞이해주면, 좀 더 좋겠는데." "​루오​……." 등 뒤의 아키라가, 어색하게 신음했다. 그 소녀를 몸의 정면으로 내밀고, 뤄롱은 상냥하게 끌어안는다. "야코우의 당주한테, 햄버거랑 콜라를 준비하도록 말해둬." 윙크 한 번. 두 사람의 모습은, 그대로 어둠에 압축당했다. 그 후, 검은 큐브만이 남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뤄롱은 커녕, 자그마한 아키라의 신체조차 수납되지 못할, 손바닥 크기의 입방체였다. '……쿠로히츠.' 그 말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신을 위한 관. 야코우 아키라가 불린, 다른 이름. ​그것​은 즉 이런 것이었던 건가. 동시에, 또 한 가지를 생각했다. "어이쿠! 이건 완전 빼다박았는데!" 사고를 선수쳐서, 작은 목소리로 오른쪽 어깨의 고정구(후크)에서, 애드가 말한 것이다. "입방체는, 구체와 마찬가지로, 물리세계에서 완벽한 형태 중 하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신이라는 현상을 수납하는 데 있어, 이러한 형상이 선택된 것은 당연하겠지." 듣고 있던 스승님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시선이, 큐브를 주워든 야코우 유키노부와 맞았다.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만, 괜찮겠지요? 로드 엘멜로이 2세." 확인은 취했을 뿐, 안 된다고는 말하게 두지 않는 말투였다. 린은, 손바닥에 보석을 숨긴 채로, 검은 정장 일행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에르고는, 환수를 거둬들이지 않고, 살짝 발꿈치를 든 채였다. 양쪽 모두, 싸움에 끼어드는 것을 상정한 자세(스탠스)다. 이대로, 뤄롱과 아키라를 데리고 가게 냅둬도 되는 건가. 아니면, 야코우와 싸워서라도 되찾아야 하는 건가. "선생님, 저라면──!" 에르고가, 부른다. 방금 전까지 기적을 일으키려고 하던 젊은이는, 같은 정도의 분함을 배고 있었다. 그의 환수라면, 야코우를 쓰러뜨리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소제, 는.' 자신은 어쩌면 좋은 걸까.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응하지 못하고, 마음이 위축되버리고 말았다. 싸움이 벌어지면,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던 몸이, 어째서 이렇게도 결단을 두려워하고 마는 것인가. '……무서워하고 있어?' 그렇다. 무서운 것이다. 이국의 토지에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도 확실치 않다.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다양한 인간관계가 얽혀들고, 복수의 조직이 끈처럼 묶여버린 상태도. 무엇보다도. '……스승님이.' 섣부른 자신의 행동으로, 적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승님 쪽이다. 가뜩이나, 시계탑에서의 스승님이나 입장은 반석처럼 튼튼하다 하기 어렵다. 오히려, 항상 밸런스를 잡으면서 줄다리기를 하는 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여기다 외부의 적을 늘리면, 이번에야말로 파멸할 수 밖에 없다. "…………" 물론, 야코우 유키노부도 그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있을 터이다. 방황해를 포함한 마술협회와 다투게 된다면, 그들 또한 예상하지 않은 곤경에 처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미리 료우기 미키야를 거쳐, 스승님과 이야기해서, 야코우 아키라를 되찾도록 의뢰한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계약에는 이르지 않았다. 허나, 이러한 형식이나 준비가 얼마나 사람을 얽어매는지, 지금의 자신은 알고 있었다. 미리, 조금씩 상대의 행동을 제약해두는 듯한, 일종의 마술적인 수단. 그것 또한, 이 나라의 방식인 것일지도 몰랐다. 간격을 두고, 스승님이 길을 텄다. "좋네. 물론, 아키라 아가씨는 자네들의 보호 대상이지. 데려가게나." "……스, 승님." 제대로 말로 나오지 못하고, 목소리가 목구멍 안에서 사라진다. "감사합니다." 라며, 유키노부가 고개를 숙였다. "허나." 작게, 스승님이 서두를 놓았다. "모쪼록, 사투르누스의 철은 밟지 않도록 하시길". "…………." 이것에는, 유키노부는 답하지 않았다. 자신은 의미를 알지 못하고, 깜빡거릴 뿐이었다. 린의 숨이 막힌 것만은 지각하고 있었다. "돌아간다. 하시바미, 이즈마." 뒤의 두 사람에게, 그렇게 고했다. 큐브를 회수한 야코우 유키노부와 함께, 검은 정장들은 어스름한 길 저편으로 떠나간 것이다. 기척이 멀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돌아본 것은 린이었다. "최후의 충고는 제쳐두고, 야코우에 붙을 생각인가요. 교수님." 순수하게, 방침을 묻는 목소리였다. 스승님의 선택을 존중해서, 그럼에도 정말로 괜찮은 건가, 하고 확인하는 위치.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이쪽은, 훨씬 절박한 울림이었다. 마치 심장에 나이프가 꽂혀있는 듯한, 다급한 옆모습.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또, 처음으로 알았다. "저는, 루오 네를──" 말의 다음이, 나오지 않는다. 그야 그렇겠지. '그럴 것이, 에르고도 알고 있어.' 에르고를 죽게 두지 않으려고, 자신들은 여행을 해왔다. 기억포화라고 하는, 신을 먹어치운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신을 되돌리는 술식을 알기 위해서, 스승님이 얼마나 되는 위험과 맞서고 있는지, 젊은이는 알아버렸다. 그런 스승님에게 이 이상의 무리를 시킬 수 없다고, 이 젊은이라면 생각해버린다. 그런 상냥한 부분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괴로운 것이겠지. '……게다가.' 스승님의 선택은, 잘못되지 않은 것이다. 뤄롱과 야코우 아키라. 야코우 아카네와 야코우 유키노부. 뤄롱을 편들면, 아키라를 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허나, 에르고의 신을 되돌리는 술식을, 야코우에게서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자신들의 목적으로 따지면, 야코우 아카네에게 붙는 편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렇지 않더라도,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다른 조직을 적으로 돌리는 일은 피해야만 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5 "먼저 괜찮을까, 린." "앗 넵!" 서류를 가져온 린이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한 번 읽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 "……료우기 씨? 이건, 꽤 예전부터 조사했던 건가요." "애초에, 여러분께 의뢰한 건 저니까요. 그렇다곤 해도, 7할 정도는 어젯밤 엘멜로이 2세 씨한테 듣고 나서 모은 거지만요." 즉, 7할 정도를, 실질 한나절도 안 되는 시간으로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린의 설명을 받으면서, 이어서 서류를 읽은 스승님이, 아연해했다. 마술에 관련된 것 이외에, 이 사람이 진심으로 아연해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 느낌이 든다. "……과연, 야코우 아카네가, 친척의 사위가 사람 찾는 게 능숙하다고 하니 부탁해 봤다, 라고 할 만 하군.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런 이유가 말이 되냐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과소평가였던 게 아닌가 이건." "프로가 아니니까요, 자료는 적당합니다. 어디까지나 참고 정도로 해주시면." "의붓 여동생(라이네스)이 자주 쓰는 흥신소에서도, 이 기간동안 이만한 정도를 내온 적은 없지만 말이지…… 아아, 이거라면." 스승님의 눈동자에, 옅은 빛이 깃들었다. "이거라면, 적어도 시험할 가치가 있다." "그럼, 스승님." "제3의 선택지, 다." 일어선 스승님에게, 린이 묻는다. "선생님, 어디부터 손을 댈까요?" "후보는 몇 가지 있지만, 우선할 것은 정해져 있지." 가느다란 검지가, 스윽 하고 서류의 한 점을 눌렀다. "응, 역시 그렇지요. 이 시간이라면 전부 돌 수 없으니, 처음에 가야할 곳은 거기로 정해뒀어요." "다만, 만약을 위해서, 린과 그레이는 여기서 대기해주겠나." "으음." 한번 눈을 가늘게 뜬 린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자료를 읽고 있던 에르고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저랑 선생님 둘이서 가는 건가요." "그리 되겠군. 그렇다기보단, 이 목적이라면 자네에게는 반드시 와줄 필요가 있네." 어딘가 즐거운 듯한 스승님의 말 다음에, 린이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저도 흥미는 있지만, 확실히 이거라면 에르고 쪽이 필수고, 적재적소겠죠! 그레이는 상관 없어?" "아…… 네." 느닷없이 말을 걸려서,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저도, 조금 더 조사해볼 생각입니다. 애초에, 저의 의뢰였으니까요." 라고, 미키야가 이야기했다. 스승님이 돌아본다. "야코우 아키라를 구해줬으면 한다, 라는 의뢰였죠." "네." 긍정한 미키야에게, 스승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말 때문에 곤란했습니다." 미키야는, 바로 답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마주본 채, 사무소에는 망가진 냉방기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창문에 스승님의 옆모습이 비치고, 그 뺨에 빗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저는 싹부터 마술사이므로, 돕는다는 말의 애매함이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게 허락될 만큼, 마술사(저희들)의 생애에는 여유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너무나도 보통으로 그 말을 쓰지요. 저희들 같은 생물을 모르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말을 체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종의 사람들에게는 극약같은 것이지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까." "……약간, 있네요." 곤란한 듯한 미키야의 앞에, 스승님은 서 있었다. 그런 스승님은, 처음 보는 느낌이 들었다. 화내고 있는 것과도, 슬퍼하고 있는 것과도 다르다. 옛날에 놀았던 공원을 지나가다, 무심코 멈춰서서,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만 것같은──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너무 보통이라서, 저에게는 눈부십니다." 그런 스승님이 속삭였다. "그렇지만, 저는 가능한 한, 그 의뢰를 이뤄드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 라며, 미키야가 고개를 숙였다. "혹시 만나시면, 뤄롱과 아키라에게 전해주세요. 사무소의 열쇠는 당분간 바꾸지 않을 생각이라고." '……아.' 그 의미가, 아플 정도로 전해졌다. 마술 세계에서는 미사일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한 뤄롱에게, 어린애를 숨기고 회화가 통하는 미사일이라면 똑같은 거라고 답하고, 미키야는 이 사무소의 열쇠를 넘긴 것이었다. 아마도, 보통이란 그런 것이다. 결코 수가 많지는 않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면, 마술사 이상의 소수파(마이너리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주(하늘)의 한 점에서, 확실히 계속해서 빛나는 별. "예." 라고, 스승님이 답했다. 이쪽을 슬그머니 돌아보았다. 지금 한 말은, 스승님이 혼자서 맡은 것이 아니다 라는, 그런 의미였다. 자신이 신경 쓰고 있던 것도, 분명 알고 있었던 것이겠지. 그러니까, 린과 에르고를 보면서, "네. 소제들이,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6 천공을 향해 우뚝 선 날개를, 달리는 에르고도 보았다. 젊은이의 환수와 마찬가지로, 모종의 영감이 있는 자에게밖에 보이지 않는 날개였다. 보이는 자가 보기엔, 그것만으로 무릎을 꿇고 싶어질 정도의, 굉장한 압력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그 날개가 좀먹히고 있었다. 이 산에 흘러넘친 장기와, 동질인 것이었다. 지금도 땅 밑을 기어다니고 있는 마력과 같은 것이, 거대한 날개의 뿌리부터 침투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건가?" 라고, 등에 업힌 2세가 신음한다. "바이 뤄롱을…… 먹어치울 생각으로?" "먹어치워?" 경사면을 달리면서, 에르고는 뤄롱의 말을 떠올렸다. ──『나도, 네가 먹고 싶어. 옛날에도 똑같은 소리를 했지만, 어차피 기억 못하겠지.』 신을 먹어치운다. 용을 먹어치운다. 그러한 현상이, 자신과 뤄롱 이외에도 있을 수 있다면?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고, 2세는 전제했다. "신화의 시대라면 몰라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간타이도 강렬한 마력 소스에 불과하지. 신이나 용을 먹어치운, 자네나 뤄롱은 역시 특별하다." "그럼, 어째서──" "원래부터 연이 있다면 별개다." "연?" "그래. 실제로, 신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말이지. 이 결과, 신대의 후에도, 몇몇 신은 살아있네. 우리들이 만들어내고 있네." 그 말투에, 에르고는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정확히는, 비슷한 말을 들었다. "……살아만 있다면, 신이라도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까." 작게, 중얼거렸다. 료우기 마나가, 저 사무소의 옥상에서 말한 것이다. 하지만, 그 대사는 생각치도 못한 효과를 불러왔다. (중략) 2세가, 작게 숨을 쉬었다. 그러고 나서, 지금도 계속해서 맥동하는 산을 바라본다. "아마도, 여기의 신도 그런 것 중 하나, 흔히 말하는 병주신(兵主神)이겠지." "뭔가요, 그건." "몇 가지 해석이 있지만, 이 경우,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무신을 말하네. 그렇지 않더라도, 야쿠자의 놀이패(테키야)에서는 중국의 신농을 걸어놓는 일이 많아. 그러니까 야코우 아카네와 만났을 때, 그 확인도 겸해서, 야쿠자의 이야기를 했었던 거지만 말이야." 야쿠자의 원류에 대해서, 당시의 2세는 이렇게 말했었다. ──『야쿠자에는 세 가지 원류가 있다, 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놀이패(테키야)가 파는 것은 극히 범위가 넓고, 약이나 매춘은 물론, 스모나 노가쿠의 흥행, 끝에는 저주나 기도도 팔았다, 는 기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에르고가 부재중이었을 때의 회화였지만, 그것은 2세가 탐색을 하고 있던 것이다. 야코우가 적으로 돌아설지 아군이 될 지도 모르는 타이밍에, 그런 행위에 나선 것은, 어떤 의미론 엘멜로이 2세한테 밴 습성이었을까. 하나라도 많이, 살아남기 위한 자료를 움켜잡는다, 라는 본능에서 나온 행위. "그럼, 여기의 신에 대해서, 선생님은 아시는 건가요." "오오나무치겠지." 떨어진 장소의, 린과 같은 결론을 냈다. "뱀의 신이며, 다른 이름을 오오쿠니누시라고도 하지. 이 나라의 신의 2대 파벌인 아마츠카미(天津神)와 쿠니츠카미(国津神)에 있어, 쿠니츠카미의 정점에 선 신성이다. 그리고 오오나무치와 계보가 같은 병주신, 중국 신화의 전신・치우는, 용에게 살해당했지. 이 용을 응룡. 즉 날개가 달린 용이라고 하네." 날개와, 용. 너무나도 의미심장한 부합에, 에르고가 눈을 부릅뜬다. "그럼, 뤄롱이 먹어치운 용은, 그──" "아니, 그렇게까지 간단하지 않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이라면, 나도 어젯밤 동안 도달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점도 많았거든." 2세의 미간의 주름이, 깊어진다. "허나, 응룡과 뤄롱이 먹어치운 용이 가까운 관계에 있음은 틀림 없네. 그렇기에, 이렇게 인과의 역전이 일어날 수 있지. 신대에서 살해당한 원한은, 간타이라는 파편이 되어서도, 대의식을 성립시키는 데 충분하다." "…………." 2세의 말은, 너무나도 긴 시간을 연상시켰다. 섣부른 상상조차 꺼려질 정도의 세월. 마술사란, 과거에 얽매이는 생물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신대에서 이어진 인연에, 모두가 묶여있다. 자신(에르고)도 마찬가지였다. "…………윽!" 꽉, 하고 이를 악물었다. 처음으로, 야코우 아키라를, 에르고는 진심으로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똑같잖아.' 라고, 생각한 것이다. 신을 먹어치우고, 기억이 포화되어, 식신충동에 시달리는── 그 모든 것을 아득한 과거에서 떠밀어진 에르고와, 야코우 아키라는 아무 차이도 없지 않은가. 그런 정동을 눈치챘는지, 2세는 유독 조용히 말했다. "방금 이스칸다르의 루트가, 아바도 자네와 뤄롱에 관계되어 있네. 자네들이 먹어치운 신과 용에." 야코우의 신. 뤄롱의 용. 에르고의 두 위 째의 신. 이것들의 사이에는, 아마도 숨겨진 관계가 있다고, 2세는 말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에르고는 고개를 들었다. 가로막은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7 "야코우가 자네를 의식의 주체로 삼으려던 것과 마찬가지로, 방황해도 오오나무치를 자네의 양분으로 삼으려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구만. 그러니까 아키라를 납치하라고 한 거겠지. 진짜로, 음험한 짓이나 하고 자빠졌어, 그 망할 아버지." 어느 샌가, 아버지가 망할 아버지로 승격됐다. 이상하게 흘러넘치는 마력은 오오나무치를 역으로 먹어치웠으니까, 라는 것인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8 "무슨 말이지?" 아카네가, 되묻는다. 처음으로 희생된 것은, 정말로 야코우 아키라였던 것인가. 그렇게, 미키야가 물은 것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지?" "순번 문제입니다." 라고, 미키야는 말했다. 야코우의 본당에 있으면서도, 그의 표정은 온화했다. 다만, 지금은 그 온화함에, 희미한 슬픔이 배어있었다.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는, 너무나도 당연하면서── 아카네가 있는 세계에서는 너무나도 희소한 반응. "간타이라는 마술적인 물건 때문에, 야코우 유키노부 씨께 거절반응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엘멜로이 2세가 전해준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 유키노부 씨의 신체가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면?" * "그, 건──" 하고, 에르고가 할 말을 잃었다. 돌아본 유키노부의, 정장 안쪽이었다. 정장은 물론, 몸체에 바짝 감겨있는 붕대도 찢어져, 피부가 드러나있다. 심각한 상태였다. 왼쪽 옆구리에서 흉부까지가 짓물렀고, 그 중심이 곪아있다. 지나치게 무너진 피부와 살의 경계가 애매해져서, 그냥 끔찍한 고깃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붉은 속에, 하얀 것이 툭툭 떠올라있는 것은 아무래도 구더기 같았다. 여태까지 냄새로 눈치채지 못한 것은, 간타이를 벗겨낸 오른손과 달리, 붕대의 안쪽에 어떤 술식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인가. 다소 떨어져있어도, 콧구멍 속을 자극할 정도의 썩은내였다. 살아있는 인간에게서 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취였다. "애시당초, 나의 신체는 못써먹게 되어있었으니까 말이야. 일부씩 이식했지만, 오른손이 제일 나은 부류였던 거지." 옅게, 유키노부가 웃는다. 그것으로, 에르고에게도 이유가 전해졌다. 아니, 애초에 젊은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오기 전에, 엘멜로이 2세에 의해, 가능성이 시사되기도 했다. 할 말을 잃은 것은, 그 피해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에 불과하다. "……간타이의 거절반응이군요." 겐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유키노부는 재능이 넘쳐흘렀지만, 유일하게 간타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질은 없었다고. 허나, 그 간타이를 재이식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들었을까. 처음에는 아키라의 언니인 메이에게 옮기려다가 실패했다고 하지만, 그 때까지 야코우 유키노부는, 어떠한 고통을 견디고 있던 것인가. "거절반응을 억누르는 데에, 쭉 정기(오드)를 소비하고 있었다." "쭉?" "하루 종일. 걸을 때에도 달릴 때에도, 잘 때에도 일어날 때에도. 말할 때에도 들을 때에도, 울 때에도 웃을 때에도. 당연한 듯이, 유키노부가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타이는 나의 골수를── 자네들이 말하는 마술회로를 빼앗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벗겨낸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기(오드)로 계속해서 보호하지 않으면, 마술회로가 점점 썩어가는 꼴이라서 말이지. 그 정기(오드)를 마술회로로 만들고 있으니까, 뭐, 폐가 4분의 1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 에르고가, 숨을 멈춘다. 린에게 들어서, 마술회로가 마술사들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신경의 안쪽에 잠재된, 신비에 빼놓을 수 없는 기관. 폐가 4분의 1이 되었다는 형용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마술사가 보기에는, 그것은 몇 년 동안 제대로 호흡을 허락받지 못했다, 라는 거나 다름 없는 사태겠지. 그런 상태로, 야코우 유키노부는 계속 살아왔던 것인가. 그리고, 오늘은──. "──당신은, 계속 상처입은 채로 싸웠던 건가요." "아니, 자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오히려 반대다." 라며, 유키노부는 고개를 젓는다. "오늘의 나는, 본래의 나 이상이다. 요 수 년 동안, 쭉 마술회로의 보호에 소비했던 정기(오드)를, 전부 의식과 싸움에 쓸 수 있다. 이렇게 몸이 가벼웠던 적은 없다." 모래가 달라붙은 무라마사의 칼날을, 피에 젖은 정장 소매로 닦는다. 그러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거겠지만." * "…………." 수 초, 아카네는 간격을 두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오른손을 몇 번이나 비볐다. 그러고나서, "……유키노부의 신체라면, 그 말대로다." 라고, 인정했다. "짐작대로, 간타이의 거절반응이 심각했다. 일정한 확률로 쿠로히츠에는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렇다곤 해도, 그 재능을 못본 척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야코우에게는 백 년에 한 명, 아니 천 년에 한 명 나오는 재능이다." 아카네의 말은, 신비에 종사하는 자 특유의 싸늘함을 띠고 있었다. 자식의 목숨이 아깝다, 가 아니다. 자식의 재능이 아깝다, 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방황해가 내깃거리를 가져온 거지. 방황해의 제자가, 우리의 쿠로히츠── 아키라를 납치한다. 납치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방황해가 아키라를 마음대로 한다. 실패한다면, 우리가 방황해의 제자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말이지." "엘멜로이 2세 씨한테서도 들었습니다만, 마술사의 조직 중 하나였던가요." "그래, 마술협회에서도 가장 고참. 그만큼 비밀도 한가득이라는 거지." 아키라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죽을 뻔한 유키노부를 치료한다── 라고 말하면 간단하지만, 저만큼 거부반응이 진행되면, 어설픈 일이 아니야. 거의 소생의 영역이지. 허나, 마침 야코우의 행은, 그런 것에도 뛰어나서 말이지. 아무튼 간타이의 근본이 된 것은, 몇 번이나 소생된 신이거든." "아키라 양은 흰 토끼가 싫었다, 라고 들었습니다." "이나바의 흰 토끼 이야기인가." 라며, 아카네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 말대로야. 의식으로서는 그 신화가 근본이지. 흰 토끼를 구한 오오나무치는 형제에게 질투를 사서, 빨갛게 달궈진 거암에 맞아죽었으니까." "형제에게 말인가요?" "그건 군주(로드)에게서 듣지 않은 건가? 그것참 어중간한 일처리구만." 한숨을 섞어가며, 아카네가 입술을 비틀었다. 여기에도, 혈족 살해의 신화가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야코우의 당주는 그 다음을 이야기한다. "죽은 오오나무치를 되살리기 위해, 오오나무치의 모친은 두 위의 조개의 여신을 데려왔지. 어떻게 했는지 알겠나? ​여신의 몸을 깎아서 약으로 쓴 거야​. 하하, 방황해의 제자는 용을 먹어치웠다느니 하는 이야기라서 말이지. 그렇다면 할 말은 없다 이거야. 남은 건 간타이를 갖춰서, 방황해의 제자를 제물로 쓰기만 하면, 깔끔하게 완성되잖나?" "…………." 겨우, 재료가 모였다. 애초에, 출발점이 달랐던 것이다. 야코우 아카네에게 있어, 아키라를 되찾는 것은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을 미끼로써, 방황해의 마인── 바이 뤄롱을 붙잡는 것이야말로, 그녀의 노림수였던 것이다. 간타이를 이식한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중간지점. 최종적으로, 야코우 유키노부를 치료하는 것이야말로, 어머니의 바람이었던 것인가. "──하지만, 유키노부 씨가 낫고 싶어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죠." 미키야의 말에, 아카네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9 "어째서냐면, 본래, 마술사는 가족을 소중히 하기 때문이다." "……그건, 야코우의 경우에는 반대가 아닌가요. 스승님." "반대가 아니네. 즉 이 말은, 가족끼리 천칭에 올렸을 경우라면, 어느 한 쪽의 가족을 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는 말이잖나?" "앗……!"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스승님도 린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마술사는 제자나 가족에게 무르다고. 선조에게서부터 내려오는 신비를 이어받게 해야만 하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히 한다고. 그렇다면. 잃는 것이, 가족끼리라면? 만약에, 자식과 손자를 동시에 잃으려고 하고 있다면, 거기엔 우선순위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계승하는 족속이다." 스승님이 말한다. "계승하지 못하면, 무엇 하나 시작되지 않아. 근원에 도달하고 싶다는 우리들의 목적은, 도저히 한 세대만에 도착할 만한 것이 아니지. 일본의 술자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들은 근원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간타이를 유지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자손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면면히 이어져가는, 인간의 의지. 어떤 의미로는 축복이겠지. 어떤 의미로는 저주겠지. 스승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한다. "이 출발점을, 시계탑에서는 관위지정(그랜드 오더) 등으로 부르지만…… 그 순번이 한 번 어긋나면, 이렇게 되지." "……자식 살해." 라고, 자신은 중얼거렸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자식을 죽인다. 혹은, 자식을 구하기 위해, 손자를 죽인다.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전에, 스승님이 말했던 회화를 떠올린다. 신화의 시대부터 구전되어온, 자식 살해와 부모 살해. "그러니까, 이나바의 흰 토끼였던 거겠지." 그렇게 말한 스승님의 시선의 연장선── 돌계단 너머에서, 거대한 날개가 떨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0 키멘을 쓴 채로, 유키노부는 웃었다. 흐릿한 목소리는, 상처입은 짐승이 신음하는 것처럼도 들렸다. "이나바의 흰 토끼에도 있지 않나. 악어상어에게 피부를 먹혀버린 흰 토끼는, 오오나무치의 지혜로써 회복했다. 그 ​이야기​를 따라하면, 나를 회복시킬 수도 있었다. 이만한 주체가 있으니까." 주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뤄롱. 청년의 신체도, 청년이 먹어치운 용도, 의식의 주체로서는 이 이상 없을 정도의 걸물이겠지. 제대로 썼다면, 야코우 유키노부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도 이루어졌겠지.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유키노부가 속삭인다. 그 때, 땅속에서, 기묘한 소리가 메아리친 것이다. "이건……." 이변에, 에르고는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발 밑에서, 뭔가가 점점 위로 밀려온다. 계속 발 밑으로 느끼고 있었던 진동이, 점점 그 격함을 늘려간다. 이미 경도의 지진이나 다름 없다. 영적인 감각이 예리한 자라면, 이것만으로 기절할 듯 했다. "태동이다." 라고, 유키노부가 말했다. "간타이가 갖춰져, 이만큼 부활(賦活)된 것은, 아마도 신화의 시대 이래 처음이겠지. 간타이와 깊게 이어진 이 산 자체가, 반응하고 있는 거다." 이 산이야말로 신인 것이라고, 2세도 몇 번인가 말했다. 오랜 세월의 신앙과 세월에 의해 확립된, 한정적이면서도, 극히 강력한 마술기반인 것이라고. 그러고나서, 유키노부가 복부를 만졌다. "이 날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말하더니, 무라마사의 날끝을 복부에 갖다댄다. "뭣──!" 주저하지 않고, 하얀 칼날로 옆구리를 찢은 것이다. 질질 흐르는 고름이, 그 손가락을 용서 없이 더럽힌다. 더러운 액체로 범벅이 되면서, 유키노부의 손이 발 밑의 뱀 중 한 마리를 잡았다. "네게 주마, 아키라. 네가 좋을 대로 해도 된다." 뱀을, 유키노부가 옆구리에 갖다댔다. 그 옆구리로, 뱀의 머리가 쑥 파고든 것이다. "윽──!" 에르고가 말릴 틈도 없었다. 고름진 상처에서 뼈의 틈새를 뚫고, 뱀이 신체의 안쪽으로 미끄러들어간다. 통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건, 유키노부의 피부가 움찔거릴 때마다, 키멘이 흘리는 신음소리를 들어도 명백했다. 머잖아, 같은 상처에서 뱀이 빠져나왔다. 입에, 살덩어리를 물고 있었다. 무슨 기관 같았다. 순식간에, 다른 뱀의 사이를 꿰뚫고, 날개의 뿌리로 기어간다. 날개의 일각이, 그것을 삼켰다. 다시, 날개가 떨렸다. 이미 7할 이상 검게 물들어있던 날개가, 경련하듯이 떨리자, 더 많은 깃털을 흩날리면서, 그 모습을 바꿔간다. "미안하다, 아키라." 라고, 유키노부가 말한다. "나는, 쭉 이러고 싶었단다." 참회로는 들리지 않았다. 단순한 표명. 그냥 확인. "치유는 필요 없다. 죽어도 상관 없다." 긴 시간에 걸쳐 그릇에 담긴 물방울을, 지금 흘려가듯이 "그저, 나는── *"딸을 귀여워해서, 저것이 의식을 망칠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 잠시, 미키야는 침묵했다. 본당에, 귀가 아파질 정도의 고요함이 가득 찼다. 야코우의 저택은, 완벽하게 외계와 떨어져있다. 미키야가 찾아올 때까지의 도로도 평화로워서, 바로 근처에서 마술사들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마, 그게 아닙니다." 라고, 미키야는 고개를 젓는다. "딸을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라면, 애시당초 야코우 아키라를 야코우에 맡기거나 하진 않았겠죠. 야코우 메이가 간타이의 거절반응으로 죽은 것은 사고였다고 쳐도, 아키라를 데려오면서까지 간타이를 이식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설령 당신의 명령이었다고 하더라도, 아키라와 함께 도망쳐버리면 끝날 일입니다. 생각하고 결단할 정도의 시간은 있었겠죠." 그런 와중에, 그의 말투는 고요하면서도 질질 끌지 않는다. 방과후의 교실처럼, 점심시간의 사무소처럼, 병원의 복도처럼, 또는 해 질 녘의 공원처럼, 만나는 사람들이 무심코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말 듯한 뭔가를 품고 있는 것이었다. "당신도, 야코우 유키노부가 그런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잖습니까." "…………." 이번에는, 아카네가 침묵할 차례였다. 그 말대로다. 아카네가 유키노부에게 의식을 맡긴 것은, 결국, 유키노부가 야코우 외에서는 살 수 없는 생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나, 어째서 그것을, 이 남자가 파악할 수 있지? 료우기 미키야라는 남자가, 단순한 이상주의나 터무니 없는 인도주의는 아닌 듯 하다는 것은, 이미 아카네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어떤 인생의 결과로, 이런 인격이 구축되는 것인가. 어떤 의미로는, 그녀가 접해온 어떠한 신비보다도, 이 남자는 알 수가 없었다. "만약에, 그가 의식을 망친다고 한다면,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딘가 멀리 공을 던지듯이, 미키야가 말한다. "그것은──" * "그것은, 나의 전문분야였다." 돌계단을 서둘러 오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안다. 알게 되어버린다. 와이더닛(어째서 했는가), 이다. 현대에서, 그럼에도 마술이나 신비에 고집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제각각의 동기를 배신할 수 없다. 과거의 수많은 마술사들의 동기를 간파해온, 스승님의 감정안이 발휘된다. "야코우 유키노부의 근간에 있는 것은──" 돌계단을 다 올랐다. 날개가 그 형태를 바꾸고 있는 옆에서, 키멘을 쓴 흰 정장의 남자── 아마도 야코우 유키노부와, 에르고가 서있었다. "──에르고 씨!" * 날개는, 더이상 날개가 아니었다. 히모로기에 휘감긴 채, 밤하늘에 머리를 치켜든, 거대한 뱀으로 변했다. 어두운 밤인데도 더욱 검은── 희미한 빛조차도 빨아들이는 듯한 검은 큰 뱀(오로치)였다. 기괴한 소리가 났다. 본래, 발성기관을 지니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방울뱀도, 꼬리를 스침으로서 소리를 내는 것에 불과하다. 허나, 그것은 외침이었다. 외침은, 강렬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픽, 픽, 트랜스 상태에 있었던 야코우의 술자들이 쓰러져간다. 그 눈과 귀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경로(패스)를 매고 있던 그들에게는, 인간의 신체로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이 역류되어, 그들의 마술회로를 태운 것이었다. "그래." 의식의 중심에 있던 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거면 된다 아키라. 네가 좋을 대로 해도 된다. 나는 쭉 그러고 싶었던 거다." 기쁜 듯이, 유키노부가 말했다. 키멘의 안쪽을 따라서, 그 턱에 피가 맺혔다. "그저, 나는──" 피가 흘러넘침과 동시에, 남자가 무릎을 꿇는다. 마침내 힘이 다한 것인가. 키멘에서 엿보인 목덜미는 오싹할 정도로 하얗다. 이름대로, 눈과 비슷한 색이었다.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라고, 속삭였다. 참으로 평범하고, 범용하며, 너무나도 절실하게 울려퍼지는 말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1 돌계단을 다 오른 자신들 중에, 최초로 반응한 것은 린이었다. "뭐야 저거, 괴수잖아……." 망연자실히, 린이 큰 뱀(오로치)을 올려다본다. 방금 전의 외침은, 엄청난 마력 그 자체를 진동시켰다. 단, 그 마력이 술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경로(패스)를 맺지 않은 자신들은, 지근거리에서 오케스트라를 들은 정도였지만, 야코우의 술자들에게는 직접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충격이 있었겠지. 자신과 스승님은, 그 큰 뱀(오로치)의 발 밑에 눈길을 빼앗겼다. "에르고 씨!"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도, 이쪽을 돌아보았다. 바로 옆에, 유키노부가 쓰러져 있었다. 흰 정장이 찢어지고, 그 안쪽에서 무참하게 짓무른 피부가 드러나있다. 같은 자리의 베인 상처에서, 놀랄 정도의 피가 흘러넘쳤다. "야코우 유키노부." 바로 근처로, 스승님은 달려갔다. 키멘이, 희미하게 이쪽을 향했다. "……엘멜로이 2세인가." 쉰 목소리의 속삭임에, 희미하게 우는 소리가 섞였다. 스승님이 품에서 약초를 꺼내서, 지혈 마술을 건 것이다. 대단한 마술은 아니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는 듯 했다.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라고 말씀하셨죠." 라고, 스승님이 말을 걸었다. 그것은, 돌계단을 다 오르기 전, 스승님이 간파한 동기(와이더닛)이기도 했다. 거대한 날개가 큰 뱀(오로치)으로 변모한 것조차도, 지금의 두 사람에게는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쭉 존재감을 억눌러왔던 거겠죠. 주위에서 천재니 뭐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 어디까지나 모친을 당주로서 치켜세운 것도, 그게 이유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야코우의 후계자 같은 평가는 어울리지 않다, 라고 한 것도." 야코우의 저택에, 처음 왔을 때의 이야기다.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것 같은 사소한 일로, 야코우의 후계자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당시의 자신은 생각했다. 정해진 사실을 툭 던진 듯한 말투라고도, 생각됐다. 그것이, 오히려 유키노부의 원망이었다고 한다면?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야코우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것도, 천재라느니 하는 말을 들으며 많은 기대나 책임을 짊어지는 것도, 전부 그만둬버리고 싶다. 그런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그것이, 그의 동기(와이더닛)이었던 건가. 하지만, 어째서? 원망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다. 비슷한 바람을 품는 자는, 그 나름대로 있겠지. 하지만, 목숨까지 걸어버리는 것은 이상하다. 이 의식을 완수하지 않으면, 간타이의 거절반응에 의해, 야코우 유키노부는 죽어버린다고 하는데도. "저는." 하고, 스승님이 말했다. "저는, 당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스윽, 하고 키멘에 손을 댔다. 간단하게 벗겨졌다. 저 뱀이 나타난 단계에서, 키멘은 그 역할을 끝마친 것이겠지. 드러난 유키노부의 맨얼굴은, 고작 한나절만에 십 년이나 나이를 먹은 듯 했다. '……그게 아니면.' 반대인 걸지도 모른다, 라고도 자신은 생각했다. 본래의 야코우 유키노부는, 한참 이전부터 이랬던 걸지도 모른다. 철면피처럼 느껴진 것은, 그것을 계속해서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아, 이것만은 료우기 미키야도 알 수 없겠죠. 당신이 이렇게 한 이유는 알아도, 분명, ​이렇게 된 이유​만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전하지 않았던 겁니다." 어딘가 지친 듯이, 스승님이 웃는다. "저에게도, ​저건​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나름대로 견딜 수 있었던 건, 저 자신의 이유가 아니라 제자들이 있어줬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근성을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등골을 바짝 세울 수 있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당신에게, ​저건​ 극약 같은 것이었겠죠." "……잘 알고 있군." 하고, 유키노부는 쓴웃음을 짓는다. 자신은, 알 수 없다. 한 순간 두 사람에게만 통하는 암호인가 싶었지만, 그럴 리도 없다. 스승님은, 딱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료우기 미키야, 로군요." "에……." 하고, 자신은 탄식을 흘렸다. 어째서, 여기서 다시, 그 이름이 나오는 건가. "처음은, 벌써 십 년 이상 전의 정월이었다." 유키노부의 흐릿한 눈은, 과거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야코우의 술자는, 거의 산에 격리되어 있지만, 당주나 차기 당주 쯤 되면 속세와 어울리기도 하지. 그 날은 산을 내려갔었다. 거리를 걷고 있을 때에, 우연히 료우기의 당주와 만난 거지." "료우기의…… 당주……." 미키야의 아내였을 것이다. 이번 야코우의 사건에 미키야가 관여하는 것을 반대해서, 집을 나갔다는 여성(사람). "료우기의 당주는 한 번 만났을 뿐이었지만 인상적인 분이라서 말이지. 특히, 이쪽의 목숨의 밑바닥까지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동자는 잊을 수 없었다. 어쩌다 길에서 마주쳤으니 인사하려고 생각했더니, 그녀는 클래스메이트로 보이는 새까만 남자를 데리고 있었다." 십 년 전의 거리. 도쿄 근교의, 어딘가의 도로. 분명 특별한 것도 없는, 겨울의 도시부의 풍경. "……그 때의 료우기의 당주는, 전혀, 달랐던 거야." "달랐어……?" "나의 기억에 있는 그녀는, 아름다운 날붙이 같았지. 이런 사람이 있다면, 하고 나는 구원받은 거다. 나 따윈 전혀 대단하지 않아. 이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야코우를 이어받아도 좋다. 그런 식으로 생각했기에, 야코우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라고 유키노부는 말했다. "그 때의 료우기의 당주는…… 마치, 어디에나 있는 고등학생처럼 웃고 있었다." "그건." 말하려던 자신보다 먼저, 유키노부의 입술이 말했다. "너무나도, 양쪽 모두 즐거워보였지. 내가 예전에 봤던 기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지만, 대신에, 더 소중한 것을 얻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작게, 기침한다. 옆구리의 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무심코 나도, 한 눈에 반해보고 싶어졌을 정도로." "아…… 아……." 미키야의 아내와, 자신은 만난 적이 없다. 료우기 가의 당주라는 것 이외에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달랐다는 것이, 어쩐지 모르게 이해되어버린 것이다. 료우기 미키야라는 남자에게는, 그런 구심력이 있었다. 관위 마술사・아오자키 토우코와 만나고, 명백히 마술이나 신비에 얽힌 사건과 몇 번이나 조우했을 터인데, 그런데도,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밸런스를 잡고 있다. 신비의 심연에 끌려들어가버리는 일도 없이, 그저 당연하게 멈춰있다. 차갑다, 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화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존재방식은 너무나도 희소했다. 마치, 밤하늘 끝에서 빛나는, 손이 닿지 않는 별처럼. "겐마 씨한테서 들었습니다. 당신은 갑자기 한 눈에 반했다고 말하고서, 아내를 데려왔다고." 스승님의 말에, 자신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거기만 떼어놓으면, 정열적이라고도 생각했겠지. 하지만, 아마도, 실제로는 다른 것이다. 근본적으로 어긋나있다. "그것도, ​흉내​를 낸 겁니까?" 스승님의 말에, 유키노부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다음은 결혼할 때였다. 피로연은 아니었지만, 일단 인사는 했으니까 말이지. 역시나, 라고 생각했어. 잘못 볼 리도 없지. 그 때의 클래스메이트──료우기 미키야가 결혼 상대였다." 기쁜 듯이, 유키노부는 웃고 있었다. 이런 웃음을 짓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옆에 놓인 키멘과, 무심코 비교하게 된다. "나는, 그 부부를, 동경했다." 흉흉한 큰 뱀(오로치)이 내려보는 와중에, 상쾌할 정도인 목소리로 유키노부가 말했다.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어쩌면 좋을까 생각했다. 답은 단순했지. 특별을 그만두면 된다. 료우기의 당주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저런 식으로 그만둘 수 있다면, 자신도 똑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그것은 희극이었을까, 비극이었을까. 가장 마술의 재능이 넘쳐흐른 자가── 가장 연이 없는 『보통』을 동경했다, 라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이번의 사건의, 단서. "그러니까, 간타이의 거절반응에도 견딜 수 있었다. 어떤 아픔이라 해도, 저렇게 웃을 수 있다면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가끔은 웃었지." 모르겠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표정을 엄하게 한 린이, 이렇게 물었다. "그럼 선생님. 이 사람에게 있어 한 눈에 반한 상대나 아이들── 야코우 메이나 아키라는." "『특별』하지 않게 되기 위한 도구였던 거겠지." 스승님의 결론에, 자신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보통』이기는 커녕, 마술사의 윤리조차 아니다. 그런데도, 야코우 유키노부가 그렇게 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게 되고 싶어서 라는 것이다. 모순되어 있다. 배반하고 있다. 하지만, 납득되고 만다. 분명 스승님이 말한 대로라고, 이해되어 버린다. 여태껏 봐온 것 중에서도, 특히나 도착적인 동기(와이더닛)를, 받아들이게 된다. "꼭 책망받을 일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로 당신은 상냥한 아버지였겠죠. 실제로, 당신이 아이들과 있었던 시기를, 토보리 겐마는 행복해보였다고 표현했습니다. 본심이나 계기가 다소 독특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 누운 채인 야코우 유키노부의 눈동자가, 멍하니 스승님을 비춘다. "하지만, 당신은 속여버렸습니다." 라고, 스승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야코우도, 저희들도, 아내도, 딸도, 자신의 생각대로 하기 위해서 속여버렸습니다." "……그 말대로다." 라며, 유키노부가 인정했다. 아까 전에 싸웠을 때와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힘없는 얼굴이었다. "속일 수 밖에 없었다. 내게는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틀린 겁니다." 스승님이, 말한다. "제가 당신이라도, 같은 짓을 했겠죠. 속이는 편이 확실하고, 매우 믿음직하니까. 자신들이 있는 세계에 어울리는 방법이니까. 네, 시계탑이 군주(로드) 같은 게 됨으로써, 사기 같은 행위만 얼마나 능숙해졌는지 하는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를 약탈공이니 뭐니 부르는 자들은, 네가 그런 소리 하기냐고 항의하겠죠." 스승님의 입술에 비꼬는 듯한 그림자가 번진다. 과거에 되고 싶었던 모습과, 지금의 자신과, 얼마나 거리가 벌어져버린 것일까. 결코 발걸음을 멈춘 것은 아닌데도, 이르지 못한 꿈이 얼마나 있을까. "료우기 미키야가 『보통』인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 치명적일 정도로 『보통』으로 보여버린 건, 아마도 그 사람이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으니까…… 아무도 속이려고 하지 않으니까, 입니다." "…………." 유키노부는, 다시, 한동안 침묵했다. 미간에 새겨진 주름과 상처가 맞물려서, 평소보다 깊어졌다. 그러고나서, "……아아, 그런가." 라며, 숨을 내쉬었다. 무겁고, 괴로워보이고, 투명한 한숨이었다. 그런데도, 옆모습만이, 처음으로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를 풀어낸 어린아이 같았다. "……『보통』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나." 꿈을 꾸듯이, 눈을 감은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2 "유키노부가, 의식을 방기했다면……." 말하고 나서, 야코우 아카네는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나와 방황해의 계약(내기)은, 파기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3 심장의, 소리가 났다. 참으로 크고, 참으로 시끄러운 고동. 비트 하나 하나가, 그녀의 외침을 아득히 웃돈다. 이런 소리를 내는 심장은, 분명 그녀 자신보다 크겠지. 그런 건 질 나쁜 농담 같지만, 하지만 그녀가 처한 상황은, 언제나 나쁜 농담 같은 것이었다. "…………." 좋을 대로 해라, 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태까지 그녀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그저 참으라는 것 뿐이었다. 어떤 꼴을 당해도 견디라고밖에, 요구되지 않았다. 이제와서 좋을 대로 하라고 해도, 어떻게 하면 좋은 건가. 영문도 모른 채로, 아기처럼 외쳤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아픔도 괴로움도 견딜 수 없지만,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건, 더욱 견딜 수 없다. 상처 입더라도, 목을 졸려도 좋아. 하지만, 좋을 대로 하게 두지 말아줘. 폭풍 속처럼, 그녀의 의식이 흐트러진다. 온갖 기억 속에서, 그녀는 부정되고 있었다. 가족이 모여있었을 때의 행복한 기억조차, 유키노부(부친)의 변덕 같은 것이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건, 손발을 하나씩, 천천히 뽑히는 듯 했다. 그러는 새에, 눈치챘다. 딱 한 가지, 그렇지는 않은 추억이 있었다. ……그렇다. '루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야코우 아키라의 가슴은 달콤하게 욱신거렸다. '……루오……!' 당신을── 먹고 싶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4 청년은, 칠흑의 공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심장을 담아둬야 할 부분이, 뻥 뚫려 공동이 되어있다. 어떠한 생물이라도, 피를 순환시키는 기관 없이 생존할 수는 없다. 심장을 빼앗아둔다는 것은, 일부의 신화나 전설에서 보이듯이, 상대의 활동 전부를 봉하는 주적행위이다. 고대의 인간은, 뇌가 아니라 심장에야말로 지성이나 마음이 깃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년은 눈을 떴다. "……여어, 아키라." 뤄롱이, 이름을 부른다. 칠흑의 공간에, 낯익은 소녀가 떠올라 있었다. "​루오​──!" 소녀는, 허나 제정신은 아니었다. 그 송곳니를 크게 드러냈다. 뤄롱의 어깻죽지를, 물어뜯은 것이다. 살이, 찢어졌다. 피보라가 생겨나, 그녀의 얼굴 아래쪽 반쯤을 새빨갛게 물들여, 그야말로 귀녀처럼 물들였다. 그럼에도 질리지 않고, 삼키고 난 소녀는 더욱 깊게 물고 늘어진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뇌를 새빨갛게 물들인 것은, 추한 욕망 뿐이었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청년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아키라는 한결같이 탐욕스러웠다. 목 내외에 흐르는 피의 뜨거움에 빠졌다. 꿀꺽 삼킬 때마다, 겨우 구원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다 치명적인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스스로 상처입히고 있다는 것도. 동맥이 손상된 건지, 말 그대로 흘러넘치는 피에, 아키라는 취했다. "괜찮아." 그 머리에, 상냥하게 손이 놓인 것이다. "괜찮아, 아키라. 마음껏 먹어라. 마셔라. 괴롭잖아?" 그저 순수하게, 뤄롱이 뭇었다. "신의 음식이라는 건 말이지, 그런 것인 모양이라고." 에르고가 그랬듯이. 어깻죽지의 살을 긁어내듯이 물어뜯겼는데, 하지만 뤄롱의 웃음은 참으로 상냥했다. "내 살을 씹고, 피를 마셔서, 그걸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러면 되는 거야." 어깻죽지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소녀의 몸이 떨렸다. 신음소리가, 났다. 떨림은 천천히 커지고, 머잖아, 얼굴을 들었다. "……​루오​." 라고, 중얼거렸다. 피로 젖은 입가에,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루오​…… ​루오​…… ​루오​……." "늦어버렸구만." 소녀의 머리를 안은 채, 뤄롱이 윙크했다. "미안…… 해요…… 미안해요……! 나는……." "이봐 이봐, 식사 후에는 잘 먹었습니다 잖아?" 이 자리에서는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조크인데도, 피해자 본인이 말하니까, 아키라도 돌려줄 말이 없었다. 뤄롱이 목 근처에 손을 대자, 피는 뚝 멈췄다. 고개를 들었다. "오오나무치, 인가." 신의 이름을 속삭인다. 허공의 한 점을, 노려본다. "자, 계약은 끝났으려나?" 손을, 들었다. 그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 허나, 뤄롱의 눈동자는, 허공에 잠재된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내 심장을, 돌려주도록 하실까." 손바닥 너머에, 마력이 집중된다. 아무 질량도 없는 공간에, 자전이 흐른다. 주적인 차원에 균열이 퍼져, 몇 중으로 숨겨져 있었을 터인 것이 드러난다. 그것은, 보다 힘차게 고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을 맞아 환희하고 있었다. 뤄롱이 움켜쥔 그것은, 청년 자신의 심장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5 "미안한데, 그 녀석을 어디로 데려가주지 않겠어." 청년은, 희미하게 호흡을 흐트러뜨렸다. 여태껏 없는 일이었다. 의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먹어치우고 싶어지니까 말이야." 뤄롱의 눈이, 붉게 물들어있던 것이다. '식신충동──!' "평소라면 별 일 없을 테지만, 아무래도 약해져 있어서 말이야. 마력은 돌아왔지만, 신체에 입은 대미지는 그리 간단하게 되지 않는 모양이야. 뭐, 서로의 기분을 알았으니, 딱 좋을 지도 모르겠는데. 연애상담에서도,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고 난 다음이 스타트라고 하잖아?" 평소의 농담에, 고통이 번졌다. 이 청년이, 솔직히 약함을 폭로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이미 자신도 알고 있다. 그것을, 이렇게나 숨김 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라며,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소제들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던 건가요? 이 아이를 위해서?" "그거야말로 이판사판이지. 하지만 뭐, 와줬으니, 싸그리 정리해주라?" 턱을 치켜들고, "어디." 하고, 청년이 시선을 옮겼다. "먹을지 먹힐지 해보자고, 에르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6 "일단 물어보겠는데, 에르고와 아키라를 데려가는 것은, 자네의 스승의 명령이 아니었던가?" "그래, 스승의 명령은 절대야. 동시에, 이런 말도 들었지. ──네가 굶주렸을 경우에는 굶주림을 우선시해라. 그렇지 않으면, 굶주림과 계약 사이에서, 네가 미쳐버리니까 라고." 그만큼 식신충동은 절대적인 것이겠지. 적어도, 방황해의 마술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7 다시 한 번. 뤄롱의 노심이, 불타오른다. 호흡하는 것 만으로, 처절한 양의 마력이 정제된다. 사기니 뭐니 하는 수준이 아니다. 어지간한 마술사라면, 가볍게 수천 명은 말라붙을 만한 마력이, 그의 숨결 하나로 세계에서 퍼올려진 것이다. 그에 비해, 에르고는 뤄롱에게서 빼앗은 간타이를 다 써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8 "싱가포르에서도 봤지만,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는 저런 사용법도 가능했던 건가요." "아니, 저건,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의 본래의 권능이다. 손행자의 여의금고봉처럼, 세계를 붙들어매기 위한 보구로서의 힘이고 말고. 뮤토스라는 건 어울리는 이름이다. 저기서 구현화된 것은, 진짜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조차 아니고, 전설로 구가되어온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의 본질 그 자체니까." 뮤토스. 공상. 우화. 혹은, 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꿈인 이상, 설령 태조룡 튀폰의 능력이라고 해도 막을 수는 없다. 그런 성질을, 지금의 빛은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세계의 텍스처를 붙들어맨 빛은, 마찬가지로 뤄롱의 내측의 용도, 청년의 내측에 붙들어맨 것이다. 이 이상, 밖으로 흘러넘치지 않도록.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9 "용을 먹은 자와 신을 먹은 자를 붙여놓고, 설마 결과가 아가씨의 새치기일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상하지 않겠지." "망할 아버지." 뤄롱이, 말한다. "여어, 불초 제자. 너덜너덜하잖느냐." 구름의 위치가 변했다. 그것으로,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예쁘다.' 이런 상황인데도, 무심코 자리에 안 어울리는 감성을 느끼고 말았다. 등골이 얼어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였다 수만 년이나 된 빙하를 걷는, 외톨이 회색 늑대를 연상시켰다. "당신은." "방황해의 지즈, 라고 한다네?" 회색 늑대 같은 남자는 이름을 밝혔다. 순식간에, 자신들 사이에 긴장이 퍼졌다. 방황해. 지금까지 제자인 뤄롱의 이야기에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술사가, 마침내 자신들의 앞에 찾아온 것인가. "아아, 초대면은 아니라고? 자, 이거." 라며, 가면을 보여줬다. "그건──!"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에서 만난, 와양 배우의 가면이었다. 그 배우가 남긴 편지에 유도되어, 자신들은 린과 에르고 두 사람과 합류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이 긴 모험의 시작이 된 것이, 이 배우와 편지였다. 그 때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인지, 두터운 화장을 했어서인지, 얼굴을 잘 알 수 없었지만…… 설마, 그 때부터 방황해의 마술사와 만났었을 줄이야. "처음부터, 저희들을 해적섬으로 유도할 생각이었던 겁니까." 스승님이 말했다. 방황해에 대비되는, 시계탑의 군주(로드). 용을 먹어치운 남자에 대비되는, 신을 먹어치운 남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0 하지만, 지금 어느 쪽이 피폐한지는 명백하다. 이쪽은 비장의 패 중의 비장의 패까지 드러낸 상태고, 방황해의 마술사는 정체 이외엔 무엇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 "응, 후, 후. 뭐어 순번이 있어서 말이지. 내가 직접 에르고와 만나는 건 계약 위반이었던 게야. 이대로면, 최초인 아틀라스원이 에르고를 회수해서 끝이었잖나? 그게 나쁘지는 않지만, 자리가 들끓어오르지 않는다는 거지." 방황해의 마술사──지즈가 말하는 의미를, 자신들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스승님과 자신이 합류하지 않았다면, 그 해적섬에서 린과 에르고 두 사람만으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를 받아치게 됐겠지. 그 경우, 실제 싸움처럼, 무시키의 난입까지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곤 해도, 이쪽도 계산대로라고는 하기 어려워. 그렇달까 내기에 약하단 말이지 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1 뤄롱과 지즈가, 그런 대화를 한다. 그러고나서, 스승님을 힐끗 보았다. "확실히, 이 녀석은 여기서 처리해두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르겠구만." "윽!" 앞으로, 나선다. 승산도 뭣도 생각하지 않았다. 스승님을 해친다면, 그것만은 허락할 수 없다. 아무리 무모하고 무의미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하지만, "……​루오​." 그 속삭임에, 뤄롱이 돌아본 것이다. 아키라였다. 마력으로 뇌가 흔들린 모양이었지만, 뤄롱의 노심이 정지함으로써, 그 술식도 효력을 잃은 것일까. 그게 아니면, 일찍 회복해버린 것일까. 네 발로 기어서, 천천히 소녀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루오​…… 괜찮아…… 아픈 거 아냐……." 아직, 환상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소녀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어서, 정말로 꿈 속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 손이, 외각이 박리된 후의 바텐더 복의 가슴에 닿았다. "아키라……." "다행이다…… 심장…… 움직여……." 정말로 기쁜 듯이, 소녀가 웃었다. "아무 데도…… 가지 말아줘…… ​루오​." 가느다란, 하지만 들어넘길 수 없는 말. 자신의 보구 따위보다도, 그것은 훨씬 강력한, 용을 얽어매는 주문이었다. 아키라의 손이, 뤄롱의 가슴에서 미끄러져내린다. 당황해서, 뤄롱이 소녀를 끌어안았다. 다시 기절한 아키라를 안은 채로, 뤄롱은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달빛만이 비추고 있었다. "……쳇." 하고, 지즈가 혀를 찼다. "쳇, 쳇, 쳇. 기분이 잡쳤다." "지즈……?" 스승님이,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방황해의 마술사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러고, 야코우와의 내기에 이겨버렸으니까 말이지.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우리가 잡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내기에 이긴 뒤에, 상정 외의 물건까지 가져가는 건 재수가 없지. 우리들은 그런 걸 중요시하는 직업이잖아? 이긴 뒤에도 진 뒤에도, 봉(盆)은 깔끔히 해둬야지." 스윽, 하고 제자와 소녀의 근처로,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지." 라며, 미모의 마술사가 손을 움직였다. 지즈의 손가락이, 아키라의 등에 꽂힌 것이었다. "아키라 양?!" 외친 자신의 앞에서, 젤리에서 포크를 뽑듯이, 지즈의 손이 빠졌다. 옆으로 쓰러진다. 무언가가, 하늘을 날았다. 철퍽, 하고 스승님의 손 안으로 떨어진 ​그것​은, 검붉은 기관 같아서, 꿈틀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식된 간타이의 절반이다." "뭣──!" "고대의 심령수술 같은 거라서 말이지. 응후후, 감사하라고? 옛날에는 엄청난 술이 없었으면, 절대 안 했으니까 말이야?" 손을 뽑힌 아키라는, 잠든 채였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다. 하지만, 아키라 자신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그런 짓을 한 순간에 해치울 줄이야. "그것만 있으면, 일단은 야코우도 납득하겠지. 절반이라면, 우리 불초 제자의 식신총동도, 일단은 견딜 수 있을 거다. 조금 아깝지만, 확실히 이 나라에는 세 명이 1냥의 손해를 본다(三方一両損) 인가 하잖아. 전원 타협하는 데에는, 전원 조금씩 손해를 보는 게 좋다고." "아버지……." "모쪼록, 네 스승님께 감사해라. 성창의 그림자를 뽑는 것도, 그 나름대로 수고가 드니까 말이야." 툭, 하고 뤄롱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고나서, 시선을 움직여, "……에르고." 하고, 불렀다.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는 웅크린 채였다. "어떠냐? 두 위 째까지 자각한 모양이다만, 나에 대해서는 생각 났냐." "아뇨." 하고, 젊은이는,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알아요. 이것만은 알아요." 또, 에르고는 처음 보는 표정을 지었다. 해적섬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던 때의 붙임성도, 뤄롱에게 품은, 순수하고 치열한 투지와도 다른 표정. 확실히, 이렇게 고했다. "저는, 당신이 싫어요." 미움이었다. 그러자, 지즈의 입술이, 얼음꽃처럼 벌어진 것이다. "이상적인 대답이다. 좋은 스승이 붙은 모양이군." "제가, 뭘?" "최고의 일처리를 해주고 있다는 말이지. 자랑해도 좋다고, 현대의 마술사(메이거스)." "그렇다면, 약속해줬으면 합니다." 라고, 스승님이 말을 꺼냈다. "야코우 아키라를,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호오, 그걸 양보하지 못하는 못하는 건가." "료우기 미키야에게 의뢰받았습니다. 토보리 겐마에게 부탁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얄팍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보증 없이, 저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물러서지 않는다, 라고 스승님은 단언했다. 즐거운 듯한 지즈의 눈동자는, 답을 하지 않고, 스승님을 비추고 있다. 희미하게 스승님의 손끝이 떨고 있는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러자, "내가 약속하지." 라고, 뤄롱이 말한 것이다. "설령, 망할 아버지라고 해도, 털끝만한 상처도 입히게 두지 않을 거다." "응, 후, 후. 이거 반항기가 무서울 것 같군." 웃은 지즈가, 하늘을 우러러본다. 달이 질투하는 게 아닐까, 하고 기묘한 생각을 해버렸다. 달보다도 아름다운 남자가 거기에 있는 것을 발견해버려서. "알고 있겠지, 군주(로드). 여기는 중간지점(터닝 포인트)이다." 라고, 지즈는 속삭였다. 마치, 두 사람만의 비밀이라도 털어놓듯이. "네가, 에르고를 어떻게든 하겠다면, 세 위 째의 신도 있지. 그러기 위한 여행도 필요해. 그 동안, 나는 이 녀석을 쓸 만 하게 해두지. 너도 모쪼록 에르고와 제자들을 조정해둬라." "…………." 수 초 침묵하고 나서, 스승님은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제자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뻔하지." 즉시, 지즈는 대꾸했다. "무엇보다도 수고를 들인, 귀중한 자신의 도구라네." "……지즈……!" 스승님이 눈을 부릅뜬다. 그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 라고 외치는 듯 했다. "응, 후, 후. 사고방식의 차이라도 있었나?" 놀리듯이, 지즈가 비웃는다. 그리고,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 제자들.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지." 그대로, 방황해의 마술사가, 손가락을 빙글 하고 움직였다. 어떤, 인장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한 순간, 얼굴을 가렸다. 손을 내렸을 때, 지즈와 뤄롱 두 사람── 아니, 아키라를 포함한 세 사람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그 뒤에는, 그림자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사라졌다." "순간이동은, 현대에서는 마법의 영역이다만…… 방황해라면, 아직 마술의 범주겠지. 쓰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아." 스승님이, 망연자실히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2 "이집트로. 저쪽에서 만날 상대가 있는지라." * 료우기 부녀와 헤어지고 나서, 자신은 스승님에게 말했다.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말이군요." 저쪽에서 만날 상대. 에르고의 실험에 관여했다는 세 명의 마술사의 말예. "그래, 루비아와 라이네스도 함께 기다리고 있다는 모양이네. 야코우의 간타이의 데이터를 넘길 때까지, 협력체제라고 해서 말이지. 일단 필요해보이는 자료나 서류를 데이터로 정리해뒀네. 저쪽에서 교환하게 되지. 에르고의 가면에 대해서도, 아직 조사해두고 싶기는 하고 말이야." 그러고나서, 한 마디를 더 중얼거렸다. "하지만, 하필이면 아틀라스원의 본거지에 가기 직전에, 로고스 리액트 레플리카의 재기동인가." 자신도, 그 의미는 알 수 있다. 화약 공장에 폭탄을 가져가는 짓이다. 게다가, 이 폭탄은 그 화약공장에서 만든 금제품의 모조(레플리카)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문제를 품게 되는 것도 고려해야만 하겠지. "거기다, 지즈가 말했던 비옥한 초승달도 그렇지. 그건 페르시아 만에서 팔레스타인, 이집트에 이르는, 말 그대로 초승달 형상의 지역을 말하는 것이라 말이지. 방황해 뿐만 아니라, 최고의 신화인 영웅왕 길가메쉬의 메소포타미아나, 정복왕 이스칸달의 묘라고 전해지는 장소도, 여기에 포함되지. 나도, 옛날에 발을 딛은 적이 있는 장소지." 군주(로드)가 되기 전, 스승님은 세계를 여행했던 시기가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 때의 일이겠지. "마술 세계에, 진정한 우연 따윈 없다, 라." 지즈의 이야기대로라면, 린과 에르고와 합류한 것도, 그의 유도에 의한 것이다. 필연이 어떤 직물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숙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하게,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 없었다. 문득, 비행기가 보이는 창문에,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후드 밑으로 엿보인 은색 머리카락에, 한 줌만 금발이 섞여있다. "………….." "왜 그러나, 그레이?"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고개를 젓는다. 금발이, 약간 늘어나버린 듯한, 그런 기분이 든 것이었다. * 또 한 가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야기해둬야 할 것이 있었다. 비행기에 타기 직전, 전화가 걸린 것이다. 화면표시를 보고, 한 순간 눈썹을 찌푸린 스승님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어 오라비." "뭐냐, 라이네스. 이제부터, 이집트에 가려는 참이다만." "──라이네스가?" 무심코,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스승님이, 힐끗 이쪽을 보고 나서, 끄덕인다. 그대로 듣고 있어도 된다, 라는 거겠지. 스피커 모드로 하지 않아도, 귀를 가볍게 『강화』하기만 해도, 듣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다소 귀찮은 일이 돼서 말이야. 먼저 연락만은 해두고 싶어져서." "……너." 과연, 스승님의 목소리에는 갖은 원망이 배어있었다. 여기에 이르러서, 그 라이네스가 귀찮은 일이라고 표현한다면, 상당히 성가신 사건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일단, 이야기를 들을까." "응,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방황해에 대해서, 우리가 조사하고 있다는 건 이야기했었지." "그래, 그러니까 합류할 생각이 든 거다." "그게, 도중에 기묘한 일과 조우해버려서 말이야. 살인 사건── 밀실 살인이라고 해야 하려나, 이건." 단숨에, 스승님의 표정이 떫어진다. "그런 거라면, 더 어엿한 명탐정이라도 고용해둬라. 전부터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를 탐정 취급하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다." "하하하. 유감이지만, 이건 오라비 밖에 대처할 수 없는 사건이라서 말이지." "……뭐?" 그 대사에, 스승님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거기에 라이네스는, 스승님의 표정이 보인다는 듯이, 즐거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어이쿠, 다소 과장이 지나치긴 한데, 부디 웃지 말라고? 나도 어떨까 싶으니까." 굳이, 정중하게 전제를 깔아두었다. 계속되는 대사에, 공항의 잡음이 단숨에 멀어진 것이다. "파라오의 살인 사건이야." 〈마침〉-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3 "그럼 다른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들은 무슨 일이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발굴은 조금 전의 조제페와 쿼트 측에 의해 따로 진행되고 있었다." 라티오가 대답했다. (중략) "원래 에르고에 대한 연구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존재한다고 주목받게 된 것도 이곳의 발굴이 이미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발굴 자체는 개인의 연구와 관련이 없으니 공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또다시 나도 이곳의 발굴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조제페들도 생각지도 못한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었지만." "전문가?" "이미 만난 적 있지? 당신이 아는 사람이다." "로드 멜루아스테아인가⋯⋯!" 스승님이 수긍한다. 시계탑에 있어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를 이끄는 군주라면 전문가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동시에 아틀라스 원 구성원도 알아채지 못하는 비밀을 파헤치려면 이만한 인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설령 군주인 내가 몰랐다는 것은 아틀라스 원 측은 그렇다 치더라도 멜루아스테아 측에서는 극비리에 진행했겠지. 아틀라스 원과의 공동 작업이라니, 시계탑의 다른 파벌에 들키지 않고 신비를 쌓아두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겠지.""하하하, 라티오에게 이끌려 내가 왔을 때,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좋은 표정을 했지! 도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거예요, 라고 부르짖는 모습이란. 이야, 타인의 절망과 비탄은 미용에 참 좋아!" 라이네스가 정말 사람 나쁜 표정을 짓는다. 이럴 때 그녀는 옹호할 수 없을 정도로 악질적이지만, 동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몇 년만 더 지나면 그녀의 마성에 매료된 남자들이 줄을 서지 않을까. 바라건대, 아직은 모르는 이들의 불행이 적기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4 "시계탑이라면 모를까, 군주(로드)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하하,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웃던 카르마그리프가, 크흠 기침했다. "그래도 당신들의 상황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아까 아틀라스원 이야기도 했잖아요?"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내 심장은 강하게 뛰었다. 아마, 스승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다면, 어디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신을 먹은 에르고와 함께 있는 것이 밝혀졌다면 시계탑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토록 귀중한 자원(리소스)은 시계탑의 공유재산이 되어야 한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시계탑은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이었다. "파라오의 살인사건, 이라고 라이네스 양은 말했습니다만." 카르마그리프의 말이 이어졌다. "라이네스 씨가?" 뜻밖의 이름에 눈썹을 치켜세웠다. "네. 자세한 사정에 대해 입을 막고 있었던 것도 저입니다. 죄송합니다만, 다소 기밀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여서요. 그러니까, 아뇨, 기밀 프로젝트라서 좀 더 복잡해진 부분도 있지만요 .............." "............" 문득 스승님과 눈이 마주쳤다. 왠지 모르게 이야기가 엉뚱하게 꼬여버렸다. 원래 자신들은 에르고가 먹어치운 신을 되돌릴 방법을 찾기 위해 아틀라스원과 정보 공유를 하려고 했다. 라이네스가 도움을 청한 것도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그래서는, 지금까지의 전제가 뒤바뀌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파도소리가 멀다. 관광객들의 소란스러움도. 알렉산드리아의 풍광 좋은 전망도, 이제는 의식에서 사라져 버렸다. 로드 멜루아스테아―――처음 만난 군주(로드)의 발밑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만, 부디 기밀로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서두를 꺼낸 카르마그리프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에서는 합동 발굴단을 꾸리고 있거든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5 그저 절반쯤은 자동적으로 발만 움직여 두 사람을 따랐을 뿐. 느닷없이 그것이 멈추었다. 오래된 성채가 눈앞에 우뚝 솟아 있었다. "이곳은...." "세계 7대 불가사의. 그 이름 정도는 알고 있겠지?" 고개를 든 스승이 낮게 속삭인다. "음....... 전부는 기억하진 못해서...." 기자의 피라미드, 바빌론의 공중정원, 올림피아의 제우스상. 그리고 로도스섬의 거상 같은 것도 유명했을 거다. 세계사 기본 문제 같은 건데, 기억이 흐릿해서 송구스럽다. 그런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곳 파로스 등대야." "등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매우 견고하게 지어졌지만, 그 어디에도 등대다운 요소는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해안에 뿌리를 내리듯 집요하게 뻗은 성벽의 칼날 같은 모습이 더 눈에 띈다. 나에게는 제대로 된 군사적 지식이 없지만, 이런 요새를 공격하라고 하면 어디서부터 진입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것 같았다. "예전부터 반쯤 부서져 있었는데, 14세기에 일어난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버렸어요. 그 후 남은 토대를 이용해 당시 통치자(술탄)가 요새로 다시 만들었어요. 그의 이름을 따서 카이트베이 요새(Quaitbey Fort)라고 부르죠." 라고 카르마그리프가 설명했다. 멜루아스테아 역시 고고학과의 군주(로드)다. 궁합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스승과 묘한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등대가, 요새가 되어버린 건가요 ......" "하하, 뭐, 파로스의 등대 자체가 이스칸다르의 설계가 된 것이고, 당시부터 군사적 용도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요. 그 높이가 백 이십이 미터에 달해 오십육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빛이 보였다든가, 등대에 설치된 거울을 이용해 적의 배가 해안에 도착하기 전에 불태워버릴 수 있었다든가, 일곱 가지 불가사의 같은 전설이 끊이질 않아요." 그렇게 말하니 갑자기 적절한 변화처럼 느껴지니 신기하다. 적어도 이스칸다르라면 그런 무기를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고대로부터 생각되어 왔던 것은 틀림없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관자놀이를 짚으며 스승이 말했다. "분명 이곳 내부는 지금 해군 박물관이 되었을 텐데, 관광객은커녕 직원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당신의 작품입니까? "인력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마술과 법률의 양면적인 의미에서요. 자, 이쪽으로." 대답한 카르마그리프는 곧바로 정문을 빠져나갔다. 돌로 만들어진, 천장이 높고 좁은 복도를 지나간다. 발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며 요새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어우러졌다. 그 와중에 스승이 이렇게 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6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라이네스 일행은 어떤 상황에 처해있습니까?" 침을 꿀꺽 삼켰다. 카르마그리프는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 무사합니다. 음,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물론 제가 위해를 가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 라기보다 어느 쪽이냐면, 제가 피해를 볼 것 같아서 계속 무서웠다고나 할까, 엘멜로이 2세도 상당히 고생을 한 건 아닌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말보다는 침통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노려보게 됐다(言葉面より、沈痛な面持ちについ睨んでしまう). "스승님." "음." 부자연스럽게 입술을 일그러트린 스승님에게, 그러나 이것만은 무시할 수 없으니 제대로 의사 표시해 둔다. 하지만 그런 대화는 요새의 복도를 지나 뒤편으로 나가기 전까지였다. 뒤편 해변에서 우리는 눈을 의심할 만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성채의 그늘에 가려진 해수면에 이상한 물체가 떠다니고 있었다. 물 위에 드러난 것은 3할 정도인데, 거대한 딱정벌레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수중에 잠겨 있는 부분까지 포함하면 폭이 5미터, 전체 길이가 8미터 정도 될까. "...............이것,은?" "아틀라스원의 잠항정입니다." "...............잠항,정?" 할 말을 잃었다. 반응도 하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굳어 버렸다. 진지하게,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이 정도 크기면 숨기기가 어려워서 요새를 빌렸어요. 여기라면 만에 하나 발견되더라도 이것저것 핑계를 댈 수 있을 것 같아서." 스케일이 큰 건지 작은 건지. 마술이라기보다는 인류와 다른 길을 택한 이형의 과학. 같은 마술협회이면서도 시계탑과는 전혀 겹치지 않는 예지의 결정이 이곳에 있었다. 갑각을 씻어내는 파도를 바라보며 눈가에 깊은 주름을 만들며 스승님이 물었다. "분명 아틀라스원에는 병기의 반출을 금한다, 같은 규율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들의 기준에서 보면, 이건 병기가 아닌 것 같아요. 편리한 공유 도구(툴) 정도라고 하더군요. 뭐, 애초에 외부의 문명 레벨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병기'로 간주하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요." "과연." 스승님도 그다지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계탑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아틀라스원은 상식이 어긋나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사상의 끝에서 이런 도구를 마련하게 된 것일까. "⋯⋯잠항정이라니, 설마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건가요?" "예에." 질문에 가볍게 카르마그리프는 긍정했다. 심각한 눈으로 바다와 잠수정을 번갈아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해저 유적⋯⋯." 라고 스승이 중얼거렸다. "발굴단이라고 하셨죠. 그렇다는 것은, 당신들은 알렉산드리아의 해저 유적에 도전하고 있다는 뜻이겠군요." "로드 엘멜로이 2세 상대로는 너무 노골적이었나 보군요." 미소를 짓는 카르마그리프에게 스승은 계속 이어갔다. "90년대에 알렉산드리아 해저에서 클레오파트라의 궁전이 발견된 이후, 일반 고고학에서도 해저 유적은 매우 주목받는 화두가 되었죠. 과거보다 해수면이 훨씬 높아진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많은 유적이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현대 과학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역도, 아직." "예, 그렇죠. 우리의 영역에도 알렉산드리아 해저 유적은 닿아 있어요. 이번 합동 발굴단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사막의 나라에 올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해저에 잠수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 될 줄이야. 어쨌든 이 상황에서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린 씨와 에르고는⋯.' 일단 메일은 보냈지만, 아직 답장은 오지 않았다. 거대 갑충——아틀라스 잠항정의 상부가 열렸다. "자, 어서어서." "......들어가겠습니다, 스승님." 앞서간 카르마그리프에 이어 나 자신이 그 개구부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스승님도 마찬가지로 들어왔다. 해치가 닫히고, 갑충의 내부는 이내 기괴한 빛으로 가득 찼다. 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역시 불과 수 분 후, 갑충 모양의 잠항정은 어두운 바다 밑바닥으로 빠르게 가라앉아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7 " 그렇군. 대충은 알겠다." 그렇게 말하며 스승은 다시 한번 라티오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드디어 핵심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군. 파라오의 살인사건이란 무슨 말인가?" 침묵이 흘렀다. 고대의 교실에서 그것은 만년빙처럼 굳어졌다. "발굴조사에 라티오가 합류한 후 문제가 생겼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떤 문제가?" "이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했다." "뭣..!" 스승의 표정이 변했다. 자신도 차가운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조사의 전제는 이 시큐리티 키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시큐리티 키만으로 모든 것을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결이 끊긴 지금으로서는 조사 자체가 어려워졌어." "잠깐. 아까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추적자(트레이서)를 붙였다던가 말했지. 그건――" "로드 멜루아스테아도 도난의 용의자라는 얘기다. 물론 라티오도 예외는 아니다. 그 위에, 라티오들과의 연결은 끊어졌지만, 시큐리티 키는 아직 이 대도서관 내에 현존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기능이 단절되고 지금 이곳을 비추고 있는 빛도 사라졌을 테니까." 희미하게 떨어지는 빛에 라티오가 손을 내밀었다. "게다가 시큐리티 키와의 연결 단절로 인해 제2층에 발굴단원의 멤버 두 명이 남겨졌다. 라티오의 아버지와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조수다." "그건⋯⋯⋯⋯!" 무심코 나도 소리를 질러버렸다. 왜냐하면, 누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갇혀 있는 것이라면,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아닌가. 라티오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 그래서 시큐리티 키의 수색과는 별개로 대도서관의 2층에 침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쪽은 내일이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침입할 수 있는 건가요?" "2층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원래 이 도서관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2층까지는 거의 무조건 출입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니까." 왠지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난 적도 없는 상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해저에 갇힌 채로 죽는다던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중심인 제3층과 최심부인 제4층은 그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곳은 당시에도 엄격하게 격리되어 있던 금역이 된다. 현재 아틀라스 원의 장비로, 제4층에 도달하는 것은 극히 곤란." "⋯⋯⋯과연." 다시 한번 스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시큐리티 키의 도난에 맞춰 누군가가 살해당했다는 뜻인가?" "⋯⋯⋯⋯" 라티오가 라이네스를 쳐다보았다. "상당히 곤란한 말투를 썼군. 엘멜로이의 공주." "평소, 가장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을 궁리하는 편이라서 말이지. 뭐, 직업병 같은 거지. 무엇보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잖아?" 타인의 곤경에 유열을 느끼는 버릇은 상대가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라고 해도 변함없는 모양이다. 그런 라이네스의 말에 잠시 눈살을 찌푸린 뒤, "지금부터 이 뒤는, 타인에게는 언금을 부탁하지 ." 라티오가 스승에게 말문을 열었다. "그것은 다른 아틀라스 원의 일원에게도, 라는 뜻인가." "그렇다." "알겠다. 그보다는 다른 이들에게까지 에르고의 사정을 낱낱이 말할 수 없는 이상, 그 조건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그렇다면. " 라티오는 눈길을 돌린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구에게? 자신조차도 여기에 다른 인물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전 라티오는 뼈의 거인 탄겔이라는 사역마를 행사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것과 비슷한 것이 교실의 통로에서 활공해 온 것이다. 꼭두각시 장치로 된 새, 같은. 라티오의 어깨에 착지한 그것은 금속 날개와 동체를 지닌 새였다. "이런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꼭두각시 새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자신은 깨달았다. "아무래도 본인(吾)도 말해도 되겠군." "당신은?" "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원격 조종(사에프[サァエフ]) 같은 건 아니야. 이 녀석이 지금의 내 신체야. 어차피 저장되어 있어야 할 몸에서 시큐리티 키를 빼앗겼기 때문에 이 대용품밖에 사용할 수 없었어. 정말 멍청한 이야기군, 그래." "⋯⋯⋯⋯'사에프'는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부르는 호칭이었지. 분명 숭고한 존재라던가 그러한 의미였을 텐데." 스승님이 말한다. 기계의 새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러니까, 이 몸이다. 시큐리티 키에 생전의 심장을 설정해 놓고 도난당한, 꽤 멍청한 관리자라고. 이 쿨드리스 가문의 후손이 다른 루트로 기동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계속 잠만 자고 있을 뻔했어." 크게 탄식하는 새에게 스승의 옆모습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동안 스승은 다양한 강적과 시련 앞에서 심신을 혹독하게 다스려왔다.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버텨왔다. 하지만 이런 색채가 묻어나는 것은 처음 봤다. "그렇다면, 당신은⋯⋯. " "그렇지. 너희들의 이야기는 쿨드리스의 후예에게 들은 바 있어. 이스칸달의 애송이에게 속아 넘어간 녀석이 2천 년 후에 있다는 게 의외, 아니 통쾌한가?" 휙, 새가 고개를 흔들었다. "내 이름은 프톨레마이오스 1세." 고한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들었던 이름이다. 이스칸달의 명을 받아 알렉산드리아를 지었다고 하는 파라오. "그리고 도난당한 것은 이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심장이지." 날개를 접어 자기 가슴에 맞대고, 꼭두각시 새는 이야기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8 "응, 처음 만났을 땐 나도 어안이 벙벙했지." 라이네스가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아서 말이야. 엄밀히 말하면 당시 아틀라스 원에 의해 인격 부분을 카피 당한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라고나 할까. 뭐, 현대 과학으로도 앞으로 100년만 더 있으면 AI 정도로 개인의 인격을 충분히 모방할 수 있지 않겠어?" "하지만 라이네스, 인격의 모방과 영혼의 모방은 별개의 문제다." 스승님이 말했다. 마술사들이 영혼이라고 할 때, 그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영혼은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승의 강의에 따르면 인간의 요소는 육체, 정신, 영혼의 세 가지 요소로 분류된다. 마술사가 아닌 나로서는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 분류다. 그래도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사건을 접한 적이 있다. 아니, 내 육체 역시 이 개념과 매우 유사한 술식으로⋯⋯. "아틀라스 원의 추산으로는 일단 99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생전의 본인과 비슷한 발언을 할 거라고 하더라네. 뭐, 파라오로서 반쪽짜리 영혼에 대한 얘기는 접어두지. 그건 내가 책임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새가 즐겁게 금속 날개를 흔들었다. "일단은 프톨레마이오스를 자칭하고 프톨레마이오스의 기억을 가진 새라고 하면 되겠지. 어차피 진짜든 가짜든 별 차이가 없지 않은가?"수 초, 스승은 침묵을 지켰다. 심상치 않은 충격을 몸 안에 가라앉히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존재를, 다른 아틀라스 원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라, 고 말씀하셨죠." 스승이 물었다. "어째서입니까?" "나는 백업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지." 그렇게 말하면서 새가 가슴을 치켜세웠다. "원래 시큐리티 키가 내장된 나의 진짜 몸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제4층 - 최심부에 존재하고 있었지. 발굴조사단은 그 녀석과 연결해 대도서관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훔쳐 간 거지. 원래대로라면 이 시점에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야 했지만, 그곳의 쿨드리스의 후예가 나를 기동시킨 덕에 현 상황을 유지하게 된 거지." "심장을 훔친 범인에게도 당신이라는 백업은 뜻밖이었다. 그렇기에 비밀로 하겠다고?" "그런 거다." 라티오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발굴조사단에 범인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또다시 프톨레마이오스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다."그녀의 말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발굴조사단에는 그녀의 육친도 있을 텐데, 그마저도 용의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스승이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은 기계장치의 새를 향하고 있었다. "본래 당신의 본체는 최심부에 있다고 말씀하셨죠. 그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발굴 조사단도 아직 가장 깊은 곳에 도달하지 못했을 텐데요. 그런데 최심부에 있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본체에서 심장을 도난당했다는 것은." "아아, 이상하군." 새도 인정한다. 단절 직전, 본체에서 시큐리티 키가 뽑혔다는 통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뿐이다. 실제로 최심부에서 일어난 사건은 백업인 나로서는 알 수 없고, 당시 발굴조사단도 아직 제2층에서 제3층으로 막 조사에 착수한 참이었다. 최심부의 나에게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발굴조사단과 전혀 다른 인간이나 조직이 동시에 침입했을 가능성은?""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곳곳에 뒷문도 마련되어 있었으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나와 아틀라스 원이 주고받은 기밀의 덩어리이기도 하니까, 본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백업인 나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구조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상의 뒷문은 가라앉아 있을 거다." "⋯⋯해저에."너무도 설득력 있는 말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아틀라스의 잠항정을 이용해 우리들은 여기까지 잠수해 왔다. 물론 마술로도 비슷한 일은 할 수 있겠지만, 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즉, 이건. "⋯⋯밀실." 신음하듯 스승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파라오의 밀실 살인사건, 이라는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9 큭큭큭(くっくっく), 하는 소리가 들렸다. 라이네스다. 어찌나 즐거워 보이는지, 일부러 어깨까지 떨면서 스승을 도발하고 있다. 분명, 내심 펄쩍펄쩍 뛰고 싶은 정도로 근질근질한듯했다. "오라비, 내가 말했던 그대로였지? 이건 파라오의 살인사건이라고." "⋯⋯아, 확실히 그렇게 되겠지. 과거 파라오들은 미라에서 미래를 보았다. 그들은 언젠가 자신들이 부활할 것이고, 그때엔 자신의 육체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니까. 그 점에서 심장을 빼앗는 것은, 제2의 생명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겠지." "오, 공부하고 있구나. 뭐, 내가 살던 시대에는 많이 희미해진 개념이긴 했지만 말이야." 감탄한 듯 새가 날갯짓한다. 빼앗긴 것은 본인의 심장일 텐데, 그 몸짓은 타인의 일처럼 느껴졌다. "어때, 오라비." 차라리 악마적인, 라이네스의 속삭임. "이런 사건은 특기지? 귀여운 의붓동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서주지 않겠어?" "웃기지 마. 그런 특성을 인정한 기억은 단 한 번도 없어." 스승님은 정면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미묘하게 날카롭지 못한 것은 그동안의 사건으로 인해 일종의 기정사실화되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 나 역시도 심하게 혼란스러웠다. 이번 사건은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왜냐면, 그래.’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시계탑과 아틀라스 원 합동 발굴조사단. 누가, 어떻게, 최심부의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을 훔친 걸까. 무엇을 위해(와이더닛)? 씁쓸히,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에르고에 대해 알기 위해서라도 이곳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을 마치고, 이리 선언한 것이다. "이 사건,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이름으로 제가 맡겠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0 동시에, "⋯⋯⋯이것으로 전원인가." 라고 스승님이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물론 그 의미를 알고 있다. 용의자가, 모두 모였다.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가 네 명. ——라티오. ——로그. ——쿼트. ——조제페. 시계탑의 마술사 세 명. ——카르마그리프. ——티카. ——물론, 라이네스도 예외는 아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1 "시큐리티 키에 대해서도 들었다. 제2층에 고립된 동안 대략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과 상황은 일치한다. 카르마그리프와도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상황이라면, 우리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어 라이네스가 말했다. "범인이 시큐리티 키를 외부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겠지. 어쨌든 로드 멜루아스테아까지 추적자(트레이서)를 붙였을 정도니까. 만에 하나라도 그 위험은 피하고 싶은 것이지?" "예." 관리되지 않은 수염이 덥수룩한 로그의 턱이 흔들렸다. "그래서 최심부의 관리동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관리동으로 직접 들어가면 시큐리티 키가 없이도 대도서관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르겠지만 이번 발굴조사로서는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이 로그는 생각한다."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2 "아틀라스 원은 이번 발굴조사로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까?" 그 질문에 거점 내 공기가 굳었다. 스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했다.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도 있을 것이고,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사실 그게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틀라스 원의 멤버 전원이 그런 것일 리는 없겠죠. 아틀라스 원은 조직이긴 하지만, 그 구성원은 시계탑보다 더 고립되어 있습니다. 옆의 연구실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시계탑의 보통이다만, 아틀라스 원에서는 그것이 의무에 가까워." 로드 멜루아스테아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 연구 성과는 자신에게만 공개한다. 그것이, 아틀라스 원에 있어 절대의 계율이라고.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의 연구 기록이 있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로드 멜루아스테아까지 끌어들여 발굴하려 하고 있다. 이건 모순이 아닙니까?" 찌릿, 하고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가지고 있던 위화감에, 지금의 스승님의 말로 접근한 것 같았다. 이어 스승님은 말했다. "이 발굴 조사는, 어디까지 아틀라스 원의 허가를 받은 것입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3 로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폐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듯한, 깊은 한숨이었다. "마술사답지 않은 편이다." 로그가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사소한 이유에 신경을 쓰는지. 시계탑의 마술사라면 더욱이, 발밑의 어둠의 깊이를 들여다보면 더 괴로울 뿐일 게 아닌가? 까마귀가 자기 깃털이 까맣다는 걸 안다고 해서, 세계는 그 무엇 하나 바뀌지 않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승의 눈썹 사이 주름에 쓴맛이 스며들었다. 반투명한 막 너머, 늘어선 여러 개의 수정 기둥에 스승님의 모습이 다양한 각도로 비치고 있었다. 어느 스승님이든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이 방법밖에 잘할 수 없는 것 같아서요."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자나, 사람을 유난히 싫어하는 자 밖에, 갈 수 없는 길이다." 로그의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목소리가 조금이지만 부드러워졌다. "아틀라스 원에서 이 로그는 선임 교관의 위치에 있다. 그 권리를 이용해 이 유적을 조사하기 위한 잠항정과 다른 도구(툴)를 준비하는 것은 심사받지 않고도 가능했다." "⋯⋯정식 심사를 거치면, 허가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겁니까? "조금, 오해가 있다." 로그는 말했다. "아틀라스 원에서 결정적으로 금지된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연구의 공개다. 타인의 연구를 탐구하는 것은 반드시 금지된 것은 아니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슈타리오의 두 사람 역시 합류하지 않았겠지. 거기에, 아틀라스 원은 계율 위반에 대해 시계탑의 봉인 지정 집행자만큼의 집행 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어지간히 눈에 띄는 경우, 다른 조직에도 지명 수배 공문(回状)을 보내지만, 그전까지는 유예가 있다." 로그의 입가에 거친 미소가 지어졌다. 비록 죄를 짓더라도 지켜야 할 신념을 가진 자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서두르는 거군요. 정식 심사에서 부결되기 전에 끝내려는 거죠." "해석은 맡기지. 하지만 이 로그에겐 달성해야 할 연구가 있다. 이슈타리오의 두 사람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4 한순간, 딸——라티오 쪽으로 시선이 흔들렸다. 그녀는 에르고의 사건 때문에 이 발굴단에 급히 합류했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에서는 예외일지도 모른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그렇다면, 범인은 배신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스승이 말한다. "오히려 범인은 아틀라스 원의 계율을 지키려고 하는 거죠. 그런 건 어떻습니까." "⋯⋯읏!" 가벼운 충격과 납득이 동시에 가슴을 두드렸다. 그렇다면 이치는 통한다. 범인이 배신자가 아니라 배신자인 로그들을 처치하려는 내부자(스파이)라고 한다면. "라티오도 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라티오가 입을 열었다. "라티오 일행의 연구는 혼자서 추구해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라티오도 아버지의 연구를 모른다. 하지만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발굴이 성공한다면, 적지 않은 과거의 연구를 엿볼 수 있겠지." 로그와 비슷한 말투였다. 이 와중에도 확실히 친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필요하니까 라티오는 합류했다. 아틀라스 원에 있어, 이것이 완전히 금기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뉠 것이다. 그 의견 차이를 참지 못하고 방해 공작을 벌이는 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최악의 클로즈드 서클이군." 라고, 스승은 토해냈다. "만약 이것이 정말 동기(와이더닛)라면, 발굴조사단 전원에게 해당하는 거다." "어이, 오라비. 그 말투는 나도 의심하고 있군?" "당연하지." 라이네스의 가벼운 말에 스승님이 쏘아붙였다. 하지만 사실 그 말대로였다. 발굴 조사 자체가 아틀라스 원의 계율에 어긋난다면 적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늘어난다. 로드 멜루아스테아나 그 조수라고 한들, 다른 아틀라스 원으로부터 방해 의뢰를 받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5 "아니, 다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하지만 시큐리티 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건 원래 관리부의 기능이니까. 시큐리티 키만으로는 본인이 인식한 범위 내에서만 조작할 수 있겠지." "⋯⋯⋯본인이 인식한 범위에 한해?" 앵무새처럼 말하고, 스승님이 미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6 "어때, 오라비?" 라이네스가 말했다. "뭐어, 내 입장에서는 목숨을 노림 받지 않는 때가 더 레어 하지만, 이 상황이라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통째로 적으로 돌릴 수도 있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여기선 뭔가 오라비의 악랄한 지혜를 빌리고 싶은데." "빌리고 싶다던가 말하면서, 험담 하지 마라." 그렇게 대답하고는 스승이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낸다. "괜찮겠나?"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시가 커터로 끝부분을 잘라냈다. 성냥으로 살짝 태우듯 불을 붙였다. 달콤한 향이 퍼져나갔다. 지금에 와서는, 수많은 추억과 긴밀하게 연결된 향. 그 시가를 입에 물고 천천히 연기를 내뿜으며 스승은 말을 꺼냈다. "이 상황에선, 단순한 범인 찾기로는 안 되겠어." 희미해지는 연기를 바라보며 속삭인다. "천천히 범인 찾기를 하다가는 이쪽이 살해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좀 더 적극적인 불쏘시개(炙り出し)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확실히, 탐정다운 얼굴이라고는 할 수 없군. 시계탑스러움이 묻어난다, 군주(로드)." 라티오의 지적에, "음." 라고 스승님이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슬쩍 뺨을 건드리는 것으로 보아 자각은 있는 모양이다. 사실 라이네스와 닮은 남매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당신이 오는 것을 승인한 것은 라티오다. 방법은 어떻든, 당신의 행동을 지원하지." "그건 고맙군." "뭘 하시려는 건가요, 스승님." 나도 다시 한번 물었다. 비눗방울 같은 거점 내부에서 스승은 천천히 시선을 돌리고. "로그 씨,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말을 꺼낸 것이다. (중략) 솔직히 나 자신은, 심하게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이런 연기는, 좀처럼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로그가 한 말은 거의 거짓말이었다. 처음 인원을 배정할 때부터 로그가 말했던 이유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로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범인 색출을 위해 팀 편성에 관여하게 해달라고] / ——생각은 수십 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그 씨,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제안한 후 스승님은 로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범인 색출(炙り出し)을 위해 팀 편성에 관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팀 편성으로, 그런 게?" 로그가 되묻자 스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덮고 있는 반투명한 쉘터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우선 지금 이곳에 없는 발굴단원 로드 멜루아스테아와 그의 조수, 그리고 조제페와 쿼트에게 3층을 조사해 달라고 합니다." "멤버로는 부족함이 없는데, 그것만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중요한 것은 다음입니다. 로그 씨와 다른 멤버들은 제1층에서 대기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로그 씨와 라이네스만 제1층에서 대기하게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저를 포함해 제3층에 잠입합니다." "뭐?" 로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나 자신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몇 초 동안 씹어보았지만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아 물어보았다. "저기, 스승님. 선행하는 팀에게 비밀로, 라는 뜻인가요?" "그런 뜻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스승님이 긍정한다. 그래도 모르겠다. 왜 그런 일을? 그러자 라티오가 입을 열었다. "시큐리티 키로 제3층에 덫을 놓아도 어디까지나 소지자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 인가?" "예. 시큐리티 키를 훔친 범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발굴 조사를 방해하려고 하는 것은 틀림없겠죠. 그렇다면 동시에 조사하는 팀 자체를 두 개로 나누면 범인은 한쪽만 방해할 수 있는 셈이 되겠군요.""아⋯⋯." 스승님의 설명에 겨우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밀로 하는 이유가 뭔가요, 스승님?" "범인이 대책을 세울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한 가지 더 있겠지, 군주(로드)" 로그가 말한다. "침묵하고 있다가 대책이 나온다면, 이 로그나 라티오가 범인일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다. '폭로(炙り出し)'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주는 정보를 조각조각 나눠서 범인이 누구든 움직이기 어렵게 만들고 싶은 거군." "죄송합니다." 스승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말한다. 그렇게나 설명을 듣고도 나는 10초 정도 더 걸렸다. '⋯⋯⋯즉, 범인 색출과 견제를 겸하고 있는 거야.‘ 하나하나 정보를 정리한다. 내 머리 회전이 느린 것이 이럴 때면 답답하다. 그리고 로그가 덧붙인다. "아까 이 로그와 라이네스만 남겨 달라고 했지? 그렇다면 이 로그와 라티오가 공범일 경우를 대비해 거기서도 분리해 두자는 셈이지. 과연, 잘 생각했군. 시계탑의 군주(로드)는 다들 그런가?" "단순히 제가 겁이 많은 것뿐입니다." 스승의 말에 라이네스가 킥킥거리며 웃는다. 그녀 입장에서는 스승님이 난색을 보이는 것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오라비, 나도 확인하고 싶은데, 나와 로그가 함께 대기하라는 것도 서로 감시하라는 뜻이겠지?" "그래. 남은 세 명——나, 그레이, 라티오로 제3층을 조사한다.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일 거야." "⋯⋯⋯그렇구나." 말하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멤버를 정리했다. 정식으로 3층을 조사하는 팀은 카르마그리프, 티카, 조제페, 쿼트. 비밀리에 3층을 조사하는 팀은 스승님, 나, 라티오. 1층에서 대기하는 팀은 로그, 라이네스. 아무도 고립시키지 않고, 시계탑이나 아틀라스 원 등의 파벌만으로 한 팀을 차지하는 것도 피하고 있다. 정말 정중하다고 할까, 말 그대로 겁먹은 정도다. 차라리 악랄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스승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분류였다. "음. 레이디, 뭔가 말했는데." "아니요. 스승님이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사실 조금은 기뻤다.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좀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소제는, 스승님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문제없어요." "⋯⋯자네를 두고 가는 건(君をおいて出かけるなんて真似は), 할 수 없고말고." "네. 잘 기억해 주세요." 복잡한 표정을 짓는 스승님에게 다시 한번 강조한다. 대체로 이런 기특한(殊勝な) 말을 해놓고 이 사람이 유사시 어떤 행동을 할지, 자신은 싫을 정도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7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저와 로그 일행보다 더 일찍 왔을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틀림없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잊혀진 유실물(로스트 넘버)이 된 이래, 여기까지 온 건 저희가 처음일 거라 생각했는데요" "글쎄요. 제대로 된 기록은 아니지만, 정황상 두 명, 혹은 한 명과 한 조가 더 있었을지도 몰라요." 샤리샤리⋯⋯ 수정을 밟으며 조제페가 말한다. 네 사람이 가는 곳마다 조용히 파편이 부서져 나간다. "한 명과 한 조?" "⋯⋯⋯⋯한 조는 도굴꾼이다." 어쩔 수 없다, 그런 듯 쿼트가 대답했다. "무서울 정도의 실력을 갖춘 도굴꾼 집단이었는 듯 하다. 지상에 있던 유실물(로스트 넘버)을 몇 개 탈취해, 당시 아틀라스 원에서 주의를 당부하는 회람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까지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알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은 사이파——라티오의 동생입니다." 조제페가 이어 말했다. "라티오 씨의." 카르마그리프가 흥미로워하며 이름을 말했다. "그러고 보니 라티오 씨는 엘멜로이 2세와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 같던데요." "글쎄요, 그쪽 관계는 제가 잘 모릅니다. 아틀라스 원에서도 라티오는 인간관계에 유난히 담백한 편이고요. 다만, 사이파는 제 세대에서는 독보적인 우등생이었죠. 한 세대 더 아래에는 시온이라는 괴물이 있는데, 혹시(ことによったら) 사이파는 그 괴물에 비견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모른다(ことによったら)?" "죽은 겁니다, 3년 전. 이 알렉산드리아의 바다에서." "⋯⋯그건 온건(穏やか)하지 않네요." 조제페의 대답에 카르마그리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수정 정글의 기온이 갑자기 몇 도나 내려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제페 씨가 그런 이야기를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네요. 3년 전에 죽은 사이파 씨가 정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침입할 수 있었다면, 여러 가지 전제가 무너진다. 예를 들어, 시큐리티 키가 있던 관리부가 밀실이었다, 같은 것도 달라지겠죠?"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라고 콰트가 지적했다. "로그가 이 발굴조사단을 조직한 이상, 아마도 사이파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부까지 얼마나 침투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이 발굴조사단도 제법 고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사이파가 혼자서, 어디까지 탐색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사이파 쿨드리스 하이람이, 당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비밀에 가장 근접한 연금술사였던 것은 틀림없겠지?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말했듯이, 제4층의 관리부까지 접근했을지도 몰라. 항상, 그 녀석은 몇 발자국 앞서 있었으니." 조제페의 눈동자에, 누군가의 모습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3년 전 죽은,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그 기억을 쫓는 듯, 네 사람의 그림자가 나아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8 "먼저 사과하고 싶다, 엘멜로이 2세." "무슨 말이지?" "라티오는, 사적 감정으로 이번 건에 관여했다." "사적 감정?" 걸어가면서, 스승이 되묻는다. "원래 쿨드리스의 후계자는 동생인 사이파였다. 하지만, 3년 전에 동생은 죽었다. 라티오가 이번 사건에 관여한 것은 그 진상을 알기 위해서다." "죽었다고?" "이 알렉산드리아의 바다에서 익사한 채로 발견됐다." 스승님뿐만 아니라 내 관자놀이도 움찔거렸다. 어떻게 생각해도, 그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무표정으로, 라티오는 계속 말했다. "쿨드리스 가문의 후계자 사이파가 죽은 이후로, 라티오의 할아버지는 포기해버렸다. 외부에 관여할 의욕을 잃고, 아버지 로그를 대리로 세워 가문을 맡기고, 자신의 연구를 파고들 뿐인 톱니바퀴가 됐다." 라티오의 푸른 머리가 흔들렸다. 수정의 꽃과 나뭇가지에 그 머리카락이 비친다. 어느 쪽도,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닮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라티오는 새로운 후계자로 지명되어, 동생이 조사하던 연구를 이어받기로 했다. 아틀라스 원의 계율에 어긋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까지 듣고서, 스승이 파앗 고개를 들었다. "혹시, 원래 에르고에 대해 조사하고 있던 것은." "사이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9 "사이파는, 옛이야기에 열광적인 성격이었다." 라티오는 말한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이스칸달의 설화를 잘 찾아봤지. 이곳의 시큐리티 키와의 연결 방법이나, 스페어——기계장치의 새 프톨레마이오스의 기동 코드도 원래 사이파의 연구에서 찾아낸 것이다." "흠." 프톨레마이오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만나 보고 싶구먼." "나도, 한 가지 확인하고 싶다." 스승이 말을 건넸다. "로그 씨와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접촉한 것은 언제부터였습니까?" "아버지와? 라티오가 아는 바로는 이번 발굴 조사단이 조직된 이후의 일이지만." "틀림없이?" "⋯⋯⋯..아니." 라티오가 말을 흐렸다. "확실, 하지는 않다. 사이파의 일이 있던 후로, 라티오는 아틀라스 원을 떠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군. 그렇다면, 사이파가 로드 멜루아스테아를 만난 적은?" "사이파가?" 라티오의 한쪽 눈썹이 움직인다. 자신도 그 질문이 의외여서, 무심코 입을 열어 버렸다. "설마 스승님, 사이파 씨와 카르마그리프 씨가 아는 사이였다는 말인가요." "시계탑의 마술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모두 거짓말쟁이들이니까. 가능성은 모두 생각해 두고 싶다. 왜냐하면, 사이파의 연구를 쥐고 있는 자에게,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이 뽑힌 최심부는 밀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 "⋯⋯그렇겠지." 라티오도 인정했다. 합동 발굴조사단에 앞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도전했던 연금술사. 알렉산드리아 해에서 시체로 발견되기까지, 그는 대도서관의 비밀에 어디까지 접근했을까. 만약 사이파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면, 범인은 그의 연구를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번 최심부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을 훔친 범인도, 사이파를 죽인 범인과 동일 인물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0 스승의 말에 끈적끈적한 피로가 묻어났다. 숨어서 이동하는 것은 어쨌든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게다가 도서관 내 이동이라고 하면 평면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수정 수해는 기어오르거나 내려가거나 틈새에 몸을 끼워 넣어야 하는 등 매우 아크로바틱했다. 자신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체력적인 면이나 이를 보강하는 마술적 능력에 문제가 있는 스승은 순식간에 한계에 다다랐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그럴 생각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1 창백한 얼굴로 스승이 대답했다. 그리고, " 저기다." 라고, 애드가 재촉했다. 작은 언덕 같았다. 수정 나무들이 쌓여 실내이면서도 하나의 지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곳만이, 격리된 블록처럼 보였다. " 최심부로 향하는 통로인가?" "⋯⋯저건 아니야."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내게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메모리)과 이 금서고는 마치 달라져 있구먼. 저게 아니라는 건 알겠어." "하지만, 저쪽은." (중략) "그러면, 프톨레마이오스 씨는 이곳에 대한걸?"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이곳에 대해선 나도 몰라. 본체는 어떻든 간에, 백업의 나에게는 아틀라스원 관련 정보가 거의 암호화되어 있어서 손을 댈 수 없거든." 아마 사실일 거라고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이 새는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직감을 믿어도 괜찮은지 묻는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2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도서관 내부는 금서고를 포함해 온화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 구역은 완전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도 서늘하고, 시든(마른) 허브 같은 냄새가 났다. "죽어있구나."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무슨 의미입니까?" "이 방만이, 대도서관과 독립된 계통으로 구성된 모양이야. 뭐, 봐둬라. 지금 내가 숨을 불어넣어 줄 테니까." 기계로 만들어진 새가, 날개를 움직였다. 그러자 지휘자의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이, 빛이 차례로 켜졌다.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벽화였다. 그 자체로 발광하는 신비한 벽화. 이집트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극단적인 측면에서의 데포르메도 아니고 사실적이지도 않은 독특한 화풍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스승님의 강의에서 배운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 그림과 비슷하다. 그 벽화의 중심에는 타원형의 구체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무언가의 그릇(器)처럼 보이는데." 스승님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러자, "알고 있다." 라고 라티오가 입을 열었다. "라티오는, 이것을 알고 있다. 에르고가 해저를 떠돌던 때의 용기다." "뭐――!" 뒤돌아보는 스승에게 라티오가 말을 이었다. "원래 라티오는 토오사카 린보다 더 빨리 에르고를 단독으로 회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라티오가 발견한 것은 해저에서 이미 내용물을 잃어버린 이 그릇뿐이었다." "잠깐, 그건 싱가포르 근해의 일이잖아. 설령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다고 해도 여기서 8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고대 이집트에는 나일강과 홍해를 잇는, 파라오의 운하도 있었다고 하지만⋯⋯." 거기까지 말하고 스승은 잠시 멈칫했다. "⋯⋯⋯아니, 그래. 파라오의 운하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아들 프톨레마이오스 2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었지." "아, 운하의 계획은 내가 세웠지." 기계로 만든 새가 뻔뻔하게 말한다. 나도 묻고(尋ねて) 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3 "무슨 일이지?" "코드는 암호화되어 있지만, 앞서 읽은 흔적이 있다." 스승에게 대답하며 라티오는 더 중얼거렸다. "이 버릇은 알고 있어. 사이파의 것이다." "동생의?" "아아. 그러니까 안다. ⋯⋯쿨드리스다." 연금술사가 단언했다. "사이파가 이곳에 온 것은, 쿨드리스의 선조의 잃어버린 연구를 알기 위해서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산령법정의 무시키, 방황해의 지즈, 그리고 최후의 한 명인 건가" "그러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4 긍정하며 라티오는 빙글빙글 돌아보았다. 방의 중앙을 가리킨다. 바닥의 직경 2미터 정도 되는 원주(円周)가 솟아올라 있었다. "벽화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실험이 이루어졌다. 아마도, 여기에 에르고가 들어 있는 포드가 놓여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포드만이 아니군." 스승은 다시 한번 벽화를 바라보았다. "중앙의 구체——라티오의 말을 믿는다면, 포드의 주변에 세 개의 기둥이 그려져 있어." 말대로라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구체로부터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검은색 무언가가 세 개 배치되어 있다. 칠흑의 기둥이라고도, 단순한 직육면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스승의 눈썹 사이에 주름이 생겼다. 몇 초의 침묵이 흐른 뒤 다시 입을 뗀다. "그렇다면⋯⋯ 이것은 신수神髄(간타이)다." 여기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일본 사건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 신의 파편. 아니, 그게 다가 아니다. 쿨드리스 가문과 신수神髄(간타이)라고 하면 여기서 진행되던 연구는 하나밖에 없다. "여기서, 에르고가 신을 먹었다——아니, 먹혔다." "⋯⋯!" 호흡이, 멈춰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이 장소 자체가 일종의 부화기(인큐베이터)로 보이지 않는가. 설마 여기까지 와서 에르고의 수수께끼가 얽히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왜 사이파씨를 쫓아다니다, 에르고의 일이?" "순서가 역이다." 스승님이 고개를 저었다. "사이파가 원래 쿨드리스의 연구를 쫓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 쿨드리스의 연구가 에르고에 관한 것이라면, 에르고의 수수께끼와 연결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잊었나? 우리도, 라티오도 에르고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이곳에 온 거라고." 그 말대로다. 그저 이번 사건——파라오의 살인사건을 해결한 결과로, 에르고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순서를 건너뛰고 먼저 에르고의 수수께끼와 접촉한 탓에 가벼운 혼란을 일으켰다. "한가지, 괜찮은가." 프톨레마이오스가 입을 열었다. 금속 부리를 움직여 벽화 아래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그림은, 네 번째의 신수神髓(간타이)이 아닌가?" 중앙에 있는 세 개의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신체神髓(간타이)——그 훨씬 아래쪽, 또 하나의 검은색 작은 직방체가 그려져 있었다. "아니." 라티오가 부정했다. "다섯개다." 손가락이 움직인다. 반대편——벽화 위쪽에는 다섯 번째 칠흑이 그려져 있었다. 침묵이 실험실을 가득 채웠다. 무서운 시사 앞에서 누구도 섣불리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이건⋯⋯ 설마⋯⋯." 멍하니 서 있는 내 옆에서 스승은 작게 중얼거렸다. "아니, 에르고가 먹은 신은 세 개일 것이다. 역시나 그것은 뒤집히지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이 두 개의 의미는⋯⋯?" 스승의 목소리도 끊겼다. 판단 재료가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의 예단이 얼마나 위험한지 스승도 자신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라티오는 어떻지? 다른 읽을 수 있는 것은 없었는가?" "유감이지만, 알 수 있는 것은 표층뿐. 여기서 에르고의 실험이 이루어졌다는 것뿐이다. 돌아가서 데이터를 검증하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라티오?" 스승이 다시 한번 불렀다. 라티오는 가만히 벽화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숙적이라도 쳐다보는 듯한, 먹먹한(食い入らんばかり) 눈동자였다. "⋯⋯⋯사이파는 이걸 푼 것 같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라티오가 풀지 못할 리가 없지." "어이어이, 라티오 아가씨"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티오의 어깨에 두개골이 얹혀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라티오의 사역마, 탄겔의 일부였다. "여기서 무리하는 것은 라티오 아가씨답지 않잖아. 이번 사건, 우선은 최심부로 가는 길을 여는 게 우선이⋯⋯"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 건틀릿의 표면이 물결쳤다. 뼈로 만들어진 바구니 손이 그녀의 내면을 대변하듯 변형되어 간다. "엑조포름, 병렬 사고 3번, 4번, 5번과 동조. 동시에 고속 사고를 기동." 라티오의 입에서 나온 말과 함께 건틀릿이 옆으로 넓어졌다. 거기서 뻗어 나온 코드는 열 배나 늘어났다. 각각이 벽화에 닿아 미세한 진동음을 내기 시작했다.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5 "그런가⋯⋯ 네 번째는 엘고에게 먹힌 신이 아냐⋯⋯"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이 실험⋯⋯ 을 멈추기 위한 신이다⋯⋯⋯⋯" ‘어?’ 의식이 끌려갔다. 지금 라티오가 뭐라고 했지? "⋯⋯에르고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신." 희미한 손가락의 움직임과 함께, 선명한 선율이 퍼져나갔다. "당시 아틀라스원은 에르고에게 먹이기 위해, 복수의 신을 후보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네 번째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녀는 망아(忘我)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하나, 분할 사고의 하나하나, 고속 사고의 한 방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벽화 분석에 쏟아지고 있었다. "신을 돌려드리기 위한 신이다." 라고, 그녀는 말했다. ‘에르고씨의, 신을 돌려드리기 위한 신⋯⋯’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목적이었다. 기억 포화에 빠져, 언젠가 인격을 잃게 될 것이라 예언된 에르고를 구하기 위한 수단.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이 여행의 시작——순진한 적발의 청년이 먹어 치운 신을 돌려보내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일본을 거쳐 이집트까지 왔다. 이후, 조금만 더 가면 그 방법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나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6 아마도, 스승이 말한 것은 아주 초보적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라티오가 오인(見誤)하고 있던 것. 그리고 마술 자체보다, 인간의 쪽을 보는 스승에게는 언제나의 행위. "⋯⋯3번, 4번, 해제." 입술이, 흘러내렸다(こぼした).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꾸준히 말을 내뱉었다. "본체 모니터링 개시. ⋯⋯폴리모픽형 웜 37건, 메타모픽형 웜 79건, 검. 분할 사고 3번 동적 휴리스틱에 의한 제거, 분할 사고 4번의 패턴 매칭에 의한 제거 개시⋯ 종료." 연주가 되살아났다. 그것은 마치, 현이 끊어진 바이올린을, 그 자리에서 수리하면서 계속 연주하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돌연히, 방 한가운데에 환상이 생겼다. 홀로그램. 라티오가 이 방에서 끄집어낸 데이터가, 이것인가. "——어째, 서?" 나는 눈을 깜빡였다. 비록 옛 시대의 의상을 입고 있었지만, 그 환영은 내가 아는 적발의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에르고⋯⋯?" 아니,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까. 이 방이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방인 것이라면, 그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옷차림이 달라서 당황한 자신의 얼이 빠져 있을 뿐이었다(自分の間が抜けている). 하지만. 자신뿐만 아니라 또 한 명——아니, 또 한 체(一体)가 경직되어 있었다. "에르고⋯⋯ 라고?"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바닥을 기었다(床を這った).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7 스승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말로, 그가,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내가 잘못 볼 수 있겠는가!" 처음으로, 기계장치의 새가 감정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내(吾)가, 몇 번이나 이분을 맞이하려고 했는가! 얼마나 간절히, 나의 땅에서 파라오로서 군림하시길 바랐던가!"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도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파수꾼들이 폭주하여,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기계장치의 새도, 스승님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훨씬 더 중대한 일이 이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로드 ㅇ레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8 고작 내 목숨 따위, 이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하다. 스승님에게 있어서, 한때 인생을 바꾼 왕의 아들.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있어서, 한때 함께 세계를 제패하려 했던 주군의 의붓아들(継子). "그런데도⋯⋯ 어째서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나는 ⋯⋯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프톨레마이오스는 아틀라스원과의 계약이나 그와 관련된 사항의 기록은 암호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구획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더욱더 통렬하게 기계로 가슴을 쳤을지도 모른다. "⋯⋯⋯이 데이터에는, 수백 개의 방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라티오가 말했다. 그녀의 팔에 피아노 건반 같은 물체가 펼쳐져 있었다. 조작골격 엑조포름에 의해 만들어진, 뼈의 악기다. 그 연주를 이용해, 그녀는 이 구획에 숨겨진 고대의 정보로부터 환상을 끌어낸 것이다. "라티오도 바로 인식할 수는 침입한 상대에게 몰래 침투하는, 은밀성의 웜이었다. 현대로 치면 컴퓨터 바이러스 같은 거지만, 당대 아틀라스원은 이미 그 정도 수준까지 완성되어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면⋯⋯⋯⋯" 무심코, 나도 말을 하고 말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조합은, 아무래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확실히 아틀라스 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또 다른 사실도 드러낸다. "같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해킹할 것이라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사람들은, 그리 생각했다는 건가요?" "⋯⋯⋯라티오도 그런 발상이 없었기 때문에 대처가 늦어졌다." 그녀의 단정한 얼굴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묻어났다. "강력한 프로텍트를 거는 것과 개입한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별개다. 그만큼, 이 데이터가 중요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중요. 하지만 그것은 누구에게 있어서인 것일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당시 아틀라스 원에? 아니면—— "사이파도, 이것에 당했다?" 툭, 그녀가 중얼거렸다. 3년 전, 알렉산드리아 해에서 죽었다는 라티오의 동생. "아직, 있어." 스승이 계속했다. "라티오. 이 벽화를 해독한 네가 말했지. 이곳을 만든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는 에르고에게 먹이기 위해 복수의 신의 후보를 준비해 두었다고. 그 네 번째는——즉, 신을 되돌려주는 신이라고." 자신들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즉, 여행의 목적으로서. 세 개의 신을 먹어 치우고 기억 포화를 일으킨 에르고를 살리기 위한 수단으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9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무릎을 꿇지 않고 시선을 올렸다. 아직 파수꾼들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 게다가 쓰러뜨렸을 파수꾼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사태도 자신은 알아차리고 있었다. ‘재생⋯⋯ 하고 있어⋯⋯!’ 탄겔과 자신에 의해 쓰러진 파수꾼들은 시시각각 자기복구를 하고 있었다. 처참하게 금이 간 갑옷의 파손 부위가 빠르게 메워져 건너편이 보일 정도로 관통된 부분도 서서히 솟아올라 막혀가고 있었다. 아마도 핵을 결정적으로 깨뜨리지 않는 한 몇 번이고 되살아날 것이다. 두려울 정도의(恐るべきは), 고대 아틀라스원의 사역마. 현대 마술사의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성능도 당시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해일처럼 덮쳐온 지금,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 ‘성창이라면——?’ 예를 들어, 바이뤄롱의 용을 봉인했을 때의, 새로운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 그것이라면, 대항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창의 위력은, 나 자신에게도 미지수다. 또한, 한두 체를 쓰러뜨린다고 해서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수십 체, 라도――!" 망치를 쥔 손에 힘을 주었을 때였다. 배후에서, 날카로운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프톨레마이오스!" 구획 입구에서 날아온 새는 평소의 냉정함을 잊은 상태였다. 대신 그 작은 몸에 가득 찬 것은 엄청난 분노였다. 여러 장의 강판이 겹겹이 쌓인 날개를 펄럭이며 목구멍으로 분노를 토해낸다. "그 어떤 것도, 이 무덤을 훼손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 분노는 그대로 강렬한 빛이 되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쏟아졌다.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은 과잉 출력으로 데이터를 내던지는 기술――하지만 여러 번 쓸 수 있는 수법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그 자신이 아니었나. 그러나 파수꾼들이 움찔하는 순간, 또 다른 이상 사태가 발생했다. 【제1종 비닉 사항 대한 요청을 수신】그런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물리적인 것은, 아마도 아니다. 드물게 내가 듣게 되는, 영적인――혹은 영적인 영역에 도달할 정도의, 지극히 고도의 기술에 의한 음성. 【제1종 비닉 사항 요청 승인. 파수꾼 정지 요청. 아공간형 통신기구를 기동】 프톨레마이오스의 빛에 움찔하던 파수꾼들이, 이번에는 단순한 금속 덩어리가 된 듯 멈춰 섰다. 그리고 내가 돌아본 끝에서부터(振り返った先から), 그것들이 넘쳐흐르듯 뿜어져 나왔다. ‘——통신기구?’ 의심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품이었다. 무수한 거품이, 스승들이 있는 구획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수정의 언덕이 내뿜는 무지갯빛 거품. 그 거품들이 마치 의사가 있는 듯이 흐르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지독히도 환상적인 풍경이었지만, 결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읏!" 숨을 멈췄다. 거품 중 하나의 표면에 예상치 못한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0 그리고, 거품의 발생과 함께 파수꾼들도 작동을 멈추었다. 마치 태엽(発条)이 끊어진 꼭두각시(카라쿠리) 인형 같았다. 곧바로 스승님도 거품을 향해 달려갔다. "에르고! 너, 이쪽의 목소리가 들리나!" "선생님." 그 모습에 에르고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렇게 스승님이 이렇게 기세 좋게 말을 건네는 것은. 어쩌면 청년에겐 처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어, 선생님, 문제라도 있나요." "너의 일이다! 아아 젠장, 대체 무엇부터 말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1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 같은 표정으로 무지개색 거품을 만지려는 순간, 뒤에서 뻗어 나온 하얀 손이 스승님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함부로 접촉하지 않는 편이 좋다." "라티오?" 뒤를 돌아보니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여러 방향에서 거품을 관찰하며, 이렇게 속삭였다. "라티오도 처음 보는 현상이지만, 아무래도 시공 거품(時空泡) 같다." "시공 거품? 어이, 그럼 설마, 원격 통신 같은 게 아닌 건가?" "그 말대로다. 거품의 범위에 한정되어 있지만, 물리적으로 이쪽 시공간이 연결된 거지. 원래 공간이란 거품 같은 거라고 들어본 적 없나. 아니면 막 우주(膜宇宙) 이론은?" "최신 과학의, 그 너머인가." 스승님이 으르렁거린다. 자신도 스승님의 강의에서 이름만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현대마술과에서는 최신 과학의 관점은 새로운 마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종 강의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있었다. "분명, 초끈 이론의 일종으로, 우주는 거의 무한한 수의 거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었지. 하지만 그 이론에서는 양자 레벨의 작은 거품이어야 하는데, 그것을 여기까지 크게 만들었다는 건가." "너희들이 생각하는, 개념상의 시공 거품과는 다르다. 과거 아틀라스원이 달성한 것은, 제한적이지만 그 진동으로 시공간을 깨뜨릴 수 있을 만큼의 물건이다. 옛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는, 매우 일상적으로 사용됐던 것 같다." 살펴보면 무지개색 거품은 주로 스승님들이 있던 구역에 모여 있다. 거품들의 내부에서 표면에 미세한 번개(稲妻)가 여러 번 달렸다. 그 번개가,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단순한 통신기기를 만드는 것보다 시공 거품을 이용해 공간을 비틀어 내는 편이, 당시 아틀라스원에게는 더 간단했겠지⋯⋯⋯⋯" 말하는 라티오 자신도, 어쩐지 그 말을 믿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신대(神代)의 마술은 현대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하지만, 비교적 영향이 적었을 아틀라스원에서도 같은 이치가 통하는 것일까. 한순간 침묵해 버린 자신과 스승님에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2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 같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죠. 이쪽에도 소개해야 할 상대가 한 명 더 있으니까요." 루비아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이웃한 거품에 새로운 인물이 비쳤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라고 합니다." 아틀라스원의 제복을 입은 어린 소녀였다. 아직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얼굴에, 당찬 보라색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제가 온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눈동자가, 라티오를 노려보고 있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아틀라스원의 동료(同輩)라는 뜻이 될 텐데, 그러한 친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연령차로 인한 사양 따위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세계에는 장유유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 이에 대해, 라티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당신이 온다면, 이유는 하나뿐. 아틀라스원의 계율을 어긴 자가 있기 때문이겠지. 아아, 라티오를 의심하고 있나." "당신만은 아닙니다." 시온이라고 밝힌 소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제가 계율 위반을 의심하는 것은 합동발굴조사단에 참가한 아틀라스원의 인간 모두입니다. 그쪽 시계탑의 군주(로드)에 대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내 소개는 필요 없는 모양이군." 시선이 머물자, 스승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 충분히 조사해 왔습니다. 엘멜로이 2세." 도전적인 눈빛으로 시온이 말했다. 보통 같으면 화를 낼 법도 한데, 스승님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시비를 걸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살을 찌르는 듯한 긴장감이 수정의 금서고에 가득 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3 하지만, 그 결말을 보는 일은 없었다. "젊은 주군(若君,자기가 섬기는 주군의 아들, 혹은 어린 주군)⋯⋯⋯⋯" 그런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기계장치 새의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조금 뒤였다. 금속 날개를 움직여 프톨레마이오스가 거품 근처로 착지했다. 에르고의 모습이 비친 거품이었다. 거품을 올려다보며 프톨레마이오스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파수꾼들이 정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지독히도 슬프고 가슴 아픈 것을 품은 정체였다. "당신은⋯ 아니, 당신께서는(あなた様は)⋯⋯" 그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몇 번이나 부리를 움직이며 참을 수 없이 몸을 떨었다. 오히려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에 인간으로서의 속정(俗情)이 없는 마술사들과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조용히 지켜봤을 뿐. 특히 스승님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고급 셔츠에 손을 대고 가슴팍부터 목덜미까지 몇 번이고 문지르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호흡조차 잊어버릴 것 같다는 듯이. "⋯⋯어떻게 된 일이죠, 그레이?" 다른 거품에 비친 루비아가 이쪽을 향해 속삭였다. 하지만 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제멋대로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정말로⋯⋯?’정말로,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일까? 목에,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いがらっぽいものが込み上げた). 설령 에르고가 대영웅의 아들이라고 해도, 무엇 하나도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으론, 좀처럼 양자의 인상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에게 있어 청년은 내버려 둘 수 없는――그야말로 남동생 같은 존재였다. 최근 누나라고 부르게 된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은 따뜻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진실이 밝혀진다면,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칠색 거품에 비친 에르고가, 조금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당신은?"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기계장치의 새는 고개를 숙였다. 힐끗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소개해라, 라는 뜻이겠지. 한숨을 내쉬며 스승님은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다. 최심부에서 잠들어 있었을 프톨레마이오스의 본체는, 이번 발굴 도중에 살해당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도 기능을 멈춰버렸다⋯⋯라는 일이지만, 이 부분은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하지." "하아, 프톨레마이오스? 본체가 발굴 도중에 살해당했다? 뭐야 그거, 선생님, 왜 자꾸만 까다로운 사건만 끌어들이는 거예요?" "너한텐 듣고 싶지 않아!" 린의 지적에, 스승님이 거의 비명처럼 소리를 지른다. 그런 두 사람을 뒤로하고 프톨레마이오스는 경건하게 날개를 접었다. "당신의 사정은 이미 들었습니다. 신을 먹었다는 것도, 지금까지의 여정에 대해서도. 괜찮으시다면 저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적어도 새의 진지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 맥박이 빨라진다. 에르고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것이 가져올 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두근거림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에, 스승님의 손을 잡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스승님은, 그저 한결같이 프톨레마이오스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요." 간청받은 에르고가 정중하게 물었다. 파라오의 재현체라는 설명을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머러스한 조형의 새를 상대하면서도, 이 청년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언제나, 이런 청년이었다. "거품에 손을 올려주시겠습니까." 새의 말에 에르고가 순순히 따랐다. 카메라 위에 손을 얹은 것처럼 청년의 손이 클로즈업됐다(アップになった). "그래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기계장치의 새가 거품의 정면에 서서 날개를 펼친다. 몸에서 날개에 걸쳐, 빛이 흘렀다. 그것은 시공 거품에 작용하기 위한 코드였을까. 다음 순간이었다. 규루리(ギュルリ), 하고 에르고 손의 영상이 일그러졌다. "엇——" 자신도, 라티오도, 거품 너머의 린과 루비아도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물론, 에르고 자신도. "젊은 주군, 부디 용서를!" 프톨레마이오스의 외침과 함께, 에르고가 거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곧바로, 프톨레마이오스 자신도 시공 거품 속으로 몸을 던졌다. 순간, 거품은 사라져 버렸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뛰어든 것만이 아니다. 주변에 무수히 많았던 거품이 하나둘씩 터지면서 사라졌다. 린과 루비아, 시온이 비치고 있던 거품도 당연히 터지면서 자신들은 다시 이 대도서관에 고립되었다. 처음에는 이 현상에 이어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수십 초가 지나도, 몇 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멈춰 선 채인 파수꾼들과 함께,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 어이어이.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라티오 아가씨" "⋯⋯⋯" 당황한 뼈의 거인 탄겔에게, 라티오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바보처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이건." "⋯⋯설마." 스승님이 신음한다. "설마, 에르고가⋯⋯" 어떻게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그래도 어떻게든 삼키려는 듯, 스승님의 절망적인 중얼거림이 대도서관의 허공에 흘렀다. 린이 본 광경은, 이러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시대로 거품에 손을 올리고 있던 에르고가, 갑작스레 거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기계장치의 새도 그 거품 속으로 뛰어들고, 거품이 사라져 버렸다. "엇―――" 그리고 다음 몇 초 만에, 거품이 모두 터지면서 사라졌다. II세쪽과 연결되어 있던 거품도 사라졌다. 수정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 정적을 깨뜨리듯, "에르고 씨는―――" 망연히 시온이 속삭였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인 소녀조차도 이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당해버렸어요." 단 한 사람만 반응이 달랐다. 이 자리에서 루비아만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깨닫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듯, 가슴 앞에 움켜쥔 손가락을 부르르 떨고 있다. "어째서, 제가 이 정도의 일에 대비하지 못한 거죠. 이런 일, 제 전장에서는 일상다반사인데도." 꾹, 이를 악무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그 의미는 분명하다. "설마, 에르고가⋯⋯" 린이 신음한다.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납치당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내뱉은 말은, 스승님이 같은 타이밍에 중얼거렸던 말과 똑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4 "아무튼 지금은 에르고의 일이지." 스승이 중얼거린다. 시선이, 정지한 채로 서 있는 파수꾼들에 돌아다녔다. 언제 움직일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은, 이 장소에서도 무척이나 스승님다운 행동이었다. "솔직히 이스칸달과 뭔가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제2의 신 세토도 그렇고, 에르고가 먹은 신은 그 녀석의 정복행과 너무 관련이 깊었으니까." 스승이 더듬더듬 말했다. 확실히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르고가 먹은 신의 정체를 파헤칠 때, 정복왕의 그림자가 몇 번이고 나타났다 사라졌다. 물론 정복왕 이스칸달이 세상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진행할수록 그 그림자는 짙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녀석의 아들 본인이라던가, 가능한 일인가." 수정의 금서고에 침묵이 흘렀다. 라티오도 탄겔도 할 말이 없자, 과감히 자신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알렉산드로스 4세는 어떤 분이신가요?" "전승은 극히 적다." 이스칸달에 관한 것이라면 조사할 수 있는 것은 다 조사했을 스승님의 말대로라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몇 안 되는 전설을 모은 총체라면, 비극의 왕자라고 할 수 있겠지." "비극?" "우선, 알렉산드로스 4세는 아버지 이스칸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어쨌든 이스칸달의 사후에 태어난 아이니까." "사후에, 뭐요?" "이스칸달의 아내가 임신하고 있던 아이였으니. 그렇기에 늘어선 군신들 앞에서, 알렉산드로스 4세의 지위는 안정적이지 못했다. 우선 정말 이스칸달의 아들이 맞는지 의심하는 자도 있었고, 그의 어머니가 동방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마케도니아의 왕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그 광경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앞에 두고, 한때 함께 싸웠던 이스칸달의 신하들이 서로 다투던 시대에 대해, 나는 알고 있다. 디아도코이 전쟁, 그 이름은 그렇게 불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5 "결국 알렉산드로스 4세는 여러 차례의 분열과 대립을 거쳐 이스칸달의 어머니——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조모인 올림피아스에 의해 옹립되었다. 그러나 그 후, 자신의 왕조를 세운 후계자(디아도코이) 중 한 명인 카산드로스에 의해 유폐 당하게 되었다.""알렉산드로스 4세는, 유폐되어 있었다⋯?" "아아. 조모인 올림피아스는 암살당했고, 알렉산드로스 4세는 겨우 일곱 살의 나이에 포로가 되는 수모를 겪었다. 후계자(디아드코이) 중에서도, 유폐한 카산드로스는, 그 왕가에 대해 강한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으니. 일설에 따르면, 그는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모든 문장을 멀리하고, 읽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 잠시 숨이 막혔다. 단순히, 자신이 어린 시절 도피처로 책을 선택했던 사람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책을 좋아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성질에 따르는 것이다. 일 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읽지 못하도록 멀리하게끔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강렬한 악의를 드러내고 있어, 썩은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소제에겐, 너무 괴로운 이야기로 들려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고대의 잔인한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라며. 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면 어떻지?" "이유?" 스승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방금 전의 역사에 대해,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로스 4세가 누구도 글을 가르치지 않았어도, 무엇이든 읽을 수 있는 언어의 천재였다고 한다면?" "⋯⋯아."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자신은, 그런 상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 중, 그 나라의 가이드북 몇 권만 읽으면 일상 회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는, 초인적인 언어 능력의 소유자를. "⋯⋯에르고." "그래, 우리가 알고 있는 에르고의 특징이지. 그것은 환수와도 먹은 신과도 관계없는, 에르고 본인의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자질을 보게 된 카산드로스는, 한때의 정복왕의 면모를 발견하고 견딜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지금 받은 충격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6 "엘멜로이 2세." 뒤에서 듣고 있던 라티오가 목소리를 높였다. "한 가지, 라티오도 물어봐도 괜찮을까." "무엇이지?" " 지금의 이야기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신화를 재구성한 것과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가정해서——가 신을 먹게 한 것 사이에는, 마술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거기에 대한 고찰은 없는가?" "⋯⋯그래, 그렇다. 네 말대로다. 연관성과 의미가 생기지." 스승이 중얼거린다. 눈썹 사이 주름이 깊어졌다. 곧이어 목구멍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인류사에 있어 가장 대규모로 신화를 재구성한 영웅 중 한 명이다. 가령 신화를 마술기반 중 하나로 본다면, 이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술식을 집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아아, 이스칸달이 두 신화에 걸쳐 있는 주신의 아들이라는 것이 단순한 강변일지라도, 신대 말기 이집트의 신관단을 실제로 이끌었다면 진실로 역사에 새겨질 여지가 있다." 스승의 말이 수정 수목 사이로 울려 퍼진다. "⋯⋯⋯아니, 설마." 그리고 그것은 계속되었다. "설마, 반대인가?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집트를 통제하기 위해 신화를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면? 아니, 애초의 목적이 이집트 통제를 위해서였다고 하더라도, 도중에 또 다른 용도가 덧붙여졌다면?" 스승의 하얀 손이 얼굴의 오른쪽 절반을 가렸다. 마치 현실을 보지 않으려는 듯했다. 아니면 어둠 속에 감춰진 무언가를 꿰뚫어 보려는 듯이. "현대와는 달라. 닥터 하트리스 때와는 다르다. 이미 쇠퇴기이긴 하지만 신대의 이야기다. 지하세계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정말 지하에 존재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현대에 누군가를 신으로 만들면 상징적・신앙적 의미밖에 없지만, 신대라면 아직은 정말 신으로 만들 수 있다. 지극히 물리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신이다. 이 상황에서 제한적으로라도 이스칸달을 신으로 삼았다면⋯ 왕의 혈통은 곧 신의 혈통이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7 신경증처럼, 빠른 말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긴 손가락이 스승 자신의 관자놀이를 기어간다. 바삭바삭, 손톱이 얕은 광대뼈 부근까지 긁어댔다. "엄밀히 말하면 그리스와 이집트만 있는 게 아니야. 페르시아권과 그 주변을 포함한 더 많은 신화의 습합이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4세는 마케도니아 왕가의 28대 왕(바실레우스), 이집트 32왕조의 신왕(파라오), 페르시아의 왕중왕(샤 한 샤)이었다. 이 위대한 칭호들은 그의 인생에 있어 거의 무의미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에는 절대적인 공백이 생긴다. 아니, 태어날 수밖에 없다. 정복왕 이스칸달에게는 확고한 실존이 있었고, 그것은 알렉산드로스 로망스를 아무리 덧씌워도 훼손되지 않았지만, 알렉산드로스 4세는 달랐을 것이다. 기억의 포화상태가 그러하듯 방대한 정보량은 하나의 인생을 밀어내 버린다. 더군다나 생전부터 모든 이야기에서 멀어진 상대라면⋯? 허와 실 사이의 절대적인 공백은 어떤 형태를 취하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8 가정에 이은 가정. 추론에 이은 추론. 어지럽게 스승의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스승의 내면에 구축된 정신의 궁전에서 벌어지는 일들.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단서도 없고, 추론할 수도 없었던 에르고의 과거를——에르고일지도 모르는 인간의 과거를 스승의 생각이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 달력 제작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하나의 국가사업으로서는 최대급의 시간 마술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륙에 걸친 신화의 변용을 통째로 이용한다면⋯⋯예를 들어 후대의 역사를 바꿀 만큼 문화의 초석이 되었다면 어떨까? 아아, 이것만큼은 마술사에겐 불가능해. 인세에 등을 돌린 마술사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왕의 일이다. 동시에, 이 정도면 성립할 수 있고, 방대한 시간도 필요하겠지. 방황해와 산령법정, 아틀라스원, 각 마술 조직의 울타리를 넘어 신대의 마술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보통의 스승이라면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런 노력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전율이 지금 스승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스승님?" "⋯⋯⋯이것⋯⋯⋯은⋯⋯." 겨우 짧은 말이 흘러나왔다. 끊어진 대사를 다시 말하듯 스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은⋯⋯⋯." 어렴풋한 무언가가 스승의 눈동자 속에서 형태를 갖춰간다. 단순한 추측에 불과했던 그 무언가가, 묘한 열기를 품어간다. "이것은⋯⋯ 인류의 세계와 신화 그 자체를 이용한, 초발급의 대의식 마술이다." 신음소리가 끊어졌다. 긴 강의를 마친 스승이 어깨를 으쓱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9 "목적도 정체도 모르겠다. 이런 건 만리장성의 재료를 보고 어쨌든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같은 말을 하는것 뿐이다. 그래도, 세 명의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있다. 신을 잡아먹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술식이 성립된 것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빼어난(優れた)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지만, 당신은 무엇을 만든 거지, 프톨레마이오스⋯!"외침은 너무도 처절한 울림을 담고 있었다. 인생을 걸고 쓴 논문이, 그런데도 여전히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 듯이. 라티오도, 탄겔도 당장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마도, 스승님의 호소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그 의미와 가치를 알지 못한다. 그저, 참을 수 없어 물었다. "그러면, 스승님." 왜냐면, 그렇겠지. 나에게 신경 쓰이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스승님은, 정말로,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스승님이 침묵했다. 한동안 수정 바닥을 바라보다가, 돌멩이를(ゴロリと石を吐く) 뱉어내듯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머리를 흔들었다. 내면에 담긴 복잡한 갈등까지 선명하게 전달될 정도로. "프톨레마이오스와 세 마술사가 한 모든 일을, 나는 도저히 해체할 수 없어. 아까 이야기한 것과 같다. 사용된 재료로 규모와 종류만 파악할 수 있을 뿐, 그 용도나 정체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 장소가 완전히 독립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중에서도 극비의 실험이었을 테다⋯⋯." 말을 이어간다. 그 호흡이 천천히 정돈되어 가는 것을 나는 느꼈다. 파도가 일렁이던 수면이 하나의 질서를 되찾아가는 것과 비슷했다. 마치 극점에 움직이지 않는 별을 발견한 여행자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군. 하나만큼은 맹세하지.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이든 아니든, 저 녀석은 내 제자다. 제자인 한, 어떤 과거가 있든,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든 변함없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은, 엘멜로이 교실의 선생님이니까요." 엘멜로이 교실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스승의 맹세에 지켜져 왔을까. 설령 시간 제한(모라토리움)이 있더라도, 무조건 아군이 되어주는 상대는 마술사 세계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기적이니까. 나 자신도, 그 기적에 도움을 받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0 "하지만, 어떻게 에르고한테 갈지⋯⋯" "방법이라면 있다." 짧게 단언한 것은 라티오였다. "단, 그레이, 너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이다." "소제에게요?" "아까 이 엑조포름을 전개할 때 깨달았다." 라티오의 팔에는 뼈 색의 건반이 붙어 있었다. 모드 어쿠스틱. 이 구획에 연결하여 과거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연구의 일부를 공개하게 한 것이 바로 그 건반이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상자는 아틀라스원과 인연이 있는 것이겠지." 연금술사의 시선은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있는 고정구(후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의도에 망설이면서 말했다. "애드⋯⋯." "괜찮다고. 그레이" 동의를 받고 고정장치에서 떼어내어 애드를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그 손바닥을 바라보며 라티오는 입을 열었다. "인격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다." "히히히! 나도 이렇게 지명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건 드물다고!" 애드가 평소처럼 웃었다. 그리고, "이 구역으로 안내한 건, 너였지." 라티오가 물었다. "그냥 뭔가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었을 뿐인데 말이지. 뭐, 확실히 아틀라스원과 나는 인연이 있는 모양이군." "만져봐도 괜찮나." "부디." 라티오의 손끝에서 하얀 무언가가 보였다. 뼈였다. 안쪽에서 뼈를 드러내면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은 쿨드리스 가문의 가전특질 덕분일 것이다. "아틀라스원의 본질은 정보다. 그래서 고도의 도구나 병기일수록 자연스레 정보를 수집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사람이든 기계든, 아틀라스원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에 내재된 본능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고 보니 스승님께서 강의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앞으로 10년으로, 많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그중에는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어째서 이런 것까지'라는 물건도 포함될 것이다.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회가 보다 원활한 진화를 추구하는 이상, 모든 행동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빨아들이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이야기였다. 마술은 과거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만, 현대 마술에서는 이러한 사회 상황에 따른 정보 밀도의 변화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는 말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아틀라스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 가공할 만한 연산 능력이군.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같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오래된 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획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능력 때문이겠지. ⋯⋯⋯조금만 손을 대보지." "우옷!" "애드." 순간, 손바닥에 있던 애드가 깜짝 놀라서 튕겨 나왔다. "아니아니, 그냥 툭툭 건드린 것뿐인데⋯⋯어이어이, 뭐야 이거. 시야가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이미 연산 능력도 정보 수집 능력도 충분했다. 그래서 라티오의 뼈에 내장되어 있던 검색용 식을 부여하여 방향성 보완했을 뿐이다. 지금의 애드라면 본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형태를 연산할 수 있을 거다." "⋯⋯⋯그렇구나, 확실히 그럴싸한 지도를 볼 수 있어. 이건 그건가. 수정수 금서고의 책장의 성장에도 버릇이 있어서 그런가." 애드가 중얼거린 것은 금서고가 이토록 수정수의 밀림이 된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게 된 금서고가 저마다의 판단으로 성장하면서 이곳은 미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그 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면, 자연히 미궁은 단순한 건물이 되는 이치다. "저쪽이군." 애드의 시선이 움직였다. 멈춰 선 파수꾼들의 잔해에 묻혀 있지만, 수정나무가 지그재그로 이어진 통로였다. "그럼 서두르지." 곧바로 그렇게 말한 것은 스승이었다. "괜찮으세요, 스승님." "⋯⋯문제없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세 걸음 만에, 가볍게 몸을 기울였다. "아아, 정말." 비틀거리는 스승님의 몸을 받쳐주면서 나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1 "어째서, 이 관 속의 당신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나요." 그 물음에 대해. 과연 프톨레마이오스가 입을 여는 것은 조금 늦었다. "어째서 죽임을 당했나, 입니까? 누가 죽였는지도, 어떻게 죽였는가도 아니라?" "네." 프톨레마이오스의 대답에 에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물으실 것 같아서요." "신비에 대한 어프로치로는 옳을지도 모르겠군요." 기계장치의 새가 바닥에 내려앉아 천천히 호를 그리며 걷기 시작했다. 열 걸음 정도 걸었을 때, "그렇군요, 확실히 필요합니다." 라고 중얼거렸다. "예를 들어⋯⋯ 만약 관 안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면, 해방하는 순간 당신께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네." 다시 한번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 기계장치의 새라면 자신의 논리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저는 그 염려를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프톨레마이오스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예지를 구하는 것이겠지요. 이집트에 있어, 모든 분묘와 유적의 건축은 도굴꾼과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에도 그렇겠지만, 제 시대부터 도굴꾼은 끊이지 않았으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2 그때였다. "⋯⋯⋯마치 이중 슬릿 실험이나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네요." 문 쪽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르고가, 고개를 들었다. "시오—" [아뇨, 달라요! 저는 아직——] 시온의 사념과 동시에, 에르고는 에, 하고 작게 흘렸다. 문 옆에서 전갈자리의 심장(안타레스)을 닮은 붉은 불꽃이 비추고 있던 것은, 지금까지 기다리던 시온도, 엘멜로이 2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 안에 파라오의 시신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열어보기 전까지는 미확정이고, 어느 상태일 수도 있다. 이건 양자 역학의 문제이지만, 과학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마술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와닿는(ピンとくる) 상태네요." "당신들은——" 에르고가 신음했다. 그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그들의 정보를 에르고의 뇌 속으로 보내왔다. "아니아니아니아니, 정말로." 땀을 닦으며 숨을 몰아쉬는 통통한 남자의 이름은 조제페. "⋯⋯아무래도, 정말로 여기가 관리부같군." 가볍게 팔짱을 끼고 있는 오색으로 머리카락을 칠한 남자의 이름은 쿼트. 합동발굴조사단에 참가한 아틀라스원 이슈타리오 가문의 두 사람. "도착했어요, 카르마그리프님." 그 옆에는 두꺼운 안경을 쓴 시계탑의 조수 티카도 있었다. 그리고, "두 분과는 처음 뵙겠습니다, 이죠." 붉은 화톳불 아래에서, 최초의 남자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라고 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믜 모험의 내용

*133 에르고에게는 모두 처음 만나는 상대였다. 시계탑과 아틀라스원 합동발굴조사단이라는 것, 그 정도의 지식밖에 없다. 방금 전 시온이 이름과 간단한 프로필을 보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천천히 카르마그리프가 다가왔다. 에르고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엘멜로이 2세의 제자인 에르고 씨군요. 저와 그는 동료로, 일단 시계탑의 군주(로드) 중 한 명입니다." "군주(로드)⋯⋯!" 에테라이트가 없더라도 그 의미 정도는 에르고도 알 수 있었다. 빙긋 웃고선 시계탑의 마술사는 기계장치의 새를 향해 돌아섰다. "라티오 씨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가 있을 거라곤."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겠나." 기계장치의 까마귀(烏)가 어딘가 도전적인 어조로 말했다. 이에 카르마그리프는 미소에 씁쓸함을 머금었다. / "일단 합동발굴조사단의 멤버로서,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어떻게, 이곳까지 왔지." "시공 거품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시계탑의 마술사가?" "뭐어, 그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서요. 당신이 에르고 씨를 납치했을 때의 기록이 남아있어서, 그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젊은 주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도, 시공 거품의 데이터에서 읽어냈다고?" "뭐,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요." 카르마그리프는 애매하게 말을 얼버무렸다. 지상예장・부정무이(제미니)를 사용해 시공 거품을 늘려, 의사적으로 게이트를 만들었다는 것――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납치되었을 때의 기록을 이용해 이 좌표를 지정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4 붉은 화톳불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방이었다. "괜찮다, 그레이." 그렇게 말하는 스승의 어깨에서 나는 살며시 손을 떼었다. 별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한번 방을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낯익은 적발이었다. "에르고!" "누나!" 빨간 머리의 청년이 나를 쳐다보며 얼굴을 찡긋하고 있었다. 너무 무방비한 웃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질 것 같았다. "어떻게 누나도 여기까지." "라티오 씨가 애드를 조정해 주셨어요. 여기로 가는 길을 알 수 있게끔. "잇히히히히! 고마워하라고!" 손바닥에 올려놓은 애드가 가슴을 펴듯이 가볍게 방방 뛴다. "뭐, 여기로 오는 문이 열려 있었던 건 너희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꽤나 고생했을 거야." 애드 말대로 4층으로 통하는 문은 열린 채로 남아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시공 거품으로 에르고를 불러들임으로써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겨우 숨을 고른 듯, 스승이 천천히 다가왔다. "에르고. 너는⋯⋯." 그것만 속삭이고선, 말을 잇지 못했다. 침묵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어떤 말보다 풍요로웠을 것이다. 스승에게는 너무 복잡하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에르고에게 강요할 수 없는 마음이 침묵 속에 부드럽게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 였겠지. "선생님." 에르고가 말을 꺼냈다. "프톨레마이오스 씨로부터 들었습니다. 내가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일지도 모른다고." "아아, 맞다. 로드 멜루아스테아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건 들렸다. 그러니까, 결론이 나기 전에, 네게 말해둘 필요가 있어." "무엇을요?" "부끄럽게도, 나도 그레이가 말해주기 전까지 거의 놓칠 뻔한 일이지만 말이야." 변명하듯 말끝을 흐리며, 스승이 한 호흡 간격을 둔다. "네가 그 녀석의 아들이든 아니든 넌 내 제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변하지 않아." 몇 번인가, 에르고가 눈을 깜빡였다.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청년이 시선을 떨어뜨려, 자신마저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음으로 스승은 프톨레마이오스를 향했다. "저희 제자를 납치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뒤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구먼." 기계장치 까마귀는 이 상황에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스승이 주위를 둘러본다. 먼저 방 안쪽에서 불어오는 자전 폭풍을 관찰하고, 그 안쪽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관에 초점을 맞춘다. 폭풍 근처에는 눈앞까지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남성이 서 있었다. "드디어 오셨습니까. 로드 엘멜로이 2세."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환영하는 듯 두 손을 벌리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5 그리고 다시 한번. 이번에는 그들의 뒤에서 새로운 기척이 나타났다. 그 기척은 세 개였다. "시온." 에르고가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납치되기 직전, 시공 거품 속에서 대화를 나누던 세 사람이었다. ——시온. ——린. ——루비아. 세 명의 여성이 문 너머로부터 나타났다. "린 씨에, 루비아 씨도." 순간,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프톨레마이오스와 에르고, 카르마그리프와 조수 티카, 조제페와 쿼트⋯⋯ 이 사건에 관여한 대부분의 사람이 갑자기 한자리에 모이게 될 줄이야. 물론 각 그룹이 최심부를 목표하고 있었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납치한 탓에 결과적으로 모두의 진입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지만, 상황의 급격한 전환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시온 엘트남이라고."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쿼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6 "많은 후계자(디아도코이)들이 왕을 자처하게 된 것은, 그 전투 이후의 일이었죠." "하, 에우메네스는 누름돌 같은 것이었으니까. 이스칸달 애송이가 죽은 뒤에도 변함없이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건 그 녀석뿐이다. 그렇기에, 그 녀석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왕이라 칭할 수 없었던 거지." "당신도입니까, 프톨레마이오스." "글쎄다.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어." 거친 어조로 말하며, 프톨레마이오스는 카르마그리프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에게 혼자서 관을 열게 할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카르마그리프에게 맡기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괜찮겠지. 네 추리라는 걸, 들어주마." "그럼." 조용히 카르마그리프가 걸어간다. 자전 폭풍 바로 근처에서 발뒤꿈치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마치, 여러 번 밟아본 교단에서 이제부터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자세였다. "조금 고민했지만, 역시 여기서부터 시작하죠." 잘 울리는 목소리였다. 바로 옆에서 몰아치는 자전의 소리조차도 그의 대사를 가리는 것엔 이르지 못했다. "신비와 관련된 사건에서, 누가 했는가(후더닛), 어떻게 했는가(하우더닛)은 중요하지 않다고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말한다고 하죠. 하지만 어쩌면, 왜 했는가(와이더닛)은 예외일지도 모른다, 라고." "선생님의 말씀을." "하하, 저는 그의 팬 같은 거라서요." 라며 카르마그리프가 웃는다. 그리고, 지극히 온화한 표정 그대로, "그러면, 저는 한 가지를 덧붙이겠습니다. 언제 했는가(웬더닛) 역시 예외일 수 있다고." 관리부의 수정 바닥을 긁적거리며(にじり) 고고학과 군주(로드)는 선언한다. "왜냐하면,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시간 역행은 신비로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뭐어 신령이나 방황해가 얽혀 있는 이상 완전히 부정 가능한 건 아니지만, 거의 있을 수 없다고 해도 괜찮겠죠." "⋯⋯잠깐." 기계장치의 까마귀가, 거기서 제지했다. "너, 방황해의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거지." "아, 눈치챘나요? 역시나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카르마그리프가 대놓고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알고 있었어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엘멜로이 2세의 팬 같은 거라서요. 그가 최근 한 달 정도 관여한 사건에 대해, 순차적으로 보고 받고 있었어요." "엘멜로이 2세가 연루된 사건, 이라고?" "네. 즉, 신을 먹은 남자, 에 대해서네요." 깜짝 놀라 에르고가 뺨을 움찔했다. 설마 시계탑의 인간 중에, 이미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자가 있을 줄이야. 청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챘는지 카르마그리프는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아아, 안심해주세요. 군주(로드) 중에서는 아직 저만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다른 군주가 알게 된다면, 마음대로 당신을 봉인지정할지도 모르죠. 그건 그거대로 하나의 방법이지만, 솔직히 신대 마술에 대해 어두운 시계탑이 당신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다지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걸요." 카르마그리프는 미소를 지으며 친근하게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모두에게 시선을 돌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7 "일단 파라오 밀실 살인 사건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볼까요. 조금 전의 언제 했는가(웬더닛)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밀실의 장치는 이번의 발굴이 아니에요." 카르마그리프의 언동은,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고, 너무도 듣기 쉬웠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도 말했지만, 합동발굴조사단원의 저희는 서로를 감시하고 있었던 상황이니까요.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았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신뢰하고 맡기는 친구 사이곤 할 수 없죠. 전원의 눈을 피해 최심부의 파라오의 관에 공작하는 건 조금 어려워요. ――그렇게 하면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죠." 카르마그리프가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2300년 전에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시점, 그리고 3년 전에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사이파가 이 대도서관에 침입한 시점." 엄청나게 시간차가 있는 두 번이었다. "그래, 그래서 밀실인 건 아니지 않을까요." "그래서?" "범인이 굳이 밀실을 만들 의미도 이유도 없을 거예요. 우연히 밀실이 성립된 것일 뿐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석연치 않다. 이 관리부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은 우리가 합동 발굴조사에 착수했을 때였으니까요. 2300년 전, 3년 전, 그리고 지금. 세 가지 타이밍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요, 무의미하기 때문에 고찰의 계기가 되는 거죠. 이건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동등하게 사건의 이유다, 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동등하다 ⋯⋯?'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에르고는 몇 초간 침묵을 지킨다. 그러다 갓 형태를 갖춘 꽃을 바치듯 입을 열었다. "이 사건은 복수의 사건의 복합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정답입니다." '짝짝'하고 카르마그리프가 박수를 쳤다. "물론 정답이라는 뜻이 아니라 제가 생각한 추리에선 그렇다는 것이지만요. 응, 각각의 시대에, 각각의 의도로, 각각의 사람들이 설치했다. 결과로서, 단순했던 것이 이중, 삼중의 밀실이라는 겉보기만 복잡한 수수께끼를 구축하게 된 거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8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건가요." "그 이야기를 하려면 프톨레마이오스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일부터가 되겠네요." 머리카락에 감춰진 카르마그리프의 눈동자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희들의 일이라고 들이미는 것 같기도 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 "흔히, 비극의 왕자로 알려져 있죠. 그를 옹립한 이스칸달의 어머니——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조모에 해당하는 올림피아스가 패배한 후로는, 제대로 왕자로서 대접받는 일은 없었고. 호위병인 헤타이로이 중 한 명에게만 맡겨져, 계속 유폐되어 있었다고 해요. 향년은 겨우 14세. 지금 당신은 그보다 두세 살 더 많아 보이지만, 생전의 알렉산드로스 4세가 조숙했던 것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어요. 이스칸다르가 전해지는 것보다 체격이 더 컸다, 라는 것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천천히, 정신을 사로잡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프톨레마이오스도, 조제페나 쿼트 같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그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을 닮았어⋯⋯' 에르고는 가만히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어설픈 추리극과는 전혀 다른, 유창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화술. 그래서 더 두려웠다. 지금까지는 어떤 위험에 처하더라도 엘멜로이 2세가 신중하게 수수께끼를 풀고, 해체된 중심을 향해 에르고 일행은 그저 전력을 다해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수수께끼를 해체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의미로는, 알렉산드로스 4세가 이렇게 유폐된 것이, 프톨레마이오스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나요." "읏⋯⋯⋯⋯" 에르고의 목이 떨렸다. 기계장치의 새는 희미하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그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카르마그리프는 천장의 화톳불에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정복왕 이스칸달 사후, 가장 유력자로 여겨졌던 공신, 마케도니아 왕가의 고위 귀족이자 팔랑크스 부대를 가장 잘 다뤘다는 페르디카스는 후계자로 이스칸달의 아내가 임신한 아이 ——즉, 알렉산드로스 4세를 후계자로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정면으로 반대하여 디아도코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을 만든 것이, 바로 프톨레마이오스 1세인 거죠." "디아도코이 전쟁의 원인⋯⋯⋯ 하지만, 분명 애초에 정복왕 이스칸달이, 가장 강한 자가 계승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인 게." 에르고의 그럴듯한 의문에 프톨레마이오스의 딱딱한 목소리가 수정의 바닥을 쳤다. "자신이야말로 가장 강한 자라고 페르디카스가 말했다면, 반대할 수 있었던 자는 거의 없었겠지. 왕의 제일의 심복이었던 헤파이스티온은 이미 죽었고, 전투에서 세운 업적에 있어서, 그를 넘을 자가 없었다." "하지만 페르디카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카르마그리프가 계속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어디까지나 왕을 섬기는 장군답게 겸허하게 행동했죠. 알렉산드로스 4세를 옹립하고 섭정이 된 것을 생각하면, 야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노선을 택한 것뿐일지도 모르지만요." "전부겠지. 그런 녀석이다." "겸허하면서도 야심도 있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렇군요, 이건 싸움에 강하겠죠." 라고, 카르마그리프는 수긍했다. 그리고서, 이렇게 확인했다. "페르디카스에 맞서 당신이 주장한 것은 장군들의 합의제였죠." "이스칸달 애송이가 남긴 것처럼, 가장 강한 자가 통치하며, 가능한 한 피를 흘리지 않고 간다면 그렇게 되겠지." "네, 당신의 주장이 통했다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결국 페르디카스가 섭정이 되어,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정복왕 이스칸달이 남긴 유언대로 진행된 것이죠. 납득하지 못한 장군들은 반목하거나, 일시적인 동맹을 맺어, 최강을 요구하며 어쩔 수도 없이 맞붙었습니다." "⋯⋯⋯" 에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아마도, 그것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일 것이다. 그저, 한 번 세계를 정복할 만큼 큰 업적을 이룬 뒤라서, 더 끔찍하게, 더 슬프게 느껴질 뿐이다. 하물며, 그 당사자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면. "그리고, 페르디카스는 당신의 군대와 맞서는 중에, 암살당하고 말았죠."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이후, 디아도코이 전쟁은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후견인이었던 페르디카스를 잃은 알렉산드로스 4세는, 올림피아스 등을 시작으로 여러 명의 후계자(디아도코이)들의 곁을 전전하다, 최후엔 암피폴리스 요새에 유폐되었습니다. 이후론, 14살에 암살당할 때까지 역사에 언급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9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드로스 4세를 어떻게 생각했었을까요." 지금, 제4층 관리부에서는 시계탑의 군주(로드)만이 말을 이어갔다. "이스칸달의 유해를 강탈한 당신은, 마찬가지로 알렉산드로스 4세의 유해를 강탈했겠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달라요. 이스칸달의 유해를 독점하는 것은 프톨레마이오스에게는 왕권의 상징이지, 디아도코이 전쟁 중반부터 몰락한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술사가 아닌 당신에게는 신비의 동향(どうこう)도 그다지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만 알렉산드로스 4세의 유해를 강탈했다면, 공적인 이유가 아니라, 사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사적인 이유." 에르고가 속삭였다. 예를 들어, 그것은 청년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이 관리부의, 파라오의 관까지 데려온 것. "그러면, 저를 여기로 데려온 것은." 자전의 폭풍을 바라본다. 그 안쪽에는 지금도 관이 비쳐 보인다. 관과 연결된 금속 뿌리는, 지금도 맥박이 뛰는 듯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예지와 이 관은 지금도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거기서, 다시 한번, 문이 열렸다. "⋯⋯어이어이, 이건 무슨 상태야?" 뼈의 거인이 덩치에 어울리는 큰 목소리를 냈다. 땅딸막한 통나무를 조합한 듯한 허리뼈 뒤에서, 거인을 사역하는 푸른 머리의 연금술사――라티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예정과 다른 모양이다." "에, 카르마그리프 씨도." 라티오 옆에서 눈을 깜박이는 것은 회색 후드에 얼굴을 가린 소녀. 그리고, 그 소녀에게 어깨를 빌린 마술사만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떻게든⋯⋯시간에 맞았나 보군⋯⋯"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마술사의 재킷을 장식했다. "그 이야기는⋯⋯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합니다, 로드 멜루아스테아."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드디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최심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0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시온을 쳐다보았다. "아까 쿼트 씨도 말씀하셨지만,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씨로 틀림없나요?" "군주(로드)정도 된다면, 저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요." 무뚝뚝한 태도로 대답하는 시온에게 카르마그리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소로 교관 자격을 취득한 연금술사로 유명하니까 말이죠. 그리고 엘트남 가문이라는 건, 당신은 에테라이트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대답할 필요가 있습니까." "아뇨, 굳이 무리하게는. ——그래서, 아마 에르고 군에게 에테라이트를 연결해서, 방금 저희 대화를 관찰하고 있었죠? 틀렸나요." 에르고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 발언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건가. "⋯⋯⋯⋯그렇군요." 시온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와서 부정할 필요도 없겠지요. 네, 저는 에르고의 뇌신경에 에테라이트를 연결해 당신들의 대화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아아, 다행이다.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틀렸다면 좀 창피하니까요." 시선을 내리고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카르마그리프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 그렇다면, 에테라이트로 엘멜로이 2세에게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처음부터 이야기하는 것보다 빠르잖아요?" 가볍게 말하는 군주(로드)를 향해 시온은 보라색 눈을 희미하게 떴다. "당신은 그런 기능까지." "하하하. 그래도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의 군주(로드)잖아요. 본래 시계탑 밖의 신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저희입니다. ⋯⋯아니 뭐, 전승과(블리시산)는 제외지만, 저쪽은 원장 중재(肝入り)니까요⋯." 크흠, 카르마그리프가 대놓고 기침했다. 한동안 입술을 다물고 있던 아틀라스원의 소녀는 스승님에게 입을 열었다. "지금의 제안, 어떻게 하겠습니까? 엘멜로이 2세." 라고 물었다. "에테라이트의 사양 상, 우회해서 접속하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제가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주인 당신이 알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면, 이건 서로에게 불편하겠죠. 그래서 접속하기 전에, 미리 에테라이트의 정보를 가져오는 설정을 삭제하려고 합니다. 물론, 저를 신용하신다면 의 이야기입니다만." "하지." 즉시, 스승이 대답했다. "괜찮습니까? 에테라이트는 의료용의 의사 신경으로 개발된 기술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통상 인격에 기억을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전에 측정 불가능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요." "그렇다고 주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겠지." "그러시다면." 소녀가 끼고 있던 팔찌가 잠시 반짝였다. 휘청, 하고 스승이 현기증이 난 듯이 비틀거렸다. "스승님!" "괜찮아⋯ 과연, 이건 독특한 감각이군." 라고 말하며 이마를 짚었다. 몇 초간 심호흡하고 나서, "하지만, 이해했다. 그렇군, 로드 멜루아스테아, 당신은 그런 방식으로 밀실 살인 사건에 도전하려 했던 거군요." "부끄럽지만, 엘멜로이 2세의 방식을 빌렸습니다." 카르마그리프가 고개를 숙였다. 그 대화를 들었을 때, 나는 이미 시온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시온 씨, 지금 한 걸 소제에게도 부탁합니다." 라고 말했다. "스승님이 받아들인 것을, 소제가 겁먹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나도야." 린이 계속해서 이쪽 오른쪽에 줄을 서서 윙크했다. "선생님과 그레이가 마음대로 승낙해서, 사건 밖에(蚊帳の外) 있는 건 조금 억울하지 않아요?" "저도네요." 루비아는 내 왼쪽 어깨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움 속에 반석의 단단함이 숨겨져 있는, 보석 같은 미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넌 단순히, 군주(로드) 간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거 아냐." "똑같이 대답해 드릴게요.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고 싶지 않은 마술사란 없겠죠." 총알처럼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으르렁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언젠가의 시계탑의 교실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벌써 몇 년째 엘멜로이 교실의 명물(目玉)이 돼버린 두 사람의 다툼. 스승님의 조치로 함께 수업받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엘멜로이 교실의 새로운 핵탄두로 때로는 비품은커녕 교실 자체를 파괴하는 그녀들에게 나는 제멋대로 공감을 품고 있었다. 카우레스도, 이베트도, 플랫도, 그리고 이미 졸업한 스빈도 포함해서, 현대 마술과의 학생들은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면면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1 "그럼, 로드 엘멜로이 2세." 라고 호소한다. "제 불찰로 불쾌하게 해드렸지만, 전원의 정보 공유는 끝난 것 같습니다. 당신의 추리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아뇨, 우선 당신의 추리를 끝까지 경청하게 해주시죠. 제 가설은 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시다면야." 싱긋 웃으며(にこやかに) 카르마그리프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전원을 시야에 담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번에 저는 언제 했는가(웬더닛)에 주목했습니다. 뭐, 엘멜로이 2세의 흉내 같은 거지만, 이건 용서해 주세요." 그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최심부에서 밀실의 장치와 관련된 것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건설 때와 3년 전 두 번이다, 라고 말했었죠. 건설 당시의 전제에 대해서는 말씀드렸으니, 이번에는 3년 전의 전제로 가보겠습니다. 이것도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사이파라는 연금술사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탐험하려고 했던 이유네요." 말투까지 스승님을 방불케 했다 카르마그리프라는 마술사는 어느 부분에서도(どこまでも) 스승님을 닮았다. 아니, 다르다. 닮은(상사相似) 게 아니라, 카르마그리프가 따라 하는 것이다. 본질에 의한 닮음이 아니라, 의도에 의한 닮음. 하지만, 그건 어째서?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의문은 공포와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다. "이것은 엘멜로이 2세의 제자―――에르고 씨와 관련된 고대의 실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실험에는 방황의 마술사, 산령법정의 선인,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참여했는데, 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란 바로 쿨드리스 가문의 선조인 셈이니까요." 에르고의 실험에 대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이것이 어떤 실험이었는지는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겠지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에르고 씨에게 신을 먹이는 실험이었다는 것은 이미 조제페 씨와 쿼트 씨에게도 말했습니다." "아직도 믿기 어렵지만요. 아니아니, 사실 미국 대통령은 이미 UFO와 제1종 접근조우를 했다, 같은 기분이에요" "확실히 들었다. 신대에 방황해와 산령법정까지 관여했다면, 아니진 않겠지." 저마다의 소감을 말한다. 그들에게는 지나가던 개가 웃는(寝耳に水)——차라리 황당무계하게 들리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솔직히, 자신이라 해도, 아직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한 달간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 시계탑에서 마술을 가까이에서 느껴온 나에게도, 너무나 상식 밖의 이벤트였다. "잠시 기다려줬으면 한다." 라티오가 끼어들었다. "사이파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도전한 이유는 그 말대로지만, 그 녀석이 이 관리부까지 손을 댈 수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도 최심부까지 접근하는 데는 상당한 무리를 거듭했다. 그런데 파라오의 관 내부까지 장치를 설치하는 건, 아무리 사이파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예에, 무리겠죠. 저도 사이파 씨가 관여했다고 말했지만, 사이파 씨가 가져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카르마그리프가 쉽게 인정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자체에 복수의 모순된 명령이 심겨 있었다면 어떨까요." "모순된 명령?" 그러자 카르마그리프는 기계장치의 까마귀에게 시선을 돌렸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의 행동에 대해, 재현체인 당신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아. 그렇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불쾌하다는 듯이 인정했다. "일부러 기억을 지운 이유는 아틀라스원에 대한 수비의무⋯⋯. 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니겠지, 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기술로 당신이 재현된 이상, 이곳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아틀라스 원에 의해 검열을 당할 것이기 때문에." 검열. 갑자기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스승의 눈썹 사이 주름이 점점 더 깊어졌다. 카르마그리프의 추론이 스승의 추론과 일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무슨 말씀이죠⋯⋯"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세 가지 의도가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연히, 카르마그리프는 그렇게 단언한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2 "세 가지의 의도라고." 라티오가 중얼거렸다. 이에 카르마그리프는 잠시 눈꺼풀을 감았다. "전부 알고 계실 거예요." 라고 속삭였다. 그는 세 손가락을 느긋하게 들어 올렸다. "하나는, 프톨레마이오스 1세. 하나는,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건설한 아틀라스 원의 분파. 하나는, 에르고의 실험을 했던 세 명의 마술사들입니다." 확실히 지금까지 들어본 인물들뿐이다. 쉬이 프톨레마이오스와 세 명의 마술사에게만 관심이 갔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분파에 대해서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끔 이야기하곤 했다. "이 세 가지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연금술은 거의 사용할 수 없지만, 음모와 교섭을 특기로 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원의 분파는 물론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지만, 성질상 음모에는 아마 서툴렀고, 세 마술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몰랐겠죠. 에르고의 실험을 한 세 마술사는 마술도 연금술도 초일류, 음모도 그 정도일 테지만, 이 실험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밀리에 진행하고 싶었을 겁니다." 문득 스승님이 자주 하는 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화면에서 스킬과 궁합이 표시되는 타입. 톨레마이오스 1세 : 연금술 × 음모 ◯ / 아틀라스원의 분파 : 연금술 ◯ 음모 × / 세 마술사 :연금술 ◯ 음모 ◯ / 이런 느낌이 될까. 얼핏 보면 세 마술사가 일방적으로 유리해 보이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것이 아틀라스원의 분파이고, 그 근처의 수도(首都)를 장악한 왕이 프톨레마이오스인 것을 감안하면 각각 강점이 있는 상태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3 "그래서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아틀라스원의 분파에게 이런 식으로 설명했을 거예요. 자재를 제공할 테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기술을 이용하게 해 달라고. 이건 거짓말이 아니죠. 하지만 에르고의 실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했을 겁니다. 이는 에르고의 실험 구획이 제3층에서도 완전히 독립되어 있었던 것으로부터 추측할 수 있습니다." "새의 프톨레마이오스 씨도, 그런 말을." "아아, 말했었지." 라티오가 기계장치의 새를 돌아본다. 그 구획을 발견했을 때, 프톨레마이오스는 이렇게 말했었다. ——[이 방만이, 대도서관과 독립된 계통으로 구성된 모양이야. 뭐, 봐둬라. 지금 내가 숨을 불어넣어 줄 테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4 "정리하자면, 상상할 수 있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아틀라스원의 분파와 협력하여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들었다. 그 후 세 명의 마술사들이 실험을 위해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이야기를 꺼낸 겁니다. 하지만, 세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신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프톨레마이오스에 이르러서는 등을 맞댄 전우 동지끼리 서로 죽이고 죽이는 디아도코이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으니까요." 카르마그리프의 서술은 매우 정돈되어 있다. 실제로,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만든 마술사들을 전폭적으로 신뢰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애초에 세 마술사 스스로가, 최종적으로 성공작인 에르고를 차지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5 "여기서 드디어 와이더닛이 질문받습니다. 네, 신을 먹이는 실험에 있어서, 세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말이죠."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동자에선, 그가 얼마나 큰 흉계를 꾸미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천장의 붉은 화톳불 비치며, 카르마그리프는 이쪽을 향해 물었다. "그럼 그레이 씨,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 그의 최종적인 진의가 아니라, 일단 그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그 정도면 충분해요." "에, 그건⋯⋯⋯" 입이 다물어진다.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 "그건⋯ 이번에 에르고 씨를 납치하라고, 재현체의 자신에게 지령을 내린 것이니까⋯⋯에르고 씨가 자신의 관에 오기를 바란 건가요?" "맞아요, 그건 확실하죠." 합격 마크를 하듯 카르마그리프가 검지와 엄지손가락으로 🌕자 모양을 만든다. "에르고 씨를 최심부로 유도하려고 했다. 게다가 그 실험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관으로 초대하려 했다. 즉, 세 명의 마술사들과도 무관한 행동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에르고 씨가 이렇게 돌아올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셈이죠. 즉, 신을 먹이는 실험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알렉산드로스 4세를 부활시키는 것이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 아니었을까요." 카르마그리프의 말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다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신을 먹이는 실험을 통해 알렉산드로스 4세를 부활시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고 "어떤가요, 프톨레마이오스." 카르마그리프가 기계장치의 새를 바라본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겠구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6 "그렇다면, 신을 먹이는 실험이 최후까지 진행된다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 뒤는 세 마술사에 의한 에르고 씨의 쟁탈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에르고의 쟁탈전이라는 말에 나는 작게 숨을 죽였다. "⋯⋯당신은, 그 이야기까지 알고 있었습니까." "하하하, 대충 상상이 가겠죠? 엘멜로이 2세는 충분히 눈에 띄게 움직여주셨으니까요." 당연하다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실제로 눈에 띄는 움직임은 틀림없었으니 이쪽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시계탑에서 흔히 있는 일이죠. 실험이 성공할 때까지는 모두 협력하지만, 일단 성공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전쟁. 의리도, 정도 없는 일이지만, 모두 마술사이기 때문에 그런 건 애초부터 없으니까요. 자,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무엇을 한 것일까요. 우선, 신을 잡아먹는 실험을 중간에 방해한다고 해도 80%, 아니 90%는 완성된 시점이 아니면 알렉산드로스 4세가 부활할 수 없습니다. 신을 먹은 에르고 씨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사자소생과는 다른 것 같지만, 어차피 한 번 죽은 것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리소스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프톨레마이오스는 필요한 만큼 실험이 진행된 단계에서 함정이 발동되도록 준비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세 명의 마술사, 혹은 그 후예가 다시 실험실에 나타났을 때라든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7 힐끗, 카르마그리프가 라티오를 쳐다보았다. "어떻습니까? 3년 전의 사이파 씨는 그 실험실까지 도달했던 게?" "⋯⋯그렇다." 라티오가 인정했다. 붉은 화톳불의 빛에 푸른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그 실험실의 데이터에는, 사이파가 읽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아, 역시나." 카르마그리프가 기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사이파 씨는 실험실의 데이터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때엔, 아마도,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에르고 씨도 아직 있었을 거예요." "아직, 에르고가 있다?" 앵무새처럼 말하면서 나는 그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그 구획에서 에르고가 신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신을 먹은 후의 에르고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계속 그곳에 있었던 것이라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8 "에르고 씨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생각했었는데요. 에르고 씨가 먹은 신은 바다의 신이라는 요소가 공통되어 있는 게 아닐까요. 어떤가요, 엘멜로이 2세." "⋯⋯아아, 저도 확실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승이 대답한다. 만족스러운 듯 카르마그리프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해저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세 명의 마술사가 눈독을 들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죠. 바다의 요소에 익숙해지게 함으로써, 그가 먹은 신은 조금씩 소화되어 갔다. 비록 신의 파편이라지만, 한낱 인간이 먹어 치우려고 하는 것이죠. 2천 년 이상이 걸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것이 없죠." 시간의 스케일에 나는 압도당했다. 동시에 납득이 가기도 했다. 유구(悠久)한 바다와 영원(구원,久遠)한 시간. 한낱 인간이 신을 잡아먹는다고 하면, 그 정도는 필요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9 "손오공——손행자의 일화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손오공은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반도와 금단을 마음대로 먹었고, 그 결과 노자에 의해 49일 동안 팔괘로에 던져졌다. 이 이야기는 반도와 금단을 먹은 손행자에 대한 벌로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마술적으로 보면 그 의미가 다릅니다. 즉 그것은 사상마술에서의 연단술로, 불로불사인 신의 비약을, 몸에 체화(馴染)시키는 작업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사상마술. 무시키나 바이뤄롱이 다루는 마술이 바로 그것이 아니었나."그 행자가 걸어온 여정은 그대로 연단술의 비오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계통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마술에 있어서 신화는 기반 그 자체이기 때문이지요. 음, 에르고 씨가 먹은 신의 한 위는 손행자가 아닌가요?" "⋯⋯⋯⋯" 이번에, 스승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정보가 있었다고는 해도 에르고가 먹은 신을 이렇게 쉽게 간파할 줄이야.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50 "괘로의 49일에 비해, 이 실험은 이천년. 원래 팔괘로란 세계를 나타내는 괘가 모두 응집된 장소, 시공이 응축된 공간입니다. 49일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불교(부디즘)에서 49일 법회를 하는 것은, 죽은 사람에게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의 시간——인간의 영혼이 전생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성스러운 숫자인 7에 7을 곱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천 년이라는 것은 좀 더 비근한 개념으로 보인다. 즉 신대의 마술이 끝난 기원전부터, 현대의 마술의 끝인 현대까지를, 필요로 한 겁니다. 49일이 개념적인 [한 시대(세계)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이라면, 세 마술사는 정말로 [한 시대(세계)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을 사용한 것이겠죠."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51 정말로, 스승님이 강의하는 것 같다. 시대(세계)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 그 실험실에서, 스승님도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기원전, 세 명의 마술사가 에르고에 갔던 것은 인류의 세계와 신화 그 자체를 이용한 초발급의 대의식 마술이었다고. 가마솥을 연상시켰다. 시간도, 시대도, 신님도, 모든 것이 하나의 가마솥에 끓여진다. 더 이상 구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혼연일체가 되어버린다. "마치, 신이야말로, 시간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이런, 당신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걸요." 카르마그리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엣." "엘멜로이 2세, 이 내제자 씨, 받으면 안 되나요? 고고학과(멜루아스테아)에서 한 번 제대로 단련해 보고 싶은데요." "정중히 거절하지. 그녀는 내 생명줄이야." "아, 그, 저기." 갑작스러운 권유와 거절에 혼란스럽다. 그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견딜 수 없어 뒷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만다(後ろ手に自分の指を絡ませてしまう). 너무나도 너무하다. 너무 횡포하다. 어째서 이런 기습을 갑작스레 하는 걸까. 약탈공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저도 카르마그리프님께는 조금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어이쿠, 너무하네 티카!" 조수의 지적에 과장되게 화를 내던 카르마그리프는 시선을 다시 원래대로 돌렸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52 "자칫 탈선해 버렸지만, 아까의 이야기를 계속을. 라고는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아주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결국,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비교적 간단하게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왜냐면, 3년 전에 사이파 씨는 알렉산드리아 해에 익사했던거죠?" "⋯⋯아아." 라티오가 긍정한다. 그것을 확인한 후 카르마그리프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설치한 함정은 이렇습니다. 세 명의 마술사 또는 그 후예가 다시 실험실에 나타나면, 즉 실험이 충분히 진행되었다고 판단되는 단계에서, 에르고 씨를 태운 포드를 실험실에서 해저로 배출하는——그런 식이었겠죠." "에르고 씨를, 해저로 배출?" 그런 상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이해가 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익사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건⋯⋯. "네, 심해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조사하던 사이파 씨가 어째서 바다에서 발견됐는가. 답은 간단. 에르고 씨의 포드를 배출할 때, 사이파 씨의 몸이 휘말렸을 뿐이겠죠." "하지만,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잖아요? 물에 휩쓸린 정도로는." "아뇨, 물뿐만은 아닌걸요." 자신의 의문을, 루비아가 제지한다. "그때 갑자기 파수꾼들이 폭주(스탬피드)한 것은⋯⋯" "빙고! 거기예요, 미스 에델펠트!" 카르마그리프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그거예요. 분명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보호를 무시하고, 파수꾼들이 폭주하고 있었겠죠. 저것도 세 마술사에 대한,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의 함정이었다면 말이 되겠군요. 방황해와 산령법정의 선인의 전력을 생각하면, 죽이기까지 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발목이라도 잡아서 에르고 씨를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확실히, 앞뒤가 맞는다. 사이파가 익사한 이유에 더불어, 에르고를 태운 포드가 해저를 표류하고 있었다는 사실과도 일치한다. 파수꾼들이 폭주한 타이밍도 라티오가 실험실의 데이터를 강제로 해킹하려던 때였다. 게다가 사이퍼도 같은 데이터에 개입했다고 라티오는 말하지 않았나. 순간 등줄기에 차가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3 옆에서 에르고가 참다못한 듯 입을 열었다. "그럼, 이중의 밀실은 어떻게 된 건가요." "음, 에르고 씨는 재미있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죠. 파라오의 관에서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한 것은 이중, 아니면 삼중의 밀실이 아니냐고요. 그런 시점은 저한테는 없었어요. 너무 의미가 없어서, 그렇기 때문에 저도, 의미 없는 것이야말로 본질인 게 아닐까 하는 확신이 생겼어요." "의미 없는 것이, 본질?" "방금 말씀드린 것은 모두, 프톨레마이오스 씨의 장치입니다. 하지만,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금술사라는 것은 아니죠. 아마도 교섭을 통해 자신의 심장에 시큐리티 키를 설정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파수꾼을 폭주시키는 것은 정규 수단으로는 어렵겠죠. 그러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러한 함정을 설치한 걸까요." "정규가, 아니야." 이번에는 기계장치의 새가 작게 신음했다. "그런가, 오작동인가⋯⋯!" "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카르마그리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일이지만, 에러 체크는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게임의 디버그가 최후는 모두의 일(総当たり)이 되는 것과 같은 거죠. 레이싱 게임에서 특정 조작을 하면 이차원으로 뛰어들거나, 격투 게임에서 화면 가장자리에서 계속 점프하다 보면 몸이 박혀버리는 그런 부류라고 하면, 엘멜로이 2세는 이해하시겠죠." "⋯⋯⋯알고말고." 다소 냉정한(醒めた) 어조로 대답하는 스승에게, 카르마그리프는 계속 말했다. " 룰 중에서, 연금술사가 아닌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가장 효율적으로 함정을 설치하는 방법――그것이 에러였던 겁니다. 아마도 시큐리티 키가 서로 모순된 명령을 여러 개 보냈을 겁니다. 조합에 따라 파수꾼이나 대도서관의 일부 기능이 치명적인 에러를 일으키는. 이 패턴을 알아내기 위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상당한 시간을 보냈을 테지만, 뭐 어쨌든 그는 디아도코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천수를 다했을 정도니까요." "⋯⋯⋯즉, 시큐리티 키를 빼앗긴 것은, 에러를 일으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건가. 로드 멜루아스테아."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발견한 방법의 하나가 시큐리티 키를 도난당하는 것이었겠지요. 현대의 컴퓨터에서도, 정지나 기동의 순간을 노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4 이론은 알겠다. 하지만 어떻게? 카르마그리프의 말대로, 프톨레마이오스는 연금술사가 아닌데도? "구체적인 수단은 로그 씨가 제2층에 침입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요." 카르마그리프의 말에 몇 초간 생각하다 답을 떠올렸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폐쇄⋯⋯" "예에, 이것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유실물(로스트 넘버)가 된 이후, 불필요한 인간을 들여놓지 않기 위한 상투적인 수단이었겠죠. 아마 아틀라스원 분파에 이야기해서 특별히 만들어 준 부정 동작이었을 거예요. 왜냐면, 아틀라스원 본부의 계율에 [자기 연구 성과는 자기 자신에게만 공개한다] 라고 되어 있으니, 당시 연구의 카피를 대량으로 등록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란, 어떻게 생각해도 위험물입니다. 아틀라스원 본부에 파괴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겠죠. 이 점은 로그 씨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나요." "앗." 무심결에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말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승님께도 질문을 받았다. ——[이 발굴 조사는, 어디까지 아틀라스 원의 허가를 받은 것입니까] 그 질문에 대해, 로그는 타인의 연구를 파헤치는 것이 반드시 금지되어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회색지대이기 때문에 정식 심사에서 부결되기 전에 끝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2300년 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설마⋯⋯!" 시온이 눈을 크게 뜨고 이렇게 흘렸다. "설마⋯⋯그 밀실은 변명이었다⋯⋯라는 건가요⋯⋯! "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아틀라스 원 분파에 불어넣은 것은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요. 아틀라스 원 본부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침입해도,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해 폐쇄했다고 하면 빠져나갈 수 있겠죠. 그래, 이건 아주 교활한 방법이지만, 현대에도 충분히 통용됩니다. 라기보단 시계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제법 들리는 녀석이에요." 망연해져 버렸다. 자신들이 이토록 휘둘렸던 파라오의 심장 도난 사건이, 설마 2300년 전에 준비된 핑계였을 줄이야. 의미 없는 것이 본질이란 건, 말 그대로다. 핑계이기 때문에, 의미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터무니없이 큰 스케일과 자신의 바로 옆에서 일어날 법한 비근함이 뒤섞여 바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5 "그리고 다른 하나가 본심입니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방법으로 다른 트릭도 완성했습니다. 저는 신대에 태어난 프톨레마이오스가, 이런 기계적인 트릭을 생각해냈다는 것에 감탄하고 있어요." "기계적인 트릭?" 린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취약한 분야였을지도 모른다. 카르마그리프가 쓰게 웃으며 수트의 어깨를 으쓱했다. "파수꾼의 폭주입니다. 실험실을 조사해보니 파수꾼들이 폭주하는 함정이었다, 라는 건 말했습니다. 그 실험실은 대도서관의 시스템과 완전히 독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몸속에 없는 내장을 만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본래라면 파수꾼들도 관리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어야 하는데, 상황적으로 시큐리티 키를 도난당했다는 설정이 되어 있어 관리부와 연결이 안 돼요. 이런 상황에서 부하가 걸린다면, 파수꾼들도 치명적인 에러를 일으킬 것 같지 않나요?" "부하로 인한, 에러⋯⋯" 또 생각나는 게 있었다. 파수꾼들의 폭주에 대해 스승이 흘린 말이다. ——[어떤 종의 메뚜기가 개체군 밀도에 따라 상변이를 일으켜, 몸의 크기나 공격성까지 변화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어쩌면. 어쩌면 프톨레마이오스가 그런 오류를 생각하게 된 것은 메뚜기의 상변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아마도, 프톨레마이오스가 폭주에 대해 한 일은,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할 실험실의 데이터를 접했을 때, 금서고의 파수꾼들에게 그 정보를 흘려 에르고의 포드를 바다로 배출하는 것뿐이었을 겁니다. 그것만이라면 그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연금술사들에게도 들키지 않았을 겁니다." "⋯⋯⋯⋯" 이번의 추리는 이질적이다. 와이더닛에서 접근하는 것은 스승과 다르지 않지만, 여느 마술에 접할 때와는 전혀 다르다. 중심이 되는 것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이기 때문일까. 혹은 추리하고 있는 것이 카르마그리프이기 때문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6 "그리고, 그것만으로, 그는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짝짝'하고 고고학과의 군주(로드)가 박수를 쳤다. 마른 박수가 천장의 화톳불을 흔들었다. 단 한 사람의 박수가, 공간의 모든 것을 가득 채워버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다려주세요. 그런 건 이상하잖아요." 시온이 겨우 말을 꺼냈다. 앳된 옆모습은, 이제는 창백하고 핏기가 없어 보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연금술사도, 바보가 아니에요. 프톨레마이오스가 전횡을 일삼지 않도록 체크하는 정도의 기구는 만들 겁니다." 그건 그렇다. /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시큐리티 키를 맡긴 이상, 제대로 된 신경이 있다면, 그 체크 정도는 생각했겠지. 그렇지 않다면 아틀라스원의 예지가 모두 유출되어 버릴 테니까. "그렇네요. 하지만, 그 판단을 하는 것도 기계겠죠? 관리부의 시큐리티 키가 뽑혔다. 그 사이 파수꾼들이 폭주했다. 하지만 방금 전의 관리부에는 아무도 들어간 흔적이 없어요. 어쨌든, 밀실이니까요. 결국 시큐리티 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하면, 기계는 보통 어떤 판단을 내릴까요?" "읏⋯⋯" 시온이 침을 삼킨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그 말대롭니다. 기계이니까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단순한 미스라고 무시할 수밖에 없다. 인간처럼 밀실의 의미를 추구할 낭비가 없는 거예요. 그들에게는 밀실 따위는 의미가 없으니, 무시해버리는 것밖에 할 수 없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이ㅡ 모험의 내용

*157 "아⋯ 아⋯" 의미가 없다. 그 말이 찬바람처럼 온몸에 스며들었다. "여기에서도 의미의 없음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죠. 인간과 기계 양쪽에 모두 장치된 무의미함입니다. 무의미라는 와이더닛, 이라 불러도 좋아요." 양손을 벌리며 노래하듯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어째서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했나. 무의미한 변명을 위해. 어째서 파수꾼들은 폭주했나. 무의미해야 할 부하에 의해. 어째서 기계는 무시했나. 무의미한 밀실을 이해할 수 없기에." 한숨 돌린 후 군주(로드)가 결론을 내린다. "왜 밀실을 만들었는. 삼중의 무의미함을 만들기 위해." 밀실의 와이더닛이 완성된다. 변명을 위한 밀실. 파수꾼을 폭주시키기 위한 밀실. 최후에, 모든 것을 무시하게 만들기 위한 밀실. 어떤 의미에서 후더닛도 하우더닛도 상관없는, 순수한 와이더닛에 의한 밀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삼중의 밀실이 아니라 삼중의 무의미. 전원이 조용해졌다. 방 안쪽의 자전만이 괴물의 애처로운 울음소리처럼 소리 내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8 "일단 덧붙이자면, 프톨레마이오스에게도 오산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카르마그리프가 속삭였다. "에르고 씨가 배출되었을 때, 아직 완성되지 않았. 한 시대와 맞먹는 시간을 들인 실험이지만――아마도 그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았을 거예요. 생전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재현체에 지령을 내려둔 것도, 그런 경우를 위한 보험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로부터 3년간 에르고를 실은 포드는 세계 바다를 떠돌아다녔던 것일까. 해저를 표류하는 것으로부터, 에르고의 최후 조각은 묻힌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ㅐ 2세의 모험의 내용

*159 정중하게, 카르마그리프가 예를 표했다. "하하하, 이런 건 처음이라서요. 듣기 힘들었을 것 같네요. 어설픈 추리에 귀를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시큐리티 키는 지금 어디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루비아가 묻자 카르마그리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합동발굴조사단에 시큐리티 키를 훔쳐 간 범인 같은 건 없습니다. 라고 할까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일 거예요. 이건 일본의 교겐이라는 녀석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 즉, 그 관 안에는 아직 시큐리티 키가 있는 채겠죠." "⋯⋯범인 같은 건, 없다?" 망연히, 나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정말로? 정말로. 그런 것일까. 카르마그리프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어디선가, 그 추리에 납득할 수 없었다. "자, 에르고 씨, 부디." 카르마그리프가 자전의 폭풍을 가리켰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 바람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목적도, 저 안에 있겠지요. 이제 더 고민할 것도 없겠지요. ⋯⋯자." 목소리에 이끌리듯 에르고의 등 뒤로 환수가 실체화했다. 이를 처음 보는 조제페와 쿼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르마그리프도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자전 폭풍을 향해 다시 환수가 다가간다. "잠깐." 이라며, 그것을 날카로운 목소리가 제지했다. 적발의 청년을 보호하듯, 검고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슬슬, 제가 말해도 상관없겠죠. 로드 멜루아스테아." 스승님은 아주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0 두 마술사가 마주했다. 한쪽은 로드 멜루아스테아. 고고학과와 광석, 시계탑의 두 학과를 담당하는 군주(로드). 한쪽은, 로드 엘멜로이 2세. 현대 마술과를 이끌며, 이번 여정에서 신의 이름을 물어온 자신의 스승. 서로가, 마술사의 왕이라고 불러야 할 존재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일지도⋯⋯' 나는 묘한 감회를 느꼈다. 지금까지도 다른 군주(로드)와 대립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당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로드 엘멜로이 2세. 카르마그리프의 표정은, 그 대사처럼 수년 만에 친한 친구를 맞이한 것 같다는 것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화톳불의 붉은 빛과 자전의 푸른 빛이 반씩 그를 비추고 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동자는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두 종의 빛만이 카르마그리프라는 존재를 덧칠하고 있었다. 스승은 변함없는 음울함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우선, 근본에 파탄이 있다. 일부러 무시했겠지, 로드 멜루아스테아." "무슨 말씀이신가요?" "내 흉내를 낸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핵심의 와이더닛은 대답하지 않았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무시한 채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요, 뭐, 그건 어떻게 되든 괜찮으려나(なんとなくでもアリかな)라고 생각했거든요." 쑥스러운 듯 카르마그리프가 머리를 긁적였다. "적어도 알렉산드로스 4세를 되살리려고 한다, 라는 도중까지의 목적은 분명했던 거죠. 프톨레마이오스 때문에 알렉산드로스 4세가 죽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이상, 속죄라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 정도의 이유라면, 프톨레마이오스가 부활시키는 것은,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냐." 스승이 똑바로 말한다. "이스칸달 그 자체다. 무엇보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이스칸달의 시신을 손에 넣었으니까. 틀립니까,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뭐어, 순서상으론 그렇겠지. 이스칸달 애송이가 되살아났다면 디아도코이 전쟁 따위는 한순간에 끝났을 게다. 뭐, 내가 원했던 대로 된 것 같지는 않지만."기계장치의 새가 말했다. "그리고, 속죄는 아니다. 이 시대는 다른 것 같지만, 내 시대에선, 온갖 운명에 사람의 목숨이 휘둘리는 것은 당연했다. 생전의 나의 행동으로, 젊은 주군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살려내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신경이 얇을 리는 없지 않겠나.""이런, 이건 실점이네요." 카르마그리프가 솔직하게 사죄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이ㅡ 모험의 내용

*161 "로드 멜루아스테아." 다시 한번 스승이 말했다. "당신의 추리에는, 방금 말하지 않은, 진짜 프톨레마이오스의 와이더닛이 있는 게 아닌가?" "⋯⋯⋯음." 순간 곤란한 기색을 보이다, 카르마그리프는 입을 열었다. "사실은 있어요. 하지만, 조금 비약하는 것 같아서, 부끄러워서⋯" "그거야말로 새삼스럽군. 파라오의 밀실 살인사건의 트릭을, 2300년도 전의 희극(茶番)이라고 강변해놓고선 비약도 뭐도 아니겠지. 거기에, 지금까지의 추리를 들어보면 당신이 생각한 와이더닛은 짐작이 가. 프톨레마이오스가 무엇을 했는지가, 세 마술사가 신을 먹인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겹쳐보면 자연스럽게 답에 도달하게 된다." "오오." "신화의 재구성." 짧게 스승은 단언했다. 그 이야기는 이 최심부에 도달하기 전에도 했었다.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영웅이 한 일은, 즉 정복왕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한 신화의 재구성이라고.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칭송받던 이스칸달을, 그대로 아멘・라의 아들이기도 하다며 선전함으로써 그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냈다. "신화의 재구성을 그대로 하나의 술식으로 만드는――그것은 즉, 저희 시계탑이 말하는 마술기반의 구축입니다. 카발라나 룬 마술과 같은, 완전히(まるまる) 하나의 마술 체계를 만들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당신이라면 잘 알고 있겠죠. 한 번 단절된 마술 기반인 룬 마술의 부흥과, 있을 수 없는 인형의 개발에 의해, 인형사 아오자키 토우코는 관위(그랜드)가 되는 것을 인정받았다. 이 경우는 부흥조차 아냐. 원형이 되는 그리스 신화와 이집트 신화가 있긴 하지만, 마술기반을 거의 제로부터 만들어낸 위업입니다." 스승의 말은 소리 없이 타오르는 불꽃과 같았다. 현대 마술에 있어서, 틀림없이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아오자키 토우코의 위업. 관위 인형사인 그녀가 거의 혼자서 이룩한 업적과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대국의 자산과 현자들을 결집하여 이루어낸 그것은 단순히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양쪽의 대단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그것은, 원자폭탄의 설계도를 만든 학자와 실제로 만들어낸 국가 같은 것이겠지. 타인이 보기에는 어느 쪽도 동등하고, 그저 두려울 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2 "만약 그 정도의 위업을 마술 체계도 아니라, 단 한 가지, 단 한 번의 술식을 위해 구축했다면?" 말속에 감춰진 불꽃이 이번에는 뼛속까지 얼어붙는 냉기로 변한다. 신식(神喰らい). 에르고에게 주어진 술식의 의미가 해체되어 간다. "그건, 만리의 장성을 외적의 격퇴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 한 명의 미녀에게 바치기 위해 만들었다든가, 그런 류의 헛소리(ほら話)다. 하지만, 헛소리를 진지하게 형상화하는 것이야말로, 신비의 본령이라고도 부른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지 못하는 신비 따위 돼지 먹이로 던져주면 돼⋯ 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주장해 온 고집스러운(筋金入り) 마술사라면 몹시 기뻐하겠죠. 적어도,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당신은 이 추리 중에 생각했을 겁니다." "하하, 타인이 알아채면 역시 부끄럽군요. 맞습니다, 대체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카르마그리프가 인정한다. 목덜미를 부끄러운 듯이 문지르며 스승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렇다면 신을 먹은 것이 이스칸달이 아닌 이유도 분명해지겠죠? 정복왕 이스칸달은 이미 신이 되어 버렸죠. 그만큼의 개성이 이 별에 새겨져 있어요. 그리고 이스칸달의 유력한 후계자(디아도코이) 중에서는 역시 이스칸달을 기점으로 했을 뿐인 별개의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신화의 초점이 될 수 있지만, 하지만 뚜렷한 개성을 갖지 않는 공백이야말로 핵심입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3 카르마그리프의 대답에 나는 다른 감상을 품고 있었다. 아까 이 군주(로드)가 시온에게 했던 말과 지금의 발언은 굉장히 비슷하지 않았나. ——[시온 씨. 당신의 그것은, 예를 들어 윤곽만 있고 내용이 없는 자아예요. 비어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만이 있는 것 같은 인격입니다] 이전에, 스승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 마술의 근원은 본래라면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굳이 언어로 형용한다면「」이라고 할 수 있겠지, 라고. 그렇다면 해적섬에서 막 주워진 에르고 역시 그 조건에 걸맞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시온처럼 재능과 성품 때문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알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의 무구와 순수를, 당시의 에르고는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신을 먹는 자에게 필수적인 조건이 아니었을까. "⋯⋯⋯" 에르고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더 이상, 적발의 청년은 그렇지 않다. 세계의 모든 것을 밝게 웃으며 받아들일 뿐 아니라, 화를 내고 슬퍼하고, 타인을 훈계하거나, 누군가를 누나라고 부르는 것에 집착하거나⋯⋯ 우리들이, 바꾸어 버렸다. 지금까지의 여행이, 청년을 성장시켜버렸다. "그래요, 초점입니다. 신화의 창조가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이었다면, 거기에는 초점이 되는 공백의 인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세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다. 아무리 세 마술사가 신대에서도 드문 천재들이라 해도, 프톨레마이오스처럼 속세에 신화를 침투시킬 수 있는 수완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솔로몬 왕을 최후로, 마술사 자신이 왕이 되는 시대는 끝나버렸으니까요." "아아,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위대한 정복왕 이스칸달을 계승해야 할 공백에 알렉산드로스 4세라는 상대는 어울립니다. 이스칸달에게는 또 다른 아들이 있지만, 그의 세 왕위를 모두 물려받은 적이 있으면서, 하지만 그 물려받은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이 알렉산드로스 4세였기 때문에.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영웅이 재구성한 신화는, 지금까지의 조건에 모두 부합합니다. 아마 세계사를 통틀어서도 이만큼의 위업을 이룬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스칸달이 세계사에서 유독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프레마이오스라는 문화 수집가가 없었다면 있을 수 없었을 정도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4 실험실에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스승님은, 사고만으로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즉, 여기까지의 추리에, 당시의 스승님도 도달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최후의 결론도 카르마그리프와 같은⋯⋯. "하지만, 이상하군요, 로드 멜루아스테아." 단 한 마디로, 스승이 잘라낸다. 다시, 공간에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뭐가 이상한가요? 엘멜로이 2세."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세 마술사에게 말없이 계략을 꾸밀 필요가 없어. 전적으로 협력하면 됩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파괴할 위험을 무릅쓰고 파수꾼을 폭주시킬 필요는 없겠죠""아⋯⋯" 확실히 논리(로직)으론 그렇게 된다. "당신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와이더닛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것은 그 핵심 부분을 말하면, 논리가 어긋나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겠죠. 하나하나의 행동만으로 추리를 진행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행동 지침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거슬러 가면 속이기 어려워. 제가 지적하지 않았어도,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당연히 눈치챘을 겁니다." "흐음. 그렇다면, 완전히 착각한 걸까요?" 아무렇지 않게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아뇨, 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 도난과 밀실이, 2300년 전부터 계획된 교겐(狂言)이라는 것도, 거기에 3년 전의 사이파가 연루되었으리라는 것도 같은 의견입니다." "이야, 이건 기쁘네요." "하지만, 그 뒤는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스승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있던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토오사카 린이나 루비아 같은 고위 마술사들도, 그리고 이 사건의 중심이라 해야 하는, 규격 외의 신을 먹은 에르고도, 지금만은 신비성에서 한참 뒤떨어지는 스승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러 이런 장치를 한 이상, 프톨레마이오스가 세 마술사를 은밀하게 배신한 것은 틀림없어. 문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세 마술사라도 딱히 한 통속(一枚岩)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세 마술사도?" 나도 모르게 반복하고 말았다. 카르마그리프가 한 추리를, 다시 스승이 정중히 풀어간다. 그때였다. 다시 한번 관리부의 문이 열린 것이다. "드디어, 와줬군." 스승이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나도 뒤를 돌아——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런 등장을 기대받는 건, 마안수집열차(레일 체펠린) 이후로 처음이군, 오라비." "⋯⋯⋯설마 여기서 전원과 만나게 될 줄이야." 두 사람의 그림자가 붉은 화톳불에 비쳤다. 아름다운 소녀와 그를 따르는 수은 메이드,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지친 듯한 장한이었다. "어째서⋯⋯" 나뿐만이 아니라, 처음으로 카르마그리프의 기색에 동요가 섞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외주부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을, 로그와 라이네스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5 관리부에 모인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원래 린과 시온을 제외한 멤버들은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합동 발굴 조사단으로 선발된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 관리부에서 전원이 얼굴을 맞댄 것은 무엇보다도 기뻐해야 할 일인데⋯ 누구의 표정에서도 그런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라이네스만이 즐거운 표정으로 스승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를 부르는 게 제법 늦지 않았나, 오라비." 오만하게 가슴을 치켜세운다. 유연한 사지에 붉고 푸른 빛이 흘러, 마치 빛의 나라에 사는 요정 같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본 것은 용서해주길 바란다. "⋯⋯⋯아버지." 라티오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장년의 연금술사——라티오와 사이파의 아버지인 로그 쿨드리스 하이람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반신반의했지만, 정말 여기가 관리부인 것 같군." "어떻게, 여기에?"카르마그리프가 물었다. "저는 시공 거품을 분석했습니다. 토오사카 씨 일행은 도굴꾼의 루트를 이용한 것 같고요. 엘멜로이 2세들도 실험실의 데이터 등을 통해,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외주부의 당신들이 바로 이곳에 올 만큼 금서고를 탐색하는 것이 쉬웠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제 팬이라고 했었죠, 로드 멜루아스테아." 카르마그리프를 바라보며 스승이 말했다. "하지만. 저도 이전부터 당신을 믿고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잠시 카르마그리프의 반응이 늦어졌다. "고고학과인 당신은, 다루는 범위가 넓다 보니 아무래도 현대 마술 학과와 접점이 많아진다. 그래서 언젠가 당신이 내 앞에 서게 될 때를 대비해서 내 나름의 준비를 해 두었지. 아아, 나는 어떻게 해도 마술 실력으로 당신에게 맞설 수는 없지만, 분명 겁쟁이라는 점에서만큼은 한 발짝 앞서고 있어." "응, 그러니까." 라고 라이네스가 덧붙인다. 같은 시계탑에 소속된 군주(로드)를 앞에 두고 그녀는 너무나도 매력적인——언제나처럼 짓궃은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블랙 옥션에서 사이파 쿨드리스 하이람의 유품인 뒷 코드를 낙찰받은 건 나야, 로드 멜루아스테아." "⋯⋯블랙 옥션?" 나에겐 처음 듣는 정보였다. 하지만, "아ー아ー아ー아ー, 여기 오기 전에 쿼트와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말했던 그것이군요! 사이파 녀석이 남긴 연구 성과가 블랙 옥션에 팔려나갔다고 하던!" 조제페가 동그란 손가락을 교차시키며 말했다. 내가 모르는 것뿐이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였나 보다. 카르마그리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몇 초간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6 "어째서⋯⋯ 그런 일을? 블랙 옥션이 있었던 건 벌써 일 년 정도 전이에요. 여러분들이 에르고 씨를 만나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아틀라스원과 관련된 경매에 참가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당신이 주목하고 있던 옥션이었다." 스승님이 말한다. "그것만으로, 우리가 뛰어들 만한 가치가 있었어. 옥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물건이, 아틀라스원의 유실물(로스트 넘버)이라고 생각한 코드였을 뿐." "⋯⋯하지만, 현대마술과 역시 결코 부유한 학과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런 걸 살 수 있는 예산은 어디서부터?""그 이유는 이미 말했다. 나는 이전부터 당신을 믿어왔다고. 로드 멜루아스테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베팅한다. 비록 지금은 의미가 없는 것일지라도, 필요하다면 준비해 놓는다. 그런 건, 시계탑에서 살아가는 이상 당연한 게 아닌가?" "뭐, 빚을 쌓아놓을 겸 해서 오라비를 꼬드긴 건 나고, 블랙 옥션의 정보를 알려준 건 멜빈이긴 하지만 말이야. 후후, 이런 곳에 도움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트림마우에 묻어두었던 데이터에서 찾아내는 데 고생했어." 너무도 시계탑다운 대화였다.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일에, 막대한 코스트를 들인다. 미래의 경쟁 상대를, 어쩌면 방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확실히 그 런던의 마굴은 그런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7 "대체로, 당신도 처음엔 그걸 예상하였던 것 아니야?" '⋯⋯⋯⋯아, 처음이란 건.' 그렇다. 그것 또한, 라이네스는 말했었다. ——[하하하, 라티오에게 이끌려 내가 왔을 때,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좋은 표정을 했지! 도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거예요, 라고 부르짖는 모습이란. 이야, 타인의 절망과 비탄은 미용에 참 좋아!] 확실히, 당시 카르마그리프의 우려는 적중했던 것이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에 대해서는 라이네스도 스승도 몰랐다. 하지만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행동에 대해서는 감지하고 있었고,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뒷 코드를 확보하고 있었다. 우연히, 서로 생각하는 부분이 어긋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틀라스원의 뒷 코드 따위는 시계탑의 마술사인 나로서는 사용할 방법이 없어서 말이야. 이번에 외주부에 둘만 있게 한 것은, 그 부분을 터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엔 나도 모르게 스승님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네에게 말하지 않은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레이디." 어색한 표정으로 스승님이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렇지만 자네는 이런 숨기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겠지. 방금 말한 것처럼 조 편성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지만, 한 가지 의미만 설명했다." 당시 스승님은 조 편성에 대해, 범인을 색출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사실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라이네스와 로그를 둘만 남겨두고 다른 합동발굴조사단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사이파의 뒷 코드에 대해 협력을 구하는 의미였다. "로그 씨를 설득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려서. 뭐, 이쪽도 혹시 로그 씨가 범인이라면, 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이래저래 우회적으로,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 아니, 너희들의 탐색이 급히 전개되다 보니, 이대로는 늦지 않을까 싶어 상당히 조바심이 났다고." "즉, 엘멜로이 2세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요?" "응. 금서고 안에서도 그 뒷 코드를 사용해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거든. 원래 최심부에 있던 파라오의 관과도 정규로 통신을 하고 있었으니까. 로그 씨의 협력만 얻는다면, 단숨에 정보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손가락을 흔들며 라이네스가 윙크했다. "이번의 경우, 앞서간 오라비로부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지도 정보도 일일이 받았으니까. 그거야 뭐 술술(スイスイと)올 수 있지. 다행히 파수꾼들도 모두 멈춰 있었으니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8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범인인 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원들은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지만, 흉계의 비율로 따지면 스승과 라이네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일을 저지른 셈이다. 적어도 탐정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부르기에는 성격이 너무 나쁘고, 불공평하기까지 하다. "스승님도, 라이네스 씨도 소제를 속인 건가요." "다음에, 벌충은 할게." 기특한(殊勝)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도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9 이에 카르마그리프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 뒷 코드로 달려와서, 대체 라이네스 씨는 뭘 하러 온 건가요." "이 타이밍에 달려온 사람이 할 일은 정해져 있겠지. 중요한 증언을 전하러 온 거야." "증언?" 이번엔 라이네스 옆에 있던 연금술사가 앞으로 나섰다. 합동발굴조사단장인 로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내가 합동발굴조사단을 꾸린 이유는 단순히 발굴을 진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3년 전 사이파를 죽 용의자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다." "⋯⋯어이쿠, 온건하진 않네요." 카르마그리프뿐만 아니라 조제페와 쿼트도 숨을 죽였다. 이 두 사람은 3년 전 사이파가 살해당하기 전부터의 지인——즉, 용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의미가 없어졌어요. 수수께끼는 풀린 참입니다. 사이파 씨가 죽은 것은 2300년 전의 함정에 휘말린 거죠." "음. 오라비의 통신에서 그 추리도 전해졌어요." 라이네스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 "뭐, 확실히." 카르마그리프도 인정한다. "그래서 에르고 씨에게 파라오의 관에 접촉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거든요. 관리부와 연결할 수 있다면, 데이터에서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엘멜로이 2세는 이견이 있는 것 같은데요. 세 마술사도 한통속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라고 하셨는데." "말했지." 스승이 자신의 말을 확인한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스승은 그대로 기계장치의 새를 바라보았다. "생전으로부터의 지시로 에르고를 납치했다고 말씀하셨죠." "⋯⋯그 말 대로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목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뭐?" 되묻는 기계장치의 새에게 스승이 말을 이었다.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무슨 소리지⋯⋯!" "이전부터,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0 스승님이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방황해의 지즈와 산령법정의 무시키는 실험 초기부터 현대까지 계속 살아있을 생각이었다." 세 명의 마술사 중 두 사람. 실제로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대치했던 두 사람이기도 하다. 2300년 전의 실험부터 현대까지 살아남았다는 믿기 어려운 존재. "하지만 쿨드리스는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 반면 후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남기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이 에르고에게 먹게 한 신체(간타이)의 상세마저 후손에게 남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틀라스원의 '자신의 연구를 자신 이외에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규율이 걸림돌이 되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허술해." "⋯⋯⋯" 나 자신도 조금 의아해하기는 했다. 그래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은 아틀라스원이란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고 제멋대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술사에게는 당장 이해하기 어려운 룰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도 마찬가지라면, 너무 많이 생각해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스승의 말은 그것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거꾸로가 아니었을까. 쿨드리스는 2300년 전부터 이미 선수를 두고 있었던 게 아닐까?" "무슨 말씀이신가요?" 카르마그리프의 물음에 스승의 하얀 검지가 옆으로 흘렀다. "저 관에 잠들어 있는 것이, 파라오가 아니라면?" "그럴 리가(馬鹿な!)!"기계장치의 새가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틀렸을 리가 없잖나!" "정보를 위장할 수는 있겠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여기까지 돌파하는 데도 같은 수법을 썼을 겁니다." "⋯⋯에에." 시온이 긍정했다. 이 최심부에 도달하기 위해 그녀는 에르고의 데이터를 위장했다. 자신과 같은 좌표에 에르고가 있다는 생체 데이터를 보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보안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에테라이트만의 전매특허는 아닐 것이다. 뛰어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면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에르고의 실험에 참여했을 정도인,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한해서, 세 마술사 중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만이 특별합니다." 스승이 말한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설치한 함정에 대해 세 마술사 중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그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아틀라스원의 분파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이 도난당했다는 것이 아틀라스원 본부를 위한 허구라면, 거기에 편승하는 것은 더더욱 간단하겠죠. 왜냐하면, 이런 허언을 설정한 이상, 정상 작동만큼의 보안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파수꾼들이 폭주한 것에서도 보입니다.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는 생전에 당신이 설치한 함정을 일부러 간과하고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 뒷면의 뒷면. 함정 속의 함정. 음모 속의 음모. 너무나도 긴 시간과 그 안에 숨겨진 공방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정도다. "⋯⋯⋯그러니까, 스승님은 그 관은 밀실이 아니라""그래. 오히려 깜짝 상자(잭 인 더 박스)가 아닌가, 라는 거다." 또 한 번의 반전이었다. 이중의 밀실에서 무의미한 허언으로, 그리고 무의미한 허언에서 깜짝 상자(잭 인 더 박스)로. 방 안쪽에서 소용돌이치는 자전 폭풍도, 그 폭풍에 비친 관도 변하지 않는데, 그 정체는 점점 변해간다. 마치 상자 안의 고양이가 죽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하는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1 카르마그리프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그냥 추측이죠, 엘멜로이 2세. 아무리 그래도 가설을 너무 많이 늘어놓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 말대롭니다. 아까 로드 멜루아스테어의 추리와 마찬가지로." "이런, 자승자박(意趣返し)일줄은." 고고학과의 군주가 곤란한 듯이 웃었다. 스승은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 당신이 말했듯이 관을 열면 알 수 있겠죠.""어떻게요? 함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 건 당신입니다만, 역시 에르고 씨에게 맡기실 건가요? 아니면 시온 씨인가요? 여기까지 온 건 아마 에르고 씨의 생체 데이터를 이용해서 온 거죠." 카르마그리프의 말에 시온이 몇 초간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생체 데이터를 통한 해킹은 어렵습니다. 이 관의 시큐리티는 다른 것보다 더 견고합니다. 에르고 씨도 아마 환수를 이용해 접촉을 시도했을 거예요. 저희가 처음 왔을 때의 폐쇄 상태도 그랬지만, 그 환수에 관해서는 제 에테라이트도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온 거지." 라이네스가 말했다. "사이파가 남긴 뒷 코드를, 아틀라스원의 선임 교관이자 쿨드리스의 후예인 로그 씨가 사용한다면, 파라오의 관에도 간섭할 수 있겠지. 그러면 에르고가 직접 만질 위험 없이 관을 개방할 수 있어. 게다가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시큐리티 키가 정말 남아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군." "그렇게 될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2 카르마그리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라이네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평할 사람은 없겠지, 라는 확인이었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원들 중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들에겐 이번 발굴의 목표 지점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에. "상관없어요." "관이란 건 꺼림칙(物騒)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보물상자를 열지 않을 수도 없으니." 루비아와 린도 각각 말했다. "저도 불만은 없습니다.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어긴 자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끝까지 봐야 할 것 같으니." 시온도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었음을 뒤늦게나마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부탁합니다, 선생님" 에르고가 똑바로 신청했다. 사태의 초점이 되는 붉은 머리의 청년은 여행이 시작될 때와는 달리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 스승이 로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会釈). "⋯⋯⋯알겠다. 해보지." 로그가 손을 들었다. 그 피부가 안에서부터 찢어지고, 뼈가 드러난다. 하얀 뼈가, 실험실에서 라티오가 형성한 것과 같은 피아노 같은 건반을 형성했다. 엑조포름——모드 어쿠스틱. 쿨드리스에게 그 건반은 코드 해독을 위한 형태였을 것이다. "읏⋯⋯⋯" "움직이지 마시길,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기계장치의 새가 희미하게 몸을 움찔하는 것에 대해 스승이 못을 박는다. 뼈로 만든 건반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라티오의 조율이 섬세하고 치밀하다면 로그의 조율은 장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암석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선율이 방 안을 가득 채우자, 안쪽에서 거세게 휘몰아치던 자전의 폭풍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안쪽의 파라오의 관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라오의 관⋯⋯" 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대체, 이것으로 누구의 계획이 달성되는 걸까. 2300 년의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자전 폭풍이 대부분 사라지고, 관의 표면이 드러난다. 고대 이집트의 관습인지, 독특하게 희화화된 인간이 표면에 그려져 있다. "열겠다⋯⋯" 뼈의 건반을 연주하며 통나무가 중얼거린다. 기기긱,하는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는데도, 관 뚜껑이 저절로 열린다. 천천히, 천천히, 그 안쪽이 공기에 노출되어 간다. 찰나, 내 뒤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놀라운 속도였다. 아니, 속도라기보다는 타이밍이었을까. 단 한 순간, 전원의 호흡이 멈추며, 겹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림자는 질주한 것이다. 분석에 집중하고 있던 로그의 등 뒤로, 일섬이 가로지른다. 아무리 빨라도, 이제는 막을 수 없는 완벽한 기습. 딱딱한 소리가 울렸다. 완전한 기습을,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막은 소리였다. 수은이었다. "설마 했는데, 이건." 중얼거리는 라이네스의 그림자에서 수은의 방패가 튀어나와 있었다. 월령수액(볼루먼・하이드라저럼), 즉 수은메이드 트림마우가 형상을 변화시켜, 주인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그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날아오는 순간, 방패가 되어 그를 보호했다. "⋯⋯아니." 라고, 그 방어를 그림자는 부정했다. "그래선, 부족해." 반대 방향에서 발생한 폭위가, 새롭게 로그를 덮친 것이다. "읏―――!" 순간적으로 뼈의 건반으로 막아냈지만, 그 압도적인 위력을 막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장한(壮漢) 연금술사의 몸이 가볍게 날아가 수정의 벽에 충돌한다. "로그 씨!"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다. 기습을 가한 상대가⋯⋯⋯ "⋯⋯당신." 벽에 부딪힌 로그에게 달려간 린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어째서, 당신이⋯⋯!" 뼈의 검을 꺼낸 자세 그대로, 라티오가 살짝 웃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엄청난(凄まじい) 미소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3 "그렇다면 이런 가정도 성립하지. 분할사고는, 몸과 상당히 다른 자신도 허용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자신?' 문득 상상해 버렸다. 만약, 아서왕을 닮지 않은 내가 허용된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하지만 스승님이 다시 물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라티오. 3년 전, 네가 죄를 지은 것은, 그렇게까지 달라졌기 때문인가?" 스승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스승님, 그건, 설마." "3년 전, 연금술사 사이파를 살해한 건 지금의 너겠지, 라티오." 그 지적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관리부의 공기가, 꿈틀거렸다(ざわりとうごめいた). 순간적으로, 뒷짐 지고 있던 스승님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알고 있다는 듯이, 린의 보석이 마력을 발산한다. 치료 마술로 로그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최소한의 응급처치를 끝내기 위한 시간 벌이를 겸한 추리였다. 이를 눈치챘는지 라티오는 스승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언제부터 라티오를 의심했지?" 그 목소리만이,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처음 해적섬에 있을 때의 무기질적인 라티오의 모습 그대로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그 구획——실험실 때다." "기억에는 있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는 남아있지 않았을 텐데." "넌 내 조언으로 능력을 향상했다." 스승님의 말에 그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실험실에서 신을 먹이는 실험의 데이터를 빼내려다, 라티오는 큰 피해를 입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너무나 견고했고, 이에 접촉하려던 그녀는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지닌 연산 능력을 쥐어짜, 결국엔 쓰러질 뻔했다. 그 라티오가 스승의 말에 다시 일어나, 그 알렉산드로스 4세의 환상을 재생시킨 것이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그때의 내 조언은 어디까지나 초보적인——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면, 먼저 자기 점검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스승이 계속했다. "물론, 그런 조언을 한 것은, 그때 너의 모습에서 초보적인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선 모순되어있어. 그런 실수를 네가 저지를 리가 없는데, 내 충고로 인해 너는 정말 회복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너에게 위화감을 가지고 있었다." "스승님⋯⋯" 확실히 불합리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도한 상대방의 성과에까지 그런 위화감을 갖는 것은 오히려 신경증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74 "그래서⋯⋯⋯?" 라티오가 되묻는다. "그래서, 네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네 내면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동시에 대형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당연히 성능이 저하된다. 비슷한 무언가가, 당신 안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의 경우, 분할사고라면, 지금 말한 프로그램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까." 스승의 말에 라티오를 제외한 모두가 숨을 죽였다. 확실히 그 정보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해적섬의 사건에서도, 고속사고와 분할사고에 의한 미래시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사건의 진실과 관련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하하, 역시 엘멜로이 2세네." 카르마그리프가 박수를 친다. 몹시 공허한 소리가 관리부에 메아리쳤다. 순수한 칭찬이기에 더더욱, 이 경우엔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럼 스승님, 라티오 씨의 분할사고가⋯⋯본인을 장악했다는 건가요⋯⋯?" "⋯⋯⋯그건 오해다, 그레이. 내가 말한 것은 그런 게 아니야. 편의상 분할사고라고 말했지만, 그것으로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서브프레임이라면, 메인프레임에게 들키지 않고 계속 작동하긴 어렵겠지." 스승님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의 라티오가 바로, 메인의 라티오다." "인정하지." 라티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물을 연상시키는 푸른 머리카락이, 옆에 서 있는 탄겔의 갑옷을 간지럽혔다. "당신들을 만나기 전부터 라티오는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분할사고의 2번에 맡기고 있었다. 자기 자신은 분할사고의 2번으로 위장해서, 2번의 사고의 뒤에 머물러 있었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75 "아니, 지금의 그녀는 메인 프레임은 맞지만, 진짜 라티오, 라는 것도 조금 달라. 오히려 그녀가 말하는 분할사고의 2번——우리가 접한 라티오의 성격이 원래의 라티오에 더 가깝지 않겠나." 스승님은 이쪽의 짐작을 단숨에 바로잡는다. 시가의 연기가 미간의 깊은 주름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방금 전, 내가 신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방황해나 산령법정에 비해, 쿨드리스만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지. 하지만 아틀라스원에서는 엘트남의 에테라이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억과 인격 정보 자체를 다룰 수 있다. 그렇다면 에르고의 실험이 거의 완성되는 시점에 쿨드리스의 유지를 최신의 후계자에게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 왜냐하면 아틀라스원에는 [자기 연구는 자기 자신 외에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가문에 전승할 수 없어. 규칙을 무시하더라도, 최소한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대의 후계자에게만 전해지도록 하는 게 가능한 선일 거다." "필요한 인간에게만 전해지게 하는 건 시계탑의 마술사들도 자주 하는 일이죠. 여차하면 자신의 아이라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내 비전은 전수하지 않겠다, 정도는 하니까." 린이 희미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짚이는 게 있는 걸지도 모른다. 스승님은 라티오에게 말을 이었다. "3년 전, 사이파 씨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찾아왔을 때 당신은 이미 협력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그 실험실의 데이터를 접했을 때 후계자에게 쿨드리스의 의지가 전해졌을 것이다. 아마 코드를 해독했던 건 사이파였겠지만, 그 내용을 전달받은 건 너였던 게 아닌가." "⋯⋯⋯" 라티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상관없이, 스승의 말이 그녀를 찌른다. "과거의 쿨드리스를 만났을 때 현재의 라티오는 변질하였을 것이다.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말을 떠올려도 좋다. 시온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과도한 기억을 주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만약 기억이 결여되어 있어도 동일성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기억을 쏟아 부어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아⋯⋯! 그건," "그건 단순히 시온을 도발한 게 아니야. 그런 척하며 지금의 것을 확인하고 있었던 거다. 시온 엘트남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아무리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 해도, 과도한 기억의 주입으로 인해 인간성이 변질해버린다는 걸." 서로의 말 뒤에는 몇 개나 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체 어디까지가, 서로의 술수였을까. "그래서 분할사고가 성질이 다른 자신을 용납한다는 것은, 이 경우 메인의 변질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의미다. 원래의 라티오의 본질에는, 우리가 만난 라티오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지금까지 분할사고에 몸을 맡겨왔던 것도, 그런 자신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행동 패턴이 달라져 버린 자신이라면 아버지인 로그나,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틀라스원의 지인들이 눈치챘을 거다. 물론,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우리를 유도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긴 했겠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6 "가깝다. 멀다. 이제 와서 그것에 어떤 의미도 없겠지." 라티오가 웃는다. 그 보라색 눈동자가 흔들리며, "에르고." 라고 말하며 붉은 머리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아니,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이라고 부를까." 여기까지 와서 라티오는 청년의 정체를 말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자전의 폭풍이 가라앉은 안쪽, 파라오의 관을 만지며 그녀는 청년에게 선언한다. "이 내용물은, 너에게 먹일 것이다." "나에⋯⋯게⋯⋯?" 눈썹을 치켜세운 에르고가 눈을 크게 떴다. 관의 내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검은 독기가, 청년에게 쇄도한 것이다. "젊은 주군!" 비통한 목소리로, 기계장치의 새가 외쳤다. "자, 실험을 재개하자. 2300년, 성공 사례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쿨드리스 실험을." 에르고를 뒤덮은 검은 독기에 대해, 라티오가 관을 작동시키려 한다. 반짝, 하고 주위의 공기가 빛났다. 가느다란 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을 조종하는 것은 보라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어린 소녀였다. "시온인가!" "라티오 쿨드리스 하이람――아뇨, 너야말로, 라티오였던 것이야!" 차가운 목소리로 연금술사의 신동은 선언했다. "아틀라스원의 계율에 따라, 저는 당신을 구속합니다!" 소녀가 팔을 잡아당긴다. 그 에테라이트가 뇌신경까지 닿는다면 아무리 라티오라 할지라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주인만 속박한다면, 사역마인 탄겔도 자동으로 굴복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판단은 그야말로 최적이자 최선이었다. 그러나 직전, 또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엘트남의 가전 특질인 미크론 레벨의 실이, 모조리 얼어붙은 것이다. ​에테라이트를 얼어붙게 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았다. 수정의 바닥에, 짧은 화살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변도 '변화'하여 얼어붙어 있었다. 일종의 고등마술이라는 것을, 조금이지만 나름대로 시계탑의 수업을 듣는 나로서는 알 수 있었다. 고급 슈트의 소매에서 접힌 활이 튀어나와 화살을 쏘아낸 것이다. "쌍은순호(슛 더 문)⋯⋯" 스승이 중얼거린 것은, 그 예장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장의 주인도 명백했다. 단궁을 든 마술사는 날카로운 기색을 풍기며, 그 눈가를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었다. "카르마그리프 씨!"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째서―――!" "아니, 왜냐면 이쪽이 더 가치가 있잖아요?" 자못 당연하다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고고학의 군주(로드)로서, 나는 오래된 것에 최대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존재의의로 삼고 있어. 응, 내가 에르고 군의 정보를 시계탑에 흘리지 않은 건, 신대의 마술에 어두운 시계탑으론 에르고 군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니까지. 그렇다면 여기서 쿨드리스의 계획에 몸을 맡기는 것도 당연하지 않아? 그야, 엘멜로이 2세라도 살리지 못하는 에르고의 가치를, 고대의 쿨드리스라면 빛낼 수 있을 테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7 카르마그리프의 미소는 오히려 천진난만할 정도였다. 웃으면서 손가락이 움직였다. 마치 일류의 악사가 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선율의 대신, 수십의 화살이 난무한다. 그 화살 하나하나가 틀림없는 필살. 사신의 낫(그림리퍼)으로 받아내도, 그 날이 얼어붙었다. 아니, 어떤 화살은 얼어붙고, 어떤 화살은 불타오르고, 어떤 화살은 번개가 되어 자신의 팔까지 마비시켰다. "차차차차갑뜨거워워찌릿찌릿해애애!(つつつ冷た熱つつつ痺れるううううう!)" 애드가 비명을 질렀다. 무장화한 애드의 강도를, 더욱 능가하는 마시(魔矢)의 연타. 현대의 마술사가 주문도 없이 단 한 공정(싱글 액션)으로 만들어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위력이었다. '군주(로드)⋯⋯!' 그 의미를, 똑똑히 깨닫게 된다. 스승과 함께 수많은 사건을 경험했지만, 시계탑의 정식 군주(로드)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도, 카르마그리프는 전투 지향(戦闘向き)의 마술사는 아닐 것이다. 그 능력 역시, 어디까지나 호신용의 영역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위력. 전력으로 회피해도, 순식간에 궤도를 바꾸어 자기 유도(호밍)해 온다. 지그재그로 궤적을 바꾸는 화살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레이 씨!"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다시 한번 휘둘린 것이다. 얼어붙은 실을 파기하고, 새로운 에테라이트를 꺼낸 듯했지만, 손가락까지 괴롭힌 냉기 때문인지 처음만큼의 선명함(冴え)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도 이쪽을 겨냥한 화살을 날려버리고, 카르마그리프에게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먼저 발동했다. 배후의 벽에서, 새로운 마력이 솟구쳤다. 자신들이 피한 줄 알았던 화살이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술에 의한 화염과 얼음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조합해 마력을 통하게 하고 있었다. "무――!" "제법 손재주 좋죠? 저." 카르마그리프의 입꼬리가 얇게 올라간다. 군주(로드)가 날린 화살은, 그 자체가 새로운 마법원(魔法円)을 새기고 있었다. 사각에 있던 그 마법원에서, 일제히 마탄이 해방된다. 자신도, 시온도 아니었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스승님!" 무방비 상태인 슈트의 등을 향해 마탄의 무리가 이빨을 드러낸다. 그 전부가, 흑주(간드)의 탄환에 의해 날아갈 거라곤. "잠깐 선생님, 멍하니 있지 말아 주실래요." "이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자신의 역할과 전장을 제대로 파악해 주셨으면 해요." "⋯⋯⋯아니, 이건 면목 없군." 학생들의 비난에 스승은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었다. 맞춘 것도 아닐 테지만, 내딛는 발걸음마저 함께였다. 한 명은 검은 머리를 쓸어 올리고, 한 명은 긴 금발을 흰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며 고고학과의 군주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두 분은 그쪽인가요. 일단 겸임하고 있는 광석과(키슈아)의 학생이기도 하니까, 제 편을 해주지 않을까⋯⋯⋯적어도 공평하게 어느 쪽에도 편을 들지 않은 채로 있어 주지 않을까, 같은 달콤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요. 이러니까 저는 인망이 부족해요." "랄까, 카르마그리프님, 역시 이 트러블은 급료 외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니아니 티카, 시간 외 수당으로 봐주지 않을래요?" 시치미 떼는 카르마그리프에게 여유롭게 다가온 조수 티카가 아타셰케이스를 껴안고 옆으로 섰다. 그리고, "그레이와 시온은 에르고를 부탁해." "카르마그리프 선생님께, 이런 곳에서 지도받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두 숙녀는 넘치는 투지를 드러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 에델펠트가, 카르마그리프와 티카 두 사람과 대치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8 관리부의 공간은,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다. 천장은 높고, 마치 별자리처럼 붉은 화톳불이 켜져 있지만, 기껏해야 플라네타리움 시설 정도의 넓이일 것이다. 그 안에서 지금, 여러 운명이 교차하고 있었다. 라티오는 신중하게 관을 떠나지 않고 있었고, 뼈의 거인 탄겔 역시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괜찮나, 그레이?" 라이네스가 말을 건넸다. 갑작스러운 충격을, 그 울림이 완화해 주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스승님은?" "이쪽은 문제없어. 저쪽은 맡겨두는 수밖에 없으려나." 스승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린 일행을 바라보았다. 린과 루비아와 카르마그리프는 방의 입구 부근에 진을 치고 있었다. 라티오의 편을 들기로 결정한 카르마그리프가 합동발굴조사단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쪽으로 유도한 것 같았다. 영리한 전술이었다. 반면 이쪽은 방 안쪽에 안치된 파라오의 관을 향해 마주하게 되었다. "에르고 씨를, 놓아주세요." 관에서 흘러나온 검은 독기가 적발의 청년을 붙잡고 있었다. 유난히 짙은 연기 때문에 안쪽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도 미아기와 에르고가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일까. 시온은 그 독기 근처에 웅크리고 있다. 무언가 공작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현재로서는 성과가 없는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관 바로 옆에서 라티오가 말했다. 그녀 역시 검은 독기를 내뿜고 있는 상태로는 파라오의 관에서 떨어질 수 없는 듯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나마 전투가 멈춘 것 같다. 그녀로서는 가급적 주변의 파괴는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에르고와 그 관을 연결하는 것이 너의 목적이었기 때문인가?" 스승님이 묻는다. 힐끗, 청발의 연금술사는 스승을 쳐다보았다. "라티오(쿨드리스)가 이루고자 하는 것도 알 수 있겠지?" "얕보지 마라, 신대의 연금술사." 스승님이 날카롭게 되받아쳤다. "이 사건에서 가장 간단한 수수께끼가 그것이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아무리 변질하더라도 라티오라는 연금술사의 본질은 아틀라스원으로서 지극히 고지식했다. 그런 라티오가 친족의 피를 흘리면서까지 쫓는 쿨드리스의 와이더닛 같은 것, 하나밖에 없겠지. ——세계의 멸망을 회피할 수단을 위해, 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이 모두가 추구하는 끝. 초대 원장이 증명해 버린 멸망을 어떻게든 회피하려다, 모두가 절망의 끝에 무릎을 꿇었다. 확실히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궁극적일 것이다. "하지만 스승님, 그건."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카르마그리프도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멸망을 회피하는 수단이, 간단히 세상의 멸망을 초래하는 수단으로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였지. 아아, 그 말대로겠지.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지적은 옳다. 하지만 그것은 동등한 수준의 지성을 가진 자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에?" "행성의 충돌을 피하는 수단은, 행성을 지구에 충돌시키는 수단으로도 전환할 수 있어. 그 자체는 옳고말고. 단, 전환하는 상대는, 원래의 행성 충돌을 회피하는 수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겠지." "⋯⋯그건, 네, 그렇게 되겠죠."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즉시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누구도 전환할 수 없을 정도로 격절된 지성으로, 세계의 멸망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면 된다." 나는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대신 시온이 반응했다. "엘멜로이 2세! 그건 즉, 신을 먹은 에르고를 연산기로써 사용한다는 것인가!" "그래. 신이란 아직 인류가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의 지성이다. 그렇다면 그 권능으로 연산한다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정도로는 도저히 전환할 수 없는 수단을 만들 수 있겠지." "뭐⋯⋯⋯" 옆에서 듣고 있던 쿼트의 말문이 막혔다(絶句する). 조제페도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서야(鳩が豆鉄砲でも食らった), 겨우 대답했다. "어이어이, 엘멜로이 2세. 아무리 그래도 터무니없어. 아무리 유능한 연산기라도 풀어야 할 문제가 없어. 세계의 멸망 같은 애매한 문제론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여기는,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다." 지적을 스승이 일축한다. "당시 아틀라스원의 연구를 망라한,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지. 즉, 대도서관과 에르고를 연결하면 당시의 연금술사들이 등록한 연구에 대해, 종합적으로 멸망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연산할 수 있다. 이 행위는 아마도 에르고의 몸으론 견딜 수 없겠지만, 그 또한 쿨드리스의 바람일거다. 왜냐하면, 한번 에르고를 다 써버리면 멸망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해지니까." "아⋯⋯!" 신을 한 번에 다 써버린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쿨드리스의 목적(와이더닛)이었던 것일까. 충격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지럽게 변하는 상황을 따라갈 수 없어, 조제페와 쿼트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계장치의 새도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9 "내가, 젊은 주군을 관으로 데려온 것은,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했기 때문이라고 했지." "예." "⋯⋯⋯그 말은, 2300년 전부터, 내가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끔찍하다고도 생각되는 질문에, 스승은 한 호흡만 침묵을 지켰다. "정확히는 조금 다릅니다. 당신과 신대의 쿠르드족은 서로를 속였죠. 그 결과로서, 3년 전에 에르고는 라티오의 수중에 넘어가지 않고, 해저를 표류하게 된 겁니다. 동시에 신대의 쿨드리스는, 언젠가 에르고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실수가 있었더라도 만회할 수 있도록 해 둔걸 겁니다." 한 가지, 무언가 떠올랐다. 재현체의 프톨레마이오스를 기동시킨 것은 라티오였다. 왕의 재현체를 이용해서 대도서관의 중심부에 접근하는 것——자신이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관리부와 에르고를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있었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0 "그런 것이겠지, 라티오?" 라티오를 바라보며 스승이 물었다. 관을 쓰다듬으며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라티오(쿨드리스)의 기록에도 그렇게 되어있다, 아아, 그렇게까지 해체했다면, 엘멜로이 2세도 저항의 무의미함을 이해한 게 아닌가." "무의미함?" "라티오(쿨드리스)가 소망을 이루는 것이 같은 마술협회로서 시계탑에 있어도 옳을 텐데. 신설된 현대 마술과라 하더라도, 군주(로드)인 당신이 저항할 의미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실 카르마그리프도 같은 사고로 적으로 돌아섰는지도 모른다. 가치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마술사에게 있어, 연금술사에게 있어 분명한 가치가 있다. 실제로 조제페와 쿼트도 저항의 의사가 꺾인 것 같았다. 카르마그리프처럼 쉽사리 이쪽을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더는 라티오를 방해하기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스승님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1 "⋯⋯이전, 분할사고의 너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스승은 중얼거렸다. 시가를 끼고 있던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자색 연기가 나선형으로 흔들리며, 그 손가락 끝이 라티오를 향해 똑바로 향했다. "그 정도 일이, 어떻게 내 제자를 포기하는 이유가 되지?" 눈동자의 밑바닥에,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겁쟁이여도, 비굴해도, 자학적이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열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2 "잘 말했다, 엘멜로이 2세!" 외친 것은 뼈의 거인이었다. 탄겔이 장갑(装甲)을 두른다. 원래 견고했던 외골격의 위에, 더욱 두꺼운 뼈로 무장한다. 마치 현대의 복합장갑 같았다. 복수의 성질을 가진 장갑을 겹치는 것으로, 더 많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현대의 지혜를, 아틀라스원은 독자적인 방법으로 더욱 높이 끌어올린 것일까. "탄겔." "안 된다고, 라티오 아가씨." 제지하려는 라티오에게 탄겔은 이렇게 말한다. "이 선생은 절대 꺾이지 않아. 여기서 확실하게 처리해야 해." '쿵'하고 거체가 앞으로 기운다. 거대한 포신에 탄환이 장전되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렇다면 그 해방은 포탄인가. 충격파(소닉붐)까지 흩뿌리는 돌격(챠지)를 앞에 두고, 자신의 몸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탄겔의 어깨부터 건져 올리듯 손을 집어넣자, 뼈의 거인은 돌격의 기세 그대로, 아주 조금 빗겨나갔다. 파수꾼을 던져버렸을 때 흉내 냈던 린의 무술을, 다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파수꾼의 때처럼 벽에 부딪히게 할 수는 없었다. 빙글빙글 몸을 돌린 뼈의 거인은 그 발로 수정의 벽에 착지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력이 반전된 듯, 백 수십 킬로가 가볍게 넘을 거체는 벽에 붙어 있는 그대로였다. 탄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었구나, 회색 아가씨."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 된 것이다. 불과 몇 주 전, 자신과 에르고는 라티오와 탄겔에게 패배했다. 지금이라면 어떨까. 자신의 기술과 육체는, 아틀라스원의 기술의 정수인 이 거인을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좋은걸. 회색 아가씨." 왜인지, 거인의 목소리는 몹시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부럽구만. 너도, 에르고도." "탄겔 씨." 참을 수 없어서, 이름을 불러버렸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83 그리고, 스승이 라티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어야 할 게 남았다, 라티오." "호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완전히 가동시 에너지는 어디서 가져올 셈이지." "에너지?" "마술은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신비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야. 아무리 속여넘겨도, 등가교환이 한계다. 오히려 단 한 알의 금을 만들기 위해 그 만 배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낭비의 극치야말로 마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승님이 말하는 것은,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예외지만⋯⋯⋯⋯ 그것에도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에르고나 바이뤄롱이 강대한 권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토지에 강대한 영맥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마술 조직이라면 영맥 등을 사용하겠지. 하지만, 아틀라스원은 거의 마력을 사용하지 않아. 설령 신대의 것이라 해도, 그 원리는 동일할 것이다. 물론 현대 과학보다 훨씬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기술이 있으니, 도서관이나 파수꾼의 유지에는 문제가 없겠지. 하지만 2천 년의 시간을 거쳐 축적된 연금술사들의 연구에 전부 결론을 내려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규모의 항시적인 에너지원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거의 틀림없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연결되어 있는 자원이 있을 거다." "과연, 그에 짐작 가는 것이 있다고." "⋯⋯있다." 스승의 눈빛이, 그 색을 더욱 짙게 물들였다. "⋯⋯해저화산이다." 갑자기 이상한 단어가 나와서 당황했다. "스승님, 그것은⋯⋯⋯" "지중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해저화산이 여럿 있다. 이제부터, 라티오는 그 화산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최후의 연산을 이루려는 게 아닌가." "미안하지만, 착각이다." 라티오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몇 초 늦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바닥이 작게 흔들렸다. 작지만 길게 이어지는, 불길한 진동이었다. "방금 건――" "이제부터가 아니다. 이미 그 명령은 내렸다. 지금부터 27분 56초 후에, 알렉산드리아 해저의 화산이 분화한다." 마치 수식의 결론을 고하듯, 라티오는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4 알렉산드리아 해저에, 유적은 2천 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남아있었다. 신대의 아틀라스원의 기술은 그만큼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지상의 왕조가 몇 번이나 바뀌고, 한때 수도로 번영을 누렸던 알렉산드리아의 대부분이 바다에 가라앉아도 이미 해저에 있던 유적은 무엇 하나 옮길 것이 없었다. 시간의 흐름에 잊힌 듯,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빛도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미수(微睡)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 달랐다. 최초의 이변은 지극히 작았다. 거품이었다. 하나. 둘. 거품이, 떠오른다. 하나. 둘. 셋. 이윽고, 숫자가 늘어난다. 열, 스물, 백, 이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거품이 유적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조금 뒤늦게 진동이 일어났다. 작게나마 오래 지속되는, 불길한 진동이었다. 마치 유적의 모습을 한 괴물이, 2천 년의 시간을 거쳐 깨어난 듯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5 검은 독기 속에서도 에르고는 냉정했다. 청년의 시각으로도 연기의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환수를 뻗어도 안개의 바깥쪽에는 닿지 않았다. 독기에 휩쓸렸을 때를 생각하면 반경 2미터도 안 될 텐데, 아마도 독기의 안과 밖은 공간적으로 단절된 것 같다. 아무래도 시공 거품과 비슷한 성질인 것 같다고,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결된 것이 있었다. 그 연결고리에 의지해 청년은 마음으로 외쳤다. '시온 씨.' [네, 들립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청년을 구속하고 고문하기 위한 에테라이트였다. 그것이, 지금은 이렇게나 든든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단 한 가닥의 실이, 자신을 고무한다. 깊은 미궁에서 영웅(테세우스)을 구출해냈다는 아리아드네의 실과도 같았다. [엘멜로이 2세와 라티오의 이야기는 전해졌습니까.] '네.' 라고 긍정을 돌려준다.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외부의 상황도 순차적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라티오의 표변. 그 진실. 에르고가 파라오의 관을 열게 한 의미를, 지금의 청년은 알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6 [그 독기가, 당신을 격절하는 동시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당신을 연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온의 사념이 분석한 상황을 보고했다. 에르고의 감각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에 간섭해서 연결을 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건,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요.' 에르고는 부정했다. '방금의 해저 화산의 이야기를 보면, 여기서 제가 단순히 연결을 끊는 것은 상책이 아니에요. 저와 시온 씨가 해야 할 일은, 분명 그 역입니다.' [역?] 시온의 사념이 되묻고, 그 순간 대답도 전해지고 있었다. 이심전심이란 그야말로 지금을 뜻하는 것이겠지. [알겠습니다. 서포트하겠습니다.]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시온은 결단했다. '시온.' [뭔가요. 당분간 분할사고의 두 개를 분석에 돌릴 테니, 크게 잡담은 할 수 없어요. 당신도 고속 사고를 따라오는 것 같지만, 외계의 10분의 1 정도의 시간은 소비하니까요.] 다소 초조한 듯한 사념에, 에르고는 그만 미소 짓고 말았다. '고마워요.' [뭐, 뭐죠 그건.] 당황한 시온이, 역시나 금세 청년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7 전해지고 있다는 신뢰감과 함께 에르고는 중얼거렸다. '저는 어쩌면 제가 누군가의 환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요모츠헤구이(ヨモツへグイ)의 이야기를, 엘멜로이 2세로부터 처음 들었다. 황천의 나라에만 존재하는 음식(요모츠헤구이). 입에 넣으면 명계의 주민이 된다고 하는 그것과 신의 조각은 비슷한 것이 아니냐고, 2세는 처음부터 도달해 있었다. 결과로써, 소생 전의 인물은 상정 외였지만,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누구든 큰 차이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없을 셈이었다가 옳을까. '알렉산드로스 4세, 인가.' 이상해져 버린다. 그러면서, 묘한 납득감도 있었다. 이 육체의 이름. 이 얼굴과 손가락의 이름. 그렇게까지 엘멜로이 2세가 추구했던, 이스칸달로 연결되는 이름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이상하게도 에르고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는, 누구인 건가요] 그때, 에르고는 엘멜로이 2세에게 물었다. 그리고, 조금 전의 라티오가 마침내 대답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이라고 부를까] 였던 것. 거기까지 포함한 대답이, 에르고의 밑바닥에, 쿵 하고 자리를 잡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8 "엘멜로이 2세――!" 탄겔의 형상이 순식간에 변해갔다. 그의 외골격은 근육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적절한 변형을 통해 그 기능을 몇 배로 높일 수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치타의 속도와 그리즐리의 강인함(剛力)을 겸비한 괴물. 아니, 동물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속도로 스승에게 돌진한다. "가까이 오지 마!" 끼어들 듯이 나는 사신의 낫(그림리퍼)를 휘둘렀다. 한 손으로, 탄겔이 쳐낸다. 놀랍게도 충분히 '강화'한 자기 육체와 사신의 낫(그림리퍼)조차도, 거인의 팔에 찰과상을 입힐 수 있을 뿐이었다. "크⋯⋯읏!" "오오오옷!" 낫을 붙잡은 채로 몸이 날아가 버린다. 일직선으로 스승님 방향으로. "트림마우!" 그 위쪽에서 라이네스의 지시에 따라 월령수액(볼루먼・하이드라저럼)이 날아왔다. 수은 메이드의 모습으로 주먹을 철퇴로 바꾸어 탄겔의 머리를 향해 휘두른다. 그것으로 겨우 멈췄다. 결코 동등한 소모(痛み分け)가 아니다. 저쪽은 거의 온전한 상태지만, 이쪽은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치명상을 입는다. 둘이서 줄타기를 반복해서, 겨우 행동을 제한하는 정도다. 함부로 움직이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스승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팔짱을 낀 채로,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9 나는 조심스럽게 낫을 다시 잡으며 물었다. "왜, 스승님께 집착하는 겁니까?" "어이어이, 그런 건 당연하잖아." 탄겔이 굵은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저 녀석이, 너희들의 요체(要)이기 때문이지." "읏——" "마술을 쓸 수 없든, 전력이 되지 못하든, 그런 건 무엇 하나도 상관없어. 라티오 아가씨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건 저 녀석이야." 두렵다. 진심으로 두렵다고 생각했다. 이 사역마의 말은, 완전히 옳다. 그리고, 새로운 목소리가, 사태의 또 다른 급변을 선언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0 "⋯⋯끝났다." 중얼거림과 함께 옆에서 뼈의 검이 꽂혔다. 한 움큼(一房)의 머리카락을 빼앗겼다. 눈치채는 데 0.2초만 늦었어도, 동맥이 절단되었을 것이다. "라티오!" 라이네스의 외침과 함께, 사고를 공유하는 트림마우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라티오의 뼈검이 호를 그리자, 트림마우의 몸은 붙들어 묶여,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고속사고. 해적섬의 전투에서, 여러 번 당했던 미래시에 의한 초월검기. "이미, 수많은 멸망을 회피하기 위한 연산은 시작됐다. 더는 라티오가 할 일은 없다. 그리고 라티오도, 최대의 위협은 엘멜로이 2세라고 생각한다." 탄겔 혼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둘! "오라비, 이건⋯⋯"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라이네스의 입에서, 작은 절망의 울림이 흘러나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1 그 말에 이끌리듯 스승님의 시선이 올라갔다. "삼 분, 버텨다오. 그레이. 라이네스." 결코, 자신이 넘치지는 않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충분했다. 이 사람이 부탁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이건 나중에 은혜를 입혀둘 거라고(恩に着せる), 오라비." 라이네스가 입술을 비틀며 속삭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가장 긴 삼 분이 시작되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2 '전보다 더——!' "무슨 일이야, 회색 아가씨!" 탄겔의 주먹의 난타는, 이제는 포탄의 난타와도 다름없었다. 일격 일격에 필살 이상의 무게가 담겨 있다. "애드!" "알았어!" 견디다 못해, 들고 있던 사신의 낫(그림 리퍼)을 파성추(배틀링 램)으로 변형시킨다. 이에 따라 탄겔의 갑옷도 변형되었다. 그때마다, 최적의 형태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 엑조포름의 본령이었을까. 이쪽이 양손 망치를 쥔 순간, 탄겔의 양손은 요새를 연상시키는 4중의 복합 장갑을 여기(励起)했다. 굉음이 울려 퍼졌다. 찰과상만 남기고 이쪽의 일격이 튕겨 나가는 소리였다. 완전히 '강화'된 자기 육체와 파성추(배틀링 램)으로도 역부족일(歯の立たぬ) 정도로, 탄겔의 갑옷은 압도적이었다. '그런——!' "끝나라, 그레이" 자세가 무너지는 것까지 예상했던 라티오의 뼈 검이, 이쪽의 머리를 향한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내 뒤쪽에서, 순간, 무언가가 움직였다. 뼈 검의 칼끝이 수정의 바닥을 파고들었다. 반짝이는 수정 파편이 흩뿌려지는 가운데, 선명한 은색의 유체가 재빨리 자신을 확보하며 바닥을 미끄러졌다. "라이네스." "오라비가 다치는 건 괜찮지만, 너는 안 되지." 내려다보는 라이네스가 황금의 꽃처럼 웃는다. 지금의 탈출은 물론 그녀가 조종한 트림마우의 소행이었다. "해적섬에서 싸웠을 때보다, 라티오도 탄겔도 성능이 올라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 라티오의 메인프레임인 이상, 당연히 서브프레임보다 성능은 더 상승했겠지. 사역마도 마찬가지다." 라티오 일행을 노려보며 자세를 가다듬는다. 서늘한 눈빛은 몇 수 앞에서 우리들을 처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일까. 삼 분이라는 시간을, 이대로 견뎌낼 수 있을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3 제자들과 의붓동생에게 보호받으며, 엘멜로이 2세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극심한 굴욕감이 온몸을 달구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이 감각에 익숙해진 적이 없었다. 지키는 자와 지켜지는 자가 뒤바뀌어 버렸다. 아무리 마술사가 상식적인 윤리와는 거리가 먼 존재라지만, 이게 굴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진 패로밖에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엘멜로이 2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무리 후회하고 괴로워해도, 자신의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시키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4 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두 연금술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제페와 쿼트였다. "⋯⋯이건." "⋯⋯우리들은." 각각 신음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어느 쪽의 편을 들 수도 없었다. 라티오——지금은 라티오였던 것의 주장은, 지극히 옳은 것이다. 적어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기록되어 있는 만큼, 연금술사들의 고뇌는 구원받을 수 있다. 해저 화산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희미하게 전해지는 진동의, P파 파형으로 보아도 인근의 해저 화산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급격한 변화가 정상적인 자연 현상일 리가 없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할 수 없었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그들의 본령인 사고마저 빼앗긴 채 그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5 가장 먼저 다가간 것은, 웅크리고 있는 연금술사들이었다. "조제페 씨, 쿼트 씨" "하하, 하하하, 뭔가요, 군주(로드)." "⋯⋯너." 각각의 반응을, 연금술사들이 돌려준다. 갑자기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뿌리째 빼앗긴 예술가들 같았다. "고민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는 채겠죠. 저에게, 당신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속삭임에, 두 연금술사의 눈빛이 조금은 빛을 되찾는다. 다음으로 세상은 또 한 명의 어린 연금술사에게 말을 건넸다. "시온. 아직 에르고와 에테라이트로 연결되어 있나.""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쪽의 목소리도 들릴 거라 생각합니다만, 더 이상 제가 관리부에 간섭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한번 도전을⋯⋯" "아니, 그건 됐어." 라고, 2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대신에,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다. 내 기억에서, 어떤 술식을 빼주지 않겠나." 시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상관은 없습니다만. 조금 전의 에테라이트의 때와는 달리, 일방통행이 아니라면, 당신의 기억에서 더 여분의 것을 빼낼지도 모르는데요." "너를 믿을 수밖에 없겠지." 2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는 정해져 있었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기계장치의 새는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단락(쇼트)라도 일으켜서, 작동을 멈춘 것처럼도 보였다. "당신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군주(로드)." "뭐든 할 수 있다고, 그 녀석이라면 말하겠죠." 악연히, 새는 군주(로드)를 올려다보았다. 뛰어난 목소리로, 마치 울면서 웃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지. 그 녀석이라면 그렇게 말하겠지." 작게, 2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은 확실한 것이었다. "기억을 잃은 아픔에 대해, 저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알렉산드로스 4세를 왜 자신이 되살리려 했는가, 그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스럽겠죠. 하지만 지금이라면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와이더닛을.." "너⋯⋯" 잠시 기계장치의 새는 말을 멈췄다. "혹시, 내 동기도 짐작하고 있나." "상상일 뿐입니다. 당신이 납득하기에는 부족할 겁니다. 아마 당신에게 부탁하는 것은 그걸 위한 행위가 되겠죠." "좋다. 무엇을 하면 되겠나." "시온에게 들어주시죠. 제가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6 "시온에게 들어주시죠. 제가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니까." 걸어간다. 이번에는, 혼자서. 관리부 전체가 떨리는 격렬한 전투가 한창이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땅 밑에서——바다 밑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을, II세의 감각은 파악하고 있었다. 해저화산. 검은 독기를 향해, 소리쳤다. "듣고 있나, 에르고!" 이 얼마나 한심한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군주(로드) 따위, 의미가 있는가. 저기서 싸우고 있는 군주(로드)는, 자랑스러운 제자 두 명을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데.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럼에도,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인 거다. "——지금부터, 나는, 신을 묻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7 목을 천천히 조여오는 듯한 기분을 견디고 있는 중, 등 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선, 이번의 신은 너에게 먹힌 신이 아니야." 스승님의, 신을 묻는 말이었다. "파라오의 관 안에 있고, 너를 최종 연산기로 삼기 위해, 그 안에 계속 숨겨져 있던 신체(간타이)다. 이 기운을 포함해, 잠자는 신의 권능(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신은 너에게 먹힌 세 위의 신 중, 두 번째 위의 신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 그 사구전신도 아틀라스원——고대의 실험에 참여한 쿨드리스의 연금술사에 의해 공출된 것이니까." "읏⋯⋯.." 라티오의 표정에 순간 흔들림이 생겼다. / "무엇을 하려는 거지, 엘멜로이 2세." "안 돼요. 절대로 스승님께는 보내지 않습니다." 파성추에 마력을 흘려보내면서 자신은 선언했다. 신기했다. 예전에 라티오와 스승의 신에 대한 물음을 들었을 때는, 함께 무시키와 싸웠던 것이다. 그녀의 미래시를 통해, 선인의 폭력을 간신히 이겨냈다. 그 재앙의 화신 같은 여자에게서, 라티오의 연산만이 내 몸을 구해 주었다. 지금은 그 반대. 라티오의 미래시에, 우리들이 견뎌내야 한다. "이전의 정보에 따르면, 쿨드리스의 연금술사가 공출한 신체(간타이)는 복수의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인자가 발현될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뜻이다. 어째서냐면, 최종적으로 이 관에 도달하면 유리한 부분만 남길 수 있으니까. 그러한 신을 이 파라오의 관에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은!" 탄겔의 돌진(体当たり)에 맞춰 라티오의 뼈 검이 쭉 뻗었다. 십 미터 정도를,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스승의 목을 향해 달린다. 파성추로 그 검을 붙잡고, 탄겔의 돌진에 대비해, 발을 딛었다. 동시에 외쳤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8 카르마그리프는 결코 학생들을 얕보지 않았다. 린도 루비아도, 그 자질만 본다면 시계탑에서도 톱 클래스에 든다고, 몸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순간만 그 주의가 흐트러졌다. "즉, 파라오의 관에 잠든 신에는, 두 가지 권능이 필요하다." 엘멜로이 2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신을 절개하기 위한 기능. 다른 하나는 최종 연산기로서의 기능. 하나씩이라면 몰라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는 신은 그리 많지 않다. 두 번째 위의 신과 인연이 깊다면 더더욱 그렇다." "잠깐, 이 상황에서, 심신자(審神者, 사니와)를 맡는다고——" 동요는 찰나뿐. 말투는 장난스럽지만(言葉面こそふざけていても), 완벽한 구축과 함께 보석을 손가락에 끼워 넣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9 "연산이라고 하면 이집트에서는 지혜의 신 토트가 필두로 선다. 또는 그의 아내이자, 측량과 서기를 관장했던 세샤트도 조건을 충족하겠지. 그러나 어느 쪽도 신의 기능을 절개하는 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것은 미라에 가까운 권능이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기 위해 사체를 잘라냈다. 그들에게 사체란 다음 생을 위해 절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이것은 너의 '손'과 비슷하지. 의사가 인체를 자르는 것은 나이프를 든 손이고, 어린아이가 계산할 때도 손가락을 접는 것이니까⋯⋯" 엘멜로이 2세의 강의가 울려 퍼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0 그리고, 어둠 속에서 엘멜로이 2세의 말이 울려 퍼진다. "이 신은 전쟁의 신 세트와 짝을 이루는 신이자, 그에게 죽임을 당한 신이다. 과거의 왕이며, 현재는 세트에게 왕권을 빼앗긴 자, 그리고 미래에는 최후의 왕신인 호루스에게 넘겨주는 신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가지 측면을 가진 것으로, 이 세 위는 마술의 신 헤카테와도 비슷한 관계다. 혹은 동양의 아수라나, 후에 일신교의 해석으로 사용된 삼위일체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그 말 하나하나가 지금 내 마음에 스며든다. "그리고 생과 사의 신이다. 식물의 신이지만, 동생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신을 무로 돌리는 명계의 신이 되었다. 동시에 나일강의 물을 관장하며,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토트의 예지를 부여해 구원한 생명의 신이기도 하다. 쿨드리스가 세상의 멸망을 피하기 위한 연산기로 생각한 것도 적절하겠지. 더 나아가자면, 이 신은 최초로 미라가 된 신이기도 하다. 파라오의 관으로 위장해 잠들게 한 것도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서고가 수목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이 신의 영향일지도 모른다고, 청년은 어렴풋이 생각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1 새로운 연산이 성립되어 간다. 에르고의 육체가 복원되어 간다. 청년의 손에는 거대한 잔이 들려 있었다. "심신자(審神者)로서 엘멜로이 2세가 신의 이름을 소상(審らか)한다." 청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전신 세트를 자각했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에르고, 네가 접속한 신의 이름은——" "그만둬! 탄겔, 저걸 멈춰!" 소리를 지르며 라티오가 움직였다. 한계까지 효율화된 동작은 무술의 축지와 흡사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2 청년의 앞에, 그것은 서 있었다. 확실히, 낯이 익었다. 모래폭풍 속에서 만났던 신과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구전신 세트에게 죽임을 당한 신들 중, 가장 유명한 형제 신. 태양신 라의 왕권을 이어받아, 이집트 신화에서 오랫동안 주신의 자리에 있었던 존재. "오시리스⋯!" 명계의 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3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이유로, 린은 맹렬히 뒤를 돌아보았다. 주문이었다. "닫아라 (채워라)." 그녀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주문이 관리부에 메아리친 것이다. 조제페와 쿼트가 바닥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곳에서 수정이 변질하고 있었다. 혹은 열로, 혹은 용해로, 변질한 곳에 그들의 피부를 새로이 쏟아부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버린다. 피부야말로, 그들의 연산기였다. 평면형의 컴퓨터 같은 것이다. 그들이 만지는 것은 순식간에 연산기로 변화한다. 그리고 지금 만들어진 형상의 중심에는, 기계장치의 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되었다." 새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바로 옆에서, 시온이 이리 속삭였다.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반복할 때마다 다섯 번. 그저 채워지는 때를 파각(破却)하라." 빛이 분출한다. 천장의 붉은 화톳불을 누르며, 섬광의 선풍이 불어온다. 라이네스의 월령수액(볼루먼 하이드라저럼)과 싸우고 있던 라티오가, 눈을 크게 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4 "시온 엘트남, 그건!" "엘멜로이 2세로부터 술식을 빌렸습니다." 그것은,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아니다. 본래 연금술사인 시온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술식은 필요한 만큼의 마력만 유도할 수 있다면, 그녀 또한 다룰 수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제대로 된 암시조차 사용할 수 없었던 시절의 엘멜로이 2세——제4차 성배전쟁의 웨이버 벨벳조차도 사용할 수 있었던 술식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5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신을 불러낼 수 있는 장소라면, 유사한 술식이 성립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당신이 해저 화산을 여기(励起)시켰으니, 영맥 또한 이 이상 없을 레벨로 들뜨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이상 없을 촉매까지 둘이나 준비된 겁니다. 술식 자체는 즉흥이지만, 이 정도의 조건이 갖춰지면 성립하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6 두 가지의 촉매. 하나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다른 하나는, 아, 이건 틀림없이——기계장치의 새(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인. "하지만, 제3마법을 이용한 대성배의 모방만은 불가능⋯⋯" 말끝을 흐리던 라티오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런가! 너희들, 최종 연산기를 사용했군!" 암흑 속에서, 새로운 빛이 탄생하는 것을 에르고는 보았다. 수많은 빛의 알갱이들이 모여, 마치 성운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빛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지식이었고, 수식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년을 먹어 치우려던 무수한 수식들과는 달랐다. '⋯⋯그래, 이건 시온의.' 시온이 보낸 데이터에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검색한 결과였다. 빛 하나하나에서 작은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곧 큰 나무로 성장했다. 싱그러운 가지의 사이에 황금의 잔이 끼어 있었다. '⋯⋯아아, 이건.' 일시적인 것임을, 에르고는 알 수 있었다. 극동에서 벌어진 성배전쟁의 이야기는, 청년도 여러 번 들었다. 그 전쟁에서 소환된 서번트는, 지극히 특이한 존재다. 예외 중의 예외인 신비——제3마법의 기적으로만 성립된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신의 권능에 의한 연산으로 아주 일시적인 모방은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원형이 된 결전술식에 더 가깝다—— '⋯⋯이것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지혜?' 에르고는 알 수 없었다. 본인의 기억과, 도서관의 지혜는 더 이상 구분이 되지 않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7 "고한다." 시온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몸은 내 아래에, 내 명운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의지에 따라 이 뜻, 이 이치를 따른다면 응하라." 방대한 마력이 공급되고 있다. 방대한 연산이 힘을 보태고 있다. 본래, 수십 년에 한 번, 극동의 어느 대의식에서만 성립하는 초발급의 술식이, 지금, 이 순간에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출현한다. "맹세를 이곳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누르는 자." 거기까지 읊조렸을 때, 시온의 눈이 움직였다. 접근하지 못하도록 에테라이트의 결계를 쳐 놓았는데, 누군가 그 결계를 뚫고 들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로." 카르마그리프가 단궁을 당기고 있었다. 두려운 것은 군주(로드)의 혜안. 순식간에 린의 마술의 성질을 간파하고, 카운터를 당하지 않도록 여기까지 접근한 것이다. 더욱이, 돌고 도는 다섯 별이 발동할 수 없는 초지근거리(超至近距離)에서의 마술 사격. "아뇨, 선생님" 하지만, 또 한 사람이 가로막았다. 루비아도 역시 우회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돌고 도는 다섯 별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 움직이지 못한 린을 대신해, 그녀는 스승을 따라, 왼손에 두 개의 보석을 움켜쥐고 있었다. "Call grace(은혜여, 깨어나라!)!" 보석을 점화한다. "Call grace(은혜여, 깨어나라)! Squared(상승相乘)!" 더욱 보석을 점화한다. 금주로 여겨지는 상승으로 '강화'를 더욱 부스트한다. "무⋯⋯슨! 과연 카르마그리프조차, 숨을 헐떡였다. 초근거리 마술 사격에 대항하는, 초근거리 마술 타격. 한계를 넘어선 속도로, 교차법처럼(交差法気味に) 점프슈트를 입은 신체가 허공을 가른다. 마술의 화살에 금발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빼앗기면서, 너무도 강렬한 플라잉 니킥이 카르마그리프의 목에 작렬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8 새로운 연산이 성립되어 간다. 에르고의 육체가 복원되어 간다. 청년의 손에는 거대한 잔이 들려 있었다. "심신자(審神者)로서 엘멜로이 2세가 신의 이름을 소상(審らか)한다." 청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전신 세트를 자각했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에르고, 네가 접속한 신의 이름은——" "그만둬! 탄겔, 저걸 멈춰!" 소리를 지르며 라티오가 움직였다. 한계까지 효율화된 동작은 무술의 축지와 흡사하다. (중략)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칠천," 그리고 시온 역시 최후 주문을 외쳤다.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청년의 앞에, 그것은 서 있었다. 확실히, 낯이 익었다. 모래폭풍 속에서 만났던 신과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구전신 세트에게 죽임을 당한 신들 중, 가장 유명한 형제 신. 태양신 라의 왕권을 이어받아, 이집트 신화에서 오랫동안 주신의 자리에 있었던 존재. "오시리스⋯!" 명계의 신.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이 신은 에르고가 먹은 신이 아니라, 지금 연결되어 있을 뿐인 신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맥박치는 신과 달리, 말을 걸거나 할 수는 없다. 그저 그곳에 아직 존재할 뿐인 기능의 잔재다. 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만들기 위해 남겨진 권능의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이것뿐이라고.' 남은 파편만으로는 에르고가 먹어 치운 신의 세 위를 전부 되돌릴 수 없다. 쿨드리스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최종 연산기로서 청년을 조정하는 기능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산기로서의 기능을 이용할 수는 있다. 연결되어 있는 이상 유도할 수는 있다. 시온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수식을, 그 신에게로 인도할 수 있다. "맹세를 이곳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누르는 자." 에르고 역시, 그 주문을 외운다. 마력을 돌린다. 손에 든 잔에, 모든 마력을 쏟아붓는다.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칠천," 그리고 에르고 역시 마지막 주문을 외쳤다.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9 어둠을, 빛이 몰아냈다. 강렬한 섬광이, 역류했다. 물리적인 것이 아닌, 영적으로 감각 자체를 불태우는 거대한 마력(빛)이었다. 마력은 그대로 엮여 인간형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경계 기록대(고스트 라이너) ⋯⋯" 속삭인 것은 조제페였다. 그와 쿼트가 만들어낸 마법원 안에 새로운 형체가 생겨나고 있었다. 근골이 건장한, 백발에 흰 수염을 멋지게 기른 노인이었다. 늙음으로 인해 쇠약해지기는커녕, 하루하루 그 경험을 육체에 새겨 넣은 듯했다. 눈꺼풀을 감고 검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별과 같은 의장이 새겨진 외투를 입은 모습은 마치 밤하늘을 의복에 비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깨에는 기계장치의 새를 올려놓고 있었다. 주름투성이의 손이 조용히 들어 올려졌다. 남아있던 검은 기운이 그것만으로 사라지고, 적발의 청년이 나타났다. "에르고!" 시온이 달려왔다. "다녀왔어⋯ 시온." 미약하게, 에르고가 웃었다. 방금의 방대한 마력을 영맥에서 유도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의 권능(힘)을 휘둘렀을 때 이상으로, 청년은 쇠약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에게, "너희들이, 나의 마스터인가." 노인이 속삭였다. 천천히, 호박색 눈이 떠졌다. "내 이름은, 프톨레마이오스일지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0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싸우고 있던 라티오도 탄겔도, 린도 루비아도, 시온도, 조제페도, 쿼트도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아무래도, 잘 된 것 같군." 머리를 흔들며 스승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둬." 마른 목소리로, 라티오가 말했다.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에르고를 관에 돌려보내. 그래면 아직 연산을 계속할 수 있어." "아니요, 체크메이트입니다." 바닥을 구른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루비아의 최후의 일격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는지, 일어서기도 귀찮다는 듯이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건 이제 안 돼요. 끝난 겁니다, 쿨드리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가 뭔지 잊었습니까." 어느새 프톨레마이오스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그 페이지의 문자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속도로 바뀌어갔다. 마치 컴퓨터의 화면처럼. "지금, 나는,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하나가 되어 있다. 엄숙한 목소리로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그렇게 좌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참 신기한 기분이군." 이번에는 어깨에 얹힌 기계장치의 새의 것이었다. 두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금 동기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또한, 아틀라스원의 분할사고와 비슷한 존재 방식이었다. 책을 탁 닫았다. 관리부에 청량한 빛이 들어왔다. 투명해진 천장 너머로, 해저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량의 거품이 바닷속을 타고 올라오지만, 그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해저 화산은 휴면하도록 간섭했다. 이 단계라면 일단은 늦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나의 유지 시간도 줄어들지만, 상관없겠지." 그리고는 푸른 해저를 올려다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1 그리고, "엘멜로이 2세." 스승님을 향해, 프톨레마이오스가 뒤를 돌아본다. 건장한 노인을 올려다보며 스승님도 견딜 수 없는(たまらない) 표정을 지었다. "당신의 전성기라면 보통 이때쯤이겠죠." "서번트의 나를 본 적이 있는 건가." "멀리서, 단 한 번만. 더 젊은 당신을." 스승은 마치 청춘을 떠올리듯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정복왕 이스칸달과 함께 달려갔던 제4차 성배전쟁의 때였을까. "그렇군, 그 애송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구나." 프톨레마이오스가 유쾌하게 웃었다. "내 인생에는, 두 번이나 빛날 때가 있었지." 노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푸른 바다 밑바닥에서, 추억이라는 거품을 내뿜듯이. "그러니, 이 미련은 끝내지." 다시 한번, 프톨레마이오스가 책을 펼친다. "지금부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폐관한다." "그만해!" 라티오가 달려들었다. 그 양손이 맞닿아, 손바닥에서 튀어나온 뼈가 서로 얽혀 거대한 뼈의 검이 되었다. 검이라기보다는 엉터리 뼈(出鱈目な骨)로 만든 오브제처럼 보였다. 온갖 부위의 뼈가 결합한, 흉측하고도 기괴한 이형의 대퇴모大槌矛(할버드).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 최대의 공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맞서는 노인의 우람한 손은, 팔꿈치 부근부터 거울처럼 변해갔다. 주위의 수정을 비추는 선명하게 연마된 경면. 그 거울 표면에서 마그마를 능가하는 열선이 뿜어져 나왔다. "——읏!" 그 위력은 라티오가 휘두른 대퇴모가, 순식간에 녹아내릴 정도였다. 서번트로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자신은 하나가 되었다고 프톨레마이오스는 말했다. 지금 발산한 빛의 특출난 위력은, 해저화산도 여기시키는 이 대도서관이 뒷받침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아무리 신대의 연금술사의 예지를 얻는다 해도, 라티오에게 막을 방법은 없다. 거울의 팔에 빛이 수렴한다. 이 대도서관을 이루는 수정에 저장된 정보(빛)가, 이 서번트에게 다뤄질 때, 처절한 공격 수단으로 변한다. "옛 동포를 계승한 자여, 나의 보구의 일단을 알고 떠나는 것을 허락하마." 늙은 왕이 말했다. "열려라, 예지의 문" 더 이상, 노왕을 직시하기도 어렵다. 마치, 옛 신명재판의 결과를 알리는 듯 그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왕의 서고>(비블리오테케 바실레이오)." 굉뢰의 울음소리가, 질주했다. 솟구쳐 오르는 마력이, 한순간에 해방된다. 자신이 빌리는 성창에 필적할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의 분류. 그러면서도 프톨레마이오스가 조종하는 빛은, 노왕이 겨냥한 범위 밖에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제어되고 있었다. 마침내 망막에 그림자가 비쳤을 때,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뼈의 거인이었다. 푸른 머리의 연금술사를 탄겔이 보호하고 있었다. 그토록 강인했던 외골격은 무참히 붕괴하여 있었다. 한쪽 팔은 완전히 타버려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웅크린 채로, 허벅지도, 어깨도, 옆구리도, 크게 결손되어 있었다. 등부터 가슴까지의 절반 이상은 반대편까지 보이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고, 타들어 간 부위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미안. 엘멜로이 2세." 등 너머로 거인이 속삭였다. "제멋대로인 말뿐이지만. 라티오 아가씨를 용서해 주지 않겠어." "탄⋯겔⋯⋯" 보호받은 연금술사만이 무사했다. 순간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모든 장갑을 사용해 그녀를 보호한 것은 틀림없었다. 스승이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혹시, 당신은, 사이퍼로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어떨까나." "탄겔⋯⋯⋯" 라티오의 손이 떨렸다. 그 하얀 손가락이 탄겔의 뺨에 닿았다. 그곳도 뜨겁게 달아오른 채, 치익 소리를 내며 손가락 끝에 화상을 입혔지만, 지금의 라티오에겐 더 이상 신경 쓸 기능도 상실한 것 같았다. "탄⋯겔⋯⋯⋯!" "그런 얼굴 하지 마⋯⋯사역마가 하나 사라지는 것뿐이잖아⋯⋯" 거인이, 웃었다. 웃는 것처럼, 나에게는 보였다. "잘 자⋯⋯누나⋯⋯아버지께 잘 부탁해⋯⋯." 가슴팍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와 수정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탄겔의 핵이 된⋯⋯ 사이파의 두개골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2 처절한 싸움의 끝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라티오는, 계속 두개골을 껴안고 있었다. "엘멜로이 2세. 라티오는, 멸망을 피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생각했다. 동생이 죽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후회도 없었다." "작은 중얼거림만이 수정 바닥을 기어갔다. "그런데 왜 라티오는 이렇게⋯⋯심장까지 찢어질 것 같은 거지." "너의 본질은 라티오다." 스승이 말했다. "쿨드리스의 지식에 의해 변질했어도, 본질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야. 쿨드리스의 지향성은 어디까지나 주의나 이념. 너라는 인간의 본질은, 동생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라티오라는 인간의 본질.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프톨레마이오스가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3 "가도 좋다. 폐관이 시작된 이상, 이곳은 오래 가지 못해." 방금 전과는 다른 진동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뒤흔들었다. 마치, 긴 꿈에서 깨어나는 듯한 진동이었다. "이 유적은 없어져 버리는 건가요." "그저, 잠시의 폐관이다." 노왕은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다시, 걸맞는 인간이 오면 다시 열리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고, 그보다 멸망의 쪽이 먼저 올지도 모르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4 "자, 돌아갈 길을 준비하지." 바람결에 휘날리듯, 외투가 흔들렸다. 노인의 흰 손이 드러난다. 파라오의 관 바로 옆에서 무지개색의 거품이 생겨났다. 시공 거품이었다. 떼 지어 모여든 수많은 거품이,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은 새로운 '문'을 만드는 것을 보며 스승이 문득 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5 "그러고 보니, 결국, 진짜 파라오의 관은 어디에 있었던 겁니까." "이걸 말하는 건가." 프톨레마이오스가 흰 수염을 만지자 관 바로 옆의 바닥이 열렸다. 그곳에서, 또 하나의, 완전히 동일한 형태의 관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건⋯⋯⋯" "첫 번째 관은 로드 멜루아스테아와 당신이 간파했듯이 아틀라스원 본부에 대한 변명을 위한 더미다. 뭐, 이런 걸 준비해 두었으니 쿨드리스가 오시리스가 신체(간타이)를 넣어서, 이용할 수 있는 틈이 생긴 거지만." "과연." 스승이 목덜미를 긁적거렸다. 여행의 마지막에, 뭔가 생각지도 못한 유쾌한 것을 만나고 말았다고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6 이윽고, 시공 거품에서 전혀 다른 공간이 열렸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외주부에서 기다리는, 잠항정으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젊은 주군에 관해 묻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도 최저한의 것은 여기에 적어 두었다. 젊은 주군이라면 읽을 수 있겠지만, 너에게 전해주마." 노왕은, 수정을 스승에게 쥐여주었다. 안쪽에서 보라색 빛이 명멸하는 수정이었다. 그 수정을 손수건으로 깔끔하게 싸서 주머니에 넣은 후, 스승은 이쪽으로 돌아섰다. "그럼, 시온에게 라티오를 구속시키고, 로그들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7 그렇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웅크리고 있던 라티오의 등이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아틀라스원의 제복도, 매끄러운 피부도 순식간에 처참한 피투성이가 되었고, 거기서 고슴도치처럼 골침의 검산(骨棘の剣山)이 전방위를 향해 솟아오른 것이다. "스승님!" 순식간에 큰 방패로 바꾼 애드로 스승님을 보호한다. 힘껏 종을 치는 듯한 충격이, 몇 번이고 대방패를 때렸다. 게다가 골침의 발생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프랙탈 형태로 새로운 가시에서 또 다른 가시를 낳으며, 관리부를 단숨에 침식해 나갔다. "오오오오옷? 이건 뭐야!" "기억 포화다!" 애드의 비명에 스승이 대답한다. "서브프레임에 자아를 맡기는 것으로,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던 인격이, 메인 프레임으로 이행해, 전투 상황과 다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폭주하고 있다⋯⋯!" 즉, 에르고의 폭주와 같은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8 "그러면 제가!" 골침의 침식을 에르고의 환수가 맞받아친다. 여섯 개의 환수는 공격해 오는 골침을 차례로 꺾었지만, 그것마저도 곧 불안정해져 청년이 무릎을 꿇었다. 프톨레마이오스를 소환할 때의 절대적인 피로가, 에르고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린이든, 루비아든, 라이네스든, 골침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취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니야.' 대방패를 계속 치는 충격 속에서도 아니라고 부정한다. 라티오를 죽일 마음만 먹는다면, 금방 끝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거기까지 결단하지 않는다. 결국 목숨의 위기가 된다면, 순식간에 전환하겠지만⋯⋯ "그러면, 내가 묻어주지." "⋯⋯아니, 그건 기다려 주시죠. 프톨레마이오스." 스승이 제지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로드 멜루아스테아! 이렇게 될 줄은 알았겠지! 티카 씨를 전투에 참여시키지 않은 것은 대책을 세워서 부정무이(제미니)를 준비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9 그러자, 그렇게 큰 일격을 받고 쓰러져 있어야 할 카르마그리프가, 불쑥 일어서고 말았다. "이런, 들켰나요." "부정무이(제미니)?" 익숙하지 않은 이름에 묻자, 스승이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멜루아스테아의 지상예장이다. 동등 이상의 재료를 대가로, 믿을 수 없는 레벨로 신비에 관련된 물품이라도 모조해내지. 단, 상당한 양의 사용자의 혈액 필요로한다. 다소 정채가 부족했던 건, 꽤나 많은 양을 사용했기 때문일 거다." "뭐,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린과 루비아 두 사람을 상대로, 5분 이상 싸우고 있었는데도, 그것마저 전력(本調子)이 아니었단 말인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0 천천히 일어서서, 다가오는 뼈의 폭풍을 살짝 피하면서, 말했다. / "티카, 스탠바이." / "뭐, 카르마그리프 님이 괜찮으시다면야ー." 조수인 티카가 트렁크에 손가락을 걸었다. 파칭, 파칭 소리를 내며 잠금장치가 풀리는 것을 보며 카르마그리프는 말을 이어갔다. "부정무이(제미니)는 모조한 것을 바로 생성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서. 상한은 있지만, 몇 개는 생성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어요. 다만, 물건에 따라서는 재료를 넣고 나서 생성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티카 씨에겐 계속 그걸 해달라고 하고 있었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1 "Avra kedabra." 최후의 주문으로 트렁크의 뚜껑이 열린다. 그 안쪽에서 나타난 것은, 인체였다. 단, 뼈가 된 팔뿐인. "무, 슨⋯⋯" 스승이 신음한다. 그 정체를, 시온이 갈파(喝破)했다. "설마, 그건 쿨드리스의." "예, 사이파 쿠르드리스 하이람이 남긴 혼신의 엑조포름! 물론 자동 발동, 자동 판단 기능 포함의!" 팔의 뼈에서, 조금 전의 라티오를 재현하듯이, 무수한(おびただしい) 가시가 생겨났다. 라티오의 폭주하는 뼈를, 팔에서 생겨난 골침들이 요격해간다. 무수히 많은 골침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충돌하거나, 얽히면서 전위예술적인 형상을 만들어낸다. "어떻게, 이런 것을. ⋯⋯아니, 그래, 원래 사이파의 친구였기 때문인가!" 그 가능성은, 이전의 스승도 지적한 바 있다. ——[사이파 씨와 카르마그리프 씨가 아는 사이였다는 말인가요] ——[시계탑의 마술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모두 거짓말쟁이들이니까] 그때의 대화가, 어쩌면 진실일지도 몰랐다. "조직을 넘어서서, 나름대로 교류가 있었어요. 저희도 몰래 후원하는 대신, 사이파 씨로부터 몇 가지 발굴의 출토품이나, 본인의 술식을 제공받았습니다. 이 팔도 그 일환이었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2 "그러면, 사이파의 뒷 코드를 경매에 내놓은 건⋯⋯" "물론 저입니다. 그땐 돈이 급해서, 카피해 놓았던 것을 이것저것 팔았어요. 산 상대가 누구인지, 조금 조사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쓴웃음을 짓는 카르마그리프도, 정말 그렇다(むべなるかな). 카르마그리프가 옥션의 판매자로서 주목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스승과 라이네스를 끌어들여 뒷 코드를 사게 된 것이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3 두 개의 기점을 가진 뼈의 방출은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천칭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전신을 바친 라티오와, 이제는 팔만이 남은 사이파의 차이였을까. 분명히 사이파의 골침이 지배하고 있는 공간이 더 작아지고 있었다. "선생님, 이걸로 안 된다면⋯⋯" 린이 보석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녀의 보석 마술이라면, 뼈의 중심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라티오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애드가가 변형된 대방패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때, 또 다른 지점에서 튀어나온 것이, 라티오의 골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 번, 그것은 뼈였다. 장한의 팔의 피부를 찢으며, 무수한 골침이 생겨나고 있었다. "⋯⋯⋯로그 씨" "마음 놓고, 자고 있을 수도 없지." 아틀라스원의 상급 교관이, 어느새 일어서 있었다. 린의 치유 주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간신히 지혈에 성공한 정도였다. 자기 뼈를 무기로 삼는 쿨드리스의 가전특질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몸 상태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로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라티오⋯⋯⋯" 천천히, 가까이 다가간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서번트 프톨레마이오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 걸음씩, 확실히, 걸어간다. "⋯⋯라티오" 딸의 이름을 방어의 주문처럼 외치면서, 뼈의 폭풍에 다가간다. 모든 것을 막을 순 없어서, 뺨과 옆구리, 허벅지가 찢어져 붉은 피를 흘리게 했다. "이 로그는, 계속 너를 무시했구나." 로그의 몸의 절반 정도엔, 피부 바로 아래에서 생성된 뼈가 드러나고 있었다. 뼈와 뼈가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강철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 "사이파가 사라진 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이 로그는 다 잊어버렸어." 더 이상, 로그의 손은 골침을 만들지 않았다. 최소한의 급소를 보호하는 엑조포름만이 그를 지키는 전부다. "네가 쿨드리스의 이름을 짊어지고, 신을 먹은 자를 찾겠다고 한 의미도 돌아보지 않았다." 요란스럽게, 불꽃이 진다. 마치, 생명처럼 흩어진다. "너와 대화하려고 한 적도 없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도 없었다. 범인의 수천 배, 수만 배의 사고를 가지고서,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나태한 채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티오의 전신에서, 한층 강하고,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수의 골침이 생겨났다. "로그 씨!" 외침은 또 다른 소리에 묻혀버렸다. 장한의 몸을 관통하기 직전, 골침이 끊어진 것이다. "⋯⋯시온." 에르고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조종하는 에테라이트가, 거의(すんでで) 치명적인 골침만 잘라낸 것을 청년만은 알아챘던 모양이다. 딸을 안은 채로, 피투성이의 장한은 움직이지 않았다. 라티오 역시, 더 이상의 골침을 만들어내지 않았다. "⋯⋯아버지."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골침을 만들어낸 뺨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피투성이였고, 그 눈물이 피를 닦아냈다. "아버지⋯아버지⋯⋯!" 어린아이처럼 울부짖는 그녀를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4 종장 / 알렉산드리아의 마슬 역에서, 우리는 개찰구 근처에 서 있었다. 희미한 모래 내음이, 오전의 공기에 섞여 있다. 이 역에 도착했을 때는, 사막의 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에 감동했지만, 사람은 제멋대로라, 조금만 지나면 역시 사막의 나라구나⋯⋯⋯라고 느끼는 것이었다. 금속 벤치에 앉아 에르고는 수첩에 연필을 긋고 있었다. "또, 그림 그리는 건가요." "잊어버리기 전에 그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에르고는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최근 청년은, 이런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해적섬 때와도, 싱가포르에 있을 때와도, 일본에 있을 때와도, 또 다른 얼굴.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청년의 정체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내 쪽의 보는 눈이 달라진 것도 있겠지만, 결코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5 "스승님은, 몸은 이제 괜찮으세요?" "가능하면, 일주일은 이 도시에서 느긋하게 지내고 싶은 참인데." 눈 밑에 옅은 다크서클을 붙이고 스승님이 불평한다. 그 해저 도서관에서 탈출한 지 이틀이 지났다. 자신들은 피로를 풀기 위해 오로지 호텔 방에 쓰러져 있었지만, 스승님과 라이네스는 그 와중에도 수속이니 사전 교섭이니 해서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합의를 보긴 했지만, 아틀라스원 유적지에서 군주(로드)간에 서로 죽이려고 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대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한의 교섭이나 타협과 담합이 귀환 후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물론 스승님과 대조적으로, 함께 돌아온 라이네스는 유난히 기분이 좋아서 피부가 반들반들했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6 "아무튼간에, 이걸로 작별입니다. 더 이상 만날 일은 없겠지만, 건강히." "시온 씨." 발걸음을 돌리려는 소녀의 어깨에 목소리가 걸렸다. 에르고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분명, 다시 만나요." 한동안 손을 바라보다가, 어린 소녀는 의아한 듯이 대답했다. "그런 약속, 어떻게 보증할 수 있나요? 더군다나 저나 당신 같은 인간이?" "아니, 그⋯⋯" 말끝을 흐리는 청년에게, 시온이 표정을 바꾼다. 아직 익숙지 않은――하지만, 빛나는 미소로. "그래도, 약속하죠. 저는 절대로 잊지 않으니까, 분명, 다시." 그렇게 말하며, 청년의 손을 강하게 잡아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7 '⋯⋯아마, 거기가 다르겠지.' 문득, 린은 생각했다. 대의에 대해, II세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군주(로드)로서 엘멜로이 2세 역시 마술사의 가치관에 순교하는 자다. 하지만 거기에는 긍정과 자학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마술사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다. 엘멜로이 2세의 시선은, 대부분의 가치관에 대해, 어딘가 그런 냉담함을 가지고 있다. 명료하게 자신의 가치관을 내세우는 카르마그리프에 비해, 2세의 그것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적에게도 아군에게도 몇 걸음 거리를 둔 것이다. 카르마그리프와도, 린과도 다른 가치관. 어떤 의미에서는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벌벌 떨면서(おっかなびっくり), 이도 저도 아닌 존재 방식이 의외로 싫지 않은 것 같다고, 불현듯 그런 생각을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8 시온을 배웅한 후, 두 사람은 역의 대합실로 돌아왔다. "웃으셨네요, 시온 씨." "⋯⋯네." 기쁜 듯이, 에르고는 몇 번이나 손을 잡았다 폈다 했다. 그런 청년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가, "너의 정체는 알아냈지만, 그, 옛날의 기억을 되찾은 건 아니지?" 스승이 기침하며 말했다. 에르고는 시선만 돌려 물었다.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인가요." "⋯⋯음, 뭐어, 그렇지." 참으로 미적지근한 얼굴로, 스승님이 셔츠의 목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이 조금은 학생들의 모습과 겹쳤다. 사교적인 가면을 만들기 전의, 아직 무방비한 민낯. "⋯⋯⋯선생님" 에르고가 불렀다. "이번엔, 선생님이 만났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그 말에 넉넉히 3초는 입을 다물고선, 스승님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길어질 거다. 게다가 재미없지." "아버지가요?" "그럴 리가 없잖나!"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잘라 말했다. 단호하게 말하고 나서, 목이 메는 모습도 이 사람답다. 이제부터,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사자소생은 신비에 있어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프톨레마이오스도 지금의 에르고의 자의식은,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한 걸음씩 타협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다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9 그때, 그림자가 나타났다. "드디어 찾았다고." "라이네스 씨." 역 입구에서, 금발의 아름다운 엘멜로이의 공주가 나타난 것이다. 이쪽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생긋 웃었다. "응, 그레이도 이틀 동안 잘 쉰 것 같아서 다행이군! 미용에는 수면이 중요하니까 말이야. 차의 상대론 제일인 그레이가 아니면 어딘지 아쉬우니." "그, 저기." "물론, 너와의 다과회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만? 흠, 나도 피부 관리를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으려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척하니까, 이쪽의 고동까지 이상해져 버린다. "너, 너무 놀리지는 말아 주세요!" "하하, 미안 미안." 웃는 라이네스를 최대한 노려본다. 어떻게 해도, 즐거워 보이는 그녀를 진심으로 말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잠시 후, 스승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사전 교섭은 끝난 건가, 라이네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0 "뭐, 어떻게든. 멜루아스테아랑 말을 맞출 필요가 있던 게 귀찮았지만, 다행히 아틀라스원은 일을 거칠게 만들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린과 루비아도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오라비는 일단 카이로로 돌아갈 생각이었나." "아아. 이집트의 수도로 돌아가는 게, 어디로 가더라도 좋을 테니까. 장소를 확보한 후, 에르고에게 이것도 읽게 하지 않으면." 스승이 중얼거렸다. 손에는 작은 수정이 놓여 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스승에게 건네준 단서였다. 한 번 훑어본 후 라이네스가 입을 열었다. "이 수정이 아틀라스의 서적 이란 건가. 여름휴가(서머 홀리데이)가 끝나면 수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나?" "⋯⋯⋯선처는 하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환경 속에서도 시계탑에서의 수업이 변함없이 이 사람의 중심에 있다는 것에, 무언가 안도감을 느낀 것이다. "어쨌든 큰 진전이다. 이번의 오시리스의 신체(간타이)는 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만드는 것으로만 조정되어 있었지만, 신을 절제하는 기능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지. 이 수정과 시온이 추출하는 데이터에 따라, 응용도 생각할 수 있을 거다. 에르고에게서 신을 절제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몰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1 강하게, 스승이 말했다. 반쯤은, 스스로에게 되뇌듯. 그러고선, "그리고, 한 가지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 라고 덧붙였다. 같은 것을 신경 쓰고 있었는지, 에르고가 묻는다. "방황해의 지즈인가요."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자, 라고 했었던 건 알렉산드리아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집트부터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까지 이어지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말하는 거라면 평측(平仄)이 맞으니까. ⋯⋯아니, 실제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단서를 얻은 것이니, 그런 유도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마술사라면 있을 법한 일이었다. 이전에도, 싱가포르에서 해적섬으로 유도할 때, 상당히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했었다. "바이 뤄롱에 대한 것도, 그렇죠." 에르고의 목소리가 역 바닥에 깔렸다. 스승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잃기 전의 친구다, 라고 말했었지. 그 말대로 받아들이면, 바이뤄롱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시대의 인간이 되지만, 어떨까." 정말로, 그런 의미인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뭐, 지나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겠지. 현시점에선 재료가 갖추어져 있다고도 생각지는 않아. 우선은 하나씩 착실하게 부숴 나가야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2 거기까지 말하고선, 문득 스승님이 재킷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품에서 휴대폰을 꺼낸 것이다. 통화 상태로 전환하자, "교수님—!" 멀리서도 들리는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플랫⋯⋯?"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최고참의 학생이었다. 보통 엘멜로이 교실에서는 졸업하든 중퇴 및 타 교실의 소개를 하든, 4년 정도면 졸업시키는데, 그만이 단위(학점)가 부족하고 다른 학과에서 기피하는 바람에 아직도 스승의 손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는 학생이, 그일지도 모르겠다. "뭐냐, 너. 지금은 모나코에 있다고 라이네스에게 들었는데." "맞아 맞아, 지역의 선상 연회(카사)에서 루비아 쨩의 댁의 집사 군과 만나야 했었는데요! 이번에 서브 퀘스트만 너무 많아서 메인 퀘스트에 도달하지 못했달까, 초판 특전과 호화판 특전, 통판 특전으로 책장이 꽉 찼달까!" 그러고 보니, 모나코는 알렉산드리아와 마찬가지로 지중해의 도시였다. 이 알렉산드리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바로 건너편에 있다. 아까 이야기했던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는 다르지만, 이 바다의 건너편에 평지가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신기하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 하지만. 너무나도 가볍게, 자못 들뜬 목소리로 플랫은 이렇게 이어갔다. "그래서 지금 차를 마시고 있어요! 방황해의 지즈 씨와!"순간, 스승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3 "오는 길에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래도 몇 번이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숨을 고르듯 손끝으로 그 넥타이를 살피더니, 스승은 입을 열었다. "나도 실물을 본 건 처음이고, 이런 걸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공공연하게 소지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 마안수집열차도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마술계나 그 주변 관계자뿐이었으니까." 스승님과, 에르고와, 자신과. 지금은 이 세 사람뿐이었다. 라이네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사후 처리가 필요하다며 시계탑으로 돌아갔고, 린과 루비아는 개인적인 용무가 있다며 프랑스 니스 공항에서 헤어졌다. 뭔가 서로 관련된 일로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인지, 아슬아슬하게 다투고 있었는데, 혹시 지금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4 "교수님!" 불현듯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혈통이 있는 강아지를 잘못 만나 장난꾸러기 아이들 틈에 섞여 자란 것 같은 상대가 항구 근처 오픈형 카페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솜털 같은 금발에, 발랄한 푸른 눈동자. 최근 들어 조금은 단단해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력과 어딘지 모르게 엉뚱한 인상은 왠지 모르게 이 모나코와 닮아 있어, 역시 사람은 고향과 닮은 것 같다는 묘한 설득력을 느끼게 했다. “저쪽이 소문의 에르고 군인가요! 속담에도 교수님은 사흘만 만나면 제자가 늘어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 그렇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니, 엘메로이 교실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청강생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수로 레밍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어요! 참고로 레밍스의 집단 자살은 사실 그냥 사고사이고, 다큐멘터리 영화의 영상은 일부러 절벽에서 떨어뜨려서 만든 연출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무슨 말인가 하면, 사고나 자살로 위장된 타살은 조심하자는 거죠!" 플랫-에스칼도스. 약 두 달 만에 만나는, 엘메로이 교실에서도 극도의 문제아와의 재회였지만, 지금은 그 감격에 젖어들 수 없었다. 금발 청년이 일어선 자리 옆에는 너무 아름다운 남자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남자의 옆모습은 시간과 계절마저도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낮이 밤으로 여름은 겨울에. 떨어지는 듯한 햇살은 회색 늑대 같은 은발을 적시는 달빛으로. 아 ------ 자신의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에르고가 갑자기 몸을 움츠리는 것을 느꼈다. 마술이나 신비 등이 아니라, 단지 압도적인 개성으로 인해 남자는 세상과 괴리되어 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방황해라는 미지의 마술 조직에 속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음, 후후후“ 희미하게 코끝을 스치는 듯한 숨소리가 남자에게서 흘러나왔다. 눈동자가 스승을 똑바로 응시한다. 이 세상에 없는 거울과 같았다. 분명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근본부터 다른 무언가처럼 보일 뿐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가 두려움 때문인지, 감동 때문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오랜만이다, 로드-엘멜로이 2세“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가 눈앞의 잔을 들어올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5 ------ 플랫’몇 초 후 스승은 가장 오래된 제자에게 말을 건넸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먼저, 이 분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어머, 펨 씨의 배에서 만나서 교수님의 친구라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이 나서 만나게 되었어요! 지즈 씨는 아날로그 레트로 게임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영국 박물관의 이십면체 주사위는 본 적이 있지만, 세네토의 뒷면 규칙까지는 몰랐어요! 저는 디지털을 선호하지만, 아날로그에도 정겨움이 있다고 해야 하나, 주사위를 굴리는 느낌은 전자기기나 마술 회로로는 재현할 수 없는 불타는 눈의 고릴라 같은 힘이 있잖아요! 목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원초적인 불꽃은 전자의 근육! 환상의 낙원에서 저와 악수하는 녀석입니다! 바이올런스!“ 힘주어 말하다가, 어이쿠, 하고 플랫이 한쪽 눈을 감는다. 지즈가 무시무시한 마술사라는 것은 그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플랫의 직관력과 마술에 대한 분석력은 엘메로이 교실 안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문제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극도로 번거롭고 불가사의한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라이네스의 평가에 따르면, 단순한 피해 총액 면에서는 엘멜로이 교실의 핵폭탄-린과 루비아 콤비가 단연 돋보인다고 하는데, 이 청년은 다른 벡터에서 두드러진 트러블 메이커임에 틀림없었다. 일단은 막강한 쌍벽의 스빈이 졸업해 버린 만큼, 행동을 읽을 수 없는 행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지즈 씨에게 『영웅사대전』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아, 물론 교수님의 『영웅전설』 덱과 계정은 비밀로 해 두었어요! 아무리 그레이트 빅벤 런던 스타가 유명세 때문에 금방 들통이 난다고 해도 역시 개인정보는 중요하고, 덱 정보 교환도 예의를 지켜야 하니까!“ "알았어, 됐어. 너랑 얘기하다 보면 공과 사의 구분이 날아갈 것 같군." 스승은 긴 손가락을 아이언 클로의 모양으로 움직인 후, 카페의 테라스 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에 앉은 마술사는 즐거운 표정으로 잔을 입술에 가져다 댄다.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이었어. 좋은 제자구나, 엘메로이 2세." 뿜, 하고 강한 향기가 이쪽까지 퍼져 나갔다. 색깔로 보아 젖술의 일종인 것 같다. 꽤 많이 마신 것 같지만 뺨이 과도하게 붉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긴 속눈썹으로 덮인 눈동자는 꿈을 꾸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어, 마치 잠이 든 듯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믜 모험의 내용

*236 '후후' 지즈의 입술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무시키 녀석이라면 한 번 주먹을 부딪혔으니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방황해는 그래도 마술 협회 중 하나니까. 시계탑과는 견해가 다르더라도 신비의 쇠퇴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귀중한 재능과 인재를 너무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 그렇군요.” 눈썹을 찡그린 스승님을 향해 지즈 씨가 자신의 앞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포기했는지 스승님은 모자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자신들은 서 있는 채로 그 뒤로 이동해 확인 후, 지즈는 말을 꺼냈다. "그러니 좀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어떨까?" "좋은 제안이군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면 이미 계획이 있으신 것 같네요." "응, 일단은." 두 사람은 즐겁게 웃으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예를 들어, 도박이라든가." "도박?!" 무심결에 무심코 나온 소리를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어도 스승님은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7 눈썹 사이 주름을 더욱더 팽팽하게 만들고 관자놀이 주변을 문지른 후 입을 열었다. "즉, 일종의 신명 재판이라는 뜻인가요?" (신명재판 ------) 이전 강의에서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았다. 뾰로통한 에르고와 나를 바라보며 스승님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예로부터 사물의 진위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다양한 수단이 사용되어 왔어. 그중에서도 대략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어 온 수단이 신명재판이야. 즉 사람의 손을 떠나 신의 뜻에 맡기는 행위.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맹신탐탕(盟神探湯)이라 하여 뜨거운 물속에 던져진 돌을 맨손으로 집어올려서 그 때의 화상 유무로 죄를 판단했어.“ "하지만 그런 건 당연히 화상을 입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으로서는 알 수 없는 신의 뜻을 가늠할 수 있다고 여겼던 거지. 그래서 화상을 입지 않는다면 무죄라고 모두가 납득했다. 뭐, 실제로는 화상 정도에 따라 판단했고, 맹신탐탕으로 화상을 입지 않는 방법 등도 생각했지만 말이야.“ 스승이 크루즈선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호화 유람선에는 지칠 줄 모르고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유구한 리듬. "이러한 신명 재판의 변형으로 제비뽑기나 내기가 존재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내기 역시 사람의 손을 떠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 지극히 세속적이라고 여겨지는 도박이 성스러운 속성을 띠게 된 것은 역사의 기묘함이다.“ "음, 후후후, 좋은 강의지만 너무 지나치네, 군주님." 지즈의 입술이 술 냄새 나는 입김을 내뱉는다. "내 제안은 재미삼아 하는 거야. 대체로 어느 나라나 신의 뜻을 알기 위해서라는 핑계는 처음에만 있고, 금방 오락으로 변질되는 법이지. 어쨌든 도박이란 게 너무 재미있으니까. 자신이 거액의 부를 얻는 것만이 아니다. 게다가 남이 망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중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지즈의 말에는 단순한 학문적 뒷받침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경험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이 방황해의 마술사는 서기 이전부터의 세월을 실제로 경험해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험은 이미 역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스승이 묻는다. "그래서 여기인가요?" "물론이지. 아니, 나 같은 사람이 모나코에서 도박을 한다고 하면 다른 이유는 없지 않겠어?" '펨의 선상 연회’스승은 신비로운 울림을 담은 말을 속삭였다. 선상 연회. 에르고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카사란 혹시 카지노의 어원을 말하는 건가요?" "아, 그래. 왕후 귀족의 별장을 카사라고 불렀고, 그 별장에서 조용히 행해지던 도박도 곧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카지노를 운영하는 쪽은 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하지." 대답하면서도 스승의 시선은 지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늘과 실로 꿰매어 놓은 듯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를 붙잡고 있다. "이 유람선이 어원 쪽을 사용하는 것은 꽤나 술에 취해 있는 동시에 우리 마술 세계 사람들은 이런 말장난을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말이 곧 세상이니까." 이에 대한 지즈의 미소는 지독하게 공허했고, 그래서인지 겸손할 정도로 아름다움만 인상적이었다.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8 "혹시, 지즈 씨가 말하는 것은“ "오오. 펨 자식과 도박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을 따라가는 건 어때? 야만적인 마술 싸움에 비하면 정말 문화적이고 평화롭지 않은가? 자랑스럽게 지즈가 가슴을 치켜세운다. ------ 믿기지 않는다. 이 방황해의 마술사가 지독하게 향락적이라는 것은 감지하고 있었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이고, 더 나아가 바이 뤄롱에게 용을 먹게 한 무시무시한 신비의 동반자이지만, 그의 행동에는 어딘지 모르게 속물적인 사상이 숨어 있었다. 제대로 맞서면 승기를 잡기조차 어려운 상대다. 그래서 스승도 지즈의 제안을 듣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설마 도박으로? 게다가 사도와? '와하하! 지즈씨와 프로페서 카리스마가 룰렛이나 바카라, 마작, 태국 물소 경주에서 겜블 배틀을 하는 건가요! 나 알아요! 교수님 정도의 인간이 되면 완전 장전된 리볼버로 러시안 룰렛을 하는 거죠! 선공 후공의 동전 던지기로 승부가 80% 결정되는 이 질주감! 이건 눈을 뗄 수 없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플랫이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실제로 평소 그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같은 상황임에 틀림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가늘게 스승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가 패자가 되면 어떻게 할 건가요?" "가난에 허덕이다가 배에서 내릴 가능성이 더 높지만요“ "어이쿠, 약하네, 엘메로이 2세." 지즈는 슬픈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잘 다듬어진 턱을 문질렀다. "시계탑의 군주와 방황해의 마술사가 모두 빈털터리가 되어 모나코를 떠돌아다니는 것도 꽤나 재미있지만. 자, 그렇다면 ------ 그래, 펨의 녀석을 승자로 삼아 둘 다 그 녀석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어때?“ "왜요?" "저 녀석도 마술 세계의 일원이야. 시계탑의 군주와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에게 말을 듣게 된다면, 분명 재미있어하며 승선할 거야. 원래 펨의 선상 연회는 저 녀석이 시간 때우기 위해 시작한 거니까." 스승이 침묵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9 그 무시무시한 제안에 대한 침묵은 10초 가까이 지속되었다. "한 가지, 확인 좀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내기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건 나와 당신뿐인 건가?" "아니야? 너나 나나 제자가 있잖아. 마술사라는 건 제자를 이용해 돈을 버는 거지. 규칙을 잘 지키고 잘 돌아다니는 것뿐이야. 그 외의 세부적인 조건은 펨의 규약에 준하는 것으로 하면 되겠지?" 구이, 하고 지즈가 잔을 비운다. 과육처럼 싱싱한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며 스승을 관찰하고 있다. 반면 스승은 마치 뱀을 노려보는 개구리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지즈의 제안이 자신에게 유리한 제안이기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 걸려 있는 운명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생님” 내 옆에서 에르고가 속삭인다. "제 일은 선생님께 맡기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선생님께 맡긴 결과라면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 '에르고' "신명재판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신처럼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 대해 자신의 운명을 통째로 맡김으로써 어쩔 수 없는 불안과 걱정을 떨쳐버리기 위한 행위. 그렇다면, 이 한 달 정도의 인생밖에 없는 저에게 있어서는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스승이 숨을 죽인다. 에르고의 정체를 알게 된 지금, 스승에게 있어 그의 신뢰는 더욱더 무거워졌을 것이다. 차라리 자신의 목숨만 문제였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맡긴다고 하면. ------ 알았다. 받자, 방황해의 지즈." "좋은 대답이다. 엘멜로이 2세." 지즈가 일어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0 "그 녀석을 만난 경위를 다시 한 번 설명해봐, 플랫." "펨 씨네에서 만났다는 이야기인가요?" "그건 아까 들었어.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타이밍에 접촉한 건 우연이 아니야. 저 녀석, 처음부터 너를 노린 게 아니었어? 그렇다면 다른 이것저것 장치를 해 왔을 텐데." 아, 처음부터 저를 노린 건 틀림없습니다. 아니, 내가 하고 있던 마술 해킹에 편승해 왔으니까요." "네 해킹에 걸려들었다고?" 얼마 남지 않은 바르바주앙을 먹으면서 플랫의 대답에 스승님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렇습니다. 반 펨 씨네에서 뭔가 재밌는 이야기가 없을까 싶어 여기저기서 마술 해킹을 하며 구경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인사하러 왔어요.“ 플랫이 가끔 그런 짓을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계탑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도의 무릎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위험한 공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아, 공격성 방벽을 밟았나 싶어서 도망쳤는데, 제가 도망치는 곳보다 먼저 달려오는 바람에 너무 재미있었어요! 오로지 마술 회로 구동시켜서 즉석 술식을 칠십 개 정도 써서 드디어 따라잡혔나 싶었는데, 아니, 실은 나도 마술 해킹을 하고 있었어, 라고 저쪽에서 말하더라고요, 해킹 동료 같은 건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거고, 거기서부터 술식 조합이라든가, 기반과 앵커의 월령별 세팅 같은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었죠! 교수님께 전화를 드린 것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어요." 이야기만 듣고 있자니 동호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스승님은 계속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바주앙과 함께 가져온 차가운 차를 마신다. 뒤늦게 나도 마셨는데, 입안에 남아있는 바바주앙의 기름기를 자스민 향이 나는 홍차가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1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선생님." 에르고가 끼어들었다. "뭐야, 에르고" "지즈의 마술 실력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면 왜 도박판을 만들었을까요? 지즈의 전력이라면 우리를 압도하는 게 더 쉬울 텐데 말이야. 뤄롱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도박 같은 운에 맡기는 도박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 그렇다면 짐작은 간다.“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펨의 선상 연회에서 카지노 배의 주인인 반펨에게 승리한 자는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 즉, 지즈에게는 반펨으로부터 승자의 보상으로 얻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이겠지." “------ "그렇구나."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본 것만으로도 반 펨이라는 사도는 꽤나 특별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렇기 때문에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을 소지하고 있다는 ------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나를 끌어들이면 그 보상과 에르고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겠군. 합리적이라고 하면 합리적인 이야기다. 오히려 너무 합리적이라 신대의 마술사답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스승의 말에 몇 초 뒤늦게야 나는 겨우 납득했다. 물론 스승과 지즈의 대화는 그런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을 것이다. 지즈의 태도를 보면 스승님의 속마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략은 지금 이야기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큰 의문도 생겼다. 그 지즈가 원하는 물건. 그것은 무엇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2 "아, 하지만 교수님“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데, 플랫이 토끼 귀처럼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려면 참가비가 꽤나 많이 들어요. 괜찮으세요?" 순간 스승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너무도 파격적이고 상식과는 동떨어진 일들만 연속으로 벌어져 당연한 사정을 망각하고 있었다며, 점점 창백해지는 안색이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저기,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아니, 잠깐, 그건" 금방이라도 뱉어낼 것 같은 입을 꾹 다물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평평하게 묻는다. "저기서 취급은 유로였지. 요즘은 얼마야?" "백만 유로예요.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백삼십칠만 달러, 엔으로 환산하면 1억6천만엔. 파운드화로는 67만 파운드 정도입니다."라고 플랫이 씩씩하게 대답한다. 일정 이상의 마술사라면 이 정도의 기록과 계산은 마술 회로가 자동으로 해준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나 스승과는 거리가 먼 기능이다. 엄밀히 말하면 스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마술회로의 자원을 그런 대체 가능한 용도에 할당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큰돈을 당장 마련할 수 있을까? 스승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관광지 특유의 아름다운 푸른 하늘에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내 호주머니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아니네 ------ 여기서 라이네스에게 의지하면 분명 불어 닥칠 텐데 ------“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바닷바람에 묻힌다. 본래 군주라는 신분이라면 그리 어려운 액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당연히 스승은 제대로 된 군주가 아니었기에 그 액수만큼은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3 이 액수를 무담보로 준비해 준다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거의 없겠군." 스승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점점 더 씁쓸해진다, 마치 그 단말기가 값어치 없는 악마라도 되는 것 같았다. "아 웨이버! 너한테서 연락이 오다니!" 휴대전화 너머로 한 청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의 어둡고 침울한 표정과 너무 대조적인 목소리였다. 어쩌면 스승님의 스승님의 안색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화의 상대는 친구의 고뇌를 기뻐하는 참으로 변태적인 기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름은 멜빈 웨인즈라고 한다. 시계탑에 소속된 마술 각인 조율사이다. 스승의 자칭 절친이라니, 마치 에르고와 바이 뤄롱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쪽은 기억을 잃었다거나 하는 복잡한 사정이 아니라 정말 멋대로 자칭한 것뿐이다. 스승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은 청각을 '강화'하여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에르고도 마찬가지로 대화에 집중하고 있고, 플랫은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또한 스승에게 엄명을 받은 것은 전화 통화 중에 플랫이 실종되지 않도록 잘 지켜봐 달라는 것이었다. "이건 기념비적인 사건이야! 음, 빨리 기록해야겠어! 자네, 최고급 펜과 잉크를 준비해줘. 저기, 저번에 선물한 장인의 일품이 있었지? 그리고 그 매혹적인 허벅지를 책상에 올려놓을 수 있게 해줘라!--- 우오오옥!“ "괜찮겠지? 꽤 피를 많이 흘린 것 같은데......." "응, 괜찮아. 최근 반년 정도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증혈제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복용 중이야. 하지만, 뭐, 이런 파동은 늘 있는 일이야. 아, 잠깐, 가슴부터 하복부까지 피가 범벅이 됐어! 가슴부터 하복부까지 피투성이인 나를 두고 가지 말아 줄래, 여보! 아, 아니, 세 번째는 사과할 테니까! 네 배꼽 모양이 딱 토하기 쉬웠다고나 할까!" "..... 바쁘신 모양이네“ "아, 아니, 끊지 않아도 괜찮아, 친구. 이미 가버렸어. 어차피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 다음 아이가 오도록 준비해 놓았으니까. 내 취향으로는 여성의 복부와 허벅지를 즐긴 후 달콤한 침을 흘리는 것이 가장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해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정말이지 껄렁껄렁한 발언의 연속이었다. 어떤 종류의 정보량이 너무 많아 이쪽에서 씹을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스승님의 경우, 처음부터 이해를 포기한 듯 특별히 대화에 끼어들지도 않았다, "사실, 여행 도중인데." 라고 말을 꺼냈다.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호오! 소문의 사도의 도박인가!" 멜빈의 목소리 톤이 두 단계 정도 높아졌다. "훗훗....... 사정을 알겠어. 내가 구경거리가 되는 대신 나에게 구경료를 내라는 거겠지." "말이 빠르네." 눈에 띄게 스승님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멜빈이 타고 온다면 금전적인 문제는 해결된다. 동시에, 사건의 번거로움이 배가 될 것임은 확실했다. 어쨌든 이 남자, 오락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서슴지 않는데 스승이 성배전쟁에 참가하여 엘멜로이 교실을 물려받게 된 것도 당시 동급생이었던 이 악마 같은 청년이 여러 상대의 파멸을 보기 위해 손을 빌려주었던 것이 원흉이 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스승은 파멸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로 인해 멜빈의 흥미를 크게 끌게 되어 지금까지 관계가 이어져 왔다고 한다. 그 관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다만, 예전에 마안수집열차 사건 직후에 그가 내뱉은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그는 로드 엘멜로이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거야. 2세라든가, 3세라든가 하는 게 아니라, 이번엔 진짜 로드 엘멜로이로서 말이지. 그렇다면 그 때 웨이버의 이름을 불러줄 상대가 없으면 외롭지 않겠어?” 그 대사대로 이제 스승을 웨이버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 멜빈이었다. 어쩌면 엘메로이 2세라는 입장을 통하지 않고 과거부터 계속 스승님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는 단 한 명의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네 편이 될 수 없어. 실은 선약이 있어서 말이야." "선약?" 스승의 눈썹 사이에 주름이 생겼다. 거절당한 것 자체가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극히 변덕스러운 이 청년의 행동은 언제나 상상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아까 말한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스승의 마음속에는 더 컸을지도 모른다. 라이네스에게 빚을 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비교의 문제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이야말로 우리를 전율케 했다. "방황해의 마술사에게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귀를 의심했다. 스승님뿐만 아니라 '강화된' 청력으로 듣고 있던 에르고 역시 눈을 의심했다. 유일하게 플랫만이 "와, 그 수가 있었구나!" 라며 즐거워하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뭐야 ------! “물론, 내 절친한 친구는 특등석에서 볼 수 있게 해줄게! 라고 하기 보다는 특등석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이번 이야기에 승선한 셈이 되었네. 아니, 역시 방황의 바다답게 담보로 내놓은 주체도 알비온의 발굴물급 물건이었지만 ------” "...... 그럼 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후후, 과연 알겠지?" 빙긋이 웃는 멜빈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사실, 모나코의 오오, 이 이상은 비밀이다. 하지만 너의 활약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가 크다고 말해주지!“ 푸욱, 하고 통화가 끊어졌다. 한 숨을 쉬고 자신이 스승에게 물었다. "저기, 스승님, 방금 그거 ------ "들었던 대로다." 한숨 섞인 목소리로 스승님이 대답했다. "저 녀석은 내 편을 드는 것보다 이번엔 지즈 편을 드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 거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던 스승의 편을 드는 것은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이고, 적으로 삼는 것이 더 재미있다면 쉽게 손사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선약으로, 지즈씨라니.......' "아, 그쪽은 예상치 못했어. 지즈도 일본에서 헤어진 후 한가롭게 지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라고는 생각했지만 ...... 꽤나 기발한 계략을 꾸미고 있었던 모양이다. 설마 멜빈에게 미리 협상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스승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지즈는 말했지만, 정말 그 말이 맞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4 전화를 끊고 나서 멜빈은 빙긋이 웃었다. 끔찍하게 악마적인 미소였다. 직접적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배신한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적대적인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결코 비유가 아니라 내일 아침 모나코 바다에 시체가 떠다녀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청년은 너무 즐거워 보였다. "그래. 역시 이렇게 해야지, 너와 친해지느니 차라리 빨리 죽는 편이 낫다는 거지." 넓은 침대에 나른하게 누운 채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나도 다정했다. 마치 그 단말기가 자신에게 단 하나 남은 인간성의 조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5 그리고 다시 한 번 휴대 단말기를 만져보았다. "안녕하세요." 통화가 연결되고 나서 인사를 건넨다. "나와 당신의 예상대로 웨이버가 무심코 상담을 해 왔어." "하하하, 그 녀석은 좋았어" 전화기 너머로 지즈가 웃는다. 방금 전 2세들과 항구에서 헤어진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는 몹시 유쾌했다. "물론 거절했어. 여기서 웨이버가 고작 백만 유로를 위해 어떻게 빚을 쌓아가는지, 이전 마안 경매에서 두 자릿수 미만의 금액에 어떤 유쾌한 표정을 짓는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게 아쉽네요." "어머, 그건 미안한 짓을 했네." "아니, 계약은 계약이다. 오히려 나로서는 오히려 좋다. 일명 재미있는 일을 하려면 먼저 자신의 버릇을 싫어해야 하는데, 주변과 오래 사귀다 보면 어느새 편한 일면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금 억지로라도 깨뜨려야 했기 때문에 당신의 제안은 소원성취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고맙군. 뭐, 나도 엘메로이 2세 주변에서 당신이라면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을까 해서 이야기를 꺼낸 건데........" "이쪽도 놀랐지만......." 멜빈이 소감을 덧붙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6 "일단 이쪽도 두 명 정도 참가비를 받아도 될까?" "네, 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멜빈이 눈앞에 있는 노트북을 가볍게 터치한다. "지금 송금해 뒀어. 나중에 계좌를 확인해 주면 되요. 근데 왜 두 명이나 필요한 거지? 그 질문에 전화기 너머의 지즈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내 제자도 참여하기 때문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7 하얀 갑판 위로 돌아서서 물었다. "그래서 교수님, 결국 참가비는 준비됐나요?" "------ 아직이야." 라고 스승이 말했다. 안색이 상당히 안 좋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을 정도로 창백해져 있다. 낮에 지즈와의 만남 이후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인터넷으로 연락도 해봤지만, 결국 마땅한 빚쟁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어찌 보면 자초지종이다. 약탈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것은 좋지만, 그만큼 주변에서 경계심을 갖게 되어 당장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대가 없어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8 "라이네스도 루비아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야." "루비아 씨도요?“ 나도 모르게 말을 끼어들었다. 일단 시계탑으로 돌아간 라이네스에 대해서는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시계탑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는 경우 도청 등의 경계를 겸해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탑에서 과학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서라기보다는 마술적인 결계를 쳐서 전파도 통하지 않게 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던 루비아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은 ------. 엄한 표정을 지으며 에르고가 물었다. "------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선생님." "둘 중 한 명만 연락이 닿으면 어떻게든 될 ...... 어쩌면 ------ 가 ------ 가 ------ 우, 음 ------ 우회적으로 범위를 넓혀서 다른 군주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확실히 ------“ 말끝이 프롬나드 데크의 즐거운 사람들의 소리에 섞여 사라진다. 이 여행을 떠난 이후 가장 큰 고비였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사건이라면 해결하면 된다. 신비라면 나나 에르고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하나같이 망가져 버렸으니 말이다. "이봐, 플랫. 너 비상금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아, 교수님! 역시 나도 백만 유로의 용돈은 없어요! 만약 있었다면 지금쯤 소프트하우스에 투자하고 있을 거라고요!“ 학생들의 비상금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이것이 마술계의 군주 중 한 명이라니, 세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번 사건으로 대립했던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들으면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뜨릴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9 모나코치고는 유난히 어두운 골목길이었다. 실제 광도의 문제가 아니다. 개념으로서 어둡다. 즉 그것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신비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마술에 의한 결계, 특히 인신공양으로 분류되는 결계가 골목길 뒤편에 쳐져 있는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0 "소문만 무성한 반 펨은 어떻게 지내는 거야?" "그 사도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배 밖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 같네요. 그래서 시계탑 지부와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거겠지. 마피아도 모나코의 정세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피아들도 모나코의 정세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네요.“ "대부분의 지역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치안도 완벽한 모나코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통신망이 뚫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 때문에 통신을 끊은 결과, Ⅱ세네가 참가비 부족으로 고통을 겪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알 길이 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1 순간 공기가 잔잔한 파도처럼 흔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한 수면에 주름이 잡히는 정도였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거문고를 세게 울린 것처럼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시리드가 와인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잔 안쪽에서 긁힌 술 향이 비강을 자극하는 빙산처럼 딱딱한 인상과 함께 감귤류의 뉘앙스를 느꼈다. 갬블러들이 좋아하는 맛일 것이다. 그들은 술에 대한 고양감뿐만 아니라, 술에 대한 냉정함도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저 유명한 엘메로이 2세도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려고 하는 건가 싶어서요. 아, 아니요, 물론 대답하지 않으시면 노코멘트로도 괜찮지만요!" 이시리드는 와인잔을 들고 있지 않은 쪽의 손을 흔들었다. 스승은 그저 무심코 시선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그렇군요. 그 부분은 이번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유감입니다." 이시리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 로드 엘멞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2 "그렇다면, 이건 독백이지만 ...... 과연 명석하기로 소문난 현대 마술과의 군주는 이미 눈치를 챈 건가 싶어서요.“ "소문?" "반펨씨가 지난번 도전자에게 패배했다는 소문입니다." 이시리드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두 사람, 예스젠과 아젤의 시선이 스승에게 집중되었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어떤 사소한 정보라도 수집하려는 눈빛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3 이시리드는 카지노의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다만, 이번 선상 연회도 이미 예고된 일이니, 그 이름에 걸맞게 개최 시점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누가 이겼는지 아십니까?" "아니요, 반펨 씨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정체를 드러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도전자들은 후자를 선택한 것 같네요." 즉, 그들이 모인 것은 반펨이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자신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약탈공이라 불리는 스승님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4 머리가 어지럽다. 저기....... 저기........ 마치 뇌를 불에 태워 버린 것 같다. (이건 ------) "아, 교수님. 그레이가 뱃멀미하는 것 같으니 좀 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갑자기 플랫이 손을 들었다. "어머, 이 배에서 뱃멀미라니, 흔치 않은 일이네요." "죄송합니다. 조금 쉬게 해줄 테니 실례하겠습니다." 스승님인지 회화를 하며 이쪽 허리를 밀었다. 그 힘의 강약에 이끌려 조금 떨어져서야 입을 열었다. "------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이야기가 중간에 끊어졌어요." "아냐, 아냐! 이제 슬슬 그런 타이밍이었지 않습니까! 교수님이 반펨 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한다면 그 사람들은 라이벌이 될 테니 더 이상의 정보 유출은 피하는 게 좋겠지! 그 사람들도 이제 슬슬 완전히 멋쟁이 모드에 들어갔잖아~! "아, ------" 하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의외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해도 될까. 아니면 내가 너무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일단 선상 연회에 대비해서 교수님도 카지노 게임을 한 번 체험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참가비 조달도 필요하지만, 참가비만 빼앗기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진지한 얼굴로 플랫이 말했다. 이런 표정도 짓는구나, 라는 의외의 생각이 들었다. 아니, 게임에 관해서는 스승님도 플랫도 항상 진지한 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통과 최신의 차이만 있을 뿐, 카지노 역시 게임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카지노의 조명을 비추며 플랫의 눈이 반짝인다. "나도 이번만큼은 이기고 싶어요!" 배짱 포즈를 취하며, 엘메로이 교실의 최고참 학생은 힘차게 선언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5 '플랫' 카지노를 빠르게 걸으며 엘멜로이 2세는 자신의 제자에게 입을 열었다. 눈부신 일루미네이션이 시시각각 색을 바꾸어 간다. 아마도 이 색의 변화도 손님들을 유도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카지노의 흥겨운 음악이 경쾌한 재즈에서 무디한 록으로 바뀌었다. "에르고를 보고 뭔가 느꼈나?" "오, 단도직입적이네요, 교수님!“ 두 검지손가락을 쫙 펴며 플랫이 말한다. "그냥 네 인상을 말해봐. 이런 경우, 네 직감은 나름대로 믿을 만해." "음~------ 예를 들어, 섞임새가 부족한 네링네링네링네라든지?" "좀 더 내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해봐." "네 교수님! 신을 삼켜버렸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근데 그 느낌은 단순히 먹이는 목적이라면 효율적이지 않다고 할까, 합체 로봇 문제 같네요! 세 대의 로봇을 하나로 합체시키는 것보다는 따로따로 싸우게 하는 게 보통은 더 강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 분위기는 알겠다. 인간에게 신령이 일시적으로 빙의하는 식이라면 물론 신대(神代)와는 정확도가 비교가 안 되겠지만, 현대에도 존재하니까. 왜 꼭 세 개여야만 했는지는 모르겠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실험장을 2세는 보았다. 그 장소에는 에르고에게 바쳐진 세 조각의 신체 외에 또 다른 두 가지 암시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네 번째 기둥의 신과. (------ 다섯 번째 기둥의 신, 으로도 괜찮을까요?) II세도 아직 그 의미에 도달하지 못했다. 네 번째 기둥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비장되어 있던 오시리스 신의 신체라고 해도 다섯 번째 기둥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에르고가 먹은 세 번째 기둥도 마찬가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6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응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번 두드리자 특별히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이 열렸다. 거기서 들어온 것은 딜러 복장을 한 금발의 미녀였다. "수고했어, 쿠폴라" "언니들을 대표해서 두 분을 모셨습니다." 표정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쿠포라라고 불리는 미녀가 말했다. 그 뒤에는 방금 헤어진 두 사람이 있었다. "스승님, 플랫 씨" "그레이도 여기 있어? 스승님이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반펨은 실크 모자를 가슴에 대고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로드-엘머로이 2세, 이 배의 소유주인 발레리 페르난도 반더스탐이라고 합니다. 다들 반 펨이라고 불러요." "이쪽은 처음 뵙습니다, 반펨 씨." "하하하, 남의 예의는 빼고 가자. 내 친구로부터 당신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어. 시계탑에 현대를 대표하는 마술사가 태어났다고 말야.“ - 로드 멜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7 "어이쿠, 반펨 씨! 현대를 대표하는 분이잖아요! 교수님의 위엄은 모든 신비를 대표한다고요! 베르너 군이 들으면 나보다 훨씬 더 열렬하게 이야기해 줄 테니까요!“ 아무래도 친구란 플랫을 말하는 것 같다. 청년의 금발머리가 기분 좋게 펄쩍펄쩍 뛰는 모습이 흐뭇하게 느껴졌다. 플랫이 보기에는, 도움을 받았던 지역 명사와 스승과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계탑의 군주와 상급사도라는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면 다소 불길한 조합이긴 하지만 ------ 그리고 반펨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야기, 어차피 플랫은 도청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네, 네, 네, 물론 듣고 있었어요, 듣고 있었어요! 그레이짱과 에르고 군을 치료하는 술식!을 반펨 씨가 알고 있다는 것도 아까 교수님께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실종이라니, 집사님 말씀이신가요?!”그 반응에 나도 나도 모르게 끼어들었다. "플랫은 알고 계신가요?" "그레이한테는 말 안 했었나 봐요. 린짱의 조수이자 루비아짱과 함께 일했던 집사야! 일본 게임의 구매도 30% 정도는 부탁하고 있어.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대지만, 역시 현지의 네트워크는 다르니까!" 그러고 보니 루비아의 집사 이야기는 몇 번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녀에 대한 소문을 여러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데, 그 대부분은 우아한 하이에나로서 에델펠트 가문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루비아가 직접 열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루비아의 집사이며 동시에 린의 조수라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8 "스승님은?" " ------ 에미야 시로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건 딱 한 번뿐이야. 아까 플랫이 말했듯이 미스 토오사카의 조수이기도 해서 그녀에게 차를 가르쳐 줄 때 등 함께 한 적은 있지만........" 심히 곤란한 표정으로 스승님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 것이다. "제5차 성배전쟁의 생존자 ......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승리자다."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제5차 성배전쟁. 한때 스승님이 참여했던 제4차 성배전쟁의 다음 전투. 닥터 하트레스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스승이 참가하지 못한 일곱 명의 서번트들이 성배를 놓고 다투는 대 의식을 말한다. 에미야 시로라는 상대가 토사카 린과 마찬가지로 제5차 성배 전쟁의 참가자, 아니 승리자라니.......! "스승님은 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그토록 참석하고 싶어 했던 의식 참가자와 스승님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정보가 오갔을까. "별거 아니야. 다만, 마술사로서 특이한 상대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시계탑이 좁겠구나, 라고 생각했지." (------ 좁다) 그 시계탑에 대해 그런 생각이 든 것은 나 자신도 의외였다. 현대의 마술사에게는 성지. 이미 몇 년을 보낸 나조차도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없는, 마치 끝없이 펼쳐진 묘지 같은 장소. 하지만. 그 시계탑조차도 좁은 상대라면, 어떤 의미에서 이 펨의 선상 연회에서 만나는 것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원래는 시계탑의 세력권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군주가 움직였기 때문에, 더 이상 겹칠 수 없는 운명이 교차한 것이 아닐까, 그런 직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9 "일단 사정은 알겠습니다." 설명을 들은 스승이 말했다. "지난번 선상 연회에서 거의 무패에 가까웠던 당신이 도박에 졌다고 들었는데, 왜 당신이 그 에미야 시로를 찾게 된 건가요?“ "아직 상금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반펨은 지면 상대를 바다에 띄워놓고 상을 주지 않겠지~ 그런 평판을 견딜 수 있겠어?“ 생각보다 속물적인 말에 반펨은 입술을 비틀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그렇다면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이긴 상대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다는 평판은 카지노로서는 치명적일 것이다. 아무리 승산이 희박하더라도 인간은 거기에 꿈이 있기에 참가하는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0 잠시 생각에 잠긴 스승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길 경우 받을 수 있는 상금은 정해져 있나요?" "아니요, 맡긴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지만, 이겼을 때를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럼 나중에 다시 오라고 말하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곧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어요." "그렇다면 에미야시로가 보호받게 된 이유가 펨의 선상 연회를 이겼기 때문에 ...... 가정하고, 이 경우 범인의 동기를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님이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먼저 가운데 손가락을 구부렸다. "예를 들어, 납치한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에미야시로에게 말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검지손가락을 구부린다. "아니면, 에미야 시로가 당신에게 이기는 비결을 가르쳐 주고 있을 가능성도." "그래. "그래, 둘 다 가능하겠지. 내가 본 바로는 그는 꽤 무욕적인 타입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쉽게 상금의 권리를 양보할 수도 있겠지." 순간 린이나 루비아와는 정반대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대가 린의 조수이자 루비아의 집사라는 것도 납득이 간다. 동시에 그 두 사람에게 명령을 받는 입장이 되면 꽤나 비극이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5차 성배전쟁의 승자라고 하면 역시 그 정도의 강인함은 갖추고 있는 것일까. 내 부족한 지식으로는 이스칸다르나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을 상상할 수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 현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고무매트 표면을 쓰다듬으며 반펨은 미소를 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1 "글쎄, 사람 찾기를 할 생각이야? 물론 보상은 톡톡히 챙길 생각이야. 아까 당신의 내제자와 제자에게도 말했지만요." 반 펨이 말한 내용 중에는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치유하는 방법도 있었고, 자신의 나이 고정을 해제하는 술식도 있었다. 스승님도 그런 내용이 암시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응접실의 샹들리에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 정도 거대한 배라면 거의 섬과 다를 바 없는지 샹들리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 솔직히 지리에 대한 지식도 없는 이국땅에서 제대로 된 수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계약금만 받겠습니다." "어머, 계약금이라니?" 한쪽 눈썹을 치켜든 반 펨에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펨의 선상 연회 참가비로" 아, 목소리가 터져 나올 뻔했다. 그렇다면 반펨 입장에서는 별다른 지출이 없고, 스승님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 수이자 서로에게 손해가 없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괜찮을까? 내기라면 나는 손해를 보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의 승률을 보면 대부분 헛수고가 되겠지만 말이야. 아, 아니, 지난번 패배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거만하지만........" "그래도 백만 유로의 의뢰료라고 생각하면 파격적이죠." "하하, 틀림없어." 반 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리자면, 로드-엘멜2세, 에미야 시로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2 반펨이 준비한 방에 자신과 스승님은 들어가게 되었다. 스승의 제안으로 침대는 두 개가 떨어져 있는 위치에 두 개가 준비되어 있다. 의외로 소박하고 차분한 방 구조였다. 하지만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모나코의 밤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은 이 호화 여객선 중에서도 이 객실이 특별한 객실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스승이 그 베란다에 다가와 작게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내민 손을 펼치자, 그 안에 잠들어 있던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모나코의 도시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것은? "저급한 영혼을 이용한 사신이다. 모바일 단말기로는 린들과 연락이 닿지 않으니, 저것에게 찾게 해. 일단 트림마우에게 사용한 술식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트림마우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것도 원래는 스승님의 술식이었죠?" "저쪽은 거의 월령수액의 연산 능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말이야. 예장에 마술을 더한 것도 라이네스의 특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지." 심술궂은 듯 스승님이 입술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실 스승님의 그런 표정이 싫지는 않았다. 아주 조금은 라이네스가 스승을 괴롭히는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주 조금이지만. 다만 지금은 그것을 즐길 만큼의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소파에 파묻히듯 앉아 작게 숨을 헐떡였다. "왜 그러지, 그레이?" "왠지 술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런 거대한 배에서 뱃멀미도 없을 텐데,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왠지 내가 문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속쓰림이나 메스꺼움은 없나?" “------ 아니요,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왠지 모르게 몸이 푹신푹신하고 힘이 잘 안 들어가서요.”"거기 앉아 있어" 스승은 발걸음을 돌려 방 한 구석으로 다가갔다. 방에는 작은 부엌이 딸려 있었다. 스승은 그 가스레인지에 작은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냈다. “스승님이 요리를?” "무슨 일인가?" 뒤돌아선 채 스승이 말한다. "아니요. 요리하는 이미지가 없었거든요." 런던의 아파트에서는 동네 커피숍에서 논문을 쓰면서 먹거나 게임을 하면서 샌드위치 등을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시계탑 본부와 현대과의 위성도시인 슬러에서는 스승이 군주인 탓에 매번 고급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혼자 여행하던 시절에는 뭐든 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런던에서도 네가 오기 전까진 절반 정도는 자급자족을 했어.“ (중략)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컨을 맛보며 스승에게 물었다. "반 펨 씨의 의뢰, 어떻게 할 건가요?" "정식으로 의뢰를 받은 이상 진행할 수밖에 없겠지. 어차피 에미야시로 건은 선상 연회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으니까." 스승님도 자기 몫을 먹으며 대답했다. 에미야시로. 제5차 성배전쟁의 승리자 지금까지 자신은 성배전쟁에 대해 승리자라는 이미지를 가진 적이 없었다. 스승님이나 린과 같은 생존자만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왠지 그 결말은 모두 비극적인 결과로 끝났다 ------ 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 린 씨나 루비아 씨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거의 틀림없이 그렇겠지. 방금 전의 서신도 그것을 반영하여 그녀들의 마력의 파장을 추적하도록 했다. ------ 그쪽은 평평하게 맞춰 준 술식인데." 아, 역시 나도 모르게 입이 튀어나와서 손으로 가렸다. 스승님이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 게 조금 미안했다. 나는 눈치껏 홍차를 마신 스승님을 눈치껏 쳐다보면서 한 가지 더 물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의뢰의 대가로 참가비를 받는 대신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막는 수술법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플랫이 도청하고 있었다는 건 그 이야기도 듣고 있었다는 뜻이겠죠?“ "레이디. 자신을 뒤로 미루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야." 그 지적에 나는 귀가 번쩍 뜨거워졌다. 확실히 반 펨은 에르고의 기억 포화 상태와 자신의 나이 고정에 대한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스승님은 이쪽의 변화에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한 번 홍차를 마신 후 말을 이어갔다. "다만, 그런 요구는 빚을 지게 될 것 같군요. 이런 협상은 등가교환이 중요한 거야. 딱히 마술의 원칙을 말하는 게 아니야. 대가와 얻는 것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빚을 지게 되는 거지. 상급 사도에 빚을 진다는 건 지옥으로 가는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저 마안 수집 열차에서 마안을 공짜로 준다고 해서 선뜻 받을 수는 없지 않겠어?" 그런데, ------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라이네스 등은 항상 그런 균형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누군가를 회유하고 싶다면 점점 더 고급스러운 것을 선물해서 상대가 미안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나보다 부자한테는 통하지 않겠지만. 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그녀다운 발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녀뿐만 아니라 마술사 전체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지즈에게 지면 끝이야. 그렇다면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배의 연회에서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게 좋겠지. 에고를 구하는 술식도, 너의 고정화를 깨는 술식도 반펨에게 이겨서 빼앗아 버리자." 약세인가 강세인가. 스승님의 생각은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매우 대담하다. 천사와 악마라는 비유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양면성이 이 사람을 시계탑의 군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타인으로부터 약탈공 등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3 "유감이군요. 현대 마술과의 군주의 신분이 굳건하다는 건 사실이군요?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안은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펨의 선상 연회에 참석하실 거죠? 그렇다면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발표되는 도박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자보다는 둘이서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스젠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바보가 되지 말라고 못을 박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당신에 대한 소문은 들었어요. 거물을 잡아먹는다는 소문도." 그 평판도 순리라고 할 수 있겠지. 군주라고는 하지만, 경시받기 쉬운 현대 마술과에 있으면서도 스승님은 몇 번이나 어려운 사건을 물리쳐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보상은 두 사람이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머, 그렇군요. 저는 당신이 배 연회와 따로 내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요."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예요. 펨의 선상 연회를 재료로 삼아 다른 내기를 하고 있는 ------ 솔직히 도박 소문을 잘 듣지 않는 엘메로이 2세가 반펨의 배를 타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요.“ 갑자기 공기의 경직성이 높아진 것 같았다. 이것도 역시 판 밖에서 벌어지는 흥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긴장이 너무 고조되기 전에 여자는 슬그머니 물러났다. "연락처를 남겨 두겠습니다. 좋은 답장 부탁드립니다." 요염한 미소를 남기고 스젠은 사라졌다. 아마도 향수인지 뭔지 모를 냄새가 한동안 코끝을 떠나지 않았다. "사향이군."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마술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향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님도 피곤한 듯 소파에 파묻혔다. "그 사람 이야기, 더 듣지 않아도 괜찮았나요?“ "어차피 천천히 이야기할 생각은 아니었어. 반펨의 말로는 펨의 선상 연회에 대한 설명을 오후 9시에 시작한다고 했으니까요.“ 스승님이 손 안의 휴대 단말기로 시간을 확인한다. 이제 열다섯 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4 조금 졸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뭐야?"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참가증 리퀘스트 카드였다. 그 카드에 그려져 있던 시계를 든 악어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특유의 웅얼거림으로 이런 대사를 내뱉었다. "지금부터 펨의 선상 연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오, 이게 뭐야!" 오른쪽 어깨의 고정 장치로 에드가 비명을 질렀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둘 다 비슷한 물건이지만,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면 역시나 놀라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엔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펨의 선상 연회에서 주군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세 명까지입니다." 카드의 악어가 매우 감정적으로 말한다. (세 명까지 ------?). 즉, 여기서부터 인원을 추려내는 거다. 하지만 어떻게? "따라서 첫 번째 게임을 개최합니다! 자, 여러분, 어서 저희 쪽으로 오세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이 쾅 하고 닫힌 것이다. 즉시 몸을 돌린 스승이 현관문 손잡이에 손을 걸었지만, 놀라지도 않았다. "젠장, 이놈은!" 가슴의 넥타이핀을 들어 올려 두 번이나 보석 부분을 손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들리나! 플랫! "예스 교수님! 감도 양호 아이아이서! 이쪽도 방금 방금 공포영화처럼 문이 막 닫혔어요!" 플랫의 목소리가 곧이어 들려왔다. 아무래도 넥타이핀은 전령용 마술 예장이었던 모양이다. “이 녀석은 유서 깊은 탈출게임이군요! 디지털 게임 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야토리알 버전! 최근 미국의 젠콘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펨씨, 유행을 좋아해서 바로 도입했어요!”금방이라도 빵빵 터질 것 같은 목소리가 넥타이핀에서 들려왔다. "탈출 게임 ......? 펨의 선상파티에서 그런 것도 하는 건가요?“ "한다! 교수님께는 미리 설명해 드렸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거든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나는 오탄틱. 영어로는 오센테이츠쿠로, 그 이름 그대로 전통적인 갬블이야. 룰렛이든, 포커든, 블랙잭이든 그때그때 선택된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하는 패턴이기도 하지요!" 그건 쉽게 알 수 있다. 나도 당연히 그런 도박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은 마작. 마술 세계 특유의 도박이네. 서로의 마술 회로를 연결해서 어떤 신비한 놀이를 하는 건데, 어떤 의미에서는 펨의 선상 연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걸 보기 위해서만 오는 마술사도 있을 정도야!“ 이쪽도 이해할 수 있다. 마술사의 도박이라고 하면 당연히 그런 기발한 부분도 준비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마지막의 누벨. 완전히 새로운 도박의 틀! 그때그때의 반펨 씨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전혀 새로운 것이 나오기 때문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이전에는 카탄으로 흥을 돋우었어! 이번 탈출게임은 확실히 이 게임방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아요!”오탄틱. 마지크. 누벨. 모두 프랑스 단어였다. 모나코의 공용어가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을 테니 그에 맞춘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5 "이야기는 알았다. 네 방은 어떻게 되어 있니?" "문과 창문이 막혔어요. 그리고 갑자기 모래시계가 나타났어요!" "뭐야?" 그 말에 자신과 스승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침대 옆에 어느새 앤티크풍의 모래시계가 놓여 있었다. 허리춤에서 모래가 흘러내리는 모래시계 아래쪽으로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다. 이것은 시간 제한이라는 뜻이겠지. 생각보다 짧다. 아마 20분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스승님” "알겠다." 희미하게 스승님도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그래도 동요를 억누르며 넥타이핀에게 말을 건넨다. "힘으로 탈출하라는 것은 아니지. 플랫, 이런 게임에는 뭔가 정석 같은 게 있는 거 아냐?“ "아니, 탈출게임의 패턴이 ------ 그래, 교수님이 가지고 있는 참가증에 뭔가 장치가 되어있지 않나요!“ "보자." 스승님이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들어올렸다. "보자.“ 플랫의 말에 스승은 카드를 들어보였다. 어, 그런! 나를 이길 생각이야! 그만해! 연기파 대사를 하는 악어를 무시한 채 스승의 손가락이 카드의 앞면과 뒷면을 문지르듯 문지르더니 이내 딱 멈췄다. “이 카드는 ------ 겹쳐져 있어?” 조심스럽게 힘을 주자 카드가 두 장이 되었다. 새롭게 탄생한 표면에는 그림과 글이 적혀 있었다. 커다란 달걀에 얼굴이 그려져 있고, 양손과 양발이 붙어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험티덤티 ------? 영국 동요 '마더구스'에 나오는 유명한 캐릭터였다. 이 그림처럼 달걀을 의인화한 존재로, 이 햄티덤프티가 담장에서 떨어져 깨지면 왕의 기사단도 고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단 두 줄로 쓰여진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Humpty Dumpty sat on a wall Humpty Dumpty had a green fall "그럼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니,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후반부는, 아마 이렇게 되겠지요?"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나머지 시를 읊조렸다. all the king's horses and all the king's men couldn't put humpty together again '왕의 기사단도 고칠 수 없구나’ 마지막 말을 남긴 스승의 시선이 주방으로 향했다. 방금 전의 달걀이 아직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들어 올려 손 안에서 돌린다.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하얀 달걀이 빙글빙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까 반펨의 마술이 떠올랐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6 "에르고, 저쪽 방에 숫자가 적힌 게 없나?""어... 숫자는 ------ 아, 벽에 룰렛판이 있어요!" 이번에는 에르고의 목소리였다. 플랫의 전성기 예장은 주변 사람의 목소리도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룰렛의 숫자는 0부터 36까지만 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7 "일부러 4행시의 전반부만 써왔다는 것은 오히려 생략된 후반부야말로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실제로 험티덤티의 시 후반부는 시대에 따라 몇 번이나 바뀌었다. 아까 네가 부른 노래는 후반부에 운율을 맞추기 위해 다시 다듬은 거다. 아마 처음 노래는 새뮤얼 아놀드가 써놓은 것으로 ------ 이런 식이었나?“ 잠시 생각에 잠긴 스승의 입술에서 또 다른 가사가 흘러나왔다. Four-score men and Four-score more Could not make Humpty Dumpty where he was before.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8 “팔십이 아니야 ------”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스승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 속으로 파고들었다. “험티덤티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님은 재킷 주머니에 넣고 있던 작은 책자를 꺼냈다. 책자 페이지에는 룰렛의 이미지가 실려 있었다. 유럽식 룰렛이라고 한다. "이 경우 여든이 아니라 영국 고어로, 스무가 넷이야. 일부러 원래 험티덤티의 시를 쓸 거면 거기에 주목해야지." 룰렛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스승이 말한다. "그레이, 룰렛을 어떻게 하는 건지 아나?" "음, 검은색이나 빨간색 같은 곳에 공이 들어가는 것을 맞추는 거죠?" "가장 간단한 내기 방법이지. 색깔을 맞추기 때문에 컬러라고도 하지. 색을 맞히기 때문에 컬러라고도 한다." "그럼 맞으면 베팅 금액의 두 배를 받을 수 있는 건데, 그 밖에도 다양한 베팅 방법이 있다. 가장 배당이 큰 건 공이 들어갈 숫자를 하나만 정확히 맞추는 베팅인데, 이 경우 36배가 된다." "아, 그럼 룰렛의 20을 이용해 4배가 들어가는 베팅 방법도 있네요!" "하지만 4배로 돌아오는 내기 방법은 없다." "---- 우”또 아웃. 왠지 삼진을 반복하는 타자의 기분이다. "아니, 나쁜 생각은 아니야. 그리고 스무 명이 네 명만 있는 게 아니야. 80명의 남자에 80명의 남자가 더 추가되더라도 말이다." 룰렛을 만진 스승의 손가락이 몇 개의 숫자를 훑어 내려간다. '스무 명이 네 명에, 또 스무 명이 네 명'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진다 낙하 속도는 일정할 텐데 점점 가속도가 붙는 것 같기만 하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불에 구워진 설탕과자처럼 녹아내린다. "주변 네 개의 숫자에 일괄적으로 거는 것을 코너 베팅이라고 한다. 유럽식 룰렛의 20에는 네 모서리 모두에 코너 베팅을 할 수 있다."“------ 스무개가 네 개”모래가 떨어지는데 이미 3분의 1 정도가 떨어졌다. 20개의 코너 베팅을 모두 걸면 그 숫자는 16에서 24가 된다." 다시 한번 넥타이핀을 만지작거리며 스승이 말한다. “룰렛판의 방금 말한 곳을 만져봐. 먼저 16이다.”“와! 16을 만지면 룰렛판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교수님!” 넥타이핀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플랫이 아니라 에르고가 하게 해줘! 이번에는 그 16을 누른 채 원래 24가 있던 위치까지 움직여!“ 예장 소리에 사람이 움직이는 기척이 섞였다. 스무 개가 네 개. "바뀌었습니다 선생님. 지금 24까지 움직였더니 룰렛판이 딸깍 소리를 내며 멈췄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나?" 후우, 하고 스승님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쓸 만한 숫자는 없나? 코너 베팅 배율은 9배다. 이 네 가지에 모두 걸었다면, 맞았을 때의 배율은 2~25배. 두 번 맞았다면 4~5배." 껄껄 웃으며 말하는 스승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흘러내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9 "안 돼요. 좁히기에는 재료가 부족해. 룰렛이 아닌가?" "스승님 ------ "다시 한 번 아까의 카드를 보여줘." "아, 네." 험티덤티가 적힌 카드를 내밀자 스승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첫 참가증 카드야.“ "이쪽인가요?“ 참가증 표면의 변형된 악어 그림에 눈을 가늘게 뜨고 스승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건 타로다." "타로란, 저기, 점 같은 거에 쓰는 거에요?" 과연 나도 그 정도는 알겠다. 유럽에서는 중세부터 유통된 카드군이었다. 현대에는 신비롭게 취급되어 점술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는 귀족들 사이에서 유희용 카드로 취급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펨의 배 연회에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어, 하지만 악어예요. 타로에 악어 따위가 있나요?” "타로 카드를 아르카나라고 이름 붙인 폴 크리스천은 대 이집트 애호가로 모든 아르카나가 이집트 신화와 일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어. 그 중 악어-0. 바보에 해당하는 아르카나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카드를 집어 들고 스승은 계속했다. “------ 라면, 더군다나 이십이 네 개는 룰렛이 아니라 타로다. 대알카나로 스물두 장이다. 숫자로 치면 0번부터 21번까지.하지만 이것도 현재의 것으로, 현재 타로의 원형 중 하나인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판에서는 두 개가 적고 대알카나가 스무 개였다고 여겨진다. 당시의 아르카나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지 않았지만, 바보의 번호는 어느 판에서나 우선 0일 것이다. 그리고 타로의 카드 수를 한 바퀴 도는 것은 인생을 한 바퀴 도는 것과 같다. 일부러 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을 알아차리라고 친절하게 배려한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0 "좋아, 다음은 똑같이 0을 누르고 시계 방향으로 네 번 돌려줘. 마지막으로 원래 20이 있던 위치에서 멈춰라." "멈췄습니다. 또 작은 소리가 났습니다." 또 20이 네 개. 하나하나 수수께끼가 밝혀져 간다. 그러나 모래시계는 끊임없이 그 잔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남은 건 4분의 1 정도. 지금까지의 느낌으로는 아마 5분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험티덤티가 원래 있던 곳인데 ......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이 나라에서 세는 방법이 다른 건 아닐까요?" "...... 그래, 너는 번역용 예장을 쓰지 않고 자신의 어학 실력만으로 해냈구나. 모나코의 공용어는 프랑스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무슨 말씀이세요, 스승님?“ "20을 하나의 단위로 삼는 것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흔히 쓰이는 계산법이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팔십만은 특별하죠. 캐틀-뱅이라고 하는데, 영어와 비슷한 셈법인데 일부러 복수형인 's'가 스무 쪽에 붙는다. 즉, 프랑스어의 80만 20이 네 개가 아니라 네 개가 스무 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그 설명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스무 명의 팀이 네 개가 아니라 네 명의 팀이 스무 개가 있다는 식으로도 프랑스어의 경우 읽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험티덤티가 원래 있던 곳은 4였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험티덤프티의 현재 위치는 20 마지막으로 룰렛판의 20을 누른 채 반시계 방향으로 원래 4가 있던 위치로 움직여줘." 험티덤프티를 원래 위치로 되돌릴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움직였습니다' 에르고의 목소리와 함께 이쪽 방에서도 '꺄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1 "열렸어?" 문이 아니었다. 방 한가운데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열린 것이다. 그 안쪽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어둠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었다. "어머나“ 깜짝 놀란 듯 스승님이 속삭였다. 아무리 엄청나게 거대한 여객선이라고는 하지만, 공간이 귀한 여객선에 이런 장치가 있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네! 이쪽도 숨겨진 계단이 열렸어요, 교수님! 정말 잘했네요, 이거! 반펨 씨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집단으로 펨의 배 연회에 도전하는 것도 이미 상정되어 있는 모양이군. 아마도 각 객실에 다른 수수께끼를 배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세심하네요." 아까 반펨이 기예를 선보였을 때의 화려한 손놀림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인간의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설정하는 것은 남다른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자, 그럼 우리 서로 숨겨진 계단을 내려가자. 이봐, 그레이." "제가 먼저 가고, 스승님이 뒤에 가시죠." "물론이지, 레이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스승님께 만족하며 자신이 먼저 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숨겨진 계단의 끝은 어두운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 솔직히 말해서 조금 설렜다. 지금까지의 마술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들과 달리 이 일련의 장치는 마치 게임 같았다. 엄청난 참가비를 전제로 하고 있고, 지즈와의 내기를 생각하면 역시 목숨을 건 싸움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술 자체에 가슴이 뛰었다.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나갔다는 성취감이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지만, 눈앞에서 지혜가 수수께끼를 해체하는 광경은 그런 열등감을 날려버릴 만큼의 고양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역시 나는 몰랐다. 이곳이 신대(神代)부터 존재하는 사도가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마의 영역이라는 것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2 숨겨진 계단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 어둠 속을 빠져나오니 넓은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대리석으로 보이는 바닥을 다운라이트의 은은한 빛이 비추고 있다. 그 빛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에르고! 플랫 씨!”“누나” "좋아, 교수님과 그레이짱이 합류해~!" 에르고가 웃으며, 플랫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무래도 여기가 집합 장소인가 보군." 스승님이 주위를 둘러본다. 홀에는 자신들이 온 길 외에도 여러 개의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 어둠의 통로 중 하나에서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어머, 플랫에 로드-엘멜로이 2세!" "아, 이시리드 씨!“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 이시리드 모간팔스였다. 아마도 자신들처럼 반펨의 도전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베스트의 가슴에 꽂힌 붉은 꽃도 다소 지친 듯이 시들시들해져 있었다. "당신들도 1차 게임을 이겨냈다면 중첩. 혼자는 외로운 법이니까요."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이시리드가 말했다. 또 다른 어둠 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말없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것은 아랍풍의 직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상대였다. 주술사 아젤이었을까. "여러분, 다 모였군요." 마지막은 방금 전의 예스젠이었다. 그 밖에도 펨의 선상 연회에 도전한 사람은 더 있을 텐데, 그때 말한 멤버들은 모두 1차 수수께끼를 돌파했다는 뜻일까. "음, 삼분의 일 정도인가?" 이시리드가 말했다. "어........“ "하하하.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금 전의 게임을 돌파할 수 있을지 궁금했겠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어.“ 이실리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첫 번째 게임에서 탈락한 인원이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많았다는 뜻이야. 반펨 씨도 이 단계에서 배제하고 싶은 것은 지난번 패배를 듣고 급하게 달려온 사람들뿐일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카지노의 이시리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카지노에서 또 다른 참가자를 체크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지난번 반펨의 패배를 이야기한 것도 그런 점검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틀림없다. 역시 시계탑 지부답게, 이런 술수에는 능한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3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스승님이 물었다. "역시 탈출 게임 같은 것이었습니까?" "아, 그 수수께끼를 그렇게 부르는가 봐요. 내 경우에는 켈트족의 삼중 문양이 열쇠였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의 경우와는 다른 수수께끼였다고 한다. “---- 그렇구나.” 라고 스승님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의 수수께끼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주문 제작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유형에 맞춰 수수께끼를 만들고 있는 거겠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이 정도는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의도는 느꼈다. 험티댐티댐티의 옛 노래든, 이브 로트의 변천이든, 제대로 마술의 세계에서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지식들뿐이다.“ 그러고 보니 시계탑 강의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마술사가 아닌 나는 방금 전의 게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깨가 으쓱해졌지만 말이다. 몇 분 정도 더 지나자 이시리드가 주위를 둘러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4 "흐음. 아무래도 우리만 그런가 보군. 반펨 씨가 준비한 게임은 의외로 초보자에게는 가혹한 것 같네요." “아, 하지만 분명 한 명 더 올 거예요! 만약 안 온다면 정말 큰 다행이겠지만요!” 발랄한 플랫의 발언은 물론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방황해의 지즈. 펨의 선상 연회에서 결판을 짓겠다고 한 이상 그가 오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첫 번째 게임은 당연히 돌파해 올 것이다. "호오. 그런 상대가 있다면 저도 듣고 싶네요.“ 흥미를 느낀 듯 이시리드가 이렇게 말했다, "...... 잠깐만요." 라고 말했을 때,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술사 아젤이었다. 그 사람인지 그녀인지 알 수 없는 상대는 자신들이 왔던 통로와 다른 통로를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 먼저 간 게 아닐까?" 그 시선을 따라 이시리드가 통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흠." 확실히 희미하지만 발자국이 있다. 체온도 남아 있군. - 아무래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아까 게임을 클리어하고도 여기서 대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바로 일어서서 분통을 터뜨리며 옷깃을 여민다. "선점자에게 유리한 규칙 따위는 참을 수 없어. 즉시 이쪽도 쫓아가자." 큰 걸음으로 이시리드가 새로운 통로로 걸어간다. 우리도 뒤따라갔다. 한동안 내려가던 통로는 어느새 오르막길로 바뀌었다. 공간이 귀중해야 할 배에서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숨겨진 통로에 이토록 호화로운 비용을 들이고 있다니....... 아니면 고도의 마술로 공간을 왜곡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체로 마술이라는 것은 엄청난 사치의 결정체다. 시계탑의 군주들이 이름 그대로 귀족이거나 부호인 것은 이런 돈벌레를 견딜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불현듯 바람의 흐름을 느꼈다. "저기, 바깥에 ------?" 조금은 발걸음이 빨라졌다. 조금은 발걸음이 빨라졌다. 통로가 막다른 길목에 이르러 이시리드가 참가증을 내밀었다. 그것이 열쇠가 된 모양인지 벽이 소리도 없이 옆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넓은 방이었다.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 바람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은 창문을 통해서였을까. 모나코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이 크루즈선에서도 꽤 높은 층에 있는 방이다. VIP용 객실답게 천장에는 수정처럼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빛을 내뿜고, 벽에는 현대미술로 추정되는 유화가 여러 점 걸려 있었다. 이 호화 여객선과의 어울림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화가의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온 길은 책장 뒤쪽의 숨겨진 통로였던 것 같은데, 연결된 선반은 기계식 와인셀러로 되어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오래된 와인병들이 가득 차 있어 애호가들의 침샘을 자극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깔린 카펫이 처참하게 빨갛게 더러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지 ------?" 스승이 낮게 신음했다. 목소리의 이유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에르고가 눈을 크게 뜨고, 그 플랫조차도 숨을 멈추고 있었다. 자신은 그저 경직되어 있었다.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추는 데 정신력의 대부분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만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것이 단순한 시체였다면, 방에 모인 사람들 중 누구도 별다른 놀라움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좋든 나쁘든, 마술사란 그런 상황에 익숙해진 자들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을 충분히 각오하고 있을 것이고, 펨의 배의 연회에 참여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 시체는 아름다웠다. 단지 그 말 한 마디가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니, 아름답다는 것이 사실은 이런 뜻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정도로 그 광경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완벽한 예술로 결정화된 그 용모는 이제 모든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가슴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아마도 이 출혈이 사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그저 멍하니 그 이름이 내 입술을 깨물었다. “방황해의 지즈” ------ 신대의 마술사가 죽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5 “지즈 씨가 ------ 죽었어 ------?” 그저 멍하니, 나는 중얼거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세 명의 마술사 중에서도 지즈는 단연 으뜸으로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제자인 바이 뤄롱은 접촉도 많았고, 사람 됨됨이를 알 만큼의 시간도 있었지만, 스승인 지즈에 대해서는 이번 선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정보가 안개 속이었다. 이천 수백 년을 살아왔어야 할 생명이 이런 곳에서 끝이 났다는 말인가? "방황해라고요?" "무슨 소리야, 엘메로이 2세! 이 분이 방황해의 마술사라도 되는 건가?!" 지즈와 그의 출신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방황해는 마술계에서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직업이었다.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곳에 소속된 마술사라면 그 존재 자체가 이미 기적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죽어가고 있다. 왜? 혼란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있어 신대의 마술을 사용하는 방황해는 일종의 상위 생명체라 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6 시체를 검시할 틈도 없이 방의 문이 열렸다. 자신들이 왔던 숨겨진 통로가 아닌, 원래의 문이었다. 거기서 새롭게, 이번에는 집단으로 찾아온 방문자가 나타난 것이다. ------ "이건 놀랍군." 반펨과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여섯 명의 여성들이었다. '펨의 딸들' 등으로 불린다고 플랫에서 들은 적이 있다. 반펨을 항상 모시고 있는 여섯 명의 미녀들. 인간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들었다. 그 정체는 반펨이 만들어낸 골렘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쿠폴라, 지팡이를 맡아줘." "네." 라고 불려진 미녀가 걸어 나와서 지팡이를 받는다. 그 몸짓도 옆모습도 역시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생각이나 갈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펨은 조용히 지즈의 시체에 다가가 목덜미를 만진 후 몇 초 정도 지나고 나서 고개를 흔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7 하얀 양복을 입은 사도가 일어나 십자가를 베었다. 이럴 때일수록 이 뱀파이어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상 연회의 주인으로서 말하겠네. 틀림없이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는 죽었다." 다시 한 번 홀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소란이 피곤했다. 지즈를 옛 친구라 부르던 그의 표정에서 약간의 슬픔이 엿보일 정도였다. 그 이면에는 더 복잡한 감정이 흔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판단할 수 없었다. "어떤 수단을 썼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온몸의 마술회로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어. 이렇게 되면 아무리 그가 신대의 마술사라 해도 마술을 발휘하기 힘들겠지." 그 말에 스승은 깜짝 놀라 굳어졌다. "그러니까 ------ 살해당했다는 말씀이군요." "과연 자연사는 없겠지." 스승의 질문에 반펨이 한숨을 섞어 대답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8 "그의 참가증은 회수하게 되겠지만 ------ 분명 그에게서 또 다른 신청이 들어왔었지?" 네, 맞아요. 제 몫이군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자신들이 온 숨겨진 통로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가죽 구두의 운이 쿵, 쿵, 숨은 통로의 콘크리트 바닥을 쿵쿵, 쿵쿵쿵쿵쿵쿵 울린다.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이 나타났다. 투명한 목덜미 피부가 너무 하얗게 드러나 정맥 색깔까지 비치는 것 같았다. 반펨과 누가 더 흡혈귀 같으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이 청년을 꼽을 것이다. 피부와 마찬가지로 색소가 옅은 은빛 머리카락. 눈을 녹인 듯한 눈동자. 솔직히 말해서 그의 등장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지즈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극도로 쾌락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그가 배에 올라타는 것은 필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인사는 예외였다.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의 제자 멜빈 웨인즈라고 합니다." 1분도 남지 않은 예의와 함께 은발의 청년은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멜빈 웨인즈. 스승의 자칭 절친이자 이번엔 지즈의 스폰서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한 상대였다. "뭐야, 그건 멜빈 ------! 그동안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던 스승이 처음으로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청년은 두 손을 크게 벌리며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은 대로야, 웨이버. 나는 그의 제자가 된 지 반나절 남짓한 시간 동안 시계탑의 수십 년의 노력에 버금가는 성과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래, 확실히 세상이 달라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옅게 웃는다. 그 옅은 미소조차도 우리가 아는 그의 것이 분명했다. "멜빈 ------ 씨 ------ 정말요?" 내 목소리는 무안하게 끊어져 버렸다. 이미 상황은 혼돈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멜빈이 스폰서를 지나 죽일 수 있는 지즈의 제자가 되었다니, 머리가 이상할 지경이다.(だというのに、 メルヴィンがスポンサーを通り越して、 死せるジズの弟子になったなど、 頭がおかしくなってしまいそうだ。) "의심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가 외부에서 제자를 받는다는 것은 원래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멜빈의 눈이 한자리에 모인 마술사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럼, 그가 가르쳐 준 마술의 일단을 여기 소개하겠다." 지휘자처럼 하얀 손이 뻗어 나왔다. 그 손끝에는 작은 음차(音叉)가 들려 있었다. 그는 근처의 벽에 그 음차(音叉)를 가져가서 한 번만 두드리자, 그것을 맞추었다. 내가 아는 그는 조율사였다. 시계탑에서도 보기 드문 마술각인 조율사였다. 하지만 지금 그 음률이 울려 퍼지자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눈을 의심했다. 방은 순식간에 푸른 바다로 변해 있었다. 그 바다 표면을 자신들의 발이 밟고 있었던 것이다. 금방이라도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 같고, 실제로 발목에 걸려 있는 것은 분명 바닷물의 차가움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정말, 바다다 ------” 바다와 인연이 깊은 신들을 먹어치운 그치고는 진짜 바다와 구분할 수 없다고 엘고가 고백하고 있었다. 지즈의 시체가 그 바다에 삼켜진 것이다. "그의 시체를 꺼내는 것은 제자인 나의 임무입니다." 신비한 바다 장례식을 마치고 멜빈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손끝으로 음계를 울렸다.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바다는 유람선의 한 방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발을 딛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드러운 카펫의 밟는 느낌뿐이었다. "형식은 확실히 한 공정 마술각인과의 동기화조차 없다. 그런데도 술식의 정확성과 깊이는 간이 의식 이상인가?" 쿠폴라로부터 다시 받은 지팡이를 카펫에 찔러 넣으며 반펨이 짧게 으르렁거렸다. "장담하건대. 지금 것은 분명 신대의 마술이야." 모여 있던 마술사들이 다시 한 번 웅성거렸다. 그 중 한 명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시리드였다. "반 펨님. 이 좁은 모나코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왔지만, 지금 하신 말씀은 놓칠 수 없습니다. 신대의 마술이라고 하셨는데, 정말인가요?" "행성의 환경이 변한 이상, 대부분의 신대 마술은 현대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어. 하지만 지금은 몇 안 되는 예외라고 신대동맹의 이름으로 보장해 주겠소." 바다가 출렁이듯, 마술사들의 정신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느껴졌다. 그만큼 중대한 의미를 지닌 말이었다. “------ 그렇구나.” 스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몹시 길고 가느다란 한숨이었다. "지즈의 연구 중 하나가 이것인가?" "그런 것 같네." 멜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현대의 마술사이면서 신대의 마술을 성취한 예외 중의 예외가 되었는데도? 그것도 단 반나절 만에? 마술의 상식이 모두 파괴될 것 같은 일들뿐이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웨이버" 멜빈이 속삭인다. "단 몇 시간 만에 학생을 생각지도 못한 영역으로 인도하는 것, 너조차도 여러 번 해봤을 거야.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가 같은 일을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숨이 막힌다 스승님은 확실히 그런 일을 몇 번이나 해 왔어. 마술사로서의 스승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지.......! 하지만 스승으로서의 스승은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 여정에서도 스승의 짧은 한마디에 자신의 한계를 돌파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결국 스승은 밀어붙이듯 말했다. “------ 멜빈” 그 이름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9 멜빈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봐, 웨이버. 너랑은 언젠가 이런 관계가 되고 싶었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빨을 깨물어 왔는지 알아? 마안수집열차 때도, 관위 결의 때도 나는 내 입장을 선택할 수 없었어. 남이 너를 해치는 것도, 남의 강요로 너를 해치게 되는 것도 싫은데..." (------ 아)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확실히 나는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었다. 멜빈 웨인즈라는 청년을 아직 잘 몰랐을 때, 마안수집열차에서 불의의 사고로 쓰러진 스승의 바로 옆에서 그는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바보 같군." “여전히 변함없이 바보로 남아 있구나. 너한테는 더 편한 삶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리고 같은 사건으로 그가 내뱉은 대사를 자신이 잊을 날은 분명 오지 않을 것이다. “누가 웨이버를 저렇게 해쳤을까? 나 말고 누가?”스승은 멜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뚫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세뇌는 아니겠지?" "물론이지. 그런 걸 받고 너와 싸우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다." 멜빈이 어깨를 으쓱한다. "아직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그렇다면 이건 부수적인 얘기지만, 스승님으로부터 “전갈을 맡기고 있어.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기는 제자에게 맡겨서 계속할 거야. 그렇게 엘메로이 2세에게도 전했을 거라고.” “...... 확실히 말했지.”자신도 같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승과의 내기에 대해 제자가 참여해도 좋다고 지즈는 말했던 것이다. 그때는 뤄롱과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결과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만. 하지만. "즉, 지즈는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뜻인가?" "글쎄. 안타깝게도 스승님의 의도까지는 듣지 못했으니까요." 스승님의 질문에 멜빈이 고개를 저었다. 시계탑에서 같은 수업을 들었던 두 사람은 자신이 아는 한 처음으로 격렬한 적개심을 품고 대치하고 있었다. "좋아." 스승이 말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보다 30센티미터 가까이 키가 작았던, 늘 열심히였던 시절의 스승님. "내가 승부수를 띄워줄게, 멜빈 웨인즈" "그 말을 십수 년 동안이나 기다렸어, 웨이버-벨벳"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0 쿵, 소리가 울렸다. 반펨의 지팡이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문제가 있었지만, 일단 우리 선상 연회를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두 번째 게임에 대해서는 내일 공지하도록 하지. 그때까지 여러분들이 힘을 내주길 기대합니다." 이봐요, 라고 말하며 반펨은 스승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시체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에미야 시로의 수색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배도 내일 낮에 출항할 예정입니다. 육지에 용무가 남아 있는 분은 그때까지 오세요." 반펨이 지팡이를 짚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여섯 자매와 함께 선상 연회의 주인은 방을 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1 남은 참석자들 사이에 잠시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이를 피하듯 멜빈이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실리드가 그의 뒷모습을 말렸다. “스승님의 원수를 갚을 생각은 없나? 아니면 혹시 네가 스승님을 ------”말끝이 흐릿했다. 역시 이시리드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꺼려하는 듯했다. "그 추론도 재미있군요. 스승 살해는 마술사에게 가장 큰 금기이지만, 나처럼 반나절밖에 안 된 제자라면 큰 금기 사항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멜빈은 간단히 대답했다. "하지만 뭐, 이 배라면 원래부터 당연한 거 아닙니까? 모나코 지부장님도 원래 이름을 알고 계실 거 아닙니까?" (----- 원래?) 스승님을 쳐다보자, 스승님은 찡그린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배의 동체에 적혀있던 이름 기억나지?" "어, 조와 드 비브르였죠? 프랑스어로 사는 기쁨, 같은 뜻이죠. "그건 등록용 이름이야." 스승님은 멋쩍은 듯이 말을 끊고 친구를 바라보았다. "마술의 세계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그렇구나, 멜빈." "그래, 웨이버." 멜빈이 손수건을 입에 대었다. 코호, 하고 작게 기침을 하자 그 표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청년은 마술에 의한 증혈제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몸이라고 한다. 방황해의 제자가 된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까. 선명한 붉은색을 바라본다, “사선 환희선” 라고 아직 피가 묻은 입술이 말했다. 그것이 바로 반펨이 운영하는 카지노 선박의 원래 이름이었다. "좋은 이름이다. 도박이란 것은 사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냥 즐기면 돼요. 이 배를 타는 이상 그 사선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니까.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든, 시계탑의 군주든, 죽어가는 조율사든, 누구에게나 평등해." 붉게 물든 입술이 일그러진다. "아쉽게도 내 방황의 바다 스승은 넘어간 것 같지만, 참가했으니 후회는 없겠지. 자, 여러분도 준비되셨나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2 "그 둘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스승이 말한다. 마술 사건에 있어서 누가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지금까지 여러 번 이야기되어 왔다. 이번처럼 신대(神代)의 마술까지 얽혀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가뜩이나 마술은 무엇이든 가능한 물건인데, 신대(神代)의 그것은 현대의 마술의 한계조차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렇다면 스승이 지적했듯이 현 단계에서는 지즈의 살인 자체의 수수께끼를 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왜 죽임을 당했는가?" 스승은 단 한 가지 예외를 언급한다. “그리고 ------” "멜빈씨, 그렇군요." 스승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어찌 보면 멜빈이 적으로 돌변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항구에서 연락했을 때 이미 선고를 받았고, 이런 도박을 하러 온다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방황해의 제자란? 지즈가 죽고 그 후임으로 온 사람이 멜빈이 될 줄은 스승도 자신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멜빈에게 지즈는 자신이 죽었을 때를 대비해서 멜빈에게 말했어. 그렇다면 생각해야 할 것은 역시 왜일까. 왜 지즈가 죽게 된 것일까. 왜 이 타이밍에 죽게 된 걸까."잠시 후 스승이 금발의 제자에게로 향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3 "------ 역시 그렇군요." "무엇이, 입니까?" 자신의 질문에 한 박자 쉬고 나서 스승이 대답한다. "사망 원인은 총알에 의한 것이다." "총?" 뜻밖의 단어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스승은 환상의 시체의 가슴부터 복부까지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빨간 머리 청년에게 말했다. "에르고, 네 환수로 분석할 수 있겠어?" "해 보겠습니다."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등 뒤에서 반투명한 환영의 손이 자랐다. "그게 바로 소문의 환수다!" 엘고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환수를 지즈의 시체 재생 영상에 갖다 대었다. 마치 옛날 영화에서 본 금속 탐지기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환수가 천천히 지즈의 시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고 나서야 엘고는 스승에게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플랫 씨의 기록이지만, 제 환수에서도 정보 압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상한 상처입니다. 정말 이상한 상처입니다. 죽기 직전에 먹었을 텐데, 상처 자체는 이미 십 년 전의 오래된 상처처럼 막혀 있어요. 하지만 엘고의 집게손가락이 지즈의 가슴을 가리킨다. 피투성이가 되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거기에 총자국이 있는 모양이다. “이 상처에서 지즈의 마술회로로 어떤 에너지가 흘러들어간 것 같아요. 찢어낸 후, 억지로 이어받는 그런 성질을 가진 에너지입니다. 마치 정밀한 전자기기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그 에너지가 지즈 씨의 마술 회로를 폭주시킨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것도 총알에 의한 것이 아니라, 폭주한 마술회로가 지즈 씨의 몸을 안쪽에서 찢어버린 거죠. 신대(神代)부터 살아왔으니 지즈의 몸도 보통이 아니었을 텐데, 그 당사자의 마술 회로가 폭주하면서 남는 마력이야말로 본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죠.“ “찢어버린 후, 억지로 이어받는다 ------” 그것은 엄청난 악의가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상대를 상처 입히는 것이 아니라, 치유되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 방은 창문이 열려 있었어. 거기서부터 저격이었겠지.“ 너무도 마술사답지 않은 키워드가 스승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에 소름이 돋는다. 총알이 마술회로를 찢었다는 총알이라니, 지금까지의 사건과 너무 이질적인 수법이었다. "그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범인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레이디." 스승님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플랫이 뜻을 받들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마술사의 시체에서 사망 시간을 알아낼 수 없으니까요!" “------ 그런 건가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며 질문하자 스승은 씁쓸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신대의 마술사라면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현대의 마술사라면 마술의 각인이 자동으로 죽음을 막는 거지. 그렇지 않더라도 방어를 위한 회복술이 죽음의 시간을 쉽게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그래서 ------ 오래 전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 일반적인 사망 시간 진단을 시체의 변화나 악화로 판단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술사의 사망 시간 진단이 어려운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본인이 총을 쏠 필요도 없지. 마술을 이용한 저격이라면 원거리 저격은 충분히 가능하겠지. 이건 과학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그건 ------ 그렇군요.“ 사신이든 전용 술식이든, 비슷한 일은 충분히 가능하겠지. 스승은 재킷 주머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냈다. 커터로 흡입구를 만든 후 성냥을 사용해 시가를 돌리면서 시가를 태운다. 방에 은은하게 향신료와 비슷한 향이 퍼져나갔다. ...... "나는 알고 있어."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스승은 속삭였다. "무엇을, 입니까?" "선대 로드-엘멜로이 케이네스-엘머로이 아치볼트가 성배전쟁에서 죽은 건 알고 있겠지?" "그건, 네." 한때는 스승님 자신이 선대 엘메로이와 싸워서 쓰러뜨린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스승님 자신의 입을 통해 설명되었다. "케이네스 사부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니다. 어떤 검의 영령과 그 마스터다. 나는 케이네스 스승님의 죽음의 모습도 보지 못했다.“ 당시 스승님에 대해 아직 남아있던 불신감을 떨쳐버린 것은 그 뒤에 덧붙여진, 몹시 쓸쓸한 대사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나니 역시 슬펐어요." "그토록 뛰어난 재능이 무참히 사라졌다는 것도, 그 사람이 보던 풍경을 결국 나에게는 단 한 번도 공유할 수 없었다는 것도 그저 슬펐어요." 그 후 몇 년이 지났지만, 그렇게 고백할 때의 그의 옆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그때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리더라도 그때의 인상만큼은 가슴 어딘가에 계속 남아 있을 것 같다. 스승님에게 있어 그 비극이야말로 그 비극이 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대 엘메로이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케이네스 선생님의 시신은 시계탑 공작반에 의해 회수되었지만, 시신에서 박리된 마술각인 및 박리 시 해부된 케이네스 선생님의 마술회로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어." "에------" 스승이 말하는 의미는 분명했다. 그것을 에르고가 받아들여 말로 표현했다. "즉, 지즈의 시체와 같은 ...... "그래. 케이네스 스승님의 경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시체를 인수한 시계탑의 자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자료로 볼 때 지즈의 시신은 우리 스승님의 시신과 매우 흡사하다." 갑자기 과거에 발목을 잡힌 기분이었다. 서 있던 카펫이 진흙탕으로 변하고, 거기서 나타난 손이 자신들을 끌어당기려는 것 같았다. 착각을 떨쳐내려는 자신에게 스승은 더욱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레이디는 비슷한 피해자를 한 명 더 알고 있을 것이다. 왕위 결의 때 시계탑 지하 영묘 알비온의 채굴도시에서 만났던 상대야." 점성술사 플뤼거의 스승 관위결의 사건에서 영묘 알비온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 사람, 그 노마술사였다. 그리고 한때 마술계에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노마술사가 영묘 알비온에 은거하기로 결심한 것은 암살자들에 의해 마술회로도 마술각인도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런 무시무시한 암살자도 있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 아, 아” 지즈와 선대 로드-엘멜로이도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스승님으로서는 이제 세 번째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인연이 그림자 속에서 떠오른다. 설마 이렇게 멀리, 그것도 모나코라는 이국 땅에서 스승에게 첫 번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럼 범인은 그 킬러인가요?" "아니, 마술사 킬러라고 불린 그 상대도 이미 죽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수단으로든 그의 노하우를 물려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피곤한 듯 스승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싫어도 실감하게 되네. 이쪽은 다른 현역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스승은 천천히 시가 연기를 내뿜었다. 배 모양을 만들며 보랏빛 연기가 희미하게 퍼져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4 "어차피 내일 낮에는 육지를 떠날 거야. 범인이 같은 배를 타고 있더라도, 빨리 철수하더라도 그 때 생각해야 할 거야. 여러 번 말하지만, 우리는 형사가 아니야.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다." “아, 교수님! 그럼 지금 당장 엘고 군과 함께 지상에서 볼일 좀 볼 수 있을까요?”안절부절못하며 몸을 떨던 플랫이 제안한다. "흐음. 네 고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더 이상 다툼은 안 될 것 같구나." "하하하 교수님! 저를 핥지 말아주세요! 일주일도 필요 없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극상의 트러블을 가져다 줄 테니까!“ "지금부터 밧줄로 묶어놓고 탈출 마술 연습이라도 할까요?" "어이쿠. 그럼, 다녀올게요! 자, 가자, 에르고 군!" "아, 잠깐만요, 플랫!" 씩씩하게 뛰어나가는 플랫을 따라 에르고도 문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배웅한 후 스승님은 시가를 재떨이에 올려놓았다. "스승님 ------” “------ 역시나 조금 피곤하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스승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앞에 손등을 대고 있었다. 방금 전 대화에서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멜빈 씨에 대해 힘들지 않습니까?" "정말 그 녀석다운 반응이었어. 확실히 그 녀석이라면 세뇌를 당하지 않았겠지. 오히려 십여 년 전부터 기다렸다는 말대로, 그 녀석은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 어쩌면 나도 그랬을지도 몰라.“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스승에게 멜빈 웨인즈는 몹시 복잡하고 섬세한 곳에 위치한 상대였다. 엘멜로이 2세가 아닌 웨이버-벨벳으로 상대할 수 있는 이제 유일한 상대. 결코 무조건적인 신뢰 따위는 없고, 오히려 이번처럼 적대적이 되는 것조차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계. 청춘을 공유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적대감 그 자체는 갈라져도 다른 곳에서 갈라질 수 없는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 ------" 조금 더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할 때였다. 스승님의 재킷 가슴팍에 넣고 있던 휴대전화가 떨렸다. 그 단말기를 귀에 대고, "린?" 스승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왜 그래, 너. 계속 연락이 오네........(「どうした、 お前。 ずっと連絡がー) "선생님! 당장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5 반나절 전. 밤의 사선 환희선 객실에서 스승님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린" 스승님의 목소리가 딱딱해진 것을 나는 느꼈다. 사실, 그 린이 '당장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숨을 헐떡이며 연락을 해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급박함을 보여준다. 손바닥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지금 에르고와 플랫은 배를 타고 내려갔고, 스승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그리그 린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선생님은 에미야 키리츠구를 알고 계시죠?" 순간 스승의 숨이 멎었다. 자신은 모르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에미야라는 가문 이름은 지금의 자신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에미야 시로 지난번 선상 연회에서 펨에게 승리를 거둔 인물이며, 펨의 의뢰를 받아 그 수색을 맡은 상대였다. "스승님, 그거 -----" 말하려는 자신을 스승이 손을 들어 제압한다. "에미야 키리츠구 마술사 킬러이군." ----- 어........ 귀를 의심한다. 마술사 킬러란 지즈를 저격한 범인의 관계자로서 지금 의심받고 있는 바로 그 상대가 아닌가. 자신들이 찾고 있는 에미야 시로와 마술사 킬러의 가문이름이 일치한다는 것은 ------ "예. 그 에미야 키리츠구가 사용하던 기원탄이라는 마술예장을 이 모나코 마피아가 손에 넣었습니다. 저와 루비아가 찾고 있던 상대와도 인연이 있어서요.......! "잠깐, 에미야 키리츠구의 기원탄이라고?" "어쨌습니까?" 『どうかしましたか』 린의 질문에 스승님은 몇 초간 침묵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 지즈가 아마도 그 기원탄에 의한 저격으로 사망한 것 같다" "하아아아!!!" 휴대폰 단말기 너머로 고막을 뚫을 정도로 린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무심코 귀를 막은 순간, 전화 상대가 바뀐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6 "야, 씨발 아버지가 죽었다고?" 그 목소리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을 삼키고 최대한 담담한 척하며 스승이 말했다. ...... 바이 뤄롱과 함께 행동하고 있었구나." 지즈의 제자 에르고가 신을 먹는 사람이라면, 에르고의 절친을 자처하는 이쪽은 용을 먹는 사람이다.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하는 태조룡 튀폰의 권능을 흡수하여 일본에서 전대미문의 전투를 벌인 상대였다. 그리고, (...... 나의 성창을 받았다) 아직 자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최후의 꿈의 탑〉에 의해 그 능력이 봉인된 청년. 설마 그가 린 일행과 함께 행동하게 될 줄이야! 예상치 못한 상황이 겹겹이 이어진다. 마치 앞면과 뒷면이 바뀔 때마다 그려진 그림과 숫자도 바뀌는 마술 카드 같다. “미안하지만, 질문에 대답해줄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게 사실이야?” "아, 반펨 씨에게도 확인을 받았다. 기원탄에 의한 저격이라는 것은 내 추측이지만, 지즈가 살해된 것은 틀림없어. 외상은 없었지만 체내의 마술회로가 산산조각이 났으니까." "...... 이봐, 이봐. 정말이야?" 단말기 너머에서 뤄롱이 으르렁거렸다.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만약 모르는 곳에서 스승님이 돌아가셨다면 ------ 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조금만 생각해도 식은땀이 날 것 같다. 라이네스는 그런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자주 말하지만, 나에게 스승과 라이네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특별했다. 어쩌면 에르고도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면에서 떠올릴 때마다 따뜻한 빛을 발산하는 그런 상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7 그리고 다시 한 번, 새로운 인물의 목소리가 휴대 단말기에서 들려왔다. "저도 질문이 있는데요." "루비아구나" 스승님이 얼굴을 내민다. 원래부터 당당하게 행동했으니 그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방금 전의 이야기인데, 지난번 펨의 선상 연회에서 마술사 살해자의 아들인 셰로 군, 에미야 시로가 승리한 것은 알고 계시죠?" "들었어. 반펨씨는 승리한 에미야시로가 행방불명된 것을 걱정하고 계셔. 나는 참가비 대신 그를 수색하게 되었어. 그는 자네 집에서 일하는 집사라고 들었는데........" "그래요, 셰로는 저를 대신해서 지난번 배의 연회에 참가했었어요." 그런 뜻인가 ------!"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뱃놀이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것을 마련할 수 있는 상대방의 범위도 알고 있다. 에미야시로가 루비아의 집사라면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에미야 시로는 찾았나?" "아니요. 아까 마피아의 항쟁에서 또다시 낯선 누군가를 멋대로 도와준 후 행방을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루비아의 목소리에는 날카롭게 다가오는 분노와 아직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부드러운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불평을 하고 있을 텐데 어딘지 모르게 기쁜 것 같은. 화가 났을 게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웃는 듯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8 “기괴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네요”루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부감하면 할수록, 헷갈리고 있는 상황이 떠오른다. 주요 쟁점만 꼽아보면 이런 식이 될까? 지즈의 죽음. 생전 지즈의 목적. 지즈의 제자가 된 멜빈. 지난번 선상 연회에서 승리했다는 에미야 시로의 행방. "상황이 복잡해졌지만 우리의 행동은 변함없어. 시로를 찾을 거야. 그 과정에서 지즈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으면 공유하겠습니다." “아. 에미야 키리츠키의 기원탄을 입수했다는 마피아가 궁금하긴 하지만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9 누가 왔는지는 돌아서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실제로 확인했을 때의 복잡한 감정이 제로가 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지즈가 죽은 지금, 스승님으로서는 이 게임 참가자 중 가장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였을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도........ "안녕, 웨이버. 잘 지냈어?" "멜빈 씨 ------! 스승님은 말없이 굳은 표정을 짓는다.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멜빈 웨인즈는 대조적으로 몹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 조율사의 어디쯤에 이런 표정이 숨겨져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스승을 그 눈빛으로 포착하고, 마치 악마가 계약을 강요하는 듯한 부드러운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웨이버, 나랑 내기 한 번 해볼래?" "너랑?“ 스승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평소 얼굴이 어두웠던 멜빈은 관얼과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혼자서 하는 건 좀 외로운 것 같아서 말이야. 모처럼의 기회인 만큼 함께 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마음이 통하는 오랜 친구라면 더더욱 좋겠지. 게다가 자네, 이런 종류의 도박은 잘하지 않나?" "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런 나를 향해 멜빈이 고급스러운 맞춤 정장을 입은 채 고개를 숙였다.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나?" "저기, 예전에 스승님이 카지노에서 빈털터리가 되어 쫓겨났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그거야 말단 카지노에서 너무 많이 이겼기 때문이지." 즐거워하며 멜빈이 웃는다. "신용이 최우선인 대형 카지노는 그렇다 치고, 장외 카지노에서 과도하게 이길 경우, 상대에게 돈을 확실히 받아내기 위한 폭력의 배후가 중요하죠. 옛날 웨이버들은 그런 것을 몰랐으니까요. 이기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이 이겨서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면 ------ 옛날 웨이버들이 할 법한 짓이 아니겠는가? "그랬었군요, 그렇습니까, 스승님" 스승님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진다. 하지만 부정은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방금 전까지 도박으로 순조롭게 칩을 늘려가던 사실과 도박을 잘 못한다는 경력에 위화감이 있었다. 그 이유가 설마 너무 많이 이겼던 과거 때문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스승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좋아하는 게임 있나, 멜빈? "음, 그럼 마카오 주사위인가 봐. 이렇게 주사위에 운명을 맡긴다는 게 기분 좋거든." "그럼, 그 외에는“ 스승의 시선이 반짝이는 카지노를 둘러보다가 한 지점에서 멈췄다. 그러나 걷기 시작하기도 전에, "호오. 참가자끼리 하는 게임인가. 이제 누군가 시작할 때인 줄 알았는데........"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련된 셔츠를 입은 근육질의 남자였다.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 이시리드 모건팔스. "괜찮으시다면 저도 끼어들어도 괜찮을까요? 군주여." 우연히 만난 척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틀림없이 스승님이나 멜빈, 혹은 그 둘 모두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승님은 희미하게 속눈썹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시죠." "응응. "네, 네. 웨이버가 좋으면 나한테도 거부할 수 없겠지. 애초에 거부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두 사람이 각각 말한다. "그건 고마워요. 그럼 게임은 어떻게 할까요?" "이미 결정했어." 방금 전까지 주목하고 있던 테이블로 스승이 다가갔다. 딜러가 시선을 들어올렸다. 금발의 미녀-펨의 딸들 중 한 명이었다. 동전을 걸 수 있는 테이블에는 반펨이 미리 만들어 놓은 골렘이 배치되어 있는 모양이다. "아까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이라 죄송합니다." 라고 덧붙인 후, 스승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블랙잭, 어때요?“ "좋아, 웨이버!" "카지노의 왕도네요. 완벽합니다." 멜빈과 이시리드가 동의한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 게임에서 삼파전의 도박이 시작되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0 블랙잭은 무사히 재개되었다. 하지만 나는 방금 전 스승의 대사의 충격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다. (스승님의 말대로라면 ------ 뤄롱의 정체는) '네 상상대로다' 라는 스승님의 생각이 전해진다. 이쪽의 태도로 보아 동요를 눈치챈 모양이다. "바이뤄롱은 어떤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미 몇 명의 후보도 있다." "후보, 입니까?" "이스칸다르가 이끈 대국 마케도니아에는 색 짙은 영향을 끼친 종교가 있다. 아마 우리도 그 영향을 이 눈으로 보고 있을 거다." '그건 ...... 설마' 짐작은 하고 있었다. 예전에 마안수집열차에서 만난 경계기록대 이스칸다르의 그림자 무사를 자칭하는 여마술사. 세상에나.......! 그때부터 우리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돌아와 버린 것일까? "추가" 스승님이 새로운 카드를 요구한다. 결과는 총 20 딜러는 총 18 멜빈과 이시리드도 각각 승리하여 또다시 동전을 늘렸다. 도무지, 다 채울 수 없다. "미안, 그레이" 갑자기 스승님이 사과를 했다. "뭐, 뭐예요?" "시계탑의 군주로서, 엘메로이 교실의 장으로서 여기까지는 잘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여기부터는 사심 없이 할게." 스승님이 동전을 집어 들었다. 사자 동전을 여덟 개. 즉, 여든 장 분량... 순간 이실리드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패와 같은 금액의 동전을 베팅 구역으로 내밀었다. 멜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 절반인 사자 동전 네 개를 내밀었다. 이후, 분명히 거래 액면가가 올라갔다. 보유량이 늘어날수록 각자 베팅하는 금액은 조금씩 늘어났지만, 한꺼번에 세 배 정도 부풀어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멜빈, 이시리드, 그리고 조금 뒤늦게 스승님 순이다. 칩의 총량 순위는 가끔씩 바뀌지만, 정작 중요한 코인 순위는 못을 박아놓은 듯 변하지 않는다. 운의 편차. 블랙잭을 시작하기 전 스승님의 말씀을 나는 다시 떠올렸다. '그런 것이 있다면, 이미 사소한 조작으로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이 자리의 승부는 끝난 것이 아닐까? 조금씩 동전이 쌓여 간다. 멜빈이 삼백 육십 장 이시리드가 삼백 이십 개. 스승님이 260장. 더 이상 멜빈과 이시리드는 승리 조건인 오백 장을 언제 돌파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에 도달했다. 삼키는 침이 너무도 끔찍하다. (------ 여부)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 스승님은 계속해서 독수리 동전을 쥐었다. 다섯 장 분량의 동전이다. 내기 금액을 단숨에 줄인 것은 약해졌기 때문일까. 멜빈은 꿋꿋하게 30장. 이시리드는 오십 장. '그리드' 갑자기 사자 동전 다섯 개를 들고 스승이 선언했다. 딜러의 시선이 희미하게 위로 향하자 이실리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이실리드님께 그리드입니다. 그리드의 경우, 플레이어 포지션상 먼저 베팅을 했더라도 나중에 추가로 코인을 더 걸 수 있는 거였죠?"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딜러가 인정했다. 확실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지 않다면 먼저 코인을 베팅한 플레이어로부터 리드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멜빈이 아닌 2위인 이시리드에게?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의아해하는 가운데, 각각 두 장씩의 카드가 배부되었다. 스승님이 총 18. 멜빈이 총 17. 이시리드가 총 13. 이어진 스승의 행위는 관객을 진정으로 열광케 했다. '두 배 내기'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선언한 후, 사자 동전 다섯 개를 더 내기장에 쌓아 올린 것이다. "문제 없습니까, 딜러님" "없습니다. 그리드 성립 후이므로 배당은 양측의 베팅 금액을 두 배로 합니다. 단, 이시리드님께서 추가로 뽑는 카드는 한 장에 국한되지 않고, 만약 코인이 부족한 경우에도 면제해 드립니다." 하지만 이상하다. 스승님의 손은 이미 18. 더블 다운 더블다운은 새로 한 장의 카드를 뽑아서 내기 금액을 두 배로 올리는 행위다. 스승의 손에서는 대부분의 카드가 21을 넘어 패배하고 만다. 실제로 딜러도 잠시 당황한 후 새로운 카드를 스승의 손에 슬쩍 집어넣었다. 카드는 스페이드 9 아, ------ 주변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멜빈은 그대로, 총 17 이시리드는 13에서 추가하여 하트 8로 블랙잭을 했다. 마지막 딜러의 핸드는 두 장으로 총 17이었다. "그럼, 감사합니다." 경건하게 이시리드는 스승의 베팅 구역에서 사자 동전 -6개에 해당하는 10개의 사자 동전을 빼앗았다. 게다가 일반 베팅으로 내놓은 다섯 장의 독수리 주화도 스승은 잃었다. 이렇게 크게 벌어진 차이는 더 이상 뒤집기 힘들다. 실제로 몇 판을 치르자 이시리드의 동전이 오백 개를 넘어섰다. "오백 코인 획득을 확인했습니다. 이시리드님을 세 번째 게임에 초대합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시리드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자, 그대로 딜러에게 이끌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 ...... "잘했어, 웨이버." 멜빈이 말했다. "무슨 뜻인가요?" "방금 전의 패는 사실이라면 이시리드가 패배한 거였어."그 말을 듣고, 나는 급히 카드를 떠올렸다. 우스갯소리로, 맞다. 스승님이 부자연스러운 추가를 하지 않았다면, 거기서 이시리드가 패배했을 거야. 만약 뽑지 않았다면 결국 딜러에게 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리드의 더블 베팅을 곡예처럼 흉내까지 내면서 네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카드를 뽑았어. 자폭 그 자체의 카드를 말이야." "그럼 스승님께서는 ------ "한 방 먹였어." 스승님이 육중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멜빈에게 들려주듯이. "셋이서 하면 운의 흐름이 너무 안정적이라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어떻게 해도 너희 둘이 먼저 승리하는 거야. 승리 조건이 천 장이라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봐, 라고 스승님이 테이블 밖을 바라보았다.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 게임에는 또 한 명의 주술사라는 이름의 아젤이 참가하고 있었을 것이다. "글쎄, 그래도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참가자 아젤이 얼마나 코인을 늘렸는지 모르겠고, 어찌된 일인지 하심도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너희 둘을 이기고 내가 오백 코인을 얻는다면 두 번째 게임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종적으로 펨의 선상 연회에서 승리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게 유리할 거야.“ 한 박자, 스승님이 말했다. "하지만 너에게 지는 건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어." 희미하게 멜빈의 숨소리가 흔들렸다. "너는 ------ "사심에서 하는 거야." 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모험을 잊어버리겠다는 뜻이다. 잠시라도 엘메로이의 이름을 잊게 해주고 웨이버 벨벳으로서 너에게 도전한다는 뜻이다." 스승님 ------ 다시 한 번 스승의 손가락이 동전을 집어 올린다. "결판을 내자, 멜빈 웨인즈." 그 때의 그의 표정이라면. 스승의 말을 듣고 굳어있던 그의 뺨에 갑자기 혈색이 돌아왔다. 붉어지는 듯한, 그것은 청춘의 색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1 "무승부로 끝낼 수는 없겠지." 속삭이며 테이블을 두 번 두드렸다. 히트 "추가」. 새로운 카드는 하트 5. A를 11로 세고 A를 1로 세어 총 15. 총 15. 소프트 핸드에서 하드 핸드. 이상한 순서였다. 만약 다음에 하트 6이 오면 21 블랙잭이다. 관객들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테이블을 지켜보는 이들은 당연히 마술사의 도박이 편파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터. 그렇다면 마지막 편파도 있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에드도 침묵했고, 스승의 숨소리만 고요히 들릴 뿐이었다. 히트 '추가' 멜빈이 테이블을 두 번 두드렸다. 새로운 카드가 딜러에게서 미끄러져 나왔다. 하트 7. 패배 환호성이 가슴 속에서 폭발할 것 같았다. (------ 아직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중요한 딜러의 손이 정해지지 않았다. 카지노의 승부는 원래 딜러가 하는 것이다. 그리드에 의해 예외적으로 플레이어들 간의 싸움이 되었지만, 여기서 스승이 딜러에게 패하면 단순히 둘 다 대부분의 코인을 잃은 것뿐이다. 아마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두 번째 게임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딜러의 표지가 된 페이스 카드는 A였다. 뒤집어보니 다이아몬드의 4였다. 한 장 더 넘기면 이번에는 스페이드 잭. 한 눈의 잭. 만약 카드의 순서가 반대였다면 네이티브 블랙잭이었다. A를 11로 세고, A를 1로 세고. 소프트 핸드에서 하드 핸드로. 한 장 더. "축하합니다." 딜러가 고개를 숙였다. 클럽 4 딜러의 손이 총 19개로 멈췄다. "로드-엘멜로이 )2세님의 코인 오백 개 획득을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 게임 돌파를 인정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2 펨의 선연(카사). 두 번째 게임이 끝난 직후, 나도 스승님도 굳어 있었다. 새롭게 나타난──첫 번째 게임을 클리어한 직후 살해당한 지즈의 권리를 계승하여,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게임의 승자가 되었다는 인물 때문이었다. 여자였다. 40세 전후로 보이며, 엄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군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얼어붙게 한 것은 그 복장도, 자태도 아니었다. 머리카락 색깔이나 사소한 몸짓에서 느껴지는, 어떤 친구의 모습이었다. "플랫의 어머……님(母君)……!" "그만둬, 군주(로드)." 그 이름을 입에 담지 말라는 듯, 군복의 여자는 붉은 입술 앞에 검지를 세웠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그 플랫의, 모친 되는 여자. 손에 쥐고 있던 금속 케이스를 돌리자, 안에서 캡슐이 나왔다. 입에 넣고, 그대로 물도 없이 꿀꺽 삼킨 후, 이쪽에 목례했다. "실례했군. 그 이름을 들으면 감정이 불안정해져서 말이지. 항상 약이 필수적이야." 어디까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알레트의 말에, 스승님은 앉은 채로 물었다. "펨의 선연(카사)에서 지즈의 권리를 정식으로 계승했다는 것은, 두 분은 지인이었단 겁니까." 그 질문에, 씩, 하고 알레트가 입술을 비틀었다. "지인 같은 듣기 좋은 소리 하지 마, 약탈공. 당신이라면 내 사정은 벌써 알고 있겠지?" "지즈의 제자가 되었겠죠." 이어서, 스승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덧붙이자면……신과 계약했다, 라는 겁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3 "호오. 역시 시계탑의 군주(로드). 벌써 방황해의 구조까지 눈치챘나 보군. 아니면, 친구에게서려나?"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라고 멜빈이 옆자리에서 항의했다. 나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힘없이 테이블에 팔꿈치를 짚고 뺨을 얹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스승님과 펼쳤던 격전은, 원래 허약한 청년의 몸에 상당한 부담을 준 모양이었다. "정말인가? 뭐, 지즈 님(殿)께선 제자끼리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씀하신 적도 없고, 네가 스승을 배신했다고 해도 별 상관없어. 그걸 나무라는 건 내 직분을 넘는 행위겠지." 멜빈을 내려다보며, 알레트가 말했다. "하지만 패자라면 패자답게, 퇴장해야지. 더 이상 선연(카사)에 네가 있을 곳은 없을 텐데." "그런──!" 반론하려는 나를, "아아, 알레트 님 말씀이 맞습니다." 라고 멜빈이 말렸다. "패자에게 주어지는 것 따윈 아무것도 없다. 그럴 리가 없지. 적어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패자의 긍지라고 할 수 있겠지  이해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알레트 님." "……멜빈 씨." "나중에 또 보자." 일어선 멜빈이 입가를 손수건으로 눌렀다. 흰 천의 끝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쫓아갈 수 없었다. 서늘한 청년의 시선이, 너는 거기에 있어야 한다, 고 충고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도박이 아니더라도 당연한 광경. 하지만 지금은 심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뜨거운 싸움을 펼쳤던 스승님과 멜빈이 떠나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 잔혹하게 느껴졌다. 스승님은 시선으로 쫓지도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4 대신, 딜러를 맡고 있던 여성형 골렘──펨의 딸 중 하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세 번째 게임은 어떻게 됐지?" 펨의 선연(카사)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게임은 누벨(Nouvelle, 신기함). 선실에서 탈출하는, 새로운 게임이었다. 두 번째 게임은 오땅띠끄(Authentique, 전통). 특수한 룰을 추가했지만, 전통적인 블랙잭이었다. 플랫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아직 보지 못한 종류의 게임은 매직(Magique, 마술). 마술의 요소를 더한, 이 선연(카사)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매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야말로 선연(카사)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했다. "예상보다 빨리 두 번째 게임이 끝났기에, 잠시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아마 출항 직후, 개요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항해서, 바로) 그것에도 의미가 있는 걸까. 사선환희선(死線歓喜船, 클로제 아나펠)의 출항. 이때, 반 펨은 물론이고, 배를 떠난 에르고 일행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나는 몰랐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5 여기까지 큰 배라면, 그 풍경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배에 타고 있다기보다는, 조금 떨어진 작은 섬에 있는 기분이다. 게임 후, 우리는 주어진 선실로 돌아왔다. 첫 번째 게임에서도 사용된 장소였지만, 물론 바닥에 열려 있던 비밀 계단은 닫혀 있다. "스승님……" "어쨌든 여기까지 살아남았군." 스승님은 소파에 앉은 채로 얼굴에 손을 대고 있었다. 책상에 얼음물을 넣은 그릇이 놓여 있다. 그 그릇에 손가락을 식히고 나서, 눈 주위에 대고 있다. 몇 번이나 가볍게 문지르듯 하면서, 심호흡하고 있다. 마치 맹렬한 폭풍을 만난 난파선처럼, 부드러운 소파 바닥까지 가라앉을 것처럼 보였다. "어깨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부탁하지." 어라, 하고 생각했다. 내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살짝 등 뒤로 돌아가서, 어깨에 손을 댔다. 셔츠 너머로도 근육의 긴장이 확실히 전해졌다. 아교 같은 무언가로 굳어버린 바위 같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주어, 천천히 주물러 풀어준다. 금방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들여, 체온을 전하듯이. 희미한 통증에 신음하는 듯한 소리를 낸 후,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그런 승부는 이제 질색이군. 정신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스승님의 감상은 단순히 두 번째 게임이 힘든 도박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멜빈을 상대로, 수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세 번째 게임까지 스승님은 승리했다. 분명, 여행의 목적을 위해서. (……두 가지를, 스승님은 이 도박의 천칭에 올렸다.) 하나는,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와의 결판. 선연(카사)의 도박에서, 진 쪽이 이긴 쪽에게 따르기로 스승님은 지즈와 약속했었다. 지즈가 죽은 후에도 그 계약은 제자들에게 이어져, 도박은 계속되고 있다. 또 하나는, 반 펨이 넌지시 비춘 상품. 에르고의 기억 포화와, 나 자신의 나이 고정을 해결할 수 있는 술식이 존재한다고, 상급 사도 반 펨은 말했었다. 결판도 상품도, 펨의 선연(카사)에서 이겨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렇기에 스승님은 여기까지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296 죄송함과, 자랑스러움이 내 안에서 요동쳤다. 에르고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이렇게까지 쇠약하게 만들어버린 것과, 그럼에도 뜻을 관철하려는 스승님의 불굴이, 견딜 수 없이 가슴을 조였다. (……소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굳어버린 어깨를 풀어주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이 싸움이었다면, 스승님과 라이네스를 지키기 위해, 어떤 위험도 무릅썼을 것이다. 블랙모어의 묘지기로서 전수받은 비법도, 원치 않게 아서왕의 그릇으로서 얻게 된 『힘』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휘둘렀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음모나 도박이 되어버리자, 나는 완전히 무력했다. “그레이.” 괴로움을 억누르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자, 목소리가 들렸다. “네.” “편해졌다. 고맙다.” 다정한 말에, 오히려 비참해졌다. 그럴 리가 없다.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않은 손길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배려의 말이 아팠다. 그래도,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두 번째 게임에서 밝혀진 수수께끼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될 수수께끼가. “스승님. 멜빈 씨와 이야기할 때──그, 지즈의 제자가 신과 계약했다고 말했던 건.” “물론, 바이 뤄롱의 이야기겠지.” 스승님의 말에, 꿀꺽 침을 삼켰다. 바이 뤄롱. 신을 먹은 에르고에 대항하는, 용──그것도 태조룡(太祖竜)인 티폰을 먹은 남자. 두 번째 게임에서는 거의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지즈가 간단히 제자를 늘릴 수 있었던 이유를, 스승님은 밝혀내고 있었다. 현대임에도 불구하고, 신대 마술의 사용자를 그렇게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숨겨진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장치였다. 설마, 그 바이 뤄롱이 용을 먹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신이기도 했다니. “어떤 신인지는…… 알고 계시나요?” “거의 확실하다.” 라고 스승님이 단언했다. “이것이 소설 속 탐정 이야기라면, 예단을 피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 이야기해 주지. 뤄롱이 신이라는 추리가 사실이라면, 그 정체는 거의 확실하게, 그리스 신화의 자그레우스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7 “자그레우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이 여행을 떠나고 나서, 분명 이 귀를 스쳐 지나간 이름. 하지만, 어디서? 고민하는 나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스승님이 이렇게 말을 이었다. “마안수집열차(레일 체펠린)의 페이커를 기억하나?” “물론입니다.”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처음 만난 경계기록대(고스트 라이너). 성배전쟁에서 서번트라고 불리는, 영령의 현신. 그 마안수집열차에서, 정복왕 이스칸다르의 마술적 그림자 무사(카케무샤)였던 페이커와 사투를 벌였었다. “그 페이커가 계약했던 것이 디오니소스. 그리스 신화에서도 오르페우스 교라고 불리는 비교(秘教)에 속하는 신이지. 정복왕 이스칸다르가 이끄는 마케도니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오르페우스 교와 인연이 깊은데, 자그레우스는 이 종교에서 주신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신이다.” “앗……” 그래서, 생각났다. “……일본에서도, 야코우의 저택에서 자그레우스라는 이름을 말씀하셨었죠.” “말했지. 그 사건은 신을 먹은 에르고에 이어서, 인간의 내면에 신의 파편을 봉인하는 전승에 관한 것이었으니까.” 흑궤(黑櫃, 쿠로히츠). 일본에서, 우리는 그렇게 불리는 사람을 만났었다. 신의 파편──신체(간타이)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산 제물과도 같은 존재. 그 흑궤에 대해 야코우의 당주와 이야기할 때, 스승님은 아즈텍의 신관이나, 이집트의 심장에 관한 전승과 함께, 그리스 신화의 자그레우스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죽은 자그레우스의 심장을 아버지인 제우스가 먹고, 여자와 관계하여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신이 신을 먹는 전설이지. 에르고의 정체가 알렉산드로스 4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지만, 이렇게 정리해 보면 너무나 명확하다.” 스승님의 말에, 기억이 정리되어 간다. 그랬다. 그때는 아직 정복왕 이스칸다르가 이 여행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에르고가 먹은 신도 한 기둥밖에 알지 못했고, 얼마 안 되는 단서를 쫓아, 일본의 료우기 미키야를 찾아갔었다. 하지만, 여러 조각이 맞춰진 지금,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만났던 모든 일들이 필연적으로 느껴졌다. (마치……별들의 움직임 같아……)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정답 바로 옆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정말로 뤄롱 씨가……” “레이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인 가설이고, 실제로 어떨지는 별개다. 신비와 관련된 이상, 모든 가능성을 부정해서는 안 돼. 오히려, 네 의견은 어떻지? 이런 일에 대한 직감에 대해선, 나보다 네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소제도, 스승님의 가설에 찬성이에요.” “흠.” 한 눈을 감고, 스승님은 고개만 돌렸다. “의외로 놀라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엄청 놀랐어요. ……하지만 어쩐지, 납득이 돼 버려서.” “납득?” “네.” 나 자신이 아니라, 내 몸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감각이 있었다. 나와 에르고와 바이 뤄롱은, 조금 닮았다. 평범한 그레이(어느 쪽도 아닌), 아서왕의 육체로 변화된 자신. 알렉산드로스 4세의 육체에, 세 위의 신을 먹인 에르고. 그리고, 자그레우스라는 신에, 용을 먹인 바이 뤄롱. 모두 놀라운 변화를 겪었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아마, 에르고에 비하면, 원래 아서왕과의 친화성이 높은 나는, 부담이 훨씬 적을 것이다. 반대로, 바이 뤄롱=자그레우스는 나만큼 태조룡 티폰과의 친화성이 높지는 않더라도, 삼킬 만한 그릇과 전승을 확보하고 있었다. 바이 뤄롱에게도 식신충동은 있지만, 에르고처럼 기억 포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그래서, 용보다도, 바이 뤄롱 씨 본인이 더 무섭게 느껴졌던 걸지도 몰라.) 그렇게까지 일본에서 날뛰었던 티폰의 권능 자체보다, 그것을 휘두르는 바이 뤄롱이야말로, 나에게는 위협이었다. 나나 에르고와 비슷한 처지이지만, 애초에 소체로서 상회하는 신의 정체를, 내 신체가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흠. 덕분에, 어깨가 좀 움직이는군.” 한 차례 마사지가 끝나자, 스승님이 빙글 고개를 돌렸다. 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내, 입에 물었다. 끝을 성냥불로 지지자, 천천히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문 채로, 선내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298 희미하게, 시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수많은 키리츠구의 소행은, 이제 극악한 테러리스트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여러 사정이 있다고 해도, 결코 전면적으로 긍정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번 경우, 그 충격을 받아들이기 전에, 두 사람의 시선은 거기에서 녹색 끈으로 연결된 다른 사진에 빨려 들어갔다. 그쪽 사진은, 최근에 새롭게 핀으로 고정된 듯했다. 에르고가, 작게 눈을 크게 떴다. "에…… 선생님…… 누나……"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 사진이었다. 옆 메모에, 두 사람의 경력이나 특기도 기재되어 있었다. 런던 시계탑에서 엘멜로이 2세의 평판과 업적. 내제자인 그레이와의 관계성, 그리고 두 사람이 관여했던 사건. 블랙모어의 묘지기로 자라난 그녀의 능력, 심지어는 성창<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까지…… "그럼." 하고, 에르고가 중얼거렸다. "쥬스트의 다음 살해 대상은, 선생님과 누나……?" 에미야 시로 또한, 키리츠구(할아버지)의 소행에서 시선을 빼앗고, 에르고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 선연(카사) 중이라는 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선생님과 누나는 지금쯤, 펨의 선연(카사)의, 세 번째 게임에." 절박한 표정으로, 청년이 휴대 단말기를 꺼냈다. 귓가에 대고, 곧바로 어금니를 깨물었다. "안 돼, 닿지 않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9 "그레이." 앞서 가던 스승님이, 이름을 불렀다. 그 이유는, 시선 끝을 따라가 보면, 분명해졌다. 군복을 걸친 여걸. 알레트 에스칼도스. 붉은 입술 끝을 들어 올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조금 늦었군, 군주(로드). 세 번째 게임에도, 꽤나 여유가 있는 모양이군." "설마요. 단지 피로가 쌓여서, 아슬아슬할 때까지 자고 있었을 뿐입니다." "흐음. 마력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육체 피로에 비해, 정신(멘탈) 피로는 해결책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납득한 듯, 알레트가 끄덕인다. 물론, 스승님의 경우는 상당히 육체적인 피로이지만, 이건 명예를 위해서 입을 다물어 두기로 한다. 무인의 카지노를 둘러보고, 그녀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저쪽 특별실에 집합하라고 하지만, 이 정도면 카지노를 독점하고 있는 것 같네. 후후, 쭉 관객으로서 즐겨 왔던 펨의 선연(카사)이지만, 참가해 보는 것도 나쁜 기분은 아니군." "하나, 개인적인 것을 여쭤봐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게, 군주(로드)." "그럼, 사양 않고" 몇 초 정도 시간을 두고,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자식을, 어째서 지키려고 하지 않으시는 거죠?" 암묵적으로, 그 이상의 것을 묻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의 아이를 죽이려 하는가. 마술사의 자제로서, 다음 세대를 짊어져야 할 상대인 플랫을, 어째서 제거하려고 하는가. 그러자, "묘한 것을 말하는군, 군주(로드)." 알레트가 눈썹을 찌푸렸다. 동성인 나조차도, 섬뜩하고 말 정도로, 매력적인 몸짓이었다. 군복의 용맹함과 어우러져, 몹시 뒤틀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말이다." 몹시 엄숙한 표정으로, 알레트는 말을 잇는다. "대량 살상 병기에 자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었을 때,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 그 논리는, 너무나도 마술사의 것이었다. 동시에, 마술사로서는 성립하고 있다는 것도,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플랫이라면, 대량 살상 병기 정도는 해낼 것이다. 본인의 성질을 보아서, 타인을 상처 입히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걸음만 잘못 내디디면, 엄청난 결과가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오히려, 성실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자나 아이의 뒷수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불평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위장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불쾌감을 느껴 버렸다. "자식은 물건도 병기도 아니겠죠." "시계탑의 한 자리를 책임지는 사람답지 않은, 감성적인 발언이군.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마술사다. 그렇다면, 그것을 기뻐해야 하고, 그 윤리 속에서 살고, 죽어야 한다. 일부러 범인에게 맞춰서, 신비를 깎는 듯한 행동을 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지?" "그래서, 지즈의 제자가 되었다?" "그렇게 받아들여 주어도, 상관없네." 알레트의 표정에서는, 본뜻을 헤아릴 수 없다. 말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 뒤에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나도 짚이는 바가 있었다. (……시계탑의 중진들과 같아……) 현대의 마술사다운, 여러 겹으로 진의를 숨긴 수법. 피식, 하고 그녀가 웃었다. "이런 것도 가정 방문이라고 해야 할까. 받아보는 건 처음이라, 꽤 유쾌했어." "알레트 씨." 그 목소리가, 내 입에서 새어 나왔다는 것에, 놀라 버렸다. 하지만, 한 번 나와 버리자, 각오가 정해졌다. "저도, 괜찮을까요." "호오. 소문으로는 듣고 있지만, 확실히 군주(로드)의 비장의 아이라고 했던가?" "스승님 내제자인, 그레이입니다. 엘멜로이 교실에서, 플랫 씨와 함께 수학하고 있습니다." 이쪽을 노려보는 알레트의 시선은, 마치 화살 같았다. 그래도, 얼굴을 돌리려 하지는 않았다. 지금만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 "플랫 씨는, 계속 진지하게 배우고 있었습니다. 진지하다는 형태가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특별할 정도로 성실했던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 아이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거죠." "……과연. 이런 경우, 감사하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품속에서 금속 케이스를 꺼내어, 알레트가 손안에서 굴린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가지고 있었던 케이스였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내제자." 딸깍(カチン카칭). 케이스 뚜껑을 열고, 닫는 소리.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규칙적으로 고막을 찌르는, 권총 탄창을 돌리는 듯한 소리. "아무것도, 모르는 걸지도 모릅니다. 마술사의 가문이, 여러 사정을 가지고 있는 건, 저도 압니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그것은 복잡해서,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요." 내 손가락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머리로 피가 모여 버렸다. 누군가와 말로 맞서는 것은, 칼날을 교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그래도, 플랫 씨가 시계탑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 왔는지 정도는, 당신도 알아야 한다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0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레이디." 하고, 스승님이 제지했다. 제지한 이유는, 양탄자에서 웅성거리는 가죽 구두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어라, 엘멜로이 2세." 쾌활한 미소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보라색 리넨 셔츠에, 네이비 블루 베스트를 걸친, 키 2미터에 가까운 거한이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 이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나서, 이번에는 알레트에게도 인사했다. "이런, 설마 알레트 님도 참가하시다니. 서로 좁은 모나코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펨의 선연(카사)에서 갖고 싶은 게 있었을 줄이야. 살짝 가르쳐 주시면,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거라면, 개인적으로 선물해 드리고 싶을 정도인데." "마음에도 없는 말은 집어치우게." 이시리드의 가벼운 발언을, 딱 잘라 알레트가 거절한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줄곧 에스칼도스 가문에는, 남다른 경의를 표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하지. 에스칼도스 가문에는 그 정도 가치가 있어. 그러니, 개인적으로 선물, 이라는 시시한 말에는 질렸네. 진심이라면 시계탑 모나코 지부나, 모나코의 관리인(세컨드 오너)인 모건 파르스 가문을 움직여 보게." "흐음. 그렇게 말해주시면, 아귀가 맞는군요." 이시리드가, 옅은 수염이 난 턱을 쓰다듬었다. "어쨌든, 마지막 게임이 되겠지요. 부디 엘멜로이 2세도 알레트 님도 손대중을." 온화하게 고개를 숙인 이시리드이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이 상대도, 세 번째 게임까지 살아남은 갬블러였다. 그리고, 또 한 명. 카지노 가장 안쪽, 특별실 앞에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펨의 딸들 ── 그렇게 불리는 여성형 골렘 한 기체가, 다가왔던 것이다. 쿠폴라라는 개체였다. "기다리셨습니다." 공손하게, 쿠폴라는 고개를 숙였다. "세 번째 게임을, 개시하겠습니다. 여러분,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1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특별실은, 의외로 작은 방이었다. 돔과 비슷한 반경 5미터 정도의 공간 중앙에, 선명한 녹색 라샤(羅紗)가 깔린 원탁이 놓여 있다. 앤티크의 원탁처럼, 늘어선 목제 의자도, 동류의 정교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다. 아마 원탁과 함께, 같은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겠지. 딜러인 쿠폴라가 가장 안쪽으로 이동하고, 전원에게 착석을 권했다. 스승님, 알레트, 이시리드 세 명이, 각자 앉는다. "그레이 님은 그쪽으로." 스승님의 뒤에 놓인 의자로 안내되면서, 나는 예전 플랫의 설명을 떠올리고 있었다. 펨의 선연(카사)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누벨(Nouvelle). 오땅띠끄(Authentique). 각각, 신기함과 전통 정도의 의미가 되는 두 개의 게임은,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마지크(Magique). 마술을 이용한 게임이라고, 플랫은 설명했다. 이번에는, 그것이 마지크가 되는 것일까. "…………"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착석한 플레이어 세 명에게, 딜러가 천천히 시선을 돌리고, 말을 걸었다. "여러분, 준비는 되셨습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2 "기다려 주시오." 하고, 스승님이 목소리를 높였다. "세 번째 게임은, 반 펨 공이 직접 참가한다고 했었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요. 무슨 일이 있는겁니까?" 그러자, 딜러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앞으로 이야기할 사정 때문입니다. 하지만, 물론 사정이 있다고 해서, 지연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선연(카사)의 주인인 반 펨 님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30초 후에, 세 번째 게임을 개시하겠습니다." "그건……" 찬반을 따질 여지도 없이, 딜러가 눈을 감았다. 불편해 보이게, 이시리드가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흐르는 것처럼 움직이는 자동 감김 초침이, 개시 시간까지의 거리를 잔혹하게 짓눌러 간다. "앞으로 20초." 이시리드가, 중얼거린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10초. 9, 8, 7……" "아니 아니, 늦어서 미안하군!" 새롭게 문이 열리고, 순백의 실크햇과, 같은 색 재킷을 입은 남자가 튀어나왔다.  반 펨이었다. "응응, 여러분 모두 모인 것 같군! 잠깐 급한 용무로 늦어 버렸지만, 용서해 주시게! 일단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겠지!" 회중시계를 확인하면서, 반 펨이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3 그에 왠지 한숨을 내쉬고 싶어 하는 무표정으로, 다시 딜러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시간에 맞춘 것 같으니, 정식으로 세 번째 게임을 개시하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반 펨 님으로부터의 의뢰로, 갑작스럽게 내기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변경? 무슨 뜻이지?" 물었던 스승님에게서 반 펨에게로, 딜러가 시선을 옮긴다. 그러자, 재촉을 받은 반 펨이, 죄송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던 것이다. "미안하군. 이쪽 사정으로 아슬아슬하게 되어 버렸어. 아, 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내기의 대략적인 장르는 내 쪽에서 정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끼리 큰 유불리가 생기지 않도록, 딸들에게 고안해 달라고 한 것이네." "작은 유불리는 생긴다는 건가요." "전체적으로는 균등하게 해 둔 셈이지만, 그 부분은 양해해 주었으면 하네." 하고, 반 펨이 사과한다. "물론, 나를 유리하게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네. 그 점은 믿어주면 좋겠네." "이쪽은 괜찮습니다." 알레트가 예쁜 턱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으흠, 저도 마찬가지지입니다. 뭐, 거기서 이상한 잔꾀를 부리려고 한다면, 펨의 선연(카사)이 이 정도 명성을 얻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죠."  하고, 이시리드도 납득한다.  더욱이, 이 발언은 쐐기를 박고 있는 것이다,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었다. 잔꾀를 부리려 한다면, 위협받는 것은 당신의 명예이기 때문이라는, 실로 시계탑다운 강조법이다. "음음. 물론이네." 반 펨은 신경 쓰지 않는 듯, 태연하게 손을 흔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4 "자, 쿠폴라. 다음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품위 있게 수긍하고, 딜러는 원탁 표면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빙글, 하고 원을 그린 것이다.  원탁 안쪽에, 또 하나의 원을, 갬블러들은 보았다. "갬블의 내용은 투기장이 됩니다." 하고, 딜러가 고했다. "내기 금액은, 두 번째 게임에서 얻은 코인 500개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500개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 카지노의 레이트로 환전해 드리겠습니다." 우선은 평등하게, 500개씩으로 승부라는 건가. 하지만, 투기장이라니. 갑자기 카지노에 피 냄새가 풍기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처음으로 펨의 선연(카사)라는 이벤트를 들었을 때 상상했던 것 같은, 여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는, 살벌한 경기. 이어서, 딜러가 말했다. "한 승부 4라운드에 걸쳐 싸우는 동안, 투기자 중 어느 쪽이, 어떻게 이길지 거는 것입니다." "어떻게?" 물었던 스승님에게, 딜러는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단순히 승패만 맞히면, 배율은 2배이지만, 판정승인지 KO인지, 혹은 몇 라운드에서 이길 수 있는지까지 맞출 수 있다면 그만큼, 배율이 증가합니다." "과연. 격투기의 북메이커 같은 거네." "그런가요." "영국인들은 다들 내기를 좋아해서 말이지. 덕분에, 대영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북메이커가 발달해 있어. 경마나 축구는 물론이고, 모든 스포츠에 북메이커가 진출해 있어서, 관객이 내기하기 쉽게, 여러 각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연마되어 있지." 내 질문에, 스승님이 답해 준다. 그것을 긍정하듯이, 딜러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더욱 말을 이었다. "배율은, 승패만 예측하면 2배.  KO인지 판정승인지까지 맞춘다면 3배. 몇 라운드에 어느 쪽이 이길지 맞출 수 있다면, 라운드 수에 따라 배율이 바뀝니다. 1라운드라면 10배. 2라운드라면 8배. 3라운드라면 6배. 그리고 최종 라운드라면 5배입니다." (……즉, 세세한 조건까지 맞출 수 있을수록, 배율이 높다.) 이것도 이해하기 쉬웠다. 승리 외의 조건까지 적중시킬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라운드 수에 대해서는, 뒤로 갈수록 투기자에게 대미지가 축적되어 결판이 나기 쉽기 때문에, 초반 라운드의 배율이 높게 되어 있는 것이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5 내 뇌내에서 정리가 끝날 즈음에, 딜러가 더욱 말한다. "승부는 전부 3회. 하지만, 너무 빨리 결착이 나 버려도 재미없으니, 걸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서서히 늘려 가겠습니다." "액면은?"  반쯤은 납득하면서, 스승님이 다음을 재촉한다. "첫 번째 경기는, 한 명당 200개.  두 번째 경기는, 한 명당 1000개.  세 번째 경기는, 누구든 무제한으로 하겠습니다."  ……꽤나 복잡해져 왔다.  하나하나 규칙은 단순하지만, 조합하자, 꽤 부담이 커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6 미간에 주름이 지는 것을 느끼고 있자니, 이시리드가 입을 열었다. "과연…… 그럼, 또 하나, 특별 규칙이 있다는 걸까?" "어째서죠?" "왜냐하면, 그것으로는 평범한 갬블이잖아? 일부러 세 개의 게임으로 했다는 건, 펨의 선연(카사)의 세 종류, 누벨, 오땅띠끄, 마지크를 전부 즐기게 하는 의도일 테지. 투기자가 마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지크다, 라는 건 너무 시시한 생각 아니겠나?" "역시 이시리드 님."  평탄한 어조로, 말만은 칭찬하듯이, 딜러가 이렇게 덧붙였다. "지적하신 대로, 코인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반 펨 님으로부터의 제안입니다."  이름이 불린 반 펨이, 윙크했다. "내 마음대로, 갑자기 게임 내용을 변경했으니까. 그만큼, 참가자에게 보전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나를 제외한 참가자만을 위한 특별 규칙을 준비해 달라고 했지." "어떤 규칙인가?" 알레트가 묻는다. 딜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손님에게는 상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하지만 갬블에서는 유리함도 불리함도 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그런 미소. "그 전에 혹시 몰라서 확인하고 싶은데요, 마술 회로에 대해서는, 여러분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봐, 그건 당연한 거겠지." 이시리드가 눈썹을 치켜올린다. 그러자, 엇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저, 저도, 압니다." 하고, 나도 끄덕인다. 마술 회로. 모든 마술을 성립시키기 위해 필요한, 의사 신경의 일종이다. 마술사는, 이 마술 회로에서 마력을 생성함으로써, 자신의 마술을 발동시킨다. 역으로 말하면, 아무리 이론을 정교하게 익힌다고 해도, 마술 회로를 가지지 못한 자가 마술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술 회로야말로, 마술사를 마술사답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술 회로의 많고 적음은, 마술사 가문 자체의 사활 문제가 된다. 자손의 마술 회로를 한 개라도 늘리기 위해, 생체 실험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행위에 손을 댄다…… 따위가 당연한 세계. 마술사에게 있어서 근원에 도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마술 회로를 늘리는 것은 그것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제 위에, 펨의 딸은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 "이번 갬블에서는, 한 번만, 반 펨 님을 제외한 플레이어는, 마술 회로를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읏."  반 펨을 제외한, 세 명의 마술사가 반응했다.  알레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이시리드는 휘파람을 불고, 스승님은 일순간 일어나려다, 간신히 멈췄다. 낮은 목소리로, 스승님이 묻는다. "……평온하지는 않은 이야기인데, 대체 무슨 뜻이지?" "이쪽 예장을 사용합니다." 하고, 딜러는 입방체를 내밀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보이고, 각 면이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루빅 큐브?" "모양은 비슷하네요. 이쪽 예장에 손을 대고 마력을 일으키면, 기동한 만큼의 마술 회로가 가능한 한 안전하게 마비됩니다." 가능한 한, 라고 했다. 모호한 발언을 추궁할 틈도 없이, 딜러는 말한다. "마술 회로 한 개를 마비시킬 때마다, 코인 10개를 융통합니다. 몇 개를 마비시켜도 상관없지만, 이 규칙에 의한 융통은 게임 중 한 번뿐입니다. 또한, 마술 회로에 의한 코인에 대해서는, 앞서 말했던 상한액과는 별개로 걸 수 있습니다. 단, 내기가 끝났을 때 빚이 남았던 경우, 마비된 마술 회로는 그대로입니다. 결과적으로, 머지않아 썩어 문드러지겠지요."  잠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만큼의 무게가 있는, 특별 규칙이었다.  마술 회로와 코인 교환.  마술사에게는 혼과 같은 가치를, 단 하루의 내기에 탕진하라는 속삭임. (……그건, 마치) 이어지는 말을, 나는 필사적인 생각으로, 뇌리에서 떨쳐 버리려 했다. 그렇게 해도, 말은 피 얼룩처럼 달라붙어 버렸다. 자리에 앉아 있는 반 펨의 모습이, 망각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마치, 흡혈귀 같아……!) 그것은, 인간에게서 혈액과 혼을 빼앗는 마물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악마의 규칙이군……"  중얼거린 스승님이,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이시리드와 알레트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마술사라면 당연하겠지. 차라리 목숨을 빼앗겠다고 하는 편이, 훨씬 더 각오를 다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마술 회로라는 존재가 무겁다는 것을, 나도 시계탑에서의 생활로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시간을 두고 나서, 딜러가 다시 끄덕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7 "규칙은 이상입니다. 그럼, 여러분의 마술 회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민감한 이야기이니, 말로 하기 싫으신 분은 살짝 알려 주셔도 괜찮습니다. 필요하다면, 이쪽에서 검사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마술사의, 마술 회로 수는 20개라고 한다. 한 개마다 생산하는 마력량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정확하게 마력을 운용하는 정도도 중요하다고 하니, 반드시 마술 회로 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지표에는 틀림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린의 마술 회로는 메인과 서브를 합해서, 전부 100개 있다고 하던가. 처음으로, 알레트가 입을 열었다. "60개다." 간결하게 말한다. 숨길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겠지. 평균적인 마술사의, 3배. 역사뿐인 에스칼도스 가문이라고 속삭이고 있다는 모양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런던 시계탑이라고 해도, 그럭저럭 이상의 위치에 갈 수 있는 숫자겠지. 다음으로, 이시리드가 입을 열었다. "나라면 90개야."  알레트의, 더욱 위. 역시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을 맡을 만하다. 두 번째 게임 때, 음성 차단의 마술 등을 써 주었지만, 은근하게 숙달된 솜씨를 느끼게 해 주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시죠? 로드 엘멜로이 2세."  하고, 딜러가 물었다.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무시하셔도 됩니다만……" "……9개." 장내가 조용해졌다.  크흠, 하고 이시리드가 헛기침한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아까 90개라고 말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어색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9개다! 불만이라도 있나!" 일순간, 진심의 표정마저 비추며, 스승님이 고함친다. 큭, 큭, 큭, 하고 알레트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기운을 내게나, 군주(로드).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일은 있지." "동정하지 마!" 진지하게 말한 것이 도리어 기분이 상했는지, 평소의 포커페이스도 잊고, 스승님이 이를 드러내며 항의한다. 반대로, "후후."  하고, 알레트가 흉포하게 웃었다. "아니,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군, 군주(로드).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군. 직접 만나보는 게 최고야." "……칭찬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물론, 그 말대로다." 알레트가 끄덕인다. 고개가 흔들린 각도는 정확히 30도.  그녀의 태도는 차라리 정중할 정도로 군인 같았다. 그런 취향인지 신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성의 중심에는 몹시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8 "그러면, 나도 승리 조건을 확인하게 해 주시지. 코인을 많이 모은 사람이 이기는 건 알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4명 중에 제일 코인을 모은 사람이 이기는 건가? 아니면 반 펨 씨만 이기면 되는 건가?" "나를 이긴 사람 중에,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를 선연(카사)의 승자로 하지."  하고, 반 펨이 말했다. "이것은 펨의 선연(카사)이니까. 나를 이길 수 없다면 논외인 건 당연하겠지? 그 위에서,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 이외의 전원이 협력해 버릴 수 있으니까, 이것도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네. 그리고, 최종적인 승자는 내 보물 창고에서 마음대로 하나 가져가도록 하지." 보물 창고라는 말에, 스승님의 눈썹이 움찔했다. 2천 년 이상을 살아온 상급 사도의 보물이라고 한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물며, 마음대로 하나 가져가도 좋다고 한다면, 그것만으로 마술 세계의 균형이 움직일 수 있다. 죽었던 지즈의 목적도, 역시 이것이었을까. 제자인 알레트나 멜빈에게, 어떠한 지시를 내렸던 걸까. 너무 생각한 나머지,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스승님이, 손을 들었다. "저에게서도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만약,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살해 등으로 인해 사라진 경우, 선연(카사)의 승자 권리는 2위로 넘어가는 것인가요? 물론, 2위도 반 펨 님에게 이겼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웅성, 하고 갬블러들의 기척이 파도쳤다. 반 펨은 실크햇 챙에 손가락을 미끄러지듯이 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것은 확실히 결정해 두어야 할 사항이군. 그렇지 않으면,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 권총으로 가슴을 쏘는 서부극의 장면이 재현될지도 모르지. 그런 경우, 승자는 없다는 것으로 하지. 즉, 몰수 경기라는 것이네. 참가 비용도 전원에게 돌려주지. 덧붙여, 내 선연(카사)에서 살해 행위를 한 경우, 그 플레이어의 참가 자격도 정지시키겠네." (나이스 플레이입니다, 스승님.) 저도, 주먹을 꽉 쥐어 버렸다. 갑자기 습격당할 위험은, 이것으로 크게 줄었다. 내가 따라다니고 있다고는 해도, 가능한 한 위험은 피하고 싶다. 스승님의 소심함이 빛나는 문답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9 "그러면, 가장 중요한 투기장을 보여드리도록 하죠." 딜러 목소리와 함께, 테이블 중앙에 불이 켜졌다. 그것은 순식간에, 3차원의 환상(비전)이 되었다. 고대 로마를 떠올리게 하는, 자갈이 깔린 원형 투기장 콜로세움. 아직 투기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였다. "투기자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와 술식 은폐를 감안하여, 개인을 특정하지 않도록 필터를 씌운 형태가 됩니다. 또한, 선연(카사)의 참가자는 물론이고, 이번에 대해서는 관객 여러분들도 내기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관객이? 즉, 이 환상(비전)이 다른 곳에서도 보이고 있는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0 "네. 투기자의 데이터는 이쪽에." 스승님, 이시리드, 알레트의 손에, 단말기가 건네졌다. 최신 태블릿 피시였다. 시계탑 일부에서나 볼 수 있는 전자 기기에 대한 알레르기를, 반 펨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첫 번째 시합 투기자가 찍힌 화면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극도의 긴장 상태가 아니었다면, 큰 소리를 내질렀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1 원탁의 영상에 자신들이 아연실색하고 있자, 딜러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 내기를 결정하셨다면, 그쪽 큐브를 손에 들고 염원해 주세요. 거는 코인, 마술 회로의 많고 적음에 대해서도, 사념만으로 선언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끼리 어떤 교섭을 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념만으로 가능합니다." 딜러의 설명에, 스승님이 되묻는다. "플레이어들 간의 교섭?" "네. 사용법은 시험해 보시면 바로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하고 생각한다. 거는 방법의 종류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다. 어느 쪽에 걸 것인가. 어떤 식으로 이길지에 걸 것인가. 언제 결착이 날지 걸 것인가. 대략, 세 번째 게임의 내기는, 이 세 가지로 대별된다. 문제는, 이 내기에 부속된, 특별한 규칙 쪽이었다. "…………" 마술 회로를 먹는 입방체형 예장을 쥔 채로, 스승님은 잠시 경직되어 있었다. 『스승님, 린 씨라면……』『물론, 린이 투기자라면, 어중간한 상대에게 패배할 리는 없겠지. 설령 상대가 환상종이라고 해도』 하고, 스승님이 사념으로 답한다. 잠시 생각하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불공평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던 건, 즉 마술 회로가 적은 나에게는 그만큼 투기자의 정보를 건네주고 있다는 조치겠지』희미하게, 반 펨이 미소짓는 것처럼 보였다. 스승님과 내 텔레파시를 알아차린 것이겠지. 비록 도청은 할 수 없다고 해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온 베테랑 갬블러에게는 다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걸어야 할까? 스승님을 포함하여, 갈등하는 갬블러들에게, 딜러가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마술 회로를 코인으로 환전할지 아닐지는,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귀중한 마술 회로를, 엉뚱한 갬블로 잃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귀중한 물건이기에, 펨의 선연(카사)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다고, 저희들은 생각합니다." 떠벌이는 딜러에게, 반 펨을 제외한 세 명의 긴장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확실히, 이것은 마술사로서의 혼을 건 갬블이었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반 펨. 그리고, 스승님. "여러분의 베팅을 확인했습니다." 딜러가 말했다. 네 명의 갬블러들이, 뜨거운 시선을 투기장 영상으로 향했다. "그럼, 제 1의 게임을 개시하겠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2 『스승님. 이건……』 나의 사념에, 스승님은 희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상상 이상인 사태에, 무심코 본심이 새어 버린 듯했다. 『틀림없어』 하고, 사념이 되돌아온다. 형언하기 어려운, 씁쓸한 인상(색)이 붙어 있었다. 『첫 번째 시합의 투기자는, 린이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3 "자, 슬슬 본방으로 가볼까." "노인네(老头儿)인 나는, 이미 전력이었는데." "농담하지 마. 네가 그렇다 해도, 네 마성은 전혀 아니잖아?" "마성은 말이지." 사람을 잘 따르는 듯이, 반 펨이 얼굴을 찡그렸다. "아까는, 나의 마성도 개문해야 하겠네 라며 기세로 말해 버렸지만, 가능하다면 삼가고 싶어. 나로서는, 지즈의 신전만 알려 준다면, 언제라도 손을 떼고 싶은데, 어떤가?" "나도 저 망할 아버지의 비밀 따위, 빨리 전 세계에 퍼뜨리고 싶지만, 그것만은 하지 말라고 엄명받았어. 알고 있겠지만, 계약은 절대라서."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반 펨이 양손을 펼쳤다. "펨 님." 하고, 쿠폴라가 말했다. 나무라는 듯한 울림이, 목소리에 섞여 있었다. "들었겠지? 그에게 입을 열게 하려면, 이 정도 대가는 필요한 것 같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4 "기다려!" 설마, 그 투쟁에 제동을 거는 자가 있을 거라고는. 경악하며, 반 펨이 뒤돌아봤다. 그 시선 끝에, 검은 머리를 붉은 해수에 나부끼는 여자가 서 있었다. "토오사카 린……!" 목덜미에, 그녀는 하늘색 보석을 대고 있었다. 그 보석이 해수를 공기처럼 진동시켜, 쿠폴라를 포함한 세 명과 마찬가지로, 수중에서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듯했다. "당신들, 이런 곳에서 진심으로 싸우면, 신비의 은닉 같은 걸 할 수 없을 거 아냐? 뤄롱은 그렇다 쳐도, 반 펨은 모나코 관리인(세컨드 오너)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 해중에서 대치한 채, 두 사람은 침묵했다. 아니. 10초 정도의 침묵 후, 반 펨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복안이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은 건가? 토오사카 린." "물론이지." 하고, 현대 마술사는 가슴을 폈다. 오만하게, 라고 해야 할 태도로, 이렇게 전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반 펨이잖아. 펨의 선연(카사)의 주인이겠지?" "뭐?" 이번에는, 뤄롱이 눈썹을 치켜올릴 차례였다. 믿기 어렵게도, 전해져 오는 음성은, 희미한 당황스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어이 어이. 설마 너……" "그 설마를 말하고 싶으신 모양이네요. 저 시골뜨기가." 이어서, 린의 뒤에서 나타난 루비아가 말했다. 해중에서 소리를 울리는 마술은, 린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붉은 바다 안에서, 그녀를 둘러싼 황금색 머리는, 마치 여신을 축복하는 천사처럼도 보였다. "뭐야, 당신도 불만 있어?" "불만밖에 없어요. 하지만, 효율적인 해결책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시골뜨기라도, 관리인(세컨드 오너)으로서의 도리는 지키고 있는 것 같고." 루비아의 말투에서 의도를 파악했는지, 반 펨이 입을 연다. "즉, 너는──" "펨의 선연(카사)이 한창인 와중에, 당신이 반 펨이라면," 이어서, 린이 이렇게 말했다. "의견 차이는, 내기로 결판을 지어야 하는 거 아니야?" 잠시, 반 펨과 쿠폴라는 멍하니 서로를 바라봤다. 뤄롱만이, 왠지 한숨을 쉬는 듯한 얼굴로, 미간을 짚었다. 혹시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던 듯이. "과연 논리적이군. 그것도, 평소라면 내가 먼저 꺼내서, 주변이 질려버릴 종류의 논리." 펨이 말하고, 뤄롱을 바라봤다. "상관없겠나, 바이 뤄롱(白若瓏)." "망할 아버지와의 계약은 절대지만, 내기도 마찬가지로 신성하니까. 둘 중 하나의 아집을 관철할 수밖에 없다면, 나쁘지 않겠지." 강렬했던 적의가, 서서히 옅어져 갔다. 린이, 뒤에 숨긴 주먹을 꽉 쥐었다. 갬블의 유래는, 신명 재판(오딜). 엉뚱한 제안이지만, 뤄롱의 정체가 신인 자그레우스인 것이라면, 이 방법은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단." 하고, 반 펨이 덧붙였다. 주홍색 해중에서 흔들흔들 흔들려 보이는 검지를 세우고, 상급 사도는 이렇게 고했던 것이다. "말을 꺼낸 너도, 그 책임을 져 주었으면 하는데. 토오사카 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5 과연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투기장에, 아름다운 전사는 내려섰다. 대략, 직경 20미터 정도의, 원형 공간이다. 그 면적은 제쳐두고, 천장이 몹시 높게 보이는 것은, 무슨 마술로 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닥에는 모래가 뿌려져 있어서, 발판을 단단하게 잡아 주었다. 가볍게 팔을 굽히고, 무릎을 내려서, 린이 스트레칭한다. 메인이 40개, 서브 2개가 각각 30개씩 마술 회로는 순조롭게 작동하고 있다. 마술 회로가 의사 신경의 일종인 이상, 몸의 움직임과 동기화하면서 동작을 확인하는 동적인 명상은 유효하다, 라는 것이 엘멜로이 교실의 가르침이었다. (선생님,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신원이 들통나지 않도록 영상에서는 배려해 줄 것이라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엘멜로이 2세를 속일 수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저의 지도역(튜터)이라면, 마술의 데이터 하나만 봐도, 확실히 사용자를 특정하겠죠." 등 뒤 문 너머에서, 어깨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루비아도, 비슷한 것을 중얼거렸다. 걱정거리는 서로 똑같은 것 같다. 펨의 선연(카사)・세 번째 게임. 이미 플레이어인 엘멜로이 2세 일행은 탁자에 앉아, 이쪽의 모습을 엿보고 있을 것이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위장 근처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까지, 훤히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죄책감은 없다. 가령 마술사의 제자라고 할지라도, 제자의 책임 정도는 져 주시면 되지, 하고 린은 생각하고 있다. 대체로 스승 쪽도, 꽤나 무리한 요구를 제자에게 하고 있으니, 피차일반이다. 문제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다. "방심하지 마세요." "알고 있어." 시선을 올린다. 루비아를 두고, 린이 입장했던 문 반대편에, 같은 형식의 문이 만들어져 있었다. 쇠창살이, 천천히 열려 간다. 그 너머에서, 천천히 거대한 짐승이 나타났다. 사자였다. 단, 그 몸통은 염소. 꼬리는 독을 뿜는 뱀. 입에서는 길고 하얀 어금니와 함께, 보랏빛 독연기가 넘쳐 흘렀다. 즉, 그리스 신화에서 키메라라고 불리는 신비의 짐승이었다. "저, 설마, 환상종?!"『현대 사회의 컴플라이언스에 기초하여, 투기장의 환상종은 당사의 기술로 재현한 모형이 됩니다』 억양이 없는 방송이, 투기장에 흘러나온다. "뭐가 컴플라이언스야! 인간의 안전은 완전 무시하고 있잖아!" 투기자의 분노 따위, 운영이 관여할 리도 없었다. 대조적으로 냉담한 목소리가, 투기장에 떨어졌다. "투기자와 환상종 모형, 어느 쪽이 이길지, 부디 즐겨주십시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6 『아차…… 안 됐나……』하고 중얼거리고, 그 주먹이 내려갔다. 무릎을 천천히 바닥에 대고, 그녀는 쓰러져 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전의 독인가?!" 이시리드가 말했다. 정면에서 부딪치기 직전, 키메라의 꼬리와 융합된 뱀이 드러냈던 독니. 린은, 그 어금니를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강화』에 의해 독이 퍼지는 것을 늦추고, 동시에 해독용의 마술도 진행하고 있었겠지만, 결국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대신, 천천히 키메라가 일어섰다. 아무래도, 이쪽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듯이 비틀비틀 일어섰을 뿐이지만, 다시 몇 초, 린이 쓰러진 채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 딜러가 선언했다. "결착이라고 간주합니다."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키메라는 다시 땅에 엎드렸다. 모조 복제품으로서 만들어진 환상종이, 마력 공급이 끊어져, 즉시 탈력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원탁에 떠올랐던 투기장의 영상도, 뚝 끊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7 그 결과에,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린 씨의 1라운드 패배……?) 간신히 중얼거리려던 것을, 겨우 참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펨의 선연(카사) 투기장은 강적들뿐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결말이었다. 그런 내 옆에서, 스승님은 가볍게 눈을 가늘게 떴다. 큐브를 양손에 쥔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럼, 내기의 정산을." 하고, 딜러가 입을 연다. 천천히 원탁을 둘러보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우선, 지금까지보다 코인 총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100개 분의 코인으로서, 이쪽 코인을 채용하겠습니다. 먼저 처음 500코인을 건네드리겠습니다." 하고, 딜러가 멋스러운(瀟洒) 상자를 열었다. 자색 벨벳 천이 깔린 안에, 새로운 의장의 코인이 가득 차 있었다. 날개가 달린 용의 의장이었다. 용의 유희, 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에 어울리는, 투기장의 내용이었다. 전원에게 5개의 용 코인을 나누어 주고 나서, 다시 한번 딜러는 입을 열었다. "이시리드 님은 키메라의 KO 승리에 200코인을 걸었습니다. 이쪽은 3배 액수로 반환, 600코인이 되겠습니다. 베팅에서의 차익은 400코인입니다." "나쁘지 않군." 싱긋 웃은 이시리드가, 4개의 용 코인을 받는다. 합계 9개. 그렇다고 해도, 이번 게임에서는, 큐브에 염원하는 것만으로 베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코인에는 현재 자산을 주위에 보여주는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스승님조차 이 정도 기록은 마술 회로로 할 수 있으니, 어디까지나 분위기용일까. (……아, 아니) 거기서, 갑자기 깨달았다. 거는 방법에 따라 마술 회로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마술 회로에 새겨진 기록도, 동시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거기까지 내다본 코인이라는 것일까. 이어서, 딜러가 알레트에게 시선을 옮긴다. "알레트 님은, 투기자의 KO 승리에 100코인을 걸고 있었습니다. 이쪽은 몰수하겠습니다." "이런이런." 1개의 용 코인을 몰수당하고, 알레트가 어깨를 으쓱인다. 딜러가 스승님을 향한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의 나와 스승님에게, 그녀는 이런 식으로 고했다. "엘멜로이 2세 님은, 키메라 1라운드 승리에 100코인을 걸고 계셨기에, 10배의 1000코인을 반환하겠습니다. 베팅과의 차액은 900코인입니다." "에──" 목구멍에서 넘쳐 버린 목소리를, 황급히 도중에 억눌렀다. 『스승님. 린 씨의 패배에 걸었던 건가요』 『이것은 살육전이 아니야. 갬블이다』 스승님이 사념으로 답한다.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린은 다른 갬블러들이 걸지 않는 선택지를 택하겠지』 지금 말을 받아들이는 데에, 몇 초 정도 걸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설마』 너무나도 믿을 수 없어서, 다시 한 박자를 쉬고 사념으로 전달한다. 『……야바위……인가요……?』 『뭐, 솔직히 말하면』 시치미를 뚝 떼고, 스승님이 답한다. 믿을 수 없었다. 방금 전 린의 싸움은, 틀림없이 박진감 넘쳤다. 모조품이라고는 하지만 환상종인 키메라 앞에서, 봐주는 것 따위 있을 수 없다. 그런 상대로 야바위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행위다. 들키면 따위 문제가 아니라, 정신을 놓은 단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일절 말을 주고받지도 않고, 이 사제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던 모양이다. 『저 녀석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정말로 이겨 버리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지만. 독을 이용하는 건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도 딱 좋은, 현명한 수단이었지』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딜러에게 묻는다. "그런데 투기자는 저 후에 어떻게 되려나?" "재현한 키메라의 독은, 마비독입니다. 앞으로 10분 정도면 회복할 겁니다." 휴, 하고 한숨을 쉬어 버렸다. 심장에 나쁜 수준이 아니다. 다른 갬블러들이 없었다면, 정신없이 이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래도, 일단 1승. 믿기 어려운 야바위에서 온, 대승리. 9개의 용 코인이, 스승님의 손으로 밀려났다. 그럼 마지막, 가장 중요한 반 펨은…… "반 펨 님은, 1라운드에서 투기자의 패배에 200코인을 걸고 있었습니다. 적중 배율은 10배로, 2000코인이 반환됩니다. 차액은 1800코인입니다." (…………!) 건 대상과 승리 방법은 스승님과 같지만, 액면이 스승님의 두 배. 이 게임의 규칙상, 최대 액수에서의 승리였다. 전원의 시선을 모으면서,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반 펨이 양손을 펼친다. "어이쿠, 이렇게 잘 풀릴 줄이야? 뭐, 가끔은 이런 일도 있는 법이지." 싱글벙글 웃으며 허풍을 떨며, 눈앞의 코인을 회수해 갔다. 용이 새겨진 코인이, 18개, 반 펨의 손으로 보내졌다. 그 광경은, 마치 카지노 안에서 모은 엄청난 혈액을, 이 상급 사도(死徒)가 마시는 광경처럼도 보였다. 제1전 종료. 현재 소지 코인은, 이시리드, 900개. 알레트, 400개. 스승님, 1400개. 반 펨, 2300개. 그리고, "제2전까지, 20분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여러분 각자의 휴게실을 준비해 두었으니, 좋은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딜러의 목소리가, 첫 번째 대결 종료를 알렸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8 휴식을 위해 이동했던 개인실에서, 스승님은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묵고하고 있었다. 넓은 방이었다. 적어도, 배의 개인실로서는 상당한 것이었다. 그 넓이를 극히 사치스럽게 사용하여, 중앙에 소파와 의자, 몇 개의 테이블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번 스승님은 근처의 부드러운 소파가 아닌,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다. 소파에 긴장을 풀고 푹 파묻혀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겠지. 그만큼, 스승님에게 있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싸움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9 말을 꺼내던 도중, 나는 뒤돌아보았다. 익숙한 시끄러운 기척이, 문 너머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교수님!" 답변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고, 붕붕 강아지 꼬리처럼, 금발의 젊은이가 손을 흔들면서 달려왔던 것이다. 물론, 나도 알고 있는 상대였다. "……플랫." 그리고, 또 한 명. 플랫 뒤에서, 침착한 발걸음으로, 차이나드레스 여성이 천천히 다가왔다. "안녕하신가요(いかがなさいましたか), 군주(로드)." 스승님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나선관의 사상 마술사・예 스젠이었다. 찾아온 두 사람에게, 시선을 올린 스승님이 눈을 깜빡였다. "너희들은──" "어떻게든 출항 직전에 맞춰 왔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두 번째 게임은 끝나 있었지만요." 하고, 예 스젠이 입을 열었다. 하루 만에 다시 들은 그녀의 목소리는, 왠지 예전과 다르게 들렸다. 특히 얼굴이 변했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긴장되었던 듯한 무언가가 녹아서, 몹시 조용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었나?) 의문을 입에 담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자, 스승님이 물었다. "너희들 일은 에르고에게 들었지만, 그는 함께 아니었나?" 물론, 에미야 시로의 일이다. 반 펨에게서 수색을 의뢰받았던, 지난번 선연(카사) 승리자. 예 스젠이 두 번째 게임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이 에미야 시로와 접촉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듣고 있었지만, 드디어 합류한 것인가. 하지만, 그럴듯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스승님의 말을 받고, 플랫이 입을 연다. "아, 에르고 군은 집사 군과 함께 모나코를 돌아보고 싶다고 해서, 저희만 먼저 왔어요!" "에르고가?" 의외의 말에,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말을 끼어들어 버리고 나서, 다시 한번, 가능한 한 신중하게 물었다. "저, 에르고가 정말로 그렇게 말했나요?" "맞아 맞아. 집사 군 아버지가 에미야 키리츠구가 모나코에서 뭘 했는지 알고 싶대. 어째서인지, 일단 저랑 스젠 씨가 배에 탄 거예요. 그랬더니, 벌써 세 번째 게임이 시작하고 있질 않나, 아무리 봐도 투기자가 린 쨩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즐겁게, 플랫이 웃는다. 그에게 있어서도, 저 투기자가 토오사카 린이라는 것은 한눈에 명백했던 것이겠지. 나조차 알 수 있었으니, 마술사로서 뛰어난 플랫이 간파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에르고 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에미야 시로와 에르고가, 어떤 흐름으로, 둘이서 모나코를 여행하게 되었는가. 나와 스승님이 세 번째 게임에 돌입한 타이밍에, 그런 행위에 나서다니, 지금까지의 에르고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면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잠시 후,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에미야 키리츠구인가……" 그 이름에, 스승님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가뜩이나 깊은 주름이, 계곡처럼 보였다. 수많은 지식이 박혀 있고, 때로는 마그마처럼 작열하는 열정을 품은 계곡이었다. 그런 스승님에게, 플랫이 말한다. "교수님이, 성배 전쟁에서 싸웠던 상대였죠?" "……확실히, 나와는 인연이 있어." 하고, 스승님이 인정했다. "하지만, 직접 나와 살을 맞댄 적은 없어. 에미야 키리츠구와 계약한 검의 영령 세이버와는 몇 번 싸웠지만, 마스터인 그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 말이야." 이전에도, 스승님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 즉, 선대 로드 엘멜로이를 살해한 것이, 검의 영령 세이버와 그 마스터라는 이야기였다. 어떤 의미로는, 로드 엘멜로이 2세라는 존재를 만들어낸 것이, 저 마술사 킬러라고도 할 수 있겠지. 저 지즈를 죽인, 기원탄의 창조자. "그 발자취를 쫓고 있다고 한다면, 나도 알고 싶어지네." (중략) "플랫, 하나 해 줬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오, 교수님께서 저에게 부탁하는 건 드무네요! 괜찮으세요?" "네 고향에서, 네 어머니도 선연(카사)에 참가한 이상, 이번에는 처음부터 관계자겠지. 학생이라는 이유로 사건에서 떼어놓을 의미는 없어." "좋네요, 교수님의 독자적인 규칙! 심판 제도가 확실한 TCG 같은 느낌으로, 단순하지만 복잡하다고 할까!" "맘대로 말해.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은 일 좀 해 줘야겠어." "아이아이 서(aye aye sir)!" - 로드 엘멜로이 2세으 모험의 내용

*320 "나중에, 제자분에게 물어보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 스젠의 말에, 스승님이 한쪽 눈을 가늘게 떴다. "에미야 시로가 아닌가?" "시계탑 군주(로드) 같은 분과, 그를 더 이상 만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너무나도 솔직한 말에, 스승님이 무심코 헛기침한다. 그 위에, "일단, 사정은 알았다." 하고, 스승님이 받아들였다. (중략)  씩씩하게 경례한 플랫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스승님은 또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스젠 씨." 하고, 부른다. "당신에게, 조금 확인해도 괜찮겠습니까." "마음대로." "지즈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요구받았습니까?" 스승님의 질문에, 예 스젠이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믿어주실지 모르겠지만, 그 아름다운 방황해의 마술사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말한 것은 딱 하나, 제가 원래 예정하고 있던 대로, 펨의 선연(카사)에 참가하는 것뿐이에요." "…………" 그 대답에, 스승님이 침묵한다. "왜 그러시나요, 스승님?" "보통, 마술사 사제 관계에서는, 어떤 대가를 취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나에게는, 자네가 지켜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 스승님이 말한다. 지켜주고 있다는 말은 부끄럽지만, 확실히 내제자로서, 그런 입장에 있다는 건 사실이다. 또한, 시계탑 학생이라면, 상당히 고액의 수업료를 내고 있을 것이다. 시계탑이 아닌 제자라면, 다른 형태의 대가를 지불하겠지. (……그것도, 등가교환일지도) 마술 원칙 중 하나. 스승님의 강의에 따르면, 대부분의 마술은 등가교환은커녕 탕진이라고 불릴 만한 것으로, 귀중한 자재를 물 쓰듯이 쏟아부어, 간신히 황금 한 조각을 얻는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등가교환이라는 원칙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얼마나 떨어져 있어도, 잃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은 등가로 간주한다고. 사제 관계라는 것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제자가 지불하는 대가와, 스승에게서 배우는 비술은 반드시 동등하지는 않지만, 마술사는 등가로 간주한다고. 그렇다면 ── "펨의 선연(카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방황해의 제자가 되는 대가가 되는 건가?" 스승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치에 맞기는 하다. 지즈의 제자가 된 알레트도 멜빈도 스젠도, 전원 펨의 선연(카사)에 참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아직 시원치 않은 듯했다. 지그소 퍼즐에서,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부품이 남아 있는 듯한 그런 감각을, 스승님은 쩔쩔매고 있는 듯했다. "스젠이나 알레트 에스칼도스와 마찬가지로 지즈의 제자가 된 멜빈도, 펨의 선연(카사)에 참가하고 있었지──" 잠시, 스승님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죽은 방황해의 마술사의 생각을, 안개 속에서 어떻게든 찾으려고, 사고에 몰두하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저에게서도 확인시켜 주십시오." 다시 한번, 예 스젠이 입을 열었다. "물론, 괜찮네. 무엇이든 묻게." "에미야 시로에 대해서입니다. 아버지인 에미야 키리츠구와 당신의 인연에 대해서는 아까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에미야 시로에 대해서는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아니. 그는 시계탑에서 한 번 이야기했을 뿐이네." "그런가요." 하고, 스젠이 끄덕였다. "저에게서의 희망은 단 하나. 이번 사태가 그에게 송곳니를 드러냈을 때, 당신은 그의 편에 서 주시겠습니까." 그 제안에, 스승님의 미간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이 경우, 의심을 의미하는 주름이었다. "제자의 수행인이니, 물론 나쁜 취급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었지만…… 어째서, 당신이 그런 것을?" 스승님의 질문에, 슬쩍, 스젠이 가슴을 눌렀다. 마치, 거기에 보물이라도 묻혀 있는 듯했다. "나선관에서 사상 마술을 지향한 이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러면, 어쩔 수 없겠군." 하고, 스승님이 답했다. 미간에서, 아까의 의심이 사라졌다. 대신, 입술에 번지고 있는 것은 쓴웃음이었다. 어느샌가 잃어버렸던 것을, 타인의 말에서 찾아낸 듯한. "알겠다. 약속하지. 시계탑 군주(로드)로서가 아니라, 가짜로 엘멜로이 2세라는 이름을 맡고 있을 뿐인 개인으로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1 "그럼, 여러분에게 지불을." 변함없는 차분한 얼굴로, 딜러가 말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님, 와이번 KO 한정 승리에 200코인을 베팅하셨습니다. 이쪽은 몰수입니다." "이런 이런." T자형의 갈퀴를 사용해, 이시리드의 손에서 두 개의 코인을 회수한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님, 투기자의 KO 한정 승리에 300코인을 베팅하셨습니다. 따라서 900코인을 반환합니다." 이쪽에는, 차액으로 6개의 코인을 밀어낸다. 원래는 4개──400코인밖에 없었다. 태연한 얼굴로, 그녀는 손에 든 코인 대부분을 걸었던 모양이다. 이어서, 자신과 스승님 측을 향한다. "엘멜로이 2세 님, 투기자의 KO 한정 승리에 400코인을 베팅하셨습니다. 따라서 1200코인을 반환합니다." (……다행이다) 승리는 했다. 그러나, 제1전처럼 라운드를 지정해서 대승까지 가지는 못했다. 야바위가 아니니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의 승리. 그렇다면, 반 펨 은? "반 펨 님." 라고, 딜러가 속삭인다. "투기자의 2라운드 한정 승리에 500코인을 걸고 계셨기에, 이쪽은 몰수입니다." "1라운드로 결정나 버렸구먼!" 과장되게 한탄한 반 펨 이, 실크 해트를 가슴에 대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렇지만, 좋은 것을 봤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투기장은 내 취향에서 약간 어긋나지만, 저런 기적을 볼 수 있기에 그만둘 수 없어." "라운드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3초 정도 남았었네요." 스승님의 말에, 반 펨 이 한숨을 쉰다. "그 3초가 치명적이겠지. 그렇지만, 생명의 본질이란, 그런 틈에 있는 법이다. ──나의 말은 날아오르지만 나의 생각은 아래에 머물러 있다. 생각이 없는 말은 결코 천국으로 가지 못하리라(My words fly up, my thoughts remain below. Words without thoughts never to heaven go.)." "셰익스피어의 『햄릿』인가요." "형을 살해하고 왕위를 손에 넣은 남자의 속죄의 말이지. 슬프게도, 미숙한 지성체이기에 몸을 베지 않으면, 진정으로 배울 수 없어." 개탄하는 상급 사도의 손에서, 딜러가 용의 코인 5개를 회수했다. (해냈다……!) 가슴속으로, 살짝 쾌재를 외친다. 이시리드, 700개. 알레트, 1000개. 스승님, 2200개. 반 펨, 1800개. 즉, 스승님이 단독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반 펨 과의 차이는 얼마 안 되지만, 이 차이를 지켜낼 수 있다면, 반 펨의 선연(카사)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2 마지막으로, "뤄롱 님." 라고, 딜러가 고했다. 지긋이, 손에 땀이 났다. 다른 이들과는 직접 관계없는 특별 승부(엑시비션 매치)라고 해도, 뤄롱의 베팅이 신경 쓰이지 않을 리 없다. "마술 회로 300개를 환전해, 코인 3000개를 베팅. 베팅한 대상이 투기자의 KO 한정 승리. 오즈는 3배로 9000개를 반환합니다. 또한, 마술 회로를 환전하여 베팅한 3000개는, 즉시 마술 회로로 되돌리므로, 차익은 6000개가 됩니다." "육……" 무심코 목소리가 나올 뻔해서, 입을 막아 버렸다. 자릿수가 다른 숫자였다. 스승님과 반 펨 을 포함해, 이 자리의 다른 갬블러를 압도하는 코인 수. "거기에, 걸었던 겁니까." "일단은 말이야." 스승님의 물음에, 뤄롱이 어깨를 으쓱한다. 차라리 전투 같은 것보다, 이쪽 승리가 더 기뻐 보였다. 본인의 성질일지도 모른다. 튀폰이라는 규격 외의 용종의 힘을 얻고서도, 그 힘을 기꺼이 휘두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에르고와 경쟁하는 것은 즐거워하면서도, 막상 싸움이 되면 그 태도가 희미한 씁쓸함을 풍기는 것처럼도 보였다. 자그레우스는, 그런 신이었던 걸까. (……어쨌든) 이것으로, 정세는 크게 바뀌었다. 다른 갬블러들의 보유 코인에 맞춰, 다음 숫자가 뇌리에 새겨진다. 뤄롱, 6500개. 어떻게 봐도, 뤄롱의 독주다. 다른 모두를 합쳐도, 뤄롱에게 이길 수 없다. 그렇지만, (뤄롱의 코인은 특별 시합(엑시비션 매치)이니까, 스승님의 베팅과는 관계없을 텐데……) 그렇게, 자신에게 타일렀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일까? 이번 사건 처음에, 지즈와 스승님이 약속한 베팅──둘 중 한 명 또는 제자 중, 반 펨 에게 이긴 자에게 패배한 자가 따르기로 한 베팅은, 뤄롱과의 사이에도 유효한 것이 아닐까? 위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불안을 억누르고 있자, 딜러가 총괄적인 말을 꺼냈다. "그럼, 다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최종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부디, 마지막 휴식을." 반 펨의 선연(카사)은, 드디어 최종 국면을 맞이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3 "……그렇다면, 반 펨 도 뤄롱도, 신전 소재를 두고 싸우려고 했던 이유와 목적은, 각각 따로 있다." 라고, 스승이 입에 올렸다. 이유와 목적.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스승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을 탐색하기 위한 기준. "아마, 고찰에 필요한 파츠는 이미 갖춰졌어." 스승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추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경우, 고찰은, 왠지 어울리는 것 같았다. 스승의 그것은, 여러 단서에서 단 하나의 사실을 밝혀내는 탐정이 아닌, 신화나 전승에 새로운 해석을 더해 가는 학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레이디. 아무거나 좋으니 소감을 말해 주지 않겠나." "아무거나, 라는 건 지즈 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반 펨 의 선연(카사)에 대해서인가요?" "말 그대로 아무거나다. 어쨌든 발상의 실마리를 원해. 어떤 시시한 이야기라도 방해되지는 않아." "……그렇다면." 잠시 생각하고 나서, 자신은 입을 열었다. "스승님께서, 갬블에 대해 흐름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 인상에 남았어요." "흠. 왜지?" "……소제는, 갬블은 운의 흐름 같은 것보다는 어려운 수식 같은 걸 이용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음. 그건 나와 자네의 세대 차이 문제로군." 스승이 난감한 얼굴이 된다. "세대 차이입니까." "자네가 그런 생각하는 건 아마 뉴스 같은 것에서 받은 인상일 거야. 실제로 라스베가스에 확률론을 가져와서 크게 이긴 그룹이 있어서 말이야. 그 후, 전 세계의 카지노에서, 트루 카운트라고 불리는 블랙잭 공략법 대책이 널리 알려지게 됐지." "그러고 보니, 그런 뉴스를 봤던 것 같습니다. 숫자와 카드의 배열이 수려(綺麗)하다던가." "수려인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군. 과정과 목적을 제대로 연결할 수 있는 수식은, 마술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것이니까." 미소 지으며, 시가의 재를 접시에 떨어뜨린다. 그 자세로, 스승이 굳어졌다. "스승님?" "마찬가지로 아름답다……? 마찬가지로……?" 아까와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시가를 쥐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그렇다면……즉, 그런 뜻인가……? 하지만, 그런 바보같은 일이 있을 수 있나……?" 다시, 스승이 침묵했다. 사고를 방해하지 않도록, 자신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무언가의 핵이, 스승 안에서 형성되어 가고 있다. 단순한 생각일지라도, 황금과도 같은 가치의 계시이든,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뭔가를, 스승의 지성이 움켜쥐어가고 있다고,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시가 연기와 함께, 이런 단어가 흘러나왔다. "마술 이론·세계란……" (세계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시계탑에서 들은 적도 있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은, 엘멜로이 교실에서조차 실천이 아닌,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는 이런 마술도 성립한다는, 책상 위 이론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 설도, 마술에는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보다는, 그런 쪽이, 실제로 행사 가능한 마술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확실히) 세계란이란, 여러 신화에서 세계의 근원. 확실히, 그런 이론을 기초로 한, 시계탑조차 금주로 지정된 마술이 존재한다고, 강의에서 배운 적이 있었을 것이다. (뭐였더라……?) 이럴 때면 열등생인 자신이 원망스럽다. 확실히, 그래…… "……고유 결계." 자신이 떠올려 중얼거린 것과, 스승이 대답한 것이 거의 동시였다. 그래, 금주 중 하나다. 세계율을 비틀어, 독자적인 이계를 만들어낸다는, 가장 마법에 가까운 마술. 원래는 악마만이 가지고 있는 이계 상식(아스트랄리티)였다, 라는 엉터리 같은 이야기도 들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는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4 통, 통, 하고 스승의 손가락이 소파 팔걸이를 두드린다. 리듬을 타는 듯이, 그 소리가 연속된다. 몇 번이나 이어졌을까. 여덟 번인가. 열 번인가. 15번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에서 돌이라도 밀어내는 듯이, 스승이 말했다. "……그러니까, 나를 반 펨 의 선연(카사)으로 유인했던 건가." "어떻게 된 일인건가요, 스승님." "겨우 알겠어. 아마, 이건 답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낮게,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확고한 것을 담은 어조였다. 특히 천천히 시가를 재떨이에 두고,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뱉는다. "젠장! 무슨 재미삼아냐! 처음부터 그런 속셈이었던 거겠지!" "재미삼아, 라는 건 지즈가 말했던 것 말입니까?" 억누르는 듯한 외침에 당황하면서, 묻는다. 모나코에 도착했을 때, 지즈가 그런 식으로 유인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 제안은 재미삼아 하는거야』──『오우. 펨 자식과 도박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을 따르는 건 어떻지. 야만적인 마술전에 비해, 실로 문화적이고 평화적이지?』 처음부터 반 펨이 갬블을 걸 생각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스승도 이전부터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목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때는, 반 펨 의 선연(카사)에서 얻을 수 있는 반 펨 의 소유물이, 지즈의 목적이 아니냐고 말했지만……" "……맞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지즈는 반 펨 의 선연(카사)에 나올 필요가 있었다. 가능하다면, 나와 에르고를 끌어들인 형태로." "그건……지즈 씨가 말했던 것 같은 평화적인 결말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물론, 그런 것은 나도 믿지 않았고, 저쪽도 믿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만……이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야. 지즈는 모나코를 이용한, 거대한 술식을 남겼다." "그것이, 지즈의 목적──?!" 지즈가 남긴 거대 술식. 혹은, 유산이라고 불러야 할까. 잠시 생각하고 나서, 스승은 말을 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5 "아까 자네에게 운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이야기를 내가 했을 때, 마술사들이 참가하는 갬블에는, 편향이 생긴다고 했었지." "……네. 그래서, 평범한 블랙잭이라도 평범하지 않다고." 다시 한번, 당시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말한다. 실제, 멜빈과 겨뤘던 블랙잭은, 극단적인 카드가 빈발했다. 반드시 좋은 카드가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의 흐름이 존재하는 것 같을 수밖에 없는, 이상한 편향은 분명히 느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신의 손에 닿아 있는 것과 같은. "저런 편향이 생기는 것은, 결국, 갬블이 어떤 마술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갬블의 원조가 신명재판(오딜)이라는 이야기도 기억하고 있나?" "네." 반 펨 의 선연(카사)에 참가하기 전, 스승이 이야기했었다. 갬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신명재판(오딜)에 도달한다고. "하지만, 반 펨 씨는, 딱히 신명재판(오딜)을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다. 그분은 단순히 인간을 좋아하는 것뿐이겠지. 좋든 싫든 갬블은, 인간의 여러 가지 면을 부각시키니까. 원래 마술사였다면 더욱 그래. 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은, 반 펨 에게 있어서 취미이자 삶이고 보람이겠지." 사도에게 보람이라는 것은 묘한 느낌도 들었지만, 저 반 펨 에게는 잘 어울렸다. 원래라면, 2천 년 이상 존재해, 벌써 경직화했을 법한 존재 방식이, 반 펨 의 경우에는 심하게 유연했기 때문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 라는 것이 될까. "하지만." 라고, 스승은 전제했다. "설령 단순한 취미라고 해도, 그가 관리하는 땅은 모나코 영맥 자체에 작용하고 있다. 육지만의 일이 아니야. 이 영맥은 항구에서 바다까지 이어져 있어. 물론, 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항로도 예외가 아니지." 스승의 말에, 몇 가지 말이 머릿속에 명멸했다. 신명재판(오딜). 신을 먹은 에르고. 모나코의 영맥. 반 펨 의 선연(카사). 그리고, 지즈가 남겼다는 술식. 갑자기, 번개에 맞은 듯이, 자신은 떨었다. 농담과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번 떠올리자, 이제 홀린 듯이, 자신의 두개골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설마, 지즈 씨가 남긴 술식은──" "그래. 반 펨 의 선연(카사) 자체를 이용한 마술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6 그것은, 확실히 상상해 볼 만한 전개였다. 하지만, 타인이 설치한 마술을 이용하는 행위는, 원래 극히 어려울 것이다. 예외적으로 라이네스가 그런 기술에 능숙했지만, 마안을 가진 그녀의 특성이라고, 스승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반 펨 의 선연(카사) 자체는 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스승이 말한다. "결과적으로 마술적인 이벤트라고 해도, 누군가가 만들어 낸 마술은 아니야. 주최자인 반 펨 도 아무런 의도를 담지 않았어. 그렇기 때문에, 지즈가 손을 쓸 틈이 있었지." 마술적인 이벤트, 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많은 마술사들이 모여서 갬블을 하는 이상, 거기에는 편향이 생긴다고 스승은 이전부터 이야기했었다. 이 편향이야말로, 단순한 도박을 마술적인 무언가로 바꿔 버린다. "준비는, 꽤 옛날부터 했겠지. 백 년이나 이백 년이 아니야. 어쨌든, 에르고의 실험이 시작되고 나서 지금까지, 시간은 2천 수백 년이나 있었어. 반 펨 의 선연(카사)가 지금 형태가 된 것은 최근이라도, 비슷한 무언가는, 훨씬 이전부터 있었을 거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훨씬 이전부터 찾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정복왕 이스칸달이 활약한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시간. 그 아들인 알렉산드로스 4세의 생전부터 현대까지도, 거의 비슷한 기간이 될 것이다. 너무나도 기나긴──인류사를 뛰어넘는 마술 의식.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7 "그럼, 지즈 씨는 반 펨 의 선연(카사)에서 뭔가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선연(카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건가요." "그렇게 되겠지. 이를테면, 마술 의식·신명재판(오딜)이라고 할까." 그것이야말로, 지즈의 노림수였던 것인가. 실제, 스승도 어느 정도는 직감했어야 한다. 갬블의 유래가 신명재판(오딜)이라는 것을, 스승은 몇 번이나 입에 올렸었다. 에르고의 내면에 잠든 신을 찾는 이 여정에서, 그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 아닐까. "그러면, 그 술식으로 무엇을." "아직, 거기까지는 몰라." 고개를 저으며, 손에 든 재떨이에, 스승이 시가의 재를 떨어뜨린다. 종이 담배와 달리, 재는 끝부분 형태를 유지한 채로 덩어리째 떨어지고 나서, 천천히 무너졌다. "……하지만, 신명재판(오딜)을 술식 기초에 두는 이상, 최대 효과를 내려면, 술자나 그 계약자가 이길 필요가 있을 거야." 술자거나, 계약자. 즉, 이 경우라면, "지즈 씨의 제자……" "그렇게 되겠지. 선연(카사)에 참가할 만한 상대를, 한쪽 끝에서부터 제자로 만들었던 이유도, 이걸로 밝혀졌어." 스승이, 가늘게 숨을 쉬었다. 멜빈이 이름을 내세운 이후, 차례차례 지즈의 제자가 나타난 이유가, 이런 것이었다니. 그리고, 곧바로 떠올려 버렸다. "기다려 주세요, 스승님.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뤄롱 씨도……" "선연(카사)의 상품은 관계없다고 해도, 마술 의식에는 참가하고 있는 셈이 돼. 아마, 뤄롱과 알레트 중 누가 이겨도, 이 의식은 기능할 거야." "…………" 뤄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죽은 지즈가 남긴 마술 의식에, 자신도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8 그리고, 스승의 추측이 맞는다면, 상황은 이미 절망적이 아닌가. 특별 시합(엑시비션 매치)라고 무시할 수 있을 뤄롱과의 코인 차이는 이제 더 이상 제대로 역전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침묵해 버린 자신을 내버려두고, 스승은 손가락 끝에 마력을 깃들여, 앞서 홍옥 말 등에 무언가를 적는다. 적힌 말은 다시 뛰어올라, 창문 너머로 사라졌다. "……지금 건." 광물 말이 사라진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 스승이 이쪽을 불렀다. "레이디." "스승님……" "왜, 그런 표정을 할 필요가 있나?" 천천히, 스승이 일어선다. 어느샌가 불이 꺼져 있던 시가를 케이스에 넣고, 다시 한번 입을 연다. "결국은, 이기면 되는 거겠지." 약탈공의 이름에 걸맞은, 뻔뻔스러운 목소리에, 자신은 무심코 얼굴을 들었다. "반 펨 에게도 뤄롱에게도 이 갬블에서 이기면 되는 거야. 마술전에서 이기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 "이길 수 있는건가요." 이 방에 들어왔을 때와 같은 질문을, 자신은 했다. 스승은,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제대로 된 말이 아니니까, 이번 사건이 끝나면, 곧바로 잊어도 괜찮아. 잘 들어, 레이디, 갬블이라는 건 이길지 질지가 아니야. 할지 안 할지다." 그 말은, 뛰어난 갬블러였다는 옛 스승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 이겼으니, 그 정도는 하지 않으면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나." 작게 중얼거린 것도, 들렸다. 만약, 멜빈이 귀 기울였다면, 어떤 얼굴을 할까. "그렇네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도 일어선다. "슬슬 최종전이다. 자네는 마지막까지 함께해 줘야겠어." "네!" 무심코, 입술이 풀려 버렸다. 이 사람이, 제대로 이쪽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져 버리는 것은, 왠지 분한 기분도 들었지만, 스승의 강경한 얼굴이라는 건, 드문 것을 봤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가슴 속에서, 용감한 오케스트라가 울리는 것 같다. 이런 마음으로, 전장에 나아갈 때도 있는 것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향해야 할 전장도 있는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9 문을 열자, 음악은 멈췄다. 눈앞 복도에, 기묘한 인영이 서 있었다. 온몸에 민족적인 직물을 감싼 상대였다. 양손에는 장갑, 얼굴에는 베일을 내리고 있어서, 피부가 노출된 부분은 전혀 없다. 몸매조차 드러나지 않아서,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었다. "당신은, 주술사──" 그래, 확실히 첫 번째 게임 이전에, 이시리드에게 소개받았다. 주술사 아젤. 두 번째 게임에서, 플랫의 어머니인 알레트에게 패배했을 상대. "무슨 일이십니까?" 뒤에서, 스승이 묻자, 아젤의 손이 올라갔다. 그 손이 흐릿해졌다. (────!) 사고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엄청난 불꽃과 소리가, 연속되었다.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는 불꽃과, 끊임없이 긁히는 소리였다. "아파파파파파파파팟! 뭐야 이거! 뭐야 이거!" 애드가 비명을 지른다. 오른쪽 어깨의 고정구(훅)에서 뺀 채, 변형시킬 겨를도 없이, 새장인 채로 내밀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늦었을 것이다. 회전 톱(체인소). 아젤의 오른쪽 팔꿈치 끝이, 미지의 금속의 날을 단 무기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사지에 그런 개조를 한 상대를, 자신도 에르고에게서 들었었다. 도망친 연금술사 쥬스트. "……설마." 쉴 새 없이 튀는 불꽃을 앞에 두고, 스승이 목을 떨었다. "네 녀석, 아젤을 죽이고, 바꿔치기를──" "…………" 큭, 하고 미소가 흘러나온 것 같았다. 이번에야말로 사신의 낫(그림 리퍼)으로 변형시키면서, 있는 힘껏 휘두른 일격을, 아젤의 모습을 한 상대는 한 손으로 여유롭게 받아냈다. 놀라운 완력이었다. 자신의 '강화'는, 어지간한 마술사를 크게 뛰어넘을 텐데, 그 양손으로 날린 일격을 이렇게나 손쉽게. (마치, 사이보그 같은──?) 플랫이 추천하는 SF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강화 인간. 체격에서 상식 밖의 근력에 눈을 휘둥그레 떴을 때, 상대는 작게 속삭였다. "……아젤 따위, 없어." "네?" 그 말에, 스승이 반응했다. "주술사라고 하면서, 주술 같은 건 보여준 적이 없었지." 이쪽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스승은 신중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복도 반대쪽에 몸을 기댄 위치에, 이 정도라면 전력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볼 만해──!) 상대의 반대쪽 손에서, 다시 한번 회전 톱(체인소)이 생겨났다. 사신의 낫(그림 리퍼)의 각도를 바꿔, 낫의 끝을 걸치는 형태로, 자신은 그 공격을 받아냈다. 받아낸 채로,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 동요의 기척이 전해졌다. 낫 끝이 걸려 있는 탓에, 그곳을 중심으로, 빙글 하고 천지가 회전한다. 자신의 머리는 복도에. 자신의 발은 천장에. 즉, 상대를 내려다보는 형태로. 있는 힘껏, 천장을 걷어찬다. "제1단계 응용 한정 해제!" 걸려 있던 사신의 낫(그림 리퍼)이, 파성추로 변화한다. 휘둘러 떨어뜨린 파성추가, 받아내려고 한 회전 톱(체인소)을 부수고, 그대로 상대의 어깨까지 단번에 분쇄했다. 믿을 수 없는 것이, 드러났다. 의수 부분뿐만 아니라, 그 어깨 안쪽까지 정체 모를 금속과 튜브로 채워져, 수정 조각이라고 생각되는 파편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까 투기장에서 봤던 와이번의 구조와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기술 계통의 물건이었다. 그대로, 상대는 어깨를 스파크시키며 쓰러졌다. "……정말로, 기계?" 멍하니, 중얼거린다. 이 상대는, 아젤 따윈 없다고 말했다. 그럼, 반 펨 의 선연(카사)에 참가한 것은, 지즈를 죽이기 위해서? 이것이 마술이라면 반 펨 은 알아챘겠지만,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이라면, 과학과 마찬가지이기에 그냥 통과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 제작자는──? (────!) 공포에 휩싸여, 나는 맹렬히 뒤돌아보았다. 또 한 명, 있었다. 우리는, 함정에 빠져 있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정체를 드러낸 것도, 생각지도 못하게 허무했던 결말도, 단 한 순간의 혼란을 만들기 위한 책략이었다.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마술사 킬러와 같은── "──스승님!" 복도의 반대편에, 그놈은 숨어 있었다. 헬멧을 쓴 떠돌이 연금술사가, 거대한 권총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늦었다. 도저히, 이 거리에서는 막아설 수 없다. 한계 이상의 힘을 다리에 싣고, 도약하면서, 마음이 검은 절망으로 물든다. "끝이다, 엘멜로이 2세." 그 말과, 손에 든 거대한 권총이 맹렬하게 울부짖는 것은 동시였다. "아……" 가슴팍에, 붉은 꽃이 피어난 듯, 보였다. 총에 맞았다. 나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0 과장이 아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시간이 멈췄다. 세계의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들고, 살인마인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습격당하고 있다는 상황도, 펨의 선연(카사)에서 이겨야 한다는 조금 전까지의 고양감도, 티끌만큼도 남지 않을 정도로 잊어버렸다. 눈에 비치는 것은, 후드 틈새로 언뜻 보인, 곤란한 듯 미소짓던 소녀의 옆모습뿐. 단발식 대형 권총 톰슨 컨텐더가 뿜어내는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서 소녀가 쓰러진 것이다. 그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려 했지만, 그의 오체는 '강화'조차 잃어버렸다. 취약한 마술 회로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기술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순식간에, 아주 초보적인 마술의 지속조차 포기해 버렸다. 떠돌이 연금술사가 엘멜로이 2세를 쏘는 척을 함으로써 그레이에게 틈을 만들어, 먼저 소녀를 쐈다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레이디……!" 쓰러진 그녀의 곁에서, 2세는 외쳤다. 그곳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시계탑의 군주(로드)도 아니고, 약탈공도 아닌, 단 하나의 보물을 빼앗긴 남자일 뿐이었다. "레이디……!" 얼핏 보기에는 외상이 없다. 겨우, 입가에서 토혈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총에 맞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오히려 단순한 권총탄이라면, 현대의 한계 이상으로 '강화'된 그레이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은 즉, 그녀를 꿰뚫은 탄환이, 그 기원탄이라는 증거로── "애드!" 그녀가 든 사신의 낫(그림 리퍼)를 부른다. 이쪽도, 대답이 없었다. 보통이라면, 기절했더라도 이어져야 할 소녀로부터의 마력 공급이, 완전히 끊어졌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쥬스트가, 천천히 걸어온다. "……끝이다. 엘멜로이 2세." 쥬스트가, 오른손의 회전 톱(체인소)을 들어 올린다. 무수한 칼날이 회전하며 진동하는 소리는, 연금술사의 승리의 축가처럼 들렸다. 고개를 숙인 마술사의 목을 베는 것쯤이야, 얇은 종잇장을 찢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상승한 회전 톱(체인소)이 정점에서 멈추고, 마침내 내리쳐진 그 순간, "누나! 선생님──!"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회전 톱(체인소)을 막았다. 반투명한 푸른 손──환수가 회전 톱(체인소)을 붙잡은 것이다. 연금술사는 즉시 자세를 바꿨다. 회전 톱(체인소)이 장착된 것은 오른팔만이 아니다. 양쪽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카포에라 같은 물구나무서기 자세에서, 엘멜로이 2세를 다시 강습한다. 이번에는, 투척된 검이 양쪽 다리의 회전 톱(체인소)을 때려, 연금술사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순서를 잘못 잡은 거 아닌가? 쥬스트." 새로운 목소리에, 회전하던 쥬스트가 뒤돌아봤다. "에미야, 시로──!" 원래라면, 아직 엘멜로이 2세를 습격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도 건너편에 나타난 인영을 인식한 순간, 헬멧 안쪽에 부풀어 오른 맹렬한 증오는, 연금술사 본인의 제어조차 넘어섰다. 갑자기 끓어오른 감정 그대로, 반전한 쥬스트가 환수를 뿌리치고, 쌍검을 든 마술사에게 달려든다. 검과 회전 톱(체인소)이, 격렬하게 부딪친다. 그대로, 카지노 복도를 맹렬한 기세로 빠져나간다. 2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에미야 시로가 유도한 것이겠지만, 이미 그런 것조차 엘멜로이 2세는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레이." 중얼거리고, 쓰러진 소녀의 어깨를 만진다. "기다려. 치유 마술을……바로……" 엉킨 혀로, 영창하려 한다. 마술식에 따라, 손바닥에 모인 마력은, 그러나 순식간에 비참하게 흩어져 사라졌다. "아……" 이런 때조차, 그의 마술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하는 지도도──아니, 그 몇 배의 노력으로 계획을 짜고, 본인의 향상에 기울였다. 그 성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시계탑에서 강사로 일할 최소한의 기량까지는, 엘멜로이 2세도 달성했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조차, 그의 재능은 그를 배신한다. 소중한 상대를 지키는 것조차, 그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진작에 알고 있었던 일인데도, 지금의 2세에게는 어찌할 도리 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흩어진 마력을, 필사적으로 긁어모아, 다시 한번 마술을 발동시키려 했을 때, "선생님." 하고, 에르고가 그 손을 잡았다. 바로 옆까지, 붉은 머리의 청년이 다가와 있었다. "무슨 얼굴을 하고 계신 겁니까. 선생님." 말을 듣고, 엘멜로이 2세가 더듬더듬 얼굴을 만졌다. 자신은, 전혀 몰랐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손끝의 감각조차 제대로 없었다. 쓰러진 그레이를 바라보고, 괴로운 듯 목을 떨면서, 에르고가 고개를 숙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네 탓이 아니야. 내가……내 문제다." 바싹 마른 목을 억누르고, 2세가 말했다. 그대로 마술식에 마력을 집중시키려 했을 때, 에르고가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하고, 다시 한 번 말한다. "누나는, 제가 보겠습니다." "에르고. 하지만……" "펨의 선연(카사), 아직 안 끝났죠?" 청년의 시선이, 똑바로 2세를 꿰뚫었다. 이런 식으로, 에르고에게 보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저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선연(카사)을 어떻게 결말짓느냐가, 이 사건의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고. 그렇다면, 선생님의 싸움은 그곳입니다. 싸울 장소를 잘못 선택하면 안 된다고, 분명 평소의 선생님이라면 말씀하실 겁니다." "나는……" 엘멜로이 2세는, 입을 다물었다. 평소답지 않은, 너무나도 무거운 침묵이, 카지노 복도에 감돌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1 "──그 군주(로드)는 어떻게 된 거지?" 알레트가 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세 번째로, 겜블러들은 원탁에 모여 있었다. 이시리드. 알레트. 반 펨. 바이 뤄롱. 눈앞에 놓인 용의 코인도 그대로인 채, 엘멜로이 2세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딜러가 말한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골렘으로서 완벽한 체내 시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오호라. 이대로, 리타이어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시리드가 기색만면으로 손뼉을 쳤다. 반 펨과, 바이 뤄롱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을 뿐이었다. "1분 남았습니다."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딜러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30초, 29, 28, 27……" 차갑게 숫자를 말하는 목소리가, 네 명의 도박꾼들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종말을 고하는 시계처럼, 한없이 정밀하게, 한없이 인간의 마음과 괴리되어, 원탁의 방에 울린다. "15, 14……" 불현듯,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모든 시선이, 문으로 집중된다. 그 속에서, 허둥지둥 문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아슬하게 도착했습니다(ギリギリになったようだ)." 라고 고개를 숙인 것은, 엘멜로이 2세였다. "이거야 다행이군! 이대로 리타이어하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뻔뻔스럽게, 이시리드가 아까와 180도 다른 말을 내뱉는다. 그 옆에서, "어떻게 된 거지. 죽은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잖아. 엘멜로이 2세." 알레트가 말했고, 마찬가지로 원탁에 앉은 반 펨이 실크햇을 고쳐 쓰면서,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 혼자인가? 평소의 내제자는?" "저 혼자입니다." 라고, 엘멜로이 2세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바이 뤄롱이, 뚜렷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일이지? 네가 그 아가씨를 데려오지 않다니, 세컨드 없는 복서 같은 거잖아." 틀림없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엘멜로이 2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 번, 선언했다. "최종전은, 저 혼자 참가하겠습니다." "하지만, 너……" "모였으면, 문제없습니다." 딜러가, 더 이상의 대화를 막았다. 그리고, 몇 초를 기다렸다. 고요함이 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녀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2 "보석 마술의 마술사가 두 명이군. 그렇군, 이건 제1시합과 제2시합의 투기자 태그라는 건가?" "그렇게 됩니다." 이시리드의 질문에, 딜러가 긍정으로 답했다. 엘멜로이 2세도, 마찬가지로 태블릿 단말기를 보았다. (……린과, 루비아의 태그인가) 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시계탑에서 익숙한 조합이기는 했다. 그레이라면,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설레는 조합입니다,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2세에게는, 매일같이 속을 썩였던 큰 문제아이지만. 그렇다면, 그 상대를 맡는 것은?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원탁 위에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 린과 루비아의 신발이, 천천히 투기장 자갈을 밟는다. 둘 다 아직 두 번째이지만, 몹시 발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3전──최종전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딜러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쪽 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루비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도 없는데요?""새로운 괴물 끌고 오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는 건가?" 린이 콧방귀를 뀌었다. 몇 초 정도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을 때, 희미하게 그 눈이 가늘어졌다. 경계하는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알린다. "루비아." "네에……" 그 말에, 그녀가 보석을 주위에 던지려고 한다. 와이번 때처럼, 미리 공세 결계를 쳐놓겠다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직전,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봤다. "설마." "그런──?!"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뛰어올랐다. 폭발하듯이, 지면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아오른 것은, 약간 늦었다. 하나만은 아니다. 뛰어오른 린과 루비아의 사지를 각각 두 개, 아니 세 개씩, 검은 그림자가 쫓았다. "Anfang(세트)──!" "Call(깨어나라)──!" 두 사람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주(간드). 견제 정도의 효과라도, 쫓아오는 그림자를 잠깐 주춤하게 할 만한 의미는 있었다. 착지한 린과 루비아가, 연속으로 더욱 흑주(간드)를 발사한다. 자신을 노리는 세 개씩으로의 추격. 그러나, 검은 그림자는 다시 지면으로 잠입했다. 대신, 떨어진 위치에서, 자갈이 깨진다. 반 펨이 준비한 투기장은, 지중 부분까지 공간을 확장하고 있었던 것인가. 거대한 그림자였다. 수천 년 전부터 살아남아, 섬 같은 풍모를 갖춘 거목 같았다. 그 그림자가, 휙 하고 아홉 개로 갈라졌다. 아홉 개의 목. 아홉 개의 머리. 아홉 개의 입이 뿜어내는, 투기장 공기를 짓무르게 하는 독기. "펨의 선연(카사)의 마지막이 이렇다는 건, 납득이 가네요." "아니 아니, 그런 걸로 납득하면 곤란한데." 루비아와 린이, 각각 술회한다. 모를 리가 없다. 그것은 그리스 신화에서, 그 대영웅 헤라클레스에게조차 치명상을 입혔다고 하는 괴물. 지금도 과학의 편린에 이름을 남기고, 세계 각지에 전해지는 여러 머리의 뱀들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마물. 즉, 히드라라고 불리는 환상종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3 "이제 슬슬, 놀라는 것도 질렸다고 말하고 싶은데!" 원탁에 떠오른 영상에, 이시리드가 짐승 같은 신음 소리를 냈다. "질렸나?" "질릴 리가 없죠! 히드라의 유생 표본이, 시계탑에서 얼마가 되는지 알고 있습니까! 펨의 선연(카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당신, 얼마나 숨겨진 비장의 카드가 있었던 겁니까!" 반 펨의 심술궂은 질문에, 이시리드는 토라진 듯이 콧김을 거칠게 내쉬었다. 마술사의 일원으로서, 이런 장면에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만큼의 영예일 것이다. 설령 반 펨이나 그 부하의 손으로 만들어낸 재현 복제품이라 할지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높다. "물론, 이것도 우리 선연(카사)의 재현이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와 싸웠던 개체와는 상당히 다를 테지만." 실크햇을 누르고, 반 펨이 슬쩍 바이 뤄롱을 쳐다본다. 그것도 알고 있나, 하고 묻는 듯도 했다. 엘멜로이 2세는, 아무 말 없이 있었다. 투기자의 실루엣은 흐릿하지만, 틀림없이 린과 루비아의 태그. (문제는……지즈와의 도박, 인가) 아까, 그레이와 이야기했던 대로다. 죽은 지즈가 어떤 술식을 이 펨의 선연(카사)에 연결했다면, 특별 시합(엑시비젼 매치)이기는 해도, 바이 뤄롱에게도 이겨야 한다. 현재 코인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이시리드, 700개. 알레트, 1,000개. 2세, 2,200개. 반 펨, 1,800개. 바이 뤄롱, 6,500개. 소지 코인에서는, 압도적인 바이 뤄롱의 우세다. 남은 한 싸움으로 이 격차를 뒤집으려면, 승패뿐만 아니라, 라운드까지 지정해서 맞히는 것이 전제일 것이다. 그래도, 바이 뤄롱이 맞히면, 이제 승리의 희망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굳이 플러스가 되는 요소를 들자면, 마술 회로를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것은 한 번뿐이니까, 이제 바이 뤄롱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없다, 정도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반대로 말하면, 이시리드와 알레트는 앞으로 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 "어떻게 된 거지, 엘멜로이 2세" 라고, 알레트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무뚝뚝하게, 2세가 고개를 저었다. 평소라면, 살갑게 대하지 못할지라도, 퉁명스러운 태도는 자제한다. 타인에게 지적받을 만한 틈을, 가능한 한 줄여놓는 것이 시계탑의 방식이었다.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이거참, 꽤 힘들어 보이는데. 혼자라서 외로운 건가?" 같은 원탁에서, 이시리드가 물었다. 이것 또한, 시계탑의 방식이다. 즉, 틈을 만든 녀석이 나쁜 거고, 물에 빠진 개는 앞장서서 두들겨 패라는 것이다. "어쨌든, 현대마술과(널리지)의 수호도로서 내제자 이야기는 자주 들었거든. 없는 건, 한쪽 팔을 뜯어낸 것과 같겠지." "…………" 힘들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레이가 있음으로써,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2세는 지금이야말로 실감하고 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그녀는 늘 한탄했지만, 그런 그레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용기가 솟아났는지, 더할 나위 없이 깨달았다. 그러니까, 꺾일 수 없다. 소중한 상대를 빼앗긴 지금이기에, 꺾이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하나만 말해 두지." 라고, 2세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가치는, 그런 말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 없다." "호오." 이시리드가, 즐거운 듯 목을 울린다. 바이 뤄롱은 쓴웃음을 짓고, 반 펨은 실크햇의 챙에 손을 댔다. 그리고, "여러분, 베팅해 주십시오." 차갑게, 딜러가 고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4 히드라의 턱이, 린의 복부를 씹어 부수려 하자, 닫힌다. 그 순간, 하얀 무언가가 턱의 폐쇄를 가로막았다. 보석 마술에 의해 방어막을 씌운, 하얀 손발이었다. 루비아의 손이 위턱을 지탱하고, 발이 아래턱을 밟는 형태로, 힘으로 히드라를 멈추었던 것이다. (……에) 라고, 자신은 순간 숨을 멈췄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힘겨루기가 통할 상대일까. 루비아의 『강화』 정도라면 알고 있지만, 히드라의 강력은 곁눈으로 보기만 해도 규격 외다. 인간의 근력을 수배 정도 증폭시킨다고 해도, 코끼리의 격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주위의 겜블러들도, 한결같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루비아가 히드라를 멈춘 것만이 아니다. 그런 호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히드라의 머리가 일절 공격을 걸지 않는 것에 대해. 싱긋, 하고 쓰러진 채인 린이 웃었다. 『……드디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네』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킨다. 그 바로 근처의 독 늪에서──입체 영상에서는 거의 바늘 끝 정도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톡, 하고 큰 녹색 보석이 떠올랐다. "설마." 라고, 반 펨이 눈을 떴다. 놀라움과 칭찬의 감정으로 가득 찬 눈동자였다. "히드라의 독 늪에, 거꾸로 독을 흘려 넣고 있었던 건가!" "뱀과 술의 전설이군." 스승님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그래서, 자신도 언젠가의 강의를 떠올리고 있었다. 예로부터, 세계 각지에서, 뱀과 술은 어딘가 인연이 가까운 듯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야마타노오로치가, 술에 취해 잠든채로 퇴치당했다는 전설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그 외에도, 히타이트 신화에서, 사룡(蛇竜) 이룰루양카스스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다가 폭풍신에게 살해당했다는 일화도 있다. 린들은, 제1라운드부터, 계속 그것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독을 어디서…… 아니, 혹시……" "……해냈구만. 정말이지, 사기꾼의 재능까지 타고났는걸." 말문이 막힌 이시리드에게, 뤄롱이 쓴웃음을 지었다. 입체 영상의 린과 보석을 가리키며, 청년이 말한다. "저건, 첫 키메라의 마비독에서 추출한 녀석이겠지." (아……!) 아연실색하여 입체 영상을 다시 보니, 그 입체 영상 속에서, 루비아가 말한다. 『──정말이지, 성격도 나쁘시긴』 『실례네(ご挨拶ね). 당신도 찬성했잖아. 저 독은 환상종과 관계없이, 반 펨과 그 부하들이 만든 대용품인걸. 신대의 마술사의 독이니까, 신대의 환상종에게도 효과가 있는 건 당연한 이치. 추출하는 데 꽤나 고생했지만』 땀투성이가 된 채, 린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제1전. 린의 패배 이유가 된, 키메라의 마비독이다. 투기자의 안전을 위해, 원래의 환상종과는 달리, 반 펨에게 제공받은 마비독을 썼다고 했었다. 지금 린의 발언으로 보면, 그녀는 그 독을 마술에 의해 추출・해석하여, 루비아가 와이번과 싸우고 있는 제2전 사이에, 자신이 쓸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환상종의 능력에 의존하는 독이 아니라, 마술로 만들어진 독이라면, 새롭게 작성・개조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조제를 위한 재료는 키메라와 싸우는 동안, 그 체액이나 이빨 등에서 몰래 취득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역이용할 줄이야. 루비아의 손에 이끌려 일어나면서, 린은 독 늪 쪽을 돌아보았다. 돌변하여, 느릿느릿하게 히드라가 움직인다. 아홉 개의 머리 각각이, 서로 얽히고 있다. 제1라운드에서, 린과 루비아를 리타이어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합신의 머리. 이미 독이 퍼져 있는 이상, 혼신의 일격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금, 늦었다. 가칭, 하는 소리가 났다. 히드라의 거체가, 보석이 만들어낸 그물에 걸린 것이다. 린의 독석과 함께, 루비아가 독 늪에 던져 넣었던, 수많은 보석에 의한 그물이었다. 보석과 보석 사이는, 강인한 마력의 실로 연결되어 있고, 각각의 보석에 담긴 마술에 의해 안쪽의 먹이를 몇 겹으로 약체화시키는 장치가 되어 있었다. 이 보석들도, 마지막까지 존재를 드러내지 않도록, 조금씩 독 늪 바닥에 장치되어 있었던 것이겠지. 린과 루비아 모두, 줄다리기처럼 보석 그물을 어깨에 짊어지고, 뒤를 돌아보았다. 『영차!』목소리가, 겹쳐졌다. 마치, 환상종을 끌어올리는 어업이었다. 순식간에, 독 늪에 잠겨 있던 히드라의 전신이 들어 올려진다. 중간에 활차와 비슷한 보석의 구조가 끼어 있던 것은, 지레의 원리를 응용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해냈다!"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들어 올려진 고래처럼 꿈틀거리는 히드라에게, 두 사람은 스윽 하고 검지를 향했다. 린도 루비아도 매우 닮은, 재앙스러운 녹색 보석을 쥐고 있었다. 「Vier(4번). Dornen töten die Bestie가시가 짐승을 죽인다(형의 비명荊の悲鳴)」 「Call green7 for your queen(녹의 7번, 그대의 여왕을 위하여緑の七番。汝の女王のため!)」 발동하는, 두 가지 마술. 그리고, "잘 자요(굿 나이트)."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제창한다. 동시에 있는 힘껏 쏘아 넣어졌던 반 펨의 마비독은, 이번에야말로 환상종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5 "결착입니다." 딜러가, 말했다. 펨의 선연(카사), 모든 게임의 결착. 쟁쟁한 겜블러들도 조용해져 있었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스승님. 반 펨. 그리고, 뤄롱. 모두, 바로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기에는, 눈앞에서 일어난 싸움이 너무나 극적이었다. 지난번까지의 코인은, 다음과 같았다. 이시리드, 700개. 알레트, 1000개. 2세, 2200개. 반 펨, 1800개. 뤄롱, 6500개. 그리고, 지금, 이 최종전을 근거한 결과는── 딜러는, 먼저 이시리드를 향했다. "이시리드 님, 700개를 투기자의 KO 승리에 배팅." 소지 코인의 전부를, 배팅한 것이 된다. 다만, 이 싸움이 마지막이니까, 어떤 의미로는 당연하겠지. "게다가 마술 회로 50개──코인으로 500개도 배팅하셨습니다." 무심코, 흠칫하고 돌아보았다. 거기까지, 이 모나코 지부장은 걸고 있었던 건가. "배당은 3배로 3600개가 됩니다. 다만 맡아두었던 마술 회로의 분은 이 자리에서 제합니다." 쭈욱, 용의 코인이 내밀어진다. 2400개가 플러스, 이시리드의 코인은 총액으로 3100개로. "알레트 님, 1000개를 환상종의 KO 승리에 배팅. 이쪽은 몰수입니다." "이런이런. 마지막은 시원찮았군." 짧게 말하고, 알레트는 어깨를 움츠린다. 알레트의 총액은, 0개. 펨의 선연(카사)에서는 완전히 탈락한 것이 된다. "엘멜로이 2세 님, 2000개를 투기자의 최종 라운드 KO 승리에 배팅. 오즈는 5배로 1만 개를 반환합니다." (……어라?) 스승님이 가지고 있던 분은 2200개였을 텐데. 왜인지 200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생각할 수 있는 한, 거의 완벽한 승리였다. (……혹시) 스승님은, 제1전부터, 린이 키메라의 마비독을 사용하는 것까지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시합이 아슬아슬할 때까지 길어지는 것은, 미리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판정 승리가 될지, 최종 라운드 승리가 될지는 꽤 미묘한 부분이었지만, 린과 루비아의 성질로 마지막은 끝장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6 (하지만──) 동시에, 절망적인 기분이 가슴을 막았다. 이래도 뤄롱을 이길 수 없다. 먼저, 뤄롱은 투기자의 승리에 전액 배팅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저것이 거짓말이 아닌 이상, 뤄롱의 총액은 13000개가 된다는 이치다. 200개를 보유한 것도, 그 분을 걸어봤자, 뤄롱에게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치 였을까. 즉, 패배는 결정적── "엘멜로이 2세 님의 제안에 따라, 이쪽의 1만 개는 이시리드 님의 코인에 충당하겠습니다." "뭐?!" 뤄롱이 소리쳤다. 아니, 귀를 의심한 것은, 스승님과 이시리드 이외의 전원이었다. 먼저, 알레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설명을 요구하고 싶군. 어째서, 엘멜로이 2세의 코인이 이시리드에게 가는 거지?" "딱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째서 그런 사기가 통하는 거지. 언제, 그런 설명이 있었어?" "제1전, 제2전에 대해 걸 수 있는 코인은, 1명당 몇 개, 제3전은 누구라도 무제한, 이라고 딜러는 말했었죠." 힘써서, 평소와 같은 말투로, 스승님이 대답한다. "즉, 복수의 겜블러가 동맹을 맺는 암묵적인 규칙을, 저 발언은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지않습니까?" "네, 그 말 대로입니다." 딜러가 인정했다. 그 사선에서, 못 들었어, 라는 듯이 반 펨이 고개를 흔들고 있는 것이 우스꽝스럽긴 했다. 그쪽을 보면서, 스승님이 입을 연다. "반 펨 님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규칙으로서의 상정은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규칙을 확인할 때 말씀하셨었죠. 『그렇지 않다면 나 이외의 전원이 협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것도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카지노에서 플레이어가 코인을 융통해주는 것 따위는, 평범한 광경이지 않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 이야기 직전에 눈치챘다. 네가 말하는 대로, 카지노에서 플레이어가 코인을 융통해주는 것은 평범하지만, 대부분의 선연(카사)은, 나와 플레이어의 1대1로 하고 있었으니까." 변명하듯이 말하고 나서, 반 펨이 한숨을 쉰다. "그래서, 가져갈 수 있는 비보는 하나뿐이라고도 말했지만, 설마 정말로 파고들 플레이어가 있을 줄이야. 시계탑에서 사이좋게 빌리기라도 할 생각인가? 확실히, 그런 이용법은 가능하지만." 조금, 환멸한 듯한 말투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7 "이치는 알겠지만 말이야." 이번에는, 뤄롱이 묻는다. "그렇다고 해도, 코인을 양보할 녀석은 없잖아. 아니, 제안한 엘멜로이 2세가 엉망진창이라는 건 나도 잘 알지만, 어째서, 당신은 그런 동맹을 맺는 데 협력한 거지?" "하하하. 물론 제 승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시리드가 쾌활하게 웃는다. "큐브를 사용한 염화로, 2000개분을 최종 라운드 KO 승리에 걸겠다, 확실히 이길 생각이고 이 승리분은 전부 주겠다, 라고 하길래. 안타깝게도 제3시합이 시작했을 때의 상황으로는, 저는 도저히 승산이 없었죠. 그렇다면 타는 수밖에 없겠죠? 단, 내기 조건은 투기자의 KO 승리, 게다가 당신의 마술 회로를 걸어주시면 좋겠다, 라고 들었을 때는 아찔했지만요." 과장되게, 장한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비책이 있다는 건 들었지만,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겜블 따위는, 사기밖에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죠. 지금 생각하면, 제1전에서 키메라의 독을 사용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거겠지만, 정말 아슬아슬했으니까요." 자신과 같은 예측을, 이시리드는 입에 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8 "따라서, 앞서 말한 이시리드 님 본인의 코인과 합쳐서, 이시리드 님의 총액은 1만 3100개가 됩니다." 라고, 딜러가 결론짓는다. 계속해서, 남은 두 사람에 대해, 그녀는 처리했다. "반 펨 님. 1800개를 투기자의 KO 승리에 배팅. 5400개를 반환합니다." "뤄롱 님. 투기자의 승리에 6500개를 배팅. 13000개를 반환합니다." 반 펨, 총액 5400개. 뤄롱, 총액 13000개. 마치, 노리고 있었다는 듯한 숫자에, 자신은 눈을 깜빡여 버렸다. 이시리드와 뤄롱은 겨우 100개 차이. 이렇게 아슬아슬한 승리가 성립하는 것인지, 기쁨보다는 감탄이 앞서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9 "그런 거였나……" 옆에서, 지즈가 신음 소리를 냈다. 이 목소리는, 역시 자신과 에르고에게밖에 들리지 않는 듯하다. "과연, 재미있는 수법이었네, 엘멜로이 2세. 하지만, 잊은 건가? 나는 펨 녀석에게 이긴 쪽에게 진 쪽이 따르겠다고 말했을 텐데?" (그것은──) 승리 조건을, 떠올렸다. 스승님과 지즈가, 모나코에서 처음으로 주고받은 내기다. ──『오우. 펨 자식과 도박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을 따르는 건 어떻지. 야만적인 마술전에 비해, 실로 문화적이고 평화적이지?』 이 논리로는, 뤄롱이 가지고 있는 코인 수는, 반 펨을 크게 웃돌고 있다. 선연(카사)의 승자는 아니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내기 조건뿐이라면, 지즈의 승리라는 것이 되지 않을까? (어라? 그렇다면……) 어째서, 스승님은 이시리드와 동맹을 맺었던 것일까. 물론, 스승님 혼자서 뤄롱에게 이길 수 없었던 것은 안다. 알레트 에스칼도스도 지즈의 제자 이상, 이쪽과 손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동맹을 맺어 이기게 하는 것은, 반 펨도 괜찮지 않았을까? 오히려, 그쪽이 이시리드보다 코인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쉬웠을 것이다. 단순히, 반 펨이라면 응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까의, 약간 어조를 낮춘 반응으로 보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생각하는 사이에, 딜러가 최종적인 선언을 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0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님이, 선연(카사)의 승자가 됩니다." 공손하게, 이시리드가 원탁의 전원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스승님에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엘멜로이 2세. 상품은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네." "물론입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기묘한 대답을, 스승님이 했다. "선연(카사)의 결착은, 잠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선언한 것이다. "하?" "뭐?" 이시리드와 알레트가 말한다. 뤄롱은, 뭐어, 뭐라도 하겠지, 라는 듯이 입술 끝을 비틀었다. "무슨 뜻인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조용히, 반 펨이 물었다. 일부러 로드라고 머리에 붙인 의미는 분명하다. 그것은 시계탑의 군주(로드)라는 입장으로 말하고 있는 건가, 하고 스승님에게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상급 사도와 가짜로라도 시계탑의 군주(로드)가 정면으로 대립하면, 그것만으로 마술 세계는 찢겨질 수 있다. 즉시 강렬한 살의와 적의가 충만해지는 가운데, "이유는 단순합니다." 라고, 스승님이 고했다. 가슴팍에서, 담배를 꺼낸다. 이미 흡입구를 만들고 있는 담배 한 개비로, 일부러 천천히, 연기하듯이 그 끝에 불을 붙인다. 그 행위가 단순히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와해되어 버릴 것 같은 본인의 정신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자신에게는 전해졌다. 옆에 있는데 그것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이, 어찌할 수 없이 괴로웠다. 스윽, 하고 스승님의 시선이 올라간다. 입술이 고한다. "당신이, 방황해(지즈)를 살해한 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호오."자신과 에르고 이외에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모습으로, 지즈가 속삭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1 원탁은, 갑자기 추리극의 무대로 변했다. 다른 겜블러들도, 그들을 바깥쪽에서 지켜보는 우리들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스승님에 의한, 지즈 살인 사건의 범인 규탄. "…………" 자신도 에르고도, 망연자실해 있었다. 같은 탁자에 앉았던 플레이어인 알레트도 반 펨도, 뤄롱조차도, 아연실색하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범인이라고 지목된 이시리드는, 크게 눈을 뜨고 있었다. "지금의 고발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딜러가, 입을 열었다. "선연(카사)에서는, 살해 등의 수단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배제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랬다. 분명히, 스승님은 그 규칙을 확인하고 있었다. ──『만약,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살해 등으로 인해 사라진 경우, 선연(카사)의 승자 권리는 2위로 넘어가는 것인가요? 물론, 2위도 반 펨 님에게 이겼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과연, 이것은 확실히 결정해 두어야 할 사항이군. 그렇지 않으면,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 권총으로 가슴을 쏘는 서부극의 장면이 재현될지도 모르지. 그런 경우, 승자는 없다는 것으로 하지. 즉, 몰수 경기라는 것이네. 참가 비용도 전원에게 돌려주지. 덧붙여, 내 선연(카사)에서 살해 행위를 한 경우, 그 플레이어의 참가 자격도 정지시키겠네.』그때, 스승님이 그런 것을 물었던 것은, 전부 호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다. 선연(카사)의 플레이어 중에서, 스승님이 가장 무력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잘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습격당할 가능성은 높기 때문에, 자신도 납득했던 정도였다. 하지만, 이 규칙이 적용된다면── "그렇다면, 이시리드 님에게 선연(카사)의 상품을 받을 자격은 없습니다." 딜러가, 단언했다. "그렇게 되는 건가……!" 지켜보는 지즈의 목소리도 또한, 갑자기 열기를 띠었다. (몰수 시합이 된다──!) 즉, 아까까지와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승님과 지즈의 내기도, 그대로 정지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사기 같은 작전을, 스승님은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2 "어이 어이 어이!" 라고, 이시리드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엘멜로이 2세! 이상한 마술이라도 먹은 건가? 나는 당신의 제안에 따른 동맹자잖아?!" "그렇죠. 동맹자였던 것은 확실합니다." 라고, 스승님이 인정했다. 다시 한번, 천천히 담배를 피운다. 그 담배를 입에서 떼고, 새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범인이라고 추정한 이유는, 제 제안에 따랐기 때문입니다." "네? 그 이유도 벌써 말했잖아. 아니, 당신은 플러스가 되니까 나에게 거래를 부추긴 거잖아!" "그 논리는, 절반밖에 맞지 않아." 내뿜은 연기를 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승리 외에 목적이 있는 듯한 마술사만이 탈 수 있는, 어중간한, 절반만의 논리입니다." "……아아, 그런 건가?" 옆에서 듣고 있던 반 펨이, 턱에 손가락을 대고 끄덕였다. "응,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저것으로는 시계탑의 마술사로서는 부자연스러운 거래가 돼. 애초에 뤄롱에게 이길 필요는 없잖아. 나하고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을 텐데?" (……제2의 게임 마지막, 이시리드 씨의 코인은 700개이고, 반 펨 씨는 1800개) 큰 차이는 있지만, 절망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제 코인은 제2의 게임 단계에서 2200개. 반 펨 님을 웃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 코인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죠. 마술 회로 따위 형편없는 내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건 결과론이겠지. 애초에, 저 뤄롱이라는 녀석도 마술 회로를 듬뿍 걸었잖아." "나에게는, 마술 회로 따위 덤이니까." 뤄롱이, 쓴웃음을 짓는다. 마술 회로를 500개나 가진, 현대에 사는 신. 그에게는, 마술 회로 따위 조금 넘치는 재능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 마술 회로가 현대 마술사와 비교해 좋을지 어떨지도 모른다. 끄덕이고, 스승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마술사에게는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마술 회로는 본인만의 재산이 아니라, 자손 대대로 전해야 할 물건이니까." 지금까지, 몇 번이고 들어온 논리. 그렇기에, 정말로 거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던 정도다. 우연히 뤄롱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스승님이 이상한 꼬드김을 하지 않았다면, 악마적이라고는 해도 사용되지 않을 규칙으로 끝났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3 "그런데, 그것을 걸 수 있는 마술사는, 자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거나, 더욱 중요한 무언가를 목표로 하고 있거나지만…… 당신이 펨의 비보로 노리는 것을, 바로 말할 수 있습니까?" "읏……" 이시리드가, 말문이 막힌다. 침묵이야말로, 대답이었다. "물론, 반 펨의 비보라면 얼마든지 귀중한 것이 나오겠지. 하지만, 애매한, 왠지 모르게 귀중한 것에 대해서, 마술 회로를 팔 수 있는 마술사는 없어. 시계탑의 마술사라면, 싫어도 알 수 있는 이치일 겁니다. 적어도, 거기까지 하지 않아도 이길 가능성이 있다면, 절대 피하겠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4 "그런 건, 당신의 추측에 불과할 뿐이잖아." 라고, 이시리드가 쳐낸다. 물론, 그렇다. 기껏해야, 의심할 조건이 늘어난 정도다. 추리라기보다, 시계탑의 마술사가 하는 악랄한 협상 따위였다. 그것이야말로 라이네스 같은 사람이 기꺼이 할 만한 짓이다. 상대의 약점을 직접 찌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확실하게 도망갈 곳을 빼앗고, 궁지에 몰아넣어 가는 방식. 일부러 헛기침을 하고, 이시리드가 말한다. "아니면, 아직 무슨 물증이라도 있는 건가?" "그럼, 또 다른 화제에 올려보죠. 예를 들어, 나와 내제자가 주술사 아젤에게 습격당했다든가 하는 건 어떨까?" "뭐?" "정확히는, 주술사 아젤로 분장한 떠돌이 연금술사의 인형에게, 이겠죠. 이쪽으로 덤벼들었을 때,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아젤 따위는, 없다, 라고" 분명히, 들었다. 주술사라고 했었지만, 아젤이 주술을 사용하는 곳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럴싸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으로, 정체는 전혀 불명인 채였다. 여기까지의 정보가 주위에 침투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나서, 스승님이 이어서 말한다. "그 아젤은 당신이 소개한 것이었죠." 제1의 게임의 전이다. 아젤과 스젠, 두 사람을, 펨의 선연(카사)이 시작되기 전, 이시리드에게 소개받았다. "혹시, 당신은, 자연스럽게 선연(카사)에 탑승시키기 위해, 아젤을 소개했던 게 아닌가?" (아……) 그렇다면, 앞뒤가 맞는다. 주술사라는 신분도,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인 이시리드라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유럽권에서는 거의 주술사를 만나는 일이 없다──계속 스승님과 함께 있는 자신조차 경험이 없는 것이다. 숨는 데 매우 편리한 직함이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 탑승시킨 거지." "물론, 지즈를 죽이기 위해서다." 스승님이 즉답한다. "당시의 나는 외부에서의 저격을 생각했지만, 그것도 틀리지 않았어. 즉, 당신과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 그리고 아젤──이라기보다 쥬스트의 인형은, 지즈를 죽이기 위한 공범이었던 거다." 제1의 게임 직후, 숨겨진 통로에서 이시리드와 아젤은 행동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때, 실제로는 지즈가 총에 맞은 방에 먼저 가 있었고, 창문을 열어, 쥬스트의 저격을 원호했다면? 제2의 게임에서, 아젤이 알레트에게 간단히 패배하고 종적을 감춘 것도,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5 "하하. 방황해(지즈)를 죽이기 위해서? 그것도 이상하지만, 첫 질문과 모순되지 않나, 엘멜로이 2세. 당신은, 왜 그랬는가(와이더닛)를 중시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건가? 지즈를 죽인다는 목적이라면 끝난 후, 얼른 퇴각해야 하겠지. 어째서 선연(카사)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마술 회로까지 걸 필요가 있어? 전혀 의미를 모르겠는데." "이유는, 저와 같습니다." "뭐?" "정확히는, 당신은 지즈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냐. 이 펨의 선연(카사)를 이용한, 지즈의 술식을 파괴하고 싶었던 겁니다." "내 선연(카사)에, 지즈의 술식이라고?" 반 펨의 목소리에, 의심이 스며 나온다.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스승님이 다시 말한다. "그렇습니다. 선연(카사)의 참가자는, 그대로, 저 방황해의 마술사가 시작한 마술 의식의 참가자가 됩니다. 우리는 모른 채로, 웅장한 마술 의식의 마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호오." 이번에는, 알레트가 맞장구를 친다. 군복을 입은 에스칼도스의 여왕은, 이 자리에서도 당당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묻는다. "즉, 그것은 신명 재판(오딜)의 이야기인가, 군주(로드)." "그렇습니다." 스승님이, 엄숙한 모습으로 끄덕인다.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모른 채, 신명 재판(오딜)에 의한 마술 의식의 참가자가 되어 있었다." 싸아, 하고 침묵이 떨어졌다. 그 정적이야말로, 의식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것처럼. 스승님이, 다시 한번 이시리드에게 향했다. "당신은, 지즈를 죽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지즈의 술식을 멈추고 싶었던 거 아닌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6 "…………" 이시리드는, 대답하지 않는다. 상관하지 않고, 스승님이 이어서 말한다. "하지만, 지즈를 죽여도 술식은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지즈의 술식을 멈추고 싶었던 당신은, 술식의 조건 쪽을 멈추려고 했다. 신명 재판(오딜)으로 술식이 진행되고 있는 이상, 이쪽은 간단합니다. 의식의 주도자인 지즈나, 그 제자에게 이기게 하지 않으면 돼." "과연. 제자인가." 라고, 반 펨이 중얼거렸다. 하얀 실크햇을 누르고, 힐끗, 뤄롱 쪽을 바라본다. 반대로 뤄롱은, 모르는 척 얼굴로 미소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당신은 그 자리에서, 내가 꼬드긴 대로 마술 회로를 걸어주었다. 반 펨 님에게 이기기만 한다면 마술 회로는 필요 없었지만, 뤄롱에게 이기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마술 회로까지 걸 필요가 있었다. 그런 차이였다는 것을 당신도 알았기 때문에 따랐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7 (……아) 스승님이, 왠지 200개만 코인을 걸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이시리드와 뤄롱을 나눈 것은, 겨우 100개의 차이다. 그것도 우연이 아니었던 것일까. 뤄롱이 투기자에 걸고 있다고 예측하고, 동시에 스승님의 배팅 조건도 알고 있는 경우, 웃돌기 위한 숫자는 자동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 물론 뤄롱이 투기자의 KO 한정 승리나 최종 라운드 승리에 걸었다면 예외이지만, 그 경우에는……. "누나, 이시리드 씨의 마술 회로는 몇 개인지 알아요?" 옆에서, 에르고가 물었다. "확실히, 90개라고 했었어요." "뤄롱 씨가 KO 한정 승리에 걸었을 경우, 총액은 1만 9500개가 됩니다. 선생님이 꼬드긴 것은 KO 한정 승리였지만, 혹시 오즈가 더 높은 최종 라운드 한정 승리라고 해도 5배. 이시리드 씨의 마술 회로 90개와 코인 700개를 모두 써도 8000개. 스승님과 합산해서 18000개. 마술 회로로 승리한 분은 바로 제하니까 더 줄어들어야 하죠. 이 경우라면, 어쨌든 이시리드 씨가 승산이 없는 것이니까, 거기까지 마술 회로를 걸 필요가 없죠. 즉, 이시리드 씨가 생각하는 것은, 뤄롱 씨가 투기자 승리로 이겼을 경우──1만 3000개를 넘는 것만으로 좋았던 거죠." ……그렇게 되는 건가. "어라? 하지만 스승님에게서 1만 개나 받는 거잖아요? 그때 이시리드 씨의 코인은 700개이고 최종 라운드 한정 승리의 오즈는 5배니까, 이것으로 이기면 1만 3500개예요. 이시리드 씨는 마술 회로를 걸지 않아도 코인만으로 이길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선생님은 마술 회로를 써서 KO 한정 승리에 걸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했다면 코인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할지도 몰라요. 원래부터 규칙의 애매한 범위였으니까요. 선생님이 협상한 매수와 배팅 조건으로, 이시리드가 이기기 위해서는 마술 회로를 걸 수밖에 없어요. 그 때문에 필요한 것은 최소한 46개. 50개라는 것은 딱 떨어지는 숫자에서는 아슬아슬한 거고요. 뤄롱 씨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더 적은 숫자로 적당히 둘러댈 수도 있었을 텐데." (……아, 즉) 스승님이 말했던 배팅 조건과 숫자는, 완전히 함정이었다. 이시리드가 마술 회로를 50개 걸었다는 그 숫자야말로, [특별 시합이니까 무시해도 좋았을 뤄롱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그 숫자에, 이시리드의 의도가 비쳐 보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8 게다가, 스승님이 말한다. "내가 습격당한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지즈와 개인적인 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술식을 멈추기 위한 요소(팩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 아닌가? 저 떠돌이 연금술사 살인 청부업자와 당신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9 "…………" 역시, 이시리드는 침묵한 채다. 원탁의 방의 누구도, 바로는 발언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어지는 목소리는, 그 이외의 것이었다. "그 뒷이야기는 부디, 나도 직접 듣고 싶군." 목소리가 났던 것이다. 원탁의 방의 누구도 아닌──지금까지, 자신과 에르고에게만 들렸던 목소리였다. 모두가 전율했다. 보이지 않았어야 할 상대에게, 전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두드러진 미모에 전율했다. "상관없겠지, 이시리드. 있잖아, 어째서 나를 죽인 거지?"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가, 쾌활하게 웃으면서, 물었던 것이었다. 모두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 불가해한 상황에, 계속 무표정했던 딜러조차도 두 번 정도 눈을 깜빡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 곧바로, 스승님이 일어선 것이다. 지즈가 아니라, 이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레이에, 에르고……! 어째서……" "에, 이쪽이 보이는 건가요, 스승님……!" 아까까지, 단순한 영상이었을 텐데. 만질 수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있는 스승님은 진짜다. 그 온도도, 숨소리도, 확실히 느껴진다. 입체 영상이 아니다. 반 펨이 왔을 때와 같은, 마술적인 강화 현실 AR도 아니다. 산산이 흩어지는 감정을 억지로 눌러 넣은 듯한 굳어진 표정으로, 스승님이 다가왔다. 이쪽의 손에 닿고, 움찔하고 눈썹을 움직였다. (──만질 수 있어?) 그것도, 아까까지는 통과했어야 할 텐데.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 여기는, 자신의 정신세계가 아니었던 건가. 자신의 정신세계에, 에르고나 지즈가 들어왔을 뿐이 아니었던 건가. 마치, 나쁜 꿈 같다.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무엇이 허언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전혀 모르겠다. "꿈이지만, 꿈은 아니군."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몽마의 환술……아니, 그것도 아냐. 좀 더 근본적으로 위상을 어긋나게 한……" "뭐, 비슷한 곳이야." 지즈가 웃었다. 진정한 신대의 마술사는, 현대의 마술사에게 자신의 진수를 알 수 있을 리도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듯이도 보였다. "상관없어." 반 펨이 말했다. 하얀 실크햇의 챙을 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선언한다. "이것이 어떤 장치라고 하더라도, 내 선연(카사)은 우선시된다. 즉, 앞서 말한 고발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시리드 님의 승리가 될지, 몰수 시합이 될지 결정해야 하니까. 괜찮겠지, 지즈?" "응, 후, 후. 그건 그렇겠지." 지즈도 끄덕였다. 그저 턱을 위아래로 움직일 뿐인데, 하나의 예술품이 될 수 있는 남자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0 "그럼, 뒷이야기를 들려주게나." 재촉받고, 고개를 숙인 채인 이시리드는, 주먹만 한 돌을 토해내듯이 말했다. "……군주(로드)가 말한 대로야. 나는, 당신의 술식을 부수고 싶었어." "오호." 지즈의 눈썹이, 마음과는 다르다는 듯이 움직였다. 이어, 알레트가 물었다. "설마, 이시리드도 당신의 제자였던 건가? 그런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니, 그렇지 않아." 라고, 이시리드가 고개를 흔들었다. 잠시 후, "방황해의 지즈는, 내 조상에 해당하는 분이다." 라고,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은 고백한 것이다. 에르고가, 눈을 크게 뜬다. 알레트와 반 펨도, 그 대답은 상상하지 못했는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자신은, (……떠올렸다) 확실히, 그런 것을, 이시리드는 말하고 있었다. 제2의 게임──블랙잭 테이블에 앉아 있었을 때다. 멜빈과 이시리드가, 이런 대화를 했던 것이다. ──『이시리드 공이 일개 지부장이라고 하는 것은, 겸손이 지나치신 건 아닌가? 모건 파르스 가문은 이 모나코에서, 역사만 남은 가문이라고 조롱받는 에스칼도스 가문 다음으로 오래된 가문이지.』──『아쉽게도, 우리 모건 파르스 가문은 에스칼도스 가문을 비웃을 처지가 못 됩니다. 하니 시조부터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여행자로, 모나코 땅에 자손을 만들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비전도 남겨주지 않았으니까요. 뭐, 너무 방치해서, 마술 각인조차 2대째부터 고생해서 만든 물건이었거든요. 일단, 주변 토지 정비만은 하고 있었으니, 반 펨 씨와 나란히, 모나코의 관리인(세컨드 오너)은 하고 있지만 말이죠.』 모건 파르스 가의 시조. 어디에서 왔을지도 모르는 여행자. 당시에는, 그런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마술 각인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했지만, 그렇게 오래된 집안이라면, 현대와는 다른 사정도 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건가. ……그렇다면, 마술 각인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겠지." 스승님이 말한다. "마술 각인은, 현대의 마술사의 특징이다. 직접 신의 권능과 연결될 수 있는, 신대의 마술사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니까." 즉, 모건 파르스의 시조는 마술 각인을 남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남겨야 할 마술 각인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신대의 마술사──그 비의를 아직도 전하는, 방황해의 마술사였기 때문에. 이시리드는, 난처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눈치채는 것이 빠르군, 군주(로드)." "당신이 말했던 것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야. 모건 파르스 가의 시조는, 주변 토지 정비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그때부터 지즈의 계획은 시작되었던 것." 스승님이, 지즈에게 시선을 향한다. "지즈. 언젠가, 당신은 모나코의 토지를 이용할 생각이었어. 펨의 선연(카사)의 형식이 갖춰진 것은 훨씬 나중이겠지만, 당신은 그러한 행사가 계속 남아있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걸었다고 해도 좋을지도 몰라." "응, 후, 후. 뭐, 그런 곳이지. 물론, 처음의 토지 정비만으로는 어긋나 버리니까, 가끔 조정하러 오고 있었지만." 독특한 웃음소리를, 지즈가 흘렸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의 자손이라고 인정한 이시리드에게 묻는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1 "흐음, 하지만, 역시 의문이네, 이시리드. 왜 내 방해를 하는 거지? 나는 딱히 너에게 나쁜 이야기를 해 온 건 아니잖아." "…………" 몇 초, 간격이 있었다. 그리고, 툭, 하고 이시리드는 말했다. "당신은, 나를 보지 않았어." "하?" 지즈가, 엉뚱한 소리를 냈다. 이 상대의 그러한 표정을 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지도 몰랐다. "당신에게 버려진 모건 파르스는, 계속 연마해 왔다. 2대째는 마술 각인을 만들고, 자손은 그 내용을 키워내, 재능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마술사로서 스스로의 방향성을 정하고, 단련해 왔다." "…………" 시계탑에 따르면, 오래된 마술사 가문은 특별한 사명(오더)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목적도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런데, 모나코라는 특별한 땅과, 마술사로서 드문 재능만을 받았다면? "수백 년 만에 모건 파르스 가를 방문한 당신이 말한 것은, 토지를 사용하겠다는 것뿐이었어. 협력하라는 말은커녕, 방해하지 말라고조차 말하지 않았지. 당신이 뭔가 명령했다면, 분명 나도 아버지도, 모건 파르스에 연달아 있는 선조들 누구라도 기꺼이 신발을 핥았을 텐데. 누구와 약속한 것도 아니면서, 그 땅을 2000년이나 관리해 온 우리를 향해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게 무슨." 지즈는 화를 내지도 않고, 그저 이해 불능이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그것은) 라고, 자신은 생각해 버렸다. 시시하다. 터무니없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알아 버린 것이다. 마술사라는 것은 제자나 가족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자주 스승님은 말한다. 그것은 즉 자신에게 연결되어 온 자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즈가 했던 것은──하지 않았던 것은, 즉 이시리드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을 무로 단정하는 것이다.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무가치조차 아니다. 실제, 앞서 [모나코의 토지를 가끔 조정해야만 했다]고 말한 것은, 자손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는 증명이 아닌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2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어이쿠. 곤란하구먼, 엘멜로이 2세." 여기에서, 이시리드는 오히려 밝은 미소를 하고 있었다. 숨기고 있던 것을 폭로당하고, 겨우 본래의 표정을 되찾았다고라도 말하듯이. "당신이라면 알지 않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자의 기분을." 이시리드와 스승님은,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양쪽의 마술 회로를 비교해 봐도, 일목요연하다. 현대의 마술사로서, 이시리드는 상위의 계단에 있다. 재능으로 보나, 모나코 지부장이라는 입장이나 환경으로 보나, 충분히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교하는 상대가, 2000년 이상이나 살아온 방황해의 마술사라면 어떨까? 지즈에 비하면, 이시리드와 스승님 정도의 차이는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래서, 당신은 지즈의 술식을 부수고 싶었던 겁니까?" "시기, 질투, 질투. 요컨대 그런 감정이야." 자포자기처럼, 이시리드는 말했다. "즉, 나는 자신의 선조에게 질투했다. 선조가 제대로 우리들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그런 이유로 죽여 버리고 싶었어. 이 녀석이 2000년 이상이나 계획해 온 것을, 전부 부수고 싶었다고 말하는 거야." 거기까지 단숨에 고백하고, 그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원탁의 방과 마찬가지로, 천장에는 수정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거기에 비친 이시리드는 여러 개의 상으로 찢겨 있고, 그 모두가 몹시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3 "하지만, 지즈를 죽여도 여전히, 그 술식은 움직였다. 얼마나 눈길을 받지 못했던 간에, 같은 피를 이어받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지즈의 술식이, 계속 이 모나코에서 맥동하고 있는 것은 알았어. 당연히 필사적이 될 수밖에. 질투심에 못 이겨 초대도 죽였다는 것인데, 결국 그 방해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정말로 모건 파르스는 무(無)였다는 거잖아. 술식의 정체는 수수께끼였지만, 펨의 선연(카사)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과, 엘멜로이 2세와 무슨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선연(카사)에서 내가 이기면,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 필사적이었다. 그래서, 스승님의 달콤한 함정에 걸렸다. 혹시 지즈의 술식을 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찬스였기 때문에, 그렇게 노골적인 함정에서도, 이시리드에게 다른 선택 사항은 없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의 동기(와이더닛).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4 짝짝짝, 하고 마른 박수 소리가 났다. 지즈였다. 전원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기다린 다음, 방황해의 마술사는 입을 열었다. "나름대로 애절한 장면이군(愁嘆場). 음, 가슴에 와닿는 것이 있어. 나는 아무래도 현대의 마술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간의 심리로서는 신대에도 통하는 것이 있겠지." 증오스러운 말조차, 이 남자의 미모에 걸리면, 듣기 좋게 들려 버린다. 반대로, "나도 알게 된 것이 있어, 지즈." 라고, 스승님이 날카로운 시선을 향했다. "당신과, 당신의 마술에 대해서, 말이야." "호오. 드디어 내가 해체될 차례인가. 시계탑의 군주(로드)." 지즈가, 중얼거린다. 희열인지 흥미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잘생긴 옆모습에 스며 있었다. 스승님의 그것치고는 드문, 도발적인 시선에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말해 보게나, 엘멜로이 2세." 그렇다면 그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지즈가 말했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5 "어떻게 된 거지. 엘멜로이 2세. 내 수수께끼를 풀려는 게 아닌가?" 지즈가 재촉한다. 자신도 에르고도, 반 펨을 비롯한 겜블러들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추리극에서는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탐정이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하지만, 지금 대치하고 있는 것은, 탐정이라고 할 수 없는 마술사와 피해자이다. 그러면서, 이 기묘한 사건의 끝맺음에 어울린다고도 생각되었다. "이전부터, 의문이 있었습니다." "응, 후, 후. 무엇이지?" "당신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그건? 칭찬해 주는 건가?" 어리둥절하며 되물은 지즈에게, 스승님이 고개를 흔든다. "아니요. 그것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그레이. 황금희와 백은희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나." "물, 물론입니다." 그것은, 스승님의 내제자가 된 첫해의 사건이다. 당시 이미 몇 번의 사건에 조우했지만, 기억에 뚜렷이 남을 정도로 인상 깊은 가운데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라고 해야 할까. 황금희와 백은희. 그것은, 궁극의 아름다움에 얽힌 사건이었다. 마술사로서 근원에 도달하기 위해, 근원에 닿을 정도의 궁극의 아름다움으로서 준비된 것이, 황금희와 백은희였다. "그 사건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이렇다. 즉──아름다움은, 마술이 될 수 있다." 스승님의 말의 의미는, 바로는 알 수 없었다. 몇 초 정도의 시간을 들여, 겨우 씹고 즉시 경직했다. "……설마. 스승님, 그거 혹시." 작게, 스승님이 끄덕인다. 미적거리는 일도 없이, 말한다.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의 미모는, 어떤 대마술의 부산물이다." "……후, 후." 지즈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모에 공허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재미있는 가설이군." 추리가 아니라 가설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있는 것은, 역시 탐정과 범인이 아니고, 탐정과 피해자조차도 아닌, 두 명의 마술사였던 것이다. "응, 후, 후." 또, 지즈가 웃는다. "그럼, 어떤 마술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힌트가 된 것은, 당신과 계약한 뤄롱과 반 펨의 다툼이었다." "오호, 그런 일이?" 즐겁다는 듯이, 지즈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아까까지 죽어 있었으니까, 모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지명당한 뤄롱은 한쪽 눈을 감고, 반 펨은 의자에 다시 앉아, 스승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반 펨은 신전의 소재를 물었다고 한다. 반대로, 뤄롱은 절대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하고, 전투 직전까지 갔다고. 모나코에게는 폐가 되는 이야기군." "후, 후. 그거 참 충의 깊은 이야기군. 하지만, 어째서 나 자신과 연결되는 거지?" "신대의 마술사에게, 가장 아름다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스승님의 말에, 지즈의 기색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그대가 그것을 묻는 건가? 시계탑의 군주(로드)." 뭔가, 말투가 바뀐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이상한가." "아아, 이상하고말고. 그대는 어디까지나 현대의 마술사일 텐데. 그런데, 진심으로 신대의 마술마저 해체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군." "어느쪽도, 마술이다." 몹시 당연하다는 듯이, 스승님은 말했다. 지즈는, 매우 믿음직스럽게 끄덕인다. 하지만, 자신의 귀에는 다른 울림을 동반하고 있었다. 둘 다 마술이므로, 자신에게는 닿을 수 없다, 라는 체념의 울림이었다. "현대의 마술사도, 공방을 가진다." 스승님이 이어간다. 그 이야기는, 제2의 게임 직후에, 자신도 스승님에게서 들었었다. 신전. 현대의 마술이 공방을 만드는 것처럼, 신대의 마술은 신전을 만든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상위 호환이 아니다. 현대의 마술과 신대의 마술이,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필연적인 것이다. "신대의 마술에도 단계가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신과 계약해서, 신의 힘과 연결하는 마술의 일이다. 그렇게 되면, 신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저절로 명확해진다. 즉, 계약한 신을 맞이하거나, 접속을 재조정하기 위한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신대의 마술에서의 신전은, 현대의 마술에서의 공방보다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스승님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디에 신전을 두겠나. 여기에, 앞서의 질문을 되풀이하지. 당신이 가장 아름답게 갈고닦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라고." "──선생님, 그건." 에르고의 입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눈치챈 것이다. 자신도, 눈치채 버렸다. 겜블러들도 한결같이 눈을 크게 뜨고, 단지 혼자, 뤄롱은 아차, 하는 느낌으로 얼굴을 가렸다. "당신이 아름답게 있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당신 밖에 신전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 자신이 신전이기 때문이다." "응, 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6 지즈가 웃는다. 그리고, "즐거운 추리였어. 수수께끼 풀이는 끝인가?" "아니, 오히려,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방황해." 라고, 스승님이 제지했다. "당신에 대해서도, 이 장소에 대해서도. 그렇겠죠, 반 펨." 이번에는, 스승님은 사도의 이름을 불렀다. 하얀 실크햇을 누르고, 얼굴을 든 반 펨에게 묻는다. "제1의 게임 직후, 검시는 당신이 했었죠?" "아아, 틀림없이 죽음을 확인했다네." 라고, 반 펨이 대답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어깨가 좁아지는군. 물론 불가해한 점이 있기 때문에, 지즈의 신전을 확인하려고 생각했던 것이지만." "당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닙니다. 지즈는 그때 정말로 죽어 있었고, 지금도 죽어 있다." 스승님이 추궁한다. 말의 칼날로, 현대도 신대도 관계없이, 지즈를 꿰뚫는다. "에르고." "네, 네!" 새롭게 이름을 불린 에르고가 끄덕인다. "자네에게 월륜관을 가르쳤었지. 어떤 단련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나?" "공상의 달을, 마음속에 떠올리는 단련입니다." 라고, 에르고가 대답했다. "여러 가지 기법을 가르쳐 주셨지만, 특히 열심히 하라고 들었던 것은 두 가지. 마음속의 달을 점점 크게 해 가는 방법과, 2차원 세로와 2차원 가로의 달을 겹쳐서, 3차원 입체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호오." 지즈가 감탄한 듯이, 맞장구를 친다. "과연, 에르고에게는 매우 어울리는 단련이겠군." "저의 선생님이니까요." 말하지 않아도, 그것은 당신이 아니다, 라고 에르고는 말하고 있었다.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이라도, 결코 그 이상이 아니라고. "공상과 마술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하지만, 에르고의 경우에는 필요했다. 본질적으로 형태가 없는 『힘』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은 공상이기 때문에." 스승님이, 말을 이어간다. "단, 이 경우, 공상은 아름다워야만 한다. 어떠한 형태에 아름다움을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람의 공상은 아름다운 것에야말로, 보다 큰 『힘』을 깃들게 하기 때문이니까. 세계 각지의 수많은 신상이,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이나 늠름함, 때로는 재앙스러운 모습마저 띠고 있는 것은 이 때때문이다.──즉 공상에게 있어서의 아름다움이란, 결코 부산물 같은 것이 아니라, 무기 그 자체인 것." 반 펨이 눈을 크게 떴다. 지금의 발언이야말로, 스승님의 추리에 있어서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극히 이것과 가까운 신비가, 두 가지 존재한다." 라고, 스승님이 손을 들었다. 먼저, 검지를 올린다. "하나는 공상 구현화.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하고, 진조에게만 가능하다는 신비다. 문자 그대로 공상에 의해서 세계를 접고(折り曲げ), 현실에 고정화한다는 파격적인 현상." 다음으로, 중지를 올린다. "또 하나는 고유결계." 말하고 있었다. 마술 이론・세계란. ──『숫자와 카드의 배열이 수려하다고요.』 ──『수려인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과정과 목적을 깔끔하게 연결시킨 수식은, 마술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것이니까.』 아무거나 소감을 말해 달라고 했던 스승님과 자신은,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 그 직후에, 스승님은 갑자기 그 마술 이론의 이름을 입에 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술 이론에 의해 구축되는 금주・고유결계의 이름을. "소위, 원래는 악마만이 가지고 있었을 이계 상식(아스트랄리티). 소위, 세계율을 비틀어, 독자적인 이계를 만들어내는, 가장 마법에 가까운 금주. 자신의 심상풍경으로 세계를 뒤집는, 마술에 있어서의 궁극." 스승님의 말의 의미는, 이미 명확했다. 지즈의 미모. 아름다운 것을 무기로 하는 공상. 공상을 원천으로 하는 마술 이론・세계알. "──즉, 당신의 정체는 세 가지가 있다." 앞서의 두 개에 더해서, 다시 약지를 스승님이 세운다. "당신은 지즈이고, 당신은 지즈의 신전이며, 동시에 당신은, 지즈라는 이름의 고유결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7 "──즉, 당신의 정체는 세 가지가 있다." 원탁의 방에서──자신의 정신세계와 합일한 장소에서, 그 목소리는 빛처럼 빛났다. "당신은 지즈이고, 당신은 지즈의 신전이며, 동시에 당신은, 지즈라는 이름의 고유결계다." 육체와, 신전과, 고유결계. 지금까지 나열되어 있던 파츠가, 아름다움이라는 하나로 정리되어 간다. "원래, 고유결계는 그렇게 장시간 지속되는 마술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몸 안쪽에 고유결계를 만들었다면, 세계의 수정력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당신은 이 패턴과도 조금 다르다. 어떤 술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몸 안쪽에 고유결계를 만드는 것과는, 순서가 반대다. 당신은 자신의 몸을 버리고, 고유결계 자체를 육체로 만든 거다." "순서가, 반대……" 자신의 중얼거림에, 스승님이 끄덕인다. "그래. 이 경우 반대라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버린 곳에, 원래의 사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뭐든지 가능한 마술에서, 어떻게 했는가(하우더닛)라는 수법이 어쩐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의 증좌이기도 하지만. 아까 이야기로 보자면, 반 펨 님이 검시했던 사체는, 그랬던 게 아닌가." "응, 후, 후." 독특한 웃음소리를, 방황해의 마술사는 흘렸다. 살아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혈색의 좋음. 그 눈빛도 반응도, 겨우 하루 전의──살아 있었을 때의 그와 무엇 하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사고를 아름다운 마술사는 부정했다. "그 가설대로야. 저 기원탄이라는 예장은 정말로 무서운걸. 줄곧 가지고 있던 지즈라는 죽음을 끄집어냈을 뿐 아니라, 내가 준비하고 있었던 마술마저 일시적으로 빼앗겼어. 아니, 내 자손은 정말로 무서운 사신을 보냈는걸." 이시리드를 향해서, 지즈는 말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8 "와이더닛을 간파하는 것이 당신의 해체였나. 그렇다면, 나의 그것도, 이미 알고 있겠지?" "절반만." "절반?" "당신이 해 왔던 방황해의 문은 『보존(게논)』이었다고 했었죠. 그렇다면, 보존된 신의 이용법이야말로, 당신들의 오의인 비닉신리가 된다. 지금 이야기와 맞춰보면, 당신이 에르고와 뤄롱을 가지고 하려고 하는 것은, 보다 고대로──당신이 살았던 신대보다 옛날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것이 아닌가?" "과연, 확실히 그것은 절반이군. 정확한 자기 평가야." 지즈가 끄덕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9 자신의 사선 위에 고정된 에르고를 보다가, "엘멜로이 2세." 라고,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 "겜블은 즐거웠나?" "전혀 즐겁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아아, 그렇겠지." 또, 지즈는 끄덕였다. 그리고, 몹시 비통한 말투로, 이런 것을 물었던 것이다.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이상한 질문이었다. 잠시 시간을 두고 나서, 스승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명으로 가득 찬 푸른 대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나?" "네." 이어지는 질문에, 지즈는 한 박자만 간격을 두고 나서 말했다.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에 도달하고 싶다거나 하는 꿈을, 멋지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스승님이 가슴을 편다. 비록 죽기 직전이더라도,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스승님에게 있어서,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길잡이이며, 언젠가 도달하겠다고 맹세한 꿈의 끝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지즈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문에, 세계는 이렇게 되어 버렸다." "……무슨?" 스승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모르겠나, 엘멜로이 2세." "…………" 몇 초, 스승님은 침묵했다. "……아뇨, 알겠습니다. 생명의 방향성의 문제군요." "훌륭해. 정말로 현명해." 그 주고받음은, 뛰어난 스승과 제자처럼 보였다.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도록 만들어진 것이 우리들이라는 논리다. 보다 강하게, 보다 현명하게, 보다 상냥하게, 보다 아름답게. 결국, 그 지향이야말로 우리들을 어찌할 수 없이 몰아붙인다." (……그것은) 그것은, 너무나도 근본적인 죄가 아닌가. 원죄라고 불러도 좋다. 예를 들어, 정의를 존중하는 것. 예를 들어, 여행을 동경하는 것. 예를 들어, 마술의 심연에 끌리는 것. 사람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그 모습에 대한 호감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것을 죄라고 부른다면, 죄를 가지지 않은 인간 따위는, 문자 그대로 누구 한 명도 없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0 "그럼, 조금 더 계속해 보지." 라고, 지즈가 말한다. "마술사로서 묻지. 왜, 인류(사람)가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 말은, 갑작스러운, 웅대하기 짝이 없는 스케일을 동반하고 있었다. "인류(사람), 말인가요?" "과학에 있어서는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마술사에게 있어서 현대는 너무나도 무가치하지 않은가?" "……부정은 할 수 없군요." 스승님이, 짧게 말했다. 신대가 끝나고 이래, 신비는 시시각각으로 있을 곳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 간신히 남았던 위대한 조각조차도, 그 농도를 천천히, 그러나 크게 희미하게 하고 있다. 2000년을 걸쳐서, 마술사가 얻은 것은 무(無)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가 많다는 것은, 틀림없다. "예전에는, 영장으로서의 신에게도, 그것을 섬기는 인류(사람)에게도 사명이 있었다. 올바르게 사는 사람도 잘못되게 사는 사람도, 사명을 의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신대의 말기에는 거의 상실되어 버리고, 우리는 볼품없이 기어 다닐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저 정복왕 따위는 그것에 거스른 자일 것이다. 갈라져 있던 서쪽과 동쪽을 결합시키고, 산실된 문화를 수집하고, 새로운 형태로 다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세운 대제국조차 겨우 한 세대로 멸망했다. 만들어 냈을 때의 배나 되는 힘으로, 갈갈이 찢겨졌다. 나머지는 알고 있는 대로다. 인류가 어떤 형태로든 사명을 얻는 일 따위는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지? 인류의 죄나 우행을 한탄하고 슬퍼할 거라면,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곳인게?" "아니,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야. 있잖아, 로드 엘멜로이 2세, 이것은 당신이 자랑하는 와이더닛이겠지. 부디 대답해 줬으면 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 되어 버린 거지?" "…………" 스승님이 입을 다문다. 지즈는, 마술사로서 묻고 있다고, 말했다. 즉 요구되고 있는 것은, 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의 대답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의 질문 방식이라면…… 우리가 어리석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겠군요?" "응, 후, 후. 그거야말로 오만이라는 것이겠지. 엘멜로이 2세." 지즈의 말투에는 웃음이 섞여 있지만, 올려다본 눈동자는 너무나도 성실했다. 지금, 그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것은, 원탁의 방의 샹들리에다. 그런데, 밤하늘이 비치고 있는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하늘에는, 아름다운 달이 빛나고 있는 것처럼도. "그 정도의 선택 따위, 애초에 인류에게는 없었어. 수명으로든 유전자로든, 생명의 방향성 따위는 발생한 단계에서 고정되어 있다. 우리는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고, 낭비하도록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는 것이며, 그 죄를 묻는 것 따위 처음부터 무의미하다." 결정론. 인간이 하는 일 따위는, 처음부터 전부 결정되어 있다는, 체념과도 비슷한 논리다. 아무리 기적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극히 복잡하고 장기간에 걸친 당구처럼, 첫 수구를 쳤을 때에 모든 운명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즈가 말하고 있는 것은, 그것과 닮아있다. 어느 정도의 틈은 있었을지라도, 대략적인 도착 지점은 우리들이 이 지구에 발생한 때부터 정해져 버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1 "──그렇다면, 실패한 것은 인류(사람)가 아니다. 그 부모에게 책임을 돌려야 할 것이다." "……부모?" 괴이한 듯이, 스승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곧바로, 어떤 사실에 도달하고, 그 눈이 크게 떠졌다. "너, 설마……" "행성(별)의 책임이겠지." 조롱하듯이 웃으며, 톡, 하고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떠 있는 광대한 바다, 그 바다를 가진 지표, 그 지표를 지탱하는 별의 내해…… 아주 작은 동작으로, 그 모든 것을 지즈는 가리켜 보였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바꿔야 할 것은 인류(사람)도 신도 아니다. 어느 쪽도 결국 이 행성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아. 우리는 평등하게 피해자다. 과오가 행성(별)에서 시작되고 있다면, 우리들이 만들어야 할 것은 행성(별)인 것이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오페라를, 눈앞에서 연기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에르고의 실험. 세 위의 신을 먹게 한, 신대의 대마술. 거기에 참가한 아틀라스 원의──쿨드리스 가의 연금술사는, 에르고를, 미래를 구하기 위한 최종 연산기로 하려고 했었다. 지금, 지즈가 말한다. 방황해의 마술사가 말한다. 행성(별)을 만드는 것이라고. 영장의 부모가 되는, 새로운 행성(별)을. "그……런……" 부르르, 하고 몸이 떨렸다. 위압적이지도 않은 타인의 말을 듣기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되어 버렸다. 스승님만이 아니다. 함께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이시리드와 알레트는 물론이고, 옛 친구인 반 펨조차, 그 구상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에르고가, 휙, 하고 고개만을 움직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2 "그럼, 당신은 어떤가? 로드 엘멜로이 2세." "…………" 주춤거리는 기색이 있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몇 배나 더, 스승님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스승님은 뒤로 손을 뻗어, 어떤 사인을 이쪽에게 보여주었다. (스승님──) 그 사인으로 마음을 바꾸고, 눈치채지 않도록, 몸속에서 마력을 돌린다. 스승님도 또한, 이쪽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도록, 입을 연다. "당신이,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면 그것은 괜찮겠죠.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행성과, 마술에서 말하는 그것은 다르니까. 행성이 하나 늘었다고 해도, 그 자체는 문제없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형제──이 경우에는 친척이, 하나 늘어나는 정도의 일입니다." 거기서, 말을 끊는다. 깊게, 호흡하는 소리가 났다. 숨을 내쉬고, 천천히 들이쉬고, 온 힘을 다한 용기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재료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별거 아니야." 라고, 지즈는 웃었다. "술식은 완전하게 작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한 시간을 들였어. 그리고, 신을 먹은 에르고와, 용을 먹은 뤄롱 모두 갖춰져 있지. 신이란 존재가 행성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알겠지." 아까, 스승님이 말했다. 신이란 이야기의 주형이고, 세계의 알이며, 역사 그 자체라고. 즉 그것은, 행성의 소재이기도 하다는, 그런 것이었던가. "솔직히 말하면, 소재도 설계도도 포함해서, 처음부터 전부 다시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너무 힘에 벅차. 무슨 일이든 타협은 필요하다. 어차피 핵이 될 영혼이 다르다면, 지금의 지구 따위와는 저절로 다른 것이 될 테고 말이지. 당신이 말했듯이, 내 문의 비닉신리에서, 가장 가까운 방법에 손을 댔을 뿐이야. 영혼은 내가 맡는다고 하고, 극히 작은 행성을 만든다면…… 나머지는 뭐, 근린의 지표를 1%만 받으면 충분하지 않겠나?" "모나코는 물론, 코트다쥐르를 괴멸시킬 셈이십니까." "나쁜가? 시계탑의 환산에서도, 싸다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그렇겠죠. 한 번 고려해 볼 가치도 없지요.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는 것은, 또 하나의 근원을 만들어내는 것에 필적하는 대위업입니다. 시계탑의 가치관이라고 한다면, 한 나라 정도를 바꿔치기해도, 조금도 아프거나 가렵다고 생각하지 않겠지요." 라고, 스승님이 인정했다. 마술사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떠한 희생도 꺼리지 않는다. 지즈가 선전하는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많은 마술사들이 인명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붙잡힌 에르고에게, 스승님은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도, 내 제자를 넘길 수는 없어." "……이런이런, 역시 그렇게 되는 건가." 라고, 지즈가 한숨을 쉬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3 "그렇다면……저……는……" 라고, 묻는다. 부드럽게, 지즈가 웃었다. "너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는, 각각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뤄롱을, 한순간 보고 나서 계속한다. "내 경우에는, 에르고 너에 이어서, 살아있는 신, 자그레우스와 계약을 맺었지. 태조룡 튀폰을 먹게 해주고 말이야. 그리고, 아무래도 이시리드도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옛날에 술식을 완성하고 나서 가끔 조정하고 있었다, 는 것이 아니야." "무……" 그 말에, 스승님이 숨을 죽였다. "설마, 당신이 만들었던 술식은 아직……" "딱히, 이상한 이야기도 아니잖아? 현대에도 하나의 마술 완성에 걸리는 시간은 각각이다. 당신의 사랑스러운 제자의 보석 마술도, 10여 년에 걸쳐서 보석을 키워내는 정도는 하겠지. 나는 2000년 이상, 계속 하나의 술식을 조립하고 있었다. 현재 진행형으로 말이지."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건축물이 있다. 19세기 말에 착공된, 그 문화유산은 거기서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성이다. 설계 책임자조차 여러 대를 이어받아, 영영 공사를 계속해 나가는 그 건축물은, 거의 형태를 가진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것을, 지즈라는 마술사도 하고 있었다면? 지즈라는 마술사는, 자신의 신전이며, 자신의 고유결계이다. 하지만, 이 고유결계는 미완성이라고 한다면── "응, 후, 후. 만들어져 버린 고유결계의 형태는 바꿀 수 없어. 그것은 술자의 심상세계이기 때문이지. 구워져 버린 계란 프라이 같은 것으로, 그걸 형태를 바꾸려고 하면, 엉망진창 스크램블 에그로 만들 수밖에 없어." 쿡쿡, 하고 지즈는 웃는다. "그러니까, 만들어져 버리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해 두는 거야. 자신의 영혼의 핵에 신념이라는 씨를 뿌리고, 사상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고, 동경이나 집념이라는 물과 비료를 계속 주는 거지. 때로는 자기 마음의 가지치기도 하면서." 심상세계에 대한 어프로치. 그것은, 이 남자에 대해 오랫동안 안고 있었던,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도 드러내었다. (그러니까……) 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말만 하면 편안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적인 태도인데도, 제자인──신마저도 있는 뤄롱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비인간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건가. 이상적인 모습으로 계속 조각된 마음을, 마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물며, 그것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의 수명보다 긴, 아득히 긴 시간을 들인,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마술이라고 한다면? "그래, 나라는 고유결계는, 오늘 처음으로 완성된다. 이 장소는, 만들어져 버리기 전의, 나의 고유결계다." 대언장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다른 상대라면 반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방황해이다. 하지만, 상대는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했던,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이었다. "별을 만드는, 고유결계다." 라고, 지즈가 웃었다. 역시,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생명체에게 허락되지 않는 완벽함의 이유를,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인간 형태의 고유결계로서 완성된 지즈는, 필연적으로 아름답다. 그것은 예를 들어, 우리들이 지구에 대해 느끼는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다. 지구는 푸르렀다, 라고 말했던 우주 비행사 같은 것이다. 행성(별)이 아름다운 것처럼, 이 남자는 아름답다. 그 시선이, 이쪽의 뒤를 바라보았다.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4 멍하니,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치, 세계의 끝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반 펨이 만들어냈다는 장렬한 폭풍의 결계가, 깔때기처럼 움푹 들어가, 반대로 흡수되고 있다. 상기하는 것은, 블랙홀. 중력조차 뒤틀리게 하는, 압도적인 질량이 만들어내는 시공의 곡면. "읏……설마……" 그 모습에, 스승님이 눈을 크게 뜬다. "혹시……에르고와는……그런……?" 말의 의미는, 자신에게는 알 수 없다. 단지, 깔때기와 같은 곡면의 중심에 있는 상대가 보였다. 지즈. 그 모습은, 눈부신 빛에 감싸여 있었다. 감싸인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빛으로 변환되어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마 옳다. 바로 근처에 십자가에 매달린 듯한 모습의 에르고의 사지도 마찬가지로, 지즈의 몸은 아주 조금씩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고유결계・유성체라고 불러두면 좋겠지. 문자 그대로 별의 아이(星の幼子)이다." 스승님의 중얼거림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유결계・유성체固有結界・幼星体. 빛으로 변환되어 가는 지즈의 모습에는, 일체의 데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를 견뎌낸 상대는 있었다. 저 영묘 알비온의 밑바닥에서는 눈속임 정도로 밖에 통하지 않았던 괴물도 있었다. 하지만, 저 초근거리에서 정면으로 성창을 맞고도 무상했던 상대는, 이것이 처음이 아닐까. "출력의 문제다." 지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몸의 어디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유성체의 마력에는, 나의 2000년 이상이 담겨 있다. 출산을 맞이하려는 지금, 그 보유 마력의 전부를 사용해서, 새로운 행성(별)의 마술 장치를 형성시키고 있어. 어디까지나 개념적이지만, 태양의 표면에도 필적하는 물건이라서 말이지. 아무리 성창이라고 해도, 쉽게 꿰뚫을 수 있는 건 아니지." 거기까지 말하고, 문득 알아차린 듯 시선을 옮겼다. 그 앞에서, "그런 건가." 라고, 소리가 났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갑판에서, 실크햇을 쓴 사도는 그 광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실크햇의 챙을 움켜쥐고, 그 눈동자는 희미한 우수를 띠고 있었다. "지즈." 라고, 그는 옛 친구의 이름을 속삭였다. "슬프군." "무슨 소리인가?" "출력의 문제라고 말했었지. 절대적인 규칙을 강요하는 전승 방어가 아니라, 단순히 출력 차이로 도달하지 못할 뿐이라고." "아아, 말했다만." 빛의 안쪽에서, 씩, 하고 지즈의 입술이 비뚤어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비뚤어짐을 앞에 두고, 반 펨은 당당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개문하지 않을 수 없겠군." 바로 뒤의 상대에게, 속삭인다. "쿠폴라." "네." 딜러를 담당하고 있던 골렘이 끄덕인다. "제7의 마성을, 개문하라." "알겠습니다, 반 펨 님." 공손하게 인사하고, 딜러는 눈을 감았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5 그때, 들렸다.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였다. 제7마성의 공격에 의해, 붙잡혀 있던 에르고가,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이쪽에게 무언가를 호소해 오고 있다.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바로, 스승님이 큰 소리로 외쳤다. "들리는 건가, 에르고!" "……선……생……님……" 다시 한번, 에르고가 말했다. 붙잡힌 전신을 움직이면서, 이쪽을 향해 불러온다. 그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지즈의 고유결계에 의해 마력을 빼앗기면서도, 필사적으로 의식을 연결하고 있다. 그런 에르고를 향해, 스승님은 이렇게 고했던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신을 묻는다!" (아──) 마지막 신의 물음. 에르고가 먹었던 세 위의 신. 그 세 번째를, 드디어 스승님이 밝히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국면도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가 있어 지즈의 능력으로 붙잡혀 있다고 한다면, 반대로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지즈의 고유결계를 방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쪽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빛의 검사가 더욱 격렬하게 공격을 걸어 온다. "읏──!" 정면에서 내려찍는 공격을 막은 손이, 저렸다. 그 틈에 두 번째 빛의 검사가, 파고들어 온다. 저린 팔로 받지 않고 스텝을 넣었다. 그대로 옆에서 몸통 박치기를 하여, 스승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만든다. 아무래도, 빛의 분신들은 반 펨에게는 접근하지 않으려고 하는 듯하여, 그만큼은 편하게 해 낼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6 스승님이, 말한다. "자네가 먹었던 신이, 모두 물이나 바다에 관련된 성질인 것은, 싱가포르에서 단정할 수 있었다." 에르고와 만났던, 최초의 사건. 산령법정의 무시키와의 싸움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졌던 스승님의 신의 물음. "싱가포르에서 밝혀진 손행자는, 화과산 수렴동에서 비롯된 물의 신성이었고, 그 후 일본에서 밝혀진 사구전신(세트)은, 그 문명을 길렀던 나일 강과 인연 깊은 전승을 가진 강의 신이다." 물과 강. 하나씩, 에르고는 자신의 먹었던 신을 자각하고, 그 권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왔다. 산령법정의 선인과 싸우고, 용을 먹었던 옛 친구와 대치하며, 자신의 성능과 성질을 하나씩 확인하듯이, 내면의 신과 대화해 왔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알게 된 자네의 정체." 정복왕 이스칸달의 측근──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밝혀진, 에르고의 비밀. 알렉산드로스 4세. 서력 이전에 죽었어야 할, 저 이스칸달의 적자. "그렇다면, 마지막 신은 저절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스칸달과 자네의 관계가 연결된 단계에서, 그저 필연일 뿐이니까." "네." 라고, 에르고도 끄덕였다. (……아아) 역시, 다르다. 그 해적섬에서 여행을 떠났을 때와는 물론이고, 일본에 있었을 때와도,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와도, 에르고는 이미 다르다. 모나코에 온 직후와도, 다르다. 만났기 때문일까, 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이 청년은 누군가와 만남으로써 변해 간다. 싱가포르에서는 스승님과, 일본에서는 료우기 부녀와, 이집트에서는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와 만나, 그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하게 할 정도의 성장을 이루어 갔다. 마치, 전속력으로 트럭을 몰고 있는 러너처럼. "그 신은,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신 중 한 기둥이다." 라고, 스승님이 말한다. "다만, 인격을 가진 일화는 극히 일부밖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영어의 바다(Ocean)의 이름이 그것에 유래하는 것처럼, 혹은 호메로스가 신들의 부모라고까지 말했던 것처럼, 영향력은 극히 크지만, 그 전설은 적다. 가장 유명한 전승이, 신들과 거인의 싸움에서도 중립을 지켰다고 여겨질 정도라서, 여기에서도 확실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스승님의 목소리가, 폭풍의 바다에 울려 퍼진다. 바닷바람을 타고, 파도에 부딪혀서, 산산이 부서져 간다. "아마도, 신대에서도 그렇게 여겨졌겠지.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 아니라, 모든 하천이나, 흐르는 물 그 자체가, 저 신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자네가 먹었던 세 기둥의 신의 공통점, 수신(水神)・해신(海神)이라는 점에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바다도 강도 그 신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니까." 한순간만, 목소리가 멈췄다. "그러니까, 나의 왕은, 가장 끝의 바다에도 그 이름을 붙였다." (……설마) 라고, 자신은 목이 메었다. 이런 위기적인 상황에 있으면서도, 스승님이 말하려고 하는 이름을 깨닫고, 가슴이 벅차 버렸던 것이다. (설마, 그것은) 도대체, 몇 번, 우리들은 그 단어를 들었던 것일까. 정복왕 이스칸달이 목표로 했다고 하는 여정의 끝. 저 페이커의 꿈에서 환시했던, 인류에게는 닿을 수 없는 저편의 바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들어라, 에르고!" 스승님이 말한다. 만감의 마음을 담아서, 외친다. 마음속에, 저 바다가 있다. 푸른 바다가 있다. 황혼의 바다가 있다. 얼음으로 덮인 바다가 있다. 아무도 본 적 없는, 바다가 있다. "그 신의 이름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7 "──닿았군, 에르고." 그렇게 말한 것은, 스승님이 아니었다. 아연실색하여, 자신은 올려다보았다. 깔때기 모양으로 웅크린 회오리바람의 바로 옆에서, 빛의 윤곽이 되어 있는 지즈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신을 묻겠다. 너에게 먹게 했던 신은──" "그 신의 이름은──" 지즈와 스승님과, 두 사람의 이어지는 말이 합일했다. "오케아노스!" 바다가 갈라진다. 파도가 갈라진다. 해중에서 하늘(宙)까지를 갈라,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손오공과 같은 원숭이 형태도, 사구전신(세트)와 같은 인간 형태도 아니었다. 대신에 나타난 것은, 금속의 배였다. 결코 정상적인 인류의 역사에는 있을 수 없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배. "뭐, 야……이거……" 에르고의 신음은, 그것이 결코 환영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것은……단순한 신이 아니야……자연에서 생겨난……게 아니라……설마 플랫이 말했던 것은……이런……" 소리가 난다. 바다도 파도도 갈라서 상승하고 있는 배는, 기구나 프로펠러나 엔진 등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비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현대 과학에서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메커니즘에 의해 성립된, 이형의 기술. 중력을 반전시키고, 빛의 속도의 섭리를 비틀어, 항성간을 이동하는 데까지 이르렀던 초월의 결정. "하늘에서……왔다……?" "에르고?!" 스승님이, 외쳤다. "선……생……님……!" 붉은 머리의 청년이 경련한다. 등에서 돋아난 환수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명멸하는 반투명의 환수와 에르고의 얼굴에, 수십 개의 기하학적인 빛의 선이 달리고 있다. 마술 회로가 아니다. 마치 혈액과 같은──액체 금속과 같은 무언가가, 청년의 표면에 떠올라서, 꿈틀거리는 뱀처럼 피부를 기어 다니고 있다. 아니, 뱀이라기보다 그것은……. (……케이블?) 어리석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신대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쪽의 곤혹스러움 따위는 내팽개친 채, 더욱더 엄청난 속도로, 에르고의 심층에서 마력이 짜내어져, 유성체의 지즈에게 공급되어 간다. "응, 후, 후." 지즈가 웃는다. 두르고 있는 빛이, 분명히 그 밀도를 늘리고 있었다. "지금까지처럼, 에르고가 먹었던 신만 잘 묻는다면 역전할 수 있다고,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나?" "지즈, 너는……!" "확실히, 세 번째 신은 간단하다. 특히 이스칸달과 인연이 있는 너의 경우에는, 틀림없이 맞출거라고 생각했지." 신의 정체가 오케아노스라면, 그럴 것이다. 스승님이, 그 신을 간파하지 못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 대답에는, 결코 풀 수 없는 속임수가 있다." "속임수, 라고……" "그리스의 몇몇 신은 말이지. 그 출신에, 이 행성(별) 이외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뭐 쉽게 말하자면, 우주선이라는 녀석이지." 너무나 황당한 말에, 자신의 사고가 정지했다. 스승님조차, 한순간 방심하고, 침을 삼키고 나서 되물었던 것이다. "……뭐냐, 그건? 우주선이라고?" "아아, 딱히 당신이 실수한 것은 아냐. 그건 올바른 추측으로 과거를 가정해 가는 방법의 한계인 거야. 실제로 그 과거에,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요소가 들어간 순간, 추리도 추측도 전부 파탄나는 거니까." 방황해의 마술사는, 큭큭하고 웃었다. "그것은, 갑자기 운석이 떨어져 지구의 생태계가 전부 파멸해 버렸습니다, 같은 이야기라고." "……빅 5." 스승님의 중얼거림에, 지즈의 윤곽이 가볍게 끄덕인다. "과연 잘 알고 있군. 그래 그래, 지구의 생태계는 거의 전멸하는 것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있지. 운석 같은 우주에서 날아온 것도 그중 하나다. 똑같이, 외우주에서 온 방문자가, 원주민들에게 신으로 취급받았다는 설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심각한 엉터리 가설로서겠지만." "…………" "하지만, 엉터리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어. 그렇지?" (……증명은, 할 수 없어) 그것은, 그렇다. 우리들은, 그런 실례를 몇 번이고 알아 버렸다. 예를 들어, 해저에 또 다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있었다는 것도, 저 아서 왕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소녀였다는 것도, 제대로 된 역사가가 듣는다면 일축하고 끝날 것이다. 그래도, 마술 세계의 진실로서는 성립한다. "그러니까, 다른 신들을 물었던 방법만으로는, 오케아노스는 통달(統御)할 수 없어. 실제, 당신도 이 신의 이름을 바로 묻지 않았던 것은, 그런 위화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떠올렸다는 듯, 지즈가 덧붙인다. "일단 말해두자면. 일본의 사건만은 좋지 않았다. 우리 바보 제자가 붙잡힌 탓에, 그 출처가 상당히 새어나갔지. 경우에 따라서는 당신이 눈치챌 수도 있어, 라고 허둥댔다고." "아……" 떠올랐다. 확실히, 펨의 선연(카사) 이전에서, 두 번만 지즈가 모습을 드러냈던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싱가포르에서, 가면을 쓰고, 우리들을 에르고의 곁으로 유도했다. 한 번은 일본에서, 에르고와 뤄롱의 싸움 직후. 확실히, 그때의 뤄롱은 단순한 신이나 용과는 동떨어진 힘을 휘두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에 의해 봉인되었지만, 모든 것을 분자로 분해했던 와중진동(渦重振動) 등, 신이나 용의 권능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위화감도 품고 있었다. 그것이, 예를 들어 우주선의 기능이나 병기였다고 한다면? (……그런 거)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나도 엉망진창이다. 마술사가 관련된 사건은 언제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어처구니없음에도 정도가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8 낮게, 소리가 났다. 위장이 뒤집히는 듯한, 기묘한 소리였다. 있을 수 없는 일로, 바다 파도가 뒤집혔다. 뒤집어진 너머는, 몇천 년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던 듯한 바위 덩어리였다. 세계가, 변해 간다. 거칠었던 바다는, 일체의 생물을 찾아볼 수 없는, 우주 공간과도 같은 암흑으로 변모한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주위만 아직 바다인 채이지만, 그것도 서서히 암흑으로 대체되어 간다. "지즈의 고유결계의 단계가, 나아갔다." 스승님이, 신음하듯이 말한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을 역이용한 것으로, 고유결계・유성체는 더욱 진화해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9 "지즈의 고유결계의 단계가, 나아갔다." 스승님이, 신음하듯이 말한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을 역이용한 것으로, 고유결계・유성체는 더욱 진화해 버렸다. 제7마성의 골렘조차, 그 암흑에 붙잡혀, 움직임이 완만해지고 있다. 그 이유를 깨닫고, 반 펨이 한숨을 내쉰다. "……과연, 그런 고유결계인가. 정지? 아니, 정체인가." "다른 행성(별)에는 다른 특성(룰)이 있는 것은 당연하잖아? 내 새로운 행성(별)에서는, 그런 졸속은 허락하지 않아.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낭비 따위는 있을 수 없어. 뭐, 선연(카사)에서 이겼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겠지만." 지즈의 표정도 또한, 평소와 다른 긴장을 드리우고 있었다. 고유결계의 완성에 대해, 이 마술사는 섬세한 작업이라고 했었다. 스승님이 간파했던 것처럼, 겜블에서 이기는 것 자체가 신명 재판(오딜)으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테니, 이기지 못한 채로 술식을 완성시키려고 하는 행위는, 강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것과 같은 어려움을 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0 (──아, 신명 재판(오딜)이라는 건) 불현듯, 생각했다. 확실히, 이것은 신명 재판(오딜)이다. 에르고의 신을 밝히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들어낸다는 마술 의식・신명 재판(오딜). 알고 보니 아무런 속임수도 없는, 순리 대로의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가 듣지 않는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조차 실패로 끝나 버렸다. 반 펨에게는 제7마성 쿠폴라 이외에도 골렘이 있었을 테지만, 아마 마성으로서 현현시킬 수 있는 것은 한 개체가 한도일 것이다. 다른 마성으로 교체한다고 해도, 그러한 틈을 주면, 이번에야말로 지즈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새까만 절망에 의식이 붙잡힌 타이밍으로, 다시 빛의 검사들이 덤벼들었다. 간신히, 튕겨낸다. 하지만, 움직임이 활기를 잃고 있다는 것은 자신도 알았다. 빛의 검사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이제 5분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쪽에는 체력 문제가 있는 이상, 머지않아 밀어붙여질 것이 눈에 보인다. 시야가, 조금씩 검게 물들어 가는 것 같았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찌그러져 있다. 이런 상대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약한 소리를 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마음을 고무할 수가 없다. "슬슬, 가까워져 왔나." 라고, 지즈가 중얼거리고, 새롭게 손을 휘둘렀다. (──추가의, 분신?!) 하지만, 이쪽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신은, 머리 위를 지나갔다. 새로운 빛의 분신은, 갑판의 더욱 뒤쪽 부위로 내려갔다. "아, 이 녀석들!" "들켰군요!" 빛의 분신이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 씨! 루비아 씨!" 달려가려고 했던 두 사람이, 그 분신에 가로막힌 것이다. 즉, 반격이 봉쇄되었다는 것. 두 사람이 원호하려고 준비했던 것조차, 상대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혹시,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그런 사소한 희망마저 예상하고, 먼저 배제할 정도의 여유마저 있다. (……마치, 패가 달라) 아무리 스승님이 고전해도, 선연(카사)에서는 어느 정도의 평등성이 담보되어 있었다. 마술 회로에 의한 환전 같은 비기가 있더라도, 주어진 코인은 같았고, 역전의 기회도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즈가 갖춘 패에는, 이천과 수백 년의 두께가 있다. 반 펨의 제7마성에 대항하고, 우리들의 저항을 물리칠 정도의, 압도적인 자원(리소스)이 있다.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밀어붙일 정도의 저력이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1 게다가, "……찾았다." 라고, 지즈가 다시 속삭였던 것이다. (────읏) 숨이 막혔다. 그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또 한 명, 이 배에는 있다. 자신을 돕기 위해, 미끼가 되어 주었던 상대. 에미야 시로가. "거기다……!" 고유결계・유성체의 분신이, 갑판의 뒤쪽으로 날아간다. 빛의 검사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그쪽을 올려다봤을 때,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주위──고유결계・유성체의 침식을 아직 받지 않은 해면에서, 차례차례 수수께끼의 물체가 사출되었던 것이다. 해면에서 차례차례 날아오른 것은, 금속제 물체였다. 가볍게 수십 개는 될 듯한, 하늘을 나는 원통형 비행체들. "──드론?!"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자신도 이 시점에서는 몰랐지만, 모나코 항구에서 시로 일행을 요격했던 것과 같은 타입의 드론들이었다. 그 드론이, 이번에는 지즈의 분신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 것이다. 총격이, 빛의 검사들의 발밑에 가해진다. 그것으로, 분신들의 움직임도 멈췄다. 거의 마력만으로 구축되어 있는 빛의 검사들이 주저했다는 것은, 어떤 신비에 의해 단련된 탄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드론들의 뒤에, 그들이 있었다. "……쥬스트." 자신을 쐈던, 떠돌이 연금술사였다. 헬멧을 쓰고, 사지 일부를 회전톱(체인소)으로 치환한 채였다. 그 등에는, 에미야 시로가 쓰러져 있었다. "으응~응?" 반대로, 지즈는 자신의 분신이 저지당한 것보다도, 다른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지, 저것?"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저격당했을 때는, 뭐 그런 일도 있다고 생각했어. 충분한 거리가 있었으니까." 기원탄에 의해, 지즈가 살해당했을 때의 일일 것이다. 실제로는 지즈 본래의 육체는 이미 죽어 있었고, 미완성의 고유결계의 술식이 정지한 것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그 유체가 드러났을 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저 방황해의 마술사가 그렇게 쉽게 틈을 보일까? "그때와 달리, 지금, 내 인식 범위는 고유결계의 성장에 따라,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전체까지 확대되어 있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해서 너를 간과할 수 있다는 거지?" 잠시 후, 무언가의 가설에 도달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너, 설마, 그런 건가?"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도, 몹시 혼란한 듯이 자신의 헬멧을 누르면서,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즈와, 엘멜로이 2세……마스터 에미야 키리츠구를……죽인 건……" (중략) "도대체, 어떻게…… 아니." 스승님의 중얼거림과 함께, 분신 하나가 움직였다. 빛의 검사 하나가, 드론의 맹공을 뚫고, 쥬스트에게 육박한 것이다. 회전톱(체인소)이 그에 응했다. 아틀라스 원의 미래 예측에 의해 지탱받는 회전톱(체인소)이 빛의 검사를 베고, 동시에 빛의 검도 쥬스트의 헬멧을 찢었다. 찢어진 부위에서 파괴의 마력이 침투했는지, 곧바로 헬멧에 금이 갔다. 거미줄처럼, 그것은 헬멧 전체의 절반 정도까지 퍼져서, 이윽고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쥬스트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노출된 부분에서, 회색 늑대와 같은 머리카락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쥬스트 자신의 얼굴의, 오른쪽 반면이 보였다. "에……?" 자신은, 숨을 삼킨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그 모습에는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그것은……. "이시리드……씨……?" 방금, 암시를 재설정한 모나코 지부장에게, 확실한 연결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이나 눈빛은── "아아, 그랬겠지. 그렇다면 나에게 들키지 않겠지. 내 경계 술식은, 내 혈족과 그 이외를 나누도록 설정해뒀으니까." 지즈의 목소리가, 희열의 색을 담고 있었다. "너는, 이시리드의 아들──내 자손인가!" 지즈의 말에, 이시리드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2 그때였다. 또 하나, 그쪽을 향해, 인영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이시리드였다. 어느샌가 의식을 되찾았던 것 같다. 스승님의 설에 따르면, 이시리드와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는, 지즈 살해의 공범이라는 것이었지만……. 과연 달리면서, 쥬스트를 향해 인상을 맺은 손을 들어올려, 외쳤다. "──Changer les fondements(설정 조정)! " 주문이었다. 그 말에 경직한 쥬스트에게, 이어서 이시리드가 말했다.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인 원수는,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다! 지즈를 죽여라!""뭐──!" 그 말에, 스승님이 돌아본다. "미스터 모건 파르스…… 당신은, 단순히, 저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살인을 의뢰한 것이 아니라, 암시의 마술을 걸었던……?!" 그래서, 스승님을 노린 건가? 하지만, 암시는 극히 초보적인 마술일 것이다. 아틀라스 원의 계보를 잇는 연금술사라면, 시계탑의 마술사에 비하면 내성은 낮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술자와 피술자 사이에 몹시 실력 차이가 있다거나, 몹시 장기간 꼼꼼히 계속 걸거나 하는, 상당한 특수 조건을 클리어하지 않는 한 통하지 않는다, 라고 시계탑 강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3 "선조회귀다(先祖返り)." 내뱉고, 떠돌이 연금술사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아들의──쥬스트의 마술 회로는, 현대의 마술에 적합하지 않았어. 너무 낡았거든." 예를 들어 사도가 된 반 펨의 마술 회로가, 인간의 마술 기반에 적응할 수 없게 된 것과 같은, 그런 사례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일은 공표하지 않고, 비밀리에 연금술사로 만들었다. 아틀라스 원의 흐름을 잇는 연금술이라면 마술 회로의 수와는 관계가 없다. 다행히, 모나코 지부는 다른 마술 협회를 받아들이는 장소라서 말이지.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어." (그래서……) 갑자기, 납득이 갔다. 어째서, 이시리드가 살해를 계획할 정도로 지즈를 증오했는지.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시당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증오심을 분출시키는 토대가 되었던 것은, 그의 아들의 존재가 아니었을까. 자손이 제대로 된 마술 회로를 가지고 있지 않다니, 오랜 역사를 이어온 마술사의 가문일수록, 치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건이다. 자신에게는 그런 가치관이 없지만, 시계탑에 그럭저럭 있는 결과로서, 그러한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그리고, 그 원인이 되었던 선조가, 눈앞에 나타나,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을 무시해 버린다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4 "하지만, 지금만은 감사하겠어! 잘, 이 타이밍에 왔어!" 이시리드가, 공중에 떠 있는 지즈를 향해, 손가락을 겨눈다. "자! 지즈를 죽여라! 너라면──" 마지막까지, 이시리드는 말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 어깨에 붉은 꽃이 피었던 것이다. "아아아아아!" 상처를 움켜쥐고, 마술사가 발버둥 친다. 드론 한 대의 총격이, 이시리드를 꿰뚫었던 것이다. "아버지는……틀렸어……" 쥬스트가 말한다. 고개를 숙인 채로, 그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암시가……풀렸나……?) 아무리 교묘하게 걸었던 암시라도, 극한 아래 상황에는 약하다. 무너져 내린 곳에, 암시를 재설정하거나 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시리드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겠지만, 수단을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던 것이겠지. 시선을 내린 채로, 쥬스트는 중얼거렸다. "이 고유결계를 보면 알 수 있어……이 방법은……최종적인 결론이다……좀 더 세계에 생명 그 자체가 적다면 경쟁은 일어나지 않아……다툼은 일어나지 않아……" (──그건) 쥬스트의 중얼거림에, 자신의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지즈가……옳아……" 라고, 떠돌이 연금술사는 단언했던 것이다. "거시적인 정의에서 본다면, 이 행성의 생명체야말로 잘못되어 있다. 너무 만연하고 있어. 너무 번성하고 있어. 처음부터, 생명의 모습을 어찌할 수 없이 잘못 이해해 버리고 있어. 그렇다면, 조금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다음으로 더욱 잘못하지 않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쪽이, 훨씬 정의에 부합하겠지. 모나코 일대를 날려버리든, 신을 먹은 자를 소비하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드는 거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에미야 키리츠구도, 이런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 틀림없어……" 이 떠돌이 연금술사가, 에미야 키리츠구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은 들었다. 암시가 풀려도, 그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던 건가. 가뜩이나 절망적인데, 여기에 와서, 떠돌이 연금술사의 암살자마저 적으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5 "응, 후, 후. 드디어 아군을 얻었군. 이거 든든하군. 어쨌든 한 번은 나를 죽였던 상대니까." 지즈의 웃음소리는, 정말로 기분 좋게 들렸다. "그럼, 장애물을 제거해 볼까." 마술사의 아름다운 손가락이 움직인다. 빛의 검사 하나가, 쥬스트의 옆을 빠져서, 에미야 시로에게 검을 휘둘러 떨어뜨린다. 너무나도 쉽게, 그 목이 잘려, 하늘을 맴돌았다. "──응?" 하늘을 맴돌았던 목이, 털썩 하고 떠돌이 연금술사의 발밑에 떨어진다. 빛의 검사의 목이. 잘라낸 회전톱(체인소)을, 옆으로 고정한 채로, 쥬스트는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당신은 내가 옳다고 말했어야 했을 텐데……" "…………" 몇 초 침묵하고 나서, 쥬스트는 입을 열었다. "말했지. 당신이 옳아. 잘못되어 있는 것은 이 녀석들이야……. 그런 건 계산할 필요도 없어." "그럼, 왜지? 이제 와서 암시가 되돌아온 것도 아니겠지?" 힐끗, 쥬스트가 쓰러진 젊은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에미야 시로. 모두가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암흑에 사로잡힌 제7마성은 물론이고, 자신도, 스승님도, 린도, 루비아도, 유성체의 분신들조차 정지해 있었다. 천천히, 쥬스트가 걸어온다. 이쪽 바로 옆에 섰다. "방황해의 지즈. 당신에게 확인하고 싶어.──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라고, 쥬스트가 말했다. 헉, 하고 그 대사에 얼굴을 들어 버렸다. 그것은, 스승님과 지즈가 아까 주고받았던 문답과 같았기 때문이다. 떠돌이 연금술사의 표정은, 어딘가 침통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자신의 학문이 어딘가에서 결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논문을 발표해야만 하는 철학자와도 같았다. "아니. 꽃은 생물을 끌어들이는것으로 서로 영토를 빼앗기 때문에." "온통 초록빛인 대지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아니. 그건 지금 말한 결과다. 서로 영토를 빼앗고, 간신히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애초에 생명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기분 나쁘잖아." "머나먼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잘못된 방향성의 가장 큰 것이다. 지금 있는 장소에서 만족하면 됐을 텐데, 보이는 한계를 어디까지나 정복하고, 모든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생명이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잔혹한 거야. 꽃도 풀도 짐승도 사람도, 모두 똑같이 쓰레기(糞ったれ)다." "……그러니까, 우리는 구원받을 수 없어. 인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체로 지성체는 구원받을 수 없어. 우리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 말은, 자신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 확실히, 치명적이다. 거기서 벗어나 버렸다면, 아무리 노력을 거듭하더라도, 정답에는 도달할 수 없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방향성 자체가, 어떻게 해도 정답과 겹쳐지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고 해도, 문제가 틀렸다면, 정답에 닿을 수 없다. "그렇지. 우리는 잘못돼 버렸어." 빛의 윤곽에 홀릴 정도의 미모가, 암흑을 향했다.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할 것은, 빛조차 닿지 않는 암흑이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떠 있는 바다조차, 지즈로부터 침식해 가는 고유결계에 의해, 깔아 뭉개져 간다.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할 것은, 움직이는 것조차 없는 허공이다." 지즈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든 열기를 빼앗긴 우주 공간. 만약, 그런 것을 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분명 세상에서 전쟁 따위는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지즈의 말에는, 절실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예를 들면, 그것은 기도와 비슷했다. 100년이나 닫혀진 교회에서, 단 한 사람, 주님의 침묵에 계속해서 분노하고 있는 신부와 같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6 "──살아 있기 때문에." 툭 하고 중얼거려 버린 것은, 자신이었다. 의외라는 듯이 지즈가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았던 쥬스트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쓴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안하네. 쏴서." (──에) 그것은, 이쪽을 향한 말이었을까? 확인할 수도 없는 채, 쥬스트는 다시 지즈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옳아. 완벽하다. 완성된 수식처럼." "오오." 지즈의 얼굴에 희열이 퍼진다. 그 고유결계의 성질에 사로잡혔는지, 이제 제7마성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무슨 저항을 하려고 해도, 이쪽을 둘러싸고 있는 빛의 검사들이 방해한다. 이미, 상황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모든 것이 결착난다. 끝나 버린다. "하지만." 라고, 쥬스트가 덧붙였다. "잘못되었기 때문에, 나는 구원받았어." "호오?" 한 걸음. 쥬스트가, 앞으로 나아간다. "당신의 올바름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루기만 하는, 탁상공론이야. 그러니까 올바르다. 그러니까 아름답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것을 구할 수 없어." 지즈는, 몹시 시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원받고 싶어진 건가, 내 자손은." "이야기의 뒷부분을, 듣고 싶어졌던 거야." 라고, 쥬스트는 대답했다. "성배전쟁에 대해서는 많이 조사했어. 단 한 사람 동경했던 에미야 키리츠구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 아들인 에미야 시로에 대해서도 전부 조사했어. 에미야 키리츠구를 타락시키고 죽였던 것이 그라고, 나는 결론지었었어. ──하지만, 그것은 사실일지라도, 진실과는 달랐을지도 몰라." 떠돌이 연금술사가, 똑바로 방황해의 마술사를 바라보고 있다. 역시, 닮은 두 사람이었다. 지즈의 미모와 같은 완벽함은 없어도, 그 모습은 틀림없이 원천이 같은 것이었다. "진실이라고?" "아까, 저 여자가 말했어. 살아 있기 때문에, 라고." 갑자기, 이쪽의 이야기를 꺼내서 자신은 눈을 깜빡여 버렸다. "소, 제는──그──" "──진실은, 살아있는 사람 수만큼 있으니까." 옆의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쥬스트는, 한숨과 함께 끄덕였다. "그런 것도, 나는 몰랐어. 에미야 시로가 저런 인간이라는 사실은, 싫을 정도로 모아 놨었는데도, 에미야시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했다. 정의(쥬스트)라고 자칭하고 있었는데,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의 정의의 아군이 어떤 것인지, 그런 것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어. 아무리 사실로서의 정의의 아군이,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 해도, 각각의 인간이 가진 진실은 다를 텐데." 뒤에서, 픽, 하고 기색이 움직였던 것 같았다. 물론, 지즈가 놓칠 리가 없었다. 곧바로 유성체의 분신이 움직였다. 빛의 검사가 이번에야말로 에미야 시로에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빙 돌아온 드론이 맞이한다. "쥬스트──!" 지즈의 말과 함께, 쥬스트는 외쳤다. "일어나라, 에미야 시로!" 그것은, 고무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질타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현실을 알고 줄곧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그래도 여전히, 그런 체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하는, 고함 소리였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당신은, 에미야 키리츠구와 약속했잖아!" 있을 수 없다. 피투성이 에미야 시로가, 일어나 있었다. 제대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이런, 힘을 가진 속삭임(주문)이었다. "──I am the bone of my sword(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7 에미야 시로는, 듣고 있었다. 고유결계・유성체를 확립하려는 방황해의 마술사와, 쥬스트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나코 일대를 날려버리든, 신을 먹은 자를 소비하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에미야 키리츠구도, 이런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 틀림없어……』그럴지도 모른다. 새로운 행성(별)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지나치게 거창한 마술은, 그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거기에 담긴 신념은 이해할 수 있다. 시작의 충동이 결코 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판단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부를 구하고 싶지만,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방황해의 마술사가 말하는 것처럼, 이 행성(별)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대답은, 과연, 그것은 옳겠지. 흠잡을 데가 없다. 어딘가의 신부의 말투 같아서, 짜증은 나지만, 이치도 근거도 있다. (…………) 몸은 완전히 마비된 채. 기분 나쁠 정도로 쏟아진 피와, 내장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찌릿, 하고 뱃속 밑바닥에 불이 켜진다. 불티(火花)보다는 나은 정도의, 작고 작은 불. 그 불이 있는 한, 이 의식을 놓을 수 없다. 온몸의 신경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파도, 그 아픔을 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 ──『생명이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잔혹하다.』 ──『꽃도 풀도 짐승도 사람도, 모두 똑같이 쓰레기다.』 언젠가, 누군가가 비웃었던 것 같다. 온 세상의 인간이 웃고 있는 듯한, 고소를 떠올린다. 인간이란 희생이 없이는 삶을 구가할 수 없는 짐승의 이름, 이라고. 그것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손이, 움직인다. 이미 기능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안구의 망막이, 천천히 상을 맺는다. 당연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화했을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연명에 사용되어야 할 에너지를 돌렸을 뿐. 그런 상태로 무리를 하면, 아무리 마술이라도 따라올 수 없다. 예전의 전투로 인한 후유증은 아직 남아 있고, 꽤 자주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니까, 뭐냐. 그런 분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명 이 몸은, 성배전쟁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어나라, 에미야 시로!"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목소리가 닿았다. 고막에서 달팽이 신경을 거쳐 뇌로 전해지고, 그 신호를 해석한 뇌에서 보낸 전격이, 약해져 있던 심장을 두드렸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당신은, 에미야 키리츠구와 약속했잖아!" 어색하게 움직인 손이, 상반신을 일으키게 한다. 미지근한 핏속에서 끌듯이 무릎을 꿇고, 살을 으스러뜨리는 듯 몸을 일으킨다. 그야, 그렇겠지. 키리츠구(할아버지)와 약속했다고, 말했으니까. 정의(쥬스트)라는 이름을 등에 짊어져 버린 녀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주문을, 중얼거린다. 자신을 변혁시키기 위한, 단순한 암시. 처음부터, 에미야 시로의 안쪽에 준비되어 있었던 말. "──I am the bone of my sword(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마술 회로에, 열이 들어갔다. 줄곧 사용하지 않았던 화로에 불이 붙은 것처럼, 그것은 순식간에 심장에서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Steel is my body, and fire is my blood(피는 철이며 마음은 유리)." 신경과 융합된 그의 특수한 마술 회로는, 그의 내면 전부를 다시 칠해 간다. 원래라면, 에미야 시로의 마력으로는 쓸 수 없는 마술이다. 그것을 보충하고 있는 것은, 토오사카 린에게서 받은 보석이었다. 그녀와 시로의 피를 각각 주입하여, 꼬박 1년 동안, 끊임없이 마력을 불어넣은 보석. 품에서 꺼낸 보석은, 순식간에 금이 가고, 먼지가 되어 버린다. "에미야 군──!"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토오사카. 드물게, 그렇게 사람을 부르고. 보석에 관한 일이라면, 나중에 사과할 테니까. 루비아 씨 쪽의 아르바이트비로 몇 달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꼭 갚을 테니까 기다려 줘. "I have created over a thousand blades(수많은 전장을 넘어서도 불패).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8 "I have created over a thousand blades(수많은 전장을 넘어 불패)." 이상한 주문이었다. 자신에게 작용하는 자기 암시의 영창은, 성질상의 필연으로 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에미야 시로가 속삭이는 그것은, 어딘가 멀리 여행을 떠나 버린 누군가에게 바치는 듯했다. 그것과 동시에, 지즈의 분신이 일제히, 에미야 시로를 향해 달려왔다. "그레이!" "네!" 스승님의 말에 따라서, 자신이 끼어든다. 그에 맞춰서, 쥬스트가 조종하는 드론도 움직였다.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특유의 연산 능력을 이용한 것이겠지. 그 진형이 이쪽과 연동하는 것으로, 효율적으로 빛의 검사들의 루트를 봉쇄해 간다. 저쪽에서는, 린과 루비아도 그것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9 플랫의 말과 함께, 또 주문이 들렸다. "I have no regrets. This is the only path(그렇다면, 내 생애에 의미는 필요치 않으니),." 에미야 시로의 영창이 끝을 향해, 나아간다. 이론상, 10절을 넘는 주문은, 그 이상 마술의 심도를 높일 수 없어야 한다. 즉, 지금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심도가 아니라 정도(精度). 에미야 시로라는 마술의 윤곽을, 한계까지 단련하고, 연마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검을 단련하듯이. 예를 들어, 검을 연마하듯이. (가라──) 문득, 바라고 있었다. 후회 없이, 단 하나의 그 길을 가라고. "가라──!" 그리고, 에미야 시로의 주문이 완성된다. "My whole life was(이 몸은)" "“unlimited blade works(무한의 검으로 이루어져 있다)” " 불꽃이 달린다. 불타오르는 불은 벽이 되어 경계를 만들고, 세계를 일변시킨다. 세계가, 뒤집힌다. 피부가 벗겨지는 것처럼, 정착하려던 지즈라는 고유결계의 암흑을, 에미야 시로의 마술이 찢어 간다. 붙잡혀 있던 에르고가, 해방된다. 하늘이, 바다가, 암흑이, 모든 것이 에미야 시로를 중심으로 다시 그려진다. 대신 나타나는 것은, 술자의 내면. 지성의 내면. 사상의 내면. 심상풍경의 구현. 최대의 금주라고 불렸던 그 증명에, 질서여, 섭리여, 그대 또한 무릎 꿇어라. "……아아." 저주에서 해방되면서, 에르고는 한숨을 쉬었다. 황량한 세계. 생물이 없는, 검만이 잠든 묘지. 지즈의 암흑과 어딘가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세계. 무수한 검이, 그 황야에 꽂혀 있다. 마검이라고 불리는 검이 있었다. 성검으로 이름 높은 검이 있었다. 혹은 요도, 혹은 신검, 패검, 왕검 등으로 불리는, 엄청나게 많은 검들이, 그 황야에는 존재했다. (분명, 무엇이든 있을 거야……) 라고, 새로운 세계에 추락하면서, 에르고는 생각한다. 수많은 성배전쟁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자로서,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에미야 시로란 그런 이능자였다. 직시한 것만으로 검을 복제하는 이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검 따위는 없다. 에미야 시로가 보여주었던 희귀한 투영은, 모두 이 세계에서 유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생애를 검으로서 살았던 자가 손에 넣은, 단 하나의 확실한 대답── 그리하여, 그 세계의 이름을 이렇게 부른다. 고유결계・무한의 검제(언리미티드 블레이드 워크스). "맡겨두라고, 할아버지(爺さん)." 라고, 붉은 머리의 마술사는 중얼거렸다. 이미 닿을 수 없는 이상향. 달 아래, 고향의 툇마루에서 주고받았던 말을, 다시 한번만 확인하듯이. "할아버지의 꿈은──내가, 분명히 실현시켜 줄 테니까." 검의 나라의 중심에서, 에미야 시로는 그 맹세를 허공에 새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0 가장 먼저, 옆의 비틀어진 검을, 시로는 손에 들었다. 적원렵견(흐룬팅)라고 불리는 마검이었다. 노린 것을 결코 놓치지 않는, 추적의 신비가 담겨있는 그 검을 손에 들고, 시로는 유성체의 분신들을 1초 동안 바라보고──검을 땅에 내리쳐, 부숴뜨린 것이다. 물론, 마검이 이렇게 쉽게 부서질 리는 없다. 이것은 『부서진 환상(브로큰 판타즘)』이라는 현상의 아종. 원래라면, 엄청난 파멸이 대지를 뒤덮을 곳을, 이 국면에서는 적원렵견(흐룬팅)에 숨겨진 기능과 모습만이, 꽂힌 수많은 검에 부여・전파되어 갔다. 그러자 왕의 지령을 받은 것처럼, 검의 무리는 스스로 떠올랐던 것이다. 각각 아름다운 궤적을 남기고, 유성체의 분신들을 향해 돌진한다. 검과 빛의 인간형은, 수십, 수백 번이나 격돌했다. 격돌할 때마다,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진실로 전쟁이었다. 그리고, 신화였다. 새로운 행성(별)의 분신에 필적하는 마검, 이름난 성검을 능가하는 빛의 분신, 대체 어느 쪽을 칭찬해야 할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1 "에르고……" 고유결계에 따른 재배치 현상으로, 시로의 위치는 우리들과 바뀌어 있다. 시로와 지즈가 최전선. 우리들은 그 후방에서, 방금 해방된,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에르고──!" 다시 한번, 청년을 깨운다. 천천히, 청년이 눈꺼풀을 열었다. "누나……" "다행이다, 에르고……" 눈물이 글썽해진 자신에게 미소 짓고, 에르고는 곧 스승님에게 시선을 향했다. "선생님…… 앞으로, 한 수, 입니다." 라고, 도전하듯이, 스승님을 불렀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시로 씨는, 이길 수 없습니다." "……아아." 스승님의 긍정에, 자신은 맹렬하게 돌아보았다. "지즈의 고유결계에 대해, 또 다른 고유결계를 부딪히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명답으로 보이지만, 강도가 부족하다. 현재, 고유결계끼리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순히 에르고와 분리되어, 지즈의 고유결계・유성체가 퇴조했기 때문이다. 이런 균형이 유지되는 것은, 극히 짧은 시간일 뿐이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2 "그러니까." 라고, 에르고가 말했다. 애절할 정도의, 미칠 듯할 정도의, 필사적인 모습으로, 바랐다. "저에게, 다시 한번 물어 주세요." "…………" 그 말에, 스승님이 숨을 멈췄다. 그리고, 청년은 또 다른 클래스메이트를 불렀다. "플랫, 도와줄래?" "물론!" 플랫이, 이마에 손을 올리고, 경례한다. "알았다. 하자. 그레이, 방어를 부탁한다." 스승님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끄덕였다. "──달을 떠올려라, 에르고." 그 소리와 함께, 그가 눈을 감는다. 다행히, 지즈의 주의는, 지금 이쪽에서 벗어나 있는 듯했다.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겠지. 더 이상 고유결계의 출력이 떨어지면, 다시 반 펨의 제7마성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검과 분신과 드론들이 격돌하는 전장도, 겉보기에는 정체된 듯이 보일 전장도, 모두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도, 라고 자신은 생각한다. 스승님과 에르고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지, 뒤쪽의 린과 루비아가 적을 끌어들이려고 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주위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어떠한 방해도 하지 않도록, 검이 꽂힌 황야에, 신경을 팽팽하게 당긴다. "그럼 간다, 에르고 군!" 플랫이, 에르고의 몸에 깃든 마술 각인으로부터, 동조를 위한 마력을 침투시킨다. 그 감각에 몸을 떨면서,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플랫." "응, 왜?" "유산 동맹(렘넌트 오더)은, 좋은 이름이었어." "완벽하죠! 분명 셰로 군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요! 아, 쥬스트 군도 동료로 넣어줘도 괜찮을지도?" 그랬었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 이시리드가 이어받은 유산. 쥬스트가 이어받은 유산. 플랫이 이어받은 유산. 에미야 시로가 이어받은 유산. 그리고…… "……내가 이어받은 유산." "지금부터, 나는, 왕을 묻는다." 옆에서, 스승님이 불을 붙였다. "그 남자가 태어난 것은──기원전 323년, 바빌론에서의 일이다." 바빌론. 저 정복왕이 죽었던 땅. "정복왕 이스칸달의 급사로 인해, 대제국은 분열 직전이었지만, 필두 서기관 에우메네스와 천인대장 페르디카스의 노력으로, 왕비가 임신하고 있는 아이에게 맡기게 되었다. 즉, 뱃속의 아이가 남자라면, 대제국 전부를 넘겨주려고,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매끄러운 강의는, 훨씬 전부터 준비했던 것 같았다. 아니, 실제, 그랬을 것이다. 저 왕에 얽힌 논문이나 역사서를, 스승님은 샅샅이 읽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이야기 정도라면, 언제든지 외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태어난 것은 남자였다. 이 한순간만은 모든 우려가 사라지고, 신들이 다시 대제국에 미소 짓는 것처럼 생각되었겠지. 하지만, 안녕의 시간은 짧았다. 섭정이 된 페르디카스는 암살당하고, 이번에야말로 제국은 분열하여, 긴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으로 돌입해 버렸기 때문이다."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우끼리 피로 피를 씻는, 싸움의 나날. "왕의 적자는, 이 전란 초반에 있어 확실히 왕권의 상징이었다. 그를 보호하는 자야말로 정통 제국의 섭정이라고, 여러 장군이 자처했지만, 때로는 병사하고, 때로는 전쟁에서 패배하여, 안정되지 못했다. 사실상, 거의 마지막 섭정이 된 것은, 그의 할머니──정복왕 이스칸달의 어머니인 올림피아스다." "할머니……" 멍하니, 에르고가 말한다. 끄덕이고, 스승님이 이어간다. "저 여걸은 과감하게 침략을 하고, 제국 중추인 마케도니아를 되찾았지만, 맹진격도 거기서 끝났다. 농성 끝에, 결국에는 패배하고, 왕의 적자는 이미 과거만큼 왕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유폐된다. 이것이 기원전 316년의 일. 그는 아직 7세. 즉, 의식이 생긴 시간의 대부분은, 유폐 시대였던 것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것을 스승님이나 주변 사람은 말했었다. 하지만, 그의 시점에서 말해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스승님이, 묻는다.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왕이라고 불리면서, 의식이 생기고부터, 줄곧 유폐되어 있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것은." 에르고의 눈썹이, 괴로운 듯이 찌푸려졌다. 분명, 에르고는 보고 있다. 지금, 스승님이 유도하고 있는 광경을, 그는 보고 있다. "플랫, 괜찮겠나?" "맡겨 주세요, 교수님!" 곧바로 마술식이 조립되어, 에르고의 마술 회로로 침입한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사전에 들었다. 마술 해킹과 같은 요령이다. 불과 반나절 전, 플랫이 에르고에게 하려 했던, 신을 먹는 자의 술식 분석. 저번에는 부주의하게 술식 그 자체에 도전하려다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스승님이 지켜보며, 범위를 신중하게 제한하면서, 하고 있었다. 최면 암시와, 같은 방식이었다. 마술 그 자체는 보조이고, 에르고 내면에 새겨진 잔재를 부풀리는 방법. 기억이란, 반드시 뇌에만 새겨지는 것은 아니다. 이식된 내장에 기억이 깃든다는 도시 전설이 있지만, 지금 스승님과 플랫이 하고 있는 작업은 그것과 비슷했다. 즉, 마술 회로에 새겨진 기억의 파편을, 추출하려고 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3 "……돌벽이, 보입니다." 라고, 에르고는 중얼거렸다. "돌벽에, 상처가 보입니다. 매일 일어날 때마다 긁었던 상처. 수백은커녕, 수천이나 되어 버린 상처." "아마 2000개 정도 되겠지. 왕의 적자가 유폐되어 있었던 것은 6년에서 7년. 충분히 성장했을 터인 적자를 왕으로 앉혀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자, 드디어 그는, 어머니와 함께 독살당하게 되었다." "…………" 지즈의 말을, 떠올렸다. 이 행성의 생명은, 처음부터 방향성을 잘못 알고 있다고. 아름다운 것을 동경하기에, 이렇게나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거라고.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누구나 갈망하고, 누구나 열광했던, 위대한 정복왕. 그 아들에 대해서,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는데. "한 번, 일리아스를 읽었다. 아버지도 좋아했다고 들어서, 너무나 기뻤어." 청년이 웃는다. 지금보다, 훨씬 어린 미소였다. 아마, 7세 또는 8세. 유폐되어 버린 직후의 나이. "하지만, 한번에 전부 암기하니까, 모두가 무서워하며 빼앗겼어. 이후로는 책은커녕, 어떠한 문자에서도 멀어지게 되었지."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도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본인의 입에서 들리는 그것은, 마치 다른 질감을 띠고 있었다. "……아아, 그래. 드디어, 하나, 과거의 기분을 떠올렸어." 라고, 에르고는 독백한다. 청년의 표정은, 몹시 맑았다. "그때도, 나는 고민하고 있었어. 정말로, 내가 저 사람의 아들인지. 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었던, 위대한 정복왕의 아들이라는 것은, 정말인 건지." 기억 포화 이전부터, 줄곧 그는 빼앗겨 왔었다. 아버지는 없었다. 제국은 빼앗겼다. 할머니도 빼앗겼다. 마침내는 왕의 아들이라는 것마저 빼앗기고, 서적조차 빼앗겼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머니와 함께, 목숨을 빼앗겼다. (……그런 건) 신을 먹은 자의 기억 포화로부터, 처음 되찾은 본래의 기억이, 그런 것이었나. "줄곧 의심하고 있었어.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이라는 것을. 저 파라오를 이은, 새로운 파라오라는 것을. 다리오스 3세로부터 정복왕 이스칸달이 이은, 페르시아 제국의 왕중왕(샤한샤)이라는 것을."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니다. 세계사에서도 특필할 만한 대영웅인 정복왕 이스칸달이라면, 자신의 힘으로 하나하나 손에 넣은 왕관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랬다. 그렇지 않은 그를, 세계는 허락하지 않았다. 군주(로드)가 아닌 스승님을, 이제 시계탑이 허락하지 않는 것과, 어딘가 비슷한 것은 아닐까. "줄곧……무서웠고, 슬펐어." 라고, 그는 이어서 말한다. "내가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 죽이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아……) 어린 소년의 가슴을 막았던 기분은, 그런 것이었나. 사람은, 이유를 찾는 것이다. 우주의 인과의 모든 일에선, 모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4세가 자신의 중심으로 삼아 버렸던 이유는, 자책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싸울 때마다, 그 죽음만을 저는 전해 들었습니다." 에르고가, 말한다. "나는 마케도니아의 왕이니까, 파라오니까, 왕중왕(샤한샤)이니까, 그들의 죽음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돼.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책임만은 지지 않으면 안 돼. 분명, 누군가의 위에 선다는 것은 그런 거니까." 총명한 아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총명함은, 결코 본인을 구원하지 못했다. 그를 중심으로, 무수한 인간이 싸우고 있었다. 아버지와 생사를 함께했을 전우들이 서로 증오하며, 친어머니와 할머니조차 거기에 가담하여, 살육했다. 뒷골목의 음모로, 피비린내 나는 전술로, 수만 명의 죽음이 계속되었다. 그런 가운데, 그가 규탄한 것은, 자기 자신의 자질이었던 건가. "좀 더 현명했으면 좋았을까? 좀 더 용감했으면 좋았을까? 좀 더 강하거나, 좀 더 말을 잘했으면, 인정해 줬을까? 아니면, 좀 더 거만하거나, 좀 더 비겁했더라면 좋았을까? 어느 하나라도 할 수 있었다면,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목표로, 아버지처럼 다시 한번 모두를 규합할 수 있었을까?" 줄곧, 고민하고 있었나. 갇혀버린 돌 감옥 속에서, 소년은 그저 자신의 무능함을 후회하고 있었던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4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달을, 떠올려라. 에르고." 한 박자 두고, 이어서 말한다. "거울 같은 달이다. 거기에는 자네가 비치고 있어. 고대에 독살당하기 직전의, 14살이었을 때의 자네다." "네." 자신도, 달을 상상했다. 거기에는, 좀 더 어렸을 때의 에르고가 비치고 있다. 갑자기, 공기가 무게를 늘린 것처럼 느껴졌다. 에미야 시로가 조종하는 검과, 유성체들의 격돌은 변함없이, 스승님과 에르고와 플랫 세 사람의 주위만, 장엄한 성당으로 변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정당하다." 라고, 스승님은 말했다. 마술 의식의, 지도자처럼. "지금 자네의 고민은, 모두 정당하다." 왠지, 스승님도 몹시 괴로워 보였다. 에르고의 괴로움을, 스승님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을 부정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없다. 유능했다면, 혹은 비열했으면 잘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어.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돼." 하나씩, 풀어내듯이 말한다. "받아들일 수 있나." 라고, 질문했다. "자네가 아무런 실패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네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고 해도, 여전히 죽은 자를 자네 책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나." "…………" 곧바로, 에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있나, 왕이여." 다시, 스승님이 말한다. "자네의 친족의 죽음을, 자네 자신의 죽음을, 자네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나." (……그런 건)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겨우 14세──아니, 왕족으로서 지내던 시절이라면 겨우 7살이었던 아이가, 그런 것을 받아들여도 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스승님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어째서, 그런 것은 쳐내라고, 말해주지 않는 건가. "……받아 들이겠습니다." 조용히, 에르고가 끄덕인다. 스승님도 또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라고, 이어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의 고민은 정당하다. 고민이 정당하기에, 자네는 왕으로서도 정당하다." 양복에서, 스승님이 세련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온 힘을 다해, 폐에 공기를 들이마시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복왕 이스칸달, 최후이자 최신의 신하가, 여기에서 승인한다!" 상자 속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것은──) 알고 있다. 제4차 성배전쟁에서 사용되어, 스승님이 세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홍색 천. 정복왕 이스칸달의 성유물. "그대는 왕이시다. 아르게아스 왕가의 28대 왕 바실레우스이시다. 이집트 제32왕조의 3대 신왕 파라오이시다. 그리고. 저 페르시아 제국의 왕중왕(샤한샤)이시다!" 성유물을 내걸고, 스승님은 강하게 단언했다. "그리고, 자네의 이름은──" 그러니까, 역시, 그의 이름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에르고는 맹세했다. 줄곧 감고 있었던 눈꺼풀을, 뜬다. "──나는,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우웅, 하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중심으로, 마력의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던 것이다. 젊은이의 내면에서 잠들어 있던 세 기둥의 신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동시에, 젊은이의 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와, 떠올랐다. 가면이었다. "일본에서 말했었지. 가면이란, 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을 위해 있다고." 스승님이 중얼거린다. "거기에 에미야 시로가 손을 댄다, 는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자네의 변모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다가섰을 거라고." 가면의 형태는, 저절로 변형되었다. 하얗게 투명한 재질은 그대로, 길고 가는 관의 형태로. "이것은……" "유럽의 왕관은, 로마 제국 콘스탄티누스 1세에서 비롯되었지. 그리고, 그 원류는 페르시아의 천관(다이아뎀)이며, 한 설에 따르면 정복왕 이스칸달 사후, 천인대장 페르디카스가 그 천관을 가지고 돌아와, 자신이 후견하던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계승시켰다고 한다." 스승님이, 하얀 관을 손에 들었다. 상냥하고, 공손하게, 에르고의 머리에 씌었던 것이다. 그러자, 관에 맞춰서, 에르고가 입고 있던 옷까지 변화하여, 젊은이의 등에는 맹렬하면서도 우아한 진홍색 망토가 휘날렸던 것이다. "선생님, 이건──" 콜록, 하고 스승님이 조금 부끄러운 듯 헛기침했다. "망토는 내가 주는 덤이다. 약간의 허세로, 전용 예장을 준비하고 있었지." 성유물의 작은 상자를 소중히 넣으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그 속 내용물의 성유물과 망토가 같은 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에르고는 깨달았을까.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 "잘 어울려.──네게, 어울린다." "……정말로, 어울리나요?" "당연하고말고." 스승님이 단언한다. "알겠나. 누가 딴지를 걸더라도, 내가 전부 받아쳐주지. 네야말로 그 녀석의 아들에게 어울린다고. 만약, 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녀석이 있다면, 설령 그게 그 녀석 자신이라고 해도, 이 내가 날려 버려주겠어!" 쥐었던 주먹은 약하고, 저기 있는 학생이라도 쓰러뜨릴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지금 살아있는 중에서, 이 사람보다 적임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에르고도 눈물을 닦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5 "자, 다녀와라." "네!" 몸을 돌린다.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에르고가 검의 황야를, 똑바로 지즈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쳤다아……" 플랫이, 털썩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신경을 깎아내리는 작업이었겠지. 자신은 그것을 보면서, 물었다. "스승님. 저건……" "원래, 에르고가 세 위의 신을 먹는 인간으로 선택된 것은, 위대한 정복왕의 직계로 태어났으면서 두드러진 개성을 갖지 못한, 공백이기 때문이었지." 그 이야기는, 이전에도 들었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하지만, 그 신을 통달(統御)한다고 한다면, 필요한 것은 반대이다." "공백의, 반대……?" "기억과 인격. 신과 대치할 때에, 언제나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강한 의지겠지." 이치는, 알겠다. 마술을 행사하는 것도, 결국은 본인의 인격이 전제이다. 강한 의지가 있는 곳에야말로, 신비는 태어난다. 그리고 의지를 낳는 것은, 기억과 인격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연히, 기억 포화는 더욱 진행된다. 이미 가득 차 있는 컵에, 더욱 물을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에르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기억 포화가 해결될 때까지, 이런 기억 유도는 하지 않았어…… 지금, 이 순간까지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시선을 들어올린다. 벌써, 진홍색 망토가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러니까, 부탁한다. 녀석을 원호해 줘." "네!" 뛰쳐나간다. 스승님이 바라보고 있는, 에르고의 등을 쫓아, 달렸다. (중략) 달리면서, 에르고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몹시, 시원한 기분이었다. 돌아온 기억은 극히 일부.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자신의 핵심이 될 기억이었다.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인격의, 초석이 되는 것이었다. 대가(代價)는, 있다. 관을 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그 해적섬에서 겨우 한 달 정도의 모험의 기억으로, 에르고의 내면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14세까지의 기억을 일부라도 부활시키면, 그냥은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아버지) 이 순간만 힘을 빌려주세요.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목표로 했던 그 등을, 보여주세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6 유성체의 분신이, 돌격해 온다. 현재, 향해진 수를 모두 소비한 것이겠지. 총 30여 체나 되는 빛의 검사들이었다. 충돌을 각오하고, 에르고가 내면의 마력을 다지려 했을 때, 강풍이 울렸다. 드론들의 총격과 함께, 공중에서 잇달아 검의 무리가 낙하해 온 것이다. 추락에는, 폭발이 따랐다. 유성체의 분신들이 곧바로 부서지고, 에르고 앞에 일직선인 길을 만들어 낸다. "쥬스트 씨. 시로 씨──!" 떠돌이 연금술사와 함께, 고유결계를 만들어 낸 마술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라고,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대답 대신, 발에 힘을 주었다. 폭발에서 살아남은 유성체의 분신이, 여전히 저지하려 한다. 에르고의 진홍색 망토가 펄럭이며, 그 옆에서 여섯 개의 환수를 만들어 냈다. 자기 자신의 팔도 사용하여, 뒤에서 날아온 일곱 개의 검을, 모두 받아낸다. 마치, 아수라와 같이. 이어지는 동작은, 반쯤 무의식적이었다. 본보기가 될 데이터는,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얻은 것이다. 시로가 날려준 검 중에는, 마치 처음부터 준비한것처럼, 키프로스의 검이 존재했다. 마케도니아를 넘어 세계를 정복했던 저 왕의 검이었다. 그렇다면 충분하다. 모자란 부분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디딘 발에서, 전격이 달린다. 순식간에, 그것은 청년의 전신을 감쌌다. 파지직하고 터지는 지상의 번개에, 에르고는 겨우 납득했다. (……아아, 이것은) 신의 권능이 아니다. 본래의, 알렉산드로스 4세의 능력과 다르지 않다.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그 자신의 이능이야말로, 엘멜로이 2세는 이끌어 냈던 것이다. 번개를 조종하며, 이쪽을 방해하려 하는 분신들에게 시선을 고정하자,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진명이 새어 나온다.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 대기가, 타 버렸다. 격렬한 불탄 흔적만이, 황야에 남았다. 전자기력, 즉 로렌츠 력에 의한 본인의 사출. 현대 과학에서는 레일건이라고 불리는 이치와, 키프로스의 검을 요체로 하는 일곱 개의 칼날의 참격의 유린 주법으로, 청년은 유성체의 분신들을 문자 그대로 짓이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7 이미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 (롱고미니아드)〉는 사용해 버렸다. 그만한 간격을 두지 않으면, 해방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생각했던 때였다. 검의 황야의 앞에, 어떤 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몹시 아름다운, 황금으로 빛나는 검이었다. 순간, 자신은 가속하고 있었다. "빌리겠습니다!" 검에 손을 댔을 때, 에미야 시로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표정도 단 1초뿐이고, 몹시 다정하게 그는 미소지었다. 사투 중이라고 하는 것을 잊을 정도의, 기뻐하는 듯한, 그리고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 "아아, 원하는 만큼 가져가." 말과 함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8 사용자(担い手)로 인정 받은 듯이, 부드럽게 검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즈는 보았다.  달려오는 신을 먹은 자와, 무수한 검.  하지만, 마치 군세와 같이 검을 끌고 있는 그 모습에, 그의 시선은 사로잡혔다.그 모습은, 예전에 그를 사로잡았던, 위대한 왕과 같아 보여서── "어이쿠, 방심하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데. 나의 오랜 친구." 이쪽을 올려다보며, 하얀 실크햇의 남자가 선언했다. "내 제7마성,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반 펨──!" 옛 친구의 도발에, 지즈는 증오스럽게 눈을 부릅떴다. 앞서의 이능의 대가를, 에르고는 맛보고 있었다. 온몸의 나사가, 빠져 버린 것 같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소모는 격렬하다. 아니, 소모 같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결락이다. 지금, 에르고는 한 걸음마다, 무언가를 잃고 있다. 검의 황야를 밟을 때마다, 자신의 안쪽의 결정적인 무언가를, 부수고 있다. 온몸이 유리로 바뀌어서, 땅을 밟을 때마다, 어딘가가 깨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두 번은 없다. 일격으로, 모든 것을 결착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앞서 사용한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조차, 지즈를 끝장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에르고──!" "누나." 그녀가 가진 검을 한눈에 보고, 젊은이는 끄덕인다. 그렇다면, 괜찮겠지. 이 사건의, 마지막 내기를 이것으로 하겠다고, 결의했다. * 자신과 에르고의 발걸음은 겹쳤다.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의 끝까지, 앞으로 몇 걸음. 그 앞에는, 지즈의 고유결계・유성체의 암흑이 펼쳐져 있다. (어떻게, 넘어야──?) 그렇게 생각했을 때, 눈앞에서 거대한 질량이 움직였다. 고유결계의 특성에 의해 정지되어 있었던 제7마성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던 것이다. 엄청난 충격이 세계를 휩쓸고, 지즈의 고유결계의 암흑마저도 물러나 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9 "거기──!" 에르고와 둘이서, 그 간극으로 뛰어들었다. 제7마성의 거대한 팔꿈치에 착지. 그대로 주먹의 너머, 골렘의 일격을 피한 지즈를 향해, 달린다. 옆에서, 에르고가 속삭였다. "신핵 장전・오케아노스." ─장전/신이라는 이름의 탄환. * 제7마성의 팔꿈치에서 주먹까지는, 겨우 20미터 정도.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단 세 걸음의 간격. 심장이 고동친다. 한 걸음으로, 각오를 다진다. 이어서 에르고의 말은, 이랬다. "신격 전개・기신 오케아노스." * ──전개/주변 부위 포신의 치환. * 바로 옆에서, 신의 권능이 에르고에게 깃드는 것을 느꼈다. 그 마력은 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나의 몸도 순환했다. 웅장하고, 엄숙한 마력이었다. 다정하게 느껴졌던 것은, 신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에르고의 그것이었던 듯하다. 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쪽을 배려하고 있는 그의 마음을 느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년은 중얼거린다. "신각전요(神殼纏繞)・크리로노미아." ──전요/내 손은 신을 건조한다──! 우리들의 시선 앞. 제7마성의 팔 끝에, 지즈가 부유하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방황해의 마술사는 아름다웠다. 그것이 고유결계를 성립시키기 위한 수식과 같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는 무엇 하나 손상되지 않았다. 에르고가, 외쳤다. "지즈──!" "에르고──!" 지즈의 몸에서 빛이 방출된다. 더 이상 분신으로 성립시킬 여유조차 없었는지, 광탄을 직접 사출해 온다. 기관총에 필적하는, 강대한 마력의 난타. 반 보만 앞으로 나선 에르고가 키프로스의 검을 들어 올리자 번개가 달리고, 여섯 개의 환수와 함께, 광탄을 튕겨냈다. 앞으로, 한 걸음. 자신과, 에르고가 나란히 선다. 옆으로 내민 검의 자루를, 자신과 에르고는 두 명이서 잡는다. "너는, 너희들은──" 그 검을 앞에 두고, 지즈는 빙글하고 손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고유결계의 암흑이 덮쳤다. 제7마성조차 정체시키는, 새로운 행성의 질서(룰). 하지만, 검에서 방출된 황금빛이, 아주 잠깐만 그 암흑을 물리친다. "오케아노스의 권능인가──!" 자세한 것은, 자신에게는 알 수 없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에르고의 기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케아노스의 근원이 우주선이며, 항성간도 항행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우주 공간의 허무를 재현한 지즈의 암흑에 내성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신대의 마술조차 능가하는 것이, 별의 바다 어딘가에 존재했던 것이다. 크리로노미아, 라고 에르고가 중얼거렸던 권능은, 그리스어로 유산이라는 의미였다. 이 자리의 결착에, 너무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0 "에르고!" 말하고 나서, 검을 휘둘러 올린다. "선정의 검이여, 힘을!" 자신은, 외치고 있었다. 이 몸이, 알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영웅의 이야기. 브리튼 섬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왕의 전설. 어떤 바위에 박힌 채로, 그 검을 뽑은 자야말로 왕이 될 것이라 불린──저 아서 왕 전설에서, 시작이 되는 보구.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 진명의 해방과 함께, 그저 전력으로, 에르고와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 사이에서 격렬히 솟아오르는 마력이,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변환되었다. 고유결계의 암흑이나, 지즈가 두른 유성체의 빛은 물론이고, 보구 자신의 칼날조차, 황금빛은 모든 것을 분해해 간다. 막으려고 했던 지즈의 오른손도 또한, 황금빛에 먹혀 들어간다. 오른쪽 반신까지 침식당하면서, 지즈가 말했다. "그런 건가……너는……왕의 검에……" 원래, 그 검은 결코 병기로서 단련된 병기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정의 검. 왕을 선택하기 위한 보구. 그렇기 때문에, 소유자가 왕으로서 올바를 때, 그 위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에르고처럼. "크……악……!" 모든 방어를, 지즈가 긁어모은다. 이쪽의 마력도 바닥나 있는 것은, 그에게도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기적에 기적을 거듭한 비정상적인 사태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1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도, 에르고 자신의 각성에 의한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도, 오케아노스의 권능도,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도, 모든 패를 다 써 버렸다. 체력도, 정신력도, 마력도, 뒤에는 무엇 하나 남지 않는다. "……여기, 만……" 여기서만 억누를 수 있으면, 끝난다. 이길 수 있다. 역시 지즈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겜블러에게는 달콤한 독과 같은, 너무나 치명적인 사고방식이 아니었을까. 그 순간, 에르고는 환수로, 최후의 비장의 카드(조커)를 뽑아들었던 것이다. 패의 이름은, 톰슨 컨텐더. 예전에 마술사 킬러──에미야 키리츠구가 애용했던 권총. 아니, 권총이라고 하기에는 자못 흉악한 크기와 형태. 도약 직전 드론으로부터 건네받은 그것은, 에르고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가져야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쏘아야 할 때가 있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언젠가, 누구에게든 찾아온다. "에르고──!" "안녕히, 지즈." 총성은, 어딘가 슬픈 듯했다. 지즈가 전력으로 만든 방어 술식에, 기원탄이 닿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저 탄환은・30-06 스프링필드 탄이라는 규격이었다고 한다. 그 마탄에 마술로 간섭해 버렸기 때문에, 예전 에미야 키리츠구의 『기원』에 의한 영향이, 술자의 마술 회로까지 피드백된다. 신대의 마술사의 마술 회로를, 종횡무진으로 절단하는, 절망의 단락회로短絡回路(쇼트 서킷). 강대한 마력을 모으면 모을수록, 악의의 탄환은 단락(쇼트)된 마술 회로를 무참히 폭주시켜, 절대적인 죽음을 가져온다. 그래도 여전히, 지즈는 자신의 내면의 마술 회로를 절단하고, 남은 회로로 새로운 방어 술식을 짜올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황금의 빛이, 모든 것을 삼킨다.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유독 고귀하게 빛났던 황금빛은, 이윽고 천천히 사라져 갔다. "……꿈은 꿈인가." 툭 하고, 지즈가 중얼거렸다. 그 오른쪽 반신은, 증발되어 있었다. 이전에 저격당했을 때에는, 모든 술식을 정지시켜 자신의 사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기원탄의 영향에서 벗어났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 마술 회로가 끊긴 직후에,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에 의해 고유결계와 함께 절단된 결과, 몸의 절반을 가져가 버린 듯했다. 그래도,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2 "가고 싶었는데, 하늘의 끝." 어딘가 어리게까지 들리는, 동경이 스며든 목소리였다. "지즈 씨……" 라고, 에르고가 부른다. "당신은, 이스칸달(아버지)와 만난 적이 있나요?" "응, 후, 후. 겨우 몇 번, 이야기했던 정도다." 라고, 지즈는 웃었다. "저게 안 되면, 이제 끝내도 괜찮겠다고, 그 정도로는 생각했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저 녀석의 아들이, 어째서 찬성하지 않는지 불가사의할 정도였다네." "당신이, 옳을지도 몰라." 시선을 떨어뜨린 채로, 에르고가 말한다. "하지만, 살아 있기 때문에, 틀린 겁니다." "그러니까, 지나치라는 건가? 이 행성(별)의 생명이 줄곧 저질러 온 잘못에 고개를 돌리라고? 그건 너무나도 편리한 이야기겠지." "아니요." 다시, 에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말한 것은, 당신의 문제입니다. 살아서, 살아서, 살아남은 후에, 우리들의 발자취는 겨우 답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죽었으니까?" "아니요." 또, 에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이, 마음을 고정했기 때문입니다." "…………" "살아 있다는 것은, 아마, 변하는 것입니다. 몇백 번이나 몇천 번이나 변해서, 끝내 쓰러졌을 때의 좌표가, 그 생명의 답이니까요." 확실하게 에르고가 대답하는 말에, 자신은 놀라 버렸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이 청년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저 해적섬에서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아이들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을 터인 청년은, 어느샌가 완전히 다른 누군가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도, 납득해 버리는 자신도 있었다. 변하고, 변하고, 변해서. 언젠가 쓰러진다고 해도, 계속 변화하는 것을, 그는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특별한 심상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2000년 이상 변하지 않게 되어 버린 당신은, 더 이상 정답을 물을 자격을 잃은 겁니다." 지즈가, 멈췄다. 희미하게 크게 뜬 왼쪽 눈이, 옆으로 흘러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3 "에르고, 그레이." 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가죽 구두가, 갑판을 밟는 발소리가 난다. "……엘멜로이 2세." 지즈의 표정──절반만이, 증오스럽게 물들었다.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당신만은 마술 협회의 군주(로드)로서 물어야 하겠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지즈가 말한다. "기껏해야 한 나라와 제자를 구하기 위해, 지금, 당신은 행성(별)의 미래를 닫았다." "그렇지." "아틀라스 원의 최종 연산기도 부쉈지. 현행 인류가 구원받을 길도, 당신은 붕괴시켰어." "그 말대로다." 스승님이 인정한다.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긍정이었을까. "기껏해야, 조금밖에 해석의 재능을 받지 못했던 마술사가, 한 나라보다 귀중한 마술 세계의 보물을 여러 개 파괴하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스승님은 똑바로 시선을 돌려주었다. "아름다운 것을 나는 부수고 있다. 이제 현대에서는 두 번 다시 만들어낼 수 없는, 신역의 천재들의 예술을, 변명할 수도 없이 부수고 있다. 이 손은 볼품없고, 미숙하고, 부수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고발도 참회도, 듣고만 있어도, 영혼이 찢어질 듯했다. 방황해의 마술사도 시계탑의 군주(로드)도, 이 시대에서 가장 마술의 가치를 아는 자이기에, 그 주고받음은 너무나 무거운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즈가, 일어섰다. 왼쪽 반신밖에 없는 상태로, 극히 부자연스럽게 자세의 균형을 잡는다. 아름다운 손가락을 들어올린다. "저주받아라, 로드 엘멜로이 2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4 "어이쿠. 그거야말로 어불성설이잖나, 망할 아버지." 라고, 목소리가 들렸다. 지즈의 등에서 가슴을 꿰뚫고, 한 팔이 솟아나왔다. 구릿빛 피부의 팔이었다. 자신의 가슴에서 솟아난 것 같은 손을 내려다보며, 지즈가 중얼거렸다. "뤄롱……!" "계약대로다. 망할 아버지." 라고, 지즈의 사라진 오른쪽 반신에서, 뤄롱이 속삭였다. "……무슨 일이지?" "무상으로 신과 계약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스승님의 질문에, 뤄롱이 대답한다. "실패하면 목숨을 받는다. 그런 계약이었지. ……라고는 해도, 노골적으로 치사한 계약이지만." 구릿빛 피부의 청년이, 혀를 찼다. "망할 아버지에게는, 그편이 좋았던 것이겠지." "그렇다." 라고, 지즈가 인정했다. 역시 치명상이었는지, 이번에야말로,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고통이 섞여 있었다. "원래, 내 인간으로서의 몸은 죽어 있다. 고유결계로서의 나는, 술식이 완성되지 않으면, 언젠가 변질된다. 그런 모습 따위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여기서 너에게 끝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5 이상하게도, 상쾌하게 지즈는 웃었다.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두 번 다시 변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버렸던 것. "네가 하는 말 따위는, 알고 있었다고." 에르고를 바라보며, 지즈가 말했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아, 조금뿐이지만 2300년은 길었던 건가." 천천히, 뤄롱의 손이 빠져나간다. 검게 뻥 뚫린 가슴의 구멍을 어루만지며, 지즈가 말한다. "하지만 뤄롱. 너……설마……" "이식 수술을 한 점에서." (이식……?)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이쪽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지즈는 팟하고 눈을 크게 떴던 것이다. "그것은 나쁘지 않네! 나의 신이자 나의 바보 제자는 드디어 여기에서 스승을 넘어선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6 그리고, 에르고와 스승님을 쳐다봤다. "무시키만이 편하게 있는 것은 배가 아프니까, 말해두지. 그녀의 본체는, 아직 히말라야에 있을 것이다. 너희들이 아직 기억 포화를 멈추고 싶다고 한다면, 거기서 한 가지 신을 더 묻게 될 것이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새겨져 있던 신이군요." 에르고가 먹은 신과는 별개의, 두 기둥의 신. 한쪽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비장되어 있었던──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조정하기 위한 신, 오시리스였다. 그리고, 마지막, 말하자면 다섯 번째 신만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 여행에서, 분명 최후의 신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7 "나에게서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다." 스승님이 말했다. "제가 이번 내기를 몰수 시합으로 만든 것으로, 당신이 이런 힘을 쓰는 여지가 생겼다고 한다면…… 애초에 내기를 하지 않아도, 당신은 똑같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경우, 방해하는 녀석은 훨씬 많았을 테니까, 지금보다 나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즈가 절반만 남은 입술 끝을 비튼다. "게다가, 할 수 있겠나, 그런 거. 제대로 된 내기도 안 한 채로 처음부터 지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잖아. 꼴사납잖아." "동감입니다." 스승님이, 깊게 끄덕였다. 키득, 하고 지즈가 웃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8 "이봐, 펨. 마지막 정도는 서비스해 줘야지." 그렇게 말하자, 스윽하고 하얀 그림자가 일어섰다. 하얀 실크햇을 쓴, 반 펨이었다. 등 뒤에는 쿠폴라도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라고, 손가락을 튕기자, 즉시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을 둘러싸고 있던 폭풍이 풀렸다. 세계는, 밤이 되어 있었다. 아까까지의 사투는 거짓말처럼, 고요한 창공이었다. "아름다운 밤이군." 라고, 지즈가 말했다.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새하얀 달이 보였다. "밉구만, 저 녀석." 달을 향해 중얼거리고, 노래하듯이 지즈는 이었다. "──아아, 시간이여, 움직여라!" 희곡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현혹되어, 인생 최고의 순간에 말한다. [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고. 지금, 지즈는 말한다. "이제, 추해져도 좋아." 지즈의 얼굴에, 스윽하고 선이 생겼다. 그것은 순식간에 엄청난 주름이 되어, 청춘의 기색이 감돌던 그의 미모를 100세 노인으로 만들어 버리고, 노인은 그대로 낙엽이 부서지듯이, 산산조각 검은 먼지로 변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를, 멈출 방법 따위는 없었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파도 사이에 검은 먼지는 쓸려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9 단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역시 너무 길었어, 지즈." 라고, 그는 속삭였다. 뱃머리 쪽으로 걸어가던 반 펨이, 실크햇을 벗었던 것이다. 먼지가 흘러간 방향으로 그 실크햇을 향하자, 여러 마리의 흰 비둘기가 허공에 생겨났다. 새의 눈동자조차 모르는 듯(鳥目など知らぬげ) 날갯짓을 했던 흰 비둘기들은, 그 날개를 흩날리며, 달을 향해 날아갔다. "아름다운 것은, 세계 어디에나 있을 텐데." 마치 진혼가처럼, 선연(카사)의 주최자는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0 "잘 가, 에르고." 이어서, 뤄롱이 땅을 찼다. 그 등에, 환익이 펼쳐지고, 유유히 용을 먹은 자는 하늘에 떠올랐다. "기다려, 뤄롱!" "장소는 그 망할 아버지가 말했겠지. 어차피 그렇게 할 거라면 마지막 무대에 맞추는 것이 좋겠지. 또 만나자, 알렉산드로스 4세." 그리운 듯한 눈빛으로 말하고, 뤄롱은 날아가 버렸다. 뒤에 남겨진 우리들은,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무엇을 말해야 좋을지도 알 수 없어, 그저 엄청난 피로감이 몸을 좀먹고 있었다. 허락된다면, 이 자리에 쓰러져, 계속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까지 생각했다. 분명,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1 밤이 되어, 공항에는 부드러운 불빛이 퍼져 있었다. 모나코에서, 차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 니스의, 코트다쥐르 공항이었다. 한여름의 한창 때이지만, 공항 내부에는 에어컨이 잘 작동하고 있어, 차가운 공기가 사람들의 발밑을 감싸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흥분과 피로가 뒤섞인 얼굴로 여행 가방을 끌거나, 면세점의 시계나 화장품에 눈을 빛내거나 하면서, 제각각 시간을 즐기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항은 조금 낯설다. 아마, 그곳이 만남과 이별의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의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태양과 달이 조우하는 것 같은 무대. 그 로비에서, 자신과 스승님은, 어떤 인물과 해후했다. "설마, 당신이 배웅하러 와 주실 줄이야." 라고, 어딘가 죄송스러운 듯, 스승님이 말한다. 무리도 아니다. 사람의 왕래가 많은 로비에 있어도, 그 그림자는 역시 특별했다. 아니, 전승에서 본다면, 그림자가 있다는 것조차 놀라웠을지도 모른다. "반 펨 공." "그렇게 딱딱하게 말할 것 없지." 라고, 하얀 실크햇에 지팡이를 짚은 상급 사도는 미소지었다. "모처럼 선연(카사)에 참가해 주셨는데, 승자도 결정하지 못한 채 몰수 경기가 된 것은 이쪽의 불찰이다. 배웅 정도는 하게 해 주게." "……그것은 감사하지만." 라고, 스승님이 헛기침한다. 드물게, 몸을 움츠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마 반 펨이라는 사도는, 마술도 입장도 상관없이, 스승님이 경애하는 유형의 상대일 것이다. 선연(카사)을 통해 자신이 알았던 인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겜블에 참가하는 당사자로서 상대했던 스승님에게는, 좀 더 엿보이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펨의 선연(카사)는, 훌륭했습니다." "무엇이 말인가? 엉뚱하게 옛 친구에게 이용당하고, 자랑하는 선연(카사)를 의식에 사용당했던 것이 말인가?" "아니요. 그것에 대해, 너무나도 편리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물들이 모였다는 것입니다." "호오?" 그것은,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지즈의 계획은, 지금까지의 모험에서도 유독 교묘한 것이었다. 여러 요소를 복잡하게 얽어매면서도, 실패했을 때의 여유도 겸비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희생을 치르면서도 그것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리들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신대의 결계 마술을 유일하게 깰 수 있는, 에미야 시로의 존재. "그거……혹시." "확률의 편향." 라고, 스승님은 단정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2 "당신이 만들어낸 선연(카사)의 장소는 확실히 이용되었지만, 동시에 이것 이상 없을 정도로 방어 능력도 발휘했죠. 그것은, 살아있는 자에 대한 축복 때문이겠지. 왜냐하면 신명 재판(오딜)이란, 단순히 신의 뜻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신에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의식이기도 하니까요." (……신에게, 자신을) 몹시, 속이 시원한 해석이었다. 겜블의 시간을 통해, 나타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본심이다.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겜블러가 궁지에 몰린 상황과 행동에는, 그 인격이 비쳐 버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3 "그리고, 확률의 편향이란, 우리들이 언젠가 맞이할 최종적인 죽음에 대한 반역입니다." 스승님의 말에 아연실색하고 있자, 반 펨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우주의 이야기군." "열적사." 라고, 스승님은 대답했다. "우주도 은하도, 모든 것은 언젠가 최종적인 죽음으로 향한다. 도박조차 대수의 법칙에는 거스를 수 없다.……거스를 수 있는 것은, 확률의 편향뿐입니다." 원래, 마술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현대 마술의 영역에는 걸리는 이야기였다. 열적사. 열역학 제2법칙.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행성(별)이든 생물이든 언젠가 에너지의 균형에 휘말려,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정체한 영원을 맞이한다는 이야기. 어쩌면, 지즈가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는 등 웅대하기 짝이 없는 마술을 만들어낸 것은, 애초에 반 펨의 기획과 닮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후후, 너무 과장되었어. 그리고 과대평가했어, 군주(로드). 이건 단순한 취미일 뿐이야." 미소짓고, 반 펨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취미이기 때문에, 누구도 방해하지 않지. 그런 거 아니겠나?" "그렇겠죠." 끄덕이며, 스승님이 덧붙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4 "지난번 에미야 시로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그거 덕분인가요?" "증명할 수 없는 속임수는, 속임수가 아니니까." 반 펨이, 가슴 앞에서 손을 움직이자, 부채처럼 다섯 장의 플레잉카드가 펼쳐졌다. 제각각 다른 슈트와 숫자였던 그 다섯 장이, 한 번 닫았다가 펼치자, 전부 스페이드 에이스로 바뀌었다. "와." 라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기초적이면서도, 매우 선명한 카드 마술. 다시 한번 닫고, 펼치자, 이번에는 스승님이나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오리지널 카드로 바뀌어 있었다. "이것은 선물로 받아 주었으면 하네." 라고, 장난기 가득하게 내민 카드를, 우리들은 각자 받았다. "그럼 안녕히 계시게. 시계탑의 군주(로드)와, 그 내제자. 당신들이 나아가는 길에, 부디 눈부시게 빛나는 별과 같은 행운이 있기를." 그것을 끝으로, 반 펨은 발길을 돌려 떠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5 그리고, 물었다. "히말라야에서는, 어떻게 할 건가요?" "히말라야 산맥이라고 해도 넓으니까. 에르고나 이스칸달과 인연 있는 장소라고 생각하면, 후보를 좁힐 수도 있겠지만……" 스승님이 눈을 가늘게 뜬다. 여행보다도, 이름을 올렸던 두 사람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기억을, 드디어 일부나마 되찾았던 에르고. 스승님이 건네준 진홍색 망토가 그렇게나 잘 어울리고, 번개를 두른 모습은 당당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라져 버릴 듯한 예감을 내비치는 것도 진실이었다. (……스승님은) 사건 후, 스승님은 에르고의 변화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러저러하게 말하고 싶어지는 것을 참고 있겠지, 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도, 분명. 작게, 깊게, 스승님이 한숨을 쉰다. "어쨌든, 전문가의 안내는 필요하겠지. 일단, 아는 사람은 있어. 이 시기라면 근처에 있을거다." 라고, 얼굴을 찡그렸다. 스승님이 이런 얼굴을 하는 상대는, 몇 사람 있다. 예를 들어 라이네스 같은 사람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라이네스와 산맥은 연결될 것 같지 않다. "누구인가요?" "자네와는 초대면의 상대다." 스케줄을 확인하는지, 수첩을 펼쳤던 곳에서, 스승님이 돌아보았다. "누나! 선생님!" "저기서, 반 펨과 만났어요, 선생님." 공항 입구에서, 에르고와 린이 다가왔던 것이다. "……에르고." "무슨 일 있으세요? 선생님." 에르고가 묻자, 스승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드디어 마지막 땅이군." "……네." 에르고와 함께, 자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한여름의 모험. 그 최후의 토지. 최후의 사건. "그럼, 가도록 할까." 스승님이 발길을 돌림과 동시에, 내려진 수첩의 페이지가, 살짝 보였다. 거기에는 실로 장난스러운 가명이──아무리 봐도 가명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문자열이, 쓰여 있었다.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 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6 “그 해적섬에서, 에르고로서 눈을 뜬 후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라는 것이 되겠지.” 에르고의, 본래 기억. 하지만, 스승이 그 이름을 꺼낸 것으로, 번뜩하고 두 눈에 빛이 깃들었다. “꽤나 재미있는 이름이 나왔네.” 하고, 페페론치노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앗, 하고 소리가 나올 뻔했으므로, 허둥지둥 삼켰다. 하지만, 이제 와서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覆水盆に返らず),라는 것은 중국의 속담이었던가. “상관없다. 페페론치노 씨는 이런 점에서 신뢰할 수 있어. 어차피, 당분간 함께 행동할 텐데, 에르고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어.” “기쁜 말이네. 그런 대사로 꼬셔 온…… 것은 아니겠지, 당신의 경우는.” “필사적일 뿐이다.” “그렇겠지. 일부러, 그 아이──에르고를 보내고 나서, 지금 이름을 꺼낸 건 시계탑다운 잔기술이지만, 말한 쪽은 얄팍하지 않네.” 하고, 페페론치노가 납득한 듯 끄덕였다. 에르고가 없어진 의자에 앉아, 가슴 앞에서 아름답게 손가락을 교차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위를 자세히 듣게 해 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7 대충 식사가 끝나고 나서, 페페론치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아까 얘기의 이어서 해야지.” 느슨해졌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긴장되었다. 가득했던 향기도,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갑자기 테라스에 찾아온 정적은, 약속된 시간이었다. 입가를 냅킨으로 누른 후, 스승이 묻는다. “이쪽 정보는 대강 말한 대로지만, 소감은 있나?” “소감은커녕! 전부 다 너무 엄청나잖아. 아무리 시계탑의 군주(로드)라고 해도, 이렇게 엉망진창인 사건에 관여하고 있는 인간이 또 있어?” “애초에, 군주(로드)의 지위 자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그만큼의 주름살을 받고 있는 것이겠지.” “자학으로서는, 그다지 능숙하지 않네. 엘멜로이 교실의 평판은 시계탑에 속해 있지 않은 나도, 종종 들을 정도인데.” “평판이 있는 건 교실이지, 내가 아닐세. 이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수업도 샤르댕 옹이나 다른 강사에게 맡겨만 두었지.” “하지만 선생님, 거의 매일 메일을 확인하고, 몇 번이나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있잖아요. 이베트와 로란드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던데요.” 옆에서 린에게 지적받고, 스승이 끙끙거린다. 그런 두 사람에게, “좋은 사제 관계라서 다행이네.” 하고, 페페론치노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러네. 지금 이야기에서, 가장 놀라게 된 건 역시 알렉산드로스 4세야. 단순히 이스칸달의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만약(if)을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이름이지.” 페페론치노가, 작게 한숨을 쉰다. 정말로, 그 말대로다. 이스칸달의 활약 시기부터 존재해 온 상급 사도 반 펨이 주최하던 뱀의 선연(카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충격이 옅어져 있었지만, 마술 세계에서조차 분명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페페론치노의 태도는, 그러한──어딘가에서 우리들이 마비되어 버렸던 사건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세 위의 신을 먹이고, 세 명의 마술사가 제각기 야망을 품고 있었다고? 혹시 몰라서 다시 한번 묻지만, 진심으로 말하는 거지? 누군가에게 기억을 덧씌우기 당한 건 아니지?” “……아아, 사실이다.” 하고, 스승도 인정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8 (……세 명의 마술사) 그중, 두 명의 음모에, 우리들은 직면하게 되었다. 한 명은, 아틀라스의 육원(六源). 그 쿨드리스 가문의 연금술사는, 에르고에게 이집트의 사구전신 세트(セト)를 먹임으로써, 모든 미래의 파멸을 회피하는 최종 연산기로 만들려고 했다. 한 명은, 방황해의 마술사. 신대의 마술마저 행사하는 ‘보존(게논)’의 문의 지즈는, 에르고에게 바다 신 오케아노스(Οκεανός)를 먹임으로써, 또 하나의 별을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히말라야에 잠복하고 있는, 산령법정 십관(十官) 번외의 무시키, 말이지.” 하고, 페페론치노는 속삭였다. 무시키가 에르고에게 먹인 신에 대해서는, 이미 판명되어 있다. 손행자. 혹은 손오공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중국의 신이다. 하지만, 그것에 의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는, 불명인 채였다. (……아니) 일단, 말은 했었다. 이전 싱가포르 해역에서 싸웠을 때, 무시키는 이런 식으로 고했다. ──『먹고 싶은 거다』 ──『신을 에르고가 먹는다. 그 에르고를 소첩(나)이 먹는다. 꽤나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나. 백년짜리 미주 정도가 아니야. 몇천 년이나 시간을 들여서, 양조한 신비의 결정 그자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진심일까. 농담처럼밖에 생각되지 않는 발언도, 여기까지 오니, 다른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렇게 기묘하게 생각되었던 지즈의 말도, 되돌아보면, 농담 섞인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뿐 거짓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얼음처럼 차가운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뭔가, 무시키의 정보는 없는 거야?” “아쉽게도. 있었다면, 안내인을 부탁하려고 하지는 않았겠지.” “그렇구나.” 손톱 다듬은 손톱이, 두세 번, 테이블 표면을 두드린다. “그 단서만으로,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 “자네는 예외, 라는 의미로 괜찮을까.” “대단한 칭찬이네!” 입술을 손으로 가리고, 어딘가 득의양양하게 페페론치노는 웃어 보였다. 그 웃음소리를 멈추고 나서, 그는 다시 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9 테이블의 접시를 몇 개 치우고, 페페론치노가 품에서 꺼낸 소형 지도를 펼쳤다. 이 부근부터 히말라야 산맥을 중심으로, 기재된 지도 같았다. “갠지스강은 설명할 필요 없겠지.” 지도상의 푸른 줄을 가리키며, 페페론치노가 말했다. 바라나시를 관통하는, 카페 바로 옆을 흐르고 있는 강이었다. “옛날, 정복왕 이스칸달은 인도의 두 강 중, 인더스강은 넘었지만, 갠지스강을 넘을 수는 없었어.” 그렇게 들으니, 몸이 긴장되었다. 그 정복왕이 넘지 못했던 강. 천천히, 페페론치노의 검지가, 지도상의 갠지스강을 북상해 간다. “이 갠지스강을 쭉 거슬러 올라가면, 강고트리 빙하(Gangotri Glacier)에 도달해.” “빙하, 말인가요.” 하고, 자신은 되풀이하고 말았다. “그래, 빙하. 아득한 옛날의 물 흐름이, 이 산에서 태어나, 초목이 싹트는 듯한 느린 속도로 바다로 진행하고 있지. 내륙부 빙하의 진행 속도는 연간 10미터 정도라고 하지만, 강고트리 빙하의 경우는 녹아나오는 것이 문제시되고 있을 정도니까, 조금 더 빠를지도 모르겠네.” 어딘가 꿈을 꾸는 듯한 페페론치노의 말에, 자신도 옛날을 상상해 버렸다. 수백 년이나 걸쳐서, 산 정상에서 바다로 진행해 가는 빙하의 흐름. 우리들의 수명 스케일 따위는 내팽개친, 그것은 지구의 혈류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지도상의 어떤 지역으로, 페페론치노의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아비다야의 고향은, 이 강고트리 빙하의, 더욱 원류에 있는 나라야.” “나라?” 스승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강고트리 빙하에 연결된 빙하는 스무 개 정도는 있었을 텐데, 그 주변은 전부 인도일 텐데? 왜 나라 같은 단어가 나오는 거지? 어느 시대 이야기지?” “시대, 라는 건 역시 감이 좋네 군주(로드). 확실히 현대 이야기는 아니야. 하지만, 현대 이야기인 거야.” 마치, 동화의 수수께끼다. 단순한 말장난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지만, 눈앞의 페페론치노가 진지하다는 것은 분명하게 전해졌다. 일절 군살이 없는 가슴팍에서 푸른 립스틱을 꺼내, 어떤 산역 부근에서, 빙글 돌며 원을 그렸다. “흐음. 이건?” “대략, 이 구역이, 통째로 하나의 결계에 의해 격리되어 있어.” “뭐?” 스승의 미간에서, 주름이 깊게 패였다. 다시 한번, 페페론치노가 그린 원을 내려다본다. “이 규모라면 소국이라고 해도 되겠지. 하지만, 무슨 일이지? 시계탑조차도 들은 적이 없는데. 신대륙이나 중동, 아시아에 대해서는, 시계탑의 정보망이 닿지 않는 장소도 많지만, 이 규모라면 아무래도 어떤 소문은 돌겠지.” “그래? 아까 들은 이야기로는, 당신은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없었던가?” 페페론치노의 질문에, 몇 초간 침묵하고 나서, “……야코우(夜劫)의 산인가.” 하고, 스승이 중얼거렸다. 자신도,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는, 야코우의 본거지가 있는 산이 통째로 결계가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르고와 바이 뤄롱(白若瓏)이 전력을 부딪쳐 싸워도, 외부에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에르고도, 플랫의 저택에도 비슷한 결계가 있었다고 말했었지.” 하고, 린이 말한다. “그 집의 결계도, 사상마술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거나, 그런 이야기였었지? 일본의 야코우도, 직접적인 건 아니더라도, 역사적으로 일부 기술은 유용하고 있을 거야.” 사상마술. 시계탑이 가르치는 서양 계통의 마술에 대해, 동양 마술의 총칭. 대륙의 동쪽에서 중동──바로 이 인도도 포함하는 지역에서야말로, 그 마술은 숨 쉬고, 연마를 거듭해 왔을 것이다. 잠시 생각하고 나서, 스승이 입을 열었다. “……아마도, 일부 사상마술은, 극도로 결계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거겠지. 시계탑의 마술 이상으로, 기반에 따른 부분이 클 테니까.” (……마술의, 특성) 서양 마술 중에서도, 특성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계탑이 12개나 되는 학과를 보유할 리는 없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사상마술에도 여러 계통이 있을 것이고, 그중에는 이 정도의 결계를 자랑하는 종류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상마술의 사용자였던 바이 뤄롱(白若瓏)이나 예 스젠(葉思真)이라면, 이 부근에도 자세히 알고 있을 테지만, 애초에 마술사가 아닌 자신은 도저히 상상도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말한 두 개와는 전혀 범위가 달라. 이 인도야말로 사상마술의 본고장이라고는 해도, 그것만으로는 납득할 만한 차이가 아니야. 최소한 수십 배. 아니 백 배는 될 거야. 게다가 나라가 된다면 시간이 문제가 돼. 종교 조직이 축제 기간에만 결계를 강고하게 하는 것과, 나라가 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장기간 결계를 유지하는 건, 모닥불과 태양만큼이나 다르지. 아무리 사상마술이라도, 현대에서 행사하는 이상, 그 제약은 있을 거야.” 현대의 제약. 그것은 시계탑에서, 고막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들어온 것이었다. 예를 들어,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마술보다 과학이나 조직이 효율이 좋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이론으로 말하자면, 정부 조직 등이 하나의 산을 며칠 격리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더라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쳐서 소국을 은폐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아무리 교묘하게 한다고 해도, 그 정도의 규모,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어딘가에서 누수가 생겨 버린다. 스승이 말하고 있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현대의 제약은, 관계없어.” 하고, 페페론치노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조금 말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그러나 확실하게, 입을 연 것이다. “산령법정의 십관(十官)이 만들어낸, 환상의 왕국이니까.” “산령법정──?!” 갑자기, 린이 일어섰다. 자신도, 숨을 죽여 버렸다. 갑자기, 이야기가 무시키와 연결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안내는커녕 이야기가 아니다. 페페론치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 쫓고 있는 상대 그 자체가 아닌가. 물론, 십관(十官)이라는 이상은 복수의 인간이 있을 것이고, 무시키는 십관(十官)의 번외라고 자칭하고 있었으니까,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 타이밍에, 같은 히말라야에서, 같은 산령법정이라는 이름이 나온다면, 무관계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운명을 믿느냐, 고 말했었지.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 “그렇지? 이건 좀 너무 심한걸.” 피식, 하고 페페론치노가 웃는다. 정말로, 그렇다고 자신도 생각한다. 모나코의 갬블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았다. 굴러가는 주사위도, 열리는 카드도, 모두 이쪽의 운명을 비웃고 있는 듯한 작열하는 시간이, 자신의 등을 쫓아오고 있는 듯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0 “그럼, 안내하는 조건이라는 건 뭐지?” “그쪽도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서로 득이 되는 이야기야. 아비다야를 그녀의 고향으로 데려다준다. 이것이 안내를 하는 조건.” “좋다.” “어머나, 이야기가 빠르네!” 페페론치노가, 껌벅껌벅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점이 있어. 우선, 자네가 가리킨 산역은, 상당히 험한 곳이 아닌가. 가까이 가는 것만이라면, 등산가 알피니스트(alpinist)로서 일반적인 루트지만, 정말로 그런 나라가 숨겨져 있다면, 그렇지 않은 요소가 섞여 들어올 거야.” “물론이야. 등산에 대해서도, 내가 가이드를 맡을 생각이야. 산은 나름대로 자신 있는 편이고, 군주(로드)도 알고 있지?” “그렇다면 됐네. 다음에, 어째서 우리들인가?” “그건 지금 말했던 것 같은데? 이런 우연이 흔한 일이 아니잖아?” “흐름만으로 결정하는 타입이라면, 그 설명으로 괜찮겠지.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라는 인물은 그렇지 않아. 흐름이나 텐션과 같은 요소도 중요시하겠지. 그 위에서, 최종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는 요소의 모든 것을 계산해 오는 타입이다.” “칭찬받고 있는 거려나?” “아니, 교류상의 가능한 한 객관적인 비평이라고도. 그 위에서, 우리는 반드시 유리한 파트너는 아닐세. 필요한 능력은 있고, 충분한 의뢰료를 지불한다고 해도, 사정이 너무 복잡해. 만약, 아비다야의 고향과 무시키가 정말로 관계가 있다면, 그 산령법정의 선인이 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극히 높다. 그녀의 분신체와 한번 교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어. 에르고의 권능에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우리들의 여행은 첫 주에 끝났을 것이다.” 스승의 평가는, 극히 정확하다. 그 후로 우리들의 패도 몇 개는 늘어났지만, 무시키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건, 전혀 상상도 안 된다. 뿐만 아니라, 그 분신체는 양신(陽神)이라고 해서, 본체에 비하면 현저하게 열화되었다고까지 단언했었다. “그렇다면, 폭탄을 안고 있는 우리들보다는, 더 협력하기에 적합한 상대가 있겠지. 왜, 우리와 함께하려고 하는 거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1 “아아, 그렇다면 간단해. 다른 상대를 찾을 시간은 없어.” 페페론치노의 대답에, 스승의 미간 주름이 깊어졌다. “시간? 우리들을 신경 쓰고 있는 건가?” “읏……!” 에르고의 기억 포화는, 아마도 이미 치명적인 영역이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모험이었지만, 그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조차, 청년의 기억 그릇에서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페페론치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비다야는, 이제 몇 달 못 사는 몸이라서.” 이번에는, 자신과 린 모두가 작게 숨을 멈췄다. 조금 천천히, 스승이 묻는다. “무슨 말이지?” “……이쪽은, 조금만 더 묻어 두어도 괜찮을까. 말해도 될지, 아비다야 본인에게 확인해야 하니까. 무시키를 찾고 싶다는 당신들의 의뢰와는, 반드시 관계있는 건 아닐 거야.” “알았다. 그렇다면, 하나 더. 아비다야의 고향 이름을 알고 싶다.” “샤의 나라(シャの国), 라고만 불리고 있어.” 몹시, 소박한 이름이었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투명한 얇은 직물을, 사紗(샤)라고 부른다고 한다. 울림으로 보면, 일본일까. 그렇다면, 늘 기모노를 두르고 있었던 법정과의 아다시노 히시리로부터일지도 모른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412 잠시, 스승은 침묵하고 있었다. 이 판단이 여행의 마지막을 결정해 버릴 거라고, 예측하고 있는 듯했다. “………….” 침묵하고 있는 건, 스승만이 아니었다. “……애드?” “어쩐지 말이야. 왠지 묘한 가슴 두근거림이 느껴져서 말이야. 아니, 내겐 가슴 따위 없지만 말이지.” 늘 수다스럽던 상자가, 이번에는 몹시 과묵했다. 하지만, 이 상자가 가슴 두근거림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이유가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스승님.” 하고, 말을 걸었다. 가능한 한 중립적으로,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스승이 받아들였을지는 모른다. 다만, 스승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겠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고 나서, “계약 체결이다, 페페론치노. 함께 샤의 나라로 가자.” 두 사람의 손이 맞잡혀, 우리들의 여행의 일행은 6명으로 늘어났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3 “예상대로, 군주(로드)에게 고산병 증상이 나타났으니까.” 하고, 페페론치노는 미소지었다. 그의 미소는 어떻게든 만능인 것 같다고, 신기한 감상을 품어 버렸다. 내면에 숨기고 있는 감정은 매번 다르게 생각되지만, 왠지 속아넘어가도 괜찮을까, 하는 기분이 된다. 그래도, 지금의 말은 신경이 쓰였다. “고산병──?!” “이 베이스캠프는 아직 4,000미터 대이고, 마술사는 혈류나 신경 조절을 할 수 있으니까, 보통은 이 정도로 고산병에 걸리지 않지만. 뭐, 바로 조절하지 못해도,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익숙해지니까, 이틀 정도 있으면 문제없을 거야.”

*414 “………….” 페페론치노는, 어느 때보다도 엄한 표정으로, 빙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곧바로, 그 입술이 풀리고, 이쪽을 돌아보았다. “먼저, 내가 어택, 린 쨩이 세컨드. 그레이 쨩은 로프를 확실하게 확보하고. 에르고 쨩은 군주(로드)님과 아비다야 쨩을 항상 보조하도록 해. 군주(로드)님과 아비다야 쨩은, 암벽을 발견할 때마다 로프로 끌어올릴 테니까, 가능한 한 따라와 주면 좋겠어. 어쨌든, 절대로 무리하지 않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5 "에르고들은, 무시키에 대한 실마리가 필요한 거지." "네." 라고,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샤의 나라를 성립시킨 선인──당신들이 말하는 산령법정(山嶺法廷)과 접촉할 수 있는 건, 이 나라에서도 세 사람뿐이야." "세 사람." "재상(마하만트리)과, 군단장(세나파티)과, 사제장(푸자리) 세 사람. 사실은 아버지도 넣어서 네 사람이었지만." "……즉, 그 세 명 중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는 거네. 재상(마하만트리)은 왕의 동생이었지." 이야기를 들은 린이, 팔짱을 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매우 상황은 복잡했다. 스승님이, 매우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해 봐야겠군. 전원, 2년 전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돼. 우선 그것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 만한 발판이 필요하겠지. 그러고 나서 아비다야와 페페론치노에게 신뢰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아서, 산령법정(山嶺法廷)에 접촉하게 해 달라……라는 이야기가 될까." "그 산령법정(山嶺法廷)에서 무시키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는 거죠." 스승님과 린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쩐지 순서가 보였다. 돌아가는 길처럼 보이지만, 현재 우리들의 패에서 본다면, 이것이 가장 확실한 루트일 것이다. 여기까지 등반에서, 페페론치노가 선택하고 있던 루트 선택이, 머릿속을 스쳤다. 조금 힘들어도, 전체적인 전망이 좋은 루트를, 페페론치노는 우선시했다. 비록 겉보기에 돌아가는 길로 보여도, 가장 확실한 방법. 그 중요성. "어머니……." 아비다야가, 중얼거린다. 그 목소리에, 다양한 감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2년 만에 만나는 어머니일 터였다. 자신도, 비슷한 기분이 된 적이 있다. 고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지금, 어머니는 지내고 있을 것이다. 몇 초 후, 그 얼굴을 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6 "가자.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가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도착하니까." 그렇게 말하고, 새롭게 발을 내딛으려고 했을 때였다. 옆으로 손이 올라와, 그녀를 제지했다. "포위당했어." 라고, 에르고가 말했다. 그 등에, 순식간에 환수가 솟아오른다. 우리들도 허둥지둥 전투 태세를 갖추기 전에, "움직이지 마라." 라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카로운 금속 화살촉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무 위에서, 활과 화살을 가진 병사가 나타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무 그늘이나 관목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병사들이 일어나, 이쪽으로 창을 겨누었다. 상하좌우, 모든 곳을 폐쇄하는, 훌륭한 포위망이었다. (──설마.) 라고, 자신은 곧바로 납득할 수 없었다. 아까 뱀의 접근을 경고한 아비다야는 물론이고, 페페론치노에게도 자신에게도 린에게도 눈치채게 하지 않고, 이 정도의 집단이 접근해 오다니. 게다가, 분명히 『강화(強化)』에 필적하는 수준의, 신비를 몸에 병용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훈련된 마술사 정도의 실력자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아니.) 아마도, 마술사도 마술 사용자도 아니다. 그런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마력의 흐름이, 그들에게는 없다. 하지만, 평범하지도 않았다. 병사들의 대부분은, 야간의 고양이처럼, 눈의 9할 정도가 눈동자였다. 그 외에도, 손발에 비늘이 난 병사나, 갑옷 엉덩이 부분에서 꼬리가 난 병사도 있었다. 놀랄 정도로 길고, 짐승의 송곳니를 가진 병사도 있었다. (이것이, 샤의 나라인가?)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고, 들었다. 중세나 근세 정도에서 기술 수준이 멈춰 있다는 것은, 자신도 상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샤의 나라는 갖추고 있는 듯했다. 조심스럽게, 스승님과 아비다야를 중심으로 해서, 자신들이 원을 만든다. 전투를 하게 된다면, 포위망의 어딘가 한 점을 돌파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병사들에게서는 그러한 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쪽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유연하게 포위망을 미세 조정하고 있다는 것까지 엿볼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많은 마술사나 마술 사용자들, 또는 경천동지할 만한 괴물과 싸운 적은 있어도, 투쟁을 위해 훈련된 전문 집단과 대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몰랐다. 린이나 페페론치노는, 어떨까. 적어도, 두 사람에게 과도한 긴장감은 보이지 않는다. 에르고는, 아비다야를 등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는 가운데, 병사들의 포위망이 갈라졌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유난히 호화로운 의상을 입은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체격이 좋은 남자였다. 스승님이나 에르고보다 장신이니, 넉넉히 2미터는 넘을 것이다. 그것을 능가하는 가슴 두께. 큰 나무 줄기를 연상시키는 팔뚝 굵기. 자칫하면, 그 팔뚝만으로 자신의 허리 정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나무 그늘에서 보이지 않던 모습이, 드러났다. "────읏." 우리들은──엄밀히 말하자면 페페론치노와 아비다야 이외에는, 숨을 멈췄다. 남자의 모습에는 흰 베일이 씌워져 있었지만, 그 안쪽이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뱀이었다. 가느다란 불처럼, 붉은 혀를 뻗는 뱀의 얼굴이었다. 사두인신(蛇頭人身). "오랜만입니다. 왕녀." 라고, 그 뱀의 모습이 말했다. "제 모습을 기억하고 계시나요. 아니, 다른 사람은 어찌 되었든, 제 모습은 잊을 수 없겠지요." 어딘가 유머러스하게, 뱀 남자는 자신의 눈가를 쓰다듬어 보였다. 눈물처럼, 쓰윽 하고 검지 끝이 흘렀다. "사제장(푸자리)……." 아비다야가, 속삭인다. 왕의 살인 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이, 거기서 미소짓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7 "사실은, 의외였습니다." 다르마스가, 홍차의 김 너머로, 스승님을 응시했다. "분명히, 군주(로드)의 소문으로 미루어보아, 처음에 2년 전의 일을 물어보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당신까지, 사람을 탐정 취급하는 겁니까." 스승님이 미간을 찌푸렸다. 진심으로 싫어할 때의 표정이다. 몇 번이나 복잡하고 기괴한 신비 관련 사건을 해결했으면서도, 스승님은 자신이 탐정이 아니라는 것을 자주 강조했던 것이다. 더욱이, 이번 경우에는, 더 이상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의식도 있을 것이다. "어머, 왠지 즐거운 분위기가 되어가네?" 페페론치노가, 혼자서 잔 안의 포도주를 돌리면서 웃는다. "묻고 싶어." 라고, 아비다야가 말했다. "아버님의 사건에 대해, 당신이 알고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좋습니다." 다르마스가 끄덕였다. 시선을 내리고, 자신이 마시고 있는 홍차를 바라보면서, 그는 말을 이었다. "제가 바르바드 왕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은, 왕이 쓰러진 날의 만찬이었습니다. 당시, 왕은 사람을 멀리하셨지만, 우리 다섯 명과는 정기적으로 식사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식사도 하나의 접시에서 눈앞에서 나눈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날 밤, 왕의 식사에 어떤 조작을 할 수 있었다면, 이 다섯 명뿐이었겠지요." 다섯 명, 이라고 다르마스는 말했다. 왕의 살인 사건의, 용의자의 인원수. 그 내막은, 아비다야에게서도 들었다. 사제장(푸자리). 군단장(세나파티). 재상(마하만트리). 왕비. 왕의 어머니. 이 다섯 명, 혹은 아비다야를 포함한 여섯 명이라는 것이다. 누가 범인이든, 몹시 마음이 지치는 이야기였다. "그 자리에서는, 적어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바르바드 왕은 기분이 좋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왕비는 늘 바르바드 왕 옆에서 미소짓고 계셨습니다. 군단장(세나파티) 야샤크라마는, 왕(라자)와, 왕(라자)의 어머니인 샹타 님과, 예전 전쟁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했었네요. 저는, 왕제──재상(마하만트리) 자루자라 님과 성전(베다) 해석에 대해서 문답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천천히 사제장(푸자리)이 이야기한다. "눈을 감으면, 그날의 광경도, 왕(라자)의 웃음소리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왕(라자)와 야샤크라마가 통음했던 것은, 지금 페페론치노 님이 마시는 것과 같은 술이고, 주 요리는 양고기 조림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있으면, 방대한 향신료 냄새까지 떠오르는 것 같군요." "…………"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뱀의 얼굴에서는 거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사제장(푸자리)가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만은 전해져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8 "잠깐, 나도 괜찮을까?" 라고, 페페론치노가 잔을 들고 말했다. "부디, 페페론치노 님." "어째서, 이 폐왕궁에서 대기했던 거야? 숨겨진 통로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거리 가까운 곳이 더 확실하겠지?" "아아, 그것은 간단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구속당했을 테니까요." "뭐라고? 무슨 뜻이야?" "왕제──재상(마하만트리) 자루자라 님이, 독재적인 체제를 짜서, 현재 군의 9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왕비가 왕녀의 몸을 염려해서, 숨겨진 통로로 도망치게 한 것도, 이렇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겠지요." "기다려. 재상(마하만트리)? 왕(라자)가 아니라?" 라고, 스승님이 물었다. 왕(라자)가 살해당했다면, 그 동생이 왕(라자)가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스승님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왕녀인 아비다야가 나라를 떠났으니, 그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그 물음에 대해서, 다르마스는 몇 초 뜸을 들고, "하나,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고, 이렇게 고했다. "바르바드 왕은, 죽지 않았습니다." "뭐──!" 들은 페페론치노가, 크게 눈을 떴다. "바르바드 왕에게 주어진 독은, 확실히 치명적이었습니다. 고열을 낸 바르바드 왕은 제대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며칠간 사경을 헤매었지만, 그대로라면 조만간 죽을 것이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의사단에 의해, 신속하게 가사 상태에서 안정시키기 위한 술식을 시술받았던 것입니다." "그런 술식이……." 린이 낮게 중얼거렸다. 현대 의술에서도, 생각하기 어려운 수단이었다. 스승님이 미간을 찌푸리고, 중얼거린다. "어떤 종류의 요가에는, 그런 기술도 있다고 들었다. 이 나라는 주술이 특수한 진화를 거친 듯하니, 타인에게 시술하는 방법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군……." "아……." 라고, 에르고가 돌아보았다. 아비다야의 옆모습에, 처음으로 커다란 눈물 한 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저 빙벽에서조차 약한 소리를 내지 않았던 소녀의 눈물샘을, 아버지의 무사는 자극했던 것이다. "……다행이다…… 아버님은…… 무사하셨어……." "유감스럽지만, 무사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라고, 다르마스가 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의사단이 시술한 것은, 정말로 목숨을 건질 정도의 술식. 가사 상태로 만드는 것뿐으로, 거기서부터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본래는, 전쟁 등으로 왕이 치명상을 입었을 때, 주변이 후계자를 결정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술식입니다. 바깥 세계에서는, 이런 상태를 식물인간이라고 한다고 했었지요." 무자비한 말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9 (굳어진 아비다야를 바라보면서, "송구합니다만, 여기서부터는 사람을 물리고, 둘이서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다르마스가 제안한 것이다. 환희에서 절망으로의, 너무나 큰 낙차였다. 보통이라면 완전히 굳어진 채, 한동안 제대로 사고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비다야는, 여전히 왕녀였다. 다르마스의 제안에 대해서, "……아니, 그럴 수는 없어." 라고, 고개를 저었다. "죽음의 위험조차 각오하고 저와 함께 와 준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들이니까. 그들을 내버려 두고,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는 없어." 분명하게, 그렇게 고했다. "과연. 실례했습니다. 그렇다면 제쪽에서만." 시원하게, 다르마스는 물러났다. 결과, 사제장(푸자리)의 시종들만이 쫓겨났다.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다르마스와 아비다야와, 우리들뿐이었다. 확실히 시종들의 기척이 멀어지고 나서, 다시 다르마스가 입을 열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현재 샤의 나라는, 지극히 독재적인 체제에 있습니다." "당신은, 사병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지만." "그것도 많이 깎였습니다." 라고, 사제장(푸자리)는 회상했다. "지금은 저 정도의 인원수밖에 움직일 수 없습니다. 군단장(세나파티)이 보유하고 있던 상비군은, 이전 5분의 1 규모의 병영에 수용되어 있습니다." "무슨 뜻이야? 주변을 감시할 필요가 없어졌기라도 해?" "왕의 부재에 즈음하여, 왕제인 재상(마하만트리) 자루자라 님이 독재적인 체제를 펼쳐서, 대부분의 병사를,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왕립군으로 만들었습니다." "와아, 화려한 이야기네!" 페페론치노가 중얼거리고, 휘파람을 분다. 그리고, "어……?" 아비다야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몇 초 만에 정신을 차리고, 다르마스를 향해 말한다. "어떻게 해야, 그런 횡포가 통하는 거야! 당신들도, 멍하니 보고만 있었던 건 아니잖아!" "물론입니다. 재상(마하만트리) 자루자라 님, 군단장(세나파티) 야샤크라마, 그리고 사제장(푸자리)인 저는, 바르바드 왕 아래서, 각각 샤의 나라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어느 한쪽이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없도록, 바르바드 왕은 치밀하게 조정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샤의 나라 역사에서도, 세 사람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불화를 초래할 공산이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세 사람의 균형.) 즉, 정치와 군대와 종교, 라는 것인가. 확실히, 어느 한쪽이라도 두각을 나타내면, 순식간에 나라 분위기가 바뀔 듯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 조정에 관여하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싫어도 의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세 사람 이외의 요소가 더해지면, 쉽게 균형이 무너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설마." 그 말에, 아비다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창백해져 갔다. "바르바드 왕의 어머니, 왕녀님의 할머니──재상(마하만트리) 자루자라 님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만──샹타 님께서, 몇 번이고 원조를 하셨습니다." 샹타. 왕(라자)의 어머니로서, 앞서 만찬 이야기에도 나왔던 이름이다. 즉, 그녀도 용의자 중 한 명은 아닐까. 갑자기, 2년 전 살인 사건은 새로운 의미를 띠는 듯했다. 이어서, 다르마스가 설명한다. "샤의 나라 유력자는, 모두 샹타 님에게 사랑받으며 자라난 사람들입니다. 그분이 원하시면, 누구든 깜짝 놀랄 정도로 간단하게 마음을 열어버립니다. 저도 야샤크라마도 말릴 틈도 없이, 샤의 나라 대부분은 자루자라 님의 사실상 독재 상태에 놓여버렸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0 그리고, 사제장(푸자리) 다르마스에게는, 지금부터가 본론이었다. "아비다야 님──아니, 슈리 님. 미천한 신분으로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아비다야의 진짜 이름이었나. 사제장(푸자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왕녀 앞에서, 젖어 빛나는 뱀 머리를 숙이고, 이렇게 기원했다. "당신이, 정통한 여왕으로서, 샤의 나라를 통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스승님도 자신도, 에르고도 린도, 페페론치노조차 말을 잃었다. 갑자기, 공기가 강성을 갖춘 것처럼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술 세계에 속한 우리들에게조차, 마치 영화 속 이야기처럼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그녀의 입장을 생각하면, 결코 단순한 몽상이 아니다──오히려 차가운 현실에 근거한 대사였다. 아비다야는,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건, 설마 자루자라 숙부님을……." "물론, 지금 재상(마하만트리)인 왕제──아니, 사실상의 참칭왕을 물러나게 한다는 것입니다." 참칭왕이란, 부당하게 왕의 지위에 있는 자, 라는 정도의 의미이다. 지금, 그는 분명히 왕제를 비방한 것이 된다. 아비다야가, 타인은 모를 정도로──바로 옆에 있던 자신과 에르고밖에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몸을 떨었다. 동요라기보다, 그것은 전율과 열정이 뒤섞인, 극히 위험하고 절실한 감정에 연결되어 있었다. "……아비다야." 이름을 부른 에르고가, 표정을 굳혔다. 이어서, "……위험해." 스승님의 속삭임이,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혁명에, 휘말렸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1 과연, 왕녀의 망설임은 몇 초였다. 폐왕궁 방에서, 단 한 번 눈을 감고 나서, "──자루자라 숙부님이 이긴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 않나." 라고, 아비다야는 대답한 것이다. 순간, 그녀의 옆모습에 타오르듯이 끓어올랐던 열정은, 이미 신기루처럼 사라져 있었다. "나는, 샤의 나라를 어떻게든 하려고 돌아온 것이 아니야. 당신과 군단장(세나파티)과 자루자라 숙부님의 정치극에도 흥미는 없어. 그저, 아버지에 대해서 제대로 납득하고 싶을 뿐이야." 어쩐지 보고 있던 자신도 안심했지만, 다르마스는 이어서,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뭐? 조금씩 밝히는 거, 그만했으면 하는데."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하려던 그녀에게, 사제장(푸자리)는 이렇게 고했다. "곧, 산령법정(山嶺法廷)에서 샤의 나라의 창조주가 오십니다." 무심코, 숨을 삼켜 버렸다. 우리들이 접촉해야 할 산령법정(山嶺法廷)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나온 것이다. "이히히히! 저건 우리도 무시하기 힘들겠는걸!" 오른쪽 어깨의 애드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분명히 흥미를 느끼는 듯한 상자를 왼손으로 누르고 있자,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참견하게 해 주십시오. 사제장(푸자리) 님, 지금 것은 무슨 뜻입니까?" "몇십 년에 한 번, 창조주가 샤의 나라에 오는 것은 알고 계시겠죠." 샤의 나라는, 산령법정(山嶺法廷) 마술사가 만들었다고 들었다. 창조주란, 그 마술사의 이야기일 것이다. "아직도, 이 나라의 중진들과, 접촉이 있다고는 들었었지만." "네, 그 접촉의 기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산령법정(山嶺法廷) 사람들은 특별한 회의를 이 나라에서 개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성관밀의(그랜드 롤)라고 합니다." "읏──!" 자신뿐 아니라, 스승님도 지금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성관밀의(그랜드 롤). 앞서 페페론치노와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단어를 우리는 알고 있었다. 다만, 번역 예장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다면, 지금 다르마스는 '성관밀의'라고 말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랜드 롤은 '관위 결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단어의 의도를 더욱 강하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번역 예장의 특징이기도 했다. "……마술 세계에서는, 복수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종종 존재한다." 작은 목소리로,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그럼 스승님, 시계탑의 관위 결의(그랜드 롤)와는……" "무관계하지는 않겠지. 원래 마술 세계에서는, 하나의 단어에 복수의 의미를 담을 수 있어. 군주(로드)와 귀족(로드)과 같이." 군주(로드)는 물론, 스승님이 그러하듯이, 시계탑 열두 명의 왕을 말한다. 반대로, 귀족(로드)이란, 시계탑에서도 격식이 높은 세 가문에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그랜드 롤도, 그러한 말장난 같은 것일까? "……이러한, 단어의 복층화는, 어떤 의미로 마술사의 본능과 같은 것이겠지. 신비는 그 본질을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힘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하나의 단어를 복수의 의미로 사용하거나, 새로운 단어로 바꾸거나 반복해서, 그 본질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문득, 생각했다. (……스승님의 말대로라면) 그런 본능을 뛰어넘어, 신이나 마술의 본질을 언어화해 버리는 스승님은, 그야말로 신비의 파괴자가 아닌가. 스승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주위 마술사들이 뱀이나 전갈처럼 꺼려 하는 해체란, 원래 스승님이나 다른 마술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치명적이고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이쪽의 문답이 일단락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다르마스가 이렇게 이어나갔다. "산령법정(山嶺法廷)이나 창조주라면, 가사 상태의 바르바드 왕을 치유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아비다야가, 다시 침묵한다. 너무나, 정보가 뒤섞여 있었다. 경악으로 사고가 멈춰 버렸는데도, 더욱 계속해서 단어를 채워 넣는다. 이쪽의 사고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선다는 것 자체가, 다르마스의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가정에 가정을 더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견디다 못했는지, 에르고가 말을 꺼냈다. 아비다야 옆에 앉은 붉은 머리의 청년은, 너무 강하지도,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로 부드럽지도 않은 눈빛으로, 다르마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지금 것은 제가 멋대로 덧붙인 가정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독살 사건 범인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범인은, 바르바드 왕에게 치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경우 어떻게 할까요?" 그 물음에, 아비다야가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떴다. "만일 치유되지 않도록, 이번에야말로,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 움직인다……?" "물론, 군주(로드)의 제자분의 지적대로, 이것도 가정이긴 합니다만." 라고, 다르마스가 주석을 덧붙인다. (흐름이…….) 이야기의 흐름이, 뱀 머리의 사제장(푸자리)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찌할 수 없는 흐름에 사로잡혀, 반박할 기회조차 빼앗긴 채, 이쪽은 농락당하고 있다. 시계탑에 만연한 음모와는 유사하지만 다른──마술을 위한 것이 아닌, 나라를 위한 정치. 마술과는 전혀 다른 이치로, 그것은 어찌할 수 없이 인간을 묶어두고 있었다. "그럴 경우, 아무리 샤의 창조주가 뛰어난 분이라 할지라도, 현대에, 진정한 소생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 그것은, 사실이었다. 신대에서는 인간 소생은 반드시 불가능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신대의 마술을 사용하는 상대와도 여러 번 만났었지만, 현대에서 인간이 소생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동시에, (……어쩌면) 예외가, 지금, 같은 테이블에 있을지도 모른다고도, 생각했다. 세 위의 신을 먹게 된 에르고는, 다양한 결함을 대가로, 죽었던 알렉산드로스 4세가 되살아난 존재다. 하지만, 그것조차 종말의 시기였다고는 해도, 신대의 실험이다. 어쩌면, 마지막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승님이 입을 연다. "그 때문에, 혁명을 일으키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혁명과는, 다소 다르겠지요. 재상(마하만트리) 자루자라 님에 의한 통치는, 바르바드 왕이 쓰러졌기에 가능한 임시 조치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극히 정통적인 왕위 탈환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왕녀에게 있어서는, 부친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 됩니다. 그런 의미입니다." (……왕을, 구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아비다야는 도망칠 수 없다. 그리고 산령법정(山嶺法廷)의 이름이 나와 버린 이상, 우리들도 또한. 방에, 정적의 장막이 내려왔다. 창밖의 햇빛도, 이미 사라져 버렸다. 찻잔의 완전히 식어버린 홍차를 마시고, "바로 답을 요구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의 샤의 나라를 스스로 볼 시간도 필요하겠죠. 다만, 지금까지 이야기한 사정도 있으니, 부디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다르마스가 일어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2 사제장 푸자리 다르마스가 떠나자마자, 맹렬한 기세로 스승님이 돌아보았다. "페페론치노!" "미안해." 라고, 먼저 페페론치노가 사과했다. "지금 건 반칙이지. 하지만 맹세코 말하지만, 저런 계획은 몰랐어." "샤의 나라 누군가가, 그런 계획에 아비다야를 휘말리게 하려고 할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을 텐데." "그건, 물론. 전에 내가 왔을 때부터, 어쩐지 샤의 나라는 수상했고, 왕이 독살당한 후라면, 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지?" 악의 없이, 페페론치노가 끄덕인다. "하지만, 성관밀의(그랜드 롤) 이야기는 몰랐어. 그건 정말이야." "……확실히, 그걸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니." 스승님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말을 꺼냈다. "역시 스승님, 시계탑 관위 결의(그랜드 롤)와 관계가 있는 걸까요." 일찍이, 자신과 스승님은 그 관위 결의(그랜드 롤)와 병행해서, 매우 복잡하고 기괴한 사건의 마무리를 지켜보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 다시 그 이름을 듣게 되다니. "……그것은……." 라고, 말하려다가, 스승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역시 모르겠다. 일단, 성관밀의(그랜드 롤)에 대해서는 덮어두자."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실마리가 적은 현재로서는, 그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아비다야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내 쪽에서도 사과하게 해 줘. 정말로, 미안해." "솔직히, 조금은 불평하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아까 사제장 푸자리는, 네가 우리를 제외하지 않을 거라는 걸 계산에 넣어서, 저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겠지." "그럼, 스승님……" "처음부터 저쪽에서 우리를 휘말리게 하려고 했던 거야. 시계탑에서는 자주 있던 일이지. 여기에 라이네스가 있다면, 어떻게든 됐을 텐데." (……정말로.) 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 단순히 외로움뿐 아니라, 이렇게까지 영향을 줄 줄이야. "좋아! 그럼, 내부 싸움은 일단 끝이네!" 탁, 하고 손뼉을 친 것은 린이었다. "지금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보를 정리하도록 하죠. 괜찮죠? 선생님." "좋다. 자네에게 맡기지, 레이디."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린이 자리를 잡고, 원탁에 손을 얹었다. "우선, 저 뱀뱀(ヘビヘビ) 사제장 푸자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비다야를 이용한 혁명──이라고 해야 하나, 왕위 탈환인가. 뭐, 귀찮으니까 혁명이라고 하는 게 좋겠네."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들은 바로는, 병력으로 말하자면 말이 안 돼. 샤의 나라 군대의 9할은, 재상(마하만트리)이 잡고 있다니 말이야. 그렇다면, 사제장 푸자리가 원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아비다야를 설득하고 싶었던 거죠……." 라고, 에르고가 말했다. "그래, 거기가 포인트야, 에르고. 덤으로, 선생님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어. 그것도 아마 선생님 소문을 듣고 그런 거겠지." "소문, 말인가요?" "말했잖아.──군주(로드) 소문으로 미루어 보아, 처음에 2년 전의 일을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다고." "아."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즉, 저 사제장 푸자리는, 선생님을 탐정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탐정으로서 기대하고 있는 거야. 우리를 쫓아내려고 했던 것도, 사건을 설명한 후였잖아." 그렇게 이야기한 린의 손가락이, 톡, 톡, 하고 리드미컬하게 원탁을 두드린다. "그럼, 왜 선생님을 탐정 취급하고 싶은 걸까. 이것은 생각할 것도 없네. 탐정이 도움이 될 만한 사건이란, 처음부터 하나밖에 없으니까." "왕의 독살 사건, 말인가요." 조심스럽게, 자신이 말한다. "응. 거기는 틀림없어. 문제는, 어째서 왕의 독살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거냐는 거지. 아비다야처럼 납득하고 싶어서, 라는 것과는 물론 달라. 좀 더 실리적이고, 단순한 거. 이것도, 사제장 푸자리가 스스로 답을 말했지만──." 린의 시선이, 아비다야로 향했다. 소녀가,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 혁명의 대의명분, 이지?" "그래. 요컨대, 사제장 푸자리는,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왕제──재상(마하만트리) 자루자라가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거야. 그 꼬리를 어떻게든 선생님이 잡아준다면, 수고 없이 혁명을 달성할 수 있잖아. 샤의 나라는 기껏해야 수만 명 정도라고 했으니, 국민이 이 정도 인원에 왕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면, 대의명분만 갖춰져도 체제를 뒤집을 수 있어." "그런……." 정말로, 린이 엄청나게 날카롭다. 원래부터 총명한 상대라고 생각했지만, 평소 이상으로, 손에 닿으면 금방이라도 베일 듯한 날카로움이다. 샤의 나라에 오고 나서, 불만이 쌓여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원래 그녀의 본령은 이런 주도자적인 입장에 있었던 듯하다. 해적 컨설턴트를 했으니, 어떤 의미 당연한 건가. 음모나 책략에 대한 응용성을 생각하면, 의외로 시계탑에 적합하다고도 할 수 있다. "반대로, 혁명을 피하는 경우도, 같아." 라고, 린이 말한다. "왕을 죽인 것은, 왕제인 재상(마하만트리)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사제장 푸자리가 말했던 혁명 따위는, 애초에 없던 일이 되지. 왜냐하면, 재상(마하만트리)은 나라 군대의 9할을 잡고 있잖아? 그런 상태로 왕녀 혼자 있어 봤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저 뱀뱀 사제장 푸자리가 판을 뒤집기 위해서는, 왕녀라는 깃발과, 살인 사건 범인이 재상(마하만트리)이었다는 대의명분이 모두, 어떻게든 필요하게 되는 거야." "……대단하네. 당신, 언제든, 그곳의 마피아 정도는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겠어. 보장할게." 페페론치노도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고, 아낌없이 그녀를 칭찬했다. 실제로, 사제장 푸자리가 말한 정보량에 압도되어 있었지만, 이렇게 정리해 보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에르고가 총괄했다. "혁명에 휘말리든, 피하든…… 2년 전 살인 사건의 해명이 필수라는 거네요." "한 나라의 운명을 쥐고 있는 살인 사건인가? 과연, 아주 보람이 있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3 "그리고, 이쪽을." 품에서 꺼낸 물건을, 페페론치노에게 내밀었다. 평범한 종이 뭉치였다. "어머, 트럼프." "플레잉 카드인가요?" 종이 뭉치에, 에르고가 눈을 깜빡였다. 그것을 보고, 페페론치노가 빙긋 웃었다. "아, 영어권에서는 플레잉 카드라고 부르는 게 보통이지. 나는 그만 트럼프라고 불러 버리지만." "일본에서는 그렇게 부르죠." 라고, 에르고가 말했다. 국적 불명으로 보이는 페페론치노이지만, 그런 부분에서 출신이 드러나는 모양이다. 그 카드의 표면을 쓰다듬고, "확실히 이건, 내가 바르바드에게 준 것이네." 씁쓸하게, 페페론치노가 말했다. "페페 씨는 트럼프 같은 거로 놀아요?" "산 위에서 놀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으니까. 트럼프는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이 놀 수 있고, 가벼우니, 편리하거든." 에르고의 질문에, 페페론치노가 답한다. 그것은, 왠지 알 것 같았다. 페무의 선연(카사) 같은 베테랑 겜블러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어쩐지 트럼프는 인기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금방 애니나 만화에서 외운 속임수를 하려고 하는 플랫이, 제멋대로 행동한 끝에 도망치거나, 모두가 합세해서 잡아내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렇지. 말라카 해협에서도 인기 있었어." 라고, 린이 쓴웃음을 지었다. 해적 섬에서의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에르고도 아마 참가했을 것이지만…… "…………" 붉은 머리의 청년은, 길을 잃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분명, 그 기억은 이미 잃어버렸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고 나서의 기억조차 사라져 버린 것이니, 그 이전의 기억을 그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에르고의 그 옆모습이, 자신의 가슴에도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 린과 스승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페페론치노는, 트럼프를 만진 채로, 입을 열었다. "이 나라에서 환대를 받았던 답례로, 당시 나는 이런 것밖에 드릴 수 없었는데, 왕께서는 무척이나 기뻐하셨었네요." "밤에 가끔 만지며, 놀았던 듯합니다. 왕이 쓰러졌을 때도, 손에 떨어져 있었다고 해서, 제가 회수했습니다." "응, 고마운걸." 라고, 페페론치노는, 슬픈 듯이 미소지었다. 그런 미소도 지을 줄 아는구나, 생각했다. 에르고의 표정과, 어딘가 닮은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이 사람은, 분노도 증오도 슬픔도, 모두 웃는 얼굴로 덮어 왔던 것은 아닐까. 그 미소조차 결코 한 가지 색깔이 아니기 때문에, 그가 깊숙이 숨겨 버린 감정은 좀처럼 알아차리기 어려울 뿐이다. "그럼, 저는 이만. 부디, 우리들의 『기둥』의 뜻에 합당하기를." 이 나라의 신앙으로 보이는 말을 하고, 다르마스는 떠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4 드물게, 브리티시 풍의 야유를 말하고, 스승님이 시가를 꺼낸다. 원탁 의자에 앉아서, 칼로 흡입구를 만들고, 성냥불을 붙여서 점화한다. 천천히, 폐왕궁 방에 보라색 연기가 퍼져 나간다. 그 연기를 음미하면서, 스승님의 눈동자는 초조한 듯 천장을 바라보았다. "……뭐라도 좋아. 다른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는가? 이왕 이렇게 된 거니.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좋아." "……그러고 보니." 페페론치노가, 앞서의 트럼프를 손에 든 채로 말했다. "지금 대충 카드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한 장 빠져 있었어." "뭐?" "클로버의 킹이야." "……클로버 킹?" 스승님이, 앵무새처럼 말했다. 듣기만 해서는, 평범하게 있을 법한 일처럼 생각되었지만, 스승님은 몹시 진지하게──마치, 눈앞에, 갑자기 살인 사건 흉기가 나타난 것처럼 신음했다. "클로버 킹……이라고……? 하필이면 이 자리에서? 왕의 살인 사건에서?" "……스승님?" 이쪽의 부름에도, 곧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에, 이렇게 물었다. "페페론치노, 어떻게 생각해?" "글쎄, 어쩌면 정말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발바드 왕은 바깥 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고, 그 정도는 총명한 사람이었으니까." (……무슨 이야기?) 스승님과 페페론치노 사이에서는, 어떤 가설이 세워진 듯했다. 하지만, 애초에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조차, 자신에게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선생님." 이어서, 에르고가 중얼거렸다. "설마, 이거, 다잉 메시지인가요?" 다잉 메시지. 우선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거의 추리 소설에서만 나오는 용어다. 빈사의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메시지. 대부분은 피해자의 이름을 직접 쓸 수 없어서, 어떤 수수께끼가 된다고 한다. 이번 에르고는, 트럼프 결손을, 그 다잉 메시지처럼 본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메시지로? 자신이 그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아, 하고 린도 소리를 냈다. "클로버 킹이라고 하는 건, 이거,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거?" "……아마도, 그렇겠지." 라고, 불안한 얼굴로, 스승님이 끄덕였다. "하지만, 있을 수 없어. 정말로? 그런 해석이 있을 수 있는 건가? 단순한 카드 결손이 아닌가?" 갑자기, 스승님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섞였다. "무슨 뜻인가요?"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질문한 자신에게, 스승님 대신에 에르고가 대답했다. "유명한 이야기지만, 플레잉 카드의 그림패는 각각 역사상의 유명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이드 킹이라면 다비드 왕, 하트 킹이라면 카를 대제, 다이아몬드 킹이라면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그리고 클로버 킹은, 정복왕 이스칸달──아버님이 모델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정복왕이라면, 그러한 모델로 선택받는 것 자체는 놀랄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의 문제는── "클로버 킹. 독살. 왕의 죽음."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 뒤편에,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초조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샤의 나라 왕의 죽음은, 어디까지 가도 남의 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아, 그것은 역사상, 최대 수수께끼 중 하나야." 입을 가린 채, 스승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케도니아를 출국한 이래, 이집트를 합병하고,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3세를 쓰러뜨리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대제국을 세운 정복왕 이스칸달은, 하지만 인더스 강을 넘어서 인도에 침입한 곳에서, 드디어 그 동정 사업東征事業을 정지한다. 아름다운 도시 바빌론 궁정으로 귀환하고, 아마도 새로운 정복에 대한 정열을 불태우고 있었을 때, 갑자기 열병으로 쓰러져 버리지……." 정복왕 이스칸달에 대해 말하는 스승님은, 언제나 자랑스러워하고, 조금은 쑥스러워하며, 이 사람의 매우 부드러운 부분에 닿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스승님의 표정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문제는, 어떤 병이었느냐이다. 많은 자료에는 이스칸달이 고열로 쓰러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열병이나 장티푸스, 말라리아 외에도, 알코올로 인한 간장병 등이 유력한 정설이지만, 옛날부터 정기적으로, 단순한 병사가 아니었다는 소리가 나왔지." 겨우, 말하려고 하는 바를, 자신도 알았다. "스승님. 그것은, 즉……." "아아." 라고, 무겁게 스승님이 끄덕인다. "이스칸달은 단순한 병사가 아니라, 사실은 독살당한 게 아니냐고, 자주 학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있어." 와르르, 하고 눈앞의 광경이 기울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의 충격이, 지금 한 대사에 담겨 있었다. 왜냐하면, 그렇다. 이번의 경우, 이스칸달의 죽음은, 그대로 또 다른 왕의 죽음으로 연결된다. "그럼, 이 다잉 메시지는──." "이것은, 보이기 위한 살인이 아닌, 보이는 다잉 메시지다." 그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샤의 나라 왕(라자)의 죽음이, 역사상의 이스칸달 살인 사건에 빗대어 만들어졌어." "그, 그렇다 해도, 그것만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인게……." "문제는, 거기가 아니야. 지즈와 이스칸달을 기억하고 있나? 지즈의 하우더닛이라고 해도 좋겠지." "지즈가, 생전의 이스칸달과 접촉했다는 이야기인가요." 물론이다. 잊을 리가 없다. 방황해의 지즈가 자신의 마음을 고정해서, 고유 결계・유성체(幼星體)를 만들 정도로 마음을 썼던 이유. 그것은, 이스칸달조차 무참하게 흩어지고, 그 웅대한 꿈을 이루지 못했던 것에 절망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충고했던 이스칸달의 결말을 보고, 저 정도의 영웅조차, 아주 작은 보상밖에 얻지 못했다는 것에, 지즈는 분노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나는 나중에, 너에게 들었어. 그리고, 이 다잉 메시지는, 당시 발바드 왕이 알 리 없는 우리들이 아니라, 나중에 올 누군가를 향해 보내진 거야." 씹어 삼키듯이, 스승님이 말한다. 누군가. 그것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어지간한 자신도 알았다. "……산령법정(山嶺法廷), 말인가요?" "아아. 그리고, 선인이라면, 이미 나이는 의미가 없지. 무시키도 신대에서 살아온 듯한 이야기를 했었잖아."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애초에, 신대에서 행해졌던 에르고의 실험에 참가하고 있었으니, 자명한 이치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벼락을 맞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설마……." 그렇다면, 너무나도 악랄하다. 우연이라고 한다면, 이미 운명이라고밖에 형용할 수 없다. 아비다야는 물론이고, 스승님은 어떻게 해도 도망칠 수 없다──숙명이라는 표현조차 미지근할 정도인,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악마의 일격이다. "네, 그것은……." 라고, 에르고도 말했다. 그에게도, 어찌할 수 없는 결론이었다. 돌이라도 토해내듯이, 스승님이 천천히 중얼거렸다. "이 다잉 메시지는, 이스칸달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산령법정(山嶺法廷)의 선인을 향해서, 보내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5 "과연. 확실히 당신은 마술을 사랑하고 있겠죠. 어떻게 보면 구도자라 봐도 무방해요." 분연히 가슴을 펴고 단언한다. "하지만 마술의 본래 의미로 따지면, 당신은 오히려 마술의 파괴자예요." 그러자 스승님은 매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소태를 씹는 듯도 하고, 그 쓴맛조차 혀로 음미하며 그리워하는 듯도 한, 매우 신기한 표정이었다. "……옛날에 비슷한 말을 스승에게 들었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26 나스:런던의 마술 협회(시계탑)에서는 마술에 대한 특허를 취급하고 있습니다만, 린의 부친 토키오미가 "마술을 간략화하는 마술식"의 등록을 해놨으므로 매월 특허료가 들어와, 그 수입으로 토오사카가는 성립되고 있습니다. 린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다, 천재로 불렸던 토키오미가 만든 마술식이라지만 현대에 와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므로, 토오사카가의 재정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린 왈, 이제 런던에 나가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좋지 않아! / 타케우치:린은 돈이 드는 여자니까요 - 페이트 컴플리트 마테리얼2의 내용

*427 Q: 부감 풍경에서 토우코씨가「나도 빗자루가 없으면 날 수 없다」라고 발언했습니다만, 빗자루를 사용해 하늘을 나는 마술에 대해 자세하게 가르쳐 주세요. / A : 기본은 연료(마력)로 행해지는 이동법. 순간 최대풍속의 제트비행법, 로우 코스트로는 한가로이 하늘을 가는 에테르세일 범선법, 신 발상으로는, 목적지에 쐐기를 박고 마술 엥커로 끌어당기는, 마치 고무줄이 줄어드는 것 같네, 라고 하는 아오자키 토우코 입안의 어셈블리 어센션(저작권 있어.통칭 토우코 트래블)이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빗자루는 「마술 기반, 흑마술」로 전세계에 신비기반이 새겨져 있어 여성의 마술사가 이것을 사용하면 「땅에 발이 닿지 않게 되」 「대지로부터 추방된다」등의 마술 특성이 발로 하기 쉽다. 이것에, 한층 더 「대지로부터 추방된다」효과를 높이는 마녀의 유물을 병용하는 것으로 인력이 6 분의1이 된다, 라고 말해지고 있다. 즉 시작은 「푹신푹신하게 떠오른다」는 아이템으로, 그 후의 추진력은 마술사 마다 다른 것으로 한다. 지금 여성 마술사들 사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비행법을 발표하는 것이 트렌드이지만, 최근 몇년은 토우코 트래블을 넘는“이봐 이봐, 그거 의미를 모르겠어”클래스의 새로운 발명은 나오지 않았다.- 타입문 FES 팜플렛 일문일답의 내용

*428 "그 전에, 하나 강의를 하지." 라고, 스승님이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흥이 오르신 모양이다. "미스 토오사카는 잘 알고 있듯이, 시계탑의 마술에는 특허제도가 있어서 말이지. 등록된 마술식이 사용된 경우, 등록자와 시계탑은 제각각 대가가 되는 금왝을 징수할 수 있게 되어있네. 뭐어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시계탑의 메인 수입원 중 하나지." 슬쩍, 들은 적은 있었다. 스승님이 약탈공이니 하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해체한 마술식에 개선을 더해,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한다는 악랄한 짓을 하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보복으로 암살당할 뻔 했지만, 몇 번인가 거듭하는 동안 완전히 스승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것이다. "허나, 마술사는 자신의 마술을 은닉해야 하지. 본래대로라면, 특허를 받은 마술의 사용 따위, 일일이 시계탑에 보고할 리도 없네. 그런데도, 어째서 이 시스템이 기능하는지 알겠나?" "……등록된 마술식이 쓰이면, 어떠한 방법으로 알 수 있도록 되어있다거나." "정답이네. 런던의 시계탑의 지하에는, 아득한 지상을 관찰하기 위한 천문대가 있어서 말이지. 거기서 영맥과 접속된 마술예장으로써, 등록된 마술식이 발동한 형적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되어있네." 지하의 천문대. 참으로 모순된 단어같지만, 런던이라면 그럴 법도 하다. 저 도시라면 그 정도 물건은 묻혀있어도 당연, 하다고 어느 샌가 자신도 생각하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당연하네만, 런던의 시계탑의 마술예장 하나로, 세계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 천문대의 마술예장은, 군주 열두 가문의 지상예장에도 필적하긴 커녕 능가하는 걸물이지만, 결코 만능하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지. 어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거라고 생각하지? 이건 그레이가 답해보게." 갑자기 질문이 날아와서, 당황해버렸다 그럼에도, 최신의 학생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어떻게든 정답을 준비한다.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을, 다른 지역에도 둔다, 일까요." 머뭇머뭇 피로한 해답에 스승님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 과거의 시계탑도 똑같이 생각했다는 거네. 세계 각지에 시계탑 지부가 있는 것은, 이런 이유도 배경에 있지. 물론, 런던의 진작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기능과 범위를 한정한 예장을, 주요한 지역의 영맥에 접속시키고 있는 거다. 이것들의 합계로써, 거의 세계의 토지의 7할에서 8할 정도는, 마술권리를 정당하게 단속할 수 있게 되어있지. 당연히, 이 싱가포르를 포함해서 말이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9 '이런 장소가……' 망연해져있자니, 스승님이 아타셰 케이스와 작은 상자를 열어, 제각각의 내용물을 꺼내들었다. 금과 은으로 된, 한 쌍의 열쇠였다. 통로에 몇 개나 늘어선 낡은 문 중에서 하나를 골라, 그 열쇠를 끼워넣는다. 최초는 금 열쇠고, 다음은 은 열쇠라는 순서였다. 아마도, 그 열쇠도 겉보기대로가 아니라, 강대한 마술이 걸린 걸물이겠지. 문이 열리고, 내측의 공간이 드러나게 됐다. 바닥과 같이, 금속 재질로 격리된 공간이다. 그곳에는, 거대한 구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정확히는, 구체에서 일부를 도려낸 듯한 오브제였다. 일종의 전위예술같은 그 오브제에서, 몇 개나 되는 케이블이 늘어져있다. 그 케이블과 이어져있는 것이, 현대적인 모니터가 아니라, 어딘가 증기기관같은 아날로그적인 미터계인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됐다. "한정형 마술예장・관측구 룩스 카르타." 라고, 스승님이 이름을 불렀다. "상상대로, 마력의 파장, 마술의 파형이나 술식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한 마술예장이네. 싱가포르에서 반경 수백 킬로 정도는 이걸로 내다볼 수 있지. 단, 당연히 나선관의 범위도 들여다 보게 되니 말이야. 사용에 양 조직의 허가가 필요한 건 그 때문이지." "그럼, 스승님 역시……" "아틀라스원의, 라티오의 연금술은 봤다." 말하면서, 스승님은 근처의 계기를 만지고, 다시 한 번 금 열쇠와 은 열쇠를 끼웠다. 저 열쇠는 여기에 들어오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관측구를 쓰기 위한 인증기구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본인도 말했지만, 뼈를 사용한 저 연금술은, 즉 자신의 몸을 이용하고 있는 마술이다. 이건 시계탑에서도 말해지는 것이지만, 현실세계에서부터 반동이 생겨나지 않는 만큼, 대부분의 신비는 몸의 내측 편이 운용하기 쉬워서 말이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는 마술회로가 적어서, 자연간섭계의 마술을 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해지지만, 과연 육원에 이르면 그런 변칙적인 신비를 확립하고 있다는 거지. 아아, 몸 안에서만으로 완결한다면, 마술기반도 필요 없지. 어쩌면, 육원의 가계에 한해서는, 마술회로 자체가 변이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설명이 또 너무 전문적이 돼버려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 그게…… 즉, 무슨 말씀이신가요?" "자신의 육체를 마술에 사용하고 있는 이상, 오히려 시계탑의 마술사보다 특정하기 쉽다는 거지. 아마도, 그녀가 쓰는 거의 모든 연금술은, 같은 파장을 낼 테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스승님이 품에서 꺼내든 것은, 하얀 파편이었다. "뼈의 파편!" 싸움이 한창일 때, 스승님은 그런 것을 회수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사람답게 약삭빠르다고 해야 하나. 그 때부터, 언젠가 반격에 필요해질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걸까. 근처의 천칭에 그 뼈를 두고, 계기의 바늘에 손을 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0 "린, 보조를 부탁하고 싶네. 관측구 상에서의 측정은 나로서도 가능하지만, 마력의 동조처리나 세세한 조정은 아마도 자네 쪽이……" "그 전에, 하나 확인해도 될까요." 이번에는, 관측구를 올려다보고 있던 린이 입을 연 것이다. 지상에서와는 딴판으로, 엄중한 모습이었다. "뭔가?" "…………" 잠시간 침묵하고나서,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이 관측구의 사용허가, 어떤 신청을 해서 받은 건가요." 한순간, 스승님이 머뭇거렸다. 거북한 듯이 한쪽 눈을 감고, 자켓의 옷깃을 만지작댄다. "과연 미스 토오사카. 그걸 눈치챘나. ……라이네스한테 연락을 해서 말이지. 내가 특허를 딴 마술식이 근변에서 무단사용되고 있다, 라고 엘멜로이 가에서 시계탑 싱가포르 지부에 항의하게 했다. 이거야 원, 먼저 보낸 메일이 거의 동시에 도착한 모양이라, 꽤나 혼나버렸지만." "선생님……!" 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거, 완전 사기잖아요! 그것도 국제적인 사기에요! 시계탑의 군주(로드)의 권위로 지부를 움직인데다 나선관까지 속이다니, 선생님만의 문제로 안 그치잖아요! 들키면 경우에 따라서는 양 조직의 전쟁감이에요!" "음, 상황의 이해와 언어화가 적절하군. 그런고로, 지금부터 당분간의 행위에 관해서는, 그레이와 에르고도 전부 입 다물고 있도록." "스, 스승님──!" "선생님?" 자신과 에르고도, 참지 못하고 딴죽을 걸었다.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았으면, 쓰게 해주지 않았을 거 아닌가. 하물며, 아틀라스원이나 에르고에 대해서 설명하면, 그거야말로 불필요한 파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지. 가장 신속하고 스무스한 수단을 강구해보니, 어쩌다가 사기 행위와 일치했다는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1 마술사에게 마술의 오의는 스스로의 생명에 필적하는 대용품이다. 특허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그 기술이 별 거 없어서가 아니라 특허 내어 버리면 마술사 사이에 전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즉 약간의 이권 등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은닉 자체가 중요하다. .......스승이 대부분의 마술사에게 반갑지 않은 이유를 새삼 납득한다. 물론, 스승은 마술사로 큰 문제가 없다. 우연히 플랫이 술식을 해석하는 우연이 없었으면 모방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돌파되면 갑자기 스승은 모독적인 정도의 성과를 올린다. 그것으로 마술의 복제가 되면......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마술의 파괴임이 다름이 아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32 Q.린이 벌레창고에 들어갔을때 참상을 보고 말문이 막혔었는데 린은 그 시점에서 사쿠라나 마토우가의 참상을 어디까지 알았던건가요? / 나스:마술사들은 자신의 교육,비술을 은닉하니까 사쿠라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는 상상할수밖에 없었습니다 마토한테는 마토의 교육이 있고 그걸 알려고 하는건 즉,서로 죽이려한다는게 마술사들의 공통 인식이니까요. / 타케:알았다면 방치도 안했겠지. / 나스:믿고 보낸 용자가 블랙기업의 노예가 되어있었다.라는 슬픈 이야기네요...... / 타케:최종적으론 엄청 출세했지만말야..... -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극장판 헤븐즈 필 bd 수록 일문일답의 내용

*433 "그런데, 또 한 사람. 시계탑의 악랄한 마술사라는 건, 어떤 분인가요." "…………" 이번엔, 청년이 입을 다물 차례였다. "관둬. 그놈은 진짜 악질이야. 애초에, 이번 습격하고는 관계 없고, 괜한 정보를 넣는 건 너한테 도움이 안 된다고." 그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이 일대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확실히 공유하면, 오히려 재앙에 휘말려든다. 『카페』 같은 걸 써서, 적당히 새로운 멤버를 모집하는 것도, 괜한 이해관계를 너무 늘리지 않기 위해서다. 일기일회, 스쳐지나가는 관계라면 귀찮은 일도 없다. 자신의 몸이 아까우면, 이 앞에 들어서려고 하지 말라 이거다. "그래도, 신경 쓰여요. 일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여기서 발을 빼도 상관 없다구요. "……이 자식." 한 순간, 살의가 담간 안광을 쏘면서,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약탈공, 이라던가 그렇게 불리는 마술사다." "약탈이라니, 해적처럼?" "똑같이 취급하지 마. 우리들이 빼앗는 건 톤이나 보석, 최악이라도 기껏해야 목숨 정도잖냐. 저 놈은 마술사에게 있어 혼보다도 귀중한 걸 뺏어간다고." 그 말투는, 진심으로 공포스러운 괴물을 표현하는 듯 했다. 마술사에게 있어, 혼보다도 귀중한 것. 아아, 그런 건 정해져 있다. 매직 유저라도 아닌 한, 마술사란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에 쏟아부어버리는 생물이니까. "……저 자식은, 타인의 마술을 해체해서, 뺏어가는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4 슬쩍, 들은 적은 있었다. 스승님이 약탈공이니 하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해체한 마술식에 개선을 더해,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한다는 악랄한 짓을 하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보복으로 암살당할 뻔 했지만, 몇 번인가 거듭하는 동안 완전히 스승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5 몇번인가 그레이가 지적했듯이, 그는 신비나 사건 그 자체보다도, 오히려 신비의 뒤에 있는 마술사를 보고 있다. 어째서, 그런 신비가 있는 건가, 어째서 그런 신비에 손을 대지 않으면 안되었나. 그의 감정안이란, 결국 사람을 감정하는 것이다. 특히 「이 수수께끼에 의미가 없다」고 단정한 박리성 아드라 건은, 그 특성이 크게 살려진 사건이라 말할 수 있겠지. 반대로, 마안수집열차 편 이후, 하트리스를 뒤쫓게 되고서부터는, 이 감정안 때문에 하트리스의 의도에 끌려가는 일도 있었다. 수수께끼를 풀 수록, 하트리스에게 협력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는 몰아넣는 방식은, 2세의 해체에 대해 극히 유효한 해킹 방법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436 티아는 눈치챈다. 강제의 마안의 효과가 풀려가는 것은, 마안의 소유주인 이베트 자신이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쪽을 노려보는 채로, 대담한 웃음을 짓는다. 안 좋은 예감이 든 티아가, 불완전한 채로 『별』을 사출하려 한 순간── 그의 세계가, 격한 섬광에 휩싸인다. × 엘멜로이 교실의 멤버 중 반수는, 그 광경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가 무엇을 한 것인지 이해하고 있는 소수도, 『진짜로 저질렀어』 하는 표정으로 이베트 쪽을 보고 있다. 무엇이 일어난 것인가? 그것은, 말로 하자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현상. 이베트 L 레이먼이, 눈에서 빔을 날렸다. 그저, 그것 뿐인 일이었다. 단순한 염소의 마안 등의 공격 마술이었다면, 결코 부자연스러운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웠던 것은 그 너무나도 격이 다른 규모와 위력이다. 대형 전차나 점보 제트기 정도라면 순식간에 용해시켜버리지 않을까 싶은 고출력의 광선에, 추가로 마안 본래의 기능인 강제의 힘이 곱해진 일격이다. 핑크색의 고스로리 복장을 걸친 숙녀의 눈에서 하늘도 꿰뚫는 광선이 쏘아진다는 이상 사태를 대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아무리 엘멜로이 교실의 멤버라도 그리 많지는 않다. 토오사카 린은 질렸다는 듯이 이베트를 보고 말했다. "당신…… 할 거라고는 들었지만…… 진짜로 한 거야? 제정신?" 이베트는 그 말을 듣고, 피차일반이라는 표정으로 린을 본다. "제정신인 인간이, 처음부터 이딴 곳에 올 리가 없잖아! 앗하하하! 이제 웃을 수 밖에 없다구요 이거! 음청 아파──!" 그녀는 오른눈에서 피눈물과 함께 연기를 내뿜었고, 그 안구가 재가 되어 눈구멍에서 떨어졌다. 더이상 원래 진짜 안구였는지 인공마안의 보석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재를 닦으면서, 이베트가 주위에서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몇 명에게 설명한다. "선생님의 늘 하는 나쁜 버릇이라구요. 본 것을 해석해서, 『일단 해봐라』 하고 이쪽에 집어던지는 그거." 그것만 듣고, 주위의 멤버들은 『아아…….』 하고 납득하고 상공으로 눈길을 돌렸다. 카울레스의 원시전지를 시작으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타인의 마술을 보는대로 해석하는 버릇이 있어, 그것이 마술세계 내에서 특허를 따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자기 학생 중에서 제일 계통이 맞을 법한 이에게 쉽사리 쓰게 시킨다. 그가 『약탈공』이라는 별명이 붙은 원인 중 하나로, 이베트가 지금 한 것도, 특허를 따지 않은 쪽이 나쁘다는, 언제나의 논법으로 넘겨받은 마술이었지만── 수 년 전의 어떤 사건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루비아가, 그 마술의 토대가 된 것의 명칭을 입에 올린다. "어이 없어지네요……. 마안대투사…… 설마 정말로, 개인의 눈으로 할 수 있다니……." "네 거기! 이름 꺼내지 말기──! 유사품! 어디까지나 원본이랑 전혀 안 비슷한 대투사 유사품입니다! 알겠죠! 자 해산! 이 화제 끝! 아무래도 마안 옥션이랑 문제 생기는 건 우리 집안적으로 치명적이라서!" 마안대투사라고 함은, 이전 어떤 사건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와 내제자, 그리고 이베트나 카울레스가 엮인, 상급 사도가 운영하는 『마안수집열차(레일 체펠린)』의 장비 중 하나다. 보존하고 있는 마안을 탄환으로 소비해, 내포한 마력회로와 각인 등의 기능을 완전히 소모함으로써, 마력의 분류와 함께 마안의 힘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비술이다. ──"상급 사도와 같은 짓이, 우리에게 가능할 리 없잖나." ──"하지만, 같은 결과를 추구하는 것으로 족하다면 불가능하진 않군. 요컨대 마안의 마력을 쥐어짜낸다, 라는 방향을 파고들면 된다. 이베트의 가전 마술이라면 원래 적합하겠지." 그런 스승의 말을 떠올리면서, 이베트는 다른 마안을 끼우려 하더니 『앗, 이거 당분간 무리네…….』 라고 말하며 안대를 다시 차고, 얼버무리듯이 아이돌 같은 포즈를 잡으면서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선생님은 분명 언젠가 누구한테 뒤에서 찔릴 거라니까요── 보기 좋게 쓸 수 있게 된 제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요!"             × 한편, 하늘에 있는 티아는 심상치 않은 피해를 그 몸에 입었다. 순수한 마력의 분류만으로도 그 충격은 엄청나서, 준비하고 있던 『별』의 혼돈 마술이 캔슬되어 있다. 티아 본체는 무사하지만, 대신 강제의 마안의 『움직이지 마』라는 저주를 정통으로 받아버려, 그저 강한 마력이 담긴 포탄으로 변해버렸다. 마안살의 방어 전개가 되어있었기에 망정이지, 기본 상태에서 맞았더라면 티아 자신도 며칠은 움직임을 봉쇄당했거나, 최악의 경우 생명활동 그 자체가 멈춰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 움직일 수 있어. ──담겨진 마력 그 자체는 흩어지지 않았어. ──곧바로, 마술을 재구성하면……. 티아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느닷없이, 하늘이 어두워졌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437 그때, 시계탑의 군주(로드)면서도 아틀라스원의 규율의 이유까지 꿰뚫어 본 것처럼,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다른 마술협회의 존재 방식, 그 이념과 방향성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 그가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합동 발굴 조사에 나선 것도 결코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온은 카르마그리프의 말의 파도에 휩쓸린 듯 떨고 있었다. 망연히, 그러나 마치 혼의 소재를 잊어버린 듯, 정상적인 표정을 상실해버린 듯이. 알고 있다. 그 표정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스승에게 신비를 해체당한 마술사가 짓는, 전형적인 표정. 단순히 스승이 호기심에 입을 열어버렸을 때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고 했을 때의 그것이다. 정말 스승이 화가 났을 때. 상대 입장에서 보면, 일생을 바쳐온 신비가 정중하게 잘려 나가고, 해부되고, 부분(腑分)되고, 내장 하나하나가 드러나고, 그런데도 끝나지 않고 그 역사와 의미 하나하나까지 갈가리 찢겨 나갔을 때다. 햇빛 아래 끌려 나온 흡혈귀와도 닮아있는, 그 표정.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8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곧장 린이 말했다. "지금 얘기는, 어떻게 해서든 필요한 건가요." "필요하지 않다면 안되나요." "저도 남의 일을 말하는 건 분수에 안 맞고(柄じゃな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싸워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각오가 있을 때의 일이죠. 지금, 선생님이 그런 각오로 말씀하시는 건지 묻고 있습니다." 자신은 시온이라는 소녀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카르마그리프의 대사가 안이하게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은 가부 없이 이해하고 있었다. 이래선, 도대체 어느 쪽이 약탈공인 건가. 분명 스승의 팬 같은 존재라고 말했던 것도 더 이상 이것이 자기 자신의 기억인지, 아니면 에테라이트가 부여한 다른 누군가의 기억인지 생각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이렇게까지 철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군요, 이건 실례했습니다. 시온 씨에게도 린 씨에게도." 카르마그리프가 몸을 숙여 사죄했다. 사죄 자체는 지극히 진지해 보이는 게, 또 섬뜩했다. 그리고는 스승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중략) 말투까지 스승님을 방불케 했다 카르마그리프라는 마술사는 어느 부분에서도(どこまでも) 스승님을 닮았다. 아니, 다르다. 닮은(상사相似) 게 아니라, 카르마그리프가 따라 하는 것이다. 본질에 의한 닮음이 아니라, 의도에 의한 닮음. 하지만, 그건 어째서?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의문은 공포와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9 하얀 갑판 위로 돌아서서 물었다. "그래서 교수님, 결국 참가비는 준비됐나요?" "------ 아직이야." 라고 스승이 말했다. 안색이 상당히 안 좋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을 정도로 창백해져 있다. 낮에 지즈와의 만남 이후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인터넷으로 연락도 해봤지만, 결국 마땅한 빚쟁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어찌 보면 자초지종이다. 약탈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것은 좋지만, 그만큼 주변에서 경계심을 갖게 되어 당장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대가 없어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0 "라이네스도 루비아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야." "루비아 씨도요?“ 나도 모르게 말을 끼어들었다. 일단 시계탑으로 돌아간 라이네스에 대해서는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시계탑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는 경우 도청 등의 경계를 겸해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탑에서 과학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서라기보다는 마술적인 결계를 쳐서 전파도 통하지 않게 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던 루비아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은 ------. 엄한 표정을 지으며 에르고가 물었다. "------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선생님." "둘 중 한 명만 연락이 닿으면 어떻게든 될 ...... 어쩌면 ------ 가 ------ 가 ------ 우, 음 ------ 우회적으로 범위를 넓혀서 다른 군주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확실히 ------“ 말끝이 프롬나드 데크의 즐거운 사람들의 소리에 섞여 사라진다. 이 여행을 떠난 이후 가장 큰 고비였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사건이라면 해결하면 된다. 신비라면 나나 엘고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하나같이 망가져 버렸으니 말이다. "이봐, 플랫. 너 비상금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아, 교수님! 역시 나도 백만 유로의 용돈은 없어요! 만약 있었다면 지금쯤 소프트하우스에 투자하고 있을 거라고요!“ 학생들의 비상금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이것이 마술계의 군주 중 한 명이라니, 세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번 사건으로 대립했던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들으면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뜨릴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1 약탈공이라는 그의 별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마술은 숨겨짐으로써 힘을 얻는 것이므로, 그의 눈이 꿰뚫어 본 술식은, 그 자체만으로 약화된 것과 같다. 만약, 그 군주(로드)에게, 간파한 마술을 스스로 재현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 있었다면, 이미 시계탑은 와해의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2 "몇십 년에 한 번, 창조주가 샤의 나라에 오는 것은 알고 계시겠죠." 샤의 나라는, 산령법정(山嶺法廷) 마술사가 만들었다고 들었다. 창조주란, 그 마술사의 이야기일 것이다. "아직도, 이 나라의 중진들과, 접촉이 있다고는 들었었지만." "네, 그 접촉의 기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산령법정(山嶺法廷) 사람들은 특별한 회의를 이 나라에서 개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성관밀의(그랜드 롤)라고 합니다." "읏──!" 자신뿐 아니라, 스승님도 지금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성관밀의(그랜드 롤). 앞서 페페론치노와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 단어를 우리는 알고 있었다. 다만, 번역 예장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다면, 지금 다르마스는 '성관밀의'라고 말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랜드 롤은 '관위 결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한 단어의 의도를 더욱 강하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번역 예장의 특징이기도 했다. "……마술 세계에서는, 복수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종종 존재한다." 작은 목소리로,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그럼 스승님, 시계탑의 관위 결의(그랜드 롤)와는……" "무관계하지는 않겠지. 원래 마술 세계에서는, 하나의 단어에 복수의 의미를 담을 수 있어. 군주(로드)와 귀족(로드)과 같이." 군주(로드)는 물론, 스승님이 그러하듯이, 시계탑 열두 명의 왕을 말한다. 반대로, 귀족(로드)이란, 시계탑에서도 격식이 높은 세 가문에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그랜드 롤도, 그러한 말장난 같은 것일까? "……이러한, 단어의 복층화는, 어떤 의미로 마술사의 본능과 같은 것이겠지. 신비는 그 본질을 아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힘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하나의 단어를 복수의 의미로 사용하거나, 새로운 단어로 바꾸거나 반복해서, 그 본질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문득, 생각했다. (……스승님의 말대로라면) 그런 본능을 뛰어넘어, 신이나 마술의 본질을 언어화해 버리는 스승님은, 그야말로 신비의 파괴자가 아닌가. 스승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주위 마술사들이 뱀이나 전갈처럼 꺼려 하는 해체란, 원래 스승님이나 다른 마술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치명적이고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이쪽의 문답이 일단락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다르마스가 이렇게 이어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3 여기서 II세는 어딘가에 잿떨이용으로 마술적인 포켓을 형성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地) 속성을 가진 II세에게 있어서 재는 중요한 마술적 인자因子이기에, 헛되게 할리는 없겠죠. 마술사에게는 담뱃재를 떨어뜨리는 행위조차 하나의 마술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시가가 사라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만, 애니메이션에서 이걸 설명하면 템포가 나빠지니 싹 깔끔하게 날려버렸습니다. - 미와 키요무네 2019년 9월 15일 트윗

*444 「그렇게 소리치지마, 기쁘잖아. ----뭐어, 그것보다. 방금전에 보고 있던 그 천, 아마도 촉매겠지? 마술사로서는, 아무리 좋게봐도 40점인 당신이 성배 전쟁에 살아 남았으니까, 상당히 강력한 서번트일 터. 왜 그걸 성배 대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거야?」 엘멜로이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소녀는 가만히 그를 본다. 1분이 지나, 끈기에 졌는지 청년은 「그 말대로야」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페이트 아포크리파의 내용

*445 본인은 마술사로 성공하고 싶어하나 마술사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 없이 평균수준. 하지만, 강사로서의 실력은 대단해서, 타인의 깨어나지 않은 재능을 발견하여, 단련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시계탑 제일의 인물이다. - 캐릭터 마테리얼의 내용

*446 마술을 실천하는 소양은 없으나 연구자로서의 관찰력, 통찰력에는 특출난 재능이 있다. 차라리 "마술은 서브컬처의 일환입니다!" 라고 우기며 비평가로서 나섰더라면 일세를 풍미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랬다간 역시나 마술협회로부터 말살당하기 마련이며, 그는 다른 형태로 타고난 재간을 살리게 된다. 달리기 선수로 비유하자면 각력은 도무지 글러먹었건만 이상적인 주행 자세를 머릿속에 그리는 일은 가능하다는 것 같은 예. 물론 선수가 되지야 못하지만 코치로서는 그 기지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 페이트 제로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447 케이네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그가 시계탑에서 만들어 낸 수많은 귀중한 연구는 미정리된 채 방치되어 하마터면 그 성과는 흩어 없어질 뻔 하였으나, 가장 무능한 제자가「마술의 실천능력은 전혀 안 되나, 이론의 재해석 계통 분류는 천재적」이라는 이상한 재치를 발휘한 것으로, 최종적으로는 「로드.케이네스 비술대전」이라 이름붙여진 1권의 마도서로 편찬되어 모든 비술은 아치볼트 가의 관리하로 돌려져 후의 가문의 번영을 반석으로 만들었다. - 페이트 제로 마테리얼의 용어사전의 내용

*448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말을 떠올린다. 토키토 지로보 세이겐과 마술 전투를 했을 때 뻐끔 새어나온 말을, 하이네는 빠짐없이 파악했던 것이다. (……잘도 연구했군) 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돌〉은 은닉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외부에서 기록되어있는 문헌은 수가 적다. 이름 정도라면 모르지만 그것이 무기의 종류라는 것은 대부분의 마술사는 모를 터였다. 설령 본인은 납득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지식량은 군주(로드)를 짊어지기에 걸맞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49 사실, 엘멜로이 2세는 지식에서 다른 마술사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마술과의 학부장이 되어, 액세스 가능한 자료는 막대해졌지만, 격무 도중 읽을 수 있는 자료의 수 따위 뻔하다. 2세가 탁월한 것은, 눈 앞의 사상이나 인물과, 지식을 엮어내는 속도와 정밀도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450 "규칙은 이상입니다. 그럼, 여러분의 마술 회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민감한 이야기이니, 말로 하기 싫으신 분은 살짝 알려 주셔도 괜찮습니다. 필요하다면, 이쪽에서 검사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마술사의, 마술 회로 수는 20개라고 한다. 한 개마다 생산하는 마력량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정확하게 마력을 운용하는 정도도 중요하다고 하니, 반드시 마술 회로 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지표에는 틀림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린의 마술 회로는 메인과 서브를 합해서, 전부 100개 있다고 하던가. 처음으로, 알레트가 입을 열었다. "60개다." 간결하게 말한다. 숨길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겠지. 평균적인 마술사의, 3배. 역사뿐인 에스칼도스 가문이라고 속삭이고 있다는 모양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런던 시계탑이라고 해도, 그럭저럭 이상의 위치에 갈 수 있는 숫자겠지. 다음으로, 이시리드가 입을 열었다. "나라면 90개야."  알레트의, 더욱 위. 역시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을 맡을 만하다. 두 번째 게임 때, 음성 차단의 마술 등을 써 주었지만, 은근하게 숙달된 솜씨를 느끼게 해 주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시죠? 로드 엘멜로이 2세."  하고, 딜러가 물었다.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무시하셔도 됩니다만……" "……9개." 장내가 조용해졌다.  크흠, 하고 이시리드가 헛기침한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아까 90개라고 말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어색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9개다! 불만이라도 있나!" 일순간, 진심의 표정마저 비추며, 스승님이 고함친다. 큭, 큭, 큭, 하고 알레트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기운을 내게나, 군주(로드).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일은 있지." "동정하지 마!" 진지하게 말한 것이 도리어 기분이 상했는지, 평소의 포커페이스도 잊고, 스승님이 이를 드러내며 항의한다. 반대로, "후후."  하고, 알레트가 흉포하게 웃었다. "아니,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군, 군주(로드).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군. 직접 만나보는 게 최고야." "……칭찬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물론, 그 말대로다." 알레트가 끄덕인다. 고개가 흔들린 각도는 정확히 30도.  그녀의 태도는 차라리 정중할 정도로 군인 같았다. 그런 취향인지 신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성의 중심에는 몹시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1 가끔, 린도 생각하게 된다. 대체, 로드 엘멜로이 2세란, 무엇일까. 단순한 마술 실력이라면, 다른 강사는 물론, 학생들 누구에게도 당해낼 수 없을 텐데, 지도력과 시점의 날카로움은 이쪽의 등골을 서늘하게 할 정도다. 엘멜로이 교실 입실 직후, 린도 개인 지도의 기회를 얻었지만, 보석에 마력을 염색하는 과정만으로도, 폭풍 같은 지적과 개선을 받게 되었다. 그 몇십 분 만에, 토오사카 가문의 보석 마술은 수십 년의 진보를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당시의 린은 솜으로 목을 조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 개인 지도에서 보여준 것은, 어디까지나 토오사카 가문의 마술의 편린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 군주(로드)의 눈에는, 대대로 숨겨온 모든 술식과, 그 너머까지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무서움을 느꼈다. 만약, 앞으로 적대하게 된다면, 이쪽 마술의 비오를 폭로당하기 전에 죽이지 않고서는 못 견딜 것이다……무심코,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은, 마술사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2 린과 루비아가 아무리 천적 라이벌 사이라고는 해도, 쌍둥이 정도의 이해도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니까, 보석을 매개로 한 것이다. 마술사의 마력 자체는 각각 고유해도, 보석의 마력은 다르다. 시간과 기술은 필요하지만, 거의 같은 마력을 깃들이도록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을 응용하면, 보석만으로 유사 마술 회로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이론만이라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실, 2세도 발상까지는 갔지만, 형태로 만들지는 못했다. 토오사카 가문과 에델펠트 가문의 술식은 이상할 정도로 비슷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이 둘을 융합시키려고 하면, 종합적인 보석 마술의 지식이 필요했다. 마술사 개인의 재능이나, 개별 마술의 존재 방식을 간파하는 데는 시계탑에서도 뛰어났던 엘멜로이 2세였지만, 복수의 마술에 걸쳐진 '체계'에 대해서는, 그 정도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토오사카 린의 지도는 할 수 있고, 토오사카 가문의 마술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보석 마술이라는 '체계' 그 자체를 개혁하는 행위는, 2세의 힘에 버거웠다. 선대의 로드 엘멜로이라면,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린이나 루비아의 재능이라면 언젠가는 도달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아직 너무 이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3 (그럼, 어떻게 완성시킨 거지──?) 생각에 바로, 답이 떠올랐다. (──카르마그리프인가!) 로드 멜루아스테아. 엘멜로이 교실 외에 린과 루비아가 속한, 또 하나의 학과의 군주(로드). 광석과 키슈아의 우두머리인 그라면, 엘멜로이 2세가 도달하지 못했던 보석 마술을 완성시키는 것 정도는, 해낼 것이다. 동시에,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린들이 이 술식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도 이치에 맞는다. 카르마그리프에게서 배운 술식을, 카르마그리프에게 사용해도, 쉽게 반격당할 것이 눈에 보였다. 『In der Nähe von. Entfernt sich. Die Sterne zittern regelmäßig 가까이, 멀리, 울리는 별의 율동近く、遠く、谺する星の律動.』『Distant. Becoming closer. Birds sign a secret contract 멀리, 가까이, 지저귀는 꿈의 밀약遠く、近く、鳴き交わす夢の密約.』이런 장면에서조차, 이를 갈고 싶어질 만큼 격렬한 감정에 괴로워하는 2세 앞에서, 두 사람의 마술이 완성된다. (중략) 정말로, 왕도 중의 왕도. 본래의 실력 그 자체를 크게 끌어올리는 술식에, 고귀한 회로(로열 서킷)라는 이름은 얼마나 어울리는가. 동시에, 그 차이는, 엘멜로이 2세의 사도와 카르마그리프의 왕도의 차이점을 이 이상 없을 만큼 노출시키고 있었다. 강사로서의 2세가, 이 정도의 실의를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을지도 몰랐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4 「엘멜로이 2세 자신은 계위 낮은 마술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본질은 마술사가 아니야. 그는 마술사로서는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넓고, 누구보다도 깊게 상대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재능을 가지고 있어.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타인의 재능을 펼치는 재치에 관해서는, 시계탑에서 그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자는 없을 게야. 젤렛치 옹처럼 제자를 죽이는 일도 없고 말이야」믿기지 않는다는 듯 침묵을 지키는 제자에게, 란갈을 거듭 말을 더한다.「현역의 생도들조차 그 정도다. OB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의 교실을 졸업했던 자는, 10년 이내에 『전위[브라이드]』 이상의 계위를 취득했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말이지」「한 명도 남김없이............?」「그 중 몇 명인가는, 시계탑의 역사에서도 몇 없는 『왕관[그랜드]』의 칭호를 손에 넣었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그가 제자를 너무 많이 취급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가 제자들에게 목소리를 낸다면, 시계탑의 역사가 움직이는 일이 될 게야」「그런.....」엘멜로이가 다수의 별명을 가진 인기교사라는 것은 소문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공적을 알게된 것은 처음이었고, 제자의 마음에는 존경보다도 앞서 외경의 개념이 샘솟음쳤다.「그는, 시계탑에서는 어떠한 위치인 겁니까?」「같은 로드의 위치에 있는 로코 벨페반이 완고한 보수파의 대표격이라고 한다면, 엘멜로이 2세는 유연한 혁신파다. 뭐어, 옛 것이든 새로운 것이든 쓸모있는 것은 모두 존중하는 타입이야. 보수나 혁신이라고 하기보다도, 중용리난 말이 가장 가까울지도 모르겠군」「........」이제부터 만날 상대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하기 시작한 제자에게, 란갈은 한 가지 어드바이스했다.「.....상대를 꿰뚫어보려고 생각하지마. 역으로 꿰뚫어 봐질거라고」-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455 "그것이…… 전위나 색위를 몇 명이나 만들어 낸…… 시계탑의 군주(로드)의 솜씨라는 건가……" "거창한 이야기군." 역광 탓에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 마술사는 인상을 찌푸린 모양이었다. "절반 이상은, 전위의 집안에 양자로 들였을 뿐이다. 색위에 이른 건 단 한 명. 원래 그런 가계였으니까, 인정받을 수 있게 해서 인정받게 해준 것에 불과하네." "웃기지마, 그게, 뿐이라고 할 수 있는 업적이냐……!" 흐려진 외침도 참으로 타당하려나. 실제로, 그것은 경이적인 실적인 것이다. 색위란, 시계탑에서의 실질상 최고위이며, 전위 또한 그에 뒤잇는 단제다. 통상적이라면,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대대로 쌓아올리고, 그 퇴적에 응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 맞물려서, 처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약탈공이라고 불린 마술사는, 그 상위 단제의 일각을 거머쥐는 듯한 기세로 약년층을 가르체 이끈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6 감식안 A / 고유스킬. 제갈공명이 아닌, 엘멜로이 2세에 기인하는 능력. 인간관찰을 더욱더 좁힌 기술. 대상이 된 인간이 장래에 어떤 형태에서 유용성을 획득하는가의 감식에 극히 뛰어나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캐릭터 소개의 내용

*457 그의 학생이 되어 왕관 - 그랜드의 계위를 받지 못한 마술사는 없어서 그의 학생들을 모으면 시계탑의 세력도가 바뀐다고까지도 말한다. - 캐릭터 마테리얼의 내용

*458 그렇다고는 해도, 나스 씨에게는 Fate세계를 단단하고도 잔뜩 감수받고 있습니다. / 나스 씨 「전에 『엘멜로이의 제자는 전원 『왕관』의 위를 얻었다』고 했었는데..... 그건 거짓말이야」 / 나리타 「꺄아아아아아악!」/ 나스 씨 「이봐 나리타, 과거의 설정따위 버리는 게 멋져!」 / 나리타 「설정의 차질이라는 거 무서워! 이자식, 부숴버리겠어!」 / ......라는 건 둘째치고, 나스씨의 손으로 『【최신식】 마술협회, 성당교회의 설정』같은 것을 가르침 받아, 진화해서 계속되는 Fate 월드를 감수받았습니다. 서장에 나오는 모 대물 마도원수 각하의 대사같은 것은 특히 중점적으로 감수해주셨습니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 후기의 내용

*459 레흐는 이 저택에 재적하는 연구자다. 남성. 독일국적. 아리아계. 길고 여윈 등을 고양이처럼 구부리고 어수선한 실내를 정말 좁은 듯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은 연구벌레 혹은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체어맨이라고 야유받는 그이지만, 예전에는 20살로 마술 4계급의 제위(페스티벌)에 도달한 신동으로서 각광을 받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 2015년의 시계탑의 내용

*460 마술사의 계위 : 마술사에게는, 그 실력에 응하는 "위계"가 주어진다. 최상위는 왕관(그랜드)로 여겨지지만, 그 자세한 것은 불명. 덧붙여 제자에게 수많은 왕관위를 배출하고 있는 시계탑 강사 로드 엘메로이 2세는, 왠지 4계급이라고 하는 범용한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 페이트 컴플리트 마테리얼3의 내용

*461 "……그러고 보니, 스승님의 제위(페스)는 어떻죠?" "그쪽은 또 특수해서 말이지." 무심코 쓰게 웃고 말았다. 그냥 세자면 제4계위가 되는 노릇이지만, 이 칭호에는 특수한 조건이 부여되어 있다. 요컨대 일반적인 마술사의 능력과는 별도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기능 및 실적에 대해 주어지는 명예 계급인 것이다. 카발라의 생명의 나무(세피로트)로 치면 미(美)를 나타내는 티페레트ㅡㅡ 아름다우면 그만, 이라고 할까. (중략) "아무튼 성질이 그런 까닭에 제위(페스)에는 다른 것과는 다른 의미가 들러붙기 일쑤거든." 마술사로서의 능력은 하늘부터 땅까지. 경우에 따라서는 색위(브랜드)를 넘어서는 마술사를 이 계위에 눌러앉힌 예마저 있다. 예를 들면, 전승보균자가즈 홀더로서 신의 시대로부터 전해지는 예장을 휘두르는 집행자. 예를 들면, 손상된 마술각인을 지극히 손쉽게 재생할 수 있는 수복사. 단순한 마술사의 경지에 머무르지 않은, 절대적인 이능에 대한 외경.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62 이미 사체는 애쉬본의 종복들의 손으로 정리되었지만, 아직 여기저기에 혈흔이 남아 있었다. 그것 하나하나를 검사하면서, 스승님이 시선과 손끝을 움직여 간다. 가끔씩 자켈 안쪽에서 꺼내는 것은, 아무래도 약물이 들어있는 시험관 같았다. 한 방울, 혈흔 주변에 흘리니, 주욱 변색했다. 그 모습에, 노인이 흥미로운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흠. 화학이라는 건 중세초기의 연금술인가. 아니, 오히려 가마솥파의 마녀술(위치 크래프트)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까」「혈액에 남아있었던 마력의 농도를 조사해서, 미스 아다시노가 어제 사망했나를 특정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마술과 다름 없겠죠」「물론 물론. 마술과 화학이 한밤의 이부자리를 함께하던 시절의 그리운 산물이지. 그건 그렇지만 발상은 현대에 적잖이 의지하는 게 아닌가. 너무 직접적인 방식은 신비로부터 멀어진다만」오고 가는 대화가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듯, 휠체어의 노인은 말을 던진다. 「여러가지 실험해봤습니다만, 결국 이런게 가장 특기라서요」말하고선, 스승님의 수사는 그대로 신중하게 계속되었다. 한 방울 떨어뜨리고선 색의 변화를 지켜보고서는 다시 장소를 바꿔 한 방울. 색의 변화를 확인하고 메모하고선, 때떄로 다른 시험관을 꺼내서는 원래 장소에 떨어뜨리거나 하는 것의 반복이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질색해버릴 것 같은 수수한 수사지만, 올록은 질리지도 않고, 마치 처음 곤충을 발견한 아이같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대로, 스승님은 솜씨좋게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중략) 수초도 걸리지 않아,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명상이나 수면관리는 마술사의 기초과목이라지만, 어째서 이런 표층적인 기술만 뛰어난 걸까. 지금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소녀를 눈앞에 두고, 나는 그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63 칼라보가 하고 있는 건 마술적인 검시檢屍입니다. 세포의 활력과 남아있는 신경전류의 흐름 등을 진동으로 변환해 읽는 것 외에도 이상한 마술적 흔적, 저주적인 오염이 없는지 조사하고 있는 겁니다. 그는 마안과의 병용으로 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덧붙여 II세의 검시는 물론 마술의 요소도 전무하진 않지만, 그뿐만 아니라 '표면세계에서의 방식' 또한 도입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II세 또한 신비의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이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2019년 8월 26일 미와 키요무네 트윗

*464 「뭐, 그것의 기초개념은 컴퓨터도 마술도 크게 다르지 않아. 고대든 현대든 결국은 인간이 만든 도구니까」「그런걸 말씀하시는 군주(로드)니까, 주위의 존경을 얻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응, 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65 「아아, 의미가 없지. 특히 하우더닛은 말이야」「하우더닛?」 「추리소설의 전문용어다. 요컨대 『어떻게 했는가』라는 거지. 비슷한 것으로 후더닛은 『누가 했는가』다. 마술사가 어떤 초상현상을 일으키는가 한정되지 않은 이상, 이 두가지는 의미가 없어. 게뤼온 애쉬본이 남긴 수수께끼도, 이번 사건도, 제대로 된 추리따윈 성립할 여지가 없다」스승님의 말은, 어딘지 모르게 나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고향에서도, 몇 권 정도의 추리소설은 구비되어 있었다. 그런 명탐정은 항상 스마트해서, 다른 해답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추리를 번뜩이고 있었지만, 마술사가 관여하는 사건에서 같은 실력을 보여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쩌면 벽을 뚫고 지나가고, 어쩌면 하늘을 내달리는 마술사가 상대여서는 실행가능한 범죄 방법이 무한적으로 광대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이더닛――『어째서 했는가』는, 어쩌면 예외다」느긋히, 스승님은 덧붙였다. 「설령 기원과는 다르더라도, 속성은 그 인간의 성질에 기인하지. 마술 역시 그 예외는 아니야. 태어나기 이전부터 줄곧 마술이라는 이야기에 잠겨있던 마술사는, 저항하든지 받아들이든지, 반드시 그 내면까지 잠식되게 된다. 그런 의미로 마술사만큼 거짓말을 치지 못하는 인종은 없어」조용히 이야기를 풀면서도, 역시 스승님의 눈동자는 줄곧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로는 솔로 먼지를 털고, 때로는 확대경을 사용하면서, 아직까지도 약물과 씨름하고 있다. 어지간히도 집중했는지, 이마에 흥건히 땀이 맺혀있어, 그것이 혈흔에 떨어지지 않도록 때때로 손등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그러니, 해명하는 것은 못 하더라도 쫓아가는 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66 "……그렇다면, 반 펨 도 뤄롱도, 신전 소재를 두고 싸우려고 했던 이유와 목적은, 각각 따로 있다." 라고, 스승이 입에 올렸다. 이유와 목적.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스승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을 탐색하기 위한 기준. "아마, 고찰에 필요한 파츠는 이미 갖춰졌어." 스승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추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경우, 고찰은, 왠지 어울리는 것 같았다. 스승의 그것은, 여러 단서에서 단 하나의 사실을 밝혀내는 탐정이 아닌, 신화나 전승에 새로운 해석을 더해 가는 학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7 지즈가 콧방귀를 뀌었다. "즐겁군, 군주(로드). 정말로 즐거워. 있잖아, 지금부터라도 내 제자가 되지 않겠나?" "뭐?" "거기까지 이치를 알고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신대의 마술은 현대의 마술과는 성질이 다르다. 즉, 당신이라도 배울 수 있다. 그 증명이 될 제자들도 봐 왔겠지? 현대의 마술 따위는 바보 같아진다는 것을 장담하지." "……그럴지도 모르겠네." 스승님이 인정한다. 아마, 신대의 마술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지즈 자신이 지즈의 신전이라고 스승님이 간파한 것처럼, 그는 극히 특별한 방법론을 유지하고 있다. 혹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마술이 아니야. 저는 현대의 마술사가 될 겁니다." (……아아) 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슬프고, 하지만 시원하기도 했다. 훨씬 이전에 결정했던 마음을, 스승님이 말한다. "나는, 현대의 마술을 극한까지 연구하여, 현대의 마술사로서 근원을 추구하여, 언젠가 반드시 그의 곁에 나아갈겁니다." "불합리군, 군주(로드)." "불합리하지 않으면, 현대에서 마술사가 되려고 생각하지 않아요." "확실히, 그렇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8 2세는 간드도 못 되는 마탄밖에 못 쏘니까...... 그러고보니 FGO 사건부 콜라보의 시나리오 의뢰를 받았을 때, 공명이 빠진 엘멜로이 2세를 모션변경 전으로 표현하는 건 어떨까, 하고 조금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도 너무 강하구나」 싶어서 그만뒀죠......ㅋ - 산다 마코토 2019년 8월 3일자 트윗

*469 그렇게 말해도 방금 한 건 마술이고 뭐고 아니다. 단순히, 마력에 형태를 주어 물리적인 위력을 붙인 마탄이었다. 명색이 로드의 가문이 이런 마술에 의지했다고 알려진 그거야말로 망신일 것이다. 소문 자자한 루비아젤리타라면 핀의 일격이라고 칭송되는 저주로까지 승화시키겠지만, 지금의 내겐 바랄 일도 못 된다. 몇 야드 정도의 거리를 두고 수풀에서 일어난 인형은 느릿하게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무 상처도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70 남자는 머리카락에 마력을 축적해도 여자보단 효과가 없지만, 그럼에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게 II세이므로. - 2019년 8월 26일 산다 마코토 트윗

*471 "......우리도, 덕분에 살았어." 스승님이 가느다랗게 숨을 돌렸다. 그 발밑에 작은 도기 항아리가 굴렀다. 처음부터 금이 가있었던 모양이라 살짝 구르니 거미집 모양으로 균열이 가다가 투두둑 부스러졌다. "......원시전지용의 제어 술식이지만...... 직격이 아니라면......버텨줬나." 크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다가 카울레스가 눈을 깜빡였다. "머리, 자르셨어요?" 불과 한 움큼이지만 스승님의 머리가 잘려나간 것이다. 조금 전의 나이프는 적에게 쓴 것이 아니라 그 머리를 자르는 데 사용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나도 알아차렸다. "......원래는 여성 마술사가 곧장 쓰는 히든카드지만. 머리카락은 마력을 담기에도 의식의 촉매로 쓰기에도 편하지. ......흥, 하여튼 재능이 없는 신세 아니냐. 예장을 주렁주렁 달아봤자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비장의 수 한두 개 정도는 준비해두고 싶었어." 혹시. 머리를 기르던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 원시전지용의 마술을 증폭시켜 피뢰침처럼 위력을 빼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력을 삭감해본들 그 전차와의 차이는 절대적. 격돌 이전에 풍압만으로도 나와 스승님은 날아간 것이리라. 그런데도 살아남은 건, 여전히 기적과도 같은 확률이었을 것이다. 골룡의 발길질 하나라도 맞았으면 스승님이나 나나 목숨이 없었을 것이므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72 경찰서 옥상. 노궁을 쏜 시그마의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다. 빗나가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어째선지 빗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사격 솜씨, 라는 것은 아니다. 이 노궁이, 단 한 명의 신── 이슈타르 여신을 격추하는 것만을 위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이라고는 생각 못했어." 냉정하게 중얼거리는 시그마에게, 옆에 앉은 덩치 큰 사냥꾼 『그림자』가 말했다. "신을 떨어뜨리는 활이라. 나로서는 복잡한 기분이지만, 그, 뭐냐. 때로는 그런 물건도 생겨난단 말이지. 인과가 먼저니까 반드시 맞는다는, 사기 아니냐 그거 싶은 물건이." 평소 주절주절 떠드는 사냥꾼의 그림자 치고는 여태껏 보여주지 않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본 뒤, 시그마는 조용히 떠올린다. 이 화살이 만들어진, 방금 전의 일을. / 수십 분 전 경찰서 내 / "댁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알고 있다고? 꽤나 성대하게 움직이는 모양이구만." 시그마의 앞에 나타난 뒤마는, 이쪽을 경계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말 그대로,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겠지. 이쪽의 서번트에게 공격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나, 경찰서장들과 적대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런 대작가는, 시그마가 건넨 『노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오, 뭔가 위험한 게 깃들어 있는 느낌이 드는데, 아슬아슬하게 나라도 손볼 수 있을 것 같군. 뭐, 내가 수정하지 못할 레벨의 물건이라면, 아무 것도 안해도 여신한테 화살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쿠루오카 츠바키의 양친이 준비했던, 영령을 불러내기 위한 촉매로서 쓰려 했던 노궁이다. "그렇다곤 해도, 여신을 쏜다면, 아무리 나라도 벅찰 것 같군. 그런 것에 자세한 녀석의 어드바이스가 필요하겠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하는 뒤마에게, 경찰서장이 말했다. "무모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필요하다면 령주로 마력을 끌어올리도록 하지." "그건 당연하지. 1획 써줘야겠지만, 거기에 더욱 조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라고? 본래는 내 힘으로 되는 레벨까지, 이 보구를 끌어올리려고 한 거니까." "유물의 취급에 대해서는, 나도 그다지 지식은 없다만." "아아, 댁이 아니야, 형제. 벌써 전문가한테 이야기는 해뒀어." 뒤마는 그렇게 말하더니, 품에서 한 대의 휴대전화를 꺼냈다. 서장이 모르는 기종으로, 푸른 색이 특징적인 기기다. "? 뭐지 그건." "비밀병기라는 거야, 형제. 뭐, 나도 방금 전에 받은 거지만." 편한 말투로 말하는 캐스터는, 노궁 옆에 휴대전화를 놓고 말한다. "그래, 잘 들렸나? 선생 나리." 그러자, 휴대전화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호하고 말고. 펠리고르 사의 최신형급의 음질이군.』 "잠깐, 캐스터. 그 휴대전화는 어째서 통하고 있는 거지?" 이미 통신은 막혔다면, 마술적인 통신을 하고 있다는 소리지만── 그 파란 휴대전화는 상당히 교묘하게 마력이 은폐되어 있는 모양이라, 서장의 눈에는 단순한 파란 휴대전화로밖에 판단되지 않았다. "이건 특별제라서 말이야." 그렇게 말한 뒤, 캐스터는 휴대전화 너머에 있는 상대에게 묻는다. "그래서, 어때 선생. 뭔가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나?" 『……그 대문호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하다니, 송구한 일이지만…… 주저할 여유도 없지.』 "이 목소리는…… 설마, 로드 엘멜로이 공인가!?" 며칠 전, 플랫과 동맹관계를 맺었을 때 통화했던 시계탑의 로드. 그 때 무슨 연을 맺은 것일까? 서장은 지금 당장에라도 캐스터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짓을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바로 휴대전화에 고한다. "실례했네, 2세 공. 나로서도 다시금 조력을 구하고 싶다." 그리고, 엘멜로이 2세의 어드바이스를 받으면서, 단숨에 작업이 시작됐다. 『……우선, 대전제로, 그 쿠루오카 부부가 준비한 시황제의 노궁이 진짜인지 아닌지, 라는 게 중요하지만…… 캐스터 공의 분석과 시그마 공의 정보를 통합해서 생각하면, 아마도 진짜라 봐도 되겠지.』 2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뒤마는 집무 책상에 앉아 차례차례 종이에 펜을 휘갈긴다. 그 집무 책상 옆에는 고풍스러운 조리용 냄비가 놓여있어, 기묘한 분위기가 방 안에 퍼져갔다. 캐스터가 보구를 통해 현현시킨 요리 냄비에 노궁을 넣고, 거기에 그가 집필한 『원고』를 넣는다는 슈르하기 짝이 없는 광경. 평범하게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개조는 가능한 모양이지만, 대대적인 작업일 경우에는 이렇게 수순을 밟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예의 신령이 수메르의 이슈타르 본인, 혹은 그것과 비슷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한다면, 관장하는 영역은 천공이다. 더 말하자면, 전날 내 학생이 휘말린 고유결계에 가까운 세계…… 말하자면 명계의 요소가 마을에 남아있다면, 에레쉬키갈과 수메르의 명계의 상도 현현해있을 가능성은 높지.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적 관측이고, 이번 작업에서는 의지할 게 못 되지만 말이야.』 "그러면, 어쩌지, 선생." 타인에게 즐거운 듯이 『선생』이라 연호하는 대작가에게, 전화 너머에 있는 마술강사는 무뚝뚝한 표정인 채로 단언한다. 『조응이다.』 "조응?" 『시황제의 노궁은, 불로불사 탐구를 명령받은 서복의 항해를 방해하는 해신── 즉 대해의 화신인 큰 상어를 쏴죽였다고 하는 것이지. 시그마 공이 봤다는 붉은 미인은, 명계라는 장소에 현현한 그 해신의 잔재였을 가능성이 높다.』 2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담담한 말투로── 신을 죽이는 방법을 말하기 시작한다. 『대해의 푸르름은 천공을 비추는 거울. 거기를 기점으로 개조한다면, 가짜 "신 떨어뜨리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지.』 우선, 대전제로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 것에, 서장과 시그마는 놀라고, 뒤마는 즐거운 듯이 펜을 놀리기 시작한다. 『거기 있는 영령이 말하는, 보구의 덧쓰기니 뭐니 하는 농담 같은 능력이 진짜라는 가정 하의 이야기지만…… 그 점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신의 잔향이 하늘의 황소를 불러내고 있다는 시점에서, 질 나쁜 농담을 뛰어넘은 상황이니까 말이지.』 "과연?" 뒤마가 맞장구를 치면서 집필을 더욱 진행하려고 하지만, 2세가 거기서 한번 제동을 걸었다. 『잠시 기다리게. 덧쓰기를 한다 쳐도, 중국과 수메르의 일화는 완전히 다르지. 억지로 통하게 하려면 '번역'이 필요하겠지. ​그쪽에 베르너는 있겠지​. 그 녀석의 나비 마술을 병용해서, 노궁 자체를 다시 만들어내는 의식을 치르게. ……수메르라면, 기점인 사수자리의 상징과 신화의 변용── 이 경우라면 파빌사그와 케이론, 거기에 켄타우로스의 기원 중 하나로도 여겨지는 기마민족의 의식을 이용해서── 그렇군, 태양을 쏘아 떨어뜨린 예의 일화는 활용할 수 있겠지.』 물 흐르듯 넘쳐흐르는 지식 앞에서, 시그마는 압도되어, 시계탑의 마술사에게는 지식량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으리라고 이해한다. 때로는 순수한 지식을, 때로는 완전한 푸념 같은 것까지 섞어가며, 2세는 말을 쉬지 않고, 한정된 시간 속에서 최대한의 『자료』를 파리의 문호에게 계속해서 제공했다. 『인류사에서, 금성은 가장 사람에게 가까운 것으로서 사랑받은, 빛나는 명성이다. 악마로 여겨진 루시퍼, 후에 악마로 여겨진 예의 여신처럼. 그렇기에 황제의 위엄으로써 악령을 쓰러뜨리는 형식을 취한다면, 최저한의 줄거리는 만들 수 있을 거다. 아아 젠장, 동서 간에 이런 신화를 교류시켜버린 건, ​그 녀석​의 짓이니까 말이야. 이 경우라면, 헬레니즘 시대의 형식을 쓰면 친숙하게 할 수 있겠지. 베르너나 스빈이라면 여기까지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거다…… 플랫이라면, 감만으로 때려맞췄겠지만…… 그래서 아직 졸업도 못한 건데…….』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473 2세가 그렇게 단언하는 것과, 다른 수단을 써서 원격으로 나비 마술을 행사한 베르너 시저문드의 조력을 얻은 뒤마가 노궁의 『덧쓰기』를 끝낸 것은 거의 동시였다. "현장에 가지 않은 채로, 주어진 정보로 사건을 해결하는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뒤마는 『보구』로서 승화된, 『천공의 여주인을 쏘아 떨어뜨렸다는 개념을 가진』 인과가 역전된 노궁을 손에 쥐고, 휴대전화 너머에 있는 존재에게 진심으로 상찬한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474 휴식을 위해 이동했던 개인실에서, 스승님은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묵고하고 있었다. 넓은 방이었다. 적어도, 배의 개인실로서는 상당한 것이었다. 그 넓이를 극히 사치스럽게 사용하여, 중앙에 소파와 의자, 몇 개의 테이블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번 스승님은 근처의 부드러운 소파가 아닌,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다. 소파에 긴장을 풀고 푹 파묻혀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겠지. 그만큼, 스승님에게 있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싸움이었다. "스승님……" "즉, 반 펨도 이쪽 사고방식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하고, 이쪽을 보지도 않은 채, 중얼거렸다. 무슨 뜻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아까 세 번째 게임에서, 린 씨가 일부러 패배하러 간다는 것을 말인가요?" "나나 린이, 그런 전술을 택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말이지." 스승님의 말은, 몹시 무거웠다. 그 압박감까지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는 강적들을 상대로, 스승님이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전술의 특이성에 의한 부분이 컸다. 되는 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심사숙고. 숙고한 것 같으면서도, 꽤나 변덕쟁이. 혹은 대담하게, 혹은 섬세하게, 스승님이 치는 수는 자유자재로 변화한다. (……밖에서 보면, 그렇지만) 실제로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하는 어쩔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단지, 그 어쩔 수 없는 발버둥이야말로 마술사나 신비 세계에 푹 빠진 상대에게 있어서는, 발상 밖에서 날아오는 마(魔)의 일격인 것이다. 무력하고 겁 많은 스승님이, 갑자기 손을 쓸 수 없는 조커를 가지고 나타난다. 적으로 돌린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이성異星 생물(에이리언)과 같은 정체불명의 존재야말로, 로드 엘멜로이 2세라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반 펨은 그 전술마저 꿰뚫어 보고, 역으로 이용해 왔다. 한때의 적 하트리스처럼, 오랫동안 스승님을 관찰해 온 것에 의한 축적과는 다른, 갬블러의 직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무섭네요." "아아, 무서워." 솔직하게, 스승님이 말한다. 양손의 손가락을 엇갈려 끼우고, 스승님은 그 모양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5 "그리고 세 번째 게임은, 코인에 마술 회로 이용법을 조합함으로써, 갬블러로서의 재능과, 현실의 마술사로서의 능력을 합친 구조가 되어 있어. 과연, 마법魔法(마지크)이라고 불릴만해." 진지하게, 몹시 지친 듯이, 스승님이 한숨을 쉬었다. 아마, 아니 분명, 스승님에게 가장 불리한 것이 이 세 번째 게임일 것이다. 그리고, 반 펨이 입에 담았던 것처럼, 그 불리함마저 전체적으로는 같아져 있다. 스승님의 마술 회로가 극단적으로 적은 대신, 대전 상대의 정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로는, 그 공평성이, 나에게는 무서웠다. 단순한 궁지라면,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렇다기보다, 스승님과 함께 보낸 수년은, 그 절반 정도가 다종다양한 위기에 노출되어 있었던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그 모두에서, 스승님은 약자였다. 그렇기에 지혜를 짜내고, 온갖 수단을 구사해서 살아남아 왔지만, 이처럼 어떤 종류의 공평성을 담보한 경쟁 갬블은 미지의 것이었고 ──그렇기에, 몹시 무서웠다. 작게, 스승님이 한숨을 내쉰다. "기지와 재산과 신비 모두를 겸비하지 않으면, 펨의 선연(카사)에서는 이길 수 없다, 그런 의사 표시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6 이번 여행을 떠나서, 더욱 강하게 실감하고 있는 것이지만, 엘멜로이 2세에게는 비범한 운명력이 따라붙어 있다. 이것은 단순한 운이 좋다는 수치(바로미터)가 아니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상과의 관계 맺는 방식, 생존에 필요한 행운 등을 나타내는 종합적인 호칭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가진다고 여겨지는 혼이, 어느 차원에 위치해 있는가를 표현하기 위한……. (……혹시) 어떤 상상이, 린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아무런 방증도 없다. 터무니없는 망상일 뿐이라고, 그녀도 생각한다. 하지만, 엘멜로이 2세처럼, 서번트와 계약한 적이 있는 린에게는, 완전히 떨쳐낼 수도 없는 직감이었다. 경계기록대(고스트라이너)와의 계약이란, 단순한 일방통행의 연결이 아니다. 제3마법까지 이용한 신역의 술식은, 끝나 버리면 그 자체로 모든 의미를 잃는 것이 아니다. 모든 마법이 그렇듯이, 행사된 마법은, 많든 적든, 결정적으로 세계를 변모시켜 버린다. 어떤 의미에서, 경계기록대(고스트라이너)의 소환이란, 마스터와 서번트 사이에서, 서로의 운명을 묶는 행위인 것이다. 물론, 마스터와 서번트에게는 다양한 관계가 있다. 건전한 협력 관계도 있고, 서로의 속셈을 품은 채 반적대적인 공투도 있고, 소환 직후에 서번트의 배신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위에, 마스터와 서번트의 연결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결정적으로 바꿔 버린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혹시, 엘멜로이 2세의 비범한 운명력이란, 그가 계약한 서번트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닐까……? "무슨 일 있으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빙빙 돌려 생각했을 뿐이야. 사람이 사람을 만남으로써 운명이 바뀐다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것만은 동의합니다." 어딘가 분개한 듯 루비아가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을 보면서, 린은 아까의 생각을 쫓았다. 아주 조금, 생각해 버린 것이다. 정복왕 이스칸달의 운명을, 아주 일부분이라도, 엘멜로이 2세가 따르고 있다면……혹은 그 말년조차도 닮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그것은, 첫 번째 심복 헤파이스티온을 잃은 곳에서부터, 모든 영광이 역전되고, 그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으로 이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엘멜로이 2세에게, 첫 번째 심복. 그것은, 물론 그 내제자인…… (……쓸데없는 망상이지) 고개를 저어, 생각을 멈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7 로드 엘멜로이 2세라는 남자가 있다. 개인이 지닌 마력량을 하천이나 바다에 비유했을 때, 『물웅덩이』라 평가받는 일도 있는 마술사. 과거 극동의 땅에서 일어난 마술의식에 참가하여, 젊은 마술사 견습의 입장이면서도 살아남은 남자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478 『물웅덩이』라고 스승을 야유하는 말은, 확실히 사실의 일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넓은 바다보다도 큰 강보다도 훨씬 큰 가치를 가진 『물웅덩이』라는 것을. 들여다본 자를 비추고, 물의 세세한 흔들림이 상을 왜곡시킨다. 일종의 조응으로써,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물웅덩이』. 그것은 분명히, 마술사로서 성장해나가는 자들에게 있어 축복이면서도── 동시에, 성가시기 짝이 없는 저주이기도 했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479 그런 그의 제자들의 스탠스도 천차만별이며, 스승인 2세를 광신적으로 신앙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부터, 반대로 2세를 진심으로 미워하고, 살의까지 품고 있는 자, 애인 지망이라면서도 태연스럽게 배신하는 자까지 각양각색이다. 허나, 그 중 태반은, 2세를 좋은 스승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잘못을 범하지 않는 스승은 아니다. 만능무결한 초인도 아니다. 성인군자에서는 한참 먼, 3류임에도 1류의 번영을 모색하는 괴짜. 말 그대로, 엘멜로이 교실의 학생들에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글러먹은 점을 말해라』라고 질문하면, 모두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수많은 결점을 대겠지.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이해하고 있다.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은, 좋건 나쁘건, 엘멜로이 2세라는 스승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480 "아까 토오사카 린이 말했듯이, 그 시점에서 에르고가 취해야 할 행동은 둘이서 저를 구속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당신들의 스승인 엘멜로이 2세라면 마찬가지로 저를 도울 것이기 때문인가요?" "아니요, 선생님이라면 시온 씨를 돕지 않을 겁니다." "안 도와주겠지." 에르고와 린이 동시에 말했다. 눈을 깜빡이는 시온 앞에서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은, 특별히 착한 사람인 것도 아니니까요." "하는 일만 놓고 보면, 오히려 악인 악당의 부류네. 시계탑에서 약탈공이라고 불리는 것도 당연하다는 느낌. 본인은 재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분명 몇 할은 즐기는 거라고 생각해, 그거." 두 사람 모두 전혀 가차 없이 말했다. 린 쪽은 시계탑에서의 행적을 알고 있는 만큼 비난의 수위도 필요 이상으로 높았다. 한바탕 악담을 퍼붓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내겠지, 분명." "네." 에르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 제멋대로에, 방만하고(身勝手), 비굴하고, 칠칠찮고⋯⋯ 하지만, 그 선생은 확실히 일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려고 하는 거야." 동굴의 어둠 속에서, 린의 미소는 들꽃을 닮아 있었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시온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가를 수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조금은, 당신들의 스승을 만나고 싶어졌어요." "그래? 분명 당신은 금방이라도 화를 낼 상대라고 생각하는데." "모처럼 사람이 평가해줬는데, 시계탑의 마술사는 그런 배려도 모르는 건가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1 "플랫. 너는, 정말로……" 스승님이, 말을 잃는다. 가벼운 헛기침은, 필사적으로 질투를 숨기려고 할 때 하는 것이다. 죽을 만큼 부러운 것을, 위장이 뒤집힐 정도로 질투하고 있는 것을, 이 사람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평생 닿을 수 없는 장소 따위라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저절로 본심이 새어 나온다. 그래도 학생 앞에서는,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전혀 감추지 못한다고 해도, 그 행동이야말로, 이 사람을 교사로 만든다. 그런 점이 바보 같고, 사랑스러워서……본인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겠지만, 조금만, 귀엽다고 생각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2 하지만,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와중에, 돌아온 『그』는, 내다 버려진 엘멜로이 교실을 이어받겠다고 내뱉은 것이다. 시계탑의 수업은, 따라올 수 있는 자만이 따라오면 그만이다, 라는 성질이다. 마술과 가계와 재능에 의해 거의 모든것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성실히 수업을 할 필요따윈 없다. 적당히 먹이가 될법한 정보를 흩뿌리면서, 아니 이 정보는 하며 장래성 있는 녀석만을 자신의 조수로 삼으려는 것이, 시계탑 강사들의 일상이었다. 그렇기에, 내다버려진 엘멜로이 교실 자체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의 경우는 달랐다. 우선 3급 강사가 된 『그』는, 무럭무럭 두각을 나타냈다. 최초엔 정식적인 학부도 결정되지 않고, 어찌어찌 적은 인원수로 강의를 했을 뿐이었지만, 그 묘하게도 알기쉽고 실천적인 수업은, 시계탑에서 엉덩이 붙일 곳 없었던 신세대(뉴에이지)들 사이에서, 금세 화제가 되어 규모가 커질 따름이었다. 이윽고 권력 투쟁에서 패배한 강사들을 몇명이고 설득하고 등단시켜, 여지껏 없었던 다각적인 교육체제마저 실현시킨 것이다. (……후후)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의도적인 현상은 아니었을 거다. 혈통도 재능도 별로 축복받지 못한 『그』의 경우, 오히려 조잡하고 알기 힘든 수업 쪽이 곤란했을 뿐. 어떻게든 필수단위를 이수하고 3급 강사가 됐지만, 근본적으로 능력이 부족했으니, 남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는 거다. 응, 위통을 견디는 젊은 『그』의 모습이, 정말 간단하게 떠오른다. 미간을 달리는 깊은 주름이 생긴 것은 이무렵이겠지. 아마 평생 깊이 패일 뿐일테니, 이참에 계측해두고 싶은 참이다. 어쨌든간에, 『그』는 엘멜로이 교실을 3년에 걸쳐 존속시켰다. 모종의 기적이라 칭해도 좋다. 확실히, 다른 이권과 비교하자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교실에는 영지의 관리권도 부속된다. 제대로된 뒷배도 없는 『그』의 경우, 약간의 실수나 약점을 보인 것만으로도 금세 빼앗겼을 참이다. 설마 3년이나 버티리라고는, 시계탑의 강사들은 요정에라도 홀린듯이 생각했겠지. 대충, 그런 무렵의 때다. 그만 재밌어진 나는, 직접 『그』를 호출했다. …아차차. 이건, 일단 정정해두자. 호출했다고 말했다만, 사실은 납치했다는 쪽이 올바르다. 당시 아주 조금 남겨진 엘멜로이 파의 권력은, 각종 우연과 약간의 언쟁끝에,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 권력을 가지고, 여러가지 강제로 잡아채온 것이다. 그리고, 교실에서 납죽 엎드린 『그』에게 말했다. 「―――귀국한 이래로 네 활약은 익히 들었어. 언제나, 가슴 설레며 보고 있었거든. 사실 나는, 당신의 비밀 팬같은 거라 말이야」아마도, 죽음이라도 각오한 것은 아닐까. 내 입장으로 따지자면, 『그』또한 엘멜로이 파의 이권을 빼앗은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명문 중의 명문이었던 엘멜로이 교실의 이름을 깍아내리고서, 신세대(뉴 에이지)를 중심으로 저속한 현대마술을 강의하고 있다니, 누알만한 사람이 듣는다면 죽어도 갚을 수 없는 대죄다. 하지만. 『그』는 최초 당혹감에 휩싸였다고는 해도, 내 이름을 듣자 번개에라도 맞은양 그 자리에 못박히고, 면목 없다는듯 고개를 숙였다. 설마하니 이런 반응을 보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제아무리 나라고 해도 기가막혀 어안이 벙벙해졌다. 게다가, 「……로드 엘멜로이의 건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을 때는, 실례지만 폭소를 터뜨릴 참이었다. 「헤에. 어째서? 대체 무슨 책임이려나?」심술궂은 질문이었다고 나역시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 지금 떠올려도 미소짓게 되어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다. 눈을 내리깐 그가 입술을 깨물며 어깨를 떨었던 광경은, 어째서 기록해두지 않았는지 후회될 정도다. 물론 마술회로를 사용한다면 약간의 기록이나 재현은 뇌내에서 가능하지만, 타인과 공유하는 기쁨이란 것도 이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뭐어, 유감스럽게도, 공유할 친구도 없지만. 「네 오라비인 로드 엘멜로이를―――내 스승이기도 한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드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건, 내 어리석은 폭주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중략) 「내 죄는 인정하지. ……그러니, 목숨만은 봐줬으면 한다」「어머, 거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죽여도 괜찮아라고 할 참이잖아. 확실히, 네가 의식을 행하고 온 극동은 할복같은 게 특기인 풍속이잖아? 여기서 목숨구걸이라니 깨나 한심한 건 아닐까?」「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너무나도 딱잘라 말하니, 또 아연해져 버렸다. 대체, 어떤 교육을 받는다면, 이런 식으로 자라는 거지. 시계탑을 도망나가기 전의 『그』는 정말이지 비뚤려져서, 스스로의 미숙함도 돌아보지 않는 얼간이라고 들었다만, 거의 다른 사람이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럼 모처럼이고, 내가 몇가지 요구를 해볼까」하고, 중요한 알맹이를 말해본다. 방 안에 있는 『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울리고, 황홀하게 미소지으며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엘멜로이 파의 빚은 엄청난 꼴이 되어서 말이야. 내가 차기 당주로 선택받은 단계에서, 아치졸데 가가 부담하는 형태가 되었다만, 이게 조금 이자를 내는 것도 힘들어. 책임을 진다면야, 우선 이 빚부터 어떻게 해줬으면 한데」이 단계에서, 불가능하다. 마술사 개인이 어떻게 하기에는, 잃어버린 자산은 너무나도 거대하다. 적어도 시계탑을 지지해온 12 명가이다. 현대의 액수로 환산한다면, 그야말로 할리우드 영화정도는 만들겠지.「……알았다. 가능한 한 대처하지」 얼마나 사람이 좋은 걸까. 전력으로 태클을 걸고 싶은 내 기분을, 부디 알아줬으면 한다. 아니, 아마 사람이 좋다기보다도, 이건 각오를 다졌다고 보는 게 맞는 걸까.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입술을 へ글자처럼 하고서는 이쪽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무심코 짓밟고 싶어질만큼 애처로웠다. 오싹오싹 치미는 충동을 억누르면서, 계속되는 요구를 입에 담는다. 「협회에서, 오라버니의 마술각인……엘멜로이의 원류각인을 회수했는데 말이야. 유감스럽지만 회수할 수 있었던 건 1할 정도였어. 고용한 조율사로는 수복까지 최소 3세대 이상은 걸려버려. 이것도 네 책임이라는 걸로 어떻게 안되려나」 「……받아들이지」무심코, 이녀석의 머리가 끓고있는 건 아닌가 하고 나는 의심해 버렸다. 실은 제 4차 성배전쟁이라는 건, 뇌수에 구더기나 벌레라도 묻어두는 의식인 건 아닐까. 그건 우리 오라버니에겐 벅차다. 「그럼, 가장 중요한 것부터 시작하자. 남은 엘멜로이 파는 어떻게든 군주(로드)의 지위만은 지켜내려고 필사적이라 말이야. 방금전 설명했던 것처럼, 파벌의 의견이 일치하는 후보는 나인데 아무래도 너무 젊잖아? 내가 적령기가 되기까지, 어떻게 엘멜로이의 군주(로드)자리를 유지해줄 수는 없을까」 「……그건……상관 없다만,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라는 거지?」 「알기 쉽게 말하자면, 내가 성인이 되기까지 확실히 군주(로드)의 일처리를 네가 도맡는다, 라는 거야」여기서, 처음으로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요구는 각오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처음 예상을 뛰어넘은 거겠지. 목구멍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나오는 게, 처음 개구리의 다리를 비틀어 뗄 때처럼 참을 수 없었다. 「잠깐 기다려줘. 그건 그러니까―――」 「그런 거야. 다른 군주(로드)」와의 절충은 진심으로 재미없을거라 생각하지만, 부탁하지 로드 엘멜로이 2세. 그게 아니면 이렇게 부를까? 친애하는 오라버니, 라고」 비틀, 하고 『그』가 현기증을 일으키며 쓰러지려 한다. 간신히 멈추기는 했다만, 거의 기절하려 하고 있었다. 「맞아. 4번째 요구도 추가해둘게. 내 가정교사가 될 것. 응, 피가 이어지지 않은 오빠에게 지도를 받는다는 건 배덕적이라 실로 좋군」웃으며, 일격을 박아준다. 이후,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에게서 약간의 담보를 맡아두기도 했다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로 해둬도 상관 없겠지. 나와 『그』의 첫 계기는 이상이다. 꽤나 멋진, 마음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83 로드·엘멜로이Ⅱ세. 그렇게 불리는 처지가 된 10년 전의 사건을 떠올린다. 싸움이 있었다. 영령을 소환해, 함께 싸웠다. 그 커다란 덩치에 무서워해, 시기해, 질타받아-----그리고, 마지막에 이별이 있었다. 찬장의 안쪽으로 눈을 돌린다. 물리적, 마술적으로 각각 열쇠를 잠근 찬장 안에는, 어느"천"이 수납되어 있다. 그 주홍의 천은 단순한 헝겊이지만------그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가치를 가진다. 문득, 손에 들고 싶어져 열쇠를 열었다. 떡갈나무 케이스를 꺼내, 살며시 연다. 희미한 눌러붙은 자취가 있어, 닳아 떨어진 것 같은 주홍의 천. 그것을 본 것만으로, 10년전에 있었을 때의 커다란 남자가 뇌리에 되살아난다. 「뭐, 그 기분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교활한 녀석이라도 동심으로 돌아갈 때 정도는 있을테고. ……정말이지. 성배 전쟁이라는 의식에는, 그런 낭만이 너무 많아」 그걸 떠올리는 것만으로, 입가가 무심코 벌어져―. 「오오, 나의 오빠여. 당신에게 단순한 천을 보고 히죽거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취미가 있었다니. 어쩌면 주물 숭배(페티시즘)라는 취향일까? 이럴 수가, 실망했어」 엘멜로이가 굳어진다. 끼, 끼, 끼익, 하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뒤를 돌아본다. 응접용 의자에 앉아, 홍차를 탄 티컵을 손에 들고 있는 소녀가 거기에 있었다. 도자기 인형(비스크 돌)처럼 하얀 피부에, 순금의 실을 생각나게 하는 가늘고 곧은 머리카락. 그리고 거기까지의 덧없는 인상을 날려 버리는 것 같은, 강한 불꽃색의 눈동자는 흥미깊게 엘멜로이를 들여다 보고 있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 기품이 있어, 앉은 것만으로 우아함을 보이는 소녀였다. 나이는, 기껏해야 15정도겠지.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여성형의 마네킹을 본뜬 것 같은 수은 형태의 물체가, 메이드처럼 시중들고 있었다. 「레이디. 언제부터, 거기에,」「당신이 거기의 찬장의 열쇠를 책상에서 꺼내, 술식을 해제할 무렵부터일까」「열쇠는」「그녀가 열어주었어」 옆에 있는 메이드형 마술 예장, 월령 수액(보르멘·하이드라그람)이 엄지를 세웠다. 그녀의 손에 걸리면, 손가락을 하나 열쇠구멍에 넣는 것만으로 만능열쇠로 변화한다. 「소리는」「발소리따위, 마술로 얼마든지 지울 수 있을텐데. 기색을 알아차리다니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 후후후후후, 라고 소리없이 웃는 소녀에게 엘멜로이Ⅱ세는 크게 탄식했다. 그녀가 "아가씨". 한때 웨이버·벨벳이라는 이름이었던 남자에게 이름을 주어 묶어둔 아치볼트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라이네스·엘멜로이·아치조르테다. 케이스를 찬장에 집어넣어, 열쇠를 잠궜다. 나중에 술식의 해정용의 문구는 변경해 두는 것을 마음에 새긴다. 그리고 재차 의자에 앉아, 학생을 두렵게 하는 삼백안으로 소녀를 노려본다.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가는 건, 칭찬할 수 없는데」 라이네스는 침착한 얼굴로, 그 시선에 답한다. 「여동생이 오빠의 방에 들어가는 게, 어디가 이상한 거야?」「아치볼트 가문의 인간이 무단 침입으로 잡히다니, 악몽이나 다름없겠지!」「안심하게, 자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오빠 이외의 방에 무단으로 침입하자고는 생각하지 않아」 만면의 미소로 사과를 하기는 커녕, 당당히 범죄 예고를 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정도로 두통이 온다. 너에게 윤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할 교육 담당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걸까」「지금쯤은 지옥의 바닥이네. 내 교육자는 지상에서 지옥을 주뼛주뼛 훔쳐보고 있는 한창, 전력으로 당신에게 차여 날아간 거지?」「-----실례. 정정하지. 독학이라도, 너의 정조교육은 완벽하다. 그리고 숙녀다운 신중함을 몸에 익혀줘. 절실히. 주로 피해를 받는 나를 위해서」 소녀는 잠깐 생각하고는, 그야말로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무슨 일이야? 당신이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은 무한하게 있어도,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하는 일따위 무엇하나 없을텐데」「최악이야, 너!」「그렇게 소리치지마, 기쁘잖아. ----뭐어, 그것보다. 방금전에 보고 있던 그 천, 아마도 촉매겠지? 마술사로서는, 아무리 좋게봐도 40점인 당신이 성배 전쟁에 살아 남았으니까, 상당히 강력한 서번트일 터. 왜 그걸 성배 대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거야?」 - 페이트 아포크리파의 내용

*484 「응. 그렇게 되면 트림마우만으로는 조금 불안하지. 하지만, 시계탑의 사교회에 데려갈만한 보디가드에 짐작가는 바가 없어서 말이야. 오라버니도 탐정은 둘째치고 빈말로도 호위역에 적합하다고는 못하겠고, 지금은 내제자의 힘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해서」「그렇다면, 네가 직접 그레이에게 부탁해」「음」의외의 대답에, 나도 순간 당혹했다.「아까도 말했지만, 내 학생이라고 해서 자유롭게 부려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군. 애초에, 너와 그레이는 내 학생이란 의미로 따져선 동기랑 다를 바가 없잖나. 그런 요청이 있다면, 나를 거치지 말고 네가 의뢰해야 마땅해」「즉……개인 차원으로 의뢰한다면 상관 없다 이거?」「바로 그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85 「협회에 발탁되는 것만이, 성배전쟁에 나갈 수단은 아니잖나. ……어쨌든간에, 너랑 엘멜로이를 보강하는 것에 전망이 서고난 다음이다」무겁게, 중얼거렸다. 시가의 끝부분을 재떨이에 미끌어뜨리자, 툭하고 덩어리져 떨어졌다. 살짝 목이랑 닮았다. 보충이란, 요컨대 빚이나 마술각인을 말하는 것이다. 어느쪽도 수개월로 어떻게 될 법한 것이 아니었다. 「남은 기간은 벌써 절망적인데, 정말이지 눈물겹군 그래. 뭐 담보도 잡아뒀지만 말이야」어깨를 움츠리고, 나는 중요한 요청을 잘라 말했다.「―――그럼 오라버니. 만에 하나 때에 맞췄을 때의 보험인데 말이야」「응?」「죽기 전에, 나랑 애를 만들어두지 않겠어? 뭣하면 트림 상대로도 괜찮아」지금이야말로. 성대하게,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뿜어내었다. 응 즐거워. 이렇게까지 파괴력이 있다면, 뭔가 먹고 있을때 할 껄 그랬다. 옆에서 그레이까지 쩌적하고 굳어버렸지만, 뭐 언걸먹는 건 내제자의 의무이니 단념했으면 한다. 「내 마술회로를 핏줄에 짜넣어서 어쩔 셈이지」손등으로 입가를 문지르고, 밉살스러워 죽겠다는듯 오라버니가 말한다.「아니, 짜넣을 셈이 아니야. 마술각인을 줄 생각도 없어. 하지만, 네 인망과 권위는 꽤나 상당한데다, 마력의 사용법 자체에는 눈여겨 볼 점도 있어. 유감스럽지만 엘멜로이의 결속이 완강한 것도 아니니까, 이참에 정자를 받아둬서, 분가에 보내놓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잖아」「……레, 레이디」겨우겨우 평상심을 되찾았지만, 오라버니가 갈라진 목소리로 이쪽을 노려본다.「……그런 법정과적인 생각은, 내가 선호하지 않는 점인데」「아이고 기분을 상하게 했으려나」이건 좋지 않다, 발길을 돌린다. 물론, 그레이의 손을 붙잡은 채로다. 몸집 작은 소녀를 끌어 당기면서, 나는 한 차례 윙크를 해보였다. 「그럼, 내제자를 빌려갈게. 오라버니의 노고엔 감사하고 있다구?」문이 닫힐 때, 오라버니가 내쉰 한숨이란 얼마나 무거웠을는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86 "대, 대체로, 린은 정보 공유가 부족합니다! 에르고가 납치되기 전에,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했으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우, 아무리 그래도 알렉산드로스 4세와 에르고가 같을 거라곤 생각할 리 없잖아! 시온도 선생님의 목적이라든가, 뭔가 제대로 착각하고 있었을 거 아냐. 혹시 그 로드 엘멜로이의 후계자니까 대단한 음모가가 틀림없다던가, 아직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무, 물론 그렇죠? 시계탑의 악명 높은 약탈공이잖아요!" 시온은 대답하자마자 뒤돌아보았다. 황금 방울이라도 굴리는 듯한 웃음소리가 옆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죠, 루비아." "아뇨, 아뇨, 확실히 그 착각은 당연하죠. 그 지도역(튜터)가 한 일을 하나하나 따지고 분석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 게 더 자연스러우니까요. 오히려 라이네스도 그렇게 유도하는 부이 있기도 하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7 내제자로서의 그레이는 극히 헌신적. 그렇다고 해도, 묘지기로서 억제적인 생활을 보내온 그녀가 보기에, 지금의 생활은 상당히 느슨할 정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488 움직이는 손 주변에 슈트 케이스에서 꺼낸 의복만을 놓아두니, 소파에 가로누워 눈을 감은채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아마 제대로된 의식조차 없겠지.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시선만을 빗겨내면서 그밖의 준비를 끝마쳐 둔다. 시가의 관리만큼은 스스로 하고싶어해서, 이럴 때의 일은 고작 손수건이나 자잘한 것의 운반 정도다. 「초등학교(프라이머리 스쿨) 꼬맹이냐」라는 건 애드의 변이지만,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략 끝낸 시점에서, 말을 걸어왔다. 「좋은 아침이군. 레이디」겨우 눈이 뜨인 모양이다. 척봐도 졸려보이는 모습으로 스승님이 상반신을 들어올려, 눈을 비비고 있었다. 「……옷깃이 흐트러졌어요」 잠에 취한 스승님의 자켓의 옷깃을 매만지고, 긴 머리를 브러싱하고나서, 방을 나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89 「……기, 기다려……!」 「――――윽!」눈썹에 닿은 손의, 좀비와도 같은 떨림에, 무심결에 몸을 움츠려버린다. 메두사의 눈에라도 홀려버린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몸으로 간신히 등을 돌린다. 「스, 스승님……!」물론, 등쪽에서 뻗어온 그 손은, 땀에 절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靑息吐息] 스승님의 것이었다. 「……조, 좀더, 페이스를 낮춰주지 않겠나 레이디」숨을 헐떡이면서 부탁하고 있다. 짜증이 난달까 뭐랄까, 이쪽의 변화에 눈치 챈 모습은 전무했다. 애초에 그런 여유가 있었다면, 이런 추태를 보일 일도 없었겠지만. 나도 경직된 채 손가락으로 뺨을 살짝 긁으면서,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하지만 스승님, 이대로는 초대장에 적힌 시간에 늦을 것 같습니다만」「……그렇다면 10분, 아니 5분이라도 좋아. 앉게 해다오」 헉헉 목에서 거친 소리를 내며, 다섯개의 손가락을 세운다. 「……3분으로」 (중략) 더구나 스승님은, 구리로 만든 문을 연 시점에서 보기좋게 경직되어 있다. 가능하면 그대로 문을 닫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을 하고 싶을 참이지만, 스승님의 가냘픈 팔에 문은 너무 무거웠고, 무엇보다 상대의 시퍼런 서슬이 현실도피를 용서해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중략) 생긋 웃는다. 그대로, 덜컹, 하고 무거워보이는 문이 기세좋게 닫혔다. 아무래도, 단순한 완력으로도 소녀쪽이 스승님을 웃도는 것 같다. 이 경우엔 소녀를 칭찬해야 할지, 스승님을 탓해야 할지 고민할 때이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90 「저기, 스승님」답이 없다. 소파에 취해 누워있어, 어쨌든간에 현실은 모두 거절한다고 말하듯 눈꺼풀을 닫고 있다. 자존심만 허락한다면, 분명 양손으로 귀를 막고 아―아―아―아― 소리를 질렀겠지. 내 스승님이지만, 얼마나 그릇이 작은걸까. (중략) 무심코 표정에 감정이 담겨버리는 걸 참아내면서, 우선 고개를 숙인다. 이래봬도 스승인 것이다. 어쩌면 현대사회에서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내 고향에서는 연장자에게는 경의를 표하라는 이념이 아직도 침투해 있다. 징그럽게 싫은 스승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91 스승님의 표정은, 정말이지 침울했다. 의동생(라이네스)에게서는, 언제나 부조리한 의뢰만을 강요되고 있다, 라는 게 본인의 변이다. 그런데도 거절할 수 없는 것은 방대한 자금이 어쩌고 저쩌고라고 했었는데, 자세한 것은 알려져있지 않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그러니까 스승님이 로드 엘멜로이 2세를 위임받았다, 라는 것 뿐이다. (중략) 「일찍이 주인은 그렇게 불렀던 모양이다. 이 주인이, 엘멜로이의 선대와 조금 교류를 가졌던 모양이라 말이야. 정말이지, 선대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분명 매우 기뻐할 것 같은데. 남의 것을 훔친 결과가 이거냐고, 치근치근 수 시간은 괴롭혀줄 것 같군」엘멜로이의 선대. 이것도 가끔씩 이야기에 나오지만, 어떤 인물이었는가는 거의 수수께끼 그대로다. 스승님 따위는 비교도 안될만큼 천재였다, 라고 밖에 듣지 못했다. 이야기의 조각을 모아보자면, 잔걱정이 많은 기질도 있는 것 같지만 진실은 어떤지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92 조금 숨죽인 채로, 스승님의 옆모습을 내려보았다. 언제나 찡그리고 있기 때문인지, 미간에는 얇게 주름이 새겨져있다. 이 나이에 그렇게 됐으니,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마치 상처처럼 깊게 패일 것이 틀림 없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상처를 입는 것일까. 몸도, 좀 더 보이지 않는 곳도. 손을 뻗어, 뺨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고작 몇 센티미터의 거리를 남기고서, 어떻게해도 닿을 수가 없었다. 「히히! 왜 그래 그레이! 그렇게 옆모습만 바라보더니 반하기라도 했냐!」「…………」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한손으로 우리를 집고서, 마음껏 엉망진창으로 돌린다. 「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불쌍한 비명을 듣고서, 겨우 후련해졌다. 「……감사합니다」하고, 소파에 솔직하게 머리를 숙인다. 그 후 침대에 파고들어 모포를 끌어당기니, 아련하게 담배의 향이 묻어있었다. 결코 싫은 향은 아니었다. 의식이 포근한 암흑속으로 잠길 때까지, 수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93 「레이디. 너를 동행하게 한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나에게도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다짐하듯이, 스승님이 말한다. 한숨은 술기운이 강하게 묻어있었지만, 그 눈동자는 무척이나 진지했다.「내게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타인에게 강요할만한 건 아니야. 여기서 물러나겠다고 한다면, 그걸 말릴 권리는 없다」 「…………」나는, 그 눈동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자신 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시선을 돌려버린다. 돌린채로, 물었다. 「전에도 물었습니다만, 스승님에게는 이곳의 유산이 필요한 거지요?」 「아아」스승님이 끄덕인다. 나를 고향에서 데려갈 적의 얼굴이었다. 고작 몇명밖에 알지 못했던 나를, 런던으로 데려간다고 정했을 때와 같은 표정. 어째선지 한숨이 흘러나왔다. 스스로도 정체불명의 감정이 미칠듯이 가슴에 요동쳤다. 「……그렇담, 좀 더 함께하겠습니다」「……미안하군」 왠일인지, 깊이 머리를 숙인 스승님을 보고, 어쩐지 뺨이 굳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굳는 것과는 다른 건가. 복받치는 감정이 뭔지 알 수 없어서, 자신의 입술을 만져본다.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은 입술은, 자신의 그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자연스럽게 미소짓고 있어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94 「……스승님」아다시노 히시리와 충분히 멀어지고 나서, 말을 건다. 사실은 심약하고 겁정이지만,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뒤덮어버릴 결연한 등에, 말을 걸었다. 「뭔가?」「……하나, 결정했어요」시선은 주지 않는다. 잡아당겨주고 있는 그 손에 대고, 속삭인다. 내 인생은 후회투성이다. 철이 들고나서, 아니 태어난 이래로, 아마 하느님이 뭔가를 실수하고 있었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 확신은 강고해질 뿐이라, 이제부터의 인생에서도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것 만큼은. 「……저를, 당신의 싸움에 데려가 주세요」분명 이것 만큼은 후회하지 않으리라,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한 말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495 엘멜로이 2세를 챙기는 것이야말로 뭔가 수고가 드는 것이며, 그 밖에는 자유롭게 해도 좋다는 것으로, 최초의 2개월 정도는 망설임 투성이였다. 물론 마술사로서의 기초지식은 거의 없기에, 지금의 엘멜로이 교실에 익숙해진 것은, 플랫이나 라이네스의 협력에 의한 부분이 크다. 스빈은 초대면부터 거의 바로 저렇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협력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언제나 오라비를 보살피고 있지만, 자네, 뭔가 알기 쉬운 요구사항같은 건 없는 건가.」「요구사항, 같은 것은 없습니다만.」「없습니다만?」「만약에...... 허락된다면, 조금만 더,지금처럼 있을 수 있기를.」난로 앞에서, 쓸쓸한 듯이 미소지은 그녀에게, 무심코 라이네스도 세로운 과자를 권해버렸다던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496 그런 스승님의 강의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시계탑에서는 정말 많은 마술사들이 갈망하는 수업을 독차지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미안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고개를 들곤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7 과장이 아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시간이 멈췄다. 세계의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들고, 살인마인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습격당하고 있다는 상황도, 펨의 선연(카사)에서 이겨야 한다는 조금 전까지의 고양감도, 티끌만큼도 남지 않을 정도로 잊어버렸다. 눈에 비치는 것은, 후드 틈새로 언뜻 보인, 곤란한 듯 미소짓던 소녀의 옆모습뿐. 단발식 대형 권총 톰슨 컨텐더가 뿜어내는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서 소녀가 쓰러진 것이다. 그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려 했지만, 그의 오체는 '강화'조차 잃어버렸다. 취약한 마술 회로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기술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순식간에, 아주 초보적인 마술의 지속조차 포기해 버렸다. 떠돌이 연금술사가 엘멜로이 2세를 쏘는 척을 함으로써 그레이에게 틈을 만들어, 먼저 소녀를 쐈다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레이디……!" 쓰러진 그녀의 곁에서, 2세는 외쳤다. 그곳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시계탑의 군주(로드)도 아니고, 약탈공도 아닌, 단 하나의 보물을 빼앗긴 남자일 뿐이었다. (중략) 그대로, 카지노 복도를 맹렬한 기세로 빠져나간다. 2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에미야 시로가 유도한 것이겠지만, 이미 그런 것조차 엘멜로이 2세는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레이." 중얼거리고, 쓰러진 소녀의 어깨를 만진다. "기다려. 치유 마술을……바로……" 엉킨 혀로, 영창하려 한다. 마술식에 따라, 손바닥에 모인 마력은, 그러나 순식간에 비참하게 흩어져 사라졌다. "아……" 이런 때조차, 그의 마술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하는 지도도──아니, 그 몇 배의 노력으로 계획을 짜고, 본인의 향상에 기울였다. 그 성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시계탑에서 강사로 일할 최소한의 기량까지는, 엘멜로이 2세도 달성했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조차, 그의 재능은 그를 배신한다. 소중한 상대를 지키는 것조차, 그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진작에 알고 있었던 일인데도, 지금의 2세에게는 어찌할 도리 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흩어진 마력을, 필사적으로 긁어모아, 다시 한번 마술을 발동시키려 했을 때, (중략) 그 속에서, 허둥지둥 문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아슬하게 도착했습니다(ギリギリになったようだ)." 라고 고개를 숙인 것은, 엘멜로이 2세였다. "이거야 다행이군! 이대로 리타이어하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뻔뻔스럽게, 이시리드가 아까와 180도 다른 말을 내뱉는다. 그 옆에서, "어떻게 된 거지. 죽은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잖아. 엘멜로이 2세." 알레트가 말했고, 마찬가지로 원탁에 앉은 반 펨이 실크햇을 고쳐 쓰면서,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 혼자인가? 평소의 내제자는?" "저 혼자입니다." 라고, 엘멜로이 2세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바이 뤄롱이, 뚜렷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일이지? 네가 그 아가씨를 데려오지 않다니, 세컨드 없는 복서 같은 거잖아." 틀림없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엘멜로이 2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 번, 선언했다. "최종전은, 저 혼자 참가하겠습니다." "하지만, 너……" "모였으면, 문제없습니다." 딜러가, 더 이상의 대화를 막았다. 그리고, 몇 초를 기다렸다. 고요함이 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녀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8 "어떻게 된 거지, 엘멜로이 2세" 라고, 알레트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무뚝뚝하게, 2세가 고개를 저었다. 평소라면, 살갑게 대하지 못할지라도, 퉁명스러운 태도는 자제한다. 타인에게 지적받을 만한 틈을, 가능한 한 줄여놓는 것이 시계탑의 방식이었다.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이거참, 꽤 힘들어 보이는데. 혼자라서 외로운 건가?" 같은 원탁에서, 이시리드가 물었다. 이것 또한, 시계탑의 방식이다. 즉, 틈을 만든 녀석이 나쁜 거고, 물에 빠진 개는 앞장서서 두들겨 패라는 것이다. "어쨌든, 현대마술과(널리지)의 수호도로서 내제자 이야기는 자주 들었거든. 없는 건, 한쪽 팔을 뜯어낸 것과 같겠지." "…………" 힘들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레이가 있음으로써,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2세는 지금이야말로 실감하고 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그녀는 늘 한탄했지만, 그런 그레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용기가 솟아났는지, 더할 나위 없이 깨달았다. 그러니까, 꺾일 수 없다. 소중한 상대를 빼앗긴 지금이기에, 꺾이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하나만 말해 두지." 라고, 2세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가치는, 그런 말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 없다." "호오." 이시리드가, 즐거운 듯 목을 울린다. 바이 뤄롱은 쓴웃음을 짓고, 반 펨은 실크햇의 챙에 손을 댔다. 그리고, "여러분, 베팅해 주십시오." 차갑게, 딜러가 고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9 “소제는, 스승님 옆에서 가끔 맡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전혀 흥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왠지, 자신과 스승과 담배의 관계는 그런 형태가 좋다고 생각했다. 시가든, 이번 같은 물담배든, 휴일에 맥없이 피우는 종이담배든. 집에서 스승이 게임 컨트롤러를 쥔 채, 나른하게 물고 있는 종이담배 향기를, 다시 한번 맡고 싶어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0 (……무게 중심) 문득, 생각했다. 이 여행에서, 자신의 무게 중심은 어디에 있었을까. 스승의 강의를 따라갔던 싱가포르에서, 에르고를 만났던 일. 그가 먹었던 세 위의 신을 묻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게 된 일.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에르고의 정체가 그 정복왕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일. 그리고 지금, 신을 먹였던 마지막 마술사를 쫓아서, 이 빙벽을 오르고 있는 것. 그런 여행 속에서, 자신의 무게 중심은? (……아니) 그것은, 분명하다.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함께 여행하는 동안에 에르고에게 정이 들게 된 것은 틀림없다. 스승이 없어도, 어떻게든 도우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에게 있어서, 스승은 별과 같은 사람이었다. 아무리 덧없는 빛이라고 해도, 자신이 나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아아, 그러고 보니) 여행 첫 번째 일을, 떠올린다. 스승이 강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했을 때 느꼈던 상실감도, 그런 별을 잃어버린 듯이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제멋대로인 감정이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1 자신이 대답하자, 아비다야는 두 번 정도 눈을 깜박이고, 뚫어지게 이쪽을 바라보았다. “저, 이상한 말, 했나요?” “아아, 아니. 그레이는 마술사가 아니라고 들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하게 시계탑 수업을 받고 있었구나 싶어서. 역시, 군주(로드)의 내제자라서?” “……저, 머리가 좋지 않아서, 적어도, 수업에서 들었던 것 정도는 제대로 기억하려고 생각해서요. 스승님의 망신이 되면 싫으니까.” “자신이 아니라, 스승님 망신이 되는 게 싫구나.” 아비다야의 대사에, 쿵 하고 가슴을 찔린 기분이 들었다. 뭔가를 대답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말이 되지 못하고, 우물쭈물해 버린 곳에서, “둘 다. 잠을 못 자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라고 말했었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2 민감한 부위만 시각 방해를 하면서, 서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빨리 벗고 입었다. 방한복에서 평소의 후드로 바꾸기 전, 스승님이 순간적으로 눈을 돌려준 것에, 그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제대로, 싫어하는 척을 해 주네.) 그것이 기뻤다. 만나고 나서, 벌써 4년 정도 되었지만, 이 사람은 계속 약속을 지켜주고 있다. 처음으로 이 얼굴을 싫어해 주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 점에 매달리듯이 해서, 자신이 기묘한 약속을 강요해 버렸는데, 한 번 도 불만스러워한 적이 없었다.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그 점을, 자신은 다른 누구보다 알고 있다. (……아마.) 지금에 와서는, 라이네스나 샤르당 옹보다도. 멜빈은, 어떨까? 이 사람에 대해서, 그 조율사만은 특별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옛 동급생이라는 것뿐 아니라, 호의도 악의도 집착도 모든 것이 뒤섞인 특별한 감정을, 전혀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럼, 자신은? "…………" 살짝, 뺨에 손을 댄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은 이 얼굴에 대해서, 과거만큼 혐오하지 않는다. 일찍이, 자신이 자신 이외의 무언가가 되어 갔다는 것은, 엄청난 공포였다. 변화가 진행될수록, 고향 마을에서 열렬한 신앙의 대상이 된 것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서, 꺼림칙해서, 이 얼굴을 벗겨낼 수 없을까 하고 고민할 정도였다. 런던에 나와, 스승님의 내제자로서 시간을 보내면서, 그런 마음은 조금씩 누그러져 왔다.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몸은 자신에게 있어서 분명 재앙이었지만, 이 몸이기에 스승님들을 도울 수 있었다. 이 몸이 끔찍한 저주라고 해도, 희미하게 감사하는 마음마저, 마음 한구석에 싹트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3 그로부터 거듭 몇 가지의 지론을 전개했던 엘멜로이 2세에게, 란갈은 외경의 개념을 교차하며 상찬의 말을 입에 담았다. 「역시나군요, 로드. 보다 일찍 제자를 현지에 파견할 만 합니다」 「제자?」 거기서, 어긋남이 생겼다. 「네, 어제 현지에 들어왔던 협회의 인간이, 당신의 제자를 도시에 목격했다고 아까....」 「.....무슨 얘기지? 나는 제자따위 파견했던 기억은........」 엘멜로이 2세는 거기까지 생각한 뒤, 문득 깨달았다. 오늘, 강의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학생이 한 명 있었다는 것에. 휴강이었던 이 수 일간의 사이에, 그 학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휴강일 전에 나눴던 학생과의 대화를 떠올린다. 「설마.....」 엘멜로이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이 휴대전화는, 전원이 켜져있지 않거나, 전파가 닿지 않는 장소에 ----』 전화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더욱 싫은 예감을 느끼며, 엘멜로이 2세는 다른 장소에 전화를 걸었다. 「.....아아, 나다. 긴급하게, 알아봐줬으면 하는 것이 있다. 학생의 출입국기록이다. 플랫 에스칼도스가 출국했는지 아닌지 확인을 부탁한다.」 아무래도 학생을 관리하고 있는 사무실에 전화를 건 것 같다. 그러자, 30초 정도 간격을 두고, 사무원인 여자가 대답했다. 『플랫 에스칼도스씨는 3일 전에 아메리카 행의 비행기에 탑승했네요. 출국 이유는...... 관광과........ 「선생님 고마워요! 런던스타 만세!」라고 써져있습니다만, 뭘까요 이거』 「.......아니, 이제 충분해. 수고가 많다」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직후 ---- 엘멜로이 2세의 뇌 속에, 주마등같은 형태로, 여러 가지 플랫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멋대로 남의 방에 들어와서 신상 게임기의 어카운트 명을 『런던☆스타』로 등록시켰던 세세한 일부터, 시누이가 다루는 마술예장인 수은 메이드에게 이상한 영화의 지식을 가르쳐준 일, 끝내는 흡혈종들의 왕 중 한 사람이 소유한 카지노선에 올라타서 소동을 일으킨 일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민폐를 끼쳤던 기억만이 끝없이 반복된다. 「FUCK.......」 「엣?」 란갈의 제자는, 지금, 엘멜로이 2세가 무엇을 말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어는 들렸었지만, 『아까까지 저 정도로 이지적인 대화를 하고 있던 남자가, 돌연 그런 슬랭을 입에 담을 리가 없어』라고 생각해버렸던 것이다. 「저, 무슨 일이 있길래.....」 젊은이가 그렇게 물었을 때는 이미 늦어서 ---- 머리가 피가 솟은 엘멜로이는, 그대로 비틀하고 신체를 기울이며, 교단 앞에 쓰러졌다. 「로드!? 로드!?」 놀라서 그 몸을 흔드는 어린 마술사였지만, 그 옆에서, 교실 안에 있던 학생 중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아직 어린 여성으로, 연령은 20살이 될까 안 될까 하는 정도일 것이다. 「에스칼도스 씨의 일이라면, 스승님은 언제나 **이래요**」 「에? 아, 네」 「스승님은 제가 의무실까지 옮기겠습니다. .......그럼」 하고, 엘멜로이 2세의 제자같은 여성은 란갈 일행에게 꾸뻑 머리를 숙인 뒤, 스승인 로드를 어깨에 매고 옮겨 간다. 그런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광경을 지켜본 뒤, 란갈의 제자가 입을 열었다. 「뭐랄까..... 여러 가지로 전대미문이라고 할까..... 바빠보이는 사람이네요」 「아아.... 그렇군. 지금은 그런 걸로 하도록 하지」 란갈은 인형의 입으로부터 큰 한숨을 토해낸 뒤, 동정섞인 말을 했다. 「시계탑의 로드가 과로사라니, 농담도 되지 않으니까」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04 「틀리다구요, 잭씨」「버서커라고 불러라..... 그래서, 뭐가 틀리는 걸까나?」머리 대신에 긴 바늘 끝을 기울이는 잭에게, 플랫은 침체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시계탑에 있을 동안의 교수님은, 정말로 1분도 헛되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작업에 쫓기는 사람이에요..... 그런데도, 제 탓으로, 교수님이 2시간이나 헛된 시간을 쓰게 만들다니...... 그것이 정말로 죄송한 짓을 했다고 생각해서.....」「흐음..... 너는 상상 이상으로 스승을 생각하는구나」「교수님의 제자이면서 교수님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세, 네 명밖에 없다구요!」「있기는 있는 건가..... 하지만, 전화 너머로 들은 것만으로 알 수 있다. 그는 우수한 『마술 스승』일 테지. 과거의 성배전쟁에서 살아 남았다는 얘기도 감안한다면, 『마술사』로서도 일류 일 거야」 솔직한 감상을 늘어놓은 잭에게, 플랫은 팟, 하고 얼굴을 반짝이며 대답한다.「물론이지요! 교수님은 성배전쟁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여러 시계탑의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구요! 『박리성 아도라, 월하의 각인 쟁탈 연속 살인 사건』, 『데인저러스 뷰티(dangerous beauty) 쌍모탑에서의 소실사건』, 『슈퍼 익스프레스(super express), 저지먼트 아이(judgement eye) 사건』, 에또, 그리고.....」「음. 네가 멋대로 사건에 이름을 붙여서 얘기에 군더더기를 붙여서, 교수의 위장에 막대한 데미지를 주길 계속하고 있는 것은 잘 알았다」「싫다아, 군더더기 같은 건 붙이지 않았다구요. 교수님은 정말로, 시계탑에서도 전설적인 사람이에요! 아, 맞다! 뭣하면, 전화로 좀 더 이야기해볼래요? 아까도 얘기했지만서도 바쁜 사람이라서, 조금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요....」-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05 시내의 케이블 TV에서 그런 뉴스가 흘러나오는 중, 값싼 모텔의 방에 무사태평한 목소리가 울린다. 「우와아, 드디어 수속이 끝났다! 해냈어요 잭씨!」『음. 기뻐하는 건 좋지만, 일단, 나의 진명을 당당히 입에 담는 것은 뭘까 싶다만』 「아, 그렇네요! 죄송해요! ...... 그럼, 뭔가 별명을 생각해보죠! 에또...... 영국식 헬 슬래셔씨 라던가......」 『순순히 버서커라고 불러라』 텐션이 올라버린 플랫에게, 광전사[버서커] 워치가 못박는다. 플랫이 신명이 나있는 것은,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와 관련된 것이다. 사진 첨부의 e메일 따위를 보낼 수 있는, 국제전화에 대응된 최신형의 휴대전화로, 이것으로 시계탑의 교수와 연락을 취할 수 있다고 기뻐하고 있다. 「드디어 여러 가지 연결된 것 같이 됐다구요. 모처럼 본체를 어제 샀었는데, 단지 카메라랑 라디오로밖에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요」 화면을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사진을 골라 내는 플랫. 그 속에는, 폭발한 오페라하우스의 사진따위도 찍혀있다. 「어제 영령 분의 연설, 사진으로 찍어뒀으면 좋았을 걸. 나 자신이 인터뷰를 받아 들떠버려서, 마침 무심코 사진을 못 찍어버렸어요.....」 『뭐어, 적의 영령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는 것도 수단인가....』 어찌됐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잭에게, 플랫은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아, 그래도, 사도 분하고, 또 한 사람의 영령의 사진을 찍었어요 저!」 플랫이 손목시계를 향해 휴대전화의 화면을 보여준다. 그러자 거기에는, 어제 경찰 주차장에서 날뛰고 있었던 사도의 모습이 비춰져 있었다. 「이거 귀중한 거라구요! 사진에 찍었던 다른 사람은, 교회 쪽 사람의 암시로 스스로 데이터를 지워버렸을 테니까요! 아아, 암시회피의 훈련을 받아놓길 잘했어!」 (중략) 『도시에 제 1 영령 발견입니다! 아, 버서커씨와 갑옷입은 사람까지 치면 제 3 영령일까요? 무서워보여서 정말이지 말을 걸 수는 없었었지만, 어떻게 하면 사이 좋게 될 수 있을까요?』「정말이지, 저 바보는.....」자신의 위장이 데스메탈에 맞추어 헤드뱅일을 시작했다는 착각을 하면서, 거기에 첨부된 사진을 연다. 그리고, 사진에 찍혀있던, 캐딜락의 뒤에 타고 있는 화려한 차림의 남자를 보고 ---- 그의 위장의 통곡이, 갑자기 정지했다. 위장뿐만이 아니라, 호흡도, 눈 깜빡임도, 설마하니 심장도 몇 초 멈춰버렸을지도 모른다. 「바보같은....」 「무슨 일인가, 2세여」 심란해하는 로코의 말을 들으면서, 엘멜로이 2세 속에서 조각이 맞춰진다. 사막에 크레이터가 생겨났다는 정보. 그리고, 복장이나 머리모양만큼은 자신이 아는 것도는 달랐지만, 잘못 봤을 리가 없다. 그것은 과거에, 후유키의 땅에서 봤던 터무니없이 강력했던 서번트의 모습. 저 영령이 얽혀있다고 한다면, 크레이터 한 두개도 생겨날만한 것이다. 파랗게 질린 2세의 얼굴을 보고, 또 피로로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하고 불안하게 쳐다보는 로코였지만 ---- 문득 시간이 다시 흐르고, 엘멜로이 2세는, 역으로 기력이 넘쳐흐르며 일어섰다. 「.....실례, 잠시 메일 좀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뭐.... 아아」 진지한 표정인 엘멜로이 2세를 보고, 『메일? 여기서 편지를 적는 건가? 펜은 어디있지?』같이 의아해하면서도, 압도된듯이 끄덕이는 로코. 아무래도 그는, 아까의 착신도 마술적인 텔레파시인지 뭔가로 받아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노령의 마술사를 뒤로 하고, 엘멜로이 2세는 굉장한 스피드로 핸드폰 메일에 문장을 때려박아간다. 『교수로서 과제를 내지. 그 영령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결코 접근하지마라』 그리고, 조금 생각한 뒤 한 가지 추신을 덧붙였다. 『빨랑 그 휴대전화의 번호를 메일로 보내라. 이 XXXXX가』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06 「하아, 드디어 바깥에 나갈 수 있겠구나 --!」방 안의 커튼을 열고, 플랫 에스칼도스는 비집어 들어오는 햇빛을 쬐면서 드높이 양팔을 위로 뻗는다. 「설마 그렇게나 화를 내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크게 기지개를 피는 것도 잠깐, 플랫은 기운 없이 어깨를 떨구고 한숨을 토해냈다. 「더구나, 잭 씨를 불러낸 촉매, 교수님이 나를 위해서 준비해준 것이 아니라, 전부 나의 지레짐작이었다니.....」 그런 그의 왼쪽 팔에 채워진 스팀펑크풍의 손목시계에서, 점잖은 신사같은 인상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비디오게임의 경품으로 불러내졌다는 걸 안 나의 충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테지. 게다가, 2시간 정도의 설교로 끝난 것이 다행인 것이 아닌가」 영령시계가 된 버서커, 잭 더 리퍼의 위로의 말을 듣고, 플랫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2시간이나, 라구요」 산 지 얼마 안 된 휴대전화를 꽉 쥐고, 플랫은 침대 위에 누워 애처롭게 등을 구부린다. 그 휴대전화의 번호를 플랫의 스승인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메일로 보낸 뒤로, 15초도 걸리지 않아 영국에서의 국제전화가 걸려 와서, 2시간 정도의 설교와, 약 30분의 대책회의가 이제 막 끝난 것이다. 수화기를 들든 그렇지 않든 남성의 분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손목시계 상태의 잭에게도 들려오는 형태로 장황한 설교가 시작된 것이었다. 멋대로 미국으로 건너간 것에서 시작하여 여러 추궁과 겸해서 설교를 당했었는데 ---- ---- 『도대체 누구한테 소환의 주문을 들은 거냐? 설마 네가, 대도서관의 자료같은 데서 자력으로 알아봤을 리도 없고 말이야. 토오사카에게서인가?』라고 교수가 물어서, ---- 「아, 그런가. 린쨩에게 물어 봤다면 좋았었구나...... 아뇨 그, 도시에 와서 여러 가지 해봤더니, 어째선지 마법진도 주문도 없이 불러 냈어요」 라고 플랫이 정직하게 대답하자, 몇 분 정도 말이 막힌 뒤에 지금까지 이상의 기세로 설교가 재개되었다는 것이다. 플랫은 정신적 피로로 괴로워 보였지만, 굳이 잭은 냉엄한 말을 던진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07 "너는 확실히 마술사 답지 않은 기질을 갖고 있어. 성배전쟁을 위해 소녀를 죽이는건 싫다고 생각하는것도 납득이 가. 그런데. 원래 적인 다른 마스터 하나 때문에 자신을 조리돌림 하는 상황에 이르면, 그건 조금 일반인의 감각과도 괴리가 있는게 아닐까?"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구해주는게-" "당연하지 않아, 정도라는게 있는데다 그건 절대 당연한게 아니야 마스터. 사람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 강해지고 싶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거야." 그러고는 플랫은, 그렇구나하고 수긍한 다음, 잠시간 밤하늘을 쳐다보며 생각을 이어갔다. "단순한거에요. 교수님 덕택이니까" "호오. 역시 그의 영향인가" "교수님이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망설임도 없이 그 아이를 구하려했을거라 생각해서... 잭씨의 이야기대로네요. 어째서일까는 모르겠지만. 교실의 모두도, 교수님을 싫어하는 어떤 사람이라도, 그건 인정할거에요" 그리고, 자신을 부끄러이 여기는것 처럼 쓴웃음을 지은 플랫은, 자신의 왼손에 감겨있는 영령시계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옛날에... 내가 엄청난 바보짓을 해서, 교수님께 폐를 끼쳤던 적이 있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소부터 폐를 엄청나게 끼쳤던거 같은데..." "예에, 근데, 그때는 그런 레벨이 아니었고... 나랑 루 시안이라는 친구가, 같이 아틀람이라는 마술사에게 잡혀버려서요. 그니까, 죽는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자신의 생사마저 가벼이 말하는 플랫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교수님이, 커다란 도박을 걸어 우리들을 구해주셨거든요. 소중한 친구에게... 평생을 걸고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을 만나기 위한 소중한 도구를, 도박 테이블에 올려버리셨죠" 만나기 위한 도구. 그 기묘한 어구을 듣고, 잭은 핫하고 떠올렸다. -소환을 위한... 촉매인가. 아마도, 그 교수가 만나고 싶어하는 친구라고 함은, 지금의 자신과 같은 존재-즉 성배전쟁에서 해후한 영웅일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그것은 다른은 절대로 가치를 헤아릴수 없는 것이리라. 그런것을 자신의 학생을 구하기 위해 도박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는것은, 그렇군, 확실히 플랫의 스승답게 어딘가 나사 빠져있을지도 모르겠다. 잭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자기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 플랫이, 간혹 보여주는 쓸쓸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그것이, 나뿐만의 문제로 끝나는거였다면, 나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그 여자애를 못본척했을거에요. 혹시 모르죠, 보통 마술사들 같이, 앞서서 죽이려 들었을지도요" "..." "그래도, 나는 에스칼드스의 마술사이기 전에, 엘멜로이 교실의 플랫 에스칼드스니까요" 엘멜로이 교실. 그 이름을 입에 담은 순간, 플랫의 얼굴에서 쓸쓸한 빛이 사라지고, 자신에찬 목소리를 냈다. "그 교실에 있는 이상, 나의 인생은, 더 이상 나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여기서 그 여자애를 못본채 하는건, 교수님과 교실의 모두를 배신한는게 되어버려요. 나에게 있어서, 그건... 나의 마술사로써의 목적을 잃는것과 같이 무서워요. "그렇구나. 무서우니까, 라 말하면, 납득 못할 일도 아니군"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08 "너는 아직, 어딘가 커다란 결락이... 아니지, 결락은 아닌가... 네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세계와의 커다란 어긋남을 내포하고 있어. 나는 그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 불안한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플랫에게, 잭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나는 안심하고 있어. 그런 마술사가 스승이기 때문은 아니야. 네가, 그 스승의 삶의 태도에 대해 존경을 느끼고 있어서야. 그런 의지가 있는 이상, 너는 그런 세계와의 어긋남을 극복할 수 있을거야." "...저기, 왜일까요. 나한테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마술사와도... 보통 사람들과도 어긋나있는곳은 있구나 하는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어요" "안심해. 사람은 모두, 어딘가 세계와의 어긋남을 느끼며 살아가는거야. 이런식으로 말하는건 어떨까, 찰나의 시간조차 어긋나지 않고, 완전히 시간과 일치하는 시계 같은건 존재하지 않는거야. 그저, 시계를 맞추려는 노력 하는 사람들만이 있는거 뿐이지"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09 스빈과 플랫. 그들이야말로, 엘멜로이 교실의 쌍벽이었다. 아니, 시계탑 전체를 뒤져보더라도, 이 세대라는 조건이 붙는다면, 상당한 상위 랭크로 치고 들어갈 것이다. 무엇보다, 그런 능력이 있기에―――어쨌든 플랫은 시계탑의 각교실을 돌고돌아, 오라버니의 곁으로 맡겨진 거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510 「쨩을 붙이는 건 싫어하지 않는다만, 너도 조금은 침착함이란 걸 배우도록 해. 일단, 현역 중에서는 최고참이잖아?」「……외람됩니다만, 라이네스 님. 플랫보다는 제가 한 달 빠릅니다」불복하는듯한 스빈을 보고, 무심코 미소짓게된다. 「그렇담, 한 술 더 뜨지. 너희들 동기같은 거잖아. 서로 돕고 살도록 해」-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511 제자 중 한 명(스빈 글라슈에이트)가 전위(典位,프라이드)로 승격했음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엘멜로이 교실은 시계탑에서도 우수한 학생을 잇달아 배출한다는데,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스승님은 기쁘고 서운하고 분하고 괴로운 감정이 쥐죽박죽 섞인 표정을 짓곤 했다. 본인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곳까지 날아오른 작은 새를 바라보듯이. 그러나 이때의 스승님은 웬일로 우울한 기색이 적었다. 10대에 프라이드 취임이라는 것이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경사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현역 학생들 중에선 가장 고참인―― 시게탑에서는 스승님이 처음부터 키워냈다고 해도 무방한 스빈이었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닌 또 다른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그 때문인지 스승님은 드루이드 스트리트 옆의 연립주택으로 돌아온 뒤로 재차 잔과 술병을 꺼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512 토오사카 린이 런던에 유학간 뒤, 후계인이 된 사람이 바로 이 사람. 그 조건은 ' 나는 너에게 마술의 지도는 하지 않는다. 뭐, 다른 학과에의 추천서라면 써주지' 였다. (중략) 게임치인 린에게 '너는 아마 일본인이었지. 맞아, 어떤 장소에 대해 잘 알지도 모르겠다. 우에노라든가 아사쿠사라든가, 그 근처 가까운 장소에 대한 건데 말이지...'라며 내심 두근두근하면서 이야기를 걸었지만 린에게 아키하바라는 커녕 니혼바시조차도 흥미가 없었던지라 "네 년은 최악의 일본인이다! Fuck!" - 캐릭터 마테리얼의 내용

*513 Q : 웨이버가 예의 모인물로 자란 후의 이야기를 더 알고 싶습니다만(십대 아치 볼트 당주와 플랫훈의 비쥬얼도 포함해서) 언젠가 이것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다룰 예정은 있는 것입니까? / A :이 미래는 모두 나리타 료우고씨의 마음에 따라서 달라지는거야! 그렇지만 희망적으로 관측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나. 덧붙여서 엘멜로이 2세는 완고한 인상에 전문가 취향의 외모입니다만, 언제나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기분이 안 좋다. 제자들에게 욕지거리를 하는 것은 그칠 일이 없지만, 무지막지하게 잘 돌봐주기 때문에 "데레할 때가 없는 츤데레"라고 말해진다. 한편 엘멜로이 교실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된 한 일본의 마술사(미니 스카트, 검은 머리, 빨간 옷)는 제자로 들어간지 반년만에 엘멜로이 2세의 욕지거리 지도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어라, 이 사람 츤데레가 아니라 단지 매우 고지식한 실력주의자에 염세주의로, 게다가 정의의 사람일 뿐 아니야? "라고 깨달았다던지. - 타입문 FES 팜플렛 일문일답의 내용

*514 2010년 대 : 제5차 성배전쟁 약 10년 뒤. 로드 엘멜로이 II세(본명은 웨이버 벨벳. 제4차 성배전쟁의 마스터 중 한 명)가 후유키시에 방문해 토오사카가의 당주와 함께 대성배의 완전해체에 나선다. 마술협회는 대성배의 수복을 획책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자는 완전히 대립. 성배전쟁과도 필적하는 대소동 끝에 대성배는 해체된다. 후유키시의 성배전쟁은 여기서 완전한 종결을 맞이하게 된다. - 페이트 컴플리트 마테리얼3의 내용

*515 "제자를 도구라고 말하는 데에, 나는 화내는 거구나." "모르겼나요." 라고, 무심코 자신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스승님은, 한번도 그런 식으로, 엘멜로이 교실을 본 적이 없다는 걸." 비슷한 일로, 라이네스에게도 혼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스승님의 지도를 받은 마술사가 모조리 성장하고 있는 이상, 그 학생들을 쓰면, 다양한 국면을 유리하게 옮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스승님은 단호히 그것을 거절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힘을 빌리는 일은 있지만, 결코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이번의 린만 보아도, 그녀와 스승님 사이에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등한 협력관계다. 그러니까, 겠지. 지즈의 말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건. 우수한 제자를 길렀다는 의미로는, 스승님과 마찬가지인데도, 그 존재방식이 너무나도 대조적인 상대. 그렇다면, 뤄롱은, 지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빙긋, 하고 린이 웃었다. "뭐어, 선생님의 그런 점은 나쁘지 않지만요. 다만, 심부름에 쓴 보석의 보충은 필요하다구요? 이번에는 선생님의 연줄과 지갑을 의지해도 되겠죠?" "으, 으그극……." 위 언저리를 누르면서, 스승님이 끄덕인다. "뭐어 소개는 하지. 경비는 이쪽에서 낼 테니, 서류를 내서 계산해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6 「알게 뭐냐」「추접하게 실패한 건 저라고요. 당신은, 어디까지 저를 바보로……윽」격앙하려는 소녀에게, 스승님은 한숨과 한께 검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자네와 같아」하고, 불쾌한듯이 말한 것이다. 「하이네 이스타리의 죽음을 애도했겠지. 나도 걸출한 인재의 낭비와 상실을 애석하게 여긴다. 그게 내 답인 것이 뭐가 안된다는 거지」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나요?」 「순수하게 재능을 묻는 거라면, 자네는 내가 봐왔던 마술사 중에서도 틀림없이 다섯 손가락에는 꼽힌다. 설령 자네가 누군가의 재능을 세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보석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자네 자신도 들어가는 게 아닐까」뻐끔뻐끔 하고,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듯이 소녀가 입을 벌렸다. 하지만, 그후 대사가 뿜어지는 일은 없었고, 가녀린 어깨를 축 느러뜨릴 뿐이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요」(중략) 제아무리 스승님이 군주(로드)라 해도, 루비아에게도 몇대도 더 역사를 쌓아온 에델펠트의 명예가 있을 것이다. 일순간이지만 그 명예를 한쪽으로 치워두고서, 스승님의 말을 들어준 것은, 어떤 심경의 변화일까.「아까도 말했을텐데. 에델펠트의 마술의 본질은 가치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야. 가치를 유통시키는 것이다. 바람은 이미 불고 있어. 물은 이미 흐르고 있지. 자네의 돌은 자네의 심장이면서, 동시에 외계의 전부이기도 하다. 저 어둠조차 전체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전위[電位]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힘의 유동 그 자체가 자네의 마술이다. 심장의 고동 하나하나로 보석을 밀어붙임과 동시에, 저 어둠의 안쪽, 더욱이 안쪽까지 느껴보도록」그것은, 일류 운동선수[애슬리트]에게 조언하는 스포츠 닥터같은 것이었을까. 하지만, 관념적인 것으로만 멈추지 않는다. 붙잡힌 손목에서 완전히 다른 것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끼고는, 곧바로 루비아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당신, 내 마술회로에 접속을――」마술회로로의 접속. 그 의미에 내가 전율했을 때, 스승님은 결사의 얼굴로 외치고 있었다. 「거절하려면 거절해라! 네 뜻대로 해!」스승님이 말하는 것은,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마술회로의 접속은 오히려 간.섭.당.한. 측. 에게 주도권이 있기 때문이다. 일정 이상의 기량을 갖춘 마술사라면, 접속해온 측의 마술회로를 좋을대로 조작하는 것도 태워 끊어버리는 것도 손쉽다. 즉, 지금 루비아가 그럴 맘만 먹는다면, 스승님의 마술회로를 모조리 파괴하는 것도 할 수 있다는 말. 신경과 마술회로의 상관성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심장을 꺼내 보이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하지만, 루비아는 거스리지 않았다. 스승님의 마술회로로부터 흘러드는 그대로 그녀 내측의 이미지가 변용해 가는 것이, 곁에서 보고 있는 나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그녀에게는 없었던, 몹시도 자연스럽고 평온한 마력의 유동이었다. 유동.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마술의 본질이라고, 스승님은 말하지 않았었나. (중략) 오싹, 등골의 솜털이 곤두섰다. 돌아본 곳에, 스승님이 우뚝 서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스승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로 축축한 손을 손수건으로 훔치면서, 그 형상은 심상찮은 감정으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스승님?」이 박리성에 오고난 이후, 루비아가 이쪽으로 적의를 향하는 것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스승님으로부터 루비아에게――게다가, 이정도로 절실하게 처참한 살.의.를 향한 것은, 처음이었다. 「자네들은, 정말로 비겁해」뱃속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듯한 말이었다. 「그저 천재라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저 높은 곳으로 비상하지. 내가 그저 공상하고 있을 뿐인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녀」지독하게 무겁고, 애절한 말이었다. 스승님에게 있어서 마술이란, 그만큼 소중한 것이겠지. 평소에는 마음으로 감춰 두더라도, 영원히 닿지 않는 경지를 계속 바라보는 기분은, 얼마나의 고통을 수반할까. 「…………」잠시동안, 루비아가 침묵했다. 「나도,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설령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고 해도」낡은 유럽의 표현법이었다. 보통은 켈트나 북구에서 맹세(겟슈)를 할 때에 사용했다고 하는, 내 귀에도 익숙한 말. 하지만, 이 소녀의 입에서 나오니, 그야말로 신화의 1막과도 같은 분위기가 깃들렸다. 작게 숨을 쉬고서, 루비아는 다시 한 번 스승님을 올려 보았다. 「하지만, 질문 하나 해도 될는지요?」「뜻대로 하도록」께느른하게 말한 스승님에게, 소녀는 이렇게 물었다. 「10년 전, 당신의 스승――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가 죽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죠?」(……아) 나 역시, 그 질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스승님이, 자신의 스승을 죽였다고 하는 제 4차 성배전쟁 사건. 내가 모르는 시대. 「믿을지 어떨는지는 모르겠지만」하고 서두를 깔아두고서, 스승님이 말을 계속했다.「케이네스 스승을 죽인 건 내가 아니야. 어느 검의 영령(세이버)과 그 마스터다. 나는 케이네스 스승의 최후를 보지도 못했지. ――하지만 말이야, 후에 알았을 때는, 역시 슬펐다」 「슬펐다?」 「그정도의 인재가 허무하게 산화한 것도, 그 사람이 봐왔던 경치를 결국 나는 한 번도 공유할 수 없었던 것도, 그저 손쓸 수 없이 슬펐다. 그것 뿐이다. 말주변이 없어서 미안하군」「……그래요」햇빛 아래서, 루비아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수초만에 눈꺼풀은 열리고, 늠름한 목소리로 이렇게 명령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 제 지도역(튜터)가 되도록 하세요」「하?」뜬금없는 말에, 스승님이 눈을 깜박였다. 「기, 기다려. 나를 두고, 마술 파괴자라고 말했던 건 자네잖나」「말했었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뿐인 존재가 아닌 것도, 지금 당신은 증명되었어요」지극히 정중하게, 루비아는 설명한다. 「거기에, 당신은 타인의 마술에 간섭이 지나쳤어요. 마술회로까지 접속한 이상, 에델펠트의 비오에 손을 뻗은 것과 동일하니까. 여기까지 안 이상 방치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 개인의 지도역(튜터)이 된다면 불문에 부치겠어요. 예에, 어차피 내년부터 시계탑에도 다닐 예정이고요」 「………………하?」다시 한 번, 같은 표정으로, 스승님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사고는 마술사로서 올바르다. 하지만, 너무도 올바른 나머지 본래 마술사와는 거리가 있다. 소녀의 방식은 세계 어디라도 통하는 정공법이며, 어둠과 달을 사랑하는 마술사로서는 오히려 결함품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몹시 놀라 당황한 스승님 곁에서, 별안간 산뜻한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스승님이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 놓였는데도, 마치 모든 것을 망각해버린 듯한 웃음소리였다. 「청렴, 하군」눈 주위를 닦으면서, 고했다. 「뭐, 뭐죠?」 「자네의 방식말이야」그 말에, 루비아가 입을 다물었다. 옅게 귀가 불그스름해진 것 같았지만, 잘 모르겠다. 퉁명스럽게 시선을 돌리고, 다시금 묻는다. 「아, 아무튼, 제 요구는 어떻게 된 거죠」「지도역(튜터) 건은, 후에 생각해보지. 어차피, 현대마술과를 지망한다면 그것 자체를 막을 권리는 없어. 자네가 다닐지 어떨지는 보증할 수 없지만 말이야」「어머, 제가 못 다닐 이유라도 있나요?」어디까지나 도전적으로, 소녀가 말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517 "의욕 없는 일만 너무 잘 해내서, 묘한 실적을 만들어버리는 건, 뭐어 오라비의안 좋은 버릇이지. 약탈공이니 그렇게 불릴 정도로 말이야." "귀중한 비법이나 술식을 가로채는, 쥐의 왕 같은 별명도 들었사와요. 뭐어, 학생 측으로서도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만." "자네의 일족도, 지상에서 가장 우아한 하이에나라느니 그렇게 불리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동족으로서 올바른 평가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8 "지도역(튜터)은 선생님을 말하는 거죠?" "네에, 또 새로운 학생을 늘렸다고 해선. 분별없다고 매도하고 싶은 참이지만, 그분은, 사람을 보는 눈만큼은 일류니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9 「.....10년 전에는, 나도 그가 대단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엘멜로이 가의 사정으로 『군주[로드]』의 한 자리와 현대마술과라는 색물과학을 억눌렀던, 단순한 일족의 앞잡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은 곧 알 수 있었다」 발빠르게 전진해가면서, 침착하게 말을 자아내길 계속하는 란갈. 「나비 마술의 후계자, 베르나 시저문드, 로란드 베르진스키 , 오르그 람, 라디아 펜텔과 나지카 펜텔 자매, 회그람 볼 센베른. 이 이름들에서 공통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모두, 이 몇 년 간, 『색위[브랜드]』나 『전위[브라이드]』의 계위에 올랐던 마술사들이죠? 어린 연령층이 차례차례로 상급계위를 받았다고 소란이 되어서, 저희들도 분발했었으니까요」협회 내의 마술사들을 랭크를 붙이기 위한 칭호, 그 중에서도 『왕관[그랜드]』을 이어받는 고위로써 이름 높은 『색위[브랜드]』나 『전위[브라이드]』의 칭호를 얻은 자들은, 일반 마술사들에게 있어서는 구름 위와 같은 존재다.란갈은 제자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덧붙인다.「또 한 가지 공통되는 것이 있다.」「에?」고개를 비트는 제자에게, 란갈이 말했다.「그들은 모두, 엘멜로이 교실의 생도다.」-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20 로드 엘멜로이 2세 [인명] 「Fate/Zero」에 등장했던 웨이버 벨벳. 그의 약 10년 뒤의 모습. 라이네스로부터, 반 강제적으로 엘멜로이 2세의 이름을 이어받아,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마술을 가르치며 차금상환이나 각인수복에 힘쓰고 있다. 그에 관해서는 「Character material」을 참조할 것. 「Fate/Apocrypha」세계에 있어서도, 역시 케이네스와 대립, 아종 성배전쟁에서 라이더, 이스칸달과 함께 싸움을 펼쳤다 ---- 라는 것이 되어있다. 본작 종료 후, 카우레스 포르베지 위그드밀레니아도 엘멜로이 2세의 교실에게 합류예정. - 아포크리파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521 핀드 볼 센베른 [인명] 본래의 "적"의 마스터 중 한 사람. 마술협회 ---- 시계탑으로부터 파견된 엘리트. 성배대전이라는 큰 무대에 선택받은 것만으로 실력을 있다는 것이겠지만, 내놓은 홍차를 마시고 배드 트립(Bad Trip). 물론 주의하고 있었고, 방호용의 마술도 펼쳐놓고 있지만 서번트가 조합한 독에는, 그런 것이 전혀 의미가 없었다. 싸우기 전에 퇴장, 이라는 너무한 결과가 되버렸기 때문에, 이 이후 센베른 가문은 조금씩 쇠락해간다. 단 한 사람, 아들이 어떤 교실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 아포크리파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522 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싱가포르 부근이라면, 어디에서나 보이는 검은뿔찌르레기라는 새였다. 검은 깃털에, 인상적인 노란 부리. 구관조와 닮은 울음소리가, 푸른 하늘에 퍼져간다. "정말로 채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런 게 꿈이겠지. 자네의 경우는, 조금 다를 지도 모르지만." "아뇨, 알겠어요." 라고, 에르고가 말한다. 같은 방향을, 두 사람은 향했다.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바다의 늠름하고 하얀 물결이, 모래사장을 씻어내렸다. "의외로, 우리들은 닮은 사이일지도 모르겠는걸." "엘멜로이 교실에 들어갈 수 있나요?" "자네는 마술사가 아니잖나. ……그러니까, 내가 여행에 나선 동안의, 기간 한정이군. 그 때까지는, 나도 강사를 그만두지 않아." "충분해요. 기뻐요." 부드럽게, 에르고가 웃었다. 그 미소에서 시선을 돌리고 나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3 "앞으로,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에르고가 먹어치운 신을, 돌려보내야…… 하겠지." 라티오가 말한 것이었다. ──『에르고의 기억포화를 멈추고 싶다면, 신을 돌려보낼 수 밖에 없겠지.』 "그런 게, 가능한가요? 선생님." 고개를 든 에르고에게, 스승님은 잠시 생각하고나서 답한다. "씰은, 생각하고 있던 방법은 있다. ……애초에, 싱가포르에 강의하러 온 것도, 그 연구에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먼저, 남은 두 위의 신도 밝혀낼 필요가 있겠지." 후더닛. 혹은 그 반대인, 훔더닛(Whom dunit). 누가, 그에게 먹혔는가. 긴 여행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싱가포르에서부터 시작하는, 신을 묻기 위한 여행.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4 「……물론. 바란 건 아니지만, 지금은 나도 한 학파의 톱이야. 성배 대전의 승패만에 신경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야. 그 뒷처리야말로 내 일이다. 성배를 얻든, 얻지 못하든, 그 후의 상황을 좋은 것으로 한다. 그게 귀족으로서의 행동이 아닌가?」 - 페이트 아포크리파의 내용

*525 뉴에이지 최대의 출세자라고 할 수 있는 엘멜로이Ⅱ세가 현대마술의 학부장을 맡은 것도 시대의 흐름이란 것이다. - 2015년의 시계탑의 내용

*526 「로드가 사라져 준다면 여기도 살기 좋은데, 불가능한 얘긴가. 천년 가까이 시계탑을 좌지우지한다니 어설픈 흡혈귀보다 끈질기다고 생각해. 아, 그래도 엘멜로이는 몰락했댔나. 광석학과의 톱이 바뀌었다고 하니」- 2015년의 시계탑의 내용

*527 「……로드 엘멜로이 2세다. 이쪽은 제자 그레이」 악수는 하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스승님이 이름을 고하자, 플러는 크게 감동해서 휘파람을 불었다. 「엘멜로이. 그런가 그런가. 당신이 시계탑에서 회자되는! 광석과에서 현대마술과로 좌천된 군주(로드)였었나!」 「아아, 맞는 소리다」이번에야말로, 강제로 떼어놓듯 스승님이 시선을 돌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528 「……스승님은, 하고 싶어서 군주(로드)를 하고 있는 것처럼은 안보이니까요」 응, 좋은 착안점이다. 그런 야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나도 택하지 않았을 거다. 결국, 그 사람은 마술과 그 너머에 밖에 흥미를 갖지 않는, 마술사다운 마술사다. 시계탑의 권력투쟁도, 원점을 거슬러 가면 마술연구를 위해 유리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을테지만, 과연 지금 마술사의 몇 할이 그 대전제를 기억하고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529 [ 네 생각은 어떤가. 로드- 엘멜로이여. ] 손가 락에 끼운 잎담배에 양초의 불을 붙이며, 엘멜로이라 불린 남자는 느릿한 동작으로 고개를 돌렸다. [ 2세다. 나를 존중하고 싶은 노체의 마음씀씀이는 고맙지만, 2세를 붙여주길 바래. 그렇지 않으면 엘멜로이의 이름같은건 과분해서 견딜수가 없어. ] - 페이트 아포크리파의 내용

*530 더 말하자면, 오라버니는 각 학부에서 조력자 형식으로 강의를 하고 다니는 만큼, 엘멜로이 교실이라 하면 현대 마술학부에 그치지 않는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내용

*531 엘멜로이 교실【조직•그 외】로드 엘멜로이 2세를 책임자로 두고, 총수 3명에서 5명 정도의 강사(시기에 따라 변동)가 가르치고 있는 현대마술과의 수업단위. 한 시기는 사실상 현대마술과=엘멜로이 교실이었기 때문에, 현대마술과 전체를 그렇게 부르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엘멜로이 교실이란 그 안의 극히 일부, 15명 정도의 소수정예 세미나이다. 다만 청강생을 포함하면 50명 정도 있다. 냅두면 쇄도하지만, 이 부분은 싫어할 법한 자치학생이 맡아서 하고있다던가 아니라던가. 암표가 있다던가 없다던가. 회상 씬에서, 웨이버가 멜빈에게 돈을 빌려 엘멜로이 교실을 구입했다는 것은, 이런 세미나의 「시계탑 본부에서의 교실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시계탑에서의 교실이란 일종의 성같은 것으로, 이 때 웨이버는 성을 살 정도의 돈을 빌린 것이었다. 또한, 사건부 무렵의 현대마술과 전체는, 강사도 학생도 크게 늘어서, 그 나름의 인수가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마테리얼 용어사전의 내용

*532 입가를 풀어지게 하고는, 스승님은 눈을 감았다. 이상한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깊이 새겨진 열등감이나, 바라지 않았던 환경 탓에, 다양한 형태로 고민하는 스승님을 바로 근처에서 봐왔었지만, 이런 표정은 본 적이 없다. / "실은 말이네, 레이디." / 머잖아, 마음을 정리한 듯이, 그는 이렇게 고한 것이다. / "강사에서 물러날까 하고 생각하고 있네." / 수 초간,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아까 전의 감동으로 인한 충격과는 전혀 다른, 그것은 아픔 없이, 자신의 밑바닥까지도 꿰뚫을 정도의 일격이었다. / "아아, 물론 군주(로드)는 그대로네. 로드 엘멜로이 2세일 것은, 라이네스와의 약속이니 말이야. 하지만, 현대마술과든, 엘멜로이 교실이든, 충분히 강사진은 육성됐어. 내가 교단에 서는 의미는 희미해졌다고 해도 되겠지. 애당초, 스스로 교단에 서는 군주(로드) 쪽이 훨씬 소수파니까 말이야." / 아련하게, 스승님이 웃는다. 하지만, 그런 위안은 귀를 막 빠져나간 참이었다. 겨우 받아들인 최초의 말이, 자신의 안에서 더욱 높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 "스승님……" / 겨우, 목소리가 나왔다. 심하게 쉰, 볼품 없는 목소리라도, 뭔가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 "스승님, 그건……" / "아직, 생각하고 있을 뿐이네." / 상냥하게, 스승님이 말한다. / "하지만, 이전부터 생각하던 일이기는 하네. 엘멜로이 교실을 유지 가능할 정도까지 끌고 왔으니까,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마술사로서의 길을, 최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 "……소제, 는……" / 말을 걸었지만, 이어지는 말이 제대로 목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침묵이 내려앉았다. 자신의 그런 반응을 알고 있었는지, 스승님도 곧바로 말을 이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홀짝홀짝 입으로 옮긴 육골차에서는, 맛이 사라져 있었다. 잡다한 요리의 냄새로 끊임없이 덧칠되는 호커 센터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자신은 얌전하고 부드러운 고독감을 맛보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3 "소제는, 몇 살로 보이나요?" 라고, 물었다. "열 다섯 살 정도? ……아니, 동안, 이라는 건 아닌 거지?" "네." 끄덕이고 나서, 자신은 답을 내뱉었다. "삼년 하고도 수 개월 정도 전부터, 소제의 신체는 성장하지 않고 있어요." "나하고, 거의 같은 나이라는 거야?" 이상하다는 듯이, 린이 눈을 깜빡인다. 하지만, 곧 입가를 누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아, 그래도 그런가.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는 건가. 그녀도, 그랬는걸." 그녀가 납득한 것이, 자신에게는 쓰라렸다. "아서왕과, 소제와는, 연이 있는 거에요. 아마도 그게 이유로, 소제의 신체는 계속 정체되어 있어요. 스승님은 어떻게든 하자면서, 강사 일 짬짬이 이래저래 알아봐주고 계시지만요……" "짬 내서 하는 정도로는 어떻게든 될 것 같지 않으니까, 전념하고 싶다고? 아아 정말이지, 그러면 그렇게 말하면 될 텐데. ……아니, 절대 그런 걸 말하지 않는 타입이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4 "요근래 연구하고 있던 술식이 비슷한 부류였어서 말이지. ……단, 역방향으로, 인자를 벗겨내는 방법이지만." "…………윽." 이번엔, 자신의 가슴에, 찌릿 하고 고통이 일었다. 지금 스승님이 한 말은, 그야말로 자신을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웅의 인자를 벗겨낸다. 그것은, 육체연령째로 정체돼버린 자신을 위한 연구다. 스승님이 강사를 그만두면서까지도 경주(傾注)하려고 하고 있는 술식. "만약에, 그런 인자를 벗겨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심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설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쪽은, 결국 의사 서번트라고라도 불러야 할, 영령 비스무리한 게 되겠지. 아마도, 에르고도 비슷한 거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5 그리고, 또 한 사람. 이 몇 년 동안, 언제나 2세의 곁에 머물러 있는, 내성적인 회색의 소녀를 떠올린다. 거의 비슷한 시간, 라이네스만이 앞질러 성장하기 시작한── 혼자 남겨지기 시작하고 있는, 소중한 친구를. "……네가, 나의 신장이나 몸의 변화를, 몰래 신경쓰고 있는 건 알고 있다고." 아주 조금, 상냥한 목소리로, 라이네스가 중얼거린다.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그녀의 변화가 없는 것에 대해 눈치채는 자는 늘어갔다. 말로는 하지 않더라도, 분위기로 전해진다. 엘멜로이 교실은 원칙적으로 4년이면 졸업하기에, 대부분의 상대가 숨길 수 없어지기 전에 없어지게 되는 건 다행이었을까. 저 오라비가, 현 상황에 대해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겠지. 마술사는 한패에게는 대개 무른지라, 저 오라비는 때때로 너무나도 마술사다운 마술사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6 "아니아니아니! 어떻게 된 건가 오라비, 당분간 못 돌아간다니!" 그 집무실에서, 한 명의 소녀가, 한 통의 편지를 손에 들고 있던 것이다. 아름다운 금발에, 푸른 색의 눈동자. 거의 열 일곱, 여덟 정도의 연령으로, 도기인형(비스크 돌) 같은 피부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기학적인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 멜로이 2세의 의붓여동생으로서, 정식 로드 엘멜로이의 후계자였다. 그런 그녀가 군주(로드)를 이어받지 않고, 2세에게 지위를 맡기고 있는 것은, 결코 권력에 흥미가 없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권력의 행사도, 타인을 무릎 꿇리는 것도 아주 즐거워하는 타입이지만, 현 시점의 라이네스의 연령이나 환경이, 군주(로드)라는 책임 있는 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무늬가 들어간 질 좋은 종이를, 소녀는 험한 눈매로 노려보고 있다. "그것도, 정중하게 에어 메일로 연락. 일자는 3일 전이라니. 전화였으면, 곧바로 캐물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이건. 내가 얼마나 일감을 대신 처리해주고 있는 처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우리 따위의 권력으로, 우활하게 빈틈을 만들면, 쉽사리 군주(로드)를 박탈당한다고. 아니, 그렇달까, 그렇게 되고 싶어서인가?! 꽤나 시계탑스러운 배짱이 붙었군그래, 오라비!" 짜증스럽게, 입술을 비튼다.그러자, 근처의 소파에서 맞장구를 친 것이다. "실제로, 저 분은, 군주(로드) 같은 지위를 빨리 놓아버리고 싶은 모양인데요?" 소파에 앉아있던 여성이, 홍차의 컵을 손에 들고 속삭였다. 라이네스보다는 약간 연상. 소녀 시대를 드디어 마치고, 지금이라도 개화하려고 하는 무렵이다. 푸른 드레스에 감싸인, 호리호리한 지체. 잘 빠진 콧등에 드리우는 속눈썹. 옆얼굴에 남은 청춘의 달콤쌉싸름함조차도, 그녀의 완벽을 깎아먹지는 않는다. 상식 밖의 세로 롤로 된 헤어스타일은, 하늘의 조화로 인한 보석의 커팅을 연상시켰다. 루비아젤리타 에델펠트. 이쪽은 엘멜로이 2세의 학생이었다. 바로 뒤에는, 모히칸 종복같은, 꽤 익센트락한 상대를 대기시키고 있다. 정장 너머로도 알 수 있는 근골융융한 체구의 소유주로, 아마도 보디가드도 겸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그야, 오라비는 그렇겠지. 애초의 권력의 희열에 흥미가 없어. 내가 보기엔 인생의 즐거움의 7할을 모르는 거지만, 취미가 안 맞는 건 별 수 없지. 본래대로라면, 앞으로 몇 년 정도로 군주(로드)도 면직되겠지만, 꽤 오래 기다렸잖나." 앞으로 몇 년. 그러면, 라이네스도 대학을 졸업할 정도의 연대가 된다. 후견인은 필요하더라도, 군주(로드)를 계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연령이라 보이겠지. 하지만, 지금의 실적으로 인해 엘멜로이 2세가 계속하는 것을 바라는 목소리는 꽤나 큰 것이다. "의욕 없는 일만 너무 잘 해내서, 묘한 실적을 만들어버리는 건, 뭐어 오라비의안 좋은 버릇이지. 약탈공이니 그렇게 불릴 정도로 말이야." "귀중한 비법이나 술식을 가로채는, 쥐의 왕 같은 별명도 들었사와요. 뭐어, 학생 측으로서도 부정할 수 없는 근거는 없습니다만." "자네의 일족도, 지상에서 가장 우아한 하이에나라느니 그렇게 불리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동족으로서 올바른 평가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기죽지도 않고, 루비아가 웃는다. 이 자리에 2세가 있으면, 위 부근을 누른 채, 자빠질 법한 주고받기이긴 했다. 누구 탓에 그렇게 됐는데, 정도는 외칠지도 모른다. 라이네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평가는 올바르지. 그렇기에, 오라비가 여기서 군주(로드)를 그만두게 되면, 목숨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틀림 없어." 군주(로드)로서, 날아노는 불똥을 털어낸 결과라곤 하나, 약탈공이라느니 불릴 정도로 타인의 술식을 계속 해체해온 이상, 엘멜로이 2세를 원망하는 자는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연구자의 귀중한 발견을 훔쳐서, 멋대로 발표해버리는 듯한 짓이다. 거기다, 이 논문은 여기저기가 잘못됐다느니, 평가와 개선점까지 덧붙여버린다. 이런 수법을 거듭하고도, 암살되지 않고 그친 것이, 군주(로드)의 지위 덕분인 것도 확실한 것이었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이 점을 추궁하면, 매번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부분은 귀엽지만.' 무심코, 라이네스는 히죽히죽 거리면서 입술을 풀어지게 하고 만다. 그런 소녀에게, 이번에는 루비아가 물었다. "저 사람이 달아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요?" "생각 안하고 말고. 이대로 속세를 떠날 수 있을 성질이라면, 그야말로 처음부터 고생을 안하겠지. 어디, 남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런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7 "나도 소문은 들었어. 엘멜로이 교실 하면, 그럴 마음만 먹으면 시계탑을 일변시킬 만한 세력이라고 말이야." 그 말대로다. 딱 잘라 말하자면, 스승님은 너무 잘 해버렸다. 몇 년 전에도, 다른 군주(로드)에게 눈도장이 찍힐 레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딱 한 명이라고는 해도 마침내 색위(브랜드)── 관위(그랜드)를 빼면 사실상 최고위의 제자를 배출하고, 몇 명의 마술사를 전위(프라이드)에 이르게 해버렸다. 신동은 매우 적기 때문에 환영받는다. 시계탑의 파벌에서조차 극히 소수밖에 품고 있지 않을 정도의 고위 마술사를, 엘멜로이 교실이 정기적으로 낳을 수 있다면, 더이상 기쁜 사태가 아니다. 그것도, 이러한 성공자에 신세대(뉴에이지)의 마술사가 섞여있다면, 시계탑의 기존 권익자에게는 재액이라 다름 없었다. 스승님이 강사 업무를 줄이고, 엘멜로이 교실이라 불리는 학생둘의 인수를 줄이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이 알력도 있었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강사를 그만두려고 생각한다, 라는 말에는, 안이하게 덮기 힘든 무게가 있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8 "⋯⋯⋯하지만, 그렇군. 하나만큼은 맹세하지.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이든 아니든, 저 녀석은 내 제자다. 제자인 한, 어떤 과거가 있든,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든 변함없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은, 엘멜로이 교실의 선생님이니까요." 엘멜로이 교실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스승의 맹세에 지켜져 왔을까. 설령 시간 제한(모라토리움)이 있더라도, 무조건 아군이 되어주는 상대는 마술사 세계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기적이니까. 나 자신도, 그 기적에 도움을 받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 이제, 하나만큼은, 알 것 같았다. 자신을 돕는(助ける)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스승님이 강사를 그만두려고 했던 그 이야기가 그렇게 괴로웠던 이유를. 그것은 단지 스승이 천혜의 재능을 버리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때 스승의 맹세로 도움을 받았던 자신 때문에, 미래의 자신이 버림받을 것 같은 감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너무 이기적이고, 스승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내 안의 답답함에 한 가지 해답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지?" "아니요." 라고 고개를 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9 갑자기 불려서, 협곡지대의 절벽 위까지 찾아온 한자의 눈 앞에 있는 것은── 총계 30명을 웃돈다는, 비교적 젊은 남녀의 집단이었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0 "그런가. 올란도 서장도 이야기를 들을 용의가 있다, 라고." 협곡지대 중에서도, 비교적 표고가 높은 단애 위. 비즈니스에는 맞지 않는 장소인데도, 고급 정장을 몸에 걸친 청년이, 페리고르 사의 최신식 휴대전화를 써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쪽은, 지금 막 감독관이 와준 참이다. 네 몫도 대신해서 인사해두지." 은근한 말투로 그렇게 고한 청년은, 휴대전화를 유아한 동작으로 품에 넣는다. 청년의 주위에는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나비가 날고 있어, 휴대전화의 통화가 끊어짐과 동시에 공기에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동시에, 그 때까지 안테나가 떠있었을 터인 청년의 휴대전화가 『권외』를 표시하지만, 그것을 신경쓰는 자는 없다. "기다리셨군요, 감독관 공. 아니면, 한자 신부라고 불러야 하려나요?" 당당한 웃음을 짓는, 귀족스러운 행동거지의 미청년. 하지만, 상대하고 있는 신부복의 감독관── 한자는 알고 있다. 귀족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 청년은 말 그대로, 의심할 여지 없는 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좋을 대로 불러줘. 자네 같은 1류 마술사에게는, 일개 대행자의 얼굴과 이름 따윈 바로 잊혀질 걸테니까." "부정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이 단순한 범골인지, 그게 아니면 이름을 기억할 가치가 있는 걸물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그 쪽이 아니라, 저 자신이나 선생님의 역할입니다." 묘한 말투를 쓰는 청년에게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한자는 반쯤 질려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중략) 한자와 처음에 말을 주고받은 은근한 청년은, 나비 마술(파빌리오 마기아)의 후계자이자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 이래의 젊은 나이에 색위에 도달한 천재── 베르너 시저문드.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541 "초대면인 인간 상대로 주절주절 교수님의 칭찬을 밀어붙이지 말라고 베르너. 역효과라고." 안경의 거한은 차륜마술의 사용자로 유명한 오르그 람. 그의 친척인 진 람과 나란히, 마술 세계에서도 한층 유명한 비블리오 마니아(서물수집자)다.-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2 "그렇달까, 진짜로 선생님한테 안 들켰을지 걱정인데." "들켜도 괜찮잖아. 라이네스 쨩이 법정과의 인맥으로 선생님을 밖에 내보내지 않도록 해준다고 했으니까." 쌍둥이이기에 가능한 특수한 마술을 교묘하게 다루는, 라디아 펜텔과 나지카 펜텔 자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3 "아아…… 이런 일이 알려지면, 교수님은 바닥을 기어서라도 여기로 오려고 할 테니까 말이야." 마술협회의 1급 강사의 아들이며, 그 젊은 나이에 자신도 교편을 잡는 입장에 있다고 하는 페즈그람 볼 셈베른.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4 "플랫이 사라졌다는 소릴 들었다간, 선생님은 미국 그 자체를 적으로 돌릴지도 몰라. ……나는, 솔직히 그래도 좋지만…… 말이야. 후후……." 수만 마리의 뱀 사역마를 온 세계에 잠복시켜, 자기 스승의 적을 어디까지고 몰아넣어 처분한다는 소문의 롤란도 베르진스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5 별의 바다를 마술로 가상전개하여, 지구의 뒤쪽의 일조차 파악한다는 메어리 릴 파고.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6 "……그 녀석의 시끄러운 냄새는 ​아직 반쯤밖에 사라지지 않았어​. 선생님께 전하기 전에, 내가 반드시 그 바보를 찾아낸다." 짐승 마술을 구사해, 달리 유례가 없는 신체능력으로 환상종과도 치고 박는 스빈 글라쉬에이트. "그것보다 왜 나만 령주 못 받은 거야!? 너무하지 않아요!? 령주 차별 반대─애!" 마안의 대가의 말예이며, 보석에서 새로운 마안을 연마하는 이베트 L 레이먼. "아니, 그치만…… 이베트는 은근히 그 자리의 분위기 따라서 배신하잖아……." 마술과 과학의 융합의 최선단을 달리는 전기마술의 사용자, 카울레스 포르베지." (중략) 그리고── 절벽의 가장자리에 서서, 늘 서남쪽 방향을 보고 있는 여성이 두 명. "어떤 수를 쓸까 했더니만, 근대병장으로 어중간한 밀어붙이기 뿐이라니, 완전히 질렸답니다. 적어도 이 10배는 준비해야 할텐데요. 아무튼, 상대를 확실히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물량을 때려박고나서가 진짜 승부랍니다?" 푸른 드레스 풍의 의장을 두른 여성── 『지상에서 가장 우아한 하이에나』라고 불리는 에델펠트 가의 현 당주, 루비아젤리타 에델펠트는, 성배전쟁의 흑막이 취한 군사적 행동과 그 말로를 관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붉은 옷을 입은 그 여성은, 공격 목표였다고 생각되는 숲의 중심부를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다. 그 여성에 대해서도, 한자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마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도 있지만── 성배전쟁의 감독관이 됨에 따라, 사전에 정보를 넘겨받은 몇 없는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토오사카 린. 후유키의 성배전쟁의 주역── 세 가문 중 하나인, 토오사카의 가계의 말예. 오대원소 전부의 적성을 갖춘 걸물이며,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루비아와 나란히 톱 클래스의 실력자라고 눈여겨봐지는 존재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7 "뭐, 마술계약을 나눈 『개인의』 결투를 승낙해준 건 요행이었네, 토오사카 린. 안 그래도 늑대(스빈)와 뱀(롤란드) 두 명이 짐승 사냥꾼(젬루푸스 가)와 옥신각신하다 화해한 참이니까. 오니 행세꾼(루센드라 가)하고까지 옥신각신하다 인수로 찍어눌렀다간, 선생님의 위광에 흠이 가겠지."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8 "그렇달까, 진짜로 선생님한테 안 들켰을지 걱정인데." "들켜도 괜찮잖아. 라이네스 쨩이 법정과의 인맥으로 선생님을 밖에 내보내지 않도록 해준다고 했으니까." 쌍둥이이기에 가능한 특수한 마술을 교묘하게 다루는, 라디아 펜텔과 나지카 펜텔 자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49 "그것보다 왜 나만 령주 못 받은 거야!? 너무하지 않아요!? 령주 차별 반대─애!" 마안의 대가의 말예이며, 보석에서 새로운 마안을 연마하는 이베트 L 레이먼. "아니, 그치만…… 이베트는 은근히 그 자리의 분위기 따라서 배신하잖아……." "한 명이라도 배신하면, 다른 자의 마술회로에 간섭한 베르너가 반동으로 죽게 되니까 어쩔 수 없네요."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50 "하지만……자네들의 오른손의 령주, 전부 진짜인가?" "네, 3획 중 1획은 이미 사용했고, 남은 2획 중 1획을 제 마술로 분산시켜, 모두의 마술회로에 침식시켰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이건 선대 엘멜로이가 혼약자와의 사이에서 행한 비술이 원형입니다. 재현 가능했던 건, 남은 비술을 해석한 당대…… 시계탑의 자랑인 위대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공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저, 선생님의 이론을 응용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51 "……수에 의지해서 뺏으려 하지는 않는군." 히폴리테는, 방 밖에 있는 십수 명의 기척을 살피면서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렇게 하겠지만, 아직 성배전쟁은 시작되지 않았잖아?" 린의 말을 신호로, 밖에 있던 자들이 파괴된 실내로 발을 들였다. "뭐, 마술계약을 나눈 『개인의』 결투를 승낙해준 건 요행이었네, 토오사카 린. 안 그래도 늑대(스빈)와 뱀(롤란드) 두 명이 짐승 사냥꾼(젬루푸스 가)와 옥신각신하다 화해한 참이니까. 오니 행세꾼(루센드라 가)하고까지 옥신각신하다 인수로 찍어눌렀다간, 선생님의 위광에 흠이 가겠지."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52 고글을 낀 마술사── 도리스 루센드라는, 기쁨과 후회가 섞인 눈동자로 그 강대한 힘을 해석하려 했다. 그녀는 토오사카 린에게 패하고, 마스터로서의 권리를 엘멜로이 교실에 양도했다. 하지만, 『최초에 령주가 깃든 자를 촉매로 삼는 쪽이 안정된다』는 이유로, 그녀도 라이더의 마스터의 말석으로서 일당에 껴 있었다. 물론, 엄격한 마술계약을 주고받고, 령주 그 자체의 공유는 하지 않았다만.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53 한자는 그런 린의 등을 보면서, 반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과연. 스승인 엘멜로이 2세의 비원을 다하기 위해서, 제자들이 모여서 성배를 낚아채러 왔다…… 라는 건가?" 하지만, 그 말은, 아직도 숲을 노려보고 있는 채인 토오사카 린이 부정했다. "미안하지만, 가짜라고 알고 있는 물건에 흥미는 없어. 그건, 우리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라이더도 납득 완료야." 자연스럽게, 그런 린의 등 뒤에 다른 자들도 나란히 서, 명확한 장해인 적의 기척을 마주한다. 이렇게까지 거리가 떨어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쪽의 마음을 침식해오는 듯한 엄청난 기척이 대기를 침식하기 시작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누구 한 명도 그 신기에 기가 눌리지 않았다. 통일된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붉은 악마는 자신의 목적을 입에 올린다. "우리들은── 이 성배전쟁을, 해체하러 온 거야."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54 엘멜로이 교실. 졸업까지 이른 자는 15명 미만, 중퇴해서 다른 학과에서 졸업한 자를 포함해도 50명에 못 미치는 소수파의 파벌이다. 하지만, 그 소인수에도 개의치 않고, 시계탑의 파워 밸런스조차 좌우한다고 말해지고 있다. 파벌 그 자체가 생물처럼 자라고, 꿈틀거리고, 만상을 포박한다. 지금은 라이더의 마스터로서 이 성배전쟁에 발을 딛은 그들이 무엇을 유린하고, 무엇을 얻는 것인가. 그 답은,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설령, 이 세계에 재림하려는 여신일지라도.-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55 신장 2미터를 넘는 몸집이 큰 안경 쓴 청년부터, 안대를 쓰고 복숭아색의 고스로리 복을 두른 여성까지 개성적인 이들이 모여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개성적인 것은 외견 따위가 아니라── 그들의 직함 그 자체이다. 성당교회의 인간인 한자조차 이름을 알고 있는, 마술세계의 유명인이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556 엘멜로이 교실. 현대마술과의 강사로서 엘멜로이 2세가 길러낸 학생들. 2세 본인에게 『길러냈다』는 의식은 옅을지도 모른다. 본인은 『재능이 있는 자들이 멋대로 우화했을 뿐, 자신은 진로를 잡는 것을 살짝 보좌했을 뿐』이라고 푸념하며, 진심으로 자기 학생들의 재능을 부러워하는 일도 많았다. 실제로, 재능 있는 젊은 마술사들이 교실에 모였던 것은 사실이다. 시계탑의 로드 중에서도 가장 권력이 작기도 하여, 파벌 등의 문제도 있는 탓에 완전히 교실에 소속된 자도 적었다. 하지만, 최후까지 교실에 남아 졸업까지 이른 자들은, 모두가 시계탑의 마술계위의 고점── 전위나 색위의 자리에 도달했다고 말해지며, 졸업하지 않고 다른 학과에서 졸업한 자들도 이름 있는 마술사로서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엘멜로이 교실』 출신자라고 불리는 OB들은 현 단계에서 50명 정도이긴 하지만, 수백 명, 수천 명이라 하는 다른 학과의 세력을 제쳐두고 『그 교실이 움직이면 시계탑이 움직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파벌 불문하고 강한 경계를 받는 존재였다. 2세 본인에게는 민폐인 평가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원하지 않는 로드의 자리를 계속 맡고 있을 수 있는 것은, 마술사로서는 약간 기묘한 그의 인맥 덕이겠지.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57 "북극해의 빙륙을 녹여버린 귀군에게, 정면으로 붙을 수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 오르그의 말을 이어받아, 쌍둥이 자매가 티아를 도발하듯이 웃는다. "그래 그래, 해봐야 손해라는 느낌? 결국, 우리들은 폴테 쨩의 서포트가 목적이고." "마술사라면, 그렇게 정면충돌하지 않도록 행동해야지, 서로간에!" 너스레를 떨면서, 쌍둥이는 서로의 마술을 전개해간다. "그래도, 뭐, 그거지! 이런 거, 우리는 익숙하고?" "토우코랑 제대로 다퉜을 때는, 반 전원 죽는줄 알았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58 "끝장을 내라, 인류를 위협에서 구할 찬스라고." "흥미 없는데." 마치 농담처럼 말하는 티아에게, 스빈은 대답했다. "나는 그저, 선생님께 민폐를 끼쳐대는 바보들.을 패러 왔을 뿐이다." "거기에는, 『나僕』도 들어있는 건가?" "당연하지." "……『나僕』에 대해 알고 있는 녀석은 한 명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그 녀석은, 남한테 주절주절 떠들어댈 녀석이 아니야. 어떻게 눈치챘지?" 무표정한 채로, 의문을 입에 담는 티아. 티아도, 여기에 있는 멤버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플랫이라는 눈을 통해 본 정보에 불과하고, 자신이 겉으로 나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유일하게, 마술회로의 공유라는 실험적인 짓을 한 붉은 머리의 이능자만은 이쪽에 대해 눈치챘을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명확하게 대화를 한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도 그 붉은 머리의 이능자의 기척은, 현재 이 마을에서 느껴지지 않는다. 스빈 글라쉬에이트는, 곤혹스러워하는 티아에게 대답한다. "감이 좋은 녀석은, 몇 년이고 전부터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어. 나도 냄새로 알고 있었고. 지저분한 냄새 속에서, 너는 한층 더 위험한 느낌이 들었지. ……그러니까 박살내는 편이 좋다고 한 거다." "……그거, 『나俺』랑 처음으로 만났을 때 얘기잖아……." "하지만, 위험한 느낌이 드는 것 치고, 깔끔하게 정돈된 냄새이기도 했지. 그 녀석이 이따금씩 자신을 『나僕』라고 부를 때만, 그런 냄새가 강해져." "……." "처음에는 다중인격이나, 마술로 의도적으로 만든 페르소나인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러니까 나는 처음에, 너…… 랄까, 너희를 신용하지 않았어. 아무리 봐도 다른 데서 들어온 폭탄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성가신 일 덩어리야. ……하지만, 선생님은 그걸 알고서도 전부 받아들이셨어. 그렇다면, 내가 추궁하는 건 멋없는 짓이지." "로드 엘멜로이 2세도,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다고……?" 아주 약간, 티아의 목소리에 감정이 섞여든다. 놀람과 체념이 뒤섞인 듯한 약간의 변화를 앞에 두고, 스빈은 계속 말했다. "방금 걸로 확신했어. 네가 있는 한, 아직 플랫 그 바보는 사라지지 않았고…… 아마도 선생님은, 너도 학생이라고 생각하실 거야." "……. ……그렇군, 그 교사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는…… 건가." 티아는, 반격을 위해 몰래 마력을 담기 시작했던 『별』을 정지시키고, 지친 듯이 하늘을 우러러본다. "지금이라면, 나를 간단히 부술 수 있다고." "흥미 없다고 했잖냐. 부숴줬으면 하는 거냐?" "그건……." 대답하려 한 그 찰나. 티아가 올려다본 하늘을, 한 줄기 빛이 통과했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59 베르너의 나비 마술(파필리오 마기아)이 공간을 애매하게 만듦으로써 이쪽의 공격을 막아내고, 피했을 터인 공격도 오르그의 차륜 마술에 의해 등 뒤에서의 추격으로 변한다. 나비 마술(파필리오 마기아)의 지원을 받은 펜텔 자매의 맞거울. 그에 따른 마력탄의 증폭은, 그녀들 자신의 것 뿐만 아니라, 거기에 비춰진 린이나 루비아의 『핀의 일격』조차 카피하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전혀 연계를 할 생각이 없는 자도 많지만── 클래스메이트의 그런 성질을 파악하고 있기에, 멋대로 그 특성을 이용하고, 취하며, 자신의 마술로서 기능시킨다. 클래스메이트끼리 주도권을 뺏으면서, 그것이 발목을 잡지 않고 결과적으로 티아에게 효과적인 타격을 입혀간다. 악몽이나 무슨 농담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사실, 티아에게의 상성은 최악에 가깝다. 서번트 한 기가 상대라면, 대항할 길은 있다. 실제로, 비장의 수가 사용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엘키두를 상대로 일정 시간 치고박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복잡기괴하고 뒤를 읽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완전히 마력의 흐름을 읽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60 눈 아래의 이베트를 포함해, 엘멜로이 교실의 멤버들을 침묵시키는 데에는, 북극의 태반을 없애버린 것 같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기술은 위험하다. 단순한 고위력의 파괴 술식의 경우, 이쪽에 카운터를 먹일 수 있는 마술사가 몇 명 있다. 하지만── 꼼수는 더욱 위험하다, 라고 티아는 생각한다. 오대원소 술사이자, 이쪽의 온갖 술식을 후수로 대응할 수 있는 토오사카 린을 시작으로, 베르너의 나비 마술(파필리오 마기아)도 성가시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61 "제멋대로 하는 데에도…… 정도가 있잖아!" 그 모든 것을 순식간에 이해하고서, 티아는 무심코 외쳤다. 눌러죽이고 있었을 터인 감정이, 겉으로 새어나온다. 그 자신도 자신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이상을 이해했다. ──아아, 무리야. ──역시, 이 녀석들은, 무리야. ──내 상태를, 내 마음을, 내 결의를, 이렇게나 어지럽혀. 엘키두나 서쪽 하늘에서 싸우는 영령들이 아니다. 강대한 힘을 가진 영령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자들이야말로 스스로에게 최대의 장벽이라는 것. 그것을 확신하면서, 티아는 마력이 장전되어 있는 『별』을 큰 뱀을 향해 사출하려 한다. 감정째로, 전부 날려버리기 위해서. 하지만── 엘멜로이 교실의 전투 방향성은, 아직 무너지지 않는다. 티아에게, 철저히 대마술을 사용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철저하게 기세를 꺾는다는 심플한 공방.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62 "Pallida mors(창백한 죽음이여)." 흐릿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울려퍼지고── 그 다음 한 수가, 벌어진 큰 뱀의 입에서 나타났다. "!" 히드라의 구강 안에서 뛰쳐나온 그림자가, 포탄 같은 기세로 티아에게 날아든다. "제멋대로라고?" 예리한 발톱과 강철의 체모에 감싸인 손이, 티아의 앞에 떠오르는 『별』을 두 토막으로 찢어버렸다. "그 바보라면, 이렇게 말할 거라고." 담겨있던 마력이 기세 좋게 무산되고, 엄청난 기세로 주위에 확산된다. 마력의 빛 속에서, 티아의 양팔을 움켜쥔 것은── 아름다운 짐승이었다. "……『할리우드를 날려버리려고 한 녀석한테 듣고 싶지 않다』…… 라고 말이야!"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63 "⋯⋯⋯하지만, 그렇군. 하나만큼은 맹세하지.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이든 아니든, 저 녀석은 내 제자다. 제자인 한, 어떤 과거가 있든,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든 변함없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은, 엘멜로이 교실의 선생님이니까요." 엘멜로이 교실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스승의 맹세에 지켜져 왔을까. 설령 시간 제한(모라토리움)이 있더라도, 무조건 아군이 되어주는 상대는 마술사 세계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기적이니까. 나 자신도, 그 기적에 도움을 받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 이제, 하나만큼은, 알 것 같았다. 자신을 돕는(助ける)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스승님이 강사를 그만두려고 했던 그 이야기가 그렇게 괴로웠던 이유를. 그것은 단지 스승이 천혜의 재능을 버리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때 스승의 맹세로 도움을 받았던 자신 때문에, 미래의 자신이 버림받을 것 같은 감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너무 이기적이고, 스승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내 안의 답답함에 한 가지 해답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지?" "아니요." 라고 고개를 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4 비슷한 일로, 라이네스에게도 혼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스승님의 지도를 받은 마술사가 모조리 성장하고 있는 이상, 그 학생들을 쓰면, 다양한 국면을 유리하게 옮길 수 있다고 생각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스승님은 단호히 그것을 거절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힘을 빌리는 일은 있지만, 결코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이번의 린만 보아도, 그녀와 스승님 사이에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등한 협력관계다. 그러니까, 겠지. 지즈의 말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건. 우수한 제자를 길렀다는 의미로는, 스승님과 마찬가지인데도, 그 존재방식이 너무나도 대조적인 상대. 그렇다면, 뤄롱은, 지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5 이에 엘고는 진지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걱정해 주는 게 신기했을 뿐이야. 그래서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응? 그럼 걱정은 해줄게. 왜냐하면 넌 이미 엘메로이 교실의 동료잖아." 당연하다는 듯이, 플랫은 앉은 채로 침대 위에서 툭툭 튀어오른다. "엘메로이 교실은 딱히 모두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오히려 개원숭이 같은 사이가 아니라 숙명적인 천적처럼 자주 부딪히곤 하죠. 교수님을 열렬히 믿는 사람도 있고, 언젠가 죽여버리겠다고 계속 작전을 짜고 있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곳에서 온 스파이도 있다. 하지만 암묵적인 합의도 있다. 교실 밖에서 누군가가 교수를 죽이려고 하면 그 사람은 우리 모두의 적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 왜요? "왜냐면 우리는 엘멜로이 교실에서 처음으로 제자리를 가질 수 있었으니까. 자리는 스스로 지키는 거잖아요. 졸업하고 나면 서로 적대적일 수도 있고, 시계탑은 역시 적의 적인 것 같지만, 그래도 엘메로이 교실의 학생으로 있는 동안만큼은 함께 지켜야 할 상대라고.“ 문득, 에르고는 납득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모험에서 청년을 보호하느라 여러 가지 위험을 겪으면서도 엘메로이 2세의 태도가 전혀 변하지 않은 이유. (------ 아마도) 라고 에르고는 생각한다. 그것은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로드-엘머로이 2세가 일관되게 지켜온 신념이 아니었을까. 학생인 동안은 절대로 버리지 않겠다고 그는 단언했다. 지금까지 그가 키워온 제자들에게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도 그 말에 호응해 왔을 것이다. 그중에는 엘고나 플랫처럼 한 번에 잘 풀리지 않는 과거를 가진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반드시 2세라면 손을 내밀 것이다.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다. 설령 불가능하더라도 도와주려고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즉, 엘멜로이 교실과 약속된 유예 기간인 것이다. 그 시간이 인생 전체에서 보면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언젠가 졸업하고 나면 떠나온 학생들 뒷바라지까지 신경 쓰지 않고 외면하게 될지라도, '약속된 절대적 시간'에 구원을 받는 사람은 분명 많을 것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되는 삶의 초석을 다진 사람도, 또 그리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6 "나도 여기선 특별하지 않아" "응" 웃으며 플랫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지어낸 표정이 아님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너도, 린도, 루비아도, 루비아도, 처음 색위가 된 베르너도, 엘메로이 교실에서는 특별하지 않아. 왜냐면 교수님은 한 번 초대한 상대라면 누구도 포기하지 않으니까! 뭐,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교수가 해결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일단 트러블이 생기면 교수는 먼저 당사자 이외의 학생을 떼어놓으려고 하니까 우리가 먼저 끼어들거나 교수가 우리를 격리시키는 게 먼저냐, 아니면 우리가 먼저 끼어드는 게 먼저냐의 싸움이 되긴 하지만! 아하하, 이게 바로 엘멜로이 교실의 상설 이벤트야!“ 그렇게 말하고는 펑 하고 침대에 쓰러진 금발 청년은 샹들리에 빛에 오른손을 비추며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7 수정의 밀림 속에서 아름다운 두 마술사가, 정말 아름답지 않은 매도를 퍼붓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던 시온은 문득 자신의 뺨을 쓰다듬었다. 아주 조금, 눈썹이 찌푸려졌다. "무슨 일이야, 시온?" "아뇨." 고개를 흔들고 나서야, 그녀는 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부주의하게도 그곳이 느슨해져 있었던 것이다. '⋯⋯아아, 그런가.' 언어화와 납득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조차도, 지식의 수탈을 자연스럽게 해내는 그녀에게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시온 자신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대체로 도덕성이 결여된 연금술사들의 사이에서도, 에테라이트를 다루는 그녀는 이단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이구나.' 에테라이트에 대해 알고, 어쩌면 시온이 그것을 휘두를 가능성도 제대로 생각하며, 그런데도 두려워하지 않는 여마술사들.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에게 있어, 처음으로 대등한 상대. '——이렇게,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었나.'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시계탑의 마술사 역시 고독을 좋아하는 생명체일 것이다. 그렇다면 로드 엘메로이 2세가 특별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가 운영하는 엘멜로이 교실이, 마술에 있어 최후의 시대인 21세기가 되어서야 시계탑에 폭풍을 몰고 온 것은 표면적인 지도 능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8 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싱가포르 부근이라면, 어디에서나 보이는 검은뿔찌르레기라는 새였다. 검은 깃털에, 인상적인 노란 부리. 구관조와 닮은 울음소리가, 푸른 하늘에 퍼져간다. "정말로 채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런 게 꿈이겠지. 자네의 경우는, 조금 다를 지도 모르지만." "아뇨, 알겠어요." 라고, 에르고가 말한다. 같은 방향을, 두 사람은 향했다.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바다의 늠름하고 하얀 물결이, 모래사장을 씻어내렸다. "의외로, 우리들은 닮은 사이일지도 모르겠는걸." "엘멜로이 교실에 들어갈 수 있나요?" "자네는 마술사가 아니잖나. ……그러니까, 내가 여행에 나선 동안의, 기간 한정이군. 그 때까지는, 나도 강사를 그만두지 않아." "충분해요. 기뻐요." 부드럽게, 에르고가 웃었다. 그 미소에서 시선을 돌리고 나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9 하지만 “...... 좋겠다”에르고의 목소리가 너무 순수한 동경으로 가득 차서 듣고 있는 이쪽의 가슴이 아팠다. 엘메로이 교실의 학생들 중 진정한 '보통'은 단 한 명도 없다. 마술사들조차도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백안시하는 이단자들뿐이다. 하지만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이단의 대표격인 플랫조차도 어쩔 수 없이 부러워할 만큼의 일상으로 보였을 것이다. "에르고도 이제 에르고도 엘메로이 교실의 한 사람이에요, 플랫 씨도 선배라고 말했잖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지만요." 빨간 머리의 청년은 옅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0 "자, 자, 무슨 이야기 할까? 지금까지의 내용은 대부분 교수님으로부터 들었고, 나는 뭐든지 준비돼 있어! 가장 오래된 학생에서 가장 새로운 학생에게 이렇게 말하면 뭔가 교훈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 엘메로이 교실의 전통이라고 하면, 갑자기 결투라든가 프로레슬링 VS 팔극권이라든가 한 가지 한 달에 한 번은 은둔해서 원격 저주 대결 같은 게 있는데, 에르고 군은 좋아하는 게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1 "하지만 미스 토오사카의 평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쓸데없이 정보를 쌓아두는 버릇이 있거든요. 덕분에 시계탑에서도 근본적인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아슬아슬한 때까지 깨닫지 못하고, 교실을 파괴한 적이 일곱 번이나 있었으니까요." "잠깐 루비아, 쓸데없이 끼어들지 마! 그리고 교실에 관해서는 여섯 번이야! 일곱 번이나 망가뜨린 건 너겠지!" "아뇨, 일곱 번입니다. 저는 여섯 번. 배상금도 이미 납부했으니까요." "어머, 유감이네! 언제까지나 배상금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이번 달에 납입한 참인걸." "⋯⋯⋯당신, 기어코 해적 사업으로! 불결해요!" "돈엔 깨끗함도 더러움도 없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2 그런 스승님의 강의를 지금까지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시계탑에서는 정말 많은 마술사들이 갈망하는 수업을 독차지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미안함과 뿌듯함이 동시에 고개를 들곤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3 그리고 그 빌어먹을 아버지는 선생님으로서는 틀림없이 일류니까." 비슷한 말을 멜빈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웨이버" "단 몇 시간 만에 학생을 생각지도 못한 영역으로 인도하는 것. 그건 너조차도 여러 번 해봤을 거야. 방황해의 마술사가 같은 일을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거야." 정말 그 말이 맞다. 엘멜로이 교실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다른 교실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배척당하던 문제아들을 스승은 순식간에 시계탑에서도 뛰어난 인재로 키워냈다. 전혀 닮지 않은 것 같았던 지즈와 스승은 사실 거울과 같은 관계였던 것은 아닐까. 한때 숙명의 적이었던 닥터 하트리스와는 다른 의미에서 그 아름다운 방황해의 마술사와 스승은 너무도 닮은 점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잊을 수 없는 대화도 있었다. 일본에서의 사건 마지막에, 당신은 제자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의 지즈의 대답. "무엇보다도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든 내 도구예요." 그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며 스승이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제자에 대한 그 한 가지 점에서 두 사람은 상극이었을 것이다. 닥터 하트리스는 스승의 숙적이면서 동시에 스승의 가장 큰 이해자였지만, 지즈는 아마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마지막 순간에 결별하는, 어쩔 수 없는 천적끼리. 설령 이미 죽었더라도 말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4 "나의 선상 연회를 앞두고 지즈가 갑자기 제자를 늘린 것은 ------ 현대에 신대의 마술사를 늘리는 등의 기예가 가능해진 것은 네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현대에도 계약만 하면 신대와 같은 형태의 마술은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지금도 간타이를 이용하는 일본의 주술이 증명하고 있다. 다만, 신체의 쇠퇴한 파편에 불과하다. 간타이에서는 시계탑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진 마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형식이 신대(神代)와 다르지 않다는 것뿐입니다." 천천히 반펨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지즈가 신대의 마술을 사용하는 제자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쿵. 라고 바닥을 찔렀다. "신을 잡아먹는 실험에 너라는 여분을 준비한 이유" 쿵. 쿵 "태조룡인 튜폰을 먹으면서도 네가 아직 기억 포화를 일으키지 않은 이유" 쿵. 쿵. 쿵 '세 가지 수수께끼는 하나의 답으로 풀 수 있다' (중략) "너는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와 계약을 맺은 신이다. 바이 뤄롱“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5 "...... 달이다." 라고 파도 사이로 에르고가 속삭였다. "달?" "내가 먹은 신을 통치하기 위해 달을 생각하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 말을 엘고는 스케치북에 적어두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 월륜관 그 수행법을 허공에 떠 있는 에르고는 떠올린다. "오히려 동양의 사상마술과 관련이 깊은 기술이지만, 너 같은 경우는 이쪽이 몸에 더 잘 맞을 거야." 그렇게 엘멜로이 2세는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생의 성격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을 바꾸는 일은 시계탑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본질적으로 마술사의 교도는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지,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과는 무관한 행위라고 한다. 엘메로이 교실이 이단으로 여겨지고,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재를 잇달아 배출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6 (그렇구나, 에미야 시로라는 상대는 이 두 사람의 눈빛을 이렇게까지 바꾸게 만들었구나) 등 감탄할 따름이었다. 수치상 전적은 뤄롱이 열다섯 명 정도, 린과 루비아가 일곱, 여덟 명씩이지만, 린과 루비아만 해도 조금은 수고로웠을 것이다. 둘 다 고위급 마술사일 뿐만 아니라 실전에 매우 익숙하다. 보석 마술이라는 전투용 마술에 더해 근접전 기술이나 현대식 화기 다루는 법은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시계탑과 엘메로이 교실은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목숨을 잃지 않을 만큼의 여유까지 있다면, 이건 너무 우수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7 "그런 메모를 건네받은 거다. 아무래도 엉터리였던 모양이지만. 아니, 나도 네 이름을 들었다면 놔뒀고말고! 그렇다고 할까, 너, 하계 휴가(서머 홀리데이)의 신청은 받았지만, 싱가포르나 말라카 해협에 간다는 소리는 전혀 못 들었다고!" "그렇게 말씀하셔도, 선생님. 엘멜로이 교실의 표어는 독립독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윽, 하고 스승님이 말문이 막혔다. 침입한 직후, 마술사라면 떨어진 불똥은 스스로 치워야 한다, 같은 소리를 말한 건 스승님 본인이다. 어떤 경위로 그녀가 해적의 컨설턴트가 됐는지는 일단 모른다 쳐도, 적어도 자신의 책임으로써 행동하고 있으니까, 불평은 못 하겠지. 어떤 의미로, 스승님의 교육을 바르게 실천했다는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8 ──아아, 그런 이국의 용사들과, 순수하게 무용을 겨루고 싶었지만……。예전에 기마를 다루는 부족으로서 마음껏 대지를 달리고, 수많은 전장을 제압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성배전쟁은 어차피 거짓. 이미 수많은 톱니바퀴가 어긋나, 한 도시가 멸망 직전의 상황이다. 그런데도 저 이상한 마스터들은, 자신에게 '좋을 대로 달려라'라고 한다. 마술사다운 합리성을 가진 자부터, 노골적으로 비합리적인 동기로 움직이는 자까지 제각각의 감각을 가진 집단이었다. 자기주장이 강한 자들이며, 통일감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하나의 생물인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심장이나 안구, 뼈나 고막은 각각 전혀 다른 역할을 하지만, 육체에 내포되어 있는 동안은 하나의 개체로 세어지듯이. ──세상에 알려진 거선의 모험가들이란, 의외로 저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르고노츠, 인가.」무의식중에 그 이름을 입에 담고, 라이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아, 그렇다. 생전의 자신은 몰랐던 일이지만, 성배에서 얻은 지식과──엘멜로이 교실의 사람들에게서 배운 '적'의 지식을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579 “자학으로서는, 그다지 능숙하지 않네. 엘멜로이 교실의 평판은 시계탑에 속해 있지 않은 나도, 종종 들을 정도인데.” “평판이 있는 건 교실이지, 내가 아닐세. 이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수업도 샤르댕 옹이나 다른 강사에게 맡겨만 두었지.” “하지만 선생님, 거의 매일 메일을 확인하고, 몇 번이나 커리큘럼을 조정하고 있잖아요. 이베트와 로란드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던데요.” 옆에서 린에게 지적받고, 스승이 끙끙거린다. 그런 두 사람에게, “좋은 사제 관계라서 다행이네.” 하고, 페페론치노가 쓴웃음을 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80 "교과서 같은 요약 후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역시 소문난 엘멜로이 교실이네. 그야말로 초보자라도 알 수 있을 수준으로 풀어서 설명해 주잖아." 어이없다는 듯이, 페페론치노가 말했다. "칭찬해 주는 건가?" "그럴 생각인데? 시계탑에서는, 너무 알기 쉽다고 불평이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페페론치노의 지적에, 스승님이 얼굴을 찌푸린다. 그야말로, 늘 엘멜로이 교실이 받고 있는 항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스승님과 이 사람은 절묘하게 궁합이 좋아서, 오히려 나쁜 부류일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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