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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입문 백과 | 타입문 페이트 월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타입문 백과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最終更新:2025年06月08日 16:48

typemoonwik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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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산다 마코토
발매일 1권(2020년 12월), 2권(2021년 7월), 3권(2022년 1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ロード・エルメロイⅡ世の冒險)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계 소설이다.


개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의 후속작으로, 이야기가 시계탑 바깥으로 확장되었다.
라벨명은 TYPE-MOON BOOKS다.


상세

이번 작은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에서 몇 년 후를 배경으로 하며, 전작이 페이트, 무한의 검제, 헤븐즈 필의 세 개의 루트 중 어디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작성했다면 이번에는 이야기의 종결점인 헤체전쟁으로 이어질 독자적인 루트를 상정하고 작성했다.(*2)

산다 마코토는 본래 이번 작품에서 성당교회 쪽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나스 키노코가 교회 관련은 월희 리메이크에서 다룰 테니 마술 쪽을 계속 다루라 했다 한다.(*3)

한편 사건부와 모험을 합쳐서 분량이 엄청나진데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사건부와 모험을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와서 이 시리즈를 즐기려면 어찌 해야 하냐고 누가 산다 마코토한테 물었는데 답변하길 사건부의 내용은 '4차 성배전쟁에서 라이더(이스칸달)에게 도움 받아 로드가 된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 내제자인 그레이와의 콤비' 란 거만 알고 있으면 모험을 읽을 수 있을 거라 답해줬다.(*4)


대략적인 줄거리

● 1권
싱가포르 말라카 해협 부근에 숨어버린 마술협회의 금기 신비 유출을 저지른 통칭 컨설턴트가 악명을 떨쳤다. 컨설턴트는 마술로 침몰선의 위치를 파악한 후 인양해 팔아먹는 방법으로 일대 해적들을 접수했다. 밥그릇을 빼앗긴 다른 해적 파벌이 마침 시계탑에서 그를 잡으러 누군가를 파견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이에 초조해졌는지 컨설턴트가 행동이 조잡해져 은신처를 드러내자 털 준비를 했다.(*5)(*6) 그 때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나타나서 그 해적들을 공격했다. 간단한 마술의 응용으로 해적들을 제압하고(*7) 이에 저항해서 총을 쏴 대자 그 해적 집단에 잠입해 있던 그레이가 처리한다.(*8)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싱가포르에 강의 일이 있어 찾아왔다가(*9) 자기 제자가 컨설턴트에게 잡혀 있다는 메모를 보았다.(*10) 그래서 위의 해적을 습격해 정보를 캐내고 컨설턴트의 본거지로 향했다. 컨설턴트의 정체는 2세의 제자가 된 토오사카 린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하계 휴가를 내고 여기서 해적들을 부리고 있었다. (*11) 작년부터 활동했으며 해적이라지만 해적질은 안 하고 해당 지역 바다에 가라앉은 정화의 침몰선을 찾기 위한 샐비지를 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었다. 린이 샐비지에 유용한 장소를 알려주면 해적들이 그 샐비지에 협력하는 관계다. 신비의 유출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인양하다 바르토멜로이의 법정과한테 걸리면 골치아픈데다 지역 상 시계탑이 아닌 동양의 사상마술 관련 물품이 나올 것이기에 누구에게도 말 안하고 낼름 먹고 튀려고 했다.(*12) 한편 린이 샐비지했다는 수수께끼의 청년 에르고를 본 2세는 몇 마디 나누더니 당분간 여기서 머무르기로 한다.(*13)

린이 굳이 제대로 된 업체가 아닌 해적을 통한 샐비지를 하는 알려지지 않게 작업하고 싶어서인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고아나 다름없는 해적들의 아이들을 발견해서다. 봐버린 이상 자신의 세계의 일부라는 항상 강조되는 마음의 군살 때문에 굳이 자신 없이도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과일 재배 같은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가르쳤다.(*14)

에르고를 찾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가 토오사카 린의 근거지까지 찾아와서 같이 있던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에르고를 내놓으라 하나 2세는 임시라지만 자기 학생을 파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15) 그렇게 대립하던 도중 무시키가 나타나서 에르고의 머리를 부섰다. 그러자 에르고의 등에서 빛의 날개같은 환수가 솟아올랐고 섬은 거대한 손바닥으로 짓누른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16)

아무튼 위기를 넘긴 일행은 먼저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에게 선빵을 날리기로 했고 싱가포르의 룩스 카르타를 뒤져 은신처를 찾아낸 뒤 린이 육성한 해적들을 거느리고 침공한다.(*17) 라티오는 이에 대응하여 린이 찾던 정화의 보물선을 끌어올려 뼈 연금술로 보강한 문자 그대로 유령선을 만들어 반격해 왔다. 쓰러뜨릴 방법이 없어서 롱고미니아드를 날렸다. 이마저도 막아내지만 이 때 생긴 틈을 노린 2세와 린의 해킹이 먹혀 라티오를 제압했다.

라티오가 제압된 걸 본 무시키가 약조를 깨고 에르고를 먹어치우려 하면서 쿨드리스가 몰락해가고 있다고 도발했다.(*18) 잠시 라티오와 2세와 휴전을 하고 힘을 합쳐 싸웠다. 에르고의 신완에 무시키의 양신이 격파되자 언젠가 또 만나자면서 물러났다.(*19) 뼈 연금술이 해제되어 가라앉는 보물선을 본 린이 자기 보물이 수장된다며 급하게 수습한다.(*20)

에필로그 마지막에 아오자키 토우코가 고쿠토 미키야(이 시점에서는 료우기 미키야로 불림)에게 편지를 보냈다.(*21)

● 2권
에르고와 만난 지 일주일이 되었을 적 일행은 일본에 와 있었다.(*22) 여기서 아오자키 토우코의 소개로 료우기의 성을 쓰게 된 료우기 미키야와 만난다.(*23)

그 근처 노숙자들의 텐트촌에서(*24) 야코우 아키라와 바이 뤄롱이 2세의 일행과 비슷한 기간인 엿세 동안 노숙하고 있었다. 사노라는 40대 노숙자(앞니 세 개 빠짐, 베테랑 빚쟁이 노숙자다운 복장과 행동을 함, 자기 같은 부류는 세상을 사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짐, 대학원을 나왔지만 천성이 일하는 거과 거리가 멈.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다고 생각함) 에게 신세를 지다가 2세 일행이 미키야와 만나러 갔던 축제에 참가한다.(*25) 그 곳에서 야쿠자에게 갈굼당하는 사노를 구해 주고 빚도 갚아주고 아버지와 제회하게 해준 후 둘은 도망 생활을 이어 나간다.(*26)

토우코의 의뢰는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지닌 두 문제(본래는 그레이의 성장이 멈춰버린 것 뿐이었으나 추가된 맴버인 에르고의 기억 문제까지 합쳐서 두 가지 문제가 되어 버렸다)를 해결할 조언을 대신 전해 달라는 것이었으며(*27) 일행을 만난 미키야는 가족에게서 떨어져나간 인간이 불행하냐는 질문을 하고 그건 그 사람이 추구하는 것에 따라 다르다는 답변을 듣더니 그거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며 법술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야코우 가문의 야코우 아키라가 납치되었음을 알리고 그 아이와 접촉하면 2세의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토우코가 이야기했다 밝힌다.(*28)

야코우 가문은 료우기의 먼 친척 같은 것이다. 야코우 아키라의 구출 의뢰를 받아온 건 료우기 시키의 부모님이며 료우기 시키는 이 의뢰에 크게 반대해 가출해 버렸다 한다.(*29) 아무튼 2세는 일본의 마술 조직과 교섭하고 싶은 참이기도 해서 그레이랑 같이 야코우 저택으로 찾아간다. 세컨드 오너인 토오사카 린과 정체를 설명할 수 없는 에르고는 도쿄 관광 간다.(*30) 찾아가서 당주 야코우 아카네를 언제나처럼 해체하고(*31) 말을 들어보자 아키라를 납치한 자는 방황의 바다 소속임을 알려준다.(*32) 그래서 자기들이 섣부르게 붙잡았다간 방황의 바다와 논쟁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며 2세라면 원만히 해결해 주던가 보험이 되던가 해 줄 테니 의뢰했다고 한다.(*33)

한편 토오사카 린과 에르고가 아키하바라에서 야코우 소속의 검은 정장들이 야코우 아키라를 발견했다. 아키라는 돌아가는 걸 거부했고 정장들은 뼈 하나 두개 부러뜨린다고 아키라의 소질이 손상되지 않는다며 힘으로 제압하려 했다.(*34) 그런 상황에서 사노에게 돈을 다 줘버린지라 자금 확보하러 바텐더 일을 하던 바이 뤄롱이 돌아왔다. 정장들은 당주가 유괴범에게 되도록 위해를 가하지 말라 했다며 꺼지라 했으나 도리어 뤄롱의 압도적인 전투력에 전멸한다.(*35) 그리고 바이 뤄롱은 에르고에게 신을 심은 자의 제자라 에르고를 붙잡으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래서 싸우게 된다.(*36) 몇 번 공방을 주고 받다가 에르고가 환수로 자신의 몸을 붙잡자 그 때를 노려 환익의 힘으로 아키라를 안고 날아 에르고까지 대리고 도주해 버린다.(*37)

에르고의 저항으로 3명은 아직 미완성인 43층 그랑 도쿄 ・노스 타워에 추락한다.(*38) 바이 뤄롱은 에르고와 자신이 친구라는 점을 어필하며(에르고가 노래하는 걸 좋아하거나 맨날 중요할 때 없어져서 찾으로 다녔다던가 에르고가 뤄롱을 루오라고 불렀다거나) 에르고가 품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을 따라오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에르고는 뤄롱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39) 뤄롱이 야코우 아키라를 대리고 다니는 건 그녀가 신을 되돌리는 것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 이 타이밍에 에르고의 굶주림이 강해졌다. 그의 눈에 두 사람은 진수성찬처럼 보였다. 자신의 팔을 물어뜯으며 충동을 견디려 했지만 실패했고(*40) 둘의 싸움이 벌어졌다. 환익에 상처를 입은 에르고가 제천대성의 팔을 뽑아든다.(*41) 무시키에게 사용했을 때와 달리 수신의 요람은 하늘도 바다도 분노의 붉은 색으로 가득했고 선행자는 불길을 뿜어내며 미쳐 날뛰곤 에르고의 의식을 삼켜 버린다.(*42) 폭주하는 신완에서 나온 갈고리 발톱은 마검, 성검에 뒤지지 않을 예리암과 신비를 갖추었다. 이를 상대로 뤄롱이 사상건문을 이용해 파워업한 환익으로 받아쳤고 둘 다 기절해 버렸다.(*43)

야코우 가문에서는 아키라가 발견되었으나 또 놓쳤다는 소식을 듣고 2세가 아키라를 찾을 만한 존재인지 시험해 보곤 만족해서 아키라를 찾아달라 한다. 2세는 하루 이틀 내에 답변하겠다 한다.(*44)
2세가 일본 독자 마술에 주목한 건 그들의 마술이 신과의 접속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니 접속을 끊는 방법도 전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레이 안의 아서왕이나 에르고 안의 신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식이 된다.(*45)
이러저러한 이유로 의뢰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2세 일행은 료우기 미키야의 연락을 받고 가람의 동에 들르게 된다.(*46) 2세는 일본에 도착해서 에르고에게 휴대폰을 상비하라 했고, 료우기 미키야에게 에르고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도쿄 부근에서 이상한 빛이 나타났다는 SNS를 보고 미키야는 에르고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걸 야코우 아키라가 받아서 일단 가람의 동에 아키라와 바이 뤄롱, 에르고를 옮긴 것이다.(*47)

에르고의 제작에 참여한 자들 중 방황의 바다가 마지막 순서를 받은 건 그들에게 에르고가 필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이 뤄롱의 정체는 에르고의 후계작이다. 그리고 방황해의 실험 목적은 협력자인 아틀라스원과 무시키와 일치하지 않으며 뭔가 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실험에 야코우 아키라의 간타이와 에르고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라 둘 다 얻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느낌이다. 굉장히 조잡한데 이는 행동이 이로정연할 수록 아틀라스원의 분할사고에 계획을 읽히기 때문에 정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48)
뤄롱은 모든 정보를 불면 아틀라스원에게 파악당할 테니 모든 걸 밝히지 않고 에르고를 내놓으라 한다. 2세는 제자를 팔아넘기는 건 신념에 어긋난다며 거부했고 서로 싸움 직전까지 간다.(*49) 이 상황은 료우기 미키야가 뤄롱에게 가람의 동을 숙소로 넘겨주는 걸로 흐지부지된다.(*50)
토오사카 린은 야코우 쪽에 붙어서 야코우 아키라를 바이 뤄롱에게 빼앗거나 뤄롱 쪽에 붙어서 에르고를 넘기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다 한다. 억지로라도 선택지를 늘리고 싶다며(*51) 하룻밤만에 배워서 바로 강해지는 방법이 없냐고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요청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2세는 방법이 있다며 가르쳐준다.(*52)

한편 시계탑에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를 찾아온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에르고가 삼킨 신 중에 하나의 흔적이 야코우 가문의 간타이일 것이라 하며 그것것이 에르고의 현 상황을 분석하는 데 필요하니 에르고를 구하고 싶으면 자신과 협력해서 회수하는 걸 도와달라 한다.(*53)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언제나처럼 2세가 바이 뤄롱의 비밀을 해체했고, 동시에 야코우 아키라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 3권
야코우 아키라가 납치되기 몇 달 전, 바이 뤄롱의 스승인 지즈가 야코우를 방문했다. 아코우의 도박장에서 돈을 긁어담는 것을 보고 아카네가 직접 대접했다. 지즈는 아카네에게 머지 않아 자기 제자가 이 곳에 와서 곧 다음 대 쿠로히츠가 될 아키라를 납치하러 올 테니 그걸 막아내면 자기 제자를 맘대로 해도 좋고 못 막으면 자기네가 쿠로히츠를 맘대로 하겠다는 내기를 제안한다. 지즈의 내기에 대한 지론을 들은 아카네는 딱히 손해 볼 것 없기도 해서 이를 받아들였다.(*54)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와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는 일본을 싫어하지만 라이벌인 토오사카 린의 고향인지라 일본에 대한 지식을 긁어모은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를 불러온다.(*55) 이를 들은 루비아는 야코우의 간타이보다 방황의 바다의 문이 열렸다는 쪽이 더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할 거라 말한 후 방황의 바다에 대해 조사하러 간다.(*56)

아키라의 몸에서 나온 암흑의 늪에서 고래 같은 환수가 출몰해 아키라와 바이 뤄롱을 삼키려 했다.(*57) 에르고의 환수와 뤄롱의 환익이 힘을 합쳐 상승 효과를 발휘해 암흑의 공간을 해체하려 하나 이 술식의 핵은 아키라의 간타이라 해체하면 그 반동으로 아키라가 죽는지라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 하게 된다.(*58) 이를 일으킨 건 아직 2할의 간타이가 남아 있던 야코우 유키노부였다. 곧 암흑의 공간은 두 사람을 삼키고 작은 사이즈의 입방체로 압축되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야코우와 싸우기 보다 순응하기를 택했고 야코우들은 입방체를 회수해 간다.(*59) 그렇게 잡혀온 뤄롱은 지즈가 자신을 갖고 내기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입방체는 쿠로히츠의 술식을 쓴 것으로 뤄롱이 무턱대고 입방체를 부숴 아키라를 죽여버릴 것을 염려해 최대한 아끼던 수였다. 아무튼 잡힌 뤄롱은 자길 잡으면 맘대로 해도 좋다는 지즈의 내기같은 건 지킬 생각이 없으며 자신이 아키라를 빼돌린 건 도와달라는 말을 들고 돕고 생각해서 했다 하며 환익을 이용해 머지않아 자신이 이 입방체를 부수지 않고 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걸 본 아카네는 의식을 서두른다.(*60) 사실 지즈는 뤄롱의 몸 속에 패스를 연결해 놓았고 내기에서 지면 그것이 종양처럼 내부를 좀먹어 영핵을 파내 무력화시키게 준비해 두었다. 그것이 발동하자 뤄롱은 속수무책으로 당한다.(*61) 그리고 아카네의 명령에 따라 아키라가 뤄롱을 먹어치우려 했다.(*62)

야코우의 일에 순응한 2세 일행은 료우기 미키야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제 3의 선택지를 고르기로 하며 미키야에게 받은 의뢰대로 아키라를 구해넸다고 다짐한다.(*63)
미키야가 찾은 곳은 본래 야코우 유키노부의 형이었으나 가문에서 나와 토보리 가의 양자가 되어 가면 만들기를 생업으로 삼아 야코우에 가면을 공급해 주는 겐마였다.(*64) 2세는 겐마에게 에르고가 삼킨 신을 어떻게 할 가면을 만들어달라 요청했다. 겐마는 그들의 사정과 사람됨을 들은 후 자신이 그런 가면을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은 건 야코우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아냈냐며 감탄하다가 자신이 만들 수는 없지만 대대로 전해지는 가면을 주기로 한다. 신체(神体)로서 숭배되고 있던 나무로 만들었다는 이 가면은 2세의 요구대로 에르고에게 신을 벗겨낼 수도 있고 반대로 신의 힘을 끌어내는 것도 가능하다.(*65)

사실 야코우는 처음부터 자신들의 간타이에 바이 뤄롱을 먹일 생각이었다. 뤄롱이 삼킨 용과 야코우가 섬기는 신에게 공통점이 있어서 가능한 계획이었다.(*66) 반대로 말하면(뤄롱은 몰랐지만) 지즈는 내기에서 이길 경우 야코우의 오오나무치를 바이 뤄롱의 양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게 된다.(*67) 간타이의 거부 반응이 일어난 유키노부는 전신이 망가져 거의 썩어 있었다. 마술회로가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24시간 내내 오드를 거절반응을 돌리는 데 쓰고 있었으나 그것도 한계라 마술회로가 썩어 1/4만 남아 있었다. 그나마 남은 시간을 아키라를 구하러 온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과 싸우기 위해 오드를 전투용으로 돌린 결과 곧 죽을 상태가 되었다. 아카네가 의식을 서두른 건 오오나무치의 전설에 따라 바이 뤄롱을 간타이가 먹어치우는 걸로 유키노부를 치료할 생각이었다.(*68) 마술사는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데 아들과 손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카네는 손녀를 희생해 아들을 살리는 길을 택했다.(*69) 하지만 유키노부는 딱히 딸을 구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의 특별함을 버리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서 자신의 배를 가르는 걸로 의식을 중단시킨 다음 아키라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 한다.(*70) 유키노부가 특별함을 받아들인 건 어릴 적 자신을 아득히 넘어서 특별한 료우기 시키를 본 게 계기로, 저런 자가 있다면 자신은 구원받은 거며 이런 자가 있다면 야코우를 받아들여도 좋다고 생각했다. 헌데 후에 만난 료우기 시키는 고쿠토 미키야와 어울려 평범한 여성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걸 본 유키노부는 그 시키가 특별함을 그만둘 수 있다면 자신도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보통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일족과 가족은 특별을 버리기 위한 도구였다.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 되는 조건인데 당신은 남을 속이고 다녔다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말을 듣고 보통이란 그런 건가 한다.(*71)

유키노부가 의식을 망치자 아카네는 방황의 바다와의 계약을 파기했다.(*72) 그리고 아키라는 유키노부가 좋을 대로 하라고 했지만 계속 참게 해 놓고서 이제 와서 좋을 대로 하라고 하자 뭘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족이 모여있을 적의 행복한 기억 조차 유키노부의 변덕 같은 것임을 알고 기댈 곳이 없어져 딱 하나 남은 마음의 안식처인 바이 뤄롱을 먹어버리기로 한다.(*73) 자신을 뜯어 먹는 아키라에게 뤄롱은 자신을 먹어서 만족할 수 있다면 먹으라 했고 그걸 들은 아카네가 정신을 차린다. 마침 아카네가 지즈와 한 계약을 파기한지라 영핵(심장)을 되찾아 입방체에서 나오는 데 성공한다.(*74) 그렇게 대강의 일이 마무리된 것 같았지만 많은 힘을 소모한 뤄롱이 식신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즈는 뤄롱이 식신충동이 올 경우 굶주림과 내기의 계약 사이에서 미쳐버릴 테니 굶주림을 우선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2세 일행과 싸우게 된다.(*75)(*76)

신과 용의 힘을 해방한 둘의 싸움은 호각이었지만 뤄롱은 용종의 노심이 있고 에르고는 마력을 추가로 보충할 수단이 없어 뤄롱 쪽의 승기로 기울었다.(*77) 그 때 그레이가 롱고미니아드의 본래 권능인 세계의 텍스쳐를 붙들어매는 걸 끌어내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를 발동하여 뤄롱의 노심을 붙들어매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78)

그러자 지즈가 나타나서 2세 일행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유도해 왔다고 이야기한다.(*79) 자기가 직접 에르고와 만나는 건 계약 위반인데 예정대로 아틀라스원이 에르고를 회수해버리면 재미 없다며 이번 일을 꾸몄다 한다.(*80) 2세는 이 쯤에서 제거해 버리려고 했는데 야코우 아키라가 뤄롱에게 의지하는 것을 보고 기분 잡쳤다며 자기가 내기에서 이겼으나 아키라를 받아가는 대신 아키라에게 새겨진 간타이의 절반을 야코우에게 넘겨주기로 하고 아키라에게 남은 절반의 간타이로 뤄롱의 식신충동을 억누르는 것으로 합의를 보자 한다. 2세는 료우기 미키야와 겐마와 약속했다며 아키라를 다치게 하지 말아달라 하고 뤄롱이 그걸 받아들였다. 다음에 만날 때 까지 뤄롱을 단련시킬 테니 그 쪽도 힘을 조율하라 한 후 공간전이해서 떠나버린다.(*81)

사태가 일단락되어 2세 일행은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을 만나러 이집트로 가기로 했는데 마침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 일행이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하다 이집트의 파라오 살인사건에 휘말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82)

● 4권, 5권
이 두 권 분량 스토리 요약은 해당 권의 배경이 되는 해저 알렉산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보구 버전인 왕의 서고 항목에 요약했다.
자세한 내용은 왕의 서고 항목을 참조할 것.

● 6권
※ 딱히 장소로서의 고유명사가 없어서 다시 이 곳에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뒤에 가서 바뀔 지 모름.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받은 기억이 담긴 수정을 보던 에르고가 이제 여행의 끝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 신에게 이 여행이 계속 이어지길 비는 와중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은 플랫 에스칼도스가 연락해 온 모나코에 도착했다.(*83)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에서 마침내 오랬동안 떡밥만 뿌리던 반 펨의 호화 여객선이 공개되었다.
→ 과거 설정을 정리해 보면, 월희 시공에서는 월희2의 시점에서 이 카지노선으로 무절제한 방탕을 즐기고 있다 언급되었다.(*84)(*85) 다음 언급은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에서 잠깐 나오는 미믹 토오사카 에피소드에서 언급된 것인데, 다른 평행세계의 에미야 시로가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의 대리로(당시엔 루비아가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로 향하느라 대리를 세웠다는 설정은 없었다) 펨의 선상연회에 참가했다 한다. 일종의 말장난인 CASA는 이 때부터 있었다.(*86)(*87) 그리고 반 펨이 직접 목소리만으로나마 대화를 나눈 첫 작품인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에서 플랫 에스칼도스가 이 양반의 카지노선에 올라타서 소동을 벌인 것이 언급되었다.(*88)
→ 표면적인 이름은 조와드-비베르(Joaud-Viver). 삶의 기쁨이라는 뜻이다. 주인이 사도인 반 펨임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하다.(*89) 마술 세계에서의 이름은 사선 환희선이다. 이 배에 타는 이상 사선만은 마술 실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의미다.(*90)
→ 전장 320m, 전폭62m, 무게 26만 6천t의, 백악의 성 같은 유람선이다. (타이타닉 호가 4만 6천t이다) 14층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약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91)
→ 카지노선으로,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메인 구역에는 모나코 최대 규모의 도작장이 있고 거기서 반 펨이 정기적으로 자신에게 도전할 도박꾼을 모집한다.(*92)
→ 이 곳은 사도가 대놓고 운영하지만 불가침 상태이며 성당교회 입장에서는 이 곳에 교회의 범주에 든다 한다. 시계탑에서 신경을 곤두세운다.(*93)
→ 이 통칭 펨의 선상 연회는 반 펨이 시간 때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94) 한편 펨의 선상 연회에서 이니셜만 따면 CASA가 되는데 그 카사는 카지노의 어원이기도 한지라 일종의 말장난이라 한다.(*95)
→ 선상연회의 참가비는 백만 유로다.(*96)
→ 중앙 광장은 워터슬라이더와 선상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수영장,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늘어진 스트리트형 공간, 주요 언어 더빙을 즐길 수 있는 해드폰이 구비된 무대극장과 영화관 일곱 개, 레스토랑 바 35개가 있다. 이동하는 도시 그 자체다. 도박을 하러 온 방문자가 가족이나 파트너를 대려왔을 경우 이 시설로 즐거움을 줘 도박에 진 자를 위로해 준다는 느낌이다. 이런 이권이 계산된 사람을 속이는 공간이지만 아름답기는 엄청 아름답다.(*97)
→ 카지노 자체가 반 펨이 만든 게임 소프트웨어 같은 것이다. 중앙의 최대규모 카지노 램프피르 뒤 주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일반인이 드나들지만 대놓고 마술적인 결계가 쳐져 있고, 섬세하게 마술회로를 가진 일반인까지 걸러내는 마술식에 의해 마술에 익숙한 자에게만 특별한 영상을 틀어준다. 반 펨이 3D AR(증강현실)에 취한 결과라 한다. VR(가상현실)파인 플랫 에스칼도스와 싸움이 붙었다가 다음 날 유람선 최대의 카지노인 램프피르 뒤 주에 마술적 AR이 쫙 깔렸다. 신비의 은닉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느낌이다.(*98)
→ 정식 직원은 모두 사도다.(*99)
→ 선상연회는 반 펨의 기분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열린다. 연달아 열리기도 하고 일년 정도 쉬기도 했다. 평균은 일주일에 한 번이다.(*100) 반 펨 승률은 무패는 아니지만 거의 기적의 영역이었다. 백 년이 다 되어가도록 하고 있는데 패배는 한 손으로 꼽을 만 하다. 그리고 반 펨은 카지노를 일반인도 올 수 있게 오픈해 놓았으면서 자신의 외모를 변경하지 않아 일반인들 사이에서 늙지 않는 점에 대해 구설수에 오른다. 성장이 멈춰 버린 그레이가 이에 공감한다.(*101)
→ 선상연회에서 반 펨을 꺾은 자는 정체를 드러내던가 말던가를 선택할 수 있다. 에미야 시로는 이긴 후 후자를 선택했다.(*102)
→ 한 쪽 켠이 녹색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지름 10m 정도의 작은 공간에 좌우 대칭의 프랑스식 정원 형태로 잔디가 심어져 있고 크로커스, 샤프란 꽃이 초승달 모양 호를 그리고 느티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중앙에 뭔지 모를 붉은 열매가 매달린 나무가 있다. 중앙 카지노에서 쓰인 환각이 아닌 실물이다. 시끌벅적한 곳만 있는 카지노선에서 묘하게 차분한 곳이다.(*103)
→ 카지노는 네 개의 구역으로 내뉘어져 있다. 입구에서 바라봐지는 슬롯머신과 비디오 포커 등 자동 기계가 주를 이루는 구획, 중앙에 있는 룰렛과 머니휠 등이 활돌하게 돌아가는 구역, 화려한 장치로 손님을 유인하며 포커 바카라 블랙잭 등 현자들이 좋아하는 카드게임을 중심으로 한 구역, 가장 안쪽에 있는 vip룸이 있다. 이 4가지에 더해 곳곳에 라이브나 무대쇼를 배치해 효율적으로 손님을 유도한다. 정원은 사도를 피하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로 느껴진다.(*104)
→ 카지노선 측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곤란한지라 플랫 에스칼도스가 확률 조작으로 사기 쳤다고 실토하자 친절하게 시계탑으로 돌아갈 방법까지 제공해 줬다 한다.(*105)
→ 반 펨이 선상연회에서 패배한 이후로 딜러 상대로 마술을 써 실력행사를 하려는 마술사가 늘어났는데 마술예장으로 고위 마술을 써 대는 자를 간단하게 제압할 정도로 딜러의 수준이 높다. 한편 마술사들이 마술을 써 대는 걸 일반인에게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예의 마술 증강현실이 응용되고 있다.(*106)
→ 소박함이 강조된다. 카지노 안쪽에는 소박한 나무문이 있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소박해 보이는(가구는 모두 특별 주문 제작한 고급품) 반 펨의 응접실이 있다.(*107) 그 외에 거주구도 소박하지만 특별한 곳을 챙기는 묘사가 있다.(*108)
→ 반 펨은 기본적으로 배 밖의 일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그래서 시계탑 지부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 한다.(*109)
→ 선상연회의 우승 상금은 액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카지노선 입장에서는 이긴 상대에게 상금을 주지 못 하면 평판에 문제가 생긴다. 타인에게 우승 상금을 양도하는 것은 가능하다.(*110)(*111)
→ 자기 손으로 만든 요리가 아니면 안 먹는 마술사를 배려해 거주구에 주방이 마련되어 있다.(*112)
→ 선상연회 참가자에게 카드를 건네주는데 디포르메 처리된 시계를 든 악어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이 카드는 선상연회로 향하는 첫 번째 시험의 힌트로 다른 객실의 참가자들에게는 다른 그림이 전달되었다 한다.(*113) 이 카드의 악어는 움직이며 선상연회에 대한 설명을 해 준다.(*114)
→ 참가자와 동석할 수 있는 일행은 3명까지다.(*115))
→ 최초의 참가자 선별을 위해 게임을 연다. 세 가지 룰이 있는데 전통적인 겜블 중 하나로 겨루는 오탄틱. 마술회로를 서로 연결해서 신비한 놀이를 하는 마술 세계만의 도박 마지크. 마지막으로 반 펨이 꼴리는 대로 뭔가 하는 누벨로 나뉜다. 겨루는 공간은 반 펨 맘대로인데 작중에서는 막 미국에서 유행하는 탈출 게임의 일종을 도입했다.(*116)
→ 정답을 맞추자 친절하게 지하로 가는 계단이 열린다. 따로 방에 묵는 다수의 인원이 협력할 가능성을 생각했다는 것이고, 각 객실마다 다른 수수께끼를 마련했을거란 점에서 반 펨의 열정이 느껴진다.(*117) 지하로 가면 첫 퀴즈를 푼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다.(*118) 예상한 대로 문제는 참가자마다 각자 다른 것이 내려졌는데, 주문 제작 까지는 아니지만 각 참가자가 마술사로서 진심으로 고민하면 풀 수 있는 유형의 수수께끼가 엄선되었다 한다.(*119)
→ 마술의 응용인지 기술적인 설계인지는 불명이지만 이 카지노는 이렇게 첫 번째 퀴즈를 푼 자들이 각자의 객실에서 다른 통로를 통해 지하로 향한 후 거기서 선상회장의 개최지인 상층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통로로 찾아가게 설계되어 있었다. 이를 위해 돈을 얼마나 갖다 발랐냐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120)
→ 선상연회의 개최지는 모나코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크루즈선에서도 높은 곳에 있는 방으로 값비싼 유화가 잔뜩 걸려 있고 오래된 와인이 가득한 와인셀러가 있었다.(*121)
→ 두 번째 게임은 동전 불리기였다. 참가자에게 100개의 동전이 지급된다. 통상적으로는 이것을 일반 칩과 함께 배팅할 수 있다. 슬롯 머신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다른 도박에는 다 쓸 수 있으며 그 경우 일반 칩과 배율이 같은 것으로 친다.(*122) 다음이 중요한데, 누군가가 동전을 걸었을 때 테이블의 다른 참가자들은 그리드가 가능하다. 그 룰에 따라 이긴 쪽에 진 쪽에게서 동전을 빼앗게 되며 양측 모두 이기면 더 배율이 높은 쪽이 도언을 빼앗는다. 양측이 모두 지면 없던 일이 된다. 그리드 배율은 게임마다 다르니 딜러에게 물어보라 한다.(*123)먼저 동전을 오백 개로 불린 세 사람이 세 번째 게임으로 진출할 수 있다.(*124) 즉 이 게임은 딜러와의 싸움이 아닌 다른 참가자와의 싸움이다. 그리고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리들나 규칙 자체가 불공평하다고 투덜거린다(*125) 참가자가 5명이니 시작했을 때 동전은 총 500개...... 도 아닌 것이 예 스젠이 안 와서 실질적으론 400개인지라 이 때는 서로 다투어 봐야 500개를 모을 수 없다. 초중반에는 일반 도박을 해서 동전을 불리고, 중후반부터 서로 동전을 빼앗는 형태가 될 거라 한다.(*126)
→ 한편 아직 참가비를 걷어가지 않았는데 반 펨은 2번째 게임에서 통과하면 참가비를 걷어갈 테니 백만 유로를 유지하라 한다.(*127)
→ 이야기가 서장의 시점으로 돌아가, 두 번째 게임 중인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습이 나오는데 블랙잭에서 딜러를 꺾어 백만 유로를 다섯 배인 500만 유로로, 다섯 배로 부풀리는 데 성공했지만 코인은 100개에서 120개로, 20% 부풀린 게 전부였다.(*128)
→ 2번째 게임에서 동전을 건 도박을 할 수 있는 곳은 반 펨의 여섯 자매들이 운영하는 곳 뿐이다.(*129) 카지노 중앙에 선상연회에 대해 아는 자만 인식할 수 있는 구역에서 자매들이 도박을 받아준다.(*130)
→ 두 번째 게임은 초반에 그리드를 선언해 특정 참가자의 동전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조기 탈락 시키는 전법도 가능하다. 단 그리드를 선언한 자가 역이로 다 털리는 가능성도 존재한다.(*131)
→ 반 펨은 이 카지노선에서 내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는데, 실제로는 선상연회 기간에는 배에서 나오지 않기로 정해 놓은 것이며, 그건 절대 룰이 아니라 모나코 마피아들이 건물을 하나 통째로 날려버린 사태가 나자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배에서 나와 마피아들이 화물선으로 도주하기 전에 잡으러 가거나 한다.(*132)

배경이 배경인지라 도박으로 사기 치고 그걸 감지하는 방법들이 등장한다.
→ 원소 마술로 물을 컨트롤해 카드의 잉크 농도를 분석한다. 그러자 딜러가 같은 원소 마술로 방해와 간섭을 한다.(*133)

전편에서 같이 있었던 토오사카 린,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는 이번 일로 뭔가 다투더니 할 일들이 생겨 헤어졌다.(*134) 그리고 알렉산드리아에서 연락해 온 플랫 에스칼도스, 그리고 그와 같이 있는 지즈를 마주한다.(*135) 둘은 반 펨의 배에서 만났다. 플랫은 마술사로서 지즈의 능력을 간파하고도 나사가 빠진 대응을 하고 지즈는 플랫과의 대화가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다.(*136)

에르고는 료우기 미키야와 약속한 대로 야코우 아키라의 행방과 덤으로 바이 뤄롱의 행보를 지즈에게 묻는데 지즈는 뤄롱이 성창의 그림자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다쳐 요양 중이지만 슬슬 복귀할 만 하고 아키라는 뤄롱이 철저히 보호해서 자기는 손 댄 적 없다 한다.(*137)

지즈는 무시키라면 한 번 싸운 이상 죽을 때 까지 싸운다고 말하겠지만 자긴 방황의 바다 쪽 사람이라 시계탑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신비의 쇠퇴에 대해 우려한다며 귀중한 재능과 인재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로드 엘멜로이 2세 측과 일본에서 생긴 갈등을 싸움이 아닌 도박으로 해결해 보자 한다.(*138) 의식의 흐름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도박을 좋아하는 지즈가 2세랑 자화자찬하며 떠들다 도박하러 반 펨네 유람선에 온 거라 하는 지즈는(*139) 내기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반 펨과 도박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의 소원을 들어주고, 둘 다 질 경우 반 펨의 소원을 이루어주자 한다.(*140) 그리고 참가자는 자기 제자를 플레이어로 내보낼 수 있다 한다. 정체가 알려져서 신뢰가 무거워진 에르고가 자신을 써도 상관없다 하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 제안을 승낙한다.(*141)

지즈는 밥값이라며 모나코의 명물 바르바주앙을 시켜주고 간다.(*142) 이게 묘하게 대호평이었다.(*143)

플랫 에스칼도스가 지즈를 만난 건 반 펨 관련 이야기를 찾던 플랫의 해킹에 지즈가 편승해 온 것으로 처음부터 노렸다 한다. 신대의 마술사 답게 해킹의 천재 플랫 에스칼도스의 도주를 앞지르더니 자기도 마술 해킹에 조예가 있다고 밝혔다 한다. 그 뒤로 해킹 동료 같은 게 되서 마술식의 조합이나 마술기반과 앵커의 월령별 세팅이니 뭐니 떠들었다.(*144) 지즈가 접근해 도박을 제시한 이유는 처음부터 반 펨에게서 뭔가 받아내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라고 짐작되었다.(*145)

이야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와중 그럼 펨의 선상연회의 참가비인 100만 유로는 어쩔 거냐는 이야기가 나온다.(*146) 2세에게 그 정도의 돈은 없는지라 그걸 무담보로 빌려줄 만한 멜빈 웨인즈에게 연락한다. 하지만 저 쪽에 이미 지즈가 개입한 상태였고, 멜빈은 방황의 바다 쪽 뭔가 훌륭한 물건을 담보로 지즈에게 돈을 빌려준 후 이미 모나코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돈은 못 빌려준다 한다. 2세의 평으로는 저 놈은 자기보다 지즈에게 붙는 편이 더 재밌을 거라 생각해서 이런 것 같다 한다.(*147)
이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시체가 내일 아친 모나코 바다에 떠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는데 멜빈은 즐거워 보인다. 2세와 친해지느니 빨리 죽는 편이 낫니, 2세와 통화한 휴대폰이 자신에게 단 하나 남은 인간의 조각성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니 한다.(*148)
그러곤 지즈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랑 지즈의 예상대로 2세가 돈 빌려달라 전화해 온 걸 알린다. 앞으로 2세가 돈 빌리는 과정을 못 봐서 아쉽니 하던 와중(*149) 지즈는 자기 제자도 이번 연회에 참가할테니 2인분 돈을 내놓으라 한다.(*150)

하루 종일 백만 유로를 마련하기 위해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분주하게 이것저것 했지만 약탈공이라는 별명대로 주변에서 경계심을 품어 당장 대출을 해 줄 사람이 없었다.(*151) 시계탑에서 음모를 꾸미는 과정에서 도청 등을 피하는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에게 연락이 안 닿는 건 둘째 치고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도 연락이 안 된다. 옆에 있는 플랫 에스칼도스의 비상금을 털려 까지 하는 비참한 꼴이 된다.(*152)

유람선의 중앙 카지노 램프피르 뒤 주에 들른 일행에게 모나코의 관계자들이 찾아온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는 시계탑 모나코 지부의 지부장이다. 40대 정도의 하얀 피부의 남자로 2M 정도의 키와 스포츠맨 같은 체격을 가진 다부진 남자다.(*153)
예 스젠은 나선관 빙의루 모나코 지부 쪽 사람으로, 중국계 30대 초반의 미녀로 자기랑 닮은 아시아 풍 인형을 들고 있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녀에게서 아다시노 히시리 같은 느낌을 받아 서툴러한다.(*154)
아젤은 시계탑 모나코 지부에서 주술을 담당한다.(시계탑 본가에서는 주술을 취급 안 하지만 해외 지부는 지역에 따라 융통성이 있다) 피부 전신을 천, 베일, 장갑 등으로 가렸으며 성별 인종도 불명확하고 영어 발음이 좋다는 것 정도가 판별이 가능했다.(*155)
이 셋도 펨의 선상연회에 참가했다 한다.(*156)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는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선상연회에 참가할 거냐 묻고 참가비가 없는 2세는 노코멘트한다.(*157) 그러더니 지난 선상연회에서 반 펨이 도전자에게 패배했다는 걸 알려준다.(*158) 앞선 3인이 이번 선상연회에 참가한 건 반 펨이 패배했으니 자기들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며 2세도 같은 생각을 했다.(*159)
그레이가 정체불명의 배멀미 비슷한 걸 일으켜서 이야기가 중단되자 플랫 에스칼도스는 그걸 핑계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참가비가 없다는 걸 숨기면서 이번 연회에 참가한다는 식으로 연막을 친다. 그리고 본인도 이번엔 이기고 싶다 선언한다.(*160)

뭔가 하러 가 버린 2세와 플랫을 뒤로 그레이와 에르고는 정원에서 대기한다. 그러던 와중 아쳐(프톨레마이오스)에게 받은 수정이 언급되는데 컴퓨터의 압축 풀기 소프트웨어와 비슷해 마술회로와 환수의 30%를 사용해 해동 중이며 타이밍에 따라서는 카지노선을 나고 있는 동안에 내용물이 전개될 지도 모르겠다 한다.(*161)
그들에게 반 펨이 접근해 온다. 에르고를 보더니 마술 세계란 건 재밌다며 에스칼도스가 한 발자국만 남았다니 뭐니 하더니 자길 따라가면 로드 엘멜로이 2세와도 엮일 거라며 두 사람을 대려간다.(*162)
한편 알렉산드리아 해저 대도서관의 3층 실험실에서 다섯 기둥을 봤던 걸 떠올린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럼 에르고와 관련된 신은 총 다섯 개일 텐데 3번과 5번은 아직 짐작이 안 된다 한다. 플랫 에스칼도스는 굳이 3개의 신을 삼키게 하는 것 보다 한 사람에 하나씩 따로 먹이는 게 더 낫지 않냐 한다.(*163)

어느 마술사가 딜러 상대로 사기 치다 걸려서 마술로 발약하는 걸 발견한 두 사람이 막으려 하나 딜러가 처리했다. 그 와중 반 펨의 딸인 여섯 자매가 와서 반 펨이 2세와 플랫을 초대했으니 좋다면 따라오라 하고 두 사람은 승낙한다.(*164)

한편 에르고와 그레이를 응접실로 초대한 반 펨은 자신이 에르고를 알고 있다 하며 그에게 도박을 제안한다. 자신이 이기면 원하는 것 하나를 알려주는 대신 에르고가 지면 산동안 자기 아래에서 일하라 한다. 에르고가 승낙하자 완전히 똑같은 가죽 물컵 3개를 꺼내더니 이스칸달 코인을 하나 넣곤 그레이의 강화된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속도로(본인 피셜 오랜만에 해서 느리다 한다) 섞어버린다.(*165)
마술과 신비가 전여 관여되지 않은 기술만으로 동전을 섞는 반 펨은 에르고가 깨어난 이후로 겪은 일을 전부 말한다.(*166) 다 섞고 골라보라 하자 에르고는 모든 컵에 동전이 있음을 간파하곤 전부 열게 한 후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떠올리게 하는 컵과 공(이 경우엔 동전)으로 하는 마술의 기원을 이야기한다.(*167) 이러한 지식은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배웠다 한다. 한편 에르고는 반 펨이 방금 행위를 신명재판이라 불렀으니 이게 승부가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음을 간파했다 한다. 이스칸달 코인은 골동품이나 경매에서 구한 게 아닌 반 펨이 이스칸달 생전에 손에 넣은 거라 하면서, 아마 반 펨은 세 마술사가 자신에게 신을 먹인 일에 관여했을 거린 추론을 제시한다.(*168) 이에 반 펨은 에르고가 지난 한 달 로드 엘멜로이 2세 아래에서 좋은 여행을 한 것 같다며 칭찬하곤, 동전을 복사한 마술를 응용해서 재질을 바꾸고 동전 더미를 만들어낸다.(*169) 그러면서 자긴 마술을 못 한다니 뭐니 하며 지즈 입장에서는 이 카지노선을 운영하는 자신들이 타락한 존재로 보일 거니 말하며 자기가 에르고 관련자임을 실토한다. 에르고가 내기에서 승리한 대가로 그의 기억포화를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덤으로 그레이의 노화 정지를 해결할 방법도 있다 한다. (*170) 이러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하며, 그 대가로 지난 번에 자기를 이긴 도전자(나중에 에미야 시로로 밝혀짐)를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능력으로 찾아달라 한다.(*171)

한편 공항에서 갈라졌던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모나코의 뒷면에서 활동 중인 마피아와 대치한다.(*172) 수성 마술을 응용한 짐승화 영약을 사용해 짐승화한 자들을 쓰러뜨린다.(*173) 마피아들이 통신망을 장악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통신을 끊은 결과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선상연회 참가비를 구할 길이 사라졌다는 결과로 작용하기도 했다.(*174) 이들이 여기까지 온 건 이 곳에서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에미야 시로 때문이다. 마피아들이 마술 관련 조직에게서 의뢰받아 납치하러 온 소녀를 구하려다 마피아와 전쟁 중이라 한다.(*175)

보석으로 쓰러뜨린 자들의 뇌를 스캔하려는 토오사카 린에게 저격탄이 날아왔는데 마침 지나가던 바이 뤄롱이 막아 준다. 스나이퍼는 마술 사용자로 조금이라도 상처입히면 독이 중독시키는 단검형 마술예장, 영체를 빙의시켜 날아다니며 사격할 수 있게 만든 저격총으로 평범한 마술사라면 대응 못 할 트랩을 시전했으나 뤄롱은 예의 환읙을 발생시켜 스나이퍼의 마술회로를 폭주시켜서 쓰러뜨린다.(*176)
바이 뤄롱은 마피아를 감시하다가 막아줬다 하며, 그 정도 저격은 토오사카 린이 대응 가능할 것이고 일본에서 가람의 동 관련으로 은혜도 입었으니 감사할 필요는 없다 한다.(*177) 린은 끈적한 분위기의 뤄롱이 틈을 안 주는 것에 짜증내면서도 가람의 동을 준비한 건 자신이 아니니 감사할 필요가 없다 한다. (*178)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와 통성명을 한다. 본래라면 린과 루비아 둘이 힘을 합쳐도 이기기 어려운 상대지만 바이 뤄롱이 롱고미니아드 뮤토스로 능력이 봉쇄당한 걸 안지라 어디까지 회복되었는가를 견제하던 와중(*179) 뤄롱은 자기도 에미야 시로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시로가 반 펨의 선상연회에서 반 펨을 꺾은 것을 이야기한다.(*180)

다시 시점이 에르고네 쪽으로 바뀌는데 그레이와 에르고는 반 펨에게 에미야 시로라는 이름을 듣고 그게 누군지 몰랐다.(*181) 마침 반 펨의 여섯 자매와 딜러 쿠폴라가 로드 엘멜로이 2세와 플랫 에스칼도스를 대려왔다. 플랫에게 2세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다.(*182) 한편 응접실에 도착하기 전 부터 해킹하던 플랫은 반 펨이 그레이와 에르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과 에미야 시로에 대한 것을 줏어들었다. 그가 시로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네 집사라 하자 그레이도 루비아가 떠들어대던 시로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낸다.(*183) 2세는 에미야 시로가 5차 성배전쟁의 우승자임을 알며 제대로 대화해본 건 한 번이지만 그 때 시로가 마술사로서 특이한 걸 느끼곤 시계탑이 좁겠다 생각했다 한다.(*184)
반 펨이 에미야 시로를 찾는 건 그가 선상연회에서 우승한 상금을 받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지노선 입장에서는 이긴 상대에게 상금을 주지 못 하면 평판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185) 선상연회의 우승상금은 정해져 있지 않고, 에미야 시로가 맡긴 돈 때문에 선상연회에 참가했지만 이겼을 때를 딱히 생각하지 않은지라 나중에 다시 온다 해 놓고 실종되었다 한다. 2세는 그럼 그가 납치된 게 아닌가 하며, 그에게서 정보를 캐낼 가능성 또는 그에게서 반 펨을 이기는 방법을 알아낼 가능성 등이 있을 거라 한다. 한편 반 펨은 시로가 무욕적으로 보였다며 누군가에게 상금을 받을 권리를 양도했을 지도 모른다 한다.(*186)
여기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자기가 에미야 시로를 찾아낼 테니 반 펨에게 계약료만 받겠다며 선상연회의 참가비 백만 유로를 내놓으라 한다. 반 펨은 자긴 손해 보는 거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썰을 풀며 백만 유로면 파격적으로 싸다며 이를 승낙한다.(*187)

에미야 시로가 선상연회에 참가한 건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를 대신해서 나간 것으로, 루비아는 선상연회의 참가권을 사 두었지만 갑자기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가게 되어 자신이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대도서관에선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아 그 일을 처리하는 동안 시로에게 대리를 의뢰했다 한다. 그걸 의뢰한 루비아도 설마 반 펨을 이기지는 못 했을 거라 생각했다 한다. 토오사카 린은 에미야 시로라는 인간은 이럴 때만 자기가 이겨도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하는 놈이라며 탄식한다.(*188)

바이 뤄롱이 너희 둘 중 하나가 에미야 시로의 연인이냐 하니 서로 아름답고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다 뤄롱에게 왜 에미야 시로를 찾냐고 묻는다. 이에 뤄롱은 아버지 지즈가 에미야 시로를 잡아다 반 펨을 이긴 방법을 묻고 싶다 해서 찾는 중이라 한다. 토오사카 린은 이를 듣고 지즈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악연을 이번 선상연회로 정리하며 동시에 지즈가 반 펨에게 뭔가 받아내고 싶은 물건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189)
뤄롱은 자신이 에르고의 정체가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을 암을 실토한다. 그럼 그런 에르고의 친구를 자칭하는 너는 뭐냐 하니까 노코멘트로 일관한다.(*190)
아무튼 세 사람은 당장 에미야 시로를 찾아야 하는 공통적인 목적이 생겨서 협력하기로 한다. 뤄롱에 따르면 에미야 시로는 국토가 좁은 모나코 특성 상 시계탑과 성당교회, 반 펨 3자의 세력 구도의 공백지대를 차지한, 마술을 쓰는 이탈리아계 마피아 무르테와 싸우고 있다 한다.(*191)
토오사카 린은 바이 뤄롱이 롱고미니아드 뮤토스로 당한 게 전혀 회복되지 않았음을 간파한다. 뤄롱이 삼킨 티폰이 봉인당한 일화가 있으니 더 약할 거라 한다.(*192)
그걸 알면 협력할 이유가 없다고 바이 뤄롱이 말하자 토오사카 린은 마술사 답지 않은 사람 좋음을 발휘해(옆에서 루비아가 군살 타령을 한다) 그 행동이 별 의미가 없을지언정 완전하지 않은 몸으로 자신을 저격에서 구해준 것은 빚이라 하며 다시 협력을 제안한다.(*193) 한편 마술사 킬러에 대한 지식이 있는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이번 저격수의 수법을 보고 20년 전 시계탑의 호신술 커리큘럼을 다시 쓰게 만들 정도로 영향력과 악명을 떨친 에미야 키리츠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다른 2인은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194)

한편 2세가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반 펨에 의해 카지노선에서 묵을 방이 배정되자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엘멜로이 교실 최고참과 최신참의 대화라는 느낌이다.(*195) 교실과 2세에 대해 이야기하던 플랫은 갑자기 나도 서번트 소환하고 싶다 타령한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4차 성배전쟁의 이야기를 싫어하지만 자기도 소환해서 친구가 되고 싶다 한다. 잭의 칼날, 용수철 발 잭, 생 제르맹 백작, 샌드위치 백작 등을 언급하며 전 세계에 성배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도 한다.(*196) 에르고는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에게도 비밀로 하던 자신이 깨어난 후의 기억도 점점 사라지는 것을 플랫에게 상담한다. 그라면 걱정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이는 적중했다. 한편 에르고는 사실 자신이 기억 포화로 기억이 차례차례 압박을 받아 사라지는 것 조차 세 마술사가 안배한 것이고 그 끝이 목표가 아니냐 한다. 플랫이라면 마지막 순간 이걸 멈출 수 있지 않냐 하자 플랫은 처음 봤을 때 부터 에르고의 술식을 분석 중이었으며 지금은 약 20~30% 확인했다 한다. 확신은 못 하지만 플랫은 자신이 악역이 되어서라도 해 보겠다 한다. 이 둘은 각자 1800년 전과 2400년 전 물려진 유산 때문에 고생 중이니 서로를 유산 동맹이라 부르자 한다.(*197)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가 침대 두 개가 떨어진 위치에 있는 한 방을 배정받았다. 일단 도통 전화로 연락이 안 되는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에게 사역마로 메시지를 보내고, 그레이의 상태가 안 좋자 2세가 간만에 직접 요리를 하며 마술사와 요리에 대해 썰을 풀곤 이번 기회에 지즈도 타도하고 에르고와 그레이의 문제를 해결할 법을 반 펨에게서 뜯어내자 한다.(*198)

나선관의 예 스젠이 찾아와서 선상연회에서 한 팀 맺자고 요청하더니 생각해보라며 가 버린다.(*199) 그리고 선상연회의 참가자 주변인을 3명으로 한정한다며 일종의 방 탈출 게임이 시작된다. 다른 방에 묵고 있는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는 플랫이 만든 넥타이 핀 형 음성통화 마술예장으로 연락한다.(*200) 20분 짜리 모래시계가 나타났으며 2세에게 주어졌던 시계를 가진 악어가 그려진 참가장 카드가 2장으로 나뉘더니 두 번째 장에 험프티 덤프티가 그려져 있는 게 확인되었다.(*201)

20분 간 퀴즈 풀이가 시작되는데 이 퀴즈 풀이에 관심이 있는 자가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플랫네 방에서 36까지 숫자가 있는 룰렛이 발견된다.(*202)
→ 험프티 덤프티는 새뮤얼 아놀드의 오리지널판이며 4행시의 전반부만 적혀 있었다. 2세는 전반부만 적혀 있으니 후반부 가사가 힌트라 한다. 그 가사에 따르면 20명의 남자가 4번, 즉 80을 의미했다.(*203)
→ 룰렛의 룰 중에서 주변 네 숫자에 일괄적으로 거는 코너 베팅을 가정한 후 20개의 코너 배팅을 4개 모두 걸면 숫자는 16에서 24까지가 되어 그걸 토대로 룰렛을 조작하자 기계가 인식한다.(*204)
→ 타로 카드를 아르카나라 이름 붙인 폴 크리스천의 룰에 따르면 2세가 받은 첫 번째 카드에 그려진 악어를 0에 해당되는 바보 아르카나로 치환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전해지는 아르카나는 0~21이지만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판은 숫자가 적어 스무 개였다. 그걸 토대로 룰렛에 0과 20을 입력하자 기계가 인식한다. 한편 악어가 시계를 가진 건 타로의 카드 수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인생을 한 바퀴 도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205)
→ 유럽 전역에서 20을 하나의 단위로 삼는 건 흔하며,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있는 모나코 카지노선에서 쓰이는 프랑스어는 캐틀-뱅이란 방식으로 80을 20이 4개가 아닌 4개가 20개로 생가한다. 즉 원래 험프티 덤프티가 있던 곳은 4고 여행을 마치면 20으로 간다고 해석해 룰렛에 입력하자 장치가 완전히 작동했다.(*206)

정답을 맞추자 친절하게 지하로 가는 계단이 열린다. 따로 방에 묵는 다수의 인원이 협력할 가능성을 생각했다는 것이고, 각 객실마다 다른 수수께끼를 마련했을거란 점에서 반 펨의 열정이 느껴지는 가운데 일행은 계단으로 향한다.(*207)
가 보니 첫 퀴즈를 푼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먼저 온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2세네 다음에 온 예 스젠, 아젤 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반 펨이 패배했다며 얕보고 참가한 어중이떠중이들을 위해 문제를 어렵게 내서 1/3만 통과한 것 같다 한다. 이시리드가 반 펨의 패배 소식을 카지노에서 뿌린 건 어중이떠중이의 비율을 체크하기 위한 술수였다.(*208)
예상한 대로 문제는 참가자마다 각자 다른 것이 내려졌는데, 주문 제작 까지는 아니지만 각 참가자가 마술사로서 진심으로 고민하면 풀 수 있는 유형의 수수께끼가 엄선되었다 한다.(*209)
도대체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짐작도 안 되는 통로를 지나 배의 상층부에 위치한 선상연회가 열리는 VIP룸에 도착하자 지즈가 죽어 있었다.(*210)

도대체 방황의 바다의 마술사가 이렇게 맥없이 죽어 있나 당황하는 동안(*211) 여섯 딸과 함께 등장한(이 딸들은 인간이 아니라던가 반 펨이 만든 골렘이란 이야기가 나돔) 반 펨이(*212) 지즈가 온 몸의 마술회로가 엉망진창이 되어 마술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죽었다는 걸 밝힌다. 즉 자연사가 아닌 살해당한 것이다.(*213)

한편 지즈에게 돈을 대 줬다는 멜빈 웨인즈가 나타나 자기가 지난 반나절 동안 지즈의 제자가 되어 지금까지 시계탑에서 달성한 수십 년의 노력에 버금가는 성과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방황의 바다의 마술사가 외부에서 제자를 받는 일은 없지만 멜빈은 자신의 말을 증명한다며 즉석에서 신대의 마술을 사용한다. 신대의 법칙과 호환이 안 되는 현대인이 어떻게 신대의 마술을 쓰냐 하자 멜빈은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간단한 조언으로 제자들의 한계를 뛰언게 한 것처럼 자기도 한계를 넘었다 한다.(*214) 멜빈 웨인즈가 이렇게까지 한 건 로드 엘멜로이 2세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뿐이 되는 관계가 되고 싶어서였다 한다. 그리고 자신은 지즈]의 제자의 자격으로 죽은 지즈의 선상연회 참가권을 계승하였다 하며 선상연회를 배경으로 십수 년 간 갈망했던 2세와의 싸움을 선포한다.(*215)

반 펨은 첫 번째 게임이 끝났으니 내일 두 밴째 게임을 공지하겠다며 은근슬쩍 2세에게 에미야 시로를 빨리 찾아 오라는 독촉을 하곤 가 버린다.(*216) 다들 멜빈 웨인즈가 지즈의 죽음에 관련된 거 아니냐 하자 멜빈은 이 배의 진짜 이름이 사선 환희선인 시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필연 아니냐 한다.(*217)

방으로 돌아온 후 지즈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고찰하던 중(*218) 지즈의 상처가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의 시체에 남은 것과 같은 걸 파악해 지즈의 마술회로를 작살낸 탄환의 정체가 기원탄이며, 에미야 키리츠구 사후 유출된 것을 알게 된다.(*219) 에르고랑 플랫 에스칼도스가 카지노선 밖으로 나가고, 2세는 멜빈 웨인즈와의 관계에 대해서 토로하던 중 토오사카 린이 그간 연락이 안 되던 휴대폰으로 연락해 온다.(*220)

에르고를 모나코의 자기 집으로 대려온(이게 처음이라는 모양이다) 플랫 에스칼도스는 이것 저것 알려준다. 자기 집의 위치, 들어가는 법, 보안 돌파법, 부모와의 관계, 반 펨의 선상연회에 임시로나마 참가해 자신의 마술각인을 되찾은 것 등이 나온다.(*221) 이번에 플랫이 고향인 모나코로 온 것은 누군가와 함께 이 집에 와 보고 싶어서였다.(*222)
플랫의 아버지는 마술사 킬러를 고용해 뒀다. 그들이 플랫을 덮치는 순간 플랫의 유모이기도 한 호문쿨루스 미스트03이 구해준다. 에스칼도스가 모나코 마피아와 항쟁 중이라 이렇게 되었다는데 진실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 한편 플랫은 미스트03에게서 자신이 가진 마술각인의 빠진 파트를 임시로 빌린다.(*223) 에르고가 먹은 신이 일으키는 현상을 마술각인의 조각을 심어 마력 분석기로 사용해 마술식 자체를 분석해 보겠다 한다.(*224)

한편 토오사카 린,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 바이 뤄롱은 에미야 시로가 납치되었다는 교회에 도착했다. 그 곳은 총상으로 사망한 시체가 가득 차 있고 피바다인 상태였으며 에미야 시로의 휴대폰이 발견되었지만 시로 본인은 없었다.(*225)
이 곳의 마피아들이 남긴 단말 기록을 뒤져 보니 에미야 키리츠구가 20년 전인 생전 단골이었다 한다. 혼자서 전쟁을 할 수준으로 주문했다 한다.(*226)
그리고 마술사의 세계에서 알 사람은 다 아는 에미야 키리츠구가 마술사 킬러라는 사실을 정작 양아들인 에미야 시로는 모른다(소문은 들었어도 경력의 세세한 부분은 확실히 모름)는 떡밥이 나온다. 토오사카 린은 그런 마술사 같지 않은 시로를 자랑스러워한다.(*227) 이 마피아들이 기원탄을 쓴 건 에미야 키리츠구와 관련되어서였다 한다.(*228)
그리고 교회의 고해성사 부스가 마피아들의 상품 보관소로 쓰였는데 이 곳에 아마 있었어야 할 기원탄이 없는 걸 보고 기원탄을 빼앗은 자가 에미야 시로를 마피아로부터 납치해 갔을 거라 바이 뤄롱이 추측한다.(*229)

반 펨은 모나코 일대를 마술 의식이 침식한다는 것을 보고받곤 지즈가 죽기 전에 걸었을 거라 짐작하곤, 아직 마술과 호환이 됬을 적어도 700년 전의 자신이면 그 마술을 바로 간파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의 자신을 경멸하려나 한다. 그리고 지즈를 옛 친구라 부른다.(*230)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와 예 스젠은 지즈의 시체를 보고 20년 전 모나코에서 에미야 키리츠구가 악명을 떨치던 시기를 떠올린다.(*231)
한편 예 스젠은 에미야 시로를 보호해 주고 있었는데 그가 마피아에게서 구한 여자아이가 스젠의 지인이었다 한다.(*232)
그리고 스젠은 자기가 지즈의 제자가 되어 잠깐이지만 터무니 없는 발전을 이루었다는 떡밥을 남긴다.(*233)

● 7권
카지노 중앙에 선상연회에 대해 아는 자만 인식할 수 있는 구역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두 번째 게임인 코인 벌기(통상의 도박을 하며 돈은 돈대로 벌고 전용 금화 코인을 100개에서 500개까지 불려야 한다. 돈은 자본금의 4배를 벌어들인 판에서 금화 코인은 20%밖에 불어나지 않았다.(*234) 반나절 전 토오사카 린이 연락 온 것에 대해 떠올린다.(*235)

토오사카 린은 지금 모나코 마피아들이 기원탄을 손이 넣은 걸 알린다. 지즈를 죽이는 데 쓰인 것이 마피아들에게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236) 한편 옆에서 듣던 바이 뤄롱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으르렁거리고(*237)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2세에게 지난 번 에미야 시로가 참가한 선상연회는 자기 대리로 갔으며, 지금 행방불명임을 알리는데 어쩐지 불평하면서도 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238)

지즈와의 계약으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선상연회에 참가했고, 지즈가 죽었지만 지즈의 계약 상 그의 제자가 대신 나설 수 있으며 하필이면 멜빈 웨인즈가 지즈의 제자랍시고 바톤을 이어받아 승부의 형태는 그대로라는 걸 알린다.(*239) 대체 어떻게 반나절만에 신대의 마술을 전수했냐는 것에 대해 바이 뤄롱이 설명해준다.(*240)

현 주요 쟁점을 정리하면 지즈의 죽음, 생전 지즈의 목적, 지즈의 제자가 된 멜빈 웨인즈, 지난 선상연회에서 승리한 에미야 시로의 행방이라는 4가지가 된다(덤으로 기원탄을 쓴다는 모나코 마피아의 수상함).(*241)

바이 뤄롱은 양아버지라지만 지즈가 죽은 것에 별 감흥은 없었다. 수천 년 전의 사람이 살아 있던 말든 뭐가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며 일단 지즈의 명령대로 에미야 시로를 찾는데 로드 엘멜로이 2세 쪽과 공투하고 그 뒤는 모르겠다 한다.(*242) 한편 뤄롱은 2세에게 에르고가 얼마나 달라졌나 묻고, 2세가 자기 최고의 제자라 하자 기대된다 한다.(*243)

한편 이전 권에서 이야기했던 실패확률 30%의 에르고에게 에스칼도스의 마술각인을 박는 도전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 공감 상태를 유지하기에 상대의 기억을 본다.(*244)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플랫이 유언이라도 준비해 두라 하자 에르고는 미스트03에게 다시 온다고 약속했으니 필요없다 한다.(*245)
헌데 플랫이 마지막 과정을 시작하자 에르고의 내면에 있는 건 마술이 아닌 세상을 부합하는 신비로 되어 있다 한다. 그리고 손오공과 세트가 물의 성을 가진 존재니 세 번째 신이도 그에 관련되었니 말하는 순간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의 안에 있는 것들이 반응한다. 잘도 오긴 했는데 조금 이른 것 같다 한다. 그러면서 플랫이 에르고의 몸에 빨려들어가고 에르고도 자취를 감춘다.(*246)

예 스젠이 집에 머물게 해 준 에미야 시로는 식사를 차려주고, 그 메뉴가 토오사카 린이 익히라 해서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네 집사에게 배웠다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서 스승은 토오사카 린 뿐이고 그녀가 아니었으면 시계탑에 있을 이유가 없다던가 한다. 예 스젠은 연하한테 끌리는 것에 미묘함을 느끼면서도 에미야 시로의 스승이라는 사람은 참 좋겠네 같은 생각을 한다.(*247) 근데 그럼 그런 스승을 두고서 무모하게 목숨을 걸어도 되냐 하고 에미야 시로는 면목이 없다 한다.(*248)

예 스젠이 요즘 반 펨이 선상연회에서 패배자가 나와서 모나코의 마피아 무르테가 통제불능이 되었다며 아직 부상이 완치되니 않은 에미야 시로는 자기 집에서 이틀은 머무르라 한다. 그 반 펨을 꺾은 장본인인 에미야 시로는 그걸 숨기며 말을 아낀다.(*249) 반 펨을 꺾은 자가 정체를 숨긴 것, 상금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 한다. 마피아들이 폭주한 건 어떻게든 정체를 모를 우승차를 찾아 자기들이 상금을 받아먹으려 한 것이다. 한편 예 스젠은 사상 마술의 상식에서 그 상식 밖 존재를 추리하면 이상한 결말에 도달할 것을 알고 여기서 말을 끊는다.(*250) 에미야 시로에게 이틀이란 기한을 잡은 건 이틀 뒤면 이번 선상연회가 끝나기 때문이다.(*251) 이틀의 약속을 확실히 하고 예 스젠이 나가려 할 때 에미야 시로가 자신과 반 펨의 일을 고백하려는 순간, 어딜 봐도 후유키 하얏트 호텔을 날려버린 그 방식이 예 스젠의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을 무너뜨린다.(*252)

돈 좀 따고 반 펨의 선상연회 두 번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던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멜빈 웨인즈가 찾아온다. 유달리 표정이 좋은 멜빈은 2세의 도박 관련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곤 대결을 제안한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끼어들어서 블랙잭 룰의 3파전이 시작된다.(*253)

예 스젠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 통째로 날아갔지만 상처 하나 없는 그녀의 결계로 폭파 해체된 광경은 감춰졌다.(*254) 에미야 시로는 강화로 책상을 강화해 목숨을 건졌고 예 스젠은 이건 물 한정으로 물 속처럼 공간과 질량의 조작이 가능해 상처 하나 없었다. 이는 지즈에게 배운 신대의 마술이라 한다.(*255)

캐스터 같다는 드립을 치는 에미야 시로가 상처가 벌어졌음에도 건물 폭파로 인한 사상자를 살피는 사이(사상자는 없음) 예 스젠은 이 건물을 폭파한 자가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을 것을 간파했다. 반 펨의 선상연회의 참가자를 죽이려 한 건가 해서 도발을 하자 저격탄이 대신 답례해 준다. 신대의 사상 마술로 그걸 막고 저격수까지 향하는데(*256) 상대는 체구가 작고 풀페이스 헬멧과 슈트로 온몸을 뒤덮은 자였다. 마술이 예 스젠의 신대의 마술과 닿아 무효화되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예 스젠의 뮈험도를 3으로 올린다 하더니 수류탄을 던져 왔다. 동양의 마술 세계에서도 경멸한다는 마술사 킬러 타입의 마술 사용자였다.(*257)

그 마술 사용자의 정체는 아틀라스원 출신의 떠돌이 연금술사 저스트였다. 분할사고로 격투전에서 예 스젠을 압도한다.(*258)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는 외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마술을 행사하지 않기에 신대의 마술의 심도로 무력화시키는 전법이 통하지 않는다.(*259) 예 스젠은 그럼 오른팔을 내 주고 신대의 사상 마술로 목을 딸 생각으로 덤볐는데 저스트의 목숨을 취하기 직전 바닥에 숨겨진 전기충겨기에 무력화 당한다.(*260) 그렇게 죽기 직전 에미야 시로가 구해준다.(*261)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시점 에미야 시로의 전투능력이 나오는데, 강화는 지극히 평범해 작중 마술사들과 비교해서 신체능력은 극히 평범했으나 그럼에도 빠른 사고를 사용해 적의 예측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체 운용까지 비약적으로 상승시켰고 이를 통해 분할사고 사용자 저스트의 연산전투를 여유 있게 따돌린다.(*262) 토오사카 린이 시로의 마술회로는 평범하니까 강화를 그나마 본래 좋은 눈에 집중하라 조언했다 하는데 그것이 통해서 압도적인 동체시력을 갖게 되었다.(*263)
본래 페이트 언리미티드 코드에서 학익쌍련은 들고 있는 검으로 베는 기술이었으나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에서는 학익삼련을 간소화시켜 두 쌍의 간장 막야 중 둘을 투척하고 나머지 둘을 손에 지고 끌어당겨 네 자루로 연격을 하는(학익삼련은 여섯 자루) 기술로 묘사된다. 그나마도 아직 완전히 자기 것으로 못 만들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저스트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 한다. 완성했으면 확실히 죽였을 거라 한다.(*264) 미완성이라 해도 학익쌍련을 구사하기 위해선 안목과 경험이 필요하기에 이 시기의 시로는 이미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수라장을 해쳐나간 상태다.(*265)
저스트는 에미야 시로를 보고 그가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였다 하며 짐승같은 목소리로 증오를 표출한다.(*266)

에스칼도스의 마술각인을 에르고에게 이식하려 한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는 고유결계의 반전현상에 휩쓸렸다. 마술각인 시술을 받을 때 서로의 정신세계에 빨려 들어가는건 흔하지만 몸 전체가 흡수되는 경우는 시계탑 역사에서도 서너 번 정도 밖에 없었다. 본래는 좀 더 정신적인 개념적 공간인데 에르고의 경우 삼켜버린 신이 너무 견고해 현실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267)
달을 통해 삼킨 신을 제어하라 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조언을 따라 에르고가 뭘 어떻게 하자 얼굴에 겐마가 만들어 준 가면이 떠오르고 세트가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래를 재료로 한 에테라이트를 생성해낸다.(*268) 그것만으로는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 없었다. 그러자 플랫 에스칼도스가 지금 하는 건 마술회로 대신 에테라이트를 이용하는 가짜 연결이니까 에스칼도스의 마술각인을 에르고에게 이식한 지금이라면 도울 수 있다며 자신의 마술회로와 에테라이트의 규격을 연결하여 여러 마술식을 구동시키는 걸로 정보를 회수했다. 로고스 리액트에서 고안한 것이라 한다. 이게 먹히자 에르고는 자신이 거인이 된 듯한 초능력 같은 걸 느끼며 신과 같은 소통이 가능해진다.(*269)
그렇게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는 모나코에서 그들과 인연 있는 자들을 인터넷 링크를 타고 가듯 보게 된다.(*270) 그 중에서도 에미야 시로를 발견하자 5차 성배전쟁의 일대기를 보게 된다. 5차 성배전쟁의 다양한 결과, 에미야 시로가 정의병자가 된 이유, 아쳐(에미야)와의 충돌, 4차 성배전쟁의 마지막 에미야 키리츠구가 시로를 구하는 장면 즈음에서 준비한 마술식이 바닥나 에르고는 다시 인간의 시점으로 돌아간다.(*271)

한편 저스트가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인 게 에미야 시로라 하자 순간 시로는 당황한다. 그 틈을 노려 저스트 공격해 와 시로가 위험에 처했을 때 신의 부감이 끝난 후 그 자리로 공간전이해 온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가 막아준다. 플랫이 저스트의 전법이 마술사 킬러 에미야 키리츠구와 같다고 말해버려서 시로가 키리츠구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저스트는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도 알고 있다 하며 에미야 시로를 용서하지 않겠다 선언하곤 특제 섬광탄을 폭파시키고 도주한다. 시로는 부상으로 쓰러진다.(*272)

그리드 블랙잭이 시작된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자본금이 약 500만 유로, 멜빈 웨인즈가 200만 유로,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300만 정도였는데 동전은 그 반대로 2세가 120개, 멜빈이 230개, 이시리드가 190개를 갖고 있었다. 2세가 유로를 배팅하자 멜빈은 대담하게 그리드를 선언해 동전을 내밀었다.(*273) 마술사만의 흐름을 이용한 특수한 배틀이 진행되어 선타는 2세가 이시리드의 동전을 빼앗아 가는 걸로 끝난다.(*274)

2세가 멜빈에게 얻을 것도 없으면서 왜 선상연회에 참가했냐 하자 멜빈은 지즈가 죽었으니 제자로서 참가하는 것이라 한다. 자기가 이기면 지즈의 새로운 유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도 한다.(*275) 잠시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모나코의 거물이며 세컨드 오너라는 썰을 풀곤(*276) 2세의 제자를 가르치는 방침 이야기도 나오고(*277) 그리고 멜빈이 지즈를 죽인 것이 에미야 키리츠구임을 알고 있다 밝히며 두 번째 판이 끝나는데 3명 모두 이겨서 동전을 가져간다.(*278)

멜빈 웨인즈의 요청으로 2세가 잠시 특기인 와이더닛을 발휘해 에미야 키리츠구의 와이더닛을 추측한다.(*279) 그리고 시작된 세 번째 판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멜빈 웨인즈에게 이번에 이긴 자가 진 자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룰을 추가하자 한다. 이 요청이 들어지면서 흐름이 바뀌어 세 번째 판은 2세가 이긴다.(*280) 대체 지즈가 멜빈에게 어떻게 해서 신대의 마술을 전수했냐 2세가 묻는데 이리저리 말한 걸 요약하면 '지즈가 스승으로서 알려주지 말라 했다' 로 정리되었다.(*281)

한편 인터넷 뉴스에 저스트가 예 스젠의 건물을 폭파해체로 날려버린 기사가 나왔는데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걸 보고 4차 성배전쟁에서 후유키 하얏트 호텔이 폭파해체한 것을 언급하며 에미야 키리츠구가 유력한 용의자임을 이야기한다.(*282)

모나코의 마피아 본거지가 화물선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토오사카 린,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 바이 뤄롱은 그 곳을 소탕하고 있었는데 인터넷 뉴스에서 저스트가 일으킨 건믈 폭파해체를 접한다. 들키지 않으면 문제 없지만 뉴스에 보도될 정도의 짓을 아무리 마피아라도 할 리가 없다 한다. 이래선 진짜 성당교회가 개입하기도 했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던 와중(*283)

얻은 정보를 정리한다. 일단 모나코의 마피아 무르테는 보관고에 준비해 두었던 기원탄을 누군가에게 빼앗겼다. 그 때 타이밍 좋게 모나코에 에미야 시로가 오자 이들은 에미야 키리츠구의 아들인 시로가 기원탄을 빼앗았다고 판단했다. 거기에 하위 패거리들이 반 펨의 선상연회에서 우승자가 나왔단 소식에 폭주한 것이 마피아가 에미야 시로를 끈질기게 추적해 왔던 지금의 상황이었다. 시로가 예 스젠의 지인을 구한 사실은 잊혀진지 오래다.(*284)
바이 뤄롱이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라는 멋진 두 여자가 믿어주는 에미야 시로가 나쁜 놈일 리 없다는 헛소리를 하는 가운데(*285) 린은 위화감을 느낀다. 5차 성배전쟁의 승리자로서 에미야 시로는 많은 가십적인 이야기거리를 품고 있지만 마피아들은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기원탄을 빼돌린 자로서만 시로를 추적했다. 즉 시로가 기원탄을 빼앗았다 착각하게 정보 조작을 하는 제3자가 있다는 논리였다.(*286) 이를 들은 루비아는 그 정보조작을 한 누군가가 기원탄의 은닉처를 찾기 위해 마피아에게 시로의 정보를 흘린 것 아니야 한다.(*287)

그런 와중 마피아 화물선에 반 펨이 찾아온다. 마술이 아닌 손기술로 비둘기 트릭을 선보인다.(*288) 본래 반 펨은 선상연회 기간에는 배에서 나오지 않기로 정햇는데 이번엔 건물을 하나 통째로 날려버린 사태가 났으니 그 책임을 묻기 위해 마피아들이 화물선으로 도주하기 전에 잡으러 왔다 한다.(*289) 반 펨이 에미야 시로를 대리로 세운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에게 상금을 수령할 자격이 있으니 받아가라 하자 루비아는 승리한 사람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이에 반 펨은 에델펠트가 후계자를 제대로 얻었다고 칭찬한다.(*290)

한편 마피아들이 다 박살난 상황에서 반 펨은 바이 뤄롱에게 용건이 있었다. 지즈의 신전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스칸달의 군대를 보았고 후계자 전쟁도 직접 감상했는데 알렉산드로스 4세의 친구임을 주장하는 바이 뤄롱에 대해선 어떤 것도 듣지 못 했다며 그의 정체를 묻는다.(*291) 반 펨은 알렉산드로스 4세가 사실상 격리당했던지라 그의 주변인물 중 자신이 모르는 자는 없다 하며, 더 나아가 바이 뤄롱이 지즈의 제자가 맞기는 한가 의심한다.(*292)

다시 도박으로 돌아가서, 폭파해체 소식을 들은 2세의 손맛이 나빠졌다. 다들 승부조작을 하는 가운데 2세는 동전을 못 쌓고 남은 둘이 동전을 쌓아 가는 가운데, 멜빈 웨인즈는 독주해서 자기 아래인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그리드를 못 걸게 만들려 한다. 2세는 그 전에 이시리드가 그리드를 걸기를 바랬다.(*293) 서로 몸 걱정하면서 시계탑 마술사 답지 않은 친분을 과시하며(*294) 동전이 아닌 칩을 통한 눈치보기가 이어진다.(*295)
한편 2세는 멜빈이 대답을 안 해주면 자기가 추론하겠다며 현대 시점에서 신대 마술의 구사가 가능한 이유를 이야기하곤(*296) 멜빈 웨인즈을 떠본 결과 바이 뤄롱 지즈의 다른 제자들과 다른 걸 넘어 현대의 마술사에게 신대의 마술을 주입한 원리 그 자체가 아니냐는 추론을 낸다.(*297) 이 부분을 반 펨이 직접 바이 뤄롱에게 캐묻는데, 진짜 지즈의 제자가 되어 버린 멜빈 웨인즈와 바이 뤄롱은 냄새가 전혀 다르며 뤄롱이 지즈의 제자인 건 말장난 아니냐 한다. 그리고 한 마리라지만 뤄롱이 삼켰다고 알려진 티폰의 용량은 분명 치명적일 텐데 뤄롱은 에르고와 달리 기억 포화를 일으키지 않았다. 즉 그 경우 결론은 바이 뤄롱이 지즈와 계약을 맺은 신이 아니냐는 것이다.(*298) 실제로 반 펨은 바이 뤄롱의 정체가 자그레우스임을 알아냈고 정체가 밝혀진 뤄롱이 적대적으로 나와 둘은 격돓판다.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가 정신을 차려 보니 예 스젠이 은신처로 쓰는 호텔 방이었다. 폭파해체 현장에 두 사람이 날려진 것은 당장 해명이 불가능했고, 이 시점에서 예 스젠이 지즈에게 신대의 마술을 전수받은 것이 정식으로 언급된다. 지금까지 그걸 숨긴 건 그걸 밝혔다간 지즈를 죽인 용의자로 몰랄 것을 염려한 것이다. 한편 그간 에미야 시로가 말 할 기회가 없어 못 전한 시로가 지난 선상연회의 우승자임을 플랫 에스칼도스가 말해버려서 예 스젠도 알게 된다. 이에 자기가 속은 것으로 판단해 빡쳐서 화장술을 쓰려 하자 에르고가 일단 플랫을 환수로 무력화시킨 후 예 스젠에게 일이 이렇게 된 건 모두 자기 탓이라며 사과를 박는다. 그걸 보고 에미야 시로가 껄껄거린다.(*299)
에미야 시로는 이 상황이 토오사카 린에게 자주 보여준 자길 죽일 듯한 눈으로 노려보던 게 생각난다 한다. 에르고가 아는 반응을 보여 말문이 트인다. 한편 시로는 로드 엘멜로이 2세와 딱 한 번 이야기한 게 다라 그가 로드니까 당연히 초 일류 마술사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300)
시로는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가 봤다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자신의 감정을 말한다. 에르고는 그걸 듣고 아직 에미야 시로가 미완성된 것을 느낀다. 한편 시로에게 있어 에미야 키리츠구 같은 존재를 에르고는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라 새각한다. (*301)
에미야 키리츠구가 마술사 킬라라는 점은 처음 들었을 때는 놀랐지만 차분히 들어보니 자기 안의 키리츠구의 모습과 어긋나지 않는 것 같다 하며, 제대로 삼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한다. 저스트가 자신이 키리츠구를 죽였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한다.(*302)
에미야 시로가 반 펨의 선상연회에서 이긴 건 뭔가 반 펨이 간파해도 소용없는 것을 설치해서 가능했으며 타인이 흉내낼 것이 아니라 한다.(*303)
한편 예 스젠은 지즈에게 에르고의 기억 포화에 대해 들었다 하며, 에미야 시로는 에르고가 토오사카 린과 함께 여행해 온 소중히 여겨야 할 상대라며 그걸 해결해 주고 싶어한다.(*304)

예 스젠과 에미야 시로는 에르고가 가진 겐마의 가면이 훌륲한데 미완성이라 한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완성시킬 수 있는데 예 스젠은 시로의 우승권리를 주면 그러겠다 했으나 시로는 자신은 대리라서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미래에 에미야 시로의 스승인 토오사카 린에게 빚을 지운다는 것으로 승낙했다.(*305)
투영으로 이 작업에 필요한 끌을 만든 시로는 가면을 다듬으면서 에르고에게 지금까지의 여정을 들려달라 한다.(*306)

에르고가 자신이 깨어난 후의 이야기를 스케치북을 동원해 잊어버린 것 까지 수습해서 해 주자 에미야 시로는 가면에 에르고가 잊은 기억들이 가면에 새겨져 있으며 단순한 권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에르고를 도와주는 것 같다 한다..(*307)
에미야 시로가 에르고에게 기억 포화가 해결되면 뭘 하고 싶냐 물었고 이에 에르고는 끝을 보고 싶다 한다.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이니, 그 여행에서 자기만의 끝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308) 기억은 없어도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을 생각하면 숙명에서 해방된 것 같다 하며, 기억에 없는 아버지 이스칸달가 오케아노스를 향한 것도 이런 느낌이려나 한다.(*309)
이에 자신의 투영의 공정을 설명해 준 시로는 이 가면이 어떤 것이건 에르고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도와줄 거라 한다. 그래서 이 가면을 어찌할 지 생각하라 한다.(*310) 한편 예 스젠의 작업이 완료되었고 이에 맞춰 에미야 시로가 망치를 잡고 가면을 다듬으려 하는데 플랫 에스칼도스가 뭔가 깨달았음을 이야기한다.(*311)

바이 뤄롱의 정체를 신으로 잡고 후보자를 골랐다 말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제부터는 로드이자 강사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임한다 한다. 그 말대로 일부러 그리드를 걸어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를 먼저 500장을 넘기게 해 클리어하게 만든 후 웨이버 벨벳으로서 멜빈 웨인즈에게 질 수 없다며 1대1 결투를 신청한다. 멜빈도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다.(*312) 두 사람의 결투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항목을 참조하도록 하고, 아무튼 승부는 2세의 승리로 끝난다.(*313)

플랫 에스칼도스가 생각해 보니 이번에 에스칼도스의 마술각인을 자신이 미스트03에게서 받아내온 과정에서 나온 리액션을 보니 이건 아버지의 방침이 아니라 한다.(*314) 그 말대로, 선상연회에서는 그간 존재감이 없던 아젤이 지즈의 참가권을 양도받았다는 플랫 에스칼도스의 어머니 아렛 에스칼도스에게 패배했고 플랫의 어머니가 3회전에 진출했다는 선언이 들려온다.(*315)

한편 저스트는 어딘가 근대병기를 한 가득 쌓아 놓은 공간에서 톰슨 센터 암 컨텐더까지 꺼내들곤 뭔가의 망상소리를 들으며 에미야 시로는 물론 로드 엘멜로이 2세도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라며 선생님을 위해 그를 처단하겠다 한다.(*316)

그리고 플랫 에스칼도스가 느닷없이 죽은 지즈가 또 한 명의 제자를 만든 것 같다 한다.(*317)

● 8권
■ 이번 편에서 본격적으로 위용을 드러낸 사선환희선에 대해서 정리한다.
→ 사선환희선이란 '사선환희선 클로제 아나펠'과 '조이 드 비브르'가 합체한 유람선이었다. 평소 합체 상태에서는 조이 드 비브르가 외곽을 담당하고, 카사가 열릴 때는 그 외곽을 분리해 내부의 사선환희선 클로제 아나펠이 출항하는 구조였다.(*318)
→ 사선환희선은 자체적으도 안개를 발생시켜 자신을 은폐한다. 따로 공작을 한 건 아니고 신비에 관련된 것으로서 가지는 본능이 스스로를 가리는 것이다. 한편 그레이의 묘지기로서의 직감이 이 배가 죽음과 명계에 가까운 유령선임을 느꼈다.(*319)
→ 사선환희선의 카사 세 번째 시합이 열린 특별실은 작은 방으로, 돔과 비슷한 반경 5미터 정도의 중앙 공간에 선명한 녹색 라샤(羅紗)가 깔린 장인이 만든 원탁, 목제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320)
→ 개인실은 배라고 하기에 상당히 넓으며 중앙에 소파와 의자, 몇 개의 테이블만 놓여 있는 공간이었다.(*321)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애니메이션 무한의 검제 편 마지막에 잠깐 나온 에미야 시로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시로는 에미야 키리츠구에게 배운 마술 수업이 너무 괴팍한지라 학생의 건강을 고려한 커리큘럼을 따르는 시계탑의 교육방식에 맥이 빠졌다거나, 단순한 토오사카 린의 수행원이 아닌 제대로 된 마술사가 될 가능성이 보여 시계탑의 정식 일원이 되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가 거절했다거나 했다 한다.(*322)

전편에 이어 등장한 플랫 에스칼도스의 어머니 알레트 에스칼도스는 40대 전후의 엄격해보이고 고급스러운 군복을 입은 여자로, 플랫의 이름만 들어도 감정이 불안정해진다며 약을 먹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전편에서 언급된 지즈의 제자, 또는 신과 계약한 자가 되어 있었다.(*323)
그녀는 2세에게 패배한 멜빈 웨인즈를 보고 지즈가 제자들에게 어떻게 행동할 지 방침을 정하지 않았으니 멜빈이 지즈를 배신해도 상관없니 하며 패배했으면 카사에서 떠나라 한다. 멜빈은 이의를 표시하지 않고 피를 노하며 나갔다.(*324) 한편 사선 환희선의 세 번째 게임이 준비되고 있었다.(*325)

그걸 들은 플랫 에스칼도스는 이 타이밍에 마피아와 전면전을 벌이지 않고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머니는 지즈의 제자가 되는 길을 즉각 선택할 거라 한다. 어머니에 대해 말하길 강의과단(剛毅果断) 불요불굴 정명강간(精明強幹)이라 한다. 가끔 불안정하고, 지금 에스칼도스 가문은 8할 정도는 어머니가 다시 일으킨 거나 마찬가지라 한다.(*326)

에르고는 지즈의 유언이 있다는 걸 듣곤 지즈가 자신이 살해당할 걸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 한다.(*327)
에미야 시로는 전편에 이어 에르고의 가면을 좀 더 손보았다. 가면을 건네받은 에르고가 그리스 조각상 같다 한다.(*328)
약속한 대로 시로를 반 펨에게 보내러 가기 전, 에르고는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인 자가 시로라고 말한 저스트에 대해 물었다. 시로는 그가 신경쓰이지만 지금은 자신이 사선환희선에 귀환해야 곤란한 일들이 해소될 것이기에 나중에 생각하겠다 한다.(*329)
고유결계의 반전현상애 일어났을 때 에미야 시로의 과거를 전부 확인했었던 에르고는 그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졌다.(*330)

멜빈 웨인즈와의 대결로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두고 전편의 정보를 다시 정리한다(도박에서 진 쪽은 이긴 쪽의 말을 따른다, 반 펨의 상품 중에 에르고와 그레이의 기억 포화와 나이 고정을 해결할 수 있는 술식이 존재하며 카사에서 이겨야만 얻을 수 있다).(*331)
그 와중 2세는 전편에서 드러난 정보인 바이 뤄롱의 정체가 자그레우스라는 걸 추론으로 파악했다.(*332)
그레이는 페이커, 간타이, 알렉산더 대황이 모두 자그레우스와 연관된 걸 알고 이 여행이 별들의 움직임 처럼 정답 바로 옆을 맴돌아 온 필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333)

우연히 식사를 위해 들른 곳은 에미야 키리츠구가 모나코에서 활동할 적 단골로 삼은 해변의 카패였고, 그 당시부터 일하던 여성 종업원은 에미야 시로를 보고 그가 키리츠구의 양자임을 간파한다. 키리츠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하는데, 시로는 그걸 보고 후지무라 타이가가 키리츠구를 종종 나쁜 어른이라 했던 것이 떠오른다 한다.(*334)
시로를 증오하는 저스트가 왜 그러는가를 생각하는 사이 키리츠구를 언급한 종업원이 공사로 철거되기 직전인 키리츠구의 단골 바를 알려줘서 가 본다.(*335) 해당 장소는 마력을 쓰지 않는 결계로 보호되고 있었고 시로가 해석해서 열어서 들어가는데 버려진 듯한 바의 지하에는 비밀 공간이 있었다.(*336) 그 안의 화약과 와이어를 이용한 함정은 에르고가 환수로 무력화 시켰다.(*337) 공간의 정체는 은신처로 과거 에미야 키리츠구가 썼을 이 공간은 저스트가 사용하는지 온갖 근대병기와 아틀라스원 기반의 장비로 가득했다.(*338)

저스트가 작성한 매핑이 가득한 화이트보드가 있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인 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던 지즈의 기록이었다.(*339)
그 다음은 에미야 시로를 중심으로 한 5차 성배전쟁에 대한 기록과(*340) 4차 성배전쟁 당시 폭파된 후유키 하얏트 호텔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었다. 저스트가 모나코에서 건물을 터뜨린 것의 견본으로 쓰였다.(*341) 오드 볼자크를 지대공 미사일로 날려버린 사건도 기록되어 있었다. 이 때 막지 못 했으면 뉴욕의 1/3가 괴멸되었을 거라 한다. 이 사건이 키리츠구가 그 악명으로 데뷔한 첫 기록으로 되어 있었다.(*342)
다음은 후유키 하얏트 호텔의 폭파 해체의 선행 사례로 보이는 야전 병원의 폭파였는데 당시 게라프가 병원에서 수백의 악령과 그것에 씐 병사들을 조종하고 있었고 그의 제자 흐류거의 협력으로 날려버렸다 한다. 후유키 때 처럼 세련되지는 않지만 마술사 죽이기로는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해 마술 세계에 충격을 준 사건이라 한다.(*343)
그리고 봉인지정 마술사가 은신처로 삼던 종교 건축물의 사람들을 독가스로 몰살시켰다. 이 때 악명이 너무 높아져서 이후의 에미야 키리츠구는 아인츠베른에게 의탁했다 한다.(*344)
이러한 행위는 극악 테러리스트와 마찬가지인지라 에미야 시로가 충격받는 사이 저스트의 다음 목표가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 롱고미니아드조차 기록되어 있었고, 반 펨의 카사에 참가중인 두 사람에게 경고하려 했지만 통신이 닿지 않았다.(*345)

한편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알레트 에스칼도스에게 왜 자식을 지키지 않고, 죽이려 하는가 묻는다. 이에 답하길 플랫은 대량 살상 병기에 자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므로 적절히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술사 다운 반응을 보인다. 마치 시계탑의 중진들처럼 내색을 전부 보이지 않고 여러 겹으로 진의를 숨기고 있었다. 그레이는 그래도 부모로서 플랫이 2세의 교실에서 성장한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346)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끼어들면서 본격적인 세 번째 게임의 장소로 안내된다.(*347)

세 번째 게임은 사선환희선의 특별실에서 이루어졌다.(*348) 반 펨이 바이 뤄롱과 겨루게 되면서 게임에 못 참가하나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시작 전 도착했다.(*349) 세 번째 게임의 장르는 매번 변경되는데 반 펨들의 딸들이 정한다. 반 펨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되지 않는다고 명예를 걸고 맹세한다.(*350)

그렇게 공개된 이번 회차의 세 번째 게임은 '투기장'이었다. 두 번재 게임에서 얻었던 코인 500개를 사용해서 공평히 승부하는데 한 승부 4라운드에 걸쳐 싸우는 동안 투기자 준 누가 어떻게 이길지를 걸었다. 승패를 맞추면 배율 2배, 판정승인가 KO승인를 맞추면 3배, 몇 라운드에서 이겼는를 맞추면 라운드 수에 따라(1라운드면 10배, 2라운드면 8화, 3라운드는 6배, 최종 라운드는 5배) 배율이 결정되는 식이었다. 영국에서 유행한 북메이커를 연상시켰다.(*351) 승부는 3회이며, 빨리 결착나지 않도록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서서히 늘려간다. 첫 번째 경기는 명당 200개, 두 번째는 명당 1000개, 세 번째는 무제한이다.(*352)
그리고 이 시합만의 특별 룰로 참가자들은 각자 마술회로를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루빅 큐브 같은 특수한 마술예장에 손을 대고 마력을 일으키면 기동한 만큼의 마술회로가 가능한 안전하게 마비되며 한 획당 코인 10개가 융통되고, 내기가 끝날 때 까지 마비 상태인 마술회로는 그대로 고정된 후 머지 않아 썩어 문드러지는 원리라 한다.(*353)
참고로 세 참가자들의 마술회로는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60개,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90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9개였다.(*354)
승리조건은 다른 사람들보다 코인을 많이 모으고 반 펨보다 더 많은 코인을 모으는 것이었다. 만약 그 1위한 자가 살해 등으로 사라지면 게임은 없었던 것이 되고 참가 비용은 반환되며 카사에서 살인을 한 자는 앞으로 참가 자격이 정지된다.(*355)
투기장이란 말 대로 고대 로마 풍 콜로세움이 준비되었고 이 특별실은 물론 사선환희선 전역에 홀로그램으로 출력되며 관객들도 내기에 참가할 수 있다. 싸우는 투기자는 프라이버시와 술식 은폐를 감안하여 개인을 특정하지 않도록 필터를 씌워 준다.(*356) 참가자에게 투기자의 정보는 최신 테블릿 피시로 전해진다.(*357) 가능한 불공평하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는데 예를 들어 마술회로가 빈약한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는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되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모든 회화는 염화만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358)

첫 시합의 투기자는 토오사카 린이었다.(*359) 시점이 몇 시간 전으로 돌아와서 반 펨과 바이 뤄롱은 서로 본래의 힘을 드러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반 펨은 지즈의 공방을 알려준다면 싸우지 않겠다 했지만 뤄롱은 아버지와의 계약이 절대라며 거절했다.(*360) 이에 토오사카 린이 끼어들어 이대로면 신비의 은닉이 박살나니 카사의 개최자 답게 내기로 결판을 지으라 한다. 바이 뤄롱은 내기는 신명 재판(오딜)에서 유래한 신성한 것이니 조건만 맞으면 아버지와의 계약을 없앨 수 있다 한다. 이에 반 펨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되, 말을 꺼낸 린 더러 책임을 지라 한다. 그래서 린이 카사의 세 번째 게임인 투기장에 투기자로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대전 상대는 키메라를 반 펨의 기술로 재현한 개체였다.(*361)(*362)

린과 키메라 모방품의 싸움은 린의 간드로 시작되는데 전혀 통하지 않았다.(*363) 이어서 보석 마술의 빙탄을 발사하는데 일반적인 방법으로 빙탄을 날리려면 7절의 영창이 필요하지만 보석 마술의 특성상 2절로 압축시킬 수 있었다.(*364) 이에 키메라가 표피에서 수백 개의 바늘을 발사하자 에메랄드를 사용한 강풍으로 2할 정도 되돌려줬다.(*365) 키메라가 꼬리의 뱀으로 백병전을 해 오자 시계탑 호신술 수업의 커리큘럼의 결과로 세계 랭커 급 복싱이 가능해진 린이 계속 피해내지만 스테미나가 부족해 벽으로 밀린다.(*366) 이에 린은 보석으로 키메라의 감각을 어지럽힌 후 정면으로 달려들어 체중 이동에 의한 균형 조절로 힘싸움을 한 후 중국권법의 화경으로 키메라를 내던진다.(*367) 이어서 방금 빙탄을 명중시켜 얼어줕은 부위에 간드를 담은 영거리 장타로 일격을 먹이는 콤비네이션인 팔극권의 절초, 오호출동(五虎出洞)을 시전했다.(*368) 거기에 상승을 겹친 강화로 이문정주를 때려박았다.(*369) 그렇게 이기나 싶었지만 앞선 회피에서 키메라의 독에 중독된지라 마무리를 못 하고 쓰러져 린의 패배가 된다.(*370)
배팅의 결과는 린이 KO 패배할 것에 200개 건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600개로 돌려받았고, 린의 KO 승리에 100개를 건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100개 몰수당했고, 토오사카 린이라면 다른 참가자들이 선택하지 않을 수를 일부러 고를 것이라 판단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린이 1라운드에서 패배할 것에 100개를 걸어 1000개로 돌려받는다. 마지막으로 반 펨은 2세와 같은 판단을 했지만 200개를 걸었기에 2000개로 돌려받는다.(*371)

휴식시간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피로로 뻗어버렸다. 그의 강점은 전술의 특이성(되는 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심사숙고, 숙고한 것 같으면서도 변덕성이 있고, 또는 대담하게, 또는 섬세하게 그 수가 자유자재로 변함)인데, 마술사나 신비에 푹 빠진 상대에게는 발상 밖에서 날아오는 마의 일격처럼 작용한다. 무력하고 겁 많아 보이는 사람이 조커를 내미는 것인데, 적으로 돌린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이성생물(에이리언)과 같은 정체불명의 존재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그걸 타파한 건 오랬동안 그를 관찰한 하트리스, 그리고 보자 마자 갬블러로서의 직감으로 알아차린 반 펨 정도다.(*372) 한편 언제나 불리한 상황에서 기지를 짜냈기에 이번 시합은 대등한 전력의 싸움을 하게 된 지라 익숙하지 않고 불안해진다.(*373) 덧붙여 카사란 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열리는데 매번 이 정도로 기교를 발휘하는 건 아니었다. 이번 카사가 과하리만치 정성이 들어간 건 이전 카사에서 에미야 시로에게 패배해서 그런 것 같다 한다.(*374)
그러던 와중 막 사선환희선에 도착한 플랫 에스칼도스와 예 스젠이 찾아왔다. 에미야 시로와 에르고가 모나코에서 에미야 키리츠구의 흔적을 찾느라 둘만 왔다 하자 2세는 에르고의 반응에 흥미로워했다. 일단 플랫은 연회에 어머니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참가했으니 이제 완벽환 관계자라며 본격적으로 뭔가 일을 시키기로 한다.(*375) 예 스젠에게는 지즈의 제자가 될 때 무엇을 요구받았냐를 물었는데 그녀는 카사에 참가한다는 게 요구의 전부였다 말한다. 한편 에미야 시로에게 빠진 그녀는 고유결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가 그에게 송곳니를 드러낼 때 2세가 그의 편이 되 달라 요구했다. 2세는 그녀의 감정을 듣고는 로드가 아닌 개인으로서 요청을 받아들인다.(*376)

시점이 옮겨져서, 에미야 시로는 생각보다 안정적인 정신상태로 저스트가 자신을 노린 이유가 마술사 킬러 에미야 키리츠구를 그냥 평범한 할아버지로 바꿔 놓은 것임에 납득한다. (*377) 문제는 저스트가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노리는 이유를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에르고가 왜 그랬는가(와이더닛)를 생각하자 한다.(*378) 그 때 이번에 시로를 붙잡았다는 30대 마피아가 비밀 장소애 들어와서 마주치게 된다.(*379) 본명은 안 나오고 헌팅캡이라 불리는 마피아는 에르고의 환수로 붙잡혔는데 살의로 가득 차 있었다. 일단 날뛰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풀어주자 저스트에 의해 마피아들이 몰살된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과거부터 모나코에 괜한 시비를 걸면 이상한 이름을 자칭하는 연금술사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었다 한다. 실제로 원인불명으로 마피아들이 죽어나간지라 모나코의 마피아들은 한동안 큰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있었다. 이번에 크게 준동한 건 에미야 시로가 카사에서 이긴 것의 나비효과 비슷한 것이었다.(*380) 남자가 여기까지 찾아온 건 모나코에서 눈에 띄는 동양인인 시로를 미행한 것이었다. 저스트가 불가침 장소인 반 펨의 유람선에 깽판치러 갔다는 걸 들은 남자는 분노하다가 문득 시로에게 왜 자신들과 싸울 때 충분히 자신들을 몰살시키고도 남을 실력이었으면서 굳이 당해줬냐 묻는다. 시로가 언제나의 정의의 사자로서의 지론을 설파하자 남자는 질려하더니 시로와 에르고를 보고 따라오라 한다.(*381)
남자가 안내한 곳은 저스트가 사선환희선을 향해 보트를 몰고 나간 해안선의 어느 지점이었다. 어렸을 때 모나코에서 일주일 간 에미야 키리츠구의 훈련을 받으며 정의의 사자를 동경한 적 있었다는 남자는 저스트가 맵핑한 걸 보고 시로의 정체를 알고서 도움을 준 것이다.(*382)
그렇게 사선환희선으로 향하려 할 때 저스트가 설치해 둔 트랩이 작동했다. 닿은 자를 전기충격으로 기절시키는 반경 10m 정도를 둘러싸는 벽,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도입되어 마술적 파츠가 탑제되었고 미래 예지가 가능한 특수한 드론이 일행을 덮친다. 간장 막야의 데이터가 수집된 드론들은 시로의 투척을 간단히 피했고, 에르고가 신비의 은닉이 가능한지 걱정하는 사이 시로는 6공정에 의한 투영으로 바쥬라를 만들어 드론들을 일격에 격파했다.(*383)

에미야 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예 스젠에게 찾아간 멜빈 웨인즈는 자신이 긴급하게 조사하거나 대처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며 선상연회 2라운드에 참가 못 해 탈락한 상태인 예 스젠에게 협력을 요청한다.(*384) 그를 따라가 보니 멜빈의 개인실은 신대의 마술을 응용해 생전과 사후를 기준으로 결계를 쳐 봉쇄하고 있었다.(*385) 그 안에는 여름의 해변이 구현되어 있었고 바다 속에는 지즈의 시체가 있었다. 멜빈이 지즈의 제자가 되기 전부터 구상했었던 이 공간은 술식만이 살아 있으며 술식의 초점이 지즈에게 맞춰져 있어서 지즈를 죽어 있지만 죽어 있기만 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 중이었다.(*386) 멜빈에 따르면 지즈는 언제 죽어도 되도록 준비하고 있었으며 선상연회가 마지막에 도달하면 누가 뭘 하건 자기 계획이 진행되도록 판을 짜 놨다 한다. 그걸 막기 위해 멜빈이 이러한 시설을 통해 그를 시체 째로 봉인하고 있었지만 지즈가 일으키는 현상 때문에 그게 점점 위태해지고 있었다.(*387) 신대의 마술은 대규모 술식일수록 현대 마술 이상으로 의존하는 것이 신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지즈의 시체를 매개로 지즈의 신전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셋은 그 곳으로 들어갔다.(*388)

두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는데 투기자는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고 바이 뤄롱이 특별 게스트로 입장한다. 토오사카 린의 승부는 갬블로 하라는 것에 맞춰 다른 참가자들과 별개로 반 펨과만 겨루는 형태로 참전했다.(*389)
대전 상대는 반 펨이 모조품으로 재현한 와이번이었다. 먼저 루비아가 우아한 사냥꾼으로서의 퍼포먼스로 다양한 폭발을 발생시켜 생긴 빛과 연막으로 퍼포먼스를 시전한다.(*390) 그 후 공중에서 강습해 오는 와이번을 문설트와 샤이닝 위저드로 대응한다. 루비아의 특기가 공중전이라 한다.(*391)
보석으로 일격사시키려 하자 와이번이 마술노심의 마력을 시선에 실어 진동시켜 노려보는 것 만으로 루비아의 보석을 부수었다. 마안 비슷한 이 사용법은 원종 와이번이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반 펨의 딸들이 추가로 조정시킨 것이라 한다.(*392) 루비아의 간드는 와이번이 본능으로 회피하고, 마력 진동에 대응하기 위해 꺼낸 고퀄리티의 루비도 시선에 박살났다.(*393) 그러자 루비아는 마력 진동이 마안과 같은 이치라면 시각적으로 파악될 때만 발동한다는 걸 간파하고 자기 몸으로 보석을 감싸며 달려들었다.(*394) 이 공중에서의 격돌은 루비아가 격추되어 끝난 줄 알았는데 사실 루비아는 처음 퍼포먼스를 펼칠 때 트랩으로 지연 마술을 걸어 둔 보석을 땅에 심어 두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발동한 보석은 화염 기둥으로 와이번을 강타했다.(*395)
이후 루비아는 와이번의 등에 타서 캐치 애즈 캐치 캔을 구사한다. 보통 인간은 물론 강화를 겹겹이 건 마술사라도 견디지 못 하고 정신을 앗아갈 와이번의 고속기동을 견디며 간드를 응용해 저주로 몸을 떨어지지 않게 한 후(*396) 루비아는 등과 발바닥에 숨긴 보석에서 마력을 분사해 현대과학의 제트기술을 재현한다.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준 아이디어로, 그레이의 애드가 구사하는 파성추 모드의 마력방출을 보석으로 대체한 것인데 새로운 비행 마술이라 할 수 있다.(*397) 보석에 저장 가능한 마력에 한계가 있어 하나를 다 써 버리면 다음 보석을 다단식 로켓처럼 차례차례 보석의 마력분사를 작동시키던 루비아는 와이번 자신의 제트 출력 쪽이 더 웃돌아버린 상황에서 그 출력으로 하강해 와이번에게 백드롭을 먹인다. 머리부터 격돌한 와이번은 뻗어버렸다.(*398)
배팅의 결과는 루비아가 KO 승리할 것에 200개 건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몰수당했고, 루비아의 KO 승리에 300개를 건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900개로 돌려받았고, 이번엔 상식 선에서 배팅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루비아의 KO 승리에 400개를 걸어 1200개로 돌려받았다.마지막으로 반 펨은 2라운드에서 루비아의 KO 승리에 500개를 걸어서 몰수당한다.*(*399)
마지막으로 별도로 배팅한 바이 뤄롱은 마술회로 300개를 환전해 얻은 코인 3000개를 루비아의 KO 승리에 건 결과 9000개로 돌려받았다.(*400)

두 번째 휴식시간에 2세는 지금까지 모인 정보로 고찰을 한다. 그레이와의 대화로 마찬가지로 아름답다는 키워드를 통해 세계란에 의한 고유결계를 떠올렸다.(*401) 지즈는 모나코를 이용한 거대한 술식을 남겼다.(*402) 반 펨은 그저 취미의자 삶의 보람으로 사선환희선을 움직이고 있지만 그 항로는 영맥에 위치한다. 지즈의 술식은 선상연회 그 자체를 이용한 마술이다.(*403) 일반적으로 타인이 설치한 마술에 간섭하는 건 극히 어렵지만 선상연회는 그 자체가 마술이 아닌 마술적인 이벤트일 뿐이라 간섭이 가능했다. 그것도 아직 반 펨이 지금의 선상연회의 형태를 갖추지 않은, 에르고의 실험이 시작될 즈음부터 간섭을 준비해 왔다.(*404) 도박의 유래가 신명재판(오딜)임을 이용했는데 거기서 최대 효과를 내려면 지즈나 그 계약자가 이길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자그레우스를 이용해 선상연회에 참가할 만한 상대를 모조리 자신의 제자로 포섭했다. 이는 2라운드에 난입했던 바이 뤄롱도 해당되며, 결과적으로 마지막 3라운드에서 바이 뤄롱이나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이기면 지즈의 목적은 성립한다.(*405)
그럼 지금까지 번외인 줄 알았던 바이 뤄롱도 내기에서 꺾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절망적인 코인 차이지만 2세는 자신이 마술전에는 절망적이지만 도박이라면 어떻게든 해 본다며 도박은 이길지 질지가 아니라 할지 안 할지라 한다.(*406)

그 때 거점의 매핑에 적혀 있던 대로 저스트가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의 목숨을 노려 온다. 일전에 탈락한 아젤과 같은 모습으로 덤볐는데 생각보다 허무하게 그레이에게 격파당한다. 하지만 그건 저스트 본인이 아닌 인형이었고, 모습을 드러낸 진짜 저스트가 총으로그레이를 쏴 버린다.(*407)
구체적으로는 2세를 쏘는 척 하면서 그레이를 톰슨 센터 암 컨텐더로 쏴 버린 건데, 본래라면 권총탄 따위로 쓰러질 그레이가 아니었지만 사용 탄환이 기원탄이었다. 이윽고 2세를 죽이기 위해 저스트가 톱을 전개한 순간 뒤늦게 에르고와 에미야 시로가 현장에 도착해 어떻게든 수습한다. 정신적인 충격에 빠진 2세의 마술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에르고는 자신이 그레이를 살필 테니 2세는 마지막 라운드로 향하도록 한다.(*408) 결국 죽어가는 표정으로 마지막 내기는 혼자 참가하게 되었다.(*409)
본래라면 그레이의 마술회로가 박살나야 했지만 그레이는 지금까지 쌓은 경험에 의한 본능으로 명중하기 전 즉시 마술회로를 정지시켰고 회로의 데미지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화를 중단시켰기에 톰슨 센터 암 컨텐더의 물리적 데미지를 소녀의 육체로 그대로 받았다는 점, 마술회로를 급히 정지시킬 때 몸을 휘감고 있던 마력이 금제동 급감속한 것에 의한 부담이 몸을 망가뜨렸다는 점은 피할 수 없었다. 거기에 기원탄의 성질은 마술회로 뿐만 아니라 상처에도 작용하기에 상처 부근의 근육과 신경과 혈관이 있을 수 없는 형태로 비틀어졌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 즉석에서 에르고가 심령수술을 하게 된다.(*410)

세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는데 투기자는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의 듀오고, 대전 상대는 모조 히드라였다.(*411) 2세는 그레이의 빈자리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배팅을 개시했다.(*412)
히드라의 강점이 나오는데 일단 머리가 아홉이란 건 아홉 마리의 강력한 환상종이 태그를 맺은 것과 같다. 이것들이 축구하듯 각각 전위에 3개, 중위에 3개, 후위에 3개가 배치되어 전술적으로 움직였다.(*413) 그리고 모조라지만 그 말도 안 되는 독은 들이마시기만 해도 죽기에 린과 루비아는 미리 폐와 적혈구 기능을 강화해서 호흡을 거의 정지시키고 싸울 수 밖에 없었다.(*414) 거기에 내뱉은 독을 이용해 지면을 녹여 독늪으로 만든 후 지중 이동을 할 수 있다.(*415) 평범한 마술사면 위의 3가지 요소를 대처하는 것 만으로 1분도 버티지 못하고 마력이 고갈된다 한다.(*416)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개쩌는 융합을 발동시켜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에 대한 설명은 융합 항목을 참조하도록 하고, 모조 히드라의 머리 셋을 태우고 또 머리 셋을 얼려 거의 쓰러뜨리기 직전까지 갔지만 히드라의 초재생능력 때문에 완전히 쓰러뜨리는 것은 실패하고 제압된다. 패배하기 직전 1라운드가 종료되어 패배는 면했다.(*417)
2라운드가 시작하기 전 휴식 시간에 치료를 열심히 돌리는 와중 모조 히드라의 독늪화는 계속 진행되었다. 경기장의 6할이 독늪이 되면 버서커(헤라클레스) 본인을 불러오지 않는 한 퇴치는 무리라 한다.(*418)
그렇게 2라운드가 시작되고 두 사람의 패배로 이어질 줄 알았는데 사실 이 둘은 히드라의 독늪에 1라운드 때 부터 독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독은 1회전 때 토오사카 린이 중독당한 키메라의 마비독을 분석해서 재현한 것이었다. 이게 신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뱀과 술의 일화이기도 한 지라 히드라에게 그 독은 아주 잘 먹혔다. 마무리로 루비아가 미리 독늪에 잔뜩 빠뜨린 보석을 이용해 그물을 쳐서 마비된 히드라를 건져낸 후 완전히 혼수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승부가 났다.(*419)

저스트와 에미야 시로의 결투는 각자 분할사고와 강화된 동체 시력으로 서로의 전투행동을 간파해 길게 이어졌다.(*420) 지금까지 저스트가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힌 자들이 에미야 키리츠구의 원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라 시로는 파악했다. 그리고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였다고 말해도 되는 사람은 자신 뿐이라며 다른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지 마라 한다.(*421)
대치가 오래되자 둘의 싸움은 저스트가 유리해졌다. 기게 몸에 분할사고의 부가 기능인 효율적인 신체 운용이 가능한 저스트에 비해 시로는 시계탑 호신술 수업에서 훈련을 받았다 해도 전문가와 거리가 멀고, 강화에 의한 시력 강화는 태생적으로 안구 같은 작은 곳에 마력을 집중시킬 경우 익숙하다 해도 20분 정도 쓰자 한계에 도달했다.(*422) 시로가 후퇴하며 투영을 하려 하자 같은 방식에 단말기가 박살났던 저스트가 이번엔 읽고 초 접근해 다리에 전개한 체인소로 쥐고 있던 간장 막야의 한 쪽을 날려버렸다. 다른 하나는 시로가 투척해(*423)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했지만 이미 학익이련을 당해 본 저스트는 그것도 막아버리고 시로의 팔을 톱으로 찢었다..(*424)
저스트가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노린 건 그가 후유키 시에 해체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분할사고로 예지했기 때문이다.(*425)
시로가 시대에 뒤떨어진 정의의 아군이라 하는 저스트는 자신이 기원탄이 숨겨진 곳을 파악하지 못 했기에 시로가 그걸 찾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시로를 죽이고 기원탄을 입수하려 했음을 밝힌다. 시로는 예 스젠 덕에 목숨을 건졌지만 기원탄은 그렇게 회수했다 한다.(*426)
마지막 마무리로 톰슨 센터 암 컨텐더에 장전한 일반 탄환으로 시로의 목숨을 끊으려 하는데(*427) 시로는 자신의 과거에 관련된 평행세계의 정보를 읽어들였던 에르고에게 에미야 키리츠구가 죽기 전 시로가 정의의 사자를 이어 주겠다고 한 말이 닿았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며, 정의의 아군은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중에서 저스트가 선택한 길이 옳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키리츠구가 안심했다고 말했던 길에 있고 자신이 신경쓰는 건 그것 뿐이라 한다.(*428)
저스트는 에미야 키리츠구의 마지막 유언이 안심했다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고,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키리츠구는 그런 말 따위 하지 않을 것이라 하면서도 분할사고로 에미야 시로가 거짓말을 할 리 없음을 읽고 둘의 모순에 버벅거린다.(*429) 자신이 노렸던 자들을 되짚던 저스트가 지즈까지 되짚자 망가진 녹음기처럼 지즈를 멈춰야 한다고 반복하는데 시로는 이 녀석이 뭔가 정신조작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430)
그리고 저스트는 결코 들키지 않고 싶었던 추태를 시로가 들었다 하면서 리미터를 해제해 자신의 기계 몸이 1분도 견디지 못 할 정도로 공격을 퍼부었다. 시로가 마지막으로 투영한 간장 막야를 부순다.(*431) 시로의 죽음이 자신의 보람이며, 마지막까지 불썽사납고 꼴사납게 발버둥치다 죽는 게 시로에게 어울린다 하며 수백 번 예측한 일격을 내지르려 하는데 그 순간 저스트의 톱날이 베고 지나갔던 배의 마스트가 부러졌다. 시로가 최후에 투영한 간장 막야와 자신을 덮쳐 오는 마스트 중 어느 하나는 피할 수 없으며 이걸 에미야 시로가 준비한 트랩임을 안 저스트는 시로와 맞찔러 같이 죽겠다며 달려든다.(*432)
그렇게 결착이 났는데 시로는 간장 막야로 마스트를 막아줬다. 그리고 저스트의 마지막 톱의 일격은 시로의 몸통을 찢었다. 그렇게 거의 사망 직전의 상태로 기원탄을 맞았다는 그레이를 도우려 가는 시로의 모습에서 저스트는 지식으로서만 알고 있던 자기 보전은 일절 없고 자기희생을 우선시하는 정신병에 가까운 정의의 아군 에미야 시로를 직접 경험하고 뭐라 할 말을 잃었다.(*433)

그레이의 특별한 육체는 가사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자아기 작동했고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했지만 점점 죽음에 임박해 갔다. 육체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져 정신과 영혼의 영역이 넓어졌고 본래 자신의 능력이 증폭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434)
일종의 영매 상태가 되어 회색 머리의 남자의 시점에서 라이더(이스칸달)와 대화하는 걸 경험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핏빛이 된 강이 배경이었다.(*435) 그 남자는 신대의 종말을 말했다.(*436) 그러자 배경이 아름다운 경치가 되었으며 남자는 보수는 이것뿐이냐며 분노했다.(*437) 남자는 앞으로 닥칠 디아도코이 전쟁의 비참함(*438) 환경을 전무 먹어치워 낭비하고 소모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추악함, 빙하기를 가져와 본인마저 사멸시킨 고대 식물의 방향성 등을 이야기한다.(*439) 배경은 멸망 후의 지구가 되었고, 남자는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 묻는다.(*440)
에르고의 심령수술은 지즈가 야코우 아키라의 안쪽에서 신을 절반 적출할 때의 기법을 환수를 사용해 재현한 것이다.(*441) 첫 단계로 기원탄을 적출했지만 계속해서 작살난 마술회로와 신경을 다시 연결하고 혼을 깨우고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했다. 시계탑의 고위 마술의(위치 닥터)가 아니면 대응 불가능한 짓을 에르고가 해내야 했다.(*442)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배운 월륜관에 에미야 시로의 투영 6절, 플랫 에스칼도스가 마술각인의 조각으로 자기 내면의 신을 스캔했던 것을 응용해 '바다에 가라앉아 녹아가는 달'로서 그레이의 안쪽으로 침투한다.(*443) 이는 성공해서 에르고는 정신세계에서 그레이의 의식을 붙잡았다. 이제 상처만 마무리하면 되는데(*444) 정신세계는 사선환희선 전체를 부감하기 시작했다. (*445)
이 천리안과도 같은 특수현상에서 지즈가 카사를 이용해 모나코에 적용시킨 술식을 찾자 지즈의 신전에 들어가서 그의 시체를 상대로 뭔가 의식을 하는 플랫 에스칼도스, 예 스젠, 멜빈 웨인즈의 모습이 보이다가 지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안 죽었다던가 그런 건 아니고 일종의 기록으로 남았다 한다. 무시키는 사정 상 자신을 죽일 수 없고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라면 자신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즈의 기록은 기억이 완전 동기화된 게 아니라 누가 자길 죽였는지는 모른다 하며, 그레이가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들은 그의 계획(절반만)이 사실이냐 캐묻자 말 돌리듯 강화 VR 같은 느낌으로 선상연회 3회전 2라운드가 막 시작하는 투기장을 출력하곤 구경이나 하자 한다.(*446)

3라운드 배팅의 결과는 마술회로 50개까지 걸어 투기자 듀오가 KO 승리할 것에 1200개 건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3600개로 돌려받았고, 히드라의 KO 승리에 1000개를 건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몰수당했고, 로드 엘멜로이 2세가 투기자 듀오가 최종 라운드에서 KO 승리할 것에 자신이 가진 2200개의 코인 중 2000개를 걸어 만 개로 돌려받았다.(*447)
그리고 바이 뤄롱은 모든 코인을 투기자의 KO승리에 걸었다. 총 13000개가 된 뤄롱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길 수 없어 끝나나 했으나 2세가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일단 이전 룰의 설명에서 3회전에는 걸 수 있는 코인이 무제한이라는 룰에서 사실 이 갬블이 복수의 갬블러가 동맹을 맺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고 2세는 자신의 코인을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에게 만 개 넘겼다. 참고로 반 펨도 그런 룰 못 들었어라는 반응이었는데 이건 평소의 선상연회가 반 펨과 도전자의 1대1 대전으로 이루어졌고 이런 복수 이상의 참가자기 있는 연회가 오랜만이라 개최자이면서 그의 딸들이 만든 룰을 전부 파악하고 있지 못 해서였다.(*448) 이시리드는 3라운드가 막 시작할 때 2세에게 염화로 이 거래를 제안받았고 그냥 해서는 자신이 이길 가능성은 0이기에 받았다 한다.(*449) 최종적으로 이시리드가 13100개로 13000개인 바이 뤄롱을 100개 차이로 앞섰다.(*450)
이를 지켜보는 지즈의 기억은 2세와 자신의 내기가 '반 펨에게 이긴 쪽에게 진 쪽이 따른다' 였기에 하여간 자기 제자인 바이 뤄롱이 반 펨보다 코인을 많이 얻었으니 자기가 이긴 것 아니냐 한다.(*451)
여기서 2세는 선상연회의 결착을 멈출 것을 요청하는데 그건 지즈의 살해자가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이라는 이유였다.(*452) 앞서 2세는 선상연회에서 살인을 저지른 자가 나온다면 승자가 없는 몰수 경기로 하자는 룰을 확인했는데 이는 자신이 연회 도중 살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기도 했지만 이렇게 자기가 못 이기는 상황에서 근본부터 뒤집어버릴 것도 상정했기 때문이다.(*453)
그 다음은 왜 이시리드가 범인이냔 것인데, 그 근거는 그가 2세의 제안에 따랐기 때문이다. 이시리드가 그냥 평범하게 선상연회에 참가한 거라면 굳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할 마술회로를 50개 씩이나 걸어 바이 뤄롱에게 도전하는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반 펨을 꺽기 위한 코인의 확보는 그냥 2세에게 전달받은 코인만으로도 문제가 없었다.(*454)
뒤이어 2세가 이시리드에게 반 펨의 비보로 노리는 게 뭐냐 묻자 대답하지 못 한다. 침묵이야말로 대답이었다.(*455)
그럼 물증을 대 보라고 이시리드가 요구하자 2세는 저스트의 인형이 아젤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걸 이야기한다. 애당초 모든 것을 꽁꽁 싸매고 주술사라면서 주술을 사용한 적도 없는 아젤은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었으며, 이시리드가 지즈를 죽이기 위한 수단인 저스트의 인형을 사선환희선에 들여보내기 위해 이시리드가 의 지부장으로서의 권한으로 날조한 자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즈가 저격당할 당시 이시리드와 아젤은 같이 있었고, 그렇게 아젤이 임무를 완수하자 그는 알레트 에스칼도스에게 의도적으로 패배해서 모습을 감추었다.(*456)
그럼 자신이 지즈를 죽인 동기를 대 보라 이시리드가 요구하자 2세는 이시리드의 목적이 선상연회를 이용한 지즈의 술식을 멈추고 싶은 거 아니냐 한다. 반 펨과 알레트 에스칼도스는 지즈의 술식의 정체를 몰랐기에 각자 의심과 흥미를 보였다.(*457)
이시리드는 지즈를 죽이면 술식이 멈출 거라 생각했지만 이 술식은 이전에 2세가 간파했을 때 언급한 대로 지즈가 죽어버려도 그 제자들이 선상연회의 참가자로 있을 경우 유지되었다. 그렇기에 지즈가 사망한 후 도주하지 않고 끝까지 선상연회에 남아 제자들을 상대로 이길 필요가 있었으며, 마술회로까지 걸어 바이 뤄롱을 이길 필요가 있었다 한다.(*458)
에르고의 예측으로는 2세는 아마 이시리드에게 동맹을 제의할 때 투기자의 한정 승리에 걸라 요구하면서 그걸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코인을 양보하지 않았을 거라 한다. 이 조건대로라면 이시리드가 뤄롱을 이기기 위해 걸어야 할 마술회로의 숫자는 최저 46개였고 그 숫자가 애매하니 딱 떨어지는 50개를 투자했다는 결론이 나온다.(*459)
마지막으로 이시리드가 저스트에게 2세를 죽이게 만들려 한 건 지즈와 개인적인 내기를 하고 있는 2세의 죽음이 지즈의 술식을 멈추기 위한 요소가 될 지 몰라 건 것이라 한다.(*460)
추리가 끝나자 그걸 정신세계에서 바라보던 지즈의 기억은 근본적으로 위상을 어긋나게 해 자신과 에르고, 그레이를 연회의 특별실에 실체화 시키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에게 왜 자신을 죽였냐 묻는다.(*461)
이시리드는 자신의 조상이 지즈임을 실토한다. 선상연회 2회전 블랙잭 대결에서 그는 자신의 조상이 떠돌이 여행자라 이야기했는데 그게 지즈였다. 그 당시 '여행자는 마술각인을 넘겨주지 않았다' 고 하는데 진실은 애초에 신대의 마술사인 지즈에게 마술각인이란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시리드는 그 여행자가 주변 토지 정리를 해 줬다 하는데 그 작업이 선상연회를 이용한 술식을 만드는 것이었다.(*462)
이시리드의 동기는 지즈가 어떤 목적도 주지 않고 마술사의 재능과 모나코라는 특별한 영지만 두고 떠나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모건 파르스라는 가문이 어쨌든 수백 년의 역사를 쌓은 시점에서 지즈가 다시 들렀다 하는데 당시 지즈는 이제 이 토지를 사용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내렸다. 모건 파르스가 협력하라는 말은 커녕 방해하지 마란 말 조차 없었다 한다. 마술사라는 인종이 2000년 간 목적 없이 살아왔다는 건 보통 사람 입장에서야 그게 무슨 살해 동기냐 할 지 몰라도 선조에게 있건 없건 상관없는 무가치적 존재라 선언받은 건 심적인 타격이 컸다 한다.(*463)
다만 이시리드 본인도 이게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라 인정했다. 모건 파르스는 대성했지만 그래도 신대의 마술사에게는 발끝도 못 미쳤다. 그는 개쩌는 선조에게 질투했고, 그 선조님이 2000년 이상 계획한 것을 전부 부수고 싶었다 한다.(*464) 하지만 정작 지즈를 죽여도 술식은 멀쩡했기에 선상연회의 승리자 권한으로 박살내고자 했고 그래서 2세의 트랩에 걸렸다.(*465)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는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자신들 같은 부류를 표본처럼 늘어놓은 결과 약탈공이 된 거 아니냐 한다. 이에 2세는 매일 자신이 대마술사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하며, 그렇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다 한다. 용기만 있으면 마술사로서 대성하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2세 따위를 자칭하지 않았을 것이며, 자신이 2세랍시고 떠드는 건 성적표를 숨기는 아이와 같고 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무너졌을 지도 모른다 한다.(*466) 그런 어리석음을 포기하지 않는 자신은 이번 여행을 통해 각오를 다졌다 하며, 그렇기에 모건 파르스의 2000년이 어떤 결실이 없었다 해도 비웃지 않는다 한다.(*467)

지즈의 기억은 이걸 보고 자신이 현대의 마술사를 이해할 일은 없어도 인간의 심리는 신대에도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한다.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전에 절반까지만 고찰한 지즈의 진정한 목적을 해체해 보겠다 하며 지즈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468)
일단 2세는 지즈의 아름다움을 지적한다. 과거 이젤마 사건에서도 나왔듯 마술 세계에 있어 아름다움은 마술이 될 수 있으며,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운 지즈도 그에 속한다 가정한다. 그리고 반 펨이 아무리 꼬드겨도 지즈의 신전의 위치를 말하지 않은 바이 뤄롱의 태도, 신대의 마술에서 신전이 가지는 중요도를 생각하면 지즈의 육체 그 자체가 신전이란 결론이 나온다 한다.(*469)
지즈의 기억은 2세가 자력으로 거기까지 이치를 알 수 있다면 2세가 신대의 마술을 배울 경우 마술사로서 대성할 수 있다며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을 권유한다.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신대의 마술은 자신이 사랑하는 마술이 아니며 자신은 현대의 마술사로 근원을 추구하며 남겠다 한다.(*470)
다시 추리로 넘어가서, 2세는 에르고에게 월륜관을 가르친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본질이 없는 공상 부류에게 있어 무기 그 자체인 것이 아름다움이라 한다. 그 공상과 극히 가까운 신비로 공상구현화와 고유결계가 있음을 말하며 여기까지 종합하면 지즈의 정체는 신대의 마술사이자 신전이며 동시에 고유결계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다.(*471)
본래 고유결계는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그걸 피하기 위해 모 흡혈귀 씨의 고유결계처럼 몸 속에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지즈의 경우에는 반대로 자신의 몸을 버리고 고유결계 자체를 육체로 만들었다 한다. 이렇게 된 건 기원탄에 맞았을 때 그것이 지즈라는 죽음을 끄집어내면서 그가 준비하고 있던 마술을 일시적으로 빼앗았기 때문이다.(*472)
그리고 지즈의 기억이 존재하는 내면세계를 선상연회 특별실에 침투시킨 건 내면세계에 선상연회의 중심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여기까지 밝혀진 시점에서 지즈는 바이 뤄롱에게 에르고를 포박하게 한다. 그리고 이번 로드 엘멜로이 2세와의 내기에서 자신이 졌다면 자신의 목적은 파탄날 것이었지만 2세가 마지막을 몰수 경기로 만들었기에 이긴 건 아니지만 진 것도 아니라 지금 몰수 시합이라는 결과의 확정으로 운의 편향이 사라지기 전인 이 자리에서만은 불완전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추구할 수 있다 한다.(*473)
일본에서 지즈가 후에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자 한 것은 일종의 개념적인 의미로, 비옥한 초승달을 고대 오리엔트의 중심지라고 생각했을 경우, 신의 흐름을 쫓았을 때 이번 여행의 장소들은 원초에 있는 지점이라 한다. 길가메쉬 신화가 특별한 것도 세계 각지의 원초의 신화가 되어 신화의 주형이 되었기 때문이며, 그런 의미에서 신장주체(神臟鑄體)다. 신장주체는 간타이의 정식 명칭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자는 건 신이라는 이야기의 원초를 쫓으면 그 앞에서 지즈가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이었다 한다.(*474)
2세는 지즈의 와이더닛을 절만만 알 것 같다 한다. 지즈가 담당한 방황의 바다의 문은 보존(게논)이니 보존된 신의 이용방법이 그들의 오의인 비닉신리가 되며 지즈가 에르고와 바이 뤄롱을 갖고 하려 한 짓은 그가 살았던 신대보다 더욱 고대로 세상을 되돌리려는 것 아니냐 한다. 이에 지즈는 확실히 절반만 맞다 하며 자신의 썰을 풀기 시작한다.(*475) 생명의 방향성적인 문제로서, 지즈는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도록 만들어진 것이 우리라 한다. 보다 강하고 현명하고 상냥하고 아름다운 곳을 지향할수록 인간은 원죄를 짓는다.(*476) 이걸 마술사적으로 접근할 경우 인간은 생명의 방향성이 발생한 단계에서 고정되었으며 애초에 선택지초차 없이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고 낭비하도록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으며 그 죄를 묻는 건 처음부터 무의미했다는 일종의 결정론을 이야기한다.(*477) 그렇기에 실패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창조한 부모이며 그 부모.... 별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합당하다 한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건 인간의 부모가 될 새로운 별을 만들려 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 모나코에서 벌인 일은 아직 완성된 술식이 아니었다. 고유결계란 한 번 완성되면 바꿀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는 자신이란 고유결계를 완성시키지 않고 2000년 넘게 계속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 중이었다. 자신의 영혼의 핵에 신념이라는 씨를 뿌리고 사상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고 동경이나 집념이란 물과 비료를 주고 가끔은 자신의 마음의 가지치기를 해 심상세계를 관리해 왔다. 지즈가 편안하고 인간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비인간적인 인상을 보인 건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고유결계는 이번 선상연회가 끝나는 오늘 완성된다 한다. 즉, 별을 만드는 고유결계다. 그가 마술적으로 아름다웠던 건 별이 아름답기에 그걸 만드는 고유결계로서 아름다웠던 것이다.(*478)
이를 들은 로드 엘멜로이 2세는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행성과 마술 세계에서 말하는 별은 다르니까 행성이 하나 늘어도 그 자체는 문제 없을 것이라 한다. 문제는 그 별을 만들 재료였다. 신이란 이야기의 주형이고 세계의 알이며 역사 그 자체이므로 행성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한다. 그래서 거기 써 먹으려고 에르고와 바이 뤄롱을 준비했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행성은 극히 작았기에 대충 지구의 지표의 1%인 모나코와 코트다쥐르를 써먹겠다 한다. 별을 만든다는 건 근원에 도달하는 것과 같은 대위업이고 그걸 그 정도 희생으로 이룰 수 있다면 시계탑의 마술사 적 마인드로는 남는 장사고 거절할 이유는 없을 거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인정한다. 하지만 에르고가 희생되기에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479)
만약 갬블의 결과가 어느 한 쪽의 승리로 끝났으면 이긴 쪽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겠지만 몰수 경기가 된 이상 서로 타협하지 못 하므로 힘으로 상대를 꺾을 수 밖에 없었다. 고로, 그레이가 롱고미니아드 진명개방으로 선빵을 날렸다.(*480) 둘이 충돌한 여파로 고유결계 특유의 재배치 현상이 발생해 일부를 제외한 전원 사선환희선의 갑판에 모이게 된다.(*481) 사선환희선은 둘러싸던 안개를 폭풍으로 만들어 누군가 도망치는 걸 막게 했다.(*482) 지즈의 몸은 빛나며 블랙홀 마냥 폭풍을 빨아들이고 있었고, 2000년 분의 마력 출력으로 롱고미니아드 진명개방을 상쇄했다. 이 모습은 고유결계・유성체(固有結界・幼星体)로 정의된다.(*483)

한편 지즈의 힘이 전승 방어 같은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마력 출력이 높은 것임을 안 반 펨은 제7마성을 개문한다.(*484)
반 펨의 제7마성의 정체는 사선환희선을 분해해 재료로 삼아 힘과 융합시킨 것으로, 약 100M 정도 사이즈의 거대 로봇, 골렘이었다. 그 주먹의 힘은 레일 체펠린의 마안대투사를 능가하며 한 방 한 방이 그레이의 롱고미니아드에 필적했다.(*485)
이에 대응하는 지즈의 유성체는 자신의 빛을 여러 개로 분열시켜 자신과 성질을 공유하는 인간형의 검사로 만든 후 공격해 온다. 하나하나가 마력량만 보면 영령에 육박하며 내버려두면 무한 양산이 가능했다.(*486)

지즈에게 포박되었던 에르고가 정신을 차리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그가 삼킨 마지막 신의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487) 앞선 두 신이 물과 바다에 관련된 손오공과 세트였으니 세 번째 신도 물에 관련되었을 거라 한다. 거기에 에르고의 정체가 알렉산드로스 4세임을 고려하면 들어맞는건 오케아노스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 또는 흐르는 물 그 자체다. 이스칸달 왕이 자신의 목표인 세상 끝의 바다에 붙인 이름이기도 했다.(*488) 밝혀내는 것 자체는 간단했지만, 그 정체가 문제였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처음 공개된 대로 타입문 세계관의 그리스 신들은 우주에서 찾아온 기계생명체들이었고, 그건 오케아노스도 다름 없어 하늘을 나는 배였다. 신대의 인간인 지즈는 그걸 지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현대의 인간인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기에 오케아노스란 신을 묻는 데 위화감을 느끼고 망설임을 품고 있었다. 한 가지 복선이 있었는데 바이 뤄롱과 에르고가 일본에서 싸울 적 뤄롱은 모든 것을 분자로 분해했던 와중진동(渦重振動)이란 걸 썼었다. 이것이 그리스 로봇들의 기술의 편린이였다.(*489)

에르고가 새로운 신을 얻으면 그게 곧 역전하는 키였기에 이번에도 기대했지만 오히려 오케아노스가 밝혀지자 그 힘은 지즈가 강탈해서 그의 고유결계 유생체를 다음 단계로 이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490)
진화한 유생체는 앞으로 자신이 만들 새로운 행성에 적용할 개념인 '정체'를 시전한다.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낭비라는 졸속을 인정하지 못 한다며 내건 이 힘은 반 펨의 제7마성조차 정지시켰다.(*491)
빛의 검사들이 기습을 준비하던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의 반격을 봉쇄했다. 롱고미니아드가 안 통하고 오케아노스를 밝혀냈음에도 의미가 없고 마지막 기습마저 실패해 모든 것이 끝나나 했다.(*492)

그 때 저스트와 에미야 시로가 난입했고 지금까지 서로 맛물리지 않고 헛돌아서 알 수 없었던 저스트의 수수께끼가 밝혀진다. 저스트는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의 아들이자, 지즈의 손자였다. 지즈가 맥없이 죽어버렸던 건 저격을 한 저스트가 지즈의 혈연이라 자동방어 술식이 작동을 안 한 것이었다. 투구로 가리고 있던 저스트의 얼굴은 투구가 박살나 드러나자 이시리드와 지즈의 특색이 보였다.(*493)
이시리드는 자신의 아들에게 암시를 걸어 마술사 킬러로 써 먹고 있었다.(*494) 그리고 저스트의 마술회로는 선조회귀를 일으켜 현대의 마술과 호환이 되지 않았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을 익힌 건 그 쪽은 마술회로를 쓰지 않는 신비를 다루기에 저스트에게 호환이 되리라 생각한 이시리드가 모나코 지부 특유의 다른 마술협회와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는 특성을 살려 습득시킨 것이다. 여기서 이시리드가 지즈를 증오하는 이유 한 가지가 더 밝혀지는데 아들인 저스트가 지즈의 특성을 선조회귀해 모건 파르스의 마술을 계승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495)
이시리드는 저스트에게 지즈를 죽이라 명령했지만 이 극한 상황에서 암시가 풀린 저스트는 오히려 이시리드를 쏴 버린다. 그는 지즈가 주장하는 새로운 행성을 창조해 죄 없는 인류를 만든다는 계획이 에미야 키리츠구의 공리주의적 사상으로 보면 옳다 한다.(*496) 그리고 지즈의 생명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일반적인 관점의 아름다움이란 지성체가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지 못 해 추구하는 쓰레기 같은 행위.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빛조차 닿지 않는 암흑. 모든 열기를 빼앗긴 우주공간을 추구한다면 전쟁 따위 안 일어남)도 긍정한다.(*497)
하지만 저스트는 자신이 잘못되었기에 구원받았으며, 지즈의 올바름은 탁상공론이라 한다. 자신은 성배전쟁을 조사하면서 에미야 키리츠구를 타락시키고 죽인 것이 에미야 시로라고 결론지었지만 그건 사실일지라도 진실과는 다를 지 모른다 한다. 진실은 살아있는 사람 수 만큼 있으며, 에미야 시로가 저런 인간이라는 것을 싫을 정도로 모았음에도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진실을 몰랐다 한다. 정의(저스트)라고 자칭하고 있었으면서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의 정의의 아군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며, 에미야 시로에게 에미야 키리츠구랑 약속했으면 당장 일어나 보라 한다. 이에 시로가 많이 익숙한 그 영창를 시작한다.(*498) 시로도 지즈의 사상이 에미야 키리츠구가 긍정할 것이며 틀리지 않았음을 알지만 키리츠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저스트의 외침에 응하기 위해 빈사상태가 된 몸의 연명기능을 컷하고 생명을 쥐어짜 영창을 시작했다.(*499)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는 시로의 영창을 막기 위해 빛의 검사들을 파견했고 나머지 일행이 전력으로 막아선다.(*500) 여하간 무한의 검제는 완성되었다.(*501)

이 때 조용하던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지즈의 계획대로면 에스칼도스의 토지인 모나코가 뭉개진다며 처음으로 그럴 생각을 한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구석에 숨어서 고유결계 유성체를 분석중이던 플랫 에스칼도스를 부른다. 같이 지즈의 신전을 조사하던 멜빈 웨인즈랑 예 스젠은 기절했지만 플랫은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알레트가 역겹다 하면서도 이번만은 실컷 날뛰어도 된다 하자 신난 플랫은 유성체가 뿌리는 빛의 검사들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지워버린다.(*502)

흐룬팅을 브로큰 판타즘시켜 그 성질을 퍼뜨린 무한의 검제와 지즈의 유생체가 뿌리는 빛의 검사들 간의 전쟁이 시작된다.(*503) 이는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가 에르고가 분리되어 퇴화했기 때문으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그 힘이 복구되어 강도에서 무한의 검제를 눌러 압도할 것이기에 그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504)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왕을 물었다. 플랫 에스칼도스의 서포트로 마술회로에 새겨진 기억의 파편을 추출했다. 그렇게 에르고가 잊어버린 생전의 기억을 만들어낸다.(*505) 생전의 기억을 끌어낸 에르고는 과거의 자신이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임을 의심했으며, 자신이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디아도코이 전쟁이 벌어져 많은 사람이 죽은 게 아니냐 돌벽에 갇혀 독살당할 때 까지 자책했다 한다.(*506)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 고민은 모두 정당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에르고가 어떤 실패도 하지 않고 잘못이 없었음에도 에르고 본인까지 포함해 죽은 자들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물었다. 제대로 된 즉위도 못 하고 7년 간 돌벽에 갇혀 지내다 14살에 독살당한 아이가 그런 책임을 질 이유가 없었지만 에르고는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자 2세는 그 고민이 정당하기에 그가 왕으로 정당하다며 라이더(이스칸달)의 최후의자 최신의 신하로서 에르고를 알렉산드로스 4세로 인정한다. 에미야 시로가 단련해 줘서 완성된 가면은 그에 맞춰 하얗고 길고 가는 관으로 변했다. 그리고 2세가 미리 준비한 망토(2세가 간직한 성유물인 이스칸달의 망토조각과 같은 색과 디자인)가 장착되었다.(*507)
이렇게 생전의 기억을 되찾고 왕이 되겠다고 각오한 건 에르고의 강한 의지를 증명하지만 동시에 기억 포화를 더욱 진행시킨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2세는 그걸 알면서도 에르고를 믿고 작업을 해 준 것이고, 에르고 본인도 후회하지 않았다.(*508) 이를 이룬 에르고의 환수는 에미야 시로가 건네준 일곱자루의 검(스파타가 포함됨)을 들었고, 아버지에게 이어받은 번개를 다루는 이능을 각성, 아득한 유린제패의 진명개방을 이루었다. 레일건과 같은 원리의 일곱 개의 참격과 함께 자신을 사출한다.(*509) 에르고의 아득한 유린제패는 이능성에서는 이스칼달을 능가하나 그릇인 몸이 통상의 인간이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30초 정도였다.(*510)

뒤이어, 이미 롱고미니아드를 사용해 연발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그레이는 무한의 검제에 박힌 칼리번을 보고 본능처럼 뽑아냈다.(*511) 조금 여유가 생긴 반 펨의 제7마성이 움직여 지즈의 유성체로 향할 공간을 마련해 주었고(*512) 그 틈을 파고든 에르고가 좀 전에는 지즈가 역이용해서 불발당한 오케아노스의 신핵장전을 시전한다. 다른 신들처럼 화력병기는 아니지만 타이밍 좋게 외계의 우주선으로서 지즈가 구사하는 우주와도 같은 암흑공간에 내성을 발휘해 영향을 무시하게 했다.(*513) 그리고, 에르고와 그레이가 같이 잡은 칼리번이 진명개방을 이루었다. 에르고에게 왕의 자격이 있었기에 그 힘은 최대를 발휘해 지즈가 모든 방어를 긁어모으게 했다.(*514) 서로의 길항으로 끝났기에 지즈는 자신의 승리를 예감했으나 에르고는 최후의 히든카드로 톰슨 센터 암 컨텐더를 들고 왔다. 기원탄이 지즈를 관통했다. 일전 지즈가 기원탄에 맞고도 지즈의 기억이니, 유생체니 뭐니로 멀쩡히 복귀한 건 모든 술식을 정지시켜 자신의 시체를 드러내게 하는 것으로 영향을 피했던 것이었다. 이번엔 진짜 전력을 발휘하고 있었기에 그러지 못 했고 그의 마술회로가 끊긴 직후 칼리번의 참격이 지즈의 몸통을 반으로 토막냈다. 그것으로 승부가 났다.(*515)

지즈는 왜 에르고가 자신의 계획에 찬성하지 않았는가 물었고, 에르고는 지즈가 옳을 지도 모르지만 자신들이 살아 있기에 틀리다 한다. 특별한 심상세계인 고유결계를 만들기 위해 2000 년 간 변하지 않았던 지즈는 마음이 고정되었기에 살아 있는 생명의 답(살아서 몇 백 몇 천 번 변해서 끝내 쓰러졌을 때의 좌표)을 얻을 수 없다 한다.(*516)
그러자 지즈는 다른 자는 몰라도 시계탑의 로드이면서 고작 한 나라와 제자를 구하기 위해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자신이 추구한 행성의 미래를 닫고,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인류 구원을 붕괴시키고, 마술 세계의 한 나라보다 귀중한 보물들을 파괴하고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부수는 것 밖에 못 한다며 저주나 받으라 한다.(*517)
그 순간 싸움에서 얌전히 있었던 바이 뤄롱이 지즈의 가슴을 꿰뚫었다. 처음 계약할 때 실패하면 목숨을 받는다는 내역이 있었다 한다. 지즈는 인간으로서 죽었고, 고유결계로서는 술식이 완성되지 않으면 언젠가 변질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이쯤되서 바이 뤄롱의 손에 끝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라 한다.(*518)
지즈는 에르고의 말을 긍정했다. 변하지 않는 건 살아가는 것을 멈추는 것이며, 늦지 않았다 생각했지만 2300년은 너무 길었다 한다. 한편 바이 뤄롱이 이식 수슬을 어쩌구 한 점에서 자신의 바보 제자가 여기서 스승을 넘었다 한다.(*519)
무시키만 무사하면 배가 아프다며 그녀의 본체가 히말라야에 있음을 밝히곤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막을 마지막 단서는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다섯 신 중 밝혀지지 않은 마지막 신일 거라 한다.(*520)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자신과 내기하지 않았어도 지즈가 똑같은 짓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자신을 끌여들었다 파멸한 것에 묻자 그럴 경우 방해하는 녀석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 반드시 더 나았을 거란 보장은 없고, 그런 짓은 내가도 안 한 체로 처음 부터 지는 것을 인정하는 꼴사나온 행위라고 실토한다.(*521)
반 펨이 폭풍의 결계를 해체시켜 주자 새하얀 달이 뜬 하늘이 보였다. 지즈는 달이 밉다 하며 파우스트에 나온 시간이 멈추라는 구절을 노래처럼 중얼거리곤 추해져도 좋다 한다. 그 말과 함께 지즈는 100세의 노인 같은 모습이 된 후 검은 먼지로 부스러졌다.(*522) 다들 지친 와중 반 펨은 확실히 지즈는 너무 길었고, 아름다운 것은 세계 어디에나 있을 텐데라 평한다.(*523)
바이 뤄롱은 마지막 무대인 히말라야에서 다시 보자며 떠났다.(*524)

그 시각, 창공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무시키가 지즈의 죽음을 감지하고 바보가 겨우 끝낼 수 있었나 한다.(*525)

조용하던 알레트 에스칼도스가 들고 있던 정신 안정제가 들어간 금속 케이스를 떨어뜨리자 발광했다. 그녀의 행동은 마술사로서, 어머니로서, 모나코를 지키는 여걸로서 옳았지만 그 옮음을 추구하기 위해 아들을 죽일 수많은 암살자를 고용한 시점에서 정신이 붕괴했다. 하여간 그녀는 플랫 에스칼도스를 훨씬 옜날부터 강요당한 망가진 인형으로, 우리 인생 전부를 걸고서라도 파괴해야 하는 괴물이라 칭한다. 플랫은 그럴지도 모른다 한다.(*526)

그레이의 신묘한 육체는 기원탄의 후유증 따위 남지 않았다. 멜빈 웨인즈가 검사하면서 진짜 인간 맞냐며 부러워한다.(*527)
신대의 마술은 지즈의 유성체가 죽어버린 시점에서 사라져 제자들은 보통 사람으로 돌아갔다. 멜빈 웨인즈의 경우 그 부작용으로마술회로가 비명을 지른다 한다.(*528) 예 스젠은 충격을 받았지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넘긴다.(*529)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는 총상 자체는 폐가 찢어진 정도라 마술사에겐 큰 부상이 아니기도 해서 괜찮았지만 정신적 데미지가 크고, 이번에 벌인 일 때문에 사문회에 불릴 것이며 연금 처리를 비롯해 영영 마술사 가문으로서 재기하지 못할 거라 한다.(*530)
그리고 이시리드는 과거 개인적으로 에미야 키리츠구와 함께 활동한 적이 있었다 한다. 에미야 시로와 에르고가 발견한 키리츠구의 숨겨진 방은 이시리드가 준비해 준 것이었다. 이후에는 아들 저스트를 마술사 킬러로 양육하는 데 사용했다 한다.(*531)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추천으로 예 스젠은 시계탑 모나코 지부의 상담역으로서 남을 수 있었다. 나선관 출신인 그녀를 시계탑 측에서 감시하고 싶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저스트는 예 스젠이 신병을 떠맡았다. 그는 좀 뻣뻣해도 암시가 풀려서인지 에미야 시로의 요리도 받아먹으며 그럭저럭 생활감을 되찾아갔다.(*532)

토오사카 린은 본래라면 사선환희선에서 죽었어야 할 에미야 시로가 살아남은 것이 예 스젠 최후의 신대 마술 덕임을 알고 감사를 표한다. 예 스젠은 시로와 린을 부러워 하면서 시로를 앞으로 잘 부탁한다 한다.(*533)

저스트가 에미야 키리츠구를 동경한 건 아버지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가 동경한 것들 따른 것이다. 객관적으로 자신이 지즈나 로드 엘멜로이 2세를 원망할 이유는 없다고 파악했고 자신에게 암시를 건 게 아버지임을 예상했지만 아들이 아버지가 바란 것을 이루어주고 싶다는 건 당연하다 생각해 암시를 풀지 않았었다.(*534)

에미야 시로는 에르고가 사람은 살아가면서 변하는 것이라 말한 걸 긍정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에미야 키리츠구에 관한 생각이 조금 바뀌어도 괜찮다 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토오사카 린 덕이라 한다. 한편 린은 이번에 시로가 무한의 검제를 쓴 걸 어떻게 은폐해야 하나 고심 중이었다.(*535)
아직 미루어지고 있었던 에미야 시로의 선상연회 우승 상품 상담은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이 방면 전문가인 플랫 에스칼도스를 고용해 어떻게 한다 한다. 플랫은 그 대가로 에델펠트에서 인수할 게임 회사를 결정할 권한을 받았다.(*536)
에미야 시로는 로드 엘멜로이 2세, 그레이와의 관계는 이번 건으로 충분해 딱히 만나지 않는다 한다. 그레이를 봤을 때 깜짝 놀랐지만 칼리번을 넘겨줬기에 이것으로 괜찮다 한다.(*537)

모나코를 떠나는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를 반 펨이 이번 선상연회가 몰수 경기가 된 게 미안해서 배웅하러 나왔다. 반 펨은 2세가 경애하는 부류이기도 하다. 2세가 추리하길 그는 일방적으로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에게 이용당한 건 아니었다. 그의 선상연회는 마술 세계에서 일어나는 확률의 편향이 강렬했고 지즈를 결정적으로 박살낸 에미야 시로의 존재는 그 편향에 이끌린 것이다.(*538) 그게 가능했던 건 선상연회는 신명재판이란 의미에서 신에게 스스로를 들어내 살아있는 자에 대한 축복을 내렸기 때문이다.(*539) 그리고 확률의 편향이란 열역학 제2법칙의 마지막에 다가올 우주의 열적사를 회피할 유힐한 수단이며 선상연회를 약용한 지즈가 기획한 행성 창조가 웅대했던 건 반 펨이 기획하는 것과 닮아서 그랬다 한다. 하여간 밝혀지지 않은 엄청난 일을 하고 있지만 본인은 취미일 뿐이라 한다. 덤으로 취미이기 때문에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다 한다.(*540) 마지막으로 마술로 그레이와 2세의 얼굴이 그려진 오리지널 카드를 준 후 둘이 나아가는 길에 눈부시게 빛나는 별과 같은 행운이 있길 빌고 떠난다.(*541)

이제 남은 건 히말라야 뿐인데,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 곳을 안내할 아는 지인을 보여준다.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였다.(*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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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킬 거 축약

● 여기는 공신력이 없습니다.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각주도 객관성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습니다.
● 퍼 가실 거면 출처가 여기라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갑질할 입장은 아니므로 강요는 안 합니다만...... 그러시면 제 의욕이 상실됩니다.
● 정리글만 보고 떠들면 사견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여기만 보지 말고 먼저 원작을 감상해 주세요.

좋은 소식

달갤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9권까지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 9권까지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츄라이 츄라이.


자료륾 못 구해 반영을 못 한 것들. 정보투고 환영중. 번역 부탁드려요...

● 페이트 프로토타입 창은의 프래그먼츠 사운드 드라마
여기서 보강된 내용이 엄청 많다는데 일알못이라 반영 못하고 있음.
번역 츄라이 하기엔 청해가 좀 빡실거 같긴 한데..... 최근 연재 시작한 코믹스판에 기대해 봐야 하나.

● 페이트 로스트 에인헤랴르 극광의 아슬라우그
프롤로그 말고는 번역이 없어서 반영 불가.
더군다나 1권만 나오고 페이트 레퀴엠 수준으로 유기된거나 마찬가지라.... 이건 번역해달라고 부탁도 못 하겠다.


그 외 사유로 반영 못 하고 있는것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부분번역과 마테리얼 참조해서 쓴거라 빠진 게 많음.
특히 관위결의 편은 큰 틀만 있고 자세한 내용이 없는 수준.
이유는...... 정발판 텍스트 내용 하나하나 받아적기 귀찮음. 그런 받아쓰기 작업은 월희 리메이크나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로 충분하다고......
혹시 텍스트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한 정발 전자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럼 사서 반영해 봄.

● 페이트 엑스트라 코믹스 폭스 테일
연재속도가 느린 것도 있고 귀찮기도 해서 놔버린 상태.
최신 밈이 스즈카 매독썰이라니 좀 깼다.

● 프리즈마☆이리야
비정사인데다 연재속도 느리고 귀찮아서 놔버림.
최근전개에서 뽕차는 최종전이 진행중이긴 한데 그래도 귀찮은걸.

● DDD
뒷부분 번역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보는 사람이 있긴 함?

● 히무로의 천지
완결났는데 번역이 없다.

● 타입문 학원 치비츄키!
전부 정발됬지만 7권에서 연중 유기되었다길레 나도 유기.

● 꽃의 미야코
작품이 연중으로 유기당했으니 나도 유기.

● 파이어 걸
그 운석새끼가 완결낸 작품이고 뒷골목 사츠키 히로인 12궁편에서 누가 나왔다는 건 들었는데... 관심있는 사람이 있긴 함? 나무위키에 항목도 없더라...



운영방침 & 메뉴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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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개념 설명

이 사이트에서 정의하는 타입문 세계관에 대해서
타입문 세계관의 인간에 대해서
타입문 세계관의 국가에 대해서
타입문 세계관의 특이한 역사와 전설에 대해서
월희 시공과 페이트 시공의 차이에 대해서
역대 페이트 시리즈의 작품 관계도

타입문 사전 메뉴

인물사전
마스터,서번트(인물)
마술사, 마법사(인물)
이능력자(인물)
성당교회 소속(인물)
흡혈귀(인물)
일반인(인물)
과거의 인물(인물)
영체, 환상종, 메카(인물)
강철의 대지(인물)
페이트 엑스트라(인물)
기타(인물)

세계를 구성하는 시스템
평행세계
(패러렐 월드)
근원의 소용돌이
(아카식 레코드)
억지력
(세계(행성)을 지키는 힘)
좌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곳)
기원
(모든 생명이 지니는 방향성)
신비
(이능을 발현하는 힘)
랭크
(이능의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
신화
(기적이 당연했던 과거)
세계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를 초월적인 존재)
인리정초
(인대에서 인간 기준의 평행세계를 컨트롤하는 시스템
이문대
(인리적으로 가지치기당한 역사. FGO에서 이성의 신에 의한 범인류사를 향한 쿠데타 감행)
아프사라스 분기
{정사의 줄기에 가까우나 벗어나고 만 가지,)
사상
(확률을 사용한 특수한 현상)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
혼
(인간을 구성하는 제2요소)
정신
(인간을 구성하는 제3요소)
에테르
(제5가공요소)
악마
(제6가공요소, 인간의 상념)
원소
(마술을 구성하는 요소)
영자
(에너지를 가진 정보)
마력
(이능을 발현하는 에너지)
진
(별의 사후 생기는 요소)
외계
(지구 외 요소)
허수공간
(현실(실수공간)의 반대 개념)
세계의 뒷면
(신대의 종료 후 환상종들이 도망친 장소. 통칭 아발론)
명계
(신대에 인간과 밀접해 있던 사후세계)
이세계
(그 외 작중에서 언급되는 정체 불명의 장소)
종말장치
(별, 시대 등을 종말로 이끄는 시스템)

세계 외 요소
크툴루 신화
(창작물이면서 동시에 외우주에 존재하는 것)
서번트 유니버스
(SF와 히어로물이 섞인 개그 시공)
구다구다 시리즈
(과거 일본을 다루는 개그 시공)
카오스
(다른 우주의 선단)
이성의 신
(정체불명의 무언가... 였던 페이크 보스)
칼데아스
(진짜 보스로 여겨지는 것)

분량 오버로 독자 항목이 된 이야기
요정국 브리튼 이야기(2부 6장)
나우이 믹틀란 이야기(2부 7장)
페이퍼 문(주장1)
폐기공(주장2)
아키타입 인셉션(주장3)
트리니티 메타트로니오스(주장4)

스핀오프 평행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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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가 콜로세움의 세계
프리즈마☆이리야의 세계
페이트 엑스트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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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 프로토타입의 세계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세계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세계
페이트 레퀴엠의 세계
강철의 대지
달의 산호
제도성배기담, 쇼와전국두루마리
캡슐 서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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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의식
히무로의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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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 마술사
마법 /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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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 /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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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9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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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복되었거나 알 수 없는 설정과 묘사가 안 맞는 일러스트
시간이 지나면서 번복되었거나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설정, 묘사와 일치하지 않는 일러스트를 정리하였습니다.

직사의 마안으로 죽인 것
작품 내에서 직사의 마안으로 죽인 것들을 정리하였습니다.

나스 키노코식 단어 표기
작품 내에서 특이한 단어 표기가 등장한 경우를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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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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注釈

*1 각주예시

*2 이 책을 손에 들어주신 당신은, 어떤 분일까요. Fate 시리즈로 대표되는 TYPE-MOON의 모든 작품 중, 이 소설이 첫 만남일까요. 아니면, 전작인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도 제대로 읽어주신 분일까요. 어떤 경우라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작가로서는 전력을 다하려 했습니다. 거기에, 약간, 오랜 팬 대상을 전제로 설명하게 해주세요. 코어 팬 분은 알고 계실거라 생각하지만, 전작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는 게임 『Fate/Stay night』와 세계관을 동일하게 한 이야기입니다. 선택지가 있는 게임인 『Fate/Stay night』의 전일담으로서, 세세하게 분기되는 세이버 루트, 린 루트, 사쿠라 루트 어느 쪽의 가능성도 내포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건부』의 미래를 그린다는 것은, 이런 루트를 결정해버린다는 것이 됩니다. 언젠가 찾아올 후유키 시의 성배전쟁─── 『stay night』의 최후의 흔적이 될, 해체전쟁의 형태에도 약간이지만 영향을 주게 되어버립니다. 이 때문에, 원작의 나스 키노코 씨와 상담해서, 언젠가 해체전쟁으로 이어질 『독자적인 루트』를 상정한 집필방식이 되어있습니다. 직접 『모험』의 이야기와 관계되는 부분은 아닙니다만, 작중에 등장하는 토오사카 린 등이 어떤 루트를 겪었을지를 상상할 때에는, 이런 전제를 떠올려주셨으면. (이 외에 『hollow ataraxia』는 물론, 번외편 『아넨엘베의 하루』 내에서의 발언을 어디까지 실제로 채용해야 할지 하는 세세한 상담에도, 나스 씨는 끈질기게 어울려주셨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 후기

*3 Fate 시리즈, 특히 FGO에서는 '인리'가 중요한 키워드인데, 이건 관계가 있습니까. / Fate는 인리가 강한 세계고, 월희는 인리가 약한 세계라고 말할수도 있습니다. 영웅이라는 존재를 다루는 이상, Fate는 인류사가 커다란 의미를 갖죠. 지금의 우리들이 과거의 어떤 발전과 번영, 쇠퇴 끝에 서있는가를 확실히 말해야 합니다. FGO에서 말하는 특이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이걸 거슬러 올라가보기를 바랐기 때문이기도 한데...그래서 필연적으로 테마는 인류찬가가 되죠. / 그러나 월희세계는 그렇지 않다?/ 월희 세계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그리고 인외들의 이야기니까요. 그리고는 미래일까. 아 거기다 더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마술협회 메인의 이야기인가, 성당교회가 메인인 이야기인가 하는 구분도 가능합니다. 월희세계는 후자입니다. 월희R의 설정을 짠 2010년 무렵, 다시금 교회에 대한 자료를 훑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월희R은 그때 배운 것이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산다 씨가 '다음 모험은 교회 얘기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을 때도 '교회 관련은 월희에서 할거니까 엘멜로이는 이대로 마술관련으로!'라고 부탁했습니다. - 2021년 9월자 4gamer 인터뷰

*4 역시 로드 엘멜로이 시리즈 읽어야하나 시키를 이능으로 가둬두는 부분에서 대충 짐작한건 공경 읽었으니까 그런 오마주를 즐기려면 역시... 사건부 넘기고 모험부터 봐도 되나? / 산다 : 모험은 '제4차성배전쟁에서 이스칸달한테 도움 받아서 로드가 된 엘멜로이 2세와 그 내제자인 그레이와의 콤비'란거만 알고계시면 읽을수있으실거라 생각합니다 - 트위터 또는 X 2025년 6월 8일자 트윗

*5 "어이, 꼬맹이!" 거친 목소리로 불렸다. 등 뒤의 얕은 여울에는, 드럼 캔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어떤 것이고 더러워진 기름이 달라붙어, 가로 면에 인쇄되어있던 문자는 정중히 떼어져 있다. 피부를 잘 그을린 청년이, 그 드럼 캔에 허리를 대고 있다. 말라카 해협 부근에는 곧잘 있는 일이지만, 좀처럼 인종이 구별이 안 되는 인상이었다. 여러 나라가 서로 교류한 결과다. 그 역사에는 비극적인 일도 많았지만, 오고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언어화하기 어려운 늠름함을 느끼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 "매직 유저를 끌어들여서, 누구를?" "흠." 이번엔 한 박자 쉬고, 연기하는 듯한 느낌으로, 청년은 말했다. "컨설턴트, 야." "뭡니까 그건." "본명은 몰라. 1년 정도 전에 나타나서, 이 부근의 소규모였던 해적을 모은 녀석이라서 말이지. 지금은 중견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자빠졌어. ……다만, 그 방법에 명백히 마술을 써서 말이지." 초조한 듯, 청년이 이를 간다. "아마도, 마술로 침몰선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거야. 여태까지 구석에서 위축돼있던 어부나 애새끼들을 이용해서, 열심히 침몰선에서 인양하고 자빠져서는. 마지막에는 발견한 물건을, 정부 포함해서 여기저기 세력에 잘 팔아치우니까, 제대로 얼굴도 안 비치는 주제에 말라카 해협의 명사 취급이야. 덕분에, 이쪽이 얼마나 해먹기 힘들어졌는지." 과연, 컨설턴트라는 인물은 수완가인 모양이었다. 해적이 발호하는 영역에서는, 당연히 침몰선도 대량으로 나온다. 이것들에서 인양해서 금품을 팔아치운다면, 그다지 무력은 필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침몰선의 위치를 찾은 조사력과, 손에 넣은 금품을 팔아치우는 교섭력이라 이거다. 컨설턴트라는 네이밍도, 그런 실정을 따진 것이려나. 단순한 범죄행위가 아니라, 주민들 사이에 끼어든 비즈니스 모델, 이라는 인상을 나는 그 설명에서 받았다. 분해보이는 남자의 얼굴이, 무심코 입술을 일그러뜨린다. "하지만, 요 며칠간, 겨우 따라잡을 만한 움직임이 생겼어. ……악랄하기로 유명한 시계탑의 마술사가, 싱가폴에 건너와서 말이지." "시계탑의, 그럼 영국에서 말입니까?" "그래. 빌어먹을 브리튼 자식들의 마술협회 말이야." 토라도 하듯이, 남자가 말한다. 말레이시아 부근의 지역 싱가폴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다. 독립을 이루고 오래 지나, 경제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신장을 달성하고 있지만, 개개인의 심정적으로는 아직도 영향이 큰 모양이다. 그건, 뒷세계에서도 마찬가지, 라는 거다. 시계탑이란, 영국의 런던에 본거지를 둔, 마술협회의 대표였다. "영국의 시계탑이라면, 분명 세계의 마술 조직 중에서 제일 컸던가요." "규모라면…… 그렇겠지. 하긴, 구성원의 수로 치면 『관館』 쪽이 많을지도 모르지만." "『관』, 인가요?" "동양── 흔히 말하는 사상마술의 조직이야. 기초적인 부분과 마술회로를 쓰는 점 이외에는, 양자의 마술은 거의 딴판이니까 말이지." 마술에도, 복수 종류가 있다는 건 들은 적이 있다. 아시아권의 인구를 생각하면, 동양의 마술조직이 서양에 맞먹는 것도 당연하겠지. 중동 부근에는 주술이라 불리는 기법이 왕성한 듯 하다. 제각각의 지역의 역사나 문화가, 마술에도 당연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 부근이면, 사상마술이건 주술이건 서양마술이건, 전부 가능성은 있지. 하지만 말이야, 컨설턴트는 거의 서양권의 마술사다. 그리고, 서양권이라면, 시계탑의 제일명제는 지금도 옛날에도 변함 없어. ……신비는 은닉해야만 한다, 이거지." "…………" 나는, 침묵한다. 것돈,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시계탑의 이치였기 때문이다. "즉, 컨설턴트는 멋대로 너무 해먹었을거라 이거야. 저 시계탑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크, 청년이 웃는다. "초조해진 탓인지, 정보의 관리가 조잡해져서 말이야. 지금까지 짐작도 못한 거처도 판명됐어. 그래, 지금까지의 벌이는 제대로 쌓아둔 채일테고, 경우에 따라서는 컨설턴트의 신병을 시계탑에 팔아넘겨서, 이중으로 벌어도 괜찮아. 어때, 하고싶은 대로지?" 참으로 유쾌한 듯이, 청년은 야비한 표정을 짓는다. 해적이랑 딱이다, 그런 소리를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습격인가요." 슬쩍 시선을 향하니, 커피를 다 마셔서 지루한 건지, 얕은 여울의 해적들이 졸린 듯 하품을 했다. 조금이라도 쉬어두자면서, 근처의 바위에 몸을 기대고 있는 자도 있다. 전원, 충분 이상히 익숙해진 거겠지. "지금이라면, 저 녀석들이 쌓아두고 있는 건 틀림 없어.마술사라고 해봤자, 어지간히 솜씨 좋은 게 아니고서야, 기습하면 어떻게든 돼. 만일을 위해서, 마술에 대응할 수 있는 녀석도 넣어두면 더더욱." "……과연." 하고, 납득한다. 나한테 말을 건 것도, 컨설턴트와 연관이 없는 외부의 인간이니까, 라는 이유겠지. 만에 하나 관계자를 골라버린다면, 계획의 실행 전에 파탄나버린다. 눈 앞의 청년도 꽤나 신중한 모양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 그렇게, 고한 순간이었다. 느닷없이, 성대한 파괴음이 고막을 두들겼다. 세 척 있던 모터 보트 중, 두 척이 오렌지 색의 불꽃에 휩싸여있다. 아니, 정말로 기괴한 현상은 그런 게 아니다. 이 정도의 폭발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의 해적들은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뭣…… 윽!" 아연해진 청년은, 그럼에도 최속으로 행동에 옮겼다. 손끝이, 허리에 차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맴돌더니, 작게 몇 번인가 끄덕이고는, "거기냐!" 하고, 청년은 권총을 뽑아 쏘았다. 얕은 여울의 자갈밭이, 작은 불꽃을 흩뿌린다. 그러자, 맹그로브의 그늘에서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그만큼의 면적이 숨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장신의 그림자가, 조용히 나타난 것이다. "어떤 마술을 쓰고 자빠진 거냐!" "……유감스럽지만, 거창한 건 아니네." 하고, 그림자는 입을 벌렸다. 긴 머리카락의 남자였다. 인상으로 보아하니, 유럽 출신이라고 생각된다. 연령은 30을 약간 넘긴 정도로, 미간에 깊게 새겨진 주름과, 불쾌한 듯이 삐줍대는 입술이 인상적이었다. 셔츠 위에는 마(리넨) 자켓을 걸쳤을 뿐인 러프한 모습이었지만, 상질의 구두가 너무 캐주얼하지 않도록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옛날에도 비슷한 걸 했었지만, 엔진에 간단한 발화 마술을 걸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마력 부족이라, 지연 술식의 구축에 실패했지. 폭발은 좀 더 나중에 벌어졌을 텐데. 그렇지, 다른 녀석들은, 단순한 수면약이다. 물론 마술로 강화는 했지만, 결국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이런 부류 뿐인가." 오렌지 색의 불꽃을 받으면서, 남자는 씁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지간히도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사실에, 또 직면해버렸다,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 내가, 손을 가로로 뻗지 않았다면. "뭣 ……!" 최초에, 해적 청년은 무엇을 봤는지, 알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뭐냐, 그건……!" 망연해져서, 청년은 눈을 크게 떴다. 내밀어진 새장이, 모든 마력을 탄환을 막고, 거기다 안쪽의 눈과 코가 달린 『상자』가 시끄럽게 웃었기 때문이다. "잇히히히히! 꽤나 참았구나, 너!" 새장에 들어간 상자는, 즐거운 듯이 금속으로 된 눈과 코를 움직였다. "야르그! 이 자식, 배신한 건가!" "배신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답하는 것과 동시에, 청년은 다시 한 번 주머니를 내밀었다. 그 안에 숨겨져있던 또 하나의 말린 목은, 눈이 끈 때문에 감겨져 있었다. "씹어서 저주해라(Curse and bite)!" 주구(呪句)와 함께, 그 끈이 찢어져 날아간 것이다. 캇, 벗겨져나간 안쪽은 공동. 하지만, 그 공동에서 막대한 양의 사령이 솟구쳐나왔다. 일종의 마술에서는 눈과 입을 덮는 것으로써, 안쪽의 마력이 빠져나가지 않게 덮개로 기능한다고 한다. 신중한 해적답게, 청년은 최후까지 비장의 패를 남겨두고 있던 거다. 밀려오는 사령들을 앞두고, 나는 공포를 억누른다. '……무서워……' 눅눅한 공포가, 위장 밑바닥에서부터 치밀어오른다. 몇 번이나 조우하더라도, 극복할 수 없는 감정.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있으면, 고개를 들 수 있다. 머리에 걸친 넝마 천의 밑에서, 펜던트가 빛났다. 마술예장으로서의 기능을 정지한 것이다. 물론, 스승님의 손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엘멜로이 교실의 학생인 플랫 에스카르도스가, 만들어준 변장용 예장이었다. "후드 쓴, 여자……?!" 나의 모습에 당황하는, 청년의 목소리. 동시에 나의 손가에도,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겨났다. "제 1단계 한정 해제." 새장을 거두자, 상자는 그대로 모습을 바꿨다. 햇살 아래에서, 그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팔보다도 긴 칼날은, 초승달처럼 휘었고, 그 칼날에서도 자루에서도 이형의 눈동자가 노출되어 있다. 사신의 낫(그림 리퍼). 아직도 불타오르는 오렌지 색 불꽃을 배경으로, 칼날과 사령이 격돌해, 쉽사리 베어가른 것이다. 아니 거기에 그치지 않고, 최초의 사령을 베어가른 파문이 금세 공중에 퍼져, 후속 사령 모두를 소멸시킨 것이다. 그들의 미련의 실을, 베어가른 듯이. "뭐, 냐, 그건." 비틀거리는 청년에게, 나는 천천히 다가간다. 아니, 이제 시시한 은폐는 그만두자. "……배신 따윈 하지 않았어요. 소제는, 처음부터, 스승님의 내제자였으니까요." 라이플이 잇따라 포효했다. 충분히 『강화』된 육체는, 탄환의 속도에 필적한다. 28발의 탄 중, 자신과 스승님에게 향한 7발만을 처리. 발 뒤에서 폭발시킨 마력을 추진력으로 바꾼다. 낫을 휘둘렀다. 총신을 잘려나간 라이플과 함께, 청년은 뒤쪽으로 쓰러져 있었다. 그걸 확인하고나서, 다시 후드를 뒤집어쓴다. 변장용의 마술예장은, 이 후드를 햇빛 방지용 모자로 위장하게 해주고 있었지만, 만약 손으로 만졌다면 부자연스러움을 눈치챘겠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막대한 마력을 맞혀서, 억지로 마술회로를 역류시켜 기절시킨 건가. 미주신경반사를 이용한, 극동의 토오아테(遠当て)와 같은 논리구나." 쓰러진 청년을 보면서, 시계탑의 마술사── 스승님이 감탄한 듯이 말했다. "너무, 무모한 짓은 그만둬주세요, 스승님." "일단, 사령이 싫어하는 향료를 셔츠에 그을려두긴 했네만." 그래서 전력으로 씹히지 않고 그쳤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마술사끼리의 싸움은, 시작하기 전에 끝나있다는 것이 상식이라고는 곧잘 듣는 이야기지만, 자신은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번의 경우처럼, 아무리 스승님이 준비해두더라도, 최초의 한 수로 죽어 버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년의 첫 수를 간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다름 아닌 스승님의 나쁜 버릇이다. ……즉, 타인의 마술을 해체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약탈공 같은 소리를 듣는 거라구요." "시시한 이명으로 불리는 것도, 민폐스러운 이야기지. 무서움을 사는 점은 쓰겠지만 말이네." "……스승님, 또 안 좋은 표정 짓고 계세요." "음." 신음소리를 내더니, 스승님은 뺨을 짝짝 두들긴다. "하지만, 자네도 가명을 너무 적당히 짓지 않나. Gray를 거꾸로 읽었을 뿐이었다니." "……죄송해요." 어색해져서, 고개를 숙인다. 그는, 로드 엘멜로이 2세. 그리고, 야르그가 아닌 자신의 이름은, 그레이. 흑에도 백에도 끼지 못하는 어정쩡이(그레이)로, 이 수 년 정도는, 명목상이라고는 하나 엘멜로이 2세의 내제자였다. 물론, 아까 마술로 변장했던 모습이나 『카페』에서의 이야기도, 해적으로서 그들과 접근하기 위한 것이다. 모습이 변해도, 회화로 부자연스러움을 느껴도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사고를 바꾸는 데 고생했다. 커피에 스승님 수제인 수면약을 넣을 때에도, 언제 들킬지, 하고 긴장한 것이다. 어째서, 그런 행위를 한 것이냐고 한다면── "──그럼." 하고, 스승님은 작은 약병을 꺼내들고, 돌아섰다. 고오고오 하고 가솔린을 태우는 불꽃은 차례차례 꺼지고, 다시 조수의 향기가 찾아왔다. 번쩍번쩍 내리쬐는 햇살을, 하얀 물결이 튕겨낸다. 고작해야 마술사의 다툼 따위에 신경쓸 정도도 아니라고 말하듯이, 바다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아간다. 혹은, 앞으로의 운명에 비하면, 하고 비웃듯이. 몇 번이고, 파도소리가 반복됐다. 멀리, 가까이. 가까이, 멀리. 그리고. 정신이 들게 하는 약을 맡게 해, 몽롱해진 모양인 청년을 내려다보며, 스승님이 입을 연 것이다. ​"컨설턴트의 위치를, 알려주실까​." ──모험의 시작은, 이로부터 수 일 전으로 거슬러오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 "강의는 어떠셨나요." / "의의 있기는 했네. 나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마술이 이 부근에는 많으니까 말이지." / 뜨거운 말레이풍 야키소바(미고랭)를, 플라스틱 포크로 입 안에 가득 넣으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센터 앞의 간판에도 실려있던, 싱가포르의 명물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 "조금 전의 배우는?!" "스승님……?" 좌우를 둘러본 스승님이,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증거로, 이를 악물고 그대로 앉은 것이다. "모란꽃의 줄기에, 이런 메모가 묶여있었네." "뭔가요?" / 미간에 깊게 주름을 만든 스승님의 손가를, 자신도 들여다본다. 런던에서는 그다지 볼 수 없는 느낌의 질 좋은 종이에, 섬세하게 영어가 적혀있었다. / 『그대의 지인한테서 온 메일은 페이크다. 한 가지 충고를 해주고 싶군.』 / "윽──!" / 침을 삼킨 것은, 이어지는 내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엘멜로이 2세, 그대의 학생이 말라카 해협의 해적에게 유괴되어 있다. 컨설턴트라는 이름을 조사하는 게 좋을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 부드러운 사람됨에 어쩐지 모르게 놀라면서도, 살짝 끄덕인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돌아보니, 겨우 일어선 스승님이, 트라우저에 붙은 모래를 털고 있는 참이었다. 심호흡을 거듭하고, 천천히 여성을 향해 선다. "린. 설마, 너." 거기까지 말하고, 침이 기관에 들어간 건지, 숨이 턱 막히더니, 다시 한 번 물었다. "네가, 컨설턴트인 건가──?!" "…………" 잠시, 여성은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래도, 곧 체념한 건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들면서, "네. 제가 여기 해적의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데요, 뭐 이상한가요?"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대꾸한 것이다. "어떻게 된 거냐!" "그런 거야 프라이빗이잖아요? 여러모로 있어서, 흐름에 따라 이렇게 됐다,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떤 흐름이 있으면, 해적의 컨설턴트가 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간신히 이 여성이 스승님의 학생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저기, 혹시, 이쪽의 린 씨가 유괴되었다고…… 하던?" "유괴? 뭐야 그게?" 린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해적 소년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스승님은 머리를 누르면서, 말했다. "그런 메모를 건네받은 거다. 아무래도 엉터리였던 모양이지만. 아니, 나도 네 이름을 들었다면 놔뒀고말고! 그렇다고 할까, 너, 하계 휴가(서머 홀리데이)의 신청은 받았지만, 싱가포르나 말라카 해협에 간다는 소리는 전혀 못 들었다고!" "그렇게 말씀하셔도, 선생님. 엘멜로이 교실의 표어는 독립독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윽, 하고 스승님이 말문이 막혔다. 침입한 직후, 마술사라면 떨어진 불똥은 스스로 치워야 한다, 같은 소리를 말한 건 스승님 본인이다. 어떤 경위로 그녀가 해적의 컨설턴트가 됐는지는 일단 모른다 쳐도, 적어도 자신의 책임으로써 행동하고 있으니까, 불평은 못 하겠지. 어떤 의미로, 스승님의 교육을 바르게 실천했다는 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 "즉, 자네는 작년부터 여기를 찾아오고 있었던 건가?" "샐비지가 주체니까요, 계획만 알려줘두면, 제가 계속 이 부근에 있을 필요는 없고요. 정기연락만이라면 전화로 할 수 있어요." 스승님의 앞에서, 도도하게 린이 설명한다. 마치, 우등생의 논문 같았다. 하기야, 어디의 우등생이 해적의 두목 같은 짓을 하겠냐, 싶은 일이긴 하지만. "……인터넷 쪽이 낫다, 고는 닥터 브누와한테서 들었지만." 슬쩍, 첨언했다. 그에 대해 스승님은, 천천히, 한 모금 더 엽권의 연기를 맛봤다. "과연, 샐비지인가. 그 소문은 우리들도 듣고 있었다. 컨설턴트가 소속되어 있는 해적은, 타인한테서 강탈하는 게 아니라, 샐비지가 주축이 되어있다고." 거기서 한 박자 두고, 자신의 학생을 바라보며, 스승님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다만, 내가 왔다고 해서, 컨설턴트가 쫄아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만." "윽……!" 한 순간, 린의 시선이 돌려졌다. "즉, 시계탑에는 알려지고 싶지 않은 짓도 아고 있다, 그런 느낌이려나." "아니 그래도, 신비의 은닉에는 위반하지 않았을 터라구요! 이 부근의 도민은 미신이 깊으니까, 제 마술도 그런 것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각종 미디어로부터는 단순한 샐비지 업체니까요! 다만, 싱가포르에 왔다는 시계탑의 마술사가 선생님이라고는 알지 못해서, 어쩌면…… 하고는 생각했지만요." "낙제점 아슬아슬, 그런 정도네만. 뭐어 법정과가 직접 파고들지 않는 한은, 변명이 되는 레벨인가." 이런이런, 하고 스승님이 한숨을 쉰다. "그래서, 목적은 뭐지?" "그, 살짝, 개인적으로 샐비지 해두고 싶은 게 있어서…… 여기의 해적하고 접촉한 것도, 그걸 위해선데요…… 그래서 뭐 돈 지불같은 것도 떠맡게 돼갖고." "해적을 삥땅치고 있다는 소린가?" "앗, 선생님, 오해하고 있죠. 어디까지나 Win-Win. 저와 해적들하고는 대등한 거래관계에요. 저는 샐비지에 유용할 법한 장소를 가르쳐 준다. 대신에 해적들은, 제가 부탁한 샐비지에도 협력한다는 것 뿐." 분연하게, 그녀가 주장한다. 실제로, 린이 가르쳐준 샐비지 장소가 유익했기에, 컨설턴트의 이름이 주변에 알려진 것이겠지. 신비의 은닉을 지침으로 삼는 시계탑의 마술사로서는, 꽤나 섣부른 짓으로도 생각되지만. (중략) "원래, 제가 샐비지하려고 하고 있던 건, 정화의 침몰선이었던 거에요." "정화?" 고개를 갸웃거린 자신에게, 스승님이 구조선을 띄웠다. "유럽이라면 중세 무렵, 가장 거대한 선단을, 가장 멀리까지 항해시켰다고 전해지는 중국의 영웅이네." 그건 중국사에 있어, 극히 중대한 의미를 가진 항해자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그럴 법 한게, 그가 지휘한 보물선의 전장(全長)은, 140미터 정도였다고 전해지고 있지. 함대 전체의 선원은 대충 2만 7천명. 그 직종도 의사부터 예술가까지 다방면에 걸치지. 뭐어, 거의 하나의 나라를 이동시킨 거나 다름 없다." 너무나도 지나친 스케일에, 현기증이 온다. 현대보다는 아득히 열등할 터인 항해 기술로, 어떻게 하면 수만이나 되는 사람들을 이동시킨 것일까. 스승님의 강의에서도, 아시에 오래 뿌리내린 대국의 역사를 이것저것 들은 바는 있지만, 서양의 감각으로써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때때로 튀어나온다. "그, 중국의 대선단이 싱가포르까지 왔던 건가요?"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해안까지 갔던 거네. 이 근처는 옛날부터 동서의 교류의 결절점이 되기 쉬웠던 곳이라 말이지. 예를 들면, 이 나라의 근간이 된 말라카 왕국의 개조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스칸다르의 피를 잇고 있다고도 전해지고 있지." 그 왕의 이름을 듣고, 한 순간, 자신은 숨을 멈췄다. 스승님도 희미하게 쓴웃음 짓는다. "뭐어, 저건 온 세계 어디의 역사에도 얼굴을 비추는 대민폐니까 말이지. 이야기를 되돌리면, 정화의 함대가 이 부근에 내항한 것은 역사서에도 남아있는 진실이네. 당시의 중국──명 제국의 황제가 파견한 대선단을, 조공을 위한 보물을 대량으로 싣고 있었을 터다. 기술이 올바르다면, 잘 하면 일확천금도 꿈이 아니겠지." "그렇죠!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말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희색이 가득한 표정으로, 린이 손뼉을 친다. 뭐라고 할까, 참으로 알기 쉽다. 너무나도 순수하게, 욕망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눈동자에 파운드나 달러의 심볼이 떠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다. "작년, 지인인 고물상 쪽에서, 별난 지도가 손에 들어와서. 이건 된다고, 눈치챘을 때에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거에요! 바다에 침몰선에 보물이라니, 이제 완벽한 플랜 아닌가요!" "일단 덧붙여두겠지만, 마술에 관련되는 물건이 나왔을 경우, 고확률로 사상마술에 관계되는 물건이다. 시계탑에 속하는 자네가, 멋대로 발굴해버리는 건, 상당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렇겠죠. 그러니까, 슬그머니 하려던 생각이었는데요……" "그런 의미가 아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 그 의미는 모르겠지만, 매우 진지하게 바라보는 스승님에게, 린이 말했다. "차라리 시계탑에 데리고 돌아가서, 에르고를 선생님의 학생으로 하면 되지 않나요?" 농담 반 섞인 말이었으니까, 그 반응은 그녀도 상상하지 않았겠지. 스승님도 자신도 표정을 굳히고, 동시에 린을 응시해버린 것이다. "왜 그래, 두 사람 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네." 자신도, 가슴이 먹먹한 기분이 들어버려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다. 대신에, 스승님은 다시금, "미스 토오사카." 하고, 이름을 불렀다. "당분간, 우리도 여기에 체재시켜줘도 상관 없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 "해적의 컨설턴트를 시작한 것은, 저 아이들을 위해서인가." "무슨 이야기죠?"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매우 많은 건, 대부분 고아같은 상태라, 자연스레 모여든 그룹이기 때문이지. 목적인 물건을 샐비지할 뿐이라면, 그런 상대한테 의뢰할 필요는 없어. 애당초, 그들에게 샐비지를 위한 잠수 기술은 있어도, 장비나 커넥션은 빠져있지. 그 부분의 결락을 메우는 데, 계획은 꽤나 멀리 돌아가지 않았나?" "대신에, 얻기 어려운 신뢰관계를 맺었다구요. 비밀리의 샐비지에는 필요하잖아요?" 해맑은 표정으로, 린이 말한다. 아름다운 리치를 한 알 먹고 나서,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과일의 재배도 그렇지만요,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때려박고 있을 뿐이에요. 제가 없어지더라도, 괜찮을 정도의. 등가교환은 마술의 기본 중 하나잖아요." "그렇다 해도, 최적인 상대를 골랐다고는 말하기 어렵네. ……정의감이려나?" "설마요."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린이 말한다. "다만, 만나버렸기 때문이에요. 만나서 이야기해버리고 나서는, 내버려두기엔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요. 봐버리고 만 이상에는 제 세계의 일부니까, 모르는 척 지나칠 수 없는걸요. 아니, 이런 게 마음의 군살인 건 알고 있지만."독특한 표현이었지만, 어쩐지 의미는 알겠다. 너무 빙 돌아가고, 너무 진지하면서, 너무나도 강한 사람의 말. 그런 학생을 보면서, 스승님은 평소보다 간격을 두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치, 세계가 통째로 자네의 책임이라는 듯한 말투로군." "당연하잖아요. 세계 따위, 진작부터 제 거였으니까요." 단호히 말한 린이, 바로 곤란한 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라고 옛날에는 말했지만, 지금은 어떠려나아." 손을 들고, 푸른 하늘을 움켜쥐려는 듯이 손을 편다. 그다지 아름답다고는 하기 어려운 싱가포르 부근의 바다였지만, 하늘은 불평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딱히 이상하지는 않네. 자네가 말하는 세계란, 즉 자신을 중심으로 두는 가치관 얘기잖나? 그렇다면 마술사로서도 오히려 왕도네. 너무 지나칠 정도로 왕도, 라면서 눈썹을 찡그릴 사람도 있겠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 슬쩍, 2세는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돌아봤다. "선…… 생님……"   에르고는, 아직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애초에, 아틀라스원이나 연금술사라는 단어부터 의미불명하겠지. 시계탑에 있어, 그 나름의 지위인 엘멜로이 2세조차도,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판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약하게 웃은 것이다. "선생님…… 저…… 는…… 괜찮으니까요……" "…………" 입술을 깨문 2세가, 선글라스를 벗고, 자켓의 품에서 엽권을 꺼내든다. 이미 끄트머리는 잘려있어서,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불꽃이 붙었다. 희미하게 그 손끝은 떨리고 있다. 떨림이 진정될 때까지, 천천히 연기를 맛보면서, 2세는 이런 말을 흘렸다. "……참으로, 유감이다." 『현명한 판단이다, 군주(로드).』 뼈의 거인이, 억양 없는 말투로 마술사를 칭찬한다. 그에 대해, 2세는 간발의 차로 합격점을 놓쳐버린 어린애처럼, 분한 듯한 말투로 내뱉은 것이다. "10분 정도만 더, 일찍 왔으면 됐을 거다. 아니면, 내가 아니라, 그에게 직접 따라가도록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거다. 그렇게 했으면, 개입할 여지 따윈 없었지. 자신에게 떨어진 불똥은 자신이 털어내라, 라고 말하기만 하면 끝났을 텐데." 『……그건 무슨 말이지, 로드 엘멜로이?』 "기간 한정이지만, 그는 내 학생이 됐네." 엽권의 연기를 바닷바람에 녹이면서, 2세는 뼈의 거인을 노려본다. "그리고, 나는 학생을 파는 짓은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건 간에." 『로드 엘멜로이!』 "미안하지만, 2세를 붙여주게. 내 어깨에는 너무 무거운 이름이라 말이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 『차앚았다.』아마도, 전원의 뇌리에 울린, 그 사념. 장난스럽고, 까불거리는 말투에, 그런데도 죽을 듯이 두렵다. "저…… 목소리……" 에르고가, 떨었다. 『하하, 아직 기억하고 있었나. 아니, 잊을 수 없었나?』라티오가, 사납게 고개를 처든다. "설마, 무시키……!" 그 이상은, 누구도 반응할 수 없었다. 스승님도, 자신도, 린도, 라티오와 탄겔조차도. 어떠한 마술이 행사된 건지조차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눈치챘을 때에는, 구속되어있던 에르고의 오른쪽 두부가, 모조리 소멸하고 있던 것이다. "에르, 고……" 자신이 걸려고 한 목소리도 덧없다. 젊은이의 콧마루에서 오른쪽 위의 부위가 전부 없어저, 퓨, 하고 분수같이 피가 넘쳐흘렀다. 아아, 거인 때와는 달리,파괴된 두개골이나 그 내용물까지도 보이고 만 것이다. 생존 따위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다. 뇌를 이만큼 잃고서, 살 수 있는 인간 따윈 없다. 다음 순간. 죽은 에르고의 등에서, 빛의 날개처럼 거대한 환수가 솟아올랐다. *  결과만을, 적어 남기자. 수 일 후, 싱가포르에서 남동쪽의 작은 섬에서 일어난, 어느 기화가 뉴스가 됐다. 기사를 건진 것이 3류 가십 신문이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머잖아 인터넷의 일부에서는 현대의 퉁구스라느니 그렇게 불리게 된다. 뉴스는, 이렇다. 섬의 해안이,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이 파괴됐다고. 정말 기묘하게도, 그 파괴흔은 거대한 사람의 손 모양이었다고 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 준비된 모터 보트는, 전부가 중형에, 일곱 척이었다. 자신과 스승님, 에르고 세 명은, 린이 조종하는 보트에 타있다. 다른 여섯 척은, 해적들의 것이다. 탄 인원의 대부분은, 에르고와 비슷한 정도의 연령. 18세 정도라고 생각된다. 하얀 파도를 박차고 나아가는 보트에 탄, 늠름한 옆얼굴. 이제 출신 같은 건 알 수 없을 정도로 그을린 피부가, 해적의 긍지인 걸지도 몰랐다. '린 씨가, 길러낸 해적들.' 그 얼굴에, 그녀의 듬직함이 옮겨간 것처럼도 보였다. 린에게 배운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을 방법을 가르쳤다는 그녀의 말에는, 일절의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해적들이 린에게 보내는 신뢰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알파 1. 린, 주위에 이상 없음." "브라보 1. 이쪽도 이상 없음." 설치된 무선에서, 차례차례 목소리가 닿는다. 알파, 브라보라는 것은, 잘못 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포네틱 코드겠지. 엘멜로이 교실에서는, 플랫이라던지가 좋아하는 전쟁 영화에서 자주 들어봤지만, 해적이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린은, 잠시 팔짱을 끼더니, 무선기의 버튼을 눌렀다. "아무튼, 최초의 계획대로 움직여줘. 상황이 알 수 없게 되면, 쏜살같이 도망칠 것. 이건 절대야." "알았어(아이 아이 서)!" 믿음직스럽게 수긍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싱가포르에서 꽤나 떨어져, 이미 말라카 해협의 입구까지 다가온 탓인지, 다른 배는 드문드문하게만 보이게 되었다. 항구를 나올 때엔 정말로 경찰에게 발견되지 않을지 오싹했지만, 이렇게 먼 바다까지 나와버리니, 반대로 육지가 그리워진다. 바로 뒤에서, 스승님이 지도를 펼쳤다. "룩스 카르타의 검색에서, 라티오의 거점으로 보인 곳은 둘." 바다의 바람에 주의하면서, 가느다란 손가락이 종이의 표면에 미끄러진다. "하나는 센토사 섬. 이쪽은 아까 알아봤지만 떠나서 흔적 뿐이다." 앞서 조사한 지점이다. 라티오가 숨어있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고, 진작에 물러난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은 바로 먼바다로 나와, 새로운 장소로 급행한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향하고 있는 좌표는 해상이네. 꽤나 길게, 이 지점에서 어떤 작업을 한 형적이 있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세 명의 마술사." 스승님이, 말한다. "네가, 두 명 째인가." "뭐어, 그야 말 안해도 알잖냐. 시계탑의 군주(로드)." 여자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에 대해, "아직, 라티오의 순서일 터입니다." 라면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얼굴을 들었다. 이쪽은 체내의 뼈를, 쐐기처럼 갑판에 꽂은 것으로, 버텨낸 듯 하다. 하얀 여자는, 응응 하고 두 번 끄덕였다. "그러니까 말야, 너는 끝났잖아? 조금이라도 수치를 안다면 여기서 물러나라. 그래, 이건 동정이라는 거다. 과거 한 번은 실력을 인정하고, 함께 연구한 동포의 자손이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이라니, 직시하고 싶지 않고 말야." "무시키." 그 이상 지껄이지 마라, 라는 라티오의 위압에, 무시키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아무리, 쿨드리스가 몰락해갈 뿐인 가계니까 그렇다 해도 말이지." "너…… 엇!" 라티오의 신체가, 튕기듯이 도약했다. 발에서 튀어나온 뼈를 이용한 도약이었다. 터무니없는 속도로 뻗은 뼈의 반동으로, 그녀의 신체를 날려보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 "손을, 대지 말아주세요." "알고있고 말고. 이 배에 있는 동안에는 휴전이라는 계약이다. 바로 끝날 휴전이지만." 끄덕인 라티오의 뒤에서, 느릿느릿 작은 산같은 모습이 움직였다. 뼈의 거인── 탄겔이 겨우 마스트를 빼내고, 뽑힌 팔도 재생된 것이었다. "아ー 아ー, 심한 꼴을 당했구만." "쓸모없는 놈." "그건 너무한데. 라티오 아씨." "어깨를 대라." 개탄하는 거인이 쭈그려앉고, 그 어깨에 라티오가 탔다.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푸른 머리카락은, 뼈의 거인의 색조와 잘 어울렸다. "언젠가, 또 다시." 두 사람의 모습이, 갑판에서 등 너머로 쓰러진다. 눈 깜짝할 새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파도 사이로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 "그나저나 린, 이미 해적들은 재소집한건가." "네, 지금 연락했어요. 안전은 확인했고요, 저 라티오도 위협이 되지 않는 해적에게 손을 댈 법한 타입은 아니겠죠." "그런가. 그럼, 때가 맞겠군." "때가 맞아?" 고개를 갸웃거린 린에게, 스윽 하고 스승님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 유령선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지. ……과연, 휴전은 배에 있는 동안, 이라고 사족을 붙인 건 이래서인가. 아틀라스원답다고 하면 아틀라스원답군." 곧바로, 자신도 스승님의 손끝을 쫓았다. 유령선의 반쯤을 뒤덮고 있던 뼈가, 그 연장선에서 점차 축소하고 있던 것이다. 물론, 본래는 바다에 뜰만한 상태는 아니다. 농밀한 안개도 서서히 옅어져간다. 아마도, 양쪽 모두 그녀가 없으면 유지할 수 없는 것이었겠지. "뭣──!" 린의 표정 변화는 장절했다. "자, 잠깐! 잠깐 기다려! 아직 보물 찾지도 않았다고! 그럴게 정화의 배야! 그런 건, 전부 내 거인 게 당연하잖아!" 전속력으로, 배 안으로 달려간다. 배가 붕괴하고 있으니, 안쪽은 명백히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멈출 틈도 없었다. 망연해진 자신을 보면서, "후훗." 에르고가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이 젊은이가 웃는 것을 처음으로 본 기분이 들었다. "……하하." 이번에는 스승님이 따라 웃고, 그걸로 참을 수 없게 돼서, 마침내 자신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린의 비명과, 자신들의 조용한 웃음소리와, 머지않아 모여든 해적들의 보트의 엔진음이, 유령선의 붕괴에 겹쳐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 ──무대는, 이동한다. 밤하늘에, 달이 나와있었다. 둥근 달이다. 밑부분에 옅은 구름이 걸쳐져있어서, 이 나라에서는 기꺼운 운치를 자아내고 있었다. 달에 떼구름. 화투(카드)에도 쓰일 정도로, 친숙한 구도다. 저택의 툇마루에서, 그 달을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한쪽 눈이 희미하게 머리카락에 가려진, 망양한 표정의 청년이다. 연령은 대략 20대 후반 정도일까. 어느 나라에 있더라도, 조용히 파묻힐 것 같은데도, 어딘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분위기, 라고밖에 말할 방법이 없다. 파츠 하나 하나는 평범 그 자체다. 총합적으로 봐도 특필할 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까이 있으면, 무심코 어깨에 힘이 빠져버릴 듯한 온화한 기척이, 그 청년에게는 있었다. 근처에는 대나무가 군생하고 있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를 내고 있다. 사사사삭, 하고 스치는 소리는 낮의 매미와 다를 바 없이 시끄럽다. 달과, 대나무와, 구름. 그 나라 최고의 이야기 중 하나, 카구야 공주도 이러했으랴. 청년이 좀 더 나이를 먹으면, 거기에 떠나간 연인을 추구하는 것처럼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10년이고 20년이고, 혹은 100년의 시간이 지나더라도, 분명 그가 띤 기척만큼은 변하지 않겠지. 저택의 안쪽에서, 어린 목소리가 났다. "계속 앉아있는데, 왜 그래, 코쿠토?" "오랜 지기한테서 편지가 왔어. 그런데, 그렇게 부르는 건 그만두도록, 몇 번이나 말했잖아?" "네에. 몸 차게 하지 말아요, 파파." 부드럽게 타이르자, 딸은 맥없이 돌아간다. 하늘은 높고, 달은 푸르다. 하지만, 청년의 표정은 희미한 근심을 띠고 있었다. 한 손에, 오래된 봉투를 들고 있다. 가치가 있을 법한 예스러움이 아니라, 단순히 쇼와 무렵에 꺼내는 걸 잊어서, 그대로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라는 모습이었다. "토우코 씨한테서 편지가 오는 건 오랜만인데." 중얼거리면서, 표면을 더듬는다. 적힌 이름 뒤에는, 『에게』도 『님』도 없다. 그저, 『료우기 미키야』 주소와 그 이름만이, 또렷하게 적혀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 옆을 보다가, 갑자기 눈치 챘다. "에르고 씨, 키가 커졌나요? 머리카락도 자란 것 같은데." "아직, 그레이 씨하고 만난지 일주일 정도라구요." 쾌활하게, 젊은이가 웃는다. 그 말대로다. 하지만, 그런 짧은 기간 동안, 그는 잘못 볼 정도로 변한 느낌이 든다. 소지물은 커녕, 대부분의 기억까지 잃었던 젊은이는, 삶을 서두르듯이 새로운 자기를 확립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짧은 빨강 머리. 색소도 자아도 옅었던 회색의 눈동자는, 시계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반짝반짝 환희하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사람은 마음이 두근거린 횟수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자신도 조금 정도는 눈여겨봐야 할까 하고 생각한 참에, 바람이 날아온 축제 노점의 포장지가, 얼굴에 부딪히기 직전에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에르고의 등에 생겨난 투명한 손── 환수에 의한 것이다. (중략) 이 조합으로 어울린지, 아직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분명, 타인과 마음을 터놓는 속도로 말하자면, 자신은 틀림 없이 최악의 부류겠지. 그런데도, 아주 옛날부터 함께 한 듯한 착각에 덮쳐진 것이다. 생각해보면, 폭풍같은 시간이었다. 그 싱가포르에서, 해적의 컨설턴트를 맡고 있던 린과 만난 일부터 시작해, 신을 먹어치웠다는 에르고를 중심으로, 잡다한 사건이 발발한 것이다. 지금의 에르고를 만들어낸 세 명의 마술사 중,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 선인이라던가 하는 무시키까지, 자신들은 싸우게 되었다. 전부, 시계탑에서 신비에 익숙해진 자신에게조차, 황당무계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자칫 실수했다간, 일본에 오기 전에 목숨을 잃었겠지. 지금이라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어딘가, 자신은 이 여행을 즐겨버리고 있다. 이런 이국의 산중에서, 수많은 수수께끼를 품은 채로, 자칫하면 새로운 적에게 목숨을 노려질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무심코 안심해서, 입가에 미소를 금고 말 정도로. 마치 가슴 속의 앨범에, 평생 바랠 리 없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진을 모으는 것처럼.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 조금 뒤늦게,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 하나에도, 의외로 성격이 묻어나온다. 예를 들면 건방진 발소리, 예를 들면 우아한 발소리, 예를 들면 신경질적인 발소리. 『강화』된 자신의 청각은, 자연스럽게 그런 뉘앙스를 듣고 분간해버린다. '……​보.통.​?' 여태껏 없었던 인상을, 받고 말았다. 너무나도 애매하고 대충스러운 감상에, 떠올린 자신이 깜짝 놀라고 만다. 하지만, 이 때 느낀 것은, 분명 그랬던 것이다. 멀리서, 또다시 큰 북을 치는 소리. 저녁놀의 언덕을 껑충껑충 걸어온 인영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참으로 평범한 남성이었다. 이 나라의 사람들의 연령은 알기 어렵지만, 아마 20대 후반 정도일까. 위도 아래도 검정 일색의 서양옷에, 역시 검은 테 안경을 끼고 있다. 더 말하자면, 왼쪽 머리카락을 길러 눈가를 덮고 있는 점은, 독특한 센스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축제의 손님들에게 파묻혔다간, 눈 깜짝할 새에 찾을 수 없게 되겠지. 나긋나긋한 체구도, 상냥해보이는 인상도 충분히 호감스러웠지만, 총합하면 범용이라는 형용으로 진정되어버린다. 그 신기한 모순에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니, "아오자키 토우코 씨께 소개받은, 료우기 미키야라고 합니다." 라고, 새까만 남성은 자기소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들에게 있어, 잊기 어려운 운명의 시작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 텐트다. 여러 개의 더러워진 텐트가 서로 지탱하듯 무리지어, 여름의 공원 안에서, 일종의 치외법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던 것이다. 흔히 말하는, 노숙자들의 텐트촌이었다. 유난히 눈에 띄는, 구석에 있던 오렌지색 천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 느닷없이, 쉰 목소리가 들렸다. "​루오​ 군. 아키라 군." "사노 씨." 청년이 돌아보자, 호리호리한 사십대 정도의 남자가 서있었다. "하하하, 일찍 일어나네." 이야기하자, 휴휴 하고 공기가 새어나오는 듯한 소리가 났다. 덥수룩한 수염 아래에, 앞니가 세 개 정도 빠져있는 것이다. 여름인데도 두꺼운 셔츠를 입고 있어서, 꽤 땀냄새가 난다. 머리에는 원형을 알 수 없게 된 워크 캡을 쓰고, 다리가 구부러진 안경을 쓰고 있다. 갈라진 입술을 오므리듯 웃으면서, 사노는 포장된 물건을 들어올렸다. "오늘은 진수성찬이야. 폐기된 햄버거를 몰래 받아왔어." "그거 굉장한데!" ​루오​도 환히 웃는다. 그러자, 아키라도 와 하고 점프했다. 곧바로, 근처의 넓은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은행나무 옆에서, 사노가 적당히 돌멩이 같은 걸 피해, 지면에 직접 앉는다. "저기 벤치에 앉아도 되지 않아?" "됐어, 구석이 좋거든." 변명하듯이, 사노가 소근소근 이야기한다. "우리들은 말이지, 세상을 사양하면서 살아가야 하니까 말이야." "그럴 리 없잖아." ​루오​가 답하자, 힘없이 사노는 웃었다. "응. 원래는 아니겠지. 하지만, 내가 견딜 수 없거든.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고 생각하기만 해도, 위가 욱신거리고, 눈앞이 어두워진단 말이야. 하하하, 옛날에는 눈앞이 어두워진다는 건 비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거, 정말로 된단 말이지." 사노가 머리를 긁으니, 비듬이 떨어졌다. 때가 낀 색이 되어있는 손가락을 보면서, 이야기한다. "벌써, 일주일이 됐으려나. 두 사람이 온지." "엿새네." 햄버거를 덥석 물면서, ​루오​가 말했다. "사노 씨가, 근처에서 배식해주는 장소같은 걸 가르쳐줘서 살았어." "우리들의 생명선이니까 말이지. 밥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힘들어. 일이 잘 풀리면, 이렇게 땡잡기도 하고." 엉망이 된 가방에서, 낡은 맥주병을 꺼내면서, 사노가 히죽 웃었다. "사노 블렌드, 였던가." "응후후." 코에 걸린 느낌으로, 사노가 숨을 흘린다. 몇 방울씩, 병이나 캔의 바닥에 남은 술을 긁어모은 것이었다. 물론, 그런 방식에는 블렌드고 뭐고 없지만, 사노는 자신 나름대로 고집이 있다고, 늘 자랑했었다. 컵 따윈 없이, 바로 입술을 대고, 살짝 핥는다. "하지만 있지. 이런 생활은 오래 계속할 게 아니야.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말이야." 사노가, 심각한 체 하면서 말했다. 체라고 한 것은, 앞니가 빠진 얼굴이, 도무지 시리어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으니까 말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관공서에 가면, 나름 괜찮은 데를 소개해 줄 거야. 나 같은 건 어떻게도 안 되지만 말이야." "안 되는 건가." "몇 번이나 도망쳐왔으니까." 곤란한 듯이, 사노가 한손의 손등을 내려다본다. "사노, 미간이." 아키라의 지적에, 엇 하더니, 자신의 미간을 몇 번이고 어루만진다. 이마가 갈수록 검게 되지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말투를 보면, 인텔리라는 느낌이지, 사노 씨." 라고, ​루오​가 말한다. "하하. 대학원은 나왔는데 말이지……. 라고 해도, 모르려나. 다만, 아무래도 제대로 참는다는 게, 나한테는 불가능했던 모양이야. 사회라는 거에 나가면,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말이야." 차근차근, 사노가 말한다. 그리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아키라 군이, 성별을 알기 어렵게 한 것도, 누구한테서 도망치고 있어서려나?" ​루오​의 표정은 변하지 않지만, 아키라의 시선이 한 순간 흔들렸다. "그런 거 말이야, 나, 의외로 민감하거든. 아, 그래도, 민감하니까, 이렇게 돼버린 걸까나. 둔감한 편이 좋았으려나아. 좋았던 거겠지이." "뭐어, 여기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오래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느긋한 ​루오​의 말에, 사노가 몇 번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지. 그게 좋은 거야. 너희들은 귀찮아하지도 않고 잘 씻고 옷도 빨고 있으니까. 충분히 다시 할 수 있어." 아키라가, 신음하며 눈썹을 찡그렸다. "귀찮은데." "그러니까 말이야. 정말로 귀찮아져버리기 전에, 나가는 게 좋은 거야." 사노가, 거기서 말을 끊었다. 살짝, 간격을 두고, "그러고 보니." 느닷없이 떠오른 듯이, 이렇게 말을 이은 것이다. "저기 신사에서, 오늘 밤부터 축제를 하는 모양이야. 응, 헤어지기 전에는, 좋을 지도 모르겠는걸." 너무나도 의도적이라, ​루오​의 한쪽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어, 그러니까, 혹시, 본제는 이거?" "그러니까, 함께 가지 않을래." 라며, 사노가 화두를 던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듯이, 하지만 그것을 억지로 떨쳐내는 말투로,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나도 제대로 옷은 빨아서 갈 거고, 한 번 쯤은, 분위기를 즐겨도 벌은 안 받겠지?" (중략) "돈이 있으면, 지금 할래?" "아, 안 돼." 라며, 사노는 당황해서 소녀의 손을 억눌렀다. "알겠니. 지갑 같은 걸 우리같은 상대 앞에서 꺼내면 안 돼." "농담." 쿡쿡 웃는 아키라에게, 사노가 얼굴을 찡그린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저기." 라며, ​루오​가 말을 꺼낸 것이다. "혹시, 신사 입구 근처에 있던 오코노미야키 가게 아저씨, 사노 씨의 아버지 아냐?" 그 순간, 사노는 경직됐다. 잠시 후, 소곤소곤 말했다. "……알아, 보겠어?" "광대뼈라던가 콧대같은 게 말이지. 유전이 드러나기 쉬운 곳인데, 쏙 빼닮았어." "볼 낯이 없어서 말이야." 말 그대로, 사노가 얼굴을 덮었다. 여기에 올 때 까지 공들여 씻었겠지만, 그럼에도 손의 주름에는 기름때가 묻어 있어서, 아까와는 반대로, 실제 나이보다 한참 늙어보였다. "이렇게 돼버렸는걸." 라며, 셔츠를 만진다. 제대로 빨긴 했지만, 셔츠의 소매는 꼴사납게 닳고, 단추는 짝짝이로 떨어져있다. 어렴풋한 쉰내도, 노점에서 충분히 떨어진 지금은 숨길 수 없다. 과거 사노가 가지고 있었고, 여태까지의 과정으로 상실해버린 것의 크기를,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 "어이, 너." 느닷없이, 불러세워졌다. 말보다도, 울림에 담긴 적의에, 아키라가 숨을 멈췄다. "사노지." 축제의 조명을 등지고, 세 명이, 나란히 서있다. 명백히, 행실이 좋지 않은 남자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어깨폭이 넓고, 두툼한 입술에 야비한 웃음을 띄우고 있다. 리더인 것 같은 가운데 남자가, 사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하하, 아버지의 생일이니까, 혹시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확,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다. "사노!" 아키라의 외침에, "괜찮아." 라며, 사노가 제지했다. "안 좋은 곳에서, 돈을, 빌렸, 으니까." 울면서 우는 듯한 표정이, 일그러진다. 뺨에, 주먹이 꽂힌 것이다. 싫은 소리가 났다. 얻어맞은 사노가, 지면에 쓰러진다. 모처럼 새로 빤 셔츠가, 무참하게 흙으로 더러워졌다. 뇌까지 흔들렸는지, 사노는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얼굴을 누른 채 버둥거렸다. "형님, 얼굴은 그만두시는게. 최근의 경찰은 귀찮다고, 부두목도." "하, 이 녀석이 경찰한테 달려갈 것 같냐." "앗, 그건 그런가." 리더격인 남자에게, 똘마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도 걷어차기 시작했다. 옆으로 쓰러져있던 사노의 명치에, 발끝이 깊게 파고들었다. 구역질이 난 사노의 입에서 오액이 쏟아지자, 재주 좋게 남자들이 피한다. "아아, 시원하다. 료우기 놈들이 성가시게 구는거, 좆같았으니까." "덕분에, 실컷 손해봤으니까요." 언뜻 평온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남자들은 계속해서 발길질한다. 웃으면서, 사노를 공처럼 걷어찬다. "그만둬!" 매달리듯이, 한 남자의 조거 팬츠를, 아키라가 잡아당긴 것이다. "아앙?" 귀찮다는 듯이 눈썹을 찡그린 남자가 다리를 휘두르자, 소녀는 날아가버렸다. 가벼운 몸이, 한번 지면에서 튕겼다. "그, 그만……." 말하려던 사노도, 다시 걷어차인다. 감싼 팔도, 어깨도, 옆구리도, 가슴도, 허벅지도, 허리도, 하복부도, 엉덩이도, 등도, 상관 없이 걷어차였다. 그 발길질이, 도중에,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남자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냐, 이거." 내려다보니, 조거 팬츠의 종아리 부근에, 기묘한 것이 달라붙어 있었다. "……새끼줄?" 실제로, 그것은 새카만 새끼줄 그 자체였다. 길고 가늘고,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앙, 낡은 금줄이라도 떨어진 건가?" 또 한 명이 말하고, 표정을 바꿨다. 빙글, 빙글, 빙글, 남자의 다리에, 조금 전의 새끼줄이 휘감겨있던 것이다. 그 뿐인가, 휘감긴 부위에서, 엄청난 격통이 찾아와, 남자는 까무라쳤다. "아가가가가가가가!" 경련을 일으키며, 그대로 자빠진다. 쓰러져도, 아픔은 집요하게 계속됐다. 기절하지도 못하고, 남자의 입가에서 거품이 넘쳐흘렀다. 치이이익, 하고 조거 팬츠가 산 같은 것에 녹아내리자, 그 자리엔 남자의 피부와 살이 뒤섞이고 있었다. 당연히, 한 명으로 그치지 않았다. 사노를 에워싼 전원이, 똑같은 기화(奇禍)에 덮쳐진 것이다. "어, 어이! 뭐냐고 이거! 이상하잖아!" 비명 섞인 목소리가, 숲에 울려퍼진다. 물론, 이상하다. 새끼줄만이 아니다. 폭력 사태는 떠들썩한 소리에 묻혔다 하더라도, 남자들의 외침은 축제까지 충분히 닿았을 것이다. 설령, 폭력을 무서워했다 하더라도, 몇 명 정도는 호기롭게 다가오는 것이 보통이겠지. 마치, 이 일대가 이계로서 떼어내져버린 듯한. "싫어! 싫어싫어싫어!" 도망치려고 한 남자의 발목을, 새끼줄이 붙잡고, 지면에 쓰러뜨렸다. "그만둬!" 리더격의 절규가, 해일같은 새끼줄에 삼켜진다.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빙글. "아……. 아……!" 사노가, 낮게 신음했다. 새끼줄이, 사노 쪽에도 다가온 것이다. 사노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자들은, 누구는 신체가 녹고, 누구는 목까지 새끼줄로 뒤덮이고, 더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게 되어있다. 자신도, 그 뒤를 따르는 건가. "오……. 오지 마……." 근처에 떨어져 있던 마른 가지를, 사노가 줍는다. 그런 것은 쓸모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어서서 도망치려고 해도, 진작에 허리가 빠져버린 것이다. "오지 마……!" 부웅, 하고 강하게 가지를 휘두른다. 손에서 쑥 빠져서, 밤의 어둠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검은 새끼줄이 사노에게로 다가온다. 사냥감을 발견한 뱀과도 비슷하게, 그 속도는 결코 느려지지 않는다. 돌연히, 멈췄다. 따뜻한 것을, 사노는 느꼈다. 둥실둥실, 무수한 무언가가, 자신을 둘러싸고 떠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깃털?" 이라며, 사노가 신음했다. 과연, 대답이 나온 것이다. "환익(환이)이라고, 부르는 거지만 말이야." ​루오​가 서있었다. 양손에, 오코노미야키가 들어간 종이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가장자리에서 약간 소스가 배어나와있다. 세 개 들고 있던 종이상자 중 하나만 돌 위에 두고 나서, ​루오​가 엄지를 할짝 핥았다. "축제가 끝난 뒤에, 신사 뒤에서 기다려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하하, 무심코 이야기에 몰두하게 돼서. 이건 서비스로 받았어." 떠들어대는 ​루오​의 등에서, 반투명한 날개가 자라나있는 듯이, 사노는 착각했다. 실제로, 아무리 눈을 부릅 떠봐도,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것은 날개라고 납득해버리고 있다. 그리고, 이 날개에 의해 검은 새끼줄은 막혀있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돼버려,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사노는 모른다. 그것이 환수라고 작명된, 어떤 젊은이(에르고)의 능력과 흡사하다는 것 따위. 청년이 쭈그리고 앉아,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미안 아키라. 기다리게 했지." "……​루오​." 쓰러져있던 아키라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주변에만, 새끼줄이 꿈틀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사노는 눈치챘다 혹은 그녀를 새끼줄이 지키려고 한 것처럼. "……늦어, 바보." "그러니까 사과하잖아. 오코노미야키는 나중에 먹자고." 살며시 소녀를 안아든다. 흐물흐물, 사노의 시계가 일그러진다. 간신히 유지하던 의식이, 한계를 넘은 것이다. "고마워, 사노 씨." 라면서, 고개를 숙인 ​루오​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목소리만은 들렸다. "바이 뤄롱(白若瓏)." "뤄……. 롱……?" 앵무새처럼 중얼거린 사노에게, 청년은 끄덕였다. "내 이름. 받아두세요. 되려 재앙을 부를 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쩌면 부적이 될 지도 몰라요." 상냥한 목소리다, 라고 생각했다. 상냥하고 슬픈 목소리다, 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보살펴주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뤄롱……. 아키라 군……!" 외침은, 목소리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기절해버린 것이다. 깨어난 병원에서, 그는 부친과 재회하게 된다. 빌린 돈을 갚을 수 있을 정도의 지폐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습격했던 야쿠자의 위쪽에서 두 번 다시 손을 대지 않겠다며 서류가 보내져온 것도, 나중에 부친에게서 들은 일이다. 남은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을 별난 청년과 소녀를, 사노는 때때로 매우 절실한 마음으로 떠올리게 되는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 '……수상하게는, 보이지 않지만.' 앞서 가는 미키야를 다시 한 번 보았을 때, 그는 입을 열었다. "토우코 씨가, 네가 안고 있는 문제에 딱 좋을 거다, 라는 편지를 보내왔거든요." "문제?" 눈을 깜빡거린 자신보다 약간 뒤늦게, "우리들도, 아오자키 토우코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라고, 스승님이 말한다. "이전부터,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는데, 2주 전에 이거라면 힌트가 되지 않겠냐고, 편지를 보내왔지." 2주 전. 싱가포르에 오기 전이다. 즉, 스승님은 원래부터 일본에 올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앞서 걸으면서, 미키야가 묻는다. "어떤 과제인가요?" "일종의 해주, 라고 말하면 되려나." 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그것은, 자신의 안쪽에 깃든, 영웅의 인자를 벗겨내기 위한 술식이었다. 천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강사를 그만두면서라도, 스승님이 탐구하려고 했던 마술. 그리고, "지금이라면, 좀 더 알기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신을 되돌리는 방법, 이라고." 에르고가 스승님을 보았다. 젊은이가 먹어치웠다고 하는 세 위의 신. 그것을 되돌리지 못하면, 언젠가 에르고는 신이라는 절대적인 정보량에 압박당해, 인격과 기억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스승님은 단언했던 것이다. 기이하게도, 자신과 에르고에게 필요한 것은 같은 신비였다. "신님." 말하고 나서, 어쩐지 그리워하는 듯이, 미키야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산 위라서인지, 별빛은 참으로 밝았다. "그 사무소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했었어요. ……아아, 정말로, 토우코 씨랑 같은 마술사인 거군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했네." 라고 말하고, 스승님이 차를 마신다. "자네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에 대해서, 들려줬으면 하네. 아오자키 토우코의 편지에 따르면, 그 문제가, 우리들의 문제 해결에 관계되어 있는 건가?" "그 전에,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뭔가?" "마술사는 제자나 가족을 소중히 하는 족속이라고, 토우코 씨한테서 들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다. 마술사가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보다도 세계보다도, 근원이라는 무언가에 도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 세대만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마술사는 뒷세대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족이나 제자에게는 친밀해져 지켜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개념과는,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전제 하에, 미키야가 묻는다. "그렇다면, 가족에게서 떨어져버린 인간은,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행복 따윈, 사람마다 다른 것이잖나." 곧바로 스승님이 답했다. "누군가가 극한의 불행이라고 느끼는 환경을, 최고의 행복이라며 음미하는 자도 있지. 마술사가 아니더라도, 그건 보통이라고 생각하네만." "그렇네요." 라며, 미키야도 인정했다. "나라라던가 환경이라던가 가치관이라던가, 그런 약간의 차이로, 추구하는 게 완전히 달라져버려요. 누군가와 같은 것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누군가와 다른 것이야말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마음의 형태가 모두 다르니까, 행복의 형태도 모두 다른 거예요." 그 말은, 쿵 하고 가슴 깊숙히 빠진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직소 퍼즐 같은 것이다. 마음의 형태가 다르니까, 그것에 맞는 행복의 형태가 다르다. 각자가 모은 형태가, 어쩌다 꼭 들어맞았을 때에, 겨우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을 탐구하는 것이, 어쩌면 인생이라는 과정일 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미키야는 한 장의 사진을 꺼낸 것이다 마나와 비슷한 정도의, 어린아이가 찍힌 사진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짧게 자른 머리카락도 있어서, 성별은 판정할 수 없다. "이 아이는?" "야코우 아키라." 미키야의 말에, "야코우?" 하고, 린이 눈초리를 치켜올렸다. "야코우라니, 법술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야코우 얘기야?" 목소리에, 평소와 다른 성분이 섞여있었다. 약간의 긴장과, 고양이처럼 숨길 수 없는 호기심. 그 표정은, 아틀라스원의 라티오나 산령법정의 무시키와 대치했을 때와 동질이면서,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 아이를,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미키야는 잇는다. "…………."   스승님은 즉답하지 않았다. 린은, 스승님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에르고는, 흥미 깊은 듯이, 사진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자신은…… 그저, 서서히 고동치기 시작하는 심장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천천히, 스승님은 입을 열었다. "구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납치된 거예요."   꿈틀, 하고 스승님의 눈썹이 움직였다. 유괴 사건. 그 자체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지금 린의 말대로라면 야코우란 마술의 가계일 터이다. 거기에서 일어난 유괴 사건이란. 멀리서, 큰 북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축제의 양기와는 정반대인, 음울한 예감이 방에 자욱히 끼기 시작했다. "토우코 씨는, 이 아이와 접촉함으로써, 엘멜로이 2세 씨의 문제의 해결에 다가갈 수 있겠지,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 "미키야 씨는, 야코우는 료우기의 먼 친척 같은 것이다, 라고 하셨죠." "그래서, 유괴 사건의 해결을 도와달라고 부탁받았다, 라고도 말이지. 물론, 야코우가 마술 가계라면, 경찰에 통보하지 않는 건 평범한 일이지만." 신비의 은닉, 이라는 룰이 있다. 마술사인 자, 신비의 실재를, 일반에 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경찰을 개입시켰다간, 당연히 이 룰을 깨는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귀찮은 일은 집안에서 처리하거나, 시계탑 등의 상부 조직에 의뢰하는 것이 정례가 되어있으며, 비슷한 경위로 스승님에게 얘기가 들어온 적도 많았다. 엘멜로이 가의 막대한 빚 때문에, 이런 의뢰를 받는 것이, 당시의 스승님에게는 가장 벌이가 좋은 일이었던 것이다. "찾는 것만이라면 아마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도 말했었지." 린이 말한다. 료우기 미키야는, 이전에, 몇 번인가 사람 찾는 일 같은 것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게 소문을 타서, 이번에 야코우가 접촉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료우기 가의 전원이 무조건 찬성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특히 아내 분이 반대하셔서, 네가 하는 건 자유지만, 당분간 가출할 테니까 마나는 맡긴다, 라면서 뛰쳐나갔다던가요." 이건, 에르고가 말했다. 거기다, 야코우에게서 받은 의뢰를 가져온 것은, 그 아내 분의 부친이라고 하니까, 꽤나 복잡하다. 결혼이라는 것은 복수의 인간관계를 한번에 묶어버리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집"이라는 개념이 중시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 "아무튼, 이제부터 야코우와 접촉하게 되겠지. 일본의 마술 조직과 교섭하고 싶은 참이기는 했네. 그 관위 인형사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는 기분은 들지만 말이야." 어깨를 으쓱거린 스승님이, 문득 물었다. (중략) 그러자, 린이 화제를 돌렸다. "그럼, 야코우의 저택에는 모여서 갈까요?" "……아니, 여기선 나와 그레이만 가지." 스승님이, 고개를 젓는다. "그 편이 입장이 덜 성가셔지니까 말이지. 린은 후유키의 관리자(세컨드 오너)이기도 하고, 에르고에 이르면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다. 여기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늘어나는 건 사양이야." "……음, 그건 그러네요." 에르고의 정체는,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야코우라는 조직과, 묘한 관련이 없다고도 단언할 수 없다. 이미 아틀라스원과 방황회의 구성원을 적으로 돌린 이상, 더 이상의 해프닝은 피하고 싶었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스승님이 정말로 성가신 사태에 휘말리기 쉽다는 것은, 자신도 최근 수 년 동안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린은 납득한 듯이 끄덕이면서, "그럼, 우리는 잠깐 외출할까." 하고, 에르고의 손을 잡은 것이다. "어쩔 생각이지?" 수하물을 작은 파우치에 모아넣은 그녀는, 몇 걸음 나아가더니, 돌아본다. "도쿄 관광이에요. 모처럼 왔으니까, 관광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어디 쯤을 예정하고 있을지는 들려주겠나. 연락은 휴대전화로 하면 되겠지만, 일단 위치관계는 파악해두고 싶네." "물론이에요. 일단은, 아버지가 친하게 지내셨던 고서점이 칸다 진보쵸에 있으니까, 그쪽을 찾아가볼까 하고요." "과연, 고서점은 지역과 밀착하고 있으니 말이지. 좋은 착안점이군." "그렇죠!" 한쪽 눈을 감고, 엘멜로이 교실의 수재가 문고리에 손을 댄다. 그리고 돌아보았다. 감쪽같이 덫에 걸린 쥐를 관찰하는 고양이같았다. "맞다. 그 다음에는 근처니까, 아키하바라에 가보려고 생각해요, ​교수님​." 결과는, 정말로 극적이었다.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스승님이 경직돼버린 것이다. 그녀가 씩씩하게 에르고와 나갈 때까지, 훌륭하게 굳은 채로── 그것은, 눈 앞에서 염원하던 장난감을 새치기당한 아이같은 표정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 흘깃, 하고 스승님의 시선이, 부인의 등 뒤로 던져진다. 안쪽에 위치한 단에는, 검은 천이 걸쳐진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형태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거울일까. "야쿠자에는 세 가지 원류가 있다, 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호오." "당시의 정부에게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천민, 비합법 도박장을 열었던 노름꾼, 대부분이 사찰에서 노점을 내거나 재주를 보이거나 했던 놀이패(的屋). 완전히 분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것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교류해온 것이야말로 야쿠자의 원류겠지요. 특히 마지막, 놀이패(테키야)가 파는 것은 극히 범위가 넓고, 약이나 매춘은 물론, 스모나 ​노가쿠​의 흥행, 끝에는 ​저주나 기도도 팔았다​, 라는 기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어디에서나 해체하고 있는 건가? 과연 약탈공." 질린 듯한 부인의 말투에, 스승님은 눈썹을 살짝 꿈틀거릴 뿐이었다. 동시에, 자신은 심장이 매우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분석은 야쿠자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야코우라는 조직을 이야기한 것이다. 물론, 개개의 사정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대충 그 방향성은 다르지 않다, 그런 것일까. 축제를, 떠올렸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축제란 즉 주술적인 의례나 다름 없다. 그렇다면, 그것을 운영하는 존재도 어쩔 수 없이 신비의 희미한 빛을 띤다. 눈을 가늘게 뜨고, 간격을 두고 나서, 스승님이 다시금 화두를 던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 "일족 분이 납치됐다,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뭐어, 그 말대로지. 연이 있는 료우기의 사위가, 가끔씩 사람 찾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들어서 말이야. 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상담해봤다는 거지." 미키야에게 들은 것과, 거의 같은 이야기였다. "실례지만, 저희는 여기서는 외부인입니다. 사람 찾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아, 그건 오산시켰나." 라며, 아카네가 살짝 쓴웃음을 짓는다. "료우기한테 부탁한 사람 찾기라는 건, 딱 좋은 연줄 얘기거든." "……무슨 말입니까?" "아이를 납치한 상대한테, 이국의 마술의 기척이 있었던 거지." 그 말에, 피부 위에서 미세한 번개가 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본의 마술조직은, 결속은 단단하지만 작아서 말이야. 시계탑에도, 대륙의 나선관에도 한참 못 미치지. 납치된 아이는 물론 뒤쫓고 있지만, 그 때 어디 사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았다간, 대처가 필요해지지 않겠나?" 참으로 정치적인 이야기였다. 시계탑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일은 늘었지만, 또 다른 감촉을 자신은 느끼고 있었다. 전부 다 검은, 이 방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무수한 가면들 때문일까. 그 하나하나에 의사가 깃들어,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시계탑에서도 수많은 음모와 의도가 얽히고 설켜, 복잡하기 짝이 없는 양상을 이루었지만, 이 장소(나라)에서는 의도 자체는 하나로 집약되고, 대신 음침한 분위기가 목을 조여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략) 스승님이, 눈을 감았다. 한번, 깊게 호흡하고나서, 천천히 눈을 뜨고, 묻는다. "하나 확인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이국의 마술사라는 것 뿐이라면, 저와 접촉할 정도로 경계하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당신은 유괴한 마술사의 조직에 대해, 짐작 가는 게 있는 게 아닙니까." "하하. 당연히 물어보는군. 물론 그 말대로지." 그 이상 젠 체하지 않고, 야코우 아카네는 조직의 이름을 고했다. 자신과 스승님도, 알고 있는 이름을. "방황해 발트안데르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 "……즉, 납치한 상대를 섣부르게 붙잡았다간, 그 상대의 조직과 논쟁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라는 말이군요?" "어이쿠, 이 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 과하게 직설적인 말투로군." 장난치듯이, 아카네의 입술이 비뚤어진다. "뭐어, 조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나라가 다르면 불도 공기도 다르지. 당연히 방식도 달라. 하지만, 우리들은 되도록 원만하게 하고 싶거든. 여차할 때의 보험도 원하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시계탑의 군주(로드)에게, 그걸 기대해도 나쁘진 않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 소리도 없이 착지한 옥상에서, 그녀들은 뒷골목을 엿보았다. 쓰레기봉투가 대충 놓여있는 곳 근처에, 몇 개의 그림자가 멈춰 서있었다. 세 명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었다. 모두 다 선글라스를 끼고, 맨얼굴을 감추고 있다. 분위기를 봐도, 제대로 된 직업에 취직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 세 명이, 얼추 여덟 살이나 그쯤 되어보이는 어린아이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이쪽은, 애니메이션이 프린트된 T셔츠와 찢어진 청바지 차림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일단 빗질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T셔츠에 그려진 캐릭터는 무참하게 더러워져, 원래 색도 알아볼 수 없게 되어있다. 『강화』된 린의 눈에는, 검은 정장들을 노려보면서, 꾹 하고 입술을 깨문 어린아이의 표정까지, 확실히 보였다. 수십 미터의 거리를 넘어, 검은 정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와주십시오, 아키라 님." '아키라 님──?!' 옥상의 에르고가, 경직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찾아달라고 의뢰받은 어린애의 이름이 아닌가. "린 씨──" 불렀을 때, "싫어!" 하고, 어린아이가 몸을 돌렸다. 하지만, 검은 정장들 사이를 뚫고 지나갈 수도 없다. 검은 정장 중 한명이, 아이의 손목을 꽉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가 검은 정장의 팔을 깨물려고 할 때, 부자연스럽게 쓰러졌다. 지면에 자빠진 것이다. "난폭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프게 해도 상관 없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뼈 하나나 두 개 쯤 부러뜨린다고 해서, 당신의 소질이 손상되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부디 그렇게 각오해주시길." 침착한 목소리는, 강철같은 차가움을 띠고 있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할 것이다, 라고 에르고는 느꼈다.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을 하고 있었을 때에도 비슷한 인종과 만난 적은 있었지만, 이국의 도회지에서도 그런 폭력과 마주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볍게 충격을 받기도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 에르고가 앞에 나서려는 것을, 린이 제지했다. 거의 동시에, 뒷골목으로 키가 큰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다. "이런이런. 역시 일 때문에 정착하고 있으니 바로 들키는군." 옥상에서는,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키가 크다. 복장을 보아하니, 바텐더 같다. 조끼를 어깨에 걸치고, 내려보듯이 세 명을 보고 있다. "너는." "겨우 일자리를 찾은 참이란 말이야. 저녁까지 준비를 못 마치면, 점장이 시끄럽거든. 뭐, 생활비를 확보해두는 걸 깜빡해서, 사노 씨한테 갖고 있던 현금을 죄다 넘겨버린 내가 나쁘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바텐더 풍의 청년이 머리를 긁는다. 그러면서도, 천천히 검은 정장들에게── 아니, 아이에게 다가간다. 조금도 주저가 없는 모습에 한순간 경직된 검은 정장들이, 곧바로 시선을 되돌렸다. "부두목." "……그래." 한번 끄덕이고나서, "멈춰라." 라고, 부두목이 명령했다. "아키라 님을 유괴한 마술사에 대해서는 들었다. 하지만, 우리 당주님께서는 되도록 위해를 가하지 말도록, 이라고 하셨다. 여기서 물러나면 눈감아주지." "그거 기쁜데. 타인의 배려가 몸에 스며드는걸." 느긋하게 말하면서, 하지만 청년은 멈추지 않는다. 아키라라고 불린 아이와 접촉하기 전에, 검은 정장 세 명이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은 위세 좋게 마주쳐서, 맑은 소리를 퍼뜨렸다. 카시와데(柏手). 단순한 소리의 파장이, 마술의 충격으로 변화하는 것을, 에르고는 느꼈다. 한순간, 청년의 등이 부풀어오른 것이다. 바람이 신체를 스치고 지나간 듯, 둥실 뜨더니 원래대로 돌아왔다. "사람을 보고 『마魔』라고 판단한 건가. 일본의 마술이라는 건 난폭한걸." "착각하지 마라." 라고, 검은 정장이 말했다. "방금 그건 경고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것은 야코우의 행(行)이다." "아아, 그러고보니 『마』의 술이라고 하지 않는 건가. 더이상 신앙은 하지 않더라도, 접속하고 있는 건 그거니까 말이지." (중략) 파악, 하고 지면을 박찬 것처럼 느껴졌다. 명백히 일반인의 범주에 그치지 않는── 에르고나, 『강화』된 린의 눈으로, 겨우 좇을 수 있는 움직임. 그럼에도, 스텝에서 이어진 스트레이트는, 손이 흐릿하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둔탁한 소리가, 세 번 났다. 턱을 얻어맞은 두 명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함께 쓰러졌다. 부두목이라고 불렸던 남자만은, 간신히 버텨냈다. 뒤로 크게 도약하고, 새로운 술식을 자아내기 위해, 중지와 검지가 검인(剣印)을 맺었다. "오, 대단한데." 바텐더 풍의 청년이, 슥 하고 셔츠 소매를 걷는다. 피부의 표면에, 뭔가가 각인되어 있는 것을 에르고는 보았다. 열쇠와 닮았다. 딱, 딱, 딱, 하고 잇소리를 세 번 내고나서, 그 각인을 어루만지자, "천지현종(天地玄宗), 만기본근(万気本根)."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각인 위로 미끄러뜨린 손가락 사이에서, 마술처럼 노란색 영부(霊符)가 나타난 것이다. 영부는 찰싹 하고 부두목의 손과 얼굴에 달라붙어, 몇 장이고 몇 장이고 겹쳐져, 노란색 미라처럼 그 몸이 속박당해버렸다. "급급여율령(急々如律令)……. 후. 아버지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게 제일 편해서 말이지." "사상마술……!" 청년의 마술을, 린이 간파했다. 대륙의 마술의 통칭이라는 것을, 에르고도 알고 있다. 자신을 습격했던 산령법정의 무시키가 쓴 폭풍 마술이, 그것에 해당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영부나, 열쇠같은 각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오히려.' 이쪽이, 일반적인 사상마술이라는 것일까. "​루오​!" "잘 참았구나, 너." 다가온 아이의 머리를, 청년이 슥슥 쓰다듬는다. "……딱히, ​루오​가 오지 않아도, 완전 멀쩡했거든!" "하하하, 그렇군. 쓸데없이 거들어버렸네요, 아키라 아가씨." 아키라라고 불린 아이── 소녀에게, 청년이 과장스럽게 인사한다. 그러고나서, "그래서, 이번에는 그쪽이군." 하고, 시선을 올렸다. 옥상의 이쪽과, 눈이 마주쳤다. 얼굴을 마주보고 나서, 체념한 린과 에르고가 뛰어내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 "아까 말했듯이, 무시키 선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우리들, 방황해의 순서는 최후였으니까 말이야.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데서 만나는 건 상정 외였다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이야아." 쾌활하게, 뒷통수를 뤄롱이 두드린 것이다. "만나면 붙잡아라, 라고는 아버지한테 들었단 말이지, 이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 "기다려!" 에르고가 외쳤다. 가장 어울린 기간이 긴 린조차도, 거의 들은 적 없는, 강한 목소리였다. 환수를 뻗어, 뤄롱의 몸체를 움켜쥔다. "좋은데. 그대로 잡고 있으라고." 뤄롱이 속삭이고, 아키라를 보다 강하게 끌어안자, 로켓같은 기세로, 세 사람은 뒷골목의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너무나도 굉장한 속도인 탓에, 『강화』된 린의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올려다보니, 창공에 떠오른 두 사람의 모습은, 빨리도 주먹 크기가 되어있다. "……뭐야, 저 사기. 서번트 급이잖아!" 망연해져 있던 것도, 수 초. 사람이 모이는 게 조금이라도 늦춰지도록, 주위에 사람 물리기 술식을 친다. 쓰러진 채인 야코우의 마술사들은 일단 무시. 정보는 원하지만, 이 이상 상황이 복잡화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조바심을 억누르면서, 린은 휴대단말을 꺼내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 그러고나서 취한 움직임은, 제대로 사고하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늘릴 수 있는 만큼 환수를 늘린 것이다. 여섯 개의 환수 중, 네 개는 뤄롱을 붙잡은 채, 두 개는 건물의 옥상을 움켜쥐고, 힘껏 잡아당긴다. 엄청난 힘이, 환수에 걸렸다. 여태까지도, 다양한 공격에, 에르고의 환수는 버텨왔다. 뼈의 거인의 공격에도, 연금술사에 의한 참격에도, 혹은 린과의 특훈에서 있었던 마술에도. 하지만,시속 수백 킬로 수준의 고속으로 ​잡아당겨지는​ 건 어떨까. 찌직, 하고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에르고는 버텼다. 찌직, 찌직, 하고 소리가 연속된다. 등에서 퍼지는 처절한 고통을 버티면서, 가능한 한 모든 힘을 환수에 담는다. 갑자기, 비상이 둔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제법인데, 에르고." 무리하게, 뤄롱은 거스르지 않은 것이다. 빙글 하고 비상의 방향이 반회전되고, 간격이 벌어진 에르고의 몸이 위쪽으로 흔들렸다. 그럼에도 양쪽의 환수는 꽉 움켜쥔 채였다. 한결같이, 건물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그쪽의 환수만 놓는다. 건물을 쥔 쪽의 환수를 로프처럼 사용해, 휘익 하고 에르고가 스윙했다. 진자같은 요령으로, 벡터를 상승으로 변환한다. 정점에서 몸을 비틀고, 건물 옥상으로 추락했다. 빈 환수로 몸을 감싸긴 했지만, 충격은 내장까지 퍼졌다. 약간 뒤늦게, 환익을 펼친 뤄롱은, 같은 건물 옥상으로 활강해왔다. "괜찮아?" "……응, 깜짝 놀랐어." 속삭임을 들은 아키라가, 살며시 팔에서 내려온다. 소녀의 작은 몸에도 상응하는 가속도(G)가 걸렸을 터인데, 아무래도 뤄롱에게 안겨있는 동안에는, 현실같지 않은 법칙이 작용한 것 같다. "​루오​는, ​루오​인 거지?" "하? 무슨 소리야. 달리 누구로 보이는데." 올려다본 소녀의 물음에, 뤄롱이 눈썹을 꿈틀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에르고는 어쩐지 모르게 안심하고 말았다. 아직, 조금 전에 잡아당기다가 입은 대미지도 남아있는 채였지만, 이를 악물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고오오오, 하고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내려다보니, 서쪽에 넓은 초록색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공원은 아니다. 코쿄(皇居)라고 불리는, 이 나라의 상징이 계시는 곳이라는 건, 에르고도 알고 있다. 하지만, 공항에서 지도를 본 기억으로 떠올려보니, 아까 전의 스에히로쵸에서 수 킬로미터는 떨어져있었을 것이다. 고작 2, 30초 정도의 비상으로, 여기까지 옮겨진 것인가. 그랑 도쿄 ・노스 타워. 지상 43층. 높이는 이백 미터를 넘는, 치요다 구 최대를 지향하며 건설중인 빌딩이다. 아직 오픈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사는 거의 끝나서, 지금은 내부 인테리어를 마감하면서,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있는 단계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 "너는, 나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야?" 다시 한 번, 같은 것을 에르고가 물었다. 뤄롱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입을 열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하나?" "아마도." 해적섬에서는, 자주 라나같은 아이들과 노래했었다. 무서울 때, 슬플 때, 기쁠 때. 노래만큼은 언제나 함께였다. "그럼, 그 점은 변함 없군. 옛날부터 자주 노래했었어, 너. 나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울리지 않았는데도 친우?" "어울려주면,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잖냐." 그건 그렇다. 뤄롱은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쉬고, 이마 부근을 눌렀다. "그렇달까, 너, 실종되는 버릇까지 옛날 그대로라고. 맨날 중요할 때에 없어져서, 내가 몇 번이나 찾으러 다녔다고 생각하냐고. 그 때마다 나무 위라던가 산의 동굴이라던가, 묘한 데에만 숨어있으니까, 내가 찾는 게 당연하게 돼버렸지." 어쩐지 부루퉁해진 듯이, 갈색 피부의 청년이 입술을 삐죽 내민다. 에르고가 모르는 기억. 포화된 정보. 하지만. "하지만, 루오라면, 바로 찾아내주니까." 그런 대답이 목에서 매끄럽게 나와버려서, 자신도 깜짝 놀랐다. "당신도, 루오라고 불렀어? 가까이에서 듣고 있던 아키라도, 눈을 깜빡거렸다. 다만, 무를 수도 없었다. 눈 앞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던 갈색의 얼굴이, 너무나도 기뻐보였기 때문이다. "조금은, 떠올랐냐?" "……모르겠어." 라면서, 고개를 젓는다. "나는, 자신의 이름이 에르고인지 어떤지조차, 자신이 없었으니까." "흔히 말하는 인명하고는 약간 다를지도 모르겠네. 우리들은 그렇게 불렀지만, 네 이름은 어떤 의미로는 실험명에 가깝지." "실험명?" 거기에, 뤄롱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굶주림은 어때​?" 라고, 물은 것이다. 에르고는, 경직되고 말았다. "때때로,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어지지. 잘 때에도, 식사하는 와중에도 관계 없이. 영문을 모르게 될 정도의 굶주림이지. 눈앞이 새카맣게 물들어서, 냄새가 잘 알 수 없어지고, 배의 바닥만이 불길에 휩싸인 듯한 감각이지. 고기를 먹든 과실을 먹든 채워지지 않아. 굳이 말하자면, 석류만은 나은 정도. 그럼에도, 용암에 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정도라서, 곧바로 더 심한 굶주림에 시달리지." 오싹오싹, 몸 안쪽이 더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초대면인── 적어도, 에르고한테는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은 상대가, 에르고에게 있어 가장 끔찍한 비밀을 알고 있다. 그 때의 어쩔 도리가 없는 초조함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지금 그대로라면, 너는 죽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너라는 인격이 짓눌리지. 엘멜로이 2세도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들었어." 기억포화는, 에르고의 숙명이라고. 그러니까, 살아남기 위해서, 젊은이는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자네의 신을 되돌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에르고의 신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엘멜로이 2세는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르고가 먹어치운, 나머지 두 위의 신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그리고, 지금. "와라, 에르고." 라며, 뤄롱이 권유한다. 참으로 진지한 말투였다.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그럼에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서글픔이 담겨 있었다. "너의 몸에 대해서, 우리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세하지. 현대마술과의 군주(로드)도 얕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생각하면 알 거다. 너에게 신을 먹인 것은 우리들이고, 엘멜로이 2세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있을 뿐이니까." "…………." 젊은이는, 침묵했다. 살며시 입술에 손을 댔다. 조금 전, 자연스럽게 "루오"라고 불러버린 감각이, 아직 거기에 남아있었다. 모르는 이름. 따뜻한 이름. 에르고라는 말 이외의 온갖 기억을 잃었던 자신이, 처음으로 되찾았을지도 모르는 과거. 갈색 피부의 청년은, 이쪽의 말을 차근히 기다리고 있다. 얼마든지 기다려줄 것이라고, 어째선지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쩌면, 옛날에도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조금 전 이야기한 것처럼, 몇 번이고 자신이 모습을 감추고, 이 청년이 근성 있게 찾아내줬던 걸지도 모른다. 애칭과 묶인 감정은, 너무나도 정체불명이라, 그의 가슴을 어지럽혔다. 잠시 후, 에르고는 입을 열었다. "전부 이야기해서 타협할 수 있다면, 아까 전의 너는 린에게 설명했겠지." 천천히, 잘 알아듣도록, 말한다. "즉, 린이나 선생님한테, 그리고 지금의 내게 알려지면 곤란한 게 있어." "너, 옛날부터 그런 감은 좋단 말이지." 작게, 쳇 하고 뤄롱이 혀를 쳤다. "그래도, 아까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니야. 네가 살아남고 싶다면, 우리들한테 붙어야 할 거다." "……에." 갑자기, 아키라가 숨을 삼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지랑이가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여름의 풍물시라고도 불리는 현상이었다. 온화하기 시작된 두 사람의 회화가 진행될 수록, 공기 중에 다른 성분이 섞여, 변질되어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 "그 아이는, 어째서?" 라고, 에르고가 물었다. "선생님은, 내가 먹어치운 신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하셨어. 그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공기의 변질은 진행되어간다. 아지랑이로 착각한 것은, 피부를 찌르는 긴장감에 의한 것이었다. 에르고도 뤄롱도,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살의나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서로 내포한 무언가는, 도저히 일반인의 그릇에 그치지 않고, 주위를 침식하고 있다. 그 괴리에 의한 긴장감을, 아키라의 감각이 아지랑이처럼 인식해버린 것이다. 그녀가 마술사였다면, 마력의 작용이라고 간파했겠지. 삐걱, 삐걱, 공기가 삐걱댄다. 삐걱, 삐걱. 삐걱, 삐걱. 삐걱댄다, 삐걱댄다. 비틀린다, 비틀린다. 흐물흐물, 풍경조차도 비틀어져간다. "그 아이는, 신을 되돌리는 것과 관계된 거 아니야?" "관계됐지." 태연하게, 뤄롱이 답한다.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숨길 만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것일까. 일그러짐은, 한계에 달했다. 본래, 마술식을 부여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마력이, 이 두 사람에 한해서는 기묘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현실을 변혁해간다. 한여름의 공기는 마치 극약을 투여한 듯이, 주변을 좀먹어갔다. "너도, 신을 먹어치운……." 말하려고 했을 때였다. 에르고의 신체가, 떨렸다. '먹고 싶어.' 그런 목소리가, 몸 속에서 메아리친 것이다. 의식의 색이, 덧칠된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장절한 욕구를 품은 목소리였다.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다. 부들부들 경련한다. 떨림은 근육이 아니라 내장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위도 폐도 간장도 심장도 전부 떨리고 있는 듯 했다. 위에서 목을 향해 작열의 감각이 관통하고, 몇 번이고 구역질을 했지만, 그저 대량의 타액이 넘쳐흐를 뿐이었다. "에르고?" "……안, 돼." "너, 설마." 찬란하게 빛난 눈동자는, 뤄롱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야코우 아키라를, 포착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녀에게로 날아가는 여섯 개의 환수. "칫!" 사이에 끼어든 뤄롱이, 아키라의 몸을 끌어안고, 옥상을 굴렀다. 환수가, 허공을 갈랐다. "뤄롱?" "미안해, 아키라." 소녀에게, 뤄롱이 사과한다. "이렇게 되기 전에, 데려가고 싶었던 건데 말이지……." 일어선 청년의 앞에서, 에르고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손은 바닥에 짚은 채, 눈동자는 초점이 맞지 않았다. 순수한 표정은 무참하게 일그러져, 짐승처럼 이를 몇 번이고 부딪히고 있다. 입술 끄트머리에서는 하얀 거품이 흘러나오고 있다. 명백히, 조금 전까지의 그가 아니었다. '먹고 싶어.' 진홍빛 충동만이, 젊은이의 내부를 메워간다. 그것은, 재액같은. 그것은, 역병같은. 그것은, 지옥같은. 이전 그레이에게 품었던 것과, 같은 충동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아직 참을 수 있었다.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게 될 정도의 강렬한 욕망에 몸을 애태우기는 했지만, 즉시 환수로 덤벼들 정도는 아니었다. '먹고 싶어.' 이유는, 알 수 있다. 눈 앞에서 움직이는 상대가, 에르고에게는 더 이상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의식으로는, 이렇다. 진수성찬이, 둘이나 있다​. 그리고, 자신을 멈춰줄 인간은 아무도 없다. 2세도, 그레이도, 린도, 라나도.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부조리하게 얽매고 있었는지, 겨우 에르고는 깨달았다. "가악." 하다못해, 그 욕망을 억누르려고 했다. 자신의 팔을 깨문다. 피가, 흘러넘친다. 그 향기가, 달다. 그 혀가, 녹아내릴 것 같다. 그 모든 것에, 도연히 에르고의 정신(마음)은 취해버렸다. 이것을 위해서라면, 전부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버린 자신에게 절망하면서, 젊은이는 자신의 피를 탐했다. "에르고……. 씨……." 아키라가, 뤄롱의 소매를 꼭 쥔다. 아아, 그 모습은 마치 흡혈귀 같지 않은가. 전설에 남은 악귀의 모습. 조금 전까지 뤄롱과 마주보고 있던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는, 대립하고 있기는 했어도, 순박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인상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은 보다 무참했다. 쭙쭙,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났다. 피를 빨아들이는 소리였다. 그게 멈췄을 때, 눈동자가 데구르르 이쪽을 향했다. "아무리 네가 참을성이 강하더라도, 자신의 혈육만으로 끝날 리가 없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 불쌍해하듯이, 뤄롱이 말한다. 그 등에, 환익이 다시금 펼쳐진다. 흘러내린 날개는 낙엽처럼 우아하게 보였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휙 하고 깃털이 방향을 바꾸어, 에르고에게로 돌진한다. 스친 어깻죽지가 한순간 늦게 크게 벌어졌다. 검술의 달인이 명검(業物)을 휘두르면, 베인 것은 잠시동안 눈치챌 수 없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그 설화에 필적하는 예리함이었다. 이번에는, 일제히 수십 장의 요우(妖羽)가 날아든다.  에르고의 등에서, 세 쌍 여섯 개의 환수가 영격했다. 격돌한 지점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흩어진다. 공중에 불가시의 파문이 수도 없이 퍼져, 불꽃과도 비슷하게 덧없이 사라져간다. 그 한 송이 한 송이에 담긴 마력량이, 정상적인 마술사라면 졸도할 정도의 영역에 달해있었다. 언뜻, 호각으로 보였다. 그 동안에도, 에르고의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욕망이 부풀어올라간다. '먹고 싶어.'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 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먹고싶다──! 이제는, 그 목소리야말로 에르고였다. 외침이야말로, 포효야말로, 욕망이야말로, 젊은이의 모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하려고 했을 때, 요우가 옆구리를 스쳤다. 엄청난 피가 흘러넘쳐, 격통과 함께 에르고가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아아아아앗!" 자기 몸을 끌어안은 젊은이에게, 남은 요우가 닥쳐들고── 갑자기, 열풍이 일어났다. "이봐 이봐 이봐." 마력을 품은 바람이, 뤄롱의 요우를 떨쳐낸 것이다. 그리고 바람의 중심지점에서, 여섯 개의 환수가, 에르고 본래의 팔과 겹쳐져간다. "너, 그건……." 뤄롱이, 숨을 삼킨다. 치켜올라간 에르고의 눈은, 화안금정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입술이, 그 이름을 읊조린다. "신핵장전・제천대성." ──​장전/신이라는 이름의 탄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 바다와, 닮아있다. 넓고, 멀고, 어디까지고 내다볼 수 있다. 거의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풍경의── 전부가 ​붉었다​. 위(하늘)도, 아래(바다)도, 단 한 색깔이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분노와 격정.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통째로 증발해버릴 듯한 붉은 해면에, 에르고는 서있었다. 파도 대신에, 화염의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거품 대신에, 불똥이 날린다. 그렇게 타오르는 바다에 솟아있는 기둥 위에서, 어느 사람 형상이 울부짖고 있었다. "……손행자."  하고, 에르고가 신음한다. 그 때, 자신을 온화하게 타일러주었던 원숭이 형상의 신은, 지금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본래의 모습이다,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손행자의 전설은 그렇지 않았던가. 천축으로 가는 여행의 최후에는 투전승불이 되었으나, 특히 삼장법사와 만날 때까지의 손행자── 손오공은, 천계 전체를 상대로 돌려도 물러나지 않을 정도의 대요마였다. "손행자!" 에르고의 외침조차,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포효에 맞춰, 불길이 더욱 맹렬해지고, 붉은 바다는 격하게 소용돌이친다. 에르고도 그 속에 삼켜졌다. 손쓸 도리 없는 작열에 혼까지 불태워져, 젊은이의 의식은 두절되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 "아아…… 괴로운 거냐, 에르고." 뤄롱이 쓴웃음 짓는다. "먹어치우고 싶겠지." 살며시 아키라를 내려놓고, 뒤로 보낸다. "……​루오​." "됐으니까, 떨어져 있어." 에르고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뤄롱이 말한다. "고옥." 사람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숨결이, 에르고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짐승의 포효였다. 순백의 쌍완이, 눈 깜짝할 새에 흉흉한 진홍으로 물들어간다. 에르고의 안쪽의 세계에 응해서, 그 표상인 신완도, 변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네가 먹고 싶어. 옛날에도 똑같은 소리를 했지만, 어차피 기억 못하겠지." 털어놓는 뤄롱의 옆모습은, 어딘가 어리게 보였다. 똑같은 소리를 했다고 하는, 그 무렵의 연령일지도 몰랐다. 다시 한 번, 진홍의 신완이 치켜들어진다. 잡아당긴 활과 비슷했다. 극한까지 마력을 담아, 주먹이 단번에 쏘아진다. 분쇄되는 뤄롱의 모습을, 후퇴한 아키라는 떠올렸다. 인간은 커녕, 견고한 차량이나 건축물이라도 파괴할 정도의 위력이, 주먹에는 담겨있었다. 빙글, 하고 그 주먹이 옆으로 비껴간 것이다. 화경化勁, 이라 불리는 중국권법의 기술이었다. 팔괘장・엽저장화葉底藏華. 굉장한 속도의 주먹에, 뤄롱이 손등을 맞대고, 빙글 뒤집기만 했을 뿐인데, 그 벡터를 변환시킨 것이다. '역시, 공간 고정의 특성은 정지했나!' 생각하면서, 무릎을 뺐다. 가라앉는 중심 이동을 이용해서, 등 뒤로 돌아간 뤄롱이 작게 속삭인다. "사상건문, 접속." 술식의 구동과 동시에, 가볍게 비튼 오른발을, 지면에 붙인다. 발바닥에서 정강이, 정강이에서 허벅지, 허벅지에서 허리로 전달되는 힘을 증폭시켜갔다. 흔히 말하는 발경의 요령으로, 척수에 통하게 한 마력을 비틀고, 나선형으로 짜낸다. 건문에서 접속한 술식을 가동시키며, 팔괘장의 신체운용을 그대로 마술의 구성요소로서 이루었다. 노리는 것은, 신완의 핵. 거기에 술식을 때려박을 필요가 있었다. "긴급용으로, 아버지한테 넘겨받은 술식이라서 말이야. 어찌 돼도 원망 말라고!" 동시에, 반전한 에르고의 신완이, 주먹쥔 손을 벌렸다. 무시무시한 갈고리 발톱이, 다섯 손가락에서 늘어났다. 하나 하나가, 전설에 에름을 남긴 마검 성검에도 뒤지지 않을 예리함과 강대한 신비를 감추고 있다고, 뤄롱은 간파했다. 에르고와 동형인 자신의 목숨에도, 충분히 닿을 만한 무구라고. '물러설까보냐!' 팔괘장・대붕전시大鵬展翅. 호선을 그려 얽어매는 듯한 투로와 함께, 술식과, 그리고 환익에 깃든 힘을, 신완의 동일지점에 동시에 때려박는다. 환익과, 신완이 격돌했다. 지상에서 천공을 향해, 반대로 번개가 친 듯했다. 한 순간의 간격을 두고, 터무니없는 구풍과 충격이, 그랑 도쿄・노스 타워의 옥상을 휩쓴다. 옥상에 지어져 있던 호사스러운 우드 테라스도 그 위력에 유린되고, 두툼한 배 강도의 유리에 기하학적인 금이 갔다. "……​루오​!"   아키라가, 얼굴 앞에 손을 들면서 외친다. 신체가 떠오를 뻔할 정도의 폭풍이 멎었을 때, 두 사람은 쓰러져 있었다. 에르고의 신완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 뤄롱은, 옷의 오른쪽 소매가 찢어져, 반신이 피로 물들어있었다. "​루오​!" 뛰어온 아키라가 몸을 흔들어보아도, 뤄롱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에르고도 의식을 되찾을 기미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만한 소동을 일으켰으니, 곧 공사 중인 아래층에서, 누군가가 올 것이다. 자신을 찾고 있는 야코우의 구성원이 올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든 뤄롱을 옮겨보려고 해도, 소녀의 근력으로는 안아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툭, 하고 소리가 났다. 옆에 자빠진 에르고의 옷에서, 휴대단말이 낙하한 것이다. 아무래도, 수신에 의해 진동한 것이, 자켓 주머니에서 떨어진 계기가 된 모양이었다. 쭈뼛거리며, 아키라는 그 단말을 주워들었다. 발신 상대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으."   상처 입은 뤄롱이, 희미하게 신음소리를 낸다. 아키라로서는 처음으로 보는, 청년의 약한 모습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명백했다. "…………." 잠시 고민하고 나서, 소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 "방황해의 마술사가, 어째서 당신들 야코우에게 개입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대한 질문이었다. 부인은 부드럽게 미소지은 채다. 이름대로 붉은 입술 끄트머리에, 손가락 두 개를 얹는다. 무심코 즐거운 듯 일그러지고 마는 것을 견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답해도, 되려나." 라고, 아카네가 물었다. "대답하면, 자네가 관여하게 될 것이야. 우리들의 마술의 근간에 대해 들려주는 거니까." "반대가 아닙니까." 라며, 스승님이 받아친 것이다. "일부러 사람을 중개해서 불러놓고서, 중핵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다니, 야코우의 명예에 흠집이 가는 게 아닙니까." 무심코, 스승님 쪽을 돌아보고 말았다. 화약고에 폭탄을 던지는 듯한 말이었다. 수 초 정도 지나자, 부인의 표정에 변화가 일어났다.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다행이군! 미안하네 군주(로드). 겨우 소문의 약탈공과 만난 기분이야. 응, 그 정도가 아니면, 본고장의 마술사의 두령은 못 해먹을 테니까 말이지. 이쪽도 시계탑의 군주(로드)와 만나는 건 좀처럼 없는 기회라 실례했어. 시골 촌놈의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부디 용서해주게나." 겸손한 말투가, 어디까지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대답해도 되려나 하는 조금 전의 발언부터, 스승님을 시험한 것처럼 느껴졌다. (중략) "어떤가?" 수 초의 간격을 두고, 야코우 아카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이 아키라를 되찾는 걸 도와주겠는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중략) "감사합니다." 지극히 성실한 표정으로, 스승님이 고개를 숙였다. 이쪽도 조수석에 앉도록 채근받아, 차의 도어를 연다. 올라탄 순간, "로드 엘멜로이 2세." 차의 지붕에 두꺼운 손바닥을 얹으며, 장정이 불렀다. "어머니의── 아니, 당주님의 의뢰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답변은, 하루 이틀 내에." 짧게 말하고, 평소보다 난폭하게, 스승님은 차 문을 닫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 "아까의 쿠로히츠가, 소제 안의 영웅(아서왕)이나, 에르고 씨의 신을 되돌릴 방법이었던 건가요?" "나의 상정으론 말이지. 일본의 마술이 신과의 접속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네. 그렇다면, 접속을 끊는 방법도 전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거지. 야코우 아카네의 앞에서 이래저래 떠들었던 것도, 그런 가설을 토대로, 이전부터 고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네. 설마, 이런 사건에 휘말릴 줄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지만." 핸들을 쥔 채, 스승님이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안에 있는 영웅(아서왕)이나, 에르고의 안쪽의 신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게 될까. 예를 들면, 새로운 쿠로히츠라는 야코우 아키라에게." "그건……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걸까요." "현 시점에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겠군. 유력한 후보지만, 자네나 에르고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시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일단 덧붙이자면, 야코우 아키라 건에서, 각별히 야코우가 무자비한 것도 아니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 거기서, 차가 멈췄다. "스승님?" 4층 빌딩의 앞이었다. 아무래도 건설 도중에 관둔 모양이라, 5층 부분은 기둥 등의 기초 부분만 돌출되어있다. 주택지와 공장지대의 중간에 만들어진 빌딩은, 어쩐지 모르게 정밀한 신전을 연상시킨다. 그 때문인지, 주변에는 통행인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완전히, 숙박하고 있는 호텔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살짝 놀라고 말았다. "……가람과, 비슷하군." 하고, 차에서 내린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가람? 불교(부디즘)의 신전인가요." "그 정도는 강의를 기억하고 있었나. 원 뜻을 따지면, 신전보다는 승려의 거주지 쪽이 가깝지만 말이지. 승가람마(僧伽藍摩)를 줄여서 가람(伽藍)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이 경우에는 보다 후기의, 사원 전체로서의 가람의 분위기네." 가람, 이라고 자신도 말해보았다. 종이 치는 듯한 울림은, 확실히 이 빌딩과 비슷했다.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모습 때문일까. 입구 근처에서, 아는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아, 선생님! 그레이!" "린 씨." 크게 손을 흔드는 토오사카 린의 옆에, 또 한명 머리카락이 긴 소녀가 있었다. 일곱, 여덟살 정도로 어리고, 그 얼굴은 아름답게 활짝 피는 꽃을 연상시킨다. 린과 마찬가지로, 이 나라에서는 드문 푸른색 눈동자를 갖고 있는 것을, 낮의 햇살 아래에서 자신은 겨우 눈치챘다. "료우기…… 마나 양." "다행이다. 안 헤맸구나." 라며, 소녀가 입술을 벌린다. "여기는, 지도를 건네줘도 못 오는 사람이 많으니까." "훌륭한 결계였어. 나도 비슷한 방식을 쓰지만, 정교함으로는 발끝도 못 따라가겠군." 스승님의 말에, 자신은 돌아보았다. "결계, 라는 건 스승님이 아파트 근처에 편 것처럼 한 건가요." "그래. 마술 없이, 연이 옅은 인간을 멀어지게 하는 타입의 결계다. 최근에는 손질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한 효과를 유지하고 있군. ……내 것은 일주일에 한번은 점검하지 않으면, 도저히 못 버티지만 말이야." 마지막은 참으로 불만스러운 말투였다. 린이, 어라 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도 신경 쓰였지만, 순수하게 마술 빼고 선생님보다 위, 라는 평가는 꽤 드무네요." "어쩔 수 없지. 이 손버릇을 보면, 누구의 작품인지는 알 수 있네. 적잖이 취미가 강한 주제에, 쓸데없이 너무 완벽하니 말이야. 게으른 건지 착실한 건지, 하나만 해줬으면 하지만, 트집잡을 만한 건 없지. 학생 시대의 스승인 로드 발뤼엘레타는 꽤나 교육이 즐거웠겠지." 거기서 한숨을 내쉬고, 스승님이 이렇게 말했다. "아오자키 토우코의 작품이다, 이건." "……부엑." 린의 목에서, 기묘한 목소리가 흘러넘쳤다. "아, 그래서 료우기 씨가 아오자키 토우코한테 소개받았다고." "네. 여기는 토우코 씨가 쓰시던 사무소니까요. 자, 들어와주세요. 파파가 기다리고 계세요." 끄덕이고 나서, 마나가 빌딩 입구로 재촉한 것이었다. / 4층이, 사무실이 되어 있었다. 정확하게는, 원래는 사무소였던 것 같다, 라고 생각되는 구조였다. 벽도 바닥도 소재가 벗겨져서, 책상과 의자, 몇 개 정도 선반이 놓여있을 뿐. 어째선지 벽 쪽에는, 옛스러운 브라운관 TV가 대량으로 쌓여있어, 신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게 아오자키 토우코의 사무소인가……." 라며, 스승님이 숨을 삼킨다. "그건, 중요한 건가요." "현대의 마술사한테는 말이지. 어떤 의미로는, 전설적인 예술가의 아틀리에같은 거니까." 자신의 질문에, 린이 검지를 흔든다. "하지만, 그다지 마술품은 남지 않았었어. 팽개쳐진 위저 보드같은 게 있지만, 가공되기는 했어도, 엄청난 신비가 새겨진 건 아니야. 역사도 고작해야 백 수십년이나 그 쯤이었고. 공방으로 쓰던 건 따로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너, 먼저 뒤져본 거로군?" "서, 선생님이라도, 입장이 반대였으면 그랬을 거잖아요! 이건 그렇지, 귀중한 주체나 예장이 없어지지 않도록, 구해주자는 자비의 마음이라구요! 아뇨, 아오자키 토우코의 사무소라고 알았으면, 좀 더 철저하게, 먼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했겠지만요!" 딱 표면상의 체재만 가다듬고, 린이 말한다. 대시는 꽤나 엉망진창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그녀가 말하면, 어쩐지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인덕일지도 모른다. "토우코 씨가, 이 사무소를 내놓은지는 꽤 됐지만요." 하고, 방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엄청난 미소를 지으며, 마나가 돌아본다. "코쿠토." "파파, 겠지." 가볍게 나무라며, 료우기 미키야는 이쪽에게 인사했다. 스승님이 다소 미련이 남은 듯이 사무소의 풍경에서 시선을 떼어내며 묻는다 "자네가, 이 사무소의 소유주인 건가?" "아뇨, 꽤 전에 토우코 씨가 내놓은 다음에, 몇 명 정도를 거쳐서, 어쩌다 지금의 소유주랑 아는 사이가 된 겁니다. 본인은, 산 게 아니라 세를 내고 있을 뿐이라면서, 가끔 놀러 오는 정도지만요. 오늘에 한해서는, 여기가 좋을 것 같아서." "오늘에 한해서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 말하려던 때, 코가 움직이고 말았다. 뭔가를 볶고 있는, 맛있을 것 같은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층계참에서도 풍기고 있었는데, 창문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톡톡 튀는 소리와 굴간장인지 뭔지의 입맛을 돋우는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칸막이 너머다. 탁탁, 아마도 국자로 중화 냄비를 두드리는 음색. 무슨 리듬을 타고 있는지, 콧노래도 들렸다. '……에르고?' 한순간, 젊은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싱가포르의 아파트에서, 어쩐지 쓸쓸한 듯이 노래하던 에르고의 얼굴이 겹쳐진 것이다. 하지만, 그 울림은 명백히 다르다. 곧바로,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갈색 피부의 청년이, 큰 접시를 한손에 들고 나타난 것이다. "미키야 씨, 볶음밥 나왔다고." 밥알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잘게 썬 고추와 파가 섞여있다. 그리고 형식상 수준으로 말린 새우가 들어있는 정도인 극히 심플한 요리였지만, 그 겉모습과 냄새만으로, 이미 맛까지 보증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접시를 든 청년이, 스승님을 향해 입을 연 것이다. "오오, 댁이 소문의 로드 엘멜로이 2세인가!" "이 사람, 은……." 돌아본 자신에게, 린이 눈썹을 찡그린다. "어라, 선생님, 그레이한테 설명하지 않으셨나요." "하려고는 생각했지만, 약간 상황이 나빠서 말이지. 그리고, 설명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 여기서 하는 게 빠르겠다 싶어서." "……선생님, 가끔 그렇게 에너지 절약이랄까, 얼빠진 짓 하시죠." 린이, 시선을 피한다. 잠시 뒤, 체념한 듯이 손을 움직여, 이렇게 소개한 것이다. "이쪽은, 방황해의 바이 뤄롱 씨입니다." "하?" 무심코, 느닷없이 얼빠진 목소리가 나와버린 것은 용서해줬으면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황해에 속해있는 건 아버지고, 나는 그 제자라는 취급이지만 말이야." 작은 접시에 볶음밥을 나눠덜면서, 청년── 뤄롱이 말한다. 가정적인 움직임이, 매우 익숙한 느낌이기는 했다. 시계탑에도 가정적인 자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잘 어울리는 자는 모른다. 마지막에, 따로 가져온 바질 잎을 얹어서, 예쁘게 장식까지 마쳤다. "자, 다 됐다." "루오. 보리차도 따랐어." 쟁반에 인원 수만큼의 잔을 올리고, 일곱 살 정도의 소녀가 가져온다. "그래, 고마워(셰셰), 아키라." "아키라?" 그 소녀도, 본 적이 있었다. 료우기 미키야에게서 건네받은 사진에,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 이 소녀가 아니었던가. "야코우……아키라……." 아연히, 중얼거리고 말았다. 스승님을 보고 돌아선다. "어떻게 된, 건가요?" "야코우 아카네와 이야기하던 때, 따로 메일이 온 거네. 료우키 미키야에게서, 야코우 아키라와 바이 뤄롱을 확보했다, 라고. 다만, 야코우의 앞에서 바로 이야기할 수도 없었지. 저쪽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때의 스승님은 아키라와 뤄롱의 소재를 알면서, 야코우에게서 정보를 탐문하고 있던 건가. "야코우 쪽도, 우리들이 이미 야코우 아키라 양을 찾아냈다고까지 생각하진 못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은 상정해뒀겠지. 그래서, 조심스럽게, 되찾는 걸 도와줄 생각이 있느냐, 라고 확인했던 거다." "……그래서." 자신이 듣고 있던 스승님과 야코우 아카네의 회화는, 완전히 다른 의미가, 뒤에 도사리고 있던 것이다. 마술사 간의 회화가, 결코 말 그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그 이치는 이국에서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스승님의 말에 자신의 이름이 나온 것을 듣고, 아키라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다. 불안해보이는 그 표정에, "괜찮아." 하고, 마나가 바로 앞에서 대꾸했다. "이런 거, 파파는 절대로 잘 하는걸. 물론, 당신들이, 어떤 해결을 하고 싶은지에도 달려있겠지만." "……응." 작게, 아키라가 끄덕인다. 뜻밖의 주거니 받거니라고 생각됐지만, 나이가 가까우니까, 마음이 맞았던 걸지도 모른다. 살짝 간격을 두고, 료우기 미키야가 압을 연다. "인터넷의 게시판이나 SNS같은 걸 체크해봤더니, 그랑 도쿄 부근에서 이상한 빛을 봤다는 이야기가 있길래. 그래서, 에르고 씨한테 전화를 걸었던 거예요." 일본에 도착했을 때, 스승님은 에르고에게도 휴대단말을 지니게 했다. 전화 너머로는 예의 예장도 쓸 수 없기 때문에, 긴급 연락용으로서, 린과 에르고의 번호를 미키야에게 알려줬던 것이다. "전화를 받아준 게, 아키라 양이었던 거예요. 다행히, 그랑 도쿄에 출입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들과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많은 모양이군." "솔직히, 부림당하는 쪽이 많습니다." 스승님의 말에, 미키야가 옅게 웃는다. 농담이라기에는, 매우 실감이 담긴 대사였다. "그럼, 에르고 씨도." "이쪽이야." 라고, 린이 안내했다. 사무소에 인접한 방에, 침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거기의 침대에,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누워있던 것이다. "에르고 씨!" 눈에 띄는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겉보기로만 말하자면, 아마도 뤄롱 쪽이 훨씬 중상이겠지. "상처는 거의 없어. 극단적인 정기(오드)의 감소가 신경쓰였지만, 그쪽도 깜짝 놀랄 정도의 속도로 회복되고 있어. 남은 건 정신 문제네." "그쪽은 아직 한나절은 걸리겠지. 굶주림에 덮쳐진 데다가, 신완까지 기동했으니까 말이야." 뒤쪽에서, 뤄롱이 말한다. 신완. 싱가포르의 싸움에서 발동한 에르고의 비장의 패였다. 손행자의 권능을 품은 그 신완은, 분신이라고는 하나 산령법정의 무시키마저 격퇴해낸 것이다. "당신은……." "다행히, 이쪽은 튼튼해서 말이야.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라고 하는 게 정확한가." 붕대를 감은 오른손을 두드리며, "아야" 하고 울상을 짓는다. 그 정도로 그친 쪽이, 자신에게는 놀라웠다. 신완을 휘두른 에르고와 대치해서, 목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다름 없다. "…………" 듣고 싶은 것이, 무수히 있었다. 에르고에 대해. 방황해에 대해. 야코우 아키라에 대해. 애초에, 이 청년은 적인 것인가, 아군인 것인가. 뤄롱은 쾌활하게 웃으며, 볶음밥을 덜어 담은 작은 접시를 내밀었다. "뭐, 일단 밥을 먹어줘. 식어도 맛있긴 할테지만, 역시 따뜻할 때 먹는 게 제일이잖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 "……그럼, 하나 괜찮겠나." 라며, 끼어든 스승님이, 검지를 들었다. "싱가포르 때부터, 의문이 있었지." "헤에, 뭐지?" "순서 말이네." 천천히, 스승님이 말한다. "에르고에게 손을 댈 순서는, 아트라스원, 산령법정의 무시키, 그리고 방황해로 정해져있던 모양이지. 두번째의 무시키는 그래도 알만 하지. 계속 아틀라스원을 감시한 것 같은 정황이 있고, 실제로 정화의 보물선에서 라티오가 실패하니 곧바로, 무시키가 찾아온 건, 뭔가 트집을 잡아서 가로챌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이겠지." 싱가포르에서의 사건을 떠올린다. 확실히, 무시키가 찾아온 타이밍은 형편이 너무 좋았다. 아틀라스원의 라티오로서도, 무시키에게 강탈당할 가능성은 고려하고 있었던 정황이 있다. "하지만, 세번째인 방황해가 수수께끼였다. 엄청난 장기간과 코스트를 들여놓고, 아무 수확도 얻을 수 없는 가능성이 너무 높지. 무시키처럼, 여차하면 빼앗으려 들 생각이었나 싶었지만,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고." 아마도, 스승님은 계속 그 결락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스승님의 실력이 걸맞다고는 유감스럽지만 말하기 어렵다. 대신에, 이 사람은 다른 마술사로서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세심함을 갖고 있다. 시계탑의 권모술수 따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에, 그 조심성만으로 뛰어넘어온 것이다. 분명, 통찰력이라기보다는, 소심함의 산물. 참으로 당당하게── 두려움을 삼키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방황해에 있어, 이미 에르고가 필수는 아니었다면 어떤가?" "선생님, 그건." 린이 돌아보았다. 자신도, 몇 초 뒤늦게 충격을 받았다. 어째서, 그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건가. "​에르고와 같은 실험을, 이미 방황해가 다시 한 번 했었다면​?" 엄하게 지적하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사무소에 울려퍼졌다. "자네는, 에르고와 비슷한 능력을 발휘한 모양이군, 에르고에게 신을 먹였을 때의 데이터를 방황해가 이용해서, 독자적으로 다시 한 번 만들어냈다고 해도,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 그렇다곤 해도, 새삼 에르고를 붙잡으려고 한 것을 보면, 에르고가 불필요해졌다는 건 아니겠지. 아마도, 자네는 방황해가 만든 대용품인 게 아닌가." "……대용." 욱씬, 가슴이 아팠다. 그럴 것이, 그러면, 너무나도 똑같다. 영웅(아서왕)의 대용품(스페어)으로서, 만들어진 자신과. "……이런이런. 선생이란 싫은 걸 눈치채는구만." 뤄롱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대충, 그 말대로다. 나는 에르고의 후계작이라는 거지. 중요한 실험이라면 스페어도 만들잖냐. 물론, 방황해의 실험 목적과, 다른 둘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야코우 아키라를 원한 것도── 간타이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 실험 때문인가." "그래. 그래서 아버지는, 혹시나 댁들이 살아남았다면, 이 나라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에르고랑 양쪽 모두 손에 넣으면 사정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았다…… 정도 아니겠어?" "되는 일 나름이라는 거야? 의외로 즉흥적이네." 린이,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제로, 미래시라고 할 만한 고속사고를 달성했던 아틀라스원과 비하면, 방황해의 방식은 조잡하게도 생각된다. 그런 고속사고를 전제로, 아틀라스원을 감시했던 무시키도, 대강이지만 최적해였던 것이겠지. 하지만, 스승님은 오히려 표정을 점점 음울하게 흐렸다. "일부로 알린게, 아닌가?" "오."   하고, 뤄롱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는다. 애초에, 노림수가 그렇다고 한다면?" "뭔가요 그거. 말하시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 선생님?" "에르고의 실험에는 아틀라스원의 육원도 얽혀있지. 그리고 아틀라스원, 산령법정, 방황해의 목적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싱가포르의 사건을 봐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방황해로서는, 행동이 이로정연할 수록, 아틀라스원의 고속사고와 병렬사고로 그 계획을 읽히게 되지." 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가련한 목이 살며시 움직이고, 그녀가 말한다. "즉, 계획을 읽히고 싶지 않다면──" "그렇지. 방황해가 아틀라스원을 제치려고 한다면, 가능한 한 손패를 엎고, 더미 정보를 늘릴 필요가 있지. ……즉, 지금의 뤄롱처럼, 정확한 정보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 그걸 묻기 전에, "에르고를 넘겨라. 로드 엘멜로이 2세." 라고, 뤄롱이 협박한 것이다. "거기 내제자나 토오사카 린하고는 달라. 물론 시계탑의 학생들하고도 다르지. 에르고는 댁의 학생으로서는 가장 신참이고, 당신의 마술(사상)을 수용할 만한 상대도 아냐. 나한테 넘겨도, 아무 문제 없잖아? 에르고한테도, 옛 둥지로 돌아올 뿐인 이야기라고." "……자네는 에르고와 적대하던 게 아닌가?" "그건 에르고가 까먹어서 그런 거지. 떠올리면, 스스로 돌아오고 말고." "어떠려나. 아까도 말했을텐데. 애초에 자네의 아버님이라는 분은, 자네에게 전부 이야기하지 않았어. 이야기하면 아틀라스원이 깨닫겠지. 자네 자신도, 그걸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핵심에 다가가지 않게, 미묘하게 이야기를 돌리고 있어. 그것은, 이야기의 핵심에 이르렀다가는, 자네로서는 예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참으로, 기묘한 대치였다. 아까 전부터, 스승님은 눈 앞의 뤄롱과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단, 그를 통해 아버지라는 인물과 대화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보이고 있다, 라는 강렬한 암시가 있었다. 아틀라스의 육원. 싱가포르에서 싸웠던,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그녀라면── 혹은 그녀의 일족이라면, 약간의 정보 누출로부터 방황해의 계획 전체를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이 기묘한 회화가 성립되고 있다. 스승님과 뤄롱이 주고받는 말에도, 그런 배려냐 견제가 몇 번이고 겹쳐져, 두통이 올 것 같았다. 비유하자면 몇 중이나 되는 블러프로 뒤덮인 포커 게임이다. 이 자리에는 없는 참가자까지 상정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패를 신중하게 찾고 있다. "굽혀주지 않는 건가, 엘멜로이 2세." 방긋 웃은 채로, 뤄롱의 시선이 예리함을 늘렸다. 맹수의 송곳니를 연상했다. 콘크리트가 벗겨진 사무소가, 갑자기 열대 정글로 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튀어나온 데스크 라이트는 울창하게 자란 고사리고, 틈새에서 빛나는 그의 눈동자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하는 암살자(재규어)의 그것이었다. "스승의 명령은 절대라서 말이야. 에르고를 발견하면, 반드시 데려오라고 들었어." "나로서도, 이건 신념(폴리시)의 문제다. 자신의 학생을 파는 짓은 할 수 없다. 그게 고작 일주일간의 학생이라도 다름 없다. 설령 상대가 아틀라스원이든 방황해든, 아 그러십시오 하고 굽힐 정도였으면 군주(로드)를 이어받지 않았을 거다." "다시 한 번 말하지. 방황해(우리)한텐, 스승의 명령은 절대다." 타협할 수 없다, 라고 깨달았다. 이 청년은, 결코 사악하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과 타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지고 있는 기준이나 척도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절대라고 말한 순간의, 엄청난 살의가 그것을 표명하고 있었다. 주륵, 하고 쇄골 부근에 식은땀이 났다. 옆의 린도, 살며시 허리를 띄운 걸 알았다. 자신은 고정구(후크)의 애드에, 린은 품의 보석에, 몰래 손가락을 올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 "그런데, 뤄롱은 여권같은 거 갖고 있어?" 참으로 평온한 목소리가, 끼어든 것이다. 전원이, 휙 하고 그쪽을 향했다. 료우기 미키야였다. "여권이 아니라도, 운전면허증이나 주민표라던가 신분증명서라면 뭐든 괜찮은데. 아, 딱히 정규가 아닌, 약간 안좋은 거라도 상관 없어." 긴장된 분위기에, 천사가 지나갔나 싶었다. 갑자기 회화가 두절됐을 때에 말하는, 프랑스의 속담이다. 아무튼, 너무나도 독도 약도 안 되는 말에, 다른 전원이 의표를 찔린 것은 정말이었다. 한번 좌우를 둘러보고나서, 뤄롱은 자켓 주머니를 뒤집었다. 아무 것도 안 들어있어, 라는 제스처다. "갖고 있을 것 같아 보이나." "아니. 그러니까, 노숙자 생활이니 했던 거겠지." 미키야가 말하고, 근처 책상의 서랍에서 낡은 금속 조각을 꺼냈다. 작은 방울이 달린 열쇠였다. 딸랑 하고 울린 그것을, 그가 뤄롱에게 건넨 것이다. "이 사무소의 여벌쇠. 옥상이 없는 데에서 자는 것보다, 어린애의 몸에는 편할 테니까." "하?" "신경 쓰던 점인데, 아키라가 자발적으로 너를 따르고 있다는 건 한눈에 알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한테 전화를 받았을 때, 집에 돌려보내달라고 말했을 테고 말이야." "…………." 자신들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야코우 가가, 그녀에게 어떤 취급을 했었는지, 막 들은 참이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마술사의 사정은 몰라. 야코우 가에서, 아키라를 데려와달라고 부탁받았지만, 그것도 솔직히 아무래도 좋아. ……이렇게 말하면, 그럼 왜 끼어든 거냐고,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곤란하다기보단, 수줍은 듯한 표정을 미키야는 보여줬다. 누구를, 떠올린 것일까. "다만, 지붕을 빌려주는 것 쯤은 할 수 있어. 오너한테는 벌써 얘기해뒀으니까, 전기랑 가스랑 물은 마음대로 써도 돼. 부엌 선반에는 보존식이 들어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게 많으니까 확인하렴." 뤄롱도, 그 제안에 할 말을 잃었다. 완전히 10초 정도, 침묵이 계속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능력이 에르고와 호각이라면, 그 수 초 동안 백명이라도 죽일 수 있겠지. "……꽤나 사람 좋은 오너구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댁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쪽 세계에선 미사일 같은 거라고." "어린애를 숨기고, 회화가 통하는 미사일이라면, 아마 같은 소릴 할 거야." 마술사들의 모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주거니받거니였다. 아주 조금 전, 자신들은 치열한 전투에 들어가려고 했을 것이라, 그렇기에 김빠진 것같은 이 시간은, 거의 기적이었다. 어떠한 마술에도 묶이지 않는, 진짜 기적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곤란하네……." 손바닥 위의 열쇠를 내려다보며, 뤄롱이 중얼거렸다. "이거 곤란한데. 이렇게 무거운 선물은 처음이야." 살며시 양손으로 덮고, 이마에 댔다. 기도하는 듯한 포즈였다. 소중히 주머니에 집어넣고, 옷 위로 어루만졌다.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지. 예스러운 말투로,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도,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고나서, 미키야에게 입을 열었다. "자네는…… 그 뭐냐……."   말이 막혀서, 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냈다. "피워도 되겠나?" "그러시죠." 시가 커터로 엽권 끄트머리를 잘라내고, 스승님은 성냥불을 붙였다. 어딘가 벌꿀같은 단 냄새와 함께, 사무소에 담배 연기가 감돈다. 그 연기를 잠시 보고 나서, 다시금 말했다. "우리들도, 이 사무소를 다툼에 휘말리게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약속까지는 할 수 없지만, 일단 노력한다는 거면 괜찮겠나." "충분합니다. 엘멜로이 씨." "거기엔, 경칭을 안 붙여도 되니 2세를 붙여줬으면 하네. 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엘멜로이 2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뤄롱은 에르고가 한 달도 못 버틸 거라는 걸 알려준다.((그러고나서, 뤄롱이 일어섰다. 똑바로 복도로 이어지는 문으로 향한다. 문고리에 손을 언젔을 때, "하나만, 말해두고 가지." 라고,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에르고, 저대로는 한 달도 못 갈거다." "윽……!" 자신 뿐만 아니라, 린도 경직됐다. 하지만, 예감은 있었던 것이다. 린과 함께 있는 동안, 에르고가 굶주림에 시달린 적은 없었을 터이다. 채워지지 않는 감각은 있었던 모양이지만, 발작적인 행동에 나선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무시키와의 싸움과, 뤄롱과의 싸움으로 두번째. 아니, 해적섬에서 무시키에게 죽을 뻔했을 때의 폭주도 더하면, 세번째가 될까. 오히려, 그 폭주야말로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이만큼 단기간에 굶주림에 사로잡히는 것은, 그의 증상── 식신충동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임이 분명하겠지. 부드럽게 닫힌 문소리를, 자신들은 그저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 "그레이의 이야기도 들어봤는데도, 지금, 꽤 힘든 2택이죠." 그렇게 말하고, 손가락 두 개를 세웠다. 먼저, 중지를 접는다. "하나는 야코우 쪽에 붙어서, 아키라를 뤄롱한테서 빼앗는 루트. 이쪽이라면 그레이나 에르고의 문제가 해결될 지도 몰라요. 단, 아키라 쨩이 어찌될 지는 모르죠. 아뇨, 이건 좀 거짓말이죠. 저도 선생님도 마술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으니까,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을 던져넣었다간 어떻게 될지, 대충 예상이 되는걸요." 살짝, 린은 싫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짐작가는 게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마술사를 이어받을 때를 떠올렸는지. 그게 아니면, 또 다른 것인지. 그러고나서, 검지를 접는다. "또 하나는 뤄롱 쪽에 붙어서, 에르고를 넘기는 루트. 이쪽이라면 아키라 쨩을 야코우에 넘기지 않고 끝나지만, 에르고는 아웃. 그레이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요. 뭐, 다시 뤄롱의 스승과 교섭하는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 상태를 보면 에르고에 대해서 양보해줄 가능성은 희박하죠." "현상 인식으로는 옳군." 하고, 2세는 끄덕였다. "다만, 자유롭지 않은 2택 중에 고르기보다는." "억지로 선택지를 늘리는 쪽을 추천한다, 겠죠?" 멋대로 말을 받고, 린이 가슴을 편다. "훌륭한 우등생의 해답이네만, 억지로 라고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 "그래서, 말인데요!" 힘껏, 몸을 내민다. "하룻밤만에 배워서 바로 강해지는 방법, 없나요." 어지간한 2세도, 아연히 학생을 바라본다. 검은 눈동자 속에서, 팔짱 낀 린은, 어쩜 이리 훌륭한 요구를 한 걸까, 라는 듯이 끄덕이고 있었다. "아, 빡센 리스크가 있는 건 빼고. 나중에 마술회로에 영향이 생기거나, 수명이 줄어들거나 하는 건 노 땡큐. 가능하면 밤샘도 미용적으로 봐줬으면 하고요, 금전적인 부담도 약간으로 부탁할 수 있을까요." "엄청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 건 알아요. 그래서, 있나요 없나요." "……어째서인가?"   이번에는, 간격을 두고 물었다. "지금의 토오사카 린(저)으로서는 부족해서예요." 또렷또렷하게, 린이 말했다. "산령법정의 무시키도 그랬지만요, 뤄롱도 에르고도, 마술사의 영역을 벗어났어요. 저는 좀 전의 2택에 전혀 만족하지 않았지만요, 새롭게 토오사카 린(저) 다운 선택지를 제시하려면, 걸맞은 힘도 필요하겠죠?" 극히 단순명료하게, 린이 주장한다. 적어도, 약자의 변명은 아니다. 설령 일시적으로 그 입장을 감수하더라도, 머지않아 역전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로 가득찬 말이었다. 그리고, 인간이란, 수천 년을 들여 그 의지를 달성해온 생물이었다. "하물며, 에르고의 남은 수명이 한 달이라면 더더욱, 인가." "유감이지만, 뻥이 아니잖아요 그거. 이럴 줄 알았으면, 실가의 창고에 있는 검이라도 모방(카피)시켜뒀으면 좋았을 텐데……." "모방(카피)?" "아뇨, 이쪽 얘기예요. 어떠세요, 선생님." "…………."   잠시동안, 2세는 침묵했다. 그리고, 체념한 듯이, 토해낸 것이다. "……실은, 있네." / 꼬박 십 분 후, 개요를 다 들은 린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 머리 이상한 거 아닌가요." "되도록 로우 리스크로 강해질 방법을 물어본 자네가, 그런 소릴 하는 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2세에게, 린은 한쪽 눈을 감는다. "뭔가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싱가포르 때도 그랬지만, 타인의 마술에 대해서, 조금 말도 안 될 정도로 고찰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솔직히, 사제 관계가 아니었으면 기분 나쁠 정도. 그렇달까, ​그거​, 효과는 있겠지만요, 인사 대신 살해당해도 불평 못 할 거라구요." "조금만 덜 직설적으로 말해줄 수 없겠나." "완곡함이라는 건, 브리티시의 미덕이었던가요? 완전 효율주의인 선생님이 말하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요." "딱히, 효율적인 게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나의 인생이, 비효율을 허락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을 뿐이지." 내키는 대로 말하는 학생에게, 2세가 한숨을 쉰다. 하는 김에, 한 개비 더, 종이로 만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할 때, 린이 근처의 성냥에 손을 뻗었다. 하얀 손가락이 켠 불꽃에 살며시 담배를 갖다대고, 입술로 물고 나서, 천천히 연기를 빨아들인다. "고맙네. 그럼, 수행을 시작해볼까. 개요는 이야기한 대로니까, 자네라면 한 시간 내에 학습할 수 있겠지. 나머지는 응용 문제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다." "아틀라스의 육원의 이름을, 이런 곳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긴장을 억누르면서, 라이네스가 말했다. 그녀야말로, 2세와 그레이가 싱가포르에서 싸웠던,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였다. "무슨 용건이실까? 오라비와 사이좋게 지냈다고는, 일단 나도 들었는데." 언외에, 그들의 다툼은 오라비의 독단이며, 현대마술과는 관계 없다고 라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아틀라스원에 통할지는 제쳐두고, 교섭이라는 것은, 이렇게 세세하게 쌓아올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아틀라스원, 산령법정, 방황해의 마술사가 단결해서 만들어냈다고 하는 에르고는, 마술세계에 있어 폭탄이다. 현 상황으론, 시계탑의 다른 파벌은 상황은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이게 새어나갔다간, 단숨에 참전하려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라이네스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현대마술과(널리지)는 시계탑에서 약소학과다. 오라비가 지도하는 엘멜로이 교실은 기세는 좋지만, 정치나 재정적 지반으로 보면 취약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우리 오라비도, 용케도 이렇게 안 좋은 제비만 뽑아주는군.' 무심코 재미있어 할 뻔한 자신을 억누르면서, 라이네스는 푸른 머리카락의 연금술사를 엿본다. 그러자, "이번은 그 건이 아니다, 라고 라티오는 주장한다."기묘한 말버릇과 함께,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은 것이다. "그럼, 무슨 일일까?" "시계탑의 현대마술과에, 우리와 협력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다." "아틀라스원과? 그건 또 갑작스럽군." 마음 속으로, 혀를 찬다. ​역수를 얻어맞았다. 오라비와 너희들의 싸움은, 현대마술과와 관계 없다고 전제한 것을, "그럼 자신들에게 협력할 수 있겠지" 하고 받아친 것이다. 물론, 그런 용건도 상정의 범위엔 있지만, 이렇게 직구로 던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야기가 빠르다, 라고 하면 그렇지만.' 아틀라스원다운 화법일지도 모른다. 시계탑의 에두르는 권모술수는, 이렇게까지 스트레이트한 상대와는 상성이 나쁘다. 기본적으로, 어떠한 음모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자들간의 화법이기 때문이다. 한 박자 쉬고, 이렇게 물었다. "일단, 무슨 이야기인지 가르쳐주지 않으면, 뭐라 할 수도 없겠는데." "알겠다. ……그럼, 잠깐 실례." 어지간한 라이네스도, 눈을 부릅떴다. 그녀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인간의 두개골이었던 것이다. "탄겔." 짧은 이름과 동시에, 두개골 아래가 ​생겨났다​.  머리에서 쇄골이, 쇄골에서 흉골이, 흉골에서 요골이 구성되어, 순식간에 사지도 똑같이 갖춰졌다. 집무실의 천장에 닿을 정도인, 뼈의 거인이 나타난 것이다. '……애드와 닮았는걸.' 하고, 라이네스는 생각했다.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애드는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을 봉인하기 위한 예장이지만, 그 핵에는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쓰였다. 결과적으로, 어딘가 비슷한 분위기를 띠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거이거 처음 뵙겠습니다. 시계탑의 영애 분."거대한 뼈가, 공손히 인사했다. "라티오 아씨가 열심히 계산했거든. 뭐, 봐주라고." "아씨는 그만둬라." "네이 네이, 아씨." 무서운 외견과는 딴판으로, 표표한 말투로, 뼈의 거인은 손을 벌렸다. 마치 최신 모니터처럼 선명하게, 그 하얀 표면에 연산 결과가 떠오른다. "이봐, 이건──?" 세계지도였다. 다만,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 지중해 주변에서 현재의 중국, 그리고 그 동쪽까지, 검은 잉크를 흘린 듯한 얼룩이 퍼져있다. "에르고가 먹어치운 신에 대해, 우리는 극히 일부의 정보밖에 갖고있지 않지. 세 위 중에, 우리가 고른 신의 파편도, 여러 측면이나 화신, 파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옛 실험에 입회한 쿨드리스 사람도, 어떤 인자가 깨어날지까지는 연산하지 못했다. 이 지도는 그 신의 전래를 시각화한 것이다." 신이, 복수의 측면을 가지는 것은 드물지 않다── 라고 할까 통례가 있다. 예를 들면, 그리스 신화에서 수렵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 셀레네와 동일시되어, 후에 로마 신화의 여신 디아나와도 같은 신격이 되었다. 비슷하게, 인도 신화의 주신 중 한 위인 파괴신 시바는, 폭풍의 신 루드라와 동일시된다. 또한, 하나의 신의 전설이, 서양에서 흘러드는 동안── 혹은 그 반대의 여정에서, 수십이나 되는 별명을 갖게 되는 것도, 곧잘 보이는 케이스다. '지중해부터, 인도, 거기다 중국까지 전파되어있던 신……?'   아직, 에르고가 먹어치운 제2의 신은 특정되지 않았다. 이 경로로 전파되었던 신 따위, 무수히 있겠지. 하지만, 이 경로 자체에는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침략​ 자체는 이 절반에서 멈췄지만, 역사상 가장 빠르게 이 세계 교통을 확립하고, 그리스 문화와 동방 문화를 융합시킨 헬레니즘 따위와 같은 개념을 낳은 대영웅을, 라이네스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스칸다르​……!' 단순한 연상이다. 하지만, 그 이름은 그녀에게 있어, 또한 그녀의 오라비에게 있어,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럼, 나한테 뭘 시키고 싶은 거지?" "지금 보여준 신의 전래 중에, 일부의 신의 파편── 간타이가 현존한다는 것을, 최근에야 우리들은 밝혀냈다. 유감스럽게도, 아틀라스원은 극동과 거의 접촉이 없지만, 시계탑의 당신이라면, 이 간타이의 소지자에게서 데이터를 받을 수 있게, 교섭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데이터?" "에르고의 현 상태의 해석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간타이를 해석한 데이터는 공유할 것을 약속하지. 최종적으로 라티오들이 에르고를 손에 넣던, 당신들이 에르고를 구하던, 이 단계에선 협력이 가능할 테지." 이야기의 흐름이, 겨우 라이네스에게도 잡히기 시작했다. 그것이, 매우 치명적인 흐름이라는 것도. "이봐, 기다려봐. 극동의 간타이의 소지자라는 건." "야코우, 라는 일본의 마술조직이다." 그 이름을, 라티오가 고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4 전언 철회. 이렇게 반성하지 않는 바보는, 그야말로 초짜라서 가능한 것이다. "미안하지만 안 돼. 당신은 단골도 아니고, 담보도 없잖나." "그건 담보 대신에 정보로. 야코우(그쪽)에는 분명 이익이 될 정보라고." 딱 수 초, 아카네는 생각했다. 적어도, 마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남자다. 정보가 엉터리였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20분 정도면 돌아올 돈이라면 별 차이 없다. "오카무라." 속삭이자, 장지문이 열리고, 상고 머리가 고개를 숙였다. 걱정이 됐는지, 깨졌을 터인 오카무라가 가까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한 번 더 남자의 미모를 보고 싶어졌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런 마성이, 이 남자의 용모에는 숨겨져 있었다. 알맹이가 어떻든 간에, 이만큼 아름다우면 충분. 차라리 다액의 빚을 지게 해서, 알고 지내는 흥행업자한테 밀어붙이는 편이 훨씬 돈이 될 지도 모른다고,아카네도 생각하기 시작할 정도였다. 손가에 현금이 놓이자,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는 히죽 웃었다. 한 장 한 장을 소중한 듯이 세면서, 만족스러운 듯이 끄덕이고, 이쪽을 바라본다. "그럼, 말하지. 방황해는 알고 있으려나?" 충격에, 아카네가 숨을 멈췄다. 그것은, 아무튼 서양권의 마술사에게 있어, 전설적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방황해 발트안데르스. 다른 이름은 원협회(原協会). 세 개의 마술협회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아직도 신대의 마술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고 하는, 수수께끼에 싸인 조직이었다. "후, 후." 하고,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웃었다. "다행이야 다행. 그런 거 모릅니다 라고 하면, 내가 바보같아지니까 말이지. 뭐어, 내가 그 방황해 중 한 사람이란 거지만." 다시 찾아오는 충격을 견디고, 아카네가 시선을 든다. 이 운 좋은 멍청이였다가, 생초짜라고 훤히 드러내는 어리석음을 피로하거나 하는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그 방황해 중 한 사람? "정보라는 건, 그거?" "아니, 이 다음이야. 야코우의 쿠로히츠, 슬슬 세대교체 시기인 거지?" 돈의 많고 적음 따윈, 한 순간에 뇌리에서 날아가버렸다. 고우리키를 맡는 이이지마에게서도 오카무라에게서도, 미모에 들뜬 분위기 따윈 사라져 있었다. 쿠로히츠란 야코우에게 있어 목숨이나 같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즉, 신의 그릇. 아득한 고대부터 이어져온 신의 파편── 간타이를 보존하기 위해 선택된, 영예로운 인간을 말함이었다. 이번 대의 쿠로히츠는 아카네의 아들이지만, 적성이 없어, 빨리 한도가 와버리고 만 탓에, 손주인 아키라에게 이식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보는 전부 대외비다. 쿠로히츠의 이름 정도는 새어나가 들은 자도 있겠지만, 세대교체 시기 따위는, 정식으로 축제를 맞이할 때 까지는 타인에게 알려져서는 안될 사항이었다. 게다가, 남자는 그 아름다운 입술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우리 제자가 말이지, 세대교체가 끝날 때까지, 쿠로히츠를 납치하러 갈 거야." 이이지마와 오카무라가 곧바로 덤벼들지 않았던 것을, 칭찬해야 하겠지.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는, 야코우에 대해 최대의 모욕이나 다름 없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그저 고요하게, 아카네가 물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유괴를 예고한다니, 아무런 메리트도 없지 않은가. 만약 협박할 셈이라면, 그야말로 전력을 다해서, 그 잘못을 일깨워줘야만 한다. 설령, 이 남자가 정말로 방황해의 강대한 마술사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내기하고 싶거든." 천천히 술을 마시고 나서,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손가의 하리후다를 만진다. "댁들이 쿠로히츠를 지켜낸다면, 우리 제자를 마음대로 해도 좋아. 반대로, 우리 제자가 납치해낸다면, 댁들의 쿠로히츠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 라는 건 어떤가?" "……그 내기는 성립되지 않아. 납치한다면, 어차피 마음대로 할 수 있잖나."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마음대로 하고 싶으니까 유괴하는 것이겠지. "아니아니, 그건 틀렸고 말고. 마술에 몸담고 있다면 알지 않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말한다. "동서양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합의가 있느냐 없느냐로, 마술의 관계라는 건 완전히 달라지지.하물며, 야코우처럼 신과의 계약을 남겨둔 곳은 그렇지." 합의와, 마술. 남자의 대사는, 신비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흡혈귀의 전승에는 「타인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측에서 초대받아야만 한다」라고 되어 있다. 성서에도 자기 아이나 친족을 산제물로 바치는 이야기가 몇 개나 있으며, 각종 신화에서도 비슷한 에피소드는 일일이 셀 수도 없다. 공통적인 것은, 인간 따위가 미치지도 못할 강대한 신비조차도, 동의의 유무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 이라고 해도 좋다. 그 말을 진중히 음유하면서, 아카네가 묻는다. "그 제자도, 방황해인 건가?" "아니 달라. 하지만, 그쪽의 쿠로히츠에 비해도, 결코 못나지는 않을 테고 말고. 그럴 것이, 우리 제자는 용을 먹어치웠으니까 말이야." 자연스럽게,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입에 담았다. 현대에서는, 용의 존재 자체가 옛날 이야기다. 야코우처럼 간타이를 소지하고 있는 조직에서조차, 진정한 용종을 본 자 따윈 한 명도 없다. 설령, 수백년이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남자가 말하는 것은, 졸렬한 망상이나 장난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내기가 좋단 말이지." 술이 들어간 항아리를, 남자가 천천히 입술에 기울인다. "이것만큼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만둘 수 없어. 마술사같은 게 된 것도, 결국은 좀 더 재밌는 내기를 할 수 있다고, 라는 것 뿐이었으니까 말이지." 과장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만취해서 거슴츠레해진 호박색의 눈동자에, 아카네의 얼굴이 비치고 있다.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내기같은 건 변변한 일도 아닌데 말이지. "그러니까, 좋은 거야. 변변한 게 아니니까 내기가 좋은 거야. 생명이라는 건 내버려두면 합리화하는 거니까."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한다. "생명이, 합리화해?" "그렇잖아? 진화라느니 퇴화라느니 하는 건, 그 중 최고지. 쓰지 않는 기관이나 능력은 점점 쇠퇴하는 한편, 쓰고 있는 기능은 점점 연마되어 가지. 뭐어, 물론 그게 옳은 거야.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었다고 해도, 쓰지 않는 것을 신주단지처럼 소중히 갖고 있어서는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야. 이 지구(별)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품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지. 가능하다면 팍팍 합리화 해가야 하지. 지금이라면 최적화라느니 하는 건가." 남자의 말에, 아카네가 눈을 가늘게 뜬다. 어떤 의미론, 그것은 마술사의 숙업이었다. 서양의 마술이던, 야코우의 행이던, 한 때 인간이 깎아낸 기능임은 틀림 없다. 어떻게 말을 지어내던 간에, 자신들은 과거에 매달린 망령같은 것이다. "후, 후." 하고, 남자는 또다시 웃었다. "하지만 말이지, 내기라는 행위는, 그 반대거든." 창 밖으로 보이는 달을, 남자가 바라본다. 산마루에서 들여다보고 있던 달이, 하늘 높이 올라 있었다. "합리도 계산도, 내기라는 행위의 끝에는 사라지지. 아아, 이겨도 져도 좋은 거야. 건 돈이 몇 배가 되던, 제로가 되던 마찬가지. 내기의 천칭에 올라간 단계에서, 그 녀석은 잃어도 좋은 게 된 거니까. 그렇게 당연한 가치를 잃었을 때, 처음으로 생명은 빛나는 거야. 몇만 년인지 몇억 년인지, 지구에 쌓아올려온 것을 내던졌을 때, 처음으로 의미가 생겨나는 거야." 위험한 무언가가, 호박색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었다.  단순히, 마술사라서는 아니다. 방황해라느니 하는 레테르도 관계 없다. 회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태생적으로 지닌── 기원이라고라도 해야 할 무언가가, 거기에는 새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야코우(우리)에게 내기에 끼라고? 이쪽의 쿠로히츠와, 그쪽의 제자로?" "댁들은 내기도 봉납 중 하나잖아? 내가 말하는 게 전부 거짓말이라도, 딱히 손해는 안 볼 거라고." 남자의 말대로이기는 했다. 어차피, 세대교체의 시기가 새어나갔다면 경비는 늘려야만 하고, 방황해 같은 이름이 튀어나온 이상, 이 남자에서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하물며, 야코우가 도망쳤다느니 그렇게 선전당하면, 야쿠자로서의 체면도 깨질 수 밖에 없다. 잠시 생각하고, 아카네는 끄덕인다. "……좋지, 껴주겠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5 "현대마술과(널리지)도 나름의 결계는 쳐져 있지만, 그런 거라면 주의를 더욱 기울일 필요가 있겠죠. 저를 부른 것도 그런 이유인가요?" "자네의 집안은 시계탑에 속해는 있지만, 시계탑의 밖으로도 통해있지. 그렇다면, 자네만의 견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일본을 싫어하는 건 잘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싫어한다는 건, 지식이 있다는 거잖나.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라는 건 동양의 속담이지만, 그만큼 토오사카 린을 라이벌시하고 있는 자네가, 그녀의 출신국의 조사에 전력을 쏟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거든." 깊게, 루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머잖아, 이런 식으로 물었다. "신을 먹어치웠다, 라고 했죠. 즉 간타이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건가요?" 간타이. 신의 파편. 시계탑에도, 전승보균자(가즈 홀더) 등 비슷한 개념은 있으나, 어느 쪽이던 현대에선 잃어버린지 한참일 터인 신비다. "뭐, 그렇게 되지. 오라비의 새로운 제자, 에르고가 먹어치운 제2의 신을 밝혀내기 위해, 극동의 마술결사── 야코우가 소지하고 있는 간타이를 조사할 필요가 있는 모양이라서 말이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 "아틀라스원의 라이네스에게서는, 야코우와 접촉을 취하고 싶다고 들었어. 자네라면 무슨 연줄이나 식견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떠려나? 물론, 그 나름의 사례는 하고 말고." 직설적으로, 라이네스가 말한다. 한 박자만 간격을 두고 나서, 루비아는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멋진 권유지만, 문제는 저 섬의 문이 열렸다는 거잖아요?" "문?" "확실히, 간타이는 희소한 신비예요. 세 위나 되는 신을 먹어치웠다고 하는 상대도 두렵겠죠. 허나, 지금 이야기대로라면, 라이네스 씨나 라티오 씨 두 분 모두── 혹은 엘멜로이 2세도, 가장 중요한 걸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닌가요?" 루비아의 말에, 입 다물고 듣고 있던 연금술사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라티오가, 묻는다. "혹시, 당신은 방황해에 대해서도 지식이 있는 건가." "조금 전에 라이네스가 말했지만요. 에델펠트 가는 시계탑에 속해있지만, 시계탑에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상에서 가장 우아한 하이에나라는 별명은, 결코 조롱만으로 생긴 것은 아니다. 시계탑의 계위나 음모극조차 반쯤 무시하고, 독자적인 지반을 굳히고 있다, 라는 높은 평가의 반증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시계탑은 마술협회 중에서도, 현대에 대한 순응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어떤 의미로는, 마술사의 본질에 반하고 있다, 라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죠." 루비아가 말한다. 정말이지, 그 말대로다. 근원에 대한 탐구 따윈 잊은 어리석은 마술사가 만연해있는 것도, 시계탑이 현대에 적응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즉, 다른 조직과 달리, 국제적인 영향력을 비밀리에 유지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시계탑과 동 레벨의 권력을 가진 마술조직은, 사상마술을 연찬하는, 대륙의 나선관 정도겠지. "그렇지만, 방황해는 그 반대예요. 그들은 아직 신대 속에 있어요." "……그래, 그렇게 말해지고 있지." 라이네스가, 끄덕인다. 그것이야말로, 방황해의 최대의 수수께끼였다. 현대에 존재하는 한, 어떤 마술사라고 해도 일종의 제약을 받고 있다. 그렇다기보단, ​진작에 없어졌을 터인 마술같은 학문을 일정의 제한 하에서만 허락받고 있다​, 라는 편이 옳을까. 방황해는 다르다. 1년에 한 번 뿐, 그 섬으로 통하는 문을 여는 방황해 발트안데르스는, 신대의 마술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라이네스도 그 소문만은 들었지만, 실제로는 반신반의하긴 했다. 신대의 마술을 전하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현대 나름대로 다운사이징된 것이 아닐까, 정도로 상상하고 있었다. "비닉신리(秘匿神理), 라고 부르는 모양이에요." "뭐지, 그게?" 라이네스가 물었다. 인리라면, 안다. 마술세계의 일부에서는 인류를 보다 길게, 보다 확실하게, 보다 강하게 번영시키기 위한 이치를 인리라고 부른다. 라이네스가 아는 것 중에서도, 예를 들면 천체과(아니무스피어) 등의 자료에 때때로 적혀있는 용어다. "방황해에서는, 비닉신리가 바로 오의서같은 것이라고 들었답니다, 아틀라스의 7대 병기와도 같은, 혹은 시계탑의 지하에 펼쳐진 영묘 알비온과도 같은, 그들이 의지하는 『비밀』이라고." "……비닉신리." 라이네스가, 낮은 목소리로 신음했다. 보통이라면, 곧바로 웃어넘길 정도로 황당무계하다. 아무리 그녀가 마술사라고는 하나, 마술사 나름의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범주 밖의 이야기를 들고 와도, 사기나 그런 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허나, 에르고라는 젊은이는 실재하는 것이다. 신을 먹어치운 남자. 참으로 한정적이나, 신의 권능을 다루는 인간. 그런 능력은, 단순한 재능이나 특권의 영역을 뛰어넘었다. 한참 옛날에 진작 잊혀졌을 터인 법률(룰)이, 일개 개인에게만 적용되어있다는 듯한 불가해가, 현대과(널리지) 차기 군주(로드)의 심장을 붙들었다. "…………." 이야기한 루비아도 포함해서, 세 명이 제각각 침묵했다. 납과도 같은, 무거운 침묵이었다. "……즉, 이 사건을 좇는다면, 오히려 방황해야말로 요점이라고 말하는 건가?" "저로서는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방황해가 정말로 신을 먹어치운 남자를 만든 거라면, 이 비닉신리 중 무언가와 접했다는 것과 다름 없어요. 그 섬에서 끄집어내진 신리야말로, 저희들의 세계를 고정시키게 되겠죠." 세계를 고정한다. 그 말이, 결코 과장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어떠신가요, 아틀라스의 육원." 루비아가 묻는다. 푸른 머리카락을 누르며, 라티오가 입을 열었다. "제각각의 조직의 기밀을 추렴했기 때문에, 에르고의 실험에 대한 정보는 거의 파기되어 있다. 덕분에, 다른 마술사나 당시의 사정에 대해서는, 라티오도 최저한의 지식밖에 없지만…… 지금 언급된 문과 그 이름에 대해서만은, 남은 일부에 기록되어 있었다." 책상 위의 만년필을 손에 들고, 근처의 메모지에 휘갈긴다. 마치 뻗친 꼬리같은, 혹은 이중의 나선이 복수 뒤얽힌 듯한, 기묘하고 흉흉한 문양이 메모지에는 적혀 있었다. 그것은, 싱가포르의 해저에서, 에르고가 잠들어 있던 포드에 새겨져 있던 것과 같은 문장이었다. "보존(게논)의 문이라고, 기록에는 있었다." "신의 보존." 라이네스가, 중얼거린다. 비닉신리와, 신의 보존. 그들이 만들어냈다고 하는 에르고와 뤄롱과, 지금의 말은 어떻게 엮여있는 것인가. 메모지를 뜯어내고, 루비아가 드레스의 옷자락을 가지런히 했다. "그럼, 가볼까요. 준비는 되셨는지?" "어이어이, 준비라니 뭐지." "어머나, 정해져 있답니다." 동요하는 라이네스에게, 지상에서 가장 우아한 하이에나는, 어디까지나 화려하게 웃어보였다. "틀어박혀있을 시간(턴)이 아니잖아요? 여기까지 알았으면 행동할 뿐. 에델펠트가, 방황해의 베일을 벗겨드리겠사와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 "선생님들은──" 하고, 물어보려던 때였다. 이상한 마력이, 사무소의 입구에서 부풀어올랐다. "뤄롱──?!" *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자신​과 스승님의 앞에서, 그 절규가 울려퍼졌다. 바이 뤄롱에게 업혀있던 소녀──야코우 아키라. 앳된 얼굴이, 갑자기 칠흑의 가면에 덮이고, 등에는 정체 모를 앞흑의 늪이 퍼진 것이다. 너무나도, 불길한 검정이었다. 아침놀의 색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어둠. 그리고, 그 어둠에서, 무언가가 파도쳤다. 마치, 밤의 바다에서 튀어오르는 인어처럼."선생님!" "그레이 씨, 무슨 일이!" 린과 에르고가, 사무소에서 뛰쳐나온다. 거의 동시에, "살려줘, ​루오​……!" 소녀의 절규에 호응하듯이, 암색이 뤄롱의 몸을 삼켜버렸다. 암색의 고래가, 청년의 오체를 먹어치우고 말았다고 생각했다. 업힌 소녀 자신도 포함해서, 모든 것이 암색의 공간에 접혀버린다. 뤄롱은 커녕 아키라의 체적보다도 적은, 말도 안 되는 압축에 끌려들어간다. 마치 극소의 블랙 홀이라도 생겨난 듯한 이상에, 누구 하나 움직임을 취할 수 없었다. 아니, 딱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스승님보다도, 린보다도, 자신보다도 빠르게, 달려온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뤄롱──!" 소리친 에르고의 옆모습에, 한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에.' 이런 표정을 짓는 젊은이였을까. 어리다기보단 정열. 무구하다기보단 예리. 수동보다는 적극성이 강한 옆모습. 고작 하룻밤만에, 수 년이나 경과해버린 듯 했다. 육체가 아니라, 정신의 시간. 그 등에서 꽃처럼 생겨난 환수가, 턱(아가리)를 닫기 직전이었던 암색의 공간에, 끼어들어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8 "에르…… 고…… 씨……?" 푸른 환수는, 암색의 공간을 먹어치웠다. 간신히 방울진 소녀의 목소리에 향해, 에르고가 남은 환수를 뻗는다. "​루오​!" 또다시, 소리친다. 본 적이 없는 표정. 들은 적이 없는 목소리. 자신이 모르는 에르고가, 거기에 있다. 모르지만, 역시 같은── 해적섬에서 만난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나와, 루오! 이런 건 떨쳐내버려!" 찌릿, 하는 소리가 났다. 암색의 공간에서부터였다. "하하……." 괴로운 듯하면서, 그럼에도 기쁜 듯한 웃음소리가, 어둠의 밑바닥에서부터 메아리친 것이다. "겨우, 본가락이 나왔잖아. 에르고." 접혀진 암색의 공간을 비집어 열듯이, 골목의 허공에서, 갈색 피부의 손이 생겨났다. "그렇지. 아버지에 비하면, 고작해야 ​이 정도​, 다." 갈색의 손이, 휙 하고 가로로 움직였다. 암색이 찢어진 내측에서부터, 뤄롱의 상반신이 엿보였다. 새하얀 머리카락 아래에서, 눈동자가 타오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입술이 당돌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야코우의 간섭이겠지만, 고작해야 이 정도의 마술로." 틈새에서, 반투명한 날개가 나타난다. 환익. 갈색 피부의 청년에게 주어진, 수많은 마술을 상회하는 신비. 암색의 내측에서부터 그 환익이 펼쳐져, 외측에서 뻗친 에르고의 환수와 닿는다. "에……!" 눈을 부릅뜬 것은, 자신만은 아니었다. 스승님도 린도, 숨을 멈추고 멈춰선 것이다. 환수도 환익도, 현대의 마술과는 격절된, 압도적인 신비다. 허나, 그 두 가지가── 적대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우려고 접촉했을 때, 상승(相乗)되는 마력이 샘솟은 것이다. 규모가 아니다. 단순한 출력도 아니다. 질의 문제다. 극히 작은, 허나 극히 무거운, 마술의 질량. 이쯤되면 폭발같은 그 위력이, 뤄롱과 아키라를 에워싼 암색을, 젖은 종이만큼 쉽게 잡아찢는다. 거의, 기적을 보는 듯 했다.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의 환수와, 은발의 청년의 환익이, 정체 모를 어둠을 점점 현실에서 박리해간다. 아침의 빛이 암색을 꿰뚫고, 흉흉한 술식을 무효화해간다. 저편에, 뤄롱이 업은 소녀의 모습이 보여왔다. 이대로 가면, 틀림없이 암색의 공간에서, 두 사람을 다시 끌어냈겠지. '하지만.' 경보가, 자신의 가슴에서 울렸다. "안, 돼요──!" 자신의 목소리에, 스승님이 소리친 것이다. "그만둬라!" 라며, 두 사람을 제지한다. "그 술식을 부수면, 야코우 아키라가 죽는다고!" 환익과 환수가, 동시에 멈췄다. 그 순간, 옅어지려던 암색이 그 기세를 되돌려, 뤄롱 일행을 압박해, 스승님은 벌레를 씹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술식의 핵이 되어있는 것은, 야코우 아키라에게 깃든 간타이다. 무리하게 해제하면, 매체가 된 그녀에게 부메랑 효과가 돌아오지. 일단 분명히, 인간이 견딜 수 있을 만한 아픔으론 그치지 않을 거다." "칫…… 잘 생각했구만."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9 "그렇지, 야코우." 앗, 하고 자신은 돌아봤다. 에르고도 마찬가지로 돌아서서, 자세를 잡았다. 어느 틈엔가, 자신들의 등 뒤에, 검은 정장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 자리의 누구에게도 기척을 느끼게 하지 않고, 그들은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그것은, 토지에 눌러붙은 그림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세 명, 있었다. 지금은 가면을 쓰고 있지 않다. 허나, 몸에 두른 마력을 보면, 어떠한 술자임은 분명하다. 그 중 한 명이, 눈에 익었다. 야코우 유키노부. 오른손을, 삼각건으로 감싼 장한이, 긴장을 강하게 한다. '……피, 냄새.' 다른 사실에, 자신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희미하지만, 장한의 오른손에서, 또 새로운 피 냄새가 난 것이다. ──『간타이의 거부반응이라는 겁니다. 8할 정도 벗겨낸 지금도, 팔의 기능이 돌아오지 않은지라, 추태를 보였습니다.』 8할 정도 벗겨냈다, 라고 그 때는 말했다. 즉, 오른손에 남아있던 간타이를 써서, 조금 전의 마술을 행사한 것인가. 야코우 유키노부가 입을 연다. "당주님의 말씀을 받들어, 너와 아키라를 회수하러 왔다." 회수라고 표현했다. 즉, 아키라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변은, 역시 야코우에 의한 것인 모양이다. 다시 암색에 갇혀가는 뤄롱이, 웃었다. "신의 관으로써 신을 봉한다, 라. 너무 바르게 해서 싫어지는구만. 하는 김에 그 애교 없는 표정 말고, 스마일로 맞이해주면, 좀 더 좋겠는데." "​루오​……." 등 뒤의 아키라가, 어색하게 신음했다. 그 소녀를 몸의 정면으로 내밀고, 뤄롱은 상냥하게 끌어안는다. "야코우의 당주한테, 햄버거랑 콜라를 준비하도록 말해둬." 윙크 한 번. 두 사람의 모습은, 그대로 어둠에 압축당했다. 그 후, 검은 큐브만이 남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뤄롱은 커녕, 자그마한 아키라의 신체조차 수납되지 못할, 손바닥 크기의 입방체였다. '……쿠로히츠.' 그 말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신을 위한 관. 야코우 아키라가 불린, 다른 이름. ​그것​은 즉 이런 것이었던 건가. 동시에, 또 한 가지를 생각했다. "어이쿠! 이건 완전 빼다박았는데!" 사고를 선수쳐서, 작은 목소리로 오른쪽 어깨의 고정구(후크)에서, 애드가 말한 것이다. "입방체는, 구체와 마찬가지로, 물리세계에서 완벽한 형태 중 하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신이라는 현상을 수납하는 데 있어, 이러한 형상이 선택된 것은 당연하겠지." 듣고 있던 스승님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시선이, 큐브를 주워든 야코우 유키노부와 맞았다.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만, 괜찮겠지요? 로드 엘멜로이 2세." 확인은 취했을 뿐, 안 된다고는 말하게 두지 않는 말투였다. 린은, 손바닥에 보석을 숨긴 채로, 검은 정장 일행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에르고는, 환수를 거둬들이지 않고, 살짝 발꿈치를 든 채였다. 양쪽 모두, 싸움에 끼어드는 것을 상정한 자세(스탠스)다. 이대로, 뤄롱과 아키라를 데리고 가게 냅둬도 되는 건가. 아니면, 야코우와 싸워서라도 되찾아야 하는 건가. "선생님, 저라면──!" 에르고가, 부른다. 방금 전까지 기적을 일으키려고 하던 젊은이는, 같은 정도의 분함을 배고 있었다. 그의 환수라면, 야코우를 쓰러뜨리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소제, 는.' 자신은 어쩌면 좋은 걸까.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응하지 못하고, 마음이 위축되버리고 말았다. 싸움이 벌어지면, 그렇게 가볍게 움직이던 몸이, 어째서 이렇게도 결단을 두려워하고 마는 것인가. '……무서워하고 있어?' 그렇다. 무서운 것이다. 이국의 토지에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도 확실치 않다.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다양한 인간관계가 얽혀들고, 복수의 조직이 끈처럼 묶여버린 상태도. 무엇보다도. '……스승님이.' 섣부른 자신의 행동으로, 적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승님 쪽이다. 가뜩이나, 시계탑에서의 스승님이나 입장은 반석처럼 튼튼하다 하기 어렵다. 오히려, 항상 밸런스를 잡으면서 줄다리기를 하는 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여기다 외부의 적을 늘리면, 이번에야말로 파멸할 수 밖에 없다. "…………" 물론, 야코우 유키노부도 그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있을 터이다. 방황해를 포함한 마술협회와 다투게 된다면, 그들 또한 예상하지 않은 곤경에 처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미리 료우기 미키야를 거쳐, 스승님과 이야기해서, 야코우 아키라를 되찾도록 의뢰한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계약에는 이르지 않았다. 허나, 이러한 형식이나 준비가 얼마나 사람을 얽어매는지, 지금의 자신은 알고 있었다. 미리, 조금씩 상대의 행동을 제약해두는 듯한, 일종의 마술적인 수단. 그것 또한, 이 나라의 방식인 것일지도 몰랐다. 간격을 두고, 스승님이 길을 텄다. "좋네. 물론, 아키라 아가씨는 자네들의 보호 대상이지. 데려가게나." "……스, 승님." 제대로 말로 나오지 못하고, 목소리가 목구멍 안에서 사라진다. "감사합니다." 라며, 유키노부가 고개를 숙였다. "허나." 작게, 스승님이 서두를 놓았다. "모쪼록, 사투르누스의 철은 밟지 않도록 하시길". "…………." 이것에는, 유키노부는 답하지 않았다. 자신은 의미를 알지 못하고, 깜빡거릴 뿐이었다. 린의 숨이 막힌 것만은 지각하고 있었다. "돌아간다. 하시바미, 이즈마." 뒤의 두 사람에게, 그렇게 고했다. 큐브를 회수한 야코우 유키노부와 함께, 검은 정장들은 어스름한 길 저편으로 떠나간 것이다. 기척이 멀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돌아본 것은 린이었다. "최후의 충고는 제쳐두고, 야코우에 붙을 생각인가요. 교수님." 순수하게, 방침을 묻는 목소리였다. 스승님의 선택을 존중해서, 그럼에도 정말로 괜찮은 건가, 하고 확인하는 위치.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이쪽은, 훨씬 절박한 울림이었다. 마치 심장에 나이프가 꽂혀있는 듯한, 다급한 옆모습.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것을, 또, 처음으로 알았다. "저는, 루오 네를──" 말의 다음이, 나오지 않는다. 그야 그렇겠지. '그럴 것이, 에르고도 알고 있어.' 에르고를 죽게 두지 않으려고, 자신들은 여행을 해왔다. 기억포화라고 하는, 신을 먹어치운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신을 되돌리는 술식을 알기 위해서, 스승님이 얼마나 되는 위험과 맞서고 있는지, 젊은이는 알아버렸다. 그런 스승님에게 이 이상의 무리를 시킬 수 없다고, 이 젊은이라면 생각해버린다. 그런 상냥한 부분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괴로운 것이겠지. '……게다가.' 스승님의 선택은, 잘못되지 않은 것이다. 뤄롱과 야코우 아키라. 야코우 아카네와 야코우 유키노부. 뤄롱을 편들면, 아키라를 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허나, 에르고의 신을 되돌리는 술식을, 야코우에게서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자신들의 목적으로 따지면, 야코우 아카네에게 붙는 편이 절대적으로 옳다. 그렇지 않더라도,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다른 조직을 적으로 돌리는 일은 피해야만 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0 "댁이, 야코우의 당주인가." "야코우 아카네다. 너의 스승님과는 내기를 한 몸이지." 검은 상자를 손에 든 채로, 아카네가 답했다. "'내기? 헤에, 몰랐는데." "몰랐다고?" "그 망할 아버지, 중요한 건 이야기를 안해서 말이지." 엘멜로이 2세가, 뤄롱에 대해서 같은 분석을 했었다. 방황해의 마술사는, 뤄롱에게 목적의 중핵을 개시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고. 마술사라면, 드문 일은 아니다. 제각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제일 우선으로, 제자에게 전할 필요가 없다면, 제대로 말하지 않는 자도 많다. 허나, 다른 조직의 중요인물을 납치한다는 등의 작전에, 그런 목적을 설명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 잠시 간격을 두고 나서, 아카네가 입을 열었다. "너를 붙잡을 수 있다면, 좋을 대로 해도 된다고 들었다. "어이어이. 아버지, 나를 관광 선물이나 그런 거랑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실은, 방황해 도장이 찍힌 취급 설명서도 넘겨받은 건 아니겠지." 농담 섞어가며, 상자 속의 뤄롱이 분개한다. 이 때에 이르러서도, 청년의 바닥은 판연치 않았다. 어디까지 장난이고, 어디까지 진지한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마치.' 하고, 아카네는 생각한다. 마치, 그 방황해의 마술사처럼. "붙잡혀 있는 게, 신경쓰이진 않는 건가?" "쿠로히츠의 술식이지 이거." 라고, 뤄롱이 말한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안 썼구만. 후딱 썼으면, 좀 더 빨리 아키라를 되찾았던 거 아닌가?" "경우에 따라서는, 이래도 부서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실제로, 유키노부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너는 봉인을 깰 뻔 했잖나?" 큐브를 앞에 두고, 아카네가 말한다. 주르륵,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다. 이야기가 가능할 정도로, 허나 그 쪽에서 봉인을 돌파하지 못할 정도로, 술식을 느슨히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야코우로서도, 이만큼 세세한 조정이 가능한 것은, 아카네와 유키노부 둘 뿐이겠지. "하지만, 너는 봉인을 깨기보다, 아키라의 무사를 우선시했다. 그런 행동으로 나설 거라고, 우리 애들의 보고를 듣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이유를 알 수 없군." 아카네가, 상자를 향해 계속 말한다. "우리 손녀가, 어째서 그렇게 마음에 든 거지?" 딱 잘라서, 상자는 답한다. "도와줘, 라는 말을 들었거든." "그 뿐인가?" "그 뿐이야." 다시금 질문한 아카네에게, 뤄롱은 질린 듯이 답한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이, 눈에 보일 듯한 목소리였다. "도와달라는 말을 듣고, 내가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으니 신경을 쓰도록 하자, 라는 느낌으로 말했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 것 따윈, 이 행성(별)에는 없잖아." 말한 순간, 여자의 손바닥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상자의 틈새에서, 날개가 펼쳐진 것이다. 반투명한 환익은 품격있게, 상자의 틈새에서 표면을 쓰다듬듯이, 영역을 늘려간다. 숨을 멈춘 아카네가 멈출 틈도 없이, 그것은 상자를 모조리 채워간다. 7할 정도에서, 삐걱삐걱, 상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쳇, 아직 안 되나. 상자를 부수지 않고 술식만 해제, 라는 건 어렵구만." 후욱, 하고 환익이 사라졌다. 지금의 의미는, 명확하다. 아키라를 죽이지 않고, 쿠로히츠의 술식만을 해제할 방법을 뤄롱은 시험하고 있으며, 서서히 성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각오해두라고. 아무튼, 잡힌 건 나니까 말이지." 그걸 마지막으로, 상자에서 나는 목소리는 두절됐다. 그 뒤에는, 아카네가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수 초 정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손바닥 위의 상자를 보고 있었다. 한 번 숨을 쉬고 나서, 조용히 일어선다. 장지문을 열고,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은 정장들에게 선언했다. "바로 의식을 시작한다." "허나, 아카네 님의 몸은." 검은 정장의 항변도 무리는 아니다. 뤄롱을 봉한 대가로, 그녀는 큰 소모를 강요당했을 터이다. 쿠로히츠 자체를 조작하는 술식은, 사상마술로 따지면, 사상반의 특권영역의 조작에 가깝다. 규모로 비교하면 사상반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술자의 부담은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허나, 야코우의 당주는, 일절 돌아보지 않고, 말한 것이다. "방황해의 제자, 이대로 얌전히 갇혀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아라. 꾸물거리다간, 잡아먹히는 건 이쪽이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1 칠흑의 공간에서, 뤄롱은 천개를 올려다봤다. 아니, 위라는 기술이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중력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상하라는 것은 사소한 개념일 뿐이기 때문이다. "……젠장." 참으로 드물게도, 그는 동요하고 있었다. 몸의 내측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뤄롱은 지각했다. 본인조차 알지 못하진 경로(패스)가, 연결되어 있던 것이다. 그것은 몸의 깊숙한 곳에서 자라고 있던 종양처럼, 그의 내측을 좀먹고 있었다. 아무리 뤄롱의 영적 방어가 철벽이라고 하더라도, 직접 영핵부터 퍼내버리면 저항할 방도가 없다. 구조로 따지면, 슈퍼 컴퓨터의 중핵에 파고든 백도어와도 비슷하겠지. 그것도, 그 권한이 뤄롱 본인보다도 상위에 설정되어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상대는, 세계에 한 명 밖에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내기, 라고 했었지." 낮게, 청년이 신음했다. "그럼 망할 아버지, 정말로 나를 팔아먹었구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2 아카네가 말한다. 쓴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 때, 방황해의 마술사(지즈)는, 정말로 내기를 한 것이다. ──『동서양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합의가 있느냐 없느냐로, 마술의 ​관계​라는 건 완전히 달라지지.』 그렇기에, 이러한 폭거가 이루어진다. 가면의 옆으로 엿보인 관자놀이에, 땀이 흘렀다. 그녀 또한, 아슬아슬했다. 지금이라도 파열할 것만 같은 마술회로를, 간신히 가면으로 억누르고 있다. 아니, 그러한 개념무장이나 술식보다도, 단순한 의지 쪽이 컸던 걸지도 모른다. 야코우의 당주로서 살아온 세월이야말로, 그녀의 심지를 받쳐주고 있다. "자신의 어둠을 떠올리거라, 아키라." 그리고 지금, 아카네가 속삭인다. 현현한 아키라(손녀딸)를 향해서. 침묵한 채인 유키노부(아들)를, 옆에 두고, 말한다. "──방황해의 마인을, 먹어치워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3 "먼저 괜찮을까, 린." "앗 넵!" 서류를 가져온 린이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한 번 읽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 "……료우기 씨? 이건, 꽤 예전부터 조사했던 건가요." "애초에, 여러분께 의뢰한 건 저니까요. 그렇다곤 해도, 7할 정도는 어젯밤 엘멜로이 2세 씨한테 듣고 나서 모은 거지만요." 즉, 7할 정도를, 실질 한나절도 안 되는 시간으로 만들어냈다는 말이다. 린의 설명을 받으면서, 이어서 서류를 읽은 스승님이, 아연해했다. 마술에 관련된 것 이외에, 이 사람이 진심으로 아연해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 느낌이 든다. "……과연, 야코우 아카네가, 친척의 사위가 사람 찾는 게 능숙하다고 하니 부탁해 봤다, 라고 할 만 하군.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런 이유가 말이 되냐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과소평가였던 게 아닌가 이건." "프로가 아니니까요, 자료는 적당합니다. 어디까지나 참고 정도로 해주시면." "의붓 여동생(라이네스)이 자주 쓰는 흥신소에서도, 이 기간동안 이만한 정도를 내온 적은 없지만 말이지…… 아아, 이거라면." 스승님의 눈동자에, 옅은 빛이 깃들었다. "이거라면, 적어도 시험할 가치가 있다." "그럼, 스승님." "제3의 선택지, 다." 일어선 스승님에게, 린이 묻는다. "선생님, 어디부터 손을 댈까요?" "후보는 몇 가지 있지만, 우선할 것은 정해져 있지." 가느다란 검지가, 스윽 하고 서류의 한 점을 눌렀다. "응, 역시 그렇지요. 이 시간이라면 전부 돌 수 없으니, 처음에 가야할 곳은 거기로 정해뒀어요." "다만, 만약을 위해서, 린과 그레이는 여기서 대기해주겠나." "으음." 한번 눈을 가늘게 뜬 린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자료를 읽고 있던 에르고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저랑 선생님 둘이서 가는 건가요." "그리 되겠군. 그렇다기보단, 이 목적이라면 자네에게는 반드시 와줄 필요가 있네." 어딘가 즐거운 듯한 스승님의 말 다음에, 린이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저도 흥미는 있지만, 확실히 이거라면 에르고 쪽이 필수고, 적재적소겠죠! 그레이는 상관 없어?" "아…… 네." 느닷없이 말을 걸려서,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저도, 조금 더 조사해볼 생각입니다. 애초에, 저의 의뢰였으니까요." 라고, 미키야가 이야기했다. 스승님이 돌아본다. "야코우 아키라를 구해줬으면 한다, 라는 의뢰였죠." "네." 긍정한 미키야에게, 스승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말 때문에 곤란했습니다." 미키야는, 바로 답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마주본 채, 사무소에는 망가진 냉방기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창문에 스승님의 옆모습이 비치고, 그 뺨에 빗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저는 싹부터 마술사이므로, 돕는다는 말의 애매함이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게 허락될 만큼, 마술사(저희들)의 생애에는 여유가 없는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너무나도 보통으로 그 말을 쓰지요. 저희들 같은 생물을 모르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말을 체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종의 사람들에게는 극약같은 것이지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까." "……약간, 있네요." 곤란한 듯한 미키야의 앞에, 스승님은 서 있었다. 그런 스승님은, 처음 보는 느낌이 들었다. 화내고 있는 것과도, 슬퍼하고 있는 것과도 다르다. 옛날에 놀았던 공원을 지나가다, 무심코 멈춰서서, 언제까지고 바라보고 만 것같은──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너무 보통이라서, 저에게는 눈부십니다." 그런 스승님이 속삭였다. "그렇지만, 저는 가능한 한, 그 의뢰를 이뤄드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 라며, 미키야가 고개를 숙였다. "혹시 만나시면, 뤄롱과 아키라에게 전해주세요. 사무소의 열쇠는 당분간 바꾸지 않을 생각이라고." '……아.' 그 의미가, 아플 정도로 전해졌다. 마술 세계에서는 미사일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한 뤄롱에게, 어린애를 숨기고 회화가 통하는 미사일이라면 똑같은 거라고 답하고, 미키야는 이 사무소의 열쇠를 넘긴 것이었다. 아마도, 보통이란 그런 것이다. 결코 수가 많지는 않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보면, 마술사 이상의 소수파(마이너리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주(하늘)의 한 점에서, 확실히 계속해서 빛나는 별. "예." 라고, 스승님이 답했다. 이쪽을 슬그머니 돌아보았다. 지금 한 말은, 스승님이 혼자서 맡은 것이 아니다 라는, 그런 의미였다. 자신이 신경 쓰고 있던 것도, 분명 알고 있었던 것이겠지. 그러니까, 린과 에르고를 보면서, "네. 소제들이,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4 "야코우 유키노부를 알고 있지?" "……앗, 네." 약간 늦게,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코우 아카네의 아들. 쿠로히츠에 갇힌, 뤄롱과 아키라를 회수하러 온 상대였다. "나는, 그 녀석의 형에 해당하거든." 그 말에 에르고가 한 순간 경직되고, 2세는 침묵했다. "과연 군주(로드)는 놀라지 않는구만. 여기까지 올 정도니까, 당연히 알고 있었나." "시계탑의 정보망, 이라는 건 아니지만요." "흐응? 뭐어 야코우를 나온 것도 상당히 전이라서 말이지. 그 이래로, 양자가 된 토보리 일족의 성을 쓰고 있지. 지금 와서는 야코우 겐마였을 때보다, 토보리 겐마인 시기가 더 길 정도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5 "그저 저는, 당신한테 만들어줬으면 하는 가면이 있는 겁니다." "헤에?" "그의── 에르고의 가면입니다." 에르고 쪽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두근, 하고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의 가슴이 고동쳤다. "……저는." "그 녀석은 무리다." 흘깃 본 것만으로, 겐마가 고한 것이다. "어째서입니까." "척 보면 알아. 그 녀석의 얼굴은 너무 잔뜩이거든." "────윽." 에르고가, 숨을 멈췄다. 겐마의 말의 의미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에 있는 다른 얼굴. 자신이 먹어치운 세 위의 신에 대해, 가면 장인은 훌륭하게 맞혔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이중인격이나 삼중인격같은 무른 이야기가 아니야. 애초에 뿌리부터 달라. 용케도 인간 한 명의 신체(그릇)에 거둬들였구나 하고, 감탄스럽군." 그 말씨에, 무심코 에르고는 얼굴에 손을 댔다. "정말로, 보기만 해도, 아시는 건가요." "모르면, 가면 장인 같은 건 못 해먹어. 한놈, 두시기, 석삼…… 얼굴을 돌린 녀석도 있지만, 너 이외에 셋은 들어있잖나." "그럼, 그게 어떤 얼굴인지는." 기세를 실어, 에르고가 물었다. 젊은이가 먹어치운 세 위의 신. 그 정체가, 가면 장인에 의해 밝혀지는 것인가. "아니. 방금도 말했지만, 네가 자각하지 못한 녀석은 얼굴을 돌리고 있어. 이쪽을 보고 있는 원숭이 형상은, 이미 알고 있는 녀석이잖아?" "……아." 추욱, 하고 젊은이가 늘어졌다. 물론,환수조차 현현시키지 않은 상태로, 손행자를 맞힌 것은 놀라운 혜안이다. 허나, 조금만 더 있으면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설레발 친 기대 만큼, 소침해져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중략) "그런 표정도 짓는 건가." 라고, 겐마가 말했다. "뭐가, 말이죠." "변하고 싶다, 라는 표정이야. 가면은 그런 인간을 위해서 있지." 한동안, 겐마는 에르고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2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댁, 대단한 마술사지." "지위 이야기라면, 단순한 사정 때문입니다." "아아, 아냐 아냐." 겐마가, 휙휙 손을 휘두르며 부정한다. "그럴 생각으로, 우리 집에 온 거지? 우리 가면의 진수같은 건, 아무 데에도 퍼지지 않았어. 야코우 녀석들조차도 진짜로는 알고 있지 않아.…… 하지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댁은, 그걸 알고서 온 거잖아?" 수 초, 2세는 침묵했다. 머잖아, 불쑥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른다, 라고는 생각해봤습니다." '……어떤, 의미일까.' 두 사람을 보면서, 에르고는 생각한다.주고 받는 회화의 반쯤밖에, 에르고로서는 알 수 없다. 감각적인 부분은 어쩐지 모르게 전해지지만, 그걸로 해결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표층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레이 씨라면.' 그레이라면, 다를까. 에르고와 마찬가지로 마술사는 아니지만, 엘멜로이 2세의 내제자로서 벌써 몇 년이나 함께 있는 그녀는, 신비에 대해 독특한 어프로치를 이룬 것처럼 여겨진다. 그렇기에, 린이나 2세조차도, 그녀의 직감에는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알고 지낸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간과 체험의 농밀함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항상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 사저가, 에르고에게는 참으로 믿음직스럽고, 애절할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진 것이다. "에르고, 라고 했던가." 겐마가 불렀다. "네, 넵." "나는 너의 가면은 만들지 않을 거다. 하지만, 가면이 없는 건 아니지. ……기다려 봐라." 라면서, 겐마는 일어섰다. 안쪽 방으로 사라져서, 수 분 정도 뒤에 갖고 나온 것은, 참으로 낡아보이는 나무 상자였다. 자주색 끈이 확실히 묶여있다. 그 끈을 풀고, 뚜껑을 열자, 에르고와 2세가 눈을 부릅 떴다. "……이건." 에르고가, 속삭인다. 나무 상자의 안쪽에 담겨있던 것은, 참으로 소박한── 아직 아무 의장도 되어있지 않은 가면이었던 것이다. "잡아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허가를 받고 나서, 2세가 가면을 들어올렸다.매끈한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자, 젊은 군주(로드)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무슨 소재입니까." "글쎄. 스승님이 이어받아온 거라서 말이야. 신체(神体)로서 숭배되고 있던 나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수상쩍단 말이지. 만져본 감각은 오히려 상아나 그런 거에 가깝지만, 이런 크기의 상아는 없고 말이야. 복수의 소재를 잇는 방식도 있지만, 그런 자국도 없어." 겐마가, 살짝 눈을 가늘게 뜬다. "옛날, 이런 어린애같은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 어쩌면, 거대한 오니의 뿔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그렇게, 커다란 오니가?" "하하, 단순한 꼬맹이의 망상이지. 가면의 크기로 따지면, 오니가 맘모스같은 덩치가 되잖아? 그런 전승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황당무계한 소리겠지." 진지한 표정으로 물은 에르고에게, 겐마는 웃었다. "하지만, 너의 내측에 맞을 법한 얼굴은 그 녀석 뿐이야. 지금, 시계탑의 군주(로드)가 말한 것처럼, 진정한 신을 부르고, 그 신을 되돌릴 만한 가면은 말이지." 과장된 말씨이긴 했다. 허나, 에르고에게는, 확실한 진실이라고 이해가 됐다. 젊은이의 내측의 뭔가가, 자석처럼, 얼굴 없는 가면에 끌리고 있던 것이다. 시선이 떨어지지 않고, 찌릿찌릿 하고 피부의 잔털이 쭈뼛 서기 시작한다. 자칫하면, 가면의 숨결마저 느껴질 듯 했다. (중략) "에르고, 랬지." "네, 넵." "지금부터 만들 가면은, 특별한 게 될 거다. 원래의 가면과, 너의 내측의 얼굴을 생각하면, 어쩌면 유키노부 때 이상이 될 지도 몰라." 그것은, 가면 장인으로서의 감이었을까. "너는 그 가면을 뭐에 쓰던 상관 없어. 신을 되돌리는 데에 써도, 또 다른 데에 써도 상관 없다." "다른 데?" "처음에, 거기의 군주(로드)가 말했잖아. 가면이라는 건 신과 대치할 때에 쓰는 거다. 신을 되돌리는 데에도 쓰지만, 부르는 데에도 쓰지. 축복을 받을 때나 분노를 진정시킬 때에도 쓰지. 네가 이기고 싶다고 말한 상대와 맞서는 데에도, 쓸 수 있겠지." 뜨거운 바람이, 분 것처럼 느껴졌다.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에르고의 눈동자는 올곧게 겐마를 비춘다. "가면을 만드는 것은 스승님의 일족의 숙원. 하지만, 이 녀석은 나의 의사로, 방금 군주(로드)의 이야기에 대한 사례로 만들어주지. 이 가면을 써서 뭘 해도 상관 없어. 뭣하면, 어머니나 유키노부와 대립해도 상관 안 해. 어쨌든, 이 가면은 너만을 따르는, 너만의 물건이 될 거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6 천공을 향해 우뚝 선 날개를, 달리는 에르고도 보았다. 젊은이의 환수와 마찬가지로, 모종의 영감이 있는 자에게밖에 보이지 않는 날개였다. 보이는 자가 보기엔, 그것만으로 무릎을 꿇고 싶어질 정도의, 굉장한 압력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그 날개가 좀먹히고 있었다. 이 산에 흘러넘친 장기와, 동질인 것이었다. 지금도 땅 밑을 기어다니고 있는 마력과 같은 것이, 거대한 날개의 뿌리부터 침투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건가?" 라고, 등에 업힌 2세가 신음한다. "바이 뤄롱을…… 먹어치울 생각으로?" "먹어치워?" 경사면을 달리면서, 에르고는 뤄롱의 말을 떠올렸다. ──『나도, 네가 먹고 싶어. 옛날에도 똑같은 소리를 했지만, 어차피 기억 못하겠지.』 신을 먹어치운다. 용을 먹어치운다. 그러한 현상이, 자신과 뤄롱 이외에도 있을 수 있다면?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고, 2세는 전제했다. "신화의 시대라면 몰라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간타이도 강렬한 마력 소스에 불과하지. 신이나 용을 먹어치운, 자네나 뤄롱은 역시 특별하다." "그럼, 어째서──" "원래부터 연이 있다면 별개다." "연?" "그래. 실제로, 신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말이지. 이 결과, 신대의 후에도, 몇몇 신은 살아있네. 우리들이 만들어내고 있네." 그 말투에, 에르고는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정확히는, 비슷한 말을 들었다. "……살아만 있다면, 신이라도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까." 작게, 중얼거렸다. 료우기 마나가, 저 사무소의 옥상에서 말한 것이다. 하지만, 그 대사는 생각치도 못한 효과를 불러왔다. (중략) 2세가, 작게 숨을 쉬었다. 그러고 나서, 지금도 계속해서 맥동하는 산을 바라본다. "아마도, 여기의 신도 그런 것 중 하나, 흔히 말하는 병주신(兵主神)이겠지." "뭔가요, 그건." "몇 가지 해석이 있지만, 이 경우,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된 무신을 말하네. 그렇지 않더라도, 야쿠자의 놀이패(테키야)에서는 중국의 신농을 걸어놓는 일이 많아. 그러니까 야코우 아카네와 만났을 때, 그 확인도 겸해서, 야쿠자의 이야기를 했었던 거지만 말이야." 야쿠자의 원류에 대해서, 당시의 2세는 이렇게 말했었다. ──『야쿠자에는 세 가지 원류가 있다, 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놀이패(테키야)가 파는 것은 극히 범위가 넓고, 약이나 매춘은 물론, 스모나 노가쿠의 흥행, 끝에는 저주나 기도도 팔았다, 는 기술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에르고가 부재중이었을 때의 회화였지만, 그것은 2세가 탐색을 하고 있던 것이다. 야코우가 적으로 돌아설지 아군이 될 지도 모르는 타이밍에, 그런 행위에 나선 것은, 어떤 의미론 엘멜로이 2세한테 밴 습성이었을까. 하나라도 많이, 살아남기 위한 자료를 움켜잡는다, 라는 본능에서 나온 행위. "그럼, 여기의 신에 대해서, 선생님은 아시는 건가요." "오오나무치겠지." 떨어진 장소의, 린과 같은 결론을 냈다. "뱀의 신이며, 다른 이름을 오오쿠니누시라고도 하지. 이 나라의 신의 2대 파벌인 아마츠카미(天津神)와 쿠니츠카미(国津神)에 있어, 쿠니츠카미의 정점에 선 신성이다. 그리고 오오나무치와 계보가 같은 병주신, 중국 신화의 전신・치우는, 용에게 살해당했지. 이 용을 응룡. 즉 날개가 달린 용이라고 하네." 날개와, 용. 너무나도 의미심장한 부합에, 에르고가 눈을 부릅뜬다. "그럼, 뤄롱이 먹어치운 용은, 그──" "아니, 그렇게까지 간단하지 않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이라면, 나도 어젯밤 동안 도달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점도 많았거든." 2세의 미간의 주름이, 깊어진다. "허나, 응룡과 뤄롱이 먹어치운 용이 가까운 관계에 있음은 틀림 없네. 그렇기에, 이렇게 인과의 역전이 일어날 수 있지. 신대에서 살해당한 원한은, 간타이라는 파편이 되어서도, 대의식을 성립시키는 데 충분하다." "…………." 2세의 말은, 너무나도 긴 시간을 연상시켰다. 섣부른 상상조차 꺼려질 정도의 세월. 마술사란, 과거에 얽매이는 생물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신대에서 이어진 인연에, 모두가 묶여있다. 자신(에르고)도 마찬가지였다. "…………윽!" 꽉, 하고 이를 악물었다. 처음으로, 야코우 아키라를, 에르고는 진심으로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똑같잖아.' 라고, 생각한 것이다. 신을 먹어치우고, 기억이 포화되어, 식신충동에 시달리는── 그 모든 것을 아득한 과거에서 떠밀어진 에르고와, 야코우 아키라는 아무 차이도 없지 않은가. 그런 정동을 눈치챘는지, 2세는 유독 조용히 말했다. "방금 이스칸다르의 루트가, 아바도 자네와 뤄롱에 관계되어 있네. 자네들이 먹어치운 신과 용에." 야코우의 신. 뤄롱의 용. 에르고의 두 위 째의 신. 이것들의 사이에는, 아마도 숨겨진 관계가 있다고, 2세는 말했었다. 하지만, 그 다음을 이야기하기 전에, 에르고는 고개를 들었다. 가로막은 사람의 실루엣이, 보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7 "야코우가 자네를 의식의 주체로 삼으려던 것과 마찬가지로, 방황해도 오오나무치를 자네의 양분으로 삼으려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구만. 그러니까 아키라를 납치하라고 한 거겠지. 진짜로, 음험한 짓이나 하고 자빠졌어, 그 망할 아버지." 어느 샌가, 아버지가 망할 아버지로 승격됐다. 이상하게 흘러넘치는 마력은 오오나무치를 역으로 먹어치웠으니까, 라는 것인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8 "무슨 말이지?" 아카네가, 되묻는다. 처음으로 희생된 것은, 정말로 야코우 아키라였던 것인가. 그렇게, 미키야가 물은 것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지?" "순번 문제입니다." 라고, 미키야는 말했다. 야코우의 본당에 있으면서도, 그의 표정은 온화했다. 다만, 지금은 그 온화함에, 희미한 슬픔이 배어있었다.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는, 너무나도 당연하면서── 아카네가 있는 세계에서는 너무나도 희소한 반응. "간타이라는 마술적인 물건 때문에, 야코우 유키노부 씨께 거절반응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엘멜로이 2세가 전해준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 유키노부 씨의 신체가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면?" * "그, 건──" 하고, 에르고가 할 말을 잃었다. 돌아본 유키노부의, 정장 안쪽이었다. 정장은 물론, 몸체에 바짝 감겨있는 붕대도 찢어져, 피부가 드러나있다. 심각한 상태였다. 왼쪽 옆구리에서 흉부까지가 짓물렀고, 그 중심이 곪아있다. 지나치게 무너진 피부와 살의 경계가 애매해져서, 그냥 끔찍한 고깃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붉은 속에, 하얀 것이 툭툭 떠올라있는 것은 아무래도 구더기 같았다. 여태까지 냄새로 눈치채지 못한 것은, 간타이를 벗겨낸 오른손과 달리, 붕대의 안쪽에 어떤 술식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인가. 다소 떨어져있어도, 콧구멍 속을 자극할 정도의 썩은내였다. 살아있는 인간에게서 난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악취였다. "애시당초, 나의 신체는 못써먹게 되어있었으니까 말이야. 일부씩 이식했지만, 오른손이 제일 나은 부류였던 거지." 옅게, 유키노부가 웃는다. 그것으로, 에르고에게도 이유가 전해졌다. 아니, 애초에 젊은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오기 전에, 엘멜로이 2세에 의해, 가능성이 시사되기도 했다. 할 말을 잃은 것은, 그 피해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에 불과하다. "……간타이의 거절반응이군요." 겐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유키노부는 재능이 넘쳐흘렀지만, 유일하게 간타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질은 없었다고. 허나, 그 간타이를 재이식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들었을까. 처음에는 아키라의 언니인 메이에게 옮기려다가 실패했다고 하지만, 그 때까지 야코우 유키노부는, 어떠한 고통을 견디고 있던 것인가. "거절반응을 억누르는 데에, 쭉 정기(오드)를 소비하고 있었다." "쭉?" "하루 종일. 걸을 때에도 달릴 때에도, 잘 때에도 일어날 때에도. 말할 때에도 들을 때에도, 울 때에도 웃을 때에도. 당연한 듯이, 유키노부가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간타이는 나의 골수를── 자네들이 말하는 마술회로를 빼앗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벗겨낸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기(오드)로 계속해서 보호하지 않으면, 마술회로가 점점 썩어가는 꼴이라서 말이지. 그 정기(오드)를 마술회로로 만들고 있으니까, 뭐, 폐가 4분의 1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 에르고가, 숨을 멈춘다. 린에게 들어서, 마술회로가 마술사들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었다. 신경의 안쪽에 잠재된, 신비에 빼놓을 수 없는 기관. 폐가 4분의 1이 되었다는 형용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마술사가 보기에는, 그것은 몇 년 동안 제대로 호흡을 허락받지 못했다, 라는 거나 다름 없는 사태겠지. 그런 상태로, 야코우 유키노부는 계속 살아왔던 것인가. 그리고, 오늘은──. "──당신은, 계속 상처입은 채로 싸웠던 건가요." "아니, 자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오히려 반대다." 라며, 유키노부는 고개를 젓는다. "오늘의 나는, 본래의 나 이상이다. 요 수 년 동안, 쭉 마술회로의 보호에 소비했던 정기(오드)를, 전부 의식과 싸움에 쓸 수 있다. 이렇게 몸이 가벼웠던 적은 없다." 모래가 달라붙은 무라마사의 칼날을, 피에 젖은 정장 소매로 닦는다. 그러고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거겠지만." * "…………." 수 초, 아카네는 간격을 두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오른손을 몇 번이나 비볐다. 그러고나서, "……유키노부의 신체라면, 그 말대로다." 라고, 인정했다. "짐작대로, 간타이의 거절반응이 심각했다. 일정한 확률로 쿠로히츠에는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렇다곤 해도, 그 재능을 못본 척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야코우에게는 백 년에 한 명, 아니 천 년에 한 명 나오는 재능이다." 아카네의 말은, 신비에 종사하는 자 특유의 싸늘함을 띠고 있었다. 자식의 목숨이 아깝다, 가 아니다. 자식의 재능이 아깝다, 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방황해가 내깃거리를 가져온 거지. 방황해의 제자가, 우리의 쿠로히츠── 아키라를 납치한다. 납치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방황해가 아키라를 마음대로 한다. 실패한다면, 우리가 방황해의 제자를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말이지." "엘멜로이 2세 씨한테서도 들었습니다만, 마술사의 조직 중 하나였던가요." "그래, 마술협회에서도 가장 고참. 그만큼 비밀도 한가득이라는 거지." 아키라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죽을 뻔한 유키노부를 치료한다── 라고 말하면 간단하지만, 저만큼 거부반응이 진행되면, 어설픈 일이 아니야. 거의 소생의 영역이지. 허나, 마침 야코우의 행은, 그런 것에도 뛰어나서 말이지. 아무튼 간타이의 근본이 된 것은, 몇 번이나 소생된 신이거든." "아키라 양은 흰 토끼가 싫었다, 라고 들었습니다." "이나바의 흰 토끼 이야기인가." 라며, 아카네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 말대로야. 의식으로서는 그 신화가 근본이지. 흰 토끼를 구한 오오나무치는 형제에게 질투를 사서, 빨갛게 달궈진 거암에 맞아죽었으니까." "형제에게 말인가요?" "그건 군주(로드)에게서 듣지 않은 건가? 그것참 어중간한 일처리구만." 한숨을 섞어가며, 아카네가 입술을 비틀었다. 여기에도, 혈족 살해의 신화가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야코우의 당주는 그 다음을 이야기한다. "죽은 오오나무치를 되살리기 위해, 오오나무치의 모친은 두 위의 조개의 여신을 데려왔지. 어떻게 했는지 알겠나? ​여신의 몸을 깎아서 약으로 쓴 거야​. 하하, 방황해의 제자는 용을 먹어치웠다느니 하는 이야기라서 말이지. 그렇다면 할 말은 없다 이거야. 남은 건 간타이를 갖춰서, 방황해의 제자를 제물로 쓰기만 하면, 깔끔하게 완성되잖나?" "…………." 겨우, 재료가 모였다. 애초에, 출발점이 달랐던 것이다. 야코우 아카네에게 있어, 아키라를 되찾는 것은 목적이 아니었다. 그것을 미끼로써, 방황해의 마인── 바이 뤄롱을 붙잡는 것이야말로, 그녀의 노림수였던 것이다. 간타이를 이식한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중간지점. 최종적으로, 야코우 유키노부를 치료하는 것이야말로, 어머니의 바람이었던 것인가. "──하지만, 유키노부 씨가 낫고 싶어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죠." 미키야의 말에, 아카네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9 "어째서냐면, 본래, 마술사는 가족을 소중히 하기 때문이다." "……그건, 야코우의 경우에는 반대가 아닌가요. 스승님." "반대가 아니네. 즉 이 말은, 가족끼리 천칭에 올렸을 경우라면, 어느 한 쪽의 가족을 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는 말이잖나?" "앗……!"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스승님도 린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마술사는 제자나 가족에게 무르다고. 선조에게서부터 내려오는 신비를 이어받게 해야만 하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히 한다고. 그렇다면. 잃는 것이, 가족끼리라면? 만약에, 자식과 손자를 동시에 잃으려고 하고 있다면, 거기엔 우선순위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계승하는 족속이다." 스승님이 말한다. "계승하지 못하면, 무엇 하나 시작되지 않아. 근원에 도달하고 싶다는 우리들의 목적은, 도저히 한 세대만에 도착할 만한 것이 아니지. 일본의 술자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들은 근원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간타이를 유지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자손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면면히 이어져가는, 인간의 의지. 어떤 의미로는 축복이겠지. 어떤 의미로는 저주겠지. 스승님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한다. "이 출발점을, 시계탑에서는 관위지정(그랜드 오더) 등으로 부르지만…… 그 순번이 한 번 어긋나면, 이렇게 되지." "……자식 살해." 라고, 자신은 중얼거렸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자식을 죽인다. 혹은, 자식을 구하기 위해, 손자를 죽인다.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전에, 스승님이 말했던 회화를 떠올린다. 신화의 시대부터 구전되어온, 자식 살해와 부모 살해. "그러니까, 이나바의 흰 토끼였던 거겠지." 그렇게 말한 스승님의 시선의 연장선── 돌계단 너머에서, 거대한 날개가 떨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0 키멘을 쓴 채로, 유키노부는 웃었다. 흐릿한 목소리는, 상처입은 짐승이 신음하는 것처럼도 들렸다. "이나바의 흰 토끼에도 있지 않나. 악어상어에게 피부를 먹혀버린 흰 토끼는, 오오나무치의 지혜로써 회복했다. 그 ​이야기​를 따라하면, 나를 회복시킬 수도 있었다. 이만한 주체가 있으니까." 주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뤄롱. 청년의 신체도, 청년이 먹어치운 용도, 의식의 주체로서는 이 이상 없을 정도의 걸물이겠지. 제대로 썼다면, 야코우 유키노부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도 이루어졌겠지.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유키노부가 속삭인다. 그 때, 땅속에서, 기묘한 소리가 메아리친 것이다. "이건……." 이변에, 에르고는 ​발 밑​을 내려다보았다. 발 밑에서, 뭔가가 점점 위로 밀려온다. 계속 발 밑으로 느끼고 있었던 진동이, 점점 그 격함을 늘려간다. 이미 경도의 지진이나 다름 없다. 영적인 감각이 예리한 자라면, 이것만으로 기절할 듯 했다. "태동이다." 라고, 유키노부가 말했다. "간타이가 갖춰져, 이만큼 부활(賦活)된 것은, 아마도 신화의 시대 이래 처음이겠지. 간타이와 깊게 이어진 이 산 자체가, 반응하고 있는 거다." 이 산이야말로 신인 것이라고, 2세도 몇 번인가 말했다. 오랜 세월의 신앙과 세월에 의해 확립된, 한정적이면서도, 극히 강력한 마술기반인 것이라고. 그러고나서, 유키노부가 복부를 만졌다. "이 날을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말하더니, 무라마사의 날끝을 복부에 갖다댄다. "뭣──!" 주저하지 않고, 하얀 칼날로 옆구리를 찢은 것이다. 질질 흐르는 고름이, 그 손가락을 용서 없이 더럽힌다. 더러운 액체로 범벅이 되면서, 유키노부의 손이 발 밑의 뱀 중 한 마리를 잡았다. "네게 주마, 아키라. 네가 좋을 대로 해도 된다." 뱀을, 유키노부가 옆구리에 갖다댔다. 그 옆구리로, 뱀의 머리가 쑥 파고든 것이다. "윽──!" 에르고가 말릴 틈도 없었다. 고름진 상처에서 뼈의 틈새를 뚫고, 뱀이 신체의 안쪽으로 미끄러들어간다. 통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건, 유키노부의 피부가 움찔거릴 때마다, 키멘이 흘리는 신음소리를 들어도 명백했다. 머잖아, 같은 상처에서 뱀이 빠져나왔다. 입에, 살덩어리를 물고 있었다. 무슨 기관 같았다. 순식간에, 다른 뱀의 사이를 꿰뚫고, 날개의 뿌리로 기어간다. 날개의 일각이, 그것을 삼켰다. 다시, 날개가 떨렸다. 이미 7할 이상 검게 물들어있던 날개가, 경련하듯이 떨리자, 더 많은 깃털을 흩날리면서, 그 모습을 바꿔간다. "미안하다, 아키라." 라고, 유키노부가 말한다. "나는, 쭉 이러고 싶었단다." 참회로는 들리지 않았다. 단순한 표명. 그냥 확인. "치유는 필요 없다. 죽어도 상관 없다." 긴 시간에 걸쳐 그릇에 담긴 물방울을, 지금 흘려가듯이 "그저, 나는── *"딸을 귀여워해서, 저것이 의식을 망칠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 잠시, 미키야는 침묵했다. 본당에, 귀가 아파질 정도의 고요함이 가득 찼다. 야코우의 저택은, 완벽하게 외계와 떨어져있다. 미키야가 찾아올 때까지의 도로도 평화로워서, 바로 근처에서 마술사들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아마, 그게 아닙니다." 라고, 미키야는 고개를 젓는다. "딸을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라면, 애시당초 야코우 아키라를 야코우에 맡기거나 하진 않았겠죠. 야코우 메이가 간타이의 거절반응으로 죽은 것은 사고였다고 쳐도, 아키라를 데려오면서까지 간타이를 이식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설령 당신의 명령이었다고 하더라도, 아키라와 함께 도망쳐버리면 끝날 일입니다. 생각하고 결단할 정도의 시간은 있었겠죠." 그런 와중에, 그의 말투는 고요하면서도 질질 끌지 않는다. 방과후의 교실처럼, 점심시간의 사무소처럼, 병원의 복도처럼, 또는 해 질 녘의 공원처럼, 만나는 사람들이 무심코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말 듯한 뭔가를 품고 있는 것이었다. "당신도, 야코우 유키노부가 그런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잖습니까." "…………." 이번에는, 아카네가 침묵할 차례였다. 그 말대로다. 아카네가 유키노부에게 의식을 맡긴 것은, 결국, 유키노부가 야코우 외에서는 살 수 없는 생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나, 어째서 그것을, 이 남자가 파악할 수 있지? 료우기 미키야라는 남자가, 단순한 이상주의나 터무니 없는 인도주의는 아닌 듯 하다는 것은, 이미 아카네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인가. 어떤 인생의 결과로, 이런 인격이 구축되는 것인가. 어떤 의미로는, 그녀가 접해온 어떠한 신비보다도, 이 남자는 알 수가 없었다. "만약에, 그가 의식을 망친다고 한다면, 딸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딘가 멀리 공을 던지듯이, 미키야가 말한다. "그것은──" * "그것은, 나의 전문분야였다." 돌계단을 서둘러 오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안다. 알게 되어버린다. 와이더닛(어째서 했는가), 이다. 현대에서, 그럼에도 마술이나 신비에 고집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제각각의 동기를 배신할 수 없다. 과거의 수많은 마술사들의 동기를 간파해온, 스승님의 감정안이 발휘된다. "야코우 유키노부의 근간에 있는 것은──" 돌계단을 다 올랐다. 날개가 그 형태를 바꾸고 있는 옆에서, 키멘을 쓴 흰 정장의 남자── 아마도 야코우 유키노부와, 에르고가 서있었다. "──에르고 씨!" * 날개는, 더이상 날개가 아니었다. 히모로기에 휘감긴 채, 밤하늘에 머리를 치켜든, 거대한 뱀으로 변했다. 어두운 밤인데도 더욱 검은── 희미한 빛조차도 빨아들이는 듯한 검은 큰 뱀(오로치)였다. 기괴한 소리가 났다. 본래, 발성기관을 지니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방울뱀도, 꼬리를 스침으로서 소리를 내는 것에 불과하다. 허나, 그것은 외침이었다. 외침은, 강렬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픽, 픽, 트랜스 상태에 있었던 야코우의 술자들이 쓰러져간다. 그 눈과 귀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경로(패스)를 매고 있던 그들에게는, 인간의 신체로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이 역류되어, 그들의 마술회로를 태운 것이었다. "그래." 의식의 중심에 있던 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거면 된다 아키라. 네가 좋을 대로 해도 된다. 나는 쭉 그러고 싶었던 거다." 기쁜 듯이, 유키노부가 말했다. 키멘의 안쪽을 따라서, 그 턱에 피가 맺혔다. "그저, 나는──" 피가 흘러넘침과 동시에, 남자가 무릎을 꿇는다. 마침내 힘이 다한 것인가. 키멘에서 엿보인 목덜미는 오싹할 정도로 하얗다. 이름대로, 눈과 비슷한 색이었다.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라고, 속삭였다. 참으로 평범하고, 범용하며, 너무나도 절실하게 울려퍼지는 말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1 돌계단을 다 오른 자신들 중에, 최초로 반응한 것은 린이었다. "뭐야 저거, 괴수잖아……." 망연자실히, 린이 큰 뱀(오로치)을 올려다본다. 방금 전의 외침은, 엄청난 마력 그 자체를 진동시켰다. 단, 그 마력이 술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경로(패스)를 맺지 않은 자신들은, 지근거리에서 오케스트라를 들은 정도였지만, 야코우의 술자들에게는 직접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충격이 있었겠지. 자신과 스승님은, 그 큰 뱀(오로치)의 발 밑에 눈길을 빼앗겼다. "에르고 씨!"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도, 이쪽을 돌아보았다. 바로 옆에, 유키노부가 쓰러져 있었다. 흰 정장이 찢어지고, 그 안쪽에서 무참하게 짓무른 피부가 드러나있다. 같은 자리의 베인 상처에서, 놀랄 정도의 피가 흘러넘쳤다. "야코우 유키노부." 바로 근처로, 스승님은 달려갔다. 키멘이, 희미하게 이쪽을 향했다. "……엘멜로이 2세인가." 쉰 목소리의 속삭임에, 희미하게 우는 소리가 섞였다. 스승님이 품에서 약초를 꺼내서, 지혈 마술을 건 것이다. 대단한 마술은 아니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는 듯 했다.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라고 말씀하셨죠." 라고, 스승님이 말을 걸었다. 그것은, 돌계단을 다 오르기 전, 스승님이 간파한 동기(와이더닛)이기도 했다. 거대한 날개가 큰 뱀(오로치)으로 변모한 것조차도, 지금의 두 사람에게는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쭉 존재감을 억눌러왔던 거겠죠. 주위에서 천재니 뭐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 어디까지나 모친을 당주로서 치켜세운 것도, 그게 이유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야코우의 후계자 같은 평가는 어울리지 않다, 라고 한 것도." 야코우의 저택에, 처음 왔을 때의 이야기다.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것 같은 사소한 일로, 야코우의 후계자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당시의 자신은 생각했다. 정해진 사실을 툭 던진 듯한 말투라고도, 생각됐다. 그것이, 오히려 유키노부의 원망이었다고 한다면? "특별을 그만두고 싶다. 야코우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것도, 천재라느니 하는 말을 들으며 많은 기대나 책임을 짊어지는 것도, 전부 그만둬버리고 싶다. 그런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그것이, 그의 동기(와이더닛)이었던 건가. 하지만, 어째서? 원망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다. 비슷한 바람을 품는 자는, 그 나름대로 있겠지. 하지만, 목숨까지 걸어버리는 것은 이상하다. 이 의식을 완수하지 않으면, 간타이의 거절반응에 의해, 야코우 유키노부는 죽어버린다고 하는데도. "저는." 하고, 스승님이 말했다. "저는, 당신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스윽, 하고 키멘에 손을 댔다. 간단하게 벗겨졌다. 저 뱀이 나타난 단계에서, 키멘은 그 역할을 끝마친 것이겠지. 드러난 유키노부의 맨얼굴은, 고작 한나절만에 십 년이나 나이를 먹은 듯 했다. '……그게 아니면.' 반대인 걸지도 모른다, 라고도 자신은 생각했다. 본래의 야코우 유키노부는, 한참 이전부터 이랬던 걸지도 모른다. 철면피처럼 느껴진 것은, 그것을 계속해서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아, 이것만은 료우기 미키야도 알 수 없겠죠. 당신이 이렇게 한 이유는 알아도, 분명, ​이렇게 된 이유​만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전하지 않았던 겁니다." 어딘가 지친 듯이, 스승님이 웃는다. "저에게도, ​저건​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나름대로 견딜 수 있었던 건, 저 자신의 이유가 아니라 제자들이 있어줬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근성을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등골을 바짝 세울 수 있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당신에게, ​저건​ 극약 같은 것이었겠죠." "……잘 알고 있군." 하고, 유키노부는 쓴웃음을 짓는다. 자신은, 알 수 없다. 한 순간 두 사람에게만 통하는 암호인가 싶었지만, 그럴 리도 없다. 스승님은, 딱 몇 초 동안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료우기 미키야, 로군요." "에……." 하고, 자신은 탄식을 흘렸다. 어째서, 여기서 다시, 그 이름이 나오는 건가. "처음은, 벌써 십 년 이상 전의 정월이었다." 유키노부의 흐릿한 눈은, 과거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야코우의 술자는, 거의 산에 격리되어 있지만, 당주나 차기 당주 쯤 되면 속세와 어울리기도 하지. 그 날은 산을 내려갔었다. 거리를 걷고 있을 때에, 우연히 료우기의 당주와 만난 거지." "료우기의…… 당주……." 미키야의 아내였을 것이다. 이번 야코우의 사건에 미키야가 관여하는 것을 반대해서, 집을 나갔다는 여성(사람). "료우기의 당주는 한 번 만났을 뿐이었지만 인상적인 분이라서 말이지. 특히, 이쪽의 목숨의 밑바닥까지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동자는 잊을 수 없었다. 어쩌다 길에서 마주쳤으니 인사하려고 생각했더니, 그녀는 클래스메이트로 보이는 새까만 남자를 데리고 있었다." 십 년 전의 거리. 도쿄 근교의, 어딘가의 도로. 분명 특별한 것도 없는, 겨울의 도시부의 풍경. "……그 때의 료우기의 당주는, 전혀, 달랐던 거야." "달랐어……?" "나의 기억에 있는 그녀는, 아름다운 날붙이 같았지. 이런 사람이 있다면, 하고 나는 구원받은 거다. 나 따윈 전혀 대단하지 않아. 이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야코우를 이어받아도 좋다. 그런 식으로 생각했기에, 야코우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라고 유키노부는 말했다. "그 때의 료우기의 당주는…… 마치, 어디에나 있는 고등학생처럼 웃고 있었다." "그건." 말하려던 자신보다 먼저, 유키노부의 입술이 말했다. "너무나도, 양쪽 모두 즐거워보였지. 내가 예전에 봤던 기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지만, 대신에, 더 소중한 것을 얻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작게, 기침한다. 옆구리의 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무심코 나도, 한 눈에 반해보고 싶어졌을 정도로." "아…… 아……." 미키야의 아내와, 자신은 만난 적이 없다. 료우기 가의 당주라는 것 이외에는,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달랐다는 것이, 어쩐지 모르게 이해되어버린 것이다. 료우기 미키야라는 남자에게는, 그런 구심력이 있었다. 관위 마술사・아오자키 토우코와 만나고, 명백히 마술이나 신비에 얽힌 사건과 몇 번이나 조우했을 터인데, 그런데도,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밸런스를 잡고 있다. 신비의 심연에 끌려들어가버리는 일도 없이, 그저 당연하게 멈춰있다. 차갑다, 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화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존재방식은 너무나도 희소했다. 마치, 밤하늘 끝에서 빛나는, 손이 닿지 않는 별처럼. "겐마 씨한테서 들었습니다. 당신은 갑자기 한 눈에 반했다고 말하고서, 아내를 데려왔다고." 스승님의 말에, 자신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거기만 떼어놓으면, 정열적이라고도 생각했겠지. 하지만, 아마도, 실제로는 다른 것이다. 근본적으로 어긋나있다. "그것도, ​흉내​를 낸 겁니까?" 스승님의 말에, 유키노부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이야기를 했다. "다음은 결혼할 때였다. 피로연은 아니었지만, 일단 인사는 했으니까 말이지. 역시나, 라고 생각했어. 잘못 볼 리도 없지. 그 때의 클래스메이트──료우기 미키야가 결혼 상대였다." 기쁜 듯이, 유키노부는 웃고 있었다. 이런 웃음을 짓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 옆에 놓인 키멘과, 무심코 비교하게 된다. "나는, 그 부부를, 동경했다." 흉흉한 큰 뱀(오로치)이 내려보는 와중에, 상쾌할 정도인 목소리로 유키노부가 말했다.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어쩌면 좋을까 생각했다. 답은 단순했지. 특별을 그만두면 된다. 료우기의 당주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제일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저런 식으로 그만둘 수 있다면, 자신도 똑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그것은 희극이었을까, 비극이었을까. 가장 마술의 재능이 넘쳐흐른 자가── 가장 연이 없는 『보통』을 동경했다, 라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이번의 사건의, 단서. "그러니까, 간타이의 거절반응에도 견딜 수 있었다. 어떤 아픔이라 해도, 저렇게 웃을 수 있다면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가끔은 웃었지." 모르겠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표정을 엄하게 한 린이, 이렇게 물었다. "그럼 선생님. 이 사람에게 있어 한 눈에 반한 상대나 아이들── 야코우 메이나 아키라는." "『특별』하지 않게 되기 위한 도구였던 거겠지." 스승님의 결론에, 자신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보통』이기는 커녕, 마술사의 윤리조차 아니다. 그런데도, 야코우 유키노부가 그렇게 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게 되고 싶어서 라는 것이다. 모순되어 있다. 배반하고 있다. 하지만, 납득되고 만다. 분명 스승님이 말한 대로라고, 이해되어 버린다. 여태껏 봐온 것 중에서도, 특히나 도착적인 동기(와이더닛)를, 받아들이게 된다. "꼭 책망받을 일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로 당신은 상냥한 아버지였겠죠. 실제로, 당신이 아이들과 있었던 시기를, 토보리 겐마는 행복해보였다고 표현했습니다. 본심이나 계기가 다소 독특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는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 누운 채인 야코우 유키노부의 눈동자가, 멍하니 스승님을 비춘다. "하지만, 당신은 속여버렸습니다." 라고, 스승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야코우도, 저희들도, 아내도, 딸도, 자신의 생각대로 하기 위해서 속여버렸습니다." "……그 말대로다." 라며, 유키노부가 인정했다. 아까 전에 싸웠을 때와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힘없는 얼굴이었다. "속일 수 밖에 없었다. 내게는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틀린 겁니다." 스승님이, 말한다. "제가 당신이라도, 같은 짓을 했겠죠. 속이는 편이 확실하고, 매우 믿음직하니까. 자신들이 있는 세계에 어울리는 방법이니까. 네, 시계탑이 군주(로드) 같은 게 됨으로써, 사기 같은 행위만 얼마나 능숙해졌는지 하는 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를 약탈공이니 뭐니 부르는 자들은, 네가 그런 소리 하기냐고 항의하겠죠." 스승님의 입술에 비꼬는 듯한 그림자가 번진다. 과거에 되고 싶었던 모습과, 지금의 자신과, 얼마나 거리가 벌어져버린 것일까. 결코 발걸음을 멈춘 것은 아닌데도, 이르지 못한 꿈이 얼마나 있을까. "료우기 미키야가 『보통』인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 치명적일 정도로 『보통』으로 보여버린 건, 아마도 그 사람이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으니까…… 아무도 속이려고 하지 않으니까, 입니다." "…………." 유키노부는, 다시, 한동안 침묵했다. 미간에 새겨진 주름과 상처가 맞물려서, 평소보다 깊어졌다. 그러고나서, "……아아, 그런가." 라며, 숨을 내쉬었다. 무겁고, 괴로워보이고, 투명한 한숨이었다. 그런데도, 옆모습만이, 처음으로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를 풀어낸 어린아이 같았다. "……『보통』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나." 꿈을 꾸듯이, 눈을 감은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2 "유키노부가, 의식을 방기했다면……." 말하고 나서, 야코우 아카네는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나와 방황해의 계약(내기)은, 파기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3 심장의, 소리가 났다. 참으로 크고, 참으로 시끄러운 고동. 비트 하나 하나가, 그녀의 외침을 아득히 웃돈다. 이런 소리를 내는 심장은, 분명 그녀 자신보다 크겠지. 그런 건 질 나쁜 농담 같지만, 하지만 그녀가 처한 상황은, 언제나 나쁜 농담 같은 것이었다. "…………." 좋을 대로 해라, 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태까지 그녀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그저 참으라는 것 뿐이었다. 어떤 꼴을 당해도 견디라고밖에, 요구되지 않았다. 이제와서 좋을 대로 하라고 해도, 어떻게 하면 좋은 건가. 영문도 모른 채로, 아기처럼 외쳤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아픔도 괴로움도 견딜 수 없지만, 자유롭게 해도 된다는 건, 더욱 견딜 수 없다. 상처 입더라도, 목을 졸려도 좋아. 하지만, 좋을 대로 하게 두지 말아줘. 폭풍 속처럼, 그녀의 의식이 흐트러진다. 온갖 기억 속에서, 그녀는 부정되고 있었다. 가족이 모여있었을 때의 행복한 기억조차, 유키노부(부친)의 변덕 같은 것이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건, 손발을 하나씩, 천천히 뽑히는 듯 했다. 그러는 새에, 눈치챘다. 딱 한 가지, 그렇지는 않은 추억이 있었다. ……그렇다. '루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야코우 아키라의 가슴은 달콤하게 욱신거렸다. '……루오……!' 당신을── 먹고 싶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4 청년은, 칠흑의 공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심장을 담아둬야 할 부분이, 뻥 뚫려 공동이 되어있다. 어떠한 생물이라도, 피를 순환시키는 기관 없이 생존할 수는 없다. 심장을 빼앗아둔다는 것은, 일부의 신화나 전설에서 보이듯이, 상대의 활동 전부를 봉하는 주적행위이다. 고대의 인간은, 뇌가 아니라 심장에야말로 지성이나 마음이 깃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년은 눈을 떴다. "……여어, 아키라." 뤄롱이, 이름을 부른다. 칠흑의 공간에, 낯익은 소녀가 떠올라 있었다. "​루오​──!" 소녀는, 허나 제정신은 아니었다. 그 송곳니를 크게 드러냈다. 뤄롱의 어깻죽지를, 물어뜯은 것이다. 살이, 찢어졌다. 피보라가 생겨나, 그녀의 얼굴 아래쪽 반쯤을 새빨갛게 물들여, 그야말로 귀녀처럼 물들였다. 그럼에도 질리지 않고, 삼키고 난 소녀는 더욱 깊게 물고 늘어진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뇌를 새빨갛게 물들인 것은, 추한 욕망 뿐이었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청년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아키라는 한결같이 탐욕스러웠다. 목 내외에 흐르는 피의 뜨거움에 빠졌다. 꿀꺽 삼킬 때마다, 겨우 구원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다 치명적인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스스로 상처입히고 있다는 것도. 동맥이 손상된 건지, 말 그대로 흘러넘치는 피에, 아키라는 취했다. "괜찮아." 그 머리에, 상냥하게 손이 놓인 것이다. "괜찮아, 아키라. 마음껏 먹어라. 마셔라. 괴롭잖아?" 그저 순수하게, 뤄롱이 뭇었다. "신의 음식이라는 건 말이지, 그런 것인 모양이라고." 에르고가 그랬듯이. 어깻죽지의 살을 긁어내듯이 물어뜯겼는데, 하지만 뤄롱의 웃음은 참으로 상냥했다. "내 살을 씹고, 피를 마셔서, 그걸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러면 되는 거야." 어깻죽지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소녀의 몸이 떨렸다. 신음소리가, 났다. 떨림은 천천히 커지고, 머잖아, 얼굴을 들었다. "……​루오​." 라고, 중얼거렸다. 피로 젖은 입가에,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루오​…… ​루오​…… ​루오​……." "늦어버렸구만." 소녀의 머리를 안은 채, 뤄롱이 윙크했다. "미안…… 해요…… 미안해요……! 나는……." "이봐 이봐, 식사 후에는 잘 먹었습니다 잖아?" 이 자리에서는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조크인데도, 피해자 본인이 말하니까, 아키라도 돌려줄 말이 없었다. 뤄롱이 목 근처에 손을 대자, 피는 뚝 멈췄다. 고개를 들었다. "오오나무치, 인가." 신의 이름을 속삭인다. 허공의 한 점을, 노려본다. "자, 계약은 끝났으려나?" 손을, 들었다. 그 너머에는 아무 것도 없다. 허나, 뤄롱의 눈동자는, 허공에 잠재된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내 심장을, 돌려주도록 하실까." 손바닥 너머에, 마력이 집중된다. 아무 질량도 없는 공간에, 자전이 흐른다. 주적인 차원에 균열이 퍼져, 몇 중으로 숨겨져 있었을 터인 것이 드러난다. 그것은, 보다 힘차게 고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을 맞아 환희하고 있었다. 뤄롱이 움켜쥔 그것은, 청년 자신의 심장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5 "미안한데, 그 녀석을 어디로 데려가주지 않겠어." 청년은, 희미하게 호흡을 흐트러뜨렸다. 여태껏 없는 일이었다. 의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먹어치우고 싶어지니까 말이야." 뤄롱의 눈이, 붉게 물들어있던 것이다. '식신충동──!' "평소라면 별 일 없을 테지만, 아무래도 약해져 있어서 말이야. 마력은 돌아왔지만, 신체에 입은 대미지는 그리 간단하게 되지 않는 모양이야. 뭐, 서로의 기분을 알았으니, 딱 좋을 지도 모르겠는데. 연애상담에서도,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고 난 다음이 스타트라고 하잖아?" 평소의 농담에, 고통이 번졌다. 이 청년이, 솔직히 약함을 폭로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이미 자신도 알고 있다. 그것을, 이렇게나 숨김 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라며,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소제들이 오는 걸 기다리고 있던 건가요? 이 아이를 위해서?" "그거야말로 이판사판이지. 하지만 뭐, 와줬으니, 싸그리 정리해주라?" 턱을 치켜들고, "어디." 하고, 청년이 시선을 옮겼다. "먹을지 먹힐지 해보자고, 에르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6 "일단 물어보겠는데, 에르고와 아키라를 데려가는 것은, 자네의 스승의 명령이 아니었던가?" "그래, 스승의 명령은 절대야. 동시에, 이런 말도 들었지. ──네가 굶주렸을 경우에는 굶주림을 우선시해라. 그렇지 않으면, 굶주림과 계약 사이에서, 네가 미쳐버리니까 라고." 그만큼 식신충동은 절대적인 것이겠지. 적어도, 방황해의 마술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7 다시 한 번. 뤄롱의 노심이, 불타오른다. 호흡하는 것 만으로, 처절한 양의 마력이 정제된다. 사기니 뭐니 하는 수준이 아니다. 어지간한 마술사라면, 가볍게 수천 명은 말라붙을 만한 마력이, 그의 숨결 하나로 세계에서 퍼올려진 것이다. 그에 비해, 에르고는 뤄롱에게서 빼앗은 간타이를 다 써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8 "싱가포르에서도 봤지만,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는 저런 사용법도 가능했던 건가요." "아니, 저건,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의 본래의 권능이다. 손행자의 여의금고봉처럼, 세계를 붙들어매기 위한 보구로서의 힘이고 말고. 뮤토스라는 건 어울리는 이름이다. 저기서 구현화된 것은, 진짜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조차 아니고, 전설로 구가되어온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의 본질 그 자체니까." 뮤토스. 공상. 우화. 혹은, 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꿈인 이상, 설령 태조룡 튀폰의 능력이라고 해도 막을 수는 없다. 그런 성질을, 지금의 빛은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세계의 텍스처를 붙들어맨 빛은, 마찬가지로 뤄롱의 내측의 용도, 청년의 내측에 붙들어맨 것이다. 이 이상, 밖으로 흘러넘치지 않도록.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9 "용을 먹은 자와 신을 먹은 자를 붙여놓고, 설마 결과가 아가씨의 새치기일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상하지 않겠지." "망할 아버지." 뤄롱이, 말한다. "여어, 불초 제자. 너덜너덜하잖느냐." 구름의 위치가 변했다. 그것으로,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예쁘다.' 이런 상황인데도, 무심코 자리에 안 어울리는 감성을 느끼고 말았다. 등골이 얼어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였다 수만 년이나 된 빙하를 걷는, 외톨이 회색 늑대를 연상시켰다. "당신은." "방황해의 지즈, 라고 한다네?" 회색 늑대 같은 남자는 이름을 밝혔다. 순식간에, 자신들 사이에 긴장이 퍼졌다. 방황해. 지금까지 제자인 뤄롱의 이야기에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술사가, 마침내 자신들의 앞에 찾아온 것인가. "아아, 초대면은 아니라고? 자, 이거." 라며, 가면을 보여줬다. "그건──!"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에서 만난, 와양 배우의 가면이었다. 그 배우가 남긴 편지에 유도되어, 자신들은 린과 에르고 두 사람과 합류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이 긴 모험의 시작이 된 것이, 이 배우와 편지였다. 그 때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인지, 두터운 화장을 했어서인지, 얼굴을 잘 알 수 없었지만…… 설마, 그 때부터 방황해의 마술사와 만났었을 줄이야. "처음부터, 저희들을 해적섬으로 유도할 생각이었던 겁니까." 스승님이 말했다. 방황해에 대비되는, 시계탑의 군주(로드). 용을 먹어치운 남자에 대비되는, 신을 먹어치운 남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0 하지만, 지금 어느 쪽이 피폐한지는 명백하다. 이쪽은 비장의 패 중의 비장의 패까지 드러낸 상태고, 방황해의 마술사는 정체 이외엔 무엇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 "응, 후, 후. 뭐어 순번이 있어서 말이지. 내가 직접 에르고와 만나는 건 계약 위반이었던 게야. 이대로면, 최초인 아틀라스원이 에르고를 회수해서 끝이었잖나? 그게 나쁘지는 않지만, 자리가 들끓어오르지 않는다는 거지." 방황해의 마술사──지즈가 말하는 의미를, 자신들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스승님과 자신이 합류하지 않았다면, 그 해적섬에서 린과 에르고 두 사람만으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를 받아치게 됐겠지. 그 경우, 실제 싸움처럼, 무시키의 난입까지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곤 해도, 이쪽도 계산대로라고는 하기 어려워. 그렇달까 내기에 약하단 말이지 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1 뤄롱과 지즈가, 그런 대화를 한다. 그러고나서, 스승님을 힐끗 보았다. "확실히, 이 녀석은 여기서 처리해두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르겠구만." "윽!" 앞으로, 나선다. 승산도 뭣도 생각하지 않았다. 스승님을 해친다면, 그것만은 허락할 수 없다. 아무리 무모하고 무의미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하지만, "……​루오​." 그 속삭임에, 뤄롱이 돌아본 것이다. 아키라였다. 마력으로 뇌가 흔들린 모양이었지만, 뤄롱의 노심이 정지함으로써, 그 술식도 효력을 잃은 것일까. 그게 아니면, 일찍 회복해버린 것일까. 네 발로 기어서, 천천히 소녀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루오​…… 괜찮아…… 아픈 거 아냐……." 아직, 환상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소녀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어서, 정말로 꿈 속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 손이, 외각이 박리된 후의 바텐더 복의 가슴에 닿았다. "아키라……." "다행이다…… 심장…… 움직여……." 정말로 기쁜 듯이, 소녀가 웃었다. "아무 데도…… 가지 말아줘…… ​루오​." 가느다란, 하지만 들어넘길 수 없는 말. 자신의 보구 따위보다도, 그것은 훨씬 강력한, 용을 얽어매는 주문이었다. 아키라의 손이, 뤄롱의 가슴에서 미끄러져내린다. 당황해서, 뤄롱이 소녀를 끌어안았다. 다시 기절한 아키라를 안은 채로, 뤄롱은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달빛만이 비추고 있었다. "……쳇." 하고, 지즈가 혀를 찼다. "쳇, 쳇, 쳇. 기분이 잡쳤다." "지즈……?" 스승님이,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방황해의 마술사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러고, 야코우와의 내기에 이겨버렸으니까 말이지.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우리가 잡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내기에 이긴 뒤에, 상정 외의 물건까지 가져가는 건 재수가 없지. 우리들은 그런 걸 중요시하는 직업이잖아? 이긴 뒤에도 진 뒤에도, 봉(盆)은 깔끔히 해둬야지." 스윽, 하고 제자와 소녀의 근처로,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지." 라며, 미모의 마술사가 손을 움직였다. 지즈의 손가락이, 아키라의 등에 꽂힌 것이었다. "아키라 양?!" 외친 자신의 앞에서, 젤리에서 포크를 뽑듯이, 지즈의 손이 빠졌다. 옆으로 쓰러진다. 무언가가, 하늘을 날았다. 철퍽, 하고 스승님의 손 안으로 떨어진 ​그것​은, 검붉은 기관 같아서, 꿈틀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식된 간타이의 절반이다." "뭣──!" "고대의 심령수술 같은 거라서 말이지. 응후후, 감사하라고? 옛날에는 엄청난 술이 없었으면, 절대 안 했으니까 말이야?" 손을 뽑힌 아키라는, 잠든 채였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다. 하지만, 아키라 자신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않고, 그런 짓을 한 순간에 해치울 줄이야. "그것만 있으면, 일단은 야코우도 납득하겠지. 절반이라면, 우리 불초 제자의 식신총동도, 일단은 견딜 수 있을 거다. 조금 아깝지만, 확실히 이 나라에는 세 명이 1냥의 손해를 본다(三方一両損) 인가 하잖아. 전원 타협하는 데에는, 전원 조금씩 손해를 보는 게 좋다고." "아버지……." "모쪼록, 네 스승님께 감사해라. 성창의 그림자를 뽑는 것도, 그 나름대로 수고가 드니까 말이야." 툭, 하고 뤄롱의 가슴을 찔렀다. 그러고나서, 시선을 움직여, "……에르고." 하고, 불렀다. 아직 힘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는 웅크린 채였다. "어떠냐? 두 위 째까지 자각한 모양이다만, 나에 대해서는 생각 났냐." "아뇨." 하고, 젊은이는,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알아요. 이것만은 알아요." 또, 에르고는 처음 보는 표정을 지었다. 해적섬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던 때의 붙임성도, 뤄롱에게 품은, 순수하고 치열한 투지와도 다른 표정. 확실히, 이렇게 고했다. "저는, 당신이 싫어요." 미움이었다. 그러자, 지즈의 입술이, 얼음꽃처럼 벌어진 것이다. "이상적인 대답이다. 좋은 스승이 붙은 모양이군." "제가, 뭘?" "최고의 일처리를 해주고 있다는 말이지. 자랑해도 좋다고, 현대의 마술사(메이거스)." "그렇다면, 약속해줬으면 합니다." 라고, 스승님이 말을 꺼냈다. "야코우 아키라를, 절대로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호오, 그걸 양보하지 못하는 못하는 건가." "료우기 미키야에게 의뢰받았습니다. 토보리 겐마에게 부탁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얄팍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보증 없이, 저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물러서지 않는다, 라고 스승님은 단언했다. 즐거운 듯한 지즈의 눈동자는, 답을 하지 않고, 스승님을 비추고 있다. 희미하게 스승님의 손끝이 떨고 있는 것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러자, "내가 약속하지." 라고, 뤄롱이 말한 것이다. "설령, 망할 아버지라고 해도, 털끝만한 상처도 입히게 두지 않을 거다." "응, 후, 후. 이거 반항기가 무서울 것 같군." 웃은 지즈가, 하늘을 우러러본다. 달이 질투하는 게 아닐까, 하고 기묘한 생각을 해버렸다. 달보다도 아름다운 남자가 거기에 있는 것을 발견해버려서. "알고 있겠지, 군주(로드). 여기는 중간지점(터닝 포인트)이다." 라고, 지즈는 속삭였다. 마치, 두 사람만의 비밀이라도 털어놓듯이. "네가, 에르고를 어떻게든 하겠다면, 세 위 째의 신도 있지. 그러기 위한 여행도 필요해. 그 동안, 나는 이 녀석을 쓸 만 하게 해두지. 너도 모쪼록 에르고와 제자들을 조정해둬라." "…………." 수 초 침묵하고 나서, 스승님은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제자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뻔하지." 즉시, 지즈는 대꾸했다. "무엇보다도 수고를 들인, 귀중한 자신의 도구라네." "……지즈……!" 스승님이 눈을 부릅뜬다. 그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 라고 외치는 듯 했다. "응, 후, 후. 사고방식의 차이라도 있었나?" 놀리듯이, 지즈가 비웃는다. 그리고,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 제자들.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지." 그대로, 방황해의 마술사가, 손가락을 빙글 하고 움직였다. 어떤, 인장 같았다. 바람이 불었다. 한 순간, 얼굴을 가렸다. 손을 내렸을 때, 지즈와 뤄롱 두 사람── 아니, 아키라를 포함한 세 사람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그 뒤에는, 그림자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사라졌다." "순간이동은, 현대에서는 마법의 영역이다만…… 방황해라면, 아직 마술의 범주겠지. 쓰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아." 스승님이, 망연자실히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2 "이집트로. 저쪽에서 만날 상대가 있는지라." * 료우기 부녀와 헤어지고 나서, 자신은 스승님에게 말했다.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말이군요." 저쪽에서 만날 상대. 에르고의 실험에 관여했다는 세 명의 마술사의 말예. "그래, 루비아와 라이네스도 함께 기다리고 있다는 모양이네. 야코우의 간타이의 데이터를 넘길 때까지, 협력체제라고 해서 말이지. 일단 필요해보이는 자료나 서류를 데이터로 정리해뒀네. 저쪽에서 교환하게 되지. 에르고의 가면에 대해서도, 아직 조사해두고 싶기는 하고 말이야." 그러고나서, 한 마디를 더 중얼거렸다. "하지만, 하필이면 아틀라스원의 본거지에 가기 직전에, 로고스 리액트 레플리카의 재기동인가." 자신도, 그 의미는 알 수 있다. 화약 공장에 폭탄을 가져가는 짓이다. 게다가, 이 폭탄은 그 화약공장에서 만든 금제품의 모조(레플리카)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문제를 품게 되는 것도 고려해야만 하겠지. "거기다, 지즈가 말했던 비옥한 초승달도 그렇지. 그건 페르시아 만에서 팔레스타인, 이집트에 이르는, 말 그대로 초승달 형상의 지역을 말하는 것이라 말이지. 방황해 뿐만 아니라, 최고의 신화인 영웅왕 길가메쉬의 메소포타미아나, 정복왕 이스칸달의 묘라고 전해지는 장소도, 여기에 포함되지. 나도, 옛날에 발을 딛은 적이 있는 장소지." 군주(로드)가 되기 전, 스승님은 세계를 여행했던 시기가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 때의 일이겠지. "마술 세계에, 진정한 우연 따윈 없다, 라." 지즈의 이야기대로라면, 린과 에르고와 합류한 것도, 그의 유도에 의한 것이다. 필연이 어떤 직물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숙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하게,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 없었다. 문득, 비행기가 보이는 창문에,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후드 밑으로 엿보인 은색 머리카락에, 한 줌만 금발이 섞여있다. "………….." "왜 그러나, 그레이?"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고개를 젓는다. 금발이, 약간 늘어나버린 듯한, 그런 기분이 든 것이었다. * 또 한 가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야기해둬야 할 것이 있었다. 비행기에 타기 직전, 전화가 걸린 것이다. 화면표시를 보고, 한 순간 눈썹을 찌푸린 스승님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어 오라비." "뭐냐, 라이네스. 이제부터, 이집트에 가려는 참이다만." "──라이네스가?" 무심코,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스승님이, 힐끗 이쪽을 보고 나서, 끄덕인다. 그대로 듣고 있어도 된다, 라는 거겠지. 스피커 모드로 하지 않아도, 귀를 가볍게 『강화』하기만 해도, 듣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다소 귀찮은 일이 돼서 말이야. 먼저 연락만은 해두고 싶어져서." "……너." 과연, 스승님의 목소리에는 갖은 원망이 배어있었다. 여기에 이르러서, 그 라이네스가 귀찮은 일이라고 표현한다면, 상당히 성가신 사건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일단, 이야기를 들을까." "응,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방황해에 대해서, 우리가 조사하고 있다는 건 이야기했었지." "그래, 그러니까 합류할 생각이 든 거다." "그게, 도중에 기묘한 일과 조우해버려서 말이야. 살인 사건── 밀실 살인이라고 해야 하려나, 이건." 단숨에, 스승님의 표정이 떫어진다. "그런 거라면, 더 어엿한 명탐정이라도 고용해둬라. 전부터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를 탐정 취급하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다." "하하하. 유감이지만, 이건 오라비 밖에 대처할 수 없는 사건이라서 말이지." "……뭐?" 그 대사에, 스승님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거기에 라이네스는, 스승님의 표정이 보인다는 듯이, 즐거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어이쿠, 다소 과장이 지나치긴 한데, 부디 웃지 말라고? 나도 어떨까 싶으니까." 굳이, 정중하게 전제를 깔아두었다. 계속되는 대사에, 공항의 잡음이 단숨에 멀어진 것이다. "파라오의 살인 사건이야." 〈마침〉-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3 옆에는 이상한 빛을 머금은 수정이 나뒹굴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이스칸달의 후계자(디아도코이) 중 한 명인 프톨레마이오스로부터 받은 물건이었다. 과거의 젊은이와 지금의 젊은이를 이어주는, 최대의 단서이기도 했다. 이제 곧 여행의 끝은 온다. 젊은이 속에 잠든 마지막 신의 이름을 끈?으로 풀었을 때인가. 남은 세 마술사 지즈와 무시키를 쓰러뜨렸을 때인가. 아니면 더 다른 무언가를 찾았을 때? 어쨌든, 이제 먼 날의 일은 아닐 것이다. 수정을 양손으로 움켜줬다. 차갑고 딱딱한, 그런데 그 안쪽에서 열이 전달되는 듯한, 기묘한 감촉. 딱딱한 그 표면을 이마에 대고 젊은이는 그저 기도한다. 아직 그에게 별은 알 수 없다. 사는 것이 감사하고, 잃어가는 기억을 간직하기에 벅차서, 차례차례로 닥치는 사건이나 운명만으로도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고, 그에게는 그런 것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이 여행 동안 제대로 된 휴식은 불과 며칠 있었느냐다. 하지만, 소중히 하고 싶은 것은 있다. 선생님이랑 누나랑 린. 이 여행의 처음부터 쭉 지켜봐 주고 있던 세 사람. 그 세 사람을 젊은이는 좋아했다. 잊고 싶지 않았다. 추억으로 이뤄진다면, 이 여행의 마지막까지, 기억을 공유하고 싶었다. (·······) 갑자기 뺨에 뜨거운 것이 전해지고 있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쓱쓱 손등으로 문질러도, 눈물은 계속 넘쳤다. 여행이 즐거웠던 것이라는 것을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아무리 위기나 위협에 직면해도, 그 세 사람과 함께한 여행은 울고 싶을 정도로 훌륭했다. 머지않아 이 기억조차 결여되어, 더러워진 수첩의 낙서로 대체된다고 해도. 전하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 슬픔도 기쁨도 없는 뒤죽박죽이 된 이 마음을. 금방이라도 외치고 싶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그대로의 감정을. 그리고 만약, 이뤄진다면. 수정을 쥐고 에르고는 생각한다. 아주 세게. 꽉 쥐고. 끌어안고. 제발, 신이란 것이 정말로 있다면, 이 소원만 들어 주기 바란다. 조금씩 강해져가는 식신 충동에, 견디는 힘보다. 가속도적으로 젊은이를 먹어치우는 기억 포화를, 면하는 힘보다. 이 여행이, 조금만 더, 계속 이어지길. 비행기의 창문에서 비쳐오는 햇빛도 눈치채지 못하고, 젊은이는 그저 기도했다. 모나코 공국에서 북쪽으로 15킬로미터, 니스 공항에 도착하기 전날 아침의 일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4 최근은 카지노선(船)에 매달려 방탕하고 있어? 그건 괜찮아. 요즘 묘하게 착실하게 지냈지만, 옛날의 무절제(自墮落)함이 되돌아왔네」- Prelude 제 3장 中, 메렘 솔로몬 曰

*85 이때는 세레브의 마을 모나코에 빌딩을 준비하여 주에 한번은 카지노선에서 사람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하던가. - 프렐류드 용어 항목의 내용

*86 [그래요. 에델펠트예요....정말이지, 정신 좀 차리세요. 당신은 저의 대리자로써 [펨의 선상 연회(카사)]에 참가하고 있는 겁니다. 대승하라곤 하지 않겠습니다만, 적어도 돈은 많이 벌어 오세요....저, 쓸데없는 지출은 1유로도 용서하지 않는다구요?] - 페이트 할로우 아타락시아의 내용

*87 무료정보지 とらだよ。 vol.60의 나스 키노코X타케우치 타카시 인터뷰의 내용

*88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은 직후 ---- 엘멜로이 2세의 뇌 속에, 주마등같은 형태로, 여러 가지 플랫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멋대로 남의 방에 들어와서 신상 게임기의 어카운트 명을 『런던☆스타』로 등록시켰던 세세한 일부터, 시누이가 다루는 마술예장인 수은 메이드에게 이상한 영화의 지식을 가르쳐준 일, 끝내는 흡혈종들의 왕 중 한 사람이 소유한 카지노선에 올라타서 소동을 일으킨 일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민폐를 끼쳤던 기억만이 끝없이 반복된다. -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내용

*89 해질녘이 되자 우리는 다시 에르큘 항구로 돌아왔다. 명탐정과 같은 이름을 가진 항구에는 낮과 마찬가지로 수십 척의 우아한 크루저가 정박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역시 그 유람선은 유독 눈에 띄었다. 선체 옆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조와드-비베르(Joaud-Viver). 삶의 기쁨, 정도의 의미가 될까. 주인이 죽은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이름도 없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0 "하지만 뭐, 이 배라면 원래부터 당연한 거 아닙니까? 모나코 지부장님도 원래 이름을 알고 계실 거 아닙니까?" (----- 원래?) 스승님을 쳐다보자, 스승님은 찡그린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배의 동체에 적혀있던 이름 기억나지?" "어, 조와 드 비브르였죠? 프랑스어로 사는 기쁨, 같은 뜻이죠. "그건 등록용 이름이야." 스승님은 멋쩍은 듯이 말을 끊고 친구를 바라보았다. "마술의 세계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그렇구나, 멜빈." "그래, 웨이버." 멜빈이 손수건을 입에 대었다. 코호, 하고 작게 기침을 하자 그 표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청년은 마술에 의한 증혈제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몸이라고 한다. 방황해의 제자가 된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까. 선명한 붉은색을 바라본다, “사선 환희선” 라고 아직 피가 묻은 입술이 말했다. 그것이 바로 반펨이 운영하는 카지노 선박의 원래 이름이었다. "좋은 이름이다. 도박이란 것은 사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냥 즐기면 돼요. 이 배를 타는 이상 그 사선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니까.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든, 시계탑의 군주든, 죽어가는 조율사든, 누구에게나 평등해." 붉게 물든 입술이 일그러진다. "아쉽게도 내 방황의 바다 스승은 넘어간 것 같지만, 참가했으니 후회는 없겠지. 자, 여러분도 준비되셨나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1 "에르고,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요, 놀랐을 뿐입니다." 펼쳤던 수첩을 붉은 머리의 청년이 닫는다. 눈앞에 떠 있는 배를 그리려다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그려야 할지 몰라 포기한 모양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그려야 할지 몰라 포기한 모양이다. 단순한 스케일의 문제였다. 전장 삼백 이십 미터 전폭은 62미터, 총톤수로는 26만 6천 톤에 달한다. 모두 이 항구에 우뚝 솟은 거의 백악의 성 같은 유람선의 수치였다. 타이타닉호가 겨우 4만 6천 톤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하면 이 수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4층짜리 내부에는 대략 6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거대하다면 바람이 불든 파도가 치든, 그 흔들림이 작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그 흔들림을 인지할 수 없을 정도다. 올려다보는 동안 원근감이 이상해져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또 비비게 된다. 코끝을 간질이는 바닷물 냄새가 없었다면 이 거대한 폭이 바다에 떠 있는 것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 저기, 스승님, 정말인가요? 이 호화 여객선의 주인이 ------ 이라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2 "저기요, 무슨 말씀이신가요?" "흠....... ------ 스승이 작게 으르렁거리자, 어서 오세요, 라고 지즈가 턱을 움직인다. 그러자 스승은 기침을 한 번 하고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이 유람선은 소위 말하는 카지노 선이야.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메인 구역은 모나코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박장이고, 주인인 반 펨 씨는 정기적으로 자신에게 도전할 도박꾼을 모집하고 있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3 어, 이 곳의 주인이 ------ 아까 말한만큼이나 그 정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사도. 흡혈귀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종족 중 하나인 강력한 흡혈귀라고. "맞다. 그래서 시계탑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거지.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문제가 되지 않고, 서로의 세력 관계로 볼 때 불가침 상태이며, 이것은 오히려 성당 교회의 범주이기도 하니까.“ 씁쓸한 표정으로 말하는 스승님 앞에서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말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너무 황당무계해서 이성이 받아들일 수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어떻게든 하나하나의 요소들을 삼키며 지즈를 바라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4 "왜요?" "저 녀석도 마술 세계의 일원이야. 시계탑의 군주와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에게 말을 듣게 된다면, 분명 재미있어하며 승선할 거야. 원래 펨의 선상 연회는 저 녀석이 시간 때우기 위해 시작한 거니까." 스승이 침묵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5 "그래서 여기인가요?" "물론이지. 아니, 나 같은 사람이 모나코에서 도박을 한다고 하면 다른 이유는 없지 않겠어?" '펨의 선상 연회(카사)’스승은 신비로운 울림을 담은 말을 속삭였다. 선상 연회. 에르고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카사란 혹시 카지노의 어원을 말하는 건가요?" "아, 그래. 왕후 귀족의 별장을 카사라고 불렀고, 그 별장에서 조용히 행해지던 도박도 곧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카지노를 운영하는 쪽은 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하지." 대답하면서도 스승의 시선은 지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늘과 실로 꿰매어 놓은 듯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를 붙잡고 있다. "이 유람선이 어원 쪽을 사용하는 것은 꽤나 술에 취해 있는 동시에 우리 마술 세계 사람들은 이런 말장난을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말이 곧 세상이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6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려면 참가비가 꽤나 많이 들어요. 괜찮으세요?" 순간 스승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너무도 파격적이고 상식과는 동떨어진 일들만 연속으로 벌어져 당연한 사정을 망각하고 있었다며, 점점 창백해지는 안색이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저기,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아니, 잠깐, 그건" 금방이라도 뱉어낼 것 같은 입을 꾹 다물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평평하게 묻는다. "저기서 취급은 유로였지. 요즘은 얼마야?" "백만 유로예요.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백삼십칠만 달러, 엔으로 환산하면 1억6천만엔. 파운드화로는 67만 파운드 정도입니다."라고 플랫이 씩씩하게 대답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7 일단 갑판을 가로질러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의 시설에 모여 있었다. 석양에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면 수영장과 연결된 워터슬라이더가 굽이굽이 돌아가고, 우아한 아치가 설치된 스트리트형 공간에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워터슬라이더와 선상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수영장만 해도 주요 언어 더빙을 즐길 수 있도록 헤드폰을 구비한 무대극장과 영화관이 일곱 개, 영화관이 아홉 개, 세계 각국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바까지 합치면 무려 서른다섯 개나 된다고 한다. 육지의 모나코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거대한 여객선이라지만 한정된 공간에 온갖 시설을 압축해 놓았기 때문에 더욱 아찔하다. "마치 꿈의 나라 같은 ...... "현대의 상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지." 스승은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원래 호화 여객선은 이동하는 도시로서의 속성이 강하다. 세계일주 여행이라면 그 도시와 함께 몇 달을 보내는 것이니 당연하다. 게다가 카지노 선박은 일반 호화 여객선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사람을 계속 부려먹어야 한다." 황혼의 빛깔과 사람들의 환호성에 '버터'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다. 모나코라는 도시 자체가 늘 꿈같은 나라이지만, 이 배는 더더욱 그랬다. "아주 짧은 기간이라면 술이나 미식가도 버터를 만들 수 있다. 애초에 도박 자체가 강렬한 유배감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장기간이 되면 다르다.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질리지 않도록 계속 취하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카지노는 파트너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메인 손님이 도박을 하는 동안 그 파트너도 마음껏 사치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더 편한 셈이다. 애인이나 가족에게 즐거움을 주면, 도박에 조금 져도 그쪽의 즐거움을 먹고 다시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꿈의 이면에 숨어 있는 현실의 계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광경이 흐릿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설령 남의 돈을 합법적으로 빼앗기 위한 허황된 꿈이라 할지라도, 꿈의 창조에 대한 진심은 싫을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 신기하네요."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걸까요. 사람을 속이기 위한 곳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을 속이고 속이는 것에도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도 그 속임수와 거짓을 알고도 모여든다. 이런 관계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8 과연 거리 한가운데에 『램프피르 뒤 주』라는 술이 떨어진 간판이 걸려 있었다. 물론, 조와 드 비브르에는 여러 개의 카지노가 존재하지만, 그 중심에 위치한 가장 큰 카지노가 바로 이곳이다. 가장 큰 카지노가 바로 이곳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묘한 감각이 몸의 중심을 간질였다. 호화로운 레드 카펫이 반갑게 맞아준다. 발목까지 덮을 듯 부드러운 감촉으로 양 옆으로 슬롯대가 겹겹이 늘어서 있다. 마치 시끄러운 소리와 빛을 끊임없이 내뿜는 신기한 생물체 같았다. 입구 근처에는 10유로 센트 정도의 소액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것들이 줄지어 있고, 안쪽으로 갈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가장 안쪽에 있는 슬롯은 이 카지노에서 교환할 수 있는 백 유로짜리 칩만 롤러를 받는 고액 손님들을 위한 대용품 같았다. 그런데도 고객층의 변화는 의외로 미미하다. 약간 있다, 라는 의미에서. 카지노의 겉과 속은 그대로이지만, 이 속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저 입구가 하나의 선으로 기능하고 있다. 아마도 그 선을 만드는 방법이 절묘한 것 같다. 가족이 함께 들어와도 위화감이 없는 놀이공원 같은 캐주얼함과 내기 손님들의 흥분을 부추겨서 나도 모르게 베팅을 하게 만드는 열기가 훌륭하게 공존하고 있다. (------ 비슷하다) 방금 전의 이상한 감각의 정체에 대해 나는 어느 정도 확신을 얻었다. 런던, 스승의 아파트에 쳐진 결계. 또는, 훨씬 고차원적이긴 하지만, 일본에서 방문한 아오자키 토우코의 전 사무소의 그것. 어느 쪽이든 인간의 심리에 작용하여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형태의 마술. 분명히 이 카지노에는 그러한 신비가 채용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 그레이, 눈치챘어?" "반 펨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음........ "음....... 사자에도 여러 종류가 있긴 하죠. 반 펨 씨는 마술사가 극에 달한 결과, 사도의 길을 선택한 사람. 그래, 이 순서가 중요하지. 마술이 극에 달한 결과 사도가 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술을 극에 달하기 위해 사도가 되는 것은 효율이 좋지 않거든. 뭐, 어쨌든 그렇게 된 게 꽤 오래전 일이라 오랫동안 쌓아온 술법이 꽤 취미에 가깝다고 할까, 이 카지노 자체가 반펨 씨가 만든 게임 소프트웨어 같은 거지....... 봐라." 플랫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사건에, 자신도 에르고도 눈을 크게 떴다. 슬롯 사이에는 아마도 남국의 분위기를 콘셉트로 한 관엽식물의 정원이 형성되어 있다. 그 속에서 자란 나팔 모양의 꽃이 정말 나팔을 불고 있었던 것이다. ...... 에 그뿐만이 아니다.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는 카지노에 무지개 빛깔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그 나비들이 모여들면 무지개 빛이 서로 간섭하며 작은 불꽃놀이와 같은 연출을 일으킨다. 불꽃은 여러 번 모양을 바꾼다. 때로는 마스코트 같은 귀여운 캐릭터로, 때로는 그 캐릭터가 친근한 연극을 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아무래도 과학기술에 의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기 ------ 이건 ------ 신비의 은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설마 이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마술세계의 관계자들이라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곧 의문이 풀렸다. 가끔씩 그 하나하나에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이 있지만, 대체로 일상적인 일이라는 듯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그런 연출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다르다는 거야." 스승님이 말씀하셨다. "저게 보이거나 들리는 것은 마술사나 그에 준할 정도로 영시가 가능한 사람만 볼 수 있는 거야." “어, 그러니까........” "물론 마술사가 아닌 사람 중에도 마술회로를 몇 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적지 않다. “소위 유령 같은 것을 보는 영적인 감수성이 높은 사람도 있지만, 입구에 걸린 술식이 그 주변을 조정하고 있다. 마술에 익숙한 사람 외에는 이 광경을 인식하지 못한다. 지금 게임의 최첨단에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데, 이것은 마술에 의한 증강현실과 같은 것이다.”"VR이라고 하면 당연히 버추얼 보이죠! 반펨 씨와도 놀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 흡혈귀인데도 불구하고 3D에 취해서 AR이 더 재미있다고 말하기 시작해서 전쟁이 났어요! 그래서 다음 날에는 이 카지노 전체에 장치가 만들어져 있었으니까요!“ 즐거워하며 플랫이 덧붙인다. "...... "그런, 일인가요?" 이것은 확실히 별난 짓이다. 스케일이 다른 신비라면 여러 번 보아왔지만, 그 섬세함에 있어서는 단연 독보적이다, 그 섬세함에 있어서는 단연 으뜸이다. 마술 세계의 인간과 일반인을 동시에 카지노에 초대해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주면서 양쪽 모두 유파의 엔터테인먼트로서 성립시키는 일은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애초에 그런 필요성을 찾을 수 없다. 시계탑이 제1원칙으로 삼은 신비의 은폐는 마술사에게 말 그대로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이 유람선 주인은 도대체 어떤 경위로 이런 장치를 만들었을까? 천천히 걸으며 스승이 에르고에게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9 "이곳의 정식 직원은 모두 사도야." "에-엑" 나도 모르게 목덜미를 움켜쥐고 말았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0 "지난번이 언제였습니까? "어머, 정말 모르고 계셨나요? 지난주 일이에요. 펨의 선상 연회는 부정기적인 반펨씨의 기분에 따라 연달아 열리기도 하고, 일 년 정도 쉬기도 합니다. 대략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곤 했어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1 "그리고 무패는 아니더라도 반 펨 전의 평균 승률은 거의 기적의 영역이었습니다. 비정기적으로 선상 연회를 시작한 지 백 년이 다 되어가지만, 패배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이 긴 세월 때문에 외부의 일반인들은 반 펨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로 여길 정도니까요.“ 그렇겠지. 이 카지노 선박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면, 백 년 가까이 주인의 모습이 변함없는 것에 대한 어떤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 불과 몇 년만 해도 그렇다니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뺨을 만져 버렸다. 고정되어 버린 모습. 고정되어 버린 시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2 "다만, 이번 선상 연회도 이미 예고된 일이니, 그 이름에 걸맞게 개최 시점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누가 이겼는지 아십니까?" "아니요, 반펨 씨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정체를 드러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도전자들은 후자를 선택한 것 같네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3 카지노 한 켠은 녹색 정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말 그대로 정원이다. 지름 십 미터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좌우 대칭의 프랑스식 정원 형태로 푸르른 잔디가 심어져 있다. 그 주변에는 크로커스와 사프란 꽃이 초승달 모양의 호를 그리며 중앙에 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사과인지 뭔지 모를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 ---- 의 안쪽 정원' 놀라서 문득 뒤쪽의 카지노와 비교하고 말았다. 예의 마술에 의한 환각인가 싶었는데, 정원 자체는 진짜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천막은 유리로 되어 있고, 지금은 황혼의 붉은빛을 머금고 있다. 정원에 어울리게 심어놓은 듯한 느티나무에서 쉬고 있는 아주머니도, 그 무릎에서 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도 바로 뒤편 카지노의 풍경과는 동떨어져 있어 왠지 이상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시끌벅적한 카지노 속에서 이 정원이 묘하게 차분한 것도 사실이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4 대략 카지노는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다. 입구에서 바라본 슬롯머신과 비디오 포커 등 자동 기계가 주를 이루는 구획. 중간에는 룰렛과 머니휠 등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구역이 있다, 화려한 장치로 손님을 유인하고 있는 구역. 아까의 룰렛과 반대편에 위치한 포커, 바카라, 블랙잭 등 현자들이 좋아하는 카드게임을 중심으로 한 구역 그리고 전체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안쪽에 존재하는 VIP룸이 있다. 이 네 가지에 더해 곳곳에 적절한 타이밍에 라이브나 무대쇼를 배치해 효율적으로 손님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있는 정원도 아까 말한 뱀파이어를 피하라는 암묵적인 메시지처럼 비슷한 건축 철학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5 "아차, 사기 싸움에서 패배한 부류군요. 예전에 나도 당했던 녀석." ------ 뭐야? 너도? 놓칠 수 없는 사실에 2세는 눈썹 사이 주름이 깊어졌다. "룰렛을 확률 조작해서 3년 정도 전에 꽤 잘 됐어요! 천만 유로까지 늘렸는데, 마지막에 딜러에게 들통이 나서 이건 졌다고 포기했어요!“ "포기했다고?" "아니요, 다음번에는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저것 들통나는 것보다 포기해 버린 게 상처가 덜하잖아요! 카지노도 사기를 당했다는 소문은 싫으니까요! 덤으로 시계탑까지 돌아오는 버스도 태워주셨어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6 "고객님, 진정해 주십시오." 그때까지 의식하지 못했지만, 딜러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였다. 남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였다. 그러나 선글라스 남자의 격앙은 가라앉지 않았다. "시끄러워라, 반펨도 졌잖아! 네놈들 배는 이미 오래전에 썩어 없어질 골동품일 뿐이야! 내 칩을 돌려줘!" 브레스 레츠를 착용한 남자의 오른손에 물이 생겼다. 이런 곳에서 실력을 발휘할 정도면, 거친 일에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마술을 탐구하는 마술사라기보다는 마술을 도구로만 생각하는 마술사였을 것이다. 엄청난 고속, 고밀도로 압축 회전하는 물줄기가 손바닥을 휘감아 돌았다. 비록 철 덩어리일지라도 그 칼날은 쉽게 찢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풀어놓으면 주변 20미터 정도는 시체로 가득 찰 것이 틀림없다. 이 정도의 수법을 쉽게 성립시킨 것은 역시 팔찌를 모방한 마술 예복의 힘이었을까. "플랫, 그만해!" "이미 하고 있습니다!" 간섭개- '흐름이여, 나의-‘ 플랫과 선글라스 남자의 두 가지 주문이 겹치려는 타이밍이었다. 전혀 다른 물체가 물줄기를 덮어 버린 것이다! ------ 에 딜러 여자의 오른손이었다. 물론 이상하다. 선글라스 남자와 딜러 여자는 블랙잭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그들의 거리는 1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리였다. 그렇다면 손을 뻗으면 된다. 분명히 딜러 여자의 손은 자신의 키보다 더 길게 변이되어 있었다. "고객님, 무서운 건 그만해 주세요" 무표정은 그대로,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확장된 딜러의 손이 물줄기처럼 남자의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스로 만들어낸 물살에 손이 잘려나간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외친다. 기이하게도 피는 흘리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마셔 버린 것 같았다. 더 이상한 것은 딜러 여자의 손에도 상처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꽃을 꺾기도 힘들 것 같은 가녀린 손이 강철을 갈기갈기 찢어내는 물줄기를 맞았다. 소리도 없이 딜러의 손은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테이블을 벗어나 Ⅱ세 쪽으로 향하며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도와주려고 노력해 주셨군요." "쓸데없는 짓을 한 것 같군." Ⅱ세가 시선을 돌리자, 상처 입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를 무심코 다가온 스태프가 회수하는 것만으로 일련의 소동은 일단락되었다. 마술사에게는 늘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마술사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마술적 증강현실은 그런 은폐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마술사가 아닌 사람이라면 지금의 소란을 도저히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7 좁은 통로 몇 개를 따라가면 소박한 나무문이 나타난다. 소박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마치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그 문을 열면 안쪽은 소박한 응접실로 꾸며져 있었다. 일단 배의 한 방이라 그런지 지나치게 넓지는 않지만 자단으로 보이는 책상도, 와인잔이 놓인 캐비닛도 코끝이 찡할 정도로 고급스러움을 풍긴다. 두 가구 모두 배와 카드 디자인이 새겨진 것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가구인 듯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8 반펨이 준비한 방에 자신과 스승님은 들어가게 되었다. 스승의 제안으로 침대는 두 개가 떨어져 있는 위치에 두 개가 준비되어 있다. 의외로 소박하고 차분한 방 구조였다. 하지만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모나코의 밤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은 이 호화 여객선 중에서도 이 객실이 특별한 객실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9 "소문만 무성한 반 펨은 어떻게 지내는 거야?" "그 사도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배 밖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 같네요. 그래서 시계탑 지부와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거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0 "지난번 선상 연회에서 거의 무패에 가까웠던 당신이 도박에 졌다고 들었는데, 왜 당신이 그 에미야 시로를 찾게 된 건가요?“ "아직 상금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반펨은 지면 상대를 바다에 띄워놓고 상을 주지 않겠지~ 그런 평판을 견딜 수 있겠어?“ 생각보다 속물적인 말에 반펨은 입술을 비틀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그렇다면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이긴 상대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다는 평판은 카지노로서는 치명적일 것이다. 아무리 승산이 희박하더라도 인간은 거기에 꿈이 있기에 참가하는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1 "당신이 이길 경우 받을 수 있는 상금은 정해져 있나요?" "아니요, 맡긴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지만, 이겼을 때를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럼 나중에 다시 오라고 말하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곧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어요." "그렇다면 에미야시로가 보호받게 된 이유가 펨의 선상 연회를 이겼기 때문에 ...... 가정하고, 이 경우 범인의 동기를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님이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먼저 가운데 손가락을 구부렸다. "예를 들어, 납치한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에미야시로에게 말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검지손가락을 구부린다. "아니면, 에미야 시로가 당신에게 이기는 비결을 가르쳐 주고 있을 가능성도." "그래. "그래, 둘 다 가능하겠지. 내가 본 바로는 그는 꽤 무욕적인 타입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쉽게 상금의 권리를 양보할 수도 있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2 "게다가 마술사 중에는 남이 만든 음식 따위는 먹지 못한다는 사람도 많다. 이 배도 장기 순항할 때를 대비해서 손님이 직접 요리할 수 있도록 방에 주방을 마련해 놓았다." “------ 그렇군요.” 저 정원도 그랬지만, 의외로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쓴 배였다. 주인장인 반펨의 영향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3 "그러고 보니, 반펨 씨가 참가자 카드를 건네주셨죠?" "이거다." 스승님은 재킷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반펨의 취미인 것일까. 디포르메 처리된, 시계를 든 악어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카드였다. (중략) "아무래도 집단으로 펨의 배 연회에 도전하는 것도 이미 상정되어 있는 모양이군. 아마도 각 객실에 다른 수수께끼를 배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세심하네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4 조금 졸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뭐야?"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참가증 리퀘스트 카드였다. 그 카드에 그려져 있던 시계를 든 악어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특유의 웅얼거림으로 이런 대사를 내뱉었다. "지금부터 펨의 선상 연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오, 이게 뭐야!" 오른쪽 어깨의 고정 장치로 에드가 비명을 질렀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둘 다 비슷한 물건이지만,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면 역시나 놀라게 되는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5 "이번엔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펨의 선상 연회에서 주군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세 명까지입니다." 카드의 악어가 매우 감정적으로 말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6 (세 명까지 ------?). 즉, 여기서부터 인원을 추려내는 거다. 하지만 어떻게? "따라서 첫 번째 게임을 개최합니다! 자, 여러분, 어서 저희 쪽으로 오세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이 쾅 하고 닫힌 것이다. 즉시 몸을 돌린 스승이 현관문 손잡이에 손을 걸었지만, 놀라지도 않았다. "젠장, 이놈은!" 가슴의 넥타이핀을 들어 올려 두 번이나 보석 부분을 손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들리나! 플랫! "예스 교수님! 감도 양호 아이아이서! 이쪽도 방금 방금 공포영화처럼 문이 막 닫혔어요!" 플랫의 목소리가 곧이어 들려왔다. 아무래도 넥타이핀은 전령용 마술 예장이었던 모양이다. “이 녀석은 유서 깊은 탈출게임이군요! 디지털 게임 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야토리알 버전! 최근 미국의 젠콘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펨씨, 유행을 좋아해서 바로 도입했어요!”금방이라도 빵빵 터질 것 같은 목소리가 넥타이핀에서 들려왔다. "탈출 게임 ......? 펨의 선상파티에서 그런 것도 하는 건가요?“ "한다! 교수님께는 미리 설명해 드렸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거든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나는 오탄틱. 영어로는 오센테이츠쿠로, 그 이름 그대로 전통적인 갬블이야. 룰렛이든, 포커든, 블랙잭이든 그때그때 선택된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하는 패턴이기도 하지요!" 그건 쉽게 알 수 있다. 나도 당연히 그런 도박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은 마작. 마술 세계 특유의 도박이네. 서로의 마술 회로를 연결해서 어떤 신비한 놀이를 하는 건데, 어떤 의미에서는 펨의 선상 연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걸 보기 위해서만 오는 마술사도 있을 정도야!“ 이쪽도 이해할 수 있다. 마술사의 도박이라고 하면 당연히 그런 기발한 부분도 준비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마지막의 누벨. 완전히 새로운 도박의 틀! 그때그때의 반펨 씨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전혀 새로운 것이 나오기 때문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이전에는 카탄으로 흥을 돋우었어! 이번 탈출게임은 확실히 이 게임방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오탄틱. 마지크. 누벨. 모두 프랑스 단어였다. 모나코의 공용어가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을 테니 그에 맞춘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7 "열렸어?" 문이 아니었다. 방 한가운데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열린 것이다. 그 안쪽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어둠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었다. "어머나“ 깜짝 놀란 듯 스승님이 속삭였다. 아무리 엄청나게 거대한 여객선이라고는 하지만, 공간이 귀한 여객선에 이런 장치가 있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네! 이쪽도 숨겨진 계단이 열렸어요, 교수님! 정말 잘했네요, 이거! 반펨 씨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집단으로 펨의 배 연회에 도전하는 것도 이미 상정되어 있는 모양이군. 아마도 각 객실에 다른 수수께끼를 배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세심하네요." 아까 반펨이 기예를 선보였을 때의 화려한 손놀림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인간의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설정하는 것은 남다른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자, 그럼 우리 서로 숨겨진 계단을 내려가자. 이봐, 그레이." "제가 먼저 가고, 스승님이 뒤에 가시죠." "물론이지, 레이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스승님께 만족하며 자신이 먼저 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숨겨진 계단의 끝은 어두운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 솔직히 말해서 조금 설렜다. 지금까지의 마술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들과 달리 이 일련의 장치는 마치 게임 같았다. 엄청난 참가비를 전제로 하고 있고, 지즈와의 내기를 생각하면 역시 목숨을 건 싸움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술 자체에 가슴이 뛰었다.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나갔다는 성취감이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지만, 눈앞에서 지혜가 수수께끼를 해체하는 광경은 그런 열등감을 날려버릴 만큼의 고양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역시 나는 몰랐다. 이곳이 신대(神代)부터 존재하는 사도가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마의 영역이라는 것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8 숨겨진 계단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 어둠 속을 빠져나오니 넓은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대리석으로 보이는 바닥을 다운라이트의 은은한 빛이 비추고 있다. 그 빛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에르고! 플랫 씨!”“누나” "좋아, 교수님과 그레이짱이 합류해~!" 에르고가 웃으며, 플랫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무래도 여기가 집합 장소인가 보군." 스승님이 주위를 둘러본다. 홀에는 자신들이 온 길 외에도 여러 개의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 어둠의 통로 중 하나에서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어머, 플랫에 로드-엘멜로이 2세!" "아, 이시리드 씨!“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 이시리드 모간팔스였다. 아마도 자신들처럼 반펨의 도전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베스트의 가슴에 꽂힌 붉은 꽃도 다소 지친 듯이 시들시들해져 있었다. "당신들도 1차 게임을 이겨냈다면 중첩. 혼자는 외로운 법이니까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9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스승님이 물었다. "역시 탈출 게임 같은 것이었습니까?" "아, 그 수수께끼를 그렇게 부르는가 봐요. 내 경우에는 켈트족의 삼중 문양이 열쇠였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의 경우와는 다른 수수께끼였다고 한다. “---- 그렇구나.” 라고 스승님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의 수수께끼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주문 제작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유형에 맞춰 수수께끼를 만들고 있는 거겠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이 정도는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의도는 느꼈다. 험티댐티댐티의 옛 노래든, 이브 로트의 변천이든, 제대로 마술의 세계에서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지식들뿐이다.“ 그러고 보니 시계탑 강의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마술사가 아닌 나는 방금 전의 게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깨가 으쓱해졌지만 말이다. 몇 분 정도 더 지나자 이시리드가 주위를 둘러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0 "누군가 먼저 간 게 아닐까?" 그 시선을 따라 이시리드가 통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흠." 확실히 희미하지만 발자국이 있다. 체온도 남아 있군. - 아무래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아까 게임을 클리어하고도 여기서 대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바로 일어서서 분통을 터뜨리며 옷깃을 여민다. "선점자에게 유리한 규칙 따위는 참을 수 없어. 즉시 이쪽도 쫓아가자." 큰 걸음으로 이시리드가 새로운 통로로 걸어간다. 우리도 뒤따라갔다. 한동안 내려가던 통로는 어느새 오르막길로 바뀌었다. 공간이 귀중해야 할 배에서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숨겨진 통로에 이토록 호화로운 비용을 들이고 있다니....... 아니면 고도의 마술로 공간을 왜곡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체로 마술이라는 것은 엄청난 사치의 결정체다. 시계탑의 군주들이 이름 그대로 귀족이거나 부호인 것은 이런 돈벌레를 견딜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1 불현듯 바람의 흐름을 느꼈다. "저기, 바깥에 ------?" 조금은 발걸음이 빨라졌다. 조금은 발걸음이 빨라졌다. 통로가 막다른 길목에 이르러 이시리드가 참가증을 내밀었다. 그것이 열쇠가 된 모양인지 벽이 소리도 없이 옆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넓은 방이었다.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 바람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은 창문을 통해서였을까. 모나코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이 크루즈선에서도 꽤 높은 층에 있는 방이다. VIP용 객실답게 천장에는 수정처럼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빛을 내뿜고, 벽에는 현대미술로 추정되는 유화가 여러 점 걸려 있었다. 이 호화 여객선과의 어울림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화가의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온 길은 책장 뒤쪽의 숨겨진 통로였던 것 같은데, 연결된 선반은 기계식 와인셀러로 되어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오래된 와인병들이 가득 차 있어 애호가들의 침샘을 자극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깔린 카펫이 처참하게 빨갛게 더러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지 ------?" 스승이 낮게 신음했다. 목소리의 이유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에르고가 눈을 크게 뜨고, 그 플랫조차도 숨을 멈추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2 지금 이것도 확률의 편차라는 것일까. 스승님이 손안의 동전을 만지작거린다. "두 번째 게임의 규칙은 기본적으로 이 동전에 관한 것뿐이었지?" 그 말에 오늘 아침의 일이 떠올랐다. 오늘 아침, 다시 카지노 홀에 온 우리들에게 사도 반 펨은 이렇게 말했다. "먼저 너희들에게 백 개의 동전을 건네드리죠." 그렇게 말하며 반펨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그를 섬기는 금발 여성들이 모두 금속 케이스를 건네주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특별한 동전 백 개가 들어있었다. '동전을 늘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일반 칩과 함께 동전을 베팅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동전은 칩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단순히 칩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배율도 마찬가지로 취급한다. 슬롯머신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다른 대부분의 도박에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설명은 역시나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선상 연회용 칩일 뿐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3 "또 다른 방법은 누군가가 동전을 걸었을 때, 테이블의 다른 참가자들은 그리드를 선언하고 같은 금액의 동전을 걸 수 있다. 플레이어 포지션 상, 미리 베팅 금액을 결정한 경우에도 추가로 베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드. 이 규칙을 언급하자 참가자들 사이에 희미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적어도, 그렇게 나는 느꼈다. '이 때, 이긴 쪽이 진 쪽에서 직접 동전을 빼앗을 수 있다. 양측이 모두 이겼을 경우, 더 강한 손, 더 높은 배율로 올라간 쪽이 상대방의 동전을 빼앗을 수 있다. 양측이 모두 졌다면 평소와 같다. 게임마다 세부적인 조정이 있지만, 그건 딜러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4 "백 개의 동전을 오백 개로 만든 것에서 먼저 세 사람을 세 번째 게임으로 초대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규칙 자체는 어렵지 않다. 단순히 동전을 오백 개까지 늘려서 먼저 세 명에게 넣으라는 것뿐이다. 남의 것을 빼앗는 그리드 규칙에 대해서도 지극히 단순한 대용품으로, 이미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5 하지만 스승님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뭐가 신경 쓰이십니까?" "칩과 코인을 나눈 이유도 있지만 ------ 역시 그리드라는 특수한 룰이 문제야."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원래 카지노는 돈방석과 손님들만의 싸움인데 말이야. 이 코인만 예외로, 제한적이지만 손님들끼리의 싸움이 되는 거다." "손님들끼리의 싸움 ------ 그럼 그게 두 번째 게임의 핵심이라는 것일까?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스승이 말을 이어갔다. "단, 분명하게 말하자면, 그리드라는 규칙은 불공평해." 네, 그렇군요. 남의 것을 빼앗는 거니까 효율이 좋은 거 아닌가요?" "어차피 배율도 두 배밖에 안 되고, 보통은 내기에서 이기고 있는 손이라도 상대방의 손에 따라서는 패배할 수도 있잖아. 이런 게 좋은 배당률일 리가 없지 않나. 정상적인 도박이라면 코웃음을 칠 정도로, 몸통만 이득을 보는 규칙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6 "보통 참가자 전원이 첫 번째 동전을 다 긁어모아도 겨우 오백 장으로 세 번째 게임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누군가에게, 그렇다. 아직 스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상, 처음 참가자에게 주어진 코인은 네 명이서 400개, 이것으로는 세 번째 게임에 진출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뜻이 된다. "펨과 직접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세 명까지라고 처음에 말했으니까. 이것만으로는 갑자기 너무 좁아진다. 그래서 이 추가 규칙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초반보다는 중반 이후부터다. 두 번째 게임의 형태가 보일 때쯤이 될 것 같다." ----- "그렇군요." 나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후반 이후란, 즉 모두가 코인을 늘린 후, 라는 뜻이겠지? "흐음, 욕심이라는 이름을 잘 지었네. 여기만 영어로 된 것도 참가자 전원에게 의도가 전달되도록 하려는 반펨 씨의 배려일 것이다. 그 죽은 자들은 인간에 대한 봉사 정신이 강한 것 같으니까요." 스승의 설명에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도 타인도 나름대로 동전을 모은 후, 더 큰 욕심에 이끌려 타인의 동전을 빼앗기 위해 이 규칙에 손을 댄다는 것이다. 아니면 이 규칙이야말로 타인을 탐욕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7 "그리고 한 가지 더, 펨이 재미있다는 듯이 규칙을 말했었지. 그쪽도 주의해 두도록 해." 아, 네. "아, 네. 참가비 말이군요." '아, 물론 참가비가 없어지면 패배다. 모두 백만 유로니까 평등하지 않겠어? 이번의 경우, 에미야시로 수색 의뢰료로 참가비 백만 유로를 받고 있는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8 뿐만 아니라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코인은 원래의 백 개가 백 이십 개가 된 것뿐이다. (그래서 .....) 뒤늦게 스승님의 말씀이 와 닿았다. 칩과 같은 속도로 코인이 늘어났다면 스승님은 이미 두 번째 게임을 클리어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스승님의 베팅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선연 측이 절묘하게 흘려보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단순히 방관만 하던 카지노가 왠지 모르게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기도 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9 방금 전까지 주목하고 있던 테이블로 스승이 다가갔다. 딜러가 시선을 들어올렸다. 금발의 미녀-펨의 딸들 중 한 명이었다. 동전을 걸 수 있는 테이블에는 반펨이 미리 만들어 놓은 골렘이 배치되어 있는 모양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0 카지노의 공기는 지독하게 퇴폐적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의 레저랜드와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지친 긴장감이 가득하다. 생음악으로 흘러나오는 클래식의 편곡도 그 긴장감을 완화시키지는 못한다.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특별한 한 구석이다. 룰렛이든, 블랙잭이든, 혹은 마카오 주사위든, 대부분 게임군 끝자락에 있지만, 당당하게 중앙에 모여 있는 경우도 있다. 그 구획만 유독 이상하게 건조했다. 단순히 거래되는 돈의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만은 아니다. VIP 등 이 모나코에서 드문 일이 아니고, 거액의 거래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런 모나코이기에 억 단위의 도박일지라도 어디까지나 레저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것이 보통이다. 천문학적인 손해를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술 취한 기분이야말로 이 땅에서 요구되는 성질이다. 그런데도 그 구획에 응집된 기운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씁쓸한 쓴맛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 이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 구획들을 보지도 않는다. 아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선 환희선에 적용된 환영 마술적 증강현실에 의한 것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구획에 모인 손님은 마술사나 관계자들뿐이다. 즉, 펨의 선상 연회 참가자나 그 내막을 아는 관객들. 지난번 뱃놀이에서는 우승자의 존재조차 많은 마술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엔 그 명성 때문인지 꽤 많은 관객이 모인 것 같다. 내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은 다섯 명이지만, 모두의 시선이 가장자리에 앉은 스승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혹은 호기심, 혹은 적대감, 혹은 증오------ 뒤의 두 사람은 약탈공 등으로 불리는 스승의 자초지종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1 "그리드(グリード)" 갑작스러운 발언이었다. 스승의 시선이 움직였고, 그 눈동자에는 은발의 청년이 웃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이 규칙이 쓰이는 건 좀 더 나중일 줄 알았지?" 소름끼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멜빈이 말한다. "단순히 승리를 목표로 한다면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이 규칙은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지 않겠어? 순식간에 스승이 침묵했다. 천천히 말했다. "...... "특정 플레이어를 조기에 은퇴시키는 것이군." "응." 멜빈이 유유히 고개를 끄덕였다. "베팅할 코인이 없어지면 애초에 두 번째 게임 참여권을 잃게 되는 거죠." 그렇지 않아도 코인이 적은 초반에 코인이 더 줄어들면 승리는 극도로 어려워진다." 드디어 깨달았다. 멜빈의 말은 스승님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 나에게 향하고 있는 건가?). "아, 이 녀석 아, 그레이에게 하는 말이구나." 고정장치에 걸린 아드가 귓속말로 속삭인다. "멜빈 본인이나 마른 군주 입장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전제적인 전제 정도의 이야기다. 그걸 일부러 곱씹어서 너한테 알려주려고 하는 거지." 화를 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친절함인지, 멜빈의 표정에서는 알 수 없다. 과연, 스승님은 다시 카드를 바라보며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같은 위험은 리드를 건네는 쪽에도 똑같이 발생하죠." "물론, 그 말이 맞다. 위험이 없는 도박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 멜빈의 웃음이 어두운 기운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서서히, 연기처럼 그 기운이 공기를 스며드는 것 같기도 했다. 카지노에 소용돌이치는 열기와는 또 다른, 서늘하면서도 이쪽의 호흡기를 통해 혈관까지 스며들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2 ------ 당신은 배에서 내리지 않는 줄 알았는데요........" 루비아가 말했다. 배에서 내릴 수 없어서 2세에게 에미야시로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었냐고 실크햇의 남자는 작게 인사를 한 뒤 대답했다. "아니, 그 말이 맞아요, 에델펠트 아가씨. 원래는 선상 연회 기간 동안에는 배에서 나오지 않기로 했어.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었어. 곧 배가 출항해서 모나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조금만 정리해두면 어떨까 싶어서요." "아까 폭파 해체 때문인가요?" 마피아들을 쓰러뜨릴 때까지 루비아 일행은 연락을 끊고 있었기 때문에 폭파 해체 사실을 알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이 남자의 모나코에서의 권력을 생각하면 마피아의 거점을 찾아내어 이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3 "장난치지 마, 사기꾼 새끼야!“ 갑자기 바로 옆 테이블에서 한 인물이 일어섰다. 선글라스에 금팔찌를 낀, 어딘지 모르게 돈 많은 사람처럼 보이는 남자였다. 분명히 일반인은 아니었다. 몸에 흐르는 마력의 흐름으로 보아 마술사나 그 부류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야, 플랫?" "네, 네" 금발 청년이 검지와 엄지손가락으로 스코프처럼 동그라미를 만들어 오른쪽 눈가에 대는 것. 무서운 것은 그것만으로도 한 과정의 마술로 성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감응형 마술에 못지않은 분석용 술식이다. 곧이어 플랫이 고통스러워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차, 사기 싸움에서 패배한 부류군요. 예전에 나도 당했던 녀석." ------ 뭐야? 너도? 놓칠 수 없는 사실에 2세는 눈썹 사이 주름이 깊어졌다. "룰렛을 확률 조작해서 3년 정도 전에 꽤 잘 됐어요! 천만 유로까지 늘렸는데, 마지막에 딜러에게 들통이 나서 이건 졌다고 포기했어요!“ "포기했다고?" "아니요, 다음번에는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저것 들통나는 것보다 포기해 버린 게 상처가 덜하잖아요! 카지노도 사기를 당했다는 소문은 싫으니까요! 덤으로 시계탑까지 돌아오는 버스도 태워주셨어요!“ 일단 목소리를 낮추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 선글라스를 쓴 남자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블랙잭일 리가 없잖아!" 블랙잭은 서로의 패의 숫자의 총합을 겨루는 도박이다. 최대 총합은 21 그것을 하나라도 넘으면 패배. 남자의 패는 스페이드 10과 하트 Q 총 20이다. 그리고 상대 딜러의 카드는 다이아몬드의 J와 스페이드의 A로 이 갬블 최강의 역할로 이 도박의 최강자이자 도박의 이름이 되기도 한 블랙잭이었다. "음, 아무래도 저 팔찌가 한정 기능형 마술 예복으로 물의 원소 변환을 통해 카드의 잉크 농도를 분석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그것을 역이용해서 딜러의 카드가 블랙잭이 아니라고 속였다고 한다. 역시 그건 너무 허술한 것 같네요!“ "음, 그렇군요. 꽤 고도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안 돼요, 교수님! 이런 곳의 사기꾼들은 점점 더 지능화되어 가고 있어요!” 보이는 것은 보이는 것이다. 원소마술로 확인한다면 원소마술로 방해와 간섭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방식이라면 최소한 분자 배열로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다루는 마력을 작게 만들어야 ------ 두 사람이 조금은 찡그린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딜러가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4 "오는 길에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래도 몇 번이고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숨을 고르듯 손끝으로 그 넥타이를 살피더니, 스승은 입을 열었다. "나도 실물을 본 건 처음이고, 이런 걸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공공연하게 소지하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 마안수집열차도 그 존재를 아는 사람은 마술계나 그 주변 관계자뿐이었으니까." 스승님과, 에르고와, 자신과. 지금은 이 세 사람뿐이었다. 라이네스는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사후 처리가 필요하다며 시계탑으로 돌아갔고, 린과 루비아는 개인적인 용무가 있다며 프랑스 니스 공항에서 헤어졌다. 뭔가 서로 관련된 일로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인지, 아슬아슬하게 다투고 있었는데, 혹시 지금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5 "교수님!" 불현듯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혈통이 있는 강아지를 잘못 만나 장난꾸러기 아이들 틈에 섞여 자란 것 같은 상대가 항구 근처 오픈형 카페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솜털 같은 금발에, 발랄한 푸른 눈동자. 최근 들어 조금은 단단해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력과 어딘지 모르게 엉뚱한 인상은 왠지 모르게 이 모나코와 닮아 있어, 역시 사람은 고향과 닮은 것 같다는 묘한 설득력을 느끼게 했다. “저쪽이 소문의 에르고 군인가요! 속담에도 교수님은 사흘만 만나면 제자가 늘어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 그렇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니, 엘메로이 교실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청강생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수로 레밍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어요! 참고로 레밍스의 집단 자살은 사실 그냥 사고사이고, 다큐멘터리 영화의 영상은 일부러 절벽에서 떨어뜨려서 만든 연출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무슨 말인가 하면, 사고나 자살로 위장된 타살은 조심하자는 거죠!" 플랫-에스칼도스. 약 두 달 만에 만나는, 엘메로이 교실에서도 극도의 문제아와의 재회였지만, 지금은 그 감격에 젖어들 수 없었다. 금발 청년이 일어선 자리 옆에는 너무 아름다운 남자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남자의 옆모습은 시간과 계절마저도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낮이 밤으로 여름은 겨울에. 떨어지는 듯한 햇살은 회색 늑대 같은 은발을 적시는 달빛으로. 아 ------ 자신의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에르고가 갑자기 몸을 움츠리는 것을 느꼈다. 마술이나 신비 등이 아니라, 단지 압도적인 개성으로 인해 남자는 세상과 괴리되어 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방황해라는 미지의 마술 조직에 속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음, 후후후“ 희미하게 코끝을 스치는 듯한 숨소리가 남자에게서 흘러나왔다. 눈동자가 스승을 똑바로 응시한다. 이 세상에 없는 거울과 같았다. 분명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근본부터 다른 무언가처럼 보일 뿐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가 두려움 때문인지, 감동 때문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오랜만이다, 로드-엘멜로이 2세“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가 눈앞의 잔을 들어올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6 ------ 플랫’몇 초 후 스승은 가장 오래된 제자에게 말을 건넸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먼저, 이 분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어머, 펨 씨의 배에서 만나서 교수님의 친구라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이 나서 만나게 되었어요! 지즈 씨는 아날로그 레트로 게임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영국 박물관의 이십면체 주사위는 본 적이 있지만, 세네토의 뒷면 규칙까지는 몰랐어요! 저는 디지털을 선호하지만, 아날로그에도 정겨움이 있다고 해야 하나, 주사위를 굴리는 느낌은 전자기기나 마술 회로로는 재현할 수 없는 불타는 눈의 고릴라 같은 힘이 있잖아요! 목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원초적인 불꽃은 전자의 근육! 환상의 낙원에서 저와 악수하는 녀석입니다! 바이올런스!“ 힘주어 말하다가, 어이쿠, 하고 플랫이 한쪽 눈을 감는다. 지즈가 무시무시한 마술사라는 것은 그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플랫의 직관력과 마술에 대한 분석력은 엘메로이 교실 안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문제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극도로 번거롭고 불가사의한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라이네스의 평가에 따르면, 단순한 피해 총액 면에서는 엘멜로이 교실의 핵폭탄-린과 루비아 콤비가 단연 돋보인다고 하는데, 이 청년은 다른 벡터에서 두드러진 트러블 메이커임에 틀림없었다. 일단은 막강한 쌍벽의 스빈이 졸업해 버린 만큼, 행동을 읽을 수 없는 행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지즈 씨에게 『영웅사대전』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아, 물론 교수님의 『영웅전설』 덱과 계정은 비밀로 해 두었어요! 아무리 그레이트 빅벤 런던 스타가 유명세 때문에 금방 들통이 난다고 해도 역시 개인정보는 중요하고, 덱 정보 교환도 예의를 지켜야 하니까!“ "알았어, 됐어. 너랑 얘기하다 보면 공과 사의 구분이 날아갈 것 같군." 스승은 긴 손가락을 아이언 클로의 모양으로 움직인 후, 카페의 테라스 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에 앉은 마술사는 즐거운 표정으로 잔을 입술에 가져다 댄다.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이었어. 좋은 제자구나, 엘메로이 2세." 뿜, 하고 강한 향기가 이쪽까지 퍼져 나갔다. 색깔로 보아 젖술의 일종인 것 같다. 꽤 많이 마신 것 같지만 뺨이 과도하게 붉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긴 속눈썹으로 덮인 눈동자는 꿈을 꾸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어, 마치 잠이 든 듯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믜 모험의 내용

*137 자신은 스승의 비스듬히 오른쪽 뒤에, 에르고가 왼쪽에 붙어 있다. 어떤 이변이 일어나도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마술회로를 구동시킨 채로 있다. 이 방황해의 마술사를 상대로 자신들이 힘을 휘두른다고 해서 어디까지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스승님께 피해가 생긴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저항할 생각이었다. “------ 선생님, 괜찮습니까?” 중얼거리는 에르고에게 스승은 눈빛으로만 고개를 끄덕였다. 발언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에르고는 지즈에게 묻는다. "뤄롱과 아키라씨는 무슨 일이신가요?"(「若瓏とアキラさんは、 どうしたんですか」) 바이 뤄롱 에르고를 해적섬에서 이끌어낸 것이 스승이라면, 에르고의 절친한 친구라고 자칭하는 바이 뤄롱에게 적대적인 지시를 내린 것은 이 지즈였다. 일본에서의 사건 말미에, 그가 보호하고 있던 야코우 아키라를 모두 데리고 사라진 채, 그 행방은 알 수 없는 채로 사라졌다. "아키라 씨에 대해서는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료우기 미키야에게 스승은 그렇게 약속했었다. 에르고도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기가 삐걱거릴 만큼의 긴장감이 자신에게도 분명히 전달되었다. 이에 반해 지즈는 느슨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음, 후후후....... 뤄롱은 아직 요양 중이지만, 이제 슬슬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그 아가씨의 성창이 아프긴 했으니까. 아무리 용이라지만, 그만한 시간이 걸리겠지. 그건 이제 성창의 그림자라기보다는 전해 내려오는 성창의 전승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말이야. 아, 저거다. 경계 기록대가 됨으로써 영령의 주형이 집단적 무의식의 인식에 끌려가는 것에 가까운 현상이다. 설마 현대에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지즈가 말하는 것은 일본에서의 결말이 된 자신의 창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병기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아무것도 모른다.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이라는 이름조차도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것이다. 신비에 관련된 현상은 당연히 그런 것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은 전력으로 계산할 수 없다. "아키라 씨는 어때요?" "그쪽은 뤄롱이 놓아주지 않아서 말이야. 그 멍청한 제자는 나를 너무 믿지 못하는 모양이야." 잠시 에르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갈색 피부의 청년은 "그놈의 아저씨에게,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상처도 입히지 않겠다"고 단언했었다. 그 약속을 지켰다는 뜻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8 '후후' 지즈의 입술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무시키 녀석이라면 한 번 주먹을 부딪혔으니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방황해는 그래도 마술 협회 중 하나니까. 시계탑과는 견해가 다르더라도 신비의 쇠퇴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귀중한 재능과 인재를 너무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 그렇군요.” 눈썹을 찡그린 스승님을 향해 지즈 씨가 자신의 앞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포기했는지 스승님은 모자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자신들은 서 있는 채로 그 뒤로 이동해 확인 후, 지즈는 말을 꺼냈다. "그러니 좀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어떨까?" "좋은 제안이군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면 이미 계획이 있으신 것 같네요." "응, 일단은." 두 사람은 즐겁게 웃으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예를 들어, 도박이라든가." "도박?!" 무심결에 무심코 나온 소리를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어도 스승님은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9 눈썹 사이 주름을 더욱더 팽팽하게 만들고 관자놀이 주변을 문지른 후 입을 열었다. "즉, 일종의 신명 재판이라는 뜻인가요?" (신명재판 ------) 이전 강의에서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았다. 뾰로통한 에르고와 나를 바라보며 스승님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예로부터 사물의 진위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다양한 수단이 사용되어 왔어. 그중에서도 대략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어 온 수단이 신명재판이야. 즉 사람의 손을 떠나 신의 뜻에 맡기는 행위.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맹신탐탕(盟神探湯)이라 하여 뜨거운 물속에 던져진 돌을 맨손으로 집어올려서 그 때의 화상 유무로 죄를 판단했어.“ "하지만 그런 건 당연히 화상을 입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으로서는 알 수 없는 신의 뜻을 가늠할 수 있다고 여겼던 거지. 그래서 화상을 입지 않는다면 무죄라고 모두가 납득했다. 뭐, 실제로는 화상 정도에 따라 판단했고, 맹신탐탕으로 화상을 입지 않는 방법 등도 생각했지만 말이야.“ 스승이 크루즈선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호화 유람선에는 지칠 줄 모르고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유구한 리듬. "이러한 신명 재판의 변형으로 제비뽑기나 내기가 존재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내기 역시 사람의 손을 떠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 지극히 세속적이라고 여겨지는 도박이 성스러운 속성을 띠게 된 것은 역사의 기묘함이다.“ "음, 후후후, 좋은 강의지만 너무 지나치네, 군주님." 지즈의 입술이 술 냄새 나는 입김을 내뱉는다. "내 제안은 재미삼아 하는 거야. 대체로 어느 나라나 신의 뜻을 알기 위해서라는 핑계는 처음에만 있고, 금방 오락으로 변질되는 법이지. 어쨌든 도박이란 게 너무 재미있으니까. 자신이 거액의 부를 얻는 것만이 아니다. 게다가 남이 망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중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지즈의 말에는 단순한 학문적 뒷받침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경험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이 방황해의 마술사는 서기 이전부터의 세월을 실제로 경험해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험은 이미 역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스승이 묻는다. "그래서 여기인가요?" "물론이지. 아니, 나 같은 사람이 모나코에서 도박을 한다고 하면 다른 이유는 없지 않겠어?" '펨의 선상 연회’스승은 신비로운 울림을 담은 말을 속삭였다. 선상 연회. 에르고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카사란 혹시 카지노의 어원을 말하는 건가요?" "아, 그래. 왕후 귀족의 별장을 카사라고 불렀고, 그 별장에서 조용히 행해지던 도박도 곧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카지노를 운영하는 쪽은 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하지." 대답하면서도 스승의 시선은 지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늘과 실로 꿰매어 놓은 듯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를 붙잡고 있다. "이 유람선이 어원 쪽을 사용하는 것은 꽤나 술에 취해 있는 동시에 우리 마술 세계 사람들은 이런 말장난을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말이 곧 세상이니까." 이에 대한 지즈의 미소는 지독하게 공허했고, 그래서인지 겸손할 정도로 아름다움만 인상적이었다.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0 "혹시, 지즈 씨가 말하는 것은“ "오오. 펨 자식과 도박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을 따라가는 건 어때? 야만적인 마술 싸움에 비하면 정말 문화적이고 평화롭지 않은가? 자랑스럽게 지즈가 가슴을 치켜세운다. ------ 믿기지 않는다. 이 방황해의 마술사가 지독하게 향락적이라는 것은 감지하고 있었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이고, 더 나아가 바이 뤄롱에게 용을 먹게 한 무시무시한 신비의 동반자이지만, 그의 행동에는 어딘지 모르게 속물적인 사상이 숨어 있었다. 제대로 맞서면 승기를 잡기조차 어려운 상대다. 그래서 스승도 지즈의 제안을 듣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설마 도박으로? 게다가 사도와? '와하하! 지즈씨와 프로페서 카리스마가 룰렛이나 바카라, 마작, 태국 물소 경주에서 겜블 배틀을 하는 건가요! 나 알아요! 교수님 정도의 인간이 되면 완전 장전된 리볼버로 러시안 룰렛을 하는 거죠! 선공 후공의 동전 던지기로 승부가 80% 결정되는 이 질주감! 이건 눈을 뗄 수 없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플랫이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실제로 평소 그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같은 상황임에 틀림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가늘게 스승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가 패자가 되면 어떻게 할 건가요?" "가난에 허덕이다가 배에서 내릴 가능성이 더 높지만요“ "어이쿠, 약하네, 엘메로이 2세." 지즈는 슬픈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잘 다듬어진 턱을 문질렀다. "시계탑의 군주와 방황해의 마술사가 모두 빈털터리가 되어 모나코를 떠돌아다니는 것도 꽤나 재미있지만. 자, 그렇다면 ------ 그래, 펨의 녀석을 승자로 삼아 둘 다 그 녀석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어때?“ "왜요?" "저 녀석도 마술 세계의 일원이야. 시계탑의 군주와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에게 말을 듣게 된다면, 분명 재미있어하며 승선할 거야. 원래 펨의 선상 연회는 저 녀석이 시간 때우기 위해 시작한 거니까." 스승이 침묵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1 그 무시무시한 제안에 대한 침묵은 10초 가까이 지속되었다. "한 가지, 확인 좀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내기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건 나와 당신뿐인 건가?" "아니야? 너나 나나 제자가 있잖아. 마술사라는 건 제자를 이용해 돈을 버는 거지. 규칙을 잘 지키고 잘 돌아다니는 것뿐이야. 그 외의 세부적인 조건은 펨의 규약에 준하는 것으로 하면 되겠지?" 구이, 하고 지즈가 잔을 비운다. 과육처럼 싱싱한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며 스승을 관찰하고 있다. 반면 스승은 마치 뱀을 노려보는 개구리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지즈의 제안이 자신에게 유리한 제안이기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 걸려 있는 운명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생님” 내 옆에서 에르고가 속삭인다. "제 일은 선생님께 맡기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선생님께 맡긴 결과라면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 '에르고' "신명재판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신처럼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 대해 자신의 운명을 통째로 맡김으로써 어쩔 수 없는 불안과 걱정을 떨쳐버리기 위한 행위. 그렇다면, 이 한 달 정도의 인생밖에 없는 저에게 있어서는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스승이 숨을 죽인다. 에르고의 정체를 알게 된 지금, 스승에게 있어 그의 신뢰는 더욱더 무거워졌을 것이다. 차라리 자신의 목숨만 문제였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맡긴다고 하면. ------ 알았다. 받자, 방황해의 지즈." "좋은 대답이다. 엘멜로이 2세." 지즈가 일어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2 그리고 방황해의 마술사는 스승과 마주 앉은 청년에게 인사를 했다. "고마워. 좋은 대화가 되었어, 플랫-에스칼도스. 너도 이번 도박에 참여할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조심해라.“ "이쪽이야말로! 다음 007 영화에서 누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할지 맞추는 게임이라면 지지 않겠습니다!“ 해병대식 경례를 하며 플랫이 배웅한다. 아, 우리 교수님, 겉으론 멀쩡한 표정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바로 전환해서 맹추격해 오는 강적이에요! 아무리 적자를 내도 명작, 망작 가릴 것 없이 결국은 플라마이제로로 만드는 영화 제작자 같은? 심지어 촬영을 계속하면서 '잘 안다고 해도 방심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돌아서기 전에 지즈가 덧붙여 말했다. "아, 여기 밥값은 내가 낼 테니 배를 타기 전에 맛있게 먹어라. 이곳의 명물인 바르바주앙을 주문해 놓았으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3 한동안 스승은 움직이지 않았다. 우아한 금속 의자에 묻혀 파도 소리만 듣고 있었다. 리조트의 눈부신 햇볕 아래서 절망에 휩싸인 채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잃은 듯했다. 그 사이 점원이 지즈가 주문한 것으로 보이는 접시를 가져왔다. 대접에 많은 튀김 파이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이게 바르바주앙인가요?" 그래! 모나코의 향토 요리! 영국에 익숙한 곳이라고 ------ 차이나타운에 맞추어 중국식 만두 모나코식 만두라고 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네요!" "어흠," 플랫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때인데도 불구하고, 보랏빛으로 튀겨진 반죽에서 정말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풍긴다. 냄새가 난다. 먼저 에르고가 포크로 튀긴 반죽을 깨뜨리자 더욱 진한 향이 올라오며 안쪽의 시금치나 양파로 보이는 식재료가 커다란 상자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한 입 베어 물자 빨간 머리 청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농후합니다 ------“ “아, 굳이 쪼개지 않아도 돼요. 한 입에 쓱싹쓱싹 먹어 버려요!" 무뚝뚝한 말투에 나도 바르바주앙을 주문했다. 처음 느껴지는 것은 쌀 반죽에 반죽된 호박의 쫀득쫀득한 맛이었다. 이어 고급 파르메산 치즈가 입안에서 비강까지 자극하는 놀라움과 함께 씹으면 이번에는 재료인 시금치와 양파, 그리고 호박의 맛이 천천히 혀 위로 퍼져나갔다. 이집트의 코샤리와 비슷한 조합이지만, 일종의 정크한 맛이 의외로 고급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이 가게의 특징인지, 요리 자체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모나코다운 기운이 느껴졌다. "...... 맛있네요. 솔직한 감상이 쏟아져 나왔다. 그 지즈가 주문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찜찜하지만 요리에 죄가 있을 리가 없다. 플랫도 에르고도 거침없이 먹어치우니 나도 덩달아 포크를 움직여 버렸다. 런던에 왔을 때만 해도 소량만 먹었는데, 요즘은 많이 먹게 되어서 나도 모르게 네 개 정도 먹게 되었다. "...... 갓뎀!" 갑자기 외침이 터져 나왔다. 홀로 남겨진 스승이 상체를 야니와에 기대고, 걸신들린 것처럼 바르바주앙을 포크에 담아 먹은 것이다. 순식간에 대접에 담긴 바르바주앙이 거의 다 떨어졌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나서 스승은 평평하게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4 "그 녀석을 만난 경위를 다시 한 번 설명해봐, 플랫." "펨 씨네에서 만났다는 이야기인가요?" "그건 아까 들었어.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타이밍에 접촉한 건 우연이 아니야. 저 녀석, 처음부터 너를 노린 게 아니었어? 그렇다면 다른 이것저것 장치를 해 왔을 텐데." 아, 처음부터 저를 노린 건 틀림없습니다. 아니, 내가 하고 있던 마술 해킹에 편승해 왔으니까요." "네 해킹에 걸려들었다고?" 얼마 남지 않은 바르바주앙을 먹으면서 플랫의 대답에 스승님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렇습니다. 반 펨 씨네에서 뭔가 재밌는 이야기가 없을까 싶어 여기저기서 마술 해킹을 하며 구경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인사하러 왔어요.“ 플랫이 가끔 그런 짓을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계탑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도의 무릎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위험한 공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아, 공격성 방벽을 밟았나 싶어서 도망쳤는데, 제가 도망치는 곳보다 먼저 달려오는 바람에 너무 재미있었어요! 오로지 마술 회로 구동시켜서 즉석 술식을 칠십 개 정도 써서 드디어 따라잡혔나 싶었는데, 아니, 실은 나도 마술 해킹을 하고 있었어, 라고 저쪽에서 말하더라고요, 해킹 동료 같은 건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거고, 거기서부터 술식 조합이라든가, 기반과 앵커의 월령별 세팅 같은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었죠! 교수님께 전화를 드린 것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어요." 이야기만 듣고 있자니 동호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스승님은 계속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바주앙과 함께 가져온 차가운 차를 마신다. 뒤늦게 나도 마셨는데, 입안에 남아있는 바바주앙의 기름기를 자스민 향이 나는 홍차가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5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선생님." 에르고가 끼어들었다. "뭐야, 에르고" "지즈의 마술 실력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면 왜 도박판을 만들었을까요? 지즈의 전력이라면 우리를 압도하는 게 더 쉬울 텐데 말이야. 뤄롱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도박 같은 운에 맡기는 도박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 그렇다면 짐작은 간다.“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펨의 선상 연회에서 카지노 배의 주인인 반펨에게 승리한 자는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 즉, 지즈에게는 반펨으로부터 승자의 보상으로 얻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이겠지." “------ "그렇구나."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본 것만으로도 반 펨이라는 사도는 꽤나 특별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렇기 때문에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을 소지하고 있다는 ------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나를 끌어들이면 그 보상과 에르고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겠군. 합리적이라고 하면 합리적인 이야기다. 오히려 너무 합리적이라 신대의 마술사답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스승의 말에 몇 초 뒤늦게야 나는 겨우 납득했다. 물론 스승과 지즈의 대화는 그런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을 것이다. 지즈의 태도를 보면 스승님의 속마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략은 지금 이야기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큰 의문도 생겼다. 그 지즈가 원하는 물건. 그것은 무엇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6 "아, 하지만 교수님“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데, 플랫이 토끼 귀처럼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려면 참가비가 꽤나 많이 들어요. 괜찮으세요?" 순간 스승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너무도 파격적이고 상식과는 동떨어진 일들만 연속으로 벌어져 당연한 사정을 망각하고 있었다며, 점점 창백해지는 안색이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저기,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아니, 잠깐, 그건" 금방이라도 뱉어낼 것 같은 입을 꾹 다물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평평하게 묻는다. "저기서 취급은 유로였지. 요즘은 얼마야?" "백만 유로예요.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백삼십칠만 달러, 엔으로 환산하면 1억6천만엔. 파운드화로는 67만 파운드 정도입니다."라고 플랫이 씩씩하게 대답한다. 일정 이상의 마술사라면 이 정도의 기록과 계산은 마술 회로가 자동으로 해준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나 스승과는 거리가 먼 기능이다. 엄밀히 말하면 스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마술회로의 자원을 그런 대체 가능한 용도에 할당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큰돈을 당장 마련할 수 있을까? 스승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관광지 특유의 아름다운 푸른 하늘에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내 호주머니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아니네 ------ 여기서 라이네스에게 의지하면 분명 불어 닥칠 텐데 ------“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바닷바람에 묻힌다. 본래 군주라는 신분이라면 그리 어려운 액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당연히 스승은 제대로 된 군주가 아니었기에 그 액수만큼은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7 이 액수를 무담보로 준비해 준다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거의 없겠군." 스승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점점 더 씁쓸해진다, 마치 그 단말기가 값어치 없는 악마라도 되는 것 같았다. "아 웨이버! 너한테서 연락이 오다니!" 휴대전화 너머로 한 청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의 어둡고 침울한 표정과 너무 대조적인 목소리였다. 어쩌면 스승님의 스승님의 안색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화의 상대는 친구의 고뇌를 기뻐하는 참으로 변태적인 기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름은 멜빈 웨인즈라고 한다. 시계탑에 소속된 마술 각인 조율사이다. 스승의 자칭 절친이라니, 마치 에르고와 바이 뤄롱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쪽은 기억을 잃었다거나 하는 복잡한 사정이 아니라 정말 멋대로 자칭한 것뿐이다. 스승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은 청각을 '강화'하여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에르고도 마찬가지로 대화에 집중하고 있고, 플랫은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또한 스승에게 엄명을 받은 것은 전화 통화 중에 플랫이 실종되지 않도록 잘 지켜봐 달라는 것이었다. "이건 기념비적인 사건이야! 음, 빨리 기록해야겠어! 자네, 최고급 펜과 잉크를 준비해줘. 저기, 저번에 선물한 장인의 일품이 있었지? 그리고 그 매혹적인 허벅지를 책상에 올려놓을 수 있게 해줘라!--- 우오오옥!“ "괜찮겠지? 꽤 피를 많이 흘린 것 같은데......." "응, 괜찮아. 최근 반년 정도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증혈제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복용 중이야. 하지만, 뭐, 이런 파동은 늘 있는 일이야. 아, 잠깐, 가슴부터 하복부까지 피가 범벅이 됐어! 가슴부터 하복부까지 피투성이인 나를 두고 가지 말아 줄래, 여보! 아, 아니, 세 번째는 사과할 테니까! 네 배꼽 모양이 딱 토하기 쉬웠다고나 할까!" "..... 바쁘신 모양이네“ "아, 아니, 끊지 않아도 괜찮아, 친구. 이미 가버렸어. 어차피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 다음 아이가 오도록 준비해 놓았으니까. 내 취향으로는 여성의 복부와 허벅지를 즐긴 후 달콤한 침을 흘리는 것이 가장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해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정말이지 껄렁껄렁한 발언의 연속이었다. 어떤 종류의 정보량이 너무 많아 이쪽에서 씹을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스승님의 경우, 처음부터 이해를 포기한 듯 특별히 대화에 끼어들지도 않았다, "사실, 여행 도중인데." 라고 말을 꺼냈다.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호오! 소문의 사도의 도박인가!" 멜빈의 목소리 톤이 두 단계 정도 높아졌다. "훗훗....... 사정을 알겠어. 내가 구경거리가 되는 대신 나에게 구경료를 내라는 거겠지." "말이 빠르네." 눈에 띄게 스승님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멜빈이 타고 온다면 금전적인 문제는 해결된다. 동시에, 사건의 번거로움이 배가 될 것임은 확실했다. 어쨌든 이 남자, 오락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서슴지 않는데 스승이 성배전쟁에 참가하여 엘멜로이 교실을 물려받게 된 것도 당시 동급생이었던 이 악마 같은 청년이 여러 상대의 파멸을 보기 위해 손을 빌려주었던 것이 원흉이 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스승은 파멸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로 인해 멜빈의 흥미를 크게 끌게 되어 지금까지 관계가 이어져 왔다고 한다. 그 관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다만, 예전에 마안수집열차 사건 직후에 그가 내뱉은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그는 로드 엘멜로이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거야. 2세라든가, 3세라든가 하는 게 아니라, 이번엔 진짜 로드 엘멜로이로서 말이지. 그렇다면 그 때 웨이버의 이름을 불러줄 상대가 없으면 외롭지 않겠어?” 그 대사대로 이제 스승을 웨이버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 멜빈이었다. 어쩌면 엘메로이 2세라는 입장을 통하지 않고 과거부터 계속 스승님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는 단 한 명의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네 편이 될 수 없어. 실은 선약이 있어서 말이야." "선약?" 스승의 눈썹 사이에 주름이 생겼다. 거절당한 것 자체가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극히 변덕스러운 이 청년의 행동은 언제나 상상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아까 말한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스승의 마음속에는 더 컸을지도 모른다. 라이네스에게 빚을 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비교의 문제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이야말로 우리를 전율케 했다. "방황해의 마술사에게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귀를 의심했다. 스승님뿐만 아니라 '강화된' 청력으로 듣고 있던 에르고 역시 눈을 의심했다. 유일하게 플랫만이 "와, 그 수가 있었구나!" 라며 즐거워하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뭐야 ------! “물론, 내 절친한 친구는 특등석에서 볼 수 있게 해줄게! 라고 하기 보다는 특등석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이번 이야기에 승선한 셈이 되었네. 아니, 역시 방황의 바다답게 담보로 내놓은 주체도 알비온의 발굴물급 물건이었지만 ------” "...... 그럼 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후후, 과연 알겠지?" 빙긋이 웃는 멜빈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사실, 모나코의 오오, 이 이상은 비밀이다. 하지만 너의 활약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가 크다고 말해주지!“ 푸욱, 하고 통화가 끊어졌다. 한 숨을 쉬고 자신이 스승에게 물었다. "저기, 스승님, 방금 그거 ------ "들었던 대로다." 한숨 섞인 목소리로 스승님이 대답했다. "저 녀석은 내 편을 드는 것보다 이번엔 지즈 편을 드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 거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던 스승의 편을 드는 것은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이고, 적으로 삼는 것이 더 재미있다면 쉽게 손사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선약으로, 지즈씨라니.......' "아, 그쪽은 예상치 못했어. 지즈도 일본에서 헤어진 후 한가롭게 지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라고는 생각했지만 ...... 꽤나 기발한 계략을 꾸미고 있었던 모양이다. 설마 멜빈에게 미리 협상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스승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지즈는 말했지만, 정말 그 말이 맞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8 전화를 끊고 나서 멜빈은 빙긋이 웃었다. 끔찍하게 악마적인 미소였다. 직접적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배신한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적대적인 모양새를 취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결코 비유가 아니라 내일 아침 모나코 바다에 시체가 떠다녀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청년은 너무 즐거워 보였다. "그래. 역시 이렇게 해야지, 너와 친해지느니 차라리 빨리 죽는 편이 낫다는 거지." 넓은 침대에 나른하게 누운 채 휴대전화를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나도 다정했다. 마치 그 단말기가 자신에게 단 하나 남은 인간성의 조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9 그리고 다시 한 번 휴대 단말기를 만져보았다. "안녕하세요." 통화가 연결되고 나서 인사를 건넨다. "나와 당신의 예상대로 웨이버가 무심코 상담을 해 왔어." "하하하, 그 녀석은 좋았어" 전화기 너머로 지즈가 웃는다. 방금 전 2세들과 항구에서 헤어진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는 몹시 유쾌했다. "물론 거절했어. 여기서 웨이버가 고작 백만 유로를 위해 어떻게 빚을 쌓아가는지, 이전 마안 경매에서 두 자릿수 미만의 금액에 어떤 유쾌한 표정을 짓는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게 아쉽네요." "어머, 그건 미안한 짓을 했네." "아니, 계약은 계약이다. 오히려 나로서는 오히려 좋다. 일명 재미있는 일을 하려면 먼저 자신의 버릇을 싫어해야 하는데, 주변과 오래 사귀다 보면 어느새 편한 일면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금 억지로라도 깨뜨려야 했기 때문에 당신의 제안은 소원성취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고맙군. 뭐, 나도 엘메로이 2세 주변에서 당신이라면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을까 해서 이야기를 꺼낸 건데........" "이쪽도 놀랐지만......." 멜빈이 소감을 덧붙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0 "일단 이쪽도 두 명 정도 참가비를 받아도 될까?" "네, 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멜빈이 눈앞에 있는 노트북을 가볍게 터치한다. "지금 송금해 뒀어. 나중에 계좌를 확인해 주면 되요. 근데 왜 두 명이나 필요한 거지? 그 질문에 전화기 너머의 지즈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내 제자도 참여하기 때문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1 하얀 갑판 위로 돌아서서 물었다. "그래서 교수님, 결국 참가비는 준비됐나요?" "------ 아직이야." 라고 스승이 말했다. 안색이 상당히 안 좋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을 정도로 창백해져 있다. 낮에 지즈와의 만남 이후 여기저기 전화도 하고 인터넷으로 연락도 해봤지만, 결국 마땅한 빚쟁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어찌 보면 자초지종이다. 약탈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된 것은 좋지만, 그만큼 주변에서 경계심을 갖게 되어 당장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대가 없어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2 "라이네스도 루비아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야." "루비아 씨도요?“ 나도 모르게 말을 끼어들었다. 일단 시계탑으로 돌아간 라이네스에 대해서는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시계탑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는 경우 도청 등의 경계를 겸해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탑에서 과학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서라기보다는 마술적인 결계를 쳐서 전파도 통하지 않게 하는 패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합류하기로 했던 루비아와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은 ------. 엄한 표정을 지으며 에르고가 물었다. "------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선생님." "둘 중 한 명만 연락이 닿으면 어떻게든 될 ...... 어쩌면 ------ 가 ------ 가 ------ 우, 음 ------ 우회적으로 범위를 넓혀서 다른 군주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확실히 ------“ 말끝이 프롬나드 데크의 즐거운 사람들의 소리에 섞여 사라진다. 이 여행을 떠난 이후 가장 큰 고비였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서, 사건이라면 해결하면 된다. 신비라면 나나 에르고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하나같이 망가져 버렸으니 말이다. "이봐, 플랫. 너 비상금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아, 교수님! 역시 나도 백만 유로의 용돈은 없어요! 만약 있었다면 지금쯤 소프트하우스에 투자하고 있을 거라고요!“ 학생들의 비상금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든다. 이것이 마술계의 군주 중 한 명이라니, 세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번 사건으로 대립했던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들으면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뜨릴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3 "혹시 로드-엘머로이 2세가 아닐까?" "혹시 로드-엘르메로이 2세가 아닐까?"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름 휴양지답게 옅은 보라색 린넨 셔츠에 깔끔한 네이비 블루 조끼를 입은 40대 정도의 하얀 피부의 남자였다. 키가 크다. 스승님도 꽤 키가 크지만, 그보다 주먹 한 뼘은 더 크다. 대략 2미터 가까이 될까? 그에 걸맞게 어깨도 넓고, 무슨 스포츠를 하는 것 같은 탄탄한 체격을 하고 있었다. 한 손에는 카지노에서 제공하는 와인잔을 들고, 조끼 가슴에는 남국의 붉은 꽃을 꽂아 이 남자의 다부짐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시선의 움직임과 제스처에서 아마도 이 카지노의 '연출'이 보이는 것 같다. 즉, 마술 세계 쪽이라는 뜻이었다.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스승의 옆에서 플랫이 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시리드 씨! “음, 플랫도 함께 ...... 라는 것은 틀림없는가? 처음 뵙겠습니다. 시계탑 모나코 지부에서 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시리드-모건 파르스라고 합니다.”모나코 지부 싱가포르 때와 마찬가지로 유럽 곳곳에 지부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모나코에도 지부가 있다고 한다. 스승님이 고개를 숙였다. "실례가 되겠습니다. 이번엔 개인적인 일로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뇨.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어쨌든 모나코 지부는 학부를 따로 두지 않고 시계탑이라는 간판만 내걸고 있을 뿐이니까요." 시계탑의 본부인 런던에서는 학부별로 위성 도시까지 가지고 있지만, 마술사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세력이 강한 학부에만 한정되어 있다. 모나코처럼 원래 인구가 극도로 적은 나라에서는 더 이상 학원이라기보다는 마술사들의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4 '로드-엘멜로이 2세? 정말? 고개를 갸웃거린 것은 중국계로 보이는 미녀였다. 이쪽은 대략 30대 초반, 스승님과 비슷한 나이쯤 될까. 스팽글이 달린 군청색 드레스의 가슴에서 윤기 나는 가슴이 흔들리고 있다. 그 쇄골부터 가슴에는 수묵화풍의 만주사화 문신이 선동적으로 흔들리며 향긋한 향기를 내뿜는 식충화 같았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그 손에 작은 아시아풍의 인형을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무 조각의 얼굴에 시대물 같은 붉은색 의상을 입고 있다. 왠지 그 의상은 여성 자신이 입고 있는 스팽글 드레스와도 닮았다. 조금은 스승의 허리를 숙이고 있다. 조금은 서투른 타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스승님에게 주목하고 있는 법정의 일본식 의상을 입은 여마술사를 떠올리기 때문일까. 반면 인형을 안은 여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이시리드, 가끔은 제대로 된 상대를 데려오시네요!" "그건 끔찍해요." 항의하는 이시리드에게 킥킥대며 웃고 나서, "저는 나선관 빙의루의 예 스젠이라고 합니다. 잘 알아 두세요, 네?" 주홍빛 입술에 진심 어린 미소를 머금은 여인이 인형을 팔꿈치에 다시 껴안고 주먹과 손바닥을 맞잡았다. 그 예의와 나선관이라는 이름과 함께 지난 달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선관이라니, 분명 싱가포르에서 만났던 것 같은데........ "아, 사상마술을 기초로 하는 마술 조직이야. 그 대본은 열 개의 탑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이라고 들었어." 그때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분명 사상마술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계탑에 버금가는 조직이라고 들었지. 대략 대륙의 동쪽을 활동 지역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접촉할 기회는 극히 적었지만, 스승은 그 나선관과 시계탑의 싱가포르 지부를 모두 속이는 형태로 관측구 룩스 카르타를 빌렸던 빙의루라는 것은 시계탑에서 말하는 학부에 해당하는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5 그리고 또 한 명, 이 자리에서도 이색적인 인물이 카지노의 빛을 갈라놓았다. 목부터 얼굴 전체를 우아한 천으로 가린 인물이었다. 아랍풍의 직조로 복잡한 문양이 정교하게 짜여 있는 것 같다. 양손에는 장갑을 끼고 있었고, 눈에도 베일을 내려 피부 노출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아젤' 짧게 이름만 말했다. 쉰 목소리였다. 의상도 몸매 라인이 드러나지 않아 성별도 인종도 구분하기 어렵다. 간신히 발음으로 보아 영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될 정도다. "아젤 씨는 모나코 지부에서 주술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시리드가 말한다. 스승님의 한쪽 눈썹이 움직였다. "주술, 입니까?" "아, 아니요, 시계탑 본부에서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지만, 저희 지부는 뭐, 친목소대라고 할까, 느슨한 살롱 같은 곳이라서 본부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마술 체계나 술사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소 미안한 표정으로 이시리드가 대답했다. 그렇구나, 학원으로 기능하지 않는 만큼 그 부분에 대한 집착도 약한 모양이다. 사상마술이든 주술이든, 확실히 런던에서는 그런 종류의 주술을 다루는 사람을 본 적이 없지만, 본부를 떠난 결과 다른 문화와 교류하며 다양하게 혼재되어 간다는 것은 왠지 이번 여행을 상징하는 것 같은 이야기였다. 아니면 모나코의 지역적 특성 때문일까. 아니면 더 많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6 "그런데, 여러분, 카지노에 자주 드나드는 편이신가요?" "아, 이번엔 모두 공통점이 있었어요......라고 해야 하나, 두 분 모두 저에게 어떤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거죠.“ "소개?“ 고개를 끄덕이며 이시리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분, 펨의 선상 연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7 순간 공기가 잔잔한 파도처럼 흔들리는 것 같았다. 고요한 수면에 주름이 잡히는 정도였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거문고를 세게 울린 것처럼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시리드가 와인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잔 안쪽에서 긁힌 술 향이 비강을 자극하는 빙산처럼 딱딱한 인상과 함께 감귤류의 뉘앙스를 느꼈다. 갬블러들이 좋아하는 맛일 것이다. 그들은 술에 대한 고양감뿐만 아니라, 술에 대한 냉정함도 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저 유명한 엘메로이 2세도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려고 하는 건가 싶어서요. 아, 아니요, 물론 대답하지 않으시면 노코멘트로도 괜찮지만요!" 이시리드는 와인잔을 들고 있지 않은 쪽의 손을 흔들었다. 스승은 그저 무심코 시선을 떨어뜨릴 뿐이었다. "그렇군요. 그 부분은 이번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유감입니다." 이시리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 로드 엘멞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8 "그렇다면, 이건 독백이지만 ...... 과연 명석하기로 소문난 현대 마술과의 군주는 이미 눈치를 챈 건가 싶어서요.“ "소문?" "반펨씨가 지난번 도전자에게 패배했다는 소문입니다." 이시리드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두 사람, 예스젠과 아젤의 시선이 스승에게 집중되었다.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어떤 사소한 정보라도 수집하려는 눈빛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9 이시리드는 카지노의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다만, 이번 선상 연회도 이미 예고된 일이니, 그 이름에 걸맞게 개최 시점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누가 이겼는지 아십니까?" "아니요, 반펨 씨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정체를 드러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도전자들은 후자를 선택한 것 같네요." 즉, 그들이 모인 것은 반펨이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자신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약탈공이라 불리는 스승님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0 머리가 어지럽다. 저기....... 저기........ 마치 뇌를 불에 태워 버린 것 같다. (이건 ------) "아, 교수님. 그레이가 뱃멀미하는 것 같으니 좀 쉬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갑자기 플랫이 손을 들었다. "어머, 이 배에서 뱃멀미라니, 흔치 않은 일이네요." "죄송합니다. 조금 쉬게 해줄 테니 실례하겠습니다." 스승님인지 회화를 하며 이쪽 허리를 밀었다. 그 힘의 강약에 이끌려 조금 떨어져서야 입을 열었다. "------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이야기가 중간에 끊어졌어요." "아냐, 아냐! 이제 슬슬 그런 타이밍이었지 않습니까! 교수님이 반펨 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한다면 그 사람들은 라이벌이 될 테니 더 이상의 정보 유출은 피하는 게 좋겠지! 그 사람들도 이제 슬슬 완전히 멋쟁이 모드에 들어갔잖아~! "아, ------" 하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의외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해도 될까. 아니면 내가 너무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일단 선상 연회에 대비해서 교수님도 카지노 게임을 한 번 체험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참가비 조달도 필요하지만, 참가비만 빼앗기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진지한 얼굴로 플랫이 말했다. 이런 표정도 짓는구나, 라는 의외의 생각이 들었다. 아니, 게임에 관해서는 스승님도 플랫도 항상 진지한 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통과 최신의 차이만 있을 뿐, 카지노 역시 게임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카지노의 조명을 비추며 플랫의 눈이 반짝인다. "나도 이번만큼은 이기고 싶어요!" 배짱 포즈를 취하며, 엘메로이 교실의 최고참 학생은 힘차게 선언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1 "------ 그러고 보니 프톨레마이오스 씨에게 받은 수정은" "아직 개봉하지 못했습니다." 에르고가 웃으며 오른손으로 옷의 윗부분을 만졌다. 그 안쪽에 수정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마술 회로와 환수의 30% 정도를 계속 해동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동 작업이 끝나면 자동으로 내용이 전개될 겁니다.“ 그래, 마치 컴퓨터의 압축 풀기 소프트웨어 같다. 타이밍에 따라서는 이 카지노 배를 타고 있는 동안에 전개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도대체 어떤 수수께끼가 풀릴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2 혼자 생각에 잠긴 순간, 불현듯 눈에 확연히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푹신푹신, 하고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순백의 실크 모자에 한 움큼만 늘어뜨린 금발, 나이는 스승님보다 조금 어린 20대 후반쯤 될까. 실크 모자와 마찬가지로 흰색 재킷에 눈부시게 붉은 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은색으로 정교하게 디자인된 지팡이를 쥐고 있다. 피터팬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과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상대였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떠다니는 남자는 지팡이를 옆구리에 끼고 근처 나무에서 열매를 뜯어내어 쓱싹쓱싹 먹어치운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요정 같은 광경이다.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까의 아이들과 함께 온 사람도 포함해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르고조차도 그쪽 방향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불현듯 그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너 혹시 나를 보고 있는 거야?" "어, 그, 네." 속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참, 이거 참......... 한동안 숨어 있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영매가 있을 줄은 몰랐어." "내려오지 않나요?" "땅에 발을 딛지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실크햇을 쓴 남자는 푹신푹신하게 속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지팡이를 돌린다. 에르고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시선을 올렸다. "누나." 에르고는 "있는 건 압니다." 보이지 않는 환영의 손이 다시 정보를 포착한 모양이다. 긴장감이 감도는 옆모습이 떠다니는 실크 모자를 쓴 남자에게로 향하고 있다. "이 느낌은 직원분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에요. 훨씬 더 진하고, 오래되고 ------ 바다의 촉감을 닮았어요.“ 한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모습과 천지가 뒤바뀐 채, 속이 빈 실크 모자 남자는 시선을 움직였다. 그 자세에서도 실크햇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몹시 이상하게 보였다. ...... '너' 에르고의 이마부터 발끝까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거침없이 거꾸로 된 시선을 한 바퀴 돌린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마술의 마지막 시대라면 계속 변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겠지, 에스카르도스 녀석도 한 발자국만 남았으니 말이다.“ 에스카르도스 ------? 물론, 그것은 플랫의 성이다. 이시리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그의 지인이 나타난 것인가. 엘메로이 교실의 맏형이자 최대 트러블 메이커는 자신만큼이나 특이한 지인에게도 행운이 있었던 모양이다. 빙글빙글 돌아서 뾰족한 가죽 구두 발가락으로 착지한 실크 모자를 쓴 남자가 이쪽으로 등을 돌렸다. 이쪽을 향한다. "따라오세요“ "스승님이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엘멜로이 2세 맞지? 안심해라. 그 사람이라면 싫어도 만나게 될 거야." 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제멋대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뭐, 얘기하고 있는 건가요?" "따라오라고요." 에르고가 한 번만 눈꺼풀을 감았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3 '플랫' 카지노를 빠르게 걸으며 엘멜로이 2세는 자신의 제자에게 입을 열었다. 눈부신 일루미네이션이 시시각각 색을 바꾸어 간다. 아마도 이 색의 변화도 손님들을 유도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카지노의 흥겨운 음악이 경쾌한 재즈에서 무디한 록으로 바뀌었다. "에르고를 보고 뭔가 느꼈나?" "오, 단도직입적이네요, 교수님!“ 두 검지손가락을 쫙 펴며 플랫이 말한다. "그냥 네 인상을 말해봐. 이런 경우, 네 직감은 나름대로 믿을 만해." "음~------ 예를 들어, 섞임새가 부족한 네링네링네링네라든지?" "좀 더 내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해봐." "네 교수님! 신을 삼켜버렸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근데 그 느낌은 단순히 먹이는 목적이라면 효율적이지 않다고 할까, 합체 로봇 문제 같네요! 세 대의 로봇을 하나로 합체시키는 것보다는 따로따로 싸우게 하는 게 보통은 더 강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 분위기는 알겠다. 인간에게 신령이 일시적으로 빙의하는 식이라면 물론 신대(神代)와는 정확도가 비교가 안 되겠지만, 현대에도 존재하니까. 왜 꼭 세 개여야만 했는지는 모르겠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실험장을 2세는 보았다. 그 장소에는 에르고에게 바쳐진 세 조각의 신체 외에 또 다른 두 가지 암시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네 번째 기둥의 신과. (------ 다섯 번째 기둥의 신, 으로도 괜찮을까요?) II세도 아직 그 의미에 도달하지 못했다. 네 번째 기둥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비장되어 있던 오시리스 신의 신체라고 해도 다섯 번째 기둥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에르고가 먹은 세 번째 기둥도 마찬가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4 "감사합니다. 도와주려고 노력해 주셨군요." "쓸데없는 짓을 한 것 같군." Ⅱ세가 시선을 돌리자, 상처 입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를 무심코 다가온 스태프가 회수하는 것만으로 일련의 소동은 일단락되었다. 마술사에게는 늘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마술사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마술적 증강현실은 그런 은폐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마술사가 아닌 사람이라면 지금의 소란을 도저히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시계탑의 군주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드문 현상이 아닌 것 같군요." "......" "저에 대해 이미 알고 계십니까?" "물론입니다." 마지막은 딜러가 아니었다. 로드-엘머로이 2세의 모험 그 뒤에는 새로운 그림자가 줄지어 서 있었다. "플랫-에스칼도스님 - 그리고 그 스승님인 로드-엘멜로이 2세입니다." 누가 말한 것인지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다. 딜러와 함께 줄을 선 모두가 홀로 은막을 장식할 수 있을 만큼 미인이었다. 혼자라면 이 마선에서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딜러를 포함해 여섯 명이 줄지어 서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은 제각각 다르지만, 그 사지와 윤기 나는 금발, 뽀얀 피부색까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는 자매 같은 여섯 명이었다. 잠시 숨을 죽인 채, Ⅱ세는 여섯 사람을 둘러보았다. "너희들은 반펨의 ------?" 여섯 사람이 각각 반응했다. 첫 번째는 그저 조용히. 두 번째는 그저 우아하게. 세 번째는 그저 엄숙하게. 네 번째는 그냥 대담하게. 다섯 번째는 그냥 부드럽게 여섯 번째는 그냥 무표정한 채로. 카지노의 손님, 누군가가 속삭였다. 마성의 여섯 사람. 펨의 딸들. 그 속삭임과 함께 첫 번째 딜러가 걸어 나왔다. "쿠포라라고 합니다.“ 그리고 표정을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주인이 엘메로이 2세를 불러오라고 하셨습니다. 무리하게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으니, 관심이 없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반짝하고 플랫의 눈이 빛났다. 호기심을 숨기려 하지 않는 고양이 눈동자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좋죠, 교수님!" 탄력 있는 목소리에, 스승이신 2세는 한 번만 비둘기 꼬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 모처럼이니까. 초대에 응할까요?" 무표정한 미소 아래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 것을 과연 쿠폴라라는 딜러는 눈치챘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5 "너희들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조수 그레이와 최근 학생이 된 에르고로 착각하고 있군. 아니지?" "저는 스승님의 제자입니다." 그 점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어이쿠, 이건 실례했네." "아까 저를 보고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이어 에르고가 물었다. "그 정원에서 있었던 일이지. 에르고의 눈에 비춰지지는 않았지만, 환수(幻手)에 의해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말했어. 그래, 이게 이렇게 된 건가, 하고." "반펨 씨는 저를 알고 계시는 건가요?" "글쎄, 그렇겠지. 너보다는......." 반펨은 쉽게 인정했다. "그럼 ------ "한 가지 내기를 할까요?" "내기?" "뭐, 별거 아니야. 작은 신명 재판이야." 에르고에게 돌아서서 실크햇의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이기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하나 알려주마." "그만한 의미가 있는 감정.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정보라고 약속할게. 반대로 지면 ------ 그래, 한동안 내 밑에서 일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알겠습니다." 에르고가 즉답했다. 그 즉답에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게 되었다. 한동안이라고 했지만 제대로 된 기간도 아무것도 지정되어 있지 않다. 수명이 없는 사자라면,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평생일 수도 있지 않을까.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누나." 고개를 끄덕이는 붉은 머리의 청년에게 카지노선의 주인인 뱀파이어는 내 뜻을 받든다며 우아하게 절을 했다. "좋습니다. 뭐, 옛날처럼 뜨거운 기름에 손을 집어넣으라고 하는 게 아니야. 아주 간단한 거다." 근처 책상에서 가죽 컵 세 개를 꺼냈다. 이상한 컵이었다. 재질이나 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세 개의 컵이 말 그대로 완전히 똑같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아, 눈치챘을까요? 똑같은 가죽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혈관 흔적 하나만 남아도 우리 가게의 고객임을 알 수 있으니까요.“ 책상 위 고무 매트 위에 컵 세 개를 거꾸로 세워 놓는다. 그리고 고풍스러운 동전을 꺼냈다. 하하, 하고 나는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아는 동전이었다. 에르고도 눈을 크게 뜨고 둔탁하게 빛나는 동전 표면을 응시했다. 한 영웅의 옆모습이 새겨진, 역사의 물결에 씻긴 화폐였다. "정복왕 이스칸다르 ------ "그래, 스타텔 금화. 별칭을 알렉산더 코인이라 부르기도 하죠. 정복왕 이스칸다르가 통치하던 시대에 주조된 거야. 뭐, 실제로 유통된 것은 그의 사후에 대부분 유통됐지만요." 설명하면서 반펨은 동전을 고무 매트 위에 올려놓는다. "가운데 컵에 이 동전을 넣습니다." 세 개의 컵을 차례로 들어 올려 말 그대로 가운데의 가죽 컵으로 동전을 덮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휙휙휙휙휙휙휙휙" 처음엔 가운데와 오른쪽, 다음엔 가운데와 왼쪽,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 ------ 순으로 엎드려 있던 가죽 컵이 교체된다. 처음에는 리드미컬하게, 불과 몇 초 만에 그 속도는 몇 배로 빨라져 회오리바람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오랜만인데 너무 느리지 않나요?" 어디가, 라고 되묻고 싶다. 마력으로 '강화'된 자신의 눈에도 교체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반 펨의 팔꿈치 끝과 가죽 컵만이 다른 세계로 이동해 버린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6 "당신이 깨어난 곳은 말라카 해협 근처의 섬이었군요." 반펨이 불쑥 말했다. 그것이 에르고에게의 질문인 것은 분명했다. 말하는 동안에도 가죽 컵과 손은 멈추지 않는다. 그저 색채만이 공간을 흐른다. 보통 이 속도라면 동전과 가죽이 닿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반펨의 목소리만 들린다. "거기서 토오사카 린을 만난 것으로부터 너의 운명은 변한다. 이끌리듯 몇 달 후 그녀의 스승인 엘메로이 2세와 그 옆에 있는 내제자, 그리고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를 만나게 되고, 마침내 산령법정의 무시키와 싸우게 된다. 보통 같으면 여기서 끝났을 테지만, 네 내면에 감춰진 권능은 그녀를 퇴치하는 데까지 성공했어." 마치 그 눈으로 본 것처럼 반 펨은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고대에 신화를 전해온 이야기꾼이란 이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에르고는 묵묵히 계속 바뀌는 가죽 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남자의 어깨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가죽 컵은 빠른 속도로 교체되고 있는데, 움직이는 것은 어깨부터 끝부분만 움직이고 있다. 즉, 이 컵과 동전의 교체는 마술이나 신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거의 순수한 기술인 셈이다. "그 다음 일본에서는 야코우가(両儀家)에 불려가 방황해의 제자 바이 뤄롱과 대결을 벌였어. 네가 먹은 신과 마찬가지로 그가 먹은 용은 이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신비다. 거의 백지상태에 가까웠던 너에게 그와의 격돌은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어디까지 알고 ------? 에르고의 진실에 대해 반펨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불과 몇 주 전 싱가포르에서의 무시키와의 싸움이나 일본에서의 뤄롱과의 만남은 단순히 마술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도는 언제, 어디서부터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이건 또 하나라고 해야 할까. 아틀라스원의 7대 병기에 버금가는 신비와 지혜가 담긴 관이다. 아쉽게도 그 도서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관을 무사히 빠져나왔으니 자네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7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컵이 정지했다. "자, 어느 쪽일까? 처음과 똑같은 위치에서 그의 손도, 가죽 컵도 멈춰 있었다. 지난 십여 초의 시간이 날아간 듯, 어떤 변화도 찾아볼 수 없는 손놀림이었다. "가운데입니다." "호오. 망설임 없이 결정했는데, 괜찮아요?" 반펨이 물었다. 가운데 컵을 향해 하얀 손이 뻗어간다. "그럼 ------ "잠깐만요." 라고 에르고가 제지했다. "뭐지? 가운데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를 열라는 건가요?" “아” 반펨의 발언에 사기의 가능성이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만약 사기꾼이 모든 컵에 동전이 들어있지 않더라도 목적 외의 컵을 열게 하면 방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요.“ 라고 에르고는 손사래를 쳤다. 대신 이런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먼저 오른쪽 컵부터 열어주시겠어요?" "네, 네."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고 나서 반펨은 시키는 대로 했다. 오른쪽 가죽 컵을 열자 과연 그 아래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동전이 나타났다. ‘앗! 그럼 이 도박은 에르고의 패배인가?’ 하지만 절망에 빠지기 전에 에르고는 다음 말을 내뱉었다. "그럼 왼쪽도 열어주세요." 그 말에 반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왼쪽의 가죽 컵을 들어 올리자, 놀랍게도 그 아래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동전이 또 한 개가 나타났다. "다음엔 가운데?" "보통은 세 개의 컵을 겹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할 생각이었을까요? "아, 이런........." "이런, 잘 알고 있네. 즐거움이 줄어들었어.“ 일부러 한숨을 쉬면서 반펨은 에르고의 말대로 가운데 컵 위에 좌우의 컵을 겹쳤다. 들고 있던 지팡이를 가슴에 올려놓았다, "자, 여러분, 참석해주십시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기적을 놓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연극 같은 대사와 함께 지팡이 손잡이 쪽에서 세 개로 겹쳐진 컵의 윗부분을 두드렸다. 컵의 윗부분을 두드렸다. '찰랑'하는 소리가 났다. 그대로 굴러간 컵 속에서 이번에는 새로운 동전 세 개가 샹들리에의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어? 어? 어?” 정말, 뛰어오를 것 같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왜냐면, 지금의 대화에는 분명 마력도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대로 긴장하고 있던 내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틀림없다. 아무리 눈앞의 사도가 뛰어난 마술사라 해도 마력을 전혀 간섭하지 않고 신비를 발동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컵 앤 볼- 이 경우 컵 앤 동전은 아주 오래된 도박이면서 동시에 아주 오래된 마술이라고 하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가장 오래된 마술이라고 단언할 정도입니다." 젊은이의 말에 반 펨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일설에 따르면 고대 로마 시대 ------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그리스 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삼성귀동(三星帰洞) 등으로 불리며 고대 이집트에도 존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아마 우리 아버지 시대에도 있었던 마술일 거예요.“ 에르고가 천천히 말한다. 그 옆모습은 신기하게도 시계탑 교실에서 강의할 때의 스승과 꼭 닮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8 반펨은 어딘지 모르게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배웠지? 그렇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배웠지? 하지만 지식만 배운 게 아니야.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어디서든 꺼내 쓸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그것을 연결하는 관점이야. 그렇다면 이 마술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 "당신은 도박이 아니라 신명 재판이라고 했잖아. 즉, 이건 나와의 승부가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는 거지." 컵 속에서 나온 동전 한 개를 집어든 청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마 이것도 골동품이나 경매에서 구한 동전이 아니겠군요. 당신이 그 당시 손에 넣은 동전 아닙니까?“ 당시란 이스칸달이 살았던 시대라는 뜻인가. 2천 수백 년 전의 일이 기껏해야 수십 년 전 정도의 감각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순간 어안이 벙벙해진다. 자신의 인생은 20년도 채 되지 않았고, 에르고의 기억은 고작 몇 달에 불과할 텐데 말이다. 그 틈을 삼키듯 심호흡을 한다. 에르고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의 마술도, 이 동전도, 아까의 이야기도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고 있어요. 당신은 나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연히 다른 곳에서 나타난 정보통이 아니야. 즉, 훨씬 더 오래전부터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나 무시키, 지즈와 마찬가지로 더 깊고 더 직접적으로 나의 신을 먹는 일에 관여하고 있는 상대야." "좋은 추론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9 반펨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아주 좋은 추론이야. 네가 깨어난 후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왔는지 지금 대답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좋은 여행을 해왔겠지." "하지만 왜 마술인지는 몰랐어요." "아, 그건 간단하다. 저는 이런 인간적인 문화를 좋아해요." 반펨은 동전을 집어 들었다. 동전을 돌리자 황금빛 반짝임이 갑자기 백은으로 바뀌었다. 무슨 비유가 아니라 금화가 은화로 바뀐 것이다. "와!"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부드럽게 웃는 반펨이 오른손으로 동전을 주머니에 넣자, 이번에는 왼손에서 새로운 금화가 탄생했다. 금화가 연이어 태어나 그의 왼손에서 고무매트에 넘쳐나며 동전 더미를 쌓아 올렸다. 너무 생생하고 신기한 현상에 나도 모르게 묻게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0 "음, 그것도 마술인가요?" "대가 없이. 아니, 나는 마술을 잘 못하거든요." 너무 의외의 발언에 눈을 깜빡였다. "마술로 인해 사도가 되었다고 스승님으로부터 들었는데요." "맞아. 그 결과 존재의 기반이 바뀌기 때문이지. 사도가 되어 기껏해야 몇 백 년을 더 사는 정도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나 정도가 되면 영혼의 라벨부터 완전히 달라져서 인간의 신비와 궁합이 안 맞아. 아까 말한 부유나 비존재화 같은 건 내 생태 같은 거고, 이 카지노는 대체로 부하들이 하는 일이야. 뭐,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 입장에서는 타락 그 자체겠지?" "...... 지즈 말씀이신가요?" 이번에는 에르고가 물었다. "자네의 추리대로 옛 친구라고 할 수 있겠군. 그래서 그 녀석과 너희들이 이 시기에 일부러 찾아왔다는 건 우리 배의 연회에 참가할 생각이겠지, 라는 예측이 가능하겠지....... 확실히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더 교묘한 방법이지. 인명피해가 어떻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쪽이 그래도 낭비가 적다. 이 시대가 잔여수명과의 싸움인 만큼 이런 절약이 중요하겠죠" (수명 ------?) 그게 무슨 수명이란 말인가? 다만 가끔 시계탑에서 '현대야말로 마술의 마지막 시대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그 마지막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럼 약속대로 명추리의 보상을 주도록 하지. 현재 네가 문제 삼고 있는 삼기둥의 신이지만, 그 기억의 포화를 억제하는 방법은 존재해." 에르고의 눈이 점점 둥글어졌다. 그러자 반펨은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건 아까 추리를 들었으니 보너스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그레이. 아니면 그레이-블랙모어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니, 아니요, 저는 블랙모어의 이름을 물려받지 않았습니다." 경악을 삼키며 나는 대답했다. 이 사도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자신이 자라온 영지는 블랙모어의 이름을 딴 곳이었다. 그곳에서 전해 내려온 비법이야말로 자신이 스승을 지켜온 체술과 신비의 초석이 되고 있다. “------ 그렇구나.” 반 펨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나로서는 몹시 충격적인 표정이었다. "너의 고정된 몸을 다시 한 번 세상과 시간의 톱니바퀴와 맞물리게 하는 방법도 분명히 존재해." "내 -!" 자신도, 엘고도, 두 사람 모두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반펨이 너무나도 쉽게 밝힌 두 가지가 자신들의 여행 이유 그 자체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만나서, 그러나 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삼는다는 선택은 채택할 수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대답.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1 입술을 꾹 다물고 몇 초를 기다린 후, 에르고가 물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 펨의 선상 연회에 나가라는 말씀이신가요?" "글쎄, 그것도 방법 중 하나겠지." 실크 모자를 쓴 남자는 인정했다. "다만, 용서해 줘. 내가 부탁할 게 하나 더 있어. 우선은 그쪽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부탁?" "부탁이라고요?" "부탁?" "찾아와 달라는 상대가 있어. 엘메로이 2세에 대한 소문은 들었어. 이런 사람 찾기에 적합한 상대겠지? 내가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배에서 나갈 수 없으니까요." 반 펨이 오른손을 비틀자 손끝에 여러 장의 카드가 뒤집혀 나타난다. 다시 한 번 손을 반죽하니, 한 장만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클럽의 왕. 근처에 놓인 수족관을 왼손에 잡는다. 유리로 된 수정 구슬 같은 안에 수초가 흔들리고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다. '통,' 하고 반펨이 오른손 검지로 그 옆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클럽의 왕이 투명한 유리를 뚫고 수족관 물속에 출현한 것이다. 수족관에 갇혀버린 카드를 가만히 바라보던 반펨은 윙크를 했다. 자신의 상황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마술이겠지만, 구멍 뚫린 동전도 그렇고 이번 카드도 그렇고, 마술보다 더 신기한 현상이라 순수하게 놀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마술을 하는 반펨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인간의 문화를 좋아해서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꽤나 연습을 하지 않으면 여기까지 능숙하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도대체 스승님께 누구를 찾아달라는 건가요?" "나를 이긴 상대야." 반펨은 이렇게 말했다. 이 카지노 배를 지배하는 뱀파이어가 졌다는 것은 모나코 지부장 이시리드로부터 들은 바 있다. 그게 사실이었을까. "당신을 이긴 사람이 실종된 건가요?" "누구죠? 누구예요, 그건?“ 자신의 질문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 반 펨은 우승자의 이름을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2 모나코치고는 유난히 어두운 골목길이었다. 실제 광도의 문제가 아니다. 개념으로서 어둡다. 즉 그것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신비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마술에 의한 결계, 특히 인신공양으로 분류되는 결계가 골목길 뒤편에 쳐져 있는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3 갑자기 검은 고양이가 떨었다. 휙휙 도망치고 나서 몇 초. 골목길을 막고 있는 시보레 옆에 소리도 없이 착지했다. 네 발로 기어가는 정장 차림의 남자였다. "기잇!" 사람의 목에서 나온 소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목소리로 남자가 울부짖었다. 양손과 양발을 조약돌에 붙인 채 어둠을 응시하는 눈동자는 붉게 빛나고 있다. 몇 초 전, 그는 입에 어떤 캡슐을 집어넣고 있었다. 어떤 수성 마술에 의한 물건이었을까. 영혼이나 영체에 작용하는 고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원시적인 인간의 뇌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타입의 영약이다. 이런 종류의 영약은 소양만 있으면 최소한의 훈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 중독성과 의존성이 강해 사용자의 몸과 정신을 순식간에 잠식해 버린다. 그만큼 효과는 강력하다. 순식간에 강모를 기른 남자의 팔이 그 끝에서 날카로운 발톱을 뻗었다. 첫 번째 남자만이 아니었다. 남자의 주변에서 동료로 보이는 거친 녀석들이 똑같이 캡슐을 입에 던져 넣으며 비정상적인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박쥐가 두 마리, 늑대가 한 마리, 호랑이가 한 마리...... "참 품위 없는 동물원입니다.“ 그들이 노려보는 상대는 더 깊은 어둠 속에서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야생을 폭주하는 거친 녀석들에 비해 그 목소리는 대척점에 위치한 우아함을 자랑하고 있다. 어둠 속에 찬란한 한 송이 꽃이 피어난 듯하다. "아무래도 마술의 수액의 아종이라고 해야 할까? 요즘 모나코에는 재미있는 물건이 유통되고 있군요.“ 한꺼번에 - 아니, 좀 더 대처하기 어렵게끔 콤마초 단위의 시간차를 두고 맹수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의외로 영리한 팀워크는 이런 강적에 대한 대책도 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는 낚아채지도 않았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박쥐 두 마리의 급습을 춤추는 듯한 스텝으로 피하고, 송곳니를 드러낸 늑대의 돌격을 차례로 막아낸다. 마지막으로 뒤에서 힘껏 휘두른 호랑이의 마수를 뒤돌아보지도 않고 한손으로 잡아당겼다. 그대로 마치 왈츠를 추듯 호랑이의 손을 잡은 채, 반대로 빙글빙글 돌면서 그 뒤로 돌아간 것이다. 하얀 손이 경동맥과 관절을 동시에 장악한다. 캐치 어즈 캐치 캔이라는 프로레슬링 유파의 기술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비록 짐승이 되더라도 관절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극한도 가능하다는 논리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도 원래의 동물도 아닌 독자적인 관절을 한순간에 간파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물론 맹수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근력도 필요하다. 그녀에게는 가식도 없는 것 같았다. 단 2초 만에 호랑이의 거체가 쓰러진다. 당황한 탓인지 이어지는 맹수들의 연계는 타이밍이 어긋났다. 벽을 발로 차며 입체적으로 강습하는 늑대와 좌우 양쪽에서 날아오는 두 마리의 박쥐 남자. 기분 좋은 타격음은 세 번 울려 퍼졌다. 번개를 연상시키는 너클 파트라는 것을 격렬하게 뇌를 흔든 늑대와 박쥐맨들은 알아차렸는지 모르겠다. "쓸데없는 울부짖음보다 주먹 소리가 더 듣기 좋겠지요?"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금발 여마술사가 자신의 주먹에 키스하는 그 뒤에서 또 다른 투쟁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머어머, 토오사카 양, 아직도 힘든가요? 조금만 안 보면 흐트러지는 거 아닌가요?" "이쪽은 큰 녀석이라고!" 말 그대로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회색으로, 지상의 포유류로서는 거의 최대급에 속하는 맹수를 상대로 린의 몸은 바람을 일으키며 그 주위를 빙빙 돌았다. 회색곰은 이백 킬로가 넘는 거대한 몸집으로 그 앞을 가로막았다. 거물이라는 평가는 말 그대로다. 루비아가 쓰러뜨린 맹수들 등, 이 회색곰에 비하면 영약에 휘둘린 아마추어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수성 마술로서 야수의 힘을 조종하는 것만으로는 반쪽짜리, 야수 이상의 힘을 끌어내야 겨우 한 사람이 되는 눈앞의 회색곰은 그 범위를 훨씬 뛰어넘었다. 짐승화하면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그 안에서 마력을 계속 순환시키고 있었다. 마술회로의 구동률은 평균적인 마술사보다 가볍게 스무 배는 더 높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거대한 공룡만큼의 근육량을 고작 1.5미터 반의 몸에 집어넣은 것과 같다. 어설픈 마술 따위는 그 털에 닿기만 해도 튕겨져 나갈 것이 틀림없다. 헛된 포효는 없었다. 그게 바로 회색곰이 이성을 남겼다는 증거겠지. 이미 한계까지 '강화'한 린을 능가하는 민첩함으로 회색곰의 오른손이 파괴의 호를 그렸다. 이에 대한 극동의 마술사가 보여준 것은 신비가 아닌 순수한 기교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사라지듯 회색곰의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보법은 중국 무술의 기본이자 진수인 반마보(半馬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색곰의 확대된 시야와 반사신경이 따라붙었다. 휘두른 오른손의 반동으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선 린을 비스듬히 돌아선 그녀의 꼬리 부근에서 상체를 통째로 날려버린다. 어퍼컷과 비슷한 왼쪽 발톱이 날아온다. 속삭이는 주문과 함께 「Anfang」 간드의 검은 저주가 린의 손바닥에 깃들었다. 대담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검은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회색 곰의 발톱에 머리카락 한 다발을 가져가면서, 떨리는 다리가 대지를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단 몇 밀리미터의 안전지대를 간파하는 간파, 왼쪽 발톱을 살짝 궤도를 수정한 발동과 시야를 가리는 페인팅, 그리고 회색곰의 복부에 깊숙이 박힌 흑주장권타에 이르는 조합이야말로 팔극권의 절초- 맹호경파산! 뒤뚱뒤뚱 발뒤꿈치를 돌려라, "자, 루비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린이 불렀다. 그러자 3초 정도 늦게 회색곰이 쓰러지면서 골목 안쪽에 엄청난 양의 먼지를 일으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4 "소문만 무성한 반 펨은 어떻게 지내는 거야?" "그 사도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배 밖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 같네요. 그래서 시계탑 지부와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거겠지. 마피아도 모나코의 정세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피아들도 모나코의 정세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네요.“ "대부분의 지역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치안도 완벽한 모나코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통신망이 뚫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 때문에 통신을 끊은 결과, Ⅱ세네가 참가비 부족으로 고통을 겪게 되었지만, 두 사람은 알 길이 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5 "그 녀석과 연락이 두절된 건 정말 여기서 잘못한 게 아니야?“ "네. 그리고, 3일 전에 이 근처에서 비슷한 아시아계 사람이 목격된 건 확실해요." 루비아는 대답했다. "마피아와 말다툼을 하고 있던 소녀를 도와줬다는 것, 그리고 그 마피아가 마술과 관련된 조직에서 어떤 의식을 위해 소녀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는 것,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나와 싸워서 권총을 상대로 곡도 같은 두 개의 검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 "그래요.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대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처음 보는 여자애를 구하고 마피아와 전쟁? 지겨워 죽겠어. 너무 그 녀석 답네.”“불행히도 그건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두 사람 모두 얼굴을 맞대고 탄식한다. 이 두 마술사가 함께 고민하는 상대는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그 정경의 탐구나 금전적인 욕심도 없이 순수한 슬픔만 가득하니, 다른 사람이 들으면 천지개벽이 일어났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거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6 불현듯 린의 시선이 움직였다. "무슨 일이에요? "아직 뭔가 마력의 기운이 ------ 골목 안쪽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마술회로를 구동시키며 발을 움직였다. 앞쪽으로 쓰러져 있던 회색 곰도 원래의 인간 모습을 되찾았다. 물론 알몸이 되어 있긴 했지만, 일일이 신경 쓸 만큼 우습지도 않다. "짐승화가 끝난 여운이 남았나 봐요. 강한 약을 사용한 것 같으니 뇌가 망가지기 전에 스캔을 해볼게요." 주머니에서 보석을 꺼내 남자의 머리 위로 손을 뻗는다. 새로운 마술의 발동에 집중한다. 순간, 린의 옆구리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소리와 불꽃밖에 감지할 수 없겠지만, '강화'된 린의 감각은 어둠 속에서 굴러다니는 찌그러진 라이플 탄환을 보았다. 저격이었다. (마술사 죽이기!) 소름이 끼쳤다. 지난 세기, 같은 이름을 가진 용병이 잘하던 수법이다. 린 정도의 마술사라면 마술 각인이 대부분의 부상을 치유해 주지만, 그래도 급소를 찔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의 마술사 살인마들은 그런 마술사의 교만을 이용해 마술이나 다른 것을 미끼로 삼고 현대 무기로 한방 먹여 죽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술사가 대기하고 있는 호텔 자체를 폭탄이나 로켓 발사기로 폭파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 무서움에 마술계가 경악을 금치 못해 시계탑에서 그 대책을 포함한 호신술 단원이 필수로 개설될 정도였는데, 이곳의 마피아들은 그런 수법을 익히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 저격을 방해한 것은? “깃털?” 루비아가 입을 열었다. 린의 주변에 반투명한 깃털이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자연계의 것은 아니다. 정교한 마력을 발산하는 그것은 단 한 장으로 스나이퍼 라이플의 탄환도 막아낸 것이다. 린이 시선을 올렸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 옥상에서, 금속이 엿보이는 것을 발견하고 대지를 걷어찼다. 충분히 '강화'된 린의 다리 힘으로, 두 번만 벽을 발로 차면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루비아도 마찬가지로 린의 뒤를 쫓아, 두 사람이 건물 옥상에 착지한 그곳에는 두 그림자가 서로 얽혀 있었다. "이놈아, 뭐하는 짓이야!“ 한 그림자가 스나이퍼 라이플을 버리고 칼을 꺼내 들었다. 아세이미 나이프 등으로 불리는 의례용 마술 예장이었다.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히면 거기서부터 적의 목숨을 앗아가는, 독이 썩어가는 수법이 느껴졌다. "어이쿠, 도저히 못 보겠어.“ 이에 반해 또 다른 그림자는 항복의 의미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느슨하게, 라고 버드나무처럼 그 손이 움직였다. 린의 팔극권에 맞서 그림자가 휘두른 것은 팔괘장 11원을 주축으로 한 무술이었으며, 아세이미 나이프의 날카로운 찌르기조차도 가볍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저격수의 의도대로였을지도 모른다. 버려져 있던 스나이퍼 라이플이 자동으로 떠오르며 적의 머리를 향해 조준한 것이다. 짐승화 캡슐에 담겨 있던 것이 복용자의 뇌를 누르기 위한 동물의 저급한 영혼이었다면, 이것은 저격총 자체에 빙의한 사신의 마술 사격이었다. 어떤 '강화'를 하든 회피가 불가능한 근거리에서, 그러나 그림자의 등 뒤에서 반투명한 날개가 펼쳐지는 것을 린은 보았다. 압도적인 마력을 지닌, 현대에는 있을 수 없는 날개가 총알을 쉽게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나쁘지 않은 소품이군." 갈색 피부의 청년은 웃었다. 마치 천사처럼. 날개에서 흘러나온 깃털에 닿은 저격수가 전격을 맞은 듯 떨었다. 이어 온몸에서 새빨간 피를 흘리며 쓰러져 버린 것이다. 쏟아진 마력에 의해 마술 회로와 평행한 신경과 혈관이 파열된 것임을 린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환익------"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7 날개의 이름을 눈부시게. 밝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설마, 토사카 린?" 마지막 이름은 유창한 일본어 발음이었다. 빙글빙글 돌아본 갈색 피부의 청년에게 린은 최대급의 경계 태세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 바이 뤄롱." 지즈의 제자이자 용을 먹은 청년. 그리고 그 상대는 에르고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람이었다. "일단 도와준 건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 어차피 마술 회로도 구동시키고 있었던 것 같고, 저런 저격에 죽을 놈은 아니잖아? 이쪽 사정으로 같은 마피아를 감시하다가 몸이 움직여 버린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게다가 숙소 한 끼의 은혜도 있었을 테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8 상쾌하게 뤄롱이 웃는다. 기분이 나빠진 듯 린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항상 상대를 견제하고 틈만 있으면 조금이라도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마술사의 유식한 시계탑의 유식이었지만, 도무지 이 양성의 청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스승인 지즈가 특이한 미모와는 달리 어딘가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몰래 준비해둔 보석을 치우고 모자를 흔든다. "그거야말로 은혜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아오자키 토우코의 사무실을 준비한 건 내가 아니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9 "하하하, 그럼 잘해 주도록 하지. 너는 역시 엘메로이 교실의 학생인가 봐?“ "루비아젤리타-에델펠트라고 말하지 않으면 어디서 온 촌놈이라고 경멸하겠지만" "오오,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 에서 멈춰야겠군." 멋쩍게 말하면서 뤄롱이 미소를 짓는다. 물론, 우아한 하이에나, 라고 이어진다. "저도 들었어요. 용을 먹은 인간이라고요." 루비아의 목소리에도 좀처럼 보기 드문 초조함이 묻어났다. 평판대로라면 린과 루비아 둘이서라도 제압할 수 있을지 매우 위험한 상대였다. 에르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능자이며, 동시에 에르고보다 훨씬 더 이능의 사용법이 뛰어나다. ------ 문제는 일본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회복했는가, 이다. 에르고가 조종하는 사구전신의 권능과 그레이의 새로운 성창의 능력으로 이능의 대부분을 봉쇄당하고, 치료도 겸해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지금의 환익을 보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을 텐데, 먹은 용의 권능은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그리고 왜 여기 있는 걸까. (스승님인 지즈가 이쪽을 찾아왔으니 이 녀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생각하던 중 마지막 의문에 대해서는 청년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0 "당신들도 마피아와 트러블을 일으킨 일본인을 찾고 있는 거죠?“ "그럼 당신도? 라고 말하고 나서 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이 미끄러졌나 싶었지만, 뤄롱은 그런 식으로 흥정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음~ 뭐, 됐어. 딱히 아버지한테 입막음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뤄롱은 이렇게 말했다. "펨의 선상 연회에서 에미야 시로라는 일본인이 반펨을 이겼다고 하더라" “뭐야?”절대 앨범에 남기고 싶지 않은 표정으로 린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1 “시로-에미야”반펨의 입술이 말했다. "알고 있나? 일본인이라던데. 저쪽의 이름 순서대로라면 에미야 시로라고 부르는 건가?" 모르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에미야라는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2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응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번 두드리자 특별히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이 열렸다. 거기서 들어온 것은 딜러 복장을 한 금발의 미녀였다. "수고했어, 쿠폴라" "언니들을 대표해서 두 분을 모셨습니다." 표정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쿠포라라고 불리는 미녀가 말했다. 그 뒤에는 방금 헤어진 두 사람이 있었다. "스승님, 플랫 씨" "그레이도 여기 있어? 스승님이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반펨은 실크 모자를 가슴에 대고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로드-엘머로이 2세, 이 배의 소유주인 발레리 페르난도 반더스탐이라고 합니다. 다들 반 펨이라고 불러요." "이쪽은 처음 뵙습니다, 반펨 씨." "하하하, 남의 예의는 빼고 가자. 내 친구로부터 당신의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어. 시계탑에 현대를 대표하는 마술사가 태어났다고 말야.“ - 로드 멜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3 "어이쿠, 반펨 씨! 현대를 대표하는 분이잖아요! 교수님의 위엄은 모든 신비를 대표한다고요! 베르너 군이 들으면 나보다 훨씬 더 열렬하게 이야기해 줄 테니까요!“ 아무래도 친구란 플랫을 말하는 것 같다. 청년의 금발머리가 기분 좋게 펄쩍펄쩍 뛰는 모습이 흐뭇하게 느껴졌다. 플랫이 보기에는, 도움을 받았던 지역 명사와 스승과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계탑의 군주와 상급사도라는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면 다소 불길한 조합이긴 하지만 ------ 그리고 반펨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이야기, 어차피 플랫은 도청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네, 네, 네, 물론 듣고 있었어요, 듣고 있었어요! 그레이짱과 에르고 군을 치료하는 술식!을 반펨 씨가 알고 있다는 것도 아까 교수님께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실종이라니, 집사님 말씀이신가요?!”그 반응에 나도 나도 모르게 끼어들었다. "플랫은 알고 계신가요?" "그레이한테는 말 안 했었나 봐요. 린짱의 조수이자 루비아짱과 함께 일했던 집사야! 일본 게임의 구매도 30% 정도는 부탁하고 있어. 요즘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대지만, 역시 현지의 네트워크는 다르니까!" 그러고 보니 루비아의 집사 이야기는 몇 번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녀에 대한 소문을 여러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데, 그 대부분은 우아한 하이에나로서 에델펠트 가문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루비아가 직접 열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루비아의 집사이며 동시에 린의 조수라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4 "스승님은?" " ------ 에미야 시로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건 딱 한 번뿐이야. 아까 플랫이 말했듯이 미스 토오사카의 조수이기도 해서 그녀에게 차를 가르쳐 줄 때 등 함께 한 적은 있지만........" 심히 곤란한 표정으로 스승님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리고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덧붙인 것이다. "제5차 성배전쟁의 생존자 ......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승리자다."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제5차 성배전쟁. 한때 스승님이 참여했던 제4차 성배전쟁의 다음 전투. 닥터 하트레스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스승이 참가하지 못한 일곱 명의 서번트들이 성배를 놓고 다투는 대 의식을 말한다. 에미야 시로라는 상대가 토사카 린과 마찬가지로 제5차 성배 전쟁의 참가자, 아니 승리자라니.......! "스승님은 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그토록 참석하고 싶어 했던 의식 참가자와 스승님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정보가 오갔을까. "별거 아니야. 다만, 마술사로서 특이한 상대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시계탑이 좁겠구나, 라고 생각했지." (------ 좁다) 그 시계탑에 대해 그런 생각이 든 것은 나 자신도 의외였다. 현대의 마술사에게는 성지. 이미 몇 년을 보낸 나조차도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없는, 마치 끝없이 펼쳐진 묘지 같은 장소. 하지만. 그 시계탑조차도 좁은 상대라면, 어떤 의미에서 이 펨의 선상 연회에서 만나는 것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원래는 시계탑의 세력권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군주가 움직였기 때문에, 더 이상 겹칠 수 없는 운명이 교차한 것이 아닐까, 그런 직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5 "일단 사정은 알겠습니다." 설명을 들은 스승이 말했다. "지난번 선상 연회에서 거의 무패에 가까웠던 당신이 도박에 졌다고 들었는데, 왜 당신이 그 에미야 시로를 찾게 된 건가요?“ "아직 상금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반펨은 지면 상대를 바다에 띄워놓고 상을 주지 않겠지~ 그런 평판을 견딜 수 있겠어?“ 생각보다 속물적인 말에 반펨은 입술을 비틀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그렇다면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이긴 상대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다는 평판은 카지노로서는 치명적일 것이다. 아무리 승산이 희박하더라도 인간은 거기에 꿈이 있기에 참가하는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6 잠시 생각에 잠긴 스승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길 경우 받을 수 있는 상금은 정해져 있나요?" "아니요, 맡긴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지만, 이겼을 때를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럼 나중에 다시 오라고 말하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곧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어요." "그렇다면 에미야시로가 보호받게 된 이유가 펨의 선상 연회를 이겼기 때문에 ...... 가정하고, 이 경우 범인의 동기를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님이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먼저 가운데 손가락을 구부렸다. "예를 들어, 납치한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에미야시로에게 말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검지손가락을 구부린다. "아니면, 에미야 시로가 당신에게 이기는 비결을 가르쳐 주고 있을 가능성도." "그래. "그래, 둘 다 가능하겠지. 내가 본 바로는 그는 꽤 무욕적인 타입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쉽게 상금의 권리를 양보할 수도 있겠지." 순간 린이나 루비아와는 정반대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대가 린의 조수이자 루비아의 집사라는 것도 납득이 간다. 동시에 그 두 사람에게 명령을 받는 입장이 되면 꽤나 비극이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5차 성배전쟁의 승자라고 하면 역시 그 정도의 강인함은 갖추고 있는 것일까. 내 부족한 지식으로는 이스칸다르나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을 상상할 수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 현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고무매트 표면을 쓰다듬으며 반펨은 미소를 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7 "글쎄, 사람 찾기를 할 생각이야? 물론 보상은 톡톡히 챙길 생각이야. 아까 당신의 내제자와 제자에게도 말했지만요." 반 펨이 말한 내용 중에는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치유하는 방법도 있었고, 자신의 나이 고정을 해제하는 술식도 있었다. 스승님도 그런 내용이 암시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응접실의 샹들리에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 정도 거대한 배라면 거의 섬과 다를 바 없는지 샹들리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 솔직히 지리에 대한 지식도 없는 이국땅에서 제대로 된 수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계약금만 받겠습니다." "어머, 계약금이라니?" 한쪽 눈썹을 치켜든 반 펨에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펨의 선상 연회 참가비로" 아, 목소리가 터져 나올 뻔했다. 그렇다면 반펨 입장에서는 별다른 지출이 없고, 스승님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 수이자 서로에게 손해가 없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괜찮을까? 내기라면 나는 손해를 보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의 승률을 보면 대부분 헛수고가 되겠지만 말이야. 아, 아니, 지난번 패배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거만하지만........" "그래도 백만 유로의 의뢰료라고 생각하면 파격적이죠." "하하, 틀림없어." 반 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리자면, 로드-엘멜2세, 에미야 시로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8 모나코의 옥상에 바람이 불었다. 에르큘 항구에서 불어오는 은은한 바닷물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었다. "왜 시로가 펨의 선상 파티에 온 거지?" 린이 던진 질문에 뤄롱이 아닌 옆의 상대가 반응했다. 아름다운 석상처럼 루비아가 굳어 있었던 것이다. 그 기척에 돌아서서, 린은 그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동료를 추궁했다. "뭔가 알 것 같은 표정이네......아니, 루비아, 혹시 눈치 채고 있으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뇨, 그, 셰로에게 저를 대신해서 펨의 선상 연회에 나가 달라고 부탁한 거라서 ------ 이후에도 보고가 없었고 ------ 누군가가 펨을 이겼다는 말을 들어도 설마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 "뭐 하는 거야, 너!" 린의 외침에 루비아가 목을 움츠리며 항의한다. “어쩔 수 없죠! 지난번 선상연회 참가권을 일찌감치 사두었는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는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았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루비아는 일찌감치 혼자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발굴에 도전하여, 대도서관 내부에서 린과 엘고 일행과 합류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없는 동안 누군가에게 대행을 의뢰한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저와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의 판단은 셰로에게 맡기겠다고만 했는데, 설마 반 펨에게 이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죠?" "저 녀석은 이럴 때만 '내가 이겨도 상관없겠지'라고 생각하는 녀석이야!" 이보다 더한 슬픔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린이 하늘을 우러러 한껏 탄식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9 홀로 남겨진 뤄룽이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 혹시 당신들 중 한 명이 에미야 시로의 연인인가요?" "네, 물론 제......아, 아니요, 이건 아직 비밀로 해야 할 일이라서 그분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그럴 리가 없잖아! 당신, 머리가 끓어오르고 있어!" 아름다운 두 마술사가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이 너무도 아름답다! 순간 방금 전의 맹수들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물론 두 마술사 모두 맹수보다 몇 배는 더 무섭긴 하지만 말이다. 곧이어 린이 뤄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것보다 너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뤄롱, 무슨 생각으로 시로를 쫓아다녔어?" 린의 물음에 뤄롱은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아버지가 에미야 시로를 잡아서 어떻게 반펨을 이겼는지 물어보라고 하셨거든." "지금 이야기라면 그렇겠지. 대충 흐름도 읽을 수 있어. 당신네 지즈와 우리 선생님이 펨의 뱃놀이로 결판을 낸다는 거죠?" "잘 알겠다." "이렇게 재료가 많고 예측할 수 없는 두뇌라면 차라리 불타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낫지. 모나코의 쓰레기 배출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요." 말하면서 그녀가 팔짱을 낀다.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의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아직 대학생 나이치고는 다소 과묵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거꾸로 말하면, 지즈도 반펨에게 이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고, 동시에 그 사도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지.“ "...... 글쎄, 그렇게 될까" 뤄롱이 인정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0 "나도 확인하고 싶은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에르고는 어떻게 된 거지?" 그 물음에 옥상의 공기가 경직되었다. "그 도서관에 갔다는 건 프톨레마이오스의 이야기를 들었겠지? 그렇다면 그 녀석의 정체를 이미 알았을 텐데..." “------ 너” 잠시 숨을 멈추고 나서, "에르고에 대해서는 알았어요." 한 마디 한 마디를 끊어 말하듯 린이 말한다. "그럼 당신은 도대체 누구야?" "그 녀석의 절친이야." 갈색 피부의 청년은 호탕하게 웃었다. 더 이상 말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린으로서는 엘고의 정체가 알렉산드로스 4세 - 그 시체에 깃든 영혼으로 밝혀진 이상, 절친을 자칭하는 청년의 정체가 궁금하지만, 더 이상 압박을 가해도 새로운 정보를 털어놓을 것 같지는 않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1 그런 그녀에게 왠지 모르게 즐거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뤄롱이 말을 건넨다. "어때요, 찾는 데까지 손을 맞잡고 가는 건 어때요? 에미야 시로를 찾아낸 뒤에는 원래의 관계로, 뭐, 일시적인 협력이라는 거지.“ 쓰러진 마피아를 발로 차며 린이 묻는다. "이 정도 상대에게 다른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전력만으로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戦力だけなら必要なさそうだな」) 인정하고, 뤄롱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너희들보다 조금 더 일찍 모나코에 들어왔거든. 이쪽의 상황도 그 정도면 잘 알고 있을 거다. 예를 들어, 이 녀석들은 최근에 활동한 이탈리아계 마피아로, 무르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무르테 "이탈리아어로 죽음이란 뜻이야? 꽤나 거창하네. 아까의 짐승화 영약도 거기서 나온 거지?" "뭐, 그래. 어떤 의미에서 마술 세계에서는 공백지대 같은 곳이지." "그래. 시계탑과 반펨, 그리고 성당 교회와 나선관이 각각의 판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 국가가 너무 좁은 탓에 꽤 넓은 범위가 불가침 영역이 되어 버렸지." "...... 그렇구나, 그래서 모나코의 치안에 비해 이상한 게 있구나. 루비아의 정보와도 일치하네." 린이 한쪽 눈을 감았다. 그런 상대를 보며 뤄롱이 말을 건넨다. "반대로 너희들은 에미야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야. 추적을 위한 정보를 서로 융통성 있게 주고받을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2 "그렇다면 솔직히 말해 주었으면 좋겠어. 당신, 전혀 회복되지 않았겠지?" 잠시 으르렁거리더니, 뤄롱은 어안이 벙벙한 듯 목덜미를 문지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알겠어?" "알겠어.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어도 일본에서의 당신은 더 무서웠어. 지금도 나쁘진 않지만 달과 스뽕. 다이아몬드와 이탄 정도는 차이가 있어. 사실, 환익을 사용할 때마다 꽤 괴로운 거 아냐?" "눈썰미가 좋네." "눈치가 빠르네. 뭐, 그 정도는 힘들지. 에르고의 권능도 그렇고, 그 내제자의 창은 효과 만점이었어. 원래 튀폰은 봉인 일화가 있는 용이니까. 이런 상황에 끌려다니기 쉽다.“ 그리스 신화에서 튀폰은 최대, 최강의 괴물이다. 제우스 신을 쓰러뜨리고 모든 신들을 그리스에서 추방했다고 전해지는 괴물이다. 동시에 그 뛰어난 강인함 때문에 다양한 일화로 봉인되어 온 괴물이기도 하다. 그러한 이야기가 청년의 내면에 숨 쉬는 권능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3 이런, 하고 뤄롱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아까의 협력 이야기는 잊어버려, 이쪽은 이쪽이야~ "그쪽은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발걸음을 돌리려는 뤄롱에게 아까의 협력은 잊어버리라고 린이 즉각 대답했다. "왜요? "왜요?" "당신이 쓸모없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불필요한 짐을 짊어질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왜냐면, 아직 숨이 끊어질 지경인데도 그 환영으로 나를 보호해 준 거잖아요? 그 빚을 갚지 않으면 베개를 높이 베고 잠을 잘 수 없잖아. 알겠지, 루비아?" "솔직히 말해서, 당신의 그런 쓸데없는 사치스러움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요." "뭐야, 군살이라니!" "당신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니 책임지고 인수인계해 주세요. 그리고 이런 일이라면 당신보다 좀 더 안목이 있는 편이니 책임지고 맡겨 주세요."아까 린이 발로 차버린 마피아 저격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군가 이 마피아에게 대마술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을 시켰을 거예요. 내용 자체는 초보적인 것이지만, 제대로 된 지식이 없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마피아 중에 그런 실력자가 있었다는 건가? 린의 질문에 루비아는 잠시 침묵했다. 또 바람이 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4 뜨거운 여름밤의 바람이었다. 불길한 예감을 품은 바람에 떠밀려 루비아는 모양 좋은 입술을 깨물었다. “------ 그래, 이십 년 전쯤에 있었지. 마술계를 뒤흔들어 시계탑에서 호신술의 커리큘럼을 통째로 다시 쓰게 만들 정도로 영향을 끼친 상대가........” "마술사 킬러라고? 별명은 유명하지만 오래된 이야기라 자세한 건 몰라." "나도 그쪽 이야기는 잘 몰라." "나도 그쪽 이야기는 잘 모르겠어." 뤄롱이 어깨를 으쓱한다. “저도 방금 생각났어요. 설마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어요........” 희미하게, 말끝을 흐린다. 그녀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망설임을 떨쳐 버리려는 듯, 루비아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마술사 살해범의 이름은 키리츠구-에미야 키리츠구라고 해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5 퀸 사이즈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스프링이 잘 깔린 매트리스에 부드러운 담요가 깔려 있다. 그 한 쪽에는 금발 청년이 앉아있고, 다른 한 쪽에는 빨간 머리의 청년이 정좌하여 마주보고 앉아 있다. 방과 조합을 고려하지 않으면 마치 수학여행 같은 그림이었다. 물론 플랫과 에르고이다. 반펨의 농담으로 Ⅱ세들과 함께 그들에게도 방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Ⅱ세와 그레이는 바로 옆방으로 되어 있다. 전력 밸런스를 생각하면 적절한 배분이었을 것이다. 고급스러운 방이었지만 카지노라는 분위기는 옅었다. 기껏해야 벽에 걸려있는 룰렛판 정도일까. "자, 자, 무슨 이야기 할까? 지금까지의 내용은 대부분 교수님으로부터 들었고, 나는 뭐든지 준비돼 있어! 가장 오래된 학생에서 가장 새로운 학생에게 이렇게 말하면 뭔가 교훈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 엘메로이 교실의 전통이라고 하면, 갑자기 결투라든가 프로레슬링 VS 팔극권이라든가 한 가지 한 달에 한 번은 은둔해서 원격 저주 대결 같은 게 있는데, 에르고 군은 좋아하는 게 있을까?" "아니, 그, 나는 그런 건 좀 싫어." 일본에서 배운 정좌 자세를 유지한 채, 에르고는 지금 한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가장 오래된 학생과 가장 새로운 학생. 확실히 그렇게 될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6 "아~ 나도 서번트나 소환하고 싶은데......." "뭐예요, 갑자기?" "왜냐면 로드-엘멜로이 하면 소환이잖아요! 교수님도 선대도 서번트와 함께 성배전쟁에서 서로 싸웠잖아! 그 이야기를 하면 교수님은 싫어하시지만! 나도 영령이나 소환해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물론 성배전쟁은 목숨을 건 싸움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에 대한 생사조차도 그는 자연스럽게 엮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친구, 입니까? 서번트와? 그래! 이스칸달은 대단한 사람이라서 친구가 정말 많았겠지! 그렇다면 나도 역사 속 인물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겠어! 이렇게, 잭의 칼날이라든가, 용수철 발 잭이라든가, 생제르맹 백작이라든가, 샌드위치 백작이라든가! 아, 교수님의 눈을 훔쳐서 성배전쟁에 참가하고 싶어~! 전 세계가 일어나줬으면 좋겠어~!” 누워서 팔다리를 들썩거리며 말하는 플랫을 에르고는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세를 바로잡고 잘라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7 "플랫 씨, 저는 선상 연회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네“ "하지만 먼저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뭐?" "저는 이 여행을 떠난 후의 기억도 거의 잃어가고 있어요." 듣고 나서 1초만 생각한 후, 상체를 들어 올린 플랫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그거, 아마 교수님한테는 말 안 했겠지? 나로 괜찮았어? 교수님이나 그레이 린이 아니라?”"다들 저를 걱정할 것 같아요" "나라면 걱정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뜻이야?" "네." "우와! 확실히 말하지 마! 뭐, 그렇지만 그럴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정답 축하해!" 잠시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짓던 플랫의 표정이 다음 순간에 사라진다. 방금 전의 표정은 마력에 의해 만들어진 표정이었다고 한다. 엘고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만졌다.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억 포화라는 게 정말 부작용이 아닐까 하고요. 내 기억이 차례차례 압박을 받아 사라져 가는 것은 사실 그것이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빨간 머리 청년의 말을 흥미롭게 듣고 나서 플랫이 물었다. "그러니까 그건 너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 - 지금은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 씨나 산령법정의 무시키라는 사람 중 한 명이 기억 포화의 그 끝이 목표였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 그 마술사에게는 네가 모든 기억을 잃어야만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네." "그 때, 멈춰 달라고?" "플랫 씨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질문에 플랫은 팔짱을 꼈다. "음, 솔직히 말해서 처음 봤을 때부터 에르고 군의 술식은 분석했었지. 지금 파악한 느낌으로는 20~30% 정도?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밝혀진 신에 대해서도 들었고, 꽤 자료가 갖추어져 있잖아.“ 와키와키, 하고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 손가락에 연동하여 그의 뇌도 구동하고 있는 것 같다. 푸른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더니 이내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약속은 할 수 없지만, 갈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엘고군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고, 변한 후 네가 '사라지고 싶지 않다'고 울면서 간청하면 ------ 뭐, 그때는 내가 악역이 되면 상관없겠지. 신의 집합체가 그런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2세가 들으면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납득할 수 있을까? 그 토오사카 린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마력 분석에 있어서는 엘메로이 교실에서도 특출한 기량의 소유자가 바로 이 플랫이었다. "아, 하지만 그러고 보니 이름이 있네." "이름?" "반펨씨는 신대동맹이라는 단체의 일원이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우리도 동맹은 어떨까?" "좋아요, 하지만 어떤 이름을 지을 건가요?" 음, 이 경우 엘고군의 자폭을 도와주는 거니까 자폭동맹? 신을 토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 토사구팽 동맹이라던가? "그건 좀......." 역시나 에르고가 눈살을 찌푸린다. "플랫이 반펨 씨에게 들은 게 천팔백 년 전의 조상님이었지? 나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2천 3백 년 정도이니, 오랜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네요." "와오! 그럼 패밀리 콤플렉스 탐정 클럽 - 차가운 후계자라든가!" "비슷한 것 같지만, 유산동맹 같은 건 어떨까?" 두 학생은 빙그레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8 반펨이 준비한 방에 자신과 스승님은 들어가게 되었다. 스승의 제안으로 침대는 두 개가 떨어져 있는 위치에 두 개가 준비되어 있다. 의외로 소박하고 차분한 방 구조였다. 하지만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모나코의 밤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은 이 호화 여객선 중에서도 이 객실이 특별한 객실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스승이 그 베란다에 다가와 작게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내민 손을 펼치자, 그 안에 잠들어 있던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모나코의 도시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것은? "저급한 영혼을 이용한 사신이다. 모바일 단말기로는 린들과 연락이 닿지 않으니, 저것에게 찾게 해. 일단 트림마우에게 사용한 술식과 같은 범주에 속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트림마우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것도 원래는 스승님의 술식이었죠?" "저쪽은 거의 월령수액의 연산 능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말이야. 예장에 마술을 더한 것도 라이네스의 특기가 있었기에 가능했지." 심술궂은 듯 스승님이 입술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실 스승님의 그런 표정이 싫지는 않았다. 아주 조금은 라이네스가 스승을 괴롭히는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아주 조금이지만. 다만 지금은 그것을 즐길 만큼의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소파에 파묻히듯 앉아 작게 숨을 헐떡였다. "왜 그러지, 그레이?" "왠지 술에 취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런 거대한 배에서 뱃멀미도 없을 텐데,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왠지 내가 문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속쓰림이나 메스꺼움은 없나?" “------ 아니요,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왠지 모르게 몸이 푹신푹신하고 힘이 잘 안 들어가서요.”"거기 앉아 있어" 스승은 발걸음을 돌려 방 한 구석으로 다가갔다. 방에는 작은 부엌이 딸려 있었다. 스승은 그 가스레인지에 작은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냈다. “스승님이 요리를?” "무슨 일인가?" 뒤돌아선 채 스승이 말한다. "아니요. 요리하는 이미지가 없었거든요." 런던의 아파트에서는 동네 커피숍에서 논문을 쓰면서 먹거나 게임을 하면서 샌드위치 등을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시계탑 본부와 현대과의 위성도시인 슬러에서는 스승이 군주인 탓에 매번 고급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혼자 여행하던 시절에는 뭐든 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런던에서도 네가 오기 전까진 절반 정도는 자급자족을 했어.“ (중략)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컨을 맛보며 스승에게 물었다. "반 펨 씨의 의뢰, 어떻게 할 건가요?" "정식으로 의뢰를 받은 이상 진행할 수밖에 없겠지. 어차피 에미야시로 건은 선상 연회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으니까." 스승님도 자기 몫을 먹으며 대답했다. 에미야시로. 제5차 성배전쟁의 승리자 지금까지 자신은 성배전쟁에 대해 승리자라는 이미지를 가진 적이 없었다. 스승님이나 린과 같은 생존자만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왠지 그 결말은 모두 비극적인 결과로 끝났다 ------ 그런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어쩌면 ------ 린 씨나 루비아 씨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거의 틀림없이 그렇겠지. 방금 전의 서신도 그것을 반영하여 그녀들의 마력의 파장을 추적하도록 했다. ------ 그쪽은 평평하게 맞춰 준 술식인데." 아, 역시 나도 모르게 입이 튀어나와서 손으로 가렸다. 스승님이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 게 조금 미안했다. 나는 눈치껏 홍차를 마신 스승님을 눈치껏 쳐다보면서 한 가지 더 물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의뢰의 대가로 참가비를 받는 대신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막는 수술법에 대한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플랫이 도청하고 있었다는 건 그 이야기도 듣고 있었다는 뜻이겠죠?“ "레이디. 자신을 뒤로 미루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야." 그 지적에 나는 귀가 번쩍 뜨거워졌다. 확실히 반 펨은 에르고의 기억 포화 상태와 자신의 나이 고정에 대한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스승님은 이쪽의 변화에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한 번 홍차를 마신 후 말을 이어갔다. "다만, 그런 요구는 빚을 지게 될 것 같군요. 이런 협상은 등가교환이 중요한 거야. 딱히 마술의 원칙을 말하는 게 아니야. 대가와 얻는 것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빚을 지게 되는 거지. 상급 사도에 빚을 진다는 건 지옥으로 가는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저 마안 수집 열차에서 마안을 공짜로 준다고 해서 선뜻 받을 수는 없지 않겠어?" 그런데, ------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라이네스 등은 항상 그런 균형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누군가를 회유하고 싶다면 점점 더 고급스러운 것을 선물해서 상대가 미안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나보다 부자한테는 통하지 않겠지만. 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그녀다운 발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그녀뿐만 아니라 마술사 전체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지즈에게 지면 끝이야. 그렇다면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배의 연회에서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게 좋겠지. 에고를 구하는 술식도, 너의 고정화를 깨는 술식도 반펨에게 이겨서 빼앗아 버리자." 약세인가 강세인가. 스승님의 생각은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매우 대담하다. 천사와 악마라는 비유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양면성이 이 사람을 시계탑의 군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다. 타인으로부터 약탈공 등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도 그런 성격 때문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9 "유감이군요. 현대 마술과의 군주의 신분이 굳건하다는 건 사실이군요?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안은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펨의 선상 연회에 참석하실 거죠? 그렇다면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무슨 말이지?" “발표되는 도박에 따라 다르겠지만, 혼자보다는 둘이서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스젠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바보가 되지 말라고 못을 박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당신에 대한 소문은 들었어요. 거물을 잡아먹는다는 소문도." 그 평판도 순리라고 할 수 있겠지. 군주라고는 하지만, 경시받기 쉬운 현대 마술과에 있으면서도 스승님은 몇 번이나 어려운 사건을 물리쳐 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보상은 두 사람이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머, 그렇군요. 저는 당신이 배 연회와 따로 내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요."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예요. 펨의 선상 연회를 재료로 삼아 다른 내기를 하고 있는 ------ 솔직히 도박 소문을 잘 듣지 않는 엘메로이 2세가 반펨의 배를 타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서요.“ 갑자기 공기의 경직성이 높아진 것 같았다. 이것도 역시 판 밖에서 벌어지는 흥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긴장이 너무 고조되기 전에 여자는 슬그머니 물러났다. "연락처를 남겨 두겠습니다. 좋은 답장 부탁드립니다." 요염한 미소를 남기고 스젠은 사라졌다. 아마도 향수인지 뭔지 모를 냄새가 한동안 코끝을 떠나지 않았다. "사향이군."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마술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향이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님도 피곤한 듯 소파에 파묻혔다. "그 사람 이야기, 더 듣지 않아도 괜찮았나요?“ "어차피 천천히 이야기할 생각은 아니었어. 반펨의 말로는 펨의 선상 연회에 대한 설명을 오후 9시에 시작한다고 했으니까요.“ 스승님이 손 안의 휴대 단말기로 시간을 확인한다. 이제 열다섯 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0 조금 졸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뭐야?" 가슴 주머니에 넣어둔 참가증 리퀘스트 카드였다. 그 카드에 그려져 있던 시계를 든 악어가 고개를 들어 이쪽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특유의 웅얼거림으로 이런 대사를 내뱉었다. "지금부터 펨의 선상 연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오, 이게 뭐야!" 오른쪽 어깨의 고정 장치로 에드가 비명을 질렀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둘 다 비슷한 물건이지만,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면 역시나 놀라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엔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펨의 선상 연회에서 주군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세 명까지입니다." 카드의 악어가 매우 감정적으로 말한다. (세 명까지 ------?). 즉, 여기서부터 인원을 추려내는 거다. 하지만 어떻게? "따라서 첫 번째 게임을 개최합니다! 자, 여러분, 어서 저희 쪽으로 오세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베란다로 통하는 유리문이 쾅 하고 닫힌 것이다. 즉시 몸을 돌린 스승이 현관문 손잡이에 손을 걸었지만, 놀라지도 않았다. "젠장, 이놈은!" 가슴의 넥타이핀을 들어 올려 두 번이나 보석 부분을 손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들리나! 플랫! "예스 교수님! 감도 양호 아이아이서! 이쪽도 방금 방금 공포영화처럼 문이 막 닫혔어요!" 플랫의 목소리가 곧이어 들려왔다. 아무래도 넥타이핀은 전령용 마술 예장이었던 모양이다. “이 녀석은 유서 깊은 탈출게임이군요! 디지털 게임 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야토리알 버전! 최근 미국의 젠콘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펨씨, 유행을 좋아해서 바로 도입했어요!”금방이라도 빵빵 터질 것 같은 목소리가 넥타이핀에서 들려왔다. "탈출 게임 ......? 펨의 선상파티에서 그런 것도 하는 건가요?“ "한다! 교수님께는 미리 설명해 드렸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거든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나는 오탄틱. 영어로는 오센테이츠쿠로, 그 이름 그대로 전통적인 갬블이야. 룰렛이든, 포커든, 블랙잭이든 그때그때 선택된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하는 패턴이기도 하지요!" 그건 쉽게 알 수 있다. 나도 당연히 그런 도박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은 마작. 마술 세계 특유의 도박이네. 서로의 마술 회로를 연결해서 어떤 신비한 놀이를 하는 건데, 어떤 의미에서는 펨의 선상 연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걸 보기 위해서만 오는 마술사도 있을 정도야!“ 이쪽도 이해할 수 있다. 마술사의 도박이라고 하면 당연히 그런 기발한 부분도 준비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마지막의 누벨. 완전히 새로운 도박의 틀! 그때그때의 반펨 씨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전혀 새로운 것이 나오기 때문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이전에는 카탄으로 흥을 돋우었어! 이번 탈출게임은 확실히 이 게임방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아요!”오탄틱. 마지크. 누벨. 모두 프랑스 단어였다. 모나코의 공용어가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을 테니 그에 맞춘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1 "이야기는 알았다. 네 방은 어떻게 되어 있니?" "문과 창문이 막혔어요. 그리고 갑자기 모래시계가 나타났어요!" "뭐야?" 그 말에 자신과 스승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침대 옆에 어느새 앤티크풍의 모래시계가 놓여 있었다. 허리춤에서 모래가 흘러내리는 모래시계 아래쪽으로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다. 이것은 시간 제한이라는 뜻이겠지. 생각보다 짧다. 아마 20분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스승님” "알겠다." 희미하게 스승님도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그래도 동요를 억누르며 넥타이핀에게 말을 건넨다. "힘으로 탈출하라는 것은 아니지. 플랫, 이런 게임에는 뭔가 정석 같은 게 있는 거 아냐?“ "아니, 탈출게임의 패턴이 ------ 그래, 교수님이 가지고 있는 참가증에 뭔가 장치가 되어있지 않나요!“ "보자." 스승님이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들어올렸다. "보자.“ 플랫의 말에 스승은 카드를 들어보였다. 어, 그런! 나를 이길 생각이야! 그만해! 연기파 대사를 하는 악어를 무시한 채 스승의 손가락이 카드의 앞면과 뒷면을 문지르듯 문지르더니 이내 딱 멈췄다. “이 카드는 ------ 겹쳐져 있어?” 조심스럽게 힘을 주자 카드가 두 장이 되었다. 새롭게 탄생한 표면에는 그림과 글이 적혀 있었다. 커다란 달걀에 얼굴이 그려져 있고, 양손과 양발이 붙어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험티덤티 ------? 영국 동요 '마더구스'에 나오는 유명한 캐릭터였다. 이 그림처럼 달걀을 의인화한 존재로, 이 햄티덤프티가 담장에서 떨어져 깨지면 왕의 기사단도 고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단 두 줄로 쓰여진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Humpty Dumpty sat on a wall Humpty Dumpty had a green fall "그럼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니,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후반부는, 아마 이렇게 되겠지요?"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나머지 시를 읊조렸다. all the king's horses and all the king's men couldn't put humpty together again '왕의 기사단도 고칠 수 없구나’ 마지막 말을 남긴 스승의 시선이 주방으로 향했다. 방금 전의 달걀이 아직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들어 올려 손 안에서 돌린다.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하얀 달걀이 빙글빙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까 반펨의 마술이 떠올랐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2 "에르고, 저쪽 방에 숫자가 적힌 게 없나?""어... 숫자는 ------ 아, 벽에 룰렛판이 있어요!" 이번에는 에르고의 목소리였다. 플랫의 전성기 예장은 주변 사람의 목소리도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룰렛의 숫자는 0부터 36까지만 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3 "일부러 4행시의 전반부만 써왔다는 것은 오히려 생략된 후반부야말로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실제로 험티덤티의 시 후반부는 시대에 따라 몇 번이나 바뀌었다. 아까 네가 부른 노래는 후반부에 운율을 맞추기 위해 다시 다듬은 거다. 아마 처음 노래는 새뮤얼 아놀드가 써놓은 것으로 ------ 이런 식이었나?“ 잠시 생각에 잠긴 스승의 입술에서 또 다른 가사가 흘러나왔다. Four-score men and Four-score more Could not make Humpty Dumpty where he was before.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4 “팔십이 아니야 ------”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스승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 속으로 파고들었다. “험티덤티는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님은 재킷 주머니에 넣고 있던 작은 책자를 꺼냈다. 책자 페이지에는 룰렛의 이미지가 실려 있었다. 유럽식 룰렛이라고 한다. "이 경우 여든이 아니라 영국 고어로, 스무가 넷이야. 일부러 원래 험티덤티의 시를 쓸 거면 거기에 주목해야지." 룰렛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누르며 스승이 말한다. "그레이, 룰렛을 어떻게 하는 건지 아나?" "음, 검은색이나 빨간색 같은 곳에 공이 들어가는 것을 맞추는 거죠?" "가장 간단한 내기 방법이지. 색깔을 맞추기 때문에 컬러라고도 하지. 색을 맞히기 때문에 컬러라고도 한다." "그럼 맞으면 베팅 금액의 두 배를 받을 수 있는 건데, 그 밖에도 다양한 베팅 방법이 있다. 가장 배당이 큰 건 공이 들어갈 숫자를 하나만 정확히 맞추는 베팅인데, 이 경우 36배가 된다." "아, 그럼 룰렛의 20을 이용해 4배가 들어가는 베팅 방법도 있네요!" "하지만 4배로 돌아오는 내기 방법은 없다." "---- 우”또 아웃. 왠지 삼진을 반복하는 타자의 기분이다. "아니, 나쁜 생각은 아니야. 그리고 스무 명이 네 명만 있는 게 아니야. 80명의 남자에 80명의 남자가 더 추가되더라도 말이다." 룰렛을 만진 스승의 손가락이 몇 개의 숫자를 훑어 내려간다. '스무 명이 네 명에, 또 스무 명이 네 명'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진다 낙하 속도는 일정할 텐데 점점 가속도가 붙는 것 같기만 하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불에 구워진 설탕과자처럼 녹아내린다. "주변 네 개의 숫자에 일괄적으로 거는 것을 코너 베팅이라고 한다. 유럽식 룰렛의 20에는 네 모서리 모두에 코너 베팅을 할 수 있다."“------ 스무개가 네 개”모래가 떨어지는데 이미 3분의 1 정도가 떨어졌다. 20개의 코너 베팅을 모두 걸면 그 숫자는 16에서 24가 된다." 다시 한번 넥타이핀을 만지작거리며 스승이 말한다. “룰렛판의 방금 말한 곳을 만져봐. 먼저 16이다.”“와! 16을 만지면 룰렛판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교수님!” 넥타이핀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플랫이 아니라 에르고가 하게 해줘! 이번에는 그 16을 누른 채 원래 24가 있던 위치까지 움직여!“ 예장 소리에 사람이 움직이는 기척이 섞였다. 스무 개가 네 개. "바뀌었습니다 선생님. 지금 24까지 움직였더니 룰렛판이 딸깍 소리를 내며 멈췄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나?" 후우, 하고 스승님이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쓸 만한 숫자는 없나? 코너 베팅 배율은 9배다. 이 네 가지에 모두 걸었다면, 맞았을 때의 배율은 2~25배. 두 번 맞았다면 4~5배." 껄껄 웃으며 말하는 스승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흘러내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5 "안 돼요. 좁히기에는 재료가 부족해. 룰렛이 아닌가?" "스승님 ------ "다시 한 번 아까의 카드를 보여줘." "아, 네." 험티덤티가 적힌 카드를 내밀자 스승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첫 참가증 카드야.“ "이쪽인가요?“ 참가증 표면의 변형된 악어 그림에 눈을 가늘게 뜨고 스승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건 타로다." "타로란, 저기, 점 같은 거에 쓰는 거에요?" 과연 나도 그 정도는 알겠다. 유럽에서는 중세부터 유통된 카드군이었다. 현대에는 신비롭게 취급되어 점술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는 귀족들 사이에서 유희용 카드로 취급되어 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펨의 배 연회에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어, 하지만 악어예요. 타로에 악어 따위가 있나요?” "타로 카드를 아르카나라고 이름 붙인 폴 크리스천은 대 이집트 애호가로 모든 아르카나가 이집트 신화와 일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어. 그 중 악어-0. 바보에 해당하는 아르카나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카드를 집어 들고 스승은 계속했다. “------ 라면, 더군다나 이십이 네 개는 룰렛이 아니라 타로다. 대알카나로 스물두 장이다. 숫자로 치면 0번부터 21번까지.하지만 이것도 현재의 것으로, 현재 타로의 원형 중 하나인 프란체스코 스포르차 판에서는 두 개가 적고 대알카나가 스무 개였다고 여겨진다. 당시의 아르카나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지 않았지만, 바보의 번호는 어느 판에서나 우선 0일 것이다. 그리고 타로의 카드 수를 한 바퀴 도는 것은 인생을 한 바퀴 도는 것과 같다. 일부러 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을 알아차리라고 친절하게 배려한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6 "좋아, 다음은 똑같이 0을 누르고 시계 방향으로 네 번 돌려줘. 마지막으로 원래 20이 있던 위치에서 멈춰라." "멈췄습니다. 또 작은 소리가 났습니다." 또 20이 네 개. 하나하나 수수께끼가 밝혀져 간다. 그러나 모래시계는 끊임없이 그 잔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남은 건 4분의 1 정도. 지금까지의 느낌으로는 아마 5분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험티덤티가 원래 있던 곳인데 ......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이 나라에서 세는 방법이 다른 건 아닐까요?" "...... 그래, 너는 번역용 예장을 쓰지 않고 자신의 어학 실력만으로 해냈구나. 모나코의 공용어는 프랑스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무슨 말씀이세요, 스승님?“ "20을 하나의 단위로 삼는 것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흔히 쓰이는 계산법이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팔십만은 특별하죠. 캐틀-뱅이라고 하는데, 영어와 비슷한 셈법인데 일부러 복수형인 's'가 스무 쪽에 붙는다. 즉, 프랑스어의 80만 20이 네 개가 아니라 네 개가 스무 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그 설명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스무 명의 팀이 네 개가 아니라 네 명의 팀이 스무 개가 있다는 식으로도 프랑스어의 경우 읽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험티덤티가 원래 있던 곳은 4였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험티덤프티의 현재 위치는 20 마지막으로 룰렛판의 20을 누른 채 반시계 방향으로 원래 4가 있던 위치로 움직여줘." 험티덤프티를 원래 위치로 되돌릴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움직였습니다' 에르고의 목소리와 함께 이쪽 방에서도 '꺄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7 "열렸어?" 문이 아니었다. 방 한가운데서 '꽝'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열린 것이다. 그 안쪽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어둠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었다. "어머나“ 깜짝 놀란 듯 스승님이 속삭였다. 아무리 엄청나게 거대한 여객선이라고는 하지만, 공간이 귀한 여객선에 이런 장치가 있을 줄이야! "정말 대단하네! 이쪽도 숨겨진 계단이 열렸어요, 교수님! 정말 잘했네요, 이거! 반펨 씨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네요!“ "아무래도 집단으로 펨의 배 연회에 도전하는 것도 이미 상정되어 있는 모양이군. 아마도 각 객실에 다른 수수께끼를 배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세심하네요." 아까 반펨이 기예를 선보였을 때의 화려한 손놀림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인간의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설정하는 것은 남다른 열정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자, 그럼 우리 서로 숨겨진 계단을 내려가자. 이봐, 그레이." "제가 먼저 가고, 스승님이 뒤에 가시죠." "물론이지, 레이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스승님께 만족하며 자신이 먼저 층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숨겨진 계단의 끝은 어두운 복도로 이어져 있었다. ---- 솔직히 말해서 조금 설렜다. 지금까지의 마술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들과 달리 이 일련의 장치는 마치 게임 같았다. 엄청난 참가비를 전제로 하고 있고, 지즈와의 내기를 생각하면 역시 목숨을 건 싸움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술 자체에 가슴이 뛰었다.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나갔다는 성취감이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거의 기여하지 못했지만, 눈앞에서 지혜가 수수께끼를 해체하는 광경은 그런 열등감을 날려버릴 만큼의 고양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역시 나는 몰랐다. 이곳이 신대(神代)부터 존재하는 사도가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마의 영역이라는 것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8 숨겨진 계단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 어둠 속을 빠져나오니 넓은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대리석으로 보이는 바닥을 다운라이트의 은은한 빛이 비추고 있다. 그 빛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에르고! 플랫 씨!”“누나” "좋아, 교수님과 그레이짱이 합류해~!" 에르고가 웃으며, 플랫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아무래도 여기가 집합 장소인가 보군." 스승님이 주위를 둘러본다. 홀에는 자신들이 온 길 외에도 여러 개의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 어둠의 통로 중 하나에서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어머, 플랫에 로드-엘멜로이 2세!" "아, 이시리드 씨!“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 이시리드 모간팔스였다. 아마도 자신들처럼 반펨의 도전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베스트의 가슴에 꽂힌 붉은 꽃도 다소 지친 듯이 시들시들해져 있었다. "당신들도 1차 게임을 이겨냈다면 중첩. 혼자는 외로운 법이니까요."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로 이시리드가 말했다. 또 다른 어둠 속에서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말없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것은 아랍풍의 직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상대였다. 주술사 아젤이었을까. "여러분, 다 모였군요." 마지막은 방금 전의 예스젠이었다. 그 밖에도 펨의 선상 연회에 도전한 사람은 더 있을 텐데, 그때 말한 멤버들은 모두 1차 수수께끼를 돌파했다는 뜻일까. "음, 삼분의 일 정도인가?" 이시리드가 말했다. "어........“ "하하하.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금 전의 게임을 돌파할 수 있을지 궁금했겠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어.“ 이실리드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첫 번째 게임에서 탈락한 인원이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많았다는 뜻이야. 반펨 씨도 이 단계에서 배제하고 싶은 것은 지난번 패배를 듣고 급하게 달려온 사람들뿐일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카지노의 이시리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카지노에서 또 다른 참가자를 체크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에게 지난번 반펨의 패배를 이야기한 것도 그런 점검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틀림없다. 역시 시계탑 지부답게, 이런 술수에는 능한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9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스승님이 물었다. "역시 탈출 게임 같은 것이었습니까?" "아, 그 수수께끼를 그렇게 부르는가 봐요. 내 경우에는 켈트족의 삼중 문양이 열쇠였어."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의 경우와는 다른 수수께끼였다고 한다. “---- 그렇구나.” 라고 스승님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의 수수께끼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주문 제작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유형에 맞춰 수수께끼를 만들고 있는 거겠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이 정도는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의도는 느꼈다. 험티댐티댐티의 옛 노래든, 이브 로트의 변천이든, 제대로 마술의 세계에서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지식들뿐이다.“ 그러고 보니 시계탑 강의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마술사가 아닌 나는 방금 전의 게임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깨가 으쓱해졌지만 말이다. 몇 분 정도 더 지나자 이시리드가 주위를 둘러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0 "흐음. 아무래도 우리만 그런가 보군. 반펨 씨가 준비한 게임은 의외로 초보자에게는 가혹한 것 같네요." “아, 하지만 분명 한 명 더 올 거예요! 만약 안 온다면 정말 큰 다행이겠지만요!” 발랄한 플랫의 발언은 물론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방황해의 지즈. 펨의 선상 연회에서 결판을 짓겠다고 한 이상 그가 오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첫 번째 게임은 당연히 돌파해 올 것이다. "호오. 그런 상대가 있다면 저도 듣고 싶네요.“ 흥미를 느낀 듯 이시리드가 이렇게 말했다, "...... 잠깐만요." 라고 말했을 때,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술사 아젤이었다. 그 사람인지 그녀인지 알 수 없는 상대는 자신들이 왔던 통로와 다른 통로를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 먼저 간 게 아닐까?" 그 시선을 따라 이시리드가 통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흠." 확실히 희미하지만 발자국이 있다. 체온도 남아 있군. - 아무래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아까 게임을 클리어하고도 여기서 대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바로 일어서서 분통을 터뜨리며 옷깃을 여민다. "선점자에게 유리한 규칙 따위는 참을 수 없어. 즉시 이쪽도 쫓아가자." 큰 걸음으로 이시리드가 새로운 통로로 걸어간다. 우리도 뒤따라갔다. 한동안 내려가던 통로는 어느새 오르막길로 바뀌었다. 공간이 귀중해야 할 배에서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숨겨진 통로에 이토록 호화로운 비용을 들이고 있다니....... 아니면 고도의 마술로 공간을 왜곡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체로 마술이라는 것은 엄청난 사치의 결정체다. 시계탑의 군주들이 이름 그대로 귀족이거나 부호인 것은 이런 돈벌레를 견딜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불현듯 바람의 흐름을 느꼈다. "저기, 바깥에 ------?" 조금은 발걸음이 빨라졌다. 조금은 발걸음이 빨라졌다. 통로가 막다른 길목에 이르러 이시리드가 참가증을 내밀었다. 그것이 열쇠가 된 모양인지 벽이 소리도 없이 옆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넓은 방이었다.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 바람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은 창문을 통해서였을까. 모나코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이 크루즈선에서도 꽤 높은 층에 있는 방이다. VIP용 객실답게 천장에는 수정처럼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빛을 내뿜고, 벽에는 현대미술로 추정되는 유화가 여러 점 걸려 있었다. 이 호화 여객선과의 어울림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름 있는 화가의 작품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온 길은 책장 뒤쪽의 숨겨진 통로였던 것 같은데, 연결된 선반은 기계식 와인셀러로 되어 있었다. 유리문 너머로 오래된 와인병들이 가득 차 있어 애호가들의 침샘을 자극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깔린 카펫이 처참하게 빨갛게 더러워져 있었다. "무슨, 일이지 ------?" 스승이 낮게 신음했다. 목소리의 이유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에르고가 눈을 크게 뜨고, 그 플랫조차도 숨을 멈추고 있었다. 자신은 그저 경직되어 있었다.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추는 데 정신력의 대부분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만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것이 단순한 시체였다면, 방에 모인 사람들 중 누구도 별다른 놀라움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좋든 나쁘든, 마술사란 그런 상황에 익숙해진 자들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을 충분히 각오하고 있을 것이고, 펨의 배의 연회에 참여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그 시체는 아름다웠다. 단지 그 말 한 마디가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니, 아름답다는 것이 사실은 이런 뜻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정도로 그 광경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완벽한 예술로 결정화된 그 용모는 이제 모든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가슴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아마도 이 출혈이 사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그저 멍하니 그 이름이 내 입술을 깨물었다. “방황해의 지즈” ------ 신대의 마술사가 죽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1 “지즈 씨가 ------ 죽었어 ------?” 그저 멍하니, 나는 중얼거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세 명의 마술사 중에서도 지즈는 단연 으뜸으로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제자인 바이 뤄롱은 접촉도 많았고, 사람 됨됨이를 알 만큼의 시간도 있었지만, 스승인 지즈에 대해서는 이번 선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정보가 안개 속이었다. 이천 수백 년을 살아왔어야 할 생명이 이런 곳에서 끝이 났다는 말인가? "방황해라고요?" "무슨 소리야, 엘메로이 2세! 이 분이 방황해의 마술사라도 되는 건가?!" 지즈와 그의 출신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방황해는 마술계에서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직업이었다. 정보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곳에 소속된 마술사라면 그 존재 자체가 이미 기적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죽어가고 있다. 왜? 혼란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있어 신대의 마술을 사용하는 방황해는 일종의 상위 생명체라 할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2 시체를 검시할 틈도 없이 방의 문이 열렸다. 자신들이 왔던 숨겨진 통로가 아닌, 원래의 문이었다. 거기서 새롭게, 이번에는 집단으로 찾아온 방문자가 나타난 것이다. ------ "이건 놀랍군." 반펨과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여섯 명의 여성들이었다. '펨의 딸들' 등으로 불린다고 플랫에서 들은 적이 있다. 반펨을 항상 모시고 있는 여섯 명의 미녀들. 인간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들었다. 그 정체는 반펨이 만들어낸 골렘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쿠폴라, 지팡이를 맡아줘." "네." 라고 불려진 미녀가 걸어 나와서 지팡이를 받는다. 그 몸짓도 옆모습도 역시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생각이나 갈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펨은 조용히 지즈의 시체에 다가가 목덜미를 만진 후 몇 초 정도 지나고 나서 고개를 흔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3 하얀 양복을 입은 사도가 일어나 십자가를 베었다. 이럴 때일수록 이 뱀파이어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상 연회의 주인으로서 말하겠네. 틀림없이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는 죽었다." 다시 한 번 홀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소란이 피곤했다. 지즈를 옛 친구라 부르던 그의 표정에서 약간의 슬픔이 엿보일 정도였다. 그 이면에는 더 복잡한 감정이 흔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판단할 수 없었다. "어떤 수단을 썼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온몸의 마술회로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어. 이렇게 되면 아무리 그가 신대의 마술사라 해도 마술을 발휘하기 힘들겠지." 그 말에 스승은 깜짝 놀라 굳어졌다. "그러니까 ------ 살해당했다는 말씀이군요." "과연 자연사는 없겠지." 스승의 질문에 반펨이 한숨을 섞어 대답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4 "그의 참가증은 회수하게 되겠지만 ------ 분명 그에게서 또 다른 신청이 들어왔었지?" 네, 맞아요. 제 몫이군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자신들이 온 숨겨진 통로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가죽 구두의 운이 쿵, 쿵, 숨은 통로의 콘크리트 바닥을 쿵쿵, 쿵쿵쿵쿵쿵쿵 울린다.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이 나타났다. 투명한 목덜미 피부가 너무 하얗게 드러나 정맥 색깔까지 비치는 것 같았다. 반펨과 누가 더 흡혈귀 같으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이 청년을 꼽을 것이다. 피부와 마찬가지로 색소가 옅은 은빛 머리카락. 눈을 녹인 듯한 눈동자. 솔직히 말해서 그의 등장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지즈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극도로 쾌락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그가 배에 올라타는 것은 필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인사는 예외였다.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의 제자 멜빈 웨인즈라고 합니다." 1분도 남지 않은 예의와 함께 은발의 청년은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멜빈 웨인즈. 스승의 자칭 절친이자 이번엔 지즈의 스폰서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한 상대였다. "뭐야, 그건 멜빈 ------! 그동안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던 스승이 처음으로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청년은 두 손을 크게 벌리며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은 대로야, 웨이버. 나는 그의 제자가 된 지 반나절 남짓한 시간 동안 시계탑의 수십 년의 노력에 버금가는 성과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래, 확실히 세상이 달라졌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옅게 웃는다. 그 옅은 미소조차도 우리가 아는 그의 것이 분명했다. "멜빈 ------ 씨 ------ 정말요?" 내 목소리는 무안하게 끊어져 버렸다. 이미 상황은 혼돈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멜빈이 스폰서를 지나 죽일 수 있는 지즈의 제자가 되었다니, 머리가 이상할 지경이다.(だというのに、 メルヴィンがスポンサーを通り越して、 死せるジズの弟子になったなど、 頭がおかしくなってしまいそうだ。) "의심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가 외부에서 제자를 받는다는 것은 원래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멜빈의 눈이 한자리에 모인 마술사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럼, 그가 가르쳐 준 마술의 일단을 여기 소개하겠다." 지휘자처럼 하얀 손이 뻗어 나왔다. 그 손끝에는 작은 음차(音叉)가 들려 있었다. 그는 근처의 벽에 그 음차(音叉)를 가져가서 한 번만 두드리자, 그것을 맞추었다. 내가 아는 그는 조율사였다. 시계탑에서도 보기 드문 마술각인 조율사였다. 하지만 지금 그 음률이 울려 퍼지자 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눈을 의심했다. 방은 순식간에 푸른 바다로 변해 있었다. 그 바다 표면을 자신들의 발이 밟고 있었던 것이다. 금방이라도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 같고, 실제로 발목에 걸려 있는 것은 분명 바닷물의 차가움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정말, 바다다 ------” 바다와 인연이 깊은 신들을 먹어치운 그치고는 진짜 바다와 구분할 수 없다고 엘고가 고백하고 있었다. 지즈의 시체가 그 바다에 삼켜진 것이다. "그의 시체를 꺼내는 것은 제자인 나의 임무입니다." 신비한 바다 장례식을 마치고 멜빈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손끝으로 음계를 울렸다.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시에 바다는 유람선의 한 방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발을 딛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드러운 카펫의 밟는 느낌뿐이었다. "형식은 확실히 한 공정 마술각인과의 동기화조차 없다. 그런데도 술식의 정확성과 깊이는 간이 의식 이상인가?" 쿠폴라로부터 다시 받은 지팡이를 카펫에 찔러 넣으며 반펨이 짧게 으르렁거렸다. "장담하건대. 지금 것은 분명 신대의 마술이야." 모여 있던 마술사들이 다시 한 번 웅성거렸다. 그 중 한 명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이시리드였다. "반 펨님. 이 좁은 모나코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왔지만, 지금 하신 말씀은 놓칠 수 없습니다. 신대의 마술이라고 하셨는데, 정말인가요?" "행성의 환경이 변한 이상, 대부분의 신대 마술은 현대에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어. 하지만 지금은 몇 안 되는 예외라고 신대동맹의 이름으로 보장해 주겠소." 바다가 출렁이듯, 마술사들의 정신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느껴졌다. 그만큼 중대한 의미를 지닌 말이었다. “------ 그렇구나.” 스승은 한숨을 내쉬었다. 몹시 길고 가느다란 한숨이었다. "지즈의 연구 중 하나가 이것인가?" "그런 것 같네." 멜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현대의 마술사이면서 신대의 마술을 성취한 예외 중의 예외가 되었는데도? 그것도 단 반나절 만에? 마술의 상식이 모두 파괴될 것 같은 일들뿐이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웨이버" 멜빈이 속삭인다. "단 몇 시간 만에 학생을 생각지도 못한 영역으로 인도하는 것, 너조차도 여러 번 해봤을 거야.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가 같은 일을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숨이 막힌다 스승님은 확실히 그런 일을 몇 번이나 해 왔어. 마술사로서의 스승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지.......! 하지만 스승으로서의 스승은 뛰어난 사람이었다. 이 여정에서도 스승의 짧은 한마디에 자신의 한계를 돌파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결국 스승은 밀어붙이듯 말했다. “------ 멜빈” 그 이름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5 멜빈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봐, 웨이버. 너랑은 언젠가 이런 관계가 되고 싶었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빨을 깨물어 왔는지 알아? 마안수집열차 때도, 관위 결의 때도 나는 내 입장을 선택할 수 없었어. 남이 너를 해치는 것도, 남의 강요로 너를 해치게 되는 것도 싫은데..." (------ 아)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확실히 나는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이었다. 멜빈 웨인즈라는 청년을 아직 잘 몰랐을 때, 마안수집열차에서 불의의 사고로 쓰러진 스승의 바로 옆에서 그는 속삭이고 있었던 것이다. "바보 같군." “여전히 변함없이 바보로 남아 있구나. 너한테는 더 편한 삶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리고 같은 사건으로 그가 내뱉은 대사를 자신이 잊을 날은 분명 오지 않을 것이다. “누가 웨이버를 저렇게 해쳤을까? 나 말고 누가?”스승은 멜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뚫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세뇌는 아니겠지?" "물론이지. 그런 걸 받고 너와 싸우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다." 멜빈이 어깨를 으쓱한다. "아직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그렇다면 이건 부수적인 얘기지만, 스승님으로부터 “전갈을 맡기고 있어.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기는 제자에게 맡겨서 계속할 거야. 그렇게 엘메로이 2세에게도 전했을 거라고.” “...... 확실히 말했지.”자신도 같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승과의 내기에 대해 제자가 참여해도 좋다고 지즈는 말했던 것이다. 그때는 뤄롱과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결과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만. 하지만. "즉, 지즈는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뜻인가?" "글쎄. 안타깝게도 스승님의 의도까지는 듣지 못했으니까요." 스승님의 질문에 멜빈이 고개를 저었다. 시계탑에서 같은 수업을 들었던 두 사람은 자신이 아는 한 처음으로 격렬한 적개심을 품고 대치하고 있었다. "좋아." 스승이 말했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보다 30센티미터 가까이 키가 작았던, 늘 열심히였던 시절의 스승님. "내가 승부수를 띄워줄게, 멜빈 웨인즈" "그 말을 십수 년 동안이나 기다렸어, 웨이버-벨벳"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6 쿵, 소리가 울렸다. 반펨의 지팡이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문제가 있었지만, 일단 우리 선상 연회를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두 번째 게임에 대해서는 내일 공지하도록 하지. 그때까지 여러분들이 힘을 내주길 기대합니다." 이봐요, 라고 말하며 반펨은 스승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시체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에미야 시로의 수색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배도 내일 낮에 출항할 예정입니다. 육지에 용무가 남아 있는 분은 그때까지 오세요." 반펨이 지팡이를 짚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여섯 자매와 함께 선상 연회의 주인은 방을 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7 남은 참석자들 사이에 잠시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이를 피하듯 멜빈이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이실리드가 그의 뒷모습을 말렸다. “스승님의 원수를 갚을 생각은 없나? 아니면 혹시 네가 스승님을 ------”말끝이 흐릿했다. 역시 이시리드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꺼려하는 듯했다. "그 추론도 재미있군요. 스승 살해는 마술사에게 가장 큰 금기이지만, 나처럼 반나절밖에 안 된 제자라면 큰 금기 사항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멜빈은 간단히 대답했다. "하지만 뭐, 이 배라면 원래부터 당연한 거 아닙니까? 모나코 지부장님도 원래 이름을 알고 계실 거 아닙니까?" (----- 원래?) 스승님을 쳐다보자, 스승님은 찡그린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배의 동체에 적혀있던 이름 기억나지?" "어, 조와 드 비브르였죠? 프랑스어로 사는 기쁨, 같은 뜻이죠. "그건 등록용 이름이야." 스승님은 멋쩍은 듯이 말을 끊고 친구를 바라보았다. "마술의 세계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 그렇구나, 멜빈." "그래, 웨이버." 멜빈이 손수건을 입에 대었다. 코호, 하고 작게 기침을 하자 그 표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청년은 마술에 의한 증혈제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몸이라고 한다. 방황해의 제자가 된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까. 선명한 붉은색을 바라본다, “사선 환희선” 라고 아직 피가 묻은 입술이 말했다. 그것이 바로 반펨이 운영하는 카지노 선박의 원래 이름이었다. "좋은 이름이다. 도박이란 것은 사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냥 즐기면 돼요. 이 배를 타는 이상 그 사선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니까.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든, 시계탑의 군주든, 죽어가는 조율사든, 누구에게나 평등해." 붉게 물든 입술이 일그러진다. "아쉽게도 내 방황의 바다 스승은 넘어간 것 같지만, 참가했으니 후회는 없겠지. 자, 여러분도 준비되셨나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8 "그 둘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스승이 말한다. 마술 사건에 있어서 누가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지금까지 여러 번 이야기되어 왔다. 이번처럼 신대(神代)의 마술까지 얽혀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가뜩이나 마술은 무엇이든 가능한 물건인데, 신대(神代)의 그것은 현대의 마술의 한계조차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그렇다면 스승이 지적했듯이 현 단계에서는 지즈의 살인 자체의 수수께끼를 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왜 죽임을 당했는가?" 스승은 단 한 가지 예외를 언급한다. “그리고 ------” "멜빈씨, 그렇군요." 스승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어찌 보면 멜빈이 적으로 돌변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항구에서 연락했을 때 이미 선고를 받았고, 이런 도박을 하러 온다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방황해의 제자란? 지즈가 죽고 그 후임으로 온 사람이 멜빈이 될 줄은 스승도 자신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멜빈에게 지즈는 자신이 죽었을 때를 대비해서 멜빈에게 말했어. 그렇다면 생각해야 할 것은 역시 왜일까. 왜 지즈가 죽게 된 것일까. 왜 이 타이밍에 죽게 된 걸까."잠시 후 스승이 금발의 제자에게로 향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9 "------ 역시 그렇군요." "무엇이, 입니까?" 자신의 질문에 한 박자 쉬고 나서 스승이 대답한다. "사망 원인은 총알에 의한 것이다." "총?" 뜻밖의 단어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스승은 환상의 시체의 가슴부터 복부까지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빨간 머리 청년에게 말했다. "에르고, 네 환수로 분석할 수 있겠어?" "해 보겠습니다."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등 뒤에서 반투명한 환영의 손이 자랐다. "그게 바로 소문의 환수다!" 엘고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환수를 지즈의 시체 재생 영상에 갖다 대었다. 마치 옛날 영화에서 본 금속 탐지기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 환수가 천천히 지즈의 시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고 나서야 엘고는 스승에게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플랫 씨의 기록이지만, 제 환수에서도 정보 압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상한 상처입니다. 정말 이상한 상처입니다. 죽기 직전에 먹었을 텐데, 상처 자체는 이미 십 년 전의 오래된 상처처럼 막혀 있어요. 하지만 엘고의 집게손가락이 지즈의 가슴을 가리킨다. 피투성이가 되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거기에 총자국이 있는 모양이다. “이 상처에서 지즈의 마술회로로 어떤 에너지가 흘러들어간 것 같아요. 찢어낸 후, 억지로 이어받는 그런 성질을 가진 에너지입니다. 마치 정밀한 전자기기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그 에너지가 지즈 씨의 마술 회로를 폭주시킨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것도 총알에 의한 것이 아니라, 폭주한 마술회로가 지즈 씨의 몸을 안쪽에서 찢어버린 거죠. 신대(神代)부터 살아왔으니 지즈의 몸도 보통이 아니었을 텐데, 그 당사자의 마술 회로가 폭주하면서 남는 마력이야말로 본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죠.“ “찢어버린 후, 억지로 이어받는다 ------” 그것은 엄청난 악의가 느껴지는 표현이었다. 상대를 상처 입히는 것이 아니라, 치유되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그 방은 창문이 열려 있었어. 거기서부터 저격이었겠지.“ 너무도 마술사답지 않은 키워드가 스승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에 소름이 돋는다. 총알이 마술회로를 찢었다는 총알이라니, 지금까지의 사건과 너무 이질적인 수법이었다. "그럼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범인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레이디." 스승님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플랫이 뜻을 받들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마술사의 시체에서 사망 시간을 알아낼 수 없으니까요!" “------ 그런 건가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며 질문하자 스승은 씁쓸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신대의 마술사라면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현대의 마술사라면 마술의 각인이 자동으로 죽음을 막는 거지. 그렇지 않더라도 방어를 위한 회복술이 죽음의 시간을 쉽게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 "그래서 ------ 오래 전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요 ------ 일반적인 사망 시간 진단을 시체의 변화나 악화로 판단하는 것을 생각하면 마술사의 사망 시간 진단이 어려운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본인이 총을 쏠 필요도 없지. 마술을 이용한 저격이라면 원거리 저격은 충분히 가능하겠지. 이건 과학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그건 ------ 그렇군요.“ 사신이든 전용 술식이든, 비슷한 일은 충분히 가능하겠지. 스승은 재킷 주머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냈다. 커터로 흡입구를 만든 후 성냥을 사용해 시가를 돌리면서 시가를 태운다. 방에 은은하게 향신료와 비슷한 향이 퍼져나갔다. ...... "나는 알고 있어."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스승은 속삭였다. "무엇을, 입니까?" "선대 로드-엘멜로이 케이네스-엘머로이 아치볼트가 성배전쟁에서 죽은 건 알고 있겠지?" "그건, 네." 한때는 스승님 자신이 선대 엘메로이와 싸워서 쓰러뜨린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스승님 자신의 입을 통해 설명되었다. "케이네스 사부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니다. 어떤 검의 영령과 그 마스터다. 나는 케이네스 스승님의 죽음의 모습도 보지 못했다.“ 당시 스승님에 대해 아직 남아있던 불신감을 떨쳐버린 것은 그 뒤에 덧붙여진, 몹시 쓸쓸한 대사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나니 역시 슬펐어요." "그토록 뛰어난 재능이 무참히 사라졌다는 것도, 그 사람이 보던 풍경을 결국 나에게는 단 한 번도 공유할 수 없었다는 것도 그저 슬펐어요." 그 후 몇 년이 지났지만, 그렇게 고백할 때의 그의 옆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그때의 기억을 까맣게 잊어버리더라도 그때의 인상만큼은 가슴 어딘가에 계속 남아 있을 것 같다. 스승님에게 있어 그 비극이야말로 그 비극이 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대 엘메로이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케이네스 선생님의 시신은 시계탑 공작반에 의해 회수되었지만, 시신에서 박리된 마술각인 및 박리 시 해부된 케이네스 선생님의 마술회로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어." "에------" 스승이 말하는 의미는 분명했다. 그것을 에르고가 받아들여 말로 표현했다. "즉, 지즈의 시체와 같은 ...... "그래. 케이네스 스승님의 경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시체를 인수한 시계탑의 자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자료로 볼 때 지즈의 시신은 우리 스승님의 시신과 매우 흡사하다." 갑자기 과거에 발목을 잡힌 기분이었다. 서 있던 카펫이 진흙탕으로 변하고, 거기서 나타난 손이 자신들을 끌어당기려는 것 같았다. 착각을 떨쳐내려는 자신에게 스승은 더욱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레이디는 비슷한 피해자를 한 명 더 알고 있을 것이다. 왕위 결의 때 시계탑 지하 영묘 알비온의 채굴도시에서 만났던 상대야." 점성술사 플뤼거의 스승 관위결의 사건에서 영묘 알비온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 사람, 그 노마술사였다. 그리고 한때 마술계에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노마술사가 영묘 알비온에 은거하기로 결심한 것은 암살자들에 의해 마술회로도 마술각인도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런 무시무시한 암살자도 있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 아, 아” 지즈와 선대 로드-엘멜로이도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스승님으로서는 이제 세 번째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인연이 그림자 속에서 떠오른다. 설마 이렇게 멀리, 그것도 모나코라는 이국 땅에서 스승에게 첫 번째 사건이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럼 범인은 그 킬러인가요?" "아니, 마술사 킬러라고 불린 그 상대도 이미 죽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수단으로든 그의 노하우를 물려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피곤한 듯 스승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싫어도 실감하게 되네. 이쪽은 다른 현역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스승은 천천히 시가 연기를 내뿜었다. 배 모양을 만들며 보랏빛 연기가 희미하게 퍼져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0 "어차피 내일 낮에는 육지를 떠날 거야. 범인이 같은 배를 타고 있더라도, 빨리 철수하더라도 그 때 생각해야 할 거야. 여러 번 말하지만, 우리는 형사가 아니야. 진실을 밝힐 필요는 없다." “아, 교수님! 그럼 지금 당장 엘고 군과 함께 지상에서 볼일 좀 볼 수 있을까요?”안절부절못하며 몸을 떨던 플랫이 제안한다. "흐음. 네 고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더 이상 다툼은 안 될 것 같구나." "하하하 교수님! 저를 핥지 말아주세요! 일주일도 필요 없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극상의 트러블을 가져다 줄 테니까!“ "지금부터 밧줄로 묶어놓고 탈출 마술 연습이라도 할까요?" "어이쿠. 그럼, 다녀올게요! 자, 가자, 에르고 군!" "아, 잠깐만요, 플랫!" 씩씩하게 뛰어나가는 플랫을 따라 에르고도 문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배웅한 후 스승님은 시가를 재떨이에 올려놓았다. "스승님 ------” “------ 역시나 조금 피곤하군.” 의자에 등을 기대고 스승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앞에 손등을 대고 있었다. 방금 전 대화에서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에게 물었다. "멜빈 씨에 대해 힘들지 않습니까?" "정말 그 녀석다운 반응이었어. 확실히 그 녀석이라면 세뇌를 당하지 않았겠지. 오히려 십여 년 전부터 기다렸다는 말대로, 그 녀석은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 어쩌면 나도 그랬을지도 몰라.“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스승에게 멜빈 웨인즈는 몹시 복잡하고 섬세한 곳에 위치한 상대였다. 엘멜로이 2세가 아닌 웨이버-벨벳으로 상대할 수 있는 이제 유일한 상대. 결코 무조건적인 신뢰 따위는 없고, 오히려 이번처럼 적대적이 되는 것조차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계. 청춘을 공유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적대감 그 자체는 갈라져도 다른 곳에서 갈라질 수 없는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 ------" 조금 더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할 때였다. 스승님의 재킷 가슴팍에 넣고 있던 휴대전화가 떨렸다. 그 단말기를 귀에 대고, "린?" 스승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왜 그래, 너. 계속 연락이 오네........(「どうした、 お前。 ずっと連絡がー) "선생님! 당장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다급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1 "지금 좌표가 바뀌지 않았나요?“ "아, 눈치채셨나요? 역시 최신 엘메로이 교실 수강생답다! 서양 마술보다는 사상 마술인 풍수나 우보에 더 가깝다고 하네요. 천팔백 년 전이라면 아직 시계탑도 생긴 지 얼마 안 됐으니 그쪽의 마술이 안정성이 높았던 것 같아.“ 드물게 플랫이 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듯한 말을 한다. 평소 감성으로만 마술을 다루는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이 술식이 특별하다는 뜻이었다. 이번의 경우, 그 숫자에 에르고도 감이 잡혔다. "천팔백 년 전이라니....... 배에서 이야기했던 네 조상님?" "그래, 그래. "네. 대조상이라고 할까, 초대 메살라 에스카르도스 씨 반펨 씨는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고 보니 플랫과 반펨이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에서 조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 단지 반펨과 교류한 계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외에도 다른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특정 순서대로 걷지 않으면 이 술식이 지정한 장소에 도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요. 이것만큼은 나도 해킹할 수 없었어!" 밤의 뒷골목을 지나면서 플랫이 아쉬운 듯이 말했다. 혹은 이러한 수법에 대한 도전이 그의 기술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을지도 모른다. 신비는 오래될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는 법이다. 천팔백 년 전, 즉 신대(神代)와 맞닿아 있을 정도로 오래전이라니! 그렇다면 현대와의 괴리는 상당할 것이다. "천팔백 년 전이라면 모나코의 거리 풍경도 당시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수법이 더 대응하고 있는 걸까요?" "네! 술식 자체가 어떤 종류의 지능을 가진 자동 구동 술식이라는 거지! 이것도 몇 번 몇 번이나 응용하고 있는데! 내 마술도 처음에는 이 술식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익힌 것 같아." "------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네 마술의 기초는 천팔백 년 전 상대와의 스파링으로 익힌 거구나?" "해킹을 하려고 해도 자동 진화해서 대응하는 거지! 아마 원래의 술식은 굉장히 간단한데, 내가 궁리하는 쪽에서 그 궁리를 복사해서 되돌려주는 분홍색 괴물 같은 느낌이야! 이쪽도 대응술식의 버전을 삼천 육백 구십 칠 번까지 올렸는데 말이야." 불만을 품은 듯 청년이 입술을 삐죽 내민다. 시계탑에서도 대부분의 교사의 손을 거스르고, 수렁에 빠진 끝에 최종적으로 Ⅱ세에게 도달했다고 하는데, 왠지 납득이 가는 경력이었다. "아, 에르고군, 이쪽이야" 에르고의 눈이 희미하게 열렸다. 분명히 단순한 벽에 플랫의 몸이 숨어 있었다. "후후후, 돌 속에 있네, 라고요! 그래서 이 돌 속에서 한 바퀴 돌았어요." 잠수하는 것만으로 플랫이 다시 돌아왔다. 언뜻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도 아까 말했듯이 마술에서 지정한 절차이겠지만, 반펨의 배라는 것도 그렇고, 이 메살라-에스카르두스의 술식이라는 것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퍼즐 같기도 하고, 게임 같기도 하다. 장치를 만든 마술사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과 함께 플랫을 따라가다 보니 갑자기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역사적인 거리 너머에 있을 수 없는 것이 나타난 것이다. 작은 언덕이었다. "이런 지형, 지도에 없지 않나요 ------? "천팔백 년 전 모나코의 지형인가 봐요.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지금은 그림자만 남아있는 장소. 현대에는 성립되지 않는 종류의 대마술이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던가. 뭐, 아마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일 테고, 어머니도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일 테니, 사실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고 플랫은 망설임 없이 그 언덕을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개의 서양식 건물이 합쳐진 듯한 기묘한 저택이 그들을 맞이했다. 만약 이곳이 실제 주거지라면 펨의 배 연회 참가비 등 용돈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았다. 물론 모나코의 부동산 가격 따위가 이 곳에서 통용될 리는 없겠지만, 경악할 만한 저택이었다. "그럼 여기가 네 집이구나?" "그렇겠지! 아, 물론 이 집은 1대째 지은 집은 아니야! 이 곳만 초대 메사라 씨가 지었고, 나머지는 대대로 대주인이 마음대로 증축을 해왔다고 한다! 덕분에 전혀 통일감이 없는 게 마치 변두리 료칸 같지 않아요!“ 대답을 하고 나서 플랫은 뒷문으로 향했다. 통통하게 말아 올린 손을 오른쪽 눈에 대고,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렌즈 조정하듯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인다. 으음, 예전보다 잠금 수식이 훨씬 더 엄격해졌구나. 총 47층 정도? 해킹 대책도 많이 강화된 것 같네. 응, 아빠 이거 잘했어!" "괜찮아?" "아니, 역시 아버지는 대단해!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까지 실력을 키울 수 있구나! 예상보다 세 배는 시간이 걸리니까 ------ 어, 아홉 초만 기다려줘!" 말하자마자 청년은 반대쪽 손을 내밀었다. "개입 시작" 단 한 마디의 주문이 금발 청년의 손가락에서 마력을 뿜어낸다. 밖에서 하나씩 해제하는 식의 느릿느릿한 방식이 아니다. 47층으로 판단되는 모든 술식에 단숨에 그의 마력이 스며들어 동시에 다발적으로 마술 해킹을 시작한 것이다. 술식 파괴, 조차도 아니다. 플랫이 만든 마술은 "나는 폐쇄술식입니다!"라며 라고 말하면서 원래의 술식을 속이면서 그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린다. "무슨 변경이냐?" "나랑 너를 관리자 틀에 가둬버리는 거다. 이 폐쇄술식은 아무도 통과하지 못하지만, 나랑 너는 관리자니까 얼굴 패스야, 라고요!" 9초가 채 지나지 않은, 정확히 7초 만에 폐쇄술식 탈취가 완료되었다. "네, 관찰 종료!" '퐁'하고 손을 두드리며 쉽게 문을 열고 나서 플랫이 에르고를 불러들였다. "어서 들어와. 아, 좋죠, 우리 집에 친구 데려오기 이벤트라니! 게임에서는 해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이네~! 르시안에게 모나코에 오라고 했을 때, 내가 네 부모님을 만나면 실수로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거든~! 친구로서의 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 같지 않나!" "아니, 그건 아주 좋은 친구잖아....... ------ 그럼 이만 가볼게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에르고가 플랫의 뒤를 따랐다. 어두운 복도가 그들을 맞이했다. "음, 내가 아는 우리 집이란 이런 거구나." 킁킁 냄새 맡듯이 하면서, 플랫이 진행되어 간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토록 어둡고 넓은 양옥에 다른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으니, 왠지 공포스러운 인상이 강했다. 삐걱삐걱거리는 바닥을 밟으며, 플랫은 중간쯤에 있는 부엌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립다. 예전에 이 부엌에서 악마를 불러내는 마술 같은 걸 시도한 적이 있었거든" "부엌에서 악마?" "그래, 고유 결계는 금주라고 하니까 고유 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악마를 불러내면 되는 거 아니야, 피콘! 부엌에는 소금이나 설탕, 밀가루 등 촉매제가 거의 다 갖춰져 있어서 쉽게 할 수 있었어. "네가 말하는 것이 무서운 것만은 알겠어." "좋았어, 그 반응! 엘메로이에서는 귀중한 말장난 역할! 카우레스 군도 의외로 융통성이 풍부하다고 할까, 엘메로이 교실에서도 톱 클래스의 마술사 기질이니까! 나도 그랬다면 기뻐했을 텐데 말이야.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에게 들키고 나서 비명을 지르며 말렸으니까요." 한 가지씩, 끔찍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여러 번 빠졌던 터라, 엘고 역시 더 이상 반성적인 지적을 하지 않고 금발 청년에게 물었다. "여기엔 어떤 의도로 온 거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유산 동맹으로서는 우선 조상의 유산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말이야.“ "유산?“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나에게 암살자를 보냈다고 말했잖아. 열두 번 정도 했는데, 아버지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펨의 배 연회에 나갔어." "에......." 엘고가 작게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반펨씨와 너는 ------ "당시에는 자주 함께 있었어. 그래서 펨의 배 연회에 나간 아버지는 참가비로 에스카르도스 가문의 마술각인을 내걸었지. 단돈 백만 유로에 마술각인을 내놓을 마술사는 없겠지만, 아버지는 절대 나에게 마술각인을 주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이기면 반펨 씨에게 나를 죽여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고 하더라. 이기면 날 죽일 수 있고, 지면 마술각인을 내게 넘기지 않아도 되니까, 아버지, 잘 생각하신 것 같아요!" 플랫의 말에는 단순히 언어적 잔인함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마술각인을 본래의 후계자인 마술사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린과 2세의 가르침을 받은 엘고는 잘 알고 있다. 수백 년, 때로는 플랫 가문처럼 2천 년 가까이 마술각인을 계승해 온 것은 계승하는 것 자체가 마술사의 존재 의의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언젠가 근원이라는 끝에 도달할 때까지 영원히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아니, 우리 마술각인이란 건 그 내용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지. 대부분의 마술각인의 수명은 다 되어 가는데 무슨 소용이 있는지도 모르니 누가 불러도 역사에 남을 에스칼도스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거지. 아, 나는 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름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게 마술각인을 주는 걸 굉장히 싫어하셨어. 그래서 엄청난 사고가 날 거라고 믿으셨던 것 같고, 나를 마치 붕괴 직전의 원자력 발전소 같은 눈으로 바라보셨지. 산산조각 난 로봇을 써놓고 이제 와서 무서워하느냐는 식이었죠!" "그래서 결과는 ------" "물론 반펨 씨의 승리. 나도 에스카르두스의 마술각인을 되찾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어. 결국 다시 한 번 반펨 씨와 도박을 하게 되었어." "아, 그래서 펨의 선상 연회 같은 것도......." 플랫이 묘하게 펨의 선상 파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는 생각했어. 하지만 이런 이유였을 줄이야. "그럼 넌 펨의 선상 파티에서 이겼어?“ "아쉽게도 조금 다르네요! 반펨 씨, 에스칼도스 가문의 마술각인은 잠시 맡겨둔 것뿐이라서 그것을 되찾기 위해 정식 펨의 선상 연회를 열 생각은 없어. 내 부하를 이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해서 저기 딜러와 함께 하게 된 거야. 그래서 뭐, 펨의 배 연회 임시 정도?! 그래도 몇 번이나 져서 되찾을 때까지 꽤 고생했지만! 아, 정말, 한 번씩 질 때마다 시계탑으로 돌아가는 것도 힘들었어! 마지막에는 교실 사람들의 힘과 지혜와 돈을 빌려서 어떻게든 해냈어요." 방긋 플랫은 웃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2 "저기요" 유쾌하게 말하는 플랫에게 엘고가 물었다. "플랫이 모나코에 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야?" "응?" "루비아 씨네 집사님과 만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이 집에 와보고 싶었던 건가요?" "------ 음........" 에르고의 질문에 플랫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팔짱을 꼈다. 천천히 기울어지는 목이 자신의 어깨에 닿을 정도가 되어서야 겨우 이런 대답을 한 것이다. "잘 모르겠어. 하지만 누군가가 함께 와줘서 든든했을지도 몰라." "그런 것일까?" "그런 것 같아. 아마도" 두 사람 모두 거의 인간적인 반응과 심경을 애써서 추적하는 듯했다. 각각 마술과 신비에 있어서는 현대를 훨씬 벗어난 천재들이 마치 초등학교 교과서 문제를 풀며 인간을 배우려는 것처럼 보였다. - 로드 엘멜로이 세의 모험의 내용

*223 "자, 이제 곧이야." 그렇게 말하며 청년이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었다. "플랫!“ 순간, 엘고가 외쳤다. 문을 열자마자 문 너머에 네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의 눈에는 야간 투시경 스코프를 장착하고 손에는 기관단총을 들고 있었다. 남자들은 모두 프로페셔널이었다. 육안으로 확인한 후 콤마 2초 만에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초당 15발이 넘는 연사 능력에 대방어 마술용 관통술까지 적용된 총알은 아무리 뛰어난 마술사라 할지라도 피와 살을 찢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화약의 열기를 뿜어내는 총알이 모두 속이 텅 비어 멈출 줄이야. 창백하게 빛나는 손의 형상이 그들에게 보였을까. 아니, 보였다고 해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다음 순간, 그들의 몸도 역시 뼈마디마디가 모두 움켜쥐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와우, 서부극 속사포 쏘고 싶어요!" "관념하세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척추가 다칠 수 있어요." 선언한 에르고 앞에서 갑자기 검은 옷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꺅,' 하고 그대로 검은 옷들의 머리가 처박혔다. "미안해. 무슨 약이라도 마실 것 같아서 그대로 기절시켜 버렸어요.“ “아, 괜찮아 괜찮아. 기억은 잘 기억해 둘 테니까. 총알 숫자도 장부 정리해 놓을게.” 쓰러진 검은 옷들을 플랫이 들여다본다. "하지만 아버지, 내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이런 마술을 뺀 방식은 싫어하는 타입인 줄 알았는데, 의식 혁명이라도 한 건가? 확실히 지금의 방식이었다면, 내가 건드리면 한 손 정도는 빼앗겼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젊은이. 그들이 머물고 있던 것은 에스카르도스 가문이 지금 마피아와 항쟁 중이기 때문입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검은 옷들이 기다리고 있던 작은 방의 문이 이번에는 저쪽에서 열렸다. 이쪽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천천히 문을 열었다. "저쪽은 처음 뵙겠습니다. 미스트03이라고 합니다." 긴 머리로 눈가까지 가린 집사풍의 남자였다. (------ 아니, 여자?) 라고 엘고는 그 모습을 재확인한다. 옷차림은 남성적인 신사복이지만 그 윤곽은 여성적인 풍만함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의 목소리도 다소 높았던 것 같다. ------ 다행이다.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에 플랫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만난 지 아직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늘 즐거워하며 웃는 청년이었지만 그런 표정을 지어본 적이 없었다. "에스카르두스 가문에서도 가장 장수한 호문쿨루스예요. 내 유모도 해줬어." 그렇게 말하고 나서 청년은 물었다. "그래서 마피아와 싸운다는 게 무슨 뜻이야?" "아직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주일 정도 모나코의 이면에서 각 세력 간의 다툼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도 마술사 용병을 고용해 준비를 시키고 계셨어요." "그렇구나. 일단 에스카르도스 가문은 모나코의 세력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고, 언제 휘말릴지 모르니까. 자기방어라면 자존심은 우선할 수 있지 않을까?" (------ 일주일 정도?) 그 표현에 엘고가 한 순간을 할애했다. 혹시 지난번 펨의 배 연회가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침 에르고와 플랫들이 온 타이밍에 항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쪽은? 친구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에르고라고 합니다.“ "그렇구나“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눈동자에서 값을 매기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저기요, 미스트, 예의 마술각인 부품을 받으러 왔어요." "도련님에게는 주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습니다." "그렇죠?" 곤란하네, 라는 느낌으로 플랫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에 호문쿨루스는 단 몇 초 동안 그런 청년을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제 생각으로는 에스카르두스의 당주는 아직 젊으시니, 꼭 필요하면 넘겨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마 그 후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저는 분해될 거라고 예측합니다." "아냐, 아냐! 저녁만 빌려주면 돼요! 아빠의 봉인술식 버릇은 알고 있지? 다 쓰면 바로 다시 봉인해서 돌려줄 테니까!“ "그럼 준비합시다. 용병들이 쓰러져 있는 곳에서 친구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이 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춤추는 사람처럼 호문쿨루스가 발걸음을 돌렸다. 뒤따라가자, 반질반질하게 다듬어진 앤티크풍의 의자와 테이블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앉으세요.“ 재촉하자 호문쿨루스는 다른 문으로 사라졌다. 몇 분 후, 차와 과자를 담은 티트롤리를 밀고 돌아왔다. 같은 티트롤리에는 작은 액자도 실려 있었다. 아니, 액자라고 생각했던 내부에는 사람의 피부로 보이는 것이 끼워져 있었다. 그 표면에는 하얀 문장이 소용돌이치며 지금도 살아있는 듯 희미한 맥박을 반복하고 있었다. 빤히 쳐다보며 에르고가 물었다. "이게 마술각인이야?" "그쪽을 다루는 건 제가 없어진 다음에 해 주세요. 일단 아버지께선 절대 손을 대지 말라고 지시하셨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에게 홍차를 내온다. 호박색 표면에 점녹색 액센트가 녹아든 듯한 색조였다. "차는 훈제차 자-알렉산드르로 준비했습니다." "그게 이스칸다르의 차인가요?" "네. 그 정복왕 이스칸다르의 이름을 딴 차인데요. 왠지 손님 얼굴을 보고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조금 특이한 점이 있어서 과자는 그에 맞춰서 설탕이 많이 들어간 쿠키로 만들었습니다." 말을 듣고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확실히 스모키한 맛은 있었지만, 그 특유의 풍미가 쿠키의 단맛으로 승화되었다. 아마추어도 이해할 수 있는 멋진 조합이었다. "도련님이 돌아온 것에 대해 나는 보지 않은 것으로 하고, 나중에 기억 폐쇄 조치도 할 것입니다. 오늘 일은 깨끗이 잊고 있을 테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 주세요." "고마워요, 미스트." "검은 옷에 대한 기억 처리도 잊지 마세요. 도련님은 그런 사소한 것부터 방치하는 버릇이 있으니까요." 아홉 살 때 내 과자를 흉내내려다가 마카롱을 무한히 만들어내는 마술예장을 만든 채로 방치해 모나코 거리를 온통 마카롱으로 가득 채웠던 일을 잘 잘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뒷정리는 미스트가 해줬었지?" "어머니가 반드시 암살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때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무뚝뚝하게 잘라 말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듯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4 "좋아, 쓸 수 있을 것 같다." "사용한다는 건, 마술 각인을 자신의 몸에 이식하는 거 아냐?“ "그렇게 하면 돌려줄 수 없잖아요. 이번엔 다른 방법을 쓸 거야." 마술 각인을 힐끗 쳐다보며 플랫은 엘고에게로 향했다. "너에게 이 마술 각인을 이식하고, 신을 잡아먹는 술식 자체를 분석할 거야." "나에게 이식?" "그래. 대부분의 마술 각인은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면 거부반응이 심하지만, 뭐, 다른 사용법도 있거든. 이번 경우는 나에게 이식된 마술 각인과 동기화하면서 마력 분석기로 쓰려는 거야. 어차피 마술 각인은 본인의 마력과 동화되는 거니까 최고의 탐사 바늘이 되겠지." 거기까지 말하고 플랫은 말을 끊었다. "단, 물론 이것도 거부반응은 일어날 수 있어. 엘고군의 술식에 대해서는 얼핏 봐서는 30% 정도밖에 알 수 없고, 자칫 잘못하면 폐인이 될지도 몰라. 음, 이것도 30% 정도는 피할 수 없겠지. 기억의 포화를 피하기 위해 폐인이 된다는 건 꽤나 비극적인 일이죠!" "즉, 도박이군요." 그 말을 하고 나서 에르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왠지 펨의 선상 연회에 관여한 탓인지, 생각이 그쪽으로 끌려가고 있다. "그만둘까?“ 잠시 침묵했다. 차가운 결정체를 뱉어내듯 말을 내뱉는다. "저 너머에 더욱더 영광이 있다." "음, 그게 뭐야?" "원래는 고대 그리스의 개념. 당시의 미덕으로 우애와 명예를 나타내는 단어. 그들은 항상 자신의 외부에서 자부심을 찾았다. 아마 우리 아버지도 그랬던 것 같아. 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가끔, 정말 가끔, 이 청년이 발산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패왕의 징조, 라고 2세가 말했던 것처럼. "시험해 보자, 플랫! “어서!” 마치 인조인간을 만들어낸 과학자처럼, 금발 청년은 열 손가락을 섬뜩하게 움직이며 눈부신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였다. “신대의 세 마술사도 그렇고, 교수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신을 잡아먹는 비밀은 내가 먼저 도전해 보겠어!”-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5 "아까 동물원 흉내를 낸 기억대로라면 이 교회가 마피아의 은신처이고, 에미야 시로가 납치된 곳이라는 뜻이겠지?" "그래, 문제는 그가 아직 여기 있느냐가 문제지." 가볍게 말하면서 루비아의 마술회로도 이미 구동하고 있다. 오랜 역사에 힘입은 그녀의 내면에 흐르는 마력은 그곳의 마술사 수십 명을 가볍게 능가하고 있었다. "곧 이곳의 결계가 끊어질 거야. "호호, 끊어졌어." 기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뒷문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린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뭐야, 이거" "야, 이 냄새" 뤄롱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피아가 항쟁 중이라고는 들었는데요." 루비아의 목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교회 내부는 엄청난 피를 뒤집어쓰고 처참한 시체로 가득 차 있었다. 끔찍한 현장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치안이 좋기로 유명한 모나코에서 이 정도의 참사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시체 대부분이 총을 들고 있었고, 그중에는 반쯤 짐승으로 변이된 시체도 있었다. "전투, 아니 거의 일방적인 살육이 벌어진 지 하루 이틀 정도 됐어요. 결계 때문에 죽음의 냄새도 봉인된 것 같네요." 천천히 걸어가던 린이 의자 근처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들었다. "이거, 시로의 휴대 단말기!" "그럼 에미야 시로가 이곳에 온 게 틀림없다는 건가?" 뤄롱이 천천히 시체를 관찰해 나간다 총 14명의 시체. 대부분 머리나 가슴에 몇 발씩 총을 맞은 상태였다. 사망 원인은 그 상처로 인한 것으로 보아 틀림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마술사답지 않은 손놀림이군. 이 안에 에미야시로가 있을까?" 린이 조심스럽게 살핀 후, 모자를 흔들었다. "------ 없어." "그렇다면 도망쳤거나 ------ 습격한 상대에게 납치된 것이겠군요?" 루비아가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6 "여기 마피아는 원래는 어둠의 루트의 마술 상인이었나 보군. 주술체든, 예장이든, 정보든, 혹은 현대 무기든 가리지 않고 취급했던 것 같다. 아까의 동물원 괴한도 그런 일로 영약을 팔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군.“ "그렇다면 그만한 마술 상인이었겠지. 저 녀석들, 마술사치고는 초라한 실력이었지만, 영약의 효과는 나쁘지 않았으니까요." 뤄롱의 말에 루비아가 입을 열었다. "그렇겠지. 그야말로 당신 집이 단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뱀의 길은 뱀의 길이지만, 이런 계략은 함부로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좋은 인맥을 쌓기 위해서는 악연을 끊는 것도 중요하다. 모나코에 그런 마술 상인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무리해서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 그렇구나. 그 역시도 이론이군요."(······なるほど。 それも理屈だ」) 납득한 뤄롱은 몇 번 더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게 거래처 목록인가?"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오는 문자열을 바라보며 빙고, 라고 중얼거렸다. "있었어, 에미야 키리츠구. 아무래도 옛날 단골손님이었던 모양이다. 거래 내역은 대략 20년 정도 전이지만, 꽤나 화려한 거래를 하고 있다. 로켓 발사기나 폭약 같은 걸 이렇게 많이 주문해서 혼자서 전쟁이라도 하려는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7 "마술사 킬러라는 이름에 걸 맞는 분이시군요. 왜 그런 분이 셰로의 아버지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루비아가 문득 옆을 돌아보았다. 린은 몹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런 표정은 그녀의 스승인 현대마술과의 군주의 전매특허일 것이다. 그 어떤 시련과 어려움도 그녀에게 그런 감정을 갖게 할 수는 없다. 그 표정에 루비아가 물었다. "...... "혹시, 혹시 셰로는 자신의 아버지가 마술사 살인마라는 사실을 모르시나요?" "몰라. 적어도 경력의 세세한 부분은." “뭐야, 그건?” 시선을 들어 올리며, 뤄롱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마술 세계에 있으면서, 게다가 아버지가 마술사 킬러인데 그걸 모를 리가 없지 않겠어? 활동 시기가 20년 전이라 나이적으로 이야기를 모르는 건 그렇다 치고, 설령 부자지간이라 해도 말이야.“ "보통은 아니겠지." 인정하며 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녀석은 마술사라고 해도 마술사가 아니잖아." "헷.......“ "뭐야?" 눈살을 찌푸린 여성에게 뤄롱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아니, 보통 마술사라고 하면 욕을 해야 하는데, 지금 말한 말에는 그런 분위기가 없었어." "그래? 최악의 욕설로 사용한 것 같은데?“ 훗, 콧김도 거칠게 내뱉으며 단언한 린이었지만, 그 입술은 아주 약간만 살짝 벌어져 있었다. 마치 그 사실이 자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8 뤄롱은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음,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는 항목이 있네, 지금 열겠어.“ "잠깐, 이거.......“ 들여다본 린이 가볍게 눈을 떴다. 특별한 마술 예장도, 거창한 무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니터에 비친 총알은 지극히 평범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심히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 기원탄' 라고 말하는 뤄롱이 있었다. "설명도 적혀 있네. 마술사 킬러-에미야 키리츠구가 자신의 갈비뼈를 잘라내어 가루로 만든 후 영적인 공정으로 응축하여 심재로 봉입한 탄환. 나는 예전에 이미 은퇴한 에미야 키리츠가와 협상을 통해 아인츠베른의 위치 정보를 포함한 몇 가지 정보를 대가로 남은 기원탄 세 발만을 넘겨받았다. 그 탄환이 가져오는 것은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에미야 키리츠키의 특이한 『기원』 그 자체다. 그 결과, 총에 맞은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없지만, 피탄 부위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특히 마술사의 경우 치명적이며, 아무리 강력한 마술적 방어를 치고 있어도 - 오히려 치고 있을 때야말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여 마술회로와 마술각인을 남김없이 파괴하고 피해자를 폐인으로 만들 것이다.“ “마술사를 향한 악의에 가득 찬 총알이군요.” 마술회로를 파괴당하는 것이 마술사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손의 미래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마술회로의 보전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 마술사에게 가장 신성한 책무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9 다른 데이터도 보고 나서야 뤄롱이 일어섰다. 세례대 건너편이 고해소가 되어 있었다. 고해, 즉 참회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이 교회에서는 벽에 인접한 작은 나무 부스로 되어 있었다. 이 부스에 신자와 신부가 각각 다른 문으로 들어가 얼굴이 보이지 않게 칸막이가 쳐진 작은 창문을 통해 대화하는 것이 고해성사의 규칙이었다. 신부를 위한 문으로 들어간다, "------ 여기구나" 젊은 마음이 누르면 고해실과 인접한 벽이 움직여 아주 작은 방으로 통하는 문이 되었다. "이게 ------ 마술 상인의 상품 보관소라고요?" 뒤쫓아온 린이 작은 방을 바라본다.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먼지가 쌓인 흔적 등을 통해 다양한 물품이 놓여 있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부서진 유리 케이스에 다가가 갈색 피부의 청년은 이렇게 단언했다. "여기에 기원탄이 있었을 거야“ “그럼 ------” 린의 말에 뤄롱은 이렇게 대답했다. "기원탄을 빼앗은 상대가 에미야 시로를 마피아로부터 납치해 갔다는 뜻이 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0 모나코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사선 환희호의 지배인실, 그 발코니1이었다. 항구에 정박한 채로, 이 정도 크기라고 해도 완전히 흔들림이 멈추지 않는 여러 개의 불야성을 품고 있는 풍경은 희미하게나마 흔들리며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오늘도 파티에 나서는 VIP들이 입고 있는 보석들만 해도 백만 달러에 그 백 배를 곱해도 모자랄 것이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코니 의자에 누워 잠든 남자의 뒤에서, "------ 반 펨님, 몽라쉐를 가져왔습니다." 여섯 자매 중 한 명인 쿠폴라가 들고 온 것은 우아한 형태의 화이트 와인 한 병이었다. 와인의 양대 산지인 부르고뉴 지방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우아한 형태의 화이트 와인 한 병을 들고 왔다. 반펨은 와인 잔을 들어 올리며 향을 음미하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런 밤에는 어울리는 술이네. 어때요?" "적절한 평가를 원하신다면 한 병을 통째로 드릴 수 있습니다." "그만해! 세 병밖에 남지 않은 빈티지야!" "그만해!" 비명을 지르며 화이트 와인을 피하는 반펨에게 쿠포라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보다 언니들의 보고가 왔어요. 역시 바다를 포함한 모나코 일대가 어떤 마술 의식에 침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우선 지즈겠지. 죽기 전에 남긴 마술이겠지." 와인 잔을 기울이며 반 펨이 말했다. 그 빛깔에 눈빛을 반짝이며 계속한다. "2천 년 전의 나라면, 아니 적어도 7백 년 전의 나라면 그 마술 의미를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말을 하면 그는 나를 경멸하지 않을까?“ 귀를 기울인다. 파도 소리가 들린다 사람은 거기서 왔다. 모든 생명체 또한 거기서 왔다. 대부분의 신들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이곳은 바다의 행성이다. 그렇다면 사도는? 살아 있지 않은 것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어디로 가야 하는가. 텅 빈 달만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옛 친구가 죽었다. 새로운 제자를 남기고." 반펨의 숨소리가 몽라셰의 표면을 흔들었다. 그 표면에 꽃이 피었다. 진홍빛의 장미 꽃잎이 차례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기교인지 마술인지, 그 꽃잎들은 바닷바람을 타고 모나코의 바다로 흩어졌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1 그런 와중에 거대한 유람선에서 두 명의 마술사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한 명은 이실리드 모건팔스.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이었다. "아젤 녀석, 빨리 사라져 버렸군." 혀를 차며 이시리드는 밤바람에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옆에서 아시아풍의 인형을 안은 스젠이 물었다. "주술사였나요? 시계탑의 손님으로서는 드문 일이네요." "실력이 좋으시네요. 우리 사정상 상대를 고를 수 없는 건 알잖아? 시계탑인데 너 같은 나선관 사람까지 들여놓을 정도야." “이건 쓸데없는 말을 했네요.”스젠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시리드는 불만스럽게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이번 펨의 선상 연회는 너무 어수선하네. 뭐야,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가 죽었다고? 물론 반펨씨 자신은 살아 있는 신비의 존재이긴 하지만, 그런 손님은 처음 들어보는군." "그런가요?" 라고 스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황해는 확실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지만, 이번이 특별한 것은 아니겠지. 당신도 그 시체를 보고 기억이 난 거 아니야? 20년 전의 모나코를." 그 말에 이시리드는 벌레라도 씹어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마술사 살인마라면 진작 죽었을 텐데, 극동의 의식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의식에서는 살아남았지만 얼마 후 후유증으로 죽은 것처럼 들었는데" "그건 상관없어. 암살자의 최후는 별반 다르지 않아요." 이시리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지부라고는 하지만, 시계탑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뒷골목에서나 살 수 있는 암살자 따위는 해충 정도로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시리드를 스젠은 차가운 검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술사라면 ------ 본인은 죽어도 마술은 남기는 법이지." "저 녀석은 마술 사용자잖아.“ "그건 그냥 호칭일 뿐이야. 마술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은 마술사의 본능이야. 남이 아닌 본인이 스스로 마술사라고 자칭하게 되면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뛰어난 마술사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술이 후계자를 찾는 법이죠." “------ 기술이 후계자를 찾는다, 라고?” 그 말에 이시리드는 한동안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알았어. 이쪽도 알아볼게." "조심해, 이시리드. 마술사 살해 기술 같은 건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니까." "나도 알아. 그럼 넌 어떻게 할 거야? 보안이 잘 되어 있는 우리 집의 방을 제공하지 않겠어?" 다소 비열한 의미도 내포된 이시리드의 제안에 스젠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사양할게. 내일 펨의 선상 연회에서 봅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2 "솔직히 저는 어이가 없었어요. 외국에서 낯선 여자애를 보호하려고 마피아와 싸우는 사람, 무모하다고도 할 수 없죠. 정의의 편이라도 된 겁니까?" "좋은 호칭이네요, 그거." "칭찬하는 게 아니니까" 거침없이 항변하는 스젠의 말에 청년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보다 더 좋았나요?" "뭐가? "뭐가?" "스젠 씨도 마술사예요?" 내가 의식을 잃은 동안 도와주셨다고 알려주셨는데, 그렇게 해서 좋았나요?" "버림받는 게 좋았어요? _ "아니요. 하지만 마술사에게는 마술사만의 방식이 있잖아요. 저를 돕는다는 것은 지역 마피아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은 것 아닙니까?" "우연이야. 당신이 도와준 아이, 제 지인이었거든요."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면서 스젠이 말했다. "마피아 하급자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는데, 전혀 모르는 외국인 남자가 도와줬다고 달려들었어.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잖아." "아니, 말씀하신 대로 죄송합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청년에게 스젠은 가슴이 허전하다는 듯이 조금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3 "게다가 나도 최근에 다시 태어난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좋았어. 기분이 좀 좋았거든." "좋은 일이 있었나요?" "어떤 분의 제자가 되었어요." 하고 스젠은 고백했다. 자신의 손을 앞으로 내밀어 펼쳐진 열 손가락 끝을 바라보며 뜨거운 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수업을 받은 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지금까지의 단련이 바보처럼 변해 버렸어요." "어, 괜찮아요, 그거? 사기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사기?" 앵무새처럼 말하면서 그녀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웃겼나요?" "아니, 확실히 사기 같은 거니까. 방황해의 제자라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4 카지노의 공기는 지독하게 퇴폐적이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의 레저랜드와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지친 긴장감이 가득하다. 생음악으로 흘러나오는 클래식의 편곡도 그 긴장감을 완화시키지는 못한다.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특별한 한 구석이다. 룰렛이든, 블랙잭이든, 혹은 마카오 주사위든, 대부분 게임군 끝자락에 있지만, 당당하게 중앙에 모여 있는 경우도 있다. 그 구획만 유독 이상하게 건조했다. 단순히 거래되는 돈의 규모가 엄청나게 큰 것만은 아니다. VIP 등 이 모나코에서 드문 일이 아니고, 거액의 거래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런 모나코이기에 억 단위의 도박일지라도 어디까지나 레저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것이 보통이다. 천문학적인 손해를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술 취한 기분이야말로 이 땅에서 요구되는 성질이다. 그런데도 그 구획에 응집된 기운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씁쓸한 쓴맛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 이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 구획들을 보지도 않는다. 아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선 환희선에 적용된 환영 마술적 증강현실에 의한 것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구획에 모인 손님은 마술사나 관계자들뿐이다. 즉, 펨의 선상 연회 참가자나 그 내막을 아는 관객들. 지난번 뱃놀이에서는 우승자의 존재조차 많은 마술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엔 그 명성 때문인지 꽤 많은 관객이 모인 것 같다. 내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은 다섯 명이지만, 모두의 시선이 가장자리에 앉은 스승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혹은 호기심, 혹은 적대감, 혹은 증오------ 뒤의 두 사람은 약탈공 등으로 불리는 스승의 자초지종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히트. 스승님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카드를 한 장 더 추가하라는 신호였다. 게임은 블랙잭. 받은 카드의 숫자를 더해서 딜러의 숫자보다 높으면 승리. 단, 21을 넘으면 패배라는 아주 간단한 도박이다. 스승의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딜러에게 시선을 돌렸다. 딜러의 미모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펨의 딸들이라고 불리는 펨이 만든 정교한 골렘의 일체이다. 펨의 선상 연회 테이블은 그녀들에 의해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추가” 다시 한 번 스승님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자 주위가 왁자지껄해졌다. 스승님의 카드는 총 20 다른 손님들도 더 이상 추가하지 않고 딜러가 한 쪽만 내려놓았던 카드를 공개하는 하트 퀸이었다. 10과 그림카드는 모두 10으로 계산된다. 미리 공개했던 또 한 장의 력드는 스페이드의 9. 총 19. "축하합니다" 무기력한 딜러의 칭찬에도 스승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밀린 대량의 칩을 받는다. 그리고 또 하나. 칩과 별도로 베팅한 동전을 손수 금고에 챙긴 후 자신과 스승은 테이블을 떠났다. 부드러운 카펫이 이제는 발밑에 얽힌 잡초처럼 느껴졌다. 육체보다 정신을 갉아먹는 유형의 피로였다. 도박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내가 이 정도니, 계속 집중하고 있던 스승의 피로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괜찮으세요, 스승님?" "안타깝게도" 호흡이 얕아지고 있다. 다리를 절뚝거릴 것 같을 정도였다. 환전소 근처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한 스승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이 소파에 앉았다. ------ "미안하지만, 손이 좀 더 잘 잡혔는지 확인 좀 해줄래요, 아가씨?" (······申し訳ないが、 手持ちを確認してもらえるか、 レディ」) "아, 네." 물론 스승님이 아무리 마술사로서 낙제생이라 해도 이 정도의 계산은 마술 회로만으로도 할 수 있을 텐데, 만약을 위해 이쪽에서도 확인해 달라는 것 같다. 고동치는 심장 박동을 참아가며 휴대용 금고를 열고 칩을 세어본다. 새빨간 빌로우드 천에 담긴 보라색 칩이 십만 유로, 검은색 칩이 만 유로. 둘 다 터무니없는 숫자라 만지는 손끝까지 떨렸다. "사백칠십육만 유로입니다------ 처음부터 삼백칠십육만 유로가 늘었습니다------.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스승의 얼굴은 마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선상 연회 동전은 어때요?" 그 말에 칩 옆에 놓인 동전을 바라본다. 이쪽은 특별한 금화였다. 아마도 대조용으로 어떤 마술을 걸어놓은 것 같다. 어떤 마술인지는 마술사가 아닌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무늬가 다른 세 종류의 동전이 있다. 악어 무늬 동전을 기준으로 한 장 분량, 독수리 무늬 동전은 다섯 장 분량, 사자 무늬 동전은 열 장 분량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 주화도 조심스럽게 다시 세어 스승님께 알려드렸다. "백 이십 장입니다." "금은 네 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정작 중요한 동전은 20%밖에 늘지 않았군."쳇, 하고 스승님이 혀를 찼다. 이례적인 일이라 나는 눈을 깜빡였다. "무슨 일입니까? 잘 되고 있지요?" 백만 유로의 참가비로 힘들어하던 스승님이 그 4배에 가까운 이익을 얻었으니 어떻게 생각해도 기뻐해야 할 일이다. "이번 배 연회의 조건은 칩이 아니라 그쪽의 동전이야. 이기고는 있지만, 이 정도의 격차가 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슴에 넣고 있던 시가 케이스에서 시가를 꺼냈다. 한 번 피워본 시가라 이번에는 재를 케이스에 떨어뜨리고 다시 불을 붙이는 것뿐이었다. 천천히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스승은 눈썹 사이 주름이 점점 깊어진다. 시간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밝은 천장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겼구나 ------” 라고 스승은 중얼거렸다. “이기고 있네?” "그대로의 의미다. 흐름은 오고 있는데, 절묘하게 흘러가고 있구나. 두 번째 게임의 조건은 하루 안에 이 동전을 오백 개로 만들라는 것이었는데 ------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뜬다. 처음 받은 동전이 백 개였으니 아직 갈 길이 멀다. 이겼다는 의미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스승의 초조함은 공감할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5 "에르고와 플랫은 여전하구나." "네, 그렇습니다. 연락이 없는 상태입니다." 아침에 돌아오겠다던 두 사람은 그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스승이 재킷에서 꺼낸 회중시계를 바라본다. 카지노에는 시계가 없다고 하는데, 정말 사선환희선 카지노에도 시계는 보이지 않았다. 회중시계는 오전 9시 3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앞으로 두 시간 반 정도면 배는 출항한다. "적어도 린 씨들만이라도 ------ 다시 한 번 상황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흠, 번거로움만 늘어날 뿐이겠지." 반나절 전, 그녀들이 전해준 이야기 내용을 떠올리며 스승의 얼굴이 점점 심술궂게 일그러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6 반나절 전. 밤의 사선 환희선 객실에서 스승님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린" 스승님의 목소리가 딱딱해진 것을 나는 느꼈다. 사실, 그 린이 '당장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숨을 헐떡이며 연락을 해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급박함을 보여준다. 손바닥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지금 에르고와 플랫은 배를 타고 내려갔고, 스승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그리그 린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선생님은 에미야 키리츠구를 알고 계시죠?" 순간 스승의 숨이 멎었다. 자신은 모르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에미야라는 가문 이름은 지금의 자신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에미야 시로 지난번 선상 연회에서 펨에게 승리를 거둔 인물이며, 펨의 의뢰를 받아 그 수색을 맡은 상대였다. "스승님, 그거 -----" 말하려는 자신을 스승이 손을 들어 제압한다. "에미야 키리츠구 마술사 킬러이군." ----- 어........ 귀를 의심한다. 마술사 킬러란 지즈를 저격한 범인의 관계자로서 지금 의심받고 있는 바로 그 상대가 아닌가. 자신들이 찾고 있는 에미야 시로와 마술사 킬러의 가문이름이 일치한다는 것은 ------ "예. 그 에미야 키리츠구가 사용하던 기원탄이라는 마술예장을 이 모나코 마피아가 손에 넣었습니다. 저와 루비아가 찾고 있던 상대와도 인연이 있어서요.......! "잠깐, 에미야 키리츠구의 기원탄이라고?" "어쨌습니까?" 『どうかしましたか』 린의 질문에 스승님은 몇 초간 침묵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 지즈가 아마도 그 기원탄에 의한 저격으로 사망한 것 같다" "하아아아!!!" 휴대폰 단말기 너머로 고막을 뚫을 정도로 린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무심코 귀를 막은 순간, 전화 상대가 바뀐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7 "야, 씨발 아버지가 죽었다고?" 그 목소리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을 삼키고 최대한 담담한 척하며 스승이 말했다. ...... 바이 뤄롱과 함께 행동하고 있었구나." 지즈의 제자 에르고가 신을 먹는 사람이라면, 에르고의 절친을 자처하는 이쪽은 용을 먹는 사람이다.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하는 태조룡 튀폰의 권능을 흡수하여 일본에서 전대미문의 전투를 벌인 상대였다. 그리고, (...... 나의 성창을 받았다) 아직 자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최후의 꿈의 탑〉에 의해 그 능력이 봉인된 청년. 설마 그가 린 일행과 함께 행동하게 될 줄이야! 예상치 못한 상황이 겹겹이 이어진다. 마치 앞면과 뒷면이 바뀔 때마다 그려진 그림과 숫자도 바뀌는 마술 카드 같다. “미안하지만, 질문에 대답해줄래?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게 사실이야?” "아, 반펨 씨에게도 확인을 받았다. 기원탄에 의한 저격이라는 것은 내 추측이지만, 지즈가 살해된 것은 틀림없어. 외상은 없었지만 체내의 마술회로가 산산조각이 났으니까." "...... 이봐, 이봐. 정말이야?" 단말기 너머에서 뤄롱이 으르렁거렸다.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만약 모르는 곳에서 스승님이 돌아가셨다면 ------ 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조금만 생각해도 식은땀이 날 것 같다. 라이네스는 그런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자주 말하지만, 나에게 스승과 라이네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특별했다. 어쩌면 에르고도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면에서 떠올릴 때마다 따뜻한 빛을 발산하는 그런 상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8 그리고 다시 한 번, 새로운 인물의 목소리가 휴대 단말기에서 들려왔다. "저도 질문이 있는데요." "루비아구나" 스승님이 얼굴을 내민다. 원래부터 당당하게 행동했으니 그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방금 전의 이야기인데, 지난번 펨의 선상 연회에서 마술사 살해자의 아들인 셰로 군, 에미야 시로가 승리한 것은 알고 계시죠?" "들었어. 반펨씨는 승리한 에미야시로가 행방불명된 것을 걱정하고 계셔. 나는 참가비 대신 그를 수색하게 되었어. 그는 자네 집에서 일하는 집사라고 들었는데........" "그래요, 셰로는 저를 대신해서 지난번 배의 연회에 참가했었어요." 그런 뜻인가 ------!"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뱃놀이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것을 마련할 수 있는 상대방의 범위도 알고 있다. 에미야시로가 루비아의 집사라면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에미야 시로는 찾았나?" "아니요. 아까 마피아의 항쟁에서 또다시 낯선 누군가를 멋대로 도와준 후 행방을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루비아의 목소리에는 날카롭게 다가오는 분노와 아직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부드러운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불평을 하고 있을 텐데 어딘지 모르게 기쁜 것 같은. 화가 났을 게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웃는 듯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9 "그런데 아까 참가비 대신이라고 했는데, 튜터도 선상연회에 참가하셨나요?" “아, 참가했다. 에르고와 그레이의 문제에 대해 반펨 씨가 해결의 실마리를 알고 있다고 했으니까요." “------ 그렇군요. 그건 놓칠 수 없겠군요.”루비아의 긍정이 나에겐 감사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암시는 있었다. 예를 들어, 에르고가 먹어치운 신의 한 기둥인 사구전신의 권능인 <신왕도살 십사관>은 신을 세상에 되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것은 가볍게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애초에 에르고 본인의 권능을 에르고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고, 신을 산산조각 내어 관에 넣은 후 숙주였던 인간이 그냥 넘어갈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본래의 목적이 기억 포화상태에 빠진 에르고를 구출하는 것인 만큼, 이런 강경한 수단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다. 이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보류했지만, 자신들은 다른 수단을 찾아 모험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막는 방법과 고정된 자신의 몸을 해방시키는 방법. 이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한다고 반펨은 확신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펨의 배의 연회에서 이기면 된다고. "그리고 지즈와 계약했어. 펨의 선상 연회에서 이긴 자에게 진 자가 따르기로." "왜요?" 루비아의 가련한 미간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즈가 죽었다면 그 계약은 파기된 거 아닙니까? 아니면 튜터가 자동적으로 승리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불행히도 그렇게 되지는 않아. 계약에는 제자까지 포함되는 계약이니까. 어이쿠, 저기 있는 뤄롱의 얘기가 아니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멜빈이 지즈의 제자가 되어 있었다. 반나절 정도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신대의 마술을 시연하고 있었어. 이것도 반펨 씨가 확인했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0 이번에는 역시나 루비아도 침묵했다. 거의 공포 혹은 전율에 가까운 암묵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 그 웨인즈 가문의 쓰레기 조율사가?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대략 반나절 정도 가르쳤다고 해서 현대의 마술사가 신대의 마술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아니, 빌어먹을 아버지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휴대전화 단말기 너머에서 뤄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황해의 마술사라는 것은 단순히 신대의 마술을 쓸 수 있다는 뜻이 아니야. 신대의 마술을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해. 방황해의 마술사에게 있어서는 신대의 마술은 여전히 살아 있다. 시계탑의 마술사가 현대의 마술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듯이, 방황해는 여전히 신대 마술의 끝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아버지는 선생님으로서는 틀림없이 일류니까." 비슷한 말을 멜빈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웨이버" "단 몇 시간 만에 학생을 생각지도 못한 영역으로 인도하는 것. 그건 너조차도 여러 번 해봤을 거야. 방황해의 마술사가 같은 일을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거야." 정말 그 말이 맞다. 엘멜로이 교실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다른 교실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배척당하던 문제아들을 스승은 순식간에 시계탑에서도 뛰어난 인재로 키워냈다. 전혀 닮지 않은 것 같았던 지즈와 스승은 사실 거울과 같은 관계였던 것은 아닐까. 한때 숙명의 적이었던 닥터 하트리스와는 다른 의미에서 그 아름다운 방황해의 마술사와 스승은 너무도 닮은 점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잊을 수 없는 대화도 있었다. 일본에서의 사건 마지막에, 당신은 제자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의 지즈의 대답. "무엇보다도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든 내 도구예요." 그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며 스승이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제자에 대한 그 한 가지 점에서 두 사람은 상극이었을 것이다. 닥터 하트리스는 스승의 숙적이면서 동시에 스승의 가장 큰 이해자였지만, 지즈는 아마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닮았다고 해도 마지막 순간에 결별하는, 어쩔 수 없는 천적끼리. 설령 이미 죽었더라도 말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1 “기괴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네요”루비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부감하면 할수록, 헷갈리고 있는 상황이 떠오른다. 주요 쟁점만 꼽아보면 이런 식이 될까? 지즈의 죽음. 생전 지즈의 목적. 지즈의 제자가 된 멜빈. 지난번 선상 연회에서 승리했다는 에미야 시로의 행방. "상황이 복잡해졌지만 우리의 행동은 변함없어. 시로를 찾을 거야. 그 과정에서 지즈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있으면 공유하겠습니다." “아. 에미야 키리츠키의 기원탄을 입수했다는 마피아가 궁금하긴 하지만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이ㅡ 내용

*242 잠시 동안 스승님이 침묵했다. 그리고는, 뤄롱, 단말기의 저편에 있을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는 빌어먹을 아버지가 에미야 시로를 찾으라고 했어. 찾을 때까지 당신들과 함께 동승할 거야. 뭐, 아버지가 죽었다고 하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그래?" 스승이 눈을 가늘게 뜬다. 말에 거짓말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그런 헛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전 교류에서 느꼈다. "정말 지즈가 죽었다고 생각해?" "글쎄.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났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뿐이야. 수천 년 전의 인간이 살아 있든 말든, 아직도 이 세상을 걸어 다니고 있잖아.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거야, 엘멜로이 2세’ 그렇게 말한다면, 대답할 대사도 없다. 아무리 현대 마술과의 군주라지만, 스승님이 현대에는 상상하기 힘든 황당무계한 사건을 여러 번 겪은 것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3 말문이 막히는 순간,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야수성이 묻어났다. "이봐, 엘멜로이 2세, 나도 물어보고 싶어. 에르고는 충분히 자랐나? 당신은 현대의 마술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선생님이지? "최고라든가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에르고는 확실히 성장한 건 확실해. 내 제자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야.“ "그럼 기대되네“ 무엇을, 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에 담긴 투지로 인해 그의 욕망은 아프게 전해져 왔다. 용을 먹은 청년은 그 시선을 계속 에르고에게로 향하고 있다. (------ 닮았나?) 문득 생각했다. 친한 친구라며 적대시했던 멜빈과 스승님. 뤄롱과 에르고 두 사람의 관계는 그 두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에르고는....) 방금 전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심히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막았다. 플랫은 그를 어디로 데려간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4 "그럼, 수술 순서를 설명해 줄게!" 그가 들어 올린 것은 액자였다. 그 안에는 에스칼도스 가문의 마술각인이 봉인되어 있다. 아버지가 플랫에게 이식하지 못한 채 숨겨둔 마지막 조각이었다. "우선, 내 마술회로와 연결한 채로 이 마술각인을 에르고 군에게 이식할 거야! 이 성공률은 70퍼센트 정도. 다음으로 마술각인에서 에르고 군의 마술회로에 동조한다! 이 성공률이 60%------ 아니 50%? 마지막으로 간섭 결과에서 마술의 정체를 분석하는데, 이 성공률은 미지수! 대체로 에르고 군이 폐인이 될 가능성이 30% 정도. 대체로 아까도 말했지만, 오케이? "응, 맡길게" "좋아, 방침 설명 끝! 그럼 빨리!" 빵, 하고 북을 치는 것처럼 플랫이 액자 표면을 두드렸다. 그러자 유리가 깨지지도 않고 그대로 내용물 - 원래는 피부였던 것 같은 얇은 마술 각인이 플랫의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개입 시작!“ 한 소절의 주문과 함께 마술각인 조각과 플랫의 손바닥이 연결되고, 그대로 에르고의 등 뒤로 튕겨져 나갔다. 과장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희미한 빛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플랫의 뺨에서 오른손으로, 이어 에르고의 등, 두 사람의 마술회로를 따라 빛이 천천히 그 영역을 넓혀 나갔다. 실제 광선이 아니라 마술사들의 인식에 빛처럼 느껴지는 정기의 알갱이, 파동이었다. 그리고 에르고의 여섯 개의 환영 손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아 ------ 낮게, 에르고가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가 보였다. '뭘 드시고 계십니까, 도련님’'아, 감옥의 돌담과 철로 연성했는데, 역시 씹는 맛이 별로네요!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오라버니께, 식사를 맡기고 있습니다." 미스트 03이 지하감옥에 몰래 음식을 가져왔을 때 이미 소환술과 연성을 이용해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어떤 모욕적인 냄새가 언제까지나 목구멍에 걸려있었던 기억이 난다. (기억나지 ------?)그래, 기억이다. 이건 기억이다. 에르고의 것이 아니다. 즉... "네가 플랫-에스카르도스인가?“ "선생님! 선생님! 이 녀석, 냄새가 너무 지저분해요!" 엘멜로이 교실에 왔을 때 2세에게 갑자기 표정 조작을 들킨 것도 처음이라면, 후각으로 이쪽의 본질을 간파당한 것도 처음이라 어쩔 수 없이 흥분하고 말았다. "야, 너네들, 너무 과장된 마술을 쓰는 거 아니야?" 그것은 관위의 인형사와의 만남이었다. 완전한 패배를 맛보게 한 쌍둥이 탑 이젤마에서의 전투 그전까지 보이는 세계가 얼마나 좁았던가. "아, 쓸데없는 게 보이면 미안해! 공감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혼재는 이쪽도 막을 수 없는 거지. 10% 정도의 확률로 인격붕괴가 일어날 것 같은데, 뭐, 아마 괜찮을 것 같네요 ------?“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플랫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마치 떠밀려서 아무 상관없는 질문을 던진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5 "자, 2단계 성공!" 거울 속 플랫이 주먹을 쥐고 작은 배짱 포즈를 취했다. 펨의 배나 이 집에서도 그가 마술을 쓰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때의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어때? 뭔가 느껴져?" "------ 왠지 등에 환수가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야." 방금 전의 그 지독한 가려움증은 이미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플랫이 말한 동조가 끝났기 때문일까. 그래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떻게든 될 것 같아서 기분 전환을 위해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좋아 좋아, 다음이 마지막 작업이고 드디어 대본무대다. 에르고군에게 걸린 신을 먹는 마술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을 시작할 거야. 유언 같은 거 남겨 둘 거야?" "필요 없어." 청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 여기까지 어떻게든 해냈지만 성공률은 50%도 안 될 거야?" "왜냐면, 미스트 씨에게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 대답에 거울에 비친 플랫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구나! 약속이니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며 준비운동처럼 꾹꾹, 꾹꾹, 하고 관절을 펴는 플랫.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헝의 내용

*246 '전방위 개입, 시작' 두 구절의 주문과 함께 그 술식이 단숨에 주입된다.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마치 피 속에 무수한 벌레가 풀려나는 듯한 가려움증이 온몸을 가득 채웠지만, 이번의 범람은 단 몇 초 만에 멈췄다. ------ "이건 아니야."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평소의 플랫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기계적인 소리였다. "응, 이건 달라. 마술로 치부할 수 없다. 적어도 에르고 군의 내면에서는 세상을 속이는 마술이 아니라, 세상과 부합하는 신비로 성립하고 있어" "플랫? 라는 말이 '신이 그런 의미인가? 에르고 군이 먹은 손행자는 물의 성을 가진 짐승의 성이다. 세토는 물의 성으로 전쟁의 성. 그렇다면 ------ 세 번째 기둥은 ------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러나, ------ 에 거울에 비친 플랫이 갑자기 눈을 떴다. 몹시 부자연스럽게, 그 몸은 앞으로 숙여져 있었다. "플랫?! "이런, 손이, 이거“ 에르고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알아차렸다. 이쪽을 만진 채 플랫의 손이 에르고의 등 뒤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에르고의 옆구리에는 아무런 감촉이 없다. 그런데도 순식간에 플랫은 빨려 들어간다. 손가락 끝에서 손목, 손목에서 팔꿈치, 앞쪽의 어깨도 에르고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플랫! 이건 뭐야!” “설마 이건 신을 잡아먹는 간섭 방어 프로그램인가? 아니면 에르고 군과 동조시킨 에스칼도스 가문의 마술 각인의 -와와와와와와! 이건 위험해, 위험해!” "야!" 엄청난 마력이 에르고의 등 뒤에서 넘쳐흐른다. 플랫의 비명과 함께 목소리가, 났다. 공기를 떨게 하는 그런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에르고도 플랫도 그런 '목소리'를 들었다. '찾았구나' '거기 있었구나' '잘도 손을 뻗었구나’ "여기 오기 조금 이른 것 같아요. 왜냐면 아직 넌-' 한쪽은 에르고의 안쪽에서 한쪽은 플랫의 내부에서.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유산동맹을 자처하는 두 사람을 각각의 목소리는 저주하고 있었다. 멍하니 플랫이 속삭였다. "아, 젠장, 이거 ...... 역시 에르고군뿐만 아니라 ------ 내 것도 ...... 그래서 신명재판이라는 것은 ------ 아, 셔츠 회수해야 -----" "위험해, 플랫!" 에르고가 외치는 소리와, 마침내 플랫의 목까지 신을 먹는 청년의 등에 삼켜지는 것은 동시였다. 잠시 후, 지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희미한 삐걱거림과 함께 나무문이 열렸다. “도련님? 어디로?” 문틈으로 나타난 호문쿨루스 미스트 03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하실에서 에르고와 플랫이 모두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7 ------ 어머? 흠, 하고 코가 움직였다.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가, 옆방에서 식욕을 돋우는 향기가 풍겨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선상 연회에 갈 때 입을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문을 열자 삼각천을 머리에 두른 상대가 빙글빙글 돌아보았다. "아, 스젠 씨 일어났어요?" 부엌에 놓여 있던 프라이팬을 빨간 머리의 청년이 들고 있었다. 왠지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경험을 많이 쌓은 숙련된 요리사 같았다. "저번에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부엌을 빌려주셨어요.“ '미스터 에미야’ 조금 더 친근하게 불러도 될까? 거리감에 당황스럽다. 에미야 시로. 마피아로부터 그녀의 지인을 구해준 청년. 나이는 아마 스무 살을 갓 넘긴 청년 정도일까. 스젠에서 보면 한 살 가까이 아래인데, 그 눈빛에는 묘한 포용력이 있어 간극을 느끼게 했다. 시선을 바닥으로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 일어나서 괜찮아?" "괜찮아요. 난 꽤나 튼튼한 편이니까." 웃는 얼굴이 왠지 모르게 원망스럽다. 그 와중에 프라이팬의 내용물도 궁금해져서 어쩔 수 없었다. 버터 굽는 좋은 냄새에 바닐라 에센스의 향이 섞여 있다. 금방이라도 배탈이 날 것 같은 것을 참아가며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물었다. "뭘 만드는 거예요?" "프렌치 토스트예요. 모나코의 한 카페에서 파는 거라, 스젠 씨에게도 익숙한 맛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안 먹을래요?" "먹을게요.“ 배를 타고 가던 중,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식사 계획을 변경한다. 어차피 사선 환희선 출항 자체는 낮부터라고 들었는데, 그때까지 게임에 참가하는 타이밍은 플레이어 개개인에게 맡겨져 있는 것이니 굳이 아침 한 시를 고집할 필요는 없겠지. 차라리 다른 플레이어와 시간을 늦출수록 이득일지도 모른다 ------ 등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을 숨긴 채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았다. 프라이팬에 담긴 프렌치토스트를 뒤집은 후, 시로가 뚜껑을 덮어 쪄서 구워준다. 몇 분 정도 지나고 나서, "네, 드세요." 라고 말하며 접시를 내려놓고 본인도 앞 의자에 앉았다. 예쁘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프렌치토스트였다. 살짝 졸인 메이플 시럽의 일부가 하얗게 물들어 눈꽃처럼 토스트를 장식하고 있다. 소박한 디저트인데도 왠지 모르게 작은 보물처럼 보여서 스젠은 포크를 집어넣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다. 그래도 최대한 천천히 잘라내어 입에 넣었다. '달콤하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닿는 부드러운 단맛이 혀끝에 퍼져나갔다. 이쪽의 소감을 듣고 안심이 되었는지, 시로도 자기 몫을 먹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함께 끓인 홍차도 꿈처럼 맛있었다. 누군가가 스젠 자신이 직접 구입한 중국산 홍차인데, 맛의 결이 두드러져 나도 모르게 행복감에 젖어들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것일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반쯤 먹었을 때 또 다른 접시가 나왔다. 이번에는 예쁘게 껍질을 벗기고 장식용 칼을 꽂은 과일 주변에 연한 붉은색 시럽이 연못에 핀 꽃처럼 퍼져 있었다. "이건?" "아까 만들었던 무화과 설탕에 절인 무화과. 토스트에 얹어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메이플 시럽과 함께 넣어도 좋고, 따로 넣어도 좋아요." 시키는 대로 꽃 모양으로 자른 과일을 프렌치 토스트에 올려서 먹어보았다. 독특한 과일 맛과 함께 은은한 신맛이 혀를 자극했다. 설탕의 단맛에 질려갈 즈음에 딱 좋은 맛이다. 포크를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향도 좋네요." "무화과 열매와 함께 무화과 잎을 절인 거예요. 향의 성분은 잎 쪽이 더 많아서 뒷맛이 더 돋보여요. 만들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넣었어요.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으니 원하는 때에 먹어요.“ 한 달. 그때쯤이면 물론 그는 사라져 있을 것이다. 희미한 통증을 삼킨 시로가 방을 둘러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침실과 마찬가지로 이쪽의 거실도 사신의 취미로 가득 차 있다기보다는 집 전체가 그런 상태였고, 예외는 시로에게 준 방 정도였다. "왜 그래요, 에미야 씨?" "시로면 돼요." "그럼 시로도 좀 고상한 말투는 좀 그만 써주면 안 될까? 동년배 친구와 이야기하는 정도의 기분으로 괜찮으니까. 그래서, 그 ------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있어? "아, 응." 기분 전환을 위해서인지, 시로가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는, "여기 인형이나 가면, 분위기 좋네." 기쁜 듯이 말하는 시로의 말에 스젠은 눈을 깜빡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 어느 공예품의 어느 부분도 한 치의 타협도 없어요. 옛 장인의 생각과 그 바탕이 된 문화의 이념,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세월이 느껴진다. 이런 것을 접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지요. 무슨 일 있어요?”"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한다. 이런 일로 연하남을 의식하다니,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모자를 흔들며 다시 한 번 설탕을 얹은 프렌치토스트를 씹으며, 아, 라고 사심은 내뱉었다. 문득, 문득 깨달은 것이다. "이 설탕에 절인 과일도 지금 당신 이야기와 똑같네." "어, 뭐?" “독학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이 프렌치토스트는 그렇지 않아. 맛의 배경에 누군가가 보인다. 원래는 특정인을 위한 요리 아니겠어요?” 그러자 청년은 수줍은 표정으로 빨간 머리를 긁적거렸다. "토오사카가 아침에 약해서 최대한 한 번에 당분을 뇌에 전달할 수 있는 요리가 필요했어요. 설탕에 절인 과일은 루비아의 모히칸 집사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원래는 일식을 더 잘하는 편인데, 그곳 집사님이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재미있어져서 이것저것 다 외웠어요.“ "즐거워 보이네요.“ 그러자 스젠은 이렇게 말한다. "이것저것 신경 쓸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이 설탕에 절인 과일도 그냥 배운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은 거죠? 모두에게 가장 맛있는 설탕에 절인 과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가장 맛있는 설탕에 절인 과일. 약간 신맛을 우선시한 양념도 분명 그 사람의 취향이겠죠.“ ------ 대단하다. 그런 걸 알겠어?" "언니를 얕보지 말았으면 좋겠어" "죄송합니다." 진지하게 고개를 숙인 후, 시로는 희미하게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마, 아니 틀림없이 저 녀석이 없었다면 나는 시계탑에 가지 않았을 거야." "그래? 서양계 마술사에게 시계탑은 성지잖아요?" "그 녀석도 그렇게 말했어. 실제로 런던에 와서 놀라운 선생님들을 여러 명 만나면서 토사카가 점점 성장하고 있는 건 알겠어.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실 정도. 하지만 내가 스승으로 삼은 사람은 토오사카 선생님이고, 내가 배우고 싶은 사람은 그 사람뿐이에요.“ 설탕에 절인 과일의 풍부한 맛에 쓴맛이 더해진 것 같았다. 더 이상은 말하지 말라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속삭이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원래 런던은 나에겐 너무 먼 곳이었기 때문이에요. 빨리 독립하고 싶었지만 그건 마술사로서가 아니라 원래 딱딱한 건 싫어하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초대했다면 분명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요리만큼은 그 사람의 취향에 맞추고 싶었던 것 같아요." “------ 부러워요, 당신의 스승님이라니........” 진심에서 우러나온 스젠의 말이었다. 이제 막 싹튼 풋풋한 마음은 자라기도 전에 쉽게 뽑혀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8 하지만 결코 불쾌하지 않았다. 평소 스젠이라면 정말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그런 게 걸림돌이 되겠어? 라는 정도의 밀착을 했을 텐데, 그런 기분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외로움과 동급의 기쁨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왜냐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무화과 열매를 앞에 두고 이야기하는 그가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호감을 품은 이 청년에게 그런 상대가 있다는 것, 그런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이 사상 마술사로서 세계를 누비는 그녀에게는 너무도 귀한 보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제멋대로의 무모함은 안 되겠지요." "그건 ------ 면목이 없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9 "이봐, 시로."라고 불렀다. "한 가지만 약속해. 나는 곧 나갈 테니 넌 천천히 가자. 함부로 나가면 절대 안 돼요." 접시와 수저를 싱크대에 정리하던 시로가 뒤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슬슬 평범하게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돼. 아직 이틀 정도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해. 적어도 내가 돌아올 때까지만이라도 그렇게 해.“ 조심스러웠지만, 마지막에는 조금은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스며들어 있었다. 부끄럽지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은근한 쾌감도 있었다. 약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거나, 이 상대에게 약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이 청년의 스승이라는 사람에게 그를 돌려줄 때까지는 말이다. “이틀------ 그 사이에 무슨 일 있으면?” "당신도 마술사라면 펨의 선상 연회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아쉽게도 참가자는 이미 다 나왔다. 눈앞의 청년은 참가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를 해도 문제 없겠지. “아, 뭐, 그래. 카지노 배를 운영하는 뱀파이어 반펨에게 이기면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거잖아.” "그래." 스젠이 고개를 끄덕인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열리는데, 지난번은 특별했어요. 주최자인 반펨이 정말 오랜만에 졌으니까요." "앗, 그렇구나." 시로가 입을 꾹 다문다. 반펨의 패배에 놀란 것은 반펨의 패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시기에 따라서는 60년 이상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는 반펨의 위풍당당한 전적이기 때문이다. 스젠도 그 패배를 알았을 때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당신도 마피아와 싸워봤으니 이 도시에서 이런저런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겠지?" "왠지 그 마피아, 무르테라고 불렀었지?“ "원래 이탈리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던 마피아 조직이야. 아까의 일로 인해 기세가 등등해져서 하부 조직이 통제 불능이 된 거지.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해서 마술을 악용해 클럽의 딸을 강제로 납치하는 일은 보통의 모나코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요." 치안이 좋은 것에 대해서는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일본과 함께 세계 유수의 지역으로 꼽히는 모나코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0 "그러고 보니, 당신, 그녀가 인질로 잡히자마자 무기를 던졌다고 하던데요?" "뭐,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네요." 노려본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시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말하지만, 그런 건 자살 행위입니다. 바로 총으로 쏘아 죽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반성하지 않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차가운 눈빛을 지어보였다. 곤란한 표정이 된 시로가 최소한 화제를 돌리려고 이렇게 말을 꺼냈다. "어, 잘 모르겠는데요, 반펨 씨가 도박에 한 번 졌다고 해서 모나코가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요?" "물론, 보통은 그렇지 않아요. 다만 이번엔 이긴 상대가 잘못한 것 같네요." "어떻게 안 좋았어?“ "먼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 그 반펨이 졌는데 상대도 모르니 소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둘째, 아직 반펨에게 상금을 요구하지 않은 것 같다는 점입니다. 빨리 당첨자를 찾으면 권리를 양보하라고 강요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로또 1등 복권 당첨번호를 붙인 채로 강을 헤엄치는 오리를 보면 다들 총을 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평소에 기회도 제대로 못 잡던 마피아 하급자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아, 그렇구나 ------” 시로는 몹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마술 세계의 논리이기 때문에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마술사 입장에서 보면 왜 이런 흉내를 내느냐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일부러 말썽을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 을 노리고 그랬다면 대단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를 만난 지금에 와서는 그런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스젠이 보이는 것은 사상마술사의 상식에 갇힌 것일 뿐이다. 그 상식 밖에 있는 상대를 추리하려고 하면 이상한 결론에 도달할 뿐이다. 세상에는 생각을 멈추는 게 낫다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1 "어쨌든, 새로운 배의 연회가 끝나면 사람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옮겨갈 거야. 게임 중에는 침묵하는 반펨도 모나코가 계속 망가지는 건 용납할 수 없어. “그렇겠지요. 지금 제가 참가하고 있는 선상 연회가 곧 두 번째 게임이기 때문에 늦어도 이틀 뒤에는 끝날 거라는 이야기죠.”-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2 "알았어요. 고마워요, 스젠 씨." 그렇게 말하며 시로는 싱크대 설거지를 시작했다. 물과 도자기를 세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5분만 더. 그게 끝나면 다시 배의 연회에 도전하는 무자비한 사상 마술사로 돌아가자. 가슴 속에 스며든 옅은 색도 깨끗이 닦아내자. 적어도 여기 돌아올 때까지는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니 말이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차의 마지막 한 모금을 남김없이 마신 후, 스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시간이 되겠군. 이렇게 즐거웠던 건 당신 덕분이야. 이틀 동안은 밖에 나가지 않기로 한 약속을 잊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할 때였다. 접시와 수저를 치우고 나서, 작심한 듯이 시로가 입을 열었다. "스젠 씨. 나는 ------" 어? "실은 펨의 선상 연회에서" 말이 갑자기 끊어졌다. 선반에 진열된 인형 한 개가 눈을 번쩍 뜬 것이다. 스젠이 주변 경계용으로 배치한 인형이었다. "시로!" 소리쳤으나, 늦었다는 것을 깨달은 스젠은 눈을 감고 손가락을 수평으로 흔드는 순간, 아주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 몇 초 뒤, 마치 무기물의 최후를 알리는 듯한 섬뜩한 삐걱거림과 함께 수십 톤, 수백 톤의 질량을 흔드는 엄청난 진동과 파괴가 스젠의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전체를 가득 채웠다. 그것은 마치 물 만난 의사의 수술과 비슷했다. 너무 낭비 없이, 빠른, 철저한 파괴. 붕괴. 아침 햇살 아래, 아주 작지만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언덕은 직립 자세를 유지한 채, 마치 대지에 빨려 들어가듯 무너져 내렸다. 모든 외벽이 안쪽을 향해 무너졌기 때문에 주변에 파편 하나 튀지 않았다. 데몰리션 대략 대형 건축물을 해체할 때 사용하는 폭파 기술의 총칭이었다. 강도를 확보하고 있는 기둥 등을 핀포인트로 폭파해 건축물 자체의 무게로 전체를 안쪽으로 압착시키는 것이다. 파괴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이 기법에 의해, 스젠의 사무실이 있던 건물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3 누가 왔는지는 돌아서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실제로 확인했을 때의 복잡한 감정이 제로가 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지즈가 죽은 지금, 스승님으로서는 이 게임 참가자 중 가장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였을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도........ "안녕, 웨이버. 잘 지냈어?" "멜빈 씨 ------! 스승님은 말없이 굳은 표정을 짓는다.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멜빈 웨인즈는 대조적으로 몹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 조율사의 어디쯤에 이런 표정이 숨겨져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스승을 그 눈빛으로 포착하고, 마치 악마가 계약을 강요하는 듯한 부드러운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웨이버, 나랑 내기 한 번 해볼래?" "너랑?“ 스승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평소 얼굴이 어두웠던 멜빈은 관얼과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혼자서 하는 건 좀 외로운 것 같아서 말이야. 모처럼의 기회인 만큼 함께 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마음이 통하는 오랜 친구라면 더더욱 좋겠지. 게다가 자네, 이런 종류의 도박은 잘하지 않나?" "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런 나를 향해 멜빈이 고급스러운 맞춤 정장을 입은 채 고개를 숙였다.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나?" "저기, 예전에 스승님이 카지노에서 빈털터리가 되어 쫓겨났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그거야 말단 카지노에서 너무 많이 이겼기 때문이지." 즐거워하며 멜빈이 웃는다. "신용이 최우선인 대형 카지노는 그렇다 치고, 장외 카지노에서 과도하게 이길 경우, 상대에게 돈을 확실히 받아내기 위한 폭력의 배후가 중요하죠. 옛날 웨이버들은 그런 것을 몰랐으니까요. 이기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이 이겨서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면 ------ 옛날 웨이버들이 할 법한 짓이 아니겠는가? "그랬었군요, 그렇습니까, 스승님" 스승님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진다. 하지만 부정은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방금 전까지 도박으로 순조롭게 칩을 늘려가던 사실과 도박을 잘 못한다는 경력에 위화감이 있었다. 그 이유가 설마 너무 많이 이겼던 과거 때문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스승은 소파에서 일어섰다. "좋아하는 게임 있나, 멜빈? "음, 그럼 마카오 주사위인가 봐. 이렇게 주사위에 운명을 맡긴다는 게 기분 좋거든." "그럼, 그 외에는“ 스승의 시선이 반짝이는 카지노를 둘러보다가 한 지점에서 멈췄다. 그러나 걷기 시작하기도 전에, "호오. 참가자끼리 하는 게임인가. 이제 누군가 시작할 때인 줄 알았는데........"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련된 셔츠를 입은 근육질의 남자였다.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 이시리드 모건팔스. "괜찮으시다면 저도 끼어들어도 괜찮을까요? 군주여." 우연히 만난 척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틀림없이 스승님이나 멜빈, 혹은 그 둘 모두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승님은 희미하게 속눈썹을 내리깔며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시죠." "응응. "네, 네. 웨이버가 좋으면 나한테도 거부할 수 없겠지. 애초에 거부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두 사람이 각각 말한다. "그건 고마워요. 그럼 게임은 어떻게 할까요?" "이미 결정했어." 방금 전까지 주목하고 있던 테이블로 스승이 다가갔다. 딜러가 시선을 들어올렸다. 금발의 미녀-펨의 딸들 중 한 명이었다. 동전을 걸 수 있는 테이블에는 반펨이 미리 만들어 놓은 골렘이 배치되어 있는 모양이다. "아까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이라 죄송합니다." 라고 덧붙인 후, 스승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블랙잭, 어때요?“ "좋아, 웨이버!" "카지노의 왕도네요. 완벽합니다." 멜빈과 이시리드가 동의한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 게임에서 삼파전의 도박이 시작되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4 어느새 모나코에 소박한 아침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폭파 해체. 무시무시한 파괴 기법으로 산산조각이 난 건물 현장이다. 불과 십여 초 만에 잔해더미로 변해버린 땅에 그 찬란한 빛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보라. 이토록 기이한 일이 일어났는데도 모나코의 이른 아침을 오가는 소수의 사람들은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굉음도 들리지 않고,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보이지 않는 듯 옆 거리를 개와 함께 조깅을 하는 남자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대량의 먼지가 밀려나와 주변 일대를 회색으로 물들여야 하지만, 그마저도 거대한 거품 같은 무언가에 막혀 있었다. 그 거품 안에서는 제대로 된 물리법칙 따위는 의미가 없는 듯, 푹신푹신하게 잔해가 떠올라 수직, 수평, 비스듬히 쌓여 초현실주의 그림 같은 기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림처럼 기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어떤 공간을 보호하고 있었다. 잔해 파편에는 색이 입혀져 있었다.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선명한 주홍색이었다. 통------과 함께 큰 잔해 파편이 밀려오자 우주공간을 떠도는 우주인처럼 그대로 몇 미터나 저 너머로 흘러갔다. "시로!" 이 기적을 만들어낸 여자가 얼굴빛을 바꾸며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모습에는 아무런 티끌도 없었다. 하얀 피부에도, 스팽글이 달린 차이나 드레스에도, 가슴을 뚫고 대담하게 드러난 만주사화 문신에도 상처 하나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5 이윽고 바로 옆에서, ......... "괜찮아"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이 잔해가 굴러다니고, 그 안에서 마력이 통하는 책상과 그 안에 쓰러져 있던 청년이 나타난 것이다. 붕괴 직전, 시로가 책상을 '강화'하여 사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잔해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시로에게 걸린 '강화' 마술 자체는 평범한 것이었지만, 그 타이밍에 실행할 수 있는 정확한 판단력은 탁월했다. 재능 때문인지, 아니면 겉보기와는 달리 엄청난 수라장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술식이 발동하기까지 몇 초 동안 사심을 지킨 것이 그의 만용인 것은 틀림없었다. “다행이다. 정말 ------” "스젠 씨, 다친 곳은? 시로의 눈동자에 천천히 초점이 맞춰진다 혹시 머리를 부딪혔을지도 모르겠어. 당장 치료해야겠다고 생각한 스젠 앞에서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스젠은 웃었다. "이 건물에 국한해서 공간과 질량을 조작한 거죠. 마치 물속 같은 거죠." "그건 ------ 설마......." "물론 내 마술이야. 말했지? 지금 나한테는 특별한 선생님이 붙었다고." 조금은 자랑스러운 색채를 띠며 속삭인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도 행운이었다. 스젠이 수집해 온 인형들은 하나하나가 극도로 고도의 예복인 현대에는 있을 수 없는 기적조차도 유사하게 재현이 가능하다. 즉, 인공 근원인 사상판이 정말 지구와 융합되어 있던 시절의 특권 영역까지 간섭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을 속여야만 초자연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현대의 마술 따위는 먼지에 불과하다. 지금은 산령법정의 선인에게만 허락된 신대(神代)의 사상 마술이 바로 이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6 그러자 시로는 뜻밖의 말로 되받아쳤다. "그렇군요. 마치 캐스터 같다." 캐스터? 마술사라는 뜻일까? 의문을 품기 전에 그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시로!" 짧게 외친 사진은 금세 얼굴이 창백해졌다. 옆구리를 가린 손 아래 붕대 일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상처가 벌어졌구나." 불타는 분노와 함께 스젠은 시선을 들어올렸다. "정말 별거 아니야.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은?" "없어. 이 건물, 다른 방도 회사 사람들뿐이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오는 건 아침 10시 이후에나 가능하니까." 그래서 사무실로 선택한 것인데, 습격해 온 쪽도 어떤 의미에서는 편했을 것이다. 이렇게 화려한 수단을 쓸 줄은 몰랐지만, 완전히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었다. 예전에 같은 수단을 쓴 암살자를 스젠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지가 뿌려지지 않은 것은 사진의 수법에 의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이 반응하지 않는 것도 너무 부자연스럽다. 아마도 치밀한 결계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그 정도로는 숨길 수 없게 되어 큰 소동이 벌어지겠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나선관 - 빙의루의 스젠인 줄 알고 온 거지?" 얼굴을 들어 올려 물었다. 틀림없이 상대는 이 상황을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펨의 선상 연회 참가자일까? 두 번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다른 참가자들을 정리해 놓는 것은 시계탑이라면 할 수 있는 수법이다. 그 약탈공이 그런 수단을 쓴다고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요함뿐이다.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것 같군." 그러자 스젠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기와에 그려져 있던 인형과 가면이 차례로 나타나 그녀를 보호하듯 원형을 이루었다. 그 중에서 한 개를 소중히 끌어안고 다른 한 손도 내밀었다. 그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은 닫힌 조개껍데기였다. 개합 그것은 자아를 사상판과 연결하기 위한 비결. 서양 마술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주문 중,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방식의 유사성. 한 마디로 껍질이 열리고, 그 안의 주체가 그녀의 얼굴에 선을 그었다. 스젠의 입술에 붉은 색을, 눈꼬리에 파란색과 보라색 음영을 그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발밑의 기와에 불꽃이 흩뿌려졌다. "스젠 씨-!" "저격이네" 스젠이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여자는 변하는 법. 공작 수호주술 같은 건데, 그 정도의 사격이 통할까요?" 화장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힘을 끌어내는, 빙의 사상마술 나선관-빙의루에서도 비교적 드문 유형의 술식이지만, 스젠의 특성에는 잘 어울렸다. 예로부터 화장이란 액운을 쫓는 수단이었다. 특히 눈 주위에 화장을 하는 행위는 저주나 질병을 막는 의미가 컸고, 지역에 따라서는 신관 등 상류층의 특권이었을 정도였다. 약한 마술 같은 것은 그녀의 한눈에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弱々しい魔術など、 彼女の一瞥にすら耐えられない。) 지금은 시간을 들여서 준비한 간이 의식 수준의 마술조차도. "자, 찾았어요 ------ 저격의 사선을 파악해 스젠이 튀어나온다. 마치 요정의 날갯짓처럼 그녀의 차이나 드레스가 모나코의 이른 아침 공기를 찢어놓았다. 수십 미터의 거리를 단숨에 날아오르다. 근처 건물 옥상으로 내려와 앞서 간파한 인물을 노려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7 작은 체구의 상대였다. 얼굴에는 무뚝뚝한 풀페이스 헬멧을 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장갑판이 박힌 라이더 슈트로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 의문의 소재는 그곳에만 인간형 블랙홀이 생긴 것 같다. 발밑에 떨어진 스나이퍼 라이플은 방금 전 사진을 저격하려던 것일 텐데, 그 기괴한 모습에도 사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쪽에서 왔어." 요염하게 웃었다. 그 눈빛은 상위의 마안과도 견줄 만하다. 원래 그녀가 단련해 온 사상마술에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가 부여한 특권도 더해져 있다. 어떤 마술이든 현대의 마술인 이상 해제되어야 했다. 해제된 마술이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일수록 사용자는 동요하기 마련이다. 이쪽을 쓰러뜨리기 위해 마술을 갈고 닦았다면, 반드시 그 정신에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소박했다. 마술의 장치는 있다. 하지만 이쪽이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이건 도대체 "나선관, 스젠, 평가치 변경 랭크 3단계 상승으로 인정한다." 무기력한 목소리와 함께 상대는 몸을 최대한 구부린 채 앞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대로 가느다란 손에서 검은 금속 덩어리가 굴러 떨어졌다. 수류탄이. 큭! 순식간에 발동한 화장술이 이번에는 수류탄의 표면을 단순한 흙덩어리로 변환한다. 수류탄의 살상 효과의 대부분은 폭발로 인해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파편에 의한 것이다. 그것을 봉쇄하고 '강화'한 다리 힘으로 사진은 폭발의 위력이 유지되는 범위 밖으로 나갔다. 뭐야, 그거! 라고 말하면서도 역시라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마술사?) 폭파해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시점에서는 물론 이 경우도 예상하고 있었다. 마술에 전념하는 마술사와 달리 마술을 단순한 도구로만 여기는 악도(惡道)의 무리. 사상 마술에 있어서도 그것은 서양과 마찬가지로 경멸의 칭호였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8 그러나 그 상대는 뭔가 달랐다. 이쪽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예감이 스젠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수동적이지 말고, 이쪽의 강점을 공략해야 한다. 안고 있던 인형에 스젠이 닿는다. 스펠은 필요 없다. 시계탑에서 말하는 싱글액션. 압도적인 속도로 인형에 조립된 술식을 풀어내는데도 말이다. 마치 스젠의 생각을 읽은 듯, 상대는 주머니 속으로 파고들었다. 정기를 쏟아 붓는 순간, 옆에서 날아온 해머 피스트가 사신의 명치 부분을 강타한다. 집중력이 끊기고 정기의 공급이 끊어졌다.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격투술이 사신이 수식을 발휘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물론 스젠도 『강화』를 통해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상대는 훨씬 열등한 성능으로 그녀를 능가하는 성과를 내고 있었다. “설마, 당신-” (아니다!) 강렬한 위화감에, 스젠은 겨우 자신의 판단 착오를 깨달았다. (마술사가 아니라) 모든 것을 예견하는 듯한 압도적인 사고 속도. 그 사고 속도에 뒤지지 않는 육체를 운용하는 정보처리기구. 그런 능력을 그녀는 알고 있다. 고속 사고와 분할 사고라는 이능을. "당신은 아틀라스원의- 공기가 울렸다. 빌딩 옥상에서 사진과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라이더 슈트의 손목 부근에서 팔과 직각으로 전기톱이 돋아난 것이다. 그것은 충분히 '강화'되어 거의 최고의 방검 성능을 유지하고 있었을 스젠의 차이나 드레스 밑단을 쉽게 찢어 버렸다. 휴대성까지 포함하면 현대의 기술을 훌쩍 뛰어넘는 날카로움이다. 그래도 드레스 파손을 대가로 겨우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떠돌이 연금술사네요......!" 짧게, 라이더 슈트의 정체를, 스젠은 말했다. 드물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사상 마술사들은 대부분 나선관에 소속되어 있지만, 나선관 밖에서도 배울 수 있는 서양 마술사들과 시계탑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마술 협회의 총본산으로서 현대에 배우기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 준비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떠돌이 마술사 따위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아틀라스원과 연금술사의 관계는 그 반대다. 본질적으로 아틀라스원을 발상지로 하는 연금술은 거의 모두 아틀라스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 연금술의 실체는 대부분 엄격히 비밀에 부쳐져 있으며, 무기류는 깊은 창고 밖으로 반출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극히 예외적으로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아라스원의 분파를 원류로 하는 떠돌이 연금술사가 존재한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고 여겨졌다. 설마 그런 희귀종과 이런 곳에서 조우할 줄이야......! 그렇다면 아까 건물의 붕괴를 막은 결계도 마술이 아니라 아틀라스원의 기술이었을까? 펨의 선상 연회에서도 사용되었던 마술적 증강현실과 비슷한 종류였을지도 모른다. 긴장을 고조시키며 스젠이 묻는다. "누구세요?"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은 없다“ 그리고, "부르고 싶으면 내 임무의 이름으로 불러라. 저스트라고." 이상한 말을 그 그림자는 말했다. 예로부터 쓰이는 세례명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고대 프랑스어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단어이기 때문이다. 정의 그 뜻은 알지만,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서양이든 동양이든 마술사에게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9 네 대의 전기톱이 으르렁거리며 확실하게 스젠을 추적해 온다. 그래서 마력을 마술식에 통과시키는 것, 그것만으로는 마력을 통과시킬 수 없다. (だから、 魔力を魔術式に通すという、 ただそれだけのことがさせてもらえない。) 즉, 궁합이 안 맞는다. (이거 ------ 이라고) 스젠은 습격자를 마술사, 혹은 마술사라고 생각했다. 이 둘 중 어느 쪽이든 지금의 스젠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아. 신대(神代)의 마술을 수련한 그녀와 현대의 마술사로는 그 정확도의 차원이 다르다. 종이비행기와 최신형 제트기를 비교하는 것과 같아서 어떻게 해도 패배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연금술사는 다르다. 그들은 애초에 외부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마술을 행사하지 않는다. 물론, 스젠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다르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그 장점을 살릴 수 없다. 할 수 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0 억지로라도 힘 대결로 끌고 간다. 무게 중심을 뒤로 젖히면서 일부러 전기톱의 궤도에 오른팔을 노출시켰다. 팔 하나만 들고 가면 된다.(腕一本持っていけばいい。) 대신 이쪽은 생명을 앗아가는 진심이 닿은 인형이 내면의 수법을 주도한다. 이 떠돌이 연금술사가 어떤 방어를 준비했든, 그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신대의 사상 마술을 주겠다. '쏜,' 소리가 났다. 차이나 드레스가 찢어졌다. 뒤로 튕겨져 나간 스젠이 빙긋이 웃었다. 아무래도 실수한 모양인지, 각오했던 고통은 없었다. 그렇다면 운 좋게도 인형에 심어둔 마술식은 이번엔 수수께끼의 떠돌이 연금술사를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알 수 없는 충격이 그녀의 온몸을 관통했다. (------ 어?) 과연 의식을 잃은 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몇 초도 안 된다고 그녀의 마술회로는 호소하고 있었다. 다만, 그 대부분은 기능 장애를 일으켰다. ---이, 이건 겨우 상황을 알아차렸다. 발밑의 콘크리트가 폭발하고 있었다. 그곳에 어떤 장치가 박혀 있었던 것이다. 몸 속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강렬한 전기 충격에 의한 것일 것이다. 떠돌이 연금술사의 맹렬한 공격은 진실을 쫓기 위한 페이크에 지나지 않았다. 사상건문이 자동으로 복구되는 것을 확인했다. 사상건문이 자동으로 수리를 시작한 것도 느껴지지만, 신대의 마술을 배웠다고 해서 건문 자체의 계급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 온전하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경이 마비된 이상, 그 신경과 병행하여 형성된 마술 회로도 가동할 수 없다. 이 떠돌이 연금술사는 확실히 마술사의 속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손이) 물론 미리 알고 있으면 얼마든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신대의 마술 같은 거창한 것은 필요 없고, 약간 특수한 방어 마술만 걸어두면 충분하다. 어디까지나 첫 만남에만 특화된, 악의에 가득 찬 마술사 죽이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1 왜 단칼에 찌르지 않는가? 두 번 다시 통할 수 있는 손이 아니니, 회복하기 전에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 단 몇 번의 추락으로 사신의 의식은 완전히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구속조차 하지 않았다. 엎드린 채로 그녀의 눈은 건물 옥상 콘크리트 바닥에 박힌 이상한 물체를 응시하고 있었다. 화살이었다. 이상하게 뒤틀린 그 화살... 아니, 자세히 보면 뒤틀린 검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화살이 떠돌이 연금술사의 추격을 멈추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화살을 꽂은 상대는? 아 ------ 목소리 같지 않은 공기가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눈이 새롭게 포착한 것은 길 건너편 건너편 건물의 옥상이다. 아마 비상계단을 이용해 올라왔을 것이다. 스젠만큼 '강화'를 할 수 없다면 꾸준히 걸어서 올라오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로------? 엉킨 혀로 스젠이 중얼거렸다. 청년은 본 적 없는 활을 들고 있었다. 카본인지 뭔지 모를 미래지향적인 형태의 무기다. 저런 걸 어디에 숨겨두고 있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2 시로의 『강화』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다. 그런데도 극히 변칙적이고 빠른 사고로 상대를 미리 예측하고 있을 법한 떠돌이 연금술사의 공격을 충분히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다. 단순한 『강화』의 효율로 따지면 시로의 몇 배는 더 높았을 시진조차도 순식간에 몰살당했다. 쿵, 하고 연금술사의 몸이 회전했다. 옥상 콘크리트에 맞물린 회전 톱이 이차원적인 기동을 가능하게 한다. 빠른 사고가 적의 예측뿐만 아니라 본인의 신체 운용까지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결과다. 떠돌이 연금술사는 더 이상 상대를 살육하기 위한 연산자로 전락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3 그리고 하나 더. 시로의 눈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떠돌이 연금술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 『강화』를 눈에 특화해서~ "토오사카가 말했어. 네 마술 회로는 별거 아니니까 수련은 좀 더 집중해라. 눈은 좋으니까 그쪽은 희망이 있다고." 마술사답지 않은, 마술사용자로서의 발상이었다. 마술을 익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전에서 더 유용한 카드를 갖기 위한 수단. 근접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함을 자랑하던 떠돌이 연금술사의 빠른 사고를 깨뜨린 것은 『강화』로 증폭된 압도적인 동체 시력에 의한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4 반면, 심기, 무결하며 반석 "-학익, 부족함이 아니하며" 동시에 시로는 양손의 쌍검을 던졌다. 바로 학익.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호를 그리며 두 칼날이 적의 위에서 교차한다. 노리는 것은 헤매는 연금술사의 목이다. 완벽하게 재현된 간장-막야라면 아틀라스원의 흐름이 흐르는 방어구도 멋지게 양단할 수 있을 것이다. 속이 비어 있는 마성의 십자가야! 그것을 연금술의 정수를 담은 전기톱이 요격했다. 피한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이다. 만약 피했다면 쌍검은 다시 호를 그리며 자세를 흐트러뜨린 연금술사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런 수법까지 저스트는 한 눈에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던져진 쌍검을 쳐내고 나면, 이제 시로는 칼을 안 찬 몸이 된다. 결판이 났다고 생각한 순간, 가장 빠른 속도로 이탈한 연금술사가 간격을 좁힌다. 시로가 돌진했다. 프리즈 아웃 "ー동결, 해제" "나-ッ" (「な-ッ」) 그 순간, 새로운 쌍검이 시로의 손에 쥐어졌다. 있을 수 없는, 새로운 간장 막야.......!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스젠도 시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투영이다. 마술에서 『강화』나 『변화』의 최상위에 해당하는 기법. 그러나 그 난이도에 비해 효율은 치명적으로 낮아, 예를 들어 의식에 필요한 제구를 불과 몇 분 정도만 대체할 수 있는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어떤 장치를 사용했는지, 시로는 그 투영으로 본연의 보물에 버금가는 물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 그래도 떠돌이 연금술사는 대응했다. 일반적인 인간의 반사신경으로는 불가능한 쉼표 1초 미만의 초반응으로 새로운 쌍검의 궤적에서 몸을 피했다. 힘, 산을 뽑고 심기, 태산에 이르고” 그리고 그 회피까지 간파한 기습이 뒤에서 춤을 추는 줄이야. 먼저 던져져 날아갔어야 할 쌍검의 한 조각인 간장이 마치 독자적인 생명체인 것처럼 다시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로가 손에 쥐고 있는 두 번째 쌍검의 조각인 막야에 이끌려 온 것임을 조금 늦게나마 스젠은 알아차렸다. (간장-막야는 그런 보구인가 ......?!) 아마도 그 성질은 부부검이기에 서로 끌어당기는 음과 양일 것이다. 양검 간장과 음검 막야는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오오오오!”처음으로 저스트가 울부짖었다. 비록 미래예측의 권화인 아틀라스원의 흐름을 따르고 있지만, 그 몸놀림은 신업과 같았다. 그랬을 것이다.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제어밸브를 멈추고 비명을 지르는 근섬유 다발을 무시하고 오른손과 왼발의 회전톱을 뒤로 당긴다. 꼭두각시 인형과 같은 자세로 역대 호걸을 능가하는 대체력으로 사로의 돌진과 뒤에서 날아오는 양검간장을 격추시키면서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즉, 투척의 끝, 또 다른 검 한 자루가 검, 물을 가른다. 심기 황하를 건넌다 먼저 쓰러진 음검 막야가 시로의 손에 들린 양검 간장(干将)으로 끌려온다. 두 쌍의 간장 막야, 네 개의 칼날이 동시에 다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이 절기의 핵심이었다. 공기가 떨렸다. 막야와 간장이 허공에서 격돌한 결과였다. 저스트가 피한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 학익이 닫히기 직전에 시로의 몸이 헤엄쳐 나온 것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거리를 둔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시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껄껄 웃으며........ "안 되나. 학익쌍련, 아직 나한테는 닿지 않는 기술인 모양이군." 만약에. 시로의 말대로 그 기술이 완성되어 있었다면, 틀림없이 떠돌이 연금술사의 몸은 두 동강이 났을 것이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5 아니, 지금의 학익쌍련으로 아무리 던진 간장-막야를 원격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해도, 상대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과 경험이 없다면 불완전한 형태일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수라장을 이 청년은 헤쳐나가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6 “시로우-에미야” 라고 밝혔다. (----- 어?) 이상하게도, 스젠은 알아차렸다. 그녀가 말한 것은 시로의 이름뿐이다. 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떠돌이 연금술사는 (설마) 라고 스젠은 생각했다. 원래 그녀의 지인에 대해 마피아가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もともと、 彼女の知人に対して、 マフィアがちょっかいをかけていたのは本当だった。) 하지만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방금 전처럼 건물을 통째로 파괴할 정도의 강경책을 쓸 만한 가치가 없다. 이 정도로 과격하게 행동하면 시계탑의 법정과는 물론이고 성당 교회가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노린 것은 다른 상대가 아니었을까? 사진도 대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 떠돌이 연금술사는 처음부터 에미야 시로에게 "너는“ 저스트의 헬멧에서 짐승의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그 목소리는 보통이 아닌 증오로 물들어 있었다. 차라리 끔찍할 정도로 적의와 악의가 가득했다. "네가 키리츠구를 죽였어 ------ 시로우-에미야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7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였다. 그리고 폭풍 같은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곳이었다. 에르고의 등 뒤로 삼켜졌을 텐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수시로 쏟아지는 번개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배꼽을 움찔거리게 할 만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 바다 한가운데에 플랫과 에르고는 던져져 있었다. "와와와와!" 격렬한 파도에 휘청거리며 플랫이 외친다. "어쩔 수 없군, 이거! 아까부터 마술을 서른 개 정도 엮었는데, 마력이 너무 밀집되어서 한꺼번에 풀려버렸어! 에르고군, 이 정도의 마력을 전부 저장하고 있었어!" "이게 내 안에?!" 역시 바다에 던져진 에르고가 외치자, 플랫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술각인 시술을 받으면 서로의 정신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일은 흔한 일이야! 하지만 몸 전체가 흡수되는 경우는 시계탑에서도 서너 번 정도밖에 사례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몰래 들어간 금서고에서 읽었던 고유결계 반전현상이었나 뭐였나! 아니, 에르고 군이 망가지면 책임을 질 생각이었지만, 책임이라는 건 어떻게 지는 걸까! 일단 다음 영웅사대전의 계정을 추모 에르고군이라는 이름으로 해도 괜찮겠어?!" 끝없이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플랫에게 에르고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 장소가 현실적인 공간이 아님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향할 때도 지하와 해저를 잇는 아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공간에 침입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감각을 얻고 있었다. 플랫이 정신세계라고 말했듯이 좀 더 정신적인 개념적인 공간이다. 본래 현실과는 무관해야 하는데, 에르고의 내면의 신이 너무 견고해서 현실의 형태를 띠고 있다. (고유결계의 반전 현상?) 분명 고유결계란 마술사가 가진 심상세계로 현실을 뒤바꿔버리는 금주령이 아니었을까. 그 반전은 현실의 물체를 심상세계로 끌어들여 버린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이 바다는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8 "...... 달이다." 라고 파도 사이로 에르고가 속삭였다. "달?" "내가 먹은 신을 통치하기 위해 달을 생각하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 말을 에르고는 스케치북에 적어두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 월륜관 그 수행법을 허공에 떠 있는 에르고는 떠올린다. "오히려 동양의 사상마술과 관련이 깊은 기술이지만, 너 같은 경우는 이쪽이 몸에 더 잘 맞을 거야." 그렇게 엘멜로이 2세는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생의 성격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을 바꾸는 일은 시계탑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본질적으로 마술사의 교도는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지,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과는 무관한 행위라고 한다. 엘메로이 교실이 이단으로 여겨지고,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재를 잇달아 배출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달을 보는 데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눈꺼풀을 감은 채, 정중하게, 배운 말을 되짚어 본다. 아직 포화로 인해 사라지지 않은 기억을 열심히 끌어당긴다. 먼저 거울을 상상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아름다운 거울이다. "하나는 원거울을 가슴 한 팔꿈치만큼 단단히 세우는 것과 같다." 의식 속에서 거울을 세로로 세운다. 지금은 세로도 가로도 상관없을 정도로 에고가 휘둘리고 있지만, 명상의 이미지만 있으면 언제든 끌어낼 수 있다, 그런 식으로 Ⅱ세는 강의를 해주었다. 나도 명상 훈련은 힘들었다며 그레이도 슬쩍 요령을 알려주었다. "두 번째는 원경을 옆으로 몸통-팔부육단심 위에 놓는 것과 같다." 육단심이란 심장을 말한다. 의식 속에서 거울을 옆으로 돌려서 심장에 깔아준다. 그 거울에는 에고의 내장까지 비춰져 있다. 먹힌 신조차도 그 거울은 비춘다. 그리고 '세 가지를 원주처럼 보지 마라' 지금의 두 가지를 겹치게 한다. 2차원과 2차원을 겹쳐서 3차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어떤 의미에서 컴퓨터 그래픽의 구축 작업과도 비슷했다. 마술에는 이런 화면도 있는 것이었다. 입체의 달이 완성되었을 때, 청년의 얼굴에 하얀 얼굴의 가면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에서 면치기 장인 두조겐마의 손에서 건네받은 이형의 면이었다. 그리고 에르고의 주변에 무수한 실이 형성된 것이다. 아 그렇구나! 저거 제피아 씨도 사용하던 에테라이트구나!" 플랫의 말에 에르고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깨달았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사건에서 시온이 청년의 몸에 연결한 에테라이트, 그것을 에르고 나름대로 재현한 것이다. 분석에 능한 마술사가 잘 관찰했다면 그 실이 극히 미세한 모래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청년이 먹은 제2의 신, 사구전신의 권능이 에테라이트를 모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 사용법도 가능하구나 ------) 바다 곳곳에 에테라이트를 뻗어나간다. 그것은 마치 광활한 바다에 연결된 신경처럼 바다 곳곳에 분산된 요소들과 연결되었다. (시온 ------) 그녀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힘이 솟아났다. 비유가 아니다. 이집트 사건으로 에테라이트를 통해 에르고와 시온은 연결되었다. 그 때의 경험이 새로운 능력의 사용법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여행이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기억의 포화로 인해 덧없이 사라질 것이라도 지금 에르고의 등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9 쏟아지는 정보의 방대함에 에르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것도 당연하다. 원래 신이 내린 정보량을 견디지 못하고 젊은이들은 기억 포화상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증상은 곧 악화되어 그를 붕괴시킬 것이다. "에르고 군?" '플랫! 이거, 제발! 나로는 씹을 수 없어!" "좋아, 그거!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남에게 부탁하는 건 정말 엘메로이 교실 스타일이야!" 에르고에서 뻗어 나온 실의 일부를 플랫이 움켜쥔다. "요컨대, 에테라이트를 마술회로 대신에 에테라이트를 이용한 가짜 연결이잖아! 방금 전에 우리 마술각인의 융합도 완료했으니까 문제없어!" 플랫의 주먹에서 마술회로에 빛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자신의 마술회로와 실의 규격을 연결하여 새로운 마술식을 여러 개 구동시킨다. "자, 맡겨! 쏟아지는 끝에서 정보를 회수해 버리겠어! "훗훗훗, 로고스 리액트의 복수에서 고안한 수법을 사용할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개입 개시!“ 그 주문과 함께 에르고의 오감에 변화가 생겼다. 너무 방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던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 하나의 방향이 제시된다. 곧이어 그것은 에르고의 지각을 철저하게 변화시켰다. (대단하다 ------!) 마치 거인이다. 플랫의 정보처리로 인해 마치 자신이 거대해진 것처럼 에르고는 느끼고 있었다. 마치 모나코 전체가 손바닥 안에 들어있는 듯한 감각의 확장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모나코 전체를 그의 실이 스캔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이능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천리안 등으로 불리는 이능. 혹은 천이통, 등으로 불리는 초능력. 먼 곳의, 본래는 알 수 없는 사물을 알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깨달음이 자기 몫을 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에르고는 제어하고 있다. 감정과 이성을 총동원하여 간신히 자신이 망가지지 않도록 억누르는 것. 예를 들어 그것은 폭풍 속에서 매초마다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배의 키를 계속 잡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어느 정도’ 라고 플랫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제 음성이 아니라 실을 통한 마력의 소통이다. '신의 관점이란 이런 거였구나! 그럼 신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상관없다는 뜻이구나! 그렇구나! 왜냐면 보려고 하는 것이 항상 눈앞에 있기 때문이지!'그런 느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0 "그래. 이것은 즉 인연을 추적하고 있는 거구나. 인터넷의 링크집 같은 느낌. 직접 주소를 입력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우리로서는 링크를 따라가는 것이 지름길인 것 같네요." (...... 인연을, 따라가다?) 인터넷은 거의 사용해 본 적이 없지만, 링크를 따라간다는 것은 왠지 알 것 같았다. '모나코에서 인연이 있는 상대를 검색할 수 있구나. '자, 한번 해보자, 와우! 생각했다. '와우! 플랫의 환호와 함께 시야에 새로운 인물이 보인다. 지금 모나코에 있는 사람 중 인연이 있는 사람이 선출된 것이다. 먼저 청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아침 모나코의 뒷골목을 다니는 에르고가 잘 아는 여마술사 두 명과 갈색 피부의 청년이었다. "린과 루비아 씨와------뤄롱------? 왜 함께 있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모두 모나코에 있는 것 같다. 일단은 무사한 것 같고, 영권과 전투상태에 빠진 것 같지 않아 안심이 되었다. 플랫과 함께 시술을 시작한 것은 밤이었는데 벌써 아침이 된 것은 이 공간에 와서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시간의 흐름이 비슷한지조차 의심스러운 곳이니 이쯤은 어쩔 수 없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1 아직 인연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 모나코에 에르고와 인연이 있는 상대가 또 한 명 더 있는 모양이다. 그 쪽에 관심을 갖는 동시에 시야는 자동적으로 유도되어 간다. 플랫이 말했듯이 신의 시점이었다. 그 끝에 청년은 보았다. 폭파 해체된 건물의 바로 옆 건물. 그 옥상에 서 있던 에르고와 어딘지 모르게 닮은 빨간 머리 청년. 제일 먼저 플랫의 의식이 이렇게 불렀다. '아, 집사님! '어, 그럼 이 사람이 에미야 시로 ------?! 펨이 수색을 의뢰한 지난번 선상 연회의 승자. 붉은 머리의 마술사가 풀페이스 연금술사에게 쌍검의 한 쪽을 겨누고 있다. "내 꿈은 정의의 편이 되는 거야." (정의의, 아군?) 너무도 엉뚱한 대사에 에르고가 눈을 깜빡인다. (왜, 그런 꿈을 ------) 생각과 동시에 청년의 연결된 실은 곧바로 그 생각을 실현시키며 붉은 머리의 마술사에 대한 정보를 드러냈다. '와! 와! 우와! 플랫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시 한번, 단숨에 지각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정보가 떠오른다. 에르고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이지만, 확실히 방금 전의 정보와 연결되는 것들뿐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국의 묘지였다. 거대한 석검을 휘두르는 봉발의 거한에게 보이지 않는 무기를 든 소녀가 베고 있다. 아마 2미터는 훌쩍 넘었을 거한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묘비가 몇 개씩 부서지는데, 그 엄청난 파괴력 앞에서 소녀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마력을 입김처럼 뿜어내어 거한의 미세한 틈새에 통타를 날려버린다. 그 황당무계한 광경에 플랫이 엄청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 "에르고군! 이건 성배 전쟁이야! 후유키의 제5차 성배 전쟁! "성배...... 전쟁 ------? 제5차라는 것은 엘메로이 2세가 참가한 제4차 이후. 린과 에미야 시로가 참가한 회차. '그렇구나! 그래서 이 아서 왕이 그레이와 같은 얼굴이구나! 아, 아니 그 반대인데, 실제로 보면 정말 닮았어! 그럼 교수님도 깜짝 놀랄 것 같네요!" '그럼, 이건 ------ 과거시점인가 ------? 막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감히 말하자면 시온도 보여줬던 아틀라스원의 고속 사고에 가깝다. 압도적인 처리 능력에 의한 과거 예측. 넓게 보면 이것도 과거시의 일종이지만, 엘메로이 2세나 린에게 들었던 과거시와는 조금 다른 느낌,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전투는 하나도 아니었다. 혹은 눈가리개 요녀가 아서왕과 함께 건물의 벽을 뛰어오르기도 한다. 혹은, 이상하게 긴 검을 든 검객이 방금 전의 봉황머리 거한과 칼날을 갈고 혹은 마창을 든 창병이 붉은 망토를 두른 궁병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마치 만화경을 방불케 하는,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영령들이 난무하는 전장이 병렬적으로 에르고의 지각을 뒤덮는다. (이것이 ------ 성배전쟁 ------) 끊이지 않는 전투에 압도당한다. 믿을 수 없는 여정을 겪어온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기압을 느낄 만큼의 격돌이었다. 순수한 마력의 규모만 놓고 보면 지즈나 뤄롱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첫 번째 여정에서 맞닥뜨린 산령법정의 선인 무시키 등이 더 뛰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최종 형태라 할 수 있는 영령들의 사투는 단순한 힘의 비교 등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충격을 젊은이들에게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건 ------) 끝없이 펼쳐지는 광경에 에르고는 모순을 느꼈다. 어떤 전투에서 사라졌어야 할 영령이 더 후대의 시간 순서로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거의 동시라고 생각되는 서로 다른 무대에서 동일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순간이동이나 이중 존재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순이 너무 많고, 너무 잦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곧 답이 공개되었다. "...... 아........" 그렇구나. 드디어 에르고는 납득했다. 기억 포화란, 그러니까 그런 거구나. “음, 그럼 에르고도 기억 포화상태가 되겠네. '그러니까 신을 만난 인간은 대체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네!” 왠지 매우 기쁜 듯이 플랫이 말했다. "신이 보는 세계에서는 과거도 미래도 동등하고, 오히려 실제로 일어난 일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동등하단 말이야! 그건 어드벤처 게임에서 주인공이 선택하지 않은 루트까지 모두 알고 있는 메타 상태잖아요! 전지전능하다고 해도, 그래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거지. 우리에게는 미래도 과거도 하나뿐이지만, 신이 보기에는 그런 게 무수히 많으니까요!"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신이니까 정보량이 많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기준이 달라져 버렸다. 2차원과 3차원에서 보이는 것도, 정보도 완전히 달라지듯, 똑같은 상황이라도 지각-인식-경험하는 정보가 완전히 다르다, 인간과 신은 다르게 인식-인식-경험하는 정보가 달랐던 것이다. "어라, 그럼 예전에 그레이의 고향에서 제피아 씨와 이야기했을 때, 혹시 제피아 씨, 우리한테 맞춰준 거 아니었어?! 우와, 그렇겠지! 수만 개의 루트가 있는 게임에서 한 루트에만 의식을 조절하는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잖아! 와우,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어!" 이번 플랫의 발언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부 의미는 파악할 수 있었다. 수만 갈래로 갈라진 운명. 미래가 하나가 아니듯, 과거조차도 하나가 아니다. 그렇게 『과거』의 광경이 에르고와 플랫 앞에 비춰졌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순간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일곱 명의 마스터가 모여 성배전쟁이라는 살육전이 시작되는 이 밤을 말이야." 아, 린! 나이는 지금보다 몇 살 어린 것 같았지만, 확실히 토오사카 린이었다. 마술사 특유의 냉혹함을 눈빛에 담은 소녀의 선언. 아무래도 에미야 시로와 그녀는 원래 적대적 관계였던 모양이다. 아니면 이것도 가능성 중 하나일 뿐, 실제로 시로와 린이 맞닥뜨린 운명과 다른 것일까. 일곱 명의 마스터와 일곱 명의 서번트가 싸우는 성배 전쟁. 토오사카 린의 옆에 있는 것은 영체화된 채로 갈색 피부에 흰머리를 가진 서번트였다. 붉은 망토를 입은 궁병. '확실히 나는 이상대로 정의의 편에 서게 되었어' 또 다른 장면. 그 궁병이 두 사람과 대치하고 있다. 에미야 시로와 그 서번트인 아서왕. 그러나 궁병은 아서왕과 대화를 나누면서 계속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에미야 시로야말로 불구대천의 원수인 것처럼. "어쩔 수 없지. 무엇을 구하든, 구원받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나오기 마련이다. 몇 번 싸움을 끝내도 새로운 싸움은 만들어진다. 그런 존재가 있는 한 정의의 편이라는 것은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피를 토하듯, 궁병은 통곡한다. 아, 그래서 이것은 정의의 편이라는 말에 의문을 품고 있는 에르고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궁병의 말대로, 현실에서 정의의 편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사람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의의 편은 구할 것과 구하지 않을 것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된다. 구원받지 못한 자들은 다시 싸움을 일으키고, 정의의 편은 또다시 구원받지 못할 자들을 만들게 된다. "어라? 이 궁병이 집사님의 조상님인가?" 플랫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왠지 아주 닮은 것 같은데?" 플랫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 서번트의 친척이라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영웅의 후손 같은 건 어디에나 있는 거니까." '영웅이 되었기 때문에 정의의 편을 미워하게 된 건가?' 그런 것은 있을지도 모른다. 원점에서 정의의 편을 지향했더라도 실제로 영웅으로서 정의의 편이 될 수 있었다면 그 한계를 직시하게 될 것이다. 이 궁병은 그런 경험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성배전쟁에서 에미야 시로와 대치하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시로의 원점은? 에미야 시로가 결정적으로 지금의 길을 결정한 하지마리는? 신의 관점을 가진 에르고의 질문은 당연하게도 그대로 답으로 이어진다. 장면이 바뀐다. 시간이 바뀐다. 분명 제5차 성배전쟁보다 더 이전의 사건일 것이다. 검게 물든 하늘. 시체 더미. 무너져가는 사람들. 모두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 따위는 없었던 시간. "와, 여긴 뭐야!" 플랫이 말한다. 마력마저 녹아내릴 정도로 그것은 장엄하고, 추악하고, 철저한 무대였다. 원래는 공원 같은 곳이었을 것 같은데, 원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칠흑같이 검게 그을린 땅에는 아직도 불길의 파편이 흩날리고 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즉사했고, 운 좋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불행한 사람들도 불과 수십 초 혹은 몇 분 정도만 살아있었다. 가끔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불에 그을린 시체가 그런 현상을 보인 것뿐이었다. 타는 듯한 열기와 인분 타는 냄새. 하늘조차도 검은색과 잿빛으로 얼룩져 있다. “플랫! 저기요.......!” 에르고가 부른다. 반쯤 탄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검게 그을린 시체 중 하나였다. 아니, 숨은 있다. 아직 어린 소년이다. "집사님 -----" 플랫이 말했다. 꼬물꼬물 손을 뻗어 소년은 힘겹게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 많은 죽음 속에서 살아남았으니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듯이, 아마도 그 저항도 곧 끝날 것이다. 어떻게 봐도 소년이 입은 화상은 치명적인 상처로, 현대 의학은 물론이고 고도의 마술로도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은색과 회색의 하늘을 향해 뻗은 손은 당연히 힘이 다하여 툭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다른 손이 소년의 손을 움켜쥔 것이다. "아 ------" 에르고가 숨을 멈춘다. 소년의 손을 꼭 잡은 상대의 얼굴이 에르고의 뇌리에 새겨졌다. 눈물을 흘리며 살아 있는 인간을 찾았다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남자의 모습. 마치 구원받은 것은 소년이 아니라 남자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이 사람이”멍하니 에르고가 말한다. 대답은 신의 관점이 이미 가르쳐주고 있다. 이 남자가 바로 에미야 키리츠구라고. 악명 높은 마술사 킬러라 불리고, 그 지즈마저도 총으로 쏴 죽인 기원탄이라는 예장을 만들어낸 마술사라고. 하지만 그런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미야 키리츠구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든 것을 빼앗긴 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복을 되찾은 것처럼. 단 하나, 이 축복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안아주는 듯한. 무심코 에르고가 부러워지는 그런 표정을 키리츠키는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네가“ 네가 키리츠그를 죽였어 ------! 시로우-에미야 ------! 이번에는 과거가 아니었다. 바로 지금, 현실의 모나코 빌딩 옥상에서 에미야 시로가 풀페이스 헬멧을 쓴 상대에게 그렇게 외친 것이다. 그것을 인식했을 때, 에르고의 시야가 깜깜해졌다. '플랫? '음, 미안. 에르고군." 플랫이 사과했다. "어? 뭐야? "정보 제어의 마술식을 백 여덟 개나 준비했는데, 다 타버렸어! '어머 내 마술식은 백팔식까지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천 개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건!" 대사가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몸과 연결되어 있던 무수한 실이 툭툭 끊어졌다. 마치 마술회로를 잃은 것처럼 에르고의 오감이 차단된다. 사실 그것은 보통 수준의 오감으로 돌아간 것일 뿐이지만, 한 번 신의 그것을 얻은 청년으로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지전능한 신은 무지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에르고도 플랫도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2 "네가 키리츠구를 죽였어 ------! 시로-에미야------! 그 말에 시로가 굳어졌다. 당황, 경악, 도성, 동요,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키리츠구를?” 그 순간을 저스트라고 자칭하는 떠돌이 연금술사는 놓치지 않았다. 오른팔의 전기톱이 떨어져 나와 불꽃을 튀기며 건물 옥상을 자르는 순간, 저스트의 오른손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안쪽에서 풀려난 것이다. 의수였다. 근육 대신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리고, 혈관 대신 금속선이 연결된, 일종의 골동품 같은, 있을 수 없는 가상 과학을 현실화한 기술의 결정체였다. 그 의수가 이번에는 크게 휘어지는 금속 날 채찍을 내뱉었다. 시로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격. 쌍검으로 받아냈지만, 받은 부위에서 칼날 채찍이 더 크게 휘둘렀다. 꿈만 같을 정도로 얇은 금속의 칼날은, 그러나 인간의 뼈까지 쉽게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을 시로는 직감했다. 그렇게 단련된 장인의 손놀림까지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쯔」. 간신히 몸을 비틀어 피한다. 모나코의 공기에 붉은 색이 튀었다. 시로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 옆구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방금 전에 생긴 상처가 급격한 운동으로 인해 더 많은 피를 흘린 것이다.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서 속죄해! 키리츠구에게 갚아라!" 칼날 채찍을 새롭게 휘두른다. 유연하게 휘날리는 칼날 채찍은 공중에서 여덟 갈래로 쪼개져 방어하기 어려운 머리 위로 다두뱀이 물어뜯을 듯이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저스트와 시로의 중앙에서 방금 전 떨어진 전기톱이 갑자기 가스를 뿜어냈다. 정체된 보라색 가스는 살짝 들이마신 시로의 의식을 순식간에 뒤흔들어 놓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즉각적인 작용은 바로 연금술에 의한 것일까. 마치 의기투합한 것 같은 구도였다. 투영 마술을 이용한 학익쌍련에 대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을 이용한 동시 다발적 공격. 시로도 방금 전의 투영과 부상으로 한계에 도달했는지, 더 이상 제대로 된 방어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게다가 또 다른 이상 사태가 겹칠 줄이야.......! 시로와 저스트가 대치하는 옥상에서 그 한 점이 신기루처럼 이상하게 일그러진 것이다. '나' 작게, 떠돌이 연금술사가 신음했다. 공간의 왜곡에서 나타난 것은 몇 개의 반투명한 푸른 손이었다. 그 푸른 손이 떠돌이 연금술사의 칼날 채찍을 모두 받아내고, 더욱 뒤틀린 공간에서 끌려가듯 푸른 손을 등 뒤로 뻗은 붉은 머리의 청년이 옥상에 착지한 것이다. "뭐야, 넌!" "우와, 집사님, 큰일 났어요! 아찔했어!" 또 한 명. 푸른 손을 기른 청년의 바로 옆에는 금발 청년이 쓰러져 있었다. 이쪽은 착지에 실패했는지, 아픈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의 손가락을 교차시켜 즉석에서 마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마술이 전기톱에서 방출된 가스를 순식간에 중화시켜 버렸다. 속도만 보면 싱글액션이었을 텐데, 현대의 마술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정확도와 강도를 자랑한다. 그 두 사람에게 스젠은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금발은 플랫 에스칼도스. 지금 모나코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에스칼도스 가문의 신동. 또 한 명의 빨간 머리는 펨의 카지노선 사선 환희선에서 플랫과 내제자들과 함께 엘멜로이 2세를 수행하던 상대. 둘 다 반나체 상태였고, 허리에 셔츠를 감고 있는 상태였다. "플랫!" 시로가 놀라움과 함께 말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모양이다. "아하하, 이건 인연으로 끌려왔다는 뜻인가! 아침에 각인을 돌려준다고 미스트에게 말했으니까 나중에 사과해야지! 하지만 지금은 집사님이 먼저인데, 음, 이 아틀라스원 같은 연금술사님은 어떤 관계야? 에미야 키리츠구씨까지는 들었는데, 어라, 혹시 지금 하는 수법이 마술사 킬러 키리츠구씨와 비슷하지 않나? 비슷해? "마술사 킬러 에미야 키리츠구 ------? 중얼거리는 시로의 말에 이어 저스트가 청년을 노려보았다. “------ 플랫-에스카르도스” "어라, 어라? 나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눈을 깜빡이는 플랫을 뒤로 물러서며, 떠돌이 연금술사는 또 다른 청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 에르고.“ "나도?" 붉은 머리의 청년이 긴장을 풀지 않고 여섯 개의 환수를 들고 있다. 이에 맞춰 시로도 천천히 자세를 가다듬었다. 옆구리에 감은 붕대는 점차 붉은 색이 짙어졌지만, 눈빛에 담긴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떠돌이 연금술사는 조금 거리를 두었다, "은폐가 풀리네" 라고 중얼거렸다. 지표면 도로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폭파 해체를 감춘 연금술의 효력이 드디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평화롭던 모나코에 닥친 재앙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조금만 더 가면 소방차가 달려오는 모습도 보였다. 단 1초도 채 되지 않아, 떠돌이 연금술사는 망설였다. 불타는 살의와 연마된 살육의 절차 사이에서 흔들리는 듯 보였다. 희미하게 풀페이스 헬멧의 머리가 흔들렸다. "아니야." 속삭임이 바람에 섞여 들려온다. 어딘가와 통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마술에 의한 것이라면 도청도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아틀라스원과 가까운 연금술에 의한 것이었다. "시로우-에미야"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 의수를 들어 올린다. 그 안쪽에서 굴러온 원통을 즉시 에르고의 환수가 움켜쥐었지만, 그 엄청난 섬광이 거꾸로 튀어나오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떠돌이 연금술사가 직접 만든 플래시 수류탄! 순간적으로 에르고가 다른 환수들을 방어에 투입했지만, 더 이상 이탈한 연금술사가 공격해오지 않았다. 눈부신 눈동자를 마력으로 재조정한 1초 만에 저스트라는 이름의 떠돌이 연금술사는 건물 옥상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전기톱에 의해 잘려나간 옥상 콘크리트와 폭파 해체된 현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겉에 있는 사람들만이 기묘한 싸움의 잔재였다. "...... "도망쳤나?" 시로의 몸이 흔들렸다. "와, 집사님!“ 받아내려던 플랫이 멋지게 발을 비틀어 쓰러진 시로의 밑으로 깔려서 '으악'하고 작은 동물 같은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3 여운을 떨쳐내면서 나는 눈앞의 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다. 스승님과, 멜빈과, 이시리드........ 앉은 세 사람을 마주 보도록 딜러가 서 있고, 각자의 앞에 두 장의 카드가 놓여 있다. 대부분의 카드가 앞면이 드러나 있는데, 딜러 쪽만 한 장이 가려져 있었다. 아까도 스승님이 플레이하던,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박 중 하나일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규칙을 확인했다. 나눠주는 카드의 숫자를 더해서 몸통과 손님과 함께 21에 더 가까운 숫자가 나오는 쪽이 승리. 21을 넘으면 패배 그림카드는 10으로 계산하고, A는 1 또는 11로 계산해도 된다. 그 외에도 세부적인 규칙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정도의 게임이다. 참여만 한다면 유아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이기고 싶다면 ------ '스승님이 블랙잭를 선택한 것은 ------ 아까 그 블랙잭으로 이겼던 흐름이 있기 때문에 ------ 라는 것인가요? 예장을 이용해 염화를 시도하다 그러자 스승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만 되풀이했다. 표정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의외로 능숙한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대체로 그런 거지. 그리고 원래의 게임 흐름을 파악하면 합류한 두 사람의 현재 운세가 어떤지도 쉽게 계산할 수 있거든" “----- 그렇구나.” 마술사라면 그렇게 될까.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흐름이나 편향이 발생한다는 마술사의 도박. 이미 몇 번의 승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모두 익숙해서 그런지, 매우 빠른 속도로 주고받음이 이루어졌다. 아직 아무도 펨의 선상 연회 동전을 걸지 않고, 일반적인 칩 싸움으로 끝났다. 현재 가지고 있는 칩의 양은 스승님의 500만 유로가 조금 못 미치고, 멜빈이 200만 유로 정도, 이시리드가 300만 유로가 조금 넘는 정도였다. (------ 코인은 그 반대다). 스승이 백이십장. 멜빈이 이백삼십장 이시리드가 백구십장 아까 스승의 '이기고 있다'는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두 사람은 그 유도에서 벗어난 것일까. 어쨌든 가장 많이 이기고 있는 멜빈조차도 아직은 허들인 오백 장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예스젠과 같은 구획에 있어야 할 주술사 아젤도 궁금하지만, 두 번째 게임은 전반전이 끝날 즈음에 시작될 것이다. 도중에 스승님이 움직였다. 내기를 거는 베팅 구역에 칩이 아닌 동전을 놓아둔 것이다. 사자 동전 세 개. 서른 장에 해당한다. 가지고 있는 돈의 4분의 1을 한꺼번에 베팅한 것이다. 스승의 표정은 변함없지만, 지켜보는 이쪽의 혈류만 빨라진다. 이에 반해, "그리드(グリード)" 갑작스러운 발언이었다. 스승의 시선이 움직였고, 그 눈동자에는 은발의 청년이 웃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이 규칙이 쓰이는 건 좀 더 나중일 줄 알았지?" 소름끼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멜빈이 말한다. "단순히 승리를 목표로 한다면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이 규칙은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지 않겠어? 순식간에 스승이 침묵했다. 천천히 말했다. "...... "특정 플레이어를 조기에 은퇴시키는 것이군." "응." 멜빈이 유유히 고개를 끄덕였다. "베팅할 코인이 없어지면 애초에 두 번째 게임 참여권을 잃게 되는 거죠." 그렇지 않아도 코인이 적은 초반에 코인이 더 줄어들면 승리는 극도로 어려워진다." 드디어 깨달았다. 멜빈의 말은 스승님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 나에게 향하고 있는 건가?). "아, 이 녀석 아, 그레이에게 하는 말이구나." 고정장치에 걸린 아드가 귓속말로 속삭인다. "멜빈 본인이나 마른 군주 입장에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전제적인 전제 정도의 이야기다. 그걸 일부러 곱씹어서 너한테 알려주려고 하는 거지." 화를 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친절함인지, 멜빈의 표정에서는 알 수 없다. 과연, 스승님은 다시 카드를 바라보며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같은 위험은 리드를 건네는 쪽에도 똑같이 발생하죠." "물론, 그 말이 맞다. 위험이 없는 도박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 멜빈의 웃음이 어두운 기운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서서히, 연기처럼 그 기운이 공기를 스며드는 것 같기도 했다. 카지노에 소용돌이치는 열기와는 또 다른, 서늘하면서도 이쪽의 호흡기를 통해 혈관까지 스며들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4 첫 판은 '노모어 베팅’ 딜러가 선언하고 각 플레이어에게 두 장의 카드를 나눠준다. 스승은 클럽 5와 하트 5, 총 10을 받는다. 멜빈은 하트의 9와 스페이드의 Q. 총 19를 받는다. (21.....) 마음속으로 숫자를 중얼거렸다. 이 게임은 21에 더 가까운 숫자를 만드는 사람이 이긴다. 즉, 이 경우 유리한 것은 '분할'이다. 스승이 두 장의 카드를 떼어내고, 각각 같은 금액의 동전을 놓는다. 노모어베트 선언 이후에도 같은 숫자나 그림 카드가 먼저 나왔을 때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내기였다. 두 카드 모두 각각 추가 카드를 겹쳐서 두 개의 베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의외라는 듯 멜빈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클럽 5에 스페이드 7이 와서 총 12가 되었다. 하트의 6이 와서 총 11이 되었다. 하트 5에, "추가" 스승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총 12장의 카드에 클럽 6이 추가되어 총 18장의 카드가 나온다. 스탠드 '지금까지. 이어서 이쪽을 추가합니다. 총 11이었던 스승의 카드에 스페이드 9가 추가되어 총 20이 되었다. 스탠드 "지금까지" 결과적으로 한 손은 두 장의 카드를 추가하여 총 18, 다른 한 손도 마찬가지로 두 장의 카드를 추가하여 총 20이 되었다. 멜빈은 19로 유지. 마지막으로 뒤집힌 딜러의 패는 다이아 7과 클럽 J, 총 17이었다. (음, 이 경우는 ------ '마른 마술사도 멜빈도 딜러의 손보다 높으니 승리. 그 위에 멜빈의 19가 마른 마술사의 18보다 높기 때문에 그리드 성공. 베팅한 동전은 빼앗긴다. 하지만 스플릿한 손의 20이 멜빈의 19보다 높기 때문에 그쪽에서는 그리드가 실패하고 빼앗긴 동전을 되찾게 된다."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아드가 대답해준다. "결과적으로 마른 마술사가 처음 베팅한 동전 30개를 얻었으니 멜빈은 손해를 보지 않은 셈이지요." 그 말대로 딜러가 스승에게 동전을 밀어 넣었다. 이제 스승이 가진 동전은 백 오십 개가 되었다. "어머나. 잘도 피했네 ------!" 멜빈이 고개를 저었다. 멜빈이 아쉬운 듯이 머리를 흔든다. "정석대로라면 블랙잭에서 한 쌍의 그림 카드나 다섯 쌍은 나누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 말에 문득 생각이 났다. "스승님 ------ '라고 의전을 통해 말을 건넨다. "지금, 정석이 아니라는 것이 마술사의 도박 편향성이라는 말씀이신가 보군요." "그렇다." 짧게 대답하고 나서 스승님이 덧붙여 말했다. "나를 초대하는 단계부터 멜빈이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나도 충분히 이기고는 있지만, 코인이 늘어나지 않았으니 심장을 먹은 흐름은 아니야. 제대로 부딪히면 질 것이다. 하지만 흐름 자체는 있으니 조금만 비껴가면 승산이 있다." "...... '그래서, 분할해서, 방향을 틀었다' 정리가 되니 왠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마 제대로 된 도박이라면 성립하지 않는 논리일 것이다. 이론이라기보다는 곰팡이 핀 소원에 가깝다. 잘 못하면 실소를 자아내지만, 숫자와 확률을 완전히 무시한 생각.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마술사들 사이에서만 통하지만, 파멸과 영광의 역사가 숨 쉬고 있다. 동시에 자신은 몹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신명 재판. 이 블랙잭이 도박이라는 형식을 빌려 은밀한 마술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멜빈이 즐거워하며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5 새로운 내기를 권유받고, 이번에는 칩을 걸면서 스승이 물었다. "멜빈, 무엇을 위해 이기려고 하는 거지?" "무엇을 위해?" "펨의 선상 연회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따위는 너와 상관없지 않겠지?" 배의 연회에서 이기면 반펨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배의 연회에서 이기면 반펨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멜빈이 원할 만한 물건은 생각나지 않는다.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진작에 했을 것이고, 다른 마술사들처럼 반 펨의 비장의 주체나 예장을 원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자 멜빈은 옅게 웃었다. "말했잖아. "지금 나는 방황하는 지즈의 제자라고. 내 승리가 지즈의 승리가 되는 이상, 최선을 다해 너를 이겨야 해. 넌 펨의 선상 연회에서 지즈와 외마도 내걸었잖아? (君はフェムの船宴で、 ジズと外ウマも賭けたんだろう?) "아. 펨의 선상 연회에서 지면 지즈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계약을 했어. 하지만 지즈가 죽은 이상, 핵심적인 요구가 공중에 붕 뜬 것이 아닌가?“ 스승님의 말에 멜빈이 한쪽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글쎄, 그건 어떨까. 마술사가 아니어도 전언은 얼마든지 남길 수 있어. 내가 너를 이기면 다시 한번 지즈의 유언이 나올지도 몰라. 게다가 마술사에게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절대적인 것이니 일단 이기라고 하면 이길 수밖에 없지." "네 엘메로이 교실은 다소 수준 미달이지만, 마술사의 본질이 그렇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 않겠지?" 어때요, 이시리드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6 "어이쿠. 일개 지부장의 입장에서는 방황하는 바다의 제자와 시계탑의 군주님의 이야기가 너무 고마워서 영원히 듣고 싶은데........" 일부러 놀란 척하며 이실리드가 힘차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쪽은 아직 동전 게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착실하게 칩을 늘려가고 있었다. 익숙한 손놀림은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이라는 직함이 아깝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공식적인 펨의 배 연회 참석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카지노를 자주 드나들었을 것이다. "이시리드 님이 일개 지부장이라니,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요? 모간팔스 가문은 이 모나코에서 역사가 무너졌다고 조롱받는 에스카르도스 가문 다음으로 오래된 가문일 텐데........" 멜빈이 지적하자 이시리드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모간파르스 가문은 에스칼도스 가문을 웃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시조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여행자였고, 모나코 땅에 자손을 낳은 것은 좋지만 비법도 남기지 않았으니까요. 뭐, 너무 방치해서 마술각인조차도 2대째부터 고생해서 만든 대용품이었어요. 네, 주변 땅의 정비만 해줬기 때문에 반 펨 씨와 함께 모나코의 세컨드 오너는 할 수 있었지만요." 세컨드 오너란 마술 세계에서 토지의 영맥을 관장하는 권리자를 뜻한다. 실제 부동산의 권리자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맥을 이용한 대마술 등을 사용할 때는 이 세컨드 오너의 유무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이자 모나코의 세컨드 오너 ......) 무뚝뚝하지만 이시리드는 꽤나 거물급 인물이었던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7 "다시 이야기를 돌려보면, 저에게도 마술사의 스승과 제자는 그런 절대적인 것이죠. 오히려 명성이 높은 엘메로이 교실이 다르다면 그쪽이 더 궁금하네요. 뭐, 그 플랫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런 관계도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약간이지만, 말투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부러 시계탑의 군주 등을 앞세우면서 지금은 도박의 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일까. 딜러는 그런 대화에도 무심한 얼굴로 카드를 나눠주고 있다. 스승이 손에 든 카드의 숫자를 확인하며 입술을 움직인다.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제 교실에서 플랫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플랫뿐만 아니라 어떤 계급에 도달했는지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마찬가지입니다. 감히 말하자면, 이 그레이만 마술사가 아닌 내제자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긴 하지만요." 자신의 이름이 화제에 오르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도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배적인 관계는 아닙니다. 마술사에게 그런 사제 관계가 일반적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필수적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구나, 그래서 엘메로이 교실이 독특한 기풍으로 유명한가 보군." 이시리드가 호탕하게 웃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8 그 와중에도 도박은 계속된다. 보통의 칩으로도 한 게임에 수만 유로라는 금액이 빙글빙글 돌면서 긁어모아진다. 스승님도 일단 군주이니 결코 어울리지 않는 금액은 아닐 텐데, 보고 있는 이쪽의 속이 싸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추가”라고 스승님이 테이블을 두드린다. 두 장의 카드에 더해 추가로 한 장을 더 요구했다. 원래는 말로 하지 않아도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부러 말로 표현한 것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였을까. 멜빈도 맞았다. 그 후 한동안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되었다. 세 명이라는 참가자 수가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쉽게 떠오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그렇다고 누군가가 한꺼번에 가라앉는 것도 아닌, 꾸준한 공방을 반복한다. 먼저 스승님이 말씀하셨다. 본래 카지노는 딜러와의 대결이라고. 실제로 그리드 룰이 사용되지 않는 한 손님들끼리 싸우는 일은 없다. 코인도 칩도 어디까지나 딜러와 손님 사이에서만 오갈 뿐이다. 뒤집어 보면 게임의 대부분의 시간은 딜러와 손님들의 싸움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선상 연회 딜러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있었다. 마치 의식의 진행을 지켜보는 무녀라도 된 것 같기도 했다. '더블 다운' 가볍게 책상을 두드리며 멜빈이 카드를 요구한다. 추가로 뽑을 수 있는 카드를 한 장으로 제한하는 대신 베팅 금액을 두 배로 올리는 행위다. 이번 멜빈은 동전 40개를 걸었다. 녹색 매트를 미끄러지는 카드를 받은 후, 그는 스승을 향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한 마디 해두는데, 너도 알고 있겠지?" "무슨 소리야?" "선대 로드-엘머로이 케이네스-엘멜로이 아치볼트와 이번 지즈는 같은 사인으로 죽었다는 뜻이야." 또 그 이름이 나왔다. 케이네스-엘멜로이-아치볼트 자신이 스승을 만났을 때는 이미 죽었을 그 마술사가 스승의 삶에 몇 번이나 관여하게 될까. 아마도 그것은 스승의 모든 것을 바꾼 정복왕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스승의 존재 방식을 규정하는 것이 아닐까. 이름에는 이름으로, 스승은 대답했다. "에미야 기리츠구야." "응, 맞아. 한때 마술계를 뒤흔들었던 마술사 킬러. 그의 총알은 흉터조차 남기지 않고 마술사의 마술회로를 재기불능에 빠뜨렸다고 한다.“ 자신들이 지즈의 죽음에 대한 기록을 재검증하여 확인한 것을 멜빈도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딜러가 자신의 패를 뒤집는다. 다이아몬드 Q와 클럽 4. 총 17까지 딜러는 자동으로 계속 뽑아야 하므로 한 장을 더 뽑았다. 이번에는 다이아 K. 총 24로 패배. 스승님도, 멜빈도, 이시리드도 승리. 멜빈은 더블 베팅으로 단숨에 80개의 동전을 손에 넣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9 "네 특기인 와이더닛을 물어보고 싶구나." 왜 죽였는지. 항상 스승님이 마술과 관련된 사건에서 추리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 "이번 범인의 이야기라면, 아직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네." "아니, 그렇지 않아." 멜빈은 손사래를 쳤다. "에미야 키리츠키의 동기가 무엇이었을 것 같아?" "뭐?" "자네는 자네와 그가 참가한 제4차 성배전쟁에 대해 자세히 조사했지?" 그렇다면 그 마술사 킬러가 성배전쟁에 참가한 동기에 대해서도 짐작이 가는 게 있지 않을까? 이번 지즈의 사망 원인이 그 마술사 살해범의 수법과 동일하다면, 어쩌면 거기에 어떤 연관이 있을지도 몰라.“ 은발의 청년이 말하는 것은 상당히 엉뚱하고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지즈의 사인이 마술사 살해의 원흉인 만큼, 비록 가느다란 선일지라도 스승은 추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던진 질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스승은 새로운 동전을 걸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에미야 키리츠구가 성배전쟁에 참가한 동기라면, 어느 정도 추론은 가능하겠지. "호오. 어떤?" "정의를 위해서일지도 몰라." "우와," 이시리드가 입을 삐죽거렸다. 재킷을 가볍게 두드리며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스승에게 항의한다. "이봐요, 이봐요, 뭐야 그건. 주위의 집중력을 빼앗으려는 거라면 좋은 생각입니다만!" "이 경우의 정의란 다수에 의한 질서 유지라는 의미다. 대체로 어느 나라의 정부 기관이 하는 일을 개인이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물론 정부가 하는 것과 개인이 마음대로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현대 사회이지만, 마술사에게 있어서는 필연적일 것이다. “마술사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우리는 일종의 초인이니까요." 멜빈의 미소가 점점 더 깊어진다. "신비가 아무리 쇠퇴하고 있더라도 우리가 일반인과는 다른 초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큰 힘에는 큰 의무가 따른다 ------ 라는 유명한 만화의 말처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마술사도 있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군요,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이시리드가 말했다. "즉, 마술사 킬러는 우리 마술사가 악하기 때문에 멸절시키려는, 정말 고마운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지? 여객기를 추락시킨 무차별 테러 사건의 범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위험부담의 문제야." 스승님이 말했다. "그 마술사 살해범은 비정상적인 속도로 임무를 수행했어. 준비 기간과 계획 수립을 고려하면 아마도 여러 가지 계획을 동시에 진행했을 겁니다. 위험한 분쟁지역을 드나드는 타이밍도 그 분쟁이 가장 격화되었을 때와 일치한다. 단순히 보상을 노린 행동이라면 이런 행동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무리 고액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을 망가뜨리면 비즈니스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광신적으로 에미야 키리츠키는 마술사 킬러로 존재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종교에 귀의했다는 기록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 동기를 찾는 데 있어서 가장 납득할 수 있는 사상이 정의였다는 것뿐입니다.“ 제4차 성배전쟁에 대해 스승은 집요할 정도로 조사를 거듭했다. 스승에게 가장 빛났던 시절을 - 때로는 가장 후회스러운 실수를 조금이라도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이렇게 에미야 키리츠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런 반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전을 내기에 놓으며 멜빈이 물었다. "그럼 내 스승님 지즈는 악이고, 죽이는 것이 정의였다는 건가요?" "그건 모르겠어. 애초에 에미야 키리츠의 기준을 따른다면, 아마 나도 죽여야 할 악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 "하하하, 마치 선문답 같네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0 선문답, 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시리드도 자신의 동전을 베팅 구역에 놓았다.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시계 바늘의 똑딱거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도박을 모방한 의식이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같았다. '노모어 베팅' 딜러의 무기력한 목소리와 함께 의식이 차질 없이 재개된다. "한 가지, 내기를 추가하지 않겠나, 멜빈? 스승의 눈빛이 멜빈을 바라보았다. 이 테이블에 앉은 후 이렇게 똑바로 스승님이나 멜빈을 보는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뭐야. 웨이버" "다음 내기에서 이긴 사람이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하자. 둘 다 이길 경우 그리드와 마찬가지로 핸드가 높은 쪽이 승리. 둘 다 지면 승부는 없다. 대답하기 싫은 것은 대답하지 않아도 되지만, 절대 거짓말은 하지 말자." "나쁘지 않네. 하지만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너무 느슨한 내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너, 얼마나 더 큰 손해를 볼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는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거야" "하하, 틀림없어. 그 내기 받았어." 가볍게 입술 끝을 비틀며 멜빈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어서 스승님이 이시리드를 향해 돌아섰다. "이시리드님. 당신을 무시하고 무례하게 행동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오오오야" 이시리드가 즐거운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옛 정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저를 기억해 주시는 것도 기쁘지만 ------ 뭐, 저 역시 이번 사건과 여러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니까요. 아무쪼록 신경 쓰지 말고 해 주세요. 그럼 주변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소품도 제공하겠습니다." 이실리드의 손가락이 빙글빙글 돌며 나선형을 그렸다.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귀 안쪽에 무언가 콕콕 박힌 듯한 느낌이 들면서 주변 소리가 갑자기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간단한 자연 간섭이지만, 이런 소소한 마술을 잘하는 편이라서요. 이 세 명과 그쪽의 제자분까지 포함해서 네 명만으로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했어요." “------ 감사합니다.” 스승님이 회석했다. 그 자연스러움으로 보아 속성은 바람일까. 세 사람에게 두 장씩의 카드가 나눠졌다. 딜러의 손에서 앞면이 드러난 카드는 4. 먼저 스승의 손에 들어온 것은 3과 A. “추가” 스승님이 카드를 요구한다. 클럽 K가 왔다. A를 1로 세어 총 14. “추가” 하트 6 총 20 '스탠드' 다음은 멜빈의 차례였다. 손에 든 카드는 7과 6. 소름끼칠 정도로 하얀 손가락이 다시 한 번 테이블을 두드렸다. "추가“ 클럽 5. 총 18 더 이상 추가하지 않고 쉽게 결정되었다. 딜러의 패는 총 17로 멈추고, 게임으로서는 스승님도 멜빈도, 그리고 이시리드도 동전을 늘리게 된다. 왠지 모르게 이것도 흐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스승님은 멜빈에게 직접적으로 이길 수 없는 운이라고 말했었다. 그 운을 멜빈에게 새로운 내기를 제안함으로써 바꾼 것이 아닐까. '승부하는 자에게 운이 따른다'라고 하면 괴상한 정신론처럼 보이지만, 마술사의 도박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안 되겠군, 이건" 멜빈이 어깨를 으쓱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1 "자, 질문은 마음대로 하세요. 웨이버." "네가 갑자기 신대의 마술을 습득한 것에 대해서 말이야." "그만, 하고 말했다. 만약 이시리드가 주위의 청중에게 들리지 않도록 마술을 걸지 않았다면, 분명 이 구역 전체가 떠들썩했을 것이다. "신대(神代)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신시대에 신은 인간의 이웃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이웃이었기 때문이다. 폭풍과 번개는 인격을 가지고 있고, 지하에는 진짜 지하세계가 존재했다.“ 마술사들에게 그것은 상식인 듯하다. 신들의 시대가 끝나고 결정적으로 변화하기 전의 일이다. 세 명의 마술사에 의해 에르고의 실험이 이루어졌던 시대. "하지만 신대가 끝난 이후 신은 멀어졌다. 영장의 자리는 일시적일지라도 우리에게 위임되었고, 자연 현상에서 태어난 류의 신은 그저 자연 현상으로 돌아갔다. 이제 지하를 아무리 파헤쳐도 나오는 것은 흙과 돌뿐이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전제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미 오래전에 신대(神代)는 끝났다. 자신들이 접하고 있는 신비는 이제 더 이상 당시의 잔재일 뿐이다. 아무리 시계탑이 마술사의 총본산으로 명성을 떨쳤다고 해도 신대의 마술에 비하면 유치한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자신은 신대의 마술사를 경악하게 만든 현대의 관위인형사를 알고 있지만, 대체로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 너는 어떻게 지즈에게 신대의 마술을 익혔지?" "흠, 어떻게라고 하면? "설령 지즈가 방황의 마술사라 해도, 현대의 마술사인 너를 가르치고 끝낼 수는 없지. 그게 가능하다면 애초에 신대의 마술이 사라지지 않은 것, 거기에는 어떤 까닭이 있을 거야." 멜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근처 직원에게 받은 와인으로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 "너답게 의문을 품고 있구나, 웨이버." 젖은 입술로 속삭였다. "현대에는 이해할 수 없는 방랑의 마술사라고 해서 끝낼 수는 없지. 내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라고 해서 생각을 멈추지 않아요. 그렇게 하는 게 훨씬 더 쉬웠을 텐데, 왜 항상 그렇게 하지 않는 거지?"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지 말아 달라. 감히 말하자면, 이렇게 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겠어?“ "카라쿠리도 있습니다."(「カラクリはあるとも」) 은발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하지만 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스승님께 금지되어 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아, 충분하다." 스승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2 그러자 이시리드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였어요.” 만족한 듯 여유로운 자세로 말을 이어간다. "마술사 킬러는 이 모나코에서도 꽤 활약했으니까요. 아니, 저도 아까의 사고로 인해 이상한 연상을 하게 되었어요." "사고? 무슨 뜻입니까?" "모르시나요?" "아까 인터넷 뉴스에 나왔는데요. 아까부터 인터넷에서도 뉴스에 나왔지만요." 라고 말하며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작은 화면에는 모나코의 한 건물이 갑자기 폭파되었다는 뉴스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멜빈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자 스승은 힘차게 일어섰다. "폭파해체 ------! "어머. 생각보다 리액션이 크네. 뭔가 생각나는 게 있어?" ------ 아니요." 약간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스승님이 의자에 다시 앉는다. 스승님 ------! 예의바르게 부르자 스승님의 생각이 돌아왔다. "문제없어. 저쪽도 미세하게 흔들고 있을 뿐이야." "하지만 지금 건은" 모나코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물론 충격이었다. 하지만 스승의 표정 변화에서 단순한 동요나 놀람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예전에 제4차 성배전쟁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 "제4차 성배전쟁에서?" "나의 스승이자 선대 로드 엘메로이인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가 재산과 예장을 물밀 듯이 도입하여 요새화시킨 호텔이, 아니나 다를까 통째로 폭파되어 해체되었다."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아마 라이네스에게서였다. 원래 시계탑에서도 유력한 파벌로 여겨지던 엘멜로이파가 몰락한 것은 케이네스 선생의 죽음도 그렇지만, 일본 사건으로 귀중한 재산과 예장을 잃은 것이 컸다고 한다. '그 범인이 에미야 키리츠구로 지목되고 있다' 또 그 이름이 나오다니. 이렇게 되면 인과응보라는 말로는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다. 마치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내려온 실타래에 묶여 있는 것 같은 - 너무 정교하고 저항할 수 없는 덫에 걸린 것 같은 착각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휴대전화를 만지며 이시리드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마피아가 노리는 것은 에스카르도스 가문이라던데. 혹시 플랫이 위험에 처해 있는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런 걸로 어떻게 할 수 있다면, 플랫은 나한테 오지 않을 거예요" 이시리드는 "그렇군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해지는 생각으로 보아 스승님은 여전히 냉정해 보였다. "흔들린다고 해서 운명이 바뀌는 것은 아니야. 판단력만 흐트러지지 않으면 영향이 없다. 정상적인 도박이라면. "자, 게임을 계속할까요?" 말을 건네는 이실리드의 눈빛을 자신은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멜빈도 침묵을 지키며 딜러에게 게임을 계속하자고 재촉했다. 드디어 게임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겜블러들의 내면에 끓어오르는 열과 이쪽의 목을 베어버릴 것 같은 차가운 공기가 알려주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3 "...... "뭐예요, 이거?“ 루비아는 멍하니 입을 열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통해 모나코의 산산조각 난 건물 현장을 확인하고 있었다. 말문이 막힐 정도로 완벽한 파괴극이었다. 폭파 해체는 원래 내년에 예정되어 있었는데, 절차상의 실수로 오늘 실행하게 된 것이다 ------ 뉴스에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분명 위장공작일 것이다. 시계탑이나 성당 교회 중 한 쪽에서 손을 댔을 것이다. 물론 모나코 정부 기관 입장에서는 마술사들끼리의 싸움의 결과라고 말할 수 없으니 그쪽이 더 편하겠지만 말이다. "뭐야, 이게 뭐야!"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린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신비한 은닉은 어디로 간 거야! 이 타이밍이라는 건 역시 배의 연회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바보가 있는 거야?!“ "...... 아니, 아니, 두 분. 남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도 화려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뤄롱이 부드럽게 말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모나코가 흔들리고 있었다. 배다. 모나코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느 화물선 안이었다.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넓은 선실, 세 사람 뒤에는 수십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모두 마피아에 속한 인간들이었다.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짐승화 영약을 먹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은 일곱 명 정도였다. 역시나 현재로서는 그 영약도 모두에게 퍼지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루비아 일행 세 명에 의해 쓰러진 것이다. "빌딩을 폭파하는 것과 마피아의 성패는 전혀 다르잖아요!" "네, 전혀 다르죠! 들키지 않는다면 몇 명을 쓰러뜨려도 마술사로서의 윤리에 부끄러울 것이 없다! 오히려 마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으로 크게 권장할 만한 일이지요!" "시계탑이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잘 알겠어." 뤄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후 에미야 시로를 찾기 위해, 혹은 기원탄을 빼앗은 누군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마피아의 단서를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개조한 화물선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그 직후, 거의 정면으로 공격하여 모두를 쓰러뜨린 것이니, 도움을 받았던 뤄롱으로서도 참 대단한 일이었다, (그렇구나, 에미야 시로라는 상대는 이 두 사람의 눈빛을 이렇게까지 바꾸게 만들었구나) 등 감탄할 따름이었다. 수치상 전적은 뤄롱이 열다섯 명 정도, 린과 루비아가 일곱, 여덟 명씩이지만, 린과 루비아만 해도 조금은 수고로웠을 것이다. 둘 다 고위급 마술사일 뿐만 아니라 실전에 매우 익숙하다. 보석 마술이라는 전투용 마술에 더해 근접전 기술이나 현대식 화기 다루는 법은 말할 것도 없고, 솔직히 시계탑과 엘메로이 교실은 무엇을 가르치는 곳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목숨을 잃지 않을 만큼의 여유까지 있다면, 이건 너무 우수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계탑의 커리큘럼에도 호신술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뤄롱은 멋지게 뻗어 있는 마피아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들한테서 이 폭파 해체 얘기는 나오지 않았군." "나오면 곤란하겠지. 일부러 셰로를 위해 건물을 폭파한 셈이 되겠지요?" "아니, 아니, 아무리 저 녀석이라도 그렇게까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야. 에스칼도스와의 항쟁인지, 드디어 성당 교회 쪽에서 개입해 온 건 아니겠지?“ 루비아와 린이 각각 말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에 조금 불안한 기색이 섞인 것은 그래도 시로가 관련되어 있다는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너무 고민해도 소용이 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4 그리고......., "나온 이야기는 셰로 말고도 기원탄을 취급하던 마술 상인 얘기도 나왔어요." 루비아가 잘 다듬어진 턱을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기절할 뻔한 마피아를 그녀의 보석 마술에 의해 반쯤 좀비 상태로 만들어서 말을 하게 만든 것이다. 몇 가지 수확은 있었다. 예를 들어, 모나코에 잠입한 마피아 무르테는 역시 에미야 시로를 독자적으로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펨의 선상 연회를 이용한 그 움직임으로 마피아와 에스카르도스 가문이 정면충돌할 것 같다는 점 등이다. 예를 들어, 그 준비를 위해 오랫동안 폐쇄되어 있던 마술 상인 부문의 비밀 창고를 열게 되었는데, 그곳을 누군가 습격했다는 사실. "우리가 어제 봤던 그 현장이다" 라고 뤄롱이 단언한다. 이번 마피아가 원래 마술 상인으로서 여기저기서 거래를 하고 있었고, 야수화의 영약 같은 것도 그 일환으로 취급하고 있었다는 것은 어제 확인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뤄롱이 말했다. "당연히 마피아들은 에미야 키리츠키의 아들인 에미야 시로를 눈여겨보고 있겠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키리츠구와 마피아가 친분이 있는 이상, 그 아들인 에미야 시로가 선연에 온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선상 연회에서 승리한 뒤, 비록 하급자라 할지라도 조직 구성원과 트러블을 일으킨 것이다. "흐름상으로는 자연스럽다. 아니,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꼬리를 내리지 않았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반대로 그 교활함도 포함해서 마피아 입장에서는 에미야 시로를 의심할 만한 정황 증거가 너무 많아서 보통으로 생각하면 시로의 동료가 구출하러 왔다가 반격으로 기원탄도 빼앗아 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거야.“ 마피아의 입장에서는 그 마술사 킬러의 아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생각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같은 장소에 비축하고 있던 기원탄까지 빼앗겼다면 ------ 이미 시로가 잡힌 것으로 보아 계획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급자가 장난을 치던 소녀의 존재는 이미 잊혀졌고, 에미야 시로는 아버지의 유품을 되찾기 위해 마와이어와 싸움을 걸었다는, 그런 도식만 남게 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5 "응, 뭐,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 린도 황당함과 당혹감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납치된 시로를 누가 구출하고 기원탄까지 빼앗아 간 것일까.......? 마피아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신은 어때요? 시로가 그런 짓을 할 것 같아? "생각 안 해" 린의 질문에 뤄롱은 어이없다는 듯이 두 여마술사를 쳐다보았다. "왜냐면, 너희 둘은 둘 다 멋진 여자들이잖아. 아무리 에미야시로에게 불리한 정황 증거가 있더라도 그런 여자들이 믿는다면, 당연히 나도 믿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6 "아, 당신, 그런 기분 좋은 소리 ------" 말하려던 린이 입을 다물었다. 시선을 떨어뜨리고, 조금의 간격을 둔 후, 이렇게 중얼거렸다. "...... 아니, 그거, 그런 것일지도 몰라." "안? 갑자기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변신했구나. 그럼 그럼 팬이 늘어날 것 같은데.......“ "그런 뜻이 아니라! 불리한 정황 증거를 말하는 거야!" 분개한 린이 기절해 있는 마피아들을 노려보았다. 그 사이를 비집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넓은 선실에서 작은 원을 그리며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보통으로 조사하기에는 에미야 시로라는 사람은 정보가 너무 많은 사람이야" "정보가?" "그것도 마술의 세계에서 보면 명백히 엉터리인, 엉터리 같은 정보만 가득하네. 덕분에 나도 시계탑에서 꽤나 고생했어." "호오. 그게 성배 전쟁을 말하는 거야?" "네."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마술계에서는 성배전쟁은 극동의 사소한 의식을 과장되게 부풀린 거라고 생각하거든. 사실, 시골에서는 권위를 세우기 위해 그런 일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화제가 되는 건 확실해. 아까의 에미야 키리츠구나 선대 로드 엘멜로이도 참가했으니까, 비록 사기일지라도 화제성은 있을 거야. 오히려 가십적인 화제성만 너무 많아서 냄새가 난다 싶을 정도로 말이야.“ "흠." 그녀의 설명에 뤄롱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지금 마피아 측에서 들려오는 정보에는 그런 잡음이 너무 적어요. 마치 상대가 삼키기 쉽도록 정성스럽게 비늘을 벗겨내고 전처리해 준 것처럼......." "...... 아" 거기까지 듣고 루비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그 가능성을 먼저 조사했어야 했어. 즉, 누군가가 정보 조작을 하고 있다는 거죠." 정보 조작 시계탑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항목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모나코 사태에서 도대체 누가? ------ 누군가가 시로를 엮으려는 건가? 중얼거림과 함께 침묵이 흘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7 그 침묵을 깬 것은 루비아였다. "이봐요, 토오사카 양. 그건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닙니까?" "반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셰로일 텐데요." "글쎄, 그건, 응." 왠지 모를 뉘앙스를 풍기면서 린이 마지못해 인정한다. "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아요. 셰로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상대가 모나코에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 아니, 그 사람이니까 뜻밖의 원한이나 인간관계가 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일부러 총탄이 있던 교회까지 셰로를 데리고 간 건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다른 이유?" "그래. 그 시점에서 마피아 일행은 시로와 기원탄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럼? ------ 그건, 그러니까........“ 등줄기에 얼음을 맞은 듯, 린은 착각에 빠졌다. "누군가가 일부러 기원탄의 은닉처를 알기 위해 마피아에게 시로의 정보를 흘렸다는 거지? 이 예상이 맞을지는 모르겠다. 전제 조건 단계에서 자신이나 루비아가 착각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우. 그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8 "뤄롱? 무슨 일이야?" 그 방향에서 '쿵'하는 딱딱한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그것은 지팡이와 바닥이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린이 고개를 돌리자 '후와'하고 하얀 손수건이 희미한 어둠 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순식간에 다섯 조각으로 찢어지고, 안쪽에서 같은 색의 다섯 마리의 비둘기가 되어 선실 밖으로 날아갔다. "어어! 마술이 아니야. 그런 마력의 흐름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 손수건이 흘러나온 얇은 틈새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술(손기술)에 비둘기가 사용된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런 비둘기 트릭이 발달한 것은 사실 최근 50년 정도에 불과해요. 어떤 마술사(손기술)가 영화에서 보여준 마술(손기술)이 너무 멋있어서 다들 너도나도 따라 했어요. 그건 마술계(손기술)의 록스타 같은 존재였어요." 그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둠 속에서 지팡이를 쥔 장갑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하얀색 실크 모자와 정장이 나타났다. 그 옆에는 마치 만들어진 것처럼 완벽한 금발 미녀를 데리고 있었다. "아니, 그건 정말 ------ ------ 당신" 루비아가 작게 숨을 죽였다. 타인의 등장만으로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그녀에게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이 자리에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곧 다섯 마리의 비둘기가 그의 손에 돌아왔다. 팔꿈치에서 손목까지 나란히 늘어선 비둘기를 그는 힘차게 천장에 던져버린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섯 마리의 새가 다시 한 장의 손수건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손수건을 부드럽게 접어서 실크햇의 남자는 양복 가슴에 꽂았다. 하얀 양복에 하얀 손수건이라면 묻혀버릴 것 같지만, 천의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인상을 주며 남자의 모습에 술이 빠진 입체감을 가져다주었다. "나도 그 예에 뒤지지 않게 열심히 연습을 했거든요. 무심코 보여드린 건데, 재밌게 봐주셨다면 겹쳐서 말이에요.(ついつい披露してしまったんだが、面白がってもらえたなら重畳」) "갑자기 기발한 기교로 재미를 주려는 것은 다소 지나친 자기만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수행원인데 너무 정론으로 상처를 주지 말아 주시면 안 될까요?" 동행한 미녀의 대사에 실크 모자를 쓴 남자가 입술을 삐죽 내밀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9 ------ 당신은 배에서 내리지 않는 줄 알았는데요........" 루비아가 말했다. 배에서 내릴 수 없어서 2세에게 에미야시로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었냐고 실크햇의 남자는 작게 인사를 한 뒤 대답했다. "아니, 그 말이 맞아요, 에델펠트 아가씨. 원래는 선상 연회 기간 동안에는 배에서 나오지 않기로 했어.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할 수 없었어. 곧 배가 출항해서 모나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기 전에 조금만 정리해두면 어떨까 싶어서요." "아까 폭파 해체 때문인가요?" 마피아들을 쓰러뜨릴 때까지 루비아 일행은 연락을 끊고 있었기 때문에 폭파 해체 사실을 알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이 남자의 모나코에서의 권력을 생각하면 마피아의 거점을 찾아내어 이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0 "칭찬으로 받아두자. 그나저나, 에델펠트 양은 대리인인 에미야 시로의 승리에 대해 상금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데, 어때요?" "물론 제 나름대로의 요구는 있지만, 셰로를 찾을 때까지는 말할 수 없군요. 설령 대리로 승리했다고 해도 실제로 승리한 사람의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고상하게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군요, 역시 에델펠트, 후계자를 제대로 얻은 것 같군요." 반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1 그리고 마지막 한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이뤄롱이구나." "아.......아!" 뤄롱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 어머?) 린이 눈썹을 움직였다. 반펨의 눈빛이 자신이나 루비아를 바라보는 눈빛과는 다른 빛을 띠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방금 이야기한 사정으로 배가 출항할 때까지 시간이 없으니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까?" 그 사도는 방황하는 바다의 제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 오랜 친구인 지즈의 신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つ-! 린의 가녀린 눈썹이 움직였다. 신전 현대의 마술사들이 공방이라고 부르는 마술적 진지를 말한다. 어린 시절 린은 신대(神代)의 마술사들이 더 고도의 마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름이 다른 것 이겠거니 하고 안이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 시계탑조차도 신전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식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린에 한해서는 몇 차례 신대 마술을 접하면서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그 차이에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대에는 공방이 되어 버린 것이 한때는 신전이었다는 의미. 그 엘메로이 2세라면 좀 더 세밀하게 그 정의를 언어화했을까. "흠흠". 두 팔을 깍지 낀 채, 뤄롱은 청아한 하루를 한 쪽만 명상했다.(若心は清しい日を片方だけ瞑った。) "거절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상급사도님, 그게 바로 그 빌어먹을 아버지가 하는 말이야. 너한테만 빌어먹을 아버지 얘기는 하지 말라고.“ "어머. 이건 싫어하는 거다." 반펨이 미소를 지었다.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서 수행원에게 울음을 터뜨릴 것 같네요." 사도 옆에 서 있는 금발의 미녀가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반펨이 직접 만든 골렘이라는 소문이 있다. 신대(神代) 시대, 마술을 극도로 사도로 만든 반펨이 만든 마성 중 하나라고도 한다. 헷.......헷 뤄롱의 입술 끝이 초승달처럼 올라갔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그 등 뒤에서 느껴졌다. 환익. 용을 잡아먹은 갈색 피부의 청년이 얻은, 에르고의 환수(幻手)에 버금가는 초월의 권능...... 아직 그레이의 성창에 의한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떨까? 이 자리에서 상급 사도 혹은 그 시종인 골렘과 용을 잡아먹는 자가 격돌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사시모노 린과 루비아가 숨을 내쉬며 긴장한 표정을 짓는 순간,(さしもの凛とルヴィアが吐息に緊張を混じらせたところで、) "궁금한 것이 있었다" 반펨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에르고군의 정체를 알고 있어. 그와 정복왕의 관계를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 역시 두 사람에게는 놓칠 수 없는 말이었다. 린과 루비아로서는 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의 모험으로 겨우 얻은 정보였다. 엘메로이 2세와 정보를 공유했을 때, 반펨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에르고의 정체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는 당시 이스칸다르의 군대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이스칸다르의 동방원정은 서기 이전 사건이다. 사도들 중에서도 유난히 오래된 반펨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에르고를 만들어낸 세 명의 마술사 - 실험 당시부터 지금까지 살아 있는 무시키나 지즈에 버금가는 역사의 두께를 이 사도는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분오열되어 너무나도 비극적인 후계자 전쟁을 일으킨 그 현장도 이 눈으로 지켜보았다." 수많은 맹장들과 지장들이 한때의 전우를 죽이고 죽이는 싸움. 가장 강한 자가 계승하라는 이스칸다르의 유언이 남긴 전쟁. "하지만 난 너에 대해선 몰라, 바이뤄롱."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2 앗! 린이 힘차게 몸을 돌렸다. "뤄롱, 네가 에르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했지?" 에르고의 정체, 알렉산드로스 4세. 그 절친이라고 자칭하는 걸 보면 같은 시대 사람일 것이다. 에르고 본인 역시 기억을 잃었지만, 뤄롱이 절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가까운 인간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린도 뤄롱을 당시의 누군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스칸다르의 정복 범위를 생각하면 중국권 사람이든 인도권 사람이든 결코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반펨이 의문을 제기했다. 너 따위는 모르겠다, 라고. "흐음. 아무리 반펨씨라도 왕의 군대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게다가 얼굴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 않겠어? "물론이지. 바이뤄롱." 라고 반펨이 인정한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4세는 만나는 사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었어. 어쨌든 정복왕의 아들이니까요. 이스칸다르에는 헤라클레스라는 위대한 영웅의 이름을 부여받은 서자도 있었지만, 이쪽과는 달리 정식으로 제국을 계승해야 할 사람으로 여겨졌으니까요." 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알렉산드로스 4세는 끔찍할 정도로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랐으며, 특히 왕모 올림피아스의 손을 떠난 뒤에는 불필요한 지혜를 얻지 못하도록 온갖 글조차 멀리했다고 한다. "정복왕의 어머니 올림피아스 곁에 있을 때는 거의 그녀의 손아귀에 있었고, 그녀가 패배하여 암피폴리스 요새에 유폐된 뒤로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의 누구와도 만나지 못한 상태였으니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의 중요한 인물뿐일 것이다. 그 지즈가 용을 잡아먹는 그릇이 될 상대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뤄롱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절친한 친구였던 알렉산드로스 4세의 말년을 슬퍼하는 듯 보였다. 아니면 ------ "애초에 의문이 있습니다." 반펨은 실크 모자를 들어올렸다. 말 그대로, 그것은 근본적으로 바이뤄롱이라는 인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너는 정말 그 지즈의 제자인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3 아까의 폭파 해체 이후, 스승님의 손맛이 확연히 나빠졌다. 꾸준히 이기고는 있지만, 중요한 승부에서 동전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멜빈은 중요한 순간에 크게 베팅을 하며 칩과 코인 모두 늘려나갔다. 이실리드는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 마술사의 도박은 승부조작으로 운세 자체가 바뀐다. 바로 그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그 결과, 스승님의 동전은 백 팔십 개. 멜빈이 삼백 사십 개. 이시리드가 이백 구십 개가 되었다. "이제 슬슬 안 되겠군." 후........ 오른쪽 어깨의 고정 장치에서 에드가 속삭인다. "안 좋다고? "마른 마술사도 동전을 늘리긴 하지만 말이야. 두 번째 게임의 결말은 오백 장이잖아? 지금 멜빈이 가진 돈의 절반을 걸고 이기면 끝이다. 마른 마술사가 사용할 수 있는 그리드도 자신이 가진 동전 수만큼만 사용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더 차이가 나면 그리드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멜빈이 그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스승님의 생각이 이쪽의 뇌리에 속삭였다. 에드와의 대화는 거의 듣지 못했을 것 같지만, 이쪽의 기척과 상황으로 보아 대략적인 내용을 알아차린 것 같다. '그럼, 스승님 ------' "조금만 더 차이가 나면....... 게다가 내가 그리드를 못 써도 이실리드는 쓸 수 있어. 오히려 그 덕분에 서로의 차이가 안정화되긴 했지만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4 "무슨 일이야, 웨이버?" 멜빈의 손가락이 쓱 들어올렸다. 이마에 걸린 머리카락을 긴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스승과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직 즐길 시간이지?" "물론이지. 너야말로 몸은 괜찮아?" "그래, 오늘은 아주 쾌활하게 잘 지내고 있어. 아침부터 두 번밖에 토혈하지 않았어." 멜빈의 주홍빛 입술 끝이 초승달처럼 올라간다. 반대로 안색은 점점 색을 잃어가고 있어 은발의 청년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었다. 신대의 마술사가 된 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멜빈 웨인즈라는 존재가 서서히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했다. 혹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듯, 홀로 눈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백은의 악마. "두 분은 꽤나 인연이 깊은 것 같아서 부럽기까지 하군요. 시계탑 본부에는 두 분과 같은 분들이 많으신가요?" 이시리드가 차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 이쪽도 결코 얕잡아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스승님이 말씀하셨듯이, 삼자의 도박은 삼자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멜빈과 스승의 운에 이시리드가 올라타고 있고, 그로 인해 꾸준히 코인을 늘리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도박으로서는 지독히도 오컬트적인 말투였지만, 사실 오컬트 그 자체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많다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애초에 시계탑 본부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알 수 없는 뱀의 소굴이잖아요." "하하하. 적과 아군이 뒤바뀌는 건 마술사에게 흔한 일이지 않습니까?" "시계탑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모든 마술사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시계탑에서는 그렇습니다." "다른 마술사 조직을 본 적이 있나요?“ 그 말에 문득 지금까지의 여행을 떠올렸다. 싱가포르. 일본, 이집트. 특히 일본의 야코우와 이집트의 아틀라스 사원은 시계탑과는 달랐던 것 같다. 각각의 역사를, 각각의 슬픔을, 각각의 고뇌를, 그들은 그 몸에 품고 있었다. "그렇군요. 아마......." "역시 군주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5 동전이 아닌 칩의 기복이 한동안 이어졌다. 게임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세 사람은 자신의 운의 흐름을 칩 도박으로 가늠하는 것 같았다. 승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칩의 증감으로 현재의 운세를 파악해 승률이 높은 타이밍에 코인을 베팅하는 것이다. 즉, 이 도박에서 칩은 코인을 늘리기 위한 무기인 셈이다. 그래서 반 펨도 참가비라는 명목으로 칩을 가져갈 수 있는 양을 제한한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6 "얘기 좀 할까, 멜빈?" 스승님이 손에 든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흐음, 어떤 이야기일까?" "방금 전, 신대 마술의 원리에 관한 이야기야." "스승님과의 약속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너한테는 말하지 않아도 돼. 어디까지나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는 것뿐이야. “추가” 테이블을 두드리며 스승님이 추가 카드를 요구한다. 그림 카드가 왔다. 스승님의 손이 19가 된다. "스탠드. 현대의 마술이 신대의 마술과 달라진 것은 지표를 둘러싼 마력의 변질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즉, 제5진설 요소에서 제5가설 요소로의 변화다." "흐음. 뭐, 시계탑에서도 그런 건 배우지 않겠어?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몸으로 맛보면서 조금씩 새로운 이론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멜빈과 이시리드도 각각 진행하며 딜러가 카드를 공개했다. 그림 카드와 9의 19 스승님과 멜빈이 무승부, 이시리드가 승리했다. 카드의 흐름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이것도 스승님의 속임수구나) 하고 깨달았다. 정보 공개로 동요를 불러일으켜 스승의 운이 후퇴했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게임은 결코 도박의 힘만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겨루는 것도 아니다. 펨의 선상 연회 - 두 번째 게임이 추구하는 것은 마술사에 따라 편향된 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라는 것일 것이다. “신대의 마술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마 현 단계의 내가 모르는 이론도 많겠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배운 것은 기본적인 신대의 마술은 어떤 형태로든 신과 계약을 맺는 것 같았다. 특히 신대(神代)의 형식을 남긴 일본에서 간타이(神體)와 계약하는 마술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적지 않은 놀라움이었다. 책상 위의 이론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 마술은 예전처럼 쇠퇴하지 않고 확실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아무래도 너다운 말투가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웨이버-벨벳?" "현대에도 신과의 계약 자체는 가능하다는 거지." 또, 칩을 베팅 공간에 놓으며 스승이 말한다. "계약이 가능하다면 마술의 행사도 가능하겠지. 예를 들어 신대의 경계 기록대가 소환되었다면, 그들은 현대에도 신대의 마술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 그 말에 뭔가 감이 잡혔다. 아마도 옆의 이시리드를 경계해서 한 말일 테지만, 실제로 경계 기록대가 신대의 마술을 사용하는 장면을 멜빈도 자신도 목격한 적이 있는 것이다. "호호. 마력이 변질된 이상, 위력은 떨어지더라도 신대의 마술 자체는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군요.“ 이시리드가 말하고, 스승님이 긍정한다. "네,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는 신대의 마술을 아직 몸에 지니고 있었겠지요." “그건 너무 아깝습니다. 너무 큰 상실감에 듣기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네요." 이실리드의 표정이 흐려진 것은 과장이 아니다. 마술사에게 신대의 마술이라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멜빈님이 제자가 되었다면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겠지요. 그것만으로도 구원받을 수 있는 이야기네요." "그렇군요. 확실히 지즈라는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에 있어서는 그 본질은 계속 살아 있겠지요." 스승님의 말투가 묘하게도 선생님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7 그 사이에도 게임은 진행되었다. 스승님의 승리, 멜빈의 무승부. 이시리드가 패배. 다음 내기에 스승님이 동전을 손에 들었다. 60장. 수중에 있는 동전의 3분의 1. "그래서 세 명의 마술사 중 지즈는 에르고를 고집하지 않았다. 제자인 뤄롱이 스페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포기해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손에 넣고 싶다는 정도였을 것이다." 일본 사건이 끝날 무렵, 스승과 지즈는 그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에르고 먹은 신과 뤄롱이 먹은 용의 정체를 밝혀내고, 스승은 닮은 두 사람의 의미를 짚어주었다. 즉, 뤄롱은 에르고의 실험용 예비라고. 그래서 세 명의 마술사 중에서도 지즈는 에르고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않았다고 한다. "호오. 지즈님의 제자가 또 한 명........“ 이시리드가 흥미롭게 턱을 쓰다듬었다. "복잡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제가 있어도 괜찮으시겠어요?" 만약을 대비해서라는 식으로 묻는다. 그러면서도 흥미롭다는 태도를 전혀 감추지 않는 모습이 역시 시계탑답다. 모나코 지부를 다스릴 정도의 도량과 더 높은 곳을 노리는 상승욕구가 이 술꾼 속에 동거하고 있다. "네, 괜찮습니다. 지즈의 살인 사건에 휘말린 이상 이시리드님도 무관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후, 스승은 멜빈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이 뤄롱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 린 일행과 함께 행동하고 있을 법한 용을 잡아먹는 자. "저 녀석은 다른 제자들과 너와는 입장이 다른 것 같은데?" "입장이 다르다?" "말한 대로야." 딜러가 처음 두 장의 카드를 나눠준다. 스승의 패는 그림 카드와 스페이드의 A 21 게임과 같은 이름을 가진 블랙잭. 이 카지노의 규칙에 따르면, 처음 두 장의 카드가 블랙잭(일명 내추럴 블랙잭)이 나오면 딜러의 카드와 상관없이 승리한다. 베팅 금액은 50% 증가된 것으로 간주된다. 스승은 60개의 동전을 걸었으므로 한 번에 90개가 늘어난다. 이제 스승님의 동전은 이백 칠십 개가 되었다. 무표정하게 딜러가 건네준 동전을 보지도 않고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 바이뤄롱이 지즈의 제자였구나." "어, 스승님? 그런가요?" 나도 모르게 말을 끼어들었다. 왜냐면,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처음 일본에서 뤄롱과 만난 이후, 그는 계속 방황하는 지즈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그 전제가 뒤바뀌는 건가? "제자라는 형태가 가장 속기 쉬웠다 ...... 사실 나도 속았다. 그 방황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에르고와 같은 실험이니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더 큰 거짓말을 간과하고 있었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웨이버?" 멜빈이 묻는다. 그리고 스승은 새로운 동전을 손에 쥐고 말을 이어갔다. “바이뤄롱이 바로 너희들에게 신대의 마술을 부여한 원리 그 자체가 아닐까, 라고 말하는 거야”-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8 "당신은 정말 그 지즈의 제자인가?" 반펨의 질문은 어두운 선내를 더욱 밝게 비추는 듯했다. 일본에서의 전투에서 뤄롱은 지즈와 함께 있었고, 확실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 한 박자 쉬고, 뤄롱이 되묻는다. "이봐요. 왜 거기까지 의문을 품은 거야? "반펨." "멜빈-웨인즈가 지즈의 제자가 되었다고 했어." 곧바로 반펨이 반격한다. "확실히 그는 지즈의 제자겠지. 그가 사용한 마술에서도 지즈의 향기가 났으니까요. 즉흥적이라 해도 제자임에 틀림없어. 거기서 어떤 종류의 카라크리가 있다고 해도." 바로 그 무렵, 사선 환희선의 엘메로이 2세가 멜빈에게 그 카라쿠리를 묻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하지만 넌 도무지 털 색깔이 다르다.“ "빌어먹을 아버지는 빌어먹을 아버지다" 뤄롱이 어깨를 으쓱했다. "대체로 제자란 말은 말장난일 수도 있지 않겠어. 에르고와 마찬가지로 신을 잡아먹는 자에 대한 용을 잡아먹는 자로서의 수법을 전수받았으니까. 그런 관계를 제자라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겠지.“ 쿵, 하는 소리가 울렸다. 반펨의 지팡이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였다. "에르고의 신을 잡아먹는 실험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다." "어이쿠" "솔직히 정말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중간에 신대(神代)가 완전히 끝날 것이 뻔히 보였고, 실험의 다음 단계가 그로부터 2천 년 정도 후가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의 시간이면 불멸의 것들은 썩어 없어질 것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대부분이 무너진 것처럼." 반 펨은 유구한 세월을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스칸다르 때와 마찬가지로, 이 상급 사도는 실제로 그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르고의 실험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그는 지금 말한다. 에르고 역시 같은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컵앤코인을 연기한 브앙펨에게 당신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실험에 너라는 요소는 필요하지 않을 거야. 엘메로이 2세가 말한 것처럼 스페어라는 개념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납득하기 힘들다. 그런 그릇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실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르고에게 먹인 신이 세 기둥인데 반해 내가 먹은 용은 한 마리뿐이잖아. 부하가 가벼울지도 몰라." "그런 계산이 있을 수 있나?" 반펨이 즉시 부정했다. "네가 먹은 용은 태조룡 투폰이야. 그리스 신화의 주신마저 쓰러뜨린 괴물 중의 괴물, 신화 하나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이야." 전설은 말한다. 투폰의 분노를 두려워한 그리스의 신들은 모두 동물로 변해 이집트로 도망쳤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제우스 신조차도 테우폰을 당해내지 못해 그의 권능인 번개와 불멸의 낫을 빼앗겼다고 하니, 그야말로 괴물 중의 괴물이다. 운명의 여신에 의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무상한 열매를 먹게 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손쓸 수 없는 대재앙. "그런데도 넌 아직 기억 포화조차 일어나지 않은 거 아니야?“ ------ 아“ 린이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은 그녀도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이 여행의 주안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에르고의 기억 포화 - 그것이 얼마나 피할 수 없는 현상인지는 여행을 거듭할수록 그녀도 알게 되었다. 에르고는 숨기고 있지만, 기억 포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뤄롱은 식신 충동은 있는 것 같은데, 거의 세트가 되어야 할 기억 포화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에르고에 비하면 교제도 짧고, 단순히 잘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린도 일단은 보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행동하면서 그런 의문이 점점 커져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정말 뤄롱에게 기억 포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뤄롱은 침묵하고 있었다. 루비아도 린도 이 순간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서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상급 사도와 용을 잡아먹는 자가 천천히 공기에 다른 종류의 성분을 섞어가며 대치하는 광경을. "자, 너는 누구야?"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겠어?" 뤄롱이 고개를 저었다. "대체로 그런 이야기라면 플랫-에스칼도스도 충분히 의심스럽지 않겠어? 신대에는 걸리지 않지만, 그것도 서기 2천 년 가까이 사용한 마술 실험의 산물일 텐데........" “------ 무관하지 않겠지?” 반펨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래, 무관하지 않다. 당시 반펨도 몰랐지만, 두 사람이 유산동맹 등을 명분으로 손을 잡은 것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럼 한 가지 내 상상을 들어볼까요?" 반펨은 이렇게 말한다. "나의 선상 연회를 앞두고 지즈가 갑자기 제자를 늘린 것은 ------ 현대에 신대의 마술사를 늘리는 등의 기예가 가능해진 것은 네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어떻게?" "현대에도 계약만 하면 신대와 같은 형태의 마술은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지금도 간타이를 이용하는 일본의 주술이 증명하고 있다. 다만, 신체의 쇠퇴한 파편에 불과하다. 간타이에서는 시계탑과 비교해서도 두드러진 마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형식이 신대(神代)와 다르지 않다는 것뿐입니다." 천천히 반펨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지즈가 신대의 마술을 사용하는 제자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쿵. 라고 바닥을 찔렀다. "신을 잡아먹는 실험에 너라는 여분을 준비한 이유" 쿵. 쿵 "태조룡인 튜폰을 먹으면서도 네가 아직 기억 포화를 일으키지 않은 이유" 쿵. 쿵. 쿵 '세 가지 수수께끼는 하나의 답으로 풀 수 있다' ------ 설마」라고........ 루비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방황하는 바다의 비닉신리------! 예전에 그녀가 직접 라이네스와 라티오 두 사람에게 말했던 내용이었다. 엘메로이 2세가 일본으로부터 보낸 메일로, 그 군주가 신을 먹는 제자를 맞이하여 방황하는 바다의 제자인 용을 먹는 자를 적으로 돌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간타이도 신식도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비닉신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방황해에서는 비닉신리야말로 오의서 같은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아틀라스의 7대 병기와도 같고, 혹은 시계탑 지하에 펼쳐진 영묘 알비온과도 같은, 그들이 의지하고 있는 '비밀'이라고........" 제논 "보존의 문의 비밀 신리는 '성구'였지" 반펨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마치 루비아의 직감을 긍정하는 듯이. 그리고 카지노 배에서 옛 친구에게 질문을 던지는 군주처럼, 옛 사도는 이렇게 단정했다. "너는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와 계약을 맺은 신이다. 바이 뤄롱“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9 그러자 옆방에서 에르고와 같은 머리 색깔의 청년이 나타났다. 이쪽은 쟁반을 들고 방금 내린 듯한 커피를 담고 있었다. "플랫도 깨어났구나." 아, 집사님도! "아까는 미안. 내가 깔아뭉갠 것 같아서......." 시로가 깊게 고개를 숙인다. "아하하하, 기분은 스펠란커였어!"(「あっはっは、 気分はスペランカーだったよ!) "어라? 이미 피는 멈췄어?" "뭐랄까..." 시로가 옆구리를 살피더니 미소를 지었다. 꽤 큰 상처였을 텐데, 적어도 피는 더 이상 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여기는 어디? 천국? 보너스 스테이지? "내가 은신처로 쓰고 있는 호텔이야. 솔직히 남을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도와준 덕에 이렇게 된 거죠."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근처 소파에 앉은 스젠은 진심이었다. 어떤 마술에 의한 것인지, 연금술사와의 싸움에서 찢어진 차이나 드레스는 수선되어 있었지만, 옆모습에 드리워진 피곤함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천천히 일어나 가슴에 새겨진 만주사화 문신을 더듬으며 일어섰다, '플랫 에스칼도스' 하고 사진은 청년을 내려다보았다. “이번 소란의 중심, 그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어....... 트러블은 항상 내 주변에 있는 건데! 세트 판매라고 할까, 완전판 상술이라고 할까!" 스젠은 처음으로 약탈공에게 동정심을 품게 되었다. 이런 학생이 있다면 나 자신도 한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시계탑의 많은 학부가 이 신동을 한 번은 환영하다가 불과 몇 주에서 몇 달 만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내쫓은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당신은.......어......예스젠 씨였죠?" "사선 환희선에서 인사를 드렸는데, 기억해 주셨다면 영광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마법의 한 걸음 앞인 순간이동까지 해서 우리한테 온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지금 막 에르고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왜 그 타이밍에 시로에게 찾아온 거야? 친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문이라도 들었어?" "아뇨, 아뇨! 들은 게 아니라 본 거에요!" "봤다고? 고성술인가? 아니면 심령술이나 마력이라도? "어느 쪽이든 좋죠! 나 「마인드 시커」를 노미스 클리어까지 해봤어요! 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에르고 군의 등에 빨려 들어갔어!" "등에? 빨려 들어간다고?" 아무리 마술사라고 해도 초반에 삼키기 어려운 말을 듣고 앵무새처럼 중얼거리는 스젠에게 플랫은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래. "그래요, 에르고군의 신을 먹는 기술을 자세히 분석하려고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는데, 폐인의 위기를 극복하고 막상 본선에 진출하려는 순간, 핑크색 카피 몬스터처럼 포장되어 버렸어요!“ 새롭게 등장한 단어는 그녀에게 무시할 수 없는 단어였다. 눈을 움직여 플랫 옆에 앉아있던 청년을 응시한다. "당신 ...... 그냥 엘멜로이 교실의 학생이 아니라 스승님이 말씀하셨던, 신을 먹는 사람?“ 원래대로라면 에르고가 반응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새로운 발언이 튀어나온 것이다. "어라? 스승님, 스젠씨가 새로 제자가 되었다고 했던 방황의 바다라는 곳?" 시로인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한 부분을, 우연히 말을 꺼낸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 그럼 스젠씨도 지즈씨의 제자였어?!" 플랫의 말에 스젠이 침묵한다. "사망한 지즈와 이이의 관계는 적어도 선연 관계자에게는 숨길 생각이었어. 용의자로 의심받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신대의 마술사라는 정보는 이쪽이 유리한 상황에서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 잠깐만요." 그녀가 손을 들었다. "시로와 당신들도 관계자인 것 같네요. 시계탑이라서 아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그뿐만이 아니었나 보네.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일까요?" "네! 지난번 펨의 선상 연회에서 집사님이 이겼다고 해서 반 펨씨에게 부탁을 받고 찾고 있었어요!“ 여자가 경직되었다. 찌르는 듯한 전율이었다. 어색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묻는다. "선연의 ------ 승리자? 누가?" 아, 그........ 옆에 서 있던 시로가 곤란한 듯이 기침을 했다. "그러니까 집사님이요! 아니 설마 우리도 집사님이 그 루비아를 대신해서 배의 연회에 나가서 당당히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 아닙니까! 게다가 아직 상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니 마피아도 노리는 거 아니겠어요! 반펨 씨도 서둘러 찾아야 할 거예요!" "시로" 라고 스젠이 절규한다. "당신이 ------ 지난번 선상 연회 ------, 설마 나를 속여서 ------? 마치 도미노를 쓰러뜨린 것 같았다. 하나 둘씩 밝혀지는 사실들이 점점 상황을 악화시켜 나간다. 모두들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극히 복잡한 다중의 비밀과 관계성까지 이 자리에서 맺어지고 있었다. 자칫하면 그대로 죽고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마술사들 사이에서는 치명적인 관계이자, 엇갈림이기도 했다. 참을 수 없어, 스젠의 손가락이 주머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이제 신대 마술의 매개체가 될 화장한 조개껍데기였다. 거기에 마력을 주입하기 직전, "납작하게, 배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고!"(「フラット、 おなかに力を入れて、 歯を食いしばって!」) "헉!" 플랫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반투명한 푸른색 환상의 손이 그 입술을 파고들었다. 너무도 무자비한, 천장에 가까운 청년을 날려버리는 일격이었다. 금방이라도 마술을 발동시킬 것 같았던 스젠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뒤돌아선 에르고가 불렀다. "스젠 씨!" "네, 네" "죄송합니다!" 똑바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 어? "플랫의 말대로 저 때문에 여러 가지가 보여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최악의 타이밍에 말을 꺼낸 것은 플랫이지만, 원래부터 따지자면 제가 불필요한 것을 보게 한 것이 문제입니다. 같은 엘메로이 교실의 학생으로서 사과드립니다!" 스젠이 마술을 멈추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성실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마술계에서는 극히 드문, 경우에 따라서는 악덕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는 성품. "두드려 두드려 ------ 기, 효과가 있었어요 ------ 지금 건 효과가 있었어요 ...... 교수님 아이언클로만큼 효과가 있었어요------ 은하계도 깨는 팬텀이다------ 올림픽 확실한 잡동사니 회전으로 별이 보였어요 별이 보였어요------" 바닥에 엎드린 채로, 끙끙거리며 플랫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플랫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 하지만 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멈출 수 없잖아." 라고, 에르고가 울부짖는다. 어깨를 빌려 일으켜 세우자마자, "후------ 후후, 하하하하하하!" 라고 참을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시로였다. 눈꼬리를 문지르며 그는 에르고에게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0 "아니, 미안해. 옛날 생각이 났어. 토사카가 자주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게 생각나서 말이야. 야단을 치는 김에 간드도 쏴 버렸지만 말이야." "린의 간드인가요?" "혹시 토오사카도 너와 함께?" "표류하던 저에게 처음으로 이것저것 알려 준 건 린이었어요." "그렇구나." 그 녀석답다는 듯이 시로가 얼굴을 붉혔다. "선생님께선 린과 루비아 씨가 교실의 핵탄두라고 들었어요. 두 사람의 폭주로 인해 교실을 몇 번이나 다시 만들게 되었다고." "엘멜로이 2세라. 제대로 이야기한 건 한 번뿐이지만, 토오사카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시계탑의 군주니까 나 따위는 발도 못 붙이는 초일류 마술사잖아?" "...... 아하하하."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에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엘멜로이 2세가 듣고 있었다면 언제나처럼 눈썹 사이 주름을 깊게 펴고 배꼽을 쓰다듬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 상상조차도 지금의 젊은이에게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내용

*301 그리고, "플랫이 말했지만 ...... 시로 씨의 모습도 보았어요.“ 이봐요, 라고 스젠 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방금 전의 플랫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배려를 눈치챈 시로가 말을 이어간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말해." "성배 전쟁 이야기라든가, 붉은 궁병과 정의의 편에도 구할 수 없는 상대가 있다는 이야기라든가,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혹시 그 화재도?" 가볍게, 그러나 은근한 무게감과 함께 시로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기, 시로 씨가 키리츠구 씨에게 도움을 받았을지도 몰라요~ "응." 조금은 그리운 것을 보는 듯한 얼굴로 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화재로 나는 키리츠구에게 구원을 받았어. 기억이 아무리 희미해지더라도 그 얼굴만은 잊지 못할 거야. 그 말은 에르고가 본 풍경과 일치했다. 살아남았으니 살아야 한다고 하늘을 향해 뻗은 손. 그 손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 손이 떨어지기 전에 꼭 쥐었다, 살려줘서 고맙다며 내려다보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어른의 얼굴. "마술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옛날의 나는 키리츠키를 누구나 도와줄 수 있는 마술사라고 생각했었어. 물론 그런 일은 없었고, 키리츠구도 금방 부정했지만 말이야" "----- 알겠습니다, 느낌이 옵니다." "에르고도 그런 상대가 있어?" 그렇게 묻자 에르고는 숨이 막혔다. "나는 ------" 말하면서 에르고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선생님과 누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젊은이 사이에서 특별한 존재였다. 물론 에르고를 데리러 온 린도 마찬가지였지만, 여행을 거듭할수록 Ⅱ세와 그레이는 다른 누구도 차지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아까의 대화처럼 현실적으로 엘멜로이 2세가 평범한 마술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레이 역시 성창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만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 사람은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영웅이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로가 말을 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키리츠구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어. 어렸을 때 나는 정의의 편을 동경했다고. 과거형이라 화가 나서 포기했냐고 물었더니, 영웅은 한시적으로 어른이 되면 이름을 밝히기 어려워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구나. 어른이 되면 어렵다“ 시로의 말은 신기하게도 에르고의 가슴에 꽂혔다. 만약 Ⅱ세나 그레이에게 비슷한 말을 듣는다면 역시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화가 나서 포기하느냐고 불평하고 싶고, 그리고 나중에 천천히 납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키리츠구의 꿈을 이어가려고 생각했어" "꿈을, 입니까? ------ 그,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아도, 입니까?" 후반부를 겁먹은 에르고가 덧붙여 말했다. "혈연이 아니어도, 그래. 키리츠키와 같은 성이 된 것만으로도 나는 기뻤으니까." (------ 아) 이 사람은 아직은 아직은 미완성이구나, 라고 불현듯 에르고는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영웅을 자처하기 어려워진다고 그 빌딩에서 당당하게 외치고 있지 않은가. '나의 꿈은’ '정의의 편에 서는 것'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2 "그럼! 집사님도 유산동맹에 가입하면 되는 거 아니야!" 불현듯, 겨우 숨을 돌린 플랫이 말했다. "뭐야, 그거?" "나도 에르고도 조상이나 부모님의 유산 때문에 죽을 뻔하거나 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 동맹을 맺은 거야! 집사님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꿈으로 빌이 그리워할 정도로 노리고 있다면 동맹에 가입할 자격이 충분해! 아, 하지만 이 경우, 저스트라는 떠돌이 연금술사도 들어갈 자격이 있는 걸까!" "내가 키리츠구를 죽였다고?" 시로가 입을 다물었다. "플랫도 키리츠구에 대해 알고 있었어? 마술사 살해라든가 그런 거." "흠-음-흠. 뭐, 조금은. 집사님 아버지와 일치한 건 아주 최근의 일이지만!" "음........ 특별히 반성하지 않는 플랫의 발언에 아찔해하며 에르고가 시로에게 물었다. "의외, 입니까?“ "아니, 글쎄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놀랐지만, 차분히 들어보니 내 안의 키리츠키의 모습과 어긋나지 않는 것 같다. 제대로 삼키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긴 하지만........" 마술사 죽이기. 결코 가볍지 않은 단어였다. 마술사의 가치관으로 보면 사람을 죽인다는 의미는 지극히 가볍다. 일반 사회의 윤리나 상식과 마술사의 사상은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의 편이 되겠다는 시로라면? "내가 키리츠키를 죽였다는 것도 그 연금술사에게는 그렇게 느껴졌겠지." 씹어 삼키듯 시로가 말했다. 잠시 후, 플랫이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3 "저기, 집사님. 반펨씨의 부탁을 받고 당신을 찾고 있었는데요." "응, 그 이야기는 들었어. "그래, 그 이야기는 들었어." "선상 연회의 상품에 관해서는 나는 어디까지나 대리인이니까 루비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겠지만." "어떻게 이겼어요?" 에르고의 질문에 시로는 몇 초 정도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좀 말하기 어렵네. 아니, 그건 이겼다고 할 수 없지. 내가 설치한 걸 펨 씨가 알아챘으면 좋았을 텐데, 알아차려도 소용없어.(俺が仕掛けたのを、 フェムさんが見破ったけれどー見破っても意味がない。) 이건 내가 졌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결과니까........"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스젠도 조금은 아쉬운 듯 어깨를 으쓱했다. "어머, 아쉽게도 필승법이라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 솔직하게 시로가 사과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4 "그런데 스젠 씨, 선상 연회에 참가해도 괜찮을까요?" "배가 출발할 때까지 한 시간 남았어요." 스젠이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미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될 시간이니까, 참가를 늦게 해서 더 이상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하지만 시로? 나도 놀라서 미안할 따름이야." 스젠은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호소했다. "당신이 지난번 선상 연회의 승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음......------ 미안해." 시로가 머리를 긁적였다. "말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말하지 못했어." “그건 나도 같은 죄야. 그래, 이렇게 되면 묻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건 다들 마찬가지겠지?” 라며 사상마술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스젠이 에르고에게 말했다. "방금 전, 좋은 펀치였어." 플랫을 날려버렸을 때의 일격을 말하는 것 같았다. "네 동기는 알겠어. 기억 포화 때문이겠지." "그것도 지즈 씨에게 들으셨나요?" "그렇겠지." "무슨 뜻이야? 시로가 묻자, 스젠이 대답했다. "이 아이의 기억이 먹은 신에게 눌려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약탈공이 계속 함께 모험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야." 시로가 가볍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젠씨,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스젠은 나쁜 병이 시작된 것 같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토오사카가 함께 여행을 해 왔다고 하면 분명 믿을 수 있고, 소중히 여겨야 할 상대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5 "당신 주인의 이름이지요. 토사카 린." "주인?" "괜찮아. 내가 마음대로 지은 것뿐이야. 뭐,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 빚을 갚는 편이 속이 시원하겠지.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이야.“ 에르고의 발끝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스젠이 시선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당신, 예장이 좀 특이하지 않아요?" 진심어린 말에 잠시 후, 에르고가 주머니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이거, 입니까?"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자, 스젠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시로도 역시 숨을 죽인 채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대단한 얼굴이군." "아시나요?" "토사카가 시계탑에서 여러 가지를 보여줘서 이상하게 눈이 밝아졌어요. 게다가 스젠 씨네에도 가면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시선을 떼지 않고 천천히 하얀 얼굴의 디테일을 관찰한다. "정말 매끈하네요. 만져봐도 될까요?" "어서요." 에르고에게 건네받은 시로는 한동안 하얀 가면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손끝으로 가면의 피부를 쓰다듬었다, ------ "이거, 아마 아직 미완성일지도 몰라." "えっ" 에르고가 눈을 깜빡였다. 원래 그 가면은 가면술사 토보리 겐마에게 받은 것이었다. 어떤 신체를 소재로 한 듯한 무형의 가면에 겐마가 혼신의 힘을 다해 조각한 물건인 그 가면을 통해 에르고는 처음으로 신의 권능을 제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재료가 된 면에 최근에야 달인이 마무리 작업을 했어. 하지만 그마저도 아직 부족했어. ------ 그래, 그렇구나. 부족한 건 장인의 솜씨가 아니야. 소재에 버금가는 도구의 부재다." 그렇게 말하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시로는 말했다. "아마 ------ 나는 이걸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백면 완성. 그것은 도대체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제발, 괜찮습니까?“ "그래. "네, 스젠 씨, 도와주실 수 있나요?" "도와준다고?" "그 가면의 컬렉션을 보면 스젠 씨는 가면이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아마 알 수 있을 거예요." 라고 말하며, 스젠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시로에게 묻고 싶은데, 당신은 선상 연회 우승자의 권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거죠?"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권리를 양보해 주면 도와줄게." 그러자, "미안해." 라고 시로가 고개를 숙였다. "그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줄 수 없어. 대리로 나온 것뿐이니까." 집착하는 기색도 없다. 협상으로서는 확실히 밑도 끝도 없는 협상이다. 만약 후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진심으로 하루 종일 설교를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아" 라며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진이 옅은 동경을 품은 것은 이런 청년이 아니었을까. "알았어요." 라고 사진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주인에게 협상만 해줄 수 있겠지?" "물론이지!" 시로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 협상권이 있다면 두 번째 게임 자체는 상관없지만, 사선 환희선의 출항은 꼭 지켜야 해." "물론!" 시로가 눈을 반짝였다. 만약 약탈공이 살아남았다면 지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기도 하고. 너는 괜찮겠지?“ "응. 작업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대답한 뒤, 에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6 "아, 앞으로 사용할 마술, 토사카한테는 비밀로 해줘. 함부로 밖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 그건 물론 괜찮습니다만........“ 긍정했을 때, 시로는 근처 의자에 앉아 무릎을 꿇은 채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입술이 이런 주문을 속삭였다. 트레이스 온 "투영, 개시" 그 마술회로에 마력이 흐른다 손에 빛이 모이고 결정화되어 무언가가 탄생한 것이다. 끝, 이었을까. '투영 ------? 스젠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역시 그녀가 알고 있는 투영과는 달랐다. 저스트라는 이름의 떠돌이 연금술사와의 싸움에서 간장-막야를 만들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도저히 가와만의 복제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到底ガワだけのレプリ力とは思えない。) 강철로 보이는 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운의 날카로움, 그 신기의 날카로움! "뭐, 내 약간의 특기 같은 거지." 조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대의 마술사는 말할 것도 없고, 신대(神代)의 마술조차도 이런 식의 재현은 불가능하다고 지금의 스젠은 확신할 수 있었다. 토오사카가 비밀로 하라고 한 것도 당연하고, 이런 것이 알려지면 에미야 시로는 틀림없이 시계탑의 봉인 지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 진짜는 어디서 봤어 ......?“ "시계탑. 토오사카에서 당신의 재산은 본 것들뿐이니까 반쪽짜리 마술 수련보다 이쪽이 먼저야. 시계탑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눈곱을 묻히라고 했어요. 그래서 천 건 정도 신청서를 내서 박물관과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다 봤어.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토사카의 눈빛은 상당히 유로화나 달러화의 눈빛이었던 것 같은데.......“ "잠깐만. 시계탑은 분명히 대영박물관과 ------ 스젠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시계탑 본부는 대영박물관 지하에 자리 잡고 있어 여러모로 연관성이 많다. 전 세계의 보물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 대영박물관의 역사는 마술 조직으로서의 시계탑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시계탑의 신청은 대영박물관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평소 열람이 어려운 귀중한 물건이라도 시계탑에서 신청하면 쉽게 통과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마술사들의 연구 환경에서 시계탑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그 수단을 통해 에미야시로가 대영 박물관의 물품을 구석구석 관찰했다고 하면 "그 중에 이 끌도 있었다" 라고 시로가 다시 끌을 잡는다. "해설에는 이집트 주변에서 발굴되었다는 것 외에는 유래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물건이지만, 나는 한동안 그 끌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 토사카가 아직 백 개는 더 봐야 한다고 말해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어요.“ 백면에 망설임 없이 칼날을 들이댄다. 그 끌을 두드리기 위한 망치도 시로의 오른손에서 태어났다. 그 앞에 의자를 끌고 온 스젠이 앉아 사상마술사와 마술사가 마주 앉았다. 망치를 들어 올리기 전, 시로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내리깔고 말했다. "저기, 에르고" "네." "이 가면을 완성하기 전에 알고 싶은 게 있는데, 에르고의 지금까지의 여정을 들려줘도 될까? 에르고만 나에 대해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것도 균형이 맞지 않아 불편할 것 같아서요." 내 입으로 말해도 괜찮다면..." 그 제안에 에르고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7 백면과 마주한 시로에게 에르고는 열심히 여행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몹시 부끄러웠다. 위대한 선배에게 자신의 미숙한 모험담을 들려주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부끄러움이 불타오르고 혀가 꼬여 버렸다. 그래도 마음과 말을 다해 이야기했다. 오래전에 잊어버린 것들도 스케치북이 보충해 주었다. 해적섬과 싱가포르에서 린에게 잡혔던 일. 2세와 그레이와의 만남. 무시키와 라티오와의 대결을 통한 신의 각성을. 일본에서는 료우기 미키야가 야코우가와의 담판. 뤄롱과의 전투. 제2의 신을 입어 태조룡 투폰을 먹은 뤄롱과의 대결.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해저대도서관의 위용을 아틀라스원 분파가 만들었다는 수정의 시설에서 시온과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와 만나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일, 그리고 이 모나코에서 보고 들은 사건을. 시로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특히 알렉산드로스 4세 같은 이야기는 너무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도 청년은 결코 웃지 않았다. “에르고”도중에 문득 시로가 입을 열었다. 하얀 얼굴을 만지고, 그 피부를 천천히 더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 가면은 잘 기억하고 있어. 방금 이야기했던 너의 여행을." え------ "네가 잊은 것도, 네가 잃어버린 것도 이 가면에는 새겨져 있어....... 도구라는 게 대부분 그런 거지만, 이 가면은 그 이상이야." 그럴지도 모른다고 에르고는 생각했다. 단순히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백면은 에르고를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8 "너는 기억 포화 상태가 해소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 라고 말하면서 잠시 생각했다. 의외로 대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나는 ------ 끝을 보고 싶은 것 같아요." "끝?" "끝?“ "누나는 선생님과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 녀석 멋지다. 엘메로이 2세의 내제자 맞죠?" "네."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제 꿈은 조금 달라요. 아마 선생님과 언니, 린과 함께한 이 여행이 즐거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저한테는 산다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 마음껏 살 수 있게 되더라도 계속 여행을 하면서 저만의 끝을 보고 싶어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9 에르고에게 허락된 기억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깨어난 지 몇 달이었다면, 이제는 여행을 시작한 지 몇 주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마음은 자유로웠다. 아직 모르는 땅을 생각하는 동안 청년은 신을 잡아먹는 숙명으로부터도 해방된 것 같았다. 아버지도 그랬던 것일까. 2세의 이야기에 따르면, 정복왕 이스칸달은 그저 끝없는 바다가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대군을 이끌고 먼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고 한다. 저편에야말로 번영이 있다. 예전에 아버지가 입에 달고 살던 그 말을 중얼거리면 이 마음에도 작은 불이 켜진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싶고,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게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0 "그래, 여행은 좋구나." "에미야 씨는 그렇지 않나요?" "나도 여행은 좋아하지만 부족 자체가 목표인 건 아니야" "역시 정의의 편인가요?" "응." 거짓으로 보이는 수줍음은 한 조각도 없었다. 이 청년에게 정의의 편이란 한때 꿈꿨던 동경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하는 지점인 것이다. 시로가 끌을 들어 올린다. "나는 투영을 육박으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천천히 시로가 말한다. 어떤 의도로 '창조 이념' 무엇을 목표로 기본 골격 구성 재질 제작 기술 무엇을 생각하 는가 성장 경험 무엇을 쌓았는가 축적된 세월" 그 말의 의미도, 그 이면의 의미도 에르고에게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아마 에미야 시로만의 이론일 것이다. 투영이 어떤 마술인지에 대해 에르고도 린과 2세에게 들은 적이 있지만, 시로의 그것은 분명히 다르다. "투영이라면 이것으로 충분해. 하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필요한 건 투영이 아니라 이 가면을 어떻게 할 것이기 때문이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운명 창안' 에르고의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왔다. 시로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느낌이야. 네가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면 이 가면은 그 일을 도와줄 것이다.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그 일을 위한 것이지. 가면이란 새로운 내가 되기 위한 도움이니까요." 시로의 말에, 에르고는 겐마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변하고 싶다는 얼굴이야. 가면은 그런 인간을 위해 있는 거야.“ 뭔가, 나는 변할 수 있었을까? 여행을 하고 싶다는 목적을 발견한 것이 변화가 될 수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1 "그냥 거기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가면이 알아서 너를 위해 자신의 모습을 결정해 줄 거야. 스젠 씨는 어때요?" "됐어요. 이 정도면 모범이 될 것 같네요." 스젠은 손에 들고 있는 종이에 손으로 그린 러프한 그림을 그렸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을 표현하는 가면이었다. 그 러프와 무릎에 올려놓은 하얀 가면을 나란히 놓고 시로가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이미지가 훨씬 명확해졌어요." 옆에 놓여 있던 망치를 잡는다. 이제 막 작업에 들어가려던 그 순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2 블랙잭은 무사히 재개되었다. 하지만 나는 방금 전 스승의 대사의 충격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다. (스승님의 말대로라면 ------ 뤄롱의 정체는) '네 상상대로다' 라는 스승님의 생각이 전해진다. 이쪽의 태도로 보아 동요를 눈치챈 모양이다. "바이뤄롱은 어떤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이미 몇 명의 후보도 있다." "후보, 입니까?" "이스칸다르가 이끈 대국 마케도니아에는 색 짙은 영향을 끼친 종교가 있다. 아마 우리도 그 영향을 이 눈으로 보고 있을 거다." '그건 ...... 설마' 짐작은 하고 있었다. 예전에 마안수집열차에서 만난 경계기록대 이스칸다르의 그림자 무사를 자칭하는 여마술사. 세상에나.......! 그때부터 우리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돌아와 버린 것일까? "추가" 스승님이 새로운 카드를 요구한다. 결과는 총 20 딜러는 총 18 멜빈과 이시리드도 각각 승리하여 또다시 동전을 늘렸다. 도무지, 다 채울 수 없다. "미안, 그레이" 갑자기 스승님이 사과를 했다. "뭐, 뭐예요?" "시계탑의 군주로서, 엘메로이 교실의 장으로서 여기까지는 잘 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여기부터는 사심 없이 할게." 스승님이 동전을 집어 들었다. 사자 동전을 여덟 개. 즉, 여든 장 분량... 순간 이실리드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패와 같은 금액의 동전을 베팅 구역으로 내밀었다. 멜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 절반인 사자 동전 네 개를 내밀었다. 이후, 분명히 거래 액면가가 올라갔다. 보유량이 늘어날수록 각자 베팅하는 금액은 조금씩 늘어났지만, 한꺼번에 세 배 정도 부풀어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 순위는 변하지 않았다. 멜빈, 이시리드, 그리고 조금 뒤늦게 스승님 순이다. 칩의 총량 순위는 가끔씩 바뀌지만, 정작 중요한 코인 순위는 못을 박아놓은 듯 변하지 않는다. 운의 편차. 블랙잭을 시작하기 전 스승님의 말씀을 나는 다시 떠올렸다. '그런 것이 있다면, 이미 사소한 조작으로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이 자리의 승부는 끝난 것이 아닐까? 조금씩 동전이 쌓여 간다. 멜빈이 삼백 육십 장 이시리드가 삼백 이십 개. 스승님이 260장. 더 이상 멜빈과 이시리드는 승리 조건인 오백 장을 언제 돌파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에 도달했다. 삼키는 침이 너무도 끔찍하다. (------ 여부)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 스승님은 계속해서 독수리 동전을 쥐었다. 다섯 장 분량의 동전이다. 내기 금액을 단숨에 줄인 것은 약해졌기 때문일까. 멜빈은 꿋꿋하게 30장. 이시리드는 오십 장. '그리드' 갑자기 사자 동전 다섯 개를 들고 스승이 선언했다. 딜러의 시선이 희미하게 위로 향하자 이실리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이실리드님께 그리드입니다. 그리드의 경우, 플레이어 포지션상 먼저 베팅을 했더라도 나중에 추가로 코인을 더 걸 수 있는 거였죠?"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딜러가 인정했다. 확실히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지 않다면 먼저 코인을 베팅한 플레이어로부터 리드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멜빈이 아닌 2위인 이시리드에게?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의아해하는 가운데, 각각 두 장씩의 카드가 배부되었다. 스승님이 총 18. 멜빈이 총 17. 이시리드가 총 13. 이어진 스승의 행위는 관객을 진정으로 열광케 했다. '두 배 내기'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선언한 후, 사자 동전 다섯 개를 더 내기장에 쌓아 올린 것이다. "문제 없습니까, 딜러님" "없습니다. 그리드 성립 후이므로 배당은 양측의 베팅 금액을 두 배로 합니다. 단, 이시리드님께서 추가로 뽑는 카드는 한 장에 국한되지 않고, 만약 코인이 부족한 경우에도 면제해 드립니다." 하지만 이상하다. 스승님의 손은 이미 18. 더블 다운 더블다운은 새로 한 장의 카드를 뽑아서 내기 금액을 두 배로 올리는 행위다. 스승의 손에서는 대부분의 카드가 21을 넘어 패배하고 만다. 실제로 딜러도 잠시 당황한 후 새로운 카드를 스승의 손에 슬쩍 집어넣었다. 카드는 스페이드 9 아, ------ 주변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멜빈은 그대로, 총 17 이시리드는 13에서 추가하여 하트 8로 블랙잭을 했다. 마지막 딜러의 핸드는 두 장으로 총 17이었다. "그럼, 감사합니다." 경건하게 이시리드는 스승의 베팅 구역에서 사자 동전 -6개에 해당하는 10개의 사자 동전을 빼앗았다. 게다가 일반 베팅으로 내놓은 다섯 장의 독수리 주화도 스승은 잃었다. 이렇게 크게 벌어진 차이는 더 이상 뒤집기 힘들다. 실제로 몇 판을 치르자 이시리드의 동전이 오백 개를 넘어섰다. "오백 코인 획득을 확인했습니다. 이시리드님을 세 번째 게임에 초대합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시리드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자, 그대로 딜러에게 이끌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 ...... "잘했어, 웨이버." 멜빈이 말했다. "무슨 뜻인가요?" "방금 전의 패는 사실이라면 이시리드가 패배한 거였어."그 말을 듣고, 나는 급히 카드를 떠올렸다. 우스갯소리로, 맞다. 스승님이 부자연스러운 추가를 하지 않았다면, 거기서 이시리드가 패배했을 거야. 만약 뽑지 않았다면 결국 딜러에게 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리드의 더블 베팅을 곡예처럼 흉내까지 내면서 네가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카드를 뽑았어. 자폭 그 자체의 카드를 말이야." "그럼 스승님께서는 ------ "한 방 먹였어." 스승님이 육중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멜빈에게 들려주듯이. "셋이서 하면 운의 흐름이 너무 안정적이라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어떻게 해도 너희 둘이 먼저 승리하는 거야. 승리 조건이 천 장이라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봐, 라고 스승님이 테이블 밖을 바라보았다.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 게임에는 또 한 명의 주술사라는 이름의 아젤이 참가하고 있었을 것이다. "글쎄, 그래도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참가자 아젤이 얼마나 코인을 늘렸는지 모르겠고, 어찌된 일인지 하심도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았다. 너희 둘을 이기고 내가 오백 코인을 얻는다면 두 번째 게임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종적으로 펨의 선상 연회에서 승리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게 유리할 거야.“ 한 박자, 스승님이 말했다. "하지만 너에게 지는 건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어." 희미하게 멜빈의 숨소리가 흔들렸다. "너는 ------ "사심에서 하는 거야." 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모험을 잊어버리겠다는 뜻이다. 잠시라도 엘메로이의 이름을 잊게 해주고 웨이버 벨벳으로서 너에게 도전한다는 뜻이다." 스승님 ------ 다시 한 번 스승의 손가락이 동전을 집어 올린다. "결판을 내자, 멜빈 웨인즈." 그 때의 그의 표정이라면. 스승의 말을 듣고 굳어있던 그의 뺨에 갑자기 혈색이 돌아왔다. 붉어지는 듯한, 그것은 청춘의 색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3 "무승부로 끝낼 수는 없겠지." 속삭이며 테이블을 두 번 두드렸다. 히트 "추가」. 새로운 카드는 하트 5. A를 11로 세고 A를 1로 세어 총 15. 총 15. 소프트 핸드에서 하드 핸드. 이상한 순서였다. 만약 다음에 하트 6이 오면 21 블랙잭이다. 관객들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테이블을 지켜보는 이들은 당연히 마술사의 도박이 편파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터. 그렇다면 마지막 편파도 있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은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에드도 침묵했고, 스승의 숨소리만 고요히 들릴 뿐이었다. 히트 '추가' 멜빈이 테이블을 두 번 두드렸다. 새로운 카드가 딜러에게서 미끄러져 나왔다. 하트 7. 패배 환호성이 가슴 속에서 폭발할 것 같았다. (------ 아직이다)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중요한 딜러의 손이 정해지지 않았다. 카지노의 승부는 원래 딜러가 하는 것이다. 그리드에 의해 예외적으로 플레이어들 간의 싸움이 되었지만, 여기서 스승이 딜러에게 패하면 단순히 둘 다 대부분의 코인을 잃은 것뿐이다. 아마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두 번째 게임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딜러의 표지가 된 페이스 카드는 A였다. 뒤집어보니 다이아몬드의 4였다. 한 장 더 넘기면 이번에는 스페이드 잭. 한 눈의 잭. 만약 카드의 순서가 반대였다면 네이티브 블랙잭이었다. A를 11로 세고, A를 1로 세고. 소프트 핸드에서 하드 핸드로. 한 장 더. "축하합니다." 딜러가 고개를 숙였다. 클럽 4 딜러의 손이 총 19개로 멈췄다. "로드-엘멜로이 )2세님의 코인 오백 개 획득을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 게임 돌파를 인정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4 "아아아!" 하고, 허무맹랑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플랫?" 아, 아니, 미안! 내가 좀 오해했나봐 。。。。。。!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매우 이례적으로 괴로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스칼도스 가문의 마술각인의 마지막 파츠를 에르고군에게 붙인 채로 두고 왔으니까 제대로 돌려주지 않으면 미스트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앞뒤가 맞지 않아...... 마피아 대책이라고 해도 이런 리액션 위주의 대응은 아빠의 방침이 아니야. 아니잖아. 그래서 생각해보니, 어, 그,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 "어떤 뜻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5 "로드-엘메로이 2세님의 코인 오백 개 획득을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 게임 돌파를 인정합니다." 딜러의 선언으로 갑자기 세계가 색을 되찾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색채 감각을 잃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투 시 조금이라도 정보처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색채 정보 등을 제한하는 경험은 있었지만, 남의 도박에서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멜빈이 어깨에 힘을 빼고 천장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스승에게 물었다. "이기고 싶었어? 아니면 지고 싶었나?“ "어떨까?" 대조적으로 스승의 눈은 발밑을 향하고 있었다. 더 이상 얼굴을 들어 올릴 만큼의 활력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한테 지는 건 싫었어." "그럼 어쩔 수 없지. 네 마술각인은 나중에 전달해 주마." 멜빈이 웃었다. 그리고, "괜찮을까요?" 새로 온 펨의 딸이 속삭였다. 딜러와 같은 얼굴, 같은 눈동자 색, 헤어스타일만 다르다. "엘멜로이 2세님으로 두 번째 게임의 돌파자가 세 번째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 게임을 종료하겠습니다." "뭐?" 스승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럼 아젤이 두 번째 게임을 돌파한 건가?" "아니요, 새로 오신 분이 아젤님과 같은 포커 테이블에 앉아서 마지막에 그리드로 아젤님의 코인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몇 초 동안 스승은 침묵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펨의 선상 연회답지 않은 방식이다. 첫 판을 돌파하지도 않은 상대를 나중에 인정하는 건가?" "그 점에 대해서는 문제 없습니다. 참가권을 양보한 쪽이 1차 게임을 정식으로 돌파한 것이니까요." "...... 잠깐만요" 라고 이어지는 발언을 일단 스승이 제지한 것이다. "누가 권리를 양보했지?" "유언에 의해 지즈님의 권리가 정식으로 양도되었습니다." 펨의 딸의 발언은 뒤에서 나타난 인영에 의해 더욱 뒷받침되었다. "아. 지금 이야기한 대로 지즈님께 물려받았어요." 쿵, 쿵, 가죽 신발 밑창이 바닥을 두드리는 딱딱한 소리가 들렸다. 금발의 여성이다. 나이는 40대 전후일까. 입고 있는 것은 군복이었다. 모나코는 자체 군대는 없지만 군복 자체는 존재한다. 실전용이 아닌 의례용이라 그런지 더 화려하고 중후한 느낌이었다. 오른손에는 금속 케이스를 들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놀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로드-엘멜로이 2세. 당신 덕분에 제 인생이 많이 달라졌어요." "...... 왜요?“ 천천히 고개를 든 스승의 얼굴은 몹시 당황한 표정이었다. 처음 만났는데 당신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니.......? 하지만 그 의구심은 이어지는 발언으로 사라졌다. "제 아들이 항상 저를 잘 보살펴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지즈의 참가권을 받은 아렛 에스카르도스입니다." 에스카르도스. 잊을 수 없는 가문 이름이었다. "그건 ------ 말하자면, 확실히 그 모습이 있었다. 항상 천진난만한 플랫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머리 색깔뿐만 아니라 정돈된 화장이나 의외로 긴 속눈썹이, 무엇보다도 이렇게 방향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닮은 듯한 인상이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스승의 목이 조여왔다. "플랫의 어머니 군------의 ......! "그만해, 군주님" 그 이름을 입에 담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듯, 아렛 에스카르도스는 주홍색 입술 앞에 검지손가락을 살짝 내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6 풀페이스 헬멧을 쓴 그 인물은 정좌하고 있었다. 콘크리트를 그대로 쌓아놓은 방이었다. 벽에는 갈고리만 달려 있고, 각종 무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권총, 기관단총, 돌격소총과 같은 대중적인 총기는 물론 수류탄, 지뢰, 플라스틱 폭약, 심지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현대의 기준을 뛰어넘는 의수, 의족도 즐비했다. 그리고 방 안쪽의 특별한 장소에는 무엇보다도 거대한 권총이 있다. 톰슨 컨텐더 현대에서는 보기 드문 단발식 권총으로, 총열도 수동, 싱글 액션을 채택한 매우 취미가 강한 물건이다. 총기라기보다는 총알을 발사하기 위한 메커니즘에 불과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그 설계를 살리기 위해 여기저기 개조가 이루어졌다. "선생님". 경건하게 그 권총을 들고 정좌하고 있던 인물 저스트는, 아, 하고 숨을 내쉬었다. 신앙과도 같은, 강한 열이 담긴 숨결이었다. 그의 귀에는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준비됐구나, 저스트." 현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저스트의 머릿속에서만 울려 퍼지는 목소리였다. "네.“ 망상에 사로잡힌 듯, 저스트의 대답에는 남다른 기쁨이 담겨 있었다. "에미야 시로는 물론이고........" 살의가 그의 어깨에서 꿈틀거리며 솟구쳤다.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또 한 명의 로드, 엘메로이 2세를 처단하겠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7 "우우우우우우"라고......" 발바닥을 긁적거리며 작은 괴물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몸이 기울어진다. 아흔아홉 번이나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 누워 금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 아마 지즈 씨, 또 한 명의 제자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8 "선연(카사)에 참가하신 여러분. 지금부터 사선환희선(死線歓喜船, 클로제 아나펠)이 출항함을 알려드립니다." 그 선언에 몇 초 뒤, 덜컹, 하고 배 전체가 흔들렸다. “지금 건?!” “아아, 걱정 말게. 출항이라고 했잖나.” 시가를 문 채로, 스승님이 말했다. 방의 창문을 바라보며, 휙 턱을 움직였다. “저 창문으로 내다보도록.” “아, 네. ──에.” 창밖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서서히,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그 희미한 안개 속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바다. 그리고, 뒤쪽 항구에는, 우리가 타고 있었어야 할 거대한 호화 여객선이 정박해 있었다. “이건……!” 황급히 돌아보는 나에게, 스승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성의 제작자인 반 펨의 면모를 보여주는군. 원래 배를 덮는 형태로, 겉으로 보이는 외각을 만들어 놓았던 거다. 펨의 선연(카사)에서도 특별한 경우에만, 외각이 분리되어 원래 배가 출항한다. 물론 마술로 은폐된 결과, 이쪽 배는 일반인에게는 보이지도 않지만.” 합체되어 있던 두 척의 배. 확실히, 예전부터 반 펨이 운영해 왔다고 하기에는, 이 배가 너무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술 세계라면 몰라도, 표면상으로도 등록하려면, 이 정도의 호화 여객선이 건조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닌가 하고. 대답은, 이것이다. “그러면, 지금, 저희가 타고 있는 배가──” “──그래, 이쪽이 원래의 사선환희선(死線歓喜船, 클로제 아나펠)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님도 멀어져 가는 호화 여객선을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조이 드 비브르(Joie de Vivre)라는 이름도,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던 것일까. 외각이라고는 해도, 배는 원래 두 척이 있었으니까. “펨의 선연(카사)도……”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거겠지. ──하지만.” 말하며, 스승님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보다, 조금 늦었다. 무슨 예상치 못한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 스승님의 중얼거림은, 어떤 의미에서는 옳았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었다. 그때, 분리된 사선환희선(死線歓喜船, 클로제 아나펠)에는, 바닷속에서 몇몇 인영이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319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카지노 창밖에는, 안개가 끼어 있었다. 짙은 안개였다. 모나코는커녕, 겨우 몇 미터 앞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안개. 바로 직전까지, 쨍쨍한 태양이 비추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자연적인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스승님의 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그렇다면) 이것도 신비를 지키기 위한 조치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도가 시계탑처럼, 성실하게 신비 은폐까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본능과 같은 것?) 신비에 관련된 것이 가지는 본능. 그렇게 말하는 편이 납득이 갔다. 지금까지도, 신비에 관련된 땅에는 안개가 끼는 일이 많았다. 현대라는 텍스처에 닳지 않기 위해, 신비나 그것과 관련된 것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은,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외곽을 이루던 거대 호화 여객선도, 그런 효용을 담당하고 있었던 걸까. "…………" 알 수 없다. 그저,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분리되고 나서, 불길한 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만이 사실이었다. 아마, 묘지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에 가깝고, 명계에 가까운, 그 영원에서 배워온 몸이 호소하고 있다. 아무리 화려하게 보여도, 이곳은 끔찍할 정도로 죽음에 잠겨 있다고. 실제로, 마술사뿐만 아니라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던 카지노에서, 사람 모습은커녕, 거의기척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마치,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돌연 유령선이 된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0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특별실은, 의외로 작은 방이었다. 돔과 비슷한 반경 5미터 정도의 공간 중앙에, 선명한 녹색 라샤(羅紗)가 깔린 원탁이 놓여 있다. 앤티크의 원탁처럼, 늘어선 목제 의자도, 동류의 정교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다. 아마 원탁과 함께, 같은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겠지. 딜러인 쿠폴라가 가장 안쪽으로 이동하고, 전원에게 착석을 권했다. 스승님, 알레트, 이시리드 세 명이, 각자 앉는다. "그레이 님은 그쪽으로." 스승님의 뒤에 놓인 의자로 안내되면서, 나는 예전 플랫의 설명을 떠올리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1 휴식을 위해 이동했던 개인실에서, 스승님은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묵고하고 있었다. 넓은 방이었다. 적어도, 배의 개인실로서는 상당한 것이었다. 그 넓이를 극히 사치스럽게 사용하여, 중앙에 소파와 의자, 몇 개의 테이블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번 스승님은 근처의 부드러운 소파가 아닌,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다. 소파에 긴장을 풀고 푹 파묻혀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겠지. 그만큼, 스승님에게 있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싸움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2 프롤로그 / ──벌써 일 년이 넘은 일이다. 그는, 고요하게 정적이 깃든 복도를 좋아했다. 런던, 시계탑 본부. 대학으로 위장한 시설 내부였다. 하지만, 그의 시점에선 위장이 아니라 진짜 대학 그 자체라는 인상이 강했다. 토오사카 린의 수행원으로 입학한 그는 기초과에 출입하며 학습했지만, 여기서 가르치는 것들은 과거 부친에게 배운 내용에 비하면 너무도 온건하고, 학생의 건강을 고려한 커리큘럼이라 솔직히 맥이 풀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혹시 오해가 생길까 덧붙이자면, 그가 뛰어난 학생이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부친으로부터 배운 훈련 내용이 지나치게 위험하고 비효율적이었을 뿐이다. 예전에 그 훈련 내용을 알게 된 린에게 심하게 혼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시계탑에서 정규 교육받고 나니 그녀의 분노가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정식 마술사라기보다 마술 사용자였는데, 그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위험한 훈련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인 이상, 이제는 알 길이 없다. 가끔씩 그 시절을 떠올리면, 입가에 웃음이 스쳐 지나갈 뿐이다. 「…………」단지, 당시의 그는 조금 고민하고 있었다. 시계탑에서 온 초청 때문이었다. 즉, 시계탑의 일원이 되어 정식 마술사가 되는 것. 수행원으로서 여기 온 그가 수행한 결과를 시계탑이 어느 정도 인정해준 것이다. 아직 미숙하지만, 앞으로 최소한의 격식은 갖출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린도 “보통은 수락하겠지.”라고 말했다. 그 역시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시계탑에 속하면 방대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마술사로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된 지 이제 2년 남짓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거절했다. 언제나처럼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던 길, 눈물이 날 듯한 저녁노을이 복도를 물들이고 있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는 걸음을 이어갔다. 이 결과를 가장 먼저 그녀에게 전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복도에서, 한 남자와 마주쳤다. 오랜 세월 같은 고민을 품고 살아온 철학자(哲人) 같은 얼굴이었다고 생각했다. 30대쯤으로 보이는 외모로 보아, 어느 과의 강사인 듯했다. 검은 상하의 정장에, 목에는 붉은 머플러를 걸치고 있었다. 상당히 신경을 쓰고 관리한 듯, 빨려들 것 같은 붉은색이었다. 「──실례.」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깊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일본에서 온 유학생이란 건, 자네군.」 「그건 토오사카입니다.」 「그쪽은 알고 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자네다. 일본의 후유키에서 온 거겠지?」 뜻밖의 반응에, 그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등을 돌린 채 말을 이어갔다. 「보기에는 마술사에 어울리지 않아. 대개는 의식에 휘말린 일반인이, 빠져나올 기회를 놓친 경우겠지.」 스쳐 지나가기 전 한 번의 시선만으로 여러 가지를 꿰뚫어 본 모양이었다. 아니면, 이미 이쪽에 대해 알아본 것일까. 「이해하기 어렵군. 고생 끝에 살아남았을 텐데, 자네는 무엇을 위해 시계탑에 왔지? 무엇을 위해 마술을 배우는 거지?」 고생스러운(厄介な) 싸움. 역시 상대는 이쪽에 대해 알고 있는 듯했다. 후유키에서 그가 어떤 경험을 했고, 이 시계탑에 이르게 된 과정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라는 듯한 느낌이 담긴 말투였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붉은 머플러를 두른 남자의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고민해 온 것을 쏟아내는 듯한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네요. 이곳에 와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여러모로 고민만 늘었지만, 저는 제가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해 제 삶을 쓰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그, 바보 같은 걸 자각하곤 있지만……」 오랜만에 입에 담는 말이었다. 그래도 목구멍을 지나치자,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저는 되고 싶은 겁니다.」 걸음을 떼었다. 분명, 이 남자는 시계탑의 화신이다. 마술사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이 장소가 만들어낸,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불확실한 요정 같은 존재. 그와 멀어지며, 그는 분명하게 대답을 내뱉었다. 「정의의 사도라는 녀석이.」조금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군. 어리석은 이야기지만 우스운 이야기는 아니다.」 마치, 그것이 시계탑 그 자체의 답변인 듯했다. 떠나가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목소리가 이렇게 남겨졌다. 「정의의 사도라, 확실히 시계탑(이 장소)은 너무 좁겠군.」 에미야 시로라는 마술 사용자를, 로드 엘멜로이 Ⅱ세라는 군주(로드)는 그렇게 평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3 펨의 선연(카사). 두 번째 게임이 끝난 직후, 나도 스승님도 굳어 있었다. 새롭게 나타난──첫 번째 게임을 클리어한 직후 살해당한 지즈의 권리를 계승하여,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게임의 승자가 되었다는 인물 때문이었다. 여자였다. 40세 전후로 보이며, 엄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군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얼어붙게 한 것은 그 복장도, 자태도 아니었다. 머리카락 색깔이나 사소한 몸짓에서 느껴지는, 어떤 친구의 모습이었다. "플랫의 어머……님(母君)……!" "그만둬, 군주(로드)." 그 이름을 입에 담지 말라는 듯, 군복의 여자는 붉은 입술 앞에 검지를 세웠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그 플랫의, 모친 되는 여자. 손에 쥐고 있던 금속 케이스를 돌리자, 안에서 캡슐이 나왔다. 입에 넣고, 그대로 물도 없이 꿀꺽 삼킨 후, 이쪽에 목례했다. "실례했군. 그 이름을 들으면 감정이 불안정해져서 말이지. 항상 약이 필수적이야." 어디까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알레트의 말에, 스승님은 앉은 채로 물었다. "펨의 선연(카사)에서 지즈의 권리를 정식으로 계승했다는 것은, 두 분은 지인이었단 겁니까." 그 질문에, 씩, 하고 알레트가 입술을 비틀었다. "지인 같은 듣기 좋은 소리 하지 마, 약탈공. 당신이라면 내 사정은 벌써 알고 있겠지?" "지즈의 제자가 되었겠죠." 이어서, 스승님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덧붙이자면……신과 계약했다, 라는 겁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4 "호오. 역시 시계탑의 군주(로드). 벌써 방황해의 구조까지 눈치챘나 보군. 아니면, 친구에게서려나?"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 라고 멜빈이 옆자리에서 항의했다. 나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힘없이 테이블에 팔꿈치를 짚고 뺨을 얹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스승님과 펼쳤던 격전은, 원래 허약한 청년의 몸에 상당한 부담을 준 모양이었다. "정말인가? 뭐, 지즈 님(殿)께선 제자끼리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씀하신 적도 없고, 네가 스승을 배신했다고 해도 별 상관없어. 그걸 나무라는 건 내 직분을 넘는 행위겠지." 멜빈을 내려다보며, 알레트가 말했다. "하지만 패자라면 패자답게, 퇴장해야지. 더 이상 선연(카사)에 네가 있을 곳은 없을 텐데." "그런──!" 반론하려는 나를, "아아, 알레트 님 말씀이 맞습니다." 라고 멜빈이 말렸다. "패자에게 주어지는 것 따윈 아무것도 없다. 그럴 리가 없지. 적어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패자의 긍지라고 할 수 있겠지  이해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알레트 님." "……멜빈 씨." "나중에 또 보자." 일어선 멜빈이 입가를 손수건으로 눌렀다. 흰 천의 끝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쫓아갈 수 없었다. 서늘한 청년의 시선이, 너는 거기에 있어야 한다, 고 충고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도박이 아니더라도 당연한 광경. 하지만 지금은 심하게 가슴이 답답했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뜨거운 싸움을 펼쳤던 스승님과 멜빈이 떠나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나 잔혹하게 느껴졌다. 스승님은 시선으로 쫓지도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5 대신, 딜러를 맡고 있던 여성형 골렘──펨의 딸 중 하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세 번째 게임은 어떻게 됐지?" 펨의 선연(카사)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게임은 누벨(Nouvelle, 신기함). 선실에서 탈출하는, 새로운 게임이었다. 두 번째 게임은 오땅띠끄(Authentique, 전통). 특수한 룰을 추가했지만, 전통적인 블랙잭이었다. 플랫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아직 보지 못한 종류의 게임은 매직(Magique, 마술). 마술의 요소를 더한, 이 선연(카사)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매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야말로 선연(카사)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했다. "예상보다 빨리 두 번째 게임이 끝났기에, 잠시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아마 출항 직후, 개요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항해서, 바로) 그것에도 의미가 있는 걸까. 사선환희선(死線歓喜船, 클로제 아나펠)의 출항. 이때, 반 펨은 물론이고, 배를 떠난 에르고 일행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나는 몰랐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6 “……정말 그랬어.” 에르고가 통화가 끝난 휴대전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호텔이었다. 예 스젠(イェ・スージェン)이 안내한 은신처였다. 다른 사람들도 주목하는 가운데, 에르고는 한 번 심호흡하고, 엘멜로이 Ⅱ세에게서 막 들은 내용을 입에 담았다. "플랫의 어머니가 지즈의 권리를 계승해서 도중 참가하여, 두 번째 게임을 이겼다고 합니다. 선생님과 이시드리 씨, 그리고 플랫의 어머니가 게임의 승자라고요." "우와아." 플랫이 환호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로 벌렁 드러누워, "역시 그렇지?! 이 타이밍에 마피아와 전면전을 벌이지 않고 영향력을 최대한 유지하려면, 지즈 씨의 제자가 되는 게 제일 빠르지! 아버지는 싫어하시겠지만, 어머니라면 제일 먼저 그렇게 하실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사람이야?" "응, 그런 사람!" / 바닥에 누운 채로 두 번 고개를 끄덕였다. / "강의과단(剛毅果断)! 불요불굴! 정명강간(精明強幹,사물을 잘 이해하고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고 심신이 건강한 사람)! 가끔 불안정! 지금 에스칼도스 가문은 8할 정도는 어머니가 다시 일으킨 거나 마찬가지고!" 여걸을 나타내는 숙어들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섞여 있었지만, 에르고에게는 다른 것이 마음에 걸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7 "그럼, 지즈 씨가 유언을 남겼다는 것은, 역시 지즈 씨는 자신이 살해당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던……?" 처음 Ⅱ세와의 내기를 제안했을 때부터, 지즈는 제자를 써도 좋다고 말했었다. 확인한 것은 Ⅱ세 쪽이지만, 순순히 대답이 나온 것은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에르고 일행도 생각하고 있었다. 지즈의 권리를 이어받아 플랫의 어머니가 선연(카사)에 참가했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짙어졌다. "으음, 적어도 살해당할 가능성은 생각하고 있었겠지. 물론 어머니라면 유언을 남기게 하고 나서 직접 죽이는 정도는 하실 수 있지만." "…………" 플랫의 말에 잠시 에르고가 침묵했다. 새로운 지즈의 제자. 멜빈 웨인즈. 예 스젠. 그리고 알레트 에스칼도스. 지즈의 죽음의 수수께끼는 물론이고, 이렇게 제자가 늘어나 버리면, 본인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흐릿해진다. 마치 지즈라는 이름의 유령이, 바로 지금 모나코를 활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았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혼란스러워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8 침묵이 몇 초 계속되다가, 카층, 하고 소리가 났다. 초조해진 청년의 마음을, 풀어주는 듯한 소리였다. 방에 울려 퍼진 그 소리와 함께, "──에르고." 하고, 누군가 불렀다. 의자에 앉아 있던 에미야 시로가 하얀 가면을 들고 있었다. 창문에서 비스듬히 비치는 빛도 더해져, 그 모습은 매우 경건한──신성한 무언가에 헌신하는 구도자처럼 보였다. 끌과 망치를 테이블에 다시 놓고 나서, 그는 일어섰다. "네 가면이다, 에르고." 하고 건네주었다. 양손에 새하얀 가면을 들고, 에르고는 침을 삼켰다. 얼핏 보기에는 큰 차이가 생긴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변한 것을 에르고는 느꼈다. 무기물이어야 할 가면에서, 강력한 신비의 맥동이 전해졌다. 두근두근 맥박치는 그것은, 에르고 자신의 고동과 어우러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있으니, 하나의 작품 같네." "에?" "가면과 에르고가 말이지, 그리스 조각상 같은 느낌이라고." 소박한 감상이었지만, 에르고는 마치 벼락에 맞은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9 그러고 나서 시로가 근처에 준비된 웃옷을 걸쳤다. "자, 반 펨 씨를 만나러 가는 거지." "아, 네." 에미야 시로를 찾아달라고, 반 펨에게 부탁받았었다. 그를 사선환희선(死線歓喜船, 클로제 아나펠)으로 데려가면, 그 의뢰는 완료된다. 하지만, 에르고는 다른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저 떠돌이 연금술사가 말했던──시로 씨가, 아버지인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였다는 것은 신경 쓰이지 않습니까?" "물론, 신경 쓰이지." 라고 시로가 긍정했다. "하지만, 지금 에르고와 엘멜로이 2세가 곤란해하고 있잖아. 그럼, 그쪽을 해결하고 나서 생각해도 돼." "정말로?" 이번에는 옆에서 듣고 있던 예 스젠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도 시로의 아버지잖아? 게다가 목숨을 노려지고 있는데, 내버려 둬도 괜찮다는 거야?" 그 말에 시로는 조금 곤란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빨리하지 않으면 사선환희선(死線歓喜船, 클로제 아나펠)이 출항해 버리잖아? 스젠 씨도 그 전에 타고 싶다고 했었잖아." "…………" 단호한 시로의 대답에, 이번에는 스젠이 침묵했다. 시로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에르고의 가슴속에는 가시 같은 위화감이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0 (……나는, 이 사람의 과거를 봤다.) 과거뿐만이 아니다. 에미야 시로가 성배전쟁에서 만났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몇 번이나 엿봐 버렸다. 단순한 시간의 총량만 따지면, 여기까지 함께 여행해 온 엘멜로이 2세나 그레이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편적으로 알았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 에르고에게 있어서, 에미야 시로는 그런 상대였다.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하고 물었다. "뭔데?" "여자아이를 인질로 잡혀서, 마피아에게 붙잡혔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하지만 시로 씨라면, 그 정도는 어떻게든 됐던 것 아닙니까? 인질이 있다고 해도, 되찾으면서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으음." 하고 시로가 팔짱을 꼈다. "됐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위험하잖아? 아무리 잘해도, 실패를 제로로 만들 수는 없어. 그렇다면, 항복하는 게 좋다고 그 자리에서는 생각했어." 논리는 맞았다. 하지만 작은 가시 같은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말로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야기에는 에미야 시로라는 인간의, 매우 중요한 무언가가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갈고닦은 직감이, 청년에게 그렇게 알리고 있었다. (……알고 싶다.) 강하게, 에르고는 그렇게 생각했다. 에미야 시로라는 남자를, 알고 싶다고. "……시로 씨." 결심했다. "저는──" 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청년은 입에 담았다. 창유리에 모나코의 오후 풍경이 비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1 여기까지 큰 배라면, 그 풍경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배에 타고 있다기보다는, 조금 떨어진 작은 섬에 있는 기분이다. 게임 후, 우리는 주어진 선실로 돌아왔다. 첫 번째 게임에서도 사용된 장소였지만, 물론 바닥에 열려 있던 비밀 계단은 닫혀 있다. "스승님……" "어쨌든 여기까지 살아남았군." 스승님은 소파에 앉은 채로 얼굴에 손을 대고 있었다. 책상에 얼음물을 넣은 그릇이 놓여 있다. 그 그릇에 손가락을 식히고 나서, 눈 주위에 대고 있다. 몇 번이나 가볍게 문지르듯 하면서, 심호흡하고 있다. 마치 맹렬한 폭풍을 만난 난파선처럼, 부드러운 소파 바닥까지 가라앉을 것처럼 보였다. "어깨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부탁하지." 어라, 하고 생각했다. 내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살짝 등 뒤로 돌아가서, 어깨에 손을 댔다. 셔츠 너머로도 근육의 긴장이 확실히 전해졌다. 아교 같은 무언가로 굳어버린 바위 같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주어, 천천히 주물러 풀어준다. 금방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들여, 체온을 전하듯이. 희미한 통증에 신음하는 듯한 소리를 낸 후,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그런 승부는 이제 질색이군. 정신은 물론이고 영혼까지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스승님의 감상은 단순히 두 번째 게임이 힘든 도박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멜빈을 상대로, 수많은 유혹을 물리치고, 세 번째 게임까지 스승님은 승리했다. 분명, 여행의 목적을 위해서. (……두 가지를, 스승님은 이 도박의 천칭에 올렸다.) 하나는,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와의 결판. 선연(카사)의 도박에서, 진 쪽이 이긴 쪽에게 따르기로 스승님은 지즈와 약속했었다. 지즈가 죽은 후에도 그 계약은 제자들에게 이어져, 도박은 계속되고 있다. 또 하나는, 반 펨이 넌지시 비춘 상품. 에르고의 기억 포화와, 나 자신의 나이 고정을 해결할 수 있는 술식이 존재한다고, 상급 사도 반 펨은 말했었다. 결판도 상품도, 펨의 선연(카사)에서 이겨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렇기에 스승님은 여기까지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332 죄송함과, 자랑스러움이 내 안에서 요동쳤다. 에르고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서도 이렇게까지 쇠약하게 만들어버린 것과, 그럼에도 뜻을 관철하려는 스승님의 불굴이, 견딜 수 없이 가슴을 조였다. (……소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굳어버린 어깨를 풀어주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것이 싸움이었다면, 스승님과 라이네스를 지키기 위해, 어떤 위험도 무릅썼을 것이다. 블랙모어의 묘지기로서 전수받은 비법도, 원치 않게 아서왕의 그릇으로서 얻게 된 『힘』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휘둘렀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음모나 도박이 되어버리자, 나는 완전히 무력했다. “그레이.” 괴로움을 억누르며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자, 목소리가 들렸다. “네.” “편해졌다. 고맙다.” 다정한 말에, 오히려 비참해졌다. 그럴 리가 없다.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않은 손길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배려의 말이 아팠다. 그래도,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두 번째 게임에서 밝혀진 수수께끼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될 수수께끼가. “스승님. 멜빈 씨와 이야기할 때──그, 지즈의 제자가 신과 계약했다고 말했던 건.” “물론, 바이 뤄롱의 이야기겠지.” 스승님의 말에, 꿀꺽 침을 삼켰다. 바이 뤄롱. 신을 먹은 에르고에 대항하는, 용──그것도 태조룡(太祖竜)인 티폰을 먹은 남자. 두 번째 게임에서는 거의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지즈가 간단히 제자를 늘릴 수 있었던 이유를, 스승님은 밝혀내고 있었다. 현대임에도 불구하고, 신대 마술의 사용자를 그렇게 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숨겨진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장치였다. 설마, 그 바이 뤄롱이 용을 먹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신이기도 했다니. “어떤 신인지는…… 알고 계시나요?” “거의 확실하다.” 라고 스승님이 단언했다. “이것이 소설 속 탐정 이야기라면, 예단을 피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 이야기해 주지. 뤄롱이 신이라는 추리가 사실이라면, 그 정체는 거의 확실하게, 그리스 신화의 자그레우스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3 “자그레우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이 여행을 떠나고 나서, 분명 이 귀를 스쳐 지나간 이름. 하지만, 어디서? 고민하는 나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스승님이 이렇게 말을 이었다. “마안수집열차(레일 체펠린)의 페이커를 기억하나?” “물론입니다.”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처음 만난 경계기록대(고스트 라이너). 성배전쟁에서 서번트라고 불리는, 영령의 현신. 그 마안수집열차에서, 정복왕 이스칸다르의 마술적 그림자 무사(카케무샤)였던 페이커와 사투를 벌였었다. “그 페이커가 계약했던 것이 디오니소스. 그리스 신화에서도 오르페우스 교라고 불리는 비교(秘教)에 속하는 신이지. 정복왕 이스칸다르가 이끄는 마케도니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오르페우스 교와 인연이 깊은데, 자그레우스는 이 종교에서 주신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신이다.” “앗……” 그래서, 생각났다. “……일본에서도, 야코우의 저택에서 자그레우스라는 이름을 말씀하셨었죠.” “말했지. 그 사건은 신을 먹은 에르고에 이어서, 인간의 내면에 신의 파편을 봉인하는 전승에 관한 것이었으니까.” 흑궤(黑櫃, 쿠로히츠). 일본에서, 우리는 그렇게 불리는 사람을 만났었다. 신의 파편──신체(간타이)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산 제물과도 같은 존재. 그 흑궤에 대해 야코우의 당주와 이야기할 때, 스승님은 아즈텍의 신관이나, 이집트의 심장에 관한 전승과 함께, 그리스 신화의 자그레우스에 대해 언급했었다.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죽은 자그레우스의 심장을 아버지인 제우스가 먹고, 여자와 관계하여 다시 태어나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신이 신을 먹는 전설이지. 에르고의 정체가 알렉산드로스 4세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지만, 이렇게 정리해 보면 너무나 명확하다.” 스승님의 말에, 기억이 정리되어 간다. 그랬다. 그때는 아직 정복왕 이스칸다르가 이 여행에 깊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에르고가 먹은 신도 한 기둥밖에 알지 못했고, 얼마 안 되는 단서를 쫓아, 일본의 료우기 미키야를 찾아갔었다. 하지만, 여러 조각이 맞춰진 지금,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만났던 모든 일들이 필연적으로 느껴졌다. (마치……별들의 움직임 같아……)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정답 바로 옆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정말로 뤄롱 씨가……” “레이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인 가설이고, 실제로 어떨지는 별개다. 신비와 관련된 이상, 모든 가능성을 부정해서는 안 돼. 오히려, 네 의견은 어떻지? 이런 일에 대한 직감에 대해선, 나보다 네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소제도, 스승님의 가설에 찬성이에요.” “흠.” 한 눈을 감고, 스승님은 고개만 돌렸다. “의외로 놀라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엄청 놀랐어요. ……하지만 어쩐지, 납득이 돼 버려서.” “납득?” “네.” 나 자신이 아니라, 내 몸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감각이 있었다. 나와 에르고와 바이 뤄롱은, 조금 닮았다. 평범한 그레이(어느 쪽도 아닌), 아서왕의 육체로 변화된 자신. 알렉산드로스 4세의 육체에, 세 위의 신을 먹인 에르고. 그리고, 자그레우스라는 신에, 용을 먹인 바이 뤄롱. 모두 놀라운 변화를 겪었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아마, 에르고에 비하면, 원래 아서왕과의 친화성이 높은 나는, 부담이 훨씬 적을 것이다. 반대로, 바이 뤄롱=자그레우스는 나만큼 태조룡 티폰과의 친화성이 높지는 않더라도, 삼킬 만한 그릇과 전승을 확보하고 있었다. 바이 뤄롱에게도 식신충동은 있지만, 에르고처럼 기억 포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그래서, 용보다도, 바이 뤄롱 씨 본인이 더 무섭게 느껴졌던 걸지도 몰라.) 그렇게까지 일본에서 날뛰었던 티폰의 권능 자체보다, 그것을 휘두르는 바이 뤄롱이야말로, 나에게는 위협이었다. 나나 에르고와 비슷한 처지이지만, 애초에 소체로서 상회하는 신의 정체를, 내 신체가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흠. 덕분에, 어깨가 좀 움직이는군.” 한 차례 마사지가 끝나자, 스승님이 빙글 고개를 돌렸다. 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내, 입에 물었다. 끝을 성냥불로 지지자, 천천히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문 채로, 선내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334 “아, 왔다.” 맛있는 냄새에, 시로가 코를 킁킁거렸다. 해변의 카페였다. 공교롭게도, 모나코에 와서 처음으로, 지즈와 엘멜로이 2세가 협상했던 장소였다. 점원이 가져온 접시에 담겨 있는 것은, 그때의 바르바주앙(Barbagiuan). 그리고, 농어를 토마토소스로 구운, 바 아 라 모나코(Bar à la Monégasque)였다. 농어 아래에는 감자와 당근이 깔려 있고, 농어에서 떨어지는 즙으로 촉촉하게 물들어 있었다. 모나코의 이름이 그대로 사용된 향토 요리답게, 항구 도시다운 풍성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 농어와 감자를 포크로 입에 넣고, 에르고는 눈을 깜빡였다. “포슬포슬하네요.” “응. 당근과 토마토소스의 조합도 최고야. 입안에서 농어가 부드럽게 부서지는 게, 아까울 정도야. 나중에 린에게 만들어주고 싶네.” 시로도 마찬가지로 먹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키리츠구(할아버지)가 말했던 맛이랑은, 꽤 다르네.” “아버지의 이야기에서는 어땠습니까?” “농어는 담백하지만, 경치가 최고였다고 했어. 아, 아니, 그때의 키리츠구(할아버지)라면……” 거기서 말을 멈추고, 시로는 시선을 옮겼다. 에르고도 따라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즉, 두 사람이 찾아간 곳은, 그런 장소였다. 에미야 키리츠구의 발자취. 뛰어난 마술사로서의, 혹은 이름난 암살자로서의 그것이 아니다. 단지, 어린 시로에게 이야기해 주었던 장소나 풍경을 따라가며,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산책이었다. 펨의 선연(카사)로 돌아가는 것도,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를 추적하는 것도 아니고, 에미야 키리츠구의 발자취를 알고 싶다고, 에르고는 시로에게 제안했었다. 원래, 모나코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인 만큼, 도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대부분의 장소를 돌아보고, 이 카페는 이제 마지막 장소였다. 불과 몇 시간 전, 빌딩이 폭파 해체되어 큰 소동이 일어났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나코의 바다는 평온했다. 두 사람이 거의 접시를 비웠을 무렵, “저……”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바르바주앙 접시를 가져다준, 서른 중반을 조금 넘었을까 싶은, 아시아계 여성 점원이었다. 머뭇거리는 듯한 느낌으로,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혹시, 에미야 키리츠구 씨의 지인이십니까?” 잠깐의 간격을 두고, 시로가 대답했다. “네. 아들인, 에미야 시로입니다.” “아, 역시!” 팟, 하고 여성 점원의 얼굴이 환해졌다. “여기에 머무르는 동안, 키리츠구 씨가 삼일에 한 번 정도, 저희 가게에 오셨어요. 같은 자리에서, 항상 즐거운 듯 바다를 바라보셨죠.” “키리츠구(할아버지)가?” “네.” 여성 점원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고 점장님은 말씀하셨지만, 저에게는 항상 상냥하셨고, 가끔 일본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먼 동쪽 나라에 아들이 있다고.” 그녀의 눈빛에는, 희미한 빛이 있었다. 그 당시의 그녀는 아직 20대였을 것이다. 동경하는 이방의 여행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한──아주 조금, 먼 옛날의 연모가 배어 나오는 듯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선을 좌우로 흔들며, 물었다. “저, 키리츠구 씨는?” 잠시 눈썹을 찡그린 후, 시로가 대답했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셨군요.”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로, 점원의 기색이 시들해졌다. “죄송합니다. 슬픈 건 시로 씨 쪽이시죠.” “아니요, 저에게는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서.” 그렇게 말하고 나서, 시로가 덧붙였다. “지금은, 키리츠구(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모나코의 장소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이 카페 이야기도 해 주셨었어요.” “정말요? 그럼 다행이네요.” 한바탕 이야기를 나눈 후, 점장인 듯한 남자에게 불려, 여성 점원은 아쉬운 듯 자리를 떠났다. 그러고 나서, 시로가 뺨을 긁었다. “후지 누나가, 가끔 키리츠구(할아버지)를, 나쁜 어른이라고 평가했었는데……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드네.” “시로 씨가 그런 말을 하다니요.” “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짐짓 심각한 얼굴로,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진지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상대가 자각할 필요가 없다면,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신, 마지막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나서, 말을 꺼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5 (……또 하나, 수수께끼가 있었다.) 하고, 에르고는 생각했다. 신의 시점으로 모나코를 부감했을 때 보았던, 시로를 납치한 마피아들의 총살된 시체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에 의한 것이겠지. 그 시점에서 쥬스트가 시로를 쫓고 있었고, 그 결과, 스젠이 시로를 구한 것과 어긋나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지만) 아직, 불가해한 점은 있다. 어째서, 쥬스트와 마피아가 싸우게 되었는가. 쥬스트가 시로에 대해 남다른 집착을 품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시로가 이미 없다면, 반드시 싸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시로가 구원받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기원탄의……) 거기서, 불현듯, 두 사람이 뒤돌아봤다. 아까의 여성 점원이, 돌아왔던 것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물었던 시로에게, 그녀가 종이 조각을 내밀었다. "두 분은 키리츠구 씨가 갔던 장소를 찾아다니고 계시잖아요? 그렇다면, 여기는 가 보셨어요?" 건네받은 종이 조각에는, 간단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키리츠구 씨가 사용했던 바. 이제 곧 공사한다고 말했으니, 이제 없을지도 모르지만, 분위기 정도는 맛볼 수 있을까 해서요." "고맙습니다." 시로가 고개를 숙였다. 솔직한 성격마저도 전해지는, 그런 인사였다. 그러고 나서, "가 볼까." 또 하나, 가야 할 장소가 늘어났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6 아까의 메모와 휴대 단말기의 지도를 서로 보면서, 에르고와 시로는 대낮의 모나코를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파도 소리. 적절한 비율로 섞이는, 스포츠카 엔진 소리. 여러 가지 소리를 비교하며, 여름 휴양지에 눈을 가늘게 뜨고, 좁은 골목 근처에서, 불현듯 쌍방이 발을 멈췄다. "에르고도 눈치챘어?" "……이거, 결계예요. 선생님이 사용하는 것 같은, 마력에 의존하지 않는 계통의." 인간의 본능이나 기시감에 호소하는 계통의 결계. 시선을 교환하고 나서, 두 사람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제 곧 공사를 시작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런 표식이 놓여 있기는 했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모나코의 토지 사정으로 생각하면, 공터로 방치하다니 생각하기 어려웠다. 목표인 바의 문 앞에서, 잠시 두 사람이 멈췄다. 에르고가, 손을 들어 올렸다. "누군가, 있습니까." 두 번 정도, 노크한다. 답변은 없다. "에르고, 잠깐 비켜 봐." 시로가 손잡이 부분을 쓰다듬자, 손가락 끝에서 빛의 선이 흘러나왔다. "지금 건?" "간단한 해석. 옛날에는 이렇게 스토브 같은 거 고쳤지만." 손가락을 움직이자, 그 끝에 열쇠 모양이 만들어졌다. 그의 투영에는 그런 응용도 있는 모양이다. 문을 열고,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골목길이라 햇빛도 거의 닿지 않아, 몹시 어두컴컴하다. 카운터석만 10석도 되지 않는, 아담한 바였다. 카운터 건너편 벽의 선반에는, 많은 술병이 늘어서 있었지만, 그것도 쓸 만한 것은 가져간 후인지, 틈투성이였다. 주변을 관찰하면서,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로가 겉옷을 벗고, 붕대의 일부를 빙글빙글 감기 시작한다. 능숙하게 마무리하려는 찰나, 그 손이 멈췄다. "시로 씨?" "응.……아마, 이거겠네." 카운터의 건너편으로 돌아가서, 시로가 몸을 굽혔다. 바닥에 손을 댄다. 그 손가락이 부자연스럽게 미끄러졌다. "바닥이, 움직여." 딸깍, 하고 소리가 났다. 에르고도 카운터 측으로 돌아가자, 거기에 검은, 좁은 지하 입구가 나타났던 것이다. "……숨겨진 방?" 반 펨의, 첫 번째 게임과 비슷한 장치가 있었지만, 그 정도의 장치는 아니었다. 입구 해치를 위장했을 뿐이다. 하지만, 게임이 아닌 만큼, 그 의미는 몹시 중요했다. 다시 시로가 겉옷을 걸치고, 두 사람이 경계하면서 계단을 내려간다. 당연히 햇빛 따위는 거의 닿지 않았지만, 에르고든 시로든, 시각이 『강화』되어 있는 이상 문제 될 것은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7 내려온 곳에, 다시 문이 있었다. "시로 씨, 이 문." "함정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네." 문에 손을 댄 시로가 말한 것과, 환수로 안쪽을 감지한 에르고가 말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번에는, 에르고의 환수가 문에 닿았다. 그대로 문의 안쪽을, 환수가 꿰뚫는다. 와이어와 화약을 이용한 함정 구조에 대해,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엿보았던 예지 때문일까. 천천히 문이 열리고, 방 내부를 드러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8 "……이거." "……키리츠구(할아버지)가 사용했던 은신처(세이프하우스)?" 그렇다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에는 먼지가 쌓여 있지 않았다. 대신, 대량의 총기가, 비좁게 늘어서 있었다. 권총(핸드건). 기관단총(서브머신건). 돌격소총(어설트라이플). 소총(라이플). 저격총(스나이퍼라이플). 총기뿐만 아니라, 각종 나이프나 수류탄, 숨겨진 홀스터 같은 장비 외에, 에르고가 모르는 ──사용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물건도, 여러 개 섞여 있었다. 아니, 현대 병기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총기 옆에 놓인 정교한 의수에, 시로가 눈을 깜빡였다. "이거, 아틀라스 원의 장비인가──?" "그럼, 저 쥬스트가 썼던?" 에르고가, 숨을 멈췄다. 필수적인 장비인 이상, 예비(스페어)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것이 그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 장소는 에미야 키리츠구의 은신처(세이프하우스)라는 것 외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것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에미야 키리츠구의 발자취를 쫓을 생각이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곳에 도달해 버렸다. 키리츠구의 은신처(세이프하우스)를, 쥬스트가 자신의 기지로 바꿔 놓았다는, 놀라운 사실. 경악으로 흐트러지기 쉬운 호흡을 억누르며, 에르고가 내부를 둘러보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9 "시로 씨, 이거!" 하고, 검지를 올렸다. 화이트보드 바로 뒤에, 수많은 사진이나 자료가 붙어 있었고, 여러 가지 색의 끈으로 묶여 있었다. 소위 매핑이었다.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요소나 사고를 기술해서, 정리하기 위한 수단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은막을 장식해 온 수많은 명배우가 무색할 정도로, 몹시 아름다운 남자의 사진이었다. "지즈……!" "저 녀석이 방황해(彷徨海)의?" 물었던 시로에게, 에르고가 작게 끄덕인다. "그럼, 역시 지즈를 살해한 건 쥬스트……?" 아까, 찻집에서 생각했던 것이었다. 기원탄을 은닉하고 있던 마술 상인(미스틱 딜러)와 마피아는, 총살당했었다. 그때 기원탄을 훔쳐, 지즈 살해에 이용했다고 생각한다면, 앞뒤가 맞다. 쥬스트가 에미야 시로와 마찬가지로 지즈도 노리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 매핑에 사진이 붙어 있는 것은 납득이 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0 게다가, 그 사진에서 떨어진 장소에, 다른 사진이 붙어 있었다. 에미야 시로의 사진. 주위에는, 다른 사진이나 메모가 여러 장 붙어 있었다. 에미야 시로가 참가했던 5차 성배 전쟁에 대한 기술. 성배 전쟁을 마치고, 토오사카 린의 조력자로서, 시계탑에 가입했던 경위. 매우 짧기는 하지만, 대상의 성질이나 사건의 핵심이 전달되는, 세련된 문장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1 게다가, 기술 주위에는 여러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고, 그러한 자료 중 하나에는 오래된 잡거 건물의 단면도가 그려져 있었다. "이건, 오늘 아침 폭파 해체(데몰리션)의 계획서……" 하고,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폭파 해체(데몰리션)는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예 스젠에 의해, 시로가 저 건물로 옮겨진 후부터 며칠 정도의 시간이 있었으니, 이런 계획을 세울 시간은 충분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옆의 사진이었다. 모나코 것이 아니다. 거리 모습이나 간판에 사용된 문자를 보면, 일본이었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건축물이 파괴되어, 연기를 내뿜고 있다. 아마도, 이번 폭파 해체(데몰리션)의 견본으로 삼았던 현장이겠지. 날짜는 10여 년 전의 것이었다. "이거 혹시, 4차 성배 전쟁 후유키의……" "후유키 하야트 호텔?" 에르고에 이어, 시로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사진을 뚫어지게 보면서 말한다. "화재로 부서진 후에 재건축되었다…… 고 들었는데, 저거, 키리츠구(할아버지)가 한 짓이었나." 마술사 킬러라는 별명을 플랫 일행에게서 듣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자신이 살았던 땅에서, 키리츠구가 어떤 행위를 벌였는지까지 들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폭파 해체(데몰리션). 4차 성배 전쟁에서, 에미야 키리츠구가 선대 로드 엘멜로이와 대결하기 위해 택한 수단. 특히 결계나 공방에 힘을 쏟는 고위 마술사에게 유효. 예 스젠이 에미야 시로를 숨기고 있는 경우라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됨." 붙어 있던 메모를, 에르고가 읽었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매핑은, 저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에 의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2 게다가, 거기에서 이어진 푸른 끈은, 다른 것들과는 전혀 다른, 수많은 사진과 메모 군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거……" 매핑 안에서, 그 부분만이 이상했다. 비슷한 사진을 몇 번이나 끈질기게 붙여놓고, 그 사진들을 해석하기 위한 다른 자료를 위에서 몇 겹이나 덧붙여 놓았고, 바로 근처의 메모도 다른 것과는 다르게, 휘갈겨 쓴 듯한 거친 필치로 되어 있었다. 이 매핑을 만들어낸 인간 내면의 열기가, 그곳에서만 표출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 메모의 내용은……. "……대형 여객기 격추." 시로가, 메모를 읽었다. "탑승했던 사도(死徒) 오드 볼자크를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타고 있던 동료 마술사 나탈리아 카민스키와 시식귀가 된 승객들과 함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폭살되었다고 보임. 만약 시식귀들이 해방되었다면, 뉴욕의 1/3이 괴멸되었을 것으로 예측됨. 폐쇄 공간에서 폭발적으로 증식한 시식귀의 격멸 사례로 극히 희유함. 위대한 마술사 킬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첫 번째 사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3 "야전 병원 폭파. 여러 조직과 적대하고 있었던 중동의 마술사 게라프를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임. 게라프가 사역하던 수백의 악령과, 그 악령에 씐 병사들을 한꺼번에 격퇴함. 과거 게라프의 제자였던 마술사 플뤼거의 협력을 얻어내, 교활한 게라프의 함정을 모두 빠져나왔다고 보임.…… 후유키에 있어서 폭파 해체(데몰리션)의 선행 사례로 생각됨. 기술적으로는 후의 후유키만큼 세련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현대 기술이 마술사를 능가한다는 충격을, 마술 세계 전체에 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4 "종교 건축물에 독가스 주입. 당시 동유럽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던 해당 종교 조직에 대한 대책으로 보임. 해당 종교 조직은 시계탑에서 이탈한 봉인 지정 마술사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그 마술사와 핵심 신자를 모두 제거한 결과, 지역 치안은 크게 안정되었다. 이를 기회로 에미야 키리츠구를 위험시하는 목소리가 각지에서 높아져, 이 1년 후 그는 아인츠베른에 의지하게 되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5 희미하게, 시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수많은 키리츠구의 소행은, 이제 극악한 테러리스트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여러 사정이 있다고 해도, 결코 전면적으로 긍정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번 경우, 그 충격을 받아들이기 전에, 두 사람의 시선은 거기에서 녹색 끈으로 연결된 다른 사진에 빨려 들어갔다. 그쪽 사진은, 최근에 새롭게 핀으로 고정된 듯했다. 에르고가, 작게 눈을 크게 떴다. "에…… 선생님…… 누나……"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 사진이었다. 옆 메모에, 두 사람의 경력이나 특기도 기재되어 있었다. 런던 시계탑에서 엘멜로이 2세의 평판과 업적. 내제자인 그레이와의 관계성, 그리고 두 사람이 관여했던 사건. 블랙모어의 묘지기로 자라난 그녀의 능력, 심지어는 성창<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까지…… "그럼." 하고, 에르고가 중얼거렸다. "쥬스트의 다음 살해 대상은, 선생님과 누나……?" 에미야 시로 또한, 키리츠구(할아버지)의 소행에서 시선을 빼앗고, 에르고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 선연(카사) 중이라는 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선생님과 누나는 지금쯤, 펨의 선연(카사)의, 세 번째 게임에." 절박한 표정으로, 청년이 휴대 단말기를 꺼냈다. 귓가에 대고, 곧바로 어금니를 깨물었다. "안 돼, 닿지 않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6 "그레이." 앞서 가던 스승님이, 이름을 불렀다. 그 이유는, 시선 끝을 따라가 보면, 분명해졌다. 군복을 걸친 여걸. 알레트 에스칼도스. 붉은 입술 끝을 들어 올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조금 늦었군, 군주(로드). 세 번째 게임에도, 꽤나 여유가 있는 모양이군." "설마요. 단지 피로가 쌓여서, 아슬아슬할 때까지 자고 있었을 뿐입니다." "흐음. 마력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육체 피로에 비해, 정신(멘탈) 피로는 해결책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납득한 듯, 알레트가 끄덕인다. 물론, 스승님의 경우는 상당히 육체적인 피로이지만, 이건 명예를 위해서 입을 다물어 두기로 한다. 무인의 카지노를 둘러보고, 그녀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저쪽 특별실에 집합하라고 하지만, 이 정도면 카지노를 독점하고 있는 것 같네. 후후, 쭉 관객으로서 즐겨 왔던 펨의 선연(카사)이지만, 참가해 보는 것도 나쁜 기분은 아니군." "하나, 개인적인 것을 여쭤봐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게, 군주(로드)." "그럼, 사양 않고" 몇 초 정도 시간을 두고,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자식을, 어째서 지키려고 하지 않으시는 거죠?" 암묵적으로, 그 이상의 것을 묻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의 아이를 죽이려 하는가. 마술사의 자제로서, 다음 세대를 짊어져야 할 상대인 플랫을, 어째서 제거하려고 하는가. 그러자, "묘한 것을 말하는군, 군주(로드)." 알레트가 눈썹을 찌푸렸다. 동성인 나조차도, 섬뜩하고 말 정도로, 매력적인 몸짓이었다. 군복의 용맹함과 어우러져, 몹시 뒤틀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말이다." 몹시 엄숙한 표정으로, 알레트는 말을 잇는다. "대량 살상 병기에 자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었을 때,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 그 논리는, 너무나도 마술사의 것이었다. 동시에, 마술사로서는 성립하고 있다는 것도,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플랫이라면, 대량 살상 병기 정도는 해낼 것이다. 본인의 성질을 보아서, 타인을 상처 입히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걸음만 잘못 내디디면, 엄청난 결과가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오히려, 성실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자나 아이의 뒷수습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불평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위장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불쾌감을 느껴 버렸다. "자식은 물건도 병기도 아니겠죠." "시계탑의 한 자리를 책임지는 사람답지 않은, 감성적인 발언이군.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마술사다. 그렇다면, 그것을 기뻐해야 하고, 그 윤리 속에서 살고, 죽어야 한다. 일부러 범인에게 맞춰서, 신비를 깎는 듯한 행동을 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지?" "그래서, 지즈의 제자가 되었다?" "그렇게 받아들여 주어도, 상관없네." 알레트의 표정에서는, 본뜻을 헤아릴 수 없다. 말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 뒤에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나도 짚이는 바가 있었다. (……시계탑의 중진들과 같아……) 현대의 마술사다운, 여러 겹으로 진의를 숨긴 수법. 피식, 하고 그녀가 웃었다. "이런 것도 가정 방문이라고 해야 할까. 받아보는 건 처음이라, 꽤 유쾌했어." "알레트 씨." 그 목소리가, 내 입에서 새어 나왔다는 것에, 놀라 버렸다. 하지만, 한 번 나와 버리자, 각오가 정해졌다. "저도, 괜찮을까요." "호오. 소문으로는 듣고 있지만, 확실히 군주(로드)의 비장의 아이라고 했던가?" "스승님 내제자인, 그레이입니다. 엘멜로이 교실에서, 플랫 씨와 함께 수학하고 있습니다." 이쪽을 노려보는 알레트의 시선은, 마치 화살 같았다. 그래도, 얼굴을 돌리려 하지는 않았다. 지금만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 "플랫 씨는, 계속 진지하게 배우고 있었습니다. 진지하다는 형태가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특별할 정도로 성실했던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 아이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거죠." "……과연. 이런 경우, 감사하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품속에서 금속 케이스를 꺼내어, 알레트가 손안에서 굴린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가지고 있었던 케이스였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내제자." 딸깍(カチン카칭). 케이스 뚜껑을 열고, 닫는 소리.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규칙적으로 고막을 찌르는, 권총 탄창을 돌리는 듯한 소리. "아무것도, 모르는 걸지도 모릅니다. 마술사의 가문이, 여러 사정을 가지고 있는 건, 저도 압니다.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그것은 복잡해서,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요." 내 손가락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머리로 피가 모여 버렸다. 누군가와 말로 맞서는 것은, 칼날을 교차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그래도, 플랫 씨가 시계탑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 왔는지 정도는, 당신도 알아야 한다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7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레이디." 하고, 스승님이 제지했다. 제지한 이유는, 양탄자에서 웅성거리는 가죽 구두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어라, 엘멜로이 2세." 쾌활한 미소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보라색 리넨 셔츠에, 네이비 블루 베스트를 걸친, 키 2미터에 가까운 거한이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 이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나서, 이번에는 알레트에게도 인사했다. "이런, 설마 알레트 님도 참가하시다니. 서로 좁은 모나코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펨의 선연(카사)에서 갖고 싶은 게 있었을 줄이야. 살짝 가르쳐 주시면,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거라면, 개인적으로 선물해 드리고 싶을 정도인데." "마음에도 없는 말은 집어치우게." 이시리드의 가벼운 발언을, 딱 잘라 알레트가 거절한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줄곧 에스칼도스 가문에는, 남다른 경의를 표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하지. 에스칼도스 가문에는 그 정도 가치가 있어. 그러니, 개인적으로 선물, 이라는 시시한 말에는 질렸네. 진심이라면 시계탑 모나코 지부나, 모나코의 관리인(세컨드 오너)인 모건 파르스 가문을 움직여 보게." "흐음. 그렇게 말해주시면, 아귀가 맞는군요." 이시리드가, 옅은 수염이 난 턱을 쓰다듬었다. "어쨌든, 마지막 게임이 되겠지요. 부디 엘멜로이 2세도 알레트 님도 손대중을." 온화하게 고개를 숙인 이시리드이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다. 이 상대도, 세 번째 게임까지 살아남은 갬블러였다. 그리고, 또 한 명. 카지노 가장 안쪽, 특별실 앞에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펨의 딸들 ── 그렇게 불리는 여성형 골렘 한 기체가, 다가왔던 것이다. 쿠폴라라는 개체였다. "기다리셨습니다." 공손하게, 쿠폴라는 고개를 숙였다. "세 번째 게임을, 개시하겠습니다. 여러분,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8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특별실은, 의외로 작은 방이었다. 돔과 비슷한 반경 5미터 정도의 공간 중앙에, 선명한 녹색 라샤(羅紗)가 깔린 원탁이 놓여 있다. 앤티크의 원탁처럼, 늘어선 목제 의자도, 동류의 정교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다. 아마 원탁과 함께, 같은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겠지. 딜러인 쿠폴라가 가장 안쪽으로 이동하고, 전원에게 착석을 권했다. 스승님, 알레트, 이시리드 세 명이, 각자 앉는다. "그레이 님은 그쪽으로." 스승님의 뒤에 놓인 의자로 안내되면서, 나는 예전 플랫의 설명을 떠올리고 있었다. 펨의 선연(카사)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누벨(Nouvelle). 오땅띠끄(Authentique). 각각, 신기함과 전통 정도의 의미가 되는 두 개의 게임은,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마지크(Magique). 마술을 이용한 게임이라고, 플랫은 설명했다. 이번에는, 그것이 마지크가 되는 것일까. "…………"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착석한 플레이어 세 명에게, 딜러가 천천히 시선을 돌리고, 말을 걸었다. "여러분, 준비는 되셨습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9 "기다려 주시오." 하고, 스승님이 목소리를 높였다. "세 번째 게임은, 반 펨 공이 직접 참가한다고 했었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요. 무슨 일이 있는겁니까?" 그러자, 딜러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앞으로 이야기할 사정 때문입니다. 하지만, 물론 사정이 있다고 해서, 지연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선연(카사)의 주인인 반 펨 님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30초 후에, 세 번째 게임을 개시하겠습니다." "그건……" 찬반을 따질 여지도 없이, 딜러가 눈을 감았다. 불편해 보이게, 이시리드가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흐르는 것처럼 움직이는 자동 감김 초침이, 개시 시간까지의 거리를 잔혹하게 짓눌러 간다. "앞으로 20초." 이시리드가, 중얼거린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10초. 9, 8, 7……" "아니 아니, 늦어서 미안하군!" 새롭게 문이 열리고, 순백의 실크햇과, 같은 색 재킷을 입은 남자가 튀어나왔다.  반 펨이었다. "응응, 여러분 모두 모인 것 같군! 잠깐 급한 용무로 늦어 버렸지만, 용서해 주시게! 일단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세이프겠지!" 회중시계를 확인하면서, 반 펨이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0 그에 왠지 한숨을 내쉬고 싶어 하는 무표정으로, 다시 딜러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시간에 맞춘 것 같으니, 정식으로 세 번째 게임을 개시하겠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반 펨 님으로부터의 의뢰로, 갑작스럽게 내기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변경? 무슨 뜻이지?" 물었던 스승님에게서 반 펨에게로, 딜러가 시선을 옮긴다. 그러자, 재촉을 받은 반 펨이, 죄송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던 것이다. "미안하군. 이쪽 사정으로 아슬아슬하게 되어 버렸어. 아, 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내기의 대략적인 장르는 내 쪽에서 정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나를 포함한 참가자들끼리 큰 유불리가 생기지 않도록, 딸들에게 고안해 달라고 한 것이네." "작은 유불리는 생긴다는 건가요." "전체적으로는 균등하게 해 둔 셈이지만, 그 부분은 양해해 주었으면 하네." 하고, 반 펨이 사과한다. "물론, 나를 유리하게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네. 그 점은 믿어주면 좋겠네." "이쪽은 괜찮습니다." 알레트가 예쁜 턱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으흠, 저도 마찬가지지입니다. 뭐, 거기서 이상한 잔꾀를 부리려고 한다면, 펨의 선연(카사)이 이 정도 명성을 얻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죠."  하고, 이시리드도 납득한다.  더욱이, 이 발언은 쐐기를 박고 있는 것이다,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었다. 잔꾀를 부리려 한다면, 위협받는 것은 당신의 명예이기 때문이라는, 실로 시계탑다운 강조법이다. "음음. 물론이네." 반 펨은 신경 쓰지 않는 듯, 태연하게 손을 흔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1 "자, 쿠폴라. 다음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품위 있게 수긍하고, 딜러는 원탁 표면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빙글, 하고 원을 그린 것이다.  원탁 안쪽에, 또 하나의 원을, 갬블러들은 보았다. "갬블의 내용은 투기장이 됩니다." 하고, 딜러가 고했다. "내기 금액은, 두 번째 게임에서 얻은 코인 500개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500개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 카지노의 레이트로 환전해 드리겠습니다." 우선은 평등하게, 500개씩으로 승부라는 건가. 하지만, 투기장이라니. 갑자기 카지노에 피 냄새가 풍기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처음으로 펨의 선연(카사)라는 이벤트를 들었을 때 상상했던 것 같은, 여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는, 살벌한 경기. 이어서, 딜러가 말했다. "한 승부 4라운드에 걸쳐 싸우는 동안, 투기자 중 어느 쪽이, 어떻게 이길지 거는 것입니다." "어떻게?" 물었던 스승님에게, 딜러는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단순히 승패만 맞히면, 배율은 2배이지만, 판정승인지 KO인지, 혹은 몇 라운드에서 이길 수 있는지까지 맞출 수 있다면 그만큼, 배율이 증가합니다." "과연. 격투기의 북메이커 같은 거네." "그런가요." "영국인들은 다들 내기를 좋아해서 말이지. 덕분에, 대영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북메이커가 발달해 있어. 경마나 축구는 물론이고, 모든 스포츠에 북메이커가 진출해 있어서, 관객이 내기하기 쉽게, 여러 각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연마되어 있지." 내 질문에, 스승님이 답해 준다. 그것을 긍정하듯이, 딜러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더욱 말을 이었다. "배율은, 승패만 예측하면 2배.  KO인지 판정승인지까지 맞춘다면 3배. 몇 라운드에 어느 쪽이 이길지 맞출 수 있다면, 라운드 수에 따라 배율이 바뀝니다. 1라운드라면 10배. 2라운드라면 8배. 3라운드라면 6배. 그리고 최종 라운드라면 5배입니다." (……즉, 세세한 조건까지 맞출 수 있을수록, 배율이 높다.) 이것도 이해하기 쉬웠다. 승리 외의 조건까지 적중시킬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라운드 수에 대해서는, 뒤로 갈수록 투기자에게 대미지가 축적되어 결판이 나기 쉽기 때문에, 초반 라운드의 배율이 높게 되어 있는 것이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2 내 뇌내에서 정리가 끝날 즈음에, 딜러가 더욱 말한다. "승부는 전부 3회. 하지만, 너무 빨리 결착이 나 버려도 재미없으니, 걸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서서히 늘려 가겠습니다." "액면은?"  반쯤은 납득하면서, 스승님이 다음을 재촉한다. "첫 번째 경기는, 한 명당 200개.  두 번째 경기는, 한 명당 1000개.  세 번째 경기는, 누구든 무제한으로 하겠습니다."  ……꽤나 복잡해져 왔다.  하나하나 규칙은 단순하지만, 조합하자, 꽤 부담이 커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3 미간에 주름이 지는 것을 느끼고 있자니, 이시리드가 입을 열었다. "과연…… 그럼, 또 하나, 특별 규칙이 있다는 걸까?" "어째서죠?" "왜냐하면, 그것으로는 평범한 갬블이잖아? 일부러 세 개의 게임으로 했다는 건, 펨의 선연(카사)의 세 종류, 누벨, 오땅띠끄, 마지크를 전부 즐기게 하는 의도일 테지. 투기자가 마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지크다, 라는 건 너무 시시한 생각 아니겠나?" "역시 이시리드 님."  평탄한 어조로, 말만은 칭찬하듯이, 딜러가 이렇게 덧붙였다. "지적하신 대로, 코인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반 펨 님으로부터의 제안입니다."  이름이 불린 반 펨이, 윙크했다. "내 마음대로, 갑자기 게임 내용을 변경했으니까. 그만큼, 참가자에게 보전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나를 제외한 참가자만을 위한 특별 규칙을 준비해 달라고 했지." "어떤 규칙인가?" 알레트가 묻는다. 딜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손님에게는 상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하지만 갬블에서는 유리함도 불리함도 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그런 미소. "그 전에 혹시 몰라서 확인하고 싶은데요, 마술 회로에 대해서는, 여러분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봐, 그건 당연한 거겠지." 이시리드가 눈썹을 치켜올린다. 그러자, 엇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저, 저도, 압니다." 하고, 나도 끄덕인다. 마술 회로. 모든 마술을 성립시키기 위해 필요한, 의사 신경의 일종이다. 마술사는, 이 마술 회로에서 마력을 생성함으로써, 자신의 마술을 발동시킨다. 역으로 말하면, 아무리 이론을 정교하게 익힌다고 해도, 마술 회로를 가지지 못한 자가 마술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술 회로야말로, 마술사를 마술사답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술 회로의 많고 적음은, 마술사 가문 자체의 사활 문제가 된다. 자손의 마술 회로를 한 개라도 늘리기 위해, 생체 실험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행위에 손을 댄다…… 따위가 당연한 세계. 마술사에게 있어서 근원에 도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마술 회로를 늘리는 것은 그것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제 위에, 펨의 딸은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 "이번 갬블에서는, 한 번만, 반 펨 님을 제외한 플레이어는, 마술 회로를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습니다." "────읏."  반 펨을 제외한, 세 명의 마술사가 반응했다.  알레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이시리드는 휘파람을 불고, 스승님은 일순간 일어나려다, 간신히 멈췄다. 낮은 목소리로, 스승님이 묻는다. "……평온하지는 않은 이야기인데, 대체 무슨 뜻이지?" "이쪽 예장을 사용합니다." 하고, 딜러는 입방체를 내밀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보이고, 각 면이 다른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루빅 큐브?" "모양은 비슷하네요. 이쪽 예장에 손을 대고 마력을 일으키면, 기동한 만큼의 마술 회로가 가능한 한 안전하게 마비됩니다." 가능한 한, 라고 했다. 모호한 발언을 추궁할 틈도 없이, 딜러는 말한다. "마술 회로 한 개를 마비시킬 때마다, 코인 10개를 융통합니다. 몇 개를 마비시켜도 상관없지만, 이 규칙에 의한 융통은 게임 중 한 번뿐입니다. 또한, 마술 회로에 의한 코인에 대해서는, 앞서 말했던 상한액과는 별개로 걸 수 있습니다. 단, 내기가 끝났을 때 빚이 남았던 경우, 마비된 마술 회로는 그대로입니다. 결과적으로, 머지않아 썩어 문드러지겠지요."  잠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만큼의 무게가 있는, 특별 규칙이었다.  마술 회로와 코인 교환.  마술사에게는 혼과 같은 가치를, 단 하루의 내기에 탕진하라는 속삭임. (……그건, 마치) 이어지는 말을, 나는 필사적인 생각으로, 뇌리에서 떨쳐 버리려 했다. 그렇게 해도, 말은 피 얼룩처럼 달라붙어 버렸다. 자리에 앉아 있는 반 펨의 모습이, 망각을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마치, 흡혈귀 같아……!) 그것은, 인간에게서 혈액과 혼을 빼앗는 마물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악마의 규칙이군……"  중얼거린 스승님이,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이시리드와 알레트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마술사라면 당연하겠지. 차라리 목숨을 빼앗겠다고 하는 편이, 훨씬 더 각오를 다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마술 회로라는 존재가 무겁다는 것을, 나도 시계탑에서의 생활로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시간을 두고 나서, 딜러가 다시 끄덕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4 "규칙은 이상입니다. 그럼, 여러분의 마술 회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민감한 이야기이니, 말로 하기 싫으신 분은 살짝 알려 주셔도 괜찮습니다. 필요하다면, 이쪽에서 검사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마술사의, 마술 회로 수는 20개라고 한다. 한 개마다 생산하는 마력량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정확하게 마력을 운용하는 정도도 중요하다고 하니, 반드시 마술 회로 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지표에는 틀림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린의 마술 회로는 메인과 서브를 합해서, 전부 100개 있다고 하던가. 처음으로, 알레트가 입을 열었다. "60개다." 간결하게 말한다. 숨길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겠지. 평균적인 마술사의, 3배. 역사뿐인 에스칼도스 가문이라고 속삭이고 있다는 모양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런던 시계탑이라고 해도, 그럭저럭 이상의 위치에 갈 수 있는 숫자겠지. 다음으로, 이시리드가 입을 열었다. "나라면 90개야."  알레트의, 더욱 위. 역시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을 맡을 만하다. 두 번째 게임 때, 음성 차단의 마술 등을 써 주었지만, 은근하게 숙달된 솜씨를 느끼게 해 주었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시죠? 로드 엘멜로이 2세."  하고, 딜러가 물었다.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무시하셔도 됩니다만……" "……9개." 장내가 조용해졌다.  크흠, 하고 이시리드가 헛기침한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아까 90개라고 말한 것을 후회하는 듯한 어색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9개다! 불만이라도 있나!" 일순간, 진심의 표정마저 비추며, 스승님이 고함친다. 큭, 큭, 큭, 하고 알레트가 웃음소리를 흘렸다. "기운을 내게나, 군주(로드). 누구에게나 어쩔 수 없는 일은 있지." "동정하지 마!" 진지하게 말한 것이 도리어 기분이 상했는지, 평소의 포커페이스도 잊고, 스승님이 이를 드러내며 항의한다. 반대로, "후후."  하고, 알레트가 흉포하게 웃었다. "아니,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군, 군주(로드).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군. 직접 만나보는 게 최고야." "……칭찬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물론, 그 말대로다." 알레트가 끄덕인다. 고개가 흔들린 각도는 정확히 30도.  그녀의 태도는 차라리 정중할 정도로 군인 같았다. 그런 취향인지 신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성의 중심에는 몹시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5 "그러면, 나도 승리 조건을 확인하게 해 주시지. 코인을 많이 모은 사람이 이기는 건 알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4명 중에 제일 코인을 모은 사람이 이기는 건가? 아니면 반 펨 씨만 이기면 되는 건가?" "나를 이긴 사람 중에,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를 선연(카사)의 승자로 하지."  하고, 반 펨이 말했다. "이것은 펨의 선연(카사)이니까. 나를 이길 수 없다면 논외인 건 당연하겠지? 그 위에서,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 이외의 전원이 협력해 버릴 수 있으니까, 이것도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네. 그리고, 최종적인 승자는 내 보물 창고에서 마음대로 하나 가져가도록 하지." 보물 창고라는 말에, 스승님의 눈썹이 움찔했다. 2천 년 이상을 살아온 상급 사도의 보물이라고 한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하물며, 마음대로 하나 가져가도 좋다고 한다면, 그것만으로 마술 세계의 균형이 움직일 수 있다. 죽었던 지즈의 목적도, 역시 이것이었을까. 제자인 알레트나 멜빈에게, 어떠한 지시를 내렸던 걸까. 너무 생각한 나머지,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 스승님이, 손을 들었다. "저에게서도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만약,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살해 등으로 인해 사라진 경우, 선연(카사)의 승자 권리는 2위로 넘어가는 것인가요? 물론, 2위도 반 펨 님에게 이겼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웅성, 하고 갬블러들의 기척이 파도쳤다. 반 펨은 실크햇 챙에 손가락을 미끄러지듯이 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것은 확실히 결정해 두어야 할 사항이군. 그렇지 않으면,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 권총으로 가슴을 쏘는 서부극의 장면이 재현될지도 모르지. 그런 경우, 승자는 없다는 것으로 하지. 즉, 몰수 경기라는 것이네. 참가 비용도 전원에게 돌려주지. 덧붙여, 내 선연(카사)에서 살해 행위를 한 경우, 그 플레이어의 참가 자격도 정지시키겠네." (나이스 플레이입니다, 스승님.) 저도, 주먹을 꽉 쥐어 버렸다. 갑자기 습격당할 위험은, 이것으로 크게 줄었다. 내가 따라다니고 있다고는 해도, 가능한 한 위험은 피하고 싶다. 스승님의 소심함이 빛나는 문답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6 "그러면, 가장 중요한 투기장을 보여드리도록 하죠." 딜러 목소리와 함께, 테이블 중앙에 불이 켜졌다. 그것은 순식간에, 3차원의 환상(비전)이 되었다. 고대 로마를 떠올리게 하는, 자갈이 깔린 원형 투기장 콜로세움. 아직 투기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였다. "투기자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와 술식 은폐를 감안하여, 개인을 특정하지 않도록 필터를 씌운 형태가 됩니다. 또한, 선연(카사)의 참가자는 물론이고, 이번에 대해서는 관객 여러분들도 내기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관객이? 즉, 이 환상(비전)이 다른 곳에서도 보이고 있는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7 "네. 투기자의 데이터는 이쪽에." 스승님, 이시리드, 알레트의 손에, 단말기가 건네졌다. 최신 태블릿 피시였다. 시계탑 일부에서나 볼 수 있는 전자 기기에 대한 알레르기를, 반 펨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양이다. 첫 번째 시합 투기자가 찍힌 화면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극도의 긴장 상태가 아니었다면, 큰 소리를 내질렀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8 원탁의 영상에 자신들이 아연실색하고 있자, 딜러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 내기를 결정하셨다면, 그쪽 큐브를 손에 들고 염원해 주세요. 거는 코인, 마술 회로의 많고 적음에 대해서도, 사념만으로 선언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끼리 어떤 교섭을 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사념만으로 가능합니다." 딜러의 설명에, 스승님이 되묻는다. "플레이어들 간의 교섭?" "네. 사용법은 시험해 보시면 바로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하고 생각한다. 거는 방법의 종류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다. 어느 쪽에 걸 것인가. 어떤 식으로 이길지에 걸 것인가. 언제 결착이 날지 걸 것인가. 대략, 세 번째 게임의 내기는, 이 세 가지로 대별된다. 문제는, 이 내기에 부속된, 특별한 규칙 쪽이었다. "…………" 마술 회로를 먹는 입방체형 예장을 쥔 채로, 스승님은 잠시 경직되어 있었다. 『스승님, 린 씨라면……』『물론, 린이 투기자라면, 어중간한 상대에게 패배할 리는 없겠지. 설령 상대가 환상종이라고 해도』 하고, 스승님이 사념으로 답한다. 잠시 생각하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불공평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던 건, 즉 마술 회로가 적은 나에게는 그만큼 투기자의 정보를 건네주고 있다는 조치겠지』희미하게, 반 펨이 미소짓는 것처럼 보였다. 스승님과 내 텔레파시를 알아차린 것이겠지. 비록 도청은 할 수 없다고 해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온 베테랑 갬블러에게는 다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걸어야 할까? 스승님을 포함하여, 갈등하는 갬블러들에게, 딜러가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마술 회로를 코인으로 환전할지 아닐지는,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귀중한 마술 회로를, 엉뚱한 갬블로 잃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귀중한 물건이기에, 펨의 선연(카사)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다고, 저희들은 생각합니다." 떠벌이는 딜러에게, 반 펨을 제외한 세 명의 긴장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확실히, 이것은 마술사로서의 혼을 건 갬블이었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반 펨. 그리고, 스승님. "여러분의 베팅을 확인했습니다." 딜러가 말했다. 네 명의 갬블러들이, 뜨거운 시선을 투기장 영상으로 향했다. "그럼, 제 1의 게임을 개시하겠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9 『스승님. 이건……』 나의 사념에, 스승님은 희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상상 이상인 사태에, 무심코 본심이 새어 버린 듯했다. 『틀림없어』 하고, 사념이 되돌아온다. 형언하기 어려운, 씁쓸한 인상(색)이 붙어 있었다. 『첫 번째 시합의 투기자는, 린이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0 "자, 슬슬 본방으로 가볼까." "노인네(老头儿)인 나는, 이미 전력이었는데." "농담하지 마. 네가 그렇다 해도, 네 마성은 전혀 아니잖아?" "마성은 말이지." 사람을 잘 따르는 듯이, 반 펨이 얼굴을 찡그렸다. "아까는, 나의 마성도 개문해야 하겠네 라며 기세로 말해 버렸지만, 가능하다면 삼가고 싶어. 나로서는, 지즈의 신전만 알려 준다면, 언제라도 손을 떼고 싶은데, 어떤가?" "나도 저 망할 아버지의 비밀 따위, 빨리 전 세계에 퍼뜨리고 싶지만, 그것만은 하지 말라고 엄명받았어. 알고 있겠지만, 계약은 절대라서."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반 펨이 양손을 펼쳤다. "펨 님." 하고, 쿠폴라가 말했다. 나무라는 듯한 울림이, 목소리에 섞여 있었다. "들었겠지? 그에게 입을 열게 하려면, 이 정도 대가는 필요한 것 같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1 "기다려!" 설마, 그 투쟁에 제동을 거는 자가 있을 거라고는. 경악하며, 반 펨이 뒤돌아봤다. 그 시선 끝에, 검은 머리를 붉은 해수에 나부끼는 여자가 서 있었다. "토오사카 린……!" 목덜미에, 그녀는 하늘색 보석을 대고 있었다. 그 보석이 해수를 공기처럼 진동시켜, 쿠폴라를 포함한 세 명과 마찬가지로, 수중에서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는 듯했다. "당신들, 이런 곳에서 진심으로 싸우면, 신비의 은닉 같은 걸 할 수 없을 거 아냐? 뤄롱은 그렇다 쳐도, 반 펨은 모나코 관리인(세컨드 오너)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 해중에서 대치한 채, 두 사람은 침묵했다. 아니. 10초 정도의 침묵 후, 반 펨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복안이 있다고, 생각해도 괜찮은 건가? 토오사카 린." "물론이지." 하고, 현대 마술사는 가슴을 폈다. 오만하게, 라고 해야 할 태도로, 이렇게 전했다. "왜냐하면, 당신은 반 펨이잖아. 펨의 선연(카사)의 주인이겠지?" "뭐?" 이번에는, 뤄롱이 눈썹을 치켜올릴 차례였다. 믿기 어렵게도, 전해져 오는 음성은, 희미한 당황스러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어이 어이. 설마 너……" "그 설마를 말하고 싶으신 모양이네요. 저 시골뜨기가." 이어서, 린의 뒤에서 나타난 루비아가 말했다. 해중에서 소리를 울리는 마술은, 린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붉은 바다 안에서, 그녀를 둘러싼 황금색 머리는, 마치 여신을 축복하는 천사처럼도 보였다. "뭐야, 당신도 불만 있어?" "불만밖에 없어요. 하지만, 효율적인 해결책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시골뜨기라도, 관리인(세컨드 오너)으로서의 도리는 지키고 있는 것 같고." 루비아의 말투에서 의도를 파악했는지, 반 펨이 입을 연다. "즉, 너는──" "펨의 선연(카사)이 한창인 와중에, 당신이 반 펨이라면," 이어서, 린이 이렇게 말했다. "의견 차이는, 내기로 결판을 지어야 하는 거 아니야?" 잠시, 반 펨과 쿠폴라는 멍하니 서로를 바라봤다. 뤄롱만이, 왠지 한숨을 쉬는 듯한 얼굴로, 미간을 짚었다. 혹시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던 듯이. "과연 논리적이군. 그것도, 평소라면 내가 먼저 꺼내서, 주변이 질려버릴 종류의 논리." 펨이 말하고, 뤄롱을 바라봤다. "상관없겠나, 바이 뤄롱(白若瓏)." "망할 아버지와의 계약은 절대지만, 내기도 마찬가지로 신성하니까. 둘 중 하나의 아집을 관철할 수밖에 없다면, 나쁘지 않겠지." 강렬했던 적의가, 서서히 옅어져 갔다. 린이, 뒤에 숨긴 주먹을 꽉 쥐었다. 갬블의 유래는, 신명 재판(오딜). 엉뚱한 제안이지만, 뤄롱의 정체가 신인 자그레우스인 것이라면, 이 방법은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단." 하고, 반 펨이 덧붙였다. 주홍색 해중에서 흔들흔들 흔들려 보이는 검지를 세우고, 상급 사도는 이렇게 고했던 것이다. "말을 꺼낸 너도, 그 책임을 져 주었으면 하는데. 토오사카 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2 과연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투기장에, 아름다운 전사는 내려섰다. 대략, 직경 20미터 정도의, 원형 공간이다. 그 면적은 제쳐두고, 천장이 몹시 높게 보이는 것은, 무슨 마술로 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닥에는 모래가 뿌려져 있어서, 발판을 단단하게 잡아 주었다. 가볍게 팔을 굽히고, 무릎을 내려서, 린이 스트레칭한다. 메인이 40개, 서브 2개가 각각 30개씩 마술 회로는 순조롭게 작동하고 있다. 마술 회로가 의사 신경의 일종인 이상, 몸의 움직임과 동기화하면서 동작을 확인하는 동적인 명상은 유효하다, 라는 것이 엘멜로이 교실의 가르침이었다. (선생님,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신원이 들통나지 않도록 영상에서는 배려해 줄 것이라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엘멜로이 2세를 속일 수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저의 지도역(튜터)이라면, 마술의 데이터 하나만 봐도, 확실히 사용자를 특정하겠죠." 등 뒤 문 너머에서, 어깨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루비아도, 비슷한 것을 중얼거렸다. 걱정거리는 서로 똑같은 것 같다. 펨의 선연(카사)・세 번째 게임. 이미 플레이어인 엘멜로이 2세 일행은 탁자에 앉아, 이쪽의 모습을 엿보고 있을 것이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위장 근처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까지, 훤히 상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죄책감은 없다. 가령 마술사의 제자라고 할지라도, 제자의 책임 정도는 져 주시면 되지, 하고 린은 생각하고 있다. 대체로 스승 쪽도, 꽤나 무리한 요구를 제자에게 하고 있으니, 피차일반이다. 문제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다. "방심하지 마세요." "알고 있어." 시선을 올린다. 루비아를 두고, 린이 입장했던 문 반대편에, 같은 형식의 문이 만들어져 있었다. 쇠창살이, 천천히 열려 간다. 그 너머에서, 천천히 거대한 짐승이 나타났다. 사자였다. 단, 그 몸통은 염소. 꼬리는 독을 뿜는 뱀. 입에서는 길고 하얀 어금니와 함께, 보랏빛 독연기가 넘쳐 흘렀다. 즉, 그리스 신화에서 키메라라고 불리는 신비의 짐승이었다. "저, 설마, 환상종?!"『현대 사회의 컴플라이언스에 기초하여, 투기장의 환상종은 당사의 기술로 재현한 모형이 됩니다』 억양이 없는 방송이, 투기장에 흘러나온다. "뭐가 컴플라이언스야! 인간의 안전은 완전 무시하고 있잖아!" 투기자의 분노 따위, 운영이 관여할 리도 없었다. 대조적으로 냉담한 목소리가, 투기장에 떨어졌다. "투기자와 환상종 모형, 어느 쪽이 이길지, 부디 즐겨주십시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3 종 대신 울린 것은, 우아한 서양식 종이었다. 자신과 갬블러들이 지켜보는 영상에서, 투기장 끝에서, 린이 곧장 달렸다. 일체의 주저도 없는, 레이저 같은 직선. 완전히 『강화』된 마술사의 운동 능력은, 금메달리스트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름 20미터의 투기장을 몇 걸음 만에 밟고 지나가, 그대로 도약. 수평 이동에서 상하 이동으로의 급격한 변화. 『Anfang(세트)──!』 게다가 공중에서 회전을 하며, 발사 지점을 알기 어렵게 한 검은 저주(간드) 폭풍. "──호오, 간드인가. 드무네." "한 소절(원 카운트), 아니 주문은 술식 안정만을 위해서이고, 사실상 일 공정(싱글 액션)인가. 그렇다는 것은 마술 각인이군. 이 영상에서는 어느 가문인지 알 수 없지만, 꽤나 능숙한 발동이군." 원탁에서 관전하는 이시리드와 알레트가, 각각 평가한다. 그들도 일류 마술사로서, 봐야 할 부분을 짚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알레트가 덧붙였다. "하지만, 환상종을 모방했다면, 주적(呪的) 방어력도 그에 따르겠지──" 『────읏?!』떨어진 알레트의 말에 반응하듯이, 순간 린이 동요한 듯이, 보였다. 키메라를 때린 검은 저주(간드)가, 그 표면에서 흩어진 것이다. 검은 물보라와 닮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저주를 침투시켜, 안쪽에서부터 상대를 찢어 발겨야 할 마술을, 이 환상종은 일체의 방어 행동 없이 튕겨 냈다. 알레트의 평가대로, 믿기 어려운 방어력이었다. 아니, 지금까지의 여정에서도, 연금술로 만들어진 거인 탄겔 등은 비슷한 능력을 보였지만, 설마 선연(카사)을 위해 만들어진 환상종의 모조 복제품이 여기까지 재현되어 있을 줄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4 하지만, 린에게 있어서도, 그것은 견제(페인트)에 불과했다. 『Zwölfte(12번)! Glitzerndes Schwert빛나는 칼날(휘빙의 인輝氷の刃)!』 공중에서 새롭게 방출되는, 아름다운 보석 마술. 7줄기의 빛나는 궤적이, 그리스 신화의 환수를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다. 각 궤적을 이끄는 것은, 이번에야말로 무효화되지 않도록 응축된 마력과, 그 결실인 빙탄이었다. 통상이라면 7절은 필요할 고도의 술식을, 겨우 두 소절에 압축한 기술이야말로 보석 마술의 묘. 빙탄을 먹은 키메라가, 흔들렸다. 그럴듯한 저주 방어도, 이 정도로 응축된 마력은 막지 못했던 모양이다. 추격을 가하기 위해, 착지하면서 린이 새로운 보석을 꺼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5 하지만, 다음 행동은 키메라가 더 빨랐다. 부르르, 하고 환수의 표피가 떨린 듯이 보였다. 고슴도치처럼, 그 표피에서 수백 개의 바늘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이거?!』 즉시, 린이 반응한다. 『Sechzehn(16번)! Die Schilde rufen den Wind(바람을 부르는 방패)!』 개의치 않고, 준비해 두었던 녹주석 에메랄드를, 자신의 전면에 해방한다. 돌연히 몰아친 강풍이, 키메라가 내뿜은 바늘의 궤도를 닥치는 대로 어지럽혔다. 뿐만 아니라, 2할 정도를 반전시켜, 키메라 자신에게 돌려보낸 것이다. 피바람이 흩날렸다. 키메라의 피였다. 『어때? 조금은 아팠으려나?』-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6 가벼운 말에, 고뇌하는 키메라의 둔부에서, 무언가가 달려들었다. 꼬리와 융합된 뱀이었다. 『라니, 그렇게 귀엽지 않잖아!』 뱀의 능숙한 움직임에, 린이 스텝을 밟는다. 경량급 복서를 떠올리게 하는, 춤추는 듯한 발놀림. 신체 능력만 말하자면, 지금 당장 링에 서도, 세계 랭커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린에게는 중국 권법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런 서유럽권의 신체 운용도 해낼 수 있는 것은, 시계탑 호신술 커리큘럼의 성과일까. 그대로, 키메라가 돌진했다. 들어 올린 상반신은, 그것만으로도 린의 신장의 두 배 가까이 되었다. 폭포 같은 각도와 기세로, 흉폭하게 검게 빛나는 발톱이 내려쳐진다. 오른쪽. 왼쪽. 왼쪽. 다시 오른쪽. 놀라운 속도였다. 위력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겉보기에는 린이 우세해 보이지만,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받아 버리면, 그런 취약한 유리함은 의미를 잃는다. 우선 틀림없이, 인간은커녕, 장갑차 정도는 쉽게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읏) 1초 1초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오른쪽. 왼쪽. 스쳤다. 오른쪽. 오른쪽. 왼쪽. 종이 한 장 차이. 오른쪽. 아직, 키메라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 멈출 기색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구잡이인 무호흡 난타 따위는, 환상종의 무진장한 스태미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가. 아니면 모조품이기에 나타나는 특성인가. 반대로, 아무리 마술로 『강화』했다고는 해도, 린의 육체는 인간의 육체에 지나지 않는다. 영상 너머에서도, 서서히 민첩함이 사라져 가는 것이 전해진다. 처음에는 여유롭게 회피했던 것이, 조금씩 마발톱에 따라잡히고 있다. (1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얼마나……?!) 초조함에, 자신의 손이 축축이 젖는다. 거의 동시. 통, 하고 소리가 난 듯이 느껴졌다. 린의 등이 무엇인가에 부딪히고, 튕겨 나갔던 것이다. 벽이다. 어느샌가, 투기장의 끝으로 몰려 있었다. 처음에는 가로 방향으로 회피하고 있었지만, 키메라의 기세에 의해, 후방으로 퇴피를 강요당했기 때문이었다. 키메라의 침이 떨어졌다. 현대에 재현된 환상종은, 기쁨에 떨고 있는 듯했다. 욱, 하고 그 거체가 들어 올려졌다. (오른쪽? 왼쪽?) 아니. 다르다. 양 발톱. 더는 뒤로 도망칠 수 없는 먹이에 대해, 다시 좌우로의 회피조차 봉쇄한 살의의 권화.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충분히 각인시킨 후의 양면 공격은, 단 반 호흡이라도 상대의 시간을 빼앗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7 그런데도, 『Pseudo-Edelsteine(유사 보석). Neunzehn(19번)!』 양면에서 덮쳐 온 쌍발톱에 대해, 린은 새로운 유사 보석을 투영하고, 그대로 대지로 던져 버렸다. 『Mit Sand bedeckt sein(모래먼지, 혼동)!』 그 주문과 함께, 모래 먼지가 양쪽을 뒤덮었다. / "──뭐야." "──그렇게 나오는 건가." 이시리드와 알레트가, 연달아 눈을 크게 떴다. 매우 즐거워하는 감상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 정도의 마술전 자체가, 좀처럼 없는 오락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읏" 스승님이 작게 목소리를 냈다. "확실히, 저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진심으로 하는 녀석이 있을까보냐." 어이없다는 듯,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듯한 목소리. 그 의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짐승과 사람을 덮고 있던 모래 먼지. 그것이 걷혔을 때, 예상외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에……!" 나도, 무심코 눈을 깜빡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랬다. 린과 키메라가, 정면으로 맞붙고 있었으니까. 『──아아, 빌어먹을 정도로 무겁잖아! 젠장!』 영상 속 린이, 으르렁거린다. 키메라의 어깨를 움켜잡고, 양발을 버티고, 그녀는 당당하게 짐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설마 했던, 정면(파워)승부 ──! 물론, 양쪽의 체중으로는 비교할 수도 없다. 린이 키메라와 맞붙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근력뿐만 아니라, 세세한 체중 이동이나 신체 운용으로, 서로의 균형을 계속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까 바닥에 던졌던 보석은, 그러기 위해서 키메라의 감각을 어지럽히는 마술을 걸었던 것이었다. 환상종의 감각이 복구되고, 잔재주를 짓밟으러 올 때까지 시간 벌이인가? (──아니, 이건) 직감했다. 오히려, 노림수는 그 반대. 『이…… 게!』 린의 로우킥이, 키메라의 앞발을 쳤다. 원래대로라면, 네 발 달린 짐승에게 있어서, 다리 하나를 걷어차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체중을 실었던 한순간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키메라가 잔재주에 반격하려는 그 순간이야말로, 승부의 요점이었다. 찰나를 꿰뚫어 본 린의 발길질에 의해, 그르르 하고 거체가 기운다. 그대로, 그녀의 중심이 수평으로 이동했다. 중국 권법에서 화경(化勁)이라고도 불리는, 상대의 행동이나 벡터를 이용한 기술. 훌륭하게 힘을 잃은 키메라의 거체에, 극한까지 『강화』된 린의 팔이, 가장 효율적인 형태로 호를그린다. 그 결과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오오……!" 영상으로 관전하던 이시리드가, 살짝 허리를 들었다. 마술사에게 있어서조차, 지금 린이 보여 준 기술은 압도적이었다. 설마, 가볍게 수백 킬로는 넘을 ──어쩌면 톤에 도달할지도 모를 키메라의 몸이, 그녀의 유연한 팔에 의해 내던져지다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8 게다가 내던지면서, 양손은 다른 마력을 운용하고 있었다. 『Anfang(세트)──!』 키메라를 던져 버리면서, 그녀의 양손에 검은 저주가 모여든다. 즉, 검은 저주(간드)의 장타(掌打). 타고난 주적 방호를 자랑하는 환상종에 대해, 영거리에서 마술을 감행하는, 절대적인 전투 센스. 게다가 최초의 보석 마술에 의해 얼어붙은 부분을 노려서! 도중에 쏜 얼음의 보석탄조차, 이를 위한 포석이었다. 환상종의 방어력이 열화 된 그 부분으로 향해, 양손을 합친 검은 저주의 장타가 작렬했다. 내던지기 위한 화경부터, 호랑이 발톱 같은 장타로 연결하는 기술이야말로, 그녀 나름의 응용・변형은 있어도, 꾸준히 권법을 쌓아온 팔극권의 절초, 오호출동(五虎出洞).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9 (통했어──?!) 영상으로 보고 있는 나에게는, 그 결과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 멈추지 않는다. 키메라의 생명력을 과소평가할 리도 없다. 양손의 검은 저주 장타에서 더 간격을 좁혀서, 처절한 진각(震脚). 『Vierzehn(14번)! Synergismus(상승相乗)!』 이미 한계까지 발휘한 『강화』를, 이 순간 더욱 상승시킨다. 그녀의 주위 땅에, 지름 수 미터의 파문을 만들면서, 아직 떠 있는 키메라를 향해 연격한다. 팔꿈치였다. 전력전개의 팔극권・이문정주(裡門頂肘)──! 쿵, 하고 키메라의 거체가 땅을 치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렸다. 쓰러져 있는 키메라에, 린이 단단히 잔심(殘心) 자세를 취한다. 그러고 나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0 『아차…… 안 됐나……』하고 중얼거리고, 그 주먹이 내려갔다. 무릎을 천천히 바닥에 대고, 그녀는 쓰러져 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설마, 방금 전의 독인가?!" 이시리드가 말했다. 정면에서 부딪치기 직전, 키메라의 꼬리와 융합된 뱀이 드러냈던 독니. 린은, 그 어금니를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강화』에 의해 독이 퍼지는 것을 늦추고, 동시에 해독용의 마술도 진행하고 있었겠지만, 결국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대신, 천천히 키메라가 일어섰다. 아무래도, 이쪽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듯이 비틀비틀 일어섰을 뿐이지만, 다시 몇 초, 린이 쓰러진 채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 딜러가 선언했다. "결착이라고 간주합니다."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키메라는 다시 땅에 엎드렸다. 모조 복제품으로서 만들어진 환상종이, 마력 공급이 끊어져, 즉시 탈력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원탁에 떠올랐던 투기장의 영상도, 뚝 끊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1 그 결과에,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린 씨의 1라운드 패배……?) 간신히 중얼거리려던 것을, 겨우 참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펨의 선연(카사) 투기장은 강적들뿐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결말이었다. 그런 내 옆에서, 스승님은 가볍게 눈을 가늘게 떴다. 큐브를 양손에 쥔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럼, 내기의 정산을." 하고, 딜러가 입을 연다. 천천히 원탁을 둘러보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우선, 지금까지보다 코인 총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100개 분의 코인으로서, 이쪽 코인을 채용하겠습니다. 먼저 처음 500코인을 건네드리겠습니다." 하고, 딜러가 멋스러운(瀟洒) 상자를 열었다. 자색 벨벳 천이 깔린 안에, 새로운 의장의 코인이 가득 차 있었다. 날개가 달린 용의 의장이었다. 용의 유희, 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에 어울리는, 투기장의 내용이었다. 전원에게 5개의 용 코인을 나누어 주고 나서, 다시 한번 딜러는 입을 열었다. "이시리드 님은 키메라의 KO 승리에 200코인을 걸었습니다. 이쪽은 3배 액수로 반환, 600코인이 되겠습니다. 베팅에서의 차익은 400코인입니다." "나쁘지 않군." 싱긋 웃은 이시리드가, 4개의 용 코인을 받는다. 합계 9개. 그렇다고 해도, 이번 게임에서는, 큐브에 염원하는 것만으로 베팅하고 있기 때문에, 이 코인에는 현재 자산을 주위에 보여주는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스승님조차 이 정도 기록은 마술 회로로 할 수 있으니, 어디까지나 분위기용일까. (……아, 아니) 거기서, 갑자기 깨달았다. 거는 방법에 따라 마술 회로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마술 회로에 새겨진 기록도, 동시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거기까지 내다본 코인이라는 것일까. 이어서, 딜러가 알레트에게 시선을 옮긴다. "알레트 님은, 투기자의 KO 승리에 100코인을 걸고 있었습니다. 이쪽은 몰수하겠습니다." "이런이런." 1개의 용 코인을 몰수당하고, 알레트가 어깨를 으쓱인다. 딜러가 스승님을 향한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의 나와 스승님에게, 그녀는 이런 식으로 고했다. "엘멜로이 2세 님은, 키메라 1라운드 승리에 100코인을 걸고 계셨기에, 10배의 1000코인을 반환하겠습니다. 베팅과의 차액은 900코인입니다." "에──" 목구멍에서 넘쳐 버린 목소리를, 황급히 도중에 억눌렀다. 『스승님. 린 씨의 패배에 걸었던 건가요』 『이것은 살육전이 아니야. 갬블이다』 스승님이 사념으로 답한다.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린은 다른 갬블러들이 걸지 않는 선택지를 택하겠지』 지금 말을 받아들이는 데에, 몇 초 정도 걸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설마』 너무나도 믿을 수 없어서, 다시 한 박자를 쉬고 사념으로 전달한다. 『……야바위……인가요……?』 『뭐, 솔직히 말하면』 시치미를 뚝 떼고, 스승님이 답한다. 믿을 수 없었다. 방금 전 린의 싸움은, 틀림없이 박진감 넘쳤다. 모조품이라고는 하지만 환상종인 키메라 앞에서, 봐주는 것 따위 있을 수 없다. 그런 상대로 야바위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행위다. 들키면 따위 문제가 아니라, 정신을 놓은 단 한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일절 말을 주고받지도 않고, 이 사제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던 모양이다. 『저 녀석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정말로 이겨 버리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지만. 독을 이용하는 건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도 딱 좋은, 현명한 수단이었지』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딜러에게 묻는다. "그런데 투기자는 저 후에 어떻게 되려나?" "재현한 키메라의 독은, 마비독입니다. 앞으로 10분 정도면 회복할 겁니다." 휴, 하고 한숨을 쉬어 버렸다. 심장에 나쁜 수준이 아니다. 다른 갬블러들이 없었다면, 정신없이 이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래도, 일단 1승. 믿기 어려운 야바위에서 온, 대승리. 9개의 용 코인이, 스승님의 손으로 밀려났다. 그럼 마지막, 가장 중요한 반 펨은…… "반 펨 님은, 1라운드에서 투기자의 패배에 200코인을 걸고 있었습니다. 적중 배율은 10배로, 2000코인이 반환됩니다. 차액은 1800코인입니다." (…………!) 건 대상과 승리 방법은 스승님과 같지만, 액면이 스승님의 두 배. 이 게임의 규칙상, 최대 액수에서의 승리였다. 전원의 시선을 모으면서,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모습으로 반 펨이 양손을 펼친다. "어이쿠, 이렇게 잘 풀릴 줄이야? 뭐, 가끔은 이런 일도 있는 법이지." 싱글벙글 웃으며 허풍을 떨며, 눈앞의 코인을 회수해 갔다. 용이 새겨진 코인이, 18개, 반 펨의 손으로 보내졌다. 그 광경은, 마치 카지노 안에서 모은 엄청난 혈액을, 이 상급 사도(死徒)가 마시는 광경처럼도 보였다. 제1전 종료. 현재 소지 코인은, 이시리드, 900개. 알레트, 400개. 스승님, 1400개. 반 펨, 2300개. 그리고, "제2전까지, 20분 휴식을 취하겠습니다. 여러분 각자의 휴게실을 준비해 두었으니, 좋은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딜러의 목소리가, 첫 번째 대결 종료를 알렸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2 휴식을 위해 이동했던 개인실에서, 스승님은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묵고하고 있었다. 넓은 방이었다. 적어도, 배의 개인실로서는 상당한 것이었다. 그 넓이를 극히 사치스럽게 사용하여, 중앙에 소파와 의자, 몇 개의 테이블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번 스승님은 근처의 부드러운 소파가 아닌,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다. 소파에 긴장을 풀고 푹 파묻혀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겠지. 그만큼, 스승님에게 있어서 신경을 곤두세우는 싸움이었다. "스승님……" "즉, 반 펨도 이쪽 사고방식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하고, 이쪽을 보지도 않은 채, 중얼거렸다. 무슨 뜻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아까 세 번째 게임에서, 린 씨가 일부러 패배하러 간다는 것을 말인가요?" "나나 린이, 그런 전술을 택하는 타입이라는 것을 말이지." 스승님의 말은, 몹시 무거웠다. 그 압박감까지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는 강적들을 상대로, 스승님이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전술의 특이성에 의한 부분이 컸다. 되는 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심사숙고. 숙고한 것 같으면서도, 꽤나 변덕쟁이. 혹은 대담하게, 혹은 섬세하게, 스승님이 치는 수는 자유자재로 변화한다. (……밖에서 보면, 그렇지만) 실제로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하는 어쩔 수 없는 행위]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단지, 그 어쩔 수 없는 발버둥이야말로 마술사나 신비 세계에 푹 빠진 상대에게 있어서는, 발상 밖에서 날아오는 마(魔)의 일격인 것이다. 무력하고 겁 많은 스승님이, 갑자기 손을 쓸 수 없는 조커를 가지고 나타난다. 적으로 돌린 상대 입장에서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이성異星 생물(에이리언)과 같은 정체불명의 존재야말로, 로드 엘멜로이 2세라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단 한 번의 싸움으로, 반 펨은 그 전술마저 꿰뚫어 보고, 역으로 이용해 왔다. 한때의 적 하트리스처럼, 오랫동안 스승님을 관찰해 온 것에 의한 축적과는 다른, 갬블러의 직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무섭네요." "아아, 무서워." 솔직하게, 스승님이 말한다. 양손의 손가락을 엇갈려 끼우고, 스승님은 그 모양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3 "그리고 세 번째 게임은, 코인에 마술 회로 이용법을 조합함으로써, 갬블러로서의 재능과, 현실의 마술사로서의 능력을 합친 구조가 되어 있어. 과연, 마법魔法(마지크)이라고 불릴만해." 진지하게, 몹시 지친 듯이, 스승님이 한숨을 쉬었다. 아마, 아니 분명, 스승님에게 가장 불리한 것이 이 세 번째 게임일 것이다. 그리고, 반 펨이 입에 담았던 것처럼, 그 불리함마저 전체적으로는 같아져 있다. 스승님의 마술 회로가 극단적으로 적은 대신, 대전 상대의 정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로는, 그 공평성이, 나에게는 무서웠다. 단순한 궁지라면,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렇다기보다, 스승님과 함께 보낸 수년은, 그 절반 정도가 다종다양한 위기에 노출되어 있었던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그 모두에서, 스승님은 약자였다. 그렇기에 지혜를 짜내고, 온갖 수단을 구사해서 살아남아 왔지만, 이처럼 어떤 종류의 공평성을 담보한 경쟁 갬블은 미지의 것이었고 ──그렇기에, 몹시 무서웠다. 작게, 스승님이 한숨을 내쉰다. "기지와 재산과 신비 모두를 겸비하지 않으면, 펨의 선연(카사)에서는 이길 수 없다, 그런 의사 표시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4 내 오른쪽 어깨 고정 장치에서, 에드가 웃는다. 반대로, 스승님은 작게 어깨를 움츠리고, 불쾌하다는 듯이 덧붙였다. "선연(카사)이 매번 이런 식인 건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원래 펨에 대한 도전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허용되었어야 했다. 매주 이 정도의 기교가 응축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역시, 지난번 선연(카사)에서 반 펨이 패배했기 때문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5 말을 꺼내던 도중, 나는 뒤돌아보았다. 익숙한 시끄러운 기척이, 문 너머에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교수님!" 답변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고, 붕붕 강아지 꼬리처럼, 금발의 젊은이가 손을 흔들면서 달려왔던 것이다. 물론, 나도 알고 있는 상대였다. "……플랫." 그리고, 또 한 명. 플랫 뒤에서, 침착한 발걸음으로, 차이나드레스 여성이 천천히 다가왔다. "안녕하신가요(いかがなさいましたか), 군주(로드)." 스승님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나선관의 사상 마술사・예 스젠이었다. 찾아온 두 사람에게, 시선을 올린 스승님이 눈을 깜빡였다. "너희들은──" "어떻게든 출항 직전에 맞춰 왔습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두 번째 게임은 끝나 있었지만요." 하고, 예 스젠이 입을 열었다. 하루 만에 다시 들은 그녀의 목소리는, 왠지 예전과 다르게 들렸다. 특히 얼굴이 변했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긴장되었던 듯한 무언가가 녹아서, 몹시 조용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었나?) 의문을 입에 담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자, 스승님이 물었다. "너희들 일은 에르고에게 들었지만, 그는 함께 아니었나?" 물론, 에미야 시로의 일이다. 반 펨에게서 수색을 의뢰받았던, 지난번 선연(카사) 승리자. 예 스젠이 두 번째 게임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이 에미야 시로와 접촉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듣고 있었지만, 드디어 합류한 것인가. 하지만, 그럴듯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스승님의 말을 받고, 플랫이 입을 연다. "아, 에르고 군은 집사 군과 함께 모나코를 돌아보고 싶다고 해서, 저희만 먼저 왔어요!" "에르고가?" 의외의 말에,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말을 끼어들어 버리고 나서, 다시 한번, 가능한 한 신중하게 물었다. "저, 에르고가 정말로 그렇게 말했나요?" "맞아 맞아. 집사 군 아버지가 에미야 키리츠구가 모나코에서 뭘 했는지 알고 싶대. 어째서인지, 일단 저랑 스젠 씨가 배에 탄 거예요. 그랬더니, 벌써 세 번째 게임이 시작하고 있질 않나, 아무리 봐도 투기자가 린 쨩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즐겁게, 플랫이 웃는다. 그에게 있어서도, 저 투기자가 토오사카 린이라는 것은 한눈에 명백했던 것이겠지. 나조차 알 수 있었으니, 마술사로서 뛰어난 플랫이 간파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에르고 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에미야 시로와 에르고가, 어떤 흐름으로, 둘이서 모나코를 여행하게 되었는가. 나와 스승님이 세 번째 게임에 돌입한 타이밍에, 그런 행위에 나서다니, 지금까지의 에르고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면 추측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잠시 후,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에미야 키리츠구인가……" 그 이름에, 스승님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가뜩이나 깊은 주름이, 계곡처럼 보였다. 수많은 지식이 박혀 있고, 때로는 마그마처럼 작열하는 열정을 품은 계곡이었다. 그런 스승님에게, 플랫이 말한다. "교수님이, 성배 전쟁에서 싸웠던 상대였죠?" "……확실히, 나와는 인연이 있어." 하고, 스승님이 인정했다. "하지만, 직접 나와 살을 맞댄 적은 없어. 에미야 키리츠구와 계약한 검의 영령 세이버와는 몇 번 싸웠지만, 마스터인 그는,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 말이야." 이전에도, 스승님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케이네스 엘멜로이 아치볼트. 즉, 선대 로드 엘멜로이를 살해한 것이, 검의 영령 세이버와 그 마스터라는 이야기였다. 어떤 의미로는, 로드 엘멜로이 2세라는 존재를 만들어낸 것이, 저 마술사 킬러라고도 할 수 있겠지. 저 지즈를 죽인, 기원탄의 창조자. "그 발자취를 쫓고 있다고 한다면, 나도 알고 싶어지네." (중략) "플랫, 하나 해 줬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오, 교수님께서 저에게 부탁하는 건 드무네요! 괜찮으세요?" "네 고향에서, 네 어머니도 선연(카사)에 참가한 이상, 이번에는 처음부터 관계자겠지. 학생이라는 이유로 사건에서 떼어놓을 의미는 없어." "좋네요, 교수님의 독자적인 규칙! 심판 제도가 확실한 TCG 같은 느낌으로, 단순하지만 복잡하다고 할까!" "맘대로 말해.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은 일 좀 해 줘야겠어." "아이아이 서(aye aye sir)!" - 로드 엘멜로이 2세으 모험의 내용

*376 "나중에, 제자분에게 물어보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 스젠의 말에, 스승님이 한쪽 눈을 가늘게 떴다. "에미야 시로가 아닌가?" "시계탑 군주(로드) 같은 분과, 그를 더 이상 만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너무나도 솔직한 말에, 스승님이 무심코 헛기침한다. 그 위에, "일단, 사정은 알았다." 하고, 스승님이 받아들였다. (중략)  씩씩하게 경례한 플랫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스승님은 또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스젠 씨." 하고, 부른다. "당신에게, 조금 확인해도 괜찮겠습니까." "마음대로." "지즈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요구받았습니까?" 스승님의 질문에, 예 스젠이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믿어주실지 모르겠지만, 그 아름다운 방황해의 마술사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말한 것은 딱 하나, 제가 원래 예정하고 있던 대로, 펨의 선연(카사)에 참가하는 것뿐이에요." "…………" 그 대답에, 스승님이 침묵한다. "왜 그러시나요, 스승님?" "보통, 마술사 사제 관계에서는, 어떤 대가를 취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나에게는, 자네가 지켜주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 스승님이 말한다. 지켜주고 있다는 말은 부끄럽지만, 확실히 내제자로서, 그런 입장에 있다는 건 사실이다. 또한, 시계탑 학생이라면, 상당히 고액의 수업료를 내고 있을 것이다. 시계탑이 아닌 제자라면, 다른 형태의 대가를 지불하겠지. (……그것도, 등가교환일지도) 마술 원칙 중 하나. 스승님의 강의에 따르면, 대부분의 마술은 등가교환은커녕 탕진이라고 불릴 만한 것으로, 귀중한 자재를 물 쓰듯이 쏟아부어, 간신히 황금 한 조각을 얻는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등가교환이라는 원칙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도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얼마나 떨어져 있어도, 잃는 것과 얻을 수 있는 것은 등가로 간주한다고. 사제 관계라는 것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제자가 지불하는 대가와, 스승에게서 배우는 비술은 반드시 동등하지는 않지만, 마술사는 등가로 간주한다고. 그렇다면 ── "펨의 선연(카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방황해의 제자가 되는 대가가 되는 건가?" 스승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치에 맞기는 하다. 지즈의 제자가 된 알레트도 멜빈도 스젠도, 전원 펨의 선연(카사)에 참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아직 시원치 않은 듯했다. 지그소 퍼즐에서,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부품이 남아 있는 듯한 그런 감각을, 스승님은 쩔쩔매고 있는 듯했다. "스젠이나 알레트 에스칼도스와 마찬가지로 지즈의 제자가 된 멜빈도, 펨의 선연(카사)에 참가하고 있었지──" 잠시, 스승님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죽은 방황해의 마술사의 생각을, 안개 속에서 어떻게든 찾으려고, 사고에 몰두하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저에게서도 확인시켜 주십시오." 다시 한번, 예 스젠이 입을 열었다. "물론, 괜찮네. 무엇이든 묻게." "에미야 시로에 대해서입니다. 아버지인 에미야 키리츠구와 당신의 인연에 대해서는 아까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에미야 시로에 대해서는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아니. 그는 시계탑에서 한 번 이야기했을 뿐이네." "그런가요." 하고, 스젠이 끄덕였다. "저에게서의 희망은 단 하나. 이번 사태가 그에게 송곳니를 드러냈을 때, 당신은 그의 편에 서 주시겠습니까." 그 제안에, 스승님의 미간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이 경우, 의심을 의미하는 주름이었다. "제자의 수행인이니, 물론 나쁜 취급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었지만…… 어째서, 당신이 그런 것을?" 스승님의 질문에, 슬쩍, 스젠이 가슴을 눌렀다. 마치, 거기에 보물이라도 묻혀 있는 듯했다. "나선관에서 사상 마술을 지향한 이후,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러면, 어쩔 수 없겠군." 하고, 스승님이 답했다. 미간에서, 아까의 의심이 사라졌다. 대신, 입술에 번지고 있는 것은 쓴웃음이었다. 어느샌가 잃어버렸던 것을, 타인의 말에서 찾아낸 듯한. "알겠다. 약속하지. 시계탑 군주(로드)로서가 아니라, 가짜로 엘멜로이 2세라는 이름을 맡고 있을 뿐인 개인으로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7 바 지하의 숨겨진 방에서, 한동안 에르고 일행은 움직이지 않았다. 많은 총기나 병기, 그리고 벽에 붙은 매핑 사진이나 지도에 둘러싸인 채, 초조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에르고는 주위를 탐색하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아까의 정보 ──쥬스트가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휴대 단말기도 통하지 않는 이상, 우선 이 장소의 정보를 탐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에르고가 주위를 다시 한번 탐색하고 있는 가운데, 시로는 매핑 앞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몇 분이었을까. 이윽고, 서 있는 채로 시로가 속삭였다. "그건, 키리츠구(할아버지)도 히어로는 기간 한정이라고 말할 만하네." "…………" 에르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매핑에 첨부된 자료들이 호소하고 있는, 처참한 사건들. 그 모든 것이 존경하고 있었던 아버지의 소행이라고 듣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에르고도, 마찬가지다. 아니, 아버지가 만들어낸 참극의 수량으로 말하자면, 천 배 만 배가 될 것이다. 정복왕 이스칸달의 빛나는 업적과, 그 그림자라고도 할 수 있는 비극 쌍방을, 청년은 알고 있다. 정복왕이 죽은 후, [가장 강한 자가 다스려야 한다] 따위 유언이 일으킨 대전쟁에서,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고, 우정도 국토도 피로 물들어, 에르고 자신 ──알렉산드로스 4세 또한, 어릴 적부터 연금된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에서, 멋지게 이겨낸 프톨레마이오스조차 자신의 소행에 대해 탄식했다는 것을, 에르고는 들었다. (그렇다면, 시로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에미야 키리츠구가 일으켰던 참극에 대해, 시로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추측하려고 했지만, 청년의 옆모습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것도 교류가 짧기 때문일까. 예를 들어 성배 전쟁에서 함께 싸우고, 그를 시계탑에서 조력자로 두고 있는 린이라면, 시로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랑, 닮아 있는 걸까──?)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아직 결정할 수 없는 에르고와 에미야 시로는, 어딘가 닮아 있는 것일까 ──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소박한 어조로, 갑자기 시로가 덧붙였다. 정말로 지금까지와 변함없는 말투였기 때문에, 차라리 에르고는 의표를 찔려 버렸다. "무엇이, 말인가요?" "쥬스트가, 키리츠구(할아버지)의 원수로서 나를 노렸다는 건 알겠어." 시로가, 붙어 있는 사진에 손을 댄다. 에미야 키리츠구의 사진이다. 꽤 멀리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그것은, 공항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매핑에서도, 그 사진은 몹시 특별한 것 같아서, 마치 성상처럼 한 장만 따로 떼서 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키리츠구(할아버지)와, 이 매핑의 에미야 키리츠구는, 같지만 달라져 버렸어. 그게 내 탓이라고 쥬스트가 생각했다면, 에미야 키리츠구는 내가 죽인 게 되잖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이ㅡ 모험의 내용

*378 곤란한 듯, 시로가 눈썹을 모은다. 그러고 나서 조금 걸어서, 다른 곳의 또 한 장의 사진을 콕 찔렀다. 이쪽은, 장발의 남성 마술사와 묘지기 소녀 ──에르고가 가장 잘 아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엘멜로이 2세를 표적으로 하는 거지?" "그것은, 같은 4차 성배 전쟁에 참가했으니까……" "그렇네. 둘 다 이전 성배 전쟁에 참가했다는 건 알겠어. 키리츠구(할아버지)와 엘멜로이 2세가 싸운 적도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키리츠구(할아버지)는 성배 전쟁에서 살아남았어. 단순히, 적대했던 적이 있다는 것뿐이라면, 키리츠구(할아버지)에게는 더 많은 상대가 있을 텐데?" "……그건, 그럴지도." 에르고도 납득한다. 마술사 킬러라고까지 불렸던 에미야 키리츠구의 경력을 생각하면, 원한을 품고 있는 상대는 무수히 존재할 것이다. 키리츠구를 함정에 빠뜨린 자나, 어떤 피해를 입힌 자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키리츠구가 일으켰던 수많은 참극의 사진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기준이라면, 엘멜로이 2세는 순위가 낮은 쪽일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방황해의 마술사 따위, 키리츠구(할아버지)랑 전혀 관계없잖아. 그야 나도 모르는 것투성이니, 절대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시로의 지적은 타당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두 사람 모두 뭔가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 된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어, 뭐야 그거?" "선생님이 항상 말하는 겁니다. 신비가 관련된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라고. 초상적인 능력을 다룰 수 있는 이상, 누가 그랬는가(후더닛), 어떻게 그랬는가(하우더닛)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동기만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또 하나, 말했었다. 이번 여름, 세계를 누빈 일련의 사건에서, 2세와 에르고가 쫓게 된 문답. 누구를 먹었는가 (훔더닛). 즉, 그것은 에르고가 먹은 신이 누구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센트럴 퀘스천)이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말인가. 확실히 그건 속일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마술사라 해도, 그렇지 않다고 해도." 끄덕이고, 시로가 다시 매핑을 바라보았다. 함께 그것을 바라보며, 에르고가 말한다. "누군가가, 쥬스트의 뒤에 있는 건지도 몰라요." "뒤?" "네. 살인 청부업자는 총 같은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요. 총에는 생각 따위는 없겠지 라고." "그것도 엘멜로이 씨가?" "아니요, 선생님의 의붓 여동생인 라이네스 씨입니다. 시계탑은 수많은 음모가 난무하고 있어서, 암살자도 많이 있지만, 암살자를 잡은들 그건 대체 가능한 총과 같은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고." "…………" 잠시 침묵하고 나서, 시로가 이렇게 답했다. "의뢰를 받고 누구를 살해하는 그런 녀석인가?" "……어떨까요." 하라고 한다면,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렇기에, 이 매핑에서 외경심을 받고 있는 에미야 키리츠구부터가, 의뢰받고 누구를 살해하는 일을 계속해 온 것이다. 쥬스트에게도 그런 일에 대한 기피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걸린다. 피부 밑에 간지러운 무언가가 묻혀 있는 듯하다. 정확하게 적출하기만 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한 도구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최면술이라도 받았거나……?" 자신도 반신반의인 채로, 에르고가 말해 본다. 일단, 마술사의 기본으로서, 암시의 술은 존재한다. 하지만, 만능과는 거리가 먼 물건이다. 통상의 최면술과 마찬가지로, 거는 쪽과 걸리는 쪽에 상응하는 신뢰 관계가 없으면 통하지 않고, 대개의 경우 그런 것이 있으면 암시 따위는 필요 없다. 또한, 저항력이 없는 일반인을 상대로는 꽤나 번거로운 지령도 통하지만, 그래도 살인처럼, 금기라고 새겨진 명령은 어렵다. 아무래도, 엘멜로이 2세는 젊었을 때, 일반인 노부부에게 걸었던 암시가 간단하게 해제되어 버렸던 적이 있고, 자신의 재능 없음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들은 적도 있었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다시 한번 중얼거린 시로가, 지도를 바라본다. "적어도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항로라도 알 수 있으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9 에르고가 말을 꺼내려던 순간, 쉿, 하고 시로가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댔다. 그 반응에, 에르고가 귀를 기울인다. 곧바로, 문 너머에서, 기척이 움직였던 것이다. "……이런 곳에, 숨겨진 방 같은 걸 만들었었나. 저 떠돌이 연금술사." 우당탕, 하고 기척이 내려온다. 아무래도, 혼자인 듯했다. 시로와 에르고가 눈짓을 주고받고, 문 양옆으로 몸을 숨긴다. 건너편에서 문이 열린 순간, 에르고의 등에서, 반투명한 푸른 환수가 해방된다. "크악!" 순식간에 붙잡힌 상대가, 손전등을 떨어뜨린다. 그 빛이, 이쪽의 얼굴을 비추자, "역시, 너……읏." 하고, 상대가 말을 잃었다. "역시?" 에르고는 모르는 남자였다. 대략 30세 가까이 되어 보였다. 헌팅캡을 쓰고 있었고, 뺨에서 입술까지 오래된 베인 상처가 있다. 겉으로 봐도 나쁜 인상에서, 뒷세계 인간일 거라고 추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몹시 끈적끈적한 집착이 달라붙은 시선으로, 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그런가. 너, 그때 그 녀석이구나." 조금 늦게, 시로가 반응한다. "누구인가요, 시로 씨." "그, 전회의 선연(카사) 후에, 나를 붙잡은 마피아야." 어딘가 불편해하면서, 시로가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0 바 지하의 숨겨진 방에는, 노골적일 정도의 살의가 가득 차 있었다. "젠장! 놔줘, 빌어먹을 놈들이!" 에르고의 환수에 붙잡힌 채인, 헌팅캡을 쓴 남자에게서였다. 구속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당장에라도 권총을 꺼낼 것 같은 그 남자를 앞에 두고, "그, 전회의 선연(카사) 후에, 나를 붙잡은 마피아야." 하고, 아까 시로가 설명했던 것이었다. 물론, 에르고도 기억하고 있었다. 예 스젠에 의해 구출되기 전, 시로를 포획하고 있던 모나코의 마술 마피아들. 그중 한 사람이란 거겠지. "시로 씨에게, 그 상처를 입혔던 상대인가요?" "그렇겠지. 아직 꽤 아프네." 옷 위에서, 옆구리 부분을 시로가 쓰다듬었다. 기이할 정도의 회복 속도이긴 했지만, 원래는 상당한 중상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묻고 싶은 것이 있어.……날뛰지 않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풀어 줄게. 어때?" 물었던 시로에게, 헌팅캡은 한동안 으르렁거리다, "……알았다." 하고, 마지못해 승낙했다. 시로의 수긍을 받고, 에르고가 환수를 해제한다. 잠시 아픈 듯 어깨를 쓰다듬고 나서, 빙글, 하고 헌팅캡이 방을 둘러봤다. 여러 총이나 병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처음에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아틀라스 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되는 미래 기술 제품에, 작게 혀를 찼다. "여기는, 혹시 그 떠돌이 연금술사의 은신처라는 건가." "아마, 그렇다고 생각해." 시로가 인정하고 나서, 헌팅캡에게 다시 묻는다. "너희들,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를 쫓고 있었어?" "……뇌 대신에 오줌이나 개똥이나 채우고 있는 건가. 저 떠돌이 놈한테 다 같이 죽었으니, 당연한 거 아니겠어?" 헌팅캡이, 누런 이를 드러냈다. 에미야 시로를 예 스젠이 구출한 직후, 그를 포획하고 있던 마피아들은 정체불명의 자에게 섬멸당했었다. 그때, 함께 있었던 마술 상인(미스틱 딜러)의 상품 보관소에서, 에미야 키리츠구의 기원탄이 도난당했다는 정보를, 에르고는 엘멜로이 2세에게 들었었다. 그렇다면, 별도로 행동했던 마피아들이, 가장 의심이 짙은 쥬스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쥬스트의 일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어?" "저런 빌어먹을 놈과 직접적인 연은 없었어. 하지만, 이 근처에서는, 묘한 전설로 떠돌아다녔거든." "전설?" "모나코에 괜히 시비를 걸면, 이상한 이름을 자칭하는 연금술사가 나타난다고, 옛날이야기 같은 거지. 그래서 최근까지 우리도 모나코를 자극하는 일은 없었던 거야. 그렇다고 해도, 반 펨에게 눈에 띄는 건 사양이었고." "……확실히, 그거 옛날이야기 같네." 그런데, 이번에 한정하여 마피아가 나섰던 것은, 에미야 시로가 펨의 선연(카사)에서 살아남았다는 기이한 사태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마피아 쪽은 모처럼 에미야 시로를 붙잡아 놓고, 그가 선연(카사) 승자였다는 것은 몰랐지만. 어떤 의미로는, 무슨 우화와도 같았다. -로드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1 "그럼, 이곳을 알아낸 건?" "뭐? 정말로 모르는 건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니까, 너희들처럼 아무 경계심도 없이 걸어다니면, 바로 걸리는 건 당연하잖아. 그 후에는 너희들을 쫓아가는 와중에, 이 이상한 장소를 찾아냈을 뿐이다." "……아." 알아낸 것은, 이 숨겨진 방이 아니라, 시로 쪽이었나. 시로를 데려간 것은 에르고였으므로, 몹시 미안해져 버렸다. 젊은 동양인 따위는, 이 땅에서 어떻게 해도 눈에 띌 것이다. 적어도 간단한 변장 정도는 했어야 했던 것이다. "비켜. 이 방을 제대로 보여 주라고." 두 사람을 밀어내듯이, 헌팅캡이 방 여기저기를 찾기 시작한다. 곧바로, 정면의 매핑 앞에서 멈췄다. 한동안 눈살을 찌푸리고 고민한 후, 입을 열었다. "……이봐, 이거, 저 떠돌이 연금술사가 너를 노리고 있다는 말인가?" "아아. 그래서, 지금은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에 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젠장!" 시로의 대답에, 마피아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젠장, 젠장, 빌어먹을! 저기는 사도의 불가침 영역이잖아! 뭘 하고 있는 거야, 빌어먹을 떠돌이 연금술사가!" 한바탕 독설을 퍼붓고 나서, 다시 한번 마피아는 매핑을 다시 바라보았다. 혹시 난동을 부릴까 하여, 감시하던 에르고가 눈을 깜빡였다. 왠지, 헌팅캡의 옆모습에서, 아주 조금 험악함이 옅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에미야 시로, 였던가." 지긋이, 뒤돌아본 헌팅캡이 시로를 노려봤다. "아까 이야기로 보면, 벌써, 저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습격당한 건가?" "뭐, 살해당할 뻔했었지. 어떻게든 격퇴했지만." "격퇴? 저 녀석을?" "간신히 했지만 말이야. 에르고나 플랫들에게도 협력받았고." 진지한 얼굴로 끄덕인 시로에, 마피아는 몹시 불쾌한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째서, 그때, 나를 죽이지 않았지?" "응? 무슨 소리야?" "네놈을 붙잡았을 때 말이야! 할 수 있었잖아, 네놈. 저 떠돌이 연금술사를 격퇴했다면, 여자를 인질로 잡혔다고 해도, 우리쪽을 두세 명 정도 죽일 생각으로 돌파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말에, 에르고는 허를 찔렸다. (……그거다) 하고, 납득해 버린다. 이전에, 시로와 대화하면서 느꼈던, 기묘한 위화감의 정답. ──『하지만 시로 씨라면, 그 정도는 어떻게든 됐던 것 아닙니까? 인질이 있다고 해도, 되찾으면서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됐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위험하잖아? 아무리 잘해도, 실패를 제로로 만들 수는 없어. 그렇다면, 항복하는 게 좋다고 그 자리에서는 생각했어』 (인질로 잡혀있던 여자애가, 아니었다.) 위험하겠다는 말의 의미. 시로가 의도했던 것은, 납치당했던 여자와, 마피아 쌍방에 대한 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너, 이상하게 봐준 거지." 헌팅캡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딱히 안 그랬어." "아니. 했지." 고개를 저었던 시로에게, 쏘아붙이듯이 헌팅캡이 덮어씌운다.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는 상대에게, 시로는 곤란한 듯이 답했다. "제대로 손대중 할 수 있다면 했어. 봐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나에게는 없었지. 납치당할 뻔했던 아이도 너희들도, 둘 다 무사하다면 그게 더 좋잖아." "왜 그렇지? 여자애를 구해서 영웅 기분이라도 내고 싶다면, 우리 같은 놈들은 최우선으로 전부 죽여 버려야 하잖아. 내기해도 좋지만, 살려둔다고 해서,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괴롭힐 뿐이라고. 흥, 그런 시시한 전말을 상상하면서, 몰래 큭큭거리고 있다면 좋은 취미지만!" 헌팅캡의 말도, 시로의 영향을 받은 건지, 왠지 기묘했다. 시로는, 조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네. 네가 말하는 건 맞는다고 생각해. 저 녀석은 정의를 자칭하고 있을 정도니, 네가 말한 것처럼 하고 있을지도 몰라." 정의 쥬스트. 그것을 자칭하는, 떠돌이 연금술사.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말했던 것도, 분명히" "할아버지?" 되풀이해서 말한 헌팅캡에게, 시로는 다른 것을 고했다. "게다가, 너희들한테는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해. 아까 불가침 영역이라고 말했던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으로, 나는 돌아갈 테니까." "……하아? 죽으러라도 갈 생각이냐?" "아는 선생님이, 노려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선생님, 너랑 관계 있어?" "아니, 내가 만났던 건 한 번뿐이야. 아마 앞으로도 제대로 이야기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럼, 아무 이득도 없잖아." "있어." "뭐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됐잖아." "…………" 헌팅캡이, 침묵했다. 넉넉하게 10초 정도 있었을까. "알았다. 요컨대 바보라는 거군, 너." 흥, 하고 헌팅캡이 코웃음 쳤다. 그러고 나서, 탁탁 하고 바지 먼지를 털고, 발길을 돌렸다. 숨겨진 방 문에 손을 대고 나서, 말했다. "따라와, 빌어먹을 놈들아." 그 말에, 시로와 에르고가 서로 얼굴을 바라봤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2 균형 잡힌 해안선이 흐트러진 지점에서, 헌팅 캡이 발을 멈췄다. 항구의 끝이다. 마침 커다란 유람선과 창고 구역의 그늘에 가려져, 주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에르고의 주의를 끈 것은, 먼바다에서 전해져 오는 정보 압력이었다. "이거……" "아까 매핑에서 점찍어 뒀어. 저렇게 써놨으면, 아마 이 근처일 거라고 생각해서. ……자, 저기다." 헌팅 캡이 검지를 뻗었다. 먼바다 일부에, 안개가 끼어 있다. 한여름 날씨에는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게 짙은 안개였다. 에르고가 압력을 느끼는 방향과도 일치했다. "반 펨 의 선연(카사)에서 출항하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은 매번 항로를 바꾼다고 하지만, 언제나 특별한 안개를 동반하고 있지. 저 떠돌이 연금술사가 침입했다면, 이 근처에서 개인용 보트를 냈겠지. 말해두지만, 나는 보트까지는 준비해 주지 않을 거다." "아마, 그 정도는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르고가 말했다. 해면과 안개를 보면서, 확인한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그 정도의 신비는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고마워." "알 바 아냐. 빌어먹을 놈들끼리, 알아서 싸우고, 알아서 죽어." 시로의 감사에, 헌팅 캡이 혀를 찼다. 뒤돌아서서, 종종걸음으로 걸어간다. 도중에, 멈춰 섰다. "옛날에, 우리 조직이, 마술사 용병을 지도역으로 고용했었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불어온 바닷바람에 묻혀 버릴 정도의, 그러나 청각을 '강화'할 수 있는 두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음량이었다. "겨우 일주일 정도였지만, 엄청나게 솜씨가 좋았지. 모두, 눈에 띄게 움직임도 얼굴 생김새도 달라져 가는 거야. 당시의 나는 꼬맹이라 제일 열등생이었기에, 그렇게는 되지 못했지만, 우연히 그 지도역이 일본 만화를 가지고 있어서 말이야. 현장에서 주웠다고 하면서, 나한테 줬었어." "어떤 만화였어?" 돌아보지 않은 채인 헌팅 캡에게, 시로가 물었다. "히어로물이었어. 가면을 쓴 주인공이, 악당들을 싹 다 때려눕히는 녀석. 혼자인데도 아무리 많은 적이라도 겁먹는 일 없이, 모든 악당을 쓰러뜨리면, 다시 황야로 사라지는 거야. 지도역이랑 조금 닮았었어. 이쪽이 한계를 넘을 때까지 쥐어짜는 악마였기에, 그런 말은 절대 하지 않았지만." 시로는, 더 이상 뭔가를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겠지, 하고 에르고는 생각했다. 분명, 이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뭔가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 그 질문은 가장 중요한 것일 텐데, 소중하기에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 것에는, 저렇게나 쉽게 손을 내미는데, 자신에게 있어서 특별함을 허락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물을 수밖에 없잖아. "그, 지도역의 이름은──" 린들의 이야기로는, 마술 마피아의 전투는 묘하게 능숙했다. 아마 대 마술사전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았을 거라고, 함께 싸운 루비아도 지적할 정도였다. "케리." 헌팅 캡의 등이 말했다. "어른들은 케리투그(ケリトゥグ)라고 불렀으니까, 그게 본명이라고 생각했어. 바로 얼마 전까지는 말이야." 바로 얼마 전까지. 그렇다면, 그 매핑을 뚫어져라 본 뒤, 갑자기 헌팅 캡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더할 나위 없이 명백하지 않은가. 케리투그가, 조금 억양이 있는 호칭이라고 한다면? "그럼, 혹시 저희들을 발견한 것도." 에르고나 시로처럼, 그도, 어떤 인물의 발자취를 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동포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어야 할──예전에 이 거리를 걸었던 지도역의 발자취를, 이 마피아 조직원도 쫓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헌팅 캡은 거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웃었다. "웃기지 않냐. 어렸을 때 동경했던 것뿐인데, 정의의 아군이라는 것 따위, 지금껏 잊고 있었어. 그 결과가 이 꼴이라니." 말끝에, 그리움과 자조와, 풍화되어 버린 동경이 같은 양으로 섞여 있었다. (……아아) 히어로는 기간 한정이고. 어른이 되면 자처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걸, 좀 더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에르고는 떨쳐내려고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3 그대로 헌팅 캡이 떠나가려 할 때, 휙, 하고 항구에 소리가 났다. 반투명의 벽이, 시로와 에르고를 포함한 반경 10미터 정도의 공간을 감싸 버린 것이다. "──에미야 시로──!" 허둥지둥 되돌아가려던 마피아가, 그 반투명 벽에 닿자마자, 쨍 소리가 나면서, 그 자리에 털썩 쓰러 졌다. "너──!" "기절했을 뿐이에요!" 달려가려는 시로를, 에르고는 제지했다. 이쪽을 가두는, 투명한 장벽처럼 보였다. 지금 마피아를 기절시켰을 때의 빛을 보면, 전자기적인 성질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동시에, 갑자기, 해면이 거품을 일으켰다. "이거──!" 금속제 통 모양의 무언가가, 잇따라 바다를 가르며, 중공으로 상승했다. 그 모습에, 에르고의 입술이 어떤 단어를 내뱉는다. "드론?!" 어떤 종류의 자율형 병기일까. 일부에서는, 무인 항공기(UAV) 등으로 불리는 병기군으로, 드론이라는 명칭도 그중 하나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추출된 자료 중에는, 이러한 현대의 지식도 있었다. 그 대도서관에서는, 10년도 되지 않아, 현대의 전쟁은 이러한 자율형 병기에 의해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현대 병기가 아니었다. 떠오른 드론에는, 프로펠러도 기구도 달려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로 부력을 얻고 있는가 하면, 아무래도 표면에 박혀 있는 기묘한 수정에 의한 것 같았다. 즉, 이것은── "현대 병기와──연금술의 하이브리드!" 총격을, 에르고가 옆으로 뛰어 피했다. 아마,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가 미리 설치해 둔, 쫓아올 수 없게 하기 위한 장비였을 것이다. 두 번째 목적으로서, 에미야 시로를 발견하면 공격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정도일까. 붉은 머리 청년의 등에, 여섯 개의 환수가 생겨난다. 거미 다리처럼 뻗은 환수가, 순식간에 주위의 드론을 파괴했다. 그런데도, 절반은 빠져나갔다. "────?!" 에르고가 추격하지만, 그 공격도 계속해서 회피된다. 상하좌우를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드론의 가벼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회피율이었다. 그 독특한 움직임을, 에르고는 알고 있었다. (아틀라스원의, 미래 예측──?!) 연금술사가 가진 능력이, 간이적으로나마 이 드론에도 재현되어 있는 건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씩, 꼼꼼하게 도망갈 곳을 막으면, 대처 자체는 할 수 있다. 아무리 미래를 예측한다 해도, 회피 가능한 미래가 전부 닫혀 버리면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 수로는……!) 에르고가 이를 악문다. 드론의 총격은 통상 병기로 보이지만, 제대로 맞으면 치명상임에는 변함없다. 모든 기체를 격추하기 전에, 이쪽의 행동을 완전히 예측당하면, 그 단계에서 밀릴 것이다. 게다가, 더 시간을 끌면, 언젠가는 근처의 모나코 시민이 휘말리게 된다. 아까 전자기 장벽은 에르고들을 가두는 동시에, 주위에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광학 미채를 겸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투가 장시간 계속되면 그런 것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대책을 생각하는 사이, "투영(트레이스), 개시(온)." 허공에서 생긴 검이, 드론들을 갈랐다. 시로의 투영이었다. 쥬스트와의 싸움에서도 휘둘렀던 쌍검, 간장·막야. 시계탑의 마술사들이 본다면 군침을 흘릴 만한 물건이겠지. 그러나, 호를 그리는 쌍검의 투척조차 점차 회피당하게 되고, 시로에게 보복의 총격이 되돌아온다. "시로 씨!" 자세를 가다듬으면서, 에르고가 외쳤다. "저 녀석들, 아마 아틀라스원의 미래 예측과 같은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요! 공격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대처당합니다!" "그런 종류인가!" 시로가 대답하는 동시에, 드론들이 진형을 바꿨다. 벌써, 충분한 데이터를 모은 건가. 서로 절묘한 거리를 둔, 정교한 팀워크. 사냥감을 노리는 사나운 매의 무리와도 같이, 금속의 부유 기계는 에미야 시로의 머리 위에서 급습한다. 간발의 차로, 시로가 겉옷을 던져, 항구 바닥을 뒹굴었다. 무심하게 보이는 액션이지만, 카메라 시야를 방해받은 드론들의 총격은 모조리 회피당하고, 부두 바닥만 꿰뚫었다. (──시력이다) 라고, 에르고는 깨달았다. 매의 눈이라고도 할 만한 극단적으로 '강화'된 시력과 공간 파악 능력, 거기에 더해 겪어온 수라장의 경험이, 여기에서도 충분히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정밀 기계라면." 피하면서, 시로가 사념을 집중한다. 양손에 들고 있던 간장·막야가 사라진다. 주문이, 흘러나온다. "투영(트레이스), 개시(온)." 잇따른 총격을 피하면서, 그 손에 마력이 깃든다. "창조이념, 감정創造理念、鑑定." "기본골자, 상정基本骨子、想定." 투영 6박자(六拍), 라고 시로는 말했다. 에르고의 가면을 만졌을 때, 자신은 투영을 할 때 6개의 공정을 생각한다고. 그러나, 지금 실제로 보고, 기묘한 절차라고도 에르고는 생각했다. 직감적이지만, 린이나 루비아의 대략적인 마술이, 세계에 작용해서, 그 땅의 마술 기반으로부터 현상을 일으키는 것에 비해, 시로의 그것은 완전히 반대로 느껴졌던 것이다. "구성재질, 복제構成材質、複製." "제작기술, 모방製作技術、模倣." 이전에 환시했던, 제5차 성배 전쟁 때의 시로도 그랬다. 투영이란 마력만으로 물체의 겉만 일시적으로 형성하는 기술일 텐데, 마치 어딘가의 세계에 실재하는 것을, 휙 하고 꺼내 오는 듯한……. "성장경험, 공감成長経験、共感." "축적연월, 재현蓄積年月、再現." 마력이, 모인다. 시로의 마술 회로를 빠져나가, 그 손에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투영(트레이스), 완료(오프)." 그것은, 신성한 황금으로 빛나는 칼날이었다. 황금 위에서 미세한 자줏빛 번개를 휘감은, 장엄한 분위기를 띤 무기였다. (저 느낌, 불교(불교)의──?) 에르고가 의문을 품자마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제공된 지식이, 그 정체를 청년에게 가르쳐 준다. "그런가, 저것은──" 인도 신화. 특히 유명한 전쟁신의 무기이다. 그 명칭이 일반화되어, 견고한 것, 강력한 것 같은 의미를 부여받는 동안, 독고저(獨鈷杵)나 삼고저(三鈷杵) 같은 종교적인 성물이 되어 간다. 에미야 시로가 손에 든 것은, 중앙의 창 부분 주위에 네 개의 칼날이 뻗어 있는 오고저(五鈷杵)였다. 전쟁신의 이름은, 인드라. 성선의 뼈로 만들었다고 하는 무기의 이름은, 금강저(바쥬라). 그리고, 그 이름의 원초의 의미는 뇌정(바쥬라). 투영된 성구에서 발하는 무수한 번개가, 주위를 둘러싼 연금술 드론들을, 모조리 꿰뚫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4 "어라?" 하고, 눈을 깜빡였다. 무인의 카지노에, 키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아아. 슬슬 올 때가 되었나 하고 생각했었지." "네! 교수님이 협력하라고 하셔서요!" 발랄하게, 플랫이 경례한다. 인영은 어딘가 대범하게 끄덕이고 나서, 천천히 입가를 손수건으로 막고, "커흐게헤크케캑!" 그 손수건 끝을 보기 좋게 붉게 물들였다. 토혈이었다. "아니 실례. 이건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덧없게 웃은 것은, 예 스젠도 알고 있는 상대였다. 엘멜로이 2세의 자칭 친우이자, 지즈의 제자 중 한 명──멜빈 웨인즈였다. "당신…… 저 웨인즈 가문의." "두 번째 게임에서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드디어 돌아오셨나 보군요. 나선관・빙의루의 예 스젠." "게임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그거 부럽군. 내기 같은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 편이, 인생은 충실하겠죠. 그렇지만 나도, 이 10여 년 동안 가장 중요한 용건을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무룩하게, 멜빈이 말했다. 예 스젠이 참가하지 않았던 두 번째 게임의 일일까? 진의를 탐색하듯이, 예 스젠이 말을 이었다. "저희에게, 무슨 용건이신가요?" "긴급하게 조사하고 싶은, 혹은 대처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스젠 씨와는, 혹시 서로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 했거든." 하고, 멜빈은 장난치듯이 말했다. 시계탑에 소속된, 서양 마술사 대부분이 그렇듯이, 이 남자도 본심을 알 수 없는 상대였다. "즉?" 그 대답에, 싱긋 멜빈은 웃었다. "따라와 주신다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5 투기장의 제2전이 끝날 무렵, 다른 장소에서 사태는 진행되고 있었다. 플랫과, 스젠. 두 사람은 멜빈에게 안내되어, 어떤 개인실 앞에 서 있었다. "아, 이건……!" "알아보겠어?" 플랫이 낸 목소리에, 멜빈이 약간 득의양양하게 입술 끝을 비틀었다. "반 펨에게서, 내가 받은 개인실이지만. 살짝 손을 봤어. 그럼 연다." 천천히, 문 네 귀퉁이를 만지고 나서, 손에 든 음차를 울린다. 공명하며 문이 울리는 것처럼, 스젠에게는 들렸다. 결계 술식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분명하지 않았다. 사상 마술사인 스젠과, 시계탑에 소속된 멜빈이 다루는 술식은 당연하지만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헤에, 재미있네요!" 플랫이, 눈을 빛낸다. "보통 결계라고 하면, 어디까지나 마력적인 격리가 대부분인데, 이건 좀 더 본질적인 부분에서 저쪽과 이쪽을 격리하고 있어요. 에, 그러니까 그거다, 게임 안과 밖이라든가, 2차원과 3차원 경계라든가." "혹은, 생전과 사후." 스젠이, 짧게 말했다. "신대의 마술을 이용한 결계군요.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그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어설픈 얼버무림은 통하지 않는다, 는 그런 위협을 담은 눈빛이었다. "하하하, 뭐 곧 알게 될 겁니다." 라고, 멜빈이 문을 당겼다. 문에 또 다른 문이 겹쳐져 있다고, 스젠은 느꼈다. 한 장은 물리적인 문. 또 한 장은 결계에 의해 숨겨진 문이다. 두 번, 멜빈은 문을 당겼다. 물리적, 결계, 양쪽의 문을 열고, 그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6 그 앞은, 푸른 세계였다. "와아!" 라고, 플랫이 소리를 높였다. 들어 올린 신발 밑에서, 우수수 하고 무언가가 떨어졌다. 모래다. 쏴아 쏴아, 하고 들리는 것은 파도 소리. 그들의 발밑에는, 찰랑찰랑 파도가 흔들리고 있었다. 5미터 사방 정도의 방이, 그곳만 차원을 잘라낸 듯, 여름 해변이 된 것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건." 스젠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해변 때문이 아니다. 그 정도의 일은, 신대의 마술이라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현대 마술에서는 극히 일부의 희소한 속성에서만 가능한 행위라 할지라도(一部の希少な属性でしか不可能), 저 방황해의 마술사가 습득시킨 신대의 마술에는 그다지 장애가 되지 못한다. 그만큼 차원이 다르달까, 현대와 신대는 룰이 바뀌어 버렸다. 스젠과 마찬가지로 지즈에게 사사한 멜빈에게도, 이 근처의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 슬슬 한계라서요." 난감하다는 듯, 멜빈이 머리를 긁적인다. "저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일단 동문인──방황해의 마술사에게 신대의 마술을 배운 스젠 씨의 힘을 빌리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같이 플랫 군도 와 준 것은 행운이었고요." "언제부터입니까." "응?" "언제부터,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까." "하하, 딱히 계획대로 그런 건 아니고. 웨이버가 늘 말하는 즉흥적인 거지. 뭐, 신대의 마술이라면 이런 걸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도는 생각했었지만." "그럼, 스승님께 제자가 되기 전부터……" "일단 그렇게 되네." 얼버무리는 듯 고개를 끄덕인 멜빈에게서 시선을 돌려, 스젠은 다시 한번 방 안의 바다를 응시했다. 바닷속, 이다. 그리 깊은 바다는 아니다. 투명도도 높기에, 플랫이나 스젠의 위치에서 엿볼 수도 있었다. 그 안에는, 마치 잠들 듯 눈을 감은,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의 유해가 가로놓여 있었다. 유해조차, 역겨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아, 그렇구나!" 라고, 플랫이 고개를 끄덕인다. "죽어 있지만, 죽어 있기만 한 게 아니네, 이거! 아니, 죽었다든가 하는 건 전혀 관계없어! 왜냐하면 이 술식의 초점은 지즈 씨 본인이어서, 살아 있든 시체든 아무 문제 없고, 현재 절찬 가동 중이니까!" "술식만이……살아 있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7 그렇게 말하고, 스젠이 뒤돌아봤다. "그럼 멜빈 씨, 지즈의 시체를 마술로 장사 지낸 것은" "뭐, 저 나름의 봉인이라는 것이었지만요." 라고, 멜빈이 미소짓는다. 과연 지금의 말을 엘멜로이 2세가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사람도, 대강은 눈치채고 있겠지만요. 스승님은 언제 죽어도 되도록 준비하고 있었어. 이 국면까지 끌고 가면, 누가 뭘 하든, 자기 계획이 진행되도록." "……그래서, 시체째로 봉인한 건가요?" "하하, 뭐 그런 거죠. 그렇지만, 역시 스승, 이제 봉인해 둘 수 없겠네요." 흔들, 흔들, 하고 해면이 흔들리고 있다. 안쪽에 방황해의 마술사를 봉인한 수면은, 지금 명백히 크게 출렁이고 있다. 착각인지, 방에 갇혀 있어야 할 해상에, 바람마저 불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단순한 자연현상일 리 없다. 봉인되어야 할 방황해의 마술사가 일으키고 있는 현상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봉인이 의미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워요. 저쪽에서 보면, 소꿉놀이 같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지금 서둘러 손을 써두고 싶어서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8 스젠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신대의 마술은, 대규모 술식일수록, 현대 마술 이상으로 의존하는 것이 하나 있어요." "음음음?" 드물게, 플랫이 고개를 갸웃한다. 엘멜로이 교실에서 손꼽히는 천재이자 이단아인 그조차, 제대로 모르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신전이에요. 스승님을 통해, 신전으로 가는 길을 열겠습니다." "지즈의 신전……!" 멜빈들은 모르겠지만, 그것은 반 펨 과 뤄롱이 다투던 비밀 장소가 아니었던가. "확실히……그렇다면……" 스젠이 고개를 끄덕인다. 세 명의 마술사는 자연스레 나란히 섰다. 전원이 결의를 눈에 가득 담고 있었다.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지는 각각 다르더라도, 목적은 하나였다. 그리고, 세 명 중 누구도, 다시는 문에서 나오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9 원탁의 방에는, 이미 구성원들이 모여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과 스승이 마지막이 된 것 같다. 앉아 있는 장소는, 앞선 제1시합과 같았다. "──그럼, 제2시합을 시작합니다." 전원이 원탁에 앉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 딜러는 선언했다. 자신은, 목이 말라서 어쩔 줄 몰랐다. 공기가 몹시 딱딱하고, 폭발 직전의 화약과도 같은 냄새가 섞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모나코에서 잇따라 일어난 사건들이, 이 자리에 압축되어 가는 것 같았다. 소리는 없다. 마치, 오래된 무성 영화 같다. 원탁에 앉은 참가자들은, 반 펨 을 포함하여, 몹시 엄숙한 의식에 참가하는 신자들처럼 보였다. 침묵을 깨듯이, 다시 딜러가 입을 열었다. "우선, 투기자의 데이터를 확인해 주십시오." 말과 동시에, 각자가 가진 태블릿 단말에, 새로운 정보가 표시되었다. "호오, 앞서 투기자와 같은 보석 마술인가." 그 정보에, 이시리드가 턱을 쓰다듬는다. 『역시 루비아인가』『그렇겠죠, 이거』투기자의 데이터에 대해서, 자신과 스승이 사념으로 대화한다. 첫 번째가 린이고, 이어 보석 마술의 사용자가 나온다면, 루비아 외에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린과 루비아가 함께 행동하고 있었으니, 자신도 이 흐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문제는, 대전 상대다. 린의 상대는 환상종 키메라──의 모조 복제품이었다. 그렇다면, 루비아의 상대는? 긴장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을 때, 반 펨 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하나, 너희들에게 전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추가 규칙이라도 되나?" 이시리드가 묻자, 반 펨 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좋지 않겠지. 갬블의 규칙은 처음에 전부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평성이 담보되지 않잖아." 엄숙한 얼굴로, 반 펨 이 그런 말을 내뱉는다. "다만, 그렇군. 요컨대, 특별 게스트다. 같은 코인을 사용하지만, 그는 나와만 승부를 한다. 선연(카사)과는 일절 관계없다." "호오. 색다른 여흥이군." 재미있다는 듯, 알레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그렇다면, 이쪽은 상관없습니다." "뭐, 반 펨 공께서 하시는 말씀이라면." "이제 와서, 아니라고는 하지는 않겠습니다." 알레트, 이시리드, 스승이 각자 말한다. "오호, 고맙군. 그럼 안심하고 부를 수 있겠군." 만족스럽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서, 반 펨 은 뒤를 돌아보며, 재촉했다. "들어와 주십시오." 그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문에서 새로운 기척이 생겨났다. 스승이, 작게 기침을 하고, 다시금 그 상대를 올려다본다. "자네는……" "여, 엘멜로이 2세." 문에서 나타난 갈색 피부의 남자가, 쾌활하게 웃었다. 반 펨 은 한 호흡만큼──이 상대가 정말로 생물로서 호흡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간격을 두고, 이렇게 소개했다. "이번 게스트, 바이 뤄롱 씨다." 지즈의 제자. 용을 먹은 남자. 그리고, 아마도 현대의 살아있는 신, 오르페우스교의 신 자그레우스. 뤄롱은 원탁의 모든 사람을 둘러보고 나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미 반 펨 에게 설명을 들었겠지만, 나는 두 번만, 갬블에 참가한다. 단, 이 승부는 나와 반 펨 의 것일 뿐이며, 선연(카사)과는 일절 관계없다." "뭐 비공식 시합(익스히비션 매치)이라는 거지. 그는 내 오랜 친구의 제자라서 말이야." 물론, 오랜 친구란 지즈의 일 것이다. 그쪽도 묻고 싶은 것이 있었을 테지만, 스승은 더 우선해야 할 상대에게 입을 열었다. "무슨 바람인가, 바이 뤄롱? 설마 자네까지 갬블에 참가하다니. 제자에게 들은 바로는, 에미야 시로를 찾고 있다고 들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반 펨 이, 오호라,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뤄롱도 에미야 시로를 찾고 있었다는 것은 처음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 뤄롱은 어딘가 미안해하면서도, 즐거워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느낌의 쓴웃음과 함께, 이렇게 고했다. "아아. 그거야말로 당신네 교실의 제자가 말한 거야." "……뭐라고?" "선연(카사)의 와중이니, 당신들이 승부할 거면 갬블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스승이, 씁쓸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몇 초 뒤에, "……그것은, 그렇겠군." 점점 더 굳은 얼굴이 되면서도, 인정한다. "만일 상급 사도와 자네가, 모나코에서 직접 싸우는 사태에 비하면, 훨씬 낫겠지." (아……) 일본에서, 에르고와의 싸움을 떠올린다. 하나의 산을 파괴할 뻔했던 처절한 사투가, 이 모나코에서 재현되었다면,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다. 린이, 갬블로 해결하자고 제안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승이 환영할 만한 사태는 아니었다. "그럼,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바이 뤄롱 님." 딜러가, 원탁의 비어 있는 자리를 보았다. 곧장 그 자리로 향해, 뤄롱이 의자 등을 쓰다듬는다. 앉기 전에, 반 펨 이 말을 걸었다. "그런데 뤄롱. 첫 번째 시합에서, 내 코인은 상당히 늘었지만, 거기에 맞추겠나?" "전원 500개부터 시작하는 거잖아. 나도 그걸로 됐어. 단지, 마술 회로의 특별 규칙은 쓰도록 해줄까." "물론 상관없다. 마술 회로의 수에 대해서는" "500개다." 스승을 포함한 세 명의 마술사들이, 남김없이 숨을 멈췄다. 그 정도의 숫자였다. 시계탑조차, 500개라는 마술 회로의 수는 들어본 적이 없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린조차도, 겨우 100개 정도일 뿐인데. 태연한 얼굴로, 뤄롱은 다시 의자에 앉아, 천천히 다리를 꼬았다. "현대의 정의로 환산하면, 내 마술 회로는 대략 500개가 될 거야. 의심스럽다면 조사해 봐도 상관없지만." "아니 괜찮다. 확실히 그 정도의 마술 회로를 가지고 있다면, 제1시합에서의 나의 이익 따위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즐겁다는 듯이, 반 펨 이 말한다. 마술 회로 500개를, 만약 모두 코인으로 환산했다면 5,000 개가 된다. 선연(카사)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지만, 이 자리에서, 가장 큰 내기를 걸 수 있는 것은 이 뤄롱이 될 것이다. 동시에, 지금의 대화는,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즉, 지금의 뤄롱은) 숨길 생각이 없다. 500개의 마술 회로 같은 것은, 제대로 된 마술사──아니, 제대로 된 생물이 가질 수 있는 수가 아니다. 스승의 말 뒤에 지금의 수치를 말하고, 반 펨 이 승인한 시점에서, 뤄롱은 자신을 상급 사도에도 필적하는 이형이라고 단언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정체가 신이라고까지 간파할 수 있을지는 별개로 하고. "정말 무섭네요. 아까 군주(로드)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자리에 앉은 채로 졸도해 버릴 것 같습니다. 꼭, 갬블이 끝난 뒤라도,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말입니다." "과연, 확실히 특별 게스트군." 이시리드와 알레트가, 각자 감탄했다. 스승은 말하자면, 입술을 일그러뜨린 채였다. 뤄롱을 중심으로 한 대화가 일단락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딜러가 입을 열었다. "그럼,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아. 중요한 진행을 중단시켜서 미안했네. 계속해 줘." 라고, 뤄롱이 재촉한다. 이미 그도, 배부된 큐브를 들고 있었다. 원탁의 중앙에, 다시 투기장의 풍경이 떠오른다. 마술에 의한 강화 현실(AR). SF 영화 같은 연출로, 같은 배 안의 사투가 재개된다. 그것을 보고 나서, 딜러가 선언했다. "여러분, 베팅해 주십시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0 처음에, 영상의 루비아가 움직였다. 크게 한 손을 옆으로 휘두른 것이다. 폭발이 일어났다. 당황한 와이번이 순간 움직임을 멈추고, 공중에서 호버링한다. (──어?) 라고, 자신은 눈을 깜빡였다. 폭발은 공격이 아니었다. 대신, 여러 가지 화려한 색의 빛과 연막이, 그녀가 던진 지점에서 발한 것이다. 『네에, 모처럼 투기장인데, 너무 수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화려한 마력의 궤적을 동반하며, 루비아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리고, 『붉은 대장미(赤の大薔薇)! 노란 대장미! 푸른 대장미!』 잇따라 올라온 빛과 연막이, 그녀의 말 그대로의 형태를 취한 것이다. 『피와 생명을 천칭에 다는 투기의 장이라면, 입장에는 합당한 환영이 있어야 당연한 일. 운영이 준비하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해 드리죠! 지상에서 가장 우아한 사냥꾼으로서, 사냥감을 맞이할 준비는 필요하니까요!』 너무나 오만하고, 그러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당당한 퍼포먼스. 스스로 만들어낸 빛과 연막 사이를 걸으면서, 마치 영웅의 개선처럼, 혹은 사냥감을 노리는 아름다운 짐승처럼, 유연한 근육을 과시한다. 영상에서는 그 맨얼굴은 희미하게 흐릿하게 되어 있지만, 동성인 자신마저 넋을 잃을 정도의 프로포션은 숨길 수 없었다. "……저 바보."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잠긴 목소리로, 스승이 독설을 한다. 그런 지도역(튜터)의 고뇌도 모른 채, 영상의 루비아는 소리 높여 웃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1 (──아!) 그 머리 위에서, 그림자가 드리웠다. 와이번이 하늘에서 강습해 온 것이다. 루비아의 뒤쪽이다. 이 환상종은, 상대의 빈틈을 노릴 정도의 교활함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벌린 턱이 침을 흘리면서, 아름다운 금발로 다가온다. 찰나, 황금빛 머리카락이 펄럭였다. 투기장이, 달 표면으로 대체되었다고조차 느꼈다. 중력을 제멋대로 잡아 뜯어낸, 너무나도 선명한 문솔트. 푸른 드레스 자락을 마치 망토처럼 휘둘러, 루비아의 새하얀 발이, 와이번의 턱을 강하게 걷어찼던 것이다. 인간의 경골 정도는 간단히 부러뜨릴 정도의, 처절한 일격. 『어필을 방해하다니, 짐승으로서도 무례하기 짝이 없네요. 악역(Heel)으로서도, 너무나 어설픕니다』 착지한 루비아가, 모래를 뒤집어쓴 금발을 털었다. 그러나, 공중에서 몸부림친 와이번도, 곧바로 대응했다. 한쪽 날개를 휘둘러, 그 풍압으로 자세를 가다듬으면서, 뾰족한 꼬리 끝을 루비아에게 찌른다. 탕, 하고 루비아가, 다시 한번 땅을 박찼다. 꼬리를 발판으로 삼은, 샤이닝 위저드였다 (역주:한쪽 무릎을 꿇은 상대의 허벅지를 발판 삼아 수평으로 차는 점프 무릎차기의 일종). 아니, 샤이닝 위저드로 찬 몸통마저 발판으로 삼아, 더 크게 뛰어오른다. 『자신만이 하늘의 왕자라고, 자만해서는 안 되죠!』말 그대로, 공중전은, 이 마술사의 영역이기도 했던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2 들어 올린 한 손에, 보석을 쥐고 있었다. 보아라. 투기장 중공에 빛나는, 새로운 붉은 별을. 『Call(깨어나라)』 1소절의 주문(스펠)은, 보석의 마력을 불러일으키는 암호였다. 홍련의 빛이, 그 손에 깃든다. 그녀의 정열을 그대로 구현화한 것 같은, 압도적인 열량이, 용의 아종체를 도살하기 위해 더욱 증폭된다. 파충류의 눈동자가, 사악하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수정체에 비친 색이, 복잡하게 왜곡되었다. 마치, 어떤 종류의 마술로, 주문을 보조하는 수인 같은 기묘한 움직임이었다. 『────읏?!』그러자, 루비아의 보석이, 손안에서 산산이 부서진 것이다. 동요하여 경직된 루비아의 몸을, 이번에야말로 와이번의 꼬리가 포착해, 지면으로 강렬하게 내리쳤다. "어떻게──!"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까 전의 키메라도, 타고난 주술적 방어로 린의 간드를 무효화했다. 그러나, 이번 와이번은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그저, 노려봤을 뿐. 마치, 마안처럼. "마력 진동이군." 팔짱을 낀 뤄롱이, 입을 연다. "용종에게는 마력 노심이 있다. 그 마력을 시선에 실어 진동시키면, 주위 예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대략 그런 이치겠지? 감각 기관으로서의 수동 기능을, 외부에 작용하는 능동 기능으로 바꿨다……라고 하면, 뭐 시계탑 같은 곳에서 생각하는 마안과 같지 않나." "호오, 자세하군, 자네." 감탄한 듯이, 알레트가 말한다. "하지만, 와이번이라고 하면 용종이 아니라, 그 아종체 아닌가? 정말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나?" "글쎄다. 와이번이라고 해도 개체마다 능력은 다르겠고, 저건 반 펨의 모조 복제품이잖아? 오리지널과 같은 능력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 않나?" 그렇게 대답하고, 뤄롱이 반 펨 을 바라보았다. "하하. 이 근처의 조정은 꽤 옛날부터 맡겨 둬서 말이야. 나도 모르는 것투성이야." 짐짓 반 펨 이 얼버무리며, 어깨를 으쓱한다. "뭐, 다만, 지적한 대로, 원종 와이번과는 다소 다르다고만 해두지. 내 딸과 직원(동료)들은 일에 열심이라서." "…………" 이쪽은, 조마조마할 따름이었다. 앞서 린의 야바위에서, 이번에는 루비아의 강습. 그리고, 그 실패.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3 영상은 시점을 바꿔, 와이번의 시점(부감)이 되었다. 꼬리에 의해 지면에 내쳐진 루비아에게, 와이번이 날개를 휘두른다. 소규모 폭풍을 일으키면서, 거체가 루비아에게 덮쳐 온다. 그것은 마치, 공중에서 춤을 추는 듯한 우아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루비아도, 곧바로 대응했다. 『Call(깨어나라)』 린과 마찬가지로, 마술 각인에서 방출되는 1공정(싱글 액션)의 흑주(간드). 그것을, 고개를 비트는것 만으로 와이번이 회피했다. 『────』 아마,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신대부터 재현된 본능은, 현대까지 세련을 거듭해 온 무술에도 필적할 만한 날카로움을, 이 괴물에게 가져다주었다. 루비아에게도 상상 밖이었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짐승만이 가능한 신체 운용. 연발하는 흑주(간드)에 비늘 몇 장을 태우면서도, 빙글 원을 그린 용의 이빨이, 그녀의 어깨를 스친다. 피가 튀었다. 충분히 '강화'되어 있었을 루비아의 피부와 의상을, 와이번의 이빨은 손쉽게 찢었다. 『Call red pawn (깨어나라, 비의 종복緋の従僕)!』 억누른 그녀의 손에서, 단숨에 십수 개의 홍옥(루비)이 던져진다. 린이 봤다면 격노할 만한, 다수의 보석에 의한 육중한 폭격. 그러나, 그 보석 마술의 연사조차, 와이번의 시선──마력 진동에 의해, 모조리 눈앞에서 부서진다. "상당한 보석(かなりの宝石)을 쓰고 있는 것 같지만, 신비의 단계로 말하자면 아무리 해도 현대의 마술에 불과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에서 만들어진 와이번의 마력 진동을 견딜 도리가 없지." 알레트가 차갑게 말한다. 군복과 어우러져, 전황을 분석하는 좌관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4 영상의 투기장에서는, 마력 진동에 의해 부서진 홍옥(루비)이 연막이 되어 있었다. 그 연막에서, 갑자기 루비아가 튀어나왔다. 와이번의 눈앞이었다. 다시 한번, 용의 아종체에게 공중전을 걸 생각인가. 꼬리를 피해, 그녀는 뒤쪽으로 녹주석(에메랄드)을 던졌다. 『Call grace(은혜여, 깨어나라)!』 보석에 명하는 주문(스펠). 그 안쪽에서 분출하는 마력이, 이번에는 폭풍이 되어 그녀의 몸을 감싼다. 와이번의 머리 위까지 뛴 루비아의 등에, 사활을 건 듯, 수많은 보석이 떠올랐다. 마치 그것은, 천사의 날개에 섞여든 듯했다. 적, 녹, 청, 황. 무지개와도 같이, 여러 색과 마력으로 채색된, 그녀만의 날개. 『Call grace for your queen (은혜여, 깨어나라, 그대의 여왕을 위해)!』 충실한 하인처럼, 손바닥에 수많은 보석이 모인다. 그대로, 빙글, 하고 공중에서 회전했다. (──잘한다!)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와이번의 마력 진동이, 마안과 비슷한 이치라면, 시선이 통하지 않으면 통용되지 않는다. 즉 루비아 자신의 몸으로 보석을 감싸고, 와이번의 시야에서 숨겨 버리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대책이 된다. 알아차리면 단순하지만, 전투 중에 생각하여, 그대로 실행하는 것은 비범한 센스와, 겪어온 수라장의경험 둘 다 필요할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5 보석의 마력을 손바닥에 모으고, 루비아가 와이번에게 돌진했다. 충돌음은 살과 뼈가 서로 부딪히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빌딩에 탱크가 격돌한 듯한, 가까이서 불꽃놀이의 폭발을 목격해 버린 듯한, 귀를 먹먹하게 하는 굉음이었다. 빛이 터졌다. 한쪽이, 공중에서 균형을 잃는다. 당연한 귀결이었던가, 거꾸로 떨어지는 것은 루비아였다. (루비아 씨──!) 제공권을 빼앗기고, 허무하게 마술사가 추락한다. 거꾸로 떨어지면서. 그러나, 『아아……역시……』 라고, 입술이 한숨을 내쉬듯이 보였다. 『……역시, 노린 대로네요?』 그대로, 하얀 손가락이 맞물렸다. 핑거 스냅. 투기장 바닥에서, 마력이 솟구쳐 올랐던 것이다. (──엣!) 마치 화산 폭발처럼, 갑작스럽고 엄청난 위력이 공중으로 방출되었다. 루비아를 향해, 즉시 추격을 가하려던 와이번이, 그 마력에 불살라져 격추된 것이다. "브라보!" 원탁에서, 참지 못하고 일어선 이시리드가 주먹을 꽉 쥐었다. "처음의 어필이라는 거, 다른 목적도 있었던 건가! 그때, 지연 마술을 걸어둔 보석을 땅에 심어 놨던 거군!" 그 말에, 자신도 겨우, 지금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투기장에 등장하자마자, 그녀가 했던 어필이다. 그 빛과 연막에 숨겨서, 루비아는 미리 보석 마술 함정을 심어 놨던 것이다. 와이번이 승리를 확신하고, 빈틈을 보인 그 순간 발동할 수 있도록. (……알고는 있었지만) 멍하니, 자신은 영상을 바라봤다. 타인의 속셈 따위는 안중에 없을 정도의 대담무쌍함과, 몇 겹이나 되는 음모를 항상 펼쳐 놓는 하이에나와도 같은 교활함을, 루비아는 자연스럽게 양립시키고 있다. 루비아젤리타 에델펠트는, 단순한 투기자(글래디에이터)가 아닌, 관객을 매료시키지 않고는 못 배기는 정정당당한 슈퍼스타였다. "단순히 마술에 능숙하다는 것만으로는 이렇게는 안 되지. 상당한 수라장을 겪고, 또 지도자에게 은혜를 입은 마술사가 아니면." 말하고 나서, 슬쩍, 알레트가 이쪽을 힐끗 본다. 물론, 스승님 쪽이었다. (──들켰나?) 앞선 대승과 반 펨의 태도에서, 투기자가 이쪽 관계자라는 것을 간파당한 것인가. 그러나, 스승님은 무시할 뿐이고, 알레트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시선을 영상으로 돌렸다. 이어서, 뤄롱이 즐거운 듯 볼을 어루만졌다. "아니, 감탄했네. 로마의 투기장(콜로세움)에서도, 이 정도 보여 주는 상대는 거의 없었을 거야. 어때, 반 펨?" "말그대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젊어지는 기분이야." 뤄롱의 물음에, 반 펨이 어깨를 으쓱인다. 물론, 반 펨 은 로마 시대부터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뤄롱도 또한. 원탁의 영상은, 또 어느샌가 바뀌어서, 추락한 와이번과 루비아를 비스듬히 옆에서 훑는 듯한 시점이 되어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6 다시 한번 기회를 잡기 위해, 와이번은 곧바로 날아오르려고 하고 있다. 그에 반해 루비아는, 착지한 자세 그대로, 엷게 웃었다.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주먹 안에서, 검지만이 뻗어 있다. 『Call(깨어나라)』 그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가락이 흑주(간드)를 발사한다. 몸을 비틀면서, 와이번은 피했다. 지상으로 떨어졌어도, 용의 아종체의 본능은 그 술식의 속도도 위력도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회피법도, 반격법도, 또한. 긴 몸을 강제로 비틀면서, 와이번은 날개를 퍼덕였다. 지면을 구르듯이 하면서, 그럼에도 이륙하면서, 점액질의 침을 감은 이빨을 루비아에게 드러냈던 것이다. 용종의 본능이 만들어낸 신체 운용. 마치, 용종의 몸으로 하는 카포에라와도 같은, 이형의 기술이었다. 그에 반해, 루비아의 손은 빙글 돌았다. 중지와 엄지를 우아하게 교차시키며. 핑거 스냅. 순간, 다시 한번 대지가 폭발했다. 어필할 때, 루비아가 심었던 보석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지면에서 차례차례 빛이 솟구쳐, 와이번을 튕겨 날린다. 그래도 치명상만은 피하고, 일단 루비아에 대한 반격을 포기한 와이번은 공중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그것마저 루비아의 노림수일 뿐이었다. (아──!) 『잡았습니다』 뒤이어 들린 목소리는, 와이번의 등에서 났다. 용의 아종체가 움찔하며, 루비아의 모습을 놓친 단 몇 초 사이에, 그녀는 반대로 와이번에게 육박해, 그 등에 뛰어 올라타고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 와이번도 저항했다. 루비아를 뿌리치려고, 위아래로 몸을 흔든다. 그렇지만, 달라붙은 루비아는 떨어질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애가 탄 와이번은, 방침을 바꿔, 투기장의 공중을 회전하기 시작했다. 보통 생각하면, 이 정도의 거체에는 너무 작은 투기장이지만, 아랑곳없이 그저 속도를 올려 간다. 가속. 가속. 더욱 재가속. 투기장은, 그대로 극소의 소용돌이(Maelstrom)로 변했다. 기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은, 무참하게 단절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양손으로 와이번에 달라붙어 있는 루비아가, 얼마나 큰 부하를 받고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목소리가 들렸다. 『The tower is distorted(비틀어진 첨탑歪む尖塔). Bird cages surround it in five layers(5중의 새장五重の鳥籠).』 노래하는 듯한, 그녀의 주문(스펠). 그것으로, 와이번의 몸에 저주의 마력이 침투해 간다. 투기장의 중공을 제압했어야 할, 용의 아종체가 볼품없이 몸부림친다. (저건──) 또 다른 하나를, 자신은 깨달았다. 루비아의 손에, 흑주(간드)의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앞서 린이 흑주(간드)를 장타에 이용했던 것처럼, 루비아는 괴물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스스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북유럽의 저주로, 와이번이 뿌리치려고 하는 것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 잡으면, 그렇게 간단히 놓아주지 않는 게 캐치 애즈 캐치 캔(catch as catch can)의 방식이니까요』그녀가 속삭인 단어는, 레슬링 유파의 이름이었다. 옛날 루비아 본인에게 들은 것에 따르면, 영국 랭커셔 지방에서 시작된 유파(랭커셔 스타일)가, 수많은 변천을 거쳐, 영국의 프로레슬링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했던가. 그러나, 용의 아종체 상대로, 당당하게 프로레슬링 조르기나 관절기로 싸우는 마술사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믿기 힘든 폭거를 비웃듯이, 와이번의 날개가 다시 한번 퍼덕였다. 『────읏』 아직, 여력이 있었던 건가. 그녀를 뿌리치기 위해, 속도가 더욱 올라간다. 가뜩이나 거의 보이지 않았던 와이번의 모습이, 기류의 소용돌이에 녹아 버린다. 게다가, 이번 궤도는 가속에 그치지 않았다. (──반대?) 갑작스러운, 역회전. 회전 드릴을 더해, 소용돌이가 흐트러진다. 투기장을 점거한 폭풍 속을, 더 작은 폭풍이 질주하는 것 같았다. 가속. 가속. 다시, 스핀과 역회전. 연속되는 공중 기동의 굉장함은, 제트 코스터를 몇백 배로 해도 닿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인간은커녕, 완전히 '강화'한 마술사조차 삼반규관을 휘저어, 구토하면서 몸부림칠 것이다. 설령 와이번의 등에서 내려온다고 해도, 잠시 동안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고, 물을 마시는 것조차 할 수 없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직, 루비아는 와이번에 달라붙어 있다. 갈고리 발톱처럼 그 표피를 꿰뚫은 아름다운 다섯 손가락이, 용의 아종체를 붙잡고 있다. 거의 틀림없이 강철판에도 필적할 정도의 강도의 비늘을 꿰뚫고, 그 살을 꽉 움켜쥐고 있다. 날면서, 와이번이 울부짖었다. "────!" 영상 너머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아 버릴 정도의 절규였다. 용의 포효(드래곤 로어). 모든 생물의 본능에 호소하여, 경악시키는 마(魔)의 음파. 그럼에도, 그녀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7 『훌륭하네요』대전 상대에 대한 목소리는, 용도 인류도 가리지 않는, 확실한 경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와이번의 속도가 아주 조금 늦춰진 것도 놓치지 않았다. 『자, 피니시의 각오는 되셨나요?』 용의 아종체를 뒤에서 껴안은 채, 루비아가 웃는다. 그 등과 발바닥에서, 보석이 빛났다. (──아) 천사의 날개처럼, 보석을 등 뒤에 거느렸을 때다. 바로 직후, 회전하여 와이번의 시선으로부터 보석을 숨겼을 때, 이 술식도 심어 놓았던 것이다. 고오, 하고 처절한 마력이 분사되었다. 현대 마술사에게, 빗자루 없이 하늘을 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극히 어렵다는 것은 불가능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순수한 비행 마술과는 다른 발상으로라면, '하늘을 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우코 트래블이라는 방식은, 최근 비행 술식 비법으로서, 작성자인 악명 높은 봉인 지정 마술사의 이름을 내세우면서도, 일정 계층에 평가받고 있다. 지금, 여기에 새로운 비행 마술이 증명된다. 『Intake(흡기). Compression(압축). Combustion(연소). Expansion(팽창). Exhaust(배기)』 루비아의 중얼거림은 주문 같은 것이 아니다. 그녀의 등과 발바닥에 빛난 여러 보석에 부여한 의미다. (……아, 이거) 직감한다. 오른쪽 어깨의 고정구(훅)에서, 자신에게만 들리는 속삭임이 그것을 긍정했다. "잇히히히히히, 틀림없구만! 이거 깡마른 마술사가 가르친 이치다! 그야 그렇잖냐! 지금 루비아가 말한 것은 마술도 뭐도 아니고, 제트 엔진 이론 그 자체 아니냐고!" 흡기.──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마술과 합성하면서 압축. 연소.──합성된 공기를, 단숨에 연소. 팽창.──연소한 공기가 폭발과 함께 팽창. 배기.──팽창한 공기와 마력을, 연속적으로 방출. 결국, 그런 이치다. 자신이 사용하는 사신의 낫(그림 리퍼)의 변형, 파성추로도 마력 방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결과만 본다면, 비슷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루비아가 행사해 보인 것은, 에드처럼 인간과 동떨어진 신비가 아닌, 그것을 더욱 비근하게──마술사에 따라서는 격노하겠지만, 과학에 의한 내연 기관에 접근시켜, 현대 마술사도 이용할 수 있게 한 사기였다. (……아니. 아니, 이건) 그리고 몇 초 뒤에, 자신은 확신한다. 비슷한 것이 아니다. 아마 에드의 파성추야말로, 이 분사 술식의 원류다. 지금 스승님은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아마 자신의 파성추를 보고, '그렇다면 이런 술식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사람은 너무나 마술사여서, 해체할 수 있을 듯한 신비를 보면, 분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분석 결과, 어떤 방법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면, 그쪽도 시험하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된다. 마치, 위험한 장난감을 받은 어린아이 같다. 그런 식으로, 루비아라면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가르쳐 준 데까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기밀성을 중시하는 마술 세계에서 그러한 행위가 얼마나 위험을 초래하는지, 라이네스에게도 재삼 주의를 받았을 테지만, 결국 이 몇 년, 약탈공이라고 불릴 정도의 실적을 스승님은 쌓아 버리고 있다. (……하지만, 아마) 아마,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은 군주(로드)일 수 있다. 규격 외의 마술사들만이 모인 시계탑 열두 군주(로드) 중, 이 사람이 주변과 다르지 않게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이런 기질 때문이다. 신경질적이면서도 놀랄 정도로 무관심하고, 비굴하면서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순진하고, 너무나 순수하게 마술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나 마술에게 사랑받지 못하는데도, 스승님 쪽은 계속 마술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 한 가지 점에서, 역시나 독보적이다. 그리고, 스승님 혼자였다면, 아무리 독보적이라고 해도 묻힐 뿐이었을 재능을, 린이나 루비아나 플랫으로 대표되는 엘멜로이 교실이 받아들여 버렸다. 하늘의 간택天の配剤라고도 할 만한 조합. 설령, 그것이, 불이 붙은 다이너마이트로 공기놀이를 하는 듯한, 목숨을 건 재주라고 해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8 『Seond light ignition(제2술식, 점화)』 마력을 다 써 버린 보석이, 박리. 새롭게 등 뒤에 이어진 보석이, 다시 한번 술식을 구동시켜 회전. 이것도 분명 스승님의 아이디어일 것이다. 현대 마술사에게 장기간 비행이 어렵다면, 단기간에 다 써 버리면 된다. 너무나 스승님이 말할 듯하고, 또 루비아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방식이었다. 더욱 분사 화염을 내뿜으며, 그녀는 온몸으로 와이번을 포박하여, 그대로 강제적인 가속을 반복했다. 가속이다. 와이번의 속도를 이용해, 오히려 더욱 속도를 더한다. 점점, 점점, 루비아에게 붙잡힌 와이번의 비행 각도가 위쪽으로 비껴나갔다. "과연, 그렇게 나오는 건가." 뤄롱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의미를, 자신을 포함한 다른 인간들이 깨닫고, 망연자실하는 데에는 몇 초 더 필요했다. "……어이……어이." 간신히, 이시리드가 그 말만을 했다. 믿을 수 없다. 와이번의 날개에 의한 추진력을, 루비아의 분사 술식 추진력이 앞선 것이다. 원래 비행 궤도에서, 강제로 뽑혀 올려지며, 루비아와 와이번은 천개로 상승해 간다. 『Last light ignition(최종 술식, 점화)!』 3단째 점화. 마치 다단식 로켓과도 같은 연쇄 가속이었다. 아름다운 나선을 그리며, 천장 바로 앞에서 루비아와, 루비아가 끌어안은 와이번이 반회전한다. "오오오, 이거 설마." 목소리를 높인 것은, 반 펨 이었다. 상급 사도조차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극상의 스테이지 매직과도 다름 없군! 어떤가, 엘멜로이 2세!" "악몽이다……" 흥분하는 반 펨 에 대해, 드디어 스승님이 얼굴을 감싼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걸로 폴입니다!』정점에서 반전한 루비아와 와이번이, 단숨에 하강한다. 양자의 체격 차이 때문에 거의 별개였지만, 일단, 어떤 기술의 형태는 되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백 드롭──!) 경기에 관심이 없는 자신조차 아는, 레슬링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기술. 엄청난 속도로, 드릴처럼 회전한 와이번의 머리가, 투기장의 지면으로 격돌한다. 영상 너머인데도, 이쪽의 뼈 심장까지 전해질 정도의 충격이, 용의 아종체의 머리 꼭대기부터 몸 심장까지 관통했다. 그리고, 루비아가 속삭인다. 『1(원)』 거꾸로 된 자세인 채로, 그러나 그 구상조차 우아했다. 『2(투)』 투기장의 지면에 파고든 와이번의 머리와, 브릿지를 그린 자신의 몸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그녀가 카운트를 계속한다. 『3(쓰리)』 천천히, 손이 떨어졌다. 브릿지 자세에서 일어서는 것에 맞춰, 와이번의 거체가 옆으로 쓰러진다. 딸그랑, 하고 뭔가가 땅에 떨어졌다. 영상에서는 지극히 작고, 제대로 판별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발조와 톱니바퀴라고 자신은 보았다. 아마 이 와이번도 마술적인 골렘에 의한 재현이었을 것이다. 『프로 레슬링은, 이 정도는 화려해야 하는 법이죠』 금발을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며, 그녀는 투기장에 등을 돌렸다. 그리고, "지금부로, 제2전의 결착으로 간주합니다." 라고, 딜러의 목소리가 투기장에 울려 퍼졌다. "지금부로, 제2전의 결착으로 간주합니다." 투기장에 울린 목소리를, 자신들은 원탁에서 듣고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반응할 수 없었다. 그만큼 화려하고, 마술사의 이미지로서는 너무나도 빛나는 피날레였다. 멍한 채로 있는 자신에게, 스승님의 사념이 말을 걸었다. 『첫 번째 승부의 린이, 지력으로 이기면서도 환상종의 내구력을 오판했다──라는 수수한 모습을 취했으니, 이번에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피니시 홀드를 사용했군. 과연, 마술사의 싸움으로서는 규격 외를 넘어서지만, 흐름으로서는 자연스럽고, 누구의 불평도 나오지 않겠지. 린이 야바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날아갈 것이고』불평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적지 않은 불만이 끓어오르는 사념이었다. 아마 저 제트 술식은 스승님이 고안했지만, 거기서부터 백 드롭은 루비아 본인의 추가 부분일 것이다. 물론, 이쪽에서 보면, 도토리 키 재기 정도의 인상이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9 "그럼, 여러분에게 지불을." 변함없는 차분한 얼굴로, 딜러가 말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님, 와이번 KO 한정 승리에 200코인을 베팅하셨습니다. 이쪽은 몰수입니다." "이런 이런." T자형의 갈퀴를 사용해, 이시리드의 손에서 두 개의 코인을 회수한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님, 투기자의 KO 한정 승리에 300코인을 베팅하셨습니다. 따라서 900코인을 반환합니다." 이쪽에는, 차액으로 6개의 코인을 밀어낸다. 원래는 4개──400코인밖에 없었다. 태연한 얼굴로, 그녀는 손에 든 코인 대부분을 걸었던 모양이다. 이어서, 자신과 스승님 측을 향한다. "엘멜로이 2세 님, 투기자의 KO 한정 승리에 400코인을 베팅하셨습니다. 따라서 1200코인을 반환합니다." (……다행이다) 승리는 했다. 그러나, 제1전처럼 라운드를 지정해서 대승까지 가지는 못했다. 야바위가 아니니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의 승리. 그렇다면, 반 펨 은? "반 펨 님." 라고, 딜러가 속삭인다. "투기자의 2라운드 한정 승리에 500코인을 걸고 계셨기에, 이쪽은 몰수입니다." "1라운드로 결정나 버렸구먼!" 과장되게 한탄한 반 펨 이, 실크 해트를 가슴에 대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렇지만, 좋은 것을 봤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투기장은 내 취향에서 약간 어긋나지만, 저런 기적을 볼 수 있기에 그만둘 수 없어." "라운드가 끝나기까지, 앞으로 3초 정도 남았었네요." 스승님의 말에, 반 펨 이 한숨을 쉰다. "그 3초가 치명적이겠지. 그렇지만, 생명의 본질이란, 그런 틈에 있는 법이다. ──나의 말은 날아오르지만 나의 생각은 아래에 머물러 있다. 생각이 없는 말은 결코 천국으로 가지 못하리라(My words fly up, my thoughts remain below. Words without thoughts never to heaven go.)." "셰익스피어의 『햄릿』인가요." "형을 살해하고 왕위를 손에 넣은 남자의 속죄의 말이지. 슬프게도, 미숙한 지성체이기에 몸을 베지 않으면, 진정으로 배울 수 없어." 개탄하는 상급 사도의 손에서, 딜러가 용의 코인 5개를 회수했다. (해냈다……!) 가슴속으로, 살짝 쾌재를 외친다. 이시리드, 700개. 알레트, 1000개. 스승님, 2200개. 반 펨, 1800개. 즉, 스승님이 단독 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 반 펨 과의 차이는 얼마 안 되지만, 이 차이를 지켜낼 수 있다면, 반 펨의 선연(카사)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0 마지막으로, "뤄롱 님." 라고, 딜러가 고했다. 지긋이, 손에 땀이 났다. 다른 이들과는 직접 관계없는 특별 승부(엑시비션 매치)라고 해도, 뤄롱의 베팅이 신경 쓰이지 않을 리 없다. "마술 회로 300개를 환전해, 코인 3000개를 베팅. 베팅한 대상이 투기자의 KO 한정 승리. 오즈는 3배로 9000개를 반환합니다. 또한, 마술 회로를 환전하여 베팅한 3000개는, 즉시 마술 회로로 되돌리므로, 차익은 6000개가 됩니다." "육……" 무심코 목소리가 나올 뻔해서, 입을 막아 버렸다. 자릿수가 다른 숫자였다. 스승님과 반 펨 을 포함해, 이 자리의 다른 갬블러를 압도하는 코인 수. "거기에, 걸었던 겁니까." "일단은 말이야." 스승님의 물음에, 뤄롱이 어깨를 으쓱한다. 차라리 전투 같은 것보다, 이쪽 승리가 더 기뻐 보였다. 본인의 성질일지도 모른다. 튀폰이라는 규격 외의 용종의 힘을 얻고서도, 그 힘을 기꺼이 휘두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에르고와 경쟁하는 것은 즐거워하면서도, 막상 싸움이 되면 그 태도가 희미한 씁쓸함을 풍기는 것처럼도 보였다. 자그레우스는, 그런 신이었던 걸까. (……어쨌든) 이것으로, 정세는 크게 바뀌었다. 다른 갬블러들의 보유 코인에 맞춰, 다음 숫자가 뇌리에 새겨진다. 뤄롱, 6500개. 어떻게 봐도, 뤄롱의 독주다. 다른 모두를 합쳐도, 뤄롱에게 이길 수 없다. 그렇지만, (뤄롱의 코인은 특별 시합(엑시비션 매치)이니까, 스승님의 베팅과는 관계없을 텐데……) 그렇게, 자신에게 타일렀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일까? 이번 사건 처음에, 지즈와 스승님이 약속한 베팅──둘 중 한 명 또는 제자 중, 반 펨 에게 이긴 자에게 패배한 자가 따르기로 한 베팅은, 뤄롱과의 사이에도 유효한 것이 아닐까? 위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불안을 억누르고 있자, 딜러가 총괄적인 말을 꺼냈다. "그럼, 다시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최종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 부디, 마지막 휴식을." 반 펨의 선연(카사)은, 드디어 최종 국면을 맞이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1 "……그렇다면, 반 펨 도 뤄롱도, 신전 소재를 두고 싸우려고 했던 이유와 목적은, 각각 따로 있다." 라고, 스승이 입에 올렸다. 이유와 목적.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스승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을 탐색하기 위한 기준. "아마, 고찰에 필요한 파츠는 이미 갖춰졌어." 스승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추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경우, 고찰은, 왠지 어울리는 것 같았다. 스승의 그것은, 여러 단서에서 단 하나의 사실을 밝혀내는 탐정이 아닌, 신화나 전승에 새로운 해석을 더해 가는 학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레이디. 아무거나 좋으니 소감을 말해 주지 않겠나." "아무거나, 라는 건 지즈 씨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반 펨 의 선연(카사)에 대해서인가요?" "말 그대로 아무거나다. 어쨌든 발상의 실마리를 원해. 어떤 시시한 이야기라도 방해되지는 않아." "……그렇다면." 잠시 생각하고 나서, 자신은 입을 열었다. "스승님께서, 갬블에 대해 흐름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 인상에 남았어요." "흠. 왜지?" "……소제는, 갬블은 운의 흐름 같은 것보다는 어려운 수식 같은 걸 이용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요." "음. 그건 나와 자네의 세대 차이 문제로군." 스승이 난감한 얼굴이 된다. "세대 차이입니까." "자네가 그런 생각하는 건 아마 뉴스 같은 것에서 받은 인상일 거야. 실제로 라스베가스에 확률론을 가져와서 크게 이긴 그룹이 있어서 말이야. 그 후, 전 세계의 카지노에서, 트루 카운트라고 불리는 블랙잭 공략법 대책이 널리 알려지게 됐지." "그러고 보니, 그런 뉴스를 봤던 것 같습니다. 숫자와 카드의 배열이 수려(綺麗)하다던가." "수려인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군. 과정과 목적을 제대로 연결할 수 있는 수식은, 마술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것이니까." 미소 지으며, 시가의 재를 접시에 떨어뜨린다. 그 자세로, 스승이 굳어졌다. "스승님?" "마찬가지로 아름답다……? 마찬가지로……?" 아까와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시가를 쥐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그렇다면……즉, 그런 뜻인가……? 하지만, 그런 바보같은 일이 있을 수 있나……?" 다시, 스승이 침묵했다. 사고를 방해하지 않도록, 자신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무언가의 핵이, 스승 안에서 형성되어 가고 있다. 단순한 생각일지라도, 황금과도 같은 가치의 계시이든,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뭔가를, 스승의 지성이 움켜쥐어가고 있다고,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시가 연기와 함께, 이런 단어가 흘러나왔다. "마술 이론·세계란……" (세계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시계탑에서 들은 적도 있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은, 엘멜로이 교실에서조차 실천이 아닌,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는 이런 마술도 성립한다는, 책상 위 이론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 설도, 마술에는 많이 존재한다. 그렇기보다는, 그런 쪽이, 실제로 행사 가능한 마술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확실히) 세계란이란, 여러 신화에서 세계의 근원. 확실히, 그런 이론을 기초로 한, 시계탑조차 금주로 지정된 마술이 존재한다고, 강의에서 배운 적이 있었을 것이다. (뭐였더라……?) 이럴 때면 열등생인 자신이 원망스럽다. 확실히, 그래…… "……고유 결계." 자신이 떠올려 중얼거린 것과, 스승이 대답한 것이 거의 동시였다. 그래, 금주 중 하나다. 세계율을 비틀어, 독자적인 이계를 만들어낸다는, 가장 마법에 가까운 마술. 원래는 악마만이 가지고 있는 이계 상식(아스트랄리티)였다, 라는 엉터리 같은 이야기도 들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연결되는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2 통, 통, 하고 스승의 손가락이 소파 팔걸이를 두드린다. 리듬을 타는 듯이, 그 소리가 연속된다. 몇 번이나 이어졌을까. 여덟 번인가. 열 번인가. 15번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에서 돌이라도 밀어내는 듯이, 스승이 말했다. "……그러니까, 나를 반 펨 의 선연(카사)으로 유인했던 건가." "어떻게 된 일인건가요, 스승님." "겨우 알겠어. 아마, 이건 답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낮게,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확고한 것을 담은 어조였다. 특히 천천히 시가를 재떨이에 두고,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뱉는다. "젠장! 무슨 재미삼아냐! 처음부터 그런 속셈이었던 거겠지!" "재미삼아, 라는 건 지즈가 말했던 것 말입니까?" 억누르는 듯한 외침에 당황하면서, 묻는다. 모나코에 도착했을 때, 지즈가 그런 식으로 유인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 제안은 재미삼아 하는거야』──『오우. 펨 자식과 도박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을 따르는 건 어떻지. 야만적인 마술전에 비해, 실로 문화적이고 평화적이지?』 처음부터 반 펨이 갬블을 걸 생각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스승도 이전부터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목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때는, 반 펨 의 선연(카사)에서 얻을 수 있는 반 펨 의 소유물이, 지즈의 목적이 아니냐고 말했지만……" "……맞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지즈는 반 펨 의 선연(카사)에 나올 필요가 있었다. 가능하다면, 나와 에르고를 끌어들인 형태로." "그건……지즈 씨가 말했던 것 같은 평화적인 결말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물론, 그런 것은 나도 믿지 않았고, 저쪽도 믿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만……이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야. 지즈는 모나코를 이용한, 거대한 술식을 남겼다." "그것이, 지즈의 목적──?!" 지즈가 남긴 거대 술식. 혹은, 유산이라고 불러야 할까. 잠시 생각하고 나서, 스승은 말을 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3 "아까 자네에게 운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이야기를 내가 했을 때, 마술사들이 참가하는 갬블에는, 편향이 생긴다고 했었지." "……네. 그래서, 평범한 블랙잭이라도 평범하지 않다고." 다시 한번, 당시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말한다. 실제, 멜빈과 겨뤘던 블랙잭은, 극단적인 카드가 빈발했다. 반드시 좋은 카드가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언가의 흐름이 존재하는 것 같을 수밖에 없는, 이상한 편향은 분명히 느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신의 손에 닿아 있는 것과 같은. "저런 편향이 생기는 것은, 결국, 갬블이 어떤 마술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갬블의 원조가 신명재판(오딜)이라는 이야기도 기억하고 있나?" "네." 반 펨 의 선연(카사)에 참가하기 전, 스승이 이야기했었다. 갬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신명재판(오딜)에 도달한다고. "하지만, 반 펨 씨는, 딱히 신명재판(오딜)을 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다. 그분은 단순히 인간을 좋아하는 것뿐이겠지. 좋든 싫든 갬블은, 인간의 여러 가지 면을 부각시키니까. 원래 마술사였다면 더욱 그래. 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은, 반 펨 에게 있어서 취미이자 삶이고 보람이겠지." 사도에게 보람이라는 것은 묘한 느낌도 들었지만, 저 반 펨 에게는 잘 어울렸다. 원래라면, 2천 년 이상 존재해, 벌써 경직화했을 법한 존재 방식이, 반 펨 의 경우에는 심하게 유연했기 때문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 라는 것이 될까. "하지만." 라고, 스승은 전제했다. "설령 단순한 취미라고 해도, 그가 관리하는 땅은 모나코 영맥 자체에 작용하고 있다. 육지만의 일이 아니야. 이 영맥은 항구에서 바다까지 이어져 있어. 물론, 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항로도 예외가 아니지." 스승의 말에, 몇 가지 말이 머릿속에 명멸했다. 신명재판(오딜). 신을 먹은 에르고. 모나코의 영맥. 반 펨 의 선연(카사). 그리고, 지즈가 남겼다는 술식. 갑자기, 번개에 맞은 듯이, 자신은 떨었다. 농담과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번 떠올리자, 이제 홀린 듯이, 자신의 두개골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설마, 지즈 씨가 남긴 술식은──" "그래. 반 펨 의 선연(카사) 자체를 이용한 마술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4 그것은, 확실히 상상해 볼 만한 전개였다. 하지만, 타인이 설치한 마술을 이용하는 행위는, 원래 극히 어려울 것이다. 예외적으로 라이네스가 그런 기술에 능숙했지만, 마안을 가진 그녀의 특성이라고, 스승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반 펨 의 선연(카사) 자체는 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스승이 말한다. "결과적으로 마술적인 이벤트라고 해도, 누군가가 만들어 낸 마술은 아니야. 주최자인 반 펨 도 아무런 의도를 담지 않았어. 그렇기 때문에, 지즈가 손을 쓸 틈이 있었지." 마술적인 이벤트, 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많은 마술사들이 모여서 갬블을 하는 이상, 거기에는 편향이 생긴다고 스승은 이전부터 이야기했었다. 이 편향이야말로, 단순한 도박을 마술적인 무언가로 바꿔 버린다. "준비는, 꽤 옛날부터 했겠지. 백 년이나 이백 년이 아니야. 어쨌든, 에르고의 실험이 시작되고 나서 지금까지, 시간은 2천 수백 년이나 있었어. 반 펨 의 선연(카사)가 지금 형태가 된 것은 최근이라도, 비슷한 무언가는, 훨씬 이전부터 있었을 거야. 이용할 수 있는 것을, 훨씬 이전부터 찾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정복왕 이스칸달이 활약한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시간. 그 아들인 알렉산드로스 4세의 생전부터 현대까지도, 거의 비슷한 기간이 될 것이다. 너무나도 기나긴──인류사를 뛰어넘는 마술 의식.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5 "그럼, 지즈 씨는 반 펨 의 선연(카사)에서 뭔가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선연(카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던 건가요." "그렇게 되겠지. 이를테면, 마술 의식·신명재판(오딜)이라고 할까." 그것이야말로, 지즈의 노림수였던 것인가. 실제, 스승도 어느 정도는 직감했어야 한다. 갬블의 유래가 신명재판(오딜)이라는 것을, 스승은 몇 번이나 입에 올렸었다. 에르고의 내면에 잠든 신을 찾는 이 여정에서, 그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름이 아닐까. "그러면, 그 술식으로 무엇을." "아직, 거기까지는 몰라." 고개를 저으며, 손에 든 재떨이에, 스승이 시가의 재를 떨어뜨린다. 종이 담배와 달리, 재는 끝부분 형태를 유지한 채로 덩어리째 떨어지고 나서, 천천히 무너졌다. "……하지만, 신명재판(오딜)을 술식 기초에 두는 이상, 최대 효과를 내려면, 술자나 그 계약자가 이길 필요가 있을 거야." 술자거나, 계약자. 즉, 이 경우라면, "지즈 씨의 제자……" "그렇게 되겠지. 선연(카사)에 참가할 만한 상대를, 한쪽 끝에서부터 제자로 만들었던 이유도, 이걸로 밝혀졌어." 스승이, 가늘게 숨을 쉬었다. 멜빈이 이름을 내세운 이후, 차례차례 지즈의 제자가 나타난 이유가, 이런 것이었다니. 그리고, 곧바로 떠올려 버렸다. "기다려 주세요, 스승님.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면, 뤄롱 씨도……" "선연(카사)의 상품은 관계없다고 해도, 마술 의식에는 참가하고 있는 셈이 돼. 아마, 뤄롱과 알레트 중 누가 이겨도, 이 의식은 기능할 거야." "…………" 뤄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죽은 지즈가 남긴 마술 의식에, 자신도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6 그리고, 스승의 추측이 맞는다면, 상황은 이미 절망적이 아닌가. 특별 시합(엑시비션 매치)라고 무시할 수 있을 뤄롱과의 코인 차이는 이제 더 이상 제대로 역전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침묵해 버린 자신을 내버려두고, 스승은 손가락 끝에 마력을 깃들여, 앞서 홍옥 말 등에 무언가를 적는다. 적힌 말은 다시 뛰어올라, 창문 너머로 사라졌다. "……지금 건." 광물 말이 사라진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 스승이 이쪽을 불렀다. "레이디." "스승님……" "왜, 그런 표정을 할 필요가 있나?" 천천히, 스승이 일어선다. 어느샌가 불이 꺼져 있던 시가를 케이스에 넣고, 다시 한번 입을 연다. "결국은, 이기면 되는 거겠지." 약탈공의 이름에 걸맞은, 뻔뻔스러운 목소리에, 자신은 무심코 얼굴을 들었다. "반 펨 에게도 뤄롱에게도 이 갬블에서 이기면 되는 거야. 마술전에서 이기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 "이길 수 있는건가요." 이 방에 들어왔을 때와 같은 질문을, 자신은 했다. 스승은,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제대로 된 말이 아니니까, 이번 사건이 끝나면, 곧바로 잊어도 괜찮아. 잘 들어, 레이디, 갬블이라는 건 이길지 질지가 아니야. 할지 안 할지다." 그 말은, 뛰어난 갬블러였다는 옛 스승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 이겼으니, 그 정도는 하지 않으면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나." 작게 중얼거린 것도, 들렸다. 만약, 멜빈이 귀 기울였다면, 어떤 얼굴을 할까. "그렇네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도 일어선다. "슬슬 최종전이다. 자네는 마지막까지 함께해 줘야겠어." "네!" 무심코, 입술이 풀려 버렸다. 이 사람이, 제대로 이쪽을 의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져 버리는 것은, 왠지 분한 기분도 들었지만, 스승의 강경한 얼굴이라는 건, 드문 것을 봤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가슴 속에서, 용감한 오케스트라가 울리는 것 같다. 이런 마음으로, 전장에 나아갈 때도 있는 것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향해야 할 전장도 있는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7 문을 열자, 음악은 멈췄다. 눈앞 복도에, 기묘한 인영이 서 있었다. 온몸에 민족적인 직물을 감싼 상대였다. 양손에는 장갑, 얼굴에는 베일을 내리고 있어서, 피부가 노출된 부분은 전혀 없다. 몸매조차 드러나지 않아서,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었다. "당신은, 주술사──" 그래, 확실히 첫 번째 게임 이전에, 이시리드에게 소개받았다. 주술사 아젤. 두 번째 게임에서, 플랫의 어머니인 알레트에게 패배했을 상대. "무슨 일이십니까?" 뒤에서, 스승이 묻자, 아젤의 손이 올라갔다. 그 손이 흐릿해졌다. (────!) 사고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엄청난 불꽃과 소리가, 연속되었다.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는 불꽃과, 끊임없이 긁히는 소리였다. "아파파파파파파파팟! 뭐야 이거! 뭐야 이거!" 애드가 비명을 지른다. 오른쪽 어깨의 고정구(훅)에서 뺀 채, 변형시킬 겨를도 없이, 새장인 채로 내밀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늦었을 것이다. 회전 톱(체인소). 아젤의 오른쪽 팔꿈치 끝이, 미지의 금속의 날을 단 무기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사지에 그런 개조를 한 상대를, 자신도 에르고에게서 들었었다. 도망친 연금술사 쥬스트. "……설마." 쉴 새 없이 튀는 불꽃을 앞에 두고, 스승이 목을 떨었다. "네 녀석, 아젤을 죽이고, 바꿔치기를──" "…………" 큭, 하고 미소가 흘러나온 것 같았다. 이번에야말로 사신의 낫(그림 리퍼)으로 변형시키면서, 있는 힘껏 휘두른 일격을, 아젤의 모습을 한 상대는 한 손으로 여유롭게 받아냈다. 놀라운 완력이었다. 자신의 '강화'는, 어지간한 마술사를 크게 뛰어넘을 텐데, 그 양손으로 날린 일격을 이렇게나 손쉽게. (마치, 사이보그 같은──?) 플랫이 추천하는 SF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강화 인간. 체격에서 상식 밖의 근력에 눈을 휘둥그레 떴을 때, 상대는 작게 속삭였다. "……아젤 따위, 없어." "네?" 그 말에, 스승이 반응했다. "주술사라고 하면서, 주술 같은 건 보여준 적이 없었지." 이쪽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스승은 신중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복도 반대쪽에 몸을 기댄 위치에, 이 정도라면 전력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볼 만해──!) 상대의 반대쪽 손에서, 다시 한번 회전 톱(체인소)이 생겨났다. 사신의 낫(그림 리퍼)의 각도를 바꿔, 낫의 끝을 걸치는 형태로, 자신은 그 공격을 받아냈다. 받아낸 채로,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 동요의 기척이 전해졌다. 낫 끝이 걸려 있는 탓에, 그곳을 중심으로, 빙글 하고 천지가 회전한다. 자신의 머리는 복도에. 자신의 발은 천장에. 즉, 상대를 내려다보는 형태로. 있는 힘껏, 천장을 걷어찬다. "제1단계 응용 한정 해제!" 걸려 있던 사신의 낫(그림 리퍼)이, 파성추로 변화한다. 휘둘러 떨어뜨린 파성추가, 받아내려고 한 회전 톱(체인소)을 부수고, 그대로 상대의 어깨까지 단번에 분쇄했다. 믿을 수 없는 것이, 드러났다. 의수 부분뿐만 아니라, 그 어깨 안쪽까지 정체 모를 금속과 튜브로 채워져, 수정 조각이라고 생각되는 파편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까 투기장에서 봤던 와이번의 구조와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기술 계통의 물건이었다. 그대로, 상대는 어깨를 스파크시키며 쓰러졌다. "……정말로, 기계?" 멍하니, 중얼거린다. 이 상대는, 아젤 따윈 없다고 말했다. 그럼, 반 펨 의 선연(카사)에 참가한 것은, 지즈를 죽이기 위해서? 이것이 마술이라면 반 펨 은 알아챘겠지만,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이라면, 과학과 마찬가지이기에 그냥 통과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 제작자는──? (────!) 공포에 휩싸여, 나는 맹렬히 뒤돌아보았다. 또 한 명, 있었다. 우리는, 함정에 빠져 있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정체를 드러낸 것도, 생각지도 못하게 허무했던 결말도, 단 한 순간의 혼란을 만들기 위한 책략이었다.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마술사 킬러와 같은── "──스승님!" 복도의 반대편에, 그놈은 숨어 있었다. 헬멧을 쓴 떠돌이 연금술사가, 거대한 권총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늦었다. 도저히, 이 거리에서는 막아설 수 없다. 한계 이상의 힘을 다리에 싣고, 도약하면서, 마음이 검은 절망으로 물든다. "끝이다, 엘멜로이 2세." 그 말과, 손에 든 거대한 권총이 맹렬하게 울부짖는 것은 동시였다. "아……" 가슴팍에, 붉은 꽃이 피어난 듯, 보였다. 총에 맞았다. 나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8 과장이 아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시간이 멈췄다. 세계의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들고, 살인마인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습격당하고 있다는 상황도, 펨의 선연(카사)에서 이겨야 한다는 조금 전까지의 고양감도, 티끌만큼도 남지 않을 정도로 잊어버렸다. 눈에 비치는 것은, 후드 틈새로 언뜻 보인, 곤란한 듯 미소짓던 소녀의 옆모습뿐. 단발식 대형 권총 톰슨 컨텐더가 뿜어내는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서 소녀가 쓰러진 것이다. 그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려 했지만, 그의 오체는 '강화'조차 잃어버렸다. 취약한 마술 회로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기술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순식간에, 아주 초보적인 마술의 지속조차 포기해 버렸다. 떠돌이 연금술사가 엘멜로이 2세를 쏘는 척을 함으로써 그레이에게 틈을 만들어, 먼저 소녀를 쐈다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레이디……!" 쓰러진 그녀의 곁에서, 2세는 외쳤다. 그곳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시계탑의 군주(로드)도 아니고, 약탈공도 아닌, 단 하나의 보물을 빼앗긴 남자일 뿐이었다. "레이디……!" 얼핏 보기에는 외상이 없다. 겨우, 입가에서 토혈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총에 맞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오히려 단순한 권총탄이라면, 현대의 한계 이상으로 '강화'된 그레이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은 즉, 그녀를 꿰뚫은 탄환이, 그 기원탄이라는 증거로── "애드!" 그녀가 든 사신의 낫(그림 리퍼)를 부른다. 이쪽도, 대답이 없었다. 보통이라면, 기절했더라도 이어져야 할 소녀로부터의 마력 공급이, 완전히 끊어졌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쥬스트가, 천천히 걸어온다. "……끝이다. 엘멜로이 2세." 쥬스트가, 오른손의 회전 톱(체인소)을 들어 올린다. 무수한 칼날이 회전하며 진동하는 소리는, 연금술사의 승리의 축가처럼 들렸다. 고개를 숙인 마술사의 목을 베는 것쯤이야, 얇은 종잇장을 찢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상승한 회전 톱(체인소)이 정점에서 멈추고, 마침내 내리쳐진 그 순간, "누나! 선생님──!"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회전 톱(체인소)을 막았다. 반투명한 푸른 손──환수가 회전 톱(체인소)을 붙잡은 것이다. 연금술사는 즉시 자세를 바꿨다. 회전 톱(체인소)이 장착된 것은 오른팔만이 아니다. 양쪽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카포에라 같은 물구나무서기 자세에서, 엘멜로이 2세를 다시 강습한다. 이번에는, 투척된 검이 양쪽 다리의 회전 톱(체인소)을 때려, 연금술사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순서를 잘못 잡은 거 아닌가? 쥬스트." 새로운 목소리에, 회전하던 쥬스트가 뒤돌아봤다. "에미야, 시로──!" 원래라면, 아직 엘멜로이 2세를 습격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도 건너편에 나타난 인영을 인식한 순간, 헬멧 안쪽에 부풀어 오른 맹렬한 증오는, 연금술사 본인의 제어조차 넘어섰다. 갑자기 끓어오른 감정 그대로, 반전한 쥬스트가 환수를 뿌리치고, 쌍검을 든 마술사에게 달려든다. 검과 회전 톱(체인소)이, 격렬하게 부딪친다. 그대로, 카지노 복도를 맹렬한 기세로 빠져나간다. 2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에미야 시로가 유도한 것이겠지만, 이미 그런 것조차 엘멜로이 2세는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레이." 중얼거리고, 쓰러진 소녀의 어깨를 만진다. "기다려. 치유 마술을……바로……" 엉킨 혀로, 영창하려 한다. 마술식에 따라, 손바닥에 모인 마력은, 그러나 순식간에 비참하게 흩어져 사라졌다. "아……" 이런 때조차, 그의 마술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하는 지도도──아니, 그 몇 배의 노력으로 계획을 짜고, 본인의 향상에 기울였다. 그 성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시계탑에서 강사로 일할 최소한의 기량까지는, 엘멜로이 2세도 달성했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조차, 그의 재능은 그를 배신한다. 소중한 상대를 지키는 것조차, 그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진작에 알고 있었던 일인데도, 지금의 2세에게는 어찌할 도리 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흩어진 마력을, 필사적으로 긁어모아, 다시 한번 마술을 발동시키려 했을 때, "선생님." 하고, 에르고가 그 손을 잡았다. 바로 옆까지, 붉은 머리의 청년이 다가와 있었다. "무슨 얼굴을 하고 계신 겁니까. 선생님." 말을 듣고, 엘멜로이 2세가 더듬더듬 얼굴을 만졌다. 자신은, 전혀 몰랐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손끝의 감각조차 제대로 없었다. 쓰러진 그레이를 바라보고, 괴로운 듯 목을 떨면서, 에르고가 고개를 숙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네 탓이 아니야. 내가……내 문제다." 바싹 마른 목을 억누르고, 2세가 말했다. 그대로 마술식에 마력을 집중시키려 했을 때, 에르고가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하고, 다시 한 번 말한다. "누나는, 제가 보겠습니다." "에르고. 하지만……" "펨의 선연(카사), 아직 안 끝났죠?" 청년의 시선이, 똑바로 2세를 꿰뚫었다. 이런 식으로, 에르고에게 보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저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선연(카사)을 어떻게 결말짓느냐가, 이 사건의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고. 그렇다면, 선생님의 싸움은 그곳입니다. 싸울 장소를 잘못 선택하면 안 된다고, 분명 평소의 선생님이라면 말씀하실 겁니다." "나는……" 엘멜로이 2세는, 입을 다물었다. 평소답지 않은, 너무나도 무거운 침묵이, 카지노 복도에 감돌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9 "──그 군주(로드)는 어떻게 된 거지?" 알레트가 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세 번째로, 겜블러들은 원탁에 모여 있었다. 이시리드. 알레트. 반 펨. 바이 뤄롱. 눈앞에 놓인 용의 코인도 그대로인 채, 엘멜로이 2세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딜러가 말한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골렘으로서 완벽한 체내 시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오호라. 이대로, 리타이어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시리드가 기색만면으로 손뼉을 쳤다. 반 펨과, 바이 뤄롱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을 뿐이었다. "1분 남았습니다."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딜러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30초, 29, 28, 27……" 차갑게 숫자를 말하는 목소리가, 네 명의 도박꾼들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종말을 고하는 시계처럼, 한없이 정밀하게, 한없이 인간의 마음과 괴리되어, 원탁의 방에 울린다. "15, 14……" 불현듯,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모든 시선이, 문으로 집중된다. 그 속에서, 허둥지둥 문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아슬하게 도착했습니다(ギリギリになったようだ)." 라고 고개를 숙인 것은, 엘멜로이 2세였다. "이거야 다행이군! 이대로 리타이어하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뻔뻔스럽게, 이시리드가 아까와 180도 다른 말을 내뱉는다. 그 옆에서, "어떻게 된 거지. 죽은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잖아. 엘멜로이 2세." 알레트가 말했고, 마찬가지로 원탁에 앉은 반 펨이 실크햇을 고쳐 쓰면서,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 혼자인가? 평소의 내제자는?" "저 혼자입니다." 라고, 엘멜로이 2세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바이 뤄롱이, 뚜렷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일이지? 네가 그 아가씨를 데려오지 않다니, 세컨드 없는 복서 같은 거잖아." 틀림없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엘멜로이 2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 번, 선언했다. "최종전은, 저 혼자 참가하겠습니다." "하지만, 너……" "모였으면, 문제없습니다." 딜러가, 더 이상의 대화를 막았다. 그리고, 몇 초를 기다렸다. 고요함이 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녀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0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복도에서, 에르고는 웅크려 앉아 있었다. 엘멜로이 2세를 보내고 나서,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등의 환수가, 옷을 스치고, 그레이의 환부를 만지고 있다. (……역시, 기원탄) 마술사 킬러의 탄환의 상세에 대해, 에르고는 떠돌이 연금술사의 은신처에서 배웠다. 성질상, 그 탄환은 피해자의 마술 회로를 모두 파괴한다. 그레이가 인간과 동떨어진 강대한 마술 회로를 가지는만큼 쓸모없게(徒となり), 그 구성을 철저하게 폭주시켜, 원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린다. 그렇게 되어야 했다. 지금, 그녀는 미미하게나마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토혈한 양도, 극히 적다. 그레이의 마술 회로와 기원탄의 조합을 생각하면, 이 정도 피해로는 결코 끝나지 않아야 했다. (……아마) 명중하는 순간, 그레이는 마술 회로를 정지시킨 것이다. 마력조차 움직이지 않으면, 기원탄의 치명적인 효과는 작동하지 않는다. (대단하네, 누나는) 기원탄의 성질에 대해, 엘멜로이 2세에게 설명은 들었겠지만, 그것만으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수라장을 헤쳐 나간 경험인가, 아니면 천성적인 직감에 의한 것인가, 그 대처법은 그 타이밍에 유일하게 그녀의 목숨을 지켜낸 기술이었다. 하지만. 엘멜로이 2세를 감싸기 위해, 직전까지 '강화'를 했던 것도 틀림없다. 기원탄이 명중하는 순간, 그것들을 정지시켰다 한들, 몸을 휘감았던 마력이 갑자기 정지하는 것은 아니다. 마력의 급가속과 급제동에 의한 부담. 그리고, 기원탄의 물리적인 충격이라는 삼중의 데미지를, 그레이는 입게 된 것이다. 특히, 마지막은 치명적이다. '강화'를 정지했다면, 평범한 소녀로서, 그 대형 권총에 의한 일격을 맞은 것이 된다. 자르고 잇는다는 기원탄의 성질상, 파괴된 부분은 겉보기에는 치유되었지만, 내실은 끔찍한 모습이었다. 총에 맞은 부근의 근육도 신경도 혈관도 있을 수 없는 형태로 이어져, 소녀를 되돌아올 수 없는 저승길로 불러들이고 있다. 가사 상태가 아니라면, 그야말로 10초도 못 버티고, 진실된 죽음에 빠졌을 것이다. (시로 씨는……) 아무래도, 쥬스트를 유인하는 데 성공한 듯, 돌아올 기색은 없다. 2세에게 선언했던 것처럼, 지금 그레이를 치료할 수 있는 자는, 에르고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 심호흡한다. 달을, 떠올린다. 예전에, 엘멜로이 2세에게 배운 월륜관이었다. 마술적인 명상으로는 기초 중의 기초. 그렇기에, 이 기법은 여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에르고를 지탱해 주고 있었다. 마음으로, 달을 품는다. 달과 같은 자신을 상상함으로써, 환수를 포함한, 자신의 구석구석까지를 지각한다. 결국은, 자신을 남김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누나, 약속할게요." 멋대로 단정지은 자신의 한계가 아니라, 정말로 올바른 모습을, 정말로 올바른 한계를 지각하는 것이라고, 에르고는 생각했다. "내가, 반드시, 고칠게요……" 핏기가 사라져 가는 소녀에게, 붉은 머리의 청년은 맹세한다. 그레이를 만진 환수가, 희미하게, 푸른 빛을 발했다. 낮게, 고한다. "심령수술을, 개시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1 "보석 마술의 마술사가 두 명이군. 그렇군, 이건 제1시합과 제2시합의 투기자 태그라는 건가?" "그렇게 됩니다." 이시리드의 질문에, 딜러가 긍정으로 답했다. 엘멜로이 2세도, 마찬가지로 태블릿 단말기를 보았다. (……린과, 루비아의 태그인가) 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시계탑에서 익숙한 조합이기는 했다. 그레이라면,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설레는 조합입니다,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2세에게는, 매일같이 속을 썩였던 큰 문제아이지만. 그렇다면, 그 상대를 맡는 것은?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원탁 위에 입체 영상이 떠올랐다. / 린과 루비아의 신발이, 천천히 투기장 자갈을 밟는다. 둘 다 아직 두 번째이지만, 몹시 발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3전──최종전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딜러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쪽 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루비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도 없는데요?""새로운 괴물 끌고 오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는 건가?" 린이 콧방귀를 뀌었다. 몇 초 정도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을 때, 희미하게 그 눈이 가늘어졌다. 경계하는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알린다. "루비아." "네에……" 그 말에, 그녀가 보석을 주위에 던지려고 한다. 와이번 때처럼, 미리 공세 결계를 쳐놓겠다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직전, 깜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봤다. "설마." "그런──?!"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뛰어올랐다. 폭발하듯이, 지면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아오른 것은, 약간 늦었다. 하나만은 아니다. 뛰어오른 린과 루비아의 사지를 각각 두 개, 아니 세 개씩, 검은 그림자가 쫓았다. "Anfang(세트)──!" "Call(깨어나라)──!" 두 사람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주(간드). 견제 정도의 효과라도, 쫓아오는 그림자를 잠깐 주춤하게 할 만한 의미는 있었다. 착지한 린과 루비아가, 연속으로 더욱 흑주(간드)를 발사한다. 자신을 노리는 세 개씩으로의 추격. 그러나, 검은 그림자는 다시 지면으로 잠입했다. 대신, 떨어진 위치에서, 자갈이 깨진다. 반 펨이 준비한 투기장은, 지중 부분까지 공간을 확장하고 있었던 것인가. 거대한 그림자였다. 수천 년 전부터 살아남아, 섬 같은 풍모를 갖춘 거목 같았다. 그 그림자가, 휙 하고 아홉 개로 갈라졌다. 아홉 개의 목. 아홉 개의 머리. 아홉 개의 입이 뿜어내는, 투기장 공기를 짓무르게 하는 독기. "펨의 선연(카사)의 마지막이 이렇다는 건, 납득이 가네요." "아니 아니, 그런 걸로 납득하면 곤란한데." 루비아와 린이, 각각 술회한다. 모를 리가 없다. 그것은 그리스 신화에서, 그 대영웅 헤라클레스에게조차 치명상을 입혔다고 하는 괴물. 지금도 과학의 편린에 이름을 남기고, 세계 각지에 전해지는 여러 머리의 뱀들의 대표격으로 여겨지는 마물. 즉, 히드라라고 불리는 환상종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2 "이제 슬슬, 놀라는 것도 질렸다고 말하고 싶은데!" 원탁에 떠오른 영상에, 이시리드가 짐승 같은 신음 소리를 냈다. "질렸나?" "질릴 리가 없죠! 히드라의 유생 표본이, 시계탑에서 얼마가 되는지 알고 있습니까! 펨의 선연(카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당신, 얼마나 숨겨진 비장의 카드가 있었던 겁니까!" 반 펨의 심술궂은 질문에, 이시리드는 토라진 듯이 콧김을 거칠게 내쉬었다. 마술사의 일원으로서, 이런 장면에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만큼의 영예일 것이다. 설령 반 펨이나 그 부하의 손으로 만들어낸 재현 복제품이라 할지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높다. "물론, 이것도 우리 선연(카사)의 재현이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와 싸웠던 개체와는 상당히 다를 테지만." 실크햇을 누르고, 반 펨이 슬쩍 바이 뤄롱을 쳐다본다. 그것도 알고 있나, 하고 묻는 듯도 했다. 엘멜로이 2세는, 아무 말 없이 있었다. 투기자의 실루엣은 흐릿하지만, 틀림없이 린과 루비아의 태그. (문제는……지즈와의 도박, 인가) 아까, 그레이와 이야기했던 대로다. 죽은 지즈가 어떤 술식을 이 펨의 선연(카사)에 연결했다면, 특별 시합(엑시비젼 매치)이기는 해도, 바이 뤄롱에게도 이겨야 한다. 현재 코인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이시리드, 700개. 알레트, 1,000개. 2세, 2,200개. 반 펨, 1,800개. 바이 뤄롱, 6,500개. 소지 코인에서는, 압도적인 바이 뤄롱의 우세다. 남은 한 싸움으로 이 격차를 뒤집으려면, 승패뿐만 아니라, 라운드까지 지정해서 맞히는 것이 전제일 것이다. 그래도, 바이 뤄롱이 맞히면, 이제 승리의 희망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굳이 플러스가 되는 요소를 들자면, 마술 회로를 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것은 한 번뿐이니까, 이제 바이 뤄롱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없다, 정도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반대로 말하면, 이시리드와 알레트는 앞으로 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 "어떻게 된 거지, 엘멜로이 2세" 라고, 알레트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무뚝뚝하게, 2세가 고개를 저었다. 평소라면, 살갑게 대하지 못할지라도, 퉁명스러운 태도는 자제한다. 타인에게 지적받을 만한 틈을, 가능한 한 줄여놓는 것이 시계탑의 방식이었다.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이거참, 꽤 힘들어 보이는데. 혼자라서 외로운 건가?" 같은 원탁에서, 이시리드가 물었다. 이것 또한, 시계탑의 방식이다. 즉, 틈을 만든 녀석이 나쁜 거고, 물에 빠진 개는 앞장서서 두들겨 패라는 것이다. "어쨌든, 현대마술과(널리지)의 수호도로서 내제자 이야기는 자주 들었거든. 없는 건, 한쪽 팔을 뜯어낸 것과 같겠지." "…………" 힘들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레이가 있음으로써,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2세는 지금이야말로 실감하고 있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그녀는 늘 한탄했지만, 그런 그레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용기가 솟아났는지, 더할 나위 없이 깨달았다. 그러니까, 꺾일 수 없다. 소중한 상대를 빼앗긴 지금이기에, 꺾이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하나만 말해 두지." 라고, 2세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가치는, 그런 말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 없다." "호오." 이시리드가, 즐거운 듯 목을 울린다. 바이 뤄롱은 쓴웃음을 짓고, 반 펨은 실크햇의 챙에 손을 댔다. 그리고, "여러분, 베팅해 주십시오." 차갑게, 딜러가 고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3 원탁에 떠오른 입체 영상을 보면서, 딜러가 말한다.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모두의 베팅을 확인했습니다." 스윽, 하고 입체 영상 쪽으로 손을 뻗는다. "지금부터 정식으로, 제3의 게임・최종전을 시작합니다." 투기장 쪽에도,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갔을 것이다. 맹렬하게 덮쳐온 것은, 히드라가 먼저였다. 지상을 기고, 목을 뻗는다. 단지 그것뿐인 거동이, 마치 펜싱 사브르처럼 날카로웠다. 엄청난 속도로, 린과 루비아의 머리 위에서, 세 개의 목이 눈사태처럼 쏟아진다. 가까스로, 두 사람이 반응했다. 『읏──!』 자석이 서로 반발하듯이, 두 사람이 정반대로 떨어진다. 린의 보법이 중국 권법 등의 격투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루비아의 움직임은 발레나 리듬체조와 같은 신체 표현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다음이 온다) 2세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히드라가 새롭게 목을 뻗었다. 첫 세 개의 목은 되돌리지 않고, 그대로 루비아의 사지를 쫓는 다음 세 개. 이번에는, 아름다운 프로포션이, 투기장 중공을 춤췄다. 여신도 감탄할 만한 도약. 와이번과의 싸움에서도 보여줬던 공중제비(문솔트)에서, 흑주(간드)의 연타. 당연하게도, 히드라의 비늘은 그것을 튕겨냈다. 키메라도 그랬지만, 이 정도의 환상종이 되면, 어설픈 저주는 통용되지 않는다. 현대의 마술사와는 신비의 격 자체가 다른 것이다. 『Fünfzehn(14번), Kind der Erde(대지의 아이여)!』린이 던진 보석이, 히드라의 발밑에서 암석 창을 만들어낸다. 그것조차 비늘을 꿰뚫지 못했지만, 감옥처럼 갇힌 히드라가, 암석 창을 씹어 부수는 데,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저 목의 개수는 성가시네요……』 자세를 바로잡은 루비아가, 중얼거린다. 그 속삭임만으로, 그녀들이 마주하고 있는 압력(프레셔)이 전해졌다. 단순한 완력만이라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싸웠던, 연금술사의 거인 탄겔은 히드라에 못지않을 것이다. 하지만, 히드라의 아홉 개의 목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각각 자의식을 갖고, 루비아들을 경계・관찰하고 있는 것이 절실히 느껴졌다. 즉, 강력한 환상종을 아홉 마리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횟수다. 린과 루비아는 태그로 두 배의 횟수, 하지만 키메라의 수는 아홉 개──단순한 곱셈으로는 아홉 배가 된다. 지금의 공방도, 그 횟수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린과 루비아가 공세로 나서지 못했던 것은, 히드라의 목 중, 움직이지 않았던 나머지 세 개가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축구 같은 건가) 라고, 2세는 생각한다. 아무래도, 히드라의 아홉 개의 목은, 각각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세 개, 본체를 방어하는 세 개, 그리고 상황에 따라 추격에도 방어에도 참가하는 세 개다. 축구라면, 각각 포워드(전위), 디펜더(후위), 미드필더(중위)라고 할 만한 위치일까. 그 옆에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4 "이건 끔찍하군." 알레트가 중얼거렸다. "무슨 말씀이시죠?" "투기자 두 사람 다, 거의 가슴이 오르내리지 않지. 즉, 호흡하지 않는 게 아닌가?" "윽……" 그 지적에 순간 목이 메인 뒤, 2세는 작게 끄덕였다. "짐작하시는 대로겠지요. 앞선 키메라나 와이번에게도 독의 전승이 있지만, 히드라는 그 극치입니다. 그 숨결을 살짝 들이마시기만 해도 주변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할 정도이니. 지금 두 사람은 독의 숨을 들이마시지 않도록, 미리 폐와 적혈구 기능을 강화해서, 호흡을 거의 정지하고 있겠지요." 술술 말하면서, 그 상황은 틀림없이 치명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인데, 린과 루비아는 호흡조차 거의 하지 않고 쓰러뜨려야 하는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5 린과 루비아를 희롱하듯 견제하던 히드라가, 거대한 몸집을 감춘 것이다. "호오, 이거야말로 소실 매직인가." 라고, 반 펨이 즐거워하며 웃는다. 다시, 투기장 지면에 히드라가 잠입한 것이다. "……마치 잠수함 같군." 싸움 영상을 앞에 두고, 알레트가 말한다. 그것도, 대전 상대를 고른 펨의 선연(카사)의 취향일까. 첫 번째 싸움의 키메라는 지표. 두 번째 싸움의 와이번은 공중. 그리고, 마지막 히드라는 지중을 주전장으로 하고 있는 듯했다. 보는 사람을 질리게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좋게 들리지만, 그 어느 것도 투기자에 대한 살의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기자 둘 다, 이것에 대응하다니, 역시 실력이 좋군. 보디가드로 데려오고 싶어지는걸." "어이어이. 정말로 히드라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건가?" 곁들어 이시리드가 휘파람을 분다. 키메라와 와이번의 싸움도 굉장했지만, 최종 시합에 가져온 만큼, 히드라의 싸움은 앞선 두 싸움을 웃돌고 있었다. 엘멜로이 2세는,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왜 그러시나, 군주(로드)." 라고, 알레트가 지적했다. "무엇이, 말이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네." 그 말에, 2세는 입술을 매만졌다. "조금, 곤란했을 뿐입니다." 거친 위장을 매만지면서, 2세는 살짝 시선을 떨궜다. 손안에 큐브가 둔하게 빛나고 있다. 물론, 베팅은 끝냈다. 그렇게 된다면, 도박꾼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지켜보는 것뿐이다. (……그레이라면, 내가 싸우는 게 더 낫다고 말하겠지) 상대가 린이든, 루비아든, 남의 싸움을 지켜보기만 하는 건 못 견디는 소녀였다. 그런 상대를 자신의 옆에 두고, 몇 년이나 끌고 다닌 것이, 엘멜로이 2세였다. 틀림없이 비도덕적이고, 악랄한 마술사다. 입체 영상에서, 잠시 동안 투쟁이 정지했다. 느릿느릿, 히드라가 투기장 안, 지하를 회유하고 있다. 아마도, 지중을, 물속처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목에서 뿜고 있는 독액으로 인해, 지면을 녹여, 독늪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즉, 보라색으로 물든 지면 범위와, 히드라가 지중에서 이동할 수 있는 범위는, 대략 일치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알았다고 해서, 쉽게 반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투기장 지면이 모두 독늪이 되어 버리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패배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와이번 전 때 보여줬던 제트 비행 술식조차, 몇 분이나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점점, 린과 루비아의 집중력만이 깎여 나간다.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콤마 몇 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으면, 아무리 마술사라고 해도 상당한 소모를 감수해야 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6 뿐만 아니라, 독의 숨은 그대로다. 독 대책과 '강화' 술식을 계속해서 병행 작동시켜야 하고, 히드라가 덮쳐올 때의 마술도 준비해야 한다. 평범한 마술사라면 1분도 버티지 못하고, 바싹 말라 버릴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7 어찌 됐든, 세 개를 태우고, 세 개를 얼렸다. 남은 것은, 본체의 세 개. 『자, 각오하세요!』 단숨에 육박한 루비아가, 휙 하고 손을 당겼다. 물어뜯으려 했던 히드라의 어금니를 반대로 붙잡아서, 그대로 끌어당긴다. 물론 히드라도 저항하려 했지만, 그 반동을 이용하면서, 루비아의 손가락은 반짝임을 입안으로 던졌다. 폭발했다. 히드라에게 먹인 보석이, 기폭한 것이다. 『이제 두 개!』 불적하게 웃은 루비아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터졌을 히드라의 목 상처 부위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던 것이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다가온 육괴가 점액을 흘린다. 이윽고, 그 점액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처음 것보다 한 바퀴 작은 히드라의 목이 되었다. 『재생──?!』 확실히, 히드라의 전설에는 그런 일화도 있다. 그 대영웅 헤라클레스가 미케네의 왕에게 괴물 퇴치를 의뢰받고, 히드라와 마주했을 때, 아무리 목을 잘라도 끝에서부터 재생해 나갔다고. 당연히 린과 루비아도 그런 전설을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어도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시간이 되돌아간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의, 처절한 재생. 그 현상에 숨을 멈춘 불과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독 안개 속, 스르륵, 하고 그림자가 가라앉았다. 『──읏, Anfang(세트)!』 순간적으로 린이 흑주(간드)를 쐈지만, 그 마술이 독안개를 흩트렸을 때는, 이미 히드라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았다. 사태를 감지한 루비아가, 희미한 두려움을 삼키면서, 주위 지면을 둘러본다. 다시 잠항. 하지만, 이번에는 불과 10초 정도였다. 린과 루비아, 두 마술사의 옆에서, 일곱 개의 히드라 목이 휘감아 올라왔다. 불에 탄 목도 얼어붙은 목도, 불과 십여 초 만에 재생했던 것이다. 『그럴 수가──!』 일곱 개의 목이, 나선형으로 꼬였다. 구불구불 비늘이 쓸리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서로 얽힌다. 큰 나무라기보다, 신이 휘두르는 것과 같은 마창일까. 일곱 개 모두가 비틀어져서, 긴밀하게 합일되어, 그대로 두 사람을 향해 돌진했다. 그 위력, 그 정확도. 번개에 필적할 만한 속도. 순간적으로 두 사람이 만든 방어 마술도, 공성의 마술도, 모두 튕겨 나갔다. 크게 끌어올려진 '강화'로 몸을 피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고귀한 회로(로열 서킷), 패하다. 날아간 두 사람의 몸이, 투기장 벽에 처박힌다. 독숨에 대항하기 위해, 가능한 한 호흡을 줄이고 있던 두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폐에 남아있던 공기가 충격으로 토해져서, 모든 기능이 정지한다. 아무리 마술사라도, 완전히 산소를 빼앗겨서는 저항할 여지가 없다. 마지막 일격을 가하듯이, 일곱 개로 돌아온 히드라의 어금니가 휘둘러졌다. 이미 회피 불가능, 방어도 불가능. 참혹한 최후를 가져다줄 죽음의 어금니가, 린의 목덜미에서──종잇장 하나 차이로 멈췄다. 정지 이유를, 지켜보던 도박꾼들은 알았다. 종이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환상종으로서가 아니라, 펨의 선연(카사)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품으로서의 '사양(본능)'이었을까. "1라운드 종료입니다." 딜러의 목소리가, 투기장에 울려 퍼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8 "──어떤가요, 미스 토오사카." "보면 알잖아. 한계야(いっぱいいっぱいよ)." 흥, 하고 코를 울리며 린이 말한다. 투기장 가장자리, 입장했던 복도 근처가, 그녀들의 휴식소였다. 현재, 두 사람은 치료 술식을 3배속으로 돌리고 있다. 이 이상의 속도로 하면, 오히려 몸에 부담이 가 버린다. 내장은 물론 뇌까지 단련한 두 사람의 몸이라도, 견딜 수 없는 한계는 있었다. 마술 각인에 원래부터 담겨있던 치유 마술과의 상승 효과를 확인하면서, 린이 묻는다. "당신이야말로 할 수 있겠어?" "왼손과 갈비뼈에 세 군데 금이 갔네요. 마술로 보호는 가능하지만, 전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2분, 아니 1분 30초가 적당하겠네요." "이성적인 판단이네." 린이, 눈을 가늘게 뜬다. 두 사람 모두, 만신창이라고는 할 수 없더라도,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 정도의 강적……따위의 수준이 아니다. 키메라나 와이번도 그렇지만, 이번 히드라는 완전히 두 사람을 웃돌고 있다. 비장의 고귀한 회로(로열 서킷)조차 깬 실력은,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신비로서, 가 아니다. 생물로서, 다. 압도적인 재생 능력이나, 투기장 그 자체를 자신의 영역으로 변모시켜 버리는 제압력은, 바로 그 일부분이다. 단순한 흉폭한 환상종이라는 것이 아니라, 히드라는 순수하게 생물로서 강력했다. 흘끗, 하고 지면을 본다. 히드라로 인한 투기장의 독늪화는, 현재 2할에서 3할 정도일까. 이것이 6할 이상이 되면, 사실상 투기장은 히드라의 영역으로서 완성되어 버린다. 그런 상태에서 타도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헤라클레스 같은 신화 속 영웅뿐일 것이다. 반 펨의 모방이 어디까지 진실에 가까운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신화 시대에도 비슷한 싸움이었을 것이라는 설득력은 있었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를 닮은 모방일지도 모르겠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미 현대에 있을 수 없는 것을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린은 자신의 수행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녀석, 대체 뭐하고 있는야) 결국, 시로의 수색은, 도중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린이든 루비아든, 모나코에서 그 이상의 염려는 없다. 펨의 선연(카사)에 휘말린 것으로 정보가 차단되어 버렸지만, 그 사이에 그 청년이 얼마나 많은 재앙에 휘말려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빌딩의 폭파 해체(데몰리션)이든, 기원탄이든,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녀의 불안은, 어떤 의미에서 적중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9 히드라의 턱이, 린의 복부를 씹어 부수려 하자, 닫힌다. 그 순간, 하얀 무언가가 턱의 폐쇄를 가로막았다. 보석 마술에 의해 방어막을 씌운, 하얀 손발이었다. 루비아의 손이 위턱을 지탱하고, 발이 아래턱을 밟는 형태로, 힘으로 히드라를 멈추었던 것이다. (……에) 라고, 자신은 순간 숨을 멈췄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힘겨루기가 통할 상대일까. 루비아의 『강화』 정도라면 알고 있지만, 히드라의 강력은 곁눈으로 보기만 해도 규격 외다. 인간의 근력을 수배 정도 증폭시킨다고 해도, 코끼리의 격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주위의 겜블러들도, 한결같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루비아가 히드라를 멈춘 것만이 아니다. 그런 호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히드라의 머리가 일절 공격을 걸지 않는 것에 대해. 싱긋, 하고 쓰러진 채인 린이 웃었다. 『……드디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네』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킨다. 그 바로 근처의 독 늪에서──입체 영상에서는 거의 바늘 끝 정도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톡, 하고 큰 녹색 보석이 떠올랐다. "설마." 라고, 반 펨이 눈을 떴다. 놀라움과 칭찬의 감정으로 가득 찬 눈동자였다. "히드라의 독 늪에, 거꾸로 독을 흘려 넣고 있었던 건가!" "뱀과 술의 전설이군." 스승님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그래서, 자신도 언젠가의 강의를 떠올리고 있었다. 예로부터, 세계 각지에서, 뱀과 술은 어딘가 인연이 가까운 듯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야마타노오로치가, 술에 취해 잠든채로 퇴치당했다는 전설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그 외에도, 히타이트 신화에서, 사룡(蛇竜) 이룰루양카스스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다가 폭풍신에게 살해당했다는 일화도 있다. 린들은, 제1라운드부터, 계속 그것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독을 어디서…… 아니, 혹시……" "……해냈구만. 정말이지, 사기꾼의 재능까지 타고났는걸." 말문이 막힌 이시리드에게, 뤄롱이 쓴웃음을 지었다. 입체 영상의 린과 보석을 가리키며, 청년이 말한다. "저건, 첫 키메라의 마비독에서 추출한 녀석이겠지." (아……!) 아연실색하여 입체 영상을 다시 보니, 그 입체 영상 속에서, 루비아가 말한다. 『──정말이지, 성격도 나쁘시긴』 『실례네(ご挨拶ね). 당신도 찬성했잖아. 저 독은 환상종과 관계없이, 반 펨과 그 부하들이 만든 대용품인걸. 신대의 마술사의 독이니까, 신대의 환상종에게도 효과가 있는 건 당연한 이치. 추출하는 데 꽤나 고생했지만』 땀투성이가 된 채, 린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제1전. 린의 패배 이유가 된, 키메라의 마비독이다. 투기자의 안전을 위해, 원래의 환상종과는 달리, 반 펨에게 제공받은 마비독을 썼다고 했었다. 지금 린의 발언으로 보면, 그녀는 그 독을 마술에 의해 추출・해석하여, 루비아가 와이번과 싸우고 있는 제2전 사이에, 자신이 쓸 수 있도록 개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환상종의 능력에 의존하는 독이 아니라, 마술로 만들어진 독이라면, 새롭게 작성・개조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조제를 위한 재료는 키메라와 싸우는 동안, 그 체액이나 이빨 등에서 몰래 취득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역이용할 줄이야. 루비아의 손에 이끌려 일어나면서, 린은 독 늪 쪽을 돌아보았다. 돌변하여, 느릿느릿하게 히드라가 움직인다. 아홉 개의 머리 각각이, 서로 얽히고 있다. 제1라운드에서, 린과 루비아를 리타이어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합신의 머리. 이미 독이 퍼져 있는 이상, 혼신의 일격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을 것이다. 조금, 늦었다. 가칭, 하는 소리가 났다. 히드라의 거체가, 보석이 만들어낸 그물에 걸린 것이다. 린의 독석과 함께, 루비아가 독 늪에 던져 넣었던, 수많은 보석에 의한 그물이었다. 보석과 보석 사이는, 강인한 마력의 실로 연결되어 있고, 각각의 보석에 담긴 마술에 의해 안쪽의 먹이를 몇 겹으로 약체화시키는 장치가 되어 있었다. 이 보석들도, 마지막까지 존재를 드러내지 않도록, 조금씩 독 늪 바닥에 장치되어 있었던 것이겠지. 린과 루비아 모두, 줄다리기처럼 보석 그물을 어깨에 짊어지고, 뒤를 돌아보았다. 『영차!』목소리가, 겹쳐졌다. 마치, 환상종을 끌어올리는 어업이었다. 순식간에, 독 늪에 잠겨 있던 히드라의 전신이 들어 올려진다. 중간에 활차와 비슷한 보석의 구조가 끼어 있던 것은, 지레의 원리를 응용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해냈다!"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들어 올려진 고래처럼 꿈틀거리는 히드라에게, 두 사람은 스윽 하고 검지를 향했다. 린도 루비아도 매우 닮은, 재앙스러운 녹색 보석을 쥐고 있었다. 「Vier(4번). Dornen töten die Bestie가시가 짐승을 죽인다(형의 비명荊の悲鳴)」 「Call green7 for your queen(녹의 7번, 그대의 여왕을 위하여緑の七番。汝の女王のため!)」 발동하는, 두 가지 마술. 그리고, "잘 자요(굿 나이트)."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제창한다. 동시에 있는 힘껏 쏘아 넣어졌던 반 펨의 마비독은, 이번에야말로 환상종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0 흩날리는 불꽃은, 수백, 수천이 될까. 회전톱(체인소)과 쌍검이, 몇 번이고 부딪혔다. 그것은, 폭파 해체(데몰리션) 현장의 싸움의, 재현이기도 했다. 떠돌이 연금술사・쥬스트. 마술사・에미야 시로. 한쪽은 아틀라스 원 특유의 고속 사고로, 다른 한쪽은 극한까지 『강화』된 동체 시력으로, 서로의 전투 행동을 간파하고 있다. 그렇기에, 싸움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진흙탕 싸움의 장기나 체스와 닮았다. 틈을 만든 쪽부터 당하는 이상, 어느 쪽의 움직임도, 적보다 자신의 틈을 없애는 방향으로 최적화되어 있었다. 쥬스트의 회전톱(체인소)도, 시로의 간장・막야도, 인간의 골육 정도는 손쉽게 끊어버릴 위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미리 면밀하게 맞춰둔 형태처럼, 우미현란한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서로 달려가면서 내지른 검격은, 족히 70합을 넘었다. 어느샌가, 갑판에 나와 있다는 것도, 시로는 의식하지 못했다. 출항에 따라,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다른 손님들은 거의 다 내렸다. 그렇기에,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누군가를 휘말리게 할 불안도 없이, 오로지 전력을 부딪쳤다. 한쪽은 투영에 의한 쌍검술, 다른 한쪽은 연금술에 의한 의수 의족의 회전톱(체인소)과 전혀 닮지 않은 전투 스타일인데, 왠지 모르게 거울처럼 비춰졌다. 바람이 분다. 끈적거리는 짙은 안개는 그대로, 습한 바닷바람이 두 사람의 얼굴을 씻었다. 유독 높은 소리가 울렸다. 온 힘을 다한 일격을 부딪친 두 사람은, 크게 뛰어 떨어졌다. 거리는, 6미터 정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1 헬멧을 쓴 채로, 쥬스트가 외친다. "에미야, 시로──오!" "…………" 시로는 천천히 간장・막야를 들어 올렸다. "어째서, 그 아이를 쐈지?" 한쪽──간장의 칼끝을 겨누며, 묻는다. 멀리서, 후드를 쓰고 있었던 탓에, 그녀의 모습은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엘멜로이 2세를 감싸려던 후드 소녀를, 쥬스트가 쏜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의미 없는 질문이다." "대답해." 시로의 짧은 말에, 쥬스트의 몸이 흔들렸다. "저 계집애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내제자이자 수호자다. 먼저 저 계집애를 살해해 버리는 것이, 엘멜로이 2세를 죽이기 위한 지름길이었다" "그것이, 정의라고?" "에미야 키리츠구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쥬스트의 대답은, 시로를 순간 경직시켰다. 결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다. 과거의 에미야 키리츠구의 소행에 대해 알게 된 시로에게는, 그런 일은 없다고,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다. 오히려, 기묘한 납득감이, 뱃속에 떨어졌다. 에미야 키리츠구와 보낸 어린 시절은, 몹시 평온하고 다정한 시간이었지만, 결코 그것뿐인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줄곧 옛날부터──분명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서 에미야 키리츠구는 히어로였다. 마술사라든가 살인청부업자라든가 관계없이, 양아버지의 모습에야말로, 에미야 시로는 동경했다. "엘멜로이 2세는,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어서, 쥬스트가 말한다. "……역시, 엘멜로이 2세가 키리츠구의 원수라고 생각하는 건가?" "당연하지." 쥬스트가 끄덕인다. "제4차 성배전쟁에서, 엘멜로이 2세는 키리츠구와 적대했다." "그런 상대는 얼마든지 있잖아? 유럽은 물론, 모나코 주변에도, 당시 키리츠구(할아버지)와 적대했던 상대는 있을 거야. 어째서, 엘멜로이 2세에게 집착하는 거야." "…………" 쥬스트가 침묵한다. 그것은, 그 숨겨진 방에서 생긴 의문이었다. 한 걸음씩, 간격을 좁히면서, 시로가 말한다. "방황해의 지즈는, 더욱 그렇잖아. 어째서 방황해와 키리츠구(할아버지)가 관계되는 거지?" "…………" 역시, 쥬스트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의 질에는 희미한 차이가 느껴졌다. "달라." 라고, 시로가 중얼거렸다. 또 한 걸음, 간격을 좁힌다. "그런 게 아니구나? 적어도, 키리츠구(할아버지)의 원수이기 때문만이 아니야. 왜냐하면, 너, 에미야 키리츠구라면 그렇게 했을 거라 말했었잖아" "……너." "에미야 키리츠구라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두 사람 사이에서, 말과는 다른 정보가 오가는 듯했다. 헬멧을 쓴 검은 그림자 같은 남자와, 에미야 시로와──에미야 키리츠구와 통하는 두 사람은 서로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고, 몹시 닮아 보였다. 마치, 생이별한 형제처럼, 기묘한 연결이 비쳐 보였다. "키리츠구(할아버지)라면 여자애를 쏴서라도 했을 것이다──즉, 여자애를 쏴서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너는 말하고 있는 거잖아?" 또 한 걸음. 눈동자에 마력과는 별개의 『힘』을 담아, 시로가 묻는다. "그것은 뭐지? 방황해의 지즈라는 게 관계있는 건가?" "닥쳐, 에미야 시로." 쥬스트가, 단호하게 말한다. 끓어오르는 듯한 증오가, 헬멧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네가 알까보냐.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인 네가." "……아아. 나는 그럴지도 몰라." 시로가 끄덕인다.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지 마. 키리츠구(할아버지)를 죽였다고 말해도 되는 것은 나뿐이다." "…………" 쥬스트가, 발밑을 보았다. 겨우 반 발짝, 자신이 뒤로 물러서 있다는 것을, 겨우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너, 한가지 더 틀렸다." "뭐라고." "저 여자애는──그레이는 죽지 않아" 라고, 시로가 말했다. 에르고에게 들은 이야기와, 이름 정도밖에 시로는 모른다. 그럼에도, 확신을 가지고 고한다. "에르고가 붙어있어. 분명, 녀석이 죽게 두지 않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2 갑판의 싸움도 또한, 서서히, 한쪽으로 형세를 기울여 갔다. 즉, 쥬스트에게로. 사지를 기계로 바꾼 연금술사라면, 피로도 통상적인 인간보다 억제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정신적인 부담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같거나, 오히려 고속 사고를 계속 작동시키는 연금술사 쪽이 불리하지만, 종합적으로는 쥬스트가 유리했다. 고속 사고에 의한 전투에는, 보다 효율적인 신체 운용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로 쪽은, 시계탑의 호신술 강좌 등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는 해도,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 안개 속, 사지를 치환시킨 회전톱(체인소)을 휘두르며, "슬슬, 그 대단한 눈도 한계가 아닌가?" 조롱하듯이, 쥬스트가 웃는다. 원래 안구의 극단적인 강화 따위는, 쓸데없는 마술인 것이다. 많은 마술사가 『강화』를 다른 마술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것은, 전신에 마력을 계속 흘려보내는 것이, 비교적 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통 인간도, 의식해서 혈액을 전신에 순환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생각하면, 바로 알 것이다. 반대로, 안구 따위 작은 장소에 마력을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작업은, 신경을 쓰고,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계속하면 익숙해지기는 해도 한계는 있다. 이미 20분 가까이 『강화』를 계속하고 있는 시로의 안구는 새빨갛게 충혈되어, 일종의 이형의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3 "흣──!" 날카로운 호흡 소리와 함께, 시로가 견제 일격을 날렸다. 쥬스트가 회전톱(체인소)으로 받아내는 것과 동시에, 무게중심을 뒤로 쓰러뜨린다. 단숨에, 뛰어 떨어진다. 그대로 왼손의 쌍검을 풀고, 새롭게 마술을 기동하려 했다. "투영(트레이스)──" "그건 쓰게 두지 않아." 뛰어 떨어졌을 텐데, 눈앞에 쥬스트가 있었던 것이다. 시로의 후퇴와 완전히 동시, 같은 거리, 같은 타이밍으로, 떠돌이 연금술사가 추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있다고. 내 단말기를 그걸로 부쉈잖아?" "──가정 완료(올 컷). 즉, 무야(클리어・제로)!" 데미지를 각오하고, 마술을 중단. 그을리는 마술회로의 비명을 참으면서, 오른손의 검을 휘둘러 떨어뜨린다. 그릉, 하고 쥬스트의 몸이 회전했다. 몸통 돌려차기. 공수도 등에서 구사되는 기법의 요령으로, 오른발을 치환한 회전톱(체인소)이, 떠돌이 연금술사의 몸 뒤에서 나타났다. 시로의 『강화』된 안구도 계산에 넣은, 사각에서의 공격. 금속끼리 격렬하게 스치는, 불쾌한 소리가 났다.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시로가 쥐고 있던 검이 날아간다. 무기를 잃고, 등을 친 시로의 머리 위에서, 쥬스트의 오른손의 회전톱(체인소)이 휘둘러 떨어지며, 시로가 기대어 있었던 마스트의 중간까지를 찢은 곳에서, 겨우 멈췄다. 정수리까지 불과 몇 센티미터라는 곳에서, 칼날은, 지금도 고속 회전하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4 독특한 냄새가, 시로의 코를 찔렀다. "어째서, 엘멜로이 2세를 지키려고 하지?" "뭐라고?" 되물은 시로에게, 쥬스트가 회전톱(체인소)을 뽑아내 옆으로 쳤다. 배후에서 호를 그리며 연금술사를 덮쳐온 쌍검의 한쪽이 튕겨져 날아가고, 그대로 회전톱(체인소)이, 시로의 팔뚝을 찢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5 "으, 그으──!" "그 손도, 이미 봤어. 시대에 뒤떨어졌어, 마술사." 뚝뚝, 붉은 액체가 갑판을 더럽힌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이름에는 어울리는 색이었다. 지금 일격에 엉덩방아를 찧은 시로를, 쥬스트가 내려다본다. "다시 한번 묻지. 어째서 엘멜로이 2세를 지키려고 하는 거냐고, 그렇게 말했지. 에미야 시로." "마치, 지키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말하네." "예언해 주지. 에미야 시로." 내려다본 채로, 쥬스트가 이어서 말했다. "저 남자는──로드 엘멜로이 2세는, 마술 세계에 반드시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전쟁, 이라고?" "마술 세계뿐만이 아냐. 네 고향에도, 반드시 새로운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연금술사로서 예언해 주지." (후유키에……?!) 헛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연금술사로서의 예언이라고 하는 이상, 고속 사고를 이용한 미래 예측이겠지. 결코 얼렁뚱땅 망언이라고 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시로의 고향은 성배전쟁의 무대가 된 후유키 시이다. 전쟁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해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구제해 주지. 너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의의 아군과는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해 주지.……아아, 하지만 이번만큼은 너도 도움이 됐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6 "내가, 구제해 주지. 너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의의 아군과는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해 주지.……아아, 하지만 이번만큼은 너도 도움이 됐나." "무슨 소리야?" "기원탄이다." 라고, 떠돌이 연금술사는 대답했다. "마술상인(미스틱 딜러)이, 어디에 기원탄을 숨기고 있는지는 몰랐다. 저 마피아 녀석들에게 유도받을 때까지는." 그것은, 린과 루비아가 가설로서 상담하고 있던 것이었다. 즉, 에미야 시로가 저 교회에 끌려갔던 것은, 에미야 키리츠구의 아들이라는 정보를 흘림으로써, 기원탄의 소재로 연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고. 저 헌팅캡의 마피아에게 시로가 붙잡힌 것은 우연이더라도, 거기서부터의 마피아들의 행동은 쥬스트에게 유도된 것이었다. 에미야 키리츠구를 아는 마술상인(미스틱 딜러)과, 에미야 시로를 만나게 해서 다른 정보를 얻으려고, 마피아들에게 그렇게 생각하게 한 것이다. "거기서, 한꺼번에 결판을 내려고 했지. 너를 죽이고, 기원탄을 빼앗을 생각이었어. 절반밖에 달성하지 못했지만." 실제로는, 쥬스트가 오기 전에, 스젠이 시로를 구해 주었다. 그 결과, 한발 늦은 쥬스트는 기원탄밖에 얻지 못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7 "에미야 키리츠구의 기원탄은, 내가 이어받았다." 도취하듯이, 떠돌이 연금술사가 말한다. 어느샌가, 오른손이 회전톱(체인소)에서 장갑으로 돌아와 있었다. 권총을 들고 있다. 거대한 총이었다. 톰슨 컨텐더. 예전에, 마술사 킬러라고 불렸던 인간의, 애총이었다. 그 금속 총구가, 곧장 시로의 이마를 겨누고 있다. "이건, 단순한 총탄이야. 너를 상대하는데 기원탄 따위 필요 없으니까." 끈적하게, 쥬스트가 속삭인다. "신비도 연금술도 아닌, 단순한 총탄으로 너는 죽는다. 시시한 갈등을 안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여기서 죽어. 안심해, 내가 해줄게. 에미야 키리츠구의 아들로서, 어울리지 않는 너를, 내가 처리한다. 키리츠구가 남겨 버린 잘못을, 내가 제대로 끝내 주지." 권총의 방아쇠에, 연금술사의 손가락이 걸린다. 속죄를 강요하는 듯한, 몹시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권총을 든 쥬스트와, 고개를 숙인 시로는, 참회를 듣는 신부와 신자와도 같았다. "그럴지도 몰라." 라고,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뭐?" "에미야 키리츠구의 후계자에는, 네 쪽이 어울리는 건지도 모르지." 웅크린 채로, 시로는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시선은 맞지 않는다. 쥬스트의 각도에서는, 에미야 시로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당연하지. 비교하는 쪽이──" "하지만." 라고, 시로는 이어서 말했다. 이렇게, 들렸다. "……닿았을 거다, 라고 들었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8 "……닿았을 거다, 라고 들었어." 그 속삭임에, 쥬스트가 경직했다. 헬멧 너머의 목소리에, 희미한 흔들림이 스며 있었다. 짙은 안개 속, 고개를 숙인 채인 시로의 표정은, 역시 보이지 않은 채이다. 그 입가만이, 둥실 떠오르는 듯하다. "무슨 소리냐." "키리츠구(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야." 라고, 시로는 대답했다. 그와 키리츠구의, 마지막 추억. "할아버지가, 정의의 아군이 되고 싶었던 건, 기간 한정이라는 걸 몰랐었다고 말해서. 나는 좀 더 빨리 대답했어야 했어. 분명히 말해야 했어. 할아버지의 꿈은 내가 실현해 주겠다고." 시로가 고하기 전에, 에미야 키리츠구는 숨을 거두었다. 후유키의 저택의 툇마루에서 하얀 달을 올려다보고,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로, 떠났다. "하지만 닿았을 거라고, 에르고에게 들었어." "그런 건, 제멋대로 생각하는 거겠지." 쏘아붙이듯이 끼어든 쥬스트에게, 시로는 작게 끄덕였다. "그렇지. 그 말대로야. 죽은 자와는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어. 진실을 모르니까 모르는 채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모른다면,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괜찮다는 것이기도 했어." 반쯤 찢어진 마스트 아래에서, 천천히, 시로가 일어선다. 총구가 겨누어지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마치 묻혀 있던 바위를 뽑아내듯이 전신의 힘을 담아,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갑판에, 두 발로 선다. 또, 많은 피가 쏟아졌다. 회전톱(체인소)에 상처 입은 곳에서의 출혈이었다. 끽끽하고 금속이 부딪히는 듯한 이음도 났다. "진실은 몰라." 라고, 시로가 말한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인 다음,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정도는 키리츠구(할아버지)도 허락해 주겠지. 토오사카도, 이제 와서 무슨 말 하는 거야, 하고 어이없어 할 정도겠지." 아아, 안심했다, 라고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그 미소가, 가슴속에 남아 있다. 밤하늘에 떠오른, 달의 희끄무레함과 같이. "앞으로도 분명 망설일 거야. 정의의 아군 따위는 많고, 정의의 방식 따위는 많아. 네가 말했던 쪽이 결국 옳았다고, 후회할 때도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이것만은 분명 망설이지 않아." 시선이, 올라간다. "그때 키리츠구(할아버지)가, 안심했다고 말했던 길에, 나는 있어."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잃어버리지 않는다. 결코 씻을 수 없는, 죄와 벌, 혹은 희망. "내가 신경 쓰고 있었던 건, 겨우 그것뿐이었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9 "…………읏." 쥬스트가, 멈춘다. 그것은, 얼마나 다정한 선언이었을까. 하지만, 헬멧을 쓴 눈앞의 상대에게는……. 마치,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의 총탄을 맞은 것처럼, 쥬스트가 비틀거렸다. 텅, 텅, 하고 두 걸음 물러섰다. 새까만 헬멧 앞부분을 누르면서, "안심했다……?" 라고, 연금술사는 중얼거렸다. "어, 뭐?" "에미야 키리츠구가……안심했다, 라고……?" 떠돌이 연금술사는, 멍하니 반복했다. 마치, 자신의 토대로 삼고 있던 무언가가, 훨씬 예전에 잃어버렸다는 것을, 겨우 깨달은 듯한 목소리였다. "그런 건, 틀렸어." 새어 나온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몹시 화가 난 듯하고, 몹시 슬퍼하는 듯하고, 몹시 당황하는 듯하고, 혹은 그저 혼란스러워 횡설수설하는 길 잃은 아이 같기도 했다. "안심할 리가 없잖아. 이런 세계에서, 정의가 안심하다니 그런 건 있을 수 없잖아. 그런 건 거짓말이 분명해." "아니, 나는 거짓말 같은 건," "하지만 에미야 시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확률상, 이 장면에서 에미야 시로라는 인격이 허위를 발설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그렇다면, 에미야 키리츠구는 정말로 안심했던 건가……? 아이에게 한 말뿐인가……? 아니야 에미야 키리츠구도 그런 발언은 하지 않아……" 제멋대로 부정하고, 제멋대로 부정의 부정을 하고, 제멋대로 납득하고, 제멋대로 혼란스러워하며, 쥬스트가 몇 번이고 고개를 흔든다. 양손으로 헬멧 양쪽을 누르고, 두통을 참듯이 웅크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0 "일어나지 않아, 있을 수 없어, 불합리해 부적합해 부조리해 부자연스러워 계산은 틀리지 않았어 틀렸을 리가 없어 이 변수에서 이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절대적이야 그렇다면, 무엇을 틀린 거지? 출발점인가? 변수인가? 에미야 시로는 내가 찾았어 내가 입력했어. 에미야 키리츠구는 언제지? 언제 입력했지? 에미야 키리츠구의 원수는 죽여야만 해 에미야 시로를 죽여야만 해 엘멜로이 2세를 죽여야만 해 지즈를……" 쥬스트의 말투가, 변한다. "지즈를, 지즈를 지즈를 지즈를 지즈를 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멈춰야야야야야……!" 이와 이를 맞물고, 망가진 녹음기처럼 반복하면서, 경련한다. 분명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로는 다른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의뢰를 받고 누군가를 살해하는 그런 녀석일까?』 ──『예를 들어 최면술이라도 받은 건가……?』 에르고도 반신반의로 말했던 대사였다. 하지만, 설마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옳았다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1 달려들려고 했던 시로 앞에서, 떠돌이 연금술사의 경련은 딱 멈췄다. "……들었나." "쥬스트. 너……" "지금 들었겠지, 에미야 시로." 마치, 안개에 닫힌 하늘에서, 실로 매달린 인형 같았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되는 범죄 고백이라도 들은 것처럼, 쥬스트의 목소리는 어찌할 수 없이 공허했다. "내, 추태를, 들었나." 한 마디씩, 끊어내는 듯한 대사. 아까까지의 압도적인 증오를, 절망적인 살의가 덧칠하고 있었다. 그 몸이 흐릿해졌다. 극한까지 『강화』된 시로의 안구조차 포착하지 못하는, 초절의 속도. 간신히 몸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수라장에서 단련된 심안 같은 것이 아니라, 단순한 행운 같은 것이었다. 이어지는 회전톱(체인소)의 연격은, 더욱 배로 증가한 속도였다. 간신히 쌍검을 투영하여, 받는다. 뼈의 심까지 지릿지릿 저리는, 무거운 공격이었다. 전투 지속을 위한 효율도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그저 살의만을 담은, 마의 일격. 계속해서, 회전톱(체인소)이 휘둘러진다. 팔뿐만이 아니다. 카포에라처럼 자신의 목이나 어깨를 지지점으로 이용하여, 양손양발의 모든 것을 에미야 시로를 찢기 위한 무기로 변화시켰다. 아마, 이 떠돌이 연금술사가 만들어 냈겠지 하는 이형의 기술을, 엄청난 분노가 배의 위력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무리가 있다. 그 증거로, 쥬스트의 사지에서 살이 찢어지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회전톱(체인소)과 사지를 치환한 연금술사의 몸이지만, 그 운용을 위력에 올인한 결과, 접합한 생몸이 견딜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알 바 아니다!) 쥬스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침을 질렀다. 결코, 그 선택은 잘못이 아니다. 에미야 시로의 체력을 감소시키고, 도망갈 여지마저 빼앗고 있는 이상, 여기서 끝장내기 위해 리스크가 높은 전술을 취하는 것 자체는,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쥬스트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전장의 자그마한 이음을 듣기에는, 본인의 몸과 회전톱(체인소)이 내는 구동음이 너무 커져 있었다. 세 합. 시로가 다시 투영한 임시방편의 쌍검을, 이번에야말로 정면에서 부순다. 크게 튕겨 날려진 시로가, 쓰러진다. "꺼져, 시대에 뒤떨어진 정의의 아군!" 희열의 엔도르핀과 흥분의 아드레날린을 대량으로 분비시켜, 뇌를 만취시키면서, 쥬스트는 사지의 회전톱(체인소)의 리미터를 해제한다. 한계를 넘어 구동한 내부 기관은, 1분도 버티지 못하고 파열할 계산이지만 상관없다. 에미야 시로의 목숨은, 앞으로 10초도 채 안 될 것이다. 비틀비틀 일어서는 시로에게, 쥬스트는 웃었다. (그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2 그렇지 않으면, 보람이 없다. 마지막까지 발버둥 쳐라. 발버둥 치며 죽어라. 볼썽사납고, 꼴사납게 허둥거리고 죽는 것이, 너에게는 어울린다. 새롭게 투영되는 쌍검에, 쥬스트의 입술 끝이 올라간다. 시로가 최후의 힘을 다할 것이 분명한 반격 패턴도, 이미 상정 완료. 핏물 연기를 내며 절명하는 시로의 모습을, 이미 쥬스트는 수백 번 예측・확인했다. 그림자는, 그때 떨어졌다. 양발의 회전톱(체인소)을 스케이터처럼 이용하여,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갑판을 질주하고 있었던 쥬스트의 옆에서, 몇 단 큰 질량이 기울어져 온 것이다. 마스트였다. 아까, 쥬스트의 회전톱(체인소)에 의해 찢어진 마스트가, 자중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던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중간의 날카로운 칼끝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어?) 공격 이외의 모든 것을 내팽개쳤기에, 그 변수는 치명적이었다. 쥬스트의 재계산이, 어쩔 수 없는 결과를 고한다. 궤도 수정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에미야 시로의 결사의 반격과, 낙하해 온 마스트의 칼끝과, 쌍방을 회피할 수 있는 미래가 없다. 마스트의 칼끝 정도로는 치명상은 아니더라도, 그것으로 자세를 무너뜨리면, 곧바로 에미야 시로의 두 번째 칼날에 의해, 자신의 목과 몸은 생이별할 것이다. (──우연? 아니면, 이걸 노렸던 건가?) 후자라면, 에미야 시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싸움에 익숙했던 것이 된다. 모르겠다. 거기까지 계산할 수 있을 정도의 리소스가, 이미 쥬스트에게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해져 있지) 차가운 채로 이성의 판단을, 끓어오르는 듯한 감정이 뒤에서 밀었다. 전력으로, 몸째로 부딪히듯이, 회전톱(체인소)을 휘두른다. (죽어──!) 그저 충동대로, 쥬스트가 외친다. "죽어, 에미야 시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3 확실히, 감촉이 있었다. 미지근한 액체가 솟구치고, 헬멧의 이마 부분에서 목덜미까지를 씻었다. 하지만, 떠돌이 연금술사가 각오했던 아픔은, 언제까지나 찾아오지 않았다. "어째서……?" 쥬스트가, 망연히 중얼거린다. 선혈은 곧바로 헬멧을 흘러내리고, 그의 주위의 광경을 분명하게 했다. 즉, 쥬스트의 회전톱(체인쏘)에 의해 어깨부터 등 중앙까지를 찢긴 에미야 시로와, 그 시로의 쌍검에 의해 받아들여진 마스트였다. 무거운 소리가 나고, 거대한 마스트가 시로와 쥬스트의 발밑으로 굴렀다. 몇 초, 쥬스트에게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알아 버리기 때문에,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나를 감싼 거지……?" "그야 감싸겠지." 등을 돌린 채로, 시로가 대답한다. 어깨 부분부터의 피로, 턱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안색은 반대로 새파랗게 질려 있어서, 지금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불가사의할 정도이고, 연금술사로서의 연산으로조차 불합리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목숨은 빼앗겼다.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무슨 착오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쥬스트가 더 이상 공격할 마음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는 뒤꿈치를 돌렸다. 비틀비틀, 갑판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디에?" "그레이라고 했지. 네가 쏜 여자애……" 그 말에, 목이 바싹 말라 버릴 것 같았다. "네가 가서 뭐가 되는데!" "아무것도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가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을거야." 시로의 옆모습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그런 건, 이상하다. 그런 건, 잘못되어 있다. 비록 정의의 아군이라고 해도, 자기 보전은 당연한 행동이다. 화재 현장의 소방관이라고 해도, 자신의 몸의 안전을 우선으로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하고, 그래야만 한다. 만약 자기희생을 필요로 하는 타이밍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이다. 쥬스트의 모습에서, 그러한 의문을 느꼈는지, 시로는 끄덕였다. "……응. 순서가 이상하다고, 토오사카에게도 자주 혼나." 이런 장면인데도, 몹시 성실하게 들리는 대답이었다.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자신을 잃은 쥬스트로부터, 시로가 멀어져 간다. "너는, 정의 따위가 아냐……"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지도 몰라." 걸어가면서, 시로가 말한다. 어딘가,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아마, 본인이 입에 담고 있는 것도, 제대로 의식하고 있지는 않겠지. "정의의 아군이 되기로 정했지만…… 아마,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비중은 『아군』쪽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해……" 중얼거리면서, 걸어간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청년의 핵심을 포착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세계의 누구라도, 언제라도, 힘껏 노력하고 있어." 시로가 말한다. 도대체,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가 시계탑에서 수행원으로 있는 붉은 악마의 일일까. 집사로서 일하고 있는, 에델펠트 가의 차기 당주의 일일까. 그것도 아니면, 고교 시절을 함께 보냈어야 할, 일본의 여러 클래스메이트들인 걸까. "그래서, 나는 모두가 노력하는 것을, 아주 조금만 도와줄 수 있는 듯한 『아군』이 되는 거야." 떨어지는 피는, 시로의 발밑에서 물웅덩이처럼 되어 있다. 아무리 마술사라고 해도, 이미 치사량이다. 붉은 물감을 갑판에 문지르는 듯이, 시로가 발을 질질 끌면서, 걸어간다. "그만둬…… 정말로 죽어……" "괜찮아…… 아니, 평소라면 치명상이겠지만, 이 이틀 동안엔 살짝 컨디션이 좋거든…… 그러니까……" 시로의 몸이, 흔들린다. 지금이라도 구를 것처럼 흔들리고, 그래도 쓰러지지 않는다. 안개를 털어내듯이 손을 움직이고, 비틀거리면서도 걷는 것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그만둬 줘) 외치고 싶어져서, 제대로 호흡조차 할 수 없이, 쥬스트가 숨을 헐떡인다. 알고 있었다. 에미야 시로가, 이런 생물이라는 것을, 그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산을 위한 재료로서 지식에 수납하는 것과, 실제로 그 상대를 눈앞에서 체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띠고 있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공포이고, 제어할 수 없는 불쾌함이고, 하지만 그 안쪽에는 어딘가 온화하고 거부하기 힘든, 전혀 다른 색을 스며들게 하고 있기도 했다. 그때였다. 피투성이의 시로는, 갑자기 갑판의 발밑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펨의 선연(카사)가 행해졌던 원탁의 방이라고. 마침 그 타이밍에, 방황해의 지즈가 원탁의 방에 출현했던 것이다──지즈와 그레이와 에르고 세 사람이, 선연(카사)의 겜블러들과 합류해 버렸다는 것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4 ──꿈을, 꾸고 있다. 그 자각이 있었다. 주위는 암흑 같지만, 실제로는, 그것은 어둠이 아니었다. 빛이 아니라, 색이 없는 것이라고,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은 단절되어 있다. 단지, 흐름만이 있다. 소용돌이였다. 그곳에는, 모든 것이 없고, 모든 것이 있다. 몹시 모순된 혼돈의 소용돌이. 발을 들여놓으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직감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발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려고 하는 의지조차 작동하지 않는다. 흐름이야말로 자신이고, 자신은 흐름이었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어째서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나……" 불현듯,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목소리조차,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가 이쪽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반투명의 푸른 손이었다. "누나……!" (에르고……!) 그렇다. 에르고의 목소리였다. 의식한 순간, 자신은 기억을 되찾았다. (소제는……저 연금술사에게……총에 맞고……) 스승에게 향하고 있던 총구가, 이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직후, 반사적으로 마술회로를 정지시킨 자신의 육체를, 엄청난 충격이 덮친 것도. (기원탄……) 역시, 저 권총에 담긴 탄환은 그랬던 건가. 에르고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은, 스승은 무사했던 것일까. "……누나! 돌아와 줘……!" 에르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도, 뒤돌아볼 수 없다. 자신의 몸은, 마치 자신의 자유롭지 않다. 점점, 심연으로 끌려들어 간다. 마치, 수렁과 같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끌려들어 간다. (……저것은) 소용돌이 근처에, 또 다른 것이 보였다. 감각만이, 확대되고 있다. 아마, 죽음에 임박했기 때문이겠지. 육체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정신과 영혼의 영역이 넓어져, 본래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 때문이겠지. 지금의 자신은, 보인 것이다. 소용돌이 속. 시간도 공간도 아직 미완성의 끈처럼 모호하게 녹아 있는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록이 퍼져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눈동자에, 비춰진다. 자신의 망막이, 타버린다. ──자신의 뇌가, 침식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5 ──아마, 과거를 보고 있었다. 아마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상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이런 환시를 한 적이 있어서, 그런 경험으로부터 판단한 것이다. 영매. 빙의보다는 나은 것이다, 라고 스승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의 몸보다, 키가 큰 것을 알았다. 즉, 자신의 시점이 아니라, 과거의 누군가의 시점. (남자?) 그런 기분이 들었다. 거친 걸음걸이를 하는 상대였다. 시야 끝에, 본인의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있다. 회색 늑대와 비슷한 색의 긴 머리카락이었다. (…………누구?)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누군지 알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점점, 그는 걸어간다. 황야이다. 그가 가는 곳,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대부분은 전사였다. 방패와 창을 든 남자들의 어깨가 부서지고, 머리가 으스러져 있었다. 남자뿐만이 아니다. 싸움에 따라온 여자들도, 모두 허둥지둥 죽어 있다. 피투성이가 된 말들이 널브러져 있고, 거대한 코끼리 사체에는 파리 떼가 모여 있었다. 피비린내와 부패취가, 지표 전체를 뒤덮고 있고, 그는 어디까지나, 그런 대지를 걸어가는 것이었다. "응, 후, 후." 이상하다는 듯이, 남자의 목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역시, 이렇게 되었군. 그러니까 충고했잖아, 정복왕.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 따위는 형편없다고" (……아아, 이건) 그것은, 알렉산드로스 3세──정복왕 이스칸달의 기행(騎行)의 결말이었다. 그 왕이 가는 곳에는, 화려한 영광과 승리가 항상 넘쳐흘렀다. 같은 수의, 패배와 죽음이, 항상 들러붙어 있었다. "딱히, 더 잘했으면 좋았다는 건 아니지만." 퉁명스럽게, 남자는 중얼거린다. 몹시 허무하고,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였다. 이윽고, 강에 다다랐다. 무수한 시체로 인해 핏빛으로 변한 강에, 맨발로 발을 들여놓으며, 그가 말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6 "딱히, 현재(지금)의 영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가 걸어가는 동안, 바람이 불고, 물이 파도쳤다. 예전에는, 바람에는 신이 있었다. 예전에는, 물에는 신이 있었다. 예전에는, 지하에는 명계가 있고, 하늘과 주宙(하늘) 사이에는 신의 나라가 있었다.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멀어지고 있다. 이 행성을 덮고 있던 깔개(텍스처)는 역할을 마치고, 새롭게 교체되려고 하고 있다. 쇠퇴해 가는 신대(神代)를 느끼면서, 다시 그가 말한다. "딱히, 신이 잘못했던 것은 아니다." 단순한 흐름의 문제이다. 언젠가 사라져 갈 것이라고, 신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신들은 그러한 시대에 대한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저항했던 자도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온화하게 이행해 갔다. 극히 현명히──생각할 수 있는 한, 피해가 적은 형태로, 영장의 자리를 비워주었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사라져 가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유산만 남겼다. 온갖 것을 아낌없이 다음 상대에게 주고, 그 실재조차 잊혀져 갔다. 지금 상태 따위는 시작일 뿐이고, 더욱더 잊혀져 갈 것이다. 신 따위 있을 리가 없어, 라는 바보같은 것이, 아주 진지하게 말해질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보고만 있는 자신조차, 마음에 와닿았다. 어쩌면 그렇게 영매하고, 헌신적인, 위대한 희생일까. 이름난 신이, 그 신을 섬긴 위인이, 누구나 그 인생을 던져, 다음 시대로 이어지게 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7 드문드문 풀이, 나부꼈다. 꽃이 진다. 아름다운 꽃잎이, 그의 뺨에 닿고, 다시 바람에 흩날려 간다. 수많은 시체는 좋은 영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이 땅도 언젠가는 녹음으로 둘러싸여, 사람들이 오가며 웃고, 생명을 찬가하는 장소가 될 것이다. 빨리 감는 필름을 보듯이,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를 중심으로 해서, 시간이 지나간다. 나타난 것은, 선명한 색채였다. 풀숲의 녹색은, 결코 한 가지 색의 녹색이 아니었다. 녹색이라는 개념 안에, 수천 가지의 베리에이션이 있었다. 붉은빛을 띤 녹색, 푸른빛을 띤 녹색, 희끗한 녹색, 눈에 박히는 듯한 녹색. 수많은 가지도 잎도 꽃도 열매도, 흙의 색조차 내포하고, 황야는 너무나도 풍요로운 초원으로 변모해 있었다. 멀리에는, 울부짖는 백마. 더욱 먼 하늘에는, 철새 떼. 그리고, 모든 것을 감싸는 듯한 아침놀이, 지평선에서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을 정도로, 깨끗한 경치였다.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걸어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저 정복왕이 찾던 것은, 이런 경치가 아니었을까. 해가 떠오르는 가장 끝의 바다를 동경하여, 10년 이상이나 정복행을 계속했던 것은 아닐까. 계속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던 에르고에게, 이 경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보수는, 이것뿐인가?" 목소리에는, 원망이 스며 있었다. 증오. 분노. 그러한 감정이, 그의 가슴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사람의 형태에 억눌려 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열량이었다. 그를 추억하고 있을 뿐인 자신조차, 영혼으로부터 불타 버릴 것 같은 불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8 "이스칸달도, 결국은 이루지 못했다." 입술에서, 한숨이 밀려나온다.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목표로 하면서, 도달하지 못했다. 그 녀석에게 짊어지게 된 꿈은 전부 비참하게 흩어졌다. 나머지는 잔해들이, 각각의 정통을 자칭하며, 볼품없이 피를 흘릴 뿐이겠지." 그의 눈에는, 앞으로의 일도 비쳐 있었다. 아직 시작했을 뿐인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이지만, 틀림없이 앞으로, 더욱 비참한 형태로 추이해 갈 것이다. 서로 도왔던 전우들이 살해하고, 음모에 걸고, 그 자자손손까지도 오랫동안 증오할 것이다. 잔혹하다고 한다면, 이 정도의 잔혹함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인간만의 일이 아니다. 거기에 이어진 사물을 그는 떠올리고 있었다. 부서진 창과 방패. 찢어진 서적. 불타버린 성이나 시설. 그것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은 잃어버렸다. 커다란 가능성을 지니고 있던 것들이, 그 가능성째로 소각되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9 "낭비. 소모. 소비. 어디까지나 우리는 추하다. 그리고 그 추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전부 먹어치울 때까지, 아니 먹어치운 곳에서조차, 머무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남자의 말은, 어찌할 수 없이 울렸다. "딱히, 이 별에서, 우리가 처음 하는 일도 아니다." 생물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중에 빅 5라고 불리는 대량 멸종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는 획기적인 메커니즘으로 번영하고, 지구 환경을 결정적으로 변화시켜 버렸다. 거의 파괴해 버렸다고 해도 좋다. 결국에는 그것으로 자신의 생존할 수 있는 영역을 좁혀 버리고, 온실가스의 감소에 의해 지구 전체를 빙하기까지 빠뜨렸다. 인간은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행성을 파괴하고 있지만, 그 규모에 있어서는 식물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라고 스승이 말했다. 반드시, 식물이 지성체라는 것은 아니지만, 방향성으로서는 같은 것이다. 생물에게는, 언젠가 자신을 사멸시키는 인자가 섞여들어 있다. (……이렇게까지)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 수 있는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0 "그러면, 잘못한 것은 누구지?" 남자의 물음 후에, 잠시 목소리는 끊어졌다. 다시, 바람이 불었다. 다시, 시간은 되돌아갔다. 아름다운 풀숲은 사라지고, 아득한 황야가 돌아왔다. 단지, 숨 막힐 듯한 피비린내는 사라져 있었다. 피비린내조차 머무는 것은 불가능하고, 돌에 새긴 경구조차 사라진다. 사람은 몇 번이고 우행을 반복할 것이다. 사람 다음에 이어질 지성체도, 분명.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변할 수 없다. 신들조차, 이런 미래를 피할 수 없었다. 이 행성의 역사에서, 가장 현명한 자들조차, 이곳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마술협회에서도 그 지성을 가장 존중받은 아틀라스 원의 원장조차, 그 지성 때문에 파멸해 버렸다. "이 무슨 희극인가." 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당시의 희극은, 분명 그리스 신화에 관련된 것이었을 것이다. (……디오니소스) 만취(명정酩酊)의 신에게 바치는 주연이, 그 시작이라고, 스승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 페이커가 신앙했던 신. "이 무슨 비극인가." 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스의 비극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킬레우스나 헥토르 같은 영웅이 차례차례 숨을 거둔 트로이 전쟁, 혹은 불륜의 영웅 이아손에 대한 마녀 메데이아의 복수를 주제로, 많은 명작이 이 시대에 이미 상연되고 있었다. 희극과, 비극. 그리고,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지?" 라고, 그는 물었다. 답은 없다. 시선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눈물을 흘리는 듯한 초승달이, 거기에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1 툭, 하고 끊어지는 감각이 있었다. 그레이의 심층까지 잠입했던 환수가, 에르고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주 잠깐, 그녀에게 닿았던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한순간에 떼어내졌다. 천천히, 천천히, 청년은 호흡한다. (누나……!) 이를 악물고 싶어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에르고가 하고 있는 심령수술은, 극히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이전, 일본에서의 싸움의 마지막에, 이 눈으로 본 현상이다. (……지즈의 손을, 떠올려) 지즈가, 흑궤(야코우 아키라) 안쪽에서, 야코우의 신을 절반만 적출한 기법. 에르고는 환수를 사용해서, 그 기술을 재현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곤란한 행위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2 "…………" 슬쩍, 에르고의 환수가 펼쳐진다. 안쪽에, 형태가 뭉개진 탄환이 남아 있었다. 그레이를 꿰뚫었던, 기원탄 그 자체다. 심령수술의 첫 단계로서, 기원탄을 적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공정은 많다. 지금도, 일 초마다, 그레이는 생명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그레이 안쪽에서 억지로 잘라내어 이어진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연결할 필요가 있다. 신비와 관계없는 단순한 의료수술이라고 생각해도, 엄청난 난행이었다. 시계탑에서도 상당한 고위 마술의(위치 닥터)가 아니면 대응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신경도 마술회로도 다시 연결한 다음, 이미 황천길을 반 이상 걸어버린 그녀를 되돌려야 한다. 쇠약해진 그녀의 혼에 말을 불러서, 깨우고, 다시 한번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제, 유예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소녀는 곧 죽음에 이를 것이다. 혹은 생명 활동은 이어지고 있어도, 두 번 다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 건) 인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되찾아야 한다. 자신의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되찾지 않고서, 어떻게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3 (……달을 떠올려) 엘멜로이 2세에게서 배운 것을 떠올린다. 월륜관. 달을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라는 순도를 높여가는 명상법. 떠올리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 수법이 있다. 예를 들어, 작은 공상의 달을, 서서히 부풀려가는 수법. 예를 들어, 세로 방향의 이차원의 달과, 가로 방향의 이차원의 달을 상상 속에서 겹쳐, 입체의 달을 만들어내는 수법. 둘 다, 에르고는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지금, 떠올린 것은, (……바다에 비치는 달) 이었다. 고요한 해면에 비치는 달을, 에르고는 상상하고 있었다. 단순히 달만을 생각하는 것보다도, 청년 안에서 그 풍경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도 느꼈다. (……좀 더, 앞이야)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친숙한 달이란 무엇인가. 바다와 달. 그 두 요소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부족한 것은 관계이다. 자신의 내면의 신과, 에르고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관계를 상상해야만 한다. 눈을 감는다. 환수를 그레이의 안쪽에 고정한 채로, 마력을 조용히 침투시켜 간다. 침투? (……그래) 의식의 구석에서, 중얼거린다. 같은 것을, 불과 반나절 전에도 하지 않았는가. 정확히는, 했다, 가 아니다. 그 반대이다. 그때의 에르고는 시술받는 쪽이었다. 플랫의 마술각인의 조각을 통해서, 에르고는 자신의 내면의 신을 주사(스캔) 받았다. 술식도 목적도 다르지만, 지금 에르고가 하고 있는 심령수술과, 본질적인 부분은 공통된다. 그리고, 또 하나. 눈앞에서 에미야 시로가 하고 있던 마술. 그 설명도 받았다. 투영 육박. 창조 이념(무슨 의도로)  기본 골자(무엇을 목표로)  구성 물질(무엇을 써서) 제작 기술(무엇을 연마해) 성장 경험(무엇을 생각하며) 축적연월(무엇을 거듭했나) 요는, 그거다. 순간, 떠올려야 할 관계가, 청년 안에서 정해졌다. (바다에……) 해면을 떠올렸다. 그곳에 가라앉아가는, 우미(優美)한 달. 그리고, 침투. (……바다에, 녹아드는……달……이다……) 느릿하게, 에르고의 의식이 녹아들어 간다. 환수를 따라서, 그 의식은 다시 한번, 그레이의 안쪽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4 (스승님……) 결국, 그 생각만이, 자신 안에 남아 있었다. 과거의 누군가의 기억에 이끌려 가면서, 허공에 의식이 방황하고 있다. 시간도, 공간도, 여기서는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더 이상 오체조차 확실하지 않다. 손도 발도 머리카락도 손톱도 안구도 코도 손가락도 허리도 피부도 살도 뼈도 폐도 위도 비장도 신장도 간도──아아, 모든 것이, 애매한 허무에 녹아들어 간다. 그것은 따뜻하고, 온화하고, 기분 좋기까지 했다. 해파리가, 바다에 녹아드는 것과 같은. 그때였다. ──다시 한번. 자신은, 손을 잡히는 것을 느꼈다. 푸른 반투명의 환수가 아니라, 그것은 분명한 생생한 손이었다. "──누나!" "에르고." 뒤돌아보고, 자신은 눈을 크게 떴다. 목소리만이 아니다. 정말로, 거기에 에르고가 있었다. 현실의 육체가 아니다. 정신세계에서 인식하기 쉽도록, 육체를 가상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깨달았을 때에는, 자신의 몸도 가상의 형태를 감싸고 있었다. (……관찰, 했으니까) 현실의 확고한 육체가 없는 이상, 이러한 정신세계에서의 몸은 본인과 타인의 인식만으로 완성된다, 라고 시계탑의 강의에서도 자주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명상을 할 때에는, 일대일로 지도의 인간이 붙어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미숙한 학생을 이끌고, 그 몸과 정신을 다시 정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서이다. 자신은 깊은 명상에 잠길 수 있는 대신, 바로 윤곽을 잃어버린다고, 그런 식으로 혼났었다. 그렇다고 해도. 에르고가 자신의 정신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 밖의 사상이었다. "──어째서, 에르고가 여기에." "누나를 치료하기 위해서, 심령수술을 한 겁니다." "심령수술……!" 말하는 의미는 알았다. 시계탑의 강의에서도 듣고 있었고, 자신도 일본에서의 싸움에서 지즈의 시술을 봤기 때문이다. 에르고는 그때의 지즈와 같은 것을 한 것인가. 아니, 엄밀히는 다를 것이다. 지즈가 마술로 한 것을, 에르고는 환수로 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닿았어. 분명, 이제 괜찮아." 에르고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누나를 치료하는 데, 안쪽에서 유도할게요. 체내의 기원탄도, 적출해내겠습니다." 즉, 이쪽의 신경이나 마술회로를, 침입한 에르고가 제어한다는 것. 이대로 그에게 맡기면, 아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선은 급하다고 할 정도로, 에르고의 손가락에서 가는 실 같은 것이 뻗어 나오는 것을 느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5 "기다려, 주세요." 라고, 허둥지둥 제지했다. "아직, 여기서 나가면 안 돼, 요." "네?" "방금, 누군가의 기억이……" 천천히, 둘러본다. 에르고의 출현과 동시에, 주위의 광경도 변모하고 있었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전체를, 자신도 에르고도 부감하고 있었다. 거기서 일어나고 있는 복수의 교류가, 주위에 비추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에서,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에르고. ──갑판에서, 쥬스트와 대치하고 있는 에미야 시로. 자신은, 시로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쌍검을 든 붉은 머리의 청년이 그렇겠지, 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6 "하나 더, 부탁해도 될까요?" "무엇인가요?" "스승이, 지즈는 펨의 선연(카사)을 이용한 술식을 남겨두었다고 했었어요. 여기라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까 봤던 남자의 기억이, 아직 마음속에 걸려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저 회색 늑대와 닮은 머리 색깔. 이 순간도 흐릿해져 가는 기억이지만, 저 색깔만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저것은……. "펨의 선연(카사)을……" 에르고가, 조금 생각한다. "해볼게요." 다시, 환수에서 실이 흐른다. 에르고의 의식이, 인연의 실을 더듬어 간다. 거미줄과도 닮아 무수히 퍼져 가는 가능성 속에서, 자신이 말한 조건과 합치하는 것을 줍고 있는 듯했다. "……이것, 이려나……?" 실 한 가닥에,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환수의 손가락 끝이 잡아당기는 듯한 몸짓을 한다. 순간, 다시, 새로운 광경이 퍼졌다. "에……?" 조합에, 자신은 눈썹을 찌푸렸다. 멜빈과, 예 스젠과, 플랫. 그 세 명이, 어떤 육체를 중심으로 의식을 행하고 있다. 지즈의 유체였다. 물 밑에 잠든 방황해의 마술사에게, 자신은 숨을 삼켰다. 회색 늑대와 같은, 흔들리는 머리 색깔. (그렇다면……) 지금, 그들이 행하고 있는 의식의 내용에 생각을 기울였을 때, "……아아, 그런가." 라고, 소리가 난 것이다. 자신도 에르고도 아닌, 제3의 목소리. "이런 곳에 있었나, 에르고." 지금의 자신이나 에르고처럼, 그도 또한 정신세계에서의 표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밤의 어둠이 그대로 결정화된 듯한 남자였다. 그리고, 죽은 자와 똑같은, 회색 늑대의 머리 색깔을 하고 있었다. 방황해의 지즈가, 거기에 있었다. / "응, 후, 후." 숨을 내쉬는 독특한 웃음소리를 내며, 지즈는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단 말해두지만, 죽은 게 대역이라든가 계획 중이라든가 그런 건 아냐. 한심하게도, 도중에 살해당해서, 이 꼴이지. 살해당한 단계의 기억도 동기화되지 않아서,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도 모르겠어." 어딘가 시시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과 에르고는, 최대한 경계를 유지하면서, 입을 연다. "그럼, 지금 당신은 뭐지?" "요컨대, 단순한 기록이야." 기록. 재현되고 있을 뿐인 것. "죽기 전에, 장치를 해 뒀다는 건가요. 프톨레마이오스 씨의 재현체처럼." 라고, 에르고가 물었다. "아아, 그런가. 프톨레마이오스는 그런 걸 했었나." 지즈는 재미있다는 듯이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이 상대는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를 직접 만났어야 했다. "뭐, 비슷한 것이겠지. 지즈라는 마술사는 확실히 죽었어. 아까도 말했듯이, 이 녀석은 단순한 기록이야. 조금 생각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만, 인형놀이와 큰 차이는 없어." (……아마) 아마,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 장소의 성질 때문이겠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나요?" "아니 아니. 무서운 말 하지 마, 신을 먹은 자." 에르고의 질문에, 터무니없다는 듯이 지즈가 고개를 흔든다. "그냥 뭐, 그런 일도 있겠지,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었어. 만약 살해당한다면, 에르고가 예측보다 성장했을 경우거나, 쿨드리스의 후예에게 허를 찔렸을 경우라고 생각했지만." 쿨드리스의 후예.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라티오 쿨드리스 하이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산령법정의 무시키가 아니고, 말인가요?" 어느 쪽이냐면, 지즈는 무시키 쪽을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싱가포르 사건의 마지막에 만났던, 선인의 말석이라고 하는 하얀 여자. "그녀에게는 사정이 있으니까. 내 허를 찌르는 건 뭐 무리고 말고. ──자, 모처럼이다. 이렇게 모였으니, 함께 선연(카사)의 관전은 어때?" "안 돼요, 에르고." 라고, 자신은 제지했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진짜도 전부 말하고 있지 않아." 강하게, 노려본다. 직면하면 정신(마음)이 녹아버릴 것 같은 미형이었지만, 지금은 분노가 앞서고 있었다. "스승님에게서 들었습니다. 당신이 남긴 술식은, 펨의 선연(카사) 그 자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호오." 감탄한 듯이 소리를 내는 지즈에게, 강하게 말한다. "당신의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응, 후." 조금 짧게, 지즈가 웃었다. "좋은 가설이야. 저 군주(로드)라면 혹시나 했지만, 정말 거기까지 왔나.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이 순간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겠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함께 볼까." 지즈가, 살짝 손을 들었다. 새까맣던 공간에, 색채가 돌아왔다. 나타난 것은, 스승님과 겜블러들이 모여 있던 원탁의 방이었다. 작은 창에서 부감하는 듯했던 아까의 광경과 다르게, 자신들의 주위 모든 곳에 새로운 광경은 퍼져 있었다. 이쪽의 정신세계에, 현실과 거의 동일한 영상을 현출시킨 것인가. 스승님이나 반 펨과 같은 겜블러들, 원탁이나 투기장을 비춘 입체 영상조차도, 완전히 동일한 크기로 바로 가까이에 배치되어 있다. 반 펨과 같은, 마술적 강화 현실 AR인 듯하다. 조심스럽게 스승님의 어깨에 손을 대자, 간단하게 통과해 버렸다. (……마치) 라고, 생각한다. 마치, 러시아 인형 같은 구조다. 투기장을 입체 영상으로 보는 스승님들. 그 스승님들을, 정신세계의 강화 현실 AR로 바라보는 자신들. 몹시, 복잡하다. 하지만, 그 복잡함이 마술답다고도 생각되었다. "드디어 최종 라운드 개시, 라는 곳인가." 강화 현실 AR의 반 펨의, 실크햇 옆에서 들여다보면서, 지즈가 말한다. 최종전은, 거기까지 질질 끌고 있었던 듯하다. 환상종 중에서도 유독 성가신 히드라를 생각하면, 역시 린과 루비아라고 칭찬해야 할 부분일까. (하지만……) 상황은, 분명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까 에르고의 능력으로 봤을 때는, 거기까지 의식하지 않았지만, 히드라가 만들어낸 진흙탕이 완전히 린과 루비아를 둘러싸고 있다. 싸우기는커녕, 생존하는 것조차 곤란한 환경이었다. "마침, 좋은 부분이네. 즐겁게 구경해 보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7 "결착입니다." 딜러가, 말했다. 펨의 선연(카사), 모든 게임의 결착. 쟁쟁한 겜블러들도 조용해져 있었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스승님. 반 펨. 그리고, 뤄롱. 모두, 바로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기에는, 눈앞에서 일어난 싸움이 너무나 극적이었다. 지난번까지의 코인은, 다음과 같았다. 이시리드, 700개. 알레트, 1000개. 2세, 2200개. 반 펨, 1800개. 뤄롱, 6500개. 그리고, 지금, 이 최종전을 근거한 결과는── 딜러는, 먼저 이시리드를 향했다. "이시리드 님, 700개를 투기자의 KO 승리에 배팅." 소지 코인의 전부를, 배팅한 것이 된다. 다만, 이 싸움이 마지막이니까, 어떤 의미로는 당연하겠지. "게다가 마술 회로 50개──코인으로 500개도 배팅하셨습니다." 무심코, 흠칫하고 돌아보았다. 거기까지, 이 모나코 지부장은 걸고 있었던 건가. "배당은 3배로 3600개가 됩니다. 다만 맡아두었던 마술 회로의 분은 이 자리에서 제합니다." 쭈욱, 용의 코인이 내밀어진다. 2400개가 플러스, 이시리드의 코인은 총액으로 3100개로. "알레트 님, 1000개를 환상종의 KO 승리에 배팅. 이쪽은 몰수입니다." "이런이런. 마지막은 시원찮았군." 짧게 말하고, 알레트는 어깨를 움츠린다. 알레트의 총액은, 0개. 펨의 선연(카사)에서는 완전히 탈락한 것이 된다. "엘멜로이 2세 님, 2000개를 투기자의 최종 라운드 KO 승리에 배팅. 오즈는 5배로 1만 개를 반환합니다." (……어라?) 스승님이 가지고 있던 분은 2200개였을 텐데. 왜인지 200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생각할 수 있는 한, 거의 완벽한 승리였다. (……혹시) 스승님은, 제1전부터, 린이 키메라의 마비독을 사용하는 것까지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시합이 아슬아슬할 때까지 길어지는 것은, 미리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판정 승리가 될지, 최종 라운드 승리가 될지는 꽤 미묘한 부분이었지만, 린과 루비아의 성질로 마지막은 끝장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8 (하지만──) 동시에, 절망적인 기분이 가슴을 막았다. 이래도 뤄롱을 이길 수 없다. 먼저, 뤄롱은 투기자의 승리에 전액 배팅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저것이 거짓말이 아닌 이상, 뤄롱의 총액은 13000개가 된다는 이치다. 200개를 보유한 것도, 그 분을 걸어봤자, 뤄롱에게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치 였을까. 즉, 패배는 결정적── "엘멜로이 2세 님의 제안에 따라, 이쪽의 1만 개는 이시리드 님의 코인에 충당하겠습니다." "뭐?!" 뤄롱이 소리쳤다. 아니, 귀를 의심한 것은, 스승님과 이시리드 이외의 전원이었다. 먼저, 알레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설명을 요구하고 싶군. 어째서, 엘멜로이 2세의 코인이 이시리드에게 가는 거지?" "딱히,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째서 그런 사기가 통하는 거지. 언제, 그런 설명이 있었어?" "제1전, 제2전에 대해 걸 수 있는 코인은, 1명당 몇 개, 제3전은 누구라도 무제한, 이라고 딜러는 말했었죠." 힘써서, 평소와 같은 말투로, 스승님이 대답한다. "즉, 복수의 겜블러가 동맹을 맺는 암묵적인 규칙을, 저 발언은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지않습니까?" "네, 그 말 대로입니다." 딜러가 인정했다. 그 사선에서, 못 들었어, 라는 듯이 반 펨이 고개를 흔들고 있는 것이 우스꽝스럽긴 했다. 그쪽을 보면서, 스승님이 입을 연다. "반 펨 님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규칙으로서의 상정은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규칙을 확인할 때 말씀하셨었죠. 『그렇지 않다면 나 이외의 전원이 협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것도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카지노에서 플레이어가 코인을 융통해주는 것 따위는, 평범한 광경이지 않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그 이야기 직전에 눈치챘다. 네가 말하는 대로, 카지노에서 플레이어가 코인을 융통해주는 것은 평범하지만, 대부분의 선연(카사)은, 나와 플레이어의 1대1로 하고 있었으니까." 변명하듯이 말하고 나서, 반 펨이 한숨을 쉰다. "그래서, 가져갈 수 있는 비보는 하나뿐이라고도 말했지만, 설마 정말로 파고들 플레이어가 있을 줄이야. 시계탑에서 사이좋게 빌리기라도 할 생각인가? 확실히, 그런 이용법은 가능하지만." 조금, 환멸한 듯한 말투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49 "이치는 알겠지만 말이야." 이번에는, 뤄롱이 묻는다. "그렇다고 해도, 코인을 양보할 녀석은 없잖아. 아니, 제안한 엘멜로이 2세가 엉망진창이라는 건 나도 잘 알지만, 어째서, 당신은 그런 동맹을 맺는 데 협력한 거지?" "하하하. 물론 제 승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시리드가 쾌활하게 웃는다. "큐브를 사용한 염화로, 2000개분을 최종 라운드 KO 승리에 걸겠다, 확실히 이길 생각이고 이 승리분은 전부 주겠다, 라고 하길래. 안타깝게도 제3시합이 시작했을 때의 상황으로는, 저는 도저히 승산이 없었죠. 그렇다면 타는 수밖에 없겠죠? 단, 내기 조건은 투기자의 KO 승리, 게다가 당신의 마술 회로를 걸어주시면 좋겠다, 라고 들었을 때는 아찔했지만요." 과장되게, 장한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비책이 있다는 건 들었지만,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겜블 따위는, 사기밖에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죠. 지금 생각하면, 제1전에서 키메라의 독을 사용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거겠지만, 정말 아슬아슬했으니까요." 자신과 같은 예측을, 이시리드는 입에 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0 "따라서, 앞서 말한 이시리드 님 본인의 코인과 합쳐서, 이시리드 님의 총액은 1만 3100개가 됩니다." 라고, 딜러가 결론짓는다. 계속해서, 남은 두 사람에 대해, 그녀는 처리했다. "반 펨 님. 1800개를 투기자의 KO 승리에 배팅. 5400개를 반환합니다." "뤄롱 님. 투기자의 승리에 6500개를 배팅. 13000개를 반환합니다." 반 펨, 총액 5400개. 뤄롱, 총액 13000개. 마치, 노리고 있었다는 듯한 숫자에, 자신은 눈을 깜빡여 버렸다. 이시리드와 뤄롱은 겨우 100개 차이. 이렇게 아슬아슬한 승리가 성립하는 것인지, 기쁨보다는 감탄이 앞서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1 "그런 거였나……" 옆에서, 지즈가 신음 소리를 냈다. 이 목소리는, 역시 자신과 에르고에게밖에 들리지 않는 듯하다. "과연, 재미있는 수법이었네, 엘멜로이 2세. 하지만, 잊은 건가? 나는 펨 녀석에게 이긴 쪽에게 진 쪽이 따르겠다고 말했을 텐데?" (그것은──) 승리 조건을, 떠올렸다. 스승님과 지즈가, 모나코에서 처음으로 주고받은 내기다. ──『오우. 펨 자식과 도박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을 따르는 건 어떻지. 야만적인 마술전에 비해, 실로 문화적이고 평화적이지?』 이 논리로는, 뤄롱이 가지고 있는 코인 수는, 반 펨을 크게 웃돌고 있다. 선연(카사)의 승자는 아니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내기 조건뿐이라면, 지즈의 승리라는 것이 되지 않을까? (어라? 그렇다면……) 어째서, 스승님은 이시리드와 동맹을 맺었던 것일까. 물론, 스승님 혼자서 뤄롱에게 이길 수 없었던 것은 안다. 알레트 에스칼도스도 지즈의 제자 이상, 이쪽과 손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면……) 동맹을 맺어 이기게 하는 것은, 반 펨도 괜찮지 않았을까? 오히려, 그쪽이 이시리드보다 코인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쉬웠을 것이다. 단순히, 반 펨이라면 응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까의, 약간 어조를 낮춘 반응으로 보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생각하는 사이에, 딜러가 최종적인 선언을 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2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님이, 선연(카사)의 승자가 됩니다." 공손하게, 이시리드가 원탁의 전원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스승님에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엘멜로이 2세. 상품은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네." "물론입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기묘한 대답을, 스승님이 했다. "선연(카사)의 결착은, 잠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선언한 것이다. "하?" "뭐?" 이시리드와 알레트가 말한다. 뤄롱은, 뭐어, 뭐라도 하겠지, 라는 듯이 입술 끝을 비틀었다. "무슨 뜻인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조용히, 반 펨이 물었다. 일부러 로드라고 머리에 붙인 의미는 분명하다. 그것은 시계탑의 군주(로드)라는 입장으로 말하고 있는 건가, 하고 스승님에게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상급 사도와 가짜로라도 시계탑의 군주(로드)가 정면으로 대립하면, 그것만으로 마술 세계는 찢겨질 수 있다. 즉시 강렬한 살의와 적의가 충만해지는 가운데, "이유는 단순합니다." 라고, 스승님이 고했다. 가슴팍에서, 담배를 꺼낸다. 이미 흡입구를 만들고 있는 담배 한 개비로, 일부러 천천히, 연기하듯이 그 끝에 불을 붙인다. 그 행위가 단순히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와해되어 버릴 것 같은 본인의 정신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자신에게는 전해졌다. 옆에 있는데 그것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이, 어찌할 수 없이 괴로웠다. 스윽, 하고 스승님의 시선이 올라간다. 입술이 고한다. "당신이, 방황해(지즈)를 살해한 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호오."자신과 에르고 이외에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모습으로, 지즈가 속삭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3 원탁은, 갑자기 추리극의 무대로 변했다. 다른 겜블러들도, 그들을 바깥쪽에서 지켜보는 우리들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스승님에 의한, 지즈 살인 사건의 범인 규탄. "…………" 자신도 에르고도, 망연자실해 있었다. 같은 탁자에 앉았던 플레이어인 알레트도 반 펨도, 뤄롱조차도, 아연실색하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범인이라고 지목된 이시리드는, 크게 눈을 뜨고 있었다. "지금의 고발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딜러가, 입을 열었다. "선연(카사)에서는, 살해 등의 수단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배제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랬다. 분명히, 스승님은 그 규칙을 확인하고 있었다. ──『만약,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살해 등으로 인해 사라진 경우, 선연(카사)의 승자 권리는 2위로 넘어가는 것인가요? 물론, 2위도 반 펨 님에게 이겼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과연, 이것은 확실히 결정해 두어야 할 사항이군. 그렇지 않으면,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 권총으로 가슴을 쏘는 서부극의 장면이 재현될지도 모르지. 그런 경우, 승자는 없다는 것으로 하지. 즉, 몰수 경기라는 것이네. 참가 비용도 전원에게 돌려주지. 덧붙여, 내 선연(카사)에서 살해 행위를 한 경우, 그 플레이어의 참가 자격도 정지시키겠네.』그때, 스승님이 그런 것을 물었던 것은, 전부 호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다. 선연(카사)의 플레이어 중에서, 스승님이 가장 무력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잘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습격당할 가능성은 높기 때문에, 자신도 납득했던 정도였다. 하지만, 이 규칙이 적용된다면── "그렇다면, 이시리드 님에게 선연(카사)의 상품을 받을 자격은 없습니다." 딜러가, 단언했다. "그렇게 되는 건가……!" 지켜보는 지즈의 목소리도 또한, 갑자기 열기를 띠었다. (몰수 시합이 된다──!) 즉, 아까까지와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승님과 지즈의 내기도, 그대로 정지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사기 같은 작전을, 스승님은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4 "어이 어이 어이!" 라고, 이시리드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엘멜로이 2세! 이상한 마술이라도 먹은 건가? 나는 당신의 제안에 따른 동맹자잖아?!" "그렇죠. 동맹자였던 것은 확실합니다." 라고, 스승님이 인정했다. 다시 한번, 천천히 담배를 피운다. 그 담배를 입에서 떼고, 새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범인이라고 추정한 이유는, 제 제안에 따랐기 때문입니다." "네? 그 이유도 벌써 말했잖아. 아니, 당신은 플러스가 되니까 나에게 거래를 부추긴 거잖아!" "그 논리는, 절반밖에 맞지 않아." 내뿜은 연기를 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승리 외에 목적이 있는 듯한 마술사만이 탈 수 있는, 어중간한, 절반만의 논리입니다." "……아아, 그런 건가?" 옆에서 듣고 있던 반 펨이, 턱에 손가락을 대고 끄덕였다. "응,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저것으로는 시계탑의 마술사로서는 부자연스러운 거래가 돼. 애초에 뤄롱에게 이길 필요는 없잖아. 나하고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을 텐데?" (……제2의 게임 마지막, 이시리드 씨의 코인은 700개이고, 반 펨 씨는 1800개) 큰 차이는 있지만, 절망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제 코인은 제2의 게임 단계에서 2200개. 반 펨 님을 웃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제 코인을 받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죠. 마술 회로 따위 형편없는 내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건 결과론이겠지. 애초에, 저 뤄롱이라는 녀석도 마술 회로를 듬뿍 걸었잖아." "나에게는, 마술 회로 따위 덤이니까." 뤄롱이, 쓴웃음을 짓는다. 마술 회로를 500개나 가진, 현대에 사는 신. 그에게는, 마술 회로 따위 조금 넘치는 재능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 마술 회로가 현대 마술사와 비교해 좋을지 어떨지도 모른다. 끄덕이고, 스승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마술사에게는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마술 회로는 본인만의 재산이 아니라, 자손 대대로 전해야 할 물건이니까." 지금까지, 몇 번이고 들어온 논리. 그렇기에, 정말로 거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던 정도다. 우연히 뤄롱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스승님이 이상한 꼬드김을 하지 않았다면, 악마적이라고는 해도 사용되지 않을 규칙으로 끝났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5 "그런데, 그것을 걸 수 있는 마술사는, 자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거나, 더욱 중요한 무언가를 목표로 하고 있거나지만…… 당신이 펨의 비보로 노리는 것을, 바로 말할 수 있습니까?" "읏……" 이시리드가, 말문이 막힌다. 침묵이야말로, 대답이었다. "물론, 반 펨의 비보라면 얼마든지 귀중한 것이 나오겠지. 하지만, 애매한, 왠지 모르게 귀중한 것에 대해서, 마술 회로를 팔 수 있는 마술사는 없어. 시계탑의 마술사라면, 싫어도 알 수 있는 이치일 겁니다. 적어도, 거기까지 하지 않아도 이길 가능성이 있다면, 절대 피하겠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6 "그런 건, 당신의 추측에 불과할 뿐이잖아." 라고, 이시리드가 쳐낸다. 물론, 그렇다. 기껏해야, 의심할 조건이 늘어난 정도다. 추리라기보다, 시계탑의 마술사가 하는 악랄한 협상 따위였다. 그것이야말로 라이네스 같은 사람이 기꺼이 할 만한 짓이다. 상대의 약점을 직접 찌르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확실하게 도망갈 곳을 빼앗고, 궁지에 몰아넣어 가는 방식. 일부러 헛기침을 하고, 이시리드가 말한다. "아니면, 아직 무슨 물증이라도 있는 건가?" "그럼, 또 다른 화제에 올려보죠. 예를 들어, 나와 내제자가 주술사 아젤에게 습격당했다든가 하는 건 어떨까?" "뭐?" "정확히는, 주술사 아젤로 분장한 떠돌이 연금술사의 인형에게, 이겠죠. 이쪽으로 덤벼들었을 때, 이런 말을 들었거든요.……아젤 따위는, 없다, 라고" 분명히, 들었다. 주술사라고 했었지만, 아젤이 주술을 사용하는 곳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럴싸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 뿐으로, 정체는 전혀 불명인 채였다. 여기까지의 정보가 주위에 침투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나서, 스승님이 이어서 말한다. "그 아젤은 당신이 소개한 것이었죠." 제1의 게임의 전이다. 아젤과 스젠, 두 사람을, 펨의 선연(카사)이 시작되기 전, 이시리드에게 소개받았다. "혹시, 당신은, 자연스럽게 선연(카사)에 탑승시키기 위해, 아젤을 소개했던 게 아닌가?" (아……) 그렇다면, 앞뒤가 맞는다. 주술사라는 신분도,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인 이시리드라면, 어떻게든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유럽권에서는 거의 주술사를 만나는 일이 없다──계속 스승님과 함께 있는 자신조차 경험이 없는 것이다. 숨는 데 매우 편리한 직함이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 탑승시킨 거지." "물론, 지즈를 죽이기 위해서다." 스승님이 즉답한다. "당시의 나는 외부에서의 저격을 생각했지만, 그것도 틀리지 않았어. 즉, 당신과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 그리고 아젤──이라기보다 쥬스트의 인형은, 지즈를 죽이기 위한 공범이었던 거다." 제1의 게임 직후, 숨겨진 통로에서 이시리드와 아젤은 행동을 함께하고 있었다. 그때, 실제로는 지즈가 총에 맞은 방에 먼저 가 있었고, 창문을 열어, 쥬스트의 저격을 원호했다면? 제2의 게임에서, 아젤이 알레트에게 간단히 패배하고 종적을 감춘 것도,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7 "하하. 방황해(지즈)를 죽이기 위해서? 그것도 이상하지만, 첫 질문과 모순되지 않나, 엘멜로이 2세. 당신은, 왜 그랬는가(와이더닛)를 중시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건가? 지즈를 죽인다는 목적이라면 끝난 후, 얼른 퇴각해야 하겠지. 어째서 선연(카사)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마술 회로까지 걸 필요가 있어? 전혀 의미를 모르겠는데." "이유는, 저와 같습니다." "뭐?" "정확히는, 당신은 지즈를 죽이고 싶었던 것이 아냐. 이 펨의 선연(카사)를 이용한, 지즈의 술식을 파괴하고 싶었던 겁니다." "내 선연(카사)에, 지즈의 술식이라고?" 반 펨의 목소리에, 의심이 스며 나온다.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스승님이 다시 말한다. "그렇습니다. 선연(카사)의 참가자는, 그대로, 저 방황해의 마술사가 시작한 마술 의식의 참가자가 됩니다. 우리는 모른 채로, 웅장한 마술 의식의 마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호오." 이번에는, 알레트가 맞장구를 친다. 군복을 입은 에스칼도스의 여왕은, 이 자리에서도 당당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묻는다. "즉, 그것은 신명 재판(오딜)의 이야기인가, 군주(로드)." "그렇습니다." 스승님이, 엄숙한 모습으로 끄덕인다.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모른 채, 신명 재판(오딜)에 의한 마술 의식의 참가자가 되어 있었다." 싸아, 하고 침묵이 떨어졌다. 그 정적이야말로, 의식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것처럼. 스승님이, 다시 한번 이시리드에게 향했다. "당신은, 지즈를 죽이고 싶었던 게 아니라, 지즈의 술식을 멈추고 싶었던 거 아닌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8 "…………" 이시리드는, 대답하지 않는다. 상관하지 않고, 스승님이 이어서 말한다. "하지만, 지즈를 죽여도 술식은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지즈의 술식을 멈추고 싶었던 당신은, 술식의 조건 쪽을 멈추려고 했다. 신명 재판(오딜)으로 술식이 진행되고 있는 이상, 이쪽은 간단합니다. 의식의 주도자인 지즈나, 그 제자에게 이기게 하지 않으면 돼." "과연. 제자인가." 라고, 반 펨이 중얼거렸다. 하얀 실크햇을 누르고, 힐끗, 뤄롱 쪽을 바라본다. 반대로 뤄롱은, 모르는 척 얼굴로 미소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당신은 그 자리에서, 내가 꼬드긴 대로 마술 회로를 걸어주었다. 반 펨 님에게 이기기만 한다면 마술 회로는 필요 없었지만, 뤄롱에게 이기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마술 회로까지 걸 필요가 있었다. 그런 차이였다는 것을 당신도 알았기 때문에 따랐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9 (……아) 스승님이, 왠지 200개만 코인을 걸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이시리드와 뤄롱을 나눈 것은, 겨우 100개의 차이다. 그것도 우연이 아니었던 것일까. 뤄롱이 투기자에 걸고 있다고 예측하고, 동시에 스승님의 배팅 조건도 알고 있는 경우, 웃돌기 위한 숫자는 자동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 물론 뤄롱이 투기자의 KO 한정 승리나 최종 라운드 승리에 걸었다면 예외이지만, 그 경우에는……. "누나, 이시리드 씨의 마술 회로는 몇 개인지 알아요?" 옆에서, 에르고가 물었다. "확실히, 90개라고 했었어요." "뤄롱 씨가 KO 한정 승리에 걸었을 경우, 총액은 1만 9500개가 됩니다. 선생님이 꼬드긴 것은 KO 한정 승리였지만, 혹시 오즈가 더 높은 최종 라운드 한정 승리라고 해도 5배. 이시리드 씨의 마술 회로 90개와 코인 700개를 모두 써도 8000개. 스승님과 합산해서 18000개. 마술 회로로 승리한 분은 바로 제하니까 더 줄어들어야 하죠. 이 경우라면, 어쨌든 이시리드 씨가 승산이 없는 것이니까, 거기까지 마술 회로를 걸 필요가 없죠. 즉, 이시리드 씨가 생각하는 것은, 뤄롱 씨가 투기자 승리로 이겼을 경우──1만 3000개를 넘는 것만으로 좋았던 거죠." ……그렇게 되는 건가. "어라? 하지만 스승님에게서 1만 개나 받는 거잖아요? 그때 이시리드 씨의 코인은 700개이고 최종 라운드 한정 승리의 오즈는 5배니까, 이것으로 이기면 1만 3500개예요. 이시리드 씨는 마술 회로를 걸지 않아도 코인만으로 이길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선생님은 마술 회로를 써서 KO 한정 승리에 걸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했다면 코인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할지도 몰라요. 원래부터 규칙의 애매한 범위였으니까요. 선생님이 협상한 매수와 배팅 조건으로, 이시리드가 이기기 위해서는 마술 회로를 걸 수밖에 없어요. 그 때문에 필요한 것은 최소한 46개. 50개라는 것은 딱 떨어지는 숫자에서는 아슬아슬한 거고요. 뤄롱 씨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더 적은 숫자로 적당히 둘러댈 수도 있었을 텐데." (……아, 즉) 스승님이 말했던 배팅 조건과 숫자는, 완전히 함정이었다. 이시리드가 마술 회로를 50개 걸었다는 그 숫자야말로, [특별 시합이니까 무시해도 좋았을 뤄롱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그 숫자에, 이시리드의 의도가 비쳐 보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0 게다가, 스승님이 말한다. "내가 습격당한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지즈와 개인적인 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술식을 멈추기 위한 요소(팩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 아닌가? 저 떠돌이 연금술사 살인 청부업자와 당신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1 "…………" 역시, 이시리드는 침묵한 채다. 원탁의 방의 누구도, 바로는 발언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어지는 목소리는, 그 이외의 것이었다. "그 뒷이야기는 부디, 나도 직접 듣고 싶군." 목소리가 났던 것이다. 원탁의 방의 누구도 아닌──지금까지, 자신과 에르고에게만 들렸던 목소리였다. 모두가 전율했다. 보이지 않았어야 할 상대에게, 전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두드러진 미모에 전율했다. "상관없겠지, 이시리드. 있잖아, 어째서 나를 죽인 거지?"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가, 쾌활하게 웃으면서, 물었던 것이었다. 모두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 불가해한 상황에, 계속 무표정했던 딜러조차도 두 번 정도 눈을 깜빡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 곧바로, 스승님이 일어선 것이다. 지즈가 아니라, 이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레이에, 에르고……! 어째서……" "에, 이쪽이 보이는 건가요, 스승님……!" 아까까지, 단순한 영상이었을 텐데. 만질 수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있는 스승님은 진짜다. 그 온도도, 숨소리도, 확실히 느껴진다. 입체 영상이 아니다. 반 펨이 왔을 때와 같은, 마술적인 강화 현실 AR도 아니다. 산산이 흩어지는 감정을 억지로 눌러 넣은 듯한 굳어진 표정으로, 스승님이 다가왔다. 이쪽의 손에 닿고, 움찔하고 눈썹을 움직였다. (──만질 수 있어?) 그것도, 아까까지는 통과했어야 할 텐데.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 여기는, 자신의 정신세계가 아니었던 건가. 자신의 정신세계에, 에르고나 지즈가 들어왔을 뿐이 아니었던 건가. 마치, 나쁜 꿈 같다.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무엇이 허언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전혀 모르겠다. "꿈이지만, 꿈은 아니군."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몽마의 환술……아니, 그것도 아냐. 좀 더 근본적으로 위상을 어긋나게 한……" "뭐, 비슷한 곳이야." 지즈가 웃었다. 진정한 신대의 마술사는, 현대의 마술사에게 자신의 진수를 알 수 있을 리도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듯이도 보였다. "상관없어." 반 펨이 말했다. 하얀 실크햇의 챙을 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선언한다. "이것이 어떤 장치라고 하더라도, 내 선연(카사)은 우선시된다. 즉, 앞서 말한 고발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시리드 님의 승리가 될지, 몰수 시합이 될지 결정해야 하니까. 괜찮겠지, 지즈?" "응, 후, 후. 그건 그렇겠지." 지즈도 끄덕였다. 그저 턱을 위아래로 움직일 뿐인데, 하나의 예술품이 될 수 있는 남자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2 "그럼, 뒷이야기를 들려주게나." 재촉받고, 고개를 숙인 채인 이시리드는, 주먹만 한 돌을 토해내듯이 말했다. "……군주(로드)가 말한 대로야. 나는, 당신의 술식을 부수고 싶었어." "오호." 지즈의 눈썹이, 마음과는 다르다는 듯이 움직였다. 이어, 알레트가 물었다. "설마, 이시리드도 당신의 제자였던 건가? 그런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니, 그렇지 않아." 라고, 이시리드가 고개를 흔들었다. 잠시 후, "방황해의 지즈는, 내 조상에 해당하는 분이다." 라고, 시계탑 모나코 지부장은 고백한 것이다. 에르고가, 눈을 크게 뜬다. 알레트와 반 펨도, 그 대답은 상상하지 못했는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자신은, (……떠올렸다) 확실히, 그런 것을, 이시리드는 말하고 있었다. 제2의 게임──블랙잭 테이블에 앉아 있었을 때다. 멜빈과 이시리드가, 이런 대화를 했던 것이다. ──『이시리드 공이 일개 지부장이라고 하는 것은, 겸손이 지나치신 건 아닌가? 모건 파르스 가문은 이 모나코에서, 역사만 남은 가문이라고 조롱받는 에스칼도스 가문 다음으로 오래된 가문이지.』──『아쉽게도, 우리 모건 파르스 가문은 에스칼도스 가문을 비웃을 처지가 못 됩니다. 하니 시조부터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여행자로, 모나코 땅에 자손을 만들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비전도 남겨주지 않았으니까요. 뭐, 너무 방치해서, 마술 각인조차 2대째부터 고생해서 만든 물건이었거든요. 일단, 주변 토지 정비만은 하고 있었으니, 반 펨 씨와 나란히, 모나코의 관리인(세컨드 오너)은 하고 있지만 말이죠.』 모건 파르스 가의 시조. 어디에서 왔을지도 모르는 여행자. 당시에는, 그런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마술 각인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이상했지만, 그렇게 오래된 집안이라면, 현대와는 다른 사정도 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건가. ……그렇다면, 마술 각인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겠지." 스승님이 말한다. "마술 각인은, 현대의 마술사의 특징이다. 직접 신의 권능과 연결될 수 있는, 신대의 마술사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니까." 즉, 모건 파르스의 시조는 마술 각인을 남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남겨야 할 마술 각인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신대의 마술사──그 비의를 아직도 전하는, 방황해의 마술사였기 때문에. 이시리드는, 난처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눈치채는 것이 빠르군, 군주(로드)." "당신이 말했던 것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야. 모건 파르스 가의 시조는, 주변 토지 정비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그때부터 지즈의 계획은 시작되었던 것." 스승님이, 지즈에게 시선을 향한다. "지즈. 언젠가, 당신은 모나코의 토지를 이용할 생각이었어. 펨의 선연(카사)의 형식이 갖춰진 것은 훨씬 나중이겠지만, 당신은 그러한 행사가 계속 남아있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걸었다고 해도 좋을지도 몰라." "응, 후, 후. 뭐, 그런 곳이지. 물론, 처음의 토지 정비만으로는 어긋나 버리니까, 가끔 조정하러 오고 있었지만." 독특한 웃음소리를, 지즈가 흘렸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의 자손이라고 인정한 이시리드에게 묻는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3 "흐음, 하지만, 역시 의문이네, 이시리드. 왜 내 방해를 하는 거지? 나는 딱히 너에게 나쁜 이야기를 해 온 건 아니잖아." "…………" 몇 초, 간격이 있었다. 그리고, 툭, 하고 이시리드는 말했다. "당신은, 나를 보지 않았어." "하?" 지즈가, 엉뚱한 소리를 냈다. 이 상대의 그러한 표정을 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지도 몰랐다. "당신에게 버려진 모건 파르스는, 계속 연마해 왔다. 2대째는 마술 각인을 만들고, 자손은 그 내용을 키워내, 재능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마술사로서 스스로의 방향성을 정하고, 단련해 왔다." "…………" 시계탑에 따르면, 오래된 마술사 가문은 특별한 사명(오더)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목적도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런데, 모나코라는 특별한 땅과, 마술사로서 드문 재능만을 받았다면? "수백 년 만에 모건 파르스 가를 방문한 당신이 말한 것은, 토지를 사용하겠다는 것뿐이었어. 협력하라는 말은커녕, 방해하지 말라고조차 말하지 않았지. 당신이 뭔가 명령했다면, 분명 나도 아버지도, 모건 파르스에 연달아 있는 선조들 누구라도 기꺼이 신발을 핥았을 텐데. 누구와 약속한 것도 아니면서, 그 땅을 2000년이나 관리해 온 우리를 향해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게 무슨." 지즈는 화를 내지도 않고, 그저 이해 불능이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그것은) 라고, 자신은 생각해 버렸다. 시시하다. 터무니없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알아 버린 것이다. 마술사라는 것은 제자나 가족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자주 스승님은 말한다. 그것은 즉 자신에게 연결되어 온 자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즈가 했던 것은──하지 않았던 것은, 즉 이시리드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을 무로 단정하는 것이다.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무가치조차 아니다. 실제, 앞서 [모나코의 토지를 가끔 조정해야만 했다]고 말한 것은, 자손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는 증명이 아닌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4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어이쿠. 곤란하구먼, 엘멜로이 2세." 여기에서, 이시리드는 오히려 밝은 미소를 하고 있었다. 숨기고 있던 것을 폭로당하고, 겨우 본래의 표정을 되찾았다고라도 말하듯이. "당신이라면 알지 않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자의 기분을." 이시리드와 스승님은, 완전히 다르다. 그것은 양쪽의 마술 회로를 비교해 봐도, 일목요연하다. 현대의 마술사로서, 이시리드는 상위의 계단에 있다. 재능으로 보나, 모나코 지부장이라는 입장이나 환경으로 보나, 충분히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교하는 상대가, 2000년 이상이나 살아온 방황해의 마술사라면 어떨까? 지즈에 비하면, 이시리드와 스승님 정도의 차이는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래서, 당신은 지즈의 술식을 부수고 싶었던 겁니까?" "시기, 질투, 질투. 요컨대 그런 감정이야." 자포자기처럼, 이시리드는 말했다. "즉, 나는 자신의 선조에게 질투했다. 선조가 제대로 우리들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그런 이유로 죽여 버리고 싶었어. 이 녀석이 2000년 이상이나 계획해 온 것을, 전부 부수고 싶었다고 말하는 거야." 거기까지 단숨에 고백하고, 그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원탁의 방과 마찬가지로, 천장에는 수정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거기에 비친 이시리드는 여러 개의 상으로 찢겨 있고, 그 모두가 몹시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5 "하지만, 지즈를 죽여도 여전히, 그 술식은 움직였다. 얼마나 눈길을 받지 못했던 간에, 같은 피를 이어받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지즈의 술식이, 계속 이 모나코에서 맥동하고 있는 것은 알았어. 당연히 필사적이 될 수밖에. 질투심에 못 이겨 초대도 죽였다는 것인데, 결국 그 방해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정말로 모건 파르스는 무(無)였다는 거잖아. 술식의 정체는 수수께끼였지만, 펨의 선연(카사)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과, 엘멜로이 2세와 무슨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선연(카사)에서 내가 이기면,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 필사적이었다. 그래서, 스승님의 달콤한 함정에 걸렸다. 혹시 지즈의 술식을 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찬스였기 때문에, 그렇게 노골적인 함정에서도, 이시리드에게 다른 선택 사항은 없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의 동기(와이더닛).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6 "우스꽝스럽지? 이 정도의 혈통과 영지에 축복받고서도, 모건 파르스의 2000년은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다. 당신이라면 그런 예를 몇 번이고 봐 왔겠지? 선조도 자신도 헛수고였다며 볼품없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마술사들을, 표본처럼 늘어놓아 왔기 때문에 약탈공이 된 게 아니야?" "알고 말고." 라고, 스승님이 대답했다. 너무나도 진지한 목소리에, 이시리드가 오히려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매일, 꿈을 꾼다." 조용히, 스승님이 말했다. "내가 대마술사가 되어 있다면, 같은 꿈 말이야. 부탁이니 비웃지 마." 비웃지 말라고 말하면서, 스승님의 입술은 자조하듯이 비틀어져 있었다.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덧없는 표정이었다. 이시리드도 대답을 잃고, 그저 스승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어. 그 용기만 있으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시계탑 강의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용기만 있으면 2세 따위라고 자칭하지 않고, 원래의 로드 엘멜로이를 자칭하거나, 빨리 여동생에게 이름을 물려줬을 텐데.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아이가 학교 시험을 부모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가방 안에 처박아 둔 채로 구겨질 때까지 방치하고 있는 것과 같아. 그리고, 마침내는 이상적인 자신과의 괴리를 견디지 못하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게 돼." 한숨을 쉬고, 힘없이, 스승님이 속삭인다. "……이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내가 그랬다." "스승님……" 기억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의 일이다. 강사를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스승님의 이야기를. (……매일, 꿈을 꾼다) 그 정도로,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 따위,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알 수 없겠지. 본인으로서는 어리석다고 웃어넘기고 나서, 그래도 여전히 부정할 수 없는 자신에게, 재차 괴로워하는 것이겠지. 자신은, 안다. 제4차 성배전쟁에서, 미숙한 자신을 마주하고 나서 10여 년. 실제, 스승님은 위대한 마술사가 되는 것을,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는 것이다. 혹은. 진짜 용기가 있다면, 포기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승님이 말하는 것처럼,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당연한 듯한 얼굴로 강사를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편이) 아마, 그편이 행복하다. 손에 쥐어진 카드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알고 있다. 펨의 선연(카사) 같은 것을 경험한 지금에서는 더욱 그렇다. 스승님은 자신의 카드를 다시 보면서, 마술사의 길 따위는 포기해야 한다고, 잘난 듯한 얼굴로 말하는 것은 간단하고, 실제로 그 편이 성공할지도 모른다. 스승님이 안고 있는 괴로움은 녹아서, 영광의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7 "분명,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스승님이 말한다. "좀 더 올바르고, 좀 더 현실적인, 좀 더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 어딘가에 있겠지. 올바른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자승자박으로 멋대로 인생을 괴롭게 하고 있다고 규탄받더라도, 돌려줄 말은 없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잠시 뜸을 두고, 스승님은 이시리드에게, 다시 한번 마주 보았다. "하지만, 그러니까, 모건 파르스의 2000년이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결코 비웃지 않아." "읏……" "나는, 당신을 비웃지 않아. 무시하지도 않아. 당신이 했던 것은 죄일지도 모르고, 나와 제자에게 위해를 가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라고 말하지 않아. 그것은 현실을 보지 못할 뿐이라고 조롱하는 자가 있다면, 같은 어리석은 자인 내가, 똑같이 비웃음을 당하겠지." 아마, 여행을 떠나, 스승님이 각오를 다진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어리석다는 것. 겁쟁이라는 것. 진정한 이상 따위, 누구라도 될 리가 없다. 아무리 이상에 가까워졌다고 해도, 이상 그 자체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재능에 혜택받지 못한 자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하지만, 이라고도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보답받기를 바란다. 구원받기를 바란다. 이 사람만의, 확실한 보상이 있기를, 자신은 생각해 버린다. 그야말로 제멋대로고 편애에 지나친 감정이라고 알고 있어도, 아무래도 자신은 그것을 바라고 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으 모험의 내용

*468 짝짝짝, 하고 마른 박수 소리가 났다. 지즈였다. 전원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기다린 다음, 방황해의 마술사는 입을 열었다. "나름대로 애절한 장면이군(愁嘆場). 음, 가슴에 와닿는 것이 있어. 나는 아무래도 현대의 마술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간의 심리로서는 신대에도 통하는 것이 있겠지." 증오스러운 말조차, 이 남자의 미모에 걸리면, 듣기 좋게 들려 버린다. 반대로, "나도 알게 된 것이 있어, 지즈." 라고, 스승님이 날카로운 시선을 향했다. "당신과, 당신의 마술에 대해서, 말이야." "호오. 드디어 내가 해체될 차례인가. 시계탑의 군주(로드)." 지즈가, 중얼거린다. 희열인지 흥미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잘생긴 옆모습에 스며 있었다. 스승님의 그것치고는 드문, 도발적인 시선에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말해 보게나, 엘멜로이 2세." 그렇다면 그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지즈가 말했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9 "어떻게 된 거지. 엘멜로이 2세. 내 수수께끼를 풀려는 게 아닌가?" 지즈가 재촉한다. 자신도 에르고도, 반 펨을 비롯한 겜블러들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추리극에서는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통이라면, 탐정이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하지만, 지금 대치하고 있는 것은, 탐정이라고 할 수 없는 마술사와 피해자이다. 그러면서, 이 기묘한 사건의 끝맺음에 어울린다고도 생각되었다. "이전부터, 의문이 있었습니다." "응, 후, 후. 무엇이지?" "당신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그건? 칭찬해 주는 건가?" 어리둥절하며 되물은 지즈에게, 스승님이 고개를 흔든다. "아니요. 그것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그레이. 황금희와 백은희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나." "물, 물론입니다." 그것은, 스승님의 내제자가 된 첫해의 사건이다. 당시 이미 몇 번의 사건에 조우했지만, 기억에 뚜렷이 남을 정도로 인상 깊은 가운데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라고 해야 할까. 황금희와 백은희. 그것은, 궁극의 아름다움에 얽힌 사건이었다. 마술사로서 근원에 도달하기 위해, 근원에 닿을 정도의 궁극의 아름다움으로서 준비된 것이, 황금희와 백은희였다. "그 사건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이렇다. 즉──아름다움은, 마술이 될 수 있다." 스승님의 말의 의미는, 바로는 알 수 없었다. 몇 초 정도의 시간을 들여, 겨우 씹고 즉시 경직했다. "……설마. 스승님, 그거 혹시." 작게, 스승님이 끄덕인다. 미적거리는 일도 없이, 말한다.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의 미모는, 어떤 대마술의 부산물이다." "……후, 후." 지즈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미모에 공허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재미있는 가설이군." 추리가 아니라 가설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있는 것은, 역시 탐정과 범인이 아니고, 탐정과 피해자조차도 아닌, 두 명의 마술사였던 것이다. "응, 후, 후." 또, 지즈가 웃는다. "그럼, 어떤 마술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힌트가 된 것은, 당신과 계약한 뤄롱과 반 펨의 다툼이었다." "오호, 그런 일이?" 즐겁다는 듯이, 지즈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아까까지 죽어 있었으니까, 모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지명당한 뤄롱은 한쪽 눈을 감고, 반 펨은 의자에 다시 앉아, 스승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반 펨은 신전의 소재를 물었다고 한다. 반대로, 뤄롱은 절대 말할 수 없다고 대답하고, 전투 직전까지 갔다고. 모나코에게는 폐가 되는 이야기군." "후, 후. 그거 참 충의 깊은 이야기군. 하지만, 어째서 나 자신과 연결되는 거지?" "신대의 마술사에게, 가장 아름다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스승님의 말에, 지즈의 기색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그대가 그것을 묻는 건가? 시계탑의 군주(로드)." 뭔가, 말투가 바뀐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이상한가." "아아, 이상하고말고. 그대는 어디까지나 현대의 마술사일 텐데. 그런데, 진심으로 신대의 마술마저 해체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군." "어느쪽도, 마술이다." 몹시 당연하다는 듯이, 스승님은 말했다. 지즈는, 매우 믿음직스럽게 끄덕인다. 하지만, 자신의 귀에는 다른 울림을 동반하고 있었다. 둘 다 마술이므로, 자신에게는 닿을 수 없다, 라는 체념의 울림이었다. "현대의 마술사도, 공방을 가진다." 스승님이 이어간다. 그 이야기는, 제2의 게임 직후에, 자신도 스승님에게서 들었었다. 신전. 현대의 마술이 공방을 만드는 것처럼, 신대의 마술은 신전을 만든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상위 호환이 아니다. 현대의 마술과 신대의 마술이,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필연적인 것이다. "신대의 마술에도 단계가 있다고 들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신과 계약해서, 신의 힘과 연결하는 마술의 일이다. 그렇게 되면, 신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저절로 명확해진다. 즉, 계약한 신을 맞이하거나, 접속을 재조정하기 위한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신대의 마술에서의 신전은, 현대의 마술에서의 공방보다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스승님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디에 신전을 두겠나. 여기에, 앞서의 질문을 되풀이하지. 당신이 가장 아름답게 갈고닦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라고." "──선생님, 그건." 에르고의 입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눈치챈 것이다. 자신도, 눈치채 버렸다. 겜블러들도 한결같이 눈을 크게 뜨고, 단지 혼자, 뤄롱은 아차, 하는 느낌으로 얼굴을 가렸다. "당신이 아름답게 있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당신 밖에 신전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 자신이 신전이기 때문이다." "응, 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0 지즈가 콧방귀를 뀌었다. "즐겁군, 군주(로드). 정말로 즐거워. 있잖아, 지금부터라도 내 제자가 되지 않겠나?" "뭐?" "거기까지 이치를 알고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신대의 마술은 현대의 마술과는 성질이 다르다. 즉, 당신이라도 배울 수 있다. 그 증명이 될 제자들도 봐 왔겠지? 현대의 마술 따위는 바보 같아진다는 것을 장담하지." "……그럴지도 모르겠네." 스승님이 인정한다. 아마, 신대의 마술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지즈 자신이 지즈의 신전이라고 스승님이 간파한 것처럼, 그는 극히 특별한 방법론을 유지하고 있다. 혹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마술이 아니야. 저는 현대의 마술사가 될 겁니다." (……아아) 그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슬프고, 하지만 시원하기도 했다. 훨씬 이전에 결정했던 마음을, 스승님이 말한다. "나는, 현대의 마술을 극한까지 연구하여, 현대의 마술사로서 근원을 추구하여, 언젠가 반드시 그의 곁에 나아갈겁니다." "불합리군, 군주(로드)." "불합리하지 않으면, 현대에서 마술사가 되려고 생각하지 않아요." "확실히, 그렇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1 지즈가 웃는다. 그리고, "즐거운 추리였어. 수수께끼 풀이는 끝인가?" "아니, 오히려,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방황해." 라고, 스승님이 제지했다. "당신에 대해서도, 이 장소에 대해서도. 그렇겠죠, 반 펨." 이번에는, 스승님은 사도의 이름을 불렀다. 하얀 실크햇을 누르고, 얼굴을 든 반 펨에게 묻는다. "제1의 게임 직후, 검시는 당신이 했었죠?" "아아, 틀림없이 죽음을 확인했다네." 라고, 반 펨이 대답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어깨가 좁아지는군. 물론 불가해한 점이 있기 때문에, 지즈의 신전을 확인하려고 생각했던 것이지만." "당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닙니다. 지즈는 그때 정말로 죽어 있었고, 지금도 죽어 있다." 스승님이 추궁한다. 말의 칼날로, 현대도 신대도 관계없이, 지즈를 꿰뚫는다. "에르고." "네, 네!" 새롭게 이름을 불린 에르고가 끄덕인다. "자네에게 월륜관을 가르쳤었지. 어떤 단련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나?" "공상의 달을, 마음속에 떠올리는 단련입니다." 라고, 에르고가 대답했다. "여러 가지 기법을 가르쳐 주셨지만, 특히 열심히 하라고 들었던 것은 두 가지. 마음속의 달을 점점 크게 해 가는 방법과, 2차원 세로와 2차원 가로의 달을 겹쳐서, 3차원 입체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호오." 지즈가 감탄한 듯이, 맞장구를 친다. "과연, 에르고에게는 매우 어울리는 단련이겠군." "저의 선생님이니까요." 말하지 않아도, 그것은 당신이 아니다, 라고 에르고는 말하고 있었다.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이라도, 결코 그 이상이 아니라고. "공상과 마술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하지만, 에르고의 경우에는 필요했다. 본질적으로 형태가 없는 『힘』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은 공상이기 때문에." 스승님이, 말을 이어간다. "단, 이 경우, 공상은 아름다워야만 한다. 어떠한 형태에 아름다움을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람의 공상은 아름다운 것에야말로, 보다 큰 『힘』을 깃들게 하기 때문이니까. 세계 각지의 수많은 신상이,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이나 늠름함, 때로는 재앙스러운 모습마저 띠고 있는 것은 이 때때문이다.──즉 공상에게 있어서의 아름다움이란, 결코 부산물 같은 것이 아니라, 무기 그 자체인 것." 반 펨이 눈을 크게 떴다. 지금의 발언이야말로, 스승님의 추리에 있어서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극히 이것과 가까운 신비가, 두 가지 존재한다." 라고, 스승님이 손을 들었다. 먼저, 검지를 올린다. "하나는 공상 구현화.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하고, 진조에게만 가능하다는 신비다. 문자 그대로 공상에 의해서 세계를 접고(折り曲げ), 현실에 고정화한다는 파격적인 현상." 다음으로, 중지를 올린다. "또 하나는 고유결계." 말하고 있었다. 마술 이론・세계란. ──『숫자와 카드의 배열이 수려하다고요.』 ──『수려인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과정과 목적을 깔끔하게 연결시킨 수식은, 마술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것이니까.』 아무거나 소감을 말해 달라고 했던 스승님과 자신은,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 그 직후에, 스승님은 갑자기 그 마술 이론의 이름을 입에 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술 이론에 의해 구축되는 금주・고유결계의 이름을. "소위, 원래는 악마만이 가지고 있었을 이계 상식(아스트랄리티). 소위, 세계율을 비틀어, 독자적인 이계를 만들어내는, 가장 마법에 가까운 금주. 자신의 심상풍경으로 세계를 뒤집는, 마술에 있어서의 궁극." 스승님의 말의 의미는, 이미 명확했다. 지즈의 미모. 아름다운 것을 무기로 하는 공상. 공상을 원천으로 하는 마술 이론・세계알. "──즉, 당신의 정체는 세 가지가 있다." 앞서의 두 개에 더해서, 다시 약지를 스승님이 세운다. "당신은 지즈이고, 당신은 지즈의 신전이며, 동시에 당신은, 지즈라는 이름의 고유결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2 "──즉, 당신의 정체는 세 가지가 있다." 원탁의 방에서──자신의 정신세계와 합일한 장소에서, 그 목소리는 빛처럼 빛났다. "당신은 지즈이고, 당신은 지즈의 신전이며, 동시에 당신은, 지즈라는 이름의 고유결계다." 육체와, 신전과, 고유결계. 지금까지 나열되어 있던 파츠가, 아름다움이라는 하나로 정리되어 간다. "원래, 고유결계는 그렇게 장시간 지속되는 마술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몸 안쪽에 고유결계를 만들었다면, 세계의 수정력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당신은 이 패턴과도 조금 다르다. 어떤 술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몸 안쪽에 고유결계를 만드는 것과는, 순서가 반대다. 당신은 자신의 몸을 버리고, 고유결계 자체를 육체로 만든 거다." "순서가, 반대……" 자신의 중얼거림에, 스승님이 끄덕인다. "그래. 이 경우 반대라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버린 곳에, 원래의 사체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뭐든지 가능한 마술에서, 어떻게 했는가(하우더닛)라는 수법이 어쩐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의 증좌이기도 하지만. 아까 이야기로 보자면, 반 펨 님이 검시했던 사체는, 그랬던 게 아닌가." "응, 후, 후." 독특한 웃음소리를, 방황해의 마술사는 흘렸다. 살아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혈색의 좋음. 그 눈빛도 반응도, 겨우 하루 전의──살아 있었을 때의 그와 무엇 하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사고를 아름다운 마술사는 부정했다. "그 가설대로야. 저 기원탄이라는 예장은 정말로 무서운걸. 줄곧 가지고 있던 지즈라는 죽음을 끄집어냈을 뿐 아니라, 내가 준비하고 있었던 마술마저 일시적으로 빼앗겼어. 아니, 내 자손은 정말로 무서운 사신을 보냈는걸." 이시리드를 향해서, 지즈는 말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3 그리고, 스승님에게로 다시 향했다. "그래서, 그걸로 끝인가?" (아직, 있어……?) 스승님은, 몇 개의 수수께끼를 드러냈다. 범인이 이시리드라는 것. 지즈 자신이, 그의 신전이며, 그의 고유결계라는 것. "어떤가? 예를 들어, 이 장소의 의미는?" "……처음에는 고유결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신 자신이 고유결계라고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아. 심상세계를 뒤집어 현실로 하는 고유결계는, 그 필연으로서 술식이 완성되어 버리면,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 응용은 할 수 있어도, 당신 자신의 모습과, 꿈처럼 애매한 이 장소와의 관계는 설명할 수 없다." 스승님이 말을 더듬는다. "후, 후. 그렇다면, 이것을 페널티라고 할까." 그 말과 동시에, 이변이 발생했다. 에르고의 몸을, 무수한 반투명의 깃털이 감싼 것이다. 뤄롱의 환익이! "──뤄롱!" 지금까지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뤄롱이, 갑자기 송곳니를 드러낸 것이다. "미안하군, 에르고. 이건 오래된 계약이라서." 정말로 미안한 듯한 얼굴로, 뤄롱이 고개를 흔든다. 지즈의 손이 옆으로 흘러갔다. "……붙잡았다." "에르고?!" 스승님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에르고의 몸이, 공중에 떠올라 있었다. 원탁의 방인지, 아니면 자신의 정신세계인지──그 장소를 10미터 이상이나 떠올라, 청년은 십자가에 매달린 것처럼 양손을 옆으로 펼치고 있었다. "선……생……님……!" 그 안쪽에서, 마력이 짜내어지고 있었다. 에르고의 몸속에서, 엄청나게 거대하고 방대하며, 측량이라는 말조차 불경하게 느껴질 정도의 무언가가, 억지로 끌어내어지려 하고 있었다. "이것은……내가 먹었던……세 위의 신의……" 발버둥 치는 에르고로부터 시선을 끊고, 스승님이 원흉을 노려본다. "지즈──!" "아쉬웠네, 엘멜로이 2세." 입술 끝을 비틀어도, 그 옆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선연(카사)에서 당신이 이겼었다면, 내 목적은 파탄났다. 애초에, 내기에 진 쪽이 이긴 쪽의 말을 듣는다는 조건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범인을 간파하기 위해, 펨의 선연(카사) 자체를 몰수 시합으로 몰고 갔지." 스승님이 했던 일의 결과. 승패가 나지 않았다. 그 결과로서── "그렇다면, 불완전하더라도 나는 이 녀석을 움직일 수 있다. 오히려,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어. 이 자리에 모인 편향성이, 몰수 시합이라는 결과의 확정으로 운산무소해버리기 전밖에 내 술식은 발동할 수 없어." (……편향) 비슷한 것을, 스승님도 말했다. 마술사에 있어서 카지노란, 어떤 의미에서는 편향을 모으는 장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마술 의식이 될 수 있다고, 그런 것을. 스윽, 하고 지즈의 시선이, 반 펨과 딜러를 향한다. "아아, 미안하지만, 나의 옛 친구도 움직이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이건 아무래도 섬세한 작업이라서. 특히 나의 옛 친구에게 힘으로 방해받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 버려. 세 위의 신을 이용한 원자 융합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겠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도, 그것이 이유입니까. 선연(카사)의 중심인 원탁의 방을, 당신의 내면세계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 훌륭하군, 군주(로드). 제자로 삼을 수 없었던 것이 유감일 정도야." 과장되게, 지즈는 한숨을 쉬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4 "그것보다는, 옛날이야기라도 하지 않겠나?" "옛날이야기, 라고요?" "나이가 들면, 그런 것이 하고 싶어지겠지? 아아,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만났을 때에는 수수께끼도 하나 던져놨었는데, 그쪽은 풀었나?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자, 라고 말해 뒀었지." "그거라면, 일단은." 날카로운 긴장 속에서, 스승님이 입을 연다 "처음에, 비옥한 초승달이라는 것은 장소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대에서 비옥한 초승달이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에서 나일 강까지의 초승달 모양의 지대를 가리키죠. 대체로 고대 오리엔트의 중심지. 방황해도 시계탑도 현대의 용어를 사용하기 쉬운 것을 생각하면, 그러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당신과 만난 것은 그 지점이 아니었습니다." 스승님이, 말을 끊는다. "그렇다면, 당신이 말했던 의미는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다. 좀 더 형이상학적인──개념적인 의미가 된다. 이 경우, 우리의 여행이 어떤 여행인지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의미는 떠오른다. 왜냐하면, 비옥한 초승달을 고대 오리엔트의 중심지라고 생각했을 경우, 신의 흐름을 쫓았을 때, 원초에 있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신의 흐름……!" 강의 흐름을, 상상했다. 도도히 흐르는 강이 몇 갈래로 나뉘어, 대륙 구석구석까지 흘러가는──그런 웅대한 경치를 떠올렸다. "길가메시 신화가, 특별한 신화라고 여겨지는 것도 그것이 이유다. 단순히 가장 오래되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원초의 신화가 되어, 신화의 주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말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신장주체(神臟鑄體)" 신의 파편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체(간타이)의, 정식 명칭. 하지만, 그러한 말이 된 이유를, 자신도 아직 몰랐다. 힐끗, 스승님이 한순간만 이쪽을 보았다. "예를 들어 이야기의 주형이고, 예를 들어 세계의 알이고, 예를 들어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신이라는 존재의 본질이다. 즉, 비옥한 초승달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단순한 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이라는 이야기의 원초를 쫓아라, 그 앞에서 나는 기다리고 있다, 라는 그런 의미였겠죠." "이해가 빠르군, 엘멜로이 2세. 정말로 훌륭해." 지즈가 칭찬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5 "와이더닛을 간파하는 것이 당신의 해체였나. 그렇다면, 나의 그것도, 이미 알고 있겠지?" "절반만." "절반?" "당신이 해 왔던 방황해의 문은 『보존(게논)』이었다고 했었죠. 그렇다면, 보존된 신의 이용법이야말로, 당신들의 오의인 비닉신리가 된다. 지금 이야기와 맞춰보면, 당신이 에르고와 뤄롱을 가지고 하려고 하는 것은, 보다 고대로──당신이 살았던 신대보다 옛날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것이 아닌가?" "과연, 확실히 그것은 절반이군. 정확한 자기 평가야." 지즈가 끄덕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6 자신의 사선 위에 고정된 에르고를 보다가, "엘멜로이 2세." 라고,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 "겜블은 즐거웠나?" "전혀 즐겁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아아, 그렇겠지." 또, 지즈는 끄덕였다. 그리고, 몹시 비통한 말투로, 이런 것을 물었던 것이다.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이상한 질문이었다. 잠시 시간을 두고 나서, 스승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명으로 가득 찬 푸른 대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나?" "네." 이어지는 질문에, 지즈는 한 박자만 간격을 두고 나서 말했다.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에 도달하고 싶다거나 하는 꿈을, 멋지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스승님이 가슴을 편다. 비록 죽기 직전이더라도,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스승님에게 있어서,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길잡이이며, 언젠가 도달하겠다고 맹세한 꿈의 끝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지즈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문에, 세계는 이렇게 되어 버렸다." "……무슨?" 스승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모르겠나, 엘멜로이 2세." "…………" 몇 초, 스승님은 침묵했다. "……아뇨, 알겠습니다. 생명의 방향성의 문제군요." "훌륭해. 정말로 현명해." 그 주고받음은, 뛰어난 스승과 제자처럼 보였다.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도록 만들어진 것이 우리들이라는 논리다. 보다 강하게, 보다 현명하게, 보다 상냥하게, 보다 아름답게. 결국, 그 지향이야말로 우리들을 어찌할 수 없이 몰아붙인다." (……그것은) 그것은, 너무나도 근본적인 죄가 아닌가. 원죄라고 불러도 좋다. 예를 들어, 정의를 존중하는 것. 예를 들어, 여행을 동경하는 것. 예를 들어, 마술의 심연에 끌리는 것. 사람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그 모습에 대한 호감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것을 죄라고 부른다면, 죄를 가지지 않은 인간 따위는, 문자 그대로 누구 한 명도 없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7 "그럼, 조금 더 계속해 보지." 라고, 지즈가 말한다. "마술사로서 묻지. 왜, 인류(사람)가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 말은, 갑작스러운, 웅대하기 짝이 없는 스케일을 동반하고 있었다. "인류(사람), 말인가요?" "과학에 있어서는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마술사에게 있어서 현대는 너무나도 무가치하지 않은가?" "……부정은 할 수 없군요." 스승님이, 짧게 말했다. 신대가 끝나고 이래, 신비는 시시각각으로 있을 곳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 간신히 남았던 위대한 조각조차도, 그 농도를 천천히, 그러나 크게 희미하게 하고 있다. 2000년을 걸쳐서, 마술사가 얻은 것은 무(無)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가 많다는 것은, 틀림없다. "예전에는, 영장으로서의 신에게도, 그것을 섬기는 인류(사람)에게도 사명이 있었다. 올바르게 사는 사람도 잘못되게 사는 사람도, 사명을 의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신대의 말기에는 거의 상실되어 버리고, 우리는 볼품없이 기어 다닐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저 정복왕 따위는 그것에 거스른 자일 것이다. 갈라져 있던 서쪽과 동쪽을 결합시키고, 산실된 문화를 수집하고, 새로운 형태로 다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세운 대제국조차 겨우 한 세대로 멸망했다. 만들어 냈을 때의 배나 되는 힘으로, 갈갈이 찢겨졌다. 나머지는 알고 있는 대로다. 인류가 어떤 형태로든 사명을 얻는 일 따위는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지? 인류의 죄나 우행을 한탄하고 슬퍼할 거라면,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곳인게?" "아니,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야. 있잖아, 로드 엘멜로이 2세, 이것은 당신이 자랑하는 와이더닛이겠지. 부디 대답해 줬으면 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 되어 버린 거지?" "…………" 스승님이 입을 다문다. 지즈는, 마술사로서 묻고 있다고, 말했다. 즉 요구되고 있는 것은, 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의 대답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의 질문 방식이라면…… 우리가 어리석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겠군요?" "응, 후, 후. 그거야말로 오만이라는 것이겠지. 엘멜로이 2세." 지즈의 말투에는 웃음이 섞여 있지만, 올려다본 눈동자는 너무나도 성실했다. 지금, 그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것은, 원탁의 방의 샹들리에다. 그런데, 밤하늘이 비치고 있는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하늘에는, 아름다운 달이 빛나고 있는 것처럼도. "그 정도의 선택 따위, 애초에 인류에게는 없었어. 수명으로든 유전자로든, 생명의 방향성 따위는 발생한 단계에서 고정되어 있다. 우리는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고, 낭비하도록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는 것이며, 그 죄를 묻는 것 따위 처음부터 무의미하다." 결정론. 인간이 하는 일 따위는, 처음부터 전부 결정되어 있다는, 체념과도 비슷한 논리다. 아무리 기적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극히 복잡하고 장기간에 걸친 당구처럼, 첫 수구를 쳤을 때에 모든 운명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즈가 말하고 있는 것은, 그것과 닮아있다. 어느 정도의 틈은 있었을지라도, 대략적인 도착 지점은 우리들이 이 지구에 발생한 때부터 정해져 버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8 "──그렇다면, 실패한 것은 인류(사람)가 아니다. 그 부모에게 책임을 돌려야 할 것이다." "……부모?" 괴이한 듯이, 스승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곧바로, 어떤 사실에 도달하고, 그 눈이 크게 떠졌다. "너, 설마……" "행성(별)의 책임이겠지." 조롱하듯이 웃으며, 톡, 하고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떠 있는 광대한 바다, 그 바다를 가진 지표, 그 지표를 지탱하는 별의 내해…… 아주 작은 동작으로, 그 모든 것을 지즈는 가리켜 보였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바꿔야 할 것은 인류(사람)도 신도 아니다. 어느 쪽도 결국 이 행성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아. 우리는 평등하게 피해자다. 과오가 행성(별)에서 시작되고 있다면, 우리들이 만들어야 할 것은 행성(별)인 것이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오페라를, 눈앞에서 연기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에르고의 실험. 세 위의 신을 먹게 한, 신대의 대마술. 거기에 참가한 아틀라스 원의──쿨드리스 가의 연금술사는, 에르고를, 미래를 구하기 위한 최종 연산기로 하려고 했었다. 지금, 지즈가 말한다. 방황해의 마술사가 말한다. 행성(별)을 만드는 것이라고. 영장의 부모가 되는, 새로운 행성(별)을. "그……런……" 부르르, 하고 몸이 떨렸다. 위압적이지도 않은 타인의 말을 듣기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되어 버렸다. 스승님만이 아니다. 함께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이시리드와 알레트는 물론이고, 옛 친구인 반 펨조차, 그 구상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에르고가, 휙, 하고 고개만을 움직였다. "그렇다면……저……는……" 라고, 묻는다. 부드럽게, 지즈가 웃었다. "너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는, 각각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뤄롱을, 한순간 보고 나서 계속한다. "내 경우에는, 에르고 너에 이어서, 살아있는 신, 자그레우스와 계약을 맺었지. 태조룡 튀폰을 먹게 해주고 말이야. 그리고, 아무래도 이시리드도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옛날에 술식을 완성하고 나서 가끔 조정하고 있었다, 는 것이 아니야." "무……" 그 말에, 스승님이 숨을 죽였다. "설마, 당신이 만들었던 술식은 아직……" "딱히, 이상한 이야기도 아니잖아? 현대에도 하나의 마술 완성에 걸리는 시간은 각각이다. 당신의 사랑스러운 제자의 보석 마술도, 10여 년에 걸쳐서 보석을 키워내는 정도는 하겠지. 나는 2000년 이상, 계속 하나의 술식을 조립하고 있었다. 현재 진행형으로 말이지."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건축물이 있다. 19세기 말에 착공된, 그 문화유산은 거기서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성이다. 설계 책임자조차 여러 대를 이어받아, 영영 공사를 계속해 나가는 그 건축물은, 거의 형태를 가진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것을, 지즈라는 마술사도 하고 있었다면? 지즈라는 마술사는, 자신의 신전이며, 자신의 고유결계이다. 하지만, 이 고유결계는 미완성이라고 한다면── "응, 후, 후. 만들어져 버린 고유결계의 형태는 바꿀 수 없어. 그것은 술자의 심상세계이기 때문이지. 구워져 버린 계란 프라이 같은 것으로, 그걸 형태를 바꾸려고 하면, 엉망진창 스크램블 에그로 만들 수밖에 없어." 쿡쿡, 하고 지즈는 웃는다. "그러니까, 만들어져 버리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해 두는 거야. 자신의 영혼의 핵에 신념이라는 씨를 뿌리고, 사상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고, 동경이나 집념이라는 물과 비료를 계속 주는 거지. 때로는 자기 마음의 가지치기도 하면서." 심상세계에 대한 어프로치. 그것은, 이 남자에 대해 오랫동안 안고 있었던,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도 드러내었다. (그러니까……) 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말만 하면 편안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적인 태도인데도, 제자인──신마저도 있는 뤄롱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비인간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건가. 이상적인 모습으로 계속 조각된 마음을, 마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물며, 그것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의 수명보다 긴, 아득히 긴 시간을 들인,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마술이라고 한다면? "그래, 나라는 고유결계는, 오늘 처음으로 완성된다. 이 장소는, 만들어져 버리기 전의, 나의 고유결계다." 대언장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다른 상대라면 반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방황해이다. 하지만, 상대는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했던,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이었다. "별을 만드는, 고유결계다." 라고, 지즈가 웃었다. 역시,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생명체에게 허락되지 않는 완벽함의 이유를,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인간 형태의 고유결계로서 완성된 지즈는, 필연적으로 아름답다. 그것은 예를 들어, 우리들이 지구에 대해 느끼는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다. 지구는 푸르렀다, 라고 말했던 우주 비행사 같은 것이다. 행성(별)이 아름다운 것처럼, 이 남자는 아름답다. 그 시선이, 이쪽의 뒤를 바라보았다.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9 "그럼, 당신은 어떤가? 로드 엘멜로이 2세." "…………" 주춤거리는 기색이 있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몇 배나 더, 스승님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스승님은 뒤로 손을 뻗어, 어떤 사인을 이쪽에게 보여주었다. (스승님──) 그 사인으로 마음을 바꾸고, 눈치채지 않도록, 몸속에서 마력을 돌린다. 스승님도 또한, 이쪽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도록, 입을 연다. "당신이,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면 그것은 괜찮겠죠.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행성과, 마술에서 말하는 그것은 다르니까. 행성이 하나 늘었다고 해도, 그 자체는 문제없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형제──이 경우에는 친척이, 하나 늘어나는 정도의 일입니다." 거기서, 말을 끊는다. 깊게, 호흡하는 소리가 났다. 숨을 내쉬고, 천천히 들이쉬고, 온 힘을 다한 용기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재료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별거 아니야." 라고, 지즈는 웃었다. "술식은 완전하게 작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한 시간을 들였어. 그리고, 신을 먹은 에르고와, 용을 먹은 뤄롱 모두 갖춰져 있지. 신이란 존재가 행성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알겠지." 아까, 스승님이 말했다. 신이란 이야기의 주형이고, 세계의 알이며, 역사 그 자체라고. 즉 그것은, 행성의 소재이기도 하다는, 그런 것이었던가. "솔직히 말하면, 소재도 설계도도 포함해서, 처음부터 전부 다시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너무 힘에 벅차. 무슨 일이든 타협은 필요하다. 어차피 핵이 될 영혼이 다르다면, 지금의 지구 따위와는 저절로 다른 것이 될 테고 말이지. 당신이 말했듯이, 내 문의 비닉신리에서, 가장 가까운 방법에 손을 댔을 뿐이야. 영혼은 내가 맡는다고 하고, 극히 작은 행성을 만든다면…… 나머지는 뭐, 근린의 지표를 1%만 받으면 충분하지 않겠나?" "모나코는 물론, 코트다쥐르를 괴멸시킬 셈이십니까." "나쁜가? 시계탑의 환산에서도, 싸다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그렇겠죠. 한 번 고려해 볼 가치도 없지요.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는 것은, 또 하나의 근원을 만들어내는 것에 필적하는 대위업입니다. 시계탑의 가치관이라고 한다면, 한 나라 정도를 바꿔치기해도, 조금도 아프거나 가렵다고 생각하지 않겠지요." 라고, 스승님이 인정했다. 마술사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떠한 희생도 꺼리지 않는다. 지즈가 선전하는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많은 마술사들이 인명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붙잡힌 에르고에게, 스승님은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도, 내 제자를 넘길 수는 없어." "……이런이런, 역시 그렇게 되는 건가." 라고, 지즈가 한숨을 쉬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0 "정말로, 내기에서 이기면 좋았을 텐데. 겜블이란, 이래서야." "당신과 마찬가지로, 결국 나도 이길 수 없었으니. 이길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저런 방법으로밖에 얼버무릴 수 없었습니다." 스승님이 대답한다. "그렇다면, 그만한 방법으로 결착을 내야겠지." 스승님의 사인이 변화한 것이다. 해, 라는 사인. 순식간에, 결의를 굳힌다. (지금, 밖에 없어──!) "애드! 제2단계 제한 해제!" 한계 이상의 속도로, 마력을 돌린다. 이 장소와 몸에서는, 평소처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스쳤지만, 다행히, 마력의 순환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의사 인격 정지." 애드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자신이 구동하는 방대한 마력을, 곧바로 흡수해 간다. 바짝 마른 사막이, 호우를 마시는 듯한 탐욕스러움이었다. "마력 수집률, 규정치를 돌파. 제2단계 제한 해제를 개시." "Gray(어두워서)……Rave(들떠서)……Crave(원해서)……Deprave(추락시켜서)……"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묘지기의 비법. "Grave(새겨줘)……me(나에게)……" 때가 왔다다. "Grave(묘를 팔게요)……for you(당신에게)……" 그 선율에, 지즈가 웃었다. "성창인가, 블랙모어의 묘지기!" "겜블에서는, 스승님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트랜스 상태에 따르는 고양된 기분인 채로, 강하게 지즈를 바라본다. "하지만, 여기는 소제의 무대입니다. 소제의 전장입니다." 공포는 있다. 두려움도 있다. 그래도, 강하게 애드를 꽉 쥐어잡는다. 곧장 스승님 앞에 서서, 선언한다. "비록 당신이 새로운 행성(별)의 창조자라고 해도, 손가락 하나도 스승님에게 닿게는 하지 않겠습니다." 오래된 신비(미스텔)여, 죽어 없어져라. 달콤한 수수께끼여, 모조리 무로 돌아가라. "성창, 발묘." 애드의 형태는, 이미 빛에 녹아 있었다. 압도적인 마력을 휘몰아치고, 가속・순환하는 빛의 나선. 작은 섬 하나 정도는 지도에서 지워버릴지도 모르는 파괴의 화신. 비록 여기가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고 해도, 관계없이, 성창은 부순다. 대성보구를 개인에게 사용한다는 폭거에 대한 주저함도, 지금만큼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가장 끝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 그저, 전력으로, 빛의 나선을 투척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1 "──, 그레이."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멀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귀가 기능의 대부분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귀뿐만이 아니라, 코도 피부도, 세반고리관도, 본래의 능력을 빼앗긴 단순한 부속물로 전락하고 있다. "그레이!" 다시 한번, 그 목소리가, 자신의 의식을 흔든다. 일어나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간신히 눈꺼풀을 열자, 배의 판자가 뺨에 닿고 있는 것을 알았다. (갑판……?)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갑판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곳에? 거기까지 생각하자, 점점 의식은 분명해졌다. 자신을 흔들고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겨우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승……님……" 천천히, 시야가 윤곽을 되찾아 간다. 아무래도, 이시리드나 알레트, 거기에 딜러의 여성형 골렘도 함께 있는 듯하다. "소제의 몸은……복도……였을 텐데……" 쥬스트에게 습격당했을 때, 우리들은 스승님의 방에서 나온 직후였다. 에르고가 치료해 준 것도, 저 복도였을 것이다. 그 의문에, 똑같이 바로 옆에 있던 반 펨이 대답해 주었다. "아무래도, 현실에 내던져질 때, 같은 장소에 모아진 것 같군. 고유결계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말이야." 알레트와 이시리드도, 함께 있었다. 단지, 이쪽의 두 사람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스승님이 가장 빨리 회복한 것은, 자신의 바로 뒤에 있었던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뤄롱은?)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이쪽으로 손을 뻗었던 스승님이, 어깨에 닿기 직전 손을 멈추고, 묻는다. "……몸은, 괜찮은 건가." "통증은, 있습니다만." 마디마디의 통증이나, 마력의 흐름을 확인하면서, 자신은 대답했다. 아무래도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를 사용한 것으로 인한 극도의 탈력감이나, 마력의 쇠약은 있지만, 그 이외의 면에서는 7할 정도 회복하고 있었다. 에르고는, 심령수술을 끝마쳐 준 것이다. 마구잡이로 연결했던 부분이 원래대로 돌아가면, 이 몸 특유의 치유 능력도 부활한다는 이치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소보다 치유 속도가 몇 배나 빠른 기분이 들었다. 뭔가, 자신이 모르는 논리가 움직이고 있는 걸까. "……지즈와, 에르고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2 가장 중요한 것을 물으려 하다가, 바로 자신은 또 다른 이상을 눈치챘다. 출항 이후,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은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었다. 지금, 배를 둘러싼 것은 안개가 아니게 되었다. "안개가, 폭풍으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었다. 지름 100미터는 훌쩍 넘을 듯한 회오리바람에,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은 삼켜져 있었다. "내 배의 결계는,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판단을 한다." 라고, 반 펨이 말했다.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괘씸한 손님이 있을 경우, 안개를 폭풍으로 만들거나 하지." 검지가 들어 올려진다. 그 연장선상을 바라보며, "설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3 멍하니,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치, 세계의 끝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반 펨이 만들어냈다는 장렬한 폭풍의 결계가, 깔때기처럼 움푹 들어가, 반대로 흡수되고 있다. 상기하는 것은, 블랙홀. 중력조차 뒤틀리게 하는, 압도적인 질량이 만들어내는 시공의 곡면. "읏……설마……" 그 모습에, 스승님이 눈을 크게 뜬다. "혹시……에르고와는……그런……?" 말의 의미는, 자신에게는 알 수 없다. 단지, 깔때기와 같은 곡면의 중심에 있는 상대가 보였다. 지즈. 그 모습은, 눈부신 빛에 감싸여 있었다. 감싸인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빛으로 변환되어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마 옳다. 바로 근처에 십자가에 매달린 듯한 모습의 에르고의 사지도 마찬가지로, 지즈의 몸은 아주 조금씩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고유결계・유성체라고 불러두면 좋겠지. 문자 그대로 별의 아이(星の幼子)이다." 스승님의 중얼거림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유결계・유성체固有結界・幼星体. 빛으로 변환되어 가는 지즈의 모습에는, 일체의 데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를 견뎌낸 상대는 있었다. 저 영묘 알비온의 밑바닥에서는 눈속임 정도로 밖에 통하지 않았던 괴물도 있었다. 하지만, 저 초근거리에서 정면으로 성창을 맞고도 무상했던 상대는, 이것이 처음이 아닐까. "출력의 문제다." 지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몸의 어디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유성체의 마력에는, 나의 2000년 이상이 담겨 있다. 출산을 맞이하려는 지금, 그 보유 마력의 전부를 사용해서, 새로운 행성(별)의 마술 장치를 형성시키고 있어. 어디까지나 개념적이지만, 태양의 표면에도 필적하는 물건이라서 말이지. 아무리 성창이라고 해도, 쉽게 꿰뚫을 수 있는 건 아니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4 거기까지 말하고, 문득 알아차린 듯 시선을 옮겼다. 그 앞에서, "그런 건가." 라고, 소리가 났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갑판에서, 실크햇을 쓴 사도는 그 광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실크햇의 챙을 움켜쥐고, 그 눈동자는 희미한 우수를 띠고 있었다. "지즈." 라고, 그는 옛 친구의 이름을 속삭였다. "슬프군." "무슨 소리인가?" "출력의 문제라고 말했었지. 절대적인 규칙을 강요하는 전승 방어가 아니라, 단순히 출력 차이로 도달하지 못할 뿐이라고." "아아, 말했다만." 빛의 안쪽에서, 씩, 하고 지즈의 입술이 비뚤어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비뚤어짐을 앞에 두고, 반 펨은 당당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개문하지 않을 수 없겠군." 바로 뒤의 상대에게, 속삭인다. "쿠폴라." "네." 딜러를 담당하고 있던 골렘이 끄덕인다. "제7의 마성을, 개문하라." "알겠습니다, 반 펨 님." 공손하게 인사하고, 딜러는 눈을 감았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5 갑판의 떨어진 장소에서, 린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완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투기장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되었다, 라는 것뿐이다. 지즈의 고유결계의 각성에 휘말렸다고까지는 알 수 없어도, 공간에 작용하는 극히 고위의 신비에 끌려왔겠거니 하고, 대략 그런 부분까지는 직감할 수 있었다. 시계탑에서조차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라면 그 정도는 할 것이라는 각오도 있었다. 하지만, 그 광경은 역시 상상 밖이었다. "잠, 깐." 절규가 목에 걸린 듯한 소리를 낸다. 어떤 의미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의 스펙터클한 장면과도 닮아 있었다.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깔때기 모양으로 빨려 들어가는 가운데, 공중에 떠 있는, 사람 크기의 빛이 두 개. "에르고……?" 십자가에 매달린 듯한 모습의 청년을, 『강화』된 시각이 인식한다. 옆에는, 죽었을 터인 지즈도 떠 있었다. (그렇지만, 간단히 죽지는 않겠지, 라고는 생각했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 빛에 대치하여, 다른 것이 태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그것은 투명한 『힘』이었다.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곳에 있다고밖에 인식할 수 없는 종류이다. 중력이나 자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의 흐름을 따라, 『재료』가 보충되었던 것이다. 눈 앞에 있는 거대한 질량이야말로, 『재료』였다. "설마, 반 펨의 마성이란……그런……?"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힘』에 가까운 부분부터 분해되어 간다. 분해되는 족족, 『힘』과 융합해 가는 것이다. 와이어 프레임과도 닮은 척력의 팔이나 다리나 몸통에, 물질로서의 『내용물』을 부여해 간다. 그 팔만으로도 인간 10명 분. 전신은 100미터 가까이 될까. 즉, 그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인간형이었다. "마성이란……그렇다면, 거대 로……" 말하려던 린의 옆에서, 루비아도 멍하니 입을 벌리고 나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건 뭔가요! 상급 사도가 괴물이라는 건,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황당무계한걸요!" "네가 말하지 말라고!" 간신히 능글맞게 대답하는 사이에, 거대한 골렘이 움직인다. 그것만으로, 바다에 거센 파도가 일어난다. 폭풍에 의해 격리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모나코에 엄청난 쓰나미가 덮쳤을 것이다. "이것 참." 지즈가 속삭인다. 제7마성. 그 압도적인 주먹이, 지즈의 유성체로 휘둘러 떨어진다──! "…………" 자신도, 망연자실해 있었다. 예전에, 똑같이 상급 사도가 운영하고 있었다는 마안 수집 열차(레일 체펠린)에서는, 열차 자체가 마안을 행사하는 마안 대투사의 거친 기술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반 펨의 마성과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은 그것에 필적하는──아니, 능가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 펨의 마력을 받아서, 바로 옆에 있는 쿠폴라가 염원하는 것만으로, 또 다른 거대한 골렘이 되어. 그 일격은, 엄청난 마력바람을 일으켰다. "스승님, 반 펨 씨, 소제의 뒤에!" 순식간에, 애드를 대방패의 형태로 변형한다. 피부를 화상 입을 듯한 열기가, 이쪽을 덮쳤다. 대략 수십 미터는 떨어져 있을 이 거리에서, 이 위력. 게다가, 일격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즈의 유성체를 파괴할 수 없었던 것을 확인하자, 쿠폴라의 염으로 만들어진 거대 골렘은, 더욱 주먹을 날리기 위해, 팔을 크게 들어올린다. (……그렇다면) 한 번씩이라면, 결코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는 이 거대 골렘에게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비슷한 위력을 연발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반 펨이 말했던 것처럼, 유성체의 방어력이 단순한 마력의 출력에 의존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6 "흐음, 이거 성가시구먼." 지즈가 흘렸다. 천천히, 손을 움직이자, 빛은, 여러 개로 분열되었다. 그것은, 인간 형태의 검사가 되어, 갑판에 내려왔던 것이다. "────!" 별의 아이──유성체라고, 지즈는 말했다. 그렇다면, 분열한 빛 하나하나도 또한, 비슷한 성질을 가지고 있겠지. 적어도, 이쪽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스승님, 이쪽은 소제가." "잇히히히! 잠시 자고 싶지만 말이지!" 어쩐지 힘들어 보이는 듯이 애드가 대답한다. 실제,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를 해방한 직후, 다시 전투에 내몰린다는 것은 힘들 것이다. 마음속으로 사과하면서, 애드를 대방패에서 사신의 낫 그램 리퍼로 변형시켜, 셈을 한다. (이거, 웬만한 사역마 같은것 보다──) 라고, 느꼈다. 마력량만으로는, 잘못하면 경계기록대(고스트 라이너)에 육박한다. 게다가 한두 체라면 몰라도, 상대에게 시간을 주면, 얼마든지 솟아나올 것 같은 기색이 있었다. "……그레이, 당분간 방어를 부탁한다." "맡겨 주세요." 즉시, 끄덕인다.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겠다고 생각했다. 집중한다. 빛의 검사의 찌르기를 막고, 교차법으로 카운터와 비슷한 느낌으로 낫을 휘두른다. 견제는 하지 않는다. 상대가 제대로 된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역마라면, 어설픈 페인트를 넣으면, 반대로 이쪽의 목숨이 끊길 것이다. 끊는 것과 동시에 흩어져 사라지는 빛의 검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7 그때, 들렸다.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였다. 제7마성의 공격에 의해, 붙잡혀 있던 에르고가,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이쪽에게 무언가를 호소해 오고 있다.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바로, 스승님이 큰 소리로 외쳤다. "들리는 건가, 에르고!" "……선……생……님……" 다시 한번, 에르고가 말했다. 붙잡힌 전신을 움직이면서, 이쪽을 향해 불러온다. 그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지즈의 고유결계에 의해 마력을 빼앗기면서도, 필사적으로 의식을 연결하고 있다. 그런 에르고를 향해, 스승님은 이렇게 고했던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신을 묻는다!" (아──) 마지막 신의 물음. 에르고가 먹었던 세 위의 신. 그 세 번째를, 드디어 스승님이 밝히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국면도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가 있어 지즈의 능력으로 붙잡혀 있다고 한다면, 반대로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지즈의 고유결계를 방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쪽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빛의 검사가 더욱 격렬하게 공격을 걸어 온다. "읏──!" 정면에서 내려찍는 공격을 막은 손이, 저렸다. 그 틈에 두 번째 빛의 검사가, 파고들어 온다. 저린 팔로 받지 않고 스텝을 넣었다. 그대로 옆에서 몸통 박치기를 하여, 스승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만든다. 아무래도, 빛의 분신들은 반 펨에게는 접근하지 않으려고 하는 듯하여, 그만큼은 편하게 해 낼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8 스승님이, 말한다. "자네가 먹었던 신이, 모두 물이나 바다에 관련된 성질인 것은, 싱가포르에서 단정할 수 있었다." 에르고와 만났던, 최초의 사건. 산령법정의 무시키와의 싸움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졌던 스승님의 신의 물음. "싱가포르에서 밝혀진 손행자는, 화과산 수렴동에서 비롯된 물의 신성이었고, 그 후 일본에서 밝혀진 사구전신(세트)은, 그 문명을 길렀던 나일 강과 인연 깊은 전승을 가진 강의 신이다." 물과 강. 하나씩, 에르고는 자신의 먹었던 신을 자각하고, 그 권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왔다. 산령법정의 선인과 싸우고, 용을 먹었던 옛 친구와 대치하며, 자신의 성능과 성질을 하나씩 확인하듯이, 내면의 신과 대화해 왔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알게 된 자네의 정체." 정복왕 이스칸달의 측근──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밝혀진, 에르고의 비밀. 알렉산드로스 4세. 서력 이전에 죽었어야 할, 저 이스칸달의 적자. "그렇다면, 마지막 신은 저절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스칸달과 자네의 관계가 연결된 단계에서, 그저 필연일 뿐이니까." "네." 라고, 에르고도 끄덕였다. (……아아) 역시, 다르다. 그 해적섬에서 여행을 떠났을 때와는 물론이고, 일본에 있었을 때와도,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와도, 에르고는 이미 다르다. 모나코에 온 직후와도, 다르다. 만났기 때문일까, 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이 청년은 누군가와 만남으로써 변해 간다. 싱가포르에서는 스승님과, 일본에서는 료우기 부녀와, 이집트에서는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와 만나, 그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하게 할 정도의 성장을 이루어 갔다. 마치, 전속력으로 트럭을 몰고 있는 러너처럼. "그 신은,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신 중 한 기둥이다." 라고, 스승님이 말한다. "다만, 인격을 가진 일화는 극히 일부밖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영어의 바다(Ocean)의 이름이 그것에 유래하는 것처럼, 혹은 호메로스가 신들의 부모라고까지 말했던 것처럼, 영향력은 극히 크지만, 그 전설은 적다. 가장 유명한 전승이, 신들과 거인의 싸움에서도 중립을 지켰다고 여겨질 정도라서, 여기에서도 확실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스승님의 목소리가, 폭풍의 바다에 울려 퍼진다. 바닷바람을 타고, 파도에 부딪혀서, 산산이 부서져 간다. "아마도, 신대에서도 그렇게 여겨졌겠지.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 아니라, 모든 하천이나, 흐르는 물 그 자체가, 저 신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자네가 먹었던 세 기둥의 신의 공통점, 수신(水神)・해신(海神)이라는 점에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바다도 강도 그 신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니까." 한순간만, 목소리가 멈췄다. "그러니까, 나의 왕은, 가장 끝의 바다에도 그 이름을 붙였다." (……설마) 라고, 자신은 목이 메었다. 이런 위기적인 상황에 있으면서도, 스승님이 말하려고 하는 이름을 깨닫고, 가슴이 벅차 버렸던 것이다. (설마, 그것은) 도대체, 몇 번, 우리들은 그 단어를 들었던 것일까. 정복왕 이스칸달이 목표로 했다고 하는 여정의 끝. 저 페이커의 꿈에서 환시했던, 인류에게는 닿을 수 없는 저편의 바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들어라, 에르고!" 스승님이 말한다. 만감의 마음을 담아서, 외친다. 마음속에, 저 바다가 있다. 푸른 바다가 있다. 황혼의 바다가 있다. 얼음으로 덮인 바다가 있다. 아무도 본 적 없는, 바다가 있다. "그 신의 이름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9 "──닿았군, 에르고." 그렇게 말한 것은, 스승님이 아니었다. 아연실색하여, 자신은 올려다보았다. 깔때기 모양으로 웅크린 회오리바람의 바로 옆에서, 빛의 윤곽이 되어 있는 지즈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신을 묻겠다. 너에게 먹게 했던 신은──" "그 신의 이름은──" 지즈와 스승님과, 두 사람의 이어지는 말이 합일했다. "오케아노스!" 바다가 갈라진다. 파도가 갈라진다. 해중에서 하늘(宙)까지를 갈라,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손오공과 같은 원숭이 형태도, 사구전신(세트)와 같은 인간 형태도 아니었다. 대신에 나타난 것은, 금속의 배였다. 결코 정상적인 인류의 역사에는 있을 수 없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배. "뭐, 야……이거……" 에르고의 신음은, 그것이 결코 환영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것은……단순한 신이 아니야……자연에서 생겨난……게 아니라……설마 플랫이 말했던 것은……이런……" 소리가 난다. 바다도 파도도 갈라서 상승하고 있는 배는, 기구나 프로펠러나 엔진 등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비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현대 과학에서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메커니즘에 의해 성립된, 이형의 기술. 중력을 반전시키고, 빛의 속도의 섭리를 비틀어, 항성간을 이동하는 데까지 이르렀던 초월의 결정. "하늘에서……왔다……?" "에르고?!" 스승님이, 외쳤다. "선……생……님……!" 붉은 머리의 청년이 경련한다. 등에서 돋아난 환수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명멸하는 반투명의 환수와 에르고의 얼굴에, 수십 개의 기하학적인 빛의 선이 달리고 있다. 마술 회로가 아니다. 마치 혈액과 같은──액체 금속과 같은 무언가가, 청년의 표면에 떠올라서, 꿈틀거리는 뱀처럼 피부를 기어 다니고 있다. 아니, 뱀이라기보다 그것은……. (……케이블?) 어리석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신대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쪽의 곤혹스러움 따위는 내팽개친 채, 더욱더 엄청난 속도로, 에르고의 심층에서 마력이 짜내어져, 유성체의 지즈에게 공급되어 간다. "응, 후, 후." 지즈가 웃는다. 두르고 있는 빛이, 분명히 그 밀도를 늘리고 있었다. "지금까지처럼, 에르고가 먹었던 신만 잘 묻는다면 역전할 수 있다고,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나?" "지즈, 너는……!" "확실히, 세 번째 신은 간단하다. 특히 이스칸달과 인연이 있는 너의 경우에는, 틀림없이 맞출거라고 생각했지." 신의 정체가 오케아노스라면, 그럴 것이다. 스승님이, 그 신을 간파하지 못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 대답에는, 결코 풀 수 없는 속임수가 있다." "속임수, 라고……" "그리스의 몇몇 신은 말이지. 그 출신에, 이 행성(별) 이외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뭐 쉽게 말하자면, 우주선이라는 녀석이지." 너무나 황당한 말에, 자신의 사고가 정지했다. 스승님조차, 한순간 방심하고, 침을 삼키고 나서 되물었던 것이다. "……뭐냐, 그건? 우주선이라고?" "아아, 딱히 당신이 실수한 것은 아냐. 그건 올바른 추측으로 과거를 가정해 가는 방법의 한계인 거야. 실제로 그 과거에,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요소가 들어간 순간, 추리도 추측도 전부 파탄나는 거니까." 방황해의 마술사는, 큭큭하고 웃었다. "그것은, 갑자기 운석이 떨어져 지구의 생태계가 전부 파멸해 버렸습니다, 같은 이야기라고." "……빅 5." 스승님의 중얼거림에, 지즈의 윤곽이 가볍게 끄덕인다. "과연 잘 알고 있군. 그래 그래, 지구의 생태계는 거의 전멸하는 것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있지. 운석 같은 우주에서 날아온 것도 그중 하나다. 똑같이, 외우주에서 온 방문자가, 원주민들에게 신으로 취급받았다는 설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심각한 엉터리 가설로서겠지만." "…………" "하지만, 엉터리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어. 그렇지?" (……증명은, 할 수 없어) 그것은, 그렇다. 우리들은, 그런 실례를 몇 번이고 알아 버렸다. 예를 들어, 해저에 또 다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있었다는 것도, 저 아서 왕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소녀였다는 것도, 제대로 된 역사가가 듣는다면 일축하고 끝날 것이다. 그래도, 마술 세계의 진실로서는 성립한다. "그러니까, 다른 신들을 물었던 방법만으로는, 오케아노스는 통달(統御)할 수 없어. 실제, 당신도 이 신의 이름을 바로 묻지 않았던 것은, 그런 위화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떠올렸다는 듯, 지즈가 덧붙인다. "일단 말해두자면. 일본의 사건만은 좋지 않았다. 우리 바보 제자가 붙잡힌 탓에, 그 출처가 상당히 새어나갔지. 경우에 따라서는 당신이 눈치챌 수도 있어, 라고 허둥댔다고." "아……" 떠올랐다. 확실히, 펨의 선연(카사) 이전에서, 두 번만 지즈가 모습을 드러냈던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싱가포르에서, 가면을 쓰고, 우리들을 에르고의 곁으로 유도했다. 한 번은 일본에서, 에르고와 뤄롱의 싸움 직후. 확실히, 그때의 뤄롱은 단순한 신이나 용과는 동떨어진 힘을 휘두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에 의해 봉인되었지만, 모든 것을 분자로 분해했던 와중진동(渦重振動) 등, 신이나 용의 권능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위화감도 품고 있었다. 그것이, 예를 들어 우주선의 기능이나 병기였다고 한다면? (……그런 거)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나도 엉망진창이다. 마술사가 관련된 사건은 언제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어처구니없음에도 정도가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0 낮게, 소리가 났다. 위장이 뒤집히는 듯한, 기묘한 소리였다. 있을 수 없는 일로, 바다 파도가 뒤집혔다. 뒤집어진 너머는, 몇천 년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던 듯한 바위 덩어리였다. 세계가, 변해 간다. 거칠었던 바다는, 일체의 생물을 찾아볼 수 없는, 우주 공간과도 같은 암흑으로 변모한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주위만 아직 바다인 채이지만, 그것도 서서히 암흑으로 대체되어 간다. "지즈의 고유결계의 단계가, 나아갔다." 스승님이, 신음하듯이 말한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을 역이용한 것으로, 고유결계・유성체는 더욱 진화해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1 "지즈의 고유결계의 단계가, 나아갔다." 스승님이, 신음하듯이 말한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을 역이용한 것으로, 고유결계・유성체는 더욱 진화해 버렸다. 제7마성의 골렘조차, 그 암흑에 붙잡혀, 움직임이 완만해지고 있다. 그 이유를 깨닫고, 반 펨이 한숨을 내쉰다. "……과연, 그런 고유결계인가. 정지? 아니, 정체인가." "다른 행성(별)에는 다른 특성(룰)이 있는 것은 당연하잖아? 내 새로운 행성(별)에서는, 그런 졸속은 허락하지 않아.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낭비 따위는 있을 수 없어. 뭐, 선연(카사)에서 이겼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겠지만." 지즈의 표정도 또한, 평소와 다른 긴장을 드리우고 있었다. 고유결계의 완성에 대해, 이 마술사는 섬세한 작업이라고 했었다. 스승님이 간파했던 것처럼, 겜블에서 이기는 것 자체가 신명 재판(오딜)으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테니, 이기지 못한 채로 술식을 완성시키려고 하는 행위는, 강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것과 같은 어려움을 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2 (──아, 신명 재판(오딜)이라는 건) 불현듯, 생각했다. 확실히, 이것은 신명 재판(오딜)이다. 에르고의 신을 밝히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들어낸다는 마술 의식・신명 재판(오딜). 알고 보니 아무런 속임수도 없는, 순리 대로의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가 듣지 않는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조차 실패로 끝나 버렸다. 반 펨에게는 제7마성 쿠폴라 이외에도 골렘이 있었을 테지만, 아마 마성으로서 현현시킬 수 있는 것은 한 개체가 한도일 것이다. 다른 마성으로 교체한다고 해도, 그러한 틈을 주면, 이번에야말로 지즈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새까만 절망에 의식이 붙잡힌 타이밍으로, 다시 빛의 검사들이 덤벼들었다. 간신히, 튕겨낸다. 하지만, 움직임이 활기를 잃고 있다는 것은 자신도 알았다. 빛의 검사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이제 5분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쪽에는 체력 문제가 있는 이상, 머지않아 밀어붙여질 것이 눈에 보인다. 시야가, 조금씩 검게 물들어 가는 것 같았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찌그러져 있다. 이런 상대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약한 소리를 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마음을 고무할 수가 없다. "슬슬, 가까워져 왔나." 라고, 지즈가 중얼거리고, 새롭게 손을 휘둘렀다. (──추가의, 분신?!) 하지만, 이쪽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신은, 머리 위를 지나갔다. 새로운 빛의 분신은, 갑판의 더욱 뒤쪽 부위로 내려갔다. "아, 이 녀석들!" "들켰군요!" 빛의 분신이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 씨! 루비아 씨!" 달려가려고 했던 두 사람이, 그 분신에 가로막힌 것이다. 즉, 반격이 봉쇄되었다는 것. 두 사람이 원호하려고 준비했던 것조차, 상대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혹시,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그런 사소한 희망마저 예상하고, 먼저 배제할 정도의 여유마저 있다. (……마치, 패가 달라) 아무리 스승님이 고전해도, 선연(카사)에서는 어느 정도의 평등성이 담보되어 있었다. 마술 회로에 의한 환전 같은 비기가 있더라도, 주어진 코인은 같았고, 역전의 기회도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즈가 갖춘 패에는, 이천과 수백 년의 두께가 있다. 반 펨의 제7마성에 대항하고, 우리들의 저항을 물리칠 정도의, 압도적인 자원(리소스)이 있다.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밀어붙일 정도의 저력이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3 게다가, "……찾았다." 라고, 지즈가 다시 속삭였던 것이다. (────읏) 숨이 막혔다. 그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다. 또 한 명, 이 배에는 있다. 자신을 돕기 위해, 미끼가 되어 주었던 상대. 에미야 시로가. "거기다……!" 고유결계・유성체의 분신이, 갑판의 뒤쪽으로 날아간다. 빛의 검사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그쪽을 올려다봤을 때,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주위──고유결계・유성체의 침식을 아직 받지 않은 해면에서, 차례차례 수수께끼의 물체가 사출되었던 것이다. 해면에서 차례차례 날아오른 것은, 금속제 물체였다. 가볍게 수십 개는 될 듯한, 하늘을 나는 원통형 비행체들. "──드론?!"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자신도 이 시점에서는 몰랐지만, 모나코 항구에서 시로 일행을 요격했던 것과 같은 타입의 드론들이었다. 그 드론이, 이번에는 지즈의 분신을 향해 송곳니를 드러낸 것이다. 총격이, 빛의 검사들의 발밑에 가해진다. 그것으로, 분신들의 움직임도 멈췄다. 거의 마력만으로 구축되어 있는 빛의 검사들이 주저했다는 것은, 어떤 신비에 의해 단련된 탄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드론들의 뒤에, 그들이 있었다. "……쥬스트." 자신을 쐈던, 떠돌이 연금술사였다. 헬멧을 쓰고, 사지 일부를 회전톱(체인소)으로 치환한 채였다. 그 등에는, 에미야 시로가 쓰러져 있었다. "으응~응?" 반대로, 지즈는 자신의 분신이 저지당한 것보다도, 다른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지, 저것?"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저격당했을 때는, 뭐 그런 일도 있다고 생각했어. 충분한 거리가 있었으니까." 기원탄에 의해, 지즈가 살해당했을 때의 일일 것이다. 실제로는 지즈 본래의 육체는 이미 죽어 있었고, 미완성의 고유결계의 술식이 정지한 것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그 유체가 드러났을 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저 방황해의 마술사가 그렇게 쉽게 틈을 보일까? "그때와 달리, 지금, 내 인식 범위는 고유결계의 성장에 따라,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전체까지 확대되어 있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해서 너를 간과할 수 있다는 거지?" 잠시 후, 무언가의 가설에 도달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너, 설마, 그런 건가?"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도, 몹시 혼란한 듯이 자신의 헬멧을 누르면서,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즈와, 엘멜로이 2세……마스터 에미야 키리츠구를……죽인 건……" (중략) "도대체, 어떻게…… 아니." 스승님의 중얼거림과 함께, 분신 하나가 움직였다. 빛의 검사 하나가, 드론의 맹공을 뚫고, 쥬스트에게 육박한 것이다. 회전톱(체인소)이 그에 응했다. 아틀라스 원의 미래 예측에 의해 지탱받는 회전톱(체인소)이 빛의 검사를 베고, 동시에 빛의 검도 쥬스트의 헬멧을 찢었다. 찢어진 부위에서 파괴의 마력이 침투했는지, 곧바로 헬멧에 금이 갔다. 거미줄처럼, 그것은 헬멧 전체의 절반 정도까지 퍼져서, 이윽고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쥬스트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노출된 부분에서, 회색 늑대와 같은 머리카락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쥬스트 자신의 얼굴의, 오른쪽 반면이 보였다. "에……?" 자신은, 숨을 삼킨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그 모습에는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그것은……. "이시리드……씨……?" 방금, 암시를 재설정한 모나코 지부장에게, 확실한 연결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이나 눈빛은── "아아, 그랬겠지. 그렇다면 나에게 들키지 않겠지. 내 경계 술식은, 내 혈족과 그 이외를 나누도록 설정해뒀으니까." 지즈의 목소리가, 희열의 색을 담고 있었다. "너는, 이시리드의 아들──내 자손인가!" 지즈의 말에, 이시리드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4 그때였다. 또 하나, 그쪽을 향해, 인영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이시리드였다. 어느샌가 의식을 되찾았던 것 같다. 스승님의 설에 따르면, 이시리드와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는, 지즈 살해의 공범이라는 것이었지만……. 과연 달리면서, 쥬스트를 향해 인상을 맺은 손을 들어올려, 외쳤다. "──Changer les fondements(설정 조정)! " 주문이었다. 그 말에 경직한 쥬스트에게, 이어서 이시리드가 말했다.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인 원수는,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다! 지즈를 죽여라!""뭐──!" 그 말에, 스승님이 돌아본다. "미스터 모건 파르스…… 당신은, 단순히, 저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살인을 의뢰한 것이 아니라, 암시의 마술을 걸었던……?!" 그래서, 스승님을 노린 건가? 하지만, 암시는 극히 초보적인 마술일 것이다. 아틀라스 원의 계보를 잇는 연금술사라면, 시계탑의 마술사에 비하면 내성은 낮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술자와 피술자 사이에 몹시 실력 차이가 있다거나, 몹시 장기간 꼼꼼히 계속 걸거나 하는, 상당한 특수 조건을 클리어하지 않는 한 통하지 않는다, 라고 시계탑 강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5 "선조회귀다(先祖返り)." 내뱉고, 떠돌이 연금술사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아들의──쥬스트의 마술 회로는, 현대의 마술에 적합하지 않았어. 너무 낡았거든." 예를 들어 사도가 된 반 펨의 마술 회로가, 인간의 마술 기반에 적응할 수 없게 된 것과 같은, 그런 사례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일은 공표하지 않고, 비밀리에 연금술사로 만들었다. 아틀라스 원의 흐름을 잇는 연금술이라면 마술 회로의 수와는 관계가 없다. 다행히, 모나코 지부는 다른 마술 협회를 받아들이는 장소라서 말이지.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어." (그래서……) 갑자기, 납득이 갔다. 어째서, 이시리드가 살해를 계획할 정도로 지즈를 증오했는지.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시당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증오심을 분출시키는 토대가 되었던 것은, 그의 아들의 존재가 아니었을까. 자손이 제대로 된 마술 회로를 가지고 있지 않다니, 오랜 역사를 이어온 마술사의 가문일수록, 치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건이다. 자신에게는 그런 가치관이 없지만, 시계탑에 그럭저럭 있는 결과로서, 그러한 가치관이 존재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그리고, 그 원인이 되었던 선조가, 눈앞에 나타나,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을 무시해 버린다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6 "하지만, 지금만은 감사하겠어! 잘, 이 타이밍에 왔어!" 이시리드가, 공중에 떠 있는 지즈를 향해, 손가락을 겨눈다. "자! 지즈를 죽여라! 너라면──" 마지막까지, 이시리드는 말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 어깨에 붉은 꽃이 피었던 것이다. "아아아아아!" 상처를 움켜쥐고, 마술사가 발버둥 친다. 드론 한 대의 총격이, 이시리드를 꿰뚫었던 것이다. "아버지는……틀렸어……" 쥬스트가 말한다. 고개를 숙인 채로, 그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암시가……풀렸나……?) 아무리 교묘하게 걸었던 암시라도, 극한 아래 상황에는 약하다. 무너져 내린 곳에, 암시를 재설정하거나 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시리드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겠지만, 수단을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던 것이겠지. 시선을 내린 채로, 쥬스트는 중얼거렸다. "이 고유결계를 보면 알 수 있어……이 방법은……최종적인 결론이다……좀 더 세계에 생명 그 자체가 적다면 경쟁은 일어나지 않아……다툼은 일어나지 않아……" (──그건) 쥬스트의 중얼거림에, 자신의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지즈가……옳아……" 라고, 떠돌이 연금술사는 단언했던 것이다. "거시적인 정의에서 본다면, 이 행성의 생명체야말로 잘못되어 있다. 너무 만연하고 있어. 너무 번성하고 있어. 처음부터, 생명의 모습을 어찌할 수 없이 잘못 이해해 버리고 있어. 그렇다면, 조금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다음으로 더욱 잘못하지 않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쪽이, 훨씬 정의에 부합하겠지. 모나코 일대를 날려버리든, 신을 먹은 자를 소비하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드는 거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에미야 키리츠구도, 이런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 틀림없어……" 이 떠돌이 연금술사가, 에미야 키리츠구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은 들었다. 암시가 풀려도, 그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던 건가. 가뜩이나 절망적인데, 여기에 와서, 떠돌이 연금술사의 암살자마저 적으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7 "응, 후, 후. 드디어 아군을 얻었군. 이거 든든하군. 어쨌든 한 번은 나를 죽였던 상대니까." 지즈의 웃음소리는, 정말로 기분 좋게 들렸다. "그럼, 장애물을 제거해 볼까." 마술사의 아름다운 손가락이 움직인다. 빛의 검사 하나가, 쥬스트의 옆을 빠져서, 에미야 시로에게 검을 휘둘러 떨어뜨린다. 너무나도 쉽게, 그 목이 잘려, 하늘을 맴돌았다. "──응?" 하늘을 맴돌았던 목이, 털썩 하고 떠돌이 연금술사의 발밑에 떨어진다. 빛의 검사의 목이. 잘라낸 회전톱(체인소)을, 옆으로 고정한 채로, 쥬스트는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당신은 내가 옳다고 말했어야 했을 텐데……" "…………" 몇 초 침묵하고 나서, 쥬스트는 입을 열었다. "말했지. 당신이 옳아. 잘못되어 있는 것은 이 녀석들이야……. 그런 건 계산할 필요도 없어." "그럼, 왜지? 이제 와서 암시가 되돌아온 것도 아니겠지?" 힐끗, 쥬스트가 쓰러진 젊은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에미야 시로. 모두가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암흑에 사로잡힌 제7마성은 물론이고, 자신도, 스승님도, 린도, 루비아도, 유성체의 분신들조차 정지해 있었다. 천천히, 쥬스트가 걸어온다. 이쪽 바로 옆에 섰다. "방황해의 지즈. 당신에게 확인하고 싶어.──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라고, 쥬스트가 말했다. 헉, 하고 그 대사에 얼굴을 들어 버렸다. 그것은, 스승님과 지즈가 아까 주고받았던 문답과 같았기 때문이다. 떠돌이 연금술사의 표정은, 어딘가 침통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자신의 학문이 어딘가에서 결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논문을 발표해야만 하는 철학자와도 같았다. "아니. 꽃은 생물을 끌어들이는것으로 서로 영토를 빼앗기 때문에." "온통 초록빛인 대지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아니. 그건 지금 말한 결과다. 서로 영토를 빼앗고, 간신히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애초에 생명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기분 나쁘잖아." "머나먼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잘못된 방향성의 가장 큰 것이다. 지금 있는 장소에서 만족하면 됐을 텐데, 보이는 한계를 어디까지나 정복하고, 모든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생명이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잔혹한 거야. 꽃도 풀도 짐승도 사람도, 모두 똑같이 쓰레기(糞ったれ)다." "……그러니까, 우리는 구원받을 수 없어. 인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체로 지성체는 구원받을 수 없어. 우리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 말은, 자신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 확실히, 치명적이다. 거기서 벗어나 버렸다면, 아무리 노력을 거듭하더라도, 정답에는 도달할 수 없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방향성 자체가, 어떻게 해도 정답과 겹쳐지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고 해도, 문제가 틀렸다면, 정답에 닿을 수 없다. "그렇지. 우리는 잘못돼 버렸어." 빛의 윤곽에 홀릴 정도의 미모가, 암흑을 향했다.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할 것은, 빛조차 닿지 않는 암흑이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떠 있는 바다조차, 지즈로부터 침식해 가는 고유결계에 의해, 깔아 뭉개져 간다.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할 것은, 움직이는 것조차 없는 허공이다." 지즈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든 열기를 빼앗긴 우주 공간. 만약, 그런 것을 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분명 세상에서 전쟁 따위는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지즈의 말에는, 절실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예를 들면, 그것은 기도와 비슷했다. 100년이나 닫혀진 교회에서, 단 한 사람, 주님의 침묵에 계속해서 분노하고 있는 신부와 같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8 "──살아 있기 때문에." 툭 하고 중얼거려 버린 것은, 자신이었다. 의외라는 듯이 지즈가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았던 쥬스트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쓴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안하네. 쏴서." (──에) 그것은, 이쪽을 향한 말이었을까? 확인할 수도 없는 채, 쥬스트는 다시 지즈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옳아. 완벽하다. 완성된 수식처럼." "오오." 지즈의 얼굴에 희열이 퍼진다. 그 고유결계의 성질에 사로잡혔는지, 이제 제7마성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무슨 저항을 하려고 해도, 이쪽을 둘러싸고 있는 빛의 검사들이 방해한다. 이미, 상황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모든 것이 결착난다. 끝나 버린다. "하지만." 라고, 쥬스트가 덧붙였다. "잘못되었기 때문에, 나는 구원받았어." "호오?" 한 걸음. 쥬스트가, 앞으로 나아간다. "당신의 올바름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루기만 하는, 탁상공론이야. 그러니까 올바르다. 그러니까 아름답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것을 구할 수 없어." 지즈는, 몹시 시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원받고 싶어진 건가, 내 자손은." "이야기의 뒷부분을, 듣고 싶어졌던 거야." 라고, 쥬스트는 대답했다. "성배전쟁에 대해서는 많이 조사했어. 단 한 사람 동경했던 에미야 키리츠구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 아들인 에미야 시로에 대해서도 전부 조사했어. 에미야 키리츠구를 타락시키고 죽였던 것이 그라고, 나는 결론지었었어. ──하지만, 그것은 사실일지라도, 진실과는 달랐을지도 몰라." 떠돌이 연금술사가, 똑바로 방황해의 마술사를 바라보고 있다. 역시, 닮은 두 사람이었다. 지즈의 미모와 같은 완벽함은 없어도, 그 모습은 틀림없이 원천이 같은 것이었다. "진실이라고?" "아까, 저 여자가 말했어. 살아 있기 때문에, 라고." 갑자기, 이쪽의 이야기를 꺼내서 자신은 눈을 깜빡여 버렸다. "소, 제는──그──" "──진실은, 살아있는 사람 수만큼 있으니까." 옆의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쥬스트는, 한숨과 함께 끄덕였다. "그런 것도, 나는 몰랐어. 에미야 시로가 저런 인간이라는 사실은, 싫을 정도로 모아 놨었는데도, 에미야시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했다. 정의(쥬스트)라고 자칭하고 있었는데,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의 정의의 아군이 어떤 것인지, 그런 것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어. 아무리 사실로서의 정의의 아군이,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 해도, 각각의 인간이 가진 진실은 다를 텐데." 뒤에서, 픽, 하고 기색이 움직였던 것 같았다. 물론, 지즈가 놓칠 리가 없었다. 곧바로 유성체의 분신이 움직였다. 빛의 검사가 이번에야말로 에미야 시로에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빙 돌아온 드론이 맞이한다. "쥬스트──!" 지즈의 말과 함께, 쥬스트는 외쳤다. "일어나라, 에미야 시로!" 그것은, 고무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질타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현실을 알고 줄곧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그래도 여전히, 그런 체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하는, 고함 소리였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당신은, 에미야 키리츠구와 약속했잖아!" 있을 수 없다. 피투성이 에미야 시로가, 일어나 있었다. 제대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이런, 힘을 가진 속삭임(주문)이었다. "──I am the bone of my sword(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9 에미야 시로는, 듣고 있었다. 고유결계・유성체를 확립하려는 방황해의 마술사와, 쥬스트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나코 일대를 날려버리든, 신을 먹은 자를 소비하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에미야 키리츠구도, 이런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 틀림없어……』그럴지도 모른다. 새로운 행성(별)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지나치게 거창한 마술은, 그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거기에 담긴 신념은 이해할 수 있다. 시작의 충동이 결코 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판단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부를 구하고 싶지만,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방황해의 마술사가 말하는 것처럼, 이 행성(별)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대답은, 과연, 그것은 옳겠지. 흠잡을 데가 없다. 어딘가의 신부의 말투 같아서, 짜증은 나지만, 이치도 근거도 있다. (…………) 몸은 완전히 마비된 채. 기분 나쁠 정도로 쏟아진 피와, 내장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찌릿, 하고 뱃속 밑바닥에 불이 켜진다. 불티(火花)보다는 나은 정도의, 작고 작은 불. 그 불이 있는 한, 이 의식을 놓을 수 없다. 온몸의 신경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파도, 그 아픔을 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 ──『생명이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잔혹하다.』 ──『꽃도 풀도 짐승도 사람도, 모두 똑같이 쓰레기다.』 언젠가, 누군가가 비웃었던 것 같다. 온 세상의 인간이 웃고 있는 듯한, 고소를 떠올린다. 인간이란 희생이 없이는 삶을 구가할 수 없는 짐승의 이름, 이라고. 그것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손이, 움직인다. 이미 기능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안구의 망막이, 천천히 상을 맺는다. 당연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화했을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연명에 사용되어야 할 에너지를 돌렸을 뿐. 그런 상태로 무리를 하면, 아무리 마술이라도 따라올 수 없다. 예전의 전투로 인한 후유증은 아직 남아 있고, 꽤 자주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니까, 뭐냐. 그런 분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명 이 몸은, 성배전쟁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어나라, 에미야 시로!"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목소리가 닿았다. 고막에서 달팽이 신경을 거쳐 뇌로 전해지고, 그 신호를 해석한 뇌에서 보낸 전격이, 약해져 있던 심장을 두드렸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당신은, 에미야 키리츠구와 약속했잖아!" 어색하게 움직인 손이, 상반신을 일으키게 한다. 미지근한 핏속에서 끌듯이 무릎을 꿇고, 살을 으스러뜨리는 듯 몸을 일으킨다. 그야, 그렇겠지. 키리츠구(할아버지)와 약속했다고, 말했으니까. 정의(쥬스트)라는 이름을 등에 짊어져 버린 녀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주문을, 중얼거린다. 자신을 변혁시키기 위한, 단순한 암시. 처음부터, 에미야 시로의 안쪽에 준비되어 있었던 말. "──I am the bone of my sword(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마술 회로에, 열이 들어갔다. 줄곧 사용하지 않았던 화로에 불이 붙은 것처럼, 그것은 순식간에 심장에서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Steel is my body, and fire is my blood(피는 철이며 마음은 유리)." 신경과 융합된 그의 특수한 마술 회로는, 그의 내면 전부를 다시 칠해 간다. 원래라면, 에미야 시로의 마력으로는 쓸 수 없는 마술이다. 그것을 보충하고 있는 것은, 토오사카 린에게서 받은 보석이었다. 그녀와 시로의 피를 각각 주입하여, 꼬박 1년 동안, 끊임없이 마력을 불어넣은 보석. 품에서 꺼낸 보석은, 순식간에 금이 가고, 먼지가 되어 버린다. "에미야 군──!"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토오사카. 드물게, 그렇게 사람을 부르고. 보석에 관한 일이라면, 나중에 사과할 테니까. 루비아 씨 쪽의 아르바이트비로 몇 달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꼭 갚을 테니까 기다려 줘. "I have created over a thousand blades(수많은 전장을 넘어서도 불패).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0 "I have created over a thousand blades(수많은 전장을 넘어 불패)." 이상한 주문이었다. 자신에게 작용하는 자기 암시의 영창은, 성질상의 필연으로 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에미야 시로가 속삭이는 그것은, 어딘가 멀리 여행을 떠나 버린 누군가에게 바치는 듯했다. 그것과 동시에, 지즈의 분신이 일제히, 에미야 시로를 향해 달려왔다. "그레이!" "네!" 스승님의 말에 따라서, 자신이 끼어든다. 그에 맞춰서, 쥬스트가 조종하는 드론도 움직였다.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특유의 연산 능력을 이용한 것이겠지. 그 진형이 이쪽과 연동하는 것으로, 효율적으로 빛의 검사들의 루트를 봉쇄해 간다. 저쪽에서는, 린과 루비아도 그것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1 플랫의 말과 함께, 또 주문이 들렸다. "I have no regrets. This is the only path(그렇다면, 내 생애에 의미는 필요치 않으니),." 에미야 시로의 영창이 끝을 향해, 나아간다. 이론상, 10절을 넘는 주문은, 그 이상 마술의 심도를 높일 수 없어야 한다. 즉, 지금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심도가 아니라 정도(精度). 에미야 시로라는 마술의 윤곽을, 한계까지 단련하고, 연마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검을 단련하듯이. 예를 들어, 검을 연마하듯이. (가라──) 문득, 바라고 있었다. 후회 없이, 단 하나의 그 길을 가라고. "가라──!" 그리고, 에미야 시로의 주문이 완성된다. "My whole life was(이 몸은)" "“unlimited blade works(무한의 검으로 이루어져 있다)” " 불꽃이 달린다. 불타오르는 불은 벽이 되어 경계를 만들고, 세계를 일변시킨다. 세계가, 뒤집힌다. 피부가 벗겨지는 것처럼, 정착하려던 지즈라는 고유결계의 암흑을, 에미야 시로의 마술이 찢어 간다. 붙잡혀 있던 에르고가, 해방된다. 하늘이, 바다가, 암흑이, 모든 것이 에미야 시로를 중심으로 다시 그려진다. 대신 나타나는 것은, 술자의 내면. 지성의 내면. 사상의 내면. 심상풍경의 구현. 최대의 금주라고 불렸던 그 증명에, 질서여, 섭리여, 그대 또한 무릎 꿇어라. "……아아." 저주에서 해방되면서, 에르고는 한숨을 쉬었다. 황량한 세계. 생물이 없는, 검만이 잠든 묘지. 지즈의 암흑과 어딘가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세계. 무수한 검이, 그 황야에 꽂혀 있다. 마검이라고 불리는 검이 있었다. 성검으로 이름 높은 검이 있었다. 혹은 요도, 혹은 신검, 패검, 왕검 등으로 불리는, 엄청나게 많은 검들이, 그 황야에는 존재했다. (분명, 무엇이든 있을 거야……) 라고, 새로운 세계에 추락하면서, 에르고는 생각한다. 수많은 성배전쟁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자로서,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에미야 시로란 그런 이능자였다. 직시한 것만으로 검을 복제하는 이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검 따위는 없다. 에미야 시로가 보여주었던 희귀한 투영은, 모두 이 세계에서 유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생애를 검으로서 살았던 자가 손에 넣은, 단 하나의 확실한 대답── 그리하여, 그 세계의 이름을 이렇게 부른다. 고유결계・무한의 검제(언리미티드 블레이드 워크스). "맡겨두라고, 할아버지(爺さん)." 라고, 붉은 머리의 마술사는 중얼거렸다. 이미 닿을 수 없는 이상향. 달 아래, 고향의 툇마루에서 주고받았던 말을, 다시 한번만 확인하듯이. "할아버지의 꿈은──내가, 분명히 실현시켜 줄 테니까." 검의 나라의 중심에서, 에미야 시로는 그 맹세를 허공에 새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2 그리고, 또 한 명. "지금의 것은, 좋은 외침이었군. 떠돌이 연금술사." 딸깍. 딸깍. 규칙적인 금속음이 울렸다. 금속 케이스의 뚜껑을 닫고, 열고를 반복하는 소리. 새롭게 갑판에 나타난 것은, 군복을 두른 여걸이었다. "……알레트 에스칼도스." 스승님의 중얼거림에는 반응하지 않고, 알레트는 시선을 올렸다. "당신의 바람대로라고 말했고, 계약은 했다." 빛을 두른 지즈를 향해, 말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야기가 달라. 에스칼도스가 관리해야 할 토지를, 당신은 처음부터 상처 입힐 생각이었던 건가." "응, 후. 이것은 미안하군." 지즈가 웃는다. 유성체를 안정시키기 위해, 모나코 일대를 괴멸시킬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확실히 그녀가 지키려고 했던 땅은, 어떻게 해도 구할 수 없다. (……그것은, 아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기분이 들었다. 이시리드의 이야기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아마, 고유결계로서 자신의 심상풍경을 다시 만들려고 했던 단계에서, 그러한 형태로부터, 지즈는 벗어나 버렸을 것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위해 마음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너무나도 비뚤어져 있고,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모습인 것은 아닐까. "Unaware of loss(단 한 번의 패배도 모른 채),. Nor aware of gain(단 한 번의 승리도 없이)." 에미야 시로의 영창 속에서, 알레트와 지즈는 마주했다. "하지만, 어쩌려는거지? 나와 계약한 마술은 당연히 나를 상처 입히는 데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그런 것은 필요 없어." 알레트의 시선이, 지즈와 마찬가지로, 공중에 떠 있는 에르고로 향한다. "그 녀석을 한 번 보면 알 수 있지. 역시, 멋대로 마술 각인의 라스트 파츠를 가지고 나갔군." "────?" 지금의 대사의 의도를, 지즈도 이해할 수 없었는지, 망설이는 기색이 있었다. 개의치 않는 듯, 알레트가 계속한다. "알고 있었어. 마술 각인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관하더라도, 너라면 시큐리티를 깨는 것 따위는 숨 쉬는 것과 같을 정도로 쉬웠겠지. 나의 배우자도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너에게 걸리면 10초 정도 버티면 다행이지. 어차피 미스트 녀석은, 나나 배우자보다 네 편이겠지." 알레트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싫어하고 있다는 감정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빨리 일어나." 쾅, 하고 가죽 구두 바닥으로 갑판을 찼다. 부모의 원수라도 차 버릴 듯한 기세로, 증오스럽게. 그 발길질에는, 특별한 파장의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일어나서 일해.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드는 건, 네가 가장 자신 있는 거잖아, 바보야." "──에? 정말로?" 대답이, 있었다. 에르고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에르고의 성대를 사용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누군가. 쾌활한 목소리가, 말한다. "오늘은 마음껏 일해도 괜찮아?! 한그릇 더 도 괜찮아?!" "알레트 에스칼도스의 이름으로 허락하마. 마음껏, 좋아하는 만큼 날뛰어 봐라, 괴물." 마치, 그 대사야말로 황금 열쇠였던 것처럼. 에르고 바로 근처에, 균열이 생겼다. 그곳에서 굴러 나온 것은, 10대 후반의, 청년의 실루엣. "와하ー!" 태평한 목소리와 함께 균열에서 튀어나온 것은, 플랫 에스칼도스였다. "Withstood pain to create weapons(장인은 여기에 홀로),. “waiting for one's arrival(검의 언덕에서 철을 두드린다)." (──에?) 고개를 들었던 자신은, 금발의 청년이 떨어져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청년이 빙긋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니, 낙하에 급제동이 걸린다. 선명하기 짝이 없는, 풍風의 마술. 본인의 운동신경은 거의 0이라고 하는데도, 마술이 얽힌 순간, 어쩌면 그렇게 기분 좋게 공중을 춤출 수 있는 걸까. 피에로가 유리 계단을 내려오듯 경쾌하게 몇 번이고 스텝을 밟으며,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갑판으로 착지한다. "다녀왔습니다 교수님, 그레이 쨩! 엘멜로이 교실 최고참, 플랫 에스칼도스! 여기 귀환했습니다아!" 말하면서, 빙글하고 그 몸이 회전한다. 핑거 스냅과 동시에 날아가는, 장난스러운 음표 모양의 마탄. 하지만, 이쪽 어깨 너머에서, 그 마탄에 닿았던 유성체의 분신이, 순식간에 소멸했다. "지금 건──!" "에헴! 계속 먹혀 있었기 때문에, 술식 구성은 외워 버렸죠!" 이어서, 공중에 내던져진 멜빈과 스젠의 몸을, 부유 주문으로 받는다. 이쪽은, 둘 다 의식을 잃고 있는 듯했다. "이야, 멜빈 씨와 스젠 씨랑 함께, 지즈 씨의 유체를 조사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고유결계에 삼켜져 버렸지 뭐예요! 위장 생활이라는 건, 왠지 코가 늘어나는 인형 같네요! 물론 저는 거짓말 따위는 안 하는 정직한 사람이지만, 아, 하지만 이건 게임에 따라 다르겠죠!" "플랫. 너는, 정말로……" 스승님이, 말을 잃는다. 가벼운 헛기침은, 필사적으로 질투를 숨기려고 할 때 하는 것이다. 죽을 만큼 부러운 것을, 위장이 뒤집힐 정도로 질투하고 있는 것을, 이 사람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평생 닿을 수 없는 장소 따위라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저절로 본심이 새어 나온다. 그래도 학생 앞에서는,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전혀 감추지 못한다고 해도, 그 행동이야말로, 이 사람을 교사로 만든다. 그런 점이 바보 같고, 사랑스러워서……본인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겠지만, 조금만, 귀엽다고 생각한다. "에, 어머니는──" "이쪽을 보지 마. 토할 것 같으니까. 이쪽은 마음대로 할 테니, 너도 마음대로 해." "예스 메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3 가장 먼저, 옆의 비틀어진 검을, 시로는 손에 들었다. 적원렵견(흐룬팅)라고 불리는 마검이었다. 노린 것을 결코 놓치지 않는, 추적의 신비가 담겨있는 그 검을 손에 들고, 시로는 유성체의 분신들을 1초 동안 바라보고──검을 땅에 내리쳐, 부숴뜨린 것이다. 물론, 마검이 이렇게 쉽게 부서질 리는 없다. 이것은 『부서진 환상(브로큰 판타즘)』이라는 현상의 아종. 원래라면, 엄청난 파멸이 대지를 뒤덮을 곳을, 이 국면에서는 적원렵견(흐룬팅)에 숨겨진 기능과 모습만이, 꽂힌 수많은 검에 부여・전파되어 갔다. 그러자 왕의 지령을 받은 것처럼, 검의 무리는 스스로 떠올랐던 것이다. 각각 아름다운 궤적을 남기고, 유성체의 분신들을 향해 돌진한다. 검과 빛의 인간형은, 수십, 수백 번이나 격돌했다. 격돌할 때마다,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진실로 전쟁이었다. 그리고, 신화였다. 새로운 행성(별)의 분신에 필적하는 마검, 이름난 성검을 능가하는 빛의 분신, 대체 어느 쪽을 칭찬해야 할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4 "에르고……" 고유결계에 따른 재배치 현상으로, 시로의 위치는 우리들과 바뀌어 있다. 시로와 지즈가 최전선. 우리들은 그 후방에서, 방금 해방된,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에르고──!" 다시 한번, 청년을 깨운다. 천천히, 청년이 눈꺼풀을 열었다. "누나……" "다행이다, 에르고……" 눈물이 글썽해진 자신에게 미소 짓고, 에르고는 곧 스승님에게 시선을 향했다. "선생님…… 앞으로, 한 수, 입니다." 라고, 도전하듯이, 스승님을 불렀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시로 씨는, 이길 수 없습니다." "……아아." 스승님의 긍정에, 자신은 맹렬하게 돌아보았다. "지즈의 고유결계에 대해, 또 다른 고유결계를 부딪히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명답으로 보이지만, 강도가 부족하다. 현재, 고유결계끼리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순히 에르고와 분리되어, 지즈의 고유결계・유성체가 퇴조했기 때문이다. 이런 균형이 유지되는 것은, 극히 짧은 시간일 뿐이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5 "그러니까." 라고, 에르고가 말했다. 애절할 정도의, 미칠 듯할 정도의, 필사적인 모습으로, 바랐다. "저에게, 다시 한번 물어 주세요." "…………" 그 말에, 스승님이 숨을 멈췄다. 그리고, 청년은 또 다른 클래스메이트를 불렀다. "플랫, 도와줄래?" "물론!" 플랫이, 이마에 손을 올리고, 경례한다. "알았다. 하자. 그레이, 방어를 부탁한다." 스승님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끄덕였다. "──달을 떠올려라, 에르고." 그 소리와 함께, 그가 눈을 감는다. 다행히, 지즈의 주의는, 지금 이쪽에서 벗어나 있는 듯했다.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겠지. 더 이상 고유결계의 출력이 떨어지면, 다시 반 펨의 제7마성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검과 분신과 드론들이 격돌하는 전장도, 겉보기에는 정체된 듯이 보일 전장도, 모두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도, 라고 자신은 생각한다. 스승님과 에르고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지, 뒤쪽의 린과 루비아가 적을 끌어들이려고 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주위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어떠한 방해도 하지 않도록, 검이 꽂힌 황야에, 신경을 팽팽하게 당긴다. "그럼 간다, 에르고 군!" 플랫이, 에르고의 몸에 깃든 마술 각인으로부터, 동조를 위한 마력을 침투시킨다. 그 감각에 몸을 떨면서,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플랫." "응, 왜?" "유산 동맹(렘넌트 오더)은, 좋은 이름이었어." "완벽하죠! 분명 셰로 군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요! 아, 쥬스트 군도 동료로 넣어줘도 괜찮을지도?" 그랬었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 이시리드가 이어받은 유산. 쥬스트가 이어받은 유산. 플랫이 이어받은 유산. 에미야 시로가 이어받은 유산. 그리고…… "……내가 이어받은 유산." "지금부터, 나는, 왕을 묻는다." 옆에서, 스승님이 불을 붙였다. "그 남자가 태어난 것은──기원전 323년, 바빌론에서의 일이다." 바빌론. 저 정복왕이 죽었던 땅. "정복왕 이스칸달의 급사로 인해, 대제국은 분열 직전이었지만, 필두 서기관 에우메네스와 천인대장 페르디카스의 노력으로, 왕비가 임신하고 있는 아이에게 맡기게 되었다. 즉, 뱃속의 아이가 남자라면, 대제국 전부를 넘겨주려고,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매끄러운 강의는, 훨씬 전부터 준비했던 것 같았다. 아니, 실제, 그랬을 것이다. 저 왕에 얽힌 논문이나 역사서를, 스승님은 샅샅이 읽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이야기 정도라면, 언제든지 외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태어난 것은 남자였다. 이 한순간만은 모든 우려가 사라지고, 신들이 다시 대제국에 미소 짓는 것처럼 생각되었겠지. 하지만, 안녕의 시간은 짧았다. 섭정이 된 페르디카스는 암살당하고, 이번에야말로 제국은 분열하여, 긴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으로 돌입해 버렸기 때문이다."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우끼리 피로 피를 씻는, 싸움의 나날. "왕의 적자는, 이 전란 초반에 있어 확실히 왕권의 상징이었다. 그를 보호하는 자야말로 정통 제국의 섭정이라고, 여러 장군이 자처했지만, 때로는 병사하고, 때로는 전쟁에서 패배하여, 안정되지 못했다. 사실상, 거의 마지막 섭정이 된 것은, 그의 할머니──정복왕 이스칸달의 어머니인 올림피아스다." "할머니……" 멍하니, 에르고가 말한다. 끄덕이고, 스승님이 이어간다. "저 여걸은 과감하게 침략을 하고, 제국 중추인 마케도니아를 되찾았지만, 맹진격도 거기서 끝났다. 농성 끝에, 결국에는 패배하고, 왕의 적자는 이미 과거만큼 왕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유폐된다. 이것이 기원전 316년의 일. 그는 아직 7세. 즉, 의식이 생긴 시간의 대부분은, 유폐 시대였던 것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것을 스승님이나 주변 사람은 말했었다. 하지만, 그의 시점에서 말해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스승님이, 묻는다.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왕이라고 불리면서, 의식이 생기고부터, 줄곧 유폐되어 있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것은." 에르고의 눈썹이, 괴로운 듯이 찌푸려졌다. 분명, 에르고는 보고 있다. 지금, 스승님이 유도하고 있는 광경을, 그는 보고 있다. "플랫, 괜찮겠나?" "맡겨 주세요, 교수님!" 곧바로 마술식이 조립되어, 에르고의 마술 회로로 침입한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사전에 들었다. 마술 해킹과 같은 요령이다. 불과 반나절 전, 플랫이 에르고에게 하려 했던, 신을 먹는 자의 술식 분석. 저번에는 부주의하게 술식 그 자체에 도전하려다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스승님이 지켜보며, 범위를 신중하게 제한하면서, 하고 있었다. 최면 암시와, 같은 방식이었다. 마술 그 자체는 보조이고, 에르고 내면에 새겨진 잔재를 부풀리는 방법. 기억이란, 반드시 뇌에만 새겨지는 것은 아니다. 이식된 내장에 기억이 깃든다는 도시 전설이 있지만, 지금 스승님과 플랫이 하고 있는 작업은 그것과 비슷했다. 즉, 마술 회로에 새겨진 기억의 파편을, 추출하려고 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6 "……돌벽이, 보입니다." 라고, 에르고는 중얼거렸다. "돌벽에, 상처가 보입니다. 매일 일어날 때마다 긁었던 상처. 수백은커녕, 수천이나 되어 버린 상처." "아마 2000개 정도 되겠지. 왕의 적자가 유폐되어 있었던 것은 6년에서 7년. 충분히 성장했을 터인 적자를 왕으로 앉혀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자, 드디어 그는, 어머니와 함께 독살당하게 되었다." "…………" 지즈의 말을, 떠올렸다. 이 행성의 생명은, 처음부터 방향성을 잘못 알고 있다고. 아름다운 것을 동경하기에, 이렇게나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거라고.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누구나 갈망하고, 누구나 열광했던, 위대한 정복왕. 그 아들에 대해서,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는데. "한 번, 일리아스를 읽었다. 아버지도 좋아했다고 들어서, 너무나 기뻤어." 청년이 웃는다. 지금보다, 훨씬 어린 미소였다. 아마, 7세 또는 8세. 유폐되어 버린 직후의 나이. "하지만, 한번에 전부 암기하니까, 모두가 무서워하며 빼앗겼어. 이후로는 책은커녕, 어떠한 문자에서도 멀어지게 되었지."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도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본인의 입에서 들리는 그것은, 마치 다른 질감을 띠고 있었다. "……아아, 그래. 드디어, 하나, 과거의 기분을 떠올렸어." 라고, 에르고는 독백한다. 청년의 표정은, 몹시 맑았다. "그때도, 나는 고민하고 있었어. 정말로, 내가 저 사람의 아들인지. 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었던, 위대한 정복왕의 아들이라는 것은, 정말인 건지." 기억 포화 이전부터, 줄곧 그는 빼앗겨 왔었다. 아버지는 없었다. 제국은 빼앗겼다. 할머니도 빼앗겼다. 마침내는 왕의 아들이라는 것마저 빼앗기고, 서적조차 빼앗겼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머니와 함께, 목숨을 빼앗겼다. (……그런 건) 신을 먹은 자의 기억 포화로부터, 처음 되찾은 본래의 기억이, 그런 것이었나. "줄곧 의심하고 있었어.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이라는 것을. 저 파라오를 이은, 새로운 파라오라는 것을. 다리오스 3세로부터 정복왕 이스칸달이 이은, 페르시아 제국의 왕중왕(샤한샤)이라는 것을."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니다. 세계사에서도 특필할 만한 대영웅인 정복왕 이스칸달이라면, 자신의 힘으로 하나하나 손에 넣은 왕관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랬다. 그렇지 않은 그를, 세계는 허락하지 않았다. 군주(로드)가 아닌 스승님을, 이제 시계탑이 허락하지 않는 것과, 어딘가 비슷한 것은 아닐까. "줄곧……무서웠고, 슬펐어." 라고, 그는 이어서 말한다. "내가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 죽이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아……) 어린 소년의 가슴을 막았던 기분은, 그런 것이었나. 사람은, 이유를 찾는 것이다. 우주의 인과의 모든 일에선, 모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4세가 자신의 중심으로 삼아 버렸던 이유는, 자책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싸울 때마다, 그 죽음만을 저는 전해 들었습니다." 에르고가, 말한다. "나는 마케도니아의 왕이니까, 파라오니까, 왕중왕(샤한샤)이니까, 그들의 죽음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돼.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책임만은 지지 않으면 안 돼. 분명, 누군가의 위에 선다는 것은 그런 거니까." 총명한 아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총명함은, 결코 본인을 구원하지 못했다. 그를 중심으로, 무수한 인간이 싸우고 있었다. 아버지와 생사를 함께했을 전우들이 서로 증오하며, 친어머니와 할머니조차 거기에 가담하여, 살육했다. 뒷골목의 음모로, 피비린내 나는 전술로, 수만 명의 죽음이 계속되었다. 그런 가운데, 그가 규탄한 것은, 자기 자신의 자질이었던 건가. "좀 더 현명했으면 좋았을까? 좀 더 용감했으면 좋았을까? 좀 더 강하거나, 좀 더 말을 잘했으면, 인정해 줬을까? 아니면, 좀 더 거만하거나, 좀 더 비겁했더라면 좋았을까? 어느 하나라도 할 수 있었다면,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목표로, 아버지처럼 다시 한번 모두를 규합할 수 있었을까?" 줄곧, 고민하고 있었나. 갇혀버린 돌 감옥 속에서, 소년은 그저 자신의 무능함을 후회하고 있었던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7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달을, 떠올려라. 에르고." 한 박자 두고, 이어서 말한다. "거울 같은 달이다. 거기에는 자네가 비치고 있어. 고대에 독살당하기 직전의, 14살이었을 때의 자네다." "네." 자신도, 달을 상상했다. 거기에는, 좀 더 어렸을 때의 에르고가 비치고 있다. 갑자기, 공기가 무게를 늘린 것처럼 느껴졌다. 에미야 시로가 조종하는 검과, 유성체들의 격돌은 변함없이, 스승님과 에르고와 플랫 세 사람의 주위만, 장엄한 성당으로 변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정당하다." 라고, 스승님은 말했다. 마술 의식의, 지도자처럼. "지금 자네의 고민은, 모두 정당하다." 왠지, 스승님도 몹시 괴로워 보였다. 에르고의 괴로움을, 스승님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을 부정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없다. 유능했다면, 혹은 비열했으면 잘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어.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돼." 하나씩, 풀어내듯이 말한다. "받아들일 수 있나." 라고, 질문했다. "자네가 아무런 실패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네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고 해도, 여전히 죽은 자를 자네 책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나." "…………" 곧바로, 에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있나, 왕이여." 다시, 스승님이 말한다. "자네의 친족의 죽음을, 자네 자신의 죽음을, 자네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나." (……그런 건)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겨우 14세──아니, 왕족으로서 지내던 시절이라면 겨우 7살이었던 아이가, 그런 것을 받아들여도 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스승님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어째서, 그런 것은 쳐내라고, 말해주지 않는 건가. "……받아 들이겠습니다." 조용히, 에르고가 끄덕인다. 스승님도 또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라고, 이어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의 고민은 정당하다. 고민이 정당하기에, 자네는 왕으로서도 정당하다." 양복에서, 스승님이 세련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온 힘을 다해, 폐에 공기를 들이마시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복왕 이스칸달, 최후이자 최신의 신하가, 여기에서 승인한다!" 상자 속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것은──) 알고 있다. 제4차 성배전쟁에서 사용되어, 스승님이 세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홍색 천. 정복왕 이스칸달의 성유물. "그대는 왕이시다. 아르게아스 왕가의 28대 왕 바실레우스이시다. 이집트 제32왕조의 3대 신왕 파라오이시다. 그리고. 저 페르시아 제국의 왕중왕(샤한샤)이시다!" 성유물을 내걸고, 스승님은 강하게 단언했다. "그리고, 자네의 이름은──" 그러니까, 역시, 그의 이름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에르고는 맹세했다. 줄곧 감고 있었던 눈꺼풀을, 뜬다. "──나는,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우웅, 하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중심으로, 마력의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던 것이다. 젊은이의 내면에서 잠들어 있던 세 기둥의 신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동시에, 젊은이의 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와, 떠올랐다. 가면이었다. "일본에서 말했었지. 가면이란, 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을 위해 있다고." 스승님이 중얼거린다. "거기에 에미야 시로가 손을 댄다, 는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자네의 변모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다가섰을 거라고." 가면의 형태는, 저절로 변형되었다. 하얗게 투명한 재질은 그대로, 길고 가는 관의 형태로. "이것은……" "유럽의 왕관은, 로마 제국 콘스탄티누스 1세에서 비롯되었지. 그리고, 그 원류는 페르시아의 천관(다이아뎀)이며, 한 설에 따르면 정복왕 이스칸달 사후, 천인대장 페르디카스가 그 천관을 가지고 돌아와, 자신이 후견하던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계승시켰다고 한다." 스승님이, 하얀 관을 손에 들었다. 상냥하고, 공손하게, 에르고의 머리에 씌었던 것이다. 그러자, 관에 맞춰서, 에르고가 입고 있던 옷까지 변화하여, 젊은이의 등에는 맹렬하면서도 우아한 진홍색 망토가 휘날렸던 것이다. "선생님, 이건──" 콜록, 하고 스승님이 조금 부끄러운 듯 헛기침했다. "망토는 내가 주는 덤이다. 약간의 허세로, 전용 예장을 준비하고 있었지." 성유물의 작은 상자를 소중히 넣으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그 속 내용물의 성유물과 망토가 같은 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에르고는 깨달았을까.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 "잘 어울려.──네게, 어울린다." "……정말로, 어울리나요?" "당연하고말고." 스승님이 단언한다. "알겠나. 누가 딴지를 걸더라도, 내가 전부 받아쳐주지. 네야말로 그 녀석의 아들에게 어울린다고. 만약, 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녀석이 있다면, 설령 그게 그 녀석 자신이라고 해도, 이 내가 날려 버려주겠어!" 쥐었던 주먹은 약하고, 저기 있는 학생이라도 쓰러뜨릴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지금 살아있는 중에서, 이 사람보다 적임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에르고도 눈물을 닦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8 "자, 다녀와라." "네!" 몸을 돌린다.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에르고가 검의 황야를, 똑바로 지즈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쳤다아……" 플랫이, 털썩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신경을 깎아내리는 작업이었겠지. 자신은 그것을 보면서, 물었다. "스승님. 저건……" "원래, 에르고가 세 위의 신을 먹는 인간으로 선택된 것은, 위대한 정복왕의 직계로 태어났으면서 두드러진 개성을 갖지 못한, 공백이기 때문이었지." 그 이야기는, 이전에도 들었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하지만, 그 신을 통달(統御)한다고 한다면, 필요한 것은 반대이다." "공백의, 반대……?" "기억과 인격. 신과 대치할 때에, 언제나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강한 의지겠지." 이치는, 알겠다. 마술을 행사하는 것도, 결국은 본인의 인격이 전제이다. 강한 의지가 있는 곳에야말로, 신비는 태어난다. 그리고 의지를 낳는 것은, 기억과 인격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연히, 기억 포화는 더욱 진행된다. 이미 가득 차 있는 컵에, 더욱 물을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에르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기억 포화가 해결될 때까지, 이런 기억 유도는 하지 않았어…… 지금, 이 순간까지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시선을 들어올린다. 벌써, 진홍색 망토가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러니까, 부탁한다. 녀석을 원호해 줘." "네!" 뛰쳐나간다. 스승님이 바라보고 있는, 에르고의 등을 쫓아, 달렸다. (중략) 달리면서, 에르고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몹시, 시원한 기분이었다. 돌아온 기억은 극히 일부.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자신의 핵심이 될 기억이었다.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인격의, 초석이 되는 것이었다. 대가(代價)는, 있다. 관을 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그 해적섬에서 겨우 한 달 정도의 모험의 기억으로, 에르고의 내면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14세까지의 기억을 일부라도 부활시키면, 그냥은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아버지) 이 순간만 힘을 빌려주세요.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목표로 했던 그 등을, 보여주세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9 유성체의 분신이, 돌격해 온다. 현재, 향해진 수를 모두 소비한 것이겠지. 총 30여 체나 되는 빛의 검사들이었다. 충돌을 각오하고, 에르고가 내면의 마력을 다지려 했을 때, 강풍이 울렸다. 드론들의 총격과 함께, 공중에서 잇달아 검의 무리가 낙하해 온 것이다. 추락에는, 폭발이 따랐다. 유성체의 분신들이 곧바로 부서지고, 에르고 앞에 일직선인 길을 만들어 낸다. "쥬스트 씨. 시로 씨──!" 떠돌이 연금술사와 함께, 고유결계를 만들어 낸 마술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라고,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대답 대신, 발에 힘을 주었다. 폭발에서 살아남은 유성체의 분신이, 여전히 저지하려 한다. 에르고의 진홍색 망토가 펄럭이며, 그 옆에서 여섯 개의 환수를 만들어 냈다. 자기 자신의 팔도 사용하여, 뒤에서 날아온 일곱 개의 검을, 모두 받아낸다. 마치, 아수라와 같이. 이어지는 동작은, 반쯤 무의식적이었다. 본보기가 될 데이터는,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얻은 것이다. 시로가 날려준 검 중에는, 마치 처음부터 준비한것처럼, 키프로스의 검이 존재했다. 마케도니아를 넘어 세계를 정복했던 저 왕의 검이었다. 그렇다면 충분하다. 모자란 부분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디딘 발에서, 전격이 달린다. 순식간에, 그것은 청년의 전신을 감쌌다. 파지직하고 터지는 지상의 번개에, 에르고는 겨우 납득했다. (……아아, 이것은) 신의 권능이 아니다. 본래의, 알렉산드로스 4세의 능력과 다르지 않다.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그 자신의 이능이야말로, 엘멜로이 2세는 이끌어 냈던 것이다. 번개를 조종하며, 이쪽을 방해하려 하는 분신들에게 시선을 고정하자,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진명이 새어 나온다.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 대기가, 타 버렸다. 격렬한 불탄 흔적만이, 황야에 남았다. 전자기력, 즉 로렌츠 력에 의한 본인의 사출. 현대 과학에서는 레일건이라고 불리는 이치와, 키프로스의 검을 요체로 하는 일곱 개의 칼날의 참격의 유린 주법으로, 청년은 유성체의 분신들을 문자 그대로 짓이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0 린과 루비아는, 에르고가 달리는 것을 보았다. 펄럭이는 진홍색 망토에, 에미야 시로가 만들어낸 검의 무리가 따르고 있는 것을 보고, 두 번 정도 그녀들은 눈을 깜빡였다.  "뭐야, 저 녀석." 라고, 린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마치, 유성을 끌고 다니는 것 같잖아." 믿을 수 없다. 에르고의 뒤를 달리면서, 자신은 경탄하고 있었다. 길을 막는 유성체의 분신은, 한 개체 한 개체가 무서운 사역마였다. 하지만, 지금의 에르고는 신의 권능이 아니라, 본인의 이능에 의해 그것을 능가하고 있었다. 확실히 정복왕 이스칸달에게는, 주신 제우스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전설이 있었고, 제4차 성배전쟁에서도 그러한 특성을 발휘한 것 같다고, 어렴풋이 듣기도 했다. 그러한 이능이,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유전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위력이다. 아마, 신을 먹는 것으로 원래의 능력이 증폭되었겠지만, 설마 여기까지의 능력을 보여줄 줄은. 어쩌면, 이능성에서는, 에르고의 재능은 아버지를 넘어섰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대체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 (──30초는, 안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의 에르고는, 사라지기 전의 양초와 같은 것이다. 저 정도의 마력을 흘려보내는 상태에서는, 비록 마력 그 자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릇인 몸이 버티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1 이미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 (롱고미니아드)〉는 사용해 버렸다. 그만한 간격을 두지 않으면, 해방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생각했던 때였다. 검의 황야의 앞에, 어떤 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몹시 아름다운, 황금으로 빛나는 검이었다. 순간, 자신은 가속하고 있었다. "빌리겠습니다!" 검에 손을 댔을 때, 에미야 시로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표정도 단 1초뿐이고, 몹시 다정하게 그는 미소지었다. 사투 중이라고 하는 것을 잊을 정도의, 기뻐하는 듯한, 그리고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 "아아, 원하는 만큼 가져가." 말과 함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2 사용자(担い手)로 인정 받은 듯이, 부드럽게 검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즈는 보았다.  달려오는 신을 먹은 자와, 무수한 검.  하지만, 마치 군세와 같이 검을 끌고 있는 그 모습에, 그의 시선은 사로잡혔다.그 모습은, 예전에 그를 사로잡았던, 위대한 왕과 같아 보여서── "어이쿠, 방심하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데. 나의 오랜 친구." 이쪽을 올려다보며, 하얀 실크햇의 남자가 선언했다. "내 제7마성,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반 펨──!" 옛 친구의 도발에, 지즈는 증오스럽게 눈을 부릅떴다. 앞서의 이능의 대가를, 에르고는 맛보고 있었다. 온몸의 나사가, 빠져 버린 것 같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소모는 격렬하다. 아니, 소모 같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결락이다. 지금, 에르고는 한 걸음마다, 무언가를 잃고 있다. 검의 황야를 밟을 때마다, 자신의 안쪽의 결정적인 무언가를, 부수고 있다. 온몸이 유리로 바뀌어서, 땅을 밟을 때마다, 어딘가가 깨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두 번은 없다. 일격으로, 모든 것을 결착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앞서 사용한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조차, 지즈를 끝장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에르고──!" "누나." 그녀가 가진 검을 한눈에 보고, 젊은이는 끄덕인다. 그렇다면, 괜찮겠지. 이 사건의, 마지막 내기를 이것으로 하겠다고, 결의했다. * 자신과 에르고의 발걸음은 겹쳤다.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의 끝까지, 앞으로 몇 걸음. 그 앞에는, 지즈의 고유결계・유성체의 암흑이 펼쳐져 있다. (어떻게, 넘어야──?) 그렇게 생각했을 때, 눈앞에서 거대한 질량이 움직였다. 고유결계의 특성에 의해 정지되어 있었던 제7마성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던 것이다. 엄청난 충격이 세계를 휩쓸고, 지즈의 고유결계의 암흑마저도 물러나 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3 "거기──!" 에르고와 둘이서, 그 간극으로 뛰어들었다. 제7마성의 거대한 팔꿈치에 착지. 그대로 주먹의 너머, 골렘의 일격을 피한 지즈를 향해, 달린다. 옆에서, 에르고가 속삭였다. "신핵 장전・오케아노스." ─장전/신이라는 이름의 탄환. * 제7마성의 팔꿈치에서 주먹까지는, 겨우 20미터 정도.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단 세 걸음의 간격. 심장이 고동친다. 한 걸음으로, 각오를 다진다. 이어서 에르고의 말은, 이랬다. "신격 전개・기신 오케아노스." * ──전개/주변 부위 포신의 치환. * 바로 옆에서, 신의 권능이 에르고에게 깃드는 것을 느꼈다. 그 마력은 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나의 몸도 순환했다. 웅장하고, 엄숙한 마력이었다. 다정하게 느껴졌던 것은, 신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에르고의 그것이었던 듯하다. 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쪽을 배려하고 있는 그의 마음을 느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년은 중얼거린다. "신각전요(神殼纏繞)・크리로노미아." ──전요/내 손은 신을 건조한다──! 우리들의 시선 앞. 제7마성의 팔 끝에, 지즈가 부유하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방황해의 마술사는 아름다웠다. 그것이 고유결계를 성립시키기 위한 수식과 같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는 무엇 하나 손상되지 않았다. 에르고가, 외쳤다. "지즈──!" "에르고──!" 지즈의 몸에서 빛이 방출된다. 더 이상 분신으로 성립시킬 여유조차 없었는지, 광탄을 직접 사출해 온다. 기관총에 필적하는, 강대한 마력의 난타. 반 보만 앞으로 나선 에르고가 키프로스의 검을 들어 올리자 번개가 달리고, 여섯 개의 환수와 함께, 광탄을 튕겨냈다. 앞으로, 한 걸음. 자신과, 에르고가 나란히 선다. 옆으로 내민 검의 자루를, 자신과 에르고는 두 명이서 잡는다. "너는, 너희들은──" 그 검을 앞에 두고, 지즈는 빙글하고 손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고유결계의 암흑이 덮쳤다. 제7마성조차 정체시키는, 새로운 행성의 질서(룰). 하지만, 검에서 방출된 황금빛이, 아주 잠깐만 그 암흑을 물리친다. "오케아노스의 권능인가──!" 자세한 것은, 자신에게는 알 수 없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에르고의 기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케아노스의 근원이 우주선이며, 항성간도 항행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우주 공간의 허무를 재현한 지즈의 암흑에 내성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신대의 마술조차 능가하는 것이, 별의 바다 어딘가에 존재했던 것이다. 크리로노미아, 라고 에르고가 중얼거렸던 권능은, 그리스어로 유산이라는 의미였다. 이 자리의 결착에, 너무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4 "에르고!" 말하고 나서, 검을 휘둘러 올린다. "선정의 검이여, 힘을!" 자신은, 외치고 있었다. 이 몸이, 알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영웅의 이야기. 브리튼 섬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왕의 전설. 어떤 바위에 박힌 채로, 그 검을 뽑은 자야말로 왕이 될 것이라 불린──저 아서 왕 전설에서, 시작이 되는 보구.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 진명의 해방과 함께, 그저 전력으로, 에르고와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 사이에서 격렬히 솟아오르는 마력이,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변환되었다. 고유결계의 암흑이나, 지즈가 두른 유성체의 빛은 물론이고, 보구 자신의 칼날조차, 황금빛은 모든 것을 분해해 간다. 막으려고 했던 지즈의 오른손도 또한, 황금빛에 먹혀 들어간다. 오른쪽 반신까지 침식당하면서, 지즈가 말했다. "그런 건가……너는……왕의 검에……" 원래, 그 검은 결코 병기로서 단련된 병기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정의 검. 왕을 선택하기 위한 보구. 그렇기 때문에, 소유자가 왕으로서 올바를 때, 그 위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에르고처럼. "크……악……!" 모든 방어를, 지즈가 긁어모은다. 이쪽의 마력도 바닥나 있는 것은, 그에게도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기적에 기적을 거듭한 비정상적인 사태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5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도, 에르고 자신의 각성에 의한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도, 오케아노스의 권능도,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도, 모든 패를 다 써 버렸다. 체력도, 정신력도, 마력도, 뒤에는 무엇 하나 남지 않는다. "……여기, 만……" 여기서만 억누를 수 있으면, 끝난다. 이길 수 있다. 역시 지즈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겜블러에게는 달콤한 독과 같은, 너무나 치명적인 사고방식이 아니었을까. 그 순간, 에르고는 환수로, 최후의 비장의 카드(조커)를 뽑아들었던 것이다. 패의 이름은, 톰슨 컨텐더. 예전에 마술사 킬러──에미야 키리츠구가 애용했던 권총. 아니, 권총이라고 하기에는 자못 흉악한 크기와 형태. 도약 직전 드론으로부터 건네받은 그것은, 에르고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가져야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쏘아야 할 때가 있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언젠가, 누구에게든 찾아온다. "에르고──!" "안녕히, 지즈." 총성은, 어딘가 슬픈 듯했다. 지즈가 전력으로 만든 방어 술식에, 기원탄이 닿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저 탄환은・30-06 스프링필드 탄이라는 규격이었다고 한다. 그 마탄에 마술로 간섭해 버렸기 때문에, 예전 에미야 키리츠구의 『기원』에 의한 영향이, 술자의 마술 회로까지 피드백된다. 신대의 마술사의 마술 회로를, 종횡무진으로 절단하는, 절망의 단락회로短絡回路(쇼트 서킷). 강대한 마력을 모으면 모을수록, 악의의 탄환은 단락(쇼트)된 마술 회로를 무참히 폭주시켜, 절대적인 죽음을 가져온다. 그래도 여전히, 지즈는 자신의 내면의 마술 회로를 절단하고, 남은 회로로 새로운 방어 술식을 짜올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황금의 빛이, 모든 것을 삼킨다.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유독 고귀하게 빛났던 황금빛은, 이윽고 천천히 사라져 갔다. "……꿈은 꿈인가." 툭 하고, 지즈가 중얼거렸다. 그 오른쪽 반신은, 증발되어 있었다. 이전에 저격당했을 때에는, 모든 술식을 정지시켜 자신의 사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기원탄의 영향에서 벗어났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 마술 회로가 끊긴 직후에,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에 의해 고유결계와 함께 절단된 결과, 몸의 절반을 가져가 버린 듯했다. 그래도,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6 "가고 싶었는데, 하늘의 끝." 어딘가 어리게까지 들리는, 동경이 스며든 목소리였다. "지즈 씨……" 라고, 에르고가 부른다. "당신은, 이스칸달(아버지)와 만난 적이 있나요?" "응, 후, 후. 겨우 몇 번, 이야기했던 정도다." 라고, 지즈는 웃었다. "저게 안 되면, 이제 끝내도 괜찮겠다고, 그 정도로는 생각했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저 녀석의 아들이, 어째서 찬성하지 않는지 불가사의할 정도였다네." "당신이, 옳을지도 몰라." 시선을 떨어뜨린 채로, 에르고가 말한다. "하지만, 살아 있기 때문에, 틀린 겁니다." "그러니까, 지나치라는 건가? 이 행성(별)의 생명이 줄곧 저질러 온 잘못에 고개를 돌리라고? 그건 너무나도 편리한 이야기겠지." "아니요." 다시, 에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말한 것은, 당신의 문제입니다. 살아서, 살아서, 살아남은 후에, 우리들의 발자취는 겨우 답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죽었으니까?" "아니요." 또, 에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이, 마음을 고정했기 때문입니다." "…………" "살아 있다는 것은, 아마, 변하는 것입니다. 몇백 번이나 몇천 번이나 변해서, 끝내 쓰러졌을 때의 좌표가, 그 생명의 답이니까요." 확실하게 에르고가 대답하는 말에, 자신은 놀라 버렸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이 청년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저 해적섬에서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아이들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을 터인 청년은, 어느샌가 완전히 다른 누군가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도, 납득해 버리는 자신도 있었다. 변하고, 변하고, 변해서. 언젠가 쓰러진다고 해도, 계속 변화하는 것을, 그는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특별한 심상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2000년 이상 변하지 않게 되어 버린 당신은, 더 이상 정답을 물을 자격을 잃은 겁니다." 지즈가, 멈췄다. 희미하게 크게 뜬 왼쪽 눈이, 옆으로 흘러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7 "에르고, 그레이." 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가죽 구두가, 갑판을 밟는 발소리가 난다. "……엘멜로이 2세." 지즈의 표정──절반만이, 증오스럽게 물들었다.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당신만은 마술 협회의 군주(로드)로서 물어야 하겠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지즈가 말한다. "기껏해야 한 나라와 제자를 구하기 위해, 지금, 당신은 행성(별)의 미래를 닫았다." "그렇지." "아틀라스 원의 최종 연산기도 부쉈지. 현행 인류가 구원받을 길도, 당신은 붕괴시켰어." "그 말대로다." 스승님이 인정한다.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긍정이었을까. "기껏해야, 조금밖에 해석의 재능을 받지 못했던 마술사가, 한 나라보다 귀중한 마술 세계의 보물을 여러 개 파괴하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스승님은 똑바로 시선을 돌려주었다. "아름다운 것을 나는 부수고 있다. 이제 현대에서는 두 번 다시 만들어낼 수 없는, 신역의 천재들의 예술을, 변명할 수도 없이 부수고 있다. 이 손은 볼품없고, 미숙하고, 부수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고발도 참회도, 듣고만 있어도, 영혼이 찢어질 듯했다. 방황해의 마술사도 시계탑의 군주(로드)도, 이 시대에서 가장 마술의 가치를 아는 자이기에, 그 주고받음은 너무나 무거운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즈가, 일어섰다. 왼쪽 반신밖에 없는 상태로, 극히 부자연스럽게 자세의 균형을 잡는다. 아름다운 손가락을 들어올린다. "저주받아라, 로드 엘멜로이 2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8 "어이쿠. 그거야말로 어불성설이잖나, 망할 아버지." 라고, 목소리가 들렸다. 지즈의 등에서 가슴을 꿰뚫고, 한 팔이 솟아나왔다. 구릿빛 피부의 팔이었다. 자신의 가슴에서 솟아난 것 같은 손을 내려다보며, 지즈가 중얼거렸다. "뤄롱……!" "계약대로다. 망할 아버지." 라고, 지즈의 사라진 오른쪽 반신에서, 뤄롱이 속삭였다. "……무슨 일이지?" "무상으로 신과 계약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스승님의 질문에, 뤄롱이 대답한다. "실패하면 목숨을 받는다. 그런 계약이었지. ……라고는 해도, 노골적으로 치사한 계약이지만." 구릿빛 피부의 청년이, 혀를 찼다. "망할 아버지에게는, 그편이 좋았던 것이겠지." "그렇다." 라고, 지즈가 인정했다. 역시 치명상이었는지, 이번에야말로,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고통이 섞여 있었다. "원래, 내 인간으로서의 몸은 죽어 있다. 고유결계로서의 나는, 술식이 완성되지 않으면, 언젠가 변질된다. 그런 모습 따위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여기서 너에게 끝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9 이상하게도, 상쾌하게 지즈는 웃었다.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두 번 다시 변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버렸던 것. "네가 하는 말 따위는, 알고 있었다고." 에르고를 바라보며, 지즈가 말했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아, 조금뿐이지만 2300년은 길었던 건가." 천천히, 뤄롱의 손이 빠져나간다. 검게 뻥 뚫린 가슴의 구멍을 어루만지며, 지즈가 말한다. "하지만 뤄롱. 너……설마……" "이식 수술을 한 점에서." (이식……?)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이쪽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지즈는 팟하고 눈을 크게 떴던 것이다. "그것은 나쁘지 않네! 나의 신이자 나의 바보 제자는 드디어 여기에서 스승을 넘어선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0 그리고, 에르고와 스승님을 쳐다봤다. "무시키만이 편하게 있는 것은 배가 아프니까, 말해두지. 그녀의 본체는, 아직 히말라야에 있을 것이다. 너희들이 아직 기억 포화를 멈추고 싶다고 한다면, 거기서 한 가지 신을 더 묻게 될 것이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새겨져 있던 신이군요." 에르고가 먹은 신과는 별개의, 두 기둥의 신. 한쪽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비장되어 있었던──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조정하기 위한 신, 오시리스였다. 그리고, 마지막, 말하자면 다섯 번째 신만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 여행에서, 분명 최후의 신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1 "나에게서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다." 스승님이 말했다. "제가 이번 내기를 몰수 시합으로 만든 것으로, 당신이 이런 힘을 쓰는 여지가 생겼다고 한다면…… 애초에 내기를 하지 않아도, 당신은 똑같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경우, 방해하는 녀석은 훨씬 많았을 테니까, 지금보다 나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즈가 절반만 남은 입술 끝을 비튼다. "게다가, 할 수 있겠나, 그런 거. 제대로 된 내기도 안 한 채로 처음부터 지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잖아. 꼴사납잖아." "동감입니다." 스승님이, 깊게 끄덕였다. 키득, 하고 지즈가 웃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2 "이봐, 펨. 마지막 정도는 서비스해 줘야지." 그렇게 말하자, 스윽하고 하얀 그림자가 일어섰다. 하얀 실크햇을 쓴, 반 펨이었다. 등 뒤에는 쿠폴라도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라고, 손가락을 튕기자, 즉시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을 둘러싸고 있던 폭풍이 풀렸다. 세계는, 밤이 되어 있었다. 아까까지의 사투는 거짓말처럼, 고요한 창공이었다. "아름다운 밤이군." 라고, 지즈가 말했다.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새하얀 달이 보였다. "밉구만, 저 녀석." 달을 향해 중얼거리고, 노래하듯이 지즈는 이었다. "──아아, 시간이여, 움직여라!" 희곡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현혹되어, 인생 최고의 순간에 말한다. [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고. 지금, 지즈는 말한다. "이제, 추해져도 좋아." 지즈의 얼굴에, 스윽하고 선이 생겼다. 그것은 순식간에 엄청난 주름이 되어, 청춘의 기색이 감돌던 그의 미모를 100세 노인으로 만들어 버리고, 노인은 그대로 낙엽이 부서지듯이, 산산조각 검은 먼지로 변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를, 멈출 방법 따위는 없었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파도 사이에 검은 먼지는 쓸려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3 단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역시 너무 길었어, 지즈." 라고, 그는 속삭였다. 뱃머리 쪽으로 걸어가던 반 펨이, 실크햇을 벗었던 것이다. 먼지가 흘러간 방향으로 그 실크햇을 향하자, 여러 마리의 흰 비둘기가 허공에 생겨났다. 새의 눈동자조차 모르는 듯(鳥目など知らぬげ) 날갯짓을 했던 흰 비둘기들은, 그 날개를 흩날리며, 달을 향해 날아갔다. "아름다운 것은, 세계 어디에나 있을 텐데." 마치 진혼가처럼, 선연(카사)의 주최자는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4 "잘 가, 에르고." 이어서, 뤄롱이 땅을 찼다. 그 등에, 환익이 펼쳐지고, 유유히 용을 먹은 자는 하늘에 떠올랐다. "기다려, 뤄롱!" "장소는 그 망할 아버지가 말했겠지. 어차피 그렇게 할 거라면 마지막 무대에 맞추는 것이 좋겠지. 또 만나자, 알렉산드로스 4세." 그리운 듯한 눈빛으로 말하고, 뤄롱은 날아가 버렸다. 뒤에 남겨진 우리들은,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무엇을 말해야 좋을지도 알 수 없어, 그저 엄청난 피로감이 몸을 좀먹고 있었다. 허락된다면, 이 자리에 쓰러져, 계속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까지 생각했다. 분명,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5 창공에, 가장 가까운 장소였다. 온통 은색 세상. 보이는 한,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펼쳐지는 대지의 백은과, 검은 창공으로만 나뉘어져 있다. 그 사이에, 여자가 있었다. "……지즈." 여자는, 거품을 토해내는 듯이 속삭였다. 순백의 불꽃과 같은 여자였다. 무시키라고 불렸던 여자였다. "겨우 끝낼 수 있었나. 바보가." 반 펨이 옛 친구를 배웅했던 것과 같은 시각에 그리 말하고, 그녀는 눈꺼풀을 감았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6 지즈를 배웅한 후, 우리들은 선실로 돌아가려 했다. 스승님은 더 이상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모양이어서, 자신이 어깨를 빌려줬다. 에르고는 도우려고 했지만,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다만 실수로 자신이 비틀거렸을 때를 위해, 옆에서 걷도록 했다. 그러자,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갑판 중간쯤에, 인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끝난 모양이네." "알레트 씨." (──어라?) 라고, 생각했다. 어딘가, 모습에 위화감이 있었다. 말로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따끔따끔하고 피부가 자극되는 듯한 무언가. "그렇다면, 미안하지만 선실까지 안내해 주지 않겠나. 피로에, 발밑이 불안정해서 말이야." 수상한 듯이, 그녀는 눈동자를 방황시키고 있었다. 갑자기, 배가 흔들렸다. 폭풍의 결계를 풀었던 반동이, 이제 와서 덮쳐온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손에서 떨어진 금속 케이스가, 그대로, 쓰윽 하고 갑판을 미끄러져 갔다. "──읏!" 알레트가 경직한다. 금속 케이스가, 어떤 사람의 구두에 맞고 멈췄던 것이다. 천천히, 그 상대의 손가락이 금속 케이스를 집어올렸다. 붙임성 있는 미소를 지으며, 알레트를 향해 금속 케이스를 내민다. "어머니, 이거." "싫어──!" 플랫의 손이, 공중에서 딱 멈췄다. 그 반응에, 자신은 무심코 다가가 버렸다. "──알레트, 씨?"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다가오지 마 괴물! 내 아들인 척 따위 하지 마! 그 이상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오지 마, 숨도 쉬지 말고 그대로 썩어 사라져!" 이쪽의 목소리 따위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알레트는 고함을 질렀다. 선연(카사)에서도 지즈와의 싸움에서도 의연했던 여걸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누르고, 웅크리고 있는 그녀는, 마치 묘비 뒤에 숨으려는 벌레와 같았다. "어, 어째서……" "정신 안정제." 옆에서, 스승님이 속삭였다. 몹시 침통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스승님, 그거……" "즉, 저 금속 케이스 안의 내용물이 그런 것이겠지. 숨기고 있었던 것도 아니야. 우리들과 만났을 때, 이미 미세스 에스칼도스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 말에, 떠올랐다. ──『실례했군. 그 이름을 들으면 감정이 불안정해져서 말이지. 항상 약이 필수적이야.』 저것이, 어떤 농담도 아니었다면? "알레트 님의 정신은, 훨씬 옛날에 사라졌던 거겠지. 플랫이 시계탑에 오기 전, 반 펨 님에게 숨겨지 전, 아들을 죽이기 위해 수많은 암살자를 고용했던 무렵에는, 이미 그 정신은 견딜 수 없었던 거겠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야. 마술사에게 있어서 가족이란, 극히 무거운 의미를 가진다. 그것을 자기 손으로 처단해야 한다면, 당연히 믿을 수 없는 고통이 따르겠지." "어째서, 그렇게까지 해서." "그 대답도, 그녀는 먼저 말했다.──대량살육병기에 자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었을 때,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 아마, 그녀도 또한 옳았던 것이다. 그 올바름 때문에, 자기 정신을 붕괴시키고서라도, 여전히 옳았다. 마술사로서. 어머니로서. 혹은, 모나코를 지키는 여걸로서. 금속 케이스를 쥐고 있던 플랫의 손이, 살짝 아래로 흘러내렸다. "미안해요, 어머니. 여기 놔둘게요." "어머니라고 부르지 마!" 알레트가 외쳤다. "당신은 아들이 아니야! 훨씬 옛날부터 강요당했던, 망가진 인형이야! 우리가 인생 전부를 걸고서라도 파괴해야 하는 괴물이라고!" "응, 그럴지도." 금속 케이스를 발밑에 두고, 플랫은 뒤돌아섰다. 이쪽을 향해, 싱긋 웃는다. "죄송해요 교수님! 복잡한 곳을 보여드려 버렸네요! 이야아, 전설의 나무 아래라는 건 꽤 높은 확률로 심한 일이 생기네요! 두근거리는 메모리얼이라기보다, 오히려 폭탄 처리반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장래에는 전설의 나무 아래에 직접 폭탄을 묻는 게 유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칭찬해 주지." 짧게 스승님이 말했다.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는지, 어리둥절하며 플랫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엇을요?" "마술로, 표정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을." 플랫이, 볼을 몇 번인가 잡아당겨 보였다. 어쩐지 이상한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처음으로 보는, 진짜 플랫의 맨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7 그로부터 3일 정도, 모나코에 머물렀다. 특히 자신에 대해서는, 기원탄의 후유증에 대해, 확실하게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시계탑 모나코 지부에 있는 예장은 극히 고도화된 것이라서, 런던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검사를 실행할 수 있었다. 한바탕 검사를 마친 자신에게, "……항목만 보자면, 전혀 이상이 없군." 라고, 양피지를 한 손에 들고 입을 연 것은, 멜빈이었다. 지금은,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원래가 마술 각인 조율사였던 만큼, 이쪽 종류의 마술 회로 점검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의 경우, 체질적으로 특수한 부분이 많이 있어서, 스승님의 지명으로 멜빈이 담당하게 되었다. 가끔 생각하지만, 의외의 특기를 가진 상대였다. "자각 증상도 특별히 없다는 것으로 다행이군. 이야, 솔직히 말하면, 잘못 연결된 마술 회로의 증례 따위는 좀처럼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이 기회에 참가해 보고 싶었지만 말이야." "멜빈 씨는, 타인의 불행을 즐거워하는 것을, 좀 더 마음속에 담아두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이쿠, 이것은 실례." 일부러 양손을 들어 올리며, 멜빈이 미소짓는다. "뭐, 무리하지만 않으면, 우선은 문제없다는 거야. 당신은, 정말로 인간이야? 아니, 여기는 센서티브한 이야기로 이어지니까 그만두도록 할까. 다른 질문 있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8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가라, 하고 문이 열렸던 것이다. "멜빈." 라고 말하며, 나타난 것은 스승님이었다. 검사복 차림의 자신을 보고,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나서, 멜빈에게 묻는다. "그레이의 검사는 어땠지?" "나중에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만, 어찌 보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아무 이상 없어. 오히려 이 안에서는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꽤 조율을 반복했는데, 아직도 마술 회로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신대의 마술 같은 걸 쓰니까 그런 거야." "거기는 말이라도 좋으니 수고했다고 해 줘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너에게만은, 죽어도 그런 위로는 안 해 줄 거다. 그리고 약속은 지켜라." "이런이런, 어쩔 수 없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9 새로 준비된 방에서, 예 스젠은 몇 번째인지 모르는 도전을 하고 있었다. "개합(여기에서 시작하리라)." 입술에, 스윽하고 붉은색을 칠하고, 눈앞의 공간을 노려본다. 몇 초 정도 지나서 눈꺼풀을 감고, 근처의 천으로 입술을 닦았다. "……역시 안 되겠네." 빌딩이 폭파 해체의 위기에 처했을 때, 주위의 공간이나 질량이라는 기초적인 파라미터조차 건드려 봤던 신대의 마술은, 허망하게도 그녀의 손에서 사라져 버렸다. 계약의 중개가 되었던 지즈의 죽음 때문이겠지. 충격은 컸지만, 역시, 라는 기분도 있었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잃기 전에, 다음 단계의 무언가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았던 듯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0 이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적으로 파고들었던 화제에서 거리를 두면서, 자신은 제일 먼저 신경이 쓰였던 것을 물었다. "……이시리드 씨는 어떻게 된 거죠?" "저쪽은 단순한 외상이니까. 폐가 찢어진 정도로는, 마술사로서는 큰 부상이라고 할 수 없지. 다만, 지부장으로서 복귀하기에는 정신적인 문제가 커 보이고, 며칠 내에 사문회에 회부될 것 같아. 명목이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연금 처분은 되겠지." "……그런가요." 무난한 대처, 라는 것이겠지. 적어도 시계탑에서는, 저 정도의 실책을 보인다면 부활의 가망은 없다. 그런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신도 런던의 방식에 물들어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1 라고, 멜빈이 흰 가운의 어깨를 움츠린다. "물론, 당신과의 개인적인 내기는 지킬 거야. 그리고, 또 하나, 당신이 조사해 달라고 했던 에미야 키리츠구에 대해서 말인데, 아무래도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씨는, 옛날에 에미야 키리츠구와 함께 행동했던 것이, 아주 잠깐이었지만 있었던 모양이야." "──에." 그 말에, 자신은 무심코 말을 꺼내 버렸다. "그럼, 에르고가 말했던 숨겨진 방은……" "에르고 군과 에미야 시로가 찾아낸 술집의 숨겨진 방이라면, 아마 에미야 키리츠구가 살인청부업자 시절에, 이시리드가 준비했던 것이겠지. 그것을 그대로, 아들을 떠돌이 연금술사의 청부업자로 양육하는 데에 사용한 것이겠고." 몹시, 복잡한 기분이었다. 쥬스트는, 에미야 키리츠구를 동경한 것은 아버지 이시리드가 먼저였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증명된 꼴이 된다. 대체 어떤 기분으로, 쥬스트는 연금술사로서의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을까. 이시리드가 어떻게 교사를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의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노고와 시간을 생각하면, 자신은 아무래도 마음이 막히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2 "스젠 씨는, 모나코에 남게 되었다면서요?" "응." 라고, 스젠은 작게 끄덕였다. "고맙게도, 시계탑 모나코 지부의 상담역으로서 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니까요. 어딘가의 오지랖 넓은 군주(로드)의 추천이라고 했지만요. 시계탑으로서도, 사정을 아는 나를 감시해 두고 싶다는 것도 있겠죠. 일단 나선관에 속해 있는 나를 함부로 처분하는 것은 피하고 싶을 테고." 거기까지 말하고, 스젠은, 주방 쪽을 보았다. "그런 흐름으로, 그의 신병도 떠맡게 되었고요." "내가 부탁한 게 아냐." 이번에는 회색 늑대와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아침 식사 트레이를 든 스무 살 정도의 청년이, 시로의 옆에 앉았던 것이다.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였다. 이제 헬멧은 쓰지 않았고, 손에 든 트레이에는, 귀여운 형제 같은 주먹밥이 놓여 있었다. "일어나는 게 더 늦을 거라고 생각해서, 주먹밥으로 했는데." "싫지 않아." 퉁명스럽게 말하고, 씹어 먹는다. 음, 하고 한순간 경직했다. 무심코, 스젠은 흐뭇하게 바라본다. 수제 요리는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느새 이렇게 단란함을 즐기고 있다는 것처럼. "어때? 시로의 요리는 괜찮지?" "나쁘지 않아." 시선을 피하고, 쥬스트는 다음 주먹밥에 손을 뻗는다. 화목하게 식사를 마치자, 시로와 쥬스트 두 사람이 싱크대에 섰다. 시로는 그렇다 치고, 쥬스트가 적극적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 것은, 어쨌든 식객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두 남자가 나란히 하기에는 조금 비좁은 주방인데, 왜인지 두 사람의 호흡이 훌륭하게 어울려서, 그런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어라? 상쾌한 남성 두 명의 찻집이라도 하면 돈이 될 것 같은데?) 멋대로 망상을 키우고 있자, 현관의 초인종이 울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3 미련을 끊듯이 눈을 감은 곳에서, 옆방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밥 다 됐어요." 흥분하는 마음을, 봉인.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다. 시계탑에서 준비한, 맨션의 한 방이었다. 오늘은, 일식인 듯했다. 닭고기 데리야끼, 시금치나물, 계란말이, 무 샐러드, 그리고, 무엇보다, 윤기가 흐르는 갓 지은 밥. "모나코에서도 의외로 모을 수 있네, 일본 식재료." 그렇게 말하며, 시로도 식탁에 앉았다. "기뻐. 한 번 먹고 싶다고 말한 것, 기억하고 있었네?" "나도 전문 분야라서, 만들기 쉬웠어." 라고, 시로가 수줍어했다. 서로 젓가락을 들고, 잘 먹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나서, 각자 식사를 시작한다. 과연, 전문이라는 말은 괜히 한 말이 아니었구나, 하고 곧바로 스젠은 이해했다. 예전에 대접해 주었던 프렌치토스트와 콩포트도 훌륭했지만, 이쪽은 완전히 프로 수준이었다. 내일부터 작은 가게를 한 곳 맡겨도, 분명히 번성할 것이다. 무심코 말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있자, 시로가 물어왔다. (중략) "시로, 있습니까?" "아, 벌써, 그런 시간?" 삼각건을 벗고, 시로가 돌아본다. "잠깐만. 바로 준비할 테니까." 휙 갈아입고, 현관으로 가자, 다른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현관에서 들어온 토오사카 린과, 스젠이, 서로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 "…………" 양쪽 모습에서, 이상한 박력이 스며 있었다. 지금이라도, 고도의 마술전이 시작될 듯한──숨을 죽이지 않을 수 없는 긴장감이, 두 사람 사이에 흘러넘쳤다. "……저기, 토오사카?" 린이, 시로에게 말을 건다. "에미야 군, 먼저 가 줄래? 쥬스트도." "아, 아니, 에미야는 그렇다 쳐도, 나는 시계탑에서 맨션을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괜찮으니까." 무슨 말도 할 수 없는 압력에, 모두 그녀의 옆을 재빨리 빠져나가, 현관을 나갔다. 두 사람의 기척이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감사합니다." 라고, 린이 스젠에게 인사를 했던 것이다. "에, 뭐가?" "시로를 마피아로부터 구해 준 것이나, 쥬스트에게서 고유결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바로 입막음해 준 것도 그렇지만…… 또 하나. 저 녀석은 절대 모르겠지만, 당신의 최후의 신대 마술, 시로의 회복을 위해서 사용해 주었죠?" "……당신, 어째서 그걸." 거기까지 말하고, 스젠은 입술을 풀었다. "그래요. 비슷한 것을 한 적이 있군요." "알 수 있는 건가요." "여자의 감……같은 말로 얼버무리는 것은 서로 싫잖아요. 이것은 단순한 관찰이에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알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겠죠?" 똑바른 어조에, 린이 뺨을 붉혔다. 그런 순수함마저, 스젠에게는 눈부셨다. "너무나도 부럽네요, 당신들.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까의 린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시로를──아니, 미스터 에미야를,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4 한 호흡하고, 시선을 옮겼다. "……한가지, 괜찮을까요?" 라고, 쥬스트를 향해서 물었다. "무슨 일이지?" "이시리드 씨의 암시, 언제부터 풀려 있던 건가요." "알고 있었어. 훨씬 전부터." 떠돌이 연금술사의 대답은, 두 사람을 순간 경직시켰다. "말해두겠지만, 암시가 풀려 있던 건 아니야. 다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어. 에미야 키리츠구의 원수로서, 지즈나 엘멜로이 2세를 원망할 의미 따위는 없어. 그런데도,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면, 나의 사고 방향성이 다른 사람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가장 유력한 범인 후보가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럼, 어째서." "그야, 암시를 풀 의미가 없으니까." 쥬스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마술 회로가 기능하지 않았던 나에게, 아버지가 바란 것이야. 그것을 이루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잖아?" "……그렇네요." 알아 버리면, 몹시 단순한 동기(와이더닛). 이시리드가 아들을 말로만 부릴 듯이 생각해도, 아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게다가, 에미야 키리츠구에게는 나도 동경했다. 아버지가 동경한 아름다운 것이었기 때문에, 나도 똑같이 동경했던 거야. 그러니까, 그 암시는 그렇게 싫지 않았어." 단지 에미야 키리츠구를 동경한 것이 아니라, 그가 아버지의 동경하는 영웅이었기 때문에, 라고. 그 말에, "아아, 아름다운 것이라면, 흉내 내고 싶어지지." 라고, 시로가 불현듯 중얼거렸다. 쥬스트가, 돌아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5 "……에미야 시로." "왜?" "너는……에미야 키리츠구에게, 무엇을 배웠지?" "마술의 기초적인 지도 정도. 그 이야기를 하면, 항상 토오사카에게, 그런 어중간한 흉내 내지 말라고 혼날 정도의." "그럼, 어째서 정의의 아군 같은게 되려고 생각했지?" "지금 말했잖아? 흉내 내고 싶어졌을 뿐이라고. 키리츠구(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으니까." "과거의 에미야 키리츠구를 알고도?" 쥬스트가, 파고든다. 시로는, 조금 생각하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기간 한정이라고 했던 거,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던 걸까." 그 대답에 쥬스트가 눈살을 찌푸리고, 대신에,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히어로는 기간 한정이고, 어른이 되면 자칭하기 어려워진다고……" "응. 나에게 있어서 키리츠구(할아버지)는 히어로였어. 나를 주워준 때부터 최후까지, 줄곧. 하지만, 키리츠구(할아버지)에게는 반대였을지도 몰라." "시로 씨를, 주울 때까지?" "왠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지만." 시로의 수긍에, 에르고는 사색에 잠긴다. 정의의 모습. 한 사람 한 사람일 뿐 아니라, 동일한 사람 안에서조차, 쉽게 그것은 변해 버린다. "바뀌어도 괜찮아." "네?" "에르고도 말했잖아. 살아간다는 것은 변하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주저하지 말고, 계속해서 변해가도 괜찮아. 그것은 외로운 일이지만,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해." 외롭지만, 올바른 일. 그 말투가, 몹시 에르고의 가슴에 박혔다. 반대도 분명히 그렇다. 올바르지만, 외로운 일. 분명, 그 외로움에, 모두가 견디고 있다. 이 모험에 나오고 나서의 에르고가, 하루하루 마치 달라져 있는 것처럼,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할──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을, 마음 한구석에서 끌어안고 있다. 눈부시다는 듯이, 에르고는 다시 하나를 물었다. "시로 씨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비교적 최근이야." 수줍은 듯이, 시로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마, 내가 토오사카에게서 받은 건 그것뿐이야. 아니, 실제로는 양손에 다 담지 못할 정도의 것을 받았지만, 가슴을 펴고 자랑해야 할 것은, 분명 그것뿐이라고 생각해." 거기까지 말하고, 시로가 뒤쪽을 돌아보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발소리가 들린다. 네 사람 앞에 멈춰서, "응, 왜 그래?" 갸웃, 하고 토오사카 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이다. (중략) "칫……! 어째서 이 세계는, 저 녀석의 뺨을 때릴 만큼의 돈다발을, 나에게는 주지 않는 거야. 고유결계에 관한 것조차 입막음해야 하는데……!" 플랫의 말에, 린이 질투와 분노와 금전욕을 절묘하게 뒤섞은, 악귀와도 같은 표정을 짓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6 "아무것도 아냐. 토오사카랑 에르고는 이제 공항으로?" "너랑 플랫을, 루비아에게 보내고 나서야. 선연(카사)의 상품 상담을 하는 거잖아." "응." "저 녀석, 맛있는 부분만 가져가니까…… 플랫을 부르고 있는 것도, 어차피 반 펨의 비보에 대해 자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후후후. 루비아 쨩과는, 계약 완료했으니까! 이번에 에델펠트에서 인수할 게임 회사를 결정하게 해 주는 조건으로, 몰래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을 검색한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에르고 군에게서 떼어낸 마술 각인을 몰래 본가로 돌려보내는 작업도 있으니까, 좀 더 루비아 쨩의 모나코 별장에 있을 생각!"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7 그리고, 헛기침을 하고, 시선을 되돌린다. "시로는, 정말로 선생님과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 "아아. 엘멜로이 2세와는, 나는 저걸로 됐어." 흐음 하고 끄덕이고 나서, 린은 또 하나 물었다. "저, 내제자와도?" "깜짝 놀라긴 했지. 하지만, 그것뿐이야.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응, 그때, 저 검을 넘겨줬기 때문에, 나는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했어." 시로의 대답에, 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녀석이지, 당신은." "뭐야" "별로." 아까의 붉은 악마는 어디 갔는지. 상쾌하게 머리를 휘날리며, 린은 씩씩하게 맨션 정문으로 걸어간다. 거기에, 에르고도 따라가려고 했던 곳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8 밤이 되어, 공항에는 부드러운 불빛이 퍼져 있었다. 모나코에서, 차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 니스의, 코트다쥐르 공항이었다. 한여름의 한창 때이지만, 공항 내부에는 에어컨이 잘 작동하고 있어, 차가운 공기가 사람들의 발밑을 감싸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흥분과 피로가 뒤섞인 얼굴로 여행 가방을 끌거나, 면세점의 시계나 화장품에 눈을 빛내거나 하면서, 제각각 시간을 즐기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항은 조금 낯설다. 아마, 그곳이 만남과 이별의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의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태양과 달이 조우하는 것 같은 무대. 그 로비에서, 자신과 스승님은, 어떤 인물과 해후했다. "설마, 당신이 배웅하러 와 주실 줄이야." 라고, 어딘가 죄송스러운 듯, 스승님이 말한다. 무리도 아니다. 사람의 왕래가 많은 로비에 있어도, 그 그림자는 역시 특별했다. 아니, 전승에서 본다면, 그림자가 있다는 것조차 놀라웠을지도 모른다. "반 펨 공." "그렇게 딱딱하게 말할 것 없지." 라고, 하얀 실크햇에 지팡이를 짚은 상급 사도는 미소지었다. "모처럼 선연(카사)에 참가해 주셨는데, 승자도 결정하지 못한 채 몰수 경기가 된 것은 이쪽의 불찰이다. 배웅 정도는 하게 해 주게." "……그것은 감사하지만." 라고, 스승님이 헛기침한다. 드물게, 몸을 움츠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마 반 펨이라는 사도는, 마술도 입장도 상관없이, 스승님이 경애하는 유형의 상대일 것이다. 선연(카사)을 통해 자신이 알았던 인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겜블에 참가하는 당사자로서 상대했던 스승님에게는, 좀 더 엿보이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펨의 선연(카사)는, 훌륭했습니다." "무엇이 말인가? 엉뚱하게 옛 친구에게 이용당하고, 자랑하는 선연(카사)를 의식에 사용당했던 것이 말인가?" "아니요. 그것에 대해, 너무나도 편리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물들이 모였다는 것입니다." "호오?" 그것은,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지즈의 계획은, 지금까지의 모험에서도 유독 교묘한 것이었다. 여러 요소를 복잡하게 얽어매면서도, 실패했을 때의 여유도 겸비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희생을 치르면서도 그것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리들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신대의 결계 마술을 유일하게 깰 수 있는, 에미야 시로의 존재. "그거……혹시." "확률의 편향." 라고, 스승님은 단정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39 "당신이 만들어낸 선연(카사)의 장소는 확실히 이용되었지만, 동시에 이것 이상 없을 정도로 방어 능력도 발휘했죠. 그것은, 살아있는 자에 대한 축복 때문이겠지. 왜냐하면 신명 재판(오딜)이란, 단순히 신의 뜻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신에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의식이기도 하니까요." (……신에게, 자신을) 몹시, 속이 시원한 해석이었다. 겜블의 시간을 통해, 나타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본심이다.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겜블러가 궁지에 몰린 상황과 행동에는, 그 인격이 비쳐 버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40 "그리고, 확률의 편향이란, 우리들이 언젠가 맞이할 최종적인 죽음에 대한 반역입니다." 스승님의 말에 아연실색하고 있자, 반 펨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우주의 이야기군." "열적사." 라고, 스승님은 대답했다. "우주도 은하도, 모든 것은 언젠가 최종적인 죽음으로 향한다. 도박조차 대수의 법칙에는 거스를 수 없다.……거스를 수 있는 것은, 확률의 편향뿐입니다." 원래, 마술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현대 마술의 영역에는 걸리는 이야기였다. 열적사. 열역학 제2법칙.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행성(별)이든 생물이든 언젠가 에너지의 균형에 휘말려,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정체한 영원을 맞이한다는 이야기. 어쩌면, 지즈가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는 등 웅대하기 짝이 없는 마술을 만들어낸 것은, 애초에 반 펨의 기획과 닮아 있었던 것은 아닐까. "후후, 너무 과장되었어. 그리고 과대평가했어, 군주(로드). 이건 단순한 취미일 뿐이야." 미소짓고, 반 펨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취미이기 때문에, 누구도 방해하지 않지. 그런 거 아니겠나?" "그렇겠죠." 끄덕이며, 스승님이 덧붙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41 "지난번 에미야 시로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그거 덕분인가요?" "증명할 수 없는 속임수는, 속임수가 아니니까." 반 펨이, 가슴 앞에서 손을 움직이자, 부채처럼 다섯 장의 플레잉카드가 펼쳐졌다. 제각각 다른 슈트와 숫자였던 그 다섯 장이, 한 번 닫았다가 펼치자, 전부 스페이드 에이스로 바뀌었다. "와." 라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왔다. 기초적이면서도, 매우 선명한 카드 마술. 다시 한번 닫고, 펼치자, 이번에는 스승님이나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오리지널 카드로 바뀌어 있었다. "이것은 선물로 받아 주었으면 하네." 라고, 장난기 가득하게 내민 카드를, 우리들은 각자 받았다. "그럼 안녕히 계시게. 시계탑의 군주(로드)와, 그 내제자. 당신들이 나아가는 길에, 부디 눈부시게 빛나는 별과 같은 행운이 있기를." 그것을 끝으로, 반 펨은 발길을 돌려 떠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42 그리고, 물었다. "히말라야에서는, 어떻게 할 건가요?" "히말라야 산맥이라고 해도 넓으니까. 에르고나 이스칸달과 인연 있는 장소라고 생각하면, 후보를 좁힐 수도 있겠지만……" 스승님이 눈을 가늘게 뜬다. 여행보다도, 이름을 올렸던 두 사람이 더 신경 쓰이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기억을, 드디어 일부나마 되찾았던 에르고. 스승님이 건네준 진홍색 망토가 그렇게나 잘 어울리고, 번개를 두른 모습은 당당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라져 버릴 듯한 예감을 내비치는 것도 진실이었다. (……스승님은) 사건 후, 스승님은 에르고의 변화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러저러하게 말하고 싶어지는 것을 참고 있겠지, 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도, 분명. 작게, 깊게, 스승님이 한숨을 쉰다. "어쨌든, 전문가의 안내는 필요하겠지. 일단, 아는 사람은 있어. 이 시기라면 근처에 있을거다." 라고, 얼굴을 찡그렸다. 스승님이 이런 얼굴을 하는 상대는, 몇 사람 있다. 예를 들어 라이네스 같은 사람도 그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라이네스와 산맥은 연결될 것 같지 않다. "누구인가요?" "자네와는 초대면의 상대다." 스케줄을 확인하는지, 수첩을 펼쳤던 곳에서, 스승님이 돌아보았다. "누나! 선생님!" "저기서, 반 펨과 만났어요, 선생님." 공항 입구에서, 에르고와 린이 다가왔던 것이다. "……에르고." "무슨 일 있으세요? 선생님." 에르고가 묻자, 스승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드디어 마지막 땅이군." "……네." 에르고와 함께, 자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한여름의 모험. 그 최후의 토지. 최후의 사건. "그럼, 가도록 할까." 스승님이 발길을 돌림과 동시에, 내려진 수첩의 페이지가, 살짝 보였다. 거기에는 실로 장난스러운 가명이──아무리 봐도 가명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문자열이, 쓰여 있었다.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 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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