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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입문 백과 | 타입문 페이트 월희
  • 에르고

타입문 백과

에르고

最終更新:2025年01月11日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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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등장인물이다. 신을 삼킨 자.


인물 설명

오랜 과거 아틀라스원, 방황의 바다, 산령법정의 3개 조직에서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선조, 무시키, 지즈가 계획한 신을 삼킨 인간을 만드는 실험의 성공예다.(*2) 라티오가 에르고를 얻을 유산의 상속자로 되어 있다. 싱가포르 해저 수백미터 정도의 장소에 보관된 방황의 바다의 인큐베이터에 담겨 있는데 라티오가 접촉했을 때는 무슨 사고가 났는지 내용물인 예고르가 사라졌다.(*3) 행방불명된 에르고는 나무조각에 달라붙어 있는 채로 싱가포르 바다를 포류하다 마침 근처에서 샐비지를 하던 토오사카 린에게 발견되었다. 큰 키에 뻗친 빨간머리가 눈 주위를 덮고 있고 몸에 달라붙어 피부의 연장선처럼 생각되면서 주름 하나 생기지 않는 옷을 입었다. 에르고는 발견되었을 때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던 단어로 기억을 상실한 지금의 이름으로 쓰고 있었다.(*4) 머리를 자르자 명석한 지성과 어린아이의 순진함이 동거하는 느낌의 미형의 모습이 되었다.(*5) 대부분의 시간을 자거나 졸면서 보낸다. 온화한 목소리에 따뜻한 분위기가 몽실몽실하다.(*6)

깨어난 후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급성장한다. 인상, 말투, 몸가짐 등이 바뀌고 키가 커진다.(*7) 모나코에 도착했을 적을 기준으로 상반신은 근육질은 아니지만 충분히 탄력 있고 지방은 얇고 근육은 고양이과 짐승 같이 유연하다.(*8)

에르고의 정체는 이스칸달의 아들인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시신이 다시 살아난 것이었다.(*9) 성질은 부친보다 모친을 닮았다 한다.(*10) 이를 알게 된 에르고의 얼굴은 쓸쓸하게 바뀌었다.(*11)


에르고의 기억 포화와 신의 기억량, 신의 시점

신이 가지는 정보량은 전 세계의 슈퍼컴퓨터를 한 곳에 모아도 담을 수 없다. 에르고의 기억이 없는 건 그런 3개의 신을 억지로 압축해 그에게 쑤셔넣었기 때문이다. 용량초과된 상태라 언젠가는 기억과 인격이 사라진다.(*12) ..... 는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추론이었으나 플랫 에스칼도스의 도움으로 잠시 신의 시점을 갖게 된 것으로 기억 포화의 진짜 이유를 알아낸다. 신이 보는 세계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동등하고 실제로 겪은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이 동등하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주인공이 선택하지 않은 루트까지 모두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즉 단순히 에르고가 삼킨 세 신의 정보량이 많아서 기억 포화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에르고 속의 신들이 미래와 과거에 일어날 무수한 일을 인지하고 있기에 인간인 에르고는 그 현상을 못 견딘 것이었다. 잠시나마 신의 시선을 갖고 있을 때는 그 부작용이 사라졌다.(*13)

다른 예시를 들면, 태양을 의신화한 신령인 백면금모는 시간축은 간단히 무시한다. (*14) 그래서 미래의 자신인 캐스터(타마모노마에)를 보고 한심하다 여겨 캐스터의 마스터 주인공(엑스트라)의 의식을 강제로 자신의 영역으로 끌고 와서 갖고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15)

그리고 신령 서번트는 좌에 돌아가도 기억을 이어받을 수 있는데(*16) 아쳐(에우리알레)에 따르면 신령이라고 딱히 기억을 받는 건 아니고 기록을 받는데 신령으로서 평범한 서번트와 다른 시점을 갖고 있기에 기억을 받는 거랑 비슷하다 한다.(*17)


작품 내에서의 등장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주연이자 핵심 인물로 나온다.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싱가포르에 강의 일이 있어 찾아왔다가(*18) 거기서 해적을 부려 바다에 가라앉은 정화의 침몰선을 찾기 위한 샐비지를 하는 토오사카 린과 만나게 되는데 (*19) 그 셀비지한 것들 중 에르고가 있었다. 2세는 에르고와 몇 마디 나누더니 당분간 여기서 머무르기로 한다.(*20) 그러다 에르고의 소유권을 가진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와서 대립한다던가 (*21) 그 와중 무시키가 난입해서 에르고의 머리를 부숴 버린다거나(*22)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과 한바탕 싸워 간신히 제압하거나(*23) 무시키를 상대로 또 휴전하거나 손오공의 힘을 끌어내 무시키를 물러나게 하거나 했다.(*24) 이를 계기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에르고의 진실을 찾기 위해 제목 그대로 모험을 하기로 한다.

에르고와 만난 지 일주일이 되었을 적 일행은 일본에 와 있었다.(*25) 여기서 아오자키 토우코의 소개로 료우기의 성을 쓰게 된 료우기 미키야와 만난다.(*26) 토우코의 의뢰는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지닌 두 문제(본래는 그레이의 성장이 멈춰버린 것 뿐이었으나 추가된 맴버인 에르고의 기억 문제까지 합쳐서 두 가지 문제가 되어 버렸다)를 해결할 조언을 대신 전해 달라는 것이었으며(*27) 일행을 만난 미키야는 가족에게서 떨어져나간 인간이 불행하냐는 질문을 하고 그건 그 사람이 추구하는 것에 따라 다르다는 답변을 듣더니 그거면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며 법술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야코우 가문의 야코우 아키라가 납치되었음을 알리고 그 아이와 접촉하면 2세의 문제 해결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토우코가 이야기했다 밝힌다.(*28) 그 후로 에르고 본인에겐 기억이 없는 자칭 친구 바이 뤄롱과 마주해 미묘한 관계(친구지만 잡아 오라는 지령을 받음)를 유지하며 한바탕 싸우거나(*29) 공중전 도중 아직 미완성인 43층 그랑 도쿄 ・노스 타워에 추락하거나 하다(*30) 이리저리 얽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야코우 가문과 얽히고 두 번째 신 세트를 개방한다. 사태가 해결되자 에르고의 제조와 관련된 3세력 중 하나인 지즈가 나타나서 2세 일행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여기까지 유도해 왔다고 이야기한다.(*31) 자기가 직접 에르고와 만나는 건 계약 위반인데 예정대로 아틀라스원이 에르고를 회수해버리면 재미 없다며 이번 일을 꾸몄다 한다.(*32) 대충 이익계산이 타협이 되어 일이 마무리된다.

그 후 2새 알행은 에르고의 비밀을 풀기 위해 이집트로 향한다. 아틀라스원과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 독자 행동하는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와 얽히면서 2세 일행이 흩어지는데 토오사카 린과 에르고는 시온과 엮인다. 이 시공에서 아직 10살도 안 된 시온은 아틀라스원에서 내부 감사를 하는데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이 아틀라스원의 배신자와 접촉한다고 추정된다며 에테라이트로 에르고를 제압한다.(*33)​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을 배신자라 추정한 시온은 시간이 모자라서(라티오는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있고, 아틀라스원의 교관들에게 정식으로 허가를 받아 라티오를 추적한다면 그 전에 그녀가 해저 유적에 잠적해버려 찾을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꽤나 강경하게 나온다.(*34) 쫓아온 토오사카 린이 시온에게서 에르고를 탈환하기 위해 에르고를 직접 공격하고 시온과 겨루는데 에르고 본인은 양 측 모두 적대하고 싶지 않았기에 세트의 힘을 전개해 두 사람을 제압한다. 그렇게 어떻게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같이 대도서관으로 향한다.(*35)

그 안에서 대도서관의 파수꾼들에게 공격당하다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합류해서 구해준다. 에르고는 도서관 3층에 진입하자 마치 심장이 이 장소를 기억하고 있는 것 처럼 느낀다.(*36) 그리고 이 공간에서 친밀감을 느끼며 환수를 전개한 후, 시큐리티가 작동해 막혀버린 후로 루비아가 열 방법을 모른다는 4층의 수정벽에 손을 대자 과거의 정보가 에르고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에르고가 들어가달라고 부탁하자 벽은 해체되었다. 이를 본 루비아가 에르고에게 흥미를 보인다.(*37) 이후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에게 이 곳에 대한 또 다른 추론이 있니 뭐니 하다 에르고에게만 이해되는 음성이 제1종 비닉 사항에 저축되는 존재가 감지되었다며 이 곳 저곳에 연결하다 금서고 묘소를 연결한다면서 시공 거품이란 것을 형성하더니 그레이 일행이 있는 곳을 영상으로 이어준다.(*38) 거품영상을 통해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너희들 중에 범인 있는거 확실하니까 기어나오라 하는 사이.(*39) 에르고, 그러니까 알렉산드로스 4세를 발견한 프톨레마이오스가 거품의 성질을 사용해 멋대로 에르고를 납치해버리면서 사태가 틀어진다.(*40)

그래서 에르고를 어떻게 찾느냐가 문제가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 쪽의 경우,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가 3층의 비밀구역을 발견한 게 애드라는 걸 눈치채고 애드가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들어간 것을 이용해 그 쪽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보다 더 오래된 에드의 연산능력을 활성화시킨 후 검색용 식과 방향성을 주입하자 정보 수집 능력이 발현하여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형태를 연산할 수 있게 된다. 즉 수정이 만발하여 던전이나 마찬가지가 된 해저 대도서관의 깨끗할 적 모습을 훤히 파악하는 지도가 된다. 이를 통해 에르고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곳으로 향한다.(*41)
→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와 토오사카 린,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 쪽은 에테라이트에 연결된 에르고의 생체 데이터를 대도서관의 센서에 넣는 것으로 시큐리티를 몽땅 풀어버리고 에르고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이를 쓰면 대도서관의 모든 것을 열람할 수 있기에 시온은 그 유혹을 견디기 위해 적지 않은 정신력을 썼다)(*42)
→ 가장 빨리 도착한 건 지상예장으로 흩어진 일행들을 도청해 사태를 파악한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 쪽 일행이었다.(*43) 지상예장으로 시공 거품을 눌러 관리부의 좌표를 찾고 공간전이를 해 왔다 한다.(*44)

납치된 에르고는 거품을 통해 과거 기억을 보는데 대도서관 3층 금서고에서 그에게 신을 먹였다는 3인인 무시키, 지즈, 그리고 모르는 한 명이 보였다. 지즈가 한 명은 배신할 줄 알았다 하자 무시키가 주먹을 날리는데 지즈는 현대를 기준으로 텐 카운트인 마술 결계를 호흡하듯 만들어 받아낸다. 아무튼 셋은 일을 시작하는데 이름 불명의 아틀라스원의 마술사가 장소를 제공했고, 지즈는 마술식을 제공했고, 무시키는 그릇을 찾았다 한다. 그리고 비통해하는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의 시체로 보이는 것을 들어올리곤 자신의 젊은 군주 알렉산드로스 4세를 맡기는 장면에서 기억이 끊어진다.(*45)

정신을 차린 에르고는 자기가 루비아가 못 들어갔다는 4층의 관리부에 있는 걸 깨달았다. 그를 이 곳으로 전송시킨 프토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자신에겐 권한이 없지만 에르고에게는 이 곳으로 전송시킬 권한이 있어서 그걸 사용했다 한다.(*46) 프톨레마이오스가 아틀라스원과의 계약으로 대도서관을 만들 때의 기억이 모두 암호화되어 있다 하자 에르고는 기억을 잃은 자신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그가 갖고 있음을 알고 동질감을 느꼈다.(*47) 한편 프토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에르고가 이 대도서관에 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최우선적으로 4층의 최심부로 안내하란 기억(과거 아틀라스원의 계약조차 무시하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새긴 임무라 한다)이 있었다 하며, 그렇기에 대도서관을 보호하는 모든 장치를 에르고는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다.(*48) 한편 로드 엘멜로이 2세도 눈치챘겠지만 이 4층 관라부에는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해결할 수단과 방법을 아틀라스원에게도 숨겨진 곳에 준비해 두었다 한다. 한편 이 때 시온 엘트남 아틀라시아가 에테라이트를 통한 통신을 에르고와 연결한다.(*49)
에르고는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양보할 수 없다는 게 느껴진다며 납치당했음에도 곤란함 이상의 감정은 안 가졌다. 시온은 에르고가 에테라이트로 구속해 고문해버린 자신에게도 그와 같은 판단을 하는 걸 보고 뇌에 뭐 이상이 있냐 하다가 일단 아무말 대잔치로 프톨레마이오스가 다음 행동을 하지 못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50)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중앙의 자신의 본체 시신이 안치된 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열곤 거기 가면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한다.(*51) 에르고는 기억을 찾고 싶은 욕망, 자신의 친우라 주장하는 바이 뤄롱에 대한 것을 알고 싶다는 욕망 등으로 그걸 승낙할 뻔 했지만 지금까지의 여행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는다는 건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과 같은 것임을 안다며 중단한다.(*52) 그 곳에 접촉하는 순간 지금의 자신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며 그 전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어째서 심장을 도난당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을 요청했다. 시온은 훌륭한 시간끌기라 칭찬하며 추리도 도와준다 하는데 에르고는 그런 의도는 아니였다 한다.(*53)

에르고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왜 죽임당했냐를 지적한다. 이에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죽음의 정체가 관에 함정이 설치되어서라면 에르고가 관을 접할 때 에르고도 죽을 가능성이 있으니 대화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곤 일반적인 범행동기라면 대도서관의 예지를 구하는 것일 거라 한다.(*54) 다음 대화 화재를 강구하던 에르고는 지금 이 상황이 이중의 밀실이 아니냐 한다. 4층이 밀실에 관이 봉인되어 있는데 관의 봉인만 풀려 있다면 밀실이 이중이 된다. 이중의 밀실은 마술사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인과 관계를 살피면, 범인이 밀실을 만들려 한 게 아니라 범인이 취한 수단이 우연히 밀실로 직결된 상황이며 이 이중 밀실이 수단의 노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범인이 굳이 그대로 둔 것에 의미가 있지 않냐 한다. 그리고 다들 시큐리티 키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확인하지 못 한 것인, 중앙의 관에 프톨레마이오스의 시체의 존재 유무가 지적된다. 그리고 관을 열지 않으면 시체의 존재유무를 알 수 없고 시큐리티 키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시체에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다는 걸 가정하면 삼중밀실이 될 지도 모른다 한다.(*55) 그런 상황에서 도착한 카르마그리프는 자기들은 도청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를 다 알고 있음을 알린다.(*56) 프톨레마이오스의 시신이 든 관을 열 때의 리스크가 걱정된다고 에르고가 솔직히 말하자 카르마그리프는 자신이 밀실살인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한다. 나름대로 프톨레마이오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한 카르마그리프는(*57) 로드 엘멜로이 2세처럼 추리를 시작하는데 2세의 왜 했는가(와이더닛)을 따라하면서 동시에 언제 했는가(웬더닛)을 추가하는데 시간개찬은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신비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한다. 동시에 자신은 지난 한달 간 2세의 행적을 조사했기에 이번 사건에 방황의 바다가 얽힌 것도 알고 있다. 에르고에 대한 게 시계탑의 다른 로드들에게 알려지면 봉인지정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한다. 카르마그리프는 신대 마술에 어두운 시계탑이 에르고를 얻어 봐야 발전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며 방관한다.(*58)

그 뒤로 속속 카르마그리프를 비롯한 일행이 도착하는데 이번엔 가장 먼저 도착한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역을 맡아 추리를 하게 된다. 에르고는 항상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추리를 해 줬지만 이번엔 2세 전에 타인이 먼저 추리하는 걸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59) 카르마그리프가 말하길, 이번에 용의자로 몰린 자들 중 남들의 눈을 피해 파라오의 관을 공략할 기회를 가진 자는 없었으며 관에 누군가가 접근한 건 대도서관이 만들어진 2300년 전, 그리고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대도서관에 침입한 3년 전 중 하나의 시점일 겨라 한다. 즉 각 가능성이 있는 시간대에 각자 관에 손을 대며 무언가의 이유로 밀실 트릭을 하나씩 덧붙였고 그 결과 지금 시점에서 3중의 밀실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다.(*60)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4세가 말년에 유폐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건 그의 후견인 페르디카스를 프톨레마이오스와의 싸움에서 암살당했기 때문이라 한다. 즉 프톨레마이오스의 잘못이 있다는 이야기다.(*61) 그리고 다이도코이 전쟁 끝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시체를 손에 넣은 건 사적인 이유가 있어서일 거고 그게 3중 밀실화의 이유라 하는데 그 사적인 이유를 밝히기 직전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도 관리부에 도착해서 말이 끊긴다.(*62) 그 뒤로 자기소개 하고 에테라이트를 쓰고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의 의미를 카르마그리프가 2세 흉내를 내서 해체하거나 하다가, 카르마그리프가 이번 살인사건의 추리를 마무리짓는다.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3년 전 대도서관에 간 건 에르고의 실험에 관련된 이유이며, 대도서관에 복수의 모순된 명령이 심겨 있을 거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가 일부 기억을 인계 못 받은 건 아틀라스원의 비밀 정보를 감추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아틀라스원 관련 기억을 지우는 것으로 그들의 검열을 피하는 목적도 있을 거라 한다.(*63) 여하간 카르마그리프의 결론을 내리면 기계가 명령대로 수행한 의미 없는 행동(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한 이유, 파수꾼이 폭주한 이유, 이 현상을 감지 기계가 무시한 이유)이 지금 대도서관에 온 일행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착각된 것이다. 무의미라는 순수한 와이더닛에 의한 밀실이라고도 한다.(*64) 덤으로 프톨레마이오스가 사역마 새를 남긴 건 혹시라도 에르고가 2000년 후에도 살아나지 못 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 한다.(*65)

추리가 끝난 후 시큐리티 키는 누가 흠쳐간 게 아니라 관 안에 있을 거라며 에르고에게 관에 잡촉하라 하는데 여기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추리에 태클을 건다.(*66) 2세는 카르마그리프가 자기 흉내를 낸 것 치고는 와이더닛의 취급이 형편없다며 프톨레마이오스가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한다. 카르마그리프가 그건 뭐 대충 알렉산드로스 4세를 향한 속죄 정도려나 하며 뭐 어찌 되던 상관없다 하자 2세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목적은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닌 이스칸달 그 자체의 부활이라 한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는 2세의 말에 긍정하며 생전의 자신은 4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도 그를 되살려낼 정도로 신경이 얇은 사람이 아니라 한다.(*67) 아무튼 카르마그리프의 추리대로라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세 마술사에게 파수꾼을 폭주시키는 계략을 꾸밀 필요 없이 전적으로 그들에게 협력해야 할 터였다. 2세는 자기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충분하면 다들 그 논리의 어긋남을 생각했을 것이라 하며, 세 마술사가 한 통속이 아니었을 거라 한다. 그리고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가 관리부로 들어오자 기다렸다 한다.(*68)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카르마그리프가 자신의 팬임을 자청해 온 것처럼 자신도 현대 마술과 접점이 많은 카르마그리프와 언젠가 마주칠 것을 대비해서 겁쟁이 수준으로 준비해 두었다 하는데, 블랙 옥션에 나도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의 뒷 코드를 낙찰받은 건 라이네스 엘멜로이 아치조르테였다.(*69) 언젠가 카르마그리프 대책용으로 쓸 수 있겠지 하고 시계탑 마술사의 마인드로 아틀라스원의 유실물 구입해 놓은 것이었다.(*70) 카르마그리프 본인도 비슷한 걸 우려하고 있었다 한다. 조를 편성할 때 라이네스를 외주부에서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과 같이 남겨 놓은 건 둘만 있을 때 그 부분을 터놓고 이야기하게 해 라이네스가 로그를 설득하기 쉽게 하려는 의도도 포함되었다. 아무래도 그레이는 그런 비밀을 숨기는 데 익숙치 않아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이네스가 뒷 코드의 기능을 사용해 4층 관리부와 관에 접근했을 때 까지 2세와 항상 통신하고 있었으며 뒷 코드로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전체 지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71) 이에 그레이는 이 정도로 흉계를 꾸몄으면 오히려 자신들이 범인 아닌가 한다.(*72) 그렇게 라이네스가 뒷공작해서 얻은 건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의 증언이었다. 그는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을 죽인 자를 찾기 위해 이번 합동발굴조사단을 꾸몄다. 한편 카르마그리프의 '사이파는 2000년 전의 함정에 걸려 죽었다'는 추리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세 마술사가 한통속이 아니며,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납치한 게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한 거 아니냐고 반박한다.(*73) 세 마술사 중 지즈와 무시키는 2000년이 지난 현대에도 살아 있지만 쿨드리스의 선조는 죽었고 후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남기지 않았다.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지킨 것이라 쳐도 허술했다. 이를 2세는 쿨드리스의 선조가 2000년 전부터 선수를 친 거 아니냐 한다. 다른 둘과 달리 쿨드리스의 선조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였기에 도서관을 제작한 아틀라스원의 분파와 같은 기술을 사용했고 다른 두 마술사와 달리 도서관의 제작에 사용된 기술에 능통했다. 즉, 시큐리티를 돌파해서 본래 프톨레마이오스가 들어 있다고 알려진 관에 다른 내용물을 넣어놓은 거 아니냐 한다.(*74)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 자기랑 자승자박 수준의 추측뿐인 추리 아니냐 따진다. 여기서 사용되는 것이 라이네스가 소지한 대도서관의 뒷 코드로, 이걸 아틀라스원 선임 교관이자 쿨드리스의 후예인 로그가 쓰면 파라오의 관에 어떤 함정이 숨어 있건 무시하고 따 버릴 수 있으니 지금 관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으로 2세의 추리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75)

전원 2세의 관에 뒷 코드를 써 보자는 제안에 찬동했다. 로그 쿨드리스 하일럼이 문을 열려 하자 그 순간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뼈의 칼을 꺼내 아버지를 찌르려 한다. 월령수액과 로그의 뼈의 방패로 간신히 막았고, 그렇게 흑막이 밝혀졌다.(*76) 사실 3년 전 사이파 쿨드리스 하일럼이 대도서관에 침입했을 때 라티오도 따라왔고, 그 곳에 에르고를 만든 세 마술사 중 하나인 그 시대의 쿨드리스가 남겨놓은 기록을 발견했다. 해독은 사이파가 했지만 그걸 머리로 받아들인 건 라티오였다. 문제는 그 기억이 너무 많아서 라티오의 인간성을 변질시켰다. 이런 현상을 막을 방법은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가진 자아가 비어 모든 걸 허용하는 투명체의 재능을 가지는 것 뿐이고, 결과적으로 그런 재능이 없는 라티오는 변질된 자신을 숨기기 위해 분할사고의 다른 인격을 만들어 뒤에 숨어버렸다.(다른 인격은 사고가 터지기 전 라티오의 인격에 가깝게 설정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가짜가 진짜 라티오고 가짜를 만든 진짜가 변질된 가짜 라티오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 3년 간 분할사고의 다른 인격에게 쭉 몸을 맡겨 왔는데 이는 변질된 자신이 몸을 조작하면 다른 아틀라스원의 지인들이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을 것이기 때문이다.(*77)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이라기 보다 기억을 주입받은 결과 2000년 전의 쿨드리스의 인격에 가까워진 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을 열어버린다. 그 안에는 시신이 아닌 검은 독기가 있었고, 그걸 에르고에게 먹이려 한다. 라티오가 범인임을 확인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바로 에테라이트로 라티오를 제압하려 했지만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에르고가 완성되는 쪽에 가치가 있다며 쌍은순호로 에테라이트를 얼려 막아버린다.(*78) 주인이 비전투계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쌍은순호는 수많은 속성의 화살을 쏘아내고, 빗나간 것은 마법진을 발생시킨 후 방향을 틀어 다시 표적을 노리는 등 쓸만함을 과시하며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노렸다. 린과 루비아가 이를 막아내고 카르마그리프와 대치한다.(*79)

한편 2세의 추리가 이어지길, 라티오의 의지를 잠식한 2000년 전의 쿨드리스가 이런 일을 벌인 건 에르고를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연산기능에 접속시켜 아틀라스원 연금술사들의 명제 '세계의 멸망을 회피할 방법'을 연산하려 한 것이었다. 세계를 구하려다 세계를 멸망시킬 병기를 만들어버린 꼴을 잘 아는 쿨드리스는 두 가지 전제를 새웠다. 첫 번째는 구원의 수단이 병기로 이용되는 건 구원의 수단을 이해하는 자가 있기 때문이니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초고연산능력을 지닌 에르고와 대도서관이라는 존재를 이용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대도서관에 접속한 에르고는 버티지 못 하고 죽어버릴 테니 혹시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자가 나타나더라도 에르고를 악용할 방법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었다.(*80) 2000년 전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와 당대의 쿨드리스는 서로를 속였고, 그 결과 3년 전 에르고는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수중에 들어가지 못 하고 해저를 표류하게 되었다. 2000년 전의 쿨드리스는 거기까지 예상한 후 그럼 밖에서 깨어난 에르고가 다시 대도서관으로 올 것이 분명하다 생각해 만회할 준비로 시큐리티 키를 이용한 함정과 관 안에 에르고를 작동시킬 장치를 숨길 구상을 했다.(*81)
이에 라티오는 에르고가 완성되어 자신이 소망을 이루면 시계탑에게도 좋은 일이니 2세에게 막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제안했다. 실제로 2세의 편이 아닌 진실을 안 자들은 저항을 포기하거나 라티오의 계획에 찬동했다.(*82) 하지만 2세는 그딴 게 제자를 포기할 이유는 안 된다며 거절한다.(*83) 탄겔은 복잡한 감정을 뒤로 하고 명령대로 2세를 짓이기려 하고 그레이가 막아선다.(*84) 2세는 그 초연산기능을 발휘하는 데 들어갈 에너지를 어떻게 충당할 거냐 물었고, 라티오는 지하의 해저 화산 중 하나를 동력원으로 쓰기로 했다 한다. 이미 27분 뒤에 필요할 거라 예상하고 그 시점에 화산을 분화시키도록 설정해 두었다.(*85) 해저 대도서관이 아무리 신대 기술로 2000년 간 보존된 특주품이라 해도 해저화산이 터지면 박살나는게 당연하다는 듯 화산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관리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86)

에르고는 검은 독기 속에서 에테라이트를 통해 바깥 상황을 전달받는다.(*87)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그 독기가 에르고를 대도서관과 연결하려 하는 것 같다 하며 이를 끊는 시도를 하려 하는데 에르고가 끊는 것의 역을 해야 한다고 한다. 시온이 이를 받아들이자 에르고가 고맙다 한다.(*88) 에르고는 자신이 누군가의 환생이 아닐까 생각해 왔는데 이번 일로 자신의 정체가 밝혀졌고,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런 자신의 과거를 '엿던 것'으로 지금의 에르고와 별개의 것으로 이야기해 준 것에 감명을 받았다.(*89) 시온에게는 아무 것도 숨길 수 있기에 그녀가 있어서 다행이라 한다.(*90)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자신이 투명체라는 추악함을 못 깨달은 상태로 남의 기억을 착취하는 충동을 억누르지 않는 자라고 자책하는데, 에르고는 그런 시온은 틀렸다 해도 여기까지 달려왔고, 달려온 것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하며 시온은 강하다 한다. 그리고 자신도 시온처럼 무엇이 있어도 달릴 수 있는 자가 되고 싶다 한다.(*91) 검은 독기가 에르고를 통해 멸망을 회피하는 연산을 시작하자 끔찍한 고통이 몰려왔다.(*92) 그리고 에르고의 환수를 통해 온갖 멸망의 가능성이 흘러들어온다. 아직 납득하지 않은 에르고는 자신이 연산기로 변해가는 것을 견딘다.(*93)

이런 상황에서 2세는 보호만 받는 것에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94) 일단 어느 쪽의 편을 들 수 없이 제대로 사고도 못 하게 되어버린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 에르고와의 접속으로 바쁜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침묵중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에게 향한다. 일단 시온에게 에테라이트로 자기 기억 속의 술식 하나를 빼 달라 한 후 프톨레마이오스에게 그걸 사용해 달라 한다.(*95)(*96)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은 하나라며 신을 묻겠다고 선언한다.(*97) 프톨레마이오스의 관에 담긴 신을 이야기하는데, 그 관에 있던 것은 권능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세트와 큰 연관이 있다 한다. 2000년 전의 쿨드리스가 구해 온 간타이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으며 어느 인자가 발현할 지 알 수 없었지만 이 관에 담긴 신과 접촉하면 유리한 부분만 남길 수 있어 신경쓰지 않았다 한다.(*98) 즉 관에 담긴 신에게는 두 가지 권능이 필요한데 신을 절개하는 기능과 최종 연산기로서의 기능이다. 이걸 겸비하면서 세트와 인연이 있는 신은 숫자가 한정되는데(*99) 연산이라면 토트와 세샤트가 적임이지만 이들은 신의 기능을 절개하는 기능이 없다. 신의 기능의 절개는 이집트 식으로 말하면 제조 과정에서 다음 생을 위해 사체를 잘라내 만드는 미라에 가까운 권능이라 한다.(*100) 세트와 짝을 이루며, 과거에 왕이었고 현재 세트에게 왕권을 빼앗겼으며 미래에 최후의 왕신 호루스에게 넘겨주는 이 신은 다른 신화에서 나오는 삼위일체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고, 본래 생과 사 식물의 신이었지만 동생에게 죽임당하면서 신을 무로 돌리는 명계의 신도 되었다. 생명의 신이기도 하며, 최초로 미라가 된 신이고 하다.(*101) 그렇게 밝혀진 신의 정체는 오시리스였다.(*102)(*103)

한편 2세가 다른 인물들에게 맡긴 건 서번트의 소환 의식이었다. 쿼트 이슈타리오 아즈반과 조제페 이슈타리오 사그다임의 몰큘페이스가 바닥을 연산기로 만들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역마가 성유물로서 연산기 가운데 서고, 2세의 기억에서 서번트 소환의 술식을 읽어 온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주문을 외친다.(*104) 일반적인 시계탑 마술사가 사역마와 계약하는 술식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쓸 수 없는 것이지만 서번트 소환의 술식은 웨이버 벨벳이란 초짜가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마력만 유도할 수 있다면 아틀라스원의 사람도 호환되는 간단한 술식이었다.(*105)
그리고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신을 불러낼 수 있는 장소니 유사한 영령소환의 술식이 성립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해저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이라 영맥이 초 활성화됬기도 했다.(*106) 딱 하나 대성배와 제3마법이 없다는 문제는 검은 독기에 씌워져 신의 영역의 연산기로 변하던 중인 에르고를 대용으로 썼다. 사실 대용이라곤 하지만 대도서관과 신의 권능으로 모방한 힘은 후유키 시 성배전쟁의 원형이 된 그랜드 클래스의 결전술식에 가깝다 한다.(*107)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가 시온의 영창을 막으려 했지만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보석에 상승을 걸어 강화를 발동해 플라잉 니킥을 카르마그리프의 목에 명중시킨다.(*108)
이 연산을 진행하는 동안 에르고의 몸은 복원되며 손에 그 거대한 잔이 생겼다. 정체가 밝혀진 오시리스는 멸망을 회피하는 연산에 모든 힘을 써서 파편 정도의 힘 밖에 남지 않아 에르고가 삼킨 세 신을 분리해낼 능력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서번트 소환 의식에 필요한 연산 능력은 남아 있어 에르고가 손에 생긴 잔을 이용해 시온네와 오시리스를 연결시킨다.(*109) 그렇게 검은 독기, 오시리스는 사라졌고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제3재림의 모습을 한 아쳐(프톨레마이오스)가 소환된다. 에르고와 시온을 마스터라 부른다.(*110)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은 마지막까지 에르고를 다시 관에 돌려보내 연산을 다시 하려 했지만 서번트로 불린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해저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인 책을 갖고 있었고 이것으로 모든 것을 통제해 화산을 정지시킨다.(*111) 소환된 프톨레마이오스는 사역마의 자신의 기역을 인계받았고, 사역마의 자신이 궁금해하던 대도서관을 만든 진짜 의도가 '천재적인 언어의 재능을 가진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아무리 읽어도 책이 부족하지 않은 도서관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인 것을 알게 된다.(*112) 그의 시대는 잔혹함이 아주 당연했기에 빛을 볼 재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것에 더 강한 슬픔을 느꼈다. 아무튼 그는 에르고를 신을 먹어서 기억의 포화를 일으킨 시점에서 새로운 인간이 된 거나 마찬가지니 그를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닌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닌 자로 정의한다.(*113) 아쳐(프톨레마이오스)는 또 누가 언제 찾아올 지, 아니면 그 전에 인류가 멸망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잠시의 폐관을 진행한다.(*114) 발굴자와 방문객들을 지상으로 되돌릴 시공 거품을 만들어준 후(*115) 에르고에 대한 최저한의 정보가 기록된 수정을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넘겨준다.(*116)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이 알렉산드리아를 떠나게 되었는데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는 이제 2세 일행과 만나지 못 할 거라 하지만 에르고는 언젠가 재회할 거라 한다. 시온은 그게 말이 되냐 하면서도 2세 일행을 절대 잊지 않겠다 한다.(*117) 카르마그리프는 에르고에 대해선 시계탑에 찌르지 않는다 하며, 지금은 괜찮다 한다.(*118)

다 끝나고 보니 에르고가 그 이스칸달의 아들인지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조금 뻘쭘해졌다. 사교적인 가면을 풀고 무방비한 민낯으로 에르고에게 이스칸달에 관한 기억이 다 돌아왔냐 묻는다. 그러자 에르고는 2세에게 이스칸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달라 한다. 2세는 재미없고 긴 이야기지만 해줄 수 있다 하며, 언젠가 에르고가 자신의 자의식을 확립할 수 있겠지만 에르고의 기억 포화로 시간이 많지 않은 게 발목을 잡는다 한다.(*119)
2세는 이번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면 다시 현대 마술의 강사로서 수업을 재개할 생각이라 하며, 당장은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로 가서 장소를 확보하고 아쳐(프톨레마이오스)가 넘긴 기록 수정을 에르고에게 읽게 하겠다 한다. 이번에 신을 절제하는 오시리스의 데이터를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가 추출해 데이터로 넘겨 주었기에 에르고의 신을 절제한다는 목표도 진전되었다.(*120)

모나코 편에서는 알렉산드리아에 있을 적 자기가 지즈랑 같이 모나코에 연락해 온 플랫 에스칼도스를 로드 엘멜로이 2세 일행이 찾아가게 되고 거기서 지즈를 마주한다.(*121) 둘은 반 펨의 배에서 만났다. 플랫은 마술사로서 지즈의 능력을 간파하고도 나사가 빠진 대응을 하고 지즈는 플랫과의 대화가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다.(*122) 에르고는 료우기 미키야와 약속한 대로 야코우 아키라의 행방과 덤으로 바이 뤄롱의 행보를 지즈에게 묻는데 지즈는 뤄롱이 성창의 그림자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다쳐 요양 중이지만 슬슬 복귀할 만 하고 아키라는 뤄롱이 철저히 보호해서 자기는 손 댄 적 없다 한다.(*123)

지즈는 무시키라면 한 번 싸운 이상 죽을 때 까지 싸운다고 말하겠지만 자긴 방황의 바다 쪽 사람이라 시계탑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신비의 쇠퇴에 대해 우려한다며 귀중한 재능과 인재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로드 엘멜로이 2세 측과 일본에서 생긴 갈등을 싸움이 아닌 도박으로 해결해 보자 한다.(*124) 의식의 흐름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도박을 좋아하는 지즈가 2세랑 자화자찬하며 떠들다 도박하러 반 펨네 유람선에 온 거라 하는 지즈는(*125) 내기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반 펨과 도박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의 소원을 들어주고, 둘 다 질 경우 반 펨의 소원을 이루어주자 한다.(*126) 그리고 참가자는 자기 제자를 플레이어로 내보낼 수 있다 한다. 정체가 알려져서 신뢰가 무거워진 에르고가 자신을 써도 상관없다 하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 제안을 승낙한다.(*127) 지즈가 접근해 도박을 제시한 이유는 처음부터 반 펨에게서 뭔가 받아내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라고 짐작되었다.(*128)

이야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와중 그럼 펨의 선상연회의 참가비인 100만 유로는 어쩔 거냐는 이야기가 나온다.(*129) 2세에게 그 정도의 돈은 없는지라 그걸 무담보로 빌려줄 만한 멜빈 웨인즈에게 연락한다. 하지만 저 쪽에 이미 지즈가 개입한 상태였고, 멜빈은 방황의 바다 쪽 뭔가 훌륭한 물건을 담보로 지즈에게 돈을 빌려준 후 이미 모나코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돈은 못 빌려준다 한다. 2세의 평으로는 저 놈은 자기보다 지즈에게 붙는 편이 더 재밌을 거라 생각해서 이런 것 같다 한다.(*130)

돈을 구하러 로드 엘멜로이 2세와 플랫 에스칼도스가 가 버리자 그레이와 에르고는 반 펨의 카지노선의 정원에서 대기한다. 그러던 와중 아쳐(프톨레마이오스)에게 받은 수정이 언급되는데 컴퓨터의 압축 풀기 소프트웨어와 비슷해 마술회로와 환수의 30%를 사용해 해동 중이며 타이밍에 따라서는 카지노선을 나고 있는 동안에 내용물이 전개될 지도 모르겠다 한다.(*131) 그들에게 반 펨이 접근해 온다. 에르고를 보더니 마술 세계란 건 재밌다며 에스칼도스가 한 발자국만 남았다니 뭐니 하더니 자길 따라가면 로드 엘멜로이 2세와도 엮일 거라며 두 사람을 대려간다.(*132)

에르고와 그레이를 응접실로 초대한 반 펨은 자신이 에르고를 알고 있다 하며 그에게 도박을 제안한다. 자신이 이기면 원하는 것 하나를 알려주는 대신 에르고가 지면 산동안 자기 아래에서 일하라 한다. 에르고가 승낙하자 완전히 똑같은 가죽 물컵 3개를 꺼내더니 이스칸달 코인을 하나 넣곤 그레이의 강화된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속도로(본인 피셜 오랜만에 해서 느리다 한다) 섞어버린다.(*133)
마술과 신비가 전여 관여되지 않은 기술만으로 동전을 섞는 반 펨은 에르고가 깨어난 이후로 겪은 일을 전부 말한다.(*134) 다 섞고 골라보라 하자 에르고는 모든 컵에 동전이 있음을 간파하곤 전부 열게 한 후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떠올리게 하는 컵과 공(이 경우엔 동전)으로 하는 마술의 기원을 이야기한다.(*135) 이러한 지식은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배웠다 한다. 한편 에르고는 반 펨이 방금 행위를 신명재판이라 불렀으니 이게 승부가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음을 간파했다 한다. 이스칸달 코인은 골동품이나 경매에서 구한 게 아닌 반 펨이 이스칸달 생전에 손에 넣은 거라 하면서, 아마 반 펨은 세 마술사가 자신에게 신을 먹인 일에 관여했을 거린 추론을 제시한다.(*136) 이에 반 펨은 에르고가 지난 한 달 로드 엘멜로이 2세 아래에서 좋은 여행을 한 것 같다며 칭찬하곤, 동전을 복사한 마술를 응용해서 재질을 바꾸고 동전 더미를 만들어낸다.(*137) 그러면서 자긴 마술을 못 한다니 뭐니 하며 지즈 입장에서는 이 카지노선을 운영하는 자신들이 타락한 존재로 보일 거니 말하며 자기가 에르고 관련자임을 실토한다. 에르고가 내기에서 승리한 대가로 그의 기억포화를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덤으로 그레이의 노화 정지를 해결할 방법도 있다 한다. (*138) 이러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하며, 그 대가로 지난 번에 자기를 이긴 도전자(나중에 에미야 시로로 밝혀짐)를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능력으로 찾아달라 한다.(*139) 다른 딸들의 인도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오자 반 펨은 그가 에미야 시로를 찾는 이유가 선상연회에서 우승한 상금을 받아가지 않았기 때문임을 밝힌다. 카지노선 입장에서는 이긴 상대에게 상금을 주지 못 하면 평판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140) 선상연회의 우승상금은 정해져 있지 않고, 에미야 시로가 맡긴 돈 때문에 선상연회에 참가했지만 이겼을 때를 딱히 생각하지 않은지라 나중에 다시 온다 해 놓고 실종되었다 한다. 2세는 그럼 그가 납치된 게 아닌가 하며, 그에게서 정보를 캐낼 가능성 또는 그에게서 반 펨을 이기는 방법을 알아낼 가능성 등이 있을 거라 한다. 한편 반 펨은 시로가 무욕적으로 보였다며 누군가에게 상금을 받을 권리를 양도했을 지도 모른다 한다.(*141) 여기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자기가 에미야 시로를 찾아낼 테니 반 펨에게 계약료만 받겠다며 선상연회의 참가비 백만 유로를 내놓으라 한다. 반 펨은 자긴 손해 보는 거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썰을 풀며 백만 유로면 파격적으로 싸다며 이를 승낙한다.(*142)

2세가 의뢰를 받아들이면서 반 펨에 의해 카지노선에서 묵을 방이 배정되자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엘멜로이 교실 최고참과 최신참의 대화라는 느낌이다.(*143) 교실과 2세에 대해 이야기하던 플랫은 갑자기 나도 서번트 소환하고 싶다 타령한다. 로드 엘멜로이 2세는 4차 성배전쟁의 이야기를 싫어하지만 자기도 소환해서 친구가 되고 싶다 한다. 잭의 칼날, 용수철 발 잭, 생 제르맹 백작, 샌드위치 백작 등을 언급하며 전 세계에 성배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도 한다.(*144) 에르고는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에게도 비밀로 하던 자신이 깨어난 후의 기억도 점점 사라지는 것을 플랫에게 상담한다. 그라면 걱정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이는 적중했다. 한편 에르고는 사실 자신이 기억 포화로 기억이 차례차례 압박을 받아 사라지는 것 조차 세 마술사가 안배한 것이고 그 끝이 목표가 아니냐 한다. 플랫이라면 마지막 순간 이걸 멈출 수 있지 않냐 하자 플랫은 처음 봤을 때 부터 에르고의 술식을 분석 중이었으며 지금은 약 20~30% 확인했다 한다. 확신은 못 하지만 플랫은 자신이 악역이 되어서라도 해 보겠다 한다. 이 둘은 각자 1800년 전과 2400년 전 물려진 유산 때문에 고생 중이니 서로를 유산 동맹이라 부르자 한다.(*145) 그 후에는 카지노선의 시설이 작동해서 감금된 상태로 선상연회 제1회전을 하게 되는데 이 1회전의 내용은 로드 엘멜로이 2세 항목을 참조할 것. 1회전을 통과해서 vip룸에 도착하자 지즈의 시체를 발견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지즈 항목을 참조할 것.

지즈의 문제로 고민하는 2세를 두고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는 카지노선에서 나간다. 에르고를 모나코의 자기 집으로 대려온(이게 처음이라는 모양이다) 플랫 에스칼도스는 이것 저것 알려준다. 자기 집의 위치, 들어가는 법, 보안 돌파법, 부모와의 관계, 반 펨의 선상연회에 임시로나마 참가해 자신의 마술각인을 되찾은 것 등이 나온다.(*146) 이번에 플랫이 고향인 모나코로 온 것은 누군가와 함께 이 집에 와 보고 싶어서였다.(*147) 플랫의 아버지는 마술사 킬러를 고용해 뒀다. 그들이 플랫을 덮치는 순간 플랫의 유모이기도 한 호문쿨루스 미스트03이 구해준다. 에스칼도스가 모나코 마피아와 항쟁 중이라 이렇게 되었다는데 진실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 한편 플랫은 미스트03에게서 자신이 가진 마술각인의 빠진 파트를 임시로 빌린다.(*148) 에르고가 먹은 신이 일으키는 현상을 마술각인의 조각을 심어 마력 분석기로 사용해 마술식 자체를 분석해 보겠다 한다.(*149) 실패확률 30%의 이 실험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 공감 상태를 유지하기에 상대의 기억을 본다.(*150)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플랫이 유언이라도 준비해 두라 하자 에르고는 미스트03에게 다시 온다고 약속했으니 필요없다 한다.(*151) 헌데 플랫이 마지막 과정을 시작하자 에르고의 내면에 있는 건 마술이 아닌 세상을 부합하는 신비로 되어 있다 한다. 그리고 손오공과 세트가 물의 성을 가진 존재니 세 번째 신이도 그에 관련되었니 말하는 순간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의 안에 있는 것들이 반응한다. 잘도 오긴 했는데 조금 이른 것 같다 한다. 그러면서 플랫이 에르고의 몸에 빨려들어가고 에르고도 자취를 감춘다.(*152) 이는 고유결계의 반전현상이라 부르는 것이다.마술각인 시술을 받을 때 서로의 정신세계에 빨려 들어가는건 흔하지만 몸 전체가 흡수되는 경우는 시계탑 역사에서도 서너 번 정도 밖에 없었다. 본래는 좀 더 정신적인 개념적 공간인데 에르고의 경우 삼켜버린 신이 너무 견고해 현실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153)
달을 통해 삼킨 신을 제어하라 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조언을 따라 에르고가 뭘 어떻게 하자 얼굴에 겐마가 만들어 준 가면이 떠오르고 세트가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래를 재료로 한 에테라이트를 생성해낸다.(*154) 그것만으로는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 없었다. 그러자 플랫 에스칼도스가 지금 하는 건 마술회로 대신 에테라이트를 이용하는 가짜 연결이니까 에스칼도스의 마술각인을 에르고에게 이식한 지금이라면 도울 수 있다며 자신의 마술회로와 에테라이트의 규격을 연결하여 여러 마술식을 구동시키는 걸로 정보를 회수했다. 로고스 리액트에서 고안한 것이라 한다. 이게 먹히자 에르고는 자신이 거인이 된 듯한 초능력 같은 걸 느끼며 신과 같은 소통이 가능해진다.(*155)
그렇게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는 모나코에서 그들과 인연 있는 자들을 인터넷 링크를 타고 가듯 보게 된다.(*156) 그 중에서도 에미야 시로를 발견하자 5차 성배전쟁의 일대기를 보게 된다. 5차 성배전쟁의 다양한 결과, 에미야 시로가 정의병자가 된 이유, 아쳐(에미야)와의 충돌, 4차 성배전쟁의 마지막 에미야 키리츠구가 시로를 구하는 장면 즈음에서 준비한 마술식이 바닥나 에르고는 다시 인간의 시점으로 돌아간다.(*157)

한편 저스트가 에미야 키리츠구를 죽인 게 에미야 시로라 하자 순간 시로는 당황한다. 그 틈을 노려 저스트 공격해 와 시로가 위험에 처했을 때 신의 부감이 끝난 후 그 자리로 공간전이해 온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가 막아준다. 플랫이 저스트의 전법이 마술사 킬러 에미야 키리츠구와 같다고 말해버려서 시로가 키리츠구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저스트는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도 알고 있다 하며 에미야 시로를 용서하지 않겠다 선언하곤 특제 섬광탄을 폭파시키고 도주한다. 시로는 부상으로 쓰러진다.(*158)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가 정신을 차려 보니 예 스젠이 은신처로 쓰는 호텔 방이었다. 폭파해체 현장에 두 사람이 날려진 것은 당장 해명이 불가능했고, 이 시점에서 예 스젠이 지즈에게 신대의 마술을 전수받은 것이 정식으로 언급된다. 지금까지 그걸 숨긴 건 그걸 밝혔다간 지즈를 죽인 용의자로 몰랄 것을 염려한 것이다. 한편 그간 에미야 시로가 말 할 기회가 없어 못 전한 시로가 지난 선상연회의 우승자임을 플랫 에스칼도스가 말해버려서 예 스젠도 알게 된다. 이에 자기가 속은 것으로 판단해 빡쳐서 화장술을 쓰려 하자 에르고가 일단 플랫을 환수로 무력화시킨 후 예 스젠에게 일이 이렇게 된 건 모두 자기 탓이라며 사과를 박는다. 그걸 보고 에미야 시로가 껄껄거린다.(*159) 에미야 시로는 이 상황이 토오사카 린에게 자주 보여준 자길 죽일 듯한 눈으로 노려보던 게 생각난다 한다. 에르고가 아는 반응을 보여 말문이 트인다.(*160)

예 스젠과 에미야 시로는 에르고가 가진 겐마의 가면이 훌륲한데 미완성이라 한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완성시킬 수 있는데 예 스젠은 시로의 우승권리를 주면 그러겠다 했으나 시로는 자신은 대리라서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미래에 에미야 시로의 스승인 토오사카 린에게 빚을 지운다는 것으로 승낙했다.(*161)
투영으로 이 작업에 필요한 끌을 만든 시로는 가면을 다듬으면서 에르고에게 지금까지의 여정을 들려달라 한다.(*162)

에르고가 자신이 깨어난 후의 이야기를 스케치북을 동원해 잊어버린 것 까지 수습해서 해 주자 에미야 시로는 가면에 에르고가 잊은 기억들이 가면에 새겨져 있으며 단순한 권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에르고를 도와주는 것 같다 한다..(*163)
에미야 시로가 에르고에게 기억 포화가 해결되면 뭘 하고 싶냐 물었고 이에 에르고는 끝을 보고 싶다 한다.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이니, 그 여행에서 자기만의 끝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164) 기억은 없어도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을 생각하면 숙명에서 해방된 것 같다 하며, 기억에 없는 아버지 이스칸달가 오케아노스를 향한 것도 이런 느낌이려나 한다.(*165)
이에 자신의 투영의 공정을 설명해 준 시로는 이 가면이 어떤 것이건 에르고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도와줄 거라 한다. 그래서 이 가면을 어찌할 지 생각하라 한다.(*166) 한편 예 스젠의 작업이 완료되었고 이에 맞춰 에미야 시로가 망치를 잡고 가면을 다듬으려 하는데 플랫 에스칼도스가 뭔가 깨달았음을 이야기한다.(*167)

다음 편으로 넘어가서, 시로가 에르고의 가면을 좀 더 손보는 걸 마쳤다. 가면을 건네받은 에르고가 그리스 조각상 같다 한다.(*168) 저스트 건은 일단 두고 반 펨의 카사로 귀환하기로 한 에르고와 시로가 우연히 식사를 위해 들른 곳은 에미야 키리츠구가 모나코에서 활동할 적 단골로 삼은 해변의 카패였고, 그 당시부터 일하던 여성 종업원은 에미야 시로를 보고 그가 키리츠구의 양자임을 간파한다. 키리츠구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하는데, 시로는 그걸 보고 후지무라 타이가가 키리츠구를 종종 나쁜 어른이라 했던 것이 떠오른다 한다.(*169)
시로를 증오하는 저스트가 왜 그러는가를 생각하는 사이 키리츠구를 언급한 종업원이 공사로 철거되기 직전인 키리츠구의 단골 바를 알려줘서 가 본다.(*170) 해당 장소는 마력을 쓰지 않는 결계로 보호되고 있었고 시로가 해석해서 열어서 들어가는데 버려진 듯한 바의 지하에는 비밀 공간이 있었다.(*171) 그 안의 화약과 와이어를 이용한 함정은 에르고가 환수로 무력화 시켰다.(*172) 공간의 정체는 은신처로 과거 에미야 키리츠구가 썼을 이 공간은 저스트가 사용하는지 온갖 근대병기와 아틀라스원 기반의 장비로 가득했다.(*173) 그리고 저스트가 작성한 매핑이 가득한 화이트보드에는 지금까지 에미야 키리츠구가 시전한 암살 목록이 적혀 있었다. 이러한 행위는 극악 테러리스트와 마찬가지인지라 시로가 충격받는 사이 저스트의 다음 목표가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 롱고미니아드조차 기록되어 있었고, 반 펨의 카사에 참가중인 두 사람에게 경고하려 했지만 통신이 닿지 않았다.(*174)
그렇게 난감한 차에 에미야 시로는 생각보다 안정적인 정신상태로 저스트가 자신을 노린 이유가 마술사 킬러 에미야 키리츠구를 그냥 평범한 할아버지로 바꿔 놓은 것임에 납득한다. (*175) 문제는 저스트가 로드 엘멜로이 2세를 노리는 이유를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에르고가 왜 그랬는가(와이더닛)를 생각하자 한다.(*176) 그 때 이번에 시로를 붙잡았다는 30대 마피아가 비밀 장소애 들어와서 마주치게 된다.(*177)

본명은 안 나오고 헌팅캡이라 불리는 마피아는 에르고의 환수로 붙잡혔는데 살의로 가득 차 있었다. 일단 날뛰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풀어주자 저스트에 의해 마피아들이 몰살된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과거부터 모나코에 괜한 시비를 걸면 이상한 이름을 자칭하는 연금술사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었다 한다. 실제로 원인불명으로 마피아들이 죽어나간지라 모나코의 마피아들은 한동안 큰 사고 안 치고 조용히 있었다. 이번에 크게 준동한 건 에미야 시로가 카사에서 이긴 것의 나비효과 비슷한 것이었다.(*178) 남자가 여기까지 찾아온 건 모나코에서 눈에 띄는 동양인인 시로를 미행한 것이었다. 저스트가 불가침 장소인 반 펨의 유람선에 깽판치러 갔다는 걸 들은 남자는 분노하다가 문득 시로에게 왜 자신들과 싸울 때 충분히 자신들을 몰살시키고도 남을 실력이었으면서 굳이 당해줬냐 묻는다. 시로가 언제나의 정의의 사자로서의 지론을 설파하자 남자는 질려하더니 시로와 에르고를 보고 따라오라 한다.(*179)
남자가 안내한 곳은 저스트가 사선환희선을 향해 보트를 몰고 나간 해안선의 어느 지점이었다. 어렸을 때 모나코에서 일주일 간 에미야 키리츠구의 훈련을 받으며 정의의 사자를 동경한 적 있었다는 남자는 저스트가 맵핑한 걸 보고 시로의 정체를 알고서 도움을 준 것이다.(*180)
그렇게 사선환희선으로 향하려 할 때 저스트가 설치해 둔 트랩이 작동했다. 닿은 자를 전기충격으로 기절시키는 반경 10m 정도를 둘러싸는 벽,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도입되어 마술적 파츠가 탑제되었고 미래 예지가 가능한 특수한 드론이 일행을 덮친다. 간장 막야의 데이터가 수집된 드론들은 시로의 투척을 간단히 피했고, 에르고가 신비의 은닉이 가능한지 걱정하는 사이 시로는 6공정에 의한 투영으로 바쥬라를 만들어 드론들을 일격에 격파했다.(*181)

서둘러 사선환희선으로 향하지만 이미 저스트는 매핑에 적혀 있던 대로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의 목숨을 노려 온다. 일전에 탈락한 아젤과 같은 모습으로 덤볐는데 생각보다 허무하게 그레이에게 격파당한다. 하지만 그건 저스트 본인이 아닌 인형이었고, 모습을 드러낸 진짜 저스트가 총으로그레이를 쏴 버린다.(*182)
구체적으로는 2세를 쏘는 척 하면서 그레이를 톰슨 센터 암 컨텐더로 쏴 버린 건데, 본래라면 권총탄 따위로 쓰러질 그레이가 아니었지만 사용 탄환이 기원탄이었다. 이윽고 2세를 죽이기 위해 저스트가 톱을 전개한 순간 뒤늦게 에르고와 에미야 시로가 현장에 도착해 어떻게든 수습한다. 정신적인 충격에 빠진 2세의 마술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에르고는 자신이 그레이를 살필 테니 2세는 마지막 라운드로 향하도록 한다.(*183) 결국 죽어가는 표정으로 마지막 내기는 혼자 참가하게 되었다.(*184)
본래라면 그레이의 마술회로가 박살나야 했지만 그레이는 지금까지 쌓은 경험에 의한 본능으로 명중하기 전 즉시 마술회로를 정지시켰고 회로의 데미지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화를 중단시켰기에 톰슨 센터 암 컨텐더의 물리적 데미지를 소녀의 육체로 그대로 받았다는 점, 마술회로를 급히 정지시킬 때 몸을 휘감고 있던 마력이 금제동 급감속한 것에 의한 부담이 몸을 망가뜨렸다는 점은 피할 수 없었다. 거기에 기원탄의 성질은 마술회로 뿐만 아니라 상처에도 작용하기에 상처 부근의 근육과 신경과 혈관이 있을 수 없는 형태로 비틀어졌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 즉석에서 에르고가 심령수술을 하게 된다.(*185)

그레이의 특별한 육체는 가사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자아기 작동했고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했지만 점점 죽음에 임박해 갔다. 육체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져 정신과 영혼의 영역이 넓어졌고 본래 자신의 능력이 증폭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186)
에르고의 심령수술은 지즈가 야코우 아키라의 안쪽에서 신을 절반 적출할 때의 기법을 환수를 사용해 재현한 것이다.(*187) 첫 단계로 기원탄을 적출했지만 계속해서 작살난 마술회로와 신경을 다시 연결하고 혼을 깨우고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했다. 시계탑의 고위 마술의(위치 닥터)가 아니면 대응 불가능한 짓을 에르고가 해내야 했다.(*188)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배운 월륜관에 에미야 시로의 투영 6절, 플랫 에스칼도스가 마술각인의 조각으로 자기 내면의 신을 스캔했던 것을 응용해 '바다에 가라앉아 녹아가는 달'로서 그레이의 안쪽으로 침투한다.(*189) 이는 성공해서 에르고는 정신세계에서 그레이의 의식을 붙잡았다. 이제 상처만 마무리하면 되는데(*190) 정신세계는 사선환희선 전체를 부감하기 시작했다. (*191)
이 천리안과도 같은 특수현상에서 지즈가 카사를 이용해 모나코에 적용시킨 술식을 찾자 지즈의 신전에 들어가서 그의 시체를 상대로 뭔가 의식을 하는 플랫 에스칼도스, 예 스젠, 멜빈 웨인즈의 모습이 보이다가 지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안 죽었다던가 그런 건 아니고 일종의 기록으로 남았다 한다. 무시키는 사정 상 자신을 죽일 수 없고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라면 자신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즈의 기록은 기억이 완전 동기화된 게 아니라 누가 자길 죽였는지는 모른다 하며, 그레이가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들은 그의 계획(절반만)이 사실이냐 캐묻자 말 돌리듯 강화 VR 같은 느낌으로 선상연회 3회전 2라운드가 막 시작하는 투기장을 출력하곤 구경이나 하자 한다.(*192)
VR을 통해 2라운드가 투기자인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의 승리로 끝나고, 배팅의 결과를 정리한 후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를 지즈를 살해한 자로 지목하고 추리까지 하는 걸 보게 된다. 추리가 끝나자 그걸 정신세계에서 바라보던 지즈의 기억은 근본적으로 위상을 어긋나게 해 자신과 에르고, 그레이를 연회의 특별실에 실체화 시켜서 다시 합류하게 된다.(*193)

여기서 2세는 선상연회의 결착을 멈출 것을 요청하는데 그건 지즈의 살해자가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이라는 이유였다.(*194) 앞서 2세는 선상연회에서 살인을 저지른 자가 나온다면 승자가 없는 몰수 경기로 하자는 룰을 확인했는데 이는 자신이 연회 도중 살해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기도 했지만 이렇게 자기가 못 이기는 상황에서 근본부터 뒤집어버릴 것도 상정했기 때문이다.(*195) 2세의 추리는 이시리드의 수법을 모두 간파했고, 그가 지즈의 후손이면서 지즈를 죽이고자 하는 이유 등이 밝혀진다. 이에 대해서는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항목을 참조할 것.
지즈의 기억은 이걸 보고 자신이 현대의 마술사를 이해할 일은 없어도 인간의 심리는 신대에도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한다.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이전에 절반까지만 고찰한 지즈의 진정한 목적을 해체해 보겠다 하며 지즈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196) 2세는 지즈의 정체가 신대의 마술사이자 신전 그 자체이며 고유결계라는 것을 추리해냈다. 지즈는 이를 긍정하고 자신의 썰을 풀기 시작한다.(*197) 생명의 방향성적인 문제로서, 지즈는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도록 만들어진 것이 우리라 한다. 보다 강하고 현명하고 상냥하고 아름다운 곳을 지향할수록 인간은 원죄를 짓는다.(*198) 이걸 마술사적으로 접근할 경우 인간은 생명의 방향성이 발생한 단계에서 고정되었으며 애초에 선택지초차 없이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고 낭비하도록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으며 그 죄를 묻는 건 처음부터 무의미했다는 일종의 결정론을 이야기한다.(*199) 그렇기에 실패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창조한 부모이며 그 부모.... 별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합당하다 한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건 인간의 부모가 될 새로운 별을 만들려 한 것이다.(*200)

로드 엘멜로이 2세는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행성과 마술 세계에서 말하는 별은 다르니까 행성이 하나 늘어도 그 자체는 문제 없을 것이라 한다. 문제는 그 별을 만들 재료였다. 신이란 이야기의 주형이고 세계의 알이며 역사 그 자체이므로 행성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한다. 그래서 거기 써 먹으려고 에르고와 바이 뤄롱을 준비했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행성은 극히 작았기에 대충 지구의 지표의 1%인 모나코와 코트다쥐르를 써먹겠다 한다. 별을 만든다는 건 근원에 도달하는 것과 같은 대위업이고 그걸 그 정도 희생으로 이룰 수 있다면 시계탑의 마술사 적 마인드로는 남는 장사고 거절할 이유는 없을 거라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인정한다. 하지만 에르고가 희생되기에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201)

이를 이루기 위해 모나코에서 벌인 일은 아직 완성된 술식이 아니었다. 고유결계란 한 번 완성되면 바꿀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는 자신이란 고유결계를 완성시키지 않고 2000년 넘게 계속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 중이었다. 자신의 영혼의 핵에 신념이라는 씨를 뿌리고 사상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고 동경이나 집념이란 물과 비료를 주고 가끔은 자신의 마음의 가지치기를 해 심상세계를 관리해 왔다. 지즈가 편안하고 인간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비인간적인 인상을 보인 건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고유결계는 이번 선상연회가 끝나는 오늘 완성된다 한다. 즉, 별을 만드는 고유결계다. 그가 마술적으로 아름다웠던 건 별이 아름답기에 그걸 만드는 고유결계로서 아름다웠던 것이다.(*202) 정체를 드러낸 지즈의 몸은 빛나며 블랙홀 마냥 폭풍을 빨아들이고 있었고, 2000년 분의 마력 출력으로 롱고미니아드 진명개방을 상쇄했다. 이 모습은 고유결계・유성체(固有結界・幼星体)로 정의된다.(*203)

지즈의 유성체로서의 능력은 지즈 항목을 참조하도록 하고, 좀 전에 지즈에게 포박되었던 에르고가 정신을 차리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그가 삼킨 마지막 신의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204) 그 신의 정체는 오케아노스였다. 밝히는 과정은 하단이나 오케아노스 항목을 참조하도록 할 걸. 에르고가 새로운 신을 얻으면 그게 곧 역전하는 키였기에 이번에도 기대했지만 오히려 오케아노스가 밝혀지자 그 힘은 지즈가 강탈해서 그의 고유결계 유생체를 다음 단계로 이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205)
진화한 유생체는 앞으로 자신이 만들 새로운 행성에 적용할 개념인 '정체'를 시전한다.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낭비라는 졸속을 인정하지 못 한다며 내건 이 힘은 반 펨의 제7마성조차 정지시켰다.(*206)
빛의 검사들이 기습을 준비하던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의 반격을 봉쇄했다. 롱고미니아드가 안 통하고 오케아노스를 밝혀냈음에도 의미가 없고 마지막 기습마저 실패해 모든 것이 끝나나 했다.(*207)
그 때 저스트와 에미야 시로는 지즈를 막아선다. 여기서 저스트는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의 아들이자, 지즈의 손자이며, 저스트의 마술회로가 신대회귀고 이시리드가 저스트에게 암시를 걸어 마술사 킬러로 써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저스트는 지즈가 주장하는 새로운 행성을 창조해 죄 없는 인류를 만든다는 계획이 에미야 키리츠구의 공리주의적 사상으로 보면 옳다 한다.(*208) 그리고 지즈의 생명과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일반적인 관점의 아름다움이란 지성체가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지 못 해 추구하는 쓰레기 같은 행위.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빛조차 닿지 않는 암흑. 모든 열기를 빼앗긴 우주공간을 추구한다면 전쟁 따위 안 일어남)도 긍정한다.(*209)
하지만 저스트는 자신이 잘못되었기에 구원받았으며, 지즈의 올바름은 탁상공론이라 한다. 자신은 성배전쟁을 조사하면서 에미야 키리츠구를 타락시키고 죽인 것이 에미야 시로라고 결론지었지만 그건 사실일지라도 진실과는 다를 지 모른다 한다. 진실은 살아있는 사람 수 만큼 있으며, 에미야 시로가 저런 인간이라는 것을 싫을 정도로 모았음에도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진실을 몰랐다 한다. 정의(저스트)라고 자칭하고 있었으면서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의 정의의 아군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며, 에미야 시로에게 에미야 키리츠구랑 약속했으면 당장 일어나 보라 한다. 이에 시로가 많이 익숙한 그 영창를 시작한다.(*210) 시로도 지즈의 사상이 에미야 키리츠구가 긍정할 것이며 틀리지 않았음을 알지만 키리츠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저스트의 외침에 응하기 위해 빈사상태가 된 몸의 연명기능을 컷하고 생명을 쥐어짜 영창을 시작했다.(*211)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는 시로의 영창을 막기 위해 빛의 검사들을 파견했고 나머지 일행이 전력으로 막아선다.(*212) 여하간 무한의 검제는 완성되었다.(*213)

흐룬팅을 브로큰 판타즘시켜 그 성질을 퍼뜨린 무한의 검제와 지즈의 유생체가 뿌리는 빛의 검사들 간의 전쟁이 시작된다.(*214) 이는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가 에르고가 분리되어 퇴화했기 때문으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그 힘이 복구되어 강도에서 무한의 검제를 눌러 압도할 것이기에 그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215) 그래서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왕을 물어 에르고를 알렉산드로스 4세로 만들어낸다. 이에 대해서는 하단을 참조할 것.

에르고의 아득한 유린제패가 작렬하고, 뒤이어, 이미 롱고미니아드를 사용해 연발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그레이는 무한의 검제에 박힌 칼리번을 보고 본능처럼 뽑아냈다.(*216) 조금 여유가 생긴 반 펨의 제7마성이 움직여 지즈의 유성체로 향할 공간을 마련해 주었고(*217) 그 틈을 파고든 에르고가 좀 전에는 지즈가 역이용해서 불발당한 오케아노스의 신핵장전을 시전한다. 다른 신들처럼 화력병기는 아니지만 타이밍 좋게 외계의 우주선으로서 지즈가 구사하는 우주와도 같은 암흑공간에 내성을 발휘해 영향을 무시하게 했다.(*218) 그리고, 에르고와 그레이가 같이 잡은 칼리번이 진명개방을 이루었다. 에르고에게 왕의 자격이 있었기에 그 힘은 최대를 발휘해 지즈가 모든 방어를 긁어모으게 했다.(*219) 서로의 길항으로 끝났기에 지즈는 자신의 승리를 예감했으나 에르고는 최후의 히든카드로 톰슨 센터 암 컨텐더를 들고 왔다. 기원탄이 지즈를 관통했다. 일전 지즈가 기원탄에 맞고도 지즈의 기억이니, 유생체니 뭐니로 멀쩡히 복귀한 건 모든 술식을 정지시켜 자신의 시체를 드러내게 하는 것으로 영향을 피했던 것이었다. 이번엔 진짜 전력을 발휘하고 있었기에 그러지 못 했고 그의 마술회로가 끊긴 직후 칼리번의 참격이 지즈의 몸통을 반으로 토막냈다. 그것으로 승부가 났다.(*220)

지즈는 왜 에르고가 자신의 계획에 찬성하지 않았는가 물었고, 에르고는 지즈가 옳을 지도 모르지만 자신들이 살아 있기에 틀리다 한다. 특별한 심상세계인 고유결계를 만들기 위해 2000 년 간 변하지 않았던 지즈는 마음이 고정되었기에 살아 있는 생명의 답(살아서 몇 백 몇 천 번 변해서 끝내 쓰러졌을 때의 좌표)을 얻을 수 없다 한다.(*221)
그러자 지즈는 다른 자는 몰라도 시계탑의 로드이면서 고작 한 나라와 제자를 구하기 위해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자신이 추구한 행성의 미래를 닫고,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의 인류 구원을 붕괴시키고, 마술 세계의 한 나라보다 귀중한 보물들을 파괴하고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부수는 것 밖에 못 한다며 저주나 받으라 한다.(*222)
그 순간 싸움에서 얌전히 있었던 바이 뤄롱이 지즈의 가슴을 꿰뚫었다. 처음 계약할 때 실패하면 목숨을 받는다는 내역이 있었다 한다. 지즈는 인간으로서 죽었고, 고유결계로서는 술식이 완성되지 않으면 언젠가 변질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이쯤되서 바이 뤄롱의 손에 끝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라 한다.(*223)
지즈는 에르고의 말을 긍정했다. 변하지 않는 건 살아가는 것을 멈추는 것이며, 늦지 않았다 생각했지만 2300년은 너무 길었다 한다. 한편 바이 뤄롱이 이식 수슬을 어쩌구 한 점에서 자신의 바보 제자가 여기서 스승을 넘었다 한다.(*224)
무시키만 무사하면 배가 아프다며 그녀의 본체가 히말라야에 있음을 밝히곤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막을 마지막 단서는 해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다섯 신 중 밝혀지지 않은 마지막 신일 거라 한다.(*225)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자신과 내기하지 않았어도 지즈가 똑같은 짓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자신을 끌여들었다 파멸한 것에 묻자 그럴 경우 방해하는 녀석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 반드시 더 나았을 거란 보장은 없고, 그런 짓은 내가도 안 한 체로 처음 부터 지는 것을 인정하는 꼴사나온 행위라고 실토한다.(*226)
반 펨이 폭풍의 결계를 해체시켜 주자 새하얀 달이 뜬 하늘이 보였다. 지즈 달이 밉다 하며 파우스트에 나온 시간이 멈추라는 구절을 노래처럼 중얼거리곤 추해져도 좋다 한다. 그 말과 함께 지즈는 100세의 노인 같은 모습이 된 후 검은 먼지로 부스러졌다.(*227) 다들 지친 와중 반 펨은 확실히 지즈는 너무 길었고, 아름다운 것은 세계 어디에나 있을 텐데라 평한다.(*228)
바이 뤄롱은 마지막 무대인 히말라야에서 다시 보자며 떠났다.(*229)
이후의 일은 평화롭게 진행되지만 마침내 기억 포화가 극에 달해 일본에서 자신에게 살아만 있다면 신이라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게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나는 상황에 도달했다.(*230)

샤의 나라 편에서는 들어가기 위해 등반하는 과정과 도착 후 도입부만 나와서 에르고의 비중은 그다지 없다. 일반인은 불가능한 빙벽 등반을 환수의 응용으로 완벽하게 해낸다던가(*231) 샤의 나라의 왕녀 아비다야를 보고 알렉산드로스 4세의 면모로서 그리움을 느끼고(*232)(*233) 무시키에 대한 단서를 찾으면서 아비다야도 도왔으면 한다고 의견을 내는 정도다.(*234)


에르고의 능력

아직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아 수수께끼인 점이 많다.

■ 의사 서번트와 비슷한 이론으로 요모츠헤구이가 씌여 있으며 신의 혈육을 먹어치웠다.(*235) 때때로 식사와 관계 없이 배가 고프고, 어떨 때는 뭔가 엄청 달고 쓰고 시고 고기같고 생선같고 과일같은 것을 먹은 기분이 들어 엄청 배가 부른다고나 한다.(*236) 이 배고품의 정체는 식신충동(喰神衝動)이다. 말 그대로 신을 먹어치웠기에 신을 먹고 싶어하는 것이다. 충동이 한계에 도달하자 자기 팔을 물어뜯어서 견뎌내거나 한다.(*237)

■ 등에서 반투명한 표면에 몇 개의 불가사의한 문양이 떠오른 파란 유리로 만든 듯한 팔인 여섯 개(세 쌍)의 환수를 구현할 수 있다. 애드로 파워업한 그레이를 구속할 정도의 완력과 그 속도를 포착할 수 있을 정도의 정말도와 신축성을 지녔다. 그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보고 뭔지 파악하지 못 할 정도의 수수께끼의 무언가다.(*238) 환수의 컨트롤은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움직이며 본질은 마력으로 구축된 진리의 그림자다. 총 여섯 개의 환수는 각각 개성이 있다. 영적 간섭능력을 가진 환수는 휘두르는 것 만으로 마술식 자체를 해주하거나 깨 버린다. 질량이 없기에 체간에 집중하여 적의 공격을 흘려낸다.(*239)(*240) 환수가 세 쌍인 건 마술의 안정화에 삼각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241) 환수를 뱀이 가진 적외선 감지 기관인 피트 기관처럼 시각 대신 열이나 소리를 감지하는 정밀한 감각기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242) 물리력을 발휘하려면 실체화해야 하지만 마력, 기척 등을 감지할 때는 영체화할 수 있다. 전투보다 정보 감지 쪽이 환수의 본질이다.(*243)
환수의 마술회로는 대여섯 개인데 정확도(깊이가 다르다고도 한다)가 다르다 한다. 보통 회로가 컴퓨터의 집적회로처럼 평면으로 압축되어 있다면(2차원) 이건 수직으로 압축되어 있다(3차원) 한다. 타풔팰리스 설계도와 실제 맨션의 설계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한다.(*244) 이러한 차이는 에르고의 환수가 신대의 산물이라 그런 건데, 현대와 신대의 마술의 차원이 다르다고 말하는 건 정말 2차원과 3차원의 차이라는 의미다. 신대의 마술사 입장에서는 왜 현대 마술사들이 불편하고 우회적인 2차원을 쓰냐 어이없어 할 것이고, 그에 비해 현대의 마술사들은 2차원에서만 할 수 있는 속임수를 부릴 수 있다는 느낌이다. 현대의 마술사 중에서도 기형아 급 존재인 플랫 에스칼도스도 신대의 마술에 게입하는 건 자신이 없다 한다.(*245)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의뢰를 받아 전 야코우 가문 사람이었던 겐마가 에르고가 삼킨 신을 어떻게 할 가면을 만들게 된다. 겐마는 그들의 사정과 사람됨을 들은 후 자신이 그런 가면을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은 건 야코우도 모르는데 어떻게 알아냈냐며 감탄하다가 자신이 만들 수는 없지만 대대로 전해지는 가면을 주기로 한다. 신체(神体)로서 숭배되고 있던 나무로 만들었다는 이 가면은 2세의 요구대로 에르고에게 신을 벗겨낼 수도 있고 반대로 신의 힘을 끌어내는 것도 가능하다.(*246)
2세에 의해 에르고가 삼킨 두 전째 신 세트의 정체가 밝혀지자 가면이 변하기 시작했다.(*247) 이를 쓰자 신의 힘이 상승했다.(*248)
그리고 자신이 삼킨 신들의 권능의 일부를 이 가면을 쓰면 신성을 전부 드러내지 않고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세트의 권능을 쓰는 걸 보면 모래를 불러낸다.(*249)

■ 고유결계는 반전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에스칼도스의 마술각인을 에르고에게 이식하려 한 플랫 에스칼도스와 에르고는 고유결계의 반전현상에 휩쓸렸다. 마술각인 시술을 받을 때 서로의 정신세계에 빨려 들어가는건 흔하지만 몸 전체가 흡수되는 경우는 시계탑 역사에서도 서너 번 정도 밖에 없었다. 본래는 좀 더 정신적인 개념적 공간인데 에르고의 경우 삼켜버린 신이 너무 견고해 현실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250)

■ 달을 생각하는 것을 통해 삼킨 신을 제어하라 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조언을 따라 에르고가 뭔가 세 단계에 걸쳐 어떻게 하자(요약하면 2차원의 달을 3차원으로 구상한다) 얼굴에 겐마가 만들어 준 가면이 떠오르고 세트가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래를 재료로 한 에테라이트를 생성해낸다.(*251) 그것만으로는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 없었다. 그러자 플랫 에스칼도스가 지금 하는 건 마술회로 대신 에테라이트를 이용하는 가짜 연결이니까 에스칼도스의 마술각인을 에르고에게 이식한 지금이라면 도울 수 있다며 자신의 마술회로와 에테라이트의 규격을 연결하여 여러 마술식을 구동시키는 걸로 정보를 회수했다. 로고스 리액트에서 고안한 것이라 한다. 이게 먹히자 에르고는 자신이 거인이 된 듯한 초능력 같은 걸 느끼며 신과 같은 소통이 가능해진다.(*252)

■ 비상한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
→ 온갖 언어를 순식간에 습득한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아무 언어도 쓸 수 없었다.(*253) 뭐든 능통하니 세세한 늬앙스를 전하는 번역 작업 같은 것에 능하다.(*254) 모나코에선 프랑스어를 순식간에 익혀 프랑스의 고유 표기인 캐틀-뱅을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떠올리게 해 줬다.(*255)
→ 한 번 본 남의 무술을 그대로 재현한다. 바이 뤄롱의 팔괘장, 토오사카 린의 팔극권, 무시키의 고대의 무술 등을 구사한다.(*256)

■ 그 외 이것저것에 대해서.
→ 신체능력이 어중간한 마술사가 상시 강화하고 있는 수준이다.(*257)
→ 두부의 3할이 날아가 즉사하자 환수가 폭주했다. 거대한 빛나는 손이 되어 주변 일대를 짓누른 후 에르고의 몸이 복구되었다.(*258)
→ 에르고가 발견되었을 때 입고 있던 복장은 정체불명의 재질로 되어 있으며 신비를 포함해 초발급의 내구력을 갖고 있다.(*259)
→ 굉장한 회복 능력을 갖고 있어 잔뜩 상처를 입고 다다음날에 팔팔해졌다.(*260)
→ 그레이와 에르고가 같은 정신세계에 들어가자 반 펨의 사선환희선 전체를 부감하기 시작했다. 에르고와 플랫 에스칼도스가 5차 성배전쟁의 기억을 본 것과 유사한 현상인데 이 둘이 이런 능력이 있는 건 누군가의 그릇으로 준비되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마치 최고위 마술사가 쓰는 천리안에 가까운 현상으로 작동한다.(*261)
→ 환수 덕에 등반기술은 초인적이다.(*262)


에르고가 삼킨 첫 번째 신 손오공

에르고가 삼킨 3개의 신 중 처음 정체가 밝혀진 건 손오공이다. 구체적으로는 언젠가 손오공이 될 돌원숭에서 어떤 부위를 채취해서 에르고에게 심었다. 신령과 마찬가지로 신도 단순하 시계열에서 떨어져 나가있는 존재라 가능했다. 에르고를 만든 자들의 목표는 삼킨 신에게 인격이 잠식되지 않고 본인의 인격을 유지하면서 삼킨 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많은 실험체가 있었으나 다 실패했다. 에르고는 로드 엘멜로이 2세와 엮이면서 살고 싶다는 의지를 획득했기에 에르고의 인격인 상태로 손오공의 힘을 습득했다.(*263)
→ 여섯 환수의 힘은 무시키와 길항할 정도로 강해지며 여섯 환수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신핵장전・제천대." "신격전개・손행." "신각전요(神殻纏繞)・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 를 거쳐 신의 팔이 된다. 그리고 보구인 여의봉의 힘(권능)을 빌리는데 세계를 붙들어매는 성질로 상대를 공간 채로 굳혀버리거나 하나의 세계가 내포된 신완을 나선처럼 회전시킨 후 발사해 균열을 일으켜 공간 채로 상대를 찢어버리거나 한다.(*264)
→ 신완의 손가락에 달린 갈고리 발톱은 하나하나가 마검, 성검에 뒤지지 않을 예리함과 신비를 가졌다.(*265)
→ 바이 뤄롱의 사상건문과 팔괘장을 동원해(*266) 파워업시킨 환익과 신완이 정면 충돌하자 에르고와 뤄롱 둘 다 기절하는 무승부로 끝났다.(*267) 이 때 맞은 술식 때문에 손오공의 힘이 봉인되었다.(*268)

에르고의 내부에는 그가 삼킨 손오공이 수신의 요람이라는 걸 만들어 자리잡았다.(*269)
→ 푸른 하늘의 한복판 같기도 하고 호수 위인 것 같기도 한 푸른 세계다. 거대한 봉 위에 자리잡은 손오공은 붙임성 있는 원숭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270) 손오공은 무시키에게서 살고 싶다는 에르고의 부탁에 응해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신완을 개방시켜 준다.(*271)
→ 바이 뤄롱에게 사용했을 때는 무시키에게 사용했을 때와 달리 수신의 요람은 하늘도 바다도 분노의 붉은 색으로 가득했고 선행자는 불길을 뿜어내며 미쳐 날뛰곤 자신의 이름을 외친 에르고의 의식을 삼켜 버린다.(*272)


에르고가 삼킨 두 번째 신 세트

에르고가 두 번째로 삼킨 신은 세트다. 지중해, 인도, 중국까지 전파된 신(이 경로를 따라가면 라이더(이스칸달)의 헬레니즘 문화 경로가 된다)(*273) 이며 서양에서 동양으로 건너왔다는 점, 아틀라스원에서 심었다는 점(아틀라스가 심었으니 이집트 신화에 관련된 신일 것)(*274), 바이 뤄롱이 삼키기도 한 태초룡 티폰과 관계 있는 자인 것(*275) 을 종합하면 티폰과 동일시되는 이집트의 신 세트가 된다.(*276)(*277)
→ 여섯 환수가 거미 같은 실을 분출해 서로 엮여 고치처럼 변한다. "신핵장전・사구전신砂柩戦神." "신격전개・세트." "신각전요・신왕을 찢어죽인 열네 관(펠 제트)." 를 거치면 고치에서 찢어져 나온 환수가 에르고 본래의 양손과 합일되어 모래를 굳힌 색감에 양쪽의 측면에 제각각 일곱 개의 하얀 보주가 박혀 있다.(*278)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과 홤께 모래가 전개되어 조종된다.(*279)
→ 모래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레이의 롱고미니아드를 만들어서 사용했다. 진명개방은 쓰지 않았으며 투척하는 식으로 사용했다.(*280)
→ 인간의 모습을 한 것에 허용된 속도를 세 배 웃돌며 돌진한다. 질주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모래의 막을 형성해 몸을 보호한다.(*281)
→ 세트는 수신 오시리스를 열 네 조각으로 분해하고 매장한 일화가 있는데 이것이 권능이 되어 상대를 열넷으로 분할해서 매장할 수 있다. 분할은 열 네번을 하나하나 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분할을 하나 성공할 때 마다 몸에 돋아난 보주가 옅은 빛을 낸다. 그리고 신을 매장해 되돌린 일화이기도 하기에 에르고를 위해 찾던 신을 되돌리는 술식의 일종이기도 하다.(*282)
→ 양 손을 깍지 쥐고 발사하는 '신왕을 찢어죽인 열네 관(펠 제트) 전관 해방'은 바이 뤄롱이 제우스의 권능을 강탈한 티폰의 힘을 거대한 포문을 형성해 산 전체와 필적할 정도의 마력을 응집시켜 발사하는 '그대, 하늘을 찢는 뇌정(네가 케라우노스)'와 동등했다.(*283)(*284) 그리고 이 비기는 에르고가 먹은 신을 세상에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에르고 본인의 권능을 에르고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불명이고, 세트가 얌전히 소원만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보류했고 이것 외 수단을 찾기 위해서 이집트와 모나코를 뒤졌었다.(*285)
→ 에르고가 기억 포화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세트가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래를 재료로 한 에테라이트를 생성해낸다.(*286)
→ 세트가 오시리스를 모살하여 그 시신을 넣은 관을 나일 강에 흘러보냈다는 전설의 재현으로 관과 같은 형태의 모래의 배를 형성하여 타고 물 위를 질주할 수 있다.(*287)

손오공처럼 세트도 에르고의 내부에 나일강 주변 모습을 만들어 자리잡았다.(*288)
→ 세트는 인간형이면서 머리는 개와 다른 동물을 합친 것 같은 모습이다. 기묘하면서 아름다움을 겸비한다. 자신의 형제 오시리스를 죽인 세트는 자기처럼 형제처럼 여기는 바이 뤄롱을 죽이려 하는 에르고를 보고 힘을 빌려준다.(*289)


에르고가 삼킨 세 번째 신 오케아노스

에르고가 세 번째로 삼킨 신은 오케아노스다. 앞선 두 신이 물과 바다에 관련된 손오공과 세트였으니 세 번째 신도 물에 관련되었을 거라 한다. 거기에 에르고의 정체가 알렉산드로스 4세임을 고려하면 들어맞는건 오케아노스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 또는 흐르는 물 그 자체다. 이스칸달 왕이 자신의 목표인 세상 끝의 바다에 붙인 이름이기도 했다.(*290) 밝혀내는 것 자체는 간단했지만, 그 정체가 문제였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처음 공개된 대로 타입문 세계관의 그리스 신들은 우주에서 찾아온 기계생명체들이었고, 그건 오케아노스도 다름 없어 하늘을 나는 배였다. 신대의 인간인 지즈는 그걸 지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현대의 인간인 로드 엘멜로이 2세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기에 오케아노스란 신을 묻는 데 위화감을 느끼고 망설임을 품고 있었다. 한 가지 복선이 있었는데 바이 뤄롱과 에르고가 일본에서 싸울 적 뤄롱은 모든 것을 분자로 분해했던 와중진동(渦重振動)이란 걸 썼었다. 이것이 그리스 로봇들의 기술의 편린이였다.(*291)
→ 여섯 환수는 포신처럼 치환되며 "신핵장전・오케아노스." "신격전개・기신 오케아노스." "신각전요(神殻纏繞)・크리로노미아" 를 거쳐 신의 팔이 된다. 이 때 발휘되는 권능은 우주선으로서 지즈의 유성체가 구사하는 우주 공간의 허무에 내성을 발휘했다.(*292)

손오공과 세트처럼 오케아노스도 자신만의 공간을 에르고의 안에 만들어뒀는데 이번엔 바닷속이었다.(*293)


이스칸달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에서 싱가포르의 바다에 수장되어 있었다가 토오사카 린에 의해 발굴당한 에르고의 정체는 알렉산드로스 4세였다. 그가 지식으로 아버지 이스칸달에 대해 아는 건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4차 성배전쟁 당시의 이스칸달에 대해서 들은 것과 모험을 다니면서 각 장소에 이스칸달의 발자취가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8권 시점에서 소감을 말하길 그 이스칸달의 행적이 아버지의 행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며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라 한다.(*294) 기억을 잃어기면서도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자신이 이스칸달의 아들인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 어울리는가 고민한다. 남들이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아버지 같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다.(*295)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분석하길, 역사의 기록대로라면 에르고는 이스칸달이 죽은 후 태어난 왕자인데다 어머니는 동양인이라 그가 진짜 아들인지 의심하는 자들이 많았고 그 덕에 디아도코이 전쟁의 불씨가 되었을 터라 한다.(*296) 그 뒤 이스칸달의 핏줄을 증오하는 카산드로스에 의해 일곱 살에 유폐되는데 글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한다 한다. 여기서 독자적인 해석이 들어가는데 지금 에르고를 보면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언어 학습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 유폐된 당시에도 그런 면모를 보이고 경계당해 금지당한 거 아니냐 한다.(*297)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스칸달을 신격화하고 그를 중심으로 그리스와 이집트를 통괄하는 신화를 재구성한 것을 언급하는데 그 신화를 마술기반으로 본다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대규모의 마술식을 집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될 거라 한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집트를 통제하기 위해 신화를 재구성한 게 아니라 그 시대기 신대니 이 작업으로 이스칸달을 진짜로 신으로 만들고 알렉산드로스 4세, 그러니까 에르고를 신의 혈통으로 만들려 한 게 아니냐 한다.(*298) 이스칸달의 실존은 확실하지만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실존은 불확실하고, 그게 그가 생전부터 모든 이야기에서 멀어진 상태라서 그렇다 하면 허와 실 사이의 절대적인 공백이 어떤 형태를 취할 거라 한다.(*299)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가 신화의 재구성을 왕이 대륙에 걸친 신화의 변용(후대의 역사를 바꿀 만한 문화의 초석화)이라 치면 그건 일개 마술사로선 할 수 없는 대의식, 방황의 바다와 산령법정, 아틀라스원의 마술사들을 통합한 인류의 세계와 신화 그 자체를 이용한 초발급의 대 의식 마술일 거라 한다.(*300) 그래서 그 의식마술이란게 에르고에게 세 개의 신을 삼키게 한 짓이었다.

기상천외한 일이었고, 에르고는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일을 기억하고 있지 않았고, 로드 엘멜로이 2세마저 솔직히 4권 시점에서는 자기 분석이 맞기는 한가 의심할 정도였다.(*301) 그러다 모나코에서 대파란이 벌어지고 지즈의 고유결계 유성체에 맞서기 위해 로드 엘멜로이 2세는 에르고에게 진지하게 왕을 묻게 되었다. 플랫 에스칼도스의 서포트로 마술회로에 새겨진 기억의 파편을 추출했다. 그렇게 에르고가 잊어버린 생전의 기억을 만들어낸다.(*302) 생전의 기억을 끌어낸 에르고는 과거의 자신이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임을 의심했으며, 자신이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디아도코이 전쟁이 벌어져 많은 사람이 죽은 게 아니냐며 돌벽에 갇혀 독살당할 때 까지 자책했다 한다.(*303)
이에 로드 엘멜로이 2세는 그 고민은 모두 정당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에르고가 어떤 실패도 하지 않고 잘못이 없었음에도 에르고 본인까지 포함해 죽은 자들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물었다. 제대로 된 즉위도 못 하고 7년 간 돌벽에 갇혀 지내다 14살에 독살당한 아이가 그런 책임을 질 이유가 없었지만 에르고는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자 2세는 그 고민이 정당하기에 그가 왕으로 정당하다며 라이더(이스칸달)의 최후의자 최신의 신하로서 에르고를 알렉산드로스 4세로 인정한다. 에미야 시로가 단련해 줘서 완성된 가면은 그에 맞춰 하얗고 길고 가는 관으로 변했다. 그리고 2세가 미리 준비한 망토(2세가 간직한 성유물인 이스칸달의 망토조각과 같은 색과 디자인)가 장착되었다.(*304) 망토에 수납 기능이 있어서 평소에는 관과 망토가 어딘가로 수납된다.(*305)

이렇게 생전의 기억을 되찾고 왕이 되겠다고 각오한 건 에르고의 강한 의지를 증명하지만 동시에 기억 포화를 더욱 진행시킨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2세는 그걸 알면서도 에르고를 믿고 작업을 해 준 것이고, 에르고 본인도 후회하지 않았다.(*306) 이를 이룬 에르고의 환수는 에미야 시로가 건네준 일곱자루의 검(스파타가 포함됨)을 들었고 아버지에게 이어받은 번개를 다루는 이능을 각성, 아득한 유린제패의 진명개방을 이루었다. 레일건과 같은 원리의 일곱 개의 참격과 함께 자신을 사출한다.(*307) 에르고의 아득한 유린제패는 이능성에서는 이스칼달을 능가하나 그릇인 몸이 통상의 인간이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30초 정도였다.(*308)

한편 이번 일로 생전의 기억을 되찾았지만 에르고는 그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좀 대 제대로 왕 노릇을 했다면 시대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지금의 자신은 그 시대의 자신이 바란 결과가 아니냐 한다. 과거 '살아만 있다면 신이라도 만들 수 있다 말해준 료우기 마나의 말대로 지금의 자신은 저 시절의 알렉산드로스 4세가 꿈꾸던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니냐고도 한다.(*309)

스칸디나비아 페페론치노는 이 전말을 듣고 누구한테 기억을 덧씌워진 거 아니냐 한다.(*310) 납득한 후에는 에르고가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다 잊어먹은 상태에서 자신을 보고 일본의 산을 떠올리는 거 보고 아직 기억 포화가 정신까지 침식했고 혼이나 육체까지 침시되지 않아서 어렴풋이 느끼는 게 아니냐 한다. 그걸 들은 에르고는 크게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4세의 자각을 가진 시점에서 정신이 붕괴하지 않은 걸 보면 주변 인물들이 에르고의 마음을 신중히 키워 온 거라 한다.(*311)


이외, 에르고에 관해서 알려진 내용들

■ 로드 엘멜로이 2세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사제관계(에르고는 마술사가 아니지만 기간 한정 엘멜로이 교실의 학생이 됨)를 구축했다. 둘은 공통분모가 있다.(*312) 에르고는 아직 자신이 학생이란 자각이 옅으며 다른 교실의 학생들을 보면 동경심을 품는다.(*313)
한편 여러 인물들이 에르고를 노렸지만 2세는 그런 위험은 치워두고 에르고가 삼킨 신들의 정체를 밝혀내고 어떻게든 신들을 돌려보내 에르고의 기억포화를 막기로 한다.(*314) 후에 에르고의 정체를 알게 된 2세는 대충 에르고가 삼킨 신을 보고 이스칸달과 관련이 있을 것은 예상했지만 설마 다이렉트로 그의 아들인 건 뭐냐고 중얼거린다.(*315) 에르고가 기간 한정 제자인 건 바뀌지 않는다 맹세한다 한다.(*316)

■ 기억을 잃기 전 친구이자 에르고를 실험한 방황의 바다의 마술사 지즈의 제자인 바이 뤄롱이 있다.
→ 러롱은 에르고를 신이나 용을 먹어치워 식신충동을 얻은 세계에 단 둘 뿐인 동포로 여기며 그와 싸우는 시뮬레이션을 최고의 유희처럼 느끼는 게 상사병이 걸린 것 같은 모습이다.(*317) 에르고는 기억이 없음에도 뤄롱을 보는 것 만으로 두근거리고, 싸우면 오싹거려하며, 져버리자 그 자식을 이기고 싶어지는 것이 친우가 맞는 것 같다 한다.(*318)
→ 바이 뤄롱이 에르고와 자신이 친구라는 점을 어필하는 걸 정리하면, 에르고가 노래하는 걸 좋아하거나 맨날 중요할 때 없어져서 찾으로 다녔다던가 에르고가 뤄롱을 루오라고 불렀다거나 한다. 에르고가 품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신을 따라오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에르고는 뤄롱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319)
→ 에르고의 제작에 참여한 자들 중 방황의 바다가 마지막 순서를 받은 건 그들에게 에르고가 필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이 뤄롱의 정체는 에르고의 후계작이다. 그리고 방황해의 실험 목적은 협력자인 아틀라스원과 무시키와 일치하지 않으며 뭔가 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실험에 야코우 아키라의 간타이와 에르고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니라 둘 다 얻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느낌이다. 굉장히 조잡한데 이는 행동이 이로정연할 수록 아틀라스원의 분할사고에 계획을 읽히기 때문에 정보를 넘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320)
→ 에르고의 정체가 밝혀진 시점에서, 바이 뤄롱이 에르고의 진짜 친구면 에르고의 정체인 알렉산드로스 4세가 살아 있던 시기의 인간이라는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냐 한다.(*321)
→ 뤄롱의 정체가 자그레우스라 밝혀지면서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둘이 친구라는 걸 납득했는데 자그레우스는 오르페우스교의 신이고 정복왕 이스칸달과 어머니 올륌피아스와과 매우 가까웠기에 알렉산드로스 4세인 에르고에게 뤄롱은 문자 그대로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322)

■ 그 외 인간 관계에 대해서.
→ 에르고가 담김 포드를 우연히 싱가포르 해적질을 하던 중 건져 와 깨워버린 토오사카 린은 에르고와 어울리며 지인으로 여기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에르고를 내팽겨칠 생각이 없다 한다.(*323)
→ 그레이는 에르고를 동생처럼 여긴다.(*324) 옆에서 둘을 보면 사이 좋은 남매 같다.(*325) 에르고의 식신충동이 아서왕을 담을 그릇인 그레이를 신처럼 인식해서 종종 먹고 싶어한다는 문제가 있다.(*326) 야코우 일족과 바이 뤄롱과의 싸움 후로 에르고가 그레이를 누나라고 부른다.(*327) 누나라 불린 이후로 그레이가 에르고에 대해 노심초사 하게 되었다.(*328)
→ 솔직한 사람은 2세의 교실에서 고생하며 에르고가 교실에 들어가면 고생할 거라 토오사카 린이 평한다. 덤으로 에미야 시로가 마술사 답지 않다는 점에서 에르고랑 비슷한 타입이라 만나면 잘 통할 거라 한다.(*329)
→ 료우기 마나가 책을 읽어주자 식신충동이 억제되었다.(*330)
→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는 에르고를 보곤 처음엔 붙잡아서 자기 저택으로 끌고 가고 싶다 하다가(*331) 에르고가 알렉산드리아 해저 대도서관의 시큐리티를 풀어버리는 걸 보고 그가 신을 삼킬 정도의 그릇이 되는 존재라 판단하곤 에르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큰 흥미가 생겼다. 에르고는 루비아젤릿타 에델펠트가 자신을 신과 무관하게 관심을 가져 준 첫 번째 사람이라 인식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냥꾼을 발견한 육식동물에 가깝다고도 여긴다.(*332)
→ 플랫 에스칼도스와는 부모와 얽힌 암살 사건을 겪었는데 그것 때문에 부모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고, 에르고가 한 번 보고 플랫이 웃는 표정을 억지로 마술을 이용해 짓는다는 것을 간파해서 급격히 친해졌다. 에르고는 플랫이 말도 많지만 말하는 방향이 엉뚱하다 생각하며 배려하는 것도 뭔가 초점이 어긋나있는 것 같지만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말 속에 실감과 친애가 있는 걸 느낀다.(*333) 반 펨이 신대연맹의 일원인 것 처럼 자기들도 선대의 유산 때문에 이렇게 되었으니 유산동맹이라 부르자 한다.(*334) 서로 수수께끼의 유물에 놀아난다는 점에서 평범한 삶을 갈망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아무튼 둘은 닮은꼴이라 잘 통한다.(*335)
→ 에르고는 에미야 시로를 만나기 전 신의 시점으로 시로가 5차 성배전쟁에서 겪은 일과 4차 성배전쟁의 마지막 에미야 키리츠구에게 구해지는 방면을 다 본 상태로 만났기에 에르고는 시로를 잘 알고 시로는 에르고를 잘 모르는 기괴한 형태로 마주했다. 에르고가 자신이 신의 시선으로 봤던 시로의 과거를 말하자 시로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자신의 감정을 말한다. 시로가 아직 정의의 편이 되기 위해서 에미야 키리츠구의 꿈을 쫓으며, 혈연이 아니더라도 에미야라는 성을 이은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걸(이 부분에서 에르고가 잠시 공포를 느낀다) 알게 된 에르고는 아직 에미야 시로가 미완성된 것을 느낀다. 한편 시로에게 있어 에미야 키리츠구 같은 존재를 에르고는 로드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라 생각한다. (*336) 시로는 토오사카 린이 에르고를 싱가포르에서 건져내서 내치지 않고 책임져줬다는 걸 듣고 린 답다 한다. 에르고가 토오사카 린과 함께 여행해 온 소중히 여겨야 할 상대라며 그가 가진 기억 포화라는 현상을 해결해 주고 싶어한다.(*337)(*338)

■ 수첩에 여행의 내용을 연필을 사용해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 필치는 소박하고 대부분 단발성 스케치지만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이 보면 수첩 안에 시간이 갇혀있는 것 같은 감성을 자극한다.(*339) 각 장면에 주석을 덧붙였는데 처음엔 연필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글씨체가 조잡했다.(*340)
→ 에르고가 그림을 그리는 건 기억 포화가 심화되어 슬슬 포드에서 깨어난 후의 기억에 결핍이 생기는 것을 알아차려서였다. 억을 잊어도 그림으로 그려 두면 생각해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341) 보통 사람은 스캐치나 사진을 보며 애매한 기억을 정리하지만 에르고는 기억 포화로 실시간으로 기억을 잃고 있는지라 이걸 보면서 내가 어디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가를 아침마다 작업처럼 확인하고 있다. 최초의 해적섬 일화를 시작으로 점점 스케치를 봐도 기억이 재생되지 않는 부분이 늘고 있다.(*342)
→ 이걸 그리고 있으면 무에서 유를 낳는 신이 된 기분이 든다 한다.(*343)
→ 이것을 몇 번이고 탐독하며 기록을 되새기는 동안에만 초조함이 생기고 식신충동이 아주 약간 조용해진다. 그래서 이 초조함이 지금은 과거를 잃어버린 에르고 자신에게 있어서 과거의 자신이 지닌 핵이자 뚜렷한 방향성(백터)이 아닐까 생각한다.(*344)
→ 반 펨네 유람선에 도착했을 때의 스케치는 능숙하고 유려해져 그림책으로 내도 될 정도였다.(*345)

■ 잡다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에르고 본인은 자신 안에 무언가가 있고 그것이 언제나 안쪽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느껴서 무서워하는데 주변에서는 그가 유령을 무서워한다고 착각했다.(*346)
→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했다.(*347)
→ 의외로 처세술이 능숙하다.(*348)
→ 기억을 잃었기에 누군가가 기다려 준다는 사실을 기쁨으로 여긴다.(*349)​
→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일본 독자 마술에 주목한 건 그들의 마술이 신과의 접속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니 접속을 끊는 방법도 전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레이 안의 아서왕이나 에르고 안의 신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식이 된다.(*350)
→ 에르고가 삼킨 나머지 두 신이 진화에 연관된 것이 아니냐고 로드 엘멜로이 2세가 추측했다.(*351) 에르고와 바이 뤄롱이 삼킨 것들은 모두 같은 루트(동일한 측면)을 가졌다.(*352)
→ 바이 뤄롱은 에르고라는 이름을 실험명에 가깝다 했는데(*353) 아쳐(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르면 진짜 신을 삼키는 실험의 프로젝트명이 에르고였다 한다. 왠지 에르고에게는 '프로젝트 에르고'라는 이름이 익숙했다.(*354)
→ 냄새가 소중한 사람이 떠나간 뒤의 잔향이니 뭐니 하는 시적 재능이 있다.(*355) 모험을 하면서 들른 장소들의 냄새를 기록하고 있는데 바닷바람이 달콤하니, 시냇물의 향기가 인간에게 허락받지 않는 성역의 것이니 한다.(*356)
→ 누군가와 친해지기 쉽다.(*357)
→ 에르고가 에테라이트를 간단하게 카피하는 걸 본 그레이는 에르고가 로드 엘멜로이 2세처럼 남의 특기를 빼앗는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했다.(*358)
→ 사무적인 일을 잘 하며 비서 재능이 있다 한다. 시계탑에 합류할 수 있다면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스케쥴 관련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다.(*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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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랑님(http://cshjm1689894.blog.me) : 캡슐 서번트 번역
■ 루리웹의 구운님 : 캡슐 서번트 번역
■ DC 달갤의 ㅇㅇ님 : 사쿠라이 히카루 관련 좌담회 번역 (출처 링크)
■ 한늉님(http://blog.naver.com/opgh1/220422840221) : 타입문 에이스 vol.10 부록 드라마 cd 나비효과 번역
■ 앗님(http://blog.naver.com/ashelgran) : 페이트 그랜드 오더 번역
■ 아인할트님(http://blog.naver.com/ssj987) : 페이트 그랜드 오더 번역
■ DC 달갤(http://gall.dcinside.com/board/lists/?id=typemoon)에서 퍼온 역자분들. 온갖 작품을 퍼왔으니 딱히 작품 명시 안 함. 굳이 궁금하면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typemoon&no=133768 가서 뒤져 볼 것. : kkyure님, 제롱님, 앙단테님, 안구운김P님, 아탈란테님, 피첼라나님, 그루님, 나사린님, 고즈엉님, 마밤님, 닉시스님, 인도형제님, 등등구렁등등이님, Embrio님, CB님 등.
■ 타입문넷의 zz21님 : 페이트 그랜드 오더 번역
■ 시즈오(http://blog.naver.com/ikarikou/)님 : 페이트 그랜드 오더 번역
■ 루리웹 타입문 게시판(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family/3665/list?bbsId=G006&pageIndex=1&itemId=557)에서 퍼온 역자분들. 참고로 DC 달갤이랑 여기랑 둘 다 활동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경우 그냥 적당히 한 쪽에 적음. : 수히나님, 문자 친구님, 명란빵먹고싶다님 등.
■ 파랑새님(http://blog.naver.com/waterdroper) : 페이트 엑스트라 CCC 세이버, 캐스터 루트 번역
■ 초코초코ㅡ묘도인님(http://blog.naver.com/jch531) : 페이트 그랜드 오더 번역
■ 프레님(http://prestia.tistory.com) : 페이트 그랜드 오더 번역
■ 료나님(http://blog.naver.com/sangik204) : 페이트 엑스텔라 관련 투고.
■ 네이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카페(http://cafe.naver.com/fategrandorder)의 지우님 : 페이트 그랜드 오더 번역.
■ 그 외 번역 도움을 주신 분들 : clockwork님, 천구군님 등
■ 수많은 오타지적 : 신의강림님
■ 그 외 이전하기 이전 오위키 사이트에서 작성에 손을 보태주신 수많은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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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문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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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지킬 거 축약

● 여기는 공신력이 없습니다.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각주도 객관성이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습니다.
● 퍼 가실 거면 출처가 여기라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갑질할 입장은 아니므로 강요는 안 합니다만...... 그러시면 제 의욕이 상실됩니다.
● 정리글만 보고 떠들면 사견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여기만 보지 말고 먼저 원작을 감상해 주세요.

좋은 소식

달갤에서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9권까지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 9권까지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
츄라이 츄라이.


자료륾 못 구해 반영을 못 한 것들. 정보투고 환영중. 번역 부탁드려요...

● 페이트 프로토타입 창은의 프래그먼츠 사운드 드라마
여기서 보강된 내용이 엄청 많다는데 일알못이라 반영 못하고 있음.
번역 츄라이 하기엔 청해가 좀 빡실거 같긴 한데..... 최근 연재 시작한 코믹스판에 기대해 봐야 하나.

● 페이트 로스트 에인헤랴르 극광의 아슬라우그
프롤로그 말고는 번역이 없어서 반영 불가.
더군다나 1권만 나오고 페이트 레퀴엠 수준으로 유기된거나 마찬가지라.... 이건 번역해달라고 부탁도 못 하겠다.


그 외 사유로 반영 못 하고 있는것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부분번역과 마테리얼 참조해서 쓴거라 빠진 게 많음.
특히 관위결의 편은 큰 틀만 있고 자세한 내용이 없는 수준.
이유는...... 정발판 텍스트 내용 하나하나 받아적기 귀찮음. 그런 받아쓰기 작업은 월희 리메이크나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로 충분하다고......
혹시 텍스트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한 정발 전자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럼 사서 반영해 봄.

● 페이트 엑스트라 코믹스 폭스 테일
연재속도가 느린 것도 있고 귀찮기도 해서 놔버린 상태.
최신 밈이 스즈카 매독썰이라니 좀 깼다.

● 프리즈마☆이리야
비정사인데다 연재속도 느리고 귀찮아서 놔버림.
최근전개에서 뽕차는 최종전이 진행중이긴 한데 그래도 귀찮은걸.

● DDD
뒷부분 번역이 없는 건 둘째 치고, 보는 사람이 있긴 함?

● 히무로의 천지
완결났는데 번역이 없다.

● 타입문 학원 치비츄키!
전부 정발됬지만 7권에서 연중 유기되었다길레 나도 유기.

● 꽃의 미야코
작품이 연중으로 유기당했으니 나도 유기.

● 파이어 걸
그 운석새끼가 완결낸 작품이고 뒷골목 사츠키 히로인 12궁편에서 누가 나왔다는 건 들었는데... 관심있는 사람이 있긴 함? 나무위키에 항목도 없더라...



운영방침 & 메뉴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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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개념 설명

이 사이트에서 정의하는 타입문 세계관에 대해서
타입문 세계관의 인간에 대해서
타입문 세계관의 국가에 대해서
타입문 세계관의 특이한 역사와 전설에 대해서
월희 시공과 페이트 시공의 차이에 대해서
역대 페이트 시리즈의 작품 관계도

타입문 사전 메뉴

인물사전
마스터,서번트(인물)
마술사, 마법사(인물)
이능력자(인물)
성당교회 소속(인물)
흡혈귀(인물)
일반인(인물)
과거의 인물(인물)
영체, 환상종, 메카(인물)
강철의 대지(인물)
페이트 엑스트라(인물)
기타(인물)

세계를 구성하는 시스템
평행세계
(패러렐 월드)
근원의 소용돌이
(아카식 레코드)
억지력
(세계(행성)을 지키는 힘)
좌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곳)
기원
(모든 생명이 지니는 방향성)
신비
(이능을 발현하는 힘)
랭크
(이능의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
신화
(기적이 당연했던 과거)
세계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를 초월적인 존재)
인리정초
(인대에서 인간 기준의 평행세계를 컨트롤하는 시스템
이문대
(인리적으로 가지치기당한 역사. FGO에서 이성의 신에 의한 범인류사를 향한 쿠데타 감행)
아프사라스 분기
{정사의 줄기에 가까우나 벗어나고 만 가지,)
사상
(확률을 사용한 특수한 현상)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
혼
(인간을 구성하는 제2요소)
정신
(인간을 구성하는 제3요소)
에테르
(제5가공요소)
악마
(제6가공요소, 인간의 상념)
원소
(마술을 구성하는 요소)
영자
(에너지를 가진 정보)
마력
(이능을 발현하는 에너지)
진
(별의 사후 생기는 요소)
외계
(지구 외 요소)
허수공간
(현실(실수공간)의 반대 개념)
세계의 뒷면
(신대의 종료 후 환상종들이 도망친 장소. 통칭 아발론)
명계
(신대에 인간과 밀접해 있던 사후세계)
이세계
(그 외 작중에서 언급되는 정체 불명의 장소)
종말장치
(별, 시대 등을 종말로 이끄는 시스템)

세계 외 요소
크툴루 신화
(창작물이면서 동시에 외우주에 존재하는 것)
서번트 유니버스
(SF와 히어로물이 섞인 개그 시공)
구다구다 시리즈
(과거 일본을 다루는 개그 시공)
카오스
(다른 우주의 선단)
이성의 신
(정체불명의 무언가... 였던 페이크 보스)
칼데아스
(진짜 보스로 여겨지는 것)

분량 오버로 독자 항목이 된 이야기
요정국 브리튼 이야기(2부 6장)
나우이 믹틀란 이야기(2부 7장)
페이퍼 문(주장1)
폐기공(주장2)
아키타입 인셉션(주장3)
트리니티 메타트로니오스(주장4)

스핀오프 평행세계
캐릭터 마테리얼의 세계
타이가 콜로세움의 세계
프리즈마☆이리야의 세계
페이트 엑스트라의 세계
페이트 아포크리파의 세계
페이트 프로토타입의 세계
페이트 스트레인지 페이크의 세계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세계
페이트 레퀴엠의 세계
강철의 대지
달의 산호
제도성배기담, 쇼와전국두루마리
캡슐 서번트
성배전쟁(라비린스)
영월의식
히무로의 천지
기타 세계

용어사전
성배전쟁 / 서번트 / 보구
마술 / 마술사
마법 / 마법사
초능력 / 혼혈
기타 이능력 / 기술
종족 / 가문
단체 / 지명
무기 / 마술품
도구 / 기타 용어


타입문 작품 정보

● 작품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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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 사전 메뉴

※ DDD는 타입문 세계관과 관련이 없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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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니스트 이상증
시쿠라시
오리가 기념병원


개설일 : 2009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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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잡기

관리자가 개인적으로 고찰하거나 정리하거나 대충 적은 잡글의 모음입니다.

번복되었거나 알 수 없는 설정과 묘사가 안 맞는 일러스트
시간이 지나면서 번복되었거나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설정, 묘사와 일치하지 않는 일러스트를 정리하였습니다.

직사의 마안으로 죽인 것
작품 내에서 직사의 마안으로 죽인 것들을 정리하였습니다.

나스 키노코식 단어 표기
작품 내에서 특이한 단어 표기가 등장한 경우를 정리하였습니다.

알려진 작중 년도
알려진 작품의 배경 년도를 정리하였습니다.

외부 글 모음
다른 분들이 외부에서 작성하신 유용한 정보글을 정리하였습니다.

그 외 잡기
개인적인 잡담 모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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注釈

*1 각주예시

*2 "라티오네가, 유산의 상속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르고는 오랜 계약의 유산이다." 당연한 듯이, 물건처럼 여자는 말했다. 구속된 채인 에르고는, 이번에야말로 움직이지 않았다. 탄겔이라 불린 거인의 새로운 뼈 채찍은, 저 환수조차 뛰어넘은 듯 하다. 대신에, 린이 물었다. "그 호칭은 어떨까 싶지만…… 그럼, 당신의 부친인지 누군지가 에르고를 만들었다던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세 개의 조직에서, 세 명의 마술사──굳이 이렇게 호칭하지──가, 하나의 실험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두가 잊어버릴 만큼 오랜 시대의 실험이긴 했지만, 현대에 이르러 그 결과 중 하나가, 외계에 유출된 것을 알아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 "……잘 했다, 탄겔." 소곤거림이 흘러나온다. 소리가 난 공간에서, 천천히 뭔가가 떠오른 것이다. 뼈의 거인보다 한 아름 더 큰, 타원형의 포름이었다. 그 안쪽에 뭔가를 배고 있다…… 마치 부란기(인큐베이터) 같은 형태. 금속같은 표면을, 뼈 거인이 손바닥으로 어루만지자, 지워져가던 문양이 그 밑에서 나타났다. "아아…… 방황해, 보존(게논)의 문의 문장이다." 마치 긴 꼬리같은, 혹은 삼중의 나선같은 문장이었다. 그 문장을 보자, 물체의 형상은 관짝과도 비슷하게 생각됐다. 부란기와 관. 앞으로 태어나는 것을 위한 그릇과, 죽은 자를 위한 그릇. 용도는 완전히 반대인데도, 그 금속 타원형의 인상은 묘하게 겹쳐보였다. 잠시, 그 외측을 조사하고, "……내용물이, 빠져나와있군."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 "단지, 이번의 경우, 목적과는 다른 걸 샐비지 해버렸다구요." '……응?' 다른 것, 이란 어떻게 된 걸까. 스승님도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한번 더 입을 벌렸을 때, 문이 가볍게 노크된 것이다. "린. 와달라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야?" "아까 전의──"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것은, 에르고라고 불린 젊은이였다. 마술인지 다른 무언가인지도 모를 방법으로, 이쪽을 구속한 상대. 아까 전에는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지만, 스승님보다도 더 키가 컸다. 뻗친 채인 빨간머리가 눈 주변도 덮고 있어, 망양한 인상을 강하게 만든다. 다만, 이번에 눈을 끈 것은, 다른 해적들과는 명백히 다른── 기묘한 재질의 복장이었다. 찰싹 몸에 달라붙은, 피부의 연장선이라고도 생각되는 의복. 하지만, 그가 팔을 뻗어도, 그 소재에는 주름 하나 생기지 않았다. "그 복장은?" "그를 찾아냈을 때의 복장이에요. 알기 쉽지 않을까 해서." "설마……" 돌아본 자신에게, 린이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그래. 그가 샐비지 해버린 상대. 나뭇조각에 달라붙어 있는 채로, 바다를 표류하고 있었다구요. 우리쪽 해적들이 찾아냈을 때엔, 기억을 잃은 채였어요. 다만, 가위 눌려있던 그는, 몇 번인가 같은 말을 중얼거린 모양이에요." 그 말을, 청년이 입에 담았다. "……에르고." "에르고? 무슨 말이지?" 질문한 스승님을, 젊은이는 빤히 바라봤다. 빨려들어갈 듯한 회색의 눈동자에, 미간에 깊은 주름을 만든 스승님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머잖아, 그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어. 그 단어만 기억하고 있었어. 그러니까, 내 이름으로 삼았어." 참으로, 진지한 표정이었다. 많은 것을 잃어버렸음에도, 그 성질만은 심지에 남아있다……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듯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 박눌한 인상이 강했던 용모였지만, 깔끔하게 머리를 자르고 난 지금은, 명석해보이는 분위기가 더해져있다. 색소가 옅은 회색의 눈동자 탓일 지도 모른다. 똑바로 상대를 응시하는 눈의 밑바닥에, 어린아이같은 순진함과, 지성의 및이 동거하고 있다. 조금 더 몸가짐이 세련되면, 은막을 장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미모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 아무래도, 붉은 머리의 젊은이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모양이었다. 몇 명인가 되는 어린애들한테 둘러싸여, 꾸벅꾸벅 졸린 듯이 머리를 흔들고 있다. 강아지라는 인상이 있었지만, 저렇게 하고 있으니, 어린애들을 햇빛에서부터 보호하는 수목이나 그런 것 같다. 책상다리로 앉으니, 소년 중에 한 명이 임금님처럼 눌러앉았다. 거기에, 졸린 듯한 표정인 에르고는, 긴 손을 뻗어, 무릎에 앉은 소년을 잡고, 그 덥수룩한 머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좋은 향기가 나요." "냄새 나잖아, 내 머리!" "아니요, 햇님의 향기에요." 온화한 목소리에, 참으로 따뜻한 것을 느꼈다. 몽실몽실한 분위기에 빠져, 무심코 다가가, 말을 걸고 말았다. "졸린 건가요?" "……네, 식사 후의, 낮잠을 좋아해요." 후와아, 하고 하품을 한 번. 표정의 반이 붉은 머리에 숨겨진 탓에, 어쩐지 바다의 곰돌이같다. 어느쪽이냐 하면 낯을 가리는 편인 자신이 말을 걸어버린 것도, 그런 인상 탓일까. "여기는 엄청 따끈따끈하고, 부드럽고…… 그래서, 나는 이 섬이 좋아요." "……그런가요." 마술사들과는 다른 척도. 아니면, 이런 것이 보통인 걸까. 여태까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보통의 인생. 보통의 삶. 현대의 해적으로, 게다가 기억상실인 상대한테, 그런 걸 떠올리는 것은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명의 소녀가, 찰캉찰캉 소리를 내는 가위를 들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에르고, 머리 잘라줄 테니까, 이쪽으로 와!""고마워, 라나." 끄덕이고, 그는 소녀의 손에 이끌린 채, 조금 떨어진 모래사장의 의자에 앉혀진다. 소녀가 빨간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가위를 움직이기 시작하자, 곧바로 에르고의 머리가 숙여졌다. 놀랍게도, 고작 수십 초 정도만에, 쿨쿨,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주위에는 아이들도 소란스러운데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나, 저렇단 말이지." 어느샌가 곁에 온 린이, 질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에르고가 말인가요?" "그래. 내버려두면 자는 거야. 그다지 이야기를 못 들은 것도, 내가 손이 빈 때에, 대체로 그가 잠들었으니까 그런거고." "수면이 남들보다 더 필요한 체질, 이라는 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 일어나서 눈을 떴을 때, ​다시 태어났다​, 라고 느끼는 일이 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변화는 돌연히 찾아오는 것이다. 오랜 세월 시달리던 죄의 의식에서 해방되거나, 반대로 계속 신경 쓰이지 않았던 바람 소리에 견딜 수 없게 되거나. 마치 폭풍처럼 나타나는, 불가역적인 현상. 에르고에게는, 오늘이었다. 보고 있는 세계가, 마치 다른 것만 같았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희미하게 사무소의 천정이 붕 떠보였다. 어스름에 떠오르는 듯한 책장이나, 벽가에 놓인 브라운관 TV, 데스크에 굴러다니는 연필도, 창가에 쌓인 먼지조차, 어제와 다름 없다. 그런데도,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아주 약간이지만, 모든 것이 밝고, 새롭고, 은은하게 빛을 두르고 있는 듯한. "와……!" 참으로, 참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소파에서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억이 나는 것은, 옥상에서 하얀 소녀와 주고 받은 회화까지였다. ──『살아만 있다면, 신이라도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까.』 료우기 마나. 어째선지, 그 말을 듣고 안심해버려서,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그림책을 읽는 마나의 옆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요정이란 저런 느낌일까. 소리내어 읽어준 목소리가, 아직 귓속에서 잔향이 남은 것만 같다. 자고 있던 소파의 등받이를 쓰다듬는다. 기억하고 있는 감각과, 조금도 다르지 않고 똑같다. 똑같은 데도, 어째선지, 가슴 속이 달콤하게 욱신거렸다. 느닷없이, 문이 열렸다. "어머, 에르고? 이쪽에 있었어?" "린?" 그녀를 인식하자마자, 얼굴이 확 빨개졌다. "보, 보지 말아주세요!" 무릎 아래에 깔려있던 시트를 잡아당겨, 코 언저리까지 가린다. "응, 왜 그래." "그, 그게, 어, 어쩐지 부끄러워서──" 깜빡깜빡, 하고 린이 눈을 깜빡거린다. 크고 동그란 눈동자가, 에르고의 얼굴을 비추자, 점점 부끄러워졌다. 이 여성(사람)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처음으로 눈치챘다. 대체 여태까지의 에르고(자신)는 뭘 보고 있었던 걸까. "에르고는 이상하네, 열이라도 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굴을 가린 채로, 에르고가 답한다. 그렇다곤 해도, 귀까지 뜨거워진 것을 느끼면서 한 말이라,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실은 신종 열병에 걸린 거라고 진단받으면, 즉시 납득해버리고 말겠지. "그럼, 뤄롱 이야기는 들었어? 당신한테 이긴 뒤에, 이 사무소에서 야코우 아키라도 한꺼번에 합류했었는데." 그 말에, 무심코 에르고는 입술을 앙다물고 말았다. "윽…… 저는, 안 졌으니까요." 또, 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르고?" "아뇨, 그, 졌다고 하면, 확실히 진 거지만요, 그래도 그건 불가항력이라고 할까, 제대로 맞섰다면, 그렇게는 안 됐을 거라고 할까." "흐응…… 흐응…… 흐으~응……." 턱에 손을 대고, 빤히 바라본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고양이(아비시니안)같은 동작으로 소파에 손을 짚고, 시트에 가려진 에르고의 코앞까지, 얼굴을 가까이 댄다. "뭐, 뭔가요." "에르고, 뭔가 인상이 바뀌지 않았어? 말투나 몸가짐도." "그럴, 까요." 우물거리며 말한 에르고는, 점점 소파의 구석으로 움츠러든다. 근처의 창문에 비친 모습이, 어쩐지 겁 많은 사자같다. 쩔쩔매는 구도가 참으로 유머러스해서, 어쩐지 우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둥글어진 에르고의 발끝부터 머리까지를 보면서, 린이 말한다. "역시, 또 살짝 커졌어. 일본에 도착했을 때에도, 키가 커진 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해." "린이 말하면,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해적섬 주변에서 그를 줍고 나서부터, 가장 에르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린이었다. 그렇다면, 이 술렁거림의 정체도 알 수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 고풍스러운 거울에 청년의 나신이 비치고 있었다. 결코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탄탄한 상체였다. 지방은 얇고, 벗겨진 가슴부터 복부까지 고양이과 짐승을 닮은 유연한 근육이 이어져 있었다. 등받이 없는 철제 의자에 앉아 하의만 입은 청년은 하얀 목덜미를 간질이는 붉은 머리칼과 어우러져 어딘지 모르게 나른한 인고의 불길처럼 보이기도 했다. 에르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구획의 중앙이다. 「이것이 에르고……? 너희들이 말하는 신을 먹은 상대라고…」 거기에 태어난 환영을 바라보며, 프톨레마이오스가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스페어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다거나 하면서도 유연한 태도를 보였던 기계조치의 새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태도였다. 폭주한 파수꾼들에게 육박했던 상황조차 이 순간만큼은 잊고 있는 듯했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 스승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지는 않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환영의 젊은이들에게 모든 의식을 사로잡혀 있다. (아니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에르고와 같은 얼굴이지만 환영의 표정은 달랐다. 모든 것을 이미 포기한 듯한 슬픈 눈빛이었다. 「그는…」 환영에, 기계 장치의 새가 호소한다. "아니, 이 분은…" 일찍이 파라오였던 개체가 말한다. "아아. 그 이름은 이렇다. 정복왕을 계승하는 자......이스칸다르님의 아들......알렉산드로스 4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 에르고【인명】이번 『모험』 시리즈의 주안이 되는, 『신을 먹어치운 남자』. 그 정체는, 5권에서 밝혀진 대로, ■■■■■■■■■■. 일러스트의 사카모토 미네지 씨에게는, 청년으로 성장한 FGO의 ■■■■■■■을 이미지해주세요 라고 발주했었다. 성질은 부친보다는 모친을 닮음. 작중, 엘멜로이 2세에 의한 심신자의 의식과, 『신핵장전』 『신격전개』『신각전요』 3단계로 현현되는 신성은, 이번 시리즈의 볼거리. 첫 작품에서는 거의 무구하다고 해도 좋았던 청년은, 에피소드마다 그 성질을 크게 바꿔간다. 엘멜로이 2세와의 만남에 의해 호기심을, 료우기 마나와의 만남에 의해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바이 뤄롱과의 만남에 의해 지기 싫어하는 점이 촉발되어, 한 걸음마다 새로워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성장이며 동시에 상실이기도 하다. - 타입문 에이스 VOL.15 동봉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용어집

*11 종장 / 알렉산드리아의 마슬 역에서, 우리는 개찰구 근처에 서 있었다. 희미한 모래 내음이, 오전의 공기에 섞여 있다. 이 역에 도착했을 때는, 사막의 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에 감동했지만, 사람은 제멋대로라, 조금만 지나면 역시 사막의 나라구나⋯⋯⋯라고 느끼는 것이었다. 금속 벤치에 앉아 에르고는 수첩에 연필을 긋고 있었다. "또, 그림 그리는 건가요." "잊어버리기 전에 그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에르고는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최근 청년은, 이런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 해적섬 때와도, 싱가포르에 있을 때와도, 일본에 있을 때와도, 또 다른 얼굴.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너무나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청년의 정체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내 쪽의 보는 눈이 달라진 것도 있겠지만, 결코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 "다만 한 가지, 자네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가설은 있네. ……아마도 자네의 그것은 기억상실이 아니야." "……무슨, 말씀이세요?" "굳이 말하자면, 기억포화라고 불러야 할 현상이야. 알겠나, 이건 단순한 정보량의 문제인 거네." 스승님의 입술이,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평소의 강의처럼 조용하게, 죽을 병을 선고하는 의사처럼 온화하게. "한 명의 인간이 가지는 정보량과, 신이라 불릴 정도의 존재가 품은 정보량은 비할 바가 못 되지. 한 줌의 모래와, 하나의 산을 비교하는 자 따위는 없듯이. 온 세계의 슈퍼 컴퓨터를 긁어모아도 채울 수는 없겠지. 만약에,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면, 컴퓨터의 압축 프로그램처럼, 신성을 굳히고, 작게, 쑤셔넣는 것이 틀림 없네." 스윽, 하고 치켜든 양손을 그릇 모양으로 뭉쳐, 맞춘다. 거대한 것을, 작은 틈새에 쑤셔넣어버리듯이. "이것 자체는 드문 술식이 아니야. 세계(별)만큼 큰 것을, 지구의 하나에 잡아넣는 건 인간의 특기지." 둥글어진 양손이, 행성과 닮았다, 고 문득 생각했다. 많은 신화에서, 행성(별)도 신에 빗대어져 온 것이다. "동시에, 신을 내리는 것도, 온 세계에 있는 전승이지. 아무튼 무녀는 신의 말을 받아들이는 자로서, 대부분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지. 허나, 어떤 무녀든 간에, 상시 계속해서 신과 대면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 말에 계속 접하기만 해도, 인간이라는 그릇으로는 버텨내지 못할 것이네. 그런데, 신을 먹어치우게 했다면?" 스승님이 묻는다. 그 때, 라티오와 이야기했던 요모츠헤구이. 황천의 식사. 신의 혈육. "예를 들면, 곰을 산의 신이라 간주하고, 다 같이 고기를 분배한다는 의식도 있지. 신에게 바쳐진 산제물의 심장을 먹어치우거나, 피를 마시거나 하는 풍습도 있다. 극히 일부의 권능을 모방한다는 의미라면, 시계탑의 강령과나 이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탕키라고 불리는 마술로도, 극에 달한 마술사라면 해낼 수 있겠지. 하지만, 저 섬을 파괴한 손은 그런 부류가 아니야. 현대에서, 저만큼의 위력을 손쉽게 발휘하는 신비라면, 그건 단순한 겉보기나, 개념 상의 존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청찬유수로 흐르는 말과 함께, 이번에는 가슴 앞에 오른손을 든다. "손이란, 진화다." 편 손을, 다시 한 번 스승님이 움켜쥔다. "사람이 사람으로 된 것은, 이 손이 있었기 때문이야. 진화론에는 잡다한 학설이 있지만, 영장류 중에서도 인간이 특수한 위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손의 형상에 의한 것이라는 이론은 뿌리가 깊지. 그것은 인간의 손이 세련된 아슐리안 석기나 활을 만들냈기 때문만이 아니고, 그런 요령있는 자 이외에는 도태되어 사라져갔기 때문이라는 것만이 아니다. 그 때, 손으로 주어진 압력이나, 자연스레 이루어진 손가락의 연동에서, 우리들에게 주입되어온 정보가, 진화에 어떠한 영향을 준 게 아닐까 하는 것이지." 그 열변에, 무심코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말았다. 보통, 손이라고 하면 만들어내는 것이라던가, 파괴하는 것이라던가, 그런 인상이 떠오르겠지. 많은 무기나 도구를 만들어내고 사냥감을 사냥해, 토기나 농기구를 만들어내서 생활을 개선해온 손은, 그야말로 인류의 역사의 상징이라고도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승님은 어느쪽도 아니었다. 눈이나 코와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감각기로서, 손을 인식하고 있던 것이다. 인체 중에서도, 손이 특필히 신경이 집중된 장소라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진기할 만한 아이디어도 아니었겠지. "바꿔 말하자면, 손이야말로 신이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설이다. 사람을 만든 것이 신이라고 한다면, 이 손이야말로 그것이다. 아아, 신탁 정도라면, 인간은 받아들일 수 있겠지. 신의 그릇이 되는 것도 가능하겠지. 권능의 일부를 의사적으로 재현하는 것도,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몰라. 하지만, 신의 손을 다룰 수 있게 되지는 않았어. 그것은 손이라는 것이, 단순한 힘의 구현이 아니라, 극히 중대한 감각기이기도 하기 때문이지. 신의 이름에 충분할 정도로 막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계속해서 받아들여온 기관이기 때문이야. 그렇다고 한다면, 그만한 정보를 주입받았을 경우, 인간으로서의 기억은 필연적으로 밀려나버리지." "…………" 에르고는, 할 말을 잊은 채였다. '……바다와, 컵이다.' 자신이 상상한 것은, 컵에 해양 전체의 물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호수 하나 정도로 줄였다 해봐야, 그릇에 다 들어가지 않는 것은 변함 없다. 신의 너무나도 거대한 손은, 그만한 정보를 전져내버린다. 하나의 종의, 진화에도 필적할 정도의 정보를. "아마도 세 위나 되는 신이 자네의 안에 있는 것이, 대체 어떤 꼼수를 구사해서 가능한 건지는 모르네. 하지만, 봉해넣었을 뿐이라면 몰라도, 원전으로서의 신의 성능을 발휘한다면 무사히는 안 끝나지. 알겠나, 자네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신들림이 아니야. 그 거대한 손을 보고 생각하면, 신령과의 융합조차 아니야. 원전으로서의, 살아있는 몸의 신을 현실에 부화시키고 있는 한창때인거다. 그렇다면, 신으로서의 성능을 발로할 때마다, 자네라는 숙주가 밀려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겠지. ……그 손은, 그런 것이네." 엄하게, 스승님은 결론짓는다. 섬을 파괴한 거대한 손에, 엘멜로이 2세가 내린 감정이 이것이었다. "머지않아, 자네의 기억과 인격은 사라지네. 자네의 내측의 신이, 우선 자네를 파괴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 (하지만 이건 ------) 끝없이 펼쳐지는 광경에 엘고는 모순을 느꼈다. 어떤 전투에서 사라졌어야 할 영령이 더 후대의 시간 순서로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거의 동시라고 생각되는 서로 다른 무대에서 동일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순간이동이나 이중 존재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순이 너무 많고, 너무 잦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곧 답이 공개되었다. "...... 아........" 그렇구나. 드디어 에르고는 납득했다. 기억 포화란, 그러니까 그런 거구나. “음, 그럼 에르고도 기억 포화상태가 되겠네. '그러니까 신을 만난 인간은 대체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네!” 왠지 매우 기쁜 듯이 플랫이 말했다. "신이 보는 세계에서는 과거도 미래도 동등하고, 오히려 실제로 일어난 일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동등하단 말이야! 그건 어드벤처 게임에서 주인공이 선택하지 않은 루트까지 모두 알고 있는 메타 상태잖아요! 전지전능하다고 해도, 그래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거지. 우리에게는 미래도 과거도 하나뿐이지만, 신이 보기에는 그런 게 무수히 많으니까요!"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신이니까 정보량이 많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기준이 달라져 버렸다. 2차원과 3차원에서 보이는 것도, 정보도 완전히 달라지듯, 똑같은 상황이라도 지각-인식-경험하는 정보가 완전히 다르다, 인간과 신은 다르게 인식-인식-경험하는 정보가 달랐던 것이다. "어라, 그럼 예전에 그레이의 고향에서 제피아 씨와 이야기했을 때, 혹시 제피아 씨, 우리한테 맞춰준 거 아니었어?! 우와, 그렇겠지! 수만 개의 루트가 있는 게임에서 한 루트에만 의식을 조절하는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잖아! 와우,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어!" 이번 플랫의 발언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부 의미는 파악할 수 있었다. 수만 갈래로 갈라진 운명. 미래가 하나가 아니듯, 과거조차도 하나가 아니다. 그렇게 『과거』의 광경이 엘고와 플랫 앞에 비춰졌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 캐스여우의 SG로 엿볼 수 있는, 아홉 개 꼬리의 신령. 태양을 의신화한 것. 즉 아마테라스 오오카미의. 캐스여우가 구미 상태가 된 모습…… 은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득한 옛날에 있어, 지금도 계속 있고 있는 캐스여우의 근원이다. 이 정도 클래스의 신령이면 시간축이라든지 정말 관계없습니다. 본래라면 그 사당에 들어간 시점에서 인간은 모두 불타지만, 과연 우리들의 자비남, 불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대로의 만용(바보 선택사항)을 과시한다. 본래라면 알몸 에이프런이 아니라 알몸 나인테일이지만, 윤리의 벽을 돌파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제대로 예장으로 감쌌다. 덧붙여서, 꿈이 없는 인간이 그곳에 가면 영묘에는 거대한 태양이 보일 뿐이다. - 페이트 엑스트라 CCC 엑스트라 가든 용어사전의 내용

*15 ???: 이런, 혀를 제법 놀리는구나. 여유가 생기는 것이냐? 호호, 초조해하고는 있으나 제법 이치에는 맞는지로고. 그 담력을 보아서 말해주도록 하마. 이 몸은 일미(一尾)의 심층의식에 있는 본성이다. 여긴 네 녀석의 시대보다도 아득히 먼 과거이지. 무얼, 여기서 졸고 있으니 미래의 자신의 바보 같은 모습이 보여서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상대를 부른 게지. / 일미(一尾)…… 라는 건 캐스터를 말하는 거겠지. 그러니까 이건 캐스터의 과거…… 아니, 캐스터의 근본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졸다가 자신의 미래를 보고, 화가 나서 그 미래시공에 손을 뻗어서 캐스터가 섬기고 있는 마스터──── 키시나미 하쿠노를 집어서 과거로 데려왔다고……? 캐스터의 근본이란 건 대체 얼마나 엉터리인 거야! 타임 패러독스 같은 거 신경 안 쓰는 거야!? - 페이트 엑스트라 ccc의 내용

*16 다빈치 : 신령 서번트는 좌에 돌아가도 기억을 이어받을 수 있어. 반신인 헤라클레스가 거기에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맺어진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다시 힘을 빌려주겠지.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코믹스 전승지저도시 아가르타 편의 내용

*17 테세우스 : 그런데, 저한테도 질문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생전의 당신과는 다른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혹시나 또 다른 소환에서의 기억이라도 가지고 있어? / 에우리알레 : 기억은 없어. 기록 뿐. 그렇지만 나는 신령이니까. 평범한 서번트와는 시점이 달라. 당신도 그 부분은 알고 있잖아? / 테세우스 : 그건 그렇네.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이라면, 전장에 서는 일은 없었을테니. 어지간히 묘한 일에 휘말렸네요. / 에우리알레 : 너는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도 이길테지. 여태까지 계속 그래왔으니까. / 테세우스 : 그렇겠죠. 분명, 그렇게 되겠죠. / 에우리알레 : 하지만 그런 너라고 하더라도, 그 애를 괴롭히면 용서안해. / 테세우스 :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신과 아스테리오스에게 그런 인연이 있었던가./ 에우리알레 : 아까 말했잖아? 당신과는 시점이 달라. 지금의 나는 아스테리오스를 아주 조금이지만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18 "강의는 어떠셨나요." / "의의 있기는 했네. 나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마술이 이 부근에는 많으니까 말이지." / 뜨거운 말레이풍 야키소바(미고랭)를, 플라스틱 포크로 입 안에 가득 넣으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센터 앞의 간판에도 실려있던, 싱가포르의 명물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 "즉, 자네는 작년부터 여기를 찾아오고 있었던 건가?" "샐비지가 주체니까요, 계획만 알려줘두면, 제가 계속 이 부근에 있을 필요는 없고요. 정기연락만이라면 전화로 할 수 있어요." 스승님의 앞에서, 도도하게 린이 설명한다. 마치, 우등생의 논문 같았다. 하기야, 어디의 우등생이 해적의 두목 같은 짓을 하겠냐, 싶은 일이긴 하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 그 의미는 모르겠지만, 매우 진지하게 바라보는 스승님에게, 린이 말했다. "차라리 시계탑에 데리고 돌아가서, 에르고를 선생님의 학생으로 하면 되지 않나요?" 농담 반 섞인 말이었으니까, 그 반응은 그녀도 상상하지 않았겠지. 스승님도 자신도 표정을 굳히고, 동시에 린을 응시해버린 것이다. "왜 그래, 두 사람 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네." 자신도, 가슴이 먹먹한 기분이 들어버려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었다. 대신에, 스승님은 다시금, "미스 토오사카." 하고, 이름을 불렀다. "당분간, 우리도 여기에 체재시켜줘도 상관 없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 슬쩍, 2세는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돌아봤다. "선…… 생님……"   에르고는, 아직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었다.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애초에, 아틀라스원이나 연금술사라는 단어부터 의미불명하겠지. 시계탑에 있어, 그 나름의 지위인 엘멜로이 2세조차도, 지금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판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약하게 웃은 것이다. "선생님…… 저…… 는…… 괜찮으니까요……" "…………" 입술을 깨문 2세가, 선글라스를 벗고, 자켓의 품에서 엽권을 꺼내든다. 이미 끄트머리는 잘려있어서,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불꽃이 붙었다. 희미하게 그 손끝은 떨리고 있다. 떨림이 진정될 때까지, 천천히 연기를 맛보면서, 2세는 이런 말을 흘렸다. "……참으로, 유감이다." 『현명한 판단이다, 군주(로드).』 뼈의 거인이, 억양 없는 말투로 마술사를 칭찬한다. 그에 대해, 2세는 간발의 차로 합격점을 놓쳐버린 어린애처럼, 분한 듯한 말투로 내뱉은 것이다. "10분 정도만 더, 일찍 왔으면 됐을 거다. 아니면, 내가 아니라, 그에게 직접 따라가도록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거다. 그렇게 했으면, 개입할 여지 따윈 없었지. 자신에게 떨어진 불똥은 자신이 털어내라, 라고 말하기만 하면 끝났을 텐데." 『……그건 무슨 말이지, 로드 엘멜로이?』 "기간 한정이지만, 그는 내 학생이 됐네." 엽권의 연기를 바닷바람에 녹이면서, 2세는 뼈의 거인을 노려본다. "그리고, 나는 학생을 파는 짓은 하지 않아. 무슨 일이 있건 간에." 『로드 엘멜로이!』 "미안하지만, 2세를 붙여주게. 내 어깨에는 너무 무거운 이름이라 말이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 『차앚았다.』아마도, 전원의 뇌리에 울린, 그 사념. 장난스럽고, 까불거리는 말투에, 그런데도 죽을 듯이 두렵다. "저…… 목소리……" 에르고가, 떨었다. 『하하, 아직 기억하고 있었나. 아니, 잊을 수 없었나?』라티오가, 사납게 고개를 처든다. "설마, 무시키……!" 그 이상은, 누구도 반응할 수 없었다. 스승님도, 자신도, 린도, 라티오와 탄겔조차도. 어떠한 마술이 행사된 건지조차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눈치챘을 때에는, 구속되어있던 에르고의 오른쪽 두부가, 모조리 소멸하고 있던 것이다. "에르, 고……" 자신이 걸려고 한 목소리도 덧없다. 젊은이의 콧마루에서 오른쪽 위의 부위가 전부 없어저, 퓨, 하고 분수같이 피가 넘쳐흘렀다. 아아, 거인 때와는 달리,파괴된 두개골이나 그 내용물까지도 보이고 만 것이다. 생존 따위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다. 뇌를 이만큼 잃고서, 살 수 있는 인간 따윈 없다. 다음 순간. 죽은 에르고의 등에서, 빛의 날개처럼 거대한 환수가 솟아올랐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 준비된 모터 보트는, 전부가 중형에, 일곱 척이었다. 자신과 스승님, 에르고 세 명은, 린이 조종하는 보트에 타있다. 다른 여섯 척은, 해적들의 것이다. 탄 인원의 대부분은, 에르고와 비슷한 정도의 연령. 18세 정도라고 생각된다. 하얀 파도를 박차고 나아가는 보트에 탄, 늠름한 옆얼굴. 이제 출신 같은 건 알 수 없을 정도로 그을린 피부가, 해적의 긍지인 걸지도 몰랐다. '린 씨가, 길러낸 해적들.' 그 얼굴에, 그녀의 듬직함이 옮겨간 것처럼도 보였다. 린에게 배운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살아남을 방법을 가르쳤다는 그녀의 말에는, 일절의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해적들이 린에게 보내는 신뢰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알파 1. 린, 주위에 이상 없음." "브라보 1. 이쪽도 이상 없음." 설치된 무선에서, 차례차례 목소리가 닿는다. 알파, 브라보라는 것은, 잘못 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포네틱 코드겠지. 엘멜로이 교실에서는, 플랫이라던지가 좋아하는 전쟁 영화에서 자주 들어봤지만, 해적이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린은, 잠시 팔짱을 끼더니, 무선기의 버튼을 눌렀다. "아무튼, 최초의 계획대로 움직여줘. 상황이 알 수 없게 되면, 쏜살같이 도망칠 것. 이건 절대야." "알았어(아이 아이 서)!" 믿음직스럽게 수긍하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싱가포르에서 꽤나 떨어져, 이미 말라카 해협의 입구까지 다가온 탓인지, 다른 배는 드문드문하게만 보이게 되었다. 항구를 나올 때엔 정말로 경찰에게 발견되지 않을지 오싹했지만, 이렇게 먼 바다까지 나와버리니, 반대로 육지가 그리워진다. 바로 뒤에서, 스승님이 지도를 펼쳤다. "룩스 카르타의 검색에서, 라티오의 거점으로 보인 곳은 둘." 바다의 바람에 주의하면서, 가느다란 손가락이 종이의 표면에 미끄러진다. "하나는 센토사 섬. 이쪽은 아까 알아봤지만 떠나서 흔적 뿐이다." 앞서 조사한 지점이다. 라티오가 숨어있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고, 진작에 물러난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은 바로 먼바다로 나와, 새로운 장소로 급행한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향하고 있는 좌표는 해상이네. 꽤나 길게, 이 지점에서 어떤 작업을 한 형적이 있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 "손을, 대지 말아주세요." "알고있고 말고. 이 배에 있는 동안에는 휴전이라는 계약이다. 바로 끝날 휴전이지만." 끄덕인 라티오의 뒤에서, 느릿느릿 작은 산같은 모습이 움직였다. 뼈의 거인── 탄겔이 겨우 마스트를 빼내고, 뽑힌 팔도 재생된 것이었다. "아ー 아ー, 심한 꼴을 당했구만." "쓸모없는 놈." "그건 너무한데. 라티오 아씨." "어깨를 대라." 개탄하는 거인이 쭈그려앉고, 그 어깨에 라티오가 탔다.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푸른 머리카락은, 뼈의 거인의 색조와 잘 어울렸다. "언젠가, 또 다시." 두 사람의 모습이, 갑판에서 등 너머로 쓰러진다. 눈 깜짝할 새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파도 사이로도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 옆을 보다가, 갑자기 눈치 챘다. "에르고 씨, 키가 커졌나요? 머리카락도 자란 것 같은데." "아직, 그레이 씨하고 만난지 일주일 정도라구요." 쾌활하게, 젊은이가 웃는다. 그 말대로다. 하지만, 그런 짧은 기간 동안, 그는 잘못 볼 정도로 변한 느낌이 든다. 소지물은 커녕, 대부분의 기억까지 잃었던 젊은이는, 삶을 서두르듯이 새로운 자기를 확립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짧은 빨강 머리. 색소도 자아도 옅었던 회색의 눈동자는, 시계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반짝반짝 환희하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사람은 마음이 두근거린 횟수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자신도 조금 정도는 눈여겨봐야 할까 하고 생각한 참에, 바람이 날아온 축제 노점의 포장지가, 얼굴에 부딪히기 직전에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에르고의 등에 생겨난 투명한 손── 환수에 의한 것이다. (중략) 이 조합으로 어울린지, 아직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분명, 타인과 마음을 터놓는 속도로 말하자면, 자신은 틀림 없이 최악의 부류겠지. 그런데도, 아주 옛날부터 함께 한 듯한 착각에 덮쳐진 것이다. 생각해보면, 폭풍같은 시간이었다. 그 싱가포르에서, 해적의 컨설턴트를 맡고 있던 린과 만난 일부터 시작해, 신을 먹어치웠다는 에르고를 중심으로, 잡다한 사건이 발발한 것이다. 지금의 에르고를 만들어낸 세 명의 마술사 중,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 선인이라던가 하는 무시키까지, 자신들은 싸우게 되었다. 전부, 시계탑에서 신비에 익숙해진 자신에게조차, 황당무계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자칫 실수했다간, 일본에 오기 전에 목숨을 잃었겠지. 지금이라도, 그 상황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어딘가, 자신은 이 여행을 즐겨버리고 있다. 이런 이국의 산중에서, 수많은 수수께끼를 품은 채로, 자칫하면 새로운 적에게 목숨을 노려질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무심코 안심해서, 입가에 미소를 금고 말 정도로. 마치 가슴 속의 앨범에, 평생 바랠 리 없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진을 모으는 것처럼.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 조금 뒤늦게,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 하나에도, 의외로 성격이 묻어나온다. 예를 들면 건방진 발소리, 예를 들면 우아한 발소리, 예를 들면 신경질적인 발소리. 『강화』된 자신의 청각은, 자연스럽게 그런 뉘앙스를 듣고 분간해버린다. '……​보.통.​?' 여태껏 없었던 인상을, 받고 말았다. 너무나도 애매하고 대충스러운 감상에, 떠올린 자신이 깜짝 놀라고 만다. 하지만, 이 때 느낀 것은, 분명 그랬던 것이다. 멀리서, 또다시 큰 북을 치는 소리. 저녁놀의 언덕을 껑충껑충 걸어온 인영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참으로 평범한 남성이었다. 이 나라의 사람들의 연령은 알기 어렵지만, 아마 20대 후반 정도일까. 위도 아래도 검정 일색의 서양옷에, 역시 검은 테 안경을 끼고 있다. 더 말하자면, 왼쪽 머리카락을 길러 눈가를 덮고 있는 점은, 독특한 센스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축제의 손님들에게 파묻혔다간, 눈 깜짝할 새에 찾을 수 없게 되겠지. 나긋나긋한 체구도, 상냥해보이는 인상도 충분히 호감스러웠지만, 총합하면 범용이라는 형용으로 진정되어버린다. 그 신기한 모순에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니, "아오자키 토우코 씨께 소개받은, 료우기 미키야라고 합니다." 라고, 새까만 남성은 자기소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들에게 있어, 잊기 어려운 운명의 시작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 '……수상하게는, 보이지 않지만.' 앞서 가는 미키야를 다시 한 번 보았을 때, 그는 입을 열었다. "토우코 씨가, 네가 안고 있는 문제에 딱 좋을 거다, 라는 편지를 보내왔거든요." "문제?" 눈을 깜빡거린 자신보다 약간 뒤늦게, "우리들도, 아오자키 토우코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라고, 스승님이 말한다. "이전부터,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는데, 2주 전에 이거라면 힌트가 되지 않겠냐고, 편지를 보내왔지." 2주 전. 싱가포르에 오기 전이다. 즉, 스승님은 원래부터 일본에 올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앞서 걸으면서, 미키야가 묻는다. "어떤 과제인가요?" "일종의 해주, 라고 말하면 되려나." 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그것은, 자신의 안쪽에 깃든, 영웅의 인자를 벗겨내기 위한 술식이었다. 천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강사를 그만두면서라도, 스승님이 탐구하려고 했던 마술. 그리고, "지금이라면, 좀 더 알기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신을 되돌리는 방법, 이라고." 에르고가 스승님을 보았다. 젊은이가 먹어치웠다고 하는 세 위의 신. 그것을 되돌리지 못하면, 언젠가 에르고는 신이라는 절대적인 정보량에 압박당해, 인격과 기억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스승님은 단언했던 것이다. 기이하게도, 자신과 에르고에게 필요한 것은 같은 신비였다. "신님." 말하고 나서, 어쩐지 그리워하는 듯이, 미키야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산 위라서인지, 별빛은 참으로 밝았다. "그 사무소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했었어요. ……아아, 정말로, 토우코 씨랑 같은 마술사인 거군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했네." 라고 말하고, 스승님이 차를 마신다. "자네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에 대해서, 들려줬으면 하네. 아오자키 토우코의 편지에 따르면, 그 문제가, 우리들의 문제 해결에 관계되어 있는 건가?" "그 전에,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뭔가?" "마술사는 제자나 가족을 소중히 하는 족속이라고, 토우코 씨한테서 들었습니다." 그것은 정말이다. 마술사가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보다도 세계보다도, 근원이라는 무언가에 도달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한 세대만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마술사는 뒷세대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족이나 제자에게는 친밀해져 지켜주기도 한다. ……일반적인 개념과는, 다를 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전제 하에, 미키야가 묻는다. "그렇다면, 가족에게서 떨어져버린 인간은,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행복 따윈, 사람마다 다른 것이잖나." 곧바로 스승님이 답했다. "누군가가 극한의 불행이라고 느끼는 환경을, 최고의 행복이라며 음미하는 자도 있지. 마술사가 아니더라도, 그건 보통이라고 생각하네만." "그렇네요." 라며, 미키야도 인정했다. "나라라던가 환경이라던가 가치관이라던가, 그런 약간의 차이로, 추구하는 게 완전히 달라져버려요. 누군가와 같은 것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누군가와 다른 것이야말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마음의 형태가 모두 다르니까, 행복의 형태도 모두 다른 거예요." 그 말은, 쿵 하고 가슴 깊숙히 빠진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직소 퍼즐 같은 것이다. 마음의 형태가 다르니까, 그것에 맞는 행복의 형태가 다르다. 각자가 모은 형태가, 어쩌다 꼭 들어맞았을 때에, 겨우 사람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을 탐구하는 것이, 어쩌면 인생이라는 과정일 지도 모른다.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미키야는 한 장의 사진을 꺼낸 것이다 마나와 비슷한 정도의, 어린아이가 찍힌 사진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짧게 자른 머리카락도 있어서, 성별은 판정할 수 없다. "이 아이는?" "야코우 아키라." 미키야의 말에, "야코우?" 하고, 린이 눈초리를 치켜올렸다. "야코우라니, 법술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야코우 얘기야?" 목소리에, 평소와 다른 성분이 섞여있었다. 약간의 긴장과, 고양이처럼 숨길 수 없는 호기심. 그 표정은, 아틀라스원의 라티오나 산령법정의 무시키와 대치했을 때와 동질이면서,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이 아이를,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라고, 미키야는 잇는다. "…………."   스승님은 즉답하지 않았다. 린은, 스승님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에르고는, 흥미 깊은 듯이, 사진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다. 자신은…… 그저, 서서히 고동치기 시작하는 심장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천천히, 스승님은 입을 열었다. "구하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납치된 거예요."   꿈틀, 하고 스승님의 눈썹이 움직였다. 유괴 사건. 그 자체는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 하지만, 지금 린의 말대로라면 야코우란 마술의 가계일 터이다. 거기에서 일어난 유괴 사건이란. 멀리서, 큰 북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축제의 양기와는 정반대인, 음울한 예감이 방에 자욱히 끼기 시작했다. "토우코 씨는, 이 아이와 접촉함으로써, 엘멜로이 2세 씨의 문제의 해결에 다가갈 수 있겠지,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 "아까 말했듯이, 무시키 선에서 끝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우리들, 방황해의 순서는 최후였으니까 말이야.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데서 만나는 건 상정 외였다는 거지."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이야아." 쾌활하게, 뒷통수를 뤄롱이 두드린 것이다. "만나면 붙잡아라, 라고는 아버지한테 들었단 말이지, 이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 그러고나서 취한 움직임은, 제대로 사고하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늘릴 수 있는 만큼 환수를 늘린 것이다. 여섯 개의 환수 중, 네 개는 뤄롱을 붙잡은 채, 두 개는 건물의 옥상을 움켜쥐고, 힘껏 잡아당긴다. 엄청난 힘이, 환수에 걸렸다. 여태까지도, 다양한 공격에, 에르고의 환수는 버텨왔다. 뼈의 거인의 공격에도, 연금술사에 의한 참격에도, 혹은 린과의 특훈에서 있었던 마술에도. 하지만,시속 수백 킬로 수준의 고속으로 ​잡아당겨지는​ 건 어떨까. 찌직, 하고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에도, 에르고는 버텼다. 찌직, 찌직, 하고 소리가 연속된다. 등에서 퍼지는 처절한 고통을 버티면서, 가능한 한 모든 힘을 환수에 담는다. 갑자기, 비상이 둔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제법인데, 에르고." 무리하게, 뤄롱은 거스르지 않은 것이다. 빙글 하고 비상의 방향이 반회전되고, 간격이 벌어진 에르고의 몸이 위쪽으로 흔들렸다. 그럼에도 양쪽의 환수는 꽉 움켜쥔 채였다. 한결같이, 건물 방향으로 유도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그쪽의 환수만 놓는다. 건물을 쥔 쪽의 환수를 로프처럼 사용해, 휘익 하고 에르고가 스윙했다. 진자같은 요령으로, 벡터를 상승으로 변환한다. 정점에서 몸을 비틀고, 건물 옥상으로 추락했다. 빈 환수로 몸을 감싸긴 했지만, 충격은 내장까지 퍼졌다. 약간 뒤늦게, 환익을 펼친 뤄롱은, 같은 건물 옥상으로 활강해왔다. "괜찮아?" "……응, 깜짝 놀랐어." 속삭임을 들은 아키라가, 살며시 팔에서 내려온다. 소녀의 작은 몸에도 상응하는 가속도(G)가 걸렸을 터인데, 아무래도 뤄롱에게 안겨있는 동안에는, 현실같지 않은 법칙이 작용한 것 같다. "​루오​는, ​루오​인 거지?" "하? 무슨 소리야. 달리 누구로 보이는데." 올려다본 소녀의 물음에, 뤄롱이 눈썹을 꿈틀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에르고는 어쩐지 모르게 안심하고 말았다. 아직, 조금 전에 잡아당기다가 입은 대미지도 남아있는 채였지만, 이를 악물면서, 천천히 일어난다. 고오오오, 하고 강한 바람이 불었다. 내려다보니, 서쪽에 넓은 초록색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공원은 아니다. 코쿄(皇居)라고 불리는, 이 나라의 상징이 계시는 곳이라는 건, 에르고도 알고 있다. 하지만, 공항에서 지도를 본 기억으로 떠올려보니, 아까 전의 스에히로쵸에서 수 킬로미터는 떨어져있었을 것이다. 고작 2, 30초 정도의 비상으로, 여기까지 옮겨진 것인가. 그랑 도쿄 ・노스 타워. 지상 43층. 높이는 이백 미터를 넘는, 치요다 구 최대를 지향하며 건설중인 빌딩이다. 아직 오픈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사는 거의 끝나서, 지금은 내부 인테리어를 마감하면서, 정기적인 검사를 하고 있는 단계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 "용을 먹은 자와 신을 먹은 자를 붙여놓고, 설마 결과가 아가씨의 새치기일 줄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상상하지 않겠지." "망할 아버지." 뤄롱이, 말한다. "여어, 불초 제자. 너덜너덜하잖느냐." 구름의 위치가 변했다. 그것으로,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예쁘다.' 이런 상황인데도, 무심코 자리에 안 어울리는 감성을 느끼고 말았다. 등골이 얼어붙을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였다 수만 년이나 된 빙하를 걷는, 외톨이 회색 늑대를 연상시켰다. "당신은." "방황해의 지즈, 라고 한다네?" 회색 늑대 같은 남자는 이름을 밝혔다. 순식간에, 자신들 사이에 긴장이 퍼졌다. 방황해. 지금까지 제자인 뤄롱의 이야기에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술사가, 마침내 자신들의 앞에 찾아온 것인가. "아아, 초대면은 아니라고? 자, 이거." 라며, 가면을 보여줬다. "그건──!" 싱가포르의 호커 센터에서 만난, 와양 배우의 가면이었다. 그 배우가 남긴 편지에 유도되어, 자신들은 린과 에르고 두 사람과 합류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이 긴 모험의 시작이 된 것이, 이 배우와 편지였다. 그 때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인지, 두터운 화장을 했어서인지, 얼굴을 잘 알 수 없었지만…… 설마, 그 때부터 방황해의 마술사와 만났었을 줄이야. "처음부터, 저희들을 해적섬으로 유도할 생각이었던 겁니까." 스승님이 말했다. 방황해에 대비되는, 시계탑의 군주(로드). 용을 먹어치운 남자에 대비되는, 신을 먹어치운 남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 하지만, 지금 어느 쪽이 피폐한지는 명백하다. 이쪽은 비장의 패 중의 비장의 패까지 드러낸 상태고, 방황해의 마술사는 정체 이외엔 무엇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 "응, 후, 후. 뭐어 순번이 있어서 말이지. 내가 직접 에르고와 만나는 건 계약 위반이었던 게야. 이대로면, 최초인 아틀라스원이 에르고를 회수해서 끝이었잖나? 그게 나쁘지는 않지만, 자리가 들끓어오르지 않는다는 거지." 방황해의 마술사──지즈가 말하는 의미를, 자신들은 알 수 있었다. 만약, 스승님과 자신이 합류하지 않았다면, 그 해적섬에서 린과 에르고 두 사람만으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를 받아치게 됐겠지. 그 경우, 실제 싸움처럼, 무시키의 난입까지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곤 해도, 이쪽도 계산대로라고는 하기 어려워. 그렇달까 내기에 약하단 말이지 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 '동료라도 필요하다면 즉시 포기한다. 예, 그 전환의 속도는 칭찬할 만한 것이네요. 조금 전의 결계의 강도도, 역시나 말로 듣던 엘멜로이 교실의 수재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남겨진 붉은 머리의 청년을 돌아보았다. "⋯⋯⋯⋯⋯." 에르고도 상대를 바라보았다. 다만, 안구와 목을 제외하고는 환수를 포함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채로. 설마 신을 먹은 청년이 이렇게 쉽게 공략당할 줄은. 메두사의 눈빛을 받고 공포에 질려 석화한 고대의 전사들처럼, 에르고는 저주를 받고 있다. "어라, 일본어 책이네요." 발밑에 떨어진 그림책을 상대가 집어 들었다. 그 상대의 옷차림에서 에르고는 낯익은 모습을 발견했다. 미래적인 형태는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라티오와 같은 모습. 챙이 없는 모자를 쓰고 있고, 그 뒤로 세가닥으로 땋은 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늘어져 있었다. 머리 색깔도 라티오와 비슷했다. 눈동자와 같은 보라색. 혹은 친척일까. 경련이 일어난 목을, 에르고는 열심히 움직였다. "당신은, 누구?" "이름을 묻는 것이라면,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입니다." 무표정하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존재감과 불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시선이 낮다. 키는 대략 백사십 센티미터 정도인가. 사지나 얼굴도 그에 걸맞게 아직 미성숙한 모습이다. 아, 토오사카 린과 에르고 양측이 일제히 반응을 늦춘 이유가 이것이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신을 먹은 청년을 봉인한 것은 열 살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은 소녀였다. "그 이상의 무리는 하지 않는 것을 제안합니다. 몸에 무리를 줄 뿐이니까요." 오히려 통증이 없는 것이 에르고에게는 더 두려웠다. 지금까지의 적과는 다른―어디까지나 무기질이고, 인간적인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 마치 인간 형태의 금속과 무언가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의 뇌신경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움직임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이 성능 때문에 저는 영자 해커라고 불리고 있어요. 영자에 의한 에테라이트의 특성상 그 기묘한 손도 예외는 아닙니다. 유출되는 마력량만 해도 믿을 수 없는 규모지만, 이 상황에서는 전혀 무의미하니 빨리 저항을 포기해 주세요." "⋯⋯⋯⋯⋯⋯⋯읏." 에르고가 신음했다. 어린 소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패배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엘트남 가에 전해 내려오는 에테라이트는 대인전에는 일급 무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은, 도대체 왜 우리를. " “⋯⋯.” 이번에는 시온이 입을 꾹 닫을 차례였다. "본래는 필요성이 희박했지만,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 더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네요. 내가 아틀라스 원의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엘트남 가문은 아틀라스의 육원 중 하나. 이번에 제가 맡은 임무는 아틀라스 원의 내부 감사, 라는 것이 되겠죠." "내부 감사?" "네." 시온은 긍정했다. 예리한 눈동자가, 올곧게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틀라스 원의 배신자가 당신들――로드 엘멜로이 2세와 접촉하고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 "제가 나선 것도 이 합동발굴단 주변에서 아틀라스 원의 연구로 추정되는 코드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드러나지 않도록 몇 겹의 암호화 등의 조처를 했지만, 결론적으로 82퍼센트의 확률로 이것은 아틀라스 원 연금술사의 연구라고 판단할 수 있었어요." 시온은 담담하게 말했다. "시계탑과의 공동 조사라는 점과 완전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교관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저는 이것을 아틀라스 원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러니까⋯ 이건 너의 독단?" 에르고의 물음에 시온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 관계없습니다! 저도 이미 교관의 지위와 권리를 부여받았어요! 애초에 제 독단이든 뭐든, 아틀라스 원이 아닌 당신에겐 의미가 없겠죠!" "으, 응⋯⋯." 기세에 눌려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에 소녀도 감정적으로 변한 것을 눈치챘는지 크흠, 하고 기침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어요(私も手をこまねいていたのです. 해저 유적에 숨어 버리면(こもられて) 제가 쫓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아틀라스 원 교관들에게 추가 장비 허가를 신청했지만, 현재 아틀라스 원의 속도를 고려하면 장비 공출까지의 시간 차이로 범인을 놓칠 가능성이 4할 이상입니다." 모든 관계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엘멜로이 2세의 관계자를 습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현재의 시온에게는 시간이 부족하다. 연구를 유출한 범인이 라티오가 맞다 해도, 합동 발굴단의 다른 사람이라 해도 그것을 해저까지 추적할 수단이 없다. 물론 언젠가는 그 유적에서 나오겠지만, 여기서 놓치면 더 이상 추적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 하지만 이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Anfang─! (세트)" 검게 응집된 저주가 에르고의 옆구리를 지나 시온을 덮친 것이었다. "읏―――!" 이쪽은 예상 밖이었던 것인가. 가까스로 회피한 시온의 교복 자락이 바싹 타들어 갔다. 물리적인 위력까지 발생시킬 정도의 저주. 그 사용자를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에, 에르고가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반전했다. 그렇기에, 상대를 보았을 때, 청년은 당황했다. '쿵'하고 지면을 박차고, 토오사카 린이 단숨에 육박해 온 것이다. "린! 이건――" "알고 있으니까! 그 녀석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거지!" 고함으로 되받아치며, 미끄러지듯 파고들고선, 린의 몸이 빙글빙글 돌았다. 탁월한 보법이었다. 단순한 속도라면 에르고가 우세하지만, 기원을 알 수 없는 기술이(起こりを見せない) 그 차이를 충분히 보완한다. 훈련에서의 그녀는, 아직 힘을 빼고 있었다는 것을 에르고는 깨달았다. "그러면, 맡겨두라구!" 백핸드 블로우처럼, 린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환수로 맞았는데도, 저릿저릿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래, 그렇게 말할 거라는 것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에르고를 죽이지 않은 건 고맙지만, 조금 진부해서 재미없지 않아? 아틀라스의 연금술사!" (중략) 시온과 린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배후에서, 에르고가 유백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에," "잠," "모드・세트." 가면이 늑대를 닮은 포름(forme)으로 변하며 청년의 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의 공간에 모래가 소용돌이쳤다. 모래폭풍을 다루는 전신. 먼 신대(神代)에 잃어버렸을 권능의 일부를, 청년은 현세에 불러들일 수 있다. 일본에서 구한 가면은 신성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에르고, 그거 반칙―!" 모래는 순식간에 공간 전체를 채우는 양이 되어 린을 구속했다. 에테라이트의 지배로 인해 해를 가할 수 없는 탓인지 시온의 몸 주위 1미터만 모래가 침식하지 않았지만, 이쪽도 사실상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둘 다." 에르고가 말을 건넨다. 지극히 온화하면서도, 거절할 수 없는 어조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조종당하지 않았어요. 둘이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잘못된 건가요?" 천천히 설득하는 듯한 그의 물음에 두 사람 모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에르고, 좀 사람이 좋은 것에도 정도가 있어?" 이야기를 들은 린은 상당히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의 공간이다. 이미 세토의 권능(힘)으로 불러낸 모래는 사라진 상태이었다. 일단 휴전이라는 것으로, 린과 시온은 몇 미터 거리를 두고 앉아있다. 에르고가 그 중간에 서서 두 사람의 중재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쪽도 가끔씩 상황을 확인했지만, 분명히 고문당하고 있었잖아. 그 타이밍은 정말로 조종당하고 있었든, 그렇지 않았든, 일단 내 편을 들어 그 연금술사를 혼내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온이 긍정했다. " 감싸지 않고 제가 당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면, 자유가 되는 게 아닌가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문은 이미 열렸기 때문에, 더 이상 제 정보는 필요 없었을 테죠. 적어, 토오사카 린은 그런 생각이었던게?" "물론이지. 그래서 말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힘조절 해준걸.""그 친절함엔 감사드립니다. 저도 팔 하나 정도로 참아드릴 생각이었습니다." "——두 사람 다." 다시 한번 에르고가 말하자 마술사와 연금술사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일단 나는 시온 씨와 협력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시온 씨가 말하는 아틀라스원의 배신자가 정말 라티오 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가는 것이 제가 알아야 할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요컨대, 에르고의 과거라는 거?" "네. 선생님께 폐를 끼칠지도 모르지만요." "어머." 작게 린이 목소리를 높였다. " 나,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요?" "으응. 조금 재미있었을 뿐." 린은 큭큭, 하고 웃었다. '아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더라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건 처음이네.' 예전의 에르고라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략) "⋯⋯평가를 수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조금은, 당신들의 스승을 만나고 싶어졌어요." "그래? 분명 당신은 금방이라도 화를 낼 상대라고 생각하는데." "모처럼 사람이 평가해줬는데, 시계탑의 마술사는 그런 배려도 모르는 건가요." 시온은 분개한 듯이 대답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발걸음을 돌려 열린 문 앞에 선다. "상정 외입니다만, 당신(貴女)도 따라올 건가요, 토오사카 린. 다만, 이 문을 통과한 후 어떤 상태가 될지는 저도 확증을 가질 수 없습니다. 정규 루트가 아니니까요." "물론 갈 거야." 린이 문 너머를 바라본다. 칠흑의 공간만이 펼쳐져 있었―아니, 실제로는 공간조차 아니었다(すらない). 과연 이 어둠이 정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그럼, 가보죠." 몇 분 후, 세 사람은 함께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6 ——아주 조금, 시간을 거슬러.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3층. (중략)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와는 완전히 다른 타입의 여성이었다. 다시 한번,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의 심장이, 이 장소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네. 이상한가요."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에르고가 대답한다. 가슴을 지그시 누른다.손바닥 안쪽에서, 지금도 심장은 강하게 뛰고 있다. 이 장소야말로, 너에게 있어 특별한 장소라는 것을. 청년의 주변에는 몇 체의 기계 장치 파수꾼들이 쓰러져 있었다. 수정의 수목이 우뚝 솟아, 여러 그루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하나하나가 희미한 불가사의한 빛을 내뿜으며 단순히 아름다울 뿐인 물건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3층. 금서고, 불리는 계층이라고 한다. 수정의 가지 아래에서, 루비아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었다.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7 "어쨌든 간에, 지금 저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 꼼짝없이 막힌 상황(立ち往生)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하는 거죠." 루비아가 쳐다본 것은 수정수가 얽혀 있는 벽이었다.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거의 막다른 골목에 가까웠다. 공간을 왜곡해 여기까지 온 길도, 이미 막혀 있었다. 가든지 돌아가든지 지금 이대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수정수째로 파괴한다면⋯⋯" 라고, 린이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제가 만져봐도, 괜찮을까요." 에르고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붉은 머리의 청년에게 집중되었다. "뭔가,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아마입니다만, 알 것 같다고 생각해요(分かると思うんです)." 청년의 등에서는 반투명한 팔이 나 있었다. 여섯. 동방의 흉포한 신격・아수라같은 그 위용에, 루비아는 눈을 부릅떴다. "그것도, 당신의 심장이 호소하고 있는 건가요?" "그럴지도 몰라요." 고개를 끄덕이며 에르고는 수정수가 얽혀 있는 벽 앞에 섰다. ‘⋯⋯⋯⋯뭘까.’ 루비아 일행의 이야기를 들으며 에르고는 자기 내부의 동요(さざなみ)를 생각했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대한, 기묘한 친밀감——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생각해보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오기 전, 이 공간으로 이어진 유적을 내려올 때부터 그 감각은 가슴을 두드렸다. 예를 들어, 황혼 무렵에 아이가 집으로 돌아갈 때와 같은. 예를 들어, 거리를 걷다가 맡게 된, 아무것도 아닌 저녁밥의 냄새와도 같은. "⋯⋯⋯⋯" 침묵한 채 에르고는 수정수에 환수를 뻗었다.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부드럽게 만졌을 뿐이다. 반투명한 피부에 몇 줄기의 빛이 흘렀다. 그것은 그의 환수(幻手)에 숨겨진 새로운 성능(힘)이었던 것일까. ‘——세트’ 신의 이름을 생각한다. 사구전신. 아틀라스원이 준비한 신의 유해는, 아마도, 한때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 가슴을 울리는 생각은, 그 신에 의한 것일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수정수가 반응하는 듯이, 광점을 깜빡였다. 같은 정보가 에르고의 뇌에도 가득 찼다. "⋯⋯아아." 나지막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 이 수정은 서가였다. 연금술사도 아닌 에르고의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일부였지만, 그래도 청년은 이 도서관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한 단면을 보고 들었다. 이 도서관에, 많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이 거닐던 시절. 극히 일부만 선별된 고대 이집트의 현자와 신관(헴네첼)들이 대도서관의 위용에 감탄하며 각자의 지식을 아낌없이 공개하고 있었다. 먼 훗날까지 보존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갖가지 문화가 이 금서고에 봉인되었다. 기록된 것은 지식과 문화만이 아니었다. 2000년 이상 전의 대기. 아직 신대의 마력이 남아있던 시절의, 사막의 열풍. 에르고의 폐는 그 대기를 들이마셨고, 에르고의 피부는 그 열풍에 노출되었다. 아마도, 더 이상 아틀라스원의 본부에도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수많은 기록. 어째서일까. 어찌할 수도 없이, 따뜻한 무언가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이라는 의식도 없이 에르고의 입술이 움직였다. "들어가 주세요." 읊조린다. 수정수가, 움직였다. 마치, 붉은 머리의 청년에게 복종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대부분의 보석을 동원해 겨우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루비아가 평가했던 벽은, 마치 수천 년 만에 소중한 주인을 맞이하는 듯한 율의와 엄격함으로 천천히 길을 열어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8 "아까, 이 도서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좋다⋯⋯ 같은 말을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본심이 없는 건 아니잖아? 선조의 정보가 있어도, 여기까지 파고들었다는 건, 네 나름대로 추론이 있을 것 같은데." "변함없이, 빈틈 없으셔라." 희미하게 루비아가 눈을 가늘게 뜬다. 이쪽은 적의——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정도의 압력과 잘도 알아차리셨군요, 라는 느낌의 감탄이 섞인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런 정보 공유는 탐색하는 동안에도 괜찮은 게?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지금 비상사태인 것 같으니까요." "그래, 그 점은 동의할게." 고개를 끄덕인 린이 씩씩하게 앞으로 나갔다. 루비아가 뒤따랐고, 에르고와 시온도 눈짓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네 명의 탐험가들은 이형의 수정이 만든 길로 두려움 없이 침입해 들어갔던 것이다. 아니. 침입하려 했다. 그때, 모르는 목소리가 에르고의 귓전을 두드렸다. 【유전자 정보, 영자 정보, 98.797%의 정확도로 일치 확인】 "어." 아마도, 그것은 영어가 아니었을 것이다. 물론 일본어나 아랍어도 아니었고, 에르고가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접했던 그 어떤 언어와도 달랐다. 하지만 에르고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경고. 영자 정보에 복층화를 확인. 삼중 나선의 고도 정보체로 인정. 정보 밀도 측정 불능. 제1종 비닉 사항에 대한 저촉을 확인. 동항의 취급에 관리부의 지령을 요청——실패. 관리동 유제아스트라의 정지를 확인】‘관리동의 정지?’ 에르고의 눈썹이 올라갔다. 청년은 관리부에서 일어난 사건을 알지 못한다. 그곳에서 영면하고 있어야 할 파라오의 시큐리티 키인 심장이 뽑혔다는 사건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은 직감했다. "에르고?" 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제1종 비닉 사항에 대한 검토. 관리부의 정지로부터 동항의 조치를 변경. 본 부문에서는 불가능하므로 금서고・묘소에의 접속을 요청】 그 순간, 주위의 수정수에 이상한 빛이 번쩍였다. 벽 근처에서 반투명한 구체가 순식간에 생겨났고, 그것은 하나에 그치지 않고, 에르고 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거품⋯⋯?" 무수한 거품들이 젊은이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크고 작은(大小さまざま), 무지갯빛으로 미세하게 변화하는 거품들이었다. 게다가 그 표면에는 뜻밖의 형상이 비치고 있었다. "누나!" 급히 다가간 에르고가, 그렇게 외쳤다. 거품 중 하나에, 그레이가 비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9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 같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죠. 이쪽에도 소개해야 할 상대가 한 명 더 있으니까요." 루비아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이웃한 거품에 새로운 인물이 비쳤다. "처음 뵙겠습니다.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라고 합니다." 아틀라스원의 제복을 입은 어린 소녀였다. 아직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얼굴에, 당찬 보라색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제가 온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눈동자가, 라티오를 노려보고 있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아틀라스원의 동료(同輩)라는 뜻이 될 텐데, 그러한 친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연령차로 인한 사양 따위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세계에는 장유유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 이에 대해, 라티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당신이 온다면, 이유는 하나뿐. 아틀라스원의 계율을 어긴 자가 있기 때문이겠지. 아아, 라티오를 의심하고 있나." "당신만은 아닙니다." 시온이라고 밝힌 소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제가 계율 위반을 의심하는 것은 합동발굴조사단에 참가한 아틀라스원의 인간 모두입니다. 그쪽 시계탑의 군주(로드)에 대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내 소개는 필요 없는 모양이군." 시선이 머물자, 스승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 충분히 조사해 왔습니다. 엘멜로이 2세." 도전적인 눈빛으로 시온이 말했다. 보통 같으면 화를 낼 법도 한데, 스승님의 경우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시비를 걸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살을 찌르는 듯한 긴장감이 수정의 금서고에 가득 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0 하지만, 그 결말을 보는 일은 없었다. "젊은 주군(若君,자기가 섬기는 주군의 아들, 혹은 어린 주군)⋯⋯⋯⋯" 그런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기계장치 새의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조금 뒤였다. 금속 날개를 움직여 프톨레마이오스가 거품 근처로 착지했다. 에르고의 모습이 비친 거품이었다. 거품을 올려다보며 프톨레마이오스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파수꾼들이 정지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지독히도 슬프고 가슴 아픈 것을 품은 정체였다. "당신은⋯ 아니, 당신께서는(あなた様は)⋯⋯" 그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몇 번이나 부리를 움직이며 참을 수 없이 몸을 떨었다. 오히려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에 인간으로서의 속정(俗情)이 없는 마술사들과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조용히 지켜봤을 뿐. 특히 스승님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고급 셔츠에 손을 대고 가슴팍부터 목덜미까지 몇 번이고 문지르고 있다. 그러지 않으면, 호흡조차 잊어버릴 것 같다는 듯이. "⋯⋯어떻게 된 일이죠, 그레이?" 다른 거품에 비친 루비아가 이쪽을 향해 속삭였다. 하지만 나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제멋대로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정말로⋯⋯?’정말로,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일까? 목에,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いがらっぽいものが込み上げた). 설령 에르고가 대영웅의 아들이라고 해도, 무엇 하나도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으론, 좀처럼 양자의 인상이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에게 있어 청년은 내버려 둘 수 없는――그야말로 남동생 같은 존재였다. 최근 누나라고 부르게 된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동시에 조금은 따뜻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진실이 밝혀진다면, 다시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칠색 거품에 비친 에르고가, 조금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당신은?"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기계장치의 새는 고개를 숙였다. 힐끗 스승님을 바라보았다. 소개해라, 라는 뜻이겠지. 한숨을 내쉬며 스승님은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다. 최심부에서 잠들어 있었을 프톨레마이오스의 본체는, 이번 발굴 도중에 살해당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도 기능을 멈춰버렸다⋯⋯라는 일이지만, 이 부분은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니, 나중에 하지." "하아, 프톨레마이오스? 본체가 발굴 도중에 살해당했다? 뭐야 그거, 선생님, 왜 자꾸만 까다로운 사건만 끌어들이는 거예요?" "너한텐 듣고 싶지 않아!" 린의 지적에, 스승님이 거의 비명처럼 소리를 지른다. 그런 두 사람을 뒤로하고 프톨레마이오스는 경건하게 날개를 접었다. "당신의 사정은 이미 들었습니다. 신을 먹었다는 것도, 지금까지의 여정에 대해서도. 괜찮으시다면 저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적어도 새의 진지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 맥박이 빨라진다. 에르고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것이 가져올 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두근거림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에, 스승님의 손을 잡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스승님은, 그저 한결같이 프톨레마이오스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요." 간청받은 에르고가 정중하게 물었다. 파라오의 재현체라는 설명을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머러스한 조형의 새를 상대하면서도, 이 청년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언제나, 이런 청년이었다. "거품에 손을 올려주시겠습니까." 새의 말에 에르고가 순순히 따랐다. 카메라 위에 손을 얹은 것처럼 청년의 손이 클로즈업됐다(アップになった). "그래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기계장치의 새가 거품의 정면에 서서 날개를 펼친다. 몸에서 날개에 걸쳐, 빛이 흘렀다. 그것은 시공 거품에 작용하기 위한 코드였을까. 다음 순간이었다. 규루리(ギュルリ), 하고 에르고 손의 영상이 일그러졌다. "엇——" 자신도, 라티오도, 거품 너머의 린과 루비아도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물론, 에르고 자신도. "젊은 주군, 부디 용서를!" 프톨레마이오스의 외침과 함께, 에르고가 거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곧바로, 프톨레마이오스 자신도 시공 거품 속으로 몸을 던졌다. 순간, 거품은 사라져 버렸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뛰어든 것만이 아니다. 주변에 무수히 많았던 거품이 하나둘씩 터지면서 사라졌다. 린과 루비아, 시온이 비치고 있던 거품도 당연히 터지면서 자신들은 다시 이 대도서관에 고립되었다. 처음에는 이 현상에 이어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수십 초가 지나도, 몇 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멈춰 선 채인 파수꾼들과 함께,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 어이어이. 어떻게 된 거야 이거, 라티오 아가씨" "⋯⋯⋯" 당황한 뼈의 거인 탄겔에게, 라티오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바보처럼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이건." "⋯⋯설마." 스승님이 신음한다. "설마, 에르고가⋯⋯" 어떻게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그래도 어떻게든 삼키려는 듯, 스승님의 절망적인 중얼거림이 대도서관의 허공에 흘렀다. 린이 본 광경은, 이러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시대로 거품에 손을 올리고 있던 에르고가, 갑작스레 거품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기계장치의 새도 그 거품 속으로 뛰어들고, 거품이 사라져 버렸다. "엇―――" 그리고 다음 몇 초 만에, 거품이 모두 터지면서 사라졌다. II세쪽과 연결되어 있던 거품도 사라졌다. 수정수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 정적을 깨뜨리듯, "에르고 씨는―――" 망연히 시온이 속삭였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인 소녀조차도 이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당해버렸어요." 단 한 사람만 반응이 달랐다. 이 자리에서 루비아만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깨닫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듯, 가슴 앞에 움켜쥔 손가락을 부르르 떨고 있다. "어째서, 제가 이 정도의 일에 대비하지 못한 거죠. 이런 일, 제 전장에서는 일상다반사인데도." 꾹, 이를 악무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그 의미는 분명하다. "설마, 에르고가⋯⋯" 린이 신음한다.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납치당했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내뱉은 말은, 스승님이 같은 타이밍에 중얼거렸던 말과 똑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1 "하지만, 어떻게 에르고한테 갈지⋯⋯" "방법이라면 있다." 짧게 단언한 것은 라티오였다. "단, 그레이, 너에게 도움을 받는다면 이다." "소제에게요?" "아까 이 엑조포름을 전개할 때 깨달았다." 라티오의 팔에는 뼈 색의 건반이 붙어 있었다. 모드 어쿠스틱. 이 구획에 연결하여 과거 에르고에게 신을 먹인 연구의 일부를 공개하게 한 것이 바로 그 건반이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상자는 아틀라스원과 인연이 있는 것이겠지." 연금술사의 시선은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있는 고정구(후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의도에 망설이면서 말했다. "애드⋯⋯." "괜찮다고. 그레이" 동의를 받고 고정장치에서 떼어내어 애드를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그 손바닥을 바라보며 라티오는 입을 열었다. "인격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다." "히히히! 나도 이렇게 지명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건 드물다고!" 애드가 평소처럼 웃었다. 그리고, "이 구역으로 안내한 건, 너였지." 라티오가 물었다. "그냥 뭔가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었을 뿐인데 말이지. 뭐, 확실히 아틀라스원과 나는 인연이 있는 모양이군." "만져봐도 괜찮나." "부디." 라티오의 손끝에서 하얀 무언가가 보였다. 뼈였다. 안쪽에서 뼈를 드러내면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은 쿨드리스 가문의 가전특질 덕분일 것이다. "아틀라스원의 본질은 정보다. 그래서 고도의 도구나 병기일수록 자연스레 정보를 수집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사람이든 기계든, 아틀라스원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에 내재된 본능적인 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고 보니 스승님께서 강의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앞으로 10년으로, 많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다. 그중에는 냉장고나 세탁기와 같은 '어째서 이런 것까지'라는 물건도 포함될 것이다.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회가 보다 원활한 진화를 추구하는 이상, 모든 행동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빨아들이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이야기였다. 마술은 과거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지만, 현대 마술에서는 이러한 사회 상황에 따른 정보 밀도의 변화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는 말로 강의는 마무리되었다. 아틀라스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 가공할 만한 연산 능력이군.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같거나, 심지어 그보다 더 오래된 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획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능력 때문이겠지. ⋯⋯⋯조금만 손을 대보지." "우옷!" "애드." 순간, 손바닥에 있던 애드가 깜짝 놀라서 튕겨 나왔다. "아니아니, 그냥 툭툭 건드린 것뿐인데⋯⋯어이어이, 뭐야 이거. 시야가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이미 연산 능력도 정보 수집 능력도 충분했다. 그래서 라티오의 뼈에 내장되어 있던 검색용 식을 부여하여 방향성 보완했을 뿐이다. 지금의 애드라면 본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형태를 연산할 수 있을 거다." "⋯⋯⋯그렇구나, 확실히 그럴싸한 지도를 볼 수 있어. 이건 그건가. 수정수 금서고의 책장의 성장에도 버릇이 있어서 그런가." 애드가 중얼거린 것은 금서고가 이토록 수정수의 밀림이 된 이유였을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게 된 금서고가 저마다의 판단으로 성장하면서 이곳은 미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그 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면, 자연히 미궁은 단순한 건물이 되는 이치다. "저쪽이군." 애드의 시선이 움직였다. 멈춰 선 파수꾼들의 잔해에 묻혀 있지만, 수정나무가 지그재그로 이어진 통로였다. "그럼 서두르지." 곧바로 그렇게 말한 것은 스승이었다. "괜찮으세요, 스승님." "⋯⋯문제없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세 걸음 만에, 가볍게 몸을 기울였다. "아아, 정말." 비틀거리는 스승님의 몸을 받쳐주면서 나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2 라고, 시온은 대답한다. 조용히 통신만 보낼 수도 있었지만, 린과 루비아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데는 말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온 씨들도 최심부까지 올 수 있는 건가요?] 희미하게 놀라움을 담은 생각에 소녀는 희미하게 불평했다(鼻を膨らませる). "간단합니다. 애초에 당신이 있으면 대도서관의 시큐리티는 전부 뚫리겠죠. 그렇다면 에테라이트로 연결되어 있으니, 대도서관의 센서에 간섭해서 당신이 함께 있다는 생체 데이터를 흘려보내면 돼요." 일단 알고 나면 시큐리티를 돌파하는 것은 놀랍도록 간단했다. 에르고에게 주어진 권한은, 거의 최상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에테라이트를 이용해 '이것은 에르고가 요청하는 것입니다'라는 생체 데이터를 첨부하면, 금서고도 시큐리티도 마치 친절한 안내인처럼 길을 제시해준다. 시간만 있다면 이 거대한 도서관의 모든 것을 열람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 유혹을 견디기 위해, 적지 않은 정신력이 필요했을 정도다. "이대로라면 최심부까지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끌어주세요." 수정 밀림 너머에 있을 에르고를 향해 시온은 강하게 호소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3 그때였다. "⋯⋯⋯마치 이중 슬릿 실험이나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네요." 문 쪽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르고가, 고개를 들었다. "시오—" [아뇨, 달라요! 저는 아직——] 시온의 사념과 동시에, 에르고는 에, 하고 작게 흘렸다. 문 옆에서 전갈자리의 심장(안타레스)을 닮은 붉은 불꽃이 비추고 있던 것은, 지금까지 기다리던 시온도, 엘멜로이 2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 안에 파라오의 시신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열어보기 전까지는 미확정이고, 어느 상태일 수도 있다. 이건 양자 역학의 문제이지만, 과학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마술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와닿는(ピンとくる) 상태네요." "당신들은——" 에르고가 신음했다. 그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그들의 정보를 에르고의 뇌 속으로 보내왔다. "아니아니아니아니, 정말로." 땀을 닦으며 숨을 몰아쉬는 통통한 남자의 이름은 조제페. "⋯⋯아무래도, 정말로 여기가 관리부같군." 가볍게 팔짱을 끼고 있는 오색으로 머리카락을 칠한 남자의 이름은 쿼트. 합동발굴조사단에 참가한 아틀라스원 이슈타리오 가문의 두 사람. "도착했어요, 카르마그리프님." 그 옆에는 두꺼운 안경을 쓴 시계탑의 조수 티카도 있었다. 그리고, "두 분과는 처음 뵙겠습니다, 이죠." 붉은 화톳불 아래에서, 최초의 남자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카르마그리프 멜루아스테아 델루크라고 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믜 모험의 내용

*44 에르고에게는 모두 처음 만나는 상대였다. 시계탑과 아틀라스원 합동발굴조사단이라는 것, 그 정도의 지식밖에 없다. 방금 전 시온이 이름과 간단한 프로필을 보내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천천히 카르마그리프가 다가왔다. 에르고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엘멜로이 2세의 제자인 에르고 씨군요. 저와 그는 동료로, 일단 시계탑의 군주(로드) 중 한 명입니다." "군주(로드)⋯⋯!" 에테라이트가 없더라도 그 의미 정도는 에르고도 알 수 있었다. 빙긋 웃고선 시계탑의 마술사는 기계장치의 새를 향해 돌아섰다. "라티오 씨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가 있을 거라곤."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겠나." 기계장치의 까마귀(烏)가 어딘가 도전적인 어조로 말했다. 이에 카르마그리프는 미소에 씁쓸함을 머금었다. / "일단 합동발굴조사단의 멤버로서,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어떻게, 이곳까지 왔지." "시공 거품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시계탑의 마술사가?" "뭐어, 그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서요. 당신이 에르고 씨를 납치했을 때의 기록이 남아있어서, 그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젊은 주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도, 시공 거품의 데이터에서 읽어냈다고?" "뭐,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요." 카르마그리프는 애매하게 말을 얼버무렸다. 지상예장・부정무이(제미니)를 사용해 시공 거품을 늘려, 의사적으로 게이트를 만들었다는 것――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납치되었을 때의 기록을 이용해 이 좌표를 지정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5 영상이 끊기고 또 다른 기록이 들어왔다. 전혀 다른 곳이었다. 아마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내부일 것이다. 수정의 언덕 같은 곳이었다. '⋯⋯저기다' 제3층 금서고. 앞서 II세들이 이야기하던 뒤쪽의 공간이다. 그때는 극히 일부만 보였지만, 에르고는 언덕을 닮은 그 형상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청년이 받은 인상을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그래, 연구실일까. 수정으로 만들어진 연구실. 이천 년이 넘게 경과한 지금과는 달리, 수정 기계와 수정 케이블, 용도조차 알 수 없는 수정으로 만든 물건들로 둘러싸인 그곳은 너무도 환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중앙 근처에는 세 명의 인물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세 명⋯⋯' 두 사람은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중 한 명은 하얀 불꽃 같은 여자였다. 유연한 손목에는, 매우 견고해 보이는 긴 쇠사슬이 매달려 있었다. '무시키⋯⋯' 잊지 않았다(忘れもしない). 싱가포르에서 에르고와 싸웠던 상대다. 스스로를 선인이라고 호언장담하며, 산령법정의 번외를 자처한 여인. 신을 잡아먹은 에르고를 마지막으로 자신이 잡아먹는다고 웃던 마술사. 재앙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형태를 가지면, 이 여자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한 명은 달처럼 아름다운 남자였다. 회색 늑대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에 황금률 같은 균형이 느껴지는 육체. 대부분의 아름다움은 역사와 장소에 따라 그 형태가 크게 변하는 '유행'에 불과하지만, 이 남자의 그것만은 불변일 것이다 ⋯⋯.. 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의 모습을, 이 마술사는 갖추고 있었다. '지즈⋯⋯' 이쪽은 용을 먹은 남자・바이뤄롱의 스승이었다. 방황하는 바다 발트안데르스. 보존(게논)의 문에 속한 마술사. "음, 후, 후." 가장 먼저 웃은 것은 지즈였다. "설마, 전원이 정말 모일 거라곤. 이 중 한 명쯤은 배신해서, 함정에 빠뜨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네가 아니야, 지즈." 무시키가 가볍게 혀를 찼다. 딱딱한 소리가 울렸다. 무시키가 휘두른 백 핸드 블로우(裏拳)가 지즈의 눈앞에서 멈춘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주먹의 속도도 그렇고, 그 주먹을 받아낸 결계의 위용에 에르고는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강도의 문제가 아니다. 지즈의 눈앞의 공간에만 지연과 정체의 '개념'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II세의 이야기로, 그것이 간이 의식(텐 카운트)——세계의 법칙 자체를 개찬하는, 마술에 있어서 극한의 영역이라는 것을, 청년은 알고 있었다. 신대의 마술사인 지즈에게 있어선, 현대 마술의 궁극이라 해도 호흡과도 같은 것이었을까. 에르고를 만들어낸 마술사들. 그렇다면, 최후의 한 명은⋯ '⋯아틀라스원의.' 라티오의 선조에 해당하는, 쿨드리스 가문의 연금술사일 것이다. 적어도 입고 있는 제복은 라티오나 시온과 비슷한 아틀라스원의 것이지만, 두건을 쓰고 있어 얼굴의 조형을 볼 수 없었다. "여기가, 우리의 기점이 된다." 세 번째 사람이 말했다. 구획의 중앙에, 세 개의 그릇이 놓여 있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아무래도 청동 항아리인 것 같았다. "내가 장소를 준비했다." 다시 세 번째 사람이 말했다. 그리고는, "나는 술식을 제공했다." 지즈가 말했다. "첩(妾, 아타시)은 그릇을 찾았다." 무시키가 말했다. 이것 역시 어떤 의식처럼 보였다. 그러고는 무시키가 뒤를 돌아보았다. 구획 입구의 어둠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의 청년이, 허공에 떠 있었다. 나신에 천만 걸친 모습이었다. 아마도, 10대 중반. 적발에, 키가 컸다. '죽어······있어······?' 이미 호흡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것보다, 강렬한 기시감에 청년은 소리를 지를 뻔했다. '⋯⋯⋯⋯어째서, 그런⋯⋯' 자기 자신이다. 숨을 거둔 채 손을 늘어뜨린 청년은 분명 에르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청년을 안고 있는 것은, 조금 전의 노인이었다. 방금 전 본 기록에서는, 민중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던 대장부――하지만, 정말 그런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노인의 표정에는 비통함이 묻어났다. 건장한 체격은 변함없지만, 그 내면에서 넘쳐흐르던 무언가가 쑥 빠져나고 있었다. 그야말로⋯⋯심장이라도 빼앗긴 것처럼. 천천히 노인이 청년을 들어 올렸다. "젊은 주군(若君)을 맡긴다." 마치 구세주의 유해라도 대하는 듯한, 정중한 태도였다. "나의 군주, 알렉산드로스 4세를." 그때. '뚝'하고 영상이 끊어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6 "⋯⋯⋯이번에야말로 현실일까." 상체를 들어 올리며 에르고는 어렴풋이 중얼거렸다. 기계장치의 새가 바로 옆에서 청년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신은⋯⋯" "프톨레마이오스라고 합니다." 새가 날개를 접고 몸을 숙였다.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동작이지만, 귀인의 예의처럼 보인다. 이 새의 진지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기까지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을, 청년은 입에 올렸다. "⋯⋯⋯저를 납치한 건가요? 선생님과 린씨를 속여서?" "부디 용서를." 새가 사죄한다.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진다. 조금 전에 꿈에서 보았던 늙은 대장부와 이미지가 겹치다가도, 도무지 겹치지 않는다(重なりそうで、重なり切らない). (중략) " 이곳은 어디인가요. 프톨레마이오스 씨"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제4층 관리부입니다." 즉, 루비아가 목표로 하고 있던 곳이 아닌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중심부. 아틀라스원조차도 금지한,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두뇌가 모여 있는 장소.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건가요?" "시공 거품을 통과할 때, 젊은 주군의 권한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재현체의 저로서는 직접 여기까지 올 만큼의 권한이 없지만, 젊은 주군이라면 가능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7 "당신께서 알렉산드로스 4세 그분이신지는, 저 역시 그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생전에 제가 했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틀라스원과의 계약에 따라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들 때의 기록은 모두 암호화되어 쉽게 손을 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조용히 말했다. 마치 피를 짜내는 듯한 말투였다. '⋯⋯⋯아.' 에르고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그것은 에르고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을 잃어, 한때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정체성에 흔들림이 있는 건가. 물론 잊어버린 내용이 별것 아닌 기억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 잊힌 기억이야말로 자신의 중심을 이룰 만큼의 무언가라고 느껴진다면 ⋯⋯ 그것은 지옥의 고통인 것이 아닐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8 "단지, 당신을 보았을 때 느낀 것입니다. 젊은 주군이 왔구나, 라고. 그리고,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었습니다." 새가 말했다. "젊은 주인이 이 대도서관에 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최우선으로 이 최심부로 안내하라고. 그렇기에, 이 대도서관을 보호하는 모든 장치가 오직 당신만은 통과할 수 있게 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건."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애초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가는 '통로'부터, 시온이 에르고를 데려온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번, 폭주한 파수꾼들에게 습격당했지만, 그것은 보호해야 할 서고마저 부숴버릴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서의 일이었다. "원래는 합동발굴조사단을 이 관리부로 초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임무는 과거 아틀라스원과의 계약조차 무시하고 생전의 제가 새긴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의 아틀라스원이나 시계탑의 인간들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생전으로부터의 사명의 이유가 불분명한 이상, 아틀라스원이나 시계탑과 반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합동발굴조사단을 빠져나가는 형태로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를 이곳으로 유인한 것은 배신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무익한 싸움을 피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49 "그럼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요." "이쪽으로." 새가 날갯짓한다. 신전처럼 높은 천장 위로 날아오르며 프톨레마이오스는 계속 말했다. "그 군주(로드)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이 대도서관이라면 분명, 기억 포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에르고의 표정이 굳어졌다. 바로 그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그런 방법이⋯⋯!" "여기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신을 먹인 곳입니다. 그 정보의 대부분은 엄중하게 가려져 있지만, 이 관리부라면 접근할 수 있을 터. 그리고 생전의 제 기억은 암호화되어 있지만, 당시의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 신을 먹은 자가 신에게 먹히는 것 정도는 저도 생각했겠죠." 프톨레마이오스의 말은 에르고의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신을 먹었기에 그 정보량으로 인해 에르고라는 영혼이 잠식되어 가고 있다. 기억의 포화도 그렇고, 식신 충동으로 인해 그레이에게 해를 끼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에르고가 이 모험을 계속하는 최대의 동기는 더 이상 그레이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수단과 방법을 준비해 두었던 것입니다." 앞서가는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한다. 방의 바깥은, 넓은 통로였다. 양옆으로 방금 전과 같은 무표정한 신상들이 늘어서 있고, 그 중앙을 새가 날아갔다. "아틀라스원에게도 몇 겹으로 숨겨둔, 당신만의 수단과 길을. ⋯⋯물론, 그 길에 대해서는 도적들에게도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만.""도적들에게도⋯⋯?" 뒤따라가면서 에르고가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청년의 뇌리에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리시나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0 아무래도 이쪽의 뇌를 읽은 모양이다. 보통 같았으면 소름 끼칠 법도 한데, 에르고는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시온이라면 결코 단순한 호기심으로 자신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자, 그런 기분도 전해졌는지, 시온이 다소 당황한 듯이 물었다. [당신은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배신당한 것에 대해 화나지 않는 건가요.] '곤란하긴 합니다만.' 화가 났냐고 물으면 또 곤란하다. 에르고로서는 이제 막 만난 상대이고, 배신당했다고 생각할 만큼 정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II세나 그레이가 슬퍼하고 있다면 싫다는 정도다. 반대로 말하면, 그 두 사람은 이미 에르고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이겠지. 게다가, '⋯⋯⋯프톨레마이오스 씨에겐,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어요.' 에르고에 대한 태도 하나하나가——설령 청년에게 한때의 알렉산드로스 4세를 덧씌워 보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확실한 존경과 따뜻함을 담고 있었다. 그렇다면 괜찮다. 청년에게, 이 순간 기계장치의 새의 행동을 믿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잠시 사념이 침묵한 후, 이렇게 물었다. [⋯⋯⋯저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에.' "당신, 혹시 제가 고문한 것, 벌써 잊어버린 건가요! 기억이 포화하기 전에 뇌가 정크가 된 거 아닌가요!" '그, 그건 그.' [⋯⋯이제 됐어요.] 기분이 상한 듯 시온은 대화를 중단했다. 고문을 한 쪽과 고문을 당한 쪽. 입장이 뒤바뀐 것 같은 대화였다. [린들과 함께 그쪽으로 급행합니다! 가능한 한, 프톨레마이오스와의 교류를 지연시켜 주세요!] '길게 하라고 해도⋯⋯'-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1 그렇게 대답했을 때, "이쪽입니다." 통로 끝에 거대한 문이 우뚝 솟아 있었다. 청년이 다가가자, 문은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고, 그 안쪽에서 나는 이질적인 소리를 에르고의 귀가 포착했다. 고오고오(ごおごお), 라며 거대한 괴물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였다. 칠흑의 공간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들어가자 깊은 곳에서 보랏빛 번개(자전紫電)이 터져 나왔다. 지지, 지직. 지직, 지지. 소리를 내고 있다. 고오, 고오. 지직, 지직. 고오, 고오. 지지, 지직. 건조한 소리가 혼효(混淆)한다. 습한 소리가 혼탁하다.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가 춤을 추듯, 미친 듯이 소리를 내며 자전(紫電)이 흩뿌려진다. 그림자와 빛이 서로 부딪치는 가운데 우주와 해저의 모든 것이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곧 눈이 익숙해졌다. 에르고의 시각은 마술사가 '강화'한 것을 훨씬 상회한다. 단순한 시력뿐만 아니라 암시에도 뛰어났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는 힘들지만, 이 정도의 빛만 있으면 문제없다. 소용돌이, 라고 청년은 보았다. 사각형 모양의 공간 안쪽에, 번개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자전이 몇중으로 이어져 서로 얽히고설키며 이차원의 생물처럼 맥동하고 있었다. 그 안쪽에는 사람 형상에 가까운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저건⋯⋯?!" 관이었다. 인간을 본뜬 복잡한 의장이 표면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이집트에 오기 전, 가이드북에서 읽었던 파라오의 관과 비슷했다. 그리고 관의 사방에서, 마치 견고한 쇠사슬처럼 금속 뿌리가 뻗어 있었다. 재질도 알 수 없는 뿌리였지만, 자전의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이 관에서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라고, 상기했다. 이것이 진짜 뿌리라면, 관에 전달되는 것은 영양일 것이다. 그렇다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라면? ‘⋯⋯중심이다⋯⋯!’ 그런 인상을 에르고는 받았다. 이곳이야말로 모든 예지, 모든 정보가 전달되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중심부라고. 그렇다면 관 안에 잠들어 있는 것은—— ——[최심부에서 잠들어 있었을 프톨레마이오스의 본체는, 이번 발굴 도중에 살해당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도 기능을 멈춰버렸다는 일이지만.] 조금 전 II세의 말을 떠올리며 청년은 침을 삼켰다. 죽은 파라오를 다시 한번 죽였다는, 기묘한 살인 사건. "본래는 이곳에 제 시신이 잠들어 있어야 했을 겁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그 심장이야말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지배하는 시큐리티 키가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뽑혀 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씨가, 심장을 뽑혔다⋯⋯." 그렇다면 이곳은 살인 현장이기도 하다. '밀실⋯⋯?' 이라고 말하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사실 에르고들은 시공 거품에 의해, 공간을 뛰어넘어 이곳에 온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한 마술사나 연금술사라고 해도, 그런 방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프톨레마이오스가 한 것은 에르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자전 폭풍이 지키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범인은 어떻게 이 관리부에 들어와, 관 속에 잠들어 있는 파라오의, 시큐리티 키인 심장을 꺼낼 수 있었을까.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예지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곳에는 당신의 기억 포화를 피할 수 있는 수단도, 당신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단서도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2 프톨레마이오스가 촉구한 의미를 깨달은 에르고는 등 뒤에서 환수를 실체화한다. 반투명한 손은 푸른 번개를 받아 스스로 발광하는 듯했다. '나의, 기억이, 여기에――?' 천천히 손을 뻗으며 에르고는 생각한다. 초조하게(もどかしく) 찾아 헤매던 기억이 이번에야말로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일까. 자신이 알렉산드로스 4세일지도 모른다는, 바보 같은 의심도 해소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떠오른 것은, 그 바이뤄롱에 대한 것이었다. [에르고⋯⋯] 뇌리에 닿은 시온의 사념도 이 순간, 청년은 의식하지 못했다. 너의 친우다, 라고 말했던, 용을 먹은 청년. 그 청년의 기억도, 떠올릴 수 있을까, 라고. '알고 싶어⋯⋯!'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것보다 더 강하게, 그 욕망은 가슴을 두드렸다. [에르고――!] 시온의 사념이 강하게 울려 퍼진다. 그녀의 에테라이트라면 에르고의 행동을 직접 제어할 수도 있을 텐데,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그 기능은 사용하지 않았다. 반투명한 손이 뻗어나간다. 파라오를 보호하는 푸른 번개까지 겨우 50센티미터. '젊은 주군, 당신은⋯⋯!' 30 센티미터. '삑'하고 방전된 파편이 손끝에 튀었다. 여러 갈래의 붉은 불꽃으로 분열되어 암흑의 공간을 날아간다. 불길의 무리는 방의 천장을 향해 덧없는 호를 그리며 부딪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붉은 화톳불들이, 수천 년을 기다리던 주인을 드디어 맞이한 듯 사각형의 방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었다. "오오⋯⋯" 빛을 받은 프톨레마이오스가 탄성을 질렀다. 마치 돌연 해저에 생겨난 플라네타리움이었다. 그리고, 에르고의 환수가, 더욱 뻗는다. 20 센티미터. 10 센티미터. 5 센티미터—— ——손이 멈췄다. "젊은 주군?" "⋯⋯여행을 떠나기 전의 저였다면, 진작에 만졌을지도 몰라요." 에르고는 별빛 같은 불꽃 아래에서 환수를 영체화시키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설령 그것이 과거의 기억을 되찾는 일이라 할지라도."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53 "그렇다면, 그만두시는 겁니까." "아니요." 프톨레마이오스의 질문에 에르고가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요, 프톨레마이오스씨. 혹시라도 지금의 제가 사라져 버리기 전에요." "저와?" "네. 안 될까요?" 에르고는 빙긋이 웃으며 순수하게 웃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그 미소에 매료된 듯 멈추고선, "곤란하군요. 당신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지니." 라고 푸념했다. 조금쯤은, 그 목소리가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네. 하지만, 이것만큼은 지금이라도 이야기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프톨레마이오스 씨도 납득해주실 수 있을까 하고." "호오." 에르고는 자전 폭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째서, 이 관 속의 당신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나요." / "해주는군요——!" 달리던 중, 시온은 그만 작게 승리 포즈(ガッツポーズ)를 취해 버렸다. ((운동선수 등이) 불끈 쥔 주먹을 가슴에 대거나 머리 위로 치켜들거나 하며 기쁨이나 승리를 나타내는 포즈)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수정 밀림 속을 세 사람이 함께 달리는 중이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지속할 수 없는 속도였다. 단거리 달리기의 주자가, 1킬로미터에 가까운 허들 경주를 전력 질주하는 것과 같다. 마술사는 '강화'를 통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는 인체의 한계를 넘은 효율화한 신체 운용을 통해 이를 가능케 하고 있었다. 나란히 달리고 있던 린이, 입을 열었다. "뭐야? 에르고의 일?" "아, 아니, 맞아요. 솔직히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능숙하게 시간 벌이를 해 주었어요. 추리라면 이쪽도 대화 내용을 유도 가능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요.] 들려오는 사념에, 소녀의 눈썹이 찡그려진다. "됐으니까 그대로 해주세요! 지금 전속력으로 그쪽으로 향하고 있으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4 "어째서, 이 관 속의 당신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나요." 그 물음에 대해. 과연 프톨레마이오스가 입을 여는 것은 조금 늦었다. "어째서 죽임을 당했나, 입니까? 누가 죽였는지도, 어떻게 죽였는가도 아니라?" "네." 프톨레마이오스의 대답에 에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물으실 것 같아서요." "신비에 대한 어프로치로는 옳을지도 모르겠군요." 기계장치의 새가 바닥에 내려앉아 천천히 호를 그리며 걷기 시작했다. 열 걸음 정도 걸었을 때, "그렇군요, 확실히 필요합니다." 라고 중얼거렸다. "예를 들어⋯⋯ 만약 관 안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면, 해방하는 순간 당신께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네." 다시 한번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이 기계장치의 새라면 자신의 논리가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저는 그 염려를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프톨레마이오스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예지를 구하는 것이겠지요. 이집트에 있어, 모든 분묘와 유적의 건축은 도굴꾼과의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에도 그렇겠지만, 제 시대부터 도굴꾼은 끊이지 않았으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5 필사적으로, 지금까지 엘멜로이 2세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떠올려본다. 어떻게 연결하면 상대방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자신의 입술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이거, 아마, 이중의 밀실, 이라는 게 되는 거겠죠." "호오." 프톨레마이오스가 짧게 대답했다. "으으음, 그야 그렇죠⋯? 원래 제4층 자체가 밀실 상태였을 테니까. 그 위에 관 자체가 이렇게 봉인되어 있는 거죠. 그런데 그 관 안의 파라오만 죽었다고 한다면 밀실이 이중이 돼요." "⋯⋯⋯그렇군요, 확실히." 기계장치의 새가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오랜만에 재회한 제자의 상태(出来)를 확인하는 교사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밀실을 만들 의미라던가 없고. 신비와 관계없는 사건이라면, 불가능한 살인으로 만들어 범인이 추적을 피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온 사람들은 모두 마술사나 연금술사니까. 밀실에서 살인을 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이야기가 끝나 버려⋯⋯ 그래서⋯⋯" 말하면서 머리를 굴린다. 시온에게 맡겼으면 됐겠지만, 이것은 순수한 논리라기보다는 상대의 흥미를 계속 끌기 위한 협상술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미묘한 사정을 생각해, 에르고가 자신의 말을 직접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 "즉⋯ 범인에게는 밀실 살인의 쪽이 형편이 좋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뿐인 게 아니냐는 말씀이군요." "아, 그, 그렇습니다." 라고 긍정했다. 과연, 이라고 다시 한번 기계장치의 새가 말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밀실 살인이라는 형식 자체에 이익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밀실은 단순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범인은 밀실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범인이 취한 수단이 우연히 밀실로 직결된 것이다, 라는게 됩니다." 참으로 기괴한 상황이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내부에서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가 살해당했고, 그 이유에 대해 살해당한 파라오 자신이 직접 고찰하고 있다. 더구나 이야기하는 내용은 밀실 살인에 관한 것이다. 그레이나 2세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흠. 이것은 난문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금속 날개를 움직이며 속삭였다. "최심부는 확실히 봉인되어 있었다. 내 관을 지키는 자전 폭풍도 건재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왜 이중의 밀실을 남겨둔 채 내 심장을 빼내야만 했을까. 어떤 의미에서는 수단의 노출로 이어질 수 있는 밀실을 그대로 둔 것엔 의미가 있는가." "거기에⋯⋯" 에르고가 끼어들었다. "시체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요." "시체?" 되묻는 프톨레마이오스에게 에르고는 다시 물었다. "아직 그 관 안에 시체가 있는 건가요." 깜짝 놀란 기계장치의 새가 경직되었다. 심장이 뽑힌 것은 확실하지만, 남은 시체는 어떻게 된 것인가.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시큐리티 키로서의 심장뿐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시체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은, 이 관에서 심장이 없어졌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시체를 통째로 가져갔다고 해도, 심장이 도난당한 것으로 처리되는 건 아닌가요." "아니⋯ 연결이 끊어지기 직전에, 본체에서 시큐리티 키가 뽑혔다는 통신이 있었습니다. 제 몸에서 심장을 빼낸 것은 틀림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밀실은 삼중일지도 모릅니다." 쭈뼛쭈뼛 에르고가 지적하자, 프톨레마이오스는 관을 둘러싸고 있는 자전 폭풍을 돌아보았다. "파라오의 시체 자체가 심장을 가둔 밀실이라는 것이 되겠죠. 물론 그 관 안에 시체가 있고, 시체에 눈에 띄는 상처가 없는 경우의 이야기입니다만." 어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다. 관 속에 잠든 파라오는, 생전의 상태는 아닐 것이다. 미라나 그와 비슷한 상태라고 가정하면, 다시 보존된 내장을 꺼내는 것은 적어도 생전보다는 훨씬 간단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관을 열어야 한다. 에르고의 말대로 삼중 밀실이 성립되어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6 "음, 카르마그리프님의 원활한 조사를 위해 미리 밝혀두지만, 저희는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조수 티카가 두툼한 안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예를 들어, 에르고 씨가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4세일지도 모른다⋯⋯같은 것도요." "그건⋯⋯" 신음하는 에르고에게, 조제페와 쿼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저희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들지만." 두 연금술사가 각각 에르고와 프톨레마이오스를 관찰한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에게, 설화 상의 인물 알렉산드로스 4세라는 이름이 과연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질까. 또한 에르고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와 함께 있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7 "흠." 방 안쪽에서 소용돌이치는 자전 폭풍을 바라보며 카르마그리프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안쪽에 흐릿하게 보이는 관을 응시하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이 관의 수수께끼를 풀고 있었군요. 파라오 밀실 살인 사건의." "프톨레마이오스 씨에게 이 관을 열어 보라고 들었습니다. 제겐 그럴 자격이 있다고. 하지만 이 안의 파라오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면 저도 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화하는 중이었어요." 에르고는 솔직하게 말한다. 이 카르마그리프라는 군주(로드)에 대해 어디까지 신용해도 좋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정보를 닫아둘 이유도 없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이곳까지 와서, 둘이서 추리극을 하고 있던 건가요." 자전 폭풍을 바라보던 카르마그리프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기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삼중의 밀실이라니, 제법 흥미를 돋우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제가 도착한 것이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에겐 안성맞춤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라." 프톨레마이오스가 작게 으르렁거렸다. "너는, 관 안쪽의 나로부터 심장을 빼낸 수수께끼를 알 수 있다고?" "아마도, 이지만요." 다소 자신 없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괜찮습니까, 프톨레마이오스." 다시 한번 기계장치의 까마귀를 바라본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탄식처럼 토해냈다. "때를 놓쳤다, 인가. 에우메네스를 웃어넘길 수 없군." "디아도코이 전쟁, 가비에네 전투의 일인가요. 직접 병력을 이끌고 거의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에우메네스가, 추격을 주저하는 무장들을 설득하는 동안 날이 저물어 버려, 결국 그들의 배신으로 적군에게 신병이 인도된 고사를 떠올리신 건가요" "쓸데없는 지식을 잘 쌓아두고 있는 것 같구먼." "저도, 당신이 만들어낸 도서관의 후예입니다. 이 경우 역사 속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되겠지만요." 그 말속에는, 확실한 경의가 담겨 있었다. 시계탑의 군주(로드)가 옛 영웅에게 보내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의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8 "많은 후계자(디아도코이)들이 왕을 자처하게 된 것은, 그 전투 이후의 일이었죠." "하, 에우메네스는 누름돌 같은 것이었으니까. 이스칸달 애송이가 죽은 뒤에도 변함없이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건 그 녀석뿐이다. 그렇기에, 그 녀석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왕이라 칭할 수 없었던 거지." "당신도입니까, 프톨레마이오스." "글쎄다.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렸어." 거친 어조로 말하며, 프톨레마이오스는 카르마그리프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프톨레마이오스가, 에르고에게 혼자서 관을 열게 할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카르마그리프에게 맡기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괜찮겠지. 네 추리라는 걸, 들어주마." "그럼." 조용히 카르마그리프가 걸어간다. 자전 폭풍 바로 근처에서 발뒤꿈치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마치, 여러 번 밟아본 교단에서 이제부터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자세였다. "조금 고민했지만, 역시 여기서부터 시작하죠." 잘 울리는 목소리였다. 바로 옆에서 몰아치는 자전의 소리조차도 그의 대사를 가리는 것엔 이르지 못했다. "신비와 관련된 사건에서, 누가 했는가(후더닛), 어떻게 했는가(하우더닛)은 중요하지 않다고 로드 엘멜로이 2세는 말한다고 하죠. 하지만 어쩌면, 왜 했는가(와이더닛)은 예외일지도 모른다, 라고." "선생님의 말씀을." "하하, 저는 그의 팬 같은 거라서요." 라며 카르마그리프가 웃는다. 그리고, 지극히 온화한 표정 그대로, "그러면, 저는 한 가지를 덧붙이겠습니다. 언제 했는가(웬더닛) 역시 예외일 수 있다고." 관리부의 수정 바닥을 긁적거리며(にじり) 고고학과 군주(로드)는 선언한다. "왜냐하면,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시간 역행은 신비로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뭐어 신령이나 방황해가 얽혀 있는 이상 완전히 부정 가능한 건 아니지만, 거의 있을 수 없다고 해도 괜찮겠죠." "⋯⋯잠깐." 기계장치의 까마귀가, 거기서 제지했다. "너, 방황해의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거지." "아, 눈치챘나요? 역시나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카르마그리프가 대놓고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알고 있었어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엘멜로이 2세의 팬 같은 거라서요. 그가 최근 한 달 정도 관여한 사건에 대해, 순차적으로 보고 받고 있었어요." "엘멜로이 2세가 연루된 사건, 이라고?" "네. 즉, 신을 먹은 남자, 에 대해서네요." 깜짝 놀라 에르고가 뺨을 움찔했다. 설마 시계탑의 인간 중에, 이미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자가 있을 줄이야. 청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챘는지 카르마그리프는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아아, 안심해주세요. 군주(로드) 중에서는 아직 저만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다른 군주가 알게 된다면, 마음대로 당신을 봉인지정할지도 모르죠. 그건 그거대로 하나의 방법이지만, 솔직히 신대 마술에 대해 어두운 시계탑이 당신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다지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걸요." 카르마그리프는 미소를 지으며 친근하게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모두에게 시선을 돌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59 선생님을 닮았어⋯⋯' 에르고는 가만히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어설픈 추리극과는 전혀 다른, 유창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화술. 그래서 더 두려웠다. 지금까지는 어떤 위험에 처하더라도 엘멜로이 2세가 신중하게 수수께끼를 풀고, 해체된 중심을 향해 에르고 일행은 그저 전력을 다해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수수께끼를 해체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0 "일단 파라오 밀실 살인 사건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볼까요. 조금 전의 언제 했는가(웬더닛)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아무리 생각해도 밀실의 장치는 이번의 발굴이 아니에요." 카르마그리프의 언동은,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고, 너무도 듣기 쉬웠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도 말했지만, 합동발굴조사단원의 저희는 서로를 감시하고 있었던 상황이니까요.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았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무엇이든 신뢰하고 맡기는 친구 사이곤 할 수 없죠. 전원의 눈을 피해 최심부의 파라오의 관에 공작하는 건 조금 어려워요. ――그렇게 하면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죠." 카르마그리프가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2300년 전에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시점, 그리고 3년 전에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사이파가 이 대도서관에 침입한 시점." 엄청나게 시간차가 있는 두 번이었다. "그래, 그래서 밀실인 건 아니지 않을까요." "그래서?" "범인이 굳이 밀실을 만들 의미도 이유도 없을 거예요. 우연히 밀실이 성립된 것일 뿐이라고 해도, 타이밍이 석연치 않다. 이 관리부와의 연결이 끊어진 것은 우리가 합동 발굴조사에 착수했을 때였으니까요. 2300년 전, 3년 전, 그리고 지금. 세 가지 타이밍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요, 무의미하기 때문에 고찰의 계기가 되는 거죠. 이건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동등하게 사건의 이유다, 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동등하다 ⋯⋯?'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에르고는 몇 초간 침묵을 지킨다. 그러다 갓 형태를 갖춘 꽃을 바치듯 입을 열었다. "이 사건은 복수의 사건의 복합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정답입니다." '짝짝'하고 카르마그리프가 박수를 쳤다. "물론 정답이라는 뜻이 아니라 제가 생각한 추리에선 그렇다는 것이지만요. 응, 각각의 시대에, 각각의 의도로, 각각의 사람들이 설치했다. 결과로서, 단순했던 것이 이중, 삼중의 밀실이라는 겉보기만 복잡한 수수께끼를 구축하게 된 거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1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건가요." "그 이야기를 하려면 프톨레마이오스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일부터가 되겠네요." 머리카락에 감춰진 카르마그리프의 눈동자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희들의 일이라고 들이미는 것 같기도 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 "흔히, 비극의 왕자로 알려져 있죠. 그를 옹립한 이스칸달의 어머니——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조모에 해당하는 올림피아스가 패배한 후로는, 제대로 왕자로서 대접받는 일은 없었고. 호위병인 헤타이로이 중 한 명에게만 맡겨져, 계속 유폐되어 있었다고 해요. 향년은 겨우 14세. 지금 당신은 그보다 두세 살 더 많아 보이지만, 생전의 알렉산드로스 4세가 조숙했던 것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알 수 없어요. 이스칸다르가 전해지는 것보다 체격이 더 컸다, 라는 것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천천히, 정신을 사로잡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프톨레마이오스도, 조제페나 쿼트 같은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그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을 닮았어⋯⋯' 에르고는 가만히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어설픈 추리극과는 전혀 다른, 유창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화술. 그래서 더 두려웠다. 지금까지는 어떤 위험에 처하더라도 엘멜로이 2세가 신중하게 수수께끼를 풀고, 해체된 중심을 향해 에르고 일행은 그저 전력을 다해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수수께끼를 해체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의미로는, 알렉산드로스 4세가 이렇게 유폐된 것이, 프톨레마이오스 때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나요." "읏⋯⋯⋯⋯" 에르고의 목이 떨렸다. 기계장치의 새는 희미하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그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카르마그리프는 천장의 화톳불에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정복왕 이스칸달 사후, 가장 유력자로 여겨졌던 공신, 마케도니아 왕가의 고위 귀족이자 팔랑크스 부대를 가장 잘 다뤘다는 페르디카스는 후계자로 이스칸달의 아내가 임신한 아이 ——즉, 알렉산드로스 4세를 후계자로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정면으로 반대하여 디아도코이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을 만든 것이, 바로 프톨레마이오스 1세인 거죠." "디아도코이 전쟁의 원인⋯⋯⋯ 하지만, 분명 애초에 정복왕 이스칸달이, 가장 강한 자가 계승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기 때문인 게." 에르고의 그럴듯한 의문에 프톨레마이오스의 딱딱한 목소리가 수정의 바닥을 쳤다. "자신이야말로 가장 강한 자라고 페르디카스가 말했다면, 반대할 수 있었던 자는 거의 없었겠지. 왕의 제일의 심복이었던 헤파이스티온은 이미 죽었고, 전투에서 세운 업적에 있어서, 그를 넘을 자가 없었다." "하지만 페르디카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카르마그리프가 계속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어디까지나 왕을 섬기는 장군답게 겸허하게 행동했죠. 알렉산드로스 4세를 옹립하고 섭정이 된 것을 생각하면, 야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노선을 택한 것뿐일지도 모르지만요." "전부겠지. 그런 녀석이다." "겸허하면서도 야심도 있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렇군요, 이건 싸움에 강하겠죠." 라고, 카르마그리프는 수긍했다. 그리고서, 이렇게 확인했다. "페르디카스에 맞서 당신이 주장한 것은 장군들의 합의제였죠." "이스칸달 애송이가 남긴 것처럼, 가장 강한 자가 통치하며, 가능한 한 피를 흘리지 않고 간다면 그렇게 되겠지." "네, 당신의 주장이 통했다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결국 페르디카스가 섭정이 되어,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정복왕 이스칸달이 남긴 유언대로 진행된 것이죠. 납득하지 못한 장군들은 반목하거나, 일시적인 동맹을 맺어, 최강을 요구하며 어쩔 수도 없이 맞붙었습니다." "⋯⋯⋯" 에르고는 할 말을 잃었다. 아마도, 그것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일 것이다. 그저, 한 번 세계를 정복할 만큼 큰 업적을 이룬 뒤라서, 더 끔찍하게, 더 슬프게 느껴질 뿐이다. 하물며, 그 당사자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면. "그리고, 페르디카스는 당신의 군대와 맞서는 중에, 암살당하고 말았죠."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이후, 디아도코이 전쟁은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후견인이었던 페르디카스를 잃은 알렉산드로스 4세는, 올림피아스 등을 시작으로 여러 명의 후계자(디아도코이)들의 곁을 전전하다, 최후엔 암피폴리스 요새에 유폐되었습니다. 이후론, 14살에 암살당할 때까지 역사에 언급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2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알렉산드로스 4세를 어떻게 생각했었을까요." 지금, 제4층 관리부에서는 시계탑의 군주(로드)만이 말을 이어갔다. "이스칸달의 유해를 강탈한 당신은, 마찬가지로 알렉산드로스 4세의 유해를 강탈했겠지만, 그 의미는 크게 달라요. 이스칸달의 유해를 독점하는 것은 프톨레마이오스에게는 왕권의 상징이지, 디아도코이 전쟁 중반부터 몰락한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술사가 아닌 당신에게는 신비의 동향(どうこう)도 그다지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만 알렉산드로스 4세의 유해를 강탈했다면, 공적인 이유가 아니라, 사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사적인 이유." 에르고가 속삭였다. 예를 들어, 그것은 청년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이 관리부의, 파라오의 관까지 데려온 것. "그러면, 저를 여기로 데려온 것은." 자전의 폭풍을 바라본다. 그 안쪽에는 지금도 관이 비쳐 보인다. 관과 연결된 금속 뿌리는, 지금도 맥박이 뛰는 듯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예지와 이 관은 지금도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거기서, 다시 한번, 문이 열렸다. "⋯⋯어이어이, 이건 무슨 상태야?" 뼈의 거인이 덩치에 어울리는 큰 목소리를 냈다. 땅딸막한 통나무를 조합한 듯한 허리뼈 뒤에서, 거인을 사역하는 푸른 머리의 연금술사――라티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예정과 다른 모양이다." "에, 카르마그리프 씨도." 라티오 옆에서 눈을 깜박이는 것은 회색 후드에 얼굴을 가린 소녀. 그리고, 그 소녀에게 어깨를 빌린 마술사만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어떻게든⋯⋯시간에 맞았나 보군⋯⋯"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마술사의 재킷을 장식했다. "그 이야기는⋯⋯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합니다, 로드 멜루아스테아."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드디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최심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3 "그럼, 로드 엘멜로이 2세." 라고 호소한다. "제 불찰로 불쾌하게 해드렸지만, 전원의 정보 공유는 끝난 것 같습니다. 당신의 추리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아뇨, 우선 당신의 추리를 끝까지 경청하게 해주시죠. 제 가설은 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시다면야." 싱긋 웃으며(にこやかに) 카르마그리프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전원을 시야에 담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번에 저는 언제 했는가(웬더닛)에 주목했습니다. 뭐, 엘멜로이 2세의 흉내 같은 거지만, 이건 용서해 주세요." 그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최심부에서 밀실의 장치와 관련된 것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건설 때와 3년 전 두 번이다, 라고 말했었죠. 건설 당시의 전제에 대해서는 말씀드렸으니, 이번에는 3년 전의 전제로 가보겠습니다. 이것도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사이파라는 연금술사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탐험하려고 했던 이유네요." 말투까지 스승님을 방불케 했다 카르마그리프라는 마술사는 어느 부분에서도(どこまでも) 스승님을 닮았다. 아니, 다르다. 닮은(상사相似) 게 아니라, 카르마그리프가 따라 하는 것이다. 본질에 의한 닮음이 아니라, 의도에 의한 닮음. 하지만, 그건 어째서?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의문은 공포와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다. "이것은 엘멜로이 2세의 제자―――에르고 씨와 관련된 고대의 실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실험에는 방황의 마술사, 산령법정의 선인,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가 참여했는데, 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란 바로 쿨드리스 가문의 선조인 셈이니까요." 에르고의 실험에 대해, 카르마그리프가 말한다. "이것이 어떤 실험이었는지는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겠지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에르고 씨에게 신을 먹이는 실험이었다는 것은 이미 조제페 씨와 쿼트 씨에게도 말했습니다." "아직도 믿기 어렵지만요. 아니아니, 사실 미국 대통령은 이미 UFO와 제1종 접근조우를 했다, 같은 기분이에요" "확실히 들었다. 신대에 방황해와 산령법정까지 관여했다면, 아니진 않겠지." 저마다의 소감을 말한다. 그들에게는 지나가던 개가 웃는(寝耳に水)——차라리 황당무계하게 들리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솔직히, 자신이라 해도, 아직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한 달간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 시계탑에서 마술을 가까이에서 느껴온 나에게도, 너무나 상식 밖의 이벤트였다. "잠시 기다려줬으면 한다." 라티오가 끼어들었다. "사이파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도전한 이유는 그 말대로지만, 그 녀석이 이 관리부까지 손을 댈 수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도 최심부까지 접근하는 데는 상당한 무리를 거듭했다. 그런데 파라오의 관 내부까지 장치를 설치하는 건, 아무리 사이파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예에, 무리겠죠. 저도 사이파 씨가 관여했다고 말했지만, 사이파 씨가 가져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카르마그리프가 쉽게 인정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자체에 복수의 모순된 명령이 심겨 있었다면 어떨까요." "모순된 명령?" 그러자 카르마그리프는 기계장치의 까마귀에게 시선을 돌렸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의 행동에 대해, 재현체인 당신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아아. 그렇다." 프톨레마이오스가 불쾌하다는 듯이 인정했다. "일부러 기억을 지운 이유는 아틀라스원에 대한 수비의무⋯⋯. 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니겠지, 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기술로 당신이 재현된 이상, 이곳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아틀라스 원에 의해 검열을 당할 것이기 때문에." 검열. 갑자기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스승의 눈썹 사이 주름이 점점 더 깊어졌다. 카르마그리프의 추론이 스승의 추론과 일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무슨 말씀이죠⋯⋯"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세 가지 의도가 얽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연히, 카르마그리프는 그렇게 단언한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4 "아⋯ 아⋯" 의미가 없다. 그 말이 찬바람처럼 온몸에 스며들었다. "여기에서도 의미의 없음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죠. 인간과 기계 양쪽에 모두 장치된 무의미함입니다. 무의미라는 와이더닛, 이라 불러도 좋아요." 양손을 벌리며 노래하듯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어째서 시큐리티 키가 도난당했나. 무의미한 변명을 위해. 어째서 파수꾼들은 폭주했나. 무의미해야 할 부하에 의해. 어째서 기계는 무시했나. 무의미한 밀실을 이해할 수 없기에." 한숨 돌린 후 군주(로드)가 결론을 내린다. "왜 밀실을 만들었는. 삼중의 무의미함을 만들기 위해." 밀실의 와이더닛이 완성된다. 변명을 위한 밀실. 파수꾼을 폭주시키기 위한 밀실. 최후에, 모든 것을 무시하게 만들기 위한 밀실. 어떤 의미에서 후더닛도 하우더닛도 상관없는, 순수한 와이더닛에 의한 밀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삼중의 밀실이 아니라 삼중의 무의미. 전원이 조용해졌다. 방 안쪽의 자전만이 괴물의 애처로운 울음소리처럼 소리 내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5 "일단 덧붙이자면, 프톨레마이오스에게도 오산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카르마그리프가 속삭였다. "에르고 씨가 배출되었을 때, 아직 완성되지 않았. 한 시대와 맞먹는 시간을 들인 실험이지만――아마도 그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았을 거예요. 생전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재현체에 지령을 내려둔 것도, 그런 경우를 위한 보험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로부터 3년간 에르고를 실은 포드는 세계 바다를 떠돌아다녔던 것일까. 해저를 표류하는 것으로부터, 에르고의 최후 조각은 묻힌 것일까. - 로드 엘멜로이ㅐ 2세의 모험의 내용

*66 정중하게, 카르마그리프가 예를 표했다. "하하하, 이런 건 처음이라서요. 듣기 힘들었을 것 같네요. 어설픈 추리에 귀를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시큐리티 키는 지금 어디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루비아가 묻자 카르마그리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합동발굴조사단에 시큐리티 키를 훔쳐 간 범인 같은 건 없습니다. 라고 할까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일 거예요. 이건 일본의 교겐이라는 녀석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 즉, 그 관 안에는 아직 시큐리티 키가 있는 채겠죠." "⋯⋯범인 같은 건, 없다?" 망연히, 나는 되풀이해서 말했다. 정말로? 정말로. 그런 것일까. 카르마그리프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어디선가, 그 추리에 납득할 수 없었다. "자, 에르고 씨, 부디." 카르마그리프가 자전의 폭풍을 가리켰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 바람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목적도, 저 안에 있겠지요. 이제 더 고민할 것도 없겠지요. ⋯⋯자." 목소리에 이끌리듯 에르고의 등 뒤로 환수가 실체화했다. 이를 처음 보는 조제페와 쿼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르마그리프도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자전 폭풍을 향해 다시 환수가 다가간다. "잠깐." 이라며, 그것을 날카로운 목소리가 제지했다. 적발의 청년을 보호하듯, 검고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슬슬, 제가 말해도 상관없겠죠. 로드 멜루아스테아." 스승님은 아주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7 두 마술사가 마주했다. 한쪽은 로드 멜루아스테아. 고고학과와 광석, 시계탑의 두 학과를 담당하는 군주(로드). 한쪽은, 로드 엘멜로이 2세. 현대 마술과를 이끌며, 이번 여정에서 신의 이름을 물어온 자신의 스승. 서로가, 마술사의 왕이라고 불러야 할 존재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일지도⋯⋯' 나는 묘한 감회를 느꼈다. 지금까지도 다른 군주(로드)와 대립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당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로드 엘멜로이 2세. 카르마그리프의 표정은, 그 대사처럼 수년 만에 친한 친구를 맞이한 것 같다는 것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화톳불의 붉은 빛과 자전의 푸른 빛이 반씩 그를 비추고 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동자는 보이지 않고, 흔들리는 두 종의 빛만이 카르마그리프라는 존재를 덧칠하고 있었다. 스승은 변함없는 음울함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우선, 근본에 파탄이 있다. 일부러 무시했겠지, 로드 멜루아스테아." "무슨 말씀이신가요?" "내 흉내를 낸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핵심의 와이더닛은 대답하지 않았어.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무시한 채 결론을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요, 뭐, 그건 어떻게 되든 괜찮으려나(なんとなくでもアリかな)라고 생각했거든요." 쑥스러운 듯 카르마그리프가 머리를 긁적였다. "적어도 알렉산드로스 4세를 되살리려고 한다, 라는 도중까지의 목적은 분명했던 거죠. 프톨레마이오스 때문에 알렉산드로스 4세가 죽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이상, 속죄라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 정도의 이유라면, 프톨레마이오스가 부활시키는 것은,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냐." 스승이 똑바로 말한다. "이스칸달 그 자체다. 무엇보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이스칸달의 시신을 손에 넣었으니까. 틀립니까,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뭐어, 순서상으론 그렇겠지. 이스칸달 애송이가 되살아났다면 디아도코이 전쟁 따위는 한순간에 끝났을 게다. 뭐, 내가 원했던 대로 된 것 같지는 않지만."기계장치의 새가 말했다. "그리고, 속죄는 아니다. 이 시대는 다른 것 같지만, 내 시대에선, 온갖 운명에 사람의 목숨이 휘둘리는 것은 당연했다. 생전의 나의 행동으로, 젊은 주군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살려내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신경이 얇을 리는 없지 않겠나.""이런, 이건 실점이네요." 카르마그리프가 솔직하게 사죄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이ㅡ 모험의 내용

*68 실험실에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스승님은, 사고만으로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즉, 여기까지의 추리에, 당시의 스승님도 도달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나 최후의 결론도 카르마그리프와 같은⋯⋯. "하지만, 이상하군요, 로드 멜루아스테아." 단 한 마디로, 스승이 잘라낸다. 다시, 공간에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뭐가 이상한가요? 엘멜로이 2세." "그렇다면, 프톨레마이오스는 세 마술사에게 말없이 계략을 꾸밀 필요가 없어. 전적으로 협력하면 됩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파괴할 위험을 무릅쓰고 파수꾼을 폭주시킬 필요는 없겠죠""아⋯⋯" 확실히 논리(로직)으론 그렇게 된다. "당신이 프톨레마이오스의 와이더닛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은 것은 그 핵심 부분을 말하면, 논리가 어긋나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겠죠. 하나하나의 행동만으로 추리를 진행한다면 무리가 없겠지만, 행동 지침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거슬러 가면 속이기 어려워. 제가 지적하지 않았어도,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당연히 눈치챘을 겁니다." "흐음. 그렇다면, 완전히 착각한 걸까요?" 아무렇지 않게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아뇨, 저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 도난과 밀실이, 2300년 전부터 계획된 교겐(狂言)이라는 것도, 거기에 3년 전의 사이파가 연루되었으리라는 것도 같은 의견입니다." "이야, 이건 기쁘네요." "하지만, 그 뒤는 거꾸로 생각해야 합니다." 스승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있던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도, 토오사카 린이나 루비아 같은 고위 마술사들도, 그리고 이 사건의 중심이라 해야 하는, 규격 외의 신을 먹은 에르고도, 지금만은 신비성에서 한참 뒤떨어지는 스승님의 말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러 이런 장치를 한 이상, 프톨레마이오스가 세 마술사를 은밀하게 배신한 것은 틀림없어. 문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세 마술사라도 딱히 한 통속(一枚岩)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세 마술사도?" 나도 모르게 반복하고 말았다. 카르마그리프가 한 추리를, 다시 스승이 정중히 풀어간다. 그때였다. 다시 한번 관리부의 문이 열린 것이다. "드디어, 와줬군." 스승이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나도 뒤를 돌아——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런 등장을 기대받는 건, 마안수집열차(레일 체펠린) 이후로 처음이군, 오라비." "⋯⋯⋯설마 여기서 전원과 만나게 될 줄이야." 두 사람의 그림자가 붉은 화톳불에 비쳤다. 아름다운 소녀와 그를 따르는 수은 메이드,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지친 듯한 장한이었다. "어째서⋯⋯" 나뿐만이 아니라, 처음으로 카르마그리프의 기색에 동요가 섞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외주부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을, 로그와 라이네스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69 관리부에 모인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원래 린과 시온을 제외한 멤버들은 시계탑과 아틀라스원의 합동 발굴 조사단으로 선발된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 관리부에서 전원이 얼굴을 맞댄 것은 무엇보다도 기뻐해야 할 일인데⋯ 누구의 표정에서도 그런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라이네스만이 즐거운 표정으로 스승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를 부르는 게 제법 늦지 않았나, 오라비." 오만하게 가슴을 치켜세운다. 유연한 사지에 붉고 푸른 빛이 흘러, 마치 빛의 나라에 사는 요정 같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본 것은 용서해주길 바란다. "⋯⋯⋯아버지." 라티오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장년의 연금술사——라티오와 사이파의 아버지인 로그 쿨드리스 하이람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반신반의했지만, 정말 여기가 관리부인 것 같군." "어떻게, 여기에?"카르마그리프가 물었다. "저는 시공 거품을 분석했습니다. 토오사카 씨 일행은 도굴꾼의 루트를 이용한 것 같고요. 엘멜로이 2세들도 실험실의 데이터 등을 통해,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외주부의 당신들이 바로 이곳에 올 만큼 금서고를 탐색하는 것이 쉬웠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제 팬이라고 했었죠, 로드 멜루아스테아." 카르마그리프를 바라보며 스승이 말했다. "하지만. 저도 이전부터 당신을 믿고 있었습니다." "⋯⋯뭐라고요?" 잠시 카르마그리프의 반응이 늦어졌다. "고고학과인 당신은, 다루는 범위가 넓다 보니 아무래도 현대 마술 학과와 접점이 많아진다. 그래서 언젠가 당신이 내 앞에 서게 될 때를 대비해서 내 나름의 준비를 해 두었지. 아아, 나는 어떻게 해도 마술 실력으로 당신에게 맞설 수는 없지만, 분명 겁쟁이라는 점에서만큼은 한 발짝 앞서고 있어." "응, 그러니까." 라고 라이네스가 덧붙인다. 같은 시계탑에 소속된 군주(로드)를 앞에 두고 그녀는 너무나도 매력적인——언제나처럼 짓궃은 얼굴로 당당하게 말했다. "블랙 옥션에서 사이파 쿨드리스 하이람의 유품인 뒷 코드를 낙찰받은 건 나야, 로드 멜루아스테아." "⋯⋯블랙 옥션?" 나에겐 처음 듣는 정보였다. 하지만, "아ー아ー아ー아ー, 여기 오기 전에 쿼트와 로드 멜루아스테아가 말했던 그것이군요! 사이파 녀석이 남긴 연구 성과가 블랙 옥션에 팔려나갔다고 하던!" 조제페가 동그란 손가락을 교차시키며 말했다. 내가 모르는 것뿐이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였나 보다. 카르마그리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몇 초간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0 "어째서⋯⋯ 그런 일을? 블랙 옥션이 있었던 건 벌써 일 년 정도 전이에요. 여러분들이 에르고 씨를 만나기 훨씬 전의 일입니다. 아틀라스원과 관련된 경매에 참가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당신이 주목하고 있던 옥션이었다." 스승님이 말한다. "그것만으로, 우리가 뛰어들 만한 가치가 있었어. 옥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물건이, 아틀라스원의 유실물(로스트 넘버)이라고 생각한 코드였을 뿐." "⋯⋯하지만, 현대마술과 역시 결코 부유한 학과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그런 걸 살 수 있는 예산은 어디서부터?""그 이유는 이미 말했다. 나는 이전부터 당신을 믿어왔다고. 로드 멜루아스테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베팅한다. 비록 지금은 의미가 없는 것일지라도, 필요하다면 준비해 놓는다. 그런 건, 시계탑에서 살아가는 이상 당연한 게 아닌가?" "뭐, 빚을 쌓아놓을 겸 해서 오라비를 꼬드긴 건 나고, 블랙 옥션의 정보를 알려준 건 멜빈이긴 하지만 말이야. 후후, 이런 곳에 도움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트림마우에 묻어두었던 데이터에서 찾아내는 데 고생했어." 너무도 시계탑다운 대화였다.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일에, 막대한 코스트를 들인다. 미래의 경쟁 상대를, 어쩌면 방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확실히 그 런던의 마굴은 그런 지침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1 "대체로, 당신도 처음엔 그걸 예상하였던 것 아니야?" '⋯⋯⋯⋯아, 처음이란 건.' 그렇다. 그것 또한, 라이네스는 말했었다. ——[하하하, 라티오에게 이끌려 내가 왔을 때, 로드 멜루아스테아는 좋은 표정을 했지! 도대체 어디서 냄새를 맡은 거예요, 라고 부르짖는 모습이란. 이야, 타인의 절망과 비탄은 미용에 참 좋아!] 확실히, 당시 카르마그리프의 우려는 적중했던 것이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에 대해서는 라이네스도 스승도 몰랐다. 하지만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행동에 대해서는 감지하고 있었고,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뒷 코드를 확보하고 있었다. 우연히, 서로 생각하는 부분이 어긋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틀라스원의 뒷 코드 따위는 시계탑의 마술사인 나로서는 사용할 방법이 없어서 말이야. 이번에 외주부에 둘만 있게 한 것은, 그 부분을 터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엔 나도 모르게 스승님을 돌아보게 되었다. "⋯⋯자네에게 말하지 않은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레이디." 어색한 표정으로 스승님이 시선을 떨어뜨린다. "그렇지만 자네는 이런 숨기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겠지. 방금 말한 것처럼 조 편성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지만, 한 가지 의미만 설명했다." 당시 스승님은 조 편성에 대해, 범인을 색출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사실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라이네스와 로그를 둘만 남겨두고 다른 합동발굴조사단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사이파의 뒷 코드에 대해 협력을 구하는 의미였다. "로그 씨를 설득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려서. 뭐, 이쪽도 혹시 로그 씨가 범인이라면, 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이래저래 우회적으로, 여러 각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지. 아니, 너희들의 탐색이 급히 전개되다 보니, 이대로는 늦지 않을까 싶어 상당히 조바심이 났다고." "즉, 엘멜로이 2세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요?" "응. 금서고 안에서도 그 뒷 코드를 사용해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거든. 원래 최심부에 있던 파라오의 관과도 정규로 통신을 하고 있었으니까. 로그 씨의 협력만 얻는다면, 단숨에 정보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손가락을 흔들며 라이네스가 윙크했다. "이번의 경우, 앞서간 오라비로부터,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지도 정보도 일일이 받았으니까. 그거야 뭐 술술(スイスイと)올 수 있지. 다행히 파수꾼들도 모두 멈춰 있었으니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2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범인인 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원들은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지만, 흉계의 비율로 따지면 스승과 라이네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일을 저지른 셈이다. 적어도 탐정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그렇게 부르기에는 성격이 너무 나쁘고, 불공평하기까지 하다. "스승님도, 라이네스 씨도 소제를 속인 건가요." "다음에, 벌충은 할게." 기특한(殊勝)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도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3 이에 카르마그리프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 뒷 코드로 달려와서, 대체 라이네스 씨는 뭘 하러 온 건가요." "이 타이밍에 달려온 사람이 할 일은 정해져 있겠지. 중요한 증언을 전하러 온 거야." "증언?" 이번엔 라이네스 옆에 있던 연금술사가 앞으로 나섰다. 합동발굴조사단장인 로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이다. "내가 합동발굴조사단을 꾸린 이유는 단순히 발굴을 진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3년 전 사이파를 죽 용의자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다." "⋯⋯어이쿠, 온건하진 않네요." 카르마그리프뿐만 아니라 조제페와 쿼트도 숨을 죽였다. 이 두 사람은 3년 전 사이파가 살해당하기 전부터의 지인——즉, 용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의미가 없어졌어요. 수수께끼는 풀린 참입니다. 사이파 씨가 죽은 것은 2300년 전의 함정에 휘말린 거죠." "음. 오라비의 통신에서 그 추리도 전해졌어요." 라이네스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 "뭐, 확실히." 카르마그리프도 인정한다. "그래서 에르고 씨에게 파라오의 관에 접촉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거든요. 관리부와 연결할 수 있다면, 데이터에서 증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엘멜로이 2세는 이견이 있는 것 같은데요. 세 마술사도 한통속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라고 하셨는데." "말했지." 스승이 자신의 말을 확인한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스승은 그대로 기계장치의 새를 바라보았다. "생전으로부터의 지시로 에르고를 납치했다고 말씀하셨죠." "⋯⋯그 말 대로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목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뭐?" 되묻는 기계장치의 새에게 스승이 말을 이었다.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건⋯무슨 소리지⋯⋯!" "이전부터,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4 스승님이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방황해의 지즈와 산령법정의 무시키는 실험 초기부터 현대까지 계속 살아있을 생각이었다." 세 명의 마술사 중 두 사람. 실제로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대치했던 두 사람이기도 하다. 2300년 전의 실험부터 현대까지 살아남았다는 믿기 어려운 존재. "하지만 쿨드리스는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그 반면 후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남기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이 에르고에게 먹게 한 신체(간타이)의 상세마저 후손에게 남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틀라스원의 '자신의 연구를 자신 이외에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규율이 걸림돌이 되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허술해." "⋯⋯⋯" 나 자신도 조금 의아해하기는 했다. 그래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은 아틀라스원이란 그런 곳일지도 모른다고 제멋대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술사에게는 당장 이해하기 어려운 룰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도 마찬가지라면, 너무 많이 생각해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스승의 말은 그것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거꾸로가 아니었을까. 쿨드리스는 2300년 전부터 이미 선수를 두고 있었던 게 아닐까?" "무슨 말씀이신가요?" 카르마그리프의 물음에 스승의 하얀 검지가 옆으로 흘렀다. "저 관에 잠들어 있는 것이, 파라오가 아니라면?" "그럴 리가(馬鹿な!)!"기계장치의 새가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틀렸을 리가 없잖나!" "정보를 위장할 수는 있겠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여기까지 돌파하는 데도 같은 수법을 썼을 겁니다." "⋯⋯에에." 시온이 긍정했다. 이 최심부에 도달하기 위해 그녀는 에르고의 데이터를 위장했다. 자신과 같은 좌표에 에르고가 있다는 생체 데이터를 보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보안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에테라이트만의 전매특허는 아닐 것이다. 뛰어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면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에르고의 실험에 참여했을 정도인,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한해서, 세 마술사 중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만이 특별합니다." 스승이 말한다.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가 설치한 함정에 대해 세 마술사 중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그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든 아틀라스원의 분파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이 도난당했다는 것이 아틀라스원 본부를 위한 허구라면, 거기에 편승하는 것은 더더욱 간단하겠죠. 왜냐하면, 이런 허언을 설정한 이상, 정상 작동만큼의 보안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파수꾼들이 폭주한 것에서도 보입니다.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는 생전에 당신이 설치한 함정을 일부러 간과하고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 뒷면의 뒷면. 함정 속의 함정. 음모 속의 음모. 너무나도 긴 시간과 그 안에 숨겨진 공방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정도다. "⋯⋯⋯그러니까, 스승님은 그 관은 밀실이 아니라""그래. 오히려 깜짝 상자(잭 인 더 박스)가 아닌가, 라는 거다." 또 한 번의 반전이었다. 이중의 밀실에서 무의미한 허언으로, 그리고 무의미한 허언에서 깜짝 상자(잭 인 더 박스)로. 방 안쪽에서 소용돌이치는 자전 폭풍도, 그 폭풍에 비친 관도 변하지 않는데, 그 정체는 점점 변해간다. 마치 상자 안의 고양이가 죽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하는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5 카르마그리프가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그냥 추측이죠, 엘멜로이 2세. 아무리 그래도 가설을 너무 많이 늘어놓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 말대롭니다. 아까 로드 멜루아스테어의 추리와 마찬가지로." "이런, 자승자박(意趣返し)일줄은." 고고학과의 군주가 곤란한 듯이 웃었다. 스승은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 당신이 말했듯이 관을 열면 알 수 있겠죠.""어떻게요? 함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 건 당신입니다만, 역시 에르고 씨에게 맡기실 건가요? 아니면 시온 씨인가요? 여기까지 온 건 아마 에르고 씨의 생체 데이터를 이용해서 온 거죠." 카르마그리프의 말에 시온이 몇 초간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생체 데이터를 통한 해킹은 어렵습니다. 이 관의 시큐리티는 다른 것보다 더 견고합니다. 에르고 씨도 아마 환수를 이용해 접촉을 시도했을 거예요. 저희가 처음 왔을 때의 폐쇄 상태도 그랬지만, 그 환수에 관해서는 제 에테라이트도 재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온 거지." 라이네스가 말했다. "사이파가 남긴 뒷 코드를, 아틀라스원의 선임 교관이자 쿨드리스의 후예인 로그 씨가 사용한다면, 파라오의 관에도 간섭할 수 있겠지. 그러면 에르고가 직접 만질 위험 없이 관을 개방할 수 있어. 게다가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의 심장——시큐리티 키가 정말 남아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군." "그렇게 될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6 카르마그리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라이네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평할 사람은 없겠지, 라는 확인이었다. 물론, 합동발굴조사단원들 중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들에겐 이번 발굴의 목표 지점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에. "상관없어요." "관이란 건 꺼림칙(物騒)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보물상자를 열지 않을 수도 없으니." 루비아와 린도 각각 말했다. "저도 불만은 없습니다.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어긴 자가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끝까지 봐야 할 것 같으니." 시온도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아틀라스원의 규율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었음을 뒤늦게나마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부탁합니다, 선생님" 에르고가 똑바로 신청했다. 사태의 초점이 되는 붉은 머리의 청년은 여행이 시작될 때와는 달리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럼." 스승이 로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会釈). "⋯⋯⋯알겠다. 해보지." 로그가 손을 들었다. 그 피부가 안에서부터 찢어지고, 뼈가 드러난다. 하얀 뼈가, 실험실에서 라티오가 형성한 것과 같은 피아노 같은 건반을 형성했다. 엑조포름——모드 어쿠스틱. 쿨드리스에게 그 건반은 코드 해독을 위한 형태였을 것이다. "읏⋯⋯⋯" "움직이지 마시길,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기계장치의 새가 희미하게 몸을 움찔하는 것에 대해 스승이 못을 박는다. 뼈로 만든 건반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라티오의 조율이 섬세하고 치밀하다면 로그의 조율은 장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암석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선율이 방 안을 가득 채우자, 안쪽에서 거세게 휘몰아치던 자전의 폭풍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안쪽의 파라오의 관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라오의 관⋯⋯" 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대체, 이것으로 누구의 계획이 달성되는 걸까. 2300 년의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자전 폭풍이 대부분 사라지고, 관의 표면이 드러난다. 고대 이집트의 관습인지, 독특하게 희화화된 인간이 표면에 그려져 있다. "열겠다⋯⋯" 뼈의 건반을 연주하며 통나무가 중얼거린다. 기기긱,하는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았는데도, 관 뚜껑이 저절로 열린다. 천천히, 천천히, 그 안쪽이 공기에 노출되어 간다. 찰나, 내 뒤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놀라운 속도였다. 아니, 속도라기보다는 타이밍이었을까. 단 한 순간, 전원의 호흡이 멈추며, 겹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림자는 질주한 것이다. 분석에 집중하고 있던 로그의 등 뒤로, 일섬이 가로지른다. 아무리 빨라도, 이제는 막을 수 없는 완벽한 기습. 딱딱한 소리가 울렸다. 완전한 기습을,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가 막은 소리였다. 수은이었다. "설마 했는데, 이건." 중얼거리는 라이네스의 그림자에서 수은의 방패가 튀어나와 있었다. 월령수액(볼루먼・하이드라저럼), 즉 수은메이드 트림마우가 형상을 변화시켜, 주인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그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날아오는 순간, 방패가 되어 그를 보호했다. "⋯⋯아니." 라고, 그 방어를 그림자는 부정했다. "그래선, 부족해." 반대 방향에서 발생한 폭위가, 새롭게 로그를 덮친 것이다. "읏―――!" 순간적으로 뼈의 건반으로 막아냈지만, 그 압도적인 위력을 막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장한(壮漢) 연금술사의 몸이 가볍게 날아가 수정의 벽에 충돌한다. "로그 씨!"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다. 기습을 가한 상대가⋯⋯⋯ "⋯⋯당신." 벽에 부딪힌 로그에게 달려간 린이 시선을 들어 올렸다. "어째서, 당신이⋯⋯!" 뼈의 검을 꺼낸 자세 그대로, 라티오가 살짝 웃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엄청난(凄まじい) 미소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7 "아니, 지금의 그녀는 메인 프레임은 맞지만, 진짜 라티오, 라는 것도 조금 달라. 오히려 그녀가 말하는 분할사고의 2번——우리가 접한 라티오의 성격이 원래의 라티오에 더 가깝지 않겠나." 스승님은 이쪽의 짐작을 단숨에 바로잡는다. 시가의 연기가 미간의 깊은 주름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방금 전, 내가 신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방황해나 산령법정에 비해, 쿨드리스만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지. 하지만 아틀라스원에서는 엘트남의 에테라이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억과 인격 정보 자체를 다룰 수 있다. 그렇다면 에르고의 실험이 거의 완성되는 시점에 쿨드리스의 유지를 최신의 후계자에게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지. 왜냐하면 아틀라스원에는 [자기 연구는 자기 자신 외에는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가문에 전승할 수 없어. 규칙을 무시하더라도, 최소한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대의 후계자에게만 전해지도록 하는 게 가능한 선일 거다." "필요한 인간에게만 전해지게 하는 건 시계탑의 마술사들도 자주 하는 일이죠. 여차하면 자신의 아이라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내 비전은 전수하지 않겠다, 정도는 하니까." 린이 희미하게 얼굴을 찌푸렸다. 짚이는 게 있는 걸지도 모른다. 스승님은 라티오에게 말을 이었다. "3년 전, 사이파 씨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찾아왔을 때 당신은 이미 협력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그 실험실의 데이터를 접했을 때 후계자에게 쿨드리스의 의지가 전해졌을 것이다. 아마 코드를 해독했던 건 사이파였겠지만, 그 내용을 전달받은 건 너였던 게 아닌가." "⋯⋯⋯" 라티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상관없이, 스승의 말이 그녀를 찌른다. "과거의 쿨드리스를 만났을 때 현재의 라티오는 변질하였을 것이다.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말을 떠올려도 좋다. 시온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과도한 기억을 주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만약 기억이 결여되어 있어도 동일성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과도한 기억을 쏟아 부어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아⋯⋯! 그건," "그건 단순히 시온을 도발한 게 아니야. 그런 척하며 지금의 것을 확인하고 있었던 거다. 시온 엘트남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아무리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라 해도, 과도한 기억의 주입으로 인해 인간성이 변질해버린다는 걸." 서로의 말 뒤에는 몇 개나 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대체 어디까지가, 서로의 술수였을까. "그래서 분할사고가 성질이 다른 자신을 용납한다는 것은, 이 경우 메인의 변질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의미다. 원래의 라티오의 본질에는, 우리가 만난 라티오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지금까지 분할사고에 몸을 맡겨왔던 것도, 그런 자신을 들키지 않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행동 패턴이 달라져 버린 자신이라면 아버지인 로그나,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아틀라스원의 지인들이 눈치챘을 거다. 물론,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우리를 유도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긴 했겠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8 "가깝다. 멀다. 이제 와서 그것에 어떤 의미도 없겠지." 라티오가 웃는다. 그 보라색 눈동자가 흔들리며, "에르고." 라고 말하며 붉은 머리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아니,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이라고 부를까." 여기까지 와서 라티오는 청년의 정체를 말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자전의 폭풍이 가라앉은 안쪽, 파라오의 관을 만지며 그녀는 청년에게 선언한다. "이 내용물은, 너에게 먹일 것이다." "나에⋯⋯게⋯⋯?" 눈썹을 치켜세운 에르고가 눈을 크게 떴다. 관의 내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검은 독기가, 청년에게 쇄도한 것이다. "젊은 주군!" 비통한 목소리로, 기계장치의 새가 외쳤다. "자, 실험을 재개하자. 2300년, 성공 사례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쿨드리스 실험을." 에르고를 뒤덮은 검은 독기에 대해, 라티오가 관을 작동시키려 한다. 반짝, 하고 주위의 공기가 빛났다. 가느다란 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을 조종하는 것은 보라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어린 소녀였다. "시온인가!" "라티오 쿨드리스 하이람――아뇨, 너야말로, 라티오였던 것이야!" 차가운 목소리로 연금술사의 신동은 선언했다. "아틀라스원의 계율에 따라, 저는 당신을 구속합니다!" 소녀가 팔을 잡아당긴다. 그 에테라이트가 뇌신경까지 닿는다면 아무리 라티오라 할지라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다. 주인만 속박한다면, 사역마인 탄겔도 자동으로 굴복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판단은 그야말로 최적이자 최선이었다. 그러나 직전, 또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엘트남의 가전 특질인 미크론 레벨의 실이, 모조리 얼어붙은 것이다. ​에테라이트를 얼어붙게 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았다. 수정의 바닥에, 짧은 화살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변도 '변화'하여 얼어붙어 있었다. 일종의 고등마술이라는 것을, 조금이지만 나름대로 시계탑의 수업을 듣는 나로서는 알 수 있었다. 고급 슈트의 소매에서 접힌 활이 튀어나와 화살을 쏘아낸 것이다. "쌍은순호(슛 더 문)⋯⋯" 스승이 중얼거린 것은, 그 예장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장의 주인도 명백했다. 단궁을 든 마술사는 날카로운 기색을 풍기며, 그 눈가를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었다. "카르마그리프 씨!"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째서―――!" "아니, 왜냐면 이쪽이 더 가치가 있잖아요?" 자못 당연하다는 듯이,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고고학의 군주(로드)로서, 나는 오래된 것에 최대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존재의의로 삼고 있어. 응, 내가 에르고 군의 정보를 시계탑에 흘리지 않은 건, 신대의 마술에 어두운 시계탑으론 에르고 군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니까지. 그렇다면 여기서 쿨드리스의 계획에 몸을 맡기는 것도 당연하지 않아? 그야, 엘멜로이 2세라도 살리지 못하는 에르고의 가치를, 고대의 쿨드리스라면 빛낼 수 있을 테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79 카르마그리프의 미소는 오히려 천진난만할 정도였다. 웃으면서 손가락이 움직였다. 마치 일류의 악사가 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선율의 대신, 수십의 화살이 난무한다. 그 화살 하나하나가 틀림없는 필살. 사신의 낫(그림리퍼)으로 받아내도, 그 날이 얼어붙었다. 아니, 어떤 화살은 얼어붙고, 어떤 화살은 불타오르고, 어떤 화살은 번개가 되어 자신의 팔까지 마비시켰다. "차차차차갑뜨거워워찌릿찌릿해애애!(つつつ冷た熱つつつ痺れるううううう!)" 애드가 비명을 질렀다. 무장화한 애드의 강도를, 더욱 능가하는 마시(魔矢)의 연타. 현대의 마술사가 주문도 없이 단 한 공정(싱글 액션)으로 만들어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위력이었다. '군주(로드)⋯⋯!' 그 의미를, 똑똑히 깨닫게 된다. 스승과 함께 수많은 사건을 경험했지만, 시계탑의 정식 군주(로드)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마도, 카르마그리프는 전투 지향(戦闘向き)의 마술사는 아닐 것이다. 그 능력 역시, 어디까지나 호신용의 영역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위력. 전력으로 회피해도, 순식간에 궤도를 바꾸어 자기 유도(호밍)해 온다. 지그재그로 궤적을 바꾸는 화살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레이 씨!"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다시 한번 휘둘린 것이다. 얼어붙은 실을 파기하고, 새로운 에테라이트를 꺼낸 듯했지만, 손가락까지 괴롭힌 냉기 때문인지 처음만큼의 선명함(冴え)은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도 이쪽을 겨냥한 화살을 날려버리고, 카르마그리프에게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먼저 발동했다. 배후의 벽에서, 새로운 마력이 솟구쳤다. 자신들이 피한 줄 알았던 화살이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술에 의한 화염과 얼음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조합해 마력을 통하게 하고 있었다. "무――!" "제법 손재주 좋죠? 저." 카르마그리프의 입꼬리가 얇게 올라간다. 군주(로드)가 날린 화살은, 그 자체가 새로운 마법원(魔法円)을 새기고 있었다. 사각에 있던 그 마법원에서, 일제히 마탄이 해방된다. 자신도, 시온도 아니었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스승님!" 무방비 상태인 슈트의 등을 향해 마탄의 무리가 이빨을 드러낸다. 그 전부가, 흑주(간드)의 탄환에 의해 날아갈 거라곤. "잠깐 선생님, 멍하니 있지 말아 주실래요." "이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자신의 역할과 전장을 제대로 파악해 주셨으면 해요." "⋯⋯⋯아니, 이건 면목 없군." 학생들의 비난에 스승은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이었다. 맞춘 것도 아닐 테지만, 내딛는 발걸음마저 함께였다. 한 명은 검은 머리를 쓸어 올리고, 한 명은 긴 금발을 흰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며 고고학과의 군주 앞으로 나아갔다. "이런, 두 분은 그쪽인가요. 일단 겸임하고 있는 광석과(키슈아)의 학생이기도 하니까, 제 편을 해주지 않을까⋯⋯⋯적어도 공평하게 어느 쪽에도 편을 들지 않은 채로 있어 주지 않을까, 같은 달콤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요. 이러니까 저는 인망이 부족해요." "랄까, 카르마그리프님, 역시 이 트러블은 급료 외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니아니 티카, 시간 외 수당으로 봐주지 않을래요?" 시치미 떼는 카르마그리프에게 여유롭게 다가온 조수 티카가 아타셰케이스를 껴안고 옆으로 섰다. 그리고, "그레이와 시온은 에르고를 부탁해." "카르마그리프 선생님께, 이런 곳에서 지도받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두 숙녀는 넘치는 투지를 드러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토오사카 린과 루비아 에델펠트가, 카르마그리프와 티카 두 사람과 대치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0 관리부의 공간은, 그다지 크다고 할 수 없다. 천장은 높고, 마치 별자리처럼 붉은 화톳불이 켜져 있지만, 기껏해야 플라네타리움 시설 정도의 넓이일 것이다. 그 안에서 지금, 여러 운명이 교차하고 있었다. 라티오는 신중하게 관을 떠나지 않고 있었고, 뼈의 거인 탄겔 역시 그런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괜찮나, 그레이?" 라이네스가 말을 건넸다. 갑작스러운 충격을, 그 울림이 완화해 주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스승님은?" "이쪽은 문제없어. 저쪽은 맡겨두는 수밖에 없으려나." 스승님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린 일행을 바라보았다. 린과 루비아와 카르마그리프는 방의 입구 부근에 진을 치고 있었다. 라티오의 편을 들기로 결정한 카르마그리프가 합동발굴조사단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쪽으로 유도한 것 같았다. 영리한 전술이었다. 반면 이쪽은 방 안쪽에 안치된 파라오의 관을 향해 마주하게 되었다. "에르고 씨를, 놓아주세요." 관에서 흘러나온 검은 독기가 적발의 청년을 붙잡고 있었다. 유난히 짙은 연기 때문에 안쪽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도 미아기와 에르고가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일까. 시온은 그 독기 근처에 웅크리고 있다. 무언가 공작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현재로서는 성과가 없는 것 같았다.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관 바로 옆에서 라티오가 말했다. 그녀 역시 검은 독기를 내뿜고 있는 상태로는 파라오의 관에서 떨어질 수 없는 듯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나마 전투가 멈춘 것 같다. 그녀로서는 가급적 주변의 파괴는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에르고와 그 관을 연결하는 것이 너의 목적이었기 때문인가?" 스승님이 묻는다. 힐끗, 청발의 연금술사는 스승을 쳐다보았다. "라티오(쿨드리스)가 이루고자 하는 것도 알 수 있겠지?" "얕보지 마라, 신대의 연금술사." 스승님이 날카롭게 되받아쳤다. "이 사건에서 가장 간단한 수수께끼가 그것이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아무리 변질하더라도 라티오라는 연금술사의 본질은 아틀라스원으로서 지극히 고지식했다. 그런 라티오가 친족의 피를 흘리면서까지 쫓는 쿨드리스의 와이더닛 같은 것, 하나밖에 없겠지. ——세계의 멸망을 회피할 수단을 위해, 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이 모두가 추구하는 끝. 초대 원장이 증명해 버린 멸망을 어떻게든 회피하려다, 모두가 절망의 끝에 무릎을 꿇었다. 확실히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궁극적일 것이다. "하지만 스승님, 그건."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 카르마그리프도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의 멸망을 회피하는 수단이, 간단히 세상의 멸망을 초래하는 수단으로 바뀌어 버리기 때문이다, 였지. 아아, 그 말대로겠지. 로드 멜루아스테아의 지적은 옳다. 하지만 그것은 동등한 수준의 지성을 가진 자들이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에?" "행성의 충돌을 피하는 수단은, 행성을 지구에 충돌시키는 수단으로도 전환할 수 있어. 그 자체는 옳고말고. 단, 전환하는 상대는, 원래의 행성 충돌을 회피하는 수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하겠지." "⋯⋯그건, 네, 그렇게 되겠죠."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즉시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누구도 전환할 수 없을 정도로 격절된 지성으로, 세계의 멸망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면 된다." 나는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대신 시온이 반응했다. "엘멜로이 2세! 그건 즉, 신을 먹은 에르고를 연산기로써 사용한다는 것인가!" "그래. 신이란 아직 인류가 대적할 수 없는 수준의 지성이다. 그렇다면 그 권능으로 연산한다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정도로는 도저히 전환할 수 없는 수단을 만들 수 있겠지." "뭐⋯⋯⋯" 옆에서 듣고 있던 쿼트의 말문이 막혔다(絶句する). 조제페도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서야(鳩が豆鉄砲でも食らった), 겨우 대답했다. "어이어이, 엘멜로이 2세. 아무리 그래도 터무니없어. 아무리 유능한 연산기라도 풀어야 할 문제가 없어. 세계의 멸망 같은 애매한 문제론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여기는,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다." 지적을 스승이 일축한다. "당시 아틀라스원의 연구를 망라한,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지. 즉, 대도서관과 에르고를 연결하면 당시의 연금술사들이 등록한 연구에 대해, 종합적으로 멸망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연산할 수 있다. 이 행위는 아마도 에르고의 몸으론 견딜 수 없겠지만, 그 또한 쿨드리스의 바람일거다. 왜냐하면, 한번 에르고를 다 써버리면 멸망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해지니까." "아⋯⋯!" 신을 한 번에 다 써버린다. 그것까지 포함해서 쿨드리스의 목적(와이더닛)이었던 것일까. 충격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어지럽게 변하는 상황을 따라갈 수 없어, 조제페와 쿼트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계장치의 새도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1 "내가, 젊은 주군을 관으로 데려온 것은, 쿨드리스에게 이용당했기 때문이라고 했지." "예." "⋯⋯⋯그 말은, 2300년 전부터, 내가 이용당하고 있었다고?" 끔찍하다고도 생각되는 질문에, 스승은 한 호흡만 침묵을 지켰다. "정확히는 조금 다릅니다. 당신과 신대의 쿠르드족은 서로를 속였죠. 그 결과로서, 3년 전에 에르고는 라티오의 수중에 넘어가지 않고, 해저를 표류하게 된 겁니다. 동시에 신대의 쿨드리스는, 언젠가 에르고가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실수가 있었더라도 만회할 수 있도록 해 둔걸 겁니다." 한 가지, 무언가 떠올랐다. 재현체의 프톨레마이오스를 기동시킨 것은 라티오였다. 왕의 재현체를 이용해서 대도서관의 중심부에 접근하는 것——자신이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관리부와 에르고를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있었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2 "그런 것이겠지, 라티오?" 라티오를 바라보며 스승이 물었다. 관을 쓰다듬으며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라티오(쿨드리스)의 기록에도 그렇게 되어있다, 아아, 그렇게까지 해체했다면, 엘멜로이 2세도 저항의 무의미함을 이해한 게 아닌가." "무의미함?" "라티오(쿨드리스)가 소망을 이루는 것이 같은 마술협회로서 시계탑에 있어도 옳을 텐데. 신설된 현대 마술과라 하더라도, 군주(로드)인 당신이 저항할 의미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실 카르마그리프도 같은 사고로 적으로 돌아섰는지도 모른다. 가치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마술사에게 있어, 연금술사에게 있어 분명한 가치가 있다. 실제로 조제페와 쿼트도 저항의 의사가 꺾인 것 같았다. 카르마그리프처럼 쉽사리 이쪽을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더는 라티오를 방해하기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스승님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3 "⋯⋯이전, 분할사고의 너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스승은 중얼거렸다. 시가를 끼고 있던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자색 연기가 나선형으로 흔들리며, 그 손가락 끝이 라티오를 향해 똑바로 향했다. "그 정도 일이, 어떻게 내 제자를 포기하는 이유가 되지?" 눈동자의 밑바닥에,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겁쟁이여도, 비굴해도, 자학적이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열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4 "잘 말했다, 엘멜로이 2세!" 외친 것은 뼈의 거인이었다. 탄겔이 장갑(装甲)을 두른다. 원래 견고했던 외골격의 위에, 더욱 두꺼운 뼈로 무장한다. 마치 현대의 복합장갑 같았다. 복수의 성질을 가진 장갑을 겹치는 것으로, 더 많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현대의 지혜를, 아틀라스원은 독자적인 방법으로 더욱 높이 끌어올린 것일까. "탄겔." "안 된다고, 라티오 아가씨." 제지하려는 라티오에게 탄겔은 이렇게 말한다. "이 선생은 절대 꺾이지 않아. 여기서 확실하게 처리해야 해." '쿵'하고 거체가 앞으로 기운다. 거대한 포신에 탄환이 장전되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렇다면 그 해방은 포탄인가. 충격파(소닉붐)까지 흩뿌리는 돌격(챠지)를 앞에 두고, 자신의 몸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탄겔의 어깨부터 건져 올리듯 손을 집어넣자, 뼈의 거인은 돌격의 기세 그대로, 아주 조금 빗겨나갔다. 파수꾼을 던져버렸을 때 흉내 냈던 린의 무술을, 다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파수꾼의 때처럼 벽에 부딪히게 할 수는 없었다. 빙글빙글 몸을 돌린 뼈의 거인은 그 발로 수정의 벽에 착지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력이 반전된 듯, 백 수십 킬로가 가볍게 넘을 거체는 벽에 붙어 있는 그대로였다. 탄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 것도 할 수 있었구나, 회색 아가씨."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 된 것이다. 불과 몇 주 전, 자신과 에르고는 라티오와 탄겔에게 패배했다. 지금이라면 어떨까. 자신의 기술과 육체는, 아틀라스원의 기술의 정수인 이 거인을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좋은걸. 회색 아가씨." 왜인지, 거인의 목소리는 몹시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부럽구만. 너도, 에르고도." "탄겔 씨." 참을 수 없어서, 이름을 불러버렸다.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85 그리고, 스승이 라티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들어야 할 게 남았다, 라티오." "호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완전히 가동시 에너지는 어디서 가져올 셈이지." "에너지?" "마술은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신비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야. 아무리 속여넘겨도, 등가교환이 한계다. 오히려 단 한 알의 금을 만들기 위해 그 만 배의 자금을 필요로 하는 낭비의 극치야말로 마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승님이 말하는 것은,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예외지만⋯⋯⋯⋯ 그것에도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에르고나 바이뤄롱이 강대한 권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토지에 강대한 영맥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마술 조직이라면 영맥 등을 사용하겠지. 하지만, 아틀라스원은 거의 마력을 사용하지 않아. 설령 신대의 것이라 해도, 그 원리는 동일할 것이다. 물론 현대 과학보다 훨씬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기술이 있으니, 도서관이나 파수꾼의 유지에는 문제가 없겠지. 하지만 2천 년의 시간을 거쳐 축적된 연금술사들의 연구에 전부 결론을 내려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규모의 항시적인 에너지원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거의 틀림없이,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연결되어 있는 자원이 있을 거다." "과연, 그에 짐작 가는 것이 있다고." "⋯⋯있다." 스승의 눈빛이, 그 색을 더욱 짙게 물들였다. "⋯⋯해저화산이다." 갑자기 이상한 단어가 나와서 당황했다. "스승님, 그것은⋯⋯⋯" "지중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해저화산이 여럿 있다. 이제부터, 라티오는 그 화산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최후의 연산을 이루려는 게 아닌가." "미안하지만, 착각이다." 라티오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몇 초 늦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바닥이 작게 흔들렸다. 작지만 길게 이어지는, 불길한 진동이었다. "방금 건――" "이제부터가 아니다. 이미 그 명령은 내렸다. 지금부터 27분 56초 후에, 알렉산드리아 해저의 화산이 분화한다." 마치 수식의 결론을 고하듯, 라티오는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6 알렉산드리아 해저에, 유적은 2천 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남아있었다. 신대의 아틀라스원의 기술은 그만큼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지상의 왕조가 몇 번이나 바뀌고, 한때 수도로 번영을 누렸던 알렉산드리아의 대부분이 바다에 가라앉아도 이미 해저에 있던 유적은 무엇 하나 옮길 것이 없었다. 시간의 흐름에 잊힌 듯,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빛도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미수(微睡)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 달랐다. 최초의 이변은 지극히 작았다. 거품이었다. 하나. 둘. 거품이, 떠오른다. 하나. 둘. 셋. 이윽고, 숫자가 늘어난다. 열, 스물, 백, 이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거품이 유적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조금 뒤늦게 진동이 일어났다. 작게나마 오래 지속되는, 불길한 진동이었다. 마치 유적의 모습을 한 괴물이, 2천 년의 시간을 거쳐 깨어난 듯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7 검은 독기 속에서도 에르고는 냉정했다. 청년의 시각으로도 연기의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환수를 뻗어도 안개의 바깥쪽에는 닿지 않았다. 독기에 휩쓸렸을 때를 생각하면 반경 2미터도 안 될 텐데, 아마도 독기의 안과 밖은 공간적으로 단절된 것 같다. 아무래도 시공 거품과 비슷한 성질인 것 같다고,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결된 것이 있었다. 그 연결고리에 의지해 청년은 마음으로 외쳤다. '시온 씨.' [네, 들립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청년을 구속하고 고문하기 위한 에테라이트였다. 그것이, 지금은 이렇게나 든든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단 한 가닥의 실이, 자신을 고무한다. 깊은 미궁에서 영웅(테세우스)을 구출해냈다는 아리아드네의 실과도 같았다. [엘멜로이 2세와 라티오의 이야기는 전해졌습니까.] '네.' 라고 긍정을 돌려준다. 시온의 에테라이트가, 외부의 상황도 순차적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라티오의 표변. 그 진실. 에르고가 파라오의 관을 열게 한 의미를, 지금의 청년은 알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8 [그 독기가, 당신을 격절하는 동시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당신을 연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온의 사념이 분석한 상황을 보고했다. 에르고의 감각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에 간섭해서 연결을 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건,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니요.' 에르고는 부정했다. '방금의 해저 화산의 이야기를 보면, 여기서 제가 단순히 연결을 끊는 것은 상책이 아니에요. 저와 시온 씨가 해야 할 일은, 분명 그 역입니다.' [역?] 시온의 사념이 되묻고, 그 순간 대답도 전해지고 있었다. 이심전심이란 그야말로 지금을 뜻하는 것이겠지. [알겠습니다. 서포트하겠습니다.]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시온은 결단했다. '시온.' [뭔가요. 당분간 분할사고의 두 개를 분석에 돌릴 테니, 크게 잡담은 할 수 없어요. 당신도 고속 사고를 따라오는 것 같지만, 외계의 10분의 1 정도의 시간은 소비하니까요.] 다소 초조한 듯한 사념에, 에르고는 그만 미소 짓고 말았다. '고마워요.' [뭐, 뭐죠 그건.] 당황한 시온이, 역시나 금세 청년의 의도를 알아차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89 전해지고 있다는 신뢰감과 함께 에르고는 중얼거렸다. '저는 어쩌면 제가 누군가의 환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요모츠헤구이(ヨモツへグイ)의 이야기를, 엘멜로이 2세로부터 처음 들었다. 황천의 나라에만 존재하는 음식(요모츠헤구이). 입에 넣으면 명계의 주민이 된다고 하는 그것과 신의 조각은 비슷한 것이 아니냐고, 2세는 처음부터 도달해 있었다. 결과로써, 소생 전의 인물은 상정 외였지만,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누구든 큰 차이는 없었던 것이다. 아니, 없을 셈이었다가 옳을까. '알렉산드로스 4세, 인가.' 이상해져 버린다. 그러면서, 묘한 납득감도 있었다. 이 육체의 이름. 이 얼굴과 손가락의 이름. 그렇게까지 엘멜로이 2세가 추구했던, 이스칸달로 연결되는 이름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이상하게도 에르고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는, 누구인 건가요] 그때, 에르고는 엘멜로이 2세에게 물었다. 그리고, 조금 전의 라티오가 마침내 대답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것, 이라고 부를까] 였던 것. 거기까지 포함한 대답이, 에르고의 밑바닥에, 쿵 하고 자리를 잡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0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솔직하게 말했다. 시온의 대답은 조금 늦어졌다. [이번에는 무슨 의미인가요?] '그야, 어떻게 해도 숨길 수 없으니까'. 에르고의 대답에 시온의 사념에는 황당함과 슬픔이 반씩 섞인 듯한 색채가 묻어났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1 [저는, 더 심합니다] '에?' [로드 멜루아스테아 지적은 그 말대롭니다. 완전히 옳은 겁니다. 저는 타인의 기억을 착취하는 투명체로, 그 추악함을 깨닫지 못하고, 계속 착취하고 싶은 충동을 거스르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분명, 에테라이트의 역류겠지. 그 말이, 얼마나 그녀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았는지, 청년은 알았다. 이런 식으로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한계 이상의 기력을 발휘하는 것인지, 싫은 정도로 깨달아버린다. [⋯⋯⋯⋯⋯하지만, 시온은 강해.] 세련된 표현은,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분명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네가 착취해나가는 투명체라고 한다면, 분명히 이 고동의 수도 틀리지 않았을 테니까(きっとこの鼓動の数だって間違 えないだろうから). [강해?] '그야, 틀렸다 해도, 여기까지 달려왔잖아.' [그건, 방금 말했듯이, 자신의 추악함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계기가 무엇이든, 달려온 길에는, 분명 의미가 있을 거야.'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嘘はつかない). 거짓은 말할 수 없다(嘘をつけない). 그렇기에, 시온도 조용히 들어주었다. '그렇게 하얗던 나는 이제 없지만, 얻은 것들로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반드시 이 여정에 나는 가슴을 펴야 해.' 만나온 사람들이, 싸워온 상대가, 이 마음에 깃들어 있다. 그것마저, 언젠가 잊어버린다고 하더라도. '그야 그러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해. 나는 다른 누구에게 져도 상관없지만, 여기서 가슴을 펼 수 없는, 약한 나만큼은 질색이야.'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부끄러움조차, 드러내자.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비참함도, 숨기는 건 그만두자. '나는, 시온처럼, 그런데도 달릴 수 있는 나로 있고 싶어.' [⋯⋯당신은] 그 이상의, 사념의 교환은 없었다. 다만 잔잔한 따뜻함만이, 바닥에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2 '⋯⋯⋯⋯' 의식을, 잠입한다. 시온의 실을 정신으로 느껴가며, 독기 너머로 잠행한다. 파라오의 관에 숨어 있는 것을, 잡으려고 한다. 그때, "윽⋯⋯!" 에르고의 등 뒤에서 세 쌍 여섯 개의 환수가 끌려 나왔다. 청년의 의사가 아니었다. 독기 밑바닥에 잠들어 있는 무언가가 청년의 환수를—— 그 안에 잠들어 있는 권능(힘)을, 무리하게 흔들어 깨운 것이다. '이건⋯⋯' "에르고⋯⋯!" 연결되어 있어야 할 소녀가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시온!' 환수를 뻗어도 더 이상 닿지 않았다. 그 대신에 살이 벗겨졌다. 뼈에서 살이 뚝뚝 떨어져 나간 것이다. '으⋯⋯윽!'.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이었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최후의 사서 중 하나였던 히파티아는, 굴 껍데기로 살아있는 채 살을 조금씩 뼈에서 긁어냈다고 하는데, 그에 버금가는 고통이 청년을 괴롭히고 있었다. 멸망을 회피하기 위한 연산이 시작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3 에르고는 어둠 속에서 계속 낙하하고 있었다. 낙하란 즉, 온몸의 살이 벗겨지는 공정이었다. 얼굴에 부딪히는 거센 바람, 팔다리에 가해지는 가혹한 압력이, 청년의 살을 조금씩 뼈에서 벗겨내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선혈이 거세게 쏟아지고, 신경이 울부짖으며, 내부의 뼈마저 깎여 나갔다. 아니. 에르고는 벗겨지고 있는 것이 자기 내면의 다른 무언가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영혼이라고 이름 붙여진 무언가. 그럴 때마다, 다른 것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유일, 아니 세 쌍 여섯 개(三対六本)만 무사한 에르고의 환수에서. 이전 엘멜로이 2세는 에르고의 환수의 특징은 그 자체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센서인 점이라고, 갈파(喝破)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정확히 같은 현상이었다. 환수를 통해 무수한 계산과 무한한 수식이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하나하나를 에르고는 의식하지 않는다. 다만 터무니없는 양의 연구가 쏟아져 들어올 뿐이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라는 예지의 결정이, 그런데도 해결하지 못한 한탄과 분노를, 에르고에게 쏟아붓는다. 그 모든 것이, 인류의 멸망과 직결되는 연구였다. 지표면이 빙하에 가라앉는 미래가 있었다. 지표면이 온난화로 불타버리는 미래가 있었다. 연쇄적인 화산 분화로 인해, 양쪽이 모두 일어나는 미래가 있었다. 거대한 운석의 격돌로 인해, 공룡의 전철을 밟는 미래가 있었다. 치차성 역병의 유행으로 인해, 누구나 목숨을 잃게 되는 미래가 있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모든 생물이 죽어가고(蝕まれ), 결국 인류도 뒤따르는 미래가 있었다. 핵병기와 생물병기의 남용으로 자멸하는 미래도, 인공지능과 나노기술의 폭주로 멸망하는 미래도, 지구 외 생명체에 의해 살육당하는 미래도, 은하계의 감마선 폭발로 전자기기의 인프라와 유전자에 치명적인 결손을 입히는 미래도 있었다. 아무런 원인도 없이, 그저 인류가 퇴화해 가는 미래도 있었다. 지금의 에르고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무수한 멸망이 있었다. '이런 멸망의 모든 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정말로, 그런 게 있는 건가. 생각하는 사이에도 에르고는 해체되어 간다. 신의 육체를 몇 조각으로 쪼개어 다른 무언가를 구축하는 작업. 단 한 번뿐인, 최종 연산기. 그런 것으로, 에르고를 재구축해 버린다. '⋯⋯젠장.' 저항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직, 에르고는 납득하지 않았다. 신을 먹은 것에 대해서도, 신의 굶주림을 품게 된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을, 겨우 얻었는데. 자신은, 그 누나와 그 선생님이 좋아서,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을, 겨우 알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때, 들렸다. 자신과 같은 정도로 고통스러운 것 같은, 같은 정도로 분한 것 같은 목소리가. "——지금부터, 나는, 신을 묻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4 제자들과 의붓동생에게 보호받으며, 엘멜로이 2세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극심한 굴욕감이 온몸을 달구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이 감각에 익숙해진 적이 없었다. 지키는 자와 지켜지는 자가 뒤바뀌어 버렸다. 아무리 마술사가 상식적인 윤리와는 거리가 먼 존재라지만, 이게 굴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진 패로밖에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엘멜로이 2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무리 후회하고 괴로워해도, 자신의 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시키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5 격전이 벌어지는 동안 두 연금술사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제페와 쿼트였다. "⋯⋯이건." "⋯⋯우리들은." 각각 신음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어느 쪽의 편을 들 수도 없었다. 라티오——지금은 라티오였던 것의 주장은, 지극히 옳은 것이다. 적어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기록되어 있는 만큼, 연금술사들의 고뇌는 구원받을 수 있다. 해저 화산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도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희미하게 전해지는 진동의, P파 파형으로 보아도 인근의 해저 화산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급격한 변화가 정상적인 자연 현상일 리가 없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사고조차 할 수 없었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들은, 그들의 본령인 사고마저 빼앗긴 채 그저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6 가장 먼저 다가간 것은, 웅크리고 있는 연금술사들이었다. "조제페 씨, 쿼트 씨" "하하, 하하하, 뭔가요, 군주(로드)." "⋯⋯너." 각각의 반응을, 연금술사들이 돌려준다. 갑자기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뿌리째 빼앗긴 예술가들 같았다. "고민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는 채겠죠. 저에게, 당신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속삭임에, 두 연금술사의 눈빛이 조금은 빛을 되찾는다. 다음으로 세상은 또 한 명의 어린 연금술사에게 말을 건넸다. "시온. 아직 에르고와 에테라이트로 연결되어 있나.""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쪽의 목소리도 들릴 거라 생각합니다만, 더 이상 제가 관리부에 간섭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한번 도전을⋯⋯" "아니, 그건 됐어." 라고, 2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대신에, 한 가지 더 부탁할 게 있다. 내 기억에서, 어떤 술식을 빼주지 않겠나." 시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상관은 없습니다만. 조금 전의 에테라이트의 때와는 달리, 일방통행이 아니라면, 당신의 기억에서 더 여분의 것을 빼낼지도 모르는데요." "너를 믿을 수밖에 없겠지." 2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는 정해져 있었다.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기계장치의 새는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단락(쇼트)라도 일으켜서, 작동을 멈춘 것처럼도 보였다. "당신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군주(로드)." "뭐든 할 수 있다고, 그 녀석이라면 말하겠죠." 악연히, 새는 군주(로드)를 올려다보았다. 뛰어난 목소리로, 마치 울면서 웃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지. 그 녀석이라면 그렇게 말하겠지." 작게, 2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은 확실한 것이었다. "기억을 잃은 아픔에 대해, 저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알렉산드로스 4세를 왜 자신이 되살리려 했는가, 그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스럽겠죠. 하지만 지금이라면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와이더닛을.." "너⋯⋯" 잠시 기계장치의 새는 말을 멈췄다. "혹시, 내 동기도 짐작하고 있나." "상상일 뿐입니다. 당신이 납득하기에는 부족할 겁니다. 아마 당신에게 부탁하는 것은 그걸 위한 행위가 되겠죠." "좋다. 무엇을 하면 되겠나." "시온에게 들어주시죠. 제가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7 "시온에게 들어주시죠. 제가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니까." 걸어간다. 이번에는, 혼자서. 관리부 전체가 떨리는 격렬한 전투가 한창이었지만, 그것과는 다른, 땅 밑에서——바다 밑에서 울려 퍼지는 진동을, II세의 감각은 파악하고 있었다. 해저화산. 검은 독기를 향해, 소리쳤다. "듣고 있나, 에르고!" 이 얼마나 한심한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군주(로드) 따위, 의미가 있는가. 저기서 싸우고 있는 군주(로드)는, 자랑스러운 제자 두 명을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데.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쥔다. 그럼에도, 이 여행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인 거다. "——지금부터, 나는, 신을 묻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8 목을 천천히 조여오는 듯한 기분을 견디고 있는 중, 등 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선, 이번의 신은 너에게 먹힌 신이 아니야." 스승님의, 신을 묻는 말이었다. "파라오의 관 안에 있고, 너를 최종 연산기로 삼기 위해, 그 안에 계속 숨겨져 있던 신체(간타이)다. 이 기운을 포함해, 잠자는 신의 권능(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신은 너에게 먹힌 세 위의 신 중, 두 번째 위의 신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 그 사구전신도 아틀라스원——고대의 실험에 참여한 쿨드리스의 연금술사에 의해 공출된 것이니까." "읏⋯⋯.." 라티오의 표정에 순간 흔들림이 생겼다. / "무엇을 하려는 거지, 엘멜로이 2세." "안 돼요. 절대로 스승님께는 보내지 않습니다." 파성추에 마력을 흘려보내면서 자신은 선언했다. 신기했다. 예전에 라티오와 스승의 신에 대한 물음을 들었을 때는, 함께 무시키와 싸웠던 것이다. 그녀의 미래시를 통해, 선인의 폭력을 간신히 이겨냈다. 그 재앙의 화신 같은 여자에게서, 라티오의 연산만이 내 몸을 구해 주었다. 지금은 그 반대. 라티오의 미래시에, 우리들이 견뎌내야 한다. "이전의 정보에 따르면, 쿨드리스의 연금술사가 공출한 신체(간타이)는 복수의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인자가 발현될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말하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뜻이다. 어째서냐면, 최종적으로 이 관에 도달하면 유리한 부분만 남길 수 있으니까. 그러한 신을 이 파라오의 관에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은!" 탄겔의 돌진(体当たり)에 맞춰 라티오의 뼈 검이 쭉 뻗었다. 십 미터 정도를,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며 스승의 목을 향해 달린다. 파성추로 그 검을 붙잡고, 탄겔의 돌진에 대비해, 발을 딛었다. 동시에 외쳤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99 카르마그리프는 결코 학생들을 얕보지 않았다. 린도 루비아도, 그 자질만 본다면 시계탑에서도 톱 클래스에 든다고, 몸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순간만 그 주의가 흐트러졌다. "즉, 파라오의 관에 잠든 신에는, 두 가지 권능이 필요하다." 엘멜로이 2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나는 신을 절개하기 위한 기능. 다른 하나는 최종 연산기로서의 기능. 하나씩이라면 몰라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는 신은 그리 많지 않다. 두 번째 위의 신과 인연이 깊다면 더더욱 그렇다." "잠깐, 이 상황에서, 심신자(審神者, 사니와)를 맡는다고——" 동요는 찰나뿐. 말투는 장난스럽지만(言葉面こそふざけていても), 완벽한 구축과 함께 보석을 손가락에 끼워 넣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0 "연산이라고 하면 이집트에서는 지혜의 신 토트가 필두로 선다. 또는 그의 아내이자, 측량과 서기를 관장했던 세샤트도 조건을 충족하겠지. 그러나 어느 쪽도 신의 기능을 절개하는 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것은 미라에 가까운 권능이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기 위해 사체를 잘라냈다. 그들에게 사체란 다음 생을 위해 절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이것은 너의 '손'과 비슷하지. 의사가 인체를 자르는 것은 나이프를 든 손이고, 어린아이가 계산할 때도 손가락을 접는 것이니까⋯⋯" 엘멜로이 2세의 강의가 울려 퍼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1 그리고, 어둠 속에서 엘멜로이 2세의 말이 울려 퍼진다. "이 신은 전쟁의 신 세트와 짝을 이루는 신이자, 그에게 죽임을 당한 신이다. 과거의 왕이며, 현재는 세트에게 왕권을 빼앗긴 자, 그리고 미래에는 최후의 왕신인 호루스에게 넘겨주는 신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가지 측면을 가진 것으로, 이 세 위는 마술의 신 헤카테와도 비슷한 관계다. 혹은 동양의 아수라나, 후에 일신교의 해석으로 사용된 삼위일체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그 말 하나하나가 지금 내 마음에 스며든다. "그리고 생과 사의 신이다. 식물의 신이지만, 동생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신을 무로 돌리는 명계의 신이 되었다. 동시에 나일강의 물을 관장하며,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토트의 예지를 부여해 구원한 생명의 신이기도 하다. 쿨드리스가 세상의 멸망을 피하기 위한 연산기로 생각한 것도 적절하겠지. 더 나아가자면, 이 신은 최초로 미라가 된 신이기도 하다. 파라오의 관으로 위장해 잠들게 한 것도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서고가 수목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이 신의 영향일지도 모른다고, 청년은 어렴풋이 생각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2 새로운 연산이 성립되어 간다. 에르고의 육체가 복원되어 간다. 청년의 손에는 거대한 잔이 들려 있었다. "심신자(審神者)로서 엘멜로이 2세가 신의 이름을 소상(審らか)한다." 청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전신 세트를 자각했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에르고, 네가 접속한 신의 이름은——" "그만둬! 탄겔, 저걸 멈춰!" 소리를 지르며 라티오가 움직였다. 한계까지 효율화된 동작은 무술의 축지와 흡사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3 청년의 앞에, 그것은 서 있었다. 확실히, 낯이 익었다. 모래폭풍 속에서 만났던 신과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구전신 세트에게 죽임을 당한 신들 중, 가장 유명한 형제 신. 태양신 라의 왕권을 이어받아, 이집트 신화에서 오랫동안 주신의 자리에 있었던 존재. "오시리스⋯!" 명계의 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4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이유로, 린은 맹렬히 뒤를 돌아보았다. 주문이었다. "닫아라 (채워라)." 그녀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주문이 관리부에 메아리친 것이다. 조제페와 쿼트가 바닥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곳에서 수정이 변질하고 있었다. 혹은 열로, 혹은 용해로, 변질한 곳에 그들의 피부를 새로이 쏟아부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버린다. 피부야말로, 그들의 연산기였다. 평면형의 컴퓨터 같은 것이다. 그들이 만지는 것은 순식간에 연산기로 변화한다. 그리고 지금 만들어진 형상의 중심에는, 기계장치의 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되었다." 새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바로 옆에서, 시온이 이리 속삭였다.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닫아라 (채워라). 반복할 때마다 다섯 번. 그저 채워지는 때를 파각(破却)하라." 빛이 분출한다. 천장의 붉은 화톳불을 누르며, 섬광의 선풍이 불어온다. 라이네스의 월령수액(볼루먼 하이드라저럼)과 싸우고 있던 라티오가, 눈을 크게 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5 "시온 엘트남, 그건!" "엘멜로이 2세로부터 술식을 빌렸습니다." 그것은, 아틀라스원의 기술이 아니다. 본래 연금술사인 시온이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술식은 필요한 만큼의 마력만 유도할 수 있다면, 그녀 또한 다룰 수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제대로 된 암시조차 사용할 수 없었던 시절의 엘멜로이 2세——제4차 성배전쟁의 웨이버 벨벳조차도 사용할 수 있었던 술식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6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신을 불러낼 수 있는 장소라면, 유사한 술식이 성립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당신이 해저 화산을 여기(励起)시켰으니, 영맥 또한 이 이상 없을 레벨로 들뜨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이상 없을 촉매까지 둘이나 준비된 겁니다. 술식 자체는 즉흥이지만, 이 정도의 조건이 갖춰지면 성립하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7 두 가지의 촉매. 하나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다른 하나는, 아, 이건 틀림없이——기계장치의 새(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인. "하지만, 제3마법을 이용한 대성배의 모방만은 불가능⋯⋯" 말끝을 흐리던 라티오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런가! 너희들, 최종 연산기를 사용했군!" 암흑 속에서, 새로운 빛이 탄생하는 것을 에르고는 보았다. 수많은 빛의 알갱이들이 모여, 마치 성운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빛의 알갱이 하나하나가 지식이었고, 수식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청년을 먹어 치우려던 무수한 수식들과는 달랐다. '⋯⋯그래, 이건 시온의.' 시온이 보낸 데이터에서,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검색한 결과였다. 빛 하나하나에서 작은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곧 큰 나무로 성장했다. 싱그러운 가지의 사이에 황금의 잔이 끼어 있었다. '⋯⋯아아, 이건.' 일시적인 것임을, 에르고는 알 수 있었다. 극동에서 벌어진 성배전쟁의 이야기는, 청년도 여러 번 들었다. 그 전쟁에서 소환된 서번트는, 지극히 특이한 존재다. 예외 중의 예외인 신비——제3마법의 기적으로만 성립된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신의 권능에 의한 연산으로 아주 일시적인 모방은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원형이 된 결전술식에 더 가깝다—— '⋯⋯이것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지혜?' 에르고는 알 수 없었다. 본인의 기억과, 도서관의 지혜는 더 이상 구분이 되지 않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8 "고한다." 시온은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몸은 내 아래에, 내 명운은 그대의 검에. 성배의 의지에 따라 이 뜻, 이 이치를 따른다면 응하라." 방대한 마력이 공급되고 있다. 방대한 연산이 힘을 보태고 있다. 본래, 수십 년에 한 번, 극동의 어느 대의식에서만 성립하는 초발급의 술식이, 지금, 이 순간에만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출현한다. "맹세를 이곳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누르는 자." 거기까지 읊조렸을 때, 시온의 눈이 움직였다. 접근하지 못하도록 에테라이트의 결계를 쳐 놓았는데, 누군가 그 결계를 뚫고 들어온 것이다.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로." 카르마그리프가 단궁을 당기고 있었다. 두려운 것은 군주(로드)의 혜안. 순식간에 린의 마술의 성질을 간파하고, 카운터를 당하지 않도록 여기까지 접근한 것이다. 더욱이, 돌고 도는 다섯 별이 발동할 수 없는 초지근거리(超至近距離)에서의 마술 사격. "아뇨, 선생님" 하지만, 또 한 사람이 가로막았다. 루비아도 역시 우회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돌고 도는 다섯 별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 움직이지 못한 린을 대신해, 그녀는 스승을 따라, 왼손에 두 개의 보석을 움켜쥐고 있었다. "Call grace(은혜여, 깨어나라!)!" 보석을 점화한다. "Call grace(은혜여, 깨어나라)! Squared(상승相乘)!" 더욱 보석을 점화한다. 금주로 여겨지는 상승으로 '강화'를 더욱 부스트한다. "무⋯⋯슨! 과연 카르마그리프조차, 숨을 헐떡였다. 초근거리 마술 사격에 대항하는, 초근거리 마술 타격. 한계를 넘어선 속도로, 교차법처럼(交差法気味に) 점프슈트를 입은 신체가 허공을 가른다. 마술의 화살에 금발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빼앗기면서, 너무도 강렬한 플라잉 니킥이 카르마그리프의 목에 작렬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09 새로운 연산이 성립되어 간다. 에르고의 육체가 복원되어 간다. 청년의 손에는 거대한 잔이 들려 있었다. "심신자(審神者)로서 엘멜로이 2세가 신의 이름을 소상(審らか)한다." 청년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전신 세트를 자각했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에르고, 네가 접속한 신의 이름은——" "그만둬! 탄겔, 저걸 멈춰!" 소리를 지르며 라티오가 움직였다. 한계까지 효율화된 동작은 무술의 축지와 흡사하다. (중략)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칠천," 그리고 시온 역시 최후 주문을 외쳤다.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청년의 앞에, 그것은 서 있었다. 확실히, 낯이 익었다. 모래폭풍 속에서 만났던 신과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구전신 세트에게 죽임을 당한 신들 중, 가장 유명한 형제 신. 태양신 라의 왕권을 이어받아, 이집트 신화에서 오랫동안 주신의 자리에 있었던 존재. "오시리스⋯!" 명계의 신.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이 신은 에르고가 먹은 신이 아니라, 지금 연결되어 있을 뿐인 신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맥박치는 신과 달리, 말을 걸거나 할 수는 없다. 그저 그곳에 아직 존재할 뿐인 기능의 잔재다. 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만들기 위해 남겨진 권능의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이것뿐이라고.' 남은 파편만으로는 에르고가 먹어 치운 신의 세 위를 전부 되돌릴 수 없다. 쿨드리스에게 필요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최종 연산기로서 청년을 조정하는 기능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산기로서의 기능을 이용할 수는 있다. 연결되어 있는 이상 유도할 수는 있다. 시온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수식을, 그 신에게로 인도할 수 있다. "맹세를 이곳에. 나는 영원히 모든 선을 이루는 자, 나는 영원히 모든 악을 누르는 자." 에르고 역시, 그 주문을 외운다. 마력을 돌린다. 손에 든 잔에, 모든 마력을 쏟아붓는다. "그대 삼대 언령을 두른 칠천," 그리고 에르고 역시 마지막 주문을 외쳤다. "억지의 고리로부터 오라, 천칭의 수호자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0 어둠을, 빛이 몰아냈다. 강렬한 섬광이, 역류했다. 물리적인 것이 아닌, 영적으로 감각 자체를 불태우는 거대한 마력(빛)이었다. 마력은 그대로 엮여 인간형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경계 기록대(고스트 라이너) ⋯⋯" 속삭인 것은 조제페였다. 그와 쿼트가 만들어낸 마법원 안에 새로운 형체가 생겨나고 있었다. 근골이 건장한, 백발에 흰 수염을 멋지게 기른 노인이었다. 늙음으로 인해 쇠약해지기는커녕, 하루하루 그 경험을 육체에 새겨 넣은 듯했다. 눈꺼풀을 감고 검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별과 같은 의장이 새겨진 외투를 입은 모습은 마치 밤하늘을 의복에 비춘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깨에는 기계장치의 새를 올려놓고 있었다. 주름투성이의 손이 조용히 들어 올려졌다. 남아있던 검은 기운이 그것만으로 사라지고, 적발의 청년이 나타났다. "에르고!" 시온이 달려왔다. "다녀왔어⋯ 시온." 미약하게, 에르고가 웃었다. 방금의 방대한 마력을 영맥에서 유도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의 권능(힘)을 휘둘렀을 때 이상으로, 청년은 쇠약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에게, "너희들이, 나의 마스터인가." 노인이 속삭였다. 천천히, 호박색 눈이 떠졌다. "내 이름은, 프톨레마이오스일지니⋯⋯!"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1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싸우고 있던 라티오도 탄겔도, 린도 루비아도, 시온도, 조제페도, 쿼트도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아무래도, 잘 된 것 같군." 머리를 흔들며 스승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둬." 마른 목소리로, 라티오가 말했다.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에르고를 관에 돌려보내. 그래면 아직 연산을 계속할 수 있어." "아니요, 체크메이트입니다." 바닥을 구른 카르마그리프가 말했다. 루비아의 최후의 일격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는지, 일어서기도 귀찮다는 듯이 한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이건 이제 안 돼요. 끝난 겁니다, 쿨드리스.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시큐리티 키가 뭔지 잊었습니까." 어느새 프톨레마이오스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그 페이지의 문자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속도로 바뀌어갔다. 마치 컴퓨터의 화면처럼. "지금, 나는,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과 하나가 되어 있다. 엄숙한 목소리로 프톨레마이오스가 말했다. "그렇게 좌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참 신기한 기분이군." 이번에는 어깨에 얹힌 기계장치의 새의 것이었다. 두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금 동기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또한, 아틀라스원의 분할사고와 비슷한 존재 방식이었다. 책을 탁 닫았다. 관리부에 청량한 빛이 들어왔다. 투명해진 천장 너머로, 해저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량의 거품이 바닷속을 타고 올라오지만, 그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해저 화산은 휴면하도록 간섭했다. 이 단계라면 일단은 늦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나의 유지 시간도 줄어들지만, 상관없겠지." 그리고는 푸른 해저를 올려다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2 "그런가⋯⋯나의 동기는⋯⋯그런 것이었나⋯⋯" "프톨레마이오스 씨⋯⋯" 이쪽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엘멜로이 2세가 말한 대로였다. 이런 바보 같은 동기, 자신의 기억을 되찾지 않으면 납득할 수 없겠지." "스승님은, 어째서." "정해져 있지." 왜인지, 그때 스승님의 목소리는 너무도 부드러웠다.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누군가에게, 지금이라면 조금이라도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그런 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알렉산드로스 4세는 책으로부터 격리되었다. 하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로 언어에 재능이 뛰어났지." 슬프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왕자의,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재능. "⋯⋯그렇다면, 당신은, 그런 알렉산드로스 4세가 아무리 책을 읽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도서관을 마련하고 싶었던겁니다. 그게 다였던 게 아닙니까?" "아⋯⋯" 웅크리고 있던 에르고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스승이 간파한 와이더닛. 그것은 얼마나 바보 같은 동기였을까. 바보 같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3 "당신은 우리보다 더 잔혹한 시대를 살아왔다. 아니, 우리 시대에도 잔혹한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당신의 시대는 잔혹함이 더욱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빛을 봐야 할 재능이 발휘되지 못한 것에 대해, 더 강한 슬픔을 느끼게 된 것이겠지.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이스칸달이 도달했어야 할 끝을 상상하며, 알렉산드로스 로망스를 이야기했던 것처럼." 알렉산드로스 로망스. 이곳에 오기 전에, 스승님과 카르마그리프가 이야기하던 것이 생각났다. 실제 역사와는 동떨어져 있을 정도로, 사랑받은 영웅의 이야기. 프톨레마이오스가 다시 한번 에르고를 내려다보았다. "당신의 재능을 아깝게 여겼다. 나는 이 세계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글과 기록을 수집했지만, 끝내 그 독자를 얻지 못했지." '⋯⋯아아.' 그것은 분명 프톨레마이오스이기에 느끼는 고뇌였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잘못으로, 그런 재능을 꺾어버렸다면, 그것은 비할 데 없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에르고가 시선을 들었다. "그러면, 저는 알렉산드로스 4세인가요." "아니. 죽어가는 젊은 주군에게, 나와 세 명의 마술사가 신을 먹였다. 하지만 기억의 포화에 따라, 그 자의식이 신도, 과거의 젊은 주군도 아닌——말하자면 다시 태어난 상태가 될 것은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의 당신은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닐 것이다(誰でもあり、誰でもない)."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니다⋯⋯" 따라 말하면서 에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에르고라는 이름은?" "그건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실험의 이름일 뿐. 소환에서 주어진 현대의 지식에 따라 말하자면, 프로젝트 에르고라고 불러야 할까." 프로젝트 에르고.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그 이름은 묘하게 귀에 익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4 "가도 좋다. 폐관이 시작된 이상, 이곳은 오래 가지 못해." 방금 전과는 다른 진동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을 뒤흔들었다. 마치, 긴 꿈에서 깨어나는 듯한 진동이었다. "이 유적은 없어져 버리는 건가요." "그저, 잠시의 폐관이다." 노왕은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다시, 걸맞는 인간이 오면 다시 열리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고, 그보다 멸망의 쪽이 먼저 올지도 모르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5 "자, 돌아갈 길을 준비하지." 바람결에 휘날리듯, 외투가 흔들렸다. 노인의 흰 손이 드러난다. 파라오의 관 바로 옆에서 무지개색의 거품이 생겨났다. 시공 거품이었다. 떼 지어 모여든 수많은 거품이,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은 새로운 '문'을 만드는 것을 보며 스승이 문득 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6 이윽고, 시공 거품에서 전혀 다른 공간이 열렸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외주부에서 기다리는, 잠항정으로 향하는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젊은 주군에 관해 묻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도 최저한의 것은 여기에 적어 두었다. 젊은 주군이라면 읽을 수 있겠지만, 너에게 전해주마." 노왕은, 수정을 스승에게 쥐여주었다. 안쪽에서 보라색 빛이 명멸하는 수정이었다. 그 수정을 손수건으로 깔끔하게 싸서 주머니에 넣은 후, 스승은 이쪽으로 돌아섰다. "그럼, 시온에게 라티오를 구속시키고, 로그들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7 "아무튼간에, 이걸로 작별입니다. 더 이상 만날 일은 없겠지만, 건강히." "시온 씨." 발걸음을 돌리려는 소녀의 어깨에 목소리가 걸렸다. 에르고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분명, 다시 만나요." 한동안 손을 바라보다가, 어린 소녀는 의아한 듯이 대답했다. "그런 약속, 어떻게 보증할 수 있나요? 더군다나 저나 당신 같은 인간이?" "아니, 그⋯⋯" 말끝을 흐리는 청년에게, 시온이 표정을 바꾼다. 아직 익숙지 않은――하지만, 빛나는 미소로. "그래도, 약속하죠. 저는 절대로 잊지 않으니까, 분명, 다시." 그렇게 말하며, 청년의 손을 강하게 잡아준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8 그때 배의 사다리에서, 두꺼운 안경을 쓴 여성이 내려왔다. "카르마그리프님, 슬슬 출항인데요ー" 조수인 티카가 태양을 손으로 가리며 다가온 것이다. "네, 네. 그럼 작별이네요." "카르마그리프 선생님" 린이 다시 한번 상기하듯, 이름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은데요, 에르고에 대해서는 시계탑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을까요." 그 질문에, 고고학과의 군주(로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눈가를 가린 머리카락 사이로 무언가 터무니없는 것이 엿보이는 듯한 느낌이, 린에게 들었다. "지금은, 괜찮아, 미스 토오사카." 몹시 상냥한 목소리로, 마술사는 고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19 시온을 배웅한 후, 두 사람은 역의 대합실로 돌아왔다. "웃으셨네요, 시온 씨." "⋯⋯네." 기쁜 듯이, 에르고는 몇 번이나 손을 잡았다 폈다 했다. 그런 청년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가, "너의 정체는 알아냈지만, 그, 옛날의 기억을 되찾은 건 아니지?" 스승이 기침하며 말했다. 에르고는 시선만 돌려 물었다.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인가요." "⋯⋯음, 뭐어, 그렇지." 참으로 미적지근한 얼굴로, 스승님이 셔츠의 목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이 조금은 학생들의 모습과 겹쳤다. 사교적인 가면을 만들기 전의, 아직 무방비한 민낯. "⋯⋯⋯선생님" 에르고가 불렀다. "이번엔, 선생님이 만났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그 말에 넉넉히 3초는 입을 다물고선, 스승님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길어질 거다. 게다가 재미없지." "아버지가요?" "그럴 리가 없잖나!"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잘라 말했다. 단호하게 말하고 나서, 목이 메는 모습도 이 사람답다. 이제부터,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사자소생은 신비에 있어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프톨레마이오스도 지금의 에르고의 자의식은, 누구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한 걸음씩 타협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다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0 "뭐, 어떻게든. 멜루아스테아랑 말을 맞출 필요가 있던 게 귀찮았지만, 다행히 아틀라스원은 일을 거칠게 만들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린과 루비아도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오라비는 일단 카이로로 돌아갈 생각이었나." "아아. 이집트의 수도로 돌아가는 게, 어디로 가더라도 좋을 테니까. 장소를 확보한 후, 에르고에게 이것도 읽게 하지 않으면." 스승이 중얼거렸다. 손에는 작은 수정이 놓여 있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스승에게 건네준 단서였다. 한 번 훑어본 후 라이네스가 입을 열었다. "이 수정이 아틀라스의 서적 이란 건가. 여름휴가(서머 홀리데이)가 끝나면 수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나?" "⋯⋯⋯선처는 하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심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환경 속에서도 시계탑에서의 수업이 변함없이 이 사람의 중심에 있다는 것에, 무언가 안도감을 느낀 것이다. "어쨌든 큰 진전이다. 이번의 오시리스의 신체(간타이)는 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만드는 것으로만 조정되어 있었지만, 신을 절제하는 기능이 있었던 것은 틀림없지. 이 수정과 시온이 추출하는 데이터에 따라, 응용도 생각할 수 있을 거다. 에르고에게서 신을 절제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몰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1 "교수님!" 불현듯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혈통이 있는 강아지를 잘못 만나 장난꾸러기 아이들 틈에 섞여 자란 것 같은 상대가 항구 근처 오픈형 카페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솜털 같은 금발에, 발랄한 푸른 눈동자. 최근 들어 조금은 단단해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력과 어딘지 모르게 엉뚱한 인상은 왠지 모르게 이 모나코와 닮아 있어, 역시 사람은 고향과 닮은 것 같다는 묘한 설득력을 느끼게 했다. “저쪽이 소문의 에르고 군인가요! 속담에도 교수님은 사흘만 만나면 제자가 늘어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 그렇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니, 엘메로이 교실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청강생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수로 레밍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어요! 참고로 레밍스의 집단 자살은 사실 그냥 사고사이고, 다큐멘터리 영화의 영상은 일부러 절벽에서 떨어뜨려서 만든 연출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무슨 말인가 하면, 사고나 자살로 위장된 타살은 조심하자는 거죠!" 플랫-에스칼도스. 약 두 달 만에 만나는, 엘메로이 교실에서도 극도의 문제아와의 재회였지만, 지금은 그 감격에 젖어들 수 없었다. 금발 청년이 일어선 자리 옆에는 너무 아름다운 남자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남자의 옆모습은 시간과 계절마저도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낮이 밤으로 여름은 겨울에. 떨어지는 듯한 햇살은 회색 늑대 같은 은발을 적시는 달빛으로. 아 ------ 자신의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에르고가 갑자기 몸을 움츠리는 것을 느꼈다. 마술이나 신비 등이 아니라, 단지 압도적인 개성으로 인해 남자는 세상과 괴리되어 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방황해라는 미지의 마술 조직에 속해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음, 후후후“ 희미하게 코끝을 스치는 듯한 숨소리가 남자에게서 흘러나왔다. 눈동자가 스승을 똑바로 응시한다. 이 세상에 없는 거울과 같았다. 분명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근본부터 다른 무언가처럼 보일 뿐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가 두려움 때문인지, 감동 때문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오랜만이다, 로드-엘멜로이 2세“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가 눈앞의 잔을 들어올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2 ------ 플랫’몇 초 후 스승은 가장 오래된 제자에게 말을 건넸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먼저, 이 분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어머, 펨 씨의 배에서 만나서 교수님의 친구라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이 나서 만나게 되었어요! 지즈 씨는 아날로그 레트로 게임에 대해 잘 알고 계시네요! 영국 박물관의 이십면체 주사위는 본 적이 있지만, 세네토의 뒷면 규칙까지는 몰랐어요! 저는 디지털을 선호하지만, 아날로그에도 정겨움이 있다고 해야 하나, 주사위를 굴리는 느낌은 전자기기나 마술 회로로는 재현할 수 없는 불타는 눈의 고릴라 같은 힘이 있잖아요! 목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원초적인 불꽃은 전자의 근육! 환상의 낙원에서 저와 악수하는 녀석입니다! 바이올런스!“ 힘주어 말하다가, 어이쿠, 하고 플랫이 한쪽 눈을 감는다. 지즈가 무시무시한 마술사라는 것은 그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플랫의 직관력과 마술에 대한 분석력은 엘메로이 교실 안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문제는 모든 것을 알면서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극도로 번거롭고 불가사의한 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라이네스의 평가에 따르면, 단순한 피해 총액 면에서는 엘멜로이 교실의 핵폭탄-린과 루비아 콤비가 단연 돋보인다고 하는데, 이 청년은 다른 벡터에서 두드러진 트러블 메이커임에 틀림없었다. 일단은 막강한 쌍벽의 스빈이 졸업해 버린 만큼, 행동을 읽을 수 없는 행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지즈 씨에게 『영웅사대전』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아, 물론 교수님의 『영웅전설』 덱과 계정은 비밀로 해 두었어요! 아무리 그레이트 빅벤 런던 스타가 유명세 때문에 금방 들통이 난다고 해도 역시 개인정보는 중요하고, 덱 정보 교환도 예의를 지켜야 하니까!“ "알았어, 됐어. 너랑 얘기하다 보면 공과 사의 구분이 날아갈 것 같군." 스승은 긴 손가락을 아이언 클로의 모양으로 움직인 후, 카페의 테라스 석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곳에 앉은 마술사는 즐거운 표정으로 잔을 입술에 가져다 댄다. "좀처럼 맛볼 수 없는 뜻깊은 시간이었어. 좋은 제자구나, 엘메로이 2세." 뿜, 하고 강한 향기가 이쪽까지 퍼져 나갔다. 색깔로 보아 젖술의 일종인 것 같다. 꽤 많이 마신 것 같지만 뺨이 과도하게 붉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긴 속눈썹으로 덮인 눈동자는 꿈을 꾸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어, 마치 잠이 든 듯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믜 모험의 내용

*123 자신은 스승의 비스듬히 오른쪽 뒤에, 에르고가 왼쪽에 붙어 있다. 어떤 이변이 일어나도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마술회로를 구동시킨 채로 있다. 이 방황해의 마술사를 상대로 자신들이 힘을 휘두른다고 해서 어디까지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스승님께 피해가 생긴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저항할 생각이었다. “------ 선생님, 괜찮습니까?” 중얼거리는 에르고에게 스승은 눈빛으로만 고개를 끄덕였다. 발언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에르고는 지즈에게 묻는다. "뤄롱과 아키라씨는 무슨 일이신가요?"(「若瓏とアキラさんは、 どうしたんですか」) 바이 뤄롱 에르고를 해적섬에서 이끌어낸 것이 스승이라면, 에르고의 절친한 친구라고 자칭하는 바이 뤄롱에게 적대적인 지시를 내린 것은 이 지즈였다. 일본에서의 사건 말미에, 그가 보호하고 있던 야코우 아키라를 모두 데리고 사라진 채, 그 행방은 알 수 없는 채로 사라졌다. "아키라 씨에 대해서는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료우기 미키야에게 스승은 그렇게 약속했었다. 에르고도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기가 삐걱거릴 만큼의 긴장감이 자신에게도 분명히 전달되었다. 이에 반해 지즈는 느슨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음, 후후후....... 뤄롱은 아직 요양 중이지만, 이제 슬슬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그 아가씨의 성창이 아프긴 했으니까. 아무리 용이라지만, 그만한 시간이 걸리겠지. 그건 이제 성창의 그림자라기보다는 전해 내려오는 성창의 전승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말이야. 아, 저거다. 경계 기록대가 됨으로써 영령의 주형이 집단적 무의식의 인식에 끌려가는 것에 가까운 현상이다. 설마 현대에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지즈가 말하는 것은 일본에서의 결말이 된 자신의 창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병기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아무것도 모른다.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이라는 이름조차도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것이다. 신비에 관련된 현상은 당연히 그런 것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은 전력으로 계산할 수 없다. "아키라 씨는 어때요?" "그쪽은 뤄롱이 놓아주지 않아서 말이야. 그 멍청한 제자는 나를 너무 믿지 못하는 모양이야." 잠시 에르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갈색 피부의 청년은 "그놈의 아저씨에게,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상처도 입히지 않겠다"고 단언했었다. 그 약속을 지켰다는 뜻일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4 '후후' 지즈의 입술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무시키 녀석이라면 한 번 주먹을 부딪혔으니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방황해는 그래도 마술 협회 중 하나니까. 시계탑과는 견해가 다르더라도 신비의 쇠퇴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귀중한 재능과 인재를 너무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 그렇군요.” 눈썹을 찡그린 스승님을 향해 지즈 씨가 자신의 앞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포기했는지 스승님은 모자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자신들은 서 있는 채로 그 뒤로 이동해 확인 후, 지즈는 말을 꺼냈다. "그러니 좀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어떨까?" "좋은 제안이군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면 이미 계획이 있으신 것 같네요." "응, 일단은." 두 사람은 즐겁게 웃으며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예를 들어, 도박이라든가." "도박?!" 무심결에 무심코 나온 소리를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어도 스승님은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5 눈썹 사이 주름을 더욱더 팽팽하게 만들고 관자놀이 주변을 문지른 후 입을 열었다. "즉, 일종의 신명 재판이라는 뜻인가요?" (신명재판 ------) 이전 강의에서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았다. 뾰로통한 에르고와 나를 바라보며 스승님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예로부터 사물의 진위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다양한 수단이 사용되어 왔어. 그중에서도 대략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어 온 수단이 신명재판이야. 즉 사람의 손을 떠나 신의 뜻에 맡기는 행위.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맹신탐탕(盟神探湯)이라 하여 뜨거운 물속에 던져진 돌을 맨손으로 집어올려서 그 때의 화상 유무로 죄를 판단했어.“ "하지만 그런 건 당연히 화상을 입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으로서는 알 수 없는 신의 뜻을 가늠할 수 있다고 여겼던 거지. 그래서 화상을 입지 않는다면 무죄라고 모두가 납득했다. 뭐, 실제로는 화상 정도에 따라 판단했고, 맹신탐탕으로 화상을 입지 않는 방법 등도 생각했지만 말이야.“ 스승이 크루즈선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호화 유람선에는 지칠 줄 모르고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유구한 리듬. "이러한 신명 재판의 변형으로 제비뽑기나 내기가 존재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내기 역시 사람의 손을 떠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이르러 지극히 세속적이라고 여겨지는 도박이 성스러운 속성을 띠게 된 것은 역사의 기묘함이다.“ "음, 후후후, 좋은 강의지만 너무 지나치네, 군주님." 지즈의 입술이 술 냄새 나는 입김을 내뱉는다. "내 제안은 재미삼아 하는 거야. 대체로 어느 나라나 신의 뜻을 알기 위해서라는 핑계는 처음에만 있고, 금방 오락으로 변질되는 법이지. 어쨌든 도박이란 게 너무 재미있으니까. 자신이 거액의 부를 얻는 것만이 아니다. 게다가 남이 망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중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지즈의 말에는 단순한 학문적 뒷받침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경험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자는 역사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이 방황해의 마술사는 서기 이전부터의 세월을 실제로 경험해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경험은 이미 역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스승이 묻는다. "그래서 여기인가요?" "물론이지. 아니, 나 같은 사람이 모나코에서 도박을 한다고 하면 다른 이유는 없지 않겠어?" '펨의 선상 연회’스승은 신비로운 울림을 담은 말을 속삭였다. 선상 연회. 에르고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카사란 혹시 카지노의 어원을 말하는 건가요?" "아, 그래. 왕후 귀족의 별장을 카사라고 불렀고, 그 별장에서 조용히 행해지던 도박도 곧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카지노를 운영하는 쪽은 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하지." 대답하면서도 스승의 시선은 지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늘과 실로 꿰매어 놓은 듯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를 붙잡고 있다. "이 유람선이 어원 쪽을 사용하는 것은 꽤나 술에 취해 있는 동시에 우리 마술 세계 사람들은 이런 말장난을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말이 곧 세상이니까." 이에 대한 지즈의 미소는 지독하게 공허했고, 그래서인지 겸손할 정도로 아름다움만 인상적이었다. 참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6 "혹시, 지즈 씨가 말하는 것은“ "오오. 펨 자식과 도박을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을 따라가는 건 어때? 야만적인 마술 싸움에 비하면 정말 문화적이고 평화롭지 않은가? 자랑스럽게 지즈가 가슴을 치켜세운다. ------ 믿기지 않는다. 이 방황해의 마술사가 지독하게 향락적이라는 것은 감지하고 있었다.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이고, 더 나아가 바이 뤄롱에게 용을 먹게 한 무시무시한 신비의 동반자이지만, 그의 행동에는 어딘지 모르게 속물적인 사상이 숨어 있었다. 제대로 맞서면 승기를 잡기조차 어려운 상대다. 그래서 스승도 지즈의 제안을 듣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설마 도박으로? 게다가 사도와? '와하하! 지즈씨와 프로페서 카리스마가 룰렛이나 바카라, 마작, 태국 물소 경주에서 겜블 배틀을 하는 건가요! 나 알아요! 교수님 정도의 인간이 되면 완전 장전된 리볼버로 러시안 룰렛을 하는 거죠! 선공 후공의 동전 던지기로 승부가 80% 결정되는 이 질주감! 이건 눈을 뗄 수 없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플랫이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실제로 평소 그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같은 상황임에 틀림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가늘게 스승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가 패자가 되면 어떻게 할 건가요?" "가난에 허덕이다가 배에서 내릴 가능성이 더 높지만요“ "어이쿠, 약하네, 엘메로이 2세." 지즈는 슬픈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잘 다듬어진 턱을 문질렀다. "시계탑의 군주와 방황해의 마술사가 모두 빈털터리가 되어 모나코를 떠돌아다니는 것도 꽤나 재미있지만. 자, 그렇다면 ------ 그래, 펨의 녀석을 승자로 삼아 둘 다 그 녀석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어때?“ "왜요?" "저 녀석도 마술 세계의 일원이야. 시계탑의 군주와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에게 말을 듣게 된다면, 분명 재미있어하며 승선할 거야. 원래 펨의 선상 연회는 저 녀석이 시간 때우기 위해 시작한 거니까." 스승이 침묵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7 그 무시무시한 제안에 대한 침묵은 10초 가까이 지속되었다. "한 가지, 확인 좀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내기 플레이어로 참여하는 건 나와 당신뿐인 건가?" "아니야? 너나 나나 제자가 있잖아. 마술사라는 건 제자를 이용해 돈을 버는 거지. 규칙을 잘 지키고 잘 돌아다니는 것뿐이야. 그 외의 세부적인 조건은 펨의 규약에 준하는 것으로 하면 되겠지?" 구이, 하고 지즈가 잔을 비운다. 과육처럼 싱싱한 입술을 손등으로 닦으며 스승을 관찰하고 있다. 반면 스승은 마치 뱀을 노려보는 개구리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지즈의 제안이 자신에게 유리한 제안이기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에 걸려 있는 운명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생님” 내 옆에서 에르고가 속삭인다. "제 일은 선생님께 맡기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선생님께 맡긴 결과라면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 '에르고' "신명재판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신처럼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 대해 자신의 운명을 통째로 맡김으로써 어쩔 수 없는 불안과 걱정을 떨쳐버리기 위한 행위. 그렇다면, 이 한 달 정도의 인생밖에 없는 저에게 있어서는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스승이 숨을 죽인다. 에르고의 정체를 알게 된 지금, 스승에게 있어 그의 신뢰는 더욱더 무거워졌을 것이다. 차라리 자신의 목숨만 문제였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맡긴다고 하면. ------ 알았다. 받자, 방황해의 지즈." "좋은 대답이다. 엘멜로이 2세." 지즈가 일어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8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선생님." 에르고가 끼어들었다. "뭐야, 에르고" "지즈의 마술 실력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다면 왜 도박판을 만들었을까요? 지즈의 전력이라면 우리를 압도하는 게 더 쉬울 텐데 말이야. 뤄롱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도박 같은 운에 맡기는 도박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 그렇다면 짐작은 간다.“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펨의 선상 연회에서 카지노 배의 주인인 반펨에게 승리한 자는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 즉, 지즈에게는 반펨으로부터 승자의 보상으로 얻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이겠지." “------ "그렇구나."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본 것만으로도 반 펨이라는 사도는 꽤나 특별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렇기 때문에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을 소지하고 있다는 ------ 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나를 끌어들이면 그 보상과 에르고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겠군. 합리적이라고 하면 합리적인 이야기다. 오히려 너무 합리적이라 신대의 마술사답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스승의 말에 몇 초 뒤늦게야 나는 겨우 납득했다. 물론 스승과 지즈의 대화는 그런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을 것이다. 지즈의 태도를 보면 스승님의 속마음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략은 지금 이야기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큰 의문도 생겼다. 그 지즈가 원하는 물건. 그것은 무엇일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29 "아, 하지만 교수님“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데, 플랫이 토끼 귀처럼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려면 참가비가 꽤나 많이 들어요. 괜찮으세요?" 순간 스승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너무도 파격적이고 상식과는 동떨어진 일들만 연속으로 벌어져 당연한 사정을 망각하고 있었다며, 점점 창백해지는 안색이 너무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저기,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아니, 잠깐, 그건" 금방이라도 뱉어낼 것 같은 입을 꾹 다물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평평하게 묻는다. "저기서 취급은 유로였지. 요즘은 얼마야?" "백만 유로예요.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백삼십칠만 달러, 엔으로 환산하면 1억6천만엔. 파운드화로는 67만 파운드 정도입니다."라고 플랫이 씩씩하게 대답한다. 일정 이상의 마술사라면 이 정도의 기록과 계산은 마술 회로가 자동으로 해준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나 스승과는 거리가 먼 기능이다. 엄밀히 말하면 스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마술회로의 자원을 그런 대체 가능한 용도에 할당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큰돈을 당장 마련할 수 있을까? 스승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관광지 특유의 아름다운 푸른 하늘에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내 호주머니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아니네 ------ 여기서 라이네스에게 의지하면 분명 불어 닥칠 텐데 ------“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바닷바람에 묻힌다. 본래 군주라는 신분이라면 그리 어려운 액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당연히 스승은 제대로 된 군주가 아니었기에 그 액수만큼은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0 이 액수를 무담보로 준비해 준다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거의 없겠군." 스승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점점 더 씁쓸해진다, 마치 그 단말기가 값어치 없는 악마라도 되는 것 같았다. "아 웨이버! 너한테서 연락이 오다니!" 휴대전화 너머로 한 청년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승님의 어둡고 침울한 표정과 너무 대조적인 목소리였다. 어쩌면 스승님의 스승님의 안색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화의 상대는 친구의 고뇌를 기뻐하는 참으로 변태적인 기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름은 멜빈 웨인즈라고 한다. 시계탑에 소속된 마술 각인 조율사이다. 스승의 자칭 절친이라니, 마치 에르고와 바이 뤄롱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쪽은 기억을 잃었다거나 하는 복잡한 사정이 아니라 정말 멋대로 자칭한 것뿐이다. 스승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은 청각을 '강화'하여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에르고도 마찬가지로 대화에 집중하고 있고, 플랫은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또한 스승에게 엄명을 받은 것은 전화 통화 중에 플랫이 실종되지 않도록 잘 지켜봐 달라는 것이었다. "이건 기념비적인 사건이야! 음, 빨리 기록해야겠어! 자네, 최고급 펜과 잉크를 준비해줘. 저기, 저번에 선물한 장인의 일품이 있었지? 그리고 그 매혹적인 허벅지를 책상에 올려놓을 수 있게 해줘라!--- 우오오옥!“ "괜찮겠지? 꽤 피를 많이 흘린 것 같은데......." "응, 괜찮아. 최근 반년 정도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증혈제를 이것저것 바꿔가며 복용 중이야. 하지만, 뭐, 이런 파동은 늘 있는 일이야. 아, 잠깐, 가슴부터 하복부까지 피가 범벅이 됐어! 가슴부터 하복부까지 피투성이인 나를 두고 가지 말아 줄래, 여보! 아, 아니, 세 번째는 사과할 테니까! 네 배꼽 모양이 딱 토하기 쉬웠다고나 할까!" "..... 바쁘신 모양이네“ "아, 아니, 끊지 않아도 괜찮아, 친구. 이미 가버렸어. 어차피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 다음 아이가 오도록 준비해 놓았으니까. 내 취향으로는 여성의 복부와 허벅지를 즐긴 후 달콤한 침을 흘리는 것이 가장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해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네요.“ 정말이지 껄렁껄렁한 발언의 연속이었다. 어떤 종류의 정보량이 너무 많아 이쪽에서 씹을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스승님의 경우, 처음부터 이해를 포기한 듯 특별히 대화에 끼어들지도 않았다, "사실, 여행 도중인데." 라고 말을 꺼냈다. "펨의 선상 연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호오! 소문의 사도의 도박인가!" 멜빈의 목소리 톤이 두 단계 정도 높아졌다. "훗훗....... 사정을 알겠어. 내가 구경거리가 되는 대신 나에게 구경료를 내라는 거겠지." "말이 빠르네." 눈에 띄게 스승님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멜빈이 타고 온다면 금전적인 문제는 해결된다. 동시에, 사건의 번거로움이 배가 될 것임은 확실했다. 어쨌든 이 남자, 오락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서슴지 않는데 스승이 성배전쟁에 참가하여 엘멜로이 교실을 물려받게 된 것도 당시 동급생이었던 이 악마 같은 청년이 여러 상대의 파멸을 보기 위해 손을 빌려주었던 것이 원흉이 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스승은 파멸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로 인해 멜빈의 흥미를 크게 끌게 되어 지금까지 관계가 이어져 왔다고 한다. 그 관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다만, 예전에 마안수집열차 사건 직후에 그가 내뱉은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그는 로드 엘멜로이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거야. 2세라든가, 3세라든가 하는 게 아니라, 이번엔 진짜 로드 엘멜로이로서 말이지. 그렇다면 그 때 웨이버의 이름을 불러줄 상대가 없으면 외롭지 않겠어?” 그 대사대로 이제 스승을 웨이버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 멜빈이었다. 어쩌면 엘메로이 2세라는 입장을 통하지 않고 과거부터 계속 스승님 그 자체를 바라보고 있는 단 한 명의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네 편이 될 수 없어. 실은 선약이 있어서 말이야." "선약?" 스승의 눈썹 사이에 주름이 생겼다. 거절당한 것 자체가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극히 변덕스러운 이 청년의 행동은 언제나 상상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아까 말한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스승의 마음속에는 더 컸을지도 모른다. 라이네스에게 빚을 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비교의 문제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이야말로 우리를 전율케 했다. "방황해의 마술사에게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귀를 의심했다. 스승님뿐만 아니라 '강화된' 청력으로 듣고 있던 에르고 역시 눈을 의심했다. 유일하게 플랫만이 "와, 그 수가 있었구나!" 라며 즐거워하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뭐야 ------! “물론, 내 절친한 친구는 특등석에서 볼 수 있게 해줄게! 라고 하기 보다는 특등석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이번 이야기에 승선한 셈이 되었네. 아니, 역시 방황의 바다답게 담보로 내놓은 주체도 알비온의 발굴물급 물건이었지만 ------” "...... 그럼 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후후, 과연 알겠지?" 빙긋이 웃는 멜빈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사실, 모나코의 오오, 이 이상은 비밀이다. 하지만 너의 활약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가 크다고 말해주지!“ 푸욱, 하고 통화가 끊어졌다. 한 숨을 쉬고 자신이 스승에게 물었다. "저기, 스승님, 방금 그거 ------ "들었던 대로다." 한숨 섞인 목소리로 스승님이 대답했다. "저 녀석은 내 편을 드는 것보다 이번엔 지즈 편을 드는 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 거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던 스승의 편을 드는 것은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이고, 적으로 삼는 것이 더 재미있다면 쉽게 손사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선약으로, 지즈씨라니.......' "아, 그쪽은 예상치 못했어. 지즈도 일본에서 헤어진 후 한가롭게 지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라고는 생각했지만 ...... 꽤나 기발한 계략을 꾸미고 있었던 모양이다. 설마 멜빈에게 미리 협상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스승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지즈는 말했지만, 정말 그 말이 맞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1 "------ 그러고 보니 프톨레마이오스 씨에게 받은 수정은" "아직 개봉하지 못했습니다." 에르고가 웃으며 오른손으로 옷의 윗부분을 만졌다. 그 안쪽에 수정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마술 회로와 환수의 30% 정도를 계속 해동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동 작업이 끝나면 자동으로 내용이 전개될 겁니다.“ 그래, 마치 컴퓨터의 압축 풀기 소프트웨어 같다. 타이밍에 따라서는 이 카지노 배를 타고 있는 동안에 전개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도대체 어떤 수수께끼가 풀릴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2 혼자 생각에 잠긴 순간, 불현듯 눈에 확연히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푹신푹신, 하고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순백의 실크 모자에 한 움큼만 늘어뜨린 금발, 나이는 스승님보다 조금 어린 20대 후반쯤 될까. 실크 모자와 마찬가지로 흰색 재킷에 눈부시게 붉은 장갑을 끼고 한 손에는 은색으로 정교하게 디자인된 지팡이를 쥐고 있다. 피터팬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과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상대였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떠다니는 남자는 지팡이를 옆구리에 끼고 근처 나무에서 열매를 뜯어내어 쓱싹쓱싹 먹어치운다.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요정 같은 광경이다.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까의 아이들과 함께 온 사람도 포함해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에르고조차도 그쪽 방향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불현듯 그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너 혹시 나를 보고 있는 거야?" "어, 그, 네." 속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참, 이거 참......... 한동안 숨어 있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영매가 있을 줄은 몰랐어." "내려오지 않나요?" "땅에 발을 딛지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실크햇을 쓴 남자는 푹신푹신하게 속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지팡이를 돌린다. 에르고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시선을 올렸다. "누나." 에르고는 "있는 건 압니다." 보이지 않는 환영의 손이 다시 정보를 포착한 모양이다. 긴장감이 감도는 옆모습이 떠다니는 실크 모자를 쓴 남자에게로 향하고 있다. "이 느낌은 직원분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에요. 훨씬 더 진하고, 오래되고 ------ 바다의 촉감을 닮았어요.“ 한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모습과 천지가 뒤바뀐 채, 속이 빈 실크 모자 남자는 시선을 움직였다. 그 자세에서도 실크햇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몹시 이상하게 보였다. ...... '너' 에르고의 이마부터 발끝까지,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거침없이 거꾸로 된 시선을 한 바퀴 돌린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마술의 마지막 시대라면 계속 변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겠지, 에스카르도스 녀석도 한 발자국만 남았으니 말이다.“ 에스카르도스 ------? 물론, 그것은 플랫의 성이다. 이시리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그의 지인이 나타난 것인가. 엘메로이 교실의 맏형이자 최대 트러블 메이커는 자신만큼이나 특이한 지인에게도 행운이 있었던 모양이다. 빙글빙글 돌아서 뾰족한 가죽 구두 발가락으로 착지한 실크 모자를 쓴 남자가 이쪽으로 등을 돌렸다. 이쪽을 향한다. "따라오세요“ "스승님이 여기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엘멜로이 2세 맞지? 안심해라. 그 사람이라면 싫어도 만나게 될 거야." 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제멋대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뭐, 얘기하고 있는 건가요?" "따라오라고요." 에르고가 한 번만 눈꺼풀을 감았다. 그리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3 "너희들은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조수 그레이와 최근 학생이 된 에르고로 착각하고 있군. 아니지?" "저는 스승님의 제자입니다." 그 점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어이쿠, 이건 실례했네." "아까 저를 보고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이어 에르고가 물었다. "그 정원에서 있었던 일이지. 에르고의 눈에 비춰지지는 않았지만, 환수(幻手)에 의해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말했어. 그래, 이게 이렇게 된 건가, 하고." "반펨 씨는 저를 알고 계시는 건가요?" "글쎄, 그렇겠지. 너보다는......." 반펨은 쉽게 인정했다. "그럼 ------ "한 가지 내기를 할까요?" "내기?" "뭐, 별거 아니야. 작은 신명 재판이야." 에르고에게 돌아서서 실크햇의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이기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하나 알려주마." "그만한 의미가 있는 감정. 나름대로 의미 있는 정보라고 약속할게. 반대로 지면 ------ 그래, 한동안 내 밑에서 일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알겠습니다." 에르고가 즉답했다. 그 즉답에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게 되었다. 한동안이라고 했지만 제대로 된 기간도 아무것도 지정되어 있지 않다. 수명이 없는 사자라면,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평생일 수도 있지 않을까. "괜찮습니까?" "괜찮습니다. 누나." 고개를 끄덕이는 붉은 머리의 청년에게 카지노선의 주인인 뱀파이어는 내 뜻을 받든다며 우아하게 절을 했다. "좋습니다. 뭐, 옛날처럼 뜨거운 기름에 손을 집어넣으라고 하는 게 아니야. 아주 간단한 거다." 근처 책상에서 가죽 컵 세 개를 꺼냈다. 이상한 컵이었다. 재질이나 모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세 개의 컵이 말 그대로 완전히 똑같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아, 눈치챘을까요? 똑같은 가죽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혈관 흔적 하나만 남아도 우리 가게의 고객임을 알 수 있으니까요.“ 책상 위 고무 매트 위에 컵 세 개를 거꾸로 세워 놓는다. 그리고 고풍스러운 동전을 꺼냈다. 하하, 하고 나는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아는 동전이었다. 에르고도 눈을 크게 뜨고 둔탁하게 빛나는 동전 표면을 응시했다. 한 영웅의 옆모습이 새겨진, 역사의 물결에 씻긴 화폐였다. "정복왕 이스칸다르 ------ "그래, 스타텔 금화. 별칭을 알렉산더 코인이라 부르기도 하죠. 정복왕 이스칸다르가 통치하던 시대에 주조된 거야. 뭐, 실제로 유통된 것은 그의 사후에 대부분 유통됐지만요." 설명하면서 반펨은 동전을 고무 매트 위에 올려놓는다. "가운데 컵에 이 동전을 넣습니다." 세 개의 컵을 차례로 들어 올려 말 그대로 가운데의 가죽 컵으로 동전을 덮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휙휙휙휙휙휙휙휙" 처음엔 가운데와 오른쪽, 다음엔 가운데와 왼쪽,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 ------ 순으로 엎드려 있던 가죽 컵이 교체된다. 처음에는 리드미컬하게, 불과 몇 초 만에 그 속도는 몇 배로 빨라져 회오리바람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오랜만인데 너무 느리지 않나요?" 어디가, 라고 되묻고 싶다. 마력으로 '강화'된 자신의 눈에도 교체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반 펨의 팔꿈치 끝과 가죽 컵만이 다른 세계로 이동해 버린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4 "당신이 깨어난 곳은 말라카 해협 근처의 섬이었군요." 반펨이 불쑥 말했다. 그것이 에르고에게의 질문인 것은 분명했다. 말하는 동안에도 가죽 컵과 손은 멈추지 않는다. 그저 색채만이 공간을 흐른다. 보통 이 속도라면 동전과 가죽이 닿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반펨의 목소리만 들린다. "거기서 토오사카 린을 만난 것으로부터 너의 운명은 변한다. 이끌리듯 몇 달 후 그녀의 스승인 엘메로이 2세와 그 옆에 있는 내제자, 그리고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를 만나게 되고, 마침내 산령법정의 무시키와 싸우게 된다. 보통 같으면 여기서 끝났을 테지만, 네 내면에 감춰진 권능은 그녀를 퇴치하는 데까지 성공했어." 마치 그 눈으로 본 것처럼 반 펨은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고대에 신화를 전해온 이야기꾼이란 이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에르고는 묵묵히 계속 바뀌는 가죽 컵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남자의 어깨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가죽 컵은 빠른 속도로 교체되고 있는데, 움직이는 것은 어깨부터 끝부분만 움직이고 있다. 즉, 이 컵과 동전의 교체는 마술이나 신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거의 순수한 기술인 셈이다. "그 다음 일본에서는 야코우가(両儀家)에 불려가 방황해의 제자 바이 뤄롱과 대결을 벌였어. 네가 먹은 신과 마찬가지로 그가 먹은 용은 이 시대에는 있을 수 없는 신비다. 거의 백지상태에 가까웠던 너에게 그와의 격돌은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어디까지 알고 ------? 에르고의 진실에 대해 반펨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불과 몇 주 전 싱가포르에서의 무시키와의 싸움이나 일본에서의 뤄롱과의 만남은 단순히 마술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도는 언제, 어디서부터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이건 또 하나라고 해야 할까. 아틀라스원의 7대 병기에 버금가는 신비와 지혜가 담긴 관이다. 아쉽게도 그 도서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관을 무사히 빠져나왔으니 자네는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5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컵이 정지했다. "자, 어느 쪽일까? 처음과 똑같은 위치에서 그의 손도, 가죽 컵도 멈춰 있었다. 지난 십여 초의 시간이 날아간 듯, 어떤 변화도 찾아볼 수 없는 손놀림이었다. "가운데입니다." "호오. 망설임 없이 결정했는데, 괜찮아요?" 반펨이 물었다. 가운데 컵을 향해 하얀 손이 뻗어간다. "그럼 ------ "잠깐만요." 라고 에르고가 제지했다. "뭐지? 가운데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를 열라는 건가요?" “아” 반펨의 발언에 사기의 가능성이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만약 사기꾼이 모든 컵에 동전이 들어있지 않더라도 목적 외의 컵을 열게 하면 방해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요.“ 라고 에르고는 손사래를 쳤다. 대신 이런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먼저 오른쪽 컵부터 열어주시겠어요?" "네, 네."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고 나서 반펨은 시키는 대로 했다. 오른쪽 가죽 컵을 열자 과연 그 아래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동전이 나타났다. ‘앗! 그럼 이 도박은 에르고의 패배인가?’ 하지만 절망에 빠지기 전에 에르고는 다음 말을 내뱉었다. "그럼 왼쪽도 열어주세요." 그 말에 반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왼쪽의 가죽 컵을 들어 올리자, 놀랍게도 그 아래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동전이 또 한 개가 나타났다. "다음엔 가운데?" "보통은 세 개의 컵을 겹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할 생각이었을까요? "아, 이런........." "이런, 잘 알고 있네. 즐거움이 줄어들었어.“ 일부러 한숨을 쉬면서 반펨은 에르고의 말대로 가운데 컵 위에 좌우의 컵을 겹쳤다. 들고 있던 지팡이를 가슴에 올려놓았다, "자, 여러분, 참석해주십시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기적을 놓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연극 같은 대사와 함께 지팡이 손잡이 쪽에서 세 개로 겹쳐진 컵의 윗부분을 두드렸다. 컵의 윗부분을 두드렸다. '찰랑'하는 소리가 났다. 그대로 굴러간 컵 속에서 이번에는 새로운 동전 세 개가 샹들리에의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어? 어? 어?” 정말, 뛰어오를 것 같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왜냐면, 지금의 대화에는 분명 마력도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대로 긴장하고 있던 내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틀림없다. 아무리 눈앞의 사도가 뛰어난 마술사라 해도 마력을 전혀 간섭하지 않고 신비를 발동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컵 앤 볼- 이 경우 컵 앤 동전은 아주 오래된 도박이면서 동시에 아주 오래된 마술이라고 하더군요. 사람에 따라서는 가장 오래된 마술이라고 단언할 정도입니다." 젊은이의 말에 반 펨은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일설에 따르면 고대 로마 시대 ------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그리스 시대부터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삼성귀동(三星帰洞) 등으로 불리며 고대 이집트에도 존재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아마 우리 아버지 시대에도 있었던 마술일 거예요.“ 에르고가 천천히 말한다. 그 옆모습은 신기하게도 시계탑 교실에서 강의할 때의 스승과 꼭 닮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6 반펨은 어딘지 모르게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배웠지? 그렇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배웠지? 하지만 지식만 배운 게 아니야.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어디서든 꺼내 쓸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그것을 연결하는 관점이야. 그렇다면 이 마술에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니?" "당신은 도박이 아니라 신명 재판이라고 했잖아. 즉, 이건 나와의 승부가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는 거지." 컵 속에서 나온 동전 한 개를 집어든 청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마 이것도 골동품이나 경매에서 구한 동전이 아니겠군요. 당신이 그 당시 손에 넣은 동전 아닙니까?“ 당시란 이스칸달이 살았던 시대라는 뜻인가. 2천 수백 년 전의 일이 기껏해야 수십 년 전 정도의 감각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순간 어안이 벙벙해진다. 자신의 인생은 20년도 채 되지 않았고, 에르고의 기억은 고작 몇 달에 불과할 텐데 말이다. 그 틈을 삼키듯 심호흡을 한다. 에르고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의 마술도, 이 동전도, 아까의 이야기도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고 있어요. 당신은 나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연히 다른 곳에서 나타난 정보통이 아니야. 즉, 훨씬 더 오래전부터 쿨드리스의 연금술사나 무시키, 지즈와 마찬가지로 더 깊고 더 직접적으로 나의 신을 먹는 일에 관여하고 있는 상대야." "좋은 추론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7 반펨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아주 좋은 추론이야. 네가 깨어난 후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어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왔는지 지금 대답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좋은 여행을 해왔겠지." "하지만 왜 마술인지는 몰랐어요." "아, 그건 간단하다. 저는 이런 인간적인 문화를 좋아해요." 반펨은 동전을 집어 들었다. 동전을 돌리자 황금빛 반짝임이 갑자기 백은으로 바뀌었다. 무슨 비유가 아니라 금화가 은화로 바뀐 것이다. "와!"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부드럽게 웃는 반펨이 오른손으로 동전을 주머니에 넣자, 이번에는 왼손에서 새로운 금화가 탄생했다. 금화가 연이어 태어나 그의 왼손에서 고무매트에 넘쳐나며 동전 더미를 쌓아 올렸다. 너무 생생하고 신기한 현상에 나도 모르게 묻게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8 "음, 그것도 마술인가요?" "대가 없이. 아니, 나는 마술을 잘 못하거든요." 너무 의외의 발언에 눈을 깜빡였다. "마술로 인해 사도가 되었다고 스승님으로부터 들었는데요." "맞아. 그 결과 존재의 기반이 바뀌기 때문이지. 사도가 되어 기껏해야 몇 백 년을 더 사는 정도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나 정도가 되면 영혼의 라벨부터 완전히 달라져서 인간의 신비와 궁합이 안 맞아. 아까 말한 부유나 비존재화 같은 건 내 생태 같은 거고, 이 카지노는 대체로 부하들이 하는 일이야. 뭐, 방황하는 바다의 마술사 입장에서는 타락 그 자체겠지?" "...... 지즈 말씀이신가요?" 이번에는 에르고가 물었다. "자네의 추리대로 옛 친구라고 할 수 있겠군. 그래서 그 녀석과 너희들이 이 시기에 일부러 찾아왔다는 건 우리 배의 연회에 참가할 생각이겠지, 라는 예측이 가능하겠지....... 확실히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더 교묘한 방법이지. 인명피해가 어떻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쪽이 그래도 낭비가 적다. 이 시대가 잔여수명과의 싸움인 만큼 이런 절약이 중요하겠죠" (수명 ------?) 그게 무슨 수명이란 말인가? 다만 가끔 시계탑에서 '현대야말로 마술의 마지막 시대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그 마지막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럼 약속대로 명추리의 보상을 주도록 하지. 현재 네가 문제 삼고 있는 삼기둥의 신이지만, 그 기억의 포화를 억제하는 방법은 존재해." 에르고의 눈이 점점 둥글어졌다. 그러자 반펨은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건 아까 추리를 들었으니 보너스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그레이. 아니면 그레이-블랙모어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니, 아니요, 저는 블랙모어의 이름을 물려받지 않았습니다." 경악을 삼키며 나는 대답했다. 이 사도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확실히 자신이 자라온 영지는 블랙모어의 이름을 딴 곳이었다. 그곳에서 전해 내려온 비법이야말로 자신이 스승을 지켜온 체술과 신비의 초석이 되고 있다. “------ 그렇구나.” 반 펨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나로서는 몹시 충격적인 표정이었다. "너의 고정된 몸을 다시 한 번 세상과 시간의 톱니바퀴와 맞물리게 하는 방법도 분명히 존재해." "내 -!" 자신도, 엘고도, 두 사람 모두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 반펨이 너무나도 쉽게 밝힌 두 가지가 자신들의 여행 이유 그 자체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만나서, 그러나 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삼는다는 선택은 채택할 수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대답.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39 입술을 꾹 다물고 몇 초를 기다린 후, 에르고가 물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 펨의 선상 연회에 나가라는 말씀이신가요?" "글쎄, 그것도 방법 중 하나겠지." 실크 모자를 쓴 남자는 인정했다. "다만, 용서해 줘. 내가 부탁할 게 하나 더 있어. 우선은 그쪽을 들어줬으면 좋겠어." "부탁?" "부탁이라고요?" "부탁?" "찾아와 달라는 상대가 있어. 엘메로이 2세에 대한 소문은 들었어. 이런 사람 찾기에 적합한 상대겠지? 내가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배에서 나갈 수 없으니까요." 반 펨이 오른손을 비틀자 손끝에 여러 장의 카드가 뒤집혀 나타난다. 다시 한 번 손을 반죽하니, 한 장만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클럽의 왕. 근처에 놓인 수족관을 왼손에 잡는다. 유리로 된 수정 구슬 같은 안에 수초가 흔들리고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다. '통,' 하고 반펨이 오른손 검지로 그 옆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클럽의 왕이 투명한 유리를 뚫고 수족관 물속에 출현한 것이다. 수족관에 갇혀버린 카드를 가만히 바라보던 반펨은 윙크를 했다. 자신의 상황을 장난스럽게 표현한 마술이겠지만, 구멍 뚫린 동전도 그렇고 이번 카드도 그렇고, 마술보다 더 신기한 현상이라 순수하게 놀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마술을 하는 반펨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인간의 문화를 좋아해서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꽤나 연습을 하지 않으면 여기까지 능숙하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도대체 스승님께 누구를 찾아달라는 건가요?" "나를 이긴 상대야." 반펨은 이렇게 말했다. 이 카지노 배를 지배하는 뱀파이어가 졌다는 것은 모나코 지부장 이시리드로부터 들은 바 있다. 그게 사실이었을까. "당신을 이긴 사람이 실종된 건가요?" "누구죠? 누구예요, 그건?“ 자신의 질문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나서 반 펨은 우승자의 이름을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0 "일단 사정은 알겠습니다." 설명을 들은 스승이 말했다. "지난번 선상 연회에서 거의 무패에 가까웠던 당신이 도박에 졌다고 들었는데, 왜 당신이 그 에미야 시로를 찾게 된 건가요?“ "아직 상금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반펨은 지면 상대를 바다에 띄워놓고 상을 주지 않겠지~ 그런 평판을 견딜 수 있겠어?“ 생각보다 속물적인 말에 반펨은 입술을 비틀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그렇다면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이긴 상대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다는 평판은 카지노로서는 치명적일 것이다. 아무리 승산이 희박하더라도 인간은 거기에 꿈이 있기에 참가하는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1 잠시 생각에 잠긴 스승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길 경우 받을 수 있는 상금은 정해져 있나요?" "아니요, 맡긴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지만, 이겼을 때를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럼 나중에 다시 오라고 말하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곧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어요." "그렇다면 에미야시로가 보호받게 된 이유가 펨의 선상 연회를 이겼기 때문에 ...... 가정하고, 이 경우 범인의 동기를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승님이 두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먼저 가운데 손가락을 구부렸다. "예를 들어, 납치한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에미야시로에게 말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검지손가락을 구부린다. "아니면, 에미야 시로가 당신에게 이기는 비결을 가르쳐 주고 있을 가능성도." "그래. "그래, 둘 다 가능하겠지. 내가 본 바로는 그는 꽤 무욕적인 타입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쉽게 상금의 권리를 양보할 수도 있겠지." 순간 린이나 루비아와는 정반대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대가 린의 조수이자 루비아의 집사라는 것도 납득이 간다. 동시에 그 두 사람에게 명령을 받는 입장이 되면 꽤나 비극이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5차 성배전쟁의 승자라고 하면 역시 그 정도의 강인함은 갖추고 있는 것일까. 내 부족한 지식으로는 이스칸다르나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을 상상할 수 있는데, 과연 어디까지 현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고무매트 표면을 쓰다듬으며 반펨은 미소를 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2 "글쎄, 사람 찾기를 할 생각이야? 물론 보상은 톡톡히 챙길 생각이야. 아까 당신의 내제자와 제자에게도 말했지만요." 반 펨이 말한 내용 중에는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치유하는 방법도 있었고, 자신의 나이 고정을 해제하는 술식도 있었다. 스승님도 그런 내용이 암시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응접실의 샹들리에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 정도 거대한 배라면 거의 섬과 다를 바 없는지 샹들리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 솔직히 지리에 대한 지식도 없는 이국땅에서 제대로 된 수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계약금만 받겠습니다." "어머, 계약금이라니?" 한쪽 눈썹을 치켜든 반 펨에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펨의 선상 연회 참가비로" 아, 목소리가 터져 나올 뻔했다. 그렇다면 반펨 입장에서는 별다른 지출이 없고, 스승님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한 수이자 서로에게 손해가 없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 괜찮을까? 내기라면 나는 손해를 보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의 승률을 보면 대부분 헛수고가 되겠지만 말이야. 아, 아니, 지난번 패배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거만하지만........" "그래도 백만 유로의 의뢰료라고 생각하면 파격적이죠." "하하, 틀림없어." 반 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리자면, 로드-엘멜2세, 에미야 시로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3 퀸 사이즈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스프링이 잘 깔린 매트리스에 부드러운 담요가 깔려 있다. 그 한 쪽에는 금발 청년이 앉아있고, 다른 한 쪽에는 빨간 머리의 청년이 정좌하여 마주보고 앉아 있다. 방과 조합을 고려하지 않으면 마치 수학여행 같은 그림이었다. 물론 플랫과 에르고이다. 반펨의 농담으로 Ⅱ세들과 함께 그들에게도 방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Ⅱ세와 그레이는 바로 옆방으로 되어 있다. 전력 밸런스를 생각하면 적절한 배분이었을 것이다. 고급스러운 방이었지만 카지노라는 분위기는 옅었다. 기껏해야 벽에 걸려있는 룰렛판 정도일까. "자, 자, 무슨 이야기 할까? 지금까지의 내용은 대부분 교수님으로부터 들었고, 나는 뭐든지 준비돼 있어! 가장 오래된 학생에서 가장 새로운 학생에게 이렇게 말하면 뭔가 교훈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 엘메로이 교실의 전통이라고 하면, 갑자기 결투라든가 프로레슬링 VS 팔극권이라든가 한 가지 한 달에 한 번은 은둔해서 원격 저주 대결 같은 게 있는데, 에르고 군은 좋아하는 게 있을까?" "아니, 그, 나는 그런 건 좀 싫어." 일본에서 배운 정좌 자세를 유지한 채, 에르고는 지금 한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가장 오래된 학생과 가장 새로운 학생. 확실히 그렇게 될 것 같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4 "아~ 나도 서번트나 소환하고 싶은데......." "뭐예요, 갑자기?" "왜냐면 로드-엘멜로이 하면 소환이잖아요! 교수님도 선대도 서번트와 함께 성배전쟁에서 서로 싸웠잖아! 그 이야기를 하면 교수님은 싫어하시지만! 나도 영령이나 소환해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물론 성배전쟁은 목숨을 건 싸움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에 대한 생사조차도 그는 자연스럽게 엮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친구, 입니까? 서번트와? 그래! 이스칸달은 대단한 사람이라서 친구가 정말 많았겠지! 그렇다면 나도 역사 속 인물과 친구가 되고 싶지 않겠어! 이렇게, 잭의 칼날이라든가, 용수철 발 잭이라든가, 생제르맹 백작이라든가, 샌드위치 백작이라든가! 아, 교수님의 눈을 훔쳐서 성배전쟁에 참가하고 싶어~! 전 세계가 일어나줬으면 좋겠어~!” 누워서 팔다리를 들썩거리며 말하는 플랫을 에르고는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세를 바로잡고 잘라낸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5 "플랫 씨, 저는 선상 연회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네“ "하지만 먼저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뭐?" "저는 이 여행을 떠난 후의 기억도 거의 잃어가고 있어요." 듣고 나서 1초만 생각한 후, 상체를 들어 올린 플랫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그거, 아마 교수님한테는 말 안 했겠지? 나로 괜찮았어? 교수님이나 그레이 린이 아니라?”"다들 저를 걱정할 것 같아요" "나라면 걱정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뜻이야?" "네." "우와! 확실히 말하지 마! 뭐, 그렇지만 그럴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정답 축하해!" 잠시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짓던 플랫의 표정이 다음 순간에 사라진다. 방금 전의 표정은 마력에 의해 만들어진 표정이었다고 한다. 엘고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만졌다.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억 포화라는 게 정말 부작용이 아닐까 하고요. 내 기억이 차례차례 압박을 받아 사라져 가는 것은 사실 그것이 목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빨간 머리 청년의 말을 흥미롭게 듣고 나서 플랫이 물었다. "그러니까 그건 너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 - 지금은 방황하는 바다의 지즈 씨나 산령법정의 무시키라는 사람 중 한 명이 기억 포화의 그 끝이 목표였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야? 그 마술사에게는 네가 모든 기억을 잃어야만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네." "그 때, 멈춰 달라고?" "플랫 씨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질문에 플랫은 팔짱을 꼈다. "음, 솔직히 말해서 처음 봤을 때부터 에르고 군의 술식은 분석했었지. 지금 파악한 느낌으로는 20~30% 정도?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밝혀진 신에 대해서도 들었고, 꽤 자료가 갖추어져 있잖아.“ 와키와키, 하고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 손가락에 연동하여 그의 뇌도 구동하고 있는 것 같다. 푸른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더니 이내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약속은 할 수 없지만, 갈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엘고군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고, 변한 후 네가 '사라지고 싶지 않다'고 울면서 간청하면 ------ 뭐, 그때는 내가 악역이 되면 상관없겠지. 신의 집합체가 그런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2세가 들으면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납득할 수 있을까? 그 토오사카 린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마력 분석에 있어서는 엘메로이 교실에서도 특출한 기량의 소유자가 바로 이 플랫이었다. "아, 하지만 그러고 보니 이름이 있네." "이름?" "반펨씨는 신대동맹이라는 단체의 일원이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우리도 동맹은 어떨까?" "좋아요, 하지만 어떤 이름을 지을 건가요?" 음, 이 경우 엘고군의 자폭을 도와주는 거니까 자폭동맹? 신을 토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 토사구팽 동맹이라던가? "그건 좀......." 역시나 에르고가 눈살을 찌푸린다. "플랫이 반펨 씨에게 들은 게 천팔백 년 전의 조상님이었지? 나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2천 3백 년 정도이니, 오랜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네요." "와오! 그럼 패밀리 콤플렉스 탐정 클럽 - 차가운 후계자라든가!" "비슷한 것 같지만, 유산동맹 같은 건 어떨까?" 두 학생은 빙그레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6 "지금 좌표가 바뀌지 않았나요?“ "아, 눈치채셨나요? 역시 최신 엘메로이 교실 수강생답다! 서양 마술보다는 사상 마술인 풍수나 우보에 더 가깝다고 하네요. 천팔백 년 전이라면 아직 시계탑도 생긴 지 얼마 안 됐으니 그쪽의 마술이 안정성이 높았던 것 같아.“ 드물게 플랫이 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듯한 말을 한다. 평소 감성으로만 마술을 다루는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만큼 이 술식이 특별하다는 뜻이었다. 이번의 경우, 그 숫자에 에르고도 감이 잡혔다. "천팔백 년 전이라니....... 배에서 이야기했던 네 조상님?" "그래, 그래. "네. 대조상이라고 할까, 초대 메살라 에스카르도스 씨 반펨 씨는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러고 보니 플랫과 반펨이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에서 조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 단지 반펨과 교류한 계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외에도 다른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특정 순서대로 걷지 않으면 이 술식이 지정한 장소에 도달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요. 이것만큼은 나도 해킹할 수 없었어!" 밤의 뒷골목을 지나면서 플랫이 아쉬운 듯이 말했다. 혹은 이러한 수법에 대한 도전이 그의 기술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을지도 모른다. 신비는 오래될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는 법이다. 천팔백 년 전, 즉 신대(神代)와 맞닿아 있을 정도로 오래전이라니! 그렇다면 현대와의 괴리는 상당할 것이다. "천팔백 년 전이라면 모나코의 거리 풍경도 당시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수법이 더 대응하고 있는 걸까요?" "네! 술식 자체가 어떤 종류의 지능을 가진 자동 구동 술식이라는 거지! 이것도 몇 번 몇 번이나 응용하고 있는데! 내 마술도 처음에는 이 술식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익힌 것 같아." "------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네 마술의 기초는 천팔백 년 전 상대와의 스파링으로 익힌 거구나?" "해킹을 하려고 해도 자동 진화해서 대응하는 거지! 아마 원래의 술식은 굉장히 간단한데, 내가 궁리하는 쪽에서 그 궁리를 복사해서 되돌려주는 분홍색 괴물 같은 느낌이야! 이쪽도 대응술식의 버전을 삼천 육백 구십 칠 번까지 올렸는데 말이야." 불만을 품은 듯 청년이 입술을 삐죽 내민다. 시계탑에서도 대부분의 교사의 손을 거스르고, 수렁에 빠진 끝에 최종적으로 Ⅱ세에게 도달했다고 하는데, 왠지 납득이 가는 경력이었다. "아, 에르고군, 이쪽이야" 에르고의 눈이 희미하게 열렸다. 분명히 단순한 벽에 플랫의 몸이 숨어 있었다. "후후후, 돌 속에 있네, 라고요! 그래서 이 돌 속에서 한 바퀴 돌았어요." 잠수하는 것만으로 플랫이 다시 돌아왔다. 언뜻 의미 없어 보이는 행동도 아까 말했듯이 마술에서 지정한 절차이겠지만, 반펨의 배라는 것도 그렇고, 이 메살라-에스카르두스의 술식이라는 것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퍼즐 같기도 하고, 게임 같기도 하다. 장치를 만든 마술사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과 함께 플랫을 따라가다 보니 갑자기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역사적인 거리 너머에 있을 수 없는 것이 나타난 것이다. 작은 언덕이었다. "이런 지형, 지도에 없지 않나요 ------? "천팔백 년 전 모나코의 지형인가 봐요.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지금은 그림자만 남아있는 장소. 현대에는 성립되지 않는 종류의 대마술이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던가. 뭐, 아마 아버지도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일 테고, 어머니도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일 테니, 사실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고 플랫은 망설임 없이 그 언덕을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개의 서양식 건물이 합쳐진 듯한 기묘한 저택이 그들을 맞이했다. 만약 이곳이 실제 주거지라면 펨의 배 연회 참가비 등 용돈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았다. 물론 모나코의 부동산 가격 따위가 이 곳에서 통용될 리는 없겠지만, 경악할 만한 저택이었다. "그럼 여기가 네 집이구나?" "그렇겠지! 아, 물론 이 집은 1대째 지은 집은 아니야! 이 곳만 초대 메사라 씨가 지었고, 나머지는 대대로 대주인이 마음대로 증축을 해왔다고 한다! 덕분에 전혀 통일감이 없는 게 마치 변두리 료칸 같지 않아요!“ 대답을 하고 나서 플랫은 뒷문으로 향했다. 통통하게 말아 올린 손을 오른쪽 눈에 대고,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쿠이, 렌즈 조정하듯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인다. 으음, 예전보다 잠금 수식이 훨씬 더 엄격해졌구나. 총 47층 정도? 해킹 대책도 많이 강화된 것 같네. 응, 아빠 이거 잘했어!" "괜찮아?" "아니, 역시 아버지는 대단해!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까지 실력을 키울 수 있구나! 예상보다 세 배는 시간이 걸리니까 ------ 어, 아홉 초만 기다려줘!" 말하자마자 청년은 반대쪽 손을 내밀었다. "개입 시작" 단 한 마디의 주문이 금발 청년의 손가락에서 마력을 뿜어낸다. 밖에서 하나씩 해제하는 식의 느릿느릿한 방식이 아니다. 47층으로 판단되는 모든 술식에 단숨에 그의 마력이 스며들어 동시에 다발적으로 마술 해킹을 시작한 것이다. 술식 파괴, 조차도 아니다. 플랫이 만든 마술은 "나는 폐쇄술식입니다!"라며 라고 말하면서 원래의 술식을 속이면서 그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린다. "무슨 변경이냐?" "나랑 너를 관리자 틀에 가둬버리는 거다. 이 폐쇄술식은 아무도 통과하지 못하지만, 나랑 너는 관리자니까 얼굴 패스야, 라고요!" 9초가 채 지나지 않은, 정확히 7초 만에 폐쇄술식 탈취가 완료되었다. "네, 관찰 종료!" '퐁'하고 손을 두드리며 쉽게 문을 열고 나서 플랫이 에르고를 불러들였다. "어서 들어와. 아, 좋죠, 우리 집에 친구 데려오기 이벤트라니! 게임에서는 해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이네~! 르시안에게 모나코에 오라고 했을 때, 내가 네 부모님을 만나면 실수로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절대로 가지 말라고 했거든~! 친구로서의 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 같지 않나!" "아니, 그건 아주 좋은 친구잖아....... ------ 그럼 이만 가볼게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에르고가 플랫의 뒤를 따랐다. 어두운 복도가 그들을 맞이했다. "음, 내가 아는 우리 집이란 이런 거구나." 킁킁 냄새 맡듯이 하면서, 플랫이 진행되어 간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토록 어둡고 넓은 양옥에 다른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으니, 왠지 공포스러운 인상이 강했다. 삐걱삐걱거리는 바닥을 밟으며, 플랫은 중간쯤에 있는 부엌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립다. 예전에 이 부엌에서 악마를 불러내는 마술 같은 걸 시도한 적이 있었거든" "부엌에서 악마?" "그래, 고유 결계는 금주라고 하니까 고유 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악마를 불러내면 되는 거 아니야, 피콘! 부엌에는 소금이나 설탕, 밀가루 등 촉매제가 거의 다 갖춰져 있어서 쉽게 할 수 있었어. "네가 말하는 것이 무서운 것만은 알겠어." "좋았어, 그 반응! 엘메로이에서는 귀중한 말장난 역할! 카우레스 군도 의외로 융통성이 풍부하다고 할까, 엘메로이 교실에서도 톱 클래스의 마술사 기질이니까! 나도 그랬다면 기뻐했을 텐데 말이야.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에게 들키고 나서 비명을 지르며 말렸으니까요." 한 가지씩, 끔찍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여러 번 빠졌던 터라, 엘고 역시 더 이상 반성적인 지적을 하지 않고 금발 청년에게 물었다. "여기엔 어떤 의도로 온 거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유산 동맹으로서는 우선 조상의 유산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말이야.“ "유산?“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나에게 암살자를 보냈다고 말했잖아. 열두 번 정도 했는데, 아버지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펨의 배 연회에 나갔어." "에......." 엘고가 작게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반펨씨와 너는 ------ "당시에는 자주 함께 있었어. 그래서 펨의 배 연회에 나간 아버지는 참가비로 에스카르도스 가문의 마술각인을 내걸었지. 단돈 백만 유로에 마술각인을 내놓을 마술사는 없겠지만, 아버지는 절대 나에게 마술각인을 주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 만약 내가 이기면 반펨 씨에게 나를 죽여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고 하더라. 이기면 날 죽일 수 있고, 지면 마술각인을 내게 넘기지 않아도 되니까, 아버지, 잘 생각하신 것 같아요!" 플랫의 말에는 단순히 언어적 잔인함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마술각인을 본래의 후계자인 마술사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린과 2세의 가르침을 받은 엘고는 잘 알고 있다. 수백 년, 때로는 플랫 가문처럼 2천 년 가까이 마술각인을 계승해 온 것은 계승하는 것 자체가 마술사의 존재 의의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언젠가 근원이라는 끝에 도달할 때까지 영원히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아니, 우리 마술각인이란 건 그 내용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지. 대부분의 마술각인의 수명은 다 되어 가는데 무슨 소용이 있는지도 모르니 누가 불러도 역사에 남을 에스칼도스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거지. 아, 나는 좀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름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게 마술각인을 주는 걸 굉장히 싫어하셨어. 그래서 엄청난 사고가 날 거라고 믿으셨던 것 같고, 나를 마치 붕괴 직전의 원자력 발전소 같은 눈으로 바라보셨지. 산산조각 난 로봇을 써놓고 이제 와서 무서워하느냐는 식이었죠!" "그래서 결과는 ------" "물론 반펨 씨의 승리. 나도 에스카르두스의 마술각인을 되찾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어. 결국 다시 한 번 반펨 씨와 도박을 하게 되었어." "아, 그래서 펨의 선상 연회 같은 것도......." 플랫이 묘하게 펨의 선상 파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는 생각했어. 하지만 이런 이유였을 줄이야. "그럼 넌 펨의 선상 파티에서 이겼어?“ "아쉽게도 조금 다르네요! 반펨 씨, 에스칼도스 가문의 마술각인은 잠시 맡겨둔 것뿐이라서 그것을 되찾기 위해 정식 펨의 선상 연회를 열 생각은 없어. 내 부하를 이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해서 저기 딜러와 함께 하게 된 거야. 그래서 뭐, 펨의 배 연회 임시 정도?! 그래도 몇 번이나 져서 되찾을 때까지 꽤 고생했지만! 아, 정말, 한 번씩 질 때마다 시계탑으로 돌아가는 것도 힘들었어! 마지막에는 교실 사람들의 힘과 지혜와 돈을 빌려서 어떻게든 해냈어요." 방긋 플랫은 웃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7 "저기요" 유쾌하게 말하는 플랫에게 엘고가 물었다. "플랫이 모나코에 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야?" "응?" "루비아 씨네 집사님과 만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이 집에 와보고 싶었던 건가요?" "------ 음........" 에르고의 질문에 플랫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팔짱을 꼈다. 천천히 기울어지는 목이 자신의 어깨에 닿을 정도가 되어서야 겨우 이런 대답을 한 것이다. "잘 모르겠어. 하지만 누군가가 함께 와줘서 든든했을지도 몰라." "그런 것일까?" "그런 것 같아. 아마도" 두 사람 모두 거의 인간적인 반응과 심경을 애써서 추적하는 듯했다. 각각 마술과 신비에 있어서는 현대를 훨씬 벗어난 천재들이 마치 초등학교 교과서 문제를 풀며 인간을 배우려는 것처럼 보였다. - 로드 엘멜로이 세의 모험의 내용

*148 "자, 이제 곧이야." 그렇게 말하며 청년이 복도 끝에 있는 문을 열었다. "플랫!“ 순간, 엘고가 외쳤다. 문을 열자마자 문 너머에 네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의 눈에는 야간 투시경 스코프를 장착하고 손에는 기관단총을 들고 있었다. 남자들은 모두 프로페셔널이었다. 육안으로 확인한 후 콤마 2초 만에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초당 15발이 넘는 연사 능력에 대방어 마술용 관통술까지 적용된 총알은 아무리 뛰어난 마술사라 할지라도 피와 살을 찢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화약의 열기를 뿜어내는 총알이 모두 속이 텅 비어 멈출 줄이야. 창백하게 빛나는 손의 형상이 그들에게 보였을까. 아니, 보였다고 해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다음 순간, 그들의 몸도 역시 뼈마디마디가 모두 움켜쥐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와우, 서부극 속사포 쏘고 싶어요!" "관념하세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척추가 다칠 수 있어요." 선언한 에르고 앞에서 갑자기 검은 옷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꺅,' 하고 그대로 검은 옷들의 머리가 처박혔다. "미안해. 무슨 약이라도 마실 것 같아서 그대로 기절시켜 버렸어요.“ “아, 괜찮아 괜찮아. 기억은 잘 기억해 둘 테니까. 총알 숫자도 장부 정리해 놓을게.” 쓰러진 검은 옷들을 플랫이 들여다본다. "하지만 아버지, 내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이런 마술을 뺀 방식은 싫어하는 타입인 줄 알았는데, 의식 혁명이라도 한 건가? 확실히 지금의 방식이었다면, 내가 건드리면 한 손 정도는 빼앗겼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젊은이. 그들이 머물고 있던 것은 에스카르도스 가문이 지금 마피아와 항쟁 중이기 때문입니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검은 옷들이 기다리고 있던 작은 방의 문이 이번에는 저쪽에서 열렸다. 이쪽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천천히 문을 열었다. "저쪽은 처음 뵙겠습니다. 미스트03이라고 합니다." 긴 머리로 눈가까지 가린 집사풍의 남자였다. (------ 아니, 여자?) 라고 엘고는 그 모습을 재확인한다. 옷차림은 남성적인 신사복이지만 그 윤곽은 여성적인 풍만함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의 목소리도 다소 높았던 것 같다. ------ 다행이다.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에 플랫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만난 지 아직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늘 즐거워하며 웃는 청년이었지만 그런 표정을 지어본 적이 없었다. "에스카르두스 가문에서도 가장 장수한 호문쿨루스예요. 내 유모도 해줬어." 그렇게 말하고 나서 청년은 물었다. "그래서 마피아와 싸운다는 게 무슨 뜻이야?" "아직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주일 정도 모나코의 이면에서 각 세력 간의 다툼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도 마술사 용병을 고용해 준비를 시키고 계셨어요." "그렇구나. 일단 에스카르도스 가문은 모나코의 세력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고, 언제 휘말릴지 모르니까. 자기방어라면 자존심은 우선할 수 있지 않을까?" (------ 일주일 정도?) 그 표현에 엘고가 한 순간을 할애했다. 혹시 지난번 펨의 배 연회가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침 에르고와 플랫들이 온 타이밍에 항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쪽은? 친구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에르고라고 합니다.“ "그렇구나“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눈동자에서 값을 매기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저기요, 미스트, 예의 마술각인 부품을 받으러 왔어요." "도련님에게는 주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습니다." "그렇죠?" 곤란하네, 라는 느낌으로 플랫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에 호문쿨루스는 단 몇 초 동안 그런 청년을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제 생각으로는 에스카르두스의 당주는 아직 젊으시니, 꼭 필요하면 넘겨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마 그 후 90퍼센트 이상의 확률로 저는 분해될 거라고 예측합니다." "아냐, 아냐! 저녁만 빌려주면 돼요! 아빠의 봉인술식 버릇은 알고 있지? 다 쓰면 바로 다시 봉인해서 돌려줄 테니까!“ "그럼 준비합시다. 용병들이 쓰러져 있는 곳에서 친구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 이 방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춤추는 사람처럼 호문쿨루스가 발걸음을 돌렸다. 뒤따라가자, 반질반질하게 다듬어진 앤티크풍의 의자와 테이블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앉으세요.“ 재촉하자 호문쿨루스는 다른 문으로 사라졌다. 몇 분 후, 차와 과자를 담은 티트롤리를 밀고 돌아왔다. 같은 티트롤리에는 작은 액자도 실려 있었다. 아니, 액자라고 생각했던 내부에는 사람의 피부로 보이는 것이 끼워져 있었다. 그 표면에는 하얀 문장이 소용돌이치며 지금도 살아있는 듯 희미한 맥박을 반복하고 있었다. 빤히 쳐다보며 에르고가 물었다. "이게 마술각인이야?" "그쪽을 다루는 건 제가 없어진 다음에 해 주세요. 일단 아버지께선 절대 손을 대지 말라고 지시하셨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에게 홍차를 내온다. 호박색 표면에 점녹색 액센트가 녹아든 듯한 색조였다. "차는 훈제차 자-알렉산드르로 준비했습니다." "그게 이스칸다르의 차인가요?" "네. 그 정복왕 이스칸다르의 이름을 딴 차인데요. 왠지 손님 얼굴을 보고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조금 특이한 점이 있어서 과자는 그에 맞춰서 설탕이 많이 들어간 쿠키로 만들었습니다." 말을 듣고 홍차를 한 모금 마신다. 확실히 스모키한 맛은 있었지만, 그 특유의 풍미가 쿠키의 단맛으로 승화되었다. 아마추어도 이해할 수 있는 멋진 조합이었다. "도련님이 돌아온 것에 대해 나는 보지 않은 것으로 하고, 나중에 기억 폐쇄 조치도 할 것입니다. 오늘 일은 깨끗이 잊고 있을 테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 주세요." "고마워요, 미스트." "검은 옷에 대한 기억 처리도 잊지 마세요. 도련님은 그런 사소한 것부터 방치하는 버릇이 있으니까요." 아홉 살 때 내 과자를 흉내내려다가 마카롱을 무한히 만들어내는 마술예장을 만든 채로 방치해 모나코 거리를 온통 마카롱으로 가득 채웠던 일을 잘 잘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뒷정리는 미스트가 해줬었지?" "어머니가 반드시 암살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때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무뚝뚝하게 잘라 말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듯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49 "좋아, 쓸 수 있을 것 같다." "사용한다는 건, 마술 각인을 자신의 몸에 이식하는 거 아냐?“ "그렇게 하면 돌려줄 수 없잖아요. 이번엔 다른 방법을 쓸 거야." 마술 각인을 힐끗 쳐다보며 플랫은 엘고에게로 향했다. "너에게 이 마술 각인을 이식하고, 신을 잡아먹는 술식 자체를 분석할 거야." "나에게 이식?" "그래. 대부분의 마술 각인은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면 거부반응이 심하지만, 뭐, 다른 사용법도 있거든. 이번 경우는 나에게 이식된 마술 각인과 동기화하면서 마력 분석기로 쓰려는 거야. 어차피 마술 각인은 본인의 마력과 동화되는 거니까 최고의 탐사 바늘이 되겠지." 거기까지 말하고 플랫은 말을 끊었다. "단, 물론 이것도 거부반응은 일어날 수 있어. 엘고군의 술식에 대해서는 얼핏 봐서는 30% 정도밖에 알 수 없고, 자칫 잘못하면 폐인이 될지도 몰라. 음, 이것도 30% 정도는 피할 수 없겠지. 기억의 포화를 피하기 위해 폐인이 된다는 건 꽤나 비극적인 일이죠!" "즉, 도박이군요." 그 말을 하고 나서 에르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왠지 펨의 선상 연회에 관여한 탓인지, 생각이 그쪽으로 끌려가고 있다. "그만둘까?“ 잠시 침묵했다. 차가운 결정체를 뱉어내듯 말을 내뱉는다. "저 너머에 더욱더 영광이 있다." "음, 그게 뭐야?" "원래는 고대 그리스의 개념. 당시의 미덕으로 우애와 명예를 나타내는 단어. 그들은 항상 자신의 외부에서 자부심을 찾았다. 아마 우리 아버지도 그랬던 것 같아. 그렇다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가끔, 정말 가끔, 이 청년이 발산하는 표정이었다. 마치 패왕의 징조, 라고 2세가 말했던 것처럼. "시험해 보자, 플랫! “어서!” 마치 인조인간을 만들어낸 과학자처럼, 금발 청년은 열 손가락을 섬뜩하게 움직이며 눈부신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였다. “신대의 세 마술사도 그렇고, 교수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신을 잡아먹는 비밀은 내가 먼저 도전해 보겠어!”-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0 "그럼, 수술 순서를 설명해 줄게!" 그가 들어 올린 것은 액자였다. 그 안에는 에스칼도스 가문의 마술각인이 봉인되어 있다. 아버지가 플랫에게 이식하지 못한 채 숨겨둔 마지막 조각이었다. "우선, 내 마술회로와 연결한 채로 이 마술각인을 에르고 군에게 이식할 거야! 이 성공률은 70퍼센트 정도. 다음으로 마술각인에서 에르고 군의 마술회로에 동조한다! 이 성공률이 60%------ 아니 50%? 마지막으로 간섭 결과에서 마술의 정체를 분석하는데, 이 성공률은 미지수! 대체로 에르고 군이 폐인이 될 가능성이 30% 정도. 대체로 아까도 말했지만, 오케이? "응, 맡길게" "좋아, 방침 설명 끝! 그럼 빨리!" 빵, 하고 북을 치는 것처럼 플랫이 액자 표면을 두드렸다. 그러자 유리가 깨지지도 않고 그대로 내용물 - 원래는 피부였던 것 같은 얇은 마술 각인이 플랫의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개입 시작!“ 한 소절의 주문과 함께 마술각인 조각과 플랫의 손바닥이 연결되고, 그대로 에르고의 등 뒤로 튕겨져 나갔다. 과장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희미한 빛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플랫의 뺨에서 오른손으로, 이어 에르고의 등, 두 사람의 마술회로를 따라 빛이 천천히 그 영역을 넓혀 나갔다. 실제 광선이 아니라 마술사들의 인식에 빛처럼 느껴지는 정기의 알갱이, 파동이었다. 그리고 에르고의 여섯 개의 환영 손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아 ------ 낮게, 에르고가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가 보였다. '뭘 드시고 계십니까, 도련님’'아, 감옥의 돌담과 철로 연성했는데, 역시 씹는 맛이 별로네요!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오라버니께, 식사를 맡기고 있습니다." 미스트 03이 지하감옥에 몰래 음식을 가져왔을 때 이미 소환술과 연성을 이용해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어떤 모욕적인 냄새가 언제까지나 목구멍에 걸려있었던 기억이 난다. (기억나지 ------?)그래, 기억이다. 이건 기억이다. 에르고의 것이 아니다. 즉... "네가 플랫-에스카르도스인가?“ "선생님! 선생님! 이 녀석, 냄새가 너무 지저분해요!" 엘멜로이 교실에 왔을 때 2세에게 갑자기 표정 조작을 들킨 것도 처음이라면, 후각으로 이쪽의 본질을 간파당한 것도 처음이라 어쩔 수 없이 흥분하고 말았다. "야, 너네들, 너무 과장된 마술을 쓰는 거 아니야?" 그것은 관위의 인형사와의 만남이었다. 완전한 패배를 맛보게 한 쌍둥이 탑 이젤마에서의 전투 그전까지 보이는 세계가 얼마나 좁았던가. "아, 쓸데없는 게 보이면 미안해! 공감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혼재는 이쪽도 막을 수 없는 거지. 10% 정도의 확률로 인격붕괴가 일어날 것 같은데, 뭐, 아마 괜찮을 것 같네요 ------?“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플랫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마치 떠밀려서 아무 상관없는 질문을 던진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1 "자, 2단계 성공!" 거울 속 플랫이 주먹을 쥐고 작은 배짱 포즈를 취했다. 펨의 배나 이 집에서도 그가 마술을 쓰는 모습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때의 반응과는 전혀 달랐다. "어때? 뭔가 느껴져?" "------ 왠지 등에 환수가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야." 방금 전의 그 지독한 가려움증은 이미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플랫이 말한 동조가 끝났기 때문일까. 그래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떻게든 될 것 같아서 기분 전환을 위해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좋아 좋아, 다음이 마지막 작업이고 드디어 대본무대다. 에르고군에게 걸린 신을 먹는 마술에 대해 종합적인 분석을 시작할 거야. 유언 같은 거 남겨 둘 거야?" "필요 없어." 청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 여기까지 어떻게든 해냈지만 성공률은 50%도 안 될 거야?" "왜냐면, 미스트 씨에게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 대답에 거울에 비친 플랫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구나! 약속이니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며 준비운동처럼 꾹꾹, 꾹꾹, 하고 관절을 펴는 플랫.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헝의 내용

*152 '전방위 개입, 시작' 두 구절의 주문과 함께 그 술식이 단숨에 주입된다.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마치 피 속에 무수한 벌레가 풀려나는 듯한 가려움증이 온몸을 가득 채웠지만, 이번의 범람은 단 몇 초 만에 멈췄다. ------ "이건 아니야."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평소의 플랫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기계적인 소리였다. "응, 이건 달라. 마술로 치부할 수 없다. 적어도 에르고 군의 내면에서는 세상을 속이는 마술이 아니라, 세상과 부합하는 신비로 성립하고 있어" "플랫? 라는 말이 '신이 그런 의미인가? 에르고 군이 먹은 손행자는 물의 성을 가진 짐승의 성이다. 세토는 물의 성으로 전쟁의 성. 그렇다면 ------ 세 번째 기둥은 ------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러나, ------ 에 거울에 비친 플랫이 갑자기 눈을 떴다. 몹시 부자연스럽게, 그 몸은 앞으로 숙여져 있었다. "플랫?! "이런, 손이, 이거“ 에르고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알아차렸다. 이쪽을 만진 채 플랫의 손이 에르고의 등 뒤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에르고의 옆구리에는 아무런 감촉이 없다. 그런데도 순식간에 플랫은 빨려 들어간다. 손가락 끝에서 손목, 손목에서 팔꿈치, 앞쪽의 어깨도 에르고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플랫! 이건 뭐야!” “설마 이건 신을 잡아먹는 간섭 방어 프로그램인가? 아니면 에르고 군과 동조시킨 에스칼도스 가문의 마술 각인의 -와와와와와와! 이건 위험해, 위험해!” "야!" 엄청난 마력이 에르고의 등 뒤에서 넘쳐흐른다. 플랫의 비명과 함께 목소리가, 났다. 공기를 떨게 하는 그런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에르고도 플랫도 그런 '목소리'를 들었다. '찾았구나' '거기 있었구나' '잘도 손을 뻗었구나’ "여기 오기 조금 이른 것 같아요. 왜냐면 아직 넌-' 한쪽은 에르고의 안쪽에서 한쪽은 플랫의 내부에서.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유산동맹을 자처하는 두 사람을 각각의 목소리는 저주하고 있었다. 멍하니 플랫이 속삭였다. "아, 젠장, 이거 ...... 역시 에르고군뿐만 아니라 ------ 내 것도 ...... 그래서 신명재판이라는 것은 ------ 아, 셔츠 회수해야 -----" "위험해, 플랫!" 에르고가 외치는 소리와, 마침내 플랫의 목까지 신을 먹는 청년의 등에 삼켜지는 것은 동시였다. 잠시 후, 지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희미한 삐걱거림과 함께 나무문이 열렸다. “도련님? 어디로?” 문틈으로 나타난 호문쿨루스 미스트 03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하실에서 에르고와 플랫이 모두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3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였다. 그리고 폭풍 같은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곳이었다. 에르고의 등 뒤로 삼켜졌을 텐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수시로 쏟아지는 번개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배꼽을 움찔거리게 할 만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 바다 한가운데에 플랫과 에르고는 던져져 있었다. "와와와와!" 격렬한 파도에 휘청거리며 플랫이 외친다. "어쩔 수 없군, 이거! 아까부터 마술을 서른 개 정도 엮었는데, 마력이 너무 밀집되어서 한꺼번에 풀려버렸어! 에르고군, 이 정도의 마력을 전부 저장하고 있었어!" "이게 내 안에?!" 역시 바다에 던져진 에르고가 외치자, 플랫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술각인 시술을 받으면 서로의 정신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일은 흔한 일이야! 하지만 몸 전체가 흡수되는 경우는 시계탑에서도 서너 번 정도밖에 사례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몰래 들어간 금서고에서 읽었던 고유결계 반전현상이었나 뭐였나! 아니, 에르고 군이 망가지면 책임을 질 생각이었지만, 책임이라는 건 어떻게 지는 걸까! 일단 다음 영웅사대전의 계정을 추모 에르고군이라는 이름으로 해도 괜찮겠어?!" 끝없이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플랫에게 에르고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 장소가 현실적인 공간이 아님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향할 때도 지하와 해저를 잇는 아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공간에 침입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감각을 얻고 있었다. 플랫이 정신세계라고 말했듯이 좀 더 정신적인 개념적인 공간이다. 본래 현실과는 무관해야 하는데, 에르고의 내면의 신이 너무 견고해서 현실의 형태를 띠고 있다. (고유결계의 반전 현상?) 분명 고유결계란 마술사가 가진 심상세계로 현실을 뒤바꿔버리는 금주령이 아니었을까. 그 반전은 현실의 물체를 심상세계로 끌어들여 버린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이 바다는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4 "...... 달이다." 라고 파도 사이로 에르고가 속삭였다. "달?" "내가 먹은 신을 통치하기 위해 달을 생각하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 말을 에르고는 스케치북에 적어두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 월륜관 그 수행법을 허공에 떠 있는 에르고는 떠올린다. "오히려 동양의 사상마술과 관련이 깊은 기술이지만, 너 같은 경우는 이쪽이 몸에 더 잘 맞을 거야." 그렇게 엘멜로이 2세는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생의 성격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을 바꾸는 일은 시계탑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본질적으로 마술사의 교도는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지,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과는 무관한 행위라고 한다. 엘메로이 교실이 이단으로 여겨지고,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재를 잇달아 배출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달을 보는 데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눈꺼풀을 감은 채, 정중하게, 배운 말을 되짚어 본다. 아직 포화로 인해 사라지지 않은 기억을 열심히 끌어당긴다. 먼저 거울을 상상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아름다운 거울이다. "하나는 원거울을 가슴 한 팔꿈치만큼 단단히 세우는 것과 같다." 의식 속에서 거울을 세로로 세운다. 지금은 세로도 가로도 상관없을 정도로 에고가 휘둘리고 있지만, 명상의 이미지만 있으면 언제든 끌어낼 수 있다, 그런 식으로 Ⅱ세는 강의를 해주었다. 나도 명상 훈련은 힘들었다며 그레이도 슬쩍 요령을 알려주었다. "두 번째는 원경을 옆으로 몸통-팔부육단심 위에 놓는 것과 같다." 육단심이란 심장을 말한다. 의식 속에서 거울을 옆으로 돌려서 심장에 깔아준다. 그 거울에는 에고의 내장까지 비춰져 있다. 먹힌 신조차도 그 거울은 비춘다. 그리고 '세 가지를 원주처럼 보지 마라' 지금의 두 가지를 겹치게 한다. 2차원과 2차원을 겹쳐서 3차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어떤 의미에서 컴퓨터 그래픽의 구축 작업과도 비슷했다. 마술에는 이런 화면도 있는 것이었다. 입체의 달이 완성되었을 때, 청년의 얼굴에 하얀 얼굴의 가면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에서 면치기 장인 두조겐마의 손에서 건네받은 이형의 면이었다. 그리고 에르고의 주변에 무수한 실이 형성된 것이다. 아 그렇구나! 저거 제피아 씨도 사용하던 에테라이트구나!" 플랫의 말에 에르고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깨달았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사건에서 시온이 청년의 몸에 연결한 에테라이트, 그것을 에르고 나름대로 재현한 것이다. 분석에 능한 마술사가 잘 관찰했다면 그 실이 극히 미세한 모래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청년이 먹은 제2의 신, 사구전신의 권능이 에테라이트를 모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 사용법도 가능하구나 ------) 바다 곳곳에 에테라이트를 뻗어나간다. 그것은 마치 광활한 바다에 연결된 신경처럼 바다 곳곳에 분산된 요소들과 연결되었다. (시온 ------) 그녀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힘이 솟아났다. 비유가 아니다. 이집트 사건으로 에테라이트를 통해 에르고와 시온은 연결되었다. 그 때의 경험이 새로운 능력의 사용법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여행이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기억의 포화로 인해 덧없이 사라질 것이라도 지금 에르고의 등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5 쏟아지는 정보의 방대함에 에르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것도 당연하다. 원래 신이 내린 정보량을 견디지 못하고 젊은이들은 기억 포화상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증상은 곧 악화되어 그를 붕괴시킬 것이다. "에르고 군?" '플랫! 이거, 제발! 나로는 씹을 수 없어!" "좋아, 그거!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남에게 부탁하는 건 정말 엘메로이 교실 스타일이야!" 에르고에서 뻗어 나온 실의 일부를 플랫이 움켜쥔다. "요컨대, 에테라이트를 마술회로 대신에 에테라이트를 이용한 가짜 연결이잖아! 방금 전에 우리 마술각인의 융합도 완료했으니까 문제없어!" 플랫의 주먹에서 마술회로에 빛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자신의 마술회로와 실의 규격을 연결하여 새로운 마술식을 여러 개 구동시킨다. "자, 맡겨! 쏟아지는 끝에서 정보를 회수해 버리겠어! "훗훗훗, 로고스 리액트의 복수에서 고안한 수법을 사용할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개입 개시!“ 그 주문과 함께 에르고의 오감에 변화가 생겼다. 너무 방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던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 하나의 방향이 제시된다. 곧이어 그것은 에르고의 지각을 철저하게 변화시켰다. (대단하다 ------!) 마치 거인이다. 플랫의 정보처리로 인해 마치 자신이 거대해진 것처럼 에르고는 느끼고 있었다. 마치 모나코 전체가 손바닥 안에 들어있는 듯한 감각의 확장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모나코 전체를 그의 실이 스캔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이능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천리안 등으로 불리는 이능. 혹은 천이통, 등으로 불리는 초능력. 먼 곳의, 본래는 알 수 없는 사물을 알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깨달음이 자기 몫을 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에르고는 제어하고 있다. 감정과 이성을 총동원하여 간신히 자신이 망가지지 않도록 억누르는 것. 예를 들어 그것은 폭풍 속에서 매초마다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배의 키를 계속 잡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어느 정도’ 라고 플랫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제 음성이 아니라 실을 통한 마력의 소통이다. '신의 관점이란 이런 거였구나! 그럼 신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상관없다는 뜻이구나! 그렇구나! 왜냐면 보려고 하는 것이 항상 눈앞에 있기 때문이지!'그런 느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6 "그래. 이것은 즉 인연을 추적하고 있는 거구나. 인터넷의 링크집 같은 느낌. 직접 주소를 입력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의 우리로서는 링크를 따라가는 것이 지름길인 것 같네요." (...... 인연을, 따라가다?) 인터넷은 거의 사용해 본 적이 없지만, 링크를 따라간다는 것은 왠지 알 것 같았다. '모나코에서 인연이 있는 상대를 검색할 수 있구나. '자, 한번 해보자, 와우! 생각했다. '와우! 플랫의 환호와 함께 시야에 새로운 인물이 보인다. 지금 모나코에 있는 사람 중 인연이 있는 사람이 선출된 것이다. 먼저 청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아침 모나코의 뒷골목을 다니는 에르고가 잘 아는 여마술사 두 명과 갈색 피부의 청년이었다. "린과 루비아 씨와------뤄롱------? 왜 함께 있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모두 모나코에 있는 것 같다. 일단은 무사한 것 같고, 영권과 전투상태에 빠진 것 같지 않아 안심이 되었다. 플랫과 함께 시술을 시작한 것은 밤이었는데 벌써 아침이 된 것은 이 공간에 와서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시간의 흐름이 비슷한지조차 의심스러운 곳이니 이쯤은 어쩔 수 없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7 아직 인연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 모나코에 에르고와 인연이 있는 상대가 또 한 명 더 있는 모양이다. 그 쪽에 관심을 갖는 동시에 시야는 자동적으로 유도되어 간다. 플랫이 말했듯이 신의 시점이었다. 그 끝에 청년은 보았다. 폭파 해체된 건물의 바로 옆 건물. 그 옥상에 서 있던 에르고와 어딘지 모르게 닮은 빨간 머리 청년. 제일 먼저 플랫의 의식이 이렇게 불렀다. '아, 집사님! '어, 그럼 이 사람이 에미야 시로 ------?! 펨이 수색을 의뢰한 지난번 선상 연회의 승자. 붉은 머리의 마술사가 풀페이스 연금술사에게 쌍검의 한 쪽을 겨누고 있다. "내 꿈은 정의의 편이 되는 거야." (정의의, 아군?) 너무도 엉뚱한 대사에 에르고가 눈을 깜빡인다. (왜, 그런 꿈을 ------) 생각과 동시에 청년의 연결된 실은 곧바로 그 생각을 실현시키며 붉은 머리의 마술사에 대한 정보를 드러냈다. '와! 와! 우와! 플랫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시 한번, 단숨에 지각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정보가 떠오른다. 에르고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이지만, 확실히 방금 전의 정보와 연결되는 것들뿐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국의 묘지였다. 거대한 석검을 휘두르는 봉발의 거한에게 보이지 않는 무기를 든 소녀가 베고 있다. 아마 2미터는 훌쩍 넘었을 거한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묘비가 몇 개씩 부서지는데, 그 엄청난 파괴력 앞에서 소녀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마력을 입김처럼 뿜어내어 거한의 미세한 틈새에 통타를 날려버린다. 그 황당무계한 광경에 플랫이 엄청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 "에르고군! 이건 성배 전쟁이야! 후유키의 제5차 성배 전쟁! "성배...... 전쟁 ------? 제5차라는 것은 엘메로이 2세가 참가한 제4차 이후. 린과 에미야 시로가 참가한 회차. '그렇구나! 그래서 이 아서 왕이 그레이와 같은 얼굴이구나! 아, 아니 그 반대인데, 실제로 보면 정말 닮았어! 그럼 교수님도 깜짝 놀랄 것 같네요!" '그럼, 이건 ------ 과거시점인가 ------? 막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감히 말하자면 시온도 보여줬던 아틀라스원의 고속 사고에 가깝다. 압도적인 처리 능력에 의한 과거 예측. 넓게 보면 이것도 과거시의 일종이지만, 엘메로이 2세나 린에게 들었던 과거시와는 조금 다른 느낌,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전투는 하나도 아니었다. 혹은 눈가리개 요녀가 아서왕과 함께 건물의 벽을 뛰어오르기도 한다. 혹은, 이상하게 긴 검을 든 검객이 방금 전의 봉황머리 거한과 칼날을 갈고 혹은 마창을 든 창병이 붉은 망토를 두른 궁병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마치 만화경을 방불케 하는,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영령들이 난무하는 전장이 병렬적으로 에르고의 지각을 뒤덮는다. (이것이 ------ 성배전쟁 ------) 끊이지 않는 전투에 압도당한다. 믿을 수 없는 여정을 겪어온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기압을 느낄 만큼의 격돌이었다. 순수한 마력의 규모만 놓고 보면 지즈나 뤄롱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첫 번째 여정에서 맞닥뜨린 산령법정의 선인 무시키 등이 더 뛰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최종 형태라 할 수 있는 영령들의 사투는 단순한 힘의 비교 등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충격을 젊은이들에게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건 ------) 끝없이 펼쳐지는 광경에 에르고는 모순을 느꼈다. 어떤 전투에서 사라졌어야 할 영령이 더 후대의 시간 순서로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거의 동시라고 생각되는 서로 다른 무대에서 동일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순간이동이나 이중 존재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순이 너무 많고, 너무 잦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곧 답이 공개되었다. "...... 아........" 그렇구나. 드디어 에르고는 납득했다. 기억 포화란, 그러니까 그런 거구나. “음, 그럼 에르고도 기억 포화상태가 되겠네. '그러니까 신을 만난 인간은 대체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네!” 왠지 매우 기쁜 듯이 플랫이 말했다. "신이 보는 세계에서는 과거도 미래도 동등하고, 오히려 실제로 일어난 일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도 동등하단 말이야! 그건 어드벤처 게임에서 주인공이 선택하지 않은 루트까지 모두 알고 있는 메타 상태잖아요! 전지전능하다고 해도, 그래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거지. 우리에게는 미래도 과거도 하나뿐이지만, 신이 보기에는 그런 게 무수히 많으니까요!"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신이니까 정보량이 많을 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기준이 달라져 버렸다. 2차원과 3차원에서 보이는 것도, 정보도 완전히 달라지듯, 똑같은 상황이라도 지각-인식-경험하는 정보가 완전히 다르다, 인간과 신은 다르게 인식-인식-경험하는 정보가 달랐던 것이다. "어라, 그럼 예전에 그레이의 고향에서 제피아 씨와 이야기했을 때, 혹시 제피아 씨, 우리한테 맞춰준 거 아니었어?! 우와, 그렇겠지! 수만 개의 루트가 있는 게임에서 한 루트에만 의식을 조절하는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잖아! 와우,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겠어!" 이번 플랫의 발언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일부 의미는 파악할 수 있었다. 수만 갈래로 갈라진 운명. 미래가 하나가 아니듯, 과거조차도 하나가 아니다. 그렇게 『과거』의 광경이 에르고와 플랫 앞에 비춰졌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순간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일곱 명의 마스터가 모여 성배전쟁이라는 살육전이 시작되는 이 밤을 말이야." 아, 린! 나이는 지금보다 몇 살 어린 것 같았지만, 확실히 토오사카 린이었다. 마술사 특유의 냉혹함을 눈빛에 담은 소녀의 선언. 아무래도 에미야 시로와 그녀는 원래 적대적 관계였던 모양이다. 아니면 이것도 가능성 중 하나일 뿐, 실제로 시로와 린이 맞닥뜨린 운명과 다른 것일까. 일곱 명의 마스터와 일곱 명의 서번트가 싸우는 성배 전쟁. 토오사카 린의 옆에 있는 것은 영체화된 채로 갈색 피부에 흰머리를 가진 서번트였다. 붉은 망토를 입은 궁병. '확실히 나는 이상대로 정의의 편에 서게 되었어' 또 다른 장면. 그 궁병이 두 사람과 대치하고 있다. 에미야 시로와 그 서번트인 아서왕. 그러나 궁병은 아서왕과 대화를 나누면서 계속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에미야 시로야말로 불구대천의 원수인 것처럼. "어쩔 수 없지. 무엇을 구하든, 구원받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나오기 마련이다. 몇 번 싸움을 끝내도 새로운 싸움은 만들어진다. 그런 존재가 있는 한 정의의 편이라는 것은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피를 토하듯, 궁병은 통곡한다. 아, 그래서 이것은 정의의 편이라는 말에 의문을 품고 있는 에르고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궁병의 말대로, 현실에서 정의의 편이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사람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의의 편은 구할 것과 구하지 않을 것을 자연스럽게 구분하게 된다. 구원받지 못한 자들은 다시 싸움을 일으키고, 정의의 편은 또다시 구원받지 못할 자들을 만들게 된다. "어라? 이 궁병이 집사님의 조상님인가?" 플랫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왠지 아주 닮은 것 같은데?" 플랫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 서번트의 친척이라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영웅의 후손 같은 건 어디에나 있는 거니까." '영웅이 되었기 때문에 정의의 편을 미워하게 된 건가?' 그런 것은 있을지도 모른다. 원점에서 정의의 편을 지향했더라도 실제로 영웅으로서 정의의 편이 될 수 있었다면 그 한계를 직시하게 될 것이다. 이 궁병은 그런 경험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성배전쟁에서 에미야 시로와 대치하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시로의 원점은? 에미야 시로가 결정적으로 지금의 길을 결정한 하지마리는? 신의 관점을 가진 에르고의 질문은 당연하게도 그대로 답으로 이어진다. 장면이 바뀐다. 시간이 바뀐다. 분명 제5차 성배전쟁보다 더 이전의 사건일 것이다. 검게 물든 하늘. 시체 더미. 무너져가는 사람들. 모두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 따위는 없었던 시간. "와, 여긴 뭐야!" 플랫이 말한다. 마력마저 녹아내릴 정도로 그것은 장엄하고, 추악하고, 철저한 무대였다. 원래는 공원 같은 곳이었을 것 같은데, 원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칠흑같이 검게 그을린 땅에는 아직도 불길의 파편이 흩날리고 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즉사했고, 운 좋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불행한 사람들도 불과 수십 초 혹은 몇 분 정도만 살아있었다. 가끔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불에 그을린 시체가 그런 현상을 보인 것뿐이었다. 타는 듯한 열기와 인분 타는 냄새. 하늘조차도 검은색과 잿빛으로 얼룩져 있다. “플랫! 저기요.......!” 에르고가 부른다. 반쯤 탄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검게 그을린 시체 중 하나였다. 아니, 숨은 있다. 아직 어린 소년이다. "집사님 -----" 플랫이 말했다. 꼬물꼬물 손을 뻗어 소년은 힘겹게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 많은 죽음 속에서 살아남았으니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듯이, 아마도 그 저항도 곧 끝날 것이다. 어떻게 봐도 소년이 입은 화상은 치명적인 상처로, 현대 의학은 물론이고 고도의 마술로도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검은색과 회색의 하늘을 향해 뻗은 손은 당연히 힘이 다하여 툭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순간, 다른 손이 소년의 손을 움켜쥔 것이다. "아 ------" 에르고가 숨을 멈춘다. 소년의 손을 꼭 잡은 상대의 얼굴이 에르고의 뇌리에 새겨졌다. 눈물을 흘리며 살아 있는 인간을 찾았다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남자의 모습. 마치 구원받은 것은 소년이 아니라 남자 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이 사람이”멍하니 에르고가 말한다. 대답은 신의 관점이 이미 가르쳐주고 있다. 이 남자가 바로 에미야 키리츠구라고. 악명 높은 마술사 킬러라 불리고, 그 지즈마저도 총으로 쏴 죽인 기원탄이라는 예장을 만들어낸 마술사라고. 하지만 그런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미야 키리츠구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든 것을 빼앗긴 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복을 되찾은 것처럼. 단 하나, 이 축복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안아주는 듯한. 무심코 에르고가 부러워지는 그런 표정을 키리츠키는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네가“ 네가 키리츠그를 죽였어 ------! 시로우-에미야 ------! 이번에는 과거가 아니었다. 바로 지금, 현실의 모나코 빌딩 옥상에서 에미야 시로가 풀페이스 헬멧을 쓴 상대에게 그렇게 외친 것이다. 그것을 인식했을 때, 에르고의 시야가 깜깜해졌다. '플랫? '음, 미안. 에르고군." 플랫이 사과했다. "어? 뭐야? "정보 제어의 마술식을 백 여덟 개나 준비했는데, 다 타버렸어! '어머 내 마술식은 백팔식까지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천 개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건!" 대사가 끝나기 무섭게 자신의 몸과 연결되어 있던 무수한 실이 툭툭 끊어졌다. 마치 마술회로를 잃은 것처럼 에르고의 오감이 차단된다. 사실 그것은 보통 수준의 오감으로 돌아간 것일 뿐이지만, 한 번 신의 그것을 얻은 청년으로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지전능한 신은 무지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에르고도 플랫도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8 "네가 키리츠구를 죽였어 ------! 시로-에미야------! 그 말에 시로가 굳어졌다. 당황, 경악, 도성, 동요,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키리츠구를?” 그 순간을 저스트라고 자칭하는 떠돌이 연금술사는 놓치지 않았다. 오른팔의 전기톱이 떨어져 나와 불꽃을 튀기며 건물 옥상을 자르는 순간, 저스트의 오른손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안쪽에서 풀려난 것이다. 의수였다. 근육 대신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리고, 혈관 대신 금속선이 연결된, 일종의 골동품 같은, 있을 수 없는 가상 과학을 현실화한 기술의 결정체였다. 그 의수가 이번에는 크게 휘어지는 금속 날 채찍을 내뱉었다. 시로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격. 쌍검으로 받아냈지만, 받은 부위에서 칼날 채찍이 더 크게 휘둘렀다. 꿈만 같을 정도로 얇은 금속의 칼날은, 그러나 인간의 뼈까지 쉽게 끊어낼 수 있다는 것을 시로는 직감했다. 그렇게 단련된 장인의 손놀림까지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쯔」. 간신히 몸을 비틀어 피한다. 모나코의 공기에 붉은 색이 튀었다. 시로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 옆구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방금 전에 생긴 상처가 급격한 운동으로 인해 더 많은 피를 흘린 것이다.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죽어서 속죄해! 키리츠구에게 갚아라!" 칼날 채찍을 새롭게 휘두른다. 유연하게 휘날리는 칼날 채찍은 공중에서 여덟 갈래로 쪼개져 방어하기 어려운 머리 위로 다두뱀이 물어뜯을 듯이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저스트와 시로의 중앙에서 방금 전 떨어진 전기톱이 갑자기 가스를 뿜어냈다. 정체된 보라색 가스는 살짝 들이마신 시로의 의식을 순식간에 뒤흔들어 놓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즉각적인 작용은 바로 연금술에 의한 것일까. 마치 의기투합한 것 같은 구도였다. 투영 마술을 이용한 학익쌍련에 대한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을 이용한 동시 다발적 공격. 시로도 방금 전의 투영과 부상으로 한계에 도달했는지, 더 이상 제대로 된 방어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게다가 또 다른 이상 사태가 겹칠 줄이야.......! 시로와 저스트가 대치하는 옥상에서 그 한 점이 신기루처럼 이상하게 일그러진 것이다. '나' 작게, 떠돌이 연금술사가 신음했다. 공간의 왜곡에서 나타난 것은 몇 개의 반투명한 푸른 손이었다. 그 푸른 손이 떠돌이 연금술사의 칼날 채찍을 모두 받아내고, 더욱 뒤틀린 공간에서 끌려가듯 푸른 손을 등 뒤로 뻗은 붉은 머리의 청년이 옥상에 착지한 것이다. "뭐야, 넌!" "우와, 집사님, 큰일 났어요! 아찔했어!" 또 한 명. 푸른 손을 기른 청년의 바로 옆에는 금발 청년이 쓰러져 있었다. 이쪽은 착지에 실패했는지, 아픈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한 손의 손가락을 교차시켜 즉석에서 마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마술이 전기톱에서 방출된 가스를 순식간에 중화시켜 버렸다. 속도만 보면 싱글액션이었을 텐데, 현대의 마술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정확도와 강도를 자랑한다. 그 두 사람에게 스젠은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금발은 플랫 에스칼도스. 지금 모나코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에스칼도스 가문의 신동. 또 한 명의 빨간 머리는 펨의 카지노선 사선 환희선에서 플랫과 내제자들과 함께 엘멜로이 2세를 수행하던 상대. 둘 다 반나체 상태였고, 허리에 셔츠를 감고 있는 상태였다. "플랫!" 시로가 놀라움과 함께 말했다. 아무래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모양이다. "아하하, 이건 인연으로 끌려왔다는 뜻인가! 아침에 각인을 돌려준다고 미스트에게 말했으니까 나중에 사과해야지! 하지만 지금은 집사님이 먼저인데, 음, 이 아틀라스원 같은 연금술사님은 어떤 관계야? 에미야 키리츠구씨까지는 들었는데, 어라, 혹시 지금 하는 수법이 마술사 킬러 키리츠구씨와 비슷하지 않나? 비슷해? "마술사 킬러 에미야 키리츠구 ------? 중얼거리는 시로의 말에 이어 저스트가 청년을 노려보았다. “------ 플랫-에스카르도스” "어라, 어라? 나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눈을 깜빡이는 플랫을 뒤로 물러서며, 떠돌이 연금술사는 또 다른 청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 에르고.“ "나도?" 붉은 머리의 청년이 긴장을 풀지 않고 여섯 개의 환수를 들고 있다. 이에 맞춰 시로도 천천히 자세를 가다듬었다. 옆구리에 감은 붕대는 점차 붉은 색이 짙어졌지만, 눈빛에 담긴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떠돌이 연금술사는 조금 거리를 두었다, "은폐가 풀리네" 라고 중얼거렸다. 지표면 도로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폭파 해체를 감춘 연금술의 효력이 드디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평화롭던 모나코에 닥친 재앙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조금만 더 가면 소방차가 달려오는 모습도 보였다. 단 1초도 채 되지 않아, 떠돌이 연금술사는 망설였다. 불타는 살의와 연마된 살육의 절차 사이에서 흔들리는 듯 보였다. 희미하게 풀페이스 헬멧의 머리가 흔들렸다. "아니야." 속삭임이 바람에 섞여 들려온다. 어딘가와 통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마술에 의한 것이라면 도청도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아틀라스원과 가까운 연금술에 의한 것이었다. "시로우-에미야"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 의수를 들어 올린다. 그 안쪽에서 굴러온 원통을 즉시 에르고의 환수가 움켜쥐었지만, 그 엄청난 섬광이 거꾸로 튀어나오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떠돌이 연금술사가 직접 만든 플래시 수류탄! 순간적으로 에르고가 다른 환수들을 방어에 투입했지만, 더 이상 이탈한 연금술사가 공격해오지 않았다. 눈부신 눈동자를 마력으로 재조정한 1초 만에 저스트라는 이름의 떠돌이 연금술사는 건물 옥상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전기톱에 의해 잘려나간 옥상 콘크리트와 폭파 해체된 현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겉에 있는 사람들만이 기묘한 싸움의 잔재였다. "...... "도망쳤나?" 시로의 몸이 흔들렸다. "와, 집사님!“ 받아내려던 플랫이 멋지게 발을 비틀어 쓰러진 시로의 밑으로 깔려서 '으악'하고 작은 동물 같은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59 그러자 옆방에서 에르고와 같은 머리 색깔의 청년이 나타났다. 이쪽은 쟁반을 들고 방금 내린 듯한 커피를 담고 있었다. "플랫도 깨어났구나." 아, 집사님도! "아까는 미안. 내가 깔아뭉갠 것 같아서......." 시로가 깊게 고개를 숙인다. "아하하하, 기분은 스펠란커였어!"(「あっはっは、 気分はスペランカーだったよ!) "어라? 이미 피는 멈췄어?" "뭐랄까..." 시로가 옆구리를 살피더니 미소를 지었다. 꽤 큰 상처였을 텐데, 적어도 피는 더 이상 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여기는 어디? 천국? 보너스 스테이지? "내가 은신처로 쓰고 있는 호텔이야. 솔직히 남을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들이 도와준 덕에 이렇게 된 거죠."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근처 소파에 앉은 스젠은 진심이었다. 어떤 마술에 의한 것인지, 연금술사와의 싸움에서 찢어진 차이나 드레스는 수선되어 있었지만, 옆모습에 드리워진 피곤함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천천히 일어나 가슴에 새겨진 만주사화 문신을 더듬으며 일어섰다, '플랫 에스칼도스' 하고 사진은 청년을 내려다보았다. “이번 소란의 중심, 그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어....... 트러블은 항상 내 주변에 있는 건데! 세트 판매라고 할까, 완전판 상술이라고 할까!" 스젠은 처음으로 약탈공에게 동정심을 품게 되었다. 이런 학생이 있다면 나 자신도 한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시계탑의 많은 학부가 이 신동을 한 번은 환영하다가 불과 몇 주에서 몇 달 만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내쫓은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당신은.......어......예스젠 씨였죠?" "사선 환희선에서 인사를 드렸는데, 기억해 주셨다면 영광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마법의 한 걸음 앞인 순간이동까지 해서 우리한테 온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지금 막 에르고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왜 그 타이밍에 시로에게 찾아온 거야? 친구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문이라도 들었어?" "아뇨, 아뇨! 들은 게 아니라 본 거에요!" "봤다고? 고성술인가? 아니면 심령술이나 마력이라도? "어느 쪽이든 좋죠! 나 「마인드 시커」를 노미스 클리어까지 해봤어요! 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에르고 군의 등에 빨려 들어갔어!" "등에? 빨려 들어간다고?" 아무리 마술사라고 해도 초반에 삼키기 어려운 말을 듣고 앵무새처럼 중얼거리는 스젠에게 플랫은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 그래. "그래요, 에르고군의 신을 먹는 기술을 자세히 분석하려고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는데, 폐인의 위기를 극복하고 막상 본선에 진출하려는 순간, 핑크색 카피 몬스터처럼 포장되어 버렸어요!“ 새롭게 등장한 단어는 그녀에게 무시할 수 없는 단어였다. 눈을 움직여 플랫 옆에 앉아있던 청년을 응시한다. "당신 ...... 그냥 엘멜로이 교실의 학생이 아니라 스승님이 말씀하셨던, 신을 먹는 사람?“ 원래대로라면 에르고가 반응하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새로운 발언이 튀어나온 것이다. "어라? 스승님, 스젠씨가 새로 제자가 되었다고 했던 방황의 바다라는 곳?" 시로인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한 부분을, 우연히 말을 꺼낸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 그럼 스젠씨도 지즈씨의 제자였어?!" 플랫의 말에 스젠이 침묵한다. "사망한 지즈와 이이의 관계는 적어도 선연 관계자에게는 숨길 생각이었어. 용의자로 의심받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신대의 마술사라는 정보는 이쪽이 유리한 상황에서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 잠깐만요." 그녀가 손을 들었다. "시로와 당신들도 관계자인 것 같네요. 시계탑이라서 아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그뿐만이 아니었나 보네.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일까요?" "네! 지난번 펨의 선상 연회에서 집사님이 이겼다고 해서 반 펨씨에게 부탁을 받고 찾고 있었어요!“ 여자가 경직되었다. 찌르는 듯한 전율이었다. 어색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묻는다. "선연의 ------ 승리자? 누가?" 아, 그........ 옆에 서 있던 시로가 곤란한 듯이 기침을 했다. "그러니까 집사님이요! 아니 설마 우리도 집사님이 그 루비아를 대신해서 배의 연회에 나가서 당당히 승리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 아닙니까! 게다가 아직 상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니 마피아도 노리는 거 아니겠어요! 반펨 씨도 서둘러 찾아야 할 거예요!" "시로" 라고 스젠이 절규한다. "당신이 ------ 지난번 선상 연회 ------, 설마 나를 속여서 ------? 마치 도미노를 쓰러뜨린 것 같았다. 하나 둘씩 밝혀지는 사실들이 점점 상황을 악화시켜 나간다. 모두들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극히 복잡한 다중의 비밀과 관계성까지 이 자리에서 맺어지고 있었다. 자칫하면 그대로 죽고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마술사들 사이에서는 치명적인 관계이자, 엇갈림이기도 했다. 참을 수 없어, 스젠의 손가락이 주머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손에 들려 있던 것은 이제 신대 마술의 매개체가 될 화장한 조개껍데기였다. 거기에 마력을 주입하기 직전, "납작하게, 배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고!"(「フラット、 おなかに力を入れて、 歯を食いしばって!」) "헉!" 플랫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반투명한 푸른색 환상의 손이 그 입술을 파고들었다. 너무도 무자비한, 천장에 가까운 청년을 날려버리는 일격이었다. 금방이라도 마술을 발동시킬 것 같았던 스젠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뒤돌아선 에르고가 불렀다. "스젠 씨!" "네, 네" "죄송합니다!" 똑바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 어? "플랫의 말대로 저 때문에 여러 가지가 보여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최악의 타이밍에 말을 꺼낸 것은 플랫이지만, 원래부터 따지자면 제가 불필요한 것을 보게 한 것이 문제입니다. 같은 엘메로이 교실의 학생으로서 사과드립니다!" 스젠이 마술을 멈추고 말문이 막힐 정도로 성실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마술계에서는 극히 드문, 경우에 따라서는 악덕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는 성품. "두드려 두드려 ------ 기, 효과가 있었어요 ------ 지금 건 효과가 있었어요 ...... 교수님 아이언클로만큼 효과가 있었어요------ 은하계도 깨는 팬텀이다------ 올림픽 확실한 잡동사니 회전으로 별이 보였어요 별이 보였어요------" 바닥에 엎드린 채로, 끙끙거리며 플랫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플랫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 하지만 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멈출 수 없잖아." 라고, 에르고가 울부짖는다. 어깨를 빌려 일으켜 세우자마자, "후------ 후후, 하하하하하하!" 라고 참을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시로였다. 눈꼬리를 문지르며 그는 에르고에게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0 "아니, 미안해. 옛날 생각이 났어. 토사카가 자주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게 생각나서 말이야. 야단을 치는 김에 간드도 쏴 버렸지만 말이야." "린의 간드인가요?" "혹시 토오사카도 너와 함께?" "표류하던 저에게 처음으로 이것저것 알려 준 건 린이었어요." "그렇구나." 그 녀석답다는 듯이 시로가 얼굴을 붉혔다. "선생님께선 린과 루비아 씨가 교실의 핵탄두라고 들었어요. 두 사람의 폭주로 인해 교실을 몇 번이나 다시 만들게 되었다고." "엘멜로이 2세라. 제대로 이야기한 건 한 번뿐이지만, 토오사카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시계탑의 군주니까 나 따위는 발도 못 붙이는 초일류 마술사잖아?" "...... 아하하하."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에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엘멜로이 2세가 듣고 있었다면 언제나처럼 눈썹 사이 주름을 깊게 펴고 배꼽을 쓰다듬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 상상조차도 지금의 젊은이에게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내용

*161 "당신 주인의 이름이지요. 토사카 린." "주인?" "괜찮아. 내가 마음대로 지은 것뿐이야. 뭐,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 빚을 갚는 편이 속이 시원하겠지.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말이야.“ 에르고의 발끝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스젠이 시선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당신, 예장이 좀 특이하지 않아요?" 진심어린 말에 잠시 후, 에르고가 주머니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이거, 입니까?"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자, 스젠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시로도 역시 숨을 죽인 채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대단한 얼굴이군." "아시나요?" "토사카가 시계탑에서 여러 가지를 보여줘서 이상하게 눈이 밝아졌어요. 게다가 스젠 씨네에도 가면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시선을 떼지 않고 천천히 하얀 얼굴의 디테일을 관찰한다. "정말 매끈하네요. 만져봐도 될까요?" "어서요." 에르고에게 건네받은 시로는 한동안 하얀 가면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 번 손끝으로 가면의 피부를 쓰다듬었다, ------ "이거, 아마 아직 미완성일지도 몰라." "えっ" 에르고가 눈을 깜빡였다. 원래 그 가면은 가면술사 토보리 겐마에게 받은 것이었다. 어떤 신체를 소재로 한 듯한 무형의 가면에 겐마가 혼신의 힘을 다해 조각한 물건인 그 가면을 통해 에르고는 처음으로 신의 권능을 제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재료가 된 면에 최근에야 달인이 마무리 작업을 했어. 하지만 그마저도 아직 부족했어. ------ 그래, 그렇구나. 부족한 건 장인의 솜씨가 아니야. 소재에 버금가는 도구의 부재다." 그렇게 말하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시로는 말했다. "아마 ------ 나는 이걸 완성할 수 있을 거야." 백면 완성. 그것은 도대체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제발, 괜찮습니까?“ "그래. "네, 스젠 씨, 도와주실 수 있나요?" "도와준다고?" "그 가면의 컬렉션을 보면 스젠 씨는 가면이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아마 알 수 있을 거예요." 라고 말하며, 스젠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시로에게 묻고 싶은데, 당신은 선상 연회 우승자의 권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거죠?"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권리를 양보해 주면 도와줄게." 그러자, "미안해." 라고 시로가 고개를 숙였다. "그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줄 수 없어. 대리로 나온 것뿐이니까." 집착하는 기색도 없다. 협상으로서는 확실히 밑도 끝도 없는 협상이다. 만약 후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진심으로 하루 종일 설교를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아" 라며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사진이 옅은 동경을 품은 것은 이런 청년이 아니었을까. "알았어요." 라고 사진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주인에게 협상만 해줄 수 있겠지?" "물론이지!" 시로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 협상권이 있다면 두 번째 게임 자체는 상관없지만, 사선 환희선의 출항은 꼭 지켜야 해." "물론!" 시로가 눈을 반짝였다. 만약 약탈공이 살아남았다면 지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기도 하고. 너는 괜찮겠지?“ "응. 작업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대답한 뒤, 에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2 "아, 앞으로 사용할 마술, 토사카한테는 비밀로 해줘. 함부로 밖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 그건 물론 괜찮습니다만........“ 긍정했을 때, 시로는 근처 의자에 앉아 무릎을 꿇은 채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입술이 이런 주문을 속삭였다. 트레이스 온 "투영, 개시" 그 마술회로에 마력이 흐른다 손에 빛이 모이고 결정화되어 무언가가 탄생한 것이다. 끝, 이었을까. '투영 ------? 스젠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역시 그녀가 알고 있는 투영과는 달랐다. 저스트라는 이름의 떠돌이 연금술사와의 싸움에서 간장-막야를 만들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도저히 가와만의 복제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到底ガワだけのレプリ力とは思えない。) 강철로 보이는 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운의 날카로움, 그 신기의 날카로움! "뭐, 내 약간의 특기 같은 거지." 조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대의 마술사는 말할 것도 없고, 신대(神代)의 마술조차도 이런 식의 재현은 불가능하다고 지금의 스젠은 확신할 수 있었다. 토오사카가 비밀로 하라고 한 것도 당연하고, 이런 것이 알려지면 에미야 시로는 틀림없이 시계탑의 봉인 지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 진짜는 어디서 봤어 ......?“ "시계탑. 토오사카에서 당신의 재산은 본 것들뿐이니까 반쪽짜리 마술 수련보다 이쪽이 먼저야. 시계탑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눈곱을 묻히라고 했어요. 그래서 천 건 정도 신청서를 내서 박물관과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다 봤어.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토사카의 눈빛은 상당히 유로화나 달러화의 눈빛이었던 것 같은데.......“ "잠깐만. 시계탑은 분명히 대영박물관과 ------ 스젠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시계탑 본부는 대영박물관 지하에 자리 잡고 있어 여러모로 연관성이 많다. 전 세계의 보물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 대영박물관의 역사는 마술 조직으로서의 시계탑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시계탑의 신청은 대영박물관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평소 열람이 어려운 귀중한 물건이라도 시계탑에서 신청하면 쉽게 통과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마술사들의 연구 환경에서 시계탑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그 수단을 통해 에미야시로가 대영 박물관의 물품을 구석구석 관찰했다고 하면 "그 중에 이 끌도 있었다" 라고 시로가 다시 끌을 잡는다. "해설에는 이집트 주변에서 발굴되었다는 것 외에는 유래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물건이지만, 나는 한동안 그 끌에서 눈을 떼지 못했어. 토사카가 아직 백 개는 더 봐야 한다고 말해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어요.“ 백면에 망설임 없이 칼날을 들이댄다. 그 끌을 두드리기 위한 망치도 시로의 오른손에서 태어났다. 그 앞에 의자를 끌고 온 스젠이 앉아 사상마술사와 마술사가 마주 앉았다. 망치를 들어 올리기 전, 시로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내리깔고 말했다. "저기, 에르고" "네." "이 가면을 완성하기 전에 알고 싶은 게 있는데, 에르고의 지금까지의 여정을 들려줘도 될까? 에르고만 나에 대해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것도 균형이 맞지 않아 불편할 것 같아서요." 내 입으로 말해도 괜찮다면..." 그 제안에 에르고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3 백면과 마주한 시로에게 에르고는 열심히 여행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몹시 부끄러웠다. 위대한 선배에게 자신의 미숙한 모험담을 들려주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부끄러움이 불타오르고 혀가 꼬여 버렸다. 그래도 마음과 말을 다해 이야기했다. 오래전에 잊어버린 것들도 스케치북이 보충해 주었다. 해적섬과 싱가포르에서 린에게 잡혔던 일. 2세와 그레이와의 만남. 무시키와 라티오와의 대결을 통한 신의 각성을. 일본에서는 료우기 미키야가 야코우가와의 담판. 뤄롱과의 전투. 제2의 신을 입어 태조룡 투폰을 먹은 뤄롱과의 대결.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해저대도서관의 위용을 아틀라스원 분파가 만들었다는 수정의 시설에서 시온과 프톨레마이오스의 재현체와 만나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일, 그리고 이 모나코에서 보고 들은 사건을. 시로는 묵묵히 듣고 있었다. 특히 알렉산드로스 4세 같은 이야기는 너무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도 청년은 결코 웃지 않았다. “에르고”도중에 문득 시로가 입을 열었다. 하얀 얼굴을 만지고, 그 피부를 천천히 더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 가면은 잘 기억하고 있어. 방금 이야기했던 너의 여행을." え------ "네가 잊은 것도, 네가 잃어버린 것도 이 가면에는 새겨져 있어....... 도구라는 게 대부분 그런 거지만, 이 가면은 그 이상이야." 그럴지도 모른다고 에르고는 생각했다. 단순히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백면은 에르고를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4 "너는 기억 포화 상태가 해소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 라고 말하면서 잠시 생각했다. 의외로 대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나는 ------ 끝을 보고 싶은 것 같아요." "끝?" "끝?“ "누나는 선생님과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 녀석 멋지다. 엘메로이 2세의 내제자 맞죠?" "네."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제 꿈은 조금 달라요. 아마 선생님과 언니, 린과 함께한 이 여행이 즐거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저한테는 산다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 마음껏 살 수 있게 되더라도 계속 여행을 하면서 저만의 끝을 보고 싶어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5 에르고에게 허락된 기억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깨어난 지 몇 달이었다면, 이제는 여행을 시작한 지 몇 주조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마음은 자유로웠다. 아직 모르는 땅을 생각하는 동안 청년은 신을 잡아먹는 숙명으로부터도 해방된 것 같았다. 아버지도 그랬던 것일까. 2세의 이야기에 따르면, 정복왕 이스칸달은 그저 끝없는 바다가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대군을 이끌고 먼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고 한다. 저편에야말로 번영이 있다. 예전에 아버지가 입에 달고 살던 그 말을 중얼거리면 이 마음에도 작은 불이 켜진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싶고,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게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6 "그래, 여행은 좋구나." "에미야 씨는 그렇지 않나요?" "나도 여행은 좋아하지만 부족 자체가 목표인 건 아니야" "역시 정의의 편인가요?" "응." 거짓으로 보이는 수줍음은 한 조각도 없었다. 이 청년에게 정의의 편이란 한때 꿈꿨던 동경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어야 하는 지점인 것이다. 시로가 끌을 들어 올린다. "나는 투영을 육박으로 나누어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천천히 시로가 말한다. 어떤 의도로 '창조 이념' 무엇을 목표로 기본 골격 구성 재질 제작 기술 무엇을 생각하 는가 성장 경험 무엇을 쌓았는가 축적된 세월" 그 말의 의미도, 그 이면의 의미도 에르고에게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아마 에미야 시로만의 이론일 것이다. 투영이 어떤 마술인지에 대해 에르고도 린과 2세에게 들은 적이 있지만, 시로의 그것은 분명히 다르다. "투영이라면 이것으로 충분해. 하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필요한 건 투영이 아니라 이 가면을 어떻게 할 것이기 때문이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운명 창안' 에르고의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왔다. 시로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느낌이야. 네가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면 이 가면은 그 일을 도와줄 것이다.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그 일을 위한 것이지. 가면이란 새로운 내가 되기 위한 도움이니까요." 시로의 말에, 에르고는 겐마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변하고 싶다는 얼굴이야. 가면은 그런 인간을 위해 있는 거야.“ 뭔가, 나는 변할 수 있었을까? 여행을 하고 싶다는 목적을 발견한 것이 변화가 될 수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7 "그냥 거기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가면이 알아서 너를 위해 자신의 모습을 결정해 줄 거야. 스젠 씨는 어때요?" "됐어요. 이 정도면 모범이 될 것 같네요." 스젠은 손에 들고 있는 종이에 손으로 그린 러프한 그림을 그렸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을 표현하는 가면이었다. 그 러프와 무릎에 올려놓은 하얀 가면을 나란히 놓고 시로가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이미지가 훨씬 명확해졌어요." 옆에 놓여 있던 망치를 잡는다. 이제 막 작업에 들어가려던 그 순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8 침묵이 몇 초 계속되다가, 카층, 하고 소리가 났다. 초조해진 청년의 마음을, 풀어주는 듯한 소리였다. 방에 울려 퍼진 그 소리와 함께, "──에르고." 하고, 누군가 불렀다. 의자에 앉아 있던 에미야 시로가 하얀 가면을 들고 있었다. 창문에서 비스듬히 비치는 빛도 더해져, 그 모습은 매우 경건한──신성한 무언가에 헌신하는 구도자처럼 보였다. 끌과 망치를 테이블에 다시 놓고 나서, 그는 일어섰다. "네 가면이다, 에르고." 하고 건네주었다. 양손에 새하얀 가면을 들고, 에르고는 침을 삼켰다. 얼핏 보기에는 큰 차이가 생긴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변한 것을 에르고는 느꼈다. 무기물이어야 할 가면에서, 강력한 신비의 맥동이 전해졌다. 두근두근 맥박치는 그것은, 에르고 자신의 고동과 어우러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있으니, 하나의 작품 같네." "에?" "가면과 에르고가 말이지, 그리스 조각상 같은 느낌이라고." 소박한 감상이었지만, 에르고는 마치 벼락에 맞은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69 “아, 왔다.” 맛있는 냄새에, 시로가 코를 킁킁거렸다. 해변의 카페였다. 공교롭게도, 모나코에 와서 처음으로, 지즈와 엘멜로이 2세가 협상했던 장소였다. 점원이 가져온 접시에 담겨 있는 것은, 그때의 바르바주앙(Barbagiuan). 그리고, 농어를 토마토소스로 구운, 바 아 라 모나코(Bar à la Monégasque)였다. 농어 아래에는 감자와 당근이 깔려 있고, 농어에서 떨어지는 즙으로 촉촉하게 물들어 있었다. 모나코의 이름이 그대로 사용된 향토 요리답게, 항구 도시다운 풍성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 농어와 감자를 포크로 입에 넣고, 에르고는 눈을 깜빡였다. “포슬포슬하네요.” “응. 당근과 토마토소스의 조합도 최고야. 입안에서 농어가 부드럽게 부서지는 게, 아까울 정도야. 나중에 린에게 만들어주고 싶네.” 시로도 마찬가지로 먹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키리츠구(할아버지)가 말했던 맛이랑은, 꽤 다르네.” “아버지의 이야기에서는 어땠습니까?” “농어는 담백하지만, 경치가 최고였다고 했어. 아, 아니, 그때의 키리츠구(할아버지)라면……” 거기서 말을 멈추고, 시로는 시선을 옮겼다. 에르고도 따라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즉, 두 사람이 찾아간 곳은, 그런 장소였다. 에미야 키리츠구의 발자취. 뛰어난 마술사로서의, 혹은 이름난 암살자로서의 그것이 아니다. 단지, 어린 시로에게 이야기해 주었던 장소나 풍경을 따라가며, 그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산책이었다. 펨의 선연(카사)로 돌아가는 것도,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를 추적하는 것도 아니고, 에미야 키리츠구의 발자취를 알고 싶다고, 에르고는 시로에게 제안했었다. 원래, 모나코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인 만큼, 도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대부분의 장소를 돌아보고, 이 카페는 이제 마지막 장소였다. 불과 몇 시간 전, 빌딩이 폭파 해체되어 큰 소동이 일어났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나코의 바다는 평온했다. 두 사람이 거의 접시를 비웠을 무렵, “저……”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바르바주앙 접시를 가져다준, 서른 중반을 조금 넘었을까 싶은, 아시아계 여성 점원이었다. 머뭇거리는 듯한 느낌으로,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혹시, 에미야 키리츠구 씨의 지인이십니까?” 잠깐의 간격을 두고, 시로가 대답했다. “네. 아들인, 에미야 시로입니다.” “아, 역시!” 팟, 하고 여성 점원의 얼굴이 환해졌다. “여기에 머무르는 동안, 키리츠구 씨가 삼일에 한 번 정도, 저희 가게에 오셨어요. 같은 자리에서, 항상 즐거운 듯 바다를 바라보셨죠.” “키리츠구(할아버지)가?” “네.” 여성 점원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는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고 점장님은 말씀하셨지만, 저에게는 항상 상냥하셨고, 가끔 일본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먼 동쪽 나라에 아들이 있다고.” 그녀의 눈빛에는, 희미한 빛이 있었다. 그 당시의 그녀는 아직 20대였을 것이다. 동경하는 이방의 여행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한──아주 조금, 먼 옛날의 연모가 배어 나오는 듯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선을 좌우로 흔들며, 물었다. “저, 키리츠구 씨는?” 잠시 눈썹을 찡그린 후, 시로가 대답했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러셨군요.” 보는 사람이 안타까울 정도로, 점원의 기색이 시들해졌다. “죄송합니다. 슬픈 건 시로 씨 쪽이시죠.” “아니요, 저에게는 이미 10년도 더 지난 일이라서.” 그렇게 말하고 나서, 시로가 덧붙였다. “지금은, 키리츠구(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모나코의 장소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이 카페 이야기도 해 주셨었어요.” “정말요? 그럼 다행이네요.” 한바탕 이야기를 나눈 후, 점장인 듯한 남자에게 불려, 여성 점원은 아쉬운 듯 자리를 떠났다. 그러고 나서, 시로가 뺨을 긁었다. “후지 누나가, 가끔 키리츠구(할아버지)를, 나쁜 어른이라고 평가했었는데……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드네.” “시로 씨가 그런 말을 하다니요.” “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짐짓 심각한 얼굴로,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진지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상대가 자각할 필요가 없다면, 굳이 지적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신, 마지막 커피를 테이블에 놓고 나서, 말을 꺼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0 (……또 하나, 수수께끼가 있었다.) 하고, 에르고는 생각했다. 신의 시점으로 모나코를 부감했을 때 보았던, 시로를 납치한 마피아들의 총살된 시체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에 의한 것이겠지. 그 시점에서 쥬스트가 시로를 쫓고 있었고, 그 결과, 스젠이 시로를 구한 것과 어긋나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지만) 아직, 불가해한 점은 있다. 어째서, 쥬스트와 마피아가 싸우게 되었는가. 쥬스트가 시로에 대해 남다른 집착을 품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시로가 이미 없다면, 반드시 싸울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시로가 구원받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기원탄의……) 거기서, 불현듯, 두 사람이 뒤돌아봤다. 아까의 여성 점원이, 돌아왔던 것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물었던 시로에게, 그녀가 종이 조각을 내밀었다. "두 분은 키리츠구 씨가 갔던 장소를 찾아다니고 계시잖아요? 그렇다면, 여기는 가 보셨어요?" 건네받은 종이 조각에는, 간단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키리츠구 씨가 사용했던 바. 이제 곧 공사한다고 말했으니, 이제 없을지도 모르지만, 분위기 정도는 맛볼 수 있을까 해서요." "고맙습니다." 시로가 고개를 숙였다. 솔직한 성격마저도 전해지는, 그런 인사였다. 그러고 나서, "가 볼까." 또 하나, 가야 할 장소가 늘어났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1 아까의 메모와 휴대 단말기의 지도를 서로 보면서, 에르고와 시로는 대낮의 모나코를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파도 소리. 적절한 비율로 섞이는, 스포츠카 엔진 소리. 여러 가지 소리를 비교하며, 여름 휴양지에 눈을 가늘게 뜨고, 좁은 골목 근처에서, 불현듯 쌍방이 발을 멈췄다. "에르고도 눈치챘어?" "……이거, 결계예요. 선생님이 사용하는 것 같은, 마력에 의존하지 않는 계통의." 인간의 본능이나 기시감에 호소하는 계통의 결계. 시선을 교환하고 나서, 두 사람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제 곧 공사를 시작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그런 표식이 놓여 있기는 했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모나코의 토지 사정으로 생각하면, 공터로 방치하다니 생각하기 어려웠다. 목표인 바의 문 앞에서, 잠시 두 사람이 멈췄다. 에르고가, 손을 들어 올렸다. "누군가, 있습니까." 두 번 정도, 노크한다. 답변은 없다. "에르고, 잠깐 비켜 봐." 시로가 손잡이 부분을 쓰다듬자, 손가락 끝에서 빛의 선이 흘러나왔다. "지금 건?" "간단한 해석. 옛날에는 이렇게 스토브 같은 거 고쳤지만." 손가락을 움직이자, 그 끝에 열쇠 모양이 만들어졌다. 그의 투영에는 그런 응용도 있는 모양이다. 문을 열고,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골목길이라 햇빛도 거의 닿지 않아, 몹시 어두컴컴하다. 카운터석만 10석도 되지 않는, 아담한 바였다. 카운터 건너편 벽의 선반에는, 많은 술병이 늘어서 있었지만, 그것도 쓸 만한 것은 가져간 후인지, 틈투성이였다. 주변을 관찰하면서,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로가 겉옷을 벗고, 붕대의 일부를 빙글빙글 감기 시작한다. 능숙하게 마무리하려는 찰나, 그 손이 멈췄다. "시로 씨?" "응.……아마, 이거겠네." 카운터의 건너편으로 돌아가서, 시로가 몸을 굽혔다. 바닥에 손을 댄다. 그 손가락이 부자연스럽게 미끄러졌다. "바닥이, 움직여." 딸깍, 하고 소리가 났다. 에르고도 카운터 측으로 돌아가자, 거기에 검은, 좁은 지하 입구가 나타났던 것이다. "……숨겨진 방?" 반 펨의, 첫 번째 게임과 비슷한 장치가 있었지만, 그 정도의 장치는 아니었다. 입구 해치를 위장했을 뿐이다. 하지만, 게임이 아닌 만큼, 그 의미는 몹시 중요했다. 다시 시로가 겉옷을 걸치고, 두 사람이 경계하면서 계단을 내려간다. 당연히 햇빛 따위는 거의 닿지 않았지만, 에르고든 시로든, 시각이 『강화』되어 있는 이상 문제 될 것은 없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2 내려온 곳에, 다시 문이 있었다. "시로 씨, 이 문." "함정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네." 문에 손을 댄 시로가 말한 것과, 환수로 안쪽을 감지한 에르고가 말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번에는, 에르고의 환수가 문에 닿았다. 그대로 문의 안쪽을, 환수가 꿰뚫는다. 와이어와 화약을 이용한 함정 구조에 대해,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엿보았던 예지 때문일까. 천천히 문이 열리고, 방 내부를 드러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3 "……이거." "……키리츠구(할아버지)가 사용했던 은신처(세이프하우스)?" 그렇다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에는 먼지가 쌓여 있지 않았다. 대신, 대량의 총기가, 비좁게 늘어서 있었다. 권총(핸드건). 기관단총(서브머신건). 돌격소총(어설트라이플). 소총(라이플). 저격총(스나이퍼라이플). 총기뿐만 아니라, 각종 나이프나 수류탄, 숨겨진 홀스터 같은 장비 외에, 에르고가 모르는 ──사용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물건도, 여러 개 섞여 있었다. 아니, 현대 병기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총기 옆에 놓인 정교한 의수에, 시로가 눈을 깜빡였다. "이거, 아틀라스 원의 장비인가──?" "그럼, 저 쥬스트가 썼던?" 에르고가, 숨을 멈췄다. 필수적인 장비인 이상, 예비(스페어)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것이 그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 장소는 에미야 키리츠구의 은신처(세이프하우스)라는 것 외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것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에미야 키리츠구의 발자취를 쫓을 생각이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곳에 도달해 버렸다. 키리츠구의 은신처(세이프하우스)를, 쥬스트가 자신의 기지로 바꿔 놓았다는, 놀라운 사실. 경악으로 흐트러지기 쉬운 호흡을 억누르며, 에르고가 내부를 둘러보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4 희미하게, 시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수많은 키리츠구의 소행은, 이제 극악한 테러리스트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여러 사정이 있다고 해도, 결코 전면적으로 긍정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번 경우, 그 충격을 받아들이기 전에, 두 사람의 시선은 거기에서 녹색 끈으로 연결된 다른 사진에 빨려 들어갔다. 그쪽 사진은, 최근에 새롭게 핀으로 고정된 듯했다. 에르고가, 작게 눈을 크게 떴다. "에…… 선생님…… 누나……"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 사진이었다. 옆 메모에, 두 사람의 경력이나 특기도 기재되어 있었다. 런던 시계탑에서 엘멜로이 2세의 평판과 업적. 내제자인 그레이와의 관계성, 그리고 두 사람이 관여했던 사건. 블랙모어의 묘지기로 자라난 그녀의 능력, 심지어는 성창<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까지…… "그럼." 하고, 에르고가 중얼거렸다. "쥬스트의 다음 살해 대상은, 선생님과 누나……?" 에미야 시로 또한, 키리츠구(할아버지)의 소행에서 시선을 빼앗고, 에르고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지금 어디 있어? 선연(카사) 중이라는 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선생님과 누나는 지금쯤, 펨의 선연(카사)의, 세 번째 게임에." 절박한 표정으로, 청년이 휴대 단말기를 꺼냈다. 귓가에 대고, 곧바로 어금니를 깨물었다. "안 돼, 닿지 않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5 바 지하의 숨겨진 방에서, 한동안 에르고 일행은 움직이지 않았다. 많은 총기나 병기, 그리고 벽에 붙은 매핑 사진이나 지도에 둘러싸인 채, 초조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에르고는 주위를 탐색하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아까의 정보 ──쥬스트가 엘멜로이 2세와 그레이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두 사람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휴대 단말기도 통하지 않는 이상, 우선 이 장소의 정보를 탐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에르고가 주위를 다시 한번 탐색하고 있는 가운데, 시로는 매핑 앞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몇 분이었을까. 이윽고, 서 있는 채로 시로가 속삭였다. "그건, 키리츠구(할아버지)도 히어로는 기간 한정이라고 말할 만하네." "…………" 에르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매핑에 첨부된 자료들이 호소하고 있는, 처참한 사건들. 그 모든 것이 존경하고 있었던 아버지의 소행이라고 듣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에르고도, 마찬가지다. 아니, 아버지가 만들어낸 참극의 수량으로 말하자면, 천 배 만 배가 될 것이다. 정복왕 이스칸달의 빛나는 업적과, 그 그림자라고도 할 수 있는 비극 쌍방을, 청년은 알고 있다. 정복왕이 죽은 후, [가장 강한 자가 다스려야 한다] 따위 유언이 일으킨 대전쟁에서,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죽고, 우정도 국토도 피로 물들어, 에르고 자신 ──알렉산드로스 4세 또한, 어릴 적부터 연금된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에서, 멋지게 이겨낸 프톨레마이오스조차 자신의 소행에 대해 탄식했다는 것을, 에르고는 들었다. (그렇다면, 시로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에미야 키리츠구가 일으켰던 참극에 대해, 시로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추측하려고 했지만, 청년의 옆모습에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것도 교류가 짧기 때문일까. 예를 들어 성배 전쟁에서 함께 싸우고, 그를 시계탑에서 조력자로 두고 있는 린이라면, 시로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랑, 닮아 있는 걸까──?)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아직 결정할 수 없는 에르고와 에미야 시로는, 어딘가 닮아 있는 것일까 ── "──역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소박한 어조로, 갑자기 시로가 덧붙였다. 정말로 지금까지와 변함없는 말투였기 때문에, 차라리 에르고는 의표를 찔려 버렸다. "무엇이, 말인가요?" "쥬스트가, 키리츠구(할아버지)의 원수로서 나를 노렸다는 건 알겠어." 시로가, 붙어 있는 사진에 손을 댄다. 에미야 키리츠구의 사진이다. 꽤 멀리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그것은, 공항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매핑에서도, 그 사진은 몹시 특별한 것 같아서, 마치 성상처럼 한 장만 따로 떼서 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키리츠구(할아버지)와, 이 매핑의 에미야 키리츠구는, 같지만 달라져 버렸어. 그게 내 탓이라고 쥬스트가 생각했다면, 에미야 키리츠구는 내가 죽인 게 되잖아." - 로드 엘멜로이 2세이ㅡ 모험의 내용

*176 곤란한 듯, 시로가 눈썹을 모은다. 그러고 나서 조금 걸어서, 다른 곳의 또 한 장의 사진을 콕 찔렀다. 이쪽은, 장발의 남성 마술사와 묘지기 소녀 ──에르고가 가장 잘 아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엘멜로이 2세를 표적으로 하는 거지?" "그것은, 같은 4차 성배 전쟁에 참가했으니까……" "그렇네. 둘 다 이전 성배 전쟁에 참가했다는 건 알겠어. 키리츠구(할아버지)와 엘멜로이 2세가 싸운 적도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키리츠구(할아버지)는 성배 전쟁에서 살아남았어. 단순히, 적대했던 적이 있다는 것뿐이라면, 키리츠구(할아버지)에게는 더 많은 상대가 있을 텐데?" "……그건, 그럴지도." 에르고도 납득한다. 마술사 킬러라고까지 불렸던 에미야 키리츠구의 경력을 생각하면, 원한을 품고 있는 상대는 무수히 존재할 것이다. 키리츠구를 함정에 빠뜨린 자나, 어떤 피해를 입힌 자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키리츠구가 일으켰던 수많은 참극의 사진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기준이라면, 엘멜로이 2세는 순위가 낮은 쪽일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방황해의 마술사 따위, 키리츠구(할아버지)랑 전혀 관계없잖아. 그야 나도 모르는 것투성이니, 절대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시로의 지적은 타당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두 사람 모두 뭔가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 된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어, 뭐야 그거?" "선생님이 항상 말하는 겁니다. 신비가 관련된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라고. 초상적인 능력을 다룰 수 있는 이상, 누가 그랬는가(후더닛), 어떻게 그랬는가(하우더닛)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동기만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또 하나, 말했었다. 이번 여름, 세계를 누빈 일련의 사건에서, 2세와 에르고가 쫓게 된 문답. 누구를 먹었는가 (훔더닛). 즉, 그것은 에르고가 먹은 신이 누구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센트럴 퀘스천)이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말인가. 확실히 그건 속일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마술사라 해도, 그렇지 않다고 해도." 끄덕이고, 시로가 다시 매핑을 바라보았다. 함께 그것을 바라보며, 에르고가 말한다. "누군가가, 쥬스트의 뒤에 있는 건지도 몰라요." "뒤?" "네. 살인 청부업자는 총 같은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요. 총에는 생각 따위는 없겠지 라고." "그것도 엘멜로이 씨가?" "아니요, 선생님의 의붓 여동생인 라이네스 씨입니다. 시계탑은 수많은 음모가 난무하고 있어서, 암살자도 많이 있지만, 암살자를 잡은들 그건 대체 가능한 총과 같은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고." "…………" 잠시 침묵하고 나서, 시로가 이렇게 답했다. "의뢰를 받고 누구를 살해하는 그런 녀석인가?" "……어떨까요." 하라고 한다면,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렇기에, 이 매핑에서 외경심을 받고 있는 에미야 키리츠구부터가, 의뢰받고 누구를 살해하는 일을 계속해 온 것이다. 쥬스트에게도 그런 일에 대한 기피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가 걸린다. 피부 밑에 간지러운 무언가가 묻혀 있는 듯하다. 정확하게 적출하기만 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한 도구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최면술이라도 받았거나……?" 자신도 반신반의인 채로, 에르고가 말해 본다. 일단, 마술사의 기본으로서, 암시의 술은 존재한다. 하지만, 만능과는 거리가 먼 물건이다. 통상의 최면술과 마찬가지로, 거는 쪽과 걸리는 쪽에 상응하는 신뢰 관계가 없으면 통하지 않고, 대개의 경우 그런 것이 있으면 암시 따위는 필요 없다. 또한, 저항력이 없는 일반인을 상대로는 꽤나 번거로운 지령도 통하지만, 그래도 살인처럼, 금기라고 새겨진 명령은 어렵다. 아무래도, 엘멜로이 2세는 젊었을 때, 일반인 노부부에게 걸었던 암시가 간단하게 해제되어 버렸던 적이 있고, 자신의 재능 없음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들은 적도 있었다. "왜 그랬는가(와이더닛)……" 다시 한번 중얼거린 시로가, 지도를 바라본다. "적어도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항로라도 알 수 있으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7 에르고가 말을 꺼내려던 순간, 쉿, 하고 시로가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댔다. 그 반응에, 에르고가 귀를 기울인다. 곧바로, 문 너머에서, 기척이 움직였던 것이다. "……이런 곳에, 숨겨진 방 같은 걸 만들었었나. 저 떠돌이 연금술사." 우당탕, 하고 기척이 내려온다. 아무래도, 혼자인 듯했다. 시로와 에르고가 눈짓을 주고받고, 문 양옆으로 몸을 숨긴다. 건너편에서 문이 열린 순간, 에르고의 등에서, 반투명한 푸른 환수가 해방된다. "크악!" 순식간에 붙잡힌 상대가, 손전등을 떨어뜨린다. 그 빛이, 이쪽의 얼굴을 비추자, "역시, 너……읏." 하고, 상대가 말을 잃었다. "역시?" 에르고는 모르는 남자였다. 대략 30세 가까이 되어 보였다. 헌팅캡을 쓰고 있었고, 뺨에서 입술까지 오래된 베인 상처가 있다. 겉으로 봐도 나쁜 인상에서, 뒷세계 인간일 거라고 추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몹시 끈적끈적한 집착이 달라붙은 시선으로, 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그런가. 너, 그때 그 녀석이구나." 조금 늦게, 시로가 반응한다. "누구인가요, 시로 씨." "그, 전회의 선연(카사) 후에, 나를 붙잡은 마피아야." 어딘가 불편해하면서, 시로가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8 바 지하의 숨겨진 방에는, 노골적일 정도의 살의가 가득 차 있었다. "젠장! 놔줘, 빌어먹을 놈들이!" 에르고의 환수에 붙잡힌 채인, 헌팅캡을 쓴 남자에게서였다. 구속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당장에라도 권총을 꺼낼 것 같은 그 남자를 앞에 두고, "그, 전회의 선연(카사) 후에, 나를 붙잡은 마피아야." 하고, 아까 시로가 설명했던 것이었다. 물론, 에르고도 기억하고 있었다. 예 스젠에 의해 구출되기 전, 시로를 포획하고 있던 모나코의 마술 마피아들. 그중 한 사람이란 거겠지. "시로 씨에게, 그 상처를 입혔던 상대인가요?" "그렇겠지. 아직 꽤 아프네." 옷 위에서, 옆구리 부분을 시로가 쓰다듬었다. 기이할 정도의 회복 속도이긴 했지만, 원래는 상당한 중상이었을 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묻고 싶은 것이 있어.……날뛰지 않겠다고 약속해 준다면, 풀어 줄게. 어때?" 물었던 시로에게, 헌팅캡은 한동안 으르렁거리다, "……알았다." 하고, 마지못해 승낙했다. 시로의 수긍을 받고, 에르고가 환수를 해제한다. 잠시 아픈 듯 어깨를 쓰다듬고 나서, 빙글, 하고 헌팅캡이 방을 둘러봤다. 여러 총이나 병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처음에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지만, 아틀라스 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되는 미래 기술 제품에, 작게 혀를 찼다. "여기는, 혹시 그 떠돌이 연금술사의 은신처라는 건가." "아마, 그렇다고 생각해." 시로가 인정하고 나서, 헌팅캡에게 다시 묻는다. "너희들,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를 쫓고 있었어?" "……뇌 대신에 오줌이나 개똥이나 채우고 있는 건가. 저 떠돌이 놈한테 다 같이 죽었으니, 당연한 거 아니겠어?" 헌팅캡이, 누런 이를 드러냈다. 에미야 시로를 예 스젠이 구출한 직후, 그를 포획하고 있던 마피아들은 정체불명의 자에게 섬멸당했었다. 그때, 함께 있었던 마술 상인(미스틱 딜러)의 상품 보관소에서, 에미야 키리츠구의 기원탄이 도난당했다는 정보를, 에르고는 엘멜로이 2세에게 들었었다. 그렇다면, 별도로 행동했던 마피아들이, 가장 의심이 짙은 쥬스트를 찾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쥬스트의 일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어?" "저런 빌어먹을 놈과 직접적인 연은 없었어. 하지만, 이 근처에서는, 묘한 전설로 떠돌아다녔거든." "전설?" "모나코에 괜히 시비를 걸면, 이상한 이름을 자칭하는 연금술사가 나타난다고, 옛날이야기 같은 거지. 그래서 최근까지 우리도 모나코를 자극하는 일은 없었던 거야. 그렇다고 해도, 반 펨에게 눈에 띄는 건 사양이었고." "……확실히, 그거 옛날이야기 같네." 그런데, 이번에 한정하여 마피아가 나섰던 것은, 에미야 시로가 펨의 선연(카사)에서 살아남았다는 기이한 사태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마피아 쪽은 모처럼 에미야 시로를 붙잡아 놓고, 그가 선연(카사) 승자였다는 것은 몰랐지만. 어떤 의미로는, 무슨 우화와도 같았다. -로드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79 "그럼, 이곳을 알아낸 건?" "뭐? 정말로 모르는 건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니까, 너희들처럼 아무 경계심도 없이 걸어다니면, 바로 걸리는 건 당연하잖아. 그 후에는 너희들을 쫓아가는 와중에, 이 이상한 장소를 찾아냈을 뿐이다." "……아." 알아낸 것은, 이 숨겨진 방이 아니라, 시로 쪽이었나. 시로를 데려간 것은 에르고였으므로, 몹시 미안해져 버렸다. 젊은 동양인 따위는, 이 땅에서 어떻게 해도 눈에 띌 것이다. 적어도 간단한 변장 정도는 했어야 했던 것이다. "비켜. 이 방을 제대로 보여 주라고." 두 사람을 밀어내듯이, 헌팅캡이 방 여기저기를 찾기 시작한다. 곧바로, 정면의 매핑 앞에서 멈췄다. 한동안 눈살을 찌푸리고 고민한 후, 입을 열었다. "……이봐, 이거, 저 떠돌이 연금술사가 너를 노리고 있다는 말인가?" "아아. 그래서, 지금은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에 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젠장!" 시로의 대답에, 마피아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젠장, 젠장, 빌어먹을! 저기는 사도의 불가침 영역이잖아! 뭘 하고 있는 거야, 빌어먹을 떠돌이 연금술사가!" 한바탕 독설을 퍼붓고 나서, 다시 한번 마피아는 매핑을 다시 바라보았다. 혹시 난동을 부릴까 하여, 감시하던 에르고가 눈을 깜빡였다. 왠지, 헌팅캡의 옆모습에서, 아주 조금 험악함이 옅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에미야 시로, 였던가." 지긋이, 뒤돌아본 헌팅캡이 시로를 노려봤다. "아까 이야기로 보면, 벌써, 저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습격당한 건가?" "뭐, 살해당할 뻔했었지. 어떻게든 격퇴했지만." "격퇴? 저 녀석을?" "간신히 했지만 말이야. 에르고나 플랫들에게도 협력받았고." 진지한 얼굴로 끄덕인 시로에, 마피아는 몹시 불쾌한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째서, 그때, 나를 죽이지 않았지?" "응? 무슨 소리야?" "네놈을 붙잡았을 때 말이야! 할 수 있었잖아, 네놈. 저 떠돌이 연금술사를 격퇴했다면, 여자를 인질로 잡혔다고 해도, 우리쪽을 두세 명 정도 죽일 생각으로 돌파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말에, 에르고는 허를 찔렸다. (……그거다) 하고, 납득해 버린다. 이전에, 시로와 대화하면서 느꼈던, 기묘한 위화감의 정답. ──『하지만 시로 씨라면, 그 정도는 어떻게든 됐던 것 아닙니까? 인질이 있다고 해도, 되찾으면서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됐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위험하잖아? 아무리 잘해도, 실패를 제로로 만들 수는 없어. 그렇다면, 항복하는 게 좋다고 그 자리에서는 생각했어』 (인질로 잡혀있던 여자애가, 아니었다.) 위험하겠다는 말의 의미. 시로가 의도했던 것은, 납치당했던 여자와, 마피아 쌍방에 대한 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너, 이상하게 봐준 거지." 헌팅캡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딱히 안 그랬어." "아니. 했지." 고개를 저었던 시로에게, 쏘아붙이듯이 헌팅캡이 덮어씌운다.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는 상대에게, 시로는 곤란한 듯이 답했다. "제대로 손대중 할 수 있다면 했어. 봐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나에게는 없었지. 납치당할 뻔했던 아이도 너희들도, 둘 다 무사하다면 그게 더 좋잖아." "왜 그렇지? 여자애를 구해서 영웅 기분이라도 내고 싶다면, 우리 같은 놈들은 최우선으로 전부 죽여 버려야 하잖아. 내기해도 좋지만, 살려둔다고 해서,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괴롭힐 뿐이라고. 흥, 그런 시시한 전말을 상상하면서, 몰래 큭큭거리고 있다면 좋은 취미지만!" 헌팅캡의 말도, 시로의 영향을 받은 건지, 왠지 기묘했다. 시로는, 조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네. 네가 말하는 건 맞는다고 생각해. 저 녀석은 정의를 자칭하고 있을 정도니, 네가 말한 것처럼 하고 있을지도 몰라." 정의 쥬스트. 그것을 자칭하는, 떠돌이 연금술사.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말했던 것도, 분명히" "할아버지?" 되풀이해서 말한 헌팅캡에게, 시로는 다른 것을 고했다. "게다가, 너희들한테는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해. 아까 불가침 영역이라고 말했던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으로, 나는 돌아갈 테니까." "……하아? 죽으러라도 갈 생각이냐?" "아는 선생님이, 노려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선생님, 너랑 관계 있어?" "아니, 내가 만났던 건 한 번뿐이야. 아마 앞으로도 제대로 이야기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럼, 아무 이득도 없잖아." "있어." "뭐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됐잖아." "…………" 헌팅캡이, 침묵했다. 넉넉하게 10초 정도 있었을까. "알았다. 요컨대 바보라는 거군, 너." 흥, 하고 헌팅캡이 코웃음 쳤다. 그러고 나서, 탁탁 하고 바지 먼지를 털고, 발길을 돌렸다. 숨겨진 방 문에 손을 대고 나서, 말했다. "따라와, 빌어먹을 놈들아." 그 말에, 시로와 에르고가 서로 얼굴을 바라봤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0 균형 잡힌 해안선이 흐트러진 지점에서, 헌팅 캡이 발을 멈췄다. 항구의 끝이다. 마침 커다란 유람선과 창고 구역의 그늘에 가려져, 주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에르고의 주의를 끈 것은, 먼바다에서 전해져 오는 정보 압력이었다. "이거……" "아까 매핑에서 점찍어 뒀어. 저렇게 써놨으면, 아마 이 근처일 거라고 생각해서. ……자, 저기다." 헌팅 캡이 검지를 뻗었다. 먼바다 일부에, 안개가 끼어 있다. 한여름 날씨에는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게 짙은 안개였다. 에르고가 압력을 느끼는 방향과도 일치했다. "반 펨 의 선연(카사)에서 출항하면,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은 매번 항로를 바꾼다고 하지만, 언제나 특별한 안개를 동반하고 있지. 저 떠돌이 연금술사가 침입했다면, 이 근처에서 개인용 보트를 냈겠지. 말해두지만, 나는 보트까지는 준비해 주지 않을 거다." "아마, 그 정도는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르고가 말했다. 해면과 안개를 보면서, 확인한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그 정도의 신비는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고마워." "알 바 아냐. 빌어먹을 놈들끼리, 알아서 싸우고, 알아서 죽어." 시로의 감사에, 헌팅 캡이 혀를 찼다. 뒤돌아서서, 종종걸음으로 걸어간다. 도중에, 멈춰 섰다. "옛날에, 우리 조직이, 마술사 용병을 지도역으로 고용했었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불어온 바닷바람에 묻혀 버릴 정도의, 그러나 청각을 '강화'할 수 있는 두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음량이었다. "겨우 일주일 정도였지만, 엄청나게 솜씨가 좋았지. 모두, 눈에 띄게 움직임도 얼굴 생김새도 달라져 가는 거야. 당시의 나는 꼬맹이라 제일 열등생이었기에, 그렇게는 되지 못했지만, 우연히 그 지도역이 일본 만화를 가지고 있어서 말이야. 현장에서 주웠다고 하면서, 나한테 줬었어." "어떤 만화였어?" 돌아보지 않은 채인 헌팅 캡에게, 시로가 물었다. "히어로물이었어. 가면을 쓴 주인공이, 악당들을 싹 다 때려눕히는 녀석. 혼자인데도 아무리 많은 적이라도 겁먹는 일 없이, 모든 악당을 쓰러뜨리면, 다시 황야로 사라지는 거야. 지도역이랑 조금 닮았었어. 이쪽이 한계를 넘을 때까지 쥐어짜는 악마였기에, 그런 말은 절대 하지 않았지만." 시로는, 더 이상 뭔가를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겠지, 하고 에르고는 생각했다. 분명, 이 사람은, 자신만을 위해 뭔가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 그 질문은 가장 중요한 것일 텐데, 소중하기에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돕는 것에는, 저렇게나 쉽게 손을 내미는데, 자신에게 있어서 특별함을 허락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물을 수밖에 없잖아. "그, 지도역의 이름은──" 린들의 이야기로는, 마술 마피아의 전투는 묘하게 능숙했다. 아마 대 마술사전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았을 거라고, 함께 싸운 루비아도 지적할 정도였다. "케리." 헌팅 캡의 등이 말했다. "어른들은 케리투그(ケリトゥグ)라고 불렀으니까, 그게 본명이라고 생각했어. 바로 얼마 전까지는 말이야." 바로 얼마 전까지. 그렇다면, 그 매핑을 뚫어져라 본 뒤, 갑자기 헌팅 캡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더할 나위 없이 명백하지 않은가. 케리투그가, 조금 억양이 있는 호칭이라고 한다면? "그럼, 혹시 저희들을 발견한 것도." 에르고나 시로처럼, 그도, 어떤 인물의 발자취를 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동포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그들에게 가르침을 주었어야 할──예전에 이 거리를 걸었던 지도역의 발자취를, 이 마피아 조직원도 쫓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헌팅 캡은 거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웃었다. "웃기지 않냐. 어렸을 때 동경했던 것뿐인데, 정의의 아군이라는 것 따위, 지금껏 잊고 있었어. 그 결과가 이 꼴이라니." 말끝에, 그리움과 자조와, 풍화되어 버린 동경이 같은 양으로 섞여 있었다. (……아아) 히어로는 기간 한정이고. 어른이 되면 자처하기 어려워진다. 그런 걸, 좀 더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에르고는 떨쳐내려고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1 그대로 헌팅 캡이 떠나가려 할 때, 휙, 하고 항구에 소리가 났다. 반투명의 벽이, 시로와 에르고를 포함한 반경 10미터 정도의 공간을 감싸 버린 것이다. "──에미야 시로──!" 허둥지둥 되돌아가려던 마피아가, 그 반투명 벽에 닿자마자, 쨍 소리가 나면서, 그 자리에 털썩 쓰러 졌다. "너──!" "기절했을 뿐이에요!" 달려가려는 시로를, 에르고는 제지했다. 이쪽을 가두는, 투명한 장벽처럼 보였다. 지금 마피아를 기절시켰을 때의 빛을 보면, 전자기적인 성질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동시에, 갑자기, 해면이 거품을 일으켰다. "이거──!" 금속제 통 모양의 무언가가, 잇따라 바다를 가르며, 중공으로 상승했다. 그 모습에, 에르고의 입술이 어떤 단어를 내뱉는다. "드론?!" 어떤 종류의 자율형 병기일까. 일부에서는, 무인 항공기(UAV) 등으로 불리는 병기군으로, 드론이라는 명칭도 그중 하나였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추출된 자료 중에는, 이러한 현대의 지식도 있었다. 그 대도서관에서는, 10년도 되지 않아, 현대의 전쟁은 이러한 자율형 병기에 의해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현대 병기가 아니었다. 떠오른 드론에는, 프로펠러도 기구도 달려 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로 부력을 얻고 있는가 하면, 아무래도 표면에 박혀 있는 기묘한 수정에 의한 것 같았다. 즉, 이것은── "현대 병기와──연금술의 하이브리드!" 총격을, 에르고가 옆으로 뛰어 피했다. 아마, 떠돌이 연금술사 쥬스트가 미리 설치해 둔, 쫓아올 수 없게 하기 위한 장비였을 것이다. 두 번째 목적으로서, 에미야 시로를 발견하면 공격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정도일까. 붉은 머리 청년의 등에, 여섯 개의 환수가 생겨난다. 거미 다리처럼 뻗은 환수가, 순식간에 주위의 드론을 파괴했다. 그런데도, 절반은 빠져나갔다. "────?!" 에르고가 추격하지만, 그 공격도 계속해서 회피된다. 상하좌우를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드론의 가벼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회피율이었다. 그 독특한 움직임을, 에르고는 알고 있었다. (아틀라스원의, 미래 예측──?!) 연금술사가 가진 능력이, 간이적으로나마 이 드론에도 재현되어 있는 건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씩, 꼼꼼하게 도망갈 곳을 막으면, 대처 자체는 할 수 있다. 아무리 미래를 예측한다 해도, 회피 가능한 미래가 전부 닫혀 버리면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 수로는……!) 에르고가 이를 악문다. 드론의 총격은 통상 병기로 보이지만, 제대로 맞으면 치명상임에는 변함없다. 모든 기체를 격추하기 전에, 이쪽의 행동을 완전히 예측당하면, 그 단계에서 밀릴 것이다. 게다가, 더 시간을 끌면, 언젠가는 근처의 모나코 시민이 휘말리게 된다. 아까 전자기 장벽은 에르고들을 가두는 동시에, 주위에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광학 미채를 겸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투가 장시간 계속되면 그런 것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대책을 생각하는 사이, "투영(트레이스), 개시(온)." 허공에서 생긴 검이, 드론들을 갈랐다. 시로의 투영이었다. 쥬스트와의 싸움에서도 휘둘렀던 쌍검, 간장·막야. 시계탑의 마술사들이 본다면 군침을 흘릴 만한 물건이겠지. 그러나, 호를 그리는 쌍검의 투척조차 점차 회피당하게 되고, 시로에게 보복의 총격이 되돌아온다. "시로 씨!" 자세를 가다듬으면서, 에르고가 외쳤다. "저 녀석들, 아마 아틀라스원의 미래 예측과 같은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요! 공격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대처당합니다!" "그런 종류인가!" 시로가 대답하는 동시에, 드론들이 진형을 바꿨다. 벌써, 충분한 데이터를 모은 건가. 서로 절묘한 거리를 둔, 정교한 팀워크. 사냥감을 노리는 사나운 매의 무리와도 같이, 금속의 부유 기계는 에미야 시로의 머리 위에서 급습한다. 간발의 차로, 시로가 겉옷을 던져, 항구 바닥을 뒹굴었다. 무심하게 보이는 액션이지만, 카메라 시야를 방해받은 드론들의 총격은 모조리 회피당하고, 부두 바닥만 꿰뚫었다. (──시력이다) 라고, 에르고는 깨달았다. 매의 눈이라고도 할 만한 극단적으로 '강화'된 시력과 공간 파악 능력, 거기에 더해 겪어온 수라장의 경험이, 여기에서도 충분히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정밀 기계라면." 피하면서, 시로가 사념을 집중한다. 양손에 들고 있던 간장·막야가 사라진다. 주문이, 흘러나온다. "투영(트레이스), 개시(온)." 잇따른 총격을 피하면서, 그 손에 마력이 깃든다. "창조이념, 감정創造理念、鑑定." "기본골자, 상정基本骨子、想定." 투영 6박자(六拍), 라고 시로는 말했다. 에르고의 가면을 만졌을 때, 자신은 투영을 할 때 6개의 공정을 생각한다고. 그러나, 지금 실제로 보고, 기묘한 절차라고도 에르고는 생각했다. 직감적이지만, 린이나 루비아의 대략적인 마술이, 세계에 작용해서, 그 땅의 마술 기반으로부터 현상을 일으키는 것에 비해, 시로의 그것은 완전히 반대로 느껴졌던 것이다. "구성재질, 복제構成材質、複製." "제작기술, 모방製作技術、模倣." 이전에 환시했던, 제5차 성배 전쟁 때의 시로도 그랬다. 투영이란 마력만으로 물체의 겉만 일시적으로 형성하는 기술일 텐데, 마치 어딘가의 세계에 실재하는 것을, 휙 하고 꺼내 오는 듯한……. "성장경험, 공감成長経験、共感." "축적연월, 재현蓄積年月、再現." 마력이, 모인다. 시로의 마술 회로를 빠져나가, 그 손에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투영(트레이스), 완료(오프)." 그것은, 신성한 황금으로 빛나는 칼날이었다. 황금 위에서 미세한 자줏빛 번개를 휘감은, 장엄한 분위기를 띤 무기였다. (저 느낌, 불교(불교)의──?) 에르고가 의문을 품자마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제공된 지식이, 그 정체를 청년에게 가르쳐 준다. "그런가, 저것은──" 인도 신화. 특히 유명한 전쟁신의 무기이다. 그 명칭이 일반화되어, 견고한 것, 강력한 것 같은 의미를 부여받는 동안, 독고저(獨鈷杵)나 삼고저(三鈷杵) 같은 종교적인 성물이 되어 간다. 에미야 시로가 손에 든 것은, 중앙의 창 부분 주위에 네 개의 칼날이 뻗어 있는 오고저(五鈷杵)였다. 전쟁신의 이름은, 인드라. 성선의 뼈로 만들었다고 하는 무기의 이름은, 금강저(바쥬라). 그리고, 그 이름의 원초의 의미는 뇌정(바쥬라). 투영된 성구에서 발하는 무수한 번개가, 주위를 둘러싼 연금술 드론들을, 모조리 꿰뚫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2 문을 열자, 음악은 멈췄다. 눈앞 복도에, 기묘한 인영이 서 있었다. 온몸에 민족적인 직물을 감싼 상대였다. 양손에는 장갑, 얼굴에는 베일을 내리고 있어서, 피부가 노출된 부분은 전혀 없다. 몸매조차 드러나지 않아서, 성별도 나이도 알 수 없었다. "당신은, 주술사──" 그래, 확실히 첫 번째 게임 이전에, 이시리드에게 소개받았다. 주술사 아젤. 두 번째 게임에서, 플랫의 어머니인 알레트에게 패배했을 상대. "무슨 일이십니까?" 뒤에서, 스승이 묻자, 아젤의 손이 올라갔다. 그 손이 흐릿해졌다. (────!) 사고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엄청난 불꽃과 소리가, 연속되었다.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는 불꽃과, 끊임없이 긁히는 소리였다. "아파파파파파파파팟! 뭐야 이거! 뭐야 이거!" 애드가 비명을 지른다. 오른쪽 어깨의 고정구(훅)에서 뺀 채, 변형시킬 겨를도 없이, 새장인 채로 내밀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늦었을 것이다. 회전 톱(체인소). 아젤의 오른쪽 팔꿈치 끝이, 미지의 금속의 날을 단 무기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사지에 그런 개조를 한 상대를, 자신도 에르고에게서 들었었다. 도망친 연금술사 쥬스트. "……설마." 쉴 새 없이 튀는 불꽃을 앞에 두고, 스승이 목을 떨었다. "네 녀석, 아젤을 죽이고, 바꿔치기를──" "…………" 큭, 하고 미소가 흘러나온 것 같았다. 이번에야말로 사신의 낫(그림 리퍼)으로 변형시키면서, 있는 힘껏 휘두른 일격을, 아젤의 모습을 한 상대는 한 손으로 여유롭게 받아냈다. 놀라운 완력이었다. 자신의 '강화'는, 어지간한 마술사를 크게 뛰어넘을 텐데, 그 양손으로 날린 일격을 이렇게나 손쉽게. (마치, 사이보그 같은──?) 플랫이 추천하는 SF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강화 인간. 체격에서 상식 밖의 근력에 눈을 휘둥그레 떴을 때, 상대는 작게 속삭였다. "……아젤 따위, 없어." "네?" 그 말에, 스승이 반응했다. "주술사라고 하면서, 주술 같은 건 보여준 적이 없었지." 이쪽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스승은 신중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복도 반대쪽에 몸을 기댄 위치에, 이 정도라면 전력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볼 만해──!) 상대의 반대쪽 손에서, 다시 한번 회전 톱(체인소)이 생겨났다. 사신의 낫(그림 리퍼)의 각도를 바꿔, 낫의 끝을 걸치는 형태로, 자신은 그 공격을 받아냈다. 받아낸 채로,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 동요의 기척이 전해졌다. 낫 끝이 걸려 있는 탓에, 그곳을 중심으로, 빙글 하고 천지가 회전한다. 자신의 머리는 복도에. 자신의 발은 천장에. 즉, 상대를 내려다보는 형태로. 있는 힘껏, 천장을 걷어찬다. "제1단계 응용 한정 해제!" 걸려 있던 사신의 낫(그림 리퍼)이, 파성추로 변화한다. 휘둘러 떨어뜨린 파성추가, 받아내려고 한 회전 톱(체인소)을 부수고, 그대로 상대의 어깨까지 단번에 분쇄했다. 믿을 수 없는 것이, 드러났다. 의수 부분뿐만 아니라, 그 어깨 안쪽까지 정체 모를 금속과 튜브로 채워져, 수정 조각이라고 생각되는 파편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까 투기장에서 봤던 와이번의 구조와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기술 계통의 물건이었다. 그대로, 상대는 어깨를 스파크시키며 쓰러졌다. "……정말로, 기계?" 멍하니, 중얼거린다. 이 상대는, 아젤 따윈 없다고 말했다. 그럼, 반 펨 의 선연(카사)에 참가한 것은, 지즈를 죽이기 위해서? 이것이 마술이라면 반 펨 은 알아챘겠지만,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이라면, 과학과 마찬가지이기에 그냥 통과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 제작자는──? (────!) 공포에 휩싸여, 나는 맹렬히 뒤돌아보았다. 또 한 명, 있었다. 우리는, 함정에 빠져 있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정체를 드러낸 것도, 생각지도 못하게 허무했던 결말도, 단 한 순간의 혼란을 만들기 위한 책략이었다.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마술사 킬러와 같은── "──스승님!" 복도의 반대편에, 그놈은 숨어 있었다. 헬멧을 쓴 떠돌이 연금술사가, 거대한 권총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늦었다. 도저히, 이 거리에서는 막아설 수 없다. 한계 이상의 힘을 다리에 싣고, 도약하면서, 마음이 검은 절망으로 물든다. "끝이다, 엘멜로이 2세." 그 말과, 손에 든 거대한 권총이 맹렬하게 울부짖는 것은 동시였다. "아……" 가슴팍에, 붉은 꽃이 피어난 듯, 보였다. 총에 맞았다. 나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3 과장이 아니다. 로드 엘멜로이 2세에게, 시간이 멈췄다. 세계의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들고, 살인마인 떠돌이 연금술사에게 습격당하고 있다는 상황도, 펨의 선연(카사)에서 이겨야 한다는 조금 전까지의 고양감도, 티끌만큼도 남지 않을 정도로 잊어버렸다. 눈에 비치는 것은, 후드 틈새로 언뜻 보인, 곤란한 듯 미소짓던 소녀의 옆모습뿐. 단발식 대형 권총 톰슨 컨텐더가 뿜어내는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서 소녀가 쓰러진 것이다. 그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려 했지만, 그의 오체는 '강화'조차 잃어버렸다. 취약한 마술 회로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기술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순식간에, 아주 초보적인 마술의 지속조차 포기해 버렸다. 떠돌이 연금술사가 엘멜로이 2세를 쏘는 척을 함으로써 그레이에게 틈을 만들어, 먼저 소녀를 쐈다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레이디……!" 쓰러진 그녀의 곁에서, 2세는 외쳤다. 그곳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시계탑의 군주(로드)도 아니고, 약탈공도 아닌, 단 하나의 보물을 빼앗긴 남자일 뿐이었다. "레이디……!" 얼핏 보기에는 외상이 없다. 겨우, 입가에서 토혈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총에 맞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오히려 단순한 권총탄이라면, 현대의 한계 이상으로 '강화'된 그레이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은 즉, 그녀를 꿰뚫은 탄환이, 그 기원탄이라는 증거로── "애드!" 그녀가 든 사신의 낫(그림 리퍼)를 부른다. 이쪽도, 대답이 없었다. 보통이라면, 기절했더라도 이어져야 할 소녀로부터의 마력 공급이, 완전히 끊어졌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쥬스트가, 천천히 걸어온다. "……끝이다. 엘멜로이 2세." 쥬스트가, 오른손의 회전 톱(체인소)을 들어 올린다. 무수한 칼날이 회전하며 진동하는 소리는, 연금술사의 승리의 축가처럼 들렸다. 고개를 숙인 마술사의 목을 베는 것쯤이야, 얇은 종잇장을 찢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상승한 회전 톱(체인소)이 정점에서 멈추고, 마침내 내리쳐진 그 순간, "누나! 선생님──!"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회전 톱(체인소)을 막았다. 반투명한 푸른 손──환수가 회전 톱(체인소)을 붙잡은 것이다. 연금술사는 즉시 자세를 바꿨다. 회전 톱(체인소)이 장착된 것은 오른팔만이 아니다. 양쪽 다리도 마찬가지였다. 카포에라 같은 물구나무서기 자세에서, 엘멜로이 2세를 다시 강습한다. 이번에는, 투척된 검이 양쪽 다리의 회전 톱(체인소)을 때려, 연금술사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순서를 잘못 잡은 거 아닌가? 쥬스트." 새로운 목소리에, 회전하던 쥬스트가 뒤돌아봤다. "에미야, 시로──!" 원래라면, 아직 엘멜로이 2세를 습격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도 건너편에 나타난 인영을 인식한 순간, 헬멧 안쪽에 부풀어 오른 맹렬한 증오는, 연금술사 본인의 제어조차 넘어섰다. 갑자기 끓어오른 감정 그대로, 반전한 쥬스트가 환수를 뿌리치고, 쌍검을 든 마술사에게 달려든다. 검과 회전 톱(체인소)이, 격렬하게 부딪친다. 그대로, 카지노 복도를 맹렬한 기세로 빠져나간다. 2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에미야 시로가 유도한 것이겠지만, 이미 그런 것조차 엘멜로이 2세는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레이." 중얼거리고, 쓰러진 소녀의 어깨를 만진다. "기다려. 치유 마술을……바로……" 엉킨 혀로, 영창하려 한다. 마술식에 따라, 손바닥에 모인 마력은, 그러나 순식간에 비참하게 흩어져 사라졌다. "아……" 이런 때조차, 그의 마술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제공하는 지도도──아니, 그 몇 배의 노력으로 계획을 짜고, 본인의 향상에 기울였다. 그 성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시계탑에서 강사로 일할 최소한의 기량까지는, 엘멜로이 2세도 달성했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조차, 그의 재능은 그를 배신한다. 소중한 상대를 지키는 것조차, 그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진작에 알고 있었던 일인데도, 지금의 2세에게는 어찌할 도리 없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흩어진 마력을, 필사적으로 긁어모아, 다시 한번 마술을 발동시키려 했을 때, "선생님." 하고, 에르고가 그 손을 잡았다. 바로 옆까지, 붉은 머리의 청년이 다가와 있었다. "무슨 얼굴을 하고 계신 겁니까. 선생님." 말을 듣고, 엘멜로이 2세가 더듬더듬 얼굴을 만졌다. 자신은, 전혀 몰랐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손끝의 감각조차 제대로 없었다. 쓰러진 그레이를 바라보고, 괴로운 듯 목을 떨면서, 에르고가 고개를 숙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네 탓이 아니야. 내가……내 문제다." 바싹 마른 목을 억누르고, 2세가 말했다. 그대로 마술식에 마력을 집중시키려 했을 때, 에르고가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하고, 다시 한 번 말한다. "누나는, 제가 보겠습니다." "에르고. 하지만……" "펨의 선연(카사), 아직 안 끝났죠?" 청년의 시선이, 똑바로 2세를 꿰뚫었다. 이런 식으로, 에르고에게 보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저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선연(카사)을 어떻게 결말짓느냐가, 이 사건의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고. 그렇다면, 선생님의 싸움은 그곳입니다. 싸울 장소를 잘못 선택하면 안 된다고, 분명 평소의 선생님이라면 말씀하실 겁니다." "나는……" 엘멜로이 2세는, 입을 다물었다. 평소답지 않은, 너무나도 무거운 침묵이, 카지노 복도에 감돌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4 "──그 군주(로드)는 어떻게 된 거지?" 알레트가 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세 번째로, 겜블러들은 원탁에 모여 있었다. 이시리드. 알레트. 반 펨. 바이 뤄롱. 눈앞에 놓인 용의 코인도 그대로인 채, 엘멜로이 2세의 자리만 비어 있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딜러가 말한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골렘으로서 완벽한 체내 시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오호라. 이대로, 리타이어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시리드가 기색만면으로 손뼉을 쳤다. 반 펨과, 바이 뤄롱은,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을 뿐이었다. "1분 남았습니다."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딜러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30초, 29, 28, 27……" 차갑게 숫자를 말하는 목소리가, 네 명의 도박꾼들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종말을 고하는 시계처럼, 한없이 정밀하게, 한없이 인간의 마음과 괴리되어, 원탁의 방에 울린다. "15, 14……" 불현듯, 요란한 발소리가 들렸다. 모든 시선이, 문으로 집중된다. 그 속에서, 허둥지둥 문이 열렸다. "죄송합니다. 아슬하게 도착했습니다(ギリギリになったようだ)." 라고 고개를 숙인 것은, 엘멜로이 2세였다. "이거야 다행이군! 이대로 리타이어하면 재미없을 거라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뻔뻔스럽게, 이시리드가 아까와 180도 다른 말을 내뱉는다. 그 옆에서, "어떻게 된 거지. 죽은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잖아. 엘멜로이 2세." 알레트가 말했고, 마찬가지로 원탁에 앉은 반 펨이 실크햇을 고쳐 쓰면서, 희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 혼자인가? 평소의 내제자는?" "저 혼자입니다." 라고, 엘멜로이 2세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바이 뤄롱이, 뚜렷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일이지? 네가 그 아가씨를 데려오지 않다니, 세컨드 없는 복서 같은 거잖아." 틀림없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엘멜로이 2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 번, 선언했다. "최종전은, 저 혼자 참가하겠습니다." "하지만, 너……" "모였으면, 문제없습니다." 딜러가, 더 이상의 대화를 막았다. 그리고, 몇 초를 기다렸다. 고요함이 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녀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5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복도에서, 에르고는 웅크려 앉아 있었다. 엘멜로이 2세를 보내고 나서,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등의 환수가, 옷을 스치고, 그레이의 환부를 만지고 있다. (……역시, 기원탄) 마술사 킬러의 탄환의 상세에 대해, 에르고는 떠돌이 연금술사의 은신처에서 배웠다. 성질상, 그 탄환은 피해자의 마술 회로를 모두 파괴한다. 그레이가 인간과 동떨어진 강대한 마술 회로를 가지는만큼 쓸모없게(徒となり), 그 구성을 철저하게 폭주시켜, 원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린다. 그렇게 되어야 했다. 지금, 그녀는 미미하게나마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토혈한 양도, 극히 적다. 그레이의 마술 회로와 기원탄의 조합을 생각하면, 이 정도 피해로는 결코 끝나지 않아야 했다. (……아마) 명중하는 순간, 그레이는 마술 회로를 정지시킨 것이다. 마력조차 움직이지 않으면, 기원탄의 치명적인 효과는 작동하지 않는다. (대단하네, 누나는) 기원탄의 성질에 대해, 엘멜로이 2세에게 설명은 들었겠지만, 그것만으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수라장을 헤쳐 나간 경험인가, 아니면 천성적인 직감에 의한 것인가, 그 대처법은 그 타이밍에 유일하게 그녀의 목숨을 지켜낸 기술이었다. 하지만. 엘멜로이 2세를 감싸기 위해, 직전까지 '강화'를 했던 것도 틀림없다. 기원탄이 명중하는 순간, 그것들을 정지시켰다 한들, 몸을 휘감았던 마력이 갑자기 정지하는 것은 아니다. 마력의 급가속과 급제동에 의한 부담. 그리고, 기원탄의 물리적인 충격이라는 삼중의 데미지를, 그레이는 입게 된 것이다. 특히, 마지막은 치명적이다. '강화'를 정지했다면, 평범한 소녀로서, 그 대형 권총에 의한 일격을 맞은 것이 된다. 자르고 잇는다는 기원탄의 성질상, 파괴된 부분은 겉보기에는 치유되었지만, 내실은 끔찍한 모습이었다. 총에 맞은 부근의 근육도 신경도 혈관도 있을 수 없는 형태로 이어져, 소녀를 되돌아올 수 없는 저승길로 불러들이고 있다. 가사 상태가 아니라면, 그야말로 10초도 못 버티고, 진실된 죽음에 빠졌을 것이다. (시로 씨는……) 아무래도, 쥬스트를 유인하는 데 성공한 듯, 돌아올 기색은 없다. 2세에게 선언했던 것처럼, 지금 그레이를 치료할 수 있는 자는, 에르고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 심호흡한다. 달을, 떠올린다. 예전에, 엘멜로이 2세에게 배운 월륜관이었다. 마술적인 명상으로는 기초 중의 기초. 그렇기에, 이 기법은 여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에르고를 지탱해 주고 있었다. 마음으로, 달을 품는다. 달과 같은 자신을 상상함으로써, 환수를 포함한, 자신의 구석구석까지를 지각한다. 결국은, 자신을 남김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누나, 약속할게요." 멋대로 단정지은 자신의 한계가 아니라, 정말로 올바른 모습을, 정말로 올바른 한계를 지각하는 것이라고, 에르고는 생각했다. "내가, 반드시, 고칠게요……" 핏기가 사라져 가는 소녀에게, 붉은 머리의 청년은 맹세한다. 그레이를 만진 환수가, 희미하게, 푸른 빛을 발했다. 낮게, 고한다. "심령수술을, 개시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6 ──꿈을, 꾸고 있다. 그 자각이 있었다. 주위는 암흑 같지만, 실제로는, 그것은 어둠이 아니었다. 빛이 아니라, 색이 없는 것이라고,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은 단절되어 있다. 단지, 흐름만이 있다. 소용돌이였다. 그곳에는, 모든 것이 없고, 모든 것이 있다. 몹시 모순된 혼돈의 소용돌이. 발을 들여놓으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직감이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발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려고 하는 의지조차 작동하지 않는다. 흐름이야말로 자신이고, 자신은 흐름이었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어째서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나……" 불현듯,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목소리조차, 아무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가 이쪽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반투명의 푸른 손이었다. "누나……!" (에르고……!) 그렇다. 에르고의 목소리였다. 의식한 순간, 자신은 기억을 되찾았다. (소제는……저 연금술사에게……총에 맞고……) 스승에게 향하고 있던 총구가, 이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직후, 반사적으로 마술회로를 정지시킨 자신의 육체를, 엄청난 충격이 덮친 것도. (기원탄……) 역시, 저 권총에 담긴 탄환은 그랬던 건가. 에르고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은, 스승은 무사했던 것일까. "……누나! 돌아와 줘……!" 에르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도, 뒤돌아볼 수 없다. 자신의 몸은, 마치 자신의 자유롭지 않다. 점점, 심연으로 끌려들어 간다. 마치, 수렁과 같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끌려들어 간다. (……저것은) 소용돌이 근처에, 또 다른 것이 보였다. 감각만이, 확대되고 있다. 아마, 죽음에 임박했기 때문이겠지. 육체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정신과 영혼의 영역이 넓어져, 본래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 때문이겠지. 지금의 자신은, 보인 것이다. 소용돌이 속. 시간도 공간도 아직 미완성의 끈처럼 모호하게 녹아 있는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록이 퍼져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눈동자에, 비춰진다. 자신의 망막이, 타버린다. ──자신의 뇌가, 침식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7 툭, 하고 끊어지는 감각이 있었다. 그레이의 심층까지 잠입했던 환수가, 에르고의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주 잠깐, 그녀에게 닿았던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한순간에 떼어내졌다. 천천히, 천천히, 청년은 호흡한다. (누나……!) 이를 악물고 싶어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에르고가 하고 있는 심령수술은, 극히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었다. 이전, 일본에서의 싸움의 마지막에, 이 눈으로 본 현상이다. (……지즈의 손을, 떠올려) 지즈가, 흑궤(야코우 아키라) 안쪽에서, 야코우의 신을 절반만 적출한 기법. 에르고는 환수를 사용해서, 그 기술을 재현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곤란한 행위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8 "…………" 슬쩍, 에르고의 환수가 펼쳐진다. 안쪽에, 형태가 뭉개진 탄환이 남아 있었다. 그레이를 꿰뚫었던, 기원탄 그 자체다. 심령수술의 첫 단계로서, 기원탄을 적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공정은 많다. 지금도, 일 초마다, 그레이는 생명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그레이 안쪽에서 억지로 잘라내어 이어진 모든 것을, 다시 한번 연결할 필요가 있다. 신비와 관계없는 단순한 의료수술이라고 생각해도, 엄청난 난행이었다. 시계탑에서도 상당한 고위 마술의(위치 닥터)가 아니면 대응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신경도 마술회로도 다시 연결한 다음, 이미 황천길을 반 이상 걸어버린 그녀를 되돌려야 한다. 쇠약해진 그녀의 혼에 말을 불러서, 깨우고, 다시 한번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제, 유예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소녀는 곧 죽음에 이를 것이다. 혹은 생명 활동은 이어지고 있어도, 두 번 다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 건) 인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되찾아야 한다. 자신의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되찾지 않고서, 어떻게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89 (……달을 떠올려) 엘멜로이 2세에게서 배운 것을 떠올린다. 월륜관. 달을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라는 순도를 높여가는 명상법. 떠올리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 수법이 있다. 예를 들어, 작은 공상의 달을, 서서히 부풀려가는 수법. 예를 들어, 세로 방향의 이차원의 달과, 가로 방향의 이차원의 달을 상상 속에서 겹쳐, 입체의 달을 만들어내는 수법. 둘 다, 에르고는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지금, 떠올린 것은, (……바다에 비치는 달) 이었다. 고요한 해면에 비치는 달을, 에르고는 상상하고 있었다. 단순히 달만을 생각하는 것보다도, 청년 안에서 그 풍경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고도 느꼈다. (……좀 더, 앞이야)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친숙한 달이란 무엇인가. 바다와 달. 그 두 요소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부족한 것은 관계이다. 자신의 내면의 신과, 에르고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관계를 상상해야만 한다. 눈을 감는다. 환수를 그레이의 안쪽에 고정한 채로, 마력을 조용히 침투시켜 간다. 침투? (……그래) 의식의 구석에서, 중얼거린다. 같은 것을, 불과 반나절 전에도 하지 않았는가. 정확히는, 했다, 가 아니다. 그 반대이다. 그때의 에르고는 시술받는 쪽이었다. 플랫의 마술각인의 조각을 통해서, 에르고는 자신의 내면의 신을 주사(스캔) 받았다. 술식도 목적도 다르지만, 지금 에르고가 하고 있는 심령수술과, 본질적인 부분은 공통된다. 그리고, 또 하나. 눈앞에서 에미야 시로가 하고 있던 마술. 그 설명도 받았다. 투영 육박. 창조 이념(무슨 의도로)  기본 골자(무엇을 목표로)  구성 물질(무엇을 써서) 제작 기술(무엇을 연마해) 성장 경험(무엇을 생각하며) 축적연월(무엇을 거듭했나) 요는, 그거다. 순간, 떠올려야 할 관계가, 청년 안에서 정해졌다. (바다에……) 해면을 떠올렸다. 그곳에 가라앉아가는, 우미(優美)한 달. 그리고, 침투. (……바다에, 녹아드는……달……이다……) 느릿하게, 에르고의 의식이 녹아들어 간다. 환수를 따라서, 그 의식은 다시 한번, 그레이의 안쪽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0 (스승님……) 결국, 그 생각만이, 자신 안에 남아 있었다. 과거의 누군가의 기억에 이끌려 가면서, 허공에 의식이 방황하고 있다. 시간도, 공간도, 여기서는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더 이상 오체조차 확실하지 않다. 손도 발도 머리카락도 손톱도 안구도 코도 손가락도 허리도 피부도 살도 뼈도 폐도 위도 비장도 신장도 간도──아아, 모든 것이, 애매한 허무에 녹아들어 간다. 그것은 따뜻하고, 온화하고, 기분 좋기까지 했다. 해파리가, 바다에 녹아드는 것과 같은. 그때였다. ──다시 한번. 자신은, 손을 잡히는 것을 느꼈다. 푸른 반투명의 환수가 아니라, 그것은 분명한 생생한 손이었다. "──누나!" "에르고." 뒤돌아보고, 자신은 눈을 크게 떴다. 목소리만이 아니다. 정말로, 거기에 에르고가 있었다. 현실의 육체가 아니다. 정신세계에서 인식하기 쉽도록, 육체를 가상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깨달았을 때에는, 자신의 몸도 가상의 형태를 감싸고 있었다. (……관찰, 했으니까) 현실의 확고한 육체가 없는 이상, 이러한 정신세계에서의 몸은 본인과 타인의 인식만으로 완성된다, 라고 시계탑의 강의에서도 자주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명상을 할 때에는, 일대일로 지도의 인간이 붙어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린 미숙한 학생을 이끌고, 그 몸과 정신을 다시 정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서이다. 자신은 깊은 명상에 잠길 수 있는 대신, 바로 윤곽을 잃어버린다고, 그런 식으로 혼났었다. 그렇다고 해도. 에르고가 자신의 정신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 밖의 사상이었다. "──어째서, 에르고가 여기에." "누나를 치료하기 위해서, 심령수술을 한 겁니다." "심령수술……!" 말하는 의미는 알았다. 시계탑의 강의에서도 듣고 있었고, 자신도 일본에서의 싸움에서 지즈의 시술을 봤기 때문이다. 에르고는 그때의 지즈와 같은 것을 한 것인가. 아니, 엄밀히는 다를 것이다. 지즈가 마술로 한 것을, 에르고는 환수로 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닿았어. 분명, 이제 괜찮아." 에르고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누나를 치료하는 데, 안쪽에서 유도할게요. 체내의 기원탄도, 적출해내겠습니다." 즉, 이쪽의 신경이나 마술회로를, 침입한 에르고가 제어한다는 것. 이대로 그에게 맡기면, 아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선은 급하다고 할 정도로, 에르고의 손가락에서 가는 실 같은 것이 뻗어 나오는 것을 느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1 "기다려, 주세요." 라고, 허둥지둥 제지했다. "아직, 여기서 나가면 안 돼, 요." "네?" "방금, 누군가의 기억이……" 천천히, 둘러본다. 에르고의 출현과 동시에, 주위의 광경도 변모하고 있었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전체를, 자신도 에르고도 부감하고 있었다. 거기서 일어나고 있는 복수의 교류가, 주위에 비추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에서,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에르고. ──갑판에서, 쥬스트와 대치하고 있는 에미야 시로. 자신은, 시로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쌍검을 든 붉은 머리의 청년이 그렇겠지, 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2 "하나 더, 부탁해도 될까요?" "무엇인가요?" "스승이, 지즈는 펨의 선연(카사)을 이용한 술식을 남겨두었다고 했었어요. 여기라면, 그것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까 봤던 남자의 기억이, 아직 마음속에 걸려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저 회색 늑대와 닮은 머리 색깔. 이 순간도 흐릿해져 가는 기억이지만, 저 색깔만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저것은……. "펨의 선연(카사)을……" 에르고가, 조금 생각한다. "해볼게요." 다시, 환수에서 실이 흐른다. 에르고의 의식이, 인연의 실을 더듬어 간다. 거미줄과도 닮아 무수히 퍼져 가는 가능성 속에서, 자신이 말한 조건과 합치하는 것을 줍고 있는 듯했다. "……이것, 이려나……?" 실 한 가닥에,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환수의 손가락 끝이 잡아당기는 듯한 몸짓을 한다. 순간, 다시, 새로운 광경이 퍼졌다. "에……?" 조합에, 자신은 눈썹을 찌푸렸다. 멜빈과, 예 스젠과, 플랫. 그 세 명이, 어떤 육체를 중심으로 의식을 행하고 있다. 지즈의 유체였다. 물 밑에 잠든 방황해의 마술사에게, 자신은 숨을 삼켰다. 회색 늑대와 같은, 흔들리는 머리 색깔. (그렇다면……) 지금, 그들이 행하고 있는 의식의 내용에 생각을 기울였을 때, "……아아, 그런가." 라고, 소리가 난 것이다. 자신도 에르고도 아닌, 제3의 목소리. "이런 곳에 있었나, 에르고." 지금의 자신이나 에르고처럼, 그도 또한 정신세계에서의 표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밤의 어둠이 그대로 결정화된 듯한 남자였다. 그리고, 죽은 자와 똑같은, 회색 늑대의 머리 색깔을 하고 있었다. 방황해의 지즈가, 거기에 있었다. / "응, 후, 후." 숨을 내쉬는 독특한 웃음소리를 내며, 지즈는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단 말해두지만, 죽은 게 대역이라든가 계획 중이라든가 그런 건 아냐. 한심하게도, 도중에 살해당해서, 이 꼴이지. 살해당한 단계의 기억도 동기화되지 않아서,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도 모르겠어." 어딘가 시시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과 에르고는, 최대한 경계를 유지하면서, 입을 연다. "그럼, 지금 당신은 뭐지?" "요컨대, 단순한 기록이야." 기록. 재현되고 있을 뿐인 것. "죽기 전에, 장치를 해 뒀다는 건가요. 프톨레마이오스 씨의 재현체처럼." 라고, 에르고가 물었다. "아아, 그런가. 프톨레마이오스는 그런 걸 했었나." 지즈는 재미있다는 듯이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이 상대는 생전의 프톨레마이오스를 직접 만났어야 했다. "뭐, 비슷한 것이겠지. 지즈라는 마술사는 확실히 죽었어. 아까도 말했듯이, 이 녀석은 단순한 기록이야. 조금 생각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지만, 인형놀이와 큰 차이는 없어." (……아마) 아마,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 장소의 성질 때문이겠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전해져 온다. 하지만…….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나요?" "아니 아니. 무서운 말 하지 마, 신을 먹은 자." 에르고의 질문에, 터무니없다는 듯이 지즈가 고개를 흔든다. "그냥 뭐, 그런 일도 있겠지,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었어. 만약 살해당한다면, 에르고가 예측보다 성장했을 경우거나, 쿨드리스의 후예에게 허를 찔렸을 경우라고 생각했지만." 쿨드리스의 후예.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라티오 쿨드리스 하이람을 말하는 것이었다 "산령법정의 무시키가 아니고, 말인가요?" 어느 쪽이냐면, 지즈는 무시키 쪽을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싱가포르 사건의 마지막에 만났던, 선인의 말석이라고 하는 하얀 여자. "그녀에게는 사정이 있으니까. 내 허를 찌르는 건 뭐 무리고 말고. ──자, 모처럼이다. 이렇게 모였으니, 함께 선연(카사)의 관전은 어때?" "안 돼요, 에르고." 라고, 자신은 제지했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진짜도 전부 말하고 있지 않아." 강하게, 노려본다. 직면하면 정신(마음)이 녹아버릴 것 같은 미형이었지만, 지금은 분노가 앞서고 있었다. "스승님에게서 들었습니다. 당신이 남긴 술식은, 펨의 선연(카사) 그 자체를 이용하고 있다고." "호오." 감탄한 듯이 소리를 내는 지즈에게, 강하게 말한다. "당신의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응, 후." 조금 짧게, 지즈가 웃었다. "좋은 가설이야. 저 군주(로드)라면 혹시나 했지만, 정말 거기까지 왔나.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 이 순간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겠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함께 볼까." 지즈가, 살짝 손을 들었다. 새까맣던 공간에, 색채가 돌아왔다. 나타난 것은, 스승님과 겜블러들이 모여 있던 원탁의 방이었다. 작은 창에서 부감하는 듯했던 아까의 광경과 다르게, 자신들의 주위 모든 곳에 새로운 광경은 퍼져 있었다. 이쪽의 정신세계에, 현실과 거의 동일한 영상을 현출시킨 것인가. 스승님이나 반 펨과 같은 겜블러들, 원탁이나 투기장을 비춘 입체 영상조차도, 완전히 동일한 크기로 바로 가까이에 배치되어 있다. 반 펨과 같은, 마술적 강화 현실 AR인 듯하다. 조심스럽게 스승님의 어깨에 손을 대자, 간단하게 통과해 버렸다. (……마치) 라고, 생각한다. 마치, 러시아 인형 같은 구조다. 투기장을 입체 영상으로 보는 스승님들. 그 스승님들을, 정신세계의 강화 현실 AR로 바라보는 자신들. 몹시, 복잡하다. 하지만, 그 복잡함이 마술답다고도 생각되었다. "드디어 최종 라운드 개시, 라는 곳인가." 강화 현실 AR의 반 펨의, 실크햇 옆에서 들여다보면서, 지즈가 말한다. 최종전은, 거기까지 질질 끌고 있었던 듯하다. 환상종 중에서도 유독 성가신 히드라를 생각하면, 역시 린과 루비아라고 칭찬해야 할 부분일까. (하지만……) 상황은, 분명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까 에르고의 능력으로 봤을 때는, 거기까지 의식하지 않았지만, 히드라가 만들어낸 진흙탕이 완전히 린과 루비아를 둘러싸고 있다. 싸우기는커녕, 생존하는 것조차 곤란한 환경이었다. "마침, 좋은 부분이네. 즐겁게 구경해 보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3 "…………" 역시, 이시리드는 침묵한 채다. 원탁의 방의 누구도, 바로는 발언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어지는 목소리는, 그 이외의 것이었다. "그 뒷이야기는 부디, 나도 직접 듣고 싶군." 목소리가 났던 것이다. 원탁의 방의 누구도 아닌──지금까지, 자신과 에르고에게만 들렸던 목소리였다. 모두가 전율했다. 보이지 않았어야 할 상대에게, 전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두드러진 미모에 전율했다. "상관없겠지, 이시리드. 있잖아, 어째서 나를 죽인 거지?" 방황해의 마술사 지즈가, 쾌활하게 웃으면서, 물었던 것이었다. 모두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 불가해한 상황에, 계속 무표정했던 딜러조차도 두 번 정도 눈을 깜빡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 곧바로, 스승님이 일어선 것이다. 지즈가 아니라, 이쪽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그레이에, 에르고……! 어째서……" "에, 이쪽이 보이는 건가요, 스승님……!" 아까까지, 단순한 영상이었을 텐데. 만질 수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있는 스승님은 진짜다. 그 온도도, 숨소리도, 확실히 느껴진다. 입체 영상이 아니다. 반 펨이 왔을 때와 같은, 마술적인 강화 현실 AR도 아니다. 산산이 흩어지는 감정을 억지로 눌러 넣은 듯한 굳어진 표정으로, 스승님이 다가왔다. 이쪽의 손에 닿고, 움찔하고 눈썹을 움직였다. (──만질 수 있어?) 그것도, 아까까지는 통과했어야 할 텐데.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 여기는, 자신의 정신세계가 아니었던 건가. 자신의 정신세계에, 에르고나 지즈가 들어왔을 뿐이 아니었던 건가. 마치, 나쁜 꿈 같다.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무엇이 허언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전혀 모르겠다. "꿈이지만, 꿈은 아니군." 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몽마의 환술……아니, 그것도 아냐. 좀 더 근본적으로 위상을 어긋나게 한……" "뭐, 비슷한 곳이야." 지즈가 웃었다. 진정한 신대의 마술사는, 현대의 마술사에게 자신의 진수를 알 수 있을 리도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듯이도 보였다. "상관없어." 반 펨이 말했다. 하얀 실크햇의 챙을 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선언한다. "이것이 어떤 장치라고 하더라도, 내 선연(카사)은 우선시된다. 즉, 앞서 말한 고발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시리드 님의 승리가 될지, 몰수 시합이 될지 결정해야 하니까. 괜찮겠지, 지즈?" "응, 후, 후. 그건 그렇겠지." 지즈도 끄덕였다. 그저 턱을 위아래로 움직일 뿐인데, 하나의 예술품이 될 수 있는 남자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4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님이, 선연(카사)의 승자가 됩니다." 공손하게, 이시리드가 원탁의 전원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스승님에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고맙네, 엘멜로이 2세. 상품은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네." "물론입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기묘한 대답을, 스승님이 했다. "선연(카사)의 결착은, 잠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선언한 것이다. "하?" "뭐?" 이시리드와 알레트가 말한다. 뤄롱은, 뭐어, 뭐라도 하겠지, 라는 듯이 입술 끝을 비틀었다. "무슨 뜻인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조용히, 반 펨이 물었다. 일부러 로드라고 머리에 붙인 의미는 분명하다. 그것은 시계탑의 군주(로드)라는 입장으로 말하고 있는 건가, 하고 스승님에게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상급 사도와 가짜로라도 시계탑의 군주(로드)가 정면으로 대립하면, 그것만으로 마술 세계는 찢겨질 수 있다. 즉시 강렬한 살의와 적의가 충만해지는 가운데, "이유는 단순합니다." 라고, 스승님이 고했다. 가슴팍에서, 담배를 꺼낸다. 이미 흡입구를 만들고 있는 담배 한 개비로, 일부러 천천히, 연기하듯이 그 끝에 불을 붙인다. 그 행위가 단순히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와해되어 버릴 것 같은 본인의 정신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자신에게는 전해졌다. 옆에 있는데 그것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이, 어찌할 수 없이 괴로웠다. 스윽, 하고 스승님의 시선이 올라간다. 입술이 고한다. "당신이, 방황해(지즈)를 살해한 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시리드 모건 파르스." "……호오."자신과 에르고 이외에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모습으로, 지즈가 속삭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5 원탁은, 갑자기 추리극의 무대로 변했다. 다른 겜블러들도, 그들을 바깥쪽에서 지켜보는 우리들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스승님에 의한, 지즈 살인 사건의 범인 규탄. "…………" 자신도 에르고도, 망연자실해 있었다. 같은 탁자에 앉았던 플레이어인 알레트도 반 펨도, 뤄롱조차도, 아연실색하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범인이라고 지목된 이시리드는, 크게 눈을 뜨고 있었다. "지금의 고발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딜러가, 입을 열었다. "선연(카사)에서는, 살해 등의 수단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배제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랬다. 분명히, 스승님은 그 규칙을 확인하고 있었다. ──『만약, 가장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살해 등으로 인해 사라진 경우, 선연(카사)의 승자 권리는 2위로 넘어가는 것인가요? 물론, 2위도 반 펨 님에게 이겼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과연, 이것은 확실히 결정해 두어야 할 사항이군. 그렇지 않으면, 승자가 결정되는 순간, 권총으로 가슴을 쏘는 서부극의 장면이 재현될지도 모르지. 그런 경우, 승자는 없다는 것으로 하지. 즉, 몰수 경기라는 것이네. 참가 비용도 전원에게 돌려주지. 덧붙여, 내 선연(카사)에서 살해 행위를 한 경우, 그 플레이어의 참가 자격도 정지시키겠네.』그때, 스승님이 그런 것을 물었던 것은, 전부 호신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다. 선연(카사)의 플레이어 중에서, 스승님이 가장 무력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잘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습격당할 가능성은 높기 때문에, 자신도 납득했던 정도였다. 하지만, 이 규칙이 적용된다면── "그렇다면, 이시리드 님에게 선연(카사)의 상품을 받을 자격은 없습니다." 딜러가, 단언했다. "그렇게 되는 건가……!" 지켜보는 지즈의 목소리도 또한, 갑자기 열기를 띠었다. (몰수 시합이 된다──!) 즉, 아까까지와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승님과 지즈의 내기도, 그대로 정지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사기 같은 작전을, 스승님은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6 짝짝짝, 하고 마른 박수 소리가 났다. 지즈였다. 전원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기다린 다음, 방황해의 마술사는 입을 열었다. "나름대로 애절한 장면이군(愁嘆場). 음, 가슴에 와닿는 것이 있어. 나는 아무래도 현대의 마술사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간의 심리로서는 신대에도 통하는 것이 있겠지." 증오스러운 말조차, 이 남자의 미모에 걸리면, 듣기 좋게 들려 버린다. 반대로, "나도 알게 된 것이 있어, 지즈." 라고, 스승님이 날카로운 시선을 향했다. "당신과, 당신의 마술에 대해서, 말이야." "호오. 드디어 내가 해체될 차례인가. 시계탑의 군주(로드)." 지즈가, 중얼거린다. 희열인지 흥미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잘생긴 옆모습에 스며 있었다. 스승님의 그것치고는 드문, 도발적인 시선에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말해 보게나, 엘멜로이 2세." 그렇다면 그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지즈가 말했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7 "와이더닛을 간파하는 것이 당신의 해체였나. 그렇다면, 나의 그것도, 이미 알고 있겠지?" "절반만." "절반?" "당신이 해 왔던 방황해의 문은 『보존(게논)』이었다고 했었죠. 그렇다면, 보존된 신의 이용법이야말로, 당신들의 오의인 비닉신리가 된다. 지금 이야기와 맞춰보면, 당신이 에르고와 뤄롱을 가지고 하려고 하는 것은, 보다 고대로──당신이 살았던 신대보다 옛날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것이 아닌가?" "과연, 확실히 그것은 절반이군. 정확한 자기 평가야." 지즈가 끄덕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8 자신의 사선 위에 고정된 에르고를 보다가, "엘멜로이 2세." 라고,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 "겜블은 즐거웠나?" "전혀 즐겁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아아, 그렇겠지." 또, 지즈는 끄덕였다. 그리고, 몹시 비통한 말투로, 이런 것을 물었던 것이다.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이상한 질문이었다. 잠시 시간을 두고 나서, 스승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명으로 가득 찬 푸른 대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나?" "네." 이어지는 질문에, 지즈는 한 박자만 간격을 두고 나서 말했다.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에 도달하고 싶다거나 하는 꿈을, 멋지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스승님이 가슴을 편다. 비록 죽기 직전이더라도,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스승님에게 있어서,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길잡이이며, 언젠가 도달하겠다고 맹세한 꿈의 끝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지즈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문에, 세계는 이렇게 되어 버렸다." "……무슨?" 스승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모르겠나, 엘멜로이 2세." "…………" 몇 초, 스승님은 침묵했다. "……아뇨, 알겠습니다. 생명의 방향성의 문제군요." "훌륭해. 정말로 현명해." 그 주고받음은, 뛰어난 스승과 제자처럼 보였다.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도록 만들어진 것이 우리들이라는 논리다. 보다 강하게, 보다 현명하게, 보다 상냥하게, 보다 아름답게. 결국, 그 지향이야말로 우리들을 어찌할 수 없이 몰아붙인다." (……그것은) 그것은, 너무나도 근본적인 죄가 아닌가. 원죄라고 불러도 좋다. 예를 들어, 정의를 존중하는 것. 예를 들어, 여행을 동경하는 것. 예를 들어, 마술의 심연에 끌리는 것. 사람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그 모습에 대한 호감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것을 죄라고 부른다면, 죄를 가지지 않은 인간 따위는, 문자 그대로 누구 한 명도 없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199 "그럼, 조금 더 계속해 보지." 라고, 지즈가 말한다. "마술사로서 묻지. 왜, 인류(사람)가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 말은, 갑작스러운, 웅대하기 짝이 없는 스케일을 동반하고 있었다. "인류(사람), 말인가요?" "과학에 있어서는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마술사에게 있어서 현대는 너무나도 무가치하지 않은가?" "……부정은 할 수 없군요." 스승님이, 짧게 말했다. 신대가 끝나고 이래, 신비는 시시각각으로 있을 곳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 간신히 남았던 위대한 조각조차도, 그 농도를 천천히, 그러나 크게 희미하게 하고 있다. 2000년을 걸쳐서, 마술사가 얻은 것은 무(無)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가 많다는 것은, 틀림없다. "예전에는, 영장으로서의 신에게도, 그것을 섬기는 인류(사람)에게도 사명이 있었다. 올바르게 사는 사람도 잘못되게 사는 사람도, 사명을 의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신대의 말기에는 거의 상실되어 버리고, 우리는 볼품없이 기어 다닐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저 정복왕 따위는 그것에 거스른 자일 것이다. 갈라져 있던 서쪽과 동쪽을 결합시키고, 산실된 문화를 수집하고, 새로운 형태로 다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세운 대제국조차 겨우 한 세대로 멸망했다. 만들어 냈을 때의 배나 되는 힘으로, 갈갈이 찢겨졌다. 나머지는 알고 있는 대로다. 인류가 어떤 형태로든 사명을 얻는 일 따위는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찾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와서 무슨 이야기지? 인류의 죄나 우행을 한탄하고 슬퍼할 거라면,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곳인게?" "아니,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야. 있잖아, 로드 엘멜로이 2세, 이것은 당신이 자랑하는 와이더닛이겠지. 부디 대답해 줬으면 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 되어 버린 거지?" "…………" 스승님이 입을 다문다. 지즈는, 마술사로서 묻고 있다고, 말했다. 즉 요구되고 있는 것은, 개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의 대답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의 질문 방식이라면…… 우리가 어리석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니겠군요?" "응, 후, 후. 그거야말로 오만이라는 것이겠지. 엘멜로이 2세." 지즈의 말투에는 웃음이 섞여 있지만, 올려다본 눈동자는 너무나도 성실했다. 지금, 그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것은, 원탁의 방의 샹들리에다. 그런데, 밤하늘이 비치고 있는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하늘에는, 아름다운 달이 빛나고 있는 것처럼도. "그 정도의 선택 따위, 애초에 인류에게는 없었어. 수명으로든 유전자로든, 생명의 방향성 따위는 발생한 단계에서 고정되어 있다. 우리는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고, 낭비하도록 처음부터 설정되어 있는 것이며, 그 죄를 묻는 것 따위 처음부터 무의미하다." 결정론. 인간이 하는 일 따위는, 처음부터 전부 결정되어 있다는, 체념과도 비슷한 논리다. 아무리 기적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것은 극히 복잡하고 장기간에 걸친 당구처럼, 첫 수구를 쳤을 때에 모든 운명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즈가 말하고 있는 것은, 그것과 닮아있다. 어느 정도의 틈은 있었을지라도, 대략적인 도착 지점은 우리들이 이 지구에 발생한 때부터 정해져 버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0 "──그렇다면, 실패한 것은 인류(사람)가 아니다. 그 부모에게 책임을 돌려야 할 것이다." "……부모?" 괴이한 듯이, 스승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곧바로, 어떤 사실에 도달하고, 그 눈이 크게 떠졌다. "너, 설마……" "행성(별)의 책임이겠지." 조롱하듯이 웃으며, 톡, 하고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떠 있는 광대한 바다, 그 바다를 가진 지표, 그 지표를 지탱하는 별의 내해…… 아주 작은 동작으로, 그 모든 것을 지즈는 가리켜 보였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바꿔야 할 것은 인류(사람)도 신도 아니다. 어느 쪽도 결국 이 행성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아. 우리는 평등하게 피해자다. 과오가 행성(별)에서 시작되고 있다면, 우리들이 만들어야 할 것은 행성(별)인 것이다." 웅장하기 짝이 없는 오페라를, 눈앞에서 연기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에르고의 실험. 세 위의 신을 먹게 한, 신대의 대마술. 거기에 참가한 아틀라스 원의──쿨드리스 가의 연금술사는, 에르고를, 미래를 구하기 위한 최종 연산기로 하려고 했었다. 지금, 지즈가 말한다. 방황해의 마술사가 말한다. 행성(별)을 만드는 것이라고. 영장의 부모가 되는, 새로운 행성(별)을. "그……런……" 부르르, 하고 몸이 떨렸다. 위압적이지도 않은 타인의 말을 듣기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되어 버렸다. 스승님만이 아니다. 함께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이시리드와 알레트는 물론이고, 옛 친구인 반 펨조차, 그 구상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에르고가, 휙, 하고 고개만을 움직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1 "그럼, 당신은 어떤가? 로드 엘멜로이 2세." "…………" 주춤거리는 기색이 있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몇 배나 더, 스승님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스승님은 뒤로 손을 뻗어, 어떤 사인을 이쪽에게 보여주었다. (스승님──) 그 사인으로 마음을 바꾸고, 눈치채지 않도록, 몸속에서 마력을 돌린다. 스승님도 또한, 이쪽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도록, 입을 연다. "당신이,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면 그것은 괜찮겠죠. 현대 천문학에서 말하는 행성과, 마술에서 말하는 그것은 다르니까. 행성이 하나 늘었다고 해도, 그 자체는 문제없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형제──이 경우에는 친척이, 하나 늘어나는 정도의 일입니다." 거기서, 말을 끊는다. 깊게, 호흡하는 소리가 났다. 숨을 내쉬고, 천천히 들이쉬고, 온 힘을 다한 용기와 함께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재료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별거 아니야." 라고, 지즈는 웃었다. "술식은 완전하게 작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한 시간을 들였어. 그리고, 신을 먹은 에르고와, 용을 먹은 뤄롱 모두 갖춰져 있지. 신이란 존재가 행성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알겠지." 아까, 스승님이 말했다. 신이란 이야기의 주형이고, 세계의 알이며, 역사 그 자체라고. 즉 그것은, 행성의 소재이기도 하다는, 그런 것이었던가. "솔직히 말하면, 소재도 설계도도 포함해서, 처음부터 전부 다시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너무 힘에 벅차. 무슨 일이든 타협은 필요하다. 어차피 핵이 될 영혼이 다르다면, 지금의 지구 따위와는 저절로 다른 것이 될 테고 말이지. 당신이 말했듯이, 내 문의 비닉신리에서, 가장 가까운 방법에 손을 댔을 뿐이야. 영혼은 내가 맡는다고 하고, 극히 작은 행성을 만든다면…… 나머지는 뭐, 근린의 지표를 1%만 받으면 충분하지 않겠나?" "모나코는 물론, 코트다쥐르를 괴멸시킬 셈이십니까." "나쁜가? 시계탑의 환산에서도, 싸다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그렇겠죠. 한 번 고려해 볼 가치도 없지요.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는 것은, 또 하나의 근원을 만들어내는 것에 필적하는 대위업입니다. 시계탑의 가치관이라고 한다면, 한 나라 정도를 바꿔치기해도, 조금도 아프거나 가렵다고 생각하지 않겠지요." 라고, 스승님이 인정했다. 마술사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떠한 희생도 꺼리지 않는다. 지즈가 선전하는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많은 마술사들이 인명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붙잡힌 에르고에게, 스승님은 시선을 고정했다. "그래도, 내 제자를 넘길 수는 없어." "……이런이런, 역시 그렇게 되는 건가." 라고, 지즈가 한숨을 쉬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2 "그렇다면……저……는……" 라고, 묻는다. 부드럽게, 지즈가 웃었다. "너에게 신을 먹게 한 세 명의 마술사는, 각각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뤄롱을, 한순간 보고 나서 계속한다. "내 경우에는, 에르고 너에 이어서, 살아있는 신, 자그레우스와 계약을 맺었지. 태조룡 튀폰을 먹게 해주고 말이야. 그리고, 아무래도 이시리드도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옛날에 술식을 완성하고 나서 가끔 조정하고 있었다, 는 것이 아니야." "무……" 그 말에, 스승님이 숨을 죽였다. "설마, 당신이 만들었던 술식은 아직……" "딱히, 이상한 이야기도 아니잖아? 현대에도 하나의 마술 완성에 걸리는 시간은 각각이다. 당신의 사랑스러운 제자의 보석 마술도, 10여 년에 걸쳐서 보석을 키워내는 정도는 하겠지. 나는 2000년 이상, 계속 하나의 술식을 조립하고 있었다. 현재 진행형으로 말이지." 사그라다 파밀리아라는 건축물이 있다. 19세기 말에 착공된, 그 문화유산은 거기서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성이다. 설계 책임자조차 여러 대를 이어받아, 영영 공사를 계속해 나가는 그 건축물은, 거의 형태를 가진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것을, 지즈라는 마술사도 하고 있었다면? 지즈라는 마술사는, 자신의 신전이며, 자신의 고유결계이다. 하지만, 이 고유결계는 미완성이라고 한다면── "응, 후, 후. 만들어져 버린 고유결계의 형태는 바꿀 수 없어. 그것은 술자의 심상세계이기 때문이지. 구워져 버린 계란 프라이 같은 것으로, 그걸 형태를 바꾸려고 하면, 엉망진창 스크램블 에그로 만들 수밖에 없어." 쿡쿡, 하고 지즈는 웃는다. "그러니까, 만들어져 버리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을 해 두는 거야. 자신의 영혼의 핵에 신념이라는 씨를 뿌리고, 사상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고, 동경이나 집념이라는 물과 비료를 계속 주는 거지. 때로는 자기 마음의 가지치기도 하면서." 심상세계에 대한 어프로치. 그것은, 이 남자에 대해 오랫동안 안고 있었던,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도 드러내었다. (그러니까……) 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말만 하면 편안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적인 태도인데도, 제자인──신마저도 있는 뤄롱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비인간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건가. 이상적인 모습으로 계속 조각된 마음을, 마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물며, 그것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의 수명보다 긴, 아득히 긴 시간을 들인,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마술이라고 한다면? "그래, 나라는 고유결계는, 오늘 처음으로 완성된다. 이 장소는, 만들어져 버리기 전의, 나의 고유결계다." 대언장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다른 상대라면 반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방황해이다. 하지만, 상대는 에르고에게 신을 먹게 했던, 세 명의 마술사 중 한 명이었다. "별을 만드는, 고유결계다." 라고, 지즈가 웃었다. 역시,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생명체에게 허락되지 않는 완벽함의 이유를,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인간 형태의 고유결계로서 완성된 지즈는, 필연적으로 아름답다. 그것은 예를 들어, 우리들이 지구에 대해 느끼는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다. 지구는 푸르렀다, 라고 말했던 우주 비행사 같은 것이다. 행성(별)이 아름다운 것처럼, 이 남자는 아름답다. 그 시선이, 이쪽의 뒤를 바라보았다. - 로드 엘메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3 멍하니,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치, 세계의 끝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반 펨이 만들어냈다는 장렬한 폭풍의 결계가, 깔때기처럼 움푹 들어가, 반대로 흡수되고 있다. 상기하는 것은, 블랙홀. 중력조차 뒤틀리게 하는, 압도적인 질량이 만들어내는 시공의 곡면. "읏……설마……" 그 모습에, 스승님이 눈을 크게 뜬다. "혹시……에르고와는……그런……?" 말의 의미는, 자신에게는 알 수 없다. 단지, 깔때기와 같은 곡면의 중심에 있는 상대가 보였다. 지즈. 그 모습은, 눈부신 빛에 감싸여 있었다. 감싸인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빛으로 변환되어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마 옳다. 바로 근처에 십자가에 매달린 듯한 모습의 에르고의 사지도 마찬가지로, 지즈의 몸은 아주 조금씩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고유결계・유성체라고 불러두면 좋겠지. 문자 그대로 별의 아이(星の幼子)이다." 스승님의 중얼거림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유결계・유성체固有結界・幼星体. 빛으로 변환되어 가는 지즈의 모습에는, 일체의 데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를 견뎌낸 상대는 있었다. 저 영묘 알비온의 밑바닥에서는 눈속임 정도로 밖에 통하지 않았던 괴물도 있었다. 하지만, 저 초근거리에서 정면으로 성창을 맞고도 무상했던 상대는, 이것이 처음이 아닐까. "출력의 문제다." 지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몸의 어디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유성체의 마력에는, 나의 2000년 이상이 담겨 있다. 출산을 맞이하려는 지금, 그 보유 마력의 전부를 사용해서, 새로운 행성(별)의 마술 장치를 형성시키고 있어. 어디까지나 개념적이지만, 태양의 표면에도 필적하는 물건이라서 말이지. 아무리 성창이라고 해도, 쉽게 꿰뚫을 수 있는 건 아니지." 거기까지 말하고, 문득 알아차린 듯 시선을 옮겼다. 그 앞에서, "그런 건가." 라고, 소리가 났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갑판에서, 실크햇을 쓴 사도는 그 광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실크햇의 챙을 움켜쥐고, 그 눈동자는 희미한 우수를 띠고 있었다. "지즈." 라고, 그는 옛 친구의 이름을 속삭였다. "슬프군." "무슨 소리인가?" "출력의 문제라고 말했었지. 절대적인 규칙을 강요하는 전승 방어가 아니라, 단순히 출력 차이로 도달하지 못할 뿐이라고." "아아, 말했다만." 빛의 안쪽에서, 씩, 하고 지즈의 입술이 비뚤어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비뚤어짐을 앞에 두고, 반 펨은 당당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개문하지 않을 수 없겠군." 바로 뒤의 상대에게, 속삭인다. "쿠폴라." "네." 딜러를 담당하고 있던 골렘이 끄덕인다. "제7의 마성을, 개문하라." "알겠습니다, 반 펨 님." 공손하게 인사하고, 딜러는 눈을 감았던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4 그때, 들렸다.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였다. 제7마성의 공격에 의해, 붙잡혀 있던 에르고가, 눈을 뜨고 있었던 것이다. 이쪽에게 무언가를 호소해 오고 있다.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바로, 스승님이 큰 소리로 외쳤다. "들리는 건가, 에르고!" "……선……생……님……" 다시 한번, 에르고가 말했다. 붙잡힌 전신을 움직이면서, 이쪽을 향해 불러온다. 그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지즈의 고유결계에 의해 마력을 빼앗기면서도, 필사적으로 의식을 연결하고 있다. 그런 에르고를 향해, 스승님은 이렇게 고했던 것이다. "지금부터, 나는, 신을 묻는다!" (아──) 마지막 신의 물음. 에르고가 먹었던 세 위의 신. 그 세 번째를, 드디어 스승님이 밝히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국면도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가 있어 지즈의 능력으로 붙잡혀 있다고 한다면, 반대로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지즈의 고유결계를 방해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쪽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빛의 검사가 더욱 격렬하게 공격을 걸어 온다. "읏──!" 정면에서 내려찍는 공격을 막은 손이, 저렸다. 그 틈에 두 번째 빛의 검사가, 파고들어 온다. 저린 팔로 받지 않고 스텝을 넣었다. 그대로 옆에서 몸통 박치기를 하여, 스승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만든다. 아무래도, 빛의 분신들은 반 펨에게는 접근하지 않으려고 하는 듯하여, 그만큼은 편하게 해 낼 수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5 낮게, 소리가 났다. 위장이 뒤집히는 듯한, 기묘한 소리였다. 있을 수 없는 일로, 바다 파도가 뒤집혔다. 뒤집어진 너머는, 몇천 년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던 듯한 바위 덩어리였다. 세계가, 변해 간다. 거칠었던 바다는, 일체의 생물을 찾아볼 수 없는, 우주 공간과도 같은 암흑으로 변모한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의 주위만 아직 바다인 채이지만, 그것도 서서히 암흑으로 대체되어 간다. "지즈의 고유결계의 단계가, 나아갔다." 스승님이, 신음하듯이 말한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을 역이용한 것으로, 고유결계・유성체는 더욱 진화해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6 "지즈의 고유결계의 단계가, 나아갔다." 스승님이, 신음하듯이 말한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을 역이용한 것으로, 고유결계・유성체는 더욱 진화해 버렸다. 제7마성의 골렘조차, 그 암흑에 붙잡혀, 움직임이 완만해지고 있다. 그 이유를 깨닫고, 반 펨이 한숨을 내쉰다. "……과연, 그런 고유결계인가. 정지? 아니, 정체인가." "다른 행성(별)에는 다른 특성(룰)이 있는 것은 당연하잖아? 내 새로운 행성(별)에서는, 그런 졸속은 허락하지 않아.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낭비 따위는 있을 수 없어. 뭐, 선연(카사)에서 이겼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겠지만." 지즈의 표정도 또한, 평소와 다른 긴장을 드리우고 있었다. 고유결계의 완성에 대해, 이 마술사는 섬세한 작업이라고 했었다. 스승님이 간파했던 것처럼, 겜블에서 이기는 것 자체가 신명 재판(오딜)으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 테니, 이기지 못한 채로 술식을 완성시키려고 하는 행위는, 강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것과 같은 어려움을 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7 (──아, 신명 재판(오딜)이라는 건) 불현듯, 생각했다. 확실히, 이것은 신명 재판(오딜)이다. 에르고의 신을 밝히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들어낸다는 마술 의식・신명 재판(오딜). 알고 보니 아무런 속임수도 없는, 순리 대로의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가 듣지 않는다. 에르고의 신의 물음조차 실패로 끝나 버렸다. 반 펨에게는 제7마성 쿠폴라 이외에도 골렘이 있었을 테지만, 아마 마성으로서 현현시킬 수 있는 것은 한 개체가 한도일 것이다. 다른 마성으로 교체한다고 해도, 그러한 틈을 주면, 이번에야말로 지즈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새까만 절망에 의식이 붙잡힌 타이밍으로, 다시 빛의 검사들이 덤벼들었다. 간신히, 튕겨낸다. 하지만, 움직임이 활기를 잃고 있다는 것은 자신도 알았다. 빛의 검사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이제 5분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쪽에는 체력 문제가 있는 이상, 머지않아 밀어붙여질 것이 눈에 보인다. 시야가, 조금씩 검게 물들어 가는 것 같았다. 몸보다 먼저, 마음이 찌그러져 있다. 이런 상대와 맞서 싸울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약한 소리를 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마음을 고무할 수가 없다. "슬슬, 가까워져 왔나." 라고, 지즈가 중얼거리고, 새롭게 손을 휘둘렀다. (──추가의, 분신?!) 하지만, 이쪽으로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분신은, 머리 위를 지나갔다. 새로운 빛의 분신은, 갑판의 더욱 뒤쪽 부위로 내려갔다. "아, 이 녀석들!" "들켰군요!" 빛의 분신이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 씨! 루비아 씨!" 달려가려고 했던 두 사람이, 그 분신에 가로막힌 것이다. 즉, 반격이 봉쇄되었다는 것. 두 사람이 원호하려고 준비했던 것조차, 상대는 꿰뚫어 보고 있었다. 혹시, 사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그런 사소한 희망마저 예상하고, 먼저 배제할 정도의 여유마저 있다. (……마치, 패가 달라) 아무리 스승님이 고전해도, 선연(카사)에서는 어느 정도의 평등성이 담보되어 있었다. 마술 회로에 의한 환전 같은 비기가 있더라도, 주어진 코인은 같았고, 역전의 기회도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즈가 갖춘 패에는, 이천과 수백 년의 두께가 있다. 반 펨의 제7마성에 대항하고, 우리들의 저항을 물리칠 정도의, 압도적인 자원(리소스)이 있다.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밀어붙일 정도의 저력이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8 "하지만, 지금만은 감사하겠어! 잘, 이 타이밍에 왔어!" 이시리드가, 공중에 떠 있는 지즈를 향해, 손가락을 겨눈다. "자! 지즈를 죽여라! 너라면──" 마지막까지, 이시리드는 말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 어깨에 붉은 꽃이 피었던 것이다. "아아아아아!" 상처를 움켜쥐고, 마술사가 발버둥 친다. 드론 한 대의 총격이, 이시리드를 꿰뚫었던 것이다. "아버지는……틀렸어……" 쥬스트가 말한다. 고개를 숙인 채로, 그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암시가……풀렸나……?) 아무리 교묘하게 걸었던 암시라도, 극한 아래 상황에는 약하다. 무너져 내린 곳에, 암시를 재설정하거나 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시리드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겠지만, 수단을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던 것이겠지. 시선을 내린 채로, 쥬스트는 중얼거렸다. "이 고유결계를 보면 알 수 있어……이 방법은……최종적인 결론이다……좀 더 세계에 생명 그 자체가 적다면 경쟁은 일어나지 않아……다툼은 일어나지 않아……" (──그건) 쥬스트의 중얼거림에, 자신의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지즈가……옳아……" 라고, 떠돌이 연금술사는 단언했던 것이다. "거시적인 정의에서 본다면, 이 행성의 생명체야말로 잘못되어 있다. 너무 만연하고 있어. 너무 번성하고 있어. 처음부터, 생명의 모습을 어찌할 수 없이 잘못 이해해 버리고 있어. 그렇다면, 조금의 희생을 치르더라도, 다음으로 더욱 잘못하지 않을 아이들에게 맡기는 쪽이, 훨씬 정의에 부합하겠지. 모나코 일대를 날려버리든, 신을 먹은 자를 소비하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드는 거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에미야 키리츠구도, 이런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 틀림없어……" 이 떠돌이 연금술사가, 에미야 키리츠구에 경도되어 있다는 것은 들었다. 암시가 풀려도, 그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던 건가. 가뜩이나 절망적인데, 여기에 와서, 떠돌이 연금술사의 암살자마저 적으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09 "응, 후, 후. 드디어 아군을 얻었군. 이거 든든하군. 어쨌든 한 번은 나를 죽였던 상대니까." 지즈의 웃음소리는, 정말로 기분 좋게 들렸다. "그럼, 장애물을 제거해 볼까." 마술사의 아름다운 손가락이 움직인다. 빛의 검사 하나가, 쥬스트의 옆을 빠져서, 에미야 시로에게 검을 휘둘러 떨어뜨린다. 너무나도 쉽게, 그 목이 잘려, 하늘을 맴돌았다. "──응?" 하늘을 맴돌았던 목이, 털썩 하고 떠돌이 연금술사의 발밑에 떨어진다. 빛의 검사의 목이. 잘라낸 회전톱(체인소)을, 옆으로 고정한 채로, 쥬스트는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당신은 내가 옳다고 말했어야 했을 텐데……" "…………" 몇 초 침묵하고 나서, 쥬스트는 입을 열었다. "말했지. 당신이 옳아. 잘못되어 있는 것은 이 녀석들이야……. 그런 건 계산할 필요도 없어." "그럼, 왜지? 이제 와서 암시가 되돌아온 것도 아니겠지?" 힐끗, 쥬스트가 쓰러진 젊은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에미야 시로. 모두가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암흑에 사로잡힌 제7마성은 물론이고, 자신도, 스승님도, 린도, 루비아도, 유성체의 분신들조차 정지해 있었다. 천천히, 쥬스트가 걸어온다. 이쪽 바로 옆에 섰다. "방황해의 지즈. 당신에게 확인하고 싶어.──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라고, 쥬스트가 말했다. 헉, 하고 그 대사에 얼굴을 들어 버렸다. 그것은, 스승님과 지즈가 아까 주고받았던 문답과 같았기 때문이다. 떠돌이 연금술사의 표정은, 어딘가 침통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자신의 학문이 어딘가에서 결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논문을 발표해야만 하는 철학자와도 같았다. "아니. 꽃은 생물을 끌어들이는것으로 서로 영토를 빼앗기 때문에." "온통 초록빛인 대지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아니. 그건 지금 말한 결과다. 서로 영토를 빼앗고, 간신히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 애초에 생명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기분 나쁘잖아." "머나먼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잘못된 방향성의 가장 큰 것이다. 지금 있는 장소에서 만족하면 됐을 텐데, 보이는 한계를 어디까지나 정복하고, 모든 자원을 낭비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생명이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잔혹한 거야. 꽃도 풀도 짐승도 사람도, 모두 똑같이 쓰레기(糞ったれ)다." "……그러니까, 우리는 구원받을 수 없어. 인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체로 지성체는 구원받을 수 없어. 우리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 말은, 자신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잘못 생각하고 있다. 확실히, 치명적이다. 거기서 벗어나 버렸다면, 아무리 노력을 거듭하더라도, 정답에는 도달할 수 없다.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방향성 자체가, 어떻게 해도 정답과 겹쳐지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고 해도, 문제가 틀렸다면, 정답에 닿을 수 없다. "그렇지. 우리는 잘못돼 버렸어." 빛의 윤곽에 홀릴 정도의 미모가, 암흑을 향했다.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할 것은, 빛조차 닿지 않는 암흑이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이 떠 있는 바다조차, 지즈로부터 침식해 가는 고유결계에 의해, 깔아 뭉개져 간다.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할 것은, 움직이는 것조차 없는 허공이다." 지즈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든 열기를 빼앗긴 우주 공간. 만약, 그런 것을 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분명 세상에서 전쟁 따위는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지즈의 말에는, 절실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예를 들면, 그것은 기도와 비슷했다. 100년이나 닫혀진 교회에서, 단 한 사람, 주님의 침묵에 계속해서 분노하고 있는 신부와 같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0 "──살아 있기 때문에." 툭 하고 중얼거려 버린 것은, 자신이었다. 의외라는 듯이 지즈가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았던 쥬스트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쓴웃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안하네. 쏴서." (──에) 그것은, 이쪽을 향한 말이었을까? 확인할 수도 없는 채, 쥬스트는 다시 지즈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옳아. 완벽하다. 완성된 수식처럼." "오오." 지즈의 얼굴에 희열이 퍼진다. 그 고유결계의 성질에 사로잡혔는지, 이제 제7마성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무슨 저항을 하려고 해도, 이쪽을 둘러싸고 있는 빛의 검사들이 방해한다. 이미, 상황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모든 것이 결착난다. 끝나 버린다. "하지만." 라고, 쥬스트가 덧붙였다. "잘못되었기 때문에, 나는 구원받았어." "호오?" 한 걸음. 쥬스트가, 앞으로 나아간다. "당신의 올바름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루기만 하는, 탁상공론이야. 그러니까 올바르다. 그러니까 아름답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것을 구할 수 없어." 지즈는, 몹시 시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원받고 싶어진 건가, 내 자손은." "이야기의 뒷부분을, 듣고 싶어졌던 거야." 라고, 쥬스트는 대답했다. "성배전쟁에 대해서는 많이 조사했어. 단 한 사람 동경했던 에미야 키리츠구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던 사건이었으니까. 그 아들인 에미야 시로에 대해서도 전부 조사했어. 에미야 키리츠구를 타락시키고 죽였던 것이 그라고, 나는 결론지었었어. ──하지만, 그것은 사실일지라도, 진실과는 달랐을지도 몰라." 떠돌이 연금술사가, 똑바로 방황해의 마술사를 바라보고 있다. 역시, 닮은 두 사람이었다. 지즈의 미모와 같은 완벽함은 없어도, 그 모습은 틀림없이 원천이 같은 것이었다. "진실이라고?" "아까, 저 여자가 말했어. 살아 있기 때문에, 라고." 갑자기, 이쪽의 이야기를 꺼내서 자신은 눈을 깜빡여 버렸다. "소, 제는──그──" "──진실은, 살아있는 사람 수만큼 있으니까." 옆의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쥬스트는, 한숨과 함께 끄덕였다. "그런 것도, 나는 몰랐어. 에미야 시로가 저런 인간이라는 사실은, 싫을 정도로 모아 놨었는데도, 에미야시로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했다. 정의(쥬스트)라고 자칭하고 있었는데, 에미야 시로에게 있어서의 정의의 아군이 어떤 것인지, 그런 것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어. 아무리 사실로서의 정의의 아군이,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 해도, 각각의 인간이 가진 진실은 다를 텐데." 뒤에서, 픽, 하고 기색이 움직였던 것 같았다. 물론, 지즈가 놓칠 리가 없었다. 곧바로 유성체의 분신이 움직였다. 빛의 검사가 이번에야말로 에미야 시로에게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빙 돌아온 드론이 맞이한다. "쥬스트──!" 지즈의 말과 함께, 쥬스트는 외쳤다. "일어나라, 에미야 시로!" 그것은, 고무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질타하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현실을 알고 줄곧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그래도 여전히, 그런 체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발하는, 고함 소리였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당신은, 에미야 키리츠구와 약속했잖아!" 있을 수 없다. 피투성이 에미야 시로가, 일어나 있었다. 제대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이런, 힘을 가진 속삭임(주문)이었다. "──I am the bone of my sword(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1 에미야 시로는, 듣고 있었다. 고유결계・유성체를 확립하려는 방황해의 마술사와, 쥬스트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나코 일대를 날려버리든, 신을 먹은 자를 소비하든, 새로운 행성(별)을 만든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에미야 키리츠구도, 이런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 틀림없어……』그럴지도 모른다. 새로운 행성(별)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지나치게 거창한 마술은, 그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거기에 담긴 신념은 이해할 수 있다. 시작의 충동이 결코 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판단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부를 구하고 싶지만,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방황해의 마술사가 말하는 것처럼, 이 행성(별)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대답은, 과연, 그것은 옳겠지. 흠잡을 데가 없다. 어딘가의 신부의 말투 같아서, 짜증은 나지만, 이치도 근거도 있다. (…………) 몸은 완전히 마비된 채. 기분 나쁠 정도로 쏟아진 피와, 내장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찌릿, 하고 뱃속 밑바닥에 불이 켜진다. 불티(火花)보다는 나은 정도의, 작고 작은 불. 그 불이 있는 한, 이 의식을 놓을 수 없다. 온몸의 신경이 바늘에 찔린 듯이 아파도, 그 아픔을 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 ──『생명이란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잔혹하다.』 ──『꽃도 풀도 짐승도 사람도, 모두 똑같이 쓰레기다.』 언젠가, 누군가가 비웃었던 것 같다. 온 세상의 인간이 웃고 있는 듯한, 고소를 떠올린다. 인간이란 희생이 없이는 삶을 구가할 수 없는 짐승의 이름, 이라고. 그것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손이, 움직인다. 이미 기능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안구의 망막이, 천천히 상을 맺는다. 당연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화했을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연명에 사용되어야 할 에너지를 돌렸을 뿐. 그런 상태로 무리를 하면, 아무리 마술이라도 따라올 수 없다. 예전의 전투로 인한 후유증은 아직 남아 있고, 꽤 자주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니까, 뭐냐. 그런 분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명 이 몸은, 성배전쟁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어나라, 에미야 시로!"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목소리가 닿았다. 고막에서 달팽이 신경을 거쳐 뇌로 전해지고, 그 신호를 해석한 뇌에서 보낸 전격이, 약해져 있던 심장을 두드렸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당신은, 에미야 키리츠구와 약속했잖아!" 어색하게 움직인 손이, 상반신을 일으키게 한다. 미지근한 핏속에서 끌듯이 무릎을 꿇고, 살을 으스러뜨리는 듯 몸을 일으킨다. 그야, 그렇겠지. 키리츠구(할아버지)와 약속했다고, 말했으니까. 정의(쥬스트)라는 이름을 등에 짊어져 버린 녀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주문을, 중얼거린다. 자신을 변혁시키기 위한, 단순한 암시. 처음부터, 에미야 시로의 안쪽에 준비되어 있었던 말. "──I am the bone of my sword(몸은 검으로 되어 있다)." 마술 회로에, 열이 들어갔다. 줄곧 사용하지 않았던 화로에 불이 붙은 것처럼, 그것은 순식간에 심장에서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Steel is my body, and fire is my blood(피는 철이며 마음은 유리)." 신경과 융합된 그의 특수한 마술 회로는, 그의 내면 전부를 다시 칠해 간다. 원래라면, 에미야 시로의 마력으로는 쓸 수 없는 마술이다. 그것을 보충하고 있는 것은, 토오사카 린에게서 받은 보석이었다. 그녀와 시로의 피를 각각 주입하여, 꼬박 1년 동안, 끊임없이 마력을 불어넣은 보석. 품에서 꺼낸 보석은, 순식간에 금이 가고, 먼지가 되어 버린다. "에미야 군──!"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토오사카. 드물게, 그렇게 사람을 부르고. 보석에 관한 일이라면, 나중에 사과할 테니까. 루비아 씨 쪽의 아르바이트비로 몇 달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꼭 갚을 테니까 기다려 줘. "I have created over a thousand blades(수많은 전장을 넘어서도 불패).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2 "I have created over a thousand blades(수많은 전장을 넘어 불패)." 이상한 주문이었다. 자신에게 작용하는 자기 암시의 영창은, 성질상의 필연으로 시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에미야 시로가 속삭이는 그것은, 어딘가 멀리 여행을 떠나 버린 누군가에게 바치는 듯했다. 그것과 동시에, 지즈의 분신이 일제히, 에미야 시로를 향해 달려왔다. "그레이!" "네!" 스승님의 말에 따라서, 자신이 끼어든다. 그에 맞춰서, 쥬스트가 조종하는 드론도 움직였다.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특유의 연산 능력을 이용한 것이겠지. 그 진형이 이쪽과 연동하는 것으로, 효율적으로 빛의 검사들의 루트를 봉쇄해 간다. 저쪽에서는, 린과 루비아도 그것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3 플랫의 말과 함께, 또 주문이 들렸다. "I have no regrets. This is the only path(그렇다면, 내 생애에 의미는 필요치 않으니),." 에미야 시로의 영창이 끝을 향해, 나아간다. 이론상, 10절을 넘는 주문은, 그 이상 마술의 심도를 높일 수 없어야 한다. 즉, 지금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심도가 아니라 정도(精度). 에미야 시로라는 마술의 윤곽을, 한계까지 단련하고, 연마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검을 단련하듯이. 예를 들어, 검을 연마하듯이. (가라──) 문득, 바라고 있었다. 후회 없이, 단 하나의 그 길을 가라고. "가라──!" 그리고, 에미야 시로의 주문이 완성된다. "My whole life was(이 몸은)" "“unlimited blade works(무한의 검으로 이루어져 있다)” " 불꽃이 달린다. 불타오르는 불은 벽이 되어 경계를 만들고, 세계를 일변시킨다. 세계가, 뒤집힌다. 피부가 벗겨지는 것처럼, 정착하려던 지즈라는 고유결계의 암흑을, 에미야 시로의 마술이 찢어 간다. 붙잡혀 있던 에르고가, 해방된다. 하늘이, 바다가, 암흑이, 모든 것이 에미야 시로를 중심으로 다시 그려진다. 대신 나타나는 것은, 술자의 내면. 지성의 내면. 사상의 내면. 심상풍경의 구현. 최대의 금주라고 불렸던 그 증명에, 질서여, 섭리여, 그대 또한 무릎 꿇어라. "……아아." 저주에서 해방되면서, 에르고는 한숨을 쉬었다. 황량한 세계. 생물이 없는, 검만이 잠든 묘지. 지즈의 암흑과 어딘가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세계. 무수한 검이, 그 황야에 꽂혀 있다. 마검이라고 불리는 검이 있었다. 성검으로 이름 높은 검이 있었다. 혹은 요도, 혹은 신검, 패검, 왕검 등으로 불리는, 엄청나게 많은 검들이, 그 황야에는 존재했다. (분명, 무엇이든 있을 거야……) 라고, 새로운 세계에 추락하면서, 에르고는 생각한다. 수많은 성배전쟁의 가능성을 알고 있는 자로서, 그렇게 생각해 버린다. 에미야 시로란 그런 이능자였다. 직시한 것만으로 검을 복제하는 이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검 따위는 없다. 에미야 시로가 보여주었던 희귀한 투영은, 모두 이 세계에서 유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생애를 검으로서 살았던 자가 손에 넣은, 단 하나의 확실한 대답── 그리하여, 그 세계의 이름을 이렇게 부른다. 고유결계・무한의 검제(언리미티드 블레이드 워크스). "맡겨두라고, 할아버지(爺さん)." 라고, 붉은 머리의 마술사는 중얼거렸다. 이미 닿을 수 없는 이상향. 달 아래, 고향의 툇마루에서 주고받았던 말을, 다시 한번만 확인하듯이. "할아버지의 꿈은──내가, 분명히 실현시켜 줄 테니까." 검의 나라의 중심에서, 에미야 시로는 그 맹세를 허공에 새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4 가장 먼저, 옆의 비틀어진 검을, 시로는 손에 들었다. 적원렵견(흐룬팅)라고 불리는 마검이었다. 노린 것을 결코 놓치지 않는, 추적의 신비가 담겨있는 그 검을 손에 들고, 시로는 유성체의 분신들을 1초 동안 바라보고──검을 땅에 내리쳐, 부숴뜨린 것이다. 물론, 마검이 이렇게 쉽게 부서질 리는 없다. 이것은 『부서진 환상(브로큰 판타즘)』이라는 현상의 아종. 원래라면, 엄청난 파멸이 대지를 뒤덮을 곳을, 이 국면에서는 적원렵견(흐룬팅)에 숨겨진 기능과 모습만이, 꽂힌 수많은 검에 부여・전파되어 갔다. 그러자 왕의 지령을 받은 것처럼, 검의 무리는 스스로 떠올랐던 것이다. 각각 아름다운 궤적을 남기고, 유성체의 분신들을 향해 돌진한다. 검과 빛의 인간형은, 수십, 수백 번이나 격돌했다. 격돌할 때마다, 엄청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진실로 전쟁이었다. 그리고, 신화였다. 새로운 행성(별)의 분신에 필적하는 마검, 이름난 성검을 능가하는 빛의 분신, 대체 어느 쪽을 칭찬해야 할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5 "에르고……" 고유결계에 따른 재배치 현상으로, 시로의 위치는 우리들과 바뀌어 있다. 시로와 지즈가 최전선. 우리들은 그 후방에서, 방금 해방된,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에르고──!" 다시 한번, 청년을 깨운다. 천천히, 청년이 눈꺼풀을 열었다. "누나……" "다행이다, 에르고……" 눈물이 글썽해진 자신에게 미소 짓고, 에르고는 곧 스승님에게 시선을 향했다. "선생님…… 앞으로, 한 수, 입니다." 라고, 도전하듯이, 스승님을 불렀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시로 씨는, 이길 수 없습니다." "……아아." 스승님의 긍정에, 자신은 맹렬하게 돌아보았다. "지즈의 고유결계에 대해, 또 다른 고유결계를 부딪히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명답으로 보이지만, 강도가 부족하다. 현재, 고유결계끼리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순히 에르고와 분리되어, 지즈의 고유결계・유성체가 퇴조했기 때문이다. 이런 균형이 유지되는 것은, 극히 짧은 시간일 뿐이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6 이미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 (롱고미니아드)〉는 사용해 버렸다. 그만한 간격을 두지 않으면, 해방은 불가능하다. 당연히,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생각했던 때였다. 검의 황야의 앞에, 어떤 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몹시 아름다운, 황금으로 빛나는 검이었다. 순간, 자신은 가속하고 있었다. "빌리겠습니다!" 검에 손을 댔을 때, 에미야 시로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표정도 단 1초뿐이고, 몹시 다정하게 그는 미소지었다. 사투 중이라고 하는 것을 잊을 정도의, 기뻐하는 듯한, 그리고 그리워하는 듯한 표정. "아아, 원하는 만큼 가져가." 말과 함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7 사용자(担い手)로 인정 받은 듯이, 부드럽게 검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즈는 보았다.  달려오는 신을 먹은 자와, 무수한 검.  하지만, 마치 군세와 같이 검을 끌고 있는 그 모습에, 그의 시선은 사로잡혔다.그 모습은, 예전에 그를 사로잡았던, 위대한 왕과 같아 보여서── "어이쿠, 방심하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데. 나의 오랜 친구." 이쪽을 올려다보며, 하얀 실크햇의 남자가 선언했다. "내 제7마성,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반 펨──!" 옛 친구의 도발에, 지즈는 증오스럽게 눈을 부릅떴다. 앞서의 이능의 대가를, 에르고는 맛보고 있었다. 온몸의 나사가, 빠져 버린 것 같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소모는 격렬하다. 아니, 소모 같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결락이다. 지금, 에르고는 한 걸음마다, 무언가를 잃고 있다. 검의 황야를 밟을 때마다, 자신의 안쪽의 결정적인 무언가를, 부수고 있다. 온몸이 유리로 바뀌어서, 땅을 밟을 때마다, 어딘가가 깨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두 번은 없다. 일격으로, 모든 것을 결착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앞서 사용한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조차, 지즈를 끝장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에르고──!" "누나." 그녀가 가진 검을 한눈에 보고, 젊은이는 끄덕인다. 그렇다면, 괜찮겠지. 이 사건의, 마지막 내기를 이것으로 하겠다고, 결의했다. * 자신과 에르고의 발걸음은 겹쳤다.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의 끝까지, 앞으로 몇 걸음. 그 앞에는, 지즈의 고유결계・유성체의 암흑이 펼쳐져 있다. (어떻게, 넘어야──?) 그렇게 생각했을 때, 눈앞에서 거대한 질량이 움직였다. 고유결계의 특성에 의해 정지되어 있었던 제7마성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던 것이다. 엄청난 충격이 세계를 휩쓸고, 지즈의 고유결계의 암흑마저도 물러나 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8 "거기──!" 에르고와 둘이서, 그 간극으로 뛰어들었다. 제7마성의 거대한 팔꿈치에 착지. 그대로 주먹의 너머, 골렘의 일격을 피한 지즈를 향해, 달린다. 옆에서, 에르고가 속삭였다. "신핵 장전・오케아노스." ─장전/신이라는 이름의 탄환. * 제7마성의 팔꿈치에서 주먹까지는, 겨우 20미터 정도.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단 세 걸음의 간격. 심장이 고동친다. 한 걸음으로, 각오를 다진다. 이어서 에르고의 말은, 이랬다. "신격 전개・기신 오케아노스." * ──전개/주변 부위 포신의 치환. * 바로 옆에서, 신의 권능이 에르고에게 깃드는 것을 느꼈다. 그 마력은 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나의 몸도 순환했다. 웅장하고, 엄숙한 마력이었다. 다정하게 느껴졌던 것은, 신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에르고의 그것이었던 듯하다. 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쪽을 배려하고 있는 그의 마음을 느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년은 중얼거린다. "신각전요(神殼纏繞)・크리로노미아." ──전요/내 손은 신을 건조한다──! 우리들의 시선 앞. 제7마성의 팔 끝에, 지즈가 부유하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방황해의 마술사는 아름다웠다. 그것이 고유결계를 성립시키기 위한 수식과 같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는 무엇 하나 손상되지 않았다. 에르고가, 외쳤다. "지즈──!" "에르고──!" 지즈의 몸에서 빛이 방출된다. 더 이상 분신으로 성립시킬 여유조차 없었는지, 광탄을 직접 사출해 온다. 기관총에 필적하는, 강대한 마력의 난타. 반 보만 앞으로 나선 에르고가 키프로스의 검을 들어 올리자 번개가 달리고, 여섯 개의 환수와 함께, 광탄을 튕겨냈다. 앞으로, 한 걸음. 자신과, 에르고가 나란히 선다. 옆으로 내민 검의 자루를, 자신과 에르고는 두 명이서 잡는다. "너는, 너희들은──" 그 검을 앞에 두고, 지즈는 빙글하고 손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고유결계의 암흑이 덮쳤다. 제7마성조차 정체시키는, 새로운 행성의 질서(룰). 하지만, 검에서 방출된 황금빛이, 아주 잠깐만 그 암흑을 물리친다. "오케아노스의 권능인가──!" 자세한 것은, 자신에게는 알 수 없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에르고의 기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케아노스의 근원이 우주선이며, 항성간도 항행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우주 공간의 허무를 재현한 지즈의 암흑에 내성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신대의 마술조차 능가하는 것이, 별의 바다 어딘가에 존재했던 것이다. 크리로노미아, 라고 에르고가 중얼거렸던 권능은, 그리스어로 유산이라는 의미였다. 이 자리의 결착에, 너무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19 "에르고!" 말하고 나서, 검을 휘둘러 올린다. "선정의 검이여, 힘을!" 자신은, 외치고 있었다. 이 몸이, 알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영웅의 이야기. 브리튼 섬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왕의 전설. 어떤 바위에 박힌 채로, 그 검을 뽑은 자야말로 왕이 될 것이라 불린──저 아서 왕 전설에서, 시작이 되는 보구.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 진명의 해방과 함께, 그저 전력으로, 에르고와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 사이에서 격렬히 솟아오르는 마력이,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변환되었다. 고유결계의 암흑이나, 지즈가 두른 유성체의 빛은 물론이고, 보구 자신의 칼날조차, 황금빛은 모든 것을 분해해 간다. 막으려고 했던 지즈의 오른손도 또한, 황금빛에 먹혀 들어간다. 오른쪽 반신까지 침식당하면서, 지즈가 말했다. "그런 건가……너는……왕의 검에……" 원래, 그 검은 결코 병기로서 단련된 병기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정의 검. 왕을 선택하기 위한 보구. 그렇기 때문에, 소유자가 왕으로서 올바를 때, 그 위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에르고처럼. "크……악……!" 모든 방어를, 지즈가 긁어모은다. 이쪽의 마력도 바닥나 있는 것은, 그에게도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기적에 기적을 거듭한 비정상적인 사태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0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도, 에르고 자신의 각성에 의한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도, 오케아노스의 권능도,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도, 모든 패를 다 써 버렸다. 체력도, 정신력도, 마력도, 뒤에는 무엇 하나 남지 않는다. "……여기, 만……" 여기서만 억누를 수 있으면, 끝난다. 이길 수 있다. 역시 지즈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겜블러에게는 달콤한 독과 같은, 너무나 치명적인 사고방식이 아니었을까. 그 순간, 에르고는 환수로, 최후의 비장의 카드(조커)를 뽑아들었던 것이다. 패의 이름은, 톰슨 컨텐더. 예전에 마술사 킬러──에미야 키리츠구가 애용했던 권총. 아니, 권총이라고 하기에는 자못 흉악한 크기와 형태. 도약 직전 드론으로부터 건네받은 그것은, 에르고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가져야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쏘아야 할 때가 있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언젠가, 누구에게든 찾아온다. "에르고──!" "안녕히, 지즈." 총성은, 어딘가 슬픈 듯했다. 지즈가 전력으로 만든 방어 술식에, 기원탄이 닿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저 탄환은・30-06 스프링필드 탄이라는 규격이었다고 한다. 그 마탄에 마술로 간섭해 버렸기 때문에, 예전 에미야 키리츠구의 『기원』에 의한 영향이, 술자의 마술 회로까지 피드백된다. 신대의 마술사의 마술 회로를, 종횡무진으로 절단하는, 절망의 단락회로短絡回路(쇼트 서킷). 강대한 마력을 모으면 모을수록, 악의의 탄환은 단락(쇼트)된 마술 회로를 무참히 폭주시켜, 절대적인 죽음을 가져온다. 그래도 여전히, 지즈는 자신의 내면의 마술 회로를 절단하고, 남은 회로로 새로운 방어 술식을 짜올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황금의 빛이, 모든 것을 삼킨다.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유독 고귀하게 빛났던 황금빛은, 이윽고 천천히 사라져 갔다. "……꿈은 꿈인가." 툭 하고, 지즈가 중얼거렸다. 그 오른쪽 반신은, 증발되어 있었다. 이전에 저격당했을 때에는, 모든 술식을 정지시켜 자신의 사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기원탄의 영향에서 벗어났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 마술 회로가 끊긴 직후에, 〈승리할 황금의 검(칼리번)〉에 의해 고유결계와 함께 절단된 결과, 몸의 절반을 가져가 버린 듯했다. 그래도,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1 "가고 싶었는데, 하늘의 끝." 어딘가 어리게까지 들리는, 동경이 스며든 목소리였다. "지즈 씨……" 라고, 에르고가 부른다. "당신은, 이스칸달(아버지)와 만난 적이 있나요?" "응, 후, 후. 겨우 몇 번, 이야기했던 정도다." 라고, 지즈는 웃었다. "저게 안 되면, 이제 끝내도 괜찮겠다고, 그 정도로는 생각했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저 녀석의 아들이, 어째서 찬성하지 않는지 불가사의할 정도였다네." "당신이, 옳을지도 몰라." 시선을 떨어뜨린 채로, 에르고가 말한다. "하지만, 살아 있기 때문에, 틀린 겁니다." "그러니까, 지나치라는 건가? 이 행성(별)의 생명이 줄곧 저질러 온 잘못에 고개를 돌리라고? 그건 너무나도 편리한 이야기겠지." "아니요." 다시, 에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말한 것은, 당신의 문제입니다. 살아서, 살아서, 살아남은 후에, 우리들의 발자취는 겨우 답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당신은──" "죽었으니까?" "아니요." 또, 에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당신이, 마음을 고정했기 때문입니다." "…………" "살아 있다는 것은, 아마, 변하는 것입니다. 몇백 번이나 몇천 번이나 변해서, 끝내 쓰러졌을 때의 좌표가, 그 생명의 답이니까요." 확실하게 에르고가 대답하는 말에, 자신은 놀라 버렸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이 청년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저 해적섬에서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아이들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을 터인 청년은, 어느샌가 완전히 다른 누군가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도, 납득해 버리는 자신도 있었다. 변하고, 변하고, 변해서. 언젠가 쓰러진다고 해도, 계속 변화하는 것을, 그는 선택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특별한 심상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2000년 이상 변하지 않게 되어 버린 당신은, 더 이상 정답을 물을 자격을 잃은 겁니다." 지즈가, 멈췄다. 희미하게 크게 뜬 왼쪽 눈이, 옆으로 흘러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2 "에르고, 그레이." 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가죽 구두가, 갑판을 밟는 발소리가 난다. "……엘멜로이 2세." 지즈의 표정──절반만이, 증오스럽게 물들었다.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당신만은 마술 협회의 군주(로드)로서 물어야 하겠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 로드 엘멜로이 2세." 지즈가 말한다. "기껏해야 한 나라와 제자를 구하기 위해, 지금, 당신은 행성(별)의 미래를 닫았다." "그렇지." "아틀라스 원의 최종 연산기도 부쉈지. 현행 인류가 구원받을 길도, 당신은 붕괴시켰어." "그 말대로다." 스승님이 인정한다.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긍정이었을까. "기껏해야, 조금밖에 해석의 재능을 받지 못했던 마술사가, 한 나라보다 귀중한 마술 세계의 보물을 여러 개 파괴하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스승님은 똑바로 시선을 돌려주었다. "아름다운 것을 나는 부수고 있다. 이제 현대에서는 두 번 다시 만들어낼 수 없는, 신역의 천재들의 예술을, 변명할 수도 없이 부수고 있다. 이 손은 볼품없고, 미숙하고, 부수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고발도 참회도, 듣고만 있어도, 영혼이 찢어질 듯했다. 방황해의 마술사도 시계탑의 군주(로드)도, 이 시대에서 가장 마술의 가치를 아는 자이기에, 그 주고받음은 너무나 무거운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즈가, 일어섰다. 왼쪽 반신밖에 없는 상태로, 극히 부자연스럽게 자세의 균형을 잡는다. 아름다운 손가락을 들어올린다. "저주받아라, 로드 엘멜로이 2세."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3 "어이쿠. 그거야말로 어불성설이잖나, 망할 아버지." 라고, 목소리가 들렸다. 지즈의 등에서 가슴을 꿰뚫고, 한 팔이 솟아나왔다. 구릿빛 피부의 팔이었다. 자신의 가슴에서 솟아난 것 같은 손을 내려다보며, 지즈가 중얼거렸다. "뤄롱……!" "계약대로다. 망할 아버지." 라고, 지즈의 사라진 오른쪽 반신에서, 뤄롱이 속삭였다. "……무슨 일이지?" "무상으로 신과 계약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스승님의 질문에, 뤄롱이 대답한다. "실패하면 목숨을 받는다. 그런 계약이었지. ……라고는 해도, 노골적으로 치사한 계약이지만." 구릿빛 피부의 청년이, 혀를 찼다. "망할 아버지에게는, 그편이 좋았던 것이겠지." "그렇다." 라고, 지즈가 인정했다. 역시 치명상이었는지, 이번에야말로,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고통이 섞여 있었다. "원래, 내 인간으로서의 몸은 죽어 있다. 고유결계로서의 나는, 술식이 완성되지 않으면, 언젠가 변질된다. 그런 모습 따위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여기서 너에게 끝내 주었으면 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지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4 이상하게도, 상쾌하게 지즈는 웃었다.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두 번 다시 변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버렸던 것. "네가 하는 말 따위는, 알고 있었다고." 에르고를 바라보며, 지즈가 말했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아, 조금뿐이지만 2300년은 길었던 건가." 천천히, 뤄롱의 손이 빠져나간다. 검게 뻥 뚫린 가슴의 구멍을 어루만지며, 지즈가 말한다. "하지만 뤄롱. 너……설마……" "이식 수술을 한 점에서." (이식……?)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이쪽의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지즈는 팟하고 눈을 크게 떴던 것이다. "그것은 나쁘지 않네! 나의 신이자 나의 바보 제자는 드디어 여기에서 스승을 넘어선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5 그리고, 에르고와 스승님을 쳐다봤다. "무시키만이 편하게 있는 것은 배가 아프니까, 말해두지. 그녀의 본체는, 아직 히말라야에 있을 것이다. 너희들이 아직 기억 포화를 멈추고 싶다고 한다면, 거기서 한 가지 신을 더 묻게 될 것이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새겨져 있던 신이군요." 에르고가 먹은 신과는 별개의, 두 기둥의 신. 한쪽은,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비장되어 있었던──에르고를 최종 연산기로 조정하기 위한 신, 오시리스였다. 그리고, 마지막, 말하자면 다섯 번째 신만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 여행에서, 분명 최후의 신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6 "나에게서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다." 스승님이 말했다. "제가 이번 내기를 몰수 시합으로 만든 것으로, 당신이 이런 힘을 쓰는 여지가 생겼다고 한다면…… 애초에 내기를 하지 않아도, 당신은 똑같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경우, 방해하는 녀석은 훨씬 많았을 테니까, 지금보다 나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즈가 절반만 남은 입술 끝을 비튼다. "게다가, 할 수 있겠나, 그런 거. 제대로 된 내기도 안 한 채로 처음부터 지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잖아. 꼴사납잖아." "동감입니다." 스승님이, 깊게 끄덕였다. 키득, 하고 지즈가 웃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7 "이봐, 펨. 마지막 정도는 서비스해 줘야지." 그렇게 말하자, 스윽하고 하얀 그림자가 일어섰다. 하얀 실크햇을 쓴, 반 펨이었다. 등 뒤에는 쿠폴라도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라고, 손가락을 튕기자, 즉시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을 둘러싸고 있던 폭풍이 풀렸다. 세계는, 밤이 되어 있었다. 아까까지의 사투는 거짓말처럼, 고요한 창공이었다. "아름다운 밤이군." 라고, 지즈가 말했다.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새하얀 달이 보였다. "밉구만, 저 녀석." 달을 향해 중얼거리고, 노래하듯이 지즈는 이었다. "──아아, 시간이여, 움직여라!" 희곡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현혹되어, 인생 최고의 순간에 말한다. [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고. 지금, 지즈는 말한다. "이제, 추해져도 좋아." 지즈의 얼굴에, 스윽하고 선이 생겼다. 그것은 순식간에 엄청난 주름이 되어, 청춘의 기색이 감돌던 그의 미모를 100세 노인으로 만들어 버리고, 노인은 그대로 낙엽이 부서지듯이, 산산조각 검은 먼지로 변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를, 멈출 방법 따위는 없었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파도 사이에 검은 먼지는 쓸려나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8 단 한 사람, 예외가 있었다. "역시 너무 길었어, 지즈." 라고, 그는 속삭였다. 뱃머리 쪽으로 걸어가던 반 펨이, 실크햇을 벗었던 것이다. 먼지가 흘러간 방향으로 그 실크햇을 향하자, 여러 마리의 흰 비둘기가 허공에 생겨났다. 새의 눈동자조차 모르는 듯(鳥目など知らぬげ) 날갯짓을 했던 흰 비둘기들은, 그 날개를 흩날리며, 달을 향해 날아갔다. "아름다운 것은, 세계 어디에나 있을 텐데." 마치 진혼가처럼, 선연(카사)의 주최자는 말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29 "잘 가, 에르고." 이어서, 뤄롱이 땅을 찼다. 그 등에, 환익이 펼쳐지고, 유유히 용을 먹은 자는 하늘에 떠올랐다. "기다려, 뤄롱!" "장소는 그 망할 아버지가 말했겠지. 어차피 그렇게 할 거라면 마지막 무대에 맞추는 것이 좋겠지. 또 만나자, 알렉산드로스 4세." 그리운 듯한 눈빛으로 말하고, 뤄롱은 날아가 버렸다. 뒤에 남겨진 우리들은,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무엇을 말해야 좋을지도 알 수 없어, 그저 엄청난 피로감이 몸을 좀먹고 있었다. 허락된다면, 이 자리에 쓰러져, 계속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까지 생각했다. 분명,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0 린의 차에 타기 직전, 에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살아만 있다면 신마저 만들어낼 수 있어." 소중한 보물처럼. 언젠가, 가르쳐 주었던 누군가에게, 감사하듯이. 하지만, 몇 초 정도 지나서, 가지런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 그래, 에르고."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린에게 대답하면서, 에르고는 작게 한숨을 쉬고, 덧붙였다. "……누가, 그렇게 말했더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1 한편, 뒤에 있는 에르고에 이르러서는, 융통무애(融通無碍)라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오르기 전에 페페론치노가 시사했던 대로, 환수(幻手)에 따른 부분이 큰 것 같았다. 등반에서는 세 점 지지가 기본이지만, 그로서는, 다섯 점 지지든 일곱 점 유지든, 또는 10미터 가까이 되는 앞의 홀드조차 마음대로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환수를 유지하는 데에도 마력과 체력을 쓰기 때문에, 결정적인 곳에서의 운용이 된다. 에르고의 경우에는 체력적으로 열등한 스승이나 아비다야를 보조하는 편이 메인 역할이 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등반을 계속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2 “자네가 와준 걸 보니, 의뢰한 건을 맡아주겠다고 생각해도 되겠나?” “글쎄. 그렇게 생각해 줘도 괜찮아. 단, 조건이 있어.” 하고, 페페론치노는, 하늘색 입술에 검지를 댔다. “이런 상황을 보니, 딱 좋았네. 같은 또래 아이가 있으면, 조금은 안심할지도 모르고.” “또래?” 지금의 말투로 보면, 본인의 일은 아닐 것이다. 옅은 보라색 머리를 나부끼며, 페페론치노가 뒤돌아봤다. “들어와.” 하고, 테라스 입구에 말을 걸자, 칸막이로 되어 있던 천을 들어 올리고, 조심스럽게 작은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그 상대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15세쯤. 전통적인 인도의 민족의상을 두르고, 키는 자신보다 조금 더 작고──150센티미터 조금 안 되는 정도일까. 결이 고운 피부를 하고 있고, 검은 피부 이마 가운데에는, 최근에는 보기 드물다는 듯한 붉은 빈디가 칠해져 있었다. (분명, 기혼의 사람이 가르마에 페인트로 칠하는 것이 신두르이고, 빈디는 현재는 문화적인 장식일 뿐이라서, 씰이나 장식용 돌을 쓰는 게 늘고 있었던가……) 옛 기억을, 어떻게든 떠올린다. 아마색의 긴 머리와, 무심코 넋을 잃고 보게 되는, 커다란 호박색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아비다야라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인사했다. 침을, 삼켰다. 결코, 소녀의 태도가 위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몹시 특별한──무언가가 있다고, 직감이 속삭이고 있었다. 목 뒤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확신과도 비슷한 감각이었다. 지금은 또 한 명, 의외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에르고?” 그렇게 말해도, 한동안 청년은 경직된 채였다. 몇 번인가 눈을 깜박이고, 그러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되찾은 것처럼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요. 죄송합니다. 멍하니 있었네요.” 스승이,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일 있었나?” “어쩐지…… 그, 그리운 기분이 들어서요.” 그리운. 그에게, 그 키워드가 극히 중대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잠시 자신과 시선을 교환하고 나서, 스승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레이디에 대해,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나?” “으응, 그렇네.” 한낮의 여름 하늘을 올려다보며, 페페론치노가 말했다. “물론 그럴 생각이지만, 우선 소개만 하고, 그녀를 방에 데려가도 괜찮을까. 이 카페, 3층 위부터는 호텔인데, 여기까지 강행군이었어서 지친 것 같아.” “에르고.” 하고, 스승이 부른다. “페페론치노 씨와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다. 가게 사람에게 말해서, 그녀를 방까지 데려다줘도 괜찮을까.” “에…… 아, 네. 알겠습니다.” 순순히, 에르고가 끄덕였다. 의외의 대응이었지만, 페페론치노도 반대하지 않았다. 소녀 옆에 다가선 청년이, 미안한 듯 아비다야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함께라도 괜찮겠습니까?” “네.” 두 사람이 함께, 테라스에서 카페 안으로 돌아갔다. 그것을 배웅하고 나서, 스승이 짧게 감상을 말했다. “산 냄새가 나는 아가씨였군.” “어머, 군주(로드)님도 그런 감회를 가지고 있구나.” “자네, 아까부터 군주(로드)에게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나.” “조~금? 당신에 대한 건 아니지만.” 왼손으로 C 같은 모양을 만든 검지와 엄지 사이에, 의미심장한 공백을 두고, 페페론치노가 입술 끝을 치켜 올린다. 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에르고가 그립다고, 말하는 건──” “그 해적섬에서, 에르고로서 눈을 뜬 후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라는 것이 되겠지.” 에르고의, 본래 기억. 하지만, 스승이 그 이름을 꺼낸 것으로, 번뜩하고 두 눈에 빛이 깃들었다. “꽤나 재미있는 이름이 나왔네.” 하고, 페페론치노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앗, 하고 소리가 나올 뻔했으므로, 허둥지둥 삼켰다. 하지만, 이제 와서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覆水盆に返らず),라는 것은 중국의 속담이었던가. “상관없다. 페페론치노 씨는 이런 점에서 신뢰할 수 있어. 어차피, 당분간 함께 행동할 텐데, 에르고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어.” “기쁜 말이네. 그런 대사로 꼬셔 온…… 것은 아니겠지, 당신의 경우는.” “필사적일 뿐이다.” “그렇겠지. 일부러, 그 아이──에르고를 보내고 나서, 지금 이름을 꺼낸 건 시계탑다운 잔기술이지만, 말한 쪽은 얄팍하지 않네.” 하고, 페페론치노가 납득한 듯 끄덕였다. 에르고가 없어진 의자에 앉아, 가슴 앞에서 아름답게 손가락을 교차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위를 자세히 듣게 해 줄까.”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233 “왕녀, 님……?” 왠지, 납득하고 있는 자신도 있었다. 에르고 옆에 있을 때의, 묘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세상이라면, 이 청년은 세계 최대 제국의 후계자였을 테니. 더욱이, 붉은 머리 청년 쪽은, 몇 번 깜빡거릴 뿐이었다. 이 청년의 입장에서는, 일반 시민도 마술사도, 환상의 나라의 왕녀도 관계없을지도 모른다. 몇 초 정도 간격을 두고, “흐음?” 하고, 페페론치노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제자 쨩도 에르고 쨩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 것 같네.” “스승님을 따라다니고 있으니, 이제 뭘 듣더라도 놀라지 않아요.” “……저는, 아비다야 씨가 왕녀든 뭐든, 그다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 하지만 아비다야 씨가 아니라면,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아비다야로 괜찮아. 그 이름, 꽤 마음에 드니까.” 하고, 소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둘 다, 대단하네.” 왠지 기쁜 듯이, 페페론치노가 말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4 “──선생님.” 하고, 에르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아비다야 씨를 도와주고 싶습니다.” “………….” 붉은 머리 청년의 말에, 스승은 잠시 침묵했다. 옆으로, 시선이 흘렀다. “그레이와 린은, 어떠한가?” “물론, 상관없어요.” “선생님의 여행을 따라가는 이상, 이 정도로는 놀랄 수 없죠?” 자신과 린이, 각각 말했다. 깊숙이, 스승이 한숨을 쉬었다. 고산병 증상도, 얼마간은 진정된 듯했다. “그렇다면, 내가 거부할 의미는 없겠지. 어차피, 무시키(ムシキ)에 대한 단서는 다른 곳에 없으니까.” “다행이다.” 페페론치노가, 입술을 오므렸다. “말해두지만, 내가 받은 조건은, 그녀를 고향에 데려다주는 것까지다. 2년 전의 연쇄 살인사건에 관여할 생각도 없고, 탐정 역할 따위는 딱 질색이야.” “으응, 물론이야.” 하고, 페페론치노가 윙크했다. 그리고 나서, 바로 전원, 침낭에 들어갔다. 텐트에 휘몰아치는 바람이, 서서히 강해져 간다. 그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 말로 하지 않았던 말이, 몇 번이나 가슴에 스쳐 지나갔다. ──정말로, 샤의 나라에 갈 수 있을까, 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5 "……의식을 봤을 리도 없을텐데, 눈치가 조금 과할 정도로 좋군." "요근래 연구하고 있던 술식이 비슷한 부류였어서 말이지. ……단, 역방향으로, 인자를 벗겨내는 방법이지만." "…………윽." 이번엔, 자신의 가슴에, 찌릿 하고 고통이 일었다. 지금 스승님이 한 말은, 그야말로 자신을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웅의 인자를 벗겨낸다. 그것은, 육체연령째로 정체돼버린 자신을 위한 연구다. 스승님이 강사를 그만두면서까지도 경주(傾注)하려고 하고 있는 술식. "만약에, 그런 인자를 벗겨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심을 수 있다면, 이라는 가설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쪽은, 결국 의사 서번트라고라도 불러야 할, 영령 비스무리한 게 되겠지. 아마도, 에르고도 비슷한 거겠지." "……그렇다면, 저것에 무엇이 씌여있는지도 검토가 되어 있는건가?""요모츠헤구이, 다." 라고, 스승님은 말했다. 린이, 표정을 바꾼다. 어쩌면, 자신의 나라의 신화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명계에서 죽은 자가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이야기인가." "그래, 요모츠헤구이는 일본의 신화지만, 유사한 예로 서유럽권에서 유명한 건 페르세포네의 전설이겠지." 에르고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스승님이 흘리고 있던 말을, 자신은 떠올렸다. 그 때부터, 스승님한테는 짐작이 갔던 것일까. "풍양의 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잡아간 명계신 하데스는, 그녀에게 명계의 음식을 주었지. 결과적으로, 격앙한 데메테르가 딸을 되찾은 후에도, 그 명계의 음식을 먹은 만큼, 페르세포네는 명계에 남을 수 밖에 없어졌다. ……이름 외에도, 딱 하나 에르고는 기억하고 있었지. 과거에 먹었다고 하는, 형상도 맛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요모츠헤구이ヨモツヘグイ. 황천의 음식黄泉戸喫. "페르세포네의 전승에서는 그녀가 먹은 건, 석류였다는 설도 있지. 많은 신화나 전설에서, 석류는 인육의 대체물로써 바쳐지는 것이야. 그렇다면, 황천의 나라의 석류란 대체 무엇인가. 그걸 먹으면, 더 이상 현세에 어울리지 않게 되는 것이란." "잠깐 기다려봐요 선생님!" 못 참고, 린이 끼어들었다. 자신 따위보다도, 한참 더 제대로 된 마술사로서 공부를 거듭해온 그녀는, 스승님의 이어질 말에도 생각이 미친 것이겠지. 그 말이 지닌, 진정한 두려움도. "선생님이 말하는 대로라면, 에르고가 먹은 것은……" "에르고의 의식은 거의 이 전설에 의거했다고 생각해도 좋네. 명계건, 요모츠헤구이건, 동서양을 불문하는 전승이기에, 복수의 마술조직을 사이에 뒀음에도 통용되지. 그리고, 에르고가 무언가의 인자를 거두어들였다는 이야기를 토대로 보면, 그 목적도 명확해지지. 예를 들어, 미라의 파편이 오랫동안 약으로 여겨졌듯이. 전사의 뇌나 심장을 먹으면, 그 용맹함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져왔듯이. 그렇다면, 이 전설들에서 가장 강장한 대상이란 무엇인가. 명계에 있는 인육이란, 혹은 인육이라 착각되는 것은." 강의처럼, 낭랑하게 스승님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라티오가 쩔쩔맬 정도의 압력이, 거기엔 있었다. "요한복음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지.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 안에 거하나니』. 이건 설교를 위한 비유적 표현이지만, 우리들이 신성한 것을 먹고, 거두어들인다는 개념이 얼마나 오래되고 보다 친숙해져 왔는지도 알 수 있지. 즉." 한 박자 두고, 스승님은 답을 입에 담는다. "즉, 에르고는 신의 피와 살을 먹어치웠다…… 틀렸나?" 그 의미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파도소리만이, 시끄러울 정도로 고막을 두들겼다. 적어도, 잠시간만이라도, 진실을 덮어 숨기려고 하고 있는 것처럼도 생각됐다. "그것도, 한 위가 아니야. 여섯 개의 환수는 즉 그의 것이 아니라, 신의 것이다. 세 쌍이라고 생각하고, 세 명의 마술사가 협력한 것이라면, 세 위의 신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 없겠지." "……소문대로, 얕볼 수 없는 분이군. 로드 엘멜로이 2세." 라고, 라티오는 평가했다. "거의 힌트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잘도 거기까지. 약탈공이라느니 듣긴 했습니다만." "괜한 별명은 상관 없지만, 이런 건 제대로 된 가설조차 아니지. 신의 혈육을 먹어치웠다는 건 그렇다 쳐도, 그 인자를 이용하느니 하는 짓 따위 현대의 마술로는 불가능하다…… 아니, 신대의 마술이라도 가능할까? 애초에 한 위의 신조차도, 인간의 그릇에는 과하지. 세 개의 조직의, 세 명의 마술사라고 했네만, 대체 어떤 사술(詐術)을 썼지?" "그거야말로, 밝힐 수는 없습니다." 빙긋, 그녀의 입술에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위험성은 충분히 이해됐을 겁니다. 최초의 무례는 사과드리죠. 필요하다면, 충분할 만큼 사례를 해도 좋습니다. 에르고를 넘겨받고 싶군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6 "일상생활에, 곤란한 점은 없나?" "때때로, 배가 고파요." 약간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에르고가 복부를 쓰다듬었다. "아, 안 아끼고 제대로 밥 주고 있다고!" "네, 받고 있어요. 여기의 스파이스를 섞어서 푹 달인 생선 요리, 엄청나게 맛있어요." 린의 주장에, 담담하게 청년이 웃는다. 푹신푹신한 표정은, 역시 강아지와 닮았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그야말로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꼬르륵 하고 배에서 소리가 나는 기분이 들어요." 귀여운 말투로, 젊은이가 배 부근을 쓰다듬는다. 긴 빨간 머리 안쪽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눈동자와 시선이 있었다. "아아, 그렇지. 하나 더, 떠오른 게 있어요." "엥?" 이건 린도 처음 들었는지,, 휙 돌아봤다. 부근에 손을 둔 채로, 젊은이의 눈동자는 어딘가 먼 곳을 방황하고 있는 듯 했다. 어째선지 자신은 그 어둠을 떠올릴 수 있었다. 빛 하나 들지 않는 암흑에, 네 발로 기어다니게 된 에르고라는 젊은이를. 그 손에 쥐여져있는, 무언가를. "뭔가를, 먹은 기분이 들어요.. 엄청나게 달고, 쓰고, 시고, 고기같고, 생선같고, 과일같은…… 아아, 엄청나게 배가 불렀어요." 아까 부족하다고 말한 것. 약간 뾰족한 앞니가, 침에 젖어있었다. 자신도 꿀꺽 침을 삼켜버린 순간에, 스승님이 중얼거렸다. "요모츠헤구이(ヨモツヘグイ). 혹은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의 명계 하강인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7 새빨갛게 물든 시계. 미지근한 것이 얼굴에 닿았다. 하지만, 얼마나 지나도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흠칫거리면서, 손을 든다. 얼굴에 묻은 것을 스윽 닦아내보니, 눈 앞에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자신의, 진짜 팔을, 에르고가 물어뜯고 있던 것이다. 크게 벌어진 턱에서, 끔찍할 정도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뿌드득 살을 씹는 이에는, 뼈까지 부술 듯한 힘이 담겨 있었다. "에르고 씨!" 젊은이의 입가는, 삐에로처럼 새빨갛다. 그런데도, 눈동자만은 지금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어린애같아서. "어이, 에르고! 너 임마!" 무시키가 소리친 직후,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젊은이의 팔에서, 살이 깎여나간 소리였다. 검붉은 살 사이에, 하얀 뼈가 튀어나와서, 깜짝 놀랄 정도의 피가 폭풍으로 씻어진 듯이 갑판을 더럽혔다. 그대로, 에르고의 몸이 옆으로 쓰러진다. 그 찰나, 속박이 풀린 것을 느꼈다. 똑같이 구속으로부터 해방된 것인지, 자신과 동시에 스승님이 에르고의 곁으로 달려갔다. "잘 버텼다, 에르고." "……선생님의…… 학생이니까요." 붉은 머리 젊은이의 힘없는 목소리가, 지금은 유달리 가슴에 찔렸다. "선생님은…… 알고 계셨던거죠…… 저의…… 굶주림의…… 정체……" "요모츠헤구이를 먹은 자가 황천에서 나올 수 없어지는 것은, 그 식재 이외를 먹을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라는 설이 있지. 그렇다면, 신을 먹어치워버린 자네가, 같은 현상에 사로잡혀도 이상하지 않지. 말하자면, 식신충동(喰神衝動)이라고 말해야겠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8 "에르고, 그걸 보여주도록 해봐." "알았어, 린." 빨간 머리의 젊은이가 끄덕이자, 그 등뒤에 물결이 일어났다. 아, 하고 작게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투명한, 팔?"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에르고의 등 뒤에서, 상의를 뚫고나와, 몇 개나 되는 투명한 팔이 생겨난 것이다. 반투명한 표면에, 몇 개고 불가사의한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마치, 파르스름한 유리로 만들어낸 듯한 팔. 공중에서 자신을 구속한 것도, 이 팔로 한 거였나. "원래의 팔이 두 개에, 등 뒤에 여섯 개인가. 합계 여덟 개라면, 흔히 말하는 삼면육비와는 꽤 다르지만…… 이것이, 자네의 힘이라는 거군. 만져봐도 괜찮나?" "아, 네." 끄덕인 에르고의 등을, 스승님의 손끝이 쓰다듬었다. 찌릿, 하고 희미하게 정전기가 흐른 듯이 보였다. 하지만, 아픔 같은 자극은 따르지 않은 모양인지, 그대로 손가락을 미끄러뜨려간다. 특히, 복잡한 문양에 대해서는, 두 번, 세 번이고 같은 곳을 덧그렸다. "미스 토오사카도 여기저기 분석한 뒤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시계탑 부근의 마술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군." "선생님도 모르시나요. 그러면, 아틀라스원이라던가는?"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와 만난 적도 있지만 말이네. 그들의 그것은 현대화학과 마술의 믹스같은 거다. 이건 기존의 마술과는 다르지만, 조금 더 우리들에게 가까운 듯이 여겨지네." 주절주절, 스승님이 설명해간다. 마술의 솜씨는 어쨌건, 타인의 마술을 해체하는 것에 관해, 스승님은 누군가에게 뒤지지 않는다. 약탈공 따위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그로 인해 생겼다. 하긴, 해체한 비닉기술을 멋대로 제자한테 가르쳐주거나 하는 매너 없는 짓을, 몇 번이고 해버린 탓이기도 하지만. 그런 스승님이라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고 하는, 에르고의 투명한 팔. 환수(幻手), 라고 해야 할까. "그레이를 구속할 수 있을 정도의 완력에, 그 속도를 포착할 수 있을 정도의 정밀도와 신축성? 그런 성능을 구축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마력이 필요하지? 어떤 의미가 있어서, 투명한 팔이라는 형태를 취하지? 아니 마술이라고 한다면, 이건 오히려 신대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39 "……의식은 신체의 안에. 시점은 몸의 밖에." 지시가, 배후에서 날아온다. "에르고 군, 자네의 신체를 움직이는 건, 자네의 의식이 아니야. 자네의 무의식적인 반응이야말로가, 표층의 의식을 결정짓지. 아직, 그 환수를 구축하는 마술계통은 모르겠지만, 자네의 본질과 깊게 얽혀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그러니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몸에서 나오는 진리를 느끼게." 로프에 구속된 에르고가, 신음과 함께, 지면에 엎어진다. 린의 왼손에는, 옅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마도 마술각인의 빛. 거기에 정기(오드)를 쏟아붓는 것으로써, 에르고를 구속하는 술식을 계속 보강하고 있는 것이리라. 변함없이, 목소리는 청년에게 닿는다. "자네의 팔은, 어디까지나 마력이 구축한 것이네. 미스 토오사카의 마술에 묶였다는 건, 선입관이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에 불과해. 이 현실은 진리의 그림자라고 생각하게. 그림자는 본래의 자네를 묶는 일은 없네. 그건 단순히 과한 생각이야." "과한…… 생각……" 중얼거림이, 진흙에 더러워진 진짜 팔에 닿아 박살났다. 다음 몇 초만에, 오른쪽 위의 환수가 구속에서 빠져나가, 사라진다. 다시 등에서 나타난 환수가, 가로로 휙 휘둘러지자, 칠흑의 로프는 바람을 분 촛불처럼 사라진 것이다. "거짓말? 손을 휘두른 것만으로, 마술식 자체를 깼어?!" 쭉 뻗은 환수 세 개가, 이번엔 지면을 두들겼다. 코탄처럼 사출된 에르고의 신체가, 린에게 돌격한다. 반격용 간드를 쳐내면서, 휘둘러진 주먹이 린의 가는 팔과 격돌한다. 아니, 격돌했다고 생각한 것은, 자신의 눈의 착각이었는가. 반투명한 환수와 접촉한 우아한 손바닥이, 빙글 돌았다. 크기가 세 배는 다른 환수가, 그 회전에 휘말려, 린에게로의 직격 루트를 빗나간다. 중국권법에서 보이는, 화경(化勁)이라는 기술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일이다. "체간에 집중해라. 환수는 질량을 지니지 않아." 무너진 에르고의 자세가, 그 말을 듣고 세워진다. 두 번, 세 번, 『강화』된 린의 체술이 그 주먹을 흘려내지만, 이렇게 되면 문자 그대로 손의 수가 다르다. 미리 걸어뒀던 방어 술식을 파고들어 깨버리고, 주먹이 그녀를 압도해간다. 못참고, 일격을 뿌리친 린의 손가락에서 보석이 반짝였다. "아 진짜!" 앞으로 한 순간이면, 그녀의 새로운 마술이 발동했겠지. 아마 간드 따위보다도, 그 보석이야말로 그녀의 진가였을 터. 하지만, "거기까지!" 하고, 목소리가 끼어든 것이다. (중략) 이미 환수는 보이지 않게 됐지만, 에르고의 등에 스승님의 손이 닿았다. "아무래도, 자네의 여섯 개의 환수에도 개성이 있는 듯 하군." "개성, 인가요." "미스 토오사카의 구속에서 처음에 빠져나가, 마술식을 해제한 건 오른쪽 위의 환수였다. 아마 영적인 간섭능력을 지니고 있겠지. 이런 영체 부위가 발생하는 것은, 수호령이나 악령에 씌인 패턴, 혹은 한정적인 강령에 성공한 패턴이 가깝지만…… 그렇다 쳐도, 이런 형태로 팔에 개성이 나오는 건, 조금 묘한 이야기군. 어쩌면, 다른 팔에는 다른 개성이 있을 수도 있는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0 공중에서, 또 새로운 뼈의 채찍이 날아온 것이다. 라티오를 습격한 환수를 옭아매고, 그대로 에르고까지도 구속한다. 그것을 해낸 인영은, 폭발처럼 모래를 박차고, 해안에 착지했다. 저 뼈의 거인이라고 이해하는데, 살짝 시간이 걸렸다. 일시휴전이 되어, 파도 속에서 정지해있던 뼈의 거인이, 도약 한 번으로 모래사장에 귀환한 것이다. "만진 것만으로 이쪽의 술식을 해석해서, 해주(디프로그래밍)했다는 건가. 과연 대단한 성능이지만, 지금 그건 골피질과 해면질에 삼중의 결계를 친 특별제라서 말이지. ──이걸로 문제 없습니까, 라티오 아씨."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1 "설마, 그래서 여섯 개의 팔인가." "호오?" 라티오의 가느다란 눈썹이 움직였다. "에르고에게, 뭔가 영적인 인자가 융합되어 있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 살아있는 인간이, 빙의현상으로 육체적 변용을 성취하는 것 자체는 그리 드문 사례가 아니야. 키츠네즈키(狐憑き)나 늑대인간의 전설을 조사했을 뿐만 아니라, 졸업한 내 제자 중에도 수성마술 같은 걸 쓰는 녀석이 있을 정도다." 그리스도교권에서도, 악령 빙의라는 것은 포퓰러하다. 그렇기에, 엑소시스트 같은 직업이 표면상이라도 성립되고 있는 거니까. "여러 팔에다, 팔에 따라 별종의 개성과 성질이 느껴지는 것이 의아했지만, 그에게 복수의 영이 붙어있다고 생각하면, 이상하지는 않지. 이 경우, 세 명의 마술사에 세 쌍의 팔, 세 개의 영. 대부분의 마술은 삼각형(트라이앵글)의 안정부터 시작된다. 아틀라스원의 유의와는 다르겠지만, 연금술에서의 소금과 수은과 유황도 삼요소(트리아 프리마)라고 정리되지. 제각각의 마술사가, 비오를 갖고 모였다는 건가." 매끄럽게 움직이는 스승님의 혀에, 자신은 일종의 기시감(데자뷰)을 느끼고 있다. 사건의 수수께끼에, 닿을 때의 그것이다. 스승님의 추리는, 단순한 마술의 지식 이상으로, 그 마술을 행사하는 인간의 관찰로써 성립한다. 지금, 유산의 상속자라고 자칭하는 아틀라스의 연금술사를 앞에 둔 것으로, 그 이능이 발휘되었다는 것인가. 실제로, 라티오는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린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2 모래바람이 거세다. 불과 몇 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발자국도 몇 초 만에 사라져 돌아갈 수조차 없다. 시각 대신 환수를 이용해 주변 상황을 탐색한다. 뱀이 가진 적외선 감지 기관인 피트 기관 같은 것이다. 대상이 열이든 소리든, 청년의 환수는 정밀한 감각기관으로 작동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3 "지즈는 있나?" “------ 아, 확인하겠습니다." 찡그린 목소리로 말하면서 에르고는 눈을 감았다. 그 등 뒤로 보이지 않는 팔이 펼쳐지는 것을 자신도 느꼈다. 마술사조차도 볼 수 없는 영체 상태 그대로다. 그 상태에서도 마력이나 기척을 감지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는 모양이다. 실체화했을 때의 전투 능력보다 오히려 이러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야말로 에르고의 환수의 본질이 아닐까, 라고 이전 스승은 말했다. “.....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이거........" "눈치챘나?"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4 그러자 그 약액에 이끌리듯 반투명하고 푸른빛이 감도는 여섯 개의 환수가 에르고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으음, 가까이서 보니 점점 더 대단하네, 이 환수! 너무 집중해서 눈이 아찔할 것 같아!”"뭔지 알겠어?" 에르고의 물음에 금발 청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첫인상으로는 수백 개 정도의 회로를 조립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건 그 반대야! 기껏해야 대여섯 개 정도밖에 안 돼요. 하지만 정확도가 달라요!" "정확도?" "2차원과 3차원 같은 것 같아요. 컴퓨터의 집적회로는 평면적으로 압축되어 있는데, 이건 그 회로가 수직으로 압축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정확도에서 타워팰리스 설계도와 실제 맨션의 설계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요.“ 이 청년치고는 드물게 비교적 진지한 비유였다. 그만큼 에르고의 등 뒤에서 행해진 마술이 고차원적인 것이었나 보다. 눈을 반짝이며 청년은 친구의 피부에 손가락을 미끄러뜨렸다. 옅은 자전(紫電)이 발산되었다. 환수와 플랫의 손가락 사이로 가느다란 번개 실이 실타래처럼 엮인다. 팍, 팍, 폭죽처럼 터지면서 플랫의 눈에 비쳤다. "정확도라기보다는 깊이가 다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5 "정확도라기보다는 깊이가 다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 신대의 마술은 차원이 다르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건 그레이터 데몬 양식을 통해 무한 레벨업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다루는 차원이 다르다는 거야. 예를 들어 레벨업이 아니라 스테이터스 조작이라든가, 새로운 주문이나 규칙을 집어넣는 프로그램 개조 같은 게 더 가깝지 않을까. 그들 입장에서는 현대의 마술사는 2차원 사람처럼 불편하고, 왜 그런 우회적인 짓을 하느냐고 할 정도로 어이없어할 것 같아. 뭐, 하지만 2차원밖에 할 수 없는 에셔의 속임수 그림 같은 것도 있긴 하지만 말이야!" "그럼 너도 손댈 수 없는 거야? "솔직히 자신 없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6 "그저 저는, 당신한테 만들어줬으면 하는 가면이 있는 겁니다." "헤에?" "그의── 에르고의 가면입니다." 에르고 쪽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두근, 하고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의 가슴이 고동쳤다. "……저는." "그 녀석은 무리다." 흘깃 본 것만으로, 겐마가 고한 것이다. "어째서입니까." "척 보면 알아. 그 녀석의 얼굴은 너무 잔뜩이거든." "────윽." 에르고가, 숨을 멈췄다. 겐마의 말의 의미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에 있는 다른 얼굴. 자신이 먹어치운 세 위의 신에 대해, 가면 장인은 훌륭하게 맞혔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이중인격이나 삼중인격같은 무른 이야기가 아니야. 애초에 뿌리부터 달라. 용케도 인간 한 명의 신체(그릇)에 거둬들였구나 하고, 감탄스럽군." 그 말씨에, 무심코 에르고는 얼굴에 손을 댔다. "정말로, 보기만 해도, 아시는 건가요." "모르면, 가면 장인 같은 건 못 해먹어. 한놈, 두시기, 석삼…… 얼굴을 돌린 녀석도 있지만, 너 이외에 셋은 들어있잖나." "그럼, 그게 어떤 얼굴인지는." 기세를 실어, 에르고가 물었다. 젊은이가 먹어치운 세 위의 신. 그 정체가, 가면 장인에 의해 밝혀지는 것인가. "아니. 방금도 말했지만, 네가 자각하지 못한 녀석은 얼굴을 돌리고 있어. 이쪽을 보고 있는 원숭이 형상은, 이미 알고 있는 녀석이잖아?" "……아." 추욱, 하고 젊은이가 늘어졌다. 물론,환수조차 현현시키지 않은 상태로, 손행자를 맞힌 것은 놀라운 혜안이다. 허나, 조금만 더 있으면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설레발 친 기대 만큼, 소침해져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중략) "그런 표정도 짓는 건가." 라고, 겐마가 말했다. "뭐가, 말이죠." "변하고 싶다, 라는 표정이야. 가면은 그런 인간을 위해서 있지." 한동안, 겐마는 에르고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2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댁, 대단한 마술사지." "지위 이야기라면, 단순한 사정 때문입니다." "아아, 아냐 아냐." 겐마가, 휙휙 손을 휘두르며 부정한다. "그럴 생각으로, 우리 집에 온 거지? 우리 가면의 진수같은 건, 아무 데에도 퍼지지 않았어. 야코우 녀석들조차도 진짜로는 알고 있지 않아.…… 하지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댁은, 그걸 알고서 온 거잖아?" 수 초, 2세는 침묵했다. 머잖아, 불쑥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른다, 라고는 생각해봤습니다." '……어떤, 의미일까.' 두 사람을 보면서, 에르고는 생각한다.주고 받는 회화의 반쯤밖에, 에르고로서는 알 수 없다. 감각적인 부분은 어쩐지 모르게 전해지지만, 그걸로 해결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표층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레이 씨라면.' 그레이라면, 다를까. 에르고와 마찬가지로 마술사는 아니지만, 엘멜로이 2세의 내제자로서 벌써 몇 년이나 함께 있는 그녀는, 신비에 대해 독특한 어프로치를 이룬 것처럼 여겨진다. 그렇기에, 린이나 2세조차도, 그녀의 직감에는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알고 지낸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간과 체험의 농밀함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항상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 사저가, 에르고에게는 참으로 믿음직스럽고, 애절할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진 것이다. "에르고, 라고 했던가." 겐마가 불렀다. "네, 넵." "나는 너의 가면은 만들지 않을 거다. 하지만, 가면이 없는 건 아니지. ……기다려 봐라." 라면서, 겐마는 일어섰다. 안쪽 방으로 사라져서, 수 분 정도 뒤에 갖고 나온 것은, 참으로 낡아보이는 나무 상자였다. 자주색 끈이 확실히 묶여있다. 그 끈을 풀고, 뚜껑을 열자, 에르고와 2세가 눈을 부릅 떴다. "……이건." 에르고가, 속삭인다. 나무 상자의 안쪽에 담겨있던 것은, 참으로 소박한── 아직 아무 의장도 되어있지 않은 가면이었던 것이다. "잡아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허가를 받고 나서, 2세가 가면을 들어올렸다.매끈한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자, 젊은 군주(로드)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무슨 소재입니까." "글쎄. 스승님이 이어받아온 거라서 말이야. 신체(神体)로서 숭배되고 있던 나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수상쩍단 말이지. 만져본 감각은 오히려 상아나 그런 거에 가깝지만, 이런 크기의 상아는 없고 말이야. 복수의 소재를 잇는 방식도 있지만, 그런 자국도 없어." 겐마가, 살짝 눈을 가늘게 뜬다. "옛날, 이런 어린애같은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 어쩌면, 거대한 오니의 뿔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그렇게, 커다란 오니가?" "하하, 단순한 꼬맹이의 망상이지. 가면의 크기로 따지면, 오니가 맘모스같은 덩치가 되잖아? 그런 전승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황당무계한 소리겠지." 진지한 표정으로 물은 에르고에게, 겐마는 웃었다. "하지만, 너의 내측에 맞을 법한 얼굴은 그 녀석 뿐이야. 지금, 시계탑의 군주(로드)가 말한 것처럼, 진정한 신을 부르고, 그 신을 되돌릴 만한 가면은 말이지." 과장된 말씨이긴 했다. 허나, 에르고에게는, 확실한 진실이라고 이해가 됐다. 젊은이의 내측의 뭔가가, 자석처럼, 얼굴 없는 가면에 끌리고 있던 것이다. 시선이 떨어지지 않고, 찌릿찌릿 하고 피부의 잔털이 쭈뼛 서기 시작한다. 자칫하면, 가면의 숨결마저 느껴질 듯 했다. (중략) "에르고, 랬지." "네, 넵." "지금부터 만들 가면은, 특별한 게 될 거다. 원래의 가면과, 너의 내측의 얼굴을 생각하면, 어쩌면 유키노부 때 이상이 될 지도 몰라." 그것은, 가면 장인으로서의 감이었을까. "너는 그 가면을 뭐에 쓰던 상관 없어. 신을 되돌리는 데에 써도, 또 다른 데에 써도 상관 없다." "다른 데?" "처음에, 거기의 군주(로드)가 말했잖아. 가면이라는 건 신과 대치할 때에 쓰는 거다. 신을 되돌리는 데에도 쓰지만, 부르는 데에도 쓰지. 축복을 받을 때나 분노를 진정시킬 때에도 쓰지. 네가 이기고 싶다고 말한 상대와 맞서는 데에도, 쓸 수 있겠지." 뜨거운 바람이, 분 것처럼 느껴졌다.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에르고의 눈동자는 올곧게 겐마를 비춘다. "가면을 만드는 것은 스승님의 일족의 숙원. 하지만, 이 녀석은 나의 의사로, 방금 군주(로드)의 이야기에 대한 사례로 만들어주지. 이 가면을 써서 뭘 해도 상관 없어. 뭣하면, 어머니나 유키노부와 대립해도 상관 안 해. 어쨌든, 이 가면은 너만을 따르는, 너만의 물건이 될 거다."-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7 에르고의 가면이 변하는 것을, 자신은 보았다. 가면만이 아니다. 젊은이의 슈트에 침식되어있던 수정도 박리되어, 다른 형태를 이루고 있다. 실존하는 어떠한 짐승과도 다른── 마치 사람과 개가 복잡하게 뒤섞인 듯한, 기묘하고, 허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전쟁의 신, 세트다……!" 스승님이 말했다. "튀폰과 동일시된 신. 고대 이집트 제1왕조에서, 이미 비길 자 없다고 칭송받은 전신. 모래와 폭풍을 다스리는, 강력한 힘 그 자체라고 두려움을 산 파괴신." "세트……!" 이전의 강의에서,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이집트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라 하면, 오시리스와 세트의 이야기라고 한다. 부친에게서 왕의 지위를 양도받은 형 오시리스에게 질투해서, 전신 세트는 이런저런 수단을 다해, 이 형제신을 말살했다. 거기다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와도 왕위를 두고 싸워, 마침내 패배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 흐름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라고 당시의 스승님은 설명하셨다. 이 신은 『악』을 맡을 정도로 너무나도 강했던 것이다, 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8 등골에서 허리, 허리에서 허벅지, 허벅지에서 발끝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퍼진다. 뒤집어 쓴 가면이, 그 힘을 상승(相乗)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짐승 같은 용모가, 그대로, 젊은이를 변화시켜가는 것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49 시온과 린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배후에서, 에르고가 유백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에," "잠," "모드・세트." 가면이 늑대를 닮은 포름(forme)으로 변하며 청년의 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의 공간에 모래가 소용돌이쳤다. 모래폭풍을 다루는 전신. 먼 신대(神代)에 잃어버렸을 권능의 일부를, 청년은 현세에 불러들일 수 있다. 일본에서 구한 가면은 신성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에르고, 그거 반칙―!" 모래는 순식간에 공간 전체를 채우는 양이 되어 린을 구속했다. 에테라이트의 지배로 인해 해를 가할 수 없는 탓인지 시온의 몸 주위 1미터만 모래가 침식하지 않았지만, 이쪽도 사실상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둘 다." 에르고가 말을 건넨다. 지극히 온화하면서도, 거절할 수 없는 어조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조종당하지 않았어요. 둘이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잘못된 건가요?" 천천히 설득하는 듯한 그의 물음에 두 사람 모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에르고, 좀 사람이 좋은 것에도 정도가 있어?" 이야기를 들은 린은 상당히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의 공간이다. 이미 세토의 권능(힘)으로 불러낸 모래는 사라진 상태이었다. 일단 휴전이라는 것으로, 린과 시온은 몇 미터 거리를 두고 앉아있다. 에르고가 그 중간에 서서 두 사람의 중재를 하는 모습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0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였다. 그리고 폭풍 같은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곳이었다. 에르고의 등 뒤로 삼켜졌을 텐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수시로 쏟아지는 번개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배꼽을 움찔거리게 할 만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 바다 한가운데에 플랫과 에르고는 던져져 있었다. "와와와와!" 격렬한 파도에 휘청거리며 플랫이 외친다. "어쩔 수 없군, 이거! 아까부터 마술을 서른 개 정도 엮었는데, 마력이 너무 밀집되어서 한꺼번에 풀려버렸어! 엘고군, 이 정도의 마력을 전부 저장하고 있었어!" "이게 내 안에?!" 역시 바다에 던져진 에르고가 외치자, 플랫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술각인 시술을 받으면 서로의 정신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일은 흔한 일이야! 하지만 몸 전체가 흡수되는 경우는 시계탑에서도 서너 번 정도밖에 사례가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몰래 들어간 금서고에서 읽었던 고유결계 반전현상이었나 뭐였나! 아니, 에르고 군이 망가지면 책임을 질 생각이었지만, 책임이라는 건 어떻게 지는 걸까! 일단 다음 영웅사대전의 계정을 추모 에르고군이라는 이름으로 해도 괜찮겠어?!" 끝없이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플랫에게 에르고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 장소가 현실적인 공간이 아님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으로 향할 때도 지하와 해저를 잇는 아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공간에 침입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감각을 얻고 있었다. 플랫이 정신세계라고 말했듯이 좀 더 정신적인 개념적인 공간이다. 본래 현실과는 무관해야 하는데, 에르고의 내면의 신이 너무 견고해서 현실의 형태를 띠고 있다. (고유결계의 반전 현상?) 분명 고유결계란 마술사가 가진 심상세계로 현실을 뒤바꿔버리는 금주령이 아니었을까. 그 반전은 현실의 물체를 심상세계로 끌어들여 버린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이 바다는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1 "...... 달이다." 라고 파도 사이로 에르고가 속삭였다. "달?" "내가 먹은 신을 통치하기 위해 달을 생각하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 말을 엘고는 스케치북에 적어두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다. 월륜관 그 수행법을 허공에 떠 있는 에르고는 떠올린다. "오히려 동양의 사상마술과 관련이 깊은 기술이지만, 너 같은 경우는 이쪽이 몸에 더 잘 맞을 거야." 그렇게 엘멜로이 2세는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생의 성격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을 바꾸는 일은 시계탑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본질적으로 마술사의 교도는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지,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끌어내는 것과는 무관한 행위라고 한다. 엘메로이 교실이 이단으로 여겨지고,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인재를 잇달아 배출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달을 보는 데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눈꺼풀을 감은 채, 정중하게, 배운 말을 되짚어 본다. 아직 포화로 인해 사라지지 않은 기억을 열심히 끌어당긴다. 먼저 거울을 상상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아름다운 거울이다. "하나는 원거울을 가슴 한 팔꿈치만큼 단단히 세우는 것과 같다." 의식 속에서 거울을 세로로 세운다. 지금은 세로도 가로도 상관없을 정도로 에고가 휘둘리고 있지만, 명상의 이미지만 있으면 언제든 끌어낼 수 있다, 그런 식으로 Ⅱ세는 강의를 해주었다. 나도 명상 훈련은 힘들었다며 그레이도 슬쩍 요령을 알려주었다. "두 번째는 원경을 옆으로 몸통-팔부육단심 위에 놓는 것과 같다." 육단심이란 심장을 말한다. 의식 속에서 거울을 옆으로 돌려서 심장에 깔아준다. 그 거울에는 에고의 내장까지 비춰져 있다. 먹힌 신조차도 그 거울은 비춘다. 그리고 '세 가지를 원주처럼 보지 마라' 지금의 두 가지를 겹치게 한다. 2차원과 2차원을 겹쳐서 3차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어떤 의미에서 컴퓨터 그래픽의 구축 작업과도 비슷했다. 마술에는 이런 화면도 있는 것이었다. 입체의 달이 완성되었을 때, 청년의 얼굴에 하얀 얼굴의 가면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에서 면치기 장인 두조겐마의 손에서 건네받은 이형의 면이었다. 그리고 에르고의 주변에 무수한 실이 형성된 것이다. 아 그렇구나! 저거 제피아 씨도 사용하던 에테라이트구나!" 플랫의 말에 에르고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깨달았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사건에서 시온이 청년의 몸에 연결한 에테라이트, 그것을 에르고 나름대로 재현한 것이다. 분석에 능한 마술사가 잘 관찰했다면 그 실이 극히 미세한 모래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청년이 먹은 제2의 신, 사구전신의 권능이 에테라이트를 모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 사용법도 가능하구나 ------) 바다 곳곳에 에테라이트를 뻗어나간다. 그것은 마치 광활한 바다에 연결된 신경처럼 바다 곳곳에 분산된 요소들과 연결되었다. (시온 ------) 그녀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힘이 솟아났다. 비유가 아니다. 이집트 사건으로 에테라이트를 통해 에르고와 시온은 연결되었다. 그 때의 경험이 새로운 능력의 사용법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여행이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기억의 포화로 인해 덧없이 사라질 것이라도 지금 엘고의 등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2 쏟아지는 정보의 방대함에 에르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것도 당연하다. 원래 신이 내린 정보량을 견디지 못하고 젊은이들은 기억 포화상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증상은 곧 악화되어 그를 붕괴시킬 것이다. "에르고 군?" '플랫! 이거, 제발! 나로는 씹을 수 없어!" "좋아, 그거!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남에게 부탁하는 건 정말 엘메로이 교실 스타일이야!" 엘고에서 뻗어 나온 실의 일부를 플랫이 움켜쥔다. "요컨대, 에테라이트를 마술회로 대신에 에테라이트를 이용한 가짜 연결이잖아! 방금 전에 우리 마술각인의 융합도 완료했으니까 문제없어!" 플랫의 주먹에서 마술회로에 빛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자신의 마술회로와 실의 규격을 연결하여 새로운 마술식을 여러 개 구동시킨다. "자, 맡겨! 쏟아지는 끝에서 정보를 회수해 버리겠어! "훗훗훗, 로고스 리액트의 복수에서 고안한 수법을 사용할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개입 개시!“ 그 주문과 함께 에르고의 오감에 변화가 생겼다. 너무 방대해 어찌할 바를 모르던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 하나의 방향이 제시된다. 곧이어 그것은 에르고의 지각을 철저하게 변화시켰다. (대단하다 ------!) 마치 거인이다. 플랫의 정보처리로 인해 마치 자신이 거대해진 것처럼 에르고는 느끼고 있었다. 마치 모나코 전체가 손바닥 안에 들어있는 듯한 감각의 확장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모나코 전체를 그의 실이 스캔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이능과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천리안 등으로 불리는 이능. 혹은 천이통, 등으로 불리는 초능력. 먼 곳의, 본래는 알 수 없는 사물을 알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 깨달음이 자기 몫을 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에르고는 제어하고 있다. 감정과 이성을 총동원하여 간신히 자신이 망가지지 않도록 억누르는 것. 예를 들어 그것은 폭풍 속에서 매초마다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배의 키를 계속 잡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어느 정도’ 라고 플랫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제 음성이 아니라 실을 통한 마력의 소통이다. '신의 관점이란 이런 거였구나! 그럼 신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상관없다는 뜻이구나! 그렇구나! 왜냐면 보려고 하는 것이 항상 눈앞에 있기 때문이지!'그런 느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3 당분간 중얼거리고서는, 스승님은 청년을 마주보고 섰다. "몇 가지, 질문을 하게 해줘도 괜찮을까." "네." "기억을 잃었다고 말했는데, 언어에 관해서는 자유롭지 않은 구석이 없는 모양이군. 나와도 영어로 말하고 있어. 모국어가 뭔지는 알겠나?" "말은, 이야기하는 동안에 떠올린 거에요." "……떠올렸어……?" 그러고 보면, 싸울 때 지른 말은, 좀 더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 즉, 이 단기간만에 스승님의 말투(퀸즈 잉글리시)에 맞춰 학습해서, 수정했다는 걸까. 그 답을 들은 스승님은 더더욱 미간에 주름을 만들면서, 질문했다. "아까 전의 소년들 중에는, 말레이어와 타밀어를 쓰는 자도 있었네만, 그것도 떠올렸나?" "네. 중국어도 할 수 있어요." "정말이야. 샐비지한 물건을 파는 데에 데리고 왔더니, 그 자리에서 떠올린걸. 슐리만도 두 손 들겠네." 이건, 린이 덧붙였다. 그렇다고 한다면, 쉽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경이적인 학습능력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 정도의 능력의 주인이 기억을 잃었다…… 라는 안타까운 사실도 포함해서, 자신도 눈을 부릅떠버렸다. "말도 잃은 거라면, 단순한 전생활사건망하고는 다르지만…… 그를 발견한 당초에는 아무런 언어도 구사하지 못했나?" "네. 싱가포르 투의 영어를 말하기 시작한 건, 발견하고서 한나절 후네요." 린이 긍정한다. 작은 해적의 집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는다. 간격을 두고, 스승님은 이런 식으로 물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4 그 동안, 스승님은 노트북을 끼고, 린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린에게는 절대로 컴퓨터에 닿지 않도록 설명하면서, 에르고도 몇 번인가 불러서, 번역 따위를 시키고 있던 모양이다. 물론 읽고 쓰기라면 스승님도 할 수 있고, 린도 일본어와 영어 양쪽을 할 수 있지만, 세세한 뉘앙스를 전하는 작업으로는, 이미 에르고 쪽이 위인 모양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5 "이제 남은 것은 험티덤티가 원래 있던 곳인데 ...... “선생님” 에르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이 나라에서 세는 방법이 다른 건 아닐까요?" "...... 그래, 너는 번역용 예장을 쓰지 않고 자신의 어학 실력만으로 해냈구나. 모나코의 공용어는 프랑스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무슨 말씀이세요, 스승님?“ "20을 하나의 단위로 삼는 것은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흔히 쓰이는 계산법이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팔십만은 특별하죠. 캐틀-뱅이라고 하는데, 영어와 비슷한 셈법인데 일부러 복수형인 's'가 스무 쪽에 붙는다. 즉, 프랑스어의 80만 20이 네 개가 아니라 네 개가 스무 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그 설명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스무 명의 팀이 네 개가 아니라 네 명의 팀이 스무 개가 있다는 식으로도 프랑스어의 경우 읽을 수 있다는 뜻인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6 "뤄롱의 기술을, 학습한 건가." 스승님이 말한다. 방금 전의 모래 성창만이 아니라, 이 기술 또한 에르고가 싸움 속에서 기억한 것이라고. "언어능력을 보고, 그런 예감은 들었지. 그것은, 에르고의 본래의 학습능력의 일부인 거겠지." "……제법이네." 라며, 뤄롱의 입술이, 웃음을 깊게 한다. "하지만, 본가에 당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뤄롱이, 오른발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왼발, 왼손이 봉인되어서도, 청년의 움직임은 화사했다. 이번에는── 직선적으로 에르고가 파고들었다. 원을 그리며 흘려넘기려고 한 뤄롱의 내측으로 들어간다. 진각과 함께, 퍼올리는 듯한 팔꿈치가, 뤄롱의 흉부에 비집어들었다. "내가 썼던!" 하고, 린이 말한다. 팔극권・이문정주. 해적섬의 린이, 투로를 연습하는 것을 본 적도 있었던 거겠지. 아니, 아직 에르고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손발이 움직였다. 믿기 어려운 속도로 간격을 좁히고, 이권(裏拳). 상체를 숙이고 뤄롱이 버텨내자, 지체하지 않고 관수가 들어온다. 신완의 위력이라면, 비유가 아니라 강철도 꿰뚫을 수 있겠지. "저건, 무시키의……!" 하고, 자신은 중얼거렸다. 싱가포르에서 싸웠던, 무시키의 콤비네이션이다. 그녀가 얼핏 보여준 고대의 무술을, 에르고는 그 몸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 환수의 다음 단계다……." 스승님이, 작게 신음한다. "사람은, 손을 통해 배운다. 손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스승님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언어능력. 에르고의 천성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최초에 그것이 피로된 것은, 그의 성질 탓이었던 게 아닐까.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취하고 싶다── 참으로 상냥하고, 참으로 절실한 바람이, 우선 언어능력부터 깨워낸 것이 아닐까. 거기에, 뭔가 다른 벡터가 더해진다면? 누군가에게 이기고 싶다, 라던가. 누군가를 구해내고 싶다, 라던가. "그리고." 라고, 스승님이 말한다. "사람은, 손을 통해, 창조한다." 몇 번이고, 에르고와 뤄롱이 교착한다. 그 때마다, 믿어지지 않는 출력의 마력이 튀었다. 눈 앞에서, 인간형 전차끼리 부딪히는 듯 하다. 더 이상 두 사람의 움직임은 『강화』된 시각으로도 쫓아갈 수 없다. 아마도 싸우고 있는 두 사람조차 마찬가지로, 오감 전체와, 그것들을 능가하는 무의식에 의해, 서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오체 수관." 에르고의 왼손의 보주가 켜졌다. 이것으로 다섯. 뤄롱의 신체 부위에서, 14분의 5를 행동불능으로 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7 "선생을, 그만두는 건가요." "들리고 있었던 건가?" "이발 중이라 꾸벅꾸벅 졸고 있었지만요. 린의 목소리는 잘 닿아요." "그 점은 동의하네만. 아무래도, 자네의 오체의 성능은, 어중간한 마술사가 『강화』한 레벨을 상시 발휘 하고 있는 듯 하군." 2세의 말은, 그 나름대로 떨어져있었을 터인 에르고가, 그레이나 린과의 회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었다. 훈련 풍경에서도 명백했지만, 그의 육체 그 자체도 일반인과 꽤나 동떨어져 있다. 적어도, 『강화』한 2세를 상회하는 것은 확실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8 "자네가 죽은 것이다." 스윽, 하고 2세의 손가락이 에르고의 이마를 가리킨다. 붉은 머리카락 아래의, 맨들맨들한 하얀 피부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무시키라고 불린 누군가의 습격으로 인해, 두부의 3할 정도를 상실. 설령 환상종이라 해도, 거의 생존은 불가능한 부상이다. 일부의 사도 등에 예외는 있다 해도, 자네의 그것은 전혀 달라." 곧바로, 거기에 이어지는 말을 스승님은 말하지 않았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참인 자네에게, 이야기할 만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가르쳐주세요!" 에르고 쪽이, 스승님의 복부를 움켜쥔 것이다. 잘 지어진 마 셔츠에, 얕은 주름이 잡혔다.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한 마디씩 끊어내는 듯한── 도저히 도망칠 수 없는 공포에 대해서, 필사적으로 시선을 향하려고 하는 듯한 태도에, 스승님은 약간 침묵한 후, 답을 고한다. "자네의 환수가, 폭주했네." 섬을 덮친 기화는, 에르고의 신체에서 내뿜어진 빛에 의한 것이었다. 빛은, 하나의 거대한 손이 되었다. 그야말로 신화에라도 등장할 법한, 믿기 어려운 사이즈의 굉장한 것이었다. 상공을 뒤덮은 거대한 손은, 그대로 대지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빛의 손가락에 닿은 토대는 순식간에 무너져내린 것이다. 즉, 거인의 손에 의해, 섬의 절반이 도려내진 것이었다. 자신들은 기적적으로, 손가락의 사이에 파고드는 꼴로, 피해를 면했지만…… 그것은, 정말로 기적이었던 걸까. "죽음에 임박한 숙주를 지키기 위해서, 라는 거겠지. 그 무시키랬나 그렇게 불렸던 매 사역마가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를 죽이면, 이런 결과가 될 거라는 건 예견하고 있었을 테지. 폭주 후, 자네의 몸은 완전히 복원됐고 말이야." "내…… 팔이……" 어깻죽지를, 에르고가 본다. 정체불명이었던 환수. 자신의 몸에 붙어있던 것이, 괴물이었다는 것을 겨우 눈치챈 듯한 표정이었다. "세 명의 마술사가 자네를 만들었다고 하네만, 그 관계자인 것이 틀림 없겠지.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이, 아마도 그 말예이듯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59 지금의 젊은이는, 해적섬에서 샐비지되었을 때의 복장이었다. 재질도 수수께끼인 의상이기는 하지만, 이래저래 알아본 2세가 신비를 포함해도 초발급의 내구력이라고 보증했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0 인사한 린, 스승님 순서대로, 에르고가 건넨다. 이번에 제일 상처를 입은 것은, 틀림 없이 이 청년이었을 테지만, 이미 고통 조차 없는 모양이었다. 변함 없이 기가 막힐 정도의 회복능력으로, 다다음날에는 팔팔해졌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1 "기다려, 주세요." 라고, 허둥지둥 제지했다. "아직, 여기서 나가면 안 돼, 요." "네?" "방금, 누군가의 기억이……" 천천히, 둘러본다. 에르고의 출현과 동시에, 주위의 광경도 변모하고 있었다.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 전체를, 자신도 에르고도 부감하고 있었다. 거기서 일어나고 있는 복수의 교류가, 주위에 비추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에서,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에르고. ──갑판에서, 쥬스트와 대치하고 있는 에미야 시로. 자신은, 시로의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쌍검을 든 붉은 머리의 청년이 그렇겠지, 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중략) 그러자, 에르고는 몹시 진지한 얼굴로, 시선을 움직였다. 아까의 영상이다. "전에도, 비슷한 것을 봤어요." "비슷한 것?" "플랫이랑 함께, 마술각인을 통해서, 제 안쪽을 봤을 때." 라고, 에르고가 말한다. "방대한 정보의 폭풍에 정신없이 휘말려서, 그것만으로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았어요. 하지만, 플랫이 그 정보를 처리해 준 덕분에,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어요. 모나코에 있는 저희와 인연이 있는 상대라든가, 제5차 성배전쟁이라든가." "제5차 성배전쟁……" 물론, 알고 있다. 에미야 시로가 참가한, 최신의 성배전쟁이다. "신의 시점이라고, 플랫이 말했어요. 가까운 곳도 먼 곳도, 과거도 미래도 지각하는 시점이라고. 실제로 일어난 일만이 아니라, 제5차 성배전쟁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여러 가지 가능성도, 거기에 있었어요." "……천리안, 같네요." 역사적으로도 특별한 마술사에게 갖춰지는 자질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누구였을까? "하지만, 에르고는 신을 먹었으니 이해하겠지만, 어째서 소제의 정신 안에, 같은 것이?" "비슷한 것이 아니라, 같을지도 몰라요." 라고, 에르고가 대답했다. "선생님이 말했었습니다. 저희는 무의식보다 더 밑에서 통하고 있다고." "집합적 무의식, 같은 것이었던가요?" "그렇네요. 과학에서 사용하는 이름을, 현대 마술에서도 사용하고 있다든가. 하지만, 저희의 경우에는, 더 가까운 무언가일지도." 자신과 에르고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은, 여행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 이야기되었었다. 영웅 아서 왕의 그릇과, 신의 그릇. 또 한 명 있다. 용의 그릇──뤄롱이.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2 (……다른, 사람은?) 먼저 가고 있는 린에게는,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등반 기술 자체가, 자신보다 훨씬 위였다. 망설임 없이, 쌩쌩 나아가고 있다. 한편, 뒤에 있는 에르고에 이르러서는, 융통무애(融通無碍)라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오르기 전에 페페론치노가 시사했던 대로, 환수(幻手)에 따른 부분이 큰 것 같았다. 등반에서는 세 점 지지가 기본이지만, 그로서는, 다섯 점 지지든 일곱 점 유지든, 또는 10미터 가까이 되는 앞의 홀드조차 마음대로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환수를 유지하는 데에도 마력과 체력을 쓰기 때문에, 결정적인 곳에서의 운용이 된다. 에르고의 경우에는 체력적으로 열등한 스승이나 아비다야를 보조하는 편이 메인 역할이 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등반을 계속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3 에르고의, 눈이 크게 뜨였다. 둥실, 하고 떠오르듯이 일어섰을 때, 지금까지의 젊은이와는 전혀 다른 색으로, 그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무시키와 똑같이, 화안금정으로. "저것, 은......" 망연히 우러러본 자신에게, 휘청거리는 스승님이 중얼거린다. "화안금정을 가진 대륙의 신격은 얼마든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이라 하면, 대부분 그 답은 일치하겠지. 일흔 두 가지 변화의 술을 수행해, 근두운이라는 구름에 탄 돌원숭이. 태상노군의 팔괘로에서 49일 그을려진 눈동자는, 화안금정으로 변했다고 하지." 물론, 알고 있다. 기억하고 있다. 그 호커 센터에서, 스승님과 감상한 와양의 역할이 그것이었다. "......손오공." "혹은 손행자라고도 불리지. 무시키는 몇 천년이라고 말했었으니, 삼장법사와 함께 여행한 서유기의 내용에 준하면, 그것보다 이전, 언젠가 손행자가 될 돌원숭이에서, 어떤 부위를 채취해뒀다는 게 되겠군. 하긴, 신령과 마찬가지로, 신도 단순한 시계열에서는 떨어져나가있는 존재지만." 스승님의 시선은, 수 미터의 거리를 두고 마주본 두 사람에게 못박혔다. 에르고와, 무시키. "일어났나, 손행자." 자신들과 검을 주고받고 있던 여자의 얼굴에서, 이상하게 험상궂어졌다. 지금의 두 사람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됐다. "무시키…… 씨." "음." 상기된 젊은이의 목소리를 듣고, 무시키가 작게 신음했다. "너, 의식은 에르고인 채인건가." 라며, 눈을 크게 뜬다. 무시키만이 아니다. 라티오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의 옆에서 경직되어 있었다. "하하, 굉장하군! 처음 나온 성공례다! 쿨드리스의 집념이, 방황해의 원념이, 소첩(나)의 호기심이, 마침내 열매를 맺었나!" 여자가 가가대소하고, 두 사람의 화안금정이 서로를 비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4 "그렇다면, 가마." 지금까지의 어딘가 장난스럽던 태도와는 다르게, 제대로 자세를 잡았다. "나의 이름은 무지기. 산령법정에서는 십관의 번외니라!" 간격을 좁히고, 그녀의 손이 호를 그렸다. 세 손이, 부딪혔다. 여자의 수도를, 에르고의 반투명한 환수가 막는다. 그 일격마다, 공기에 충격이 퍼진다. 마치, 엄청나게 거대한 종을 치고 있는 듯 하다. 어중간한 마술사라면 여파만으로도 기절할 영역에 달해있어, 그야말로 스승님은 지금이라도 쓰러질 듯이 가슴을 누르고 있다. 경악할 부분은, 에르고가 그 수도를 받아낸 점이었다. 피하는 게 아니라, 받았다. 애드의 큰 방패로조차, 일격만에 분쇄되는줄 알고 걱정하던 공격이다. 결코 파괴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증명으로, 방어한 에르고의 발치에서, 유령선의 갑판은 거미집처럼 갈라진 것이다. 로켓 런처의 직격에도 멀쩡하게 견뎌낸 선체가! 파악, 하고 에르고가 지면을 박찼다. 무시키와 동시에. 허공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뒤엉켰다. 뇌명같은 굉음이, 울려퍼진다. 그 손발이 움직일 때마다, 번개처럼 농밀한 안개를 찢어발겨간다. 바다에는 높은 파도가 일어나, 정화의 유령선은 덧없이 작은 배처럼 흔들렸다. 신화의 싸움이란, 이것이다. 일거수일투족에, 자연의 섭리가 미친듯이 비틀린다. 그 틈새에, 에르고의 환수가 변해가는 것을, 『강화』된 자신의 시각은 포착했다. 여섯 개의 환수가, 에르고 본래의 팔과 겹쳐져, 합일한다. "신핵장전・제천대성." ──장전/신이라는 이름의 탄환. 합일된 팔에, 무언가가 깃드는 것을 느꼈다. "아아…… 이제야 겨우." 기쁜 듯이, 여자가 웃는다.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는 것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기꺼이 받아줄 만큼, 뿌리가 솔직하지 않아서 말이지." 그 수갑에서, 금속의 뱀처럼 사슬이 늘어났다. 에르고는, 그저 중얼거린다. "신격전개・손행자." ──전개/주변부위(배럴)의 치환. 여자의 사슬이, 에르고의 환수에 휘감긴 것이다. "에르고!" 무심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변함없이 젊은이는 계속해서 속삭인다. 사슬 아래에서, 뭔가가 팔의 표면에 전개되어갔다. "신각전요神殻纏繞・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 ──전요/나의 손은 신을 본뜬다──! 단숨에, 『힘』이 형태를 갖췄다. 빠각, 하고 사슬이 부서졌다. 저 탄겔로도 떨쳐내지 못하고, 자신의 사신의 낫(그림 리퍼)으로도 찢어발기지 못한 사슬이, 이렇게나 어이없이. 순백에 거대한 팔이, 거기에 우뚝 서있었다. 일종의 기계적인 포름에, 매끄러운 표면에는 몇 가닥이나 빛이 흐르고 있었다. 마술각인과도 닮은 그 문양의 아름다움에, 자신은 숨을 삼켰다. 더이상, 그 팔은 환수가 아니고, 사람의 손도 아니다. 즉, 신완. "소첩(나)의, 사슬이?!" "나는 생각한다." 속삭임은, 신의 위세로써 울려퍼졌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휙, 하고 신완이 휘둘러졌다. 그 범위에서, 굉장한 속도로 여자가 철퇴한다. 뒤쫓은 거대한 신완이 허공을 베고, 여자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뜯어내며, 그 건너편의 파도 사이에 거대한 구멍을 냈다. '──회피됐어?!' 그렇게 생각했지만, 여자의 표정은 아차, 하듯이 일그러졌다. "악수였구만…… 무심코 피해버렸다." 그 의미는, 바로 알게 됐다. 부자연스럽게, 공중에서 여자의 움직임은 멈춰있었다. 마치, 그녀를 둘러싼 공기가, 갑자기 딱딱해진 듯 했다. "전설에서 손오공이 휘두르는 여의금고봉은, 본래 무기가 아니라, 바다의 밑바닥을 다졌다고 하는 물건이다. 애매한 것에 형태를 부여한다고 해도 좋지. 어떤 의미로는, 세계를 붙들어매고 있던 보구 중 하나겠지." 스승님이 말한다.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세계를 붙들어맨다는 것은, 자신이 휘두르는 성창에도 해당하는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공간이 다져진 거다. 아아, 적어도 신에 도달한 손행자라면, 그 정도의 권능은 휘두르겠지." 정지한 그녀를 앞두고, 끼익, 하고 신완이 신음한다. 마치 천공기처럼, 손목부터 팔꿈치에 걸친 부분이 몇 겹인가로 분할・전개되어, 나선상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회전 한번마다, 수량으로 환산하는 것도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의 마력이, 장절한 스파크를 흩뿌려간다. 여의── 소유주의 뜻대로 변한다는 것은, 그 보구에는 하나의 세계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왔다갔다. 다시 한 번 치켜들어진 신완을 중심으로, 공간이 찢어져간다. 균열에서, 별이 보였다. 고대의 바다를 다졌다면, 창공을 부수는 것도 가능하리라. 일격째는 공간을 고정해서 적을 봉하고, 이격째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대를 확실하게 꿰뚫는다── "과연, 이것이 현대인가." 라고, 여자는 웃었다. 갖춰진 신완이, 포탄처럼 쏘아진다. 마치, 그것은 지상에 생겨난 블랙홀. 색도 소리도 사라져가고, 그저 허무만을 흩뿌리는, 신화의 잔향. "나쁘지 않군. 나쁘지 않아. 신대부터 겨우 남은, 모자란 자원을 불쌍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모으고, 긁어모아서, 고작해야 백년도 못 차게 살기 위해서, 그 일부부터 소비해서. 하하하, 그건 마치──" 거기서, 말이 끊어졌다. 신완이 일으킨 공간의 균열이, 그녀의 모습을 삼켜버린 것이다. 비틀리는 허무가, 모든 것을 찢고, 분쇄시킨다. 신비적인 강도도 내성도, 이 허무의 앞에서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찢어진 공간은, 이미 하나의 물리현상이다. 늙은 거성의 종언과도 비슷하게, 주변의 공기는 물론이요 유령선의 일부도 먹어치우면서, 더욱 허무는 확대되어── 머지않아 꿈에서 깨어나듯이,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그 뒤에는, 파도소리만이 남아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5 동시에, 반전한 에르고의 신완이, 주먹쥔 손을 벌렸다. 무시무시한 갈고리 발톱이, 다섯 손가락에서 늘어났다. 하나 하나가, 전설에 에름을 남긴 마검 성검에도 뒤지지 않을 예리함과 강대한 신비를 감추고 있다고, 뤄롱은 간파했다. 에르고와 동형인 자신의 목숨에도, 충분히 닿을 만한 무구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6 "사상건문, 접속." 술식의 구동과 동시에, 가볍게 비튼 오른발을, 지면에 붙인다. 발바닥에서 정강이, 정강이에서 허벅지, 허벅지에서 허리로 전달되는 힘을 증폭시켜갔다. 흔히 말하는 발경의 요령으로, 척수에 통하게 한 마력을 비틀고, 나선형으로 짜낸다. 건문에서 접속한 술식을 가동시키며, 팔괘장의 신체운용을 그대로 마술의 구성요소로서 이루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7 '물러설까보냐!' 팔괘장・대붕전시大鵬展翅. 호선을 그려 얽어매는 듯한 투로와 함께, 술식과, 그리고 환익에 깃든 힘을, 신완의 동일지점에 동시에 때려박는다. 환익과, 신완이 격돌했다. 지상에서 천공을 향해, 반대로 번개가 친 듯했다. 한 순간의 간격을 두고, 터무니없는 구풍과 충격이, 그랑 도쿄・노스 타워의 옥상을 휩쓴다. 옥상에 지어져 있던 호사스러운 우드 테라스도 그 위력에 유린되고, 두툼한 배 강도의 유리에 기하학적인 금이 갔다. "……​루오​!"   아키라가, 얼굴 앞에 손을 들면서 외친다. 신체가 떠오를 뻔할 정도의 폭풍이 멎었을 때, 두 사람은 쓰러져 있었다. 에르고의 신완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 뤄롱은, 옷의 오른쪽 소매가 찢어져, 반신이 피로 물들어있었다. "​루오​!" 뛰어온 아키라가 몸을 흔들어보아도, 뤄롱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에르고도 의식을 되찾을 기미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이만한 소동을 일으켰으니, 곧 공사 중인 아래층에서, 누군가가 올 것이다. 자신을 찾고 있는 야코우의 구성원이 올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든 뤄롱을 옮겨보려고 해도, 소녀의 근력으로는 안아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툭, 하고 소리가 났다. 옆에 자빠진 에르고의 옷에서, 휴대단말이 낙하한 것이다. 아무래도, 수신에 의해 진동한 것이, 자켓 주머니에서 떨어진 계기가 된 모양이었다. 쭈뼛거리며, 아키라는 그 단말을 주워들었다. 발신 상대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으."   상처 입은 뤄롱이, 희미하게 신음소리를 낸다. 아키라로서는 처음으로 보는, 청년의 약한 모습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명백했다. "…………." 잠시 고민하고 나서, 소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댔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68 "애초에 너, 지금, 손행자의 신핵은 쓸 수 있는 건가?" "……아뇨." 라고, 에르고가 고개를 젓는다. "아마도, 뤄롱이 쳐박은 술식의 영향이에요. 손행자와의 연결은 완전히 봉해져있어요." 그랑 도쿄・노스 타워에서, 뤄롱과 싸웠을 때, 젊은이의 몸에는 방황해의 술식이 쳐박혔다. 환수를 쓰는 정도라면 문제 없지만, 그 이상이 되면, 몸의 내측에 보이지 않는 열쇠로 자물쇠가 걸려버린 듯 했다. 잠겨있는 듯 했다. "폭주를 멈춘 대가인가." 라고, 2세가 중얼거렸다. 아마도, 그런 거겠지. 그 때 폭주한 채였다면, 대체 얼마나 되는 피해를 초래했을까. 싱가포르의 해적섬에서 폭주했을 때는, 섬 하나를 괴멸시켰다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었다. 이 상태로 싸울 수 있는 건가? 설령 싸울 수 있다고 해도, 또 폭주에 이르지 않는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

*269 "요는 수신의 요람이라는 거다. 밖에서, 저 시끄러운 선생이 재잘재잘 말하는 대로다." - 로드 엘멜로디 2세의 모험의 내용

*270 "이제야 사람 말을 들은 거냐." 느닷없이 불러지고, 그는 자신이 있는 곳을 깨달았다. 바다의 위였다. 아니, '……이건, 바다가 아니야?' 하고, 그는 눈을 깜빡거렸다. 이상한 광경이었다. 푸른 하늘의 한복판같기도 하면서, 동시에 호수 위인것같기도 했다. 라나가 보여준 해외의 사진에서 비슷한 풍경을 본 느낌도 들고, 전혀 다른 느낌도 드는, 한결같이 푸른 세계였다. "바다와 호수의 구별? 하하, 짠맛이 나는지 아닌지인가? 그건 나한테는 관계 없구만." 그것海은, 물에 솟아있는 기둥 위에 앉아있었다. 실제로 기둥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만큼 거대한 봉이다, 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흥미 깊은 듯이, 이쪽을 보고 있다. 원숭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유가 아니다. 붙임성있는 원숭이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요는 수신의 요람이라는 거다. 밖에서, 저 시끄러운 선생이 재잘재잘 말하는 대로다." - 로드 엘멜로디 2세의 모험의 내용

*271 '……밖, 에서?' 젊은이의 사고는, 애매해져있다. 지금, 자신이 있는 장소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그저, 눈 앞의 상대가 터무니없이 거대한 무언가를 품고 있다…… 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정도인데, 느껴지는 압력은, 거대한 산맥을 우러러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오오, 밖에서 말이다. 묘한 심신자기는 하지만, 방식은 제대로다." 라고, 원숭이 형상은 답했다. 그걸로, 사고가 직접 읽혀지고 있는 것을, 그는 눈치챘다. "심신자는, 그저 신의 이름을 맞히면 된다는 게 아니야. 너한테 먹혀버린 우리들은, 말하자면, 진작에 소화된 식사니까 말이다. 그녀석에게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수순이 필요하지. 에르고(너)가 체험하고, 그 눈과 귀로 알게 된 것으로가 아니면, 올바른 답이라고 할지라도 통하지 않아." 장황하게 이야기하며, 이쪽을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 답은 통했다. 너는 어쩌고 싶은거냐. 나를 먹어치운 남자." "나는……" 딱 한순간, 그는 머뭇거렸다. "들었어. ……그래, 들은 거에요. 자신의 교실에 있는 이상, 되어야 할 것을,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줘야겠다고. ……저는, 그게, 너무나도 기뻤던 거에요…… 그러니까……" 몇 번이고 말이 막히지만, 그럼에도 최후까지 말을 자아낸다. "그러니까…… 저 물음에, 답하고 싶은 거에요." "그렇다면 바래라. 우리들은 그러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숭이 형상이, 말한다. "신 같은 건, 결국, 사람의 바램을 받아들이기 위한 그릇이다. 실제로, 그것이 사람의 구원이 될지 아닐지는 제쳐두고 말이지. 하물며, 너의 안쪽에 있으니 말이다." '나의…… 안쪽…… 에……' 그가, 생각한다. 애매해져있던 초점이, 갑자기 제대로 맞았다. 급격하게, 의식이 선명해지고, 그와 동시에 복강에서 힘이 솟구쳤다. 내장이 불타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의, 이상한 열이었다. 원숭이 형상의 신이, 말한다. "내 이름을 불러라, 애송이!" "당신의 이름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2 바다와, 닮아있다. 넓고, 멀고, 어디까지고 내다볼 수 있다. 거의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풍경의── 전부가 ​붉었다​. 위(하늘)도, 아래(바다)도, 단 한 색깔이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분노와 격정.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통째로 증발해버릴 듯한 붉은 해면에, 에르고는 서있었다. 파도 대신에, 화염의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거품 대신에, 불똥이 날린다. 그렇게 타오르는 바다에 솟아있는 기둥 위에서, 어느 사람 형상이 울부짖고 있었다. "……손행자."  하고, 에르고가 신음한다. 그 때, 자신을 온화하게 타일러주었던 원숭이 형상의 신은, 지금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본래의 모습이다,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니, 실제로, 손행자의 전설은 그렇지 않았던가. 천축으로 가는 여행의 최후에는 투전승불이 되었으나, 특히 삼장법사와 만날 때까지의 손행자── 손오공은, 천계 전체를 상대로 돌려도 물러나지 않을 정도의 대요마였다. "손행자!" 에르고의 외침조차,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포효에 맞춰, 불길이 더욱 맹렬해지고, 붉은 바다는 격하게 소용돌이친다. 에르고도 그 속에 삼켜졌다. 손쓸 도리 없는 작열에 혼까지 불태워져, 젊은이의 의식은 두절되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3 (지중해부터, 인도, 거기다 중국까지 전파되어있던 신……?)아직, 에르고가 먹어치운 제2의 신은 특정되지 않았다. 이 경로로 전파되었던 신 따위, 무수히 있겠지. 하지만, 이 경로 자체에는 짐작 가는 구석이 있었다. 침략 자체는 이 절반에서 멈췄지만, 역사상 가장 빠르게 이 세계 교통을 확립하고, 그리스 문화와 동방 문화를 융합시킨 헬레니즘 따위와 같은 개념을 낳은 대영웅을, 라이네스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스칸다르……!' 단순한 연상이다. 하지만, 그 이름은 그녀에게 있어, 또한 그녀의 오라비에게 있어, 너무나도 무거웠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4 "신을 묻는다." 라고, 스승님이 선언한다. "자네에게 숨겨진 두 위 째의 신에 대해, 힌트는 많이 있었지. 특히, 라이네스에게서 아틀라스원이 고른 신에 대해 배운 게 컸다." 하얀 연기를 휘감듯이, 스승님의 긴 검지가 올라간다. "우선, 서양에서 동양으로 건너왔다는 것. 역 패턴도 있지만, 아틀라스원이 자네에게 심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순서가 더 그럴듯하겠지." 아틀라스원. 시계탑과는 다른, 또 하나의 마술협회. 독자의 연금술을 기본으로, 서양마술과는 다른 형태로, 신비를 추구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한다. 그 극치라고 하는 아틀라스원의 7대 병기에, 자신도 해후한 적이 있었다. 이번엔,중지가 올라갔다. "그리고, 아틀라스원이 고른 신이라는 건, 전파 도중 어딘가에서 이집트 신화에 관련된 신일 것이라는 건, 상상이 됐다. 아틀라스원은 이집트 근방의 연금술과 관련이 깊으니 말이지. 그렇게 되면, 이스칸다르가 정복한 루트와도 고확률로 엮이지." "……이스칸다르." 무심코, 그 이름에 반응해버렸다. 너무나도, 스승님과 자신에게 관련 깊은 대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스승님의 인생을 결정했다 해도 좋은, 세계를 변혁한 구위인 중 한 명. 그리고, 가느다란 약지가 올라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5 "또 하나, 이건 뤄롱 쪽이지만, 오오나무치에 얽힌 신일 것이라는 것도 상상이 됐다. 병주신으로서 오오나무치는 중국 신화의 치우에 루트를 갖고 있다는 건 에르고에게도 이야기했지만, 그 치우와 응룡과의 싸움은, 온 세계에 퍼진 우종(牛種)과 용종의 싸움 중 하나이기도 하지." 소와 용. 이상하게 울리는 연결점에, 스승님이 말을 덧붙인다. "소라는 것은 기묘한 듯 하지만, 세계 최고의 신화에서조차, 소의 영향은 강하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영웅왕 길가메쉬가 하늘의 황소를 죽인 것으로, 그는 왕권을 확립했으니까." 하늘의 황소라는 것은, 분명 들어본 적이 있었다. 분명, 구갈안나였던가. 영웅왕 길가메쉬와 그 붕우 엘키두가 양쪽 모두 사력을 다해서, 겨우 토벌했다고 하는 괴물이었다. "그리스에서는, 주신 제우스가 이 소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 본인이 소로 변한 설화나, 그 아이가 미노타우로스라는 우종의 필두인 것을 생각하면, 이건 알기 쉽겠지. 그리고, 그리스에는, 이 제우스를 죽일 뻔한 용종이 있는 거네."수 초, 스승님이 간격을 두었다. 말로 하기 위해서, 그만한 각오가 필요한 이름이라는 것일까. "……태조룡 튀폰." 이라고, 스승님은 말했다. "용종이라기보다도, 서양에서의 용종의 보다 근원, 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네. 현대까지 이어지는 타이푼의 어원. 대지모신 가이아와, 나락의 화신인 타르타로스의 막내. 교만한 제우스에 대한, 가이아의 복수심이 낳은 괴물. 생물이라기보다도, 이쯤되면 초병기라는 느낌까지 있는 신수다." 내려선 뤄롱의 몸을 본다. 갑옷으로도 외피로도 구별이 되지 않는 모습에, 스승님이 눈을 가늘게 뜬다. "용옥외각── 〈회진약개(블레이즈 오브 에트나)〉라는 것도, 그 튀폰이 에트나 화산에 봉인된 것에서 기인된 것이겠지." "정말이지, 싫은 마술사구만, 댁." 하고, 뤄롱이 입술을 비튼다. 정답, 이라는 것이겠지. 독특한 향을 띤 엽권과 함께, 은밀한 강의가 이어진다. "화산의 유황 가스에 의한 독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태조룡 튀폰은, 그리스 최대의 영웅 헤라클레스를 좀먹은 독룡 히드라의 아비이기도 하지. 부식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놀랄 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 어깨에서 백마리 뱀을 만들었다는 튀폰의 성질은, 다두사 히드라를 시작으로, 극히 많은 파생을 만들었지. 몽골의 신화에 있는 비고사(망구즈)도 그렇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큰 뱀인 야마타노오로치, 또한 쿠치나와로서의 오오나무치도 비슷하게 간주되는 경우가 있다." 그 말에, 자신은 질문하고 말았다. "오오나무치의 원류가 튀폰……? 에, 하지만, 아까 전에 오오나무치의 루트는 우종의 치우고, 용종과 싸웠다고……." "그만큼, 신이라는 존재는 층이 두터운 거네. 긴 역사와 전파에 따라서는, 죽인 자와 죽은 자가 습합되버리는 경우도 있지. 이러한 전파 중 하나에, 튀폰과 동일시되는 이집트의 신도 있네." "동일……?" "애시당초, 그리스와 이집트에서는, 의외로 신의 왕래가 있어서 말이지. 이 튀폰에게 두려움을 느낀 그리스의 신들이 이집트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지. 아아, 아오자키 토우코의 전 사무소 앞에서도 이야기했지. 아틀라스원이 에르고에게 먹인 신은, 뤄롱이 먹어치운 것과는, 신화상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6 "겐마의 가면을 써보게." 지시에 따라,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가 자신의 얼굴에 가면을 댄다. 매끈한, 이상한 소재로 된 가면이었다. 백면, 이라고 부르면 될까. 쓴 것만으로도, 그 내측(내용물)까지도 변한 느낌이 들었다. 피부 한 장의 내측이 바닥 따윈 모를 심해로 바뀌어, 에르고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 떠오른 듯한 착각이, 자신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스승님이 말한다. "그 신은 이집트, 그리고 나일강과 연이 깊은, 전쟁의 신이다. 형을 죽인 신이다." 스승님의 말이, 이 자리에 모인 신의 모든 것을 풀어헤쳐간다. 진명을 폭로하고, 얽힌 인연에 빛을 갖다대고, 낡은 내장을 꺼집어내듯이, 지성의 메스를 휘두른다. 그것은, 해체다. 신도 용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니 누구보다도 두려워하기에, 더욱 강한 칼날. "태조룡 튀폰과 동일시되는 주제에, 그것은 뱀을 쫓는 신으로 여겨졌다. 대지의 신 게브를 아비로 두고, 천공의 신 누트를 어미로 뒀다. 개 머리의 신으로 여겨지는 일이 많지만, 때로는 자칼이며, 때로는 당나귀이며, 악어이며, 하마나 얼룩말, 땅돼지 등, 다양한 동물의 합성으로 여겨지기도 하지. 이 합성과 다양성을, 진화의 속성으로 간주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리고, 나일강과 연이 깊다고 이야기했듯이, 태양신 라의 항해에서는, 큰 뱀 아펩에게서 주신을 지켜낸 물의 신이기도 하지." 낭랑히 울려퍼지는 강의의 최후를, 스승님은 이렇게 맺었다. "심신자(사니와)로서, 엘멜로이 2세가 신의 이름을 소상히 밝힌다." 에르고가 쓰고 있던 가면에, 빠직 하고 금이 간다. 아니, 금으로 보인 것은 수정이었다. 가면의 중심에서 수정으로 변화한다. 그 범위는 가면에 그치지 않고, 에르고가 두른 슈트까지도 퍼져간다. "그대, 에르고가 먹어치운 신의 이름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7 에르고의 가면이 변하는 것을, 자신은 보았다. 가면만이 아니다. 젊은이의 슈트에 침식되어있던 수정도 박리되어, 다른 형태를 이루고 있다. 실존하는 어떠한 짐승과도 다른── 마치 사람과 개가 복잡하게 뒤섞인 듯한, 기묘하고, 허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전쟁의 신, 세트다……!" 스승님이 말했다. "튀폰과 동일시된 신. 고대 이집트 제1왕조에서, 이미 비길 자 없다고 칭송받은 전신. 모래와 폭풍을 다스리는, 강력한 힘 그 자체라고 두려움을 산 파괴신." "세트……!" 이전의 강의에서, 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이집트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라 하면, 오시리스와 세트의 이야기라고 한다. 부친에게서 왕의 지위를 양도받은 형 오시리스에게 질투해서, 전신 세트는 이런저런 수단을 다해, 이 형제신을 말살했다. 거기다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와도 왕위를 두고 싸워, 마침내 패배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 흐름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라고 당시의 스승님은 설명하셨다. 이 신은 『악』을 맡을 정도로 너무나도 강했던 것이다, 라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8 휙, 하고 환수를, 에르고가 휘두른다. 가면 아래로, 입술이 속삭인다. "신핵장전・사구전신砂柩戦神." * ──장전/신이라는 이름의 탄환. * 에르고의 여섯 개의 환수가, 거미 같은 실을 분출하고, 서로 엮인다. 마치, 고치였다. 모래색의 고치. 새로운 무언가가 태어나려고 했다. 뤄롱을 노려보며, 더욱 에르고는 말한다. "신격전개・세트." ──전개/주변부위(배럴)의 치환. * 고치가 찢어진다. 거기서 나타난 환수는, 에르고 본래의 양손과 합일되어 있었다. 합일되는 것은 손행자 때와 똑같지만, 색과 형상은 전혀 달랐다. 모래를 굳힌 듯한 색감으로, 양쪽의 측면에 제각각 일곱 개의 하얀 보주가 박혀있었다. 정교하게 새겨진 심볼은, 이집트에서 생명을 의미하는 앙크였다. "신각전요・신왕을 찢어죽인 열네 관(펠 제트)." * ──전요/나의 손은 신을 지배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79 수목의 틈새에서, 에르고의 등이 보였다. 사막의 색을 한 신완과 함께,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는 낮게 신음한다. "나는 생각한다." 변형한 가면의 모티브는, 개라고도 여우라고도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용으로도 보인다. 그 전부인 걸지도 몰랐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휘둘러진 신완의 주위에, 막대한 양의 모래가 모여들었다. 그 모래가 닥쳐든 깃털을 받아낸 것이다. 과연 용익의 깃털이라 해도, 두터운 모래를 베어내지는 못하고, 그 절반 쯤에서 딱 멈췄다. "세트는 모래폭풍의 신이다. 그렇다면, 모래를 조종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떨어져있어도, 스승님의 목소리만은 확실히 들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0 그에 맞서, 이쪽을 끌어당기면서, 에르고는 모래를 모았다. 산의 표면에서 긁어모은 모래가 아슬아슬할 정도로 압축되어, 자연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강도를 부여받는다. 방어는 아니다. 무리지은 모래는, 거대한 창이 되었다. "잠, 너, 〈가장 끝에서 빛나는 창(롱고미니아드)〉──?!" 사신의 낫(그림 리퍼)이, 소리치고 있었다. 형성된 창이, 자신과 애드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성창을 본뜬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에르고가 아는 것 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강한 무기가 그것이었겠지. 오른손을 한계까지 끌어당기고, 투척하듯, 젊은이는 창을 날렸다. 요우의 나선과, 모래의 성창이 격돌했다. 굉음이, 청각을 빼앗았다. 바람이 지표를 씻는다. 여파만으로, 의식장에 전개되어있던 시메나와가, 픽픽 잘려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1 질주의 최고속까지, 고작 1초. 인간의 모습을 한 것에 허용된 속도를, 가볍게 배에서 세 배까지 에르고는 웃돈다. 가면 탓인지, 황야를 누비는 맹수와 닮았다. 그저 달리기 위해서 태어난, 그러기 위해서 진화를 계속해온 짐승의 말예를, 젊은이의 육체는 상기시켰다. '……대단해.' 반전시킨 신경의 부작용으로, 단숨에 탈력감을 느끼면서, 혀를 내두른다. 자신으로도, 이 정도의 『강화』는 가능할지 어떨지. 뤄롱도 입 다물고 있지는 않았다. 그 눈 앞에 펼쳐지는, 하양과 주홍색의 깃털. 어떤 것에 뛰쳐들어도, 몸이 산산조각나거나, 뼈까지 탄화되거나. 하지만. 에르고가 조종하는 모래가, 에르고를 전부 보호한다. 두터운 막은 아니다. 그의 질주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막이다. 결과적으로, 에르고의 어깨나 두 팔이 찢어진다. 피부는 서서히 타고 있다. 순식간에, 화상의 범위가 넓어져간다. 한 순간도, 에르고의 다리는 느려지지 않았다. 전력 전속 그대로, 도약과 함께 돌격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2 두번째 격돌. 이번에야말로 정면에서, 신완이 뤄롱을 포착했다. 〈회진작개(블레이즈 오브 에트나)〉의 외갑을 부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먹은 다른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일체 수관(収棺). ……이번에는, 들어갔다." 에르고의 오른팔에 박혀있던 보주 중 하나에, 옅은 빛이 들어왔다. 착지한 붉은 머리카락의 젊은이를, 뤄롱은 엄한 옆모습으로 바라보았다. 그 왼손이 축 늘어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이 어이, 방금 그건 내 손을 분할한 건가?" "분할……?" 무심코,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러자, 스승님의 말이 그에 답했다. "세트라고 하는 신은, 왕위계승을 두고, 형제신 오시리스를 죽인 신이기도 하지. 오시리스를 관에 가두고, 열넷으로 분해해서, 나일강에 흘려보낸 거다. 아아, 최대의 천적을 물로써 지워버렸으니, 그것은 수신의 성질도 지니겠지." "관에……!" 심장이, 두근두근 울렸다. 너무나도, 그 설화가 간타이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쿠로히츠와, 근본적으로는 다름 없지. 그렇다기보다, 오오나무치에게도 거의 같은 신화가 있네. 오오나무치를 질투한 형제신이, 세공한 큰 나무 사이에 오오나무치를 가둬버렸다, 라는 이야기지. 그 후, 큰 나무 사이에 끼여죽은 오오나무치를, 모친이 발견해서 구출한다고 이어지지만 말이야." 형제신 세트에 의해 산 채로 관에 갇힌 오시리스와, 역시 형제신에 의해 산 채로 나무에 갇힌 오오나무치. 분명, 그것은 같은 설화의 파생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여기서도, 세 신과 용종이 강하게 묶여있는 것인가. "즉, 열넷으로 분할해서, 상대를 매장하는 권능이다." 에르고의 일격으로, 뤄롱의 왼손을 빼앗았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그 반쯤── 칠격 쯤 맞으면, 사실상 전투불능이 되는 게 아닐까. 린이 형성한 다섯 장의 꽃잎 아래에서, 스승님이 말한다. "또 하나의 의미가 있지. 즉, 세트의 관은 신을 매장하고, 세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 말에, 경직된다. "그럼, 이것 자체가……." "그렇네. 우리들이 찾고 있던 것── 신을 세계로 되돌리는 술식이다." 기억포화에 의한 폐인화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찾고 있던 파편. 어쩌면 야코우의 조직에 단서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신비. 답은, 에르고의 안에 있었던 건가. (중략) "오체 수관." 에르고의 왼손의 보주가 켜졌다. 이것으로 다섯. 뤄롱의 신체 부위에서, 14분의 5를 행동불능으로 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3 "〈그대, 하늘을 찢는 뇌정(네가 케라우노스)〉──!" 소용돌이친 뇌정이, 밤하늘을 찢어발긴다. 빨강과 검정으로 나누어진, 세계를 증발시킬지도 모를 파괴의 구상화였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소용돌이의 진동이, 가로막는 모든 것을 허락치 않는다. 대기 중의 수분 따윈 순식간에 마르고, 만물은 분자로 분해된다. 에르고가, 그 앞에 양쪽의 신완을 치켜든 것이다. 기이하게도, 뤄롱이 변형한 포문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신완의 양손을 깍지끼자, 다섯 개까지 켜졌던 보주의 빛이, 그 광채를 몇 배나 늘렸다. "〈신왕을 찢어죽인 열네 관(펠 제트)〉, 전관 해방──!" 뇌신의 분노에, 모래의 전신의 권능이 이를 드러냈다. 거의 동량, 동질의 에너지가, 반발한 것이다. 뇌정에 맞서는 것은, 역시 뇌정. 있을 수 없는 상극에, 소용돌이친 번개가 비명을 질렀다. 방자하게 폭거를 휘두른 용이, 처음으로 만난 쏙 빼닮은 용과, 서로의 목을 송곳니로 꿰뚫으려는 것처럼도 보였다. 빠직, 하는 소리가 났다. 린이 펼쳤던 방어술식이, 그 꽃잎을 한 장 흩뿌린 것이었다. 뇌정간의 격돌, 그 여파만으로, 아이아스를 모조한 방패에도 금이 가, 계속해서 두 장, 세 장 째의 꽃잎이 흩어져간다. 서서히, 서서히, 그 균열이 치명적으로 커져간다. 작렬이, 망막을 태웠다. 굉음이, 고막을 찢었다. 격돌로 생겨난 진공에 구풍이 흘러들어, 숲을 크게 뒤흔든다. 머잖아, 천천히 시력과 청력이 되돌아왔을 때, 허공에서 뤄롱의 목소리가 들렸다. "과연, 빼앗은 간타이를 이용해서, 상대의 권능을 쓰는 것도 가능한 건가. 빌어먹게 성가신 능력이구만, 그건." 뤄롱이 왼손을 움직인다. "하지만, 해방되면, 빼앗은 몸은 원래대로 돌아오는 모양이군. 아직 조금 저리긴 해도." 그에 비해, 지금의 권능으로 마력을 다 써버렸는지, 에르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무릎을 꿇고 있다. 양쪽 모두, 상처가 없지는 않았다. 에르고도 뤄롱도, 여기저기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있다. 사람의 살을 태우는 불쾌한 냄새가, 자신의 비공에도 파고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4 "티폰은, 어떤 신에게서 두 가지 권능을 찬탈했지. 하나는 불사살의 금강 낫. 하르페라고도 하지." 스승님의 말에 맞추듯이, 뤄롱의 재구축은, 더욱 진행되어간다. 처음 보는 형상인데도, 그 의도는 명백했다. 포문이다. 뤄롱의 신체를 덮고있던 외각의 7할 가까이가, 하나의 거대한 포문이 되어, 이 산 전체와도 필적할 정도의 마력을 응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하나는, 그 신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권능." 신화에는, 몇 가지, 그 이미지를 결정해버릴 정도의 권능이나 신기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손행자의 여의금고봉. 예를 들면, 전신 토르의 쇠망치 묠니르. 예를 들면, 아서왕의 성검 엑스칼리버. 이것도 그 중 하나였다. "──제우스의 뇌정(케라우노스)." 아아, 확실히 스승님은 말했다. 용종과 우종의 싸움. 한쪽의 필두는, 그리스의 주신 제우스라고. 그리스 신화의 주신에게서 빼앗은 권능이, 세계를 구부러뜨린다. 아까 전, 오로치를 안쪽에서부터 흔적도 없이 분쇄한 것도, 이 권능이 틀림없다. 지금, 뤄롱의 내측에서, 권능은 임계에 달했다. 자 열려라, 신대의 문. 우러러보아라, 정명한 자. 부복하여라, 현대의 마술사들이여. 자연계에 있어, 최대의 공포와 함께 일컬어졌던 그 이름을── "〈그대, 하늘을 찢는 뇌정(네가 케라우노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5 "그런데 아까 참가비 대신이라고 했는데, 튜터도 선상연회에 참가하셨나요?" “아, 참가했다. 에르고와 그레이의 문제에 대해 반펨 씨가 해결의 실마리를 알고 있다고 했으니까요." “------ 그렇군요. 그건 놓칠 수 없겠군요.”루비아의 긍정이 나에겐 감사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암시는 있었다. 예를 들어, 엘고가 먹어치운 신의 한 기둥인 사구전신의 권능인 <신왕도살 십사관>은 신을 세상에 되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것은 가볍게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애초에 엘고 본인의 권능을 엘고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고, 신을 산산조각 내어 관에 넣은 후 숙주였던 인간이 그냥 넘어갈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본래의 목적이 기억 포화상태에 빠진 에르고를 구출하는 것인 만큼, 이런 강경한 수단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다. 이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보류했지만, 자신들은 다른 수단을 찾아 모험을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에르고의 기억 포화를 막는 방법과 고정된 자신의 몸을 해방시키는 방법. 이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한다고 반펨은 확신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펨의 배의 연회에서 이기면 된다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6 입체의 달이 완성되었을 때, 청년의 얼굴에 하얀 얼굴의 가면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에서 면치기 장인 두조겐마의 손에서 건네받은 이형의 면이었다. 그리고 에르고의 주변에 무수한 실이 형성된 것이다. 아 그렇구나! 저거 제피아 씨도 사용하던 에테라이트구나!" 플랫의 말에 에르고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깨달았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사건에서 시온이 청년의 몸에 연결한 에테라이트, 그것을 에르고 나름대로 재현한 것이다. 분석에 능한 마술사가 잘 관찰했다면 그 실이 극히 미세한 모래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청년이 먹은 제2의 신, 사구전신의 권능이 에테라이트를 모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 사용법도 가능하구나 ------) 바다 곳곳에 에테라이트를 뻗어나간다. 그것은 마치 광활한 바다에 연결된 신경처럼 바다 곳곳에 분산된 요소들과 연결되었다. (시온 ------) 그녀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힘이 솟아났다. 비유가 아니다. 이집트 사건으로 에테라이트를 통해 에르고와 시온은 연결되었다. 그 때의 경험이 새로운 능력의 사용법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여행이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기억의 포화로 인해 덧없이 사라질 것이라도 지금 엘고의 등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7 "──에르고?" 시로가, 뒤돌아봤다. 모나코의 바다를, 그들이 탄 배가 질주하고 있다. 모래의배였다. 기묘한, 관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에르고가 먹은 두 번째 신──사구전신(세트)의 권능에 의한 것이다. 한 때 사구전신(세트)이 형인 오시리스를 모살하여, 그 시신을 넣은 관을 나일 강에 흘려보냈다고 하는, 그 전설의 재현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8 문득, 에르고는 모르는 장소에 서있는 것을 깨달았다. 사막이었다. 지평선의 끝에, 커다란 태양이 지려고 하고 있다. 리고, 그 태양에 다가가듯이, 웅대한 강이 양양히 흐르고 있다. 무한하게도 생각되는 모래의 바다와, 은혜를 머금은 물의 강.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한 것이, 이 땅에 옛 문명이 싹튼 이유였다. 그리고, 이만한 토지에는, 강대한 신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과혹한 환경에 견디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했겠지. 너무나도 강대한 신이기에, 시대에 따라 취급은 크게 변했다. 온갖 신들의 왕으로서 존중받은 적도, 그만큼 강한 것은 악마라서다, 라고 비난당한 적도 있다. 취급은 악마였어도, 전신으로서 무시할 수 없다면서, 슬쩍 제사를 받은 적도 있었다. 허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는 거기에 있었다. "…………." 열사가 소용돌이친다. 강렬한 모래폭풍이, 세계를 전부 뒤덮는다. 에르고가 얼굴을 덮는다. 그로써 가면을 뒤집어 썼다는 걸 깨달았다. 이 가면이 있기 때문에, 모래폭풍 속에서도 가야할 장소를 놓치지 않고 그친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89 머잖아, 모래폭풍은 사라졌다. 소실한 중심에, 그는 있었다. 강한 햇빛 속인데도, 올라오는 아지랑이 탓에, 모습은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 인간형이다. 허나, 그 머리 부분은 개처럼도, 다른 동물로도 생각됐다. "당신이……." "아아, 그래." 라고, 그는 인정했다. "나는 형제(오시리스)를 죽였다. 관에 가두고, 거기다 열넷으로 분할해서, 나일강에 떠내려보냈다." 그 말을, 에르고는 혼으로 듣고 있었다. 자신의 혈육을 죽인 현장이, 그 때의 그의 행각이, 전부 뇌리에 재현되었다. "즐거웠냐? 즐거웠고말고." 그가 말한다. 그가 묻는다. "너도, 이제부터지?" 그 말대로다. 에르고는, 뤄롱을 형제라고 느끼고 있다. 피부색도 머리색도 다르다. 성격도 전혀 닮지 않았다. 그럼에도, 형제라고 생각하고 만다. 보통과 다르더라도, 단 한 명 뿐인 동포(겨레)라고. 같은 태반을 나눴던 두 사람이라고. 형을 죽인 신이, 묻는다. 형을 죽인 신이, 비웃는다. "너도, 형제를 죽이는 거냐?" 그 물음에, 에르고는 고민하지 않았다. 확실히 입에 담은 답에, 신은 방긋 웃었다. "그렇다면, 바라라!" 짖는다. 울부짖는다. "너의 온힘을 다해, 바라도록 해라!" 에르고의 가면이 변하는 것을, 자신은 보았다. 가면만이 아니다. 젊은이의 슈트에 침식되어있던 수정도 박리되어, 다른 형태를 이루고 있다. 실존하는 어떠한 짐승과도 다른── 마치 사람과 개가 복잡하게 뒤섞인 듯한, 기묘하고, 허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0 스승님이, 말한다. "자네가 먹었던 신이, 모두 물이나 바다에 관련된 성질인 것은, 싱가포르에서 단정할 수 있었다." 에르고와 만났던, 최초의 사건. 산령법정의 무시키와의 싸움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졌던 스승님의 신의 물음. "싱가포르에서 밝혀진 손행자는, 화과산 수렴동에서 비롯된 물의 신성이었고, 그 후 일본에서 밝혀진 사구전신(세트)은, 그 문명을 길렀던 나일 강과 인연 깊은 전승을 가진 강의 신이다." 물과 강. 하나씩, 에르고는 자신의 먹었던 신을 자각하고, 그 권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왔다. 산령법정의 선인과 싸우고, 용을 먹었던 옛 친구와 대치하며, 자신의 성능과 성질을 하나씩 확인하듯이, 내면의 신과 대화해 왔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알게 된 자네의 정체." 정복왕 이스칸달의 측근──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밝혀진, 에르고의 비밀. 알렉산드로스 4세. 서력 이전에 죽었어야 할, 저 이스칸달의 적자. "그렇다면, 마지막 신은 저절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스칸달과 자네의 관계가 연결된 단계에서, 그저 필연일 뿐이니까." "네." 라고, 에르고도 끄덕였다. (……아아) 역시, 다르다. 그 해적섬에서 여행을 떠났을 때와는 물론이고, 일본에 있었을 때와도,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와도, 에르고는 이미 다르다. 모나코에 온 직후와도, 다르다. 만났기 때문일까, 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이 청년은 누군가와 만남으로써 변해 간다. 싱가포르에서는 스승님과, 일본에서는 료우기 부녀와, 이집트에서는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와 만나, 그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하게 할 정도의 성장을 이루어 갔다. 마치, 전속력으로 트럭을 몰고 있는 러너처럼. "그 신은,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신 중 한 기둥이다." 라고, 스승님이 말한다. "다만, 인격을 가진 일화는 극히 일부밖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영어의 바다(Ocean)의 이름이 그것에 유래하는 것처럼, 혹은 호메로스가 신들의 부모라고까지 말했던 것처럼, 영향력은 극히 크지만, 그 전설은 적다. 가장 유명한 전승이, 신들과 거인의 싸움에서도 중립을 지켰다고 여겨질 정도라서, 여기에서도 확실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스승님의 목소리가, 폭풍의 바다에 울려 퍼진다. 바닷바람을 타고, 파도에 부딪혀서, 산산이 부서져 간다. "아마도, 신대에서도 그렇게 여겨졌겠지.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 아니라, 모든 하천이나, 흐르는 물 그 자체가, 저 신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자네가 먹었던 세 기둥의 신의 공통점, 수신(水神)・해신(海神)이라는 점에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바다도 강도 그 신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니까." 한순간만, 목소리가 멈췄다. "그러니까, 나의 왕은, 가장 끝의 바다에도 그 이름을 붙였다." (……설마) 라고, 자신은 목이 메었다. 이런 위기적인 상황에 있으면서도, 스승님이 말하려고 하는 이름을 깨닫고, 가슴이 벅차 버렸던 것이다. (설마, 그것은) 도대체, 몇 번, 우리들은 그 단어를 들었던 것일까. 정복왕 이스칸달이 목표로 했다고 하는 여정의 끝. 저 페이커의 꿈에서 환시했던, 인류에게는 닿을 수 없는 저편의 바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었다. "들어라, 에르고!" 스승님이 말한다. 만감의 마음을 담아서, 외친다. 마음속에, 저 바다가 있다. 푸른 바다가 있다. 황혼의 바다가 있다. 얼음으로 덮인 바다가 있다. 아무도 본 적 없는, 바다가 있다. "그 신의 이름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1 "──닿았군, 에르고." 그렇게 말한 것은, 스승님이 아니었다. 아연실색하여, 자신은 올려다보았다. 깔때기 모양으로 웅크린 회오리바람의 바로 옆에서, 빛의 윤곽이 되어 있는 지즈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신을 묻겠다. 너에게 먹게 했던 신은──" "그 신의 이름은──" 지즈와 스승님과, 두 사람의 이어지는 말이 합일했다. "오케아노스!" 바다가 갈라진다. 파도가 갈라진다. 해중에서 하늘(宙)까지를 갈라,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손오공과 같은 원숭이 형태도, 사구전신(세트)와 같은 인간 형태도 아니었다. 대신에 나타난 것은, 금속의 배였다. 결코 정상적인 인류의 역사에는 있을 수 없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배. "뭐, 야……이거……" 에르고의 신음은, 그것이 결코 환영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것은……단순한 신이 아니야……자연에서 생겨난……게 아니라……설마 플랫이 말했던 것은……이런……" 소리가 난다. 바다도 파도도 갈라서 상승하고 있는 배는, 기구나 프로펠러나 엔진 등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비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현대 과학에서조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메커니즘에 의해 성립된, 이형의 기술. 중력을 반전시키고, 빛의 속도의 섭리를 비틀어, 항성간을 이동하는 데까지 이르렀던 초월의 결정. "하늘에서……왔다……?" "에르고?!" 스승님이, 외쳤다. "선……생……님……!" 붉은 머리의 청년이 경련한다. 등에서 돋아난 환수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명멸하는 반투명의 환수와 에르고의 얼굴에, 수십 개의 기하학적인 빛의 선이 달리고 있다. 마술 회로가 아니다. 마치 혈액과 같은──액체 금속과 같은 무언가가, 청년의 표면에 떠올라서, 꿈틀거리는 뱀처럼 피부를 기어 다니고 있다. 아니, 뱀이라기보다 그것은……. (……케이블?) 어리석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신대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쪽의 곤혹스러움 따위는 내팽개친 채, 더욱더 엄청난 속도로, 에르고의 심층에서 마력이 짜내어져, 유성체의 지즈에게 공급되어 간다. "응, 후, 후." 지즈가 웃는다. 두르고 있는 빛이, 분명히 그 밀도를 늘리고 있었다. "지금까지처럼, 에르고가 먹었던 신만 잘 묻는다면 역전할 수 있다고,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나?" "지즈, 너는……!" "확실히, 세 번째 신은 간단하다. 특히 이스칸달과 인연이 있는 너의 경우에는, 틀림없이 맞출거라고 생각했지." 신의 정체가 오케아노스라면, 그럴 것이다. 스승님이, 그 신을 간파하지 못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 대답에는, 결코 풀 수 없는 속임수가 있다." "속임수, 라고……" "그리스의 몇몇 신은 말이지. 그 출신에, 이 행성(별) 이외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뭐 쉽게 말하자면, 우주선이라는 녀석이지." 너무나 황당한 말에, 자신의 사고가 정지했다. 스승님조차, 한순간 방심하고, 침을 삼키고 나서 되물었던 것이다. "……뭐냐, 그건? 우주선이라고?" "아아, 딱히 당신이 실수한 것은 아냐. 그건 올바른 추측으로 과거를 가정해 가는 방법의 한계인 거야. 실제로 그 과거에,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요소가 들어간 순간, 추리도 추측도 전부 파탄나는 거니까." 방황해의 마술사는, 큭큭하고 웃었다. "그것은, 갑자기 운석이 떨어져 지구의 생태계가 전부 파멸해 버렸습니다, 같은 이야기라고." "……빅 5." 스승님의 중얼거림에, 지즈의 윤곽이 가볍게 끄덕인다. "과연 잘 알고 있군. 그래 그래, 지구의 생태계는 거의 전멸하는 것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고 있지. 운석 같은 우주에서 날아온 것도 그중 하나다. 똑같이, 외우주에서 온 방문자가, 원주민들에게 신으로 취급받았다는 설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심각한 엉터리 가설로서겠지만." "…………" "하지만, 엉터리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어. 그렇지?" (……증명은, 할 수 없어) 그것은, 그렇다. 우리들은, 그런 실례를 몇 번이고 알아 버렸다. 예를 들어, 해저에 또 다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있었다는 것도, 저 아서 왕이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소녀였다는 것도, 제대로 된 역사가가 듣는다면 일축하고 끝날 것이다. 그래도, 마술 세계의 진실로서는 성립한다. "그러니까, 다른 신들을 물었던 방법만으로는, 오케아노스는 통달(統御)할 수 없어. 실제, 당신도 이 신의 이름을 바로 묻지 않았던 것은, 그런 위화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떠올렸다는 듯, 지즈가 덧붙인다. "일단 말해두자면. 일본의 사건만은 좋지 않았다. 우리 바보 제자가 붙잡힌 탓에, 그 출처가 상당히 새어나갔지. 경우에 따라서는 당신이 눈치챌 수도 있어, 라고 허둥댔다고." "아……" 떠올랐다. 확실히, 펨의 선연(카사) 이전에서, 두 번만 지즈가 모습을 드러냈던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싱가포르에서, 가면을 쓰고, 우리들을 에르고의 곁으로 유도했다. 한 번은 일본에서, 에르고와 뤄롱의 싸움 직후. 확실히, 그때의 뤄롱은 단순한 신이나 용과는 동떨어진 힘을 휘두르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가장 끝에서 주춧돌 되는 꿈의 탑(롱고미니아드 뮤토스)〉에 의해 봉인되었지만, 모든 것을 분자로 분해했던 와중진동(渦重振動) 등, 신이나 용의 권능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위화감도 품고 있었다. 그것이, 예를 들어 우주선의 기능이나 병기였다고 한다면? (……그런 거)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나도 엉망진창이다. 마술사가 관련된 사건은 언제나 그렇다고는 하지만, 어처구니없음에도 정도가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2 "거기──!" 에르고와 둘이서, 그 간극으로 뛰어들었다. 제7마성의 거대한 팔꿈치에 착지. 그대로 주먹의 너머, 골렘의 일격을 피한 지즈를 향해, 달린다. 옆에서, 에르고가 속삭였다. "신핵 장전・오케아노스." ─장전/신이라는 이름의 탄환. * 제7마성의 팔꿈치에서 주먹까지는, 겨우 20미터 정도. 지금의 우리들이라면, 단 세 걸음의 간격. 심장이 고동친다. 한 걸음으로, 각오를 다진다. 이어서 에르고의 말은, 이랬다. "신격 전개・기신 오케아노스." * ──전개/주변 부위 포신의 치환. * 바로 옆에서, 신의 권능이 에르고에게 깃드는 것을 느꼈다. 그 마력은 그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나의 몸도 순환했다. 웅장하고, 엄숙한 마력이었다. 다정하게 느껴졌던 것은, 신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에르고의 그것이었던 듯하다. 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쪽을 배려하고 있는 그의 마음을 느껴 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년은 중얼거린다. "신각전요(神殼纏繞)・크리로노미아." ──전요/내 손은 신을 건조한다──! 우리들의 시선 앞. 제7마성의 팔 끝에, 지즈가 부유하고 있었다. 이 순간에도, 방황해의 마술사는 아름다웠다. 그것이 고유결계를 성립시키기 위한 수식과 같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는 무엇 하나 손상되지 않았다. 에르고가, 외쳤다. "지즈──!" "에르고──!" 지즈의 몸에서 빛이 방출된다. 더 이상 분신으로 성립시킬 여유조차 없었는지, 광탄을 직접 사출해 온다. 기관총에 필적하는, 강대한 마력의 난타. 반 보만 앞으로 나선 에르고가 키프로스의 검을 들어 올리자 번개가 달리고, 여섯 개의 환수와 함께, 광탄을 튕겨냈다. 앞으로, 한 걸음. 자신과, 에르고가 나란히 선다. 옆으로 내민 검의 자루를, 자신과 에르고는 두 명이서 잡는다. "너는, 너희들은──" 그 검을 앞에 두고, 지즈는 빙글하고 손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고유결계의 암흑이 덮쳤다. 제7마성조차 정체시키는, 새로운 행성의 질서(룰). 하지만, 검에서 방출된 황금빛이, 아주 잠깐만 그 암흑을 물리친다. "오케아노스의 권능인가──!" 자세한 것은, 자신에게는 알 수 없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에르고의 기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케아노스의 근원이 우주선이며, 항성간도 항행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우주 공간의 허무를 재현한 지즈의 암흑에 내성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신대의 마술조차 능가하는 것이, 별의 바다 어딘가에 존재했던 것이다. 크리로노미아, 라고 에르고가 중얼거렸던 권능은, 그리스어로 유산이라는 의미였다. 이 자리의 결착에, 너무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3 뽀글, 하고 입안의 거품이 토해진다. (……여기는) 에르고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나, 신을 물을 때 찾아오는 장소다. 손행자일 때는 해면이었고, 사구전신(세트)일 때는 모래의 바다였다. (……아마, 그건) 자신의 안쪽이라는 의미로, 그레이의 정신세계나, 지즈의 고유결계도 똑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이번에는, (……바닷속?) 서늘하게 차가운, 어두운 물에 둘러싸여 있다. 엄청난 양의 물이었다. 현실과는 다른 개념의 그것이라고 해도, 원래라면 에르고는 속수무책으로 압사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은, 자신이 먹었던 것 때문이라고, 지금의 그는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있다, 고 느꼈다. (……아아, 그렇군) 확신한다. 생각해 보면, 여행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닐까. 해적들에게 발견되기 이전,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포드의 채로 배출된 이후부터, 그는 줄곧 심해를 방황하고 있었다. 그대로 누구의 눈에 띄지도 못하고, 영원히 표류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2년의 시간을 지나, 해적들에 의해 끌어올려진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지금의 에르고는 알고 있었다. 그가 몰래 지켜봐 주고 있었던 것이라고, 깨닫고 있었다. 아버지가 요구하고, 그 이름을 붙였던 바다 그 자체. "당신은, 거기에 있다." 그것은 바다의── (──에?) 하지만. 하지만, 그것은 에르고의 상상과도, 엘멜로이 2세의 예측과도 전혀 동떨어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4 “저는 아버지에 대해 잘 모릅니다.” “이스칸다르 말이야?” “네.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것이 전부입니다. 멋대로 남의 돈으로 전략 게임을 샀다든가, 오케아노스를 목표로 했다든가. 어딘가 항상 부끄러워하시면서도, 가르쳐 주실 때는 굉장히 기뻐하시면서.” 엘멜로이 2세의 이야기 곳곳에서, 그 인물상을 엿볼 수 있다. 불과 2주 정도 함께 행동했을 뿐인데, 타인의 일생을 완전히 바꿔 버릴 정도의 영향을, 그 대영웅은 끼쳤던 것 같다. 실제로, 이 여행에서 그것이 엘멜로이 2세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에르고는 몇 번이나 깨달았다. 2천 수백 년이 지나도, 이스칸다르라는 남자가 역사에 남긴 발자취는, 얼마나 거대한 것인가. 이스칸다르 본인에게만 그치지 않고, 그가 이끌었던 영웅들 또한, 각자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버렸다. 동서 문화의 융합과, 그에 따른 신의 변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라는, 거대한 지식의 저장소. 혹은, 프톨레마이오스와, 또 하나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이루려고 했던, 이스칸다르라는 영웅의 신격화. 모두, 경탄할 만한 사건들이다. 세 기둥의 신을 먹인다는 의식으로 이어진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에르고는 아직, 그것을 아버지의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금의 자신과 이어지는 요소로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읽은 어딘가의 누군가처럼,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아직도 남 이야기 같은 인상을 주었다. “머리카락은, 붉은색이었다고 합니다만……” 하고,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전설과는 달리, 아버지는 훨씬 더 크고, 2미터 이상이나 되는 거한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된 것은 제우스의 가호 때문이라고도 했으니, 저는 그렇게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5 시로가, 이렇게 물었다. “에르고는, 엘멜로이 2세에게 여러 가지 배웠어?” “아, 네. 선생님은, 월륜관(月輪観) 같은 걸 가르쳐 주셨습니다.” “월륜관?” “자신의 마음속에, 달을 떠올리는 겁니다. 처음에는 양손 사이에 들어갈 정도로 작게, 점점 크게 만들어서, 자신을 삼킬 정도로──결국에는 마을 하나를 뒤덮을 정도로 커지는 것을 상상하라고.” “심상인가.” 하고, 시로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런 건 알아. 마음속이라면, 얼마나 위대하고 거대한 것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네.”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울 같은 달입니다. 처음 배웠을 때, 달에 비치는 것은, 저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가 비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여행의 추억이나, 만났던 사람들이나.” “엘멜로이 2세 같은?” “선생님도요.” “토오사카도?” “린 씨도요.” “플랫도?” “플랫 씨도, 시로 씨도, 언니도, 라티오 씨도, 미나 씨도, 미키야 씨도, 시온 씨도, 프톨레마이오스 씨도, 백약롱 씨도. 나라마다 완전히 다른 거리도, 전혀 다른 바다도, 산도, 도서관도, 카지노도.” 에르고가 눈을 가늘게 떴다. "놀라울 정도로, 이 세계는, 아름답습니다."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청년을, 시로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워서, 그런 추억이, 제 내면의 달에 비치고 있어요. 기억 포화로 더는 기억할 수 없는 추억도 많이 있지만 ──어쩌면, 그쪽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사라져 버린 기억의 윤곽조차, 정말로 아름다운 겁니다. 피를 토할 정도로 힘들었던 것도, 심장이 불타오를 듯이 분했던 것도, 돌을 삼킨 듯 괴로웠던 것도, 정신을 차려보면, 제 보물이 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여행이 좋은거야?"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좀 더, 계속,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가고 싶은 곳도 많이 있고! 바위가 파도처럼 생긴 오스트레일리아의 웨이브 록이라든지, 카파도키아의 기암 굴이라든지! 옐로나이프의 오로라의 색도 보고 싶고, 테오티우아칸의 달의 피라미드도 올라가 보고 싶어. 이 발로 걷고, 이 혀로 공기를 맛보고, 이 피부로 느껴보고 싶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제멋대로 실망도 해 보고 싶어. 일본이나 이집트도, 한 번만으로는 전혀 부족해요. 몇 번이고 다시 방문해 보고 싶어요!" 몹시, 정열적인 어조였다.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은, 너무나도 순수한 동경이 청년에게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거기서 목소리가 막혔다. 이어서 나온 것은, 전혀 다른 화제였다. "……그런 저는, 알렉산드로스 4세에 어울리는 걸까요." 에르고가, 눈을 깜빡거린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자신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튀어나와 버렸다. 튀어나와 버리자, 몹시 납득하게 되는 자신도 있었다. 그런가. 나는, 계속 그 점을 신경 쓰고 있었던 건가. "그렇네." 하고, 시로가 말했다. 진지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신경 쓰였던 모양이에요." 부끄러운 듯이, 에르고가 답한다. 쑥스러움을 감추듯이, 테이블에 남겨져 있던 바르바주앙을 입에 넣는다. 고소한 껍질을 씹어 삼키고 나서, 말을 이었다. "선생님에게도, 프톨레마이오스 씨에게도, 얼마나 정복왕 이스칸달이 특별한 존재인지, 싫을 만큼 알게 됐어요. 저에게도 아버지와 같기를 바라거나 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저는 그렇게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응. 알아." 에미야 시로와 이야기하는 감각은, 다른 누구와도 달랐다. 엘멜로이 2세처럼 타이르는 것도 아니고, 그레이처럼 지나치게 진지해서 고민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솔직하게 받아들여 주고 있는, 강철의 숲과 같은 고요함이 있었다. 한 자루 검과 마주하는 듯한, 부드러운 엄격함이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6 수정의 금서고에 침묵이 흘렀다. 라티오도 탄겔도 할 말이 없자, 과감히 자신이 입을 열었다. "스승님⋯⋯⋯. 알렉산드로스 4세는 어떤 분이신가요?" "전승은 극히 적다." 이스칸달에 관한 것이라면 조사할 수 있는 것은 다 조사했을 스승님의 말대로라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몇 안 되는 전설을 모은 총체라면, 비극의 왕자라고 할 수 있겠지." "비극?" "우선, 알렉산드로스 4세는 아버지 이스칸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어쨌든 이스칸달의 사후에 태어난 아이니까." "사후에, 뭐요?" "이스칸달의 아내가 임신하고 있던 아이였으니. 그렇기에 늘어선 군신들 앞에서, 알렉산드로스 4세의 지위는 안정적이지 못했다. 우선 정말 이스칸달의 아들이 맞는지 의심하는 자도 있었고, 그의 어머니가 동방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마케도니아의 왕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그 광경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앞에 두고, 한때 함께 싸웠던 이스칸달의 신하들이 서로 다투던 시대에 대해, 나는 알고 있다. 디아도코이 전쟁, 그 이름은 그렇게 불린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7 "결국 알렉산드로스 4세는 여러 차례의 분열과 대립을 거쳐 이스칸달의 어머니——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조모인 올림피아스에 의해 옹립되었다. 그러나 그 후, 자신의 왕조를 세운 후계자(디아도코이) 중 한 명인 카산드로스에 의해 유폐 당하게 되었다.""알렉산드로스 4세는, 유폐되어 있었다⋯?" "아아. 조모인 올림피아스는 암살당했고, 알렉산드로스 4세는 겨우 일곱 살의 나이에 포로가 되는 수모를 겪었다. 후계자(디아드코이) 중에서도, 유폐한 카산드로스는, 그 왕가에 대해 강한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으니. 일설에 따르면, 그는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모든 문장을 멀리하고, 읽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 잠시 숨이 막혔다. 단순히, 자신이 어린 시절 도피처로 책을 선택했던 사람이라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책을 좋아하느냐 마느냐는 개인의 성질에 따르는 것이다. 일 년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읽지 못하도록 멀리하게끔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강렬한 악의를 드러내고 있어, 썩은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소제에겐, 너무 괴로운 이야기로 들려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고대의 잔인한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라며. 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면 어떻지?" "이유?" 스승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방금 전의 역사에 대해,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로스 4세가 누구도 글을 가르치지 않았어도, 무엇이든 읽을 수 있는 언어의 천재였다고 한다면?" "⋯⋯아."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자신은, 그런 상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 탑승 중, 그 나라의 가이드북 몇 권만 읽으면 일상 회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는, 초인적인 언어 능력의 소유자를. "⋯⋯에르고." "그래, 우리가 알고 있는 에르고의 특징이지. 그것은 환수와도 먹은 신과도 관계없는, 에르고 본인의 능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자질을 보게 된 카산드로스는, 한때의 정복왕의 면모를 발견하고 견딜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지금 받은 충격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8 "엘멜로이 2세." 뒤에서 듣고 있던 라티오가 목소리를 높였다. "한 가지, 라티오도 물어봐도 괜찮을까." "무엇이지?" " 지금의 이야기로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스칸달을 중심으로 신화를 재구성한 것과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가정해서——가 신을 먹게 한 것 사이에는, 마술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거기에 대한 고찰은 없는가?" "⋯⋯그래, 그렇다. 네 말대로다. 연관성과 의미가 생기지." 스승이 중얼거린다. 눈썹 사이 주름이 깊어졌다. 곧이어 목구멍을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인류사에 있어 가장 대규모로 신화를 재구성한 영웅 중 한 명이다. 가령 신화를 마술기반 중 하나로 본다면, 이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술식을 집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아아, 이스칸달이 두 신화에 걸쳐 있는 주신의 아들이라는 것이 단순한 강변일지라도, 신대 말기 이집트의 신관단을 실제로 이끌었다면 진실로 역사에 새겨질 여지가 있다." 스승의 말이 수정 수목 사이로 울려 퍼진다. "⋯⋯⋯아니, 설마." 그리고 그것은 계속되었다. "설마, 반대인가? 프톨레마이오스가 이집트를 통제하기 위해 신화를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면? 아니, 애초의 목적이 이집트 통제를 위해서였다고 하더라도, 도중에 또 다른 용도가 덧붙여졌다면?" 스승의 하얀 손이 얼굴의 오른쪽 절반을 가렸다. 마치 현실을 보지 않으려는 듯했다. 아니면 어둠 속에 감춰진 무언가를 꿰뚫어 보려는 듯이. "현대와는 달라. 닥터 하트리스 때와는 다르다. 이미 쇠퇴기이긴 하지만 신대의 이야기다. 지하세계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정말 지하에 존재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현대에 누군가를 신으로 만들면 상징적・신앙적 의미밖에 없지만, 신대라면 아직은 정말 신으로 만들 수 있다. 지극히 물리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신이다. 이 상황에서 제한적으로라도 이스칸달을 신으로 삼았다면⋯ 왕의 혈통은 곧 신의 혈통이 된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299 신경증처럼, 빠른 말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긴 손가락이 스승 자신의 관자놀이를 기어간다. 바삭바삭, 손톱이 얕은 광대뼈 부근까지 긁어댔다. "엄밀히 말하면 그리스와 이집트만 있는 게 아니야. 페르시아권과 그 주변을 포함한 더 많은 신화의 습합이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4세는 마케도니아 왕가의 28대 왕(바실레우스), 이집트 32왕조의 신왕(파라오), 페르시아의 왕중왕(샤 한 샤)이었다. 이 위대한 칭호들은 그의 인생에 있어 거의 무의미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에는 절대적인 공백이 생긴다. 아니, 태어날 수밖에 없다. 정복왕 이스칸달에게는 확고한 실존이 있었고, 그것은 알렉산드로스 로망스를 아무리 덧씌워도 훼손되지 않았지만, 알렉산드로스 4세는 달랐을 것이다. 기억의 포화상태가 그러하듯 방대한 정보량은 하나의 인생을 밀어내 버린다. 더군다나 생전부터 모든 이야기에서 멀어진 상대라면⋯? 허와 실 사이의 절대적인 공백은 어떤 형태를 취하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0 가정에 이은 가정. 추론에 이은 추론. 어지럽게 스승의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스승의 내면에 구축된 정신의 궁전에서 벌어지는 일들. 지금까지 제대로 된 단서도 없고, 추론할 수도 없었던 에르고의 과거를——에르고일지도 모르는 인간의 과거를 스승의 생각이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예를 들어 달력 제작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하나의 국가사업으로서는 최대급의 시간 마술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륙에 걸친 신화의 변용을 통째로 이용한다면⋯⋯예를 들어 후대의 역사를 바꿀 만큼 문화의 초석이 되었다면 어떨까? 아아, 이것만큼은 마술사에겐 불가능해. 인세에 등을 돌린 마술사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왕의 일이다. 동시에, 이 정도면 성립할 수 있고, 방대한 시간도 필요하겠지. 방황해와 산령법정, 아틀라스원, 각 마술 조직의 울타리를 넘어 신대의 마술사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보통의 스승이라면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런 노력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전율이 지금 스승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스승님?" "⋯⋯⋯이것⋯⋯⋯은⋯⋯." 겨우 짧은 말이 흘러나왔다. 끊어진 대사를 다시 말하듯 스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것은⋯⋯⋯." 어렴풋한 무언가가 스승의 눈동자 속에서 형태를 갖춰간다. 단순한 추측에 불과했던 그 무언가가, 묘한 열기를 품어간다. "이것은⋯⋯ 인류의 세계와 신화 그 자체를 이용한, 초발급의 대의식 마술이다." 신음소리가 끊어졌다. 긴 강의를 마친 스승이 어깨를 으쓱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1 "목적도 정체도 모르겠다. 이런 건 만리장성의 재료를 보고 어쨌든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같은 말을 하는것 뿐이다. 그래도, 세 명의 마술사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있다. 신을 잡아먹게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술식이 성립된 것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빼어난(優れた)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지만, 당신은 무엇을 만든 거지, 프톨레마이오스⋯!"외침은 너무도 처절한 울림을 담고 있었다. 인생을 걸고 쓴 논문이, 그런데도 여전히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 듯이. 라티오도, 탄겔도 당장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마도, 스승님의 호소의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그 의미와 가치를 알지 못한다. 그저, 참을 수 없어 물었다. "그러면, 스승님." 왜냐면, 그렇겠지. 나에게 신경 쓰이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스승님은, 정말로,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스승님이 침묵했다. 한동안 수정 바닥을 바라보다가, 돌멩이를(ゴロリと石を吐く) 뱉어내듯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머리를 흔들었다. 내면에 담긴 복잡한 갈등까지 선명하게 전달될 정도로. "프톨레마이오스와 세 마술사가 한 모든 일을, 나는 도저히 해체할 수 없어. 아까 이야기한 것과 같다. 사용된 재료로 규모와 종류만 파악할 수 있을 뿐, 그 용도나 정체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 장소가 완전히 독립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 중에서도 극비의 실험이었을 테다⋯⋯." 말을 이어간다. 그 호흡이 천천히 정돈되어 가는 것을 나는 느꼈다. 파도가 일렁이던 수면이 하나의 질서를 되찾아가는 것과 비슷했다. 마치 극점에 움직이지 않는 별을 발견한 여행자 같기도 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2 "그러니까." 라고, 에르고가 말했다. 애절할 정도의, 미칠 듯할 정도의, 필사적인 모습으로, 바랐다. "저에게, 다시 한번 물어 주세요." "…………" 그 말에, 스승님이 숨을 멈췄다. 그리고, 청년은 또 다른 클래스메이트를 불렀다. "플랫, 도와줄래?" "물론!" 플랫이, 이마에 손을 올리고, 경례한다. "알았다. 하자. 그레이, 방어를 부탁한다." 스승님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끄덕였다. "──달을 떠올려라, 에르고." 그 소리와 함께, 그가 눈을 감는다. 다행히, 지즈의 주의는, 지금 이쪽에서 벗어나 있는 듯했다. 에미야 시로의 고유결계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겠지. 더 이상 고유결계의 출력이 떨어지면, 다시 반 펨의 제7마성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검과 분신과 드론들이 격돌하는 전장도, 겉보기에는 정체된 듯이 보일 전장도, 모두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도, 라고 자신은 생각한다. 스승님과 에르고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지, 뒤쪽의 린과 루비아가 적을 끌어들이려고 해 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에 안주하지 않고, 주위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어떠한 방해도 하지 않도록, 검이 꽂힌 황야에, 신경을 팽팽하게 당긴다. "그럼 간다, 에르고 군!" 플랫이, 에르고의 몸에 깃든 마술 각인으로부터, 동조를 위한 마력을 침투시킨다. 그 감각에 몸을 떨면서,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플랫." "응, 왜?" "유산 동맹(렘넌트 오더)은, 좋은 이름이었어." "완벽하죠! 분명 셰로 군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요! 아, 쥬스트 군도 동료로 넣어줘도 괜찮을지도?" 그랬었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유산을 이어받고 있다. 이시리드가 이어받은 유산. 쥬스트가 이어받은 유산. 플랫이 이어받은 유산. 에미야 시로가 이어받은 유산. 그리고…… "……내가 이어받은 유산." "지금부터, 나는, 왕을 묻는다." 옆에서, 스승님이 불을 붙였다. "그 남자가 태어난 것은──기원전 323년, 바빌론에서의 일이다." 바빌론. 저 정복왕이 죽었던 땅. "정복왕 이스칸달의 급사로 인해, 대제국은 분열 직전이었지만, 필두 서기관 에우메네스와 천인대장 페르디카스의 노력으로, 왕비가 임신하고 있는 아이에게 맡기게 되었다. 즉, 뱃속의 아이가 남자라면, 대제국 전부를 넘겨주려고,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매끄러운 강의는, 훨씬 전부터 준비했던 것 같았다. 아니, 실제, 그랬을 것이다. 저 왕에 얽힌 논문이나 역사서를, 스승님은 샅샅이 읽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이야기 정도라면, 언제든지 외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태어난 것은 남자였다. 이 한순간만은 모든 우려가 사라지고, 신들이 다시 대제국에 미소 짓는 것처럼 생각되었겠지. 하지만, 안녕의 시간은 짧았다. 섭정이 된 페르디카스는 암살당하고, 이번에야말로 제국은 분열하여, 긴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으로 돌입해 버렸기 때문이다." 후계자 디아도코이 전쟁.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전우끼리 피로 피를 씻는, 싸움의 나날. "왕의 적자는, 이 전란 초반에 있어 확실히 왕권의 상징이었다. 그를 보호하는 자야말로 정통 제국의 섭정이라고, 여러 장군이 자처했지만, 때로는 병사하고, 때로는 전쟁에서 패배하여, 안정되지 못했다. 사실상, 거의 마지막 섭정이 된 것은, 그의 할머니──정복왕 이스칸달의 어머니인 올림피아스다." "할머니……" 멍하니, 에르고가 말한다. 끄덕이고, 스승님이 이어간다. "저 여걸은 과감하게 침략을 하고, 제국 중추인 마케도니아를 되찾았지만, 맹진격도 거기서 끝났다. 농성 끝에, 결국에는 패배하고, 왕의 적자는 이미 과거만큼 왕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유폐된다. 이것이 기원전 316년의 일. 그는 아직 7세. 즉, 의식이 생긴 시간의 대부분은, 유폐 시대였던 것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것을 스승님이나 주변 사람은 말했었다. 하지만, 그의 시점에서 말해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스승님이, 묻는다.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왕이라고 불리면서, 의식이 생기고부터, 줄곧 유폐되어 있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것은." 에르고의 눈썹이, 괴로운 듯이 찌푸려졌다. 분명, 에르고는 보고 있다. 지금, 스승님이 유도하고 있는 광경을, 그는 보고 있다. "플랫, 괜찮겠나?" "맡겨 주세요, 교수님!" 곧바로 마술식이 조립되어, 에르고의 마술 회로로 침입한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사전에 들었다. 마술 해킹과 같은 요령이다. 불과 반나절 전, 플랫이 에르고에게 하려 했던, 신을 먹는 자의 술식 분석. 저번에는 부주의하게 술식 그 자체에 도전하려다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스승님이 지켜보며, 범위를 신중하게 제한하면서, 하고 있었다. 최면 암시와, 같은 방식이었다. 마술 그 자체는 보조이고, 에르고 내면에 새겨진 잔재를 부풀리는 방법. 기억이란, 반드시 뇌에만 새겨지는 것은 아니다. 이식된 내장에 기억이 깃든다는 도시 전설이 있지만, 지금 스승님과 플랫이 하고 있는 작업은 그것과 비슷했다. 즉, 마술 회로에 새겨진 기억의 파편을, 추출하려고 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3 "……돌벽이, 보입니다." 라고, 에르고는 중얼거렸다. "돌벽에, 상처가 보입니다. 매일 일어날 때마다 긁었던 상처. 수백은커녕, 수천이나 되어 버린 상처." "아마 2000개 정도 되겠지. 왕의 적자가 유폐되어 있었던 것은 6년에서 7년. 충분히 성장했을 터인 적자를 왕으로 앉혀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자, 드디어 그는, 어머니와 함께 독살당하게 되었다." "…………" 지즈의 말을, 떠올렸다. 이 행성의 생명은, 처음부터 방향성을 잘못 알고 있다고. 아름다운 것을 동경하기에, 이렇게나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거라고.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누구나 갈망하고, 누구나 열광했던, 위대한 정복왕. 그 아들에 대해서, 이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는데. "한 번, 일리아스를 읽었다. 아버지도 좋아했다고 들어서, 너무나 기뻤어." 청년이 웃는다. 지금보다, 훨씬 어린 미소였다. 아마, 7세 또는 8세. 유폐되어 버린 직후의 나이. "하지만, 한번에 전부 암기하니까, 모두가 무서워하며 빼앗겼어. 이후로는 책은커녕, 어떠한 문자에서도 멀어지게 되었지."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도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본인의 입에서 들리는 그것은, 마치 다른 질감을 띠고 있었다. "……아아, 그래. 드디어, 하나, 과거의 기분을 떠올렸어." 라고, 에르고는 독백한다. 청년의 표정은, 몹시 맑았다. "그때도, 나는 고민하고 있었어. 정말로, 내가 저 사람의 아들인지. 세계의 절반을 손에 넣었던, 위대한 정복왕의 아들이라는 것은, 정말인 건지." 기억 포화 이전부터, 줄곧 그는 빼앗겨 왔었다. 아버지는 없었다. 제국은 빼앗겼다. 할머니도 빼앗겼다. 마침내는 왕의 아들이라는 것마저 빼앗기고, 서적조차 빼앗겼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머니와 함께, 목숨을 빼앗겼다. (……그런 건) 신을 먹은 자의 기억 포화로부터, 처음 되찾은 본래의 기억이, 그런 것이었나. "줄곧 의심하고 있었어. 정복왕 이스칸달의 아들이라는 것을. 저 파라오를 이은, 새로운 파라오라는 것을. 다리오스 3세로부터 정복왕 이스칸달이 이은, 페르시아 제국의 왕중왕(샤한샤)이라는 것을."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니다. 세계사에서도 특필할 만한 대영웅인 정복왕 이스칸달이라면, 자신의 힘으로 하나하나 손에 넣은 왕관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랬다. 그렇지 않은 그를, 세계는 허락하지 않았다. 군주(로드)가 아닌 스승님을, 이제 시계탑이 허락하지 않는 것과, 어딘가 비슷한 것은 아닐까. "줄곧……무서웠고, 슬펐어." 라고, 그는 이어서 말한다. "내가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 죽이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아……) 어린 소년의 가슴을 막았던 기분은, 그런 것이었나. 사람은, 이유를 찾는 것이다. 우주의 인과의 모든 일에선, 모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4세가 자신의 중심으로 삼아 버렸던 이유는, 자책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싸울 때마다, 그 죽음만을 저는 전해 들었습니다." 에르고가, 말한다. "나는 마케도니아의 왕이니까, 파라오니까, 왕중왕(샤한샤)이니까, 그들의 죽음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돼.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책임만은 지지 않으면 안 돼. 분명, 누군가의 위에 선다는 것은 그런 거니까." 총명한 아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총명함은, 결코 본인을 구원하지 못했다. 그를 중심으로, 무수한 인간이 싸우고 있었다. 아버지와 생사를 함께했을 전우들이 서로 증오하며, 친어머니와 할머니조차 거기에 가담하여, 살육했다. 뒷골목의 음모로, 피비린내 나는 전술로, 수만 명의 죽음이 계속되었다. 그런 가운데, 그가 규탄한 것은, 자기 자신의 자질이었던 건가. "좀 더 현명했으면 좋았을까? 좀 더 용감했으면 좋았을까? 좀 더 강하거나, 좀 더 말을 잘했으면, 인정해 줬을까? 아니면, 좀 더 거만하거나, 좀 더 비겁했더라면 좋았을까? 어느 하나라도 할 수 있었다면,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목표로, 아버지처럼 다시 한번 모두를 규합할 수 있었을까?" 줄곧, 고민하고 있었나. 갇혀버린 돌 감옥 속에서, 소년은 그저 자신의 무능함을 후회하고 있었던 건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4 스승님이, 입을 열었다. "달을, 떠올려라. 에르고." 한 박자 두고, 이어서 말한다. "거울 같은 달이다. 거기에는 자네가 비치고 있어. 고대에 독살당하기 직전의, 14살이었을 때의 자네다." "네." 자신도, 달을 상상했다. 거기에는, 좀 더 어렸을 때의 에르고가 비치고 있다. 갑자기, 공기가 무게를 늘린 것처럼 느껴졌다. 에미야 시로가 조종하는 검과, 유성체들의 격돌은 변함없이, 스승님과 에르고와 플랫 세 사람의 주위만, 장엄한 성당으로 변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정당하다." 라고, 스승님은 말했다. 마술 의식의, 지도자처럼. "지금 자네의 고민은, 모두 정당하다." 왠지, 스승님도 몹시 괴로워 보였다. 에르고의 괴로움을, 스승님도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을 부정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없다. 유능했다면, 혹은 비열했으면 잘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어.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을,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돼." 하나씩, 풀어내듯이 말한다. "받아들일 수 있나." 라고, 질문했다. "자네가 아무런 실패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자네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고 해도, 여전히 죽은 자를 자네 책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나." "…………" 곧바로, 에르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있나, 왕이여." 다시, 스승님이 말한다. "자네의 친족의 죽음을, 자네 자신의 죽음을, 자네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나." (……그런 건)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겨우 14세──아니, 왕족으로서 지내던 시절이라면 겨우 7살이었던 아이가, 그런 것을 받아들여도 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스승님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어째서, 그런 것은 쳐내라고, 말해주지 않는 건가. "……받아 들이겠습니다." 조용히, 에르고가 끄덕인다. 스승님도 또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라고, 이어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의 고민은 정당하다. 고민이 정당하기에, 자네는 왕으로서도 정당하다." 양복에서, 스승님이 세련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온 힘을 다해, 폐에 공기를 들이마시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복왕 이스칸달, 최후이자 최신의 신하가, 여기에서 승인한다!" 상자 속 내용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것은──) 알고 있다. 제4차 성배전쟁에서 사용되어, 스승님이 세계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홍색 천. 정복왕 이스칸달의 성유물. "그대는 왕이시다. 아르게아스 왕가의 28대 왕 바실레우스이시다. 이집트 제32왕조의 3대 신왕 파라오이시다. 그리고. 저 페르시아 제국의 왕중왕(샤한샤)이시다!" 성유물을 내걸고, 스승님은 강하게 단언했다. "그리고, 자네의 이름은──" 그러니까, 역시, 그의 이름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에르고는 맹세했다. 줄곧 감고 있었던 눈꺼풀을, 뜬다. "──나는,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우웅, 하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붉은 머리의 젊은이를 중심으로, 마력의 소용돌이가 솟아올랐던 것이다. 젊은이의 내면에서 잠들어 있던 세 기둥의 신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것처럼도 생각되었다. 동시에, 젊은이의 품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와, 떠올랐다. 가면이었다. "일본에서 말했었지. 가면이란, 변하고 싶어 하는 인간을 위해 있다고." 스승님이 중얼거린다. "거기에 에미야 시로가 손을 댄다, 는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자네의 변모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다가섰을 거라고." 가면의 형태는, 저절로 변형되었다. 하얗게 투명한 재질은 그대로, 길고 가는 관의 형태로. "이것은……" "유럽의 왕관은, 로마 제국 콘스탄티누스 1세에서 비롯되었지. 그리고, 그 원류는 페르시아의 천관(다이아뎀)이며, 한 설에 따르면 정복왕 이스칸달 사후, 천인대장 페르디카스가 그 천관을 가지고 돌아와, 자신이 후견하던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계승시켰다고 한다." 스승님이, 하얀 관을 손에 들었다. 상냥하고, 공손하게, 에르고의 머리에 씌었던 것이다. 그러자, 관에 맞춰서, 에르고가 입고 있던 옷까지 변화하여, 젊은이의 등에는 맹렬하면서도 우아한 진홍색 망토가 휘날렸던 것이다. "선생님, 이건──" 콜록, 하고 스승님이 조금 부끄러운 듯 헛기침했다. "망토는 내가 주는 덤이다. 약간의 허세로, 전용 예장을 준비하고 있었지." 성유물의 작은 상자를 소중히 넣으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그 속 내용물의 성유물과 망토가 같은 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에르고는 깨달았을까.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 "잘 어울려.──네게, 어울린다." "……정말로, 어울리나요?" "당연하고말고." 스승님이 단언한다. "알겠나. 누가 딴지를 걸더라도, 내가 전부 받아쳐주지. 네야말로 그 녀석의 아들에게 어울린다고. 만약, 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녀석이 있다면, 설령 그게 그 녀석 자신이라고 해도, 이 내가 날려 버려주겠어!" 쥐었던 주먹은 약하고, 저기 있는 학생이라도 쓰러뜨릴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지금 살아있는 중에서, 이 사람보다 적임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에르고도 눈물을 닦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5 쓰러진 지즈를, 에르고는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미, 그 관은 벗겨져, 진홍색 망토와 함께 넣어졌다. 아마 스승님이 건네준 진홍색 망토 예장에는, 그러한 수납 기능이 있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6 "자, 다녀와라." "네!" 몸을 돌린다.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에르고가 검의 황야를, 똑바로 지즈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쳤다아……" 플랫이, 털썩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신경을 깎아내리는 작업이었겠지. 자신은 그것을 보면서, 물었다. "스승님. 저건……" "원래, 에르고가 세 위의 신을 먹는 인간으로 선택된 것은, 위대한 정복왕의 직계로 태어났으면서 두드러진 개성을 갖지 못한, 공백이기 때문이었지." 그 이야기는, 이전에도 들었다.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하지만, 그 신을 통달(統御)한다고 한다면, 필요한 것은 반대이다." "공백의, 반대……?" "기억과 인격. 신과 대치할 때에, 언제나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강한 의지겠지." 이치는, 알겠다. 마술을 행사하는 것도, 결국은 본인의 인격이 전제이다. 강한 의지가 있는 곳에야말로, 신비는 태어난다. 그리고 의지를 낳는 것은, 기억과 인격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연히, 기억 포화는 더욱 진행된다. 이미 가득 차 있는 컵에, 더욱 물을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에르고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기억 포화가 해결될 때까지, 이런 기억 유도는 하지 않았어…… 지금, 이 순간까지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시선을 들어올린다. 벌써, 진홍색 망토가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러니까, 부탁한다. 녀석을 원호해 줘." "네!" 뛰쳐나간다. 스승님이 바라보고 있는, 에르고의 등을 쫓아, 달렸다. (중략) 달리면서, 에르고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몹시, 시원한 기분이었다. 돌아온 기억은 극히 일부.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자신의 핵심이 될 기억이었다.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의 인격의, 초석이 되는 것이었다. 대가(代價)는, 있다. 관을 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그 해적섬에서 겨우 한 달 정도의 모험의 기억으로, 에르고의 내면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14세까지의 기억을 일부라도 부활시키면, 그냥은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아버지) 이 순간만 힘을 빌려주세요. 가장 끝의 바다(오케아노스)를 목표로 했던 그 등을, 보여주세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7 유성체의 분신이, 돌격해 온다. 현재, 향해진 수를 모두 소비한 것이겠지. 총 30여 체나 되는 빛의 검사들이었다. 충돌을 각오하고, 에르고가 내면의 마력을 다지려 했을 때, 강풍이 울렸다. 드론들의 총격과 함께, 공중에서 잇달아 검의 무리가 낙하해 온 것이다. 추락에는, 폭발이 따랐다. 유성체의 분신들이 곧바로 부서지고, 에르고 앞에 일직선인 길을 만들어 낸다. "쥬스트 씨. 시로 씨──!" 떠돌이 연금술사와 함께, 고유결계를 만들어 낸 마술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라고,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대답 대신, 발에 힘을 주었다. 폭발에서 살아남은 유성체의 분신이, 여전히 저지하려 한다. 에르고의 진홍색 망토가 펄럭이며, 그 옆에서 여섯 개의 환수를 만들어 냈다. 자기 자신의 팔도 사용하여, 뒤에서 날아온 일곱 개의 검을, 모두 받아낸다. 마치, 아수라와 같이. 이어지는 동작은, 반쯤 무의식적이었다. 본보기가 될 데이터는, 해저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얻은 것이다. 시로가 날려준 검 중에는, 마치 처음부터 준비한것처럼, 키프로스의 검이 존재했다. 마케도니아를 넘어 세계를 정복했던 저 왕의 검이었다. 그렇다면 충분하다. 모자란 부분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디딘 발에서, 전격이 달린다. 순식간에, 그것은 청년의 전신을 감쌌다. 파지직하고 터지는 지상의 번개에, 에르고는 겨우 납득했다. (……아아, 이것은) 신의 권능이 아니다. 본래의, 알렉산드로스 4세의 능력과 다르지 않다.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그 자신의 이능이야말로, 엘멜로이 2세는 이끌어 냈던 것이다. 번개를 조종하며, 이쪽을 방해하려 하는 분신들에게 시선을 고정하자,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진명이 새어 나온다. "〈아득한 유린 제패(비아 익스푸그나티오)〉──!" 대기가, 타 버렸다. 격렬한 불탄 흔적만이, 황야에 남았다. 전자기력, 즉 로렌츠 력에 의한 본인의 사출. 현대 과학에서는 레일건이라고 불리는 이치와, 키프로스의 검을 요체로 하는 일곱 개의 칼날의 참격의 유린 주법으로, 청년은 유성체의 분신들을 문자 그대로 짓이겼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8 린과 루비아는, 에르고가 달리는 것을 보았다. 펄럭이는 진홍색 망토에, 에미야 시로가 만들어낸 검의 무리가 따르고 있는 것을 보고, 두 번 정도 그녀들은 눈을 깜빡였다.  "뭐야, 저 녀석." 라고, 린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마치, 유성을 끌고 다니는 것 같잖아." 믿을 수 없다. 에르고의 뒤를 달리면서, 자신은 경탄하고 있었다. 길을 막는 유성체의 분신은, 한 개체 한 개체가 무서운 사역마였다. 하지만, 지금의 에르고는 신의 권능이 아니라, 본인의 이능에 의해 그것을 능가하고 있었다. 확실히 정복왕 이스칸달에게는, 주신 제우스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전설이 있었고, 제4차 성배전쟁에서도 그러한 특성을 발휘한 것 같다고, 어렴풋이 듣기도 했다. 그러한 이능이,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유전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위력이다. 아마, 신을 먹는 것으로 원래의 능력이 증폭되었겠지만, 설마 여기까지의 능력을 보여줄 줄은. 어쩌면, 이능성에서는, 에르고의 재능은 아버지를 넘어섰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대체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 (──30초는, 안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의 에르고는, 사라지기 전의 양초와 같은 것이다. 저 정도의 마력을 흘려보내는 상태에서는, 비록 마력 그 자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릇인 몸이 버티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09 "……에르고." 라고, 쥬스트가 불러 세웠다. "무엇인가요?" "당신은,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기억을, 되찾았던 거지?" 목소리를 높여, 쥬스트가 말한다. "그렇다면, 그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그 말은, 몹시 진지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암시에 걸려 있던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는 것처럼. "……반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썹을 찌푸린 쥬스트에게, 에르고가 이어서 말했다. "떠올렸던 시절의 저는, 제가 좀 더 제대로 했으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좀 더 뛰어나다면, 예를 들어 아버지와 같은 위대한 왕이었다면, 이렇게 엉망진창인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그렇다면 지금의 저는, 저 시대의 제가 바랐던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아, 옛날보다 뛰어나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쨌든 옛날과는 다른 나라는 의미입니다만." "…………"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저이지만, 분명 저 시절의 알렉산드로스 4세가 꿈꾸었던──저 시절의 저만의, 신과 같은 존재일 겁니다." "신?" "일본에서 들었어요. 살아만 있다면, 신이라도 만들어버릴 수 있으니까, 라고." "……이상한 말이지만." 그렇게 말하고, 떠돌이 연금술사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따뜻한 무언가가, 거기에 켜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길을 잃었을 때, 사람은 그 빛을 이정표로 삼았던 것이다. 살아있는 한 거기에서 울리는 고동과 열기를, 수많은 시대, 수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수많은 말로 표현해 왔던 것이었다. "이상하지만, 좋은 말이야." "네." 기쁜 듯이, 에르고가 웃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0 “……하지만, 그러네. 지금 이야기에서, 가장 놀라게 된 건 역시 알렉산드로스 4세야. 단순히 이스칸달의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만약(if)을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이름이지.” 페페론치노가, 작게 한숨을 쉰다. 정말로, 그 말대로다. 이스칸달의 활약 시기부터 존재해 온 상급 사도 반 펨이 주최하던 뱀의 선연(카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충격이 옅어져 있었지만, 마술 세계에서조차 분명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페페론치노의 태도는, 그러한──어딘가에서 우리들이 마비되어 버렸던 사건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 세 위의 신을 먹이고, 세 명의 마술사가 제각기 야망을 품고 있었다고? 혹시 몰라서 다시 한번 묻지만, 진심으로 말하는 거지? 누군가에게 기억을 덧씌우기 당한 건 아니지?” “……아아, 사실이다.” 하고, 스승도 인정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1 자신은 배운 대로 로프를 묶으면서, “날개가 있으면 좋겠는걸요.” 하고, 바이 뤄롱(白若瓏)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의 환익(幻翼)이 있다면, 이 정도의 산은 단숨에 날아갈 수 있을까. “어머. 그거대로라면 무서워. 산 날씨는 변하기 쉬우니까, 잘못하면, 돌풍에 날아갈 거야. ──음, 에르고 쨩은 잘하네. 로프 매는 법은 이제 완벽해.” 긴 손가락으로 세밀하게 체크하면서, 페페론치노가 말한다. “페페 씨는, 등산가인가요?” “조금 달라. 하지만, 산에는 조금 시끄러워(山にはちょっとうるさいわよ).” “특히 일본의 산, 인가요?” 에르고의 질문에, 한순간 페페론치노가 경직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아니요, 죄송해요. 왠지 모르게 그렇지만……페페 씨 분위기가,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분위기……” 하고, 페페론치노가 두 번 정도 끄덕였다. “하나, 너무한 걸 확인할게. 당신, 일본 여행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어?” 이번에는, 자신이 경직할 차례였다. 조심조심, 붉은 머리 청년을 엿보니, 에르고는 몇 초 침묵하고 나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메모를 다시 읽어보고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의 기억으로서는, 이제 일본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뱃속에, 얼음을 삼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이라면, 잊을 리가 없을 것이다. 료우기 미키야(両儀幹也)에게 의뢰받아, 바이 뤄롱(白若瓏)을 만나고, 마술 조직・야코우와 불꽃을 튀기던 작열하는 시간. 미키야의 딸인 료우기 미나(両儀未那)와 함께 지냈던, 그 아오자키 토우코(蒼崎橙子)의 사무소. 모두 함께 먹었던 뤄롱의 볶음밥. 질식할 듯이 괴로워도, 여름 축제의 불빛에 덩그러니 비추어진 듯한 따뜻함 또한, 동시에 머금었던 추억이었다. 그렇기에, 그 결락은 너무나 괴롭다. 그렇다면, 괴로운 건 자신뿐일까. 잃어버린 에르고 측은, 이제 그런 것을 느끼고 있지 않은 걸까? 페페론치노는, 마치 놀란 기색도 없이, 이렇게 이었다. "그렇겠지. 당신, 모나코 사건 마지막에, 알렉산드로스 4세로서 자각을 가졌지──가져 버렸겠지?” “네.” “원래, 그것만으로 인격이 붕괴할 정도의 일이야. 보아하니, 기억을 잃어도, 인격 괴리를 일으키지 않은 건,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야. 그 군주(로드)님과 그레이 쨩과 린 쨩은, 웬만큼 당신의 마음을 신중하게 키워 왔겠지.” “플랫도, 요.” 하고, 에르고가 덧붙였다. 모나코 사건 마지막에, 플랫이 에르고에게 행했던 기억 추출. 그것은, 역시 경이적인 시술이었던 것이다. 지금, 플랫은 뱀(ヴァン)=페무의 지원을 받으면서, 지난 사건과 에스칼도스 가문의 뒷수습을 하고 있을 텐데, 과연 그가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하지만, 아까의 당신은, 나를 보고, 일본의 산을 떠올렸다……” 거기에서, 한번 페페론치노는 말을 끊었다. “기억하지 못해도, 기억하고 있는 걸까.” 톤, 하고 그의 검지가, 에르고의 가슴 한가운데를 찔렀다. “정신이 잊어도, 영혼과 육체까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 현대 과학에서는 그렇다고 쳐도, 마술 세계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당신의 기억 포화는 정신을 침식하고 있지만, 분명 아직 영혼이나 육체까지 침식하지는 않았어……” 팟, 하고 에르고의 얼굴이 빛나는 것이 보였다. “에르고, 그거 혹시……” 연이어 린이 부른 이름에, 붉은 머리 청년이 끄덕인다. 후우, 하고 폐 속에서 깊은 숨이 새어 나왔다. 그것만으로, 에르고가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여실히 전해져 버렸다. 만난 지 겨우 이틀 된 페페론치노가 말한 말은, 청년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분명히 체감할 수 있는 희망이었던 것이다. 이쪽 사정에 대해서, 이미 듣고 있었던 건지, 아비다야도 무척 안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무심하게 연습을 반복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2 새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싱가포르 부근이라면, 어디에서나 보이는 검은뿔찌르레기라는 새였다. 검은 깃털에, 인상적인 노란 부리. 구관조와 닮은 울음소리가, 푸른 하늘에 퍼져간다. "정말로 채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아마 그런 게 꿈이겠지. 자네의 경우는, 조금 다를 지도 모르지만." "아뇨, 알겠어요." 라고, 에르고가 말한다. 같은 방향을, 두 사람은 향했다.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바다의 늠름하고 하얀 물결이, 모래사장을 씻어내렸다. "의외로, 우리들은 닮은 사이일지도 모르겠는걸." "엘멜로이 교실에 들어갈 수 있나요?" "자네는 마술사가 아니잖나. ……그러니까, 내가 여행에 나선 동안의, 기간 한정이군. 그 때까지는, 나도 강사를 그만두지 않아." "충분해요. 기뻐요." 부드럽게, 에르고가 웃었다. 그 미소에서 시선을 돌리고 나서,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3 하지만 “...... 좋겠다”에르고의 목소리가 너무 순수한 동경으로 가득 차서 듣고 있는 이쪽의 가슴이 아팠다. 엘메로이 교실의 학생들 중 진정한 '보통'은 단 한 명도 없다. 마술사들조차도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백안시하는 이단자들뿐이다. 하지만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이단의 대표격인 플랫조차도 어쩔 수 없이 부러워할 만큼의 일상으로 보였을 것이다. "에르고도 이제 에르고도 엘메로이 교실의 한 사람이에요, 플랫 씨도 선배라고 말했잖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지만요." 빨간 머리의 청년은 옅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4 "앞으로, 어떻게 하는 건가요?" "에르고가 먹어치운 신을, 돌려보내야…… 하겠지." 라티오가 말한 것이었다. ──『에르고의 기억포화를 멈추고 싶다면, 신을 돌려보낼 수 밖에 없겠지.』 "그런 게, 가능한가요? 선생님." 고개를 든 에르고에게, 스승님은 잠시 생각하고나서 답한다. "씰은, 생각하고 있던 방법은 있다. ……애초에, 싱가포르에 강의하러 온 것도, 그 연구에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먼저, 남은 두 위의 신도 밝혀낼 필요가 있겠지." 후더닛. 혹은 그 반대인, 훔더닛(Whom dunit). 누가, 그에게 먹혔는가. 긴 여행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싱가포르에서부터 시작하는, 신을 묻기 위한 여행.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5 "아무튼 지금은 에르고의 일이지." 스승이 중얼거린다. 시선이, 정지한 채로 서 있는 파수꾼들에 돌아다녔다. 언제 움직일지 몰라 불안해하는 것은, 이 장소에서도 무척이나 스승님다운 행동이었다. "솔직히 이스칸달과 뭔가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제2의 신 세토도 그렇고, 에르고가 먹은 신은 그 녀석의 정복행과 너무 관련이 깊었으니까." 스승이 더듬더듬 말했다. 확실히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르고가 먹은 신의 정체를 파헤칠 때, 정복왕의 그림자가 몇 번이고 나타났다 사라졌다. 물론 정복왕 이스칸달이 세상에 끼친 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진행할수록 그 그림자는 짙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녀석의 아들 본인이라던가, 가능한 일인가." -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내용

*316 "⋯⋯⋯하지만, 그렇군. 하나만큼은 맹세하지. 에르고가 알렉산드로스 4세이든 아니든, 저 녀석은 내 제자다. 제자인 한, 어떤 과거가 있든,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든 변함없어."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은, 엘멜로이 교실의 선생님이니까요." 엘멜로이 교실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스승의 맹세에 지켜져 왔을까. 설령 시간 제한(모라토리움)이 있더라도, 무조건 아군이 되어주는 상대는 마술사 세계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기적이니까. 나 자신도, 그 기적에 도움을 받은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7 뤄롱이 이길 때도 질 때도 있었다. 진 경우에는, 이길 수 있는 전술을 짜낼 수 있을 때까지 거듭한다. 에르고의 두 위 째의 신이 불명인 이상, 상정의 패턴도 무수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사고를 거듭하는 그 옆모습은 성과가 없어 질리기는 커녕, 최고의 유희를 발견한 동자처럼 명랑했다. '……하하.' 입술이 치켜올라가는 것을 눈치채자, 이상해진다. 마치, 상사병을 앓는 학생같다.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럴 것이, 세계에 딱 둘 뿐인 동포인 것이다. 무시키나 그의 스승처럼── 혹은 소문으로 들은 성배전쟁의 경계기록대(고스트 라이너)처럼 대등한 전력을 지닌 존재는 있다. 허나, 현대를 살아가는 영장으로서 신이나 용을 먹어치운 자 따윈,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굶주림도, 그렇지.' 세계에 딱 둘 뿐인, 식신충동을 품은 두 사람. 쭉, 뤄롱은 생각하고 있다. 부글부글,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것을, 청년은 느끼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8 "뤄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어떻게, 요?" "지금 말한 기분은, 전부 자신에 대해서잖나? 뤄롱에 대한 감상은 없었지. 이 기회에, 정직하게 말해보게나." "……무서워요." 2세는 말 없이 끄덕이고, 계속 말하도록 채근했다. "본 것 만으로 두근거렸고, 싸웠는데도 오싹거렸어요. 아마도, 그 녀석이 저의 친우였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에요. 여태까지 아무한테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도, 자연스럽게 그 자식 하고 생각하는 제가 있는 거예요." 누군가에게 져서 분하다. 두 번 다시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좋건 나쁘건, 사람을 크게 바꿔버리고 마는 원동력. "이기고 싶어." 에르고가, 확실히 말한다. "그 녀석에게 이기고 싶어. 이번에야말로." "지금은, 야코우한테 잡혀있네만?" "절대로, 붙잡힌 채로 있진 않을 거예요. 저희가 도와주던 도와주지 않던, 그 녀석은 반드시 어떻게든 할 거예요. 그 녀석을 의지하는 여자애도 있으니까요." "……이거 놀랐는데." 불을 뿜는 듯한 에르고의 말투에, 2세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싸움은 몰라도, 그다지 회화를 주고 받은 것도 아닐 텐데. 그런데도, 자네가 그렇게까지 집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네. 뭔가 기억이 돌아온 건가?" "……아니요." 붉은 머리카락이, 가로로 흔들렸다. "다만, 저는 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이에요.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19 "너는, 나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야?" 다시 한 번, 같은 것을 에르고가 물었다. 뤄롱은,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입을 열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하나?" "아마도." 해적섬에서는, 자주 라나같은 아이들과 노래했었다. 무서울 때, 슬플 때, 기쁠 때. 노래만큼은 언제나 함께였다. "그럼, 그 점은 변함 없군. 옛날부터 자주 노래했었어, 너. 나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말이야." "어울리지 않았는데도 친우?" "어울려주면,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잖냐." 그건 그렇다. 뤄롱은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쉬고, 이마 부근을 눌렀다. "그렇달까, 너, 실종되는 버릇까지 옛날 그대로라고. 맨날 중요할 때에 없어져서, 내가 몇 번이나 찾으러 다녔다고 생각하냐고. 그 때마다 나무 위라던가 산의 동굴이라던가, 묘한 데에만 숨어있으니까, 내가 찾는 게 당연하게 돼버렸지." 어쩐지 부루퉁해진 듯이, 갈색 피부의 청년이 입술을 삐죽 내민다. 에르고가 모르는 기억. 포화된 정보. 하지만. "하지만, 루오라면, 바로 찾아내주니까." 그런 대답이 목에서 매끄럽게 나와버려서, 자신도 깜짝 놀랐다. "당신도, 루오라고 불렀어? 가까이에서 듣고 있던 아키라도, 눈을 깜빡거렸다. 다만, 무를 수도 없었다. 눈 앞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던 갈색의 얼굴이, 너무나도 기뻐보였기 때문이다. "조금은, 떠올랐냐?" "……모르겠어." 라면서, 고개를 젓는다. "나는, 자신의 이름이 에르고인지 어떤지조차, 자신이 없었으니까." "흔히 말하는 인명하고는 약간 다를지도 모르겠네. 우리들은 그렇게 불렀지만, 네 이름은 어떤 의미로는 실험명에 가깝지." "실험명?" 거기에, 뤄롱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굶주림은 어때​?" 라고, 물은 것이다. 에르고는, 경직되고 말았다. "때때로,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어지지. 잘 때에도, 식사하는 와중에도 관계 없이. 영문을 모르게 될 정도의 굶주림이지. 눈앞이 새카맣게 물들어서, 냄새가 잘 알 수 없어지고, 배의 바닥만이 불길에 휩싸인 듯한 감각이지. 고기를 먹든 과실을 먹든 채워지지 않아. 굳이 말하자면, 석류만은 나은 정도. 그럼에도, 용암에 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정도라서, 곧바로 더 심한 굶주림에 시달리지." 오싹오싹, 몸 안쪽이 더듬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초대면인── 적어도, 에르고한테는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은 상대가, 에르고에게 있어 가장 끔찍한 비밀을 알고 있다. 그 때의 어쩔 도리가 없는 초조함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지금 그대로라면, 너는 죽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너라는 인격이 짓눌리지. 엘멜로이 2세도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들었어." 기억포화는, 에르고의 숙명이라고. 그러니까, 살아남기 위해서, 젊은이는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자네의 신을 되돌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에르고의 신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엘멜로이 2세는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르고가 먹어치운, 나머지 두 위의 신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그리고, 지금. "와라, 에르고." 라며, 뤄롱이 권유한다. 참으로 진지한 말투였다.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그럼에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서글픔이 담겨 있었다. "너의 몸에 대해서, 우리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세하지. 현대마술과의 군주(로드)도 얕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생각하면 알 거다. 너에게 신을 먹인 것은 우리들이고, 엘멜로이 2세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있을 뿐이니까." "…………." 젊은이는, 침묵했다. 살며시 입술에 손을 댔다. 조금 전, 자연스럽게 "루오"라고 불러버린 감각이, 아직 거기에 남아있었다. 모르는 이름. 따뜻한 이름. 에르고라는 말 이외의 온갖 기억을 잃었던 자신이, 처음으로 되찾았을지도 모르는 과거. 갈색 피부의 청년은, 이쪽의 말을 차근히 기다리고 있다. 얼마든지 기다려줄 것이라고, 어째선지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쩌면, 옛날에도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조금 전 이야기한 것처럼, 몇 번이고 자신이 모습을 감추고, 이 청년이 근성 있게 찾아내줬던 걸지도 모른다. 애칭과 묶인 감정은, 너무나도 정체불명이라, 그의 가슴을 어지럽혔다. 잠시 후, 에르고는 입을 열었다. "전부 이야기해서 타협할 수 있다면, 아까 전의 너는 린에게 설명했겠지." 천천히, 잘 알아듣도록, 말한다. "즉, 린이나 선생님한테, 그리고 지금의 내게 알려지면 곤란한 게 있어." "너, 옛날부터 그런 감은 좋단 말이지." 작게, 쳇 하고 뤄롱이 혀를 쳤다. "그래도, 아까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니야. 네가 살아남고 싶다면, 우리들한테 붙어야 할 거다." "……에." 갑자기, 아키라가 숨을 삼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지랑이가 일어난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여름의 풍물시라고도 불리는 현상이었다. 온화하기 시작된 두 사람의 회화가 진행될 수록, 공기 중에 다른 성분이 섞여, 변질되어간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0 "……그럼, 하나 괜찮겠나." 라며, 끼어든 스승님이, 검지를 들었다. "싱가포르 때부터, 의문이 있었지." "헤에, 뭐지?" "순서 말이네." 천천히, 스승님이 말한다. "에르고에게 손을 댈 순서는, 아트라스원, 산령법정의 무시키, 그리고 방황해로 정해져있던 모양이지. 두번째의 무시키는 그래도 알만 하지. 계속 아틀라스원을 감시한 것 같은 정황이 있고, 실제로 정화의 보물선에서 라티오가 실패하니 곧바로, 무시키가 찾아온 건, 뭔가 트집을 잡아서 가로챌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이겠지." 싱가포르에서의 사건을 떠올린다. 확실히, 무시키가 찾아온 타이밍은 형편이 너무 좋았다. 아틀라스원의 라티오로서도, 무시키에게 강탈당할 가능성은 고려하고 있었던 정황이 있다. "하지만, 세번째인 방황해가 수수께끼였다. 엄청난 장기간과 코스트를 들여놓고, 아무 수확도 얻을 수 없는 가능성이 너무 높지. 무시키처럼, 여차하면 빼앗으려 들 생각이었나 싶었지만,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고." 아마도, 스승님은 계속 그 결락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계탑의 군주(로드)로서, 스승님의 실력이 걸맞다고는 유감스럽지만 말하기 어렵다. 대신에, 이 사람은 다른 마술사로서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세심함을 갖고 있다. 시계탑의 권모술수 따윈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제에, 그 조심성만으로 뛰어넘어온 것이다. 분명, 통찰력이라기보다는, 소심함의 산물. 참으로 당당하게── 두려움을 삼키면서, 스승님이 말한다. "방황해에 있어, 이미 에르고가 필수는 아니었다면 어떤가?" "선생님, 그건." 린이 돌아보았다. 자신도, 몇 초 뒤늦게 충격을 받았다. 어째서, 그 가능성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건가. "​에르고와 같은 실험을, 이미 방황해가 다시 한 번 했었다면​?" 엄하게 지적하는 스승님의 목소리가, 사무소에 울려퍼졌다. "자네는, 에르고와 비슷한 능력을 발휘한 모양이군, 에르고에게 신을 먹였을 때의 데이터를 방황해가 이용해서, 독자적으로 다시 한 번 만들어냈다고 해도,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 그렇다곤 해도, 새삼 에르고를 붙잡으려고 한 것을 보면, 에르고가 불필요해졌다는 건 아니겠지. 아마도, 자네는 방황해가 만든 대용품인 게 아닌가." "……대용." 욱씬, 가슴이 아팠다. 그럴 것이, 그러면, 너무나도 똑같다. 영웅(아서왕)의 대용품(스페어)으로서, 만들어진 자신과. "……이런이런. 선생이란 싫은 걸 눈치채는구만." 뤄롱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대충, 그 말대로다. 나는 에르고의 후계작이라는 거지. 중요한 실험이라면 스페어도 만들잖냐. 물론, 방황해의 실험 목적과, 다른 둘은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야코우 아키라를 원한 것도── 간타이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 실험 때문인가." "그래. 그래서 아버지는, 혹시나 댁들이 살아남았다면, 이 나라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에르고랑 양쪽 모두 손에 넣으면 사정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았다…… 정도 아니겠어?" "되는 일 나름이라는 거야? 의외로 즉흥적이네." 린이,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제로, 미래시라고 할 만한 고속사고를 달성했던 아틀라스원과 비하면, 방황해의 방식은 조잡하게도 생각된다. 그런 고속사고를 전제로, 아틀라스원을 감시했던 무시키도, 대강이지만 최적해였던 것이겠지. 하지만, 스승님은 오히려 표정을 점점 음울하게 흐렸다. "일부로 알린게, 아닌가?" "오."   하고, 뤄롱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는다. 애초에, 노림수가 그렇다고 한다면?" "뭔가요 그거. 말하시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 선생님?" "에르고의 실험에는 아틀라스원의 육원도 얽혀있지. 그리고 아틀라스원, 산령법정, 방황해의 목적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싱가포르의 사건을 봐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방황해로서는, 행동이 이로정연할 수록, 아틀라스원의 고속사고와 병렬사고로 그 계획을 읽히게 되지." 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가련한 목이 살며시 움직이고, 그녀가 말한다. "즉, 계획을 읽히고 싶지 않다면──" "그렇지. 방황해가 아틀라스원을 제치려고 한다면, 가능한 한 손패를 엎고, 더미 정보를 늘릴 필요가 있지. ……즉, 지금의 뤄롱처럼, 정확한 정보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1 강하게, 스승이 말했다. 반쯤은, 스스로에게 되뇌듯. 그러고선, "그리고, 한 가지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다." 라고 덧붙였다. 같은 것을 신경 쓰고 있었는지, 에르고가 묻는다. "방황해의 지즈인가요." "비옥한 초승달에서 만나자, 라고 했었던 건 알렉산드리아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집트부터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까지 이어지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말하는 거라면 평측(平仄)이 맞으니까. ⋯⋯아니, 실제로 이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단서를 얻은 것이니, 그런 유도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마술사라면 있을 법한 일이었다. 이전에도, 싱가포르에서 해적섬으로 유도할 때, 상당히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했었다. "바이 뤄롱에 대한 것도, 그렇죠." 에르고의 목소리가 역 바닥에 깔렸다. 스승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을 잃기 전의 친구다, 라고 말했었지. 그 말대로 받아들이면, 바이뤄롱은 알렉산드로스 4세의 시대의 인간이 되지만, 어떨까." 정말로, 그런 의미인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뭐, 지나치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겠지. 현시점에선 재료가 갖추어져 있다고도 생각지는 않아. 우선은 하나씩 착실하게 부숴 나가야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2 "에르고는 어떻게 하고 있지?" 불현듯, 바이 뤄롱이 물었다. "나와 그레이를 위해 노력해 주고 있어." "그 녀석답군" 쓴웃음을 지은 바이 뤄롱에게, 2세는 시선을 향했다. "당신은 에르고의 친한 친구라고 했었죠." "그래." "지금은,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오르페우스교의 신 자그레우스. 정복왕 이스칸달과, 그 어머니 올륌피아스와 매우 가까웠던 신. 올륌피아스에게 숨겨진 알렉산드로스 4세에게는, 문자 그대로 수호신이었을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3 "하지만, 적어도 그의 위험성은 충분히 이해됐을 겁니다. 최초의 무례는 사과드리죠. 필요하다면, 충분할 만큼 사례를 해도 좋습니다. 에르고를 넘겨받고 싶군요." "나는 진작에 정했어." 짧게 말하고, 린이 스승님의 앞에 끼어들었다. "갑자기 시원스레 나와서는, 남의 지인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그렇게 제멋대로 구는 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곤란하니까." 그 눈동자는, 도전적인 색을 띠고, 라티오를 노려보고 있다. 그녀의 안에서는 진작에 답이 나와있는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4 자신은 눈 앞의 침대에 시선을 되돌려, 누워있는 에르고의 땀을 닦는다. 괴로운 듯이 표정을 찡그리는 붉은 머리 젊은이는, 벌써 3일 간 이렇게 자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솟구쳐올랐다. '……혹시나.' 혹시나, 자신에게 동생이 있었다면, 이런 기분일지도 모른다. 그건, 어쩌면 스승님께도 마찬가지로. 물론, 현역 학생에 관해서는 뭐랄까 극진한── 차라리 무르다고 표현해도, 무방한 스승님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스승님과 둘이서, 누군가를 보살피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5 "됐으니까, 조금 마음을 풀게나. 가끔씩 너무 진지해지는 게, 확실히 자네는 그레이와 닮았군. 겉으로 보이는 연령은 반대지만, 남매같이 보이기도 해." "네, 네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6 "……괜찮은 건가요." 그레이와 린이 떠난 후, 남겨진 에르고는 입을 열었다. 밝은 공항의 트랜짓 에리어에서, 젊은이는 참으로 음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가 말이지?" "그 때, 저는, 그레이 씨를 먹고 싶었어요. 그게 비유가 아니라고, 지금의 2세는 알고 있다. "자네의 와이더닛, 인가. 식인충동…… 과는 다르군. 그 유령선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네의 경우에는 식신충동이라도 해야 할 것이지." "식신…… 충동……" 신중하게, 말 자체가 무시무시한 괴물인 것처럼, 따라한다. 그런 젊은이에게, 2세가 계속 말했다. "그레이의 안쪽에 있는 것은 신과는 다르지만…… 어떤 의미로는 비슷하지. 굉장한 것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네. 본래, 사람의 그릇에는 과분할 정도의 걸물이야. 적어도 현대에서는 말이지." 성창을 휘두르기에 부족함 없는 소질. 즉 그것은, 그녀가 과거의 영웅과 같은 얼굴을 가지고, 성장을 정지당해버린 이유 그 자체이다. "자네의 감각은 그것을 눈치채고, 그녀를 먹어치우고 싶다고 생각한 거겠지." 양과 늑대, 라고 2세는 말했다. 즉, 피식자와 포식자의 관계다. 신식자의 본능으로써, 에르고가 그레이를 먹어치우려고 한다는 것을, 그 때부터 2세는 예기하고 있었다. "……원래대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 신완도, 저로서는 전혀 제어할 수 없었어요. 선생님이 신을 묻지 않으셨으면, 그 자리에서 또 폭주했을지도 몰라요. 아죠, 이번에야말로, 그레이 씨를 덮쳐버릴 가능성도……" "견디게." 라고, 2세는 딱 잘라 말한다. "누구나 뭔가를 참고 있지. 나도 그레이도, 아마도 저만큼 재능이 넘쳐흐르는 미스 토오사카도…… 자네는, 그 타입이 약간 독특할 뿐이다." 어떤 의미로, 독선적인 말투였다. 타인의 괴로움은 모른다. 그 정도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단정해버리는 것은, 오만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 말을 들은 에르고는 약간 표정을 풀었다.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건가요." "된다고 할 수는 없지. 그런 건 누구도 정할 수 없어. 그러니까, 자네가 정하는 거다." "……그렇네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7 생각하고 있는데, 캔이 내밀어진다. "여기요. ​누나​는, 로얄 밀크티예요." "그…… 누나는 그만하실 수 없나요." "그만 못 해요. 저는 사제니까요." 히죽 웃으며, 에르고가 단언했다. 쿠치나와야마 건 이래로, 젊은이는 그런 식으로 이쪽을 부르고 있던 것이다. 사저라는 것 만이라면 린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에르고는 완강히 양보하지 않았다. 겉보기로는, 자신 쪽이 여동생으로 보여서 더욱 성가시다만…….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후드를 내리면서, 자신은 캔의 풀탭을 딴다. 그렇게 나쁜 기분도 아니라서, 외면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28 (플랫들은 ------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르고와 플랫이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플랫은 엘멜로이 교실에서도 손꼽히는 트러블 메이커인데, 거기에 에르고가 끼어들면 예측이라는 말조차도 의미가 없어진다. (의외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 그게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노심초사 하게 된 걸까? 누나라고 불리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생긴 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이 모험의 내용

*329 "린 씨가, 시계탑에서의 일을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는 이유를, 겨우 알 것 같아요." "무슨 말이야?" "그 사람이 선생님이라면, 분명 힘들지만 충실할 거예요. 배우고 있는 시간이, 자신을 높은 곳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으니까." 에르고의 말을 듣고, 린은 멀뚱멀뚱거리더니, 살며시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솔직함은, 우리들한테는 독이네. 당신, 엘멜로이 교실에 들어가면, 분명 여러 의미로 고생할 거야." "그런가요." "분명 틀림 없어. 그레이는 본질적으로 마술사에 가깝지만, 당신의 경우에는 살짝 활기찬 면이 과하니까. ……하지만, 응, 즐거운 건 틀림 없겠지. 주변도 본인도 고생하겠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은 있는걸." 걸어가면서, 린이 지레짐작한다. 많은 서점이 늘어서 있는 와중에, 식욕을 확 돋우는 카레 냄새가 나는 것도, 이 거리의 풍물시겠지. 한때는, 교과서를 판 학생들이, 그 돈으로 카레를 실컷 먹어치우는 광경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앞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쫓아가면서, 문득 떠오른 듯, 에르고가 묻는다. "런던에 있다는, 일본인 조수 분도 그랬던 건가요." "잠." 말하다 말고, 린이 한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간격을 두고 나서, 뒤돌아보며, 이렇게 물은 것이다. "……혹시, 얼굴에 나와있었어?" "약간. 역시, 일본에 오면 떠오르나요?"   에르고의 말에, 싱가포르에서 해적들을 이끌었던 여마술사는 살며시 미소짓는다. "내 고향하고는 꽤 떨어져있지만, 뭐, 같은 나라인걸. 응, 이 더위는 그리운 기분이 들지. 후유키도 도쿄도 다름 없구나 싶어서." 건물 사이로 엿보이는 하늘을, 우러러본다. 후유키에도 런던에도 이어져있는, 여름의 푸른 하늘. "그렇네. 실제로, ​그 녀석​이 런던의 생활을 즐기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힘껏 즐기고 있어. 마술사답지 않은 사람끼리니, 당신하고도 마음이 맞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로는, 너무 마술사다운 선생님하고는 반대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0 "식신충동은 어떤가." "지금은, 상당히 진정되어 있어요."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에르고가 답한다. 뤄롱과 싸웠던 때부터 내장을 헤적거릴 정도로 격했던 충동은, 지금은 고요히 잔잔해져 있었다. 그것을 간파했는지, 2세는 이렇게 덧붙였다. "흠. 경우에 따라서는, 뭔가 대책이 필요하려나 싶었는데, 지금 상태를 보아하니 아직 괜찮아 보이는군. 뭔가 있었나?" "료우기 마나 씨가, 책을 읽어주셨어요." "그런가." 라면서, 2세가 쓴웃음을 짓는다. "부친도 대단한 인물이지만, 그녀는 또 다른 방향으로 출중한 모양이군. 그건 모친과 닮은 걸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1 ⋯⋯⋯아니요, 이상하든가 하지 않아. 오히려 그 반대. 이치에 맞기 때문에, 걸리는 거예요. 에에, 당신의 이야기는 저도 일단은 듣고 있으니까요." "저에 대해서, 인가요." "신을 먹은 남자." 그 말에 에르고는 작게 숨을 죽인다. 지금까지 수없이 들어왔던 대사라도 이 여성의 고운 입술에서 나오면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되는 것 같았다. "그 심장이 말하는 것이라면, 결코 단순한 망상일 리가 없겠지요. 솔직히, 이 자리에서 붙잡아 제 저택으로 데려가고 싶은 정도로. 하지만 그런 행위를 그 지도역(튜터)이 용납할 것 같지는 않지만요." "지도역(튜터)은 선생님을 말하는 거죠?" "네에, 또 새로운 학생을 늘렸다고 해선. 분별없다고 매도하고 싶은 참이지만, 그분은, 사람을 보는 눈만큼은 일류니까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2 "⋯⋯⋯이건." 결정화된 길을 바라보며 루비아가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당신에게 점점 더 흥미가 생겼어요.""제게요? 제가 먹은 신에게, 가 아닌가요?" "그 둘은 비슷하지만 다른 일이에요. 이제서야 알았는데, 거기 아틀라스원은, 당신이 이 도서관에서 행해진 실험의 피험체이기 때문에 시큐리티 체크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 거죠?""물론, 그렇습니다." 시온이 긍정했다. "실제로, 그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로 연결되는 문이 열렸습니다." "그렇네요. 하지만, 실험이라면 쌍방이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안 돼요. 신을 먹이려고 한다면, 먹는 쪽도 일정 수준 이상의 그릇이 필요하겠지요. 지금 저는,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 무척이나 흥미가 생겼어요."‘⋯⋯⋯⋯나, 자신이?’ 에르고는 희미하게 당황했다. 그런 식으로 말을 들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바이뤄롱(바이뤄롱)은 에르고라는 인간에게 집착했지만, 그것도 이형을 먹은 자들끼리의 적대감이 섞인 것이었다. 신과 무관하게, 에르고는 누구인가 물었을 때, 그에겐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부디 너그럽게 봐주세요." 라고 웃었다. 루비아의 눈빛이 마음에 드는 액세서리를 발견한 숙녀라기보다는, 사냥감을 발견한 육식동물의 눈빛을 닮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린과 통하는 면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너도, 좀 더 얘기하라고." 린이 입을 열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3 두근두근, 했다. 평탄한 말투와 목소리에서 그런 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마술사라고 해도 부모님이 암살자를 보내는 일이 그렇게 쉽게 일어날 수 있을까? 당황한 청년에게 플랫은 "아"라고 말문을 연 후 덧붙여 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원한 같은 건 전혀 없으니까! 반펨 씨를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게다가 마술사가 아닌 암살자가 007에 나올 것 같을 정도로 엄청나게 멋있었어! 그 사람을 가까이서 본 것만으로도 그런 걸 날려버릴 수 있다니!" "음, 아니, 하지만 에르고 군에게 이 얘기를 하는 건 좋지 않았나 봐!“ "왜요?“ "왜냐면, 에르고가 사건에 휘말린 건 부모님이 연루된 거잖아. 그렇다면 나는 부모님께 몇 번이나 죽을 뻔했지만 원한은 없다고 말하면 이상한 강요로 들릴까봐! 이런 것들, 옛날에는 르시안에게 자주 비난을 받았는데......." 그렇게 말하면 ------ 그렇게 될까? 너무 말이 많은 것에 압도당하고 있었지만, 말하는 방향이 엉뚱한 것과 마찬가지로 조금 걱정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배려도 뭔가 초점이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금 생각하다가 "그렇군요. 조금 놀랐어요." "아, 역시 안 좋았어?!" "하지만 나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요. 이번 여행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었지만, 원망할 마음은 없다. 힘들고 고단한 여행이었지만, 그냥 즐거웠다는 생각이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다는 거죠. ------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해도 저는 화를 낼 마음이 없어요." 이스칸달이라는 위대한 영웅. 그것이 부모라는 자각은 아직 에르고에게 없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청년은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래서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두려움이 커져가고 있지만, 아직 저울추가 그쪽으로 기울어지지는 않았다. 그런 운명을 그는 바다와 같다고 생각한다. 거칠 때도 있고 잔잔할 때도 있는 바다를 원망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젊은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 에르고 군과는 부모와 얽힌 암살당할 뻔한 동료구나! 시계탑에서도 꽤나 드문 일이니까, 가능하면 죽지 말아줘!" ------ 잘 처리하겠습니다." 옅게 웃는다. 플랫의 말 속에는 실감과 확실한 친애가 담겨 있었다. 말하는 것은 무서운 이야기 그 자체인데, 그 내면은 재미있었던 책이나 좋아하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친근한 에피소드로 전환된다. "그리고 플랫 씨. 아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건 혹시 마술로 표정을 조절하는 건가요?" 지적에 플랫이 눈을 반짝였다. "그걸 처음 봤을 때 눈치챈 사람은, 너랑 둘이서 두 번째야." "둘?" “교수님과 너. 교수님한테는 근육을 쓰는 게 너무 부자연스러워. 웃지 말라고 화를 냈었지! 덕분에 웃는 표정은 평범하게 지을 수 있게 됐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은 여전히 잘 못 짓는 것 같아요 ------.” 양손의 검지를 뺨에 대고 꾹꾹 눌러서 평평하게 움직인다. "표정 근육보다 편한 것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마력으로 보조하게 돼. 아니, 미안! 에르고 군을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게으른 윗입술거근과 광대뼈근, 입꼬리근은 이쪽에서 혼내줄 테니까!" "아냐, 그런 거 아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4 "아, 하지만 그러고 보니 이름이 있네." "이름?" "반펨씨는 신대동맹이라는 단체의 일원이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우리도 동맹은 어떨까?" "좋아요, 하지만 어떤 이름을 지을 건가요?" 음, 이 경우 엘고군의 자폭을 도와주는 거니까 자폭동맹? 신을 토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 토사구팽 동맹이라던가? "그건 좀......." 역시나 에르고가 눈살을 찌푸린다. "플랫이 반펨 씨에게 들은 게 천팔백 년 전의 조상님이었지? 나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2천 3백 년 정도이니, 오랜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네요." "와오! 그럼 패밀리 콤플렉스 탐정 클럽 - 차가운 후계자라든가!" "비슷한 것 같지만, 유산동맹 같은 건 어떨까?" 두 학생은 빙그레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5 바로 옆에 있는 청년에게는 놀랄 일만 가득했다. 엘고가 섬을 떠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고, 나름대로 마술사로서의 상식을 알았기에 현대의 마술사로서 플랫-에스칼도스가 한 수 위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린도 루비아도 당연히 뛰어난 마술사이긴 하지만, 플랫의 그것과는 방향성이 달랐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닮은꼴일지도 모른다.“ 유산동맹이라는 이름이 나온 것은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플랫도 에르고도 먼 과거의 꼬리를 물고 있는 것들끼리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유물에 의해 놀아나고 있기 때문에 현대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하게 사는 것의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거기에는 중대한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그 료우기 미키야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이 세상에 불균형한 존재이고, 그것은 기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에르고는 만나는 사람들이 조금씩 자신의 윤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형태가 없던 인격에 이 여행이야말로 형태를 부여해주고 있다. 지키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이기고 싶은 것, 다시 만나고 싶은 것, 이 모든 것이 이 여행이 에르고에게 품어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플랫을 좋아해요. 이대로 좋아하고 싶어요. ------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나요?”-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6 그리고, "플랫이 말했지만 ...... 시로 씨의 모습도 보았어요.“ 이봐요, 라고 스젠 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방금 전의 플랫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배려를 눈치챈 시로가 말을 이어간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말고 말해." "성배 전쟁 이야기라든가, 붉은 궁병과 정의의 편에도 구할 수 없는 상대가 있다는 이야기라든가,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혹시 그 화재도?" 가볍게, 그러나 은근한 무게감과 함께 시로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저기, 시로 씨가 키리츠구 씨에게 도움을 받았을지도 몰라요~ "응." 조금은 그리운 것을 보는 듯한 얼굴로 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화재로 나는 키리츠구에게 구원을 받았어. 기억이 아무리 희미해지더라도 그 얼굴만은 잊지 못할 거야. 그 말은 에르고가 본 풍경과 일치했다. 살아남았으니 살아야 한다고 하늘을 향해 뻗은 손. 그 손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 손이 떨어지기 전에 꼭 쥐었다, 살려줘서 고맙다며 내려다보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어른의 얼굴. "마술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옛날의 나는 키리츠키를 누구나 도와줄 수 있는 마술사라고 생각했었어. 물론 그런 일은 없었고, 키리츠구도 금방 부정했지만 말이야" "----- 알겠습니다, 느낌이 옵니다." "에르고도 그런 상대가 있어?" 그렇게 묻자 에르고는 숨이 막혔다. "나는 ------" 말하면서 에르고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선생님과 누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젊은이 사이에서 특별한 존재였다. 물론 에르고를 데리러 온 린도 마찬가지였지만, 여행을 거듭할수록 Ⅱ세와 그레이는 다른 누구도 차지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아까의 대화처럼 현실적으로 엘멜로이 2세가 평범한 마술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레이 역시 성창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만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 사람은 에르고에게 있어서는 영웅이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시로가 말을 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키리츠구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어. 어렸을 때 나는 정의의 편을 동경했다고. 과거형이라 화가 나서 포기했냐고 물었더니, 영웅은 한시적으로 어른이 되면 이름을 밝히기 어려워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구나. 어른이 되면 어렵다“ 시로의 말은 신기하게도 에르고의 가슴에 꽂혔다. 만약 Ⅱ세나 그레이에게 비슷한 말을 듣는다면 역시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화가 나서 포기하느냐고 불평하고 싶고, 그리고 나중에 천천히 납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키리츠구의 꿈을 이어가려고 생각했어" "꿈을, 입니까? ------ 그,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아도, 입니까?" 후반부를 겁먹은 에르고가 덧붙여 말했다. "혈연이 아니어도, 그래. 키리츠키와 같은 성이 된 것만으로도 나는 기뻤으니까." (------ 아) 이 사람은 아직은 아직은 미완성이구나, 라고 불현듯 에르고는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영웅을 자처하기 어려워진다고 그 빌딩에서 당당하게 외치고 있지 않은가. '나의 꿈은’ '정의의 편에 서는 것'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7 "그런데 스젠 씨, 선상 연회에 참가해도 괜찮을까요?" "배가 출발할 때까지 한 시간 남았어요." 스젠이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미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될 시간이니까, 참가를 늦게 해서 더 이상 이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하지만 시로? 나도 놀라서 미안할 따름이야." 스젠은 딱딱함과 부드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호소했다. "당신이 지난번 선상 연회의 승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음......------ 미안해." 시로가 머리를 긁적였다. "말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말하지 못했어." “그건 나도 같은 죄야. 그래, 이렇게 되면 묻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건 다들 마찬가지겠지?” 라며 사상마술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스젠이 에르고에게 말했다. "방금 전, 좋은 펀치였어." 플랫을 날려버렸을 때의 일격을 말하는 것 같았다. "네 동기는 알겠어. 기억 포화 때문이겠지." "그것도 지즈 씨에게 들으셨나요?" "그렇겠지." "무슨 뜻이야? 시로가 묻자, 스젠이 대답했다. "이 아이의 기억이 먹은 신에게 눌려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약탈공이 계속 함께 모험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야." 시로가 가볍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젠씨, 어떻게 할 수 없을까?" 스젠은 나쁜 병이 시작된 것 같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토오사카가 함께 여행을 해 왔다고 하면 분명 믿을 수 있고, 소중히 여겨야 할 상대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38 "아니, 미안해. 옛날 생각이 났어. 토사카가 자주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게 생각나서 말이야. 야단을 치는 김에 간드도 쏴 버렸지만 말이야." "린의 간드인가요?" "혹시 토오사카도 너와 함께?" "표류하던 저에게 처음으로 이것저것 알려 준 건 린이었어요." "그렇구나." 그 녀석답다는 듯이 시로가 얼굴을 붉혔다. "선생님께선 린과 루비아 씨가 교실의 핵탄두라고 들었어요. 두 사람의 폭주로 인해 교실을 몇 번이나 다시 만들게 되었다고."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내용

*339 기차 소리에 섞여 또 다른 울림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스승의 옆에서, 수첩을 펼친 에르고가 열심히 붓을 놀리는 것이었다. "뭘 그리는 거예요?" "음, 여행의 이런저런 것들을. 라나가 이런 걸 적어두라고 해서요." 청년이 들고 있는 수첩을 보니, 소박한 필치로 아름다운 해안과 파도에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시선을 내리던 스승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건, 해적섬의 아이들인가?" "네." 다소 쑥스러운 듯 에르고가 고개를 끄덕인다. 적발의 청년과 만난, 첫 번째 섬 사람들이었다. "보시겠어요?" 건네받은 수첩을 보고 나는 '와'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옅은 갈색 페이지에 연필로 그린 그림이 여러 장 그려져 있다. 대부분 단발성 스케치로, 해적섬의 활기차 보이는 아이들과 무기를 든 청년들이 마음 내키는 대로, 라는 느낌으로 페이지 이곳저곳을 채우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현대식 항구에서 허리에 손을 얹고 검은 머리카락을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여성이었다. "싱가포르 때의 린 씨군요." "어. 저, 왠지 잘나 보이지 않아요?" "실로, 자네에게 딱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스승의 말에 린이 약간 불쾌하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거린다. 페이지를 넘기면 이번에는 싱가포르를 떠난 후의 풍경이 나온다. 공항의 비행기, 아키하바라의 거리 풍경과 함께 일본의 축제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흑백인데도 불구하고 미세한 불꽃의 색감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도 같은 여정을 공유한 사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밤하늘이 보이는 옥상의 풍경. "이것은, 도쿄의…." "마나 양과 그 사무실 옥상입니다." 에르고의 손을 잡고 있는 소녀는 매우 사랑스럽다. 하얀 원피스를 뒤집어 쓴 뒷모습은 그대로 별이 빛나는 하늘로 달려갈 것 같다. 잔혹한 일이 많았던 일본의 사건들 속에서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와의 만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이었다. 정좌한 료우기 미키야, 청년(若職, 뤄롱)이 내민 볶음밥과 그것을 먹는 야코우 아키라의 옆모습, 야코우 유키노부과 아카네의 모자(母子)도 그려져 있는데, 그 때마다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막 그리기 시작한 것이 아까의 이소 사막이었다. 아직 주변만 그렸을 뿐인데, 대지를 가로지르는 바람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좋네요." 라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마치, 이 수첩에 시간이 갇혀 있는 것 같아요." 긴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 아직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그 시간의 농도가 내 안에서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겠지.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0 그런 추억을 하나씩 스케치로 만들어, 정성스럽게 주석을 덧붙여 간다. 납득이 갈 때까지 다시 쓰고, 열심히 바라보고 나서, 하나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첫 페이지로 다시 넘긴다. 서투른 선이 해적섬에서의 나날을 기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직 연필 다루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서 긁는 듯한? 필치가 대부분이다. 짙음과 옅음의 구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지만, 당시의 자신이 몹시 즐거웠을 것이라는 것만은 전해졌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1 [거기에, 슬슬 깨어난 후의 기억에도 결핍이 생기고 있을 거예요.] '역시, 알고 있네.' 에르고는 그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오래된 것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러면 해적섬에 있을 때의 일부터겠네요. 덕분에, 누나나 선생님께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어요. ⋯⋯선생님은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수첩에 그림을 그렸던 거네요] '잊어버려도, 생각해낼 수 있으니까.' 알렉산드리아로 오는 기차 안에서 에르고가 그렸던 그림의 이야기였다. 아직, 여행을 떠난 후의 기억에 대해서는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청년은 여행의 기억도 잃어버리고 만다. 기억 포화는, 이 아프고 괴로웠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여행을, 따라잡아 버리고 만다. 그러니, 그 전에——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2 락사 수프를 후루룩 먹고 있는 라나와 또래 아이들, 비상시의 탈출 방법 등을 지도하고 있는 린, ... 각각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그린 선에서 읽힌다. 빨간 머리의 청년은 그 스케치를 손가락으로 덧대어, 기록의 윤곽을 떠오르게 한다. 예를 들어, 해적섬에서 눈을 뜬 이후의 생활. 예를 들어, 처음으로 엘멜로이 2세가 섬에 상륙했을 때의 싸움.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 무시키라고... 하는 곳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이 근처는 아직 기억하고 있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에게 있어서 매일 아침의 작업이었다.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기억으로 돌려놓는 작업. 애매한 기억을 이러한 스케치북이나 사진을 빗대어 생각해내는 것은, 자주 있는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청년이 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그가 잃어버린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아무리 과거의 기록을 열람한다고 해도 기억이 재생되는 일은 결코 없다. ....기억 포화. 젊은이의 내면에 깃들어버린 3위의 신은 지금도 그의 기억을 잠식하고 있다. 인간 같은 경우에는 미치지 못하는 절대적인 정보가 그릇인 젊은이를 가차없이 잡아먹고 있다. 이는 신이 그에게 적대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둘 사이의 생태적 차이가 가져오는 필연이다. 눈을 뜬 지 몇 달, 해적섬의 스케치 근처는 이미 젊은이로부터 분리되어 버린 사건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3 바닷바람에 따른 수첩의 새 페이지를 넘긴다. 드디어 연필로 밝은 종이에 선을 그린다.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 새로운 형태가 태어날 뿐, 왠지 기쁘다. 이 순간만은 자신이 무에서 유를 낳을 수 있는 신이라도 된 기분이다. 붓이 가는대로, 인상적인 사건을 그림으로 만들어 간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리아의 사막, 예를 들어, 바닷속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예를 들어, 함께 싸운 아틀라스원의 연금술사 "....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믿을 수 없는 풍경을 극복해 왔다. 수정의 도서관이나 숨겨진 파라오의 관. 그 안에 숨어 있는 오시리스의 신체에 인류를 구하기 위한 최종 연산. 어느 것 하나 마술 세계에서조차 황당하게 웃을 일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4 인생 분명, 누구라도 그렇지만, 그의 제한 시간은 더욱 짧다. 기억이 한정되다니, 생명이 한정되는 것과 같다. 수첩에 그리며, 그 수첩을 넘길 때마다, 젊은이는 자신의 기억이 또 깎였다는 것을 알고, 적어도 부서진 조각을 주워 모으듯이, 탐독하다. 결코 기록은 기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무언가에 저항하듯이 읽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단, 한가지만 알고 있다. 이 초조함이 있는 동안은 아직 식신 충동에 맞서면. 언젠가 그레이(누나)에게 덤벼들지 않을까, 라는 엄청난 공포가 몇번이고 몇번이고 기록을 되새기는 동안에만, 아주 약간 조용해진다. 그렇다면 이 초조감이야말로 젊은이에게 특별한 핵일까. 이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한다. 라티오 쿨드리스 하일럼. 료우기 미키야. 료우기 마나. 시온 엘트남 소카리스. 아마 누구나 가슴속에 고요한 별을 품고 있었다. 로드 멜루아스테아에게 투명체라고 갈파당한 시온조차도, 뚜렷한 방향성(벡터)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마지막 바다(오케아노스)를 찾고 있었다. 과거 알렉산드로스 4세였던 젊은이도, 그랬을까. (옛날의, 나) 스케치북을 놓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5 "사도라고 말씀하셨죠?" 에르고가 묻는다. 빨간 머리 청년의 눈동자는 오히려 호기심을 한껏 반짝이며 크루즈 대신 에르큘 항구 전체를 스케치북에 그리기 시작했다. 원래도 적응력이 뛰어난 청년이었지만, 최근 들어 더욱 그런 기질을 엿볼 수 있는 일이 잦아졌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그린 스케치도 의외로 능숙하고 유려해 이대로라면 그림책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6 "라나가 만들어준 노래에요." "당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준 여자애?" "네. 그 섬에 막 왔던 제가 무서워하던 걸, 유령을 무서워하는 거라고 착각해서." 오도카니 끄덕인 에르고를 보고 웃음을 터뜨릴 뻔 해서, 참는 데 고생했다. 그 작은 여자아이가, 담요를 뒤집어쓰고 무서워하는 젊은이를 달래주는 모습을, 떠올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또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사실은, 뭐가 무서웠던 건가요." "모르는 누군가가, 제 안에 있는 거에요." 에르고의 대답에, 한 순간 숨을 삼켜버렸다. 기억포화. "그건, 신님이?"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런 걸지도 몰라요." 얼굴을 누른 채인 에르고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예를 들면, 그 손을 펼치면, 누군가 다른 가면으로 바뀌어있다는 것처럼. "누군가는, 언제나 안쪽에서 저를 보고 있어요. 그 시선을, 감촉을 느끼고 있어요. 모두들 아무도 없다고 하는데도 ……그러니까, 무서워서 어쩔 수 없어지면, 유령이라고 노래하고, 웃어넘기려고 했던 거에요."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7 "괜찮겠나? 강요는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이 상황에서 보호역이라고 할 수 있는 내가 말을 꺼낸 이상, 그건 아무래도 강제성을 띠겠지. 하지만, 그런 강제를 무리하게 납득한 거라면, 이 때다 싶은 참에 망설임이 생겨나네. 상황에 따라서는 그 망설임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있을 테지. 그러니까, 솔직한 자네의 기분을 들어두고 싶네." "무섭지 않을, 리가 없어요." 솔직하게, 에르고는 털어놓는다. "하지만, 제가 저를 알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1개월 남짓의 기억 밖에 없는 제가, 이 뒤를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해도 이 싸움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단호한 말은, 자신의 가슴에도 파고들었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 결국, 이 이상의 동기(와이더닛) 같은 게 있을까. 설령, 에르고처럼 수수께끼의 신을 먹어치운 몸이 아니라도. 자신처럼, 과거의 영웅에게 사로잡혀, 성장을 멈춰진 몸이 아니라도.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8 린은 웃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품에 챙겨 넣었다. 그러고선, "둘 다 돌아오는 게 늦는데." 라며 중얼거렸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집트 관광을 즐기고 있었을 텐데"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카이로는 재미있었어요." "그레이가 많은 아이들에게 잡혀서 힘들었겠지." 린이 킥킥거리며 웃는다. '박시시(Baksheesh)'라고 불리는 이슬람권의 관습으로, 짐을 들어주거나 터번을 감아주는 등의 강요를 통해 팁을 받는 것이다. 여행에 익숙한 2세와 린은 능숙하게 대처했지만, 그레이는 여기저기서 걸려서 기차에 늦을 뻔했다. 참고로 에르고는 의외로 그런 처세술이 능숙해, 얼어붙은 그레이를 에스코트할 만큼 여유를 보였다. 그런 붉은 머리의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49 호텔 객실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충분히 넓었다. 수도시설 등을 확인한 후, 에르고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일본어의 동화책. 료우기 마나가 맡겨준 한 권. 제대로 되돌려 달라고 그녀로부터 전해 들었었다. “ ⋯⋯⋯⋯⋯. ” 누군가가 기다려 준다는 사실이, 에르고에게는 기쁨이었다. 해적섬의 라나도, 미후네시의 마나도, 청년과 약속을 해주었다. 만약, 두 사람이 그 약속을 잊어버렸다고 해도, 한때 약속을 했다는 사실만은 남는다. 기억을 잃은 에르고에게는 그런 사소한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던 것이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0 "아까의 쿠로히츠가, 소제 안의 영웅(아서왕)이나, 에르고 씨의 신을 되돌릴 방법이었던 건가요?" "나의 상정으론 말이지. 일본의 마술이 신과의 접속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네. 그렇다면, 접속을 끊는 방법도 전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거지. 야코우 아카네의 앞에서 이래저래 떠들었던 것도, 그런 가설을 토대로, 이전부터 고찰하고 있었기 때문이네. 설마, 이런 사건에 휘말릴 줄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지만." 핸들을 쥔 채, 스승님이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안에 있는 영웅(아서왕)이나, 에르고의 안쪽의 신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게 될까. 예를 들면, 새로운 쿠로히츠라는 야코우 아키라에게." "그건……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걸까요." "현 시점에서는 뭐라고도 할 수 없겠군. 유력한 후보지만, 자네나 에르고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시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일단 덧붙이자면, 야코우 아키라 건에서, 각별히 야코우가 무자비한 것도 아니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1 "자네가 조종하는 환수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알기 쉽지. 그리고, 손이란 진화라고, 나는 자네에게 말했다. 손에 받은 정보압이야말로, 사람을 원숭이에서부터 끌어올린 것이니까." 정말로, 그것은 개인수업같았다. '……아아.' 이런 때인데도, 약간 울고싶어졌다. 역시, 이 사람에게는 이 모습이 어울린다. 예를 들면, 탐정이 사건을 해명하듯이. 예를 들면, 외과의가 수술을 집도하듯이. 스승님에게는, 강의하는 모습이야말로 어울린다. "신에게 있어, 손이 나타내는 표상은 대부분 『구석구석까지 닿는다』는 점이다. 아시아권의 천수관음이라면 빠짐없이 구한다는 상징(심볼)으로써, 많은 팔을 가지지. 반대로, 아수라 등의 전신에게는 파괴의 상징이다. 따라서, 신의 손을 가진다면, 본래 사람에게는 접속(액세스)할 수 없는 정보에까지 닿는다는 것이 되지. 즉, 인류에게 있을 수 없는 진.화.까지 닿는다고. 그러니까, 자네는 기억포화를 일으켰지만…… 이건, 자네를 만든 자들도 상상할 수 있었던 현상이었던 게 아닐까. 그러니까, 그 때, 말한 거겠지. 아직, 기억하고 있었냐고." ──『하하, 아직 기억하고 있었나. 아니, 잊을 수 없었나?』분명히, 그 매는 그런 사념을 날렸다. 그건, 에르고가 당연히 기억을 잃었을 터라는 전제 하의 대사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아까 전의 공통점도 마찬가지가 되지. 자네에게 먹힌 세 위의 신은, 어떠한 형태로 진화에 연관된 신인 것이 아닐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2 "…………."  분명, 그 때의 스승님은 이렇게 덧붙인 것이다. ──『예를 들면, 자네가 완성됨으로써, 아틀라스원이 먹인 신이 무의미해져버리거나 하는 관계가.』"즉, 스승님은……." "이 자리에 모인 신과 용은, 모두 같은 루트를 가진 게 아니냐고 하는 거네." 라고, 단언했다. 에르고와 뤄롱과 아키라, 세 명이 먹어치운, 혹은 이식된 신이, 전부 동일한 측면을 가지는 게 아닐까 라고. 마치, 배우가 가면을 번갈아 쓰듯 했다. 같은 신이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얼굴을 바꾸고, 변생한다. 범인도 피해자도 탐정도, 동일인물인 것만 같은 불가해극. "……선생님." 에르고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부들부들, 다섯 개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3 "나는, 자신의 이름이 에르고인지 어떤지조차, 자신이 없었으니까." "흔히 말하는 인명하고는 약간 다를지도 모르겠네. 우리들은 그렇게 불렀지만, 네 이름은 어떤 의미로는 실험명에 가깝지." "실험명?" 거기에, 뤄롱은 답하지 않았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4 "그럼 에르고라는 이름은?" "그건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실험의 이름일 뿐. 소환에서 주어진 현대의 지식에 따라 말하자면, 프로젝트 에르고라고 불러야 할까." 프로젝트 에르고.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그 이름은 묘하게 귀에 익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5 "좋은 냄새예요. 소중한 사람이 떠나간 뒤의 잔향 같아서." "생각치도 못한 시적인 표현이 나왔군. 자네는 그런 재능이 있는 걸지도 몰라." "시인인가요." "현대에서는 마술사보다 먹고 살기 힘들지만 말이야."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6 바닷바람 냄새에, 에르고는 작게 코를 킁킁거렸다. 이 여행에서, 많은 곳에서 맡았던 냄새지만, 하나하나 그 뉘앙스는 달랐다. 모나코의 바닷바람은 어딘가 달콤하고, 코트다쥐르(Côte d'Azur)라는 우아한 이름에 어울리는 듯했다. (……다른 곳은, 어땠더라……?) 알렉산드리아의 인상은 선명하다. 모래가 섞인 바닷바람은, 예전에는 바다와 사막이 하나였음을 떠올리게 했다. 일본의 냄새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산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맑은 시냇물의 차가운 향기는, 밤의 어둠과 어우러져, 인간에게는 아직 허락되지 않은 성역이라고 주장하는 듯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기억은…… (……이미, 사라져 버렸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있는 일기에도, 냄새의 뉘앙스까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분명, 그 당시의 에르고에게는, 기록해 둘 필요도 없는 평범한 일이었을 것이다. 말라카 해협의 해적섬을 나온 직후의 에르고는, 아직 기억을 잃는다는 것에 대해, 본질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7 그 광경에 넋을 잃으면서, 에르고가 입을 열었다. "시로 씨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제 고집으로 모나코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는 데에 어울려 줬는데, 거기서 사선환희선(클로제 아나펠)까지 함께 와 줘서, 선생님을 습격한 쥬스트도 막아 주었으니까." 열띤 말에, 자신은 눈을 깜빡여 버렸다. "꽤나 친해졌네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게다가, 신경 쓰고 있던 것도." "신경 쓰고 있던 것?" "그건, 그, 비밀입니다." 부끄러워하며, 에르고가 말했다. 이 청년이, 이쪽에게 비밀을 가지고 있다니, 이것도 깜짝 놀랐다. "……에르고는 항상, 여러 사람과, 금방 친해지는 것 같아요." 조금 삐친 투로 말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제자가, 자신은 도저히 닿지 않는 자질을 보여줘서. 해적섬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듯했다. 린은 물론이고, 해적섬의 해적이나 아이들과도, 에르고는 허물없이 지냈다. 반대로 자신은 분명히 친구를 사귀는 것을 못하고, 엘멜로이 교실에서조차 일정 이상의 교우 관계에 있는 것은 몇 사람밖에 없다. 그런 것으로 고민하고 있으면, 라이네스가 웃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버렸다. 그녀가 웃고 있다면 그걸로 된 건가, 라고 생각해 버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8 말하자, 끄덕인 에르고가 손을 들어 올린다. 환수였다. 가는 무언가가, 그 손가락 끝에서 흘렀다. 아틀라스 원의 연금술사 시온이 사용했던, 유사 신경(에테라이트)이었을까. 저 소녀와 행동을 함께하는 동안, 에르고는 완전히 그 사용법에 익숙해진 듯하다. 정확히는 마력을 통해 에테라이트를 모방한 것이겠지만, 그런 식으로 쉽게 타인의 특기를 흉내 내 버리는 곳은, 아무래도 스승을 닮아 버린 기분이 든다. 이번에는 자신이 부탁한 쪽이라서 어쩌고 할 수는 없지만, 한 번 라이네스와 함께 설교해야 할까. 만약 여행이 끝난 후, 에르고가 시계탑에 온다면, 스승으로부터 이어받지 않는 편이 좋은 점은, 제대로 알아두는 편이 좋을 테니까.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359 "시로 씨. 어라, 쥬스트 씨도?" "야호, 집사 군과 떠돌이 연금 메탈 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넓은 리조트 맨션 로비에서, 에르고와 플랫이 서 있었던 것이다. "에르고들도 와 있었나." "네. 이제, 시로 씨는,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나른할 뿐이고, 아픔은 없어. 에르고야말로 괜찮아? 아, 아니면 알렉산드로스 4세라고 불러야 좋을까?" "에르고로 괜찮아요." 라고, 청년은 미소지었다. "몸은 오히려 컨디션이 좋은 정도예요. 플랫도 상처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 검사가 많은 누님이나 선생님을 대신해, 여기저기 연락이나 사무적인 일을 하고 있었어요." "에르고 군, 비서의 재능 있네! 내가 하면, 바로 이야기가 탈선해서, 그레이트 빅벤☆런던 스타에서 신작 뮤지컬 하려고 한다거나, 두근두근 엘멜로이 교실 투성이인 신입생 대환영회가 된다든가 하는데, 에르고 군이 하면, 한 번에 교수님과 현대마술과(널리지) 스케줄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가 통하고!" "그거, 내가 재능이 있는 거랑은 꽤 다르지 않으려나……?" 대놓고 진지한 플랫에게, 에르고가 난감한 듯, 붉은 머리를 긁적인다. - 로드 엘멜로이 2세의 모험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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